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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의사들, 대통령 담화에 더 격앙...의협 회장 당선자 “밝힐 입장 없다”

 
현장 의사들, 대통령 담화에 더 격앙...의협 회장 당선자 “밝힐 입장 없다”
 
 
 
임두만 | 2024-04-02 08:46:4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의료개혁·의대 정원 확대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골자는 의대 정원 2천 명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안에 반대하는 의사단체를 향해 ‘확실한 근거’를 가져 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으나 결론은 이번 정부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담화였다.

▲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전공의 대표들   

이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당선자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1일 뉴시스에 따르면 임 당선자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가 아닌 기존 입장을 못 박으면서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12만 의사들은 현재 의정 대치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될 것으로 생각하고 발표를 지켜봤지만,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이 실망하게 된 담화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계와 많은 논의를 했다고 했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계의 의견은 전혀 들어주지 않은 시간이었다”며 “해법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의대 증원 2000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담화문에 담긴 여러 내용은 기존에 의협 비대위 발표 등에서 여러 자료를 들어 반박했던 것”이라며 “추가로 반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시큰둥했다.

임 당선자와 의협회장 선거에서 결선투표를 치른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대교수 비대위에서 전공의들에게 ‘대통령이 유화책을 발표할 것이니 4월 5일 이내로 돌아오라’고 말했다고 오늘 아침 들었다”며 “만우절 거짓말이었나 보다”라고 주장했다.

노 전 회장은 또 “국민 생명을 인질로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윤 대통령의 경고에 대해서도 “유화책이 아니라 오히려 처벌을 예고했다, 협박을 구체화했다”고 반발했다.

노 전 회장은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의료계와 의대증원을 논의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단 3번의 회의에서 일방통보를 했을 뿐”이라며 “의사 수도 우리나라 의사수는 1천 명당 2.1명이 아닌 2.6명”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또 “우리나라 의사 증가 수가 OECD 최상위권이라는 사실, 의사 수가 OECD보다 부족한데 의료수가가 1/3이라는 것도 대통령은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등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설명한 자료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방재승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원장도 “이번 정부는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담화문이었다”며 “한국 의료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의 반응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전공의는 윤 대통령의 ‘근거를 가져오면 논의할 수 있다’는 발언을 두고 “대화는 상대가 민주적이고 대화가 통할만한 상대라는 믿음이 있을때 하는 것”이라며 “입으로만 자유를 수호하겠다고 하고 사직금지 이직금지 개원금지 진료유지 휴학금지 출국금지 군대금지 등 독재적 방침을 이렇게 쏟아내는데 믿음이 가나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또 “게다가 저런 말을 쏟아냈던 인물인 차관을 그대로 두고 무슨 대화가 되나?”라면서 “선거 끝나면 레임덕으로 실권도 없을 건데 대화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중형병원 내과원장은 “전혀 공감이 안 되는 동어반복이다. 여권에서, 또 언론에서 야당 200석 운운하며 압박하니까 나선 뒤 2000명 증원이 매우 논리적이라고 하지만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1000만보 양보해서 대통령 말대로 논리적이라고 해도 1+1=2라는 명제도 부정하려면 얼마든지 부정이 가능한게 논리의 세상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즉 중요한 건 논리가 아니라 그 논리라는 게 ‘동료시민’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느냐인데 10년 후에 채워넣겠다는 2000명 증원이 당장 10년 동안 의료계 붕괴를 초래한다는 이율배반을 대통령은 말한다는 것이 ‘비논리’”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이런 상황에서 그저 의사 카르텔이 아주 나빠서 그렇다고 자위하고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는가?”고 물은 뒤 “의정갈등은 이제 ‘밥그릇만 챙기는 의사가 나쁘다’라고 의사들을 공격할 때가 아니다. 당장 의료계 인력 수급의 생태계가 붕괴되어가는데, 당장 상급 종합병원 줄도산이 다가오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대통령이 제대로 파악도 안 된 통계숫자 운운하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정말 의사 카르텔이 공공의 적이라면 현재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장을 떠난 전공의 1만 명 다 면허취소 시키고, 휴학하고 현역으로 군입대를 선택하겠다는 의대생들 휴학처리하고 군 입대 받아주면 된다”면서 “그게 불가능한 것을 깨달았으면 현실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정치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1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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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 맞은 국민의힘 총선 전략, 무리수 총정리



 

총선 무리수의 출발점, ‘김포 서울편입’

총선 무리수의 서론, ‘운동권 청산론’

총선 무리수의 심화, ‘종북몰이’

총선 무리수의 격화, ‘세종시 국회이전’

총선 무리수의 화룡정점, ‘가공식품 부가세 삭감’

총선 무리수의 발악, ‘이조심판론’

총선 무리수의 최후, ‘읍소 전략’

▲국민의힘 울산시당이 4·10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오전 울산 남구 태화로터리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을 올리고 있다. ©뉴시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느닷없이 ‘이조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이조심판론은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과 조국을 심판해야 한다는 프레임이다.

그러나 의료대란에서부터 초부자감세, 영부인 뇌물 수수 등 연이은 정부 실정으로 국정 문제가 산적한 와중 야당 대표들에 대한 심판은 뜬금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여당 강세 지역으로 평가됐던 부산·경남에서도 국민의힘 열세를 점치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자 다급하게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국민의힘의 실패한 선거전략 경과를 되짚어본다.

 

총선 무리수의 출발점, ‘김포 서울편입’

국힘의 본격적인 총선 행보는 지난해 10월 30일 김포 서울편입 계획을 밝히면서부터였다. 이는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수도권 일대의 표를 끌어모으겠다는 노골적인 전략이었다. 국힘이 직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 차이로 참패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힘은 김포 이외 서울 인근 도시도 통합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대상 범위를 대폭 넓히기까지 했다. 서울편입의 구체적인 기준은 없으나, 5개 도시 이상까지 검토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에 윤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바람을 넣었다.

그러나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부터 국정과제로 내세워온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서울 인근 수도권 도시들도 형평성을 주장하며 편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질뿐더러, 김포시 약 50만 명 인구로부터 걷히는 세수가 줄어 경기도 재정이 악화하는 만큼 서울 비대화에 일조하기 때문.

이에 ‘일관성 없이 급조된 표심 추수’라는 비난이 전국 각지서 터져 나왔고, 심지어 국힘 내에서도 무책임한 공약 남발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신중한 검토나 공론화 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이슈화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힘은 특별법까지 발의하여 편입을 추진하려 했으나, 전국적인 반대 여론에 더해 여당 지도부까지 바뀌면서 뒷전으로 밀렸고 결국 관련 주민투표도 무산됐다.

 

총선 무리수의 서론, ‘운동권 청산론’

김포 서울편입이 흐지부지되며 표심 추수에 실패한 국힘은 점차 정책 공약 대신 네거티브(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권심판론이 대세로 굳어지는 데에 위기감을 느끼고 프레임을 바꾸려 시도한 것이다.

지난 1월 17일 느닷없이 등장한 ‘운동권 청산론’이 대표적이다. 이날 국민의힘 서울시당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운동권 특권 정치 타파’를 주장한 뒤로 비슷한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은 586 운동권 정치인이 아니라 주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발언이나, “86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이라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그것이다.

한 위원장이 말하는 ‘운동권 특권 세력’은 민주당의 80년대 학번 정치인들로 한때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던 이들을 가리킨다. 그러나 ‘운동권 청산론’에는 어떤 실체도 없다.

한 위원장 논리에 따르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운동권 특권 세력’으로 청산 대상이다. 원 전 장관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한 경력을 앞세워 2000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을 받았고, 이후 3선 의원에 재선 제주지사, 장관까지 지낸 바 있기 때문.

한 위원장이 서울 마포을에 직접 전략공천한 함운경 후보도 마찬가지다.

함 후보 역시 정확히 ‘86 운동권 주역’으로서 1985년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위원장으로서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일으켜 수감되는 등 학생운동의 핵심으로 활동한 전력을 내세워 꾸준히 정계의 문을 두드려왔다.

결국 운동권 청산론은 자가당착적인 프레임의 한계로 인해 빠르게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운동권 청산론에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청산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총선 무리수의 심화, ‘종북몰이’

이어 채상병 수사 외압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도주와 5.18 북한 개입설 등이 물의를 빚으며 지지율이 폭락하자 다급해진 국민의힘은 종북몰이를 시도하는 데에 이른다.

지난달 19일 한 위원장이 “이번에 지면 종북세력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류를 장악하게 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 말한 뒤로, 25일 국민의힘 윤재옥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총선용 현수막을 달라고 전국 시·도당에 지시했다.

하루 뒤 26일에는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들이 국가안보를 흔들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겠다”고 발언했고,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념과 사상에 대해서는 전쟁을 치러서라도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며 종북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총선을 전국적으로 ‘종북 세력과의 전쟁’으로 몰고 가려던 시도는 자당 후보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종북타령’은 네거티브 중에서도 저질 네거티브라 명분도 없고 효용도 없어 외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었다.

한 국힘 후보는 “여당답게 정책 선거를 해야지 굳이 저런 현수막을 내건다고 표심을 얻을 수 있겠냐”며 “우리 지역엔 해당 현수막을 걸지 않으려고 한다”고 반발했고, 또 다른 국힘 후보는 “표 떨어지려 작정했느냐”며 “중앙당이 왜 이렇게 판단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국힘은 해당 현수막 게첩 지시를 긴급 철회했다.

 

총선 무리수의 격화, ‘세종시 국회이전’

정권심판론이 확산하며 심지어 영남권에서도 야당 우세지역이 속출하자 국힘은 충청표라도 추수하기 위해 세종시로 국회 이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한 위원장은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여의도와 그 주변들, 서울의 개발 제한을 풀어서 서울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충청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세종시 행정수도론’은 선거철마다 표몰이 수단으로만 이용되어 오기만 했을 뿐, 정작 어떤 실질적 추진도 없어 피로감이 쌓인 탓이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부터가 지난 대선에서 세종시를 방문해 ‘진짜 수도론’을 주장했다.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세종청사에서 격주 국무회의 개최 등을 약속했지만 이 중 실행된 것은 전무하다.

세종집무실과 세종의사당 건립이 지연된 데 이어 집권 후 윤 대통령이 세종에 참석한 국무회의는 단 두 번밖에 없었다.

이에 지난달 ‘충청매일’ 신문은 “한 위원장은 먼저 윤석열 정부의 세종시 행정수도 공약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했어야 했다”며 “한동훈 위원장의 국회 이전 발언은 그동안의 논의 과정이나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충청표만 얻겠다는 얄팍한 술수”라 짚었다.

 

총선 무리수의 화룡정점, ‘가공식품 부가세 삭감’

국힘의 폭주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한 위원장은 서민경제를 살피는 시늉을 하며 ‘가공식품 부가세 인하’를 들고 나섰다.

출산·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식재료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절반 인하한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이는 조세 원리를 깡그리 무시한 실현 불가능한 구호에 가깝다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

부자감세로 역대 최대의 세수펑크를 내 연구개발(R&D)예산 등 모든 국가 재정지출을 삭감한 데 이어 포퓰리즘적인 세제개편으로 재정을 파탄내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이상민 연구위원은 “부가가치세법이 제정된 이후 10% 세율이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는 세율의 차등이 없이 모든 물품에 일반적으로 작용하는 일반소비세인만큼 이를 흔들면 우리나라 전체 조세 체계가 흔들린다”고 짚었다.

더욱이 독과점 업체가 많은 가공식품 시장 구조상, 조세 인하분은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보다는 외려 판매기업의 주머니를 불릴 가능성이 크다.

애초 ‘가공식품 부가세 인하’는 급조된 정책인 만큼 부실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해당 공약에는 연이은 고물가에 대파 한 단이 5,000원대로 치솟은 가운데 윤 대통령의 실언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야 했던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대파 가격에도 불구, 대통령 방문에 맞춰 일시적으로 폭탄 할인에 들어간 마트에 들린 윤 대통령은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 발언했고, 이는 ‘대파파동’으로 번진 바 있다.

 

총선 무리수의 발악, ‘이조심판론’

총선 대응이 논란을 증폭시키기만 하자, 결국 지난달 29일 국힘은 ‘이조심판 특별위원회’를 꾸려 단말마를 내질렀다.

이조심판 특별위원회(위원장 신지호)는 지난 주말 내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총선 후보들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며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반대로 ‘매 맞을 놈이 매 드는 격’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대세로 굳어진 정권심판론을 뒤집기 어렵자 한 위원장의 발언도 점차 거칠어지고 있다. 연일 야당 대표를 향해 “개 같이 정치한다”거나 “쓰레기 같은 말” 등 폭언을 내뱉는 모양새다.

 

총선 무리수의 최후, ‘읍소 전략’

국힘 당 차원에서는 폭언과 이조심판론, 종북몰이를 두서없이 쏟아내는 가운데, 개별 후보들은 ‘읍소’ 전략을 취하는 경우도 많다.

경남에서도 정권심판론이 퍼져나가며 국힘 지지율이 위태롭자, 지난달 28일 합동출정식에서 국민의힘 울산 후보들이 석고대죄를 하며 큰절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게 그 예다.

이에 더해 공천이 끝난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손절’ 분위기도 터져 나온다.

지난달 31일, 경남 김해을에 공천받은 국민의힘 조해진 후보는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에게 무릎을 꿇으라”며 “내각 역시 모두 총사퇴 해야한다”고 꼬리자르기에 나섰다.

이로부터 하루가 지난 1일, 한 위원장에 의해 전략공천된 함운경 마포을 후보 역시 “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집중하시라”며 일갈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이 살려달라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며 “눈물을 흘리고 엎드려 절하면서 비는 쇼를 하더라도 절대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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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의사 때리기’ 담화가 전향적? 대통령실의 초월적 인식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4/02 09:03
  • 수정일
    2024/04/02 09: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일 서울 종로구 한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에서 의료개혁 전공의사태와 관련한 발언을 한 시민이 듣고 있다. 2024.04.01 ⓒ민중의소리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의사들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윤석열 대통령의 1일 대국민 담화 내용에 대해 ‘전향적’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치권과 대중의 반응과는 상반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날 50여 분 동안 진행한 담화 중 의료계에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을 착목했다. 대통령실의 해석은 “변경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윤 대통령은 담화 내내 진료거부 전공의들과 총파업을 시사한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를 겨냥해 “국민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 “우리 사회에 중대한 위협”, “기득권 카르텔”, “직역 카르텔” 등 적대적 표현을 쓰며 자극했다.

또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오면 바뀔 수 있다”는 윤 대통령의 말은 담화의 전반적인 내용과도 충돌한다. 윤 대통령은 “2천 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서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수급 추계를 검토하고 인구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한 것”,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긴 분량을 할애해 전한 이런 메시지들은 오히려 2천 명 증원 근거를 재확인하면서,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기조 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담화 내용에 비춰보면 ‘2천 명 증원을 전제한 협의체’에 가깝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계는 ‘2천 명 증원 방침을 철회한 후 증원 규모를 재논의하자’는 것을 현장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현재의 의-정 대치 상황을 바라보는 대통령실의 시각도 현실과 맞지 않다. 대통령실은 “이번 논란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좁혀져 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근거는 국민들이 의사 수를 늘리는 데 동의한다는 점인데, 이는 이번 정부 들어 새롭게 형성된 여론이라고 보기 어렵다. 의사 수 확대에 대한 여론은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의료 정책을 추진하다가 의료계 반대에 부딪혔을 때도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담화 초반부에 “국민 불편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하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고개 숙여 인사를 전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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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삼촌' 현기영의 탄식 "이런 역사인식의 정권이라니!"



[제주 사름이 사는 법] 현기영 작가와 제주4·3

 

24.04.02 07:02최종 업데이트 24.04.02 08:08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현기영 작가는 1978년 중편 <순이삼촌>을 발표해 금기시해오던 제주4·3을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낸 이래 제주도가 겪은 엄청난 비극적 사건을 수많은 소설로 형상화함으로써 4·3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 황의봉

 

제주4·3 76주년이다. 인구의 10분의 1에 달하는 3만여 명이 희생됐음에도 억눌린 채 숨죽이며 지내야 했던 제주는 이제 비로소 봄다운 봄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도 왜곡과 폄훼의 망언이 사라지지 않고, 파헤쳐야 할 진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제주도 출신 작가 현기영은 이 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중편소설 <순이삼촌>으로 4·3의 비극성을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낸 때가 그의 나이 37세. 지난해 장편소설 <제주도우다>를 출간하기까지 거의 반세기에 이르는 세월 동안 4·3을 다룬 수많은 역작을 발표해온 현기영 작가는 올해로 83번째 봄을 맞고 있다. 4·3문학의 상징이 된 현 작가, 그의 인생에 드리운 4·3의 기억과 고통 그리고 되새겨야 할 의미와 과제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 작가와의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그를 4·3문학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순이삼촌>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 건 유신독재 서슬이 시퍼렇던 197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통해서였다. 1948년 이래 30년이나 금기시돼온 4·3을 주제로 한 소설이 세상에 나온 것은 충격적 사건이었다. 제주 출신 작가로서의 사명감이 이런 소설을 쓰게 했을까, 아니면 체질적으로 반골 기질이 작용했던 것일까?

 

"저는 처음에 순수문학을 할 생각이었죠.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 <아버지>라는 단편으로, 이게 데뷔작입니다. 거기 보면 심리적 갈등을 겪는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4·3이 막연한 배경으로 나옵니다. 이 소설은 이데올로기 같은 것 없는 순수문학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저도 모르게 4·3의 억압적인 분위기가 배경으로 깔려 있어요. 데뷔하고 나서는 그전에 습작했던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한 1년쯤 지나니까 자연스럽게 제가 4·3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당시 4·3을 건드리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그냥 그쪽으로 끌려가더라고요. 저에게 반골 기질이 있기는 하지만, 작정하고 4·3을 다루어야겠다 정한 건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용기를 낸 것도 아니었고요. 어떻게 보면 유신체제 공포 정치가 온 국민을 억압하고 있었던 시대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던 것 같아요.

 

이 공포 정치의 주체가 군부였잖아요. 그리고 4·3 대학살도 군부의 범죄였으니까 이걸 얘기하지 않고서는 내가 문학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뭐라고 발언을 하고 난 다음에야 문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춘문예라는 문단 등용문을 통해 작가가 되었지만, 글을 쓸 권리만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랄까, 제주도민 모두가 앓고 있는 트라우마를 얘기해야만 된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등단한 지 3년 만에 현 작가는 <순이삼촌>을 세상에 내놓는다. 400여 명이 집단학살 당한 북촌리 학살사건을 배경으로, 학살 현장의 시체 더미에 깔려 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순이삼촌'이 한평생 피해의식과 신경쇠약 등에 시달리다가 결국 학살터였던 옴팡밭으로 다시 들어가 목숨을 끊고 만다는 줄거리다. 4·3의 진상이 철저히 가려졌던 시대, 제주도민 누구도 입밖에 4·3을 떠올리지 못한 시절이었다. 어떤 반향이 있었을까.

 

"<순이삼촌>을 써놓고 나서 두려웠어요. 출판을 했던 창비사에서도 겁이 났는지 한 3개월을 묵히더라고요. 작품이 발표되자 문단은 물론 지식인사회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고, 힘을 얻었죠. 그러면서 설마 나를 어떻게 하랴, 하면서 두 편을 더 썼어요. <도령마루의 까마귀>와 <해룡 이야기>로 역시 4·3을 주제로 한 소설입니다. 그러고 나니 이제 무서워지는 거예요. 그래서 세 편을 쓰고는 이제 순수문학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순간에 그만 절 잡아서 족치는 거 아닙니까."

 

현기영 작가가 결국 고초를 겪게 된 건 1979년 <순이삼촌>을 비롯해 4·3을 다룬 작품들을 묶어서 소설집 <순이삼촌>을 낸 것이 빌미가 됐다. 자신의 교사 시절을 그린 자전적 소설 〈위기의 사내〉에서 당시 합수부에 끌려가 당한 고문을 "아, 이 고통스러운 육체를 벗어버릴 수만 있다면! 정신을 배반하는 육체, 제 몸이 이렇게 저주스러울 줄이야.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 차라리 죽을 수만 있다면! 까무러치기라도 했으면…"이라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그의 이후 소설 창작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10·26 후인 11월 24일에 명동 YWCA 위장결혼 사건이 있었잖아요. 윤보선 함석헌 백기완 등 재야인사들이 주도한 유명한 사건이지요. 그때가 <순이삼촌> 소설집이 출간된 직후였습니다. 그 무렵 저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영어 선생을 하고 있으면서 제주사회문제협의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제주도 출신 후배들과 어울리고 있었어요. 그날 후배들을 만나 막 새로 나온 소설집도 줄 겸 YWCA 집회에 간 것이었는데, 마침 후배 한 명이 붙잡히고 만 것입니다. 제 소설집을 소지한 채로 말이죠. 그 바람에 저에게도 불똥이 튄 것이지요. 사건 발생 이틀 후 학교에서 수업 중 연행돼 끔찍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순이삼촌>이 판매금지가 됐고요.

 

당시 고문 사실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 또 이런 소설을 더 이상 써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4·3 이야기를 계속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다만 톤은 낮췄습니다. <순이삼촌>이나 <도령마루의 까마귀> <해룡 이야기>가 굉장히 날카롭고 공격적이었던 것에 비해 좀 부드러워진 거예요. 예를 들어 <아스팔트> 같은 소설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 4·3을 지나면서 제주도민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라지고 했지만, 거대한 학살 세력에 의해 당한 다 같은 희생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악랄하게 행동한 가해자들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말이죠."

 

"<순이삼촌>은 4·3 영령이 명령해 어쩔 수 없이 쓴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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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작가가 펴낸 소설집 <순이삼촌>과 <마지막 테우리> <아스팔트> 등 작품집에 실린 중·단편 소설을 통해 제주4·3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을 뿐 아니라 이재수의 난을 다룬 <변방에 우짖는 새>나 4·3 직전 제주도의 상황을 상세히 파헤친 장편 <제주도우다> 등 제주 근현대사를 탐구한 소설로도 주목을 받았다. ⓒ 황의봉

 

임규찬 평론가는 "작가의 회고에 따르면, 1970년대 말 겪었던 필화사건 이후 거의 1년 반 동안 펜대를 꺾은 채 술로 허송해온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여인이 나타나서 어서 일어나라고 무섭게 야단쳤던 꿈이 너무도 생생했다고 한다. 그 여인이 바로 '순이삼촌', 그제야 작가의 분신으로서 그녀가 항상 내면에 살아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4·3 유족이나 진상규명에 헌신해온 사람, 혹은 연구자 중에서 4·3 영령들과 만나는 체험을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어찌 보면 현기영 작가야말로 4·3 영령들이 그에게 빙의하여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이야기해온 매개체였는지도 모른다. 4·3 영령들과의 영적 교감이 있었다면 그의 문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궁금하다.

 

"<순이삼촌>을 쓴 것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반골 기질은 있었지만, 원체 겁이 많기도 했던 아이가 사자 아가리 속으로 대가리를 집어넣은 격이에요. 그러니까 <순이삼촌>은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고 4·3 영령이 내게 명령해서 어쩔 수 없이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종의 빙의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는데 누가 보면 무속적이다, 신비주의적이다,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냥 뭐 알 수 없어요.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순이삼촌'이 야단쳤다는 꿈 이야기는 낮잠을 잤을 때의 일이었고, 악몽을 꾼 적도 있습니다. 앞에서 4·3 소설을 썼으니 다시 순수문학을 해볼까 했다고 말했잖아요. 그 무렵 악몽을 두 차례나 꿨어요. 4·3 영령들이 무슨 지도부처럼 여럿이 앉아서 현기영 끌어오라 하고는 고문을 하는데, 제가 보안사에서 고문당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고문을 하는 겁니다. 네가 왜 4·3에서 벗어나려고 하냐, 매우 쳐라, 하면서 패는 거예요.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나서는 이제는 4·3에서 벗어날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작가 현기영의 인생은 4·3과 뗄 수 없는 숙명으로 엮여 있다. 노형국민학교 입학하던 해인 1947년, 4·3 발생 한 해 전 3·1운동 기념식 발포사건이 발생하자 제주도 전체가 총파업과 동맹휴학 등으로 대혼란에 빠져들었고,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그해 늦가을 가족이 고향인 노형리에서 안전지대라 할 제주성 내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위험 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학살극이 벌어졌던 중산간 마을에서 제주의 중심지로 이사한 후 현 작가는 참혹하기 짝이 없는 유격대의 주검 등 4·3의 참상을 어린이의 눈으로 목격해야 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언어절(言語絶)의 참사'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 눈에 비친 언어절의 참상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은 당연했다. 작가의 인생에 어떻게 작용했을까.

 

"저의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도 나와 있습니다만, 학교에 가려면 관덕정 광장을 지나가야 했습니다. 거기서 벌어졌던 즉석 재판을 목격했고 광장에 내걸린 목 잘린 머리통도 보아야 했어요. 철창 끝에 참수한 머리를 꽂고 행진하는 광경, 산에 올라갔던 피난민들이 먹지도 못하고 옷은 다 해어진 채로 백기를 들고 내려오는 장면들이 기억납니다.

 

유격대 사령관 이덕구의 주검을 십자가처럼 생긴 형틀에 매달아 놨더라고요. 뭐 예수도 아닌데 말이죠. 제가 나중에 역시 순교자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이덕구 앞가슴 주머니에는 숟가락이 하나 꽂혀 있었어요. 소설 제목에 '숟가락 하나'라고 한 것도, 다의적이죠. 사실 4·3항쟁도 민생투쟁 아닌가요. 먹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고 먹기 위해서는 숟가락이 필요하겠지요.

 

지금은 제가 어느 정도 괜찮게 말을 하지만, 어렸을 땐 오랫동안 말을 더듬었어요. 나중에 자라서 술을 마시게 되면서 조금씩 나아진 것 같습니다. 4·3 직전 무렵부터 집안에 불화가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지는 바람에 우울했던 데다가 4·3의 참화를 목격했으니까 아무래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밖에 없었겠죠."

 

"마을 사람들에게 울면서 매달리거나 협박조로 호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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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이삼촌>의 무대인 제주 북촌리의 희생자 추모식에서 분향하는 현기영 작가. ⓒ 현기영

 

현기영 작가의 4·3 소설을 보면 지식 청년과 교사, 학생, 공무원, 경찰, 해녀, 일본 귀환자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래서일까 4·3에 대한 시대 상황과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가 매우 섬세하고 리얼하다. 현장취재와 증언 수집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 짐작이 간다. 그가 제주 출신이기는 하지만, 1987년 6월항쟁 이후에야 비로소 4·3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1970년대에 어떻게 4·3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 나올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저도 4·3이 일어나기 전에 발생한 3·1사건을 비롯해 당시 제주도의 상황을 잘 몰랐습니다. 모두가 쉬쉬하던 때였으니까요. 그런 분위기에서 <순이삼촌>의 무대였던 북촌리로 가서 학살사건의 증언을 들으려고 했습니다만, 마을 분들이 저를 의심하면서 말을 해주지 않는 겁니다. 마침 그 마을 출신의 동창이 있어서 그 친구를 앞세우고 갔는데도 역시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더라고요.

 

제가 그때 마을 사람들에게 울면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매달리기도 했고, 때로는 협박조로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젊은 작가가 와서 그 참혹했던 사건을 이제는 세상에 드러내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면, 나중에 여러분이 돌아가셔서 먼저 가신 고인들을 무슨 면목으로 만날 거냐,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분들이 의심한 건 당시만 해도 함부로 진상을 말했다가는 정보기관에 잡혀갔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는 굿이 흔했는데, 4·3 때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달래는 원혼 굿이란 게 있습니다. 이런 굿을 하게 되면 경찰이나 안기부 같은 데서 몰래 와서 엿듣습니다. 무당이 증오의 말이나 분노의 말을 하지 않을까 감시하기도 하고, 밀항자의 이름이나 어떤 정보를 얻으려고도 한 것이지요. 이런 시절이었습니다. 6월항쟁 이후 4·3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되면서 많은 증언이 나왔고 그걸 제가 다 소화해서 소설을 쓸 수 있었지요."

 

현기영 작가는 4·3 소설 이외에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제주도를 휩쓴 방성칠의 난과 이재수의 난을 소재로 한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라든가 1932년 제주도 해녀 투쟁을 그린 장편 <바람 타는 섬>을 발표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소설이라기보다 소설 형식을 빌린 역사 탐구서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들로, 제주의 역사와 민초들에 대한 작가의 깊은 연민과 유대감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보는 제주도, 제주공동체는 어떤 것일까.

 

"제주도는 지금처럼 비행기가 없던 시절에는 한반도의 맨 마지막 아래쪽에 있는 절해고도의 거대한 땅덩어리 아닙니까. 그러니까 지리적으로도 거의 단절됐고, 언어도 육지와는 달랐기 때문에 특유의 공동체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상도 공동체, 전라도 공동체라고는 하지 않잖아요. 역사적으로 제주도는 공동체적인 삶을 영위해온 것입니다.

 

한편으로 조선시대에 중앙정부는 제주도를 하나의 내국 식민지로 간주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문서에도 나타나 있어요. 천주교 제8대 조선대목구장인 뮈텔 주교가 고종의 황제즉위식을 마련해줬습니다. 그런데 제국이 되려면 식민지가 있어야 하잖아요. 당시 황성신문 주필이었던 장지연이 보니까 식민지가 있는 겁니다. 북으로는 여진, 즉 함경북도가 있고, 남으로는 탐라, 제주도가 있으니 명실공히 대한제국이 성립할 수 있는 거다, 라고 한 것이지요.

 

이렇게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본토와는 동떨어져 나름의 공동체를 이뤘던 제주도는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 살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제주도에만 있는 특수한 형태의 품앗이를 수눌음이라고 합니다. 농사일을 할 때 이웃끼리 서로 돌아가면서 도와주는 공동작업의 전통이 이어져 왔습니다. 바다에 공동으로 미역밭 같은 것을 조성해 공동으로 물질을 하고 공동으로 판매했던 해녀들의 작업도 그렇고, 한라산 기슭에 마을 공동목장을 조성해 번갈아 가면서 말을 돌보았던 전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제주도는 공동체의 전통이 강했습니다."

 

제주공동체 이야기를 하다 보니 화제가 '장두'로 이어졌다. 현기영 작가의 장편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 "민중 속에서 장두가 태어나고 장두를 앞세워 관권의 불의에 저항하던 섬 공동체의 오랜 전통, 그 신화의 세계는 그날로 영영 막을 내리고 말았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제주도에서는 백성이 학정으로 인해 도탄에 빠졌을 때 자주 민란이 발생했는데, 이때 리더인 장두가 나와 민중을 이끌고 목적을 달성한 후 자기 목숨을 내놓곤 했다.

 

위에서 현 작가가 소설에서 언급한 장두는 4·3 때 유격대 사령관이었던 이덕구를 말한다. 그렇다면 현기영 작가는 4·3을 민란의 연장선상에서, 그리고 이덕구를 제주공동체가 배출한 '장두'의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일까.

 

"저는 4·3을 이데올로기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민란의 전통이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4·3이 발생한 것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덕구는 처음엔 중요한 위치에 있던 장두였죠. 그리고 자기 목숨을 내놓으려고 했겠지요. 그런데 옛날엔 민란이 일어나면 장두가 대표로 죽었는데, 4·3 때는 온 백성들을 다 죽여버렸잖아요. 장두의 목숨이 수많은 희생의 하나에 불과한 결과가 된 것입니다. 말이 안 되는 사건이지요.

 

그래서 이덕구에 대해 영웅적이라고 얘기하기가 참 곤란해요. 비극적인 인물이 되어 버린 거예요. 이 점을 내 독자들이 불만스러워합니다. 이덕구를 훌륭한 장두로 묘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말이죠. 일각에선 4·3 봉기가 결과적으로 많은 도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면서 좌익 모험주의로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4·3이 일어나기 전에 3명의 청년이 고문당해 죽는 등 당시 봉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앉아서 죽느니 일어서서 싸우자 한 겁니다. 작년에 나온 제 소설 <제주도우다>에 당시 상황이 자세하게 나옵니다."

 

"역사 왜곡하는 작업 진행 중,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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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제3회 제주4·3 평화상을 수상한 현기영 작가가 수상소감에서 “4·3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되새기는 재기억의 노력, 즉 끊임없는 기억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제주4·3 평화재단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 제76주년 4·3 추념식 슬로건이다. 이제 4·3의 진상도 어느 정도 밝혀졌고, 희생자 유족 등에 대한 배·보상도 진행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제주인은 4·3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을까, 나아가 4·3의 상처를 완전히 극복한 것일까.

 

"생존 희생자는 거의 돌아가실 때가 되었지요. 그분들은 평생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웃어도 깔깔대고 웃지 못하는 우울한 삶을 살아왔어요. 요즘 들어 억울하게 옥살이한 분들에게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되고, 피해보상금이 나온다고 하니까, 처음엔 환호성을 지를 순 있겠죠. 그러나 그다음엔 다시 우울하게 되는 거예요. 유족들의 경우는 자기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왜 죽었는지 모르는 겁니다. 누가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 알아봐야 삶에 도움도 안 되니 잘 몰라요. 그러니까 많은 도민이 4·3의 참모습을 모르는 상태로 지금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얼마나 많은 역사 왜곡, 역사 퇴행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까. 태영호라는 사람을 앞세워서 4·3 왜곡 발언을 하는데, 그가 무슨 용기가 있다고 그런 말을 하겠어요. 역사를 왜곡하려는 세력이 밀어서 제주도민을 울리는 그런 말을 대신하는 겁니다. 지금 5·18이 모욕당한 것처럼 4·3도 모욕당하고 있잖아요. 이승만 기념관이니 동상이니 하면서 구체적인 건립계획을 이 정부가 세우려고 하잖아요. 제주 4·3의 대 도살자인 이승만을 기념한다는 게 도대체 뭐예요? 역사가 제대로 평가되고 왜곡되지 않도록 역사의 진실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 한 제주도의 한은 풀리지 않습니다."

 

제주 4·3은 국가폭력으로 인한 대량 학살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이에 맞서 저항한 항쟁이라는 성격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또 단독정부 수립과 분단을 반대한 통일운동적인 의미도 있다. 이제는 4·3에 올바른 이름을 붙여주자는 이른바 정명(正名) 이슈가 대두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 작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통일운동까지 말하기에는 지금 세월이 너무 바뀌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남쪽도 그렇고 북쪽도 마찬가지로 통일을 싫어하는 정세가 생겨나고 있잖아요. 반면에 화해와 상생은 큰 거부감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남과 북이 나름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같은 민족이니까 서로 화해하고 상생하자는 것이지요. 당분간은 뭐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요.

 

4·3의 성격을 규정할 때 수난과 항쟁은 둘 다 중요하죠. 항쟁이라는 용어를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이 용어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4·3 대참사 혹은 4·3 제노사이드처럼 수난을 강조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항쟁이란 말이 수난의 의미를 포함하긴 하지만 엄청난 죽음을 강조하기에는 오히려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당분간 그냥 4·3이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국가폭력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캄보디아 킬링필드 사태도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요. 아우슈비츠, 제주 4·3, 대만 2·28사건 등이 일어난 후에도 여전히 국가가 자기 국민을 엄청나게 죽인 사건이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국가폭력이 언제나 잠재돼 있는 겁니다. 아우슈비츠 정문에 이런 글이 있다고 해요. '아우슈비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류가 아우슈비츠를 잊어버리는 것이다'라고요. 이걸 4·3에 대입해보면 '4·3 대참사보다 무서운 것은 국민이 4·3을 잊어버리는 것이다'가 되잖아요. 잊어버리면 반복되는 것이에요."

 

현기영 작가는 소설로 4·3의 비극을 널리 알린 대표적 문인이지만, 1989년 제주4·3연구소를 창립해 초대 소장을 맡았을 만큼 4·3의 진상을 밝히고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데 헌신해왔다. 이런 그에게 4·3이 제주도를 벗어나면 아직도 국민적 이해도가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과거엔 공동체 의식이랄까, 민족의식이 있어서 민족적 불행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현대인들은 이런 큼직큼직한 사건에 무관심한 면이 있어요. 그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민감한 편입니다. 세계화니 뭐니 하면서 역사의식이 희박해졌고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된 어떤 관점을 갖기가 힘든 측면도 있고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보수정권 아래서 이승만 기념관이나 동상을 세우자, 백선엽 동상 세우자 하는 말이 나오고, 태영호의 망언도 나오는 것이에요. 그리고 이걸 지지하는 사람들도 꽤 많잖아요. 심지어는 4·3특별법안을 발의하는 등 법 제정에 역할을 한 제주도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사람이 이승만 동상을 광화문에 세우자는 추진위원장을 맡을 정도입니다.

 

지금 4·3에 대해 많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진면목이나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요. 해방 후에 제주도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단다, 죽을 짓을 했으니까 죽였겠지, 뭐 이런 식의 피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정당한 역사의식을 갖게 해야 합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권이 중요합니다. 현재 야당인 전 정권은 역사인식에 있어 어떤 합리적 관점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가진 정권이 있다는 건 기가 찰 노릇입니다.

 

지금 여당이나 야당이나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 사상은 대동소이하다고 봅니다. 제가 볼 때는 진보니, 보수니 하지만 둘 다 보수이고 대동소이해요. 그런데 그 소이(小異)가 중요하다는 거죠. 이른바 스몰 디퍼런스, 소이가 저는 역사의 문제라고 보는 겁니다. 여당과 야당의 역사인식이 확연히 다르잖아요. 저는 그것이 매우 중요한 차이라고 봅니다. 친일파 문제도 그렇고 역사를 왜곡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니까 너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순수문학으로 돌아가 다시 몇 자 써볼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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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4·3 70주년을 맞아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이 마련한 ‘제주4·3 완전한 해결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 주제의 심포지엄에 참석한 현기영 작가(앞줄 가운데). ⓒ 현기영

 

화제를 4·3에서 현실 문제로 돌려보았다. 1948년 4·3 봉기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반대였다. 그만큼 제주도민의 통일 열망이 뜨거웠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현 윤석열 정권은 대북 적대 정책으로 일관해 남북관계가 심각한 대치 상태에 놓여 있다. 평화통일 대신 대결국면으로 치닫는 현 상황에 대한 작가의 진단을 들어봤다.

 

"당장 통일이 목전에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단계적으로 화해하고 서로 상생하면서 화해 기간이 오래 지속하고, 그다음에 통일의 분위기가 진작되면서 비로소 통일에 다다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화해가 아니라 불화, 그리고 이걸 넘어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까지 몰아가는 발언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개인 간의 싸움보다 국가 간의 싸움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어요. 쓸데없이 상대를 자극하는 말을 주고받다가 이게 분쟁이 되고 전쟁으로 비화하는 겁니다. 말이 무서운 거예요. 함부로 험한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오늘도 현 정권이 흡수통일의 의미로 통일방안을 이야기하던데, 그런 말 하면 북에서 좋겠어요? 흡수통일 운운하면 전쟁이라도 벌이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런 말은 자제하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평화롭게 지낼까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천천히 통일을 생각해야겠지요."

 

현재 제주도의 최대현안은 환경오염이나 환경파괴, 그리고 이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2공항 건설 문제다. 또 제2공항은 군사기지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염원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생 제주를 탐구해온 제주 출신의 노작가는 이 뜨거운 이슈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제주도라는 섬을 하나의 선박에 비유해보지요. 승객을 너무 많이 태우면 침몰하게 됩니다. 자연환경이 망가진다는 얘기죠. 제2공항만 해도 이걸 건설하면 오름 2개가 날아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아름다운 자연이 관광자원인데 그걸 파괴해버리면 누가 구경하러 오겠어요?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높이를 말하는데, 이 눈높이를 끌어올려서 좀 더 나은 정책을 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주민들의 이해득실에 영합하고 있으니 실망스럽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계 평화의 섬, 제주'를 선언했으니 이걸 발판으로 해서 명실상부한 평화의 섬을 만들면 좋겠지요. 그러려면 평화와 정반대로 전쟁수단인 기지나 군사공항으로 전용할 수 있는 공항 건설을 막아야겠지요. 그런데 제주도가 군사기지화 되는 건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국민의 운명이 걸린 문제인데도 제주도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강정 해군기지나 평택 대추리 사태 등으로 평화운동이 많이 성장했잖아요. 평화운동은 제주도가 기점이 되지만 전국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현기영 작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 지 3시간이 되어 간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작가는 작년에 장편소설 <제주도우다>를 출간해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이라는 대산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현기영 작가의 필생의 역작이며 4·3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평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공간 그리고 4·3에 이르기까지의 제주도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순이삼촌>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기도 하다. <제주도우다>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4·3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는 현 작가에게 앞으로의 구상을 들어보았다.

 

"이 소설을 쓴 것은 4·3의 역사를 부정하고 또는 왜곡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왜 4·3 무장봉기가 발발하게 되었는가를 탐구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해방공간의 시국 문제뿐 아니라 제주공동체가 갖고 있는 심성, 항쟁의 전통과 반골적 기질, 똘똘 뭉쳐진 공동체 의식, 당시의 정치적·경제적 모순, 당국의 가혹한 탄압, 이에 분노한 젊은이들의 봉기 등등을 다룬 것입니다.

 

4·3에 대해 소설로서는 제가 할 말은 다 했으니까 앞으론 쓰지 않을 작정입니다. 에세이 같은 글에서는 4·3을 쓸 수는 있겠지만요. 늦었지만 다시 순수문학으로 돌아가서 저승 문 앞에서 다시 몇 자 써볼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승 문 앞에서 다시 몇 자'의 글을 써보겠다는 말로 노작가와의 긴 인터뷰는 끝났다. 이제 그의 새로운 4·3 소설을 기다려서는 안 될 것 같다. 4·3의 남은 과제는 다음 세대가 짊어지고, 작가 현기영은 마음껏 글쓰기의 자유를 누리며 여생을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4·3의 진실을 알게 해준 그에게 독자로, 동시대인으로서 경의를 표한다.

 

#현기영 #순이삼촌 #제주4·3 #제주공동체 #역사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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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평양에는 꼭 가야 돼요”

[인터뷰] 구순 맞은 2차 송환 희망자 박희성 선생

  • 기자명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4.04.02 04:09
  •  
  •  댓글 0
 

구순 맞은 장기수 박희성 선생을 찾았다. 하루 전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많은 하객을 맞아 구순 잔치를 치른 후라 피곤할 텐데도 박 선생은 [통일뉴스]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박 선생은 짧은 인터뷰 중에도 노동당에 대한 애착과 북송에 대한 집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번 4.10총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이겨 정세가 확 바뀌길 기대했다. 박 선생과의 미니 인터뷰는 3월 24일 장기수들이 기거하는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이뤄졌다. / 편집자 주

 

구순을 맞아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희성 선생.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구순을 맞아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희성 선생.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 이계환 기자 : 90회 생신을 맞이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 박희성 장기수 : 나는 구순을 맞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작년에 암이 심해져서 그해를 못 넘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도리어 암이 쫙 내려가고 있으니까 몇 달 내로 완전히 내 몸에서 암이라는 그런 자체가 없어지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해요.

□ 어제 여기 낙성대의 집에서 구순잔치를 하셨는데 손님들 많이 오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 내가 생각지도 않았던 잔치니까, 나도 너무 당황했어요. 그리고 어제는 내가 여기 양심수후원회 낙성대에 온 지가 만 16년이 됐어요. 16년. 그런데 그동안에 여기 손님들이 집회 있으면 많이 오고 그랬는데 어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더 많이 왔어요. 여기 마루하고 방도 차고 저기 바깥 마당에도 꽉 차고 저기 위층에도 꽉 찼어요. ‘야 이거 내가 아무것도 한 거 없는데 이렇게 대우를 받아도 되겠는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면서 상당히 가슴이 무거웠어요.

그러고 나서 어제 결심했어요. 내가 어떻게든지 암을 극복하고 더 살아가지고서 내가 원하던 조국에 돌아가야지. 내가 여태 뭐야 거기서 헤어져서 나와 가지고서 지금까지 있었던 데 대한 거 다 보고할 의무가 있어요. 왜 그런가 하게 되면 나하고 4명 나왔던 중에서 3명은 다 돌아가시고 지금 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뭐야 변절자 때문에 전투하면서 희생되고 한 거 다 보고해야 해요.

□ 남파하다가 발각돼 전투를 했고 또 전투 중에 부상을 당해 체포됐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총알이 여기 맞고 이리로 나가면서 뼈를 부셨지요."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총알이 여기 맞고 이리로 나가면서 뼈를 부셨지요."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 (오른팔을 가리키며) 여기 팔이 부러졌어요. (양쪽 팔을 대보며) 이거 지금 팔이 짧잖아요. 내가 쏘다가 맞았기 때문에 총알이 여기 맞고 이리로 나가면서 뼈를 부셨지요. 한 6개월 동안 깁스를 하고 있었어요. 인천 해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뼈를 잘못 붙여서 이렇게 돼버렸어요. 그래서 이 오른팔은 짧은 거예요.

□ 선생님은 2차 송환 희망자여서 북쪽에 가신다면 지금 말씀하신 남파 당시 전투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해야 하고 또 그다음에는 북쪽에 계신 가족, 특히 자식들을 만나고 싶겠지요.

■ 물론 그렇죠, 그런데 나는 가족에 대한 거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1962년도에 북에서 나올 때 살아계셨던 분들은 당에서 보호해 주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 잘 살아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어요. 당의 보호 하에서 잘 지내고 있겠구나 하니까 내가 마음이 편한 거예요.

딴 사람들이 자꾸 날 보고 뭐야 ‘가족에 대한 걸 왜 안 알아보냐’ 그러는데 지금 다 잘 있는 데 알아볼 필요가 뭐가 있어요. 알아보게 되면은 누구 돌아가시고 누구 돌아가시고 뭐 다 돌아가셨겠지요. 지금 내 나이 90이니까 우리 형님이 나보다 4살 위고, 누나가 또 4살 위이니까 그러니까 다 돌아가셨겠지요. 누이동생 하나만 나보다 6살 아래니까, 살아있는 내 가족이라는 게 우리 아들하고 누이동생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내가 물어보지 않는 거예요.

□ 당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하십니다.

■ 내가 입당한 날이 5월 24일이에요. 오늘이 3월 24일이니까 날짜로 두 달 뒤에요. 1950년 16살 때 입대해서 2년 만인 만 18세에 입당했지요. 다른 사람들은 사회생활 하면서 입당했지만 나는 화선에서 입당했어요. 전투하면서 입당 했기 때문에 화선(火線) 입당이에요. 화선 입당한 사람들 중에서 내가 제일 어릴 거예요. 그땐 정말 어렸지요. 

그래서 전투 다 참가하고 훈장도 받고 했어요. 그때 전투할 때는 훈장을 그렇게 못 줘요. 왜 그런가 하면 훈장 신청한 것이 올라가다가 폭격 맞아서 싹 다 없어지고 했으니까. 그래서 전투 많이 한 사람들이 훈장 받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나도 훈장 2개밖에 못 탔어요.

□ 당시 다른 인민군들과 비교하면 훈장을 많이 받은 것이네요.

■ 그렇죠. 그때만 해도 두 개 탔으면 그건 많이 탄 거예요. 그러니 내가 지금까지도 조선노동당에 대해서 잊어본 적이 없어요. 

□ 1962년에 남파하다가 잡히셨으니 남측 사회에 산 지가 62년이 되었네요. 꽤 오랜 세월입니다. 한국 사회가 좀 어떤 것 같아요?

■ 여기야 사회도 아니야. 인민군대 있을 때에 나같이 16살짜리가 군대 나가서 선임들하고 같이 생활하면 자기 아들 같이 다 생각하고 나한테도 반말 한번 안 해요. 부대장이나 분대장도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지 뭐 ‘다음과 같다’ 이런 얘기 절대로 하질 않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16살짜리가 군에 가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말 안해도 다 알지...

2020년 3월 86세의 나이로 6.15산악회 불암산 산행에 참가해 노익장을 과시하는 박희성 선생. [통일뉴스 자료사진]
2020년 3월 86세의 나이로 6.15산악회 불암산 산행에 참가해 노익장을 과시하는 박희성 선생. [통일뉴스 자료사진]

□ 4-5년 전만 해도 6.15산악회 회원으로 산을 매번 한번도 빠지지 않고 타고 또 만나는 장소에 가장 빨리 나오셨지요. 6.15산악회 표지를 갖고 다니면서 회원들 배낭에 일일이 꼬리표를 달아주셨구요. 선생님 연세에 산 타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때도 산에서 식사를 일부로 조금 하셔서 걱정이 됐어요. 요즘 식사는 어떠세요?

■ 식사는 지금 그전보다 더 안 되죠.

□ 더 많이 못 드세요?

■ 지금 아프고 그러니까 전보다 더 못해요. ‘식사 많이 해야겠다’ 마음은 그런데 그렇게 안 돼요. 나는 어떻게 돼서 그런지 딱 뭘 먹다가 ‘아니다’ 싶으면 더 이상 받아들이질 않아요. 그래서 좋은 점은 이제까지 배탈 한번 난 적이 없어요. 그리고 변비라는 것도 한번도 걸린 적이 없어요. 어쨌든 음식을 먹다가 ‘이건 아니다’ 하면 젓가락이 전혀 가질 않아요.

□ 선생님께서는 2차 송환 희망자이셔서 북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시니, 아무래도 정세에 관심이 많겠습니다.

■ 정세 문제는 딴 사람들보다는 더 예민하지요. 이것저것 다 듣고 살펴봅니다. 하여튼 평양에는 꼭 가야 돼요. 지금 부산에 계시는 박순자 어머님이 내 생일 때 전화했잖아요. ‘축하한다’고 그러면서 나한테 뭐야 ‘아프지 말고 평양에 꼭 가야 하지 않는가’라고 했지요. 꼭 가고 싶지요.

□ 남쪽에서 4월 10일 총선거가 있는데 선거 결과가 정세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총선에서 바라는 마음 같은 게 좀 있어요?

■ 당연히 이번 총선거에서 민주진보진영이 많이 되기를 바라지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국회의원이 많이 됐는데도 남북 화해가 잘 안된 것은 잘못이지요.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민주진영이 이겨야지요. 지금 정세가 나빠져 남북관계가 적대관계가 됐지만 특히 이번 선거에서 많이 이기면 적대관계가 다 없어지고 도리어 통일이 앞당겨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지요. 정세가 확 바뀔 수도 있지요. 그래야 또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우린 전쟁은 꼭 막아야 합니다.

□ ‘양심수의 대부’이신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도 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권 선생님은 2000년 9월 장기수들의 북송에 큰 역할을 했고 그 후에도 2차 송환 희망자들을 위해 일해오셨지요. 그런 권 선생님도 바깥 출입이 예전 같지 않고요. 

■ 권오헌 선생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어제 내 구순 때, 그렇게 아픈데도 여기 와 가지고서 축하 말씀하시고 돌아가셨거든요.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운 적이 많지 않은데 어젯밤에 잠들면서 고마워서 많이 울었어요. 그런 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 민족진명이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지금 유지되는 거예요.

2023년 3월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가 주최한 ‘한미합동전쟁연습 중단 촉구 공동행동’에서 릴레이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박희성 선생. [통일뉴스 자료사진]
2023년 3월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가 주최한 ‘한미합동전쟁연습 중단 촉구 공동행동’에서 릴레이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박희성 선생. [통일뉴스 자료사진]

□ 요즘도 집회나 행사에 가끔 나가시죠?

■ 여기서 딴 일이 없게 되면 꼭 가서 참가해요. 특히 통일에 기여하는 단체라 생각하면 꼭 가요. 며칠 전에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할 때도 참가했고, 토요일 날도 민중당에서 무엇을 잘하는가 하면 미대사관 앞에서 반미집회 하거든 그건 꼭 참가해요. 나는 하루를 살아도 양심적으로 살고 집회도 내가 움직일 수 있으면 어디든지 다 간다, 그런 생각이에요. 죽기 전에 해놔야지 뭐 죽은 다음에 집회가 있다고 해서 가게 되나요.

□ 지금 2차 송환 희망자가 여섯 분이시죠?

■ 예. 지금 대상자가 6명 남았어요. 지금 6명 남은 중에서 여기 낙성대에 양원진(96), 김영식(92), 양희철(91),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 있고 부산에 박수분(95) 한 명 있고 그다음 대전에 이광근(80). 우리가 한때 36명이었는데, 이제 다 돌아가시고 6명만 남았어요.

□ 고향에 가시려면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합니다. 조금 전에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지금 정세가 아주 좋지는 않지만 갑자기 확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구순 축하드리고 계속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통일뉴스]는 내가 잘 알고 또 잘하고 있다는 것도 너무나도 잘 아니까, 통일뉴스도 어려움을 잘 극복해야지요.

□ 고맙습니다. 거듭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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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부산 남구 초접전…총선 승부 가를 ‘3대강 벨트’

기자고한솔,서영지

  • 수정 2024-04-01 07:20
  • 등록 2024-04-01 06:00
22대 총선 2주 앞이자 공식선거운동 개시 하루 전날인 27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단에 총선 날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22대 총선 2주 앞이자 공식선거운동 개시 하루 전날인 27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단에 총선 날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1일로 4·10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254개 지역구 중 38곳에서 여론조사상 오차범위 내 접전이 펼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3월20~31일 사이 적어도 한차례 이상 여론조사가 실시된 지역구 102곳을 살펴본 결과다.

격전지 38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6곳이 서울 한강벨트(5곳), 부산·경남권 낙동강벨트(4곳), 충청권 금강벨트(7곳)에 집중돼 ‘3대 벨트’가 여야의 희비를 가르는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31일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지난 20일 이후 실시 여론조사를 분석했다. 3월20일은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도피’ 비판 속에 귀국 뜻을 밝힌 날이자,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사퇴한 날이다. 이 기간 여론조사가 실시된 102개 지역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한번이라도 오차범위 내 접전을 기록한 곳은 38곳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7곳(용산, 광진을, 동작을, 중·성동갑, 송파병, 종로, 영등포갑), 부산·경남이 8곳(부산 남, 해운대갑, 사상, 경남 김해갑, 창원성산, 거제, 양산갑, 양산을), 충청이 7곳(충남 공주·부여·청양, 보령·서천, 서산·태안, 홍성·예산, 천안을, 충북 증평·진천·음성, 청주상당)이다.

경기·인천은 11곳(인천 연수을, 계양을, 경기 평택병, 용인갑, 용인병, 오산, 하남갑, 파주을, 김포을, 성남분당갑, 동두천·양주·연천을), 강원이 3곳(춘천·철원·화천·양구갑, 원주갑, 원주을), 경북(경산)과 세종(세종갑)이 각각 1곳이었다.

서울에서는 한강을 접한 한강벨트 9개 지역구 가운데 용산, 광진을, 동작을, 중·성동갑, 영등포갑이 격전지로 꼽힌다.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은 강태웅 민주당 후보와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가 3월26~27일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여론조사에서 각각 42.0%와 41.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3월25~26일 메타보이스 조사에서는 강 후보가 44%, 권 후보가 39%였다. 4년 전 총선에서는 권 후보가 강 후보를 0.7%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광진을에서는 3월24~25일 조사 결과, 고민정 민주당 후보(44%)와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38%)가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동작을에서는 3월26~28일 조사에서 류삼영 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41%와 49%를 기록했다.

반도체산업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 경기 ‘반도체벨트’에서는 성남분당갑이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3월21~23일 알앤써치 조사에서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48.4%,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40.5%를 기록했다. 앞서 같은 달 10~11일 메타보이스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38%, 안 후보가 46%를 얻었다.

부산·경남에서는 낙동강을 접한 낙동강벨트 전체 9개 선거구 중에서 부산 사상과 경남 김해갑, 양산갑, 양산을이 접전이다. 사상은 배재정 민주당 후보와 김대식 국민의힘 후보가 3월21~24일 조사에서 각각 43%, 39%를 기록했다. 경남 양산을에서는 3월23~24일 조사 결과 김두관 민주당 후보 47.0%, 김태호 국민의힘 후보 45.9%였다. 낙동강벨트는 아니지만 부산 남에서도 3월21~24일 조사 결과 박재호 민주당 후보가 44.0%, 박수영 국민의힘 후보가 42.0%를 기록했다.

서은숙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민주당은 자치단체장 출신 후보나 지난 선거에서 패한 뒤 재도전하는 후보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며 연고성을 강조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부산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정권심판론이 적지 않은데다, 갑자기 후보가 공천된 지역은 다소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 쪽이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금강벨트의 경우,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격전지다. 3월23~24일 조사에서 박수현 민주당 후보가 44.7%,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가 50.5%를 기록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정진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48.7% 득표로 46.4%를 얻은 박수현 후보에게 신승했다. 충북 청주상당의 경우 3월25~26일 조사 결과 이강일 민주당 후보가 43.2%, 서승우 국민의힘 후보가 40.2%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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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정서와 동떨어진 한동훈의 ‘이·조 범죄자’ 선거 마케팅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성남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윤용근 중원구, 김은혜 분당구을, 장영하 수정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03.31. ⓒ뉴시스


4.10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나흘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 유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이재명·조국은 범죄자’다. 한 위원장은 31일 경기도 지역 유세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언급하면서, “범죄자들이 선량한 여러분들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들이 문제”, “쓰레기 같은 이재명” 등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범죄자 마케팅’이 대중들의 정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한 건 한 위원장이 이재명·조국 대표를 향해 쏟아내는 말들은 윤석열 정부나 한동훈 위원장 주변에 적용했을 때 더욱 극명하게 와닿는다는 점이다.

현시점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수도권과 PK(부산·경남) 지지율 약세 등 여당에 불리한 총선 판세가 형성된 건 강한 정권심판 기류 때문이다. 이러한 정권심판 기류는 윤석열 대통령 주변을 포함한 여권의 각종 범죄 의혹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윤석열 대통령 주변인들의 범죄 의혹이다. 특히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반대표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진상 규명의 길이 막혀버렸다. 또한 카메라에 버젓이 잡힌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는 물론 윤 대통령의 사과조차 없으며, 여권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될 정도로 성역화되어 있다. 심지어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문제에 대해 “국민 눈높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언급을 했다가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는 작년 7월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며, 윤 대통령의 처남 김모 씨는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한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사건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바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이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에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 이후에 윗선으로부터 수사단에 임성근 사단장을 이첩 대상에서 빼라는 압력과 함께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졌다.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은 이에 불복해 경찰 이첩을 강해했다가 항명죄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로 입건되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려졌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이달 초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범죄 혐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과 관련해서는 한동훈 위원장을 포함한 당 지도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힘은 시종일관 해당 의혹을 방어하기에 급급했으며, 나아가 수사외압 의혹 당사자이자 공수처로부터 피의자로 입건된 신범철 전국방부 차관과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각각 여당 우세 지역인 충남 천안갑과 경북 영주·영양·봉화에 단수 공천했다. 신 전 차관은 이첩 보류 명령에 주저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왜 해병대는 말하면 듣지 않느냐”는 문자를 보냈다는 의혹의 당사자이며, 임 전 차장은 김계환 사령관과 수사 상황과 관련해 주요 국면마다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한동훈 위원장은 31일 유세에서 “조국, 이재명처럼 범죄 혐의를 주렁주렁 달고 사는 사람이 주변에 있나? 여러분 카카오톡 친구를 봐라. 그런 사람 있나?”라고 말했는데, 정작 한 위원장의 가까운 가족이 ‘성범죄자’다. 한 위원장의 처남인 진동균 전 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후배 여검사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대법원으로부터 확정받았다. 심지어 검찰 조직은 이 사건 발생 당시 아무런 징계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진 전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었다. 진 전 검사는 사표를 내고 CJ그룹 범무담당 임원을 맡으며 승승장구하다가,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촉발된 검찰 내부 성범죄 단죄 흐름 속에 다시 소환돼 가까스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위원장의 장인도 ‘범죄’와 무관치 않은 인물이다. 한 위원장의 장인은 대검 공안부장까지 지냈던 진형구 전 검사장인데, 그는 검사 신분으로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한동훈 위원장이 연일 ‘범죄자들의 연대와 선량한 시민들의 대결’을 주장하고 있다. 한 위원장의 처남 진동균 전 검사는 검찰 내 성폭력 사건으로 유명하고, 진 전 검사의 아버지이자 한 위원장의 장인은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으로 검사복을 벗은 진형구 전 검사장”이라며 “온갖 선량한 척 탈을 쓰고 '범죄자 연대'를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지 국민들은 엄중히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요사스럽고 요란스러운 말로 진실을 덮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의 유세에 곁들여지는 “개같이”, “쓰레기 같은” 등의 과격한 언사는 더욱 군색할 따름이다.

강민석 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한 위원장 입이 쓰레기통이 되는 것을 모르느냐. 쓰레기란 말은 그렇게 입에서 함부로 꺼내는 것이 아니다”며 “정치를 정말 이상하게 한다. 아이들이 들을까 두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죄 변호 후보들, 역사 왜곡 막말 후보들, 투기 의혹 등 각종 논란의 국민의힘 후보들로 인해 다급한 심정임은 이해가 간다”며 “야당에 대한 막말로, 여당의 부적절한 후보들에 대한 논란을 가리려는 얕은 의도도 알겠다. 선거도 좋지만, 이성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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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 거부 끝에 숨진 33개월 아이...언론, 尹대통령 대국민담화 주목



[아침신문솎아보기] 조선일보 “의료계가 대화에 나서 달라고 간곡히 요청할 것”

양문석 대출 의혹 일제히 비판...중앙일보 “편법 대출·황당 궤변 의원 자격 있나”

 

기자명이재진 기자

  • 입력 2024.04.0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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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 대국민담화는 지난해 10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입장 표명 이후 5개월 만이다. 대통령실은 대국민담화 배경과 관련해 “의료 개혁, 의사 증원 추진 경과에 대해 국민들이 여전히 궁금해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 무슨 내용 담길까

한국일보는 대국민담화 발표 배경에 대해 “정부가 2000명 증원 방침을 못 박고 대학별 배정 결과까지 발표했지만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과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수도권에 출마하는 후보를 비롯해 국민의힘 곳곳에서 타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한국일보는 “이번 담화에서 증원 규모 등에 대한 전향적 입장이 나올지는 미지수”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2000명 증원은 타협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윤 대통령의 담화 실시 자체가 총선에서 여당의 열세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총선 참패 코너에 몰린 대통령실의 대응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서울신문은 “의협은 의대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며 정부와는 반대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총선(10일) 전 의정(醫政)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로’에 가깝다”고 전망하면서 “의료계 집단행동이 ‘정치 투쟁화’하면서 의정 대화도 산으로 가고 있다. 숫자만 조정된다면 증원 자체에 대해선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 줬던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대화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고 전했다.

▲ 서울신문 1면

경향신문은 “총선을 열흘 앞두고 정권심판론이 거세지면서 국민의힘 패색이 짙어지자 여론을 되돌릴 반전 카드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지난 2년의 국정운영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취할 경우 민심이 진정성 있게 수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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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는 경향과 통화에서 “대통령께서도 당장 뉴스를 보시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일 많이 고민하실 분인데, 당연히 이런 저런 말에 대해서 본인 생각이나 판단이 있으시지 않겠냐”고 말했다. 여론 추이를 지켜보고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하지만 경향신문은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공개 사과 카드는 오히려 보수 핵심 지지층 표를 이탈하게 하는 ‘하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며 “보수에서 대통령감도 아니라며 있던 표도 떨어질 것”이라며 “하책 중의 하책”이라는 여권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대국민 사과 메시지보다는 의대 증원 필요성에 대한 대통령의 상세한 설명이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지역·필수 의료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의대 2000명 증원이 도출된 과학적 근거 등 경위를 소상히 설명하면서 의료계에도 대화를 통해 개혁 작업을 함께 추진하자는 메시지를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의료 취약 지역 의사 부족분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의료 수요 대응을 위해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는 게 불가피하는 점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은 의료 개혁이 정치적 이익과 무관하게 국민 이익을 위해 추진해야 할 국가 개혁 과제란 점을 밝히되 의료계가 대화에 나서 달라고 간곡히 요청할 것으로 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동아일보도 “윤 대통령은 정치적 불이익이 있더라도 국익과 미래를 위한 개혁 과제를 뚝심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33개월 아이 사망 뉴스 파장은

의대 증원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도랑에 빠진 33개월 아이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해 숨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 비닐하우스 옆 물웅덩이에 33개월 아이가 빠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고, 인근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통해 심박이 돌아왔지만 큰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상급병원 10곳에 요청했는데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아 심정지 상태에 빠져 사망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전원 요청을 받은 상급병원들은 환자를 받을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33개월 아이 아버지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딸 아이가 숨이 돌아왔을 때 큰 병원으로만 옮겼어도 희망이 있었을 텐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의학적으로 당시 A양의 상태는 대형병원으로 이송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심혈관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이송은 오히려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일보는 사설 <이송 거부 끝에 숨진 33개월 아이… 의정 당장 대화해라>에서 “앞서도 부산 90대 환자가 심근경색으로 대학병원에 긴급수술 전원을 요청했다 거절당한 뒤 숨졌고, 대전 80대 심정지 환자는 응급실을 돌다 사망 판정을 받았다”며 “만약 이런 사고들이 전공의 집단사직 영향이 아니라면 더더욱 의대 증원을 거부해선 안 되는 명백한 이유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생후 33개월 유아 병상 없어 숨진 현실 의사들은 직시하라>에서 “대형병원들은 소아 중환자실 확대에 난색을 표한다. 수가가 너무 낮다는 이유에서다. 대형병원들은 현 수가로는 소아 중환자 병상을 늘리면 늘릴수록 적자만 쌓여 투자를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며 “최근 정부가 소아를 대상으로 한 고위험·고난도 수술 등 수가를 최대 10배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사정이 나아지길 기대할 뿐이다”고 했다.

 

양문석 후보 ‘사기대출’ 의혹, 사설 일제히 비판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가 강남 아파트 구입을 위해 대학생 딸을 내세워 대출을 받은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아침신문 대부분이 양문석 후보 의혹을 다룬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1면 <양문석, 딸 사업자대출 위해 허위 ‘5억 물품구입서’ 제출>에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사면서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원의 사업자대출을 받아 ‘불법 대출’ 논란이 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 측이 사업자로 위장하기 위해 새마을금고에 허위의 억대 물품구입서류를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양 후보가 “새마을금고에서 방법을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사업자 대출은 관행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대출 당시 양 후보 딸은 사업자 등록을 한 지 4개월이 넘은 사업자등록증을 냈고, 사업자대출 후에는 5억원가량의 물품을 구입했다는 서류도 제출”했다고 반박한 것이다. 새마을금고가 사업자 대출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새마을금고도 양 후보 측에 속은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 조선일보 1면

또한 조선일보는 “양 후보 딸이 받은 11억원의 사업자대출은 이자만 갚는 만기일시상환 방식이다. 이 역시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한 ‘꼼수’다”라며 “이자만 갚는다 하더라도 2021년 4월 새마을금고 신규 대출 평균 금리 연 3.85%를 적용할 때 매달 352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양 후보는 본지에 이 이자를 그간 아내가 대신 내왔다고 밝혔다. 딸 명의 대출 이자를 부모가 대신 갚고 이에 대한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면 증여세 탈루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별 후보가 대응할 문제는 개별 후보가 대응한다”(강민석 대변인)며 거리두기 방침을 밝혔지만 한겨레는 “속으로는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해당 새마을금고의 권유에 따른 관행적 대출이라 하더라도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는 딸의 명의로 사업자대출을 얻은 점은 법을 벗어난 행위인데도 양 후보자가 ‘피해자가 없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게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설 <‘대출 의혹’ 얼버무린 채 적반하장 태도 보인 야당 후보>에서 “진솔한 설명과 진심 어린 사과 대신 ‘가짜뉴스’, ‘대출기관의 권유 때문’이라고 얼버무린 양 후보의 해명이 되레 파장을 키운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어야 한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는 언론의 고유 기능이다. 그런데 도리어 ‘가짜뉴스’라고 매도하며 피해자인 양 행동했다”며 징벌적 손배배상제를 관철시키겠다는 양 후보의 입장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이 언론 손보는 자리인가”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양 후보는 강남 아파트에 대한 고강도 규제가 시행되던 때 딸 명의까지 무리하게 동원해 대출을 받고는, 적반하장격으로 돈을 빌려준 새마을금고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양 후보의 대응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도 “우리 가족의 대출로 사기당한 피해자가 있나”라는 양 후보의 주장에 대해 “업계 관행인 만큼 자신을 파렴치범으로 몰아선 안 된다는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한국일보는 “양 후보의 궤변은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드는 격이 아닐 수 없다”며 “거액의 대출 규모도 의문투성이다. 양 후보의 딸은 실제 사업을 하는 대신 ‘아빠 찬스’와 ‘부모 잘 만난 복’을 누려 캐나다 유학도 떠났다. 당국은 즉시 대출금을 회수하고 대출 전 과정의 불법에 대해 수사를 벌이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5면 <양문석, 억대 물품 구입서 내고 사업자대출… 재산 축소 신고 의혹도>에서 “양 후보는 31억 2000만원에 매입한 잠원동 아파트를 공시가인 21억 5600만원으로 신고해 재산 축소 신고 의혹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부동산 광풍 국면에서 편법 대출로 고가 아파트를 구입한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하고 공직 후보자로서 큰 하자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양 후보는 반성보다는 대출기관의 조언 운운하며 책임 떠넘기기 해명에 치중해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편법 대출·황당 궤변…양문석 후보 의원 자격 있나>에서 “현재 양 후보가 산 잠원동 아파트 시세는 10억원가량 올랐다고 한다. 부당하게 사업자 대출의 특혜를 이용해 이자만 내는 동안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며 “법조계에선 양 후보가 아파트 매매를 위해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면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대출 과정에서 서류조작이 있었다면 문서위조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피해자가 없다는 양 후보 주장에 대해 “그런 논리라면 음주운전을 해도 사고만 안 내면 범죄가 아니고, 남한테 피해만 안 주면 마약에 손대도 괜찮은 것인가. 공인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정권 심판 46.5%, 거대 야당 심판 28.9%

‘오늘이 투표일이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5.5%,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34.7%로 나온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동아일보가 창간 104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 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정부 견제를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2.5%였고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3.4%로 나왔다. 서울 지역(48석)에선 민주당이 49.5%, 국민의힘이 32.6%로 16.9%포인트 격차를 보였고, 최대 의석수(74석)가 걸린 경기·인천에선 민주당(45.7%)과 국민의힘(33.1%)의 격차가 12.6%로 나왔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은 국민의미래 29.8%, 조국혁신당 24.0%, 더불어민주연합 20.6%순으로 나왔다. ‘정권 심판론과 거대 야당 심판론 중 어느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이 46.5%, ‘거대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은 28.9%로 17.6%포인트 차로 나왔다.

▲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사설 <‘민심의 심판’ 9일 남았다>에서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아흐레 뒤 야당의 압승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전반적 야당 우세는 윤석열 정부 2년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의 냉정한 평가를 보여준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정부여당은 이번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고 나섰지만 현재로선 민심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서둘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수도권 확대론과 막대한 예산 투입 같은 공약을 쏟아냈다. 대통령까지 잇단 민생토론회로 여당을 거들었다. 하지만 그간 누적된 국민적 실망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특히 대통령수석의 막말과 주호주 대사 임명·출국 논란을 제때 수습하지 못했고, 의대 정원 확대 정책마저 대책 없는 밀어붙이기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정부여당이 보여준 무능과 독선, 불통의 정치는 그간 거대 야당의 횡포를 겨냥한 ‘야당 심판론’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끝내 ‘중간평가의 시간’을 뛰어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총선 유권자 선택 주요 요인은 ‘물가’

4월 10일 총선에서 유권자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물가’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24~26일) 결과 서울 영등포갑 등 전국 6개 격전지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이 ‘과일값 등 물가 인상’을 최대 관심사로 꼽았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물가 인상을 관심사로 뽑은 응답에 대해 광주 광산을 32%, 서울 영등포갑 29%, 중성동갑은 23%로 나타났고, 경기 화성을과 하남갑은 각각 27%와 28%, 부산 북갑은 28%였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대파 관련 잇단 실언에 대해 “그로 인해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수도권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이 슈퍼마켓가서 브로콜리 가격 묻거나 하진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와 소통 문제를 지적하는 칼럼이 나왔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한국일보 칼럼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행보>에서 “의대 정원을 늘려서 의사 공급을 늘리는 문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변수가 있는 고등방정식 같은 이슈인데, 총선을 앞두고 일선 검사가 수사를 하듯이 밀어붙이고 있으니 탈이 나는 것은 정해진 이치”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어젠다를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은 연설과 기자회견이다. 미국에선 연설과 기자회견을 잘한 대통령이 성공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해서 미국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슈퍼마켓에 가서 브로콜리 가격을 묻거나 앞치마 두르고 몇 시간 걸려서 피자를 굽지는 않는다. 대통령이든 당대표든 모두가 자기 본분은 물론이고 품격마저 잃어버린 우리 정치의 끝은 도무지 어디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 한국일보 칼럼

“조국 부활 1등 공신은 윤석열”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는 <윤석열 리스크와 ‘미완의 부활’ 조국>이라는 칼럼에서 “권력의 오남용과 공정에 대한 확실한 배신행위가 정권심판론을 우세하게 했다. 민주당에 반전기회를 줬을뿐더러 무엇보다 조국이 반사이익을 얻어 부활할 기회를 제공했다. 조국 부활의 1등 공신은 윤석열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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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사람들은 조국혁신당이 윤 정부와 가장 잘 싸울 거라는 이유로 지지한다. 만약 윤 정부가 정상적·합리적 보수의 길로 갔다면 조국에게 기회는 없었을 것”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진보정당의 부진이 추가적 요인이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임에도 주눅들지 않고 정치적 재기를 도모한 조국의 특출나게 강한 멘털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조국은 20대의 지지가 미미한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자신의 흠결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음을 알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의 미래비전이 뭔가 하는 큰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무너져 권력을 넘겨준 아픈 경험을 잊지 못한다. 이 실패에는 조국의 책임도 크다. 전철을 안 밟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출생률 꼴찌, 자살률 1등의 나라,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 위기까지 우려할 지경이 된 병든 나라에서 윤석열 리스크를 넘어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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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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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개통 20년, 과연 철도 르네상스 시대 왔는가



[기고] KTX 개통 이후 그 빛과 그림자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 | 기사입력 2024.04.01. 04:35:25

 

4월 1일로 고속열차 KTX가 개통 20년을 맞았다. 철도공사와 국토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서는 개통 20년을 축하하는 다양한 행사도 진행된다. 다수 언론에서도 KTX가 가져온 혁명적 변화에 대해 뉴스로 다루고 있다. KTX의 등장은 한국철도의 위상을 그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큰 역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여행에 나서 KTX의 맛을 본 사람들은 쉽사리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못한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만 좋은 것도 아니다. 고속철도 등장 이전 한국철도는 비전철화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전국 철도 노선에 전차선을 깔고 전기 운행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진즉에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KTX가 등장하면서 고속선뿐만 아니라 일반선의 전철화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KTX는 단계별 개통 방식을 거치면서 고속선과 일반선을 공유했는데 이로 인해 일반선의 전철화와 선로 개량이 필요했다. 한국의 주요 간선인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의 전철화가 주는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상당했다.

디젤 기관차 운행을 대체하면서 유류 비용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여 철도는 진정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또 전철화로 인한 소음, 진동 감소로 선로변 환경도 개선되었다. 전철화의 특징인 고마력 견인력은 많은 승객과 화물을 수용하고도 빠르게 순항 속도로 돌입할 수 있어 열차 운영의 효율성도 증가시켰다. 고속철도 환경에 맞는 신호 체계 도입 등 열차 운영 시스템 전반을 개혁하는 성과도 이뤘다. KTX가 등장해 20년 동안 이끈 변화였다. 이런 면에서 철도 혁명은 성공했다.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문화역284에서 열린 'KTX 개통 20주년 기념 철도문화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도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KTX 개통 이후를 철도 르네상스 시대라고 부른다. 철도는 한국 사회 산업적 인프라로서 그 중요성과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또 다가오는 이번 총선까지 후보들은 앞다퉈 철도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순회 민생토론 수도권편에서 윤석렬 대통령은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GTX의 장밋빛 미래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GTX 공약만큼은 대통령과 여당에 지지 않는다. 정부와 여야가 이렇게 노력한다면 아름다운 미래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지 모르겠다.

GTX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대통령은 말로 약속하면 되지만 실행은 돈이 있어야 한다. 광역고속철도망 재원은 너도나도 민자사업으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결국 수많은 민영철도를 앞다퉈 건설하는 꼴이 된다. 그동안 민자사업은 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합법적 장치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 대선후보 시절 민자사업의 폐해를 주장하며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추진했었다. 이재명 대표에게 일산대교를 건설한 민간사업자는 악이지만 GTX 건설에 동원되는 민간사업자는 선인 것인가?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GTX만 건설되면 세상은 천국이 될 것만 같은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지하 40미터로 내려가 비싼 요금을 내고 서울 일자리로 가야만하는 사람들은 GTX의 신세계에서 행복할까? 모든 사회적 재원이 수도권에 몰려 공동화된 지역 도시는 GTX 시대의 또다른 면일 수 있다.

철도 정책은 전체 교통 정책이라는 대전제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 국가의 한정된 자원과 재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각 교통수단이 상호 보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으로서의 교통 정책이 필요하지만 이를 수행할 컨트롤타워는 없다. 정부는 국가적 교통 정책 아래 철도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이고 미래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철도는 철도 대로, 도로는 도로 대로, 항공은 항공 대로 발전 전망만 내세우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끊임없는 도로 건설, 공항 건설 모색으로 개발만능주의의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현재적 위기로 닦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자동차를 줄이고, 단거리 항공을 철도로 유도하며, 철도 중심 교통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은 해외뉴스로만 들어야 하는 현실이다.

지난 20년 한국 철도는 철도정책을 집행하는 국토부의 정책실패로 점철된 시기였다. 더 큰 문제는 실패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관료들의 완강함으로 인해 잘못을 시정 할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종교적 신념이 아닐까 의심되는 경쟁체제 숭배는 현재진행형이다. 페인트 색만 다른 똑같은 상행 열차가 똑같은 역에서 똑같은 선로 위를 달리다가 평택쯤 와서 서울역과 수서로 나누어 들어간다. 국토부는 이를 효율적인 경쟁체제라고 부른다. 이래서 코미디 프로가 폐지되는 것이 아닐까. 미치지 않고서야 서울역 주변에 사는 사람이 경쟁사가 좋다고 수서로 가는 열차를 탈까.

▲전국철도노조가 14일부터 파업을 시작한 가운데, 대전지방본부 소속 노조원들이 이날 오전 대전역 동광장에 모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경쟁체제수호를 위해 오랫동안 진행된 국토부의 대국민 괴롭히기도 있었다. 수서와 포항, 마산, 진주, 전주, 여수를 잇는 고속열차는 지역 주민들과 의원, 철도노조,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십 수년을 모르쇠로 일관하다 지난해에야 몇 편성을 배치했다. 정책당국은 전 국민에게 좋은 철도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 의무를 수행하라고 세금을 내 월급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 머리 위에 존재하는 국토부 고위 철도 관료들에게는 "동료시민"이란 없다.

한정식집 입장에서는 테이블 정원을 손님이 다 채울수록 좋다. 4인상 하나가 1인상 4개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수서로 고속철도 노선 지선이 생길 때 현업 부서인 코레일 수서 고속 승무사업소와 수서역만 있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밥상에 수저만 놓는 일이다. 이를 억지로 분리해 회사를 만들어 사옥을 짓고 사장과 임원들을 두는 일을 철도 발전이라며 밀어붙인 결과 매년 수백억의 중복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이제 국토부도 변해야 한다. 철도정책도 기후변화와 저출생, 지역소멸이라는 세계적이며 국가적 과제와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전국 철도망과 광역 철도망, 또 지금 불타오르는 GTX 확대까지 철도가 시민들의 삶 속에서 모빌리티의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속철도만큼 일반철도에 대해서도 투자가 필요하다. 일반철도 활성화는 결국 고속철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철도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소멸을 가속화 하지 않는 길도 찾아야 한다. 수도권과 달리 지역 광역권 철도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 철도 수혜지역 확대를 위해 비수익 노선을 보호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KTX는 지난 20년 국토부의 외면과 냉대 속에서도 꿋꿋하게 시민들의 발이 되어 달렸다. 그 바탕에는 시민에 대한 헌신을 사명으로 여기는 기관사, 열차 승무원, 정비원, 청소원들의 노고가 담겨있다. 관제부터 선로 유지보수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철도노동자가 함께해온 20년이었다. 이제 다음 20년은 SRT와 KTX가 하나로 통합되어 비정상의 상태를 극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20년, 철도가 위기의 시대를 돌파해 나가는 기관차가 되었으면 한다.

▲전국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소속 노조원들이 대전역 동광장에 모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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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브리핑] 이재명 예언, “국민의힘, ‘반성한다’며 단체로 큰절할 것”



[오늘의 이슈] 3월 31일 D-10

-‘이·조 심판’, 조국 “소가 웃을 일”

-이재명, “국민의힘, 읍소 작전 본격 시작”

-한동훈, 또 감세 공약…“나라 곳간 아랑곳하지 않아”

-조국 “한동훈, 헛 꿈 깨고 본인 수사나 대비해라”

-박은정 사퇴?, “장모 23억 수익, 대통령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조 심판’, 조국 “소가 웃을 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거론하며 내세운 ‘이·조 심판론’을 두고 조 대표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현재 윤석열 정권 때문에 정치‧민생‧안보가 엉망인데, 지금 나라 꼴을 이렇게 만든 국정 책임자가 누구냐”라면서 “2년간 국정을 책임졌고 앞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이 이재명·조국이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카르텔이 이 나라를 망쳤다”라고 반격했다.

한편 유승민 전 의원은 “(민심은) 이재명‧조국 대표보다 우리가 지금 더 밉다는 거 아니냐”라며 “국민들의 마음은 지금 ‘이조심판’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예언, “국민의힘, ‘반성한다’ 단체로 큰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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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드디어 정부⸱여당이 읍소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라며 “다 엄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가 하나 예언을 하면 이 사람들 분명 단체로 몰려 나와서 ‘잘못했다’, ‘반성한다’ 이러면서 큰절 하고 그럴 것”이라며 “또 다른 대국민 사기 행위”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을 상대로 대놓고 하는 기만행위에 속으면 안 된다”라며 “그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거나 국회 1당이 되는 순간이 오면 이 나라가 걷잡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또 감세 공약…“나라 곳간 아랑곳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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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또 감세 공약을 꺼내들었다. 태권도장, 미술·피아노·줄넘기 학원 등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외관을 민생 정책으로 포장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학원업계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에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집권 여당 대표가 세수 감소로 비어가는 나라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감세공약들을 내놓고 있으니 한심하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부가가치세 인하도 거론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황당한 발상이다. 부가가치세는 국가 조세 인프라의 기본이 되는 일반소비세다. 1976년 부가가치세법 제정 후 단 한 번도 세율 변동이 없었다. 이를 움직이면 전체 조세 체계가 흔들리고 국가 재정이 더욱 어려워진다. 국가 재정을 이토록 가볍게 여겨서 될 일인가.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해서는 여론의 지지와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조국 “한동훈, 헛 꿈 깨고 본인 수사나 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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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연일 "범죄자들의 연대와 선량한 시민들의 대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조국 대표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회장이 발언한 ‘범죄자 연대’는 ‘윤석열·김건희·한동훈’”이라며 “선량한 시민이 심판해야 하는 것은 윤석열 정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한 위원장에게 “헛꿈 깨”라며 “1호 법안으로 낸 ‘한동훈 특검법’을 (총선 후) 민주당과 협의해 최대한 빨리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본인 수사에 대비해 빨리 변호사를 수임하시라”고 일갈했다.

박은정 후보사퇴, “장모 23억 수익, 대통령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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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인 박은정 후보의 배우자 이종근 변호사가 ‘다단계 사기업체 변호 논란’에 휩싸이자, 사건 수임을 그만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조국 대표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윤 대통령의 장모가 23억 원 수익을 올린 사실이 검찰 보고서에서 확인됐다”라며 “자기 장모가 주가조작 혐의로 23억 원 벌어들였으니 대통령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비판했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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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검찰은 아무도 손댈 수 없는 공포의 대상

[기고] 검찰공화국을 다시 민주공화국으로 바꾸는 길은?

김성수 <함석헌 평전> 저자 | 기사입력 2024.03.31. 05:04:42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이 있다. 수고하는 사람 따로 있고 이익 보는 사람 따로 있을 때 하는 말이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무려 37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한민국 민주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불행하게도 일반서민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권력의 시녀', '권력의 개'라고 조롱받던 검찰이었다.

지난 30여 년간 대통령선거나 총선 때 마다 보수나 진보정권과 무관하게 '검찰개혁'은 주요한 선거공약으로 제기되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주요과제로 제기되었던 공수처도 가까스로 설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해 3월 야당인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떤가? 검찰직 이외에는 평생 그 어떤 직책도 맡아 본 적이 없고 경험이 없는 1980년대 사시 9수생의 검사가 바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어서 다른 사회경험이 전혀 없는 검사들이 정치, 언론, 인권, 외교, 보훈 등 주요 대한민국 정부의 공직을 전부 '싹쓸이'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래서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검찰공화국'이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검찰은 한동훈(1973-)씨가 그토록 경멸하는 과거 '운동권'과 민주화시민들이 피로 뿌린 희생 위에서 이룩한 민주화 덕분에 권력과 기득권을 마음껏 누리며 정말 좋은 태평세월을 누리고 있다.

고 노무현(1946-2009) 대통령은 재임시절인 지난 2004년 과거청산작업의 일환으로 국정원, 국방부, 경찰, 검찰 등 4대 권력기관에 대해 자체적인 과거사위원회를 설치해 잘못된 과거사 진상을 조사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진실화해위원회 같은 외부기관의 조사에 앞서 각 권력기관의 자체적인 '반성문'을 작성하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국정원, 국방부, 경찰은 각각 과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기관이 저지른 과거 국가폭력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대국민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유독 검찰은 대통령의 이런 특별지시를 무시했다. 취임 초 '검사와의 대화'에서 박경춘(1966- ) 검사는 고졸인 대통령에게 대학 학번을 물었다.

"과거에 언론에서 대통령께서 83학번이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저도 그 보도를 보고 내가 83학번인데 동기생이 대통령이 되셨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946년 생으로 박경춘 검사보다 20년 연상이었고 박 검사가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졸' 출신이라 대부분 서울법대 '엘리트'라고 자부하던 검사들에게 '고졸' 출신 대통령의 '말빨'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검찰과 매우 불편한 관계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그래서인지 검찰의 불복을 받아들여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설치를 강제하지 않았다.

과거 군사정권하에서 검사가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를 구둣발로 짓밟고 슬리퍼나 구두를 벗어 피의자의 '싸대기'를 날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였던 당시 서울대 사학과 4학년 서중석(1948- )은 '인혁당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검사 문호철(1937-1978)로부터 슬리퍼로 뺨을 맞고 "다시 중정으로 보내야 되겠다"면서 쌍욕을 먹고 차에 태워졌다. 하지만 그래도 서울대 학생 서중석은 고대법대와 서울법대 대학원 출신 문호철 검사로부터 '양반'대접을 받은 것이다.

'고졸' 노동자 심진구(1960-2014)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1986년 12월 어느 날 정형근(1945- , 서울법대 검사출신으로 안기부 대공수사단장을 거쳐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역임)이 안기부(현 국정원) 근무 당시 심진구가 '간첩이라고 불 때까지 더 족쳐'라고 수사관에게 지시하고 고문실을 나갔다. 그렇게 정형근이 왔다 간 후 심진구에 대한 고문은 더욱 심해졌다. 성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내려치고 몽둥이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 당시 검찰과 안기부의 굳은 머리로는 어떻게 일개 고졸 노동자가 날고뛰는 운동권 대학생들을 놀라게 할 정도의 대표적 문건을 쓸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안기부에서 가혹한 고문을 받고 1987년 6월 5일 공판에 출석한 심진구는 법정에서 이렇게 증언하기도 했다.

"저는 대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생들보다 더 심한 고문을 안기부에서 자유의사를 박탈당할 정도로 받았다. 안기부에 1986년 12월 10일 구속되어 1987년 1월 30일까지 매일 매를 맞다시피 했다. 안기부에서 거의 한 달 동안 심한 고문을 받고 많은 허위진술을 한 채 검찰로 송치되었다. 검찰 조사 시 안기부 직원이 구치소로 몇 차례 찾아와 사실대로 진술하라고 해서 안기부에서의 공포심으로 검찰에서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고...

안기부 수사관이 검찰에 가기 전에 안기부에서 말한 대로 하라고 했는데, 구치소로 가기 전에 검찰에 들러 검사 조사를 받는데 안기부의 수사관들과 함께 있어서 겁을 먹어 안기부에서 시키는 대로 허위진술 한 진술서였지만 어쩔 수 없이 지장을 찍었다. 내 사건을 담당한 신아무개 검사에게 안기부에서의 고문 사실에 대해 말하자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며 묵살 당했고, 검찰 주사보도 '빨갱이 좌경분자는 더 맞아야 해'라며 거들었다." (관련기사 바로 보기)

서중석이나 심진구처럼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대부분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고문에 의해 허위자백 한 사실을 검사 앞에서도 대부분 인정했다. 부인하면 고문을 당했던 안기부 등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한마디나, 고문수사관이 검사실에 얼굴만 비춰도 대부분 피해자들은 공포에 떨어 양처럼 얌전해졌다. 매에는 아무도 장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사기관의 고문으로 허위 조작사실을 인정한 많은 피의자들이 처음에 검사들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의자들은 "간첩을 잡아 공을 세워보겠다는 경찰의 눈먼 공명심에서 벗어나 검사 앞에만 가면 다른 것 몰라도 간첩이라는 엄청난 누명만큼은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공을 세워보겠다고 날뛰는 무식한 자들보다는 그래도 '엘리트' 검사는 나의 억울함을 알아 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또 많은 이들이 수사기관에서 더 버티다가는 고문으로 몸이 망가지고 심지어 생명을 잃을 것이라는 공포 때문에, 허위조작 내용을 인정하고 검찰에 가서 부인하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경찰에서 넘어가 만난 검사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아예 한술 더 뜨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런 검찰은 오랫동안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기회주의적으로 움직여 '정치검찰' '권력의 하수인', '권력의 개'란 오명을 들어야 했다.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특히 국가보안법 사건을 비롯한 정치, 학원, 노동 등의 사건을 담당하는 공안검찰은 '정치검찰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그래서 "공안검사직은 가장 각광받던 자리였으며, 검찰 내 고위간부로 승진하는 지름길"로 여겨졌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쥐고 있는 대한민국의 검찰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검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5.16쿠데타 이후 검찰은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철저히 협조하며 수많은 시국·공안사건을 조작해냄으로써 검찰권을 강화하고 사법부의 우위에 섰다. 그리고 지난 2022년 검찰총장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검찰은 이제 아예 '권력의 개'가 아닌 '주인'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2년도 안되어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 아닌 '검찰공화국'으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에서 검찰은 이제 아무도 손댈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는 감히 국민을 타고 올라선 검찰을 해체하고 기소청을 설립해야 한다. 그래서 기소청장도 선거로 뽑아야한다. 어떤 세력에도 눈치 안 보고 법을 집행하는 인물로 국민이 뽑아야 한다. 선출된 기소총장이 편파적이고 편협적이면 국민이 다음 선거 때 갈아 치울 수 있는 선출직으로 하도록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검찰공화국인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 길이 있다. 오는 4월 10일 내가 던지는 소중한 한 표가 대한민국을 검찰공화국에서 다시 민주공화국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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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유세 도중 또 막말 “쓰레기 같은 이재명 대표와...쓰레기 같은 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3/31 08:38
  • 수정일
    2024/03/31 08:3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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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경기 의왕시 부곡시장에서 최기식 의왕‧과천시 후보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2024.3.29.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쓰레기 같은”이라고 말했다. “개 같은” 막말 논란이 벌어진 지 이틀만에 또 공식 유세 현장에서 거친 언사가 쏟아진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부천의 후보들을 지원하는 유세에서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를 언급하며 “이재명 대표는 이분도 정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왜 그런지 아십니까? 자기는 더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의 형수와의 전화 녹취 파일을 언급하면서 “쓰레기 같은 말들을 들어봐달라”고 했다.

그는 “김준혁과 이재명의 쓰레기 같은 말들 그게 바로 그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여러분의 위에 군림하면서 머릿속에 넣고 정치로 구현할 철학”이라면서 “제가 그런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경기 안양시 삼덕공원 인근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최돈익 만안구, 임재훈 동안구갑, 심재철 동안구을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03.29. ⓒ뉴시스

유세 후반, 한 위원장은 “막말하는 사람들, 쓰레기 같은 이재명 대표와 김준혁씨 등이 말한, 양문석 등이 말한 쓰레기 같은 말들을 정말 불편하지만 한 번 들어봐 달라”고 다시 언급했다. 이어 “삐소리 나는 말을 하는 사람은 정치에 나오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세 후반, 한 위원장은 “막말하는 사람들, 쓰레기 같은 이재명 대표와 김준혁씨 등이 말한, 양문석 등이 말한 쓰레기 같은 말들을 정말 불편하지만 한 번 들어봐 달라”고 다시 언급했다. 이어 “삐소리 나는 말을 하는 사람은 정치에 나오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제가 잘못한 게 나오면 미안하다고 할 것이다. 반성할 것이다”라면서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준으로 넘어선다면 정치 그만두고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저와 이재명 대표 조국 대표를 비교해 달라”면서 “(논란이 되는 후보들을)저는 정리했다. 저 사람들은 어쩌고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저쪽은 그냥 어차피 너네 우리 찍을 거잖아, 그냥 잔말 말고 찍어 이거 아니냐”면서 “ 저와 그런 면에서 저와 이 조국이나 이재명 대표 이 차이가 별거 아닌 것 같습니까?”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유세를 마무리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하고 반성하고 바로 잡는 것과 국민이 뭐라 하든 지지층만 믿고 밀어붙이는 것, 이것이 본질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지난 28일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 앞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정치를 개 같이 한 사람”이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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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돌풍…정권 심판 넘어 야권 재편까지?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26

준연동형에 위성정당 출현
비례정당 창당 환경 조성돼
윤 정권에 분노한 유권자 결집
총선 뒤 정계개편 역할 가능성

기자성한용
  • 수정 2024-03-31 08:04
  • 등록 2024-03-31 07:30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0일 전북 익산시 익산역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0일 전북 익산시 익산역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은 1963년이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부는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국회의원선거법을 새로 제정했습니다. 2공화국 내각책임제 권력구조에 따른 양원제를 폐지하고 “정국의 안정을 얻고 지연·혈연의 폐를 방지하기 위하여 소선거구에 다수대표제와 전국선거구에 비례대표제를 병용”했습니다. 지역구는 인구 20만명을 기준으로 했고, 전국구 의원 정수는 지역구 의원 정수의 3분의 1로 했습니다.

1963년 11월26일 6대 총선에서 지역구 131명, 전국구 44명의 의원을 선출했습니다. 지역구 1당이 전국구 절반을 가져갔습니다. 1967년 7대, 1971년 8대 총선에서도 전국구 의원들이 국회에 진출했습니다. 1972년 10월 유신으로 전국구 제도가 없어졌습니다. 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뽑았습니다. 유정회였습니다.

1981년 전두환 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지역구 2인 선출 중선거구제와 전국구 제도를 결합했습니다. 1당에 전국구 3분의 2를 몰아주는, 말도 안 되는 불공정 선거법이었습니다. 1981년 3·25 11대 총선에서 지역구 184명, 전국구 92명을 선출했습니다. 1988년에는 ‘소선거구제+전국구’로 바뀌었습니다. 1988년 4·26 13대 총선에서 지역구 224명, 전국구 75명을 선출했습니다. 이때도 1당이 전국구 절반을 차지하는 불공정 조항이 있었습니다.

1991년에는 ‘지역구 의석 비율’로 전국구를 배분하도록 개선됐습니다. 1994년 통합 제정된 공직선거법은 전국구 배분 기준을 ‘지역구 선거 득표 비율’로 바꿨습니다. 2004년 4·15 17대 총선에서 마침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따로 투표하는 지금의 정당투표제가 도입됐습니다. 기존 선거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001년 위헌 결정 덕분이었습니다.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으로 묶여 있는 사이에 지역구 의석은 계속 늘어났고 비례대표 의석은 계속 줄었습니다. 그래도 비례대표제와 정당투표제는 지역구 선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제3세력의 의회 진출을 꾸준히 도왔습니다.

2004년 4·15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에서 8석을 얻은 덕분에 10석을 차지했습니다. 민주노동당 정당 득표율은 13.03%였습니다. 지역구는 다른 정당 후보를 찍고, 비례대표는 민주노동당을 찍은 유권자가 많았습니다.

2016년 4·13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으로 38석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습니다. 국민의당 정당 득표율은 26.74%로 더불어민주당 25.54%보다 높았습니다. 이때도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을 찍고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을 찍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우리 유권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이른바 ‘분리투표’를 이미 오래전부터 학습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4년 전인 2020년 4·15 21대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다가 30석 ‘캡’까지 씌운 기형적 제도로 치렀습니다. 비례대표 47석을 미래한국당 33.84% 19석, 더불어시민당 33.35% 17석, 정의당 9.67% 5석, 국민의당 6.79% 3석, 열린민주당 5.42% 3석으로 분배했습니다.

공천 파동으로 민주당 주저앉자…

비례대표의 역사를 다소 길게 설명해 드린 이유는 조국혁신당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월1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 민주공원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지지세를 확보할 것이라고 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민주당의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을 맡고 있던 박홍근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국민의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시킬 것이다.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파란불꽃펀드 참여자 감사의 만남’ 행사에서 참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파란불꽃펀드 참여자 감사의 만남’ 행사에서 참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그러나 3월3일 조국혁신당 창당 즈음에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내려앉으며 조국혁신당 지지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덕도 톡톡히 봤습니다. 조국혁신당에는 지역구 후보를 내보낼 만한 인적·물적 자원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바람에 비례대표만 후보를 내는 정당을 창당하는 데 부담이 없어졌습니다. 4년 전 국민의당·열린민주당처럼 말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조국혁신당이 내세운 “3년은 너무 길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등의 구호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면서 상승세를 탈 수 있었습니다. 3월29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미래 34%, 더불어민주연합 22%, 조국혁신당 22%, 개혁신당 4%였습니다. 1주일 전에는 국민의미래 30%, 더불어민주연합 23%, 조국혁신당 22%, 개혁신당 5%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조국혁신당의 도약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되살리며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조국혁신당을 ‘우군’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면서도 “민주당이 담지 못하는 것들을 담는 새로운 그릇으로 필요하고 충분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조국혁신당을 평가했습니다.

정당 투표 의향 22%, 비례 12석

조국혁신당 돌풍의 이유가 뭘까요? 정확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조국 대표 자신도 돌풍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 25일 조국 대표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돌풍의 원인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정도로 빠르고 뜨겁게 지지가 형성될지는 몰랐다. 감사하고 두렵다. 당대표가 흠결이 있고 부족함이 있는데도 왜 이럴까 생각해보게 된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집권 정당이 되려 노력하다 보니 우리 당에 비해 단호하고 직설적으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국민이 가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조국혁신당이 가장 직설적으로 포착하고 표현하고 공감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시민들을 만나면 ‘속이 시원하다, 울분이 풀린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습니다. 조국 대표는 지난 2월8일 항소심에서 사문서 위조, 허위작성 공문서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만약 혐의와 형량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감옥에 가야 합니다. 누구나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지지하는 걸까요? 누가 지지하는 걸까요? 한겨레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자 13명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서 지난 25일치 신문에 실었습니다. 저는 이 기사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한 분노”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라는 두 가지 열쇳말을 읽었습니다. 그래도 조국혁신당 돌풍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4·10 총선 결과와 투표자들을 정밀하게 분석해본 뒤에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윤석열 정권이 유권자들의 가슴속에 있는 ‘뭔가’를 건드렸다는 막연한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비례대표 46석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몇석이나 차지할까요? 조국혁신당은 1번 박은정, 2번 조국을 비롯해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25번까지 제출했습니다. 비례대표 배분 방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3월29일 발표된 한국갤럽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 지지도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국민의미래 19석, 더불어민주연합 12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2석 정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는 실제 선거에서 득표율 3%를 넘어서야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습니다.

총선 이후 조국과 이재명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12석을 차지한다면 이번 총선의 주인공은 조국 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의석을 합쳐도 과반이 안 된다면 조국혁신당이 원 구성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앞으로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운영에서 조국혁신당 의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지난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계양역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계양역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조국혁신당발 정계 개편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진보당·새진보연합 출신들이 조국혁신당과 손잡고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관측입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좀 더 크게는 총선 이후 야권 전체가 재편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까지 있습니다. 야권 재편이 시작된다면 이재명·조국 대표의 경쟁 구도가 그 중심축에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조국 대표가 대선 주자급 정치인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국 대표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의원직을 잃는 치명적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은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당 열성 지지층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최근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메시지가 상당히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4·10 총선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건곤일척 승부입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들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관계도 4·10 총선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총선 이후 두 사람은 협력할까요, 경쟁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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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 제재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무산’

외교부,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무책임한 행동” 비난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3.29 15:58
  •  
  •  수정 2024.03.29 16:20
  •  
  •  댓글 0
 
28일 열린 안보리 회의. [사진 갈무리-안보리]
28일 열린 안보리 회의. [사진 갈무리-안보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1718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활동이 다음달 30일 끝난다. 

28일(현지시간) 안보리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전문가 패널 임기를 내년 4월 30일까지 1년 연장하는 안이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13개국이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안보리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인 2006년 10월 14일 결의 1718호를 채택하고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위원회(1718위원회)를 설치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인 2009년 6월에는 1718위원회를 보조하는 전문가 패널을 만들었다. 

매년 2차례 보고서를 통해 유엔 회원국의 대북 제재 이행 상황을 기록하던 기구가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러 전략 연대 강화라는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1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안보리에 따르면, 미국 대표는 투표 결과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침묵시키려는 한 안보리 이사국의 시도”라며 “왜 14년 동안 만장일치로 채택했던 것을 깨느냐”고 비난했다. 

미국 대표는 “답은 분명하다”면서 “지난해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 관할 내 (북한의) 지속적인 제재 회피에 더해 러시아의 노골적인 위반행위를 보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 대표는 오늘 서방 국가들의 성명은 그들이 극구 ‘1718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를 연장하려는 진짜 속내를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러시아에 대한 근거 없는 정보 전달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러시아 대표는 안보리에서 ‘가자 지구 즉각 휴전 결의안’을 네 번 거부하고 다섯 번째에는 기권하더니 해당 결의가 “구속력이 없다”(non-binding)고 선언한 미국 대표단은 “남들에게 교훈을 줄 권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권한 중국 대표는 “제재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 간 안보리가 수많은 결의를 채택하면서 제재는 가혹해졌으나 목적 달성은커녕 긴장과 대립만 커졌고 북한의 인도적 상황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시점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 온 유엔의 제재 레짐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하였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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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의 대통령실 습격 사건…'이것은 대파가 아닙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3/30 09:52
  • 수정일
    2024/03/30 09:5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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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칼럼] 뭔 대파에 이리 박절하게 구느냐 하겠지만…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3.30. 04:44:26

 

큰일이다. 스마트폰의 번인 현상처럼 선거판에 대파의 잔상이 너무 진하게 남아버렸다. 농담같이 보였던 대파는 일종의 오브제로 기능하고 있다. 선거와 일견 무관해 보이는 대파는 본래의 용도(식자재)에서 분리되어, 유권자의 우연적인 심리적 심상과 갑작스레 결합해 뒤엉켰고, 급기야 어떤 연상 효과를 획득했다. 과거 초현실주의자들은 '샘'이라는 이름을 변기에 붙여 미술관에 진열하곤 했는데, 그럴 때 변기는 일상의 의미를 벗어나 오브제가 되어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지금 대파가 그렇다.

이 모든 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물가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한 데서 비롯됐다. 대파 가격은 4250원/kg(할인 전)이었는데 여기에서 납품단가 지원 2000원을 제하고, 마트는 자체 할인으로 1000원을 추가로 제했다. 거기다 농산물 할인지원금 375원이 들어오면서 최종 가격은 한단에 875원이 됐다. 대통령은 "저도 시장을 많이 봐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되고"라고 말했다.

4250원 짜리 대파에 875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순간, 일반 '동료 시민'들에게 대파는 선 대상이 된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가격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격이다. 그런데 그 가격이 대통령이 방문한 한정 공간에서만, 한정 기간, 한정 수량으로만 실재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에게 괴이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모종의 상징성을 대파가 획득하게 된 순간이다. 875원의 가격표를 보는 순간 사람들은 '이것은 대파가 아닙니다' 수준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유명한 그림처럼.

물가와 관련한 수많은 오브제 틈에서 잊혀질 뻔한 이 오브제를 되살려낸 것은 대통령실과 범죄심리학자 출신의 이수정 경기 수정 후보의 혁혁한 공이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코너에서 대통령실은 대파 논란에 대해 '복잡한 일람표'까지 동원,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1. 지난 정부 때도 대파 한 단 7,000원 하는 등 '파테크', '반려대파' 등 신조어까지 나왔는데, 대파 가격 변동 큰 이유는? → 기상 상황에 특히 민감하고 주 산지 순환 등 가격 영향 큼

채소류는 노지에서 재배되므로 가뭄, 장마, 폭설 등 기상상황에 매우 민감합니다. 이에 더해 필수 식자재인 대파는 겨울(전남), 봄(경기‧전북), 여름(강원‧경기) 등으로 주 산지가 순환돼 일부지역 피해의 파급력이 높습니다.

특히 지난 정부 시기인 '20~'22년도에 채소류의 가격이 가장 높은 흐름을 보였으며, 대파는 '21.3월 평균 소비자 가격이 6,981원/kg까지 상승하여 '파테크', '반려대파'와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의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수준의 프레임의 덫에 걸렸다. 대파 프레임이 활성화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유행어라던 '파테크'와 '반려대파'라는 말이 '윤석열 정부'에서 실시간으로 부활했다. 언어는 프레임을 활성화한다. 대파 가격에 대한 비판 프레임에 '파테크'와 '반려대파'로 응수한 대통령실은 오히려 '대파 프레임'에 붙은 불에 휘발유를 얹었다. 여기에 이수정 후보가 "대파 한단이 아니라 한뿌리"라며, 팩트를 거스르고 논쟁에 뛰어든 것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됐다.

부엌에나 있어야 하는 대파가 선거 한복판에 떨어지니 일종의 오브제로 기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한 단어로 축약하려 고민하던 야당은 그 '대파'를 기꺼이 집어들었다.

미국 대선 결과를 9번 연속으로 맞혔다는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 대학교 역사학과 석좌교수는 선거 예측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절대적 상수로 놓지 않는다. 그는 미국 선거사를 분석해 개발한 '13개의 지표'를 모델로 선거를 예측하는데, 후보 캐릭터나 인물 구도, 스캔들과 같은 선거공학적 지표 외에도 경제 지표를 예측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단기 경제성과, 장기 경제성과와 함께, 정책 변화, 사회 불안 등 정성적 평가를 포함시킨다. 단순 지지율 구도를 통한 예측이 간과할 수 있는 경제사회적 지표들은 한국에서도 시퍼렇게 살아있다. '운동권 심판론'이나 '이조 심판론'같은 걸 구호로 내세우는 정치인들이 이걸 간과하고 있는 건지, 애써 모른채 하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민생 경제 지표들이 '여당이 성공할 수 없는 선거'라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석달 연속 상승세다. 생산자 물가는 곧바로 소비자 물가 지수에 반영된다. 대파로 상징되는 농산물 물가는 1년새 20.9% 폭등해 전체 물가를 0.80%포인트 끌어올렸다. 이어서 조개, 새우, 오징어, 김 등 서민들이 이용하는 수산물의 생산자 물가도 무섭게 상승 중이다. 모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내수 시장 부진이 장기화될 우려를 전한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 수준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2% 안팎으로 본다. 만약 올해도 1%대로 떨어진다면 한국은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1%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저상장의 장기화' 우려는 일본의 '잃어버린 n년'의 입구에 한국을 세워 놓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로 '동료 시민'들의 이자 부담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불안감도 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을 기록했다. 이 판국에 윤석열 정부는 '긴축 재정'을 내걸고 역대급 '세수 펑크' 속에서 예산 증가율을 최저치로 만들었다. R&D 예산 삭감하고 항의하는 학생에 '입틀막' 하면서 대통령실 예산은 4.8% 증액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19~21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58%를 기록했는데, 부정 평가 이유는 '경제/민생/물가'가 22%로 가장 높았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의 반사이익으로 '여당 승리 전망'을 내놓던 전문가들이 '야당 승리 전망'으로 견해를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파'는 이미 알고 있었다. 기저에 흐르는 수많은 지표들이 '여당이 승리할 수 없음'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걸. 장강의 앞물결을 막을 순 없는 일 아니겠나. 한동훈의 등판도, 조국혁신당 돌풍도, 민주당 공천 파동도 곁가지였을 뿐, 앞으론 지지율 수치에 매몰된 우리의 선거 예측 모델도 조금 쯤은 변화가 필요하겠다.

뭔 대파 한단에 이렇게 박절하게 말 할 수 있느냐고 하겠지만, 사실 박절한 물가가 대파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린 것이다. 대통령이 설마 전국의 모든 마트 대파를 875원으로 만들자고 했겠나. 대통령은 "여기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운 거 아니에요"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은 '대파 논란'에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 대파는 죄가 없다. 대파는 '발견된 오브제'일 뿐이다.

정치가 예술과 닮은 점이 있다면 비정치와 비예술로 보이는 어떤 물건이라도, 어떤 개념이라도, 정치와 예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와 예술은 그래서 마치 공기와 같다. 인물과 지지율로 그림을 그리든, 페인트와 붓으로 그림을 그리든 '세계를 재현'하고 또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의지는 갑자기 낯설게 등장한 오브제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비예술과 비정치가 예술과 정치의 문맥 속에 난입해 '예상 가능했던 결과'를 뒤흔드는 건 예삿일이다. 그것이 '들고 나른 옥새'든, '외국 회사 그 뭐 쪼만한 백'이든, 혹은 대파 한 뿌리든, 오브제들이 전통적인 의미를 벗어나면 근원적인 질문에 다가설 포털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심성과 행동은 낯선 오브제 앞에서 변화하게 된다. 대파는 대통령실에는 '불쾌한 오브제'이겠지만, '동료 시민'들에겐 진실에 다가서는 문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대통령과 여당은 대파를 꺾을 수 있지만, 대파 뒤에 숨어 있는 유권자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대파'는 죄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강원도 원주시 명륜초등학교의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해 어린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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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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