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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 文대통령에 '민망', 한겨레는 尹당선자 측에 '뻔뻔'

  • 기자명 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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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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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중앙, 안보 강조 대통령에 “북한 도발엔 눈감고”
“안보 공백 언급 역겨워” 전합참 작전본부장에 한겨레 “막말, 뻔뻔”
윤 당선인, “이전 비용 협상위해 만나는 건 안하겠다” 회동 거부하나

아침 신문 1면의 사진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으로 채워졌다. 집무실 이전을 두고 ‘신구권력’의 갈등이 증폭됐다는 기사가 1면을 차지했다.

특히 윤 당선자 집무실 이전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가닥을 잡으면서 문 대통령이 “특히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국민안전은 한순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신문들은 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이 너무 성급하다는 비판을 내놓거나, 신구 권력의 갈등 때문에 현안이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안보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을 두고 비판 사설을 실었다.

다음은 23일 아침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군 통수권자 책무’ ‘우회 않겠다’ 용산 갈등 증폭”
국민일보 “이번엔 北방사포 충돌 ‘합의위반’ ‘아니다’”
동아일보 “정권이양 D-48 집무실 매듭 못푸는 문-윤”
서울신문 “수석 없애고 참모형 내각 靑바꾼다”
세계일보 “文‘안보 빈틈 없어야’ 尹‘일하게 도와달라’”
조선일보 “허망합니다 K방역”
중앙일보 “신구권력 치킨게임 현안이 뒤로 밀린다”
한겨레 “‘탈청와대’ 조급한 윤, 업무 동선만 꼬였다”
한국일보 “퇴로 닫고 충돌 갑갑한 ‘집무실 대치’”

▲2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2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두고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특히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가 주목을 받았다.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집무실 이전을 반대했지만 현역 군인인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같은 자리에서 “대비 태세에 이상이 없다”고 다른 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용산 이전 집무실 논란이 안보 이슈를 넘어 정치 논쟁으로 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동아일보 4면.
▲23일 동아일보 4면.
▲23일 중앙일보 3면. 
▲23일 중앙일보 3면. 

서 장관은 시기적으로 위험하고 물리적으로도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전 비용에 대해서도 1200억원보다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봤다. 박정환 합참차장은 “현행작전대비 측면에서는 제한이 없을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한겨레는 1면 “탈청와대 조급한 윤, 업무 동선만 꼬였다”라는 기사에서 “현재 청와대 경내에 한데모인 집무실과 지하벙커, 관저 대신 서울 서초동 자택과 경복궁 서편 집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으로 대통령의 공간이 분산되면서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위기 대응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23일 한겨레 1면.
▲23일 한겨레 1면.

집무실 이전에 ‘안보’ 강조 대통령 “민망하다”는 조선·중앙일보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5년 내내 북도발과 위협에 눈감고 있던 문 대통령이 갑자기 이러는 것은 안보는 핑계일뿐 대통령실 이전 반대를 위한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갑자기 안보 강조하는 문 대통령 민망하지 않나”라는 사설을 썼는데 “용산 이전을 놓고 안보 우려 목소리가 적지않은게 사실이고, 일면 타당하다”라면서도 “5년 내내 숱한 북한 도발에도 나서지않던 문 대통령이 신구정권 인수인계 국민에서 연일 ‘안보’를 강조하는 건 쓴웃음을 짓게한다”고 썼다.

이어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안보 공백은 신구 정권이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인수인계 거부니, 선거 불복 같은 말이 나오는 파국의 상황이 돼선 안된다”고 썼다.

▲23일 조선일보 사설.
▲23일 조선일보 사설.
▲23일 중앙일보 사설.
▲23일 중앙일보 사설.

반면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윤 당선자가 민심을 못읽고 독주하는 데는 직언은커녕 민심을 오도하는 측근과 국민의힘 지도부 책임도 크다”며 “집무실 이전을 주도한 김용현 전합참 작전본부장은 청와대를 향해 ‘안보 공백을 운운하는 자체가 굉장히 역겹다’고 했다”며 “졸속 이전에 가장 책임이 큰데도 반성은커녕 막말을 내뱉다니 뻔뻔하기 짝이없다”고 비판했다.

▲23일 한겨레 사설.
▲23일 한겨레 사설.

윤, “이전 비용 협상위해 만나는 건 안하겠다” 회동 거부하나

언론은 하루빨리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야한다고 사설 등을 썼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신구권력 치킨게임 현안이 뒤로 밀린다’라고 뽑고 “정권 이양기에 벌어진 권력 충돌이 해소될 기미없이 확전일로 양상”이라며 “윤 당선인의 반응은 훨씬 격앙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이전 비용 등을 협상하기 위해 만나는 건 안하겠다. 필요없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애초 인사 협의를 희망했지만 윤 당선인이 인사 말라 요구해 무산이 됐고 집무실 용산 이전 갈등골이 깊어져 안보와 경제 등 인수인계 차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3일 한겨레 4면.
▲23일 한겨레 4면.
▲23일 한국일보 1면.
▲23일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퇴로 닫고 충돌, 갑갑한 집무실 대치”라고 꼽고 코로나와 민생, 안보 현안이 산적한데 집무실 이전으로 모든 이슈가 집어삼켜졌다며 양측 회동 일정도 감감하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23일 사설에서 “국방부와 합참,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갑작스러운 이전은 안보공백과 호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직 장성들은 물론 보수진영 일각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안보공백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갈등 해결의 출발점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이라며 “양측 이견이 크지만 이럴때일수록 조건 없이 만나야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현안들이 산적해있다”고 썼다.

▲23일 경향신문 사설.
▲23일 경향신문 사설.

조선일보는 “선거에서 승패가 갈리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최소한 두세 달은 여야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관례”였다며 “통상 이를 허니문 기간이라고 불렀는데 선거 직후 허니문은커녕 정쟁만 계속하는 모습을 보며 통합과 협치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우려까지 든다”고 사설을 썼다.

코로나 누적 확진자수 1000만명에 우려 커져

코로나 누적 확진자수가 22일 1000만명을 넘고, 사망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에 “허망합니다 K방역”이라는 기사를 배치하고 “미국과 러시아 인구가 우리 3~6배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사망자수는 세계 최악 수준”이라며 “국내 사망자수는 곧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23일 조선일보 1면.
▲23일 조선일보 1면.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방역당국의 메시지는 혼란스러웠고 의료대응 역량은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라며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파르게 느는 상황에서도 방역당국의 메시지는 줄곡 완화기조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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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69]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하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3/23 09:02
  • 수정일
    2022/03/23 09: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형구 | 기사입력 2022/03/2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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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올해 1월 조선노동당 제8기 제6차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80돌을 “승리와 영광의 대축전”으로 만들어 “성대히 경축”하기로 하였다. 

 

미국 등지에서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나 열병식을 할 것이며 경제 성과를 과시할 것이라는 등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 3월 13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4월 15일 북한은) 대대적인 행사를 할 것”이라며 “핵실험을 세게 하든지 아니면 정말 위력적인 ICBM을 또 한 번 발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오고 있는 예측의 공통점은 북한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의 국력 시위를 할 거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은 전 세계를 들었다 놓을 정도로 큰 충격파를 일으키는 일을 종종 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이 말하는 ‘대축전’이 어떤 대외적 파장을 불러올지도 관심사지만, 북한 내부의 시각에서 ‘대축전’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북한 내부의 시각을 보려면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가장 핵심이 될 수 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선대 수령을 잇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북한 지도자의 생애와 활동을 관통하는 것이 바로 주체사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아침햇살에서는 북한에서 주체사상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학술적,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주체사상에서 이야기하는 철학의 근본문제

 

먼저 주체사상이 제기하는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철학의 근본문제란 철학의 다른 모든 문제를 푸는 데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기초가 되는 문제를 말한다. 철학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을 근본문제로 제기하느냐에 따라 철학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주체사상은 철학의 근본문제를 세계와 사람의 관계 문제라고 규정한다. 세계와 사람의 관계 문제란 세계에서 사람이 어떤 지위와 역할을 갖는지를 말한다. 사람이 세계를 지배하느냐 아니면 사람이 세계의 지배를 받느냐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주체사상은 이 근본문제에 대해서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라고 결론짓는다. 모든 것의 주인이라는 것은 사람이 세계와 자기 운명의 주인이라는 것이고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사람이 세계를 개조하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데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체사상 세계관의 핵심이다.

 

2001년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위원은 “주체사상은 사람 중심, 사람 위주의 철학사상이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사람을 위주로 하여 세계의 면모와 그 운동발전의 합법칙성을 밝히고 인간의 운명개척의 방도를 밝힌 사상이라는데 주체사상의 근본특징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통일연구원(2001), ‘김정일 연구: 리더쉽과 사상(Ⅰ)’

 

북한은 주체사상이 앞선 철학들과 다른 독창적인 철학이라고 주장한다. 이전 철학들은 사람을 철학의 근본문제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전 철학들이 물질과 의식, 존재와 사유의 관계를 근본문제로 삼았다고 말한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저서 ‘포이어바흐론’(1886)에서 “철학 전체의 최고 문제는 물질과 의식, 존재와 사유 중 무엇이 근원인가, 물질인가 의식인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답하는가에 따라 철학자들은 두 개의 큰 진영으로 나뉘었다”라고 규정했다. 

 

엥겔스가 말한 두 개의 큰 진영이란 관념론과 유물론이다. 관념론은 의식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유물론은 물질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관념론은 마음, 정신, 의식에 의해 물질 세계가 형성된다고 이야기한다. 

 

관념론의 대표적인 예로 프리드리히 헤겔의 절대정신을 들 수 있다. 헤겔은 우주의 근원이 되는 절대정신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헤겔에 따르면 인간의 역사는 이 절대정신이 현실로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를 두고 헤겔은 “역사는 절대정신이 자기 자신을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묘사했다. 

 

헤겔의 주장은 종교와 유사하다. 대체로 종교는 신이 있고 신이 모든 걸 창조하고 결정한다고 본다. 종교는 지배계급이 평민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지배계급은 자기가 신의 대리자라며 권력을 독차지하는 걸 정당화했고 피지배계급을 신과 지배계급에 복종해야 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반면, 유물론에 따르면 의식은 물질이 활동한 결과다. 의식은 뇌라는 물질의 활동이다. 유물론은 사람 또한 물질의 일종으로만 보았다. 마르크스주의는 사람의 본질을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고 규정했다. 사람을 여러 사회적 환경과 조건의 산물로 해석한 것이다.

 

북한은 이전 철학이 사람 위주로 철학의 근본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주체사상을 사람을 중심으로 철학의 근본문제를 제기한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철학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철학에서 인간을 아예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 북한은 과거 철학이 사람을 전면적으로 다루더라도 인간이란 무엇이고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논하는 인생철학에 불과했다고 설명한다.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철학의 근본문제는 순수 인간 문제가 아니라 세계와 사람의 관계 문제이며 단지 인생관만이 아니라 세계관을 밝혔기 때문에 그들과 다르다고 말한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주체사상을 기점으로 철학의 근본문제가 완전히 달라졌다. 철학의 근본문제가 물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주체사상은 어떻게 해서 이전 철학과 다르게 철학의 근본문제에 사람을 둘 수 있었을까?

 

2. 철학의 목적과 사명

 

주체사상은 철학의 사명을 “사람의 운명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김일성 주석은 1981년 10월 8일 가나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체사상은 사람 위주의 철학입니다. 이것은 주체사상이 사람을 철학적 고찰의 중심에 놓으며 사람의 운명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을 자기의 사명으로 하는 철학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많은 철학자는 철학의 목적을 세계의 본질을 밝히는 것으로 여겼다.

 

먼 과거로 가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세계 만물이 흙, 물, 공기, 불로 이뤄져 있다는 4원소설을 주창했다. 관념론은 정신이 본질이고 물질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본다. 종교는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본다. 저마다 세계의 본질을 밝히려 한 것이다. 이런 세계관에서 사람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사람도 다른 만물과 마찬가지로 4원소의 조합이거나 정신세계의 반영이거나 신의 피조물에 불과하게 된다. 

 

마르크스주의는 세계는 물질로 이뤄졌다는 유물론을 주장했다. 사람도 물질의 한 종류로 여겼다. 

 

북한은 세계가 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것만으로는 사람의 운명 문제에 해답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불충분하다고 본다. 세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 것도 결국 인간의 운명 개척의 길을 알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철학이 세계와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 주장에 따르면 기존 철학자들은 인간 운명 개척이라는 철학의 목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세계의 본질 규명이라는 수단에만 매달린 꼴인 것이다.

 

주체사상은 철학의 사명을 사람의 운명을 개척할 길을 밝히는 것으로 보았다. 사람 운명 개척의 길을 밝히려다 보니 철학이 풀어야 할 근본문제도 사람을 중심으로 설정하게 됐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지위, 위치, 분수를 알아야 한다. 사람은 일상생활에서도 자기 분수를 모르면 실패한다. 자기가 지금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알고, 무엇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나에게 맞게 변화,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운명을 개척하려면 자기의 지위와 역할이 어떤지 밝히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정대일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실장은 “주체사상이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는 사람의 운명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을 철학의 사명이라고 규정한 것으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운명 문제 해명을 철학의 사명이라고 규정하였기에, 주체사상은 마르크스주의 철학과는 달리 철학의 근본문제를 사람을 중심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정대일, ‘주체사상, 맑스주의를 딛고 일어서다’, 통일시대연구원, 2020.12.03.

 

종합하면 주체사상은 철학의 사명을 이전 철학과 달리 ‘인간의 운명 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으로 설정하였기에, 이전 철학과는 다른 근본문제를 제기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그 결과 주체사상이 완전히 새로운 독창적인 철학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3. 북한에서 주장하는 철학의 목적, 사명, 근본문제의 타당성

 

북한은 주체사상이 밝힌 철학의 목적, 사명, 근본문제를 가장 과학적으로 설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주체사상이 모든 시대를 대표하는 백과사전적인 사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객관성과 타당성을 갖췄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북한은 두 가지 근거를 내세운다.

 

첫째로, 북한은 인간의 모든 활동이 자기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에서 “인간의 모든 인식활동과 실천활동의 근본목적은 인간의 운명을 개척하는 데 있습니다. 철학의 목적과 사명도 여기에서 예외로 될 수는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람이 하는 모든 활동은 잘살기 위한 것이다. 즉, 인간은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력한다. 그러니 북한은 인간 운명 개척을 철학의 사명으로 삼는 것이 보편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둘째로 북한은 주체사상이 밝힌 철학의 목적, 사명, 근본문제가 지금의 자주시대에 더 잘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자주시대란 북한이 하는 표현으로 ‘인민대중’의 시대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전 시대에는 사람의 힘이 미약했다고 말한다. 사람이 자연을 충분히 다스리지 못했고 문화적 수준도 낮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은 세계와 사람의 운명이 초자연적인 힘에 지배된다는 신비주의, 사람은 주어진 운명에 순종해야 한다는 숙명론에 빠지기도 했다.

 

북한은 지금은 ‘인민대중’이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 등장한 자주시대라고 말한다. 그래서 주체사상이 제시한 철학의 목적과 사명, 근본문제가 자주시대의 요구를 가장 정확히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말하는 자주시대를 기준으로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분석이 가능하다.

 

과거 한국 국민은 정치인을 좇아 정치적 견해를 바꾸는 일이 왕왕 있었다. 

 

예를 들어 부산·경남에 기반을 두고 민주화운동을 하던 통일민주당 김영삼이 1990년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했다. 이때 1979년 부마항쟁을 일으키며 강경하게 투쟁하던 부산·경남 지역 국민은 김영삼을 따라 보수로 돌아섰다. 민주화운동을 하던 김영삼이 어떻게 군사독재 일당과 야합할 수 있냐며 분노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1992년 총선 때 3당 합당으로 태어난 민주자유당이 부산·경남 지역 39석 중 31석을 가져갔다. 1988년 총선에서 통일민주당 23석, 민주정의당 13석을 얻어 민주진영이 압승했던 것이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 이번 대선에서 국힘당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의뢰로 에이스리서치가 2월 27~28일에 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후보 사퇴 시 안철수 후보 지지자 중 36%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각 후보의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 43.7%, 윤석열 후보 44.6%, 안철수 후보 7.4%였다. 이를 단순히 계산하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합은 50%를 넘어 이재명 후보를 압도한다. 그러나 실제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48.56%, 이재명 후보가 47.83%를 얻어 박빙의 결과가 나왔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의 표가 모두 윤석열 후보로 흡수된 건 아니라는 걸 추정케 해준다. 과거와 달리 이제 국민은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현재 민주당 앞에서는 매일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선거에서 진 이유는 개혁을 회피한 민주당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조속히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개혁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이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기가 요구하는 개혁을 실천하라고 정치인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한국 국민의 주인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더는 국민이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시대가 아니다. 

 

북한은 지금이 자주시대며 따라서 모든 것을 사람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철학도 사람 중심의 목적과 사명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4. 결론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는 2020년 2월 17일 한겨레에 “북한은 한마디로 ‘주체사상의 나라’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체사상을 모르면 북한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제시한 철학의 목적과 사명을 이해하면 주체사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북한의 주체사상이 왜 이전 철학과 다른 근본문제를 제시했는지, 무슨 근거로 가장 우월하고 과학적으로 근본문제를 설정했다고 주장하는지 파악하는 데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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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투쟁의 골든타임이다”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2.03.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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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만 총파업 준비하는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

“투쟁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올여름 20만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의 말이다. 금속노조는 올해 차기 정부를 상대로 노정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20만 총파업의 핵심 의제는 ‘노동중심 산업전환’이다. 탄소중립 산업전환이 가속화되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서서히 중단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고용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자동차산업의 수많은 완성차-부품사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포진해 있다. 금속노조 총파업은 이런 산업전환 속에서 완성차와 부품사,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벌이는 공동 파업이다.

위기는 이미 노동자들 앞에 와 있다. 윤 위원장은 “내연기관에선 정년퇴직 자리가 나도 신규 일자리를 채용하지 않고, 내연기관을 대체할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면서도 노조가 없는 곳에 도급을 주며 나쁜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부품사들은 점점 퇴출될 위기에 직면할 것이며 산업전환에 따라 공장이 전동화, 스마트 공장화 되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더 크게 위협할 것이 뻔한데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속노조가 제시한 위기의 돌파구는 총파업이다. 윤 위원장은 “사업장과 협약을 맺어 해결하거나 정치권에 청원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노동자가 조직력과 힘을 갖춰 전환기 위기를 돌파하고 스스로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7월 공장을 멈추는 위력적인 총파업으로 정부를 ‘노동중심 산업전환’을 논의하는 교섭 테이블로 불러낸다는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투쟁만이 살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금속노조 앞에 놓인 산적한 문제들 역시 총파업의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결심이다.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산별교섭 문제도,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불법파견 문제도, 30만 금속노조 조직화 문제도 총파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힘을 키우면 해결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민주노총 총파업에 이어 올해 금속노조가 총파업으로 “민주노조의 투쟁력을 복원하는 과정에 또 한 번 디딤돌을 놓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지난 7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20만 총파업 조직화를 시작한 윤 위원장을 만났다.

▲ 윤장혁 전국금속노조 위원장.
▲ 윤장혁 전국금속노조 위원장.

금속노조 최초 지역지부 출신 위원장으로 기대가 높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기분이 어떤가.

“선거 시기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변화에 대한 요구를 확인했다. 막상 임기를 시작해보니 그 기대치가 훨씬 높다는 것을 느꼈다.

선거 나올 때부터 ‘금속노조가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조합원을 책임질 수 있는 조직으로서 자기 위상을 높여야 할 과제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금속노조가 큰 투쟁을 한 기억이 별로 없다. 어느 순간부터 계급성과 변혁성은 사라졌고 ‘종이호랑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전환기 정세에 고용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 조직력과 힘을 갖추고 파업을 통해서 스스로 활로를 개척해야 조합원들을 책임질 수 있다. 20만 총파업을 앞두고 부담은 있지만 잘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산업정책에 브레이크 걸어야 할 때”
투쟁의 골든타임

산업전환에 대한 대응으로 20만 총파업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자들의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지난해 노동조합 선거를 보면 대체적으로 ‘투쟁’을 이야기하는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다시 말해 현장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투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다.

내연기관 부품사들은 하나씩 퇴출될 위기에 놓여있다. 현대차 재벌들도 이미 방향을 설정한 것 같다. 완성차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정년퇴직으로 1년에 2,500명씩 나가고 있는데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현대모비스 방식처럼 도급형태를 확산하며 자동차 공장을 껍데기 공장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도급을 주면서 노조가 형성되지 않도록 무노조 정책까지 벌인다. 중견 부품사에서도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 머플러를 만드는 세종공업의 경우 머플러 생산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생존을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는데 다른 지역에 자회사 만들거나 도급을 주면서 무노조 전략을 쓰는 게 그 예시다.

산업전환의 문제를 기후 위기와 연관돼 미래차 변화에 따른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결국엔 기술발전으로 인한 전동화, 스마트 공장화되는 과정에서 일자리는 없어질 것이고 고용에 상당한 위기로 작동할 것이 뻔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이런 위기는 한 번에 오는 게 아니다. 지금 추세로 보면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35년이 되면 전기차·수소차 미래차 생산량이 많아진다. 더 당겨질 확률이 높다. 서서히 도태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런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지금 금속노동자에겐 투쟁의 골든타임이다.”

왜 20만 총파업인가.

“지금도 투쟁에 늦은 감이 있다. 이전 집행부도 산업전환 관련해 노사 공동결정법 추진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사업장과 협약을 맺어서 해결하거나 정치권에 청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한 노동자 개입력을 높여야 한다. 조합원들의 힘과 투쟁에 근거해 정부를 교섭 자리로 끌어내야 한다. 파업이라는 위력적인 힘을 통해 정부와의 노정교섭틀을 만드는 시작점이 총파업이다. 총파업의 힘을 바탕으로 정부와 대등한 관계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노정교섭 쟁취’를 목표로 한 대정부 투쟁, 정치투쟁 계획을 세웠다.

올해 금속노조 20만 총파업은 그동안 금속노조가 해왔던 7월 주야 4시간 1차 파업, 8월 2차 파업 정도가 아니다. 공장을 멈추는 위력적인 총파업이며 산업 전체를 들었다 놓은 총파업이 될 것이다.”

총파업 의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핵심은 노동중심 산업전환이다. 노동중심 산업전환의 3대 의제는 앞서 말한 ▲전환기 위기로부터 노동자·취약계층 보호와 ▲재벌 중심 독점체제·불평등 타파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노조할 권리 확보다. 투쟁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현대위아평택, 포스코 등 불법파견 판결에 이어 기아, 지엠 등도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재벌의 독점 다단계 하청 구조를 깨야 하는데 재벌들은 불법파견 판결이 나도 자회사 방식을 들이밀며 또 다른 하청 구조를 만드는 등 독점과 불평등 체제를 공고화하고 있다. 도급화를 추진하는 산업전환 문제와 맞물려 힘 있는 비정규직 투쟁으로 체제를 전환하는 게 필요할 때다.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을 제도화하는 문제도 재벌사들을 교섭에 들어오게 해야 가능하다. 총파업 투쟁을 통해 금속노조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등을 포함해 총파업 의제들은 법 제도의 영역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노동자들의 위력적인 힘을 모아 정부와의 노정교섭을 쟁취하고 그 속에서 산업전환 문제, 불법파견 문제, 산별교섭 제도화 문제 등을 돌파해 가려고 한다. ”

노동중심 산업전환 실현
공장을 멈추는 총파업

새 정부와 교섭 투쟁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정교섭의 상은 어떻게 그리고 있으며, 어떻게 돌파해 갈 생각인가.

 현재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가 구성돼 있지만 정부와 재벌이 주도하고 있다. 부품사, 중소기업들은 배제돼 있고 고용 문제엔 대책이 없다. 금속노조가 추진할 노정교섭은 ‘노동중심 산업전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협의 틀이다. 재벌 중심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참여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산업전환을 요구한다. 정책의 수립·집행·점검 단계까지 노동의 대등한 개입이 보장되는 협의 틀을 말한다.


윤석열은 후보시절 전교조, 언론노조를 콕 찍어 노조를 악마화했다. 귀족노조까지 들먹였다. 금속노조를 지칭한 것으로 예상한다. 노동자의 힘을 키워야 한다. 공장을 멈추는 강력한 총파업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슈를 쟁점화해 사회적 여론을 높여가면 윤석열 정부라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투쟁력과 여론을 모아 돌파해 나갈 것이다.”

총파업의 구체적인 시기는 언제로 보고 있으며 준비과정은 어떻게 되나.

“지난 7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3~4월은 내부 태세를 갖추는 시기다. 다음 달 4일부터 한 달간 위원장 현장 대장정을 시작한다. 총파업에 대한 위원장의 결심을 조합원들과 나누고 결심을 높이게 될 것이다. 4월 13일엔 투쟁선포식을 열어 대정부 요구안을 내놓고 인수위를 상대로 한 투쟁을 선포할 예정이다. 4월 말경엔 전체 지회장 결의대회를 열어 총파업을 결의하는 정치대회를 치루고자 한다.

5월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라 총파업 의제를 지역별로 확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역 곳곳에서 대대적인 대시민 선전을 강화해 사회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6월엔 총파업 의제와 관련한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업종별 투쟁과 현대차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양재동 투쟁 등 총력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이것을 모아 7월 중하순 공장을 멈추는 총파업을 수행하게 된다.

5월엔 진보단체, 정당들과 산업전환 관련 대책위도 구성할 예정이다. 산업전환 문제는 자동차에 직격탄이긴 하지만 제조업 430만에 해당하는 문제다.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정당 등 민중연대 전선을 강화해 광범위한 사회 여론을 만들기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부품사 노동자들이 총파업의 앞자리에 서야 할 텐데, 현장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완성차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할 과제가 있을 것 같다.

“20만 총파업 조직화가 만만치는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금속노조 내에서도 수년간 원하청 불공정 거래 문제 등을 놓고 완성차-부품사 공동투쟁을 이야기해왔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

부품사가 완성차만 쳐다봐서는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없다. ‘완성차가 파업에 들어가냐 아니냐’ 이것이 관심사가 되어선 안 된다. 스스로가 투쟁에 나섰을 때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 금속노조엔 부품사 단위가 많이 확장되었고 충분히 사회적 영향력을 미칠 힘이 있다. 완성차 조합원들을 견인할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완성차 조합원의 경우, 산업전환 관련해 자신들은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완성차 요구 중엔 정년 연장의 요구가 있다. 정년 연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는 없어지고 무노조 전략을 도입해 도급화하며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자녀 문제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산업전환이 이뤄지면서 우리 자녀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미래세대의 문제이며 우리의 문제다. 이런 문제들을 잘 설득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본다.”


산별교섭 제도화, 30만 금속노조
투쟁으로 돌파

지난 시기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을 진단한다면. 20만 총파업을 산별교섭 제도화로 나아가는 방도로 제시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현재 금속노조 450여 개 사업장 중 중앙교섭 참여 단위는 63개다. 산별교섭다운 위상은 없다고 봐야 한다. 중앙교섭 참여 사업장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점점 줄어들고 있다. 15만 금속노조가 되고 난 후 현대차 재벌사들을 중앙교섭으로 견인해내지 못한 게 핵심이다. 재벌사들을 교섭에 끌어들이지 않으면 어떤 방식과 내용의 그림을 그리더라도 의미가 없다. 결국 힘 있는 투쟁을 통해 재벌사들을 교섭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6월 벌어질 업종별 투쟁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양재동 투쟁, 공동교섭을 추진하고 있는 모비스 단위 투쟁 등, 총파업을 중심으로 한 공동투쟁을 힘있게 벌여 금속노조의 힘을 재벌사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래야 재벌이 교섭에 나올 수밖에 없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서도 산별교섭 제도화 문제를 압박할 수 있다.”

‘30만 금속노조’ 조직확대 계획을 세웠다. 이번 집행부 조직화 사업의 특징이 있다면.

“우선, 재벌사 노동자를 조직하려고 한다. 삼성, LG그룹 내 노동자들 조직화, 그리고 방문서비스 노동자 등 제조 서비스 노동자 조직화에 힘쓰고 있다. 산업전환에 따른 새로운 사업영역도 있다. LG, SK, 삼성 등에서 자동차 밧데리, 전기전자 관련 신산업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도 이런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조직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불법파견 투쟁을 잘하면서 하청 노동자를 조직하려고 한다. 사내하청 단위들의 공동투쟁, 재벌사 오너들을 겨냥한 불법파견 범죄자 처벌, 법원판결 이행을 위한 대중적 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압박하는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조직화도 투쟁 속에서 이뤄진다. 총파업이 잘 실현되면 부품사 조직화도 잘 될 것이라고 본다. 자동차가 밀집돼있는 울산, 경기, 경남, 경주 등에서 노조로 조직되어 있지 않은 부품사 노동자들도 투쟁으로 조직하려고 한다.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들고 금속노조와 함께 싸우는 과정에서 금속노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노조로 조직되고 노동자의 힘이 커지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투쟁만이 살길’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진보정당 통합 단결
노동자 정치적 힘 키워야

대통령선거에 대한 간략한 평가를 해달라.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지금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대선이 정치세력화를 도모해야 할 요구성을 더욱 높여줬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5년간의 실정이 역사의 박물관으로 가야 할 수구세력을 다시 등장시켰다. 초박빙 선거로 진행되다 보니 ‘윤석열을 안 된다’는 분위기 때문에 진보진영에서 이재명을 선택하는 경향성도 있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갈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철저하게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노동자들이 직접 정치적 힘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와 2024년으로 가는 정치 일정 속에서 진보정당의 단결을 기초로 해 현장의 정치적 힘을 키워야 한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보정당의 통합과 단결을 잘 이뤄야 한다.

자본가들은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 권력도 독점하고 있다. 생산수단 독점의 문제는 임단협이나 경제투쟁으로 극복하면 된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생산수단을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정치적 힘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조합원들과 잘 토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동자 자주평화통일사업에 대한 고민을 말해 달라.

“자주통일 영역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노동운동 자체가 반자본주의 운동이고 이는 제국주의 경제침략과도 맞닿아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 노동자가 왜 자주통일운동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고 광범위한 교육이 우선 필요하다. 현장조합원들의 자주통일운동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 마련하려고 한다. 또, 올해 금속노조는 효순미선 투쟁, 노동자 통일선봉대 등 대중투쟁을 잘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본다.

4.3을 앞두고 고민되는 지점도 있다. 지금까지 제주 4.3기행 등 역사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있었다. 많은 조합원이 참가하지만 다녀오면 자주통일운동에 나서도록 재조직하는 게 쉽지 않다. 노동자 자주통일 역량으로 재조직화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고정화되어 있던 사업만이 아닌 날짜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교육을 일상화할 수 있는 주제를 개발하는 등 사업의 다변화를 시도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지리산 기행 같은 거다.”

마지막으로 총파업을 앞둔 결심 한마디

“지난해 민주노총이 코로나 국면에서 의미있는 총파업을 벌였다. 올해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잘 실행하는 것은 금속노조에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민주노조 운동이 변혁성과 투쟁성을 이어나가는 데에 또 한번의 도약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금속노조 어깨에 놓인 임무를 조합원들과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가겠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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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불탄 집 빚내서 다시 지으래요"

[끝나지 않은 산불] 산불 진화 이후, 마을회관에 남은 사람들

한예섭 기자/이상현 기자  |  기사입력 2022.03.22. 07:56:31 

 

산불이 끝났다. 지난 8일 강릉·동해의 주불이 진화된 데 이어 13일엔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된 울진·삼척의 주불까지 진화가 완료됐다. 대피소에 모였던 이재민들은 각자의 집이나 임시거주지로 흩어졌다. 1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울진·동해 방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강릉·동해 방문을 기점으로 산불 현장에 대한 정계와 언론의 발길도 사위어갔다

다만 산불이 끝났어도 산불 이전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내려앉은 집, 불타버린 농지와 농기계들, 화재의 영향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산과 숲은 저절로 복구되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가 지나간 현장엔 앞으로 감당해야 할 막대한 물질적, 시간적 비용이 부담으로 남아있다. 산불이 끝난 현장에서 '끝나지 않은 산불'을 말하는 이들을 <프레시안>이 만났다.

"다른 곳에 가느니 여기가 낫지"… 집 잃고 경로당에 남은 사람들 

"다른 사람 한두 명이라도 같이 있으면 마음이 좀 괜찮을 텐데, 90이 넘으신 나이에 어머니가 경로당에 혼자 계세요, 혼자..." 

강원도 삼척시 북평항에서 시멘트 운반업에 종사 중인 이정만(63) 씨는 최근 시간이 날 때마다 강릉시 옥계면 남양2리 경로당을 찾는다. 강릉·동해 산불로 70년 넘게 지켜오던 집을 잃고 경로당에 홀로 거주 중인 어머니 김옥자(93) 씨를 돌보기 위해서다. 18일 남양2리 경로당에서 만난 이 씨는 "휑한 경로당에서 홀로 잠들 어머니가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재 당시, 젊고 움직일 여력이 있는 몇몇은 필사적으로 물을 뿌려 집을 지켰다. 집을 지켜내지 못한 일부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임시숙소를 이용하거나, 친인척 집에서 신세를 지기도 했다. 마을 최고령자에 속하는 김옥자 씨의 경우 그중 어느 쪽도 여의치 않았다. 사고 이후 이정만 씨도 삼척의 본인 거주 아파트에 어머니를 잠시 모셨지만 "닭장 같은 아파트 생활"에 어머니는 일주일도 버티지 못했다. 

산불은 집뿐만 아니라 집과 함께 구축해온 김 씨의 생활 그 자체를 파괴했다. 하루아침에 자식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불편했다. 집 근처 이웃들과의 소소한 네트워킹이 사라졌고 일상에 활력을 주던 소일거리들을 잃어버렸다. 얼마간 자식 집을 옮겨 다니던 김 씨는 결국 경로당에 혼자 남길 택했다. 불타버린 집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내려앉았지만 "다른 곳에 있느니 그래도 여기가 나았다". 

▲18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남양2리 경로당에서 만난 김옥자(93) 씨와 이정만(63) 씨 ⓒ프레시안(한예섭)

같은 날 울진·삼척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2리 경로당에서 만난 전원중(82) 씨, 주춘자(78) 씨 부부의 상황도 비슷했다. 산불이 일어나기 얼마 전 허리수술을 받았던 주 씨는 화재 당일에도 재활운동을 하러 집을 나섰다가 그대로 이재민이 됐다. 허겁지겁 마을로 돌아오자 눈에 들어온 것은 완전히 불타 내려앉은 본인들의 집이었다. "집 쪽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착잡한 마음을 전한 주 씨는 현재 마을 경로당에서 임시로 거주 중이다. 

"이 나이 먹고 어디 멀리 가서 살 수가 있나요. 허리가 아파서 어디 대피소 생활 같은 건 엄두도 못내요. 동네에서 일단 여기 경로당에서 좀 계시라 해주니까, 그래 차라리 여기 있자 싶은 거지요." 

전 씨와 주 씨는는 원래 집 앞 공터에 임시조립주택을 설치해 달라 요청할 계획이다. 다만 화재로 잃은 것이 집 뿐만은 아니다. 기자의 질문 사이사이에 주 씨는 한숨을 내쉬며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부는 맨몸으로 나와 맨몸으로 이재민이 됐다. 화마는 그들에게서 집, 살림살이, 일거리와 생계까지 앗아갔다.

"가구도 다 들여와야 하고. 농기구도 다 탔어요. 밭에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도 이제 없고. 평소엔 고추, 마늘, 깨 농사를 조금씩 지어서 내다 팔았거든요. 우리 집 고추가 좋다고 와서 사가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렇게 벌어서 둘이 살기엔 충분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해요." 

▲18일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2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전원중(82) 씨와 주춘자(78) 씨 ⓒ프레시안(한예섭)

충분하지 않은 재난지원 …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빚내서 집 지으라 한다" 

"정부에선 1600만 원을 준다는데 그거 가지고 어떻게 집을 지어요. 택도 없어요" 

남양2리 4반에 흙으로 지어놓았던 김 씨의 집은 현재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전소된 상황이다. 나곡2리 경로당 인근 전 씨 부부의 집 또한 뼈대를 제외하곤 모두 불타고 내려앉았다. 두 경우 모두 정부 지침상의 '완파' 상태다. 현행 기준 사회재난 시 집이 완파된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 주거비는 1600만 원이다. 집을 새로 지어야 하는 입장에선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전 씨가 아들과 함께 추산한 주택재건 최소 견적만 해도 1억3000만 원이 나왔다.

행정안전부가 동해안 산불 피해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주거지원 정책에 따르면 주택전소 피해자들은 7.3평 규모의 임시조립주택을 지원받을 수 있다. 1년 동안 무상거주가 가능하고 상황에 따라 연장신청도 할 수 있다. 김 씨나 전 씨 부부처럼 임시숙소에 머무르고 있는 산불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컨테이너 숙소여도 좋으니 일단 내 집에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1년이든 조금 더 연장하든, 그 다음은 어떡하느냐"며 걱정을 내비쳤다. 

"임시주택 그거, 결국 1년 살다가 1년 넘어가면 (집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우리 나이가 80이에요. (비용 마련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참 막막해요" 

주택복구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주 씨가 이렇게 대답했다. 어찌됐든 집은 다시 지어야 한다. 집을 지으려면 상당한 수준의 비용이 필요하다. 모아놓은 돈은 부족하고,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층인 만큼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노동수단도 마땅치 않다. 생계로 삼던 농사일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본격적인 농사는) 내려놓은 지 오래"라고 주 씨는 설명했다. 화재 이후엔 그마저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대책은 융자다.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산불 피해자들에겐 재해주택복구자금 융자가 제공될 예정이다. 최대 8840만 원의 융자가 연 1.5% 금리로 제공되며, 17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고령의 피해자들이 이를 갚아나갈 수 있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주 씨는 "우리가 모은 돈이 어디에 있나, 결국은 갚지도 못할 빚으로 집을 짓는 것"이라며 "자식들에게 신세지는 것이라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양2리 김옥자 씨의 전소된 집터 ⓒ프레시안(한예섭)
▲나곡2리 전원중, 주춘자 부부의 전소된 집 ⓒ프레시안(한예섭)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 가장 답답하다" 

"저기 소나무 숲이 지금은 저렇게 번듯해 보여도 몇 달만 있어 봐요. 불이 밑으로 가서 계속 악화될 거야, 지금 푸르러 보이는 나무들도 결과적으로 다 죽을 거야" 

이 씨는 산불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끝나지 않은 산불'의 흔적이 그의 집 근처 현장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가 가리킨 소나무 숲만 해도 일대가 모두 검게 그을린 상태로 매캐한 냄새를 내뿜고 있었다. 비슷한 풍경이 동해, 삼척, 울진 곳곳의 야산에서도 반복적으로 펼쳐졌다. 

산이 입은 피해는 그대로 인근 거주민들에게 전가된다. 국내 유력 관광지인 동해에선 지난 12일과 13일 지역 대표 관광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입장객이 전주 주말 대비 80% 주는 등 관광객 감소세가 포착되기 시작됐다. 국내 최대의 송이 생산지로 꼽히던 울진에선 이번 산불로 추정 400가구 이상의 송이 채취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산불 현장에 남은 피해자들은 특히 "구체적인 대책을 모르겠다"는 것을 현재 상황의 가장 답답한 점으로 꼽았다. "임시주택으로의 입주, 구체적인 생계지원 등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주 씨와 전 씨 부부의 경로당 생활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가 없다. 울진군은 죽변면 등에 임시주택단지를 설치하고 있으나 개별 단위의 임시주택 설치 일정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최근 부부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집 뒤쪽 대나무밭 아랫부분을 굴삭기로 깎아 놓았다. "언제 (입주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빨리 들어가고 싶어서, 일단 준비라도 해놓고 있다"고 그들은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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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는데... 윤석열 당선자 참 이상하다

[산촌일기] 청와대가 문제인 게 아니라 주인이 문제다

22.03.22 06:05l최종 업데이트 22.03.22 06:05l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큰사진보기우리 가족은 이 산골마을에서 산다. 이웃들은 우리 집터가 흉하느니 좋다느니 한다. 집터가 좋고 안 좋고는 주인하기 나름이다. 주인이 성심을 다해 살면 좋은 집터로 변하기 마련이다.
▲  우리 가족은 이 산골마을에서 산다. 이웃들은 우리 집터가 흉하느니 좋다느니 한다. 집터가 좋고 안 좋고는 주인하기 나름이다. 주인이 성심을 다해 살면 좋은 집터로 변하기 마련이다.
ⓒ 김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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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산골에 들어오기로 작정하고 이삿짐을 쌀 때는 나이 51살이었다. 모두들 한창 일할 나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다고 여겼고, 이후 이 산골에서 진주 시내까지 통근했다. 대중교통으로 오가려니 왕복 네댓 시간이나 걸렸다.

아침 6시 조금 지나 2km를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나갔고, 칠선계곡에서 나오는 첫차를 타고 읍내 버스터미널로 가고, 거기서 진주행 버스를 탔으니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출근길 역순으로 퇴근하면 밤중이었다.
 

그래도 나는 이 집이 좋았다. 직장을 버릴까, 이 집을 버릴까 하는 고민 끝에 나는 직장을 버렸다. 살아보면 살아지겠지 했다. 월급을 못 받게 된 현실은 나에게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 집은 나를 품었다. "아따. 집터가 참 좋네요. 배산임수에 좌청룡 우백호가 척 그려집니다."

"수맥도 피하고 수구(水口)도 피했으니 이만한 집터가 어디 있겠소."

우리 집을 찾은 민박 손님 가운데 내로라하는 건축가도 있었고,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터를 본다는 지관(地官)도 있었다. 그들은 우리 집터를 이렇게 평했다. 뒷짐을 진 채 멀리 지리산을 내다보며 집터를 해설하는 그의 뒷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심지어는 이 집 어느 방에서 아이를 가지면 좋을 것인가를 봐주겠다는 풍수쟁이도 있었다. 자식이 혼인 할 때 자기가 찍어주는 방에서 아이를 가지도록 하면 기막힌 운세를 가진 자손을 볼 거라고도 했다.

"매사에 조심혀. 그 집 전에 살던 사람이 망해서 나간 집이여."
"그 집 예전에 면장이 살던 집이여. 그 전에는 사오백 석 하는 부잣집이고."


마을 이웃들의 우리 집터에 관한 평가는 이처럼 극명하게 갈렸다. 어떤 이는 좋은 집터라 하고 어떤 이는 망한 집터라 했다. 내가 이사 오기 전 이 집은 빈집이었다. 농협 빚에 쫓겨 야반도주한 집이라 했다. 한밤중 1톤 트럭에 짐 챙겨 네 식구가 소리 소문 없이 도망친 집이라 했다. 말 그대로라면 흉한 집이었다.

그러나 내가 처음 이 집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마당을 뒤덮은 잡초와 부서진 문짝은 보이지 않았다. 장독대 흩어진 사금파리와 썩어 내려앉은 마룻장은 눈에 들지 않았다. 오직 마을을 휘두른 산맥과 앞으로 건너 보이는 지리산이 나를 포근하게 감싼다는 느낌뿐이었다.

"이 집터는 기가 참 셉니다. 그 기운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이 차지하면 좋은 집터요,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자리 잡으면 필경 망할 집터지요."

이 집에서 대여섯 해 살았을 무렵 우리 집을 찾은 손님 가운데 지관이 있었는데 그이가 이런 평가를 내려주었다. 용과 범의 혓바닥 위에 자리 잡았고,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이니 기운만 변치 않으면 순리대로 잘 흐를 집터라고 했던가.

그때야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제법 고집불통이기도 하고, 사뭇 그릇된 일을 만나면 물어뜯고 늘어지기도 하니 나 스스로 내 기운이 제법 셀 거라 여기던 차였다. 어쨌거나 이 집터에 얽힌 여러 평가 가운데 어쩜 나에게 딱 맞는 해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터란

며칠 전이었다. 한밤중에 마을방송이 요란을 떨었다. 산너머에 산불이 났으니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거였다. 마당으로 뛰쳐나왔다. 서쪽 능선으로 연기가 솟구치고 불꽃이 반사되어 하늘이 벌겋게 물들었다. 바람은 세차게 불었다. 금세라도 불꽃이 산을 넘어올 것만 같았다.

"이를 어째... 불이 넘어오면 어째요. 저 봐. 산 너머가 온통 벌겋네."

아내는 발을 동동 굴렀다. 마을방송을 듣고 이웃들도 하나 둘 골목으로 뛰쳐나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바람은 거칠게 몰아쳤다.

"불이 금방 넘어오겠는데? 그래도 우리 마을이야 괜찮지. 개울이 가로막고 있고, 논밭이 산 아래까지 이어졌으니 아무리 센 불길이라 해도 여기까지야 건너오겠어?"
"아, 저기 울진인가 거기 산불 안 봤어요? 불덩이가 산을 넘어 다닌다더마."


곁으로 다가온 예삐엄마도 발을 동동거렸다.

"우리 마을은 걱정할 거 없고, 저 너머 금대암 가는 길 가에 지은 집들이 큰일 나겠네. 산불이 넘어오면 저기 골짜기 안쪽 새로 지은 집들도 걱정이고."

몇 년 사이에 마을 뒤편 산자락엔 제법 많은 집이 들어섰다. 머구밭골 입구에 3채, 운골에 5채, 뒷골 초입에도 3채가 들어섰다. 다들 외지인들이 주말용 별장으로 쓰거나 귀촌한 사람들 집이었다. 숲과는 지근거리여서 울진 산불을 상기하면 영락없이 산불 피해를 입게 될 거였다.

"집은 마을 안에 지어야지. 마을이 그냥 마을이 아니거든. 그만큼 오랜 세월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재해로부터 안전을 검증받은 곳이 마을이야. 물 좋다, 경치 좋다 하며 여기저기 아무 곳에나 집을 지으니 재해 앞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산불이 난 쪽 산언저리에 새 집을 지어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불이 집 앞 낮은 능선까지 건너왔다고 했다. 그곳의 매캐한 연기가 코끝을 스치는 듯했다. 다음날 아침 다행히도 불길이 일찍 잡혀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안도의 목소리를 전해 듣기까지 우리도 걱정에 잠을 설쳤다.
  
큰사진보기마당엔 꽃밭을 만들고 주변 울타리를 낮추었다. 찾아드는 사람들 표정이 환하다. 그렇게 우리집은 밝은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  마당엔 꽃밭을 만들고 주변 울타리를 낮추었다. 찾아드는 사람들 표정이 환하다. 그렇게 우리집은 밝은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 김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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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이 집에서 15년을 살았다. 살아오는 동안 크게 우환이 없었으니 우리 가족에겐 좋은 집터가 분명했다. 큰 비가 내리고 태풍이 왔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 지관 말대로 내 기운이 이 집터를 다스린 건지, 집터가 우리 가족을 잘 품어 안은 건지 모를 일이다.

이런 세상에서 참한 며느리도 만났고, 귀여운 손녀도 받아 안았고, 언덕배기 논배미도 장만했으니 이게 다 집터 덕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경제적 형편도 많이 풀렸으니 그 이유를 딱히 어찌 설명할 수 있나. 그저 조상이 도왔거나 좋은 터를 만났기 때문이리라.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리가 여기로 들어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
"그러게. 우리가 아직도 도시에서 살았으면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전세방을 전전하면서 당신은 조그만 식당이나 운영하고 있겠지?"
"당신은 식당일 도우며 꾀죄죄한 모습으로 기원이나 들락거리겠지?"


가끔 아내와 나누는 대화가 이렇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모습밖에 그려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이 집을 만났고, 도시를 떠났고, 온 가족이 이 터에 깃들어 나름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으니 집터에 대한 신뢰는 누구보다 더했다.

집이 중요한가, 주인이 중요하지

요즘 대통령 집무실 옮기는 일로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청와대는 권위주의의 상징이니 그런 권위를 지우겠다는 대통령 당선자의 일념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당선자의 행보도 남다르게 탈권위적이다. 남대문시장을 방문하고, 국밥을 먹고, 대중목욕탕에 가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이런 서민인데 어찌 청와대와 같은 집에 들어가 산단 말이냐'라고 하는 것 같다.  

20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당선자는 기필코 청와대로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우려하는 국민을 설득하고 반대 여론이 강해도 돌파해 나가겠다고 했다. 5월 10일 집무는 반드시 국방부 청사에서 시작한다고 못박았다. 

그런 모습을 보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여기저기서 '청와대 터가 좋지 않아 못 들어간다'는 말이 돌았다. 그래도 이 나라 대통령 당선자인데 그렇게까지 하랴 싶었다. 실제 2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풍수지리라든가 무속 논란도 같이 불거지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윤 당선자는 "무속은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라며 일축했다.

어느 유능한 지관이 있어 대통령 당선자의 생각을 그리 이끌었는지, 국가운영에 관한 본인의 철학과 의지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아니다. 

국민 삶을 위해 할 일이 부지기수건만 대통령 당선자라는 사람이 일터 타령이나 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이 나라 국토방위의 사령탑을 자기 일터로 삼겠다며 밀어붙이는 것이 볼썽사납다. 대통령이 국민 말에 귀기울여 주기 위한 장소가 청와대면 어떤가. 대통령이 국민을 만나고 섬기기 위해서라면 집무실 위치가 그리 대순가. 국민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데 그런 군색한 이유로 고집을 부리니 '청와대는 터가 사납다'는 풍수쟁이의 요설에 맘을 뺏긴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청와대 터가 안 좋을 리가 있나. 내가 보기에 좋기만 하드만. 거기 무장경찰이 국민들 발걸음을 통제하고, 목소리를 틀어막고, 눈동자를 가리니 안 좋은 게지. 그러고도 주인입네 행세하다 부정축재하고, 권력을 사유화하고, 총칼로 겁박하고 그래서 그런 말년을 맞은 게지.

청와대는 불통 자리고 용산 국방부 청사는 소통 자리라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기가 차고 속이 터질 일이다. 괜한 짓 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말을 수식어로 덧붙이지는 말아야지.

저 자리에 청와대를 두고서도 국가는 번영했고 국민은 잘 살아왔다. 억울한 일도 당하고, 이리저리 떼밀리면서도 꿋꿋이 이 나라를 지켜왔다. 터가 사납거나 말거나 나라는 대국이 되었고 국민들은 법을 잘 지키고 따랐다. 불의에 항거할 줄 알았고, 국난 앞에 힘을 모아 나라를 건사해 왔다.
  
큰사진보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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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집터가 좋다. 살아오면서 좋은 일만 있었으랴. 마을일로 송사도 당하고, 민원에 시달리며 머리카락도 많이 듬성듬성해졌다. 이장 선거에 나가 낙선도 하고, 아는 사람에 속아 돈도 좀 떼였다. 보름이가 크게 다치기도 했고, 아내는 대상포진으로 고생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일을 사랑했다. 각자가 성의 있게 열심히 살았다. 나는 농부로, 아내는 민박집주인으로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살았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살았다. 약한 사람을 편들며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집안일도 순조롭게 풀렸다. 마침내 이 집터가 좋은 집터가 되었다.

청와대도 그랬으면 좋겠다. 주인이 부패하지 않으면 된다. 부정한 일을 삼가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된다. 너그럽게 지혜롭게 국민을 섬기면 된다. 그러면 좋은 터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사나운 터가 된다.

국민은 하루하루 허겁지겁 어렵게 살아가는데 어찌 대통령 당선자로서 이런 일을 함부로 꾸미는가. 이처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고집불통이지 국민 소통이랄 수 있나.

코로나가 극성이고, 국제정세가 안갯속이다. 이래저래 국민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 새 집을 짓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이 차고 넘친다. 청와대에 들어가 살면서 천천히 살펴보고 계획하고 옮겨가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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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靑 집무실 이전 반대에 “문재인, 투쟁파에 힘 실어줘서”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2.03.22 07:53
  •  
  •  수정 2022.03.22 08:56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NSC 회의 결과, 윤 당선자 경청하라”
조선·동아 “기업이 곧 국가인 시대” 한겨레·경향 “노동자 목소리 귀 기울여야”

 

청와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계획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5월10일 취임식을 마친 직후 용산에서 근무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보다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오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윤 당선인 쪽이 요청한 496억원의 집무실 이전 예비비를 상정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22일자 국민일보 1면.
▲22일자 국민일보 1면.

22일자 아침신문들은 1면에 ‘신구 권력의 갈등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또 1면에 윤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을 만난 소식에 집중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제거해 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지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거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재계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자 아침신문 1면.
▲22일자 아침신문 1면.

조선일보 “문재인 안보 말할 자격 있나” 한겨레 “윤 경청하라”

청와대 국방부 이전 계획 반대에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당장 만나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두 신문은 20대 대선에서 박빙의 투표율 결과를 보여주며 정치와 통합의 협치를 주문했는데 벌써 갈등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NSC 회의 결과를 윤 당선인이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는 2면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 인사권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윤석열 당선인 측과 충돌하면서 신구 권력 간 충돌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며 지난 18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윤 당선인에게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만나자고 했었던 일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불과 사흘만인 21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22일자 조선일보 2면.
▲22일자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는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를 할 것이냐, 아니면 6월1일 지방선거를 의식해 새 정부와 대립 구도를 만들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NSC 회의를 직접 주재한 뒤 기류가 급변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 중에 윤 당선인과 협력하자는 ‘협조파’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러서면 안 된다는 ‘투쟁파’ 중 ‘투쟁파’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겠냐는 말이 나았다”며 “실제 청와대는 최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한 비공개 여론조사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찬반 의견이 비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썼다.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때 청와대 폐지와 집무실 이전을 약속했던 일을 언급하며 “하지만 청와대에 들어가자 약속을 저버렸다.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후임자가 하겠다면 도와주는 게 도리다. 그런데 근거도 불명확한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다른 사람도 아닌 문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을 들어 안보 공백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쏴도 도발이라고 말도 하지 못했다. 올 들어 유엔의 대북 규탄 결의안엔 세 번이나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이후 북 도발에 대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거의 주재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기본 책무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 뒤 “이날도 ‘북한’이라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위협하는 주체도 없이 무슨 ‘안보’인가”라고 비판했다.

▲22일자 동아일보 사설.
▲22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완승도 완패도 아닌 박빙의 결과로 우리 정치에 통합과 협치를 주문했다. 그런데 여야는 그런 민의를 배신하고 갈등과 대결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서둘러 만나 갈등을 해소하고 원활한 정부 인수인계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두 사람 모두 약속한 통합·협치의 선거 민의를 받드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새 정부와 180석 야권이 싸움만 했다가는 국민만 불행해진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이 21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합동참모본부가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연쇄 이전하는 비용이 1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날 윤 당선자가 496억원의 집무실 이전 비용만 제시했다가 하루 만에 집무실 이전 비용의 2배가 넘는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을 실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3면 기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는 보도를 했다.

▲22일자 한겨레 4면.
▲22일자 한겨레 4면.
▲22일자 한국일보 3면.
▲22일자 한국일보 3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청와대 국방부 이전 반대에 계획에 “타당한 의견 표명이다.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운명이 달린 국가 안보에 털끝만큼의 공백도 있어선 안 된다는 건 기본 상식”이라며 “누가 뭐래도 5월9일까지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오롯이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 합참 등 국가 안보 중추 시설의 연쇄 이전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피할 수 없는 책무다. 윤 당선자는 엔에스시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2일자 한겨레 사설.
▲22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이어 “이런 점에서 이번 엔에스시의 의견 표명을 신구 정권 간의 힘겨루기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윤 당선자 쪽에선 새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상식 밖이다. 일이 이렇게 된 건 윤 당선자가 국가 중대사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자는 더 이상 비현실적인 ‘취임 전 이전’에 집착하지 말고, 취임 뒤 여론 수렴과 충분한 검토를 거쳐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선·동아 “기업이 곧 국가인 시대” 한겨레·경향 “노동자 목소리 귀 기울여야”

윤 당선인이 21일 경제 6단체장들을 만나 “정부 주도에서 이제는 민간 주도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기업을) 도와드리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서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2일자 한겨레 1면.
▲22일자 한겨레 1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지금 전 세계에서 정부가 기업 친화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였다. 기업 아닌 민노총의 전성시대였다”며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급속 인상, 경직적 주52시간제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반기업 규제를 쏟아냈다. 노동3법 개정, ILO협약 비준 등 노동계 요구는 대폭 수용했다. 이 와중에 민노총은 불법·폭력 면허증을 받은 집단이 됐다”고 민주노총을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정부가 노조의 불법·폭력에 법대로 대응하기만 해도 노사 관계는 상당 부분 정상화될 수 있다”며 “지금 세계는 기업이 곧 국가인 시대다.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잘 살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못 산다. 정부 정책이 이 시대 흐름을 막지는 않는지 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과 청와대 이전 후보지 결정을 마친 당선인의 첫 대외 행보가 경제단체장과의 만남이란 건 상징적이다. 기업규제 3법, 노조 3법 등 기업을 위축시키는 입법과 정책 때문에 한국의 경제계는 5년간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그만큼 새 정부에 거는 기업들의 기대도 크다”고 쓴 뒤 “노동법제 개정, 많은 ‘대못 규제’ 완화는 입법사안이어서 야당과의 협치가 본궤도에 올라야 기대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거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도입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경제계 의견을 경청해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에 불리해 보이는 노동법제 개정을 주장했다.

▲22일자 한겨레 사설.
▲22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친기업’ 일변도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윤 당선자는 또 ‘(재계가) 저와 언제든 직접 통화할 수 있게 하겠다’며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개통했던 대통령과 기업인 간 직통전화를 다시 열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어 “경제단체장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규제의 합리적인 개선을 건의하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마치 입을 맞춘 듯 중대재해법을 완화해달라고 했다”고 지적한 뒤 “우리나라가 주요국 중에서 산업재해가 가장 심각함에도 처벌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못 미치는 상황을 알고나 이런 주장을 하는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경제단체들은 주 52시간제 유연화, 최저임금제 개선, 상속세·법인세 완화 등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고 한다.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는 풀어야 하지만, 동시에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그리고 반시장적 행태를 개선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공정 경쟁 확립이라는 공약이 빈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22일자 경향신문 사설.
▲22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다. 현시점에서 기업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자칫 불평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심각한 경제·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전면적·일방적 규제 완화는 사회 분열을 파생시켜 한국 경제를 더 위기 속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인수위는 이날 회동을 추진하면서 전경련이 주도하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기업들의 자금모금을 주도해 국민적 비난을 받은 게 전경련이다. 그 여파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해 조직이 사실상 형해화됐다”며 “인수위는 실무자의 실수라고 설명했지만 윤 당선인의 기본 인식을 드러낸 게 아닌가 우려된다. 노사 간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은 노동계와의 만남도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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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보따리 푼 재계…윤석열 “언제든 전화하시라”

주 52시간 규제 완화, 중대재해처벌법 대폭 수정…“공권력 적극 투입” 요청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윤석열 당선인을 만난 경제6단체 대표들은 작심한듯 ‘민원’을 쏟아냈다. 윤 당선인은 “기업인과 핫라인을 만들겠다. 언제든 전화하시라”고 화답했다.

21일 윤 당선인과 만난 경제6단체 대표들이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윤 당선인이었다. 그는 “쉽게 말해 소득이 오르는게 경제성장인데, 그게 결국 기업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투자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제도적인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음 발언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작심한듯 재계 민원을 털어놨다. 노동시간 규제에 대해 “일자리 모습이 다양하고 근로자 니즈(요구)가 달라졌다. 노동법제는 시대 요구에 맞게 대폭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주52시간제에 대해 비판적이다. 경총은 주 52시간을 분기 평균 주 52시간 혹은 연 평균 주 52시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의 편의성이 높아진다. 일이 많을 땐 주 70~80시간 일을 시키고 없을 땐 쉬게 할 수 있다. 반면 노동자의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은 해소되지 않는다.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공약도 손 회장의 경총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 회장은 “노사관계·갈등이 국가 경쟁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거나 “노동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발언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 현장에서 공권력 집행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권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노사관계 개혁을 요구하는 대목에서 ‘공권력’이 등장한 것으로 미뤄보아 파업시 경찰력이나 고용노동부의 행정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 발언은 이어졌다. 그는 “기업들은 재해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기업인 걱정이 많은게 사실”이라며 “중대재해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대신, 재해 예방 활동을 대폭 강화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런 어려움 잘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높이 평가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발언을 마쳤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비판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내놨다. 허 회장은 “안전이 물론 중요하지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재해법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보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은 눈에 띄었다. 그는 민원을 늘어놓는 대신, 제안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대한상의 플랫폼에서 당선인에 바라는 제안 2만건을 받았다. 이걸 카테고리화해서 인수위에 전달하겠다”거나 “범정부회의체에 민간이 참여하게 해달라”고 했다.

최 회장 발언이 끝난 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은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오찬이 끝난 직후, 인수위 측은 서면 브리핑에서 기업인들과 당선이 핫라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핫라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공무원들이 말도 안되는 규제 하려고 하고 갑질하면 바로 전화하시라. 그것 만큼은 내가 바로 전화 받겠다”며 핫라인 구축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는 “언제든 전화하시라. 내가 들어드리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양극화 해소가 경제에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정말 이익을 공유하는 프로핏쉐어링이 제대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수출입업계 직면 과제는 물류 애로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정부가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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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북정책 부활, 윤석열 대북정책 반드시 실패한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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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03/22 08:45
  • 수정일
    2022/03/22 08:4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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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미국위, ‘윤석열 당선인 대북정책 토론’서 주장

  • 기자명 뉴욕=김동균 통신원 
  •  
  •  입력 2022.03.21 13:56
  •  
  •  댓글 0
 

뉴욕=김동균 통신원 / 6.15미국위원회 사무국장

 

대선 다음 날, 6.15미국위원회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 분석 토론을 위한 위원장단 화상(Zoom)회의를 개최, 토론 후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을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으로의 회귀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며 다섯 가지 판단 근거를 제시했다.


‘6.15 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대표위원장 신필영)는 대선 다음 날인 지난 10일 저녁 8시(동부) 화상(Zoom)으로 5개 지역위(뉴욕위, 워싱턴위, 시카고위, 엘에이위, 시애틀위) 대표위원장들과 사무국장들이 모여 윤석열 당선인의 외교안보(대미‧대북)정책에 대한 분석, 토론모임을 가졌다.

토론 모임 후, 6.15미국위 사무국에서 토론의 내용을 정리하여 전체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보고문을 통해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에 대한 6.15미국위의 견해와 판단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6.15미국위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부활로 판단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답습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며 그 다섯 가지 근거를 제시하였다.

정세토론을 이끈 신필영 6.15미국위원회 대표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김동균 통신원]
정세토론을 이끈 신필영 6.15미국위원회 대표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김동균 통신원]

정세토론 시작에 앞서 미국위 사무국에서 5개 지역위 대표위원장들에게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을 분석, 전망할 수 있는 외교안보정책에 관한 3차례 공식발표문(1/24 여의도 당사 외교안보공약 발표 기자회견문, 2/8포린어페어스 기고문, 3/10 국회 도서관 앞 대통령 당선소감 발언문)의 핵심 부분을 보고, 공유한 후 대표위원장단의 정세토론이 시작되었다.

토론회에서 3가지 공식 발표문을 살펴본 결과,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한미동맹 전면화를 핵심으로 하여, 북의 선 비핵화를 절대 목표로 남북대화를 추구함이 명백하다고 하였다. 이는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 개선”을 남북관계의 기조로 했던 이명박 대북정책(비핵‧개방‧3000)의 부활로 분석되었다.

6.15미국위 보고문에 의하면, 이명박 대북정책의 ‘부활’이 가능한 것은 이명박 외교안보팀이 윤석열의 외교안보팀을 구성하고 주요 직책을 맡게 된 것에도 기인한다. 특히, 이명박 집권 초기 ‘비핵‧개방‧3000’을 설계, 입안했고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냈던 김성한이 윤석열의 외교안보 가정교사와 선거대책본부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이 되어 윤석열의 외교안보정책을 설계하였다.

그 김성한이 지난 15일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로 임명되었고 또한 이명박 집권기 청와대 대외전략 비서관과 기획관을 지내면서 ‘비핵‧개방‧3000’의 실효성을 높인다며 소위 ‘그랜드바겐’을 설계했던 김태효가 2인의 인수위원 중 1인으로 임명되었다.

따라서 이를 볼 때, 3차례 공식발표문에 나타난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이명박의 대북정책 기조가 그대로 수용된 것이고 윤석열 정부 집권 내내 그대로 유지되리라 판단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경선 캠프 때, 소위 ‘외교안보 5인회’(현인택, 김성한, 남성욱, 남주홍, 김태효) 중 두 명이 김성한, 김태효이다)

6.15미국위가 특히 염려스러워 하는 것은, 3가지 발표 문건에 나타난 군사부문에 있어서 대북 대결과 적대를 고도화하는 점이다. 즉, ‘한미연합군사훈련 정상화’와 ‘성주 사드기지 정상화’를 기치로 들고 (1)한미 외교‧국방(2+2) 핵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실질가동 (2)미 전략자산 전개(폭격기, 항공모함, 핵잠수함) (3)한미 확장억제(핵우산) 실행력 강화 (*핵우산: 전략폭격기발사순항미사일(ALC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한국형 3축 체계 복원 (선제타격능력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역량) (5) 첨단전력 고도화 (감시정찰자산, 정밀타격 자산, 첨단무기 개발) (6)3불 폐기(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참여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7)국방백서 북한군 주적 명시 등이 그것이다.

3가지 공식 발표문건에 드러난 윤석열 대북정책의 목표와 내용을 살펴본 후 6.15미국위가 도출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실패한 ‘전략적인내(오바마)’를 명칭만 바꿔 새로운 대북정책인양 제시한 바이든의 대북정책이 북(조선)과의 사이에서 전혀 실행력을 얻지 못하고 성과가 전무한 것처럼, 실패한 이명박 식 대북정책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윤석열 표 대북정책은 그 정책 자체에 의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의 대북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판단한 근거를 미국위 보고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남북간 합의된 남북대화의 근본 목적에 위배, 역행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다.

윤석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남북대화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정책수단 중 하나”라며 ‘북의 비핵화’를 남북대화의 최고목표로 전제하고 있어 남북이 합의한 남북선언들(6.15, 10.4, 4.27판문점, 9.19평양)에 나타난 ‘남북의 평화통일’이라는 남북대화의 근본목적에 위배, 역행하기 때문에 북측도 현재 북미대화에 응하지 않듯, 비핵화를 위한 남북대화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기에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2. ‘북의 비핵화’를 절대목표로 삼은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고수에 의한 북에 대한 합의 파기, 불이행으로 인해 북의 비핵화가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러 있어 북비핵화 목표 자체가 달성될 수 없어 실패할 것이다.

미국의 북에 대한 적대와 핵위협으로 인해 북이 핵을 갖게 되었음은 이미 상식인 바, 미국과 남측의 싱가포르선언, 판문점선언 합의 파기와 불이행 등 대북 적대정책(한미연합북침전쟁연습, 핵우산, 대북제재) 철회의지가 없는 미국과 그를 충실히 따르는 남측으로 인해 단계적, 동시행동에 의한 대북 적대정책 철회와 한반도비핵화가 더 이상 실현성이 없어 북의 비핵화는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러 있음으로 북의 비핵화를 절대목표로 하는 윤석열 대북정책은 실패하지 않을 수 없다.

3. 북의 국력이 이명박 집권기와 차원을 달리한 발전단계에 있어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지원(보상)”이라는 이명박 식 대북정책을 재구성한 윤석열 표 대북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윤석열이 재현하려는 이명박 식 대북정책(비핵‧개방‧3000 & 그랜드바겐)이 설계된 2008년 이명박 집권기와 비교해 2022년 현재 북(조선)의 국력(인민의 의지와 자신감, 경제력, 무력)은 비상히 발전한 단계에 달해있어 비핵화에 따른 제재해제 및 경제적 지원 방식의 대북정책은 실효성이 전혀 없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즉, 이명박 집권기를 지나 박근혜 집권이 시작되던 2013년 북은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후, 2016년 7차 당대회 사회주의 강국건설노선 채택(자강력),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 2018년 경제총집중노선 채택, 북미남북관계 정상화 추진, 이에 따른 판문점, 싱가포르 남북/북미 대화, 2019년 이행 없는 남북/북미 합의 포기 후 정면돌파노선 채택(자력갱생), 2021년 8차 당대회 대북제재 상시화 대응 내적동력 비상 증대 통한 사회주의 자립경제건설노선 채택 등, 2022년에 이른 지금 북의 국력은 차원을 달리한 수준으로 발전해 선 비핵화 후 경제적지원(보상)의 대북정책은 더 이상 적용이 불가한 방식이기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4. 북‧중‧러 연대강화와 미‧중/미‧러 대결 격화로 인해 한미일 동맹에 의거한 북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전략이 실효성을 점차 상실해 갈 것이기에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집권 시기와 달리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선언에 대한 남측과 미국의 합의파기, 북의 핵무력 완성, 한미일동맹강화, 미중/미러 대결 격화 등으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는 북‧중‧러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고 이전 시기처럼 더 이상 국제사회(유엔과 6자회담국)의 대북압박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기에 한‧미‧일동맹에 의거한 대북압박을 근간으로 하는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5.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촛불 시민개혁세력과 진보변혁세력의 투쟁 역량이 축적, 내재화되어 있어 윤석열의 대북정책으로 인해 한(조선)반도의 평화가 위험에 처하면 윤석열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의 대북정책을 타파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기에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국내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고 실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상이 6.1미국위 대표위원장단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판단한 근거들이다.

보고문에 의하면, 6.15미국위는 토론을 통해 향후 정세를 다음과 같이 전망하였다.

문재인 정부 중반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위태한 단절 국면의 남북관계가 윤석열이 집권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되어 한미동맹 전면화(대북 적대와 대결 고도화) 실행으로 인해 강대강 충돌국면으로 급속 전환되면서 남북 간, 북미 간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몇 차례 전개되는 등 한(조선)반도에 첨예한 정세가 격화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로 인해 남북해외민족 모두가 또 다시 겪어야 할 고통과 소모해야 할 노력과 시간이 얼마나 많아야 할지 모두 통탄스럽다고 하였다.

또한 윤석열 집권 중반기에 이르기도 전에 대북정책은 물론 정치, 경제 정책의 실패 현실화로 인해 국민적 고통이 가시화, 가중되면서 정권 퇴출 차원의 국민적 저항과 투쟁이 강도를 더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였다.

반윤석열, 반적폐 진영들이 적폐청산의 기회를 놓친, 적폐청산을 실패(적폐세력의 부활)한 지난 5년을 성찰, 반성, 자기비판 하면서, 개혁진영과 진보진영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점검과, 그리고 제대로 된 개혁과 진보의 연대연합을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하였다.

보고문에서 6.15미국위는 회원들에게 적폐청산의 실패로 인해 적폐세력의 부활을 가져온 이번 선거의 패배는 역사의 진보에 다소 시기의 지연을 가져오겠지만 적폐는 반드시 청산될 것이고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동학농민전쟁, 3.1 운동, 4.19 혁명, 5.18 항쟁이 당시에는 패배하였지만 후대인 우리들에게 패배로 자리하고 있지 않듯, 그 투쟁들의 힘이 축적, 계승되어 미완의 승리인 6.10 항쟁, 촛불항쟁,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의 탄생을 가져온 것을 다시 새기자고 강조하였다.

더불어 이번의 패배는 단지 패배로서가 아닌, 적폐청산에 나선 반 적폐진영 내부의 유사 적폐 요소들과, 적폐와의 타협을 막지 못한 안일, 순진함과, 적폐청산에 대한 철저하지 못한 의지와, 적폐청산 실행력의 부족 등등에 대한 강제적 반성을 할 계기가 주어졌기에, 적폐청산에 대한 철저한 관점과 자세, 역량 축적 노력을 통해 승리로 전환할 토대 마련과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때라고 하였다.

끝으로 보고문은, 미국위 신필영 대표위원장이 5개 지역위 대표위원장들과 사무국장들 그리고 회원들에게, 다시 투쟁의 자리로 나가야 할 때가 그리 오래지 않아 올 것이므로 그때까지 서로 격려를 보내며 함께 마음들을 다지고 있자는 격려의 인사를 전하며 보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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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 용산 이전, 초유의 정치실험인가 불통의 시작인가

  • 기자명 조준혁 기자 
  •  
  •  입력 2022.03.21 0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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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용산 이전 발표 계획에 평가 엇갈려
오미크론 대유행 국면, 이번주가 정점?
민주 ‘개혁입법’ 추진 의지에 갈린 시선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 집무실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했다. 21일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해당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다만, 해당 소식을 다루는 논조는 달랐다. 대다수 신문이 ‘선언’, ‘용산 시대’ 등으로 긍정적으로 기사를 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강행’, ‘불통’이라고 지적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담았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세에 대한 소식, 더불어민주당의 ‘개혁입법’ 추진 의지에 대한 내용 등도 이날 아침신문에 실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직접 용산 이전 발표한 윤석열 당선자

조선일보는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대신 용산 간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1면에 실었다. 비교적 건조하게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윤 당선자는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침을 공식화했다”며 “윤 당선자는 오는 5월10일 취임식을 마친 직후 용산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기존 청와대는 당일부터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소통하는 대통령 용산시대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1면에 집무실 이전 보도를 담았다. 윤 당선자의 이전 의지를 두고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중앙일보는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의 관저였던 ‘경무대’에서 시작해 74년간 이어져 왔던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린다”며 “국민들과 분리돼 ‘구중궁궐’로 불려온 청와대의 이전 이슈는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반복돼 온 대선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지만 경호 문제와 대체지 선정의 어려움 등으로 매번 무산됐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이후에도 추진했지만 2019년 1월 포기를 선언했다”며 “이런 측면에서 윤 당선자가 대선이 끝난 지 단 두 달 만에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고 첫 출근을 새 집무실로 하겠다고 밝힌 건 초유의 정치실험”이라고 덧붙였다.

▲21일 자 아침신문 1면 모음.
▲21일 자 아침신문 1면 모음.

한겨레는 ‘끝내 용산 대통령실…1호 결정부터 불통’이라는 제목으로 1면에 관련 기사를 전했다. 한겨레는 중앙일보와 달리 불통에 방점을 찍었다. 한겨레는 “국민 여론 수렴이나 합의 절차 없이 대통령 당선 11일 만에 ‘용산 집무실 이전’을 강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자는 집무실 리모델링과 경호처 이사 비용 등으로 496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라면서도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연쇄 이전 비용과 기존 청와대 이전에 따른 설비 폐기 등 이른바 매몰 비용 등은 추산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인 뜻대로…집무실 용산 이전 강행’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이 기사 역시 1면에 실렸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자의 이번 발표를 두고 강행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용산 이전 계획을 ‘졸속’으로 규정하고 저지할 뜻을 밝혀 정치권 긴장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미크론 관련 소식을 전한 국민일보 21일 자 신문. 사진=국민일보 갈무리
▲오미크론 관련 소식을 전한 국민일보 21일 자 신문. 사진=국민일보 갈무리

오미크론 대유행 국면, 이번주가 정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언론들은 이번주가 정점에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아울러 현재 의료 시스템이 확산세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까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눈 깜짝할 새 대기인원 초과…비대면 진료 예약 별 따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2면에 실었다. 국민일보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수십만명이 나오는 등 폭증세가 이어지자 비대면 진료 수요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현재 일반 재택치료자가 증상이 악화할 경우 기댈 곳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동네 병의원이나 의료상담센터 정도지만 예약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또 “비대면 진료 앱 올라케어에 따르면 지난주 매일 7000~1만 명가량의 진료 신청이 들어왔다. 이 중 80~90%가 코로나19 진료 수요”라며 “닥터나우도 지난달 기준 이용자가 90만명이 넘었다. 1월 대비 곱절 수준”이라고 했다.

▲오미크론 관련 소식을 전한 서울신문 21일 자 신문. 사진=서울신문 갈무리
▲오미크론 관련 소식을 전한 서울신문 21일 자 신문. 사진=서울신문 갈무리

서울신문은 ‘완치되지 않았는데도 퇴실 명령…사망자 확대 불가피’라는 제목의 기사를 9면에 실었다. 서울신문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이 이번 주 정점을 찍고 나면 다음주 병상 대란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며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67.6%지만, 비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4.7%로 수도권(64.6%)보다 10% 포인트 높다”고 보도했다.

이어 “의료계는 병상 대란을 걱정하면서 정점이 오기 전에 거리두기를 완화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놨지만, 정부는 지난달 18일 이후 한 달 사이 세 번이나 거리두기를 조정했다. 지난달 18일과 이달 4일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한 시간씩 늦춰 오후 11시까지 연장했다”며 “지난 18일에는 사적모임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세 번째 방역 완화를 단행했다. 이 조치는 21일부터 시행된다”고 덧붙였다.

▲21일 자 세계일보 사설. 사진=세계일보 갈무리
▲21일 자 세계일보 사설. 사진=세계일보 갈무리

민주당, ‘개혁입법’ 추진 의지 두고 갈린 시선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입법’ 드라이브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아침신문들은 각기 다른 시선을 내놨다.

세계일보는 ‘대선 지고도 검찰·언론 통제 법안 강행 처리하겠다니’라는 제목의 사설을 이날 아침신문에 담았다. 국민일보는 “개혁이란 미명하에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어놓고 또 검찰개혁을 들먹이다니 어이가 없다. 검찰의 여권 인사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꼼수 아닌가”라며 “언론 관련 발언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 의사는 안중에도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영방송 경영진에 자기 측 인사를 대거 앉혀놓고 차일피일하다가 정권교체가 임박해 공영방송과 언론중재법을 손보겠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또 “대선에 져 정권을 넘겨줬으면 반성을 하고 쇄신책을 찾는 게 순리이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역대 최소 표 차 패배를 빌미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다”며 “0.73%P 차 패배를 정권·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오만일 것이다. 뼈를 깎는 쇄신을 해도 모자랄 판에 ‘정신 못 차렸다’는 비난을 들어서야 되겠나”라고 덧붙였다.

▲21일 자 한국일보 사설. 사진=한국일보 갈무리
▲21일 자 한국일보 사설. 사진=한국일보 갈무리

한국일보는 ‘민주당, 정치개혁 말만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한국일보는 “민생 현안 해결과 개혁 이행 의지를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지만 문제는 민주당이 그동안 약속만 거듭하고 충분한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코로나19 피해 지원에는 여야 이견이 없다지만 지원 규모나 방식 등 조정할 내용이 적지 않다. 당장 여야 협의를 주도해 체감할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 확대는 민주당의 정치개혁 실천 의지를 가늠할 잣대다. 여야 정치개혁특위가 가동됐지만 국민의힘은 이보다 광역의원 정수 조정을 우선하자고 해 논의가 공전되고 있다”며 “광역의원 문제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이어서 미룰 수 없다. 지방선거 일정상 선거관리위원회가 답을 요구한 시한이 18일이었는데도 여야는 서로 상대방 핑계를 대며 합의를 미루고 있다. 개혁 의지를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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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치개혁 대선공약 늦어져 아쉬웠다’는 채이배 “원내·외 정당 힘 합쳐야”

“제도적 방식으로 다당제 만들어야 지역주의도 깨져...‘호남 무공천’ 민주당 영역 넓히는 효과”

 
채이배 비상대책위원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후보를 돕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공정한 경제 생태계’, ‘재벌 개혁’ 등 20여 년간 시민사회 운동과 의정 활동에 있어서 그가 견지한 일관된 방향성, 하지만 미완으로 남은 과제들을 이 후보가 정책 노선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18일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뒤 원외에 ‘싱크탱크’를 만들어 김관영·김성식 전 의원과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지속가능한 정책을 연구해 온 그는 민주당 선대위 공정시장위원회에 합류한 뒤 ‘진짜 경제민주화’를 제도화 삼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이는 비대위에서도 달라지지 않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치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표 또한 견고하다.

채 위원은 지난 2020년 지은 책 <공정한 경제 생태계 만들기>에 “경제개혁은 아직 갈 길이 멀고 그보다 먼저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채 위원은 선대위 공정시장위에서도 일했지만, 정치개혁 팀에도 합류해 의견을 개진했었다.

채 위원은 18일 국회 민주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나 “제가 20년 넘게 얘기해온 경제민주화를 제도화하려면 결국 입법 과정을 통과해야 하고, 그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결국 정치가 개혁돼 대화하고 설득하고 타협하는 정치문화가 돼야 한다. 그런 정치문화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법안을 내고 정책을 얘기해도 수용, 채택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 위원은 “비대위가 해야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건 지방선거를 잘 치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치개혁 입법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던진 ‘정치개혁’ 의제의 불씨를 받아 안았다. 채 위원은 이를 꺼뜨리지 않고 원내·외 정당과 힘을 합쳐 동력을 키우는 게 비대위의 주요 임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채 위원과의 일문일답.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3.18. ⓒ민중의소리

- 민주당이 ‘거대 양당’의 한 축으로서 기득권을 내려놓을 준비가 됐다고 판단하나.
“그렇다. 기득권을 지키려고 했던 행위가 위성정당이었고, 그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의 굉장한 의석을 차지했지만, 막상 득표율로 보면 월등하게 이긴 게 아니었다. 국민은 당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준 거고, 이런 요인들에 의해서 굉장히 이례적인 선거였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았다던가, 위성정당에 대해 국민이 수용해준 게 아니다. 특히 그 뒤로 정의당이 그런(위성정당) 부분을 세게 비판하면서, 어떻게 보면 국회에서 파트너로 같이 했던 정의당이 민주당과 멀어지는 상황이 됐다. 이를 골고루 감안했을 때, 민주당은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더 이상 신뢰받을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 정치개혁 의제가 대선 막판에 나왔는데, 아쉬움은 없나.
“더 일찍 정치개혁 그리고 국민통합에 대한 메시지가 나갔으면 좋았을 거 같다. 이게 굉장히 포지티브한 메시지다. 윤석열 후보가 네거티브 메시지를 많이 내는 상황에서, ‘기득권 내려놓기’ 포지티브를 좀 더 오래, 빨리했다면 훨씬 더 국민의 마음을 얻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때 부랴부랴 해서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대선 기간에 얘기해서 진정성이 없다면, 국민의힘이 내놓은 공약도 다 진정성이 없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폄하하고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정치개혁의 가장 큰 모습이다. 민주당은 기득권을 내려놓을 준비가 됐다. 원내·외 구분하지 않고 이에 동의하는 개혁 세력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국민의힘이 명분을 얻지 못해 결국 정치개혁에 끌려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대선 공약 중 하나가 정치개혁이었는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한 뒤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안 후보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됐지만, 좀 아쉽다. 본인이 계속 다당제를 하겠다고, 심지어 단일화를 선언한 날도 다당제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러고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합당하겠다 했으니.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다당제가 신념이면 단일화를 하더라도 국민의당은 유지해야 했다. 같이 10년 넘게 정치를 해왔던 사람으로서 굉장히 아쉽다.”

- 중장기적으로는 국회의원·광역의원 비례대표 확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 다당제 현실화 방안에 대해 성과를 내야 하지 않겠나.
“다 해야 한다. 한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다당제를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세력들이 더 많이 늘어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진짜 필요하다. 민주당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런 큰 틀을 보고 정치를 하면 국민들이 충분히 다 인정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3.18. ⓒ민중의소리


- 호남에서의 민주당 모습이 영남에서의 국민의힘과 다름없다는 ‘토호 정치’ 비판이 많다.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만들어놓으면 호남에서부터 새로운 정당, 제3정당이 점점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인 개선 없이 특정 개인이나 바람에 의해서 되는 건 불안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싹쓸이했지만, 그건 안철수 대표에 의한 바람이었다. 그게 사라지는 순간 호남은 다시 다 민주당이 돼 버렸다. 제도적인 방식으로 다당제를 만들어야 지역주의도 깨질 수 있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도 마찬가지다.”

-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무공천을 검토해야 하는 지역이 있다고 생각하나.
“호남만큼 민주당의 기득권이 강한 곳이 없다. ‘민주당이면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고 했던 게 호남인데, 그런 면에서 호남만이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는 혁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천 혁신 방향의 최대치가 무공천이다. 다른 곳은 너무 혁신하다 보면 우리 걸 진짜 다 내놓게 될 수 있지만 호남은 기득권을 내려놓아도 충분히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공천하지 않고 호남 시의회가 구성된다고 해도 그분들은 민주당의 가치를 동의하는 분들일 수밖에 없다. 역으로 그게 민주당의 영역을 넓히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 만약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최종 무산된다면,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우세 지역에서 ‘선거구 쪼개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하지 않을까.
“민주당이 다수인 지역의회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역의회는 당장 자기의 선거이기 때문에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중앙에서 법을 개정해 기준을 주는 게 지금은 가장 현실성 있다고 본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3.18. ⓒ민중의소리


- 문재인 정부가 사회·경제 정책에서 중도·보수로 기울었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소상공인 손실 보상 지원 관련 내용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기존에 공정·개혁·평화 등 가치를 갖고 있었는데, 점점 그런 가치들을 잃었다. 불공정했고, 개혁도 하다 말고 중단됐다. 이런 과정에서 민생에 대한 문제가 많이 불거졌다. 새로운 현상이 나오면 빨리빨리 정부가 또 여당이 호흡을 발맞춰 나가는 게 개혁이다. 세상이 변하는데 제도가 안 바뀌고 못 따라가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 그걸 놓친 부분이 많다.”

-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을 평가한다면.
“제가 가장 열심히 재벌개혁을 떠들었던 사람이다. 솔직히 이번 정부에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쉬움이 많다. 제도적인 개선이 쭉 이뤄지긴 했는데, 기존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재벌의 개선은 안 되면서 오히려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주고 앞으로 나올 새로운 재벌의 규제를 강화하는 꼴이 돼버렸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물러설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전체적인 내용은 ‘기존 재벌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식’이 됐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근본적인 소득 양극화 문제 해결에 있어서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 인수위 경제 분과 인선안을 토대로,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예견한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2017년도 대선 공약이 다 제 손을 거친 것들이었다. 그 공약들이 당시 국민의당에 있던 제가 안철수 후보와 토론하고 동의를 얻어 만든 것이고, 5년 동안 그런 정책적인 내용들이 안 위원장에게서 많이 바뀌지 않았다면 오히려 인수위가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수구 보수적인 경제정책으로 흘러가는 걸 막아주는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시장·기업 중심 ‘규제 완화’ 일변도 견해에 우려 지점은 없나.
“윤 당선인은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겠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결국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불공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이 우려된다.”

- ‘야당 민주당’이 해야 하는 역할은.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공약을 잘 통제하는 것, 협력할 건 협력하지만 싸울 건 싸워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지킬 건 지켜나가야 한다.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등에 대한 부분을 과거로 회귀시킬 수는 없다. 다만 그 안에 있는 부작용이 있다면 그것을 충분히 타협해 개선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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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합참 일시적 공백 우려…역대 합참의장 “안보 대혼란”

등록 :2022-03-21 04:59수정 :2022-03-21 07:54

군쪽 “통신 등 이전·점검 시간 필요
북 군사행동 땐 즉각 대응 어려워”

국방부·합참 분리도 우려 목소리
“군사지휘체계 이원화되는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9일 청와대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직접 답사하고 있다. 당선자 비서실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과 답사에 나섰다.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9일 청와대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직접 답사하고 있다. 당선자 비서실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과 답사에 나섰다.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현재 위치에서 이동하게 됐다. 다음달에 김일성 주석 생일(15일)과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이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전’이 안보 공백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당선자는 2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국방부는 옆 건물인 합동참모본부로, 합동참모본부는 남태령(수도방위사령부)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남태령 근처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는 수도방위사령부가 있고, 유사시 대통령과 군 지휘부, 주요 부처 당국자들이 모여 전쟁을 지휘하는 B1 벙커가 있다. 이 벙커가 유사시 한국의 전쟁지휘본부가 된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동에 대한 우려가 만만찮다. 현재,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국방부 장관실 등은 합참으로, 합참 조직 중 정보·작전본부를 제외한 부서는 현 청사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을 전후해 신형 대륙간탄도탄(ICBM)을 쏠 것이란 예상이 나와, 24시간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할 시기에 국방부, 합참 근무자들이 이삿짐을 싸고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합참 지휘부가 사무실을 옮기면 통신 등 지휘체계를 이전·점검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북한이 군사행동을 하면 즉각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합참의장을 지낸 예비역 대장 11명이 지난 19일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 준비 동향을 보이는 등 안보 취약기 군의 신속한 대응에 대혼란이 우려된다”는 입장문을 만들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국방 전산망, 전시 통신망, 한-미 핫라인 등 주요 통신망은 제 역할을 못 하게 되고, 국방부와 다른 부대들 역시 재배치될 경우 지휘(command)·통제(control)·통신(communication)·컴퓨터(computer)·정보(intelligence) 통합을 일컫는 ‘시포아이’(C4I)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자는 이런 안보 공백 우려에 대해 “군부대가 이사한다고 국방 공백이 생긴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가장 빠른 시일 내 가장 효율적으로 이전을 완료, 안보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합참이 분리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자는 “합참 청사는 연합사와의 협조를 고려하여 용산 지역에 자리 잡았지만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전쟁지휘본부가 있는 남태령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합참은 평시와 전시가 일원화된 작전지휘체계 유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합참의장을 지낸 한 인사는 이에 대해 “국방부와 합참을 분리하면 군사지휘체계가 이원화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방 시스템에서는 국방부 장관이 전시 군사지휘를 책임지는 지휘관이고, 합참의장은 장관의 군령보좌관을 맡는다. 군사지휘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짜여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인사는 “전시와 평시가 일원화된 지휘체계를 구축하려면 국방부와 합참을 분리해선 안 된다. 두 기관이 평시에는 용산과 남태령에 떨어져 있다가 전시에만 B1 벙커에서 만나는 게 전·평시 일원화된 지휘체계냐?”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오면 용산 주변에 방공포대,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 포대를 만들어야 하고 경호 때문에 인근 주민의 재산권 행사가 과도하게 제한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윤 당선자 쪽은 설명 자료에서 “용산에는 국방부가 있어서 현재도 대공방어체계를 갖추고 있어 용산 주변이나 남산 일대에 추가로 방공포대를 만드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구축된 경호·경비 무기, 각종 장비와 시스템, 관련 조직을 용산으로 옮겨와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추가 조처를 배제할 수 없다는 군 안팎의 예상도 만만찮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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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靑 용산 이전 철회해야...결사의 자세로 대응"

"정권 바뀌기 전 검찰개혁 마무리 지어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하고,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졸속과 날림의 집무실 이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뜻은 깡그리 무시한 당선인의 횡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구청 하나를 이전해도 주민의 뜻을 묻는 공청회를 여는 법"이라면서 "그런데 국가 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좌우할 청와대와 국방부 이전을 국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강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고 지적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시기에 이전에만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핵심 시설을 하루아침에 폐기하면 구멍 뚫린 국가방위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안보 공백이 없다는 윤 당선인의 주장은 한 마디로 거짓말"이라며 "특히 용산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 현 청와대 영빈관까지 몽땅 사용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대로라면 경호·경비에 따른 예산 투입도 지금의 2~3배 이상 소요된다. 시민 불편도 폭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 시민의 재산권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이전 시 용산과 남산 일대는 고도 제한에 묶여서 인근 지역 재개발, 재건축이 불가능해진다. 용산 재개발, 국제 업무지구 조성 역시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집무실 반경 8킬로미터는 비행금지 구역으로 제한된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인 드론 택시·택배는 강남까지 발도 못 붙이게 된다"며 "대통령 새 집 꾸미자고 시민들 재산권을 제물로 삼는 꼴 아닌가"라고 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부디 냉정을 되찾아 국민 불안을 덜어주기 바란다"며 "민주당은 즉시 국방위와 운영위를 소집하여 용산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결사의 자세로 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정치개혁 특위 설치해 총선서 개헌 국민 투표 치르도록" 

윤 비대위원장은 개헌 추진을 위해 국회 내에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정치교체는 이번 대선을 통해 확인된 분명한 민심"이라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6월 지방선거부터 새로운 정치문화가 뿌리내리도록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위성정당 창당 방지 또 국회 개혁과 더불어 여야 협치와 협력을 제도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했지만 원내 1당으로서 국정을 운영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면서 "새 정부 임기 시작에 맞춰 국회 내에 헌법 개정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차기 총선에서 국민 투표를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 개혁 법안을 확실히 매듭 짓겠다고도 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최초 검찰출신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검찰개혁이 좌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히 분리해 검찰의 권력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똑바로 잡아, 검경유착, 검정유착의 고리를 차단하겠다"고 했다. 

특히 "2차 검찰개혁 논의에 들어가면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 내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당시 2차 검찰개혁 논의를 대선 이후로 미루게 된 것이었는데 지금 대선이 끝난 마당에 검찰 출신 대통령이 당선된 상황이어서 검찰개혁의 추가적 완성이라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차 개혁조차 후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권이 바뀌기 전 검찰개혁을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언론개혁과 관련해선 "국민 통합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언론의 독립성 등을 위해 언론개혁도 시급한 현안"이라며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포털 중심의 뉴스 운영체제 개혁, 인권 보호를 위한 언론중재법 처리 등 관련 개혁과제를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개혁법안 처리 시한에 대해선 "시한을 정해 말씀드리진 않겠지만 새 정부 출범 전에 법안이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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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양봉 농민이 말하는 '꿀벌실종사건의 전말'

[내일의 기후] 농민들의 호소... 벌이 사라지지 않는 환경 만들기가 시급하다

22.03.21 05:55l최종 업데이트 22.03.21 05:55l
꿀벌
▲  꿀벌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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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후 분야의 가장 핫한 이슈는 '꿀벌 실종 사건'이다. 날이 풀려 겨우내 덮어놨던 벌통을 열어봤더니 텅 비어 있더라는, 미치고 펄쩍 뛸 일들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언급했다는 '벌이 사라지면 4년내 지구가 멸망한다'는 워딩까지 함께 회자된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내 가슴을 숙연하게 하는 말을 들었다. 벌은 절대로 집 안에서 죽지 않는다는 20년 차 양봉 농민의 말이었다.

"벌은 절대로 벌통 안에서 안 죽어, 집을 깨끗하게 유지해서 애벌레와 자기 집단을 지키려고, 병에 걸리면 심지어 날개가 부러져서 기어나가더라도 밖에 나가서 조용히 죽는 거여. 얘들이."

농민은 내게 말했다. 이 사건은 꿀벌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이대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이 사건을 단순히 기후변화의 징후나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로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꿀벌실종사건'의 이면에는 기후와 환경 변화 속에서도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 없이 농민에게만 맡겨온 곤충 산업 관리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가 담겨 있다.

농민들의 인터뷰와 농촌진흥청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꿀벌들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2003년 부산항

불청객이 입국했다. 등검은말벌, 꿀벌을 잡아먹는 육식곤충으로 주로 벌통 출입구 근처에서 일벌들을 포획한다. 방제가 어렵고 증식은 매우 빨랐다. 농촌진흥청의 말벌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말벌 중 등검은말벌의 비중은 2018년 49%이던 것이 1년 뒤인 2019년에는 72%로 증가했다. 환경부는 2019년 등검은말벌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완전 방제는 어려운 상황.

2009년 '꿀벌 에이즈' 창궐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서 '꿀벌 에이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창궐했다. 이 병은 벌의 애벌레가 번데기로 되기 전에 괴사시켜 벌무리(봉군)를 전멸시킨다. 재래종 꿀벌인 '토종벌'이 무너졌다. 2009년 38만 3418군이던 토종벌은 5년 뒤 1/4 수준인 9만4383군으로 줄었다. 면역력을 갖춘 품종이 개발됐지만 토종벌의 봉군수는 지금도 2009년의 1/3 수준인 13만여군 수준.

늘어나는 폭염에 길어지는 장마

불볕더위가 계속되면 곳곳에서 '벌쏘임' 사고가 많지만, 그건 말벌들 이야기다. 꿀벌은 좁은 벌통 안에서 밀집해 생활하기에, 한여름 무더운 벌통 안에서 열을 식히느라 기진맥진, 폭염엔 알도 잘 낳지 않는다. 그래서 농민들은 차광천막을 치거나 큰 물통을 놓아 열을 식히려 하지만, 한 해 평균 11일이던 폭염일수(32도 이상)는 2018년 35일이었고 2021년은 18일에 달했다. 장마가 길어지면 꿀벌은 활동을 못한 채 벌집 안에 몰려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병은 많은데 약이 없다
 
큰사진보기날이 풀려 겨우내 덮어놨던 벌통을 열어봤더니 텅 비어있더라는, 미치고 펄쩍 뛸 일들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  날이 풀려 겨우내 덮어놨던 벌통을 열어봤더니 텅 비어있더라는, 미치고 펄쩍 뛸 일들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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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꿀벌들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꿀벌응애'라 불리는 크기 1㎜ 남짓한 진드기다. 꿀벌 몸에 기생하며 체액을 빨아 먹는데 꿀벌들의 체중이 줄고 심하면 불구가 된다. 기형 날개를 만드는 바이러스를 옮긴다. 응애를 예찰하기도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약이 없다는 거다. 국내에서 제대로 생산된...

"병은 많은데 치료약 내지는 구제약이 국내에서 제대로 생산된 약이 단 한 가지도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수입 약을 써요. 중국산. 중국이 양봉강국이라 약이 많이 나오는데, 그게 검증된 것도 아니고 사용법도 잘 모른 채 쓰는 게 많아요. (수입약의 문제는?) 내성이 생기더라구. 계속 쓰다 보면. 처음 쓸 때는 잘 듣고 두 번째 쓰면 조금 덜 듣고 그런 식으로 약을 써도 잘 듣지 않아요." - 오성표 전남 고흥군 양봉협회장

꿀이 안 나온다, 그러다 보니...

최근 2년 간 꿀 생산량이 급감했다. 잦은 비와 이상저온, 꿀이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왔다. 특히 지난 2020년 국내 아카시아 벌꿀 총생산량은 과거 최대 흉작을 기록했던 2014년(2592톤)보다 10.4% 감소한 2322톤이었다. 이곳저곳에서 평년의 30%밖에 꿀이 안 나온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보니 일부 농가에서는 꿀벌들에게 꿀 대신 인공 제조한 설탕 성분을 먹이는 사례가 생겼다. 꿀을 먹고 사는 꿀벌들이 설탕 성분으로 연명한 것이다. 면역력 감소...

그리고 지난 겨울

겨울인데 따뜻했다. 이상 고온 현상. 앞서 가을에는 너무 추웠다. 저온 현상. 벌들이 한창 발육해야 할 가을에 온도가 낮아 잘 크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월동에 들어간 11~12월에는 고온현상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했다. 꽃이 피자 월동중이던 일벌들이 벌통에서 나와 화분채집에 나섰다. 바깥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됐다. 그런 가운데 겨울밤이 찾아왔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힘 빠진 일벌들이 집(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냉혈곤충인 꿀벌들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여왕벌을 중심으로 단단한 공 모양으로 뭉쳐 서로의 체온을 유지한다. 월동 봉군(벌무리)이라고 한다. 그 단단한 공이 느슨해질수록 추위를 나기 힘들게 되는데, 가장 바깥에서 추위를 견뎌주던 일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일부는 이미 말벌에게 잡혀먹고, 번데기들은 응애에게 당하고, 그런 식으로 벌무리(봉군)가 느슨해졌다.

"강한 봉군들은 단단하게 밀집해 외부환경에 강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약한 봉군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 농촌진흥청 민관합동 조사결과

"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이번 참사가 벌어진 후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등은 농업경영회생자금 등 종합적인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농민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양봉농가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벌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이라고. 이제라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양봉이 축산업으로 분류돼 있어요. 축산... 양봉하면 벌꿀이나 로열 젤리, 프로폴리스, 이런 것만 떠올리는데 그 전에 꽃가루를 옮기는 화분매개 곤충산업입니다. 벌이 없으면 채소도 과일농사도 힘들어요. 이런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면서 외국처럼 체계적인 연구와 행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게 신호예요. 더 이상은 못 버틴다는..." - 오성표 전남 고흥군 양봉협회장

농민들은 친환경 약제개발과 사용법 보급, 밀원식물 조성과 관리, 과수농가 약제살포시기 조율 등 종합적인 양봉산업 육성시스템을 언급했다. 특히 이번 산불피해지역 중 가장 화재위험에 취약한 곳이 소나무 숲이었던 만큼, 대체 수종으로 아카시 나무 등 꿀 생산이 가능하면서도 산불화재시 소방수 역할이 가능한 활엽수로 식재하면 꿩먹고 알먹고식 처방이라며 밀원수림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입법차원에서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첫 걸음을 뗀 만큼 '벌이 사라지지 않는 환경' 만들기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

<참고자료>
- 김경문 등 '아카시아 벌꿀의 연간 생산량 현황과 환경 요인 분석' (Journal of Apiculture, 2021.36(1) : 11-16)
- 농촌진흥청, '전국 양봉농가 월동 꿀벌 피해 민관 합동 조사 결과' (농촌진흥청 보도자료, 2022.3.11)
- 권민지, '꿀벌 에이즈에 폭염, 농약까지… 위기의 꿀벌 세계 [이슈&탐사]' (국민일보 온라인, 2021. 7.21)
- 조홍섭, '꿀벌 진드기는 피 아닌 '간' 빤다, 50년 만에 잡힌 오류' (한겨레 온라인, 2019.1.15)

덧붙이는 글 | 복수의 농민 인터뷰는 오성표 전남 고흥군 양봉협회장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양봉농민으로 2022년 3월9일과 3월10일, 3월17일에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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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페북이 내 친구보다 날 더 잘 알고 있다고? 정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3/20 10:30
  • 수정일
    2022/03/20 10: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프레시안 books] 데이비드 섬프터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

 

구글과 페이스북은 친구보다 우리를 잘 알까. 트위터나 유튜브를 많이 보면 가짜뉴스와 편향적 견해에 지배당하게 될까.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이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을까.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은 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섬프터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응용수학과 교수는 세 가지 면에서 알고리즘의 능력과 가능성을 평가한다. 첫째, 인간을 분석하는 능력, 둘째,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 셋째, 인간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저자의 결론은 한결같다. 알고리즘에는 인간을 분석하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 있고, 알고리즘을 인간처럼 만들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대평가는 경계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친구보다 우리를 잘 알까? 

저자는 먼저 미할 코진스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와 언론이 그의 연구가 알려진 방식을 예로 들며 '알고리즘이 인간을 분석하는 능력'이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한다. 

미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 이용자의 '좋아요'를 수집해 일정한 알고리즘 모형으로 분석하면, 이용자의 성격, 지지 정당, 성적 지향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이 모형에는 40~100개의 변수 차원이 반영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성격, 성별, 나이, 계급, 직업 등 몇 개의 변수로 파악하는 것에 비교하면 훨씬 많은 변수를 고려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미할 교수의 연구를 다룬 기사에서 "다른 누구보다도 페이스북이 당신을 더 잘 안다"는 표제를 달았다. 다른 언론들도 "어떻게 당신의 친구들보다 페이스북이 당신을 더 잘 알까", "당신의 가족보다 페이스북이 당신을 더 잘 안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미할 교수의 연구를 전했다. 

저자는 이같은 보도가 명백히 과장됐다고 이야기한다. 미할 교수의 모형이 제공하는 결과는 확률적 예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는 미할 교수가 교육용으로 공개한 익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데이터에서 두 사람을 무작위로 추출해 '좋아요'를 통한 성격 예측과 실제 성격 검사 결과가 들어맞을 확률을 살폈다. 그 결과 "정답률은 무작위 예측보다 약간 더 나은 수준인 60%였다." 

게다가 미할 교수의 예측 모형은 50개 미만의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에 대해서는 유효한 결과를 낼 수 없다. "그런데 과거 조사의 결과 50개가 넘는 사이트에 '좋아요'를 누른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저자는 미할 교수의 연구에 대한 정확한 요약은 "잠정적 결과들은 페이스북이 일부 사람들을 그들과 가까운 지인들 못지않게 잘 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을 분석하는 다른 알고리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데이터 전문가 글렌 맥도널드는 "개인에게 새로운 음악을 제안하는 경우에는 추천곡 열 개 가운데 하나라도 당신의 마음에 든다면 우리는 만족한다"며 자사 음악 추천 알고리즘의 한계를 인정한다. 

범죄자의 인종, 성별, 나이, 기소내용, 전과 등을 토대로 재범률을 예측하도록 개발된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법조인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의 예측 정확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고리즘에 대한 찬양과 음모론, 양쪽 모두에 지쳤다면 

'알고리즘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나 '알고리즘이 인간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저자는 과대평가를 경계한다. 

페이스북의 데이터 과학자 애덤 크레이머는 약 11만 5000명의 뉴스피드에서 긍정적 게시물을 최소 10%에서 최대 90%까지 제거하고 부정적 게시물을 평소보다 많이 배치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긍정적 게시물을 제거당한 사용자들은 한 달에 부정적 단어를 대략 한 개 더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에 대해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신경망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같은 범용 지능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저자는 비관적이다. 현 단계의 인공지능은 '팩맨'과 같은 간단한 게임도 스스로 학습해 플레이하지 못하며 '스타크래프트'를 학습해 플레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과제로 여겨진다. 저자는 현재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과 가장 비슷한 생물은 대장균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알고리즘의 가치를 평가절하만 하는 건 아니다. 알고리즘이 인간을 분석하는 능력은 잘해야 인간과 대등한 수준이지만, 그 속도는 인간을 아득히 능가한다. 체스나 바둑, 계산과 같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었다. 인간과 알고리즘이 적절히 협업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건 알고리즘에 대한 합리적 평가와 정확한 이해다. 알고리즘에 대한 찬양과 음모론, 양쪽 모두에 지쳤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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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이 곧 결정, 집무실 이전의 세 선택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윤석열 당선인 결단이 임박했다. 윤 당선인은 20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연다. </figcaption>
결단은 셋 중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 집무실 이전 방안을 완전 철회하는 1안, 반발을 무릅쓰고 용산 이전 속도전을 강행하는 2안, 용산으로 이전하되 시기를 연장하는 3안이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8일 이전 부지를 답사한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등 핵심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보고 받았다. 19일에는 직접 답사를 마쳤다. 국방부와 외교부 공무원들과 질의 응답도 했다. 인수위 대변인은 답사 이후 “각계 여론을 두루 수렴중이다. 국민 한분 한분의 의견을 소중하게 듣겠다”는 논평을 내놨다. 결단을 위한 사전 점검과 준비를 마친 셈이다.

그의 결단이 ‘집무실 이전 철회’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전면 철회하기엔 너무 먼 길을 와 버렸다. 당선인이 괜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안 될 일을 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당선인은 줄곧 ‘집무실 용산 이전 속도전’, 즉 2안을 강조해왔다. 새로운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한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혔다. “하루도 청와대 집무실에서 일을 안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선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답사 이틀 전만해도 “봄 꽃이 지기 전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2안을 고집한 결과는 모두 알고있는 바와 같다. 시간이 터무니 없이 짧았다. 300명 규모 대대를 이동하는데도 3년이 걸린다는데, 1천명이 근무하는 국방부를 한 달만에 이전시키려니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왔다. 야당은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여러 불편이 불을 보듯 뻔하자 지역 주민들이 반발했다.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소통하겠다’는 논리가 옹색해졌다.

결국 당내에서도 불만이 나왔다. 임태희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은 “다급하게 추진할 일이 아니”라고 했고 홍준표 의원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촌평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국민의 일상을 망가뜨리며 굳이 그 속을 파고들 필요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결국, 용산 이전 의지를 확인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늦추는 3안이 선택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이 답사를 마치고 내놓은 서면 브리핑에서 “각계 여론을 두루 수렵 중”이라거나 “국민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소중하게 듣겠다”고 했다.

2안보단 낫지만 3안 역시 리스크가 있다. 애초 집무실 이전은 ‘자신은 문재인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려했던 의도가 엿보였다. 광화문 이전을 준비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결국 계획을 철회 했다. 극적대비 의도는 무산되고 반대로 체면을 구기는 셈이다.

3안은 일단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업무가 시작되면 연속된 국정이 있어서 ‘왜 옮겨야 하냐’는 반론이 형성될 공산이 크다. 당선인측이 “청와대에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온다”고 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결국 3안은 시간을 두고 이전론을 축소하고 청와대 개방 확대 정도로 타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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