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수사권조정 3개월, ‘경찰 수사 부실’ 통계 자료 낸 검찰

강석영 기자 
발행2021-04-27 09:50:57 수정2021-04-27 09:50:57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단독] 자가격리에 연차 내라…코로나 1년 휴업·휴가 강요 2700건

등록 :2021-04-26 04:59수정 :2021-04-26 09:49

노동부, 휴업·휴직·휴가 익명신고센터 개설 1년
격리기간 등 연차사용 강요 937건 가장 많아
휴업수당 미지급 756건, 휴직강요 525건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초기상담 창구 인근에서 시민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초기상담 창구 인근에서 시민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6월 경남 김해시에 있는 한 병원은 코로나19로 매출이 하락하자 병원 노동자들에게 두 가지 동의서를 내밀었다. 하나는 직원들에게 이미 근무해서 받아야 할 월급 가운데 30%를 받지 않겠다는 동의서였다. 다른 하나는 정확한 날짜나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무급휴가 동의서’였다. 직원들은 서명을 원치 않았지만, 사용자의 압박에 결국 두 가지 동의서 모두 서명을 하고 말았다. 얼마 뒤 이 사안은 고용노동부의 ‘휴업·휴직·휴가 익명신고센터’(익명센터)에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접수를 전달받은 근로감독관은 병원 쪽에 노동자 동의 없는 임금 삭감과 휴직 강요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미 제공된 노동에 대해 노동자에 지급되지 않은 임금을 모두 지급하고, 휴직 
회사가 음성 직원에 격리 지시하곤 연차사용 강요
신고 사례 가운데에는 회사가 휴업과 연차, 휴직 등 여러 부문에 걸쳐 부당하고 불법적인 지시를 내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기 수원시의 한 제조업체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지난해 5월 서울 이태원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이 회사는 이태원 방문 이력이 있는 노동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지시했다. 이후 회사는 이태원 방문 이력이 확인된 노동자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자가격리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자가격리 기간 가운데 이틀은 연차휴가를 쓴 것으로 처리하고, 이틀은 무급휴가로 처리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났는데도 일을 하지 못하게 했다면 이는 사업주의 귀책사유에 해당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연차와 무급휴가로 처리할 수도 없다. 이 사례 역시 센터에 신고가 접수되면서 근로감독관이 지도에 나섰고, 회사는 뒤늦게 조처를 취소하고 해당 노동자의 자가격리 기간을 유급휴가로 바꿨다.
 
앞서 노동부는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사용자들이 일방적으로 휴업과 휴직, 휴가 등에서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생기면서 이를 신속하게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가족돌봄휴가 익명신고센터’를 확대·개편해 현재의 포괄적 익명센터를 개설했다. 원래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면서 운영이 연장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업주가 노동관계법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당하게 휴업·휴가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익명센터를 활용하면 근로감독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사업장을 개선할 수 있으니, 코로나19 국면을 고려해 이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직장갑질119의 최혜인 노무사는 “코로나19를 근거로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쉽게 불이익을 주고 해고하고 있다”며 “소규모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등 신고되지 않은 사례도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미 신고된 사례들도 제대로 처리됐는지 끝까지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현재 사용자의 부당한 처사를 신고하고 싶다면, 노동부 누리집 휴업·휴직·휴가 익명신고센터 시스템에 접속해서 피해 내용, 사업장 정보 등을 입력하면 된다. 익명은 물론 실명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내용이 등록되면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정돼 해당 사업장에 개선을 지도한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신고 사건을 각 지역 노동관서 등이 맡아서 담당하거나 담당자가 신고인에게 근로감독 청원 절차를 안내한다.
코로나19 관련 휴업·연차·휴직 등 노동관계법 주요 내용△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회사(사용자)는 소속 노동자가 입원하거나 격리된 뒤 보건당국에 의해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받기도 합니다. 이때 노동자는 반드시 유급휴가를 부여받아야 합니다.△노동자 가운데 확진자, 유증상자, 접촉자 등이 없거나, 확진자의 방문으로 인한 방역조처가 완료된 뒤에도 회사가 휴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역당국의 조처가 아닌 회사가 자체 판단으로 휴업하는 것인데, 이 경우 노동자는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코로나19로 부품 공급이 중단된 제조업체가 휴업하거나 여행사 등에서 예약취소·매출감소 등으로 인한 휴업을 하더라도 노동자는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넓은 범위에서 회사의 책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경영 악화 등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할 때 유급 휴업‧휴직 등의 고용유지 조처를 한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해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급여 삭감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개별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원칙적으로 휴업수당은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는 평균임금의 70%가 통상임금을 초과하면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는 연차 유급휴가를 노동자가 요청한 시점에 줘야 합니다. 다만 회사는 병가·휴직 등으로 일시적으로 인원이 부족하거나, 휴가청구일이 집중되는 등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노동자의 휴가 시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휴가 자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법 위반입니다.참고 자료: 지난해 3월 노동부가 발간한 코로나19 관련 노동관계법 주요 큐앤에이(Q&A)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92541.html?_fr=mt1#csidx8d95e31fd488cd187030da5a0001a03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노동절, 그리고 노동자가 만들어낸 역사의 진보

이완배 기자 
발행2021-04-26 08:14:22 수정2021-04-26 08:14:2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국 대표 사진작가, 나무 막대기 들고 다니는 이유

[인터뷰] '우포늪 사진가' 정봉채의 시선과 철학21.04.26 07:39l최종 업데이트 21.04.26 08:38l조우성(cws1691)

 

 우포늪에 비친 아름다운 반영 풍경
▲  우포늪에 비친 아름다운 반영 풍경
ⓒ 정봉채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정봉채 사진작가 창녕군 이방면에 있는 정봉채 갤러리에서
▲ 정봉채 사진작가 창녕군 이방면에 있는 정봉채 갤러리에서
ⓒ 조우성

관련사진보기


정봉채 사진작가는 2000년부터 경남 창녕의 우포늪을 사진에 담기 시작해 올해로 21년이 지났다. 우포에 거처를 마련해서 사진을 찍은 지는 14년 됐다. 그는 2008년 제10차 람사르 총회 공식 사진작가로 초대됐고, 서울 청담동의 줄리아나 갤러리에 전속돼 중국 상하이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작품들이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이후 그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싱가폴, 미국 등 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혀 왔다. 2016년에는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라고 하는 스위스 바젤 솔로 프로젝트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그의 작품만 초대전시되기도 했다. 외국전시회를 통해 팔린 그의 작품이 100여 점을 넘는 등 그의 사진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인기가 더 많다. 

그를 창녕군 이방면에 있는 정봉채 갤러리에서 만나 우포와 사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따오기를 찍는 이유
 

 아름다운 따오기의 모습
▲  아름다운 따오기의 모습
ⓒ 정봉채

관련사진보기

 
요즘 그의 관심은 온통 따오기에 집중돼 있다. 따오기는 창녕 우포늪의 상징이다.

 

"따오기는 환경의 지표가 되는 새입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해 농사를 지으면서 따오기가 줄어들기 시작해 1979년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40년이 지난 2019년 복원해 현재까지 80마리를 방사했습니다.

일본도 우리보다 10년 빠르게 따오기를 복원해 사도섬에 방사했는데, 섬 주민들이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따오기들이 자연부화도 하고 성공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사도섬의 쌀은 일본에서 다른 쌀보다 10배 정도 비싼 가격에 팔린다고 합니다. 사도섬 사람들은 쌀농사만 잘 지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어 따오기를 '행운을 가져다 준 새'라고 말합니다."

'친환경을 상징하는 행운의 새', 이것이 그가 따오기 사진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였다.

"사람들이 제 사진을 통해서 아름다운 따오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을 한 번 되짚어보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한 3년째 방사된 따오기를 추적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거죠."
            
최근 그의 작품에 줄풀도 많이 보인다.

"줄풀이 원래 벼의 조상이라고 하는데, 이게 철새들의 주식이 됩니다. 우포늪에 줄풀이 많이 자라는데, 겨울 지나면 철새들이 다 먹어버려요. 그러면 남은 잔해가 떠다니면서 거기서 싹이 올라와서 자라나고 뿌리를 내리게 되죠."

그는 줄풀이 우포늪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한다.

"줄풀의 대 안에 여러 가지 생명들이 기생하다가 겨울이 지나 날이 따뜻해지면 줄풀의 대 안에서 살던 여러 곤충들이 나와서 번식합니다. 줄풀의 대 안이 소위 생명의 집인 셈이죠. 또 줄풀이 물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작업도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줄풀이 사실은 늪에서 굉장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이런 자연의 순환을 깨달아 줄풀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줄풀 사진을 많이 찍게 됐습니다."
 
 줄풀사진
▲  줄풀사진
ⓒ 정봉채

관련사진보기

 
우포늪 한 곳만 바라보다

정봉채 작가는 자신의 사진을 2008년 경남 창원에서 개최된 제10차 람사르 총회를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로 나눴다.

"람사르 총회 이전에는 제가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포늪 한 곳만을 반복해서 바라보며 한없이 사유하다 보니 저의 내적 인성에 변화가 와요. 자신을 너무 과시하거나 겸손한 태도를 갖지 못하는 것이 사진에서 큰 방해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결국 '사진은 내 마음'이고, 사진가의 좋은 마음이 바로 좋은 사진을 만들고, 마음이 안 되면 좋은 사진을 못 갖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사람이 사진을 만드는데,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래서 저는 '그 사람 자체가 사진'이라고 봐요. 그 사람이 살아온 삶, 생각들이 사실은 모두 다 사진인 거죠. '사진은 바로 마음으로 찍는다'라는 것이 진실이고, '사진은 바로 카메라가 찍는다'라는 게 오해예요. 제 자신을 먼저 정화하고, 성숙시키고, 겸손한 태도를 갖고 살아가면 저절로 좋은 사진이 나오고, 그 사진이 결국은 사람들에게 소통이 되는 것이죠."

그는 우포늪을 통해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제가 자연에서 제일 크고 만물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어요. 함부로 숲속을 지나다니고, 풀도 마음대로 밟고, 밑에 뭐가 깔려서 죽는지도 모르게 생물들을 밟고 다녔죠. 그런데 지금은 발을 쿵쿵거리며 지나가든지, 생물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나무 작대기를 툭툭 치면서 지나가든지 하게 돼요. 길이 나지 않은 곳은 억지로 다니지 않고 동물이나 사람이 길을 내놓은 곳으로만 다니게 되고요.

자연을 바라보며 사유하다 보니까 자연의 입장도 생각하게 되고, 상대편의 입장도 생각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배려심도 생기고, 존중하는 마음도 생기고, 태도도 변하고요. 이렇게 제자신도 변하고, 저의 변화에 따라 사진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차피 사람은 자연 속에 있다"
 
 우포늪의 겨울 풍경
▲  우포늪의 겨울 풍경
ⓒ 정봉채

관련사진보기


국내의 사진 시장에 대해 물었다.

"우리나라에 사진 시장은 아직 없어요. 지금은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온 젊은 친구들 때문에 약간 시장이 생기기도 했습니다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예술로 인정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사진을 들여와 사진관을 먼저 열었거든요. 그래서 한국에는 사진관 문화가 있어요. 사진을 예술로 생각하기 보다는 사진관처럼 쉽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카메라를 돈이 엄청 많은 사람들의 놀이, 장난감처럼 생각한 거죠. 돈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보니 사진을 팔지 않고 그냥 나눠주었다는 거예요.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보니 사진을 그림처럼 예술작품으로 생각 안하고, 사진을 사고판다는 개념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 외국의 사진 시장은 어떨까?

"외국 같은 경우, 특히 뉴욕은 그림보다 사진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진 시장이 훨씬 많아요. 제가 국내외 아트페어를 40~50번 정도 다녀봤는데, 저 같은 경우 외국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요. 외국에 나가면 사람들이 제 사진에 관심이 많고, 반응도 좋고, 많이 팔려요. 심지어 완판까지 되니까 함께 갔던 화가들이 깜짝 놀라요. 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사진과 그림에 그렇게 경계를 두지 않아요. 오히려 사진에 관심을 더 두죠."

외국인들은 주로 어떤 사진을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외국인들은 주로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것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 일단 단순한 걸 좋아해요. 복잡한 풍경 사진은 별로예요. 단순하면서 주제의 본질에 충실한 작품들은 솔드아웃(완판) 된 것들이 좀 많죠."

그는 마지막으로 우포늪을 찍으면서 깨달은 것들을 들려줬다.

"자연을 사랑하면 좋겠어요. 우리는 어차피 자연 속에 사는 사람이잖아요. 사람이 자연 밖에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자연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병이 들고, 내가 자연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파괴되거든요. 그래서 인간은 자연속의 존재라는 걸 생각하고 자연과 늘 가까이 하다 보면 결국은 행복해질 수 있어요. 좋은 작품도 나올 수 있고요. 모든 작품의 아이디어 소스는 자연에 있습니다."
 
 우포늪에서 물을 저으며 가는 어부의 모습
▲  우포늪에서 물을 저으며 가는 어부의 모습
ⓒ 정봉채

관련사진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쟁에서 얻은 피의 교훈과 공병정찰조의 변모된 모습

[개벽예감 441] 전쟁에서 얻은 피의 교훈과 공병정찰조의 변모된 모습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4/26 [08:06]
  •  
  •  
  • <a id="kakao-link-btn" style="font-variant-numeric: normal; font-variant-east-asian: normal; font-stretch: normal; font-size: 12px; line-height: 16px; font-family: dotum, 돋움, Arial; color: rgb(102, 102, 102);"></a>
  •  
  •  
  •  
  •  
 

<차례>

1. 미국 전쟁실록에 수록된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의 군공

2. 하동전투와 마산방어선 돌파전

3. 전쟁에서 얻은 피의 교훈과 공병정찰조의 변모된 모습

4. 고속기동군의 비대칭전법과 속결전씨나리오

 

 

1. 미국 전쟁실록에 수록된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의 군공

 

모란봉악단이 2014년 9월 3일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신작음악회를 열었다. 모란봉악단의 공연종목 가운데는 2014년에 창작된 노래 ‘근위부대자랑가’도 있었다. 모란봉악단 성악가수들이 경쾌한 곡조로 부른 ‘근위부대자랑가’는 6.25전쟁 시기 근위칭호를 받은 8개 전투부대들의 군공에 관한 가사를 담았다. ‘근위부대자랑가’에서 일곱 번째로 나오는 근위부대가 바로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다.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6.25전쟁에서 어떤 군공을 세웠기에 근위칭호를 받았으며, 7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부대명칭이 대중가요에 오를 만큼 유명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2015년 2월 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6.25전쟁 시기에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개성과 연안, 강령과 옹진반도, 김포, 인천 등지를 해방하였으며, 충청남도와 전라남북도, 경상남도를 종횡무진하면서 령활무쌍한 전술과 전법으로 남조선의 많은 지역들을 해방하는 데 기여하였으며, 락동강도하전투에서 무적의 공훈을 세웠다”고 한다. 또한 보도기사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1950년 8월 29일 근위칭호를 수여받았고, 6.25전쟁에서 특출한 군공을 세운 수십 명의 공화국 2중영웅과 공화국영웅들을 배출했다고 한다. 

 

6.25전쟁에서 조선인민군과 격전을 벌인 미국군도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의 군공을 인정했다. 미국 육군역사연구소(Center of Military History United States Army)가 역사학자 로이 애플먼(Roy E. Appleman)에게 집필을 의뢰하여 1961년에 펴낸 전쟁실록의 제목은 ‘남으로 낙동강까지, 북으로 압록강까지(South to the Naktong, North to the Yalu)'인데, 이 전쟁실록에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의 전투기록이 서술되었다. 전쟁실록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면,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코리아전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기동했다”는 것이다. 또한 전쟁실록에 따르면, 6.25전쟁에 참전한 미육군 제8군은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전투부대를 재배치해야 했고, 미국 극동군사령부와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자기들의 전쟁계획을 변경해야 했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어떤 군공을 세웠기에 미국 육군역사연구소가 그처럼 높이 평가한 것일까? 6.25전쟁 초기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의 작전일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월 25일 개성, 옹진 점령

6월 28일 한강하구 도하, 김포반도 점령

7월 3일 서울 영등포 점령

7월 4일 경기도 인천 점령

7월 8일 충청남도 천안 점령

7월 11일 충청남도 온양, 예산, 홍성 점령

7월 19일 전라북도 군산 점령, 금강 도하

7월 20일 전라북도 이리, 전주, 김제 점령 

7월 22일 전라북도 고창 점령

7월 23일 전라남도 영광 점령

7월 24일 전라남도 나주, 목포, 남원, 구례 점령

7월 25일 전라남도 순천, 여수 점령, 섬진강 도하

7월 26일 경상남도 하동 점령

7월 30일 경상남도 진주 점령

7월 31일 경상남도 마산 근교로 진격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개전 당일 개성을 점령하고 그로부터 한 달 만에 목포를 점령한 것은 매우 빠른 진격속도로 기동전을 전개했음을 말해준다. 어떻게 그처럼 빠른 속도로 진격할 수 있었을까? 다음에 열거한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6.25전쟁 시기에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한국군을 압도하는 강한 무장력을 갖추었다. 6.25 전쟁 시기에 조선 주재 군사고문단 단장이었던 울라지미르 라주바예브(Vladimir N. Razuvaev)가 작성하여 소련군 총참모부에 보고한 문서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의 무장장비는 땅크 4대, 자행포 16문, 견인포 64문, 반땅크포 48문, 박격포 99문이었다.

 

2) 6.25전쟁 시기에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진격한 한강 이남 서부전선에는 한국군 전투부대가 없었고, 경찰대만 있었다. 사실상 무방비상태였다. 경찰대는 조선인민군이 땅크를 앞세우고 진격해온다는 소문만 들어도 줄행랑을 쳤다. 이런 사실은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교전을 거의 하지 않고 전진하는 기동전을 전개하였음을 말해준다.  

 

3) 6.25전쟁 시기에 미국군은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한강 이남 서부전선을 기동전으로 신속히 돌파한 뒤, 남부 해안지대에서 우회기동하여 부산으로 진격할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군은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전라남도 목포를 거쳐 경상남도 하동을 점령할 때까지 그들이 언제 어디로 기동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런 사실은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적진의 가장 약한 취약지대를 기동전으로 신속히 돌파하여 허를 찔렀음을 말해준다. <사진1>

 

▲ <사진 1> 위의 사진은 1950년 7월 20일 대전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조선인민군이 땅크를 앞세우고 대전 시내를 행진하는 장면이다. 대전전투에서 미국군 제24보병사단은 사단장 윌리엄 딘(육군 소장)이 조선인민군에게 생포되고, 1,15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궤멸적 타격을 입고 대전 이남으로 패주했다. 조선인민군 제3보병사단, 제4보병사단, 제105땅크사단이 대전을 포위하고 미국군 제24사단을 격파한 바로 그 날,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전라북도 이리, 전주, 김제를 연속점령했다. 1950년 7월과8월 당시 조선인민군은 부산을 향하여 파주지세로 진격하고 있었다.  

 

 

2. 하동전투와 마산방어선 돌파전

 

한강 이남 서부전선에서 교전을 거의 하지 않고 남진하여 목포를 점령하고 부산을 향해 우회기동하던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1950년 7월 25일 경상남도 하동에서 처음으로 교전다운 교전을 벌였다. 위에 인용한 미국 육군역사연구소의 전쟁실록 ‘남으로 낙동강까지, 북으로 압록강까지’에 하동전투에 관한 기록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낙동강방어선을 구축하고 부산을 방어하던 미육군 제8군 사령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선인민군 전투부대가 하동으로 진격해오고 있다는 다급한 정찰보고를 받았다. 미육군 제8군 사령부는 마산방면에 배치된 제29독립보병련대를 1950년 7월 24일 하동방면으로 출동시켰다. 

 

그런데 하동방면으로 이동하는 미국군 제29독립보병련대 제3대대 대대장 해롤드 무어(Harold G. Moor, jr.) 중령의 뒤를 한국군 지휘관 한 명이 따라다녔다. 그가 바로 채병덕이다. (서울방어전에서 대패하고 한강 이남으로 패주한 채병덕은 한국군 총사령관직에서 해임되고 영남관구사령관에 임명되었다. 하지만 그는 전투부대가 없는 허수아비 사령관이었다. 그래서 그는 미국군 중령의 뒤를 따라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 제13련대는 하동의 어느 야산에 매복하고 있다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미국군 제29독립보병련대에 불의의 집중사격을 퍼부었다. 미국군 대대장의 뒤를 따라가던 채병덕은 머리에 기관총탄을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고, 미국군 전투원들은 많은 전사자와 무기를 버려두고 황망히 패주했다. 

 

조선인민군 전투원들이 계속 추격해오자 미국군 패주병들은 너무 급한 나머지 자기들이 입고 있던 군복과 신고 있던 전투화까지 모두 벗어던지고 거의 벌거숭이로 물에 뛰어들어 내를 건넜다. 내를 건너는 동안 수영을 하지 못하는 많은 패주병들이 물살에 휩쓸려 익사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미국군 패주병 60~70명이 약 2.5km를 허겁지겁 도주하다가 어느 골짜기로 들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능선에서 불쑥 나타난 조선인민군 전투원들이 또 다시 그들의 머리 위에 집중사격을 퍼부었다. 위에 인용한 전쟁실록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집중사격을 또 다시 받은 미국군 패주병들은 “놀란 꿩들이 숨을 곳을 찾아 도망치듯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고 한다. 

 

뿔뿔이 흩어져 달아난 그들은 군화도 신지 못한 맨발로 어둠 속을 밤새 걸어 이튿날 아침 미국군 제19보병사단 전초선에 간신히 도착했다. 살아남은 패주병은 10명이었다. 미국군 제29독립보병련대는 하동전투에서 38명이 사망하고, 52명이 부상하고, 313명이 포로로 잡혔으며, 부지기수가 실종되었다. 사상자들 가운데는 현장지휘관들이 많았다. 그래서 미육군 제8군 사령부는 제29독립보병련대를 개편해야 했다. 이런 정황은 제29독립보병련대가 하동전투에서 패하여 사실상 궤멸되었음을 의미한다. 

 

하동전투에서 미국군 보병련대를 궤멸시킨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파죽지세로 진주를 점령하고, 곧바로 마산 근교까지 진격했다. 그들은 부산을 점령하기 위한 최후의 돌격전에 앞서 전렬을 정비했다. 

 

마산역에서 부산역까지 직선거리는 45km밖에 되지 않는다. 6.25 전쟁 당시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보유한 각종 견인포들 가운데 122mm 견인곡사포가 가장 멀리 포탄을 날려보낼 수 있었는데, 그 사거리는 20km였다. 그러므로 마산 근교까지 진격한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마산을 점령하고 5km만 더 전진했더라면, 122mm 곡사포로 부산 도심을 타격할 수 있었다. 

 

미국의 전쟁사가들은 당시 마산 근교까지 진격한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부산을 점령하기 위한 측면돌파전을 벌이고 있었던 1950년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1개월 기간이야말로 6.25전쟁 중에 미국군이 최악의 패전위기에 몰렸던 위급한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위급한 상황에 몰려 패전공포에 사로잡힌 미국군과 한국군은 낙동강에 의지하여 불퇴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조선인민군의 도하작전을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당시 도하장비가 없는 조선인민군 제3보병사단과 제4보병사단은 급히 통나무로 떼를 무어 낙동강을 건넜으나, 항공무력의 화력지원을 받은 미국군과 한국군의 격렬한 저지선을 뚫지 못한 채 많은 사상자를 냈다. 낙동강전투는 격전 중의 격전이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탄우는 햇빛을 가렸고, 사상자들의 핏물은 강물을 붉게 물들였다. 

 

미국군 제25보병사단은 마산방어선을 구축하고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의 진격을 저지했다.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1950년 8월 2일부터 9월 14일까지 무려 34일 동안 미국군 제25보병사단을 계속 공격하면서 마산방어선을 뚫고 나가기 위한 돌파전을 벌였다. 만일 마산 근교까지 진격한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마산을 점령하고 낙동강방어선을 측면에서 돌파했더라면, 조선인민군은 1950년 8월 15일 직전에 전쟁을 결속하고 부산에서 8.15해방 5주년을 맞았을지 모른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1950년 7월 25일 전투가 벌어진 경상남도 하동을 미국군 정찰기가 공중에서 촬영한 것이다. 하동전투에서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 제13련대는 미국군 제29독립보병련대에 궤멸적 타격을 가했다. 하동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파죽지세로 진주를 점령하고, 곧바로 마산 근교까지 진격했다.미국군 제25보병사단은 마산방어선을 구축하고,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의 진격을차단했다.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은 34일 동안 마산방어선 돌파전을 벌였다. 만일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마산을 점령하고 낙동강방어선을 측면에서 돌파했더라면, 조선인민군은 1950년 8월 15일 직전에 전쟁을 결속하고 부산에서 8.15해방 5주년을 맞았을지 모른다.  


 

3. 전쟁에서 얻은 피의 교훈과 공병정찰조의 변모된 모습

 

격전의 포성이 정전으로 멈춘 뒤에 조선인민군은 부산 인접지역까지 진격했으면서도 낙동강방어선을 돌파하지 못한 피의 교훈을 되새겼다. 조선인민군이 6.25전쟁에서 얻은 피의 교훈은 무엇인가? 

 

만일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더 빠른 진격속도로 기동전을 벌였다면, 그들은 부산으로 후퇴하는 미국군과 한국군보다 먼저 부산에 도착했을 것이다. 조선인민군 제6보병사단이 마산 근교까지 진격하기까지 1개월이 걸린 원인들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한강하구, 금강, 섬진강을 도하할 때 부교가 없어서 신속한 도하작전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조선인민군 제3보병사단과 제4보병사단도 부교가 없어서 낙동강방어선을 돌파하지 못했다. 

 

미국군 증원무력이 부산에 도착하기 전에 전쟁을 신속히 결속하려면 진지전이 아니라 기동전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강과 하천이 많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기동전을 하려면 도하작전능력과 상륙작전능력을 비상히 강화해야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6.25전쟁에서 조선인민군이 얻은 피의 교훈이었다. 

 

피의 교훈은 정전 이후 오늘까지 70여 년 동안 조선인민군을 엄청나게 변화시켰다. 지난 날 도하장비가 없어 떼에 올라타 강과 하천을 건너야 했던 그들은 오늘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었을까? 

 

조선인민군의 무장장비는 고속기동전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맞춤형 무장장비로 변화되었다. 2020년 10월 10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과 2021년 1월 14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열병식에 각각 등장한 각종 무장장비들은 고속기동전에 적합하게 경량화되고, 차량화되고, 장갑화된 첨단무장장비들이다. 또한 조선인민군은 도하작전, 상륙작전, 고속기동전에 참가하는 공병무력을 엄청나게 강화했다.  

 

조선인민군이 공병무력을 엄청나게 강화했다는 사실은 2017년 1월 11일 한국 국방부가 발간한 ‘2016 국방백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15개 군단을 17개 군단으로 증편했다고 한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이 2개 군단을 증편한 것은 사회안전성(당시 인민보안성)에 소속된 공병총국(제7총국)과 도로총국(제8총국)을 국방성(당시 인민무력성) 소속 2개 공병군단으로 개편한 조치였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1개 전연군단(전방에 배치된 군단)에 공병련대가 1개씩 배속되었고, 1개 기계화군단에 도하공병대대가 1개씩 배속되었고, 1개 차량화보병려단에 공병중대가 1개씩 배속되었는데, 그와는 별도로 2개 공병군단이 더 증설된 것이다. 조선인민군 1개 군단의 병력수는 63,000명이므로, 2개 공병군단에 배속된 공병은 총 126,000명이다. 이런 정황은 조선인민군이 공병무력을 엄청나게 증강하였음을 보여준다. 

 

조선인민군의 공병무력이 엄청나게 증강되었다는 사실이 한국 국방부의 ‘2016 국방백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때로부터 3년이 지난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이 진행되었다. 그 열병식에서 조선인민군 공병군단 소속 전투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등장은 2016년부터 5년 동안 조선인민군 공병군단의 장비가 얼마나 질적으로 발전했는지를 현실로 보여주었다. 구체적인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2016년의 그들 모습과 2020년의 그들 모습을 비교해보자.  

 

2016년 3월 19일 조선인민군은 강원도 원산만에서 상륙 및 반상륙방어연습을 진행했는데, 그날 연습에 공병정찰조가 참가했다. 그들은 바다와 개펄을 고속으로 질주하는 공기부양정을 타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질풍 같이 달려가 해안 모래사장에 신속히 상륙했다. 조선인민군 공병정찰조는 상륙구역에 은밀히 침투하여 적정을 정찰하고, 상륙구역 해안에 설치된 용치(龍齒) 같은 차단물을 폭파하여 상륙돌격로를 열어놓는 작전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공병군단 소속 전투원들은 전시에 적진에 침투하여 적정을 정찰하고, 차단물을 폭파하고, 진격로를 열어놓는 공병정찰조인 것이 분명하다. 

 

주목되는 것은, 지난 5년 사이에 조선인민군 공병정찰조의 장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2016년 3월 19일 원산만에서 진행된 상륙연습에 참가한 공병정찰조는 얼룩무늬전투복을 입고, 방탄모가 아닌 군모를 쓰고, 어깨에 자동보총과 배낭을 메고, 손에 삽을 한 자루씩 들고 있었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열병식에 참가한 공병정찰조 및 공병도하조 열병종대가 행진하는 장면이다. 열병종대 전반부의 공병정찰조는 무인정찰기 또는 무인로봇을 조종하는 전자장비가 들어있는 특수야전배낭을 어깨에 메었고, 열병종대 후반부의 공병도하조는 고성능폭약이들어있는 방수야전배낭을 어깨에 메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삽자루를 손에 들고 상륙연습에 참가했던 공병정찰조가 5년 뒤에 미래전을 수행할 최신형 전자장비를 어깨에 메고 열병식에 나타났으니 실로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인민군은 고속기동전에 참가할 공병무력을 엄청나게 강화했다.  

 

그런데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가한 공병정찰조의 모습은 크게 달랐다. 그들의 모습은 매우 특이하게 보였다. 이를테면, 그들은 5년 전과는 전혀 다른 신형 자동보총을 들었고, 5년 전과는 전혀 다른 신형 위장무늬전투복을 입었으며, 5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방탄조끼를 입었다. 

 

그보다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열병종대 전반부는 투명한 얼굴가리개(면갑)가 부착된 방탄모를 머리에 썼고, 검은색 접시형 물체가 달린 특수야전배낭을 어깨에 멨고, 열병종대 후반부는 보안경이 부착된 방탄모를 머리에 썼고, 구명조끼를 입었고, 방수야전배낭을 어깨에 멨다는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투명한 얼굴가리개가 부착된 방탄모를 쓴 전투원들은 전시에 적진에 침투하여 적정을 정찰하고, 각종 차단물을 폭파하는 공병정찰조다. 그리고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보안경이 부착된 방탄모를 쓰고, 구명조끼를 입은 전투원들은 전시에 적진에 침투하여 각종 차단물을 폭파하고, 강이나 하천에 부교를 설치하는 공병도하조다.   

 

그렇다면 공병정찰조가 어깨에 멘, 접시형 물체가 달린 특수야전배낭은 무엇이며, 공병도하조가 어깨에 멘 방수야전배낭은 또 무엇인가?

 

그 야전배낭에 얽힌 궁금증을 풀려면, 2017년 1월 27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도하공격전술연습에 관한 언론보도를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그날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도하공격전술연습을 현지에서 지도하면서, “공병정찰기재의 현대화, 무인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할 데 대한 문제”를 제시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현대화되고, 무인화된 정찰기재로 공병정찰조를 장비시킬 과업을 제시한 것이다. 그 과업을 받은 조선국방과학연구원 산하 공병연구소가 기술적 난제를 자력으로 극복하면서 연구, 개발한 첨단정찰기재가 바로 접시형 물체가 달린 특수야전배낭이다. 접시형 물체는 안테나이므로, 그것이 달린 특수야전배낭 속에는 무인정찰기 또는 무인로봇을 조종하는 전자장비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전시에 공병정찰조는 적진 상공에 무인정찰기를 은밀히 침투시켜 적정을 정찰하거나 적진에 무인로봇을 침투시켜 무인총격전을 벌이는 것이다.  

 

다른 한편, 그날 열병식에 참가한 공병도하조가 어깨에 멘 방수야전배낭 속에는 적진에 설치된 각종 차단물을 폭파하는 고성능 폭약이 들어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전시에 공병도하조는 적진에 침투하여 고성능 폭약으로 각종 차단물을 폭파하고 부교를 부설하는 것이다. 

 

5년 전에 삽자루를 손에 들고 상륙연습에 참가했던 공병정찰조가 5년 뒤에는 미래전을 수행할 최신형 전자장비를 어깨에 메고 열병식에 나타났으니 실로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4. 고속기동군의 비대칭전법과 속결전씨나리오

  

우리나라 지도를 펴놓으면, 동서로 240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이 조국강토를 갈라놓은 가슴 아픈 모습이 보인다. 서부전선, 중부전선, 동부전선으로 구분되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은 방대한 규모의 무력을 각각 배치했다. 그런 한국군의 배후에는 태평양을 건너와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장악한 미국군이 상시공격태세를 갖추고 있다.

 

전쟁이 언제 재발할지 알 수 없는 위태로운 정전상태에서 그처럼 방대한 규모의 무력을 동원하여 첨예하게, 그리고 그처럼 오랜 기간 동안 대치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군사분계선 인접지대밖에 없다. 조미협상과 남북협상이 모두 중단되어 평화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사라진 지금, 우리나라 안팎에 조성된 긴장된 정세는 바로 그 지대에서 전쟁이 재발할 위험이 차츰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을 집필한 동기는 그런 정세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이 각각 방대한 규모의 무력을 군사분계선 중앙부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한국군 제7기동군단은 중부전선을 돌파하여 북진할 기세로 배치되었고, 조선인민군 땅크군단과 기계화군단도 중부전선을 돌파하여 남진할 기세로 배치되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경기도 파주, 동두천, 연천에서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로 이어지는 거대한 활모양의 작전지대에서 최대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25전쟁 시기에도 바로 그 지대에서 최대 격전이 벌어졌었다. 

 

그런데 조선인민군은 한국군과 다르다. 달라도 정말 많이 다르다. 이를테면, 조선인민군은 한국군이 갖지 못한 강점과 특징을 가졌는데, 그것이 바로 비대칭전법이다. 남측에서는 비대칭전법이라 하고, 북측에서는 주체전법이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대칭전법이란 적진의 가장 약한 작전지대에 불의의 공격을 집중하여 방어선을 신속히 무너뜨리고 고속기동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자기의 비대칭전법에 따라 공격을 집중하여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고속기동전에 돌입하게 될 작전지대, 다시 말해서 한국군 방어선에서 가장 약한 작전지대는 어디일까? 두말할 나위도 없이, 가장 약한 작전지대는 쌍방의 방대한 무력이 대치한 군사분계선 중앙부에서 벗어난 익측지대다. 익측지대 두 군데가 보인다. 군사분계선 서단에 있는 김포반도와 군사분계선 동단에 있는 강원도 해안지대가 익측지대다. 

 

그러면 조선인민군이 익측지대에서 비대칭전법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예상해보자. 전시에 익측지대에서 비대칭전법을 수행할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는 고속기동군이다. 조선인민군 고속기동군은 땅크사단, 기계화사단, 자행포려단, 방사포려단, 차량화보병려단으로 편성되는데, 화력타격력, 장갑방호력, 고속기동력에서 가히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고속기동군은 익측지대에서 어떤 비대칭전법을 수행할 것인가? 조선인민군 고속기동군은 개성시 개풍구역에서 한강합수부(한강과 임진강의 합류수역)를 도하하여 김포반도에 상륙한 다음, 인천을 점령하고 곧바로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목포까지 남진하는 고속기동전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고속기동전씨나리오가 근거 없는 전쟁소설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은 아래에 서술된 내용이 말해줄 것이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고속기동군이 한강합수부를 도하하여 김포반도에 상륙하려면, 다음과 같은 작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1) 조선인민군 공병정찰조가 김포반도에 침투하여 그 지역을 방어하는 한국군 해병대 제2사단의 움직임을 정찰하게 된다. 공병정찰조가 김포반도에 침투하여 적정을 정찰한다는 말은 잠수복을 입은 공병정찰조가 어둠이 깔린 한강합수부에서 수중으로 침투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식의 수중침투는 옛날이야기다. 공병정찰조는 한강합수부 강바닥 아래 깊은 곳에 건설된 하저갱도를 타고 김포반도 곳곳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다. 개성 인근에서 한강합수부를 건너 김포반도까지 이어지는 하저갱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1980년 6월에 월남한 탈북자의 진술을 담은 <월간조선> 1992년 6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저갱도를 통해 김포반도 곳곳에 침투한 공병정찰조는 무인정찰기를 한국군 해병대 제2사단의 머리 위로 날려 그들의 움직임을 촬영한 정찰영상을 조선인민군 전선지휘부에 실시간으로 전송하게 된다.       

 

2) 실시간 정찰정보를 받은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와 항공군 비행대는 즉시 한국군 해병대 제2사단에 대한 정밀타격을 개시하게 된다. 한국군 해병대 제2사단을 가장 먼저 공격할 전투단위는 조선인민군에서 최강 포병부대로 알려진 독립포병려단이다. 독립포병려단은 5개 방사포대대로 편성되었다. 1개 방사포대대는 3개 방사포중대로 편성되었는데, 1개 방사포중대가 운용하는 방사포는 9문이다. 그러므로 독립포병려단에는 방사포 135문이 배치된 것이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은 독립포병려단 3개를 동원하여 한국군 해병대 제2사단을 공격할 것으로 예견되는데, 이것은 대구경방사포 405문이 상상을 초월한 화력타격을 퍼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구경방사포의 집중타격을 받고 정신을 잃은 한국군 해병대 제2사단은 황해남도 태탄군에 있는 태탄비행장에서 이륙한 수호이(Sukhoi)-25 지상공격기, 무장헬기, 습격기의 순차적인 파상공습을 받을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인민군 독립포병련대가 한국군 해병대 제2사단을 정밀조준하여 대구경방사포를 사격하는 순간, 조선인민군 화력타격집단은  한미련합군 공군기지들과 방공기지들을 정밀조준하여 조종방사포를 사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련합군 공군기지들과 방공기지들은 조종방사포 공격을 받고 30분 만에 전부 파괴될 것이므로 조선인민군 항공군 비행대들은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공습작전을 벌이게 된다.  

 

3) 전시에 조선인민군 공병도하조는 한강합수부에 도하구역을 확보하고, 부교를 설치하게 된다. 땅크사단, 기계화사단, 자행포려단, 방사포려단, 차량화보병려단으로 편성된 조선인민군 고속기동군이 부교도하, 잠수도하, 수상도하로 한강합수부를 신속히 건너 김포반도와 인천을 점령하게 된다. 고속기동군은 인천에서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목포로 진격하게 된다. 

 

4) 조선인민군 고속기동군은 고속도로를 타고 매우 빠른 진격속도로 기동전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전시에 수많은 차량들이 밀려나와 고속도로가 꽉 막히면, 운전자와 탑승자들이 자기 차량을 버리고 떠나버리게 된다. 조선인민군 고속기동군이 버려진 차량들로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진격하려면, 그 차량들을 도로 밖으로 밀어내는 도로정비작전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서 조선인민군은 전시에 도로정비작전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전투단위를 창설했으니, 그것이 바로 이름도 생소한 도로군단이다. 

 

2017년 1월 11일 한국 국방부가 발간한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이 2개 공병군단을 증설했는데, 그 중에서 1개 공병군단이 도로군단이다. 조선인민군 도로군단은 도로건설부대가 아니라, 중장비를 동원하여 전시도로정비작전을 수행하는 공병부대다. 도로군단의 존재는 2018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날 열병식에 20번째로 등장한 열병종대는 주철희 륙군소장이 지휘하는 도로군단 소속 공병들이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도로군단은 중장비를 동원하여 고속도로에 버려진 차량들을 밖으로 밀어내며 고속기동군의 진격로를 열어놓게 된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2017년 1월 27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조선인민군 땅크장갑보병련대 겨울철도하공격전술연습의 한 장면이다. 근위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 제1련대가 주력부대로 이 연습에 참가하였다. 도하공격전술연습은 공병정찰조가 가상적진에 침투하여 적정을 정찰하고, 가상적진을 불의에 기습점령하고 종심으로 이동하고, 화력타격과 공습타격으로 가상적진의 거점들을 파괴하고, 공병도하조가 도하구역의 얼음을 폭파하여 부교를 설치하고, 땅크와 장갑차들이부교로 도하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위의 사진은 공병도하조가 설치한 부교 위를 장갑차들이 건너는 장면이다. 수륙량용도하차량은 부교로 도하하지 않고 수상도하를했고, 땅크와 수륙량용장갑차도 부교로 도하하지 않고 잠수도하를 했다. 부교도하, 수상도하, 잠수도하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도하해야 더 많은 무장장비와 전투병력이 신속히 도하할 수 있으며, 도하장비가 경량화될 수 있다.  


다른 한편, 조선인민군 고속기동군은 강원도 고성군을 방어하는 한국군 제22보병사단 방어선을 돌파하고, 속초를 점령한 다음 곧바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산까지 진격하는 고속기동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들의 고속기동전씨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1) 조선인민군 제1군단이 강원도 고성군을 방어하는 한국군 제22보병사단을 전방에서 공격하는 동안, 조선인민군 산악보병사단은 한국군 제22보병사단 후방 산악지대에 진출하고, 조선인민군 륙전대는 한국군 제22보병사단 후방 해안지대에 상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 제22보병사단은 포위망에 들어갈 것이다. 원래 한국군 제22보병사단은 군기가 해이하여 경계작전실패사건을 주기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약골부대이므로, 조선인민군의 포위공격을 받으면 몇 시간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 땅크사단, 기계화사단, 자행포련대, 방사포련대, 차량화보병려단으로 편성된 조선인민군 고속기동군은 한국군 제22보병사단 방어선이 무너진 동부전선 해안지대로 진격하여 속초를 점령하게 된다. 고속기동군은 속초에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으로 진격하게 된다. 서해고속도로와 마찬가지로 동해고속도로에서도 조선인민군 도로군단이 고속기동군의 진격로를 열어주게 된다. 

 

목포를 점령한 고속기동군과 부산을 점령한 고속기동군은 각각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우회진격하여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경계선에서 조우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고속기동전을 완료한 조선인민군은 동해, 서해, 남해의 해안지대를 따라 남측 전역을 포위하게 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조선인민군의 비대칭전법은 주력부대가 전선중앙에서 남진하는 동안, 익측의 고속기동군이 동부해안지대와 서부해안지대에서 각각 진격하는 전법이다. 

 

조선인민군 고속기동군이 동해, 서해, 남해 해안지대에서 기동전을 종료하는 것과 함께 내륙에서는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 전략갱도를 타고 지하로 침투하고, 수송기와 습격기와 헬기를 타고 공중으로 침투하여 서울, 춘천, 대전, 광주, 대구를 비롯한 대도시들을 신속히 점령하게 된다. 시가전을 거의 하지 않고 신속히 점령할 것이므로 무혈입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전쟁피해를 최소화하고, 개전 72시간 만에 신속히 결속되는 초단기속결전은 그렇게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홈리스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편지

이상훈 광화문 희망사진사

입력 : 2021.04.25 07:47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녕하십니까? 오세훈 시장님! 시장 당선과 취임을 서울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만 50세의 홈리스(노숙인) 남성입니다. 지금 영등포의 한 사우나에서 휴대전화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로 원고지 16매를 쓰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언론사 기자에게는 카카오톡으로 글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저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희망사진관’에서 사진사로 일했습니다. 고 박원순 시장 재임시절 사진작가 조세현 선생님의 제안으로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 교육 프로그램 ‘희망프레임’이 시작됐고, 2012년부터 매년 수십명의 노숙인이 사진을 배우고 시민청과 광화문광장에서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100만원 남짓한 적은 월급에 겨울 3개월, 혹서기 한달을 무급으로 쉬는 일자리였지만 참으로 소중한 일자리였고 자활의 터전이었습니다.

희망사진사들은 매년 희망아카데미 홈리스 사진문화대학에서 조세현 선생님을 도와 보조강사로 활동했고, 때때로 시골장터를 돌며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찍어드리는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진사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갔고, 다른 노숙인들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성장해 왔습니다. 2019년에는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희망사진관 2호점을 오픈하고 언젠가는 희망사진관을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여 자력으로 운영해 볼 꿈까지 꾸게 되었습니다. 2020년 봄이 되기 전까진 그랬습니다.
 

희망사진관 폐쇄로 사진사 생계 막막
2020년은 누구에게나 잔인한 한 해였겠지만 희망사진사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3월부터 문을 열기로 했던 광화문광장과 어린이대공원의 희망사진관은 코로나19 1차 대유행으로 일단 한달 늦춘 4월에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희망사진관 두곳을 깨끗하게 청소해 두고 미뤄진 오픈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계속 악화되었고, 결국 4월에도 사진관 문을 열지 못한 채 한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5월 코로나19가 주춤했을 무렵 서울시 자활복지과 담당자들이 희망프레임에 찾아오셨습니다. 이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는 건가? 기대를 가지고 그분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질문은 모두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려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희망아카데미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구입한 카메라를 확인하고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를 집요하게 확인하면서 희망사진관 재개관에 대해선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희망사진사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갔습니다. 몇달간 받아왔던 구직급여는 끝나서 공공근로를 신청하거나 대리운전을 하고, 편의점 캐셔를 하면서 이제나저제나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6월 하순에는 도저히 이대로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박원순 서울시장께 보내는 편지를 시사주간지에 기고했습니다.

당장 사진관 문을 여는 게 어렵다면 희망사진사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다른 임무를 맡겨달라고 했습니다. 서울시 방역현장에 파견해 필요한 사진을 찍는 일에 투입해 달라고 했고, 코로나19로 위축된 일상을 보내고 계신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순회하며 찍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다시 문을 열 날을 기다리겠다는 각오를 전했습니다. 다행히도 이 기고문을 보셨는지 박원순 시장이 화답을 하셨습니다. 그간 신경 쓰지 못해 미안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홈리스 사진사 하성수(사진왼쪽)와 최범석씨가 2013년 3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사진관 1호점 개소식을 마친 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사진작가 조세현씨를 첫손님으로 찍고 있다./ 정지윤 기자

홈리스 사진사 하성수(사진왼쪽)와 최범석씨가 2013년 3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사진관 1호점 개소식을 마친 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사진작가 조세현씨를 첫손님으로 찍고 있다./ 정지윤 기자

기쁜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7월 초에 들려온 소식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박원순 시장의 실종과 사망이었습니다. 슬프고 화나고 허탈한 뉴스였습니다. 이제 희망사진관은 어찌 되려나 하는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시 응답소에 민원도 넣어봤습니다. 한달쯤 후에나 돌아온 답변은 코로나19 감염이 계속되고 있고 희망프레임 프로그램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희망사진관을 열어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년 모두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홈리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오픈된 공간인 공공시설은 모두 문을 닫아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은 사라졌고,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에서도 홈리스는 소외됐습니다. 왜 저희같이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재난지원금은 따로 없는 건가요? 모든 국민이 다 받는 재난지원금을 한번 받았을 뿐 자영업자, 소상공인, 프리랜서 등이 받는 지원금을 홈리스들은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방역수칙 지키면서 일하고 싶어
서울에서 가장 빈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무런 지원 없이 어떻게 기본적인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겠습니까. 오죽하면 노숙인인 제가 케이크와 화과자를 만들어 팔면서 동료 노숙인들을 돌보고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이제는 저도 지치고 힘들어서 제 한 몸 건사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몇년 전 다쳤던 어깨를 방치한 탓에 최근에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합니다. 올해가 작년과 같다면, 과연 우리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마음도 크게 위축됐습니다.

희망사진관은 홈리스들에게 밥벌이 이상의 공간입니다. 저는 홈리스들이 이 공간을 기반으로 꿈을 가지고 일어서기를 바랐습니다. 이제 바라는 것은 새로 부임한 오세훈 시장께서 희망사진관의 재개관을 꼭 한번 검토해주시는 것뿐입니다. 시장께서 얼마 전 발표하신 ‘서울형 거리 두기’에서 전 한가닥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희망사진관에도 자가진단 키트를 갖추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나간다면 이 봄이 지나가기 전에라도 다시 문을 열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희망사진관을 통해 서울이 다시 깨어나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서울시민의 밝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며 희망을 향해 걸어갈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없겠습니까? 시장님의 건강과 안녕을 빌며 마지막으로 제가 2019년 희망사진관 개관 때 낭독했던 자작시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나의 집은 광장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네

그대의 영혼이 잠시 머물 곳이네

오늘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당신은 다시 젊어지네

이렇게 젊어진 당신을 담았네

내 사진은 당신을 춤추게 하고

당신에게 힘을 불어넣어

소중한 순간들을 움켜쥐게 하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250747001&code=940100#csidx5967d5de42fcfbc893742a0ce26bd31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코로나가 사람을 해고하나? 사람이 사람을 해고하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4/25 09:04
  • 수정일
    2021/04/25 09:0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포토스케치] 해고 1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의 오체투지와 단식 농성

지난해 5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를 청소하는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에서 비정규 노동자 8명이 정리해고됐다. 회사의 무기한 무급 휴직 방침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 회사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해고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서울과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이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돈 없다던 회사는 복직 대신 대형 로펌 변호사 3명을 선임해 소송을 시작했다. 현재 남아 있는 해고자들은 복직을 요구하며 1년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이다. 올해 4월과 5월말 정년이 되는 2명의 해고자들은 13일부터 열흘 넘게 단식 농성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부당해고 판정에도 이를 이행시키는데 소극적인 정부와 노동청에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어느새 봄은 다시 돌아왔다. 해를 넘긴 해고자들의 마음은 어지럽다. '비정규직 제로'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비정규 노동자의 희생은 당연한 것인지 묻는다. 코로나만 탓하기엔 비정규 노동자를 향한 세상의 냉대와 국가의 방치에 대해 여전히 많은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22일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이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이날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 22일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오체투지가 시작됐다. 이들은 '진짜 사장' 박삼구 회장의 집이 있는 한남동에서 시작해 2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까지 오체투지를 이어간다. ⓒ프레시안(최형락)
▲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 29일 전국의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 감소와 실직 피해에 더 시달리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정규직의 실직 위험은 정규직에 비해 5배 높았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 걸린 고용 피해 사례를 쓴 마스크들. ⓒ프레시안(최형락)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현재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금호문화재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재하청 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의 100퍼센트 지분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약속은 어디로 갔을까. 노동자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프레시안(최형락)
▲ 오체투지를 하던 김계월 지부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10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남(왼쪽), 기노진(오른쪽) 조합원. 이들은 올해 4월과 5월에 정년이 돼 복직해도 회사에 다닐 수 없지만, 부당함을 바로 잡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와 서울, 인천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김앤장 변호사 3명을 선임해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오체투지는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로 자리 잡아왔다. 억울하고 부당한 일에 세상이 귀 기울이지 않을 때 이들은 거리에 나설 수 밖에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 벌써 농성 1년이 다 되어간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의 천막. ⓒ프레시안(최형락)
▲ 봄은 다시 돌아왔다. 길 위의 해고자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프레시안(최형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4222355466476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민들 일본대사관 앞에서 전범기 찢으며 “독립군처럼 싸우자”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4/24 [22:11]
  •  
  •  
  • <a id="kakao-link-btn" style="font-variant-numeric: normal; font-variant-east-asian: normal; font-stretch: normal; font-size: 12px; line-height: 16px; font-family: dotum, 돋움, Arial; color: rgb(102, 102, 102);"></a>
  •  
  •  
  •  
  •  
 

▲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1만 국민행동’에서 전범기를 찢는 시민들.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1만인 국민행동 참가자들은 발열 체크를 비롯해 연락처 기록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진행되었다.   © 김영란 기자

 

▲ 시민들은 전범기와 함께 자신이 만든 선전물을 들고 3시부터 5시까지 일본대사관을 에워싸고 1인 시위를 했다.   © 김영란 기자

 

▲ 시민들은 1만인 국민행동 마무리로 일본에 규탄 대자보를 적었다.   © 김영란 기자


“학생들이 국민을 대표해서 1주일 이상 비도 맞으며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힘을 주기 위해서 나왔다. 그런데 일본이 전혀 반성하는 기색도 없고 한국의 책임 있는 관계기관, 정치인들이 모르쇠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소리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스가가 먼저 방사능 오염수 먹어라.”

 

“일하다가 참을 수 없어 나왔다. 일본의 행동에 너무 화가 난다. 대학생들이 싸우는 모습이 눈물이 날 정도로 짠하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에 기가 막히고 말도 안 나온다. 이를 규탄하기 위해서 나왔다. 농성하는 대진연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반대한다. 일본을 규탄한다.”

 

“우리 함께 독립군처럼 일본에 항의하고 싸워야 한다.”

 

시민들이 24일 오후 2시부터 일본대사관 앞으로 하나둘씩 모였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대학생 긴급 농성단(이하 농성단),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진보대학생 넷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1만 국민행동(이하 1만 국민행동)’을 개최했다.  

 

시민들은 1만 국민행동에 함께 하기 위해서 일찍부터 일본대사관 앞으로 온 것이다. 

 

시민들은 3시부터 일본대사관을 에워싸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시민들의 손에는 일본 전범기와 함께 직접 만들어 온 선전물이 들려있었다. 

 

문화예술인들은 거리공연을 하면서 1만 국민행동에 참여했다. 

 

오후 5시, 시민들은 9명 이하로 조를 짜서 일본대사관 주변 7~8곳에서 일본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의 첫 시작은 일본 전범기를 찢는 것이었다. 

 

▲ 일본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24일에는 농성단을 응원하는 선전물을 들고 일본대사관 앞으로 온 시민들도 많았다.   © 김영란 기자

 

최수진 학생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방사능에 노출될 것이다. 방사능 오염수 저지를 위해 오늘부터 더 강력한 행동을 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포천에서 온 시민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을 반대한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대학생 ㄱ 씨는 “과거의 제국주의적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한번 전 세계 국민들을 상대로 위험한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 일본에 국민의 힘을 보여주자”라고 호소했다. 

 

농성단은 이날 격문을 통해 “후안무치의 끝을 달리는 일본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전 세계 국민들 앞에 진정으로 사죄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 내고 일본을 맹렬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일본에 항의하는 규탄의 말을 대자보에 적고, 찢은 전범기는 일본 방사능 휴지통에 버리는 것으로 1만 국민행동을 마무리했다. 

 

1만 국민행동은 서울·수원·춘천·대전·대구·부산·광주에서 집회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온라인으로도 함께 진행되었다. 

 

한편, 이날 경찰은 일본대사가 우려한다며 과잉대응을 해 시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 경찰은 24일 일본대사관 앞에 가림막을 설치해 농성단을 고립하고, 시민들의 통행을 가로막았다.   © 김영란 기자

 

▲ 시민통행로라고 표시했지만 경찰이 길을 가로막아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 김영란 기자

 

▲ 경찰들이 행사를 위해 발전기를 들이려는 학생들을 가로막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수원에서 온 시민은 “경찰이 여학생에게 반말하고 욕하며 겁을 주더라. 한국 경찰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유동에서 온 시민은 “국민들은 평화적으로 충분히 집회를 할 수 있는데 경찰이 상황을 더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경찰의 행태를 지적했다. 

 

지나가던 시민은 “경찰이 너무 한다. 대체 길을 막고 뭐 하는 것이냐”라고 경찰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경찰의 과잉·폭력 대응에 대해 관계 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아래는 농성단이 24일 발표한 격문이다. 

 

-------------아래------------------------ 

 

일본정부는 파렴치한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을 철회하라

 

전 세계 인류에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일본을 맹렬히 규탄한다! 지난 13일, 일본 정부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존엄, 안전을 철저히 위협하는 방사능 오염수 125만 톤을 무단방류 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다.

 

인간이라면 어찌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망발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 방사능 오염수는 해양 생태계를 비롯해 모든 것을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파괴할 뿐이다.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은 자국민과 더불어 전 세계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방사능 오염수 보관 비용을 아끼려는 악덕무도한 만행임을 만천하가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여전히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강경한 대응 입장을 내놓자, 일본은 “한국정부 따위에는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는 극악무도한 망발을 내뱉었다. 과연 이뿐인가?  한국 정부에게 일본대사관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학생들을 강제해산 시키라고 명령한 것도 일본 정부이며. 대한민국 경찰과 건물관리인을 앞세워 국민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가로막는데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이 바로 일본정부다. 비상식의 끝을 달리고 있는, 인간이라고 불릴 자격이 단 1도 없는 자들이다.

 

이러한 일본의 반인륜적인 만행들을 배후에서 묵인하며 지지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미국이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방침에 대해 ‘일본에게 감사한다’고 말하며 일본이 저지른 파렴치한 악행에 동조했다. 미국은 일본의 든든한 뒷배로서, 국제사회의 우려는 무시한 채 일본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호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이 한통속이 되어 우리 바다를 일본의 하수구 취급하는 것이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처해야만 한다. 방사능 오염수는 단순한 환경파괴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인류의 존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제국주의적 책동이다. 도쿄 올림픽 불참, 지소미아 파기, 한일 수교 단절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일본의 막무가내식 행동을 막아내야만 한다.

 

오늘 결사항전의 각오로 일본정부와 맞서 싸우자. 전국 1만 공동행동으로 전 세계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평화를 엄중히 위협하는 일본의 만행을 반드시 저지시키자. 인류의 미래를 앗아가는 범죄행위를 우리는 단 한 치도 용납할 수가 없다, 후안무치의 끝을 달리는 일본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전 세계 국민들 앞에 진정으로 사죄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 내고 일본을 맹렬히 규탄하자!

 

일본 정부는 지금 당장 방사능 오염수 방류방침을 철회하라!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무단 방류 비호하는 미국을 규탄한다!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방침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강력대처 촉구한다!

 

2021년 4월 24일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대학생 긴급 농성단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작은집을 뺏기고 더 작은집을 얻은 사람들

코로나로 휴업 요청, 응했더니 구청이 몰래 마차 가져가…“앞으로 장사하면 몇 년이나 한다고”
고급아파트 들어서며 민원쇄도, 자연도태되는 노점상인들…“세상 사람들이 싫어하지” 

나라가 부도난 지 어언 2년. 연일 ‘대우사태’로 뉴스가 도배되던 1999년 10월13일, 그날은 맑았다. 이영임씨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 한국전력 앞에 ‘작은집’을 마련했다. 한가을, 저녁엔 쌀쌀하니 천막을 내리면 이슬이 송골송골 맺혔다.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밤 깊은 마포종점’ 인근이다. 사라진 전차 종점이지만 언젠가 이곳은 ‘강 건너 영등포 불빛’을 바라보며 ‘비에 젖어 갈 곳 없는’ 이들을 감싸주던 곳이었다. 

이씨는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여길 ‘작은집’이라 불렀다. 이삿짐센터 일을 하던 남편의 몸이 많이 망가지면서 개별화물 넘버를 잃었다. 생활이 안 되는데 애들은 가르쳐야 했다. 밥은 먹고 살겠거니, 5년만 할 생각이었다. 친척이 하던 걸 이어받았다. 그땐 바람을 막으려 내린 ‘포장’이 여덟 개였다. 손님도 많았다. 지금보다 넓었던 도로변에 차를 대고 많이들 한잔하다 대리운전을 불러 가곤 했다. 

작은집엔 오후 6시부터 손님들이 온다. 4시면 출근해 남편이 ‘마차’를 한전 앞 인도로 이동해주고 무거운 물건도 옮겨줬다. 호떡을 팔만한 작은 마차는 사람이 밀어 옮기지만 이 ‘작은집’은 모터가 달려있어 ‘운전’을 한다. 끝나면 다시 남편이 나와 뒷정리를 도와주고 같이 ‘큰집’으로 돌아가 눈을 붙였다. 초창기엔 밤새 손님이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턴 새벽 1시에도 발걸음이 끊겼다. 여덟집은 여섯집으로 줄었다. 

여름마다 오던 일본인 손님이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재작년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비즈니스 한다고 하나둘 데려와 소개했다. 한국말을 못해 손짓발짓으로 띄엄띄엄, 맛있다고 했다. 초콜릿 선물을 가져온 적도 있다. 가끔 얼굴을 비치던 중국인 손님도 기억했다. 푸짐하게 시켰었다. 이씨네는 6번집, 끝집이라 자연스레 찾는 손님도 있었다. 인터넷에선 ‘염리초 앞 포장마차거리’로 유명해 직장인들이 많이 찾았다. 

옆집 한옥순씨는 올림픽을 준비하던 33년 전 이곳에 왔다. 학교 다닐 나이에 ‘식모살이’하러 상경했고 식당과 공장을 전전하다 마차를 마련했다. 그땐 스무집이 넘었다. 포차거리 맞은편이 ‘진주아파트’였던 시절이다. 1988년 터 잡자마자 철거당한 적이 있다. 국제행사를 앞둔 그땐 거리 곳곳을 밀어내기 바빴다. 

긴 세월만큼 험한 꼴도 여러 번 당했다. 진주아파트가 재건축으로 대기업브랜드 아파트가 된 뒤니까 10년이 좀 더 됐을까, 청와대 주인이 바뀐 신호 같았다. 이씨의 말이다. “일부러 여자들도 투입시켰지. 한 300명은 됐는데 포크레인·지게차까지 쳐들어와 마차를 납작하게 눌러 빗자루 하나까지 안 남기고 쓸어갔는데. 새카만 양아치들. 뭐 설득이나 대화도 없고, 깨끗한 거리 만들겠다나” 

▲ 마포구 염리초 앞 포장마차 거리에서 과거 장사하던 이영임씨 모습. 사진=서울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제공
▲ 마포구 염리초 앞 포장마차 거리에서 과거 장사하던 이영임씨 모습. 사진=서울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제공

 

포장마차는 모순의 공간이다. 쓰레기처럼 치워버릴 땐 언제고 선거 때가 되면 여야 없이 노점상을 방문한다. ‘정치인들이 여기도 오냐’는 질문에 이씨는 “그럼요. 한 표 부탁하고 가는 사람들 많은데 나중엔 막상 즈그들이 나몰라라 하는거지”라고 했다. 선거땐 당선행 첫번째 정거장 같으면서도 평소엔 무심(無心), 철거당할 땐 무시(無視)의 대상이다. 

단속을 명분으로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구청을 탓하는 이는 없었다. 노점위치에 따라 단속기준이 다른 것도 의문이다. 두더지 잡듯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단속하는 건 불공평하지 않나, 상인들끼리만 중얼거린다. 이명박 정권 초 난리통 이후론 6만원씩 두 번, 1년에 12만원 내던 도로점용료(변상금)를 안 걷는 것도 웃긴 일이다. 대신 점포를 임대해 장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 심지어 백종원씨한테 컨설팅을 받아 새 메뉴를 개발해보라는 훈수까지 듣는다. 말이 쉽다. 

“그 누가 노점상을 하고 싶어 하느냐/ 처자식 먹여 살리려 거리에서 장사한다”(늙은 노점상의 노래), “하루 벌어 하루살이 노점상 인생/ 노점상이 되고 나서 알게 되었다/ 이놈의 세상이 거꾸로란 걸”(노점상인생), 노점상인들의 노래가사 중 일부다. 백종원을 만나 조언받을 만했다면 진작 점포 얻어 사업을 했지 길거리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ILO(국제노동기구)는 2002년 노점상 등 비공식 경제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권리를 보장하라고 국제결의를 했지만 말 그대로 다른 나라 얘기다.

▲ 마포구 염리초 앞 포장마차 거리에서 마차를 빼앗기기 전 장사하던 이영임씨 모습. 사진=서울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제공
▲ 마포구 염리초 앞 포장마차 거리에서 마차를 빼앗기기 전 장사하던 이영임씨 모습. 사진=서울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제공

 

“월세 내야지, 인건비 나가야지, 지금 여기서 혼자 하는 것도 힘든데. 거기다 코로나로 기존 점포들도 망하는 분위기이고. 내가 포장마차 하면서 조카 식당을 5년을 도와줬어요. 투잡인데, 거길 도와줘서 일으켜 인수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게 됐고. (상인 6명이) 다들 여기서 20~30년 장사했는데 이 나이에 어딜 가요.” 이씨의 말이다.

가장 젊은 이씨가 65세, 나머지는 대부분 70대다. 77세도 두 명이다. 이씨는 무릎 연골이 다 닳아 뼈가 서로 닿는다. 서서 일하다 보니 다들 허리와 무릎 통증은 기본 증상이다. “앞으로 하면 몇 년이나 하겠어요. 젊은 사람들도 코로나에 더 힘든데. 굳이 코로나 때 마차를 가져가야 하나 싶네요.”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몫을 찾아주는 게 ‘정치’라면 정치는 실종했고 길거리 질서유지의 ‘치안’만 남았다.

“포차는 우리 문화로 외국에도 알리는 것 아니냐”, “외국엔 가서 그렇게 장사도 하고 하는데 정작 한국에선 왜 못하게 하고 없애냐” 상인들은 외국에서 연예인들이 포차를 운영하는 예능프로 ‘국경없는 포차’를 종종 말했다.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한국의 맛과 정을 듬뿍 실은 포장마차” “따끈한 정이 담긴 길거리 음식과 시원한 소맥 한잔”, “국경을 넘어간 닭똥집과 소주는 과연 통역이 될까요”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 예능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 홈페이지 갈무리
▲ 예능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 홈페이지 갈무리

 

소설가 박완서의 단편 ‘도둑맞은 가난’에서 사업실패로 가족이 동반자살해 혼자 남은 ‘나’는 공장노동자 상훈과 동거한다. 사실 상훈은 공장에 위장취업해 가난을 체험하는 부잣집 대학생이다. 뒤늦게 상훈은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며 ‘고생을 모르는 걸 걱정해 아버지가 가난체험을 권유했다’고 말한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좋은 경험이었다’는 그간의 소감과 ‘월세와 연탄비 아끼려 남자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뻔뻔한 충고에 ‘나’는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부자들이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위해 가난마저 훔친다는 걸 깨닫는다. 

상인들이 ‘국경없는 포차’ 얘기를 자꾸 꺼내는 건 서글픈 일이다. 찬바람을 막아주는 천막을 언제 걷어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온전히 상인들의 몫인데 TV엔 상인들을 제거했다. 연예인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가난마저 빌려가 예능으로 활용하는 이 프로그램에라도 상인들은 기대야 했다. 이들에겐 삶을 직시할 여유도 이유도 없고 편들어주는 정치인 하나 없다. 노점은 멀리서 보면 낭만의 공간, 가까이서 보면 불안정 그 자체다. 

촛불을 들고 정권이 바뀌더니 세상이 달라졌단다. 진짜 그랬다. 지난해 9월, ‘상생’을 말하던 구청은 거리에 세워둔 마차 5대를 ‘몰래’ 가져갔다. 용역·폭력·충돌 따윈 없었다. 포장마차는 한여름 더위를 피해 잠시 장사를 쉰다. 더위가 한풀 꺾이자 코로나가 심해졌다. 조금 더 쉬어달라는 구청 요청에 협조했다. 그러던 사이 마차를 실어갔고 그 자리에 대형 화단을 세웠다. 공간을 성형하려는 구청의 선전포고다.

생존을 잃은 상인들이 반격했다. 화단까지 세워둔 건 아예 장사를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라고 생각했다. 화단을 저쪽으로 치우고 마차를 가져간 구청에 항의했다. 다른 지역 노점상인과 함께 구청 앞에 모여 집회라도 해야 했지만 코로나로 모일 수가 없는 상황. 곰인형 수십개를 깔아놓고 대신 시위를 시켰다. 지난해 10월 한씨는 빼앗긴 마차를 찾고자 구청 앞에서 유방암 수술 이후 다시 자라난 흰머리를 다 밀어냈다. 

▲ 지난해 9월 빼앗긴 마차를 돌려달라며 삭발을 한 노점상인 한옥순씨(오른쪽) 사진=서울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제공
▲ 지난해 9월 빼앗긴 마차를 돌려달라며 삭발을 한 노점상인 한옥순씨(오른쪽) 사진=서울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제공

 

▲ 지난해 마포구청 앞에 노점상인들이 코로나로 집회가 어려워지자 곰돌이인형으로 시위를 대신하는 모습. 사진=서울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제공
▲ 지난해 마포구청 앞에 노점상인들이 코로나로 집회가 어려워지자 곰돌이인형으로 시위를 대신하는 모습. 사진=서울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제공

 

“술을 팔지 말라” 마포구청이 마차를 가져간 이유다. 보통 마차를 짜는데 600만~700만원, 천막과 받침대 등 1000만원은 족히 든다. 이씨는 마차를 빼앗기고 잠을 설친다. 속에서 뜨거움이 차오를 때가 있다. 병원가 상담을 받고 진정제를 먹는다. “미리 계고장이라도 붙였다면 마차 안에 요리재료라든지 원래 먹던 관절약, 영양제, 동전도 다 모아놨는데 그런 거 빼놨을 텐데…” 

코로나 탓인지 지난해 3월부터 손님이 줄었고 여름 휴식기인 8월 이후론 아예 장사를 못했다. 온몸이 성치 않으니 약값이라도 내 손으로 벌겠다며 꼬박꼬박 장사하던 일상이 끊겼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보험사 약관대출로 근근이 하루를 버틴다. 마차는 1000만원이 아니라 유일한 재산이자 생존수단이다. 

법, 집값, 민원. 
세상엔 밥보다 중요한 게 많았다. 

지난해 9월 마차를 빼앗긴 마포 한전 앞 노점상인들은 “이제껏 구청에서 술 판매를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고 마포구청 측은 “수도 없이 알렸다”고 반박했다. 상인들은 “코로나를 기회로 노점을 없애는 것”이라고 했고 구청은 “이젠 분식으로 메뉴를 바꿔달라”고 했다. 양측의 대화는 만나지 못했다. 지난 1월15일 오전 10시 구청 1층 로비 앞 상황이다. 

“떡볶이 팔아서 우리 생활이 유지되면 뭐하러 힘들게 밤에 장사를 해”
“분식을 하다가 안 되면 (저희가) 지원을…”
“(포장마차를) 되게끄름 해줘야지. 그 자리에서 30년씩 해왔는데”
“30년 동안 법적으로 문제 있었던 걸 이젠 아셨잖아요”
“검사들도 와서 먹고 국회의원들도 와서 먹었는데”
“없어지는 추세이고 술 판매는 허가를 받아야죠”
“30년간 해왔는데 이제와서”
“예전에는 몰라서 암암리에 장사를 한 거고요”
“그럼 상생위는 왜 만들었냐고”
“상생위가 법 위에 있는 건 아니죠”“마차는 우리 재산인데 왜 안 돌려주고”
“책임질 수 있는 분이 와서 (술 안 팔겠다고) 약속하면 돌려드릴게요”
“장사 쉬어달라고 해서 쉬었는데 그새 마차 가져갔죠?”
“서울시에서 (쉬어달라고) 요청한 거죠. 근데 항상 도로에 세워놓으니까요.”
“그럼 범칙금을 청구해. 도로점유세 낼테니”
“나중에 찾아가실 땐 1㎡당 10만원씩 부과될 거에요”
“자꾸 법법 하지마요. 없는 사람들이 법 더 잘 지키니까”

실은 지난해 가을에서 겨울내내 수시로 벌어진 풍경이다. 상인들은 법의 언어로 구청을 이기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불투명한 미래 못지않게 이들을 괴롭히는 건 조여오던 과거의 경험이다. 구청의 요구를 듣더라도 언젠가 다시 밀려날 걸 상인들은 알았다.

▲ 지난해 1월 마차를 돌려달라며 마포구청에 항의하고 나서 1층 로비에 주저 앉은 노점상인들. 사진=장슬기 기자
▲ 지난해 1월 마차를 돌려달라며 마포구청에 항의하고 나서 1층 로비에 주저 앉은 노점상인들. 사진=장슬기 기자

 

이명박 서울시장이 취임한 2002년, 억울함을 풀지 못한 노점상인 박봉규 열사가 분신한 걸 봤다.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를 앞두고 행정대집행에 맞서던 노점상인들이 다치거나 구속되는 걸 봤다. 동대문운동장 터로 이주시켜 방치한 서울시의 모습을 봤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자 동대문운동장을 허물고 청계천 2차 복원을 추진한다며 다시 노점상들을 이주시킨 걸 봤다. 이주해서 상권이 사라지면 노점도 무너진다는 걸 봤다. 

2007년 서울시는 ‘디자인 서울정책’이라며 ‘노점상종합관리대책’을 내놓았다. 지하철역·횡단보도 옆 3m 금지처럼 세세하게 제시했다. 노점면적이나 운영시간까지 정했다. 이를 언론에 흘리고 노점상을 파격적으로 줄여가는 모습을 봤다. 같은해 10월 경기 고양시 노점상 이재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씨를 노점상인으로 만든 건 IMF사태였고, 이씨의 죽음은 그의 배우자까지 때린 400여명의 용역깡패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감지했다. 

상인들은 자신들이 ‘비공식’의 존재라는 걸 안다. 행정이 만든 질서가 언제나 ‘공식’이라는 것도 안다. 공식이 용역이라는 비공식을 동원했고, 법이 폭력이라는 불법을 포함했다. 2009년 마포구 건설관리과는 예산 6억5000만원 중 절반 가까이 노점단속에 썼다. 상인들은 공평한 법집행이라는 공식이 자신에겐 예외라는 걸 안다. 행정이 내킬 때만 법을 적용해도 주민의 지지를 받는 걸 안다. 기존 노동시장에서 쫓겨나 노점을 차리는 순간 공식 사회안전망에서도 밀려난다. 

그래서 2017년 아현고가 밑 노점상을 폭력으로 밀어낼 때, 염리초 앞 포장마차 상인들은 장사를 접고 아현동을 찾았다. 이씨는 “한곳이 쓰러지면 전체가 쓰러지니까”라고 연대의 이유를 말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아현동 좌판 노점은 다 없앴고 두 곳은 가게를 얻었으며 박스형으로 7개 남았다”고 말했다. 

이젠 노점을 ‘거리가게’라고 부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은 통제 대신 관리, 강제퇴거 대신 자연도태의 방식을 택했다. 2019년 마포구는 상생위원회를 만들고 노점상인을 위원으로 위촉했지만 포차 논란의 최대 쟁점인 술판매 문제는 다룬 적이 없다. 실질적으로 회의가 열린 적도 없다. 마포에서 꼼장어에 소주한잔 기울일 포장마차는 이제 없다. 거리의 상인들이 더 이상 갈 곳도 없다.

공간에도 우생학이 작동한다. 과거 정치권력이 ‘보기 싫다’는 이유로 노점을 밀어냈다면 이제 더 높은 아파트가격을 위해 노점상은 조용히 밀려나야 할 존재가 됐다. ‘주민들도 동네에 술 한잔할 포차하나 있으면 좋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구청 관계자는 질색하는 얼굴이었다. 구청 측은 민원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예전에 그 주민이 아니다.

한국전쟁 피란민이 터 잡아온 아현동 노점은 2017년 쫓겨났다. 2005년 아현뉴타운으로 지정됐던 근방엔 푸르지오 등 고급아파트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섰다. 염리초 옆 진주아파트는 재건축 결과 자이아파트로 변신했다. 마포는 용산·성동와 함께 강남 아파트값 추격자로 자리잡았다. 

이씨는 구청이 떡볶이로 메뉴를 바꾸면 박스형 새 노점을 지원해주겠다는 말에 달가워하지 않는다. “손님들이 먹을 자리가 없어요. 쪼끄매. 떡볶이 판다고 달라질랑가. 또 위생이 어쩌고 불량식품 파네 걸고 넘어지려면 걸지” 근방에서 붕어빵을 팔던 할머니가 있었는데 역시 지난해 구청의 요구로 장사를 접은 이야기도 꺼냈다. 구청 관계자는 “기존하던 분들만 관리하고 노점상 신규진입은 금지한다”고 했다. 

소상공인 지원에서 노점상 몫은 없었다. 4차 재난지원금에 와서야 노점상인도 포함하자는 말이 나왔다. 이씨는 “우린 해당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언론과 여론에서 벌떼같이 달려들어 노점상에 지원금을 주지 말자는 논지를 폈다. “사업자등록도 해야하고,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지”라며 손을 휘저었다. 

마포구는 아직 기준을 정하지 않았지만 보통 구청은 3억원 이상 자산이 있으면 노점상을 금지한다. 사실상 집이 있으면 쫓겨나는 셈이다. 최근 언론보도만 보면 정부가 지원금을 주기 위한 단순 행정절차로 사업자등록을 요구하는 것 같지만 응하는 순간 구청이 짜주는 작은 박스안에서 조리공간만 겨우 확보한 채 구청이 원하는 메뉴로 장사를 해야 한다는 걸 안다. 재산기준에 걸려 쫓겨나거나 상권이 죽어 소멸하거나 둘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5일부터 노점상 4만명에게 재난지원금 5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50만원 받으려고 목줄을 내놓을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이씨는 영등포역 맞은편도 이런 과정으로 노점을 정리한 것을 말하며 “남은 마차도 몇 대 안 되는데 장사를 못하게 돼 세상을 떠나는 분들은 언론에 나오지도, 어디 흩어졌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마차를 빼앗긴 지 반년, 지난 2월초, 설연휴가 끝나면 영업시간 제한이나 거리두기 단계가 풀릴 거라 기대했다. 그러면 분식이라도 일단 장사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3월초 마차 안에 있던 물건만 간신히 찾아왔다. 술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마차를 주겠다고 했지만 상인들은 일단 각서를 쓰지 않았다. 분식을 팔 작은 마차를 구했다. 포차를 하던 ‘작은집’보다 더 작은집이다. 

▲ 빼앗긴 마차를 돌려받지 못한 상인들은 다른 마차를 구해 지난달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한옥순씨와 황희성씨(오른쪽)의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 빼앗긴 마차를 돌려받지 못한 상인들은 다른 마차를 구해 지난달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한옥순씨와 황희성씨(오른쪽)의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지난 3월12일 떡볶이·순대·어묵·파전으로 하는 첫 장사를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집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자리라도 지키려면”, “장사가 잘 안될 건 알지만”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라고들 했다. 노점상의 가장 어려운 점은 공간을 지켜내는 일이다. 자리가 밥줄이다.

함께 마차를 빼앗긴 이웃 황희성씨는 ‘작은집’을 차린 지 40년이 넘었다. 그도 첫날을 정확히 기억했다. 1980년 10월27일. 황씨도 이씨처럼 가을 어느날 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했고, 구청은 그런 이들의 유일한 생존수단인 마차를 가을에 가져갔다. 이들 6명, 지난 겨울을 마포구청 1층 차가운 로비에서 지냈다. 봄이 왔지만 이들은 결국 마차를 돌려받지 못한 채 장사를 시작했다. 

분식장사 사흘째, 옆에서 한씨가 “어제 우리 여섯집 다 합해서 3만원 팔았어”라고 외쳤다. 황씨는 고요한 봄 거리를 초점 없이 쳐다봤다. 온몸이 ‘바근바근하다’던 황씨는 “어제 허리에 주사를 7방 맞고 왔다”고 했다. 황씨 앞에 놓인 철판에 떡은 쫄깃했지만 고추장 양념은 떡이 배어들지 않은 채 자기들끼리 말라붙었다. 

“벚꽃이 피면 주말에도 나와 장사하겠다”던 황씨는 벚꽃이 다 떨어질 때까지 장사하러 나오지 못하고 있다. 

▲ 마차를 빼앗기기 전 벚꽃이 만개한 '염리초 앞 포장마차 거리' 모습. 사진=서울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제공
▲ 마차를 빼앗기기 전 벚꽃이 만개한 '염리초 앞 포장마차 거리' 모습. 사진=서울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 제공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주노총이 게임대회를? 랜선운동회 ‘막전막후’

김백겸 기자 
발행2021-04-23 20:04:27 수정2021-04-23 21:38:37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올해 6월, 국산 산삼 재배 로봇이 출시된다

 

[DEEP FUTURE]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 인터뷰②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 인터뷰 전편 보기

 

K-테크, 로봇이 키우는 산삼의 힘

(계속)......

 

이병한 : 지금은 기술입국, 기술대국이 되는 게 가장 큰 애국이기도 하겠죠. 현대모터스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잖아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은 보행로봇인데다가 다족로봇인지라, 심바이오틱의 로봇과 겹치는 점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문제점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특허를 출원했다며 자신만만하신데요?

 

김보영 : 특허는 작년 6월에 출원했고요. 올해 정식으로 등록되었습니다. 곧 시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제품들은 딱딱한 바닥에서는 큰 문제없이 원활하게 구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논과 밭 등 농업용으로는 적당치가 않습니다. 특히 산악지형에서는 거의 구동이 되지 않아요. 토지가 부드러우면 미끄러지거나 빠지기 십상이고, 요철이 있어도 잘 넘어가지 못하거든요. 즉 공장용 로봇인 셈이죠.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레그'와 '풋'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냈습니다. 산에서도 밭갈이를 할 수 있는 농업용 로봇입니다.


 

아울러 농업과 임업에 활용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도 함께 개발했습니다. 센서를 장착하고 AI 코딩도 직접 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한 특허를 인정받았습니다. 더 나아가 실드형 숄더를 장착한 해저용 드론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바다 속을 탐사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기존처럼 3차 산업에 최적화된 공장용 로봇이 아니라, 농림수산업, 즉 1차 산업의 자연 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 심바이오틱의 경쟁력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병한 : 그 AI 로봇을 통해서 산양 산삼을 재배하시잖아요? 왜 하필 산삼이었을까요?


 

김보영 : 일단 산삼이 농산물 가운데 가장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또 한국을 상징하는 농산물이기도 하죠. 고려인삼은 천 년 전부터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물이잖아요? 그 만큼 이 땅의 기운이 듬뿍 담긴 식물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에 엄청난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해요. 일단 산에 가서 직접 심어야 하고요. 제초 작업도 해주어야 하죠. 노동 생산성이 매우 떨어지는 작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산양 산삼 파종기를 로봇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가장 어려운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됩니다. 즉 산삼을 재배할 수 있다면, 다른 어떤 밭작물도 키워낼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가장 어려운 과제에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이죠. 부정형 요철 경사를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개발해야 했고요, 수시로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대처해가는 AI 소프트웨어도 개발해야 했습니다. 파종에 관련된 농업 지식 공부도 병행해야 했고요. 오래된 농업의 지혜와 새로운 로봇의 기술을 총결합해서 AI 로봇 파종기를 완성해낸 것이죠.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끝이 아니에요. 강도 실험도 반드시 거쳐야만 합니다. 몇 만 시간 이상의 일정한 사용가능 기간이 확보가 되어야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걸 전부 다 테스트 하느라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간에 망가지고 보수했던 로봇이 하나 둘이 아니에요. 이제야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서 시장 출시가 가능해졌습니다. 올 6월이면 구입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병한 : 테슬라 등 전기차가 각광을 받으면서 LG 화학 등 배터리 시장이 활황이잖아요? 로봇도 배터리가 필요하겠죠?

 

김보영 : 물론입니다. 저희는 로봇용 배터리도 독자적으로 개발했어요. 충전소도 개발했고요. 그 동안 개발해왔던 다양한 기술을 총망라한 라인업으로 패키지 상품을 대거 출시할 예정입니다. 충전소도 충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드론의 보수와 진단, 수리까지 병행하는 장소로 만들었어요. 자동 호출 기능도 넣어서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고요. 올해 봄 농사의 파종부터 제초까지 일련의 제품들이 모두 투입될 예정입니다. 농협중앙회 회장님도 참관하러 오실 것 같고요. 여러모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병한 : 파종하는 로봇은 작년에 이미 시험해 보았다고 들었는데요.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보영 :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반신반의하셨어요. 젊은 사람들이 산골에 들어와서 기계로 뭘 해보겠다는데 잘 되겠어? 하고 회의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동되는 AI 트랙터를 보시고는 금방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로봇에 대한 인식 전환이 순식간에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효과적이더라고요. 일일이 손으로 직접 해야 했던 일을 로봇이 대신해 주니까, 저런 장비가 있다면 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겠구나 호의적이셨죠. 실제로 AI 트랙터는 사람이 직접 하는 파종보다 5배의 속도로 4배의 작업량을 소화할 수 있어요.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그간에는 그 빈 구멍을 메워준 것이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는데요. 작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충원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로봇이 농촌을 지속시키고 농업을 유지하면서 농민을 보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가격을 궁금해 하시는 어르신들이 참 많으셨어요. 할부 구입도 가능한 것이냐고 여쭤도 보시고요. (웃음)

 

▲심바이오틱의 로봇 제품군. ⓒ심바이오틱 제공
 

이병한 : 실제로 어떠한가요? 가격 설정과 판매 전략도 궁금합니다.


 

김보영 : 옵션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3000만 원에서 6000만 원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다면 비용도 그만큼 올라갈 것이고요. 판로는 농협중앙회가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농협의 디지털 혁신부와 시장 출시 이후의 전략을 협력하고 있어요. 농협을 통해 로봇을 렌탈하거나 리스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먼저 빌려서 사용해보시고 만족도가 높으면 구입하시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겠다 판단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병한 : 드론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김보영 : 제초 작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제초 분사기는 나무의 윗부분만 뿌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프로펠러 모형을 변형하여 나무 안에서도 날릴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드론에 탑재되는 분사기를 활용하면 선택적인 제초가 가능하기 때문에 약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가 있죠. 그리고 드론의 가장 큰 약점 중의 하나가 구동 시간이 짧다는 것이었어요. 20분 전후였거든요. 저희는 드론용 배터리를 함께 개발해서 2~3시간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이병한 : 평창 주민들도 솔깃해 하셨을 테지만, 바로 가까이에 서울대 농생대 캠퍼스도 있잖아요? 그쪽에서도 관심을 가질 법한데요. 산학협력 차원에서 서울 농대와 함께 하는 일은 없으실까요?


 

김보영 : 서울대 학생들 중에서도 구경하러 온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 헬스케어, 그린케어 등에서 협력할 여지는 있지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꼭 서울대 이름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저희가 확보한 기술만으로도 능히 독보적이라고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산학협력보다는 주민과의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농촌의 어르신들을 먼저 채용해서 주민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병한 : 조금 전에 설명해 주실 때, 풋(foot)이나 레그(leg), 숄더(shoulder)라는 표현을 쓰셨잖아요? 자연과 대치되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기능을 모방하는 기술이죠? 일종의 생체모방기술(biomimetics)이라고 이해하면 맞는 걸까요? 자연적 진화의 성취를 기술적 진화에 접목하는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고요. 
 

 

김보영 : 네. 맞습니다. 남편의 전공이 수의과학이에요. 농축산 엔지니어링 테크놀로지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구조로봇 개발을 시작했기에 연구와 개발 기간이 짧다고 할 수도 없지요. 10년 이상의 세월을 오롯이 이 분야에 투자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곤충, 어류, 사람, 척추, 뼈, 다리 대퇴부 등 생체기능을 기술적으로 접목해서 로봇 개발에 응용하고 있어요. 저희는 농장에서 농사 짓다가 잠자리를 보거나 개구리를 보아도 저들의 날갯짓과 다리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고 어떻게 우리 로봇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늘 궁리하는 편입니다. 잠자리를 방해하는 모기와 파리의 움직임이 드론 개발의 영감을 촉발시키기도 하고요. 24시간 내내 아이디어를 구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산지나 논밭에서 작업할 때 실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어려워하고, 꼭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가를 실제로 아는 일입니다. 기술 개발은 활발한데 정작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없는 기술들이 의외로 많아요. 저희가 연구실에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산지와 농지를 확보할 수 있는 평창에 직접 내려와 농사를 몸소 지어보면서 로봇 개발을 하는 이유입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나 주요대학의 농업연구소 등에서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와 자료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이병한 : 어마어마한 열정과 사명감이 전해집니다.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까요? 왜 이 일에 헌신하고 계신가요? 무엇을 위해 꽃다운 청춘 10년을 전력투구 하고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김보영 :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가 않습니다.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사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싶어요. 우리가 확보한 기술을 통해서 농촌과 농업과 농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통해서 이윤을 창출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다면 더없이 영광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와 전염병으로 갈수록 식량 문제가 녹록치 않은 과제가 될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 농업보조금의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로봇 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요. 또 그간의 농업용 기계는 환경오염도 많이 시켰는데요. AI와 결합한 로봇은 그린테크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식량부터 생태까지, 나아가 국제관계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많은 것을 아우르는 가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병한 : 첨단 기술을 통한 농업의 재건과 농촌의 재활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정작 귀농이나 귀촌을 하시는 분들은 기술에 덜 친화적인 경우가 많지 않나요? 자연과 함께 하기 위해서 도시 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오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 딜레마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보영 : 실제로 귀농을 하시면 오래 되지 않아서 당장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일정한 소득을 창출하면서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시거든요. 한두 해 농사를 시도해 보시고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귀농 초기에 재해율이 특히나 높다고도 합니다. 아직 몸이 익숙지 않고 손발이 서툴러서 사고가 많이 나지요. 또 소규모 영세한 농사를 지어서는 제대로 된 수익을 내기도 힘들고요. 자연과 가까운 시골살이를 하면서 일정한 생계를 꾸려가는 방안으로도 로봇 농업과 임업이 돌파구가 되어줄 수 있어요. 실은 귀농귀촌 하시는 연세 지긋한 분들 가운데 다양한 영역에서 다채로운 이력을 쌓고 시골에 도움이 될 재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분들의 그러한 능력을 지역사회에 선순환시키기 위해서라도 로봇을 통한 효율적 농업이 일조할 수 있습니다. 농사에 드는 시간은 대폭 줄이고, 그분들의 인생을 통해 축적한 지식과 지혜는 지역화, 사회화하는 것이죠.


 

이병한 : 청년층의 농촌 유입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김보영 : 그럼요. 산삼의 수익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워낙 노동 강도가 세기 때문에 아무나 이 일을 섣불리 감당할 수가 없어요. 젊은 분들이 귀농하고 귀촌하여 창업을 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죠. 보조금으로 땜질식 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삶의 질을 높여주어야 농촌으로 유입되는 청년층의 인구도 늘어나고, 그래야 지방의 소멸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한 미래의 농촌 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저희와 같은 테크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보영 심바이오틱 대표(오른쪽)와 마리아 CTO(왼쪽). ⓒ유채운
 

이병한 : 마리아 씨는 어떨까요? 고국 이탈리아를 떠나 이곳 강원도 산자락에서 청춘을 바치고 있는데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마리아 : 저희 가족은 한편으로는 법률가이면서도, 또 다른 쪽으로는 대대로 농업에 종사해 왔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직업군 형태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 새로운 기술로 전통적인 농업을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농촌이 자연 소멸하게 되면 농민들을 통해 계승되어왔던 오래된 지혜들도 함께 사라지게 되거든요. 산에 대해서, 숲에 대해서, 물과 바람에 대해서 면면이 전수되어 왔던 감각과 지식이 세대 간에 전수가 되지 않습니다. 종의 멸종도 있지만, 지혜의 단절이라는 문제도 심각하거든요. 당장 봄이 되면 지천으로 돋아나는 산나물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잖아요?


 

기후위기와 자연재해가 빈번해질수록 그러한 오래된 지혜가 더더욱 긴요해질 텐데, 정작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AI를 활용한 로봇과 빅데이터로 인간이 오래 축적해온 지식과 지혜를 계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착적인 농법의 노하우를 로봇에 전수할 수도 있고요, 토종 종자의 가치를 빅데이터를 통해 보존해갈 수도 있지요. 그래야 미래의 젊은 농부들에게도 전통을 전수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즉 첨단의 기술과 오래된 지혜가 배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의 도움이 없다면 과거의 지식이 사장되고 중단될 가능성이 더 크죠.

 

이병한 : 흥미로운 견해입니다. 그럼 요즘 한층 회자되고 있는 스마트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역시 첨단기술을 통한 미래농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만.


 

마리아 : 요즘 농촌에서 지어지고 있는 스마트팜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아요. 대규모 설비 위주로 공급되고 있고요. 초기 비용 투자가 너무 큰 반면에 생산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농장이 아니라 공장을 짓는 것이지요. 사실상 고비용 그린하우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안에 설치된 컴퓨터를 정상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에어컨을 풀가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겨울에는 매우 춥고, 여름에는 엄청 더운 환경이라는 근본적인 딜레마도 있죠. 환경적 영향이나 생태적 비용을 따지면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스마트팜이 적지 않습니다.


 

이병한 : 그래서 사실상의 공장 시설인 스마트팜이 아니라 노지에서의 로봇기술 고도화를 추구하고 계시는 거군요.

 

마리아 : 강원도에 살다 보면 건조한 계절에 산불이 자주 납니다. 대형 산불을 진압하는 데에도 로봇이 활약할 수 있어요. 구조 로봇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조림 사업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어요. '나무를 심는 사람'을 돕는 '나무를 심는 로봇'도 충분히 가능하지요.


 

이병한 : 흥미롭습니다. 마침 강원도는 남북으로 갈려져 있습니다. 즉 북강원도도 있다는 말이지요. 특히 조림 사업은 북조선에서 하면 정말 좋겠군요. 민둥산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북쪽으로 가면 광활한 시베리아도 있지요. 이주하면 엄청난 땅을 준다고 해도 여전히 살고 있는 사람이 적은 곳이 시베리아인데요. 땅은 넓고 사람은 부족한 러시아의 고질적 난제를 1차 산업에 특화된 로봇이 해결해 줄 수도 있겠네요. 시베리아에서의 임업과 농업의 미래에도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보영 : 저희가 작년에 AI 트랙터를 이용해서 꽈리 고추 농사를 지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밭에서 농사를 지었지요. 꽈리 고추는 3일에 한 번씩 수확을 해야 하는 작물인데요. 로봇을 사용하면 노동시간을 대폭 감축할 수 있어요. 제초 시간이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계절 근로자들이 한국에 일하러 오실 수가 없었잖아요. 게다가 장마 기간도 너무 길고 태풍도 세 번이나 왔고요. 그래서 꽈리고추 농사를 포기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저희는 로봇을 활용한 덕분에 소출량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어요. 또 작물 사이의 간격을 넓히는 자연농법을 접목해서 더 큰 효과도 보았고요. 원래 간격을 좁히면 광합성이 줄고 조도 때문에 생산량도 줄기 마련이거든요. 반면 간격을 넓히면 AI 트랙터가 자유롭게 다니기에도 용이하죠. 투입되는 노동력은 줄고 병충해도 줄고 생산은 늘어나는 효과를 보았습니다. 저 밭이 원래는 논이었던 곳이거든요. 원래 논을 밭으로 바꾸면 농사가 잘 안된다고 해요. 저런 곳에서도 기술의 도움으로 자연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고 생태친화적인 농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병한 : 미래농업이 스마트팜으로 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기후변화잖아요? 갈수록 기후 변동이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스마트팜을 짓고 그 내부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자는 것인데요. 산지와 노지에서 농사를 지으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그만큼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김보영 :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저희가 직접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해서 AI 로봇을 만드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로봇들이 작업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온도와 습도 등 기후의 변화를 빅데이터로 다 측정하고 축적하고 있어요. 평창군만해도 워낙 산이 많아서 동네마다 날씨가 다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로봇들이 수합해낸 빅데이터를 통해서 마을마다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죠. 앞으로 저희가 개발해낸 로봇들이 전국적으로 판매가 된다면 전국적인 기후 데이터가 모이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시골에는 어르신들이 많잖아요? 그분들의 편의를 고려해서 최대한 쉽고 간단한 어플리케이션도 저희가 직접 만들었어요. 멀리서도 로봇을 통제할 수 있는 리모컨도 제작했고요.


 

이병한 : 앱부터 리모컨까지도 다 두 분이 만드신다는 말인가요?


 

김보영 : 네. 저희가 다 만들었습니다. 모르면 배워서 만들고 실험하고 개발하면서 여기까지 왔죠. 덕분에 비용 절감 효과는 엄청나게 누렸어요. 이걸 다 외주로 주었다면 그만큼 개발 비용은 늘어났겠죠.


 

이병한 : 모든 일에 척척척, 만물박사시군요. 심바이오틱(SYMBIOTIC)이라는 기업 브랜드와 'AGRITECT FOR YOU' 같은 가치와 비전의 설정, 또 저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등등도 다 두 분이 하신 거고요?


  

김보영 : 네, 그렇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저희가 했어요. 다만 앞으로 로봇들이 대규모로 출시되고 한국만이 아니라 유럽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면, 그때는 전문적인 브랜딩과 컨설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이병한 : '심바이오틱'이 함축하고 있는 미래상은 어떠한 것일까요?


 

김보영 : 인간이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곧 열립니다. 아니 이미 도래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저희가 개발한 로봇들이 강원도와 전국 곳곳에서 농민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과 협업하는 협동로봇이라고 생각해요. 인간과 로봇의 협업으로 미래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죠......(계속)

 

▲심바이오틱이 개발한 로봇 제어용 리모컨. ⓒ유채운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42313375778968#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통일된 조국을 눈앞에 그려보게 된 잊을 수 없는 시간”

우리학교 시민모임, 조선학교 학생문집 ‘꽃송이 3집’ 출간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4.24 03:37
  •  
  •  수정 2021.04.24 08:19
  •  
  •  댓글 1
 

SNS 기사보내기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23일 오후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의 문학작품집 ‘꽃송’이 3집 『우리는 통일로 달려갑니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23일 오후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의 문학작품집 ‘꽃송’이 3집 『우리는 통일로 달려갑니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온갖 차별과 억압에도 굳세게 자라나는 조선학교 여러분들 자랑스럽고 사랑합니다.”
“바다 건너 형배 삼촌 있다. 우리나라 금수강산 이곳저곳 놀러가자.”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의 문학작품집 ‘꽃송’이 3집 『우리는 통일로 달려갑니다』(시대너머)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은 저마다의 바람을 밝혔다.

“해맑은 모성은 이념도 국경도 거리낌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차별없는 무상교육 시행하라.”
“우리학교 아이들아 보고 싶다. 코로나 이겨내고 어서 만나자.”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한국의 국보1호는 남대문이다. 북의 국보1호는 평양성이다. 통일된 조국의 국보1호는 조선학교, 우리학교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적으로 조선학교를 등재할 수 있도록 힘을 썼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23일 오후 6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그동안의 노고가 담긴 꽃송이 3집을 선보였다.

하늘색 표지에 노래와 52개의 작문, 그리고 시가 9개 주제별로 빼곡이 담겼고, 아이들의 그림과 사진들도 포함됐다. 1982년부터 최근까지 주로 ‘통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아울러 조선학교에 대한 소개와 조선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어휘, 표기법, 호칭 등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정태효 시민모임 공동대표가 여는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태효 시민모임 공동대표가 여는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최관익 조선신보 주필이 영상 축사를 보내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최관익 조선신보 주필이 영상 축사를 보내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태효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일본의 편집국에서는 그간 모집된 꽃송이의 수많은 글들 중 통일에 관련된 글만 100편을 선정해서 보내주었”고 편집위원들이 편집회의를 통해 글을 엮어냈다며 “많은 분들이 마음 고생을 했다”고 사의를 표했다.

일본측을 대표해 최관익 <조선신보> 주필은 영상을 통해 “이번에도 아주 어려운 조건 속에서 여러분들이 자기 일처럼 생각해서 열성을 발휘해서 짧은 기간에 제3권을 훌륭히 내준데 대해서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면서 “우수한 작품을 한데 묶어서 남측에서 발행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동포사회에 민족교육을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번 책이 남측에서도 학생들은 물론 여러 세대, 여러 계층 속에 널리 보급”되길 희망한다며 “북과 남, 남과 북, 해외동포들이 뜻을 하나로 모아서 통일을 향해 힘차게 걸어 나가는 그런 여론을 조성하는데 많은 이바지를 하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김영주 남북평화재단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영주 남북평화재단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꽃송이 3집 편집위원들이 인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꽃송이 3집 편집위원들이 인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4.27판문점선언 3주년 평화통일시민회의 대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주 남북평화재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오늘 우리는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조국의 평화통일을 바라고 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는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여러분들의 노고를 결코 잊지 않고 여러분과 함께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오하나 시민모임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출판기념회에서 책 출간에 힘을 모은 손미희 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비롯한 권말선, 문병모, 박민정, 박범철, 박인숙, 오하나, 이은영, 최문선 편집위원들이 인사했다.

편집위원을 대표해 문병모 서울 영일고 교사는 “내일이 4.24 73주년”이라고 ‘4.24 한신교육투쟁’을 상기시켰다. 한신교육투쟁은 1948년 4월 24일부터 일본 오사카부와 효고현에서 조선인학교 탄압에 항의해 벌어진 대규모 시위로 그 과정에서 김태일 학생이 일본 경찰의 발포로 숨진 사건이다. 이번 꽃송이 3집 발간도 4.24 한신교육투쟁 기념일을 목표시한으로 발간됐다.

문병모 편집위원은 곧 4.27판문점선언 3주년이 다가오지만 실망감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았지만 ‘통일 비둘기’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하고 “그동안 제가 잘못했던 부분들 많이 반성하고 이제 많이 읽고 많이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행사 안내석에 꽃송이 1,2,3집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행사 안내석에 꽃송이 1,2,3집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손미희 시민모임 공동대표(왼쪽)와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오른쪽) 가족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손미희 시민모임 공동대표(왼쪽)와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오른쪽) 가족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향리 학생(니시도꾜조선제1초중급학교 중2)의 ‘통일 비둘기’는 일본에서 진행된 통일토크쇼에서 만난 남녘 동무 윤민이와 친해졌고, 평창올림픽에 응원단으로 가는 어머니 친구를 통해 윤민이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었는데, “그때로부터 몇 달이 지난 4월 27일, 내 눈앞에서 북과 남의 수뇌분들께서 판문점에서 악수를 나누는 꿈과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는 스토리다.

조국과 떨어진 일본에서 우리학교(조선학교)를 다니던 아이들(학생들)에게 2000년, 2007년. 2018년 남북정상회담은 “통일된 조국을 눈앞에 그려보게 된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2000년 6월 13,14,15일
아버지, 어머니는 기쁨으로 배 부른 날
나와 형님은 굶은 날...“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자기 가정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한 김희진(도꾜조선제2초급학교 초5) 학생의 시 ‘우리집의 ‘력사적’ 3일간’의 한 대목이다. “리유는 알만하지요 / 텔레비죤 앞에서 / 떠나실줄 모르셨으니...(중략) 력사적인 3일간 / 나는 배 고픈것 쯤이야 좀 /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은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은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가수 이수진은 ‘구름타고 갈가요’, ‘우리의 마음은 하나’를 열창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가수 이수진은 ‘구름타고 갈가요’, ‘우리의 마음은 하나’를 열창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추천사에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조선학교 방문단으로 오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기쁜 마음으로 『꽃송이』3집을 엮고 있는 이들의 마음, 『꽃송이』3집을 읽으며 가슴 한켠에 느껴지는 훈훈한 동포애와 조국통일의 바람은 코로나 속에서도 저 멀리 일본으로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적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된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가수 이수진은 학생들 글을 노래로 만든 ‘구름타고 갈가요’, ‘우리의 마음은 하나’를 열창했다.

2014년 6월 13일 결성된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2014년 12월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 ‘조선학교 차별금지 금요행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교조와 민변, 한국진보연대, 전농, 몽당연필, 지구촌동포연대(KIN) 등 많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경향, 민주당 초선 의원 쇄신안에 ‘혹평’

조중동, 미국 백신 스와프 문제 1면 내걸고 “한국은 2류 동맹 취급”...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도권 노선 주목한 중앙일간지, 지역 언론 희비 엇갈려
 
 
 

 

한겨레 경향 민주당 초선 쇄신안에 ‘혹평’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가 4·7 재보궐 선거 패배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은 당쇄신위원회 구성과 전직 서울, 부산시장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의원 간 집단토론 활성화 통한 당내 민주주의 강화 등이 포함됐다. 

이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쇄신안에 ‘혹평’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초선 쇄신안 ‘정답 안 적은 시험지’” 기사를 내고 “성범죄 무공천 당헌, 당규 재개정‘ 등 구체적인 쇄신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당의 결정에 미뤘다”며 “당 지도부 공석 상태에서 인적 쇄신 등 적절한 쇄신안을 내기가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재보선 참패 후 제일 먼저 반성문을 썼던 초선들마저 밋밋한 쇄신안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이 위기의식도, 쇄신 의지도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23일 경향신문 기사
▲ 23일 경향신문 기사

한겨레 역시 “4·7 재보선 패배 뒤 보름이나 지난 시점에 나온 쇄신 요구안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무엇을 쇄신하자는 건지, 어떤 작업을 위한 쇄신위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조국 사태에 대한 자성과 민주당이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참여한 근거가 된 당헌 당규 개정을 원상회복하는 문제 등에 대해선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2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범죄 피해자에게 사과했지만 이 역시 ’구설‘을 낳았다. 한겨레는 “사리분별 못한 윤호중의 사과” 기사를 냈다.  윤 원내대표가 현충원에서 사과한 데 대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장소에서 멀쩡하게 살아 있는 성추행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도 엉뚱하지만, 민주당이 해온 텅 빈 사과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국민일보 역시 “윤호중 ‘피해자님’ 현충원 사과에... 피해자 ‘순국선열 아니다’” 기사를 내고 “피해자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니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23일 한겨레 기사
▲ 23일 한겨레 기사

조선일보 “미국 백신 지원 한국은 2류 동맹 취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코로나19 백신 해외 지원에 대한 발언을 내놓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외로 그것(백신)을 보내는 걸 확신할 만큼 충분히 갖고 있진 않지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해외에 백신을 지원하더라도 멕시코 등 인접국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이어 쿼드(대중국 견제 협력체) 참여국인 일본, 호주, 인도를 다음 순위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동맹국은 그 다음 순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백신 공급 가능성을 다룬 소식은 언론에 따라 비중 차이가 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에선 1면에 해당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던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1면에 이 소식을 다루며 주목도를 키웠다. 

▲ 23일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23일 종합일간지 1면 모음

특히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로 “바이든의 백신 지원, 한국은 뒤로 밀렸다” 기사를 내면서 이를 적극 쟁점화했다. 조선일보는 “바이든 정부의 백신 아메리카나 구상에서 70년 혈맹인 한국이 2류 동맹 취급을 받으며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며 한국이 ‘밀렸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 역시 “한국 정부가 미국에 백신 스와프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진지 이틀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지는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백신’확보를 위해 외교적으로 대중 견제 협력체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쿼드 참가국인 일본, 인도, 호주를 우선 지원 대상으로 꼽고 있다”며 “이런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백신을 우선 지원받기 위해서는 한국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동맹국임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 23일 조선일보 기사
▲ 23일 조선일보 기사

박근혜 이명박 이재용 사면 촉구한 동아일보

언론이 연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화두로 꺼내 적극적으로 보도한 가운데 동아일보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묶어서 사면을 촉구하는 사설을 냈다. 사설 제목은 “박근혜 이명박 이재용 사면... 문, 미래 위해 결단하라”다.

동아일보는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답답하고 불투명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제는 적폐청산의 시간에서 벗어나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코로나19 팬데믹과 민생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국제적인 반도체 경쟁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공동 노력을 언급하며 “두 전직 대통령과 삼성전자 총수에 대한 사면을 국격 제고 차원을 넘어 사분오열된 정치와 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중요한 모멘텀으로 적극 검토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 23일 동아일보 사설
▲ 23일 동아일보 사설

수도권 노선에 주목한 중앙일간지

국토교통부가 22일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전국 언론이 노선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우선, 서울 언론은 일관되게 경기 김포에서 부천까지 연결하는 ‘GTX-D’(서부권 광역철도)에 주목하며 수도권 중심적인 시각을 보였다.

“GTX-D는 김부선(김포-부천)... 강남까지는 연결 안 돼”(조선일보) “쪼그라든 GTX-D노선, 김포~부천까지만”(국민일보) “GTX-D 결국 김부선... 인천 경기주민 ‘왜 강남 안 가나’ 반발”(중앙일보) “GTX-D 김포~부천만 신설... 주민들 ‘광역급행 맞나’ 반발”(한겨레) 등의 기사가 나왔다.

해당 기사 제목이 드러내는 것처럼 언론의 성향을 불문하고 문제제기는 비슷했다. 한겨레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요구했던 경기 하남행, 인천공항행 등 동서로 서울을 횡단하는 노선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 셈이어서 서부권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역시 “노선이 서울까지 연장되길 원했던 인천, 김포, 부천 주민들은 ‘김부선(김포에서 부천)이 웬말이냐’면서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 23일 중앙일보 기사
▲ 23일 중앙일보 기사

‘달빛노선’ 무산에 광주·대구 신문 한 목소리로 반발

하지만 지역 신문들은 지역에 따라 판단이 달랐다. 지역의 경우 지역 도시 간 광역철도 연결과 다른 주요 지역과의 접근성 향상이 주된 관심사였다. 특히, 광역철도로 교통망이 광역화되면 침체된 지역경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언론의 주목도가 높았다.

충청권의 경우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일례로 대전일보는 “충청 현안 국가철도망 반영 선방은 했다”사설을 통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며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 건의한 대전-세종-충북광역철도 계획이 가장 눈에 띈다”고 했다. 충청매일 역시 “수도권내륙선 광역철도 초안 반영 환영한다” 사설을 내고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한 새로운 경제권 형성이 기대되고 있다”고 했다. 

▲ 23일 대전일보 사설
▲ 23일 대전일보 사설

반면 대구경북지역 신문과 광주전남지역 신문은 ‘달빛내륙철도’가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달빛내륙철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영호남 상생 공약의 일환으로 광주와 대구를 1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노선을 말한다. 이번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남매일은 사설을 내고 “20조원이 넘게 드는 가덕신공항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생략한 채 밀어붙이더니 영남과 호남의 상생을 위해 꼭 필요한 철도사업은 관심 밖”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매일신문 역시 “헛공약 된 달빛내륙철도, 영호남 상생 물 건너갔다” 사설을 내고 가덕신공항 사례와 비교하며 “영호남 상생을 위해 꼭 필요한 달빛내륙철도는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았다”고 했다. 

▲ 23일 매일신문 사설
▲ 23일 매일신문 사설

부울경 지역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부산일보는 “부산시가 건의한 경부선 지하화 사업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산 지역 내의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경남신문은 “일단 환영할 일”이라고 밝히면서도 “도내는 창원을 비롯한 창녕 함안 산업단지에서 생산되는 각종 산업재의 물류를 원활하게 처리할 창원산업선이 필요하지만 이번 계획에서는 제외됐다”며 창원 지역 산업 노선 제외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울산지역 신문 경상일보는 “다행스럽게도 울산시가 기대했던 광역철도 2개 노선이 모두 포함됐을 뿐 아니라 양산시 북정읍까지로 에상했던 2단계 노선이 김해시 진영읍까지 확대된 것도 큰 성과”라며 울산이 다른 지역에 접근성이 높아지는 점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강원도민일보는 “강원도 고속철도 너무 배고프다” 사설을 내고 춘천원주선, 삼척선, 철원선 등 강원도 내의 고속철도 계획을 추가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집단면역' 갈길 바쁜데…연일 커지는 백신불안에 진화 '안간힘'

이상반응 논란에 수급 불안까지…"소모적 논쟁에 역량 분산" 자제 요청
백신 접종률 전국민 대비 3.9% 수준…접종 속도 올리는데 '총력'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두 달 가까이 돼 가지만 불안감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수급 불안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백신은 접종 후 '특이 혈전증' 발생 문제로 안전성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국내 접종 계획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들어 백신 수급을 둘러싼 비판이 잇따르자 '소모적 논쟁'으로 방역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 국내 1차 접종자 누적 200만명 넘어…접종 시작 55일만

 

2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은 203만4천23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2월 26일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55일 만에 누적 20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전체 국민 대비 접종률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전날 오후 기준으로 누적 1차 접종자는 전체 국민(5천200만명)의 3.9%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국민 1천200만명을 대상으로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목표를 달성하려면 6월까지 1천만명을 더 접종해야 한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300만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끝내기로 한 만큼 접종 속도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날에는 만 75세 이상 어르신과 노인시설 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시군구 예방접종센터 29곳을 추가로 개소했다. 접종센터는 이달 말 기준으로 264곳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접종 계획에 따라 접종 대상자도 확대되고 있다.

 

이달 26일부터 의원급 의료기관 및 약국에서 근무하는 보건 의료인, 만성 신장 질환자, 경찰·해양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 등이 위탁 의료기관에서 접종을 시작하게 되면 접종 속도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 '사지마비' 40대 간호조무사 사례 등 이상반응 잇따라…정부, 복지제도 연계·일대일 관리 약속

 

한 명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곳곳에 변수가 남아있다.

 

특히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40대 여성 간호조무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면역반응 관련 질환인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의 피해보상 결정이 늦어지면서 치료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면서 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 및 피해보상 체계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단이 "요건을 갖추면 이달 안으로 피해보상 심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가 아직 신청 절차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5월 말이 되어서야 심의할 수 있다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환자와 보호자를 직접 만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추진단은 전날 브리핑에서 "예방접종 후 피해보상 심사에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해당 사례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기존 복지제도를 우선 연계해 의료비가 지원되도록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긴급복지 지원제도, 재난적 의료비 제도 등을 활용해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의미다.

 

추진단은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각 지자체 담당자를 정하고 환자와 일대일(1:1)로 매칭해 이상반응 신고부터 피해보상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안내·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부 "백신수급 논쟁 소모적 양상…정작 핵심적 주제 논의 안 돼"

 

정부는 이처럼 백신의 안전성이나 수급 관련 불안이 커지자 상황을 진화하는데도 진땀 흘리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올해 정부가 받기로 한 코로나19 백신 1억5천만회(정확히는 1억5천200만회) 분은 우리나라 인구수를 넘는 7천9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강조했다.

 

손 반장은 "이 외에도 변이 바이러스나 (최근 제기된) '3차 접종' 가능성, 백신 수급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는 점 등을 고려해서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 수급을 둘러싼 논쟁이 잇따르는 데 대한 우려도 표했다.

 

손 반장은 "현재 백신 수급 논쟁이 합리적이지 않고 소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논쟁은 생산적이지 않고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 방역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미래에 벌어질 가능성을 두고 서로 다른 예측을 제기하며 발생할지, 말지 모르는 미래 문제에 대한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며 "정작 지금 논의되어야 할 핵심적 주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 가운데 상반기 공급이 확정된 물량은 약 1천809만회분이다.

 

이날까지 약 387만회분이 국내에 도입됐으나, 당장 다음 달에 들여오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의 도입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2분기부터 도입한다고 밝힌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없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검찰 “이재용 ‘불법승계’, 정보 독점으로 사익 추구…시장 신뢰 훼손이 본질”

합병 우호 여론 조성 위해 악재 숨기고 근거 없는 낙관 전망…합병 과정 반칙, 중대한 시장 교란 행위

조한무 기자 
발행2021-04-22 19:30:47 수정2021-04-22 19:30:4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1.18ⓒ김철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승계’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자본 시장 신뢰를 무너트린 중대한 위법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는 22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경영진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허위 공시로 주주와 투자자를 속여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그룹을 지배하려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확보가 필수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지분 23.3%를 보유한 제일모직과 보유 지분이 없는 삼성물산 간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약 4%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고 제일모직 가치를 높여야 유리했던 셈이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 대비 3배에 달하는 가치를 가진 것으로 책정됐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피고인)이 위법 행위를 통해 기업 가치를 왜곡했다는 게 검찰 기조다

 

검찰은 공소제기 취지를 설명하면서, 자본 시장에서 정보 공개가 갖는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보 공개는 투자자를 불공정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데, 경영진은 이 부회장 개인을 위해 거짓 정보를 뿌렸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대주주 일가 지배받는다”며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삼성물산 정보도 지배하면서, 합병에 대해 총수일가와 주주 간 정보 비대칭이 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정보는 은폐하고 유리한 내용은 부풀려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며 “정보 독점으로 사익을 추구해 자본 시장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한 게 이 사건 본질이자, 중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보 비대칭에 기반한 부정거래 행위는 주주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입힐 뿐 아니라 자본 시장 신뢰를 무너트려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망가트린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은 중요 사항을 누락하거나 거짓 정보를 알려 이익을 얻으려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또한 시세 변동 목적으로 풍문을 유포하거나 거짓으로 꾸민 계획을 유포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일모직과의 합병 관련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본인확인을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악재 숨겨가며 합병 우호 여론 조성…‘에피스 단독 지배’는 허위 공시

검찰은 경영진이 합병 성사를 위한 이사회 결의 단계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정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제일모직 주가에 불리한 악재를 합병 결의 이사회가 개최된 뒤에 발표하는 등의 주가 부양 계획을 수립·시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진이 이사회 이후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사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사실은 승계를 위한 목적이었기에 허위 정보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주총에서 삼성물산 주주의 찬성표를 얻기 위해 행해진 허위 정보 제공도 지적됐다. 경영진이 제일모직 가치가 높아 보이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 주가 상승을 꾸몄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로직스는 미국의 바이오젠과 세운 합작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경영진은 합병 직전인 2015년 5월부터 에피스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물산 주주에게 제일모직 매력을 호소하려면, 에피스에 대한 로직스의 지배력이 강하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었다.

에피스 상장을 사전에 계획한 경영진은 2015년 3월 로직스 재무제표에 에피스를 단독 지배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로직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이 80%를 웃돌았기에 외관상으로는 단독 지배로 비쳤다.

검찰은 당시 로직스가 에피스를 단독 지배한다는 건 허위라고 보고 있다. 바이오젠은 언제든 에피스 지분 50%-1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에피스의 주총의결 요건은 50%가 아닌 52%였다. 바이오젠이 에피스에 대한 로직스의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요구한 내용이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절반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로직스가 지분 52%를 보유하는 게 불가능해져 에피스 지배력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경영진은 로직스 공시에서 콜옵션 관련 내용만 밝히고 주총의결 요건을 은폐했다. 에피스에 대한 로직스 지배권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숨겨 주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에피스 상장과 관련해 바이오젠과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상장 계획을 발표한 점도 제일모직 주가를 올리기 위한 위법 행위라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합병 의결 주총을 한 달 앞둔 2015년 6월 경영진은 합병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회사 측이 해외투자자·의결권 자문사와 접촉해 이번 합병에 있어 이 부회장 승계는 고려하지 않았으며 삼성물산 쪽에서 먼저 합병을 제안했다는 허위 내용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증권사를 압박해 합병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뉴시스

합병 과정 반칙, 중대한 시장 교란 행위…근거 없는 낙관, 달성 여부 떠나 위법

검찰은 합병 목적을 승계로 보는 시각이 잘못됐다는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서도 “쟁점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사건 쟁점은 합병 목적이 아닌,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허위 정보 제공 행위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공소사실은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해 합병 과정에서 나타난 반칙이 중대한 자본 시장 질서 교란 행위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합병 목적이 승계였다는 입장도 견지했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는 합병 목적이 승계라고 명시했다”며 “애초에 승계가 목적임에도 사업상 필요에 따른 합병이라고 속였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경영진이 내세운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경영진은 합병 추진 과정에서 6조원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검찰은 “시너지 효과 예측 수치에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자본시장법에는 예측 정보도 합리적인 근거와 가정에 기초해 성실하게 행해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인은 정성적으로 검토했다고 하는데, 정량적 검토가 없었다는 걸 자인한 것”이라며 “정성적 검토만 해놓고 구체적 수치를 강조한 건 자본시장법상 근거 없는 낙관적 정보 제공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시너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허위 정보 제공에 해당하는 건 아니라는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은 목표 달성 여부와 무관하다”며 “당시 제시한 예측이 사후적으로 빗나가서 문제라는 게 아니라, 예측에 대한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