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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저질 공격... 손준성 텔레그램 조작? 상상일 뿐"

[김종철의 더토크] 대선정국 뒤흔든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특종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

21.09.06 07:10l최종 업데이트 21.09.06 07:10l
 발행인 겸 대표기자" 
▲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 겸 대표기자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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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는 그 혼자만 나와 있었다.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설 즈음에도 그는 누군가와 전화통화 중이었다. 뒤늦게 기자를 알아본 그는 바로 자리를 안내했다.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 겸 대표기자다. '주말에도 일하시냐'고 물었더니, 그는 "후배들은 오늘은 쉬고, (나는) 오후에 약속도 있고해서…"라며 웃으며 답한다.

그의 사무실에는 아직 제대로 된 회사 간판 하나 내걸린 것도 없다. 책상 서너개와 회의용 탁자가 전부인 말 그대로 조그마한 사무실이다. 그럼에도 책상 위에 널린 책이나 여러 자료와 파일 등 여느 언론사 편집국 못지않은 분위기는 어쩔수 없다. 지난달 기자와 만났을 때 그는 "후배기자 2명과 열심히 길을 닦고 있는 중"이라며 머쓱해 했다. 당시<뉴스버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의 단독 인터뷰로, 정치권에 '쥴리'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뉴스버스>는 이진동 대표 기자가 올해 초 만든 탐사전문 매체다. 그는 1992년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조선일보>와 <TV조선> 사회부장 등을 거친 배테랑 기자다. 주로 경찰, 검찰 등 사회법조분야를 맡으면서 기획과 탐사보도를 해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진승현게이트'를 비롯해 '안기부·국정원 민간인 불법도청',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그의 보도로 시작됐다.  (관련기사: 이진동의 증언 "그는 미르 첫보도부터 제동을 걸었다" http://omn.kr/s12b) 

한국 정치사회를 뒤흔든 대형 사건을 다뤘던 그가 또 다시 중심에 섰다. 내년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야권 유력후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보도를 낸 것.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다. 내용은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인권보호관)가 여권 유력정치인과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고발장을 만들어,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고발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손 검사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검찰 안팎의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여권인사와 기자를 상대로 한 고발사주 의혹은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대검의 감찰이 바로 시작됐고, 정치권에선 연일 공방이 뜨겁다. '검찰의 쿠테타 시도'부터, '희대의 국기문란', '윤석열 게이트' 등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윤 후보의 대선 사퇴 뿐 아니라 야권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 보도 이후에 정치권으로부터 별도로 연락은 없었나.
"(웃으며) 일부 의원의 전화를 받긴 했지만 이전 만큼 따로 전화를 받거나, 그런것은 없다."

- 혹시 과거 법조출입 때라도 윤석열 후보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었나.
"윤 후보와 개별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 잘 알지도 못한다. 혹시 과거 출입기자 시절에 검사들과 단체로 만나는 자리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은 뭐…"
 
큰사진보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버들다리(전태일다리) 내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아 묵념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버들다리(전태일다리) 내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아 묵념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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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후보가 이번 보도에 대해 '증거를 내놓으라'면서 정치 배후와 공작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말 어이가 없다. 윤 후보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아무리 대권이 급하더라도 그렇지. 5년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취재를 생각하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꺼낸 이유는 이렇다. 이 대표가 당시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세력 등 보수진영으로부터 엄청난 압박과 공격에 시달렸다.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총장으로부터 사주를 받아서 국정농단 보도를 했다는 악의적인 내용이었다. 다시 그의 말을 들어보자.

"당시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부대와 극우보수세력이 나를 공격했을때, 윤석열 총장은 그것이 말도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죠. 그런데 올해 1월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제 와서 우리가 윤석열 검찰의 '정치공작', '검찰권 사유화' 등의 문제를 제기하니까, 갑자기 입장이 확 바뀐거예요. 대통령 탄핵 기획이라고 나를 비판했던 세력과 손을 잡고, 되레 '공작'과 '배후세력' 운운하는 저질 공격을 하고 있으니…"

- 오늘(4일)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 논평에서 이 대표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어떤 세력과 추잡한 뒷거래를 하길래 허무맹랑한 기사를 남발하는가'라며 여전히 '증거를 대라'고 주장했다.
"(웃으며) 무슨 뒷거래를… 그러면 지금 여기서 이렇게 일을 하고 있겠는가. 우리는 제보와 취재를 통해서 팩트를 쓸 뿐이다. 그에 대해 윤 후보쪽은 성실하게 해명을 하면 된다. 검찰총장까지 지내신 분이 언론 앞에서 (언론의) 정당한 취재 활동과 의혹 제기에 해명보다는 '유착', '공작' 등으로 대응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텔레그램 조작 가능성은 상상일 뿐"

- 일부에선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SNS로 전달한 것 역시 조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바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보이며) 우리가 이미 보도했지만, 손 검사가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고발장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냈다. 김 의원은 이것을 그대로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에 '전달' 했다. 이 자료를 받은 사람에 그대로 손 검사의 이름이 남아있다."

그는 기자에게 텔레그램으로 자신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보라고 했다. 기자가 간단한 메시지를 이 대표에게 보냈고, 그는 또 다른 휴대폰으로 기자가 보낸 메시지를 '전달' 기능으로 송고했다. 물론 제3의 휴대폰에는 기자의 이름과 함께 내용이 그대로 전달됐다.

'만약 제3자가 손검사 이름으로 텔레그램에 가입해서 보낼 가능성은 없나'라고 묻자, 이 대표는 "그건 정말 공작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 말도 안되는 상상"이라고 일축했다. 1년 전에 제3자가 총장 직속의 대검 간부의 이름을 도용해서 고발을 사주한다는 것이야말로 소설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 대검에서 감찰에 착수했고, 손 검사의 컴퓨터를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을 것이고, (손 검사의) 컴퓨터에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포렌식으로 검사를하면…"

- 이미 기사에도 나왔지만, 고발장에 첨부됐던 실명 판결문 유출 과정은 검찰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윤석열 검찰의 사유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그 실명 판결문 때문이다. 당사자 이외 법원과 검찰에서만 열람이 가능한 것인데, 그것이 버젓이 야당의원에게 넘어간 것 아닌가. 검찰에서 이번 감찰조사에서 누가, 언제, 해당 판결문을 열람해서 유출했는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손 검사는 일단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는데, 그가 직접 (판결문을) 열람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물론이다. 해당 판결문 유출 과정을 조사하면서, 다른 제3의 인물들이 나올 수도 있다. 손 검사가 직접 판결문을 열람하지 않았다면, (판결문을) 유출한 당사자들과 손 검사와의 관계를 따져보면 된다. 당시 손 검사의 위치에서 자신의 부하에게 지시를 했을지도 모르지 않나."
 
큰사진보기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가 건넸다는 '실명 판결문'이 스모킹건으로 떠올랐다. 실명 판결문은 법관이나 검사 등 수사기관에 소속된 이들이 '킥스(KICS, 형사사법정보시스템)'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통상 일반인에 공개되는 판결문은 사진처럼 판·검사 이름을 제외하곤 익명 처리가 완료된 것들이다.
▲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가 건넸다는 "실명 판결문"이 스모킹건으로 떠올랐다. 실명 판결문은 법관이나 검사 등 수사기관에 소속된 이들이 "킥스(KICS, 형사사법정보시스템)"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통상 일반인에 공개되는 판결문은 사진처럼 판·검사 이름을 제외하곤 익명 처리가 완료된 것들이다.
ⓒ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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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골든타임을 놓쳐... 특검을 통해 진상규명해야"

그러면서 그는 고위공직자수사범죄처(공수처)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이번 사건과 같은 수사를 위해 만든것이 바로 공수처"라며 "취재과정에서 공수처 쪽에 문의를 했는데 '고발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일관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가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했다. 전직 검찰총장을 비롯해 현직 검찰고위간부와 전직 검사 등이 명백하게 검찰권을 사유화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냥 보고만 있다고 했다.

- 여당 쪽에선 검찰 감찰을 지켜본 후,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공수처는 이미 시기를 놓쳤고... 야당에선 윤석열 총장 이후 추미애와 박범계 장관의 검찰을 믿지 않는다. 이번 대검 감찰 결과를 윤 후보 캠프나 국민의힘에서 제대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국회 국정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 시간만 끌뿐이다. 특검을 통해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본다."

- 대선이 앞으로 6개월정도 남았는데, 만약 특검을 하더라도 시간이 촉박하지 않을까.
"(고개를 흔들며) 시간은 충분하다. 물론 국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미 여당에서도 국기문란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나.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도 두달 정도였다.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그와의 이야기는 1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그 와중에도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주말에 쉬고있다는 후배 기자들과의 소통도 계속되고 있었다. '쉬는 것이 아니겠다'고 묻자, 그는 "지금 상황이 그래서…"라며 웃는다. 당초 이날 그의 오후 약속도 틀어졌다고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후속 취재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올초 기자에게 "현재의 언론 지형에서 여러 매체들이 난립하고, 새 매체가 자리잡기도 쉽지 않지만, 저널리즘을 제대로 구현하는 매체가 있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었다. 그는 철저히 '사실은 사실대로, 의견은 의견대로' 쓰면서, 독자들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이날 기자가 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김병민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뉴스버스>와 이 대표를 향해 "언론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짓을 저지른 매체와 발행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퍼부었다. 그와 헤어지면서 논평을 전달했다. 그의 답은 "두고 봅시다"였다.

그의 말대로 '두고 보면' 될 것 같다. 누가 추악한 짓을 저지르고,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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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선 승리에 아침신문 “될 사람 밀자는 전략적 선택”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의힘 흐린눈으로 보는 보수신문…‘고발사주’ 의혹도 가중
이재명 경기지사 순회경선 승리에 관심 집중 “강성 친문 권리당원 과대 대표 지적” 해석도

6일 9개 종합일간지 1면을 가장 많이 채운 소식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순회경선 승리다. 지난 5일 세종·충북지역에서의 순회경선에서 이재명 지사는 누적 득표율 54.54% 득표로 1위을 기록했다. 2위 이낙연 전 대표는 29.72% 득표에 그쳤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7.09%), 정세균 전 국무총리(5.49%), 박용진 의원(2.22%), 김두관 의원(0.93%)이 뒤를 이었다. 전날 대전·충남에서도 이 지사는 54.81%로 2위인 이 전 대표(27.41%)를 큰 차이로 눌렀다.

신문들의 주된 해석은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전략적 선택 결과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길 만한 후보 밀어주자’ 민주당 권리당원 전략적 선택” 기사에서 “본선에서 이길 만한 후보를 밀어주자는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낙연 대표가 유리할 거란 전망이었던 대의원 투표에서도 이 지사가 우위를 보였다.

서울신문 기사(“될 사람 밀자” 친문 권리당원 55%가 이재명에 몰표)는 이번 결과에 비춰 “일부 강성 친문 권리당원의 과대 대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힘을 받게 됐다”고 했다. “이번 결과는 좌표 찍기와 문자 폭탄, 반(反)이재명으로 요약되는 일부 강성 권리당원이 70만명에 달하는 전체 권리당원을 대표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9월 6일 1면 모음
▲9월 6일 1면 모음

이어진 서울신문의 “믿었던 충북서 힘 못 쓴 이낙연” 기사의 경우 “이 전 대표의 부진은 국무총리 시절 성과를 이 전 대표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성과로 인식하는 국민 여론과 8개월간의 대표 재임 기간 총체적인 개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반영됐다”는 지적을 전했다.

한편 경선장 인근의 방역 우려를 제기한 기사들도 눈에 띈다. 동아일보는 “경선장 안은 무관중 ‘고요’…밖은 지지자 몰려 ‘소란’” 기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민주당은 경선 정견 발표 등을 무관중으로 진행해 내부는 고요했지만, 경선장 바깥은 지지자들의 함성으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민주당은 방송을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지켜 달라’고 수차례 당부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대형 깃발과 현수막이 곳곳에서 등장했고, 일부 지지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경선장 앞을 누비기도 했다”고 했다.

서울신문(‘#변호사비 공개’ 저격 현수막에 눈살 지지자·취재진 뒤엉켜 방역 아슬아슬)도 “선장은 코로나19 방역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후보들이 도착할 때마다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함성을 지르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며 “이 지사가 도착하면서 지지자들이 몰려들자 진행 요원들이 막아서면서 지지자와 취재진 몇몇이 넘어지는 소동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경선룰 갈등, 보수신문 “정권교체 가능하다고 믿나”

한편 경선룰 갈등을 빚고 있는 국민의힘에선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사의표명했다 철회했다. 이 혼선에 대한 비판을 높인 신문들도 있다. 조선일보 사설(또 선관위원장 사퇴 소동, 국민 염증 키우는 野)은 “후보 간 이견을 중재하고 설득해야 할 선관위원장이 사퇴 의사부터 밝힌 것도 무책임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끝없는 이전투구는 더욱 정치 염증을 키우고 있다”며 “문 정권의 실정(失政)에 실망한 많은 사람이 제1야당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라는 이들이 눈앞의 유불리만 따지면서 진흙탕 싸움에 빠져 있다. 이러고도 자신을 정권 교체 적임자라 주장하니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다.'

▲9월6일자 조선일보 사설
▲9월6일자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 사설(정홍원 사퇴 해프닝, 이러고도 정권교체된다 착각하나)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크다 보니 쉬운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냐’고 했는데, 이 대표 등 지도부와 후보들에게 같은 질문을 되돌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어떤 분탕질을 치든 정권 교체가 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은 잡음을 뒤로하고 전열을 정비해 순조로운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크게 대비된다”고 했다.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윤석열 관련성 뒷받침될까

한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임 기간, 검찰이 국민의힘 총선에 출마한 김웅 현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는 이날 고발장 전면을 입수했다면서 머리기사와 2, 3면 전면을 할애해 이를 다뤘다. “지난해 4월3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김 후보가 미래통합당 쪽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것으로, 고발장 이미지마다 받은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재전송할 때 자동으로 뜨는 텔레그램 표기(‘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가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9월6일자 한겨레 3면
▲9월6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윤석열 전 총장과 고발 건의 연관성에 집중했다. “검찰 공소장 뺨치는 ‘고발장 2장’ “여권 총선 이기려…윤석열 헐뜯어”” 제목의 기사에서 “고발내용은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엑스(X)의 거짓 제보를 근거로 범여권 인사들과 친정부 성향 기자들이 짜고 허위 보도를 했으며, 의도적으로 윤 총장과 가족·측근을 흠집 내고 검찰불신 분위기를 조장해 총선에 개입하려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라며 “고발이유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극한 갈등 관계였던 윤 총장 쪽 정서, 윤 총장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한 내용들로 채워졌다”고 전했다.

여기 언급된 이른바 ‘검언유착’에 대해선 조선일보가 “MBC의 채널A 사건 보도, ‘권언유착’ 수사 1년 지지부진”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채널A 사건’ 관련 ‘제보자X 지모씨의 함정 취재’와 KBS 오보(誤報) 등 권·언(權言) 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1년 넘게 결론을 못 내고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5일 법조계에서 ‘여권이 밀어붙인 검·언(檢言) 유착을 뒤집는 의미의 수사여서 검찰이 뭉개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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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459] 탈레반에 도움 애걸한 종이호랑이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9/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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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카불 함락될 때 벌어진 비밀협상

2. 탈레반에 도움 애걸한 종이호랑이

3. 그들은 전투훈련과 사상교양을 병행한다

4. 비장의 무기는 적공국이다

5. 전시에 인질로 생포될 351,000명

 

 

1. 카불 함락될 때 벌어진 비밀협상 

 

2021년 8월 30일 미국 언론매체 <워싱턴포스트>가 흥미로운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것으로 하여 친미부역정권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었던 2012년 8월 15일 촌각을 다투는 화급한 시각에 미국군 중부사령관 케네스 맥켄지(Kenneth F. McKenzie Jr.)가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Abdul Ghani Baradar)를 비밀리에 만났다고 한다. 

 

케네스 맥켄지는 아프가니스탄점령군을 지휘하는 해병대 중장이고,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탈레반 권력서렬 2인자이다. 미국군이 철수하고 친미부역정권이 무너지는 급변사태의 막후에서 점령군 사령관이 적장을 비밀리에 만난 것은 뜻밖의 이상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당시 미국은 탈레반과의 비밀협상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급한 정황에 빠져들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위급한 정황이라는 것은 미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 거류하는 미국 국적자 약 6,000명을 해외로 대피시키지 못하여, 그들이 탈레반의 인질로 붙잡히게 될 최악의 상황을 말한다.     

 

원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Kabul)에 주둔하는 아프간무장군이 탈레반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카불을 통제하는 동안 미국 국적자들을 해외로 대피시키려고 했는데, 카불에 주둔하는 아프간무장군이 방어전은커녕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급속히 와해되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적과의 비밀협상에 실낱같은 마지막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었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카불 외곽지대에 집결하여 포위선을 좁혀가던 탈레반 전투원들은 카불점령작전을 1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끝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풀어줄 열쇠는 탈레반 사령관 무하마드 나시르 하카니(Muhammad Nasir Haqqani)가 <워싱턴포스트>에 전해준 경험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탈레반 전투원들이 카불 시내로 들어갈 때, 아프간무장군 전투원들과 경찰관을 한 명도 볼 수 없었다고 하면서, 자기들이 카불을 그처럼 순식간에 무혈점령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을 경악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탈레반의 카불 점령이 아니었다.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 전투원들이 미국 국적자들을 인질로 생포하는 경우, 미국군은 포위선을 뚫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 대통령은 수많은 미국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책임을 지고 자진하여 사임하든가 연방의회에서 탄핵을 당할 수 있었다. 그런 재앙을 어떻게 해서든지 피해보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던 미국은 적장이 아니라 저승사자라도 급히 만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만큼 위급한 정황에 놓였던 것이다. 

 

▲ 위의 사진은 2021년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무혈점령하던 날 촬영된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청사의 모습이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날 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탈출하려던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 및 근무원들과 그 가족들은 공항으로 통하는 도로가 피난민 인파로 가로막히는 바람에 차량이동을 포기하고 헬기를 타고 황급히 공항으로 날아갔다. 당시 미국을 경악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탈레반의 카불 점령이 아니라 탈레반이 해외로 대피하지 못한 미국 국적자들을 모조리 인질로 생포하지 않겠나 하는 악몽이었다. 그런 악몽에 시달린 미국군은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맥켄지-바라다르 비밀협상에서 미국이 예상치 못한 제안을 꺼내놓았다고 한다. 그것은 미국군이 카불을 통제하는 방안과 탈레반이 카불을 통제하는 방안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었다. 탈레반이 자기들의 점령 하에 들어간 카불을 다시 미국군의 통제에 내맡기겠다는 놀라운 방안을 제시한 것은, 미국군과 미국 국적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부 탈출하기까지 전투를 유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비밀협상에서 미국은 미국군이 카불을 통제하는 방안을 택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비밀협상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카불 통제권을 포기하고, 국제공항에 대한 통제권만 행사하기로 탈레반과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런 합의에 따라 탈레반은 카불을 통제했고, 미국군은 국제공항을 통제했다. 

 

그런데 미국은 왜 카불 통제권을 포기하고, 국제공항 통제권을 택한 것일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다. 2021년 4월 14일 바이든 대통령이 철군명령을 내렸을 때, 아프가니스탄 바그람공군기지에 미국군 2,500명이 남아있었는데, 그들은 2021년 7월 2일 전원 철수했고,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과 국제공항을 경비하는 소수의 전투원들만 남았다. 바그람공군기지에 주둔하던 미국군은 현지에 함께 주둔하던 아프간무장군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밤중에 소리 없이 떠나버렸으니, 그건 철수가 아니라 야반도주였다.  

 

미국군의 야반도주는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왜냐하면, 미국군이 없으면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그람공군기지에 주둔하던 미국군 2,500명은 야반도주를 할 게 아니라 카불로 이동하여 비전투원소개작전을 마친 뒤에 철수해야 하였지만, 그들은 미국 국적자들을 위험한 적지에 남겨두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먼저 야반도주한 것이다. 미국군은 그런 오합지졸이다.  

 

미국군이 미국 국적자들을 위험한 적지에 남겨두고 자기들만 야반도주한 이유는 자기들이 도주하더라도 아프간무장군의 통제 아래서 비전투원소개작전이 수행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군보다 더 한심한 오합지졸인 아프간무장군은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급속히 와해되었다. 

 

아프간무장군이 급속히 와해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은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수행할 전투부대를 아프가니스탄에 긴급히 재파병해야 하였다. 40일 전에 떠나온 아프가니스탄에 전투부대를 또 다시 들여보내는 웃지 못할 촌극이 펼쳐졌다. 

 

2021년 8월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군 3,000명을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들여보내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하고, 병력이 더 필요한 경우에 추가로 파병할 3,500명을 대기시키라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격심한 혼란은 미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악화되어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2021년 8월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군 1,000명을 추가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라는 두 번째 긴급명령을 내렸다. 그로써 비전투원소개작전에 동원된 미국군은 4,500명으로 늘어났고, 현지에 잔류하는 전투원까지 합치면 근 4,800명에 이르렀다. 

 

 

2. 탈레반에 도움 애걸한 종이호랑이

 

추가파병을 단행했는데도, 미국군 수뇌부는 조바심에 가슴을 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4,800명의 병력으로는 대혼란에 빠진 카불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기 미국이 약 100,000명의 병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던 경험에 비추어보면, 미국군 수뇌부가 그렇게 판단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미국군이 사실상 패잔병 신세로 전락한 4,800명의 병력으로 카불을 통제하려고 하다가, 탈레반과의 우발적 교전이 벌어져 인명손실을 입으면,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하기는커녕 개망신을 당하고 쫓겨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자기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카불 통제권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제공항 통제권만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결정은 패착으로 귀결되었다. 왜냐하면 카불을 무혈점령한 탈레반이 그 지역을 통제하게 되자,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통하는 도로가 모조리 막히는 바람에 미국 국적자들과 아프가니스탄 친미부역자들이 국제공항으로 집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군이 국제공항을 통제하면,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원만히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생각은 어리석었다. 약 6,000명에 이르는 미국 국적자들을 국제공항으로 들여보내지 못하게 된 미국군은 그들이 탈레반의 인질로 생포되지나 않을까 하는 최악의 위기감을 느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당황망조한 미국군은 자기들이 야만인으로 경멸하는 탈레반에 도움을 애걸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국군은 미국 국적자들이 신변위험과 혼잡한 인파를 뚫고 국제공항까지만 들어갈 수 있도록 그들을 호위해달라고 탈레반에 애걸한 것이다. 승자는 패자의 마지막 애걸을 받아주는 관용을 베풀었다. 2021년 8월 31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전투원들이 미국 국적자들과 아프가니스탄 친미부역자들을 국제공항으로 들어가는 ‘비밀출입문(secret gate)’까지 호위해주었다고 한다. 미국군은 ‘비밀출입문’에서 탈레반 전투원들로부터 미국 국적자들과 친미부역자들은 인계받아 군용 수송기에 태우는 식으로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했다. 만일 탈레반의 협조와 호위가 없었더라면, 미국 국적자들과 친미부역자들은 국제공항으로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비전투원소개작전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 위의 사진은 2021년 8월 24일 미국군의 비전투원소개작전이 실행되고 있었던 카불 국제공항의 모습이다. 짐꾸러미를 들거나 등에 멘 친미부역자 가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활주로를 걸어가는 장면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15일 동안 전개한 비전투원소개작전에서 미국 국적자 6,000명과 친미부역자 73,000명을 군용 수송기편으로 카타르국 도하에 있는 미국군기지로 대피시켰다. 하지만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예고 없이 24시간 앞당겨 서둘러 끝내는 바람에 100~200명에 이르는 미국 국적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2021년 8월 30일 케네스 맥켄지 미국군 중부사령관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지난 8월 14일부터 시작된 비전투원소개작전이 8월 30일로 완료되었다고 발표했다. 물론 그는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미국군이 겪어야 했던 치욕스러운 사건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고, 미국군이 15일 동안 79,000명을 아프가니스탄 밖으로 대피시켰는데, 그 가운데 미국 국적자는 6,000명이고, 친미부역자는 73,000명이라는 사실만 언급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비전투원소개작전에 동원된 미국군 C-17 수송기가 마지막으로 국제공항을 이륙한 시각이 2021년 8월 30일 밤 11시 59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원래 미국이 계획한 비전투원소개작전은 8월 31일 자정에 끝내기로 예정되었는데, 24시간 전에 서둘러 끝내버린 것이다. 미국군이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고,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4시간 전에 서둘러 끝내버리는 바람에 일부 미국 국적자들이 미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지 못하는 뜻밖의 비극적 사태가 벌어졌다.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4시간 앞당겨 끝낸 직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토니 블링컨(Anthony J. Blinken) 미국 국무장관은100~200명에 이르는 미국 국적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졌다고 말했다.  

 

100~200명에 이르는 미국 국적자들이 국제공항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국군은 왜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4시간 앞당겨 끝냈던 것일까? 그것은 2021년 8월 26일 국제공항을 경비하던 미국군 전투원들이 아랍어로 다이쉬(Daesh)라고 부르는 국제테러단체의 자살폭탄공격을 받고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하는 대참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테러범들은 8월 29일에도 국제공항에 자살폭탄공격을 또 다시 감행하려고 시도하다가, 미국군의 무인정찰공격기가 발사한 정밀유도폭탄을 맞고 살해되었다. 이처럼 자살폭탄공격으로 큰 인명손실을 입은 미국군이 또 다시 자살폭탄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빠져들자 미국군 수뇌부는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4시간 앞당겨 끝내라고 명령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국군은 카불을 1시단 만에 무혈점령한 탈레반의 위세 앞에서 질겁하여 전전긍긍하다가 상황오판과 실수를 거듭하면서 우왕좌왕했고, 결국 국제테러단체의 자살폭탄공격을 받고 인명손실을 당하자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4시간 앞당겨 끝내버렸다. 적지에 남겨진 100~200명에 이르는 미국인들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언제나 ‘세계 최강’이라고 떠벌이던 미국군이 그처럼 개망신을 당하면서 쫓겨나는 모습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되었다. 미국의 군사력을 최강이라고 믿고 추종하는 동맹국들은 미국에 대한 깊은 불신과 회의를 느꼈고, 미국에 맞서 싸우는 적대국들은 미국군을 이길 수 있다는 전투적 신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극적인 변화가 세계적 범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2021년 8월 16일 중국 언론매체 <환추스바오(環球時報)>에 실린 사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설의 일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강대하다는 미국이 20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도, 외부원조를 받지 못한 탈레반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번 패배는 윁남전쟁의 패배보다 더 분명하게 미국의 무력함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확실히 늙은 종이호랑이(紙老虎)인 것 같다.”

 

 

3. 그들은 전투훈련과 사상교양을 병행한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린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20년 2월 29일 철군계획을 발표하면서, 2021년 초까지 14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철수하겠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결정을 탈레반에 통보하였다. 그런데 그 사이에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철군일정이 지체되었다. 정권교체로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4월 14일 미국군을 아프가니스탄에서 2021년 9월 11일까지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철군일정에 따라 2021년 5월 1일 제1단계 철수가 진행되었고, 7월 2일에는 제2단계 철수가 진행되었다. 제3단계 철수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미국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9년 12월 1일 아프가니스탄 철군일정을 처음 발표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H. Obama)는 2011년 7월까지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끝내고 철군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오바마의 철군일정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전쟁은 10년 전에 끝났어야 한다. 하지만 오바마의 철군일정은 실행되지 않았고, 미국군은 10년이 지난 뒤에 치욕스러운 야반도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져나왔다. 

 

미국은 왜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끝내지 못한 채 10년 세월을 허송했던 것일까? 주된 이유는 미국이 걸프전쟁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1991년 1월 17일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은 5주 만에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점령했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자기들이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했으므로 탈레반 패잔병들이 곧 항복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탈레반 패잔병들은 자기들의 정권이 붕괴된 이후에도 무려 20년 동안 끈질긴 저항을 계속했고, 종당에는 미국군이 패퇴하고 말았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과 탈레반 무장세력의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처럼 탈레반도 정권이 무너지면 곧 항복할 것이라고 오판했고, 그런 오판이 실책을 낳았다. 

 

미국은 전투원들의 종교적 신념이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도 탈레반처럼 이슬람교도들로 구성된 군대였지만, 탈레반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보다 훨씬 더 투철한 종교적 신념을 가진 특수집단이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은 탈레반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세한 무장장비를 갖춘 정규군이었지만, 자기들의 정권이 붕괴되는 급변사태 속에서 맥없이 와해되고 말았다. 반면에 탈레반은 정규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빈약한 무장장비밖에 갖지 못한 비정규군이었지만, 자기들의 정권이 붕괴되는 급변사태 속에서 와해되지 않고 되레 불굴의 항전을 이어갔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투철한 종교적 신념이 강한 단결력과 투쟁력을 탈레반에 안겨준 것이다. 이런 이치를 알지 못한 미국은 20년 동안 전쟁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야반도주했다.  

 

만일 탈레반이 정식 무장장비와 투철한 종교적 신념을 모두 갖춘 군대였더라면, 아프가니스탄전쟁은 2~3년 안에 탈레반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미국은 적의 정신무장을 간과한 채, 빈약한 무장장비만 보면서 적을 얕보는 바람에 패전의 고배를 마셨다. 

 

▲ 이 사진은 김정은 총비서가 2021년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조선인민군 제1차 지휘관, 정치일군강습회에 참석하여 개강사를 하는 장면이다. 강습회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인민군은 군사지휘관과 정치위원이 공동으로 지휘하는 군대다. 그들은 평소에 전투훈련과 사상교양을 병행하는데, 그것을 전투정치훈련이라고 부른다. 전투훈련은 군사지휘관이 지휘하고, 사상교양은 정치위원이 담당한다.  

 

이제 시선을 한반도 군사상황으로 돌려보자. 미국군이 대치하고 있는 조선인민군은 사상정신무장이 매우 강한 군대로 평가된다. 그들은 전투훈련과 더불어 사상교양을 필수적 과업과 최고의 의무로 여긴다. 다른 나라 군대들은 전투훈련만 하는데, 조선인민군은 전투정치훈련에 힘쓴다. 여기서 말하는 전투정치훈련이란 전투훈련과 사상교양을 병행한다는 뜻이다. 그들의 사상교양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조선인민군 장병들이 1년에 두 차례 진행하는 전투정치훈련을 마치면, 간평원들이 각 전투부대들에 파견되어 1주간 동안 훈련판정검열을 진행하는데, 전투훈련결과를 판정검열하는 것과 함께 장병들의 사상교양결과도 반드시 판정검열한다. 

 

그런 사상교양을 총괄하는 지휘부가 바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이다.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각 전투부대들마다 정치부 선전원들을 고정배치하고, 주기적으로 학습제강을 전군에 배포하면서 장병들의 사상교양에 힘쓴다. 그들의 사상교양에서 핵심내용은 최고사령관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 육탄정신과 자폭정신, 제국주의와 적대계급에 대한 적개심, 조국과 인민에 대한 충실성, 혁명의 최후승리에 대한 신심, 전우사상과 관병일치사상 등이다. 

 

그런데 사상교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사상교양이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는 미국군은 사상교양을 중시하는 조선인민군의 처지를 이해할 수도 없고, 그에 대해 무관심하다. 다시 말해서, 미국군은 조선인민군의 실체를 모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적을 모르면 전략적 오판에 빠지게 되고, 전략적 오판은 패전을 불러온다. 이번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미국군의 전략적 오판은 그런 인과관계를 현실로 입증해주었다.   

 

 

4. 비장의 무기는 적공국이다

 

미국군은 아프간무장군의 전투력을 강화시켜주기 위해 엄청난 경비와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그들에게 우세한 무장장비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군사훈련도 시켜주었으며, 작전현장으로 이끌어 실전경험도 쌓게 했다. 그래서 미국군은 그만하면 아프간무장군의 전투력이 강화되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허망한 물거품이었다. 2021년 7월 2일 미국군이 바그람공군기지를 버리고 야반도주하자, 홀로 남은 아프간무장군은 탈레반에 포위되어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급속히 와해되었다. 아프간무장군의 와해는 그들이 탈레반에 집단투항의사를 밝히고, 자진하여 무장을 해제하고, 진지를 탈레반에 넘겨주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고향으로 돌아간 것을 말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와해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프간무장군이 미국군의 지휘 아래서 미국군에게 의존하는 예속성에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아프간무장군이 대미예속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탈레반은 그들의 허약한 정신상태에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이를테면, 탈레반은 아프간무장군이 투항하지 않으면 몰살당할 것이라느니, 투항하면 부모처자가 기다리는 고향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느니 하는 식의 압박-설득전술을 펼치면서 그들을 집단투항으로 유도했다. 그런 전술은 정신상태가 허약한 아프간무장군에 아주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갔다. 

 

이제 시선을 한반도 군사상황으로 돌려보자. 한국군도 아프간무장군처럼 미국군의 지휘 아래서 미국군에 의존하고 있다. 대미예속성에서 한국군과 아프간무장군의 격차는 별로 크지 않아 보인다. 탈레반이 아프간무장군의 허약한 정신상태에 공세를 집중했던 것처럼, 조선인민군도 한국군의 허약한 정신상태에 공세를 집중할 태세를 갖추었다. 

 

▲ 이 사진은 김정은 총비서가 2013년 11월 10일 조선인민군 제4차 적공일군열성자회의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다. 조선에서 적공일군열성자회의가 진행되었다는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적공일군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산하 적군와해공작국(적공국)에서 근무하는 지휘관이다. 총정치국 산하 적공국은 적군을 와해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세우고 적군와해방법을 교육한다.  


한국군의 허약한 정신상태에 공세를 집중하는 대적심리전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산하 적군와해공작국(적공국)이 수행한다. 2004년 4월 7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각 전투부대들에 하달한 ‘전시사업세칙’이라는 제목의 내부문건에 따르면, 적공국은 적군을 와해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세우고 적군와해방법을 교육한다고 한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적공국은 우리 당의 전략적 방침과 적들의 사상심리에 맞게 작전단계별로 적군을 조직사상적으로 와해, 전취, 소멸하기 위한 대책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와 협동하여 맞물리며 방송차를 비롯한 대적기술기재들에 대한 공급과 지원(배속)을 실현하고 공작조들의 적후침투를 조직하며 그들의 활동을 지휘한다”는 것이며, “적공국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의 위대한 조국통일전략사상에 따라 군사적 타격과 배합하여 전략적 및 작전적인 여론전과 적구 및 적구주민들에 대한 각성, 계발, 포섭전취활동을 활발히 벌려 도처에서 투항, 도주, 의거, 전투기피, 반전, 반미시위와 군인폭동, 전민항쟁을 조직하여 전쟁의 승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2013년 11월 12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적군와해공작국은 3개 여단으로 편성되었는데, 총병력은 약 2,000명이라고 한다. 평시에 적공국 병력은 약 2,000명이지만, ‘전시사업세칙’에 따르면, 전시에는 “제대자들 가운데서 공작원 경력이 있는 성원들과 외국어 소유자들을 선발하여 적공국과의 련계 밑에 군단사령부에 파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시에 적공국 병력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외국어 소유자들을 선발”한다는 말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제대자들을 선발하여 적공국에 편입시킨다는 뜻이므로, 적공국이 한국군만이 아니라 미국군도 와해시킬 작전계획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3년 11월 10일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제4차 적공일군열성자회의가 진행되었는데,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그 회의에 “력사적인 서한”을 보내주었고, 회의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것은 적공국이 조선인민군 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5. 전시에 인질로 생포될 351,000명

 

위에 서술한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전쟁 종전과정에서 미국군은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021년 8월 14일에 시작하여 8월 30일에 끝냈다. 그 기간에 미국군은 79,000명을 아프가니스탄 밖으로 대피시켰는데, 그 가운데 미국 국적자는 6,000명이고, 친미부역자는 73,000명이다. 비전투원소개작전 중에 미국군은 C-17 군용 수송기를 동원하여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국 국적자들과 친미부역자들을 태우고 카다르국(State of Qatar) 도하(Doha) 인근에 있는 미국군기지로 연방 실어날랐다. 그 수송기에는 200명밖에 타지 못하므로, C-17 5대가 매일 5번씩 15일 동안 계속 실어날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국군이 탈레반의 협조를 받지 않았다면, 비전투원소개작전은 실행될 수 없었다. 

 

이제 시선을 한반도 군사상황으로 돌려보자. 전시에 비전투원소개작전이 아프가니스탄보다 더 절실히 요구되는 곳은 한국이다. 왜냐하면 엄청나게 많은 미국 국적자들이 아프가니스탄보다 훨씬 더 비좁은 한국땅에 바글바글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전시에 비전투원들을 한국에서 일본 요꼬다(橫田)에 있는 미공군기지로 대피시키는 비전투원소개작전계획인 ‘작전계획(Oplan) 5077’을 수립해놓고, 해마다 상하반기에 각각 한 차례씩 ‘용감한 통로(Courageous Channel)’라는 명칭의 소개작전연습을 하고 있다. 

 

▲ <사진 5> 이 사진은 2016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경상북도 대구에 있는 미국군기지 캠프 캐롤에서 진행된 '용감한 통로'라는 명칭의 비전투원소개작전의 한 장면이다. 간단한 짐꾸러미를 챙긴 대피자들이 군용 수송기를 타기 위해 한국 관광회사에서 임차한 관광버스에 오르고 있다. 실제상황이 아니라 연례훈련이라서 그런지, 마치 소풍을 가는 행락객들처럼 모두 느긋한 모습이다. 하지만 전시에는 위의 사진에 나타난 장면이 현실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전시에 미국은 한국에서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하지 못할 것이다. 지방도시인구에 맞먹는 351,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항공편으로 대피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피하지 못한 그들은 조선인민군에 인질로 생포될 것이다.  


전시에 미국군이 가장 먼저 한국에서 일본으로 대피시켜야 할 주한미국군 가족은 약 11,000명이다. 또한 전시에 미국군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대피시켜야 할 미국 국적자와 미국 영주권자는 약 230,000명이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대피시켜야 할 일본인은 약 60,000명이다. 또한 전시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대피시켜야 할 친미-친일부역자들과 그 가족은 최소 50,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전시에 미국이 대피시켜야 할 전체 인원은 무려 351,000명이나 된다.

 

2014년 6월 16일 일본 언론매체 <아사히신붕>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은 비전투원소개작전 중에 미국 국적자, 미국 영주권자, 영국인, 일본인 순으로 대피시킨다고 한다. <아사히신붕>은 친미-친일부역자와 가족을 비전투원소개작전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이번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비전투원소개작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역자와 가족이다.   

 

그러나 전시에 미국은 한국에서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번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비전투원 79,000명을 대피시키는데 무려 15일이나 걸렸고, 그나마 탈레반의 협조를 받고서야 79,000명을 간신히 대피시켰는데, 전시에 미국이 한국에서 대피시켜야 할 대상은 무려 351,000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한반도 전시상황은 아프가니스탄 전시상황과 다르다. 그냥 다르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으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테면, 결전의 시각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은 한국 각지에 있는 공군기지 및 민간공항의 관제탑, 활주로, 변전소, 격납고를 개전 10분 만에 모조리 파괴할 것이며,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이 발사한 각종 탄도미사일과 방사포탄이 군사분계선에서 제주도에 이르는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다닐 것이다. 조선인민군은 탄도미사일 약 300발을 초탄으로 발사할 수 있으며, 거기에 방사포와 장거리대구경포까지 더하면 초탄을 최소 1,000발 이상 발사할 수 있는 엄청난 타격력을 가졌다. 이런 상황은 개전과 더불어 모든 항공기의 운항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전시에 미국은 비전투원을 전혀 대피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시에 미국이 비전투원을 대피시키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351,000명은 독 안에 든 쥐처럼 조선인민군의 인질로 전원 생포되는 전대미문의 충격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인질구출작전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그런 엄청난 충격을 받고 거의 혼절상태에 빠져든 백악관은 황망히 조선에 항복의사를 전해야 할 것이고, 그로써 조선의 이른바 ‘남조선해방전쟁’은 72시간 만에 인명손실과 시설파괴를 최소화하고 기적처럼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이 지난 반세기 동안 세대를 이어 끊임없이 축적하고 연마해온 강력한 화력타격력에 관한 정보를 접한 사람만이 72시간 초단기속결전 씨나리오를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전쟁 패배는 조선의 이른바 ‘남조선해방전쟁’이 어떻게 72시간 만에 초단기속결전으로 종식될 수 있는지를 예고해준 계기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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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AI'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인공지능'은 'AI'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애초에는 조류인플루엔자로서의 AI가 인공지능으로서의 AI보다 더 많이 쓰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인공지능으로서의 AI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인공지능'은 'AI'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전 세계 이목을 끌었던 인간 대 인공지능(AI) 간 반상 대결이 펼쳐진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맞붙은 이 대국은 우리 사회에 ‘AI 쇼크’를 불러왔다. 동시에 우리말에는 ‘AI’란 영문약자의 위세를 한껏 떨쳐낸 계기가 됐다.
AI는 인공지능·조류인플루엔자 두 가지 뜻
우리말 가운데 ‘말 대(對) 말’ 세력싸움으로 주목할 만한 것에 ‘AI(artificial intelligence)’와 ‘인공지능’을 빼놓을 수 없다. 둘 간의 판세가 팽팽하다. 보통은 효율성을 따져 영문약자를 선호하는데 이들 사이는 특이하다. 그 배경에는 AI가 두 가지로 쓰인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 ‘인공지능’과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가 그것이다.

애초에는 조류인플루엔자로서의 AI가 인공지능으로서의 AI보다 더 많이 쓰였다. 이 말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97년께다. 초기에는 ‘조류독감’으로 불렸다. 이후 독감이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 어감이 가금(家禽: 닭 오리 등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 산업에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따라 대체어로 나온 게 ‘조류인플루엔자(AI)’였다. 완곡어법 효과를 노린 용어인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인공지능으로서의 AI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 그런 두 가지 용도로 인한 헷갈림(?) 때문인지는 몰라도 외래어 ‘AI’와 함께 우리말 ‘인공지능’도 꽤 자주 쓰인다. ‘이메일’의 벽을 넘지 못한 ‘전자우편’과 달리 ‘인공지능’이 ‘AI’를 밀어내고 단어로서의 위상을 굳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문약어 대응해 우리말 약어 키워야
경제 성장, 개발도상국 원조 등을 목적으로 1961년 창설된 국제기구가 있다. 우리나라도 1996년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바로 ‘OECD’다. 이를 ‘오이시디’ 또는 ‘경제협력개발기구’로도 쓴다. 둘 다 같은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다. OECD는 우리 글자가 아니라 사전에 오르진 못했다. 하지만 셋 중 가장 많이 쓰인다. 왜일까?

OECD는 말할 때와 달리 글에서 ‘오이시디’로 잘 쓰지 않는다. 두문자 말이기 때문에 단어화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라고만 하지도 않는다. 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즉 한글 명칭 뒤에 영문약어를 덧붙이는 식이다. 한 번 이렇게 표기한 뒤에는 주로 OECD라고 적는다. 한글 ‘오이시디’는 암호 같고,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너무 길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OECD’는 본래의 고유명칭인 데다 세계적으로도 통하는 말이라 표기 자체로 경쟁력이 있다. 언론에서 쓰는 영문약어는 대부분 이런 내부 심의 절차를 거친 표기 방식에 따른 것이다.

 

 우리말에서 영문약어의 존재는 위력적이다. 전 세계에 퍼진 영어의 강력한 지배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어의 경제성’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말 중에서도 정식명칭보다 약칭으로 더 잘 알려진 게 많다. 가령 민주노총, 전경련, 대한상의, 전교조, 합참의장 등은 줄임말이 더 익숙하다. 민주노총이라고 하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라고는 잘 쓰지 않는다. 나머지도 마찬가지다. 약어를 잘 쓰면 정식명칭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넘쳐나는 영문약어에 대응하려면 좋은 우리말 약어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른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류의 조어들이 자꾸 늘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줄임말이 주는 효율성에, ‘언어적 일탈’에서 오는 긴장감, 그로 인한 강렬한 메시지 효과 같은 걸 잘 버무려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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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도 놀랐다 "약간 우세할까 했는데"...대전·충청 1위, 대세론 굳히나

첫 지역 순회 경선에서 2위 이낙연 '더블스코어' 차로 따돌려

더불어민주당 첫 순회 대선 경선 지역인 대전·충남에서 이재명 후보가 득표율 54.81%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위 이낙연 후보는 27.41%로 이 지사의 절반 수준의 득표율에 머물렀다.

 

4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충남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총 2만5564명이 투표한 가운데 1만4012표(54.81%)를 얻어 득표율 과반을 넘겼다. 2위 이낙연 후보는 7007표(27.41%)를 얻었다. 1위와 2위 후보 차이는 27.4%포인트였다.

 

이어 정세균 후보가 2003표(7.84%), 추미애 후보가 1704표(6.67%), 박용진 후보가 624표(2.44%), 김두관 후보가 214표(0.84%)를 얻었다.

 

첫 지역 순회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이재명 후보도 이같은 득표 결과에 놀란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는 "약간 우세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내 생각보다도 많은 지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본선 경쟁력을 중심으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낙연 후보는 "대전·충남 당원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저의 부족함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4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왼쪽)와 이낙연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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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가 넘쳐난다: 750개의 미군기지가 여전히 지구를 뒤덮고 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9/05 07:50
  • 수정일
    2021/09/05 07: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안광획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
  •  
  •  승인 2021.09.04 20:32
  •  
  •  댓글 0
 
 
 

The Base are Loaded: 750 US Military Bases Still Around the Planet

단언컨대, 아닙니다. 전혀 필요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미군기지의 현저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750개 정도의 미군기지는 중국과의 새로운 냉전을 확대하면서 워싱턴의 ‘영원한 전쟁’을 계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찰머스 존슨이 2009년에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과거에 어떤 제국도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영토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중략) 그들의 전철에서 우리가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의 쇠퇴와 몰락은 당연할 것입니다.”

 

저자:패터슨 디픈

 

역자:안광획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 당시입니다. 저는 당시 2학년생으로, 독일에 있는 미군기지에 살면서 해외에 주둔하는 군인의 가족을 위해 지어진 펜타곤의 많은 학교들 중 한 곳에 출석했습니다. 어느 금요일 아침, 학급에서는 큰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교실 점심 식단표에 둘러 모인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던 금빛으로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감자튀김이 이른바 ‘프리덤 프라이(Freedom Fries)’로 대체된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프리덤 프라이가 뭐에요?” 우리는 알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은 즉시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셨습니다. “프리덤 프라이는 감자튀김과 똑같지만, 더 좋은 것이란다.” 그 이유에 대해서, 선생님은 ‘프랑스(역주: 감자튀김은 영어권에서는 프랑스에서 유래했다고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라 부름)’가 우리나라(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돕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점심에 배고팠기에, 우리가 납득 못할 건 딱히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이름이 바뀌어도 여전히 그대로 있었으니 말이죠.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뒤인 지난달 어린 시절의 그 희미한 기억이 다시 떠올랐을 때,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미국의 ‘전투’ 작전을 종료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해당 선언은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라 불리던 두 영원한 전쟁(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프리덤 프라이’가 실제로는 감자튀김(프렌치 프라이)과 별 차이가 없었던 것만큼, 이 나라의 ‘영원한 전쟁’ 역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에, 그들은 이름을 바꾸거나 다른 수단을 통해서 (전쟁을) 계속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위치한 수백 개의 군 기지와 전초기지를 폐쇄한 펜타콘은 이제 이라크에서 ‘조언 및 지원’ 역할로 전환할 것입니다. 한편, 최상위 통치배들은 현재 중국을 ‘포위하는’ 것에 중점을 둔 새로운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전략 방향을) 아시아로 ‘전환’하느라 바쁩니다. 이에 따라, 대 중동(서아시아)과 아프리카의 주요 지역에서 미국은 훈련계획이나 사설용병을 통한 군사개입을 계속하면서 저자세를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독일에서 프리덤 프라이 일화가 있은 지 20년 뒤에, 저는 현재 공식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정보 중 가장 종합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전세계에 위치한 미군기지 목록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막 끝마쳤습니다. 이 목록은 미군에게 중요한 전환기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비록 해당 목록에서 현재는 그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남아있는 수백 개의 기지는 워싱턴의 ‘영원한 전쟁’의 몇몇 형태가 지속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중국과의 새로운 냉전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제국의 기지’ 집계

저는 월드 비욘드 워(World BEYOND WAR 주: 세계적인 반전평화운동 단체)의 대표 레아 볼거(Leah Bolger)에게 연락한 뒤에 『2021년 미국 해외기지 폐쇄목록』을 정리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레이 볼거는 ‘해외 기지 재편성 및 폐쇄 연합(OBRACC)’으로 알려진 단체의 일원으로, 이들 군기지 폐쇄를 공약했던 단체의 공동설립자이자 미군기지 관련 고전 저작인 『기지국가: 어떻게 해외 미군기지가 미국과 세계에 해를 끼치는가』의 저자인 데이비드 바인(David Vine)과 연락을 취했습니다.

볼거, 바인, 그리고 저는 미래에 전세계 미군기지가 폐쇄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단으로서 새로운 목록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해당 목록은 이와 같은 해외 기지와 관련된 총집합된 자료를 제공하며, 한 국가의 어떤 한 곳이라도 미군기지가 존재하면 반미시위, 환경파괴, 미국 국방예산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연구를 통해 잘 규명되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새로운 집계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미군기지의 숫자가 전세계적으로 완만하게 감소했습니다.(그리고 몇몇 경우에선 극적으로 감소했습니다.) 2011년부터, 천 개가량의 전초기지와 일정한 수의 주요 기지가 있었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폐쇄되었고 소말리아 역시 그러합니다. 불과 5년 전에, 데이비드 바인은 800여 개의 미군 기지가 70개 이상의 국가와 식민지, 미국 본토 밖의 영토(주: 하와이, 괌, 사이판, 미드웨이, 푸에르토리코 등)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2021년에, 우리는 전세계의 미군기지가 750여 개로 현저히 떨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침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진 마십시오. 같은 시기에 여러 지역에서는 미군기지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펜타곤이 일반적으로 미군기지 중 최소 일부는 은폐하려 했기 때문에, ‘미군기지’를 정의하는 방법과 그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우리는 공식집계가 매우 부정확하더라도, 펜타곤의 ‘기지’에 대한 자체 정의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 결정했습니다. (당신이 미군 기지에 대한 공식집계가 항상 너무 낮거나,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목록은 주요 기지를 ‘개별 토지구획 또는 시설이 할당된 특정한 지역...(중략) 즉, 미국정부를 대리하여 국방부 소속 부서가 소유하거나 임대했거나 관할 하에 있는 특정한 지역’으로 정의했습니다.

이와 같은 정의를 사용하는 것은 어떤 것이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를 단순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 누락이 발생하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정부가 타국 군대를 위해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50여 개의 기지 외에도 미국이 통제하는 수많은 소규모 항구, 정비창, 창고, 주유시설, 감시시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들 시설 대부분은 중앙아메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지역)에서 미군이 175년간 군사 개입해 온 지역으로 추정되며, 실제로 미군의 존재가 친숙한 지역들입니다.

또한, 우리의 목록에 따르면 해외 미군기지는 현재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의 81개 국가와 식민지, 미국 본토 밖 영토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미군기지 전체 숫자가 감소했을지언정, 미군기지의 도달 범위는 계속 확장되고 있을 뿐입니다. 198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미군은 기지가 소재한 곳을 40개에서 81개로 두 배 이상 늘렸습니다.

이 세계적인 존재(해외 미군기지)는 전례가 없습니다. 대영제국, 프랑스, 에스파냐 등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도 이에 걸맞은 힘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해외 미군기지는 현재 미국 군국주의에 비판적 입장으로 선회한 전 CIA 고문 찰머스 존슨(Chalmers Johnson)이 ‘기지 제국’ 또는 ‘해가 지지 않는 기지 세계’라 언급한 바 있는 그 형태가 된 것입니다.

81개 지역에 750개의 군사기지가 있다는 사실이 현실화된다는 것은, 미국의 전쟁 역시 현실화된다는 것입니다. 즉, 데이비드 바인의 최근 저서인 『전쟁의 합중국』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기지가 더욱 많아질수록 전쟁 역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처럼, 기지는 전쟁을 빈번히 발생시킵니다.”

지평선 너머의 전쟁?

이번 주 초에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입성한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미군은 최근에 마지막 주요 거점인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야밤에 긴급 철수를 명령했습니다. 현재 아프간에서 미군기지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현재 미군이 6개의 기지만 통제하고 있는 이라크에서도 마찬가지로 미군기지의 수가 감소 중인데, 21세기 초에는 이라크 소재 미군기지가 대규모 군사기지와 소규모 전초기지 등을 종합하여 505개에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프간, 이라크, 소말리아, 기타 국가의 미군기지를 폐쇄·해체하는 것과 이 세 국가 중 두 국가(아프간, 이라크)에서 미군이 전면 철수하는 것은 미국이 한때 적극적으로 내세웠던 ‘지상 점거’ 전략을 고려하면 얼마나 오래 걸렸든 간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왜 미국이 행했을 때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그 답은 이들 끝없는 실패한 전쟁의 엄청난 인적, 정치적, 경제적 비용과 관련 있습니다. 브라운 대학 「전쟁 비용 연구」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실패한 교전의 피해는 엄청났습니다. 9·11 테러 때부터 아프간, 이라크, 파키스탄, 시리아, 예멘에서 최소 80만 1천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엄청난 피해는 20여 년 동안 미국의 침략, 점령, 공습, 내정간섭을 겪은 국가의 인민들에게 불균형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들 국가하고 여타 다른 국가에서 3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3,7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정규군과 용병을 포함한 1만 5천여 명의 미군 역시 전사했습니다. 또한, 수백만 명의 민간인, 교전군, 미군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9·11 이후의 전쟁에서 소모된 군비의 총비용은 6조 4천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패배로 전체 해외 미군기지의 수는 감소하겠지만, 이라크, 소말리아, 기타 국가에서의 영원한 전쟁은 특전부대, 사설 용병, 지속적인 공습 등의 방식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최근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선 카불 소재 미국 대사관을 보호할 목적으로 미군 병력이 650명 정도만 남아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아프간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7월에만 12번의 공습으로, 최근에 아프간 남부의 헬만드 주에서 18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국방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에 따르면, 이러한 공습은 아랍에미리트(UAE)나 카타르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평선을 넘을 능력’을 갖춘 미군기지에서 수행되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워싱턴은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했지만)타지키스탄의 러시아군 기지를 임대하는 것을 포함하여 아프가니스탄 인접국가에 지속적인 감시, 정찰, 잠재적 공습을 위한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리고 중동의 경우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란과 예멘을 제외하고 모든 페르시아만 국가(주: 오만 7개, 아랍에미리트 3개, 사우디아라비아 11개, 카타르 7개, 바레인 12개, 쿠웨이트 10개, 그리고 이라크에 잔존 중인 6개)에 미군기지가 존재합니다. 케냐와 지부티에 소재한 미군기지에서 소말리아에 대한 공습이 가능한 것처럼, 이러한 페르시아만 국가에 소재한 미군기지는 미국이 이라크 같은 국가에서 벌이고 있는 일종의 ‘지평선 너머’ 전쟁에 잠재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지, 새로운 전쟁

한편, 신냉전의 대결 상대인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지구 반대편의 태평양에서는 새로운 미군기지가 건설 중입니다.

현재 미국에는 해외 기지를 건설하는데 있어서 큰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펜타곤 관계자들이 아시아에서의 미국 핵심 거점의 ‘전투 수행 능력 강화’를 위해 괌에 9억 9천만 달러를 들여 새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정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1952년 이래로 태평양의 섬지역인 괌에 조성된 미 해병대 제1사령부인 캠프 블레이즈는 워싱턴 관계자 및 정책 입안자-미국 대중 사이에서 건설의 필요성 및 여부에 대한 논쟁이나 반발 없이 2020년부터 증축에 들어갔습니다. 심지어 팔라우, 티니안, 야프 인근 태평양 제도에서 더 많은 미군 기지들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의 오끼나와에 위치한 헤노꼬 해안(오끼나와현 나고시 일대)에서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새 기지(후텐마 기지 대체)는 완공될 가능성이 ‘거의없는 상황입니다.

사용 가능한 펜타곤 기록으로는 파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의 옛 미군기지와 새로운 미군기지와 관련해서 미국에 알려진 것이 없기에, 해외 미군기지의 전체목록을 공개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해외 미군기지 목록은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노력의 범위와 변화 양상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52개의 미군기지가 있는 괌과 119개의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 같은 장소에서 미래의 미군기지 폐쇄를 촉진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미군기지 목록의 공개는 언젠가 미국의 대중이 자신이 납부한 세금이 진정 어디에 사용되는지, 왜 사용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펜타곤이 해외에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는 데 방해가 거의 없는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 미군기지의 폐쇄를 막는 것 역시 본질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해외기지 재편성 및 폐쇄 연합(OBRACC)이 지적했듯이, 국내 미군기지 폐쇄의 경우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지만 해외 미군기지 폐쇄는 의회비준이 필요 없습니다. 불행히도, 미국에선 이 ‘기지 세계’를 끝낼 이렇다 할 운동이 아직 없습니다. 반면, 벨기에··일본·영국(그리고 남한) 등 40여 개의 다른 국가에서는 자국 소재 미군기지를 폐쇄하기 위한 요구와 시위가 지난 수년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12월에 미군 최고관료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다음과 같이 질의했습니다. “정말 이들 (기지) 전부가 미국 방위에 전적으로 필요합니까?”

단언컨대, 아닙니다. 전혀 필요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미군기지의 현저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750개 정도의 미군기지는 중국과의 새로운 냉전을 확대하면서 워싱턴의 ‘영원한 전쟁’을 계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찰머스 존슨이 2009년에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과거의 몇몇 제국은 자주적인 자치 정치를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배권을 포기했습니다. (중략) 우리가 그들의 모범에서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의 쇠퇴와 몰락은 예고된 것입니다.”

결국, 새로운 기지는 단지 새로운 전쟁을 의미할 뿐이며, 지난 20여 년간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미국 시민과 전세계 민중의 성공을 위한 공식이 전혀 아닙니다.

이 글은 『톰디스패치(TomDispatch)』에 게재됩니다.

원문: Patterson Deppen, “The Base are Loaded: 750 US Military Bases Still Around the Planet”, Counterpunch, 2021.08.20.

(링크: https://www.counterpunch.org/2021/08/20/the-bases-are-loa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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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소성리, 사드 추가 배치 4년 문재인 정부 규탄 평화행동 열려

조석원 통신원 | 기사입력 2021/09/0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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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철회평화회의는 9월 4일 성주 사드기지 앞 등 4곳에서 사드 추가배치 4년 문재인 정부 규탄하는 제11차 범국민평화행동을 개최하였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 조석원 통신원

 

‘사드철회평화회의’(이하 평화회의)는 9월 4일 오후 2시,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앞과 소성리 마을회관 등 4곳에서 <사드 추가배치 4년 문재인 정부를 규탄 제11차 범국민 평화 행동>을 개최하였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4곳에 분산하여 개최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평화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불법사드 철거’, ‘주 2회 경찰작전 중단’, ‘기지공사 중단’ 등을 외치며 사드 추가배치 후 4년간의 시간 동안 겪은 고통과 사드의 평화위협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 평화행동에서 참가자들이 평화의 인간띠잇기를 하고 있는 모습.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 조석원 통신원

 

평화회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총리도 4년 전에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 강조했었지만, 여전히 국회 동의도 전략환경영향평가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드 기지공사만 불법적으로 강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여전히 임시 배치된 사드가 마치 정식 배치된 것처럼 불법 운영되고 있는데 오히려 기지공사를 위한 경찰작전이 지난 5월부터 매주 2회씩 진행되고 있어 주민들의 일상과 인권마저 짓밟히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 소성리 외에도 사드 레이더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사드철회김천시민대책위(이하 김천대책위) 역시 지난 4년간의 고통과 피해 그리고 사드가 철거되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김천대책위는 “성주 주민들은 주 2회 대규모 경찰작전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김천 주민들은 생명과 건강에 심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 2017년 사드가 임시 배치된 후, 불법 사드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자 사드 레이더가 바로 보이는 김천 노곡리 마을에는 최근 1~2년 사이에 암 환자가 9명이나 발생하였다. 그중 5명은 이미 사망했다”라며 “100명도 채 되지 않게 주민들이 사는 청정하고 작은 마을에 1~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대규모 암 환자가 발생한 것은 사드 배치 초기부터 우려해 왔던 사드 레이더 전자파 문제와 사드 배치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2019년 3월 21일 미연방 관보에 사드 레이더의 인체 유해성을 인정한 것은 레이더 전자파와 노곡리 주민들의 건강 이상에 대한 강력한 인과관계를 증명한다”라며 전자파 유해를 부정하는 미국과 국방부를 강력히 규탄하였다.

 

▲ 평화행동에서는 사드철거를 위한 다양한 예술공연도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이 예술공연을 보고 있는 모습.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 조석원 통신원

 

한편 4곳에서 분산 배치되어 진행된 평화행동에서는 연대하러 온 시민들의 노래, 율동 등 다채로운 예술공연으로 사드철거 염원을 알렸다. 평화행동은 오후 4시 평화의 인간띠잇기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제창하며 종료하였다.

 

참가자들은 ‘▲불법 사드 기지 인근 마을에 대한 건강 실태 조사 시행 ▲사드 기지공사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소성리에 대한 대규모 경찰작전 중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근거한 불법 사드 기지 공사를 당장 중단’ 등의 요구를 담은 <규탄 결의문>을 낭독하였다.

 

결의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드 추가배치 4년 문재인 정부 규탄 결의문

 

2017년 9월 7일 문재인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했다. 정부 출범 직후 사드 배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밝혔음에도, 9월 4일 국방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공여 부지 70만㎡ 중 일부만을 쪼개기 공여하여 실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킨 지 3일 만에 있었던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 후 무려 4년이 지났고, 현재 주민들은 지난 4년의 세월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5월부터 100일이 넘게, 사드 기지공사를 위한 경찰작전이 주 2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매주 화요일에 들어오는 경찰병력과의 충돌을 걱정하며 이미 일요일부터 잠을 자지 못하고, 목요일 경찰병력이 물러나면 또 한 주를 버텼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편, 또다시 있을 다음 주 경찰병력의 침탈에 한숨을 내쉬는 상황을 100일째 반복하고 있다.

 

취임 직후 사드 기지공사에 대해 “주민들이 양해해야 한다.”며 불법 사드 기지 공사를 위한 경찰병력 투입을 지시한 현 김부겸 총리는  2016년 8월 6일 성주 군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여러분의 투쟁은 정당하다. 미국에 요구한다. 한 민족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밀어붙이고 주민한테 아무런 양해나 설명 없이 찍어 누르는 것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 운명을 당신들이 멋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성주 군청에서 군민과 면담을 하면서 “사실상 국토를 상시적으로 공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 국회에서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라고도 말했었다.

 

자신이 말했던 국회 비준도 받아내지 못하고 국회에서 제대로 따져보지도 못했으면서, 주민에게 아무런 양해나 설명 없이 무자비한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주민을 찍어 누르는 몰염치함에 우리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또한 이영상 경북경찰청장이 주민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남발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출석요구서 남발은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전에나 있었던 일이다.

 

지금 주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소성리에 대한 대규모 경찰작전만이 아니다. 2017년 사드가 임시 배치된 이후 불법 사드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며 사드 레이더가 바라보는 방향에 있는 노곡리 마을에는 최근 1~2년 사이에 암 환자가 9명 발생하였고 그중 5명은 이미 사망하였다. 주민이 100명이 되지 않는 청정마을에 1,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대규모 암 환자가 발생한 것은 사드 배치 초기부터 우려해 왔던 사드 레이더 전자파 문제와 사드 배치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2019년 3월 21일 미연방 관보에 사드 레이더의 인체 유해성을 인정한 것은, 레이더 전자파와 노곡리 주민들의 건강 이상에 대한 강력한 인과관계를 증명한다.

 

우리는 주한 미군 기지 건설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한 마을에 대한 대규모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주한 미군의 무기로 인해 인근 마을 주민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방관하는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주한미군의 하수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사드 추가 배치 4년을 맞아 강력히 요구한다.

 

1. 불법 사드 기지 인근 마을에 대한 건강 실태 조사를 당장 실시하라!

1. 사드 기지공사를 위하여 진행하고 있는 소성리에 대한 대규모 경찰작전을 당장 중단하라!

1. 박근혜 정부의 적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근거한 불법 사드 기지 공사를 당장 중단하라!

1. 이제는 명백히 문재인 정부의 적폐가 된 불법 사드를 당장 철수하라!

 

사드 추가배치 4년 문재인 정부 규탄

 

제11차 범국민 평화행동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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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처럼 죽임 당할 뻔했죠, 지금도 섬뜩해요”

등록 :2021-09-04 09:11수정 :2021-09-04 09:35

 
 
[토요판S] 커버스토리
사형집행령 받았던 간첩조작 피해자

‘구미간첩단’ 김성만 양동화씨 재심 무죄
북과 단순 접촉도 무조건 처벌에 제동
1987년초 사형집행 문서 34년 만에 발견
“간첩 손가락질 벗어…사회 기여하고파”
 
“북한 방문하고 북 대사관에 갔다 왔으면 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변 눈초리가 가장 힘들었어요. 이제 누명을 벗었으니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아야죠.”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난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왼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아 수감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북한 방문하고 북 대사관에 갔다 왔으면 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변 눈초리가 가장 힘들었어요. 이제 누명을 벗었으니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아야죠.”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난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왼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아 수감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대검찰청 1987.2.6
제목 사형집행구신
아래 사람에 대하여 사형집행명령을 받고자 소송기록을 첨부하여 구신합니다.
성명 김성만 (하략)”
1987년 2월6일자로 당시 김성기 법무부 장관의 서명까지 이뤄졌던 김성만씨에 대한 ‘사형집행구신’장. 결재 뒤 계획이 취소돼 장관 결재란에는 흰 종이가 덮여 있다. 양동화씨에 대한 동일한 문서도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김성만 제공
1987년 2월6일자로 당시 김성기 법무부 장관의 서명까지 이뤄졌던 김성만씨에 대한 ‘사형집행구신’장. 결재 뒤 계획이 취소돼 장관 결재란에는 흰 종이가 덮여 있다. 양동화씨에 대한 동일한 문서도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김성만 제공
 

‘구신’이란 상세한 보고를 뜻하는 법률 용어로, ‘사형집행구신’은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사형 집행을 요청하는 문서다. 법무부 장관이 이 서류에 결재하면 사형집행 명령서 발부 등 후속 절차가 자동적으로 뒤따르게 되고, 해당 인물은 5일 이내에 처형된다. 1987년 2월6일의 이 문서는 장관 서명까지 끝났지만, 막판에 작동이 멈췄다. 그 흔적이 문서에 고스란히 남았다. 얼핏 공란으로 보이는 장관의 결재 칸 바깥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서명이 그것이다. 당시 장관(김성기)은 사형 집행을 허락한 뒤 어떤 이유에서인가 취소했으며, 이에 따라 누군가 장관 결재란에 흰 종이를 덧댔다.

 

덕분에 문서의 주인공인 김성만(64)은 살아남았다. 동료 사형수였던 양동화(63)도 같은 날 사형집행구신장이 완성됐으나 동일한 과정을 거쳐 목숨을 건졌다. 주요 결재권자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이 우리를 정말로 죽이려고 했었구나 하는 것을 얼마 전에야 처음 알았어요. 햐! 죽음이 코앞까지 왔다 간 거죠. 사형집행구신장을 본 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김성만)

 

“문서를 발견한 날 둘이 통화하면서 울었어요. 사법살인 당한 인혁당 사람들처럼 우리도 억울하게 바로 이 장소에서 불귀의 몸이 될 뻔했잖아요.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섬뜩해요.”(양동화) (*1975년 4월9일 박정희 정권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전신)가 조작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8명을 대법원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시켰다. 이에 대해 국제법학자협회는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했다.)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를 받은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오른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를 받은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오른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구미간첩단 사건의 사형수였던 양동화(오른쪽), 김성만씨는 1987년 2월 사형집행을 위한 문서(사형집행구신)에 법무부 장관이 서명까지 마쳤던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있는 옛 사형장을 찾은 두 사람은 “그 문서를 생각하면 지금도 섬뜩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구미간첩단 사건의 사형수였던 양동화(오른쪽), 김성만씨는 1987년 2월 사형집행을 위한 문서(사형집행구신)에 법무부 장관이 서명까지 마쳤던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있는 옛 사형장을 찾은 두 사람은 “그 문서를 생각하면 지금도 섬뜩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기록 보고 과거의 내가 불쌍해서 울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내 옛 사형장 앞에서 김성만과 양동화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하늘을 쳐다봤다. 가을장마가 몰고 온 먹구름으로 하늘은 잔뜩 흐렸다.

 

두 사람이 자신들에 대한 사형집행 시도를 알게 된 것은 지난 7월 재심 무죄가 확정된 뒤였다. 민사소송을 준비하면서 국가기록원에 요청해 받은 서류 더미에서 사형집행구신장을 발견했다.

 

“1987년 2월이면 민주화운동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였죠.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가 숨진 사실이 밝혀져서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잖아요. 우리를 사형시킨 뒤 대대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민주화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양동화)

 

“그런데 딱 제동이 걸린 거죠. 그렇게 제동을 걸 수 있는 힘은 당시 미국밖에 없었어요. 실제로 그때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 폴 사이먼 상원의원 등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는 우리를 사형시켜서는 안 된다는 서한을 전두환 정권에 계속해서 보냈거든요. 그때마다 우리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도 자신들이 보낸 편지 사본을 보내주고, 한국 정부의 반응도 알려줬어요.”(김성만)

 

앰네스티인터내셔널 등 국제사회는 관련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등 사건 초기부터 구명운동을 벌였다. 앰네스티는 1991년 창립 30주년 때 전세계 양심수 30명에 김성만을 포함시키고, 30주년 기념 영화(<잊지 말자>,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 등)에 김성만의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미국의 움직임은 앰네스티의 이러한 노력과 긴밀히 연계돼 있었다.

 

1985년 9월9일 안기부와 군 보안사령부가 조작 발표한 구미간첩단 사건을 보도한 &lt;경향신문&gt; 1면 지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1985년 9월9일 안기부와 군 보안사령부가 조작 발표한 구미간첩단 사건을 보도한 <경향신문> 1면 지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양동화, 김성만은 1985년 9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구미(歐美) 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수괴’였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전신)와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는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학(WIU) 유학생이었던 김성만과 양동화, 황대권, 이창신 등 4명을 간첩, 이들의 친구나 대학 동창, 후배 등 17명을 간첩단의 조직원이라고 발표했다. 구미 유학생 간첩단이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또 다른 간첩 조직이라고 함께 발표된 안상근(1985년 11월 구치소에서 사망) 등 서독 유학생 2명 때문이었다. 이 사건으로 1986년 9월 대법원에서 김성만과 양동화는 사형, 황대권과 강용주는 무기징역 등 모두 15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성만과 양동화는 1988년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98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13년 만에 출소했다. 두 사람은 2017년 9월 황대권(66), 이원중(58)과 함께 재심을 청구해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문받았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 재심할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런데 저랑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간첩단으로 조작돼 고초를 겪었던 정금택 등이 재심을 준비하면서 그러는 거예요.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너 때문에 간첩방조죄를 뒤집어썼으니 이것을 벗겨줘야 할 것 아니냐’고요. 그 말을 듣고는 아, 내가 힘들어도 과거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겠구나 결심했죠. 재심은 역시 힘들었어요. 사건 당시 검사가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는데도 법정에서조차 바보처럼 네, 네 대답하는 기록을 보면서 과거의 내가 너무 불쌍해서 여러번 울기도 했어요.”(김성만)

“저도 고등학교 후배인 강용주가 재심을 하겠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저나 김 박사(김성만)의 경우 간첩죄는 당연히 무죄가 나오겠지만 나머지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은 유죄가 되지 않을까, 일부 무죄 일부 유죄를 굳이 확인해야 하냐는 생각에서 재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거든요.”(양동화)

 

구미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김성만(오른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옛 감방을 둘러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구미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김성만(오른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옛 감방을 둘러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세습 비판, 주체사상 거부에 북쪽 얼굴 붉혀
 

양동화와 김성만은 1982년 미국 일리노이주 머콤시에 있는 웨스턴일리노이대학에서 만났다. 양동화는 어학과정에 등록 중이었으며, 김성만은 대학원 정치학과 유학생이었다. 같은 시기 이 대학에는 유학생인 황대권(대학원 정치학과)과 재미동포 학생인 이창신도 있었다. 연세대 물리학과를 다닌 김성만과 서울대 농업교육과 출신 황대권은 대학 시절에 학생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었던데다가 당시 국외에서도 전두환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었기에 청년들은 가끔 만나 5·18 민주화운동을 기록한 영상을 보는 등 조국의 현실을 놓고 울분을 토하곤 했다.

 

 한국 사회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었던 황대권이 이듬해 뉴욕의 뉴스쿨로 학교를 옮길 때 김성만과 양동화도 각각 다른 이유로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에서 이들은 한인사회에서 신망이 높았던 서정균(2005년 사망)을 만나서 가깝게 지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이자 <해외한민보> 발간인인 서정균의 집에서 이들은 가끔 북한 영화 등을 보기도 했다.

 

이들이 간첩으로 내몰렸던 것은 북한을 방문했거나 북한 인사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양동화는 1984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귀국하는 길에 동유럽을 거쳐 평양을 방문했다. 김성만은 1983년 6월 헝가리 북한대사관에서, 1984년 11월에는 동베를린에서 북한 인사들과 만났다. 헤어질 때 여비조로 돈을 받은 것도 간첩이라는 증거가 됐다.

 

“군 복무를 위해 귀국할 때였어요. 서정균씨가 유럽에 들러 여행도 하고 민주인사도 만나자고 해서 유럽행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 중에 느닷없이 북한을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몇번을 거절했지만, 모질지 못한 성격 탓에 따라갔어요. 북한을 동경하는 마음은 당시에도 없었지만,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관심과 북한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거든요. 평양과 묘향산 등 일반적인 여행코스를 보여줬는데 제가 그들과 얘기하다가 정권의 부자세습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해서 그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적이 있는 것을 빼곤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그런 것들이 실망스럽고 해서 방북 사실을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하고 지냈어요.”(양동화)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양동화씨.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양동화씨.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통일방안에 대해서 북한 사람들과 토론해보라는 서정균씨의 권유로 1차로 헝가리 대사관에서 만났는데 크게 실망했어요. 저에 대한 신상조사만 잔뜩 하고는 제대로 된 토론은 없었거든요. 저녁에 술을 마실 때 제가 개성의 존중을 얘기했더니 이 사람들은 입을 딱 다무는 거예요. 그중 한명이 ‘수령님이 개성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고 하니까 다들 ‘그렇다’면서 입을 열더라고요. 북한의 체제가 인간 사고를 어떻게 옥죄는지를 겪은 거죠, 그때. 그래서 북한 사람들을 다시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듬해 독일어 공부하러 유럽에 갔을 때 서정균씨가 이번에는 제대로 토론이 될 거라면서 강하게 권해서 따라갔죠. 처음에는 고려연방제를 놓고 토론하다가 제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더니 얘기를 딱 접고는 노동당에 가입하라, 주체사상을 갖고 남한에서 운동을 하라고 하는 거예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태연한 척하면서 남한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왜 노동당 가입이나 주체사상을 가지면 안 되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했죠. 그런데도 계속 설득하길래 그랬죠.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이겠지만, 남한에서 김일성 주석이니 김일성 주체사상이니 얘기하면 그게 통하겠느냐’고. 그랬더니 얼굴이 시뻘게져서 소리 지르면서 방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그걸로 끝이었지만, 제가 북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누군가 알면 그것도 죄가 되니까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죠.”(김성만)

 

구미간첩단 사건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씨.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구미간첩단 사건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씨.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주사파와 결이 달랐던 ‘예속과 함성’
 

귀국 뒤 양동화는 고향인 광주에서 방위병으로 군 복무를 했으며, 김성만은 서울에서 민주화운동을 계속했다. 특히 김성만은 정금택, 김창규와 함께 운동권 팸플릿인 ‘예속과 함성’을 가명으로 집필해 1984년 7월 대학가에 배포했다. 군사독재정권을 미국이 지원하고 있음을 분석한 것으로, ‘반미 자주’를 외친 최초의 운동권 문건이었다.

 

“1985년부터 북한 방송을 듣고 전파하는 주사파가 나왔지만, ‘예속과 함성’은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어요. ‘예속과 함성’에는 양키고홈도 없고, 주한미군 철수 주장도 없어요. 어디까지나 민주화운동 차원에서의 자주와 반미였죠. 그 뒤의 흐름을 보면 ‘예속과 함성’이 큰일을 했다고 봐요.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때 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려던 전두환 정권의 기도를 미국이 막거든요. 청년 학생들의 반미 정서에 미국이 놀랐던 결과라고 봐요. 물론 저는 맹목적 반미주의자가 아닙니다. 안보적 차원에서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자주를 추구해야 한다고 봐요.”(김성만)

 

미국 머콤시에서부터 이들을 주시했던 공안당국은 두 사람의 ‘과거’를 눈치챘고, 안기부는 1985년 6월 초 양동화와 김성만을 차례로 붙잡아 갔다. 이즈음 부모님께 갓난아기를 맡기러 일시 귀국했던 황대권도 붙잡혔다. 이들은 혹독한 고문 끝에 간첩으로 만들어졌으며, 평소 가깝게 지냈던 친구와 선후배들은 간첩방조자로 조작됐다.

 

“발바닥을 맞는 것이 죽을 만큼 아픈 줄은 처음 알았어요. 잔뜩 부풀어 오른 발바닥을 몽둥이로 평지 고르듯이 쓰다듬을 때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어요. 그들이 부르는 대로 진술서를 쓸 수밖에 없었죠. 소명의식에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조선노동당 입당 부분은 못 쓰겠다고 했더니 지독한 물고문을 했고, 끝내 정신을 잃었어요. 결국 입당했다고 허위 진술을 했지만, 검찰에 송치돼 조사받을 때 이것만은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다시 버텼죠. 노동당 입당 부분은 그래서 기소장에서 빠졌어요.”(김성만)

 

“무지막지한 고문은 육신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영혼마저 찢어요. 노동당 입당이든 뭐든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진술을 번복하면 다시 안기부로 잡아온다고 하고 실제로 재판정 방청석에도 안기부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까 무서워서 부인을 못 했어요. 재판을 마치고 돌아가는 호송차에서 한번은 김 박사가 저한테 ‘꿈 깨! 꿈 깨!’라고 하더군요. 노동당 입당을 하지 않았으면서 왜 법정에서 예, 예라고 답하느냐는 거죠.”(양동화)

 

지난 7월29일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김성만(왼쪽 둘째), 양동화(가운데)씨가 동료, 후원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동화 제공
지난 7월29일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김성만(왼쪽 둘째), 양동화(가운데)씨가 동료, 후원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동화 제공
 
강용주 등 다른 피해자도 곧 재심
 

지난해 2월 재심 1심에서 구미간첩단 사건 4명 모두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김성만과 양동화에 대해서는 항소와 상고를 했다. 북한 방문과 북 대사관 등에서의 만남, 돈을 받은 것은 국가보안법상의 잠입 탈출, 회합 통신죄 등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2심과 3심은 북한과의 단순 접촉이나 금품 수수를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그런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에게 그런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2심 판결문)는 것이었다. 재심을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는 “북한을 가거나 북한 사람들을 만나 돈을 받으면 그동안에는 거의 무조건 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해왔는데 이번 판결은 그런 행위들이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를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작된 것이지만 간첩이라는 주홍글씨가 한번 새겨지니까 씻기가 참으로 힘들어요. 주변의 시선 때문에 고향을 떠나야 했을 정도로 위축되는 삶을 살았죠. 길을 가다가 ‘간접적으로’라는 말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랐는데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고향도 가보려고요. 앞으로 꿈이 있다면 몇년째 연구하고 있는 미생물을 이용한 인삼 재배에 성공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해야죠. 그게 저로 인해 고초를 겪은 분들에게 용서를 비는 길이기도 하고요.”(양동화)

 

“이번 판결의 사회적 의미도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를 옥죄던 족쇄에서 벗어난 게 가장 기쁘죠. 민주화운동 했던 사람들조차도 그동안 저를 따돌림하거나 농담조로 간첩 운운했거든요. 일일이 반박하거나 설명할 수도 없어서 많이 괴로웠어요. 한반도 평화와 북한 핵문제로 석사와 박사 논문을 쓰는 등 공부를 계속해왔는데 이제 책이나 논문으로 성과물을 열심히 제시하려고 해요. 이론뿐 아니라 온몸으로 겪어봤기에 누구보다 문제 해법을 잘 알거든요. 앞으로 연구자 김성만으로 봐주면 좋겠어요.”(김성만)

 

보안관찰 거부 투쟁과 겹쳐 재심 신청을 포기했던 강용주 등 구미간첩단 조작 사건의 나머지 피해자들도 곧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1010441.html?_fr=mt1#csidx14848ebd7206fd7bb476a48ef1a71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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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의혹] "그게 공익제보? 듣도 보도 못해"

김웅은 "공익제보"라 주장했지만... 법조인들 "공익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21.09.03 19:17l최종 업데이트 21.09.03 19:17l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웅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당대표 후보 자격으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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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과 국회의원은 공익신고의 대상으로 이에 대한 공익제보를 마치 청부 고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다."

윤석열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유력 대권주자를 향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해당 고발장의 전달자로 전해진 김웅 의원은 지난 2일, 이를 "공익제보"라고 해명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검사가 건넨 고발장과 관련 자료들이 과연 공익제보 혹은 공익신고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당장 피고발인으로 지목됐던 이 중 한 명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익제보"는 "검사가 검사 출신 야당 (총선)후보에게 여권 정치인에 대한 음해성 고발장을 대신 써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법률용어"라며 비꼬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검찰이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 초안을 만들어 야당에 제공하는 것이 '공익제보'라고?"라고 꼬집었다.

공익제보 대상도 아니고, 공익제보 받을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공익제보를 규정하고 있는 법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다. 이들 법에서 규정하는 부패행위와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신고가 법적인 공익제보다. 


공익침해행위는 크게 ▲건강 ▲환경 ▲안전 ▲소비자 이익 ▲공정경쟁 등 5개 분야에 관한 행위로 규정돼 있으며 관련 법도 식품위생법, 폐기물관리법, 위험물안전관리법 등이다. 공직선거법(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담은 이번 고발장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부패행위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공공기관의 예산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또는 공공기관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에 있어서 법령을 위반하여 공공기관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 ▲부패행위나 그 은폐를 강요, 권고, 제의, 유인하는 행위 등이다. 

이 역시 고발장 내용과는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우선 피고발인들이 '공직자'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역시 당시에는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후보였을 뿐이며, MBC와 <뉴스타파>에 소속된 언론인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공직자는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 공익신고를 할 수 있다"라며 ▲공익침해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단체·기업 등의 대표자 또는 사용자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지도·감독·규제 또는 조사 등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나 감독기관 ▲수사기관 ▲위원회 ▲그 밖에 공익신고를 하는 것이 공익침해행위의 발생이나 그로 인한 피해의 확대방지에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등으로 접수자를 정해뒀다.

이 법률의 대통령령에는 국회의원도 접수자로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김웅 의원은 서울 송파갑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 신분이었고,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이전이다. 김웅 의원이 해당 내용을 당 법률지원단에 넘겼다고 했지만, 정당 자체는 공익신고 접수기관으로 보지 않는다. 법 개정을 추진하며 정당도 포함시키려 한 적이 있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아직 제외돼 있다.

국회의원은 해당 공익신고를 법률에 따라 법에 정하는 기관 중 한 곳(예컨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보내거나, 혹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보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보낸 경우든 보내지 않은 경우든 해당 사실을 공익신고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지도부가 전혀 인지 사실을 몰랐고, 법률지원단 역시 공식적으로 이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본다면, 사안의 성격, 신고 접수자, 신고 처리 절차 등 모든 면에서 공익제보와 거리가 멀다. 

"공익제보라 보기 어려워... 정치적 수사조차 못 된다"
 
큰사진보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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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의원이 말한 공익제보가 법률에서 정하는 협의의 공익신고가 아니라, 공익을 목적으로 한 광의의 제보를 모두 포함한 것이라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한 바 있는 한 변호사는 3일 <오마이뉴스>에 "검찰에서 고발장을 대신 써주고 정당에 전달하는 행위는 듣도 보도 못했다"라며 "세상 어느 누가 고발장을 공익신고라고 주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성폭력이나 부정청탁 등의 잘 알려지지 않은 비위행위를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알릴 수 없을 때, 피해자나 내부고발자가 하는 것이 공익제보"라며 "이미 공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을 지적하는 게 어떻게 공익신고가 되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다른 법조인 역시 "현직 검찰총장과 검찰총장의 부인 그리고 검찰 고위간부의 명예훼손 상황 자체가 기본적으로 공익적 사안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라며 "스스로 구제할 능력이 없는 이들도 아니고,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유불리가 갈리는 사안을 특정 정당에 고발해 달라고 보내는 것을 공익제보라 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쓰는 수사라고도 하기 어렵다"라는 것.

나아가 개정된 검찰청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6대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검찰이, 대신 고발장을 써서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에 전달했다면 그 자체로 비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감찰을 지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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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위드 코로나’ 기대해도…“방역피로보다 감염 더 무서워”

거리두기 4단계 내달까지 연장…영업시간 1시간 연장
‘위드 코로나’ 전환 촉구, 기대한다지만 걱정이 한시름
“백신 방역 갖춰지지 않으면 감염 불안 먼저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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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과일 상인은 “코로나 전후로 방문 고객 수가 확실히 줄었다. 식장 사장님들이 코로나로 가장 힘들어하시기에 위드 코로나를 원한다지만, 거리두기 제한 해제로 안한 확진자 발생이라도 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사진은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내부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과일 상인은 “코로나 전후로 방문 고객 수가 확실히 줄었다. 식장 사장님들이 코로나로 가장 힘들어하시기에 위드 코로나를 원한다지만, 거리두기 제한 해제로 안한 확진자 발생이라도 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사진은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내부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면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위증증 확진자 관리 집중식 방역체계)’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현장의 상인들은 감염 상황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란 분위기다.

 

정부는 3일 코로나19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는 6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및 추석 연휴 특별방역대책 확정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는 다음달 3일까지 연장하는 대신,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은 종전 대비 1시간 늘린 오후 10시까지, 모임 인원 제한은 6명까지 확대한다. 단 접종완료자 포함 등 조건이 뒤따르며, 8명까지 확대한 가족 모임도 마찬가지다.

 

이번 발표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기간은 지난 7월을 시작으로 3개월을 맞이하게 된다. 고강도 거리두기 연장의 연속에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등 5개 중기·소상공인 단체는 지난 2일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위드 코로나’ 전환 촉구의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장의 자영업자·소상공인들 또한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최근 2000명대 안팎을 넘나드는 신규 확진자 감염을 생각하면 감염 불안이 먼저 앞선다고 말한다.

 

경기 수원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서 십여년간 방앗간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위드 코로나로 장사가 잘되길 바라지만, 손님들의 방문을 조심해야한다. 손님들로 인한 감염 위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걱정을 먼저 내비쳤다. 사진은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 방앗간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경기 수원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서 십여년간 방앗간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위드 코로나로 장사가 잘되길 바라지만, 손님들의 방문을 조심해야한다. 손님들로 인한 감염 위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걱정을 먼저 내비쳤다. 사진은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 방앗간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서 중화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코로나로 이른 저녁 이후에는 방문하는 손님이 아예 없다. 정말로 단 한명도 방문하지 않는다”며 “주문 일부가 배달로 바뀌었지만, 코로나 확산 이전 평소 주문량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치다. 배달료 부담도 든다”고 호소했다.

 

권선종합시장 내 한 시장 상인 B씨는 “위드 코로나를 하면 참 좋겠으나, 또 하자니 걱정이 앞선다. 최근에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야 제대로 된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의 과일 상인 C씨도 “이곳은 방역준수로 확진자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으나, 코로나 전후로 방문 고객 수가 확실히 줄었다”며 “식장 사장님들이 코로나로 가장 힘들어하시기에 위드 코로나를 원한다지만, 거리두기 제한 해제로 안한 확진자 발생이라도 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서 십여년간 방앗간을 운영해온 B씨 또한 “위드 코로나로 장사가 잘되길 바라지만, 손님들의 방문을 조심해야한다. 손님들로 인한 감염 위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경기 수원시 권선종합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위드 코로나를 하면 참 좋겠으나, 또 하자니 걱정이 앞선다. 최근에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야 제대로 된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사진은 권선종합시장 내부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경기 수원시 권선종합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위드 코로나를 하면 참 좋겠으나, 또 하자니 걱정이 앞선다. 최근에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야 제대로 된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사진은 권선종합시장 내부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상인단체는 정부의 이번 방역 조치와 위드 코로나 필요성에 대해선 긍정하는 모습이다. 다만 현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과 방역상황을 감안하면, 위드 코로나를 통한 영업 개선보다 코로나19 감염의 불안이 더 큰 실정이라 말한다.

 

경기도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방역조치와 관련 “영업시간을 오후 9시 제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늘리는 것은 웬만한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영업시간 확대에 따른 인파를 감안할 때, 수도권 4단계를 연장시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 설명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상인들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 위드 코로나 문제는 매우 큰 고민이 된다. 백신 접종을 통한 위드 코로나 전환 여지도 고려할 순 있으나, 델타 바이러스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감염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단 부분이 가장 걸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함께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백신 접종이 감기약 구매처럼 더 쉽고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러기 전까진 위드 코로나 추진에 대해 상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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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을 막나. 민주주의와 방역은 같이 가야한다"

시민사회, '문재인정부 오만' 비판..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 석방 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9.03 14:53
  •  
  •  수정 2021.09.03 14:56
  •  
  •  댓글 1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강제연행을 규탄하고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강제연행을 규탄하고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강제연행한 임기말 문재인 정부의 행태에 시민사회가 경악했다.

6.15남측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기독교교회연합 인권센터,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양경수 위원장 강제연행 규탄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가 100만 노동자의 대표인 양경수 위원장을 집회 시위의 헌법적 권리를 행동으로 옮겼다고 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강제연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 스스로 재벌 특혜 정권이고 노동자 탄압정권임을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을 존중하고 그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마땅하지만, 불구속수사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에서 새벽에 사무실까지 침탈하여 강제연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촛불정부가 아님을 선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고 평화롭게 표출하고 이 나라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풀어내기도 했다는 점에서 '촛불'은 곧 '집회'였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우려를 들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려는 공안당국이야말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정부가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지목하고 있는 7.3전국노동자대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산업재해 재발방지대책 마련 △사회적 불평등 해소 등 요구와 함께 노정대화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국민과 한 약속이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민주노총이 나서게 된 것인데 정착 방역을 이유로 모든 집회를 불허한 것은 정부 당국이었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왼쪽부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호중 민교협 공동희장,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호중 민교협 공동희장,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훈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특히 5년 전 민주, 진보, 시민의 힘을 합쳐 성취한 촛불항쟁의 결과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정무적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결코 시민들을 희롱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인 김경민 한국YMCA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오만이 극에 달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7.3전국노동자대회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다름아닌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자신들의 약속이기도 한 민주노총의 요구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고 대화 요구도 수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7.3 전국노동자대회가 기획되고 실행되었으나 정부는 더 이상 대화할 의지도 없이 물리적으로 통제하려는 생각에만 빠져있다고 짚었다.

김 총장은 "세계에 자랑하는 K방역도 정부가 잘 통제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그 질서를 잘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면서 "민주주의 작동원리는 여전히 잘 지켜지고 있다. 방역과 민주주의는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고뇌하는 코스프레를 하면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가석방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기한 지도자는 강제연행하고 구속집행하기 때문에 이 정부에 대해 '대자본연합 정부', '촛불정신을 배신한 정부'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했다.

말을 막고 일관되게 강압적으로 나오는 정부의 태도를 가지고는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면서 먼저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방역과 민주주의는 병립 가능하다"며 "지금은 구속하고 말겠다는 의지만 보인다"고 공안당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호중 민주평등사회를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은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지침에서 1인시위만 허용하고 있으나 1인시위는 집시법 대상이 아니므로 현재는 집회, 시위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전 세계에 집회시위를 전면적으로 통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꼬집었다.

"7.3전국노동자대회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이 허위라는 사실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존중과 인권존중은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통로가 보장되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정신적 산소와 같다"며, "다른 기본권과 충돌된다면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자체 방역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코로나로 여러 위기 상황에 내몰린 노동자 농민 빈민 자영업자 등 피해자의 절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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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밤 10시까지…접종완료 4명 포함 6명 모임 허용

등록 :2021-09-03 08:50수정 :2021-09-03 11:19

 
“추석연휴 가족 모임, 접종완료 4명 포함 8명 허용”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주부터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4명(낮에는 2명)을 포함한 ‘6명 이하’ 사적 모임이 가능해진다. 식당·카페의 영업시간도 다시 10시로 연장된다. 결혼식의 경우 식사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거리두기 4단계라도 참석인원이 99명까지 허용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는 방역을 탄탄하게 유지하되, 민생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도록 방역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자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내주부터 적용되는 새 방역 지침은 추석 연휴를 포함해 향후 한 달 동안 유지된다.

 

일단 수도권 등 4단계 지역 식당·카페의 경우 영업시간이 현행 밤 9시에서 10시로 1시간 늘어난다. 저녁 6시 이후 모임 인원 제한은 현행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2명을 포함한 4명’에서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한 6명’까지로 완화된다. 낮에는 현재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4명까지 모일 수 있는데 2차 접종 완료자 2명이 포함됐을 경우 6명까지 모일 수 있다.

 

단, 거리두기 3단계 지역은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 최대 8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게 된다.이뿐 아니라 정부는 추석을 포함한 1주일 동안 백신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해 최대 8명까지 가정 내 가족 모임을 허용하기로 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화보] 코로나 4차 유행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10336.html?_fr=mt1#csidxaf1076c6aefbc3ca2f2c5cc87bf88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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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폭탄, 피할 방법 있을까?

  • 기자명 편집국
  •  
  •  승인 2021.09.02 14:35
  •  
  •  댓글 0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섰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단계적 총부채상환원리금비율(DSR) 규제를 앞당겨 실행하고, 개인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축소할 것을 금융권에 요구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작년 5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내린 지 1년 3개월 만의 인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해 1%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세 지속, 물가 상승 압력, 금융 불균형 누적 세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부채 폭탄과 자산 거품이 위험수위에 와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지난 2분기 가계부채는 1805조9천억 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77조9천억 원이나 급증했고, 2019년 증가 폭의 3배가 넘는다. 지난달까지 1년 2개월간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14.47%, 수도권 아파트 매맷값은 16.86% 폭등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금융당국은 뭘했나.

서민금융대책이 없다

이번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조치에는 서민을 위한 금융 대책이 빠져있다.
부동산은 금융현상이다. 처음부터 입구에서 투기 세력의 돈줄을 막고, 출구에서는 강력한 과세를 통해 불로소득을 환수함으로써 부동산을 잡았어야 했다. 그런데 돈줄은 풀어놓고, 규제는 사후적 핀셋 규제로 일관하다가 풍선효과가 연쇄적으로 전국화하면서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다. 국토해양부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

뒷북만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영끌’과 ‘빛투’를 방치, 조장하다가 지금 와서 대출을 총량규제로 통째로 틀어막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층, 생계형 대출이 절실한 서민층과 자영업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지금 금융당국의 과격한 보복성 대출 규제는 범인이 범인을 잡겠다는 식으로 노동자 민중, 서민에 대한 금융 대책은 완전히 빠져있다.

실수요자라 할지라도 대출을 막으면 주택구매는 유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출이 막히고 이자 부담이 늘어난 다주택자는 전세를 올리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가며 서민층에 전가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빈약하다. 또한 금리 인상은 부자나 가난한 자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정책효과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맞춤형 재정 대책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 ‘통화는 수축적으로 하면서 왜 재정은 확대하느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함께 가야한다’는 식의 한가한 거시경제론자들의 잠꼬대를 들을 것이 아니라 금리정책의 획일성으로 인한 피해를 서민을 위한 재정정책으로 메꾸는 적극적 대책이 시급하게 나와야 한다.

경착륙에 대비해야 한다

자산버블 붕괴에는 연착륙이 없다. 금융당국은 초저금리 상태를 지속할 경우 부채가 더욱 확대되고 자산시장 과열로 이어져, 결국 버블 붕괴와 부채폭발로 금융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연착륙시켜보자는 의도일 것이다. 금리 인상의 때를 놓쳐 30년 장기침체에 들어간 일본의 경험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상황은 미국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심각한 경착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달러패권에 편입된 나라의 숙명은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 급격한 자본이탈과 환율 불안정, 경제충격으로 이어지며, 무자비한 양털깍기를 당하게 된다. 97년에는 외환위기였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가계부채가 뇌관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달러 체제 안에서 금융 주권을 상실한 금융 당국에 중장기 자본통제 대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약탈적인 금융자산경제를 손봐야

금융 당국에게 자산팽창에 따른 심각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조개혁전략은 있는가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폭탄에 대한 면피 수준의 금융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뿐이다.

오늘날의 부채위기는 세계적 현상이며, 장기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를 끌어들여 해결해 오면서 누적된 문제이다. 수출과 내수의 동시 하락으로 3%대의 저성장에 접어든 한국경제에서 역대 정권들이 부동산과 주식시장 부양을 통해 자산효과로 경기를 일으켜 정책실패를 모면해보려는 폭탄돌리기를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현 정부 역시 코로나 위기19로 실물경제의 타격이 오자 자산경제로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하며 부채를 키웠다. 지금 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당국자, 재정당국자들이 바로 이러한 부채 확대와 자산팽창, 빈부격차 정책의 기획자, 설계자이고, 집행관들이었다.

문제는 과잉유동성과 금융팽창에 따른 자산 버블이 약탈경제이며, 언젠가는 터진다는 데 있다. 지금 심각한 부동산 문제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입안하고, 은행이 대출을 통해 종자돈을 보장하며, 건설업체는 아파트라는 규격화된 투자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부동산 폭등과 가계부채 확대라는 싸이클을 키워왔다. 저금리로 확보한 과잉유동성이 실물경제로 들어가지 않고 집값 폭등과 부동산 거품을 야기하며, 오히려 실물경제에서 어렵게 쌓은 노동자 민중의 소득을 착취해가는 약탈경제가 가계부채 뒤에 숨은 실체이다.

그런데도 부채 폭탄이 터지면 금융권을 살리기 위해 다시 어마어마한 혈세를 동원한 공적 자금을 투입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며, 약탈자들은 새로운 잔치를 준비한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노동자 민중은 이 기회를 부동산 불평등과 약탈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체제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편집국 news@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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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내년 예산 1조4,998억원...통일정책 공감대 확산 중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9/03 11:22
  • 수정일
    2021/09/03 11: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일반회계 2,304억원+남북협력기금 1조 2,494억원..탈북민 지원 전체 예산 57%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9.02 18:20
  •  
  •  댓글 1
 

2022년 통일부 예산은 총지출 기준으로 일반회계 2,304억원, 남북협력기금 1조 2,494억원 등 총 1조 4,998억원으로 편성됐다.

일반회계 예산은 전년 대비 10억원(0.4%)이 증액되었으며, 남북협력기금은 전년 대비 238억원(1.9%) 증액된 규모이다.

통일부는 2일 △통일·평화관련 역량의 효과적 결집 △대북민 '통일행정 서비스' 제공으로 정책 체감도 고양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평화경제 실행전략으로서 '평화뉴딜' 비전 적극 견인 등에 중점을 두고 내년 통일부 예산 및 기금을 이같이 편성했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은 지난 8월 3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으며, 3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일반회계 예산은 사업비 1,669억원, 인건비 528억원, 기본경비 106억원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사업비는 2021년 1,655억원에서 약 14억원(0.9%)이 증가했다.

이중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관련 예산이 952억원(전체 사업비의 57%)으로 가장 비중이 높고, 그 다음으로는 통일교육 172억원(10.3%), 북한정세분석 157억원(9.4%), 통일정책 146억원(8.7%), 남북경제협력 60억원(3.6%), 이산가족 및 북한인권 등 인도적 문제해결 48억원(2.9%), 남북회담 24억원(1.4%)등 순서이다.

통일부는 통일·평화 관련 역량 결집과 통일정책 관련 공감대 확산에 중점을 두고 △통일대북정책 플랫폼 구성(12억원 신설) △통일정보자료센터 건립(445억원, 건립비 32.4억원 포함) 및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120억원 신규) △통일+센터 충남·경기지역 추가(1.7억원 증액)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등 예산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통일 대북정책 플랫폼은 기존 남북관계발전위원회를 뒷받침하는 지원체계로서, '남북관계발전포럼'과 일반 시민·민간단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분야별 민관협업 협의체(사회통합·교류협력·인도협력)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통일정보자료센터는 1989년 개관한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를 2025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신축하고, 기존 180여개 특수자료취급인가기관에 분산된 북한 자료를 연계·통합 활용하기 위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사업에 착수하려는 것. 

통일정보자료센터 설계와 부지비용 등 32.4억원이 순증하고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구축을 위한 93억원, 북한자료센터 내 비도서자료 디지털화(3.4억) 등이 소요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인천을 시작으로 설립하고 있는 통일 관련 권역별 지역거점인 '통일+센터'는 지난해 예산에 반영한 호남, 강원에 대해 각각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고 충청, 경기권은 내년 예산에 반영한 것.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예산은 최근 탈북민 입국 규모를 감안해 정착금과 교육훈련비 규모는 줄이고(489억원→420억원) 탈북민 정책 및 지원체계 운영과 하나재단을 통한 지원사업예산은 증액(490억원→532억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신규 탈북민이 감소하는 만큼 정착지원 예산을 증액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입국기준으로 2019년 1,047명, 2020년 229명, 2021년 상반기 기준 30명대 후반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2022년에는 탈북민 지원을 위한 기준인원을 770명 규모로 줄이되 내실있는 지원을 위해 근로소득자뿐만 아니라 사업소득자도 4년내 최대 5,000만원까지 자산소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북한정세분석 예산이 133억원에서 157억원(18%)으로,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 예산이 47억원에서 60억원(27%)으로 전년대비 대폭 증액됐다.

남북협력기금은 사업비 1조 2,670억원에 기금운영비 23.5억원을 포함해 편성되었으며, 사업비만 보면 2021년 1조2,431억원에서 239억원(1.9%)이 늘어난 규모이다.

사업비 증액은 사회문화교류와 DMZ 평화적 이용 관련 예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북협력기금은 △지자체·민간 차원의 남북교류 추진 △DMZ 평화지대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뉴딜 비전 적극 견인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

분야별로는 민생협력 등 인도적 협력을 위한 예산이 6,522억원(51.5%)로 가장 비중이 높고, 남북경제협력 5,893억원(46.5%), 남북사회문화교류 221억원(1.7%)가 뒤를 이었다.

지자체 교류지원을 위해 통일부는 지자체별 특성을 살려 다양한 교류를 추진할 수 있도록 사회문화교류, 민생협력 분야에 지자체 경상보조 항목을 신규 편성(사회문화교류 55억원, 민생협력 256억원 신규)하여 정부-지자체-민간의 안정적 남북협력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올해 시범사업 성격으로 추진한 DMZ 평화의길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64억원을 신규 편성됐으며, 평화뉴딜 비전의 적극 견인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지원 예산을 확보했다.

통일부 2022년 일반회계 세부사업별 예산 [제공-통일부]
통일부 2022년 일반회계 세부사업별 예산 [제공-통일부]
통일부 2022년 남북협력기금 세부사업별 예산 [제공-통일부]
통일부 2022년 남북협력기금 세부사업별 예산 [제공-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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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의 수북통신] 밤이 있어서 산다

공선옥 소설가
발행2021-09-03 09:21:14 수정2021-09-03 09:21:14
 

아프가니스탄이 패망했다고, 어떤 신문들이 쓴 모양이다. 한나는 즉각 예전 ‘월남 패망’이 생각났다. 패망했다던 월남, 그러니까 베트남은 지금 어떤가. 패망했다던 베트남은 지금 멀쩡하지 않은가. 패망한 것은 베트남이 아니고 부패한 남베트남 정부가 아니었던가. 그러니까 아프가니스탄도 패망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정부. 신문들이 말을 똑바로 해야지 원. 그래서 말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일의 처음과 끝인 말. 마침 또 말의 잔치 시대, 선거 국면이지 않은가. 미국도 선거철 말이, 그러니까 지지연설이 정치인으로 나아가는 출세의 기회가 된다. 정치인이 성공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말.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정치한다는 사람들의 말은 왜 하나같이 저 모양인가. 날마다 귀를 씻고 싶다. 베트남 정부나 아프가니스탄 정부나 부정하고 부패하여 누가 와서 건들지 않았다 해도 자기들 내부에서 이미 망했듯이, 정치인들도 험한 말, 남이 듣고 귀를 씻고 싶은 말만 골라가며 쓴다는 것은 이미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망한 ‘종자’가 아닌가. 비판은 욕설에 가까운 자기 분노의 언어로 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언어로 예의를 갖추고 해야 제대로 된 ‘과녁 맞추기’가 아닌가. 한나는 대통령이 하고 싶다고 나온 여야 후보들의 말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가 어떤 말을 구사하는 사람인지, 어떤 종류의, 어떤 수위의, 어떤 결의, 어떤 색깔의 언어가 그의 내부에 저장되어 있다가 말로 되어 나오는지 한나는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나오는 말은 맨날 ‘짜실짜실한’ 상대방 흠 들추는 말들. 그리고 또 어떤 후보는 아예 자기 말은 없고 측근의 전언 뿐. 아주 옛날 김대중 대통령의 장충단공원에서의 사자후 시절이 차라리 그리울 지경.

1971년 4월 18일 박정희에 맞서 대선에 출마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명한 서울 장충단공원 연설 장면ⓒ자료사진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한나가 아이들 훈육한답시고 실은 자기 화를 분출하노라면 아이들은 그건 엄마 생각, 그건 엄마 말, 이라고 해서 한나 화를 더 돋운 적이 있었다. 내가 화를 낼 때 상대가 고개 숙이고 예에, 예에, 해야 내 화가 멈춰질 텐데 어디 감히.... 싶어서였다. 아이들이 다 크고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한나는 예전의 자신의 모습이 문득 떠올라 곤혹스러움과 낭패감에 어쩔 줄 몰라 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아이들의 말로 한나를 가르쳤다는 것을 모르고 할 줄 아는 것은 오직 화내는 것뿐인 미욱한 어른이 어른이랍시고 폼 잡았던 순간들이...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한나로 하여금 진저리를 치게 하는 것이다. 나중에 생각하면 진저리 칠만한 ‘짓거리’를 무심코 해대는 것이 선거철 말들이 아닌가. 상대를 향해서 막 쏘아댄다. 자기가 쏜 말은 언젠가 반드시 자기한테 돌아온다는 것을 잊은 채. 말이라는 것은 한번 입 밖으로 나가면 주워담을 수 없고 그 말이 곧 그 사람이 된다는 것도 잊은 채. 말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생각나는 것은 말이라는 것은 두 가지라는 것. 누구들처럼 상대를 향해 쏘는 말을 구사하는 자와 자신을 표현하는 자의 말. 자신을 표현하는 말을 쓰고 사는 사람들은 남에게 험한 말을 못 쓰는 사람들. 일테면 이런 사람들.

“노점을 하는 엄마가 밤에 자리에 누워 끙끙 앓는 소리와 함께 밤이 있응게 산다이, 하셨죠.”

모든 고달픈 생애는 한나의 피붙이. 생물적 피붙이가 아니어도 너무 익숙해서 피붙이로 여겨진다. 한나의 생활이 유복한 쪽보다 고달픈 쪽에 더 가까운 탓일 거다. 어디다 허리 한번 대볼 수 없는 차가운 길바닥에 종일토록 나앉아 있다가 밤이 되어서야 고단한 몸 뉘이고서 꿈결인 듯 한숨 같은 엄마의 말, 밤이 있응게 산다이. 그렇게 말하는 이의 엄마는 바로 한나의 엄마. 진짜 엄마가 아니어도 엄마. 익숙한 엄마. 그래서 살풋 애려오는 가슴.

세상을 망치는 자들은 언제나 냉혹해서 ‘밤이 있어서 산다’는 말은 영영 남의 말. 그런 말에 공명하는 가슴이 있기나 할까.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수집하고 있다.ⓒ뉴시스

먼 나라로 이민을 간 어떤 이가 이민생활의 고달픔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은 일터를 오가는 길의 울창한 나무들이었다고 말했다. 밤이 있으니 산다고 말하는 엄마의 말투로 하면, 나무가 있응게 살제이. 돈이 안 되면 나무 같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런 말도 영영 남의 말.

짧은 기차여행 길에 보이는 풍경들은 코로나시대라 그런지 뭔가 풀이 죽은 듯 하다. 이마 위에 번뜩이는 텔레비전 속 풍경만 저 홀로 오두방정. 스마트솔라시티로 그린 리모델링하겠다는 도시 광고. 그것은 자기들 말. 나무 베어낸 자리에 어치고저치고 해서 돈 벌어먹겠다는 수작을 이르는 그 사람들만의 말. 한나 같은 사람들은 천하 없어도 못쓸 말. 그런 말을 한번 써보려 해도 입이 안 떨어진다. 물 산업 클러스터로 어쩌고 저쩌고 스마트 팜이 어쩌고저쩌고...

차라리 한나에게는 먼 이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말이 더 정답다. 더 ‘내쪽 사람’ 말 같다. 농공단지 옆을 지나는데 들려오는 외국 음악소리. 저녁밥 짓는 이국에서 온 청년들의 내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부지런히 뭔가를 굽고 볶으며 나누는 정담이. 그들이 밥 지으며 남 쏘는 말 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손님들도 자기들의 말을, 이웃과 친척과 가족과 함께 살았던 시절의 말들을, 생의 어느 순간, 굳이 빛나지 않았어도 좋았던 순간들의 말들을 많이많이 써주기를. 여기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해서 더 음악 같은 아프가니스탄 말들을 써주기를. 그들도 먼 이국에서의 밤에, 밤이 있어서 산다, 는 말을 하는 이의 평화가 있기를.

한나도 이제 이 글을 끝으로 지난 몇 개월간의 덧없는 말을 그만 끝내려 한다. 앞으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더 말하기를 멈추려한다. 침묵이 하고 싶다는 그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공선옥 작가가 수북통신을 잠시 쉽니다. 금세 돌아와 좋은 글 전해주실 것을 믿으며 독자들과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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