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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재명 ‘음식점 총량제’에 “반헌법·반시장적”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입력 2021.10.29 07:55
  •  댓글 7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경향·국민 빼고 언론들 “우려된다” 사설
임성근 탄핵 ‘각하’에 조선·중앙 “억지 탄핵” 한국·한겨레·경향 “아쉬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가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자영업자 간담회’에 참석해 “하도 식당이 문 열었다가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며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발언 이후 “포퓰리즘”, “전제주의적 발상” 등의 비판이 나왔다.

지난 28일 이재명 후보자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봇산업 전문전시회’에서 “공약으로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불나방들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 촛불에 타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게 국가공동체를 책임지는 공직자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헛소리 총량제부터 실시하자” 등의 원색적 비난이 나왔다. 29일 한겨레와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을 제외한 언론사들은 이재명 후보자를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29일자 아침신문 1면.
▲29일자 아침신문 1면.

재판 개입 의혹을 받는 임성근 전 판사의 탄핵이 기각되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억지로 탄핵을 밀어붙인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재판 독립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단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29일자 국민일보 1면.
▲29일자 국민일보 1면.
▲29일자 신문 1면에 실린 노태우씨 국가장 공고.
▲29일자 신문 1면에 실린 노태우씨 국가장 공고.

전두환씨의 부인이 고 노태우씨 빈소에 찾은 소식도 보도됐다.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씨는 취재진이 “5·18 유가족들에게 사과할 생각 있냐”고 묻자, 답변하지 않았다. 9대 종합일간지 1면 하단에는 일제히 ‘고 노태우 국가장 공고’가 실렸다.

이재명 ‘음식점 총량제’ 발언에 동아일보 “반헌법·반시장적”

중앙일보는 8면 기사에서 이재명 후보자의 ‘음식점 총량제’ 발언과 이후 수습하는 과정을 전하며 “이 후보 주변에서도 후배 개인의 돌발 제안 쪽에 무게를 두고 사태를 수습하는 반응이 주였다. 이 후보 측 정책라인의 핵심 의원은 ‘음식점 총량제와 주 4일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수많은 자영업자가 생겨나고, 이들이 각자도생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허가 총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개입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9일자 중앙일보 8면.
▲29일자 중앙일보 8면.

중앙일보는 이 후보자가 “30%대 박스권 탈출 카드로 ‘파격 정책’ 물량 공세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중앙일보에 “선대위 출범에 맞춰 정책과 공약으로 이슈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 측 재선 의원은 중앙일보에 “대장동 뉴스가 아닌 정책 관련 뉴스가 나오는 건 우리로선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재명의 ‘음식점 허가 총량제’ 발상, 반(反)헌법·반(反)시장적이다” 사설에서 “한마디로 반헌법적이고 반시장적인 발상이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 아니라 오랜 숙고를 거쳐 나온 아이디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29일자 동아일보 사설.
▲29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소규모 자영업의 대표적 업종인 음식점의 수나 창업·폐업을 정부가 통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발상이다.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도 크다. 설사 자영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해도 정부의 역할은 환경을 조성하고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이 후보 발언이 범상치 않게 들리는 건 그가 이미 발표한 다른 공약에서도 ‘정부 만능주의’ 색채가 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전 국민에게 연 100만 원씩 나눠준다는 ‘기본소득’, 공공임대 아파트 100만 채를 지어 무주택자에게 싸게 제공한다는 ‘기본주택’, 1인당 1000만원까지 장기 저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기본대출’ 공약은 현실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데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해서 자원 배분이 왜곡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대선 후보까지 위험하고 정제되지 않은 발상으로 짐을 얹을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실제로 총량제는 위헌 소지가 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도 이 후보가 계속 운을 띄우는 것은 수백만 음식점 주인 표를 겨냥한 선거용이라고 봐야 한다”며 “경제적 약자가 그나마 생계를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음식점 등 자영업인데 이를 어떻게 막겠나. 대선 후보는 음식점 허가제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고쳐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거나 퇴직한 사람들이 별다른 대안이 없어 자영업을 선택한다는 근본 원인을 도외시한 채 숫자를 통제하겠다는 건 결코 해법일 수 없다. 실행된다면 경쟁이 줄어들 테니 기존 자영업자에겐 과도한 혜택일 테고, 진입이 어려워진 신규 사업자에겐 과도한 차별이 될 터다.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는 선택권을 빼앗기는 셈이 된다.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임성근 탄핵 ‘각하’에 조중동 “억지 탄핵” 한국·한겨레·경향 “아쉬워”

헌법재판소가 지난 28일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을 각하했다. 임성근 전 판사의 퇴직으로 파면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은 ‘각하’, 3명은 ‘인용’, 1명은 ‘심판절차종료’의 의견을 내 각하 결정됐다.

임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문설과 관련된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하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 양형이유 수정 및 일부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국일보는 첫 판사 탄핵 각하가 아쉽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임 전 부장판사가 임기만료로 퇴직한 상황이라 공직파면을 다투는 탄핵심판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아예 재판 개입의 위헌 여부는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법관에 대한 첫 탄핵심판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재판 개입 행위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판단 자체를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29일자 한국일보 사설.
▲29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헌재가 재판 개입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을 멈춤에 따라 재판 독립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사법부의 개별 재판부 몫으로 남게 됐다”며 “헌재의 탄핵소추 각하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향후 재판 개입을 포함한 사법농단 재판에서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법관 탄핵을 억지로 밀어붙였다며 사과하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4월 재보선을 두 달 앞두고 여당이 탄핵 절차를 밟자 선거용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유죄 판결 등으로 정권의 심기를 건드린 법원 겁주기라는 해석도 따랐다. 어제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으로 이런 의혹에 무게가 실렸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판사 출신이면서도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밀어 붙인 이탄희·이수진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분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사법부 수장으로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사태를 주도하거나 방조한 장본인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정치권은 힘으로 사법부를 찍어 누르고, 법원은 국회 눈치나 살피는 삼권분립의 훼손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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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발표...다중이용시설 24시간 영업 가능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10/29 10:36
  • 수정일
    2021/10/29 10: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방안 발표...수도권 10명·비수도권 12명 모임 가능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영업시간이 해제된다.

 

29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울산시청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은 기존 거리두기와 영업시설 규제 중심의 코로나19 대책에서 개인 방역 관리와 일상성 복귀를 위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이 시작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이번 일상회복 방안도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와 마찬가지로 단계별 전환 수위를 조절해, 내달 1일부터는 가장 낮은 수위의 일상회복 정책만이 담겼다.


 

최근 다시금 코로나19가 확산 수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 핼러윈데이를 포함한 코로나19 위협 요인이 상존했다는 점, 계절적으로 바이러스 활동에 좋은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전환 계획에 따라 이달 말까지는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8명까지로 제한된 수도권의 사적 모임 인원이 앞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적용 시기인 2주간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수도권 10명(비수도권 12명)으로 늘어난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큰 시설로 분류된 식당과 카페의 경우 미접종자 참석 가능 인원이 4명으로 제한된다.

 

달리 말해 다음달이 되더라도 코로나19 이전처럼 인원 제한 없는 대규모 회식 등에는 제한이 따른다.

 

이번 1단계 회복 방안에 따라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전면 해제됨에 따라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진다. 종교시설, 공연장, PC방 등에 장기간 가해진 운영시간 제한 규제가 해제된다.

 

이번 조치와 더불어 출입자의 접종증명 및 코로나19 음성임을 확인하는 이른바 '백신패스'를 다중이용시설에 도입하는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더 자세한 사항은 이날 오전 11시 열리는 중대본 브리핑에서 전달된다.


 

김 총리는 그간 규제 일변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음달부로 일상 회복으로의 전환대에 오른다며 "우리 앞에 펼쳐진 새로운 도전의 길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힘든 여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다만 "정부는 국민들께서 지금껏 보여주신 시민의식과 성숙함을 믿고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뒷걸음치지 않고 헤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번 전환에도 불구하고 개인방역 관리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했다.

김 총리는 "실내외 마스크 착용과 주기적인 환기, 적극적인 진단검사 등 세 가지 필수 방역수칙은 반드시, 끝까지 지켜달라"고 전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9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02909311660630#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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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은 한자의 발음기호' 주장에 담긴 불순한 의도

[기고] 독학사 교재 파문에 대해... 단순 해프닝이라기엔 너무 심각하고 의도적이다

21.10.29 07:15l최종 업데이트 21.10.29 09:17l


대한민국 국경일인 한글날이 끝난 지도 일주일이 넘은 10월 19일, 느닷없이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 문제가 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동시에 보도되었고, JTBC 진실 검증 프로그램(팩트체크)에 집중 보도됐다. 정규 대학을 나오지 않고서도 대학 졸업 학사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독학사 교양 국어 교재에 동북공정식 주장이 실렸기 때문이다. 

큰사진보기독학사 국어 교재
▲  독학사 국어 교재
   

 
2021년 누적 판매가 25만 부나 된다니, 가히 초대형 베스트셀러나 다름없는 책이었다. 해당 국어 교재에는 '훈민정음은 한자의 발음기호이다'라는 제목 아래 "훈민정음은 중국어(문자)를 통일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한국어를 표기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는 일부 학자들(이숭녕, 강길운, 정광)의 주장이 실렸다. 양반들에게만 필요한 한자음 발음기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조차도 황당한 주장인데 이 교재는 더 나아가 '훈민정음을 중국에 반포했다'라는 주장까지 실었다. "이두를 대체하여 사용하는 것, 한문 서적을 언해하는 것, 한자의 발음을 표기하는 것(훈민정음) 등의 세 가지 정책은 모두 중국에서 시행했다"라는 동북공정식 주장으로밖에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집필은 해당 교재의 독학학위연구소에서 했다고 하는데, 출판사는 일반 전화번호조차 알려주지 않아 누가 집필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필자가 두 번이나 전화해서 확인했지만, 출판사는 그 교재를 누가 썼는지 자신들은 알 수 없고 연락처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출판사가 어떻게 그 부분을 누가 썼는지를 모를 수 있느냐고 따졌지만, 독학학위연구소에서 도맡아 했기 때문에 저자는 독학학위연구소라는 것만 알뿐이라고 했다.

출판사는 해당 책을 모두 거둬들이고 사과문까지 내걸었지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반복이 안 된다.

끈질긴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의 역사

이 주장이 심각한 것은 훈민정음에 대한 역사 왜곡을 넘어 대한민국의 위상을 일부러 훼손하려는 듯한 불순한 의도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용만으로 본다면 동북공정식 주장이라는 댓글도 여러 개 달렸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우리 역사를 뿌리째 부정하려는 것이므로 일본의 독도 약탈보다도 더 심각한 역사 침탈 행위이다.

다시 정리하면 이 교재는 기존의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에다가 '중국에 반포했다'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도 역사 왜곡인데 거기다가 동북공정식 주장까지 더 보탰으니 더욱 심각하다.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은 훈민정음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 의견이지만 그 뿌리는 길고 강력하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서울대 출신 학자(이숭녕, 강길운, 정광)들이 주장했기 때문이다.


처음 주장은 "이숭녕(1958). 세종의 언어정책에 관한 연구-특히 운수편찬과 훈민정음 제정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여(≪아세아연구≫ 1․2.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29~84쪽)"에서 비롯되었다. 일반인에게는 난해한 이 논문이 1976년 당시 인기를 끌었던 문고판 형식의 대중 학술서 <혁신국어학사>(이숭녕. 1976. 박영사)로 발간되면서 대중한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이 내용이 확대 재생산된 것은 <한글의 발명>(정광. 2015)이 유명 출판사인 김영사에서 나오면서였고, 뉴라이트의 대표 학자인 이영훈의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2018. 백년동안)로 이어졌다.

이숭녕(1958) 이후에도 "진영환(1966). 어제 훈민정음 서문의 새로운 해석-국자 창제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위하여-. ≪논문집≫ 21권 2호. 대전공업전문학교. 13~25쪽.", "강길운(1972). 훈민정음 창제의 당초 목적에 대하여. ≪국어국문학≫ 55․56․57 합본호. 국어국문학회. 1-21쪽."은 선행 연구 인용 없이 같은 주장이 되풀이되었다. "고종석(1999). ≪국어의 풍경≫. 문학과지성사.", "정다함(2009).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동아시아 질서와 조선에서의 한어(漢語)ㆍ한이문(漢吏文)ㆍ훈민정음. ≪한국사학보≫ 36. 고려사학회. 269~305쪽."에서도 한자음 발음기호설과 같은 주장이 공표되었다.

이숭녕 주장의 핵심은 세종이 훈민정음을 일차적으로 한자음 발음기호로 만들었고, 그것이 우리말 전체 표기 기호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 창제 사실을 최초로 알린 1443년 12월 30일 자 세종실록에는 한자어이든 순우리말이든 능히 쓸 수 있는 글자라고 언급돼 있지만, 이런 사실은 무시되었다.
 
큰사진보기훈민정음 언해본의 세종 서문
▲  훈민정음 언해본의 세종 서문
   
 
이런 잘못된 주장이 나온 이유는 세종실록과 훈민정음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1446)을 제대로 보지 않고 한자음 관련 기록만을 편향적으로 주목해 침소봉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창제 목적과 실제 쓰임새를 마구 뒤섞어 창제의 진정성을 흐리고 있다. 이를 테면 통학용으로 산 자전거를 시장에 장 보러 가는 데 사용했다고 장보기용으로 산 것이라고 우기는 식이다.

한자음 발음 기호론자들은 세종이 1443년 12월에 훈민정음을 창제한 뒤 대략 두 달 뒤인 1444년 2월 16일 중국의 한자 발음책인 운서의 한자 발음을 훈민정음으로 적으라고 명령을 내린 것과, 1446년 반포 후인 1448년에 <동국정>이라는 우리나라의 표준한자음 사전을 펴낸 일을 핵심 근거로 든다.

그들이 눈 감은 것

그런데 이들이 못 본 것이 있다. 이 두 사건보다 먼저 일어난 사건으로, 1444년 2월 운서 번역 지시 이전에 하급 관리인 서리들한테 훈민정음을 먼저 가르친 일이다. 이는 관리에게 훈민정음을 먼저 가르쳐 대민 업무에 주로 쓰던 이두를 대체하고 백성한테 빨리 보급하려는 의도로 그리했을 것이다.

그리고 반포 후에는 <동국정운>보다 먼저 <용비어천가>와 한글 불경 책인 <석보상절>을 펴냈다. <용비어천가>는 서사시 125수를 담았는데 그중 한자어는 한자음 표기 없이 한자로만, 순우리말은 한글로 적었다. 그런데 125수 가운데 무려 네 수는 아예 순우리말로만 되어 있다.
 
큰사진보기용비어천가 중에서 순 우리말로 쓰여진 시.
▲  용비어천가 중에서 순 우리말로 쓰여진 시.
ⓒ 김슬옹  
 
훈민정음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가장 중요한 문헌인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 서문'에 따르면 한자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만들었고, 궁극적으로 온 백성이 편안한 문자 생활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더욱이 해례본에서는 한글 표기 낱말을 124개나 들고 있는데 모두 한자어가 아닌 토박이말이다. 만일 한자음 발음기호가 목적이었다면, 토박이말이 아닌 15세기 양반이 쓰던 한자 말을 예로 들었을 것이다.
 
큰사진보기훈민정음 해례본의 한글 표기 어휘 분야별 분류 *( ) 현대 대응어, [ ] 풀이
▲  훈민정음 해례본의 한글 표기 어휘 분야별 분류 *( ) 현대 대응어, [ ] 풀이
ⓒ 김슬옹  

세종은 훈민정음 왜 만들었나 :  해례본과 세종실록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왜 만들었는지는 세종실록과 훈민정음 해례본 기록이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기록 가운데 이숭녕 등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 주창자들이 보지 못한 것이 있다. 세종은 무려 훈민정음 창제 17년 전부터 한문의 어려움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자음 발음기호가 1차 목적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다. 왜냐하면, 법률문을 백성들한테 알리는 문제는 한자음 표기 문제가 아니라 지식 정보를 어떻게 하면 쉽게 표현하느냐의 총체적인 표현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1426년 세종실록의 기록이다.
 
임금이 말하기를, "사람의 법은 함께 써야 하는데, 지금은 옛날과 같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 가까운 법률문을 준용하여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문이란 것이 한문과 이두로 복잡하게 쓰여 있어서 비록 문신이라 하더라도 모두 알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법률을 배우는 생도이겠는가. 이제부터는 문신 중에 정통한 자를 가려서 따로 훈도관을 두어 ≪당률소의(唐律疏義)≫․≪지정조격(至正條格)≫․≪대명률(大明律)≫ 등의 글을 강습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니, 이조로 하여금 정부에 의논하도록 하라." 하였다.<br />- 세종실록 1426.10.27.

이로부터 6년 뒤에는 이두문으로 펴내면 어떨까 고민한 기록도 있다. 이때의 이두문은 당연히 순우리말까지 한자를 빌려서 적은 문자 체계다. 아래는 1432년 세종실록 기록이다. 
 
비록 세상 이치를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법률문에 의거하여 판단을 내린 뒤에야 죄의 경중을 알게 되거늘, 하물며 어리석은 백성이야 어찌 저지른 죄가 크고 작음을 알아서 스스로 고치겠는가. 비록 백성들로 하여금 다 법률문을 알게 할 수는 없을지나, 따로 큰 죄의 조항만이라도 뽑아 적고, 이를 이두문으로 번역하여서 민간에게 반포하여 보여, 어리석은 지아비와 지어미들이 범죄를 피할 줄 알게 함이 어떻겠는가.<br />- 세종실록 1432.11.7.

결국, 이두문도 한자이니 한문과 같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므로 훈민정음 창제 9년 전인 1434년 한문 내용을 일종의 만화로 표현한 <삼강행실>을 펴냈고, 그조차도 실패로 돌아가니 아예 새 문자를 만들게 된 것이다. 한자음 발음 기호론자들은 실록이 보여주는 이러한 역사의 진정성을 왜 의심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의 문자 생활에 대한 고민 기록도 세 건이나 나온다.
 
사형 집행에 대한 법 판결문을 이두문자로 쓴다면, 글의 뜻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이 한 글자의 착오로도 원통함을 당할 수도 있으나, 이제 그 말을 언문으로 직접 써서 읽어 듣게 하면, 비록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일지라도 모두 다 쉽게 알아들어서 억울함을 품을 자가 없을 것이다.<br />- 최만리 외 6인 갑자 상소(1444)에서 인용한 세종 말
 
글자(한자/한문) 모르는 백성이 펼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br />- 훈민정음(1446) 세종 서문
 
한문을 배우는 이는 그 뜻을 깨닫기가 어려움을 걱정하고, 범죄 사건을 다루는 관리는 자세한 사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을 근심했다.<br />- 훈민정음(1446) 해례본 정인지서

세종이 모든 우리말을 정확히 적기 위해 정음 문자를 만든 것이라는 해례본 설명에서도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보기와 함께 여러 번 나온다.
 
큰사진보기훈민정음 해례본 보기
▲  훈민정음 해례본 보기
ⓒ 김슬옹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이러한 훈민정음 해례본 기록과 관련 세종실록 기록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대학졸업 학사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독학사 교재에 왜곡된 국어지식, 특히 대한민국 문화상징 1호인 '훈민정음(한글)' 창제에 관한 기본상식을 완전히 파괴한 지식을 담고 있고, 그 교재가 25만부나 팔릴 때까지 독학학위제를 담당하는 교육부의 국가평생교육진흥원(국평원)과 관련 학회나 국어교육계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제 허황된 학설에 휘둘리지 않도록 훈민정음의 역사적 진실을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제대로 읽고 배우는 교육에 더욱 힘써 훈민정음에 담긴 가치를 제대로 나누어야 한다. 훈민정음은 우리말을 누구나 쉽게 제대로 적어 지식과 정보를 나누라는 세종의 원대한 꿈이 담겨 있는 문자다.

참조: "김슬옹(2020).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 창제설은 허구다. 권오향ㆍ김기섭ㆍ김슬옹ㆍ임종화(2020).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이영훈 우문에 대한 현답≫. 보고사. 160-184쪽 참조.
 
큰사진보기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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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품귀의 역설…죽은 회사 살아나고 회사에 현금쌓여

등록 :2021-10-28 04:59수정 :2021-10-28 07:35

 

미 렌터카업체 ‘허츠’, 신차 공급 줄어 역대급 호황
현대캐피탈 미국법인, 중고차 가격 올라 이익 껑충
현대차, 생산 차질로 재고 줄고 잉여현금 3조3천억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 콘셉트카.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 콘셉트카.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 테슬라 전기차 10만대를 구매해 ‘천슬라’(주가 1천 달러) 시대를 여는 데 영향을 준 미국 렌터카 회사 허츠. 이 기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5월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할 만큼 경영 사정이 나빴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어떤 변화가 생겼길래 42억달러(약 5조원) 규모 전기차를 사겠다며 ‘통 큰 베팅’에 나설 수 있었을까?
 
파산 위기 업체가 5조원 쏠 수 있었던 까닭은?
이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가 허츠엔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품을 구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사가 신차 공급에 어려움을 겪자 렌터카 요금이 뛰고 이 회사 이익도 급증한 것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예상 밖의 결과를 낳은 아이러니다.

허츠의 모회사인 ‘허츠 글로벌 홀딩스’가 미국 나스닥시장 재상장을 위해 이달 중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S-1, 투자 설명서)에도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난다.

 

이 회사가 올해 상반기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EBITDA)은 6억42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손실액 8억3천만달러)에 견줘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 동안 1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던 회사가 올해는 같은 기간 7천억원 이상을 쓸어 담은 것이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1년치 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반전의 발판이 된 건 렌터카 공급 부족이다. 허츠 등 미국 렌터카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여행객과 렌터카 이용자가 대폭 줄자 보유 차량을 중고차로 대거 처분해 현금을 마련했다. 이후 올해 들어 백신 접종 증가 등으로 렌터카 이용 수요가 다시 부활했지만 차량 마련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를 구하기 어려워져서다.

그 결과 렌터카 요금이 훌쩍 뛰었다. 미국 <시엔엔>(CNN)은 최근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 렌털 요금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9월보다 51%나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렌터카 운용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허츠의 대당 월 매출(RPU)은 지난해 상반기 615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274달러로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렌터카 가동률(렌터카 이용 일을 전체 차량의 이용 가능일로 나눈 비율)도 49%에서 76%로 상승했다. 소비자에게 이전보다 훨씬 높은 요금을 받으며 차를 쉴새 없이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6월 사모펀드 등 투자회사를 새 대주주로 맞으며 구조조정에서 벗어난 허츠가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대규모 전기 렌터카 발주까지 나선 셈이다.

 

현대캐피탈 미국 법인의 깜짝 실적…현대차 배당도 늘 듯
 

반도체 수급난이 득이 된 사례는 더 있다. 이형석 현대카드·캐피탈 상무(재경본부장)는 지난 26일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 현지 법인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증가했다”며 “할부 수익 확대와 비용 안정화, 높은 중고차 시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 법인 현대모터아메리카의 자회사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 할부 금융뿐 아니라 보유 차량을 빌려주고 매달 사용료를 받는 리스 사업을 한다. 이런 리스 차량은 계약 만료 때 소비자가 차를 반납하면 리스 회사가 이를 중고차 시장에 처분한다. 그런데 요즘 미국 중고차 시세가 치솟아 보유 차량을 장부가격보다 비싸게 팔며 큰 차익을 얻는다는 이야기다. 이 역시 차량용 반도체 품귀가 빚은 또 다른 파장이다.

 

‘반도체 품귀가 주주 배당에 도움이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전날 올해 경영 실적 전망 수정치를 내놨다. 올해 초 예상 대비 숫자를 가장 많이 고친 건 바로 자동차 사업 ‘잉여현금흐름’(FCF)이다. 잉여현금흐름은 완성차 팔아서 번 현금에서 투자액·세금·각종 비용 등 지출을 제외하고 회사에 실제로 쌓인 현금을 가리킨다.

 

현대차는 애초 올해 잉여현금이 최대 2조4천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훨씬 많으리라 예상했단 얘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올해 잉여현금은 최대 3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기획재경본부장)은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전망인 데다,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에 따른 생산 차질로 재고 자산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신차 공급이 달리며 회사 창고와 야적장에 세워놓은 완성차 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회사에 쌓인 현금도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다.

 

당초 현대차 쪽은 올해 완성차 판매 회복에도 재고와 투자 부담 탓에 현금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론 투자 축소, 생산이 따라잡지 못하는 빠른 재고 소진 영향으로 자금 운용에 외려 여유가 생겼다.현대차는 앞서 지난 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배당 재원으로 쓰겠다는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잉여현금은 지난해(1조1천억원)보다 많게는 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당금 확대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16950.html?_fr=mt1#csidxff4723ceb2466c2a8607da82f083f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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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시범 보이다'에 씌워진 겹말의 굴레

중복어로 자주 지적되는 '시범(을) 보이다' '박수(를) 치다' 같은 말은 관용적 표현으로 인정돼 사전에도 올랐다. 현실적으로 많이 쓰는 말이라 그 용법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언어에서 잉여적 표현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국어에서는 대개 한자어를 중심으로 토박이말이 덧붙는 경우가 많다. 한자어만으로는 의미가 충분히 살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홍성원의 소설 《육이오》에는 ‘넓은 대로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이 오직 불길만이 휘황하게 타고 있을 뿐이었다’ 같은 대목이 나온다(표준국어대사전).
군더더기 비판하지만 ‘시범하다’는 어색해
‘대로(大路)’는 크고 넓은 길이다. ‘대로’만 써도 되는데 앞에 ‘넓은’을 더했으니 중복 표현이다. 하지만 구의 형태로 이뤄져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읽고 쓰는 데 거슬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글의 흐름상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표현이 의미 중복에 해당한다는 것과 그런 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입말을 비롯해 수필 등 시적 표현이 허용되는 글이라면 ‘넓은 대로’라고 한들 시비 걸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결함을 생명으로 하는 신문방송이나 보도자료 등 공공언어를 쓰는 데라면 기피 대상이 된다.

그중 중복어로 자주 지적되는 ‘시범(을) 보이다’ ‘박수(를) 치다’ 같은 말은 관용적 표현으로 인정돼 사전에도 올랐다. 현실적으로 많이 쓰는 말이라 그 용법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다만 단어가 아니라 구(句) 형태의 말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피해(를) 입다’ ‘부상을 입다/당하다’ ‘허송세월을 보내다’ 같은 표현도 겹말 시비에 오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다 용례로 올라 있다. 관용적으로 굳어 그리 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규범의 틀에 매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쓰길
겹말은 외래어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텅 빈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에서 ‘부활의 노래‘를 들려줬다.” 지난해 4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던 때 이탈리아 두오모에서 무관중 공연이 펼쳐져 감동을 선사했다. ‘두오모(Duomo)’는 영어의 ‘돔(Dome)’과 같은 뜻으로, 대성당을 가리키는 이탈리아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밀라노 두오모와 피렌체 두오모가 유명하다. ‘두오모’라고 하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통상 ‘두오모 대성당’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겹말 시비가 있지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언중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기가 결정될 일이다.
 
글쓰기에서 말의 용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연스러움’이다. 가령 ‘시범 보이다’나 ‘박수 치다’를 겹말이라고 해서 ‘시범하다, 박수하다’ 식으로 쓴다면 오히려 어색해진다. ‘결실을 맸다’ ‘자매결연을 맺다’도 자주 지적되는 군더더기 표현이지만 이를 기계적으로 ‘결실했다’ ‘자매결연했다’ 식으로만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다양한 말을 살려 쓰는 게 좋다. ‘결실을 맺다’는 겹말 시비가 있고, ‘결실하다’는 표현이 어색하다. 이를 ‘열매를 맺다’ ‘결실을 보다’ ‘결실을 거두다’ 식으로 문맥에 따라 적절한 서술어와 함께 쓰면 훨씬 맛깔스럽다. 요령은 지나치게 규범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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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서 ‘고발사주 의혹’ 변론하다 본전도 못 찾은 윤석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10/28 09:21
  • 수정일
    2021/10/28 09: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홍준표 “여긴 대선 토론장, 딱하다” 원희룡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건지…”

27일 오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강원도 춘천시 G1(강원민방) 방송국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강원 합동 토론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1.10.27.ⓒ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일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고발사주 의혹을 변론하려 했지만, 되려 다른 후보로부터 면박만 당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G1(강원민방)에서 열린 강원지역 합동토론회에서 대뜸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전날 밤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고발사주 의혹은 자신을 흠집 내기 위한 여권의 공작이라는 점을 강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씨와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이 이뤄진 통화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된 시점부터, 송영길 대표가 공개적으로 수사를 압박했고, 공수처는 송 대표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면서 송 대표의 발언과 공수처의 수사 상황을 하나하나 대조해 가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 전 지사에게 "이 전체적인 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원 전 지사는 당황한 듯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어보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왜 저한테 물어보는지 잘 모르겠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다만 원 전 지사는 "송영길 대표는 민주화운동 세력의 대표적 인물 아니냐"라며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이 검찰 개혁이라고 쓰고 검찰 장악이라고 읽는 위선과 권력의 탐욕 현장을 보는 것 같아서 민주주의의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윤 전 총장이) 말한 각론 부분은 솔직히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 총론만"이라고 말했고, 원 전 지사는 "부당한 압박에 대해 당당히 맞서서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답하며 다른 질문을 유도하려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윤 전 총장은 "고발장을 누가 작성했는지 특정하지 못해서 성명불상자가 작성했다고 하고, 이 정도 되면 손준성 검사로 하여금 영장실질심문에 응하게 만든 것 자체가 의무 없는 자에게 직권남용을 하는 게 되는데, 이 정도 되면 구속영장 청구는 거의 직권남용에 준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의 일방적인 질문에 원 전 지사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 전 지사는 "잘 모르겠고, 윤 전 총장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경제적 공동체니 직권남용의 확장 적용이니 해서 우리나라 법치주의에 매우 근본적인 논쟁이 되는 (사안의) 중심이 되는 분이라, 저한테는 (이와 관련된 의견을) 묻지 말아달라"고 잘라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의 이러한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좋습니다", "알겠습니다"라고 수차례 말을 끊으려고 했지만, 원 전 지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답변을 마쳤다.

윤 전 총장은 홍준표 의원에게도 "계속 여당 당 대표가 공수처를 압박하는데 소위 말하는 '영장사주' 아니냐.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홍 의원은 "전 딱하다 생각되는데, 여긴 대선 토론장"이라며 오히려 윤 전 총장을 훈계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토론장이니까, 남의 당 대표가 우리 당 경선 일정을 감안해서 국민의힘 후보 결정전에 빨리 강제 수사하라는 게, 우리가 대선 토론에서 못 다룰 주제냐"라고 발끈했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이 정책 토론하자고 할 때가 언제인데"라고 맞받아치자, 윤 전 총장은 "이건 중요한 정치 현안이고 정책 토론이지, 인신공격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우리가 묻지도 않았는데, (윤 전 총장 스스로) 그걸 쟁점화해서 대선 토론장에 (들고) 나온 것"이라며 "본인이 수사할 땐 정당한 수사고, 본인이 수사당할 땐 정치 공작이냐"라고 쏘아붙였다.

홍준표에 집중 공격했지만
여유 있게 웃어넘긴 홍준표
"인신공격하는 거 보니 답답한 모양"

27일 오후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강원도 춘천시 G1(강원민방) 방송국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강원 합동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웃는 표정을 보이고 있다. 2021.10.27.ⓒ뉴시스

그동안 토론회에서는 주로 수비에 집중했던 윤 전 총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공격적인 질의를 이어갔다. 각종 논란으로 지지율에 경고등이 켜지자 토론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 대상은 윤 전 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홍 의원에게 집중됐다. 윤 전 총장은 상대적으로 홍준표 캠프에 세 결집이 안 되는 점을 언급하며, 홍 의원의 리더십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저는 정치 초심자인데 많은 분이 온다. (그런데) 홍 의원 쪽에는 상대적으로 그게 적다"며 "복당하는 때에도 동료 의원들이 참 많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정치하면서 한 가지 분명한 건, 저는 계파를 만들지 않고 (계파에) 속해본 적도 없다"며 "(정치에 입문한) 26년 동안 단 한 번도 계파의 졸개가 되어 본 일이 없다. 그래서 난 계파도 없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본인이 동료나 후배에게 말씀을 함부로 한다거나 독선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느냐"며 공세를 펼쳤다.

홍 의원은 "지금 윤 전 총장 진영에 가 계신 분들은 구태 기득권 정치인의 전형이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분이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앉아서 사람들 우르르 끌어모아서 10년 전 하듯, 그건 구태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 전 총장이 홍 의원 측 인사를 언급하면서 "인신공격 같으니 (이건) 질문하지 말기로 하고"라고 말하자, 홍 의원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홍 의원은 "(이미) 인신공격을 다 했다"며 "(윤 전 총장이) 인신공격까지 하시는 거 보니, 이제는 답답한 모양"이라고 뼈 있는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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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상 첫 법관 탄핵 이뤄질까

헌법재판소,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선고... 결과는 '예측불허'

21.10.28 07:30l최종 업데이트 21.10.28 07:30l
큰사진보기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 8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 8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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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8일) 오후 2시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심판의 결과가 나온다.

국회는 지난 2월 4일 임성근 당시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헌법재판소는 6월~8월 세 차례 변론을 열었다. 이 사건의 결론은 예측불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법관은 왜 탄핵당했나 국회에서 가결한 탄핵소추안은 임성근 전 판사를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 헌법위반행위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임 전 판사는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돼있다. 그는 2014~2015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있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정윤회 전 보좌관과 함께 있었다는 보도로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재판에 개입했다.

그는 이 사건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으로부터 판결문 구술본을 보고받고 이를 수정하도록 했다. 임 전 판사는 임종헌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그는 또한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재판장 최아무개 부장판사로 하여금 이미 선고한 판결 이유를 수정·삭제하도록 하기도 했다.

임 전 판사는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 사건 각 재판관여 행위는 피고인의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의 이러한 표현은 탄핵 소추의 근거 중 하나였다. 반면, 임성근 전 판사 쪽은 "1심 판결의 일부 문구만을 근거로 탄핵 소추의 굴레의 씌운다"라고 반발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18년 11월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하여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하여 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하여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이날 탄핵 논의 촉구안도 함께 결의됐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탄핵 심판의 최대 쟁점은 이미 퇴직한 판사를 탄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임 전 판사는 지난 2월 28일 퇴직했다. 2월 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도 논란이었다. 당시 법조계 전문가들도 헌재가 심리를 진행할지, 또는 탄핵 심판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각하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이는 임성근 전 판사 쪽이 변론에서 줄곧 주장했던 것이다. 지난 6월 1차 변론 당시 임 전 판사 쪽 이동흡 변호사는 "임기만료로 퇴임한 피청구인에게 탄핵 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탄핵 소추를 인용하여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 결정을 인용할 수 없다는 것에 학설상 이견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 쪽 이명웅 변호사는 "임기 만료로 해서 더 이상 탄핵심판을 할 수 없다고 하면 임기 만료 즈음해서 생긴 어떤 공직자의 불법행위를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도 연방 대통령에 대해 해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영국·미국·독일 다 마찬가지고, 그 조항은 법관에도 준용된다"라고 반박했다.

국회는 특히 미국 상원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심판 역시 임기만료 후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임 전 판사 쪽은 "정치적 판단"이라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사상 첫 법관 탄핵심판은 결정만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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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국가장 비판 속 ‘화해’ ‘화합’ 부각한 조선·중앙

 

  • 기자명 금준경 기자
  •  입력 2021.10.28 07:53
  •  수정 2021.10.28 08:04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경향신문 1면 ‘국가장’ 반발 전해... 조문행렬 메시지 전달 보도에도 “아물지 않은 상처” “이정표 세워” 온도 차

 

 

전 대통령 노태우씨의 장례에는 여러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5·18 당시 시민군이 빈소를 찾아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반면 ‘국가장’ 결정에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조문 행렬이 이어지며 ‘공’과 ‘과’가 함께 언급되고 있다. 28일 아침신문은 이 같은 복합적인 상황을 전하며 논조에 따라 다른 초점을 보였다. 

한겨레 경향신문 1면 ‘국가장’ 반발

정부가 27일 국무회의를 열어 전 대통령 노태우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되 국립묘지에는 안장하지 않기로 했다. 

한겨레는 1면 “노태우 ‘국가장’이 덧낸 상처” 기사를 통해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씨와 그 가족이 추징금 납부와 광주학살 관련 사과조차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씨와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지만, 헌정을 유린한 이에게 국가장은 가당치 않은 예우라는 주장”이라 전했다. 한겨레는 기사 도입부에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는 5·18 단체들의 성명을 전했다. 

28일 한겨레, 경향신문 1면
28일 한겨레,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 역시 1면에 “정부, 노태우 ‘국가장’ 치르기를... 5·18 단체들 ‘유감’” 기사를 내고 “여당의 광주지역 의원들과 5·18 관련 단체들은 국가장 결정에 반발했다”고 전했다. 

이날 지역 신문 전남일보 역시 “노태우 국가장 결정...  5·18 단체 ‘깊은 유감’” 기사를 내고 “5·18단체와 광주전남 시민단체 등은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해’ ‘화합’ 1면 부각한 조선·중앙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면에 5·18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씨의 전 대통령 노태우씨 장례식장 조문 현장을 전하며 ‘화해’ 메시지를 부각했다. 조선일보의 관련 기사 제목은 “빈소 찾은 5·18 시민군 ‘이제 화해하기를’”이다. 조선일보는 “고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달리 아들을 통해 수차례 광주 학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한다는 얘기를 했다” “이제는 하나된 대한민국을 위해 오늘을 기점으로 화해하고 화합했으면 한다”는 박남선씨의 과거 인터뷰 내용을 부각했다. 

28일 조선, 중앙일보 1면
28일 조선,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는 1면에 “노태우 사죄 유언, 화해 통합의 빈소 열었다” 기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오늘을 기점으로 화해하고 화합하고 용서했으면 한다”는 박남선씨 발언을 전하며 “박씨의 바람처럼 적어도 이날 빈소 풍경은 사과와 용서, 화해에 가까웠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1면에 이 사진을 보도했으나 조선·중앙일보는 별도의 관련 기사를 통해 ‘화해’라는 메시지를 부각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1면에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 30일까지 국가장으로” 기사를 통해 ‘국가장’으로 결정한 사실을 전했다. 이는 ‘반발’을 전면에 부각한 한겨레, 경향신문 1면 기사와는 제목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28일 일간지 1면 기사 모음
28일 일간지 1면 기사 모음

경향 “아물지 않은 상처” 동아 “이정표 세워” 
조문행렬 메시지 전달 보도에도 온도 차

이날 주요 신문 보도는 각계각층의 조문 행렬에 대해서도 온도 차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노, 과오 있었지만 현대사 이정표 세웠다’ 각계 조문 행렬” 기사를 통해 ‘공과’ 가운데 ‘공’을 제목에 부각하며 조문 행렬을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청 비서실장 조문... 박병석 국회의장 ‘아물지 않은 상처 남겨’” 기사를 내고 ‘과’에 방점을 찍었다. 

조선일보는 조문 행렬을 전하며 “여야 재계 인사들 조문 잇따라... 문 대통령도 조의 표해” 기사를 내며 ‘대통령의 조의’를 부각했다. 반면 한겨레는 “전두환과 달리 ‘반성 행보’ 고려...문 대통령, 조문은 않기로” 기사를 냈다. ‘조문을 하지 않은 사실’을 부각한 기사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문행렬 보도 갈무리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문행렬 보도 갈무리

국가장 반발을 전면에 부각한 한겨레, 경향신문과 달리 국가장 결정을 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과오가 있지만 성과도 있다’는 대통령 메시지를 부각한 언론도 적지 않았다. 일례로 중앙일보는 “닷새간 국가장으로... 문 대통령 ‘과오 적지 않지만 성과도’” 기사를 냈다. 

손준성 영장 기각에 조선·중앙 공수처 ‘비판’ 
동아 “공수처 헛발질 했지만 의혹 흐지부지 안 돼”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1호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증거 인멸이나 도망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날 언론은 공수처의 수사를 지적하면서도 비판 강도와 초점에는 차이가 있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공수처는 야당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엮어 넣는 것이 고발 사주 수사의 최종 목표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처음엔 ‘황제 조사’로, 이번엔 영장 기각으로... 함량미달 공수처” 기사를 내고 공수처가 편향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역시 “영장 헛발질 공수처, 정치 중립 의심 받는다” 기사를 통해 영장 청구를 “무리수”라고 지적하며 공수처의 문제를 비판했다.

28일 조선일보 기사
28일 조선일보 기사

동아일보는 조선·중앙과 차이를 보였다. 동아는 사설을 통해 “공수처 수사 역량이 이정도인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공수처의 잇단 헛발질로 수사 동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의혹의 실체가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며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가 제대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의 수사가 부실했음을 지적하면서도 고발사주 의혹에는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영장 기각은 공수처가 사실상 자초했다”면서도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는) 법률가이자 공직자답게 당당히 공수처 조사에 응해야 마땅하다”라고 해 동아일보와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28일 온도 차를 보인 조선, 동아 사설.
28일 온도 차를 보인 조선, 동아 사설.

한겨레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공수처의 부실한 수사 문제에는 거의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공수처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가 손 검사를 직접 조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손 검사가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손 검사’가 수사에 응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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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중심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 출범

경기도 설립 주도...초대회장에 최대호 안양시장 선출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10.26 17:12
  •  
  •  댓글 1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가 25일 회장단을 선출하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사진제공-경기도]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가 25일 회장단을 선출하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가 주도한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남북교류협력사업 협의체인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협의회)가 25일 회장단을 선출하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경기도는 이날 오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 1차 총회'를 개최하여 최대호 안양시장을 협의회 회장으로, 이재준 고양시장·김종천 과천시장· 박승원 광명시장·박정현 부여군수·정동균 양평군수를 부회장으로 선출했다. 
 
협의회 사업의 재원이 될 분담금 안건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의 규모·인구 기준으로 차등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회장 지방정부인 안양시를 중심으로 사무국을 운영하기로 하고 실무역량을 강화해 △지방정부 남북교류협력사업 활성화 및 공동사업 발굴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관련 법령 개선 및 제도적 기반 구축 등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 지방정부가 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저변이 더욱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초대 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최대호 안양시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지방정부에서 나서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협의회가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이날 총회 환영사에서 "지방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량을 충분히 갖췄고, 남북관계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소규모 협력사업으로 돌파구를 열어왔다"고 하면서 "회장단을 중심으로 정보와 노하우를 나누고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평화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말했다.

이날 총회는 이 평화부지사와 회장단은 현장에서, 회원들은 영상회의로 참여하는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재 협의회에는 경기도와 도내 31개 시군을 비롯해 서울, 부산, 인천, 울산, 경남, 충남, 전북, 대전, 강원, 충북지역의 29개 시군구 등 총 61개 지방정부가 참여하고 있다. 

한편,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공동 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5월 21일 출범한 정책협의체이며, 경기도가 4.27판문점 선언 이후 2018년부터 구성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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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전두환과 이어진 영욕의 삶

12.12 쿠데타 주역,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 형 확정 뒤 특별사면

 

 

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이지만, 12.12 군부 쿠데타 주동 세력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정치 군인'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피하지 못한다.

 

노 전 대통령의 생애는 1951년 육사 11기 동기로 인연을 맺어 함께 12.12 군부 쿠데타를 일으켰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대부분 겹친다.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자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육사 생도 및 장교단의 '혁명 지지 시가행진'을 주도하며 '정치군인'의 길을 걸었다.

 

특히 훗날 정치 개입 폐단의 진앙으로 지목되는 군부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전 전 대통령의 주도로 결성했으며,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살해된 뒤 12.12 군사 쿠데타를 주도했다. 공교롭게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사망일과 일치하는 날에 별세했다.


 

12.12 쿠데타 당시 9사단장이던 노 전 대통령은 최전방부대를 동원해 쿠데타에 결정적으로 기여해 '전두환 후계자'의 기반을 닦았다. 

1974년 장군으로 진급한 이후엔 신군부의 2인자로 제 9공수특전여단장, 청와대 작전차장보, 보안사령부 사령관 등을 지냈으며, 1980년 국가보위입법위원회 비상대책위원과 상임위원을 지냈다.


 

이후 제5공화국에서 1981년 정무2장관, 대통령 특사, 1982년 체육부 장관, 41대 내무부 장관 등을 차례로 역임했다. 

 

▲사진은 1995년 10월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 ⓒ연합뉴스
 

전두환 정권의 2인자 발판을 다진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민정당 총재가 됐으며, 전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민정당 대선후보로 지명됐다. 결국 '1노3김(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겨룬 1987년 대선에서 승리하고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지만, 이는 전 전 대통령이 대통령 간선제 유지를 위한 4.13 호헌 조치 발표로 6월 민주화항쟁이 거세지자 6.29 선언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린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6.29 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형성된 정치체제가 바로 '87년 체제'다.

 

노 전 대통령은 군부 출신이지만 민주적 절차에 의해 탄생된 만큼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갈등이 불가피했다. 취임 뒤 '5공 청산' 요구가 강해지고 '전두환 구속'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권고로 백담사로 떠났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법정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노태우 정부 이후 집권한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5년, 12.12 쿠데타 내란과 5.18 민주화운동 폭력 진압 주범으로 지목돼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 기소됐으며,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 

그러나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이들을 특별사면했다.


 

똑같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과 12.12 쿠데타에 가담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이후 행보도 다소 차이가 있다.  전 전 대통령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 2628억 원을 완납했으며 아들 노재헌 씨가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조화를 보내고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2002년 암 투병 생활을 시작한 노 전 대통령은 외부 활동을 삼갔고 전 전 대통령과 교류도 드물었다. 다만 2014년 전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병문안한 자리에서 "나를 알아보겠는가"라고 물었던 일화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별세로 전두환-노태우 인연은 막을 내렸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2009년), 김영삼 전 대통령(2015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2018년)에 이어 노 전 대통령까지 생을 마감해 '1노3김'이라는 정치의 시대도 마침내 막을 내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0261519365941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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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기 북한의 대남정책과 이에 대한 대응 대책

[아침햇살149] 현시기 북한의 대남정책과 이에 대한 대응 대책

 

이형구 | 기사입력 2021/10/27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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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시정연설로 본 북한의 대남정책

1) 남북관계 악화 원인

2)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

3)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원칙적 문제 제시

 

2. 평가

 

3. 대응 대책

1) 추가로 역제안을 해야

2) 전쟁 위기는 없는가?

3)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두려워한다

4) 한국은 북한을 이길 수 있나?

5) 미국을 믿고 대북강경책을 써도 될까?

6)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까?

7) 역제안

 

 

 

최근 한미 당국이 종전선언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0월 24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뒤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과 계획을 모색하기 위해 노 본부장과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특히는 한미 당국이 종전선언 문안을 놓고 협의 중이며 미국 정부는 법률가를 동원해 종전선언이 어떤 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한다. 매우 구체적으로 준비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물밑에서 어떤 협상이 진전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종전선언이 실현되리라 기대하기도 한다.

 

이번 아침햇살에선 한반도 정세를 정확히 보기 위해서 현시기 북한의 대남정책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국 정부가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다뤄보겠다.

 

1. 시정연설로 본 북한의 대남정책

 

북한의 대남정책을 알기 위해선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시정연설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당면투쟁방향에 대하여’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최고지도자가 공식적으로 밝힌 정책은 북한 체제 특성상 다른 담화나 보도보다 중요하며 당면 정책을 규정하는 강령적인 의의가 있다. 따라서 시정연설을 보고 그에 맞게 대응해야 가장 정확한 대북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1) 남북관계 악화 원인

 

먼저 시정연설은 남북관계가 악화 상태에 놓인 원인을 밝혔다.

 

시정연설은 우선 “지금 남조선에서 우리 공화국을 ‘견제’한다는 구실 밑에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 증강 책동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우리를 자극하고 때 없이 걸고 드는 불순한 언동들을 계속 행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시정연설은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이며 이것은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라고 밝혔다. 

 

북한은 남북관계 악화 원인으로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 적대적인 언동을 언급했고 또 편견과 이중기준, 적대시정책을 꼽았다.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이 줄곧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한미 당국은 올 8월에도 북한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했다.

 

무력증강은 요즘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22~26 국방중기계획’에서 무기 구매를 위한 방위력개선비로 106조 7천억 원이나 편성했다. 2026년 국방예산은 7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무력증강 중에서 북한이 특히 문제 삼는 건 외부에서 첨단무기를 사들이는 것이다.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한국 정부가) 계속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첨단무기 반입이란 한반도 외부에서부터 무기를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국방기술품질원이 2019년에 발간한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8년 한국은 약 63억 달러, 8조 원가량의 미국산 무기를 샀다. 세계 네 번째 미국산 무기 수입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무기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는 9월 1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무기를 국산화하고 자력 개발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태도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5일 SLBM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의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SLBM의 성격을 북한 공격용으로 규정하고 대북 적대적인 발언을 한 데 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9월 15일 문재인 대통령 발언 당일 바로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 따라 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하며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중기준을 지적했다. 시정연설은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라고 짚었다. 시정연설에 앞서 9월 25일 김여정 부부장도 “다시 한번 명백히 말하지만 이중기준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 줄 수 없다”라며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이 지적하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도발’이라고 표현했으면서 한국의 미사일 발사는 ‘억지력 확보’라고 표현했는데 왜 똑같은 행동을 두고 다른 입장을 보이냐는 것이다. 그 다른 입장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표현하진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10월 19일 SLBM 발사를 ‘유감’이라고 했다. ‘도발’만큼 도발적인 표현을 피하려고 신경을 쓴 것 같긴 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이중기준에서 벗어나진 못한 듯 보인다.

 

2)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

 

시정연설은 “얼마 전 남조선이 제안한 종전선언 문제를 논한다면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고 그로 하여 예상치 않았던 여러 가지 충돌이 재발될 수 있으며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우려심만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시기상조임을 밝혔다.

 

북한의 주장은 남북이 대결하고 있는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종전선언만 한다고 평화가 오겠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전선언을 했는데 한미 당국이 연합훈련을 계속 진행한다고 가정해보자. 북한은 종전선언을 했으니 전쟁이 끝났는데 왜 적대행위를 하느냐고 반발할 텐데, 이때 한국과 미국은 종전선언을 했으니 한미연합훈련은 대북적대행위가 아니라고 강변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종전선언이 평화를 불러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갈등을 불러와 정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종전선언을 했는데도 적대행위가 계속되면 신뢰가 더욱 허물어지기 때문에 갈등이 훨씬 증폭될 수 있다. 그래서 시정연설에서는 종전선언이 자칫하면 “예상치 않았던 여러 가지 충돌이 재발”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짚은 것이다.

 

3)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원칙적 문제 제시

 

시정연설은 한국 당국의 남북관계를 대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남조선 당국이 계속 미국에 추종하여 국제공조만을 떠들고 밖에 나가 외부의 지지와 협력을 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라거나 “북남관계악화의 원인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방치했으며 아무러한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정연설은 남북관계에 대한 원칙적인 태도를 제시했다.

 

먼저, “남조선당국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대결적인 자세와 상습적인 태도부터 변해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으로 민족자주의 입장을 견지하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북남관계를 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게 있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앞서 소개한 대로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2. 평가

 

한국은 시정연설에 나온 대남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시정연설을 평가하려면 먼저 기준을 잡아야 한다. 똑같은 사안이라도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 다양한 정견을 넘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려면 공동의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세울 기준은 무엇일까? 기준은 바로 남북이 합의한 공동선언이 되어야 한다.

 

남과 북은 2018년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사회 특성상 두 선언을 100% 지지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 국민은 2018년 4월 30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88.4%가 판문점선언을 잘됐다고 평가했다. 2018년 9월 정상회담은 같은 해 9월 24일 KBS 여론조사 결과 83%가 잘했다고 긍정했다. 

 

한국 국민 85%와 북한 국민 100%가 동의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전체 한반도 주민의 약 90%, 즉 전 민족이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정도로 압도적이면 남북선언은 정치적으로 정통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으며 기준으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 누군가 남북관계에 대한 견해를 내놓을 때 정당성이 있는 주장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려면 이 두 선언에 부합하는지 아닌지를 두고 판단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시정연설에서 제시된 대남정책이 두 남북공동선언에 부합하는지 살펴보자.

 

북한은 남북관계 악화 원인으로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 그리고 편견·이중기준·적대시정책을 꼽았다.

 

판문점선언 2항에선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 1항에선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해나가자며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상대방을 향한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을 중단하자는 주장은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부합한다.

 

판문점선언 2항에서는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구체적인 적대행위로 지목하고 이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상대방을 향한 적대적 발언도 지양하는 것이 남북공동선언 내용에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제시한 원칙적 문제들도 살펴보자.

 

시정연설은 한국 당국이 미국을 추종하고 국제공조만을 중시한다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으로 민족자주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문점선언 1항엔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이 규정돼있다. 평양공동선언 서문에도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한다고 명시됐다.

 

따라서 민족자주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두 선언 내용에 부합한다.

 

시정연설 대남정책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에 부합하기 때문에 타당성을 가진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3. 대응 대책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떤 대응 대책을 세워야 할까?

 

1) 추가로 역제안을 해야

 

먼저 원칙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대응은 첫째 철두철미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기초해야 한다. 

 

둘째로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남과 북은 2018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합의하며 관계개선의 기회를 만들었지만 아직도 남북관계는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전보다 관계가 악화됐다. 따라서 더는 말뿐인, 실현 가능성이 없는 대응은 지양해야 한다. 

 

셋째로는 실용적이어야 한다. 실용적이라는 것은 한국 국익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족적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기준으로 대응책을 논의해보자.

 

먼저 시정연설을 보면 그 내용이 남북공동선언에 부합한다는 점은 앞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한국도 시정연설을 가볍게 보지 말고 주목해야 한다. 시정연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더 나아가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북한에 역제안해서 대응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한국이 북한에 내밀 역제안엔 무엇이 있을까?

 

여기서 한국이 심사숙고해야 할 중요 과제가 있다. 한국이 남북관계에서 확실히 해두어야 할 절대적인 조건이자 대전제가 있는데 그건 바로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2) 전쟁 위기는 없는가?

 

일각에서는 전쟁 위험성을 얕보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람은 시정연설을 보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시정연설은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라며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의식, 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10월 11일에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개막식 기념연설에서는 “남조선이 한사코 우리를 걸고 들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주권행사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면 장담하건대 조선반도의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두 연설은 한국과 미국의 대북적대행동을 당장 군사행동을 벌여 분쇄하겠다는 식의 위급한 내용이기보다는 충돌을 막고자 하는 평화실현 의지를 강력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현 상황이 언제 군사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은 아니라고 정세를 판단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남북관계가 당장 개선되지 않더라도 금방 군사충돌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며 지금처럼 그냥 애매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정세분석이라고 할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연설은 전 세계가 주목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이 정세에 미칠 영향을 심중히 고려했을 것이다. 연설이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선 남북관계나 남북 민심, 민족 전체의 감정을 살펴야 한다. 

 

실제로 시정연설과 ‘자위-2021’ 연설을 보면 북한이 한국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면서도 이것이 남북대결을 조장하지 않게끔 하고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신시켜주기 위해서 단어와 표현을 고르고 다듬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자위-2021’ 연설의 경우 언론은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는 말에 주목했다. 최근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했고 연설 장소도 무기 전람회였지만 언론은 이 연설을 ‘평화’의 메시지로 해석한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9월 25일 “남조선이 북남관계회복과 건전한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말 한마디 해도 매사 숙고하며 올바른 선택을 하여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북한도 이 말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은 평화실현 의지가 반영된 매우 정제된 내용이라고 봐야 한다. 연설 표현 수위가 세지 않다고 해서 전쟁위기가 없다고 여기면 정확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세의 위험성을 빼놓지 않고 설명했다. 시정연설에서는 “최근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우려스러운 무력증강, 동맹군사활동을 벌이며 조선반도 주변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북남 사이에 더욱 복잡한 충돌위험들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위-2021’ 연설은 좀 더 수위가 높다. “조선반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야기시키는 적대세력들의 온갖 비열한 행위들에 견결하고 단호한 자세로 맞설 것이며 평화적인 환경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그 원인들을 차차 해소하고 없애버려 조선반도 지역에 굳건한 평화가 깃들도록 도모하기 위함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의 군사 긴장을 야기하는 원인과 적대세력으로는 미국과 주한미군 그리고 한국 내 대북강경세력을 꼽을 수 있다. 북한은 이를 제거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연설 전반이 매우 정제된 표현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발언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될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9월 25일 담화에서 남북관계를 논평하며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라고 표현했다. 폭풍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서로를 비방하는 ‘말 대 말’ 공격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 정도를 두고 폭풍이라고 표현하진 않았을 것이다. 북한 군대에는 ‘폭풍’이라는 용어가 있다. 일종의 비상상태 선포인데 지휘관이 ‘폭풍’ 명령을 내리면 전 부대가 즉각 태세를 갖추고 행동에 나서게 된다. 김여정 부부장이 ‘폭풍’이라고 했을 땐 그런 비상상황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고, 이는 전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당국이 전력을 다해 최우선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는 폭풍, 즉 전쟁을 막는 것이다.

 

3)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두려워한다

 

물론 전쟁은 당위적으로 피해야 한다. 하지만 전쟁을 막아야 할 더 현실적이고 절박한 이유는 전쟁에서 북한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전쟁에서 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주관적인 욕망과는 별도로 실제로 이길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전쟁은 근거 없이 무조건 이길 것 같다거나 혹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달려들어선 안 된다. 현실은 현실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세계초강대국이라는 미국도 북한을 대할 땐 모의전쟁(워게임)을 해가면서 심사숙고한다.

 

2020년 미국의 랜드연구소 육군연구부문이 모의전쟁을 해보았더니 1시간 만에 북한의 포격으로 한국 국민이 20만 명 사상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 예전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곤 했다. 미국은 1994년에 북한 폭격을 몇 시간 앞두고 모의전쟁을 해보았더니 54만 명이 사상당하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는 결과가 나와 폭격을 포기하는 일이 있었다. 2003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모의전쟁을 진행했는데 “우리가 패배한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1차 모의전쟁을 참관한 기자는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유효한 군사적 선택 카드가 하나도 없다는 점 때문에 좌절감을 맛보았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보유를 하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나온 결과였다. 2017년 롭 기븐스 전 미 공군 준장은 “미 국방부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남한에서 매일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근 북한은 최신 전략무기들을 과시하고 있다. 그중엔 9월 28일에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도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반도 남부지역까지 1분이면 도달할 정도로 빨라 요격하기 어렵고 위력적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사일 방어체계에 경보를 울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했다. CNN은 10월 21일 미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가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험의 목적은 활공체의 성능 중 한 가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미사일은 로켓이 분출해 일정 궤도 이상으로 올라간 후에 활공한다. 그런데 미국은 미사일이 활공하기도 전에 일정 궤도에 올리는 단계에서 실패해버리는 바람에 원래 목적한 활공 시험은 하지도 못했다. 이번이 첫 실패도 아니며 올해 4월에도 B-52 폭격기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험을 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미국이 첨단무기 분야에서 북한에 뒤처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은 북한을 매우 신중하게 상대한다. 과거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북한을 선제공격하겠다는 식으로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당장 핵항공모함이나 전투기를 출격시켜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이런 일을 벌이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면서도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라고 끊임없이 대화를 제안한다. 북한은 한두 번 거절한 뒤로는 미국이 제안해도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미국이 굴욕을 느낄 것이고 자존심도 상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존심이 없어서 북한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북한과의 대결을 꺼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화를 구걸하는 것이다. 이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4) 한국은 북한을 이길 수 있나?

 

여기서 희한한 건 미국이 북한을 어려워하는 데 비해 한국은 북한을 너무 가볍게 대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9월 15일에 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 SLBM 잠수함 발사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16년에 이미 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는데 북한을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북한은 10월 20일에 신형 SLBM 시험발사를 하면서 5년 전에 SLBM 발사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은 조선중앙통신과의 담화에서 남측의 SLBM 시험발사 장면을 분석한 결과 “분명 잠수발사 탄도미사일이 아니었다. 사거리가 500㎞ 미만인 전술탄도미사일로 판단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발사한 건 SLBM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어떤 기자가 10월 20일 청와대 관계자에게 ‘북한이 우리 군의 SLBM을 평가절하했는데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청와대 관계자는 “심층적으로 분석을 한듯한 평가 멘트를 저도 봤다. (그러나 청와대의) 별도 의견은 없다”라며 반박하지 않고 침묵했다. 사실상 북한의 주장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10월 21일에 자체 개발했다는 나로호를 발사했다. 안타깝게도 다소 부족한 점이 있어 인공위성 더미가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실패이긴 하지만 이런 기술진보 시도는 중요하며 향후 더 큰 성과를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1998년에 이미 자체 기술력으로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쏘았고 그 후 2009년, 2012년, 2016년 총 네 차례 쏘아 올렸다. 한국이 북한을 군사기술적으로 가볍게 볼 상황은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얕보고 남북대결을 조장하는 발언을 계속한다. 앞서 소개했듯 문재인 대통령은 SLBM 시험발사를 두고도 북한 도발에 대한 억지력이라고 북한을 적대하는 자극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심지어 북한과의 체제 대결론을 꺼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의 GDP는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습니다.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습니다”라고 말했다. 2021년 10월 5일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도 “체제경쟁이나 국력의 비교는 이미 오래전에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습니다”라고 또다시 체제경쟁을 언급했다. 

 

남과 북은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체제통일이 아닌 연합연방제 통일방안에 합의했다. 이미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체제에서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체제가 달라도 같은 민족임을 중시해서 통일하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여전히 체제 대결의 관계로 본다. 한국이 체제 대결에서 이겼으니 북한이 이제는 포기하고 굴복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정말 체제 대결은 한국의 승리로 끝났을까? 앞서 살펴본 극초음속 미사일과 SLBM과 인공위성 발사, 이 세 가지 사례를 보면 정말 체제 대결에서 북한을 이긴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북한의 체제가 붕괴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체제가 흔들리는 조짐도 없으며 군사기술력 부분에서 오히려 한국을 앞지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한국이 북한을 이겼다는 주관주의적인 오판에 사로잡힌 나머지 북한이 이룬 성과를 무턱대고 부정한다. 북한이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SLBM을 선보이자 종이모형이라며 가짜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2012년에도 북한이 화성 13형을 선보이자 종이모형이라는 분석을 내기도 했었다. 물론 2017년 북한이 화성 15형을 발사해 미 전역을 핵공격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지금은 화성 13형이 모형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이는 정말 무책임한 대중선동이다. 이 미사일을 종이모형이라며 평가절하했는데 실제 전쟁이 일어나 종이모형이 아닌 실제 미사일로 공격이라도 받게 되면 그때 가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문재인 정부도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성공을 평가절하하는데 무턱대고 우리가 다 이기고 있다는 식의 태도와 발언들은 굉장히 위험하다. 전쟁, 체제대결 같은 건 개인적인 호승심에 사로잡혀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게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오히려 미국은 북한과의 충돌을 우려해 신중하고 고심한다. 10월 21일 미국의 해리티지 재단은 “북한은 핵무기와 함께 아시아에 있는 동맹과 미군은 물론 미 본토를 위협하는 다양한 미사일 시스템을 갖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미 본토를 보호하는 미사일 방어망을 압도할 위험이 있”고 “한국은 현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방어망이 없다”라고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해리티지 재단이 친북단체이거나 미국이 북한에 지기를 바라서 이런 분석을 내놓았겠는가. 이런 부분에서는 자신의 바람이나 성향을 떠나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현실적으로는 굳이 체제대결을 따져보자면 한국이 과연 북한을 이겼는지 의구심 든다. 북한과 군사대결을 한다고 하면 위기의식과 열패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5) 미국을 믿고 대북강경책을 써도 될까?

 

한국은 주한미군에 안보를 의존한다. 한국의 주요 안보 실현 수단은 한미연합훈련이고 무력 증강을 하는 것도 F-35 전투기를 도입하는 등 미국에 의존한다. 그런데 정작 미국은 만약의 상황에서 한국을 보호해줄 수 있을까?

 

만약 북한이 미국에 몇 월 며칠까지 평택 미군기지에서 모두 철군하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 날 오전 10시에 평택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초토화하겠다는 선포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서 워싱턴 앞바다에서 SLBM을 실은 잠수함이 잠시 떠올랐다가 가라앉는 등 미 본토를 언제든 공격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미국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북한이 시키는 대로 철수하거나 아니면 버티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북한의 경고를 듣고서 말로는 강경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어떻게 할지는 또다른 문제다. 실제로 미국이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린 적이 있다. 이때 미국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첫째로 미국이 아프간에서 한 행동을 보자. 7월 2일 미군이 아프간 최대 미군기지인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장갑차 등 무기까지 내버려 두고 야반도주해 논란을 일으켰다. 바그람 기지의 아프간군 사령관인 미드 아사둘라 코히스타니 장군은 “미군이 떠난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우리는 (미군이 떠난 후인) 아침 7시가 돼서야 미군이 이미 바그람을 떠난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미군이 철수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만약 계획된 철수였다면 미군이 무기나 각종 물품을 내팽개치고 황급히 떠날 이유가 없다. 무기와 물품을 가지고 순차적으로 철수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아프간군에 인도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미군은 그렇지 않았다. 

 

미군이 바그람 기지에서 왜 야반도주해야 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합리적으로 추론해보자면, 아침이 밝으면 당장 공격당할 예정이고 공격이 시작되면 피해가 막대할 거라는 첩보를 미국이 긴급히 입수한 게 아닐까 싶다. 이런 경우여야만 갑자기 도망친 걸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세계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 보일 수 있는 행태인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중요한 건 미군이 야반도주했다는 건 분명히 일어난 사실이라는 것이다.

 

둘째로 크림반도 사건을 보자.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병합해버렸다. 미국은 1994년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를 체결해 우크라이나를 보호해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미국은 그냥 지켜볼 뿐 우크라이나를 보호해주지 못했다. 미국은 그 후 7년이 지나도록 크림반도를 되찾아줄 그 어떤 적극적인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셋째로 대만 문제를 보자. 10월 2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방어해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미국은 그렇게 말할 것이다. 차마 중국이 대만을 공격해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거라고 답변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7월 26일 존 하이튼 미 합동참모차장은 미국이 작년 10월 중국을 상대로 대만해협에서의 모의전쟁을 해보았는데 그 결과 “침소봉대 없이 비참하게 실패”했고 “중국이 미국을 쉽게 무찔렀다”라고 밝혔다. 하이튼 합참차장은 미국의 패배 이유로 “지금 세계에서 초음속 미사일과 장거리 폭격이 모든 영역에서 아군을 둘러싸고 있”으며 “중국은 우리가 하기 전에 무엇을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라고 구체적인 정황을 소개했다.

 

10월 16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7월 비밀리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미 정보당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에 깜짝 놀랐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 기사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로버트 우드 미국 군축 대사는 해당 보도에 “우리는 이런 기술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모른다”라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자인 밥 우드워드는 올해 발간한 신간 『위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었던 한 사건을 폭로했다. 작년 10월 30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혹시 중국과 전쟁을 할까 봐 우려한 나머지 리줘청 중국 합참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당신들을 상대로 어떤 작전을 수행하거나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공격하면 미리 전화해 알려주겠다. 갑작스러운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내통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전시상황이었다면 즉결처분감이다. 미군 수뇌부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절대로 중국과 전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미국은 매우 허약하고 마치 종이호랑이, 나아가 종이고양이 같은 신세다. 이런 걸 보면 미군이 정말로 북한의 공격이 있을 거라고 여기게 된다면 북한에 맞서기보다는 도망가기를 선택할 수 있다. 미국이 도망가는 상상이 잘 안 되긴 하지만 실제로 미국은 꽁지 빠지게 도망가 본 전적이 있다. 미국이 만약 도망가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패권을 잃게 되는 건 물론이고 전 세계적 차원에서 완전히 2, 3등 국가로 전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만 철석같이 믿고 매달려온 한국은 상당히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6)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까?

 

단순히 낭패를 보는 건 문제가 아니다. 최악은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이야말로 남북관계의 절대적인 조건이자 대전제이다.

 

북한과의 전쟁은 결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을 보자. 한국은 한국전쟁을 북한의 남침으로 알고 있지만 북한은 한국전쟁을 한국의 북침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1948년에 건국하고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국가였고 군사력도 미비했다. 당시 북한군은 13만 5천 명에 소련 탱크 240여 대, 전투기와 폭격기 200대 정도를 갖춘 상태였다고 한다. 반면 북한이 상대해야 했던 건 미국이다. 미국은 당시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고 1945년 핵무기를 보유한 세계 최강국이었다. 

 

만약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면 소총과 탱크 몇 대 있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미국에 싸움을 걸어 승리한 셈이 된다. 한국전쟁에서 북한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배했다는 건 미국이 스스로 한 이야기다. 당시 미군 사령관 마크 클라크는 “나는 역사상 승리하지 못하고 정전협정에 조인한 최초의 미군 사령관이라는 영예롭지 못한 이름을 띠게 되었다”라고 패배를 자인했다.

 

북한은 70여 년 전 소총만 있을 때도 전면전을 벌여 핵무기를 가진 미국을 이겼는데, 지금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물론이고 극초음속 미사일 등 미국도 없는 최첨단무기를 보유하게 됐다. 북한은 해리티지 재단이 평가하기에 “미 본토를 보호하는 미사일 방어망을 압도”하는 나라인데 미국을 상대로 전쟁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 북한은 미국과의 전쟁을 ‘나를 건드리면 너도 무사하지 못한다’라는 너 죽고 나 죽기 식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북한이 최근 SLBM,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 등을 계속 시험발사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위력 시위가 아니다. 북한은 무기 시험을 통해 자신은 안전한 채로 미국만 초토화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 하고 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순항미사일로 레이더를 무력화시키고 극초음속 미사일과 SLBM, 철도기동미사일 등으로 타격하면 미국을 무혈제압할 수 있을 거라는 식이다. 미국을 일방적으로 제압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면 북한이 전쟁을 하지 못할 이유는 더욱더 없다. 

 

7) 역제안

 

우리는 북한보다 월등하다는 주관주의적인 기분을 내자고 무책임하게 전쟁을 도발하는 철부지 같은 언행을 할 때가 아니다. 

 

한국 정부가 국익을 우선한다면 절대적으로 우선해야 할 대북정책은 전쟁이라는 ‘폭풍’을 저지하고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훈풍’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게 책임적인 자세이고 국익을 실현하는 자세다. 그런 면에서 이번 북한의 대남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긍정적 내용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국익을 관철할 대응책을 잘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의 제안에서 몇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첫째는 북한 대남정책의 방점이 관계개선에 찍혀 있다는 것이다. 

 

시정연설은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라며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의식, 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은 “경색되어 있는 현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남북연락선을 복원할 뜻을 밝혔고 실제로 복원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남북 불신과 대결의 원인을 해결한 뒤에 하자는 말이다. 바로 이런 북한의 평화 제안, 관계개선 제안을 우리가 놓치지 말고 낚아채야 한다.

 

둘째는 북한이 내건 전제조건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한국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은 것들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이 정도를 전제조건으로 내건 건 다행스럽고 괜찮다고 볼 수 있다. 평소 주장과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보면,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첨단무기 반입 중단을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울 수도 있었다. 한국 정부가 무력증강을 하는 근거는 ‘국방중기계획’이다. 북한은 무력증강을 문제 삼으며 국방중기계획을 폐기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었다. 만약 북한이 이런 요구를 했으면 한국은 자체 국방력 강화라는 자주적 권리를 침해받게 되는 셈이었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요구사항을 내걸지 않았다. ‘자위-2021’ 연설에서는 “우리의 주권행사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면 장담하건대 조선반도의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인정해달라는 것이지 한국이 무장해제하라는 게 아니었다.

 

북한이 내건 상호 존중과 이중기준 철회, 적대정책 철회는 우리도 북한에 동등하게 요구할 수 있는 영역이다.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반대한다면 한국도 똑같이 북한에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미국산 무기 구매를 반대한다면 우리도 북한에 중국 또는 러시아산 무기를 구매하지 말라고 동등하게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여러 국방과제를 정하고 추진하고 있고 한국도 국방중기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서로가 각자의 자주적인 국방력 강화 정책에 간섭하지 말자고 역제안할 수 있다. 

 

셋째로 우리는 북한에 어떤 경우에도 힘을 동원한 체제통일을 추구하지 말고 정치적인 협의와 합의를 통한 통일을 추구하자고 제안해야 한다. 또한 하나의 민족을 중시하고 체제의 차이점은 서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통일하자고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북한이 군사력을 동원한 체제통일을 시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2016년 8월 23일 박근혜 정권이 반북대결책동을 강화했을 때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만일 괴뢰패당이 지난해 8월 사태의 교훈을 망각하고 또다시 가소로운 도발을 걸어온다면 우리는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의의 조국통일대전으로 넘어가 역적패당을 씨 종자도 없이 소탕하고 침략의 원흉 미제 본거지를 지구상에서 영영 없애버리고야 말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한국은 설사 북한이 군사적으로 더 강하더라도 군사력을 동원한 체제통일을 시도할 수 없도록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서로 체제통일을 시도하지 말자고 역제안할 수 있다.

 

정리하면,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표방하는 북한의 대남정책을 적극적으로 받고 더 나아가 자체 국방력 강화를 자주적 권리로 상호 인정하며 그 어떤 경우에도 군사력을 동원한 체제통일을 추진하지 말자는 것을 북한에 역제안하는 게 북한의 대남정책에 대한 가장 실용적인 대응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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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참배 野 대권주자들이 꼭 읽어야 할 ‘김재규 최후진술’

野 대권주자들, 김재규를 왜 의사라고 부르는지 고민해야
 
임병도 | 2021-10-26 08:56:4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0·26 혁명, 유신의 심장을 쏘다
국민 여러분, 자유민주주의를 마음껏 누리십시오
野 대권주자들, 김재규를 왜 의사라고 부르는지 고민해야

▲궁정동 만찬장의 시해 현장을 재연하고 있는 김재규 ⓒ1980 보도사진연감

10월 26일은 박정희가 사망한 날입니다. 1979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궁정동 안가에서 만찬 도중 박정희를 암살합니다.

체포된 김재규는 1979년 12월 18일 열린 군사재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10·26을 가리켜 혁명이라 칭하며 정당성을 주장합니다.

김재규는 10·26 혁명의 목적을 △자유민주주의 회복 △국민의 보다 많은 희생을 막고 △적화 방지(건국 이래 미국 관계 가장 나쁘다) △민주 회복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국방, 외교, 경제 협력을 통한 국익 도모 △국제 사회에서 독재 국가라고 손상된 명예를 회복하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인의 명예를 회복하자는 것 등 다섯 가지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박정희 사망으로 영구집권 체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만약 박정희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부마항쟁 강제 진압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김재규의 암살로 18년 독재 정권이 한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박정희의 죽음은 그의 공과를 판단하기 이전에 그가 살아 있었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됐을까를 먼저 따져 봐야 합니다. 박정희의 성격상 절대로 대통령직을 내려놓지 않았을 것이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국민을 살해했을 것입니다.

비록 신군부의 집권으로 실패했지만, 김재규의 박정희 암살은 독재정권의 비참한 최후를 보여주는 동시에 독재를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앞당긴 것은 분명합니다.

과거와 달리 10월 26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대신 김재규를 추모하고,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과 같은 의거라고 말합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박정희 묘역을 참배한다고 합니다. 야당 대선주자들이 박정희를 추모하는 것은 자유이겠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면 김재규의 최후진술을 읽으며 왜 국민들이 박정희 대신 김재규를 추모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김재규 최후 진술 전문

최후 진술의 기회를 주어 감사합니다. 목이 잠겨서 말이 안 나오나 끝까지 말하겠습니다. 금번 본인은 내란죄로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습니다. 합법적인 민주당 정권은 5.16 군사혁명에 의하여 밀려났습니다. 10월유신은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했습니다.

10·26 혁명은 이 나라 건국이념이요, 국시인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하여 혁명한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우리가 6.25를 통하여 수난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의 생명을 바쳐 지켜온 것입니다. 이 혁명이 어찌하여 내란죄로 심판받느냐. 자유민주주의는 3천7백만 우리 국민이 갈구하고 있는 게 사실인 것입니다 또한 10·26 혁명은 순수한 것입니다. 집권욕이나 사리사욕이 있는 게 아닙니다.

오로지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입니다. 10·26 혁명의 결과 자유민주주의 회복은 보장되었습니다. 최 대통령도 대행으로 있을 때 공약하지 않았습니까? 최대통령은 연임기를 마치지 않고 도중에서 그만둔다고 하였는데 이는 과도 정부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 과도는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도가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10·26 혁명은 완전히 달성되었습니다. 국회에서도 긴급조치 9호의 해제 결의를 하였습니다. 10·26 혁명이 없었던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으며 꿈이라도 꿀 수 있는 일입니까? 이 또한 이 혁명의 성공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10.26 혁명은 5.16 혁명이나 10월유신에 비하여 정정당당한 것입니다.

10·26 혁명은 서슬이 시퍼렇고 막강한 유신체제를 정면에서 도전하여 타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하여 민주회복 혁명은 완전 성공한 것입니다. 역사상 가장 정정당당한 혁명입니다. 무혈 혁명이 혁명으로는 가장 바람직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혈이 안될 때는 최소한의 희생이 따르고, 최소한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민주 회복과 그 자신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민주 회복과 그 자신의 희생은 숙명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그 희생 없이는 민주 회복이 안됩니다.

박 대통령을 잃은 것은 가슴 아픈 일이고 마음 아픔을 비할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유신 이후 7년이 경과되었고, 영구 집권이 보장된 이상 최소한 20년 내지 25년 내에는 자유민주 회복이 안됩니다.

마음 아프지만 국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하여 이 혁명은 필연성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 모두 감상적이고 감정이 몹시 앞서 있기 때문에 사리 판단에 있어서 지나치게 판단하기 쉽습니다.

나에 대한 내란죄 심판도 그런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감상이나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정치 현실은 현실대로, 감상은 감상으로 엄연하게 구별해야 합니다. 우리는 때나 경우를 잘 가리기 위하여 판례를 중히 여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 스스로가 내 생명을 구걸하기 위하여 최후 진술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장부로 태어나서 내가 갈 수 있는 명분을 찾은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나는 죽어서도 영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생명을 구걸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죽음의 복을 잘 탔습니다. 그런데 10·26 혁명의 그 이념과 정신과 그 성공을 뚜렷이 하기 위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한 나는 투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5.16 혁명, 10월유신이 부당한 것이 아니라면 10.26 혁명도 정당한 것입니다. 10·26 혁명이 범법이라면 의미 없는 혁명이 되고 맙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건국이념이고 국시입니다. 전체 국민이 수난당하며 지켜왔던 것입니다. 무슨 이유로도 말살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10월유신으로 까닭 없이 말살되었습니다. 10월유신은 국민을 위한 체제가 아니라 박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위한 체제였습니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은 있어도 말살할 수 있는 권한은 누구로부터도 받을 수도 없고 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체제 반대 민주회복의 소리가 높아지자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구속되었습니다. 이 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고 계속 번져 나갔습니다. 정보부장으로서 파악한 바에 의하면 유신체제를 유지하려면 정부와 국민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집니다. 이승만과 박 대통령을 비교하면 이승만은 그만둘 때 그만들 줄 알았으나 박 대통령은 많은 국민이 희생되더라도 그만둘 사람이 아닙니다.

본인이 이를 알기 때문에 유신의 지주 역할을 담당한 사림이지만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뒤돌아서서 그 원천을 두드려 부순 것입니다. 10·26 혁명의목적은, △자유민주주의 회복 △국민의 보다 많은 희생을 막고 △적화 방지(건국 이래 미국 관계 가장 나쁘다) △민주 회복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국방.외교.경제 협력과 국익 도모 △국제 사회에서 독재 국가라고 손상된 명예를 회복하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인의 명예를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 모두가 10·26 혁명 결행으로 해결이 보장되었습니다.

한마디 확실히 말할 것은, 나는 결코 대통령이 되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나는 군인이요 혁명가이고, 군인이 정권을 잡으면 독재자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내가 독재를 마다하고 혁명한 사람이 다시 독재의 요인을 만들겠습니까?

나는 개인의 의리를 배반하고 대통령 무덤 위에 올라갈 정도로 그렇게 타락하지 않았습니다. 혁명의 결행은 성공했으나 혁명과업은 수행 못했습니다. 이 나라에는 5.16 이후 19년 동안 많은 쓰레기가 꽉 들어차 있습니다. 이런 쓰레기 위에 자유민주주의가 회복을 한다면 출발과 동시에 자유민주주의가 또 곤욕을 치르게 되고, 나아가서는 자유민주주의가 나쁘다는 애매한 수모를 겪게 됩니다.

이런 쓰레기를 설거지하지 않고 어떻게 사회 정의가 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6.3 데모가 일어난 것도 자유민주주의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고, 오히려 4대 의혹 사건과 같은 비민주주의적인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고 악순환한 것입니다. 4대 의혹사건 자체도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었습니다.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행위로써 수없이 많은 돈을 치부하고 책임진 사람이 지금까지 아무도 없습니다. 또 그때 치부한 돈이 한푼도 회수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설거지하지 않고서야 혁명 과업을 완수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이 나라에 핵심이 없습니다. 이 상태가 가장 어려운 상태이고 가장 위험한 상태입니다. 4.19 후와 같이 힘센 놈이 덤비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악순환이 또 옵니다. 이를 막는 것은 오로지 민주회복 혁명을 지도한 저만이 할 수 있습니다. 자유를 회복해 놓고 새로운 정권에 대해서 군 수뇌와 협의하여 그 정권을 보호하여 민주당 정권을 전철을 밝지 않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습니다. 건국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평화적 정권 교체가 된 적이 없었습니다.

4.19, 5.16 등 악순환이 거듭되었습니다. 이런 악순환을 언제까지 가게 하겠습니까? 정군을 순리적으로 넘어가게 하는 것을 토착화하려고 생각한 것입니다. 최 대통령에게 말씀드립니다. 자유민주주의 때문에 절대 혼란은 오지 않습니다. 자유당 때는 부정 선거, 국민 의혹 사건 때문에 혼란이 왔었습니다.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가 문제는 되겠지만, 혁명과업은 3~5개월이면 충분합니다. 오히려 빨리 민주회복을 하지 않고 천연하면 내년 3,4월에 민주회복 운동이 일어나서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입법부에 말합니다. 진정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라면 국민의 갈망을 받아들여 10.26 민주혁명을 지지 결의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고는 민주 회복되고 난 후에 자유민주 회복을 위해 무얼 했느냐 물어보고 싶습니다.

긴급조치 해제 건의는 지엽적인 것입니다. 더 긴급한 것은 자유민주 회복뿐이고, 자유회복 결의가 더 원천적인 결의인 것입니다.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가만히 눈 감고 생각하면 내 혁명이 원인이 되어 혼란이 오고 국기마저 흔들릴까 봐 큰 걱정입니다. 최 대통령께 지금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나를 끌어내는 나와 같이 혁명 과업을 수행합시다. 국가를 반석 위에 올려놓읍시다. 진정 나라를 생각한다면 이성으로 돌아가 냉혹하게 정치 현실을 판단해야 합니다. 심판관님께, 재판장님께, 연일 공판에 매우 피곤한데도 장황한 이야기 경청해 주어 고맙습니다. 마지막 하직해도 고마움 간직하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20~25년 앞당겨 놓았다는 자부 가지고 나는 갑니다. 자유민주주의 만발을 보지 못하고 나는 가는 것이 유감스러울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앞날에 자유민주주의 만발하기를 기원합니다.

10·26 민주회복 국민혁명 만세!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만세!

세상을 하직하고 가면서 자유민주주의 회복 보지 않고 가니 한 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 기약되었으니 웃으며 갈 수 있습니다. 나에게는 소신에 의한 행동이니 그에 알맞은 형벌을 내려 주십시오.

끝으로 나의 부하들은 착하고 순한 양 같은 사람들입니다. 무조건 복종했고 선택의 여유나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저 하나가, 중앙정보부장 지낸 사람이 총책임 지고 희생됨으로써 충분합니다. 저에게 극형을 주고, 나머지는 극형만 면해 주도록 부탁합니다. 특히 박 대령은 단심이라 가슴 아픕니다. 매우 착실하고 결백하며 가정적인 사람입니다. 청운의 꿈이 있던 사람입니다. 군에서 곤란하더라도 여생을 사회에서 봉사 할 수 있도록 극형을 면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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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방북 때도 언급한 ‘제재 타령’, 지겹지도 않나?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1.10.26 15: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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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조선)과의 대화에 안달이 난 미국이 급기야 대북 제재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동맹과의 조율 강화’와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영향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한 ‘2021 제재 검토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미국이 대북 제재를 중국과 러시아에 떠넘기면서, 정작 미국 자신은 제재 이행에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미국이 대북 제재와 관련해 주요 동맹이나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현 대북 제재는 효과적이지 않은 상태”라며 대북 제재 재검토를 주장했다.

그렇다고 대북 제재를 둘러싼 미국 정가의 이런 논란이 대북 제재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처럼 여론을 흘려 북한(조선)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미국은 어떻게라도 북한(조선)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제재와 비핵화’라는 철 지난 카드로 대북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것은 너무나 유치한 발상이다.

 

1994년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에게 “대북 제재 결의안을 철회하겠다”며 마치 큰 시혜라도 베푸는 양 거드름을 피웠다.

이에 김일성 주석은 “솔직히 우리는 제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제재를 받으며 살아왔지, 제재를 받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지금까지 제재를 받으면서도 별일 없이 살아왔는데 이제 제재를 더 받는다고 하여 못살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제재 조치를 취소시켜도 좋고, 안시켜도 좋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미국을 반대하는 것은 당신들 탓이지 우리의 탓이 아니다. 당신들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당신들을 신뢰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당신들은 우리나라를 자꾸 못살게 구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못살아 가지 않는다. 당신들이 우리나라에 압력을 가하고 못살게 놀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한 지 30년이 다 돼가는 지금 북한(조선)은 대북 제재를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결심에 따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거듭된 핵 위협에 맞서 미 본토에 도달하는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더욱 첨단화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 ‘제재 완화’니, ‘비핵화 협상’이니 하는 망상에 빠져 있을 때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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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안고 고립된 이들...죽음도 삶만큼 불평등했다

 
 

등록 :2021-10-26 09:14수정 :2021-10-26 09:42

 

[서울 무연고 사망 1216명 리포트]
올 무연고 사망 증가율 38%
코로나19로 돌봄서비스 막히고
사회적 고립 한층 더 심화시켜
2030도 22명...5명은 ‘청년 고독사’
<한겨레21>은 무연고 사망자들의 삶이 단순한 숫자 이상으로 기록되고 기억되길 바라며 ‘투명인간의 죽음: 무연고 사망자 1216명에 대한 기록’ 인터랙티브 페이지(remember.hani.co.kr)를 연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609일 동안 공영장례를 치른 서울 무연고 사망자 1216명에 관한 자료를 분석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 지인이었던 1216명의 삶과 죽음은 국화꽃 1216송이를 하나하나 눌러보면 나온다.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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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이 서울 무연고 사망자 1216명에 대한 기록을 담은 인터랙티브 페이지(remember.hani.co.kr)를 연다.
 

지난여름, 서울의 한 주택에서 고독사한 한영진(가명·50대)은 “냄새가 난다”고 이웃이 신고해 숨진 뒤 며칠 만에 발견됐다. 주검은 이미 부패한 뒤였다. 고아였던 그는 코로나19 유행 이후에 노래방을 인수해 운영했다.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소 마시던 술에 더 의존했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무연고 사망자로 공영장례를 치른 그의 주검은 ‘무연고 추모의 집’에 봉안됐다.

 

 

코로나19 시대에 노숙인, 쪽방촌 주민 등 가난한 이들의 사회적 고립은 심화되고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렸다. 이러한 상황은 죽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한겨레21>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609일 동안 공영장례를 치른 서울 무연고 사망자 1216명에 관한 자료를 분석했다.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무연고 사망자의 연령과 주거지, 사망 원인, 생애 등을 다각도로 살피고 무연고 사망자의 가족과 지인을 만났다.

2021년 1~8월 공영장례를 치른 서울 무연고 사망자는 551명이다. 2020년 같은 기간(400명)에 견줘 37.8%(151명) 늘어났다. 2016~2020년 4년 사이 전국 무연고 사망자(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 기준) 연평균 증가율이 13.9%라는 점에 견줘보면, 지난 1년간 무연고 사망자 증가폭이 가팔라진 셈이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무연고 사망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원인은 빈곤과 가족관계 단절 때문인데, 코로나19 유행이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을 더 빈곤하게 만들고 사람들 사이에 더 거리를 두게 했다”고 말했다. 고독사 전문 연구자인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도 “비대면 거리두기로 인해 기존 돌봄서비스가 약화되거나 지역사회복지관, 노인정 등이 문을 닫으면서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난 때 누가 죽음에 이르는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 고립’이라는 점은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발생한 폭염 사망자 연구 등에서 증명된 바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의 모습. 고립사한 이들이 살던 곳이다. 박승화 &lt;한겨레21&gt;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의 모습. 고립사한 이들이 살던 곳이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서울의 자치구는 영등포구, 용산구 등 빈곤과 질병이 고여 있는 쪽방촌, 노숙인 지원시설 등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무연고 사망자(1216명) 10명 가운데 1명꼴로 영등포구(134명·11%)에서 발생했다. 그다음은 용산구(80명·6.6%)-중구(80명·6.6%), 종로구(78명·6.4%) 순서였다. 영등포 쪽방촌에서는 같은 주소지에서 2~3명씩, 모두 4곳의 주소지에서 9명이 차례로 숨졌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예방의학 전문의)는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는 폐결핵, 간 질환 환자들이 많은데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퇴원 뒤 대부분 창문도 없는 고시원, 여관으로 가서 건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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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무연고 사망자 1216명의 삶과 죽음은 다른 듯 닮았다. 가난, 질병, 관계 단절, 알코올, 가정폭력, 사회적 고립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60대가 3명 중 1명꼴(30.4%)로 가장 많았다.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이른다.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숨진 영아와 20대 청년 등도 있었다.

20~30대 무연고 사망자는 22명(1.8%)이다. 이 가운데 ‘청년 고독사’로 추정되는 이는 5명이다. 고독사란,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임종을 맞아 일정 시간(보통 3일)이 지난 뒤 발견되는 죽음을 뜻한다. 중국 국적자 1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4명은 모두 부모의 이혼·사망 등으로 인해 1인 가구로 살았다. 서울 20~30대 청년 1인 가구는 67만2565가구(2020년 기준)로, 전체 1인 가구의 절반가량(48.4%)에 이른다. 22명 가운데 ‘원인 미상’으로 숨진 청년은 모두 5명(고독사 3명 포함)이다. 송인주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이 왜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지느냐는 질문 아래, 고독사 현장에 남아 있는 물건들을 바탕으로 경제, 복지, 일자리 등의 영역을 전반적으로 분석하는 ‘사회적 부검’ 방식의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진수(0)는 2020년 겨울의 문턱에,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앞에 있던 고무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태어나 출생신고가 안 된 진수는 ‘성명 불상’으로 기록된 채 46일간 안치실에 있다가 경기도 서울시립묘지의 ‘나비정원’에 뿌려졌다.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인 제사상엔 뽀로로 캐릭터 음료수와 초콜릿우유가 올라왔다. 무연고 사망자 1216명 가운데는 진수 같은 영아가 6명 포함됐다. 베이비박스나 거주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이들이다.

무연고 사망자들의 사망 원인은 일반인들과 다르다. 2020년 서울 무연고 사망자 665명의 사망 원인에 대해 나백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심층 분석해봤더니, 1순위 사망 원인은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징후’(24.4%·162명)였다. 이는 전국 사망자 평균(9.5%)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통계청 ‘2020년 사망원인통계 결과’ 보고서). 일반인 사망 원인 1순위인 암의 경우엔, 무연고 사망자는 16.1%로 사인 2위였지만 전국 사망자(27.5%)보다는 크게 낮았다. 반면 간 질환, 호흡기 결핵 등 특정 질환이 사망 원인이 된 비중은 일반인보다 아주 높았다. 건강 불평등이 죽음의 불평등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열쇳말: 무연고 사망자란?①연고자가 없거나 ②연고자를 알 수 없거나 ③연고자가 있지만 주검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경우에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해 무연고 사망자 주검 관련 업무를 맡는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공영장례를 치른다.

김규남 박다해 <한겨레21> 기자 3strings@hani.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1016608.html?_fr=mt1#csidxb255614136f2f9890392d05d9f5ef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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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국장의 수상한 서울방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인사하고 있다.

10월 중순의 서울은 무척 바빠 보인다.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장관이 서울을 방문해 한미일 정보기관장들의 회의(19일)에 임하는가 하면, 장소는 워싱턴이지만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이 북을 대화에 유인하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머리를 맞대었고(18,19일), 성김 차관보는 서울을 방문하여 후속 협의를 이어간다고 한다.

이런 속에서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서울을 행차,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였다.

연합통신은 정보수장들이 연이어 서울을 방문한 것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한국 측과 조정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있은 한미일 정보기관장들의 협의를 이어가는 헤인스 장관의 모습을 보면 방한 목적은 명백한 것 같다.

이에 비해 CIA국장의 방문 목적은 베일에 가려있다. CIA국장이 친선 사절일 수는 없고 대통령과 덕담을 나누기 위해 온 것도 아닐 것이다.

그래서 배경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CIA국장의 방문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선거 후보가 선출된 직후에 이루어진 것이 눈길을 끈다.

현시점에서 내년 3월에 있을 대선보다 큰 정치 이슈가 있을 것 같지 않다.

CIA가 이남 정치의 중대한 전환기에 음으로 양으로 개입해온 전례를 보면 급하게 한국 측과 조정할 일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촛불 시위가 낳은 문재인 정권을 어떤 정권이 이어가는가 하는 것은 북남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더욱 궁금해진다.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가 “나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고 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광주학살을 감행한 전두환이 당시의 주한미대사 글라이스틴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도 비밀이 아니다. 87년 6월항쟁 때 계엄령으로 위기를 넘기려던 전두환을 막고 직선제개헌을 받아들이고 “개량화”의 길을 선택케 한 것도 미국이다.

트럼프 이전 미 대통령이 2018년 10월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발언하여 문재인 정권에 압력을 가해 남북관계에 제동을 건 것은 기억에 생생하다.

미국이 촛불시위 결과 탄생한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도 “개량화”의 고삐를 단단이 쥐고 좌지우지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당의 대선후보 선출과정은 문재인 정권하에서 미루어진 적폐청산에로의 한국민의 의지를 반영하였다고 보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또한 미국의 ‘승인’정책과 남북관계에 대한 제동은 반미여론의 불씨를 제공해주고 있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은 9월 25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나는 경색된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램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적폐 청산에 대한 요구도 북남관계 회복과 평화에 대한 바램도 그것을 막고 있는 제방에 바늘구멍이 나면 봇물이 터지듯 세차게 쏟아져 나올 것이다.

차기 정권 창출에서 미국의 이익은 무엇인가. 분명 북남관계의 회복은 미국의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사족이지만 일본언론들이 여권의 대선후보에 대하여 한국 야당의 비난을 대변하듯 여론을 내돌리며 일각에서 차기 한국 정권이 친일 정권이기를 바라는 여론이 계속 나돌고 있다. 괘씸하기 짝이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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