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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성연대’에 경향신문 “기존 남초·여초 커뮤니티 수준 넘어서”

[아침신문 솎아보기] 언론중재법 개정안 우려 이어져…한겨레·한국일보, 이재용 가석방에 입장 없는 청와대 비판

반여성주의 단체 ‘신남성연대’에 경향신문 “우려된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자 1면 “‘페미니즘 공격하라’ 좌표 찍고 몰려가는 ‘댓글부대’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반여성주의 성향의 단체 ‘신남성연대’가 회원들을 동원해 온라인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달거나 공감 비율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해 온 정황을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신남성연대에 ‘좌표’ 찍힌 기사들을 소개했는데,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도 댓글 반응과 내용을 보면 이 단체에 ‘좌표’가 찍힌 것으로 보인다.

▲11일자 아침종합일간지 1면.
▲11일자 아침종합일간지 1면.

 

▲지난 10일자 경향신문 1면.
▲지난 10일자 경향신문 1면.
▲지난 10일자 경향신문 기사.
▲지난 10일자 경향신문 기사.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신남성연대는 지난 2일부터 익명 기반 메신저 프로그램 디스코드에 ‘우리가 남성연대 쉴드다’라는 대화방을 운영 중이다. 신남성연대는 보수 성향 유튜버 ‘왕자’(실명 배인규)가 지난 4월 만든 단체로, 네이버 공식 카페에 가입한 회원이 1만3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 이 단체가 만든 디스코드 대화방에는 3만8000여명(지난 9일 오후 2시 기준)이 참여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신남성연대 운영진은 자체적으로 판단하거나 제보를 받아 기사를 고른 뒤 디스코드 대화방 내 ‘언론정화팀’ 채널에 공지했다. 운영진이 언론정화팀 채널에 기사 링크를 올리면 회원들은 악성 댓글을 달거나 ‘화나요’ 등 부정적 감정을 표현했고, 단체 의견과 비슷한 댓글에 추천을 몰아줘 ‘베스트 댓글’을 선점하게 했다”고 이 단체의 여론조작 시도 방법을 설명했다.

▲11일자 경향신문 사설.
▲11일자 경향신문 사설.

이에 11일자 경향신문은 이 단체를 우려하는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시민은 누구든 언론 보도에 의견을 제시하고 댓글을 달 권리를 갖는다”면서도 “문제는 의도적 여론몰이로 공론장을 왜곡한다는 데 있다. 콘텐츠를 이용하는 일반 시민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고 실제 여론과 동떨어진 가짜 여론을 조성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남녀를 적대적으로 보는 태도는 특히 우려스럽다. 이 단체 운영진은 ‘페미니스트들이 먼저 여론조작을 했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행태를 한국전쟁에서 낙동강 전선까지 후퇴했다 반전에 성공한 ‘인청상륙작전’에 비유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수만명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이들의 행태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트위터로 지지를 당부하는 기존 남초·여초 커뮤니티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들의 도발에 일부 여성들의 과격한 맞대응이 이어질 우려도 다분하다. 극소수의 혐오표현이 과잉 대표되면서 혐오가 악순환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한 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론조작행위가 민주주의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시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의당도 반대하는 언론중재법, 조선·동아는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 비판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물리도록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정의당도 비판하고 나섰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서도 배액배상제 조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오후 2시부터 전체회의를 열고 7시까지 약 5시간 동안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문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11일자 조선일보 6면.
▲11일자 조선일보 6면.

이날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은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해 평범한 시민이 피해를 받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며 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 감시 기능은 확고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것이 언론개혁의 핵심이라고 본다”면서도 “현재 이 법안은 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 시민단체들 상당수도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지 못하는 법을 졸속 강행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언론 중재법 밀어붙이기, 민주당 가치와 맞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당의 법 개정 의도가 언론계가 우려하는 대로 재갈 물리기가 아니라면 이런 요구(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헌법 학자들의 의견 청취 등)를 거부할 명분이 전혀 없다. 여당 의원들조차 법안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정부 인사와 전문위원들이 법안 심사 당일에서야 민주당의 법안 수정안을 볼 정도로 졸속으로 처리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민주당이 언론 자유의 가치와 권력 견제 기능을 존중한다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우려에 대한 해소 방안을 내놓으면서 가짜 뉴스 피해 구제를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개정안을 졸속으로 처리한다면 민주당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11일자 한국일보 사설.
▲11일자 한국일보 사설.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6면 기사에서 “민언련 등 친여 단체도 반대하고 정부 내부에서조차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민주당은 단독으로라도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태세”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정의당조차 민주당의 법안에 반대 입장을 낸다”면서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려 전면적 통제에 나서겠다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가속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이날 해당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했다. 언론인은 물론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반대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터넷과 SNS 인기투표에 따라 정부 광고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언론사들을 정권 편에 줄 세우겠다는 발상의 미디어바우처법도 곧 강행 처리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정연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등장했다. 지난 9일 제5기 방통심의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취임사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거짓과 편차,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벌써부터 심의권을 통한 언론 겁박에 나섰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사실 거짓·편파·왜곡은 ‘정연주 KBS’의 핵심 속성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울부짖는 여당 의원들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며 하루 10시간 이상 ‘탄핵 반대 방송’을 했는데 탄핵 반대와 찬성 인터뷰 비율이 ‘31대1’이었다. 모든 언론을 15년여전의 ‘정연주 KBS’처럼 만들고 싶은 게 이 정권의 속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일자 동아일보 사설.
▲11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어느 방송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거짓 편파 왜곡을 일삼고 있다는 건가. 권력 감시 등 언론 본연의 책무에 헌신해온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모욕이자 협박”이라며 “방심위를 통한 보도 제재, 전대미문의 ‘언론악법’ 등장이 곧 현실화할 수 있지만 똑똑히 기억할 게 있다. 언론은 장악되지 않는다”고 썼다.

한겨레·한국일보, 이재용 가석방에 입장 없는 청와대 비판

법무부는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 사안에 대해 법무부가 결정한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지난 10일에도 입장이 없다고만 말했다.

한국일보는 8면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회복 필요’와 ‘특별 사면으로 재벌에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원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가석방’이라는 절충안을 택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면 그 배경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법무부에 화살을 돌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11일자 경향신문 3면.
▲11일자 경향신문 3면.
▲11일자 한국일보 8면.
▲11일자 한국일보 8면.

한국일보는 이어 “침묵하는 청와대의 논리는 ‘이 부회장 가석방은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책임 회피”라고 지적한 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댕학원 교수의 입을 빌려 “이 부회장 가석방은 이 정권의 또 다른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가 최근 이 부회장 가석방 기류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은 것도 아니다. 대통령제하에서 청와대와 내각은 한몸이다. 청와대는 각 정부 부처를 사실상 지휘한다. 행정부 인사권도 청와대가 갖고 있다. 청와대 따로, 법무부 따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은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며 문 대통령이 육성으로 이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11일자 한겨레 사설.
▲11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도 사설에서 “이번 결정과 선을 긋는 청와대의 태도를 두고도 ‘정치적 책임 회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가 이런 모습을 보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국민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며 “청와대가 아무리 형법 조항을 들어 ‘대통령과 무관한 결정’이라고 설명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다. 가석방이 불가피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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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영철 통전부장.."한·미 엄청난 안보위기 느끼게 해줄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8/11 09:18
  • 수정일
    2021/08/11 09: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여정 이어 연이틀 한미훈련 비판..'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8.11 08:05
  •  
  •  수정 2021.08.11 08:46
  •  
  •  댓글 2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담화를 발표해 전날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판하면서 한미 양국이 엄청난 안보위기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이끌고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담화를 발표해 전날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판하면서 한미 양국이 엄청난 안보위기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25일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이끌고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당 부위원장(당시)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한은 10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연일 규탄 입장을 밝히며 한국과 미국이 대결을 선택한 이상 자신들도 강대강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여정 당 부부장 담화에 이어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오전 담화를 발표해 "우리(북)는 이미 천명한대로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하였는지,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하여 똑바로 알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10일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된데 대해서는,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반전의 기회'가 마련되었으며, 남측에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지만 '남조선 당국'이 이를 외면하고 북을 적으로 간주하는 전쟁연습을 또 다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북의 권고를 무시하고 "동족과의 화합이 아니라 외세와의 동맹을, 긴장완화가 아니라 긴장격화를, 관계개선이 아니라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한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정책의 원칙으로 밝혀 온 '선대선 강대강'에서 강대강의 선택지만 남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의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북한은 전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 전문을 이날 [노동신문] 2면에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언론에서 일반인의 열람이 자유로운 [노동신문]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한 김 부부장의 담화를 실은데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으나, 국영통신인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기사 중에서도 대남, 대미 메시지를 담은 주요 기사에 대해서는 내각 부장급 간부들이 먼저 열람한 후 아래로 전파하는 방식으로 공유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과도한 해석은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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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인터뷰] 임기 1년차, 총파업 하기도 전에 ‘구속 위기’ 처한 민주노총 위원장

최지현 기자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8.10ⓒ김철수 기자

 110만 조합원의 총파업을 공약하며 올해 1월 취임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총파업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던 지난달 3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주최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자들의 대표 격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다른 것도 아닌 코로나19로 인해 구속될 위기에 처한 건 역사상 처음일 테다. 노동자대회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방역법(감염병예방법) 때문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양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 날인 10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심경을 밝혔다. 3년의 임기가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구속이 될 위기라니, 양 위원장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2015년 취임해 그해 9월 총파업을 거쳐 11월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던 한상균 전 위원장의 모습이 그의 얼굴에 겹쳐 보인다.

경찰은 노동자대회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4일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뒤 양 위원장 등 23명을 입건했고,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혐의를 인정한 양 위원장에 대해 ‘재범의 위험성’ 등을 이유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11일 오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치면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인터뷰 바로 다음 날이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대회 전후 일련의 상황을 보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계속 집행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법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짜여진 시나리오’ 시작점은 김부겸 국무총리

‘짜여진 시나리오’의 시작점은 김부겸 국무총리로 지목됐다. 김 국무총리가 노동자대회 전날 일방적으로 민주노총에 찾아와 ‘방역 상황이 엄중하다’며 집회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면서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부정적인 시선이 쏠리게 됐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당시 정부의 방역 지침은 ‘완화’ 기조였다. 백신 수급에 실패하고 방역 완화로 인해 바이러스가 훨씬 더 확산되는 과정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 마녀사냥을 하지 않았으면 아마 정부에 대한 책임 여론이 굉장히 높았을 것이다. 그 흐름을 민주노총으로 돌렸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대회 이후의 과정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지적했다. 집회 다음날 경찰이 특수본을 구성했고, 급하게 소환조사를 잇따라 요구했고,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반려됐는데도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련의 과정들을 봤을 때, 정부의 책임 회피를 위한 시나리오가 필요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이유로 ‘감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집회를 열었다는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양 위원장은 “영장 청구할 때 사유로 도주의 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 이 두 가지를 주로 뽑는데, 그것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언급된 ‘재범의 위험성’이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모이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7.3 노동자대회 여파로 한 차례 연기돼 이번달 말 개최될 예정인 대의원대회, 10월 20일 총파업, 11월 13일 노동자대회 등이다. 양 위원장을 소환 조사한 경찰은 과거의 7.3 노동자대회가 아닌 미래의 총파업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양 위원장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질문했던 것이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의 전초전 성격으로 7.3 노동자대회를 한 것이 아니냐’, ‘그래서 대의원대회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들이었다. 이것이 수사의 초점이었다”며 “정작 당일 집회와 관련한 사실관계 다툼은 없었다. 다 진행된 사항에 대해서는 저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대의원대회도 연기하고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에도 세종시에서 집회를 열려고 했는데 취소했고,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집회도 1인 시위와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다. 10.20 총파업도 대규모 집회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때 방역)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런 얘길 다 했고, 사안에 따라 우리가 충분히 판단하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우려하는 ‘재범의 위험성’, 즉 방역을 어지럽히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를 계속 추궁했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문제, 불평등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걸 사회 공론화하고 여론화하는 것에 대해서 (경찰은) 어떻게든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깔려 있다고 본다”며 “파업이란 건 생산을 멈추는 건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게 방역과 직결된다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이를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동안에 대규모 집회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는 공감을 표했다. 다만 그는 “민주노총이 이 시국에 꼭 집회를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는 역으로 말하면 전쟁통에 인권이 뭐가 중요하냐는 이야기와 똑같다고 본다”며 집회 자체를 모두 차단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국민들의 건강권 문제와 함께 시민권이나 집회의 자유도 동등하게 취급되고 보장돼야 하지 않나”라며 “정부는 노동자들이든 집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집회하도록 어떻게 보장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걸 굉장히 과도하게 제한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호도하고 있다. 공포정치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코로나 계엄’이라고까지 표현하던데 실제로 그러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제 같은 경우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이 1인 시위를 70미터씩 떨어져서 (하는데도) 경찰이 두 명씩 붙었다. 길거리에 직장인들이 두 명, 세 명 어울려 다니는 건 (방역과) 무관하고, 집회를 통해 의사 표현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한 명씩만 가능하고 거기에 경찰 두 명이 붙는 건 정말 방역 때문인가”라며 “그런 걸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정부의 방역 방침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가 확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정부는) 어느 공간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총리가 나서서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중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전수조사를 받으라고 호도했다. 질병관리청은 오히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정부가 계속 이런 태도를 취하니 국민들도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그런 여론을 이용해서 악의적으로 (민주노총을) 조리돌림하고 마녀사냥 하는 행태는 큰 문제이고, 이것이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한다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7.03ⓒ민중의소리

“코로나로 죽으나 일자리에서 해고되어 죽으나 똑같다는 절규 들어야”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왜 7.3 노동자대회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정부가 주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감염병 문제가 있다는 걸 우리가 모르겠나.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코로나 확산이 두렵고 그것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모순이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거리로)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들이 집회 때 ‘코로나로 죽으나 일자리에서 해고되어 죽으나 비정규직으로 고통받아 죽으나 똑같다’고 절규했다. 실제로 한 해 평균 코로나로 죽는 사람보다 산업재해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며 “그런 상황에서 보장돼야 할 집회를 가로막고, 민주노총이 요구한 내용에 대해 깊이 있게,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는 정말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오히려 민주노총의 집회가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공론화를 촉발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며 “사실 그동안에는 집회의 자유나 시민들의 기본권 영역은 방역이란 미명하에 완전히 억눌려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계기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날, 법무부는 ‘국정농단’ 공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동자 대표는 단지 ‘모였다’는 이유로 구속될 처지에 놓여 있는데, 재벌 대표는 죄를 짓고도 풀려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이재용 가석방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마무리됐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 정부를 표방했고 촛불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국정농단) 재판을 받고 있던 이재용과 함께 삼성전자를 방문하고 인도도 가고 평양도 갔다”며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실종된 사건이었고 그 완결판이 이재용 가석방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얼마나 논리가 군색했으면 경제 문제, 반도체 문제를 얘기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구치소가 비좁아서 가석방을 한다는 것을 법무부 장관이 나와서 말하는 걸 보면서 정말 비루한 변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정권이 재벌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 같다”며 “그러니 노동자들에게는 입 닫고 있으라는 (정부의) 태도는 자연스럽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8.10ⓒ김철수 기자

“불평등 체제를 바꾸자는 총파업”

민주노총은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자’며 10월 20일 110만 조합원의 총파업을 결의했다. 양 위원장은 ‘탄압 속에서도’ 7.3노동자대회를 성사시켰다며 “그 기세를 더 크게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5대 핵심의제와 15대 요구안을 제시하며 정부에 노정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5대 핵심의제는 △재난시기 해고금지, 고용위기 기간산업 국유화 △재난생계소득 지급 △비정규직 철폐,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노동법 전면개정 △국방예산 삭감, 주택·교육·의료·돌봄 무상이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에선 “대한민국 헌법과 정체성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이념 투쟁”, “궁극적인 목표는 체제 전환”이라고 비판하는 어느 한 인사의 인터뷰 기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그들이 생각하는 체제가 불평등 체제라고 한다면 저는 동의한다”며 “불평등 체제를 바꾸자는 총파업”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주택의 문제, 예산의 문제, 기간산업 국유화의 문제, 교육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사회 구성원이고 육아를 하기도 학 집도 있어야 하고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권리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노동자의 삶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보수진영의) 그들은 노동자는 현장에서 임금 문제, 노동조건 문제만을 가지고 활동해야 하는 한다는 편협한 인식을 가진 것 같다”며 “하지만 전 세계 어느 노동조합도 그러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 대해서 관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각종 제도와 정부의 정책들이 현재 조건에서 굉장히 불평등하다고 생각해서 총파업을 하려는 것”이라며 “그것에 대해서 정치적이라고 비판한다면, 오히려 노조에 대해 후진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보수진영이 민주노총을 “기득권 노조”라고 하거나 “좋은 직장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조롱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체제 전복을 위한 파업을 한다고 하면서 (한편으론) 기득권을 유지하는 파업이라고 매도하는 건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노총 내 정규직 조합원이 비율이 높고 그 정규직 임금 수준이 높다는 게 비판의 골자인데,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도 못 하도록 만든 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민주노총 내 비정규직 비율이 35%이고 정규직이 65%인데, 한국사회의 노조 조직률에 비춰보면 민주노총 비정규직 비율은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런 지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 위원장은 또 “민간의 일자리를 전부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서 (과거에) 임금이 제조업 사업장보다 낮았던 교사와 공무원은 이제는 괜찮은 직장을 가진 사람이 됐다”며 “그렇다면 이들이 괜찮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인 건가, 아니면 비정규직이 확대돼 그들의 삶이 더 열악해진 것이 문제인 건가.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를 봐야 하는 건데 (‘귀족노조’라고 하는 건) 민주노총을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민주노총은 노조 밖 노동자를 외면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도 단호히 일축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최저임금 문제, 5인 미만 사업장 문제, 중대재해처벌법 문제, 이런 건 다 전체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며 “민주노총 조합원에게만 무상주택을 달라고 하거나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초심 잃은 정부 바로잡는 역할, 모두가 숨죽이면 민주노총이 해야”

양 위원장은 “임기 초에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총파업 전날에라도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 중단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지금도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취임 후 줄곧 정부에 ‘노정교섭’을 요구해왔다. 사회적 대화로 불리는 ‘노사정 교섭’ 이전에 노동자와 정부가 먼저 만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7.3 노동자대회 일주일 전에 김부겸 총리 공관에 가서 직접 면담도 했다.1시간 정도 논의하면서 노정교섭에 대해 일정 정도 교감도 하고 진전도 시켰다”며 “그런데 (김 총리가) 그걸 전부 걷어찬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실에서 김 총리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줄 것을 민주노총에 제안했다는 내용만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압박하고, 나아가 7.3 노동자대회를 계기로 민주노총과의 대화는커녕 공격만 가해왔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경찰 조사를 받으러 나갈 때도 대화할 준비, 투쟁할 준비도 다 돼있다고 말했다. 이건 총파업 준비만 하는 게 아니라 열린 자세로 정부와 대화할 준비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안을 가지고 논의하자고 했지만, 대통령이든 총리든 노동부 장관이든 어느 누구도 민주노총과 대화하자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에는 재벌의 편에 서고 자본의 편에 서면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투쟁을 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촛불을 들었던 우리 국민들의 의지는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를 개혁하자는 거였고, 그건 기득권에게 집중돼있는 권한을 분산하고 재벌에 집중돼있는 자본을 분산하자는 거였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문재인 정부도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했고 소득주도성장을 제기했고 최저임금 문제를 제기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 초심을 잃는 정부에 대해서 이제는 국민들이 또는 노동자들이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엔 그런 역할을 민주노총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민주노총이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저에게 가해진 어려움도 있고 민주노총에 가해지는 어려움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이야기, 꼭 필요한 이야기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자가 처한 현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고,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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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죽음을 이르는 말

때 이른 죽음을 이르는 말

기자명박일환입력 2021.08.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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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환 시인

생명 있는 목숨들의 죽음은 슬프다. 천명을 누리지 못한 채 일찍 져버린 목숨이라면 더 슬프게 가슴에 와 박힌다. 그래서 요절(夭折)이라는 낱말은 언제나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을 동반한다. 만 스물여덟의 나이에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윤동주의 요절이 그렇고, 천재적인 재능을 충분히 펼치지 못한 채 만 스물다섯의 나이에 이승을 떠난 가수 유재하의 요절이 그렇다. 몇 살 이전에 죽어야 요절이라고 할까?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는데, 요절에 해당하는 나이들을 가리키는 낱말이 국어사전에 있다.

중상(中殤): 12세부터 15세 사이에 죽음. 또는 그런 사람.

이 낱말을 보는 순간 상상(上殤)과 하상(下殤)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찾아보았더니 예상대로 두 낱말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상상(上殤): 열다섯에서 스무 살 사이에 장가들지 않고 죽음. 또는 그런 사람.(=장상)

하상(下殤): 여덟 살에서 열세 살 사이의 나이에 일찍 죽음. 또는 그런 사람.

상(殤)은 스무 살 이전에 당하는 죽음을 이르는 한자이며, 상상(上殤)이라는 말도 쓰긴 했지만 그보다는 장상(長殤)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 그런 사실보다 내 눈길을 끄는 건 중상과 상상에 걸쳐 있는 열다섯이라는 나이였다. 열다섯에 죽으면 상상이라고 해야 하는지 중상이라고 해야 하는지 셈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더 심한 건 중상과 하상에 함께 걸려 있는 나이였다. 열두 살과 열세 살을 중상과 하상 중 어디에 위치시켜야 할지 난감하지 않은가?

어린 나이의 죽음을 가리키는 용어는 중국 사람들이 만들었다. 위 용어들은 중국 고대에 관혼상제의 격식과 절차 등을 정리해서 기록한 『의례(儀禮)』 「상복전(喪服傳)」에 나오며, 그 후 명나라 때 나온 『주자가례(朱子家禮)』 등에도 그대로 원용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식 의례를 따랐으므로 위 용어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썼다. 조선 시대에 신식(申湜)이 『주자가례』를 한글로 풀이한 책인 『가례언해(家禮諺解)』에 나오는 내용들이 그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어린 나이의 죽음을 굳이 몇 단계로 나눈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하는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그건 나이에 따라 제사의 방식과 상복 입는 걸 달리했기 때문이다. 상상(上殤)의 풀이에서 장가들지 않고 죽은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 건, 장가를 들었으면 성인으로 쳐서 일반 상례에 따라 처리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국어사전에서 제시한 나이가 맞느냐 하는 점이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이 똑같이 풀이하고 있는데, 둘 다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상상은 열다섯 살이 아니라 열여섯 살부터고, 하상은 열세 살이 아니라 열한 살이다. 그래야 서로 나이가 겹치지 않으니 이치를 따질 것도 없이 너무 당연한 구분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자명한 사실을 놓치고 엉뚱한 나이를 가져왔을까?

이쯤에서 한 가지 더 의문을 떠올릴 수도 있다. 여덟 살 미만의 죽음을 가리키는 말은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해당하는 용어가 국어사전에 있다.

무복지상(無服之殤): 상복을 입지 아니하는, 일곱 살 이하의 어린아이의 죽음.

여기서는 다행히 정확한 나이를 제시했으며, 줄여서 무복상(無服殤)이라고도 하지만 이 말은 표제어에 없다. 너무 어린 나이의 죽음이라 상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으며, 그 위의 나이는 그래도 죽음에 대한 예를 갖춰 상복을 입도록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복지상보다 더 가여운 죽음을 이르는 낱말로 요혼(夭昏)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국어사전에는 없다. 태어나서 이름을 짓기도 전에 죽은 경우 혹은 태어난 지 석 달 안에 죽었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

이른 죽음과 관련한 낱말 하나만 더 살펴보자.

팽상(彭殤): 오래 삶과 일찍 죽음.

상(殤)이 일찍 죽는 걸 가리키는 한자라는 사실은 위에서 밝혔으니 팽(彭)은 오래 산다는 뜻으로 쓰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팽(彭)을 옥편에서 찾으면 아무리 봐도 죽음과 관련한 뜻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팽(彭)이라는 한자를 끌어오게 된 다른 사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중국의 옛 기록에 따르면 팽조(彭祖)라는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고대의 인물로 기공(氣功)과 양생법(養生法)에 능해 700살이 넘도록 살았다는 도인이다. 당연히 지어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장수한 인물로 동방삭(東方朔)과 함께 거론되는 가공의 인물이다. 팽상의 팽(彭)은 바로 팽조에서 가져왔다. 이런 사실을 국어사전 풀이에서 다뤄주면 안 되는 걸까? 친절한 국어사전을 바라는 게 나만의 욕심일지는 모르겠으나, 낱말이 형성된 이유를 밝혀주면 더 이해하기 쉽고 오래 기억할 수 있으리란 건 분명하다.

시인 (pih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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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모양 그 꼴들로 끌려 다니고 있단 말인가??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이풀잎 

쌀나라 종속국 식민지가 분명한 꼬락서니가 확실해 보이는 짓거리를 문재인정부가 또 저지른 것이다이게 무슨 망신이고 어처구니없는 몹쓸 노릇인가?

 

 

[논평지금 당장한미연합군사연습을 멈춰라!

 

결국에는 오늘부터 한미연합군사연습이 강행된다. 76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의 연기요청과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국민들의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오늘부터 13일까지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인 사전연습이 시작된다그리고 본 훈련인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은 16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기존의 입장대로 방어적인 훈련이고 규모 축소’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한미연합군사연습은 북에 대한 선제타격지휘부 제거전면전을 가정한 매우 공격적인 전쟁연습이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북이 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침략연습’ 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군사훈련을 통해 연내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도출하겠다던 정부와 국방부의 계획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이번에도 전작권을 행사할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미국의 거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은 이례적으로 군사연습이 시작되는 첫날부터 빠르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고 전제하고남에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라면서미국에는 강대강선대선의 원칙을 거듭 밝히고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는 강력한 경고를 남겼다

 

불과 며칠 전, 1년 3개월 만에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수많은 국민들이 남북대화와 관계 회복을 기대하며 들떠 있었다남북경협 관련 주식도 일제히 급등하는 등 코로나 상황에서 오랜 침체를 거듭했던 한국 경제에도 녹색불이 켜졌다통일부는 남북화상회담을 제안했고, 10개월 만에 민간단체의 인도적 협력과 물자반출을 재개했다언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펴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설베이징 동계올림픽 빅 이벤트설’ 등 소설 같은 기사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그러나 한미연합군사연습 강행은이 모든 기대와 희망을 산산이 깨트리고 있다남북대화의 실낱같은 가능성조차 무참히 무()로 만들고 있다지금 당장한미연합군사연습을 멈춰야 한다.

 

우리는 오는 8월 15광복 76주년을 맞아 전국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여성 청년학생 종교인 등 민의 의지를 모아 8.15 대회를 개최한다. ‘자주와 평화통일실현을 다짐하면서그 첫 번째 징표로 될 이 땅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영구히 중단시키는 투쟁을 힘차게 결의할 것이다.

 

2021년 8월 10

한국진보연대

 

 

 

위 글은 자주민보 김영란기자의 기사입니다.지금 당장 한미연합군사훈련 멈춰라

 

 

<이풀잎 함께 하는 이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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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의혹' 증명할 제보자와 녹음파일 있다"

[인터뷰] 윤석열 캠프로부터 고발당하자, 유 후보·부인·장모를 맞고소한 정대택씨

21.08.10 07:14l최종 업데이트 21.08.10 07:14l
 2003년 서울 송파구 스포츠센터 채권 투자 문제를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와 18년 동안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대택씨.
▲  정대택씨는 지난 8월 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부인, 장모, 윤석열 대선캠프 법률팀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고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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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인 최은순씨와 윤석열 대선캠프 법률팀은 각각 지난달 21일과 30일 잇달아 정대택씨를 고소·고발했다. 일명 '쥴리 의혹'과 '검사와의 동거설' 등 윤 전 총장의 가족을 둘러싼 민감한 논란들이 언론에 의해 검증되기 시작하자 의혹 확산의 진원지로 정씨를 지목한 것이다.

이에 정씨는 지난 3일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 장모 최씨, 윤석열 대선캠프 법률팀을 맞고소·고발했다. 그는 18년 동안 장모 최씨와 법적 투쟁을 벌이면서 윤 전 총장 가족 의혹들을 추적해 그에 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쌓아온 사람으로 꼽힌다. 논란이 일었던 '윤석열X파일'의 한 버전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4일 서울 장안평역 근처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정씨는 "대검이 장모 최은순의 모해위증혐의에 대해 재기수사명령을 내리자 위기의식을 느껴 저를 공격한 것"이라며 "윤석열이 처음에는 부인과 장모의 뒤에 숨어 있다가, 이제는 대선캠프 법률팀을 내세워 그 뒤에 숨으려고 하나?"라고 꼬집었다. 대검은 지난 7월 1일 장모 최씨의 모해위증혐의에 대한 재기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 명령했다. 이에 따라 장모 최씨의 이익금 분배 약정서 위조, 약정서 작성 법무사에게 2억6000만 원과 아파트 증여(위증교사), 양재택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부인에게 1만8880달러 송금, 양 전 차장과 장모 최씨와 부인 김 대표의 유럽여행 출입국 기록 삭제 등 의혹들을 수사할지 주목된다.


최근 열린공감TV가 윤 전 총장의 부인과 동거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양재택 전 차장의 모친을 인터뷰한 것과 관련해서는 "진실의 문이 열렸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패륜취재'라고 하는데, 취재하러 간 사람을 패륜이라고 하지 말고 '어머니가 치매기가 있어서 횡설수설했다'고 한 양재택을 패륜아라고 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의 부인 김 대표가 결혼하기 전 '쥴리'라는 예명을 쓰며 호텔 유흥주점을 출입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유흥주점 출입설은 (사실이라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쥴리'라는 예명을 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김건희가 '쥴리'라고 하고 다녔다는 제보자의 증언이 있고, 그 증언이 다 녹취돼 있다"라며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향후 녹취파일 공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 제보자는 지난 1999년 3월 서울 강남의 호텔에서 열린 김 대표의 첫 결혼식에 참석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 제보자는 정씨에게 "필요하면 전면에 나서겠다"라고 공개 증언 의사를 밝혔다고 정씨는 전했다.

이와 함께 정씨는 지난 2019년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과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 지금 여야 공수가 뒤바뀐 모순된 상황을 두고 "국가의 불행"이라고 개탄하면서 "민주당이 (2019년에) 윤석열 관련 의혹을 쉴드(방어막) 치고 비호한 것은 큰 잘못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진태, 장제원, 이은재, 곽상도 등 2019년도에 그렇게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을 저지하던 자유한국당 법사위원들이 다 저한테 자료 가져갔다"라고도 말했다.

다음은 지난 4일 정대택씨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위기의식 느껴 날 고소한 것... 윤석열이 직접 나서라"
 
 2003년 서울 송파구 스포츠센터 채권 투자 문제를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와 18년 동안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대택씨.
▲  정대택씨는 2003년 서울 송파구 스포츠센터 채권 투자 문제를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와 18년 동안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정씨는 "제가 18년 동안 사법투쟁을 하면서 대검에서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 본다"라며 "재기수사에서는 제가 18년 동안 싸워온 것이 밝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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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8월 3일) 윤석열 전 총장과 부인, 장모, 윤석열 대선캠프 법률팀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고발했는데.

"요즘 피서철인데 나를 고소한 것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 돗자리를 깔아주는 격이다.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18년 동안 이렇게 해왔다.

2004년에 제가 위조된 약정서에 의하여 강요죄 등으로 기소됐는데 문서(약정서)가 지워진 거 감정해서 증거로 제출하고, 재판부에 금융거래조회, 버스노선시간표까지 요구해 제출된 증거에 의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검찰 측 증인 최은순과 김충식이 위증한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위증한 증인 최은순과 김충식을 검찰에 위증혐의로 고소하자 검찰이 송파경찰서에 수사지휘를 했고, 위증혐의를 수사한 송파경찰서는 최은순과 김충식의 위증혐의가 인정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기소 지휘의견을 올렸다. 그런데 조남관 검사가 이것을 캐비닛에 넣어 은닉하고, 최은순이 추가로 저를 고소하게 하는 등 물타기를 했다. 이번에 저를 고소한 것도 이렇게 18년 전에 써먹은 수법을 지금 다시 써먹는 것이다.

지난 7월 1일 각고의 노력 끝에 대검이 최은순에 대한 모해위증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또 지난 4월에 제가 청와대와 법무부에 위와 같은 검사 조남관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이렇게 진실이 밝혀졌으니 비상상고를 해달라'고 진정서를 낸 상황이다. 18년 된 사건이기 때문에 쌍방이 치고받은 형사(고소, 고발, 진정)사건이 30~40건 되는데 검찰이 이것을 다 들여다보고 있지 않겠나. 이런 데에 위기의식을 느껴 저를 공격한 것으로 본다."

- 윤 전 총장 가족과 대선 캠프팀이 어떤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인가?

"먼저 '정대택은 11번의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로 형이 확정됐는데도 돈을 노린 소송꾼'이고, '정대택은 원래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있고 민주당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고 있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대택이가 작성한 (윤석열) X파일은 전부 실체가 없는 거짓'이라고 한 것이다. 지난 7월 21일 윤석열 측 법률팀이 그런 내용을 SNS에 띄워 26여개 언론사에서 보도했다.

하지만 제가 말한 것은 다 사실이다. 윤석열은 처음에는 부인과 장모의 치맛 속에 숨어 있다가 이제는 대선캠프 법률팀을 내세워 그 뒤에 숨으려고 하나? 윤석열이 직접 나서라."

- 이미 18년 동안 윤 전 총장의 장모와 싸우면서 장모와 부인을 여러 차례 고소·고발하지 않았나?

"그렇다. 한 15번 정도 되는 것 같다. 윤석열 부인만 5번 했고, 장모 최은순에 대해서도 10여 번 했다. 그 15번 중에 세 번은 검찰이 저를 무고로 걸었다. 원래는 민사사건이었는데 검사의 뒷배와 법 기술을 이용해 형사사건으로 저를 엮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부의 한 계장도 '(검찰이) 민사사건을 형사사건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 그런데 그동안 윤 전 총장의 장모와 부인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사건은 모두 무혐의로 끝나지 않았나?

"그렇다. 무혐의로만 끝났으면 제가 징역을 안 갔다. 오히려 검찰은 저를 세 번이나 무고죄로 인지해 구공판(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 기소했다. 특히 최은순에 대한 위증 혐의의 경우 경찰이 수사해서 구속기소 의견을 올렸는데 오히려 고소한 저를 기소했다. 반면 구속시켜야 할 최은순과 김충식은 약식기소(벌금형)했다."

- 그렇게 무혐의로 끝난 이유가 검찰에 있다고 보나?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무혐의로 끝났으면 괜찮은데 검찰이 저를 무고로 인지해 기소했다. 검찰은 약정서에 도장(인영)을 지웠는데도 '인영이 보이는데 왜 안보인다고 하느냐?'며 저를 기소했다. 검찰은 이렇게 (장모가 약정서를 위조한) 죄가 있는데도 법기술을 부려 덮어버렸다. (약정서 복사본을 가리키며) 저 문서에 도장이 보여? 안 보이는 도장이 보인다는 거다. 그것이 원통하고 분통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약정서 복사본을 가리키며) 이것이 민사사건 문서이고, 이것이 형사사건 문서다. 그런데 형사사건 문서에는 도장이 지워져 있다. 제가 (민사사건의) 약정서를 가지고 (이익금) 26억여 원 가압류 사건에서 승소해 재판을 걸었다. 그때 (동거설이 있던) 김명신(김건희)과 (당시 현직 검사였던) 양재택이 등장해 법 기술을 부렸다. 이 약정서를 법무사가 썼다고 하면 (장모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법무사가 안 쓴 걸로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법무사가 '내가 찍은 도장이 있는데 어떻게 안 썼다고 할 수 있냐?'고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도장을 지워버린 거다. 그런데 (검찰은 저에게) 왜 도장이 안보이냐고 하면서 기소했다."

"18년 동안 사법투쟁, 재기수사 명령은 처음... 애당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 대검이 지난 7월 1일 장모의 모해위증혐의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제가 18년 동안 사법투쟁을 하면서 대검에서 재기수사를 명령한 것은 처음 본다. 이례적인 일이다. 명명백백한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제 조사 없이도 공소장을 써서 (장모를) 기소할 수 있을 정도로 증거가 철저하게 다 있다."

- 검찰이 재기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재기수사에서는 제가 싸워온 것이 밝혀져야 한다. 제가 전에는 전과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강요, 사기미수, 신용훼손, 협박, 명예훼손, 무고 등 여섯 가지 죄를 졌다. 전과자가 된 거다. 이 사건 강요죄는 천부당만부당하다. 장모가 저를 고소하며 강요당했다고 고소장에 첨부한 약정서는 각자의 서명날인이 없는 약정서였고, 법무사가 저와 최은순이 동석해 작성한 약정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해 기소돼 유죄를 받은 것이다.

법무사는 항소심부터 윤석열 부인과 장모에게 돈과 아파트를 대가로 받고 저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죽기 몇 달 전 (그런 내용의) 공증서도 작성했다. 강요라는 누명을 써서 다른 죄가 성립됐다. 강요해 약정서를 받아 그 약정서로 소송을 제기했으니 그것이 소송사기라는 것이다. 특히 양재택에게 외화를 보내고, 양재택과 유럽여행을 간 것이 허위사실이라고 해서 그런 것을 다 연계해서 죄를 받았다. 그렇게 무고로 세 번이나 기소됐다."

- 검찰이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할 것으로 생각하나?

"나는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할 것으로) 믿는다. 이번에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공수처에 고소하면 된다. 공수처법에 따라 검사의 직권남용죄와 직무유기죄는 공수처 수사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 윤 전 총장의 장모나 윤석열 대선캠프에서는 "지난 14년 간 총 11번의 유죄판결에서 확정된 정씨의 허위주장", "돈을 노린 소송꾼의 거짓 제보"라고 반박했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김건희를 중심으로 검찰, 그리고 법원까지 저를 모함해서 누명을 씌워 기소하고 유죄판결 선고했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 양재택을 이용했는데 양재택이 대전고다. 저를 처음 누명 씌우려고 한 송아무개 검사도 대전고였고, 나를 2년 법정구속 시킬 당시 오아무개 서울동부지검장, 대법원 내 상고사건을 기각시킨 고아무개 대법관도 모두 대전고 출신이다.

김건희가 2010년 하반기에 현대미술관에서 샤갈전을 했다. 윤석열이 거기에 (당시 대법관이던) 안대희와 함께 관람했고, 서울중앙지법 판사 40명이 합동으로 관람했다. 당연히 (검찰이나 법원이) 최은순쪽으로 기울 거 아닌가? 사건을 공평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공평하기는커녕 치우친 수사나 판결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쥴리'라는 예명 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2003년 서울 송파구 스포츠센터 채권 투자 문제를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와 18년 동안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대택씨.
▲  정대택씨의 사무실에는 18년 동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와 법정 공방을 벌인 기록과 직접 수집한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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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전 총장 장모나 윤석열 대선캠프에서는 부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호텔 유흥주점 출입설이나 검사와의 동거설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양재택하고 산 것은 백일하에 사실로 드러났다. '쥴리'라는 예명을 쓴 것도 확실하다. 김건희가 쥴리라고 하고 다녔다는 제보자의 증언이 있다. 그 증언이 다 녹취돼 있고, 내가 가지고 있다. 1999년 3월 28일 서울 강남 역삼동 소재 노보텔 엠베서더호텔에서 열린 김건희의 (첫) 결혼식에도 참석한 사람이다. 만약 윤석열의 부인이 이 기사를 보게 된다면 누구라는 것을 직감할 것이다. 관련 증거는 그분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분이 필요하면 전면에 나서겠다고도 했지만, 끝까지 보호하려 한다."

- 그 제보자가 여성인가?

"그렇다."

- 그 여성이 뭐라고 증언했나?

"김건희의 예의나 품행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다. 양재택 모친이 한 얘기와 같다. 논문을 써준 남자도 있다고 했다. 쥴리라는 예명을 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일각에서 주장하는) 유흥주점 출입설은 (사실이라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 그것은 열린공감TV에서 제보받아 한 얘기니까 거기서 나중에 (제보자) 녹취를 틀지 않겠나."

- 구체적으로 증언한 내용의 핵심이 뭔가?

"(김건희가) 쥴리라는 예명을 썼다는 거다. (사람들이) 김건희를 쥴리라고 해서 자기도 웃겼다고 했다. '왜 자기 이름을 놔두고 쥴리라는 이름을 쓰냐'고 하면서."

- 언제 녹음한 것인가?

"오래되지 않았다. (녹음을) 몇 차례 했다. 저도 놀랐다."

- 일부에서는 '사생활 문제'라고 주장한다.

"양재택과 윤석열은 검사였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 검사는 국가가 인정하는 범죄를 수사해 기소해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검사를 이용해 남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호텔 유흥주점 출입설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술집을 출입하며) 자기 욕망을 채우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형벌을 가하게 하는 것은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양재택 모친 발언,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과 모두 일치" 

- 윤 전 총장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과 관련, 양재택 전 검사 모친의 인터뷰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진실의 문이 열렸다. (양재택 쪽에서 주장하는) 치매기도 없고, 최근까지 무속신앙인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분(양재택 모친)은 직업의식이 있다. 말도 잘하고,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있다. 열린공감TV에서 '정부에서 왔지?'라고 했는데 촌부라면 그런 말을 못한다. 그런데 윤석열, 김건희, 양재택 셋한테 다 섭섭한 감정이 있다. 제가 보기에 윤석열과 아들에 대해 섭섭한 감정이 있고, 같은 여자로서 김건희에 대한 애증이 있더라."

-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것을 양재택 전 검사 모친이 확인해준 셈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김건희) 작은 외할머니 녹취 내용, 작은 아버지 탄원서 내용과 다 일치한다. 한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로 다 들어맞는다."

- 하지만 윤 전 총장 측은 "패륜취재"라고 비판했고, 양재택 전 검사는 "노모가 치매기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취재하러 간 사람을 패륜이라고 하지 말고, '어머니가 치매기가 있어서 횡설수설했다'고 한 양재택을 패륜아라고 해야 한다. 설령 제 어머니가 치매라고 해도 저는 치매라고 얘기하지 못한다. 그 할머니는 지극히 정상이었고, 패륜취재도 아니었다."

"민주당이 윤석열 쉴드 친 것은 큰 잘못이었다"

- 윤 전 총장이 지난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에 내정됐을 때와 대선출마를 선언한 지금 여야 공수가 뒤바뀌었음을 절감할 텐데, 이렇게 모순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국가의 불행이다. 김진태, 장제원, 이은재, 곽상도 등 2019년도에 그렇게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을 저지하던 자유한국당 법사위원들이 다 저한테 자료 가져갔다. (야당은) 그때 이미 윤석열이 하는 말이나 행동, 능력, 불법 등을 다 파악했다. (용산세무서장 윤우진 사건과 관련)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뉴스타파>에서 녹취록이 공개되니까 '소개는 했는데 선임이 안됐으니까 내 잘못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공무원은 소개만 해도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돼 있다. 채이배 의원이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자료를 내라고 했는데도 안냈다.

이런 것을 목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아무리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해도 그것을 쉴드(방어막)를 치고 비호한 것은 큰 잘못이다. 그로 인해 2~3년 가까이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윤석열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었고, 윤석열이 대검 중수2과장 할 때부터 (윤석열을) 공격하는 편지를 보내고 진정했다. 윤석열이 청와대에 가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을 때 윤석열은 그렇다 치고 김건희에게 준 꽃다발은 빼앗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가슴만 쳤다.

저는 돈을 요구하는 소송꾼이 아니다. '검찰이 변해야 나라가 변한다'고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이 실현되고 내 누명을 벗기 위해서, 박사모(박근혜 대선후보 팬클럽)도 하고, 극우매체 <뉴스타운>에 가서 유튜브 방송도 하고, <펜앤마이크>에도 가고, <미디어워치> 변희재와도 교류했다. 지금도 국민의힘에서 윤석열이 아닌 다른 누가 대선주자가 된다면 홍준표라도 밀어주고 싶다."
 
큰사진보기 2003년 서울 송파구 스포츠센터 채권 투자 문제를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와 18년 동안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대택씨.
▲  정대택씨가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열린공감TV가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과 동거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양재택 전 차장의 모친을 인터뷰한 것과 관련해 "진실의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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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윤석열 장모 '검사 부인 외화송금' 등 재수사 http://omn.kr/1uc7y
- 윤석열 부인 "제가 강남 술집 에이스였다구요?" http://omn.kr/1u84t
- 그들은 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와 싸우고 있나 http://omn.kr/1s3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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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가석방에 한겨레 “이게 공정인가” 조선 “억울함 입증하길”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정부와 진보진영 간 관계가 분수령” 한겨레 “‘돈도 실력이야’가 현실될 것”
대다수 신문은 이재용의 ‘경제 역할론’ 강조…조선일보 “문 정권이 이 부회장 감옥 보내려 작심”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석방심사위)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그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87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리고 207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가석방 대상자들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출소한다.

10일 아침에 발행하는 전국 단위 주요 종합 일간지는 모두 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재용 가석방에 크게 비판하는 논조를 보였다. 정부와 진보 진영간 관계가 분수령을 맞았다고 쓰기도 하고 한겨레는 “촛불을 들었던 손이 부끄러워진다”는 사설을 썼다.

그 외 신문들은 이재용의 경제 역할론을 강조했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 체제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각변동이 시작됐고, 대규모 투자나 M&A 등 결정권을 행사할 일 등을 이재용 부회장이 적극 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조선일보의 경우 경제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재용 부회장이 문재인 정부 때문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됐다며 “억울함 입증하길”이라는 사설을 썼다.

▲8월10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8월10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다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재용 가석방 허가…‘맞춤형 특혜’ 논란”
국민일보 “구속 207일 만에… 이재용, 13일 가석방”
동아일보 “이재용 13일 가석방… 법무부 ‘코로나 경제상황 고려’”
서울신문 “이재용 ‘광복절 가석방’… 박범계 ‘경제 상황 등 고려’”
세계일보 “이재용 광복절 가석방”
조선일보 “이재용 가석방”
중앙일보 “이재용 광복절 가석방, 13일 풀려난다”
한겨레 “이재용 결국 ‘변칙’ 가석방…이게 공정인가”
한국일보 “이재용, 재수감 207일 만에 가석방”

1면 제목을 통해 이재용 가석방을 비판한 어조를 보인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였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은 코로나 경제상황을 고려했다는 법무부의 가석방 이유를 붙인 제목을 사용했다. 그 외 신문들은 건조한 1면 제목을 사용했다.

▲10일 경향신문 1면.
▲10일 경향신문 1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사회의 감정, 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이 부회장의 ‘5년 취업제한’ 규정은 가석방이 돼도 유지된다.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을 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별도 승인이 필요하다.

▲10일 한겨레 1면.
▲10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이게 공정인가”라고 물었다. 많이 지적됐던 것이 앞서 법무부가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 4월, 형기의 80%를 채웠을 때 심사가 가능했던 가석방 요건을 60%로 완화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이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 간 관계가 분수령을 맞았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날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재벌 특혜’라며 강력 반발하고 성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10일 서울신문 1면.
▲10일 서울신문 1면.

서울신문, 국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대통령 특별사면이 아님을 짚었다. 서울신문은 “애초 삼성을 비롯한 재계는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법무부 가석방이 아닌 ‘대통령 특별사면’을 희망하는 분위기였다”며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 제한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적은 법무부 장관 권한의 가석방을 대안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썼다. 국민일보는 “이 부회장이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만큼 취업으로 볼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고 썼다.

▲10일 동아일보 1면.
▲10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을 1면에서는 건조하게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다뤘다.

대다수 신문들 이재용 경제 역할론 강조
조선일보 “억울함 입증하길”, 한겨레 “촛불 들었던 손 부끄러워져”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대다수 신문들이 1면 기사를 매우 건조하게 처리한 가운데, 각 신문의 논조를 잘 알 수 있는 사설을 살펴봤다. 다음은 이재용 가석방에 대한 각 신문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법 앞의 평등’ 원칙 뒤흔든 이재용 가석방”
국민일보 “이재용 가석방, 국민과 국가에 보답하는 길 찾아야 한다”
동아일보 “이재용 가석방… 초일류 경영으로 국민 기대에 답해야”
서울신문 이재용 가석방 사설없음
세계일보 이재용 가석방 사설없음
조선일보 “5년 공백끝 복귀 李부회장, 경영 성과로 ‘억울함’ 입증하길”
중앙일보 “이재용 ‘반도체 코리아’ 위기 탈출에 전력 투구해야”
한겨레 “이재용 가석방, ‘촛불’을 들었던 손이 부끄러워진다”
한국일보 “가석방 결정된 이재용, 경제 활성화 기여해야”

▲10일 동아일보 사설.
▲10일 동아일보 사설.

대다수 신문의 사설은 가석방된 이재용이 이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국민일보 사설은 “실제로 기술패권을 놓고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대규모 인수합병(M&A) 결정 등에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며 “코로나19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국내 최대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복귀해 공헌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고 썼다.

동아일보 역시 “가석방 사유에 언급된 것처럼 글로벌 경제의 격변기에 처해 있는 한국은 지금 이 부회장의 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압도적 위상을 갖고 있는 삼성의 참여가 없으면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썼다.

동아일보가 말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 “삼성전자는 5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해 놓고도 아직 구체적인 입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에는 이렇다 할 M&A 실적도 없다” 등 공장 증설과 M&A 부분이다.

▲10일 중앙일보 사설.
▲10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이재용 역할론’을 중심으로 사설을 썼다.

중앙일보는 “대규모 장치산업이나 다름없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수십조원의 투자 결정을 내리려면 기업의 전략을 결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 “네덜란드 ASML을 비롯해 반도체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면 교섭에 제대로 응해 주지도 않는다. 수조원의 계약금이 오가는 일인 만큼 확고한 의사결정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한국일보 역시 “실제 코로나19가 엄중해지는 상황에서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적극적 투자에 나서는 동안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10일 한국일보 사설.
▲10일 한국일보 사설.
▲10일 조선일보 사설.
▲10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옥살이가 억울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재용 가석방에 찬성하는 어조를 보인 대다수 신문들이 이처럼 경제적 역할을 강조해 사설을 썼는데 조선일보는 사설 제목을 “5년 공백끝 복귀 李부회장, 경영 성과로 ‘억울함’ 입증하길”이라고 뽑았다.

조선일보는 “이 부회장 사건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의 종속변수”라며 “문 정권이 이 부회장을 감옥에 보내려 작심했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썼다. 다른 신문들보다 조선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는 어조였다.

▲10일 경향신문 사설.
▲10일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재용 가석방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이 혐의를 제대로 인정한 적도 없고 사과한 적이 없는데 가석방 적격여부에 이를 따져봤는지 △이 부회장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형집행률 기준이 완화된 점 △가석방이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비판했다.

한겨레의 사설 제목은 “이재용 가석방, ‘촛불’을 들었던 손이 부끄러워진다”였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국정농단을 심판한 ‘촛불 민심’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가 국정농단의 주요 가담자에게 가석방의 특혜를 베푼 것”이라며 “‘촛불 정부’라는 이름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남게 됐다”고 썼다. 한겨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돈도 실력이야’라고 말했는데, 이 부회장의 석방은 그것이 현실임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촛불을 들었던 손이 부끄러워진다”고 비판했다.

▲10일 한겨레 사설.
▲10일 한겨레 사설.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에 신문들 비판, 우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또 차질이 생겨 신문들이 우려를 보였다. 모더나는 당초 이달 안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만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다음달까지 모더나·화이자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 백신의 접종 간격이 6주로 벌어지게됐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8월 중 850만회분이 제때 공급되도록 (모더나와)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한 말이 바뀌게되면서 불신이 높아지게됐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오는 11월까지 ‘3600만명 접종 완료’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쓰고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늘어난 접종 간격만큼 감염 위험이 커지고, 백신 효과마저 반감될까봐 걱정”이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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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군사훈련, 3월보다 축소 실시.. 10일 사전연습

  • 기자명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1.08.10 00:18
  •  
  •  댓글 1
 
2017년 8월 하순 실시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지휘소 연습. [통일뉴스  자료사진]
2017년 8월 하순 실시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지휘소 연습. [통일뉴스  자료사진]

올 하반기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지난 3월 상반기 훈련보다 규모를 줄여 10일 사전연습을 시작으로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소리](VOA)가 9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한미 군당국이 사전연습과 본연습으로 나눠 하반기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갖는다.

한미 군당국은 최근 한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대유행 등의 상황을 반영해 이번 하반기 연합훈련을 지난 3월 상반기 훈련 때보다 참여 인원을 줄여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1부 방어와 2부 반격의 당초 예정된 본연습 시나리오는 조정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연습(CPX)으로 진행한다.

사전연습으로는 10일부터 13일까지 각종 국지도발과 테러 등의 상황을 가정한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실시하며, 16일에서 26일로 예정된 본연습은 전쟁 발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기에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이 주관한다.

한미는 2019년부터 시뮬레이션 훈련인 키 리졸브와 을지 프리덤가디언을 연합지휘소훈련으로 대체하고,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을 폐지하고 소규모 전술훈련으로 전환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일 담화를 통해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들을 계속 듣고 있다”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지난 3월보다 축소됐지만, 중단을 압박했던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계환 기자 khlee@tongilnews.com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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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역할론’ 재벌 논리로 이재용 가석방 강행한 법무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8/10 07:51
  • 수정일
    2021/08/10 07:5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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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제한으로 가석방돼도 경영 개입 불가…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체계 갖춘 삼성, 미등기 이재용 부재 영향 미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7.29ⓒ뉴스1

 문재인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을 강행했다. 다른 범죄로 재판 중인 이 부회장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재범 위험성에 대한 검토 결과는 어땠는지, 취업제한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경영 활동을 재개해도 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직접 발표자로 나섰지만, 브리핑은 불과 3분여 만에 끝이 났다. 박 장관은 질문도 받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수감 207일 만인 오는 13일 치러야 할 죗값 40%를 탕감받고 결국 출소한다.

박범계 장관은 9일 정부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광복절 가석방 브리핑’을 자처하고 신청자 1,057명 중 810명이 가석방 적격 의결됐으며 이 중 이재용 부회장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 글로벌 경기를 고려해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으로 수감된 것이 국가적 경제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반도체 경쟁 심화에 처한 삼성전자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석방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죄를 짓더라도 역할론을 동원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인식은 국가 질서 밑바닥을 뒤흔든다(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려나 “이 부회장이 풀려나면 국민은 경제 권력이 법 위에 서는 모습을 보며 좌절감과 실망감을 느낄 것(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돼도 경영 참여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배임을 저지른 범죄자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범죄 행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86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해 유죄를 확정받고 복역 중이었다. 형 집행을 면제하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취업제한이 유지되는 조건부 석방이다.

앞서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이 부회장이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자임에도 삼성전자에서 직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월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법무부는 이 부회장의 불법적인 경영 개입을 관리 감독해야 할 주체지만, 이날 가석방을 의결하며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를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2월 삼성전자 측에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한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무부는 삼성전자 이사회 또는 대표이사가 이 부회장을 해임하지 않을 경우 해임을 요구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최근까지도 이를 요구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선 법무부가 이 부회장 경영활동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 특정경제사법관리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이 부회장 취업제한 예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광복절 사면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법무부가 이 부회장 경영권 회복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 부회장은 출장 등을 위해 출국 시에도 법무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 부회장 가석방 발표 직후 “가석방은 취업제한, 해외 출장 제약 등 여러 부분에서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있어 추후에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한 발 더 나갔다.

이재용 재범 위험성은?…특혜 아니라는 구차한 통계만 전하고 자리 뜬 법무부

재범 위험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 앞서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가석방 심사에서 재범 가능성을 고려하게 돼 있는데, 사익 추구 유혹은 상존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 시스템 미흡하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실제 삼성 준법감시 시스템은 이재용 부회장 재판 과정에서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박범계 장관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여론과 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는 짧은 설명을 덧붙였다.

법무부 이날 브리핑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보였다. 질문조차 받지 않은 브리핑에서 법무부 대변인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법무부는 이 부회장처럼 추가 범죄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가석방을 받은 사례가 지난해 67명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4조5천억원의 초대형 회계 분식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같은 처지의 수형자가 67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67명이 어떤 혐의로 수감 중이었고, 무슨 혐의로 추가 수사나 재판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형기 60%를 간신히 채운 상태다. 현행 규정엔 55% 이상 형기를 채우면 가석방 심사 대상자가 되는데, 이 규정은 불과 1달 전, 기준이 완화됐다. 법무부는 브리핑에서 형기를 70%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가석방이 이뤄진 사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면서 “최근 3년간 증가 추세”라고만 덧붙였다.

법무부로부터 가석방을 의결 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13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1.18.ⓒ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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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글 바로쓰기] 32. 휴가철 많이 사용하는 외국어

편집국 | 기사입력 2021/08/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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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 사람의 얼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입니다.

 

우리말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우리 민족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의 정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국어를 남용하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우리의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외국말을 우리말로 바꿔서 사용해야겠습니다.

 

  © 편집국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어 휴식을 위해 이곳저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19 국면이지만 집에서 쉬는 사람, 호텔이나 펜션에서 나오지 않고 휴가를 즐기는 사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휴가철을 보내고 있다.  

 

휴가관련 용어에도 외국어가 많이 등장한다. 

 

‘휴가’를 ‘바캉스(vacance)’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거리 곳곳에서도 ‘바캉스 맞이 세일’ 등의 문구를 접하게 된다. ‘휴가’라는 보편적인 말이 있는데 ‘바캉스’라는 말을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 

 

휴가철이 되면 ‘여름휴가 피크(peak) 타임’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는 ‘여름휴가 집중기간’, ‘여름휴가 절정기간’으로 바꿔 쓰면 의미전달이 더 명확해 진다. 

 

고급 숙박시설이 많아진 요즘 ‘풀빌라(pool villa)’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전용)수영장 빌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펜션(pension)은 ‘고급 민박’으로 대체해 부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접하게 되는 단어들도 있다.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은 stay(머물다)와 vacation(휴가)의 합성어로 집 근처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이는 ‘근거리 휴가’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휴가와 일을 병행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워케이션(worcation)은 work(일하다)와 vacation(휴가)의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휴가지 원격 근무’로 대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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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삶을 감히 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차별의 평범성 드러내기] ⑩ 구자혜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연출가·작가

디지털 성범죄부터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오는 죽음, 밥벌이 때문에 견디는 직장갑질, 저 멀리 북극곰의 문제, 미친 부동산 가격 문제 등등. 이것들은 이제 평등에 관한 문제와 연결돼 있다.

 

<프레시안>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100명의 선언 '평등의 에코-100(echo-100)'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각자가 고민한 차별에 대해 물었다. <프레시안>은 '평등의 에코-100(echo-100)'에 참여한 시민들을 릴레이로 인터뷰 해 싣는다.편집자

[차별의 평범성 드러내기]


 

① "조주빈 처벌하면 만사 끝?…성차별 끊어내는 게 폭력 근절의 전제" (☞바로가기) 
 

 

② "죽음 마저도 차별당하는 사람들…장례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바로가기)
 

 

③ "'저렴한 목숨'은 죽어도 되나…산재와 차별은 같은 뿌리" (☞바로가기) 

 

④ 기후위기 최대 피해자들에 "학교는 어쩌고 왔니"라 묻기 전에 (☞바로가기) 

 

⑤ "대한민국의 부동산 경제, 청년들 등에 빨대를 꽂고 있다" (☞바로가기) 

 

⑥ "'지잡대 나오니 그렇지'?...직장 모욕과 갑질은 차별의 다른 이름" (☞바로가기) 

 

⑦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이 아직도...'매매혼'이 차별을 생산한다" (☞바로가기) 

 

⑧ "동물 차별, 사람 차별과 정말 상관 없을까요?" (☞바로가기) 

 

⑨ "차별이 차별인 줄도 모르고 살았다" (☞바로가기)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수상소감. jtbc 유튜브 갈무리.

"안녕하세요.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를 연출한 구자혜라고 합니다.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부끄럽지도 않고, 용기를 내고 싶어서입니다. 이 공연을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대단하다, 용기를 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신념과 용기를 낸 사람은 이 공연의 대본을 쓴 이은용 작가입니다. 그는 본인을 생존하는 트렌스젠더 작가로 가시화하면서 객석에 앉아 있는 또다른 트렌스젠더들의 삶에 마음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연출로서 트렌스젠더 프라이드를 갖고 연출을 했고 배우분들은 선언이 연기가 될 수 있도록 발화의 개념을 고안하셨고 스태프분들은 이들의 말이 극장을 넘어갈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기술을 운용했습니다. 수어통역사와 음성해설 작가분은 이 연극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언어를 벼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연극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창작진들이 스스로 가치와 의미를 존중하는 소중하고 훌륭한 연극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의 삶과 선택 이야기는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용기와 신념, 유머를 우리에게 건네준 은용과 함께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의 존재는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의 삶을 감히 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중에라는 합리화로 혐오와 차별을 방관하는 정권이 부끄러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로가기)


 

지난 5월, 백상연극상 시상대에 오른 구자혜 연출가의 수상소감이다. 고(故) 이은용 작가는 몇 달 전 세상을 떠났다. 이은용 작가의 죽음은 한 줄로 표현되곤 했다. "이은용·김기홍·변희수, 한 달 사이 세 트랜스젠더의 죽음." 평생 한 번 받을까 말까 한 상을 받고는 먼저 이은용을 꺼냈다.


 

수상소감으로 욕도 많이 먹었다. 포털 기사에는 혐오댓글이 줄줄 달렸다. 누군지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구 연출가 역시 그랬을 터. 그런 그에게 몇몇 성소수자 친구들이 "힘이 됐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구 연출가는 "연극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신념을 드러내는 일에 소극적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내가 하는 한 줄의 말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겠다"고 했다.

 

언제든지 말할 수 있는 사람,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한숨 소리조차 눈치보는 사람. 같은 시대를 살지만 각자가 사는 세상은 다르다. '굳이 불편할 거 없는'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나중에'로 미뤄두는 존재들에게, 별 것 아닌 말 한마디로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구자혜 연출가 ⓒ혜영

프레시안 : 오래 고민하고 응한 인터뷰라고 들었다.


 

구자혜 :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한 인터뷰는 처음이다. 연극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신념을 드러내는 일에 소극적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차별하지 말라는 게 신념까지 갈 일인가? 상식 아닌가. 다른 많은 분들이 전면에 나서서 애쓰고 있고 싸우고 있다. 나도 같은 신념을 갖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평등의 에코-100>에 참여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을 말하는데 왜 나를 드러내고 발언하는 걸 이렇게 두려워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프레시안 : 백상수상소감 감동적이었다. 한편으로 정말 '세다'고 생각했다. 차별금지법이라고 콕 짚어 말하진 않았지만 바로 차별금지법이 떠올랐다. 미리 준비한 건가.
 

 

구자혜 :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 하나 안 빼고 미리 준비한 말이다. 백상은 연극계만의 상이 아니고 대중예술상이다. TV로 중계되고 많은 사람이 본다. 그래서 더 이 얘기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상할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꼭 수상하고 싶었다. 상을 받으면 이 말을 할 수 있는 발언권이 생기니까.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으로 연락을 많이 받았다. 트랜스젠더 친구들, 퀴어 친구들이 고맙다고 했다. 힘이 됐다고. 혐오댓글이 달린다 해도 내가 하는 한 줄의 말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수상소감이 내 인생에도 하나의 기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두려워하지 않고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시작.

 

프레시안 : '어떤 사람의 삶을 감히 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었다. 차별을 너무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구자혜 : 차별해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 "차별하면 안 된다"라고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누군가를 차별할 때 '저 사람에게는 그래도 된다', '저 사람은 무시해도 돼', '저 사람 차별해도 돼, 이렇게 말해도 돼'라는 인식이, 인식이든 무의식이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의 삶을 감히 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굳이 강조한 건 그래서다. 그게 얼마나 폭력적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프레시안 : 수상소감에서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를 준비하면서 "배우들은 선언이 연기가 될 수 있도록 발화의 방식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발화'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극장 안에서 일어나는 연극이라는 발화는 극장 밖, 그러니까 사회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구자혜 : 사람들이 있다는 걸 계속 드러내는 것. 연극을 많은 사람이 보지는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을 계속 담아내는 것.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는 트랜스젠더 이슈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 최대한 많이 발화한다는 목표가 처음부터 있었다. 그래서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임에도 배우 여덟 명, 수어통역사까지 무대 위에 열 명이 나온다. 발화의 원리는 트랜스젠더 프라이드였다.
 

 

프레시안 :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가 지난달 말에 재공연했다. 어쩔 수 없이 이은용 작가의 부재를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재공연할 때 다른 점이 있었나.


 

구자혜 : 이번에 재공연하면서 '이리'라는 배우가 그런 말을 했었다. "우리가 이렇게 발화할 자격이 있나"라면서 "작년에 공연할 때보다 연극적으로는 우리가 트랜스젠더에 대해 발화하는 데 두려움은 줄어든 것 같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나아진 것이 없다고. 나도 그 말에 굉장히 동의한다.
 

 

올해에는 객석의 관객분들이 무대에 보내는 긍정적인 힘이 느껴진다. 극장은 안전해졌지만 현실은 여전하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극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배우 및 스태프 ⓒ여당극

프레시안 :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이전부터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다뤄왔다. 최근엔 대중매체에 퀴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대상화한다는 비판도 거의 항상 따라붙는 것 같다. 연출가로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구자혜 : 나 역시 작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억압받는 사람들, 차별받는 사람들을 무대 위에 불러내고, 대상화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일부러 매력적으로 혹은 보편적인 결점을 가진 존재로 그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너무 고통스럽고 슬픔을 가진 존재로 그리면 안 되니까 밝게 그리자' 이것도 제 선입견이다. 우상화하거나 신비화하지 않으려고도 한다.
 

 

하지만 고귀하게 그려내고 싶다, 늘. 우아하거나 숭고하거나 이런 의미는 아니다. 그 사람의 고통을 최대한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힘 있게 드러내고자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해 배우들과 가장 많이 이야기한다.

 

프레시안 : 트랜스젠더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는 어떤 고민이 있었나.

 

구자혜 : 솔직히 말해보겠다. 연출로서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거의 고민이 없었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다. 매번 공연을 볼 때마다 행복했다. 이런 희곡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내 삶에 있어서 너무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이건 처음 하는 이야기이다.

 

프레시안 : 차별받는 사람, 소수자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구자혜 : 세월호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이전에 내 관심사는 계급·세대·젠더였다. 나에게 한 시대의 풍경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중요한 화두였다.


 

세월호 이후로 기존의 방식대로 연극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사람들이 눈앞에서 사라졌고 그 장면이 TV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그 이후 '어떤 시대의 풍경을 드러낸다'에서 '그 고통을 겪는 사람이 실재한다'는 인식으로 넘어갔다. 그러면서 작품의 경향과 작업을 해나가는 방식이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메시지까지는 모르겠다. 그저 사람들의 발언권, 즉 목소리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어떤 시대의 풍경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그 고통을 겪는 사람이 실재한다는 것. 어떤 차이가 있나.

 

구자혜 : 극장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들 앞에서 어떤 '연기'를 한다. 배우가 유려한 기술로 어떤 메소드 연기 하고 이런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실제로 겪고 있는 어떤 고통을 연극이라는, 연기라는 미명하에 어떤 인물인 척하는 것이다.
 

 

그런데 배우들은 그럴 수만은 없는 존재다. 자기가 하는 대사가 사실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것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고, 실제로 극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있다.


 

세월호 후에 배우들이 그런 불편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연기라는 전략에 숨어서 그럴듯한 연극을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프레시안 : 매끄러운 연기를 하는 '그럴듯한 연극'이 배우들에게는 불편했다는 의미다. 연기를 잘하는 게 불편하다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 

 

구자혜 : 세월호는 모든 시민이 겪은 동시대의 사건이다. 배우들도 한 시민으로서 세월호를 지켜봤다.

 

세월호를 주제로 한 공연을 하는데 관객들도 세월호를 함께 지켜본 시민이다. 객석에 유가족,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 배우는 유가족도 아니고 당사자도 아니지만 연극을 한다는 이유로 그럴듯한 연기를 한다. 때로는 울고 고통스러워하면서. 배우들은 그게 불편한 거다. 같은 것을 목도한 동시대의 시민 앞에서 역시 시민인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을 연기한다는 것이.

 

▲2017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광장극장 블랙텐트'. 블랙텐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설 자리를 잃은 연극인들이 직접 만든 극장이다. 블랙텐트 운영위원회는 공연 시한을 '박근혜 정부 퇴진 때까지'로 정했다. 2017년 3월 18일, 블랙텐트는 헌재 파면 결정에 따라 해체됐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같은 작품이지만 언제 공연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를 것 같다.

 

구자혜 : <킬링 타임>이라는 작품이 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실시한 청문회의 증인들, 참고인들의 말을 갖고 만든 연극이다. 이 작품을 처음 극장에서 하고 난 후, 1년이 지나 광화문에 세워진 '블랙텐트'라는 천막극장에서 다시 공연이 올라갔다. 블랙텐트는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바로 앞에 있었다.
 

처음 공연할 때는 시간이 흐르면 진상규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은 여전히 안 되고 유가족들이 아직 광장에 있는 거다. 그때 극장을 벗어나서 그 광화문 한복판, 분향소 옆에서 공연했을 때는 같은 공연이라도 관객을 만나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극장에 오는 관객들도 지나가는 시민들이 많았다. 극장이라는 어둠 속에서 안전하게 연극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프레시안 : 10월에 동물을 주제로 한 <로드킬 인 더 시어터>가 올라간다. 동물을 주제로 한 연극인가.

 

구자혜 : '로드킬'보다는 '인 더 시어터'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연극, 혹은 예술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많이 다룬다.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다.

 

예전에 개가 사라지는 연극을 했었다. 개가 사라져서 가족이 그 개를 찾아다니는 내용인데 관객들은 이 이야기를 어떤 은유로 봤다. 하지만 은유가 아니었다. 현실에서도 개가 사라진다면, 그 개가 내 가족이라면 삶이 멈춘다. 가족이 없어지면 당연히 찾아다닌다. 

 

나랑 같이 사는 개가 죽으면 개의 장례식을 치를 수 있고, 회사에 휴가를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인 가족이 죽었을 때는 그걸 허용하는데 개가 죽었을 때는 다른 시선으로 본다. 여기서 출발했다.

 

프레시안 : 세월호, 로드킬 등 어떤 죽음과 연관된 이야기들이다. 동시대의 죽음.
 

구자혜 : 죽음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고, 누구나 죽는다. 다만 '왜 죽었어야 했나'에 대해 생각한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해.


 

지금 만들고 있는 연극이 동시대에서 작동하지만, 내가 만드는 연극이 영원히 남기보다는 가장 빨리 휘발되기를 기대한다. 즉, 동시대가 아니면 유효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무엇이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나.
 

 

구자혜 : 이 질문 되게 쌔다. 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뭐가 달라질까 딱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안 그려진다는 것에 지금 방금, 놀랐다. 왜 바로 안 그려질까, 이게. 차별이 너무나 당연시 되어 왔던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 아닐까.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덜 불행해지는 걸까. 내 상상은 여기까지다.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여기까지 오기가 너무 지난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이 있었기에, 뭐가 달라질지 바로 그려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끝>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8072155241624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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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2심 선고 D-3] 표창장 혐의서 검찰의 ‘증거 선별’ 인정된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2020.08.27.ⓒ뉴시스

 오는 11일 선고를 앞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에서 표창장 위조 도구로 지목된 컴퓨터(이하 PC1)의 범행 당일 위치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3년 6월 16일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PC1을 사용해 딸 조 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그날 PC1이 경북 영주시 동양대에 있었다고 맞선다. 정 교수가 같은 날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니 결국 제3자가 PC1으로 표창장을 재발급했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 측은 이러한 주장을 항소심에서 처음 제기했다. 검찰이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그러나 정 교수에게 유리한 디지털 포렌식 정보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시작부터 ‘표적 수사’ 의혹을 받은 검찰은 ‘증거 선별’ 의심까지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 의무를 저버린 검찰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이 PC1을 확보하게 된 경위부터 통상 사건과 달랐다. 검찰은 2019년 9월 10일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PC1과 PC2를 동양대 직원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았다. 전원도 연결되지 않고 모니터와 키보드도 없이 본체만 방치돼 있던 컴퓨터들이었다.

나흘 전인 9월 6일 검찰은 정 교수가 총장 직인을 직접 찍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기소한 상태였다. 그런데 다음 날 SBS에서 ‘정 교수의 연구실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는 단독 기사가 보도됐고, 검찰은 사흘 뒤 압수한 PC1에서 총장 직인 파일을 찾아낸다. 검찰은 정 교수가 총장 직인 파일을 붙여넣는 방법으로 위조했다며 두 번째 기소를 단행했다. 검찰이 예단했다고 의심받는 정황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PC1이 그날 동양대에 있었다고 판단하면, 표창장 위조 혐의는 무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장관 청문회 중 배우자가 기소된 초유의 사태는 검찰개혁 저지를 위한 검찰의 ‘부실 기소’로 막을 내리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항소심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들을 살펴본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찰 로고ⓒ뉴시스

검찰,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포렌식 정보 숨겼나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제시하지 않았던 다른 사설 IP주소들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새 국면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192.168.123.112’(이하 112) IP. 2012년 11월 30일부터 2013년 5월 18일 사이에 기록된 IP주소다. 정 교수 측은 “당시 동양대에 설치된 와이파이 공유기의 사설 IP 대역에 포함된다”라며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공유기를 사용한 정황을 제시했다.

검찰은 공인 IP와 달리 사설 IP로 컴퓨터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설 IP로 위치를 특정한 건 오히려 검찰이었다. 검찰은 PC1에서 “2012년 7월 17일경부터 2014년 4월 6일경 사이에 ‘192.168.123.137’(137) IP가 할당된 흔적 22건이 복원”됐다는 디지털 포렌식 분석보고서를 PC1이 방배동에서 사용됐다는 주장의 주요 근거로 들어왔다. 하나의 IP주소만 발견됐으니 PC1의 위치는 방배동 자택에서 바뀌지 않았다는 취지다. 정 교수 측 주장은 이를 반박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사설 IP를 내세운 것이다.

정 교수 측은 2013년 6월 16일과 근접한 시기에 나타난 사설 IP주소를 포렌식 보고서에서 빠뜨린 검찰의 의도를 따져 물었다.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와 의도적으로 증거를 숨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검찰은 최종 할당받은 137 IP를 확인하고 해당 IP를 사용한 흔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포렌식을 진행했다며 ‘증거 누락’ 의혹을 부인했다.

정 교수 측은 PC1의 IP주소가 137 IP에서 112 IP로 바뀌었다가 다시 137 IP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공유기가 바뀌면 IP주소가 변경된다”라는 설명이다.

IP주소 변경을 염두에 두면, PC1과 PC2가 모두 방배동 자택에서 계속 사용됐다는 검찰 주장에 의문이 생긴다. PC2는 2012년 말부터 2013년 11월까지 IP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 교수 측은 “두 컴퓨터가 방배동에 있었다면 PC1만 IP주소가 바뀌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집에서 공유기 몇 대를 두고 썼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 측은 PC1이 2013년 5월과 8월에 동양대에서 사용된 구체적 정황도 제시했다. 매주 월요일 수업이 있는 정 교수가 5월 20일과 27일 수업 직전 PC1에서 수업 관련 자료를 열람한 기록, 정 교수가 8월 22일 동양대 인근 우체국을 다녀온 전후 컴퓨터 사용 기록 등이다.

이를 종합해 정 교수 측은 2013년 5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PC1이 동양대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뉴시스

이를 뒷받침하는 포렌식 정보가 또 있다. 네트워크가 변경될 때 기록되는 이벤트 아이디 ‘4201’이다. 정 교수 측은 “보통 컴퓨터는 접속하던 IP로 신호를 보낸다. 네트워크 변경은 (기존 접속 IP와 새 IP 사이) 충돌이 있고 조정하다가 (새 IP에) 연결되면서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4201은 공유기가 바뀌어 IP주소가 변경됐다는 주장의 근거다.

정 교수 측은 2013년 5월 26일부터 2013년 8월 21일까지 네트워크 변경 이벤트 기록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112 IP가 계속 이어졌다”, 즉 동양대에 계속 있었다고 보고 있다. 2013년 8월 22일 4201이 기록되고 다시 137 IP가 나타난 점을 들어 동양대에 있던 PC1이 8월 말쯤 방배동 자택으로 이동했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포렌식 분석에 따르면, 1심 재판부가 강조했던 2013년 11월 심야 시간 한국투자신탁 홈페이지 접속기록, 2014년 3월 마비노기 게임 접속기록 등은 정 교수의 유죄 근거가 될 수 없다.

검찰이 PC1 위치를 특정한 근거로 들었던 심야 시간 접속기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 측이 검찰의 포렌식 분석을 신뢰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1심 재판부는 검찰 포렌식 보고서에서 나타난 2013년 3월 27~29일, 6월 15~17일까지 PC1의 심야 접속기록을 토대로 이 시간대 동양대 직원이 컴퓨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작아 PC1이 방배동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접속시간이 아니라 서버수정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서버관리자가 파일을 올린 시간인 서버수정시간을 접속시간인 것처럼 검찰이 속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교수 측은 “(검찰 포렌식 보고서는) PC1과 PC2의 서버수정시간을 합쳐놔 같은 공간에서 두 컴퓨터가 사용된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라며 “실제 PC1 사용 흔적이 있는 건 6월 16일 단 하루”라고 말했다.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정 교수 연구실2019.09.17.ⓒ뉴시스

검찰이 언급하지 않은 또 다른 가능성

검찰은 범행 당일 PC1이 방배동에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로 정 교수의 동양대 웹메일 접속기록을 제시했다. 정 교수가 2013년 6월 16일 오후 4시 34분경 동양대 웹메일에 접속했는데, IP가 방배동 자택의 공인 IP주소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포렌식 분석 결과를 토대로 “PC1에는 같은 시각 인터넷 접속 활동기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의 표창장 위조 타임라인에 비춰봐도 정 교수가 PC1에서 웹메일에 접속했다는 점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정 교수 측은 지적했다. PC1에는 그날 오후 2시 23분경부터 오후 5시 30분경까지 표창장을 만들고 각종 입시자료를 열람한 기록이 남아있다. 정 교수 측은 “같은 시간대 문서 작업을 했다는 이벤트 로그만 남아있을 뿐”이라며 PC1에서는 문서 작업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날 오후 PC2를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PC2 포렌식 분석에서 오후 3시 14분경부터 오후 3시 37분경까지 현대증권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영어 영재교육센터 관련 파일을 열람하거나 쇼핑몰에서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를 웹서핑한 기록 등이 나왔다. 정 교수 측은 “방배동에서 범행이 일어났다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PC2에서 주로 작업하던 정 교수가 PC1을 켜서 왔다 갔다 했겠나”라고 지적했다.

표창장을 만들기 전후 자녀 입시서류 파일을 열어 본 흔적이 있다는 점은 검찰의 강력한 무기다. PC1에서 6월 16일 오후 2시 23분경부터 오후 5시 30분경 사이 ‘조○ 인턴십 확인서(호텔3).doc’, ‘조○ KIST 확인서.rtf’, ‘조○ 자기소개서2013-6-16.hwp’, ‘연구활동확인서-조○ 2013.hwp’ 등을 열람한 기록이 발견됐다.

정 교수 측은 당시 방배동 자택에 있던 PC2에서 표창장 작업과 근접한 시간대 프린터 에러 흔적들이 여러 번 발견된 점을 근거로 “표창장 작업자에게 입시서류 출력도 함께 부탁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추론했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07.09.ⓒ뉴시스

PC1이 위법수집증거라면?

정 교수 측은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 결과로도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PC1과 PC2에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동양대 표창장 원본 파일이 없다는 점 ▲파일이 출력됐다는 흔적이 없는 점 ▲빨간색 총장 직인이 인쇄될 수 있는 컬러 프린터가 연결돼 출력된 흔적이 없는 점 등이 이유다.

정 교수 측은 “PC1이 표창장 위조 혐의 유죄를 증명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아니기에 핵심쟁점은 PC1의 위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교수 측은 PC1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1심부터 강조하고 있다.

정 교수 측은 “보통 컴퓨터 자료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으려면 전속적인 공간에서 전원이 켜진 컴퓨터와 모니터를 피고인이 사용했다는 사실이 인정될 수 있는 관계에서 압수돼야 한다”라며 “이 사건 경우 압수된 곳은 동양대인데, 검찰은 굳이 방배동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모니터와 컴퓨터 전원을 연결한 뒤 본체를 가져가 다 끄집어내 조각을 맞추고 피고인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PC1이 위법수집증거라고 해도 최성해 총장의 진술 등을 근거로 표창장 위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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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스마트폰·배터리·백신 '韓 중추' 중대고비..이재용 복귀할까?

기사등록 :2021-08-09 06:31

한국 수출 산업, 반도체 의존도 '절대적'
총수 부재 속 TSMC·인텔과 격차 벌어져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샤오미에 1위 내줘
삼성바이오에 '백신허브' 기대한다지만..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9일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심사위원회는 경쟁사에 뺏기고 추격당한 대한민국 핵심 산업의 중대고비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발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가 필요하다. 삼성은 장기간 총수 부재로 TSMC, 인텔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양새다. 스마트폰도 샤오미에게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배터리, 코로나19 백신은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꿈꾸고 있는 산업이다. 결국 우리 경제의 중추가 되는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복귀가 절실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심사위원회 결과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경우 그간 멈춰있던 투자시계가 가동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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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월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투자 멈춘 반도체·배터리..미국이 기다린다

우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파운드리 후속주자인 미국 인텔은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며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를 양산하면서 삼성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고 결정권자의 복귀로 조속한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5월 미국에 170억 달러(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신규 투자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미국 주 정부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해 답보 상태다.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주 정부와의 협상에도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554억 달러. 이 중 110억 달러가 반도체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양질의 제품을 누가 먼저 생산해 시장을 선점하는지가 중요한 산업"이라며 "투자 결정이 늦춰질 경우 TSMC, 인텔 등 경쟁사에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조만간 미국 투자를 앞두고 있는 삼성SDI도 이 부회장의 공백이 크다. 삼성SDI는 지난달 27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지 배터리 공장 설립 등 미국 거점 진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늦지 않게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의 3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 미국 진출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는 배터리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보다 미국 진출이 늦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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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0.10.28 photo@newspim.com

◆샤오미에 추월당한 삼성..백신허브 역할도 커

미국과 중국의 압박 속에 위태롭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도 이 부회장의 복귀가 간절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에게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샤오미가 월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건 지난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6월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의 셧다운과 중국, 유럽, 인도시장에서 샤오미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았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일 신작 폴더블폰 공개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사업의 하반기 전략 점검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에서도 삼성의 역할은 지대하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백신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말 모더나 백신의 완제품 시범생산을 앞두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해 "K-바이오가 이른 시일에 자리잡아서 한국이 세계 5대 백신국가로 성장하고 발전했으면 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백신 생산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치켜세웠다.

◆국민 여론도 호의적.."재계 가석방 보다 사면을"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론도 호의적이다. 코리아리서치 등 4개 기관이 지난달 26~28일 만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대'는 22%다.

재계는 경영활동에 제한적인 가석방 보다는 사면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 "이 부회장이 직접 외국 고위 의사 결정권자들을 만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면서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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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네거티브 중단’ 선언, 언론의 평가는

[아침신문 솎아보기] 막 내린 올림픽, 목표 달성 못했지만 찬사 보내고 가능성에 주목
 

 

9일 아침신문의 핵심 키워드는 ‘올림픽’이다. 도쿄 올림픽이 8일 막을 내리면서 9일 아침 신문들은 올림픽 전반을 짚어보는 기사를 냈다.

목표 달성 못했지만 찬사 보낸 언론

한국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순위 16위를 기록했다. 목표치인 금메달 7개와 종합 10위 목표를 달성하지만 못했지만 9일 다수 신문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일보는 1면 “즐! 림픽- 선수도 국민도, 메달보다 유쾌한 도전 즐겼다” 기사를 통해 “이번 올림픽 결과만 두고 한국 선수단이 실패했다고 보는 시선은 드물다”며 “명품 궁사로 거듭난 김제덕의 우렁찬 파이팅으로 시작해 배구 여제 김연경의 아름다운 퇴장으로 마무리된 이번 대회는 공정한 선발과 승복의 가치, 원팀의 힘을 새삼 일깨운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 9일 한국일보 1면
▲ 9일 한국일보 1면
▲ 9일 한겨레 1면
▲ 9일 한겨레 1면

언론은 국민들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그대들 모두가 주인공-고맙다 즐겼다” 기사를 내고 “메달과 관계없이 선수들이 보여주는 헌신과 투자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어느 대회 때보다 뜨거웠다. 금메달 개수가 중요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을 통해 “이제 시민들은 메달 색깔과 숫자, 등수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메달을 걸지 못했어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열렬한 성원을 전했다”고 했다.

가능성 보인 종목에 ‘주목’

언론은 가능성을 보인 종목에 주목하며 앞날을 기약했다. ‘근대 5종’ 남자 개인전에서 전웅태 선수가 동메달을 땄고, 정진화 선수가 4위에 올랐다. ‘근대 5종’은 한 선수가 하루에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 등 5개 종목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종합 종목이다.

동아일보는 “근대5종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의 첫 근대 5종 메달”이라며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도 충실히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역시 “운동 좀비 전웅태, 근대 5종 확실히 알렸다” 기사를 내고 “전웅태 뒤에서 달린 정진화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한참 동안 후배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며 “둘은 가장 올림픽다운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한겨레는 “도쿄서 희망 쏜 4위들, 파리선 더 높이 날게요” 기사를 통해 “한국 선수대표단은 수영, 높이뛰기 등 기초 종목에서 한국, 아시아 신기록을 냈고 사격, 역도, 다이빙, 탁구에서도 희망을 쏘았다”며 “도쿄 올림픽은 선수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축제”라고 강조했다. 

김연경과 여자배구 투혼

9일 복수의 아침신문에선 눈시울을 붉히는 김연경 선수의 사진이 실렸다. 중앙일보는 1면에 김연경 선수가 표승주 선수를 껴안은 사진을 내고 “김연경은 이 경기를 끝으로 구가대표에서 은퇴했다. 후배 표승주를 껴안은 그의 두 눈이 촉촉하다. 이들의 원팀 드라마는 큰 감동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 9일 동아일보 기사
▲ 9일 동아일보 기사
▲ 9일 한국일보 기사
▲ 9일 한국일보 기사

한국일보는 “금보다 빛난 원팀 남기고... 배구여제, 태극마크 여정 마치다” 기사를 통해 김연경 선수의 퇴장에 주목했다. 한국일보는 “10년 간 한국 배구계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김연경의 마지막 발걸음”이라며 “쌍둥이 선수 이재영과 이다영의 공백에 무기력하게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지만, 선수들은 주장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기적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2면에 김연경 선수가 눈시울을 붉히는 사진과 함께 “17년 태극마크 내려놓은 김연경 ‘꿈 같은 시간 보냈다’ 눈시울”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는 “김연경과 함께하면서 나는 그가 왜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지를 이해했다. 위대한 인물이자 리더로서 김연경이 가진 카리스마에 대한 기억을 안고 돌아갈 것”이라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말을 전했다. 
 
이재명 ‘네거티브 중단’ 선언

대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8일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다. 이재명 지사는 “다른 후보들에 대해 일체의 네거티브적 언급을 하지 않겠다”며 “당 경선 과정에서 격화하는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당원과 지지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중앙일보는 “일종의 휴전 선언이 나온 건 최근 공방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바지 발언, 백제 발언 공방, 음주운전 이력 논란, 지사 찬스 논란, 조폭 투샷 사진 공방 등을 언급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양측의 신경전이 중단되지 않은 점을 부각했다. 동아일보는 “불안한 휴전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 전 대표 측은 ‘사과가 우선’이라고 받아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고 했다. 중앙일보 역시 “네거티브 중단 선언이 나왔지만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졌다”고 했다.

▲ 9일 동아일보 기사
▲ 9일 동아일보 기사

이와 관련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은 ‘네거티브 중단 선언’이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일보는 “네거티브 중단이 형식적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담보돼야 한다”며 “두 주자 모두 그간 적잖은 정치 활동을 해오는 동안 여러 검증을 받아왔던 만큼 이제는 수권 능력과 비전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을 내고 ‘민주당 전체의 실천’을 주문하며 “후보들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두고 경쟁을 펼치기 바란다”고 했다.

‘충북동지회’ 사건 띄우고 ‘민주노총 정체성’ 공격

이날 조선일보는 1면 등에 기사를 내고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를 받는 충북의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조명했다. 조선일보는 84차례에 걸쳐 암호화된 파일 형태의 지령문과 보고문이 오간 점을 보도하고 충북동지회가 받은 지령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민주노총’과 ‘충북동지회 사건’을 별개로 조명하면서도 연결지었다. 조선일보는 1면에 “‘민노총 10월 총파업 대한민국 정체성 공격 뒤집기 한판 준비 중’” 제목의 기사를 내고 전노협 출신인 김준용 국민노동조합 사무총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민노총 위원장은 ‘경기동부연합 출신 택배노조 위원장은 혁명열사릉 참배’” 기사를 통해 민주노총을 북한과 연결짓는 내용을 부각했다. 

▲ 9일 조선일보의 민주노총 관련 보도
▲ 9일 조선일보의 민주노총 관련 보도
▲ 9일 조선일보 충북동지회 보도
▲ 9일 조선일보 충북동지회 보도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여러해 반복돼왔음에도 ‘대한민국 정체성 공격 뒤집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전과 다른 양상처럼 묘사하고, 민주노총 일부 인사들의 전력을 부각해 충북동지회 사건 기사와 함께 배치하면서 ‘정체성’ 문제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충북동지회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와 관련해서 충북지역 언론인 충북인뉴스는 8일 “60명 포섭은커녕 민주노총 제명당하고 진보정당선 징계…공작금도 유용” 기사를 내고 충북동지회가 민주노총 가입조차 거부당하고 진보 정당에서도 승인 없이 당의 이름을 건 활동을 해 징계 받은 전력 등을 보도했다. 충북인뉴스는 “포섭은커녕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진보정당 모두 왕따를 당한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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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함께 누리기의 의미를 묻다

등록 :2021-08-07 18:54수정 :2021-08-07 19:03

 
국보 ‘인왕제색도’ 등 44건 전시 인기
고려 불화 두점 밑그림부터 보여주는
터치스크린 자료 고미술-일상 연결
컬렉션 비판까지 담겨야 모두 ‘향유’
[한겨레S] 옛날 문화재를 보러 갔다

국립중앙박물관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 &lt;인왕제색도&gt;.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 <인왕제색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초대권도 없다. 기념 도록도 없다. 개막 전에 이미 한달치 관람 예약이 모두 마감된 특별전. 지난달 21일 시작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이야기다. 매일 0시0분0초에 시작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는 치열한 예약 경쟁(16일부터는 18시 예약 개시로 변경)을 뚫어도, 전시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30분. 그래도 입장 시간 전부터 전시실 앞에 차례로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는 묘한 흥분과 설렘이 맴돌고 있었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일컬어지는 대규모 기증이 이뤄진 것을 기념해 서둘러 마련된 이 작은 전시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드디어 전시를 봤다는 기쁨의 인증샷들이 올라오고, 트위터에 들어가면 이 전시만은 절대 보지 않겠다는 맹렬한 비판이 이어진다. 이 온도차조차 한국인들이 삼성을 대하는 복잡한 태도와 닮아 있어 흥미롭다.

 

 차분하고 단정하게 꾸민 전시실에 배치된 44건의 전시품은 내년 봄으로 예정된 대규모 전시에 앞서 열린 예고편이다. 회화, 조각, 공예품, 전적(고문서) 등의 다양한 분야를 고루 아우른 탓에, 대강 줄거리가 담긴 트레일러보다는 짧고 강렬한 티저에 가깝다. 모두 국보나 보물 등의 지정문화재이거나 그간 전시나 연구에 자주 등장한 ‘아는 얼굴’들로, 최초로 공개되는 유물은 없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을 통해 우리 근대 미술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았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국립현대미술관과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보면서도 못 봤던 고려불화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국보 제216호)이다. 이맘때 습도 높은 한국의 여름 아침을 그대로 그림 안에 옮겨다 놓은 그림을 보노라면, 미술품 감상에도 제철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반면 언뜻 지나치기 쉽지만 눈여겨보아야 할 것을 꼽으라면, 고려 14세기에 그려진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와 <수월관음도>라고 답하고 싶다. 정확히는, 이 두 점의 작품 앞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고려불화 들여다보기’다. 앞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이 기증품들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초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가 새로 촬영한 것이다. 전시를 총괄한 것은 미술부이지만, 이 터치스크린에는 박물관에서 2010년대 중반부터 보존과학 연구 성과를 전시로 시각화해왔던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앞으로의 연구에 달려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려 불화인 &lt;수월관음도&gt;, &lt;천수관음보살도&gt;를 첨단기술로 분석해 밑그림은 물론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도록 한 터치스크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려 불화인 <수월관음도>, <천수관음보살도>를 첨단기술로 분석해 밑그림은 물론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도록 한 터치스크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사실 고려불화를 실제로 보는 일은 늘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좌절로 시작된다. 수백년의 시간을 버티며 화면이 어둡게 변색된데다, 쉬이 손상되는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전시 공간의 조도도 낮춰놓기 때문이다. 그러면 저 속에 섬세한 비단옷을 겹겹이 걸쳐 입은 우아한 자태의 부처와 보살이 있음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대개는 작품 옆에 적힌 설명문을 읽고 안다. 보고 싶은 것도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전부 선명한 디스플레이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일상에 익숙해진 관람객들에게, 이 어둑지근함은 그 자체로 낯설고 불편한 비일상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 전시에서는 터치스크린의 밝은 화면 하나가 고려불화 감상이라는 비일상적 이벤트를 친근한 일상의 영역으로 연결시킨다. 단순히 그림을 크게 늘려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정보들까지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적외선 사진을 통해 채색 전의 또렷한 밑그림을 보여주고, 엑스(X)선 사진으로는 어떤 안료가 어디에 쓰였는지도 찾아볼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첨단 기술을 활용한 분석 결과가 연구보고서 한쪽이 아닌 전시실 한가운데에 놓일 때, 관람객은 말 그대로 그림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경험을 통해 유물에 담긴 이야기를 자신의 시간 안에 담게 된다. 그리고 한번 더 어둠 앞에 가 눈을 크게 떠 보는 용기를 얻는다. 그저 전시가 좋아서, 우리 문화재가 좋아서 박물관을 찾는 작은 애호의 마음들에 대한 국립중앙박물관식의 시원스러운 격려처럼 여겨졌다.

 

기념에서 기억으로

이 기증전의 제목인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를 다시 돌아본다. 문화재 2만1600여 점을 일거에 기증한다는 전례 없는 사건은 단순히 그 수만큼의 실물이 다른 공간으로 옮겨지는 물리적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명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저자 이광표는 고미술 컬렉션 기증의 의미를 사회적 기억(집단기억)에서 찾았다. 기증된 유물뿐만 아니라 전시와 연구를 통해 새로 공유되는 모든 이야기가 새로운 문화유산으로 기억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이건희 컬렉션을 어떤 방식으로 ‘함께 누리고’ 있는가. 얼마 전 정부는 기증품에 ‘건희’로 시작되는 소장품 번호를 매기고, 등록 절차가 끝나는 대로 새로운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예정된 대규모 전시까지, 온통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며 정신적 기념비를 세우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미국의 사회학자 제프리 올릭의 지적처럼, 사회적 기억은 과거의 오류에 대한 후회와 반성까지 포괄해야 역사성과 공공성을 획득할 수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이건희 컬렉션의 조성과 기증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이런 비판 역시 이 기증의 서사 한켠에 기록되어야, 이 수만점의 문화재는 우리 사회에서 온전하고도 새롭게 공유되고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1주년 전시가 열리는 내년 봄까지 8개월여가 남았다. 이 1년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더 많은 이들에게 향유의 기억을 남겨주는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이 커다란 사건은 기념으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결국 기억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신지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 연구원
박물관과 미술관의 문화재 전시나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를 소개합니다. 우리 문화재를 사회 이슈나 일상과 연결하여 바라보며, 보도자료에는 나오지 않는 관람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006803.html?_fr=mt1#csidx5f862e678768574bf391eed61225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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