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우크라이나, 미 세균실험실 파문… 한반도는 어떻게?

  • 기자명 반송남 현장기자
  •  
  •  승인 2022.03.16 18:24
  •  
  •  댓글 0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비밀 세균실험실의 일각이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이 주도한 세균무기 실험실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며 국제적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내에서만 미국이 주도해 30여개 이상의 세균무기 실험실을 차려놓고 생물무기 연구를 진행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의 생물 무기 개발 활동에는 '철새의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 '박쥐가 인간에 전파한 세균과 바이러스 병원체 등 여러 종목 연구가 망라되어 있고', '수 많은 혈청 샘플을 수집'했으며, '일본군 731부대'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또한 러시아는 구체적인 증거로 우크라이나 내 생물 무기 실험실의 위치와 미국이 지원하기로한 자금의 액수가 적시 된 미국방부와 우크라이나 본건국 사이에 체결한 협정 문서를 공개했다. 이 협정 문서에는 미국이 2005년부터 우크라이나 내에 생물무기 연구를 위한 자금 총 1500만 달러를 대는 것과 우크라이나 내 생물무기 실험실의 위치(키이우,리비우,오데사)가 명시되어 있다. (☞관련문서 다운받기)

러시아는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폭로하며 ’미국이 주도한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군사 생물학 활동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구하며, 유엔안보리이사회 개최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11일(현지 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다.

또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12일, 미국이 진행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300여 개 이상의 생물실험실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추가로 공개할 것을 예고하며 계속해서 미국의 세균전 준비에 대한 폭로를 이어나갈 뜻을 내비치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자신들에게 집중되자 미국은 사태수습을 위해 급히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공식 사이트에서 미국 생물실험실과 관련한 해당 문건을 급히 삭제했다.

그리고 미국은 관련자들이 나서 수습을 위한 변명을 했는데 오히려 그 내용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 국무차관 눌런드는 3월 8일 열린 미 국회 상원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에 “생물연구 시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협력하여 그런 '연구자료'가 러시아군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이 관여하는 세균실험실이 우크라이나에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며 이 시설과 자료가 러시아 손에 들어갈 경우 비밀에 부쳐온 미국의 세균실험실의 정체가 드러나 자신들의 기만적 처사가 만천하에 밝혀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그 동안 의혹이 있어왔던 미국의 전세계 비밀 세균실험실의 일각이 드러날 것이 예견되어 전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반도에 큰 위협을 가져올 미 세균무기실험실

우크라이미국은 자국을 이익을 위해서 국제법도 무시하고 위험천만한 세균 시설들을 전 세계 도처에서 운영하며 자신과 대립하는 국가를 상대로 세균전 위협을 가해왔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 세균실험실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세균전 위협을 받아왔으며 이것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게 된 한 원인이다.


▲지난 2019년 12월 주한미군은 세균무기 실험실이 부산항에 존재한 사실을 인정했다.
오늘날 우리의 처지는 우크라이나와 다를 바 없다. 미국은 우리나라에도 부산항 8부두를 비롯 전국각지에 세균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세균전 능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미합동군사연습 기간엔 한미생물방어연습(AR)을 해마다 강행해왔다.

미국 주도의 세균무기 실험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이것을 두 눈 뜨고 보면서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미국의 세균전 프로그램 주피터(JUPTR) 책임자는 한국은 호의적인(friendly)나라이며,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에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다고 밝혔다.

미국에게 한국은 쉬워도 너무 쉬운 나라인 것이다.

현실은 미국에 의해 전국각지가 위험천만한 미군의 세균실험실, 세균전 전초기지화 되어있다.

이로 인해 주민의 생명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었으며, 주변국들로부터 긴장과 대립을 야기하게 되었다.

벌써부터 이 문제는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두나라 정상들이 공동으로 “미국이 동맹국에서 군사생물학 활동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언급하며 우려를 표시했다.(☞관련 성명서1 바로보기), (☞관련 성명서2 바로보기) 

북과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 우리나라 땅에 건설한 세균실험실들로 인해 이땅에 사는 우리가 외교적 피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세균실험실이 우리 땅에 존재하는 이상 이 시설들로 인해 주변국들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불안을 떠앉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균실험실을 위해 안방을 내어준 우크라이나의 처지가 지금 어떠한가를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위험천만한 불행의 근원인 미 세균실험실을 우리 땅에서 하루빨리 폐쇄, 철거해야 한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은 전 세계에 300여개 이상의 세균실험시설을 운영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반송남 현장기자 webmaster@minplusnews.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침햇살168] 3월 9일 대통령 선거

이형구 | 기사입력 2022/03/16 [01:43]
  •  
  •  
  • <a id="kakao-link-btn"></a>
  •  
  •  
  •  
  •  
 

 

 

 

3월 9일에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국힘당 윤석열 후보 48.56%, 민주당 이재명 후보 47.83%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대선의 특징과 향후 정국 전망 그리고 우리의 과제에 대해서 살펴보자.

 

1. 특징

 

1) 전 국민의 지탄을 받은 최악의 선거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 간 격차는 단 0.73%로 50 대 50 박빙이었다. 이는 국민 눈엔 민주당이나 국힘당이나 다를 게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은 무엇인가. 부동산 가격 폭등, 코로나19 사태로 민생이 도탄에 빠진 것도 한몫했다. 코로나19의 경우, 초기에는 대응을 잘한다는 평을 받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피해 지원이 부실하고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정책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선거 패배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탄핵 촛불로 집권했다. 촛불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탄생 이유였다. 그런데 정작 문재인 정부는 촛불개혁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민주당이 한 검찰개혁 성과로 그나마 꼽을 수 있는 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다. 하지만 공수처를 설치하는 과정도 지지부진해 답답함을 자아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수처마저 문재인 대통령이 김앤장 출신 변호사를 공수처장으로 임명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언론개혁 영역에서는 오히려 종편을 불법 재승인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진하다가 흐지부지 무산시켰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 맺은 여러 남북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남북관계 개선은 촛불국민의 요구이면서 특히 문재인 정부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분야이기도 하다. 판문점선언 합의 직후인 2018년 4월 29~30일 MBC가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86%를 기록했다. 취임 1년 즈음해서 8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국민은 남북관계 발전에 열광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남북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선언에서 서로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했다. 그 바람에 평화 분위기가 깨지고 군사 긴장이 다시 고조되었다. 

 

이런 점은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다. 2020년에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2021년 대선이 가까워지자 한미연합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을 바꿨다. 이런 태도로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했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의 승인만 얻으러 다닐 뿐 북한과 제대로 된 협상 한번 진행하지 않았다. 

 

문재인 민주당이 촛불개혁을 외면하자 정권심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국힘당도 국민의 지탄을 받는 정당이긴 마찬가지다.

 

국힘당은 박근혜 탄핵으로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집단이다. 박근혜는 최순실과 국정을 농단하고 각종 뇌물을 받아 대통령직에서 탄핵 및 구속됐다. 특히 박근혜는 세월호참사를 일으킨 주범이다. 박근혜 전임인 이명박 또한 횡령 및 뇌물죄 등으로 벌금 130억 원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윤석열 당선인도 이명박근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윤석열 당선인과 그 가족은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검찰 권력을 이용해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발사주, 판사사찰 같은 권력남용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요양병원 부정수급, 은행잔고증명 위조 등 각종 사기, 비리 혐의까지 받고 있다.

 

대선 기간 김건희는 허위이력을 기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대국민사과까지 했다. 또한 김건희는 7시간 녹취록에서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서울의 소리)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김건희가 지난 1월 서울의 소리 측을 고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언론탄압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김건희는 각종 무속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혹도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 또한 참담하다.

 

윤석열 당선인은 노동자들이 주 120시간 이상 일할 수 있어야 한다거나 최저임금 이하인 150만 원을 받고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당선 후 현행 주 52시간 노동제를 유연화하겠다고 밝혀 자기 구상을 밀고 나가려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의 5년은 노동자에겐 목숨을 건 지옥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2019년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무법천지”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문재인 정권을 수사하겠다고 공언했다. 대대적인 공안탄압, 보복수사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당선인의 외교 공약도 심각하다. 중국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이나 전면전을 가져올 수 있는 선제타격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친일 망언까지 했다.

 

이러니 국민은 민주당을 찍을 수도, 그렇다고 국힘당을 찍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20대 대선은 “최악의 비호감 대선(국민일보 2022.03.08.)”, “민주화 이후 사상 최악의 대선(뉴스퀘스트, 2022.03.08.)” “이번 대선은 망했다(경향신문, 2022.03.02.)”와 같은 평가를 받았다.

 

2) 전 국민의 자주 민주 평화통일 염원이 뜨겁게 분출한 선거

 

적폐세력은 검찰, 언론 등 자기 힘을 총동원하여 윤석열 당선인을 지원했다. 아래 자료를 보면 대선 기간 각종 의혹 보도량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인터넷에는 “기울어진 운동장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절벽”이라는 규탄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이런 적폐의 총공세에 맞서 대선을 초박빙으로 끌어올린 것은 촛불국민의 치열한 투쟁이었다.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등이 속해 있는 ‘전쟁광 윤석열 사퇴 촉구 선언 추진위원회’는 윤석열 사퇴 1만 선언 운동을 벌여 목표치를 넘은 1만 2천 명의 동참을 끌어냈다.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이하 촛불행동연대)는 대선 기간 온라인촛불 투쟁을 전개했다. 촛불집회 영상은 많을 땐 이틀 만에 누적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촛불행동연대는 점차 온라인촛불에 차량시위, 도보 행진 같은 거리투쟁을 결합해 시위 위력을 배가했다. 촛불행동연대는 또한 전국 주요 도시에 “검찰왕국 안돼”,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등의 스티커를 부착하고 각종 현수막을 게시해서 윤석열 낙선 운동을 활발히 벌였다.

 

이번 대선에서 특징적이었던 것은 2030여성이다. 

 

2030여성들이 대선에서 처음부터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은 아니다. 정치권은 대선 후반까지도 2030여성에게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던 2030여성이 움직인 결정적인 계기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투쟁이었다.

 

대진연은 “선제타격 웬 말입니까” 등의 전쟁반대 피켓을 들고 윤석열 당선인 유세장을 쫓아다니며 헌신적으로 투쟁했다. 그러자 윤석열 지지자들이 1인 시위를 하는 대진연 회원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2월 22일 충남 홍성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자가 대진연 여성에게 “여자 주제에 어디 감히”와 같은 막말을 퍼부으며 잡아끌고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홍성에서의 투쟁은 2030여성들 사이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을 무시하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윤석열 세력이 집권하는 것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절박감이 퍼졌고 2030여성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행동에 나선 2030여성들은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대선에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 여성의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58%로 40대(6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2030여성은 대선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선 직후인 3월 10~11일 민주당 온라인 입당자는 1만 1천여 명인데 절반 이상이 2030여성이라고 한다. 또한 2030여성은 9~10일 밤사이에 심상정 후보에 7억 원의 후원금을 몰아주었다. 여성 커뮤니티인 여성시대에는 “윤석열을 막으려고 이재명에게 투표하고 심상정에게 후원하고 왔다”라는 인증글이 잇따라 올라왔다고 한다. 윤석열 당선인을 저지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대진연의 투쟁은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대진연이 든 전쟁반대 구호가 국민의 호응을 얻은 데다가 윤석열 지지자의 폭행이 분노를 자아내면서 큰 반향을 가져왔다. 전쟁 반대를 기조로 윤석열과 맞서 싸운 게 유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선에서 또한 특징적이었던 건 호남에서 사전투표 열기가 뜨거웠다는 것이다. 광주 48%, 전남 51%, 전북 49%에 달했다. 호남 외 지역에선 세종 44%, 경북 41% 말고는 40%를 넘지 못했다. 최종 투표율 역시 광주 82%, 전남 81%, 전북 81%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호남의 적극적인 투표 열기는 반보수투쟁의 봉화였다. 호남 민중은 2월 16일 광주 전통시장 앞 유세에서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떠들며 자신을 농락하는 보수세력을 심판하겠다는 의지를 뜨겁게 표출했다. 

 

사전투표 전날인 3월 3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도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윤석열 후보를 찍으면 1년 뒤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맹비난했던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야합은 호남 민중의 분노를 불러왔다. 또한 야합-단일화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까지 고조되면서 호남 민중이 결집했다. 

 

이런 것들이 모여 적폐세력의 총공세 속에서 초박빙 결과를 만들었다. 순전히 국민의 투쟁으로 일군 것이다.

 

2. 정국 전망

 

윤석열 정권 아래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1) 국내

 

가. 정치, 분열 대립 심화

 

국힘당 내부에서부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힘당은 이전부터 당권을 쥐고 있던 나경원, 김무성, 장제원, 권성동 같은 원주류세력과 이준석 같은 신주류세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작년 말 이준석 당대표가 잠적하는 등에서 알 수 있듯 원주류세력과 신주류세력은 갈등을 겪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원주류세력과 손을 잡고 정권을 거머쥐게 되었다. 반면 신주류세력인 이준석 국힘당 대표는 2030세대의 높은 지지율과 호남 30% 득표를 호언장담했지만, 호남에서 13% 득표에 그치고 2030세대에서도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앞으로 국힘당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힘당과 민주당의 싸움도 격화될 것이다. 지금은 1987년 이후 초유의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노동시간 및 최저임금 유연화 등 윤석열 당선인의 반민중적인 정책이 국회에서 격돌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국힘당과 시민사회 간의 대립도 극심할 것이다.

 

촛불행동연대는 3월 11일 “검찰 파시즘의 준동을 방치하면 재앙은 불 보듯 뻔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도 경각에 처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일입니다.…이제 본회전이 시작됩니다.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일찌감치 윤석열 정권과 맞설 각오를 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월 11일 “윤석열 당선자의 대장동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봐주기 의혹과 김건희의 주가조작 실체의 진상조사 확인을 위한 청원”이 올라왔다. 4일 만인 3월 15일 현재 29만 5천 명이 동참했다. 국민 속에서 반윤석열 투쟁의 열기가 이미 고조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벌써 윤석열 정권에 어떻게 맞서 싸울 건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보았을 때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사방에서 대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나. 경제, 파국 직면

 

 

▲ 코스피 지수   

 

 

▲ 원-달러 환율  

 

 

지금 한국 경제는 점점 심각한 위기에 처하고 있다.

 

기름값은 11일 서울 지역에서 리터당 2천 원을 넘어섰다. 거기다 환율은 치솟고 주가는 내려가고 있다. 기름값이 상승하고 환율이 오르면 물가 상승 압박이 강해진다. 그래서 경제는 악화하는데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3월 10일 “유가는 상승하고 성장률은 더 둔화하는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진다고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민생도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년 동안 가계부채는 220조 원 늘었다. 비슷한 기간 자영업자 부채는 30% 증가해 888조 원을 기록했다. 임금노동자의 경우 2020년 8월~2021년 8월 사이에 정규직이 9만 명 감소했고 비정규직은 64만 명 증가했다. 2021년 실업자 수는 114만 명, 청년 실업자는 25만 명, 구직단념자는 62만 명이다. 그야말로 민생이 파탄 직전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이런 민생 위기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지금 경제위기는 단지 한국 뿐만의 위기가 아니다. 세계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진 데서 기인한다. 미국도 경제위기에 빠져 있다. 미국은 자국 독점자본의 탐욕을 위해 한국 경제를 더욱 쥐어짤 것이다. 

 

언론들은 경제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면 세계적인 문제라는 논리를 펴며 윤석열 정권을 보호하려 들 것이다.

 

2) 대외

 

가. 친미친일 반북반중 일변도

 

윤석열 당선인은 노골적으로 친미친일 반북반중 정책을 주장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사드 추가 배치, 쿼드 가입을 공언했으며 미국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를 요구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웠다. 또한,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해 국민을 경악시켰다.

 

이들 정책은 하나 같이 북한과 중국 등의 강한 반발과 심각한 군사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마치 화약고 안에서 불장난하는 어린이를 보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선제타격은 곧 전쟁이다. 쉽게 말할 사안이 못 된다”라며 여러 번 지적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 윤석열 당선인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듯 자기주장을 고집했다.

 

나. 남북관계

 

 

윤석열 후보의 호전적인 반북대결정책은 남북 사이의 군사 긴장을 급속도로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월 27일과 3월 5일 정찰위성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을 단행했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우주개발국, 서해위성발사장을 차례로 현지지도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북한이 4월 15일 즈음까지 정찰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3월 11일 보도된 서해위성발사장 현지지도 사진을 보면 발사대에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다. 이미 로켓이 세워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명령이 있으면 언제든 로켓이 발사될 수 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윤석열 정권은 이를 도발로 규정하고 강경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3월 예정이었던 한미연합훈련이 연기되어 4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한미연합훈련 등이 진행되면 북미·남북대결이 격화하며 급속히 긴장 고조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견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하는 사진. 발사대에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다. 한중관계

 

윤석열 정권이 사드 추가 배치, 쿼드 가입을 강행하면서 미국의 중국 포위 전선에 적극 동참하면 중국과 갈등, 대립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3월 10일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드 추가 배치 등으로 “새 정부 초기 한중 마찰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1월 27일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우리나라 수출 비중 30%가 중국인데, 경제 망가지는 건 누가 책임지느냐”라며 “정치가로서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사드를 전처럼 주한미군이 들여오지 않고 한국이 구매해 배치하여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중국 환구시보는 3월 10일 사드 추가 배치를 주권 문제로 간주해선 안 된다며 “사드 배치는 한국 방어 수요를 넘어서는 데다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까지 심각하게 해친다”라고 비판했다. 쿼드 가입, 사드 추가 배치를 하면서도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벌써 윤석열 당선인과 중국 사이에는 갈등의 조짐이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친서를 보내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자며 인사말을 건넸고 윤석열 당선인은 친서를 받으며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라고 말해 신경전을 벌였다.

 

라. 한국,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되는가

 

이런 것들을 종합하면 한국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다르다. 한국은 미국의 세계 전략상 우크라이나보다 중요하고 이미 미군이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 북한은 미 본토를 핵공격할 능력을 갖췄고 심지어 극초음속미사일 등 첨단무기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배치해 마음대로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압박하던 현 상황을 유지하기 어려운 형국이 되고 있다.

 

중국과의 대립도 가볍게 볼 게 아니다. 중국도 러시아처럼 미국과의 대결을 꺼리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1년 7월 1일 “중국을 괴롭히는 세력은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 강도 높은 경고를 보냈다.

 

윤석열 정권이 친미친일 반북반중에 매달리면 한국이 제2의 우크라이나 신세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북한이 주한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며 주한미군을 힘으로 몰아내려고 하는 등 만약의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이 목숨을 걸고 한국을 지켜주려고 할까? 

 

3. 과제

 

윤석열 정권 시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자주·민주·통일 투쟁

 

먼저, 자주·민주·통일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 

 

미국의 속박에서 벗어나 국민이 바라는 대로 대외정책을 펴 국익을 실현하는 자주가 절실하다.

 

지금은 세계사적인 대격변의 시기이다. 북미대결,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대결 등에서도 힘과 힘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월등한 힘을 바탕으로 자기중심의 세계질서를 구축했다. 그러나 지금은 북·중·러의 군사력, 경제력이 미국을 점차 넘어서면서 세력 관계에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정세를 읽지 못하고 과거처럼 친미친일에만 매달리면 남북관계와 안보, 경제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

 

또한, 윤석열 정권에 맞서 적폐를 청산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은 국민이 보수화되어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촛불개혁을 하지 않고 국민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참된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갈망은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 거센 정권심판론에 맞서 초박빙 대선을 만들어낸 촛불국민의 투쟁이 이를 보여준다. 박근혜 탄핵 촛불이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도약시켰듯이 반윤석열 투쟁 또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서 중요한 계기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온갖 병폐의 기원인 분단을 끝내고 국민의 평화, 번영, 통일의 새 길을 열어야 한다. 

 

2018년 우리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청사진을 직접 지켜보았다. 당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쏟아진 압도적인 지지에서 평화·번영·통일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볼 수 있었다. 분단은 곧 구시대를 의미하고 평화·번영·통일이 곧 새시대를 의미한다. 나라를 살리고 민족을 살리고 민생을 살리는 통일의 새시대를 하루라도 빨리 열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한국 사회의 근본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자주·민주·통일의 실현이 눈앞의 과제로 다가온 시기를 살고 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자주·민주·통일을 실현해야 한다.

 

2) 진보민주세력 총단결

 

진보민주세력은 총단결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국힘당이 당선되었지만 진보민주세력 득표율, 민주당 이재명 후보 47.83%, 정의당 심상정 후보 2.37%, 진보당 김재연 후보 0.11%를 합하면 50.31%이다. 

 

과거엔 진보민주세력의 힘이 보수세력보다 약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되기 위해 김종필과 연합해야 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정몽준과 연합했으며,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도 안철수와 단일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이제는 진보민주세력이 중도·보수세력과의 연합이 없이도 독자적으로 과반을 차지할 만큼 역량이 성장했다. 이렇게 장성한 진보민주세력이 총단결하여 윤석열 정권과 맞서야 한다.

 

진보민주세력의 단결은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을 구심으로 이뤄질 수 없다. 단결의 기초, 중심, 실체는 어디까지나 민중이다. 오늘날 우리 노동자, 농민 등 각 계층 민중들이 망라된 ‘전국민중행동’과 단결하여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통령이 국방부에서 집무?…"청와대 들어갈 가능성 제로…용산 포함 검토 중"

'외교특사, 美에만 보낸다' 보도엔 "어떤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 해명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2.03.16. 09:45:07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과 관련, 정부서울청사 본관·별관 외에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16일 오전 브리핑에서 "용산을 포함해서 여러 개 후보지를 놓고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용산이 새 후보지로 포함됐음을 확인했다.

김 대변인은 "기존 청와대로 윤 당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0)"라며 "현재도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른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대선 과정에서 공언했으나, 헬리콥터 이착륙장이나 일명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황실 등 시설 문제, 경호·보안 및 이동시 시민 불편 문제 등을 놓고 고심하던 끝에 이미 헬기장·지하벙커가 마련돼 있고 인근 한남동 총리 공관 등을 관저로 활용할 수 있는 국방부 청사를 새 대안으로 유력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교안보분야 인수위원으로 임명된 김태효 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시절 쓴 논문에서 '유사시 일본의 개입이 대북 억지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관련, 윤 당선인이 대선 TV토론에서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유사시에 (한반도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취지이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 대변인은 "아니다. 당선인이 토론 때 얘기했던 것은 한미일 군사동맹과 관련해 아직까지 그 부분을 거론할 단계 아니라고 했지 정확히 그 부분을 단정적으로 얘기한 바는 없다"고 했다. 

김 인수위원은 과거 2011년 베이징(北京) 남북 비밀접촉 당사자로 참여했던 일과 함께 문제의 논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추진 당시의 '밀실협정' 책임론 등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2012년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과 공모해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아직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1·2심은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렸고, 다만 청와대 기획관 퇴직시 보안 대상 문서를 개인적으로 유출해 보관한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피고인 양 측이 모두 상고해 3심이 진행 중이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을 정치관여 등 혐의로 수사한 것이 윤 당선인 본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당시 수사팀장은 윤 당선인의 측근인 박찬호 현 광주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고, 지휘 검사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경제1분과 간사로 임명된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도 박근혜 정부 당시의 미르재단 설립 관여 의혹, 삼성물산 합병 관여 의혹 관련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바 있는데, 당시 수사팀장도 윤 당선인이었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취임 전 박진 의원을 미국에 보내는 등 외교 특사를 미국·유럽연합에만 파견하고 중국·러시아·일본에는 취임 후에 보낸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특사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고 부인했다.

김 대변인은 "특사는 국익과 관련된 문제"라며 "보도와 관련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사 파견 여부, 어느 나라에 보낼지, (특사단이) 어떤 구성을 갖출지 검토·결정된 바 없다"면서 "특정인이 (미국 특사로) 결정됐다는 것도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쫓겨났던 보수세력의 복귀, 우리 모두 알아야 할 것

[강인규리포트] 정권은 교체됐다, 그 다음은?

 
 
 22.03.16 05:56최종 업데이트 22.03.16 05:56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에 대해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탄핵으로 쫓겨났던 보수 세력의 복귀다. 탄핵과 대선 패배 후, 보수야당은 수차례 이름과 색을 바꾸며 흩어졌다 모이기를 거듭한 뒤, 정치 경험이 전무한 법조인을 앞세워 권력 탈환에 성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도중 해고된 까닭은 '비선'에 의존한 탈법적이고 비민주적 의사결정과 권력남용이었다. 그리고 이 지도자의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행태에는 짙은 '주술'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흥미롭게도, 윤석열 당선자 역시 몇 차례 권위주의적 행태로 비판 받았고, '주술'과 관련한 일화들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새누리당 최고대표위원을 선출하는 제 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유권자들은 5,6년 전 광장을 밝힌 무수한 촛불과 외침을 잊은 것일까? 그럴 리 없다. '냉동인간'이라는 조롱이 나올 만큼 사회와 동떨어진 윤석열 당선자의 인식과, 배우자와 장모를 향한 의혹에도 유권자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변화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절박했다고 봐야 한다. 윤 당선자는 유세 과정에서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무지와 몰이해를 드러냈지만, 이런 불확실성을 무릅쓰고라도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한국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모든 유권자들이 합리적 판단과 숙고를 통해 표를 행사한 것은 아니다. 늘 그렇듯, 일부는 늘 뽑던 관성에 따라, 일부는 더 챙기고 싶은 탐욕에서, 일부는 분노의 대상을 잘못 겨냥한 빗나간 증오심에서 표를 던졌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여성과 외국인을 겨냥한 혐오가 대선 전략으로 활용됐다. 정치의 존재 의미를 회의하게 만드는 이 비'휴머니스트'적 행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나는 이번 대선 승패를 가른 가장 중요한 요인이 혐오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뒤에서도 다루겠지만, 이준석 대표 일행이 여성에 대한 그릇된 반감을 정치 수단화함으로써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명백하다. 이 대표가 즐겨 쓰는 '복어' 비유를 들자면, 제 입에 맞는 복어 살 한 점을 얻자고 온 국민이 마시는 샘물에 독을 풀어놓은 셈이다.

하지만 대선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이 대표가 기획하고 윤 당선자가 실행한 '혐오의 정치'는 참담히 실패했다.

실패한 혐오의 정치

남녀 갈등의 주 대상으로 지목된 20대에서 이재명은 남녀 유권자를 통틀어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이번 대선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이하 유권자의 47.8%가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준 반면, 윤석열 후보에게 간 표는 45.5%였다. 30대에서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비율이 더 높았지만, 그 비율은 48.1%대 46.3%로 차이는 1.8퍼센트 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인해 여성들의 삶이 더 크게 위협 받으리라는 우려가 커졌고, 그로 인해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가 결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자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해체'를 공언하고, 그의 '브레인' 격인 이준석 대표는 "여성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거나 "20대 여성은 어젠다 형성에 뒤처지고 추상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특정 대상을 뭉뚱그려 단순화하는 행위야 말로 차별과 혐오의 전형적 사례다. 인종주의자들이 '동양인들은 감정적'이라는 말로 '이성적'인 자신들의 우월성을 주장하듯 말이다. 이미 2017년 대선에서 여성 투표율이 77.3%로 남성 76.2%를 앞질렀고, 이 변화를 이끈 것이 20대 여성 유권자들이었다. 20대 대선을 앞둔 2월 말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여성 유권자의 비율이 90%로 남성 87%보다 높았다.

이유가 무지 때문이었든, 성적 고정관념 때문이었든, 여성 유권자를 무시하고 배제한 결과는 이재명 후보의 민주당 최다 득표 기록과 대선 사상 최소 격차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 뒤 손에 기표 도장을 찍고 기념사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민주당의 패인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최대 지지층인 40대 유권자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데 있다고 본다. 그 원인은 이 열정적 지지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민주당과 정부의 행적에 있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77.1%를 기록했지만, 출구조사에 나타난 40대의 투표율 추정치는 70.4%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19대 대선 당시 40대 투표율 74.9%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치다.

40대는 5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유권자가 포진한 연령대로, 출구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60% 이상이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한국의 40대는 민주화 이전과 이후 모두를 경험한 세대로, 매우 뚜렷한 정치성향을 지닌 집단이다. 민주당에 크게 실망했으면서도, 권위주의 시대의 지도자를 떠올리게 하는 윤석열 후보만큼은 도저히 찍을 수 없어 기권한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40대가 전체 투표율에 해당하는 77%의 비율로 투표하고 그중 60%가 이재명을 지지했다면, 35만 표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50%대에 머문 50대 유권자의 득표율을 조금만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면 선거 결과는 뒤바뀌었을 것이다.
 

▲ 서울 명동 거리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는 시민들. 2021.10.25 ⓒ 연합뉴스


한국에서 40대는 가정을 꾸리거나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시기이다. 당연히 안정적 소득과 집 장만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혼란스런 주택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였을 뿐 아니라, 희생은 요구하면서도 보상에는 인색했던 방역 정책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이다. 이들 40대는 자영업자 전체의 30%를 차지하며, 또 다른 지지층인 50대를 더하면 그 비율이 60%를 넘어선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이 이상한 일일까?

민주당 집권의 명과 암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주택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집 없는 사람은 집값이 떨어지기를 바라고, 집 있는 사람은 더 오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와 민주당이 어느 계층을 배려해야 하는지는 명백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찌감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다주택자에게 막대한 세제 혜택을 베푸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기보다 세금회피 수단으로 사 모으기 시작했고, 이는 오르는 집값에 기름을 뿌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물론, 집값이 오른 것은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코로나 이후 낮아진 금리로 대거 풀려난 돈이 주택시장에 몰렸기 때문이다. 앞의 세제혜택 역시 임대주택을 늘려 서민들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을 내놓기에 앞서 그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섣부른 정책을 내놓은 뒤 땜질 처방을 하는 실수를 반복했고, 투기꾼들은 더 이상 정부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 권우성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 핵심인사들의 위선적 언행이었다. 정부 초반인 2018년 9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집값이 폭등하는 와중에 라디오에 나와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며,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후반에 들어선 2021년 3월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신의 강남 소유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 이상 올려 받은 것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그 시기가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하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이틀 전이었다. 정부 관계자들의 이런 행태는 부동산 정책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비난 받아야 할 일만 한 것은 아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로 임기 동안 소득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개선됐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70위까지 추락했던 언론자유지수를 42위, 아시아 1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표현의 자유 확대는 현 정부에서 한국의 문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비록 대외적 상황으로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남북화해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국우선주의로 수렴하는 세계 속에서 외교적 균형을 비교적 잘 지켜낸 것 역시 호평 받을 만하다.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등 아쉬운 부분은 있으나, 다양성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나름의 실천을 한 것 역시 평가 받아야 한다.

방역은 어떨까?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확진자 수가 폭등하자 야당과 보수언론은 '총체적 실패'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객관적 평가와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30만 명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 역시 늘어 하루 평균 205명에 달한다. 수치로 보면 '성공'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의 상황은 결코 나쁘지 않다. 예컨대 미국은 확진자가 하루 평균 3만 5천명 수준이지만, 사망자는 무려 1292명에 달한다.

이는 인구비율 사망자 수를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은 100만 명당 297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한국은 203명으로, 미국의 15분의 1 수준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현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과학적'이고 '불필요하다'고 비난해 왔으나, 철저한 추적을 통해 확산을 막고 백신 접종률을 비약적으로 높여 시간을 번 것은, 다른 나라에서 찾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성과였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현재 한국에서 수배에서 수십 배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을 것이다.
 

▲ 수도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인 가운데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식당가가 한산하다. 2020.12.9 ⓒ 연합뉴스


방역 정책의 문제는 따로 있다. 일선의 보건 노동자들과 자영업자에게 희생을 요구하고도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방역을 위해 고객 수와 영업시간을 제한한다면, 거기서 발생하는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 유럽, 일본이 자영업자에 수천 만 원에서 억대의 피해보상을 할 때, 한국은 고작 수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 적은 액수조차 기획재정부의 비협조를 변명하며 시간을 끌었고, 그 사이 자영업자들은 절망에서 죽음의 길을 걸었다. 이것을 무능 아니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정권은 교체됐다, 그 다음엔?

현재 한국사회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부의 집중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 직업 불안정, 비수도권 황폐화, 낮은 출생률, 노인빈곤, 약자와 소수자 혐오 확산, 기술기업(테크기업)의 독과점과 지배 강화로 위협받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복잡한 문제들이 한데 얽혀 있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대외적 요인과도 연결돼 있다.

실타래처럼 뒤얽힌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뇌수술에 요구되는 섬세한 판단과 기술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 한국 유권자들은 검찰 출신의 '정치 신인'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는 '뇌수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최근까지 당선자가 보인 태도는 깊은 우려를 낳게 한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받았음에도, 사과와 반성을 모르는 태도가 그렇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남녀갈등에 대해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당선자가 트럼프가 그랬듯 '전임자 정반대로 하기'에 몰두하는 태도 역시 우려스럽다. 비록 핵심적 영역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으나, 다수의 유권자는 문재인 정부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 정부의 성공한 정책을 계승하며 과오를 바로잡기보다 '문재인 지우기'에 골몰한다면, 역시 트럼프가 그랬듯 실패를 재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향후 5년은 윤석열 정부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앞서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탄핵으로 쫓겨났던 보수세력의 복귀'라고 말했다. 어렵게 얻은 이 기회를 날려 버린다면, 앞으로 다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시민들은 5년 동안 잠자코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사실은 들끓는 촛불에 밀려 탄핵에 앞장섰던 장제원 비서실장 내정자와, 그를 감옥에 보낸 윤석열 당선자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연재를 시작하며 – 역사, 현재에 영향 미쳐

[연재] 고승우의 ‘미국의 한반도 개입 151년’ (1)

  • 기자명 고승우 
  •  
  •  입력 2022.03.15 13:00
  •  
  •  수정 2022.03.15 13:07
  •  
  •  댓글 1
 

- ‘신미양요’ 이후 미 정부의 비밀 외교 및 공식 문서를 중심으로

 

지금으로부터 151년 전인 1871년 ‘신미양요’로 미국과 조선이 최초의 전쟁을 벌인 뒤 2022년 3월 중순 현재까지 미국과 한반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역사를 어떻게 살피느냐 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그것은 눈앞의 현실인 현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한에서 고마운 존재, 혈맹관계로 일컬어진다. 미국이 6.25 한국전쟁에 참전해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희생을 당했고 그 이후 미군 주둔에 의해 한반도 안보가 보장이 되면서 한국이 엄청난 경제적, 정치적 기적을 이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다른 견해도 있다.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은 신미양요 이래 최근까지 미국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양쪽 주장에 대한 찬반이 갈리는데 그 판정은 역사적 사실관계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70여 년 동안 한미동맹에 대한 문제제기는 국가보안법 처벌 대상이었다.

한미동맹 정상화 당위성 커져

그러다보니 근현대사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무식과 무관심이 일반화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정세는 한미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할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연재는 그런 작업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한미관계 151년을 조명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국내에서 한미역사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결과 등이 존재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에서 자료 부족이나 검증 미흡 탓인지 정확한 사실관계 등이 밝혀지지 않거나 애매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미국이 미화되거나 그들의 과오 등은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미래의 정상적인 한미관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한미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신뢰할만한 것은 두 나라의 외교 또는 비밀문서 등의 기록이다. 그것은 대부분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재는 그래서 미국의 외교 문서나 비밀이 해제된 자료, 미국 공시 문건 등을 토대로 소개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미국 측의 자료를 소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미국 쪽 자료가 발견되지 않은 제주4.3, 여순사건과 같은 경우 국내의 공신력 있는 기관 등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원고지 1천 여 매에 달하는 전체 연재 내용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미국 3.1독립운동 철저히 외면

- 신미양요 이후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비밀협약’에 따라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승인한 사실을 미국 정부 자료 중심으로 소개했다. 미국이 제국주의 후발국가로 동북아에서 이권을 챙기기 위해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인정하는 대가로 필리핀 강점을 챙긴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른바 ‘가스라 데프트 밀약’이다.

이 밀약이후 미국은 한‧일 강제병합을 승인하고 3.1운동이 발생하자 서울, 동경 공관에 훈령을 보내 ‘조선인의 독립 운동에 미국이 동조, 지원하는 인상을 절대 주지 말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했으며 해외 독립 운동가들의 지원 요구 등에 등을 돌렸다.

- 미국이 일본과 태평양전쟁을 벌이면서 일본의 항복 이후 등에 대한 정부 대책이 무엇이었나 하는 것을 비밀 해제된 미국의 자료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미국 정부의 극동부처간지역위원회(IDAFZ)가 그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그 밖에 미 국무부, 미국 외교관들의 국무부 보고사항 등이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자료를 보면 미국은 한반도가 일본에 병합되었다는 사실을 중시하는데 이런 시각은 ‘가쓰라-태프트 비밀협약’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미국의 태평양 전쟁 종전 이전 한반도 점령 계획은 지극히 단순한 원론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은 한반도를 연합국과 협의해 신탁통치를 실시하기로 하고 일본 항복 이후 한반도 주재 일본군인, 민간인들을 본국으로 송환시킬지 여부 등을 검토했을 뿐이다. 한반도가 일제에 부당하게 강점당해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다각도로 투쟁했다는 사실 등은 고려 대상에 아니었다.

미국 태평양전쟁 종전 이전 한반도 정책 주먹구구

- 미국 정부의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한반도 점령 대책을 검토한 자료를 보면 전체적으로 미 점령군의 남한 진주 계획은 주먹구구식 수준이었다. 미국 정부나 군부는 연합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한반도를 전혀 중요시 하거나 주목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미국은 태평양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소련의 개입을 희망하면서도 소련이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을 우려했다. 그런 이유로 소련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반도 정책 수립은 기피했다. 미국은 연합국과 함께 일본 항복 시 연합군 참가국들이 점령할 지역을 배정하는 등 전후 계획을 수립했다.

- 미국은 일본의 항복이 임박한 상황에서 핵탄두 실험에 성공하지만 이 사실을 소련에 알리지 않고 일본 두 개 도시를 핵 공격했다. 이는 소련이 유럽에서 승전한 뒤 일본에 선전포고를 한 뒤 관동군을 순식간에 궤멸시키고 만주를 거쳐 한반도 북부까지 진격한 뒤 일본 열도를 점령할 기세를 보이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소련은 미국의 핵무기에 긴장하게 되고 미국이 북위 38도를 소련과 미국의 군대 진출 경계선으로 삼자고 제안하자 수락했다.

- 일본이 항복했을 당시 미군 주력부대는 오키나와에 있었기 때문에 육상에서 군사작전을 펴는 소련의 공격 속도보다 매우 느렸다. 미국 주력부대가 해상으로 일본, 한반도로 이동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지만 소련은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열도를 점령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소련이 북위 38도 이남으로 진격하지 않을 것에 동의하자 미국 정부는 1945년 9월 초 미 점령군을 남한에 보내는데 해당 미군 부대는 전투부대로 남한 점령 시 민간행정 부문을 담당할 직원이 전무했다. 심지어 한국어 통역조차 구하지 못해 일본군과 함께 포로로 잡힌 조선인 전쟁포로에게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했다.

-일본 항복 이후 미소는 한반도의 북위 38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삼아 북쪽은 소련군이, 남쪽은 미군이 진군했다. 그에 따라 미국 정부는 미 점령군이 한반도 북위 38도선 이남과 일본 열도로 진주하도록 맥아더 장군에게 명령했고 맥아더는 그것을 이행했다.

미국 정부는 당시 한반도에서 일정기간 신탁통치를 실시하고 여건이 되면 독립을 시키기로 다른 연합국과 합의했을 뿐 한반도가 어떻게 독립할지에 대해서는 그 계획이 전무했다.

맥아더, 미국 정부 지휘 받아 일본, 한반도 군정 실시

남한을 점령한 미군은 일본 점령 사령관 맥아더의 지시를 따랐는데 맥아더는 미 대통령, 전쟁부, 합동참모본부의 지휘를 받았다. 사진은 미군 해군본부의 필름사진이며, 맥아더(Douglas MacArthur) 유엔군사령관이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당시 MT MC KINLEY(AGC-7)함에서 James H. Doyle 해군소장, E.K. Wright 육군준장, Edward M. 육군 소장 등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출처 - 전쟁기념관]
남한을 점령한 미군은 일본 점령 사령관 맥아더의 지시를 따랐는데 맥아더는 미 대통령, 전쟁부, 합동참모본부의 지휘를 받았다. 사진은 미군 해군본부의 필름사진이며, 맥아더(Douglas MacArthur) 유엔군사령관이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당시 MT MC KINLEY(AGC-7)함에서 James H. Doyle 해군소장, E.K. Wright 육군준장, Edward M. 육군 소장 등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출처 - 전쟁기념관]

- 남한을 점령한 미군은 일본 점령 사령관 맥아더의 지시를 따랐는데 맥아더는 미 대통령, 전쟁부, 합동참모본부의 지휘를 받았다. 흔히 맥아더를 일본 점령의 주인공처럼 추켜세워 영웅시 하지만 이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맥아더는 민간 행정경험이 전무한 직업군인이었고 그는 미 정부의 지휘체계에 따라 상부의 지시를 수행했을 따름이었다.

맥아더가 본국 정부로부터 받은 일본 점령 직후의 정책은 남한에도 대부분 그대로 시행되었다. 미국 정부는 한반도를 일본 식민지로 여겼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 미국은 연합국과 합의한 신탁통치 방침에 따라 남한에 미군이 진주한 뒤 상해임정이나 일본 항복 이후 자생한 인민위원회 등을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은 한반도를 일본의 식민지로 여겨 미 점령군이 일본과 남한 지역에서 일본군의 항복을 받는 작업을 거의 동일한 원칙으로 수행토록 맥아더에 지시했고 그에 따라 남한에서 일본 총독부 관리가 중용되고 친일세력들이 권력기구로 복귀하게 되었다.

- 남한 점령군이 일본 총독부의 관리, 경찰을 맡았던 친일세력을 원상복귀시킨 것은 미국 정부의 결정이었고 맥아더에 의해 일본과 남한에서 실시된 것이다. 오늘날까지 한국 사회의 과제인 친일 미청산의 원인 제공은 미국 정부이고 이승만이 친일세력이 해방정국의 가장 강력한 권력집단이라는 점을 주목해 친일잔재 온존 정책을 펴면서 그 독기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 미국은 다른 연합국과 합의한 대로 남한에서 신탁통치를 실시하기 위해 상해 임시정부나 당시 국내에서 발족한 인민위원회 등을 일체 인정치 않았다. 대신 미 점령군이 최고 결정권자 행세를 하고 친일세력들이 복귀한 일제 공조직을 그 하부 구조로 이용했다.

맥아더는 일본을 소련, 중국 등 공산세력을 저지할 방어지역으로 삼기 위한 점령정책을 펴면서 우익세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보정치도 병행했다. 미 정부의 이런 정책은 남한에서도 미 군정기간 동안에 강행되었고 결국 친미적인 남한 단독정부 수립의 강행으로 이어졌다. 미국이 제주 4.3을 소련 등 공산주의 세력의 배후 조종이라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친일세력과 함께 무자비한 군사작전을 전개해 제주도민 1/10 정도가 희생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친일파 발호 원천 책임은 미국, 이승만 하수인 격

- 미 군정하에서 권력기구에 충원된 친일 세력이 발호한 것은 미국이 주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되어야 하고 이승만은 그 하수인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승만과 친일세력의 역사적 범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미군정은 친일세력을 중요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를 외면했는데 심지어 친일경찰 청산을 주장한 경찰 간부를 파면하기도 했다.

친일세력이 미군정하에서 해방정국의 권력집단이 되어 민족정기 확립에 역행하는 갖가지 만행을 저질렀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친일경찰이 민족반역자 색출과 처벌을 하기 위해 발족한 반민특위를 습격한 사건이었다. 이에 대한 이승만은 자신의 지시라고 주장하면서 친일세력을 옹호했다.

이승만은 친일청산을 주장하는 사회적 요구에 쐐기를 박기 위해 국가보안법이라는 희대의 악법을 만들었다. 이 악법의 최대 수혜자는 친일파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미국은 한반도 신탁통치 계획 추진이 난관에 부딪히자 유엔을 통한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위해 5.10선거를 강행하려 했다. 이에 반발하는 4.3항쟁과 여순사건에 대해 미군이 진압에 앞장서는데 이는 국제사회에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확인시키려는 의도가 작동한 결과였다. 이승만 정부 수립 직후 주한미군이 철수하지만 미군은 군사고문단을 남겨 남한 군부 등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했다.

- 한반도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6.25 한국전쟁 발발 이전의 동북아 상황을 보면 미국은 소련, 중국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는 전략을 앞세웠고 한반도 정책도 거기에 맞춰져 구체화되었다. 미국은 중국에서 장개석 군을 적극 지원했는데도 불구하고 모택동 혁명이 성공한 후 극동 방어전략을 수정해 ‘애치슨 선언’을 하면서 극동 방어선에서 남한을 제외했다.

미국 한국전쟁 중 대북 대대적 공습, 2차대전 독일 보다 피해 심각

-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태도를 바꿔 유엔을 통해 적극 개입을 하게 되는데 전세를 역전시킨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에는 일본인이 다수 참전하고 일본은 한반도 전선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면서 전후 복구의 계기를 얻게 된다. 미국은 한국전쟁이 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것을 우려해 제한전쟁 전략을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맥아더가 해임된다.

- 미국은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대대적인 북한 공습을 벌여 2차대전 독일, 일본 도시 보다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은 만주와 북한 일부지역 등에 핵 공격을 할 계획을 세우다가 중단했다. 1953년 한국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총성이 멈췄으나 그 후 70년 가까이 평화협정은 추진이 안 돼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남아 있다.

- 21세기 한미동맹 현안을 점검할 때 한미상호방위조약 그 문제점,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전략,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동시에 유엔사와 ‘유엔사 후방기지’가 한‧미‧일 군사관계의 핵심축이 되고 있는 현실, 미국 대북 군사전략은 유엔 정신을 짓밟는 한반도 집단학살 계획이며 이는 ‘작계 5015’, ‘작계 5026’ 등에 압축되어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 미국은 대중국 포위 전략을 우선하면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의 비공식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에 한국의 동참을 강권하고 있어 동북아 신냉전이 우려된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미국식 논리로만 추진하겠다고 고집할 뿐 평화협정 체결 등은 후순위로 미루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유엔 제재 등을 통해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듯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국방비를 비교하면 북한 보다 미국은 216배, 남한은 30배 많다.

동북아 신냉전 등장 시기, 친미와 반중 외치는 대통령 등장 우려

- 세계 군사력 최강국가 미국과 군사력 6위 한국이 맺고 있는 한미동맹은 미국이 슈퍼 갑이라서 한반도의 예속상태가 심각하다. 미국은 2018년 남북 정상간 교류협력 시행을 중단시키는 등 한미동맹의 역기능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위해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 회복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등장했다.

한국은 세계 경제력 10위 등으로 상징되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국가답게 군사적 주권을 회복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에 자주적 역량을 발휘해야 할 비상한 국면에 처해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친미와 반중, 반북을 외치는 인사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대단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언론사회학 박사/ 전 민언련 이사장/ 6.15남측위 언론본부 정책위원장/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 전한성대 겸임교수/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 2020년 11월 제2회 민족일보 조용수 언론상 수상 · 제26회 통일언론상 특별상 수상

 

 

 

※ 외부 필진 기고는 통일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찬반 갈린 'MB사면'에 언론도 양극단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3.16 07:51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통령 교체기 또다시 사면론…공공기관 인사, 검찰총장 퇴진론 논란
미국 여성학자 리베카 솔닛과 한국 언론 인터뷰, 신문별 미묘한 차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한다. 정치권에선 여권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도 함께 거론될 가능성도 나온다. 대통령 교체기에 ‘통합’ 명목으로 사면을 반복하는 일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신문은 사설로 사면을 촉구했다.

최근 이어진 공공기관장 임명을 두고 문재인 청와대가 임기말 ‘낙하산 알박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당선자가 청와대에 공공기관장 임명권 협의를 주장하면서 신·구세력간 갈등도 불거진 모양새다. 윤 당선자 쪽에선 김오수 현 검찰총장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사퇴 압박’ 발언이 나오는 등 세력 교체기 인사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맨스플레인’(Mansplain) 개념을 처음 제시한 미국 여성학자 리베카 솔닛의 인터뷰가 16일 여러 신문에 실렸다. 최근 출간된 첫 회고록과 관련해 전날 국내 언론과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 내용이다. 여성들을 향해 좌절하지 말라는 조언이 주를 이룬 가운데, ‘한국의 페미니스트’를 향한 솔닛의 메시지는 신문별로 미묘한 해석의 차이를 보였다.

전 대통령 사면은 ‘통합’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대체로 ‘통합’이라는 명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임기 말의 전두환·노태우 사면을 비롯해 정권마다 ‘국민 통합’을 내세우면서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사면권을 활용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신문 기사(전두환·노태우부터 한명숙까지 정권마다 ‘국민 통합’ 내세워 사면)는 역대 정부 사면 사례를 두고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을 맞은 상태에서 ‘국민 통합’을 내세워 정치인 특사를 단행해 왔던 것이다. 정치 보복을 예방하기 위해 특사를 활용했다는 비판이 뒤따르기도 했다”며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대통령도 거의 예외 없이 임기 말에 정치인 사면을 단행했다. 그때마다 여야 인사를 섞어 발표하며 국민 통합이란 대의명분을 앞세웠다”고 했다.

▲3월1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과 한겨레 사설은 MB사면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경향신문(이명박 사면, 국민통합의 길 아니다)은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문재인계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까지 포함하는 ‘패키지 사면’을 거론하는 모양이다. 만약 그런 사면을 한다면, 이명박씨가 퇴임 직전 강행했던 ‘천신일·최시중 사면’의 재판이라는 비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한겨레(이명박 사면, 법치 훼손하고 제 편 챙기는 게 통합인가)는 “(윤 당선자가 할 일은)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전직 대통령 등 자기편 챙기기가 아니다. 문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 사면에 이어 또다시 법치와 공정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MB사면, 정치보복 없는 시대 만드는 전기 삼기를)은 “(문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여야 대립과 진보·보수 간 갈등을 완화하는 의미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악화한 정치 양극화가 사면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애초에 보복성 수사로 진영 간 적대감을 쌓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남용 논란이 많은 대통령 사면권은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국민일보 사설(文·尹, 국민 마음 움직일 통합의 메시지 내놓길)도 “(사면은) 통합을 위한 조치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유일하게 사면이 필요하다고 명확하게 요구했다. 이날 사설(문 대통령, 통합 바란다면 MB사면해야)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2년여 만에 풀려났는데, 81세 고령의 MB는 2년3개월여째 수감 중이다. MB가 잘못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처벌받았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민 통합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게 순리”라 주장했다.

공공기관장 ‘알박기’, 검찰총장 퇴진론 등 인사논란

문 대통령 임기 말의 공공기관 인사가 이어진 가운데 인사권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서울신문 기사(尹측 “인사 협의를” 靑 “고유 권한” 정권 말 공기업 인사 놓고 갈등 격화)는 이를 “임기 말 정부의 인사권 행사를 ‘알박기 인사’로 규정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15일 “최근 인사 관련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히자 청와대는 “임기 중 인사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며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공공기관 임원을 함부로 교체할 수 없게 되면서 윤 당선인 측도 더욱 날을 세우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3월16일 중앙일보 기사

한겨레 기사(윤석열쪽, 공공기관장 인사협의 논란)는 ”청와대가 윤 당선자 쪽의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실제로 기관장 인선이 보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한국성장금융 사장 후보자 추천) 작업 중단에는 윤 당선자 쪽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공공기관장을 압박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협조 요청을 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제도를 바꿔야지 이런 식으로 편법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공공기관 인사권을 미루거나 당선자 측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사설(임기 말까지 ‘알박기’ 인사, 다음 정부에 넘기는 것이 순리)은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와 정책 보조를 맞춰야 할 공공기관·공기업 수뇌부가 앞 정부 사람들로 채워져 있으면 국정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겠나”라면서 “인사를 다음 정부로 미루거나 최소한 윤 당선인 측과 협의해 양해를 얻은 뒤에 하는 것이 순리이자 상식일 것”이라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윤석열 당선자 측근의 발언도 논란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MBC라디오에서 ‘사견’이라면서 이런 의견을 밝혔지만 검찰총장 교체가 정권 교체기 반복된 수순이란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기사(권성동 “김오수, 스스로 거취 정해야”…검찰총장 퇴진론 논란)는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내건 윤 당선인은 헌법 정신을 강조하며 원칙론을 펼치되, 국민의힘이 대신 나서 김 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며 “한 전직 고검장은 ‘김 총장은 취임 전부터 정권이 교체되면 임기가 1년에 불과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사설(김오수 총장 자진사퇴 언급한 권성동, 매우 부적절하다)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를 언급한 자체부터 매우 부적절하다”며 “인사문제는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 무리하게 검찰총장을 길들이려다 대선 패배의 단초를 제공한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이라고 했다.

리베카 솔닛이 한국에 전한 메시지

미국 여성학자 리베카 솔닛이 국내 언론과 가진 15일 온라인 간담회 내용이 이튿날 신문을 통해 전해졌다. 주요 일간지 중에선 △중앙일보(“한국 페미니스트, 50년 내다보고 가길”) △동아일보(美페미니즘 작가 솔닛 “여성몫 늘면 남성도 혜택”) △조선일보(“여성의 몫 늘어난다고 남성 몫이 줄어드는 건 아냐”) △경향신문(“폭력·차별·혐오 속에서도 여성들 분명한 진전 이뤄…페미니스트들 희망 잃지 말아야”) △한겨레(“한국 페미니스트에게 ‘50년 보고 가라’ 권하고 싶어요”) △세계일보(“여성들이여 좌절하지 말고 전진하라”) △서울신문(“한국 여성, 좌절할 필요 없어…어려워도 변화는 계속된다”) △국민일보(리베카 솔닛 “멈추지 말라” 한국 여성들에 조언) 등이다.

솔닛의 인터뷰 중에선 ‘여성의 몫이 늘어나면 남성의 몫이 줄어든다고 믿는 서사’에 대한 반박이 여러 신문에 인용됐다. 조선일보는 특히 ‘한국 페미니스트’를 규정하고 일부 페미니스트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신문은 “다른 사람이 더 많은 자유를 가지게 되면 내가 누리는 자유도 늘어난다. 여성이 더 많은 권리를 가지게 되면 남성도 혜택을 볼 것이다. 경제 정의가 빈자와 부자에게 모두 혜택을 주는 것처럼”이라며 “(솔닛은) “(법적) 처벌만 강조하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며 “누군가를 벌하는 방식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여성주의) ‘혁명’은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다음 세대를 (양성평등적으로) 키워내는 것이 혁명”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3월16일 경향신문 기사

서울신문의 경우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약속하며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솔닛은 관심을 보였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며 그는 한국 여성들에게 “너무 좌절할 필요도, 멈출 필요도 없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화와 진전은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며 “동시에 “여성이 동등한 위치를 갖는다 해서 남성의 것을 빼앗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 남성들도 여성이 더 자유를 누리고 존중받는 세상에서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것을 희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는 맥락으로 관련 발언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솔닛은 ‘젠더 갈등’이라는 말에 담긴 “자본주의적 희소성 개념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자유와 같은 비물질적인 것들은 금, 식량 같은 자원과 달리 양이 무한하다”며 “여성이 누리는 것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반드시 남성의 것이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그러면서 “혹시 한국의 남성들이 여성이 원인이 아닌 광범위한 경제 불평등의 문제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반여성주의자’들이 제기하는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 여성주의의 목표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남성은 이미 포함돼 왔으니, 여성도 포함시키자는 것이 페미니즘의 목표”라고 말했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핵관' 권성동 "검찰총장, 스스로 거취 결정하라" 압박

"尹당선인이 사퇴 압박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거취 언급 눈길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2.03.15. 11:28:0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김오수 검찰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권 의원은 1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시 김 총장과 검찰 인사 등을 두고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앞으로 자신이 검찰총장으로서 정말 공명정대하게, 자신의 처지에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각오와 의지가 있으면 임기를 채우는 것이고, 그런 자신이 없고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된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다만 이어 "그렇지만 윤 당선인은 무슨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거나 이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장의 사퇴를 주장한 것은 권 의원의 '개인 의견'이라는 것이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도 "본인이 지금까지 총장으로서 수사 지휘를 제대로 했는지, 특히 대장동·백현동 사건 수사에 대해서 지난 국정감사에서 '걱정하지 말라', '믿어달라'고 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다.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거나 "대장동 수사에 대해서 검찰이 제대로 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김 총장을 비판했다.

권 의원은 자신은 인수위나 새 정부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그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당선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굳이 정부에 들어가야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기후 공약 내걸며 현수막 남발”…선거 뒤 남는 쓰레기 어떻게?

등록 :2022-03-15 04:59수정 :2022-03-15 11:14

이번 대선 14명 후보 선거공보물 4억부
벽보 모두 합치면 848km
“사용 자체를 줄이는 방안 법제화 해야”
20대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부분 후보들이 환경 관련 공약은 내면서 현수막이나 공보물 사용에는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런 것도 결국 다 쓰레기인데...”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한 우영미(37)씨는 “버려질 선거 홍보물이 환경오염에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거철마다 잠깐 쓰이고 버려지는 벽보와 공보물, 펼침막(현수막) 등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지만, 이번 선거에도 막대한 ‘선거 쓰레기’가 나왔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보면, 유권자의 집으로 발송된 20대 대선 후보자 14명의 선거공보물은 약 3억9947만부에 달한다. 전국에 붙인 벽보는 118만8376매로 모두 합친 길이는 848km, 서울과 부산 왕복 거리와 맞먹는다. 펼침막은 후보자마다 선거구 안 읍·면·동 수의 2배 이내로 게시하도록 선거법에 규정돼 있어 이번 대선의 경우 법에 따른 허용치만 약 9만8천개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비닐장갑 등 방역을 이유로 한 일회용품까지 더해졌다.

 

‘선거 쓰레기’는 생산·폐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펼침막은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가 주성분이어서 매립해도 썩지 않고 소각 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공보물 등에도 재활용이 어려운 코팅종이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녹색연합은 20대 대선 홍보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7312t 이산화탄소 상당량(CO2e)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30년 된 소나무 80만3522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다만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 때까지는 장갑 착용이 필수였는데, 이번 선거부터는 확진자·격리자 외에는 선택사항으로 바뀌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비닐장갑을 사용하지 않아도 방역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환경 문제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도 일부 투표소에선 별다른 설명 없이 모든 투표자에게 비닐장갑을 나눠줬고, 지침이 변경된 것을 모르고 비닐장갑을 사용한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 때는 ‘제로웨이스트 선거운동’을 내세운 후보자도 있었다. 손상우 전 미래당 부산시장 후보는 펼침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선거운동복으로 명찰 탈부착이 가능해 재사용할 수 있는 조끼를 입었다. 같은당 최지선 전 송파구의원 후보도 구제 청자켓을 선거운동복으로 사용하고, 공보물은 비목재 종이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했다.

 

하지만 이들은 후보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최지선 전 후보는 “공보물이나 현수막 등을 최대한 온라인화하는 게 환경 측면에서는 좋지만, 선거는 경쟁이다 보니 혼자만 다른 방식으로 하면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걱정됐다”며 “선거법 등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주요 정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윤주 기자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윤주 기자

이날 행정안전부는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에 국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녹색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어 “행안부가 소개한 폐현수막 재활용 방안은 탄소중립이라는 탈을 쓴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22개 지자체가 제안한 재활용 사업 중 절반 이상은 또 다른 형태의 쓰레기로 남는 장바구니와 청소마대자루를 만드는 사업이고, 시멘트 소성용 연료 활용은 쓰레기 소각과 다르지 않은 최종 처리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자원을 절약하고 생산단계에서의 재활용을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우선 해야 하는 것은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것”이라며 “현수막 재활용이 아닌 현수막 사용 최소화 방안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정보소외계층을 제외한 이들이 온라인으로 공보물을 받아볼 수 있게 하고, 선거공보물 등을 친환경 소재로 사용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스는 재생 섬유를 50% 이상 함유하는 등 친환경 재생종이를 사용한 공보물에 대해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재생종이 사용을 유도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 국회에도 전자형 공보물을 원칙으로 하고, 이외에는 재생종이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선거 때 사용된 현수막 등은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용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가기: “투표에 비닐장갑 써야 하나” 대선 최대 8800만장 폐기 예상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33887.html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참을 수 없이 '진보적'인 윤 당선인의 공약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3/15 11:21
  • 수정일
    2022/03/15 11: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좋은데, 싫었습니다] 속도전의 역설, 어떻게 함께 가나

22.03.15 07:32최종 업데이트 22.03.15 07:32
사회문화비평연재 <좋은데, 싫었습니다>(좋싫)는 주류의 담론에 대항하는 저항의 언어조차 어쩌면 '당위'라는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질문합니다. 그저 이것'만'이 옳고, 이것은 '반드시' 좋아해야 하고,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대해야 한다는 절대적이고 당위적인 언어들이 정말로 대안과 저항의 언어가 될 수 있는지 묻습니다.[편집자말]

얼마 전 전치형 교수의 한겨레 칼럼 〈이동의 명령, 이동의 권리〉를 읽으면서 리처드 D. 앨틱이 쓴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을 생각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진보'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다가왔다. 오스카 와일드를 하루 만에 톱스타로 만들 수 있었고, 그의 죽음은 하루 만에 영국 전역으로 알려졌다.

사람과 소식을 빨리 실어 나르는 기술은, 볼 필요 없었던 더 많은 인간을 목도하게 했고, 알 필요 없었던 더 많은 소식을 맞닥뜨리게 했고, 평온한 봉건제를 무너뜨렸고, 사람들의 코앞에 민주주의를 메다꽂았다. 빅토리아 시대의 노동운동과 계급의 변화는 그 기술의 진보와 발을 함께한다. 그리고 언제나 진보는 기술의 속도와 함께 도달했다.

소위 '진보' 정권이 저물고 '보수' 정권이 들어섰다고 하는데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여하의 문제를 제쳐두고 기술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최선이라는 점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진보적이다. 속도전의 정점에 선 공약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늘 이 지면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의 '멋진' 공약들을 몇 가지만 함께 훑어보면 좋겠다.

근로시간 유연화

기술의 진보를 '하드캐리'하는 것은 언제나 노동 착취였다. 엥겔스가 <영국 노동계급의 처지>를 쓸 만큼 심각한 노동 착취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산업혁명의 찬란한 빛이 이루어졌겠는가. 기술이 진보하길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그 기술을 통해 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이들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주 120시간 노동 같은 말로 '빨리 가는 세상'을 단언해 왔다.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계는 압도적으로 빠르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시키고, 40분이면 집 앞까지 음식을 배달해 준다. 술을 마시고 속이 쓰린 다음 날 아침, 혼자 괴로워서 바닥을 기며 해장국을 끓이며 울지 않아도 된다. 어디 음식뿐인가. 요리 재료, 생일 선물, 내일 당장 입어야 할 옷, 세상 모든 것들이 돈만 내면 언제든 코앞에 준비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 120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 생각만으로도 환상적이다. 주 120시간이면 주 5일제 노동자는 24시간 내내 하루도 쉬지 않을 수 있다. B마트도 밤 12시엔 멈추지만, 그런 신데렐라 같은 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 120시간을 7일로 나누면 하루 17시간.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일하겠다고 한 게 벌써 136년 전이니, 이젠 120시간으로 돌아갈 때도 되었을 수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136년 전 유행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르고 있어서야 어떻게 달려가는 기술의 속도에 노동이 발맞출 수 있단 말인가. 거기다가 윤 당선인이 얘기하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노사의 자율적 합의'에 따라서 이뤄지게 되어 있다. 굳이 5인 미만 사업장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많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기조차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자율적' 합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 조직실에서 마주하는 많은 사업장은 흥미롭고 다이내믹한 '자율적' 합의를 하고 찾아온다. 실명이 다 드러나는 사내 투표 시스템을 통해 노동조건이 낮아지는 근로계약에 서명하기도 하고, 사내 인사팀이 직접 서명 용지를 들고 다니며 휴가를 없애는 조항에 동의하는 서명을 하지 않으면 인사 불이익이 발생할 거라고 유·무형으로 협박을 해대기도 한다.

물론 그런 일이 어디 있을까. 윤 당선인이 말하는 '자율적'에는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서명을 했다는 전제가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 있다면 고소를 하면 된다. 많은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가깝고 법은 멀지만, 그래도 윤 당선인은 다를 것이다. 검사 출신 새 대통령인데 어디 불법을 용인하겠는가. 주 120시간도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에 맞게 엄정히 집행될 터이니, 빠르고도 깔끔한 새 세계가 벌써 기대되는 바다.

노조의 불법 행위

윤 당선인이 선거운동을 하는 내내 전국택배노동조합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고 있었다. 택배노동자들은 도합 64일 동안 파업을 했다. 그중 19일은 본사를 점거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택배노조와 협상해야 할 당사자인 CJ대한통운이 교섭에 나서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이미 판정한 바 있지만, 윤 당선인은 2월 10일 중노위 판정과는 무관하게 검사다운 단호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사용자든 노조든 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라고 말이다. 같은 날 윤 당선인의 선대본부 대변인이 택배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을 "떼법과 몽니"라고 표현한 점에 비춰보면 엄정하게 다루겠다는 윤 당선인의 마음이 100% 읽힌다.

주 120시간 노동은 '노사의 자율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점거농성에는 '노사의 자율적 합의'가 적용되지 않는 이유도 물론 충분히 알 법하다. 기술의 진보에는 점거농성이 필요하지 않다. 세상에는 수많은 점거농성들이 있었지만, 그 점거농성들만 없었다면 얼마나 세계는 더 빨라졌을까. 점거농성을 하는 이들은 기술의 발전을 위해 갈려나가지 않겠다는 말을 전신으로 천명하고 있는 자들이다.
 

▲ 2022년 2월 19일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집중 촛불' ⓒ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모든 사람들에게 욕을 들입다 얻어먹었던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 점거가 전형적이다. 곤지암 허브터미널 안에 있는 물건들은 빨리 나가서 누군가에게 도착해야 했고, 택배노조는 물건들의 속도와 사람들의 편의를 '인질 삼아서' 갈려나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얼마 전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와 비슷한 맥락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인질 삼아서 살아가겠다고 최선을 다했다. 그 사이에 오갔을 더 많은 물자, 더 발전했을 기술, 더 나아졌을 세상을 생각해보라.

법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지켜야 하겠지만, 법 해석이라는 게 존재하는 이유는 법도 법 나름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원래 하기로 했던 노정합의를 부속계약서로 뒤집어 엎어 버렸지만, 합의는 '법'의 문제는 아니다. 점거농성이 더욱 엄정하게 법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이유는 이렇듯 세상이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이유와 비슷하다. 세상의 시계를 더 빨리 굴리기 위해선, 속도를 인질 삼는 일부터 집어치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민간 주도 괜찮은 일자리 창출

걸핏하면 공공 영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는 인간들은 정확하게 자신이 공산주의자라고 밝힐 필요가 있다. 공공에 떠맡겨 버리면 당연히 속도가 느려진다. 공무원들이 느리다고 그렇게 욕을 해대는 사람들에게, 윤 당선인은 당연한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고 있다. 속도가 느려지면 경쟁에서 뒤처진다. 뒤처지다 보면 쥐도 새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괜찮은 일자리'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임금을 안정적으로 많이 받고, 해고 위협에 불안하지 않고, 직장에서 괴롭힘 당하지 않고, 과로에 시달리지 않는 일자리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해왔듯 세상의 속도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야기를 다르게 할 수 있다. 

더 빠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즐겁게 야근을 하고, 자기 자신을 극기하며 발전시켜서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고, 그 성취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그렇게 기업도 노동자도 함께 성장하는 '빠른' 사회 속에서라면,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당연히 괜찮은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주도 일자리 따위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경쟁과 자기성취의 쾌감이 120시간도 거뜬히 버틸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지역별 최저임금, 비정규직 노사협의 등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멋진 공약들이 있지만, 이 세 가지만 살펴보아도 윤 당선인의 5년 동안 얼마나 세상이 빨라질지 기대가 된다. 아마 SF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압도적인 기술들이 5년이 지나면 다 이뤄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기술의 생김새는 그 기술을 구상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라, 아무래도 천천히 같이 가는 기술보다는 앞으로 혼자 빨리 가는 기술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기술의 진보란 속도의 진보에 다름 아니지 않겠는가.
  

▲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 있는 취업 게시판. 2020.9.16 ⓒ 연합뉴스

 
한 가지 문제가 있긴 하다. 느린 사람들이 바로 그 경우다. 솔직히 걸음도 느리고 생각도 느린 나는, 약간 자신은 없다. 어쩌면 그 세상에 내가 살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그렇지만 어디 일이 다 그렇게 쉽게 돌아가겠나. 원래 큰일을 하다 보면 부수적 피해는 있을 수밖에 없다. 빠르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당연하다. 남들이랑 발걸음 맞추면 빨리 못 간다. 지금 눈앞에 버스가 들어오면 뛰어야지, 심지어 그 버스가 내 뒤를 쫓아오면 미친 듯이 뛰어야지. 빨리 가는 게 최우선인데, 어떻게 같이 간담?

나는 그렇다 쳐도, 같은 나라의 같은 시대를 살아가게 될 여러분은 5년 뒤에도 건강하게 빠른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속도를 살아가시길 기원한다. 다만 나랑 속도가 비슷한 사람들은, 다른 해결책을 찾아봐야 할 수도 있다. 함께 걸어가는 속도를 만들 싸움의 기회란 언제든 또 올 테니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선일보 "언론노조 행동 홍위병 연상케해"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2.03.15 07:25
  •  
  •  댓글 4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 “文 대통령, 이명박 사면 마무리해야”…“사면 매듭 못지으면 국민통합 부담”
민정수석실 폐지 등 ‘청와대 정부’ 탈피 시도 호평…“대통령 스스로 가족·측근 비리 엄단해야” 

5월이면 국민의힘 정권이 들어선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진통을 겪는 곳 중 하나가 공영방송이다. 조선일보는 현재 친문 성향의 공영방송 경영진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가 그대로 있는 한 정치편향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칼럼을 실었다. “언론노조가 보여준 행동은 홍위병을 연상케했다”거나 언론노조 산하 ‘민주언론실천위원회’를 가리켜 “1980년대풍 고색창연한 이름을 지금도 쓰고 있다”는 등의 혹평을 내놨다. 

전직 이명박씨 사면 주장이 다시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이번 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치’ 등의 명목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동아일보는 사설 “이명박 사면, 文 대통령이 마무리해야”에서 문 대통령이 사면하고 떠날 것을 주문했다. 이씨의 수감기간이 총 2년3개월 정도 되는데 이는 박근혜씨의 4년9개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길고 그가 현재 만 81세로 각종 지병에 시달린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공약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를 재차 밝혔다.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언론의 평가는 우호적이다. 민정수석실이 그동안 대통령이 사정기관을 휘두르는 통로로 활용되면서 권력남용의 상징처럼 인식됐기 때문이다. 

▲ 15일자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15일자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조선 “언론노조, 5년 전엔 전 정부 인사 쫓아내”

조선일보 “정권은 바뀌어도 방송은 안 바뀔 것”이란 칼럼은 지난 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대선 관련 보도 9건 중 4꼭지를 ‘김만배 녹취’ 관련 보도에 할애한 소식으로 시작했다. ‘야당 후보 검증’ 명목으로 국민의힘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비판이다. 공영방송이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편향했다는 주장은 과거 정권에서도 나왔던 주장이다. 

“KBS를 포함해 YTN, 교통방송 등 공영방송이나 정부·지자체가 최대 주주인 방송사들은 언제나 여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칼럼 내용을 반박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점에서 조선일보의 지적이 가능하지만 현 정권에만 한정했으며 이전 정권에서 언론인을 쫓아낸 사실을 생략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작년 말 새로 임명된 KBS 사장은 임기가 2024년 12월까지이고, MBC 사장도 내년 2월까지 1년이 남았다”며 “방송사 경영진을 바꿀 수 있는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은 2년 반 뒤에나 바뀐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현 여당인 민주당 추천 인사들이 다수인 이사회가 2024년 8월까지 KBS·MBC를 관리 감독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15일 조선일보 칼럼
▲ 15일 조선일보 칼럼

 

조선일보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때도 비슷했지만 당시 집권 여당은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를 앞세워 이를 타개했다”며 “자신들이 다수인 이사회를 만든 뒤, 양대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했는데 모두 언론노조 출신들”이라고 지적한 뒤 “당시 여당 일각에서 돌았던 ‘시나리오’대로 차근차근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언론노조가 보여준 행동은 홍위병을 연상케 했다”며 강규형 전 KBS 이사가 해임됐다가 해임무효소송으로 승소한 사실과 함께 “나머지 이사들은 언론노조의 위세와 압력에 못 이겨 모두 자진 사퇴했다”고 했다. 

강 전 이사는 박근혜 정권 시절 KBS 이사를 역임한 차기환 변호사 등과 함께 지난달 ‘공영언론 미래비전 100년 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지난 14일 “문재인 정권 5년 보복과 어용! 민노총 언론노조 각성과 성찰이 먼저다”란 성명을 내고 언론노조 등을 향해 “언론의 정치화를 주도해온 편파적 언론단체들에 경고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언론노조를 비난하자 언론노조가 이에 반박했는데 이 단체가 대신 언론노조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대선 당일 동아일보는 “문재인 정권에서 ‘완장’찼던 언론인들”이란 칼럼에서 “KBS MBC YTN은 국영이나 다름없는 공영방송사이고 공기업이 대개 그렇듯이 민노총 언론노조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고 주장한 뒤 “(언론노조) 완장질의 폐해는 감사와 수사 의뢰로 도려내되 멀리 내다보고 공영언론사 구조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영언론 민영화와 KBS의 보도기능 축소 등을 주장했다. 정권교체시 공영언론에 대한 대수술을 주문하는 내용이다.

새 정권 출범 전부터 언론계의 갈등과 보복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언론노조 비판 칼럼을 내 불을 지핀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언론노조 산하 ‘민주언론실천위원회’를 가리켜 “1980년대풍 고색창연한 이름을 지금도 쓰고 있다”며 “선거 때 자기편 감싸고 언론노조 출신 방송사 경영진 자리 보전해주는 것이 민주 언론 실천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퇴임 전 MB사면 “새 시대의 문 여는데 도움”

윤 당선자와 문 대통령의 회동은 16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윤 당선자가 사면을 건의하면 문 대통령이 수용해 ‘원 포인트 사면’을 하거나 퇴임 하루 전인 부처님오신날(5월8일)에 맞춰 사면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 이씨는 지난 2020년 10월 횡령과 뇌물 혐의로 징역 17년 형이 확정됐다. 동아일보는 “이 전 대통령 사면은 현 정권으로선 내키지 않거나 부담스러운 이슈일 수 있다”며 과거 이씨가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한 발언을 소환했다.

동아일보는 “이런 배경 때문에 ‘현 정권 내에선 풀려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럴수록 지지층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그 의미가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 15일 경향신문 만평
▲ 15일 경향신문 만평

 

또 동아일보는 “퇴임 전 사면 문제를 깔끔하게 매듭짓는 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접고 새 시대의 문을 여는데 도움을 주는 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文·尹 회동, 새 정부 출범까지 ‘협치 2개월’ 만들어야”에서 “이 전 대통령과 전직 국정원장 3명 사면 역시 같은 모양새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도 임기 내에 (이명박씨 사면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날 경우 ‘국민 통합’ 차원에서 부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로 ‘제왕적 권력’ 사라질까

윤 당선자의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에 대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청와대가 종종 통치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던 사정 기능 및 검찰 통제 기능은 전격적으로 없애고, 자신과 친인척 비리는 엄정히 견제·감시토록 하는 방향”이라며 “춘풍추상(남에게는 너그럽게, 자기에게는 엄하게)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살 만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 15일 중앙일보 1면
▲ 15일 중앙일보 1면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민정수석실 폐지, 청와대 대신 대통령실이란 표현 사용 등을 두고 “역대 정권마다 반복됐던 ‘청와대 정부’ 폐해의 근절에 기대를 갖게 한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각 부처에 무한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권한을 주고, 대통령실은 조율과 보좌의 비서실 역할에 충실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사설 “청와대 폐지, 제왕적 대통령제 벗어나는 첫걸음이길”에서 민정수석실과 제2부속실 폐지 구상에 대해 “청와대 폐지로 권위적이고 어두운 대통령사를 바꾸고 광화문 시대를 열어 우리 정치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면 헌정사에 남을 획기적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윤 당선자의 민정수석실 폐지와 특별감찰관제 재가동 지시에 대해 긍정평가 한 뒤 “하지만 제도가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대통령 스스로 가족과 측근 비리만큼은 더 엄격하게 다루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 때 제기됐던 윤 당선자의 처가 리스크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문 대통령, “평화 위태로워지면 남북 모두에 이롭지 않아”

수석보좌관회의서 “통합과 협력의 정치가 국민의 요구”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3.14 15:55
  •  
  •  수정 2022.03.14 16:05
  •  
  •  댓글 2
 
1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1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평화가 위태로워진다면 남북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신냉전 구도가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대화의 여건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남·북한 정부 모두 대화의 의지와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과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하고, 미국이 최근 두 차례 북한의 발사를 ‘ICBM 성능시험’이라며 제재를 단행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다시 ‘도발-제재’ 사이클로 들어가는 데 대한 깊은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위기를 고조시키는 행동을 중단하고,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대화와 외교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밝혔다. 

[사진제공-청와대]
[사진제공-청와대]

지난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상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 속에 갈등이 많았던 선거였고, 역대 가장 적은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었다”면서 “무엇보다 지금은 통합의 시간”이라고 했다. 

“선거 과정과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다음 정부에서 다시 여소야대의 국면을 맞게 되었지만 그 균형 속에서 통합과 협력의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이고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안팎으로 새로운 위협과 거센 도전에 직면하여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시기”라며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하지 않고는 도전을 이겨내며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존중과 배려, 포용의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통합은 매우 절박한 과제”이고, “어려울 때마다 단합하며 힘을 모아준 국민의 통합역량 덕분이었다”면서 “많은 갈등과 혐오가 표출된 격렬한 선거를 치른 지금이야말로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5~11살’ 백신접종 31일부터…12~17살 3차접종도 오늘부터

등록 :2022-03-14 08:59수정 :2022-03-14 09:04

 
 
생일 안 지난 2010년생까지
‘소아용 화이자 백신’ 접종
사전예약 이달 24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지난해 12월12일 한 어린이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지난해 12월12일 한 어린이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5~11살 소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이달 말부터 시행한다. 기초접종 완료 뒤 3개월이 지난 12~17살 청소년에 대한 3차 접종도 오늘부터 시행한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14일 중대본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그간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던 5살부터 11살 소아에 대한 백신접종을 전국 1200여곳 지정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3월말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예약은 이달 24일부터, 접종은 31일부터 시행된다.

 

생일에 따라 만 11살과 12살로 나뉘는 2010년생의 경우, 접종 시점을 기준으로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소아용 백신을 맞게 된다. 방역당국은 1차 접종과 2차 접종 사이에 생일이 껴있더라도, 1차 접종과 동일하게 소아용 백신을 맞도록 하는 등의 방침을 정했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별로 보다 세밀하게 접종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지난달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품목 허가한 제품은 화이자사의 만 5~11살용 코로나 백신 ‘코미나티주0.1㎎/㎖(5-11세용)’이다. 앞서 식약처가 허가한 12살 이상 화이자 백신 ‘코미나티주’, ‘코미나티주 0.1㎎/㎖’와 유효성분은 같으나 용법·용량에 차이가 있다. 1회 용량 중 유효성분의 양은 기존 12살 이상 백신의 3분의 1이며,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중증의 면역 저하 어린이의 경우 2차 접종 후 4주 후에 3차 접종할 수 있다.

 

접종을 ‘만 나이’ 기준으로 하다 보니, 2010년생은 생일에 따라 투여량이 달라지게 된다. 생일이 지나지 않은 2010년생은 아직 만 11살이어서 성인 용량(30㎍)의 3분의1만 투여하는 소아용 백신(10㎍) 접종 대상자가 되지만, 생일이 지난 2010년생은 성인과 동일한 백신을 맞는다.

 

특히 1차 접종과 2차 접종 사이에 생일이 끼어있는 경우라면, 1·2차 모두 소아용 백신을 맞는다.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1차 소아용 백신 접종 이후 생일이 지나 만 12살이 돼도 2차 접종은 소아용 백신을 접종받도록 방침을 정했다. 또한, 접종은 예약 당시 만 나이가 아니라 접종 당시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차접종 시 소아용(10㎍) 백신으로 접종했다면, 2차접종은 동일한 (소아용)백신으로 접종하게 된다”며 “나머지의 경우 생일 전후로 접종 시 만 나이에 따라 접종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비만,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 소아에게 우선적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로 했다.

 

정부가 소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미접종 소아들을 상대로 감염 확산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새 학기 개학 이후 3월2일부터 7일까지 코로나19에 확진된 학생은 17만4천여명으로, 지난해 전체 학생 확진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확진자의 51.9%는 초등학생으로 대부분 백신 미접종자였다. 위중증 환자 가운데 10대 미만도 꾸준히 늘고 있다. 10살 미만 위중증 환자는 11일 4명, 12일 5명, 13일 7명으로 늘었다.

 

전 2차장은 “우리보다 앞서 접종을 시행한 해외국가에서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됐고 전체 확진자 중 11살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이 15%를 넘어서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각급학교 학사 일정의 정상적 진행을 위해 기초접종 완료 후 3개월이 지난 12살에서 17살 청소년에 대한 3차 접종도 오늘부터 시행하겠다”며 “면역저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 소아·청소년은 접종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전 2차장은 또 “최근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는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 접종과 심근염 발생 간 인과성을 인정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며 “이에 따라 정부는 인과성 인정 기준에 심근염을 추가하고 통계적 연관성 등에 따라 지원금이 지급되는 이상 반응의 종류를 기존 7종에서 11종으로 확대하는 등 백신접종과 관련한 의료비 지원과 피해보상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이미 발표한대로 오늘부터는 동네 병원, 의원 등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왔다면 코로나19 확진자로 인정된다. 개인이 집이나 선별진료소 등에서 직접 하는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 양성 결과는 확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전국 호흡기전담클리닉과 호흡기진료지정 의료기관 총 7732곳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이 확인되면, 보건소의 격리 통지 전달 전이라도 바로 격리에 들어가게 된다. 60대 이상이라면 의료기관 신속항원검사 양성 확인만으로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도 받을 수 있다. 40~50대 고위험군 및 면역저하자는 의료기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되면 확진으로 인정받지만, 먹는치료제 처방을 위해서는 기존처럼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영남의 젖줄' 낙동강 위해 윤석열 당선인께 바란다

[주장] 새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한 네가지 과제22.03.14 05:59l최종 업데이트 22.03.14 05:59l정수근(grreview30)

 

영낭의 젖줄 낙동강. 낙동강은 최상류 태백 황지에서부터 낙동강 하구까지 영남을 관통해 흐른다.
▲  영낭의 젖줄 낙동강. 낙동강은 최상류 태백 황지에서부터 낙동강 하구까지 영남을 관통해 흐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3월 14일은 낙동강에서 페놀사태가 일어난 지 31년이 되는 날이다. 낙동강 페놀사태는 우리나라 최악의 환경오염 사건의 하나로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이 사건 이후 전국적인 환경단체들이 결성되었고 대검찰청에 환경과가 신설되는 등 우리나라 환경운동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또한, 이 사건은 무분별한 개발 중심의 정부 정책이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기 시작하게 된 기점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낙동강 수질오염 사건으로서 의미가 크다. 영남의 젖줄이자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으로서의 낙동강의 위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31주년을 맞아 낙동강 페놀사태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영남의 젖줄 낙동강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낙동강 페놀사태는 경북 구미 국가산단의 두산전자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1991년 3월 14일과 4월 22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페놀 30톤과 1.3톤을 낙동강으로 유출시킨 사건을 이른다. 1급 발암물질인 페놀은 대구지역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다사정수장으로 곧바로 유입되었으며, 염소를 이용한 정수처리 과정에서 클로로페놀로 변하면서 악취를 유발하였다. 당시 대구시민들이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고 신고했으나, 정수장에서는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다량의 염소 소독제를 투입해 악취를 더욱 유발시켰다. 이후 페놀은 낙동강을 따라 창녕과 창원, 부산까지 피해를 주었다.

1차 유출은 3월 14일 밤 10시부터 3월 15일 새벽 6시까지 이루어졌다. 30톤의 페놀 누출로 말미암아 수돗물의 페놀 수치가 0.11ppm까지 올라간 지역도 있었다. 이는 당시 대한민국의 허용치인 0.005ppm의 22배, 세계보건기구의 허용치인 0.001ppm의 110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였다.
       
페놀 오염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시에는 수많은 항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대구시 당국은 인체에 유해할 정도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해서 더욱더 많은 공분을 샀다. 수돗물 오염에 따른 급수중지 및 이에 대한 비상급수대책은 전무했다.

 

이로 인해 대구 인근 약수터에는 식수를 구하려는 수많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 시민들은 식수 부족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오염된 수돗물로 만든 두부 같은 음식과 음료수 등도 모두 폐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사에 나선 대구지방검찰청은 대구 환경처 직원 7명과 두산전자 관계자 6명 등 13명을 구속시키고 관계 공무원 11명을 징계 처리했다. 두산전자에 대해서는 30일 영업정지 처분을 하였다.

낙동강 페놀 사태 전과 후
 
페놀사태로 말미암아 두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촉발됐다. 당시 OB맥주 불매운동의 모습.
▲  페놀사태로 말미암아 두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촉발됐다. 당시 OB맥주 불매운동의 모습.
ⓒ 최열

관련사진보기

  
2차 유출은 4월 22일에 발생하였다. 이 사건의 결과로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 등이 물러났다. 두산전자에 대해서는 64일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또한 이 사건 이전에도 정화비용 500여만 원을 아끼기 위해서 페놀을 정화하지 않고 버린 일이 여러 차례 있다는 게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 수사 결과 두산전자는 페놀 폐수를 전량 소각 처리해야 하는데도 1990년 10월부터 소각로 2기 중 1기가 고장나자, 폐드럼통에 넣어 보관하다가 하루에 2.5톤가량을 무단 방류하는 수법으로 1991년 3월 20일까지 5개월 동안 무려 370여 톤의 페놀 폐수를 무단 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를 단속하는 환경청 직원들은 현장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 단속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구시 상수도 당국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2년 전부터 페놀로 인한 수돗물 악취 신고를 여러 건을 접수받고 실제로 수돗물에서 페놀이 검출됐는데도 단순한 여름철 악취라며 제대로 원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페놀 페수를 불법 방류하고 허술한 탱크 관리로 엄청난 양의 페놀원액을 유출시킨 두산전자의 소행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는 모그룹인 두산그룹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두산그룹은 그해 한해 주력상품인 OB맥주 등 상품 매출액이 1천억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 이로써 이 사건은 환경오염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시민들의 불매운동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우리나라 최초의 자발적인 시민 불매운동의 계기가 된 사건으로 기록된다. 특히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처음으로 제정됐으며 공장 설립 시의 환경 기준이 강화되는 등 건강권과 환경권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

이처럼 낙동강 페놀사태는 우리사회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법 제도도 바뀌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낙동강에 하수처리시설을 신설하는 등의 변화로 그 이후로 수질이 많이 개선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미량의 유해화학물질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식수원 옆에 산단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도에 발생한 과불화화합물 사태는 그 일단이다.

따라서 미량의 유해화학물질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폐수가 전혀 낙동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서둘러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여 낙동강으로 폐수 자체가 흘러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영남의 젖줄 낙동강에는 산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크게는 네 가지다. ▲ 위에 언급한 미량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처리 문제, 그리고 ▲ 여름마다 찾아오는 심각한 녹조라떼 문제가 있다. 아울러 ▲ 낙동강으로 맑은 물과 모래를 공급해왔던 내성천 문제 해결을 위한 영주댐 처리 문제, ▲ 마지막으로 낙동강 최상류를 오염시키고 있는 오염덩이 공장 영풍석포제련소 문제가 있다.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문제 해결
 
낙동강 녹조 물로 농사짓고 있는 낙동강 인근의 한 논. 녹조 독 마이크로시스틴은 쌀에서 검출된다.
▲  낙동강 녹조 물로 농사짓고 있는 낙동강 인근의 한 논. 녹조 독 마이크로시스틴은 쌀에서 검출된다.
ⓒ 임희자

관련사진보기


미량의 유해화학물질에 이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문제가 있다. 해마다 초여름만 되면 낙동강은 녹조라떼 배양소가 된다. 녹조에는 바로 청산가리의 100배 맹독인 발암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다. 이 마이크로스시틴은 발암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간독성과 신경독성 최근에는 생식 독성까지 나타나 남성의 정자수를 감소시키거나 여성의 난소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물 안전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녹조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면서 낙동강 주변에서 생산된 농작물 안전 문제까지 불거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녹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흐르는 강에서는 녹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수문을 연 금강과 영산강에서 확인이 됐다. 따라서 하루속히 낙동강 8개 보의 수문을 열어 낙동강의 자연성을 되찾아줄 때만이 녹조 문제가 해결이 되고, 자연스레 녹조 독 문제도 사라지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관리수위에 맞춰놓은 낙동강의 취양수장의 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줘야 한다. 이것이 먼저 개선이 되어야 수문을 열어도 취수와 양수가 가능해져서 상시적으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산을 집중 투입해서 취양수장의 구조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내성천과 영주댐 처리 문제다. 내성천은 맑은 물과 모래를 끊임없이 공급해주는 낙동강의 어머니와 같은 강이다. 내성천의 맑은 물은 낙동강 수질을 정화시켜주었고 내성천의 모래는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해주고 생태계를 살찌웠다.

이런 내성천에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겠다면서 영주댐을 건설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내성천은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가고 영주댐의 수질은 점점 악화되었다. 모래강 내성천은 상류에서 모래 공급이 끊기자 곱던 모래는 다 쓸려내려 가고 설상가상 그 위에 식생(나무와 풀)들이 들어차면서 내성천 고유의 모습들이 급격히 훼손되기 시작했다.

모래강의 성지로서의 내성천은 풀과 버드나무가 자라는 습지 형태의 강으로 빠르게 변해버렸다. 명사십리의 내성천은 옛말이 되었다. 모래톱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두 곳의 국가 명승지인 선몽대 일원과 회룡포마저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내성천의 수질은 영주댐으로 말미암아 급격히 악화되었다. 영주댐을 준공하고 몇 차례 시험 담수를 했는데 그때마다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 영주댐은 낙동강 수질개선용으로 만들었으나, 심각한 녹조 문제로 낙동강의 수질을 더욱 악화시켜버리게 생긴 것이다. 

따라서 목적이 상실된 댐 영주댐은 하루속히 해체하는 것이 맞다는 여론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드높다. 영주댐이 사라지면 내성천도 옛 모습을 서서히 회복해 갈 것이고, 되살아난 내성천은 낙동강의 수질과 생태를 되살리는 모천(母川)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해갈 것이다. 

낙동강 최상류 오염의 근본적 차단
 
낙동강 최상류 경북 오지의 협곡에 들어선 영풍석포제련소. 지난 70년부터 반세기 동안 낙동강 최상류를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비소 등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하루속히 들어내야 할 위험천만한 공장이 아닐 수 없다.
▲  낙동강 최상류 경북 오지의 협곡에 들어선 영풍석포제련소. 지난 70년부터 반세기 동안 낙동강 최상류를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비소 등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하루속히 들어내야 할 위험천만한 공장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다음으로 낙동강 최상류 영풍석포제련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지난 1970년부터 낙동강의 최상류 협곡이자 오지인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 자리 잡아 지난 반세기 동안 낙동강을 각종 독극물 중금속으로 오염시켜오고 있다.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카드뮴, 비소, 납, 아연, 황산 등으로 낙동강을 하루하루 죽여놓고 있다.

직접 영풍석포제련소를 찾아가 보면 그 모습에 우선 놀란다. 이 첩첩산중 오지에 어떻게 이런 거대한 공장이 들어설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그런데 주변 산지를 보고는 또 한 번 놀란다. 제1공장 뒷산의 나무들인 금강소나무가 대부분 고사해버린 것이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해물질이 얼마나 지독하면 뒷산의 금강소나무들이 모두 고사해버렸을까?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낙동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풍석포제련소 상류까지는 바글바글한 다슬기가 이 오염덩이 공장을 지나는 순간 싹 사라진다. 저서생물 자체가 사라진다. 이 공장의 수질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2021년 환경부 특별단속 결과 영풍석포제련소가 낙동강으로 유출한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은 연간 8030㎏이나 된다. 영풍석포제련소 공장부지 내 지하수에서 검출된 카드뮴 농도는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 무려 33만 2650배나 된다. 상상할 수 없는 수치다. 또한 공장 인근 낙동강 복류수에서 검출된 카드뮴 농도는 하천수질 기준 대비 무려 15만 4728배나 된다.

수치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발암물질 카드뮴으로 공장이 오염이 돼있고 그 카드뮴은 낙동강으로 내뿜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험천만한 일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영풍석포제련소이다.

영풍석포제런소는 공장 자체가 심각한 오염덩이로서 개선이 불가하다. 하루속히 낙동강에서 들어내야 할 낙동강 오염의 원천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이 됐다. 영남의 견고한 지지가 바탕이 되었다면 영남의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줘야 할 책무가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영남의 젖줄이자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 문제 해결을 위해 바로 움직여줄 것을 부탁한다.

가장 힘이 있을 때 이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가장 힘이 있을 때 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나 그러하질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따르지 말기를 바란다. 네 가지 근본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최소한 영남의 어려운 숙제 하나는 해결한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께 드리는 진심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며 4대강사업의 폐해를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 재자연화가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이 글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웹진 <노동 히어로>에도 함께 실립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인수위원장에 안철수"…공동정부 첫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3/14 09:11
  • 수정일
    2022/03/14 09:1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부위원장에 권영세, 기획위원장에 원희룡 임명

임경구 기자  |  기사입력 2022.03.13. 15:38:18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 13일 임명했다. 인수위 부위원장에는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기획위원장에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임명했다.

안 대표와 합의한 국정 공동운영 구상을 연착륙시키는 한편, 대선 승리 주역인 국민의힘 내부 인사들에게 새 정부의 밑그림 작업도 일임한 셈이다.

윤 당선인은 이 같은 인선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신속하게 정부 업무를 인수하고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립하겠다"면서 "일 잘하는 정부, 능력 있는 정부로, 국민을 주인으로 제대로 모시고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했다.

인수위원장으로 안 대표를 선임한 데 대해 윤 당선인은 "국정운영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선거 이후에도 내가 요청해서 먼저 자리를 가진 바 있다"며 "안 대표도 인수위를 이끌 의지가 있고, 나 역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선후보 단일화와 함께 국민의힘과 합당에 합의했던 안 대표는 인수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작업부터 참여하게 됐다. 안 대표는 새 정부의 국무총리로 발탁될 가능성도 높아 행정 경력을 쌓으며 정치적 기반 다지기를 모색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당초 인수위 참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던 권영세 의원에 대해선 "풍부한 의정경험과 경륜으로 선거 과정에서 유능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였다"면서 "안 대표와 함께 정부 인수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전 지사를 기획위원장으로 발탁한 배경으로는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으로서 공약 전반을 기획해왔다"며 "기획위원회는 내가 선거 과정에서 드린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새 정부의 정책과제에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윤 위원장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안 위원장과 권 부위원장, 안 기획위원장을 구심으로 하는 삼각 체제로 구성되며, 7개 분과에 24명의 인수위원들이 포진한다. 7개 분과는 기획조정 분과, 외교안보 분과, 정무‧사법‧행정 분과, 경제1 분과, 경제2 분과, 과학기술‧교육 분과, 사회‧복지‧문화 분과로 구성된다. 

국민통합위원회, 코로나 비상대응 특별위원회,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도 인수위 편제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코로나비상대응 특위 위원장은 안 위원장이 겸직한다. 윤 당선인은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 대한 신속한 손실보상과 방역, 의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며 "안 위원장이 방역과 의료분야 전문가라서 내가 부탁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어 "국민통합위원회는 유능하고 능력 있는 국정운영으로 지역과 계층, 세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균형발전 특위는 지역 공약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새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시키고, 국민들이 어디에 살든 기회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했다.

한편 24명으로 구성되는 인수위원은 이번 주 내에 선임해 안 위원장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럴 때 웃고, 이럴 때 토닥이고, 이럴 때 함께 나아가는 것이 진보다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이럴 때 웃고, 이럴 때 토닥이고, 이럴 때 함께 나아가는 것이 진보다

  •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  2022-03-14 07:26:29
  •  
  •  
  • 아쉬운 대선이었다. 무엇보다 위대했던 촛불혁명의 성과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채 수구 세력에게 정권을 넘긴 것은 뼈아프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것이고 시장주의가 판칠 것이다. 혐오의 정치는 더 확산될 것이다. 이 예상이 현실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쉬웠던 대선인 만큼 수많은 평가와 반성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감히 이런 평가에 동참할 식견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우리 모두 진정성을 가지고 치열하게 반성함으로써 더 나은 진보를 위한 건실한 새 여정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윤석열 당선인이 이끌 정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주부터로 미루자. 다만 미리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나는 윤석열 정권에게 “혐오의 정치를 멈춰달라”거나 “화합의 정치를 보여달라”고 주문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그가 이끌 정권이 과거보다 나은 보수 정권이 되리라는 기대도 전~혀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기대감이 쥐뿔도 없다는 이야기다.

    나는 향후 5년이 진보진영에게 지난한 투쟁의 과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게 되라고 주문을 거는 게 절대 아니다. 그들의 역사, 그들의 정체성, 그들의 계급적 특성, 그리고 ‘그들’의 도움 위에 정권을 잡은 윤석열 당선인의 성향을 종합해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너무 높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형식적으로라도 “윤석열 당선인, 부디 배제와 혐오를 멈추고 화합의 정치를 이끌어달라”는 주문을 하지 않을 참이다.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다. 그리고 나는 안 될 일에 별 미련을 두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 형식적 당부를 할 시간에 다가올 5년의 새로운 투쟁을 단단하게 준비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훨씬 좋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하기도 했다.

     

    함께 걷는 걸음의 위대함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독일을 대표하는 막스플랑크 연구소 소속 진화생물학자 맨프레드 밀린스키(Manfred Milinski)가 1987년 <네이처>에 기고한 논문에서 밝힌 큰가시고기 실험에 관한 이야기다.

    민물 생선인 큰가시고기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사는 물고기다. 그런데 이들은 생물학자들에게 여러 면에서 큰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 이들은 무척 똑똑하다. 다른 물고기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 뒤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을 결정할 정도로 주변 관찰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큰가시고기를 ‘천재 물고기’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들이 집단생활을 할 때 특이한 현상이 하나 관찰된다. 큰가시고기는 무리를 지어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앞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진행을 멈춘다. 그 이상신호가 천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24)를 추모하는 촛불집회에서 진행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김철수 기자

    이때 큰가시고기 무리 중 하나가 맨 선두에 나서 정찰을 시작한다. 선두에 선 정찰병이 별 이상이 없으면 나머지 물고기들도 안심하고 전진을 계속한다.

    아무 것도 아닌 행동 같지만, 이는 사실 매우 놀라운 광경이다. 정찰대의 역할을 맡은 물고기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로 이타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는데, 이 정찰병이 왜 그런 이타심을 발현하는지가 밀린스키의 관심이었다.

    밀린스키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길쭉한 수조 안에 큰가시고기 한 마리를 넣었다. 그리고 전진하는 방향에 유리로 칸을 막은 뒤 반대편에 포식자를 집어넣었다. 큰가시고기는 육안으로 이상신호(포식자의 존재)를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큰가시고기가 있는 쪽 수조 옆에 거울을 하나 설치한다. 설치하는 방법이 두 가지인데 ①번 거울은 수조와 평행하게 설치돼 있다. 이 장치에서 큰가시고기는 정체불명의 이상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나아가는 모습이 매우 신중했다. 아주 조금 앞으로 나아간 뒤 잠시 멈추고, 또 아주 조금 나아간 뒤 잠시 멈추는 모습을 반복했다.

    이때 큰가시고기가 거울을 본다면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큰가시고기는 그것이 자신임을 모른다.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동료가 자기와 똑같은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큰가시고기는 앞으로 나아갈 때 옆 동료(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의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한 것이다. 동료가 자기 옆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용기를 내 다시 몇 센티를 전진한다.

    반면 ②번 거울은 수조와 비스듬히 설치했다. 이렇게 하면 큰가시고기가 앞으로 나아갈 때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이 점점 뒤로 쳐지게 된다. 그런데 이 장치에서 큰가시고기는 ①번 수조의 큰가시고기보다 더 멀리 나아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자기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옆 동료(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가 동행하지 않고 뒤로 숨었기 때문이다. 이러면 큰가시고기는 이상신호에 다가갈 용기를 잃고 전진을 멈춘다. 이 실험을 큰가시고기가 동료에게 말하는 바는 이것이다.

    “내가 딛는 한 걸음만큼 당신도 한 걸음을 내디뎌 주세요. 그러면 나는 용기를 얻어 한 걸음 더 나아갈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뒷걸음질을 친다면, 나도 더 이상 용기를 낼 수 없어요. 우리 함께 걸음을 맞춰 앞으로 나아가자고요.”

     

    함께 걷는 걸음으로 역사는 진보한다


    보수는 과거의 것을 지키려 하고, 진보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려 한다. 이 말은, 진보는 숙명적으로 모험을 좋아하고 용맹스러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동물은 생활 반경에서 일부러 벗어나지 않는다. 철새처럼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도 있지만, 그 엄청난 이동거리 역시 그들이 정한 생활 반경의 일부일 뿐이다. 아무리 이동을 즐기는 철새라 하더라도 “올해에는 평소 가보지 않은 곳으로 한번 가볼까?” 뭐 이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인류 역시 동물이기에 생활 반경을 지키려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인류는 그 어떤 동물과도 다르기에 그 생활 반경을 벗어나려는 도전정신도 가지고 있다. 바로 이것이 보수와 진보를 가른다.

    미국 뉴욕 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사회심리학과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교수는 “도전 욕구가 더 강한 사람은 진보적 성향을 갖고,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은 보수적 성향을 갖는다”고 정의한다. 다시 말하지만 진보는 숙명적으로 용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용맹성은 어디서 나올까? 단언컨대 나는 험난한 길을 함께 걷는 동지들의 존재에 그 힘의 원천이 있다고 믿는다. 혼자서는 절대 그 무서운 길을 걸을 수 없다. 큰가시고기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더 멀리, 더 새로운 곳으로 전진할 수 있다.

    아주 험난한 5년의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는 편하게 그 길을 걸어왔던가? 슬플 수도 있고, 지칠 수도 있는데, 용맹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게 바로 진보의 본질이라 나는 믿는다. 이럴 때일수록 더 웃고,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더 토닥이자. 이럴 때 서로를 믿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진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