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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산불 이재민 김옥자 할머니가 '1600만 원'을 받기까지

[취재수첩] 취약계층에 고통 남기는 '빈틈투성이' 사회안전망

 

 

윤호중 손잡았던 이재민 할머니, 주거지원비는 못 받는다?

지난달 23일 아래와 같은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산불로 마을회관에서 지내는 김옥자 할머니입니다. 시청에서 연락이 왔네요. 주택전소 (주거지원비) 1600만 원을 지급받지 못한다고... 막막합니다"

김옥자 할머니(93)를 처음 만난 건 지난달 18일이었다. 앞서 13일 동해안 산불이 공식적으로 종료됐고, 기자는 이후 닷새가 지나서 강릉시 옥계면 남양2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산불이 끝난 현장에도 여전히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을 거란 판단이 늦은 강원도행의 이유였다. (☞관련 기사 :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불탄 집 빚내서 다시 지으래요") 

회관엔 산불로 집을 잃은 김 할머니가 홀로 거주하고 있었다. 대면은 처음이었지만 익숙한 얼굴이었다. 방문하기 3일 전까지만 해도 꽤 많은 기자와 정치인이 이곳을 찾았다. 그만큼 많은 뉴스에서 김 할머니의 사연을 다뤘다. 현장을 찾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고 "집으로 편안히 돌아가실 수 있게, 잘 지원해드리겠다" 약속하기도 했다. 

산불로 집 전체를 잃은 김 할머니가 "정부 주거지원비 1600만 원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말도 그때 처음 들었다. 김 할머니의 아들 이정만 씨(63)는 할머니가 산불 당시 "자다가 몸만 빠져 나온 탓에" 집에 보관하고 있던 매매계약서가 소실돼 "전소된 집의 소유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사정을 털어놨다. 

집문서 없어졌다고 소유권 사라지는 시대가 아니다. 다만 40년쯤 전에 시골 마을에서 이뤄진 거래라는 점이 문제였다. 이 씨의 부모, 그러니까 김 할머니와 그의 남편은 거래 당시 토지소유권이전등기는 완료했지만 토지 위의 집에 대한 건축물소유권이전등기는 실수로 빠트렸다. 게다가 거래 당사자인 매도인도 그 아들도 모두 사망한 뒤였다. 당시 어렵게 매도인의 손자를 찾아낸 이 씨는 그에게 매매사실을 증명해달라고 부탁한 참이었다. 

사연은 안타까웠지만 사실 그렇게 큰 걱정이 들지는 않았다.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아는 35년간의 거주사실을 증명하지 못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김 할머니의 집처럼 소유권이 명확치 않은 경우도 시골에서는 '그런 집 많지' 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큼 흔한 경우다. 서울로 돌아와 전화해본 몇 개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도 모두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관련인의 증언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증명될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렇게 김 할머니의 이야기를 며칠간 잊고 지내다 그의 메일을 받았다. 설마 했던 지원비 1600만 원이 정말로 '못 받는 돈'이 됐다는 메일. 먼저 든 감정은 의아함이었다. 대체 왜? 그 다음은 걱정이었다. 자식들의 집을 전전하다 "다른 데선 도저히 못 살겠다"고 마을회관에 남길 택한 김 할머니였다. 안 그래도 부족할 지원금을 못 받는다니, 그가 느낄 좌절감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그의 모습을 담아가던 유명 정치인과 언론인들에게 할머니는 또 어떤 배신감을 느낄까. 그 다음에야 부끄러움을 느꼈다. 안일한 마음으로 취재원의 상황을 제대로 취재하지도, 기사에 담아내지도 못했다. 추가 취재는 당연한 과제였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비대위원들이 3월 15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의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무하게 해결된 '소유권 증명' 분쟁 … 김옥자 할머니 사례로 끝일까? 

소유권 인정의 문제였다. 이 씨는 주택 매매확인증명서를 매도인의 손자와 함께 임의 작성해 면에 제출했지만, 재난지원 집행부처인 강릉시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공적 증빙자료 없이 개인 간에 작성한 문서만으론 소유권 증명이 불가능하다는 게 시 측의 입장이었다. 

강릉시청 재난안전과 소속 담당 주무관은 "(주택에 대한) 과표도 잡히지 않는데, 소유자 측이 가진 매매계약서도 없다고 하니 도저히 (소유권을) 인정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난처한 입장을 설명했다. "강원도청에도 행정안전부에도 질의해 봤지만 모두 어쩔 수 없는 경우라 답해 왔다"고도 했다. 이런 경우 예산을 집행한다고 해도 시민의 민원이나 상위기관의 조사가 들어왔을 때 시청 입장에선 방어해낼 방법이 없다. 

결국 토지의 소유권도 인정되고, 그 토지 위에 집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되며, 그 집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마을의 모두가 인정하는데도 김 할머니는 그 집에 대한 '행정상의'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심지어 산불 당시 대피하는 김 할머니의 모습은 전국으로 대서특필 됐고, 몇 년 전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이 해당 집에 살고 있는 김 할머니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낸 적도 있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산불 이재민이, 더구나 언론과 정계에서도 몇 번이나 찾아갔던 '단골' 이재민이, 정작 그 피해에 대한 지원은 받지 못하게 된 꼴이다. 

피해조사와 지원비 집행은 시가 주관하지만, 전체적인 지침을 규정하는 일은 행안부가 주관한다. 행안부 재난관리실 복구지원과로 연락해 입장을 구하자, 담당 사무관은 잠시 시청 측과 이야기 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몇 분 후 놀랍고도 허무한 일이 벌어졌다.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옥자 할머니의 경우 (토지에 대한) 과세표준이 잡혀서, 마을 이장님의 인우인 증명 등으로 (주택) 소유권 확인이 가능합니다. 주거지원비도 문제없이 지급될 거예요"

김 할머니 모자가 느꼈던 막막한 한 주가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소유권 인정 문제가 빠르게 해결됐다. 사무관은 "행안부 지침 상 김 할머니의 상황이 지급불가사례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를 강릉시 측에 전달하자 시청 건축과에서 재조사에 나섰고, 재조사 결과 착오로 누락된 과표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해결됐으니 다행이라 하겠지만, 그 과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기자의 전화 몇 통으로 해결될 만한 작은 실수가 지원금 1600만 원의 지급 여부를 뒤바꿨다는 점도 아찔했지만, 행안부와 강릉시의 서로 다른 지침 적용 방식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행안부와 통화하기 전, 시청 재난안전과는 분명 "행안부에도 이미 질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질의는 구두로 이뤄졌기에 어떤 직원이 어떤 연유로 그런 답변을 한 것인지는 규명할 수 없었다. 

행안부 측은 "만약 과표가 끝내 나오지 않았을 경우엔 결국 지급이 불가능 했나"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 동해안 산불 피해지원에 대해 행안부는 "가능한 폭넓게 지원하는 쪽으로 지침을 규정한 상태"고, "비슷한 민원이 들어와도 (어떤 방식으로든) 실거주가 증명만 되면 지원받을 수 있다고 답변하는 게 행안부 지침"이라고 했다.

반면 시 측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재난안전과의 A 주무관은 "세금, 성금으로 모아진 지원비를 집행하는 시청의 입장에선 아무리 행안부 지침이 그렇다 해도 공적 증빙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예산을 집행하기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누군가 (지원금 수혜자에게) '공적 증빙이 없는 상황에서 지원금을 타갔다'는 식으로 민원이라도 걸면 (민원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할 말이 없다. 이 경우 시청 측 관계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 할머니의 경우도 과표가 나오지 않았다면 지급불가 방침을 번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에 행안부 측은 다시 "이번과 비슷한 사례의 다른 민원이 들어온 경우는 없지만, 만약 들어온다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취재의 뒷맛이 아무래도 찝찝했다.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가 시청의 말만 듣고 민원을 포기했다면? 그리고 그것도 '실수'였다면?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강릉 옥계면 남양2리 4반 김옥자 할머니의 집터. 그의 집은 현재 완전히 전소된 상태다. ⓒ프레시안(한예섭)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은 '행정의 빈틈', 고통은 취약계층의 몫이다. 

주거지원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이 씨에게 전하자, 그는 몇 번을 "감사하다"면서도 "어머니껜 더 확실해지면 전하겠다"고 말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라, 혹시나 또 결과가 뒤집히면 속상해 할 어머니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업무가 대충 정리될 무렵 그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시청에서 전화 받았습니다. 1600만 원 지급한다고요... 여기 (강원도에) 오게 되면 꼭 연락 주세요. 여기 다녀간 기자들한테 다 연락했는데 아무도 답을 안 줬어요. 관심 가져 준 게 그쪽이 처음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이 씨의 말에 뿌듯함과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다시금 아찔해졌다. 산불 이슈가 완전히 지나간 시점에, 공당의 비대위원장이나 차기 대통령 당선인도 더 이상 갈 일 없는 현장에서 벌어진 이 사소한 '행정의 빈틈'에 많은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긴 어려웠을 테다. 그 맥락을 잘 알기에 더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삶이 선의나 우연, 혹은 '아는 기자' 따위의 인맥에 맡겨지고 말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작은 사례를 가지고 누군가의 책임을 물으려 하는 게 아니다. 김 할머니 메일에 답신을 보낸 기자의 행위를 어떤 특출한 선의라 포장할 수 없듯, 지원금 지급에 대한 강릉시의 원 판단도 어떤 특출한 악의라 생각하지 않는다. "행정이 '공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그들을 (자의적 판단으로) 적절하게 지원하기엔 매뉴얼이 확실치 않다"는 시 측의 항변은 아마도 진심이자 어느 정도의 진실일 것이다. 다만 재난지원이 상징하는 지금 우리 사회의 안전망 시스템이 '충분히 촘촘한지' 되돌아보고 싶다. 산불이 번지고 감염 병이 창궐하고 노동과 산업이 전환되는 시대에 지원받아 마땅함에도 지원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각과 빈틈, 예외사례들은 계속해서 쏟아질 테니 말이다. 

그런 시대에, 누군가의 삶이 선의나 우연 따위에 기대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촘촘한가? 어느 시골 마을 언저리에 존재하는 행정의 사각을 찾아낼 만큼 제도는 치밀하게 작동하는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행정의 빈틈을 찾아낼 만큼 지침은 많은 것을 고려하고 있는가? 제도와 지침에서 탈락한 예외사례들을 언론은 충분히 조명하고 있는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충분하지 않다면, 고통은 또 다시 취약계층의 몫이 된다. 항의의 창구조차 찾지 못했던 김 할머니가 위기에 빠졌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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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에서도 드러나는 기성정치의 대위기

 
 
2017년 5월 6일 프랑스 남서부 생장 피드 포르의 거리에서 경찰관이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 옆을 지나가고 있다. 올해도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린 르펜의 양자 대결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이 거의 확실한 프랑스 대선의 1차 투표가 4월 10일 치러진다. 예상대로라면 마크롱이 과반을 얻지 못하고 4월 24일 치러지는 2차 결선투표에서 마리 르펜과 양자 대결을 펼쳐 이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국민이 현 정권에 만족하는 건 아니고 프랑스 사회가 통합돼 있는 것도 아니라는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France votes: Macron’s frontrunner status conceals deep rifts in society

 질르 레르메는 참을 만큼 참았다. 모든 게 다 지긋지긋했다. 45년간의 노동, 프랑스 정치의 끝없는 좌파-우파 번갈아 먹기 사이클, 불량배들이 불을 붙여 활활 타는 자동차들, 만연한 의료진의 부족, 점점 수준 낮아지는 공공서비스, 그리고 이민자들 모두 지긋지긋했다. 


레르메는 론데인 강 산업단지에 위치한 라 리카마리에 있는 자기 술집 카운터 뒤에 서서 말했다. “이민자가 너무 많아요. 그들이 우리 일자리를 뺏는 건 아니에요. 어차피 일자리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이민자들을 먹여 살리고 있잖아요”. 극우의 주장과 같은 얘기였다.

1970년대에 탄광과 공장들이 문 닫은 이후 빈곤, 실업, 열악한 주거 환경이라는 쓰라린 현실을 안고 있는 여느 탈산업화 도시가 그렇듯, 자유주의 대통령 에미뉘엘 마크롱과 중도 좌파에서 우파에 이르는 모든 기성 정치인들을 경멸하는 라 리카마리였다.

어느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4월 10일의 1차 투표로 시작되는 대선에서 마크롱의 재선이 유력하다. 하지만 라 리카마리와 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파리 엘리트들에 대해 지속적인 분노를 가지고 있다. 마크롱은 승리하더라도 전국적인 노란조끼 시위로 폭발했던 그런 분노도, 그리고 그 분노를 악용해 득세하고 있는 극단주의적인 정치인들도 오랫동안 억누르지 못할 것이다.
 
개선문 주변에서 프랑스의 시위진압 경찰이 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2018.12.1 ⓒAP

 
지난 2월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의 동쪽에 있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해 온 마크롱이 외교적 협상에 나섰다. 그러면서 마크롱은 전시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 유럽 도시들이 러시아로부터 공격받고 함락되고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피난을 가고 있으니 이슬람 교도의 이민이나 범죄 등 대선에서 야당이 제기한 정치적 이슈들이 갑자기 덜 중요해진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경제정책, 사회정책, 치솟는 생활비 등 중요한 사회문제들도 묻히게 됐다. 마크롱이 중요한 국내 문제들을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그가 오만하고 서민의 고통에 무감각하다는 국민들의 인식은 더 확고해졌다.

이번 대선에서 기권하겠다는 유권자가 많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약 3분의 1이 투표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전례 없이 낮아질 것이고, 상대적으로 경제가 나쁘지 않음에도 마크롱의 정통성이 향후 5년 간 약할 수밖에 없다.

투표율이 낮고 극우와 극좌의 대선 성적이 괜찮다면 프랑스는 앞으로도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와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의 부딪히는 주요 전장이 될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그리고 브라질부터 필리핀까지 독재형 지도자들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던 세력 구도가 유지될 것이다.

프랑스사 전문가 줄리안 잭슨은 마크롱의 승리로 인해 프랑스가 자유민주주의의 견인차라는 지위를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다는 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극우가 1980년대부터 2차 대전 이후 굳어진 정치적 구도를 뚫고 등장해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짚었다. 그는 “마크롱이 극우의 득세를 막고 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우려스러운 것 중 하나는 거의 확실시되는 그의 당선이 현상 유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마크롱이 지난 대선처럼 돌풍을 일으키는 것이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인 물에 빨래하는 프랑스 노숙자 ⓒ사진=뉴시스
좌도 우도 아님을 강조해 선풍적 인기를 끌며 마크롱이 2017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도 라 리카마리와 같은 곳은 마크롱을 거의 지지하지 않았다. 그들은 중도세력을 거부하고 대선 1차 투표에서는 극좌의 장뤽 멜랑숑, 결선 투표에서는 극우의 마린 르펜을 찍었다.

라 리카마라의 바 주인 레르메는 ‘불복하는 프랑스’의 멜랑숑보다 ‘국민연합’의 르펜을 지지한다. 레르메는 지난 36년 간 ‘룰렛바’를 운영했다. 룰렛바는 60대의 백인 노동자들이 파스티스나 값싼 와인 한 잔을 하며 위안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술집이다. 파리와는 거리가 먼 작은 마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바에 들어와 이미 와 있던 5~6명과 악수를 하고, 1945년 이후 30년 동안의 경제 성장과 산업발전에 대한 향수를 나눈다. 

레르메는 “그때는 일자리가 있었다. 광부들도 있었고 동료애가 있었다. 좋은 시절이었다. 피르미니에 있는 크루소-르와르 제철소나 다른 회사에 매일 2만 명씩 일하러 갔다. 이제는 일자리가 없다”며 착잡해 했다.

공산당 소속의 시릴르 본느포아 시장은 석탄 광산과 중공업, 강력한 노조들과 수 천 개의 일자리가 있어 처음에는 남부 유럽과 동부 유럽에서, 나중에서 프랑스의 이전 북아프리카 식민지에서 이민자들이 이주해 온 좋은 옛 시절을 떠올렸다. 1980년대부터는 터키 시골의 이민자들과 구 유고슬라비아의 난민들이 왔지만 이제는 일자리가 거의 없고 중산층이 많이 빠져나갔다. 실업률은 17%로 전국 평균의 두 배가 넘고, 주거의 4분의 3은 정부 주택이거나 노후된 아파트와 수리가 필요한 주택이다.
 
프랑스 대선의 극우 후보 에릭 제무르와 마리옹 마레샬-르펜. ⓒ사진=뉴시스
 
극우에게 좋은 조건

지역 병원의 간호사로도 일하고 있는 본느포이는 한때 좌파의 텃밭이었던 이곳에서 이제는 르펜의 극우 선거운동원들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선거운동을 하게 된 분위기를 얘기하며 씁쓸해 했다. 그는 “국민연합의 버스가 이 지역 여기저기를 돌며 전단을 배포하는데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30년 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여기 뿐만 아니다. 공산주의를 지지했던 많은 노동자들이 유럽 회의론과 이민 억제를 내세운 르펜으로 돌아섰다.

여론조사에서 르펜은 지지율 약 19%로 28%의 마크롱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오는 4월 10일의 1차 투표를 통과해 결선투표에 올라 지난 대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마크롱과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민에 대해 르펜보다도 더 신랄하게 비판하는 텔레비전 토크쇼 논객 출신의 에릭 제무르는 현재 11%로 4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지난주 ‘이민자 재이주’ 부처를 신설해 5년 내에 이민자 100만 명을 추방한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공화당 지지자들도 공화당 경선에서 이긴 발레리 페크레스를 찍어야겠지만 최근 그녀의 중도적인 정책들을 지지하지 않을 정도의 극우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극우는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에 의하면, 2차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과 르펜은 지지율 56%와 44%로 2017년 결선 결과였던 66%와 34%보다 격차가 현격히 줄었다. 이는 1970년대에 르펜의 아버지가 창당한 이후 극우가 기록한 최고 성적으로, 극우에게 프랑스의 권력 장악이 손에 닿을 듯한 위치라는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는 극우가 패배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번 대선 결선 투표에서 르펜이 패배하면, 르펜이 제무르와 제무르 대선 캠프에 있는 우파의 떠오르는 젊은 스타인 르펜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르펜과 손잡는 등 극우세력의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이 만든 빈 자리

하지만 프랑스 정치가 파리 제도권과 극우세력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생테티엔의 장모네대학교 법대 3학년에 재학중인 나엘라 암망은 바 주인 레르메처럼 마크롱 정권 하에 있는 프랑스의 현재 상태에 울분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민자를 탓하기는커녕 알제리계 프랑스 여성으로서 멜랑숑과 그의 정당 ‘불복하는 프랑스’를 열렬히 지지한다.

암망은 지난 선거 직전에 극단적인 이민 반대 세력이 부상하면서 정치적으로 각성되기 시작해 마크롱의 즉흥적이고 독단적인 코로나 대응 방식을 보며 정치적 입장을 굳혔다고 했다. 그녀가 마크롱이 수차례에 걸친 락 다운과 ‘말도 안 되는’ 보건 패스로 대중교통과 문화시설 사용을 제한하는 등 프랑스 국민의 자유를 마음대로 제약했다고 생각한다.

암망은 한때 세계의 본보기가 됐던 프랑스의 보건 및 교육 제도가 무너지고 있고, 마크롱 하에 공공서비스가 계속 축소됐음을 지적하며 멜랑숑의 급진적인 정책들을 지지하게 됐다고 했다. 멜랑숑은 모두를 위한 일자리 보장, 부자들의 세금 인상, 이민자 환영, 대마초 합법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등을 주장한다.
 
안보관련 행사에 참여한 장-뤼크 멜랑숑 프랑스 대선 후보. 2017.3.31 ⓒAP
뒤늦게 지지율이 오른 멜랑숑은 14%의 지지율로 마크롱과 르펜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한때 우크라이나에 적대적이었고 푸틴에게 우호적이었다는 점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암망은 “우리는 미국의 초제국주의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푸틴을 봐주지는 않는다”며 그런 비판을 일축했다.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좌와 극우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이 두 세력은 제도권에 대한 분노, 세계화, NATO, EU를 불신하는 프랑스 민족주의, 전통적인 정치로부터의 소외감과 경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 등을 공유하고 있다.

암망의 부모 모두 최저임금을 받고 있고 레르메는 평생 일했지만 매월 받는 연금은 955유로에 불과하다고 투덜거린다. 2018년말부터 시작돼 마크롱 정권을 뒤흔들어 놓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약화된 노란조끼 시위 때에도 좌와 극우가 거리에서 함께 할 때가 많았다 (노란조끼 운동은 녹색연료세에 대한 보수파의 저항으로 시작됐다가 잠시 극우를 끌어들였고, 좌도 합세했다. 마지막으로 무정부주의자들마저 가담하면서 폭력적인 프랑스 시위 진압 경찰에 맞서 거리에서 함께 싸웠다.)

마크롱이 전통적인 보수 공화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의 양당구조를 깨뜨린 후 공백이 생겼다. 잭슨에 따르면 “전통적 우파와 전통적 중도좌파가 마크롱을 중심으로 중도에 빨려 들어가면서 그들이 있던 자리가 비게 돼 포퓰리즘이 들어갈 틈이 생겼다”.

마크롱이 직면한 문제들

여론조사 결과대로 가뿐하게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마크롱은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선 6월 총선이 있다. 효과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마크롱 세력이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마크롱이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마르크 라자르 파리 정경대 교수의 말대로 마크롱은 사방에게 전례 없는 혐오의 대상이 됐다. 좌도, 우도, 대중도 모두 그를 미워한다.

프랑스의 경제적 및 사회적 이슈들을 제대로 토론하지 않은 채 마크롱이 승리하면 선거 이후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늘 그렇듯 대중적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의 18~24세 청년 8000명에 대한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무려 22%가 시위를 하거나 자기 생각을 피력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37%는 정부 부처 건물을 점거하는 것을 용납 혹은 이해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정부의 반대 세력이 의회가 아닌 거리에 있을 수 있다.

마크롱의 한 최측근은 “우리 엘리트들은 잘 살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다수가 무질서와 급격한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한다. 브렉시트와 트럼프는 영국과 미국을 극도로 양극화시켰다. 그와 같은 일이 프랑스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랑스가 벼랑에서 떨어지면 유럽 전체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극우 지지자 질르 레르메 ⓒ사진=빅토르 말렛

 
파리의 거리가 다시 가득 메워져도 라 리카마리 주민들은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레메르는 “마크롱은 꼭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 같다. 공장을 계속 문 닫게 하는데도 실업률이 떨어진다. 우리는 계속 국민에게 긴축재정을 강요하는 정권 아래 살았다. 40년 간 그게 이어졌다. 좌, 우, 좌, 우, 번갈아가며 말이다”라며 불만들 터뜨렸다.

한때 주차장이었던 룰렛바 바깥의 시장에는 저소득층을 끌어들일 만한 저렴한 물건들이 많다. 레페 크리스마스 맥주 12병이 6유로, 신발 한 켤레가 3유로다. 그곳에서는 불어와 아라비아어, 동유럽 언어들이 뒤섞여 있다. 나라를 끌고 있는 멍청이들에 대한 불평불만도 들려온다.

시장 옆의 공중화장실 문에는 자본주의의 부당함을 규탄하는 포스터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리고 거기엔 파리 기득권 정치인들에게 위협적인 예리한 메시지가 적혀 있다.

‘선거라는 코미디에 맞서야 한다. 2022년 대선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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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인수위 출입 불허... 뉴스타파 '아직도 검토중'

서울의소리·뉴스버스도 출입 등록 지연... 인수위 "순차적으로 진행, 매체 성향과 등록은 무관"

22.04.01 20:40l최종 업데이트 22.04.01 22:05l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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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비평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출입이 거부됐다. 이외에도 일부 진보 매체 역시 출입 기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달 21~23일까지 기자들로부터 '출입 기자 등록 신청'을 받았다. 이후 다수의 언론사 기자들은 출입 등록이 됐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미디어오늘>에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심지어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취재하던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는 지난달 29일 인수위 브리핑실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등록된(출입) 명단'에 없다며 출입을 거부당했다. 장 기자가 당시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기자의 수는 883명.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언론사 소속의 기자도 다수였다. 이에 장 기자는 국민의힘과 인수위 관계자 여러 명에게 출입 등록이 되지 않은 이유를 물어봤다. 처음에는 "서류가 미비되거나 기한을 맞추지 않은 게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다음날에는 '기자협회 등에 가입한 언론사의 소속 기자'라는 인수위가 규정한 '등록 대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수위 관계자로부터 '출입 불허' 통보를 받았다.


인수위가 출입등록 신청을 받으면서 '등록대상'으로 삼은 대상은 ▲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9개 협회 소속 언론사 기자 ▲ 국가기관의 보도요원 ▲ 그밖에 언론 관련 종사자로서 인수위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이다.

장슬기 기자는 "<미디어오늘>은 미디어 비평지이기 때문에 기자협회 등에 대해서도 이해관계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거리를 두기 위해 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라며 "청와대 등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지만 출입하고 있고, 오히려 인수위에 11번 규정(인수위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을 왜 적용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라고 밝혔다. 현재 인수위의 출입등록 거부에 대해 언론사가 이의 신청할 수 있는 절차나 방식은 없는 상황이다.

인수위 "'매체 성향'과 출입 등록은 무관하다"
 
 기자를 출입기자 채팅방에서도 내보냈다."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image-rendering: -webkit-optimize-contrast;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402px;">
▲  인수위는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를 출입기자 채팅방에서도 내보냈다.
ⓒ 장슬기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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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장슬기 기자는 인수위 출입 기자 채팅방에서도 쫓겨났다. 기존 '윤석열 캠프'가 윤 당선인의 후보자 시절부터 기자들과 소통창구로 운영했던 카카오톡 채팅방 대신, 28일부터 새롭게 '인수위 대변인실 알림방'이라는 이름의 채팅방이 운영되고 있다.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에는 "본 <오픈채팅방> 참여 대상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입 등록이 완료된 언론인으로 제한됩니다"라고 적혀 있다. 현재 이 방에는 977명의 기자가 속해 있지만, <미디어오늘> 기자들은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장슬기 기자는 "조선일보 출신 윤석열 대변인 일방소통 논란에 기자들 '꼰대'", "첫 행보부터 꼬인 윤석열 공보, 대선출마 참석매체 공지에 '부글부글'", "윤석열 가장 많이 인터뷰한 매체 그리고 한번도 못한 매체"등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공보라인을 비판하는 기사를 다수 작성한 바 있다.

'김만배 녹취록' 공개, 김건희씨 주가 조작 의혹 등을 보도한 <뉴스타파>와,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 역시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아직 '심사 중'이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 1일까지도 출입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다수의 언론사가 이미 인수위에 출입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의 출입 등록 절차가 상당히 지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건희씨와의 7시간 통화 내용을 공개한 <서울의소리> 역시 지난달 29일 "尹 보복(?) '서류 갖춘' 서울의소리 인수위 출입등록 거절(...)"이라는 기사를 통해 <서울의소리>가 인수위 출입 등록에서 누락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인수위 측은 "순차적으로 (등록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1일 인수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미디어오늘>은 '협회' 소속이라는 기준에 안 맞았기 때문에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인수위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가 강행규정도 아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인수위 대변인실 오픈채팅방에서 장 기자를 내보낸 것 역시 "출입 기자들만 들어올 수 있는 카톡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뉴스타파>와 <뉴스버스> 등에 대해서는 "나머지 언론사의 경우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내부 심사를 거친 뒤에 순차적으로 출입 등록이 진행 중이다. 오늘도 새로 (출입 기자가) 들어왔다"라며 '매체 성향'과 출입 등록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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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김 총리 “4일부터 사적모임 10명·영업시간 밤12시로 완화”

등록 :2022-04-01 08:57수정 :2022-04-01 09:13

정부, 새 거리두기 방안 발표
김부겸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오는 4일부터 2주간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밤 11시에서 밤 12시로 완화하고 사적모임 인원 제한은 8인에서 10인까지로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행사·집회 등 나머지 방역수칙은 현행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유행이 정점을 지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본격적으로 완화하겠다고 수차례 약속드린 바 있다”면서도 “시차를 두고 나타날 위중증과 사망 증가 우려, 우세종화 된 스텔스 오미크론, BA.2라고 명명합니다만, 그 영향, 봄철 행락수요 등 위험요인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김 총리는 이어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듣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의견도 존중해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내리막길에서 더욱 “안전운전”이 필요함을 이해해 주고, 변함없는 방역 협조를 국민 여러분께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김 총리는 “변화된 방역 상황과 현실에 맞게 기존의 제도를 보완하고 대응체계를 조정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며 “변화된 장례 지침과 현실에 맞게 장례비 지원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례지원비 지급을 중단하되 장례 과정에서 감염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매주 3차례 열었던 중대본 회의도 현장 대응에 총력을 다하기 위해 수요일과 금요일, 2차례로 조정하기로 했다. 중대본 회의는 새로운 대책을 논의하기보다 현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하기로 했다.

 

김 총리는 “오미크론 유행 이후의 그 상황을 대비해, 전반적인 방역체계 개편을 미리미리 준비하겠다”며 “향후 2주간 위중증과 사망자를 줄여나가면서 의료체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남아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를 과감하게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연재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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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해명에도 계속되는 김정숙 여사 ‘옷값’ 보도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04.01 07:58
  •  
  •  댓글 2


    •  

[아침신문 솎아보기]
인수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않겠다 요청” 언론 “지방선거 대비”
계속 되는 옷값 보도…특활비 공개하라는 압박
조선일보 “이준석이 전장연 도와줬다” 칼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현 정부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다음달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업무보고 첫결과물에서 각종 규제를 푸는 데 방점이 맞춰지면서 친기업·보수 색채의 경제관이 드러났다고 봤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대선에서 민심이 흔들렸던 주제인 부동산 문제를 처음부터 강하게 잡고 나간다는 해석도 있었다.

청와대의 해명이 있었지만 김정숙 여사의 옷값에 대한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옷값 논란으로 시작해 특활비를 공개하라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판하면서 오히려 전장연이 관심을 호소하는 주제에 전 국민의 관심을 쏠리게 만들었다는 칼럼도 있었다.

▲4월1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4월1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4월1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부동산 감세로 시작한 ‘윤석열 노믹스’”
국민일보 “양도세 중과 1년 배제 다주택 매각 길 터준다”
동아일보 “인수위 ‘다주택 양도세 중과 1년간 면제’”
서울신문 “‘대우조선 알박기’ ‘눈독 들였나’ 또 인사 충돌”
세계일보 “‘대우조선 사장 알박기’ ‘눈독 들일 자리 아니다’”
조선일보 “인수위 ‘대우조선 알박기는 몰염치’”
중앙일보 “청와대 만찬 3일만에 신구권력 입이 거칠어졌다”
한겨레 “‘열, 통증 1년째’ 코로나 후유증에 갇힌 삶”
한국일보 “‘임대차법 수술’ 尹정부 보조 맞춘 법무부”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부동산세제 정상화 과제 중 첫째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 정부에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윤석열 정부 출범(5월10일) 즉시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5월11일 양도분부터 1년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당초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했다.

▲1일 국민일보 3면.
▲1일 국민일보 3면.

경향신문은 1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주재로 열린 인수위 경제분과 업무보고의 첫 결과물이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푸는 데 방점이 맞춰지면서 친기업·보수 색채의 경제관을 뚜렷이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1면에서 “28차례나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안정화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본격적인 수술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1면에 “6월1일 종합부동산세 납무 대상자가 확정되기에 앞서 과도한 세금을 물게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3면 “다주택자 적대적 정책‘ 변화 신호탄, 퇴로 열어 처분 유도”라는 기사에서 “그동안 다주택자에 대해 각종 세금을 종과해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며 그동안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든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나서면서 집값은 집값대로 오르고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전가로 임대료가 급등하는 부작용까지 생겼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3면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선의 판세를 가른 부동산 민심을 서둘러 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썼다.

▲1일 조선일보 사설.
▲1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새 정부 출범에 집값 하락세 멈춤, 심각한 경고음이다”에서 “윤 당선인이 대선에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며 “미친 집값, 미친 전셋값 때문에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층과 청년, 세금 폭탄을 얻어맞은 선의의 1주택자들이 분노해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썼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부동산 정책의 골격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위발(發) 규제 완화 뉴스가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부동산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 다만, 그 대전제는 집값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계속 되는 옷값 보도…특활비 공개하라는 압박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옷값 의혹’을 계속 보도하고 있다. 청와대가 공식 해명을 내놨지만 1일에도 관련 기사가 계속 나왔다.

▲1일 국민일보 2면.
▲1일 국민일보 2면.

앞서 청와대는 지난 29일 ‘김 여사 의상 구입에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쓰였다’는 온라인상 의혹에 대응했다. 영부인의 옷은 사비로 샀거나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지원받아 사용한 후 반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30일 문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생활비로만 13억4500만원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2면에 “‘사비로 구입’ 해명에도 ‘수백만원 현금결제’놓고 2라운드”에서 “청와대가 김 여사 옷값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사비로 옷값을 부담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생활비 액수 공개로 해석됐다”며 “그러나 청와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청와대 측의 해명은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썼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30일 오전 TBS 라디오에서 “(모든 의류와 장신구는) 사비로, 카드로 구매했다”고 주장했는데 의류업계 관계자의 증언으로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후 김 여사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한복 등을 현금으로 결제했고, 대금도 김 여사가 아닌 청와대 비서관이 건넸다는 것 내용이 나왔다.

그러자 청와대는 같은 날 “여사의 사비를 현금으로 쓴 것”이라며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안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1일 브리핑에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유감을 표한다”며 “청와대 특활비는 매년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 한 건도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1일 동아일보 6면.
▲1일 동아일보 6면.

동아일보는 1일 6면에서 “김정숙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 靑근무…靑‘정상 추천 거쳐’”라는 기사를 배치하고 김정숙 여사의 단골 디자이너 A씨의 딸이 청와대에 근무한다고 보도하면서 “특혜 채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썼다. 조선일보도 2면에서 김정숙 여사의 단골 디자이너 딸이 청와대에 근무한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4면에서 이 이슈를 다루며 “청와대가 반격 수위를 끌어올린 것은 종편 등에서 집중 제기하는 이번 논란이 확산한다면 임기 말 국정 운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썼다.

언론은 김정숙 여사의 옷값에서 시작해 특활비를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1일 조선일보 사설.
▲1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문 대통령과 가족들 돈 문제는 왜 이렇게 불투명한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 살았던 양산시 매곡동 사저를 매각한 것과 김정숙 여사의 옷값에 대한 이슈를 묶어 “문 대통령과 그 가족과 관련된 거래는 항상 의문투성이”라고 사설을 썼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오피니언 면 칼럼 “문 대통령 부부의 생활비 등?”에서 “청와대가 이렇게 해 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보를 독점한 채 자신들이 원할 때만 비틀고 때론 왜곡한 정보를 내놓고는 믿으라고 강요했다”며 “문 대통령 부부의 처신이 안타깝지만 그 얘기만 하려는 건 아니다. 이전 청와대에도 정도 차가 있을 뿐 비밀주의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제 어떤 식으로든 문 대통령 부부에 대한 검증이 있을 것”이라고 썼다.

▲1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1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한국일보는 사설 “영부인 옷값 논란, 특활비 투명성 높이는 계기로”에서 “대통령 부인 의상비 논란의 본질은 특활비에 있다”며 “이후 사안의 본질인 특활비는 온데간데없이 의상의 가격이나 구입 경로 등 지엽말단적 문제로 변질됐다. 대통령 부인 의상비를 국가 안보와 결부시켜 특활비 공개를 거부한 청와대나 시시콜콜한 문제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본질을 흐리는 반대편 모두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

다만 한국일보는 “청와대가 의상비 의혹에서 자유롭다면 국가 안보에 관련된 사항을 제외한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막대한 규모의 특활비가 허투루 사용된다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국가안보 등 기밀 활동에 배정된 항목을 제외하고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1일 한국일보 사설.
▲1일 한국일보 사설.

조선일보 “이준석이 전장연 도와줬다” 칼럼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계속되면서 시위 방식에 대한 논란이 토론 거리가 됐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들의 시위를 비판하면서 판은 더 커졌다.

국민일보는 8면 “장애인 탑승 설비, 노선버스에 국한…정부, 이제야 대응 착수”라는 기사에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자 정부가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고 전했다.

▲1일 국민일보 8면.
▲1일 국민일보 8면.

전장연은 서울 모든 지하철역 승강장에 엘리베이터 설치 등의 요구를 하며 지난해부터 서울 지하철에서 출·퇴근 시간대에 시위를 이어왔다. 이에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두고 논쟁이 일어났다. 국민일보는 8면에서 “교통 약자의 이동권 보장 요구가 오래전부터 이뤄졌음에도 무관심 속에 더디게 진전된 것도 사실”이라며 시위의 역사를 짚었다.

국민일보는 “게다가 지역별로 특별교통수단 보급도 천차만별이다. 2019년 말 기준 서울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53.9%였지만, 충남은 9.3%, 울산은 12.2%에 그쳤다. 전체 국내 노선버스 중 저상버스 보급률도 지난해 27.8%로 보급 목표치인 42%에 한참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고속버스, 시외버스는 여전히 저상버스 의무 도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더 적극적”이라며 영국은 2020년부터 모든 좌석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와 고정설비, 탑승 보조 등의 교통약자 지원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일본도 이미 2000년에 장애인과 고령자 등의 대중교통 이용과 관련, ‘교통 배리어프리법’을 제정해 노선버스의 바닥 면 높이를 65cm 이하로 제한하는 법을 시행해왔다고 전했다.

▲1일 조선일보 오피니언.
▲1일 조선일보 오피니언.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차장은 조선일보 오피니언 면에 “이준석 대표가 환기시킨 장애인 이동권 문제”라는 칼럼에서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결과적으로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를 도와준 셈이 됐다”며 “전장연이 바란 게 이런 사회적 관심이었을 텐데 이 대표 ‘덕분에’ 부각됐다”고 썼다.

조선일보의 이 칼럼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弱者)가 옥신각신하는 모양새는 씁쓸하다”며 “이 문제를 지하철을 이용하는 비장애인들 인내와 덕성에 의존할 수는 없다. 정책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썼다. 이어 “이 대표가 전장연을 비난하자 장애인 문제가 정치 진영 논리에 엮여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부분은 그래서 아쉽다”며 “갑자기 누가 장애인이 되더라도 다른 구성원들과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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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졌잘싸'? 역사상 가장 약한 후보에게 졌다"

유승찬 "'민주당다움'이 붕괴된 선거, 기득권 내로남불과 무능 프레임으로 대체"

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2.03.31. 13:41:05 최종수정 2022.03.31. 17:49:00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프레임에 갇히면 답이 없다"는 경고가 나왔다.

더민초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대선평가 경청토론회 1차 총괄평가를 갖고, "역대 가장 적은 표차(0.73%)로 당락이 결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대 가장 적은 표차로 당락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0.73%라는 표차에 대해 "수치적으로는 석패했지만, 가치적으로는 참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0.73%의 초박빙 결과는 '민주당 심판'과 '국민의힘 경고'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면서 "뭉뚱그려 '졌잘싸' 프레임에 갇히면 답이 없다. '졌잘싸'보다는 '이재명 후보의 석패이자 민주당의 참패'라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대표는 다만, 이재명 대선후보의 막판 추격전을 의미있게 평가했다. 특히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직후 이재명 후보의 메시지였던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윤-안의 단일화 발표에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역사와 국민을 믿습니다. 민생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습니다"라는 64자의 짧지만 굵은 입장 표명을 했다.

▲ 3월 11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메시지가 나란히 걸려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역사상 가장 약한 후보에게 졌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이번 대선 패배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유 대표는 "역대 가장 적은 표차로 당락이 결정"된 대선이 아니라 "역사상 가장 약한 상대 후보에게 진 뼈아픈 패배"라고 재정리했다. 

그는 "압도적인 정권 심판론 속에서 인물 경쟁력에서 압도하지 못한 비호감 레이스"였다는 점을 꼬집으며 "촛불정부 5년 만에 정권교체, 탄핵세력의 화려한 부활 책임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득권 내로남불, 단체장 성추행 사건,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비롯된 정권 심판론을 극복하지 못했"으며 "민주당과 이재명이 꿈꾸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국민을 설득하는 데 부족했"고, 그로 인해 "진보적 가치마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졌잘싸'가 아닌 '이재명 석패, 민주당 참패'라는 분석의 근거로 대선 전략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선거 내내 근거 없는 낙관론이 팽배했으며 전략은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하다가 네거티브에 올인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기본소득과 대장동 사건, 반(反)여성주의 흐름 등의 대응에도 우왕좌왕했다"고 비판했다. 또 송영길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기득권 해체-정치 교체-이재명 승리'를 외쳤지만, 결국 송 대표의 단독 행동으로 끝나면서 파장이 적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 대표는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박지현 씨(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이재명 캠프 합류에 대해 "막판 부동층을 흡수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나 전략적 우연성이었을 뿐"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후까지 부동층으로 꼽힌 20대 여성들은 국민의힘의 반여성주의(안티 페미니즘) 행태에 대한 전략적인 투표를 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이 후보는 20대 이하 여성들에게 58.0%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다움' 붕괴되고 기득권 내로남불과 무능 프레임으로 대체됐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비난 속에 민주당은 대전환 시대를 열 가치 또한 보여주지 못했다. 유 대표는 "포퓰리즘의 근원인 불평등 심화에 대한 대안, 미래 어젠다인 기후위기 극복 방안, 다원주의 시대 진짜 선진국을 위한 공약 등에서 뚜렷한 차별화에 실패했다"고 봤다. 또한 "'김대중-노무현-김근태'의 도도한 가치를 계승할 '민주당다움'이 붕괴 수준에 이르"렀으며 "도덕적 책임감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 리버럴 이미지가 기득권 내로남불과 무능 프레임으로 대체"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그는 "지금 민주당의 위기는 시대정신과 가치 부재의 위기"라면서 "민주당의 존재 이유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익 중심의 계산을 넘어서는 보편적·도덕적 가치를 언어화해야 중도층 포섭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유 대표는 다각도의 패배 원인에도 불구하고,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민주당은 지난 2월 27일 국무총리 국회 추천과 실질적 다당제 구현을 위한 선거제 개편,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개헌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유 대표는 "선거 내내 '정권교체(야권단일화)' 프레임이 유지되어 오다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당론 채택으로 정권교체 및 정권 심판 구도를 잠시 압도했지만, 그 동력이 대선 승리까지 가기에는 '진정성'이라는 한 끗이 부족했다"며 "'윤-안 단일화 선언'이 강력한 역풍에 직면했지만 오히려 정권교체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를 넘어서는 유일한 방법은 "힘겹게 쌓아 올린 정치교체 프레임의 진정성을 살릴 반성과 성찰, 기득권 내려놓기였"는데 "선거 막판 이 후보는 포지티브 중심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당은 네거티브로 일관했다"고, 유 대표는 쓴소리를 했다. 특히 "간절함에 호소해야 할 마지막 순간에 '대장동 몸통' 논란에 올인한 점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착시에 근거한 세대론은 해체됐다" 

유 대표는 "그동안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2030 여성'들의 묵직한 반란이 있었지만, 끝까지 민주당에 마음을 열지 않은 40대의 기권과 다량의 무효표 등이 선거의 승패를 결정"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평균보다 7%나 낮았던 40대 투표율 저조 이유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어떤 선거보다 '이대남' 표심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20대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72.5%라는 높은 지지를 보인 20대 남성에게 집중하며 여성과 갈라치기 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20대 이하 남성은 58.7%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비해 13.8% 하락한 수치다.(방송3사 출구조사 참고) 

이에 유 대표는 "20대 이하 남성의 국민의힘 결집도가 현저히 약화됐다"며 "보수화가 아니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발 심리가 크게 작용한 급진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입체적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20대 대다수는 무당파이며 선거 일주일 전에 후보를 결정할 정도로 고도의 변동성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견해를 인용해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세대균열이 강화된 것이 아니라 세대균열이 해체"됐으며 "2030을 일관되게 규정하는 것은 착시에 근거한 세대담론"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최근 <그런 세대는 없다>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정치권의 세대담론을 경계했다.(☞ 관련 기사 : '세대론'이란 굿판을 걷어 치워라!) 

민주당, 무엇을 해야 할까 

유 대표는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와 관련해 "새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선거에서 무리한 목표설정은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지방선거의 특성상 지나친 정치화는 잘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은 국민이, 국회의원은 시민이, 지방선거는 주민이 뽑는다'는 말이 있는 만큼 지방선거는 일상·민생·복지 등이 중요한 선거라는 뜻.

따라서 유 대표는 "국민통합 정신을 이어가면서 '민생 선진국'을 전면에 내걸고 돌봄시대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중산층을 위한 민주당의 정체성 재구성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이는 "차기 윤석열 정부의 반동화 경향을 극복하는 전략과 결합하면 더 큰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대표는 격전지가 될 서울의 경우 "담대한 발상"으로, "젊고 혁신적인 여성을 시장 후보로 공천해 반기득권적 도전적 흐름을 만드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한편, 유 대표는 민주당 내 '이재명 조기등판론'을 우려했다. 그는 "온전히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대선후보로 매우 소중한 전략 자산은 아낄 필요가 있다"면서 오히려 "'신냉전 위험 시대'의 외교안보전략 연구 등으로 '이재명'이라는 자산의 역량을 축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와 더불어 "'문파(문재인 지지자)', '명파(이재명 지지자)' 등 극렬 지지층의 자정노력이 절실하다"며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앞으로 5년,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할까. 유 대표는 정치개혁을 중심으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당론으로 채택한 정치개혁 법안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유야무야하면 반드시 역풍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평등법(차별금지법), 이주민, 장애인 권리향상 등 다원주의 사회로 가는 진보적 가치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반동적 혐오정치'(여성, 장애인 등)에 대해 초강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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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값 폭등 ‘기승전결’…한국, 피해 완화 정공법과 멀어지나

화물노동자 6.5%만 보호하는 안전운임제…그나마도 법적 시한은 올해까지

 
지난 28일 경기 수원시의 한 화물차 공영주차장에 화물차와 중장비 차량들이 운행을 나가지 않고 주차돼 있는 모습. 2022.3.28. ⓒ뉴스
 
 러시아발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경유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유가 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디젤차를 모는 화물노동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유가 변동과 운임을 연동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적용 대상이 제한돼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figcaption>
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전국 주유소가 판매한 자동차 경유 평균 가격은 1,920원이다. 지난 1월 1일 1,442원에서 478원(33%) 올랐다. 오일 쇼크 정점이던 2008년 이후 최고치 수준이다.

경유 가격 폭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됐다. 경유는 원유를 정유해 만든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경유 가격도 오른다.

전쟁으로 유럽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유럽은 2022년 말까지 러시아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러시아 원유 수입이 줄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반러 여론이 일고 선사들이 러시아 항구 입출항을 중단하자, 유럽 정유사가 러시아 석유를 구입하지 않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들여오던 물량은 중동에서 충당한다.

미국도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해 중동 원유 비중이 커지고 있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 러시아 물량이 배제되고 중동 원유에 수요가 몰리자 유가가 뛰었다. 국제 원가 기준이 되는 대표 유종인 서부텍사스원유(WTI)·브렌트유·두바이유의 이번달 평균 거래 가격은 1월 대비 각각 31~37%씩 올랐다.

유럽의 러시아 금수조치 대상에는 경유도 포함됐다.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경유 의존도가 높다. 독일은 경유 수입 물량에서 러시아 물량이 30%를 차지한다. 프랑스는 25%, 영국은 18%에 이른다. 유럽 국가 전반적으로는 러시아 의존도가 약 50%에 달한다.

유럽 정유사들은 코로나19로 차량 이동이 감소해 경유 생산을 줄이는 와중이었다. 재고가 줄어든 상황에서 러시아 수입을 줄여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다. 유럽은 디젤 차량이 많아 경유 수요가 크다는 점도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SK에너지·GS칼텍스·S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러시아로부터 경유를 수입하지는 않는다. 수입한 원유로 경유를 만들어 판다.

정유사도 러시아 원유 도입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물량 일부를 비싼 중동 원유로 대체하게 된다. 한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 비중은 5% 정도다. 러시아 의존도가 높지는 않지만, 국제 유가 상승 여파를 받는다. 또한, 선사들이 원유 운반 배삯을 올려, 정유사의 원가 부담도 커졌다.

정유사는 주유소에 공급하는 경유 가격을 국제 시장 가격에 연동한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현물시장 가격에 세금과 판매관리 비용, 운임 등을 더한다. 정유사별로 이윤을 얼마나 남길지 경영 판단도 들어간다. 원유를 들여올 때 환율도 따져야 한다.

국제 시장 가격이 주유소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 시차가 있다. 정유사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1주 전 평균 가격을 반영해,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를 산정한다. 주유소는 통상 1~2주치 재고를 쌓아둔다.

실제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과 주유소 판매 가격을 보면,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은 지난 1월 1주차 평균 676원에서 이번달 2주차 평균 1,221원으로 매주 올랐다. 주유소 판매 가격도 1,440원에서 1,918원으로 지속 상승했다. 이 기간 두 시장 경유 가격은 각각 545원, 478원 올랐다.

한국 경유 가격이 단기간에 다시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원유 수급 불균형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태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 이슈로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가 나오고 있어 전망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만큼, 시간이 갈수록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제 경유 가격은 하향 전환했다. 1,200원대를 돌파하던 것이 이번달 3주차에는 980원으로 떨어졌다. 4주차와 5주차는 각각 1,130원, 1,110원을 기록했다. 다소 등락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내림세가 감지되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흐름이 다음달 초에 주유소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주유소 가격이 정해지는 구조를 봐도, 하향세를 단언하기는 무리가 있다. 정유사는 국제 가격뿐 아니라 여러 요소를 고려해 도매가격을 정한다. 개별 주유소도 디젤 차량이 얼마나 오는지, 근처 주유소는 얼마에 파는지 등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조정한다.

또한, 정유사는 국제 가격 상승은 빠르게 반영하면서, 하락할 때는 소극적으로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다. 4사가 과점하는 구조이기에 가능한 행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 가격과 국내 공급 가격은 추세적으로 연동되는 것이지, 정확히 동일하게 움직이는 건 아니다”라며 “국제 가격이 극심하게 변동하는 시기에는 단기간 분석에 한계가 있어, 장기 경향성을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유소 평균 경유 가격 추이 ⓒ오피넷
화물노동자 보호 못하는 안전운임제…화주 반발에 확대 적용 난항

경유 가격 폭등으로 화물노동자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운송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일반 화물차주 월 평균 유류비 지출액은 252만 8천원으로, 총 지출액의 42.7%를 차지했다.

2020년 평균 경유 가격은 1,189원이었다. 이번달 평균 경유 가격이 1,800원대라는 점을 반영하면, 유류비 지출액은 390만원 수준로 치솟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가 집계한 수치는 더 심각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평균과 비교할 때 12톤 이상 화물차의 유류비 지출은 약 175만원 증가했다. 유류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5톤 이하 화물차는 64만원, 무거운 철강재를 운송하는 25톤 화물차는 250만원 증가했다.

화물연대는 최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화물노동자 평균 월 순수입은 342만원으로 추산된다”며 “경유 가격 인상으로 100만~300만원 가까이 지출이 증가하면, 사실상 수입이 0에 수렴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화주-운수사업자-화물노동자’ 거래 구조로 이뤄진 화물 업계에서 유가 급등 부담이 화물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 화주는 유가가 올라도 운임을 높이지 않으면서 유가가 떨어질 때는 운임을 낮추는 행태가 일반화돼있다는 게 화물연대 설명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운임에 유가 변동을 연동하도록 협약을 맺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유가가 떨어질 때 운임이 깎인다”며 “특히 조직된 노동자가 없는 곳은 떨어지는 유가를 그대로 반영하면서 오르는 유가는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물노동자는 유가 상승을 운임에 반영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요구한다. 틀은 갖춰져 있다. 안전운임제가 시행 중이다. 안전운임은 원가비용과 최소 생계비를 반영한 최소한의 운임이다. 화주가 운수사업자에게 주는 운임(안전운송운임)과 운수사업자가 화물노동자에 주는 운임(안전위탁운임)을 1년마다 고시한다. 안전운임을 지키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낮은 운임으로 화물노동자가 과로·과적·과속에 내몰리는 상황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유가 변동은 3개월마다 반영해 운임을 재고시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안전운임에 유가 변동을 반영하는 주기가 3개월이라 시차가 있다”면서도 “화물노동자 지출 원가를 화주가 지불하도록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현재는 특수자동차로 실어 나르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에만 적용한다. 전체 화물노동자 40만대 중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노동자는 2만 6천대(6.5%)뿐이다. 식료품과 생활용품 등 일반 화물차로 운반하는 품목은 배제된다.

법적으로 정해진 제도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일몰제로 시행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속적으로 안전운임제 확대 목소리를 내왔지만,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화물차주 대표로 안전운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공익‧화주‧운수사업자‧화물차주 대표위원 총 13명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안전운임을 정하고 안전운임 적용 품목 등을 논의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주와 운송사는 안전운임제를 없어질 제도로 생각해, 품목 확대와 시한 폐지 등 요구에 협의해주지 않고 있다”며 “제도 확대는 법 개정 사안이라 위원회 권한도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안전운임제 시한을 없애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 대한 국토교통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화물연대뿐 아니라, 운수사업자 측도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화주로부터 받는 운임이 낮게 책정된 탓에 운수사업자가 화물노동자에게 각종 수수료를 징수하게 돼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몰제 기간을 1년 연장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운수사업자·화물노동자 간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용달차 관련 협회는 용달차에도 안전운임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화주 측은 거세게 반대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무역 업계 수출경쟁력에 피해가 초래된다며, 안전운임제는 폐지하고 차주를 위한 정책 보완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화주의 희생을 강요한다며, 올해까지만 시행하고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유보적이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제도 효과과 영향을 분석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안전운임제를 일몰제로 3년 만에 없애버리면, 화주와 운송사 반대를 고려해 시범적으로 시작해 확대하자는 당초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지난 28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경유를 주유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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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한일 간 군사협력은 불가, 안보협력은 중요’

윤 당선인측도 ‘한미일 공동군사훈련은 차원 다른 문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3.31 16:04
  •  
  •  댓글 1
 
외교부는 31일 한미일 안보협력은 중요하지만 군사협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한미 외교장관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외교부는 31일 한미일 안보협력은 중요하지만 군사협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한미 외교장관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한일 간 군사협력은 양국 간 신뢰회복과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일본 정부가 최근 한·미·일 3국 군사훈련을 한반도 수역에서 하자고 거듭 제안해왔으나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사실이 30일 확인됐다”는 전날 [한겨레] 보도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 대변인은 “우리의 유일한 군사동맹은 미국”이라며 한일 간 군사협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대응을 위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 2월 12일 호놀룰루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과 지난 11일 한미일 외교차관 전화협의 당시 한미일 군사훈련을 거듭 제안한 명분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동향이었다.

즉, 미국과 일본은 북한 군사도발에 맞서는 한미일 군사훈련을 제안했지만 우리 정부는 3국간 ‘안보협력’은 중요하지만 일본이 참여하는 3국 공동군사훈련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한미일 공동군사훈련은 한미일 안보협력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공동군사훈련이라고 하면 안보협력이 아닌 군사훈련 단계에 들어가는 거다”고 선을 긋고 “새 정부에서는 한미일 간에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안보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김태효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이 과거 논문에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후방 구조활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처리를 주도한 전력 등을 들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한일 간 군사협력이 추진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윤 당선인도 후보 당시 TV토론에서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유사시에 (자위대가) 들어올 수 있는 것이지만, 꼭 그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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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나? 개딸들의 노래와 구호, 가히 혁명적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2030 여성들이 주도하는 신박한 정치

22.03.31 06:05l최종 업데이트 22.03.31 06:05l
장혜영 정의당 의원(왼쪽)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함께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장혜영 정의당 의원(왼쪽)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함께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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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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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성 정치다. 그것도 2030 여성들이 주도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현장.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만났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 동참한 김예지 의원은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한다"며 무릎을 꿇었다.

김 의원은 시각 장애인이다. 무릎을 꿇은 김 의원 옆을 안내견 조이가 지키고 있었고, 휠체어에 앉은 박경석 전장연 대표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박경석 대표는 심상정 대표가 대선 토론 마지막 발언에서 소개했던 사람이다. 정의당 소속 장혜영 의원도 이날 시위에서 김 의원과 만나 악수를 나눴다. 다음날인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전장연 간담회에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박 대표를 만나 허리를 굽히며 장애인들에게 사과했다. 박 공동위원장은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갈등만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며 "곧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시위를 두고 '서울시민을 볼모로 삼는 시위'라고 했다"고 국민의힘 정치인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전장연 시위를 수일째 집중적으로 공격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소위 갈라치기 정치가 전선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자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이 대표 작품이라 알려져 있다. 여성혐오를 넘어 이 대표의 갈라치기 정치가 소수자와 약자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대척점에 20대 박지현 위원장을 필두로 여성 정치인들이 앞장섰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특히 장애인과 여성 정치인의 연대라는 측면에서 40대 초반인 국민의힘 소속 김 의원이나 30대 진보정당 여성 정치인인 장혜영 의원이 손을 맞잡은 장면 역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를 넘어, 20대 대선 직후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2030 여성들이라는 사실은 신선한 혁명이다.

'다시 만난 세계'와 '기도스'
 
'밭갈이 운동본부' 등이 주최한 '민주당 개혁' 집회
▲  "밭갈이 운동본부" 등이 주최한 "민주당 개혁" 집회
ⓒ 유튜브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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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지난 24일 여의도 대로에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밭갈이 운동본부' 등이 주최한 '민주당 개혁' 집회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부른 시위 곡은 투쟁가나 민중가요가 아닌 바로 '다시 만난 세계'였고, 일부 유튜버들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 장면은 2016년 7월 이화여대 학생들이 최서원(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입시비리에 항의하며 학내에서 진행한 평화집회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 '다시 만난 세계'가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후 6년이 시간이 흘렀다. 다시 여의도에 울려 퍼진 '다시 만난 세계'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시켰던 이화여대 시위 및 탄핵 촛불과 최근 2030 여성들의 민주당 개혁 시위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구호는 바뀌었다.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이라 일컬어지는 2030 여성 '민주당 개혁' 시위 참가자들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민주당 개혁' 딱 세 가지를 요구하는 중이다. 이들은 20대 대선 전까지 민주당이 완수하지 못한 개혁 과제 완수와 가장 많은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의 개혁을 부르짖는 중이다.

무엇보다 과거 투쟁 중심이나 비판 일색의 네거티브한 집회가 아닌, 파란 풍선을 들고 "민주당은 할 수 있다"는 구호와 함께 포지티브 한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이러한 긍정적인 개혁을 상징하는 노래다.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개딸'들의 정치개혁 목소리도 '신박'하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게 하시고, 기업인들은 사람을 존중하게 하시며, 언론인들은 진실을 말하게 해 주시고, 법조인들은 양심을 지키게 하소서."

이 개딸들이 매일 저녁 온라인에서 게시하는 '기도스'(기도+디도스의 합성조어)의 일부다. 상식적인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한국사회의 개혁을 염원하는 이들의 언어다. 아이돌이나 대중문화에 천착했던 이들마저도 급속도로 한국정치사를 공부하면서 소위 정치의 언어를 깨부수는 중이다.

삶도, 정치도 계속된다

만만치 않은 화력과 숫자를 자랑하는 2030 여성들이 20대 대선 직후 정치개혁에 목소리를 내고 직접 뛰어드는 현상은 사실 낯설지 않다. K-트럼프의 탄생이 우려되는 지금, 그 트럼프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벌어졌던 일이기 때문이다.

미 뉴욕 주 연방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AOC)는 1989년생으로, 트럼프 시대이던 지난 2018년 당시 민주당 서열 4위라 불리던 조 크롤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역대 최연소 여성 연방 하원의원의 탄생이었다.

당시 미국 중간선거는 여성을 비롯해 소수인종 및 사회적 약자들의 선거 참여가 도드라졌다(넷플릭스 다큐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에 이러한 실상이 잘 묘사되어 있다).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이 공식화된 트럼프 시대를 참을 수 없던 정치적 소수자들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였던 AOC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2030) 여성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큰사진보기(Knock Down the House)"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image-rendering: -webkit-optimize-contrast;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402px;">
▲  넷플릭스 다큐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Knock Down the House)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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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미국의 AOC 지지자들이나 2022년 민주당 박지현 위원장을 '불꽃대장'이라 부르는 여성 유권자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의회로 보낸 뒤 정치 효능감을 맛보는 것. 그리하여 세상을, 미국이나 한국의 민주당을 개혁하는 것. 그러한 정치 효능감을 바탕으로 혐오와 차별로 얼룩진 사회와 정치를 개혁하고 싶은 열망, 그리하여 조금이나마 안전하고 상식적인 나라에서 살고 싶은 염원 말이다.

0.73%p, 24만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린 20대 대선 직후, 정치적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뉴스를 끊었다는 이들이 넘쳐난다. 현직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차기 윤석열 당선자보다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윤 당선자를 찍은 쪽이나, 찍지 않은 쪽 모두 그러한 피로감을 비켜갈 수 없다.

그런 이들에게 '개딸'들이, 새로운 유권자들이 열어젖히는 '다시 만난 세계'는 신선한 충격이다. 이들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렇게, 20대 대선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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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매체,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면면..극단적 대결관계 우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3.30 09:52
  •  
  •  수정 2022.03.30 10:40
  •  
  •  댓글 0
 
왼쪽부터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청와대 안보정책담당관. [사진 출처-다음 인물정보]
왼쪽부터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청와대 안보정책담당관. [사진 출처-다음 인물정보]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의 면면을 보아 남북관계가 극단적 대결상태에 빠져들었던 이명박 정권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30일 '떡부스레기 모아 빚은 것 역시 떡'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외교안보분과 간사와 위원인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청와대 안보정책담당관 등을 일컬어 "이명박 집권시기 역도의 하수인 노릇을 구접스럽게 해 온 극악한 대결광들, 사대매국노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사이트는 이들이 이명박 정권에서 반북 대결정책인 '비핵, 개방, 3000' 작성에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 △미국산 첨단 군사장비 도입 △굳건한 한미동맹에 의한 대북압박을 강조해온 대미추종, 친미사대주의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이같은 과거 행적으로 미루어 "머지않아 생겨나게 될 윤석열 정권은 곧 제2의 이명박 정권이 될 것임은 더 논할 여지가 없다"는 것.

사이트는 이명박 정권 시절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 주장 △북 급변사태 대비 △북한인권법 강조 △중단되었던 반북심리전 전면 개시 △탈북 귀순공작 강화 △선제타격론과 전쟁불사론 제기 △한미합동군사연습이 더욱 빈번해졌다고 하면서, 이 시기 "조선(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시도 때도 없이 조성되곤 하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웹사이트 [메아리]도 이날 '무지의 산물-대북정책 구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이명박·박근혜의 대북·대미·대일정책의 판막이, 모사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이트는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북남대화를 철저히 '북 비핵화'의 수단으로 삼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북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미 일 상전들과 함께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핵신고와 핵시설사찰과 같은 실질적인 비핵화조치가 이루어질 때 북남협력교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 본질과 내용, 형식에 있어서 이명박의 '비핵, 개방, 3 000'이나 박근혜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조금도 차이가 없는 것들"이라고 깎아내렸다.

윤 당선인에 대해서는 '이명박근혜화 조금도 짝지지 않는 대결광신자',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푼수없이 헤덤비는 저능아'라고 평하고는 "이명박근혜가 걸어간 파멸의 길로 질주하는 무지한 윤석열이 이 땅의 평화를 파괴하는 참혹한 재앙만을 불러오는 화근덩어리라는 것은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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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안전하지 않았다

[암에 걸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④ 청소노동자 산재 대리한 김민호 노무사 인터뷰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미지의 영역이다. 삼성 디스플레이 아산공장 OLED 생산 공정에서 약 7년간 근무한 김은주(가명)씨의 역학조사 보고서에서는 청소 노동자의 일상적인 근무 방식조차 비공개 처리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협력해서 활동하는 김민호 노무사는 반도체 직업병 인정 활동에 참여해왔다. 유방암이 발병한 삼성 반도체 공장 청소노동자의 산재 신청에도 함께했다. 그중 생산시설인 클린룸에 근무했던 김 씨의 역학조사에서는 현장 조사에 함께 들어가기도 했다.

먼지 하나 없다고 알려진 반도체 공장 청소 노동자들은 어떤 업무를 하고 어떤 위험에 노출되고 있을까. '상당 인과관계'가 없다며 산재를 승인받지 못한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정말로 안전한 것일까. <프레시안>은 2월28일 천안에 위치한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에서 김민호 노무사를 만나 물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관련기사 바로가기 ☞ :  암에 걸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반도체 노동자의 ‘반도체 직업병’ 

프레시안 : 엔지니어, 오퍼레이터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근무자들의 직업성 질병 위험은 반올림의 활동으로 많이 알려졌고 직업성 질병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노동자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황 비교를 위해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는 어떤 일을 하나? 

김민호 : 보통 공장에서 생산라인에 쭉 서서 작업하는 사람을 생산직이라고 부르고, 설비가 고장 나면 고치러 오는 사람을 정비공이라고 표현한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이를 각각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로 부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엔지니어는 장비를 수리하는 설비 엔지니어, 특정 공정의 생산 전반을 담당하는 공정 엔지니어로 구분된다. 오퍼레이터는 설비에 붙어서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과 일부 검사 파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레시안 : 하는 일이 다르면 일하면서 겪는 위험도 다를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김민호 : 반도체‧디스플레이 노동자에 대한 여러 보고서를 보면, 오퍼레이터는 '저농도 유해물질'에 꾸준히 노출된다. 설비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늘 설비 앞에 붙어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설비가 거대화되면서 오퍼레이터가 설비 안에 들어가서 작업하는 경우도 늘었다. 그런데 전리방사선의 위험성은 노출 거리가 가까울수록 높다. 설비 안에서 작업하면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 

반면, 엔지니어는 단시간에 ‘고농도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엔지니어는 생산 라인에 처음 설비를 들여오는 과정인 '셋업(set up)' 때 많이 근무한다. 셋업 이후에 부분적으로 설비를 교체하는 작업도 한다. 보통 자동차 공장도 신차가 나오면 한동안 공정 문제로 리콜 들어오고 안정화 단계를 거친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공장도 설비를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는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의 유해물질 노출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신 엔지니어들은 공정에 상주하지 않고 일이 있을 때 들어온다. 상주하는 사무실이 따로 있다. 삼성이 엔지니어의 질병이 산재가 아니라고 할 때 ‘엔지니어는 사무실에 있어서 유해물질에 노출이 얼마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고농도 단시간 노출 위험성을 희석하는 주장이다. 

▲지난 2월,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산재 신청을 대리한 김민호 노무사를 만났다. 김민호 노무사는 "청소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최용락)

청소노동자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복합노출되는 화학물질량은 압도적 

프레시안 : 반도체 공장 청소 노동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에서 일하나? 오퍼레이터나 엔지니어에 비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나? 

김민호 : 오퍼레이터나 엔지니어에 비해 결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느꼈다. 

반도체 공장 청소노동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생산 라인이 있는 '클린룸(cleanroom)'에 근무하는 노동자와 클린룸에 들어가기 전 작업자들이 방진복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스막룸(somckroom)'에 근무하는 노동자다.

클린룸 청소노동자는 오퍼레이터나 엔지니어보다 훨씬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클린룸은 상부에 있는 펩(fap)층과 하부에 있는 알피(RP, return plenum)층 두 개로 나뉜다. 한 층이 축구장보다 넓다. 오퍼레이터는 주로 생산설비가 있는 펩층에서 근무한다. 알피층에는 가스관, 배기관 이런 것들이 있는데 주로 엔지니어들이 출입한다. 청소노동자는 이 두 곳을 다 간다. 쉽게 말해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니 모든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고 복합 노출도 일어날 수 있다. 

화학물질에 직접 노출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클린룸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부에 있는 알피층에는 상부에 있는 팹층에서 내려온 오폐수와 오염된 공기를 빼내는 배관이 어지럽게 있다고 한다. 거기서 액체 같은 것이 누출될 때를 대비해 리트머스 시험지를 들고 다닌다. 회사는 액체가 떨어져 있으면 그냥 닦지 말고 리트머스 시험지를 던져보라고 지시한다. 그 결과를 곳곳에 설치된 전화기로 상부에 보고하기도 한다. 청소노동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걸 회사도 아는 거다. 

팹층 아래 있는 알피층 천장에서 색깔 있는 가루 같은 것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알피층 바닥을 걸레로 닦으면, 다양한 색이 묻어나온다고 한다. 역학조사 때 직접 들어가 보니, 팹층 바닥에 빨대 같은 구멍이 뚫려있다. 거기로 떨어지는 거다. 

또, 팹층에서는 설비 주변도 걸레질한다. 엔지니어들이 유지보수 작업을 끝낸 뒤에 설비 주변을 청소하는 경우도 있다. 엔지니어들이 일차적으로 작업 뒷정리를 하지만 남은 찌꺼기가 있기 마련이다. 엔지니어들이 뒷정리를 한다고 해도 청소노동자 눈에는 다 보인다. 

프레시안 : 스막룸은 어떤가? 생산 설비가 없는 스막룸도 위험한가? 

김민호 : 스막룸에서도 클린룸에서 나온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클린룸 공기가 스막룸까지 순환하기 때문에 생산 설비가 없는 스막룸에서도 클린룸의 화학물질이 그대로 검출되는 것이다. 

또, 스막룸 청소노동자들은 클린룸으로 들어가는 클린룸 근무자들이 입었던 방진복 같은 보호장구를 정리한다. 하루에 수백 벌이 넘는다. 여기에도 화학물질이 묻어있을 수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겉 장갑, 방진화, 방진복에 묻어 있는 화학물질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스막룸 바닥에 묻은 물질도 다 닦아야 한다. 

그리고 스막룸 청소노동자는 주야간 교대근무를 한다. 야간근무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발암물질이다. 이런 요인들이 스막룸 청소노동자의 질병에 영향을 줬다고 추측하고 있다. 

역학조사의 한계..."추정의 원칙 확대해서 산재 인정 신속성과 공정성 담보해야" 

프레시안 :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신청한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 5명 중 1명에 대해서만 산재를 인정했다.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 청소노동자 중 1명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포함해 역학조사까지 진행한 뒤 불승인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역학조사와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민호 : 보여주는 것만 보고, 들려주는 것만 듣는 식의 역학조사였다. 과거에도 그랬다. 산재심사나 역학조사를 하면, 회사는 자신들이 쓰는 물질에 대해 굉장히 제한적인 자료만 공개한다. 

클린룸 청소노동자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보면, 삼성 측과 청소노동자가 속해있는 하청업체가 작성한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따른 근무자 유해물질 노출 농도가 나온다. 청소노동자가 가는 곳 중 일부에서 유해물질 노출 농도를 측정한 것이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은 다양한 공간을 돌아다닌다. 짧은 순간 고농도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순간도 있을 거다. 이런 위험은 일부 공간을 노출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는 파악되지 않는다. 

작업환경측정결과에 작업장에서 쓰는 모든 유해물질이 포함됐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면 역학조사관이 과거에 사용한 화학물질 구매 리스트를 요청해서 더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한다. 물론 자료를 요청했는데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료가 부족하면, 역학조사 보고서에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산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고 쓰기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도 안 한다. 

▲김민호 노무사는 "업무상 질병, 특히 첨단산업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는 현대과학으로 완벽히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뉴스룸

프레시안 : 현장조사에도 동행한 것으로 안다. 현장조사는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직접 가서 본 청소노동자 근무 환경은 어땠나? 

김민호 : 첫 번째 현장조사에서는 대리인을 아예 못 들어가게 했다. 청소노동자 당사자만 혼자 들어가서 보고 싶은 곳도 다 못 보고 나왔다. 항의해서 다음 현장조사에서 같이 들어갔다. 

가서 보니 설비와 설비 사이 틈에 가루가 많이 보였다. 색깔 있는 가루도 있었다. 조사관에게 이걸 가져가서 조사해달라고 했다. 삼성 측에서 가져가면 안 된다면서 나중에 보내준다고 했다. 결국 삼성이 보낸 가루로 성분을 분석해 유해물질 농도가 기준치보다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회사가 보낸 가루가 그때 그 가루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런 점에서 역학조사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프레시안 : 해당 사건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역학조사를 주요근거로 삼아 신청인의 질병은 산재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조사 자체의 부실성을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역학조사에 기초해 산재 여부를 결정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시각도 있을 것 같다. 

김민호 : 업무상 질병, 특히 첨단산업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는 현대과학으로 완벽히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실제로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인정하는 역학조사 보고서는 매우 드물다. 

개인별 차이도 있다. 어떤 사람은 유해물질 내성이 강한데 어떤 사람은 약하다. 이런 차이를 과학적으로 따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평균인을 가정해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따지는 건 불합리하다는 법원 판례는 1990년대부터 나왔다.

특히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2017년 대법원이 ‘사용되는 유해물질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으니 질병과 업무의 관련성을 더 적극적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근로복지공단도 2018년 ‘직업성 암 재해조사 및 판단요령’ 지침에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산재 심사 시 유해물질의 노출 기준 초과 여부는 필수적으로 따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유해물질이 발암 요인으로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법적으로도 역학조사는 자문 성격의 자료지 산재 여부를 결정하는 자료가 아니다. 

그런데도 질병 산재 여부를 판단하는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 판정위원들은 역학조사 결과에 크게 휘둘린다. 질판위 구성 자체가 그렇다. 상당수가 질병의 원인보다는 치료에 관심이 많은 임상의다. 작업장 유해 인자를 연구하는 직업환경의는 보통 1명밖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사로서 과학적 신념에 따른 것이겠지만, 임상의들은 보통 엄격하고 공인된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산재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역학조사가 산재 인정의 걸림돌이 돼버린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산재를 인정받은 청소노동자도 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김민호 : ‘대진운’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상 질병을 많이 연구하고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판정위원이 들어오면 산재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스템이나 매뉴얼 상으로 인정되는 게 아니라 운이 많이 작용하는 구조다.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재 제도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판정을 운에 맡기면 안 된다. 구체적인 지침이 있어야 한다.

▲ 김민호 노무사는 '추정의 원칙'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재 제도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판정을 운에 맡기면 안 된다"라며 구체적인 지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올림

"한 명 한 명의 산재 신청이 소중한 시점... 잊혀진 과거의 작업 환경 같이 떠올려달라"

프레시안 :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청소노동자의 산재 인정을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김민호 : '추정의 원칙'을 확대해야 한다. 추정의 원칙은 통계 등으로 질병과 업무 간 관련성이 인정되면, 따로 역학조사를 하지 않고 산재를 인정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특정 기간 석면에 노출되었거나 탄광에서 일하고 폐병에 걸렸다면 역학조사 없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 수십 년 동안 통계와 판결이 축적돼서 가능한 일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도 마찬가지다. 청소노동자들이 몇 년 이상 일했을 때 특정 질병에 걸린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은지 통계를 제대로 만들고 이걸 바탕으로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프레시안 : 산재 제도 전반에 대해 더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뭘 꼽겠나? 

김민호 : 산재 보상과 보험료 징수를 분리해야 한다. 지금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보상기관이자 보험료 징수기관이다. 산재 보상이 늘면 그만큼 보험료를 더 걷어야 한다. 산재 보험료를 더 걷으려면 기업이 반발한다. 산재 보상과 보험료 징수를 한 기관이 하면, 기업의 반발이 무서워 보상을 망설이기 쉽다. 

또, 산재 보상과 산재 예방은 같이 가야 효과가 큰데 이건 분리돼있다. 보상기관은 근로복지공단인데 예방기관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다. 산재 보상 판정을 받은 사업장에는 재발방지 차원의 산업안전행정이 같은 기관에서 들어가야 효과적인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보상기능과 예방기능은 한 기관에 둬야 한다. 

산재 입증 책임 전환도 필요하다. 지금은 노동자가 전적으로 산재 입증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가 입증을 위한 자료를 구하고 싶어도 사용자가 기밀이라고 해버리면 구할 수 없다. 노동자가 입증책임을 과하게 부담하고 있는 거다. 일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산재로 추정하고 아니라는 사실을 사용자가 입증하게 해야 한다. 당장 입증책임을 완전히 전환할 수는 없다면 완화라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끝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병에 걸렸지만 산재 신청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민호 : 꼭 산재 신청을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곳은 대부분 지방인데, 지방에서는 지인이나 작업반장 소개로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터가 사적인 인간관계로도 얽혀있다 보니 산재 신청이 쉽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본인이 병에 걸렸다면 용기를 내서 산재를 신청하고, 동료가 병에 걸렸다면 적극적으로 근무환경에 대한 진술에 나서주면 좋겠다. 질병에는 잠복기가 있어서 발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과거 근무환경을 혼자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동료랑 같이 수다 떨듯 이야기하다 보면, 과거 일을 떠올리기가 더 쉬워진다. 과거 근무환경을 구체적으로 많이 알게 되면, 산재 신청에 큰 도움이 된다. 

지금은 반도체 전자 산업의 위해성 연구가 더 필요하고 특히 청소노동자의 경우에는 사례와 자료가 거의 없다. 한 분 한 분의 산재 신청이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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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벽 부딪힌 윤…수사지휘권 “훈령 개정”으로 편법 우회?

등록 :2022-03-31 04:59수정 :2022-03-31 07:05

법 개정 녹록잖은 윤 정부 국정노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차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차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우회로’ 찾기에 나섰다. 인수위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여성가족부 폐지,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줄줄이 예고하고 있지만, 이런 공약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여소야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법률 개정이 아닌 훈령 개정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편법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내부 고민은 커지고 있다.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약 실현을 위한 절충안 마련이 불가피해 보인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청법 8조 개정 사안이지만
민주 “민주적 통제 필요” 반대
인수위, 훈령 개정 무력화 의지

 

대표적인 사례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다. 30일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전날 법무부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윤 당선자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뜻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법을 개정 안 해도 본인이 앞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훈령 개정을 통해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청법(8조)을 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하도록 돼 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려면 검찰청법 8조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선 이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 의석은 민주당이 172석, 국민의힘이 110석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인수위에서 짜낸 대안이 바로 법무부 훈령 개정이다. 훈령은 부서 하급관청의 활동에만 구속력이 있고 대외적으로 법규의 성질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상위법과 충돌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지휘권 절차를 더 까다롭게 만들어 현실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 요건을 둘 수 있다”며 “수사지휘권 폐지라고 할 순 없고, 실질적으로 행사가 어렵게 형해화할 수 있지만, 훈령으로 제한이 가능한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검찰에 독자적인 예산편성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조직법에서는 법무부에 검찰 예산편성 권한이 있지만 이를 대통령령인 직제규정 변경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도양단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석이 갈리는 만큼 두 사안 모두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차3법, 보완책 펴겠단 구상
여가부 폐지, 절충점 찾을 수도
 
인수위가 밝힌 임대차 3법 폐지·축소 계획 역시 민주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법 개정에 반대하면 폐지나 대폭적인 손질은 불가능하다. 임대차 3법은 △2년 임차 계약 뒤 추가 2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증액 상한을 이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계약 30일 이내 계약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 신고제 등을 담고 있으며 2020년 8월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이 전날 “민주당을 설득해 (임대차 3법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여소야대라는 현실의 벽을 고려한 발언이다. 인수위는 당장 단기 방안으로 민간 임대 등록 활성화, 민간 임대 주택 활성화를 하고 계약 기간을 4년 연장하거나 임대료 상승폭을 낮출 경우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여가부 폐지’ 역시 윤 당선자가 거듭 공언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반대하면 실현하기가 어렵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여성계 등의 반발도 강력하다. 이날 한국여성학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새 정부 성평등 정책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는 “여가부 폐지 공약은 근거도 논리도 취약한 전략적으로 실패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인수위 내부에서는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전날 “여가부의 기능을 관련 부처들로 분산할 것인가, 혹은 여성·아동·노동 분야를 포함해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포괄하는 종합 부처를 신설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인수위원들이 모여서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여성 정책 기능이 유지되면서 조직을 확대 개편하면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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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총리 후보군에 "구시대적 인물, 올드보이 귀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3/31 08:47
  • 수정일
    2022/03/31 08: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2.03.31 07:49
  •  
  •  수정 2022.03.31 07:50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1면에 새 정부 총리 한덕수 유력
인수위 “김진욱 공수처장 거취 표명” 발언에 한겨레 “사퇴 압박”
5000만원 은행 예금자보호한도 21년 만에 올리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인수위원장 임무가 끝나면 새 정부의 국무총리를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국민의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거취를 밝히자, 언론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국무총리 후보군이라고 했다. 31일자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전했는데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31일자 아침신문 1면.
▲31일자 아침신문 1면.

 

조선일보, 1면에 새 정부 총리 한덕수 유력
한국일보 “국무총리 후보 너무 구시대 인물로 제한”

조선일보는 거론되는 몇 명의 국무총리 후보 중 한덕수(73) 전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한덕수 전 총리는 전라북도 전주 출신으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 국무총리를 지냈다. 또 이명박 정부 때 주미대사를 지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가 유력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때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지냈고 이명박 정부 때 주미대사를 지낸 한 총리가 ‘경제’와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국정 통합의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31일자 조선일보 1면.
▲31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이어 “한 전 총리는 본지 통화에서 ‘아직 (총리 인선의) 최종 프로세스가 끝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국가가 필요로 한다면 봉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며 “윤 당선인은 이르면 1일이나 이번 주말 총리를 지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후보로 거론된 임종룡(63) 전 금융위원장은 본인이 고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윤 당선인 측에선 한 전 총리와 동시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총리 후보로 검토했었다”며 “전남 보성 출신이어서 협치를 고려할 때 총리 후보감으로 꼽혔으나 본인이 고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31일자 조선일보 4면.
▲31일자 조선일보 4면.

윤 당선인에게 첫 총리 후보 풀을 넓혀 찾아보라고 주문하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거론되는 후보 면면은 아쉬움이 크다. 당선인 측은 국민통합과 경제전문가에 방점을 두고 총리 후보를 물색하고 있으나 너무 구시대 인물로 제한돼 있다는 게 문제다. 후보 풀을 보다 넓혀서 국민 기대에 부응할 적임자를 찾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압축된 총리 후보자로는 한덕수 전 총리,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박주선 인수위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민주당 정권에서 내각 일원으로 일했거나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런 이유만으로 ‘통합 총리’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 민주당이 이들을 통합형 후보로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일컬을 만큼 미래지향적이거나 변화를 주도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31일 한국일보 사설.
▲31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어 “노무현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한 전 총리는 풍부한 통상 행정 경험이 인정되고 박 위원장은 호남 출신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10~2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며 “반드시 나이가 많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을 줄 아는 인물, 소통에 적극적인 인물이 국민통합과 정부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총리 후보를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인수위 “김진욱 공수처장 거취 표명” 발언에 한겨레 “사퇴 압박”

이용호(국민의힘 의원)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부과 간사는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열린 공수처와의 간담회 직후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공수처에) 김진욱 공수처장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국민 여론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사실상 김 처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인수위가 독립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31일자 한겨레 1면.
▲31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수처와의 간담회 뒤 브리핑을 열어 ‘간담회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미흡했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얘기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의원은 ‘인수위 차원에서 공수처 폐지를 논의하는가’라는 물음에는 ‘공수처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는 독립기관’이라며 ‘폐지는 국회 차원의 문제’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하지만 인수위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지적하면서 임기가 2024년 1월까지인 김 처장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한 검찰 출신 변호사의 입을 빌려 “수사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이유는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지 말라는 것이다. 거취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인수위 월권이고 정치적 압력 행사”라고 했다.

▲31일자 한겨레 사설.
▲31일자 한겨레 사설.

사설에서도 한겨레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말이 좋아서 ‘요구’이지,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것”이라며 “독립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적절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어 “물론 공수처가 그동안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여러 차례 수사력 부족을 드러냈고, 통신자료 조회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미흡한 부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것과 공수처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더욱이 공수처는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업무보고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돼 있을 정도로 독립성을 중시하는 기관이다. 인수위가 다른 정부 기관과 달리 ‘업무보고’가 아닌 ‘간담회’를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인수위의 공수처장 사퇴 압박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5000만원 은행 예금자보호한도 21년 만에 올리나

예금자 보호 한도는 금융 기관이 고객이 맡긴 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을 때 예금 보험 공사가 금융 기관을 대신해 예금자에게 돌려주는 최고 한도액을 말한다. 현재는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게 돼 있는데, 이 액수가 21년 전에 정해진 것이다. 한국의 GDP는 계속 오르고, 5000만원의 가치가 예전과는 다른데도 불구, 최고 한도액 보상에 오랫동안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31일자 동아일보 경제면.
▲31일자 동아일보 경제면.

동아일보는 경제면 기사에서 “21년째 ‘1인당 500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적정 한도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데 이어 다음 달 초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다. 카카오페이 같은 선불충전금을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된다”며 “금융위는 이 결과를 취합해 내년 8월까지 구체적인 예금보험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000만원 보상 한도는 21년 전 정해졌다. 동아일보는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 제도에 따라 예보가 대신 지급하는 최대 금액이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1년 금융회사별로 1인당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국내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1년 1만1563달러에서 2020년 3만1637달러로 급증했지만 한도는 21년째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미국(25만 달러) 일본(1000만 엔) 독일(10만 유로)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한도는 절반에서 6분의1 수준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호한도를 일제히 올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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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보호사 상호 감염에 아비규환”…요양시설 ‘돌봄 붕괴’

등록 :2022-03-30 04:59수정 :2022-03-30 07:20

 
 
 
“일손 없어 증상 있어도 출근”
돌보던 어르신 결국 6명 확진
“목욕은커녕 겨우 식사배급만”
지난해 12월29일 광주 북구의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북구보건소 코로나 대응 의료진들이 종사자와 센터 이용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지난해 12월29일 광주 북구의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북구보건소 코로나 대응 의료진들이 종사자와 센터 이용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코로나19 증상이 있다고 해도 ‘일할 사람 없다’며 나오라고 합니다. 출근 거부하면 해고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요양보호사 확진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요양시설은 아비규환 그 자체입니다.”

 

인천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김아무개(54)씨는 “요즘 요양시설 어르신들은 언제 코로나에 걸린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어르신 상당수가 기저질환이 있다 보니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겠지’라며 방치하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전엔 요양시설에서 확진자가 생기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를 했지만, 이젠 오미크론에 노출된 채로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돌보는 셈”이라고도 말했다.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지난 11~17일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사망자 1835명 가운데 요양병원·요양원에서 사망한 확진자는 647명(35.3%)에 이른다.

 

“가래 묻은 마스크도 갈아주지 못해”

가장 큰 문제는 요양병원 안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상호감염이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실제 대구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정아무개(54)씨는 지난달 확진자와 접촉 뒤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했다. 음성이었지만 열이 있어 ‘하루 쉬겠다’고 했다. 하지만 요양원은 ‘일손이 부족하니 출근해달라’고 했다. 정씨는 출근해 어르신들을 돌봤고, 퇴근한 뒤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그날 정씨가 돌본 어르신 6명이 확진됐다.한달가량 하루 확진자 수가 30만명을 오르내리며 돌봄 인력 부족은 현실이 됐고, 이는 환자관리 소홀로 이어진다.

 

대전 한 요양병원에 장모를 모셨다는 인아무개(46)씨는 “장모가 확진자가 많이 나온 시기 욕창이 생겨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요양보호사 김아무개(61)씨는 “감염 우려로 목욕은 엄두도 못낸다. 제때 제대로 식사를 하시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하는데 다들 지치니 식사만 배급하고 그냥 치우는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요양보호사 이아무개(64)씨는 “1명이 17~30명이나 되는 어르신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원래는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데 이제 밤 10시까지 일한다”며 “현장에선 너무 힘들어 ‘차라리 코로나 걸리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인천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이아무개(49)씨는 “어르신 마스크에 가래가 묻는 등 더러워져도 갈아주지 못한다. 

 

방역복도 그때그때 갈아입어야 하지만 갈아입기 불편해 아예 입지 않기도 한다”고 했다. “보건소 등에서 점검하지도 않는다. 요양시설에 얘기해도 정부에선 ‘나중에 소급해줄 테니 먼저 사서 쓰라’며 방역물품 구매비를 내려보내지 않는다고 한다”며 “그러니 어느 요양시설에서 사비를 들여 방역물품을 사겠냐”고 덧붙였다.김미숙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보호사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코로나19 초기에는 정부에서 방역물품 지급, 소독 등을 해줬는데 최근에는 시설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최현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시립요양원 분회장은 “요양병원 구조가 독립된 격리공간이 없고, 확진자만 전담하는 인력운용도 불가능하다”며 “확진자를 병원으로 이송해도 사실상 어렵다. 119에 실려 간 어르신이 병원이 없어 몇시간 만에 다시 돌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시스템 붕괴 직전”

현장에서는 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할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코로나19가 발생한 뒤 2년 동안 확진자가 없었다는 대구 남구 대구요양병원에서는 지난달 18일 의료진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왔다. 발생 초기엔 확진자가 나오면 보건당국과 협의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누적 확진자가 76명에 이른 현재는 병원이 직접 확진자를 관리한다. 김현수 원장은 “확진자가 몇명 되지 않을 때는 전담병원으로 보내 다른 환자를 보호했지만, 지금은 그 임계점을 넘어섰다”며 “전담병원 이송이 무의미할 정도로 병원 내 확진자가 많아졌고, 전담병원에 다녀온 환자 상태가 오히려 안좋은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자체 관리한다”고 말했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현재 간호인력은 평소보다 2∼3배씩 더 근무한다.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매뉴얼도 만들기 어렵다”며 “지금 요양병원 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최근 요양병원·시설 등 집단감염 양상에 대해 “요양보호사 등이 감염됐는데 대체인력이 없거나, 발생한 환자를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병상이 포화해 환자가 병원이나 시설에 남기 시작하면 일이 커진다. 이제는 집단으로 몰아넣기보다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관리하는 식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위치한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 등 새 정부에 전하는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위치한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 등 새 정부에 전하는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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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반드시 막아내자!"

26일, 한미연합합군사연습 영구중단 촉구 '자주평화대회' 열려

 

 

  • 기자명 이기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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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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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3.2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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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민중행동을 비롯한 각계 여러 단체들은 26일 오후1시 청계천 광통교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중단촉구 ‘자주평화대회’를 열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전국민중행동을 비롯한 각계 여러 단체들은 26일 오후1시 청계천 광통교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중단촉구 ‘자주평화대회’를 열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다음달 중순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앞두고 서울 도심에서 ‘전쟁연습 중단! 한미동맹 해체! 미군철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미당국은 다음 달 12일부터 15일까지 한반도의 전시상황을 가정한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18일부터 28일까지는 본훈련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민중행동을 비롯한 각계 여러 단체들은 올해 첫 전국집중 반미공동투쟁으로 26일 오후1시 청계천 광통교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중단촉구 ‘자주평화대회’를 열었다.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윤석열 선제타격, 대북 적대인식 규탄!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윤석열 선제타격 대북 적대인식 규탄!' 연설을 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윤석열 선제타격 대북 적대인식 규탄!' 연설을 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자주평화대회 첫 번째 발언에 나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선기간 ‘선제타격’을 강조한 윤석열 당선자를 규탄했다. 양 위원장은 “선제타격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이, 윤석열이 우리에겐 가당치도 않은 ‘선제타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안보로 먹고사는 그들의 생존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 문제에 가장 주요한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역대 합참 의장들이었다”며 “집무실 이전으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로 의견이 갈리며 오로지 안보, 오로지 전쟁, 오로지 한미동맹이 얼마나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는가가 저들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군사훈련은 전쟁을 목적으로 한다. 이곳 한반도에서, 화약고로 불리는 동북아에서 한 발의 총성은 걷잡을 수 없는 민중들의 희생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미군사훈련을 막아내는 것은 이 땅 민중들의 생존을 지켜내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부정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출 한미일동맹이 왠말이냐!

▲ 자주평화대회 참가자들이 ‘전쟁연습 중단하라’, ‘자주없이 평화없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자주평화대회 참가자들이 ‘전쟁연습 중단하라’, ‘자주없이 평화없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먼저 한일관계를 놓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CPTPP는 일본과 호주·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CPTPP 회원국 간 농산물 관세 철폐율은 96.1%로 전면개방 수준이다.

하 의장은 “CPTPP가 체결되면 맨 먼저 일본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농수산물이 수입되어 들어올 것”이라며 “국민들의 건강권을 모조리 무너뜨리는 CPTPP 체결을 위해 안달이 나 있는 정부”를 규탄했다.

또한 하 의장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대해서도 강하게 규탄했다. “윤석열은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도 군대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사과 한마디 없는 일본과 군사동맹을 한다니 말이 되는가”라고 따져 묻고 “한미일 군사동맹이 한반도를 끝없는 전쟁위기에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땅은 미국의 전쟁 전초기지가 아니다!

▲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 - 전국민중행동]
▲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 - 전국민중행동]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주한미군은 분단과 전쟁을 위한 군대”라며 주한미군의 실체를 꼬집었다. 김재하 대표는 4월 4일부터 전국의 미군기지 앞에서 투쟁하는 ‘2022 전국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 단장이다.

그는 “주한미군은 1945년 9월 8일 인천에 상륙해 이튿날 광화문 중앙청에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올렸다. 주한미군 2사단장은 유엔사령관의 모자를 쓰고 한미연합군 사령관으로서 우리 국군을 지휘하고 있다”면서 “이 나라 군 통수권자는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주한미군 사령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주한미군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군대이다. 분단과 전쟁을 위한 군대이다. 주한미군의 총은 우리 민족을 향해 있다. 주한미군이 이 땅에 들어온 77년 동안 단 한 번도 변하지 않는 미군의 속성”이라며 주한미군의 본질을 짚고 “대한민국은 주권을 가진 민주공화국이 아닌 주권을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제국주의 군대는 저절로 물러나지 않는다. 미군은 그 나라의 평화를 지향하는 모든 애국적 민중들이 들고일어나 쫓아낼 때 쫓겨날 뿐이다. 모두가 미군은 나가라를 외치며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끝으로 “우리 민족 구성원들에게 총부리를 향하고 있는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4월 4일 제주 강정에서 출발해, 부산, 성주, 군산, 평택, 용산 등으로 이어지는 전국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을 펼친다”고 알리고 “이번 대행진은 미국반대 투쟁을 모아내고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안아오는 행진이 될 것”이라며 “저절로 물러나지 않는 미군을 우리 민중들이 쫓아내자”며 동참을 호소했다.

친미로 망한 나라 반미로 되살리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을 문을 열어나가자!

▲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시대는 반미로 나아가고 역사는 반미로 승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시대는 반미로 나아가고 역사는 반미로 승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자주평화대회 마지막 발언에 나선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반미자주가 시대정신’임을 강조했다. 이 의장은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의장은 “사람은 누구나 자주적으로 살길 원한다. 국제관계 속에서도 각 나라는 주권 평등의 가치를 생명선으로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틀어쥐고 한국군을 통제하며 북을 겨냥한 한미군사연습을 시도 때도 없이 벌이며 평화를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신자유주의가 비정규직을 만들고 구조조정을 낳았으며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그 신자유주의 우두머리도 미국”이라고 지적하면서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일극 패권은 추락하고 있다. 전 세계는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일국패권, 종속의 시대가 저물고 반미자주의 기치가 시대정신으로, 국제적인 추세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제 한국도 정치·군사·경제 전 영역에서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야 한다. 친미로 망한 나라 반미로 되살리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을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미군기지 곳곳, 도시 곳곳에서 반미 물결이 넘쳐나도록 만들고, 올해에 반미투쟁전선을 구축하고 전국민중행동으로 단결해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 대진연 학생들로 구성된 세상과 함께 추는 춤 ‘흥’의 율동공연 [사진 - 전국민중행동]
▲ 대진연 학생들로 구성된 세상과 함께 추는 춤 ‘흥’의 율동공연 [사진 - 전국민중행동]
▲ 극단 ‘경험과 상상’의 노래공연으로 참가자들의 투쟁 의지를 북돋았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극단 ‘경험과 상상’의 노래공연으로 참가자들의 투쟁 의지를 북돋았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반드시 막아내자!

▲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대표 [사진 - 전국민중행동]
▲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대표 [사진 - 전국민중행동]

자주평화대회 마지막 순서인 결의문 낭독은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대표가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선제타격, 전면전을 전제한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 중단을 위해 전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나갈 것 △미국의 전쟁무기, 전쟁기지, 전쟁연습, 전쟁군대를 반드시 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반미평화 공동투쟁을 성사할 것 △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남북합의 이행과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 낼 것’을 결의했다.

▲ 자주평화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미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했다. 왼쪽부터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자주평화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미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했다. 왼쪽부터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사진 – 전국민중행동]

자주평화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한미군사연습 중단하라’, ‘전쟁연습 반대한다’ 등의 손 깃발을 들고 광화문 미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했다.

미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정리집회에서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와 박소연 부산 남구여성회 지부장이 결의 연설을 했다. 경남의 진해와 부산에는 주한미군의 세균실험실이 있다.

자주평화대회 참가자들은 대형 성조기와 ‘전쟁연습 중단’ 등을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 자주평화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전쟁연습 중단’ 피켓을 들고 광화문 미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자주평화대회 참가자들은 대형 성조기와 ‘전쟁연습 중단’ 등을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 자주평화대회 참가자들은 대형 성조기와 ‘전쟁연습 중단’ 등을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사진 – 전국민중행동]

 

[결의문]

오늘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평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동을 비롯해 세계 패권전략에 실패한 미국은, 동북아에서의 패권유지를 위해 정치, 군사, 경제, 모든 영역에서 그야말로 발악적으로 대결을 부추기고 신냉전체제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더 이상 한반도의 안보와 위기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기회는 여러번 있었다. 2018년 남북, 북미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적어도 한반도는 동북아의 대결과 신냉전을 막을 수 있는 평화의 지렛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끝끝내 북에 대한 적대행위를 포기하지 않았고 북미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렸다. 6.12싱가포르 북미 합의에 따라, 대미신뢰 회복을 위한 북의 파격적이고 선제적인 행동조치에 대해서 미국은 일관되게 무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를 비롯해 전략적 전쟁무기배치, 선제타격을 전제한 한미연합군사연습 등을 강화해왔다.

뿐인가. 4.27 9.19 남북합의 조차도 걸음걸음 막아 나섰으며,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서슴치 않았다. 오히려 주한미군주둔비 강탈, 전략무기 강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 군사훈련까지도 이 땅과 바다에서 거침없이 강행해왔다.

남북, 북미합의가 사문화되고 남북.북미 관계가 살얼판을 걷는 가운데서도, 기회는 또 있었다. 지난해 7월27일 남북연락선이 복원되었을 때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했다면 우리는 평화를 위한 절대절명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모든 기회들이 미국의 강압과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철저히 파괴되고 말았다.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평화는 그냥 오지 않는다. 자주없이 평화는 결코 없다.

2022년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봄이 오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포위전략에 따른 한미연합군사연습은 더 많은 나라를 적으로 규정하고 더욱 공격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한 분단수구세력들은 ‘선제타격’을 비롯해 너무나 무책임한 전쟁선동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이에 북도 핵미사일시험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 해제를 선언하고 4년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강대강 대결전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한미연합군사연습은 남북관계 파탄을 넘어서 중.러 등 주변국까지 군사적 행동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한미연합군사연습은 반드시 영구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기필코 이 전쟁연습을 막아낼 것이다.

하나. 우리 국민 그 누구도 이 땅에서의 대결과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선제타격, 전면전을 전제한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중단을 위해 전조직적이고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을 결의한다.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반드시 막아내자!

하나.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미국의 전쟁무기, 전쟁기지, 전쟁연습, 전쟁군대를 반드시 미국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우리는 대중적인 반미투쟁을 확대 강화하고 각계각층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반미평화 공동투쟁을 성사할 것을 결의한다.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

하나. 우리는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단호히 거부하고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남북합의 이행과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 낼 것이다. 또한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한미일 군사동맹을 반드시 저지하고 남북해외 전민족대단결 투쟁을 더욱 힘차게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전민족대단결로 한미일 군사동맹 저지하자!

2022년 3월26일

자주평화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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