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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흔들어대는 미국을 박살내자!”…189차 촛불대행진 열려

 

“이재명 정부 흔들어대는 미국을 박살내자!”…189차 촛불대행진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5/0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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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이 주최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89차 촛불대행진’이 2일 오후 5시 서울시청역 7번 출구에서 열렸다. 

 

  © 김영란 기자


‘주권모독 내정간섭 미국을 규탄한다!’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황금연휴도 반납하고 광장에 나온 연인원 2,6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검은 머리 미국인들이 매일 내정간섭 발언을 해대고 있다”라면서 “지금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의원들 그리고 정동영 장관까지 일치단결해서 미국을 규탄하고 있다. 아주 잘하고 있다”라고 응원했다. 

 

사회자의 선창으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시작했다. 

 

“주권모독 내정간섭 미국을 규탄한다!”

“주권모독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하라!”

“이재명 정부 흔들어대는 미국을 박살내자!”

“친미꼴통 매국역적 내란당을 해체하자!”

“주권자 국민 그 존엄 앞에 미국은 무릎을 꿇어라!”

 

윤경황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이런 모욕적인 주권 침해 행위를 허용할 수 있나?”라고 물으며 “미국이 난리를 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조하지 않고,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는 등 이재명 정부가 미국을 따르지 않는다고 여기니 그런 것이다. 미국은 이재명 정부를 계속 공격하고, 끝내는 이재명 대통령을 제거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는 대한민국의 검찰과 법원이 필수적이다. 한국 내 개혁적인 정치인을 제거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바로 정치검찰과 조희대 사법부이기 때문”이라면서 “조희대가 버티고 조작검사들이 보완수사권을 달라며 난장판을 피울 수 있는 것도 바로 미국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란 청산의 최대 방해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대 걸림돌, 모든 악의 근원은 바로 미국”이라면서 “이재명 정부를 흔들어대며 주권을 모독하고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미국을 제압하자”라고 외쳤다. 

 

▲ 김지선 공동대표(왼쪽)와 윤경황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이해연 동작관악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면 가장 먼저 우리나라가 타격당할 것”이라고 하면서 “주한미군기지 철수는 절박하다 못해 우리의 ‘생존 문제’가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은 다음 전쟁터로 동아시아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은 한국·일본·필리핀을 하나로 묶는 이른바 ‘킬 웹’ 통합 구상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를 북·중·러에 맞선 대리전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속내를 드러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와 패권적 계획에 호락호락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자 미국이 이재명 정부를 맹공격하고 있다”라며 “미국의 주권 모독과 내정간섭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 이해연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안정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우리나라의 전시작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전두환 신군부의 군대 이동을 몰랐을 리 있나? 한미연합사를 통해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하달받는 미국이 12.3내란 당시 군대 이동을 몰랐을 리 있나?”라고 물으며 “미국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는 전두환의 계엄도, 윤석열의 내란도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주한미군기지가 배치된 한국을 전초기지 삼아 동북아에서 한국·일본·필리핀까지 동원하여 북한·중국·러시아와 대리전쟁을 하겠다는” 속셈이라며 “미국과의 싸움은, 주한미군기지 철수 투쟁은 우리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했다. 

 

김정희 프랑스 민족의 집 대표는 “미셸 박 스틸이 미 상원의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한국의 내란세력들과 손을 잡고 이재명 정부를 흔들어 정치적·사회적 불안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차기에 우리 사회는 다시 윤 어게인 세력들이 활개 치는 정치적·사회적 대혼란을 겪을 것이 우려된다”라며 국내·해외 촛불행동 공동성명을 낭독했다. 

 

공동성명은 “미셸 박 스틸 지명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 지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적대적 프레임 형성 그리고 시민사회의 민주적 정치운동을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행동으로 규정하는 등 한국 국내 정치에 대한 명백한 편향성을 지속적으로 드러내 왔다. 이런 행보를 걸어온 인사를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한 것은 단순한 외교관 인선이 아니라 한반도 정책 전반을 갈등과 충돌로 몰아갈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셸 박 스틸 지명자는 내정 불간섭 원칙을 준수하고, 한반도 평화 및 긴장 완화 정책에 대한 명확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즉각 밝혀야 한다 ▲미 상원은 인준 절차에서 미셸 박 스틸 지명자의 외교적 중립성, 정책 일관성 그리고 한반도 정책 관련 입장을 엄정하게 검증하고, 임명에 신중해야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셸 박 스틸의 주한 미국 대사 지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주권정부는 ‘빈 국제협약 제4조 2항’에 따라 해당 인사에 대한 아그레망 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 

 

이 성명에는 해외촛불행동 13개국 56개 지역이 참여했다고 한다. 

 

▲ 촛불행동 명예최고대표 양회동 열사 3주기를 맞아 참가자들이 추모의 묵념을 했다.  © 김영란 기자


양회동열사정신계승사업회의 강한수 회장은 “정권을 바꿔낸 지도 1년이 다 되어 가고, 그 사이 구속 중이던 조합원들은 사면, 복권을 받기도 했다.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로, ‘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로 잃어버린 이름을 63년 만에 되찾기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여전히 열사의 명예회복을 해내지 못했다”라며 “CCTV 유출범과 패륜 조선찌라시 그리고 그에 동조한 모든 놈들을 단죄하고, 열사와 유족, 건설노조에 대해 사죄, 명예를 회복하는 투쟁의 길에서 꼭 승리하겠다. 윤석열이 망쳐놓은 건설산업의 정상화와 건설노동자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원청 건설사들과의 교섭 투쟁에서 꼭 승리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조작수사 피해자 이화영 진실규명과 석방을 위한 시민행동’에서 활동하는 김난희 종로성북동대문촛불행동 회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을 죽이기 위해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희대의 파기환송으로 사법 내란을 자행하고, 아직도 이화영(경기도 전 부지사)을 희생양으로 잡아 가두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고, 이제 특검을 통해 죄를 지은 자들을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적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조작 사건의 희생양으로 한 가정을 도륙 낸 이 국가 폭력에 대해 국가가 사죄하고, 이화영 전 부지사를 당장 석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 김정희 대표, 강한수 회장, 김난희 회원.  © 김영란 기자


집회를 끝낸 참가자들은 미 대사관까지 행진했다. 

 

▲ 참가자들은 미 대사관을 향해 “주한미군기지 철수하라!”, “주권자 국민, 그 존엄 앞에 미국은 무릎을 꿇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표시를 했다.  © 이영석 기자

 

▲ 참가자들은 미 대사관을 향해 “주한미군기지 철수하라!”, “주권자 국민, 그 존엄 앞에 미국은 무릎을 꿇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표시를 했다.  © 박명훈 기자

 

▲ 극단 경험과상상의 류성 대표가 추모 편지를 낭독했다. (☞ 기사 말미에 추모 편지 전문)  © 김영란 기자

 

▲ “내란 청산이 이렇게 안 되고 있어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광장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남편이 쉬면 같이 항상 그냥 축제처럼 나오고 있습니다” -김포에서 온 부부  © 김영란 기자

 

▲ “전작권 회수도 못 하고, 미국놈들 철수도 안 하고, 조희대 탄핵도 못 시키고, 그래서 다시 광화문으로 왔습니다.” -강남에서 온 회원  © 김영란 기자

 

▲ “끝까지 가려고 나오고 있습니다.” -강북촛불행동 사무국장  © 김영란 기자

 

▲ “양회동 열사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이 바로 조희대 탄핵과 촛불 광장을 더 힘 있게 키워내는 것.” -춘천에서 온 회원  © 김영란 기자

 

▲ “지방선거 될 때까지 조희대 탄핵을 못 시킨 사람들, 너무나 화가 납니다.” -도봉촛불행동 박재석 신부  © 김영란 기자

 

▲ 배달 노동자 가수 동백 씨가 「내란법비 조희대 탄핵해」, 「이젠 나가」, 「행복의 나라로」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가수 백자 씨가 「그날이 올 때까지」, 「니들이 뭔데」, 「골목 깡패 트럼프」, 「이제는 미국과 헤어져야 할 시간」을 불렀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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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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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명훈 기자

 

추모 편지 전문

양회동 동지, 잘 지내십니까. 

작년 이맘때, 우리는 동지의 묘소를 찾아 승리의 보고를 드렸습니다. 그날, 우리는 참 기뻤습니다. 동지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양회동과 한 데 얼싸안고 부둥키다가, 덩실덩실 신명 나게 춤을 추는 것만 같았습니다.

양회동 동지. 이제 와서 뒤늦은 고백 하나 해야겠습니다. 3년 전, 동지가 분신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동지의 마음을 차마 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순둥이도 그런 순둥이가 없다고 할 만큼 겁이 많았던 사람인데. 교섭장에서 사측 사람에게 큰 소리 한 번 내질렀다가, 그게 며칠 동안 마음에 걸려 했던 착한 사람인데. 아이들 사진에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써둘 만큼 사랑이 많은 사람인데. 

그런 양회동이 어떻게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불을 당기는 모진 선택을 했단 말인가. 아무리 억울해도 그렇지. 아무리 절실해도 그렇지.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양회동의 마음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런 양회동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은 1년 7개월이나 지난 후였습니다. 

12월 3일 내란의 밤, 수천수만 명의 국민이 국회로 달려갔습니다. 청년들은 슬리퍼에 잠옷 차림으로 뛰어나왔습니다. 어르신들은 아까운 청년들 살려야 하니 우리가 앞에 서자며 스크럼을 짰습니다. 모두 계엄군의 장갑차와 총구 앞에 자신을 세웠습니다. 

그때 우리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막아야 한다.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목숨이지만 이 내란을 막아낼 수 있다면, 그 목숨 아낌없이 바치겠다. 그때, 양회동의 절규가 겹쳐 올랐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꼭 승리하여야만 합니다.” 

길고 긴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수십만 수백만의 국민이 몰려나왔습니다. 여의도에서, 광화문에서, 안국동에서,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국민은 살갗을 파고드는 겨울 칼바람에 자신의 몸을 기꺼이 들이댔습니다. 

그때도 우리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이겨야겠다. 내 몸이 망가져 쓰러진대도 좋으니 기어이 윤석열을 무너트려야겠다. 다시, 양회동의 호소가 겹쳐 올랐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꼭 승리하여야만 합니다.”

그 겨울, 우리는 모두 양회동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수천수만의 양회동이 되어 함께 싸우는 것만 같았습니다. 누구보다 착하지만 무엇보다 강인한 사람 양회동, 자기 자신보다 동지를 더 보살피는 사랑 많은 사람 양회동, 이길 때까지 싸우는 사람 끈질긴 사람 양회동. 

그렇게 우리 자신이 양회동이 되었을 때, 비로소 양회동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 몸을 태워서라도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겠다는 열망.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들에 대한 한 없는 믿음. 마침내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낙관. 그것이 양회동의 마음이었습니다.

양회동 동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가슴에는 동지의 음성이 고동치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꼭 승리하여야만 합니다.” 

예, 꼭 승리하겠습니다. 영원히 우리들 곁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높여 주십시오. 우리는 양회동의 자존심, 양회동의 뚝심, 양회동의 진심을 닮아 싸워나갈 것입니다. 승리하고 또 승리할 것입니다. 

양회동의 마음으로, 양회동의 투지로. 예, 꼭 승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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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무력 국가', 협상은 이걸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박세열 칼럼] '구성시 논쟁'은 아무 의미 없는 '헛 일'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6.05.02. 01:35:01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북한 구성시에 핵시설이 있다고 발언하고, 미국이 한국에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했다는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이 기회를 만났다는 듯 공세를 쏟아붓고 있다. 헛 일이다.

북한에 영변 외 핵 시설이 여러 곳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정 장관이 언급했다는 '구성시' 역시 이미 수차례 공개된 사실상의 '오피셜' 정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김정은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나 "(김정은은 핵시설) 1∼2곳을 없애길 원했다. 그렇지만 그는 5곳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정은은 미국의 정보력에 놀랐다고 한다. 아마 지금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은 5곳을 넘을 것이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매체 <더 디플로맷>이 최근 이 논쟁을 다뤘다. 한반도 담당 수석 특파원인 미치 신 기자는 "결국 '구성 사건'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이 사건이 제기하는 더 중요한 질문은 워싱턴도 서울의 보수 진영도 직접적으로 답하기를 꺼리는 질문이다. 과연 북한의 비핵화는 실현 가능한가? 답은 분명히 '아니오'다"라고 말한다. 그는 '구성 논란'을 두고 "마치 로마가 불타는 동안 바이올린을 켜는 격"이라고 냉소했다.

미치 신은 결국 북한의 핵무력 보유를 인정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핵무력은 이미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핵시설이 구성에 있는지, 영변에 있는지는 군사 전술에선 의미가 있지만, 국가 전략에서는 아무런 의미값을 갖지 못한다. 정동영 장관이 북한에 존재하는 핵 관련 시설 위치를 특정했든 안했든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다. 미국이 (한국의 외교적 노력을 쏟는 것과 별개로)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했든 하지 않았든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미국, 정확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북 강경파로 잘 알려진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 대통령이 담당 데스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는 오로지 그들의 것이다. 트럼프가 직접 북한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입장은 무엇인가. 지난해 경주에서 열리는 APEC에 참석하기 앞서 그는 북한을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 핵무력 세력)로 규정했다. 그는 "그들(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질문한다면), 그들은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핵 보유국이라고 규정하는 건 유보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뉴클리어 파워'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트럼프는 북한이 핵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핵무력'은 진화하고 있다. 마크 버커위츠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 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올해 보고서 "북한이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ICBM 시험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베네수엘라나, 이란과 북한은 완전히 다른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일으킨 이란과의 전쟁은 트럼프가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역설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트럼프는 '아직 핵 무력을 갖지 못한'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겟으로 삼지만, '이미 핵 무력을 보유한' 북한은 이 교훈을 사무치게 새기고 있을 것이다. 이번 전쟁을 보고 있는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는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장관은 이란이 북한처럼 되는 걸 막기 위해 이란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말하면 북한 수준의 핵무장 단계가 되면 미국이 공격할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 달갑지는 않지만 북한은 '협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침 미국 내에서도 비핵화 회의론이 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지난 2024년 정강정책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다. 지난 2020년 대선 공약에서 민주당은 북한 비핵화를, 공화당은 CVID(불가역적 핵 폐기)를 제안했던 것에 비춰보면 미국 정가 내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현실적 목표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회의론'을 상징한다.

대북 강경파라는 빅터 차 석좌조차 북한과 북핵을 협상의 중심에 두되 군축 합의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빅터 차 석좌가 제시한 것은 '비핵화' 정책의 실패 인정, 북한과 새로운 '차가운 평화' 체제 구축이다. 북한을 '핵무력 세력'으로 관리하면서 위기 안정, 군비 통제, 그리고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를 읽는 게 중요하다. 정동영 장관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 '한미 동맹이 무너지고 있다'고 떼를 쓰는 국민의힘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접어두고 북한의 핵 무력을 인정하며 김정은과 협상에 나설 때 뭐라고 할 것인가. 국민의힘은 과연 변화하느 세계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는가? 대안이 없다면 야당은 살아 있으되 살아있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독일 통일을 이끈 중부 유럽의 소국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현실 정치"라는 개념을 발명했다. 이념과 전통에 매여 있던 당시 유럽의 외교가에서 비스마르크는 오로지 '프로이센의 국익'을 기준으로 약소국의 현실을 인정하고 혁명과 반동을 모두 거부하며 '있는 그대로의 유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독일 통일은 의회(국내 정치)가 아니라 외교와 현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의 숙적 프랑스의 독재자 나폴레옹 3세와도 전략적 친분을 유지했고, 동맹인 오스트리아와도 전략적 거리감을 유지했다. 결국 그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를 물리치고 독일 통일의 역사적 과업을 이뤄낸다.

결국 '실용'의 문제다. 정세 변화를 읽는 눈과 냉정한 판단, 그리고 실행력이 중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변화하고 있는 미국을 캐치해야 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AP=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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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킬체인' 버려라?…빅터 차, 자기 보고서 뒤집는 이유

정승호 시민기자

jeong.seungho@hoasen.edu.vn

베트남 호아센대학교 언어심리학부 전임강사,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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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CSIS 한반도 보고서에서 '킬체인' 권고

비핵화 실패·미 전략 과부하에 "차가운 평화로"

김정은, 카다피·이란 선례 보며 핵 포기 안 할 것

북 선제 타격하면 미국에 ICBM 날아온다 걱정

미국 국익 관점서 핵공격 리스크 줄이려는 것

킬체인 한 번 해체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아

방패만 들고 수백 발의 미사일 막을 순 없어

방패 남기고 창 꺾으라는 조언은 가치 없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석좌교수. CSIS 홈페이지 갈무리

2023년 1월 19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반도 위원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존 함레 CSIS 소장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 교수가 공동 의장을 맡았고, 빅터 차 석좌교수가 프로젝트 디렉터였다. 보고서 제목은 「북한 정책과 확장 억제」였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군사력 개선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그 첫 번째 항목으로 킬체인을 명시했다. 북한의 임박한 공격을 탐지해서 미사일 발사 능력을 사전에 파괴하는 선제타격 계획. 아이언돔 조기 배치, 지향성 에너지 무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와 함께, 한국 억제력의 핵심으로 권고된 것이다. 빅터 차가 프로젝트 디렉터로서 직접 만든 보고서에 들어간 내용이다.

2026년 4월 28일, 같은 CSIS 건물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빅터 차는 이렇게 말했다. "추천하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이 더 이상 킬체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킬체인은 선제적 전략이고 북한의 핵무기 발사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따라서 한국은 킬체인에서 벗어나야 한다."

3년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을까. 빅터 차가 갑자기 무능해진 걸까. 아니다. 사실 그는 아주 유능한 학자다. 다만 그가 유능하게 대변하는 이익이 한국의 이익이 아닐 뿐이다. 그가 왜 바뀌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그의 논거를 복기해보자. 빅터 차가 4월 21일 《포린 어페어스》에 발표한 논문 「있는 그대로의 북한: 차가운 평화(cold peace)를 위한 논거」가 제시한 것은 세 가지 논거였다.

첫째, 비핵화는 실패했다. 30년간 7개 행정부가 같은 프레임워크를 들고 북한과 협상했는데 북한의 핵은 줄기는커녕 50기 이상의 탄두와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8, 화성-19, 화성-20)과 극초음속 활공체로 늘어났다.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삼는 접근법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건 사실이다. 필자도 동의한다.

둘째, 미국의 전략적 과부하가 심각하다. 2025년 6월 이란 핵시설을 벙커버스터로 공습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에 이어 2026년 2월 28일 본격적인 대이란 전쟁(장엄한 분노 작전)이 터졌다. 항모전단 3개가 중동에 묶여 있고, 한국에 배치됐던 패트리엇과 고고도 요격체계가 중동으로 빠지고 있다. 빅터 차는 이 상황에서 전 국방부 차관보 엘리 래트너의 말을 빌린다. "적을 판에서 빼야 한다." 북한을 그 판에서 빼자는 것이다. 이것도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다.

셋째, 그러니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삼지 말고 군축 협정, 핵실험 금지, 미사일 생산 제한, 위기관리 핫라인, 핵이전 금지 같은 것부터 대화하자. 이른바 '차가운 평화'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공존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논거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 비핵화 프레임워크가 30년째 실패했다는 진단에 반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이란전쟁으로 전략적 여유가 줄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문제는 결론이다. 빅터 차는 이 논거 위에 "한국은 킬체인을 폐기하라"는 결론을 올려놓았다. 논거는 맞는데 결론이 논거를 배신한다. 왜 그런지 다섯 가지를 따져 보겠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발표된 포린어페어즈 5, 6월 합병호에 실린 빅터 차의 기고문 제목과 이미지

하나. 김정은이 학습한 교훈

핵을 포기한 자들의 목록이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2003년 핵을 포기했다. 서방은 제재 해제와 국제사회 편입을 약속했다. 8년 뒤인 2011년,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가 지원한 반군이 그를 배수로에서 끌어내 살해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핵 프로그램이 해체된 뒤 2003년 미국에 침공당해 교수형에 처해졌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세계 3위 핵전력을 러시아에 반납했다. 미국, 영국, 러시아가 영토 보전을 보장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2022년부터 전면 전쟁이 진행 중이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의 보증인인 러시아가 직접 침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란.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로 핵 프로그램을 동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2025년 6월 미국이 핵시설을 폭격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면서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사살되었다. 협상으로 핵을 동결한 국가가, 협상 파트너에 의해 공격당한 것이다. 채텀하우스의 2026년 3월 분석을 보자.

"이라크와 리비아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고, 역시 군사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반면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은 지금까지 군사 공격을 피해 왔다. 관찰자들은 이란이 이미 핵 억제력을 보유했다면 공격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김정은은 이 목록을 전부 보고 있다.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렇게 연설하지 않았는가. "오늘의 현실은 적들의 감언이설을 거부하고 핵전력을 영구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우리 국가의 전략적 선택과 결단의 정당성을 명백히 실증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비핀 나랑 전 국방부 우주정책 차관보 대행과 프라나이 바디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군축 선임국장은 2025년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이 상황을 "카테고리 5 허리케인"이라고 불렀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포린 폴리시》에 더 직설적으로 썼다.

"북한은 이제 서방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추구하는 불량국가의 모델이 되었다. 비용과 결과에 관계없이 핵무기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전략이 반복적으로 입증되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나오는데, 빅터 차도 이걸 인정한 것이다. 《포린 어페어스》 논문에 그는 이렇게 썼다. "북한은 이란이 아니다. 입증된 핵보유국이며 미국과 동맹국에 보복할 수 있다."

또 이렇게도 썼다. "군사 행동을 대신 위협할 수 있다. 미국은 이란에 했던 것처럼 비핵화하지 않으면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란이 아니다."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본인이 세워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 전제 위에 올린 결론이 "한국은 킬체인을 버려라"다. 여기서 논리가 무너진다.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상대 앞에서, 그 핵에 대응하는 억제 수단을 먼저 내려놓으라는 것. 이걸 억제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일방적 양보라고 불러야 한다.

카다피가 핵을 포기하고 죽었다는 교훈을 김정은이 학습했다면, 한국이 킬체인을 포기했다는 사실에서 김정은이 학습할 교훈은 뭘까. 답은 뻔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국방성중앙군악단 창립 80주년 기념 연주회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2026.4.29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둘. 빅터 차가 빅터 차를 반박한다

국제정치학에 '동맹 안보 딜레마'라는 개념이 있다. 1984년 글렌 스나이더가 《세계정치》에 발표한 이론이다. 핵심은 이렇다. 동맹 안에서 약소국은 두 가지 공포를 동시에 안고 산다. 하나는 방기이다. 강대국 동맹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 다른 하나는 연루인데, 강대국의 전쟁이나 전략적 선택에 원치 않게 끌려들어갈 것이라는 공포다. 스나이더는 "연루는 통상 강대국보다 약소 동맹국에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명시했다.

이 이론을 한미동맹에 적용한 유명한 학자가 누구였을까? 바로 빅터 차 자신이다.

빅터 차는 2000년 《국제연구 계간》에 발표한 논문 「아시아에서의 방기, 연루, 그리고 신고전적 현실주의」에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역학을 스나이더 프레임으로 분석했다. 이 논문은 그의 핵심 저작 중 하나다.

바로 그 프레임으로 2026년 현재 상황을 분석하면 어떻게 되는가. 미국은 이란전쟁으로 전략자산을 중동에 집중하면서 한반도에서 빠지고 있다. 이것은 방기의 신호다. 동시에 미국은 한국에게 "킬체인을 폐기하라"고 요구한다. 미국 본토를 향한 ICBM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국의 억제 수단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연루인데, 미국의 리스크 계산에 한국이 끌려들어가는 것이다. 방기와 연루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미국은 떠나면서(방기) 한국의 창을 뺏는다(연루). 빅터 차가 2000년에 정립한 이론적 틀이 2026년 자신의 정책 제안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로런 수킨과 서우혁의 연구(《평화와 핵군축 저널》)는 한국인 다수가 방기와 연루를 동시에 우려한다는 실증 결과를 보여주었다. 2025년 이도영의 연구(《국제관계》, Sage)는 미국의 확장억제에서 모호성이 커질수록 동맹국의 '안심'이 체계적으로 약화된다는 점을 실증했다. 킬체인을 폐기하고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에만 의존하게 되면, 그 모호성은 극대화된다.

셋. 트럼프 행정부는 영원하지 않다

빅터 차의 논거를 뒷받침하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전부 일시적이다. 이란전쟁은 끝나거나 축소된다. 지금도 위태위태하지만 휴전이 진행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영구적이지 않다.

한반도 배치 전략자산의 중동 이전은 행정부가 바뀌면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이다. 트럼프가 3월 17일 한국·일본·호주를 이란전 참전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공개 비난한 것? 이건 대통령 개인의 스타일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2기 임기는 2029년 1월 20일에 끝난다. 다음 대통령은 민주당일 수도 있고, 다른 노선의 공화당 후보일 수도 있다. 지금의 전략적 과부하, 지금의 동맹 압박, 지금의 중동 전쟁까지 전부 현 행정부의 선택에서 비롯된 일시적 조건이다.

반면 킬체인은 한번 해체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탐지-결심-타격을 잇는 통합 시스템이라, 정보자산 배치, 지휘체계, 타격 플랫폼의 연동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한다. 복원에 몇 년이 걸린다.

한국 국방부가 연간 5조 2700억 원(2024년 기준)의 예산을 투입해 57개 3축 체계 프로젝트를 동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 체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루아침에 복원할 수도 없다.

토머스 셸링은 《무기와 영향력》에 이렇게 썼다. "상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능력이 협상력이다.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외교다." 셸링이 1960~70년대에 정립한 군축 협상 이론의 핵심은 간단하다.

협상 전에 자신의 역량을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협상 기반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역사적 선례도 명확하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리셋'을 추진하면서 동유럽 미사일 방어 계획을 일방적으로 철회했다. 푸틴이 선의의 양보로 화답했을까? 결과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이었다. 레이건은 1986년 레이캬비크에서 전략방위구상(SDI)를 양보하라는 고르바초프의 요구를 거절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소련은 결국 더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돌아왔다.

군축 협상의 기본 원칙이 있다. 되돌릴 수 있는 조건에 근거해 되돌릴 수 없는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이다. 빅터 차는 4년짜리 문제에 10년짜리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넷. 방패만 들고 싸울 수 있는가?

비용교환비의 냉정한 산수를 해보자. 빅터 차의 대안은 이렇다. 킬체인(선제타격)을 폐기하고, KAMD와 미국 전략자산의 정기적 전개로 대체하라. 이것이 실현 가능한지 숫자로 따져 보면 어떨까?

군사 경제학에 '비용교환비'라는 개념이 있다. 공격 미사일 1기를 추가하는 비용 대비, 그것을 요격하기 위해 방어 측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1보다 크면 공격 측이 유리하고, 방어 측은 군비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모리츠와 카디셰프가 2024년 《국방평화경제학》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요격 확률 50%, 디코이(기만체) 미식별 조건에서 비용교환비는 70:1에서 85:1에 달한다. 방어 측이 1달러 상당의 위협을 막으려면 70~85달러를 써야 한다는 뜻이다.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2025년 6월 분석은 대규모 미사일 방어 체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려면 약 3000기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며, 단가를 4000만 달러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추산했다.

구체적인 숫자를 대보자. 패트리엇 PAC-3 MSE 요격미사일 1발의 가격은 약 400만 달러(2024~2025년 미 국방예산 기준)다. THAAD 요격미사일은 1발에 1200만~1500만 달러다. 반면 이란의 파테-110 계열 탄도미사일 가격은 수십만 달러 수준이고, 샤히드-136 자폭드론은 2~5만 달러다. 북한의 화성-11 라(KN-23, 이스칸데르 파생형) 같은 단거리 전술미사일은 러시아 원형 대비 저렴하게 대량 생산되고 있다. 2023년 대성기계공장 위성사진에서 화성-12 미사일 28기가 동시에 포착됐다는 미 북한위원회(NCNK)의 분석이 말해주듯, 북한은 이미 산업적 규모의 미사일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론만이 아니라 실전 데이터도 있다. 2025년 6월 미-이란 12일 전쟁에서 미군은 11일 만에 THAAD 요격미사일 재고의 25% 이상을 소진했다. 5일 만에 24억 달러 이상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소모했다. 패트리엇 재고가 국방부 요구 수준의 약 25%까지 떨어졌다. 이란이라는 단일 상대와의 제한 전쟁에서 이 정도다.

방사포나 미사일, 자폭 드론 등 다수의 발사체를 동시에 또는 아주 짧은 간격으로 집중 사격하여 목표물을 타격하는 전술을 살보(Salvo) 공격이라고 한다. 만약 북한이 화성-11 라, 화성-12, 화성-15, 화성-18의 살보 공격을 감행한다면? KAMD만으로 막는다는 것은 어렵다.

바로 이것이 3축 체계가 존재하는 이유다. 킬체인(위협 원점 타격), KAMD(요격 방어), 대량응징보복(KMPR, 보복 타격), 이 세 축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을 한다. 킬체인이 발사 전 위협을 제거하면 KAMD의 부담이 줄어든다. KAMD를 뚫은 미사일이 있어도 KMPR이 보복 억제력을 제공한다. 세 축이 함께 돌아가야 억제가 작동한다. 한 축을 빼면 나머지 두 축의 부담이 급증하고, 체계 전체의 신뢰성이 무너진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빅터 차의 제안에 대해 코리아 헤럴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반박했다. "킬체인이 정말 문제의 본질인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 문제는 양측의 깊은 적대감과 상호 불신에 있다. 억제 체계의 존재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군비 통제의 핵심 개념은 억제 체계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판을 최소화하고 위협과 공격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한국의 킬체인을 제거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비핵화를 달성하지는 않는다."

방패만 들고 수백 발의 미사일 소나기를 막으라는 이야기가 왜 안 되는지, 이보다 더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2일 구축함 최현호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기와 반함선미사일 3기의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같은 달 14일 보도했다. 2026.4.14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다섯. 제국의 과부하는 누가 만들었나?

2026년 1월 23일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국방전략서(NDS) 「미국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위한 힘을 통한 평화 회복」을 보자. 이 문서에 주목할 만한 문장이 있다. "강력한 군대, 높은 국방비, 튼튼한 방위산업, 징병제를 갖춘 한국은 핵심적이지만 보다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 하에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그리고 이런 문장도 있다. "동맹국은 자국 방위의 일차적 주체로 나서야 하며, 미국은 핵심적이지만 보다 제한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2025년 4월 8일 상원 인준)의 발언도 같은 기조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한국은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충분하다.

필자도 이 말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한국은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 주권 국가라면 당연하다. 그런데 빅터 차가 하는 말은 바로 이 NDS의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NDS는 한국에게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지라고 한다. 그런데 빅터 차는 그 책임을 이행하는 데 핵심적인 도구인 선제타격 능력을 포기하라고 한다. "스스로 방어하되, 방어에 필수적인 가장 날카로운 창은 포기하라." 이건 자체 방위를 맡기면서 정작 방위의 핵심 도구를 뺏는 것이다. 겉은 '책임 분담'이지만 속은 '위험 전가'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전략적 과부하는 누가 만들었을까? 2025년 6월 이란 핵시설 공습은 미국의 결정이었다. 2026년 2월 대이란 전면전 개시도 미국의 결정이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전방위 군사 지원도 미국의 선택이었다. 동맹국이 부탁한 적은 없다. NDS 자체가 이란·중동 관련 기술을 2018년 NDS 대비 오히려 확대했다는 CSIS의 분석이 말해주듯, 중동 개입은 전략적 축소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다.

그런데 이제 그 과부하의 비용을 한국의 억제력 축소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빅터 차의 또 다른 제안인 "핵탑재 가능 미군 전략자산의 정기적 한반도 전개"로 킬체인을 대체하겠다는 것의 내적 모순도 드러난다. NDS가 "보다 제한적인" 미군 지원을 명시하고, 한반도 주한미군 전력 배치의 "재편"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전략자산을 '정기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약속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 줄이겠다는 나라의 전력에 더 기대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모순은 하나 더 있다. 빅터 차는 《포린 어페어스》 논문에서 미국의 당면 과제 중 하나로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 사이의 유대를 약화시키는 것"을 제시했다. 중·러·북 삼각관계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쐐기를 박으려면 망치가 있어야 한다. 제재는 러시아와 중국의 비협조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빅터 차 본인이 인정했다. 킬체인까지 포기하면 남는 도구가 뭔가.

한국의 독자적 억제력이 줄어들면 미국의 한반도 관여 필요성도 줄어든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양보하고 있다는 신호를 읽게 된다. 더구나 북·러 관계의 현실을 보자. 빅터 차 자신이 인정했듯 북한은 러시아에 1000개 이상의 컨테이너, 350만 발의 탄약, 탄도미사일을 제공하면서 양국 관계가 북·중 관계보다 더 강해졌다. 이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선의 탄약 수요가 만든 구조적 결합이다. 한국이 킬체인을 포기한다고 해서 러시아가 북한 탄약을 덜 필요로 하게 되지는 않는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러 군사 협력은 별개의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빅터 차의 입장 전환이 그의 변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미국의 국익 관점에서는 철저히 합리적으로 말하고 있다. 미국 본토에 날아올 수 있는 ICBM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그의 최우선 과제이고, 한국 국민 수천만 명이 매일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할 북한의 단거리 전술핵은 그에게 부차적인 문제다.

이건 우리가 비난할 일이 아니라 곱씹어 볼 점이다.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이 지점에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이것은 중견국이 강대국 동맹에 의존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문제의 가장 첨예한 현실적 사례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가 2023년 저서 《한국의 대전략》에서 분석한 것처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대전략의 핵심은 "자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성"이다. 킬체인은 바로 그 자율성의 군사적 발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빨치산) 창건 94주년을 맞아 인민군 서부지구 기계화보병사단관하 연합부대를 축하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여단 전체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부대 군인들과 함께 체육 경기도 관람했다. 2026,4,26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킬체인의 주인은 누구인가

파머스턴이 1848년 3월 1일 영국 하원에서 한 말이 있다. "우리에게 영원한 동맹은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영원한 것은 우리의 이익뿐이며, 그 이익을 따르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키신저의 말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파머스턴이 원조다. 2026년 현재 한국 안보에 가장 잘 맞는 격언이다.

킬체인을 유지할지 조정할지는 한국이 결정할 문제다. 이건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김정은이 2023년 9월 헌법에 핵 지위를 "비가역적"으로 명문화한 현실에서, 방패만 남기고 창을 꺾으라는 조언은 전략적 가치가 없다.

킬체인은 펜대 하나로 긋고 지울 수 있는 군사 교리도 아닐 뿐더러, 워싱턴 CSIS 건물의 간담회장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듯이 말할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 1970년대 한미 미사일 지침의 사거리 통제 속에서, 군사 정보의 독립과 정밀 타격 능력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 년을 들여 구축해 온 안보 주권의 결정체다.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에 필요한 독자적 작전능력의 핵심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킬체인의 심장을 멈출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 북한 핵무기의 실질적이고 검증 가능한 제거라는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뿐이다. 워싱턴이 자초한 전략적 과부하는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게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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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은 알아도 노동절은 모르는 고등학생들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그동안 아빠, 엄마는 쉬고 나만 등교하는 날."

"학교에서 급식 대신 빵과 우유를 먹는 날."

"기본 시급에다 보너스를 얹어 받는 날."

"5월 연휴의 첫날?"

노동절이 무슨 날인지 말해보라고 했더니, 아이들의 입에선 예상치 못한 대답이 무시로 튀어나왔다. 적어도 노동절이 제정된 역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동의 가치를 인식하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날 정도의 답변은 나올 줄 알았다.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했다.

명색이 고등학생인데, 답변은 초등학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이들 대다수가 노동절의 유래는커녕 그 뜻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직장인들이 1년 중 하루 쉬는 날로만 알고 있을 따름이다. 여전히 아이들에겐 노동자보다 직장인, 회사원, 근로자 등이 익숙한 용어인 듯했다.

부러 중학교 때까지 노동절에 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도 물었다. 예상대로, 손을 든 아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개 그때가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노동절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당일 쉬는 부모님조차 노동절이 무슨 날인지 일언반구조차 없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5월 1일 노동절은 꼭 한 달 전인 4월 1일 만우절보다도 못 한 기념일이었다. 만우절 때는 몇몇 말썽꾸러기들이 교사를 속이기 위해 작당하기도 하고, 교사 역시 수업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기 위해 농을 걸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만우절을 모르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만우절은 알아도 노동절은 잘 모르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이 기억하고 챙기는 기념일은 달력에 적힌 날짜만큼이나 많다. 밸런타인데이부터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등 매월 14일은 아예 10대의 '고유 명절'이다. 그런가 하면, 3월 3일 삼겹살데이와 11월 11일 빼빼로데이까지 기념일 챙기기는 또래의 놀이문화가 됐다.

되레 3.1절이나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국경일이 뒤로 밀려난 모양새다. 하물며 공휴일이 아닌 4.3 추념일이나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기념일 등은 그들에게 여느 평일과 다름없는 날이다. 지금껏 노동절도 뜻 모를 숱한 기념일 중의 하나였다.

올해 처음으로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만시지탄이지만, 은연중에 금기시되어 온 노동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전쟁과 분단의 모순을 온몸으로 경험한 기성세대야 그렇다 쳐도, 철부지 아이들조차 대놓고 말하길 꺼린 게 사실이다.

노동절이 생겨난 계기인 1888년 미국 시카고의 '헤이마켓 사건'을 주제로 수업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산업혁명 이후의 역사는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사였다는 것 역시 첫 수업 내용으론 어울리지 않았다. 노동이라는 단어에 들씌워진 편견을 씻어내는 게 급선무였다.

노동절의 역사는 노동이라는 단어에 이물감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발동해 스스로 찾아 공부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가 생겨나고 제국주의로 변모해 가는 과정 역시 뒤따라 깨닫게 될 내용이다. '백지상태'인 아이들에게 노동절의 유래를 추측해 보라고 질문을 던졌다.

공산당이 창립된 날이라거나 러시아 혁명 기념일 아니냐는 답변이 먼저 나왔다. 노동을 공산주의와 결부시켜 이해하는 뿌리 깊은 편견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당하게도 북한 노동당을 떠올리는 아이도 있었는데, 노동절을 남북 화해 분위기의 정치적 산물인 양 오해했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날 아니냐는, 나름의 일리 있는 추론도 있었다. 참고로, 근로기준법이 최초 제정된 건 1953년 5월 10일이다. 이후 1997년 3월 13일에 변화한 시대에 맞게 대대적으로 정비했다고 이력이 기록되어 있다. 나 역시 몰랐는데, 아이들 덕분에 알게 된 내용이다.

엉뚱하게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날이라고 답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전태일은 노동자라는 보통명사와 동의어처럼 쓰인다.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했지만,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시발점으로 여기는 1970년 11월 13일을 모른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노동'에서 공산주의 떠올리는 아이들... 왜곡된 교육의 결과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되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조차 노동운동의 역사는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아니 알아서는 안 되는 역사다. 그들조차 노동이라는 단어에서 공산주의와 북한부터 떠올리는 현실은 감추고 왜곡한 교육의 결과다. 노동에 대한 편견은 고래 심줄보다 질기다.

색안경을 끼고 노동을 이해하다 보니, 노동조합은 흔히 반사회적 단체로 인식된다. 나아가 철 지난 색깔론까지 덧씌워져 종북 세력의 온상이자 범죄 집단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10대 아이들의 노조에 대한 맹목적인 반감은 60대 이상의 어르신들 저리 가라다.

아이들은 "지금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장래에 노동자가 된다"고 스스럼없이 비아냥댄다. 노동자란 이윤을 발생시키는 토지나 공장 등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을 통칭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노동자는 천대받고 가난하고 비루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노동)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았고 어디서 읽어본 적도 없으니, 근로기준법에 나오는 노동자의 정의조차 낯설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몇몇은 되레 "그럼 월급 주는 사장 말곤 모두 노동자냐"며 따져 물었다.

어이없게도 임금의 많고 적음을 노동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여기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노동자는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여름 땡볕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으로 정형화되어 있는 듯했다. 곧, 사무직 '화이트칼라'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식이다.

"교사인 나도 노동자이며, 너희들 대다수가 장래 노동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스스로 미래의 자신을 비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좋은 봄날 선물처럼 얻은 공휴일 노동절을 앞두고, 이렇게 수업을 매조지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맞는 연휴인 만큼 과제도 한 가지 내주었다. 누가 봐도 노동자가 아닌데 노동자로 분류되는 사례와 분명히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를 조사해 오라는 것!

누구는 당장 AI에 물을 것이고, 다른 누구는 인터넷 블로그를 샅샅이 뒤지게 될 테다. 부모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을 귀찮게 하며 답을 알아내려는 오지랖 넓은 아이도 있을 것이다. 이든 저든 노동에 대한 아이들의 왜곡된 인식을 바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게 틀림없다. 아무튼 노동절이 공휴일로 공식 지정됐으니,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노동절#노동조합#근로기준법#공산주의#헤이마켓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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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노동절, “명칭 환원 넘어 권리로, 7월 총파업으로 원청교섭 쟁취 총력 투쟁”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6.05.01 18:29
  •  
  •  댓글 0
 
 

14개 지역에서 동시다발 노동자대회
“독재 이후 63년 만에 이름 찾은 노동절”
“처음 쉬는 노동절, 이제야 노동자 같아”
추모 발언 “카네이션 대신 국화꽃이라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63년 만에 노동절이 돌아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름을 되찾은 노동절이지만,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이주·비정규직 등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아직 온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체제를 바꾸고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민주노총은 서울, 인천, 경기, 대구, 울산, 부산, 경남 등 총 14곳에서 ‘2026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서울의 경우, 당초 강남에 있는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화물연대와 BGF로지스의 교섭이 가까스로 타결되면서 광화문으로 옮기게 됐다.

이날 노동자대회는 63년 만에 이름을 찾은 노동절에 개최됐다는 점에서 뜻깊다. 1963년 군사정권이 ‘근로자의 날’로 명칭을 바꾼 이후 2026년에 와서야 노동절이 다시 이름을 찾은 거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63년 만에 이름을 되찾은 노동절, 공무원도 교사도 아이들도 함께 쉴 수 있는 날이 됐다”고 국가 공휴일이 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노동현장에서 온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이주 비정규직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탄압에 맞서 건설노동자 양회동이 스스로 몸에 불을 댕긴 노동절에, 공권력의 비호 아래 처참히 죽음을 맞이한 화물노동자 서광석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체제를 바꾸고 정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들과 함께 진정으로 모두의 노동절을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의 투쟁은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양 위원장은 “7월 총파업 투쟁으로 원청교섭을 쟁취하자”고 힘줘 말했다. 노조법 2·3조가 개정됐으나,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사업장이 많은 점을 저격한 거다. 그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진짜사장 정부가, 간접고용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진짜사장 원청이, 더 이상 회피할 곳은 없다”며 “120만 민주노총이 탐욕으로 가득찬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서자”고 격려했다.

공무원노조는 “처음 쉬어보는 노동절”이라며 “이제야 진짜 노동자가 된 기분”이라고 밝혔다. 김영운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그동안 공무원은 노동절에 쉬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무슨 노동조합이냐’ 이런 말들을 참 많이 들었다”며 차별받았던 사연을 털어놨다. 이어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투쟁으로 특별휴무를 쟁취했다”고 자평했다. 

 

김 부위원장은 “노동절 휴무는 시작일 뿐”이라고도 말했다. “밖에서 보기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마냥 편해 보일 수 있지만,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누리지 못하는 당연한 권리들도 많다”며 대표적으로 정치기본권과 노동기본권을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노동절 명칭을 되찾고 휴무를 쟁취했듯이 모든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고 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전했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화물연대 조합원 서 씨의 추모도 이어졌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카네이션이 아니라 국화꽃을 들고 어머니를 배야 할 서 씨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노조를 만들었더니 개인사업자 주제에 무슨 노조라며 비아냥대고 불법 대체차량에 맞섰더니 폭도라고 한다”며 “주주배당 708억, 영업이익 813%는 탐욕이 아니고 노조 탄압은 불법이 아니란 말이냐”고 따졌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꼭 치러야 할 장례가 있다”며 “이윤을 위해서라면 사람도 밀어버리는 살인기업을 영정사진에 넣고, 노동자를 차별하는 낡은 법과 제도, 다단계 하청구조를 관에 넣자”고 독려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회를 통해 “다시 찾은 노동절에 새로운 각오로 결의한다”며 아래 결의안을 발표했다. 

▲열사정신을 계승하여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투쟁한다
▲전 조직적․전면적 투쟁으로 7월 총파업을 성사하고 원청교섭을 쟁취한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철폐, 초기업교섭 제도화를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실현을 촉구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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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대북송금 등 검찰 조작 수사 정황 쏟아졌다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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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5.01 06:30

  • 수정 2026.05.01 06:37

  • 댓글 1

42일 국조특위, 결과 보고서 채택…30여명 구속

7개 사건 재조명…표적수사·증거은폐 줄줄이

박상용 "이재명 주범 되는 자백 필요" 녹취 충격

대북송금 유일한 물증 서류 사후제작 의혹 제기

국정원 파견검사 수사에 불리한 자료 감춘 정황

공소 흔드는 증언도 속출…'특검론' 급부상

민주당 특검법 발의에…국민의힘 강력 반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 종료일인 30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서영교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2026.4.30. 연합뉴스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30일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지난달 20일 첫 전체회의를 개최한 국조특위는 42일의 활동 기간 3차례 기관보고와 4차례 청문회, 2차례 현장조사를 통해 ▲대장동 사건 ▲위례 사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통계조작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윤석열 명예훼손 허위 보도 의혹 사건 등에 대한 검찰의 조작수사·기소 정황을 밝혀냈다. 출석 증인은 219명, 참고인은 36명에 달했으며, 총 회의시간은 5720분(95시간 20분)이었다.

특히 이번 국정조사 기간에는 주요 증인·참고인을 통해 회유·압박, 형량 거래, 증거 조작 등 검찰의 불법적인 수사 관행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공소 사실 자체를 흔드는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또 마지막 종합 청문회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수사에 개입한 정황까지 나왔다.

 

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증인 선서를 거부한 뒤 거부의 이유를 구두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요구하며 의원들을 지켜보고 있다. 2026.4.14. 연합뉴스

① "이재명 씨 주범되는 자백 있어야" 박상용 통화 녹취 공개

이번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와 박상용 검사의 통화 녹취가 공개돼,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검찰의 회유·압박이 처음 육성으로 확인됐다.

박 검사는 통화에서 서 변호사에게 "이화영 씨가 사실은 법정까지 유지시켜줄 그런 진술이 필요한 거고 이재명 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 있고"라며, 허위 자백을 대가로 형량 거래를 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또 박 검사는 서 변호사에게 "저희가 (이화영을) 하루 종일 불러놓고 밤에도 있으니까요. 잠시라도 와서 얘기를 좀 들어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회유하거나, "지금 입장으로 계속 간다 그러면 저희는 뭐 한 10년 이상 구형을 할 거고 당연히"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6.4.3. 연합뉴스

② 국정원장 "리호남은 필리핀에 없었다…실명 여권 확인"

이른바 '이재명 방북 비용 대납 주장'의 핵심 근거를 흔드는 현직 국가정보원장 발언도 있었다. 그간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7월 25~2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북한 리호남에게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명목으로 7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주장해왔지만, 이종석 국정원장은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북한 리호남이 2019년 7월 24일부터 7월 27일 사이에 필리핀에 없었다"며 검찰 주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 원장은 "제3국에서 리호남은 출입국에 '9272 XXXXX'(번호가) 사용되는 자기 본명 여권을 사용했다"며 "리호남이 7월 24일부터 7월 27일 사이에 필리핀에 없었다라는 것을 증거할 수 있는 2개의 정보가 있고, 이 정보는 거의 확실한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2026.4.3. 연합뉴스

③ 검찰, '김성태 쌍방울 주가조작' 국정원·금감원 자료 안 가져갔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 국정원이 수원지검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원하고, 국정원에 파견된 검사를 통해 수사에 불리한 자료를 숨겼다는 내용이 담긴 특별감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윤석열 정권 당시 검찰 출신이 부서장으로 있었던 국정원 감찰 부서가 수원지검의 '긴밀한 창구' 역할을 했다면서,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감찰 결과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 감찰 부서장이었던 유도윤 부장검사는 쌍방울과 북한의 접촉 내용 등이 담긴 국정원 문건 66건을 열람하고 13건을 특정해 압수수색에 대비해 은닉 했다고 이 원장은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100억 원이 넘는 쌍방울 주가조작에 대해 확인했지만, 검찰이 정작 자료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태균씨가 작성해 검찰에 2023년 5월 제출한 쌍방울 내부 회의록. 작성 장소와 날짜가 다르지만 형식과 글자체가 동일해 사후 제작의심을 받는다. 2026.4.13.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④ 대북송금 유일한 '물증' 김성태-김태균 회의록 사후 제작 의혹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유일한 물증인 일명 '김성태-김태균 회의록'마저 조작 논란이 일었다. 쌍방울 내부자인 김태균 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9년에 작성된 총 5개 회의록을 ▲일본 하얏트 리젠시 도쿄 호텔 비즈니스 센터 ▲미국 시애틀 브레이번 아파트 서비스센터 ▲미국 뉴욕 아파트 서비스센터 ▲홍콩 마카오 호텔에 비치된 공용 컴퓨터에서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지 확인 결과 호텔과 아파트에 비즈니스 센터와 서비스 센터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태균 씨는 검찰 조사에서 개인 노트북이 아니라 해외 공용 컴퓨터에서 회의록을 작성하고 출력해 수년간 보관했다고 주장했지만, 회의록 형식과 글자체, 글자 크기 등이 모두 동일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사후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8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열린 종합 청문회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28. 연합뉴스

⑤ 김성태 "이재명 한 번도 본 적 없고, 대가도 안 받았다…국힘이 회유했다"

대북송금 사건 '몸통'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종합 청문회에 출석해 "그분(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것은, 제가 본 적도 없고 대가를 받은 것도 없고, 상대를 안 했다"며, 이 대통령과 대북송금 사건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당시 검찰의 강압수사와 관련해 "가족, 동료들 17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구속시켰다"며 "그런 것에 대해 (검찰에) 원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그 당시에 여당했던 분들의 회유 제의 같은 게 있었다"며, 국민의힘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을 향해선 "누가 되어 가지고 그 부분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속죄도 하고 있고, 제 자신도 창피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28일 공개한 5쪽짜리 대북송금 사건 수사 보고 문건. 박 의원은 해당 문건이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통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보고됐고 윤석열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그림은 문건 1쪽. 2026.4.28. 박성준 의원실 제공

⑥ "윤석열, 이재명 수사 매일 보고 받았다"…문건 공개

종합 청문회에선 윤석열이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수사 상황을 매일 보고 받은 정황을 담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5쪽짜리 '쌍방울 그룹 횡령 등 사건 수사 상황' 문건에는 이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를 주도한 수원지검 형사6부 박상용·송민경·고두성 검사 등의 수사 관련 사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으며, 심지어 향후 수사 계획도 담겨 있었다. '정보보고' 성격의 해당 문건은 대검찰청, 법무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을 거쳐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정권 차원에서 이 대통령 사건에 개입하고 표적 수사를 한 정황으로, 당시 보고 라인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가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6. 연합뉴스

⑦ 대장동 1기 수사팀 "이재명 혐의 없었다"…"이재명 기소하며 정진상 조사 안해"

대장동 사건 1기 수사팀이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혐의점을 발견 못했다는 당시 수사팀장의 증언도 나왔다. 정용환 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 수사1부장(현 서울고검 검사장 직무대리)은 기관보고에서 "1기 수사팀에서는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교체된 대장동 2기 수사팀 소속 엄희준·강백신 검사가 정식 발령이 나기도 전에 직무대리로 수사 기밀을 미리 검토했다는 사실도 기관 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이 외에도 검찰이 정 전 실장이 이 대통령에게 대장동 수익 일부를 나눠갖기로 보고했다는 내용의 공소 사실을 꾸미면서도, 정작 정 전 실장을 조사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허위 공소장을 쓴 정황이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6. 연합뉴스

⑧ "검찰 목표는 이재명…입건도 안 됐는데 '피의자' 적시"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는 2022년 9월 긴급체포된 뒤, 대장동 수사 책임자였던 정일권 부장검사로부터 "우리 목표는 (이재명) 하나다. 내려가서 잘 생각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국정조사장에서 폭로했다. 남 변호사는 "이 사건이 재수사가 이뤄진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 기소를 위한 것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알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됐든 간에 이 대통령은 기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같은 해 10월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본부장)의 내연녀를 압수수색하면서 조서에 입건도 되지 않은 이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애초부터 이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은 정황이다. 특위 위원들은 "이재명을 제거하겠다는 수사 방향이 압수조서에 분명히 드러났다"며 "조작수사"라고 비판했다.

 

대장동 수사를 주도했던 정일권 검사가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증언대에 서서 남욱 변호사의 의원 질의와 답변을 듣고 있다. 2026.4.16. 연합뉴스

⑨ 남욱 "박영수 소개로 김만배가 윤석열 부친 집 사줘"

"(2019년) 박영수 고검장(전 특별검사)이 중간에 소개를 해서 김만배가 윤석열 대통령 아버지 집을 사줬다"는 남욱 변호사의 폭로도 나왔다. 김만배와 윤석열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윤석열은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 브로커 조우형을 무혐의 처리했는데, 당시 조우형 변호인은 윤석열의 선배 검사였던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조우형에게 박 전 특검을 소개해 준 것은 김만배였으며, 무혐의를 받은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에서 종잣돈을 끌어온 대장동 '자금책' 역할을 한다. 2011년 윤석열의 봐주기 수사가 훗날 대장동 개발비리의 싹을 키운 꼴이다. 남 변호사의 폭로는 검찰의 썩은 카르텔이 10년 가까이 흘러와 윤석열이 김만배에게 부친 집을 팔아넘기는 데까지 이어진 정황을 보여줬다.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6. 연합뉴스

⑩ 대장동 검사도 속기사도 "재창이형이라 들린다"

대장동 2기 수사팀이 정영학 녹취록 속 '재창이형'을 '실장님'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강백신 부장검사 등 전·현직 검사들도 정영학 녹취를 직접 듣고 "(실장님이 아닌) 재창이형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재창이형'을 '실장님'으로 바꿨다는 속기사 김아무개 씨도 청문회에 비공개 증인으로 출석해 녹취를 듣고 "지금 듣기로는 재창이형으로 들린다"고 증언했다. 다만 강 부장검사 등 수사 책임자들은 "녹취록 작성 과정에 검사들이 관여한 건 아니다"라며 조작 의혹에는 선을 그었고, 속기사 김 씨는 속기록 수정 등에 관해 "4~5년 전이라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21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통계조작·'윤석열 명예훼손' 허위보도 조작기소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21. 연합뉴스

⑪ 들통 난 김태효 거짓말 "국방부 보도자료 삭선·수정"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선 2022년 6월 당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문재인 정부 국정원이 서해 공무원 사건을 월북으로 조작했다'는 취지로 보이도록 국방부 보도자료를 뜯어고쳤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이었던 김성구 수도기계화보병사단장은 "(김태효가) 현장에서 (보도자료) 일부 내용을 삭선하고 직접 썼다"며 "수정을 1차적으로 한 이후 복귀해서도 안보전략비서관실에서 전화가 와서 문구를 좀 수정하라고까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서해 공무원 사건의 새로운 증거가 전혀 없었는데도 갑자기 '정권 실세'로 불리는 안보실 1차장이 보도자료까지 직접 수정하며 문재인 정부의 조작 사건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1차장은 "사인펜도 들고 있지 않았다. 수정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이 21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통계조작·'윤석열 명예훼손' 허위보도 조작기소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21. 연합뉴스

⑫ 김규현 전 국정원장 "서해 피격 고발, 윤석열이 지시"

김규현 전 국정원장은 2022년 7월 당시 대통령 윤석열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대면보고를 받으면서 "(국정원이) 직접 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보복 성격으로 이뤄진 문재인 정부 고발이 윤석열 지시였다고 당시 국정원장이 직접 밝힌 것이다. 이에 여당 특위 위원들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조작의 몸통은 윤석열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윤석열과 김태효가 기획한 치밀한 각본에 따라 단 43일 만에 조작이 이뤄졌다는 증거와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당시 2022년 5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이후 같은 해 6월 해양경찰청 수사 결과 번복 기자회견, 7월 박지원 전 국정원장 고발 등이 톱니처럼 맞물려 재빠르게 이뤄졌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21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통계조작·윤석열 명예훼손 허위보도 조작기소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마친 뒤 자리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2026.4.21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⑬ 검찰보다 더 지독한 감사원…"출산 4개월 차 직원 밤샘 조사" "술먹고 조롱"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끌던 윤석열 정부 감사원이 이른바 '통계 조작 사건'과 관련해 출산 4개월 차로 육아 휴직 중이던 피감 기관 직원을 수차례 밤샘 조사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감사를 받았던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비공개 증인으로 출석해 감사원의 강압적인 밤샘 조사로 인해 "아기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심리적으로 부담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 감사관들의 음주·강압 감사 정황에 대한 증언이 있었다. 국토부 서기관은 "술 먹고 회식 중 돌아와, 저희 발언 내용을 노래로 만들어 조롱하는 장면도 봤다"고 진술했다. 피감 기관 직원들이 하지도 않은 말이 문답서에 포함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국토부 과장은 "조작 의도가 있었지 않냐는 것을, 제가 아무 말도 답변을 안 하니까 '고개를 끄덕임'이라고 각본처럼 써놨다"고 했다.

 

서영교 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국조특위 민주당 위원 기자간담회에서 청문회 주요 성과를 밝히고 있다. 2026.4.29. 연합뉴스

공소 사실 흔드는 증언 속출…민주당, 국조 종료 직후 특검법 전격 발의

이같은 윤석열 정권 검찰의 조작 수사·기소는 1000여 쪽에 달하는 결과보고서로 정리됐다. 국조특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보고서 채택 안건을 민주당 주도로 가결시켰다.

또 청문회 출석한 증인 가운데 위증, 불출석, 동행거부한 31명 고발 명단도 확정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한 박상용 검사는 고발 명단에 포함됐으며, 강백신·엄희준 검사도 대장동 사건 관련 진술에 허위가 있다고 판단해 고발키로 했다. '리호남을 필리핀에서 봤다'고 증언한 방용철 전 쌍방울 회장과 '연어 술파티'와 관련해 "술을 먹지 않았다"고 진술한 김성태 전 회장도 고발 대상이다. 서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선 김규현 전 국정원원장,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고발됐으며, 통계 조작 사건과 관련해선 이상훈 감사원 감사관이 고발됐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30일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2026.4.30 [공동취재]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국정조사 활동을 사실상 종료한 뒤, 국정조사에서 밝혀진 검찰의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내용의 특검법을 전격 발의했다. 천준호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준 의원, 특위 위원인 이건태 의원 등은 오후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냈다.

법안상 특검 수사 대상은 국정조사 대상이었던 7개 사건에 더해 ▲성남FC 광고 및 후원 관련 제3자 뇌물 의혹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증인 김진성에 대한 위증교사 사건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 관련 배임, 부정한 금품수수, 부정행위 등 의혹 사건 ▲대장동·백현동 개발 사업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사건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및 배임 의혹 사건 등 5개 사건이 추가됐다.

법안은 특검이 수사 경과를 고려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검사가 수사, 기소, 공소 유지 중인 사건에 대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요구받은 기관이 이를 따르도록 했다. 또 특검이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 유지(공소 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 업무를 수행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특검이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천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독립된 특검이 수사를 통해서 여러 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 달 중 특검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 종료일인 30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위원들이 증인 고발 조치와 활동 결과보고서 채택 의결을 앞두고 퇴장하고 있다. 2026.4.30.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서 조작 기소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특검 도입의 목적이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위한 '셀프 사면'이라고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 대통령 본인의 재판을 없애겠다는 '이재명 셀프면죄 특검'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고, 정희용 사무총장은 "정상적 방법으로는 공소를 취하하는 게 어려울 것 같으니 특검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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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63년 만에 되찾은 '노동절'…일터 차별 바로잡겠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5/01 08:23
  • 수정일
    2026/05/01 08: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정애 "화물연대-BGF 교섭 합의, 노동자 안전권 강화 계기로"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6.05.01. 06:01:15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국가공휴일로 지정된 노동절을 앞두고 "근로자의 날이 63년 만에 노동절이란 제 이름을 되찾고 명실상부한 국가공휴일로 대접받게 됐다"며 "노동존중사회로 나아가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했다.

한 의장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5월 1일 노동절은 노동의 존엄성을 되새기는 날로, 특히 올해 노동절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의장은 "그동안 노동절은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에 따라 누군가는 쉬고 누군가는 일해야만 하는 차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날이기도 했다"며 "이제 국가공휴일로 지정된 만큼 온 국민이 함께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의장은 그러면서 "국민 모두가 일터에서 차별과 배제 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기치 아래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며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불공정한 고용구조를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 의장은 "1년 미만 계약을 반복하면서 퇴직금 지급 의무를 회피하려는 불공정 고용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공공부문이)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공정한 고용 관행을 확립하고, 처우 개선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등 국민이 체감하는 노동현장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 의장은 집회 중 조합원 사망사고 이후 교섭 합의 단계에 이른 'CU 사태'와 관련해선 "화물연대와 BGF로지스 간의 교섭이 합의에 이르러 오늘(30일) 오전 단체 합의 조인식을 앞두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화물차 운송구조의 취약성 등 물류산업 전반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여당은 노동자 기본권과 안전권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상생구조 확립을 위해 더 힘쓰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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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플러스 창간 10주년, 그리고 앞으로 10년

  • 기자명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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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4.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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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언론 민플러스가 창간 10주년을 맞았습니다. 2016년 5월 1일 언론협동조합 ‘담쟁이’는 현장언론, 자주언론, 통일언론, 국제평화, 정론직필의 기치를 들고 ‘민플러스’를 창간했습니다.

☞민플러스 창간사 보러가기

도서출판 민플러스는 지난 10년 동안 23권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창간 10주년을 맞은 현장언론 민플러스는 앞으로 10년, 민중이 주인되는 직접언론시대를 개척하고, 진보운동의 출력 높은 확성기가 되겠다는 결심을 밝힙니다.

☞민플러스 후원하기 

 

현장언론 민플러스로 출발한 ‘담쟁이’는 도서출판 민플러스, 교육원 민플러스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앞으로 10년, 민플TV를 다시 시작하고 연구원 민플러스, 여론조사 민플러스, Ai 민플러스까지 진출해 민플러스를 명실공히 교육선전매체의 보루로 키워가겠습니다.

앞으로 10년 민플러스는? 

▲지역과 부문에서 배출된 현장기자를 중심으로 ‘직접언론시대’를 열겠습니다.

▲ 교육원 체계를 강화해 반미자주 활동가를 육성하는 교육장이 되겠습니다.

▲ 더 많은 책을 출간해 풍부한 정책, 뚜렷한 노선 결정에 기여하겠습니다.

▲ 유튜브 방송을 재개해 진보정치의 확성기, 민중운동의 증폭기가 되겠습니다.

▲ 연구원을 창설해 주권과 평화 담론을 생산하겠습니다.

▲ 여론조사기관을 설립해 대중여론 분석의 과학성을 보장하겠습니다.

▲ ‘진보쳇’을 개발해 AI미디어를 선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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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백악관 앞세워 韓 정부에 ‘조사 종결’ 협박?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4.30 10:36

  • 댓글 0

이해민 “쿠팡, 韓서 벌어 美에 로비…조사엔 백악관 들먹이며 정부 협박”

쿠팡이 최근 우리 정부에 자신들을 둘러싼 각종 수사와 조사를 종결시켜 달라고 요구하며 ‘미국 백악관’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9일 SBS는 “쿠팡 측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자신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에 대한 한국 정부와 수사기관의 조사를 종결시켜 달라고 요구한 걸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 과정에서 쿠팡 측이 ‘미국 백악관에 보고하기로 했다’는 언급을 덧붙이면서 신속한 조치를 요구한 걸로도 파악됐다”며 “백악관을 거론한 건 미국 행정부를 지렛대 삼아서 한국 정부에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미지 출처=SBS 유튜브 영상 캡처>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수사와 조사가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쿠팡 측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쿠팡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일개 기업이 미 백악관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도를 넘은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이런 건 압박이 아니라 협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한국에서 번 돈으로 미국 정부, 국회, 단체에 로비하고 한국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나서 현지법에 의거, 조사에 나서자 미국 정부 들먹이며 한국 정부를 협박하는 것”이라며 “쿠팡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쿠팡 경영진은 한국 정부의 조사를 받자”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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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2시간 전 해고 통보" "회생 의지 없는 회사"···이게 노동의 대가인가

수정 2026.05.01 07:08

이름 되찾은 노동절, 길거리 내몰린 노동자들

우창코넥타 65명 “퇴근 2시간 전 집단해고 통보”

홈플러스도 강제 퇴사 “노동절 맞는 기분 무거워”

민주노총 우창코넥타지회 소속 조합원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모회사인 모베이스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행진은 지난 22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서 출발해 일주일간 진행됐다. 한수빈 기자

근로자의 날이 63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제 이름을 되찾고 올해 처음 법정공휴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평생을 바쳤던 일터에서 해고됐거나 해고될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은 노동절이 ‘이름을 되찾았다’는 구호를 넘어 노동의 가치와 존엄을 높이고 실질적인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절을 사흘 앞둔 지난 28일 우창코넥타 소속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몸이 망가지면서까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성실하게 일해온 노동자들이, 우리처럼 아무 보호 없이 버려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그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이라고 말했다.

우창코넥타는 충남 천안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다. 1996년 설립돼 매년 흑자를 내던 건실한 기업이었지만, 올해 1월 22일 파산했다. 노동자들은 이 때까지도 파산 사실을 모르고 있다 퇴근 2시간 전에서야 전직원이 집단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우창코넥타 노동자 65명은 그날 이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첫 노동절인 1일은 이들이 거리로 나선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우창코넥타 노동자들은 지난 22일 회사가 있는 천안에서부터 경기 화성·수원 등을 거쳐 100㎞ 이상을 걸어 국회와 청와대 등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바라는 것은 고용승계로, “인대가 끊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기분이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창코넥타를 인수한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모베이스(모베이스전자)가 ‘기획파산’을 했다고 주장한다. 우창코넥타가 가진 현금과 자산을 빼돌리고 파산시켜 합법적으로 채무를 탕감받은 뒤 다른 기업에서 생산활동을 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모베이스 인수 이후 부채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기업 논리에 따라 ‘대량 해고’···이게 노동 대가인가

노동절에 투쟁 100일차를 맞는 한선이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지역노조 위원장, 김민정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지역노조 우창코넥타지회 지회장, 조합원 이관형씨가(왼쪽부터)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4.28 한수빈 기자

모베이스가 우창코넥타를 인수하기 직전인 2018년 부채율은 130%였지만 2019년 인수 이후 270%까지 급등했다. 2022년 부채율은 5560%까지 치솟았으며 2023년부터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순자본은 2018년 306억원에서 지난해 4억8000만원으로, 매출도 800억에서 180억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0억에서 3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은 노동자 중에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일한 이들이 많았다. 우창코넥타에서 26년간 근무한 이관형씨(52)는 “회사 초창기인 1994년 입사해 생산라인이 3개일 때부터 일했다”며 “라인이 20개를 넘고 중국에 자회사를 만들 때는 내가 성장한 것처럼 뿌듯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노동의 대가가 이런 결말이라니 황망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지역노조 우창코넥타지회장은 “우창코넥타 파산을 인정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부당한 방식으로 대량 해고하는 것을 법원이 인정하는 셈”이라며 “대한민국이 점점 더 노동자들에게 불공평한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28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우창코넥타 노조 “노동자에 더 불공평한 세상 됐다”

홈플러스 직원들 “MBK는 회사 살릴 의지 없는듯”

이미숙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북수원지회장이 지난 2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홈플러스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노동절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법정관리 기한이 또 두달 연장됐지만,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도록 정상화 방안을 좀체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전국 곳곳의 점포들 ‘부실 점포 단계적 정리’라는 명목하에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폐업 지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인근 다른 지점으로 배치하고 있지만, 먼 지역으로 배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출퇴근 부담으로 사실상 일을 계속하기 어려워 반강제적으로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남아있는 지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언제 내 순서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결국 청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홈플러스에서 24년간 일한 이미숙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북수원지회장은 “지난 1년 사이 20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홈플러스를 떠났다. 급여도 밀리고 있다”며 “그런데도 (대주주인) MBK는 홈플러스를 살리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홈플러스 법정관리 기한이 연장된 것과 관련해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 있을까, 계속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라며 “노동절을 맞는 기분이 오히려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를 만들고 지난 10년 동안 처절하게 투쟁했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노동자 관련 이슈가 터지면 무언가 바뀔 것처럼, 노조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하지만 그때뿐이었다”고 말했다.

전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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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천연색 5파전’ 평택을…“새 인물에 솔깃” “뜨내기들 마뜩잖아”

김채운기자

  • 수정 2026-04-30 06:24

6·3 경기 평택을 재선거 현장

왼쪽부터 김용남(더불어민주당)·조국(조국혁신당)·김재연(진보당)·유의동(국민의힘)·황교안(자유와혁신)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후보. 김용남 후보 페이스북, 연합뉴스, 진보당, 연합뉴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유의동씨 아니면 김용남 그분도 괜찮은 거 같아. 이젠 선거라는 게 당하고 상관없는 거 같아요. 인물 위주로 보고 뽑아야죠.”(60대 ㄱ씨)

진보부터 극우까지, 당대표부터 전 국무총리까지 ‘총천연색 5파전’ 구도가 만들어진 6·3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29일 평택을 지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선거 구도만큼이나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평택을에서는 지역구 의원이었던 이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으면서 재선거가 열린다.

이곳은 2012년 19대 총선부터 내리 3차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승리했다. 이곳에는 세계 최대의 해외 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장 준공과 고덕국제신도시 개발로 젊은이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보수세가 희석됐다. 그 결과 2024년 22대 총선에서 이병진 전 의원이 당선됐다.

민주당은 지난해까지 보수 정당에 몸담았던 김용남 전 의원을 후보로 내세워 중도·보수 민심을 공략하려 하고, 국민의힘은 이미 평택을에서 3선을 한 유의동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조국혁신당에서는 조국 대표가, 진보당에서는 김재연 상임대표가 나섰고,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도 뛰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직 어느 후보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꽃’ 발표(지난 26~27일 조사, 무선 자동응답 방식)를 보면 김용남 민주당 후보는 27.5%,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21.8%,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는 18.9%로 나타났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10.3%)와 김재연 진보당 후보(6.9%)의 지지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27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선 조 후보가 23.4%, 김용남 후보가 21.4%, 유 후보가 21.2%였다.(지난 25~26일 조사, 무선 자동응답 방식.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29일 경기 평택시 안중읍 안중오거리 주변 건물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6·3 국회의원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대형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토박이’ 유의동이냐, ‘여당’ 김용남이냐, “인물론” 조국이냐

선거 쟁점 중 하나는 이미 평택을에서 3선을 한 유의동 후보가 유일한 평택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김용남 후보는 “일 잘하는 이재명 정부와 발맞출 여당 후보”를, 조국 후보는 “인물론”을 강조하고 있다.

시민들 반응은 다양했다. 보수 우세 지역인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거리에서 40년 동안 잡화점을 해온 60대 여성 ㄱ씨는 “평택 출신도 아닌 사람들이 너도나도 들어오는 게, 솔직히 ‘평택을 호구로 아나’ 싶어 기분이 좋진 않다”며 유 후보의 우위를 점쳤다. 하지만 구제 옷가게를 하는 이경숙(61)씨는 “토박이냐 아니냐는 전혀 상관없다. 지금은 능력을 보고 뽑는 시대”라며 “대통령이 잘하면 그 밑에 있는 사람들도 잘할 수밖에 없다. 김용남 후보가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물론”을 내세운 조 후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이씨는 “그분도 탄핵 때 노력을 많이 했던 분이고, 진실성 있어 보였다. 일을 잘할 거라 본다”고 했지만, 고덕국제신도시에 사는 손남주(30)씨는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조국은 자녀 입시 비리 논란도 그렇고, 애초에 이 지역도 잘 모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지역 현안 때문에 기성 정치에 회의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있었다. 안중읍에서 24년째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혜숙(60)씨는 “그동안 지역 발전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솔직히 누가 나와도 기대가 없다”고 했다. 그 틈을 ‘새 인물’이 파고들 여지도 엿보였다. ㄱ씨는 “30대인 아들이 김재연 후보를 좋게 평가하더라. 젊은 청년들은 새 인물인 김 후보도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교안 후보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인사가 적었다. 다만 국민의힘 내 친한동훈계를 지지한다고 밝힌 포승읍에 사는 김아무개(69)씨는 “황교안씨는 안 된다. 고성국이하고 손잡고 나라 개판 만들어놓은 게 황교안”이라며 “맨 부정선거만 외쳐서 나라가 이 꼴이 됐다”고 말했다.

29일 경기 평택시 안중읍의 김재연(진보당)·황교안(자유와혁신)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모습.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5파전’ 난전, 막판 단일화 가능성도

진보와 보수 후보들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을 벌이는 만큼 ‘막판 단일화’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조 후보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김용남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관해 “항상 열려 있다”며 “선거운동 개시일인 5월21일쯤 돼야 단일화 이야기가 비로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용남 후보도 한겨레에 “지금 단일화 논의를 하긴 이르지만, 상황을 봐서 보수 쪽으로 세가 넘어갈 것 같다 싶으면 그때 가서 논의를 시작해 볼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민들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지지자로 40여년 자영업을 해온 박아무개(68)씨는 “단일화는 끝까지 상황을 봐야 알 것 같다. 뒷짐 지고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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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옵티칼-니토옵티칼은 '하나의 사업'…해고 회피 의무도 함께 져야"

금속노조, 한국옵티칼 부당해고 소송 항소심 쟁점 설명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6.04.30. 08:09:18

불탄 공장 옥상에 올라 600일 고공농성을 하며 복직을 요구한 박정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지회 사무장이 정부·여당의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땅을 밟은 지 7개월여가 지났지만, 박 사무장과 그의 동료 6명은 여전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약속이 실현되지 않으며 교섭의 시계가 멈춘 가운데 법원의 시간만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속노조가 29일 서울 서대문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행 중인 한국옵티칼 부당해고 소송 항소심 쟁점을 설명하며 복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정치권에도 다시 한 번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금속노조가 29일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항소심 쟁점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한국옵티칼-니토옵티칼은 '하나의 사업'해고 회피 의무도 함께 져야"

항소심의 가장 큰 법적 쟁점은 공장 화재로 폐업한 한국옵티칼과 그 물량을 이어받아 성장세를 기록 중인 한국니토옵티칼(니토옵티칼)을 '하나의 사업'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두 회사는 모두 니토덴코의 자회사다.

이 문제가 쟁점인 이유는 근로기준법 적용범위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은 다른 '사업장'이지만 모회사인 니토덴코가 둘을 '하나의 사업'으로 운영했다면, 정리해고 요건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도 이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즉 한국옵티칼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의 복직 의무를 니토옵티칼에 지울 수 있게 된다.

금속노조는 회사 업무수첩, 예산서, 결산서 등을 보면,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은 니토덴코를 정점으로 한 '하나의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증거들은 1심에서 노측이 패소한 뒤 새로 확보한 것이다.

탁선호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먼저 조직도상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의 생산, 품질보증 부서 등은 니토덴코 정보재 사업부의 직접 지휘를 받는 조직으로 편재돼 있다"고 짚었다. '정보재 사업부'는 니토덴코의 편광필름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다.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은 모두 편광필름을 생산했다.

탁 변호사는 또 "두 자회사는 생산 제품의 판매가격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모든 가격을 니토덴코 본사 정보재 사업부문 가격심의회가 정한다"며 "설비투자, 차입, 자금운용, 경영계획 등 사업 관련 사항도 자회사 법인이 아닌 본사 정보재 사업부문 전략회의가 통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옵티칼 폐업 전 니토덴코가 "타발 공정까지는 한국옵티칼, 외관 검사부터는 니토옵티칼에 맡기는 방식으로 편광필름을 생산했다"며 "두 자회사는 단일 생산 공정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니토덴코의 '원 코리아(ONE KOREA)' 원칙에 따라 두 자회사의 임금체계가 동일했고, 서로 간에 인력 이동, 파견 제도를 상시 운영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탁 변호사는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이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임에도 한국옵티칼은 청산과 함께 노동자를 해고하며 니토옵티칼로의 전적이나 전환배치를 검토하지 않았다"며 "이는 정리해고 요건인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옵티칼의 생산물량을 니토옵티칼이 이어받은 점을 지적하며 "이는 영업양도에 해당하고, 영업을 양도하면 고용도 승계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밝혔다.

탁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본, 프랑스, 미국 등은 기업집단 내 해고에 대해 계열사로의 전적도 해고회피 노력으로 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규율하고 있다. 한국도 다국적 기업인 모기업이 한국 자회사에서 벌이는 해고를 어떻게 규제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옵티칼 부당해고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2025년 한국니토옵티칼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금속노조 제공.

해고자들 "다시 열심히 싸울 것…정치권, 해결 주체로 나서 달라"

간담회에는 한국옵티칼 해고자도 참석했다 이들은 복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정치권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촉구했다.

600일 고공농성 당사자인 박 사무장은 "참 많이 속상하고 힘들다. 고공농성을 하고 내려왔을 때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랜 시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게 다시 한 번 열심히 싸우겠다"고 밝혔다.

배현석 한국옵티칼지회장은 고공농성 해제 당시 "정치권과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고 약속했다"며 "복직 문제 해결을 위한 당정대 회의체계도 지난 22일 재가동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중재자가 아닌 해결 주체로 나서야 하며, 회사는 고용승계 요구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022년 10월 한국옵티칼은 구미 공장이 화재로 전소되자 청산을 결정하고, 193명에게 희망퇴직을 받은 뒤 이를 거부한 17명을 해고했다. 니토옵티칼은 이후 지난해 4월까지 156명을 신규채용했지만, 한국옵티칼 해고자 7명의 복직 요구는 거부하고 있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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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인정·존중한다면 불리기 원하는 이름 똑바로 불러줘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4/30 08:49
  • 수정일
    2026/04/30 08:4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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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건인가' 특별학술회의...통일부차관 "상대 실체 존중하는 언어 필요"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4.29 23:51
  •  
  •  수정 2026.04.2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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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29일 한국정치학회 특별학술회의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축사를 통해 국호 표현 변경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29일 한국정치학회 특별학술회의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축사를 통해 국호 표현 변경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언어와 제도가 뒷받침될 때 대결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평화적 공존의 공간을 넓혀 갈 수 있을 것이다."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라는 주제로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특별학술회의가 열린 2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김남중 통일부차관은 축사를 통해 오랜 세월 쌓인 불신의 장벽이 여전히 높고 대화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해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평화적 공존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북한'으로 호명해 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우리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존재하는 객관적 실체이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로 인식하는 자세이다. 그래야만 보다 균형있고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아가 "이름은 단순한 호칭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상대를 어떻게 부르는가는 우리가 상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또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를 보여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북한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수용, 적대행위 불추진을 원칙으로 하는 이재명 정부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를 빗대어 "동·서독 간에도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며 공식 국호 사용을 회피하고 냉전과 대립을 반복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1972년 기본조약을 계기로 서로의 실체와 권한을 사실상 인정하고, 양측이 서로의 국호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긴장을 완화해 나가는 변화의 힘이 마련되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선언한 2023년 12월 이후 '남조선'을 '대한민국' 또는 '한국'으로 부르기 시작한 때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고 이같은 정책방향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역시 더 이상 상대를 멸칭의 의미마저 내포하고 있는 '북한'으로 부를 이유는 없지 않느냐는 고민이 담긴 발언으로 읽힌다.

사실상 우리도 앞으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조선'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지만 여전히 현실은 조심스럽다.
  
남북관계를 인식하는 감성적 접근이나 정치적 이분법, 오랫동안 익숙한 것을 바꾸어야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낯섦과 거부감 등으로 인한 혼란과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차관은 "우리의 헌법적 질서, 남북관계의 특성, 국내 법제와 국제 관행,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며, "정부도 조급해하지 않되 멈추지 않겠다. 긴장을 낮추고 신뢰를 쌓으며 평화공존의 토대를 하나씩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김성경 서강대학교 교수(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북한(조선) 공식 국호 사용 제언)와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호칭에 관한 국내 및 국제법·제도적 검토), 이동기 강원대학교 교수(분단 시기 동서독의 국명 호칭 변화와 함의)가 발표하고 김태경 성공회대학교 교수, 최슬아 숭실대학교 교수, 장소영 법무법인 제이알 대표 변호사, 김주희 국립부경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김성경 서강대학교 교수(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북한(조선) 공식 국호 사용 제언)와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호칭에 관한 국내 및 국제법·제도적 검토), 이동기 강원대학교 교수(분단 시기 동서독의 국명 호칭 변화와 함의)가 발표하고 김태경 성공회대학교 교수, 최슬아 숭실대학교 교수, 장소영 법무법인 제이알 대표 변호사, 김주희 국립부경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김성경 서강대학교 교수(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북한(조선) 공식 국호 사용 제언)와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호칭에 관한 국내 및 국제법·제도적 검토), 이동기 강원대학교 교수(분단 시기 동서독의 국명 호칭 변화와 함의)가 발표하고 김태경 성공회대학교 교수, 최슬아 숭실대학교 교수, 장소영 법무법인 제이알 대표 변호사, 김주희 국립부경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김성경 교수는 "1991년 유엔동시가입 이후 30년 이상 국제사회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공식 국호를 사용해 왔으나, 남한의 일상 언어와 공식 담론은 여전히 비대칭적인 '북한'이라는 호명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간극은 언어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지체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남북관계의 모순이 그대로 집적된 것이 바로 국호와 호명임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북한'이라는 호명은 상대를 한반도의 북쪽 일부로 규정함으로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독립적 국가성을 묵시적으로 부정하는 효과를 가져왔는데, 1950년 이후 국가보안법과 반공 이데올로기의 맥락속에서 적대와 위협, 무관심과 혐오가 겹겹히 쌓인데다가 최근에는 '경제적 약자' 혹은 '경제적 부담' 등의 의미가 들러붙어서 더욱 부정적으로 감각되도록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일각에서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것은 결국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헌법정식에 위배되는 것, 즉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것은 두 국가로 분단된 분단을 공고화할 것"이라며, 북한의 공식 국호 사용을 반대하는데 대해서는 "북한이라는 호명을 유지하는 것이 지난 80년간 통일을 앞당기거나 분단을 덜 고착시킨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북 사이의 대결을 강화하고 분단체제를 재생산하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해 온 경향이 강하다"고 논박했다.

이미 북한은 법적으로 반국가단체이자 대화·협력의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남북 합의서에는 공식국호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이 '대한민국'을 호명한 것이 관계없음을 선언하고 통일담론의 폐기를 의미한다면, 남한의 '조선' 호명은 상대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상호존중,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북한이 '한국'으로 호명하는 것이 대한민국 체제를 수용하는 행위가 아닌 것처럼 남한이 '조선'으로 호명한다고 해서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며, 오랜 기간 '남조선'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북한'이라고 부르는 것도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은민 변호사는 △남북관계 문서에서 남과 북이 정식 국호를 쓰는 것이 헌법과 법률상 문제를 발생시키는가? △정식 국호 사용은 국제법상 국가승인으로 인정되는가? △정식 국호 사용시 실무적으로는 어떤 설계가 가능한가? 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했다.

먼저, "국호를 사용하는 문제는 문서에서 상대를 특정하는 언어를 선택하는 것으로 존중의 표현, 식별의 정확성, 문서해석의 안정성에 목적이 있으며, 국가승인은 상대방을 국제법상 국가로 인정하려는 의사표시인데 승인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하면서 "국가승인은 부여국의 일방적 행위이며, 승인 여부는 승인국의 의도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으로 표기한다고 해서 국가승인이나 정부승인이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외교관계 수립이나 대사 교환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

북한의 정식 국호를 사용하는 문제는 국내법상 헌법 제3조(영토)와 제4조(평화통일) 및 남북관계의 '특수관계' 틀 안에서 설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대해 "영토조항은 평화통일이 실현된 상태인 통일 한국의 영역 범위를 의미하는 선언적인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해설했다. 

또 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는 "과정으로서의 통일 조항으로 해석 가능하며, 여기에 헌법 전문의 통일명령 등을 추가하여 규범 조화적인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제법상 '정식국호 사용'이 국가승인 또는 외교관계 수립과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국호 사용은 '승인'과는 구별되는 표기·식별·문서기술 문제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일이자, 기존 합의서에서 적용한 국호사용의 맥락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남북기본합의서 제1조에서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했으면 서로간에 상대가 불리기 원하는 이름을 똑바로 불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북한'으로 표현된 법령 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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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거꾸로 솟는다”…미국의 주권 모독 규탄

이영석 기자 | 기사입력 2026/04/29 [22:40]

 

‘주권모독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 촛불문화제’가 29일 저녁 7시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 서울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열렸다.

 

© 이영석 기자

 

‘주권모독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 긴급행동’이 주최한 이날 촛불문화제에 60여 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김세동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미국이 선을 넘어도 세게 넘었다. 미국의 내정간섭이 너무나 노골적이다. 명백한 주권 모독 아닌가?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런슨(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 영구 주둔 정책을 책동하고 있다. 주한미군기지를 아예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전초기지, 지속지원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한다”라며 이는 “주한미군이 해외로 나가도 기지는 영원히 사용하겠다는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이 사회자의 구호 선창을 따라 외쳤다.

 

“주권모독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하라!”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

“전작권 환수하고 자주국방 실현하자!”

“주권모독 전쟁광 트럼프는 지구를 떠나라!”

 

© 이영석 기자

 

오주성 자민통위 집행위원은 “(미국의) 권역 지속지원 거점 계획대로라면 전시작전권 환수도 소용없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 지휘권 아래 소속되어 한국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필요에 따라 아무 때나 군대도 들락날락, 무기와 전쟁 물자도 들락날락하게 된다. 이 정도면 주권 모독을 넘어 주권 침탈 아닌가?”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을) 이 땅에 영구적으로 주둔시키며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기지를 사용하겠다는 전략은 돌발적인 구상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되어 온 것”이라며 “미국의 전초기지 영구화 음모를 반드시 박살 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역설했다.

 

김도원 중구용산촛불행동 회원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두고 미국을 향해 “우리나라가 우리 거 달라고 하는데, 왜 안 주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전작권을 환수해야만 자주국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를 주장한 것을 언급하며 “자주국방이 없는 우리나라는 20년 동안 미국에 얼마나 많이 착취당했는가”라면서 “전작권을 환수하여 우리나라를 우리 힘으로 지키는 것이 진정한 자주독립”이라고 말했다.

 

홍덕진 영등포양천강서촛불행동 교육국장은 “미국은 입으로는 ‘동맹’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우리 정부의 정책 하나하나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우리 민족의 운명을 자기들 입맛대로 휘둘러 왔다”라며 “이 모든 오만함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이 땅에 주인처럼 들어앉아 있는 주한미군과 그 군사기지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권 침해의 근원이 우리 땅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 한 진정한 독립도, 진정한 주권도 바로 설 수 없다”라면서 “전쟁의 화근이자 주권 침해의 상징인 주한미군기지를 철수시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 오주성 집행위원, 김도원 회원, 홍덕진 교육국장. © 이영석 기자

 

최규엽 전북동우회 회장은 “미군 철수하는 거 간단하다. 100만 응원봉으로 윤석열 몰아냈는데 (이거랑) 똑같다. 100만 응원봉으로 미군 철수 외치면 (미군은) 나간다. 미국이 의외로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을 무서워한다”라며 한국전쟁 전 해방정국과 5.18광주항쟁, 6월항쟁 등 국민의 투쟁을 언급했다.

 

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면 미군은 나가야 한다”라며 이는 “국회의원 과반수가 참석해서 과반수가 찬성하면 된다”라면서 민주당 당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압력을 넣자고 했다.

 

김용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우리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자가 또 있다. 바로 트럼프 2기 정부의 첫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된 극우 인사 미셸 스틸 공화당 전 하원의원”이라며 그는 “극우, 반북, 반중 강경파로 꼽혔던 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셸 스틸을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한다는 것은 한국 내 ‘윤 어게인’ 세력, 즉 내란세력들을 다시 살려보겠다는 뜻 아닌가?”라며 “반북반중 극우주의자 미셸 스틸 주한 미 대사 지명을 철회하라!”라고 외쳤다.

 

▲ 최규엽 회장(왼쪽)과 김용환 회원. © 이영석 기자

 

▲ 가수 임대한 씨가 「어서어서」, 「촛불로 몰아쳐」, 「트럼프는 지구를 떠나라」를 불렀다. ©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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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사령관 "동아시아, 하나의 전장으로 통합"…미, ‘킬웹’ 구상의 실체

  • 기자명 박재산 기자
  •  
  •  승인 2026.04.29 18:34
  •  
  •  댓글 0
 
   
 

미국이 동아시아를 하나의 전장으로 통합하려는 구상을 노골화하고 있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일본 영자지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필리핀을 하나의 군사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킬웹’ 구상을 밝혔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다영역 통합 타격체계...‘단일 전구’ 전략

‘킬웹(Kill Web)’ 구상은 한국·일본·필리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 영역에서 즉각 타격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위성·드론·레이더 등 모든 감시 자산을 통합하고, 각국의 타격 수단을 실시간으로 연동해 ‘가장 빠른 공격’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구상이 단순한 군사 효율성 강화 차원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단일 전장’으로 재구성한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한반도,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각각 분리된 분쟁 가능 지역으로 인식되던 공간이 이제는 하나의 연속된 작전구역으로 묶이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의 충돌이 곧바로 전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브런슨 사령관은 “현대 전쟁은 사이버와 전자기 공간에서 승패가 결정된다”며 통합 네트워크가 억지력의 핵심이라고 강변했다. 동시에 “동맹국은 누구도 고립되어 존재할 수 없다”며 동아시아를 ‘단일 전구’로 묶는 전략을 기정사실화했다.

뒤집힌 한반도 지도. 지난 11월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뒤집힌 한반도 지도. 지난 11월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제1도련선’ 핵심 거점으로 재편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일본·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을 강조하며, 기존의 양자동맹을 넘어선 3자 협력 틀을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동맹 구조를 다자 군사블록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 ‘삼각형’은 상호 협력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지휘·통제 체계에 종속되는 구조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의 역할 규정이 눈에 띈다. 미국은 한국을 ‘제1도련선 내부의 핵심 거점’으로 재정의하며, 병참·정비·재보급을 담당하는 지역 허브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단순한 방어선이 아니라, 역내 작전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 다시 등장한다.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면서도 필요시 다른 지역 분쟁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 개념은, 한국의 안보 이해와 무관한 군사작전에까지 개입될 수 있는 구조를 내포한다. 결국 한국 영토와 군사력이 미국의 전략 수행을 위한 플랫폼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일본 재무장화의 배후이자 전쟁의 화근

한일 군사협력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 일본의 평화헌법 제약, 필리핀 내부의 군사 의존 논란 등이 현실적 제약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은 방위비 확대와 제도 정비를 통해 이 구조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일미군과 자위대 협력의 제도화를 언급하며 일본의 방위력 강화와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동맹국의 군사 역할을 확대해 미국의 전략 부담을 덜고, 유사시 이들을 전쟁 체계의 전면에 내세우려는 의도다.

‘킬웹’ 구상은 군사 기술 개념을 넘어 동맹국을 미국의 전쟁 체계에 종속시키는 구조적 재편 전략이다. 역내 국가들을 연결해 ‘단일 전장’을 구축하려는 이 구상은 대결 구도를 고착시키고 동아시아를 전쟁 속으로 몰아넣는 화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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