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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베일에 가린 네 가지 진실



4월 13일(현지 시각)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5시간 동안 진행된 공습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었다. 공습을 단행한 이란혁명수비대는 “진실한 약속(True Promise)”이라는 작전명을 붙였다.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의지를 천명한 바 있는데, 이를 염두에 둔 작전명으로 보인다.

이란의 공격은 드론으로 시작되었다. 50여 대의 드론이 이란 기지에서 발사된 것을 시작으로 하여 순항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 다양한 공격 수단이 동원되었다. 출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보이지만 이란의 공격은 드론 170~185기, 순항미사일 30~36기, 탄도미사일 110~120기 정도가 이란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엔 극초음속 미사일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 요르단 수도 암만 상공에서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로 쏘아올린 드론들이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언론 보도를 베끼는 수준인 우리 언론 보도만으로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 진실과 상당히 다른, ‘왜곡된 내용’이 전달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전달되지 않은 몇 가지 진실을 요약한다.

 

이스라엘의 요격은 99% 성공했는가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을 99% 요격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 보도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예루살렘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도가 나왔고, 몇 발의 로켓이 이스라엘 북서부 하이파(Haifa) 항구를 강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가자지구 동쪽에 위치한 라하트(Rahat) 시가 공격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스라엘 남부 사막지대인 네게브(Negev) 지역엔 이란 미사일이 떨어져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도 전파되었다. 이스라엘 언론 역시 하늘과 땅에서 폭발음이 전국 곳곳에서 들린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 붉은색 점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 지역이다. 위부터 하이파, 예루살렘, 라하트, 네게브이다.

사실상 이스라엘 전역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란에서 발사된 300개의 무기 중 99%가 요격되었다면 이스라엘에 떨어진 무기는 단 3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격받은 지역은 이미 4곳이다. 이스라엘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특히 네게브 지역엔 7발의 미사일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위치한 이스라엘 공군 기지에서 4월 1일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비행기가 이륙했다. 이란혁명수비대 발표에 따르며, 네게브 지역의 이스라엘 공군 기지 타격이 이번 공습의 주요 목표였으며,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기 위해 분리형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했다.

따라서 이란의 공습을 99% 요격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거짓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요르단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요격한 것이 진실일 것이다.

 

이스라엘의 피해는 경미한 수준인가

이스라엘은 99% 요격설을 내세우며 경미한(minimal) 피해 혹은 상대적으로 적은(relatively small)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군사 작전이 위대한 성공(great success)을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주장에 상당히 큰 격차가 보인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란의 이번 작전의 주요 타깃은 네게브 지역의 이스라엘 공군 기지이다. 보도를 종합하면 이곳 공군 기지에 7발의 미사일이 발사되었고, 7발 모두 공군 기지를 때렸다. 즉 이곳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요격되지 않았다. 이란 언론의 한 매체는 7발의 극초음속미사일이 발사되었고, 이 중 하나도 격추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네게브 지역 공군 기지를 타격한 것이 극초음속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

네게브 지역 공군 기지에서 44명의 군사 요원이 사망했다. 이 중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해진다. 4월 1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영사관 요원은 11명이다.

한편 이스라엘 매체 The Yedioth Ahronoth는 이스라엘 전 참모총장의 경제 고문을 역임했던 General Ram Aminach를 인용하여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40억~50억 셰켈(shekel, 이스라엘 화폐) 즉 13억 5천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350여 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많은 수의 요격 미사일이 소비되었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 중 애로우 미사일(Arrow missile)은 대당 350만 달러, 매직 원드 미사일(Magic Wand missile)은 대당 1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란의 공습은 국제법 위반인가

이스라엘은 이란의 이번 공습이 “전례가 없고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 역시 비슷한 톤으로 이란의 공습을 규탄했다.

그러나 이란의 주장은 다르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는 14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은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이 잔혹한 행위(4월 1일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폭격)를 규탄하는 성명을 제안했고, 이는 중국, 알제리 및 많은 회원국의 지지를 받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의해 저지되었다”면서 “국제법 틀 내에서 자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공습 개시와 함께 나온 이란혁명수비대의 입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란은 10일 넘게 국제기구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침묵과 무시 끝에 이스라엘의 중요한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힌 것.

유엔 헌장 51조는 한 나라가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혹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이란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이란이 4월 1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도 2주일이 지나서 공습에 나온 이유 역시 유엔헌장에 따라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치를 기다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안보리의 조치가 없자 이란은 유엔 헌장에 명시된 자위권 차원의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유엔 헌장 제 51 조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국제연합 회원국에 대하여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지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회원국이 취한 조치는 즉시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된다. 또한 이 조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조치를 언제든지 취한다는, 이 헌장에 의한 안전보장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은 취소되었는가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전시 내각 회의를 열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방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했다는 것.

▲ 이스라엘 매체 역시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하여 네타냐후가 보복공격을 철회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바이든을 비롯한 미국 주요 인사들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우려하며 만류했던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공습이 임박하자 미국은 중부사령관을 이스라엘로 급파했고, 바이든은 휴가를 하루 단축하여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오스틴 미국장관 역시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미국이 바쁘게 움직인 것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만류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이미 이란으로부터 이란의 ‘제한적 공습’ 계획을 통보받았다. 만약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 이란 역시 ‘제한적 공습’에서 ‘전면 공격’에 나설 것이며 이는 곧 5차 중동전쟁의 발발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은 바로 중동전쟁으로의 확전을 방지하려 했던 것이다.

바이든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로 이란의 공습 행위를 비판하면서도 “단결된 외교적 대응”을 주문하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이 이란에 대한 어떤 공격 작전에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이유이다. 오스틴 국방장관 역시 “미국은 이란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보복 공격을 철회했다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진실이 아니다. 네타냐후 내각을 압박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어느 관리도 보복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없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장관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미국의 의견을 따라 보복 공격을 중단할지, 보복 공격에 나설지 양단 간의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 네타냐후의 선택에 따라 중동전쟁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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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의 분주한 풍경,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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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에도 용산 옹호하는 국힘... "철부지 정치초년생의 대권놀이"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 '용산 대통령실' 책임론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반발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 발언부터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의 이른바 '런종섭' 사태,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언론인 회칼 테러' 언급까지 일련의 용산발 악재가 총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비판과 불만이 제기되는 것과 정반대 움직임이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을 옹호하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쪽에 책임을 더 강조하고 나서면서 총선 패배의 책임 소재를 두고 여당 내부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여권 내 체제 정비 및 교통 정리에 상당한 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홍준표 "선거는 당이 주도해서 치른다... 당연히 여당 지도부 탓"

 

홍준표 대구시장이 총선 결과가 발표된 11일 오후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맹비난했다.

ⓒ 대구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지난 1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선거는 당이 주도하여 치른다. 대통령은 선거 중립의무가 있어서 선거를 도울 수가 없다"라며 "그런데 선거가 참패하고 난뒤 그걸 당의 책임이 아닌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게 되면 이 정권은 그야말로 대혼란을 초래하게 되고범여권 전체가 수렁에 빠지게 된다"라고 날을 세웠다.

홍준표 시장은 "이번 선거는 자기 선거를 한번도 치뤄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주도하여 그 막중한 총선을 치룬 것"이라며 "전략도 없고 메세지도 없고 오로지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홀로 대권놀이나 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총 한번 쏴본 일 없는 병사를 전쟁터에 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이라며 "그런 전쟁을 이길수 있다고 본 사람들이 바보인 것"이라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저격했다.

이어 "여당이 총선 패하면 당연히 그 여당 지도부 탓이지, 그걸 회피 할려고 대통령 탓을 한다면 대통령만 질책의 대상이 되고 여당 지도부는 책임회피를 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는 게 앞으로 정국을 헤쳐 나가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이야 우리당에 들어와 정권교체도 해주고 지방선거도 대승하게 해 주었지만, 도대체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준 한동훈이 무슨 염치로 이 당 비대위원장이 된다는 것인가?"라며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내가 이 당에 있는 한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썼다.

 

박정훈 "윤석열의 독선과 오만? 이재명은?... 한동훈 체제, 한계 드러내"

 

▲ 한동훈 "총선 참패 책임지고 비대위원장직 사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TV조선 출신으로 서울특별시 송파구갑에서 당선된 박정훈 당선자 역시 YTN라디오 '뉴스킹'과의 12일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독선과 오만 이거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지금 언론들도 평가하고 저희 당에서도 그런 평가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독선과 오만이 과연 윤석열 대통령에게만 있었느냐?"라고 반문했다. 도리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은? 저는 차원이 달랐다고 본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나 이런 것들이 프레임으로 짜지면서 부각이 됐다"라며 "앞으로 남은 윤석열 정부 3년을 어떤 식으로 운용하겠다라는 비전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한동훈 원톱 체제가 한계를 드러낸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위 당내 '쓴소리'를 하는 비주류 인사들이 당정관계를 바꿀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이 나오자 "못 바꾼다고 본다"라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하고 신뢰를 갖고 얘기를 해서 대통령을 설득을 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라며 "'쓴소리하는 사람이 지금 당대표가 돼야 된다'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갖고 들어가는 게 오히려 저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안철수 의원 같은 경우에는 벌써 대통령에 쓴소리를 했다"라며 "아직은 윤석열 정부가 3년이 남아 있어요. 지금 대통령은 이런 얘기하고 당에서는 쓴소리하고 그런다고 뭐 국정기조가 일사불란하게 달라지느냐?"라고 꼬집었다.

용산 대통령실, 당 주도권 놓지 않으려 하나

 

▲ 당선 인사하는 나경원 11일 새벽 1시 25분께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 박수림

국민의힘은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벌써부터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결국 당의 주도권 싸움에 앞선 일종의 '포석'으로 해석되는 이유이다.

당내에서는 그간 '친윤'을 중심으로 구축된 사실상 용산 대통령실의 '친정체제'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서울 동작을에서 다시 배지를 거머쥔 나경원 당선자는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에 대한 민심에 깊이 고민한다"라며 "민심과 더 가까워지겠다. 저부터 바꾸겠다"라고 강조했다. 당선 직후인 11일에도 그는 "민심을 두려워하는 자세로, 엄중한 발걸음을 이어가겠다"라며 "집권여당의 앞날이 매우 위태롭다. 뼈를 깎는 성찰의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기도 성남시분당구 갑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 역시 같은 11일, "당정은 민심을 받들어 전면 혁신에 나서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부여당이 심판받았던 바로 이 자리에서부터 저 안철수,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나가기 위해 미움 받을 용기로 감히 건의 드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께서 '이만하면 됐다' 하실 때까지 정부여당의 국정기조 대전환과 낮은 자세로 혁신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총선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당정의 핵심관계자들의 성찰과 건설적 당정관계 구축을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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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용산, #대통령실, #국민의힘, #주도권,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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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마치 총선에서 패배한 사람처럼,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하자

 
지금은 주제파악을 확실히 하고 있지만, 젊었을 때 나는 종종 잘난 척을 하는 좀 재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 시절 내가 잘난 척 하며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생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그래도 1년에 하루밖에 없는 날인데 의미 있게 보내야지”라고 말하는 순간 나의 잘난 척이 작렬했다. “생일만 1년에 하루뿐이야? 어제도 1년에 하루뿐이고 내일도 1년에 하루뿐이야. 뭐가 다르냐? 괜히 생일에 의미부여 같은 거 하지 마.”

이러면 뭐가 멋있어 보이는 줄 알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도 없고, 재수도 없고, 싹수도 없고, 공감능력도 없고, 하여간 뭐가 엄청 없었던 시절이었다.

생일도 1년에 하루뿐이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1년에 하루뿐이라는 말은 논리적으로는 맞다. 이건 전형적인 주류경제학의 시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 그 하루뿐인 날이 모두 같은 의미일 수 있으랴? 인간은 감성을 가진 동물이고, 당연히 내가 태어난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기념하고픈 마음이 있다. 논리가 아닌 감성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인간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나는 그 시절 그걸 몰랐다.

시간의 경계표

총선이 끝났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민심은 거칠 것이 없었고, 선거 결과는 전대미문의 야권 압승으로 끝났다. 기뻤고 또 기뻤다. 2024년 4월 10일, 우리는 축배를 들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승리의 기쁨을 4월 10일 그날 하루로 끝내고자 한다. 역사는 유구하고, 우리에게는 아직 너무나 많은 날이 남았다. 무엇보다 대선이 3년 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는 마음껏 기뻐할 여유가 없다.

행동경제학에는 시간의 경계표와 새 출발 효과(fresh start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어느 날이건, 혹은 어느 순간이건, 그 시간을 새로운 경계로 삼아 “자, 이제 새 출발이다!”라고 선언하고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시간의 경계표는 아무 때나 잡아도 좋다. 적절한 의미를 부여하기만 하면 된다. 새해 첫날도 좋고, 매월 첫날도 좋다. 심지어 이 칼럼을 읽는 그 날을 새 이정표로 삼아도 괜찮다.

칠레를 대표하는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Isabel Allende)는 새 소설 집필을 반드시 1월 8일에 시작한다. 당연히 사연이 있다. 1981년 1월 8일, 이사벨은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이사벨의 할아버지가 아주 위급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사벨은 안타깝고도 간절한 마음으로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이 편지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이 편지가 그를 대표하는 소설 ‘영혼의 집’의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1930년대부터 1973년까지 험난했던 칠레의 역사를 한 집안의 이야기로 담아낸 이 소설을 통해 이사벨은 남미를 대표하는 소설가 반열에 올랐다.

이사벨이 새 작품 집필을 1월 8일에 시작하는 이유다. 그는 그렇게 그날을 새로운 시간의 경계표로 삼고 새 출발을 한다. 1월 8일은 누구에게나 365일 중 똑같은 하루지만, 그날을 기억하고, 그날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날에 예의를 갖추는 것은 이렇듯 사람에게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준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총선 개표상황실에서 윤재옥 공동선대위원장이 상황실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4.4.10. ⓒ뉴스1
 
그런 의미에서 나는 2024년 4월 11일을 나의 새로운 시간의 경계표로 삼고자 한다. 민주진영의 압승이라는 기쁨에 도취하기에는 이르다. 무언가를 성취했노라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 나의 마음이 방만해질 것 같아 두렵다.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는 것은 언제나 효율적이다. 그리고 그 결심은 독할수록 좋다. 총선에서 이긴 사람처럼 느슨하게 앞으로 3년을 사는 것보다, 마치 총선에서 완패한 사람처럼 와신상담하며 앞으로 3년을 사는 것이 나의 인생은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나는 믿는다.

3년 뒤 되돌아볼 오늘을 상상해보라

나의 결심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 또 한 가지 있다. 내가 지금 먼 미래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그날을 기준으로 다시 오늘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미래의 나와 대화하기(Conversation with a future)’라는 연구가 있다. 유타 치시마(Yuta Chishima)와 안네 윌슨(Anne E. Wilson) 두 학자의 연구다. 연구 결과는 다소 복잡한데 그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을 추리면 이렇다.

내 결심을 돈독하게 하기 위해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의외로 결심을 단단히 하는 데 효과가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5년 뒤 나는 이런 사람이 될 테야”라고 결심한다고 그 결심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5년 뒤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뒤, 그 5년 뒤의 자신이 다시 5년 전인 오늘과 대화를 나누면 결심을 실천하는 효과가 매우 높아진다. 연구팀의 연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5년 뒤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결심을 이어가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

반면 5년 뒤 미래의 자신이 오늘의 자신에게 다시 답장을 쓴다면 결심을 이어가는 효과가 매우 높아졌다. 예를 들어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잘 지내지? 지금쯤 너는 내가 결심한 것처럼 이런 사람이 돼있겠지”라고 썼다면(이것만으로는 효과가 별로 없다), 5년 뒤 나 자신의 입장에서 오늘의 나에게 “그래, 네가 5년 전 한 결심 덕분에 성취가 많았어. 그리고 나는 오늘 잘 지내고 있어”라고 답장을 쓰는 것이다. 이게 효과가 대단하다는 이야기다.

3년 뒤 대선이 끝난 날 나를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날 내가 어떤 모습으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를 그려보자.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3년 뒤의 내가 2024년 4월 11일 나에게 어떤 답을 할 지 다시 생각해보자.

3년 뒤 그날 나는 “그래, 네가 2024년 4월 11일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은 덕에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었어”라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을 마음에 담는 것이다. 설마 그날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네가 방심했어.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고! 우리는 다시 암흑에서 5년을 살아야 해”라고 답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3년 뒤 나 자신이 되돌아볼 오늘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는 그 어떤 365일보다 특별하다. 그 특별한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한다. 승리를 만끽하는 것은 4월 10일 하루로 충분하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 하루를 그 어떤 날보다도 의미 있는 중요한 날로 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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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앞둔 신문들 1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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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에 사상 첫 직접 보복, 한겨레 “가자 전쟁 ‘즉각 휴전’ 위해 모든 수단 동원해야”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4.04.15 07:59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날인 이날 신문들은 1면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희생자를 수습한 잠수사를 인터뷰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배·보상 재심의 검토를 거부했다는 소식과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는 배경도 다뤘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배·보상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어 직권재심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국가조사기구 권고에도 세월호 생존자들의 직권재심의 신청을 거부했다. 경향신문 보도다. 해양수산부 산하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심의위)는 지난 9일 제주 세월호 생존자 측에 직권재심의 신청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답변 공문을 보냈다.

앞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021년 “참사 당시 정부가 피해자 상황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배·보상을 추진했다”며 직권재심의 검토를 권고했고, 이에 제주 세월호 생존자 24명이 같은 해 직권재심의를 신청했다. 법원에선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달아 나왔다. 경향신문은 “정부 심의위가 관련된 후속 대책을 논의하지 않고 법원에 공을 떠넘기는 사이 생존자들이 받는 고통은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1면에 생존자와 유가족, 잠수사 등 18인이 말하는 ‘세월호 10년’ 인터뷰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물기사로 세월호에 탔던 권상환씨는 생업을 멈출 수 없어 배 비상구 옆에서 쪼그려 잠을 자는 습관이 생겼다. 단원고 특수학급 기간제 교사 김덕영씨는 동료 교사 김초원씨와 이지혜씨가 3년 만에 순직이 인정된 과정을 두고 ‘세월호 참사가 차별을 없애라는 숙제를 남겼다’고 했다.

▲15일 국민일보

▲15일 한겨레

한겨레는 1면에서 ‘세월호 10주기 잊지 않았습니다’ 연재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15일엔 세월호 참사 10년 뒤인 이태원 참사를 통해, 유사한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는 배경을 다뤘다. 세월호 참사 뒤 재난안전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돼 ‘컨트롤타워’ 존재를 명확히 하고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을 국무총리급으로 격상했으나 “재난 대응 기관과 책임자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①컨트롤타워가 늦게 작동했고 ②이 결과 구조인력 투입 등 현장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③조사와 평가는 없었다고 했다. 참사 원인과 배경을 밝히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대통령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혔다.

세계일보는 1면에서 희생자 수습 잠수사 황병주씨 인터뷰를 전했다. 하루 최대 네 차례 잠수를 하는 희생자 수습 작업 뒤 골괴사 진단을 받고 신장 투석을 받게 됐지만, 세월호 수중 수색에 대한 산업재해 처분은 받을 수 없었다. 황씨는 “기업이 아닌 정부에서 한 일이기 때문에 산재 처리를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생존자와 유가족이 겪는 트라우마도 여전하나, 이들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15일로 종료된다.

▲15일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산 자들의 10년’이란 제목의 기획연재 보도에서 세월호 참사로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발견된 고 강승묵 군의 부모 은인숙·강병길씨를 인터뷰했다. “승묵이와 함께 뛰놀던 그 벚꽃길은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납골당 전면 백지화’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납골당이 웬 말이냐’ ‘세월호 전용 납골당 결사 반대’ 해골 그림까지 그려진 현수막은 아빠의 마음을 후벼 팠다. 인숙은 그해 겨울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영하 15도의 날씨에 노숙농성을 했다. 하지만 열릴 줄 모르는 청와대 정문을 보며 ‘이젠 정말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심한 스트레스 탓인지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15일 조선일보 사진기사.

“사상 초유의 직접 공격, 중동은 최악의 혼란”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수백기를 발사해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고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들을 피살한 지 12일 만이다. 신문들은 이를 일제히 1면에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시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신문들이 현지 언론과 외신을 종합한 보도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11시쯤 이란이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점령지와 진지를 향해 수십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신문들이 쓴 키워드는 ‘그림자 전쟁’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뒤 서로를 비공식 공격하는 대리세력 전쟁을 벌여왔으나 이제는 전쟁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겨레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군시설 타격, 핵개발 과학자 암살, 혁명수비대 기지 공격 등 그림자 전쟁에 직접 대응을 피하고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헤즈볼라, 하마스 등을 지원해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는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후티, 하마스 등 중동 일대의 이슬람 무장 단체와 이스라엘이 충돌하는 ‘그림자 전쟁’ 구도였다”고 했다.

신문들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가디언 보도를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사상 초유의 직접 공격으로 중동은 최악의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국제사회에서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으로 통한다는 사실”이라며 “확전의 관건은 이스라엘의 대응 수준”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그 누구든 해칠 것”이라며 재보복을 예고했다.

이란의 직접 공격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의 공격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내 이란영사관을 공격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준장 등 7명의 장교를 살해했다. 이에 이란은 보복을 공언해왔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란 외교부는 공격 직후 성명에서 이번 공격이 유엔 헌장 51조에 따른 ‘자위권 행사’임을 강조했다. 유엔은 이 조항을 통해 공격당한 나라가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보복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며 “단, 자위권의 행사는 비례의 원칙에 맞아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취할 때’까지로 한정된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지지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이란의) 이들 공격을 규탄한다”며 “이스라엘 방어 지원을 위해 이달 초 역대에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방어 구축함을 파견했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고위당국자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은 어떤 종류의 대이란 공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세적 작전을 지지하거나 참여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밝혔고, 네타냐후 총리도 이를 이해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중앙일보 등이 이 내용을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란의 보복 공격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리고 즉각 적대행위 중지와 확전 방지를 위한 모든 행위자의 “최대한의 자제”를 요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일(현지시각) 긴급회의를 소집해 열었다. 이스라엘의 긴급회의 소집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 내용은 전날 마감된 지면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보도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벼랑 끝에서 한 발짝 물러설 때”라고 강조했다.

▲15일 한겨레 사진기사.

국제연대 단체들에선 유엔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고 7명을 살해했을 당시 유엔의 별다른 대응이 없었던 반면 이란이 12일여 뒤 보복 공격하자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즉각 이란을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영사관 폭격 당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행위를 규탄하면 반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문들 대부분은 중동 확전을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당장 멈추고, 국제사회는 이번 충돌의 원인인 가자 전쟁의 ‘즉각 휴전’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란과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우려에 귀 기울이고, 양쪽 모두 자중하길 바란다. 보복과 재보복은 공멸을 가져올 뿐”이라고 했다.

다수 신문이 확전 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1%를 기록했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 유가가 추가로 대폭 상승할 수 있어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엔 치명타”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1면 보도에서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면 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도 요동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면 1973년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이후 51년 만의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집트·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맞붙은 4차 중동전쟁은 1차 석유 파동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가 극심한 장기 불황에 빠졌다”고 했다.

▲15일 동아일보

“대통령실은 진퇴양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신문들은 총선 이후 특검이 윤석열 대통령 국정 쇄신의 가늠자가 됐다며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5월2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정부·여당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14일 압박했다. 신문들은 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 등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탓에 무산된 각종 특검, 특별법안들도 재추진을 검토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도부 공백 상태인 국민의힘은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범야권 의석만으로도 법안 통과에 문제가 없는 데다, 민주당부터 개혁신당까지 192표에 더해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이탈 표를 내면 재의결 기준인 200석을 충족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실은 진퇴양난”이라며 “특검을 수용하면 윤 대통령 남은 3년 임기 동안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총선 민심에 맞선다는 격렬한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국민의힘 김용태 당선인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악법이고 여당에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분명 국민적 의혹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당이 답을 내려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 발표에도 눈과 귀가 쏠려 있다”며 “범야권이 밀어붙이려는 특검법안 등에 대한 답변도 피할 까닭이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정권 심판 민심이 거세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에 좌고우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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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정벌전쟁 전술훈련에 열중하다

 

[개벽예감 581] 조선인민군, 정벌전쟁 전술훈련에 열중하다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4/1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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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한국정벌전쟁’ 전술훈련 다섯 차례

2. 3월 18일 화력전 전술훈련

3. 3월 7일 돌파전 전술훈련

4. 3월 13일 기갑전 전술훈련

5. 3월 15일 공수강습 전술훈련

6. 3월 6일 소탕전 전술훈련

 

 

1. ‘한국정벌전쟁’ 전술훈련 다섯 차례

 

조선인민군은 2024년 3월 6일부터 18일까지 각종 전술훈련을 연속적으로 실시하였다. 다섯 차례 전술훈련을 날짜순으로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2024년 3월 6일 중요임무수행부대들의 소탕전 전술훈련

2024년 3월 7일 대연합부대들의 돌파전 전술훈련

2024년 3월 13일 땅크병 대연합부대들의 기갑전 전술훈련

2024년 3월 15일 항공륙전병부대들의 공수강습 전술훈련

2024년 3월 18일 600mm 방사포부대들의 화력전 전술훈련

 

김정은 총비서는 위에 열거한 다섯 차례 전술훈련을 현지 지도하였다. 조선의 최고 영도자가 12일 동안 연속된 다섯 차례 전술훈련을 현지 지도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24년 3월에 진행된 다섯 차례 전술훈련은, 김정은 총비서가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중략)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끔찍하게 괴멸시키”기 위한 훈련이다. 다시 말해서 다섯 차례 전술훈련은 ‘한국정벌전쟁’ 전술훈련이었다. ‘한국정벌전쟁’ 전술훈련을 분석, 고찰해보자.

 

20세기 이후 세계 전쟁사를 살펴보면, 거의 모든 전면전은 화력전, 돌파전, 기갑전, 공수강습, 소탕전 순으로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다섯 차례 전술훈련은 그런 순차적인 전개 방식과 무관하게 진행되었다. 위에 열거한 다섯 차례 전술훈련을 전면전의 순차적인 전개 방식에 따라 다시 정리하면, 화력전, 돌파전, 기갑전, 공수강습, 소탕전 순으로 전개될 것으로 생각된다. 

 

 

2. 3월 18일 화력전 전술훈련

 

3월 18일 화력전 전술훈련은 600mm 조종방사포를 사격하는 훈련이었다. 600mm 조종방사포 4문을 탑재한 4축8륜 방사포차들이 3월 18일 화력전 전술훈련에 참가했다. 600mm 조종방사포 4문을 탑재한 4축8륜 방사포차는 1개 중대에 3대씩 배속되었다. 방사포병 1개 소대가 4축8륜 방사포차 1대를 운용하는 것이다. 3월 18일 화력전 전술훈련에 600mm 방사포차 6대가 동원되었으므로, 600mm 방사포병 2개 중대가 참가한 것이다. 

 

 

3월 18일 화력전 전술훈련에 참가한 600mm 방사포차 6대는 화선에 정렬해 일제사격(salvo)으로 조종방사탄 6발을 동시에 발사했고, 발사된 조종방사탄 6발은 발사점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함경북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에 있는 작은 바위섬(알섬)의 표적을 명중했다. 엄청난 정밀타격 능력이다.

 

그런데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600mm 방사포차 6대가 정렬한 화선에서 약 80m 뒤쪽에 600mm 방사포차 2대가 예비화력으로 대기하는 모습이 보이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약 40m 떨어진 곳에 정차한 군용 차량 3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3월 18일 화력전 전술훈련 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화력진지”에서 “자동화력지휘조종체계”가 작동했다고 하였으므로, 군용 차량 3대는 자동화력지휘조종체계를 탑재한 전술지휘차량들이다. 조선인민군 자동화력지휘조종체계는 전술지휘차량이 새별-4형 전략무인정찰기로부터 수신한 표적정보를 발사대차에 장착된 수신장치에 전달해 사격 준비와 사격을 자동적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하게 한다. 

 

3월 18일 화력전 전술훈련은 1차 사격과 2차 사격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차 사격에서는 600mm 방사포차 6대가 일제사격으로 조종방사탄 6발을 동시에 쏘았다. 이것은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600mm 조종방사탄을 일제사격으로 쏘아 한국군 전략거점을 파괴하기 위한 전술핵타격 훈련이었다. 600mm 조종방사탄, 새별-4형 전략 무인정찰기, 화산-31 전술핵탄두가 자동화력지휘조종체계에 의해 결합되면, 상상을 초월한 파괴력을 발휘하게 된다. 

 

2차 사격에서는 600mm 방사포차 6대가 “목표 상공 설정 고도에서의 공중폭발 모의시험”을 진행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공중핵폭발 모의시험이 아니라 공중폭발 모의시험을 진행했다고 기술한 것을 보면, 모의전술핵탄두를 공중에서 기폭시킨 것이 아니라, 고출력-고주파 폭탄(high-power microwave bomb, 약칭 E-Bomb)을 공중에서 기폭시킨 것이다. 전자기파 공격(electromagnetic pulse attack)을 훈련한 것이다. 

 

전자기파 공격은 사람 또는 다른 생명 유기체를 살상하거나 시설물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반도체와 전기장치만 녹여버린다(melt-down). 전자기파는 출입문, 유리창, 환기통, 전선, 안테나 등으로 침입해 컴퓨터, 휴대전화, 텔레비전, 냉장고, 승강기, 조명기구, 자동차 같은 전자제품과 전기제품들을 전부 녹여버리고, 각종 무기와 군사 장비들에 장착된 GPS 항법장치와 각종 전자-전기부품들을 전부 녹여버린다.

  

전시에 전술핵탄두를 공중에서 기폭시키면 고출력 전자기파가 방출되어 매우 넓은 지역이 피해를 입는다. 만약 조선인민군이 인구가 밀집된 서울 상공에서 전술핵탄두를 기폭시키면,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 전체가 전자기파 공격으로 피해를 입는다. 조선인민군은 수도권 주민을 상대로 하는 무차별적인 전자기파 공격을 하지 않고, 수도권의 피해범위가 한정되는 고출력-고주파 폭탄을 사용할 것으로 예견된다.

    

600mm 방사포에 장착되는 탄두의 최대 중량은 200kg으로 추정되므로, 고출력-고주파 폭탄의 중량도 200kg을 넘지 않는다. 중량이 200kg 나가는 고출력-고주파 폭탄 1발을 고도 1km에서 기폭시키면, 반경 약 40m 구역에 전자기파 공격을 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2개 방사포병 중대가 고출력-고주파 폭탄을 장착한 600mm 조종방사탄 6발을 일제사격으로 쏘면, 용산 대통령실과 인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의 통신망과 교통망이 끊어지고 대피 통로마저 막혀버려 완전히 고립될 것이다.   

 

 

3. 3월 7일 돌파전 전술훈련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3월 7일 “조선인민군 대련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현지 지도하였다.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는 최전방에 배치된 군단이다. 3월 7일 돌파전 전술훈련에는 “각 대련합부대들에서 선별된 포병 구분대들”이 참가했다. 김성철 제1군단장, 려철웅 제2군단장, 박광주 제4군단장, 최두용 제5군단장이 감시소에서 각자 자기 군단 관하 포병부대에 사격 구령을 내리면서 돌파전 전술훈련을 지휘했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조선인민군은 2024년 3월 7일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5시경까지 남포 일대에서 서해상 표적을 향해 수십 문의 방사포와 자행포를 사격하는 훈련을 진행했다고 한다. 3월 7일 돌파전 전술훈련에는 152mm 자행포 2종, 170mm 자행포, 240mm 방사포가 동원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3월 7일 돌파전 전술훈련을 현지 지도하면서 “실전에 진입하는 시각에 무자비하고 빠른 타격으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 언급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이 개전 시각에 무자비하고 신속한 돌파전으로 한국군을 신속히 제압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이 압도적인 화력전을 전개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포무력을 군사분계선 가까이 전진 배치해야 한다. 미 제국의 온라인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 뉴스(Defense News) 2016년 4월 19일 보도에 의하면, 당시 미 제국 태평양 육군사령관 빈센트 브룩스(Vincent k. Brooks)는 2016년 4월 10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이 각종 포 116,000문을 보유했는데, 그 가운데 대부분이 군사분계선 북쪽 60km 안에 전진 배치되었다고 말했다.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간행물 2013년 4월호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포무력의 74%가 군사분계선 북쪽 10km 안에 전진 배치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군사분계선 북쪽 10km 안에 약 85,000문의 포가 전진 배치되었다는 뜻이다. 85,000문의 포가 한꺼번에 불을 뿜으면, 2020년 3월 21일 조선인민군 포사격 대항 경기 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표현한 것처럼, “불소나기, 강철 우박들이 쏟아져” 내리게 될 것이다.

 

미 제국의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2020년에 발표한, ‘북조선의 재래식 야포(North Korean Conventional Artillery)’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조선인민군 제2군단 관하 포병부대들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850문의 포를 동원해 1분 동안 10,000발을 사격하는 경우, 8.1㎢의 면적이 초토화되고, 한국군 사상자는 약 4,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제1군단, 제2군단, 제4군단, 제5군단에 각각 배속된 포병부대들은 개전 시각에 850문의 100배인 약 85,000문의 포를 사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술적으로 계산하더라도 한국군 사상자는 랜드연구소가 예측한 것보다 약 100배 더 많은 약 450,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미 제국의 관영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 2014년 6월 6일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포병부대들에 하달한 ‘전시 사격수칙’에는 개전 시각에 탄약고에 쌓아놓은 포탄을 전부 사격하여 “불소나기, 강철 우박”이 쏟아지는 화력전으로 한국군을 제압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것은 압도적인 화력전으로 한국군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돌파전을 의미한다. 3월 7일 돌파전 전술훈련은 “불소나기, 강철 우박”을 쏟아부어 한국군 방어선을 돌파하는 훈련이었다. 

 

 

4. 3월 13일 기갑전 전술훈련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3월 13일 땅크병 대연합부대들의 기갑전 전술훈련을 현지 지도하였다. 기갑전 전술훈련은 대항 훈련 경기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는 땅크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전차라고 부르고, 미 제국에서는 탱크(tank)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땅크병 대연합부대들은 땅크군단과 기계화군단을 뜻한다. 조선인민군 기갑군단은 4개 기계화군단, 1개 땅크군단, 1개 포병군단으로 구성되었다.

 

  

한국 육군 내부문건을 인용한 아시아경제 2017년 1월 19일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은 4,300대의 땅크를 보유하였다고 한다. 4,300대의 땅크 중에서 950대는 땅크군단과 4개 기계화군단에 각각 배치되었고, 2,200대는 전후방 군단들에 배치되었고, 900대는 로농적위군에 배치되었다고 한다. 한국군이 보유한 전차는 2,400대이므로, 조선인민군 땅크는 한국군 전차보다 1,900대 더 많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3월 13일 기갑전 전술훈련에서 근위 서울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이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을 쟁취하였다”고 한다. 근위 서울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은 명칭이 땅크사단이지 실제로는 땅크군단이다. 근위 서울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땅크군단이다. 

 

조선은 1976년부터 2004년까지 28년 동안 ‘천마’라는 명칭으로 6종의 땅크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풍부한 경험과 고도화된 기술을 가지고 작전성능이 특출한 신형 땅크를 만들어내는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5년 동안 땅크 개발사업에 전력해온 조선은 2009년에 특출한 작전성능을 가진 신형 땅크를 만들어냈는데, 그것이 바로 선군-915 땅크다. 

 

2024년 3월 13일 기갑전 전술훈련에 등장한 최신형 땅크는 선군-915 땅크보다 훨씬 더 우월한 작전성능을 가진 세계 최강 땅크다. 한국군 제26기계화보병사단장과 합동참모본부 전력발전 부장을 역임하고 육군 소장으로 전역한 형성우 신한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은 2020년 10월 29일 싸이언스 타임스와의 대담기사에서 조선의 최신형 땅크에 관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해주었다. 

 

첫째,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포신 앞쪽 끝부분과 포방패 위쪽에 동적 포구 감지기(dynamic muzzle reference system)를 장착했다. 이 장치는 땅크포를 사격하기 전에 아주 미세하게 휘어진 포신 상태까지 감지해 조준사격에 반영함으로써 포의 명중률을 높여준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동적 포구 감지기를 장착하였기 때문에 고속으로 기동하면서 정밀사격을 할 수 있다.  

 

둘째, 조선의 최신형 땅크에 도입된 기술과 장비는 선군-915 땅크에 비해 “무려 수십 년” 앞선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3월 13일 기갑전 전술훈련에서 “처음으로 자기의 놀라운 전투적 성능을 과시하며 모습을 드러낸 신형 주력땅크가 매우 우수한 타격력과 기동력을 훌륭히 보여주었다”라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3월 13일 기갑전 전술훈련에 참가한 최신형 땅크를 “세계에서 제일 위력한 땅크”라고 높이 평가하고, 최신형 땅크에 올라 조종간을 잡고 운전하였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의 최신형 땅크에 장착된 능동방호체계(Active Protection System)다. 선군-915 땅크에는 능동방호체계가 없다. 능동방호체계는 교란형 능동방호체계와 직격형 능동방호체계로 구분되는데, 조선의 최신형 땅크에 장착된 능동방호체계는 직격형 능동방호체계다. 땅크가 자기를 향해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발사체를 탐지하는 순간, 요격체를 즉시 발사해 직격, 파괴하는 방어체계가 능동방호체계다. 적의 발사체를 탐지, 요격하기까지 불과 0.5~0.5초의 찰나적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으므로, 능동방호체계는 전면 자동화된 체계다. 

 

직격형 능동방호체계를 장착한 땅크를 운용하는 땅크 선진국은 조선, 로씨야, 중국, 이스라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2010년부터 머카바(Merkava) 땅크에 트로피(Trophy) 능동방호체계를 장착했다. 로씨야는 아프가닛(Afganit) 능동방호체계가 장착된 T-14 아르마타(Armata) 땅크를 2015년부터 생산했다. 중국은 GL5 능동방호체계가 장착된 VT-4 땅크를 2017년부터 생산했다. 능동방호체계가 장착된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므로, 조선은 능동방호체계를 2020년 이전에 개발한 것이다. 미 제국은 2020년에 이르러서야 M1 에이브럼스(Abrams) 땅크에 이스라엘산 트로피 능동방호체계를 수입해 장착했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능동방호체계 탐지레이더를 땅크 포탑 전면 좌우에 1개씩, 측면에 1개씩 모두 4개 장착했다. 또한 능동방호체계 발사관은 땅크 포탑 전면 좌우에 3개씩, 측면에 3개씩 모두 12개 장착했다. 로씨야의 T-14 아르마타 땅크는 능동방호체계 발사관을 10개 장착했는데,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능동방호체계 발사관을 12개 장착했다. 거기에 더하여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폭발반응장갑(Explosive Reactive Armour)을 상부, 전면, 측면에 24개 부착했다. 이것은 조선의 최신형 땅크가 360도 방호력을 갖춘 세계 최강 땅크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에는 지탱 바퀴 7개가 달렸다. 세계 각국에서 운용하는 각양각색 땅크에는 지탱바퀴 6개가 달렸다. 지탱 바퀴 7개가 달린 땅크는 조선의 최신형 땅크, 로씨야의 T-14 아르마타 땅크, 미 제국의 M1 에이브럼스 땅크, 도이췰란드의 레오파르트(Leopard)-2 땅크밖에 없다. 지탱 바퀴가 7개 달린 것은 강력한 엔진을 장착했다는 뜻이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에 장착된 엔진의 출력은 1,500마력이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처럼 1,500마력 엔진을 장착한 땅크는 로씨야의 T-14 아르마타 땅크, 미 제국의 M1 에이브럼스 땅크, 도이췰란드의 레오파르트(Leopard)-2 땅크, 이스라엘의 머카바 땅크다. 1,500마력 엔진을 장착한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최고 주행속도가 시속 80km에 이르고, 산악 경사와 험준한 지형에서도 시속 70km로 달리는 경이로운 기동력을 발휘한다. 주행속도를 보아도,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세계 최강이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에는 무강선포(활강포)가 장착되었다. 도이췰란드의 레오파르트-2 땅크과 미 제국의 M1 에이브럼스 땅크는 사거리가 4km인 120mm 무강선포를 장착했고, 한국군 K2 흑표 전차는 사거리가 3km인 120mm 무강선포를 장착했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사거리가 10km인 125mm 무강선포를 장착했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에 장착된 무강선포는 로씨야의 T-14 아르마타 땅크에 장착된 무강선포와 함께 전 세계에서 사거리가 가장 긴 땅크포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10km 밖에 있는 한국군 전차와 장갑차를 땅크포로 격파할 수 있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신형 반땅크미사일 2문을 장착했다. 반땅크미사일(anti-tank guided missile, ATGM)을 장착한 땅크는 전 세계에서 오직 조선에서만 만든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에 장착된 신형 반땅크미사일은 어떤 미사일인가?

 

김정은 총비서는 2016년 2월 26일 신형 반땅크미사일 시험사격을 현지 지도하면서 신형 반땅크미사일의 “사거리가 세계적으로 제일 길다. 명중성을 보아도 마치 저격수 보총으로 목표를 쏘아 맞히는 것처럼 대단히 정확하다. 장갑관통능력과 파괴력이 놀랄 만한데 아무리 특수복합장갑을 뒤집어쓰고 기동력과 타격력에 대하여 발전되었다고 자랑질해대는 적 땅크, 장갑차들도 우리의 반땅크 유도무기 앞에서는 삶은 호박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에 그처럼 높이 평가한 반땅크미사일은 불새-4였다. 그런데 지금 조선인민군은 불새-4보다 작전성능이 더 우월한 불새-5 반땅크미사일을 보유했다.

 

2021년 10월 11일 평양에서 개막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 2021》에 불새-5 반땅크미사일이 전시되었다. 불새-5는 발사관 앞쪽에 흰색 띠 3개를 둘렀다. 레이저로 유도되는 불새-5 반땅크미사일의 사거리는 7km이고, 장갑관통력은 1m~1.2m다.   

 

조선의 최신형 땅크에는 전 세계에서 사거리가 가장 길고, 장갑관통력이 가장 강한 불새-5 반땅크미사일이 장착되었다. 이것은 조선의 최신형 땅크가 불새-5를 발사해 7km 밖에 있는 한국군 전차와 장갑차를 격파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조선의 최신형 땅크는 불새-5의 엄청난 장갑관통력으로 한국군 K2 흑표 전차를 격파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3월 13일 기갑전 전술훈련 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들 가운데는 땅크들이 포를 사격하면서 기동할 때, MD-500 기동헬기 5대가 땅크들 머리 위에서 비행을 하는 장면도 있다. 조선인민군은 MD-500 기동헬기 80대를 운용하는데, 그 헬기들에는 불새-5 반땅크미사일이 탑재되었다. 미 제국의 온라인 매체 NK 뉴스(News) 2016년 6월 2일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MD-500 기동헬기에 반땅크미사일이 탑재되었다고 한다. 기동헬기에 불새-5를 탑재하면, 공중에서 탐지하는 범위가 매우 넓어지고, 불새-5의 사거리도 10km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능선 너머에 있는 한국군 전차와 장갑차를 탐지해 불새-5로 격파할 수 있다.

  

3월 13일 기갑전 전술훈련은, 조선인민군 땅크군단이 압도적인 수적 우세, 압도적인 작전성능 우세, 압도적인 전술적 우세로 한국군 기계화사단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해주었다.   

 

 

5. 3월 15일 공수강습 전술훈련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3월 15일 항공륙전병 부대들의 공수강습 전술훈련을 현지 지도하였다. 항공륙전병 부대들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제11군단)에 배속된 부대들이다.  

 

 

조선인민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수전 병력을 보유했다.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은 경보병사단, 저격려단, 해상륙전려단, 항공륙전려단으로 편성되었다. 3월 15일 공수강습 전술훈련에는 특수작전군 관하 항공륙전려단에서 차출된 항공륙전병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평시에 최신형 특수작전 무장장비를 갖추고 고강도 전술훈련에 열중하고, 전시에는 전략수송기를 타고 적진 깊숙이 침투해 야간전, 매복전, 습격전, 파괴전, 교란전, 포위전, 생포전을 수행한다. 그들의 작전임무에는 한국의 최고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전도 포함된다.

 

적의 종심에 침투한 수송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강하, 착지하여 특수작전을 전개하는 것을 공수강습(airborne assault)이라 하고, 적의 종심에 침투한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강하, 착지하여 특수작전을 전개하는 것을 공중강습(air assault)이라 한다. 공수강습은 공중강습보다 훨씬 더 우월한 작전이다. 조선인민군 항공륙전병은 전시에 적의 배후를 타격하고 후방을 교란하는 최정예 공수강습 전투원이다. 

 

조선인민군 공수강습부대들은 제26항공륙전려단, 제38항공륙전려단, 제45항공륙전려단, 제11항공저격려단, 제16항공저격려단, 제21항공저격려단, 제525특수작전대대다. 전시에 그들은 벽돌을 넣은 기만용 낙하산들을 다른 곳에 먼저 투하해 한국군 전투원들을 유인한 다음, 다른 지역 상공에서 낙하산을 타고 강하, 착지한다. 

 

2016년 12월 10일 공수강습 전술훈련에서는 경수송기를 타고 가상 적진에 침투한 제525특수작전대대 항공륙전병들이 낙하산을 펴고 강하, 착지해 모의 청와대를 습격하고 대통령 인형을 끌어내 헬기로 압송했고, 2019년 11월 17일 공수강습 전술훈련에서는 경수송기를 타고 가상 적진에 침투한 공군 항공저격려단 저격병들이 낙하산을 펴고 강하, 착지해 가상 적진을 습격했다. 

 

그런데 2024년 3월 15일 공수강습 전술훈련에서는 전략 수송기를 타고 가상 적진에 침투한 특수작전군 항공륙전병들이 낙하산을 펴고 강하, 착지해 가상적인 군사 대상물들을 습격, 점령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4년 3월 15일 “항공륙전병들을 태운 수송기들이 훈련장 상공에 날아들고 전투원들이 우박같이 가상 적진에 쏟아져내렸”으며, 낙하산을 타고 강하, 착지한 항공륙전병들은 “가상적인 적의 주요 군사 대상물들을 단숨에 깔고 앉았”다고 한다. 조선인민군이 전략 수송기를 타고 침투하는 공수강습 전술훈련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3월 15일 공수강습 전술훈련에서 주목되는 것은 항공륙전병들이 전략 수송기 2대에 탑승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에 나타난 전략수송기 2대는 일류신(Ilyushin-76) 전략 수송기다. 이 전략 수송기는 강력한 추력을 내는 터보팬 엔진(turbofan engine) 4개를 장착하고 시속 900km로 날아간다.

 

조선인민군 공군은 일류신-76 전략 수송기 3대를 보유했는데, 그중에 1대는 최근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개조되었다. 일류신-76 전략 수송기의 2층 탑승공간에는 항공륙전병 225명이 들어간다. 그러므로 일류신-76 전략 수송기 2대가 동원된 3월 15일 공수강습 전술훈련에 참가한 항공륙전병은 500명이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일류신-76 전략 수송기가 전속력으로 날아갈 목적지는 부산이다. 항공륙전병 500명을 태운 일류신-76 전략 수송기 2대가 원산국제공항에서 이륙하면, 31분 만에 부산 상공에 도착한다.

    

조선인민군 공군은 프로펠러식 쌍발 엔진을 장착한 안또노브(Antonov)-24 수송기도 6대 보유했다. 이 수송기에는 항공륙전병 50명이 탑승하므로, 안또노브-24 수송기 6대를 동원하면 항공륙전병 300명을 공수할 수 있다. 항공륙전병 300명을 태운 안또노브-24 수송기 6대가 원산국제공항에서 이륙하면, 1시간 만에 부산 상공에 도착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전시에 조선인민군 항공륙전병 선발대 800명이 가장 먼저 부산으로 날아가 공수강습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륙전병 선발대가 부산에서 공수강습을 완료하면,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고속 남진한 조선인민군 기계화군단이 부산을 포위하고, 조선인민군 해상륙전병들이 동해 연안의 남향 해류를 타고 남하한 잠수정들에서 나와 부산 다대포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6. 3월 6일 소탕전 전술훈련

 

 

조선인민군의 ‘한국정벌전쟁’ 전술훈련에서 마지막 단계는 소탕전이다. 소탕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휩쓸어 모조리 없애 버린다는 뜻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3월 6일 “중요임무수행부대들”의 소탕전 전술훈련을 현지 지도하였다. 소탕전 전술훈련이 진행된 곳은 “서부지구 중요 작전 훈련기지”다. 이 훈련기지는 소탕전 훈련기지다. 

 

  

3월 6일 소탕전 전술훈련에는 “계획에 따라 모집된 각급 단위의 전투 구분대들이 참가하였다”고 한다. 전시에 소탕전을 수행할 각급 전투부대들이 참가했다는 뜻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전한 3월 6일 소탕전 전술훈련 소식에는 다음과 같은 전투 장면들이 실렸다. 

 

1) 7부 능선에 구축된 전호(참호)에 매복한 전투원들이 불새-5 반땅크미사일 여러 발을 일제히 발사하는 장면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불새-5는 전 세계 반땅크미사일 중에서 사거리가 가장 길고, 장갑관통력이 가장 강하다. 3월 6일 소탕전 전술훈련에 참가한 전투원들이 불새-5를 발사한 타격 대상이 무엇인지 조선의 언론보도 사진에서 보이지 않지만, 가상적인 한국군 기계화보병사단을 습격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군 기계화보병사단은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제8기동사단, 제11기동사단이다.  

 

2) 숲속에서 전투원들이 반땅크로켓 발사관(rocket-propelled grenade launcher, RPG)을 집중 사격해 가상적인 한국군 대상물을 파괴하는 장면이다. 조선에서는 반땅크로켓 발사관을 ‘7호 발사관’이라고 부른다.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탠덤 고폭탄(Tandem-charge)을 장착한 반땅크로켓 발사관이 등장했다. 탠덤 고폭탄은 파괴력이 매우 강해서, 한국군 K2 흑표 전차를 관통할 수 있다. 

 

2017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열압력탄(thermobaric bomb)을 장착한 반땅크로켓 발사관이 등장했다. 열압력탄은 폭발하는 순간 대기 중의 산소를 전부 태워 엄청난 고열 폭발을 일으킨다. 

 

2021년 1월 14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열병식에 조선인민군 제108기계화군단 열병종대가 신형 반땅크로켓 발사관을 들고 참가했다. 그런데 신형 반땅크로켓 발사관에는 반드시 있어야 할 후폭풍 방출구가 보이지 않고, 자동보총처럼 개머리판만 달렸다. 조선의 신형 반땅크로켓 발사관은 후폭풍이 없는 발사관이다. 후폭풍이 없는 반땅크로켓 발사관은 사방이 막힌 실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건물 안에 매복한 전투원들이 신형 반땅크로켓 발사관을 사격하면서 근접전, 시가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전투원들이 이중 철책을 뚫고 가상적인 한국군 군사 거점을 향해 돌격하고, 헬기 2대에서 밧줄을 타고 강하해 가상적인 한국군 전략거점을 점령하는 장면이다. 소탕전은 한국군의 ‘유생역량’을 소멸하고 한국군의 전략거점을 점령하는 것으로 완료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에서 자세히 서술한 것처럼, 지난 몇 달 동안 조선인민군은 ‘한국정벌전쟁’ 전술훈련에 열중하였다. 그런데 이 글을 탈고하기 직전,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스라엘의 살육 만행에 대한 응징이다. 중동전쟁이 터지면, 조선의 ‘한국정벌전쟁’과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동시에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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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불가역적 핵무기보유국’ 굳히기 본격화

[초점] 북 대남전략 전환의 맥락 살피기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04.13 18:34
  •  
  •  수정 2024.04.13 23:54
  •  
  •  댓글 0
 

‘53년 체제’와 핵무기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라는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기존 ‘민족통일론’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변화’를 두고 다양한 해석과 대응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키워드를 북한측 시각에서 검토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는 ‘53년 정전체제’ 하에서 북한의 생존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기회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요구를 국제사회에 제기해왔다. 그 중 가장 본질적인 것은 ‘주권국가의 자주권’, 즉 국가와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으로 요약해도 무방할 것이다. 체제유지와 경제발전권으로 좀더 좁힐 수도 있다.

북한이 2019년 10월 미국과의 마지막 ‘스톡홀름 협상’ 결렬시 담화에서도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런데 북측이 문제삼은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역사적 근원은 크게 보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한 ‘53년 정전체제’이다.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Korean Armistice Agreement)’, 이른바 정전협정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로, 북한과 미국은 세계적인 냉전 해체에도 불구하고 수교하지 않은 채 휴전 중인 적국으로 남아있다. 이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숙제로 제기돼 있다.

둘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국 등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이다. 대표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결의들과 미국의 단독 대북 제재, 테러지원국 지정 등으로 북한의 체제유지와 발전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보유국 지위 유지 여부와 제재 해제 문제로 남아있다.

결국 ‘53년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1. ‘가역적 핵무기보유국’에서 ‘불가역적 핵무기보유국’으로

흔히 우리 사회를 ‘87년 체제’로 부른다. 군사독재기를 거쳐 87년 6월 민주화운동으로 대통령 직선제로 대표되는 민주화의 시기를 열었다. 물론 유의미한 정권교체랄 수 있는 김대중 정부의 등장(1998.2)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러나 다른 한 축에서는 ‘53년 체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미국과 소련의 분할 통치 시기를 거쳐 남과 북은 1948년 각각 별도의 정부를 수립했고, 1950년 한국전쟁을 거쳐 1953년 ‘정전 체제’가 정착됐다.

1979년 미-중 국교수립에 이어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과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로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고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수교했지만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하지 못했고, 정전 상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본질적으로 ‘53년 체제’가 우리 사회의 또다른 축으로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53년 체제’는 적국 사이의 포성없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로, 북한은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과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남북간 경제적 격차가 커지고 재래식 무력의 격차가 현저해지는 가운데 핵무기 개발을 선택했고, 이후 북한과의 대립은 핵무기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핵무기보유국으로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목적과 핵무기 개발을 협상카드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체제유지와 발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적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진 것으로 평가되곤 했다.

[표1] 북한의 핵무기보유국 지위 변화

 

가역적 핵포기국
( ~ 2017.11.29)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 ~ 2023.12)

불가역적 핵무기보유국
(2023.12 ~ )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진행

보유국 선언

보유국 굳히기(응고)

북미협상

북미기본합의서(1994)
6자 9.19공동성명
(2005)

싱가포르공동성명(2018)
하노이 노딜(2019)

초강경대응(23.12. 전원회의)

남북관계

남북기본합의서(1991)
6.15공동선언(2000)
10.4공동선언(2007)

4.27판문점선언(2018)
9.19평양선언(2018)

교전국 관계(23.12. 전원회의)
유사시 점령,평정,수복
(24.1.15. 시정연설)

핵시험

1차(2006) ~ 6차(2017)

가능성

ICBM

대포동 1호(1998)~
화성-15형(2017)

화성-17형, 화성-18형

가능성

인공위성

광명성 1호~광명성 4호

군정찰위성 만리경 1호

군정찰위성 발사 예고

실제로 북한은 2006년 1차 핵시험부터 2017년 6차 핵시험까지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고, 핵무기 투발수단으로 1998년 대포동 1호부터 2017년 ‘화성-15’형까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2017.11.29)했고, 이후에도 ICBM ‘화성-18’형 발사훈련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 성공까지 쉼없는 핵무력 증강을 추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핵무기 개발 포기를 카드로 미국과 제네바 기본합의서(1994년), 6자회담을 통한 9.19공동성명(2005년) 등에 합의했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성과없이 끝나고 북한은 북미협상에서 철수함으로써 비핵화 ‘협상 카드’는 효용성을 다하고 핵무력 법제화 등을 거쳐 ‘불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를 본격화 하고 있다.

이를 북한의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중심으로 시기별로 나누어보면, ‘국가핵무력 완성’ 이전과 이후, 북미 핵협상 진행과 중단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가역적 핵포기국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자위권’ 차원이라며 언제든지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협상에 임해왔다. 1993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한 뒤, 1994년 제네바 북미기본합의서부터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 등이 이같은 입장에서 협상한 결과물이다.

물론 미국은 제네바 기본합의서 체결 당시인 1994년, ‘고난의 행군’에 들어간 북한의 붕괴를 시간문제로 보았기 때문에 북한에 지어주기로 한 경수로 건설은 결실을 볼 수 없었고, 2005년에도 베이징 6자회담에서 어렵사리 9.19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합의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북측 BDA(방코델타아시아) 계좌 동결이라는 금융제재로 찬물을 끼얹는 등 진실성은 없었다.

[표2]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른 국가군 분류 (가역적 핵포기국)

핵무기보유국(NWS)

핵무기비보유국(NNWS)

핵보유국
(P5)

사실상
핵보유국

가역적
핵포기국

잠재적
핵보유국

핵폐기국

핵비보유국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이란*,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아공,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로루시

기타
모든 나라

이란은 P5+1(독일)과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 핵포기국 수순을 밟았으나 미측이 합의를 파기해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북측은 핵무기 개발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대신 북미 수교와 평화체제 구축을 추구했지만 조건부로 보통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평화적 핵이용권과 우주개발권을 보장받고자 했다.

실제로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의 전언에 따르면, 2012년 남북미 비공개회의에서 북한 리용호 당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심지어 쿠바와 이란과는 수교했다가 단교했지만 북한에게는 한 번도 수교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북미국장은 “얼마든지 핵을 바로 포기”할 수 있고 “당신들이 지금 우리하고 수교 맺으면, 우린 미국하고 (군사)동맹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기]

다만, 북한이 조건을 둔 근저에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미국은 언제든 북미간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되돌릴 수 있을 것이고,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한 북한은 다시 핵무기 개발에 나서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것을 경계한 것.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중앙위 부부장은 지난해 7월 17일자 담화에서 “미전략자산이 조선반도에 진입하는것은 마음만 먹으면 10여시간이면 전개가 완료되고 합동군사연습도 병력을 재투입하여 재개하는데 길어서 20일이면 충분할 것”, “오늘에는 《테로지원국》모자를 벗겼다가 래일에 가서 다시 씌우는것쯤은 미국정치계에서는 식은죽먹기”, “미국이 대화마당에서 우리에게 선사할수 있는것들이란 모두 가변적이고 가역적인것뿐”이라고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아무리 전 대통령이 서명하고 공약한 것이라고 해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 앉으면 그것을 제 손바닥처럼 뒤집는 것이 바로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이라는 것. 그에 비해 “미국이 우리에게서 바라는것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라고 짚었다.

 [표3] ‘가역적 핵포기국’ 조건

구분

평화적 핵이용권

평화적 우주개발권

방식

경수로(핵연료주기 완성)

인공위성(발사 보장)

인공위성(발사 대행)

가역시
효과

1)폐연료봉 재처리 통해 플루토늄 확보

2)우라늄연료봉 제조시설 이용 고농축우라늄 확보

1)단기: 궤도진입 로켓기술 향상

2)장기: 왕복우주선 기술개발로 대기권재진입 기술 시도

1)궤도진입 로켓기술 보유

2) 대기권재진입 기술 미지수

따라서 미국이 합의를 뒤집으면 북한은 다시 핵무기 개발에 즉각 되돌아갈 수 있는 ‘가역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연료 주기를 완성한 경수로 운영’과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과 기술적 공통성을 갖는 인공위성 개발이 필요했던 것이다. [관련기사 보기]

북한은 ‘가역적 핵무기포기국’이라는 지위 확보를 전제로 북미 협상에 임했던 셈이고, 실제로 6자회담에서도 ‘경수로’를 합의문에 포함시키기 위해 막판 버티기도 마다하지 않았고 9.19공동성명 1항 ‘한반도 비핵화’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였고,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동의하였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2)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2005년 9.19공동성명 채택 이후 계속된 6자회담에서 구체적인 후속 합의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BDA 문제 등으로 6자회담은 추진력을 잃었고, 북한은 여섯 차례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등을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과 동시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과 동시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이 수소탄 시험이었고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고, 이어서 11월 29일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과 동시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던 것.

그러나 갑자기 2018년 4.27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4월 20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서를 채택,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과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을 선포했고,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전환을 밝혔다.

[표4]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른 국가군 분류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핵무기보유국(NWS)

핵무기비보유국(NNWS)

핵보유국(P5)

사실상 핵보유국

잠재적 핵보유국

핵폐기국

핵비보유국

 

가역적
핵보유국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이란,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아공,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로루시

기타
모든 나라

핵무기보유국이지만 경제 건설 노선으로 전환하고 북미 협상 국면에 돌입한 것이다. 전제는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는 즉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입장에서 북미 협상에 임한 것이다. [관련기사 보기]

물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협상은 불발됐고, 그해 10월 스톡홀름 협상을 마지막으로 북미간 대화의 문은 닫혔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북미협상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북미협상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렇다면 북한은 진심으로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내려놓을 각오로 협상에 임했을까를 되짚어 보면, 적어도 당시로서는 그랬다고 볼 수 있는 정황들이 충분하다.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미수교,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 등이 포함됐고, 2019년 2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하노이 협상을 위해 기차로 베트남에 도착한 사실이나 <폭스뉴스>가 사전 입수한 합의서 초안 등이 그러하다.

하노이 ‘노딜’ 직후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제안에 대해서 미국측이 이번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며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다시 미국측에 차려지겠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장담하기 힘들다”고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더구나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제가 받았다”는 기류도 전했다. 사실상 마지막 ‘한반도 비핵화’, 즉 북핵 폐기 협상 기회가 날아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3) 불가역적 핵무기보유국

하노이 노딜 이후 2019년 연말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까지 북미 협상이 최종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결국 정면돌파전을 선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적들의 제재봉쇄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하여야 한다”면서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을 선언했다.

[표5]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른 국가군 분류 (불가역적 핵무기보유국)

핵무기보유국(NWS)

핵무기비보유국(NNWS)

핵보유국(P5)

사실상 핵보유국

잠재적 핵보유국

핵폐기국

핵비보유국

응고

응고 중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이란,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아공,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로루시

기타
모든 나라

사실상 2020년부터 북미협상 보다는 자력갱생에 근거한 경제발전에 주력한 것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핵무기보유국 지위 굳히기(응고)에 들어간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시정연설에서 “투쟁의 전취물을 헌법으로 고착시키는”이라고 표현한 ‘고착(固着)’이 굳히기, 즉 ‘응고(凝固)’인 것.

참고로 국제정치에서 응고(consolidation)는 주로 ‘실효적 점유’에 의한 영토권 문제에서 다뤄져 왔지만, 핵무기 보유국 중에서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분류되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경우 핵무기 보유국 지위가 응고된 셈이다.

2020년 연말 당 전원회의부터 2023년 연말 당 전원회의까지 3년간은 마침 코로나 팬데믹으로 북한은 국경을 스스로 봉쇄하고 철저히 자력갱생으로 버텨낼 수 밖에 없었다. 2021년 연초 8차 당대회에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채택하고 매년 평양시 살림집 1만호 건설을 비롯한 경제개발에 방점을 찍은 것.

지난해 연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대남노선 전환이 천명됐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지난해 연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대남노선 전환이 천명됐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외부적인 대북 제재와 내부적인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라는 이중의 격리 속에서 북한은 코로나 시기를 이겨내고 2023년 연말 전원회의와 2024년 연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대남전략을 전환하고 본격적인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기’를 주창하고 나섰다.

이 시기 남한에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며 더욱 공세적인 대북 적대정책을 펼쳤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러 공조는 강화되고 미중 패권경쟁으로 북중 관계도 보다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됐다. 실제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ICBM ‘화성-18’형 등을 발사했을 때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어떤 대북 제재결의나 규탄성명을 낼 수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장 북미협상이나 남북협상이 결실을 거두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 중국를 비롯한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협력에 주력하는 한편,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강화시키는 쪽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북한은 여러 차례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지위는 불가역적이라고 언급했고, 최선희 외무상은 지난해 4월 21일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한데 대해 담화를 통해 “미국과 서방이 백년이고 천년이고 인정하지 않아도 우리의 핵보유국지위는 부인할수 없는 엄연한 실체로서 남아있게 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핵렬강으로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위는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북한은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한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무장력’의 사명에 ‘영토완정’을 포함시켰다.

마침내 지난해 연말 당중앙위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와 올해 연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남전략 전환과 핵무기 증산 정책이 천명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남노선 전환을 보다 확고하게 밝혔고, 핵무기 증산과 정찰위성 추가 발사도 천명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남노선 전환을 보다 확고하게 밝혔고, 핵무기 증산과 정찰위성 추가 발사도 천명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당 전원회의에서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핵위기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수단과 력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령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야 하겠다”고 언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핵무기부문에서 핵무기생산을 지속적으로 늘일수 있는 믿음직한 토대를 구축해나가며 2024년도 핵무기생산계획수행을 위한 힘있는 투쟁을 전개해나갈데 대하여 강조되였다”고 전하고 “2024년에 3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쏴올릴데 대한 과업이 천명”됐다고 보도했다.
 

2. 대남전략 전환과 핵무력 정책

1) ‘대한민국’에도 핵무기 사용 가능

최근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과 핵무력 정책이 연관돼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기존의 ‘우리 민족제일주의’로 상징되는 ‘민족통일론이’ 유지되고 있던 시기까지는 적어도 핵무기가 남측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2월 19일자 담화에서도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대륙간탄도미싸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고 공언했다.

그랬던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정책 전환 시점인 올해 1월 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쎄지’라는 부제를 달아 발표한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서울을 겨냥한 《방아쇠》의 안전장치를 완전히 풀어준 것”이라고 비꼬았고,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 동질관계”에서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로 규정하고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핵무력의 전쟁억제라는 본령이외의 제2의 사명”을 상기시키고 “만약 적들이 전쟁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공화국은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원쑤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유사시’ 핵무기 사용을 천명했다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함으로써 북한이 재래식 무기 열세를 딛고 핵무력 정책을 남쪽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름 설득력 있게 들리는 대목이다.

각도를 달리해, 핵무기 보유국 지위 응고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상당 기간 남북관계를 부차적으로 미뤄놓았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 담화 중 “남조선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거나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는 대목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 민간 전문가는 북측의 ‘두 개의 국가’ 전략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은 미국과 한편이 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에 대해 군사적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다. 그간은 북한이 ‘한 민족’인 남한에 대해 중국의 개입이나 무력사용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이를 포기했고, 이로써 북중 협력에 있어 걸림돌 하나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2) 대남 전략 전환, 급박한 이유 있었나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에는 윤석열 정부의 유례없는 적대적 대북정책이 한몫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자체가 싫다”는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을까. 결국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2023.11.21)를 계기로 9.19군사합의 마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의 역사적 연원은 더욱 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대남전략 전환을 밝히면서 “지금까지 괴뢰정권이 10여차나 바뀌였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거나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바 없었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예상 수준을 뛰어넘어 노골적이다. “문재인의 그 겉발린 《평화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였다”는 평가에 더해 “입에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을 품은 흉교한 인간”,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고까지 내질렀다.

결국 6.15북측위원회와 범민련북측본부 해소는 물론 78년 역사의 조국통일 단체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을 공식 해체하는 데까지 이르렀고, “수도 평양의 남쪽관문에 꼴불견으로 서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불가역적인 조치들로 이어졌다.

선대 수령들의 업적이 깃든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철거 등에서 보듯, 이번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은 그만큼 근원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결정임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이같은 전격적인 조치가 취해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중요 이유 중의 하나로 세대교체를 꼽았다. “남북이 많은 대결적인 속에서도 그래도 또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하고 하는데 앞장섰던 북측의 2세대, 2.5세대들이 이제 다 퇴장했다”며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었던 다음 세대들”이 “그냥 서로 건들지 말고 서로 자극만 안 하고 일단 따로 살아보자라고 하는 생각이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관련기사 보기]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초기인 2012년 태양절(4.15) 첫 공개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언약했지만 여러 대내외적 이유로 아직도 허리띠를 풀지 못한 상황이고, 새 세대들에게 뭔가 달라진 현실과 미래를 제시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정창현 소장은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전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속에서 상당히 좌편향적으로 이 부분이 결정됐을 수도 있다”며 “두 국가 두 민족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북이 굉장히 잘못된 선택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비판적 평가를 내놓아 주목된다.

역으로 북한이 이같은 극단적인 정책전환을 단행할 급박한 사정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군사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인근 전개 횟수와 강도, 한미 나아가 한미일 합동군사연습 등이 심상치 않고 특히 북측이 극도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추진 등이 북측을 자극할만한 요인들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등장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하달 수는 없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해 연말 개최된 당 전원회의에서 “간과할수 없는것은 남반부에 초대형전략핵잠수함이 40여년만에 다시 들어왔으며 핵전략폭격기가 사상최초로 착륙하였는가 하면 초대형핵동력항공모함타격집단을 때없이 들이미는 등”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는가 하면 “각종 규모의 합동군사연습들까지 《력대 최대》,《사상최고》의 기록을 세우며 온 한해동안 끊길새없이 확대강행된 것”에 경계심을 표하고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고 위기의식을 토로하기도 했다.

3) 국제질서의 다극화와 ‘병진노선 2.0’

북한의 전략적 선택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겠지만, 변화된 국제정치 질서가 전환의 중요한 토대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에서 보여지듯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고 큰 흐름은 미국 일극패권이 무너지고 다극화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특히 사실상 미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과 적대관계로 돌아서고 북한과는 군사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대북 제재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1718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부결시켰다.

새로운 국제정치의 강자로 부상한 중국도 미국과의 심각한 마찰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통해 봉합한 상태지만 근원적 갈등 요인은 여전히 안고 있다. 미국과의 봉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전격적인 ‘북한 감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북한을 우의국으로 묶어둘 필요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1718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 투표에서 ‘기권’한 점은 중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 것이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길게 보아 미중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북중 밀착은 자연스러운 추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석탄을 비롯한 지하자원을 대규모로 안정적으로 수입해줄 경우 북중관계도 한 고비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회피할 수 있는 식량과 같은 인도주의적 품목과의 물물교환 형태의 중간 단계를 상정해 볼 수도 있다.

중동 국가들이 ‘오일 머니’를 토대로 경제적 발판을 마련했다면 북한의 지하자원이 정상가를 받고 대량으로 팔릴 수만 있다면 ‘지하자원 머니’로 북한의 경제 도약의 토대가 마련될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임금을 받는 노동력 수출이 대규모로 성사될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개성공단의 경우 ‘민족’이라는 명분하에 믿기 어려울 정도의 저임금 구조를 감수했던 상황과는 다른 상황이 될 것이다. 아울러 IT분야와 같은 첨단분야 고급인력이나 프로 스포츠선수와 같은 고부가가치형 인력수출도 병행될 것이란 전언도 있다.

북한이 지난 연말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제출하지 않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불과 보름만인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중요 의제로 제기한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준비된 것이 아닐 테고, 북한의 현 실정에서 벅찬 과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뭔가 ‘물적 담보’가 그 사이에 확인됐다고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러간 밀월관계는 서방이 무기거래를 의심할 정도로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12월 연해주 주지사 방북 등 일련의 과정에서 관광과 농업 분야 등이 협력분야로 꼽히고 있다. 하산-라진 철도 운행부터 연해주 일대에서의 밀농사 등 구체적 사안들도 회자되고 있다.

북한은 주곡인 쌀에 더해 옥수수·감자를 중시해 왔지만 최근 밀 증산을 강조하고 있다. 라면을 필두로 분식과 패스트푸드의 확산은 식생활의 질까지 고려할 단계에 접어들었고, 특히 젊은 세대들의 음식 취향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국의 부상과 미·러 간의 전쟁상황, BRICS의 확장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부상 등 다극화를 특징으로 하는 미국 일극 패권체제의 해체 조짐은 북한이 북미협상에 명줄을 걸던 시기와는 다른 국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북한이 생존권과 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를 협상카드로 미국과 협상하던 시기는 과거가 되었고, 이제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글로벌 사우스’ 등의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연대에 기반해 자력갱생적 경제발전을 추구하고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굳힘으로써 자위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또다른 방식의 ‘병진노선’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북미 협상을 기본축으로 삼았던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 국제적 반제(미)연대를 토대로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굳히는 ‘병진노선 2.0’으로 진화한 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인공위성이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할 경우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들에 동참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에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규탄성명이나 제재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진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3.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과 핵무기 보유국

1) 1차 목표시한, 2036년 11차 당대회

35년 전인 1989년, 늦봄 문익환 목사가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고문 자격으로 허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평양에서 발표한 ‘4.2 공동성명’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측은 우리나라를 영구히 둘로 분열시키려는 두개 한국 조작책동과 두개 한국을 추가하는 교차접촉, 교차승인, 유엔동시가입을 견결히 반대 배격하였다”고 당시 북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합의 사항 두 번째로 “쌍방은 어떠한 경우에도 분열의 지속을 목적으로 하는 두개 한국 정책을 반대하고 끊임없이 하나의 민족 그리고 통일된 나라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 남북은 1991년 유엔에 동시가입했고, 그해 연말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명시했다. 사회주의진영이 무너지고 ‘전략적 수세기’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연방제 방식 통일에 대해서도 ‘4.2 공동성명’에서 “단꺼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현실인식이 확인됐고, 이는 최초로 남북 정상이 만나 합의한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한 합의로 이어졌다. 변화된 현실을 수용, 고려연방제 방안을 유연화 내지는 수위를 낮춘 것.

북한은 올해 초 남북관계를 ‘두 개의 국가’, 그것도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이를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남측을 ‘대한민국’으로 호칭하고 심지어 여자 축구경기에서는 ‘괴뢰’라는 자막까지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인민들의 정치사상생활과 정신문화생활령역에서 《삼천리금수강산》,《8천만 겨레》와 같이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등 ‘동족’ 의식을 지우는 작업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새로운 남북관계를 규정할 헌법 개정 방향이 천명됐지만, 정작 통상 4월께 정례 회의를 소집해 왔던 최고인민회의 소집공고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헌법 개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될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의 지금의 전략적 선택은 90년대 초반의 일방적 수세기에서 택한 전략과는 다른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 시기 국경봉쇄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의 저력을 입증했고,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도 갖춘 상황이다. 북한의 전략 목표가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점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송신, 송화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송신, 송화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21년 1월 개최된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2021-2025)이 채택돼 평양 살림집 5만세대 건설 등이 추진되고 있고, 5년 마다 열리는 당대회는 이제 정례화 되고 경제 5개년계획도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2036년 11차 당대회까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에 도달한다는 목표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4월 29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10차 대회에 보낸 서한 ‘혁명의 새 승리를 향한 력사적 진군에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의 위력을 힘있게 떨치라’에서 “다음 단계의 거창한 투쟁을 련속적으로 전개하여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륭성번영사는 사회주의강국을 일떠세우고자 합니다”라고 언명한 바 있다.

변화된 국제정세와 핵무기 보유 등의 조건을 토대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 목표에 진력할 수 있게 됐고,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응고)도 자연스레 이뤄간다는 구상이다. 전략적 수세기는 변함없지만 균형점을 향한 시간벌기, 축적의 시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즉 전략적 수세기에서 전략적 균형기로 이행하기 위한 ‘병진노선 2.0’에 기반한 전술적 공세기로 규정해 볼 수 있다. 북한은 간섭받거나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구상을 실현해나갈 시간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3대 세습과 젊은 지도자의 등장, 국제적 물샐틈 없는 제재와 코로나 국경봉쇄 등 특별한 시기를 겪은 북한이 이제는 미국 패권이 흔들리는 세계적 추세와 핵무기 보유국 지위 확보를 토대로 새로운 시도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2) 세대 교체와 유일사상 체제 강화

특히 코로나 시기 자력갱생에 기반한 경제건설과 내부 유일적 영도체제 강화 경험은 북한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자양분이자 기본틀이 되고 있다.

코로나 시기인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우리 국가 제일주의 시대’에 기초해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주창하며, 심부름군(꾼)당까지 발전시킨 배경에는 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 근절”이 깔려있고, 불순한 외부 사상의 유입에 대한 경계가 자리잡고 있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코로나 시기는 의도치 않은 절호의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국가비밀보호법(2023) 등 새로운 법령들이 제정됐고, 당 규율조사부와 법무부 신설(2021), 당 규율비서직 신설과 중앙검사위원회 권한 강화(2022) 등 조직 정비도 병행됐다. 당 규율비서 겸 중앙검사위원장은 내각 총리와 당 조직지도부장을 역임한 김재룡이 맡아 비중을 높였다.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4일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포함한 관련 법 및 관행을 폐지 또는 개정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사상·양심·종교·신앙의 자유와 표현·결사의 자유를 확보”하라고 문제삼았다. 대체로 외부 사상 유입에 차단벽을 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유일사상체계 강화는 사상 분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장성택 처형의 배경에 대외무역권 같은 경제적 이권문제도 깔려있듯이 ‘기관 본위주의’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려는 제도정비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부물자 반입시 중앙의 꼼꼼한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하고 심지어 반입 물품의 열차 탑재 순서까지 중앙에서 지정하고 있다는 전언들이 확인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2011.12.17)로 권좌에 오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벌써 12년째 최고지도자 자리를 지켜 한미일 최고지도자들을 여럿 상대했고,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집권 연륜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3대 세습이라는 출발점과 경제 성과 미흡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대했던 북미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자 새로운 정면돌파전을 결심하며 백마를 타고 찾은 곳은 눈보라속 백두산이었다. 이후 백두산 정신을 강조하며 백두산 혁명전적지를 답사하는 ‘백두산 대학’의 열풍이 북한 사회를 휩쓸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백두 혈통’에 대한 강조도 이뤄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동생 김여정의 특별한 지위와 역할이 이어지고 있고 딸 김주애의 등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수령-당-대중 유일사상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의 독특한 역사와 정치체제에서 백두 혈통의 상징성이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현단계 북한의 목표는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이고 이의 전략적 지향점은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사회주의’ 기치가 강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젊은 지도자가 청년세대에 눈을 돌리는 것도 자연스로운 추세지만 2021년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이름을 바꾸고 “우리의 모든 청년들이 사회주의를 생명처럼 귀중히 여기고 그 승리를 위하여 대를 이어 견결히 투쟁하는 애국청년으로 준비하며 청년동맹이 사회주의건설에서 돌격대의 위력을 백방으로 떨치기를 바라는 당과 인민의 커다란 기대도 실려있다”고 청년세대에게 ‘사회주의’를 강조한 대목은 각별하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등으로 사상적 오염을 막아내면 청년세대들이 사회주의의 가치를 고수할 수 있을지는 향후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향후 경제발전과 외부와의 접촉 확대 등의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간단한 지표로 외국 유학생이나 주재원 등이 북한식 사회주의 고수에 관심을 가질지, 청년세대들이 휴대폰 등으로 접하게 될 외부 문화에서 사상적 ‘오염’에 물들지 않고 주체성을 견지할 수 있을지 등이 관건이 될 것이다.

한편, 북한이 이처럼 ‘사회주의’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윤석열 정부도 ‘가치’외교를 주창하고 나서 묘한 공통성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말했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자유주의 철학을 반영한 새로운 통일 구상 수립”을 언명했고 “자유주의 철학에 기초한 통일”, 이른바 ‘자유의 북진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남북이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로 확연히 자기기치를 내세우고 있는 것.

그러나 민족은 사상과 체제 보다 긴 호흡의 개념이다. 숱한 국가와 사상, 체제를 거치면서도 우리 민족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반통일적 ‘분족론’(分族論)을 경계해온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은 “인위적으로 갈라진 국토와 민족을 하나로 되돌려놓는 것은 국내외 8천만 우리 겨레의 한결같은 민족적 숙원이다. 이 소원의 근원적 당위성은 남북한은 오로지 하나의 민족이라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의 남북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경제적 이질성을 갖고 있지만 민족의 객관적 구성요소인 ‘경제적 공통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관련기사 보기]

3) 핵무기 보유국 지위 응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 하에서도 이른바 ‘P5’(미러중영프), 공인된 핵무기 보유국 외에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de fact nuclear-weapon state)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의 용인 여부가 관건인 셈이다.

북한 역시 지금과 같은 핵무기 보유국 상태를 유지시켜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 ‘응고 전략’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한미 양국과의 협상 가능성이 낮은 현 상황에서 대화의 문을 닫아놓고 일정한 시간이 경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정치나 한반도 정세는 유동적이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대남, 대외 스피커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17일자 담화는 가역성과 불가역성에 대한 북측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대남, 대외 스피커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17일자 담화는 가역성과 불가역성에 대한 북측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여정 부부장의 지난해 7월 17일자 담화는 북미관계의 현주소를 읽는데 중요한 텍스트다. 김 부부장은 “설사 미국이 남조선주둔 미군철수와 같은 전략적인 속임수를 꺼내들고 남조선으로부터 군대와 장비를 말짱 들어내간다고 해도 우리는 해외주둔 미군무력이 다시 들어와 《대한민국》을 군사요충지로 만드는데는 보름정도밖에 걸리지 않을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면서 “결국 미국이 대화마당에서 우리에게 선사할수 있는것들이란 모두 가변적이고 가역적인것뿐이라는 점을 우리는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다”고 못박았다.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마저 가역적이라는 진단이다.

미국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가역적인 조치를 ‘선사’하고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얻어가려 한다는 것이 북측의 우려다. “그 가역적인 성격을 띠는 공약을 믿고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을 당면한 리익과 바꿀수 있겠는가?”라는 반문이다. 결국 “가장 적실한 방도는 강도적인 미국사람들과 마주앉아 오손도손 문제를 푸는것이 아니라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행사로 그들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라는 결론이다.

이같은 북측의 입장에서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두고 있고, 지난해 ‘만리경-1’호 군사정찰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데 이어 올해 3개의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해 둔 상황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8일 북한이 두 번째 군사정찰위성을 “4월 중순에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시험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한이 지난해 3월 선보인 전술 핵탄두 ‘화산-31’의 신뢰성 평가를 위한 7차 원자탄 핵실험과 3중수소를 기반으로 한 8차 수소탄 핵실험이 예상된다고 기술적 측면에서의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결의나 규탄성명에 거부권을 행사할 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설사 기존처럼 대북 제재결의가 추가된다 하더라도 이미 서방의 촘촘한 제재하에 놓여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게 많다는 판단이 서면 핵실험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조용한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냐, 더욱 강력한 핵무기 보유국 지위 과시냐의 정치적 선택만 남은 셈이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남북의 현실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실전에서 어떤 유의미성을 가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김여정 부부장은 연초 ‘발파용 폭약을 터뜨린 기만작전’이라며 남측을 조롱하면서 “이런 무지한 군 깡패들의 오판과 억측, 억지, 오기로 예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되는 경우 1,000만 이상의 인총이 북적이는 서울이 어떤 위험에 로출되게 될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보라”면서 ‘즉사, 강제죽음, 끝장’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했다.

북 군부의 입장에서는 남북간에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핵무기 사용을 위협함으로써 사태를 유리하게 종결지어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과시하고 싶어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경제발전은 아직 갈 길이 멀고, 국방력 강화에서 여러 가시적 성과물들을 보여줬지만 인민들이 실전에서의 유효성을 체감할 계기는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핵무기 덕’을 인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계기를 놓치지 않고 싶어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실제로 평택 미군기지만 하더라도 북쪽에 인접해 있고, 숱한 주한미군 기지와 주일미군 기지가 북한의 사정권에 놓여있고, 최근에는 미국 본토마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사정거리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도 남북간 우발적 군사적 충돌이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설사 한국 정부가 원하더라도 확전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도 전선이 펼쳐져 있는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는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에 좋은 외부 환경이 주어졌고, 내부 정치적 수요도 충분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상당 기간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 굳히기, 응고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이며, 일정 정도의 성과를 거둔 뒤 북미 협상을 재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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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에 숨통 틔워주면 안 된다!”…총선 후 첫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4/13 [19:04]

 

총선 이후 첫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이 13일 오후 4시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열렸다.

 

© 김영란 기자

‘민심을 받들어라!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부제로 열린 85차 촛불대행진에는 연인원 6천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참가했다.

 

사회자인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틈을 주면 살아난다, 쉬지 말고 몰아치자!”, “윤석열 탄핵 그날까지 굳건하게 투쟁하자!”라는 구호로 이날 집회의 중심 주제를 전했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위대한 우리 국민들, 촛불 국민들의 힘으로 22대 총선에서 대승했다”라면서도 “쌓일 대로 쌓인 분노의 크기는 200석이 아니라 300석을 채우고도 남았지만 탄핵 개헌선인 200석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무척 아쉽다. 200석은 윤석열의 폭주에 대한 비례 등가법칙에 따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이재명 대표와 몇몇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영수회담을 언급했다”라며 “윤석열과의 대화는 윤석열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야당들은 윤석열에게 숨통을 틔워줄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더 거세게 밀어붙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싸움을 국회에만 맡겨놓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행동은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철저하게 받들어 윤석열 탄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세월호참사 10주기를 3일 앞둔 이날 세월호 유가족인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 소장은 “윤석열이 만든 특수단의 부실 수사로 세월호참사 고위 책임자들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어렵게 유죄판결을 받아낸 자들은 모두 사면 복권했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를 앞장서 방해했던 추경호와 김영석은 당당히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라며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세월호참사 책임자들을 용서한 적이 없는데 윤석열이 무슨 권리로 그들을 사면하고 복권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세월호참사 책임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라며 “국민의 생존을 짓밟고 피해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 소장. © 김영란 기자

이태원참사 희생자 김의진 씨의 어머니 임현주 씨는 “큰아들 의진이는 옳을 의(義) 참 진(眞), 정의와 진리라는 본인의 이름에 합당한 삶을 살고자 부단히 노력하며 성실하게 살아왔고, 봄 햇살처럼 밝은 미소와 따뜻한 가슴을 지닌 29세 회사 연구원”이었다며 “그러나 국가 행정의 무능, 시스템의 붕괴로 이 땅의 보배롭고 아름다운 청년들이 너무도 아깝고 찬란한 미래를 철저하게 유린당했다”라고 하였다.

 

또 “22대 국회는 생명 안전 국회가 되어야 한다”라며 “민생 파탄, 국격 추락, 내로남불, 불공정, 불평등, 불통의 시대일지라도 진실은 결코 숨길 수 없으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믿는다. 진실 규명과 안전 사회를 위한 길에 우리 국민 모두가 연대하고 책임감 있게 나아가자.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호소했다.

 

▲ 이태원참사 유가족 임현주 씨. © 김영란 기자

김도원 용산촛불행동 회원은 “권영세를 떨어뜨리지 못했다. 정말 속상하다. NLL 대화록 유출, 국정원 댓글 공작꾼 권영세를 총리에 앉혀서 윤석열은 도대체 뭐 하려는 건가? 전쟁 위기 다시 고조시키려는 것 아닌가?”라고 물으며 “그대로 둘 수 없다. 이놈들 숨 돌릴 틈 없이 몰아붙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영훈 촛불완성연대 대표는 “심판의 나팔 소리 울렸다. 총선 결과는 새로운 심판의 시작이다. 정의와 양심에 무지하고 무능하며 악랄한 친일매국 수구기득권 세력의 뿌리는 아직도 깊고 넓다”라며 “민주, 정의, 평등, 평화의 촛불로 윤석열 정권을 철저히 심판하고 다시 다 같이 촛불혁명 하자”라고 호소했다.

 

▲ 김도원 용산촛불행동 회원(왼쪽)과 정영훈 촛불완성연대 대표. © 김영란 기자

 

이날 집회에는 윤석열 탄핵을 발의하기로 촛불행동과 합의한 촛불후보인 부승찬 민주당 당선인이 참석해 참가자들에게 인사하였다.

 

또 주최 측은 촛불후보 당선인 명단도 발표했다. (명단은 아래 첨부)

 

집회를 마친 이들은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행진 후 진행한 정리집회에서 서울촛불행동 지부 대표자들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다음 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을 진행한다고 공지하였다.

 

한편 촛불풍물단이 사전마당으로 1시간 정도 윤석열 탄핵 봄맞이 굿을 진행했다.

 

▲ 인사하는 서울촛불행동 지부 대표자들. © 김영란 기자

 

▲ 촛불합창단이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노래패 ‘우리나라’가 「화인」, 「떠나라」, 「촛불이 이긴다」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유튜브 채널 ‘시사의 품격’을 운영하는 성악가 윤선희, 박준석 씨가 「내 나라 내 겨레」, 「지금 이 순간」을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박정훈 대령 명예 회복’이라는 글자가 적힌 선전물을 든 참가자는 “채 상병은 우리 국민의 아들이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자가 나 몰라라 한다. 자기 자식이 죽었으면 이렇게 안 할 거다. 우리가 머슴으로 뽑았는데 머리끝까지 올라와서 주인 행세하려는 이놈을 파면하자”라고 주장했다. © 김영란 기자

 

▲ 이태원참사 유가족 발언에 슬퍼하는 참가자.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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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을 구경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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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후보 당선인 명단. ©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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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우리 멋졌다" 서울시내 메운 '세월호 시민들' 눈물과 미소

▲ 루시드폴 - 아직, 있다 [세월호 10주기 문화제]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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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 소중한

 

"지난 10년간 우린 승리해 왔습니다."

사회를 맡은 변영주 영화감독이 목소리를 높이자 시민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곧장 변 감독은 "우린 10년간 한국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 시민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라며 "오늘은 추모와 동시에 우리의 승리를 축하하고 여전히 잊지 않고 싸울 것을 각오하는 자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변 감독이 "심지어 농담도 몇 개 준비했다"고 말한 것처럼,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은 시민들의 눈물과 미소가 함께한 현장이었다.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사회자 변영주 영화감독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소중한

 

세월호 참사로 딸 김수진 학생을 잃은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맞다. 오늘 이 자리는 힘이 빠지는 그런 문화제가 아니다"라며 "기억하고 행동하며 지난 10년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우린 실패하지 않았고 또 이 자리에 함께할 만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굳이 1970년 남영호 침몰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것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10년 전 세월호 참사로 국민 304명이 바닷속에 수장된 것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2년 전 젊은 생명들이 길을 걷다 억울하게 희생된 이야길 하지 않아도, 평범한 시민들이 출근길에 지하차도에서 죽은 일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우린 대한민국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만들지 못한 안전사회를 꼭 만들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모여 있다는 것을 희망으로 삼아 10년 뒤, 20년 뒤에도 끝까지 싸우겠다." - 김종기 위원장

문화제 온 총선 당선자들 향해 "협박의 박수 보내자"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김수진 학생 아버지)이 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세월호 세대' 청년인 하제인씨가 문화제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세월호 세대'인 하제인씨는 무대에 올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기억하자. 그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내야 했으니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라며 울먹였다. 그가 오른 무대엔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잊은 적 없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떨리는 손을 애써 붙들며 발언을 이어간 하씨는 "대통령은 자꾸 나와 세월호 참사를 사고라고 표현했고 정치인들은 참사의 본질을 계속 왜곡했다"라며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에서도 8년 전 악몽이 반복됐다. 여전히 이상하고, 여전히 답답하고, 또 여전히 역겹기까지 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사회 건설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 주변도 바뀌어야 하고 법과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를 설득해야 한다"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기억하자. 더욱 안전한 사회로 만들자"라고 강조했다.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 소중한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사회를 맡은 변영주 영화감독이 문화제 중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하씨 발언 직후 변 감독 또한 정치의 역할을 강조하며 "우리 협박의 박수를 보내자"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22대 총선(4월 10일) 당선인들을 향한 변 감독의 발언에 시민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변 감독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론하며 "우리 모두가 이제 앞으로 4년 동안 협박해야 할 사람들이 오늘 이 자리에 오신 것 같다. (오늘 참석한 당선인들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비롯한 수많은 민생법안을 반드시 제정하겠다고 우리 앞에서 약속했다고 믿는다"라고 촉구했다.

 

앞서 무대에 오른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는 "잘못된 방향으로 국정을 이끈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게 (총선에서) 매서운 회초리를 내리친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했다"며 "우리는 이런 위대한 국민들과 함께 22대 국회가 생명안전 국회가 될지 지켜보고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노래' 부른 루시드폴 "누군가 같이 불러주는 곡"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이 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문화제에 참여한 가수 루시드폴이 공연하고 있다.

ⓒ 소중한

 

문화제엔 가수 루시드폴, 성악가 홍일(베이스), 떼루아유스콰이어합창단, 세월의 울림(시민합창단)이 참여해 공연을 이어갔다.

루시드폴은 세월호 참사, 특히 단원고 학생들을 생각하며 2015년 만든 <아직, 있다>를 이날 공연곡으로 택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만든 곡이다. 이 곡은 그때 이후로 제 기억엔 한 번도 빠짐없이 공연을 하며 불렀던 것 같다"라며 "그리고 노래를 부를 때마다 왠지 저 혼자 부르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 같이 노래해주는 것 같기도 한, 가장 특별한 노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 꽃들이 피던 날 난 지고 있었지만 꽃은 지고 사라져도 나는 아직 있어 /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 루시드폴 <아직, 있다> 중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 소중한

 

이날 수많은 시민이 문화제에 앞서 사전 행사에도 참여했다. 행사장에는 30여 개 각계 단체의 부스가 꾸려져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잊은 적 없다"는 문화제 주제를 공유했다.

"그 동안 꽃이 화려하게 피는 4월이면 마음 한편이 무겁고 아팠다. 그 시간 동안 우린 낡고 헤진 노란리본을 지키기 위해 뛰어왔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서로의 가방과 옷깃에 달린 노란리본을 보며 우린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우린 가만히 있지 않겠단 약속 또한 지켜왔다. 세월호의 참상을, 진실을 덮으려는 자들에 맞서 싸워왔다.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만들겠단 다짐을 지키고자 행동해왔다.

그러나 부족함도 있었나 보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의 온전한 처벌을 다 해내지 못해 이태원 참사라는 또다른 참사와 마주했다. 사회 곳곳의 위험이 여전히 우릴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약속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한결같이 우리가 그래왔던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확인하며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합시다. 10년간 우리 멋있었다. 앞으로 더 당당하게, 함께 행동해 나가자." - 4.16연대 공동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4.16연대 공동대표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문화제에 참여한 떼루아유스콰이어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 소중한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 소중한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문화제에 참여한 성악가 홍일(베이스)씨가 공연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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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질 수밖에 없었다

경제평론가인 이원재 성공회대 연구교수가 정부여당의 패배로 끝난 22대 총선을 분석했습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소셜미디어에 실린 글을 오마이뉴스에도 게재합니다.[편집자말]

총선 결과가 나왔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비례정당 국민의미래 포함)은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수많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우리 사회 이념지형의 변화를 꼽고 싶다. 우리 사회는 과거에 이단으로 여겨지던 진보적 생각, 즉 '평화'와 '평등'을 지향하는 이념이 주류인 환경으로 바뀌었다. 또한 유권자는 더 이상 보수-진보 또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이라는 단선적 대립구도 안에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이념그룹으로 분화돼 있다.

민주당은 대체로 그런 지형에 맞게 행동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그런 지형과 전혀 동떨어진 행동을 해온 게 이런 선거 결과를 가져왔다는 생각이다.

2022년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념지형을 분석해 보니, 6개의 이념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었다(아래 그래프 참고).

'보수냐, 진보냐' 유권자는 단순하게 나뉘어져 있지 않다

 

'새로고침위원회 미래비전 리포트 : 이기는 민주당은 어떻게 가능한가' 중 '가치 지향에 따른 6개 유권자 그룹 구분 및 비중(3000명 중)' 자료.

ⓒ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놀랍게도 전통적 진보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평등/평화그룹(평등주의적이며 남북평화를 지향하는 전통적 진보 그룹)이 전체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며 압도적 다수이고, 어쩌면 이들보다 더 강력한 개혁우선그룹(검찰개혁과 반일성향이 강한 그룹)이 6.3%가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전통적 보수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능력주의 그룹은 전체의 21.5%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보수 우위 사회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주장은 착각이었다.

나머지 세 그룹은 약 20%의 친환경신성장그룹(친기업·친복지·친환경 성향의 중도파), 10% 가까운 포퓰리즘그룹(이른바 '이대남' 성향), 그리고 6.4%의 민생우선그룹(자영업자 성향)이었다. 전통적 보수-진보로 분류하기 어렵고, 그렇지만 뚜렷한 이념지향이 있는 그룹이 35%쯤 됐던 것이다.

이는 2022년 여름 내가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진행했던 분석이다. 대선 패배 직후였음에도 민주당의 잠재적 지지층은 너무나 탄탄하고, 국민의힘의 베이스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그 조사는 특별했다. 흔히 진행되는 유권자 정책이념조사는 유권자에게 직접 정치적 정체성이나 정당일체감을 묻는다. '당신은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 '당신은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합니까?'류의 설문이다.

이런 설문은 문제가 크다. 보통 사람들은 평소 생활하면서 보수인지 진보인지 어느 정당 지지자인지 스스로 확정하며 지내지 않는다. 평소에 형성돼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이념, 즉 정책선호다. 이런 선호는 선거 시기가 돼서야 '보수 vs. 진보' '민주당 vs. 국민의힘' 형태로 전환되며 이게 각 세력의 지지율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평상시의 정책선호를 중심으로 한 군집분석을 진행했다. 30여 개 정책에 대한 선호도를 물은 뒤 그 답변에 따라 사람들을 유의미한 군집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그렇게 나온 6개 군집이 바로 평상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정책이념그룹이다.

이들이 선거 때 지지할 정당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지지 여부는 선거 시점의 사회상황과 각 정당이 펼치는 전략에 달려 있다.

2022년 윤석열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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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예컨대 지난 대선을 보자. 국민의힘은 윤석열이라는 아주 새로운 인물을 대선후보로 급히 수입했고, 극히 불리한 유권자 지형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다양한 그룹을 얼기설기 묶어 거둔 성공이었다.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정체성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기존 보수 지지층인 자유능력주의 그룹을 중심으로 해서, 이준석 대표가 포퓰리즘 그룹을, 친기업적 정치색을 중심으로 한 당내 보수세력이 친환경 신성장 그룹을 얼기설기 연합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일부 평등평화그룹도 가세했다. 반문재인 정서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유권자그룹을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다만 이는 아주 취약한 연합이다. 특히 집권 이후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집권당은 정책을 실제로 집행해야 하는데, 지지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이 너무 이질적인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정책을 펼치더라도 반대그룹이 생기고 지지를 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초기부터 큰 착각을 했던 것 같다. 본인의 지지층이 매우 탄탄한 것처럼 행동했다. 구걸을 해서라도 협치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범죄자를 상대하지 않겠다면서 야당 대표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국회와 손을 잡고 뭐라도 일을 해내며 유능함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보낸 법안을 연달아 거부했고, 청문회 결과를 무시하며 인사를 강행했다. 한 가지 결정을 할 때마다 특정 유권자 그룹이 깎여 나갔을 것이다. 불과 취임 1년 만에 지지층이 완전히 균열된 상태였다.

2024년 국민의힘 케이스 : 윤석열의 착각 - 국힘이 놓친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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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총선 참패 책임지고 비대위원장직 사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런 상황에서 총선이 다가왔다. 민주당은 유권자 지형상 훨씬 유리한 상황에 있기도 했지만, 또 그런 지형에 어느 정도 맞는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평등평화그룹 지지층에 소구하는 전략을 이어갔던 것이다. 노란봉투법 등 진보적인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대통령에게 보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준 게 오히려 민주당에게 정무적으로는 도움이 됐을 것이다. 평등평화그룹의 신뢰가 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조는 총선 시기를 맞으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정치적으로는 윤석열 정부를 맹렬하게 비판했고, 정책적으로는 진보적 스탠스를 이어갔던 것이다.

국민의힘도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을 주로 썼다. 이를 두고 양당의 혐오 경쟁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민주당의 결집전략은 영리했지만 국민의힘의 결집전략은 어리석었다. 유권자 지형이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운동권 청산을 외쳤고 야권을 범죄자 집단이라고 비난했지만, 그 구호에 공감할 유권자 그룹은 20%의 전통 보수중 일부밖에 없었을 것이다. 원전을 내세우고 감세를 내세웠는데, 이런 주제에 공감할 그룹도 소수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 소구했어야 하는 중요한 그룹은 친환경 신성장 그룹이다. 이 그룹은 그런데 어쩌면 사과값·대파값 사건이 상징하는 경제적 무능을 가장 심각하게 비판했을 그룹이다. 이들에게 소구하려면 경제적으로 유능함을 보이고, 기후위기와 맞서 싸우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말하자면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된 경제 비전을 내놓고, RE100 같은 친성장 기후위기 대응 의제를 내놨어야 했다. 하지만 한동훈 위원장은 이념공세만 이어갔다. 20%의 친환경 신성장 그룹 중 상당수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일 텐데, 이들 중 상당수가 이번에는 이 정부를 심판하러 투표장에 갔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그러면서 포퓰리즘 그룹 상당수도 국민의힘을 떠났을 것이다. 자유능력주의 그룹 일부도 흔들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이들을 붙잡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그룹은 작기도 하지만 정치적 응집력이 약하다. 개혁신당이 더 확장하려면 친환경 신성장 그룹에게 소구하거나, 전통 보수집단인 자유 능력주의 그룹을 파고들었어야 한다. 그러기에는 시간과 능력이 모자랐던 것 같다.

조국혁신당과 녹색정의당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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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 득표율 예상 의석수 붙이는 조국혁신당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조국혁신당 개표상황실에서 당 관계자가 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 상황판에 예상 득표율과 예상 의석수를 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조국혁신당은 이런 유권자지형을 정말 잘 활용했다. 6%의 개혁우선그룹은 작아 보이지만, 매우 큰 정치적 응집력을 보이는 그룹이다. 4년 전에는 열린민주당을 원내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3년은 너무 길다'는 검찰개혁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이 유권자 그룹의 귀에 정확하게 꽂히는 구호다. 신경쓸 곳이 많은 민주당은 감히 외치지 못하는 구호이기도 하다.

조국혁신당이 등장하는 즉시 일정한 수준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개혁우선그룹의 열렬한 지지에 평등평화그룹 일부가 가세하면서 시작됐을 것이다. 일단 지지세가 확장되기 시작하자,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친환경 신성장 그룹의 일부도 '무능한 정권 심판'에 동의하며 가세했을 수 있다.

안타까운 쪽은 녹색정의당이다. 2022년에 이미, 녹색정의당의 베이스는 무너져 있었다고 봐야 한다. 전통적 진보정당 지지 유권자그룹의 이념성향과 민주당 베이스의 이념성향 사이에 구분이 사실상 무너졌다.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군집을 형성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정의당이나 녹색당의 잘못이 전혀 아니다. 유권자 지형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혀 다른 상상을 했어야 이런 어려운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정당투표 결과는 상징적이다.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득표율 합계가 50%가 넘었다. 한국사회 다수 연합을 이뤄냈다. 평등평화그룹과 개혁우선그룹의 결집력에, 친환경 신성장 그룹까지 가세해야 가능한 수치다.

'유권자 취향'이 먼저 존재... 정당 지지 여부는 그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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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2동 사전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이 기표소 앞에서 기표용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여러 분석가들이 이번 총선을 다들 혐오선거라고 했다. 유권자들이 증오투표를 한다는 분석도 넘쳐났다. '정부지지=보수=국민의힘 지지 vs. 정부견제=진보=민주당지지'라는 단선적 프레임이 관철됐다고 전제하며 이야기했다. 정책은 사라지고 심판만 남았다는 칼럼도 여럿 봤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이미 유럽식 다당제가 걸맞을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 군집을 이루고 있다. 정당들이 제대로 소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총선 결과 역시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이념성향, 정책선호지형이 정당들의 전략과 맞물리며 관철된 것이다. 군집분석 결과 알게 된 사실이다.

나는 군집분석을 과거 대학원 시절 마케팅 이론의 대가인 존 리틀(John Little) 교수님으로부터 배웠다. 교수님은 경영 전략 수립에 사용하라고 가르쳐주신 것이지만, 사람들의 정치적 이념 지형을 읽는 데도 꽤 유용하다.

사람들의 이념그룹이 먼저 존재하고, 특정 후보나 정당 지지 여부는 그 다음에 결정된다. 사람들의 취향이 먼저 존재하고, 특정 브랜드 선호는 그 다음에 결정된다는 마케팅 이론과 같은 원리다. 다만 사람들은 이런 이념과 취향을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조사와 분석을 통해 한땀 한땀 읽어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철지난 정책패러다임을 이번 선거과정에서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이념을 관철시켰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잇따라 열면서 던졌던 지역개발공약은 선거를 통해 무력화됐다. 한동훈 위원장이 던진 김포시 서울 편입이나 국회 세종 이전처럼 준비되지 않은 정책공약 역시 표로 무력화됐다. 도로나 철도를 지하에 넣는 등 토목건설공약 역시 무력화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정책선거였다.

다수 유권자들은 양당의 대립구도나 막말전쟁 안에 갇혀 있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가치와 정책을 투표를 통해 관철하려 한다. 그 결과가 이번 선거다.

그런 유권자들의 뜻을 22대 국회는 법안과 예산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까? 다시 비전과 정책으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원재씨는 경제평론가·성공회대 연구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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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총선,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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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건희 리스크’가 윤석열 대통령 숨통을 조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뉴시스
집권 여당의 역대급 총선 참패 이후 ‘김건희 리스크’가 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숨통을 조이는 국면이 오고 있다.

범야권은 22대 국회 개원 후 압도적 의석을 토대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여러 차례 ‘김건희 특검법’ 재발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11일 총선이 끝나자마자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특검법 수사 대상에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건희 특검법 이야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자는 “김건희 특검법을 요구하시는 국민들의 요청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여사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국정 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발목을 잡았고 여전히 국민들께서는 그 문제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건희 특검법 처리는 예견되어 있고, 윤 대통령의 돌파구는 마땅치 않다. 일단 거부권을 재차 행사할 명분이 없다. 총선 결과를 통해 ‘김건희 특검은 정치공세’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완전히 잃게 됐다. 만약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행사한다면 그 자체로 대중의 불신이 극에 달하게 될 것이고, 재표결에서 여당의 조력을 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개혁신당까지 포함한 범야권 의석은 192석이고, 국민의힘 의원들 중 8명만 이탈해도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윤 대통령으로선 김건희 특검 국면을 전환할 카드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로선 뚜렷한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그동안의 대응에 관한 포괄적 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 규명 절차를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힐 수 있겠으나, 전례에 비춰본다면 윤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 또한 특검법 발의 이전에 검찰 수사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으나, 이미 검찰이 해당 사건 수사 단계에서 김 여사를 수사 대상에서 배제한 전력이 있는 만큼 수사 공정성 시비나 신뢰 문제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다만 집권 여당의 역대급 총선 패배로 윤 대통령의 검찰 장악력이 옅어질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일부 남아있다. 조국 대표가 ‘검찰 수사’를 먼저 이야기한 것은 어쩌면 열린 선택지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김건희 리스크’의 또 다른 축은 명품가방 건이다. 윤 대통령은 작년 말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장면이 처음 대중에 공개된 이후 두 달 넘게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가 지난 2월에서야 KBS 대담에서 처음 언급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었고, ‘처신의 문제’나 ‘몰카 공작’ 정도로 치부해 오히려 대중의 분노를 샀다.

국민들은 명품가방 수수 건에 대한 당사자인 김 여사 또는 윤 대통령의 진전된 입장 표명과 명시적인 사과를 요구해왔다. 총선 이후 이 요구는 더 명징해졌고, 윤 대통령은 더이상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윤 대통령으로선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전개될 상황이 골칫거리다. 명시적인 사과 이후에는 사건의 진상을 소상하게 밝힐 필요성이 요구된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차원의 철저한 수수 경위 조사 및 결과 공표와 같은 절차를 거칠 수 있다.

대통령실의 불특정 관계자가 복수 언론에 밝혔던 “대통령 부부에 접수되는 모든 선물은 관련 규정에 따라 관리, 보관된다. (김 여사가) 그 물건을 실제로 쓴 적도 없다”는 말의 진위도 확인 대상이다. 현행법(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상 ‘대통령 선물’은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한 선물’에 해당하며,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만약 대통령기록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수령일, 수령 장소, 수령 경위 등이 담긴 공적 기록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한 공적 기록을 확인해주지 않았고, 특정 언론사가 청구한 정보공개마저 거부했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건과 관련한 내부 조사 및 결과 공표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조사 이후에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외부 수사기관 차원의 진상 규명이 불가피해진다. 김 여사가 공직기강비서관실이나 외부 수사기관의 조사 절차에 불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김 여사는 강제구인되거나 대통령실 청사 혹은 관저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역대급 불명예스러운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는 대통령과 달리 면책특권이 없다. 주가조작 의혹과 비교해 매우 간단한 사건인 만큼, 대통령의 방해만 없다면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은 아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더이상 여당의 비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 여당인 국민의힘은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게 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후보군들은 예외 없이 ‘김건희 특검법’이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자칫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면, 당권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행보도 변수다. 총선 패배 수습 국면에서 움크리고 있던 한 전 위원장이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선다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극대화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건희 리스크’는 차별화의 효과적인 매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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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룡해 위원장-中 자오러지 위원장 회담.. “호상 관심사 논의”

기자명

  •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4.04.12 11:19
  •  
  •  수정 2024.04.12 11:22
  •  
  •  댓글 0
 
 
북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사이의 회담이 11일 평양에서 진행되었다. [사진-조선신보 갈무리]
북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사이의 회담이 11일 평양에서 진행되었다. [사진-조선신보 갈무리]

북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자오러지(赵乐际)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사이의 회담이 11일 평양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통신은 “회담에서는 조선과 중국 사이의 외교관계설정 75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를 ‘조중 친선의 해’로 선포하신 두 당, 두 나라 수뇌분들의 숭고한 의도를 받들어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전통적인 조중(북중) 친선관계를 가일층 승화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되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통신은 “호상 관심사로 되는 지역 및 국제문제들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었다”고 덧붙였다.

회담에 이어 북한과 중국 정부 및 기관들 사이의 합의문건들에 대한 조인식이 진행되었다.

이날 ‘최룡해-자오러지’ 회담에는 북한 김성남 국제부장, 관계부문 일꾼들과 중국 류건초 대외련락부장을 비롯한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 성원들, 왕아군 북한주재 중국특명전권대사가 참가했다.

앞서 ‘조중 친선의 해’ 개막식 합동공연에 참가할 300여 명으로 구성된 중국예술단이 6일과 9일 평양에 도착하였다.

또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한 명으로 중국 국회 격인 전인대의 수장으로, 중국 권력서열 3위에 해당하는 자오러지 상무위원장은 ‘조중 친선의 해’ 행사 참여차 11일 입북했다.

한편, 올해는 ‘북중 수교 75주년’(10.6)이다. 양측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첫날 축전 교환을 통해 ‘조중 친선의 해’(중조 우호의 해)를 선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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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취한 尹대통령, 이제 지독한 숙취가 찾아온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4/13 09:23
  • 수정일
    2024/04/13 09: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세열 칼럼] 대통령은 총선 결과의 '무서운 징후'를 읽어낼 수 있는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4.13. 05:03:08 최종수정 2024.04.13. 07:43:26

 

윤석열 대통령은 술을 아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들은 이 사실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적극 활용했다. 친근한 이미지 구축 과정에서 대통령과 '술'은 빈번히 등장한다. 후보 시절 자신과 갈등을 빚은 이준석을 만나러 달려간 곳에서 호프집을 찾아 함께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의 경양식집에서 가진 친교 자리에서 대통령은 일본 맥주와 한국 소주를 섞은 '폭탄주'(소맥)로 '러브샷'을 했다. 기시다는 자민련 간부들에게 "윤 대통령이 건배를 하면서 술을 다 마셔 깜짝 놀랐다"고 했다.

 

도가 지나치면 술 마시는 대통령의 이미지는 역효과를 낸다. 술에 얼마나 진심인가 하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파리로 달려간 자리에서 시내에 한식당 방을 잡고 5대 재벌 총수들을 모은 자리에서 술잔을 돌렸다. 이 사실은 언론의 폭로로 알려졌는데 사람들은 엑스포 유치라는 중대한 대사를 앞두고, 어떻게 해외에서 공무 도중 짬을 내 취할 정도로 술판을 벌일 수 있었는지 경악했다. 5대 재벌 총수를 회식자리에 무슨 아랫사람 부르듯 모은다는 게 상식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때 느꼈다. 대통령은 뭔가에 취해있다.

 

<승자의 뇌>라는 책을 쓴 뇌·신경 심리학자인 이안 로버트슨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교수는 권력을 쥐게 되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고 주장한다. 권력의 '맛'을 보면 우리 뇌에선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되는데, 이로 인해 공감 능력이 약화되고, 목표 달성이나 자기만족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공하면 사람이 변한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다. 권력은 매우 파워풀한 약물이다(Power is a very powerful drug). 인간의 뇌에는 '보상 네트워크'라는 것이 있다. 뇌에서 좋은 느낌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권력을 잡게 되면 이 부분이 작동한다.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을 분출시키고, 그것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출을 촉진해 보상 네트워크를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을 더 과감하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게 한다. 권력은 항우울제다. 또 도파민은 좌뇌 전두엽을 촉진해 권력을 쥔 사람을 좀 더 스마트하고, 집중력 있고, 전략적으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지나친 권력은 코카인과 같은 작용을 한다. 중독이 된다는 얘기다.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너무 많은 도파민이 분출된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하며, 오직 목표 달성이란 열매를 향해서만 돌진하게 된다. 인간을 자기애에 빠지게 하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권력은 코카인, 섹스, 돈과 마찬가지로 도파민이라는 공동 통화를 사용한다."(2014년 7월 5일자 <조선일보> 로버트슨 교수 인터뷰)

 

이 식견을 우리 대통령에게 적용볼 수 있겠다. 대통령이 권력에 취한 징후들은 많았다. 첫번째 장면은 청와대 대통령실을 통째로 용산에 옮기는 '대역사'를 지시한 것이었다.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결정과 실행 과정에서 보인 무시무시한 '속도전'이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철거된 레닌 동상의 느낌처럼 다가왔던 이 거대한 '정치 행위'로 인해, 무슨 군 작전 하듯 국방부, 합참, 외교부장관 공관 등이 줄줄이 이전했다. '용산 어린이 정원'을 거니는 어진 대통령 이미지 때문이었는지, 오염 정화 작업을 졸속으로 했다는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산어린이정원을 초스피드로 개방했다.

 

하지만 '소통'을 위한 대역사는 '불통'으로 귀결됐다.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태 이후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서 쫒아냈고, '도어스테핑'은 중단됐으며, 기자회견은 아예 없어졌다. 질문하는 사람이 없는데, 답을 하는 사람만 남았다. 용산은 새로운 구중궁궐로 재탄생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대통령의 견해는 틀렸다. 의식이 공간을 재구성한다.

 

정치인에게는 기대되는 기본 행동 패턴들이 있다. 그걸 무너뜨릴 때 사람들은 '기괴함'과 '불쾌함'을 느낀다. 권력에 취해 발생한 행동 패턴들에는 몇가지 공통점들이 있다. 모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해치우고는 그에 대한 관전자의 반응을 의아해 한다는 점이다. 공감 능력의 부재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집중 호우로 전국토가 심대한 피해를 입은 사진이 보도되고 있는 와중에, 이역만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폐허가 된 도시를 둘러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대통령의 사진이 배포되는 것과 같은 일들이다.

 

2022년 9월 7일 영부인에 대한 특검법이 야당에 의해 발의되며 거의 모든 언론이 '영부인 리스크'를 비판하고 있는데, 엿새 만인 9월 13일, 디올 명품 가방을 받고 있던 영부인의 '심리'는 '권력에 취했다'는 설명이 아니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직전에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야당 대표의 배우자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한 대한 특검법이 발의되고 논의되는 와중에 고가의 가방을 태연하게 받아들고 있었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이 들 수 있다.

 

총선이 끝났다. 이제 청구서를 받아 볼 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총선 지각변동이 만들어낸 정치 지형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있을까?

108석의 집권 여당은 190석 넘는 야당에 의해 완전히 포위됐다. 사의를 표한 총리의 후임은 야당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총리 뿐 아니라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할 장관도 마찬가지다. 거국 내각? 권력에 취한 대통령 밑으로 들어가 정권 유지에 기여하고픈 야당 인사가 과연 있을까?

 

정치 지형은 더욱 암울하다. 이번 총선에서 제3지대와 같은 낭만적 현실은 없었다. 그나마 보수 정당으로 분류할 3석의 개혁신당은 '반 윤석열'의 선명성을 가진 정당이다. 개혁신당에 참여했던 '중도' 성향 인사들이 모두 낙선한 상황에서 이준석, 천하람의 '젊은 보수'는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대선을 앞두고 보수의 판을 새롭게 짜는 것이다. 어쩌면 우린 3석 짜리 미니 정당이 108석 짜리 국민의힘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이미 여당 내부에선 균열이 발생했다. 김재섭, 안철수와 같은 이들은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채상병 특검법'의 처리를 언급하고 나섰다.

 

방아쇠는 당겨졌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수 분열은 불보듯 뻔한 일인데, 이는 보수 정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의 임기보다 긴 임기의 새로 당선된 의원들을 초조하게 만들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권력에 취한 과거 대통령'이 아니라 '미래 권력'의 창출 여부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 움직였던 '친윤 돌격대'들도 이젠 없다. 권력의 도파민에 찬물을 확 끼얹는 일들은 무시로 발생할 것이다. 요컨대 국정은 표류할 것이고, 권력은 차게 식을 것이다. 정치를 시작함과 동시에 최고 권력을 차지한 대통령은 이제부터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의 자질을 논하면서 "정치가에 있어서 '거리감의 상실'은 곧 죽음과 입맞춤하는 일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가는 냉철한 현실 감각을 가져야 한다. 거리감을 잃고 허영에 취한 권력은 자기 객관화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자기 객관화에 실패한 권력자는 실패의 징후를 여기저기 흘린다. 유권자는 그 징후를 기가막히게 포착하고 '살아있는 권력'을 심판대에 세워 올릴 것이다. 자기 객관화를 정치가의 주요 덕목으로 꼽은 막스 베버의 '격언'은 로버트슨 교수의 '권력 심리 분석'과 맥이 통한다.

 

우리의 대통령은 권력에 취해 있었다. 권력에 취하지 말라는 경고음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울렸다. 하지만 대통령은 기어코 자신을 바꾸지 않았다. 4월 10일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예측하기조차 두려운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지금부터 겪게 될 권력의 숙취는 아주 지독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건 권력의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대통령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부산의 한 식당을 방문해 술자리를 가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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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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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대참사 그후, 윤석열 대통령의 앞날이 깜깜하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의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비례정당(국민의미래)을 포함해 100석을 겨우 넘겼다. 역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받아든 최악의 성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헌정 사상 최초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 총선 결과는 현 정부의 독선적 국정운영과 경제 실정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관건은 윤 대통령의 태도다. 과연 이번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얼마나 최소한의 오차 범위로 진단하고 수습할 수 있을 것이냐에 윤 대통령의 운명이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현재 직면한 상황의 심각성 자체는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일 오전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윤 대통령의 말을 대신 전했다. 비교적 신속한 입장 표명이었고, 대통령실에서 ‘국정 쇄신’을 언급한 건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었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정책실장, 수석비서관들 모두 사의를 표명하는 등 인적 쇄신을 토대로 한 국정 기조 변화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 앞에 서서 그동안의 국정 운영과 관련한 명시적인 사과와 함께 국정 쇄신 구상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주요 관심사다. 다만 윤 대통령은 그동안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할 기회를 마련해놓고, 내용의 부재로 인해 스스로 그 기회들을 걷어찼었다.

2년 동안 누적된 국정 난맥상이 변화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는 형식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 참패를 둘러싼 여당과의 책임 공방과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국정 쇄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온전히 떠안게 되면, 향후 주도권을 여당에 완전히 내주게 된 상태에서 식물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를 채워야 한다.

일찌감치 여당 내에서 용산 책임론을 부각한 메시지들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께서 ‘이만하면 됐다’ 할 때까지 국정기조 대전환과 낮은 자세로 혁신해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참으로 무서운 민심이다. 윤 대통령은 깊은 자기반성 위에 국정 전반을 쇄신해 달라”고 말했다. 한동안 윤 대통령이 듣게 될 말들이다.

국민의힘에서 꾸려질 차기 지도부는 현실적으로 용산과의 차별화를 내세우지 않고는 신임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당내 권력투쟁에서 배제됐다가 이번 총선에서 어렵게 살아돌아온 나경원 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이 당권이라도 잡게 된다면, 윤 대통령으로선 상당한 부담이다.

범야권과의 관계 설정도 난망하다. 윤 대통령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사실상 ‘범죄자’ 취급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과 터놓고 회동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쉽사리 들지 않는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역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조 범죄자 마케팅’에 주력한 만큼, 결국 여권에서는 검찰 색이 옅은 세력이 야권과의 관계 설정에서 주도권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거부권 정치의 동력도 사실상 사라졌다. 물리적으로 100석을 겨우 넘긴 여당의 의석이 거부권을 지탱해줄 수 있긴 하나, 국민들은 투표로 거부권 정치를 거부했다. 따라서 범야권 주도로 각종 쟁점 법안들이 통과될 때마다 윤 대통령의 선택은 심판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화와 별개로 주요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윤 대통령으로선 딜레마다. 특히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과 관련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일종의 ‘킬러 문항’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기존과 같은 태도로 뭉개는 것도, 범야권의 진상규명 요구에 응하는 것도 모두 부담이다. 추후 ‘김건희 특검법’이 다시 통과돼서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경우, 임기 내내 김 여사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인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역시 윤 대통령으로선 골칫거리다. 이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으로부터 폭로된 윤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개입 의혹은 형사 책임은 물론 헌법적 책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또한 대선 때부터 각종 갈등 현안들과 관련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시스템 파괴의 그림자들이 제거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제2부속실 설치 등 김건희 여사에 대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불필요한 배우자 리스크가 추가 양산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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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민심 역행 참패...대통령부터 바뀌는 것이 국정 쇄신”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이재명 대표와 회담도 이제는 적극 추진해 달라” 경향신문 “채상병 특검법 등 수용해야”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4.04.12 07:43

  • 수정 2024.04.1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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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도시주택공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국민의힘 108석, 민주당 175석 등 야당 192석의 ‘거야 소여, 여소 야대’라는 참혹한 총선 성적표를 맞이한 윤석열 정부가 당정 모두 후폭풍에 휩싸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11일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도 사의를 표명했다.

‘여당 108석, 야당 192석’의 구도 앞에 야당과 협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12일자 대부분의 아침신문들은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리와 대통령실장 등 참모와 내각 일부를 교체한다고 진정성 있는 변화로 받아들일 수 없으니 그동안의 불통과 독선을 되돌아보고 국민들에 진심어린 사과와 국정기조 변화를 약속하라는 주문이다.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의 각종 의혹을 털지 않고서는 협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총선 참패 후폭풍 대통령실장 총리 사의, 한동훈 사퇴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여당이 참패한 22대 총선 결과에 대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 전원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조선일보는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정부·여당 수뇌부의 줄사퇴가 이어지는 등 여권에선 당분간 후폭풍이 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한 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정무)·이도운(홍보) 수석 교체를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리와 비서실장 등 후임자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며 “일부 인사에 대한 교체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조선일보 2024년 4월12일자 1면

동아일보는 1면 기사 <尹, 총리-비서실장-정무수석 등 교체 가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 한오섭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등의 사의를 수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11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여당의 4·10총선 참패로 식물 정부, 레임덕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는 의미의 쇄신을 통해 국정 기조 전환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후임 국무총리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4·10총선에서 각각 6선, 5선 고지에 오른 국민의힘 주호영 권영세 의원,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이 물망에 오르내린다고 전했다.

 

재의요구권 행사도 쉽지 않다…대통령 탈당 요구 가능성

동아일보는 “범야권의 압승으로 윤 대통령이 야당 입법권을 견제하는 데 활용했던 재의요구권(거부권)마저도 여당 의원 일부가 이탈할 경우엔 행사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은 점점 더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사나 예산권까지도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경우 야당의 뜻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노동·교육·연금 개혁,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각종 약속,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개혁 문제도 강경 드라이브만을 고수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봤다.

경향신문은 4면 기사 <‘영남당’ 못 벗은 여당, 참패 수습하려 대통령 탈당 재요구할 수도>에서 한 여권 인사가 “공천도 끝났는데 의원들이 대통령 눈치를 보겠나”라며 “오히려 대통령실발 위기가 계속되면 당에서 대통령에게 탈당하라는 요구가 다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썼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국 내각 구성 등 여소야대를 타개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이르면 다음 주 중 ‘총선 당선자 총회’를 열어 전당대회 등 당의 미래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며 “당내에도 총선 참패의 첫번째 원인으로 윤 대통령을 지목하는 의견이 많아, 재정비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나 당정 관계 재정립 등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국일보도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남은 임기 3년 내내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에 시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야당의 압승으로) 윤 대통령이 ‘레임덕’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권 내부 “총선 제1책임은 한동훈”

여당 지도부도 속속 사퇴의사를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한 위원장은 “저는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며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도 고민하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총선 패배에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제 책임”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사무총장, 박정하 수석대변인, 박은식·윤도현·장서정 비대위원 등도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한동훈 비대위는 3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조선일보는 2면 기사 <고개 숙인 韓 “민심은 늘 옳다, 국민 사랑 되찾을 방법 고민”>에서 공천 과정에서 한 위원장과 갈등을 쌓은 친윤 그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총선 패배의 제1 책임은 한 위원장”이라는 반응이 나온다면서 ‘원톱’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한 만큼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중동 “윤 대통령 본인부터 바뀌어야”… 인적쇄신 야당과 소통

조선일보는 사설 <尹 “국민 뜻 받들어 국정 쇄신”, 대통령이 바뀌어야>에서 그동안 윤석열 정부 인사를 두고 “검찰 출신이 요직 곳곳에 진출하면서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을 들었고,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들이 중용되며 ‘서오남’ 인사라는 지적도 받았다”며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 편, 우리 편’만 찾은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국정쇄신의 시작은 윤 대통령 본인이라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국민의 뜻을 헤아리겠다’고 했고,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을 때도 “국민은 늘 옳다”고 했다면서 “그래 놓고 민심에 역행하다 총선 참패를 당했다. 대통령부터 바뀌는 것이 국정 쇄신의 시작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우선 성난 국민의 마음을 보듬는 것에서부터 국정 쇄신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먼저 ‘나는 옳다’며 일방통행 리더십을 보인 것이나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 등에 대해 진솔한 사과와 소회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권위적 방식의 대국민 담화가 아니라 기자회견을 열어 답하기 힘든 질문도 받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선일보 2024년 4월12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국무총리를 바꾸고 참모진을 바꾼다고 해도 대통령이 그대로면 새 인물들에게도 운신의 자유가 없다”며 “대통령이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참기보다 역정을 내기 십상이면 고언과 이견은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협치의 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변신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야당과 협조를 두고 중앙일보는 “취임 후 한 번도 없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도 이제는 적극 추진해 달라”며 “여·야·정 정책협의체도 상설기구로 가동하면서 야당의 아이디어도 수용할 것은 적극적으로 수용하자”고 제안했다. 후임 총리 인선을 아예 민주당의 의사를 물어 연립정부형 인사를 총리로 지명하거나 능력 있는 야당 인사를 장관에 기용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경향신문 “협치하려면 윤 대통령 사과 채상병 특검법 수용해야”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을 온전히 운영하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라며 야당 협조를 구하려면 대국민 사과와 가족 및 각종 의혹 관련 특검법 수용을 제시했다. 경향신문은 첫째,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 퇴행과 권력사유화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겠다고 약속해야 하며, 둘째, 윤 대통령과 가족 등 권력 중심부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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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들어 경향신문은 “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해 국정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남은 임기 3년을 야당과의 무한 정쟁 속에서 ‘식물대통령’으로 보낼지, 야당과의 협치로 국정 운영 성과를 낼지는 오롯이 윤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집권세력을 심판하며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실질적 변화”라며 “22대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이 지난 2년처럼 남은 임기를 수행해선 안 된다는 단호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해법을 두고 “그간 무시해 온 야당과의 협치 틀을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통령실에 갇힌 불통과 오만한 권력 이미지를 씻는 것도 국민의 신뢰 회복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여권이 민심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 본인부터 변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변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가장 시급한 것은 야당과의 소통과 대화”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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