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수의 삼중수소 수치는 국제 기준치 이하다. 나도 마실 수 있고 그 안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
8일 라파엘 그로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후 그는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박진 외교부장관을 각각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청사에서 잇달아 만났다.
비슷한 시각 서울 종로구 외교부 건너편에 자리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는 1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을 반대하는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4차 집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서울 강북구에서 온 초등학교 5학년 최아무개군도 있었다.
이날 최군은 초등학교 1학년 동생, 엄마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집회에 온 이유'를 묻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최군은 분명한 목소리로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면 지구가 망가지니까요"라고 답했다. 최군의 손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절대 반대'라 적힌 직접 만든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앞서 4일 그로시 사무총장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원전 오염수 안전성 검토 종합보고서를 전달했다. 그는 "2년간에 걸쳐 평가를 했다"며 "적합성은 확실하다.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한국에 설명하기 위해 7일 밤 방한했다.
그러나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자신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에 막혀 입국에 진땀을 빼야만 했다. 그리고 이러한 반대 목소리는 이튿날인 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 앞까지 이어졌다.
일본에서 온 정치인의 일갈 "도쿄전력 거짓말 어떻게 믿나"
▲ 8일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에서 발언하고 있는 핫토리 료이치 일본사회민주당 간사장(전 중의원, 원전제로재생에너지100 의원모임 고문).
이날 집회 현장에는 일본에서 온 핫토리 료이치 일본사회민주당 간사장(전 중의원, 원전제로재생에너지100 의원모임 고문)도 함께했다. 그는 "IAEA는 거짓말쟁이 도쿄전력 말만 듣는다"며 "동일본대지진 직후 도쿄전력 경영진은 초대형 쓰나미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 그런 회사 말만 듣고 쓴 (IAEA) 보고서를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면서 그는 "바다는 일본과 한국의 귀중한 재산"이라며 "바다를 핵처리 쓰레기장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우리의 생명과 안정을 위해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의 굳게 연대해서 싸워나가자"라고 주장했다.
부안에서 꽃게업을 하는 한 어민도 현장 무대에 올라 "핵오염수가 한번 방류되면 되돌릴 수 없고 막아야만 한다는 절실함 때문에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진보당과 함께 일본 도쿄 기시다 총리의 관저 앞에 서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왔다"며 "나라가 하고 정치인이 해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질 않으니 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막막해서 한숨만 쉬는 동료 어민들을 위해서라도 뭐라도 계속할 것"이라고 절박함을 드러냈다.
이정미 "무슨 기준으로 안전 운운?", 용혜인 "국민투표하자"... 민변, 헌법소원 예정
▲ 8일 오후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전국행동의 날'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마친 뒤 주한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하고 있다. 대사관 앞에 촘촘하게 세워진 경찰 전경버스 사이로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13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영상을 통해 "IAEA가 방사능 핵종 총량도 다 조사하지 못했는데 무슨 기준으로 안전을 운운하냐"며 "일본 국민들과 야당, 시민사회도 싸우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의지를 모으고 한일 양국 시민들의 여론을 모아서 일본 정부를 압박하면 반드시 막을 수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도 영상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 72조에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라고 명시됐다"며 "윤 대통령은 검수완박도 국민투표를 하자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야말로 국민투표를 통해 부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관저 앞에서 찍은 영상을 띄웠다. 강 원내대표는 "(오염수) 투기가 30년 동안 이어진다고 하지만 30년이 될지 40년이 될지 알 수 없다"며 "우리 후대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미래 관계를 위해서라도 총리는 해양 방류 계획을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연단에 오른 하주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건 헌법의 의무"라며 "국민의 생명과 관련해 최소한의 보호조치조차 취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헌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3일 민변은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및 잠정조치 ▲독자적 방사능환경영향평가 ▲오염수 시찰단 파견 명단 공개 등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오염수 투기를 막기 위해 환경·시민·종교·학부모·급식 등 9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8일 오후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전국행동의 날'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마친 뒤 주한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하고 있다.
집회 말미 참석자들은 IAEA보고서를 상징하는 대형 현수막을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후 주한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을 했다. 이 자리에서 공동행동 관계자는 "해양 투기 반대에 동의한 서명자는 모두 32만 8000여 명"이라며 "이를 모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로시 사무총장은 9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와 만날 예정이다. 이후 그는 다음 방문국인 뉴질랜드로 이동한다.
▲ 촛불행동에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부근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 정권 규탄 집회를 열고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IAEA에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설 시찰단은 오염수 방류에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우리 바다에 영향은 미비하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일본에서 일방적인 자료에 의해 작성된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정부는 일본이 방류를 시작할 경우, 적절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도 일본이 제공하는 자료에서 의해서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원자력규제 위원회가 도쿄전력 측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설비 합격증과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최종보고서를 모두 확보했다. 일본은 이제 언제든 방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않다. 일본 25만 4천여 명은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을 도쿄전력과 경제 산업성에 제출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게 해양방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오염수를 처리해달라고 후쿠시마 주민과 한국 등 주변국이 함께할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7일 오후 입국한 가운데,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김포공항 입국게이트를 둘러싸고 그로시 사무총장 방한 반대 항의행동을 펼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한국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안다며 한국을 설득하기 위해 7일 밤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입국부터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항의로 난항을 겪었다. 결국 두 시간 동안 공항에 발이 묶인 그로시 사무총장은 다른 문으로 빠져나갔다.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함께 항의했던 전국민중행동과 환경운동연합은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를 개최했다. 앞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친 민주노총이 일본의 노동조합 '젠로렌'과 연대해 공동 개최한 '한일 공동 노동자 대회' 이후 열린 대회였다.
이날 3천여 명의 시민이 오염수 투기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모였다. 시간은 그로시 사무총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에서 간담회가 예고된 시간에 동시에 열렸다.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4차 전국행동의 날에 함께 연대하기 위해 일본에서 방문한 핫토리 료이치 일본사회민주당 간사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해양투기를 막아내겠다. 함께 싸워가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일본정부, 도쿄전력은 관계자 이해 없이 오염수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전북 부안에서 꽃게 어업을 하고 있는 김경복 전국어민회총연맹 전북지회 지회장 또한,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김 지회장은 며칠 전 핵오염수를 막겠다는 절실한 심정과 어민을 만나고 싶어 ‘진보당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도쿄 원정단’을 통해 일본에 다녀왔음을 밝혔다.
이어 "막상 일본에서 어민들을 만날 순 없었지만, 한 사람의 목소리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IAEA 사무총장과 보고서에 대해 피켓을 들고 비판했다"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일본대사관까지 행진해 항의 행동을 계속했다. 이들은 내달 12일 '제 5차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행동의 날'을 예고했다.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이런 가운데 일본은 방류의 ‘정당성 원칙’에 대해 오염수 방류뿐 아니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폐쇄 자체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측은 후쿠시마 1원전 폐쇄가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지만 자국에는 큰 이익이라고 밝히며 ‘정당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정당성 원칙이 개별 국가에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피해보다 이득이 많은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구한말 일본의 전체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태평양 중·서부와 남태평양에 위치한 14개국과 호주·뉴질랜드, 프랑스 자치령인 뉴칼레도니아·프렌치 폴리네시아 등 총 18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태평양도서국 협의체인 태평양도서국 과학 자문단도 일본의 주장을 지적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 과학 자문단은 ‘도쿄전력 생물실험·수조측정은 신뢰도가 낮고, 일본 이외 국가는 방류로 얻을 이익도 없다며 정당화 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오염수를 재료로 콘크리트를 만들거나, 사람 접촉 없는 시설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 과학자자문단 페렝 달노키 베레스 교수는 이 주장이 매우 엉성하고. 모든 나라는 자기 자신의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어, 사회 전반의 이득이라고 하려면 모든 나라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8일 광화문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4차 공동행동의 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육지에 보관하라!” 대회 ⓒ 김준 기자
짓밟히고 배고픈 설움을 당해본 사람은 안다. 그 고통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지를... 그것도 남의 나라 종살이를 36년간이나 한 민적은 그 통한의 고통이 어떤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1910년 8월 22일 나라를 빼앗긴 지 9년 만인 1919년 3월 1일.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는 31독립선언을 선포하고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모두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하고, 우리 후손이 민족 스스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할 것”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전체 인구 1,678만 8천400명 중 106만여 명이 참여한 3·1운동은 7509명의 사망자와 4만 7천여 명이 구속되는 등 거국적인 독립운동으로도 일제의 간악한 탄압은 달라진 게 없었다. 견디다 못한 우리 선각자들은 1919년 4월 11일, 남의 땅 상해에서 정치의 균등(균정권), 경제의 균등(균리권), 교육의 균등(균학권)인 개인간, 국가간, 만민평등 사상인 삼균주의 정신을 담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임시헌장을 세계만방에 선포하였다.
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있었던 ‘대한제국’은 임금이 주인이 나라다, 3·1운동의 열기가 채 식지도 않은 1919년 4월 11일 우리의 애국지사들은 ‘대한민국’을 운영할 헌법을 선포하고 나라를 세웠다. 1948년 8월 15일 일제의 패망으로 나라를 되찾았지만 맥아더 사령관은 “38이남의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오늘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지역을 점령( Occupy)”한다는 포고문을 발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할 때까지 또 다른 노예 생활을 겪어야 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공존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공존할 수 있는가? 우여곡절 끝에 해방과 함께 이땅에 들어 온 들어 온 자본주의는 임시정부가 추구한 ‘3균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1919년 임시정부의 건국 강령은 보통선거제, 토지국유제와 대생산기관의 국유화였다. 하지만 1946년 3월 5일 북한에서 무상몰수 무상분배 방식과는 달리 이승만정부는 1946년 2월에 발표한 농지개혁에서 ‘유상매입 유상분배’ 방식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공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본이란 만지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마이더스(미다스)의 손처럼 자본주의를 만나면 자본에 잠식당하고 만다. 인간의 욕망 앞에 자본주의란 정치도 경제도 문화며 종교까지 황금(돈)으로 변하고 만다. 자본주의에는 가난하다는 것, 돈이 없으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죄가 되는 세상이다. 자본주의의 발달은 국민들의 삶 자체의 왜곡시키는 인간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리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디.
헝가리 출신의 경제·인류학자인 칼 폴라니는 그가 쓴 저서 <거대한 전환>에서 시장경제를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이라고 불렀다. 사회적 보호막이 없다면 순식간에 인간(노동)과 자연(토지)과 구매력(화폐)을 황폐화하는 시장경제의 속성을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가령 노동력을 소유자 마음대로 처리하면 그것을 담고 있는 인간의 육체적ㆍ심리적 실체마저 하나의 소유물로 사회변화에 노출돼 희생되고, 자연은 오염되고 파괴된다. 구매력 수급을 시장 메커니즘에 맡길 경우 기업은 원시사회가 홍수나 가뭄에 시달렸듯 주기적 파산을 겪는다. 경제는 시장이 아니라 사회적 제약에 좌우됐다고 보는 그는 시장경제의 재앙 또한 경제를 다시 사회적 통제 안에 가두어 둠으로써만 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자본주의란 자본 즉 돈의 가치를 긍정하고 내세우는 사상이다. 오펜하이머는 자본주의란 ‘자본 및 그 이익에 의하여 주로 지배되고 있는 사회 조직’이라고 했다. 마르크스는 ‘토대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고 했다. ‘토대’는 “생산수단과 생산관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회의 나머지 모든 부분(문화, 제도, 정치권력, 종교, 국가정치 등)은 ‘상부구조’로서 토대에 의해 규정된다”고 정의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경제적인 것과 경제외적 제도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가? 사회적 권력이며 이데올로기가 근본적으로 경제적인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우리 헌법 제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고 했지만 “자본주의 경제 구조는 법적·정치적 상부구조 형성에 필요한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헝가리 출신 칼 폴라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공동체를 맷돌처럼 갈아버리는...”는 “<악마의 맷돌”이라고 했다. 자본주의는 1936년 찰리 채플린의 <모든 타임즈>처럼 <악마의 맷돌>이기도 하지만, ‘절대적 기준을 정해 놓고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추려는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이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만드는 세상은 정말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국민이 행복추구권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세상”인가?
2022년 말부터 지속된 광주전남지역의 장기간 가뭄은 이상기후로 인한 실생활의 위협을 보여준 시기였다. 비록 가뭄의 규모와 심각성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향후 기후위기 시대에 이번 가뭄과 같은 현상이 언제고 반복될 수 있고, 더욱 빈번하고 장기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우리 사회에 각인시켰다.
또 다시 등장한 '4대강 물그릇론'
상황이 상황인만큼 정부 대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실제적인 위협으로 직면한 가뭄 위기에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을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상황에서, 환경부는 '4대강사업' 카드를 들고 나섰다. 4월 3일 환경부가 발표한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의 주요 방향'에는 4대강사업으로 지어진 16개 보의 물그릇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후위기 시대 수자원 확보에 안정성을 기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4대강사업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했던 이른바 '4대강 물그릇론'이다.
이 '물그릇론'에 대한 무용함은 역대 감사를 통해서도 이미 확인되었다. 2018년 이뤄진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에 따르면 4대강 보로 인해 확보된 수자원 중 활용 가능한 규모는 8.6%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권역별 물 부족 지역은 대부분 도서해안 및 산간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4대강사업같이 본류의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전국 단위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 또한 마찬가지로, 영산강의 승촌보와 죽산보는 용수 공급 능력이 미미하기에 물그릇을 확보한다 한들 실제적인 가뭄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 시대에 수자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위협받고 있으니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라며 4대강 보의 '유용성'을 강변하였다. 정부는 마치 4대강의 보가 기후위기의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열심히 4대강의 보를 홍보했다.
▲ 6월 17일 보에 막힌 낙동강은 완전히 녹색으로 뒤덮인 녹조라떼, 녹조곤죽의 강이다. ⓒ정수근김종원 환경운동연합
기후위기 해결사 아닌 기후위기 유발
정부의 가뭄 대책 발표 약 한 달 뒤, 정부의 믿음과는 다른 한 연구 결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진이 수행한 '3개 하천과 하구역의 온실기체 분포에 나타난 유역-고유의 오염 및 저류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보 때문에 물의 흐름이 느려진 낙동강에서 주요 온실기체 중 하나인 메탄이 대량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였다. 이 연구 결과대로라면 4대강의 보는 기후위기의 대응책이 아닌 오히려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요인인 것이다.
박지형 교수 연구진은 한강과 영산강, 낙동강 주요 지점의 3대 온실기체(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를 조사하였다. 한강과 영산강의 경우 각각 하류인 수도권, 상류인 광주에서 높은 온실기체 농도가 측정되어 수질오염과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낙동강의 경우 중하류의 수질오염이 영산강 상류에 비해 낮음에도 오히려 높은 메탄 농도를 보였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낙동강의 높은 메탄 농도는 4대강사업으로 지어진 보의 영향이었다. 보의 건설로 인해 느려진 유속이 녹조의 대량 발생을 촉진시켰고, 녹조에서 유래한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 속 혐기적인 조건에서 메탄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기온이 증가하는 여름철에 물 속에서 메탄의 산화 작용(oxidation)도 크게 증가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산소가 희박한 하천 퇴적층에는 물 표면에서 배출되는 메탄보다 훨씬 많은 양의 메탄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메탄의 경우 지구대기에 미치는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 대비 80배에 이르는 만큼 규제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5월 23일 대한하천학회와 시민환경연구소가 공동주최하고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가 주관한 '시민강좌-기후위기와 우리강의 건강성'에서 연구를 수행한 박지형 교수는 해당 연구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했다. 본인을 생태계의 탄소 순환 연구자로 소개한 박지형 교수는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의 영향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파괴가 기후위기에 다시 영향을 주는 이번 사례와 같은 내용들이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형 교수는 기후가 변화하며 하천 생태계에 주는 영향으로 온난화와 강우량 증가로 인해 하천에 영양염류 유입이 많아지는 부영양화가 발생하며, 이는 곧 녹조의 대량 발생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외의 연구 결과 최근 40년간 세계 주요 71개 호수의 68%에서 여름철 녹조 강도가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지형 교수는 인공적 하천 시스템의 불연속성에 대해 지적했다. 하천 연속성의 개념에서 볼 때 자연 상태의 연속적 하천의 경우 상류부터 하류까지 환경 변화에 따라 생물, 물질대사가 완만하게 변화하는데, 오늘날 댐이나 보와 같은 하천 구조물과 각종 오염물질의 방류로 이러한 하천의 연속성과 균형은 이미 붕괴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강 유역을 조사한 박지형 교수는 북한강 유역의 경우 댐으로 인해 녹조류의 생산성이 증가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 녹조류의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는 감소한 반면, 소양댐을 제외한 의암댐과 청평댐, 팔당댐에서 메탄 발생이 증가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한강 하류의 경우 수도권 지천에서의 오염물질 유입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 발생이 모두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은 하천의 온실기체 배출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박지형 교수의 설명이다. 2015년 장기 가뭄 당시 소양호 퇴적물이 수면 밖으로 노출되며 수십 년간 댐 바닥에 축적된 탄소가 단기적으로 급격히 배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5년 가뭄 당시 한강에서도 녹조가 굉장히 번성했었는데, 이 당시 대량 번성한 녹조로 인해 낮에는 녹조류가 광합성을 하며 이산화탄소가 일부 줄어들었으나, 밤에는 다시 크게 배출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렇게 전반적인 녹조 농도가 증가할 때 메탄 또한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박지형 교수 연구진의 연구 결과 확인되었다.
이를 종합하였을 때 한강 하류하구역과 영산강 상류의 경우 수질오염으로 인한 온실기체의 국지적 증가를 겪고 있으며, 낙동강 중하류하구역의 경우 댐, 보와 같은 하천 구조물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감소 및 메탄의 증가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 영산강을 막은 승촌보. 이미 역대 감사를 통해 4대강사업의 물그릇론이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 시대 4대강사업으로 지어진 16개 보를 활용하겠다며 보에 집착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 필요
박지형 교수의 연구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박지형 교수는 강좌에서 미시시피강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하류로 갈수록 보의 영향으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은 감소하는 반면 메탄의 발생은 증가한다는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 박지형 교수 연구는 한국의 낙동강 또한 미국의 미시시피강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음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같이 앞선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사회 문제에 적용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우리가 과거를 공부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앞선 교훈을 모두 잊은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뭄을 핑계 삼아 4대강 보의 유용성을 강변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제적인 가뭄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오히려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메탄의 발생을 부채질하는 꼴이 되었다. 더군다나 4대강 보 구간에 강력한 독소를 품은 녹조가 매년 여름 대량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 1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녹조 저감 방안에 보에 대한 내용은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용적으로도, 실제 이행에도 수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탄소중립에 대한 노력을 표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4대강에 해야 할 일은 명약관화하다. 거대한 16개 보로 훼손된 물의 연속성을 회복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녹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4대강 보를 지키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하는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23.07.08 11:05ㅣ최종 업데이트 23.07.08 11:15한라산 정상, 오름, 파란 바다, 검은 돌 해변, 어선들의 불빛, 돌고래와 가마우지... 제주는 여행천국이지만 제주의 아름다움을 아무리 상찬한다고 해도 깊고 넓게 깔린 제주4.3을 암막처럼 가리진 못한다. 지난밤의 역사이고 오늘 아침의 상처다.
그리하여 제주는 우리나라 다크 투어리즘의 대표 격이다. 4.3의 수많은 흔적에서 전쟁과 평화, 학살과 생존, 민초와 권력, 우리 역사와 세계사의 연결 등등을 걷고 보고 더듬어볼 수 있다. 제주를 시계방향으로 일주해보자.
▲ 제주4.3평화공원 비설 ⓒ 윤태옥
제주4.3 역사기행의 출발은 4.3평화공원이다. 기념관과 야외 두 부분으로 돼 있다. 기념관의 전시실은 4.3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보여준다. 야외에는 위패봉안실, 위령탑과 각명비, 행방불명인 표석, 발굴유해 봉안관, 조형물 비설이 있다.
평화공원 아래쪽 주차장에서 들어서면 좌측에 둥근 돌담이 먼저 보인다. 비설(飛雪)이다. 담을 따라 돌아 들어가면 스물다섯 살의 엄마가 눈밭에서 갓난이를 끌어안은 채 고꾸라질 듯 버티고 있다. 엄마의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표정만으로도 전율이 인다.
조금 올라가면 우측에 봉안관이 있다. 발굴을 통해 수습된 4.3희생자들의 유해 380기가 안치돼 있다. 사람의 뼈가 뒤엉킨 발굴현장(재현)에서도 눈을 질끈 감게 된다. 봉안관을 나와 더 올라가면 행방불명 희생자들을 만나게 된다. 4.3에서 끌려가고 사라졌으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는,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다. 3976기의 표석마다 이름이 하나씩 새겨져 있다.
그 옆의 위령제단에는 1만4412명의 위패가 있다. 위령탑을 둘러싸고 있는 각명비는 마을별로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상과 함께 사망일시 장소와 나이가 기록돼 있다. 마을마다 깨알같이, 집집마다 디테일하게 한 사함 한 사람 차곡차곡 죽인 것이다. 전체 희생자는 2만5천 명에서 3만 명으로 추정하지만 평화공원에 기록된 이름은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기념관으로 들어서면 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백비를 만난다. 아무 글자도 새기지 않은 비가 눕혀 있다. 제주4.3은 사건 반란 항쟁 등등 여러 가지 명칭이 불리곤 하지만 공식명칭은 제주4.3사건이다. 정명이 되지 않은 것에 서운한 사람이 많지만 각자의 상상력을 끄집어내는 효과도 있다. 백비를 지나면 제주4.3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이후의 강요된 침묵과 진상규명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역사를 잘 보여준다. 찬찬히 보자면 한 시간도 부족하다.
▲ 제주4.3평화공원 야외 각명비 ⓒ 윤태옥
▲ 제주4.3평화공원 위폐봉안실 ⓒ 윤태옥
▲ 제주4.3평화공원 유해발굴 현장(재현) ⓒ 윤태옥
4.3기념공원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면 조천, 물빛이 아름다운 함덕해수욕장이 나온다. 그 동쪽에 서우봉이 있고, 서우봉 바닷가로 몬주기알(북촌리 2683)이 있다. 선흘리 사람들이 집단으로 총살(1948.11.26)을 당했다. 학살은 정부수립 이후의 초토화 작전(1948.11~1949.3)과 한국전쟁 직후의 예비검속(1950.8)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발생했다.
몬주기알에서 큰길로 나오면 너븐숭이4.3기념관(북촌리 1599)이 있다. 기념관 앞에 애기무덤이 있다. 그 안쪽으로는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을 기리는 문학비가 있다. 열두 개의 석물이 널브러진 시신들처럼 바닥에 이리저리 쓰러져 있다. 현기영은 1979년 11월 소설에 4.3의 신음소리를 담아 세상에 던졌다. 아파서 앓는 소리를 했으나 시끄럽다고 잡혀갔다. 글쟁이의 손가락은 고문에 짓이겨졌다.
문학비에서 더 걸어가면 북촌초등학교에 이른다. 1949년 1월 17일, 4·3 당시 단일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북촌리 학살사건이 그곳에서 벌어졌다. 북촌리 주민 500여 명이 한 날 한 시에 불귀의 객이 됐고 마을은 다섯 채만 남기고 모두 불탔다.
비자림을 지나 다랑쉬굴(세화리 2605)로 갈 수 있다. 다랑쉬굴은 주민들이 피신해 살던 동굴이었다. 토벌대가 수류탄을 던져 넣고 불을 질러 11명이 굴속에서 죽었다. 1991년 제주4.3연구소에서 시신을 발견했고 다음해 4월 세상에 공개하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경찰과 행정당국은 유족들을 강박해 45일 만에 화장한 뒤 바다에 뿌리게 했다. 학살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과 이별하는 절차도 억누르고, 기억하고 발언하는 것 자체를 핍박한 것이다. 다랑쉬굴입구를 콘크리트로 봉해버렸으나 공기가 통하는 숨골을 더듬어 볼 수는 있다.
▲ 현기영 순이삼촌 문학비 ⓒ 윤태옥
▲ 다랑쉬굴 입구에서 보는 다랑쉬오름(좌)와 아끈다랑쉬(우) ⓒ 윤태옥
다랑쉬굴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면 성산 일출봉이다. 일출봉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광치기해변의 북쪽 끝에 터진목이 있다. 성산읍 사람들이 학살당한 곳이고 지금은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아름다운 풍경에 슬픈 역사가 손깍지를 끼고 있다. 당시에 서북청년단원만으로 조직된 서청특별부대는 성산동국민학교에 3개월 정도 주둔했다. 고문과 처형이 매일매일 자행되던 곳이다. 지금은 일부 폐허(성산리 179-4)가 남아 있고 그 앞에 표지가 설치돼 참혹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표선해수욕장의 모래 해변을 한모살이라고 하는데 이곳 역시 학살지다. 중산간 마을 사람들이 피신해 있다가 잡히면 이곳에 끌려왔다. 157명이 한꺼번에 학살당하기도 했다. 한모살의 학살터 표지는 표선도서관 입구(표선리 40-96)에 있다.
남원교차로에서 북쪽으로 1118번 도로를 가다가 소로로 들어가면 현의합장묘(수망리 893)를 찾을 수 있다. 큼지막한 봉분 세 개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널찍하고 말끔해서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1949년 1월 주민 80여 명이 의귀국민학교에 집단으로 수용됐다가 학살당했다. 유족들이 모여 봉분을 단장하고 산담을 쌓은 것이 1964년이었다. 2003년 지금의 묘역으로 이장됐다. 현의합장묘 원래의 자리(의귀리 765-7)에도 표지가 있다.
▲ 성산동국민학교 서북청년단 특별부대 주둔지 ⓒ 윤태옥
▲ 표선 한모살 ⓒ 윤태옥
▲ 현의합장묘 ⓒ 윤태옥
서귀포 중문성당은 4.3기념성당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신사가 있었고 4.3에서는 학살터였다. 종교는 죽은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을 위로할 때 종교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송악산으로 가다보면 산방산 직전에 안덕면 위령비(사계리 3630)가 있다.
산방산을 지나서 백조일손묘역(상모리 586-4)을 찾아갈 수 있다. 조상은 서로 다르지만 한곳에서 뒤엉켜 죽임을 당해 하나의 자손이 됐다는 뜻이다. 1950년 전쟁이 터지자 대한민국 정부는 소위 사상이 불온한 자들을 예비검속으로 잡아들였다. 모슬포에서는 8월 20일 새벽에 200여 명을 총살했다. 유족들이 시신을 겨우 수습한 것은 1956년 5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죽임을 당한 모슬포 사람들을 같은 곳에 안장한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유족들을 불러 파묘하라는 회유와 협박을 계속하다가 5·16군사쿠데타 직후에는 위령비를 깨버리기까지. 깨진 조각들은 지금 위령비 옆에 전시돼 있다. 죽은 자의 집조차 이렇게 해야 했을까. 이들이 학살당한 곳은 섯알오름이다. 그곳에도 추모비(상모리 1590-3)가 있다.
모슬포에는 문형순·조남수·김남원 세 사람의 공덕비(동일리 2995-1)가 있다. 문형순은 독립운동가였고 해방 후 경찰에 투신해 제주도에 부임했다. 1948년 12월 군경은 대정읍 하모리의 좌익 총책을 검거해 관련자 백여 명의 명단을 압수했다. 이들 모두 처형위기에 놓이자 조남수 목사가 자수와 선처를 건의하고 김남원 민보단장도 설득에 나섰다.
이들이 자수하자 모슬포 경찰서장 문형순은 이들을 전원 훈방했다. 자신의 목숨을 건 일이었다. 문형순은 1950년 8월 성산포 경찰서장일 때에 예비검속자들을 총살하라는 군당국의 명령을 거부했다. 문형순의 흉상은 제주경찰청 본관 앞에도 있다.
영모원(하귀1리 1134-1)은 중산간 지역에 있다. 하귀리 주민들이 독립운동가와 군경과 4.3희생자를 한 곳에서 추모할 수 있도록 세운 합동 위령단이다. 애국절사영현비 호국영령충의비 4.3희생자위령비가 나란히 서있다. 4.3에서 사후의 화해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죽은 자들에게도 화해가 성립하는 것인지, 소심한 나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제주비행장 바로 바깥에 있는 도두봉을 만난다. 이곳에서는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제주공항 자리에서 가장 많은 학살이 벌어졌다. 발굴된 것만 382구, 아직도 활주로 밑에 유해가 깔려 있을 것이다. 제주공항 북쪽 경계 바로 바깥에도 예비검속자 위령비(용담삼동 1199)가 있다.
▲ 섯알오름 추모비 ⓒ 윤태옥
▲ 영모원 ⓒ 윤태옥
▲ 도두봉에서 바라본 제주공항 활주로 ⓒ 윤태옥
제주항 여객터미널 건너편에는 주정공장 옛터가 있다. 학살 전에 집단으로 수용하던 시설이었다.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 동쪽의 별도봉 바닷가에는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이 있다. 1949년 1월 젊은이 수십 명을 학살하고 마을을 전부 불태웠다. 나머지 주민들은 주변마을로 이주해야 했다. 곤을동은 사람과 집 모두가 사라져버렸다. 지금 그곳을 걸어보면 얕은 담장들이 집터였던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역사를 모르고 가면 걷기에 참 좋은 꽤나 고즈넉한 바닷가이거늘...
제주농업학교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일제가 패망한 그해 9월 10일 제주도건국준비위원회(위원장 오대진) 결성식이 이곳에서 열렸다. 미군이 9월 28일 제주의 일본군으로부터 항복을 접수한 것도, 미59군정중대 본부도 이곳이었다. 4.3이 발발하면서 9연대, 11연대, 2연대가 교대로 주둔했다. 도내 유지들과 지식인, 자수자와 체포자들이 잡혀와 고문과 취조를 당한 후 처형되거나 이곳을 거쳐 육지의 형무소로 끌려가기도 했다. 제주농업학교는 도남오거리 일대에 있었다.
제주 시내에는 서문사거리와 동문시장을 잇는 대로변에 관덕정이 있고, 그 안쪽으로 제주북초등학교가 있다. 4.3의 시발점이라고 하는 1947년 3.1절 기념식은 북국민학교에 열렸다.
제주4.3에서 군인과 경찰, 서북청년단 등에서 무장대에 의한 희생자가 있었다. 4.3특별법에 의해 확정된 희생자는 2020년 현재 총 1만4532명, 이 가운데 무장대에 의한 희생자는 1500여 명, 16%다.
국가 현충시설로 관리되는 제주의 십여 곳의 충혼묘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제주시충혼묘(노형동 산19-2)는 입구에 박진경 추도비가 세워져 있다. 1948년 5월 부임한 그는 6주 동안 4천여 명을 체포할 정도로 강경 일변도였다. 박진경은 무자비한 토벌에 불만을 가진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남원 서귀포 조천의 충혼묘에서 서북청년단 애국단 민보단의 묘나 추모비를 볼 수 있다.
무장대 자체의 흔적은 거의 없다. 마지막까지 무장대를 이끌던 이덕구는 1949년 6월 경찰과 교전 중에 사망했다. 그는 가족묘(제주시 회천동 672)에 묻혀 있다. 현의합장묘에서 멀지 않은 송령이골에도 무장대의 무덤(의귀리 1974-3)도 있다.
▲ 남원 충혼묘 ⓒ 윤태옥
▲ 서귀포 충혼묘 경찰 충혼비 ⓒ 윤태옥
이렇게 제주도를 일주했다. 이것 이외에도 많은 흔적이 있다. 더 자세한 것은 제주4.3연구소 등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제주를 떠나 여수로 건너갈 시점이다.
착잡한 마음으로 되새겨 본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그때는 그랬으나 앞으로는 절대로 그러지 않아야 할 것"을 이야기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그리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죽여 없애면 그 생각 전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대단한 착각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제주4.3은 그 시작이다. 4.3은 여수와 순천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남한 전체로, 북진하면서는 수복지까지 확산돼 갔다.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역사다.
[필자 알림]
2020년 이후 계속해온 <길 위에서 읽는 한국전쟁 답사여행 – 휴전선(강화·교동~강원·고성)>을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휴전선 답사여행 9차(10.20~25)에 동반하고자 하는 독자는 다음 링크의 공지를 찬찬히 읽어본 뒤에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방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사실상 ‘안전하다’는 결론의 종합보고서를 낸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입국하며 공항에서부터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등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7일 일본에서 출발해 오후 10시 40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그가 도착하기 전부터 정의당, 진보당 당원들과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속속 집결했다.
시위대는 ‘핵투기 오염수 반대한다’ ‘IAEA 보고서 폐기하라’ ‘IAEA 사무총장 방한 반대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한글과 영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도착 1시간여 뒤에 입국장으로 나왔으나 시위대의 격렬한 항의에 다시 공항 안에서 대기했다. 결국 8일 새벽 1시께 시위대와 취재진의 눈에 띄지 않는 별도의 통로로 김포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8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을 차례로 만나 종합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한국 측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어 9일 오전에는 더불어민주당 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와 만날 예정이다.
8일 오후에는 정부청사가 있는 광화문 인근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등 전국에서 규탄과 항의집회가 열린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7일 저녁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에 도착, 시민단체의 항의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고속도로 계획이 바뀌다니 참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들끼리 뒤집더니 이제 없던 일로 하겠다? 우릴 협박하나?"
두물머리로 흐르는 남한강 하류를 사이에 두고 인구 12만의 양평이 쩍 갈라졌다. 영부인 이름 '김건희' 세 글자 때문에 연일 갈등에 휩싸였던 경기도 양평은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던진 폭탄으로 또 한번 상처를 입었다.
6일 오전 8시 양서면 양수리를 찾았다. '두물'을 의미하는 이름의 양수(兩水)리 초입에 "고속도로 사업 원안대로 시행하라! 주민 동의 없는 노선변경 강력히 반대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 6일 오전 경기 양평 양서면에 걸린 플래카드를 한 운전자가 지켜보고 있다.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서면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플래카드에 적힌 '도곡'은 남한강을 기준으로 양서면 쪽에 있는 양평읍 도곡리를 의미한다.
양수리가 속한 양서면에선 주말마다 북적이는 관광객으로 극심한 교통난이 일상이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양서면으로 예정됐을 때 주민들은 조금이나마 왕래가 여유로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갑자기 종점을 남한강 너머의 강상면으로 바꾼다는 내용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길게 잡으면 지난 2008년부터 논의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사업안이 별다른 논의도 없이 급하게 바뀐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땅이 강상면(바뀐 계획의 고속도로 종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대 민심이 흉흉해졌다.
[원안 양서면] "대통령 와이프 영향이 없겠나"
▲ 6일 오후 남한강을 지나는 경기 양평 양근대교. 차량 한 대가 경기 양평 양서면 쪽에서 강상면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서면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계획이 바뀌며 논란이 일었다.
이날 오전 양서면(바뀌기 전 계획의 고속도로 종점)의 다섯 마을을 돌며 주민 10여 명을 만났다. 오전 9시께 양서면을 지나는 경강로 인근에서 만난 A씨는 "(계획을) 변경하려면 주민들을 만나던지 공청회를 열던지 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두물머리가 관광지라 주말이면 주민들도 차를 댈 곳이 없고 한 번 빠져나가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라며 "교통체증이라도 좀 해결해보자고 이 사업을 추진한 건데"라고 토로했다.오전 11시께 건넛마을에서 만난 B씨의 말은 좀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대통령 와이프의 영향이 없겠나. 어차피 엄마(김건희 여사 모친 최은순씨 지칭)가 돈 많고 그러면 자식들은 엄마 따라가는 것 아닌가"라며 쓴웃음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여긴) 서울 쪽으로 놀러가고 싶어도, 조금 더 큰 병원에 가고 싶어도 차가 막혀서 엄두를 못낸다"라며 "매일 농사지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아 데모도 못하는 처지"라고 털어놨다.
앞서 만난 A씨는 "(정부가) 지역 간 이질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실제 A씨가 사는 양서면과 남한강 건너 강상면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변경 강상면] "김건희 여사 종중, 조상님 숭배정신 투철"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강상면·강하면 주민들이 찾아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상면과 인근 강하면 주민 5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한데 모여 어디론가 이동 중이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IC 인근, 강상면 병산리의 윤 대통령 처가 땅 초입이었다.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및 지역 정치인들이 "고속도로 게이트"라고 비판하며 이곳에 도착하자 주민 중 일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 주민은 현장에 있던 여현정 양평군의원을 향해 "아니, 김건희가 이 산을 요새 샀다면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이해가 가! 근데 옛날부터 대대로 물려오던 것 아니냐"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가 여 의원과 최재관 지역위원장(여주·양평)을 향해 "이쪽(여 의원 지칭)은 양평군의원이시고, 이쪽(최 위원장 지칭)은 양평에서 국회의원 나오시려는 분인데 지역이 우선 발전돼야 한 표라도 얻을 것 아니냐"라고 항의하자 주변에 있던 주민들도 "그렇죠"라며 동조했다.
다른 주민은 "김건희 여사 종중이 조상님 숭배 정신이 투철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땅에) 김건희 여사 조상님묘가 있는 곳인데 조상님묘를 건들어가면서 개발을 하겠나. 그러면 후레자식이지"라며 "지역 개발을 위해 이쪽으로 고속도로를 뚫겠다고 했고 이 지역 주민들이 다 좋아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왜 반대하고 김 여사 때문이라고 말해 방송에 내보내느냐"라고 항의했다.
현장에서 만난 강상면 주민 박아무개(60대)씨는 "(계획안이 정해진 이상) 어쩔 수 없잖나. (양서면 주민들 의견도 있겠지만) 큰 걸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해 진상조사TF를 꾸렸고 오늘 현장 조사에 나섰다"라며 "소위 '고속도로 게이트'의 진상이 명명백백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조오섭, 최인호, 강득구 의원, 최재관 지역위원장(여주·양평), 김의겸, 김두관 의원.
앞서 국토부는 '고속도로 종점이 IC(나들목)이 아니라 JC(분기점)이기 때문에 땅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양평의 부동산을 찾아 만난 이들은 국토부의 발표에 "거짓말"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전 9시께 만난 공인중개사 이아무개씨는 "고속도로 종점을 옮기는 것을 보며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거리낄 게 없는 모습에 무섭다는 마음도 들었다"라며 "중요한 건 단순히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종점에) JC가 생긴다는 게 아니라 인근에 남양평IC(중부내륙고속도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땅값이 안 오른다?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추가로 만난 공인중개사 김아무개씨 또한 "땅값이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많이 오른다. 벌써 종점으로 계획된 강상면 근처 땅값이 들썩인다더라"며 "(양서면 사람들이 억울한 상황인데) 시골 사람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원희룡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정치 생명 걸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소통관에서 브리핑 하던 중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정치 생명 걸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취재진이 주민들을 만나고 있던 이날 정오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폭탄 발언이 터져 나왔다. 기자들 앞에 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속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원 장관은 자신의 "장관직"과 "정치생명"까지 거론하며 "의혹들이 근거가 없고 무고임이 밝혀진다면 더불어민주당은 간판을 내리시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표에 양평은 더욱 큰 혼란에 휩싸였다. 양서면과 강상면 모두 불만을 토로했고 "주민을 협박하는 건가", "희롱 당했다"는 성토까지 쏟아냈다.
앞서 만났던 양서면의 A씨는 "자기들끼리 뒤집었다 엎었다 하더니 이제 없던 일로 하겠다는 건가"라며 "주민 입장에선 '너네 가만 안 있으니 거 봐라'라는 (정부의) 협박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격분했다. 추가로 만난 양서면 주민 C씨는 "무슨 정부가 일을 그 따위로 하나"라고 일갈했다.
강상면 주민의 입에서도 험한 말이 나왔다. 25년간 강상면에 거주했다는 백아무개(70대)씨는 "줬다가 뺏는 건가"라며 "군민을 약올리고 희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아무개씨 또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비롯해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하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나"라며 "고속도로 놓는 것 갖고 그렇게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면 여기 사람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에서 바라본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IC 인근. 오른쪽 편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위치해 있다. 당초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이어질 예정이던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서면에 생길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레 강상면으로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묘사하는 것이 유행이다. 떠오르는 강대국과 기존 강대국 사이의 전쟁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이 말은 미국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2015년 <애틀랜틱>지에 "투키디데스 함정: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글을 기고한 것을 계기로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다(사실 그 이전에 중국 시진핑 주석이 공석 석상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에 '대해 몇 번인가 언급한 적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대내적으로는 ‘중진국 함정’에,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이를 잘 비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앨리슨 교수가 그의 논지를 확장하여 2017년에 펴낸 <예정된 전쟁>이라는 책이 널리 읽히면서 여러 정치지도자, 학자, 언론인은 미중 관계를 얘기할 때 이 말을 즐겨 인용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이 말의 운명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다.
앨리슨 교수는 그의 글에서 투키디데스가 가리키는 은유가 현재의 미중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투키디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로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을 다룬 역사서(펠레폰네소스 전쟁사)를 썼다. 당시 스파르타는 기존 강국이었고 아테네는 새로 떠오르는 세력이었다. 앨리슨은 고대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관계에서 현대의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읽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핵심은 새로 떠오르는 세력이 지배세력에게 두려움을 줄 정도라면 전쟁은 예외가 아니라 ‘법칙’에 가깝다는 것이다.
앨리슨은 중국의 성장이 미국에게 두려움을 줄 정도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가를 과장해서 설명한다. 앨리슨에 따르면 미국에 대비한 중국의 경제규모가 1981년에는 10%였지만 2007년에는 60%, 2014년에는 100%, 그리고 <예정된 전쟁>을 펴낸 2017년에는 115%가 되었으며,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2023년에는 150%, 그리고 2040년에는 거의 세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곧, 올해 말에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의 1.5배에 이른다는 것인데,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앨리슨은 중국이 이제 '세계사에서 가장 큰 행위자로 변모했는데도, 미국인 가운데는 "이런 사실이 미국에 의미하는 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숨을 내쉰다.
물론 앨리슨은 투키디데스 함정이 운명론이나 비관론과 거리가 멀다고 항변한다. 그는 중국과 미국이 현재 정면충돌을 앞두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할 길이 있다고 덧붙인다. 그에 따르면 그 길이란 중국이 상승세를 계속 타지 않는 것과 미국에 대해서 호전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한다. 곧,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는 오로지 중국 쪽에 달려 있다고 그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엘리슨은 중국이 미중 대립을 피하려면 미국의 하위파트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중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항을 은연중에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상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 앨리슨이 현재 미국 국방장관, 국무장관, 그리고 중앙정보국장(CIA)의 자문위원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도 앨리슨의 투키기데스 함정론은 미어샤이머 등이 주장하는 공격적 현실주의 국제관계 이론과 더불어 미국이 중국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 봉쇄전략은 이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셰펑 주미 중국대사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만났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셰 대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고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과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위한 투키디데스 함정론
투키디데스 함정론의 한계는 무엇보다 그것이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이 일어난 역사적 맥락 가운데서 올바르게 이끌어낸 함의인가 하는 데에 있다. 미국의 진보적인 경제학자인 마이클 허드슨은 지난해 펴낸 <문명의 운명>이라는 책에서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을 스파르타의 과두정치(경제)체제와 아테네의 민주정치(경제)체제의 대립으로 볼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는 새로운 세력에 대해 기존의 강대국이 느끼는 두려움을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라고 보는 앨리슨의 설명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스파르타는 자체의 농지를 보유하지 않은 채 이웃 국가들의 인구를 노예로 부려서 잉여농작물을 생산하도록 강요하는 체제를 유지했다. 그 덕분에 스파르타인들은 농업노동에서 해방되어 군사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고 그 군사력을 바탕으로 잉여 생산물 수탈체제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7세기부터 3세기까지 부채탕감과 토지 재분배를 요구하는 대중 반란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그러한 반란에 대해 아테네는 솔론, 페리클레스 시기에 대중의 요구를 수용한 토지 재분배와 부채탕감이라는 민주적인 개혁으로 대응했다.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민주적 개혁이 자기들의 불로소득 과두정치에 끼칠 안 좋은 영향을 걱정하여 그에 반대했는데, 그것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마이클 허드슨은 설명한다.
앨리슨의 논리가 국민국가의 경쟁이라는 좁은 틀로만 미중 관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투키디데스 함정론이 갖는 또 다른 한계이다. 세계체제론 연구자인 훙호펑은 지난해 펴낸 <제국의 충돌>이라는 책에서 그러한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결정하는 데에는 지정학적 경쟁뿐만 아니라 자본의 이해도 작용한다. 사실 자본의 이해가 국가의 대외 관계를 규정하는 더 본질적인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1990년대 초반에 미국이 지정학 안보론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이끌어 들인 데에는, 훙호펑도 설명하듯이, 미국 자본의 이해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농촌에 흩어져 있는 우수한 노동력을 도시에 집중시켜서 수익성이 떨어진 미국 과잉 자본과 결합함으로써 거기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중국이 수출주도 발전전략을 채택하여 저가의 상품을 세계시장에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장기적인 물가 안정 현상이 나타나자 금융자본, 특히 미국의 금융자본은 거기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화폐 당국이 물가 안정을 근거로 화폐량과 이자율의 조절을 자산 가격의 상승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었던 점이 이에 크게 기여했다. 낮은 금리와 낮은 물가상승률,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자산가격의 조합을 연준 의장을 지낸 버냉키는 ‘대안정’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한편 중국은 세계시장에 상품을 공급하여 번 돈을 주로 미국의 국채를 사는데 썼는데, 이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안정되었다. 또한 앨리슨이 말하는 바와 같이 미국은 매년 6000억 달러의 예산을 마련하여 주요 무기체계를 개선하는 데 쓸 수 있었다. 보수파 금융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은 미국과 중국의 이러한 상호 의존관계를 차이메리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2010년 이후부터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삐걱거림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훙호펑은 거기에도 기업들의 이해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은 선진국들이 이미 형성해 놓은 글로벌 가치 사슬과 연계 속에서 이른바 ‘후진성의 특권’을 누리면서 자본을 축적해 나갔다. 중국의 기업들은 처음에는 노동집약적인 공정에 집중했지만 나중에는 첨단 기술분야에도 진출할 정도로 노동자들의 숙련과 기술을 발전시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자국에 쌓인 과잉자본을 해소하기 위해 대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데, 거기에서 나온 것이 일대일로 정책이다. 이리하여 세계시장에서는 미국 기업들과 중국기업들의 이해 대립이 커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훙호펑은 설명한다.
훙호펑도 얘기하고 있듯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를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에서 유추해 내려고 하는 것은 매우 수준 낮은 시도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행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대외 정책은 일차적으로 자본의 요구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는 노력의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렇다고 이것이 국가가 자본의 요구만을 직접 반영하여 대외 정책을 수립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국가의 대외 정책을 일차적으로 규정하는 힘은 자본의 이해이지, 겉으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 대립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국가의 정책 수립과정을 지정학이나 이데올로기 측면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앨리슨의 저서는 한계를 갖는다. 그런데도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미국의 정책 당국이나 주류 사회에서는 마치 정설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는 무엇보다 투키디데스 함정론이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해와 일치하는 측면이 있고 또한 그것이 미국 대기업들의 이익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 위협의 크기와 긴급성을 과장하여 미국이 수립한 여러 정책들은 결국 기업에 대한 국내 지원을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국방수권법 개정을 통해 반도체 지원 예산 520억 달러를 배정하는 것과 같은).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서초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홀에서 열린 청년정책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기 전 겉옷을 벗고 있다. ⓒ연합뉴스
투키디데스 함정론에 빠진 한국 무역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우리나라의 대외정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 정부의 중국 정책은 대체로 이 투키디데스 함정론을 따르는 모습이다. 한동훈 장관이 외국 출장을 나갈 때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남들 눈에 띄도록 팔에 끼고 나간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인식, 강경한 탈중국 주장, 대만 문제에 대한 간섭적인 발언은 투키디데스 함정론과 이러저러하게 맞닿아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가치 동맹에 대한 옹호, 한미일 공조 강화, 특히 미국의 압력에 의한 한일관계 개선 노력도 마찬가지이다.
투키디데스 함정론이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은 무역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자료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가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478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이 이러한 적자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미 올해 4월까지의 무역수지 적자가 253억 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분기의 무역적자는 225억 달러인데, 이는 분기 수치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무역수지 적자의 증대는 수입 증가보다는 수출 감소 때문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수출감소의 많은 부분을 대중국 수출이 차지한다. 전체 수출 감소에서 대중국 수출 감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4분기에는 58.6%였고 올해 1/4분기에는 57.8%였다.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명이 제시된다. 하나는 중국의 중간재 자립도 향상, 중국과 기술 격차 축소와 같은 구조적 요인이 대중국 수출 감소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이러한 설명 방식을 제시한다. 정부도 대체로 이러한 설명 방식을 따르면서 여기에 코비드-19에 따른 영향을 추가한다. 다른 하나는 현정부 들어 변화한 대중국 정책의 효과로 중국 수출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대중국 첨단 제품의 수출 제한, 또 다른 제한을 우려한 중국의 중간재 수입선 다변화와 자국산 대체, 대중국 강경 정책에 따른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산 상품 기피 등이 결합하여 대중국 수출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구조적 요인론으로는 현정부 들어 급속하게 대중국 무역 적자가 증가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만약 중국 수출 감소가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면 그 효과가 단시간에 나타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 감소를 코비드-19에 따른 영향 탓으로 돌리기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코비드-19가 유행하는 기간에도 중국의 수입은 줄어들지 않았고, 따라서 우리나라만 중국 수출이 감소한 이유를 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중국 정책 변화만으로 중국 수출 감소를 모두 설명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이미 2013년부터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세가 꺾이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구조적 요인과 대중국 정책 변화 요인이 모두 중국 수출 감소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정책변화에 따른 대중국 수출 감소이다. 전체 대중국 수출 감소액 가운데 구조적 요인과 정책 변화 요인이 각각 얼마만큼을 차지하는지 계산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튼 대중국 정책 변화에 따른 수출 감소 요인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것은 발생시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 점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이 부분에서 생기는 무역 적자는 대중국 정책 선택이 달랐다면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출주도형으로 굳어진 우리 경제에서 무역 적자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고, 따라서 무역 적자 문제는 높은 관심을 가지고서 지켜보아야 하는 사안이다. 우리는 과거 3~4년의 무역적자 누적으로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경험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불가피하고 그것도 머지않은 시점에서 현실화할 것으로 가정하는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순전히 미국의 지정학적 관점을 나타낸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이론이 미국 금융자본이나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에 상당한 이데올로기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책 당국자나 주류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역시 미국의 대외 정책을 규제하는 힘이 자본의 이해관계에서 나온다고 본다면 투키디데스 함정론에 기반한 대외 정책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미국이라는 국가와 미국 자본의 이익을 표현하는 투키디데스 함정론을, 그리고 그에 따라 형성되었지만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미국의 정책을 우리가 무턱대고 따를 이유는 없다. 미국이 주장하는 가치 동맹이라는 허상에 매달려 중국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한국 경제가 얻을 이익은 없을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특혜 논란을 이유로 국책사업을 직권으로 중단시킨 데에 7일 아침신문은 논조를 막론하고 “이해하기 힘들다”며 선언 철회를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문화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신문들은 유 특보의 장관 재임 당시 문체부 2차관이었던 김대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유 특보를 추천했다고 보도하며 “MB 시즌 2”라는 지적이 다시 나왔다.
민주당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를 위한 철야 농성에 돌입하고 정부는 7일 오염수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다수 신문이 관련 소식을 전한 가운데 초점은 엇갈렸다.
▲7일 아침신문 1면
▲7일 경향신문
고속도로 백지화에 “통째로 논란 덮은 원희룡”
원 장관은 6일 국회에서 여당과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된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여사가 선산을 옮기지 않는 한, 처분하지 않는 한 (더불어)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고 했다.
원 장관은 “이 도로가 정말 필요하고 최종 노선을 정할 게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며 “만약 김 여사 땅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제가) 사건 전에 조금이라도 인지한 게 있었거나 이와 관련해 청탁, 압력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경기 하남과 양평을 잇는 사업으로 국토부가 2017년부터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이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을 때 제시된 노선이 있었으나, 지난해 7월 양평군에서 예타 노선과는 다른 3개의 노선을 다시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민일보는 “이 중 두 번째 안이 기존 예타 노선을 대체할 유력한 안으로 검토됐고, 이 노선의 종점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7일 국민일보
경향신문은 “문제는 대안노선을 채택할 경우 당초 예타에서 정한 사업비보다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라면서 “기존 예타 내용과 다른 노선으로 변경하더라도 통상 예타 사업비 내에서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종점이 달라지는 데다 1000억원 가까운 큰 비용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고 했다.
▲7일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노선을 변경하면서 건설비가 늘어난 점도 문제가 됐다. 예타 이후 국토부 타당성 조사에서 고속도로의 출발지 또는 종점이 바뀐 사례는 2건뿐이라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예비타당성 조사 후에도 지역 주민 요청으로 노선이 변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7일 한국일보
경향신문은 1면에서 원 장관의 선언을 놓고 “김 여사 관련 논란을 원천 차단하고, 사업 중단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리며 지역 비판 여론을 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했다. “‘사업 원점 재검토’ 등 수세적으로 대응하던 정부·여당은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면 백지화’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며 “윤 대통령 처가 리스크를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내에 해당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를 추진하기로 했다. TF 단장을 맡은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 부인을 포함해 부인의 모친 최은순씨 일가 땅들이 (변경된 종점) 이쪽에 상당 부분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사업 백지화 책임을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정쟁의 도구로 전락될 우려가 커지자 국토부가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오늘 결정으로 인한 모든 피해의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국민의힘 미디어법률지원단은 최근 한 유튜브에 출연해 해당 의혹을 거론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국의 장관이 국책사업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며 “문제가 없으면 그냥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원안대로 시행하면 된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엔 백지화 철회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총사업비 약 2조원에 이르는 대형 국책사업이 돌연 취소된 터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당장 고속도로 종점 지역인 양평군에선 백지화 방침 철회 요구가 나왔다”고 했다. 양평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발표 전 중앙정부로부터 고속도로 계획 백지화 등 관련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통보받은 게 없다”고 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7일 한겨레
경향신문은 원 장관의 백지화 발표에 대한 양평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전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오늘 발표는 너무 당황스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고 지역시민사회단체들도 “장관 말 한마디에 숙원사업이 무산되는 것은 군민 기만”이라고 했다.
▲7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양평군민 A씨가 “주민공청회나 예비타당성 같은 절차도 없이 바뀐 게 정상이냐”면서 “처음부터 결정한 대로 했으면 될 것을 왜 갑자기 노선을 바꿔 이 사달을 낸 것이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군민 B씨는 “새 노선안에 문제가 있다면 원안대로 하면 될 일인데 백지화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과 사설에서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1면에서 “여야 모두 고속도로라는 민생과 정책 그 자체보다는 의혹 제기와 책임 회피라는 정치적 계산이 앞서고 있다는 데선 별로 다르지 않았다”며 “고속도로 혼선은 정책과 과학, 사실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다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도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7일 조선일보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관련 사설을 냈다. 모두 ‘고속도로 백지화 발언’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는 “근거 없는 의혹이라면 합리적으로 반박하면 될 일인데,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극단적 반응을 보이는 장관의 행태는 괴기스럽다”고 했다. “교통정체 완화 목적으로 추진됐던 일인데 ‘골탕 좀 먹어보라’는 건가”라며 “왜 변경했는지, 누가 변경했는지, 그 절차는 합당했는지 등을 국민들께 설명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7일 한겨레
국민일보는 “대형 국가사업이 정치적 논란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산되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고, 이해하기도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 공격이 두려워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은 성급한 정치적 결정”이라며 “정부는 성급한 백지화 대신 노선 변경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는 작업을 먼저 진행하는 게 옳다”고 했다.
▲7일 국민일보
한국일보는 “고속도로 건설의 핵심 목적은 양평군 두물머리 인근 교통난 해소였다”며 “민주당도 ‘단군 이래 최악 이권 카르텔’이란 묻지마식 공격엔 책임이 따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문제가 된 전 과정을 성역 없이 조사해 투명하게 진실을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확정되지도 않은 도로공사에 특혜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나 그렇다고 사업 자체를 백지화한 정부나 모두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경로로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는 노선 변경을 시도했는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도로 건설 자체를 백지화한 정부 대처도 과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유인촌 문화특보 임명에 “MB 시즌2”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문화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유 특보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이명박 정부 첫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예술의전당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장관 근무 당시 문체부 2차관은 김대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중앙일보는 <MB맨 유인촌 문체특보, 김대기 실장이 추천>에서 “유 특보는 대표적 MB계 인사”라며 “윤 대통령보다 아홉 살 많고 고향(전북 완주)와 대학(중앙대) 등은 대통령과 접점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김대기 비서실장이 유 특보를 추천했고 윤 대통령이 따로 문체특보 자리를 신설한 것”이라고 했다.
▲7일 중앙일보
한겨레는 “문화특보 자리가 신설되면서 대통령 특보는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를 포함해 두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문화체육계에 윤석열 정부의 색깔을 확실히 입히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며 “여권 관계자는 유 특보에 대해 ‘풍부한 문화계 경험과 행정 경험을 두로 갖췄다’고 평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유 특보의 과거 막말 논란과 ‘좌파 인사 찍어내기’ 행적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며 유 특보가 2008년 10월 문체부 장관 재임 당시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 마!”라며 욕설과 삿대질을 하는 영상이 SNS에 재확산했다고 전했다. 유 특보는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폐지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든 학부모에게 “세뇌됐다”는 말을 했고, 2008년 장관 취임 직후엔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7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는 그야말로 ‘MB맨(이명박 사람) 전성시대’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명박 청와대 경제수석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외전략비서관을 각각 지냈다. 김은혜 홍보수석·한오섭 국정상황실장도 이명박 청와대에서 일했다. 김영호 후보자는 통일비서관을 했다. 내각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미대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출신”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자유시장주의, 규제완화, 부자감세로 요약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이명박 정부의 판박이 수준”이라며 “이쯤 되면 윤석열 정부를 사람도, 정책도 그때 그대로인 ‘MB 정부 시즌2’”라고 했다.
▲7일 경향신문
정부 오늘 “오염수 방류 국제기준 부합” 발표할 듯
민주당은 6일부터 1박2일 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를 위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정부는 7일 오염수 관련 과학기술적 평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일본에 제안할 정부 입장도 발표한다.
앞서 IAEA가 오염수 투기 안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애초 3차례 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을 1차례만 완료하고,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가 정한 일정에 맞춰 방류를 정당화하기 위한 보고서를 서둘러 내놨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편 종합보고서를 일본에 직접 전달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7일 저녁 한국을 찾아 2박3일간 머물며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박진 외교부 장관을 잇달아 만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0~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별도 회담을 갖고 오염수 투기 문제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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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정부는 7일 발표할 보고서에 일본의 오염수 정화 방식 등이 기술적으로 크게 문제없고, 오염수 방류가 국제 안전기준 등에도 부합한다는 평가 결과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7일 동아일보
한겨레는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제주 해녀들의 해상시위를 보도했다. 사설에선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해를 구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우려를 전하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방류를 연기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7일 한겨레
한겨레는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와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가 IAES는 방사능 핵종을 걸러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성능을 검토하지도 않은 것은 물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IAEA가 1차례의 시료 분석만 하고 최종보고서를 마무리한 데 대해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오염수가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낮아 최종보고서 작성에 추가 검증이 필요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검증도 끝나지 않은 보고서를 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7일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이준희 논설위원실 고문 칼럼에서 IAEA의 연구 결과가 과학적임에도 정치적 유인에 의해 간단히 무시되고 있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애당초 과학의 영역이 아니었다”며 “후쿠시마 원천 폭발 당시 쓸려나간 그 막대한 방사능 물질이 지금껏 우리 바다에 영향을 미치니 않았다는 사실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라고 주장했다.
발언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확산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양평 주민 숙원 사업이 하루 아침에 백지화 될 처지에 놓였다. 야권에선 ‘특혜 덮기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실무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전적인 책임을 진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아무리 팩트를 설명해도 이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원 장관은 “민주당은 더 이상 추측과 정황만으로 찔끔찔끔 소설 쓰기나 의혹 부풀리기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국토부 장관인 저를 고발하라”며 “저는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 대신 고발 수사 결과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근거 없고 무고임이 밝혀지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라”라고 으름장을 놨다.
국토부는 2017년부터 경기 하남시 감일동과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1조7천억원 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21년 4월경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타당성조사와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공고를 마쳤다. 하지만 지난달 8일 공개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에서 갑자기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 시작됐다.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숙씨, 김 여사의 가족 명의로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 수천평에 달하는 토지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은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원 장관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책 사업이 장난인가. 주무장관이라는 사람이 의혹 제기에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는 식으로 사업을 없었던 일로 만들겠다니 정말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변인은 “원희룡 장관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야말로 (서울-양평 고속도로사업 종점 변경에)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이라며 “이 사업을 백지화하려는 것은 의혹을 덮으려는 꼼수”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노선이 변경된 이유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모두 문책하고, 누가 개입했는지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백지화를 철회하고, 기존 노선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존 노선의 경우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했던 만큼 사업을 추진하는 데 문제가 없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양평 주민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는 성급한 결단을 내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결정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며 “‘김건희고속도로’는 백지화가 마땅하다. 하지만 양평군민의 20년 숙원인 서울양평고속도로는 기존 노선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진선 경기 양평군수가 6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표에
양평군수 “청천벽력... 철회해달라”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사업철회 결정은 국민의힘 소속인 전진선 양평군수와도 엇박자가 났다.
전 군수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의 전면 중단 결정을 철회해 양평군민이 계속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양평군이 2008년부터 추진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양평군민들의 숙원사업이다. 처음엔 민간 투자사업으로 제기됐으나, 재무성 부족으로 반려됐다가 2017년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되며 기사회생했다.
전 군수는 “지난주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노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도 이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될까봐 가짜뉴스로 판단하며,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며 ”양평 지역에 대한 일고의 연고나 지역 사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군민의 이익을 헤아리지 못하면서 일으키는 각종 논란이 오늘과 같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이번 사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 군수는“청천벽력 같은 이번 일이 군수로서 너무나 당황스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양평군에 IC가 설치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위해 12만4천여 양평군민들도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사회민주당 오츠바키 류코 참의원이 국회를 방문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해 야당과 연대했다.
오츠바키 의원은 자국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목소리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밝혔다. 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한 한일 의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의원이 함께 자리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한 한일 의원 간담회 ⓒ 김준 기자
이날 오츠바키 의원은 IAEA 최종보고서에 관해 “폭압적”이라고 주장하며 “후쿠시마 어민들뿐 아니라 전세계 어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본 사민당을 비롯해 많은 시민단체와 지방에서도 반대, 혹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의 동의를 구한 후 방류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왜 방류를 방관하는 것이냐, 지지율 때문이냐”고 야당 의원들에게 묻기도 했다. 질문을 받은 의원들은 “지지율도 오르지 않는다”며 “우리도 방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한 한일 의원 간담회 ⓒ 김준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육지 보관을 해야 한다는 일본의 목소리도 존재한다고 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방류를 강행하겠다는 기시다 총리를 보면, 국민의 우려에도 오염수 방류를 용인, 혹은 승인하겠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모습과 참 닮아있다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미향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대책위)와 10일 일본을 방문해 항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후쿠시마 어업연합회 총회에서 30여 명의 조합원이 만장일치로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며 “일본 국민 또한 IAEA 보고서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국제적 연대로 투기를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츠바키 의원은 이후 광주로 내려가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어 8일에는 오염수 방류 저지 전국행동의 날 집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저지를 위한 한일 의원 간담회 ⓒ 김준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방류저지대책위원회 고문이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저지대책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한편, 더불어민주당 대책위는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개최하며 일본이 “국제적인 약속을 위반하면서까지 다른 나라에 피해 주는 싸구려, 싼 방식을 채택했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며 11일째 단식 중인 우원식 의원은 지층 주입, 지하 매설, 수소 방출, 수증기 방출, 해양방출 등 5가지 오염수 처리 방안을 소개하며 “4가지 방안은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해양 방출 결정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책위 간사 양이원영 의원은 7일부터 사흘간 한국에 방문할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게 “야당도 만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투쟁 수위를 높여 오늘(6일)부터 7일 낮까지 철야농성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다.
같은 날,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을 2년간 자체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를 7일 발표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애초 도쿄전력이 제공한 시료만을 분석해 오염수 방류를 향한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만 6735장에 달하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자료를 처음 받아든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의 소감은 단 한 마디. "황당했다"였다.
지난 6월 23일 자료를 받아 확인해 보니,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 4개월치가 단 한 장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2017년 1월~5월 사이의 자료가 없었다. <뉴스타파>·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3년 5개월의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얻어낸 자료였다. 기간만 해도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2년 9개월치다. 그런데 유독 특정 시기에 '빈 곳'이 있었던 것이다.
기밀을 요구하는 수사에 쓰이도록 정해져있는 특수활동비의 '증빙자료 공백' 기간 동안 74억 원이 사용됐을 거라는 게 하 변호사의 설명이다. 검찰이 공개한 2017년 전체 특활비 집행액은 160억 원. 증빙자료가 남아있는 8개월간의 총액이 86억 원 가량이라고 했다. 160억 원에서 86억 원을 뺀 금액이 74억 원이다.
"심지어 국정원도 특활비 증빙자료를 남겨요. 민간 기업에서 돈을 썼는데 74억 원 영수증이 없다고 하면 대표가 횡령한 걸로 봅니다. 하물며 공금인데, 말이 안 되죠."
하 변호사는 "증빙은 있었지만 폐기됐다고 본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불법폐기다.
"특활비는 검찰총장 통치자금으로 불려요. 실무자 선에서 자료를 폐기할 수 없죠. 불법폐기 범죄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자료가 없는 시기는 공교롭게도,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의 돈 봉투 만찬 파문이 벌어진 시점(2017년 4월)과 맞물린다. '돈 봉투 만찬'은 당시 이 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법무부 소속 검사와 특수본 소속 검사에게 100만 원 상당의 돈 봉투를 건넨 사건을 말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2017년 5월부터 서울중앙지검장, 2019년 7월부터 검찰총장)인 2017년 6월~7월에도 특활비 지출 증빙자료 가운데 영수증(특활비를 받아 간 사람이 반드시 남겨야 하는 수령증)이 누락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17년 9월 경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고 있지 않아 부득이 제출하지 못하였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고 했다. "돈 봉투 사건(2017년 4월) 이전부터 법무부 특활비 지침이 있었고, 지침에 따르면 수령자가 영수증을 남기게 돼있다"는 것이다.
특활비 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이 빈칸이었다고 한다. 업무추진비의 경우, 전체 535건의 영수증 가운데 61%가 정보값이 전혀 없는 '판독 불가' 상태로 공개됐다는 것이 하 변호사의 설명이다. 검찰은 "오래전 영수증이라 잉크가 휘발됐다"라고 설명했다고 하지만, 판독 가능한 상태의 영수증에도 온전히 정보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소송에서 대법원은 업무추진비 공개와 관련해 '행사 참석자 이름, 직책 등 개인정보'만 비공개 정보로 분류했고, '집행일자·금액·장소 등이 담긴 집행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안 보이는 것 중) 대검 것도 있지만 중앙지검 업무추진비가 더 많습니다. 윤석열 지검장 시절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는지 은폐하려고 하는 게 아니면 (판독 불가 및 삭제는) 이해가 안 되죠. 그래서 검찰 측에 원본과 우리에게 준 자료를 대조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고 있습니다."
▲ 6월 29일 <뉴스타파>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검찰 특수활동비 등 자료 증발 및 정보은폐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식별 불가능한 영수증을 공개했다. 이들은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식당 영수증에서 모든 식당 이름을 가리고 결제 시간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까지 감추려는 걸 보면 사용 내역에도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겁니다. 국민 세금을 쓴 일이이에요. 법을 잘 지켜야 하는 집단 내에서 범죄 행위나 조직적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진상규명을 해야죠. 이건 검찰 조직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조직을 통해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대통령 본인도 특활비를 많이 썼죠. 그러니 조직의 문제이지만 개인 윤석열과도 무관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편, <뉴스타파>·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검찰 특활비 분석 결과 발표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6일 오후 1시 30분 충무로 <뉴스타파>에서 진행한다.
다음은 지난 4일 진행한 하 변호사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특활비는 검찰총장 통치자금... 증빙자료 불법 폐기 범죄 개연성 높다"
▲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검찰이 특활비 연도별 총액을 공개했다. 2017년엔 160억 원이다. 이 중 증빙 있는 금액(86억)을 제외하면 74억 원이 남는다. 대검찰청 기준으로 74억 원인데, 이 가운데 중앙지검으로 간 금액이 있을 거다. 그러나 중앙지검으로 얼마가 갔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
-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인 2017년 6월과 7월에는 특활비 영수증이 없다고.
"날짜와 금액을 정리한 집행내역은 있는데 그 현금을 수령한 사람의 수령증, 그 영수증이 없다. 서울중앙지검 것만 없다."
- 3년 5개월의 송사를 통해 받은 자료다. 기대도 있었을 텐데.
"황당했다. 2017년 초반 자료가 없다고 담당자가 연락해왔다. 전화로 실토를 한 거지. 6월 23일 자료를 받으러 가서 확인해 보니 2017년 1월 ~ 4월이 없더라. '폐기 절차 밟았냐' 했더니 '모르겠다'더라. '밀봉했다가 열어보니 없다'더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자료가 없어졌고, 이를 현재 담당자는 몰랐던 거다. 단 한 쪽도 없는 건 말이 안 된다. 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해당 자료를 폐기하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무단 폐기는 범죄행위다. 대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후 폐기할까봐 이미 검찰의 자료 폐기 목록을 정보공개 청구해서 받아놨었다. 공식 폐기 기록이 없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폐기한 게 아니라는 거다. 국민 세금을 썼는데 처음부터 자료가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다."
- 검찰은 '2017년 9월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이영렬 지검장이 (돈 봉투 사건으로) 면직 처분을 받을 당시 판결문을 찾았다. 특활비 사용에 관한 법무부 지침이 있다고 판결문에 나온다. 지침에 따르면 수령자가 영수증을 남기게 돼있다. 특활비를 사용했다면 현금으로 선지급했어도 영수증과 집행내역 확인서를 남기게 돼있다. (2017년 4월에 발생한) 돈봉투 사건 이전부터 특활비 지침이 있었던 건데 2017년 9월에 제도가 강화돼서 그 전 건 없다고 얘기하는 건 엉터리 해명이다."
- 결국 국민 세금 74억 원에 대한 증빙자료가 전혀 없는 거다."
"심지어 국가정보원도 특활비 증빙자료를 남긴다. 기록이나 증빙 자체가 없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민간 기업에서 돈을 썼는데 74억 원 영수증이 없다고 하면 대표가 횡령한 걸로 본다. 하물며 공금인데. 결과적으로 '증빙은 있었지만 폐기됐다'고 본다. 사라진 74억 원에 대한 증빙서류는 불법폐기됐을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2017년 5월까지는 있었을 거다. 정권교체기(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였고, 검찰총장 직무 대행 체제였다. 직무대행이 폐기할 수는 없었을 거다. 2017년 4월에 돈봉투 만찬 사건이 있었고 법무부가 (특활비 사용에 대해) 감찰도 했다. 그 내용을 2017년 6월 7일에 발표했다. 2017년 6월까지는 증빙자료가 있었을 거라고 본다. 폐기했으면 감찰을 어떻게 했겠냐. (폐기 시기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시기 혹은 그 이후일 가능성이 높은 거다."
- 불법을 저지른 것인가.
"특활비는 검찰총장 통치자금으로 불린다. 실무자 선에서 자료를 폐기할 수 없다. 범죄의 개연성이 높다."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6월 29일 오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수활동비 등 자료 증발 및 정보은폐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카드사용 시간과 상호 등의 정보가 가려진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공동 개최했다.
"특활비는 100% 현금이다. 한 번 쓸 때마다 작게는 몇 십만원 많게는 수 천만원에 달한다. 국민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 그렇다면 이 현금을 어떻게 주겠나. 봉투로 주겠지. 돈 봉투 문화라는 거다. 2017년 160억, 2018년 127억, 2019년 10월까지 83억 원. 이 많은 돈을 특활비라며 현금으로 썼다. 가능한 일인가. 흥청망청, 엉망진창이다. 세금 오남용 가능성이 높다."
- 특활비 뿐 아니라 업무추진비도 문제다.
"업무추진비는 카드 전표를 붙이게 돼있는데 535건 중 61%가 아예 안 보인다. 보이는 것도 상호와 사용한 시각을 가리고 복사해서 줬다. (안 보이는 것 중에) 대검 것도 있지만 중앙지검 업무추진비가 더 많다. 윤석열 지검장 시절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는지 은폐하려고 하는 게 아니면 (이렇게 카드 전표를 우리 쪽에 제공한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검찰에 원본과 대조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고 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업무추진비 쓴 전표는 잘 보인다. 더욱 이상한 일이다. 잘 보이는 건 10% 정도. 전화번호만 보이거나 사업자등록번호 보이는 거 다 합쳐도 전체 전표의 40%가 안 되는 실정이다.
상호와 사용시간대 삭제 관련해서 엄청 항의했다. 대법원 판결에 어긋난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 사실을 알고 있냐고 했더니 대검 담당자가 상호 가리는 걸 회의에서 논의했다고 답했다. 그 회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냐고 했더니 대답을 못하더라. 자기네는 판결대로 공개한 거라고만 하더라. 원본 대조도 안 해주고, 상호와 사용시간을 가리고 공개한 건 직권남용에 나의 알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다."
- 뭘 감추고 싶었던 걸까.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중앙지검 돈봉투 사건이 2017년 4월에 있었고 그 당시 (특활비) 자료가 없다. 시기도 묘하다. 이렇게까지 감추려는 걸 보면 업무추진비 사용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거다. 국민 세금을 쓴 일이다. 법을 잘 지켜야 하는 집단 내에서 범죄 행위나 조직적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이건 검찰 조직의 문제다. 그런데 이 조직을 통해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대통령 본인도 특활비를 많이 썼다. 그러니 조직의 문제이지만 개인 윤석열과도 무관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23일부터 독일 베를린장벽에서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차주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2023년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분단과 전쟁', '전쟁과 분단'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두개의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1953년 비극적 전쟁의 일시정지로 인해 갈등과 분단이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공고하게 유지되어 온 지난 70년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전쟁상태의 종식과 평화로운 미래를 계획하려는 분단극복의 의지가 있다.
한편엔 지금까지 70년간 이룩한 성과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걸 위협하는 상대에게 결코 굴복할 수 없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금껏 함께 해 온 한미동맹 70년을 더욱 공고하게 해야 한다는 '과거 지향, 현실 유지'의 태도가 있다.
이들은 "누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적인지, 그 적에 대항하여 우리의 편에 서 줄 나라는 어느 나라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국가안보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적과 아를 분명히 하라고 윽박지른다.
사실상 여기저기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이들에게 자칫 '반국가세력'으로 몰릴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의연히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분단을 뛰어넘는 '의식의 혁명'을 꿈꾸는 예술가들이 있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제공-차주만]
오는 7월 23일부터 8월 27일까지 35일간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장벽'(Die Berliner Mauer)을 배경으로, 34년 전 거기선 사라졌지만 우리에겐 남아있는 철조망을 설치하고 그걸 뛰어넘는 초유의 전시회가 열린다.
설치미술가인 차주만 작가가 대표로 있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평통예모)이 2년전부터 계획해 독일측 '베를린장벽기념재단'(Stiftung Berliner Mauer),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궁전과 정원재단'(Stiftung Preußische Schlösser und Gärten Berlin-Brandenburg), 포츠담시, '프리데 스프링어재단'(Friede Springer Stiftung), '브란덴부르크주 시민정치교육센터'(Brandenburgische La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SED독재청산재단'(Bundesstiftung zur Aufarbeitung der SED-Diktatur)등의 초청을 받아 실현된 일이다.
독일에서 그 자체가 냉전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을 전시공간으로 허락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독일측은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1년전에 후원과 초청 등 절차를 이미 마무리했다.
평통예모와 독일 '아트 프로젝트 베를린-브란덴부르크'(KuBB, Kunstprojekte Berlin-Brandenburg gUG)가 공동 주최하는 전시회의 명칭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주제는 '유토피아 ? ! 평화. 코리아-독일-그리고 세계'
세곳의 전시장 야외에 설치되는 차주만 작가의 작품이다. 휴전선 '철조망'을 고무로 만들었다. 실제 철조망보다 더 위협적이어서 누구나 접근을 꺼리지만 막상 가짜 철조망임을 알고 난 후에는 의식적으로 철조망을 벌리고 넘나드는 행위를 하게 된다.
"나는 실제보다도 더 실제 같은 가짜 철조망 '장벽'을 통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어떠한 장벽들' 에 대해서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나는 이 작품으로 인해 관념화된 의식이 깨지고 각자의 일상에서 삶에 대한 소소한 혁명이 일어나 개개인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
작가는 베를린장벽처럼 한반도의 휴전선도 무너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극성이던 2년전 오두산전망대에서 채 3 세제곱미터가 되지 않는 크기로 전시했던 것을 이번엔 50m(베를린장벽), 40m(바벨스베르크 궁전), 10m(포츠담미술관)로 대폭 늘려서 작업했다.
'그어지다. 지우다'
일제 식민지시절 와세다대학을 나와 기자생활도 했던 한 엘리트 청년이 한국전쟁 직후 보도연맹에 연루돼 학살당했다. 유복자로 태어난 그의 자식은 '빨갱이'로 손가락질하는 험악한 사회를 견디지 못해 술과 가정폭력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속에서 은둔하고 있다. 또 그의 자식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이혼한 어머니와 형편없이 무너진 가정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비극을 온몸으로 뒤집어쓴 채 비틀거리며 살아 왔다.
한국의 근현대사가 가한 고통과 상처는 나와 나의 조국 한반도의 현재 상황이다. 관객은 먹물과 붓으로 예술가의 신체에 색을 칠하고 예술가는 자신의 의지로 그 얼룩을 닦아내면서 상처를 지워 나간다.
이현정 작가의 퍼포먼스는 지금 현재 우리의 상황을 세계인과 함께 인식하려는 몸짓이고 맹성을 촉구하며, 희망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예술가의 행위가 이렇듯 삶의 반영이고 자신의 이야기일때 설득력이 배가된다는 건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이다.
작품과 소통하는 작가, 관객의 여러 행위들은 전시기간에 영상으로도 송출할 계획이다.
전시기획자이자 총감독, 대표작가의 다역을 해내며 후원, 협찬을 이끌어내고 작품준비도 하느라 분주한 차주만 작가를 출국 전인 지난 4일 광화문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전시회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주만 작가는 베를린장벽처럼 한반도의 휴전선도 무너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철조망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통일뉴스 : 전시명을 '한국전쟁 정전 70주년-베를린 평화 프로젝트'라고 하고 주제는 '유토피아? ! 평화 코리아-독일, 그리고 세계'라고 명명했는데, 우선 전시회 취지랄까 의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차주만 작가 : 전시명은 제가 보낸 걸 그대로 썼는데, 주제는 저도 제안을 했지만 독일측에서 고집한 내용이 반영된 겁니다. 독일 분위기는 모든 기성 제도와 경향을 부정하는 반(反)예술적, 반(反)문화적 전위운동인 '플럭서스'(FLUXUS) 운동의 영향이 있어요. 주제가 구체적이지 않고 전위적인 걸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기호'같은 느낌이 들죠. 뭐라고 명명하기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있지만 예술을 제한하지 않고 확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작명한 것 같습니다. 저는 무너진 베를린장벽에 한반도의 철책을 세우려는 발상으로 시작했는데, 주제에 대해서는 독일측에서 놓치고 싶지 않다며 고집을 했어요.
□ 베를린장벽과 바벨스베르크궁전, 포츠담미술관에서 야외설치, 포츠담미술관에서 실내전시가 있습니다. 장르도 설치미술, 회화,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하고 작가만 국내외에서 20여명이 참가하는데, 규모가 굉장히 큰 전시회죠.
■ 처음엔 제안을 하면서도 실현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 장소가 본래 전시공간도 아니고 공공장소여서 초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죠. 예를들어 서울 광화문광장에 철조망 작품을 35일간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특히 이번에 전시가 이뤄지는 베를린장벽은 독일인들이 신성한 느낌을 갖고 있는 장소여서 독일측에서 오히려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전 전시주제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전시현장이 독일이고 여러 상황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우리 방식대로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감안해야죠. 중요한 건 전시 목적을 실현하는거니까요.
참여 작가가 국내에서만 12명이 되는데 그것보다는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40대에서 90대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하게 독보적인 내용을 가지고 작업을 해 온 분들이고 실제로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분들이에요.
전시 참여 국내 작가
[사진제공-차주만]
차주만 (설치미술)
차주만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2회의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개최했다. 2022년 창원 국제 조각 비엔날레, 2021년 여수 국제미술제, 2016년 스위스 몽튀르 조각 비엔날레, 2014년 모스크바 비엔날레, 2014년 9회 상하이 국제예술제, 2006년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 2002년 부산비엔날레 바다 미술제, 2007년 상하이 Zhao gallery개관 기념전 '한·중 현대미술전' 외 다수의 국내· 외 전시회에 참여했다.
2010부터 2014까지 DMZ 민통선 예술제 국제미술전(민통선 예술제 운영위) 미술감독, 2015부터 2019년까지 DMZ순례 국제미술전 (사단법인 남·북 강원도 협력협회) 미술감독, 2018평창 문화올림픽 DMZ 아트페스타 (문화 체육 관광부, 강원문화재단) 미술감독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 6개 대학에서 강의했다.
2016년 통일부 민간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을 조직하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승택 (설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각가를 졸업한 이승택은 "한국 전위미술 선구자",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2009)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름을 알렸고, 80이 넘은 늦은 나이에 세계적인 전위작가로 떠올랐다.
그를 두고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는 "세계 미술사에 남을 독자적인 작가"라고, 토비아스 버거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 큐레이터는 "현대 미술사를 다시 쓸 작가"라고 평했다. 19회의 개인전을 서울, 베니스, 런던, 뉴욕, 도쿄 등에서 개최하였고 김세중조각상, 은관문화훈장, JCC 예술상을 수상하였다.
이건용 (회화) 이건용 작가는 미국 미술 매체 아트시(Artsy) 선정 '지금 주목해야 할 세계예술가 35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세계적인 작가이다. 이건용 작가는 국내 1세대 행위예술 및 실험미술가로 캔버스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은 채 자신의 신체 가동 범위만큼 붓을 휘두르는 이른바 '신체 드로잉'으로 유명하다. 아트시 측은 "이건용의 작품 제작 과정은 최종 작품으로서 바라볼 가치가 있다"며 "그가 50년간 지속해 온 퍼포먼스 및 제스처 실험은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최근 더 많은 국제적 찬사를 받고 있다" 라고 평했다. 28회의 개인전을 서울, 미국, 호주. 중국에서 개최하였고 한민족 문화대상, 이인성 미술상, LIS 리스본 국제전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이태호 (판화) 몽클레어 주립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한 이태호 작가는 멀티아티스트,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후기조각회'와 '현실과발언' 등에서 그룹 활동하고 국내·외 6회의 개인전과 광주비엔날레, '예술과 언어 2020' 서울 학고재 갤러리, 2013년 독일 뒤셀도르프 제2차 파도 등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아시아의지금', '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 '낙산프로젝트', '입양인-경계인의시선' 등 기획 및 감독했다.
저서로는 '2020. 서울 나무미술의 자갈 현대사', '미술 세상을 바꾸다', '현대미술의 빗장을 따다-인상주의 다시보기' 등이 있고, 번역서 '포스트모더니즘', '미술비평-그림읽는 즐거움'이 있다.
작품집 '근대짱돌의 역사' 등이 출간되어 있다.
육근병 (영상) 아트선재, 일민미술관, 국제화랑, 독일, 일본, 벨기에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육근병은 한국의 대표적 미디어 설치작가이다. 그는 9회 카셀도큐멘타에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초대되어 국제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상파울로비엔날레, 리옹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Echigo-Tshumari art 트리엔날레를 비롯 중국, 독일 스페인,호주,미국, 케나다,일본등의 중요한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일본 도호쿠예술공과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하고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미술대학 교수를 지냈다. 문화예술상(일맥문화재단). ZKM수상, International Award for Video Art, 칼스루에 독일. 토탈 미술상, 예술평론가협회 최우수 작가상, 한국 미술기자협회 미술 기자상 등 수상하였으며, 현재 UN프로젝트(UN빌딩)를 준비하고 있다.
김재홍 (회화) 김재홍 작가는 사비나미술관을 비롯 한국과 프랑스에서 열한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주요전시로는 '2019~2020 <더 스퀘어>'(경기도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2019 광장 전(국립현대미술관), '2017 균열 전(국립현대미술관), '청년의초상'(국립역사박물관), '2010 경기도의힘' 전(경기도미술관), '2009 UltraSkin'(코리아나 미술관), '2009 그리다 전' (서울시립미술관), '2008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새크라멘토 대학교 도서관 갤러리', '2005 장면들'(서울시립미술관), 2001년 <환경과 예술, 새로운 아틀란티스의 꿈>(부산광역시립미술관), 1999년 서울 사비나미술관, 1999년 마이애미 컨벤션 센터(Miami Art Fair)등이 있으며 그 외 80여회 국내·외 전시회에 참여했다.
홍이현숙 (영상) 2005년 이후 9번의 개인전을 서울, 부천, 노르웨이 등에서 개최했다. 2018년 태화강 국제아트페스타, 2018년 <경기자료실_나우> GMOMA 특별전, 2017년 <공간 속의 먼지> 문화창고기지, 2015년 <마고할미의 판파이프> 영화 전시회 'DMZ' 아트선제, 2014년 미국 시카고 한인문화원 <엄마의 눈> 2011 리퀴드 문 II, 서울-뒤셀도르프 교류전, 금천아트팩토리 ps333, 2010년 뒤셀도르프-서울교류전, 독일 뒤셀도르프, Plan-D 갤러리 등 실험적 작업을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 방식으로 왕성한 작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한편, 노르웨이, 몽골, 모로코, 우즈베키스탄, 뒤셀도르프, 사마르칸트, 타슈켄트, 런던, 리버풀 등지에서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참여 및 창작여행과 발표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차주만]
이매리 (설치, 영상) 2022 산폴로 갤러리(베니스), 'Poetry Delivery 2017',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광주), 'The Next Step', 2017, 엘가위머P.C.C(뉴욕,), 'Expanding the Paradigm', 'Walking the Truth', 2015, 크레타 국립 현대미술관(그리스) 외에 39회의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개최했다.
2022 아시아 문화의 전당 'The 4th Today's Documents_A Stitch in Time', 2019 투데이 아트 뮤지엄(베이징), '2018 광주비엔날레: 핀란드 파빌리온 프로젝트', 무각사(광주), '2015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2012 광주비엔날레'(광주,) 'DMZ 아트 페스타 2017-2019'(DMZ, 한국), '2015 고베 비엔날레'(고베, 일본), '2011 소피아 비엔날레'(소피아, 불가리아) 등 약 500회 이상 참가했다.
강혜정 (회화) 강혜정 작가는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한국화과)를 졸업했으며, 6회의 개인전과 2023 LA아트쇼 및 스페인, 홍콩, 중국 등 100여 회의 국내·외 아트페어와 그룹전에 참가했다. KPAM 대한민국미술제 대상과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아시아 태평양 미술대상전 우수상, 2021 여성작가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인사아트미술대전 심사위원, 도시문화공공예술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작품은 메가MGC커피, 삼안산업(주), 스페이스 신선(주), 한국환경연구소(주), 세종한의원, 유앤팜스뱅(주) 등에 소장되어 있다.
안세권 (사진) 안세권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사 및 전문사로 졸업하고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사진, 필름 설치로 참여하여 국가관 상인 영광스러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005년 가나아트 1회 공모전 대상 수상, 2003 서울시립미술관 청계천프로젝트 <물 위를 걷는 사람들> 전시를 시작으로 동강 국제사진전, 2008년 대구 사진 비엔날래, 2007~2009년 <메가시티>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에스토니아, 스페인 팜플로나 등 건축가들과 유럽 순회전을, 휴스턴현대미술관, 런던문화원, 베트남, 상하이, 홍콩, 캐나다등 문화원 순회전으로 국제적인 전시회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미술관, 대구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성곡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현정 (설치) 이현정작가는 6회의 개인 전시회를 CIKA 미술관 및 대안공간 이포 등에서 개최하였고 갤러리 호호 1호 레지던시 작가로 선발되어 6개월의 레지던시 및 결과 보고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열린 2018 DMZ 평화순례 국제미술전, 2018 평창문화올림픽 DMZ아트페스타, 2018 평창 패럴림픽 DMZ아트페스타에 참가했으며 두개의 대형입체 작품은 DMZ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후 2019 제주국제실험예술제, 2019 카투만두 '나마스테 네팔', 2021 여수 국제미술제, 2021 DMZ 땅의 숨결(양평군립미술관), 2021 서울아트쇼기획 설치미술 6인 초대전 등에 참여했으며 그녀가 제작한 특별한 그림책 '씨발' 은 한국에서 두 번의 Artbook 전시회와 싱가폴 Book 전시회에 초대되었다.
오순미 (설치) 오순미 작가는 2021 바람이 불지 않는 거울연못 (부천아트벙커B39) 외 인도, 노르웨이등에서 7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8 Mauser EcoHouse 국제 예술가레지던스참가(코스타리카), 2017 PINEA-LINEA DE COSTA (로타, 스페인), 2016 KUNSTNARHUSET MESSEN (ALVIK, 노르웨이), 2013 제주 현대 미술관 창작스튜디오(제주도, 한국), 2010 The Vermont Studio Center (Vermont, 미국)에서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2021 미술관은 진화한다 (양평군립미술관, ) 5·18 40주년 기념 특별전(광주시립미술관), 청주 공예 비엔날레(청주시), 2019 족쇄와코뚜레(OCI 미술관, 서울), La reunificacion pacifica de las dos Corea (부에노스아이레스현대미술관), 2016 Proverommet (베르겐국립미술관, 노르웨이) 등 기획전에 참여했다.
차 작가는 앞으로 평화와 통일을 상상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들고 바티칸, 뉴욕 유엔본부 등 세계를 돌며 세계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2년간 준비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오는 23일부터 전시가 시작됩니다. 어떤 계기로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나요.
■ 1999년에 경기도 연천군에서 민통선예술제가 처음 열렸는데, 그전까지 DMZ 관련 문화행사가 간헐적으로 있긴 했지만 이때 처음으로 연례적으로 시작된 겁니다. 규모는 좀 작았지만 그래도 매년 지속적으로 열린 예술제거든요.
제가 2010년부터 예술제 미술감독으로 활동을 했는데, 그때까지 국내작가들만 참여하던 이 예술제를 국제전으로 확장을 했어요.
해외작가들을 불러서 같이 전방 투어도 하고 전시도 했죠. 민통선 예술제를 한 5년하고 난 뒤에는 강원도에서도 5년정도 미술감독으로 외국작가들과 작업을 했으니까 10년 정도 활동을 한 셈이죠.
그때 느낀게, 전방 현장에서 그런 예술행위를 하는 것이 의미는 있는데 그 이상의 효과가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일단 대중들과 접촉이 제한이 있다보니까, 그렇게 열정을 쏟아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소득없이 사라지는게 너무 아쉬운 거에요.
2010년 처음 미술가들과 의기투합해 평통예모를 만들었다가 2016년부터는 범 예술분야로 확장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해외 활동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들이 작품에 쏟은 열정만큼 대중들과 만나길 원했어요. 그래서 해외에서도 되도록이면 대중들과 만날 수 있고 화제를 일으킬 수 있는 광장에서 전시를 하려고 했죠.
2019년에 미국 보스톤시청에서 전시가 거의 결정됐다가 코로나때문에 무기 연기된 적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해마다 기회가 되는대로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 그럼 다음번 해외 전시도 준비를 하고 계시겠군요.
■ 지금 로마 바티칸쪽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획은 계획일 뿐 그대로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3년 걸릴 수도 있구요.
뉴욕 유엔본부를 고무 철조망으로 감아서 최소한 유엔본부 직원들이 하루정도는 철책을 벌리고 평화를 향해 갈 수 있다는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차 작가는 "여러 단체들이 있는데 자기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뭔가 협력해서 일하는 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며, 연방 "되게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성과를 남기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호흡하듯이 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부의 기조 변화같은 것으로부터도 좀 자유롭게 '숙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선 "주도하려고 하지 않고 먼저 서로 존중하고 양보부터 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지속적으로 세계인들과 만나면서 이런 작업을 계속할텐데, 이제부터는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커진다고 했다.
"뭔가 재밌어야 관심을 갖잖아요." 식상하지 않게,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좀 더 열정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생각하신대로 전시가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해외 전시에는 비용도 많이 들지 않나요. 이번 전시회 비용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 이번에 저희가 독일측에 참 감사한 것이..사실은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가지고 독일 현장에서 전 세계에 말을 하는 건데, 독일에서 전체 비용의 절반을 자기들이 부담하겠다고 나서준거에요.
전시 비용에 대해 묻자 차 작가는 착잡한 표정으로 처음엔 주저하더니 이내 마음을 비운 듯 그동안의 속앓이를 털어놓았다.
독일측에서 성의껏 준비해준데 대한 고마움, 작가들을 충분히 대우하지 못하데 따른 미안함, 전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서운함, 오히려 인색하고 배려가 부족한 정부에 대한 섭섭함, 그러나 그 와중에도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고 도와준 분들에 대한 믿음.
처음 기획할 때부터 첫째 적정규모의 합리적(?)인 예산, 절약해서 어떻게든 진행할 수 있는 최소 규모의 예산, 그리고 전시가 취소되기 직전 억지로라도 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까지 세단계로 나누어 예산을 계획했다.
지금 상태는 일단 전시를 할 수는 있는 상황. 그렇지만 작가들이 자비로 독일까지 가게한 것, 스탭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못내 아쉽다.
2,500만원을 협찬으로 받았고 나머지 9,000만원~1억원은 차 작가가 작품을 팔아서 마련했다.
설치미술가의 작품도 팔리냐고 묻자 "연구를 많이 하죠. 판매용으로, '베를린 평화프로젝트' 한정판으로 100개를 만들어서 한 작품당 100만원씩, 1억원을 만들자. 뭐 그렇게 하는 거죠."라고 답한다. 배포 유하다.
불가리아 출신의 대지예술(land art, earthworks)가인 크리스토 자바체프가 자신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전시 판매해 파리 개선문 포장 프로젝트 비용을 충당한 사례를 들려준다.
평화와 통일만한 가치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이 낙천적인 작가는 그러면서 "저도 크리스토를 거론하면서 작품을 팔았다는게 자랑스럽다"고 웃는다.
이번 전시가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도 않고 팔지도 않을 거지만 전시 참여작가중 이건용 화백을 비롯해 몇명의 작가가 혼쾌히 작품을 기증해주었다.
그렇게 비용을 만들고 어쨌든 지금 전시 작품들은 독일로 보냈고 현지에선 디스플레이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가지 끝내 아쉬운 건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극적 태도였다.
독일측 재단 세곳에서는 작년에 초청장을 보내주면서 통일부 명칭후원이라도 받아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통일부는 관행적으로 2~3개월 전에 하는 일이라며 전시를 한달 앞두고서야 후원 확정을 했다.
현지에서도 연방정부에 기금신청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절차였고, 한국측의 관심과 지지가 있는 전시라는 걸 알리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아서 불편한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 우여곡절이 참 많았군요. 이제 전시는 사전에 계획한대로 진행되겠죠.
■ 한국에서는 5명 작가 포함 12명이 독일로 가서 열흘정도 체류할 예정입니다. 오픈행사 참석자 명단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는데, 독일측 각 재단 관계자들과 협찬했던 분들도 오실 겁니다. 현지 교민들도 많이 오시기를 바랍니다. 총영사도 오시기로 했고 현지 한인 예술가 공연팀의 공연도 있습니다.
□ 독일까지 못가는 분들은 어떻게 감상할 수 있나요.
유튜브 생중계까지는 계획을 못했구요. 아카이브 작업은 100% 합니다. 간단한 사진과 영상 자료, 전시 모습은 영상 작업을 해서 유튜브에도 올리긴 할 겁니다. 또 언론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료가 만들어지는대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통일뉴스] 유튜브 채널에도 올려주신다면 가장 빨리 제공하겠습니다.
베를린 장벽 (Die Berliner Mauer)
베를린장벽. 차주만 작가의 작품은 피터리빙의 '자유를 향한 도약' 벽화 앞 기념관 현장에 설치된다. [사진 출처-베를린장벽기념재단]
1961년 8월 13일 구 동독은 동서 베를린 국경을 완전 봉쇄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철조망을 설치하고 며칠 후부터 서베를린 방향으로 벽돌과 몰타르를 이용해 장벽을 구축했다.
1989년 11월 9일 국경제한이 풀려 동서 베를린 자유왕래가 허용되면서 철거될 때까지 베를린 장벽은 28년간 미쏘 냉전과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다.
이듬해인 1990년 동서독은 경제, 통화, 사회 통합 협상을 통해 통일조약에 조인하고, 주변국들과 2+4협상을 통해 공식적으로 주권을 인정받는 과정을 거쳐 그해 10월 3일 동독 지역 5개 주가 서독으로 편입되는 흡수통일의 과정을 마무리했다.
높이 3.6m, 폭 1.2m의 견고한 콘크리트 장벽은 동서 베를린을 분단시켰다. 장벽으로부터 동베를린 방향에 설치된 철조망까지 15~150m 폭의 민간인 통제 구역을 두고 지뢰, 도랑, 감시탑 등 시설물이 설치되어 마치 남북의 '군사분계선'처럼 되었다.
처음엔 동베를린 방향의 철조망을 세우기 시작해서 수개월에 걸쳐 서베를린 쪽으로 콘크리트 장벽을 건설했다.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MDL)을 기준으로 남북이 양쪽으로 2km씩 남방 및 북방한계선(SLL, NLL)을 설정해 폭 4km의 'DMZ'를 두어 대치하고 있는 모습과 얼핏 흡사하게도 보인다. 허나 어디 그뿐인가. 우리는 지금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라는 표현이 무색한 '중무장 DMZ'보다 더 두터운 '민간인통제선'(Civilian Control Line, CCL, 민통선)이 분계선 아래 10km까지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그동안 출입이 금지됐던 브란덴브루크 문이 다시 열리면서 대부분의 장벽은 철거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관급 15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행정부 내 1급 공무원에 대한 인사 태풍이 거셀 전망이다.
지난 3일 통상 국무총리가 수여하는 차관급 임명장을 윤 대통령이 직접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 조직이든 기업 조직이든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산하 단체와 공직자들의 업무능력 평가를 늘 정확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고위직 공무원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셈이다.
벌써 환경부 등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부처도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읽힌다.
행정부 내 1급 공무원은 3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 검증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맡는다. 자연히 1급 공무원의 인사 관리 책임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된다.
아울러 인사정보관리단의 핵심 요직은 ‘윤 라인’ 검사로 채워져 있다. 인사정보1담당관은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이며, 인사정보2담당관은 이성도 부장검사다. 이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에 파견됐던 대표적인 윤핵검(윤석열 라인 핵심 검사)으로 통한다.
이 부장검사와 함께 인수위에 파견됐던 김현우 창원지검 부부장검사와 김주현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도 관리단에서 인사 검증 업무를 맡고 있다.
맨 먼저 칼을 댄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부에 감사과까지 신설했다. 감사원, 국세청, 검찰, 경찰에서 총출동해 감사과에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후문이다.
수사권과 인사권이 만나면
이번 차관 임명 과정에 ‘대통령 특명’, ‘용산 5차관’, ‘기강 잡기’, ‘부처 장악’ 등이 강조됐다. 국정쇄신의 고삐를 죄려는 구상이 자칫 공직사회 줄 세우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임명된 차관 대부분이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장관과 달리 차관은 내부 승진을 통한 임명이 관례다. 그래야 내부 결속과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선 배경과 관련해 “부처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차관 인선이 화제가 된 적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거물급 차관’ 15명을 한꺼번에 임명함으로써 청와대 직할의 ‘차관 정치’가 국정운영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했다. 그들을 ‘실세 차관’, ‘왕 차관’이라고 불렀다.
이런 시스템은 국정이 일사불란해짐으로써 대통령이 추구하는 ‘속도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비판이나 반론은 기대하기 힘들다. 앞으로 부처 모든 공직자는 ‘거물 차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결국 이번에 인선된 차관들을 통해 인사정보를 수집하고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을 거친다. 이 과정에 1급 공무원의 목줄의 쥠으로써 공직사회를 길들여보겠다는 계산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직자 커뮤니티에는 “공무원도 A조 B조로 나누자”는 허거픈 이야기가 떠돈다. A조는 국민의힘이 집권했을 때, B조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공직을 맡자는 의미다.
물론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다. 그렇다고 인사권을 악용해 공무원 줄 세우기를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인사권자가 줄 세우기를 하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보다 상급자나 사정기관의 눈에 든 공무원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고 만다.
최근 공직자 인사검증을 명분으로 수사권 남발 사례가 빈번하다. 행정부처 곳곳에 검사 출신이 포진했고, 공직사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제 일상이 돼 버렸다. 감사원의 감사도 마치 검찰의 수사처럼 행사되기 일쑤다.
수사권을 가진 사정기관의 힘은 막강하다. 여기에 인사권까지 쥐면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검찰, 법무부, 대통령실로 이어진 윤석열 라인은 이렇게 대한민국 정부를 장악할 기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결의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2023.07.0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6일 정부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긴급 비상 행동’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향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입법 추진을 비롯해 야당 및 국제기구,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등 장내·외 총력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소속 의원 전원이 집결한 가운데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17시간 비상 행동’을 선언한다. 안전성 검증은 뒷전으로 둔 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동조하는 정부를 규탄한다. 민주당이 비상 행동에 돌입하는 17시간은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려 원자로가 회생 불능에 이르는 ‘완전 멜트다운’(노심용융)에 이르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의미한다는 게 당 측 설명이다.
민주당은 비상 행동 선언 직후부터는 자정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를 주제로 철야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 의원 한 명당 약 10분씩 발언을 이어간다. 자정에 종료한 필리버스터는 이튿날인 7일 오전 8시 재개할 예정이다. 7일 계획된 최고위원회의도 비상 행동 현장에서 필리버스터에 동참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후 민주당은 7일 오전 11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국회의원, 원외지역위원장, 수도권 지방의원, 당직자, 보좌진 등이 총집합한 ‘윤석열 정부 오염수 투기 반대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해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인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 결과를 토대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야4당(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의원 모임을 강화하고, 당 차원 현안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종합 컨트롤 타워’를 구성한다. 민주당은 야4당 의원 모임을 주축으로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국제 연대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강력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변 인접국의 동의 없이 방류를 개시할 경우, ‘일본산 수산물 전체를 수입 금지하는’ 입법적 검토도 진행하기로 했다. 당내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방일이 예정돼 있다. 우원식 의원은 오염수 방류 저지 단식농성을 이날로 11일째 진행 중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의 문제점을 국민께 낱낱이 알리고, 국내·외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총력으로 저지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는 “방류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해양투기 외에 안전한 처리 방법을 제시할 것”을, 한국 정부에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일본을 제소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대한 잠정조치 청구를 즉각 시행할 것”을, 여당인 국민의힘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국회 검증특별위원회의 조속한 가동과 청문회 개최에 즉각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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