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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해군 이어 육군서도…성추행·스토킹 피해 하사, 극단선택 시도

등록 :2021-08-24 04:59수정 :2021-08-24 07:03

 
육군서도 드러난 성범죄·2차 가해
작년 4월 임관 일주일만에 ‘악몽’
신고 2주 지나서야 분리 조처
사단 담당관은 “빗물에 자료 유실“
사건 축소·가해자 솜방망이·2차 가해 방치
공군·해군 성추행 사건과 판박이

민간 변호사와 고소 뒤에야 수사
수원지검은 성폭력처벌법 혐의 기소
피해자 올초 극단적 선택 이어 또…
가족 “누군가 죽어야 개선되는 집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군과 해군에 이어 육군에서도 상관으로부터 스토킹과 성추행을 당한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사건 축소·무마, 가벼운 징계, 피해자 신상유출 등 광범위한 2차 가해까지 공군·해군 사건과 판박이였다. <한겨레>는 23일 병원에 입원 중인 피해 부사관을 대신해 피해자 언니를 전화 인터뷰했다. 아무런 처벌 없이 징계만 받고 전역한 가해자는 뒤늦게 민간검찰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육군은 “당시 피해자의 형사고소 의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ㄱ하사 쪽은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바가 없고, (군에서)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부임 일주일만에 ‘교제하자’던 직속상관…거절하자 스토킹·성희롱·추행
 

ㄱ하사는 임관 직후인 지난해 4월 육군 한 부대에 배속됐다. 부임 일주일 만에 직속상관 ㄴ중사가 ‘교제를 하자’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ㄱ하사는 그 자리서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그날 이후 ㄴ중사의 스토킹이 시작됐다는 게 ㄱ하사 쪽 설명이다. ㄴ중사는 ‘나와 교제하면 업무에 도움을 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했다고 한다. 새벽에 취한 상태로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수십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전화를 받지 않자 영외 숙소 앞까지 찾아와 계속 전화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스토킹만이 아니었다. ㄴ중사는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성경험을 ㄱ하사에게 늘어놓거나 업무 중 은근슬쩍 몸을 만지기도 했다고 한다. 4개월 가까이 직속상관의 성희롱과 추행에 노출됐던 ㄱ하사는 지난해 8월 초 다른 선임의 도움을 얻어 부대에 신고했다.

 

뒤늦은 피해·가해자 분리…고위간부는 실명 언급하며 2차 가해 부추겨
 

ㄱ하사 쪽은 상담과 조사를 진행했던 사단 담당관과 법무실 대응이 무책임하고 부적절했다고 지적한다.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할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처는 신고 뒤 2주가 흘러서야 이뤄졌다. 그사이 ㄴ중사는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부대에는 ‘ㄱ하사가 평소 성적으로 문란했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한 중사는 ㄱ하사에게 ‘어차피 너는 이미지도 좋지 않다. 부대를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 떠나라’고 말했고, 가해자와 절친한 사이였던 다른 간부는 ㄱ하사에게 연락해 진술조서를 보여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피해자를 돕는 간부들은 ‘ㄱ하사를 왜 도와주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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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하사는 다시 부대 고위간부에게 만연한 2차 가해를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 고위간부는 면담이 끝난 뒤 ‘위(상급부대)에 알리지 말자. 간부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회유했다고 한다. 이후 이뤄진 전체 간부 교육에서 해당 고위간부는 오히려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ㄱ하사와 ㄴ중사 실명을 언급한 뒤 ‘뒤에서 욕하면 2차 가해로 신고당한다. 욕하고 싶으면 ㄱ하사 전출 뒤에 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충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정의당 충남도당이 지난 6월 공군 성추행 피해자가 근무했던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하게 수사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정의당 충남도당이 지난 6월 공군 성추행 피해자가 근무했던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하게 수사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해자 형사처벌 없이 징계만…피해자는 내부고발 낙인에 왕따
 

사단 법무실은 ㄴ중사를 형사처벌하지 않고 징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ㄱ하사가 스토킹·추행·성희롱 사실을 진술했고, ㄱ하사 가족도 직접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운영하는 국방헬프콜에 전화해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증거가 될 만한 시시티브이(CCTV) 자료나 통화내역 확보를 위한 강제조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ㄴ중사가 ㄱ하사에게 보낸 편지 등 각종 자료를 갖고 있던 사단 담당관은 ㄱ하사가 돌려 달라고 요구하자 ‘빗물에 유실돼 사라졌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ㄴ중사는 군 수사기관으로부터 별다른 조사도 받지 않은 채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파면 보다 낮은 수준 징계인 해임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심각한 2차 가해를 저질렀던 부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 처벌은 없었다. 오히려 한 간부는 그 와중에 피해사항과 인적사항이 적힌 ㄱ하사 전출희망서를 촬영해 유출하는 등 또다른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한다.

 

결국 가해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ㄱ하사가 그해 11월 직접 민간 변호사를 찾아가 수사기관에 고소한 뒤에야 이뤄졌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 6월 가해자를 성폭력처벌법(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징계 처분하는 데 그쳤던 사단 법무실 결정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육군본부 공보정훈실은 <한겨레>에 보내온 입장문에서 “(가해자) 징계 절차 당시 피해자의 형사고소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징계 절차부터 신속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ㄱ하사 쪽은 “당시 징계절차 등 사건 처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피해자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고, 법적 절차에 대한 안내도 거의 없었다”고 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징계 절차 그 자체로 피해자 쪽에서 이 문제를 사건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 결과 가해자가 해임됐다는 것은 성추행 사실이 일부나마 확인이 됐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군이 형사 절차를 병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주 궁색한 해명”이라고 했다. 육군은 “당시 사건을 담당한 군 수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육군 중앙수사단에서 처리 과정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했다.

 

가해자 쪽은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느끼는 피해감정과 별개로 피해 일시·장소·방법 등 법적인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 부분을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했다.

 

“2차 가해도 처벌하는 제도 만들어야”
 

군의 가해자에 대한 미온적 조처와 허술한 피해자 보호는 2차 가해를 키우는 온상이 됐다. 초임 부대를 떠나 새로 전입한 부대에서도 ‘직속상관을 찔러서 부대를 와해시킨 문제아’라는 낙인이 ㄱ하사를 쫓아다녔다. ㄱ하사의 전출 사유와 인적 사항은 이미 부대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ㄱ하사 이름이 집중적으로 검색된 탓에 군 인트라넷 검색시스템에서 ㄱ하사 인적사항이 ‘블라인드’ 처리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ㄱ하사는 전출 뒤 두달 간 새 부대에서 사실상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ㄱ하사는 올 초에 이어 최근 또한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상태에서 발견돼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ㄱ하사 쪽은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진행된 국방부 특별 신고 기간에 다시 신고했다. 육군은 “2차 가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지역군단에서 진행 중이다. 피해자 의사를 고려해 관할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ㄱ하사 쪽은 군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 했다.

 

ㄱ하사 언니는 “공군·해군 피해 부사관들이 겪었던 일들이 육군에 복무하는 동생이 겪었던 일과 너무나 흡사해서 충격을 받았다. 직접적인 가해자도 문제지만, 간접적인 가해자들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ㄱ하사의 언니는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게시판 청원을 올렸다.

 

“누군가의 죽음으로써 문제가 개선되는 집단이라면 살아있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날카로운 눈빛과 지속적인 물음으로 군대 내 성폭력 예방, 사건에 대한 투명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지지해달라.”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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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공항 총격전으로 1명 사망...탈레반 "8월 31일이 레드라인"

CNN "탈레반, 미군 통역 아프간 가족에 사형 통보"...아프간 내 긴장감 고조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카불 공항 북문 근처에서 신원 미상의 총기 소지자들과 총격전이 벌어져 아프간군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군이나 국제연합군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탈출을 위해 카불 공항 밖에는 미국이나 국제기구를 도운 현지인들이 탈출을 위해 몰려 들고 있는 가운데,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이 존재하는 등 매우 혼란하고 불안한 상황이다.

 

▲ 카불 공항 밖에서 모여든 아프간인들. 더운 날씨에 실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미군 등 연합군이 식수를 제공하기도 한다. 사진은 미군이 아프간인에게 생수를 건네는 모습. ⓒAP=연합뉴스

탈레반 대변인 "바이든, 31일까지 미군 철수 약속 지켜라"...영국-독일 등 "31일까지 철수는 불가능"

 

한편, 탈레반은 미국이 오는 31일로 설정된 철수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언급한 이달 말까지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를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하며 "그들이 향후 추가 연장 시한을 원한다면 우리의 답변은 '안된다'"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또 "만약 그들이 주둔을 계속 한다면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이달 말까지의 철수 시한이 너무 촉박하다는 입장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바이든에게 더 많은 사람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도록 미군 철수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날 "진행 중인 작전을 완료하려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며 철수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도 카불 공항의 상황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며 철수 시한을 연장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미군 철수 시한 연장 가능성에 대해 "시한 연장에 관한 논의가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탈레반, 美 협조자-여성 탄압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라 했지만 CNN "미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사형 통보 받아"

 

샤힌 대변인은 이날 탈레반이 미국에 협조한 사람들을 색출하거나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모두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또 여성 인권 유린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들은 아무 것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CNN은 이날 탈레반이 미군에 협력했던 아프간 주민 가족에게 사형 판결 통지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군 통역으로 활동했던 한 아프간 주민의 가족에게 3개월 동안 세 통의 탈레반 통지문이 배달됐다. 이 통지문에는 침략자들에 대한 맹종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거부하고 재판 출석 요구를 무시했다고 사형 판결이 내려질 것이며 이 결정은 최종적이며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


 

CNN은 보복 우려로 통지문을 받은 아프간인이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통지문은 탈레반이 미군 협력자와 그 가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사례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한편, 아프간 정부군과 지역 민병대로 구성된 탈레반 저항군들이 카불에 인접한 북부 3개주를 탈환하고 결사 항전 입장을 밝히는 등 내전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프간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이 지휘하는 1만 명 가량의 저항군은 탈레반에 포괄적 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탈레반이 대화를 거부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8240328027188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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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믿지 말라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  
  •  승인 2021.08.23 10:07
  •  
  •  댓글 0
 
 
 
▲ 왼쪽 : 1975년 4월 사이공(지금의 호찌민) 주재 미국 대사관 지붕 위에서 헬리콥터에 타려고 줄을 지어선 모습. 오른쪽 : 2021년 8월 중순 성조기가 내려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상공을 선회하는 지누크 헬리콥터 모습
▲ 왼쪽 : 1975년 4월 사이공(지금의 호찌민) 주재 미국 대사관 지붕 위에서 헬리콥터에 타려고 줄을 지어선 모습. 오른쪽 : 2021년 8월 중순 성조기가 내려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상공을 선회하는 지누크 헬리콥터 모습

미국은 돌아오지 못했다.

요즘 미국을 못 믿겠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아프칸에서 야반도주하다시피 패주한 미국을 보고 하는 소리이다. 바이든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했지만, 바이든의 선택은 트럼프에 이어 “미국 우선주의”였다. 바이든이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했더라면, “질서있는 퇴각”을 할 수 있었는데, 순간의 판단착오로, 또는 노인네의 고집으로 베트남식 “탈출극”을 자초한 것일까?
상황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스스로가 "미군을 철수시킬 좋은 시기란 없었다"고 고백했듯이, 도주하는 것 말고는 미국은 할 수 있는 것이 애초부터 없었다.
사실 아프칸과 미국간 전쟁의 승패는 오래 전에 결판이 났다. 오바마 시절 이미 철군 구상을 하다가 철회한 바 있고,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올해 5월까지 철수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터였다. 

바이든은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의 목숨을 걸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미국국민에게 항변하기도 하고, "아프간군조차 스스로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싸우고 죽어선 안 된다"며, 미군 목숨값이 아깝다는 식의 말을 많이 했지만, "지난 한 주 동안 전개된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 미군이 아프간 개입을 끝내는 것이 옳은 결론"이라고 강변했다.
바이든은 지난 4월 아프칸 침략을 촉발한 9·11테러 20주년 전까지 모든 미군을 아프간에서 철수시킨다고 폼나게 선언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서둘러 도주한 내막은 사실 별 게 아니다. 8월에 아프칸 정부군 몰래 나오지 않으면, 9월 11일 직전 뒷발을 잡는 아프칸 정부군과의 충돌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나 미국은 아프칸에서 질서있는 퇴각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결국 대공세를 펼친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에 진입해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승리를 선언했다.

한국은 아프칸과 다르다?

아프칸 사태로 자신이 외교 정책에 노련한 전문가이고,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한 바이든의 꼴은 말이 아니게 구겨졌다.
아닌게 아니라,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철군은 미국의 명성에 오점을 남길 것이다"라는 트윗을 날리고, 미국내 여론 역시 '제2의 사이공 함락'이라며 비판하자, 바이든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게다가 지난 18일(현지시각)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중국이 대만에게 ‘봤지? 당신들 미국 믿을 수 없어’라고 말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은 자기 이익밖에 모르고,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삽시간에 국제적으로 확산되었다.

대만, 한국 등에서 국익에 맞지 않으면, 미국이 언제고 떠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바이든 행정부는 급하게 불끄기에 나섰다.
바이든은 아프칸과 “대만, 한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동맹이 침략당하면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지난 17일 “대통령은 그가 반복해온 것처럼 한국이나 유럽에서 우리 군대를 감축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약속을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마디로 한국과 대만에는 “아직 먹을 게 많아 포기할 수 없다”는 소리이다. 이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기만이고, 미국이 하루 빨리 떠나는게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에게는 황당한 소리이다.
한국과 아프칸은 다르다. 아프칸은 20년을 뜯어먹었지만, 한국은 70년을 뜯어먹었고, 앞으로도 계속 뜯어먹겠다는게 미국의 속심이기 때문이다.

엉뚱한 교훈

아프칸 사태를 보며, 상대적으로 급속한 불안감에 빠지는 지역은 아마 대만일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 등 분리독립파들이 과연 끝까지 미국을 믿고 중국과 맞서서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독립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엄청난 불안감에 쌓일 것은 분명하다.

아프칸 사태를 놓고 불안감에 젖어 엉뚱한 교훈을 찾는 사람들은 한국에도 있다.
보수언론들은 이제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로 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미국이 한국에게 동맹 유지비용 청구가 더 늘어날 것이니 이에 잘 협조해야 살 길이 열린다는 식이다. 미국이 한미동맹에 거는 이익이 한국을 대중국포위전략에 동원하는 것이니만큼, 빨리 이를 수용하여 미국을 잘 붙들어 매야 한다는 황당한 매국논리를 연일 설파하고 있다. 자신이 생존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는데 이골이 난 세력이 이 땅의 주류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그간 남북관계 방해, 방위비 분담금 강요, 한미연합훈련 강행, 세균부대 배치, 코로나19방역위반 폭죽난동 등 미국의 행패에 눈살을 찌푸리는 국민들이 버젖이 보고 있는데도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걸 보면, 불안하기는 불안한가보다.

아프칸 사태에서 진짜 가져야 할 교훈은 미국이 이제 자신의 입으로 “미국은 자국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대놓고 실토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제국주의국가라는 것을 고백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 확산, 악당을 때려잡는 경찰로 자신을 위장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쇠락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반도에만 오면, 한국은 아프칸과 다르다면서, 종속적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그 침략성을 강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알아야 한다. 이 땅에서 미국이 경찰노릇을 해 줄 것을 원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데, 미국이 가장 큰 방해물이라는 것을 알만한 국민은 다 안다는 것을. 특히 우리 국민은 이 땅이 미국을 위한 중미대결의 병참기지가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그런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은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미국은 이 땅에서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스스로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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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건 정말 ‘언론 죽이기’ 법일까

‘시민 피해 구제’ 취지에서 대폭 후퇴...국회·언론 호들갑에 가려진 진짜 ‘허점’

지난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8.1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여권의 주도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이 입법 가시권에 들었다. 지난 19일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데 이어 24일 법제사법위원회, 25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수적으로 유리한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제 남은 과정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언론중재법은 논의 단계에서부터 열띤 논쟁의 대상이었다. ‘언론개혁법’,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 혹은 ‘언론재갈법’, ‘언론장악법’ 등 법안을 부르는 명칭도 극과 극이다.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는 집단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대안을 제시하며 반대하는 쪽, 다른 하나는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반대만 하고 보는 쪽이다. 전자에는 시민사회단체가, 후자에는 국민의힘이 대표적으로 포함된다.

시민사회와 결 다른 국민의힘 ‘무조건 반대’

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논리는 권력기관, 부동산, 의료 관련 법안처럼 앞서 여당이 주도한 입법에 반대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반대를 위한 반대’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진행된 여러 차례 언론중재법 관련 회의에 참여하며 언론계보다도 법안에 관한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많았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심의를 위해 소집된 문체위 전체회의를 파행시키며 제시한 명분도 ‘자체 대안을 만들어 올 테니 시간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끝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킨 여당을 겨냥,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린다”며 발끈하는 국민의힘 모습이 진정성 없게 비치는 이유다.

시민사회는 왜?

그렇다면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복수의 시민사회단체에서 민주당 표 언론중재법 통과에 우려하는 지점은 무엇일까.

시민사회는 누구보다도 언론개혁 취지엔 공감한다. 이들이야말로 언론개혁 논의에 힘이 실리기 이전부터 십 수년간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당사자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법률적 결함은 물론 ‘언론보도로 인한 시민 피해구제 강화’라는 개정 취지에서 후퇴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들이 각각 낸 16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지난 두 달 새 급하게 논의됐고, 그 결과물 곳곳엔 허점이 드러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쟁점과 해법 긴급토론회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열리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8.05.ⓒ뉴시스

‘5배 징벌적 손해배상’, 법원 실제 적용 가능성은

현재 민주당이 내놓은 언론중재법에서 가장 부각되는 내용은 신설한 제30조의2(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 중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다. 법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언론은 최대 5배까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 재판을 진행해도 피해구제율이 낮고, 책정되는 손해배상액이 적다는 점이 제안 배경으로 꼽힌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최근 2년간 언론 관련 손해배상 인용 사건의 약 60%는 인용액이 500만 원 이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변호사 선임 비용보다도 적은, 즉 소송비용도 안 나오는 액수가 언론에 맞선 시민들의 손해배상액으로 산정되는 것이다. 시민이 입은 피해에 비해 언론의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된 것이 판결의 관례였고, 언론보도로 당한 명예훼손을 피해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 보상 효과는 지나치게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현재 운영되는 제도조차 실효성이 없는데 여기에 배액배상제만 추가하는 건 시민 피해구제에 실익이 없단 지적이 나온다. 법원의 소극적인 손해배상 산정 태도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아무리 손해배상액 배수를 높인다고 해도 ‘징벌성’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손해배상제 적용 요건인 허위·조작보도에서 보도의 ‘조작’ 여부는 증명조차 어렵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면서도 그간 손해배상 인용액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온 원인을 살피거나 적정 수준의 손해액에 대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는 절차는 등한시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배액배상제를 도입하면 시민 피해구제가 높아진다고 주장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5배든, 3배든 크게 의미 없다”고 꼬집었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도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 법원이 개인의 명예에 대해서 쳐주는 값이 너무 낮기 때문에 기본적인 법원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배액배상제 자체가 무력화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송 교수는 “‘징벌적’이란 레토릭 때문에 논란이 됐지만 현실적으론 법원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고 판사들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법 자체를 바꾼다고 큰 의미가 없다”며 “(손해배상액의) 상한선은 정했지 최저선을 정한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의 낮은 정보 접근성 고려 않은 ‘입증 책임’ 요건

개정안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의 입증 책임’ 주체를 분명하게 규정하지 않아 원고(피해자)와 피고(언론사)에게 동일하게 입증 책임을 부여한 부분은 시민 피해구제 효과를 떨어뜨린다. 애초에 언론사에 비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피해자가 언론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보도의 고의성·허위성·조작성을 입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에 반해 언론은 ‘직접’ 취재만 했다면, 어렵지 않게 보도에 고의성·허위성·조작성이 없었다고 증명할 수 있다.

민언련은 민주당에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덜도록 조항 수정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문체위원들은 11일과 12일 언론계와 면담을 거친 뒤 입증 책임 부분과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의 주체임을 명확히 해 입증 책임에 대한 모호함을 없애겠다”며 수정 의사를 밝혔다가 시민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맞닥뜨렸다. 결국 해당 사항은 백지화돼 최종 수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시민에게 모든 걸 다 입증하라고 하는 건 현행법보다 더 후퇴하는 진짜 개악”이라며 “모든 걸 다 시민에게 지게 하는 게 무슨 피해구제법인가, 그건 언론특혜법이다. 민주당 측에서 ‘우리가 오판했다’며 백지화했다”고 전했다.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조항’에 나열된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 등)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 조항도 결국 해석의 영역이다. ‘보복적’, ‘반복적’ 등의 잣대가 주관적일뿐더러 법원이 판단해야 할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부분을 굳이 4가지 사례로 특정한 것도 불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준 모양새가 됐다.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의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제외한 것도 논란거리다. 민주당은 ‘언론의 기능 침해’를 주장하는 언론계의 의견을 반영해 사회 권력층에 한해 이런 예외 규정을 뒀다고 하지만, 타당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언론인권센터는 5일 성명에서 “공인에 대한 보도라도 모두 ‘국민의 알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인에 대하여도 고의·중과실에 의한 보도로 피해를 입혔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언론계를 포용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언론피해구제 측면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특칙”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을 고려해 손해 배상액을 산정하도록 단서를 신설한 부분도 위헌성 소지가 있다. 언론사는 규모에 따라 신문·방송 외에도 다양한 계열사를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개정안은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에 해당하는 기준과 언론사 사업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8.1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언론중재법이 “집권 연장 수단” 될 수 없는 사례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국회에서 언론중재법을 제정할 때도 ‘언론 자유 위축’, ‘정부의 언론 장악’ 우려가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제정에 극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현재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국제 사회에서 양호한 편에 속한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지난 4월 발표한 ‘2021 세계언론자유지수’ 결과 한국은 조사대상국 180개국 중 42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세계언론자유지수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기록한 역대 최하위 순위 70위에서 크게 회복했다. 참고로 한국이 언론자유지수 최고 순위를 기록했던 때는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31위)이다. ‘언론중재법 제정이 언론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은 개연성이 낮음을 보여준다.

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언론중재법을 두고 “진짜 목적은 정권 말기 권력 비판 보도를 틀어막아 집권 연장을 꾀하려는 것”(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재인 정권의 장기집권 음모”(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내년 대선을 노리며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언론중재법을 처리하고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억측에 불과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이르면 25일 본회의 문턱을 넘는다 해도 내년 3월 9일 예정된 대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

현행 언론중재법 제5조(언론 등에 의한 피해구제의 원칙) 2항의 조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언론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언론은 그 보도 내용과 관련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시한다. 이는 강력한 언론의 책임면제 조항으로 거론된다. 결국 이러한 전제를 고려하면 고의성이 다분한, 손에 꼽히는 악의적 보도만이 처벌 대상에 속하는 구조다.

송현주 교수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MBC ‘광우병 보도’ 사건을 언급, “언론이든 정치인이든 정당이든 그 어떤 사람도 PD수첩 보도에 대해서 비난했던 사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은 언론중재법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기본적으로 없다. 그런 사람들이 말하는 건 정치적인 공격일 뿐”이라며 “심지어 한국언론학회 회장단도 모여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 성명서를 냈던데 그들은 당시 PD수첩이 공격받을 때 아무 말도 안 했던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법에 따르면 PD수첩은 처벌할 수 없다. 악의가 없고 중대한 과실도 없던 PD수첩 ‘광우병 보도’는 그 어떤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며 “‘언론중재법이 개정됐다면 과거 최순실 보도는 할 수 없었을 것’이란 주장은 다 헛소리”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오보 피해 문제점이 보도된 한 주간지 기사를 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2021.08.2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우왕좌왕, 갈팡질팡” 민주당이 자초한 논란들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 전반에서 민주당이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44개의 언론·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9일 논평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언론중재법) 추진과정은 우왕좌왕, 갈팡질팡이었다”며 “시민사회가 줄곧 미디어 개혁의 과제로 요구해온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인터넷 표현의 자유 확대, 성 평등 미디어의 실현, 미디어노동인권 강화 등을 뒷전으로 밀어둔 채 강행 처리한 게 이 법안이라니 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불신과 적대에 기대는 방식으로 언론을 개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임기 말이 돼서야 어렵게 논의 국면을 맞았지만, 민주당은 지지층 표심을 의식해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언론중재법 관련 논의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를 끌어와 민주당이 이른바 ‘가짜뉴스’의 피해자임을 지나치게 피력한 점, 언론사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을 단기간에 7개→6개→4개로 줄인 점, 열람 차단이 청구된 기사에 해당 사실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한 조항을 뒤늦게 삭제한 점, 손해배상액 하한선이 없는 점 등은 법안의 부실함을 비판받는 빌미를 제공했다.

시민사회가 가장 답답함을 토로하는 부분도 민주당이 불필요한 논쟁에 몰두해 ‘시민 피해 구제 강화’에 주력하지 않았단 것이다. 민언련은 언론중재법이 문체위를 통과한 19일 성명을 내 “시민피해 구제를 높이기 위한 핵심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여야의 언론중재법 논의를 바라보는 내내 법안이 취지와 다르게 악용되거나 시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언론단체는 언론중재법 통과 시 “강력한 대여 투쟁”을 엄포했다. 하지만 법안 논의 과정 전반을 살펴보면 언론계의 의견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 전국언론노조·기자협회 등이 자체적으로 작성해 국회에 송부한 언론중재법이 민주당의 언론중재법과 크게 다르지 않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통화에서 “언론노조·기협 등에서 낸 안이 민주당 안에 비해 특별하게 언론 자유를 훨씬 더 보장하는 형태도 아니다. 민언련·민변 등 기존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주장한 사람들이 만든 안과 오히려 흡사하다”며 “실제로 (민주당의) 법안이 이상하게 만들어져서 꼬투리 잡기 좋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긍정 평가’ 받는 부분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언론중재위원회 정원 상한을 90명에서 120명으로 확대하고, 언중위 위원 추천 규정을 강화한 점은 진영을 막론하고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정정보도 청구 방법을 다양화하고 정정보도 청구 기간을 보도 발행일 6개월 이내에서 ‘1년 이내’로 늘린 점, 정정보도 크기를 원 보도의 최소 2분의 1 이상으로 의무화한 점,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을 신설한 점도 의미 있게 해석된다.

이 중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은 언론보도 내용이 진실하지 않거나, 언론보도로 개인의 사생활 핵심 영역이 침해받는 등 피해를 입는 경우 청구할 수 있는 것인데 기사 삭제와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미디어 환경이 진화하며 언론보도를 공유하는 방식은 빠르고 다양해졌다. 그만큼 커뮤니티 댓글 등을 통해 한 보도에 인용된 사람의 인권이 맹목적으로 공격받는 상황도 잦게 발생하고 있다.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은 이런 상황에 노출된, 긴급 규제가 필요한 피해자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일각에선 기사 삭제 요구 남발을 주장하지만, 개정안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언론보도 내용이나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경우’엔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언론단체와 정의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전면 재논의’를 요구한다. 하지만 언론중재법 통과에 대한 국민의 찬성 여론이 높고, 현시점에서 미뤄진다면 대선 이후에야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야의 정치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추후엔 각 단체와 이견을 좁히려는 민주당의 태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의 의견을 언론단체 의견만큼 경청하고, 언론중재법 통과 뒤 후속 논의를 이어가며 보완 조치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배액배상제 도입 시 이중 처벌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김용민 의원이 사실적시 명예훼손,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을 각각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1항과 제309조 1항을 폐지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만큼 연동 법안에 관한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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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르고 쉽게]⑧ ‘국어기본법’을 아시나요…공공언어부터 바로잡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8/24 05:10
  • 수정일
    2021/08/24 05: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성민 기자입력 : 2021-08-23 00:00
한국어에 대한 법규·제도 담긴 ‘국어기본법’ 2005년 시행프랑스도 비슷한 법 있어…상품·서비스 이름 프랑스어 의무화올바른 한국어 공공기관이 앞장서고 교과서에 법규 게재
세종한국어1'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인도네시아 거점 세종학당 학습자들. [사진=세종학당재단 제공]

'세종한국어1'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인도네시아 거점 세종학당 학습자들. [사진=세종학당재단 제공]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언어'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통신과 TV 등 각종 매체에서 신조어가 넘쳐나고, 외국어 남용도 비일비재하다. 소통의 역할을 하는 언어가 파괴되면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격차는 더 심해졌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관·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언어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사용으로 '새로운 표현'과 '간결한 표현'은 가능해졌을지 몰라도 이를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이 노력에 힘입어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13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한국어를 배우면서 꿈이 생겼어요. 한국에서 유학도 하고 한국 회사에 취직도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여행도 자주 했으면 정말 좋겠네요.”

한국어는 누군가에게는 꿈과 희망의 언어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세종학당에 다니는 김지수(가명) 씨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하고 싶은 일이 늘어났다.

각계각층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는 한국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근간이 되는 것이 ‘국어기본법’이다.

◆ 한국어의 뿌리 ‘국어기본법’

2005년 시행된 ‘국어기본법’ 제1장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국어는 한국어를 말한다.

또한 ‘국어기본법’에는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수립, 국어 사용의 촉진 및 보급, 국어 능력의 향상 등 국어에 관한 법규와 제도가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종학당재단’이다. 외국어 또는 제2 언어로서의 국어 보급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세종학당재단을 설립했다.

2007년에 3개국 13개소로 처음 시작한 세종학당은 올해 기준 전 세계 82개국 234개소로 확대됐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국의 문화처럼 세종학당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발표한 신규 세종학당 공모에는 43개국 85개 기관이 신청(경쟁률 3.3대 1)했으며, 서류심사와 화상 면접 등 약 6개월간의 심사과정을 거쳐 운영 역량과 여건이 우수한 기관들을 선정했다.

문체부와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사업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2022년까지 전 세계 세종학당 270개소로 확대하고, 맞춤형 현지화 교원 파견 확대 및 현지교원 양성과정 운영, ‘세종학당 문화강좌’를 통한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강점을 살리는 정책은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 최신 정보기술(인공지능·음성인식 등)을 활용한 국가별 특화 학습 콘텐츠 개발 등으로 교육 여건 개선 및 학습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해 전 세계인이 체계적이면서도 쉽고 친근하게 한국어를 접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해외에 알리는 것과 더불어 한국어를 지속적으로 다듬는 일도 중요하다. 국어심의회는 국어사용과 관련한 어문 규범 개정을 비롯해 한국어 국외 보급, 공공언어 개선, 전문용어 표준화, 지역어 보전 및 진흥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한다.

국어(교육) 분야 외에 외국어, 사회・행정, 신문・방송・출판, 디자인(글꼴) 등의 전문가를 위촉해 다양한 시각에서 국어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국어교사, 한국어교원을 추가로 위촉하고 한국수화언어법·점자법 제정에 따른 국어 정책 범위의 확대에 따라 한국수어와 점자 관련 전문가들도 위촉했다.

◆ ‘국어기본법’이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

‘국어기본법’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프랑스의 사례다. 최초의 ‘프랑스어 사용법’은 1975년에 제정된 ‘바로리올법’이며, 이 법을 강화해 1994년 ‘투봉법’이 만들어졌다.

18세기에 유럽 궁정과 사교계의 ‘공용어’로 인정되기도 했던 프랑스어는 20세기 초부터 영어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영어가 프랑스 국내에서도 프랑스어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한다. ‘영어투성이의 프랑스어’를 가리키는 ‘프랑글레’(franglais)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24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투봉법’은 크게 총칙·상품화·행사·회의·노동·교육·방송·공공 업무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상품화 관련 조항이다. ‘제품 또는 서비스의 명칭, 제공, 소개, 사용법이나 사용 설명서, 보증 기간과 조건 기재, 그리고 계산서와 영수증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고 그 위반에 대해서는 경범죄를 적용하여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국어기본법’에는 국어를 사용하는 국민의 의무를 규정하면서 선언적 명문 규정만 제시하고 있고,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제재할 규정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범칙금 같은 제재보다는 한국어를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에서 올바른 한국어를 쓰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어기본법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국어책임관을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데 두지 않는 곳도 많고. 대부분 겸직이다 보니 제대로 책임 있게 운영이 안 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 기관에서는 아예 별정직으로 제도를 바꿔 국어 바르게 쓰기에 전담하게 해야 한다”라며 “국어기본법에 그런 잘못된 공공 언어 사용에 대해 프랑스처럼 강제 벌칙 조항을 넣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장의 국어책임관 제도를 통해 공공언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나가야 한다”라고 짚었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국어기본법’을 알리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로 ‘국어기본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국어 교사들조차도 ‘국어기본법’ 전문을 읽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국어기본법의 취지와 강제성 여부를 떠나 국어기본법 자체가 그 존재 의미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모든 과목, 모든 지도서에 국어기본법을 부록으로 싣고 학생들 국어 교과서에는 어문 생활 관련 중요 규정이라도 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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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삼성X파일·BBK·국정농단 사건 소환하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탈레반에 점령된 아프가니스탄 난민 문제, 국제 문제로
 
 
 
 

8월23일 신문들 키워드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 ‘언론중재법’,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문제, 가계대출 제한, 모더나 공급 재개였다.

주요 종합 일간지 중 대부분이 1면에 언론중재법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법 자체의 취지는 동의하더라도 기사 열람 차단권 등 언론의 의혹 제기 보도를 막을 수 있고 포털에 검열권한을 주는 것으로 악용될 수 있는 조항은 숙의해 결정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은 1면에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를 실은 주요 종합일간지의 관련 기사 제목이다.
국민일보 “숙려기간 필요하다더니…‘언론법’ 6월부터 급선회”
동아일보 “野 ‘언론자유 외치던 文대통령, 언론재갈법 입장 밝혀라’
서울신문 “피해주장만으로 기사 내려라? 제2BBK·국정농단 은폐된다”
조선일보 “‘언론징벌법, 국민과 함께 저지’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한목소리”
한겨레 “언론중재법 처리D-2 전운 감도는 국회”
한국일보 “정세균 ‘언론개혁 필요하지만 쟁점 법안 여야 합의 처리해야’”

언론중재법에 대한 기사를 1면에 싣지 않은 것은 주요 종합일간지 중 경향신문, 중앙일보였고 세계일보는 23일 1면 지면은 엠바고 지면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2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2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언론들은 대부분 언론중재법은 ‘언론징벌법’(조선일보), ‘언론재갈법’(동아일보) 등으로 부르면서 25일 처리를 반대했다.

국민일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지난해 7월부터 안건으로 상정됐다고 전하며,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월만 해도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에 김용민 의원이 위원장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짚었다. 이 기사는 국민일보가 지난해 7월 문체위 회의록을 분석해 작성됐다.

국민일보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한 것은 이상직 의원이고 그는 당시 이스타항공 체불임금, 편법 승계 논란으로 언론보도 중심에 있었다”, “쟁점 대다수는 국민의힘 의원들 없이 열린 법안소위에서 논의됐고 대부분 김용민 최고위원안에 담긴 내용”이라며 숙의 없는 법이라 지적했다.

▲23일 국민일보 1면.
▲23일 국민일보 1면.

동아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야당 입장을 전했다. 국민의힘은 22일 “언론 자유를 보장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는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언론중재법 처리를 반대하는 입장을 1면에 전했다. 한국일보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인터뷰를 1면에 배치하면서 언론중재법에 대해 정 전 총리가 “가능하면 여야가 합의처리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신문은 ‘언론중재법 왜 문제인가’라는 기획을 내놨다. 삼성X파일 사건, BBK사건, 국정농단 사건 모두 언론의 의혹제기에서 출발했다며 이런 대형 사건들에 모두 반발이 따랐고 기자들 역시 법적 대응을 치러야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언론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면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을지 의문이다”라고 썼다.

서울신문은 언론중재법 중 △기사열람차단 청구권 및 정정보도 규정 △징벌적 손해배상 및 손해액 기준 규정 △허위조작보도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규정이 독소조항이라고 짚었다. 보도 원문을 남겨두는 것이 아닌 기사를 내리는 차단조치는 언론자유 전면 제한이라는 지적이며 포털사이트에 검열 권한이 주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았다.

▲23일 서울신문 5면.
▲23일 서울신문 5면.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는 25일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처리가 예상된다는 건조한 기사를 담았고, “민주당, 개혁진영의 ‘언론중재법 강행’ 반대 이유 숙고해야”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언론중재법이 국민의힘 등 야당뿐 아니라 개혁진영에서도 숙고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사설은 “정의당은 입법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최대 5배로 한도를 설정한 근거가 모호하고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또한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일반 시민 구제 방안 또한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국회 언론개혁특위를 구성해 더 많은 의견 수렴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을 제안했다”며 “타당한 의견”이라 전했다.

한겨레 사설은 “다만 민주당은 상임위 배분 합의에 따라 25일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국민의힘 몫으로 바뀌면 언론중재법 개정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만큼 그 전에 입법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동안 개정안을 ‘언론 재갈법’으로 폄훼하며 대안 제시는 외면한 국민의힘의 태도에 비춰볼 때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게 합리화될 수는 없다”고 민주당의 단독 처리는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췄다.

▲23일 한겨레 사설.
▲23일 한겨레 사설.

탈레반에 점령된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문제, 국제 문제로 대두

탈레반에 점령된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문제가 대두됐다. 국민일보는 1면 “아프간 난민 한국 오나… 美, 해외기지 수용 검토”라는 기사를 싣고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 기지에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한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바레인 코소보 등 미군 기지에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일축했다.

한국일보에서도 이 소식을 1면에 전하며 “현재로선 아프간 난민들이 한국 땅을 밟게 될지 불확실하나, 일반 시민들은 물론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3일 한국일보 1면.
▲23일 한국일보 1면.

경향신문은 아프간 난민 관련 기사를 3면에 전면으로 다루고 사설 “위기의 아프간 난민, 국제사회의 수용 협조 절실하다”을 썼다. 사설에서 경향신문은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 들어 아프간 국내에서 발생한 난민은 40만명이다. 이들 난민을 수용할 일차적 책임은 전쟁을 일으킨 미국 등 연합국에 있다”며 “대규모 난민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국제사회는 2015년 시리아 사태로 난민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국제사회는 적극적인 난민 수용으로 제2의 난민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썼다.

이어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아프간 난민 수용에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 아프간 난민 수용을 위한 역할 모색 등 다각도로 난민 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고 짚었다.

▲23일 경향신문 사설.
▲23일 경향신문 사설.

고강도 가계대충 총량규제 “불가피, 보완책 강구해야”

일부 은행에서 대출 중단을 결정했다. 가계 대출 증가율을 작년 대비 6% 이내로 억제한다는 금융위원회 방침에 따른 것이다. 국민일보 1면은 이같은 현상을 전하면서 “부동산값 등 자산 거품을 가라앉히려는 조치지만 세계시장의 유동성 회수 움직임과 맞물리며 급격하게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며 “낭떠러지 위에 선 ‘영끌’ 투자를 되돌리기 위한 자산 격차 해소, 실수요자의 대출 절벽 대책과 코로나19 피해계층 지원책이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NH농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판매 중단 조치는 매년 있긴했지만 가계대출을 바짝 조이겠다는 의도가 더욱 강하게 읽히며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주담대 판매 중단까진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대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23일 국민일보 1면.
▲23일 국민일보 1면.

조선일보는 사설 “전세 대란 만들고 대출 막으면 수억 뛴 전세비는 어디서”에서 “전 국민에게 돈 뿌리며 방만하게 나랏돈 쓰던 정부가 갑자기 가계 부채 관리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돈줄을 조이는데 결국은 전세금, 가게 운영비 등 돈 필요한 취약계층만 더 궁지로 내몰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가계대출 억제는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글로벌 ‘유동성 잔치’ 종료 시기의 거품 붕괴 위기에 대비한 연착륙 대책으로써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한국일보는 “문제는 일괄규제가 자칫 선의의 피해를 낳거나, 자영업자 등 위기를 맞아 정작 자금이 절실한 대출자로부터 ‘비 올 때 우산 뺏기’가 되풀이될 가능성”이라며 “금융당국은 실제 대출 창구에서 무리한 대출 차단이 빚어지지 않도록 자금용도별 구제심사 등 세심한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크다”고 짚었다.

‘위드 코로나’ 가능할까

공급 차질을 빚었던 미국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 701만회분이 9월 첫째주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온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모더나는 8월 공급 물량을 절반 이하로 축소하겠다고 통보했다. 9월 첫째주까지 들어오는 물량은 당초 공급 계획 대비 200만회분 이상 적은 물량이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방역당국이 9월 말이나 10월 초쯤 ‘위드(with) 코로나’로의 방역 전략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구상을 내놓았다”며 “지금처럼 격리와 방역에 의존해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를 최소화하면서 일상생활로 복귀하자는 것, 위드 코로나로 가려면 높은 백신 접종률이 필수”라고 썼다. 이어 “지난달 이스라엘과의 스와프를 통해 70만회의 화이자 백신을 들여온 것처럼 백신 수급을 위해서는 정부가 외교적인 협력을 비롯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할 것”이라 짚었다.

▲23일 조선일보 3면.
▲23일 조선일보 3면.

반면 조선일보는 3면 “독감처럼 위드 코로나?… ‘9월말 시행은 희망고문’”이라는 기사를 싣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보편화하지 않은 상황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며 “백신 접종자가 많아지면서 치명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코로나가 독감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코로나는 독감과 달리 완치 후에도 각종 후유증을 남기는 데다, 독감은 환자 1명이 1.4명에게 옮기는 것과 달리 델타 변이는 5명에게 옮길 정도로 전파력이 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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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과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의 추억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언론계와 정치권은 '취재지원시스템선진화 방안'을 놓고 시끌벅적했다. 각 정부 부처 건물 안의 기자실을 없애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등 3곳의 합동브리핑센터로 통합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하는 정부 방침에 언론계가 반발하고 정치권이 가세해 정치적·이념적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요즘 현안으로 떠오른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시기적으로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어서 정치 싸움이 더 격렬하게 벌어졌다. 야당의 차기 대선 주자들도 가세해 정부 방침을 성토했다. "언론자유 탄압" "언론 재갈 물리기" "국민의 알권리 침해"…. 요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쏟아져 나오는 비판과 똑같은 레퍼토리의 성토가 이어졌다.

 

언론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언론 성향에 따라 온도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언론계는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은 관·언 유착관계의 개선, 기존 언론들의 기득권과 특혜 폐지, 부처별 출입기자 제도의 부작용 해소 등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았으나, 주요 언론단체는 물론 일선기자들까지 나서서 "취재 기회의 봉쇄" 우려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언론학자들 중에는 정부의 '선의와 개혁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정부의 강행 방침에는 대체로 우려를 표시하는 분위기였다.  

 

언론계와 정치권의 뜨거운 공방에 비하면 국민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런 사안의 특성상 '피해자'를 자처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을 '수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기자실 폐지나 언론중재법 개정이나 모두 마찬가지로 그런 정책 변화로 자신들의 이익이 당장 증대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적극적 반대층은 있어도 적극적 지지층은 형성되기 어려운 이유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다수 국민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찬성하는 현실에 대해 언론계는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당시에도 "언론의 자기 성찰이 없다"고 꼬집는 냉소적 분위기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런데 더 유의해서 보아야 할 대목은 그 결말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선거 기간중 "기자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집권하면 기자실을 원상복구하겠다"고 약속했고, 대선이 끝나자 기자실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런데 '엠비 시대'의 '기자 프렌들리'는 정권의 뜻에 맞는 기자들과의 프렌들리였다. 2008년 YTN 기자 6명이 이명박 후보 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 선임에 반대하다가 해직됐고, 그로부터 몇 년 뒤 문화방송에서도 김재철 사장 체제의 불공정 방송에 항의하는 장기 파업 끝에 기자 수십여명이 해고와 징계 처분을 받았다.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을 "언론탄압"이라고 비난했던 정치세력이 오히려 정권을 잡자 언론탄압에 앞장선 것이다. 그리고 언론자유를 그렇게 목놓아 부르짖던 보수신문들은 동료 언론인의 해직 사태에 침묵으로 동조했다.


 

최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언론에 오르내리는 세계신문협회(WAN)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세계신문협회는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에 항의하는 서한을 노무현 당시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그러나 정작 기자들의 강제 해직 사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세계신문협회가 주로 한국 보수신문들의 의견을 들어 성명을 발표한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세계신문협회의 입장 발표에 일희일비하거나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이야기다.


 

또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공무원 조직의 행보다.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은 폐기됐으나 기자들의 취재원 접근을 제한하는 조처는 오히려 강화됐다. '취재 지원'이 아니라 '취재 제한'이 될 것이라는 기자들의 우려는 기자실 원상복구와 관계없이 현실로 나타났고, 행정정보 유통구조는 더 폐쇄적으로 바뀌었다.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에 대한 추억은 '언론개혁의 우선순위와 타이밍의 문제'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당시 언론개혁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과연 기자실 폐쇄였을까? 대선을 앞둔 시점에 어쨌든 언론계의 집단적 반발을 부르는 행위는 정치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나? 이런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런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내년 대선은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혼돈 상황이다. 예를 들어 현재 야권 대선후보 중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같은 사람이 집권하면 언론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재갈법"이라고 비난했는데, 이명박 대선 후보가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을 "민주사회, 열린 사회에선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던 모습과 오버랩된다. 게다가 윤 전 총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이 가장 쿨했다"는 말까지 한 사람이다.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수사,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배임 혐의 수사 등 무리한 정치적 수사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정신구조를 가진 사람이 집권하면 언론계에 다시 광풍이 몰아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언론개혁의 가장 핵심적 과제는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해 정권의 향배와 관계없이 안정적이고 공정한 방송의 토대를 갖추는 것은 어떤 언론 과제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 개혁과제는 지지부진 제자리걸음 속에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모든 힘을 소진하고 나면 더는 이 과제를 추동할 기력도 없어 보인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불거진 언론 관련 논란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정확한 산술적 계산은 불가능하지만 기자실 폐쇄 문제의 경우 대선에서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했으면 작용했지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언론탄압' 프레임에 갇히면 여론지형은 여권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2007년 9월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상당수 학자들은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목표 설정 또는 동기의 순수성뿐 아니라 타이밍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는데, 그 지적은 지금도 타당해 보인다.


 

'거둥길 닦아 놓으니까 깍정이가 먼저 지나간다'는 속담이 있다. 공들여 어떤 일을 해놓으니 생각지도 않았던 쪽이 활용하면서 애초의 기도는 물거품이 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중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고위공직자·기업을 배제하는 등 독소조항으로 지적돼 온 내용을 많이 손질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과거 경험을 보면 지금 "언론자유 침해"를 외치는 세력이 오히려 앞장서서 징벌적 손배제를 악의적·전략적 봉쇄 소송의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엊그제 21일은 문화방송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뒤 복막암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다 숨진 고 이용마 기자의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가 죽기 직전까지 부여잡고 고민하던 화두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었다. 그런데 그의 꿈은 아직도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고 오히려 더 멀어지고만 있다. 그리고 이 시대는 온갖 위험한 징후를 안고 불안하게 달려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하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날 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82308023255550#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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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우리 문제에 손떼고 당장 떠나라”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한미군사연습 중단 촉구 공동행동’ 4일차 진행

  • 기자명 이기영 통신원 
  •  
  •  입력 2021.08.22 20:53
  •  
  •  수정 2021.08.22 22:37
  •  
  •  댓글 0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는 20일, 4일차 ‘한미군사연습 중단 촉구 공동행동’을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진행했다.

이날 공동행동에는 소통과혁신연구소 정성희 소장, 민자통 김준기 상임의장, 인천참언론시민연합 염성태 대표, 삼성일반노동조합 김성환 위원장, 조중동폐간시민실천단 이수연 부단장이 참여했다.

“전쟁시나리오에 입각한 명백한 전쟁연습”

정성희 소장은 “대북 압박, 대북 적대시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정성희 소장은 “대북 압박, 대북 적대시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정성희 소장은 “합동군사연습이 ‘연례적이다’, ‘방어적이다’, ‘시뮬레인션에 지나지 않는다’, ‘기동훈련이 없다’ 온갖 변명을 하고 있지만, 한미군사연습은 어디까지나 전쟁 시나리오에 입각한 전쟁연습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 땅에 더 이상 외국군대는 필요없다”고 말하고 “우리 힘으로 평화를 지킬 것이다. 지난 2016년, 17년 이곳 광화문 광장에서 1,700만이 모여서 평화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는 세계도 깜짝 놀라게 했던 촛불항쟁을 미국 바이든도 똑똑히 보았을 것”이라며 “미국은 어리석은 대북 압박, 대북 적대시 정책 즉각 중단하고 우리 문제에 손떼고 당장 떠나라”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대로 첫째,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둘째,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고 셋째,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핵무기가 없는 평화지대로 만드는데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계속해서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무기 팔아먹고, 미군 주둔비나 폭등하게 만들어서 우리 국민 혈세 강탈하고, 이런 식으로 한다면 참다 참다 못한 우리 촛불 민중들이 머지않아 폭발하게 될 것”이라면서 “다시 한 번 미국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과 북미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과 대북 압박 대북 적대시정책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우리 스스로 힘으로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이루자”

염성태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추종하며 북을 고립시키고 압살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염성태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추종하며 북을 고립시키고 압살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다음 발언에 나선 염성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 앞에서, 8천만 온 민족 앞에서 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며 “반대로 동족을 상대로 미국과 전쟁연습을 벌임으로써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오고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과 행동이 다른 문재인 정권이 과연 국민을 위하고 통일을 생각하는 정부인지 묻고 싶다”면서 “미국놈들 몰아내고 이 땅에서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이루는 일은 결국 우리 국민들의 몫”이라고 말하고 “우리 국민들이 나서고 우리 스스로 힘으로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이루는 일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남북 노동자가 하나되어 점령군 미제 침략군 몰아내고 조국통일 쟁취하자!”

김성환 위원장이 미대사관을 향해 “주한미군 철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김성환 위원장이 미대사관을 향해 “주한미군 철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김성환 위원장은 “다른 말보다 우리가 여기 나와 있는 이유를 구호로 외치겠다”며 스무 개가 넘는 구호를 선창했다.

“미제는 이 땅에서 물러가라!”, “한미군사훈련 즉각 중단하라!”, “조국통일 방해하는 미 제국주의는 이 땅에서 물러가라!”, “남과 북 노동자 민중이 하나 되어 자주적 조국통일 이룩하자!”, “평화통일 가로막는 한미 군사훈련 당장 집어쳐라!”, “주한미군은 미국으로 남북 노동자 민중은 조국통일로 자주통일 이룩하자!” “점령군 미제 침략군 몰아내고 남과 북 노동자 힘으로 조국통일 이룩하자!”, “전쟁위기 조장하는 한미군사훈련 즉각 중단하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꼴 나기 전에 즉각 미군을 철수하라!”, “우리 민족의 힘으로 평화통일 앞당기자!” “조국통일 하자는데 미국 놈은 필요 없다. 우리 민족끼리 하나 되어 자주적 평화통일 쟁취하자!”, “주한미군 철수하라!”,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 평화통일 쟁취하자!”, “남북 노동자가 하나되어 조국통일 쟁취하자!”

촉진대회 준비위는 오는 26일까지 ‘공동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며, 한미군사연습을 반대하는 여론과 의지를 계속 모아나갈 계획이다.

민자통 김준기 상임의장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공동행동에 참여해 불볕더위 아래서 1인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민자통 김준기 상임의장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공동행동에 참여해 불볕더위 아래서 1인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조중동폐간시민실천단 이수연 부단장이 4일차 공동행동에 참여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조중동폐간시민실천단 이수연 부단장이 4일차 공동행동에 참여했다. [사진-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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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다른 시간 구분

조선 사람들도 훈민정음 100주년 기념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1.08.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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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다른 시간 구분

조선시대 세종 때 선보인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 복원품. [중앙포토]

조선시대 세종 때 선보인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 복원품. [중앙포토]

올해는 광복절을 맞아 귀한 일이 있었다. 봉오동 전투의 지휘자 홍범도(1868~1943) 장군의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돌아왔다. 순국한 지 78년 만이고, 연해주로 간 지 꼭 100년 만이다.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까지의 길은 강제이주라는 고려인의 아픈 역사가 있었다. 봉오동 전투 100주년인 지난해 귀환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돌발로 연기됐다고 한다. 100주년에 맞췄으면 더 나았으려나? 부질없는 생각이다. 홍범도 장군에게 무슨 영예가 더하겠는가. 그래도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떠올리고 구획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

1546년, 명종 1년이다. 한 해 전 인종이 세상을 뜨자 곧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이 격돌했고, 새로운 왕 명종을 등에 업은 소윤은 윤임 등 정적뿐 아니라 송인수·이언적·권벌·노수신·유희춘·백인걸 등 비판 세력도 죽이거나 귀양을 보냈다. 바로 을사사화(乙巳士禍)다. 사화는 권세가가 왕이나 왕실을 끼고, 공식 조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제도나 절차 외의 사적 이익과 권력을 추구하는 데서 발생했다.

1546년을 챙긴 이유가 있다. 1546년에서 딱 100년 전인 1446년(세종28), 한글이 완성돼 반포된 해다. 요즘으로 치면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도 하고, 각종 이벤트가 한 해 내내 지속했을 것이다. 명종의 조선 정부에서는 아무런 행사도 하지 않았다.

한글, 즉 훈민정음(訓民正音)이 보편 언어로 사용되지 않아서였을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명종 다음 임금인 선조 때 정철은 이미 입에 착착 붙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한글로 ‘관동별곡’ ‘사미인곡’ 같은 명문장을 남겼다. 가끔 시험에 나와 우리를 애먹이지 않았던가. 사화에 몰두하느라 관심이 멀어졌을 수도 있다. 100주년 기념식을 하지 않았던 아마 가장 큰 이유는 ‘100주년’이 의미를 갖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서양 역법은 갑오년(1894년)에 도입

지난해 미국 경매에서 구입해온 조선시대 해시계인 앙부일구. [뉴스1]

지난해 미국 경매에서 구입해온 조선시대 해시계인 앙부일구. [뉴스1]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그레고리력이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시대에 부활절을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역법이다. 조선 사람들은 갑오년(1894)부터 이 역법을 사용했다. 당연히 세종 때 사람들은 한글이 반포된 해를 ‘1448년’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당시 세계 표준이었던 명나라 연호인 ‘정통(正統) 11년’이라고 부르거나, ‘금상(今上·지금 임금) 28년’이라고 하거나, 갑자로 ‘병인년’이라고 불렀다. 그러고 보니 연도의 호칭은 지금 더 획일적이다.

아무튼 ‘1894년’이라는 그레고리우스 역법의 채택은 자본주의의 세계화, 더 정확히 말하면 제국주의-식민지에 의한 ‘세계사’의 탄생과 관련된다. 이 무렵 우리 몸에 장착된 태양 시계는 전기에너지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밤낮의 교차에 길들여진 인간의 생물학적 리듬은 체온·혈압·소변·배설 등 적어도 150개 이상이라고 한다. 생활 환경의 변화와 생물학적 진화 사이의 괴리는 아주 오래 계속될 것이다.

조선시대의 시간은 ‘시(時)’ 또는 ‘시각(時刻)’이라고 했다. ‘시간(時間)’은 ‘타임(time)’의 번역어다. 자시(子時)라고 하면 밤 11시~새벽 1시를 말하며 자시라는 말 자체가 ‘간(間)’을 의미했다. 하루는 12시가 되고, 각각의 시는 8각(刻)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러니까 하루는 12×8=96각이었고, 1각은 15분이니까, 15분 단위로 구성됐다.

러시아 연해주로 떠난 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의 묘소. 100년이라는 숫자가 역사의 두께를 말해줄 수 있을까. [뉴스1]

러시아 연해주로 떠난 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의 묘소. 100년이라는 숫자가 역사의 두께를 말해줄 수 있을까. [뉴스1]

출퇴근과 같이 행정의 효율성이 필요했던 관청에서는 시각이 쓸모 있었다. 하지만 하루 12시 96각이라는 구분은 대다수 농민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농업사회에서는 하루의 절차가 사회적 규약보다 농업의 리듬, 계절 주기, 일출과 일몰에 의해 규정됐기 때문이다. 이때의 시간 감각은 주기적이었다. 시간은 반복되는 단위(날짜, 계절, 출생과 사망의 순환, 규칙적인 신체적 욕구 등)로 구분됐다. 우리가 알다시피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시계는 ‘위장(배꼽시계)’ 아니던가? ‘밥 먹기 전(食前)’ ‘밥 먹은 뒤(食後)’라는 시간에 대한 의식은 우리의 상상보다 강고하고 정확한 것이었다.

자연적 주기에 따라 규정되는 시간관이 선명하게 의식되는 경험은 역시 죽음일 것이다. 그런데 이 태어나서 죽는다는 사실은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상반된 성격의 시간관을 제시해준다. 이는 시작과 끝이 있는 직선적·일회적인 성격의 시간이다.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나’라는 개체가 태어났고, 언젠가 죽는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해…. 그리고 이런 시간관은 종말론과 목적론의 기저를 이룬다. 시간이 한 줄로 늘어섰다 해서 선형적이라고 한다. 2021년, 2022년 식으로….

이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두고 조선 사람들은 전혀 다른 순환의 관념, 60갑자(甲子)를 썼다. 10간, 12지의 최소공배수로 탄생한 60간지(干支)는 늘 60을 넘지 않는다. 다시 말해 60을 주기로 순환한다. 셈을 하다가 10이 넘으면 다시 엄지부터 접으며 수를 세는 어린이들처럼 조선인들은 연도를 순환하는 시간으로 파악했다. 이 60간지는 연도의 셈법이기도 했고, 인생의 단위이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진 노동과 놀이의 순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저 늘어진 시계는 우리 몸의 리듬이 탄력을 잃고 늘어졌다는 비유일까. [중앙포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저 늘어진 시계는 우리 몸의 리듬이 탄력을 잃고 늘어졌다는 비유일까. [중앙포토]

이 60간지에도 묘한 이중성이 있다. 먼저, 말이 60간지일 뿐 각각의 간지는 ‘1 다음에 2, 2 다음에 3’ 하는 식의 서수 관념보다 독립된 연도의 의미를 띤다. 이는 60간지의 순환을 한 번 끝내 놓고 보면 훨씬 분명해진다. ‘병자년’ ‘임진년’이 또 나온다. 이를 두고 각 연도 사이의 인과성이 약하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다음으로, 인생의 60간지는 다르다. 탈 없이 지내온 인생을 축하하는 회갑(回甲)은 분명 60간지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이벤트다. 하지만 이때의 60간지는 무한한 순환으로 열려 있었다기보다도 무덤을 향해 닫혀 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농업사회의 주기적 시간, 절기가 포개진다. 입추와 처서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농사를 결정하는 계절의 순환은 결국 태양을 도는 지구의 공전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그 순환을 포착하는 타이밍이 필요했으므로 그에 부응하여 절기를 배치했다.

그곳엔 숨쉬기의 리듬감과 같은 휴식이 있다. 농번기를 마감하고 몸을 추스를 농한기가 기다리고 있다. 추수를 마치고 가을떡을 돌린다. 이듬해 씨나락 담그고 모내기를 할 때까지 서너 달은 놀아도 됐다. 묵 쒀서 먹고, 돗자리도 짜고 새끼도 꼬고, 사랑방에 모여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이제는 그럴 수 없다. 노동도 놀이도 자연의 역학과 리듬에서 떨어져 나와 산업·기술적으로 재배치됐다. 쉬는 날은 겨울이 아니라 토·일요일이다. 이렇게 신축년과 2021년은 표기만 다른 게 아니다.

역사학 단위 ‘세기’는 과연 정확한가
역사학이나 철학에서 지난 시대를 설명할 때 세기(century) 단위로 구획하곤 한다. 이를 헥토-히스토리(hecto-history)라고 한다. ‘17세기 사상사’ ‘19세기 연구반’ 식으로….

 

마르크 블로흐는 “우리는 더는 영웅의 이름을 따서 시대를 명명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척 사려 깊게 100년 단위로 각각의 시대를 셈한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점으로 1년에서 시작하여 모든 역사를 그렇게 센다. 13세기의 예술, 18세기의 철학, ‘볼품없는 19세기’ 등등. 산수의 마스크를 쓴 얼굴들이 우리들 저서의 페이지 곳곳을 배회한다. 우리들 중 누가 감히 이 명백히 편리한 유혹의 제물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비판은 지금도 논문발표회 때 곧잘 등장한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매우 근대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현재주의이며, 시대착오의 오류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세종대 운운’ ‘중세 운운’은 정확한가? 누가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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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서 황토 먹던 소녀, 한국 대표 배우 되기까지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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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8/22 10:32
  • 수정일
    2021/08/22 10:3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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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팔순에도 활발히 무대 오르는 박정자 "연극은 나의 종교, 인천은 나의 고향"

21.08.21 20:12l최종 업데이트 21.08.21 20:12l

  연극배우 박정자는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1인극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양아람누리 극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정자

▲ 연극배우 박정자는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1인극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양아람누리 극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정자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극장 문으로 나오는 모습이 박꽃처럼 환해 보였다. 반듯하고 활기찬 걸음걸이가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짧게 친 연갈색 쇼트 머리에 붉은 무늬 스카프. 연극배우 박정자(79)에게선 '스타의 향기'가 풍겨 나왔다.

그는 오는 8월 말부터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오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연습하느라 고양 아람누리 극장을 오가는 중이라고 했다. 영국 탄광촌에서 태어나 발레의 꿈을 이뤄가는 열두 살 소년 빌리의 할머니가 그의 배역이다. 뮤지컬과는 별개로 1인 드라마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나이로 치면 팔순. 대체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저는 언제나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힘들고 뭐고 할 겨를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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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자가 펴낸 책 <사람아, 그건 운명이야> 표지 사진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박정자는 연극을, 그리고 현재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무대를 향한 치열한 열정과 삶을 대하는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 그게 젊음의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안정적이고 멋있는, 혹은 무서운 목소리는 여전했다.

박정자는 1942년 인천 소래포구에서 태어나 염전과 협궤열차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다. 부친은 소래에서 천일상회라는 양조 중간 도매상을 하며 이장 일도 보고 있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살던 그의 가족이 신흥동으로 이사한 때는 광복을 맞으면서다.

"제가 네 살 때였는데, 위로 오빠와 언니 셋이 있었어요. 일본인들이 살던 적산가옥으로 이사했는데 집이 꽤 컸어요. 그런데 그해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사망한 뒤 박정자의 가족은 짐 보따리를 싸 서울로 향한다. 강화도 출신 어머니는 새롭게 정착한 도시에서 직물공장을 열어 억척스럽게 다섯 자식을 먹여 살린다. 낯선 도시,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그는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맞닥뜨리며 깜짝 놀란다. 연극이라는 신세계였다.

"한국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1950년 4월, 제가 아홉 살 때였어요. 지금은 서울시의회 건물로 쓰는 곳에 극장 부민관이 있었는데 거기서 <원술랑>이라는 연극을 본 겁니다. 오빠가 신협이란 극단의 연구생이었던 덕에 극장에서 연극을 접할 수 있었던 거죠."

오빠는 1950년대부터 1990년 초까지 영화감독으로 활약한 박상호다. 연극을 처음 접한 경이로움도 잠시, 한국전쟁이 터지며 그의 가족은 어머니의 고향 강화도로 피란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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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공연 당시 대학로 '학전블루' 앞에서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서울에서 꼬박 이틀 동안을 걸어 강화도까지 갔어요. 보따리를 이고 지고 소리가 나면 엎드렸다 다시 일어나 가기를 반복했어요. 비행기가 폭격을 퍼붓는데 저는 무섭다기보다 왠지 스릴이 느껴졌어요. 돌아보니 전쟁이 한 편의 연극 같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피란 생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4후퇴와 함께 그의 가족은 다시금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다.

"월미도에서 미군 함선인 LST를 타고 제주도로 갔어요. 갔다기보다는 무작정 사람들에 떠밀려 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군요. 영화 <국제시장> 아시죠? 그 영화 보는데 내가 저 안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3년 여의 전쟁이 마침내 정전을 선언하며 박정자는 인천으로 귀향한다. 그렇게 박문초등학교 4학년에 편입해 6학년 초까지 고향에서 학교를 다닌다.

"제가 박문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었고 여학생들만 있었어요. 학교가 답동성당 안에 있다 보니 성당 앞마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먹을 것도, 돈도 없던 전쟁 직후 박정자는 배가 고플 때마다 자유공원에 올라갔다.

"자유공원에 쫀득쫀득한 황토가 있었는데 그걸 먹으면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배 속의 기생충을 죽인다는 얘기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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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해롤드 앤 모드> 2003년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학교 조회 시간엔 이따금 '이 박멸 작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학생들이 운동장에 서 있으면 선생님들이 돌아다니며 살충제인 디디티(DDT)를 머리부터 온몸 구석구석에 뿌려줬어요. 살충제를 맞은 학생들은 밀가루를 뒤집어쓴 것 같았지요. 참 웃픈 일이었는데 그때는 그것도 참 즐거웠어요."

초등학생 시절 박정자는 남 앞에 서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춤을 출 때도, 연극을 할 때도 무대엔 언제나 그가 있었다.

"남 앞에 서는 게 참 좋았고 사람들은 저를 봐줘야 했어요. 조명을 받고 박수를 받으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지요."

다시 서울로 가 진명여중·고를 다니는 동안 박정자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끼'를 맘껏 발산한다. 웅변, 합창, 무용에 이르기까지 남 앞에 서는 일이라면 열 일 제쳐두고 종횡무진 무대를 누볐다. 그렇다면 연극영화과를 갔어야 했을 텐데, 박정자는 엉뚱하게도 이화여대 신문학과로 진학한다.

"그때는 기자가 되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2학년이 되면서 자꾸 연극에 시선이 갔고, 결국 세 편의 연극을 하며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들어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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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오이디푸스>에서 예언자를 연기하고 있는 박정자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대학 3학년이던 1963년 박정자는 당시 개국한 동아방송 성우 시험에 응시, 150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한다. 이후 그는 반세기 넘게 14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우리나라 연극계의 산 역사로, 가장 나이가 많은 현역 배우로 연극의 역사를 써 내려오는 중이다. 그는 연극배우로는 드물게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기도 하다. 고향 얘기를 하던 그가 불쑥 애관극장 얘기를 꺼냈다.

"고향 후배로부터 애관극장이 존폐 기로에 섰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다닌 극장인데... 우리 고향 분들께서 지혜를 모아 보존하는 방법을 잘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정자는 "고향 인천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며 "좋은 도시는 문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극배우 박정자는 현재 영상작가인 남편 이지송(75)씨와 아들 내외, 손자·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
 
 박정자는 두 발로 설 수 있는 한 무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 박정자는 두 발로 설 수 있는 한 무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박정자는 두 발로 설 수 있는 한 무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 박정자는 두 발로 설 수 있는 한 무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종합 매거진 <굿모닝인천> 2021년 8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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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DNA] 적자에도 과감한 투자…뚝심·끈기로 꽃피운 'LG 배터리'

기사등록 :2021-08-22 08:51

故구본무 회장, 1992년 영국 출장서 사업가능성 발견
과감한 투자 결정…수 년간 적자에도 "확신 갖고 새롭게 도전하라"
GM 전기차의 심장....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 볼트부터 현재까지 인연

 

[편집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산업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에게는 분명한 위기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펼쳐진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어려울 때마다 기적을 일으켜왔습니다. 영토는 좁고 자원은 빈약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가 되겠다는 기업들의 열정과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기회의 문 앞에 선 우리 기업들. 기업들의 뼛속 깊이 새겨진 '1등 DNA' 사례를 연재하며 이들의 새로운 도약을 응원합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2010년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이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를 출시했다.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쉐보레 볼트의 심장에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만든 배터리가 탑재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해 전인 2009년 볼트의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고 이때부터 현재까지 GM의 전기차 배터리를 책임져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 1992년 연구 시작..."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 가지고 시작하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부터 성공의 역사를 썼던 것은 아니다. 1992년 당시  고(故) 구본무 회장이 그룹의 미래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영국 출장에서 2차전지를 접하고 그 샘플을 가져와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연구를 지시한 이후 십수년 간 칠전팔기의 시간을 거쳐야만 했다.

1997년 연구진들이 소형전지 파일럿 생산을 처음으로 성공하긴 했지만 대량 양산하기에는 품질이 따라주질 않았고 일본 선발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2005년에는 2차전지 사업에서만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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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02년10월 전기차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사진=LG] 2021.08.20 yunyun@newspim.com

십수년간의 투자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타나자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은 그때마다 "이 사업은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이다",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며 임직원을 다독였다.

구 회장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2021년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과 세계적인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 등을 확보하며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 가고 있다.

◆ 1996년 LG화학에 연구조직 집결...2009년 GM 볼트 공급업체 계약 

1996년 럭키금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연구조직을 집결해 2차전지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때부터 기술 개발의 성과물들을 하나 둘 도출하기 시작했다.

1998년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으며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2002~2003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자동차가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인 '파익스 피크 인터내셔널 아우토 랠리(Pikes Peak International Auto Rally)'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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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GM이 2009년 출시한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Volt)의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2021.08.20 yunyun@newspim.com

2009년에는 GM과의 첫 인연이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GM이 2010년 출시하는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기반 양산형 전기차 GM 쉐보레 볼트용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GM과의 인연은 현재까지도 끈끈하게 이어오고 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서 각각 35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두 공장은 각각 2022년과 2023년 본격 가동되며 1회 충전 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2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양이다.

◆ "글로벌 자동차 업체 대부분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 이전 LG화학은 "글로벌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대부분을 고객으로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지난해 1분기 분기보고서). 일본 파나소닉이 독점해온 전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를 고객사에 포함한 직후였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12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원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한국-미국-중국-폴란드-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업계 최다 글로벌 5각 생산체제 구축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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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5각 생산체제 [사진=LG에너지솔루션] 2021.08.20 yunyun@newspim.com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해 올해 155GWh, 2023년 260GWh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지난달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발표한 인도네시아 합작공장(양사 각각 1조1000억원, 10GWh)과 미국 그린필트 투자(2025년까지 단독 투자 5조원, 70GWh) 주요 거점 별 생산 능력 확장 등이 이뤄지면 글로벌 생산능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속도...UAM 등으로 저변 확장 '시도'

오는 2027년 리튬황전지와 전고체전지 양산을 목표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리튬황전지는 양극재에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에 리튬 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해 무게 당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1.5배 이상 높은 배터리다.

이런 특성으로 리튬황전지는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적합한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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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세계 최초 개발 미래형 3종. '스텝트 배터리(Stepped Battery)', '커브드 배터리(Curved Battery)', '케이블 배터리(Cable Battery)' [사진=LG에너지솔루션] 2021.08.20 yunyun@newspim.com

지난해 9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최초로 리튬황전지를 활용한 무인기 최고(最高) 고도 비행 테스트에 성공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한 고고도 장기 체공 태양광 무인기(EAV-3)에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해 고도 12km 이상 성층권에서 비행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리튬황 배터리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UAM는 급속 성장이 예측되며 2040년 730조원 규모의 시장이 전망된다. 이와 관련 배터리 수요는 11조2000억원으로 관측된다.

yuny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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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한국어

 

입력
 
2021.08.20 04:30
 

©게티이미지뱅크

 

한글판 저자 서문, 한글 자막, 한글 이름, 한글 지명처럼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여 쓰는 일이 종종 있다. 한글 파괴를 우려하는 기사도 막상 열어 보면 대개는 한글 자체의 문제보다 한국어가 외래어에 오염되어 파괴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 때가 많다. 소리(음성언어)와 문자가 혼동되는 일이 흔하지는 않다. 영어와 로마자를 같은 의미로 섞어 쓰거나 일본어와 가나 문자를 혼동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런데 유독 한글과 한국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몸처럼 인식된다.

일반적으로 한 (음성)언어와 한 문자의 결합이 필연적인 건 아니다. 하나의 언어가 여러 문자로 표기될 수 있고, 로마 문자처럼 하나의 문자가 여러 언어를 적는 데 쓰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한글과 한국어의 관계는 다소 필연적인 것처럼 보인다.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 한글 이외의 다른 문자를 상상하기 어렵고, 한글은 한국어를 적는 고유한 문자체계이다 보니 한글과 한국어가 한몸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의 쓰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그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글과 한국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면 그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한글에 대한 민족적 자부심이 되레 외래 요소를 지나치게 경계하고 배제하는 태도로 확장되는 것이다.

한글이라는 뛰어난 언어를 가진 민족이 외래의 언어, 특히 영어를 무분별하게 수입하여 쓰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러다 한글 혹은 한국어가 곧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는 대개 한글이 곧 한국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글이 우수한 문자이고 또 한국어를 가꾸고 보존해야 하는 건 맞지만 외래어의 유입으로 우리 언어인 한글과 한국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남미정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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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하면서 환부 놔두고 멀쩡한 팔다리 자를 건가”

LH 조직개편안 2차 공청회, 참석자들 대다수 ‘절대 반대’ 의견 확인

LH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환자가 병이 났다. 수술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떻게 수술하지? 라는 고민이 들 때, 어느 의사나 병을 고치는 방향으로 수술하지 않겠나. 그런데, 병을 고치는 것과 무관하게 팔 자르고 다리 자르는 경우가 있나. 그럼 돌팔이지”

한국토지주택공사 조직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2차 공청회에서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이 한 말이다. 20일 개최된 공청회 참석 전문가 대부분은 정부가 추진중인 조직 개편안에 문제가 있다고 날 선 비판을 내놨다.

정부는 LH 분할 방안을 추진중이다. 주요 사업을 쪼개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는 한편, LH의 무게 중심을 개발자에서 주거복지 컨트롤타워로 옮기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토지·주택 개발사업을 한 회사로 묶어 자회사로 두고, 주거복지 회사를 지주사 형태의 모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참석자들은 먼저 회사를 분할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회사가 모회사로 공공임대주택을 판매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간단치 않다”고 지적했다.

임대주택용 아파트 어디에 얼마나 건설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인데, 자회사와 모회사로 구분됐을 경우 가격 협상과 구매 규모를 결정하는데 최소한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심 교수의 설명이다. 절차가 길어지면서 비용이 늘어나고, 두 회사에서 발생하는 운영 비용 역시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심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이렇게 발생한 비용과 비효율은 모두 LH 임대료 부담으로 가고 국민 손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창무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민간 건설사에선 설계·시공·운영관리까지 하나로 해야 효율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현재 만들어진 시스템을 분리해 토지·주택개발과 주택관리를 떨어뜨리면서 효율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LH를 분할하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하고 있다. 주거복지부문이 개발부문을 감시하며 견제 역할이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성시경 단국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국토부 구상대로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사와 공사가 수평적인 구조에서 서로를 지배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업에 대한 승인과 감독, 임원 임명, 예산 배분 이 모든 것이 통합되어야 지배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국토부의 방안은 이 구조를 담보하지 못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청회 참가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도 정부 조직개편안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주택개발 자회사가 수익을 내면 그 수익을 주거복지 전담 지주사가 배당 형태로 가져와 그 돈을 쓰겠다는 구상이다.

윤규섭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2030년 이후 이 구조가 유효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LH가 수익을 낼 수 있는 3기 신도시 사업은 2030년까지다. 2030년 이후엔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사실상 종료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개발할 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윤 회계사는 “3기 신도시 사업이 끝나면 LH 수익이 줄어들고, 반대로 주거복지 사업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 안대로 변경할 경우 적자 전환 가능성을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정부안은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순순히 모회사로 이전시킬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교언 교수는 “어떤 자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있는 그대로 모회사로 이전시키겠나, 비용 등으로 처리해 어떻게든 수익을 감출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정부 공언대로 LH가 주거복지 사업 역할이 강화되려면 개발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주거복지 사업 손실을 보전하는 교차보조 관행을 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이강훈 변호사는 “LH를 투기로 몰아넣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LH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 국토에서 사업을 벌인다. 이 중 수익을 내는 사업은 수도권뿐이다. 수도권 사업에서 수익을 내야 지역 개발에 쓸 돈을 마련할 수 있다. 주거복지 역시 마찬가지 개념이다. 수도권 사업에서 수익을 극대화해야 주거복지에 들어가는 교차보조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이것이 바로 LH의 투기 지향성의 근본원인”이라며 “개발 이익 나눠 먹기가 존재하는 이상 수익성 추구 유인이 줄어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조직 개편 방안 추진은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주택 수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집중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성찰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이후 연간 불로소득인 양도차익이 발생 거래는 100~130만건, 이로 인해 발생한 불로소득은 1,375조에 달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불로소득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LH라는 중요한 공기업의 사업 모델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임대주택지원에 쓰인 주택도시기금 내역을 설명하며 “주거복지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임대주택 건설 지원에 쓰일 기금은 출자가 6조3천억원, 융자가 1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을 통해 지원하는 자금은 3조5천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공공임대사업에 재정지원이 부족한 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정치인들도 전문가 의견에 공감했다. 공청회를 주관한 조응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는 “전문가들의 생생한 고견 잘 들었다. LH가 주거복지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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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미국. 위기의 한반도

  • 기자명 손정목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  
  •  승인 2021.08.20 12:34
  •  
  •  댓글 0
 
 
 

이렇게 볼 때 북이 한미에 ‘엄청난 안보위기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한 경고는 비단 한미연합훈련 기간만이 아니라 올 하반기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동북아는 세계 판도를 가르는 최대 격전장이 되었다.

1. 미군철수 요구의 전면화

현재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상황은 이전과는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북이 미군철수 요구를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한미가 엄청난 안보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최고 수위의 경고를 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중러가 북의 한미연합훈련 반대를 지지하면서 공동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이 세 가지 특징은 북이 미국의 대북적대행위에 대한 대응의 폭과 강도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를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중요한 변화가 감지됨에도 한미 언론의 분석은 타성적이고 구태의연하다. 한겨레신문은 ‘소규모 방어훈련을 침략연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8.10)고 했고, 미국 관영 미국의 소리(VOA)는 북의 저강도 도발 가능성’(8.12), 북 비핵화와 조건부 양보(8.13), 매우 위협적이지만 아무 의미 없다(8.14)는 둥 안일하고, 무지한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북의 담화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하여야” 한다고 미군철수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당면의 과제로 제기한 것이다. 이 주장은 이어 중러 주재 북 대사를 통해 재확인되었다.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 대사는 타스통신에 (8.11) ‘한반도의 평화는 주한미군이 철수해야만 가능하다’고 했고, 리룡남 중국 주재 북 대사도 환구시보 인터뷰(8.14)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미국은 먼저 한국에 배치된 침략 병력과 전쟁 장비를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미군철수가 북의 당면 과제로 제기되었음을 분명히 하였다.

이것은 트럼프 정부 시기 북미간에 합의했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정의 변화를 의미한다. 당시 북미는 핵시험, 미사일 시험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전제로 한 신뢰구축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합의한 바 있다. 신뢰구축이란 평화협정으로 대표되는 북미간 군사적 대결의 종식이다. 평화협정에는 당연히 미군철수가 핵심이다. 당시 북은 내외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명시적으로 미군철수를 제기하기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란 대북적대 철회부터 시작하여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는 순차적 과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명목상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준수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지난 3월에 이어 이번에도 연합훈련을 강행하고, 나아가 유럽, 일본등과 동맹군을 편성하는 등 적대정책을 강화하였다. 이것은 미국의 싱가포르공동성명 준수 발표가 위선적임을 보여준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최소한의 적대정책 철회 의사도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에게 조건없는 대화, 비핵화 대 제재완화 등 마치 대화 재개를 위해 애쓰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기만적이다. 북이 이미 여러 차례 대북적대정책 철회 없이 대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음에도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현 시점에서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요원해졌다. 싱가포르공동성명에 의거한 순차적 평화체제 구축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이 지속되는 한 불가능하다. 이에 북은 평화체제의 핵심 사안인 미군철수를 전면에 내걸고, 이를 “절대적 억제력”(핵억지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 등 힘에 의해 달성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강력한 국방력으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지난 8차 당대회의 결의를 이제 전면화한 것이다.

북의 지난 1월 8차당대회는 (핵무력완성국으로서) 변화된 전략적 지위에 맞는 대외정책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전 당대회와 다른 전환적 의미를 갖는다. 당대회에서 북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 “이 땅에서 전쟁접경과 완화, 대화와 긴장의 악순환을 영원히 해소하고 적대세력들의 위협과 공갈이라는 말 자체가 종식될 때까지 나라의 군사적 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모든 대외정책의 초점을 미국을 ‘제압, 굴복’시키는데 두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또한 개정된 규약 서문에는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할 것을 당면 목표로 제시하였다. 나아가 당원에 대해서도 “주체의 전쟁관점”을 익히고, 전쟁 대처를 위한 “군사지식”과 “기술적 준비”를 갖출 것을 기본 임무로 하는 등 유사시 비상조치와 관련한 여러 조항을 신설, 개정하였다.

이번의 잇단 담화와 보도는 이 결의가 실행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2. 북중러의 전략적 단결과 추락하는 미국

북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지지와 연대를 표하면서 핵무력 완성 3국의 단결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정부가 북중러 3국에 대한 포위 압박을 강화하자 3국은 더욱 단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지난 2018년부터 ‘전략적 의사소통, 전술적 협동’을 합의한 3국은 세계 다극화를 향한 국제적인 반제연합전선 강화에 한목소리로 대응하였다. 시리아 문제를 비롯 이란, 베네수엘라, 홍콩, 미얀마, 쿠바시위사태 대응 등 미국과 대립하는 여러 사안에 공동보조를 취했고, 지난 3월에는 유엔에 17개국(팔레스타인 참가) 연합의 ‘유엔헌장을 지키는 친구들의 그룹’을 결성하여 미국의 일방 제재에 반대를 분명히 하였다.

중국은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미연합훈련 반대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였고, 환구시보 사설을 통해서도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러시아 역시 푸틴대통령이 김정은총비서에게 보낸 8.15 축전에서 호혜적 쌍무협조가 “의심할 바 없이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전반의 안전 강화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러는 북의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그 대응에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동시에 중러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영토에서 처음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였고, 지난 17일에는 러시아 전략폭격기와 중국 전략폭격기들이 동해와 대만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였다.

반면 미국은 아프카니스탄 철수에 이어 이라크에서의 연내 철수도 확약하는 등 군사패권 추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프카니스탄 철수에 대해 미국이 대중포위전선에 집중하기 위하여 전략적으로 병력을 빼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미국의 체면치레를 위한 어리석은 주장이다. 아프카니스탄은 중국 턱밑에 있는 국가로 인도양으로 통하는 관문지역이다. 만약 미국이 탈레반을 제압할 수 있었다면 당연히 아프카니스탄을 타고 앉아 중국 포위를 더 강도 높게 하려 했을 것이다. 미국이 미얀마 시위를 지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중국 국경지역에 친미정권을 세워 중국 포위를 강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온갖 망신을 무릅쓰고 철수하는 것은 대중포위전략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미군 주둔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군사력, 경제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추락은 동반 철수한 유럽 동맹은 물론 쿼드 같은 아시아에서의 반중연대에도 심대한 손상을 끼칠 것이다.

이라크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26일 미-이라크 정상화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연내 철수를 약속하였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미국이 반미기세를 가라앉히려 립서비스 한 것이지 실제로는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거나 반대로 중국 포위 강화를 위해 중동 전역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전략적 결정이라는 두개의 주장이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라크 민중의 강력한 반미투쟁이다. 이라크 의회의 미군철수 결의와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이라크 민병대의 미 대사관과 미군 기지에 대한 거침없는 로케트 공격에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이전의 미국 같았으면 중동패권유지를 위해 다시 이라크와 전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눌러 앉으려 했겠지만 지금은 달라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이라크만이 아니라 시리아, 사우디 등 중동에서 철수할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주목할 사안은 중남미 거의 전역이 반미, 비미 정부들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미 멕시코,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페루. 아르헨티나 등에는 자주적 정권이 들어섰고, 내년에는 브라질 룰라의 재집권이 확실시 된다. 브라질은 남미 면적의 45%를 차지하는 대국이다. 그리고 칠레는 새로이 자주적 세력이 중심이 된 제헌의회가 소집되어 과거 아옌데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 이상을 추진하면서 내년 정권교체를 담보하고 있다. 이미 국내언론조차 신 핑크타이드(pink-tide)라고 부를 정도로 중남미는 상당수가 자주적 정부로 바뀌고 있다. 향후 1~2년내 중남미 대부분 나라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결정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세계는 미 패권의 거의 완전한 추락을 보게 될 것이다.

이렇듯 미 패권은 남아시아, 중동 그리고 뒷마당인 중남미에서조차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아프카니스탄에는 카불이 함락되고 거의 모든 해외공관들이 탈주했지만 중러 대사관만 유유히 남았다. 중⸳러는 이미 탈레반 신정권과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웃인 파키스탄 역시 그간의 눈치 보기를 끝내고 확실히 중러와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중동은 이미 중⸳러⸳이란을 축으로 판세가 정리되어 사우디마저 친미태도를 바꾸고 이스라엘만 고립되는 양상이다. 중남미의 자주정부들은 거의 모두 북⸳중⸳러와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듯 바이든 정부 들어 미 패권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 반면 세계반제전선은 더욱 확대 강화되고 있다. 다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곳은 대립이 가장 심한 동북아(한반도와 대만)와 분열이 심한 유럽이다.

3. 엄청난 안보위기

참으로 답답하고 유감인 것인 문재인 정부나 여야정당 할 것 없이 이러한 지구촌 정세의 근본적 변화를 거의 무감각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미국만 바라보고 미국 하라는 대로 하는 데 길들여져 다른 생각을 못하니 끌려만 가고 있다.

현재의 엄중한 한반도 긴장상황은 문재인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남북정상간 친서교환을 통해 어렵게 합의한 사항들이 시작도 해보기도 전에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는 바람에 파탄 난 것이다. 지난 달 27일 남북은 남북통신선 복원 의미에 대해 “남북 간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고 합의사항들을 실천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하여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호신뢰회복과 화해도모를 위한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남북, 북미관계에서 신뢰회복이란 정치군사조치를 의미하고, 화해도모란 남북교류 등 공동번영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정상은 단순히 통신선 복원 같은 기술 실무적 조치가 아니라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신뢰회복을 위한 중요 조치를 합의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밝혔듯이 이 합의 발표에 대해 사전에 미국과 협의하였고, 동의를 얻었다고 보여진다. 지난 4월부터 7월 통신선 복원 발표까지 여러 차례의 남북 친서교환 과정에서 한미간 긴밀한 협의가 오고간 정황은 대단히 많다. 지난 5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긴급 방한과 연이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방미, 그리고 6월의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과 7월 웬디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 등은 한미간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웬디셔먼 부장관의 방문 시기가 지난 달 27일 남북통신선 복원 발표 시기와 일치하는 것은 미국 측 동의가 있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웬디셔면 부장관이 바로 뒤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해 한반도 문제 협의를 가졌다는 보도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한미간 사전 협의에 의거해 남북합의 발표가 이루어졌음에도 2주도 안 돼 뒤집어진 것은 한미 내부의 수구보수 호전적 세력들의 거센 반발 탓이지만, 무엇보다 문재인대통령이 이들의 반발을 제어할 힘과 의지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4일 이례적으로 군 주요 지휘관 보고회의를 소집하고도 군 통수권자로서 끝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지시하지 못했고, 마지막 기회일 수 있었던 8.15 경축사마저도 흡수통일인 독일통일을 언급하여 스스로 남북합의를 완전히 파탄 내 버렸다. 말이 깃털보다 가볍다. 그러니 신의를 여러 차례 어겨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 이로써 임기 말 문재인정부의 실날같던 남북관계 개선 기대는 완전히 끝났다.

이점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 개선에 동의해 통신선 복원까지 해놓고 곧바로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한 것은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다. 미국은 여전히 동북아 패권유지를 위해 한반도 긴장유지를 더 선호하고, 그로 인한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만 대화를 제기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유럽, 일본 동맹 등과의 연합훈련과 최신 인공지능(AI) 기반의 통합전역지휘통제체계(JADC2)를 완성하여 한국, 일본, 대만을 잇는 연합방위선을 어떻하든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주목할 점은 한미연합훈련이 기동훈련을 못하게 되자 한국이 영국, 독일 등과 연합훈련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말 영국 핵 항모전단 퀸엘리자베스와 한국해군이 연합해상훈련을 하고, 11월에는 독일해군과 연합훈련을 한다는 계획은 그간 한미, 미유럽이 각각 진행하던 통합전역지휘체계 훈련을 한영, 한독이 실시해 연합군체계를 완성해 나가려는 것이다.

여기에 영국과 일본은 지난 7월 북의 불법 환적을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영국 함정 2척이 동북아에 상시주둔 공동대응하기로 했고, 미국은 10월 동북아에 2개의 항모전단(도널드레이건, 칼빈슨)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을 12월 ‘민주주의정상회의’에 초대해 사실상 독립국 대우를 하려하자, 중국이 대만상공에 중국 전투기가 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대만해협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고의적으로 북과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북이 한미에 ‘엄청난 안보위기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한 경고는 비단 한미연합훈련 기간만이 아니라 올 하반기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동북아는 세계 판도를 가르는 최대 격전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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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프간에 등 돌리지 마세요"... 한 여성 감독의 편지

영화감독 사라 카리미의 공개 서한... 전세계적 연대 호소

21.08.20 20:09l최종 업데이트 21.08.20 20:09l
사라 카리미 감독의 공개서한 사라 카리미 (Sahraa Karimi) 감독은 '세상의 모든 영화인과 시네필들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아프간의 여성과 아동, 영화인, 예술인들을 탈레반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 사라 카리미 감독의 공개서한 사라 카리미 (Sahraa Karimi) 감독은 "세상의 모든 영화인과 시네필들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아프간의 여성과 아동, 영화인, 예술인들을 탈레반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 사라 카리미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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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등을 돌리지 마세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의 카불 입성으로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영화 감독의 절절한 호소가 전세계에 메아리치고 있다. 

사라 카리미(Sahraa Karimi) 감독은 '세상의 모든 영화인과 시네필들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아프간의 여성과 아동, 영화인, 예술인들을 탈레반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된 이 서한은 해외의 영화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필자는 네덜란드 출신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인 헤르얀 자울호프(Gertjan Zuilhof)씨가 페북에 공유하면서 처음 이 글을 접했다. 18일 현재 7000회 이상 공유되며 수많은 영화인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카리미 감독의 트위터 계정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좌파성향 일간지 <뤼마니떼(L'Humanité)>에도 '위험에 처한 여성들'이란 제목의 커버사진으로도 소개됐고, 할리우드 영화매체 <데드라인>을 비롯해 독일의 <도이체벨레>, 인도 매체 등에서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영화인들이 탈레반의 처형 리스트에 오르게 될 것이다"
 

 사라 카리미 감독의 활동은 프랑스의 좌파성향 일간지, 뤼마니떼(L'Humanite)에 '위험에 처한 여성들'이란 제목으로도 소개되었다.
▲  사라 카리미 감독의 활동은 프랑스의 좌파성향 일간지, 뤼마니떼(L"Humanite)에 "위험에 처한 여성들"이란 제목으로도 소개되었다.
ⓒ 사라 키리미 감독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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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카리미 감독은 누구이며, 이 편지는 대체 무슨 내용을 이야기 했을까. 카리미 감독은 극영화 및 다큐 장단편 영화 30여 편을 연출한 베테랑 감독이다. 아프간 여성으로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영화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지난 2019년에는 수도 카불에 거주하는 세 명의 아프간 여성의 현실을 소재로 한 장편 영화 <하바(Hava), 마리암(Maryam), 아예샤(Ayesha)>로 베니스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팔리카(Parlika)>(2016년), <바퀴 뒤의 아프간 여성들 (Afghan Women Behind the Wheel)>(2009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아프간의 유일한 국영 영화사 '아프간 필름(Afghan Film)'의 대표직을 맡고 있을 정도로 현지 영화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카리미 감독의 임명 당시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 활동해온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축전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리미 감독은 1996년에서 2001년 집권 당시 공포정치를 자행했던 탈레반의 입성이 예상되기 며칠 전, 여성으로서 영화 감독으로서 본인이 느끼는 두려움을 가감없이 전하며 국제사회가 침묵하지 않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적극 호소했다.
 

마음이 산산조각난 저는 여러분들이 우리 아름다운 국민, 특히 영화인들을 탈레반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에 함께 동참해주시리라 간절히 희망하며 이 편지를 씁니다. 영화인으로서 제가 아프간에서 어렵사리 쌓아온 모든 것들이 무너질려고 합니다. 만약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한다면 모든 예술행위를 금지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다른 영화인들도 이들의 처형 리스트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그가 고발한 탈레반의 범죄
 

 카리미 감독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미지.
▲  카리미 감독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미지.
ⓒ 사라 카리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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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과 예술인들이 처한 위험을 강조했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하고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탈레반은 종교 의식 이외의 음악을 비롯해 영화라는 예술 자체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여성 가수는 가수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기도 했다.

카리미 감독은 또한 최근 몇 주간 탈레반이 협상중에도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잔인한 범죄행위를 생생하게 고발했다.
 

탈레반은 다수의 아이들을 납치했고, 어린 여아들을 탈레반 남성들에게 강제결혼으로 팔아넘겼고, 복장만을 이유로 여성을 살해하기도 하고 또 다른 여성의 눈알을 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코미디언을 고문하고 살해했으며, 시인이자 역사학자도 죽였거니와, 정부의 언론센터장을 살해했고, 정부와 관련된 이들을 암살해왔고, 일부 시민들을 공개적으로 교수형에 처했으며, 무수한 가족들이 고향을 등지게 했습니다.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의 오랜 무력충돌은 미군과 나토군이 철수를 시작한 5월부터 심화됐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의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보복 공격과 암살작전이 자행됐다. 카리미 감독이 이 서한에서 언급한 코미디언은 애칭, 'Khasha Zwan'으로도 잘 알려진 나자르 모하메드(Nazar Mohammad)로 지난 7월 칸다하르에서 총살당했다.

8월 초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압둘라 아테피(Abdullah Atefi)는 탈레반에 의해 남부 우루즈간 주에서 살해당했다. 아프간 정부의 국내외 언론업무를 총괄했던 다나 칸 메나팔(Dawa Khan Menapal) 정부정보미디어센터장 또한 8월 6일 기도 중 살해당했다.

당시 탈레반 대변인은 암살을 인정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메나팔은 탈레반의 "특별공격으로 사망했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댓가"라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그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언론인, 활동가, 문화예술인들을 주 타깃으로 공격해왔는데 최근 3명의 여성 저널리스트 살해도 이에 포함된다.   
  
카리미 감독은 소녀와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탈레반을 비판했다.
 

아프간 국민들은 (세간의 관심에서) 잊혀져 탈레반의 어두운 통치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아프칸을 포기하는 현 상황하에 우리는 지난 20년간 아프간 및 젊은 세대를 위해 이뤄낸 모든 성과가 이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 과거 탈레반의 집권 당시 학교에 갈 수 있는 소녀는 아무도 없었습니다.<br /><br />(탈레반 퇴출) 이후로는 9백만의 소녀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탈레반이 장악한 3대 도시 헤라트에서는 무려 대학교의 절반가량이 여성이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잘 모르는 놀라운 성과입니다. 최근 몇 주동안 탈레반은 수많은 학교를 파괴했고, 200만 명의 소녀들을 학교에서 추방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현실

지난 18일 첫 기자회견을 열고 소녀와 여성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탈레반의 공식 발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배경으로 유엔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탈레반의 약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카리미 감독은 세계가 아프간의 비극적 상황에 침묵하지 않고 지원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세계가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세요. 아프가니스탄 밖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되어주세요. 세계는 우리에게 등을 돌리면 안됩니다. 우리는 아프간의 여성, 아동, 예술가, 영화인들을 위해 여러분의 지원과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세상이 아프간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사라 카리미 감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나는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보전하고자 예술가로서 사회에 도전한다"라고 당당하게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계정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최근 카불 공항의 혼돈, 거리 모습, 정치적 상황 등 현지 사정을 공유해왔다.

특히 탈레반의 카불 입성 후 자신이 다급히 출국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134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란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이자 인권운동가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이 영상을 공유하며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고 카불의 현실이다. 지난주 영화제를 개최하기까지 했는데 이제 생명의 위협으로 도망가야 한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 장면 카리미 감독은 지난 2019년에는 수도 카불에 거주하는 세 명의 아프간 여성의 현실을 소재로 한 장편 영화 <하바 hava="Hava" 마리암="마리암" maryam="Maryam" 아예샤="아예샤" ayesha="Ayesha">로 베니스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하바>
▲ 카리미 감독의 작품 <하바 마리암 아예샤> 한 장면 카리미 감독은 지난 2019년에는 수도 카불에 거주하는 세 명의 아프간 여성의 현실을 소재로 한 장편 영화 <하바 (Hava), 마리암(Maryam), 아예샤(Ayesha)>로 베니스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 사라카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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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런 아프가니스탄의 암울한 현실은 영화 창작자에게는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기도 한다. 2016년 칸 영화제 감독주간 대상에 빛나는 <늑대와 양>을 연출했던 샤르바누 사다트 감독은 8월 17일 할리우드 <리포터지>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상황하에 출국 및 망명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아울러 이런 현실이 자신의 창작세계에 미치는 영향도 허심탄회하게 소개했다.

사다트 감독은 이전에는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소소한 아프간인들의 일상을 주로 묘사한 작품을 연출해왔으나 앞으로 살아남는다면 다른 색깔의 창작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선 아무도 책을 읽지 않기에, 우리는 최소한 우리의 지난 100년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어 이를 통해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다"라며 "역사를 아는 것은 미래 아프간을 위한 한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이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 역사와 관련된 다른 국가들의 역할에 대해 교육용 역사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사다트 감독은 불안정한 현 상황과 현실에 대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고있다. 그는 "이 혼란 속에서도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이 분노가 주는 많은 에너지일 것"이라며 이를 통한 글이나 영화 제작 뿐만 아니라, 뭔가를 조직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레 전망하기도 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탈레반은 과거 집권시 이슬람 율법 '샤리아'로 사회를 엄격하게 통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윤리경찰 제도로 남성은 수염을 기르고 여성은 온몸을 감싸는 부르카를 강제했고 여성이 공공장소에 남성 없이 외출시에는 구타를 가했던 잔혹한 인권탄압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 탈레반의 판사(Gul Rahim)는 7월 독일 매체 'Bild'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에서는 "동성애 남성을 샤리아법에 의해 죽을 때까지 돌을 던지거나, 벽 뒤에 세워놓고 벽을 사람 위로 덮어버려 처형하고 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여성 오피니언 리더들은 공공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아프간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이자 인권운동가인 사바 사하르(46)는 2020년 8월 카불에서 영화 작업을 위해 이동 중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기도 했다. 2014년 세계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말라라 유사프자이(24)는 불과 15세때 소녀들의 교육권 옹호활동을 이유로 '파키스탄 탈레반'에게 암살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말라라 유사프자이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탈레반의 귀환으로 "아프간 자매들"에 심한 우려를 표하며 여성인권보호를 위해 국제사회의 연대를 요청했다.
 

"우리는 아프간전쟁에서 무엇이 실패였는지 앞으로 토론할 시간이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 이 긴박한 순간에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약속되었던 교육, 자유, 미래, 보호를 원하고 있다. 이들을 계속 실망시킬 순 없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br /> 


*사라 카리미 (Sahraa Karimi) 감독의 공개서한 한글 +영문 전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N_kMlo21lIo0hdk-YfBEtzdHpg8PPdK856kw6KF8Jh4/edit?usp=sharing⁠
 

 사라 키리미 감독은 1968년 설립된 유일한 국영 영화조직, 아프간 필름 (Afghan Film)의  대표직을 현재 맡고 있다.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라고 보면 된다.
▲  사라 키리미 감독은 1968년 설립된 유일한 국영 영화조직, 아프간 필름 (Afghan Film)의 대표직을 현재 맡고 있다.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라고 보면 된다.
ⓒ 아프간필름(Afghan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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