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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분리징수 의결에 조선 “KBS 자초한 일” 경향 “언론장악 혈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7/06 09:30
  • 수정일
    2023/07/06 09: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7.06 07:53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통령실 권고 한 달만 방통위 분리징수 의결

경향 “절차상 하자 수두룩”, 조선 “KBS 도덕적 해이”, 중앙 “KBS쇄신 계기”

이동관 특보 이명박정부 MBC 장악 배후 의혹 “이동관 김재철 친분”

후쿠시마오염수 우려하는 사람들에 조선 “선진국은 과학 의심 않는다”

지난달 대통령실이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한 달 만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KBS의 수입이 급감할 위기에 놓이자 이를 놓고 언론의 상반된 평가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당연한 결과”라며 KBS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고 했고 경향신문은 “언론 장악에 혈안”, 한겨레는 “언론 자유 훼손”이라고 평했다.

▲ 6일자 한겨레 1면 사진기사.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효재)는 지난 5일 전체회의를 열고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위원이 "용산 비서실 하명을 받은 졸속 추진"이라며 중간에 퇴장한 상태에서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대통령 추천 이상인 위원이 찬성했다. 분리징수가 이뤄져도 집에 TV가 있다면 수신료를 내야 하지만 납부 거부 가구 증가, 각종 비용 증가로 KBS는 기존 6000억 원 규모의 관련 수입이 1000억 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관련 기사 : 민주당 추천 위원 퇴장 속 방통위 TV수신료 분리징수 의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6일 아침신문은 1면에 수신료 분리징수 소식을 전했다. 제목부터 신문의 논조가 드러났다. 국민일보는 ‘말많은 KBS 수신료 전기료세 떼어 낸다’고 했고, 서울신문은 ‘강제 수신료 시대 끝났다’고 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언론계 “생태계 대혼란”’, 한겨레는 ‘분리징수 의결 강행’ 등의 제목을 달았고, 경향신문은 ‘한 달 만에 졸속 의결’이라 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소식을 8면에 전했다.

▲ 6일자 아침신문 1면 기사.

경향 “분리징수 절차적 하자 수두룩” 조선 “KBS 도를 넘은 방만”

김현 상임위원이 “용산 비서실 하명”이라 할 정도로 이번 개정안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KBS는 방통위가 통상 40일 이내인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것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수신료를 재원으로 삼는 KBS와 EBS는 물론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전력도 혼란이 예상된다며 개정안에 보완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당사자들의 반발은 무시됐고 이달 중순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개정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 6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6일자 한겨레 5면 사진기사.

한전은 방통위에 “개정 시행령 이행을 위해서는 업무 준비를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한겨레는 “한전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상당수 아파트 등의 경우 전기사용계약 대상이 관리사무소라는 점을 들어 개별 세대를 대상으로는 분리 징수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설명했다”며 “방통위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신료 징수 현장의 혼란 방지 대책을 먼저 마련한 뒤 시행령을 시행하는 게 아니라, 일단 시행할 테니 그에 따른 대책은 한국방송과 한전이 알아서 정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의 근거로 삼고 있는 건 대중 여론이다. 지난 3월 온라인 투표 방식의 국민참여토론에서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6.1%로 집계됐다. 하지만 설문의 방식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한 사람이 여러 번 투표할 수 있어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라며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해당 국민 참여 토론에 달린 전체 댓글을 분석해보니 댓글 25.8%는 중복 이용자가 남겼고, 댓글을 62개 작성한 이용자도 있었다”고 했다. 입법예고 기간에 4746건의 의견이 제출돼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는 내용이 4234건(89.2%)이었지만, 해당 의견들은 반영되지 않았다.

▲ 6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경향신문은 3면 <대통령실 권고부터 방통위 의결까지 ‘절차상 하자’ 수두룩> 기사에서 “대통령실은 방통위에 수신료 분리징수 후속 조치와 함께 KBS의 공적 책임 이행 보장방안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담겼지만,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며 “시행령 개정 절차도 졸속이었다. 통상 시행령 개정에는 3~5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언론학계에서는 ‘학계 패싱’이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했다.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고, 위원간 치열한 논쟁을 위한 자료는 연구반 등 학계와 관계기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청취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객관적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학계를 패싱한 것 뿐 아니라 공청회를 열지 않으며 이해관계자도 패싱한 것”이라고 했다.

▲ 6일자 경향신문 사설.

결국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간 것에는 ‘언론 길들이기’, ‘언론 장악’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KBS 2TV 채널 폐지까지 공언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방통위원장 내정설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사활을 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장악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고 한겨레는 “하루라도 빨리 공영방송을 권력에 순치시키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 6일자 조선일보 사설.

반면 조선일보는 시행령 개정이 ‘KBS가 자초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도 넘은 도덕적 해이와 편파 KBS, 수신료 강제 징수 폐지 자초>에서 “KBS는 지난 정권에서 정권 응원단이 되어 공공성 의무를 저버렸다. 대통령 방미 기간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자 비율은 야당이 여당의 7배를 넘었다. 대통령이 일본 국기에만 경례한 것처럼 조작 방송까지 했다. 이런 편파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수신료 강제 징수를 없앤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KBS”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공공성 문제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 도를 넘은 방만과 도덕적 해이다. KBS는 전체 인원 4400명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2200여 명으로 절반을 넘고 이 중 무보직자가 1500여 명에 이른다. 수신료 6900억원 중 1500억원 이상이 무보직 간부의 급여로 나간다는 뜻이다. 사실상 하는 일도 별로 없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했다.

▲ 6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또한 사설 <KBS 수신료 분리징수…공정보도·방만경영 쇄신 전기 되길>에서 “‘KBS를 보지도 않는데 왜 시청료를 강제로 내느냐’는 여론이 있던 게 사실”이라며 “KBS는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는 지적을 진정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방만 경영과 편파 방송 논란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동시에 “정부·여당 역시 방송 길들이기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KBS 2TV 폐지론을 들고 나온 것은 성급하다. 시청료 분리징수 방안이 짧은 기간에 서둘러 추진되면서 KBS 시청료의 일부를 지원받아 온 EBS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동관 의혹 보도 이어가는 경향·한겨레 “윤석열이 수사지휘”

▲ 6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유력시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에 대해서도 ‘언론 장악 배후’ 의혹을 이어갔다. 2010년 국정원 ‘언론개입’ 문건에 보고자료의 요청 주체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재임 당시 홍보수석실이 구체적으로 지목된 데 이어 검찰 수사보고서에도 MBC 장악의 배후에 홍보수석실이 관련돼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1면 <‘MBC 장악’ 설계한 이동관 홍보수석실> 기사에서 “검찰은 2009~2010년 홍보수석실과 국정원이 공모해 방송장악을 기획한 것으로 봤다”며 “이동관 특보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사건을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2010년 3월2일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피디·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 6일자 한겨레 5면 기사.

한겨레는 5면 기사에서 “당시 검찰은 이동관 당시 수석을 김재철 당시 문화방송 사장에게 국정원 작성 문건을 전달했을 유력한 인물로 지목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문건을 작성한 정보관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되는 문건이다. 문서 작성을 지시 받았을 때 김재철이 MBC 사장으로 임명될 것을 알았다”며 “이동관과 김재철의 친분을 알고 있어 이동관이 김재철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손석희 등 좌편향 진행자 퇴출’ 등을 위해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이 직접 방송국에 전화하는 방법이 있고, 이를 거부하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

 

“후쿠시마 안전” IAEA 보고서, 언론의 엇갈린 평가

 

▲ 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대통령실이 지난 5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 계획이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에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8월 오염수 방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조선일보는 1면에 <“선진국은 과학을 정쟁 도구로 안 써”> “IAEA라는 가장 공신력 있는 단체가 문제 없다고 답 냈는데 싸움만 한다”며 “국민이 100% 받아들일 때까지 정부와 과학자들이 설득해야”라고 했다.

▲ 6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3면 한 면을 통째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을 강조하는데 썼다. <日오염수 논란, 유전자 검사 99.9% 친자 나왔는데도 못 믿는 것> 기사에서 “과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사실을 믿지 않아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희생해야 한다는 점”이라 했고, <오염수 가장 먼저 도착하는 美 “문제없다”… 늦게 가는 中은 반발> 기사에서도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 시각) IAEA 최종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묻는 본지에 ‘공정하고 사실에 바탕을 둔 검토와 보고’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 6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반면 한겨레는 1면 <IAEA, 오염수 분석 3차례 중 1차만 끝내고 ‘안전’ 결론> 기사에서 “IAEA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검토하면서 3차례 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을 1차례만 끝낸 상태에서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확증’하기 위해 실시한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국제원자력기구가 핵심 시료들의 분석이 모두 끝나기도 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자, 보고서의 신뢰성을 스스로 허물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온갖 깨알 지시 윤 대통령, 후쿠시마 오염수엔 침묵>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민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 국립대 사무국장 인선, 태양광 사업까지 만기친람으로 언급하는 윤 대통령이 정작 국민적 현안인 오염수 문제에만 아무런 말을 않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국민 85%가 반대하는 등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IAEA 보고서에 대해선 사설을 통해 “일본 정부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면서, 방사성 물질 정화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졌고 방사성 물질이 장기적으로 인체와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확인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국민들의 불만과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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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오염수 안전 발표에도 국민 불안 여전…진보당, 일본 총리관저 항의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3.07.04 19:23
  •  
  •  댓글 0



 

IAEA '오염수 방류 국제안전기준에 부합'

어촌계 "국민이 반대하면 정부도 반대해야"

진보당, 일본 총리관저에 항의 서한 전달

민변, 헌법소원 예고 "정부가 역할 안해"

라파엘 그로시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일본을 방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어 그로시 사무총장은 3박 4일간 후쿠시마 제1 원전을 방문해 방류시설을 살펴보고, 오는 7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IAEA의 최종 보고서에도 오염수 방류를 향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애초 원래 IAEA가 원자력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고, 이번 오염수 방류 검토는 ‘일본의 방류계획’에 대해서만 진행됐을 뿐, 중요한 ‘안정성 검증’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IAEA도 속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은 괴담이라고 하기에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가 삼중수소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2020년 탄소-14도 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탄소-14의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730년이다.

다음 해인 2021년에는 알프스의 오염물질 여과 필터 25개 중 24개가 손상된 사실이 드러났다. 2년 전인 2019년에도 똑같은 필터가 파손된 바 있지만, 도쿄전력은 원인 분석이나 대책 마련 없이 운전을 계속했다.

이에 각 분야의 시민들이 오염수 투기를 막아달라 촉구하고 있다. 4일 국회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모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 기자회견을 열렸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이동주 전국소상공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인접국인 홍콩과 대만,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오염수 투기를 두둔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괴담 치부하며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전남 어촌계 사무처장은 “안전하다면 일본 자국에서 공업용수든, 식수로 쓰면 되지, 왜 바다에 버리냐” 지적하며 “지식이 짧아 전문가들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국민이 이렇게까지 반대하면 정부도 나서 일본을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4일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하는 진보당 ⓒ 진보당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직접 일본에 방문해 항의했다. 강 의원을 단장으로 꾸려진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진보당 도쿄원정단’은 3일 일본에 입국해 도쿄 총리관저에서 입장 발표 및, 1인 시위를 진행했다.

4일에는 그로시 총장 및 IAEA 관계자들이 방문할 때까지 총관저에서 1인시위를 계속하며 101,257명의 해양투기 반대 서명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 측은 “10일 전까지 보내야 한다”는 절차상 이유로 서한을 받지 않았다.

4일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하는 진보당 ⓒ 진보당

4일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진보당

강 의원은 IAEA의 결정에 반대하며 “IAEA는 오염수 투기에 면죄를 주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오늘 IAEA의 결정으로 인류는 한 발 더 재앙에 다가갔다”고 강조하며 “핵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허가할 권한을 그 누가 IAEA에 주었느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또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 비판하며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상 194조는 ‘자국의 최선의 수단을 다해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변 측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과 관련해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 또는 아예 하지 않는 부작위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 분쟁 조정 절차를 밟지 않았고 독자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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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적폐청산이 실패할 수밖에 없던 이유

[문 대통령께 드리지 못한 고언] 정치적 ‘킬러 문항’을 회피하는 민주당

황두영 작가  |  기사입력 2023.07.05. 06:03:39

 

라디오 출연을 하러 방송국에 갔다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의 안경호 팀장을 우연히 마주쳤다. 내가 국회 보좌진이던 시절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2기 진실화해위원회 설립 입법을 함께 해내기 위해 자주 만난 사이였다. 그는 이번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206: 사라지지 않는>을 홍보하기 위해 인터뷰 출연을 하러 온 참이라고 했다.

 

영화는 시민과 전문가들이 모여 발굴단을 꾸리기로 결정한 2014년부터 거의 10여 년간의 발굴단을 좇는다. 2010년 이명박 정권에서는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법적으로 허용된 기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아직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사건들은 그대로 창고로 가야 했고, 이제 막 시범적으로 몇 군데 시작해 본 민간인 학살지 발굴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은 민간 차원의 과거사 진실규명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기 위한 일환으로 발굴단을 만들게 된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조력했지만, 평범한 시민들도 소정의 교육만 받으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남녀노소가 함께 발굴단에 참여했다. 국가폭력 희생자의 유족도, 한국전쟁은 그저 역사책에서 배웠을 뿐인 학생들도 각자의 부채감을 갖고 땅을 팠다.

 

우여곡절 끝에 2기 진화위 설립이 결정되었고, 나도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떠나 다른 의원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안경호 팀장과의 연은 계속되었다. 옮긴 의원실의 지역구인 대전광역시 동구에 '골령골'이라는 방대한 민간인 학살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골령골 학살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우리 군과 경찰 등에 의해 집단학살돼 묻힌 사건이다. 7000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묻힌 구덩이가 1킬로미터가량 이어져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긴 무덤을 발굴하기 위한 작업을 민간 발굴단이 몇 년에 걸쳐 하고 있었다. 

 

한번은 의원과 함께 골령골 발굴 현장을 찾았다. 요새 같이 무더운 날이었다. 며칠간 이어진 비로 흙땅은 온통 질퍽거렸고, 때마침 내리쬐는 햇볕은 현장 전체를 한증막처럼 만들었다. 안경호 팀장은 이번 발굴에서 꽤 많은 유해를 발굴했다고 이야기했다. 70여 년 만에 지상으로 나온 수많은 뼈들을 보며, 나는 안 팀장의 말에 뭐라고 대꾸하는 게 적절할지 헷갈렸다. 어쨌든 발굴을 하러 온 거니 발굴이 잘 된 게 잘 됐다고 얘기해야 할까. 아니면 신나게 선거유세를 하던 길 건너에, 이렇게 많은 죽음들이 묻혀 있었다니 애통한 표정을 지어야 할까. 애통하기에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지상에 나오신 걸 반겨야 하는 걸까. 나는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만 끄덕거렸다. 발굴 현장의 특성과 의미도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의원을 모시고 간다는 생각만으로 불편한 옷에 구두까지 신고 간 참이었다. 

 

안경호 팀장은 늘 햇볕에 그을린 검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생이 어두운 피부인지는 여쭌 적 없지만, 내가 그를 만난 이후 그는 틈만 나면 발굴 현장에 가 있었기 때문에 타지 않은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가 발굴 현장에 간다고 할 때마다 늘 응원을 하긴 했지만, 사실 난 발굴을 왜 하는지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물론 역사적 진실을 확인하고, 유해를 이제라도 유족에게 돌려준다는 것이 그 자체로 필요하다. 하지만 저렇게 오랜 기간 이미 신원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뼈와 유품들을 찾기 위한 안 팀장과 발굴단의 집념은 나로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이였다.

 

<206: 사라지지 않는>을 보면 좀 이해가 될까 싶었다. 하지만 영화에 나온 발굴단도 정답을 모르는 것 같았다. 다만 그들은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결국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이라는 대한민국 출생의 비밀을 아예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모든 진상을 밝혀내고 아쉬운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보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죽은 이들이 돌아오지도 않을 것이다. 한 걸음, 한 뼘만큼의 진전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발굴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까. 국가폭력을 자행한 자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질서는 여전히 건재한데 우리 사회는 치유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고작 이 발굴을 위한 삽질로? 하지만 그들은 이 비극을 끝까지 직시하고, 최선을 다해 치유해 보려는 그 마음이 그들을 뙤약볕 아래 선다. 

 

 

 

민주당 지지자=선한 사람?

영화를 보며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 정치적 '킬러 문항'을 대하는 정치적 자세에 대해 생각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6월 16일 당원 대상 강연에서 "기성 언론은 쓰레기 하치장"이라며 "좋은 SNS, 유튜브 많이 보시고 쓰레기 신문은 보지 말라"고 말했다. 기성 언론은 우리를 현혹시키려고 하니 우리 소리를 잘 전달하는 미디어인 SNS나 유튜브를 많이 보라면서 말이다. 

 

민주당이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 대해선 원래도 각을 세웠지만 이해찬 상임고문의 발언은 이제는 그냥 '기성 언론' 전체를 보지 말자는 주장까지로 확대되었다. '한경오'로 통칭되는 진보 언론마저도 충분히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민주당에 불리한 지적이나 의혹 제기를 한다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관점은 특정한 언론사의 기사의 왜곡 문제를 넘어 현대 언론의 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 및 정치인이 언론에 계속 견제받으며 긴장감을 갖고 가야 한다는 현대 민주주의의 설계 자체가 이제는 싫다는 것이다. 

 

이해찬은 기성 언론이 '사유화'되어 있기 때문에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유튜브 등 SNS는 공영화라도 되어 있단 말인가? 기성 언론들은 신뢰성 자체가 주요한 자산이었지만 뉴미디어들은 다르다. 적은 투자로 시작할 수 있다는 뉴미디어의 특징은 언론 다양성과 민주성을 키우기보다는 더 파편화된 집단의 입맛에 맞춰 진실과 허구가 섞인 가짜뉴스의 세계를 창조하는 '가설 천막 서커스' 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책임을 물을 방법 자체가 없는 뉴미디어들의 명멸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오늘날 기성 언론들의 책임성과 공정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도 전통적인 정치적 편향성만이 아니다. 바뀐 미디어 환경에서의 수익성에 대한 위협이야말로 점점 더 커지는 위협이다. 기성 언론은 'SNS처럼 더 무책임해져라. 그래서 더 돈을 벌어라'는 위협을 받고 있다. 기성 언론의 편향성과 불공정에 대한 이해찬의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그 대안이 SNS와 유튜브라는 건 기함할 일이다. 

 

이해찬도 극악한 주장을 서슴지 않는 극우 유튜버들을 옳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민주당이 반국가세력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이해찬의 주장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자들은 선하고, 사리사욕도 없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이해찬의 발언은 'SNS나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종류가 아니다. 진의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이 만드는 미디어를 들으라는 것이다. 왜? 그들은 선하기 때문이다. 선하니까 민주당을 지지하고 비판하지도 않고, 민주당을 지지하니까 선한 사람들이라는 순환 논리가 작동한다. 

 

결국 이해찬의 발언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옹호하기만 하는 미디어를 들으며 더 민주당을 견고히 지지하라는 뜻이다. 이교도와는 만나지도 말라는 종교적 아집 같다. 또 민주당 지지층을 신생아 인큐베이터 같은 무균 환경에 보호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세계 밖과는 접촉하지 말라, 의심하지 말라, 변하지 말라, 상하지 말라. 그것이 당신을 민주당이라는 선한 세계에 영원히 머물게 할 것이다. 

 

물론 정당에 있다 보면 언론은 고마울 때보다 미울 때가 훨씬 많다. 그리고 몇몇 언론의 악의적인 왜곡, 허위 보도는 치가 떨리도록 분노가 인다. 하지만 언론은 애초에 그런 것이다. 정당은 늘 자신에게 권력을 주면 이 모든 문제를 쉬이 해결해주리라 단언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는 해결된 척을 한다. 언론은 이 문제가 쉬이 완벽히 해결되지 않음을 지적하는 역할을 한다. 정당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각도로 틀어보면 이 문제는 여전히 비뚤어져 있다고 비판을 한다. 언론은 언제라도 정당인들의 마음에 꼭 들지는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허구한 날 언론 탓을 하지 않는가. 언론은 정당과 정치인을 계속 괴롭힐 것이다. 정치인들은 매번 그 허들을 뛰어넘거나 걸려 넘어질 것이다.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믿는 세계가 끝장나지 않는 한 말이다. 

 

'줄타기'에 실패한 적폐청산론 

 

이해찬의 주장은 민주당의 적폐청산론의 태생적 난점을 보여준다. 여기서 '적폐'의 핵심은 상대 정당, 언론, 검찰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이것들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 상대 정당, 언론, 검찰 등 수사기관은 사실 민주 정치에서 한 정치세력을 괴롭힐 수 있는 전부와 같다. 정치세력이 저들의 견제를 받으며 제한된 권력 내에서 자신들의 정치를 하는 것이 결국 법치주의, 민주주의다. 

 

물론 유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대의될 수 없을 정도로 구조적으로 한 정치세력이 정치권력을 독점하거나, 언론과 검찰이 원래의 역할을 넘어 권력을 남용하게 될 위험은 언제나 있다. 이걸 개혁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적당한 선이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견제이고, 경쟁일까? 정치세력은 상대 정당, 언론, 수사기관이 늘 거슬린다. 적폐청산론의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부당한 것과 그들의 존재가 맘에 들지 않는 것이 헷갈리기 쉬운 난점이 있다. 상대 정당, 언론, 수사기관이 존재하는 한 언제가 끝이라고 선뜻 말하기가 어렵다.

 

적폐청산론은 고도의 균형 감각과 성찰이 없다면 바로 무너진다. 특히 적폐청산론의 대중적 설득력이 떨어질수록 더욱 상대 정당, 언론, 수사기관을 향한 적폐청산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게 된다. 논리적으로 여론 지형상으로도 점점 고립되어도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이런 자승자박의 결과는, 무엇보다도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이 잘 보여준다. 민주당의 적폐청산론이라는 위태로운 줄타기는 완전히 균형을 잃고 무너졌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받아들여야 할 지적까지도 모함으로 취급할 때 정당은 퇴행한다. 정당으로서 해결해나가야 할 다양한 도전 과제 앞에서 언제고 강성 지지층의 품안으로 도망가는 정치,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춰 장사하는 목소리만 '진실'이라고 이야기하며 민주당은 퇴행하고 있다. 비판을 수용하고 사과하고 개선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어른스러운' 정치는 어디로 갔는가? 민주당은 나이를 먹을수록 유아기로 퇴행하고 있다. 민주당의 발전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라 믿었던 많은 이들일수록 더더욱 실망하고 있다. 

 

나이 먹고 덩치만 엄청 커져서는 자꾸 품 안으로 숨으려는 이 정당을 어쩐단 말인가. 국민은 민주당을 우쭈쭈 달래줄 마음이 없다. 민주당은 어려운 문제에 단순한 해법을 제시하고는 언론과 국민들이 민주당을 충분히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모든 정당은 어느 정도는 허풍쟁이가 될 운명을 타고 났지만 우리는 믿을 만한, 믿고 싶은 허풍을 꾸준히 제시할 기력도 잃어간다. 문제를 응시할 의지는 둘째 치고 말이다. 우리에겐 완벽한 해답이 있다. 국민의힘, 검찰, 언론만 방해를 안 하면 언제라도 이룰 수 있다. 

 

▲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문제를 없애려는 건 정치인의 욕심일 뿐 

 

윤석열 정부는 수능에서 연일 '킬러 문항'을 없애자고 한다. 학생들을 힘들게 한다면서 말이다. 초고난도의 문제가 없어지면 입시 스트레스가 없어지나. 명문 대학을 가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나. 삶의 순간 중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나락 없이 미끄러지는 한국 사회의 안전망이 튼튼해지기라도 하나. 

 

당장 결정해야 할 2024년 최저임금만 잘 결정해도 수능 잘 못 본 학생들이 훨씬 맘을 놓을 텐데, 대통령으로서 할 방법이 킬러 문항 없애기뿐인가. 문제가 쉬워지면 인생도 쉬워진다는 거짓된 환유가 어이없을 뿐이다. 이 쯤 되면 수능 킬러 문항을 없애 실제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가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어떤가. 우리가 풀어야 할 정치적 '킬러 문항'들이 그냥 없어져 버리길, 우리에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자꾸 던지는 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 사라져 버리길 바라지 않는가.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풀어온 그대로이길 바라지 않았는가. 좀 틀린 답을 제시해도 무조건 맞다고 해주는 채점관들만 올바른 채점관,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추켜세우지는 않았는가. 

 

쉬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집요하게 들여다보지 않고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 문제 자체를 없애는 건 정치인들의 욕심일 뿐이다. 군경에 학살당한 민간인의 주검들은 계속 땅 속에 있을 것이다. 수능 성적이든, 스펙이든, 건강이든 뭐 하나 빠진다고 죄인 취급받는 아이들도 계속될 것이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그저 계속 답을 던지고, 비판을 받고, 개선하고, 또 욕을 먹고, 더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과정들을 통해 안간힘을 다할 때, 계속 바뀌는 이 난제들에 대한 답을 가까스로 잠정적으로나마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황두영

정치학을 공부하고 정치권 노동자로 온갖 실무를 해왔다. 국회인턴부터 시작해 국회의원 보좌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정무조정실장까지 열심히 일했다. 정치권 안에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던지고 합리적인 대답을 찾기 위해 글을 쓴다. 단행본 <<외롭지 않을 권리>>, <<후보단일화 게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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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 단체, “더 큰 목소리로 종전·평화 외치고 행동할 것”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7.04 15:37
  •  
  •  수정 2023.07.04 15:42
  •  
  •  댓글 2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대결적 언행을 규탄하고 시민들에게 평화행동 참여를 호소했다. [사진출처-참여연대]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대결적 언행을 규탄하고 시민들에게 평화행동 참여를 호소했다. [사진출처-참여연대]

6.15남측위원회, 전국민중행동, 민주노총, 참여연대를 비롯한 700여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4일 “더욱 큰 목소리로 적대 중단,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를 외치고 행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운운하며 막으려 해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리하여 마침내 온전히 평화로운 한반도, 남과 북이 화해하고 교류하고 협력함으로써 하나 되는 한반도를 이뤄낼 것”이라며, 시민들을 향해 오는 22일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출발하는 ‘평화행진’과 ‘평화대회’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은 ‘종전선언’,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종전선언 추진’을 ‘가짜 평화’로 매도하고,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하는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한 윤 대통령의 몰상식한 언행을 질타했다.

“종전과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발언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말”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와 ‘대북 압박’만이 유일하고 정당한 정책인 것처럼 우기고 있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고 핵 전쟁의 위기가 시시각각 앞당겨졌을 뿐”이라며 “‘힘에 의한 평화’야 말로 거짓이자 ‘가짜 평화’”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지금 중요한 것은 ‘싸워서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싸우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이며 “상대를 비난하고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보다 대화하고 중재하는 일이 수천 배는 어렵지만, 오직 그것만이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아울러 “북 정권 붕괴를 바라는 적대 정책이 가져올 것은 갈등과 대결의 격화, 한반도 전쟁 위기의 고조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북 적대, 강경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 통일부를 ‘대북 전쟁부’, ‘반통일부’로 전락시킬 김영호 교수 장관 지명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문> 평화를 말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적대를 말하는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 격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남북 대화가 모두 단절되고 한반도 일대에서 강대강 대치가 격화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적대적인 강경 발언과 극우 인사 통일부 장관 지명으로 안팎의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서 종전선언,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고, 종전선언 추진을 ‘가짜 평화’로 규정하였다. 이어 29일에는 남북 합의를 부정하고 ‘김정은 정권 타도’, ‘북한 체제 파괴’, ‘남한 핵무장’ 등을 주장해 온 극우 인사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하였다. 7월 2일에는 “그동안 통일부가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대화, 교류, 협력이라는 통일부의 기본 업무를 사실상 부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관련하여 통일부 대변인은 앞으로 통일부가 ‘북한 비핵화와 인권 증진’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발언과 인사를 통해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적대, 압박 정책을 전면화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통일부는 통일부답게 행동해야 한다. 70년 동안 끝내지 못한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것은 이념이나 진영과는 무관한 보편적인 과제이며,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다. 종전과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발언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와 ‘대북 압박’만이 유일하고 정당한 정책인 것처럼 우기고 있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고 핵 전쟁의 위기가 시시각각 앞당겨졌을 뿐이다. ‘힘에 의한 평화’야 말로 거짓이자 ‘가짜 평화’다.

충돌을 예방하고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냉전적 사고에 기대어 적대와 갈등을 부추기고만 있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전쟁 위기를 해소하지 못하고, 선제 타격이나 핵우산 강화를 말하며 불안을 조성하는 무능한 정부를 규탄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싸워서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싸우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상대를 비난하고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보다 대화하고 중재하는 일이 수천 배는 어렵지만, 오직 그것만이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이다.

지난 시간 시민사회단체가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정책이 상호 갈등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방안,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실패해 온 방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의 핵·ICBM 실험이 중단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을 악마화하고 제재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2018년 북미 정상 역시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윤석열 정부가 노래를 부르는 ‘북한 인권 증진’ 역시 지금과 같은 압박과 모욕주기 방식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상호 체제 존중과 관계 개선의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인권 문제를 사실상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인권 개선을 위한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또한 인권 증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제재가 인권과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마땅하다. 인권 논의의 목적은 대북 압박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 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이어야 하며, 한반도의 인권은 평화, 발전과의 선순환 속에서 증진될 수 있다.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이번에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 교수는 ‘남북관계는 적대관계’, ‘6.15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북한 정권 붕괴 등의 주장을 이어온 흡수통일론자로, 윤석열 정부의 통일정책인 <신통일미래구상>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과거 압도적 다수 국민이 참여했던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를 ‘전체주의적’이라 폄훼하는가 하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반일종족주의적 사고’로 비난하는 등 친일 극우적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 온 사람이다.

대북 적대로 일관해 온 인물을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대통령은 통일부가 대북 압박에 집중할 것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상호 체제의 차이를 존중하고 교류, 협력하며 평화적 방식으로 통일하자고 지속적으로 약속해 온 남북 합의들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조치다. 최근까지 정부가 밝혀온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 남북 대화,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통일부 고유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고 ‘평화적 통일’을 규정한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조치는 당장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북 정권 붕괴를 바라는 적대 정책이 가져올 것은 갈등과 대결의 격화, 한반도 전쟁 위기의 고조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북 적대, 강경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 통일부를 ‘대북 전쟁부’, ‘반(反)통일부’로 전락시킬 김영호 교수 장관 지명을 당장 철회하라!

아무리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운운하며 막으려 해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욱 큰 목소리로 적대 중단,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를 외치고 행동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온전히 평화로운 한반도, 남과 북이 화해하고 교류하고 협력함으로써 하나 되는 한반도를 이뤄낼 것이다. 정전협정 체결 70년을 앞둔 7월 22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출발하는 평화행진과 평화대회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시민들께서 모두 함께 해주실 것을 호소한다. 대통령이 들을 수 있도록 ‘진짜 평화’를 함께 외치자.

2023년 7월 4일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자료출처-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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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세금 쓰고 ‘백지 영수증’ 공개한 검찰, 윤 대통령은 왜 가만 있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7/05 10:07
  • 수정일
    2023/07/05 10:0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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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2017년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분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세부내역과 증빙자료 등 숨겨졌던 검찰의 예산 정보가 처음으로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함께 진행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2019년부터 장장 4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긴 쟁송의 결과였다.

이번 검찰 예산 사용 내역들의 공개가 특별히 의미 있는 것은 그간 검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대표적인 권력기관이었고 스스로의 수사 업무의 기밀성 등을 핑계로 국회나 감사원, 시민들의 감시를 목이 뻣뻣한 태도로 회피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검찰은 1949년 설립된 이래 모든 공공기관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행정감시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자유로왔고 그래서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은 ‘방탄 검찰’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 각고의 노력으로 이런 검찰의 ‘방탄복’에 드디어 균열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무색해질 상황에 처했다. 검찰이 공개한 예산 사용 내역 중 자의적으로 일부 특수활동비 내역을 누락하고 업무추진비 영수증 내용을 가린 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한 공공기관이 정보를 부실하게 공개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법의 수호자인 검찰이 스스로로 중대한 위법을 범하고 사법체계를 기만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검찰이 공개해야 할 정보 중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는 아예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총 160억에 이르는 2017년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예산 중 1월부터 4월까지 무려 74억원으로 추정되는 사용 금액에 대한 증빙 자료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의 증빙 자료 일부도 듬성듬성 빠져있다.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도 마찬가지로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서울중앙지검장 재임시절인 2017년 6월부터 7월 기간은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45건, 총 4460만원에 해당하는 특수활동비의 수령증이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2017년 7월에 수기로 작성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은 총액이 3970만원임에도 30만원으로 완전히 잘못 기록되어 검찰의 부실한 특수활동비 관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소지 여부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74억원에 이르는 금액 증빙 자료 전무
수령증이 없거나 금액이 잘못 기록된 집행내역
검찰은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존재인가


검찰 측에서는 보관된 특수활동비 집행자료 전부를 제출했고, 다만 2017년 9월경 특수활동비 관리제도 개선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지 않아 제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해명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기자들에게나 짧은 말로 해명해서 괜찮은 수준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수사에 관련되어 기밀성을 가지고 집행되는 예산도 국민의 세금이며 엄격한 기준으로 쓰여야 할 곳에만 쓰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한 줌 의혹도 없이 증명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특수활동비 관리의 미비가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넘기려는 태도는 그간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얼마나 쌈짓돈 쓰듯 가벼운 마음으로 사용해 왔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검찰이 공개해 온 업무추진비 ‘백지’ 영수증 ⓒ필자 제공

검찰은 업무추진비 역시 온전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영수증에는 지출처가 되는 ‘상호명’이 적혀있어야 하지만 검찰이 공개한 영수증에는 상호명이 가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업무추진비 영수증 절반 이상이 사실상 내용을 아무 것도 파악 할 수 없는 ‘백지 영수증’이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국민 세금으로 어느 곳에 돈을 쓰고, 무엇을 먹고 다녔는지 국민들이 알아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온전하게 공개한 영수증은 검찰 구내식당에서 사용한 영수증 정도라는 게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렇게 검찰이 업무추진비 증빙자료 마저 자의적으로 조작해 공개하는 행태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에 이번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주문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지출한 내역(업무추진비) 에 관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로서 지출금액과 사용처만 알 수 있을 뿐이고 공식행사 내부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범죄 관련 정보, 수사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 검찰총장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며 업무추진비의 사용처를 공개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법원의 명령마저 아무 거리낌 없이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스스로 쓰고 증빙도 못하는 국민 세금이 단 2년여 특수활동비로만 74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검찰은 별 문제 없다는 듯 문제제기하는 단체들의 주장이 편향적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식으로 대꾸하는 것이 전부고 국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다. 수십억 횡령과 불법모금이 있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를 1원 한 장까지 압박해 수사하면서 검찰은 정확하게 자신들이 사용한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는 제대로 된 수령증, 영수증 하나를 내놓지 못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염치인가. 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선민의식. 검찰의 태도가 그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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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보고서 결과 '무한신뢰' 보낸 신문과 '의구심' 보인 신문

  • 기자명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7.05 07:56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IAEA 비판하는 민주당에 “국제 규범 맞는 행동해야”

경향·한겨레, IAEA 조사 방법론 문제제기 “다핵종제거설비 기술 검증 빠졌다”

민주노총에 경제 상황 고려해 파업하라는 매일경제… 법원은 집회 일부 허용

강준만,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직격 “문제 고칠 뜻 없다면 언론기능 내놔야”

국제원자력기구(이하 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오염수 방류가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과를 두고 국내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조선일보·동아일보 등은 과학적 검증이 끝난 만큼 정부가 국민 불안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했지만, 경향신문·한겨레는 조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IAEA는 4일 오후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 동안의 오염수 분석 보고서 결과를 발표하면서 “적합성은 확실하다.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오염수를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결과를 두고 국내 정치권은 분열됐다. 국민의힘은 “국제사회의 중추 국가로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핵폐수 안전성 검증 책임을 사실상 방기했다”며 IAEA가 과학적 검증을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아래는 주요 아침신문의 5일자 1면 기사 제목이다.

▲7월5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신문 <IAEA, 결국 일본 오염수 방류 용인했다>

국민일보 <“국제 안전기준 부합”… 日 오염수 수문 열어준 IAEA>

동아일보 <IAEA “日 방류계획 국제기준 부합… 계속 점검”>

서울신문 <IAEA 최종보고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제 기준 부합”>

세계일보 <IAEA “日 오염수 방류, 국제 안전기준 부합”>

조선일보 <IAEA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 없다”>

중앙일보 <“후쿠시마 방류, 국제기준 적합”>

한겨레 <일 오염수 방류 ‘보증서’ 쥐여준 IAEA>

한국일보 <일본 손 들어준 IAEA “오염수 방류, 기준 부합”>

▲7월5일 조선일보 3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IAEA 보고서 내용을 인용, 후쿠시마 오염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3면 <한국 바다에 삼중수소?… IAEA “日 방류 3km 지나면 영향 없어”> 보도에서 “최종 보고서에서 IAEA는 처리 후 한국 등 먼바다로 흘러간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를 탐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방류로 인한 환경 영향과 인체 피폭 영향이 미미할 정도로 낮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일보는 한·미·중 등 11개국 전문가들이 2년간 오염수를 분석했다면서 IAEA 결정에 힘을 보탰다.

▲7월5일 조선일보 2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2면 <후쿠시마 방류 30년간 지속적 모니터링 계획> 보도를 통해 한국 정부가 오염수 모니터링에 참여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국민 불안을 잠재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7월5일 세계일보 4면 갈무리.

세계일보는 4면 <“바닷물로 희석 땐 문제 없다”… 日 방류 ‘과학적 근거’ 제공> 보도에서 일본이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다고 봤다. 세계일보는 IAEA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면서 “IAEA 보고서는 일본 정부에게는 일종의 보증서”라며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측과 첨예하고 맞섰던 건강, 환경에 대한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라며 일본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월5일 경향신문 3면 갈무리.

경향신문·한겨레는 IAEA가 오염수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3면 <일 정부 자료로만 평가… 정화 기술 검증 빠진 채 “문제없다”> 기사를 내고 “이번 보고서에는 오염수 방류의 적정성을 가늠할 결정적인 근거인 다핵종제거설비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져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IAEA가 일본 정부에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조사를 했다면서 “오염수 방류가 한국 등 인접국에는 어떤 이득도 주지 않고, 크든 작든 피해만 준다는 점이 사실상 무시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7월5일 경향신문 4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4면 <숨죽이던 일본 여론도 ‘방류 반대’로 흐른다>에서 일본 내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정치권 및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전국 어업협동조합연합회도 방류 반대에 뜻을 같이 했다. 후쿠시마현과 인접한 미야기현의회는 이날 방류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7월5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 <일본 손 들어준 IAEA 보고서, 오염수 방류 정당화 못해>를 통해 “ 애초부터 일본 정부 요청으로 해양 방류를 지원하기 위한 컨설팅 성격의 검토를 해왔기에, ‘예정된 결론’이나 마찬가지”라며 “보고서가 원전 사고로 발생한 대량의 오염수를 수십년간 바다에 버리는 행위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고, 영향을 받는 주변국 국민에게 위험성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권리도 되지 않는 건 분명하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는 ‘과학’을 내세우지만 답변되지 않은 중요한 질문이 많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국 정부가 방류 강행을 최대한 미룰 것을 일본에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7월5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IAEA ‘안전’ 평가 지켜지는지 후쿠시마 방사능 감시 계속해야>에서 안전성에 무게를 뒀다.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해 30년간 서서히 방류한다면 한국 해역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걸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조선일보는 “과학계가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있고,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 사태를 경험한 국민도 과학적 설명과 괴담성 선동을 혼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 국가와 협업으로 진행해온 평가를 부인하는 것은 잠시 국민 판단을 흐릴 수는 있어도 지속적 지지를 받기는 힘들다. 민주당은 광우병 사태를 일으킨 세력에 대한 지금의 국민 평가를 냉정하게 보고 국제 규범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7월5일 서울신문 사설 갈무리.

서울신문 역시 사설 <여야, IAEA ‘후쿠시마 보고서’ 공개 토론하라>에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우려를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신문은 “보고서에 대해 누구든지 다른 의견을 낼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지금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과학적 근거는 거의 제시하지 못한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오염수를 방류해도 일러야 4~5년 뒤에나 우리 해역에 도달한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민 앞에 공개토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7월5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 <IAEA “오염수 안전기준 부합”… 불안 키우는 ‘정치 실패’ 없어야>에서 “원자력 문제에 관한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IAEA의 안전성 평가를 못 믿겠다는 야당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과학적 의견을 신뢰할 수 없다면 근거를 대며 따져봐야지 불신의 낙인부터 찍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야당에 맞서 수산시장 수조 물까지 먹는 여당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라면서 “국민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헤집어 놓는 여야의 정쟁은 공포와 불신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될 뿐”이라고 했다.

▲7월5일 매일경제 칼럼 갈무리.

파업도 경제상황 봐서 해야 한다는 매일경제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두고 보수·경제지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경제는 칼럼 <파업도 하필 이런 때>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지난달 16개월 만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반등 동력을 마련한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현대차는 하루 동안 50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게 된다”며 “현대차와 함께 국내 최대 제조 기업 중 하나인 HD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예고는 그 자체가 합리적인 행동인지 의문이다. HD현대중공업이 2027년까지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지만 조선업계는 10년 불황 끝에 올해에서야 흑자 기조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는 노동조합의 파업을 한국경제가 입는 피해 규모가 막심하다면서 “정부는 지난해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두 차례 운송 거부 사태만으로 5조원가량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현실 인식 없이 '투쟁만능주의' 행보만 반복한다면 후대에 한국 경제를 끌어내린 주범으로 지목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7월5일 서울신문 사설 갈무리.

서울신문은 사설 <불법집회·폭력시위 엄단, 이게 국민 뜻이다>에서 “집회·시위에서의 무분별한 소음이 안겨 주는 고통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당연한 듯 반복되고 있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도로 검거 행태도 달라져야 한다. 그제는 500명 남짓한 민주노총 총파업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의 간선도로 한쪽을 차지했다. 지난 주말에는 광화문 일대와 종로, 을지로, 남대문, 서울역 주변 등 서울 도심 주요 도로가 집회·시위 참가자들로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집시법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면서 “집회·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그러나 누구도 불법집회와 폭력시위의 자유는 없다. 소시민들의 일상과 생업에 피해를 안기는 불법 폭력시위는 엄단하라는 것, 그게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7월5일 경향신문 11면 기사 갈무리.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4일 민주노총의 집회 때문에 교통장애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단정할 수 없다면서 도심 집회를 제한 허용했다. 경향신문 11면 <법원 “민주노총, 퇴근시간 집회 가능”> 기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민주노총이 남대문경찰서를 상대로 제기한 집회금지 처분 효력 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집회가 퇴근시간대 이뤄진다고 해서 집회 인근 장소에 막대한 교통 소통의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퇴근시간대 도로 전체를 점유하면 교통정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일부 도로에서 오후 시간대 집회하는 것을 허용했다.

▲7월5일 경향신문 11면 기사 갈무리.

TV수신료 분리징수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의견들

정부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속도전이 공익 콘텐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소영·허정원 MBC·KBS 구성작가협의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인터뷰는 11면 <“수신료 분리징수 땐 권력 감시자 역할 위축”>을 통해 소개됐다. 경향신문은 “작가들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오히려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공영방송의 재원이 흔들리면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은 물론 <차마고도> 같은 대형 다큐멘터리도 사라질 수 있다. 제작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에 이르는 장기 기획 다큐멘터리는 인건비만 따져도 ‘효율적’이지 않다”고 했다.

허정원 회장은 경향신문에 “제작비로 따진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만들 필요가 없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KBS는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재원이 있어 이런 다큐멘터리도 제작할 수 있고, 시청자의 선택권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소영 회장은 “KBS의 수신료 분리징수 사태를 보면서 MBC에도 제작비가 줄어드는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나 두렵다”며 “후배 작가들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밝혔다.

▲7월5일 매일신문 칼럼 갈무리.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매일신문 칼럼 <문제는 수신료보다 정치적 후견주의>를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가 공영방송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KBS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타파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런저런 실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며, 그것 때문에 따가운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것들이 KBS 일꾼들의 탓만은 아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것은, '희생자 비난론'에 기초한 공영방송 길들이기이며, 아무리 선의로 본다 하더라도 본질을 비켜난 헛다리 짚기 해법”이라고 했다.

김태일 전 총장은 “대통령이 KBS 문제를 수신료 문제로 비틀어 수신료 분리 징수를 해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그 의도를 공영방송 지배구조 장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수신료 분리 징수가 아니라 정치적 후견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는 KBS 문제 해결의 본질이 아니다. 그것은 공영방송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는, 공동체 자해행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7월5일 한국경제 칼럼 갈무리.

반면 한국경제는 칼럼 <‘진영방송’ KBS>를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를 정당화했다. 한국경제는 KBS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파성 시비에 휘말렸고 지난 정부에서 친정부 행태를 보였다며 “대통령실이 국민 제안 공개토론에 부쳤던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참여자의 96.5%가 찬성했다. 이런 국민 여론은 KBS의 편파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1980년 언론 통폐합 때 KBS로 통합된 2TV 폐지론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영방송이 상업방송과 다르지 않은 오락·예능, 드라마 위주의 채널을 운영할 이유가 뭔가. 공영방송이 공영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면 상업방송으로 돌아가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7월5일 경향신문 칼럼 갈무리.

강준만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고칠 뜻 없다면 언론기능 내놔야”

방송계 비정규직 착취 문제를 끝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방송의 비정규직 착취, 이젠 끝장내자>를 통해 방송계가 사회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문제를 답습하는 것은 모순이며,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언론기능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준만 교수는 이재학 청주방송 PD 사망사건을 소개하면서 “뒤늦게나마 이 PD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졌지만, 그가 간절히 원했던 세상, 즉 비정규직이 억울해 미치지 않고서도 정당하게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송 환경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정규직을 착취해 얻은 이익을 정규직들만 나눠 먹는 방송 환경·구조·관행은 건재하다”고 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청주방송에서 해고된 이 PD는 1심 패소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준만 교수는 “방송은 참 이상한 괴물이다. 세상을 향해선 온갖 정의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도맡아 전하고 역설하면서도 그런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방송사 내에서 구현되는 것에 대해선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니 말이다”라며 “방송의 비정규직 착취는 많은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는 방송엔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고 했다. 강 교수는 “거의 모든 정규직이 공범으로 가세한 비정규직 착취는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포퓰리즘 슬로건으론 끝장낼 수 없다”며 “사실상 비용 절감을 비정규직 착취를 통해 하겠다는 이런 방만·부도덕 경영을 그대로 방치한 채 비정규직의 노예화가 종식될 수 있을까? 이제 적어도 KBS·MBC 등 대표 공영방송만큼은 이 물음에 답하거나 그럴 뜻이 없다면 스스로 언론 기능만큼은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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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총파업 첫날, 선두에 선 특수고용노동자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3.07.03 21:05
  •  
  •  댓글 0



 

“특고 노동자에 집중된 윤 정부 노동탄압...당장 멈춰야”

“노조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하면 무덤 파게 될 것”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 민주노총 총파업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주인공은 바로 택배, 대리운전, 배달 노동자에서부터 학습지교사, 가전 방문원 등 특수고용 노동자다. 더운 열기만큼 구호도 뜨거웠다.

3일 서울 세종대로를 메운 이들은 정부의 반노동 기조를 규탄하며 ‘정권 퇴진’을 외쳤다.

▲전국서비스산업연맹노동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탄압, 노조법2,3조... 특고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이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특수고용노동자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먼저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에 있다.

파업대회 참가자들은 “윤 정부 들어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을 향한 노동탄압이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정위를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탄압에 이어 건설노조를 향한 거짓선동으로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질타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는 점 또한 이들의 파업에 당위를 더한다. 노조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노동자 중 하나가 특수고용 노동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개정안은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까지도 사용자로 인정함으로써 특수고용노동자가 사측과 협상할 가능성을 열어놓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특수고용 노동자, 택배노동자의 증언이 이어졌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노조가 2017년 노조 설립필증을 받았으나 여태 사측과 단 한번도 교섭을 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원청과의 교섭을 위해 반드시 노조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노조법 2,3조 개정은 1천만 특수고용노동자와 사내하청 간접고용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염원”이라며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순간 자신의 무덤을 파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전국서비스산업연맹노동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조합원들이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특수’자 떼고 ‘노동자‘로 불리자”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언급했다.

강 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들 평균 수익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경비를 제하고 6,340원가량 남짓”이라며 “코로나에 이은 경제위기에 배달, 대리,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수입은 들쑥날쑥해도 플랫폼 기업의 이윤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정부는 특고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라는 요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며 “외려 탄압은 화물노동자, 건설노동자 등 법적 권리의 사각에 있는 특고 노동자들에 집중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플랫폼노동자가 직접 나서 자신의 처지를 알렸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위원장은 “배달시장이 성장해 배달노동자들이 월 천만원을 번다는 식의 선정적인 기사가 나오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일축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9년째 기본배달료를 동결 중이고, ‘쿠팡’과 ‘요기요’는 오히려 배달료를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작년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배달노동자는 월평균 25일 일한다고 알려졌다.

홍 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노조법 2,3조 개정 반드시 해내자”며 “나아가 ‘특수’자 떼고 ‘노동자‘로 불릴때까지 싸우자”고 독려했다.

▲전국서비스산업연맹노동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조합원들이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구국의 총파업”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총파업 첫날 파업대회에 모인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에게 격려인사를 전했다.

양 위원장은 윤 정부의 실정을 요약하며 “전두환 군사독재 못지않은 검사독재가 판을 치고, 이명박식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무색한 친기업 반노동 정책이 판을 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는 모든 민중들의 삶이 파탄 날 것이기에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구국의 총파업”이라 강조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까지 행진했다. 현장 특성을 살린 행진대오가 종로를 장악했다. 배달노동자, 퀵 서비스 노동자들이 오토바이를 몰고 선두에 섰고, 택배차와 가전 방문원 등의 행렬이 뒤이었다.

한편, 민주노총은 총파업 핵심 의제 중 하나인 ‘핵오염수 방류 저지’와 윤석열 퇴진 요구를 담아 오는 4일 오후 7시 전국동시다발 촛불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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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신임 통일부차관 취임..'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입각한 평화통일' 강조

통일부 역할변화..'북 비핵화여건 조성·주민인권 개선, 탈북민 정착지원'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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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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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7.0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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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신임 통일부차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승현 신임 통일부차관이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문 차관은 취임사에서 "망국과 식민, 분단과 전쟁이라는 혼돈과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정세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분명한 가치와 원칙을 갖고서, 국민과 함께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유·인권·법치·민주·개방'의 가치를 강조했다.

통일·대북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때 이같은 가치를 집약적으로 표현한 헌법 4조의 규정,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늘 명심하면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갖고 통일과정을 준비해 나갈 수 있고, 통일을 향한 참된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의 역할 변화와 관련해서는 "특히, 북한 비핵화의 여건을 조성하고 북한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 업무가 인류보편적 가치를 구현하여 한반도 모든 구성원들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데 의미있는 토대가 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통일부에게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은 문 차관은 취임식 직후 출입기자들과 만나 지난 6월 30일 태국근무를 마치고 급하게 돌아와 아직 업무보고도 받지 못했고 짐도 못푼 상태라고 하면서 현안에 대해서는 통일부 안팎의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1988년 외무고시 합격 후 35년간 직업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주미 2등서기관(1996), 주유엔 1등서기관(2004), 북미국장(2013), 대통령비서실 외교비서관(2015), 주미공사(2019)를 거쳐 2021년 12월부터 주태국대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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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빈집 10여 채 산 여자... 욕하던 마을 사람들의 반전

[로컬시대의 빛과 그림자] 부여 규암리에 자온길을 내다... 박경아 세간 대표

23.07.04 06:51최종 업데이트 23.07.04 06:52

 

 

 

 

 

 

 

 

 

▲ 충남 부여군 규암리에 자리한 자온길 ⓒ 세간

충청남도 부여 백마강변에 자리한 작은 시골 마을 규암리엔 '자온길'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스스로 따뜻해지는 길'이란 뜻처럼 찾는 이 없던 이 마을엔 최근 몇 년 사이 책방과 카페, 공방과 스테이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모처럼 따뜻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작은 시골 마을이 이렇게 바뀌는 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스스로 따뜻해진다고는 하지만 길이 저절로 생기는 법은 없다. 길이 없던 땅에 첫발을 뗀 누군가가 꼭 있게 마련이다. 자온길의 첫발을 뗀 건 '세간'을 운영하는 박경아 대표다. 그는 스물셋이던 대학 4학년 때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 첫 가게를 내고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한국의 고유한 멋이 담긴 옷과 공예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 수 있게 그 쓰임새를 제안하는 일을 해왔다. 

그는 어릴 적부터 박물관, 미술관에서 노는 걸 좋아했고 커서는 미술을 공부하다 부여에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공예학과에 들어갔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전국 방방곡곡 아름다운 유적을 돌아보며 우리의 멋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가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하게 된 것도 "이 아름다운 전통 미술 공예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수요가 늘어나야 하고 시장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사랑하는 공예를 더 알리고 싶었고 살아남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 박경아 세간 대표가 옷을 만들고 있다 ⓒ 세간

 
다행히 그가 만든 옷이며 공예품은 인기가 좋았고, 얼마 안 가 다른 곳에 또 가게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게를 낸 곳들은 하나같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 달에 100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몇 년을 내야 했고, 삼청동, 서촌과 북촌 등에 새로 문을 연 공간들도 몇 년 지나지 않아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르곤 했다.

그는 살아남으려면 부동산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닫고 그때부터 부지런히 책을 읽고, 현장을 돌면서 보는 눈도 길렀다. 그렇게 돈과 시간을 쏟아 배운 것들이 없었다면 자온길 프로젝트도 없었을 거라고 그는 말한다.

한국의 멋을 알릴 수 있는 거리를 꿈꾸다
 

▲ 100년이나 된 한옥이 복합문화공간 '이안당'으로 되살아났다 ⓒ 세간

 
그렇다면 그는 왜 부여의 작은 시골마을에 '자온길'을 만들었을까. 

"여러 거리들의 흥망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거리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생겼어요. 좋은 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싼 임대료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일을 놓아야 하는 동료들을 보면 늘 안타깝기도 했죠. 그래서 그들이 마음 편히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섰고, 사람들이 떠난 비어있는 마을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았어요."
자연스레 학교를 다녔던 부여를 떠올렸다. 처음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주변을 둘러봤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규암리가 떠올랐다."대학 때 목욕탕에 갔다가 할머니 한 분이 혼자 때를 밀고 계시길래 등을 밀어드렸어요. 집에 놀러 오라고 하시길래 민속조사도 할 겸 찾아갔던 곳이 이곳 규암리였어요. 오래된 건물이 드문드문 있던 그 마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어요. 부여를 샅샅이 뒤져도 마땅한 곳이 없던 그때 불현듯 그 기억이 떠올라 다시 찾아갔죠. 다시 찾은 마을을 보면서 서울 삼청동 거리가 변해가던 모습이 다시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 세간이 처음으로 되살린 공간 '책방세간' ⓒ 세간

  

▲ 책방세간은 여느 책방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 세간

 
그때만 해도 마을은 정말 거짓말처럼 비어있었다.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건 물론이고, 길을 가다 사람 한 명 마주치기도 쉽지 않았다. 그는 그토록 찾던 마을이란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알고 보니 이 마을도 1950-60년대엔 200여 가구가 살던 제법 큰 마을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 곳곳엔 극장과 양품점, 양조장과 여관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처음부터 공방들만 모여있는 마을을 생각하진 않았어요.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그래서 처음엔 책방과 카페를 열고, 그 다음엔 게스트하우스와 술집을 열었어요. 이 모든 공간들이 우리의 멋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쇼룸인 셈이에요. 자온길에서 보고 먹고 자는 모든 행위가 우리 전통 공예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죠."

오래된 한옥이 가진 매력에 반하다

그는 특히 마을에 버려진 오래된 집들을 되살려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자온길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책방 세간'도 아주 오래된 담배 가게와 살림집을 손본 곳이다. 
 

▲ 버려진 한옥의 모습 ⓒ 세간

   

▲ 시골엔 이렇게 함부로 버려진 한옥들이 많다 ⓒ 세간

 

▲ 카페 '수월옥'의 모습 ⓒ 세간

 

▲ 자온길 스테이 청명이 리모델링을 거쳐 몰라보게 달라졌다 ⓒ 세간

   

▲ 뼈대를 그대로 되살린 스테이 '청명'의 모습 ⓒ 세간

      

▲ 스테이 '청명'의 내부 모습 ⓒ 세간

 
복합문화공간 '이안당'은 일본식 건축양식이 남아있는 100년이나 된 집을, 카페 '수월옥'은 술을 팔던 요정 수월옥을 이름 그대로, 그리고 팝업 스토어이자 스테이인 '청명'은 오래된 국밥집을 되살린 공간이다. 최근 문을 연 '자온양조장'도 버려져있던 양조장을 이름을 그대로 따와 독특한 분위기의 술집으로 되살려낸 곳이다.

"세간이 되살린 자온길 공간 하나하나엔 그걸 되살리기까지 겪어야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가령, 수월옥 하나만 해도 땅 주인과 집 주인이 다른 데다 불까지 났던 곳이라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는 그야말로 폐허였어요. 되살린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죠. 다들 '이 시골에 무슨 카페냐', '부수고 다시 지어라' 하셨어요.

하지만 상업 공간으로 지은 한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현실에서 저는 이 낡은 상가 한옥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마을에서 가장 어려운 곳을 먼저 바꿔야 마을의 표정이 바뀐다고도 믿었죠. 수월옥이 몰라보게 달라지는 걸 보고 나니 비로소 주민과 지자체도 이렇게 낡고 오래된 공간들이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의 말처럼 그는 지금껏 세간이 꾸려갈 공간만이 아닌 마을의 전체 풍경을 생각하면서 움직여왔다. 스스로 마을 기획자로 살아온 셈이다. 하지만 낡은 공간 하나를 되살리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마을 전체를 바라보면서 기획을 하고 일을 벌이는 건 벅찬 일일 수밖에 없다.
 

▲ 마을에 흉물로남아있던 빌라를 박 대표가 어렵게 사들였다 ⓒ 세간

 
"건설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짓다 만 빌라가 마을 한 가운데에 흉물로 남아있었어요. 알고 보니 채권이 다른 지역 조직폭력배에게 넘어갔더라구요. 그걸 사려고 문신한 조폭들을 만났어요. 지금은 다시 부여군이 사서 마을에 꼭 필요한 시설로 만들 계획이에요."

마을 주민들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해마다 7~8채씩 들어오던 멸실 신청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다들 죽은 상권이라 여기던 마을에 어느새 카페가 10개가 생겼고 편의점과 치킨가게도 생겼다.

투기꾼으로 몰리고 음해에 시달리고...

처음부터 모두가 박 대표를 반겼던 건 아니다.

"갑자기 젊은 여자가 와서 집들을 사들이니 투기꾼이니 사기꾼이니 하면서 절 의심했어요. 또 중간에 투자사와 갈등이 생기면서 나쁜 소문들이 보태졌죠. 모두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났는데도 꼬리표를 떼는 데 몇 년 걸렸어요. 재판 한 번 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도 저랑 말 한 번 안 섞어본 이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대할 때면 마음이 아파요.

처음 마을에 들어올 땐 이런 일들을 겪게 될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마을 살리는 좋은 일이니 모두가 반겨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죠. 투기라고 하는데, 누가 이렇게 어렵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투기를 할까요. 그래도 오랫동안 안 떠나니까 믿어주시더라구요. 입으로만 떠들던 사람들은 벌써 다 떠났죠."


한 번은 수십 년간 버려져 있던 한옥 문간방에서 자면서 온몸을 빈대에게 물린 적도 있다. 동물 사체는 셀 수 없이 봐왔고, 말벌에도 쏘여봤다. 그래도 현장을 떠나지 않은 건 애정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오래된 한옥들을 지켜야 할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또 버려진 공간들에 새로운 쓰임새를 불어넣는 일은 힘들지만 분명 보람 있는 일이라고 했다.
 

▲ 최근 새롭게 문을 연 '자온양조장' ⓒ 세간

 
사람들이 떠난 마을에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고 찾는 이들이 늘면 공간의 자산가치가 높아지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세차익을 노리고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뜻대로 다 되는 건 아니다. 규암리 같은 시골 마을에선 더더욱 기대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마을이 이렇게 변한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시골 마을에선 몇 년을 버티면서 공간을 가꾸고 운영해야 비로소 작은 변화들이 생겨요. 도시에서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게 어려운데 하물며 이곳까지 사람들을 오게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어요. 20년 가까이 나름대로 쌓아 올렸던 경험이 없었다면 저도 불가능했을 거예요."

그는 지자체가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힘을 보탰다면 조금은 더 쉽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거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주식회사라서, 외지인이라서, 또 여러 오해가 더해져서 세간은 지난 몇 년 동안 행정의 지원으로부터 소외돼 왔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늦게나마 부여군이 흉물로 남은 빌라를 사들인 것도 그동안의 오해가 풀려서다.
 

▲ 세간은 오래된 뼈대를 그대로 살리면서 리모델링을 한다 ⓒ 세간

 
최근엔 부여읍에 있던 부여도서관이 이 마을로 옮겨오기로 했다. 책방세간과 이안당 사이 4700㎡ 땅에 곧 부여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 생긴다. 1968년 백마강을 가로지르는 백제교가 놓이면서 강 건너 부여읍으로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시 강을 건너 이 마을을 찾아올 일이 생긴 것이다. 이런 변화가 세간이 뿌린 씨앗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지금은 모르는 이가 없다.

모든 한옥은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는 믿음으로

서울·수도권 밖 작은 도시들은 집값이 서울에 한참 못 미쳐 리모델링에 많은 돈을 쓸 수 없다. 오랫동안 버려진 한옥들에는 더더욱. 그래서 세간은 몸을 갈아 넣어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귀촌을 하거나 시골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려는 이들이 다 돈이 많은 건 아니에요. 그래서 1억 원 미만으로 한옥 리모델링을 하는 시장도 필요해요. 뜻있는 젊은 건축가들이 더 나서주길 바라죠. 그래야 시골 빈집들이 살아나요. 그런데 농림부는 자꾸 부수려고만 들어서 걱정이에요.

또 크고 멋진 한옥만 가치가 있는 건 아니에요. 비단옷만 유물이 아니잖아요. 무명옷도, 모시옷도 다 유물이에요. 잘못된 잣대로 나누다 보면 다양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도 한옥 리모델링은 굉장히 가치가 있어요. 흙과 나무, 돌로 지은 집을 되살리는 일이니까요."

 

▲ 사람들이 떠난 마을에 다시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 세간

 
세간이 부여에서 되살린 공간만 10곳이 넘고 부여 밖의 것까지 따지면 20개쯤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가수 양희은씨 집도 있다. 자온길에 자리하고 있던 제법 큰 한옥을 부순다길래 박경아 대표가 덜컥 계약금 5000만 원을 걸고 지켜낸 집이다.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1년간 세를 내가면서 지킨 집도 있는데, 상업적 잣대로만 따지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저는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크래프터(공예가)이기도 해요. 계산기만 두드리면 할 수 없는 선택들도 많아요. 길게 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이 일은 절대 할 수 없어요. 오래된 집들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되살아날지가 눈에 보이고 또 귀하게 여겨지니 그렇게 할 수 있었죠.

가끔은 '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공공이 나서줬으면 하는 일도 많아요. 그래도 아기 때 왔던 손님이 조금 커서 작은 선물을 주고 가기도 하고, 해마다 오는 손님들이 마을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다고 해주면 다시 기운이 나요. 공간을 완성하는 건 그 공간을 쓰는 사람들이에요. 공간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기운을 내죠."

 

▲ 사람들이 이안당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 세간

 
그는 자온길에 새로운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고미술과 엔틱 가구를 체험하는 갤러리이자 매장이다. 책방과 카페로 사람들을 조금씩 불러 모으기 시작해 게스트하우스와 식당, 공방과 술집으로 머물고 싶은 길을 만든 데 이어 한국의 멋을 대표하는 문화거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마음 깊은 응원을 보내는 이유
 

▲ 세간이 되살린 '이안당'의 내부 ⓒ 세간

 
"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지만 무작정 권할 순 없어요. 고된 일이니까요.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흔들려서도 안 돼요. 빠르게 뭔가가 바뀌길 기대해서도 안 되고요. 여긴 서울이 아니니까요.

이 마을이 아름다운 곳인 건 분명해요. 전 지금도 부여가 세계적인 관광 도시가 될 거라 믿고 힘을 보태고 싶어요. 하지만 농업 인구가 많다 보니 그동안 지자체 정책은 농업에 무게를 두고 있었고 관광 분야엔 관심이 덜했죠. 앞으로는 저 같은 사람을 잘 활용하길 바라죠.

10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6년 됐어요. 그래도 이만하면 싹은 틔우지 않았을까요."


자온길이 생기고 부여의 작은 마을 규암은 한결 따뜻해졌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길을 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자온길은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자온길은 생길 수 있을까, 그러려면 무엇이 먼저 바뀌어야 할까,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무거웠다. 부디 그가 더 많은 응원을 받으며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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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안 하면 나라도” 오염수 투기 막으러 일본으로 간 어민

진보당 도쿄원정단, 일본으로 출국...“바다는 인류의 것,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한다”

출국 기자회견에 참여한 어민 김성기 씨 ⓒ진보당
“대통령이 안 하면 저라도 해야겠기에, 일본으로 떠난다.”

지난 3일 오후, 한 어민이 ‘진보당 도쿄원정단’과 함께 일본으로 출국하며 한 말이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에서 김 양식과 낙지잡이를 하며 바다를 일구어 온 어민 김성기 씨는 이날 진보당과 함께 출국했다. 일본에 가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로 피해를 보는 어민은 일본 후쿠시마 어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한국의 어민도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어제 저녁에도 다양한 지역 어민들과 한참 통화를 했는데, 다들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며 “삼면이 바다이고 어업, 수산업에 종사하는 어민들과 횟집 등 관련 산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국민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피켓을 든 강성희 의원 ⓒ진보당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피켓 든 강성희 의원 ⓒ진보당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일본에 도착한 진보당 원정단과 어민 김성기 씨는 곧바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관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강성희 의원, 강진희 울산북구의원, 이성수 진보당 전남도당위원장, 김성기 씨, 손솔 대변인 등은 관저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바다는 인류의 것,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한다” 등의 피켓 문구로, 일본 오염수 해양투기에 항의했다.

강성희 의원은 “한국 국민의 마음을 전하러 진보당에서 도쿄원정단을 꾸려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 왔다. 어민은 두려워하고 한국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육지에 보관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해양방류를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수 위원장은 “오염수 방류가 어민들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에 전남에 계신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다. 시장에 계신 많은 상인 분들이 어떻게든 해결해 달라 절절히 호소한다”며 “이를 일본 정부가 듣고 해양방류를 철회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진보당 원정단은 이날 총리 관저 앞 피켓 시위를 시작으로 4일에도 총리 관저와 IAEA 도쿄지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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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文정부 부실집행 전력기금에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쌈짓돈”

  • 기자명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7.04 07:25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다수 아침신문 1면 ‘文정부, 태양광 비리’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5개 기사로 文 정책 전반 짚은 조선일보

경향 “감사원, 정치 감사 논란 자초” 한겨레 “尹, 감사원 불법은 모르쇠”

보훈부 독립유공자 재검증 의사 밝히자 ‘친북’, ‘친일’ 이념갈등 재점화

국무조정실 조사로 다시 문재인 정부가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이전 정부 때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급된 기금 5824억 원이 부실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선 1차 조사 때 2616억 원의 부당 집행이 적발된 것으로 고려하면 총 80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다수 아침신문이 이를 1면에 보도하는 동시에 경향신문은 1면에 감사원을 겨냥한 기사를 내고 “총선 염두한 정치 감사”라며 “전 정부 사업에 관여한 공직자들을 집중 검증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했다.

▲ 4일자 아침신문 1면.

부실 집행이 드러난 기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전기요금에 3.7%를 부가해 조성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404억 원은 환수 요구하고 626건은 수사 의뢰, 85건에 대해선 관계자 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부정 집행이 이뤄진 곳은 주로 대출 등 금융 지원 과정에서 발생했다. 설비 투자 비용을 크게 책정해 사업비를 부풀리거나 세금 계산서를 축소했다. 편집 프로그램으로 가짜 세금 계산서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 4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4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해당 이슈로 총 5개의 기사를 내며 이전 정부의 정책 전반을 비판했다. 1면에 <신재생 비리로 샌 전력기금 8440억> 기사를 냈고 3면에도 <가짜 세금 계산서로 대출받고, 버섯농장이 태양광 둔갑> 기사를 배치했다. 3면 <취약층 지원하라고 만든 전력기금, 탈원전·한전공대로 빼갔다> 기사에선 전력산업기반기금 자체를 놓고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쌈짓돈’, ‘눈먼 돈’”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는 기금을 정권 입맛에 맞는 용도에 사용하는 현상이 가속됐다”고 비판했다.

▲ 4일자 조선일보 33면 기사.

▲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 33면에선 ‘독자마당’을 통해 “전임 정부에서 친환경 미래형 에너지라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부작용”이라며 “탈원전 찬성론자들이 정부 요직과 에너지 관련 공기업·단체의 장이 되었다”고 했다. 사설 <국민이 쌓은 전력기금이 태양광 업자와 한전공대의 ‘봉’ 됐다>에선 “‘문재인 공대’로 불리는 한전공대도 이 돈(전력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문제는 지난 정부가 탈원전의 문제를 메운다고 체계적 전략도 없이 신재생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라고 했다.

▲ 4일자 한겨레 8면 기사.

한겨레는 국무조정실 조사 이후 신재생에너지의 사업 비중 자체가 줄 것을 우려했다. 전력기금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기금 구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RE100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늘리면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인데, 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을 축소하게 될 경우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소규모 사업자들의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보급은 줄고 가격은 내려가지 않아서)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에너지 전문가 발언을 인용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재생에너지 산업 자체는 계속 키워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태양광과 풍력은 기후위기를 막고 선진국들의 탄소 감축 압박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고 일부 품목의 경우 우리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3%로 늘리겠다고 했다. 원자력과 신재생의 청정에너지 조합이 적절히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위축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 “감사원, 이태원 감사 의도적 늦춰… 의지 보이지 않는다”

경향신문은 1면에 감사원을 겨냥해 “‘정치 감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력기금 부실 집행은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이지만, 감사원을 놓고도 “전 정부에 대해선 유례없이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감사를 벌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겨레는 감사원 증원을 놓고 “공직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 4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이태원’ 연말 감사… ‘총선 염두한 정치 감사’ 의혹>에서 “감사원이 올해 연말에야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에 착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감사 결과가 내년 4월 총선 전에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감사 착수 시기를 늦췄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이마저도 각종 재난 관련 대응체계 전반을 살펴보겠다며 이태원 참사를 중점적으로 감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과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 감사를 놓고 수차례 진실공방을 벌인 바 있다.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 감사를 의결해놓고 ‘계획 없다’며 거짓말했다는 지난 2월 경향신문 보도에 감사원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보도자료를 냈고, 경향신문은 지난달 ‘허위보도자료’라고 재반박했다. 경향신문이 회의록을 입수한 결과 감사계획에 이태원 참사가 포함돼 첫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에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최고 감사기구로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결국 처음 경향신문 보도대로 이태원 참사 감사를 진행하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 감사 의결 놓고 경향신문-감사원 진실 공방]

[관련 기사 : 경향 "감사원, 허위보도자료 배포" 이태원참사 감사 의결 놓고 재격돌]

▲ 경향신문 3면 사진기사.

경향신문은 “올해 1월 연간 감사계획 수립 당시부터 감사위원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를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고 요청했음에도 감사 시기를 올해 말로 결국 미룬 것이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면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이마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2면에도 <세월호 참사 때는 13일 만에 감사… ‘의도적 미루기’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기사를 내며 “감사원의 이 같은 태도는 과거 대형사고 발생 때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13일 만인 4월29일 5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같은 해 7월8일 감사 중간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10월10일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 여객선 안전관리·감독실태’ 감사 최종결과를 내놨다”고 했다.

▲ 4일자 한겨레 사설.

감사원의 감사관 50명 증원을 놓고도 비판이 나왔다. 한겨레는 사설 <감사원 불법은 모르쇠, 사정몰이만 관심 둔 윤 대통령>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맞춘 공직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 역시 증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불거진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결재 조작 등 불법 의혹은 외면한 채, 감사원을 사정몰이의 첨병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만 선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집권 2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은 연일 공직사회를 향해 강한 언사로 ‘군기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야당과의 협치 포기로 입법을 통한 정책 추진은 불가능하니, 행정부 공무원들을 확실하게 틀어쥐어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감사원의 감사관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각 부처의 상시 감찰·감사를 강화해 공직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보훈부 가짜 독립유공자 논란에 친북, 친일 갈라치기 재점화

국가보훈부가 좌익 활동이나 친북 활동 경력은 독립유공자에서 제외하고 친일 행적에 대해선 대한민국 건설 기여를 기준으로 독립유공자 검적을 재검증하겠다고 밝히자 이념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쏟아졌다.

▲ 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3일 페이스북에 “가짜 독립유공자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며 “항일운동 했다고 무조건 오케이(OK)가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설이 아니라, 북한 김일성 정권 만드는 데 또는 공산주의 혁명에 혈안이었거나 기여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받아들일 대한민국 국민이 누가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앞서 국가보훈부도 전날 보도자료를 내어 “친북 논란이 있음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돼 서훈 적절성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 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이를 놓고 한겨레는 1면에 <보훈에도 ‘이념 잣대’…또 정치적 편가르기 부추기는 정부> 기사를 내 “역대 정부 움직임과 달리 독립유공자 인정 범위를 다시 좁히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며 “김일성 주석의 항일 무장투쟁만을 독립운동으로 인정하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까지 폭넓게 인정해 정통성을 넓혀왔다. 이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다양성이 기본인데, 정부가 역사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 같다. 왜 북한의 움직임을 닮아가는가”라고 말한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독립유공자, 친일은 되고 좌익활동은 안 된다는 건가>에서 “서훈이 고려될 수 있는 인사로는 일제 작위를 받았지만 임시정부에 참여한 김가진, 3·1운동에 참여했지만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위로금을 낸 조봉암, 친일 행적으로 서훈이 박탈된 장지연·김성수 등이 거론됐다”며 “만약 김원웅 전 광복회장 부모(김근수·전월선)나 손혜원 전 의원 부친(손용우)에게 결격 사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서훈을 취소해야 한다. 다만 그 검토가 정권의 이념 잣대에 따라 임의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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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통일부가 대북지원부 역할, 그래선 안 돼”...민주 “대북선전부로 만들 셈이냐”

 

  • 발행 2023-07-02 17:09:01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가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자료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 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주 지명된 김영호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했고, 통일부 차관에는 외교관 출신의 문승현 주태국대사를 내정했다. 통일비서관에는 김수경 한신대 교수가 임명될 예정이다. 장관부터 차관, 비서관까지 관련 라인이 전체적으로 바뀌는 것.

이번 발언은 이같은 라인 교체의 방향을 명확히 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가 그 동안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에 중점을 둬 왔던 데에서 대북 압박 역할을 하는 부처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각계의 전망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통일부의 역할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자료사진) ⓒ사진 = 뉴시스
특히 장관 후보자인 김 교수는 ‘북한 체제 파괴’ ‘김정은 정권 타도’ 등 대북 강경 발언을 해 온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꼽힌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9.19군사합의’에 대해 “미국의 군사력을 무력화시키려는 ‘반미친중’ 정책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고 ‘4.27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민족공조론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극단적 남북 적대론자로 평가받는 인물이 평화 통일 기반을 마련하고 남북 대화에 앞장서야 할 통일부 장관에 적합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평가는 비단 이 대표만의 것이 아니라 야권 전반의 인식이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같은 비판에 대한 답과 같다. 오히려 통일부의 역할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한 기고문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 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화적 대북정책을 버리고 대결적, 파괴적 방향의 정책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데, 대통령이 길을 터준 모양새다.
 

이같은 입장은 논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관련 정책이 ‘평화적 방식’이 아니라 ‘대결적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헌법정신에 따른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주문했는데, 대통령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66조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행여 통일부를 제2의 국정원이나 대북선전부서로 만드려는 건가. 더 나아가 흡수통일이나 영토수복을 관장하는 부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기울인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부정하고, 우리가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 어렵게 맺은 제도적 합의마저 되돌리려는 것으로 풀이돼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의 교류와 협력은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으로 시작해 문재인 정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으로 발전해온 역사가 있다”며 “현행 정부조직법상 통일부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걱정스러운 것은 외교, 안보에 이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화해같은 우리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들을 정쟁의 소재로만 삼으려는 대통령의 태도”라면서 “지난 정부를 탓하고 야당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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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영아 유기, 자녀를 낳고 기를 수 없는 지경이라면…

[국회 다니는 변호사] 보호출산법

박지웅 변호사  |  기사입력 2023.07.03. 08:56:14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입니다. 최근 영아 유기와 관련된 가슴 아픈 사연,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의 노력을 한 번 정도 다루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친부모가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살해하고,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했다 덜미가 잡힌 반인륜적 '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소위 천륜(天倫)의 관계인데, 자신의 자녀를 살해하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냉장고에 넣어놓다니요. 자녀를 낳고 기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면, 사회에 그 책임을 차라리 넘기고 본인의 친권을 포기하면 좋았을 것입니다. 

 

(별론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친부모가 자신의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입양밖에 없습니다. 사인 간 입양이 아니고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사회적 입양에 대해서 책임을 집니다) 

 

아이를 출산하고 어느 정도의 기간이 경과한 후 생계 등을 이유로 아이를 버리는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를 출산한 직후 아이를 버리는 경우는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생후 즉후 버려진 아이는 생존력이라고는 '0'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 하루만이라도 방치하는 경우에 아이는 여러 모로 보아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이가 적어도 유기되어 죽는 것만은 막고자, 민간의 사회복지단체·수녀원 등에서는 '베이비 박스(Baby Box)'를 운영해 왔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버리더라도, 그 아이를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것이었죠. 부모가 사회복지단체 앞의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넣어두면, 사회복지단체 등은 버려진 아이를 받아 양육을 책임지게 되지요. 버려진 아이에 대한 책임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민간의 사회복지단체가 떠맡는다는 것이 영 선진국으로서는 체면이 서지 않는 일입니다.

 

다만 이 베이비 박스는 상당히 효과를 거두긴 했지요. 베이비 박스가 민간에서 운영되고 나서, 전체 영아유기 건수 중에서 베이비 박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부모가 양심은 버렸을지언정, 아이의 생명에 대한 마지막의 책임까지 버리지는 않게끔 한 것이죠. 

하지만 베이비박스도 민간의 자선에 의해서 운영되는 미봉책일 뿐, 영아유기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가 모든 아이의 출생과 양육에 대해 책임을 져야지, 민간의 기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친모가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에 병원을 비롯한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데, 그 조력자가 간접적으로 그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보건당국에 의무등록하게 하는 거죠.

 

다른 하나는, 아이를 출산하기는 했는데, 그 부모가 아이를 도저히 키울 수 없겠다고 판단한다면 국가가 아이를 대신 키워줄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거죠. 산모의 모성(母性)을 보호해주고, 산모의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전자를 '출생통보제'라 하고, 후자를 '보호출산제'라 합니다. 전자는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누락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게 한 것이죠. 물론, 의료기관들의 반대는 있었지만(의료행정 부담 가중을 이유로), 본회의에서 가결되었습니다.

 

다른 한 축인 보호출산제는 아직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따로 떨어질 수 없는데, 출생통보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지연처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7조 제1항에서는 '모든 아이는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고, 출생시부터 성명권, 국적취득권을 갖는다'고 하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합니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홍길동의 가장 큰 슬픔은 호부호형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닙니까?) 

 

보호출산제의 핵심은 위기에 놓인 임산부와 아동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임산부가 겪을 고통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무책임하다고 임산부를 비난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모든 아이의 양육책임은 1차는 친부모가, 최종으로는 국가가 갖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 부모를 보호해주고, 책임으로부터 면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합법적인 제도를 통해 국가에 양육책임을 위탁한 부모에게 영아유기죄의 책임을 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상담을 해주고, 출산과정까지 여러 모성을 보호할 수 있게끔 혜택을 주고, 아이의 향후 정신·육체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적 요소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출생연월일, 출생장소를 비롯해 부모가 누군지 알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성년이 된 이후에 말이죠. 

 

또한 부모가 마음을 돌이켜, 아이에 대한 양육책임을 져야겠다고 하면, 다시 그 권리(친권)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게는 해줘야겠죠. 물론 그것도 다른 부모의 양육이 개시되어서, 아이와 '생부모'가 차단될 필요성이 있다면 허용할 수는 없겠지요. 

 

보호출산제는 이러한 국가의 책임과 부모의 면책, 모성과 영아의 보호를 규정한 법입니다. 더 이상 국가가 영아유기를 방치해서는 안 되겠죠. 한 때 우리는 '영아 수출국'이라는 오명까지 받았던 나라입니다. 아직도 국내외 입양건수가 연간 700여건 가량이나 됩니다. 

 

 

이제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지요. 유기영아가 자라나, 부모도 모르고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일은 막아야지요. 입양인들의 가장 큰 슬픔은 부모도 나라도 나를 버린 것에 대한 슬픔, 그리고, 그 부모를 다시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아픔이라고 합니다. 

 

이번 보호출산제법안이 7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될 수 있게 되길 희망합니다. 선진국은 국가가 개인의 삶을 세심히 보듬는 데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독일과 프랑스도 유사한 제도를 이미 두고 있습니다. 처벌이 아닌 혜택으로서요.

 

ⓒpixabay.com

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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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개 호루라기', 평화를 저격하다

[진단] "반국가세력" "유엔사 해체 위한 "종전선언 합창"... 대통령의 외곽세력 동원 주문

23.07.03 06:48l최종 업데이트 23.07.03 06:48l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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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개 호루라기, "문재인은 간첩"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나는 열정을 믿는다... 사회와 마찬가지로 자연에도 발전, 절정, 쇠퇴가 있다. 러시아는 아직 최고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는 길을 가고 있다. 2016년에 <파이낸셜 타임즈>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한 찰스 클로버는 독재자 푸틴의 연설에서 '열정(passionarity)'이라는 단어의 등장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간파한 바 있다.

클로버에 따르면 열정이라는 단어는 푸틴의 정신적 원천인 러시아의 역사학자 레프 구밀레프가 제시한 '열정적 인간'으로부터 유래됐다. 위대한 정복자와 정치인, 시인, 작가, 음악가, 예술가는 의식적으로 사회의 전통과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기존 질서에 도전한다. 그들이 바로 새로운 지식, 새로운 믿음,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는 '열정적 인간'이다. 정복자 칭기스칸과 알렉산더 대왕이 바로 그런 인간이다.

푸틴의 연설에서 이 단어는 특정 그룹에게만 들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런 단어를 워싱턴 정가에선 '개 호루라기(dog Whistle)'라고 한다. 푸틴은 연설문에서 그간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던 전쟁과 정복의 욕망을 저항할 수 없는 말로 발표할 때 열정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다. 이 단어가 사용되면 국가 내의 특정 서클은 푸틴의 인식과 이해를 빠르게 공유하며 결집한다. 푸틴 연설에서 이 단어가 등장했다는 것은 전쟁과 같은 중대한 국면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유달리 선민의식과 소영웅주의가 강한 윤석열 정권은 권력 내에서 충성 서클의 결집을 도모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문재인은 간첩"이라는 한 문장이다.

이 말이 사용되는 순간 정권 내의 충성 그룹은 열정적으로 결집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현 정권의 '개 호루라기'다. 물론 이 말은 공적인 자리에서 정부 관료가 사용하지는 않는다. 주로 극우 유튜브나 집회, 토론회 등에서 개인적 의견으로 표현될 때 나타난다.

그러나 이 말을 중심으로 정권의 외곽에서 용병이 조직되고 윤 대통령에 대한 찬양가가 울려 퍼지는 심리적 유격전이 수행된다. 문재인이란 공격 목표가 선명해질 때 투쟁의 에너지는 활성화 된다.

이런 유격 전술을 촉발시키는 당사자는 윤 대통령 본인이다. 올해 3월의 삼일절 경축사와 4월의 미국 의회 연설에선 야당을 지칭해 "전체주의 세력"이라고 했고, 6월 자유총연맹 축사에서는 지난 문재인 정부를 지칭해 "반국가세력"이라고 또다시 저격했다. 과거 정부라는 악마와 일전을 불사하는 "자유를 향한 투쟁"이 권력의 본질이자 사명이 된다.

국민을 상대로 한 심리적 유격전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훈련을 참관한 국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훈련을 참관한 국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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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전 신호의 수신자는 정권 내부의 충성 서클 그리고 그와 연계된 외곽조직이다. 사실 정부와 여당보다 정권의 외곽조직이 전투력은 더 강하다. '한국판 바그너 그룹'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정규전이나 국가 공권력보다 용병에 의한 국지전이 부담은 적고 파괴력도 크다. 1940년대에 유대인 상점을 습격한 것은 독일 군대나 경찰이 아니라 나치 돌격대였다. 1960년대의 문화혁명에서 부르주아 기득권층을 공격한 주체도 인민해방군이 아니라 홍위병이라는 민간 돌격대였다. 정작 마오저뚱 본인은 홍위병의 투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멀리서 지도했을 뿐이다.

정권의 써클에게 자유총연맹이라는 관변단체는 정부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유격전을 선동하기에 적합한 외곽조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때마침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문재인은 간첩"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자신의 유튜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시위에 "중국 공산당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던 김채환 전 서울 사이버대 교수는 6월 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들은 '대한민국 내 북한 간첩 5만 명설, 10만 명설'을 유포하며 시민이 시민을 감시하는 사회, 사상을 검증하고 색출하는 사회를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으로 뭉쳐진 윤 대통령의 심성은 물속 공기 방울처럼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자유총연맹에서 대통령이 말하길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자동 개입하도록 되어 있는 유엔사를 해체하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을 했다"며 지난 정부를 한반도 공산화를 획책하는 반국가세력이라고 했다.

듣기에 섬뜩해서 대통령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도 않지만 정권의 외곽 세력을 동원하는 논리가 된다. 종전선언과 유엔사 해체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언제 유엔사가 한반도 전쟁에 자동 개입하도록 규정된 기관인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엉터리지만 말이다.

유엔사? 종전선언? 뭔 뜻인지나 아나?
 
2022년 7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유엔군사령부 정전협정 제69주년 기념행사에서 기수단이 퇴장하고 있다.
▲  2022년 7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유엔군사령부 정전협정 제69주년 기념행사에서 기수단이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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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령부는 정전협정을 관장하는 일종의 사법기관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정전협정은 깨지는 셈이니 유엔사의 권능은 실효를 상실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유엔사가 필요하다면 전쟁 중에도 언젠가 새로운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상황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대비해 유엔사를 존치하자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자신의 권위에 갇힌 세계에서 사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한다. 윤 대통령이 현 안보 체제가 미국이 한반도에 자동개입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고 믿는다면 정말 큰일이다. 미국은 그 어떤 조약과 협정에서도 한반도 자동개입을 명기한 적이 없다. 단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각자의 국내법 절차에 따라" 개입한다고 한 것이 전부다.

국내법 절차라는 것은 미국의 경우 선전포고권이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자동개입이니, 인계철선(TRAP WIRE)이니 하는 말들은 이제 군인들조차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국을 절대적 권능으로 믿다 보니 이런 착각이 생기는 거다.

게다가 유엔사 해체를 누가 주장했던 적이 있나? 유엔사 강화라는 아이디어는 오히려 진보 정권에서 번성했다. 내 기억으로는 2005년에 당시 바월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했고, 그 이후 전시작전권 전환 논의가 구체화될 때마다 유엔사 강화 논리는 항상 동반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미 측이 '유엔사 재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며 16개 회원국과 9개의 전력제공국의 파견 장교를 받겠다고 했다. 종전선언 논의 와중에서도 유엔사는 더 강화되기만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나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 적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주한미군은 균형자"라며 통일 이후에도 중국의 강압에 대비하는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하는 발언도 했다.

종전선언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윤 대통령의 자유지만, 종전선언이 한반도 공산화로 연결되는 반국가세력의 책동이라는 진단은 병리적 망상이다. 종전선언은 일종의 정치적 선언으로서 정전협정과 모순되지도 않는다. 이 종전선언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언젠가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단계가 오기 전에 상황을 관리하는 일종의 임시적인 규범이다.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유엔사도 해체될 가능성이 높고 주한미군도 주둔의 명분이 줄어든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전쟁의 위험을 막고 한반도에서 신뢰를 증진하자는 의미의 정치적 선언이 바로 종전선언이다.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 아이디어는 2006년에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반대한다는 의미는 현 적대와 혐오의 분단체제가 가장 이상적이며, 현상 변경은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으로 가는 문을 여는 종전선언이 불필요하다면 앞으로 북한의 붕괴 또는 북한 체제를 정복함으로써 이뤄지는 무력 통일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런 주장을 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통일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북한을 점령이나 정복하겠다면 그건 국방부가 할 일이지 통일부 업무와는 무관하다. 이런 극우 인사를 통일부장관으로 내정할 바에야 차라리 통일부를 해체시키는 게 맞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짜 평화쇼라는 윤 대통령은 오직 "힘에 의한 평화"가 진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통일부를 해체해 절감된 예산을 국방비에 보태는 게 맞다. 그런데도 극우 인사에게 자리를 나눠주면서 정권의 전위부대를 강화하다 보니 그 통일부라는 장관 자리 하나도 필요한 모양이다. 날조된 통일관과 왜곡된 평화관으로 무슨 통일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5일 오후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참관하며 육군 제5군단장인 김성민 중장에게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5일 오후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참관하며 육군 제5군단장인 김성민 중장에게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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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종대씨는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입니다.

 
태그:#윤석열#유엔사#심리적내전#반국가세력#종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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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대북 지원부' 발언에 “통일부 해체 수준 주문” “법 규정 무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7/03 09:21
  • 수정일
    2023/07/03 09: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07.03 07:45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가계대출 175만명, 갚을 원리금이 소득보다 많다

한겨레·경향, 윤대통령 “통일부, 대북 지원부 아냐” 발언 1면 보도

일 오염수 방류 코앞, 아사히신문 ‘졸속 공청회’ 비판

소득의 70% 이상을 들여 빚을 갚는 데 쓰는 가구가 3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 6~7명 중 1명은 연소득 중 최소 생계비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2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3일 다수 신문이 보도했다.

올해 1~3월 기준으로 전체 대출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3%였다. 국내 가계대출자들이 평균 연소득의 약 40%를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경향신문은 “전 분기(40.6%)보다는 0.3%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40%를 웃돌고 있다”고 했다. DSR은 대출 받은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갚이다.

가계대출자 175만명, 소득<원리금 상환액

▲3일 아침신문 갈무리

▲3일 동아일보 1면

175만 명은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더 많았다. 동아일보는 “이 (가계대출자) 중 175만 명은 소득을 모두 쏟아부어도 원리금 상환액을 갚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지난 1분기 DSR이 100% 이상인 가계대출 차주는 전체의 8.9%(175만명)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2020년 3분기(7.6%) 이후 2년 6개월간 오름세다. 경향신문은 “DSR이 100%를 넘는 이들은 전체 대출자의 8.9%로 2020년 3분기 이후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는 “DSR 70% 이상 구간을 포함한 대출자 수는 299만 명까지 늘어난다. 통상 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를 넘어서면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의 대부분을 원리금 상황에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며 “약 300만 명에 달하는 대출자들이 빚을 갚느라 생계에 곤란을 느끼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급증한 영향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하면 연체에 내몰리는 가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소비 여력이 없는 가계가 많을수록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3일 동아일보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채무자와 대출 잔액은 각각 줄긴 했지만 일부 차주의 상황은 위험한 상태다. 한겨레는 “지난해 연말과 견줘 3개월 동안 차주 수는 4만 명, 대출 잔액은 15조5000억원 각각 줄었다. 1인당 평균 대출 잔액도 9392만 원에서 9334만 원으로 0.6%(58만 원) 줄여, 미약하지만 가계의 부채 축소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DSR을 적용해 전체 차주를 분류하면 비율이 70% 넘는 차주 수가 전체의 15.1%인 299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3일 한겨레

고금리와 경기 둔화 여파는 저소득·저신용의 취약계층에 더 가혹했다. 동아일보는 3월 말 기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의 DSR은 62.0%라고 했다. 소득의 6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셈이다. 동아일보는 “다중채무자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이거나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 차주의 DSR은 67.0%에 달한다”. 취약 차주 DSR은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7474만 원에서 7582만 원으로 늘면서 0.4%포인트 늘었다.

한국일보는 소득 7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사람이 299만명으로 나타났다며 “전분기(304만명) 대비 1.6% 줄었으나 여전히 전체 대출자의 15%를 웃돌았다”고 했다.

▲3일 한국일보

▲3일 조선일보

 

한겨레 “윤 발언, 통일부 기능 법규정 무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 통일 정책을 비판하며 통일부 기능을 “해체 수준”으로 바꾸고 강경한 방향으로 돌리겠다는 주문이라는 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참모들에게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3일 한겨레

윤 대통령은 지난주 이뤄진 통일부 장관 등의 인사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대북 강경론자이자 극우 성향인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차기 통일부 장관에 내정하는 등 외부 인사·강경론자들을 통일 정책 책임자 자리에 앉혔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기존 통일부 시스템 ‘해체’ 수준의 변화”라며 “통일 정책을 다루는 핵심 라인을 일괄 교체한 데 이어, 이날 지시사항을 통해 정책 전환 의지를 더 명확히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정부 국정철학에 맞춘 공직사회의 변화가 더디다고 판단하고 집권 2년차에 속도전에 돌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3일 경향신문 1면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해온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내정한 데 이어 2일 발언으로 “통일부라는 부처의 성격과 기능을 대북 압박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보다는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을 고발하고 개선 촉구하는 업무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 신문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 국제 정세와 맞지 않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대북 강경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지만 최근 한반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국제정세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미·중 패권경쟁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용병조직 바그너 그룹의 반란으로 러시아의 전쟁 수행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3일 한겨레 1면

▲3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법에 규정된 통일부의 고유 업무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정부조직법에는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 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전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3일 한겨레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이를 “위험한 인식”이라고 규정했다. 한겨레는 “외교·안보 사안을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여 더욱 우려스럽다”며 “윤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 등으로 전임 정부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을 처벌한 데 이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과 종전선언 추진을 겨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공격했다“고 했다.

▲3일 한겨레 사설

▲3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8월 4일 고(故) 정몽헌 회장 20주기에 맞춰 추진하려던 방북 계획도 무산됐다”고 했다.

 

오염수 방류 코앞, 아사히 보도 2면에 올린 경향

도쿄전력 후쿠시마 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염수 처리 방식에 관한 주민 공청회가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주민과 이해관계자들의 증언을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 보도를 2면 상단기사에 실었다. 그 외 다수 신문은 오염수와 관련한 국내 여야 공방을 ‘강 대 강’ 대치 또는 ‘막말 대치’로 그리는 기사를 냈다.

▲3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지난 1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2018년 8월 참여했던 ‘원전 오염수 처리에 관한 정부 공청회’를 “김빼기”, “요식행위”로 회상했다. 공청회 당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은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경향신문은 “주민들은 ‘일단 지상 보관을 검토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공청회는 사실상 결론을 정해두고 진행된 것이며, 다양한 오염수 처리 방식을 검토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고 밝혔다.

소위 측은 공청회에서 중요한 논의를 다음으로 미뤘고, 그 뒤 공청회는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2021년 4월 비용 면에서 저렴해 당초 선호했던 해양 방류로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 아사히는 “주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의문이 많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원전 전문가이자 당시 소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야마모토 이치로 나고야가쿠게이대 교수(부학장)도 당시 위원회가 ‘사실상 결론을 정해두고’ 주민들을 만났음을 인정했다”며 “야마모토 교수는 ‘오염수 처리 방식에 대한 안전성 검토는 끝났었다’라며 ‘우리는 반대하는 이들이 가진 우려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오염수 처리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최적의 안을 선택했다고 주장했고 한국 정부도 이를 수용해왔지만, 공청회 당시 주민들이 전한 실상은 달랐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이번 원전 오염수 처리에 대한 논의 과정을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의 원전 사고와도 비교했다. 당시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원전사업자는 삼중수소(트리튬)을 함유한 오염수를 강물에 방류하려 했다.

경향신문은 “스리마일섬에서의 결정 과정은 일본 정부와는 확연히 달랐다. 법원에서 화해가 성립되자 NRC와 원전사업자는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한 뒤 공청회를 포함해 13년간 총 78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오염수의 처리 방식 자체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으며, 3시간반 동안 질의응답이 반복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3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별도 기사에서 국민의힘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괴담’ 선동이라는 프레임을 입히는 배경을 분석했다. 오염수 방류를 국민 건강이 아닌 국민의힘 대 민주당의 진영 대립 이슈로 만들어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막는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4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민주당과 시민사회 주장에 괴담 프레임을 펴왔다. 지난달 25일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환경영향평가 발표 후엔 공세를 보다 전면화했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원내대책 회의에선 원내지도부가 ‘괴담’을 23번 언급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과거의 경험과 내년 총선을 앞둔 전략상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광우병 시위’로 집권 첫해 국정 동력이 크게 꺾이는 경험을 했고, 당시 주류이던 친이계 정치인들이 현 정부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진영 논리로 만들어 힘을 빼려 한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당에선 그때 대선 패배에 승복하지 않은 민주당 세력의 광우병 괴담 선동에 당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 트라우마 때문에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에 초반부터 강하게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여론전에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여론은 80%에 육박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성인 1007명에게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의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봐 걱정되는지 물으니 ‘매우 걱정된다’와 ‘어느 정도 걱정된다’는 답변이 78%였다.

▲3일 국민일보

국민일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증한 최종 보고서를 오는 4일 일본 정부에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국민의힘은 IAEA의 최종 보고서 공개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뒤집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IAEA 보고서 내용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대치 전선을 형성한 국내 정치권은 IAEA 최종 보고서가 여론에 미칠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국갤럽의 설문조사를 인용했다.

▲3일 국민일보

▲3일 국민일보

국민일보는 외부 기고를 통해 오염수 처리 비용을 아끼려는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 견해를 전했다. 안희욱 LUX경제그룹 대표·경제학박사는 “독일의 원전은 보잉747기가 충돌해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건설됐으나 독일 사람들은 비행기 두 대가 연이어 부딪혀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견고함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이해당사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전 폐쇄를 결정”했다며 “불안심리(Angst)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도 안전을 위해서라면 비용을 얼마든지 지불하려는 자세는 일본과 묘한 대조가 된다. 이제 우리 수준은 가성비만이 아니라 안전성도 고려할 정도는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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