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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정상회담, 한-러 수교이후 최대 충격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9/25 09:43
  • 수정일
    2023/09/25 09:4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  
  •  승인 2023.09.25 08:37
  •  
  •  댓글 0



 

 

1. 북러관계 ‘새로운 전성기’가 의미하는 것

2. 대 혼란기를 정비하고 미래를 예비한 김정일-푸틴 회담

3. 전략국가 지위, 새로운 전성기를 연 2019년 김정은-푸틴 회담

4. 2023년 김정은-푸틴 2차 정상회담, 동북아 신질서의 태동

5. 북러관계, 합의문이 필요 없는 합의이행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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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러관계 ‘새로운 전성기’가 의미하는 것

북한(조선)과 러시아는 대외관계에서 상호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전략적 의사소통 국가로 발전했다. 전략적 대화, 소통국가란 국제문제와 국가운영에서 제기되는 상호 내밀한 문제를 허심하게 소통하는 관계라는 의미이다. 소련 해체 이후 소원했던 북러 관계가 어느 날 갑자기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탄약 문제로 긴밀해지며 이른바 ‘새로운 전성기’로 된 것은 아니다.

소련 해체 이후 사회주의 나라들의 내부혼란과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대응전략의 차이는 적지 않았다. 북의 전통적 혈맹이라는 중국조차 1992년 한국과 수교하며 실리주의적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시작할 정도로 세계와 동북아 변화는 심각했다. 옐친 시대의 러시아의 혼돈은 말할 것도 없었다. 1961년 소련과 북한(조선)이 맺은 ‘조소동맹조약’은 1996년 폐기되었다.

북러 관계 새로운 변화와 회복의 시작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등장 이후이다. 북러 관계는 경제적 교역량도 많지 않고 요란하지도 않았지만, 2000년 푸틴 대통령 등장 이후 양국 수뇌부는 일관되게 신뢰를 다지며 상호관계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왔다. 2000년, 2001년 푸틴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조로(북러)공동선언’과 ‘모스크바선언’은 오늘날 북러 관계 전성기를 구가하는 탄탄한 기초가 되고 있다.

한국 언론에서 중국이 북러 관계 발전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시각이 유포되었는데, 이는 북러, 중북 관계의 전략적 소통과 내밀한 흐름을 모르거나 북의 자주외교를 무시하는 관성 때문에 만들어지는 가짜뉴스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중국도 순차적으로 본격적인 북중 교류와 북중러 합작, 동북아 공동개발 기류에 합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일극 패권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동북아 질서도 다시 요동치고 있다. 패권추락을 막으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신냉전 전략은 오히려 북중러의 연대와 미국의 영향력 감소를 가속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23년 9월 김정은-푸틴 북러 정상회담은 미국의 패권의 가장 혹독한 방식이었던 대북제재의 밑돌이 아래로부터 무너지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 중러의 남한수교와 남북 등거리외교가 다시 북 중심 외교로 전환하고 있는 변곡점에 현재 서 있다. 역사의 추가 다시 바뀌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한국외교에 가져올 파장은 1990년 한러수교,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최대의 충격파로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2. 대 혼란기를 정비하고 미래를 예비한 김정일-푸틴 회담

소련 붕괴 후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은 대국 러시아를 서구화, 자본주의화 할 뿐 아니라, 군사력과 핵을 축소제거하며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다시는 대국으로 일어서지 못하도록 여러 개로 분리 분할하여 중소형 국가로 만드는 것이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이라크처럼 전쟁으로 북 정권을 제거하려는 적대 정책이었다. 그것이 우리가 잘 아는 긴박했던 ‘94년 한반도 전쟁위기’이다.

소련 붕괴 후 미국의 강권과 일극 패권에 맞서면서, 러시아는 국가분열의 위기로부터 북은 전쟁위기로부터 각기 대처해야 했다. 이를 극복한 인물이 푸틴과 김정일 위원장이다. 북러 수뇌부에게는 이 위기의 시대를 함께 헤쳐 온 말없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건물에 비유하면 북러 관계는 기본 설계도와 청사진이 이미 20여 년 전에 마련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실행되고 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6.15 남북공동선언이 실현되지 못한 공허한 선언 된 것에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북러 간 맺어진 ‘1개 기본 조약’과 ‘2개 선언’의 의미부터 간략히 살펴보자.

 

1) 2000년 2월, ‘조러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

이 조약이 맺어진 시점은 러시아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혼란기를 마치며 블라디미르 푸틴이 등장하는 시기이다. 북도 전쟁위기와 ‘고난의 행군’을 공식적으로 종료한 해이다. 한마디로 소련 붕괴 후 양국이 극심한 혼란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던 해이다. 사회주의를 포기한 러시아가 내부 정치 사정으로 인해 북러 관계가 적대관계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국은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또는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리고 협의와 협력이 불가피할 경우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 는 규정을 두었다. 이 조약은 소련 붕괴로 인해 폐기된 과거 북러 관계를 더는 악화시키지 않고 다시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한 의미 있는 조약이었다.

 

2) 2000년 7월, 조러공동선언 (김정일-푸틴)

2000년 2월 9일 '조러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조러조약)이 체결되고 같은 해 2000년 5월 대통령 선거로 등장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사상 처음 7월 평양을 방문하여 ‘조러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중을 분명히 읽을 수 있는 역사적 공동선언이었다.

공동선언은 양국의 안보 유사시 ‘협의 의무’를 명시했다. 조러조약 보다 한 단계 진전된 합의였다. "북한 또는 러시아에 대한 침략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호상 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또 선언은 다극세계를 언급하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 창설과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으며 “두 나라의 입법기관들,국가정권기관들 그리고 사회단체들사이의 연계를 심화시키며 안전과 국방,과학과 교육,문화와 보건,사회보장,법률,환경보호,관광,체육및 기타 분야들에서 협조를 실현한다.” 는 조항을 두어 향후 교류를 구체화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3) 2001년 8월, 조러 모스크바 선언 (김정일-푸틴)

이듬해 김정은 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양국은 한반도 문제와 양국안보에 대한 문제를 상당히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루었다. 특히 선언은 북의 미사일 계획이 평화적 성격임을 인정하고, 6.15공동선언의 지지와 함께 남한의 ‘주한미군 철수’를 이해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는 중국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는 문구였는데 이는 국제정치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6항 에서는 한반도 남북과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수송로 창설 계획을 공약하면서 북한(조선)과 러시아 철도연결 사업이 본격적인 실현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선포하였다.

북 외무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의한 모스크바 선언에 대해서는 "21세기 조로 관계 발전의 위력한 추동력을 마련한 거대한 의의를 가지는 공동문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후 9년 후인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러시아를 방문하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회담하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회담 뒤 “북한이 자국을 거쳐 남한까지 이어지는 천연가스 수송관을 지지함으로써 가스관 건설에 합의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과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협의하기 위한 3국(남·북·러) 특별위원회 발족에 합의했다”고 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2008년 북한 경유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PNG) 도입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이러한 시도는 실현되지 못하였다.

2012년 푸틴대통령이 재집권하였고 그는 2014년 러·북 경제협력 관계 진전의 걸림돌이 돼 온 북한(조선)의 옛 소련에 대한 채무(약 110억 달러)를 탕감해주는 문서에 서명했다. 한마디로 오늘날 북러관계 전성기를 예비한 인물은 푸틴과 김정일 위원장이었다.

 

3. 전략국가 지위, 새로운 전성기를 연 2019년 김정은-푸틴 회담

2019년 4월 김정은 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첫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 외무성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2019년 4월 북러 수뇌 상봉으로 인해 "조로(북러) 관계에서는 새로운 전성기가 펼쳐졌다"고 밝혔다.

2018~19년은 동북아와 국제정세에서 큰 변화가 있던 특이한 해이다. 북미 정상회담 2차례, 남북 정상회담 3차례, 북중 정상회담 5차례, 북러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린 해이다. 당시 무엇이 동북아 정세를 뒤흔든 배경이었으며 푸틴은 북과 왜 일관되게 연대의 손을 굳건히 잡으려했을까? 그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자.

2018년 동북아 정세는 극적인 변환점을 맞이했다. 그 중심에는 북한(조선)의 국가 핵무력 완성 이라는 기적적인 사건이 있었다. 북이 ICBM과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정밀화, 다종화를 결국 실현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이다. 핵과 전략미사일 개발을 둘러싸고 벌인 북과 미국의 수십 년 총성 없는 전쟁에서 미국이 실패하고 북이 사실상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 핵국가로 부상한 것이다. 이른바 북이 ‘전략국가 지위’에 올라선 해가 2017년 11월이다.

1990년대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관계의 중심에는 늘 북핵 문제가 있었고 이것으로 인해 북러, 북중관계는 미국의 대북제재와 UN제재라는 틀을 한 치도 넘어서지 못했다. 북과 혈맹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자신의 핵 기득권을 유지하는 전략이 우선이었고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의 주변에서 변죽을 울리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의 평화적 해결을 표방했다. 북의 자위적 핵개발 입장도 반대했으며 미국의 대북제재 입장에도 찬성했다. 한반도 평화문제와 북의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는 한마디로 이중적이었다.

2017년 11월 북의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은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충격이었다. 또 이듬해 2018년 북이 주변국과 미국이 원하던 한반도 비핵화 제안에 전격 응한 것도 의외였다. 이는 북의 전례 없는 파격적 조처였다. 핵무기개발을 포기한 국가는 있어도 핵 전략국가가 스스로 비핵화한 전례는 없기 때문이다.

비록 김정은-트럼프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도출 실패로 결실을 맺지 못했으나, 결국 미국의 대북 비핵화협상은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이었음을 중국과 러시아도 확인하고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차후 북중, 북러관계와 중러의 이중적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북은 미국 정권교체기와 맞물려 미국과 정면대결전을 선포했다.

미국은 바이든 정권등장이후 몰락하는 미국패권을 다시 세우기 위해 신냉전 전략을 더욱 강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인 러-우 전쟁이 시작되고, 중국은 미국과 대만 전쟁위기로 대립한다. 중국을 봉쇄하고 글로벌 첨단산업의 공급 망을 개편하려는 미국과 경제전쟁도 시작되었다. 전쟁과 안보문제는 한반도 문제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당면문제로 확대되었다.

한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완전히 파탄 났으며, 중국과 러시아 역시 미국과의 전쟁과 자국의 안보문제를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국가핵무력 완성국인 전략국가 북을 재평가하며 북과 협력하는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미국의 일극패권전략과 신냉전 전략과 만든 30여년만의 극적인 반전이다. 군사정치적 의미의 ‘전략국가’라 함은 단순히 핵보유국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종다양의 현대식 전략전술 핵무기와 운반수단과 정치군사력 보유한 국가들이다. 그 군사력을 배경으로 국제 정치외교를 좌우하는 국가들을 의미한다.

2019년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과 국방부 장차관, 외무부 및 주요 언론사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다. 또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최룡해 특사. 내각 부총리, 외무성 제1부상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고위급 대표단과 ‘정부간 위원회’ 교류가 코로나 위기사태 이전까지 일상적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해제를 촉구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 해제 결의안(2019. 12. 11)’을 제출하였다. 북한(조선)은 작년 7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신속히 승인했다. 또 유엔 총회에서 가결된 러시아군 철군 요구 결의안 투표 때도 북한은 러시아, 시리아, 니카라과 등 6개국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4. 2023년 김정은-푸틴 2차 정상회담, 동북아 신질서의 태동

2019년 세계적 코로나 보건위기로 사실상 북의 모든 대외관계는 중단된다. 북은 밖으로 미국의 대북제재와 안으로는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완전봉쇄라는 전례 없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세계에서 가장 철저하게 내부로부터 코로나 방역을 위해 완전격리 봉쇄조처를 실시한 국가가 북한(조선)이었다.

올여름 처음으로 북중 국경을 개방할 준비를 하며 서서히 중국과의 교류와 교역이 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북은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도 참가했다. 미루었던 북러, 북중 교류의 기지개를 다시 펴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코로나 보건위기가 해소되자 북 정상이 처음 방문한 국가가 전쟁 중인 러시아다. 양국이 상호 안보와 교류협력에 절박한 필요성이 있음은 물론이다. 현 정세는 지난 양국의 선언과 조약에 따라 ‘양국이 지체없이 전략적 소통과 협의’를 갖는 것이 긴급히 필요한 상황에 해당한다.

전례대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형태의 결과문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는 합의가 없어 합의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내밀한 합의를 위해 공개 합의문이 없는 경우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푸틴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패권주의 세력에 맞서서 자기 주권적 권리와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정의의 위업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시종일관 러시아 정부가 취하는 모든 조치에 전적인,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해 왔고, 앞으로도 언제나 반제자주 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임을 이 기회를 빌어서 확언하는 바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서 경제협력, 인도주의 문제, 한반도 정세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협력을 토론하려 합니다. 오늘 정말 이야기할 것이 많습니다.라고 했다. 또 우주기지 입장 전 기자들 질문에 답할 때 북한과 우주·군사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확대 회담에는 러시아아의 외무장관, 국방장관을 비롯해 산업·교통·천연자원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북도 김 위원장 수행단엔 군수·국방과학 분야 책임자가 총출동했을 뿐 아니라 건설을 담당하는 박훈 내각 부총리와 경제 전문가인 오수용 노동당 경제부장이 포함됐다. 국방뿐 아니라 보건위기로 미루어 두었던 전 방위적 교류협력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밖에서는 북의 핵개발 이슈가 주로 거론되지만, 북 내부적으로는 야심찬 경제개발 계획과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갖고 있다. 2021년 8차 당 대회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15년 구상’이 여러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연속 5개년 계획으로 향후 15년 안에, 즉 2035년까지 경제적으로도 부강한 사회주의 강국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의 대결에서 국가안보문제를 해결한 조건에서 경제적으로도 첨단 과학기술에 의거해 자력으로 주요 선진강국 수준 이상에 진입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북은 이를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고조기, 장엄한 격변기로 표현하고 있다.

 

5. 북러관계, 합의문이 필요 없는 합의이행 단계

2012년 푸틴 집권 3기 때부터 천명한 ‘신동방정책’은 아‧태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낙후된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 개발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러시아가 추진하려던 ‘서방화’를 통한 러시아부흥 전략은 미국의 방해로 파산했고 대신 ‘동방화 전략’이 이를 대체했다. 동방의 주요대상국은 중국, 북한(조선), 남한, 일본이다.

지난 시기 러시아와 중국이 남북을 대상으로 동시에 동북아 경제개발을 시도했음은 잘 아는 사실이다. 허나 철도, 가스관 연결 등 어떤 합의실행도 지지부진했다. 문제는 늘 북미 관계, 남북관계 불안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한 신냉전 정세가 동북아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을 오히려 감소시키며 상황은 반전되었다. 미국의 대북제재와 UN 제재도 사실상 무력화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동북아는 이제 북미 관계 개선 없이도 북중러가 독자적으로 발전을 추구하는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현재 중러 관계도 새로운 전성기이다. 중국도 현재 ‘일대일로’ 전략과 연계된 ‘신동북 진흥계획’을 추진하며 러시아와 북을 연계해 동북3성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중국은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2019. 4. 26)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였으며, 김영재 대외경제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참여하고 후속 조치로 일대일로 연구기관을 창설하였다.

한마디로 동북아 협력의 신질서 태동하는 시점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참여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는 결이 다르게 보인다. 한국이 미국의 신냉전 전략 추종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스스로 배제된다면 한국 없는 북중러 동북아 발전전략이 가능한 전혀 새로운 형국이다.

북러간 교류협력은 시급한 군사, 안보분야 외에도 차후 다방면에서 추진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분야는 과거 여러 차례 시도하거나 합의했으나 진척이 안 된 분야부터 시작될 것이다. 여기에 북러간 첨단 과학기술분야 교류와 인공위성, 항공, 우주개발 협력분야가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협의했으나 미국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보건위기 영향으로 지지부진한 사업으로는, 운행이 중단된 나진-하산 철도구간의 운행정상화 사업이 있다. 러시아는 2008∼2014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도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했으나 운행중단 상태이다. 러시아가 투자한 나진항 운영을 확장하는 물류사업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하는 사업, 러시아 잉여 수력발전 전력을 북에 연결하는 등 에너지사업, 북 내부 철도현대화 지원사업, 북러 두만강 도로연결사업, 연해주지역의 농업협력사업, 항공편 재개와 관광사업확대 등이 한국과 협의 없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이 10월 평양을 방문한다. 11월에는 코로나사태로 중단되었던 ‘정부간 위원회’(조러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 협조 정부간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재개된다. 푸틴의 평양 답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러관계는 한반도 비핵화를 주로 논의하던 차원에서 상호 안보와 국제 전략문제를 다루는 ‘전략국가 간 소통과 대화로 전화하고 있다. 소련 붕괴 후 형성된 중러의 남북 등거리외교의 ’구질서‘는 서서히 사라지고 동북아 협력 ’신질서‘가 태동하고 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역대 한국정부가 마련한 동북아 공동 협력발전의 참여기회를 스스로 배제하며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국가 간 신뢰를 쌓는 것은 길고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별첨

북러 간 조약과 선언에 관한 기본 자료들은 인터넷 검색자료로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연구용 참고자료로 올립니다. (자료는 북의 맞춤법을 그대로 인용함)

1. 조러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2000년 2월)

2. 조러공동선언 (2000년 7월)

3. 조러 모스크바 선언 (2001년 8월)

 

1. <조러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

러시아 연방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쌍방’으로 명시함)은 전통적인 친선, 선린, 상호신뢰, 그리고 양국 국민간 다양한 협력관계의 발전을 추구하며 UN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존중하고, 동북아시아 및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한편 동등하고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추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제1조: 쌍방은 주권국가로서의 상호존중과 내정불간섭, 동등성, 호혜성, 영토성 그리고 다른 국제법들의 원칙아래 우호관계를 지지, 발전시켜 나아간다.

제2조: 쌍방은 모든 정치적 침략과 전쟁행위를 반대하면서 전세계의 군비축소와 견고한 평화 및 안보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또는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리고 협의와 협력이 불가피할 경우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

제3조: 쌍방은 상호이해가 관계되는 모든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해 나간다. 쌍방은 쌍방 중 한 곳의 주권과 독립성, 그리고 영토성에 반대되는 협정이나 조약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으며 이 같은 행위나 조치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제4조: 쌍방은 지속적인 국제 긴장요인이 되고 있는 조선반도 분단 상황의 조속한 종식, 그리고 독자성, 평화통일, 민족결속 원칙에 따른 조선반도의 통일이 전체 조선반도 인민들의 인민적 이해관계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및 전세계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다.

제5조: 쌍방은 통상,경제, 과학기술 분야 협력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이를 위해 법, 재정, 경제적으로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해 나간다. 이 목적들을 위해 쌍방은 경제 분야에서의 양국간 협력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은 물론, 자국내 입법과 통상적인 관례, 그리고 국제법 기준에 근거한 투자 촉진 등을 위해 별도의 조약들을 체결해 나간다.

제6조: 쌍방은 양국 의회와 다른 정부 기관, 그리고 사회단체간 관계를 심화하는 것은 물론 국방, 안보, 과학, 교육, 문화, 보건, 사회보장, 권리(인권), 환경보호, 관광, 체육 및 다른 분야들에서 상호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협력관계를 실현해 나간다.

제7조: 쌍방은 양국 도시간 형제관계 구축, 기업 및 단체간 직접 접촉, 양측 인사간 접촉을 포함, 다양한 수준에서 다방면의 접촉을 활성화한다.

제8조: 쌍방은 양국에 체류하고 있는 상대국 국민들이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한다.

제9조: 쌍방은 조직범죄, 민항기와 선박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불법행위를 포함한 테러, 마약, 무기, 문화 및 역사적 유물의 불법유통에 대한 전쟁에 협력한다.

제10조: 이번 조약은 상대국이 가입하고 있는 국제조약에 따른 (상대국의) 책임과 권리를 침범하지 않는 것은 물론, 어떠한 제3자의 이해관계에도 반하지 않는다.

제11조: 이번 조약은 비준 절차를 거친 뒤 비준서를 교환하는 시점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제12조: 이번 조약은 10년동안 유효하며 이후에는 만일 쌍방중 한 곳이 12개월내에 조약 연장 불가 의사를 서면 통보하지 않을 경우, 5년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

2000년 2월 9일 평양에서 러시아어와 조선어로 완성된 두 개의 조약전문은 똑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연방 외부장관, 백남순 조선 외상 서명

 

2) <조러공동선언 (2000년 7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일동지의 초청에 의하여 로씨야련방 대통령이신 웨.웨.뿌찐각하가 2000년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였다.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수뇌상봉과 회담은 두 나라사이의 친선관계력사에서 획기적인 사변으로 되였다.

 두 나라 지도자들은 쌍무관계문제와 호상 관심사로 되는 국제문제들에 관하여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진행하고 회담결과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2000년 2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사이의 친선,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의 조인은 전통적인 친선관계와 선린,호상신뢰,다방면적인 협조를 강화하며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들을 존중하고 국제적안전과 안정을 이룩하며 동북아시아와 전세계에서 평등하고 호혜적인 협조를 발전시키려는 서로의 념원을 시위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사이의 협조와 밀접한 호상 협력을 가일층 발전시키는것은 두 나라 인민들의 근본리익과 다극세계를 창설하며 평등과 호상존중,호혜적인 협조의 원칙에 기초한 새로운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수립하려는 추세에 부합된다. 이러한 국제질서는 정치,군사,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들에서 매개 나라의 믿음직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것이다.

 2.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은 모든 침략과 전쟁정책을 반대하고 군축과 세계의 안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적극 노력하려는 확고한 의향을 표명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로씨야에 대한 침략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되여 협의와 호상 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다른 일방의 자주권,독립,령토완정을 반대하는 조약과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으며 그 어떤 행동이나 조치,동맹에도 참가하지 않는다는 의무를 확인한다.

 3.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북남공동선언에 따라 조선의 통일문제를 조선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환영하면서 이 과정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대하여 견해의 일치를 보았으며 모든 유관국들이 이를 지지하는것이 중요하다고 간주한다.

 로씨야는 이와 관련한 북남 조선사람들사이의 합의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였다.

 4.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존중한다는것을 확인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유엔을 가일층 강화하고 갱신하며 세계문제들에서 그의 중심적역할을 강화하는데 협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유엔헌장을 유린하는 힘의 사용 또는 힘의 사용위협이 국제관계체계의 근본에 도전하는 허용될수 없는 행동이라는 견해를 기초로 삼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유엔천년기수뇌자회의와 총회가 성과적으로 그리고 결실 있게 진행되도록 하기 위하여 긴밀히 호상협력할것이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성원국들이 건설적인 기여를 할것을 호소한다.

 5.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매개 국가가 자체의 정치,경제,사회발전의 길을 선택할수 있는 자주적권리를 가지고 있다는것을 확인하면서 <인도주의 간섭> 등의 미명하에 다른 국가들의 내정에 간섭하는것을 반대하며 자기의 독립과 자주권,령토완정을 수호하기 위한 쌍방의 노력을 지지한다.

 6.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전략적 및 지역적안정을 강화하는것과 함께 국제관계에서 힘의 사용요소를 보다 약화시킬것을 주장한다.

 전략적안정의 초석이며 전략공격무기를 가일층 축감하기 위한 기초인 1972년 요격미싸일제한조약을 유지강화하면서 전략공격무기축감조약-2가 조속히 효력을 발생하여 완전히 리행되도록 하며 전략공격무기축감조약-3이 하루빨리 체결되도록 하는것은 관건적인 의의를 가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이와 관련한 로씨야의 노력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현 국제적현실에 대한 분석결과가 1972년 요격미싸일제한조약수정계획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일부 국가들의 이른바 <미싸일위협>을 구실로 삼는것이 완전히 무근거하다는것을 확증한다고 간주한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기의 미싸일강령이 그 누구도 위협하지 않으며 순수 평화적성격을 띤다는것을 확언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쁠럭형의 페쇄적인 <전역미싸일방위>체계를 배비하는것이 지역적안정과 안전을 심각하게 파괴할수 있다고 간주한다.

 7.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온갖 형태의 국제테로와 분립주의,종교극단주의 그리고 다국적범죄활동이 주권국가들의 안전과 세계의 평화전반에 위협을 조성한다고 확신한다.

 이로부터 출발하여 쌍방은 민용항공과 해상항행의 안전을 반대하는 비법적인 행위들과 마약,무기,문화적 및 력사적재부들의 비법적인 거래를 포함한 조직적범죄 및 테로와의 투쟁에서 호상 협력한다.

 8.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21세기가 세계의 모든 인민들에게 있어서 번영의 세기로 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주권국가들이 자체의 경제적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고한 경제장성을 보장하기 위한 평등하고 호혜적인 국제적협조를 확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9.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동북아시아가 평화와 선린,안정과 평등한 국제적협조의 지대로 되는데 리해관계가 있다는것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한 두 나라사이의 협조관계가 변함 없이 중요하다는것을 강조하였다.

 쌍방은 아세안지역연단이 노는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이 연단의 사업에 응당한 기여를 할 의향을 표시하였다.

 10.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쌍무적인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적련계를 적극 발전시키며 그에 유리한 법적,재정적 및 경제적조건을 조성하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

 이를 위하여 쌍방은 국내법과 국제법의 공인된 원칙들과 규범들에 부합되게 경제분야의 협정들을 체결한다.

 금속,동력,운수,림업,원유,가스공업,경공업 등 여러 분야에서의 대규모 협조계획의 작성사업을 적극화할데 대하여 정부사이의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조선측과 로씨야측 위원장들에게 위임하였다.그리고 공동으로 건설한 기업소들을 개건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돌리기로 하였다.

 11.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두 나라의 립법기관들,국가정권기관들 그리고 사회단체들사이의 련계를 심화시키며 안전과 국방,과학과 교육,문화와 보건,사회보장,법률,환경보호,관광,체육및 기타 분야들에서 협조를 실현한다.

 로씨야련방 대통령 웨.웨.뿌찐각하는 평양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은데 대하여 사의를 표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동지께서 편리한 시기에 로씨야를 방문하도록 초청하였으며 초청은 감사히 수락되였다.

2000년 7월 19일 평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로씨야련방 대통령 뿌찐

 

3) <조러 모스크바 선언 (2001년 8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모스크바 선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일 동지께서 러시아연방 대통령이신 푸틴 각하의 초청에 의하며 2001년 7월 26일부터 러시아에 체류하셨으며 8월 4일과 5일 공식 방문하시었다.

새 세기 첫 해에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 최고 수뇌들의 상봉과 회담은 조ㆍ러 친선관계 역사에서 특별한 의의를 가지는 사변으로 아시아 태평양지역과 전세계에서의 평화와 안전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역사적인이정표로 되었다.

두 나라 최고 수뇌들은 친선적이고 허심탄회한 분위기에서 쌍무관계 문제와 호상 관심되는 국제문제들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을 진행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은 새 세기에 세계적 안정을 유지하고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공보 및 기타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모든 성원들의 믿음직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의 의의와 평등, 호상 존중, 호혜적 협조의 원칙에 기초한 정의로운 새 세계 구조를 형성하는데 이바지할 것이다.

쌍방은 세계적인 문제들에서 유엔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가지는 중요성과 유엔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적 원칙과 규범들에 배치되는 온갖 시도들을 방지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인정하였다. 세계에 존재하는 분쟁문제들은 대결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정치적 협상의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은 국제관계에서 독립과 자주권, 영토완정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인정하면서 매개 국가는 평등한 수준의 안전을 향유할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확인한다. 쌍방은 국제테러와 호전적 분립주의의 전파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국제사회의노력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대하여 지적하였다.

2. 두 나라 최고 수뇌들은 1972년 요격미사일 제한조약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으로 전략공격무기의 가일층의 축감을 위한 기초로 된다는데 대하여 유의하면서 새 세기에도 국제적 안전 강화에 백방으로 기여할 결의를 표명하였다.

조선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미사일 계획이 평화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따라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그 어느 나라에도 위협으로 되지 않는다고 확언하였다. 러시아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이러한 입장을 환영하였다.

3. 두 나라 최고 수뇌들은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조ㆍ러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새 세기에 들어선 두 나라 인민의 근본이익에부합되며 아시아와 세계평화와 안전보장에 중대한 기여를 한다는데 대하여 일치하게인정하였다.

쌍방은 2000년 7월 19일에 두 나라 최고 수뇌들이 서명한 조ㆍ러 공동선언과 2000년 2월 9일에 조인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 사이에 친선 선린 및협조에 관한 조약에 역사적 의의를 다시금 확인하고 이 문건들에 기초하여 동북아시아와 전세계에서의 평화와 안정, 두 나라의 번영과 평등한 호혜적 협조를 이룩하기위한 친선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4. 두 나라 최고 수뇌들은 정치, 경제, 군사, 과학기술,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쌍무적인 협조를 가일층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조치들에 대하여 합의하였으며 일련의 해당한 협정들이 체결된데 대하여 만족스럽게 지적하였다.

5. 쌍방은 무역경제협조 분야에서 이미 이룩된 합의들을 구체화하면서 쌍무결제에서의 과거문제들을 조정하는데 기초하여 공동의 노력으로 건설된 기업소들, 특히전력부문 기업소들의 개건 계획들을 우선적으로 실현하기로 약속하였으며 자기 정부들에 이와 관련한 지시를 주었다.

러시아측은 일련의 쌍무계획 실현을 위하여 조선측의 이해밑에 외부의 재정원천을 인입시키는 방법을 이용하려는 자기의 의향을 확인하였다.

6. 쌍방은 세계적 실천에서 공인된 호상 이익의 원칙에 기초하여 조선반도 북남과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수송로 창설 계획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노력을 기울일 것을 공약하면서 조선과 러시아 철도연결 사업이 본격적인 실현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선포하였다.

7. 두 나라 최고수뇌들은 2000년 6월 15일 북남공동선언에 따라 나라의 통일문제를 조선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선인민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 조선의 통일문제 해결에 이바지한다는데 대하여 견해의 일치를 보았으며 이 과정에 대한 외부적인 방해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러시아측은 이와 관련한 조선의 북남 사이의 합의를 존중하며 북남대화가 외부의 간섭 없이 계속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앞으로도 조선반도에서의 긍정적인 과정들에서 건설적이며 책임적인 역할을 수행할 용의를 확언하였다.

8.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남조선으로부터의 미군철수가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보장에서 미룰 수 없는 초미의 문제로 된다는 입장을 설명하였다. 러시아측은 이 입장에 이해를 표명하였으며 비군사적 수단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여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러시아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일련의 유럽국가들 및 국제기구들 사이의공식관계 설정이 적극화되고 있는 것을 환영하였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 일본과 같은 나라들 사이의 회담 과정에서 성과가 이룩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언급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동지께서는 방문 기간 러시아측의 따뜻한 환대에 사의를 표시하시고 러시아연방 대통령 푸틴 각하가 편리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다시 방문하도록 초청하시었다.

초청은 감사히 수락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러시아연방 대통령 푸틴 2001년 8월 4일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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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사령관, '박정훈 해임' 외압 받았나? 사태 초기엔 "정훈이 진실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8월 2일 통화서 "해병대수사단은 진실되게 했다, 잘못 없어"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3.09.25. 05:04:49

 

지난 8월 해병대가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을 보직해임 조치한 것과 관련해, 해병대의 자체적 판단이 아닌 외부 압박에 따른 조치였음을 시사하는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24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박 전 단장의 부하인 해병대 중앙수사대장 사이 8월 2일자 통화내용을 살펴보면, 김 사령관은 당시 중수대장에게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라며 "정훈이가 답답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령관은 "내가 봤을 때는 진정으로 (해병대수사단은) 원칙과, 공정하고 원칙대로 이렇게 다 했으니까 기다려보자고"라며 "어떻게 됐든 간에 이제는, 우리는 지금까지 거짓없이 했으니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의 이 같은 발언은 고(故)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수사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국방부의 수사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고 사단장 등 8인의 혐의가 적시된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한 박정훈 전 단장의 당시 행위를 긍정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통화가 이뤄진 8월 2일은 박 전 단장이 임성근 해병제1사단장 등 관계자 8인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한 날이다. 이날 해병대는 박 전 단장의 수사이첩이 '항명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박 전 단장을 수사단장 자리에서 보직해임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을 항명수괴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그러나 통화내용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을 보직해임하면서도 그의 행위엔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8월 2일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해병대는 (박 전 단장과) 한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박 단장에게 내려진 보직해임 조치는 사실상 해병대 사령부의 의지가 아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통화에서 김 사령관은 "쉽지 않은 부분이다. 나도 한 3시간 반, 4시간 가까이 조사받고 왔다"라며 "다음에 적어도 (박 전 단장과 관련해) 인사소청할 수 있는 시간도 있다"라고 당시 해병대를 상대로 이뤄진 국방부 차원의 조사를 부정적으로 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사령관의 말을 들은 중수대장은 "그때 (법무관리관과 박 전 단장의 통화 당시) 옆에서 또 다 들었다. 다 듣고 할 때도 이게 '너무 이렇게 외압이고, 위법한 지시를 하고 있다'라고 다들 이렇게 느꼈다"라며 김 사령관의 말에 호응했다.

해당 통화내용은 수사이첩과 관련해 해병대 '윗선'의 압박이 있었고, 박 전 단장의 수사이첩은 본인의 주장대로 부당한 수사외압에 맞선 행위였다는 점에 해병대 지휘부가 공감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보인다.

 

김 사령관은 이어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국방부가)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거로 갈 수밖에 없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박 전 단장에 대한 항명죄 적용은 본인의 뜻이 아니며, 해병대 사령부가 아닌 다른 주체가 '박 전 단장을 지시위반으로 몰 것'이라고 예견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면서 김 사령관은 "벌어진 건 벌어진 것"이라며 "내일 애들 힘내자. 너무 저거 하지 않게"라고 중수대장을 위로했다.

 

8월 2일 통화에서 이 같은 말을 남긴 김 사령관은, 그러나 이후 박 전 단장의 공개적 의혹제기로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이 본격화되자 '박 전 단장이 해병대사령부의 지시사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태도를 바꿨다.

 

김 사령관은 지난 달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군의 엄정한 지휘와 명령체계를 위반하는 군 기강 문란 사건까지 있었다"며 박 전 단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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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국책연구기관 오염수 대응책 살펴보니...할 수 있는 일 많다

[오염수 방류 숨은 쟁점 ⑪] 비공개 국책연구기관 협동총서에 담긴 오염수 대응전략과 윤석열 정부

열람제한 딱지 붙은 오염수 대응전략 보고서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가 국책연구기관 협동 연구에서 제시된 ‘일본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대응 전략’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비공개 처리된 한 국책연구기관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원전 오염수 대응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총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한국환경연구원·한국법제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 등과 협력하여 작성했다. 연구를 주관한 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해 9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이 보고서를 제출했다. 저자로 참여한 전문가만 22명에 이르며, 분량은 주요 해외 문건 번역본까지 합하여 800쪽이 훌쩍 넘는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 “열람제한”이라는 빨간딱지가 붙었다. 국가세금과 여러 전문가가 투입된 연구총서가 볼 수 없는 비공개 문서가 된 것이다.

지난 1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담당자는 “보고서가 공개됐을 때 정책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 자세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기 꺼려했다. 이에 민중의소리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양이원영 의원실 등을 통해 해당 보고서를 열람했다. 그 결과, 해당 보고서에서 권고하는 대응 전략이 현 정부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전문가들이 꼽은 우선해야 할 정책방향
“국제중재재판소 제소 등 사법적 대응 방안 마련”

 

해당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에 관한 주요국 법정책과 국제협약을 비교·분석하며 ‘국제 협력 및 사법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었다.

‘국제 협력 및 사법적 대응’은 단순히 연구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들만의 의견이 아니었다.

연구를 주최한 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 2022년 7월 10일부터 31일까지 약 20일 동안 연구기관(33.3%), 정부 및 산하기관(26.7%), 학교(20.0%), 기업(13.3%) 시민단체(6.7%)에서 일하는 원자력 및 해양수산 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원전 오염수 해양배출에 관한 전문가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전문가 인식조사에서도 ‘국제 협력 및 사법적 대응’이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방향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는 점을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해양수산개발원이 2022년 7월 10일부터 31일까지 60여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원전 오염수 해양배출에 관한 전문가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해당 그림은 보고서 443p의 그림을 그대로 베끼어 옮겼다. ⓒ보고서 '원전 오염수 대응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전문가 인식조사는 4개의 포괄적 정책방향과 14개의 세부 정책방향 중 우리 정부가 선택해야 할 방향을 묻고 추가 질문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4개의 포괄적 정책방향 중 “국제협력 및 사법적 대응”을 가장 중요하다고 본 전문가가 3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서 “정책기반 고도화”(27%), “국민경제 영향 최소”(21%), “과학적 대응능력 강화”(13%) 등의 순이었다.

또 14개 세부 정책방향에 관한 질문에서는 가장 많은 전문가가 “국제중재재판소 제소 등 사법적 대응 방안 마련”(14.8%)을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방향이라고 봤다. 이어 “해운산업 영향 분석 및 대책 마련”(10.4%), “동아시아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지역협정 채택 추진”(9.4%), “민관산학 협의체 구성·운영”(9.2%), “태평양 도서국 및 주변국과 양자적·다자적 협력체계 강화”(8.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사법적 대응 방안


보고서는 실제 ‘국제사법적 해결방안’으로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회의에서의 의제화, 유엔해양법협약·생물다양성협약 등을 활용한 분쟁해결절차 등을 제시했다.

 

 

 

IMO 자료사진 ⓒIMO

특히, 보고서는 런던의정서 마련 배경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소개했다. 해양투기로부터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1972년 마련된 런던협약은 일본의 요구로 1996년 한층 강화된 런던의정서가 됐다는 점이다. 1993년 러시아 정부는 ‘야블로쿠프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구소련과 러시아가 1961년부터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자 일본이 가장 크게 반발했다. 일본은 러시아의 핵폐기물 해양투기를 금지시키기 위한 국제공조를 이끌어 냈다. 일본의 행동 덕분에 1993년 11월 런던협약 당사국회의에서 방사성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이후 1996년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여 기존 런던협약보다 한층 강화된 런던의정서가 마련된 것이다. 현재 막대한 양의 방사성액체폐기물을 태평양에 방류하는 일본이 당시에는 ‘모든 방사성폐기물 해양투기 전면 금지’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당사국이었던 것이다. (▶ IMO, 폐기물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

보고서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가 런던의정서 제2조와 제3조 등에 위배되므로 “런던협약 및 런던의정서 체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일본이 러시아의 방사성 해양투기를 금지시키기 위해 노력한 점, 공동조사를 우리나라와 함께 러시아에 요청했던 사례 등을 짚으며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에 따른 영향 조사를 일본에 요청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일본이 ‘유엔해양법협약상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는지 여부’를 두고 다퉈보는 방안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오염수 해양방류에 관한 자국의 환경영향평가법에 근거한 환경영향평가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따른 방사선영향평가만 수행했을 뿐이다. 또 일본의 이 같은 방사선영향평가는 유엔해양법협약 제206조에 따른 환경영향평가가 아니었고, 이해관계자 의견수렴도 자국 대중을 대상으로만 실시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일본의 방사선영향평가가 유엔해양법협약상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는지’에 대해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다”며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총회에서의 이슈화 등을 통해 방사능 오염물질의 월경성 해양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기준과 방법, 절차를 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생물다양성협약 관련 자료사진 ⓒCBD 사무국

일본이 생물다양성협약(CBD) 규정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보고서에 나온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58개국이 서명해 발효된 생물다양성협약 조문에 따르면, 일본은 괄한 지역에서의 활동으로 다른 국가의 환경 피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할 책임이 있다. 또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하며, 관련 정보를 대상국에 통지하고 협의해야 한다.

이에, 보고서는 “일본은 원전 오염수 해양배출에 앞서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를 통해 당사국과 전 세계에 공유해야 한다”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국가와의 협의 없는 오염수 해양방류는 생물다양성협약 위반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미 오염수 방류 시작했는데
이제야 검토해보겠다는 환경부 장관
곧 런던의정서 당사국회의 열리는데
의견 제출 없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3년 9월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화면 갈무리

생물다양성협약은 환경부가 담당하는 영역인데, 환경부는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이달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서 일본이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우리에게 보고하게 돼 있는데, 일본이 그것을 했느냐?”라고 물었다. 한 장관이 엉뚱하게 ‘IAEA 보고서’를 언급하자, 우 의원은 재차 “IAEA 말고, (일본이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했느냐는 것”이라며 “IAEA는 일본이 의뢰한 것만 조사해서 생태계 영향평가가 안 돼 있다. 왜 안 됐느냐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게 물었더니, 일본이 그런 거 의뢰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한 장관은 “생물다양성협약과 관련된 부분, 일본이 했는지 안 했는지 부분은 좀 더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생물다양성협약을 담당 부처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또 일본 오염수 문제가 다뤄질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총회가 오는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데, 윤석열 정부는 어떤 입장이나 서류도 국제해사기구(IMO)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영국 런던과 스위스 제네바를 찾아 IMO 사무총장과 유엔인권이사회 독성물질과 인권 특별보고관 등을 만난 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총괄위원회에 따르면, 체결당사국은 총회에 서류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때까지 아무런 의견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제출 기간은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게다가 오렐라나 특별보고관이 우리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음에도 국제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심각한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언론에 일본 주장 그대로 반복...일본 대변 자처하나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일본 입장을 적극 설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이 언론과 국회에서 밝힌 입장을 보면,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 예로, 이달 4일 박성훈 해수부 차관은 국무조정실 일일브리핑에서 ‘오염수 방류는 런던협약 위반이란 민주당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취지의 질문에 “IMO 법률국은 부대의견으로 ‘투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한 적 있다”라고 밝혔다.

 

 

 

IMO 법률검토 문건을 보면, "파이프라인을 통한 육상 폐기는 투기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으며 런던의정서 범위에 있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면서도 "런던의정서를 넓게 해석할 경우 이러한 처분이 조약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결론 내고 있다. ⓒIMO 법률검토 문건

하지만 2022년 7월 22일 작성된 IMO 법률국 자문 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다. 이 자료에서 IMO 법률국은 ‘투기가 아니다’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런던의정서를 넓게 해석할 경우 이러한 처분이 조약의 범위에 속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라고 결론 내고 있다. 즉, IMO 법률국은 투기인지 아닌지 당사국 총회 논의의 영역으로 남겨놓은 셈이다.

또 이달 15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전 정부의 입장을 유지해 윤석열 정부도 올해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총회에서 오염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냐’라는 질문에,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양 투기가 아니다, (우리 정부는) 한 번도 투기라고 한 적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육상배출은 제외라는 것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라고 주장하며, 일본이 내세우는 논리만 강조하듯 답했다.

보고서에서 소개하는 런던의정서 제1조에 따르면 ‘투기’라 함은 “선박, 항공기, 해양시설, 기타 인공구조물로부터 해양에 폐기물 및 그 밖의 물질을 고의적으로 투기하는 것”을 일컫는다. 또 런던의정서 제2조에 따르면, 체약 당사국은 모든 형태의 오염원으로부터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하며 폐기물 및 그 밖의 물질 투기에 의해 발생되는 오염을 방지하고 감소시키고 차단하기 위해 그 당사국의 과학적·기술적·경제적 능력에 상응하여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은 선박 등을 통해 방사성폐기물을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아니고 파이프관을 통해 1km 앞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기에 ‘투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편, 보고서는 국제기구 활용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IAEA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지하고 있어서 활용하기 어렵지만,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와 같은 국제기구 활용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뿐만 아니라, 보건 측면에서는 세계보건기구, 수산 측면에서는 지역수산기구, 해양환경오염 차원에서는 선박평형수, 해양폐기물 투기와 관련하여 국제해사기구 등을 활용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들 기구를 활용하여 오염수 해양방류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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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외교 결과는 참담... 부디 총탄 난무하지 않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 전&후-외교안보]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불안해진 한반도 정세

23.09.25 07:15최종 업데이트 23.09.25 07:15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5개월, 사회 각 부문에서는 급격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는 탄압으로, 또는 퇴행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각계 우려가 깊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기획 - 윤석열 정부 전&후>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부문별 평가와 더불어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편집자말]

▲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나라의 외교·안보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판단 기준은 그 나라가 이전보다 더 안전해졌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께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한반도 정세는 이전보다 더욱 안전해졌습니까? 여러분이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으나 저의 답은 분명합니다. 한반도는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대화 배제하고 '강대강' 치닫는 한반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한미일 준동맹 체제를 확립한 캠프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에서 돌아온 뒤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정상회의를 놓고 '안보가 위험하다'라는 주장이 있다"라며 "3국의 협력을 통해 우리가 강해지면 외부의 공격 리스크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것이냐"라고 되물었습니다. 3국이 협력함으로써 안보 위험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경제도 우리 기업과 국민이 진출할 수 있는 더 큰 시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국제정치학 용어로 '안보 딜레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나라가 안보를 튼튼하게 하려고 군사력을 증강하면 불안해진 상대국도 덩달아 군사력을 늘리기 마련입니다. 양쪽이 작용-반작용의 군비 경쟁을 벌이게 됨으로써, 서로 안보가 이전보다 더욱 취약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바로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이 용어가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한미 또는 한미일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것뿐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9월 13일 전격적으로 열린 북러 정상회담입니다. 이 회담에서 무엇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아직 안갯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가 일으킨 반작용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한미일 군사 압박에 처한 북한이 서로의 장점을 맞교환하며,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정찰위성, 대륙간 탄도 미사일, 잠수함 발사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첨단 우주·군사 기술을 이전받는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훨씬 가팔라질 것입니다.

2018년 12월 14일 남북 체육회담 개최 이후 4년 9개월 이상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단절돼 있습니다. 1971년 남북대화가 시작한 이래 역대 최장기간 남북대화 단절입니다. 1970년대 이래 남북관계가 가장 험악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은 윤 정권이 내세우는 '힘에 의한 평화'가 얼마나 공허한 말장난인가를 잘 보여줍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9월 19일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인사말에서, "지금 남북 관계가 매우 위태롭다"라면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함께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으로 위기가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문 정권과 윤 정권 대북 정책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3국 정상회담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한미일 대 한중러' 부활과 동북아 신냉전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북한의 반발과 긴장만 불러오는 게 아닙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면서 동북아시아 판도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준 군사동맹과 비슷하게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합동 군사훈련 실시도 수면 위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미일 준 군사동맹에 맞선 북중러 군사협력이 가능성에서 현실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정을 보면서도 한반도가 이전보다 더욱 안전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것입니다.
              

▲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 및 정상회담 비교 ⓒ 오태규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정권에 비해, 한미일 군사협력에 얼마나 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횟수와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 정권은 임기 5년 동안 단 두 차례 한미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그것도 모두 임기 1년 차 때였고, 주제도 북핵 대응에 한정됐습니다.
 

▲ 2021년 5월 21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지난 2022년 6월 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 기념촬영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나토 정상회의 사무국 제공

  
하지만 윤 정권은 임기를 시작한 뒤 1년 반 만에 3차례나 3국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한미일 세 정상은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3자 회담을 한 뒤,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협력의 내용도 북핵을 넘어 러시아와 중국 비판으로 강도를 높였습니다. 급기야 올해 8월에는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만나 3국의 준 군사동맹을 방불케 하는 내용의 '캠프데이비드 정신'이란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미일 세 나라가 북한을 넘어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군사와 포함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결 자세를 취하면서 한반도 주변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을 축으로 한 신냉전의 바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전격적인 북러 정상회담과 다음 달로 예정된 중러 정상회담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윤 정권은 한미일 군사협력이 북중러를 결속시키는 역풍을 불러일으키자, 부랴부랴 발등의 불 끄기에 나섰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갈라치기가 그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주한 러시아 대사를 불러 북러 군사협력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반면, 윤 정권은 중국에 대해서는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고리로 중국 끌어당기기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윤 정권의 중러 갈리치기 외교가 과연 효과를 나타낼 것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하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강화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동북아 신냉전의 큰 기류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봉인' 대일정책 전환의 결과

윤 정권이 북한과 대결 자세를 분명하게 하고, '가치 외교'를 앞세워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데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국, 일본과 강력한 연대의 형성입니다. 윤 정권은 한미일이 단단하게 뭉쳐야 중국을 움직일 수 있고, 또 중국을 통해 북한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여 있는 역사 갈등이 한미일 3국 연대의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역사를 먼저 청산하지 않으면 좋은 미래를 구축할 수 없다는 자세를 취한 문재인 정권과 달리, 윤 정권은 서둘러 역사 갈등 해소에 나섰습니다.

역사 갈등을 해소하고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이루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윤 정권의 갈등 해소 방법은 너무 굴욕적이었습니다. 국가의 자존심을 내팽개친 채 일본이 원하는 것을 모두 받아들인 굴종적인 해결 방안이었습니다. 일본의 전범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윤 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제3자 변제'로 대신하는 것으로 매듭 짓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런 굴욕적인 대일 외교의 결과로 얻은 것이, 한일관계 개선입니다. 한국이 완전한 저자세로 나오자 일본의 태도가 싹 바뀌었습니다. 22년 9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있는 장소에 찾아가 겨우 만난 것을 '간이 간담'이라고 냉소하던 일본이, 한국이 저자세로 나오자 윤 대통령을 칙사 대접하고 나섰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6번 한일 정상회담을 했는데, 윤 대통령은 1년 반도 안 돼 7번이나 일본 총리와 회담했습니다.
 

▲ 지난 9월 1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 뉴델리의 정상회의장인 바라트 만다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것은 '역사'와 '안보'를 교환하며 한일관계를 정상화한 1965년 한일협정 체제로 한일관계가 되돌아간 것을 뜻합니다. 더 나아가 일본이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한반도를 자신의 지배 아래 뒀던 1905년 체제의 부활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대결이라는 지정학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역사를 포기하고 이룬 한일관계 개선의 종착역이 '캠프데이비드 원칙'이라는 한미일 준 동맹체제, 더 나아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와 한반도 신냉전으로 귀결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구도가 그때와 달리 총탄이 난무하는 전화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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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짜뉴스 척결 외치더니 ‘가짜뉴스 장본인’을 장관에"

  •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9.25 07:45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영삼 넘은 ‘최장 단식’이지만 ‘방탄’ 비판

‘구속 혹은 기각’… 당 해체 가능성부터 ‘친명만의 리그’ 우려까지

영장 판사 한동훈 동기 김의겸 주장에 중앙 “언론인 출신 맞나”

김행 위키트리 언중위 다수 조정 신청에 경향 “가짜뉴스 장본인”

24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 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 기록(23일)을 넘어서며 투쟁 메시지를 강조했으나 당이 내홍에 빠지고 ‘방탄 단식’ 비판도 받는 등 양면적 평가가 이뤄진다. 이 대표 구속 혹은 영장 기각 이후 민주당 향방에 대해서도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25일자 3면 사진기사.

이 대표가 지난 23일 단식을 중단한 가운데 강선우 대변인은 “더 이상의 단식은 환자 건강을 심각히 위해할 수밖에 없다는 의료진 소견”이라고 했다. 단식으로 지지층을 결합하고 대정부 투쟁 메시지를 부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두환 정부 당시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 기록은 23일이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부결을 호소하며 기존의 특권 포기 입장을 번복했고 지지자들이 ‘배신자’를 찾는 등 당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다는 부정적 평가도 잇따른다. 결국 단식의 목적이 자신의 ‘방탄’으로 귀결되면서 사법용 리스크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대립은 더 극단적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25일 아침신문은 전날에 이어 일제히 1면에 이 대표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제목에 <상처만 남은 야당 대표 ‘최장 단식’>이라 했고 국민일보는 <巨野 대표 리스크에… 정치가 사라졌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국회 멈춰 세운 ‘李 사법리스크’… 사법수장 공백·민생법안 표류>, 한국일보는 <빈손으로 끝난 이재명 단식 ‘방탄·분열’ 상처만 남았다>고 했다.

▲ 25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한국일보 “구속 땐 당 해체 수순 격랑, 기각 땐 기사회생 반격”

▲ 25일자 한국일보 3면 기사.

영장 실질심사에서 구속이 나온다면 이 대표에겐 치명상이 될 예정이다. 그간 ‘검찰독재정권의 무도한 야당 탄압’이라 주장한 이 대표 주장에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 대표 수사에 당력을 총동원해온 민주당 역시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방탄 정당’에 더해 ‘비리 정당’의 혐의까지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3면에서 “혼돈을 넘어 당 해체 수순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했다.

▲ 25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3면에서 이 대표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강조했다. <“배신자 청산” 압박하는 野… 법조계 “이재명 증거인멸 우려 높여”>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이미 증거 인멸 정황이 있는데도 추가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면 영장 발부 가능성이 커진다”는 판사 발언을 전하면서 “현재 거대 야당의 대표로서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 또는 주위 사람들을 이용해 사건 관련자들을 압박·회유하거나 자신의 거짓 변명을 언론을 통해 공범들에게 알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증거 인멸을 실행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검찰 주장을 인용했다.

하지만 기각이 나올 시 이 대표 체제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 지지층 결집을 넘어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비난 여론이 쏠릴 가능성이다. 한겨레는 “검찰과의 1차 전쟁에서 승리한 이 대표는 대여 투쟁과 총선 공천의 고삐를 틀어쥘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공천 학살’ 가능성뿐 아니라, 중도층 표심 없이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들의 탈당이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 25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이미 민주당 지도부 내 비명계가 연이어 자리를 내려놓고 있다. 경향신문은 3면에 <지도부서 비명계 ‘축출’…민주당 ‘완전한 친명 체제’ 가속> 기사를 내고 “‘자발’이 아닌 ‘축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 사의는 수리하고,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 사의는 반려했다”고 했다. 원내대표 선거에도 김민석·홍익표·우원식·남인순 의원 등 ‘친명계’ 후보만 출마했다. 경향신문은 “출마자들은 ‘이 대표 지키기’에 방점을 찍었다”며 “친명계만의 리그”라고 표현했다.

민주당 내홍에 조선일보는 <21세기 민주국가 정당에서 ‘배신자’ 색출이라니>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전체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부결 표를 찍었는지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답하지 않으면 배신자로 낙인 찍겠다는 것이다. 체포안 표결을 비밀투표로 하도록 한 헌법 규정까지 무시한다. 공산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국민들은 이 대표 체포안 통과를 계기로 민주당이 자성하고 쇄신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1인 지배권을 지키기 위한 반민주·전체주의 정당으로 폭주하고 있다”고 했다.

▲ 25일자 중앙일보 사설.

한편, 영장심사를 앞두고 ‘가짜뉴스’ 논란이 다시 일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KBS라디오에서 “서울에 영장전담 판사가 세 분 있는데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판사를 선택한 것”이라며 “선택된 판사가 하필 한 장관의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라고 주장했지만 법무부는 한 장관과 해당 판사가 동기가 아니며 일면식도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또 가짜뉴스…김의겸 의원은 언론인 출신이 맞나> 사설을 내고 “그의 행위는 취재로도 보기 어렵다”며 “제1 야당 대표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실질심사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면서 당사자나 대학 측에 최소한의 확인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다른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아 몸담았던 언론계 전부를 먹칠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대통령·법무장관의 심야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경향 “가짜뉴스 척결 외치면서 가짜뉴스 장본인 지명”

▲ 25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정부의 ‘가짜뉴스 전쟁’에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중재위원회 등 유관기관이 힘을 보태는 것을 놓고 경향신문이 1면에서 <‘가짜뉴스’ 잡는다며 총동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가짜뉴스의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에는 ‘가짜뉴스 개념’과 관련해 ‘가짜뉴스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나, 본 기관에서는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춰 온·오프라인으로 유포되는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 유언비어, 오보 등에 대한 피해, 신고 접수 및 상담을 진행한다’고 적혀 있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어느 시점에, 어떤 사실이 가짜냐, 사실이냐를 가리기는 매우 어렵다”며 “국가가 나서서 진실 여부를 재단하면 권력을 사용해서 반정부적 표현에 대해 언제든 제한을 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부회장으로 있던 위키트리가 ‘허위보도’ 등의 이유로 정정보도·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을 2017년 이후 총 62건 받은 것으로 나타나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전쟁이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자가 회사로 정식 복귀했다고 주장하는 2019년 이후로는 조정 신청이 57건으로, 2017~2018년 5건에 비해 급격히 늘었다.

▲ 25일자 경향 8면 기사.

▲ 25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8면 <김행의 위키트리에 쏟아진 언중위 조정…사유는 ‘가짜뉴스’>에서 “2019~2022년 4년간 가장 많은 시정권고를 받은 언론사는 인사이트(155건)였고 위키트리(98건)가 뒤를 이었다”며 “국민의힘에서도 조정 신청을 통해 거짓보도를 지적한 사례들이 확인된다. 가짜뉴스를 인격살인이라며 격렬히 비판했던 김 후보자 태도와 상당히 모순된다”는 신현영 민주당 의원을 말을 인용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가짜뉴스 척결 외치더니 ‘가짜뉴스 장본인’을 장관앉힐 건가>에서 “윤석열 정부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계기로 ‘가짜뉴스 척결’을 부르짖고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비판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고 누구나 의심하는 상황이다. 그런 차에 ‘가짜뉴스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김 후보자를 장관으로 앉히려는 윤석열 정부를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검증 부실이다.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이 그나마 신뢰를 얻으려면 김 후보자 지명부터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방한 진지하게 검토” 발언에 한·중 관계 복원 가능성

 

▲ 25일자 한겨레 4면 사진기사.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일 얼어붙고 있던 양국 관계에 중국이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평가다.

중앙일보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한·중 관계 복원” 의지 환영한다> 사설을 내고 “이와 별개로 2014년 7월 이후 중단된 시 주석의 방한도 성사시켜 한·중 관계를 격상시킬 전기도 마련해 주길 바란다”며 “북한의 뒷배인 중국이 움직인다면 북한의 핵을 견제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마침 시 주석이 내민 손을 잘 잡아 중국과의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잘 확대해 주길 외교 당국에 요청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시 주석의 방한 관련 언급을 확대 해석하기는 이르다. 한 총리는 이번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석한 몇 안 되는 국가 정상급 축하 사절로, 잔치 주최자인 시 주석이 상대방에게 덕담으로 여겨질 말을 했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의도가 무엇이든 한·중이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정리된 대중국 정책을 갖고 있느냐”라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라는 큰 목표 아래 주변국들을 대하는 종합적인 전략을 재검토하고, 그 안에서 한·중관계를 어디쯤 위치 지을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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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검사 ‘실패한 이종교배’…정권만 가져오고 기반 무너진다

등록 2023-09-24 07:30수정 2023-09-24 10:15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99
경험·가치·명분 약한 ‘윤 검사’ 발탁
보수 혁신 원동력 ‘개혁·실용’ 실종
“이재명보다 낫다” 최후 방어 논리
‘이념전쟁’ 열올리며 분열·파국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2월 전남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2월 전남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모름지기 큰 정치인은 가치의 실현이라는 명분과 권력을 쥐려는 개인적 욕망이 잘 조화를 이룬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그런 인물들이었습니다.

 

훌륭한 가치와 명분을 가지고 있어도 권력욕이 약한 사람은 그 가치와 명분을 실현할 기회를 잡지 못합니다. 역대 대통령 후보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치와 명분이 허약한 사람이 우연히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불의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정의감과 불굴의 전투력을 갖춘 검사였습니다.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조차 굽히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부천만화축제에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으로 전시됐던 고교생 작가의 풍자 카툰 ‘윤석열차’.
지난해 10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부천만화축제에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으로 전시됐던 고교생 작가의 풍자 카툰 ‘윤석열차’.

 

정권 탈환이 절박했던 이른바 보수 세력이 그를 대선주자로 발탁해서 대통령 자리에 밀어 올렸습니다.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니스트가 표현한 대로 ‘어쩌다 대통령’입니다. 윤 대통령 자신도 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최근 더탐사가 보도한 녹취록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 직후 2021년 7월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정권 교체하려고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 하려고 나온 사람이 아니다. 저는 대통령도, 저는 그런 자리 자체가 저한테는 귀찮다. 솔직한 얘기가. 그러나 어쨌든 이거는 엎어줘야 되고, 그리고 국힘에 이걸 할 놈이 없어.”

 

 

쉽게 말해서 승부 근성이 있고 권력욕도 매우 강한데, 왜 대통령을 해야 하는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공백 상태에서 덜컥 대선에 출마했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입니다.

 

그런 상태를 유지했으면 그냥 좀 무능한 대통령 정도로 역사에 남았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윤 대통령은 그 커다란 공백을 ‘늦깎이 뉴라이트 의식화’로 채운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를 분열과 위기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 뒤 중단해야 했던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진 것일까요? 대통령에게 필요한 경험과 가치와 명분을 갖추지 못한 ‘윤석열 검사’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의 후예입니다. 독재는 민주주의를 압살하려 했지만, 매번 시민혁명으로 무너졌습니다. 그런데도 보수가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것은 1990년 3당 합당 덕분이었습니다. ‘노태우의 민정계’는 쿠데타 세력이었고 ‘김영삼의 민주계’는 민주화 세력이었습니다. 쿠데타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이종교배로 민자당은 재집권에 성공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초 강력한 개혁으로 보수의 기반을 넓혔습니다. 1996년 이재오 홍준표 김무성 이회창 황우여 등 새로운 인물들을 신한국당에 대거 끌어들였습니다. 14대 전국구 의원이었던 이명박 의원도 서울 종로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보수는 1997년 외환위기로 정권을 잃었습니다. 이번에는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에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등 새 인물들을 끌어들였습니다. 1998년 4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의원도 있었습니다.

 

‘민주계’와 ‘이회창계’는 보수의 기존 인맥과 전혀 다른 정치인들이었습니다. 민주적이었고, 개혁적이었고, 무엇보다 실력이 있었습니다. ‘합리적 보수’, ‘개혁 보수’, ‘실용 보수’였습니다.

 

10년의 와신상담 기간에 민주계와 이회창계는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로 재편됐습니다. 이들이 보수의 내부 혁신을 주도했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두대의 기관차였습니다. 이때의 혁신으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연속 집권이 가능했습니다.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정권을 만드는 과정은 기존 보수 정치인과 성공한 기업인의 유전자를 섞는 이종교배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는 또 여기에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 유전자를 추가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의 이종교배가 그런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은 그래도 상당 기간 정치 경험을 쌓은 정치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선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5선 국회의원과 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이종교배 실험에는 가끔 설계자의 의도와 달리 열등한 유전자가 발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독재의 유전자를 갖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국정농단 사태로 몰락한 게 그런 경우입니다.

 

보수는 여기서 이종교배 실험을 중단했어야 합니다. 정당과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한 정치인을 대선후보로 내세워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뤘어야 합니다.

 

 

윤 대통령 극우 질주…증오·분노가 일상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일각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끌어들이려고 했습니다. 실패했습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보수의 대선후보로 선출하는 파격적 이종교배를 시도했습니다. ‘윤석열 검사’가 가진 정의와 공정의 유전자가 보수의 가치와 일치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진짜 이유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복수심에 눈이 멀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험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서른다섯번 외쳤을 때 보수는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윤석열 대통령의 문제가 차례차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취임 1년4개월이 지나도록 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았습니다. 야당을 ‘공산 전체주의’, ‘반국가 세력’으로 몰았습니다. 강직하게 임무를 수행한 해병대 수사단장을 해임하고 항명죄로 입건했습니다. 한-일 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한·미·일 준동맹 체계를 구축했고, 그 바람에 한-중 관계, 한-러 관계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특별사면해 다시 출마시켰습니다. 대선 때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형사처분하겠다고 달려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몰상식의 연속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조금씩 다지고 넓혀놓았던 보수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보수 혁신과 재집권의 원동력이었던 ‘합리적 보수’, ‘개혁 보수’, ‘실용 보수’와는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대통령 직무 평가와 정당 지지도가 그 증거입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24년 4월10일 22대 총선은 국민의힘이 패배할 것입니다. 2026년 6월3일 지방선거, 2027년 3월3일 대통령 선거도 패배할 것입니다.

 

선거의 승패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극우 질주로 민주당도 혁신을 거부하고 퇴행할 핑계가 많아졌습니다. 적대적 공존입니다. 증오와 분노가 일상을 지배하고 정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병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밀어 올린 것은 결국 보수 세력의 큰 실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넘쳐납니다. “그래도 이재명이 대통령 된 것보다는 낫다”는 게 최후의 방어 논리입니다. 그 정도 허술한 방패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정의로운 전쟁에도 지치면 돌아서”

 

 

강천석 조선일보 고문이 지난 9일치 신문에 ‘‘윤석열 보유 정당’과 ‘이재명 보유 정당’’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내용의 대부분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것이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여권을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지금 여권이 걷는 길은 정말 다수(多數)가 되고자 하는 길인가.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은 한 번도 정치 노선에서 순혈주의(純血主義)를 주창한 적이 없다. 두 대통령은 자연에서처럼 정치에서도 잡종(雜種)이 순종(純種)보다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그 바탕에 나라를 세우고 부강(富强)하게 만들었다. 역사는 독일과 일본이 순혈(純血)로 기우는 순간 나라도 기울었다는 사실을 기록에 남겼다. 정의로운 전쟁도 끝이 보이지 않으면 국민을 지치게 한다. 지친 국민은 돌아서는 법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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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중앙일보 주필이 지난 18일치 신문에 ‘‘양날의 칼’ 대통령의 이념전쟁’이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대통령 측근이 전달한 윤 대통령의 ‘워딩’을 소개했습니다.

 

“이념 발언은 다 잘 먹고 잘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뚜렷해지지 않으면 잘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민생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전제로 국가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한번 명확히 하고 가자는 게 의도였다.”

 

최훈 주필은 다행이라고 평가했지만,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나라 전체를 이념 전쟁의 구덩이로 몰아넣은 뒤 그게 아니라고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보수 신문의 논객들이 나섰으니 윤 대통령이 움찔할까요?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달려가던 발길을 잠시 멈출까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은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해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사람입니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고 황소처럼 밀고 나간 것이 그의 성공 방정식입니다. 이 세상에 자신이 성공한 방식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소신 행보 때문에 대한민국 공동체가 점점 더 분열하고 파국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가 윤 대통령의 폭주를 멈춰 세울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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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행진’ 동참 3만명 시민들 “우리 힘으로 위기 넘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9/24 11:03
  • 수정일
    2023/09/24 11: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노동·교육·청소년 등 각계각층 참여…정부 규탄하며 ‘연대의 힘’ 강조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923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9.23. ⓒ뉴시스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서울 도심에서 울려 펴졌다. 더 이상 정부에 맡겨둘 수 없다는 위기감 속에 모인 시민들은 ‘우리 힘으로 위기를 넘어가자’고 외쳤다.

23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923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3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조직위원회에 참여한 단체도 500곳 이상에 달한다. 단체 면면을 보면, 기후·환경뿐 아니라, 노동, 교육, 동물권, 의료, 청소년, 여성 등 사회 제 분야를 망라한다. 현장에는 엄마, 아빠 품에 안긴 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가 함께 했다. 전동휠체어에 탄 시민이 지나갈 때면 북적이는 인파가 갈라지며 길이 생겼다.

한국에서의 기후행동은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활동을 계기로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 올해 슬로건은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이다. 응집된 연대의 힘으로 기후위기를 넘자는 취지다.

무대에 오른 권우현 923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장은 “기후위기가 일자리와 거주 공간을 위협하고 생명의 위기로 닥쳐오는 동안 정부는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했다”며 “위선과 모순의 보수 정치가 아닌 우리의 힘으로 위기를 넘어서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5대 요구안으로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하라 ▲철도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교통 확충하여,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신공항 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하라 ▲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등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9.21. ⓒ뉴시스

원전 고집하며 환경단체 탄압하는 정부 규탄

기후정의에 역행하는 정부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권우현 위원장은 “2021년 만들어진 탄소중립 시나리오부터 올해 만들어진 탄소중립 기본 계획까지 정부의 요란한 탄소중립 타령은 전부 거짓이었다”면서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온실가스를 뿜어대며 미국까지 나아가서는 유엔 기후목표 비정상회의에는 참석도 안 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른바 ‘CF(카본 프리) 연합’을 제안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에 원전을 더한 플랫폼이다. 원전을 인정하지 않는 ‘RE(재생에너지) 100%’ 운동의 대안 성격인데, 세계적인 추세와 동떨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조직위원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은 결코 기후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는 핵발전 확대에만 골몰하고 있다”면서 “국내 핵발전 유지와 확대로도 모자라, ‘기후위기 취약국’에 핵발전을 확대하고 수출하기 위한 속셈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에 대한 표적 수사 대상이 된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당장의 요구와 결의가 현실이 될 수 있게 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더 큰 대오로 어긋난 정부 정책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경찰은 ‘4대강 보 존치를 위한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에서 단상을 점거하고 해산명령을 거부한 혐의로 정 사무처장 등 5명을 현행법으로 체포했다. 이후 정 사무처장과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정 사무처장은 정부의 왜곡된 정책으로 심화되는 환경 오염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토는 무수히 파헤쳐지고, 바다의 회복 탄력성은 어느 때보다 취약하고 위험한 지경”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돌려세우지 않으면, 변화시키지 않으면, 역전의 가능성은 영영 없다”면서 “변화와 저항의 최전선을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9·23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실까지 행진하고 있다. 2023.09.23. ⓒ뉴시스

잇따른 기후재난에도 복지부동 정부…“비민주주의 체제가 비극 만들어”
일본 탈핵 운동가, 오염수 방류 사과…“원전, 차별·불평등 심화시켜”


올해 잇따라 발생한 기후재난을 상기시키며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지난여름 서울에서 일어난 수해 참사로 동작구와 관악구 반지하에 살던 이웃들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단지 기후위기가 아니라 불평등한 이 사회가 재난의 순서를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서울시는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전수조사는 표본조사로 변경됐고 각종 대책의 선정 기준은 말할 수 없이 까다로웠다”면서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원이나 삭감했다”고 짚었다.

그는 지난 5년 6개월간 상위 30명의 주택 매입 건수가 8천건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사회가 돈을 버는 방식이 빈곤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둘이 완전히 연결되어 있고, 이 둘을 함께 변화시키는 것만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두 달 전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겪은 청주 지역 주민도 마이크를 잡았다. 오송참사시민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정미진 충북녹색당 사무처장은 “참사 현장은 복잡한 법과 행정 체계를 잘 알지 못해도, 그저 주민의 상식으로만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새벽부터 내린 홍수 경보에도 하천 바로 옆 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고, 임시 제방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 직후 지난 두 달은 참사의 그날만큼이나 비참했다”면서 “재난 최고책임자인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은 책임 회피에 바빴고, 국무조정실의 감찰 조사 결과는 최고책임자에게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고 짚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오성 지하차도 참사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하고, 충청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했다.

정 사무처장은 “비민주적인 정치·경제 체제가 기후재난 시대에 비극을 만들어 내고, 정치와 자본 권력이 우리 손으로 직접 기후재난을 대비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면서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 처벌을 촉구했다.

일본 시민사회도 힘을 모았다.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일본 사무국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사토 사무국장은 “일본은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지 못했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를 침략하고 식민지배했지만 이번에도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면서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반핵아시아포럼은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원전이 밀집된 부산·고리·울산·경주·울진·삼척을 찾았다. 사토 사무국장은 “지난 30년간 아시아 각국 사람들은 핵발전소를 추진하는 세력과 싸워왔다”면서 “탈핵 운동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핵발전은 기후위기 대안이 아니다”라고 사토 사무국장은 힘주어 말했다. 그는 “사고 위험 핵폐기물 문제를 가진 핵발전소는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는다”면서 “전 세계에서 기후정의와 탈핵을 요구하는 목소리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에서는 2025년에 탈핵이 이뤄진다”면서 “우리도 대만을 따라가자”고 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923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실까지 행진 중 바닥에 눕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09.23. ⓒ뉴시스

마지막 화력발전소 세워지는 삼척 주민 “탈석탄법 제정 동참해달라”
화력발전소 노동자들 “노동자·지역사회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 이뤄야”


석탄화력발전소 반대 투쟁의 현장 목소리도 전해졌다. 하태성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 상임대표는 “우리 시대 마지막 석탄발전소, 우리 손으로 끝내야 되지 않겠는가”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강원 삼척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 자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단일 호기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1호기와 2호기가 각각 다음 달, 내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 문제를 국회가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 상임대표는 “지난 1년간 우리는 탈석탄법 입법 청원 5만명 달성을 달성해 국회에 넘겼다”면서 “그러나 국회는 1년이 지나도록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류호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탈석탄법은 이미 허가를 받은 석탄발전사업을 철회하고, 신규 허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 상임대표는 “왜 삼척은 석탄과 시멘트 같은 기후위기의 주범 공해물질 속에서 악연을 끊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삼척 시민이 이등 시인도 아니고, 여러분과 똑같은 시민”이라며, 탈석탄법 제정 촉구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노동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민 한국노총 공공노련 탈석탄일자리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하면서 탄소중립위원회와 녹생성장위원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당사자인 노동계 위원은 단 한 명도 배정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는 사용자와 기업 경영을 대변하는 위원들은 참여를 보장하면서, 탈석탄으로 자신과 가족의 삶이 무너진 노동자 의견은 배제하는 차별적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발전소 폐지와 함께 사라지는 노동자들의 삶은 정부가 나서서 보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바로 탄소중립 기본법에 명시된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직 지회장도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돼도 우리의 삶이 폐쇄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내놓을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산업 전환에 따른 해고는 당연하다’라는 전제를 앞세우고 있다”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 고용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 그리고 노동자들이 떠나면 붕괴되는 지역사회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환경과 사람을 희생시키는 전환은 안 된다.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대회 이후에는 행진이 이어졌다. 행진은 용산 대통령실로 향하는 코스와 일본대사관을 거쳐 서울정부청사로 가는 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행진 중간에는 ‘다이-인(die-in)’ 시위가 펼쳐졌다. 사이렌 소리에 맞춰 참가자들이 바닥에 드러눕는 퍼포먼스로, 기후부정의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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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오염수를 '괴담'이라 말하는 자 누구인가?"

오염수저지공동행동, 광화문 앞 국민행동 개최..'국제사기극은 계속되고 있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9.24 02:59
  •  
  •  수정 2023.09.24 03:01
  •  
  •  댓글 1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방류용인 윤석열정권 규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국민행동'이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방류용인 윤석열정권 규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국민행동'이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달 24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가 개시된지  한달째가 되는 9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방류용인 윤석열정권 규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국민행동'이 진행됐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오염수저지 공동행동) 박석운 공동대표는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합작한 국제사기국, 미국 바이든 정부가 뒷배를 봐주고 윤석열 정부가 앞잡이 역할을 하는 국제사기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기세를 올렸다.

박석운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 대표는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1차 방출이 끝났지만 "후쿠시마 핵오염수는 쓰나미에 의해 파손되고 용융된 원자로 심에서 노출된 핵연료와 직접 노출도니 것이어서 통상적인 원전 방류 냉각수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성이 심각하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미국 뉴욕 주정부가 폐로 과정에 있는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냉각수를 허드슨강에 방류하려는 계획을 금지시키고, 인근 매사추세츠주에서도 통상적 냉각수 방류조차 금지시키는 결정을 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거들고 나서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며 국제적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한 것은 핵오염수 해양투기가 런던협약에 위반하는 범죄행위이며, 전체 인류와 해양생태계에 대한 저강도 핵테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본 어민과 시민들이 일본 법원에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최근 솔로몬군도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등 국제적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한국 시민들이 앞장서 투쟁한 성과라고 하면서 시민들을 격려했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오스트레일리아 반핵 캠페이너 네트워크 활동가인 애드리언 글라모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오스트레일리아 반핵 캠페이너 네트워크 활동가인 애드리언 글라모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운용 부산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운용 부산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은 지금도 원자력 긴급사태선언 발생 중이며, 후쿠시마 원전은 IAEA 사고평가 척도 0~7등급 가운데 체르노빌 원전과 함께 가장 위험한 7등급이 유지되고 있으며 △핵연료봉이 녹아내린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는 30년내에 불가능하다. 그것이 마치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눈앞의 폐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100년 후 일본 핵폐수 해양투기로 인해 가공할 바다의 위기는 불보듯 뻔하다고 하면서 해외 한인 동포들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일본, 대만의 시민환경단체들이 우리와 함께 싸우고 있고 10회 이상의 집회와 온라인 국제행동을 통해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희석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반핵 캠페이너 네트워크 활동가인 애드리언 글라모건은 IAEA가 원자력에너지의 효용성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그 안전 문제에 크게 걱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 우라윰을 수출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우라늄이 있는 나라는 아픈 나라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이야기를 전하고는,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에서 특히 문제가 된 삼중수소가 수명단축과 어린이들의 두뇌 및 신체 발달을 비롯해 건강한 성장, 면역체계와 DNA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운용 부산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12년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 어린이 갑상선암 조사 결과 어린이 35만명중 2,010명이 발병했다"며, "이는 3년에 1명 정도의 발병 기대치에 비해 어마어마한 수치이지만 일본 법원은 연관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논리로 기각했으나, 당시 어린아이였다가 성인된 여성 1명이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회한의 눈물을 흘린 사례가 있다"고 하면서 이것이 일본과 한국 정부가 말하는 과학의 현주소라고 질타했다.

이날 국민행동에는 지난 11일 일본의 오염수 1차 방류가 종료된데다 이틀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야당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400여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이날 낮부터 서울시청과 남대문 사이 세종대로에서 진행된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923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뒤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을 마치고 대회장에 합류했다.

2023 기후정의행진에는 3만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참가해 욘산 대통령실과 정부서울청사방향까지 행진하면서 1) 기후재난으로 죽지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2)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하라 3) 철도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교통 확충하여,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4)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신공항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하라 5) 대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등 5대 요구안을 외쳤다.

14개 세부요구안에서는 '안전하게 생화하고 죽지 않고 노동할 권리보장,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 보장'을 비롯해 '핵발전 유지와 확대정책을 중단하고, 오염수 해양투기 철회를 요구하라' 등을 제시했다.

오염수저지 공동행동은 이날 국민행동을 마무리하고 추석 명절 이후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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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방통위 인사, 법카 부정 사용자를 이사진으로

  • 김준 기자
  •  
  •  승인 2023.09.22 16:28
  •  
  •  댓글 0



 

 

내달 5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 청문회

가짜뉴스 근절한다는 가짜뉴스 생산자?

방통위, 이사진 법카 부정 사용자로 교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뉴시스

정부가 언론·문화계 인사를 독불장군식으로 이어가면서 언론장악에 박차를 가한다는 비판이 따른다.

자녀 학교폭력 논란과 언론장악 의혹을 받는 이동관 후보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된 한편, 막말과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문화예술계를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인촌 문화체육특별보좌관(특보)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 가운데, 유 특보가 문체부 장관이던 2008년 해임한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박명학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에 대해 법원은 인사관리 규정상 명시된 징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 알려졌다.

2009년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는 김정헌 전 위원장의 해임 취소 소송에서 “해임됐다는 사실을 간단히 알려주었을 뿐, 구체적인 처분사유 등을 통지하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며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낸 계약해지 무효 소송에서도 법원은 “김 전 관장에게 비난할 만한 사유가 없어 보인다”며 해임 위법성을 인정했다.

 

문체부는 10월 5일 유인촌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하지만 숱한 논란에도 이동관 후보를 임명한 정부는 기존 기조대로 유 후보를 장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의힘에서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며 구성된 특별위원회 인사도 눈에 띈다. 김장겸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전 MBC 사장이다. 그는 MBC 정치부장이던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논문이 표절이라는 오보에 조작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쳐 사장까지 승승장구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그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MBC의 공정성이 무너져 신뢰도가 추락해 기레기란 욕을 먹던 시절 그 책임의 한 가운데 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내로남불 해임, 인사도 문제다. 방통위가 지난달 남영진 KBS 전 이사장을 해임한 명분은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이었다. 아직 사법부의 판단도 내려지지 않았고, 법인카드 사용 자체에 다툼에 여지가 있었지만,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이후 방통위가 방송문화진흥원 보궐 이사 후임으로 김성근 전 MBC 방송인프라본부장을 임명했다. 그는 2017년, 2018년 내부감사에서 5,000만 원가량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한 것이 드러난 인물이다. 당시 본인도 부정 사용을 인정했다.

방통위가 정미정 EBS 이사를 해임하고 새로 임명한 강규형 이사 역시 KBS 이사로 재직 시절 397만 원가량 법인카드를 남용한 사실이 드러나 해임된 바 있다. 이후 소송 결과 해임이 무효처리 되긴 했지만, 법원은 “위법성 자체는 인정되지만, 해임까지 갈 수준은 아니”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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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통일부 조치의 문제점

[오민애의 법원삼거리] ‘신고’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통일부 조치의 문제점

 
얼마 전 일본에서 있었던 간토학살 100주기 행사에 참여했던 이들은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며 의견을 제출하라는 통일부의 공문을 받았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이 북한 주민에 대한 ‘접촉’을 하기 위해서는 접촉 7일 전까지 통일부에 신고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북한 주민을 접촉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윤미향 의원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공문이 발송됐고, 윤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통일부가 이야기하는 ‘북한 주민’은 소위 ‘총련계 인사’이고, ‘접촉’은 ‘총련계’에서 주관한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통일부의 일련의 조치는 정당할까?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간토학살 100주기를 기억하기 위해 양국에서 각자 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양국의 각 위원회에 어떤 단체들이 속해있는지, 일본에서 진행될 개별 행사를 어떻게 기획하는지, 누가 참석하는지를 참석자들이 세부적으로 알 수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어떤 행사에 참가할 때 그 행사에 누가 참석하는지 다 파악하고 참여하는 행사가 있을까). 일본에서 진행되는 세부 행사를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준비했는지도 마찬가지이다. 통일부가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이유는, 간토학살 100주기 행사 중 진행된 추도식을 총련계 단체에서 주관하였고, 추도식에 참여한 것이 ‘접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토학살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 회원들이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일본 현지 추도식 참석자에 대한 입장발표와 정부에 간토학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9.6 ⓒ뉴스1

이 모든 문제는 남북교류협력법 제30조가 ‘북한의 노선을 따르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을 북한 주민으로 보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표현 자체로도 ‘북한의 노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고, 해당 단체의 ‘구성원’이면 국적을 불문하고 북한 주민으로 ‘간주’해버리기 때문에 당사자의 실제 국적이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의 법으로 특정 개인의 국적을 정해버린다.

위 조항의 존재를 전제하더라도, 지금 통일부의 과태료 부과는 북한주민 접촉신고 절차를 둔 취지에도, 실제 절차의 내용에도 맞지 않는다. ‘신고’절차는 2005년 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당시 법 개정 이유를 살펴보면 “남북간의 왕래, 북한 주민접촉의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남북교류를 제한하고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절차를 간소화하여 남북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한 것이다.

그리고 ‘접촉’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다른 사람과 만나거나 교섭함’으로, 상대방과 직접 만나거나 의사교환할 것을 전제한다. 통일부도 스스로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이 남북교류협력 또는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보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접촉신고가 필요한 경우에 대해 ‘회합, 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는 경우’라고 하여 회합, 통신에 준하여 그와 다른 방법으로 의사교환을 할 것을 의미한다. 문언 자체의 의미, 통일부의 해석에 비추어 봐도 통일부의 현재 해석과 적용은 부당하다.
 
‘북한 노선을 따르는 국외단체 구성원’을 북한 주민으로 보는 남북교류협력법
누구를 만날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사전 신고하라는 법 적용
남북 교류협력을 위축시키려는 정부 정책도 문제


한편 남북교류협력법이 정하고 있는 접촉신고 절차를 살펴보면, 사전 접촉신고의 경우 ① 접촉 7일 전까지, ② 접촉 대상의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기재된 북한주민접촉 신고서와 첨부서류를 통일부 장관에게 제출하면, ③ 통일부 장관은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신고의 불수리 사유, 신고 기한 등에 대하여 정하고 있고, 위반시 과태료 부과를 예정하고 있다. ‘신고’이기 때문에, 요건을 갖추면 수리되는 것이지 통일부가 내용을 살펴서 ‘허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 신고서 양식을 보면 접촉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돼있어서, 누구를 만날지 알 수 있는 상태에서의 신고절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방을 신고할 수도 없고, 접촉신고제도가 그런 경우에도 신고하도록 마련된 것도 아니다.
 
간토대학살 구학영 희생자 묘 앞에서 윤미향 의원의 모습.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그러나 통일부의 일련의 조치로, 마치 원래 접촉신고를 하고 통일부가 이를 인정해야 만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무단으로 누군가를 만났고, 과태료 처분이 정당한 조치인 것처럼 연일 보도됐다. 통일부의 과태료 조치는 재외동포와 교류해왔던 많은 단체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재외동포들과 만나고 정부가 하지 않았던 교류활동을 해왔던 이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접촉신고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과태료 부과를 예고하고, 신고하면 검토해서 알려주겠다고 하고, 사전접촉신고를 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통일부의 조치는 재외동포와의 교류를 막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떤 일정으로 누구를 만났고, 왜 이 법에 따른 과태료부과가 부당한지 다투기 위해 세세하게 소명해야하는 상황 자체가 자기검열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실제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 분야의 인력을 축소하고 조직을 개편하고, 북한주민접촉신고 관련 센터를 설치하여 신고현황을 점검하겠다는 일련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통일부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북한의 노선을 따르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을 북한주민으로 의제하는 조항을 포함하여 현행법의 문제점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통일부가 ‘정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권한을 남용하고, 남북교류협력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위축시키는, 존재의의에 역행하려는 상황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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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한동훈의 책임을 묻지 않는 세상

[안호덕의 암중모색] 대법원장·장관 후보자들 결격 사유 수두룩... '인사 검증' 실패다

23.09.22 17:21최종 업데이트 23.09.22 17:41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 ***가 하고 있는 인사 검증은 한마디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나온 문제 중에는 평판 조회나 과거 저술 및 행적 등에 대한 조사 등 기초적 검증만 했어도 걸러질 수 있는 사안이 적지 않았다. ××× 후보자의 경우도 충분히 걸러 낼 수 있는 흠결이었다." - <조선일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때 아닌가', 2017.06.17

***는 법무부가 아니다. ××× 후보자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아니다. 사설에서 이렇게 날카로운 지적을 한 것은 2017년 조선일보다.

문재인 정부에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자 조선일보는 인사 검증의 내부 기준이라는 것이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졌거나 무능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며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책임이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대통령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당시 낙마한 후보를 두둔할 마음도 조선일보 사설 논조를 비판할 생각도 없다.
다만 의문스러운 건 지금은 왜 이런 비판을 찾아볼 수 없냐는 거다. 진보·보수 언론 모두 마찬가지다. 대다수 언론은 대법원장 후보자와 9월 개각 명단에 오른 장관 후보자들의 부적격 사유를 들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검증 책임을 논하지 않는다.

숱한 의혹, 침묵하는 언론
 

▲ 2019년 4월 1일 당시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요청 이유 설명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 공직 후보자의 결격 논란과 낙마는 곧바로 대통령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흠결 있는 인사를 지명했으니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고, 이를 걸러내지 못했으니 민정수석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된다는 식이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자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은 한목소리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 때만 그런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의 부동산 투기 및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나자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를 요구한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었다.

도식적인 정치 공세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흠결이 있는 고위 공직자를 지명한 대통령의 잘못을 거론하고 인사 검증의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이런 과정은 흠결 있는 공직자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로서 유용성이 있다.

언론도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논란을 재검증하고 드러난 결격 사유에 임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냈다. 나아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인사 검증 라인에 호된 비판을 가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이균용 대법원장 지명 이후 비상장주식 재산 신고 누락, 아들 인턴 특혜 채용 의혹 등 숱한 결격 사유가 드러났음에도 '인사 검증'의 책임을 묻는 언론은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은 제대로 한 건가"라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묻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윤석열 정부는 과거 정부에 있던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뒷조사와 신상 털기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였다. 민정수석실이 했던 고위공직자의 검증은 법무부와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고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꾸렸다.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 1명이 포함된 20여 명이 배치된 인사정보관리단에서는 경찰(세평·범죄), 국세청(세금), 국토교통부(부동산) 등 다양한 기관에서 수집한 정보를 활용할 것이라는 대책이 들어 있었다.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 역할까지 겸하며 '1인2역'으로 권력이 집중된다는 논란이 생겨났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겐 '소통령'이란 별칭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검증 과정의 독립성, 부서 간 정부교류의 차단 장치를 마련해 우려를 해소하겠다며, 민정수석실 폐지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를 밀어붙였던 것이 1년 전이다.

"이번 인사사고는 누가 봐도 '시스템 참사'다. 만약 조현옥 인사수석-조국 민정수석 라인의 인사 추천과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면, 어제 물러난 두 후보자는 애초에 청문회 자리에 나올 수도 없었다. 제2기 내각의 장관후보자 2명이 국민을 분노케 해 물러나는 마당에 이들을 추천한 사람이나 장관 자리에 가도 괜찮겠다고 '오케이 사인'을 준 사람은 멀쩡한 건 기본 상식에도 어긋난다." - <중앙일보> '장관후보 2명 낙마사태 본질은 청와대의 시스템 참사', 2019.04.01

문재인 정부 '2.8개각'에서 2명의 장관 지명 후보자가 사퇴하자 중앙일보는 고질병이 된 부실 추천·검증 문제를 어떻게 수술할 건지 청와대가 답하라는 사설을 실었다. 4년 전 사설이지만 '문재인 정부'를 '윤석열 정부'로 바꿔서 그대로 써도 무방할 것 같다. 누가 이런 사람들을 추천했는지, 대법원장과 장관 자리에 가도 괜찮겠다고 검증에 '오케이' 사인을 준 사람은 누구인지, 언론은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 문재인 정부에서 '시스템 참사'라고 연일 성토하던 언론들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지극히 상식적이라서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있는가?

"이완용은 어쩔 수 없다"는 장관 후보자... 검증 책임 물어야
 

▲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유성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결격 사유는 과거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평판 조회나 행적 등에 대한 기초적 검증만 했어도 충분히 문제를 인지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 후보자의 아들은 대학 1학년 때 대형로펌인 김앤장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아빠 찬스"가 아니라고 이 후보자는 반박했지만,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재산 신고에서 누락된 비상장 주식이 신고 대상인지 몰랐다는 해명은 궁색하다. 성인지 감수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판결들은 또 어떠한가. 법원 내부에서 최하위권 평가(법원노조가 실시한 법원장 다면평가 기준)를 받은 인물을 "해박한 법률 지식과 재판 실무능력을 인정받아 온 정통법관"이라며 '사법 신뢰 회복의 적임자'로 검증하고 추천한 윤석열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가 많아 보인다.

9월 개각에 오른 장관 후보자도 혀가 내둘러질 이력들이 허다하다. '이완용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매국노'라는 국방부장관 후보자. 12·12 및 5·16 군사 쿠데타 옹호 발언 등 역사관마저 부정하는 인물을 국회 청문회에 세운다는 사실조차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주식 백지신탁 관련 의혹이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이를 '주식파킹(우호적 제3자에게 지분을 맡겼다가 되찾는 것)'의 일종으로 보고, 다른 사건에 적용했던 기준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된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대급 막말 논란과 과거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탄압한 블랙리스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을 다시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세우는 건 '코드 인사'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데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숱하게 했던 질문, '인사 검증은 제대로 했나'? 이 당연한 의문, 지금은 어떤 언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바람이 풀을 누이는 것인지, 바람이 불기 전에 풀이 먼저 눕는 것인지, 답답하고 참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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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라는 이름에 이별을 고할 때가 됐다"

[프레시안 books] <독일은 어떻게 1등 국가가 되었나>

임경구 기자  |  기사입력 2023.09.23. 06:16:16

 

반국가세력과의 싸움을 독려한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러시아 군사협력에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정치에선 '이념 전쟁'에, 국제질서에선 신냉전의 돌격대 역할에 팔을 걷은 셈이다.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제1야당 대표의 운명이 사법부로 넘어갔다. 원내지도부 총사퇴로 시작된 후폭풍에 분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분노한 강성 지지자들은 국회 주변에서 심야집회를 벌였다. 이번 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우리 정치의 익숙한 살풍경들이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 단어로 요약한 작금의 시대는 "극단"이다. 자본주의의 승리를 잘못 해석한 "그릇된 신념의 소유자들"이 '자기 파괴자' 역할을 수행해 야기한 경제와 사회적 양극화가 극단적 정치세력이 부상한 토양이라고 봤다. 

 

"조화를 추구하는 일이 정치"라고 정의하는 독보적인 경세가가 보기에 한국 정치는 길을 잃었다. 그는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전범국가에서 모범국가로 탈바꿈한 독일을 참고할만한 모델로 권한다. <독일은 어떻게 1등 국가가 되었나>(김종인 지음. 오늘산책). 

 

▲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연합뉴스

미래의 지도자가 될 젊은 독자들을 향해 10번의 강의 형식으로 구성한 책은 그저 그런 먼 나라 예찬론이 아니다. 대연정, 소연정이 일상인 독일식 내각제를 비롯해 통일과 노동개혁이 성공한 배경 등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대타협의 작동원리가 종횡으로 얽혀있다.

독일의 기틀을 다진 비스마르크, 아데나워, 에르하르트 총리에 관한 김 전 수석의 인물론은 "어떠한 경우에도 크게 화를 내지 않고 상대를 강박하거나 위협하지 않으며, 반드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끝까지 노력하는 독일 정치의 기본 문화"에 골간을 둔다. 

 

특히 아데나워에 이어 총리를 맡았던 에르하르트가 뿌리내린 독일의 경제 시스템,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김 전 수석의 추앙이 각별하게 읽힌다. 근로자 재형저축과 의료보험 도입, 경제단체로부터 '사회주의자'라는 공세를 무릅쓰고 입안한 '경제민주화' 헌법조항(119조 2항)은 모두 '사회적 시장경제'를 한국에 발현하기 위한 분투였다고 할만하다.

 

여야를 넘나든 김 전 수석의 관록은 보수답지 않은 보수와 진보답지 않은 진보가 사생결단식 이념 전쟁을 벌이는 한국 정치에 관한 직설적 문제의식으로 담겨있다. 

 

"보수라면서 보수다운 진중함이 없으면 보수가 아니고, 진보라면서 진보적인 정책을 현실에 구현해내지 못하면 그냥 입만 진보일 따름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는 어떤가. 별로 원칙도 없고 소신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맨날 싸우기만 하는 현장이 대한민국 정치판이다." 

 

우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들"에 맞서 '이념 전쟁'을 이끄는 윤 대통령을 투사한듯한 대목이 눈길을 잡는다. 

 

"특정한 이념이나 체제 혹은 정치인의 투철한 '수호자'라고 외치는 사람치고 정말로 그 대상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 좌익의 준동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우익의 무지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보수는 어떤가. 한마디로 '반공 보수'다. 급진적 변화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생겨난 방어적 보수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죽인 동족상잔의 결과로 생겨난 '적대적 보수'다. 공산주의라면 치를 떠는 지극히 완강한 '공격적 보수'이기도 하다. (…) 반공 만능주의가 우리 사회의 이념을 지나치게 대립적이고 경직되게 만든 원인 가운데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다." 

 

외교 노선에 관한 김 전 수석의 고언 역시 현재적이다. "나는 자타 공인 친미주의자"라고 한 그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며 자본주의 맹주인 미국 없이 우리는 정상적인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친미적 노선을 견지하는 것과 미국식을 따라가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도 우리 사정에 따라 호응하면 된다. 미국을 적대시해서도 안 되지만,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 질서에 성급히 끼어들려고 애쓸 필요 또한 없다"며 "미국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질서에 먼저 올라탔다고 해서 그 나라를 기특한 나라라고 칭찬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에 기댄 야당의 행태에도 반면교사가 될 만한 독일 사례가 있다. 김 전 수석은 1980년 총선에서 당을 대패로 이끈 강경론자 요제프 슈트라우스에 빗대 궤도 이탈한 야당을 이렇게 설명한다. 

 

"강경한 이념의 정치인은 강성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속 시원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그저 '야당으로서의 통쾌함'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슈트라우스의 사례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만년 야당으로만 살고 싶은 정당은 그런 정치인을 대표로 내세우면 된다." 

 

내전에 가까운 한국 정치에 합의형 정치가 가능할까. 김 전 수석은 "대통령이라는 낡고 극단적인 제도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줘야 한다.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편을 우선적 과제로 제안한다.

 

"중대선거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려면 권력 구조를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로 바꾸는 개헌이 병행되어야 한다. 달랑 선거 제도만 바꿔서는 최악의 제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권이 교체돼도 정책기조가 이어져 통일과 노동개혁 열매를 맺은 '정책 연속성'을 가능하게 한 동력을 독일의 정치구조에서 찾은 김 전 수석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측면에서는 20세기 한때 대통령제가 좋았을지 몰라도, 이제 인류 역사에서 대통령이라는 이름은 이별을 고할 때가 됐다"고 했다.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정책이 이리저리 뒤바뀌고, 장관도 여당도 공무원도 온통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는 국가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나라가 어찌 민주주의 국가란 말인가. 특정인이 좌우하는 인치 국가, 유사 왕정 국가일 따름이다." 

 

그는 거듭 "대통령이라는 낡고 극단적인 제도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줘야 한다.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모든 정당이 해산된 황무지에서 일궈낸 '합의형' 내각제를 통사적으로 지켜본 원로가 한국 정치에 제안한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 <독일은 어떻게 1등 국가가 되었나> ⓒ오늘산책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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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풍자' 작가들만 콕 집어 지원금 내역 뒤졌다

[블랙리스트의 밑그림] 만화진흥원에 '대통령 풍자 작가' 지원금 자료 요구했다가 "취소"

조아영, 주보배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  기사입력 2023.09.22. 04:24:18 최종수정 2023.09.22. 10:03:15

 

의원님은 대체 무엇이 알고 싶었을까. 여당 국회의원이 특정 예술가들을 '콕 집어서' 정부 지원금 자료를 요청했다. 대상은 33명.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전시에 참여했다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은 최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2023 굿바이전 in 서울>(이하 굿바이전)에 참여한 작가들에 관한 지원금 내역 자료를 요청했다. 김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 활동 중이다.

 

<굿바이전>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10·29 이태원 참사 등을 소재로 한 풍자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회다. 참여 작가는 고경일, 박재동, 백영욱, 이정헌 등 33명. 만화, 회화, 조각, 일러스트 등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이 작품을 올렸다. 

 

전시는 지난 1월 9일부터 13일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작품 내용이 논란이 되자, 국회 사무처는 전시 개막일 당일 새벽, 작품을 기습 철거했다. 그리고 약 8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만을 특정해서 지원금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자료 제출 요구의 당사자가 된 작가들은, 정치권이 또 다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을 풍자한 '굿바이전'은 본래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1월 9일 공개될 예정이었던 전시는 국회사무처에 의해 그날 새벽 기습 철거됐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
여당 국회의원이 대통령 풍자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만을 '특정해' 정부 지원금 내역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일반적인 자료 요청으로 보기 어렵다. 심지어 기관 직원이 아닌 '민간인'에 대한 정보를 캐묻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법 소지도 있다.

 

 

"(국회의원이) 누군가를 특정해서 자료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끔 (해당 기관의) 기관장이나 장관급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엔 (특정 개인의) 징계 및 경고 내역을 요청하는 사례는 있다. 예를 들면, 유인촌같이 장관 후보자가 된 사람이라면 그렇게 요구한다." -국회의원실 관계자 A씨, 4년 차 선임비서관 

 

다가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국정감사는 기관이 본연의 업무를 잘 수행했는지 감사하는 게 목적이다. 기관 소속이 아닌 '민간인'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건 몹시 이례적인 일이다.

 

"국회의원실에서 민간인 개인을 특정해 자료 요청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관 내부 직원이라 치더라도 이름으로 특정하지 않고 '위원장', '상임위원' 이런 식으로 직책을 써서 자료 요청한다. 하물며 기관 직원도 아닌 민간인을 특정해서 그 사람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 B씨, 대관업무 10년 차

 

▲김신 작가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승수 국회의원(사진 가운데)과 함께 여러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왜 작가들을 특정해서 이런 자료 요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승수의원실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대상 작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 제공 동의' 여부를 물었다. 김 의원이 요구한 자료를 공개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고경일, 박재동, 백영욱, 이정헌 작가가 자료 제공 '동의'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이정헌 작가는 "(한국만화진흥원 관계자가) 국회에서 저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제출할지 말지 얘기해 달라고 했다"며 "제가 어떤 지원사업에 선정됐었는지, 지원사업명, 결과보고서 같은 것들을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제(19일) 연락이 왔다. 한국만화진흥원에서 법률 검토를 해보니, 작가들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그런 게 있다고, 내게 동의 여부를 물어봤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백영욱 작가

 

"김승수 의원실 자료 요청 개인정보 제공 거부했다." -고경일 작가 

 

김 의원은 <굿바이전> 참여 작가들뿐만 아니라, 박재동 작가와 김신 작가를 각각 따로 지목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신 작가에 대한 경고 내역 및 사유, 박재동 작가에 대한 지원 내역, 사업 선정 과정 등을 캐물었다. 

 

만화계에서는 <굿바이전>뿐만 아니라 <관동대지진, 100년만의 통곡 아이고(AIGO)전>(이하 아이고전) 등 정부를 비판하는 다른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도 자료 요청 명단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전시에는 <굿바이전>에 참여했던 고경일, 박재동, 백영욱, 이정헌 등을 포함해, 한일 양국의 작가 37명이 작품을 올렸다. 

 

▲김승수 국회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것으로 논란이 된 <굿바이전>에 참여한 박재동 작가(사진 가운데) 등 특정 작가들을 대상으로 지원금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이호 작가 제공

 

윤석열 대통령 풍자 전시 참여 작가들만을 겨냥한 여당 국회의원의 자료 요구. 만화계는 '블랙리스트'의 부활을 우려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약 9년간 이어진 블랙리스트의 악몽이 또 다시 실현될지 모른다는 것.

 

"너무 불쾌하다. 왜 나를 콕 찍어서 알아보려고 하는지 김승수 의원에게 따지고 싶다. 이건 블랙리스트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박재동 작가 

 

"제가 뭔가 죄를 지은 사람 취급을 받는 기분이 든다. 내 뒤를 캐는 것 같은 기분이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백영욱 작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에 두 차례 이름을 올린 김신 작가. 그는 김 의원의 이런 행동이 문화예술계를 위축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경험했음에도 다시 노골적으로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건 작가들이 위축된다는 거다. 정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작가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그런 현상들을 보면서 자기검열을 하게 되지 않느냐. 그런 사회는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김신 작가

 

이정헌 작가도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피해자였다. 그는 "내년에 지원사업을 또 해야 하는데, 아마 내년부터는 (선정이) 안 될 것 같다는 공포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인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로 분류해 사찰·감시·검열했다.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고 작품 활동을 사전에 검열하는 등 권력을 휘둘렀다.

 

 

약 9년 동안 이뤄진 블랙리스트 사태의 특징은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하기 위해 사전에 작가 개인 및 단체를 특정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 이번 김승수 의원의 자료 요구도 특정 작가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과거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랙리스트 법률 대응을 맡아온 강신하 변호사는 "특정인에게 수사하듯이,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민간인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라며, "특정 전시에 참여한 특정 작가를 콕 집어 자료를 요구한 건 블랙리스트의 색채가 굉장히 짙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블랙리스트가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020년 12월 23일 서울연극협회 등이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을 결정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전 정부 인사들의 형사 재판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집행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의 파기환송심이 재개됐다.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 등 블랙리스트 관여 인사 7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 7월 12일 기소됐다.

 

▲2022년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인 '윤석열차' 작품 사진 ⓒ이정헌 작가 제공

 

만화계가 블랙리스트 부활을 걱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번 사건 때문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그 두려움의 근거를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부천만화축제에서 윤석열 정부를 풍자한 카툰인 '윤석열차'가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으로 전시됐다. 이 작품에 대해 행사 후원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행사 취지에 어긋난 정치적 주제의 작품"이라는 게 이유였다. 

 

블랙리스트 피해예술인 모임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차 검열 사건'에 대해 비판했다. 

 

올해도 축제는 돌아왔지만, 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 전시는 취소됐다. 지난 14~17일 사이에 만화영상진흥원 주최로 열린 부천만화국제축제는 문체부의 후원을 받지 못했다. 

 

'윤석열차' 논란 이후 약 3개월이 지나, <굿바이전> 강제 철거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월 9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시 개최 당일 새벽, 국회 사무처에서 작품 80여 점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블랙리스트 부활에 대한 우려는 최근 가속화됐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유인촌 문화특별보좌관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유인촌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문화예술계는 유인촌 후보자에게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유인촌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속칭 좌파 예술인들도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정부 예산을 요구해선 안 된다, 나랏돈으로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밝혔다.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문화예술인 단체들로 구성된 '유인촌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문화예술인 일동'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인촌 장관 지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유인촌 장관 내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 ⓒ셜록

 

'윤석열차' 논란, <굿바이전> 기습 철거 사태,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을 받는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의 재지명, '대통령 풍자' 작가들을 특정한 여당 국회의원의 자료 수집, 이 모든 일들이 최근 1년 사이 일어났다. 문화예술계가 블랙리스트 부활의 조짐을 점점 더 크게 느끼는 이유다. 

 

한편 김승수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20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특정 작가들을 대상으로 지원금 자료를 요구'한 사실을 전부 인정했다. <굿바이전>에 참여한 작가들의 정부 지원금 내역 자료를 전부 요청했고, 박재동 작가와 김신 작가는 따로 지목해 별도의 자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이고전> 참여 작가들에 대한 자료 요청은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굿바이전>은) 국회에서 논란이 있어서 혹시 국비가 지원된 적 있는지 확인 차원에서 그렇게 (자료 요구)했다. 단순히 확인 차원에서 한 것." -김승수 의원실 관계자 

 

그리고 김승수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한 지 약 1시간이 지나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료 요구는 취소했습니다." 

 

<셜록>은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직후 관계자와의 통화를 다시 시도했으나, 의원실 관계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승수 의원실 관계자가 보낸 문자 메시지 화면 ⓒ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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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회계 공개 강요’,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것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9.21 16:19
  •  
  •  댓글 0

“노조 회계가 투명하면 공개하면 되는 거 아닌가?

왜 공개를 안 해서 세액공제 불이익을 주나?

노조를 탈퇴해야 하나...”

이는,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바다.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공격하던 윤석열 정부가 노조 회계를 소재 삼아 ‘민주노조 통제’와 ‘노조 죽이기’를 더욱 노골화할 심산이다.

▲ 지난 4월,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찾아온 고용노동부의 회계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 금속노조는 자료비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으며 자료 제출 또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행했다며 고용노동부의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 ⓒ뉴시스

정부가 19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회계를 공시하지 않은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은 연말정산 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시행령은 10월1일 시행된다.

시행령 개정에 따른다 치면, 노동조합은 10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노동부가 만드는 공시시스템에 2022년도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이를 행하지 않는 노조의 조합원들은 올해 10~12월(3개월치)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회계 공시 대상엔 단위노조뿐 아니라 산별노조, 총연맹 등 상급 단체도 포함된다. 즉,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회계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양대노총 약 250만 조합원이 해당한다.

노조탄압을 위한 치밀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에 대해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대노총은 노조 회계 투명성과 무관한 ‘노조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시행령의) 본질은 노동조합 통제, 산별노조 운동 탄압법”이라 비판했고, 한국노총도 “‘노조의 의무사항’을 신설하는 것은 위헌적 행정입법”이라고 일갈했다.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노조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에 대한 공표 시기와 방법을 구체화했다. 노조 대표자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공시시스템을 통해 매년 4월30일까지 결산 결과를 공표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언뜻 보면, 공시 ‘의무’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함께 개정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결산 결과를 공시한 노조에게만 세액공제가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공시 ‘의무’를 ‘강제’한 것이다.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에게만 공시 의무를 부여했지만, 1천명 미만 노조도 피해갈 수 없다. 상급단체·연합단체가 공시를 거부하면 1천명 미만 노조 조합원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산별노조에 속하는 단위노조(지회)의 경우, 민주노총, 산별노조, 지역지부, 그리고 1천명 이상 지회까지 모두 회계공시를 해야 조합원에 대한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조합원이 1천명 미만인 경우에도 그 단위노조가 속한 산별노조나 상급단체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세액공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조합원 1천명이 넘는 A자동차 노조가 회계 공시를 했어도, 노조가 소속된 (금속)산별노조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합원 1천명이 안되는 B병원 노조는 회계공시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B병원 노조가 (보건의료)산별노조에 가입되어 있고, 산별노조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 지난 7월,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대회.

노조 분열.. 결국 ‘노조 죽이기’

정부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조합원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만들어 조합원들이 노조를 비판하게 하고, 노조는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게 되고, 조합원들이 노조를 탈퇴해, 결국 노동조합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의 다름 아니다.

특히나 산별노조의 분열까지 조장한다. 민주노총의 경우, ‘노동자정치세력화’와 더불어 ‘산업별노조 건설 운동’을 민주노총 강령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산별 건설 운동은 투쟁 속에 진전되고 확대돼왔다.

기업이나 직종과 상관없이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산별노조는, 기업별노조(사업장노조) 활동을 뛰어넘어 산업별 단결력과 상급단체(민주노총) 단결력을 높여왔다. 민주노총의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등의 위력적인 총파업에서 그 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걸 하나씩 분열시키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단결력을 잃은 노조? 결국 ‘노조 죽이기’다.

현행 노조법은 노동조합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를 공표하는 방법을 노동조합이 규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노조법에 따라 최소 1년에 1회 총회를 열어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는 물론 예산의 근거가 되는 사업계획, 기금 설치, 결산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등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그러나 노조법 시행령은 ‘감독’에만 눈이 멀어 노동조합의 운영 체계는 무시한 채 노동조합 통제하고, 탄압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시행령에 ‘결산을 마친 2개월 이내에 공표할 의무’를 신설해 노조법에도 없는 의무를 지게 했다. 산별노조의 경우, 중앙의 예산계획에 따라 산별 하부조직의 교부금이 결정되고, 산별 하부조직과 중앙의 사업이 확정되어야만 하부조직 집행 예산도 결정된다. 그러나, 2개월 이내에 공표하라는 건, 개별노조(단위노조)의 결산 결과 공표 시기에 산별노조도 맞추라는 의미다.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법 위에 시행령?.. ‘과태료’ 다음으로 노리는 것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려는 의도 역시 여전하다.

2016년 서울고등법원은 “노동조합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외부로 반출될 경우, 조합원이 아닌 이에게 장부와 서류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그에 따라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이나 전체 이익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조합원들의 등사(복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 노조법엔 노동조합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비치하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행정관청에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에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해 왔다. 조합원 명부나 회의록, 회계감사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은 노조, 자료의 비치와 보관 여부를 확인하려는 현장 조사를 거부한 노조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리고, 이번 노조법 시행령엔 제3자가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는 방법을 ‘결산 결과의 공표 방법 중 하나’로 규정했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조합원들에게도 인정되지 않는 회계자료 등의 등사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기 위해 법까지 무시하는 정부다.

과태료로 끝날 리 없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노동조합 회계를 공격했던 윤석열 정부가 이제 ‘공시 불이행’의 명분을 쌓아 노조 탄압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11월 ‘윤석열 퇴진’을 내건 민중총궐기를 준비 중이다. 한국노총도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예고했다. 정부와 노동자의 대치는 심해지고 정권 퇴진 요구가 높아질수록 노조 탄압과 분열 공작 역시 심해질 터. 노동자들의 ‘단결투쟁’ 고삐는 이미 당겨졌다.

▲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퇴진투쟁을 확대 강화할 것을 결의했다. ⓒ김준 기자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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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부결표 호소했는데"... 민주 원내지도부 '총사퇴'

[이재명 체포안 가결 후폭풍] "가결표는 명백한 해당행위"...반란' 의원들 징계?

23.09.22 01:29l최종 업데이트 23.09.22 07:41l

사진: 남소연(newmoon)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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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이재명 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원내지도부가 두 번에 걸쳐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부결표를 던져줄 것을 당 의원들에 호소했는데도 정작 이와는 반대된 결론이 나오자, 전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당 지도부쪽에서는 실무책임자인 조정식 사무총장과 사무총장 산하 정무직 당직자들만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다. 최고위원들은 당분간 사퇴하지 않고 당 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최고위가 체포동의안 가결 행위를 "명백한 해당행위"로 규정해 당분간 당 내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광온 원내대표, 의총 시작과 함께 "책임지겠다"

이소영 원내 대변인은 21일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안건과 관련해 부결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논의를 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 투표를 요청하고 설득한 바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표결 결과가 지도부 논의 요청와 설득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시간부로 원내 지도부는 총사퇴 한다. 사무총장과 사무총장 산하 정무직 당직자들도 모두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일과 21일, 두 번에 걸쳐 의원총회를 통해 이 대표를 향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이날 출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최종 가결됐다.(관련 기사: 하루 전 '부결' 호소, 악수됐나...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https://omn.kr/25qsr)

이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의총 시작과 함께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책임 지겠다"며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변인은 원내대표 사의표명에 따른 후속 절차와 관련해 "늦지 않은 시일 내 신임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모든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 관례적으로는 원내수석부대표가 새로 원내 지도부 구성 절차를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원내대변인은 '당 지도부 중에서 왜 사무총장만 사퇴하기로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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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들은 직 유지... 의총장 안팎 의원들 고성·설전도

권칠승 수석대변인 역시 이 원내대변인의 브리핑 직후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의 공식 입장을 전했다. 다만 권 수석대변인 역시 '책임 범위'가 사무총장선에서 그친 데 대해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그는 사무총장 사퇴에 대해 "투표 결과에 책임지는 차원"이라며 "사무총장과 이하 정무직 당직자들은 사의 수리 여부가 결정날 때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당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최고위원들은 조속히 당을 안정시키고 이재명 당대표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며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날 권 수석대변인이 밝힌 최고위 입장문에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 표를 던진 행동 자체를 '해당행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앞서 권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최고위와 의총, 중앙위원 규탄대회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부당한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며 "그렇기에 오늘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본회의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표결 이전부터 공식적으로 '가결'을 주장해 온 의원들을 상대로, 당이 곧 징계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서영교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건 마음을 더 모으자고 그렇게 한 것"이라며 "사실상 당론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 대표를 그런 상황으로까지 만드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해당행위자 관련) 구체적으로 징계 수위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당초 이날 오후 9시께로 예정됐던 의총은 최고위원들의 논의가 길어지면서 1시간 가량 늦어져 10시에야 시작됐다. 의총은 11시 20분께 종료됐는데, 그 과정에서 의원들 사이 고성이 오가거나 일부 의원들이 의총장 밖에서 설전을 벌이는 등 혼란한 당 내 상황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태그:#박광온, #이재명, #불체포특권,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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