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전삼후타’ 믿고 접종…밤 되니 욱신욱신 ‘백신 휴가’가 필요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5/03 08:01
  • 수정일
    2021/05/03 08:0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1-05-03 04:59수정 :2021-05-03 07:23

 

한겨레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기

 

지난 26일 오전 10시23분,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연세큰숲내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기자. 왼손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셀카를 찍다보니 눈 깜짝할 새 접종이 끝나 있었다.
지난 26일 오전 10시23분,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연세큰숲내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기자. 왼손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셀카를 찍다보니 눈 깜짝할 새 접종이 끝나 있었다.
“전삼후타”라고 했다. 지난 2월26일 시작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초기에 백신을 접종한 한 친구의 권유였다. ‘전삼후타’는 백신 접종 ‘전’에는 ‘삼’겹살을 먹고, 접종 ‘후’에는 ‘타’이레놀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백신을 맞으면 면역반응으로 인해 발열과 두통, 몸살 등의 증상이 나타나니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인 타이레놀이나 펜잘 등을 복용해야 한다는 점은 방역당국도 여러 번 공지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삼겹살이라니? 이유를 수소문해보니 누군가는 “삼겸살에 찬 성질이 있어 발열 반응을 중화해준다”고 했고, 누군가는 “삼겹살에 포함된 아미노산을 미리 보충해 면역력에 쓰일 재료를 보충해두는 것”이라고 했다. 과학적인 근거 따윈 없어 보였다. 하지만 먹어둬서 손해 볼 건 없지 않은가? 그렇게, 접종 전날 저녁은 무조건 ‘전삼’을 하자고 생각했다.
긴장 되는 마음 달랜 ‘전삼후타’
나는 2014년 11월부터 혈액투석을 하고 있는 만성신부전 환자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6월에 접종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정부는 4월2일 2분기 접종계획을 수정해 발표하며 만성신장질환 투석환자 7만9천명에 대해 4월23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고 밝혔다. 이후 보완을 거쳐 접종 시작일은 4월26일로 조정됐다. 몸이 약한 환자지만, 무조건 투석병원에 모여 투석을 해야 하는 처지이니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그날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지난 19일 평소처럼 월요일 저녁 투석을 위해 서울 충정로에 있는 투석병원을 찾았더니, 간호사가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을 소개해줬다. 4월1일 시작한 75살 이상 고령자 364만명을 대상으로 한 접종은 주민센터 등에서 개인정보 제공과 접종 동의를 받은 뒤 접종 일정을 정해서 접종 대상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투석환자는 본인이 직접 접종 일정과 의료기관을 정하게 되어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 접속한 뒤 ‘휴대폰 본인인증’을 했고, 내가 사는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까지 입력하니 접종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동네 의원 이름이 한 군데 검색됐다. 이 의원 이름을 누르니 예약 가능 시간대가 떴다.
 
나는 일주일에 월, 수, 금 저녁 세 차례 투석을 해야 한다. 일주일이 투석하는 사흘과 하지 않는 나흘로 나뉜다. 투석하는 날은 투석 직전까지 몸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노폐물과 수분 탓에 온몸이 부어 있고, 투석하지 않는 날은 전날 저녁 4시간 정도 투석으로 4㎏ 정도의 노폐물과 수분을 한꺼번에 배출한 상태여서 온몸에 기력이 빠져 있다. 그러니 둘 중 어떤 날 접종을 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투석병원에 물어보니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한 간호사가 “보통 접종 이튿날부터 면역반응이 오니 투석하는 날 접종하고 이튿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왕이면 접종 시작 첫날 맞자는 생각에 4월26일 월요일을 골랐고, 오전 11시와 오후 3시 가운데 오전 시간을 택해 접종을 예약했다. 그랬더니 자동으로 11주 뒤인 7월12일 같은 병원 같은 시간으로 2차 접종이 예약됐다.
2차 접종은 7월12일로 자동 예약
이튿날 변수가 생겼다. 4월20일 낮 12시30분께 예약한 동네 의원 간호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보건소에서 투석환자는 접종 뒤 대응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투석환자여서 아무 약이나 먹을 순 없으니 투석을 운영하는 병원에서 접종하는 게 좋겠다”는 권유였다. 간호사는 이어 “은평구 불광동에 투석을 운영하는 ‘연세큰숲내과’라는 곳이 있다. 저는 보건소 쪽에 취소하겠다고 얘기해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곧 다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을 열고 ‘연세큰숲내과’를 찾았고, 이번에는 오전 10시가 비어 있어 그 시간대로 예약을 변경했다.
왼쪽은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로 구워 먹은 돈가스, 오른쪽은 식당에서 가서 사 먹은 오겹살.
왼쪽은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로 구워 먹은 돈가스, 오른쪽은 식당에서 가서 사 먹은 오겹살.
접종 전날이 되자 살짝 긴장이 됐다. 평소라면 땀 흘리는 운동이라도 했겠지만, 이날은 오로지 휴식과 “전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느긋하게 일어나 첫 끼니 점심으로는 에어프라이어로 구운 돈가스를 먹었다. 삼겹살은 아니지만 같은 돼지고기니까, 굽거나 튀기거나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녁은 동네에 있는 고깃집으로 가서 오겹살을 구웠다. 이번에도 ‘삼’이 아니라 ‘오’인 게 약간 맘에 걸렸지만, ‘겹이 하나라도 더 많은 게 아미노산도 더 많을 것’이라는, 역시 과학적 근거 따윈 1도 없는 몹쓸 확신을 바탕으로 열심히 굽고, 뒤집고, 먹었다.마침내 접종 당일이 됐다. 오전 10시 접종인데, 병원에는 9시58분께 도착했다. 병원 대기실에는 환자나 보호자로 보이는 이들이 7~8명 앉아 있었다. 데스크에 가서 “백신 접종이 예약돼 있다”고 했더니, 이름을 확인한 뒤 발열 체크를 하고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진표’를 작성하라고 했다. 예진표에는 예방접종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처리 등에 대한 동의, 접종 대상자의 현재 상태 등에 대한 확인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예진표를 작성해 제출했더니 이름을 부르면 ‘진료실’로 가라고 했다. 10시15분께 이름이 불렸고, 진료실로 갔더니 의사가 간략히 몸 상태를 물었다. 그 뒤로 2진료실로 이동했고, 간호사가 오더니 빠른 속도로 설명했다.“오늘은 샤워와 땀나는 운동, 음주 금지입니다. 주사 맞은 어깨가 뻐근할 거예요. 팔을 올리기 힘들 수가 있습니다. 면역반응이 있을 텐데, 그거는 타이레놀로 컨트롤할 거예요. 최대복용량은, 투석환자라서 다른 환자들과 다른데 우선 한 알 정도 생각하시고, 많이 불편하면 두 알 정도 드시는데, 두 알씩 세 번, 최대 여섯 알 정도 복용을 권장해 드려요. 보통 면역반응은 9~10시간 정도 뒤부터 나타나는데, 이틀 정도 갈 겁니다. 접종 뒤 15분 정도 볼 거고요. 15분 사이에 어지럽다거나 기분이 이상하다 그러면 저희 바로 불러주세요. 만약 집에 가신 뒤에 쇼크 반응, 아나필락시스(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 라고 저희가 가장 우려하는 반응이 있거든요. 호흡 곤란이나 입술 부종, 입안 부종, 전신 두드러기가 확 올라오거나 하면 지체 마시고 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이후 빠르게 오른 어깨 쪽에 주사를 놓더니, 15분을 체크하는 알람 시계를 켜고, 간호사는 총총 사라졌다. 접종받은 의자에 앉아 있던 15분 동안 다행히 아무런 느낌이 없었고, 알람 시계를 반납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연세큰숲내과’에서 주며 작성하라고 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진표’
‘연세큰숲내과’에서 주며 작성하라고 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진표’
그날 저녁까지 10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몸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어깨가 뻐근하다더니, 주사 맞은 곳도 아프지 않았다. 한쪽에선 걱정이 일었고, 한쪽에선 좌절감이 생겼다. ‘이렇게나 반응이 없으면 접종기에 쓸 게 없는데…’라는 걱정, ‘이렇게나 항체가 생기기 어려운 저질 몸이 된 건가’라는 좌절감이었다. 그러면서 접종 초기 백신을 맞고도 아무런 증상이 없다며 ‘늙어버린 몸’을 자조하던 감염내과 의사들의 한숨이 떠올랐다.
10시간 지나도 멀쩡하던 몸이…
걱정과 좌절은 섣불렀다. 접종 당일 밤부터 주사 맞은 어깨가 스멀스멀 결려오기 시작했다. 일단 투석병원에서 받은 펜잘을 한 알 먹고 잠들었다. 밤사이 몸이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하더니, 새벽에는 자다가 뭔가에 깜짝 놀라 깨는 일까지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열이 있어 온도계로 체온을 재어보니, 37.5도가 나왔다. 그렇게 격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주사 맞은 어깨는 점점 근육통의 범위가 넓어졌다. 가장 참기 힘든 건 역시 그렇게 격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몸살 기운이었다. 그것은 그냥, 무기력증 같은 것이었다. 몸이 “나는 지금 항체 형성에 올인하고 있으니까 다른 일을 할 거라고는 꿈도 꾸지 마”라고 끊임없이 다그치는 기분이었다. 하루 종일 침대와 소파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더욱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종일 챙겨보던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1도 나지 않았고, 심지어 그렇게나 즐기던 탄수화물 섭취조차 만사 귀찮았다. 밥알을 씹는 치아에 온몸의 뼈가 연결돼 한 번 씹는 데 206개의 뼈가 한꺼번에 욱씬대는 느낌이었다. 펜잘은 점심때 한 알을 먹었고, 자기 전 또 한 알을 투여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하나도 격렬하지 않게 끙끙댔다.그러더니 접종 사흘째인 28일 오전, 잠에서 깨니 거짓말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체온은 36.2도가 됐고, 무시할 수 없던 두통과 몸살 기운은 깨끗이 사라졌다. 주사 맞은 어깨 근육통만 다소 남았다.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접종 7일째인 2일까지, 미세하게 남아 있는 주사 맞은 어깨 근육통을 빼면 아무런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백신 1차 접종으로 1차 면역 형성을 마친 <한겨레> 1호 접종자가 되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뒤 이상반응이 있을 경우 이 전화번호로 신고하면 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뒤 이상반응이 있을 경우 이 전화번호로 신고하면 된다.
백신 접종에 모든 신경을 쏟은 일주일을 겪으며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백신 휴가’의 필요성. 최소한 접종 당일과 면역 반응이 일었던 이튿날은 국가와 기업이 접종자를 무조건 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신 접종은 나 하나의 면역을 위한 게 아니라 ‘집단 면역’을 위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한겨레>도 노사가 합의해 백신 휴가를 도입한다.
백신 접종이라는 공존과 연대

다른 하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 관련이다.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증 증세가 나타나 일부 사망자도 발생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2일 현재까지 183만명이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했어도 아직 희귀 혈전증으로 인해 숨진 사례는 없다. 서너명 증세가 나타난 이가 있지만, 이들 모두 치료를 받고 있는 현재까지 다행히 상태가 더는 악화하지 않고 있다. 국가가 백신과의 연관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의 치료비와 생활비 등을 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정부는 사망자가 발생하기 전 30살 미만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최근 젊은층에 대체 접종할 화이자 백신도 2천만명분 추가로 확보했다. 이런 상황이면 더는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피할 까닭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게, 1년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우리 주변 영세 자영업자들과 언제 감염으로 기저질환이 악화할 지 모르는 공포 속에 사는 ‘건강 약자’들, 학교에 가지 못해 관계와 돌봄의 교육에서 배제되고 있는 사회적 취약층 학생들을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도전일 것이다. 공존과 연대라는 이름을 위한.

 

글·사진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학대피해아동쉼터 부족하니…경찰·아동학대전담공무원 ‘난항’

분리 필요해도 쉼터 부족해 원가정 복귀·친인척 위탁
다른 시·군이나 지방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허다해

홀로 남겨진 아동. (그래픽=연합뉴스 제공)
▲ 홀로 남겨진 아동. (그래픽=연합뉴스 제공)

 

경찰과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이 아동학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시설이 부족한 탓이었다.

 

2일 경기지역 경찰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현재 경찰과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은 아동학대 범죄 행위의 제지와 아동학대 행위자를 피해아동 등으로부터 격리, 피해아동 등을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아동을 의료기관으로 인도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찰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재발 위험성, 추가 보호조치 필요성 등 검토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현장 동행출동 및 정보 공유 ▲피해아동 보호 사례회의 참여 ▲법률 상담, 복지서비스 지원 연계 등 임무를 수행한다.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은 ▲아동학대 신고접수를 바탕으로 아동학대 현장조사 및 아동학대여부 판단 ▲아동에 대한 분리보호 결정 및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고발조치 ▲피해아동보호계획 수립 ▲피해아동 보호 사례회의 참여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협의를 통해 사례관리 종결 등 업무를 맡는다.

 

그러한 이들이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시설이 부족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동들을 학대행위자로부터 분리해서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인데, 보호할 수 있는 장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그렇다 보니 경찰이나 공무원들은 사안이 가볍지만, 분리 조치하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도 원가정 복귀 혹은 친인척 위탁 등 소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A지자체 아동학대전담 공무원도 “학대피해아동쉼터에는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쉼터로 보내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응급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우선 지구대·파출소로 아동을 데리고 오면서 저희를 부르는데, 차로 이동하는 동안 분리 가능한 시설을 찾는다”며 “그러나 시설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청소년 쉼터나 친인척 집으로 가거나 도내 다른 시·군 또는 멀게는 지방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호소했다.

 

B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도 “사실상 업무 중에 쉼터 찾는 일이 가장 많다. 가령, 쉼터에 전화해서 ‘ADHD가 있는 아이 수용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그럼 안 된다’고 거절당한다”며 “그럼 또 다른 쉼터를 찾는데, 그럴 때마다 인원이 가득 차 있다며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도내 아동일시보호시설은 남부와 북부에 각각 한 곳밖에 없다. 두 시설의 수용 가능 인원은 최대 110명에 불과하다. 학대피해아동쉼터도 마찬가지로 도내에 13곳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곳을 모두 합쳐도 최대 90명(남아 28명, 여아 55명, 공용 7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도와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쉼터를 증설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도에서도 쉼터를 늘리기 위한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도내에 쉼터 13곳이 있는데, 올해까지 15곳을 더 늘릴 예정이다”라며 “15곳 중 8곳은 확정됐고, 추가로 설치할 7곳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쉼터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3월 말부터 시행했던 즉각분리제도에 대비해 일시보호시설도 시·도별로 하나씩 갖추라고 계속해 권고하고 있다”며 “쉼터는 작년에 4개 늘린데 이어 올해에는 29개 증설하려고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미 올렸는데’... 택배비 또 인상될까

추가 인상 가능성엔 말 아낀 택배사 “아직 택배기사 처우개선 해결하기엔 부족”

윤정헌 기자 
발행2021-05-02 13:00:42 수정2021-05-02 13:00:42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합의기구(사회적합의기구)’ 내에서 ‘택배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택배운임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올해 초 국내 대형 택배업체 3사(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가 택배비 인상을 단행했던 만큼 불과 몇 달 새 또 택배운임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figcaption>

2일 사회적합의기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열린 회의에서 택배비를 200~300원가량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인상폭이 확정된 건 아니다. 합의기구에 참여 중인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발제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 내용을 토대로 추산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사회적합의기구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택배비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정말 택배비는 또 인상되는 것일까.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고ⓒ기타

택배사 “아직 택배기사 처우개선 문제 해결하기엔 부족”...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결론부터 말하면 택배비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택배비 인상이 확정된 건 아니다. 아직 국토부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데다, 그 결과를 두고 사회적합의기구 내에서 이를 적용할지 결정하는 추가 논의 과정도 남아있다.

그러나 사회적합의기구 논의 자체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것인 만큼 주요 대책 중 하나인 ‘택배비 현실화’는 추진될 것이라는 게 택배업계의 설명이다.

택배기사들을 대표해 사회적합의기구에 참여 중인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사회적합의기구에서는 원가 상승 요인이 택배사들의 영업이익에 가지 않고 택배기사들의 처우개선 용도로만 사용하는 걸 전제로 연구용역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이후 택배비 현실화를 통해 택배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국내 택배업계가 이미 택배비를 올렸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국내 대형 택배 3사는 올해 초 택배비 인상을 단행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1일부터 소형(세 변의 합이 80cm, 무게 2kg 이하) 기준 계약 단가를 1,600원에서 1,850원으로 250원 인상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3월 초부터 소형 기준 택배비를 1,750원에서 1,900원으로 150원 올렸다. 한진택배 역시 지난달 소형 택배를 1,800원 미만으로는 계약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일선 대리점에 배포하는 식으로 택배비 인상을 진행했다.

현재 사회적합의기구는 택배비 인상에 앞서 택배업계에 만연한 불공정거래 실태를 우선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택배비를 인상하더라도 백마진과 리베이트 등 불공정 관행이 지속한다면 그 혜택이 택배노동자에게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관련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택배 3사는 택배비를 단행했다. 이 같은 택배비 인상 이유에 대해 롯데택배 관계자는 “올해 초 이뤄진 택배비 인상은 각 사의 상황에 맞게 진행된 것”이라며 “1차 합의문에 따르면 사회적합의기구의 거래구조개선과 택배비 요금인상 작업이 마무리되기 이전이라도 택배사들이 자구적 노력 차원에서 택배비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합의기구가 택배비 현실화를 위해 택배비 인상을 결정할 경우 불과 몇 달 새 택배비가 두 번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택배사들은 택배비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복수의 택배사 관계자들은 “사회적합의기구 내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개별 택배사가 (추가인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택배비 추가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했다. 최근 인상한 택배비만으로는 분류인력 투입비용과 자동화 설비 확충 등 택배기사들의 근무 여건 개선 비용을 감당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배사 관계자는 “아직 택배비 현실화와 관련해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추가 인상이 없으면 택배기사 근무 여건 개선 비용을 충당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거 같다”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추가적인 택배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회적합의기구 내에서 결정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 발표ⓒ뉴시스

‘택배비 인상 논의 중인데’... 먼저 올린 택배사들
“수익 확보 위한 택배사들의 꼼수” 비판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초 단행된 택배비 인상이 ‘수익 확보를 위한 택배사들의 꼼수’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사회적합의기구에서 결정될 ‘택배비 현실화’는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위한 것인 만큼 인상될 항목이 사실상 정해져 있는 셈이다. 택배사의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이를 예상한 택배사들이 자신의 수익을 챙기기 위해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가격인상을 단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토부는 ▲분류작업에 소요되는 경비 ▲택배업계 주5일제 도입을 위한 원가상승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에 따른 원가상승 ▲택배비 인상에 따른 물량 감소를 위한 원가상승 등 구체적인 항목을 고려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인상된 택배비만큼 택배기사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이처럼 사회적합의기구의 택배비 현실화가 적용될 경우 인상돼야 할 항목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이는 택배비 현실화를 위해 인상된 택배비 중 택배사에 돌아갈 몫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면 올해 초 인상된 택배비는 각사의 상황에 맞게 진행된 만큼 인상 항목도 택배사가 판단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상 항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요금이 250원가량 올랐는데, 보통 택배비의 40% 배송수수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택배기사들의 건당 수수료는 100원 정도 인상돼야 하는 게 맞다”면서 “하지만 CJ대한통운이 일선 대리점에 배포한 수수료 기준표에는 최대 20원을 넘지 않고, 10원 안팎의 인상폭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소비자단체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회적합의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저희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 택배비 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고 계속 반대 입장을 내왔다”면서 “그런데도 논의 중인 상황에서 택배비를 인상한 건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송영길, '비호감' 민주당을 구하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5/03 06:53
  • 수정일
    2021/05/03 06: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해설] '친문 핵심' 홍영표 접전 끝 승리... 당심-민심 고차방정식 어떻게 풀까

21.05.02 20:15l최종 업데이트 21.05.02 20:43l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어 보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어 보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당심 역시 '조금 더 민심 가까이'였다. 

2일 더불어민주당은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송영길 의원을 신임 당 대표로 선출했다. 득표율은 35.60%, 2위를 차지한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과 단 0.59%p 차이밖에 나지 않는 박빙 승부였다. 

결과 자체도 복잡 미묘했다. 송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서 34.97%,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40.38%로 1위를 차지했지만, 권리당원 투표(35.95%)와 국민 여론조사(34.70%)에선 홍 의원에게 조금씩 뒤졌다. '당대표 3수생'이라 그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대의원 투표 결과에서 홍 의원이 많이 따라잡았고(33.47%), 홍 의원이 우세하다고 점쳐졌던 권리당원 투표에서 송 대표가 단 0.67%p만 뒤쳐졌다. 접전 또 접전이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송영길, 홍영표, 우원식 세 후보 모두 그만큼 역량이 있고 차별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도 "송 대표는 (당대표 후보 가운데) 제일 젊고,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가장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민이나 당원이 변화와 혁신을 선택한 것이니 민주당의 (쇄신)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결과"라고도 봤다.

'K-방역' 뒤에 신음하는 민생... '경제 잘못된 방향' 평가 늘어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 초선의원들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적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 초선의원들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적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사실 이번 당 대표는 만만찮은 자리가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관리형'이라고들 말하지만 단촐한 세 단어로 정리하기에는 그의 앞에 놓인 과업이 혹독하다.  급한 불은 역시 코로나19 대응이다. 한국은 누구도 예측 못한 신종 바이러스의 위협을 나름 성공적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백신 수급을 둘러싼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국민의힘은 백신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불평등 문제 역시 타개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4월 수출액이 10년 만에 최대로 상승했지만, 집 값은 폭등하고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누적된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의 4월 사회지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대한민국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기록 갱신'만이 아니라 부정평가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4월 이후 '잘못된 방향' 의견은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이념·연령·직업 등을 떠나 거의 모든 계층에서 '잘못된 방향' 의견이 다수였다. 

케이스탯리서치는 "가장 문제되는 것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여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부동산, (백신 아닌) 방역, 이대남(20대 남성 표심) 등 현안에만 매달릴 뿐, 비전이 안 보인다는 냉정한 비판"이라고 분석했다. 또 "경제성장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낮아진 상태"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충격은 여전할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 일부에선 그 해법으로 '손실보상제부터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29일 민병덕·이탄희 등 민주당 의원 57명은 "법안 처리가 다음 달(5월)로 미뤄져 국민께 면목이 없다"며 "상처뿐인 코로나 극복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 지도부가 취임일성으로 손실보상법을 힘 있게 추진할 것이라 믿는다"고도 전했다. 이제 그 공은 송영길 신임 대표 손으로 넘어왔다. 

무능·위선 논란에 비호감도 증가... 내년 대선도 '빨간불'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이날 기준으로 312일 남은 대통령 선거 준비도 차기 지도부 핵심 과제다. 현재 상태라면 민주당은 내년 대선 패배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불안한 삶에 분노했고, 분노는 투표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 21곳 가운데 호남을 뺀 17곳에서 졌다. 서울의 경우 지역구 49곳에서 약 305만 표를 얻었던 1년 전 총선보다 115만 표가량 잃었다. 그래도 아직은 옐로우카드(경고)다. 내년 3월 대선에서도 진다면 레드카드(퇴장)나 마찬가지다. 곧이어 열리는 지방선거 판세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심은 갈수록 여당을 천덕꾸러기 취급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실시한 정당 호감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역대 최저치 호감도(30%), 역대 최고치 비호감도(60%)'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방역으로 호평 받던 2020년 6월까지만 해도 38%에 불과했던 비호감도는 그해 9월 49%로 오른 데 이어 훌쩍 치솟아버렸다. 

정권 심판 분위기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차기 대선과 관련해 '정권 유지론(44%)' 대 '정권 교체론(41%)'으로 팽팽했으나 올 들어 정권 교체론이 역전했고, 4월 조사에선 정권 교체론 55%-정권 유지론 34%로 격차가 확연히 벌어졌다. 4월 다섯째 주 정례조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마저 처음으로 30%선이 붕괴, 29%를 기록했다.

당심-민심의 고차방정식 풀어야... '민주당을 구하라'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이 모든 상황을 가리켜 '당심과 민심이 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영길 대표 역시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는 지난달 2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도 민주당이 조국 사태, 박원순 시장 사건 등에 "운동권 온정주의"로 일관했고, "무능한 개혁"을 했다고 자성했다. 또 "(우리의) 내로남불과 위선적인 태도를 더 이상 용서하지 않겠다는 게 지금의 민심"이라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일부 강성지지자들이 당심을 '과다대표' 하는 사례로 꼽히는 문자폭탄에도 단호한 편이다. 그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해버리면 당이 경직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 유리된다"며 "소통은 얼마든지 하겠지만 (서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을 '강성' 보다는 '열성 지지자'라고 부르며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오세훈 사과 잘했다, 우리가 그래야 했는데..." http://omn.kr/1sy3e)

한 초선 의원은 "극성 당원들을 통제할 필요가 있지만 그들도 당원이고 정당의 주인"이라며 "적대시하기 보다는 이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영표 의원이 거의 따라잡았던 당 대표 선거 결과를 봐도 "홍 의원이 조직력에서 앞섰다"며 송영길 대표가 향후 당 운영을 할 때 친문 핵심세력이나 강성 지지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선 등을 생각해 친문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도 있다"며 "일단 우리가 민심이 이반된 상황을 그대로,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패배 후 예정보다 서둘러)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쇄신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분출되지 못했다"며 "지금부터는 철저하게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당이 일상적으로, 평온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 나오는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기관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① 케이스탯 리서치 4월 사회지표조사 : 4월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93명 대상 실시,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2.96%p
② 한국갤럽 5개 정당 호감도 조사 : 4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 대상 실시, 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③ 한국갤럽 4월 다섯째 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 : 4월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실시,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말 그대로 ‘한반도 한류’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뷰] ‘코리아 피스펀드’ 앞장선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5.02 08:34
  •  
  •  수정 2021.05.02 09:00
  •  
  •  댓글 0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과 '한반도 피스펀드'를 주제로 지난달 27일 예술인센터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과 '한반도 피스펀드'를 주제로 지난달 27일 예술인센터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는 지난 1998년 남북 경제 교류의 장을 연 ‘소 1,001마리 방북’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실천적 ‘소 떼’로서 ‘코리아 피스펀드’를 출범시킵니다.”

지난달 20일 ‘코리아 피스펀드’(KOREA PEACE FUND)가 출범하며 내놓은 일성이다. ‘코리아 피스 콘텐츠(CONTENTS) 펀드’와 ‘코리아 피스 그린(GREEN) 펀드’를 각각 5천억에서 1조 원 조성해 ‘한반도 평화와 대안적 경제 프로세스’를 구축하자는 것.

참신하고 담대한 발상이지만 다소 생소한 개념과 실현 가능성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출범 기자회견이 열린 곳은 서울 목동 소재 대한민국예술인센터.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한국예총)이 있는 곳이다.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은 27일 오후 예술인센터에서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을 만나 ‘코리아 피스펀드’에 대해 물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대의적 선언’은 이루어졌고 이제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벌써 남북을 시야에 둔 ‘한탄강 프로젝트’와 ‘한국명주산업단지’를 위한 협의가 시작됐다.

이범헌 회장은 “그동안 문화예술 컨텐츠로서 남북교류는 평화지향적인 경우 단순히 행사를 위한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또 일회성이면서 소모성 예산집행으로 행사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며 “생산적 문화예술 컨텐츠를 이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평화운동을 ‘투자’와 ‘수익’이라는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것.

남북관계가 막혀 있지만 국제정세나 남북관계 등 정치적 현안에서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다며, 우선은 이 펀드 결성에 참여한 기관과 단체는 물론 지자체들과 시드머니(종자돈)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예술인센터에서 코리아 피스펀드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제공 - 코리아 피스펀드]
지난달 20일 서울 예술인센터에서 코리아 피스펀드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제공 - 코리아 피스펀드]

출범식에는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과 한국 YMCA,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예총,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흥사단, 푸른아시아, 겨레하나, 주권자전국회의 등이 참여했다.

그린펀드는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고자 하는 다양한 친환경 사업, 바이오와 농업, 어업 등 기초 산업이 대상이 되고, 콘텐츠펀드는 영화 음악 등 대중 문화 콘텐츠가 중심이 된다. 접경지역에 반환된 미군기지의 ‘평화 관광 콤플렉스’ 운영 등 관광산업 분야 협력 사업도 포함된다.

화가이자 한국미술협회 회장을 역임한 이범헌 회장은 “북측의 문화예술도 세계화 가능성이 있는 장르가 많다”며 조각, 자수, 교예, 집단예술체조 등을 거론하며 “피스펀드의 경우는 개성공단이 만약에 재가동된다면 남북 합작의 문화예술 콘텐츠 법인을 설립해서 거기에서 북측 미술과 공연예술에 대한 모든 거래를 하는 거점으로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놓는 방식도 있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미술협회 회장 당시 북측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나아가 북한의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예시하며 “세상에 없는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다. 말 그대로 ‘한반도 한류’를 만들어야 한다”며 “피스펀드를 통해서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서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코리아 피스펀드’는 출범 기자회견에서 “짐 로저스와 같은 해외의 투자자와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같은 해외 펀드”를 예시하기도 했지만 “전태일 열사 5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한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인 ‘프랭키’의 적극 참여 의사”도 눈길을 끌었다.

인터뷰에 배석한 김종선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 사무총장은 “프랭키가 전태일 50주년 사업으로 전태일의 이미지를 500억 가치의 NFT로 만들었다”며 “NFT는 장기적으로 남북한 다, 남한부터 시작하더라도 큰 거래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불가능 토큰’(NFT)은 비트코인으로 널리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로, 이것을 유명 화가인 프랭키가 예술품에도 적용시켰다는 것이다.

이범헌 회장은 “이 펀드가 조성됐을 때 전문적인 운영기구를 통해서 전문성있게 창출해내는 작업들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에 우선 집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시행준비를 해나가는 아주 세밀한 준비가 필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코리아 피스펀드는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과 이종걸 민화협 상임대표의장,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으로 대표자회의 운영위를 구성했고, 김경민 한국 YMCA 사무총장을 사업단장으로 선임했다.

다음은 27일 오후 2시 30분 대한민국예술인센터 20층 한국예총 사무실에서 이범헌 한국예총회장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인터뷰에는 김종선 민예총 사무총장과 허성훈 한국예총 사무총장이 나란히 배석했다.

“문화예술 콘텐츠 이용해 경제적 가치 창출하자는 것”

화가이자 한국미술협회 회장을 역임한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은 코리아 피스펀드에 관한 구상을 달변으로 풀어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화가이자 한국미술협회 회장을 역임한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은 코리아 피스펀드에 관한 구상을 달변으로 풀어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지난 20일 ‘코리아 피스펀드’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으로 안다. 이후 여론의 반응이 있었나?

■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 : 그동안 여러 침체 상황들이 있었고, 특히 유엔제재 문제나 남북관계 경색 문제를 감안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좋은 반응이 있다. 그 대신 이게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부분들을 좀더 구체성을 가지고 추진했으면 하는 의견들을 소통하고 있는 중이다.

□ 한국예총이 ‘코리아 피스펀드’에 참여를 한 셈인데, 연관을 갖게 된 어떤 계기 같은 것이 있나?

■ 한국예총 회장이 되면서 문화예술단체 대표로 민화협 상임의장단에도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논의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실질적인 제안은 민예총 김종선 사무총장의 기획안을 가지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좀더 보완하면서 좀더 확산할 수 있는 여러 직능별 대표단체들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참여하게 되었다.

‘피스펀드’ 개념을 조금 더 명확히 한다면, 기금은 어떤 지원을 하고 공공적, 공익적, 정책적 방향의 집행을 한다면 펀드는 말 그대로 평화를 위한 비즈니스로서의 실질적 생산운동을 하는, 그런 차원의 모색 속에서 함께 하게 됐다.

□ 취지가 ‘한반도의 평화 경제 프로세스 도입’이라고 해서 ‘평화 경제’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약간 추상적으로도 들릴 수도 있다. 좀더 풀어준다면?

■ 우선은 말 그대로 이것은 펀딩이다. 투자를 위한 펀드로서의 기금을 조성하고 그 펀드 조성에 의한 실질적 수익창출을 위한 평화운동을 해서 경제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은 국제정세나 남북정세 등 정치적 현안에서 좀더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경제, 문화예술, 기타 분야를 중심으로 한다.

남북의 평화모델을 구축하고 그러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함으로써 생산성을 확보하고 그럼으로써 경제적인 수익 창출이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운동을 펼칠 시기가 됐다. 그리고 통일에 대비하는 차원에서의 기반확립을 위해서도 자생적인 ‘피스펀드’의 평화기금으로서의 역할론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모적인 기금으로 조성을 하는 게 아니라 재투자와 명확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제논리로 해야 되겠다. 그래서 펀드가 조성이 되면, 모든 분야에 있어서 상당한 연구와 실적을 중심으로 전문 펀드운용기구를 통해서 전문적인 경제활동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다시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남북관계의 평화적 기반, 그리고 경제자립의 기반을 확보해 내고, 북측으로부터도 자생성을 확보해낼 수 있는 그러한 펀드가 되기를 바라는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 두 개의 펀드, ‘그린펀드’와 ‘콘텐츠펀드’를 각각 5천억에서 1조 원 사이 정도로 조성하자는 구상인 것 같다. 특히 이 회장은 ‘콘텐츠펀드’ 쪽 관련이 많을 것 같다. ‘코리아 피스 콘텐츠펀드’를 설명하면서 영화, 음악, 대중문화 콘텐츠를 거론했는데, 사실 이것들은 익숙하기도 하지만 그동안에는 일회적 행사가 많았다. 실제로 어떻게 가능하다고 보나?

■ 그동안 문화예술 콘텐츠로서 남북교류는 평화지향적인 경우 단순히 행사를 위한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또 일회성이면서 소모성 예산집행으로 행사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방식에서 벗어나는 생산적 문화예술 콘텐츠를 이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제작하더라도, 남북합작의 영화 구상이 이루어진다면, 다큐영화나 독립영화를 제작할 수도 있지만 수익성을 감안하는 상업영화 모델을 가지고 실질적 영화산업적인 측면에서 투자하고 다시 경제성을 확대재생산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그런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가 되겠다.

미술이라고 했을 때도, 미술 전시를 해서 ‘남북의 평화미술 전시다’라는 주제성에 머물러서 행사로서의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 그동안의 유형이었다면, 이제는 이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유통이 이루어져 경제적인 문화예술의 기반을 더 구축해 나가고 더 확산시켜 나감으로써 평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투자가 다시 피드백이 오는, 수익성으로도 가능하게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그러한 의미에서 피스펀드의 역할론이 중요하다고 본다.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IT분야에서부터 또 남북이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투자 가능성이 있는 장르를 개발해 ‘그린펀드’와 ‘콘텐츠펀드’로서의 방향성을 잡고, 지금 코로나19 이후 대두되고 있는 글로벌한 인류애가 필요한 시기에 광의의 의미를 담고 있는 ‘피스펀드’의 개념으로 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에 우선 집중...아주 세밀한 준비 필요”

이범헌 회장은 코리아 피스펀드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범헌 회장은 코리아 피스펀드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궁금한 것 중의 하나가,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자면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데, 초기 펀드 조성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

■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우선은 참여하고 있는 기관과 단체를 중심으로 시드머니(종자돈) 펀드 개념으로 참여를 하는 게 좋겠다. 뜻있는 지자체도 함께하는 공공의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과정에서 기업형 펀드, 또 개인이 하는 엔젤 펀드, 이런 투자개념을 다양화하고 다각화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은 전략적인 기금화를 위한 협의가 지금부터 좀더 진행이 돼야 하고, 지금부터 그런 펀드 조성을 위해서 참여할 기관, 기구, 단체, 회사들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진행을 해나가고 있다.

□ 성과는 좀 기대할만 한가?

■ 짧은 시간이어서 아직 구체적인 사례와 성과를 말할 단계는 아니고, 함께 할 분들과 협의하기 위해서 오늘도 중요한 미팅이 예정돼 있다. 기초 펀드 조성에 생각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분위기다.

□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확인하듯 우리 문화 콘텐츠의 실력이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콘텐츠펀드’가 투자한 남북이 함께한 콘텐츠에서 세계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 그런 것을 지향하고 추구하는 거다. 실질적으로 그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전술이 필요할 것 같다. 목표를 정하고 방법론을 가지고 이 펀드가 조성됐을 때 전문적인 운영기구를 통해서 전문성있게 창출해내는 작업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에 우선 집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시행준비를 해나가는 아주 세밀한 준비가 필요한 단계에 있다.

지금 현재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의적인 측면에 대한 선언은 이루어졌지만 지금부터 구체적이고 필요한 각론을 각각 업무분장화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그러한 세부논의를 곧 대표단이 구성돼 의논하려고 한다. 이종걸 민화협 상임의장과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과 제가 3인 공동체제로 좀더 세분화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 그 중 하나의 관건이, 남북관계와 북측의 반응일 텐데, 현재는 코로나19 대유행도 있고 남북관계도 좋지 않아 막혀 있는 상황이다. 향후 대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건가?

■ 대북관계는 오픈해서 다 말하기 어려운 다양한 루트가 있다. 현재 정세에서는 남북관계로서도 그렇고 국제적 유엔제재에서도 그렇고 모든 게 단절되다시피 돼 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조심스럽기도 하고 중요한 노력을 해야 된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기존에 장르별로 남북이 논의되어 오던 과정이 있고, 제가 한국미협 이사장 할 때라든지 문화예술 관련한 남북 프로젝트를 했던 적이 있다. 남북 평화미술제라든지, 또 평창 동계올림픽 때에 아시아 평화미술제와 남북 평화미술제 등을 개최하면서 연계될 수 있는 과정들이 있었다. 다른 직능 분야들은 민화협과 6.15남측위원회 이런 대표기구들이 음으로 양으로 좋은 활동을 조용하게 진행하고 또 추진해야 한다.

통일부나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할 수 없는 현실에 있을 때에, 민간 중심의 교류를 할 수 있고 혹은 그런 기반을 준비하고 조성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소통이 조금만 구체화된다면, 그리고 그동안의 상황을 본다면 긍정적 반응이 북측에서도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탄강 프로젝트’와 한국명주산업단지 그리고 블록체인 플랫폼

코리아 피스포럼 기자회견 기념촬영.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과 이종걸 민화협 상임대표의장,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이 대표자회의 운영위원으로,김경민 한국 YMCA 사무총장이 사업단장으로 선임됐다. [사진제공 - 코리아 피스펀드]
코리아 피스포럼 기자회견 기념촬영.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과 이종걸 민화협 상임대표의장,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이 대표자회의 운영위원으로,김경민 한국 YMCA 사무총장이 사업단장으로 선임됐다. [사진제공 - 코리아 피스펀드]

□ 북측과 연관돼 구체적으로 준비 중인 사업도 있나?

■ 제가 지난주에 포천시장과 미팅을 하고 한탄강 프로젝트를 위해서 현장답사를 하고 MOU(업무협약)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고 왔다.

한탄강이 작년 7월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을 받았는데 지금 현재는 남측 구간만 된 거다. 한탄강의 원류는 북측에서 내려온다. 북측에서도 독자적으로 백두산하고 한탄강 북측지역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신청에 들어가 있다.

제주도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총회가 예정돼 있는데, 코로나 상황에 따라 어떻게 될지 변수가 있다. 그 때 아마 북측의 백두산하고 한탄강 북측 권역을 논의하는 것 같다.

이러한 과정들로 봤을 때 북측에서는 이제 형식적인 남북교류의 행사를 넘어서서 어떤 기반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하고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는 방향에 더 적극적인 것 같다.

□ 한탄강이 굉장히 좋은 곳인가 보다. 남북이 모두 세계지질공원으로 신청하는 걸 보니.

■ 세계지질 문화유산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순천만 다음으로 여기가 아주 중요한 곳이다. 세계지질학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실제 가보면 지형도 아주 독특하고 다르다. 주상절리 암벽도 제주도 주상절리하고 지층형성이 다르게 돼 있다.

한국예총과 포천시가 좀더 적극적인 프로젝트로 만들어서 세계적인 랜드마크 형태의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그리고 관광 메카의 역할도 할 수 있는, 그린 생태계를 위한 자연환경운동 거점을 만들 수 있다. 또 남북의 교류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남북의 평화운동에도 큰 거점이 될 수 있겠다고 보고 이런 지향점을 찾고 있다.

곳곳에서 지금 다양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늘 오전에도 강원도와 고성군이 남북한 전통술로 한국명주산업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제안이 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피스펀드’가 갖는 유형의 콘텐츠들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남측에서 고성군에 먼저 한국전통명주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거다. 그것이 또 북측과 함께 이루어갈 수 있는 거점으로서 지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하나 하나의 콘텐츠들이 모두 ‘피스펀드’가 갖는 경제적 가치실현을 위한 범위 안에 다 들어있는 것들이다.

□ 전태일 열사 50주기 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한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인 ‘프랭키’가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홍보했는데, 그는 어떤 예술가이고 향후 어떤 방식으로 참여가 이루어지나?

■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문화예술 콘텐츠의 역할론, 그것을 통한 경제적 가치 실현, 이런 것들에 세계적인 예술가가 함께 참여한다는 취지다. 예술 콘텐츠가 과거 형태의 문화예술의 활동 영역을 넘어서서 경제적 가치와 시장논리에 참여하는, ‘피스펀드’에 함께하는 콘텐츠의 중요한 소스로서 역할론이 있다. 이런 상징성이 있다.

코리아 피스포럼 기획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김종선 민예총 사무총장이 인터뷰에 배석해 블록체인 플랫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코리아 피스포럼 기획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김종선 민예총 사무총장이 인터뷰에 배석해 블록체인 플랫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김종선 민예총 사무총장 : NFT(Non-Fungible Token)라는 게 있다. 대체불가능 토큰이다. 아카데미 시상에서도 대체불가능한 토큰 카드가 선물백에 들어 있었다.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에 출연했던 채드윅 보스만(Chadwick Boseman)을 기리는 작품을 만들어서 대체불가능한 토큰으로 제공을 했는데, 그게 블록체인으로 보존되는 그림의 디지털 소스다. 가상화폐처럼 거래가 되는 거다.

□ 예술품 블록체인이 생소하다.

■ 김종선 :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같이 여러 명이 일종의 가상의 가치를, 코인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건데, 그 코인을 쉽게 말해서 미술품으로 전환했다고 보면 된다.

프랭키가 전태일 50주년 사업으로 전태일의 이미지를 500억 가치의 NFT로 만들었다. 그 NFT가 되면 거래하는 쪽, 작가, 전태일재단이 그 거래된 수익을 3분해서 나눠 갖는 거다.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NFT는 장기적으로 남북한 다, 남한부터 시작하더라도 큰 거래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결합해서 암호화를 통으로 하는 것이지 않나. 마찬가지로 그 안에 실물인 JPG 파일이 하나 있고, 그것 자체를 전부 암호화하는 거다. 그러면 이게 대체가 불가능해진다. 진짜가 같이 풀려야 되니까. 그러면 이것 자체가 비트코인처럼 거래가 되는 거다.

□ 그 값어치는 어떻게 결정되나?

■ 김종선 : 값어치는 결국은 비트코인과 똑같이 경매시장이다. 투자자가 있으면 올라가고 투자자가 없으면 마이너스가 되는 거다.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미술품이나 문화재나 이런 고가의 예술품을 경매에 붙인 것과 같은 개념이다.

아무나 찍은 JPG 사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유명한 작가가 만든 소스가 있어야 한다. 현실 작품과 NFT화 된 작품과 가치가 다른 거다.

“말 그대로 ‘한반도 한류’를 만들어야 한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범헌 회장은 남북이 협력해 '한반도 한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북녘의 예술은 우리와 차이점도 있을 텐데, 남쪽에서는 좀 생경하거나 값어치가 낮게 평가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북녘 예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어떻게 교류 협력할 수 있는지?

■ 그 부분도 중요한 부분이다. 일단 북측은 사회주의의 이데올로기, 그 이념 속에서 예술의 틀이 이루어진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학을 기준으로 공연예술이든 시각예술이든 시간예술이든 모든 예술 장르가 사실주의 기법을 활용하게 된다. 또 이념이 강화된 측면으로 볼 때는 다소 선전선동적인 요소도 포함돼 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자유민주주의 체제 혹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문화예술을 보는 관점하고 상당히 다르다. 미술만 본다 하더라도 미술시장에 북측의 작품이 그냥 나갔을 때에 세계적인 미술시장 흐름 속에서 자생적인 경쟁력이 있거나 하기에는 다소 약할 수 있다.

리얼리즘 미술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적 표현세계의 조형성, 좀더 그쪽의 특성화를 위한 예술적 가치를, 관점을 가지고 좀 홍보할 필요도 있다. 북측 미술은 이미 우리 남측에서도 많이 알고 있고 가까운 아시아 시장에서도 이제 많이 알고 있는 수준은 돼 있다.

북측에서는 만수대창작사 중심으로 생산되는 많은 미술품들, 그리고 또 그 밑에 체제에서 생산되는 미술품들이 사실 외화벌이용 수출품목에 대단히 중요한 항목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유엔제재에서도 상당히 상위순위로 지금 제재 품목화 돼 있다.

북측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활용하는 미술시장의 가치, 이런 것들로 함께 봐야겠고, 중국의 문화예술 시장 개방을 참고하면 좋겠다는 판단을 한다. 중국 같은 경우도 북측 같은 이데올로기 예술에 있다가 등소평 이후에 개방이 된 거다.

중국도 사실주의 화풍과 중국의 전통화풍, ‘국화’라고 표현하는데, 그런 화풍둘이 다 사실주의 화풍이었는데, 개방이 되면서 서양미술, 추상미술 이게 다 들어갔다. 지금 현재 중국의 미술 시장과 공연예술 시장은 세계를 석권할 정도의 수준이다. 연간 미술품의 판매 총액이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연간 매출액 이상이 될 정도로 국내 미술시장이 형성돼 있다.

북측의 문화예술도 세계화 가능성이 있는 장르가 많다. 그리고 특히 장르적으로 봤을 때는 조각분야, 입체분야라든지 자수분야 같은 경우는 그 리얼리즘의 수준이 상당한 수준이다. 대중적 경제적 관점에서는 소비지향적인 미술시장에도 접근할 수 있다.

피스펀드의 경우는 개성공단이 만약에 재가동된다면 남북 합작의 문화예술 콘텐츠 법인을 설립해서 거기에서 북측 미술과 공연예술에 대한 모든 거래를 하는 거점으로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놓는 방식도 있을 수가 있다.

사실 미술 부분은 제가 독자적으로 한국미협 이사장을 하면서 북측하고 그 논의를 했었다. 좀더 구체적인 논의를 하던 과정에 남북관계 경색이 왔다. 북측의 문화예술도, 영화 부분도 마찬가지고, 무궁무진하게 갈 수 있는 장르적 토대는 있으나 세계적인 경쟁력은 남북의 합작으로 이루어졌을 때 상승할 것이다. 그걸 또 도와줘야 한다.

□ 북측의 서커스, 교예도 유명한데.

■ 그런 것도 콘텐츠가 된다. ‘아리랑’ 공연만 해도 현장에서 보면 놀랍지 않나. 지금 중국은 모든 지역에서 밤마다 관광객들에게 고액 입장권을 받고 공연을 유치하지 않나. 장예모 감독 밑에서 키운 감독과 연출자들이 전 중국에 성(省)별로 경쟁을 한다. 문화유산이 있어서 관광객이 오는 곳은 다 공연물이 있고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북측에서는 그런 게 다 가능하다. 오히려 세상에 없는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다. 말 그대로 ‘한반도 한류’를 만들어야 한다. 피스펀드를 통해서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서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할 수 있다.

□ 한국예총 회장에는 언제 취임했고 언제까지 임기인가?

■ 작년 2월에 총회에서 당선이 되고, 임기는 4년이다.

□ 중임도 가능한가?

■ 연임이 되는데, 아직 그런 계획은 전혀 없다.(웃음) 열심히 지금 임기를 다하는 걸로.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치매 아니라는 ‘치매 남편’과 자기가 치매라는 ‘우울증 아내’

등록 :2021-05-02 09:10수정 :2021-05-02 09:26

[토요판] 전홍진의 예민과 둔감 사이
④ 알츠하이머와 우울증 부부

외도 의심하는 피해망상 진성씨
기억력 저하 심각한 아내 영자씨
알츠하이머-우울증 감별해봐야
위험 노출된 노부부 꾸준히 늘어

 

고령화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알츠하이머와 우울증에 동시에 노출된 노부부도 꾸준히 늘고 있다. 부부끼리 긍정적인 대화, 꾸준한 글쓰기와 책읽기는 치매와 우울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알츠하이머와 우울증에 동시에 노출된 노부부도 꾸준히 늘고 있다. 부부끼리 긍정적인 대화, 꾸준한 글쓰기와 책읽기는 치매와 우울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여성의 기대수명은 86.3살로, 남성 80.3살보다 6살 더 많습니다. 노부부만 사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치매는 점점 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치매는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배우자 삶의 질도 현저히 떨어뜨립니다. 영자씨와 진성씨 부부는 이제 7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직장에서 정년을 잘 마치고 나서 퇴직 후에도 건강하게 살아왔고 자녀들도 모두 출가 후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걱정할 것 없이 무척 행복한 부부였습니다.
 
 2019년 여성의 기대수명은 86.3살로, 남성 80.3살보다 6살 더 많습니다. 노부부만 사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치매는 점점 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치매는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배우자 삶의 질도 현저히 떨어뜨립니다. 영자씨와 진성씨 부부는 이제 7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직장에서 정년을 잘 마치고 나서 퇴직 후에도 건강하게 살아왔고 자녀들도 모두 출가 후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걱정할 것 없이 무척 행복한 부부였습니다.
 

의심하는 남편에 절망감까지

 

문제는 작년부터 남편 진성씨가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닌지 의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한번은 집에 우편물이 잘못 도착해 영자씨가 반납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진성씨는 영자씨를 의심하며 우편물을 보낸 남자와 사귀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물었습니다. 영자씨가 나이 일흔이 넘어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해도 진성씨는 집요하게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자씨도 처음에는 웃어넘기려고 했지만, 진성씨의 행동은 점점 정도가 심해져서 영자씨가 집 밖에 나가기만 하면 연락을 해서 어딘지 확인을 하고 남자와 함께 있지 않은지 묻곤 했습니다.영자씨는 남편이 갈수록 이상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젊을 때부터 진성씨는 술을 좋아해서 지금도 식사 때마다 반주를 하고, 하루에 한 갑 정도 흡연을 할뿐더러 고혈압과 당뇨까지 있는 상황이어서 건강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영자씨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진성씨는 자신은 괜찮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병원행을 거듭 거절했습니다. 그 후로 진성씨는 말을 할 때마다 단어를 잘 찾지 못해서 “저… 그거… 왜 있잖아” 등 횡설수설하거나 둘러대는 일이 잦아졌으며 급기야는 집 밖에 나갔다가 아파트 다른 동의 같은 층 집 초인종을 눌러서 이웃 주민이 연락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영자씨는 집요하게 자신을 의심하는 남편이 치매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진성씨와 같이 사는 것이 짐같이 느껴지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식욕이 떨어져서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진성씨는 “어디 가서 그 남자와 재밌게 놀고 와서 집에서 누워만 있냐”고 타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자씨 또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서 진성씨처럼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고 방금 양치질하고 나서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영자씨는 진성씨가 치매가 아니라 사실은 자신이 치매가 아닌지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바쁜 자식들과 상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남편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절망감이 들었습니다.

 

치매 초기 남편과 우울증 아내

 

노년기에 생기는 치매와 우울증은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치매는 ‘해마’의 위축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대뇌에서 저장하는 장기 기억은 초반에는 떨어지지 않고 잘 유지됩니다. ‘해마’는 뇌의 양쪽에 하나씩 있으며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단기 기억 저장을 담당하는 반도체인 램(RAM)과 방향감각을 인지하는 지피에스(GPS)의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진성씨는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고 해마뿐 아니라 전두엽의 위축도 발견되었습니다. 기억력 검사상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에 해당하는 기능 수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기억력 장애, 혼동, 공간 지각력 장애, 지남력(시간·장소·상황 등을 기억하는 능력) 장애, 이름 대기 등의 언어 기능 장애, 계산 능력 저하, 판단력의 와해가 점진적으로 발현되는 가장 흔한 치매를 말합니다.전두엽은 뇌의 이마 쪽에 위치하는 부분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충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진성씨는 오랜 음주와 흡연으로 전두엽이 상한 상태라는 소견을 보였습니다. 치매에 전두엽 손상이 겹치면서 의심 증상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의심 증상 중에 가장 흔한 것은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는 부정망상과 내 물건을 누가 훔쳐갔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이 있습니다. 전두엽에 손상이 오면 이전과는 다르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하고 화를 많이 내기도 합니다.반면에 영자씨도 자신이 치매가 아닌지 검사를 원해 함께 진행했습니다. 자기공명영상에서 해마의 위축이나 전두엽 손상은 없었으나 기억력은 다소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검사상 치매 소견은 없지만 우울증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우울증이 오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멍해져서 방금 들은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영자씨는 자신이 치매가 아니라는 소식을 듣고 무척 안심했습니다. 다만, 우울증이 젊을 때 발병한 것은 치매와 관련이 없지만 65살 이후 초발한 경우에는 치매의 위험이 2배 정도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합니다. 혈압이나 당뇨가 조절이 안 되거나, 신체 활동을 안 하는 경우에는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의사 입장에서 보면 뇌 영상을 촬영하기 전에도 어느 정도 환자와의 상담으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치매 환자는 자신이 치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병이 있다는 것을 부인합니다. 이에 비해서 우울증 환자는 오히려 자신이 치매가 아닐까 걱정을 더 많이 합니다. 그래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치매인 환자들은 가족들에 의해 억지로 오게 되는 경우가 많고, 우울증인 환자들은 자신이 치매가 아닌지 걱정이 되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해마 손상 여부인데 해마의 기능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기 기억이 떨어지는 것은 비슷하지만 노인 우울증에서는 방향감각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진성씨가 ‘집 밖에 나갔다가 아파트 다른 동의 같은 층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일’은 치매 환자에게는 있을 수 있지만 노인 우울증 환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증상이지요. 때로는 치매와 우울증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한 감별이 필요합니다.

 

두 사람 모두 진단·치료 통해 호전
요양보험 혜택과 자녀들도 관심↑
대화 늘면서 일상적 불화도 감소
최고 예방책은 운동·독서·글쓰기

 

일상적 독서·대화·산책이 최고 예방약

 

치매 환자에게서 망상이 나타나면 배우자가 매우 힘들고 망상의 내용이 아니라고 설득을 해도 도저히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서 황혼 이혼을 하거나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환자는 젊을 때의 성격이 더 강해지고 집요해지기도 합니다. 배우자가 아무리 환자의 행동을 바꾸려고 설득해도 바뀌지 않아서 오히려 지치고 진이 빠지게 됩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치매에서 생기는 정신적인 증상을 치매의 행동심리증상(BPSD)이라고 합니다. 성격 변화, 초조 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무감동 및 무관심 등이 있습니다. 이것은 ‘섬망’이라는 현상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섬망은 치매 증상과 유사하지만 해 질 무렵부터 무척 심해지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헛것을 보거나 듣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뼈에 골절이 생기거나 심장질환이 있을 때도 흔히 나타납니다. 치매에서 발생하는 의심은 피해망상의 일종으로 섬망과는 다르고 하루 종일 지속됩니다.진성씨는 그동안 치매 증상으로 인해 혈압, 당뇨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음주와 흡연은 더 늘었습니다. 그 결과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졌습니다. 치매와 치매의 행동심리증상에 대한 치료를 받으면서 영자씨에 대한 의심이 없어지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영자씨도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집안일을 할 수 있게 되고 남편의 건강과 영양 상태를 세심하게 챙기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진성씨의 의심이 줄어들면서 마음이 무척 편해졌습니다. 부부가 함께 밖에 나가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자식들도 결국 두 분의 상태를 알게 되었고 자주 집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진성씨는 담당 의사를 통해서 소견서를 발급받아 제출하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장기요양요원이 가정을 방문하여 신체 활동 및 가사 활동, 인지훈련을 지원하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우울증도 호전되고 요양요원의 도움으로 끼니를 거르지 않아서 건강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는 노트르담수녀회 수녀들을 통해 알게 된 치매 예방법 연구로 유명합니다. 국립노화연구소 자금을 받아 노트르담수녀학교 출신 67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언어능력이 노년의 인지 기능 및 치매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당시 연구에 참가한 수녀들은 모두 75살 이상으로, 사망 후 뇌를 연구용으로 기증하는 데도 서약했습니다. 스노든 박사는 수녀들이 쓴 글에서 단어 수가 풍부하고 어휘력이 유창할수록 치매에 적게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대부터 쓰기 시작한 수필과 일기를 살펴보았을 때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된 수녀의 80%는 나중에 치매에 걸렸지만, 글의 어휘가 풍부한 수녀들은 10%만이 치매가 발생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할수록, 적정 체중일수록,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남아 있는 치아가 많을수록, 어휘를 많이 사용하고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쓸수록 치매에 덜 걸린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부부가 서로 긍정적인 대화를 많이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이 치매와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진성씨와 영자씨는 매일같이 가족 앨범을 보면서 예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가족사진에 나온 사람의 이름을 맞혀보기도 하고 어디에 사는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또 눈이 어둡기는 하지만 책과 신문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나온 이야기를 서로 설명해주기도 하고 토론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고 낙상 방지를 위해서 다리 근력을 강화시키려고 노력합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함께 아파트단지 안에서 산책을 합니다. 진성씨의 기억력은 더 떨어지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고 영자씨는 기분도 좋고 의욕도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의 지은이 전홍진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예민한 사람과 둔감한 사람에 관해 설명합니다. 매우 예민하다는 것은 ‘외부 자극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고 자극적인 환경에 쉽게 압도당하는 민감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사례는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으며, 모두 가명을 썼습니다. 자세한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과 진료가 필요하며, 이 글로 쉽게 자가 진단을 하거나 의학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불평등을 갈아엎자!" 노동절, 하반기 총파업 결의

  • 기자명 김장호 기자
  •  
  •  승인 2021.05.02 03:38
  •  
  •  댓글 0
 
 
 
 

131주년 노동절 민주노총 집회, 전국 16개 지역에서 열려

▲ 5월 1일 서울 여의도 LG트위타워 앞에서 민주노총 131주년 노동절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 5월 1일 서울 여의도 LG트위타워 앞에서 민주노총 131주년 노동절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5월 1일 제131주년 세계노동절 민주노총 대회가 서울 LG트윈타워 앞을 비롯,전국 16개 장소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서 민주노총은 “불평등을 갈아엎는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한 하반기 총파업 투쟁”을 선포했다. 
노동절 서울대회는 하루 전 4월 30일 136일간의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와의 연대를 위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진행됐다.
노동절(메이데이)는 1886년 34만 명이 참여하고, 8명이 희생된 8시간 노동제 쟁취를 위한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여 1889년 제2인터내셔널에서 노동절로 제정한 후 131주년이 되었다.

▲ 5.1절 집회에서 민주노총이 집회신고를 했음에도 노동절 대회를 예정한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을 봉쇄하고 바리케이트를 과도하게 설치하자 대회 참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 5.1절 집회에서 민주노총이 집회신고를 했음에도 노동절 대회를 예정한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을 봉쇄하고 바리케이트를 과도하게 설치하자 대회 참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이날 서울대회는 ‘코로나 19 감염법을 빌미로 과도하게 남용되는 집회, 시위의 자유 및 기본권의 침해를 거부하는 동시에 코로나방역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가운데 진행하려 했지만, 경찰들의 바리케이트 봉쇄로 곳곳에서 항의와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 투쟁승리를 보고 하고 있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 투쟁승리를 보고 하고 있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사전집회에서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 KO지부 김계월지부장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트지회 임종린지회장 ▲금속노조 서울지부 엘지케어솔루션지회 김정원 지회장 ▲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 조종사지부 박이삼 지부장 ▲민주일반연맹 부산일반노조 신라대 지회 김청용 쟁의부장 등이 투쟁발언에 나섰다. 본 대회에 앞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연대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5.1절 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 5.1절 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대회사에 나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가장 열악한 날씨와 가장 열악한 조건속에서 가장 큰 분노를 안고 세계노동절 대회를 맞이한다”고 운을 뗀 후, “재난과 위기가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는 공식을 깨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갔나”며 질타했다.
양 위원장은 “IMF가 몰고 온 재난은 우리를 정리해고 비정규직의 수렁으로 내몰았다”고 상기시킨 후, 지금 “코로나가 몰고 온 재난이 우리를 또다시 고통속으로 내몰지 않도록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양 위원장은 “131년전 노동자들이 존엄을 선언하고 투쟁에 나섰듯이! 해방이후 전평이 노동자민중의 생존과 인민항쟁을 이끌었듯이! 96-97 노개투 총파업으로 악법을 되돌렸듯이! 2021년 하반기 총파업 투쟁으로 불평등 세상을 확 바꿔 냅시다!”는 말로 하반기 총파업결의를 재차 확인했다.

▲ 5.1절 대회에서 연대사를 하고 잇는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
▲ 5.1절 대회에서 연대사를 하고 잇는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

국제연대사 동영상 인사말 직후 연대사에 나선 민중공동행동 박석운 공동대표는 “민주노총과 함께 농민, 빈민, 시민들이 민중총궐기 투쟁”으로 나서며, “내년 1월 대선판을 흔드는 민중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다짐했다.

▲ 5.1절 집회 경험과 상상 율동공연
▲ 5.1절 집회 경험과 상상 율동공연

대회 중에는 대회동영상과 더불어 경험과 상상 율동패의 공연도 이어졌다.

▲ 5.1절 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는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 5.1절 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는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 5.1절 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는 김진억 서울본부장
▲ 5.1절 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는 김진억 서울본부장

투쟁사에 나선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IMF때 고통분담을 하자고 해 놓고 비정규직을 만들어 고통을 전담시키고 있고, 자본은 수백억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비정규직을 착취”하고 있다면서, “2015년 총궐기를 통해서 확인했듯이, 두려움 없이 투쟁하자”며, “누구도 우리대신 세상을 바꾸어 주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바꾸자”고 호소했다.
김진억 서울본부장 역시 “가진 자와 기득권 세력의 탐욕을 보장하고, 불평등 기득권 질서를 공고히 하는 한국사회를 바꾸어 내는 사회대전환투쟁에 우리 노동자가 나서자”고 촉구했다.

▲ 5.1절 대회에서 전국노동자노래패협의회가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 5.1절 대회에서 전국노동자노래패협의회가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대회는 전국노동자노래패협의회의 “공장에서 권력까지”, “전선은 하나” 노래공연으로 이어졌다.

▲ 5.1절 대회에서 선언문 낭독후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민주노총 임원과 가맹조직위원장들
▲ 5.1절 대회에서 선언문 낭독후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민주노총 임원과 가맹조직위원장들
▲ 5.1절 대회 참가자들이 집회에서 작성한 족자프랑을 들고 있다.
​▲ 5.1절 대회 참가자들이 집회에서 작성한 족자프랑을 들고 있다.▲ 5.1절 대회 참가자들이 집회에서 작성한 족자프랑을 들고 있다.
▲ 5.1절 대회 참가자들이 집회에서 작성한 족자프랑을 들고 있다.
▲ 5.1절 대회 참가자들이 집회에서 작성한 족자프랑을 들고 있다.

이날 대회는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가운데, 민주노총 임원과 가맹조직위원장들의 “대회 선언문” 낭독과 피켓 퍼포몬스로 마무리하였다.

131주년 노동절대회는 주요 산별연맹 집회와 더불어 전국 15개 곳곳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마포대교를 지나 마포역을 거쳐 아시아나케이오지부가 복직을 요구하며 지부장이 단식 농성 중인 서울고용노동청으로 이동해 투쟁문화제를 진행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마포대교를 지나 마포역을 거쳐 아시아나케이오지부가 복직을 요구하며 지부장이 단식 농성 중인 서울고용노동청으로 이동해 투쟁문화제를 진행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금속노조는 LG트위타워 건물 옆에서 대회를 가진 후 행진을 진행했다.
▲ 금속노조는 LG트위타워 건물 옆에서 대회를 가진 후 행진을 진행했다.
▲ 마트산업노조는 노동절을 맞아 대형마트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상징의식과 집회를 서울 곳곳에서 진행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마트산업노조는 노동절을 맞아 대형마트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상징의식과 집회를 서울 곳곳에서 진행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화학섬유연맹.화섬식품노조는 민주노총 서울대회에 참여한 뒤 SPC그룹의 민주노조 탄압과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사회적합의 미이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화학섬유연맹.화섬식품노조는 민주노총 서울대회에 참여한 뒤 SPC그룹의 민주노조 탄압과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사회적합의 미이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세종충남본부는 충남도청 앞에서 ‘불평등, 갈아엎자!’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제131주년 세계노동절 대회를 열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세종충남본부는 충남도청 앞에서 ‘불평등, 갈아엎자!’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제131주년 세계노동절 대회를 열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전북본부는 전주 경기전 앞을 비롯해 5개 거점에서 500여 명이 모여 세계노동절 전북대회를 열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전북본부는 전주 경기전 앞을 비롯해 5개 거점에서 500여 명이 모여 세계노동절 전북대회를 열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경남본부는 창원시광장에서 노동절 대회를 열고 도심을 행진하며 지역 투쟁사업장 소식을 지역민에게 전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경남본부는 창원시광장에서 노동절 대회를 열고 도심을 행진하며 지역 투쟁사업장 소식을 지역민에게 전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대구본부는 3차 총파업을 앞둔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 앞에 1,000여 명이 모여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대구본부는 3차 총파업을 앞둔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 앞에 1,000여 명이 모여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전남본부는 전남도청 앞에서 350여 명의 조합원이 모여 불평등한 세상을 갈아엎고 거침없는 총파업으로 나아가자는 결의를 다졌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전남본부는 전남도청 앞에서 350여 명의 조합원이 모여 불평등한 세상을 갈아엎고 거침없는 총파업으로 나아가자는 결의를 다졌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인천본부는 오전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300여 대 차량으로 인천지역 4개 거점(송도 포스코건설, 서구 아시아드경기장, 인천항보안공사, 인천공항)부터 인천시청까지 차량행진을 진행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인천본부는 오전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300여 대 차량으로 인천지역 4개 거점(송도 포스코건설, 서구 아시아드경기장, 인천항보안공사, 인천공항)부터 인천시청까지 차량행진을 진행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울산본부 역시 울산시 전역 총 26개 거점에서 1,100명의 조합원이 모여 노동절 대회와 시민선전전을 진행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울산본부 역시 울산시 전역 총 26개 거점에서 1,100명의 조합원이 모여 노동절 대회와 시민선전전을 진행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부산본부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부산 시내 곳곳에서 분산된 형식으로 노동절 대회를 치렀다.[사진 : 노동과 세계]
▲ 부산본부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부산 시내 곳곳에서 분산된 형식으로 노동절 대회를 치렀다.[사진 : 노동과 세계]
▲ 광주본부는 광주시청을 비롯해 2~3곳의 장소에서 제131주년 세계노동절 대회를 열고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민주노총 110만 조합원 하반기 총파업 투쟁에 적극 복무할 것을 결의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광주본부는 광주시청을 비롯해 2~3곳의 장소에서 제131주년 세계노동절 대회를 열고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민주노총 110만 조합원 하반기 총파업 투쟁에 적극 복무할 것을 결의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충북지역 노동절대회는 청주 상당공원, 솔밭사거리, 내덕칠거리, 충북도청,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오송 대광로제비앙공사현장과 충주시청, 제천시민회관, 보은 중앙사거리, 옥천버스 등 충북지역 총 10개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됐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충북지역 노동절대회는 청주 상당공원, 솔밭사거리, 내덕칠거리, 충북도청,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오송 대광로제비앙공사현장과 충주시청, 제천시민회관, 보은 중앙사거리, 옥천버스 등 충북지역 총 10개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됐다.[사진 : 노동과 세계]
▲ 경북본부는 경주와 구미, 포항 3개 지역에서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경북본부는 경주와 구미, 포항 3개 지역에서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경기도본부는 오후 2시 경기도청 오거리에서 1,000여 명의 산별 조합원이 모여 릴레이 기자회견을 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사진 : 노동과 세계]
▲ 경기도본부는 오후 2시 경기도청 오거리에서 1,000여 명의 산별 조합원이 모여 릴레이 기자회견을 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사진 : 노동과 세계]
▲ 대전본부는 오전 10시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앞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총 2,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11시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대전시청 남문광장, 대전지방노동청 앞 등 10개 거점에서 집회와 행진을 동시다발로 열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대전본부는 오전 10시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앞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총 2,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11시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대전시청 남문광장, 대전지방노동청 앞 등 10개 거점에서 집회와 행진을 동시다발로 열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제주본부는 제131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제주도청, 제주시청, 건설회관 앞에서 제주지역대회를 개최해 불평등 타파를 위한 하반기 총파업투쟁을 결의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 제주본부는 제131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제주도청, 제주시청, 건설회관 앞에서 제주지역대회를 개최해 불평등 타파를 위한 하반기 총파업투쟁을 결의했다.[사진 : 노동과 세계] 

제131주년 세계노동절대회 대회사

오늘은 노동자들의 날입니다. 우리의 날입니다.
1년 365일 중 최소한 오늘만큼은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존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을 빌미로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공간조차 막아서는 문재인 정부의 옹졸함에 분노합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현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하루의 쉼도 보장하지 않는 자본의 잔인함에 분노합니다.

정권과 자본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가득 담아 동지들께 131주년 세계노동절 투쟁의 인사를 드립니다. 민주노총 위원장 양경수입니다. 투쟁!

재난과 위기가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는 공식을 반드시 깨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어디에 있습니까? 코로나19가 몰고온 재난은 과연 평등합니까?

재벌, 대기업은 연일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남겼다고 떠들어 댑니다. 노동자의 고혈로 곳간을 가득 채우고 넘친 이건희의 상속세 12조원을 사회 환원으로 포장합니다. 그러나 재난은 노동자를 또다시 거리로 내몰고, 위기는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가혹합니다.

최저임금을 받던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해고되고, 정부의 정규직화 약속, 최저임금 1만원 약속, 노동존중 사회의 약속은 철저히 깨졌습니다. 기재부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산업은행은 민간부문 노동자들을 도맡아 공격합니다. 투기자본은 회사를 망가트리고, 기술의 발달은 일자리를 빼앗습니다. 경제질서의 변화도 산업구조의 재편도, 기후위기 마저도 모두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불평등 세상을 뒤집어 엎어버려야 합니다.

엘지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포기하면 2천만원을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노동조합만이 노동자들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임을 알기에 그렇습니다. 
현대위아 평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천만을 줄테니 자회사로 가라는 회유에도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는 더 이상 비정규직으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민주노조를 지키는 것만이 이 잔인한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고,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지옥같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합니다.
IMF가 몰고 온 재난은 우리를 정리해고 비정규직의 수렁으로 내몰았습니다. 
코로나가 몰고 온 재난이 우리를 또다시 고통속으로 내몰지 않도록 민주노총이 나서야 합니다.

131년전 노동자들이 존엄을 선언하고 투쟁에 나섰듯이!
해방이후 전평이 노동자민중의 생존과 인민항쟁을 이끌었듯이!
96,97 노개투 총파업으로 악법을 되돌렸듯이!
2021년 하반기 총파업 투쟁으로 불평등 세상을 확 바꿔 냅시다!

일자리도, 생존권도, 주거와 교육, 돌봄도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재벌과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가 존중받고 비정규직이 없어야 합니다.
노동기본권과 노동조합 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그 사회는 지속 가능합니다.

민주노총 110만 총파업 투쟁으로 세상을 바꿉시다!
우리가 나서면 세상은 바뀝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투쟁하는 노동자입니다!
투쟁!!

[131주년 세계노동절 민주노총 선언문]
“불평등, 갈아엎자! 사회대전환, 110만 총파업 투쟁을 선언한다!”

1886년, 34만 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8명이 목숨을 잃었던 미국 노동자들의 처절한 파업 투쟁을 기념하고자 탄생 된 세계노동절이 131주년을 맞았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하는 전 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사회대전환을 위한 투쟁을 세계노동절 대회를 통해 선언하고자 한다.

전 세계가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 전염병과 싸우는 기간이었다. 
확진자가 1억 4천만 명을 넘었고 31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대면 시대, 원격 시대를 맞아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경제만큼은 쉽게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소위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국가 재정을 쏟아붓고 제로금리에 가까운 초저금리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낼 뿐이다.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문제는 더는 지탱할 수 없을 만큼 폭발 직전까지 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격차를 넘어 이제는 자산 격차, 자산 불평등의 문제가 더 심각해져 버렸다.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가 아니라 집이 있냐 없냐, 집이 한 채냐 두 채냐가 불평등의 기준이 되었고, 신분이 결정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1년 임금이 120만원 인상되는 동안 아파트 값이 1억 3천만원 올랐는데, 누가 일할 맛이 나겠는가?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궁지에 내몰렸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코로나 재난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LG자본은 청소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2천만원으로 노조 탈퇴를 회유하는 추악한 만행을 저질렀다. 대우조선, 아시아나항공 등 국가 기반산업이 헐값으로 재벌 일가의 손에 넘겨져 재벌들은 더욱 배를 불리게 될 판이다. 해고무효 판정을 받았지만, 정년을 며칠 앞둔 하청노동자가 곡기를 끊고 절규를 해도 꿈쩍하지 않는 자본, 급기야 정부는 이를 묵인하고 폭력 연행까지 하고 말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달라야 한다고 모두가 말한다. 
아프면 쉴 권리, 공공의료 확충과 돌봄 공공성 강화, 일자리에서 함부로 쫓겨나지 않고, 일이 없을 때도 살아갈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자본주의가 오히려 코로나 전염병에 취약하고, 그렇게 세계화를 부르짖더니 경제봉쇄와 자국의 백신 확보 전쟁에 뛰어드는 나라들, 국가의 시장 개입을 그렇게 불온시하더니 수백, 수천조의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현실을 보며, 과연 지금의 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 가능하기는 한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131주년 세계노동절을 맞는 우리 민주노총은 이제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의 발달과 플랫폼 노동의 급격한 증가, 기후위기로 인한 탈탄소 정책으로 산업구조 전반이 재편되는 세상, 코로나 위기, 기후위기로 더이상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시대, 그야말로 산업구조의 대전환, 경제 시스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시대다. 지금은 그야말로 위기다. 정확히 말하면 자본이 위기다!

일자리, 생계대책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K-방역의 주역인 의료 공공성을 더욱 확대해서 무상의료, 무상돌봄을 도입하고, 국민 누구나 집 걱정, 교육 걱정을 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무상주택, 무상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4년 전 촛불혁명의 한 복판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했어야 했던 “새로운 대한민국”의 상이 바로 국가의 역할, 사회공공성을 혁명적으로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사회대전환의 의제를 들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논쟁하고 투쟁하는 길에 민주노총이 앞장서고자 한다.

노동기본권을 전면 확대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ILO핵심협약이 드디어 비준되었지만, 여전히 정부는 협약과 상충되는 현행 노동법과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노동법을 전면 개정할 때다. 그래야만 노동자의 힘이 커질 수 있고, 노동존중 세상을 넘어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우리 힘으로 건설할 수 있다. 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노동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근로시간면제, 복수노조,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온갖 법조항을 비롯해서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이 보장되도록 노동법 전면 개정 투쟁에 나서야 한다.

불평등체제를 타파하기 위한 비정규직 철폐 투쟁, 이제는 그 끝을 볼 때가 되었다. 
10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된 공무직위원회부터 끝장을 보자.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넘어 전 사회의 비정규직 제로화로, 파견법 폐지를 비롯해 온갖 비정규직 관련 악법과 제도를 바꾸는 투쟁에 나설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요구한다. 
포스트 코로나, 산업구조 재편과 불평등-사회양극화 해소, 노동기본권 전면 확대를 위한 노정교섭을 제안한다.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16개 광역시도 지방정부와의 교섭도 제안한다. 지방정부의 재난지원금에서도 확인했듯이 지방정부 차원의 권한과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빠른 답변을 촉구하는 바이다.

131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110만 전 조합원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노동존중 세상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11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은 새로운 대한민국, 사회대전환의 의제를 전면화시켜내기 위한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다. 한날한시! 우리가 일손을 놓고 세상을 멈출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투쟁에 민주노총은 거침없이 달려갈 것을 선언한다.

코로나 방역의 맨 선두에 보건의료 노동자, 공무원 노동자의 헌신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코로나 시대 변화된 환경과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아름다운 노동 덕분에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31주년 세계노동절의 주인은 자랑스러운 우리 노동자다. 노동자가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그날을 위해 다같이 전진하자!

2021년 5월 1일
131주년 세계 노동절대회 참가자 일동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국·일본에 절대로 질 수 없어, 반격을 가하자!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5/01 [20:52]
  •  
  •  
  • <a id="kakao-link-btn" style="font-variant-numeric: normal; font-variant-east-asian: normal; font-stretch: normal; font-size: 12px; line-height: 16px; font-family: dotum, 돋움, Arial; color: rgb(102, 102, 102);"></a>
  •  
  •  
  •  
  •  
 

▲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 저지! 2차 국민행동’이 진행되었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지만 시민들은 꿋꿋이 일본에 항의하는 행동을 진행했다.   © 김영란 기자

 

▲ 비바람이 몰아쳐 현수막을 들기도 어려웠지만, 시민들은 현수막으로 일본대사관을 1시간 동안 에워쌌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일본대사관이 있는 건물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는 대학생들  © 김영란 기자


“삭발한 대학생을 보니 일본에 맞서 싸운 안중근·신채호·유관순 독립투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대학생들과 함께 일본에 맞서 싸우자.”

  

‘일본 오염수 방류 저지! 2차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 5월 1일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의 국민행동은 ‘사전 기자회견·온라인 문화제·일본대사관 현수막으로 에워싸기’ 등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지만,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을 철회를 위한 시민들의 투쟁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시민들과 대학생들은 일본과 미국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또한 국민의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대사관 앞 곳곳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이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미국의 국무부 장관은 일본 편을 들었다. 미국이 자기편을 들자 일본은 ‘한국과 중국 따위’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망언을 했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이 함부로 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미국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       

 

“우리 형제와 부모 그리고 미래세대까지 목숨을 위태롭게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두고 볼 수 없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얕보고 계속 식민지 취급하며 오염수 먹어도 안 죽는다며 건강에 해가 없다며 헛소리를 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 일본은 지금 당장 방류 결정 중단하고 우리 국민에게 사죄하라.” 

 

“문재인 정부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 미국이 우리가 자기네 말 잘 들어주면 밥 먹여주는가 아니면 위안부 문제와 같은 역사 논쟁에서 한일 간 외교 전쟁이 터졌을 때 미국이 우리 편을 들어 주는가? 아니다. 미국은 관심 없거나, 일본 편을 들 것이다. 외교에는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영원한 아군이 딱 하나 있다.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믿고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에 강력히 대처하라.” 

 

▲ 4시에 일본대사관 근처에서 시민들과 대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온라인 촛불문화제에서 노래공연을 하는 노래패 '우리나라'  © 김영란 기자

 

▲ '노래 '헌법 제1조'에 맞춰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 "일본은 지금 당장 방류 결정 중단하고 우리 국민에게 사죄하라"라고 외치는 여학생.  © 김영란 기자

 

온라인으로 진행된 촛불문화제에서 최준호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외세의 침략 때마다 우리 민족은 들불처럼 일어나 맞서 싸워왔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맞서 모두 들고 일어나 싸워야 할 때이다. 모든 국민이 미국과 일본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자”라고 호소했다. 

 

또한 지난 27일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권한대행을 면담하러 갔다가 연행되었던 서승연 일본 오염수 저지 농성단원의 발언이 있었다. 

 

서 단원은 “국민의힘을 찾아 도쿄 올림픽 불참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국회에서 결의할 것을 요구하러 갔다.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대학생·국민의 절박한 요구에 돌아온 것은 경찰의 무자비한 연행이었다. 국민의힘은 국민들을 의식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친일의 뿌리가 있는 정당이기에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당장 해체시켜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온라인 문화제에서는 해외 동포의 연대사도 소개되었다. 

 

독일의 한민족유럽연대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주축이 된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긴급 농성단’에 무한한 존경과 격려를 표한다. 핵 방사능 오염의 끔찍한 위험으로 인류 미래가 백척간두에 있음에도 여러분들의 용감하고 희생적인 헌신에 희망을 갖고 내일을 바라본다”라고 인사를 보냈다. 

 

계속해 “일본의 야만적 범죄행위, 소위 ‘방사능 왜란’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우리도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 세계의 양심 시민들과 연대해 인류 말살을 획책하는 일본의 악랄한 만행을 함께 물리치자”라고 강조했다. 

 

시민들과 대학생들은 오후 5시부터 일본대사관 주위를 현수막으로 에워싸는 행동을 했다. 

 

현수막에는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 방류방침 즉각 철회하라!”,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방침 ‘감사 표시’ 미국을 규탄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방침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라!”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 부산에서 진행된 2차 국민행동은 '부산시민 분노마당' 형태로 진행되었다.  [사진제공-공은희]

 

 

 

 

또한 이날 부산에서는 ‘부산시민 분노마당’ 형태로 국민행동이 진행되었다. 

 

김동윤 평화통일센터 하나 대표는 “2년 전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에 우리 국민은 전 국민적인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저지와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미국에 맞서 다시 한번 위대한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주자”라고 호소했다. 

 

현승민 부산경남대학생진보연합 대표는 “임진왜란 때, 일제강점기 당시 가장 먼저 침략당한 부산이다. 이제는 우리가 가장 먼저 반격에 가하자. 절대 일본에 질 수 없다는 각오로 임하자. 매주 토요일 반일촛불을 다시 들자”라고 강조했다. 

 

서울과 부산 이외에 광주·대구·대전 등지에서도 2차 국민행동이 진행되었다. 

 

▲ 일본대사관 앞 농성장 모습. 시민들이 넣어 준 방수포로 짐과 바닥이 젖는 것을 막고 있다. 천막 설치를 하려 할때마다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며 막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2차 국민행동이 끝나고 농성장에 천막을 치려고 대학생들이 시도하자 경찰이 폭력적으로 가로막았다. 결국 여학생 한 명이 병원에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제공-일본 오염수 저지 농성단]  ©

 

한편, 2차 국민행동이 끝나고 비를 피하려고 일본대사관 앞 농성장에 천막을 들이려는 대학생들을 경찰이 폭력을 동원해 가로막아 여학생 한 명이 병원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종로경찰서는 시민들이 있을 때는 국민행동에 협조적인 것처럼 방송했지만, 국민행동이 끝나자마자 다시 폭력과 강권을 행사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환경친화’ 좀 하려는데 왜 나만 피곤해야 하지?

등록 :2021-05-01 08:09수정 :2021-05-01 09:13
[토요판] 커버스토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친환경의 딜레마
쓰레기를 최대한 덜 만들고 자연에 최대한 부담을 덜 주는 환경친화적 삶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유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로 매끈하게 정돈된 편리를 거부했으니, 그 대신 따라오는 불편함은 문제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사는 데 필요한 정확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고, 생활에 필요한 제품엔 불필요한 쓰레기가 1+1, 어떨 땐 1+2, 1+3처럼 딸려오고, 재활용 쓰레기라고 해서 분리배출하면 재활용이 안 된단다. 언제까지 ‘뜻있는 개인’만 이렇게 발을 동동 굴러야 할까. 이런 구조를 만든 정부와 기업에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을까. 사진은 지난 3월16일 오전 제주시 회천동 제주시환경시설관리소에 모인 재활용 쓰레기들. 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제주/사진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쓰레기를 최대한 덜 만들고 자연에 최대한 부담을 덜 주는 환경친화적 삶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유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로 매끈하게 정돈된 편리를 거부했으니, 그 대신 따라오는 불편함은 문제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사는 데 필요한 정확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고, 생활에 필요한 제품엔 불필요한 쓰레기가 1+1, 어떨 땐 1+2, 1+3처럼 딸려오고, 재활용 쓰레기라고 해서 분리배출하면 재활용이 안 된단다. 언제까지 ‘뜻있는 개인’만 이렇게 발을 동동 굴러야 할까. 이런 구조를 만든 정부와 기업에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을까. 사진은 지난 3월16일 오전 제주시 회천동 제주시환경시설관리소에 모인 재활용 쓰레기들. 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제주/사진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 결정적 한 방은 소프넛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 세제 대신 소프넛을 선택했지만 나에게 닥친 현실은 인터넷 속 후기와 달랐다. 하지만, 진짜로 소프넛이 문제인지 아니면 내 사용 방법이 잘못됐는지 객관적인 사실을 알아내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확신하게 됐다. 음료를 마시면 페트병을 세척해 말리느라 하루이틀을 보내고, 비닐이나 라벨지를 뜯어내느라 낑낑대다 결국 본드가 많이 묻은 부분은 깨끗하게 못 떼어내 이를 어쩌나 마음 졸이다 ‘에이,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런 고생 안 하게 만들면 되잖아!’ 화내며 병을 발로 꾹꾹 밟는 걸로 분풀이하는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 잘못은 다른 데 있었다.
지난해 봄, 세탁세제가 다 떨어져 새 제품을 사야 해 검색을 거듭하던 어느 날이었다. 물에 잘 안 녹는 가루세제보다 더 좋다는 광고에 혹해 오래전부터 액체세제를 써왔는데, 언제부턴가 “왜 돈 주고 물을 사냐”는 말이 귀에 박히던 참이었다. 액체여서 무겁고 부피가 커 쓸 때도 보관할 때도 불편할뿐더러, 세탁 성분이 응축된 가루보다 비싸다는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인터넷 블로그엔 얇은 종이처럼 눌러 만든 종이세제를 추천하는 글도 많았다. 하지만 가격이 꽤 비싸 선뜻 사야겠단 마음이 안 생겼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소프넛’이었다.
소프넛은 무환자나무의 열매 껍질로, ‘소프베리’(soapberry)라고도 부른다. 재앙이나 근심·걱정을 막아준다, 자식에게 화가 미치지 않는다 등의 의미로 무환자(無患子)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이 때문인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뒤 수행의 도구로 염주를 만들 때 사용한 게 이 나무 열매에 든 씨앗이었다고 한다. 열매 껍질엔 천연 계면활성제인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물에 적시면 거품이 나는 덕에 소프넛(soapnut)으로 불리며 오래전부터 비누처럼 사용됐다.소프넛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친환경 생활을 추구하는 블로거들의 설명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세탁세제는 물론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청소용으로도 쓸 수 있고 목욕이나 세안, 머리 감을 때도 쓸 수 있는 ‘만능 세정제’였다. 자연에서 온 열매이니, 합성세제처럼 화학 성분이 인체나 환경에 유해하거나, 빨래·식기에 잔여물이 남아 있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헹구는 데 물과 시간이 덜 들고, 여러번 재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했다. 다 쓴 소프넛은 퇴비로 활용하거나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된다고 하니, 합성세제를 사용하고 난 뒤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버리는 죄책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내돈내산’으로 몇달씩 썼다는 후기까지 읽은 마당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수작업 공정을 거쳐 제품화했다는 인도산 유기농 소프넛 한 꾸러미를 주문했다. 이틀 뒤, 소프넛을 실물로 영접한 날, 유리병 안에 물과 소프넛을 넣고 흔들어 거품을 낸 뒤 설거지를 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기름기가 잘 지워졌고, 미끄러움이 덜해서인지 헹굼도 재빠르게 뽀드득하게 잘 됐다. 그 주 주말, 만족스러운 설거지의 기억을 품고 빨래를 했다. 빨랫감과 함께 면 주머니로 싸서 묶은 소프넛을 세탁기에 넣었다. 평소엔 세제 잔여물이 걱정돼 헹굼을 다섯번이나 했는데, 소프넛은 그런 부담이 없으니 그냥 표준 코스가 정해주는 대로 두번만 헹궜다. 혹시라도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그날 빨랫감이 크게 더럽진 않아서 세척력이 좋은지 나쁜지는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건 합성세제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으니, 전기 덜 쓰고 물 아끼는 소프넛의 점수는 당연히 합격점. 그렇게 나는 새롭고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세계에 정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 한달여쯤 지났을까, 수납장에서 새로 꺼낸 수건이 그날따라 유난히 칙칙해 보였다. 가만히 살펴보니 피부에 많이 닿는 부분이 손때가 탄 것처럼 약간 얼룩덜룩했다. 다른 수건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다시 폭풍 검색에 돌입했다.
소프넛의 진실을 찾아
무환자나무의 열매 껍질인 소프넛은 친환경 만능 세제로 주목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무환자나무의 열매 껍질인 소프넛은 친환경 만능 세제로 주목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소프넛을 써보니, 다른 건 몰라도 빨래할 땐 때가 잘 안 진다는 여러 경험담이 그제야 보였다. 아니, 도대체 이 극과 극의 실사용 후기는 뭐지? 그래서 소프넛이 세탁용으로 적합한 건가, 아닌 건가? ‘팩트’를 알 수 없어 답답했지만, 객관적인 국내 자료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을 알리고 있는 ‘리유저블 네이션’(Reusable Nation)이라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단체 누리집에 여러가지 실험 결과를 근거로 소프넛 사용 찬성과 반대 의견을 소개한 글을 보게 됐다.이 글을 보면, 우선 세탁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는 2018년 미국 앨버타대학 등 연구진, 2011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학 연구진 등의 실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연구는 옷을 만들기 전 옷감(편직물)의 불순물을 제거해 표백이나 염색 등의 후속 작업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전처리하는 “정련제로서 합성세제보다 지속가능하고 값싼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일반적인 세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크로아티아 연구에선 세탁에 사용한 물의 온도가 섭씨 90도로 보통 빨래하는 온도는 아니었다.반대로 오스트레일리아 소비자단체인 초이스가 2020년 2월 공개한 실험 결과에선, 맹물로만 빨래를 할 때보다 소프넛을 사용할 때가 더 효과가 없었다. 그보다 2년 앞서,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영국 기반의 천 기저귀 사용 장려 단체인 ‘클린 클로스 내피스’(Clean Cloth Nappies)는 기저귀 세탁에 소프넛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3년 독일 본대학 연구진은 물의 온도를 섭씨 30도와 60도 두가지로 설정해 실험한 결과, 어떤 온도에서도 소프넛의 세척력은 맹물과 다를 바 없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부정적인 결과 역시 한계가 있었다. 초이스의 실험은 소프넛 지지자들한테서 ‘찬물로, 통돌이보다 뒤섞임이 적어 사포닌 성분이 충분히 우러나오기 힘든 드럼세탁기에서, 품종이나 원산지를 밝히지 않은 소프넛으로’ 진행돼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초이스는 물론 다른 실험이 일반적인 세탁이 아니라 얼룩 제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그 결과로 소프넛의 세척력을 평가할 순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세제 대용이라는 소프넛 써보니
인터넷 후기와 달리 ‘기대 이하’
정확한 정보 알고 싶었지만
국내에선 제대로 찾기 힘들어
리유저블 네이션의 이 글에 소프넛이 빨래에 적합한지 아닌지 결론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논문 또는 발표자료 링크까지 일일이 첨부해 소개한 찬반 양쪽의 풍부한 정보만으로도 충분했다. 똑같이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빨래를 하려 해도, 누군가는 빨래가 좀 안되는 걸 감수하고 그냥 소프넛을 쓸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세탁을 깨끗하게 하는 게 중요해 또 다른 환경친화적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어떤 선택이든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내가 소프넛 이야기를 이토록 길게 늘어놓은 핵심은 소프넛의 세척력 자체가 아니라 이와 관련한 어떠한 객관적인 자료도 한국에선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최근 몇년 사이 친환경적인 삶은 개인의 윤리나 도덕, 어떨 땐 세련된 유행으로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런 삶을 뒷받침할 정확한 정보는 많지 않다. 오히려, 마치 민간요법처럼 개인적인 경험이나 입소문을 통해 ‘이런 게 좋더라’고 알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물건을 두고 정반대의 주장이 공존하지만, 사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긴 쉽지 않다.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국민 삶을 뒷받침하는 정부 어느 쪽도 ‘고작 이런 것’의 정보를 제공하는 덴 관심이 없다.진통·해열제로 개발된 아스피린이 뜻밖에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도 있다는 사실이 개발된 지 약 100년 뒤에 확인된 것처럼, 어떤 물건은 원래 알려진 것과는 또 다른 성질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한다. 친환경 생활 쪽에선 아크릴 수세미가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아크릴 수세미는 세제를 쓰지 않아도 가벼운 기름기 정도는 제거할 수 있어, 안 쓰는 집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5년 전, 나는 대안적인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걸 ‘친환경 수세미’로 소개했다. 그 기사를 쓴 뒤 나는 색색의 아크릴 실을 사다 직접 수세미를 떠 사용한 것은 물론 가족, 친구, 친한 회사 동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몇년 전 우연히 접하게 된 글에서 아크릴 수세미가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아크릴 자체가 석유 등에서 뽑아내 가공한 합성수지 즉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쓸수록 여기서 작은 실 조각이 떨어져 나가 쪼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된다는 것이다. 아, 10년 넘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현타’가 왔다. 누구를 탓하기도 멋쩍은 일이지만, 애초부터 원재료인 아크릴 실을 이렇게 사용해도 괜찮은 것인지 과학적으로 접근한 사람이나 집단이 있었다면 아크릴 수세미가 이렇게까지 널리 사용될 수 있었을까?
“빨대는 반납합니다”
다행인 건, 나 같은 수동적인 소비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 모임 ‘지구지킴이 쓰담쓰담’이 지난해부터 펼치고 있는 반납 운동은 ‘우리 이런 거 필요 없으니 팔지 말라’고 기업에 보내는 제안 또는 경고다. 시작은 지난해 2월 빨대 반납 운동이었다. 새활용 디자이너이기도 한 이 모임 대표 클라블라우(활동명·본명 허지현)는 오랫동안 두유를 즐겨 마셨는데, 포장에 붙어 있는 빨대가 늘 마음에 걸렸다. 쓸 수도 없고 버리는 것도 내키지 않아 그냥 모아뒀는데, 몇년이 지나니 “끔찍하게 양이 많아졌다”. 도무지 이 쓸데없는 게 왜 있어야 하냐는 고민을 주변에 말했더니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유제품 빨대, 스팸 뚜껑 등의 반납 운동을 했던 클라블라우가 조각천으로 손수 만든 수저집. 조혜정 기자
유제품 빨대, 스팸 뚜껑 등의 반납 운동을 했던 클라블라우가 조각천으로 손수 만든 수저집. 조혜정 기자
디자이너의 특기를 살려 ‘빨대는 반납합니다’라는 문구로 카드뉴스를 만들어,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렸다. 음료에 달린 빨대와 함께, 이런 빨대 없는 음료를 마시고 싶다는 편지를 이면지처럼 버려지는 종이에 써서 해당 음료 생산업체나 매일유업에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매일유업이 서울우유, 남양유업과 함께 3대 유업 중 하나인데다 이 회사 제품군이 제일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반향은 작지 않았다. 한 참가자가 매일유업 고객최고책임자(CCO)한테 받은 두장짜리 손편지 답장을 트위터에 공개했는데, 거기엔 “저희 또한 하나하나 변화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한 요구르트 제품에서 빨대를 뺐고, 올해는 빨대 없는 멸균우유 한 종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쓰담쓰담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벌인 2차 빨대 반납 운동, 지난해 9월 씨제이(CJ)제일제당을 상대로 벌인 스팸 뚜껑(스팸의 플라스틱 뚜껑은 밀폐력이 없어 남은 스팸 보관용으로 쓸 수 없다. 이 뚜껑은 유통 과정에서 캔이 받을 수 있는 충격 완화용이다) 반납 운동, 올해 1월 진행한 요구르트 이중 플라스틱 뚜껑(쓰담쓰담은 줄여서 ‘요굴껑’이라 부른다) 반납 운동도 기업의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켰다. 남양유업은 이 모임과 지속적인 협업을 시작한 가운데, 서울새활용플라자의 도움을 받아 빨대 반납함 27개를 아파트, 도서관, 학교 등 전국 19곳에 설치했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 2종에 노란 뚜껑을 씌우지 않은 스팸을 넣었고, 점차 플라스틱 뚜껑 없는 스팸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이런 일을 진행하고 겪으면서 클라블라우는 “대기업이 설마 그러겠어? 하고 무조건 믿고 넘어갈 게 아니라, 따져보고 잘못된 게 있으면 고쳐달라고 얘기해 바로잡는 게 소비자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생각에 더욱 확신이 생겼다.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뭘 살 거냐’는 자기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와 연관된다. 그냥 주어진 대로 받아들일 거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거냐가 곧 기업이 파는 대로 살 거냐, 필요한 걸 요구하면서 주체적으로 소비할 거냐와 일맥상통한다. 빨대 없는 제품을 요구하고 그 제품이 나오면 열심히 사 먹어야 지구를 지키는 소비자로서 다 같이 공존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나?”
공존을 요구하는 이들
‘공존을 요구하는 주체적인 소비자’의 움직임은 최근 꽤 활발하다. 제로 웨이스트 가게인 서울 망원동 알맹상점을 중심으로 꾸려진 ‘브리타 필터 재활용 캠페인에 함께하는 사람들’(브함사)은 지난해 8월 정수기 회사 브리타코리아에 필터 회수와 재활용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였다. 브리타는 전기 없이 필터만 끼우면 되는 정수기로, 이 회사는 생수를 사 먹을 때처럼 플라스틱 쓰레기가 안 생긴다는 점을 매력으로 강조하고 있다. 본사인 독일 등 유럽과 미국 등에선 다 쓴 필터를 회사가 회수해 재활용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간혹 개인적으로 필터를 회수하지 않느냐고 문의하는 소비자에겐 “(플라스틱 통 안에 활성탄 등이 들어 있으니) 일반 쓰레기로 버리라”고만 답했다. 하지만 브함사가 진행한 ‘브리타 어택’에 1만5천명 가까운 이들이 서명하고 사용한 필터도 1500개나 수거되자 결국 브리타코리아는 올해 안에 수거·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이 민간요법인가’ 좌절하다
“두유 빨대·스팸 뚜껑 없애달라”
“화장품·배달 용기 재활용 책임지라”
당당히 요구하는 소비자들 알게 돼
화장품 제조업체와 음식 배달 플랫폼업체를 상대로 ‘플라스틱을 사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녹색연합 등은 소비자들한테서 빈 용기를 수거해 화장품 제조업체에 전달하는 ‘화장품 어택’을 2월과 3월 두차례, 음식 배달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수거해 배달의민족 본사에 전달하는 ‘배달 어택’을 지난 20일 벌였다. 각 업체와 환경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서명도 함께 전달했다.화장품 어택의 계기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제’였다. 2018년 12월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음식료품·세제·화장품 등을 제조·수입하거나 판매하는 업체한테 포장재가 얼마나 잘 재활용되는 소재인지 평가하고(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의 4단계) 그 결과를 제품 겉면에 표시하도록 한 제도로, 3월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제품 생산업체 스스로 쓰레기를 덜 만들고 재활용의 효율도 높이려는 시도인데,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지난해 화장품 업계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면서 사달이 났다. ‘2025년까지 생산된 제품 포장재의 10% 이상을 회수해 재활용하겠다’는 내용의 ‘자율협약’에 참여하면 포장재 재질이 ‘재활용 어려움’이어도 등급 표시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행정예고를 한 것이다.환경부가 한국환경공단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를 보면, 2019년 국내에 출고·수입된 화장품 7806종 가운데 ‘재활용 어려움’은 64.2%(5011종)나 된다. 심지어 녹색연합 등에선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 비중이 그보다 더 많은 90%가량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런데도 화장품 업계에 재활용 등급 표시 ‘면제 혜택’을 주겠다는 환경부의 방침에 화장품 어택이 시작됐다. 결국 환경부는 ‘포장재 회수율이 2023년까지 15%, 2025년까지 30%, 2030년까지 70%를 충족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능동적인 소비자들의 노력으로 조금이나마 바로잡힌 것이다.
녹색연합 등은 시민들한테서 수거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을 배달의민족에 전달하는 ‘배달 어택’을 진행했다. 사진은 4월20일 행사에 참석한 활동가들이 행위극을 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녹색연합 등은 시민들한테서 수거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을 배달의민족에 전달하는 ‘배달 어택’을 진행했다. 사진은 4월20일 행사에 참석한 활동가들이 행위극을 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배달 어택은 코로나19로 더욱 크게 성장한 음식 배달 플랫폼업체에, 코로나19로 더욱 심각하게 늘어난 일회용 용기를 줄이도록 책임을 지우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3828억원으로 한해 전(9조7328억원)보다 78.6% 폭증했다. 월별로 보면, 코로나19 2차 유행 때인 지난해 8월 거래액이 전달보다 23.8%, 3차 유행으로 음식점 영업시간마저 단축됐던 12월엔 34.2%가 늘어나는 등 ‘집콕’으로 배달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다, 원래도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음식 배달과 그릇 수거를 하는 식당은 일부 중국집 말고는 별로 없는데, 코로나19로 위생 문제에 민감해지다 보니 일회용 용기 선호까지 늘었다. 그 덕에 버려지는 일회용 배달 용기는 하루 최소 830만개에 이른다.만약 배달 앱이 일회용기와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제공한다면 어떨까? 나아가 배달 앱이 다회용기 사용 식당의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검색 시 상위에 노출해주는 혜택을 주거나, 포장 고객이 개인 용기를 갖고 와 음식을 담아갈 경우 할인을 해 준다면 어떨까? 적어도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게다가 음식 배달 플랫폼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또 다른 쇼핑 플랫폼을 통해 배달에 필요한 일회용품도 판매하는데,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라도 이 정도의 지원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배달 어택은 바로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구현한 행사였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따지고 보면, 쓰담쓰담의 반납 운동이나 시민들의 여러 어택은 ‘왜 제품이나 포장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과 맥락이 닿는다. 맞다. 더 큰 책임은 이런 환경을 조성한 정부에 물어야 한다. 애초부터 쓰레기가 덜 나오도록, 그리고 재활용하기 좋게 만들었다면 소비자의 불편을 덜고 생산비도 줄일 수 있을뿐더러, 환경에 부담도 덜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애초부터 쓰레기가 덜 나오도록
제품을 ‘잘’ 만들게 하기는커녕
재활용 안 되는 재활용품 표시처럼
허술하고 구멍난 제도만 곳곳에
한가지 원인은 허술한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는 생산자에게 제품 생산·판매뿐만 아니라 다 쓴 제품의 수거·재활용 의무를 함께 지우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의 부과금을 물리는 제도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에선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적용 대상이 연매출 10억원 이상 제조·수입 업체, 종이팩·금속캔·유리병·합성수지 등의 4개 포장재군, 윤활유·전지류·타이어 등 7개 제품군에 불과하다. 또 생산한 제품 전부가 아니라 품목별로 다르게 정해진 비율만 재활용 의무가 있고, 그마저도 업체가 직접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에 따라 분담금을 내 재활용업체에 지원금을 주도록 하고 있다(이 재활용 분담금이 우리가 구입하는 제품의 가격에 포함돼 있다).이런 구조에선 음식 배달 용기 재활용엔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식당이나 일회용기 생산업체는 연매출 기준에 미달하기 십상이고, 수천억원대 매출을 자랑하는 배달 플랫폼업체는 제조·수입 업체가 아니어서 재활용 의무 대상에서 빠진다. 독일이 2019년부터 ‘신 포장재법’을 시행하면서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 온라인 유통업체로까지 재활용 의무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에 견주면 할 말이 없어지는 대목이다. 심지어 이 법은 독일 정부에 설치된 ‘중앙 포장재 등재 재단’에 생산자가 포장재 재질과 수량,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 이행을 위해 계약을 맺은 재활용업체 이름과 계약 내용 등까지 등록하고, 미등록된 포장재의 상품은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쪽짜리 ‘에너지 회수’도 문제다. 합성수지의 재활용 방법은 원래의 기능을 살려 쓰는 물질 재활용, 연료로 만들어 쓰는 에너지 회수, 화학적으로 분해해 다시 원료로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 세가지다. 에너지 회수는 주로 쓰레기 분리배출 표시가 ‘기타’(OTHER)로 돼 있는 것들로 고형연료(SRF)를 만들어 이뤄진다. 기타는 두가지 이상의 재질이 섞여 있거나 신소재라는 뜻인데, 같은 기타여도 비닐은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플라스틱은 그렇지 않다. 화장품 용기가 ‘예쁜 쓰레기’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대부분 플라스틱 기타여서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의 설명은 이렇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를 시행하면서 비닐, 플라스틱을 분리배출 하도록 한 것은 이 제도를 통해 재활용을 늘리려는 취지였다. 그런데 고형연료는 비닐로만 만든다. 재활용 지원금은 기타 플라스틱과 기타 비닐 양쪽 모두에서 걷는데, 분리배출되는 비닐이 지원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으니 플라스틱에서 나온 지원금으로 이걸 충당한다. 정부에선 비닐이든 플라스틱이든 따지지 않고 재활용 의무 실적을 평가하니, 생산자도 신경을 안 쓴다. 시·군·구에서 돈을 더 내 비닐 재활용을 책임지고, 기타 플라스틱도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회수, 중장기적으로는 열분해 등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통업체에도 재활용 의무 부과하고
등록된 포장재만 쓰게 하는 독일
‘재활용 페트’ 활용 권고하는 EU처럼
정부도 개인의 노력에 응답해야 할 때
분명 재활용품으로 표시돼 있는데도 실질적으로 재활용이 되지 않는 건 정부 스스로 제도의 신뢰를 흔드는 일이다. 홍 소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분리배출 표시는 운전할 때의 표지판과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의심 없이 따를 수 있게 해야 혼란이 없다. 그런데, 기타의 경우 표시는 분리배출인데 정부는 분리배출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건 이미 재활용 비용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거다. 세척 등 의무를 다했다면 소비자는 분리배출을 하고, 이후 책임지고 재활용하는 것은 생산자의 몫, 생산자가 그런 역할을 하도록 관리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사실 기타라는 표시 자체도 무성의하다. 요즘 재활용품으로 버려야 되냐 아니냐 논란이 되고 있는 즉석밥 용기는 재활용이 잘되는 피피(PP·폴리프로필렌)가 95%다. 피피에서 다른 재질(EVOH·에틸렌비닐알코올)을 떨어지게 하는 기술도 이미 개발돼 있다. 그러면 피피로 분류하되 재활용 분담금을 올리든지 해야지, 1%라도 다른 재질이 섞여 있다고 기타로 분류해 재활용이 어렵게 만드는 게 옳은 일인가.”
포장재에 재활용 페트를 30% 사용했다는 표시가 있는 스위스의 생수병. 국회입법조사처 ‘1회용 포장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보증금 제도 도입 방안’ 갈무리.
포장재에 재활용 페트를 30% 사용했다는 표시가 있는 스위스의 생수병. 국회입법조사처 ‘1회용 포장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보증금 제도 도입 방안’ 갈무리.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1회용 포장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보증금 제도 도입 방안’(김경민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 보고서를 보면, 유럽에선 일회용 포장재에까지 빈 용기 보증금을 내게 한다. 한국은 소주병 등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 용기 일부에만 이를 적용하고 있고, 내년 6월10일부터는 자원순환보증금으로 이름을 바꿔 일회용 컵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유럽에선 포장재를 만들 때 재활용 페트(R-PET)를 현재 30%, 2025년 65%, 2030년 70%까지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이를 포장재에 표시하고 있지만, 한국엔 그런 제도가 없다. 이 차이는 무엇을 뜻할까?“생수병을 만들 때 들어가는 재질에 재활용 페트 할당률을 정해주면, 생수를 파는 업체는 다 쓴 생수병을 찾고 모아 재활용하는 데 힘을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환경 보호에 동참하지 않는 업체의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도록 국가가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겐 무역장벽도 될 수 있다. 아무리 우리 생수가 품질이 좋아도 생수병의 재활용 페트 할당을 지키지 못하면 수출을 못 하거나, 일본에서 폐페트를 사와야 한다. 환경부를 비롯해 정부가 환경을 환경만이 아니라 경제로도 이해하고 지금까지 해온 정책 대응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 쪽의 설명이다.나는 꽤 고된 혼자만의 ‘정보전’ 끝에 소프넛으로 빨래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베이킹소다 등 천연 분해 성분으로 만들었다는 친환경 세제를 선택했다. 나처럼 조금씩 노력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그들은 오늘도 플라스틱 튜브 치약과 기타 칫솔 대신 고체 치약과 대나무 칫솔로 양치를 하고,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오는 샤워타월 대신 삼베 타월을 쓴다. 선별이 어려워 재활용도 어렵다는 병뚜껑 같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모아 ‘플라스틱 방앗간’에 갖다주고, 스티커 대신 레이저로 과일·채소 껍질에 글씨를 새겨 ‘라벨링 프리’를 실천하는 기업이 한국에도 생기길 소망한다. 자, 이제 ‘트렌드’에 촉각을 세우는 기업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들이 답할 차례다.
스티커를 붙이는 대신, 채소나 과일의 표면에 레이저로 상표 등을 새기는 ‘라벨링 프리’ 고구마를 네덜란드 식품 기업 ‘네이처 앤드 모어’ 직원이 들어 보이고 있다. 네이처 앤드 모어 누리집 갈무리
스티커를 붙이는 대신, 채소나 과일의 표면에 레이저로 상표 등을 새기는 ‘라벨링 프리’ 고구마를 네덜란드 식품 기업 ‘네이처 앤드 모어’ 직원이 들어 보이고 있다. 네이처 앤드 모어 누리집 갈무리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노동자 열전②] 35년 제화노동자 박완규 “반도체 전기차 기술만 중요하고, 제화 기술은 필요 없나요?”

박완규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장 “수제화 브랜드 본사에 공장이 없어요. 이름만 갖고 있어요”

박완규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지부장이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다방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4.21ⓒ김철수 기자

‘노동자 열전’ 인터뷰를 위해 그와 마주했다. 그의 시선은 나의 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발을 먼저 주목한 뒤에 내 얼굴로 향하는 그의 시선. “저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발부터 봐요. 발에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먼저 보고 얼굴을 보는 게 버릇이에요.” 그는 이렇게 항상 발부터 쳐다보는 버릇을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했다. 그는 35년 동안 신발을 만들어온 제화노동자 박완규다. 35년은 박완규의 시선이 아주 자연스럽게 얼굴보다 발로 향하게 할 정도로 반복된 시간이었고, 중학교를 졸업한 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곧바로 뛰어든 제화의 세계에서 힘들게 싸우며 버텨낸 시간이었다.

중학교 졸업하고 10대 시절 배운 제화 노동
“너무 힘들었나 봐요. 아침마다 세수하면
코피가 나서 세숫대야 물이 빨갛게 물들었어요.”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수업료를 제때 내본 적이 없어요. 당시만 해도 학생 인권이 존중되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업료를 안 내면 서무과에서 수업 중에 불러냈어요. 반 친구들도 서무과에서 나를 왜 부르는지 다들 알았거든요. 그게 너무 창피했고, 쪽팔렸어요. 그래서 학교 가는 게 너무 싫었어요.”

전북 완주군 출신 박완규는 중학교를 졸업한 지난 1985년 그렇게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뒤 고향을 떠났다. 처음 구한 일자리는 식당 배달일이었다. 성남에 있는 먼 사돈댁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1년쯤 일하다 고향에 부친 편지에 쓰여있던 주소를 보고, 이모부가 그를 찾아왔다. 제화노동자였던 이모부는 그에게 제화 기술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권했고, 박완규는 1986년 그렇게 제화노동자로 명동에서 일을 시작했다.

수제화 만드는 제화노동자가 구두 저부 작업을 하는 모습.ⓒ민중의소리

1980년대 명동은 수제화 산업을 선도하던 곳이었다. 유명 수제화매장이 밀집해 있었고, 높은 임대료와 재개발로 성수동 등으로 수제화 공장이 옮겨가기 전까진 많은 업체가 명동에 모여 신발을 만들었다. 신발 제작은 신발 제작을 위한 패턴을 만들고, 이에 맞춰 가죽 등을 재단하고, 가죽 등으로 신발의 윗부분을 만드는 갑피 작업을 하고, 신발의 밑부분을 제작해 붙이는 저부 작업으로 이뤄져 있다. 제화노동자는 크게 패턴, 갑피, 저부로 나뉘는데, 이 모든 제화 작업을 다 할 수 있는 제화노동자는 사실 얼마 되지 않고, 각자 전문 분야가 따로 있다. 박완규가 맡은 일은 신발의 밑부분을 만들어 붙이는 저부 작업이다. 박완규는 명동의 수제화 공장에서 하루 16시간을 꼬박 저부 일만 했다. 열일곱 살을 갓 넘은 그가 견디기엔 너무나도 고된 노동이었다.

“너무 힘들었나 봐요. 아침마다 세수하면 코피가 나서 세숫대야 물이 빨갛게 물들었어요. 당시에 서울 수유리에서 명동으로 출퇴근을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수유리에서 첫 전철을 타고, 명동역에 내려 공장에 오면 오전 6시 정도였어요. 그 시간엔 공장 문이 안 열려 있어요. 그래서 담을 넘어 일하는 사람들만 아는 창문 쪽 쪽문으로 공장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했어요. 퇴근은 당시 명동에서 수유리 가는 20-2번 버스 막차가 11시 40분에 있었는데, 그걸 타고 들어갔어요. 첫차로 나가서 막차로 들어오다 보니 힘들어서 수유리 정류장에 제때 못 내리고, 종점까지 가는 바람에 한 시간 걸어서 다시 집에 오기도 했어요. 그런 장시간 노동을 이겨내기에 열일곱 살은 너무 어리다는 걸 오랜 시간 지난 후에야 알았어요.”

“제화 기술을 배우면서
나중에 결혼해도 집안을 이끌어 가는데
이 기술만 있으면 문제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일해 그가 받은 월급은 17만 원이었다. 당시 700원 하던 짜장면 다섯 그릇 가격도 안 되는 한 달 용돈 3천 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부모님과 세 동생이 있는 고향으로 부쳤다. 아침마다 흐르던 코피는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 멈췄다. 첫차와 막차를 타고 오가는 장시간 노동은 여전했지만, 그런 혹사가 몸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기술을 배운다는 생각에 혹사한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

수제화 공장에서 구두를 만드는 모습ⓒ민중의소리

“그때는 못살던 시절이어서 기술을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화 기술을 배우면서 나중에 결혼해도 집안을 이끌어 가는데 이 기술만 있으면 문제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제화 기술자로 대접받기까지 8년이나 걸렸다. 제화 기술은 오랜 견습 기간을 통해 현장에서 기술을 배우는 도제식 교육으로 전수된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최고 기술자 밑에 상견습, 중견습, 하견습이 함께 일한다.

“처음엔 단순 작업부터 시작해요. 잔심부름하면서 조금씩 기술을 배워요. 그런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작업이 반복돼요. 가장 중요한 마무리 공정은 안 가르쳐 주는 거죠. 작업 공임을 서로 나눠서 가져야 하는데, 기술에 차이가 있어야 선생님과 견습이 가져가는 금액이 차이가 날 거 아니에요. 그렇게 견습을 6년 정도 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맨땅에 해딩하는 심정으로 연장을 챙겨서 독립했어요. 그렇게 2년 정도를 부딪치고 나서 제대로 된 선생님 대접을 받을 수 있었어요.”

1980년대 중반 공무원 월급이 30만 원 정도 되던
당시에 한 달 수입이 120만~130만 원
19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던 제화노동자들의 호시절

선생님이 된 뒤 장시간 노동은 여전했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수입도 짭짤했기 때문에 보람도 컸다. 1980년대 중반 공무원 월급이 30만 원 정도 되던 당시에 한 달 수입이 120만~130만 원에 이르렀다. 이런 호황은 1990년대 후반까지 계속됐다. 때문에, 그는 노동조합에 큰 관심이 없었다.

“1987년 한창 민주화 투쟁이 격렬할 때 만리동 고개 밑에서 견습으로 일했다. 그 시절만 해도 최루탄 때문에 투쟁하는 학생 때 힘들다고만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1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여서 함께 싸우진 않고, 괜히 우리만 일도 못 하게 됐다고 욕만 했던 기억이 나요.”

‘구국법회’가 열려 경찰과 시위대의 공방이 벌어진 1987년 6월20일 시민들이 최루탄 가스를 막기 위해 비닐봉지를 얼굴에 뒤집어쓴 채 서울 조계사 앞길을 지나고 있다ⓒ기타

1987년 민주화 투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지나며 제화노동자들도 서울 등 각 지역에서 제화공노조를 만들었다. 제화노동자로 일하던 이갑동, 이해곤(지금은 고인이 된 이해삼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의 가명. 당시 이해삼은 성수동 수제화 공장에 위장취업해 활동하고 있었다.) 등이 주축이 돼 노조를 결성했고, 스무 살이 된 박완규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노조에 가입하게 된 건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영향이 컸어요. 당시 거의 모든 업종에서 쌓여있던 감정, 축적됐던 분노들이 터져 나왔고, 우리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 우리나라 신발브랜드라고 하면 크게 금강, 앨칸토 에스콰이어 3사였어요. 그리고 당시에 미스미스터, 해피워크, 레스모아, 브랑누아 등 저 단가 브랜드들이 막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하청업체들이 활성화됐고, 노조는 현장이 많아지니깐 조직하기 쉬웠어요. 당시 활동했던 분들한테 들으면 조합원이 1천 명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사실 당시에 저는 제가 속했던 사업장에서 조직차장 정도 맡고 있었던 거여서 전체적인 상황은 솔직히 잘 몰랐어요.”

1997년 외환 위기와
값싼 중국산 신발이 대거 수입되면서
찾아온 위기··· 특수고용직이 된 제화노동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노동환경도 조금씩 나아지고, 제화업계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제화노동자들은 호시절이 계속될 것 같았지만, 1997년 외환 위기와 값싼 중국산 신발이 대거 수입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직접 공장을 세우고 제화노동자들을 직고용했던 유명 브랜드들은 신발 생산을 하청업체에 넘겼다. 하청업체들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제화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 또는 프리랜서 노동자로 만들었다. 4대보험은 물론 퇴직금도 사라졌고, 제화노동자들끼리 일감 경쟁을 하며 낮은 공임을 받는 특수고용직, 불안정한 노동자로 전락했다.

박완규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지부장이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다방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4.21ⓒ김철수 기자

“수입의 3.3%를 세금으로 내는 일종의 프리랜서 제화노동자가 전체의 70~80% 정도예요. 나머지 20~30%는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사업자들이구요. 우리가 과거부터 이렇게 일했던 건 아니에요. 외환위기 이전엔 이런 일이 없었어요. 매년 현장의 재화노동자들과 단위 사업장 사장들의 협상을 통해 공임이 100원이든 200원이든 올랐고, 4대보험, 퇴직금도 보장됐어요. 심지어 노동자를 서로 모셔가려고, 선금도 있었어요. 공장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200~300만 원을 미리 준거에요. 그런데 수입 신발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제화노조는 약화되고, 시장상황은 악화되면서
제화노동자들의 임금은 10년 넘게 제자리 걸음

상황이 나빠지게 된 데엔 수입 신발 때문에 시장 상황이 나빠진 것도 있지만, 제화노동조합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도 컸다고 박완규는 말한다. 막상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지만, 조합원들은 돈이 잘 벌리는 상황이다 보니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화노동자들의 신분이 직고용에서 특수고용직으로 바뀐 것은 노동조합에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 정기만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전 지부장은 “제화노동자들이 특수고용 노동자가 되면서 노조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노조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서 많은 이들이 빠져나갔다. 세월이 가면서 임금은 10년 이상 동결이 되고, 개선 기미도 없다 보니 아무도 노동조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구나 고정 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일한 신발 개수만큼 임금을 받는 상황은 제화노동자들이 서로 단결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힘은 모이지 못했다.

“제화노동자끼리 경쟁하다 보니 관리자들이 노동자 사이를 갈라치기 좋은 구조였어요. 서로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았지요. 이런 현실은 후배들에게 그대로 대물림됐고, 외환 위기를 지나면서 노조가 사라지면서 제화노동자들에게 닥친 위기를 막아낼 힘이 없었어요.”

2018년 탠디 본사 점거와
성수동 제화거리에서의 투쟁으로
얻어낸 10여 년 만의 임금 인상

제화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박완규는 “한해 한해 조건이 나빠졌고, 성수동에선 공임이 지난 2018년 인상 전까지 18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었다”고 말했다. 물가는 올랐지만, 공임은 그대로고, 일거리는 줄어들면서 제화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졌다. 제화노동자들이 만든 신발은 백화점에서 수십만 원이 넘는 금액에 팔려도 이익 대부분은 백화점과 본사에 넘어가고, 제화노동자들에게 떨어지는 공임은 6천5백 원에서 7천 원에 불과했다. 2018년 당시 기준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결국 2018년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가 제화회사인 탠디 본사를 상대로 제화 공임 인상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등 행동에 나섰다.

지난 2018년 공임비 인상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탠디본사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제화 노동자들이 서울 관악구 탠디 본사직영매장 3층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2018.5.9ⓒ임화영 기자

2018년 4월 4일부터 탠디의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해온 제화노동자들이 6500원~7000원 수준인 공임을 2천 원 인상할 것과 퇴직금 지급,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했다. 탠디는 약 7천억 원대에 이르는 수제화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상징성도 컸다. 26일엔 제화노동자 100여 명이 서울 관악 탠디 본사 3층을 점거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사실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오랫동안 스무 명 남짓한 조합원으로 조직만 유지해온 상태였다. 그러다 2014년 탠디 소속 하청 제화 노동자들의 퇴직금 소송에서 이기면서 조합원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정기만 전 지부장은 “변호사를 비롯해 모두가 진다고 했던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노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8년 탠디투쟁이 시작되면서 조합원은 순식간에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탠디 하청공장에서 일하던 박완규도 이때 다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고, 선배 제화노동자들과 함께 농성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농성은 16일 동안 이어졌다.

“점거 투쟁은 저도 처음이지만, 연세 많은 선배들은 압박이 더욱 컸을 거예요. 바깥에서 20일 넘게 싸우다 방법이 도저히 방법이 없고, 점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정기만 지부장님을 믿고 들어갔어요. 들어갔는데 회사 건물이다 보니 바닥이 타일로 돼 있어서 한기가 심했어요. 대비하지 못한 채 들어가서 2~3일은 엄청 춥고, 고생이 심했어요. 그래도 내가 힘들어하면 연세 많은 분들은 어떨까 싶어서 티도 못 냈어요. 당뇨 등 아픈 분들이 많았고, 농성하다 세분 정도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는데, 선배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심히 싸워주셨어요. 한 선배는 자기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선거 때 보수정당 후보만 찍었는데. 이런 일을 겪게 되니깐 자기가 지금까지 한 투표가 잘못됐구나, 내 삶을 들여다 봐주는 이들에게 투표하는 게 맞는구나 깨달았다고 하셨어요. 그런 말을 들으니 이런 게 현장 투쟁이구나. 이렇게 현장 투쟁이 사람을 바꾼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어요.”

제화노동자 가족들의 절절했던 호소
“우리 가족 중에 제일 먼저 일어나
제일 늦게 잠드신다. 주말이 되어서야
잠을 몰아 자는 눈에 띄게
살이 빠진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당시 한 달 넘게 이어진 투쟁 끝에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탠디본사와 제화노동자들의 공임을 갑피, 저부 각각 1천3백 원씩 인상하고, 소사장제 폐지 등을 논의하는 노사협의회를 상하반기 1회씩 열기로 합의했다. 곧이어 수제화 공장이 밀집해 있는 성수 제화거리에서도 그해 5월 임금 인상 투쟁이 벌어졌다. 성수 제화거리는 탠디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탠디는 그나마 8년 전인 2010년 공임이 인상됐지만, 성수 제화거리는 18년 동안 공임이 5천5백 원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 2019년 5월 24일 미소페 구두를 만드는 제화노동자들이 미소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공장 기습폐업을 비판했다. 사진은 발언하고 있는 박완규 당시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부지부장ⓒ민중의소리

“탠디는 본사 한 곳을 대상으로 싸우면 됐지만, 성수동은 업체가 좀 많았어요, 성수동에 있는 업체 가운데 90%가 하청이에요. 미소페, 세라, 소다 등 브랜드 신발부터 시장 신발까지 별의별 업체들이 여기 다 있어요. 그런데 하청업체는 많아도 결국 싸울 대상은 본사뿐이기 때문에 각 본사에 공문을 보내고 찾아갔어요. 그렇게 본사를 찾아가서 임금 협약을 했어요. 그리고, 공임을 1천5백 원 올렸어요.”

2018년 탠디와 성수동에서 이어졌던 임금 인상 투쟁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건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나섰던 제화노동자들의 결심이 큰 역할을 했지만, 이들과 함께 연대한 진보정당을 비롯한 여러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들의 연대도 큰 힘이 됐다. 관악과 성수동 지역의 노동, 시민, 진보정당 활동가들은 열성적으로 제화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했다. 점거농성이 진행되던 도중 노동자들은 매일 창밖에 매달려 누가 오는 지, 얼마나 오는 지 지켜보며 힘을 얻었다고 한다.

부인과 자녀들, 자녀들의 애인에 이르기까지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도 힘이 됐다. 탠디 점거 투쟁 당시 농성 중인 제화노동자의 자녀는 ‘민중의소리’에 보내온 ‘우리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탠디 노동자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아버지는 새벽 5시 반에 나가서 밤 11시 반에 들어오셨다. 점심, 저녁밥도 못 드시고 일하셨다. 밤 11시 반에 집에 돌아와 겨우 끼니를 때우신다. 5시간도 못 주무시고 다시 출근을 하신다. 우리 가족 중에 제일 먼저 일어나 제일 늦게 잠드신다. 주말이 되어서야 잠을 몰아 자는 눈에 띄게 살이 빠진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 힘겨운 노동에도 노동자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비판하며 “올해로 머리 좋은 나쁜 제화 기업들이 소사장제도를 이용한 지 18년째다. 소사장제를 폐지해야 한다. 아버지는 탠디에 직접 고용되는 노동자이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런 호소는 여론을 움직였고, 언론이 제화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루면서 승리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제화 노동자의 굳은 살 박힌 손ⓒ민중의소리

투쟁으로 다시 살아난 제화지부
다시 노조에 가입한 박완규,
부지부장을 거쳐 지부장에 나서다

아울러 탠디와 성수동에서의 승리는 제화노동자 박완규의 삶을 바꾼 계기이기도 했다. 제화노동자들 가운데 막내로 투쟁에 참여했던 박완규는 제화지부 부지부장으로 상근 활동을 시작했다. 정기만 전 지부장은 “열성도 많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친구”라며 믿음을 나타냈다.

“탠디 투쟁이 끝나고 일을 못 했어요. 다섯 개 탠디 하청 현장에서 저를 쓰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상황에서 정기만 지부장께서 부지부장으로 활동해달라고 요청해서 조직을 믿고 활동을 시작했어요. 2년 8개월 부지부장으로 활동하다가 지부장으로 출마해 올해부터 제화지부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4대보험 도입 등 산적한 제화노동자 문제는
결국. 본사가 개입해야 가능한데,
본사가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진 않을 거다.
노동부를 비롯해 서울시, 정부 등
공공기관이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제화노동자들이 뭉쳐 공임을 올렸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1천여 개에 이르는 제화업체 중에 4대보험과 퇴직금이 있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더구나 제화공장 가운데 대부분은 하청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결정해 4대보험을 시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최근엔 신발 본사들이 자체 공장 없이 100% 외주 하청으로만 회사를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제화지부장을 맡은 박완규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그는 “브랜드 본사가 개입하지 않으면 절대 하청업체에 4대보험을 도입할 수 없다”고 단언하며 “결국 본사가 개입해야 가능한데, 본사가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진 않을 거다. 노동부를 비롯해 서울시, 정부 등 공공기관이 나서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완규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지부장이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다방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4.21ⓒ김철수 기자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있다. 박완규는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정부는 1도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 100% 다 수입 신발만 신고 다니게 할 것도 아닌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무관심 속에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심지어 하청도 국내가 아닌 중국 등 싼 인건비의 해외공장으로 넘기는 경우도 많다. 최근엔 본사에 제작 공장없이 100% 하청 제작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유명 브랜드를 달고 팔리는 신발도 그 회사가 직접 만든 신발이 아니고, 백화점에서 비싸게 팔리는 국내 유명 브랜드 신발이 실제론 중국에서 만들어진 신발인 경우도 흔하게 된 것이다.

“브랜드 본사 대부분이 비슷해요. 브랜드 본사에 공장이 없어요. 이름만 갖고 있어요. 백화점에 있는 브랜드 가운데 탠디만 본사 공장을 운영해요. 탠디도 원래는 본사 공장에 4개 현장이 있었는데 다 하청으로 돌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2018년에 다섯 개 하청 현장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파업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본사 라인을 유지한 거예요. 제가 생각할 땐 브랜드를 가지고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브랜드 현장 공장을 운영하고, 공장 확장이 어려운 경우 하청라인을 가동해야 정상이라고 봐요. 그런데 이름만 가지고 장사 하는 건 이해가 안 돼요. 현장을 직접 운영해야 신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알 수 있는데 그렇게 안 해요. 그냥 하청에 언제까지 이렇게 만들어오라고, 주문서만 내려요.”

해외 신발은 날이 갈수록 시장을 잠식하고, 내수 규모는 축소 또는 정체되는 등 위기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선 신발이 사양산업이라고 인식해서 그런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제화노동자들의 생각이다. 이렇게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제화노동자들의 삶도 더욱 힘들어졌지만, 지난 2019년 조선일보 등 보수매체를 통해 ‘성수동 수제화 거리, 민노총 개입 1년 만에 170여 곳 문 닫았다’(조선일보 2019년 4월 17일)는 식의 보도가 쏟아졌다. 2018년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가 투쟁해 18년 동안 동결돼 있던 제화 공임을 1천3백 원 인상해 많은 제화공장이 문을 닫게 됐다는 것이다. 박완규는 “공장 임대료 부담, 신발 시장 상황 등 여러 원인이 있는데, 민주노총이 개입해 공임을 올려서 일거리가 줄어든 것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엔 코로나19를 핑계로 기껏 올린 공임을 500~600원 정도 깎은 하청공장도 있다고 한다.

“청소, 경비 업무 하시는 노동자들에겐 죄송하지만,
사회적으로 힘들고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고,
그분들도 열악하다고 싸우고 있는 현장이 많은데,
우린 그런 환경조차 처우가 좋다고 느낄 정도로
상황이 힘들다고 생각하니 서러웠어요.”

그에게 “제화노동자를 선택한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없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 기술만 있으면 문제없겠다”는 생각에 아침마다 쏟아지는 코피를 참아내고, 첫차로 출근해 막차로 퇴근하는 힘든 시간들을 견디며 제화노동자로 30년 넘게 살아왔고, 지금은 제화노동자들을 대표해 지부장까지 맡은 박완규의 입에서 나온 “후회한다”는 말엔 수많은 회한과 아픔이 묻어났다.

제화 노동자들이 2019년 7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열린 제화노동자 죽이는 유통재벌 규탄 기자회견 및 삭발식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백화점 38%, 홈쇼핑 41%의 구두업계 유통수수료 인하와 4대보험 쟁취, 소사장제(특수고용노동자) 폐지 등을 요구했다. 2019.7.8ⓒ뉴스1

“진짜 후회하죠. 내가 좋아해서 선택한 건 아니었고, 필요해서 선택한 거 였어요. 일하는 환경이 힘들긴 해도 열심히 하면 그만큼 대접은 받으니깐 괜찮았던 거다. 이런 환경이 영원할 줄 알았던 건데 상황이 달라졌어요. 많은 부분이 기계화되면서 수량이 늘어나고, 기술적 값어치는 떨어졌어요. 그 일이 무엇이든 고정급여를 받는 직군을 선택해야 하는 게 나았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미소페 6공장이 폐업하면서 일을 못 하게 된 선배들이 있었어요. 그분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예순이 다 된 분들인데 청소, 경비 등 일을 하고 계셨어요. 안쓰러운 마음에 힘들지 않냐고 여쭤봤는데, 제화에서 일하는 거보다 좋다고 하세요. 고정으로 임금을 받아서 좋다구요. 청소, 경비 업무 하시는 노동자들에겐 죄송하지만, 사회적으로 힘들고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고, 그분들도 열악하다고 싸우고 있는 현장이 많은데, 우린 그런 환경조차 처우가 좋다고 느낄 정도로 상황이 힘들다고 생각하니 서러웠어요.”

현실이 이렇다 보니 노동자로서의 보람이나, 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은 어느새 꿈 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젠 제화 기술을 배우려 하는 젊은 사람들을 찾기 힘들다 보니 일하는 이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른 업종으로 말하면 퇴직이 가까워진다고 느낄 나이인 쉰세 살의 박완규는 제화지부에서 여전히 막내다. 박완규는 “35년 제화노동자 생활 동안 저보다 어린 사람을 단 세 명 밖에 못 만나 봤다”고 했다.

제화지부 지부장을 맡은 박완규는 이런 현실을 자신이 나서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제화노동자들은 대한민국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비합리적인 삶을 살고 있어요. 최소한 제가 나서서 지부장으로 일하는 2년 임기 동안 어느 정도까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우리나라에선 기술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저평가해서
너무 속상해요. 반도체, 전기차 뭐 이런 것만
소중한 기술이 아니잖아요.
신발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필수품인데,
이렇게 제화노동자들이 하나둘 사라지면
나중에 누가 남겠어요.”

지난 3월 16일 2021 서울도심제조노동자 매니페스토 대행진 공동준비위원회 소속 노조원들이 서울시청 앞에 모여 도심제조노동자에게 4대 보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화섬식품노조의 서울봉제인지회, 금속노조의 주얼리분회와 인쇄업종분과(준), 그리고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가 나선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4대 보험 전면실시와 코로나19 긴급 대책 마련, 그리고 도심 제조산업 노정교섭 실시와 업종협의체의 구성을 요구했다.

지난 3월 16일 2021 서울도심제조노동자 매니페스토 대행진 공동준비위원회 소속 노동원들이 서울시청 앞에 모여 도심제조노동자에게 4대 보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완규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지부장ⓒ박완규 제화지부 지부장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완규는 “제화노동자들은 요즘 출근하면 일감이 없어 오전 안에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한다. 주변 동료들에게 들어봤더니 지난달과 이번 달엔 한 달 동안 110~120만원 밖에 못 벌었다고 한다”며 제화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렸다. 그는 이어 “서울시가 사측으로 구성된 협회들을 통해 제화업종에 1년에 억 단위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지만 성수동 제화거리에 조형물을 놓는 식으로 지원금이 쓰인다”면서 “그런 재정이 있으면 제화노동자들에게 4대 보험·복지를 적용하는 등 실제로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한민국 노동자라면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지는 4대보험과 퇴직금, 매달 나오는 고정급여가 2천 5백여 명에 이르는 제화노동자들에겐 절박한 꿈이 되어버린 것이 어쩌면 제화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하면서도 절박한 이런 박완규의 호소에 정부와 서울시, 노동부는 과연 필요한 해답을 들려줄 수 있을까? 박완규는 끝으로 절실한 마음을 전했다.

“유럽은 기술을 존중해요. 그에 맞는 보상도 해주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기술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저평가해서 너무 속상해요. 반도체, 전기차 뭐 이런 것만 소중한 기술이 아니잖아요. 신발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필수품인데, 이렇게 제화노동자들이 하나둘 사라지면 나중에 누가 남겠어요. 신발을 100% 수입해서만 신을 순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지금은 싼 수입 신발도 가격이 올라갈 텐데 말이에요. 이런 부분을 정부와 노동부 등 공공기관에서 꼭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주노총 총파업 시작을 알리는 131주년 세계 노동절대회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 | 기사입력 2021/04/30 [11:58]
  •  
  •  
  • <a id="kakao-link-btn" style="font-variant-numeric: normal; font-variant-east-asian: normal; font-stretch: normal; font-size: 12px; line-height: 16px; font-family: dotum, 돋움, Arial; color: rgb(102, 102, 102);"></a>
  •  
  •  
  •  
  •  
 

▲ 131주년 세계 노동절대회 선전물, 전국에서 동시에 열린다. [사진출처-민주노총]  

 

5월 1일 131주년 세계 노동절대회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LG트윈 타워 해고 청소노동자들의 곁으로 간다.

 

노동조합을 통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자 했던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에게 LG자본은 집단해고(계약해지)로 응했다. 교섭에서 60원 인상안을 내밀던 회사가 노조를 탈퇴하고 회사의 해고를 수용하면 2천만 원을 주겠다고 개별적으로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다. LG 청소노동자들은 어떤 회유와 협박에 굴함 없이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지키고 투쟁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가고 있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넣은 이빨을 자랑질하고 100달러짜리 지폐로 담배를 말아 피울 만큼 넘쳐나는 부를 누리는 자본가들에 반해 하루 12~16시간을 일해서 주급 7~8달러의 임금을 받으며 월 10~15달러 판잣집 방세를 감당해야 했던 노동자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억압되어 있던 노동자들이 드디어 노예노동의 사슬을 끊고자 스스로 조직하고 떨쳐나섰던 당당한 노동자임을 선언한 날이었다. 이로부터 세계 노동절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갖은 멸시와 저임금, 비정규직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당당

▲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     ©김영란 기자

한 주인으로 나섰다. 

 

이에 LG자본은 청소노동자들을 계약해지 해고하고 돈으로 분열시키는 악랄한 행위를 저질렀다. LG자본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LG트윈 타워 청소 노동자가 바로 1886년 노예노동의 사슬을 끊은 노동자들이다. 

 

131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LG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고 투쟁하는 노동자의 곁으로 간다.

 

우리는‘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를 되새기며 LG자본에 맞서 끝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2021년 코로나 19로 드러난 한국 사회 민낯-마이너스 성장률, 일자리 감소, 실업률 증가, 불안정한 일자리, 더 심각해지는 불평등과 양극화, 외면 받는 노동의 가치, 노동으로 일궈 온 역사, 더 이상 노동을 통한 의식주 해결이 불가능하다.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는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총파업! 노동자의 이름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선언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5대 의제는

 

"1. 일자리, 국가가 책임져라! 재난시기 해고금지! 고용위기 기간산업 국유화!

경제 위기 시기에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국가이다.

재난시기 해고금지, 고용위기 기간산업 국유화, 일자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2. 소득감소- 생계대책, 국가가 책임져라! 재난생계소득 지급

코로나 위기에 몰린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먹고 살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3. 불평등 세상을 바꾸자! 비정규직 철폐,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현대판 신분제도, 비정규 철폐하라! 

집 없는 서민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4. 노동기본권,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하라! 노동법 전면개정

일하는 모든 노동자는 노동할 권리를 보장받고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

 

5. 기본생활권 쟁취! 국방예산 삭감! 주택-교육-의료-돌봄 무상!

주택-교육-의료-돌봄은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이고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생활권이다.

미국 주둔비 지원, 비싼 미제무기 구입 등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국방비를 쓰고 있다. 50조 원 국방예산의 10%, 20%만 줄여도 국민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전환기,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이 땅의 노동자 민중의 절절한 요구를 걸고 투쟁으로 대선판을 흔드는 총파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불평등 세상을 갈아엎고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2021년 민주노총의 투쟁이 시작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시작을 알리는 131주년 세계 노동절대회, 110만 조합원들과 함께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나아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내 노동은 1+1도 공짜도 아닙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4/30 09:50
  • 수정일
    2021/04/30 09: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1-04-30 04:59수정 :2021-04-30 08:59

 

내일 노동절…‘ㅅㅇ ㄴㄷㅅㄱ’을 아시나요

밤낮 없는 대기·조기 출근·뒷정리…
법으로 인정된 휴게시간조차 근무
일하고도 보상 못받는 ‘숨은 노동시간’
관행 들어 강제…편법·압박 일삼기도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휴게시간에 대기하는 모습(왼쪽과 오른쪽 위 사진)과 휴게실(오른쪽 아래 사진) 모습.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 노조 제공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휴게시간에 대기하는 모습(왼쪽과 오른쪽 위 사진)과 휴게실(오른쪽 아래 사진) 모습.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 노조 제공
 
서울 강서구의 한 요양원. 밤 9시나 새벽 1시가 되면, 요양보호사 김현숙(가명·57)씨는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몸을 누인다. 침대 위에는 입소자 노인들이 누워있다. 코 고는 소리, 앓는 소리, 중얼대는 소리들 틈에서 혹시 긴급한 상황이 생기진 않는지, 김씨는 누워서도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김씨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야간근무를 하는데, 이때 2인1조로 돌봐야 하는 입소 노인은 모두 26명이다. 요양원은 김씨와 동료에게 밤 9시부터 새벽 1시, 새벽 1시부터 새벽 5시까지로 시간을 나눠 ‘가수면 시간’을 준다.

이름처럼 가수면 시간이어선지 김씨는 잠을 잘 수 없다. 쉴 수도 없다. 최근에도 한 할아버지가 김씨의 가수면 시간에 “나 집에 가고 싶어”라고 하소연하며 문을 두드리고 나서는 바람에 동료와 함께 할아버지를 붙잡고 10분이 넘도록 실랑이를 했다. “밤에 주무시지 않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만하시라고 해도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하는 경우도 있어요. 가수면은 꿈도 못 꾸는데, 이런 날이 허다해요.”

 

 

이렇듯 김씨의 실제 노동시간은 사실상 하루 15시간이다. 하지만 요양원은 가수면 시간 4시간을 뺀 11시간에만 임금을 지급한다. 가수면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보는 것이다. 요양원은 “쉬라고 휴게실까지 마련해줬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가 휴게실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급한 상황이 생기면 동료를 도와야 하기 때문에 지하에 있는 휴게실에 가 있을 수 없다. 휴게실은 세탁실을 겸하고 있어 습기도 가득하다.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노동자가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요양원이 요양보호사들에게 야간근무 중 휴게시간을 지정한 일에 대해 “불규칙적이라도 요양보호사들을 필요로하는 이들이 존재했기에 휴게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현장은 법과 유리되어 있다. 김씨의 가수면 시간처럼 실제로는 일을 하지만 임금 보상 체계에는 배제된 ‘공짜’ 노동시간이 ‘숨은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횡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가 지난해 6월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622명을 조사한 결과, 정해진 휴게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응답은 68.1%에 이르렀다. 충남의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이현승(가명·58)씨는 “야간근무 중 휴게시간에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다녀오려고 했더니 사업주가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경미 전국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국장은 “요양보호사와 간호사 등 입소자와 환자를 돌보는 노동자들은 주어진 휴게시간을 희생하지 않으면 돌봄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휴게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기하는 시간은 노동시간 아니다?

숨은 노동은 요양보호사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기업 임원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박현욱(가명·52)씨는 평소 새벽 5시40분께 집을 나선다. 6시30분까지는 임원의 집 앞에 가서 대기해야 한다. 임원을 태우고 출근하면 오전 8시30분 정도가 된다. 박씨는 평소 차량이나 회사 내 사무실에서 대기하다가 일정이 생기면 차를 운행한다. 오후 6시 이후에도 임원이 야근하거나 저녁 약속이 있으면 운전을 한다. 임원의 물품을 챙기거나 업무상 작은 지시를 따르는 등 수행 비서 역할을 겸할 때도 있다. 회사에서도 박씨에게 박씨가 맡은 차뿐만 아니라 회사 법인 차에 대한 정비와 관리 업무를 맡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밤까지 저녁 자리가 이어지면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죠. 코로나19 이전에는 술자리가 새벽에 끝나 임원을 집에 내려주고 퇴근하면 거의 아침 무렵이었던 적도 있어요.”

박씨의 근로계약서에는 대기시간과 야간근무 시간, 수행 비서 업무와 법인 차 정비·관리 업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회사는 박씨의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명시해두고, 이에 대한 임금만 지급한다. 임원 차 운행시간을 빼면 모두 ‘휴게시간’으로 간주해 “1주 차량 운행시간이 40시간보다 적으니 추가수당은 없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박씨의 사례처럼 장시간 업무 대기 또는 감시를 하다 호출을 받고 업무에 나서는 직군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감시·단속적 근로자’(감단직)로 등록할 수 있다. 아파트 등 경비원, 전기와 보일러 기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회사는 휴게시설 마련 등으로 업무에 대한 감단직 승인을 받아야만 합법적으로 근로기준법상 휴게 규정에서 벗어나 노동자에게 장시간 대기 등을 시킬 수 있다. 승인이 없으면 장시간 대기시간도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은 경우 노동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편법이 만연하고 있다.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김유경 노무사는 “현실에서는 휴게시설 마련 등 감단직 승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회사에서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실제로 일하는 시간임에도 휴게시간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도 숨은 노동

이른 출근이나 늦은 퇴근 또한 적절한 보상이 없는 숨은 노동의 영역이다. 고용노동부 행정 해석을 보면, 사용자가 명백하게 이른 출근·늦은 퇴근 지시를 내렸고, 노동자가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불이익이 있다면 이는 노동시간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역시 현장의 관행은 이런 행정 해석의 상상을 넘어선다.

한 외주 방송제작사 드라마 분장팀에서 일하는 50대 강현수(가명)씨는 늘 다른 이들에 견줘 2시간은 먼저 현장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현장 촬영 집합이 오전 8시면 분장 스태프들은 ‘선출’(조기 출근)을 해요. 현장에서 미리 보조출연 연기자 옷도 입히고 분장과 미용도 모두 끝내야 하죠. 어떤 날은 보조출연자 200명을 분장해야 해서 4시간 일찍 나온 적도 있어요.”

선출 시간에 대한 보상은 없다. 외주제작사가 작성한 강씨의 계약서에는 ‘촬영 시작부터 촬영 종료 때까지’만 노동시간으로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숨은 노동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일도 쉽지 않다. 사쪽의 ‘지시’나 그에 따른 불이익을 인정할 정황이 있어야 하고, 이를 증명할 구체적인 증거도 필요하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한국지사인 샤넬코리아도 2015년 매장 직원들에게 회사가 정한 오전 9시보다 30분 이른 출근을 지시하면서 ‘매장 관리 매뉴얼’에 이렇게 적었다. ‘20~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

회사의 ‘무언의 압박’에 직원들은 조기 출근 조처를 따랐지만 이 역시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일부 직원이 오전 9시 전에 출근했음을 상사에게 카카오톡으로 보고하기도 했지만, 대법원은 회사가 지시를 했다기보다는 ‘경각심을 일깨운’ 정도라고 봤고, 불이익을 줬다는 정황도 없다는 이유로 2019년 판결에서 조기 출근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같은해 노사협상을 통해서야 조기 출근을 없앴다.

매장을 뒷정리하는 일도 숨은 노동에 해당한다. 카페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조아름(가명·26)씨의 공식 퇴근 시간은 밤 10시지만, 실제 퇴근은 밤 10시20분에야 이뤄진다. 밤 10시에 문을 닫고도 가게 정리를 하다 보면 꼭 20여분가량 퇴근이 지체된다. 조씨는 사장에게 불편한 말을 하기가 어려워 숨은 노동에 대한 임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정웅 알바노조 위원장은 “24시간 프랜차이즈 기업의 경우 근무자들끼리 인수인계하는 시간도 있고, 아침시간대 손님이 몰려서 응대하다가 30~40분씩 늦게 퇴근하기도 하는데 이런 시간이 전혀 근무기록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경우에도 역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시간을 따로 기록하는 등 직접 증거를 모으고 노동청에 진정을 넣어야만 구제받을 수 있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노동자 이희권(가명·24)씨는 매일 업무일지를 쓴 덕에 상사가 자신에게 연장근로 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이씨의 업무시간을 수시로 조정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맥도날드 지점은 근무 스케줄을 짜면서 1주일에 4~5일이었던 이씨의 근무를 하루로 줄여버렸다. 이씨가 지방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뒤로는 아예 스케줄 표에서 이씨를 빼버렸다. 사실상 ‘해고’를 종용당한 셈이다.

출장지 이동도 임금은 ‘0원’

출장지로 이동하는 시간은 어떨까.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조명 담당으로 10년 이상 일하고 있는 50대 이수현(가명)씨는 서울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촬영이 있는 전날에는 휴일이 없어진다. 서울 상암동이나 여의도에서 스태프를 태우고 출발하는 버스는 주로 촬영 전날 오후에 출발한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촬영 당일 아침 일찍부터 일하도록 자리 잡은 ‘선출발’ 관행이다. 이씨는 현장에 도착한 뒤 제작사가 제공한 숙소에서 자고, 촬영 당일 아침 7시부터 밤늦게까지 촬영 일정을 소화한다. 촬영 일정이 끝나면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출발해 그 다음날 새벽에야 서울에 도착한다. 하지만 역시 그의 계약서에는 출장지까지 오가는 시간이 삭제되어 있다. “전라도나 경상도 촬영이 많고, 경기도라고 해도 교통이 불편한 곳에서 촬영이 많아요. 3시간에서 6시간까지 걸리죠. 어떨 땐 출장 가던 길에 연기자가 스케줄이 안 된다고 해서 도로 차를 돌려서 온 적도 있어요. 보상은 없죠.”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보면, 일상적인 출퇴근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타 지역 출장 등으로 인한 이동시간은 회사의 지휘·명령이 있었다면 노동시간으로 인정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인 정병욱 변호사는 “출장으로 인해 원래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 이동해야 하는 거라면 결과적으로 지휘·감독 관계에 의한 이동으로 당연히 노동시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전제품 수리공인 안형준(가명·58)씨 역시 이런 행정해석 범위 밖에서 일한다. 하청업체 정규직인데도 사실상 월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는 안씨는 주행거리가 30㎞ 이상인 장거리에만 수수료를 일부 올려 받고, 그 이하 거리의 이동 시간은 보상 받지 못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데요. 대전으로 치면 딱 오후 6시 무렵에 공주나 옥천 이런 시외 지역으로 출장이 잡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수리가 끝나면 오후 8시, 집으로 오면 오후 9시에요. 그래도 낮시간대 업무랑 동일한 수수료를 받아요.”

박준용 신다은 기자 juneyong@hani.co.kr

만연한 숨은 노동…법엔 “사용자 지휘·감독 땐 근로” 노동자가 직접 입증해야 인정돼숨은 노동이 존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근로기준법과 대법원 판례 등이 제시하는 노동시간의 법적 요건은 노동자가 ‘사용자(회사)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에 있었는가’로 규정된다. 노동자가 자유롭게 자리를 뜨거나 원하는 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용자에 종속된다면 노동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근로기준법 50조3항은 대기시간을 아예 노동시간에 준하는 것으로 명시해 두기도 했다.그러나 이런 권리가 실제로 인정되려면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노동자가 노동시간이었다고 주장해도 사업주가 지휘·감독한 사실이나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법원은 개별 사건을 심리할 때 ‘사용자의 명확한 지시가 있었는지’, ‘노동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지’, ‘꼭 당시에 해야만 하는 업무였는지’ 등 근무의 강제성을 꼼꼼하게 따진다. 예를 들어, 2018년 대법원은 아파트 경비원의 야간휴게시간은 ‘급한 일이 발생할 시 즉각 반응해야 하고 불을 끌 수도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노동시간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같은해 대법원은 버스 운행을 마친 뒤 다음 운행을 기다리는 버스기사의 대기시간은 ‘출발시각이 정해져 있어 그 사이 자유로이 쉴 수 있었다’며 근무시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근무를 입증할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고, 이마저도 입증 자료에 기반해 인정되는 탓에 증거를 충분히 모으지 못하면 권리를 주장하기가 어렵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노무사는 “예를 들어, 퇴근 5분 전 업무를 받은 사무직 노동자가 연장근무 시간을 인정받고 싶다면 실제로 퇴근 뒤 회사 사무실에 있었는지, 그 시간에 업무를 한 게 맞는지, 사업주의 지시로 한 업무인지, 매일 이뤄진 일인지까지 세세하게 증빙자료를 노동청에 제출해야 한다”며 “노동자가 그 시각에 업무를 한 사실만 인정되면 실제 지시 여부는 사업주가 증명하게 하는 등 입증 책임을 나눠서 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특고)은 산을 하나 더 넘어야 한다. 자신이 사용자와 고용 관계에 놓여 있었는지 법원에서 또 한 번 판단을 받아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해 근무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한다.독일과 프랑스는 장소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면 ‘호출근로’, 그렇지 않으면 ‘대기근로’로 보고 이런 노동시간도 단체협상을 통해 일정 부분 보상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에 정하고 있다. 노사 협의 하에 노동자에게 평소 임금의 30∼50% 수준이라도 임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한 것이다.하지만 이런 제도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법제처럼 대기시간을 근무시간과 동일한 무게로 보면 노동시간이 이전보다 크게 확대되고 법원도 이런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데 보다 엄격해지게 된다”며 “대기시간이나 호출근로 시간이 평소 노동시간과 견줘 업무 강도가 덜한 것도 사실인 만큼 이런 특성을 반영해 보상하는 유럽 사례도 고려할 법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세희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별도의 임금 체계를 만들면 이를 악용하는 사업주가 있을 수 있고 100%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경우인데도 50%만 임금을 받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신다은 박준용 기자 down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93287.html?_fr=mt1#csidx543a349dc0855a9992da7fa8d15e92c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당지지도 민주28% 국힘26%..종부세 상향 贊44% 反45% 팽팽

 
 
 
임두만 | 2021-04-30 07:54: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4.7 재보선 이후 당 정비작업이 한창인 여야 모두 여론조사 지지율 면에서 특별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오치범위내인 2%p지지율 차이로 나란히 답보상태에 있어 당 개편 후 변화가 주목된다.

29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합동으로 조사 발표하는 전국지표조사((NBS, National Barometer Survey)측은 4월 4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전국지표조사 측은 “지난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전국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4월 4주 여론조사 가운데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28%, 국민의힘 26%, 정의당 6%, 국민의당 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태도유보’ 30%)”고 밝혔다.

▲여야정당 모두 특별한 등락없이 팽팽한 답보상태에 있다. 도표제공 : 전국지표조사

이날 전국지표조사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를 분석하면 민주당은 지난주 30% 지지율에서 2%p하락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도 지난주 27%에서 1%p하락했다. 반면 정의당은 지난주 4%에서 2%p오른 6%, 국민의당도 지난주 5%에서 1%p오른 6%로 나타났다. 이를 단순히 보면 여야 주요정당에서 빠진 지지율 수치를 고스란히 진보 보수 군소 2개정당에서 흡수한 모양새라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 전당대회와 국민의힘의 원내대표 경선 및 전당대회 이후와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이 성사될 경우 이들 거야 양당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주목된다.

그런데 이 같은 지지율 상태를 읽을 수 있는 다른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우리 국민의 정치권을 보는 심리와 기대치를 읽어낼 수 있다.

지난 4.7재보선에서 참패하거나 완승한 여야 모두 현 문재인 정권이 민심을 잃은 근본 이유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꼽는다. 그리고 지금 야당은 이 기세를 몰아 과표 상향을 통한 종합부동산세 감면, 나아가 재산세도 과표 완화를 통한 감면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 당권주자들도 각종 토론회와 유세에서 이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민주당은 ‘논의는 할 수 있으되 과표 상·하향을 통한 세금감면은 안 된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에 전국지표조사는 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 그 결과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기존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의견이 44%,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45%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종부세 관련 여론은 찬반이 팽팽하다. 도표제공 : 전국지표조사

이는 우리 국민들이 현재의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인 9억 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야당의 과표상향 주장이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물론 상향의견도 44%로 과반에 가까워 무시할 수 없는 여론이지만 그래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높게 나온 것은 섣불리 정부나 정치권이 이를 손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종부세와는 다르게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에 대해선 찬성 여론이 크게 우세했다. 즉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완화하여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선 '공감한다'는 응답이 64%에 달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 26%의 2배 수준을 넘겼다.

▲재산세 감면기준 상향은 찬성여론이 높다. 도표제공 : 전국지표조사

이는 ‘달랑 집 한 채 있는데,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집값이 올랐다고 재산세도 건강보험료도 올리는 것이 합당하냐?’는 1가구 1주택 다년보유자들의 여론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부여당의 후속조치는 필요해 보인다.

그 외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이해충돌방지법과 관련된 국민 인식은 하루빨리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 통과시켜야 한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이날 전국지표조사 측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신고‧회피 의무를 부과하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통과에 대해 국민 10명 중 8명(85%) 이상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국회는 이런 국민적 요구에 속히 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전 국민인 찬성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도표제공 : 전국지표조사

한편 이 조사는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합동으로 매주 실시하는 정기 전국지표조사(NBS, National Barometer Survey) 중 4월 4주 결과다.

전국지표조사 측은 이 조사에 대해 "2021년 4월 26일 ~ 4월 28일까지 3일간 성・연령・지역으로 층화된 가상번호 내 무작위로 추출된 전국 18세 이상 총 3,741명과 통화하여 그 중 1,001명이 응답 완료한 전화면접 조사로서 응답률은 26.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p"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내용은 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987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기부하면 아이처럼 웃어” 사흘째 이어진 이건희 찬가

[아침신문 솎아보기] 가사노동자법·이해충돌방지법 통과에 신문들 사설 환영
동아·한국 등 ‘음덕’ ‘세기의 기증’… 이병철 자서전으로 칼럼 채운 중앙

가사노동자들이 사회보험과 퇴직금, 연차휴가 등을 보장 받을 법적인 길이 열렸다. 노동절 전날인 30일, 신문들은 이 소식을 주요하게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환영 입장을 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에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법인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할 수 있고, 인증 받은 기관은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가사노동 제공업체는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과 가사 노동의 종류와 노동시간, 휴게시간 등을 담은 서면 계약을 맺어야 한다. 업체는 가사 노동자에게 유급 휴일과 연차 유급휴가, 퇴직금, 4대 보험 등을 제공해야 한다.

▲3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3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그간 ‘파출부’ ‘가정부’ 등으로 불려온 가사노동자들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때부터 ‘가사사용인’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조항(11조) 탓에 노동권 보호를 받지 못했다. 통과된 가사노동자법은 근로기준법의 11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노동부는 2019년 기준 가사노동자 규모를 15만60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2020년 기준 최소 30만명으로 추산한다.

▲30일 경향신문 1면
▲30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가사노동에 대한 정의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에는 가사노동이 사적 영역으로 간주됐지만,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점차 가사노동시장이 발전해왔다. 하지만 가사 노동 시장은 대부분 직업소개소나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으로 알선되는 형식이어서, 가사서비스의 품질보증과 가사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어왔다”고 했다.

그러나 신문들은 이 법안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인증기관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만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한국일보는 “법안은 가사노동자의 최소 근로시간은 1주일에 15시간 이상으로 규정하면서도 ‘가사근로자의 명시적 의사가 있거나 서비스 제공기관의 불가피한 경영상 이유가 있을 때’ 예외를 두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1주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과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을 보장 받을 수 없다.

▲30일 한국일보 5면
▲30일 한국일보 5면

조선일보는 1면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도 “다만 가사 근로자들의 권익 신장만큼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따르게 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비용 상승이 아니라 가사노동 ‘이용 비용의 정상화’라는 반론도 있다”고 했다.

▲30일 조선일보 1면
▲30일 조선일보 1면

경향신문은 관련 사설을 내고 “늦게나마 가사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법적인 장치가 마련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치권과 당국은 향후 법안 논의 및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촘촘히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30일 경향신문 사설
▲30일 경향신문 사설

8년만의 이해충돌방지법 통과, 동아·조선 미보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발의 8년 만에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를 활용해 사익 추구를 하지 못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활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0일 중앙일보 6면
▲30일 중앙일보 6면

규제 대상은 입법·사법·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이 190만명이다. 이들은 사적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인허가·공사용역·재판·수사 등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면 14일 안에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이를 회피해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2013년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과 함께 정부안으로 제출됐으나 8년 간 발의와 폐기를 거듭해왔다.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한겨레는 사설을 내 엄격한 시행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만시지탄이지만, 두 법의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사회를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모든 공직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경우 발의조차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국회와 정부는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9개 주요 아침 종합일간지 가운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다.

▲30일 한겨레 사설
▲30일 한겨레 사설

이건희 찬가 이어간 신문들

일부 언론은 30일에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세 납부 및 기부 계획에 ‘이건희’ 찬가를 이어갔다. 동아일보는 1면에 ‘단독’으로 “생일선물 대신 ‘기부내역’ 달라고 한 이건희 회장”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이건희 회장이 1991년부터 “1987년 회장 취임 이후 관례처럼 이 회장의 생일인 1월 9일마다 선물을 보내자 (삼성 사장단에) 선물 대신 기부 활동을 적어 달라고 했다”며 “실제로 이 회장은 생전에 매번 특별한 ‘생일 선물’을 손꼽아 기다렸고, 이 선물을 받은 뒤에는 어김없이 활짝 웃으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는 게 유족과 주변 지인들의 전언”이라고 전했다.

▲30일 동아일보 1면
▲30일 동아일보 1면
▲30일 동아일보 3면
▲30일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선 “재계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상속세 납부 및 신고 기한인 30일을 앞두고 기부의 형식과 내용을 일찍부터 고민해 왔다고 한다”며 “이 회장의 유산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 장산산림욕장과 장산계곡이 위치한 임야 3만8000㎡를 부산 해운대구에 기부하기로 한 것도 이날 해운대구가 밝히면서 알려졌다”고 했다. “이 회장이 남이 모르게 ‘음덕’을 쌓듯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도우라고 당부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세기의 기증’ 이건희 컬렉션 옮기는 데만 한 달 걸릴 듯”이란 제목의 기사를 3면에 냈다. 중앙일보는 ‘이건희 컬렉션’이란 이름의 ‘분수대’ 칼럼의 대부분 내용을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자서전 인용으로 채웠다.

▲30일 한국일보 10면
▲30일 한국일보 10면
▲30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30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한편 한국일보는 16면에 이 회장 유가족들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한 것이 아니라 신용으로 시중은행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배경에 주목했다. 한국일보는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0.7%로 미미한 상황에서 상속받은 주식을 담보로 내놓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며 “다만 일반인은 신용대출 한도가 수억 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삼성 일가에 신용대출 명목으로 수천억 원이 나가는 것에 대해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LH·박덕흠·이상직 겪고, 우여곡절 끝에 빛 본 이해충돌방지법

국회 법안 발의 8년 만에 통과...‘공직자 미공개 정보 이용 금지’, ‘국회의원 사적 이해관계 신고 의무화’

김도희 기자 
발행2021-04-30 00:34:17 수정2021-04-30 01:01:07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