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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니 헬기도 멈췄다... 진화율 21% 홍성 산불에 '초비상'

[현장] 10km 이상 번지며 결국 대응 3단계 발령... 바람 잦아들었지만 확산 우려 여전

23.04.02 21:07l최종 업데이트 23.04.02 21:16l
날이 어두워지면서 오후 6시 40분경 산불 진화 헬기 18대는 철수하면서, 진화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날이 어두워지면서 오후 6시 40분경 산불 진화 헬기 18대는 철수하면서, 진화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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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2일 발생한 산불이 9시간째 이어지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오후 6시 현재, 진화율은 21%다.

산불은 최초 발화한 곳에서 10km까지 피해 면적이 확산하면서,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대응 3단계는 피해면적이 100ha를 넘을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된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2일 오후 6시 40분께 산불 진화 헬기 18대가 철수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다행히도 낮에 비해 바람은 많이 잦아들었다.

소방 당국은 야간 산불 진화를 위해 드론을 띄우고, 야간 산불진화대원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피해 면적이 워낙 넓어 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소방당국의 현황 파악에 따르면, 주택 25채, 축사 3동, 창고 11채, 문화재 1점, 비닐하우스 12동이 화재 피해를 입었다. 

이날 소방과 산림청은 진화 헬기 18대, 소방차 24대, 산불 진화차 12대, 구급차 1대 등 154대의 진화 장비를 투입됐다. 또한 소방 350명, 의용소방대 830명, 경찰 217명, 군 151명 등 총 3173명이 진화에 동원됐다. 

산림청과 소방 당국은 날이 밝는 대로 헬기를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처참한 현장... 주택·도로·건물·논·밭 집어삼켰다

기자는 낮 동안 진화를 마친 지역을 돌아봤다. 현장은 처참했다. 산불은 주택·도로·건물·논·밭을 가리지 않고 집어삼켰다.

현재 각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주민 236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도 산불이 더 확산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집 밖에 나와 있는 상황이다.

홍성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가옥 중엔 초·중등생 2명의 학생이 사는 집이 불에 탔다고 한다. 

현장 대책본부에선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용록 홍성군수를 비롯해 남성현 산림청장과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나와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또한 김지철 충남교육감도 현장을 찾았다.

산불 진압에 따라 인근 소방서에서 지원 나온 소방차가 신당초등학교 머물게 되면서 홍성 신당초는 3일 휴교, 서부초등학교와 서부중학교는 휴업에 들어간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주택 6채, 축사 1동, 사당 1곳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주택 6채, 축사 1동, 사당 1곳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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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낮 동안 진화가 끝난 지역을 돌아본 현장은 전쟁터같이 처참했다. 산불은 주택·도로·건물·논·밭을 가리지 않고 집어삼켰다.
▲  이날 낮 동안 진화가 끝난 지역을 돌아본 현장은 전쟁터같이 처참했다. 산불은 주택·도로·건물·논·밭을 가리지 않고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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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9시간째 이어지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후 6시 현재, 진화율은 21%다.
▲  홍성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9시간째 이어지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후 6시 현재, 진화율은 2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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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충남 홍성 화재현장에서 확인한 소방 측 상황판.
▲  2일 충남 홍성 화재현장에서 확인한 소방 측 상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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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불은 서부중학교 인근까지 번지면서, 긴급 진화에 나섰다. 홍성 인근 소방서에서 지원 나온 소방차가 신당초에 머무르면서, 신당초는 3일 휴교, 서부초, 서부중은  휴업에 들어간다. 특히, 신당초는 산불이 확산되면서 주요 문서를 반출했다.
▲  한때 불은 서부중학교 인근까지 번지면서, 긴급 진화에 나섰다. 홍성 인근 소방서에서 지원 나온 소방차가 신당초에 머무르면서, 신당초는 3일 휴교, 서부초, 서부중은 휴업에 들어간다. 특히, 신당초는 산불이 확산되면서 주요 문서를 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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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이날 오후 산불 현장을 찾았다. 홍성교육청은 홍성 인근 소방서에서 지원 나온 소방차가 신당초에 머무르면서, 신당초는 3일 휴교, 서부초, 서부중은  휴업에 들어간다. 특히, 신당초는 산불이 확산되면서 주요 문서를 반출했다.
▲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이날 오후 산불 현장을 찾았다. 홍성교육청은 홍성 인근 소방서에서 지원 나온 소방차가 신당초에 머무르면서, 신당초는 3일 휴교, 서부초, 서부중은 휴업에 들어간다. 특히, 신당초는 산불이 확산되면서 주요 문서를 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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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밤 9시 10분께 충남 홍성군 서부면 하늘 모습. 불길이 산 너머로 옮겨갔다. 하늘 색이 벌겋다. 산 너머로 연기가 자욱하다.
▲  2일 밤 9시 10분께 충남 홍성군 서부면 하늘 모습. 불길이 산 너머로 옮겨갔다. 하늘 색이 벌겋다. 산 너머로 연기가 자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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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기주검 치켜든 ‘서북청년단’의 제주 상륙...누가 ‘우익폭력’ 부추기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4/03 08:24
  • 수정일
    2023/04/03 08: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집권 1년 만에 1948년으로 돌아간 제주

지난 4월 1일 아침 7시 30분쯤 ‘성산포 터진목’의 모습이다. ‘제주4.3사건추가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에서 213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학살됐다. 제주4.3 당시 성산면, 구좌면, 표선면 관할했던 특별중대는 1948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4개월 동안 30여 차례 붙잡아 온 주민들을 고문·취조한 뒤 이곳 성산포 터진목으로 끌고 가 즉결 처형했다. 2023.04.01. ⓒ민중의소리


1일 오전 7시쯤, 제주도 성산포 광치기해변 끝자락 ‘해녀의집’ 앞에서 만난 주민에게 물었다. “여기 학살터가 어디에요?” 해변의 바람을 쐬던 그는 휴대전화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어디까지 걸어야 하는지 푸석푸석한 손으로 콕 짚어 알려줬다. “원래 여기가 당시 다리가 없었는데, 여기에서 죽이고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설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 뒤 헤어지는 데, 그는 해맑게 웃으며 인사했다.

“자주 찾아와 주세요.”

그가 짚어준 곳까지 갔더니 정말 안내 표지판이 나왔다. 표지판은 빽빽한 방풍림 사이로 난 오솔길을 가리켰다. 나지막한 언덕이어서 건너편이 보이지 않았다. 나무그늘이 짙게 깔린 호젓한 언덕길을 지나자, 광활한 해변과 바다가 펼쳐졌다. 갓 성산일출봉 위로 떠오른 해는 바다의 무수한 물결을 따라 부서지며 반짝였다. 이승만 대통령 초상화 강매를 거부했다는 이유, 남편과 아들을 도피시켰다는 이유 등으로 끌려온 2백여명의 섬사람들이 숙청당하기 전 바라봤을 풍경이었다. 섬사람들의 피를 마신 모래와 바다이지만, 지금은 매해 1월 1일 전국 각지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찾는 곳이자, 여름이면 아이들이 헤엄치며 노는 곳이기도 했다.

이날 아침에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풍광에 젖어 산책하는 연인과 관광객이 해변에 기다란 그림자를 그렸다.

 

 

 

지난 4월 1일 아침 7시 30분쯤 ‘성산포 터진목’의 모습이다. ‘제주4.3사건추가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에서 213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학살됐다. 제주4.3 당시 성산면, 구좌면, 표선면 관할했던 특별중대는 1948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4개월 동안 30여 차례 붙잡아 온 주민들을 고문·취조한 뒤 이곳 성산포 터진목으로 끌고 가 즉결 처형했다. 2023.04.01. ⓒ민중의소리

 

 

 

① 서청으로 구성된 ‘특별중대’ 학살극
이승만 초상화 강매 거부 청년들 총살당해야만 했나

제주4·3 당시, 이곳 성산면을 관할했던 ‘특별중대’는 서북청년회(서청) 단원으로 구성됐다.

서청을 빼고 제주4.3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들이 왜 그토록 잔혹했는지가 연구의 주제가 될 정도다. 서청은 이북에서 넘어온 반공청년들의 단체다. 해방 이후 이북에서는 ‘토지개혁’과 ‘친일숙청’ 등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자본가와 일본군·친일경찰 출신 등이 이를 피해 월남했다. 재산을 잃고, 민족반역자가 되어, 혈혈단신으로 도망치듯 월남했기에 이들 중에는 극렬한 반공주의자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남쪽은 극심한 실업난과 식량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었기에, 이들은 목숨을 부지했더라도 궁핍할 수밖에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 등은 이들의 처지를 이용했다. 1947년 3월 1일 기념행사에서 경찰의 발포로 주민 6명이 죽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제주도 사회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서청 단원 또는 서청 출신 경찰들이 제주도로 투입되기 시작한 이유였다.

하지만 서청의 투입은 제주도를 파국으로 몰았다. 제주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던 이들은 이승만 대통령과 조선일보 사장 등의 후원, 미군정의 경무부장 조병옥 등의 비호를 받으며 거리낌 없이 만행을 저질렀다. 별다른 봉급을 받는 것도 아니었던 서청 단원들은 제주도민에게 강매하거나, 강제모금 등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폭력과 테러 행위도 저질렀다. 실제 공산주의자든 아니든 “빨갱이”라고 여기면 테러의 대상이었다. 미군정이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2500명 구금, 경찰에 의한 ‘김용철·양은하 고문치사 사건’과 ‘박행구 즉결총살 사건’ 등이 발생했고, 이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극단적인 투쟁을 불렀다. 또 이는 무장봉기 세력을 진압하기 위한 학살과 보복의 반복을 낳으며 제주도를 피의 섬으로 물들였다.

서청 단원으로 구성된 특별중대 또한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성산국민학교에 주둔하며 수많은 학살을 저질렀다. 1948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4개월 동안 30여 차례에 걸쳐 붙잡아 온 주민들을 고문·취조한 뒤, 이곳 ‘성산포 터진목’으로 끌고 와 즉결 처형했다. 아들과 남편을 산과 일본 등으로 도피시켰다는 게 이유였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줄줄이 세워놓고 총살시켰다. 시체는 바다에 버렸다. 이승만 대통령 초상화 강매를 거부한 청년 30여명을 학살한 경우도 있었다. 제주4·3평화재단이 펴낸 ‘제주4.3사건추가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렇게 터진목에서 죽은 제주도민은 213명이었다.

 

 

 

지난 3월 31일 찾은 외도지서 터다. 외도지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의 지원으로 세운 비석이 없었다면 이곳이 외도지서 터인지 알 수 없었다. 비석 뒤편으로는 가냘픈 동백꽃이 심겨 있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② 외도지서 서청 출신 이윤도와 ‘절뒤’
“젖먹이가 죽은 엄마 앞에서 바둥거리자...”

서청이 제주도에서 저지른 악행을 전부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사례 중 하나는 ‘서청 출신 경찰 이윤도의 학살극’이다.

지난달 31일 이윤도가 근무했던 외도2동 외도지서 터를 찾았다. 지금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별다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서, 자유논객연합 등 보수단체 지원으로 세워진 표지석이 없으면 이곳이 4·3 당시 외도지서였는지 알 수 없었다. 비석 뒤로는 작은 동백나무 하나가 폭낭(팽나무의 제주 방언) 옆에 꼭 붙은 채 심겨 있었다. 성한 동백꽃은 한두 개뿐, 나무는 힘겹게 꽃을 피우려 애쓰고 있었다.

중산간 마을 주민이었다가 친인척의 도움으로 외도지서 특공대원이 돼 목숨을 부지했던 고치돈 씨는 이윤도의 학살극을 1999년 제민일보 4·3취재반에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이윤도의 학살극은 도저히 잊을 수 없다. 그날 지서에서는 소위 ‘도피자 가족’을 지서로 끌고 가 모진 고문을 했다. 그들이 총살터로 끌려갈 적엔 이미 기진맥진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이윤도는 특공대원에게 그들을 찌르라고 강요하다가 스스로 칼을 꺼내더니 한 명씩 등을 찔렀다. (...생략...) 그때 약 80명이 희생됐는데 여자가 더 많았다. 여자들 중에는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윤도는 젖먹이가 죽은 엄마 앞에서 바둥거리자 칼로 아기를 찔러 위로 치켜들며 위세를 보였다. (...생략...)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지난 3월 31일 외도에서 ‘절뒤’라고 불리는 곳을 찾아다녔다.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서 찾기 힘들었다. 여러 사람이 이곳이었을 것이라는 추정만할 뿐이었다. ⓒ민중의소리

외도지서에서 근무하던 이윤도 등은 ‘도피자 가족’들을 잡아다 ‘절뒤’라 불리는 곳으로 끌고 간 뒤 학살했다. 그중 ‘이완영 일가족 학살 사건’은 1960년 4·19 혁명 직후 구성된 국회 양민학살조사특별위원회에 외도 주민들이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949년 2월 14일 외도지서는 이완영(40)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아버지(67)·어머니(63) 그리고 아내(41), 10대 자녀 둘, 8살·7살·3살 자녀 셋, 며느리(22)와 생후 10일된 손자를 죽창으로 죽였다는 내용이었다. 이완영은 일가족을 잃은 뒤 약 1달 만에 토벌대에 붙잡혀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1950년 1월 옥사했다. 아무리 야만의 시대라지만, 생후 10일된 손자까지 잔인하게 죽여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찰 뒤편’이라는 의미의 이곳 학살터 ‘절뒤’도 가보았으나, 현재 아스팔트 도로가 깔리고 건물이 세워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담장 너머로 분홍빛 풀또기(장미과 관목)꽃만 만개해 있었다.

 

 

 

 

 

 
지난 4월 1일 ‘조천지서 앞밭 학살터’를 찾았다. 동네 주민들은 “저곳”이라며 손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새 건물이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에 노는 땅은 잡초만 무성했다. 이 땅 도로 건너편에는 지구대가 하나 있었는데, 지구대가 있는 자리가 조천지서 터였다. ⓒ민중의소리

 

 

③ 서청 출신 경찰들 있던 조천지서·삼양지서
흔적은 없지만, 주민들이 손으로 가리킨 곳

지난 1일 성산포 터진목 학살터를 방문했다가 시내로 돌아오며 조천지서 터와 삼양지서 터도 들렸다. 이곳에서도 4·3 당시 서청 출신 경찰이 근무하면서 잔인한 학살극이 벌어졌다.

당시 조천지서 경찰들도,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집에 없으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도피자 가족’으로 간주하고 지서 근처 창고에 잡아넣었다. 그렇게 잡힌 126명의 ‘도피자 가족’은 조천지서 인근 ‘조천지서 앞 밭’이란 곳에서 집단 총살당했다. 희생자 126명 중 10살 미만 유·아동은 26명이었다. 총살당한 김군선의 손녀와 방상규의 아들 등 3명은 겨우 1살이었다.

‘조천지서 앞밭’은 새 건물이 올라간 상태였고, 공터로 남은 곳도 풀만 무성했다.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어느 곳에서 섬사람들이 무참히 살해당했는지 기억한다는 듯 “저곳”이라며 한곳을 가리켰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주름 깊은 한 주민은 “저기 하얀 차 세워진 곳 있지예? 저기가 예전에 사람들 막 죽인 곳이우다”라고 말했다.

 

 

 

삼양지서 터도 비슷했다. 새 건물이 세워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고, 오래된 것은 울타리 쳐진 폭낭뿐이었다. 폭낭은 성인 두 명이 팔 벌려 껴안아도 다 감싸지 못할 정도로 컸다.
 
삼양지서에는 악명 높은 서청 출신 경찰 정용철이 근무했다. 지난 1일 찾은 삼양지서 터에는 별다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커다란 고목만 있을 뿐이었다. ⓒ민중의소리

 

 

 

이윤도 뛰어넘는 삼양지서 정용철

삼양지터에서 근무했던 서청 출신 경찰 정용철은 이윤도 못지않게 잔인했다.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는 제주경찰 10기생으로 4·3 당시 삼양지서에서 잠시 근무했던 김제진 씨와 대한청년단 분대장이었던 고봉수 씨의 증언이 담겼다.

김제진 씨는 정용철의 학살극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서청 출신 정 주임은 너무 잔인했다. 여자들 옷을 벗겨 더러운 행위를 하는 것도 봤다. 그 추운 겨울날 옷을 벗긴 채 망루 위에 오랜 시간 앉혔다. (중략) 그러다 날이 밝으면 삼양지서 옆 밭에서 수십명씩 잡아다 죽였다. 차라리 총으로 쏘아 죽일 것이지, 그 마을 대동청년단원들에게 창으로 찌르도록 강요했다.” 4.3 당시 제주의 청년들은 좌익으로 몰려 죽지 않기 위해 대동청년단원과 같은 보수단체에 가입해 서청 출신 경찰의 손발이 되기도 했는데, 서청 출신 경찰들은 이같이 같은 마을에 살던 이웃을 살해하게끔 종용하다 시원치 않으면 자신이 직접 죽였다.

고봉수 씨가 증언한 정용철의 학살극은 상상조차 힘든 수준이었다. “하루는 아침에 정기보고를 하러 지서에 갔더니, 남편이 입산했다는 이유로 젊은 여자 한 명이 끌려와 있었다. 그런데 정 주임은 웬일인지 총구를 난로 속에 넣고 있었다. 그러고는 젊은 여자를 홀딱 벗겼다. 임신한 상태였다. 정 주임은 시뻘겋게 달궈진 총구를 그녀의 몸속으로 찔러 넣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정 주임은 그 짓을 하다 지서 옆 밭에서 머리에 휘발유를 뿌려 태워 죽였다. 우리에게 시신 위로 흙을 덮으라고 했는데, 아직 ... (생략)”

이날 희생된 여성은 21세의 김진옥. 당시 산으로 피신했던 김태생의 아내였다. 김태생은 이날 아내와 부모를 잃었고, 이튿날 처조부를, 이후 며칠 만에 장모와 처제까지 잃었다. 김태생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이토록 잔인했던 정용철에게도 연정을 품은 여성이 있었다. 정용철과 같은 서북청년회 단원으로 경찰이 되어 제주에 파견 갔던 김시훈은 그를 다음과 같이 떠올렸다고 한다. “성격이 좀 이상해서 자기 비위에 거슬리면 당장 총을 끄집어내 쏘려고 했다. 당시 경찰관이 사람 하나 죽이는 것은 파리새끼 죽이는 것처럼 간단했다. 그런데 그도 ‘이옥’이라는 처녀에게 반해 면회도 하던 사람이었다.”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이 같은 정용철의 양면성을 짚으며 “서청 단원들도 어쩌면 역사의 희생자일지 모른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누가 그들의 처지를 이용했는지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문제는 서청을 사주한 자들”이라며 “왜 서청 단원들이 경찰로 둔갑해 제주에 파견됐으며, 어떻게 처음부터 경위로 특채될 정도로 우대받았는가? 이에 대해 미군보고서는 이승만의 결정에 따라 과격한 반공주의자로 주목받는 서청 단원을 경찰로 만들었으며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단원 20명을 모아오면 그중 일부를 특채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1일 ‘조천지서 앞밭 학살터’를 찾았다. 동네 주민들은 “저곳”이라며 손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새 건물이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에 노는 땅은 잡초만 무성했다. 이 땅 도로 건너편에는 지구대가 하나 있었는데, 지구대가 있는 자리가 조천지서 터였다. ⓒ민중의소리

 

 

 

4월 3일 추념식 찾는 서북청년단
75주년 4·3 추념식 장소 앞 집회신고

지난 3월 31일~4월 1일 이틀 동안 이곳을 돌아본 이유는 제주도민이 ‘서북청년회’라는 이름에서 느끼는 고통과 상처가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기 위함이었다. 이날 돌아본 제주4·3 터에서 벌어진 서청의 학살은 극히 일부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제주도민이 서청이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태영호 의원이 제주4·3 역사를 다시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리는 ‘북한 지령설’을 서슴지 않고 꺼내고, 여당도 구두경고로 이를 묵인하더니, 극우정당들이 제주도 전역에 태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현수막을 달기에 이르렀다.

 

 

 

서북청년단 정함철 씨는 지난 3월 23일 제주동부경찰서에 오는 4월 3일 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 앞 등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서북청년단이 카페에 공개한 집회신고서와 과거 집회 사진

그리고 그 서청의 의지와 정신을 잇겠다는 단체가 ‘서북청년단’이란 이름으로 오는 4월 3일 제주도를 찾는다. 4월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 앞에서도 서북청년단 깃발을 흔들며 집회를 하겠다고 옥외집회 신고서도 접수한 상태다.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정함철 씨는 2일 제주도로 향하며 서북청년단 페이스북 페이지에 “좌익(거짓과 어둠)의 해방구로 전락한 제주도민들의 병든 양심이 치유되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서청이 행했던 일들이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듯.

이에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뀐 지 1년 만에 1948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한탄이 나온다. 학살터를 돌고, 시내의 한 카페로 이동하던 중 만난 한 택시기사는 최근 극우정당의 현수막과 서북청년단 집회예고 등에 대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현수막을 보면 기분이 안 좋다. 아마 제주사람이면 다 그렇겠지. 근데 방법이 없다. 훼손하면 우리가 잡혀가니까. 제주사람이 한 거라면 말이라도 할 텐데, 외부인이...다른 해에는 이런 적 없었는데, 누가 시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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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친일을 강요하지 말라!”…33차 촛불대행진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4/0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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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밀정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라는 부제를 달고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33차 촛불대행진’이 4월 1일 오후 4시 반 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렸다.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화창한 날씨에 많은 시민이 거리에 나와 분위기가 흥성거렸다. 

 

주최 측인 촛불행동은 이날 집회에 연인원 3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 이인선 객원기자

 

다음날인 4월 2일은 1989년 문익환 목사가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 통일을 합의한 날이다. 

 

촛불대행진을 공식 후원한 ‘검찰독재와 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대표해 무대에 오른 이부영(80)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오늘 저는 오전에 동료들과 함께 모란공원에 있는 통일 기념탑에 가서 문익환 목사님, 정경모 선생님, 유원호 선생님 그 세 분의 추모를 하고 돌아왔다. 우리 모두 그분들의 뜻을 이어받아서 한반도 평화를 지켜갑시다”라고 호소했다. 

 

이 명예이사장은 “윤석열 정권은 한반도 평화를 지향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민주정권들을 용공으로 몰면서 한·미·일 핵무기를 동원한 군사훈련을 계속 강행하고 있다”라며 “한반도는 지금 정말 백척간두에 선 위험한 전쟁 위기에 빠져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는 4월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다시 사고를 치지 않겠나 국민들은 걱정이 태산 같다. 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일·한 군사동맹에 합의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것은 바로 백여 년 전에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과 한국을 나눠 먹기 위해서 만들었던 태프트-가쓰라 조약을 다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친일을 강요하지 말라!”, “한중 관계를 끊으려는 미국과 일본의 음모를 분쇄하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 이인선 객원기자

 

참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현장 인터뷰 시간에 서울에서 온 유 모 씨(40)는 “왜 청와대를 놔두고 국방부에 들어갔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라고 하였다. 

 

또 안양에서 온 24세 청년은 자신을 민주당 당원이라고 소개한 뒤 “우리나라와 민족의 삶을 파탄 내고도 무사해지고 싶었느냐? 우리가 꼭 네 놈을 끌어내려서 철창에 처넣어주겠다. 어디 한번 끝까지 해보자!”라고 외쳤다. 

 

인터뷰를 진행한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민주당 소속 청년 정치인들에게 다 거리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용산에서 온 여성은 “김건희가 대통령 부인이 돼도 조용히 내조하겠다고 했는데 명백한 기망죄이고 선거법 위반 아닐까? 촛불행동이 대표로 김건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 오솔잎 씨의 지도로 단지기를 이용한 상징 행동을 하고 있다.     © 이인선 객원기자

 

짤막 강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김학규 제주4.3 평화인권 강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까지 한 제주 4.3사건을 왜곡하려는 무리가 나타났다. 국힘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태영호가 제주 4.3은 북한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했다”라며 “태영호의 이런 행태는 상습적이다. 5.18 민주화운동 때는 북한군 개입설을 들고나왔다. 자신들의 정치 위기가 생기면 항상 마지막 수단으로 색깔론을 쓴다”라고 지적했다. 

 

김 강사는 제주 4.3의 진실을 13분에 걸쳐 자세히 설명하면서 “제주도민들 왜 그렇게 억울하게 3만 명이나 희생됐는가. 바로 분단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제 분단을 끝장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제주 4.3 당시 남한은 미군정이 지배하고 있었다. 미국은 지금까지도 제주 4.3에 대해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꼭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김학규 제주4.3 평화인권 강사.     © 이인선 객원기자

 

2부 사회를 맡은 김지선 강남촛불행동 대표는 무대에 올라 “대통령이 밀정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정부는 한일회담 전모를 공개하라”,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한다!”, “사대매국 외교부 장관 박진은 사퇴하라!”, “사대매국 친일정당 국힘당은 해체하라!”, “일본은 독도 침탈 중지하라!”, “국회는 헌법 파괴자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가수 김현성 씨가 「이등병의 편지」, 「독도는 할아버지의 집」, 「평화의 소녀상」을 불렀다.     © 이인선 객원기자

 

다큐멘터리 「그림자꽃」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탈북자 김련희 씨가 같은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태영호의 거짓말을 폭로하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김 씨는 “윤석열 정부는 탈북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남남 갈등을 조성하고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라며 “탈북자 태영호는 대학 시절부터 4.3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북한이라고 배웠다고 망발을 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북한 교과서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고 저는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북한에 코로나를 퍼뜨려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자면서 코로나 환자들의 침이나 콧물을 고액으로 구매해서 페트병과 풍선을 이용해 코로나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폐와 쌀을 북쪽으로 보내던 탈북자들”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민주당 대변인을 지냈던 김현정 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장은 “민주당은 굴욕적인 한일 외교에 대해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서 그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라고 다짐했다.

 

▲ 김현정 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장.     © 이인선 객원기자

 

▲ 인기 순서인 퇴진뉴스의 ‘서준맘’이 김성한 안보실장 사퇴와 독도 관련 내용을 왜곡한 일본 교과서 문제를 재치 있게 소개했다.     © 이인선 객원기자

 

이정헌 전 JTBC 앵커는 “대한민국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갈수록 더 비탈지고 악화하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앵커를 그만두고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하였다. 

 

▲ 이정헌 전 JTBC 앵커.     © 이인선 객원기자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부패 언론의 8가지 죄를 열거했다. 

 

1. 진실을 감추고 거짓을 선동한 죄

2.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의 친일 매국 행위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죄

3. 경제와 안보를 망친 윤석열 정권의 무능을 못 본 척 눈감아 준 죄

4. 상식과 민주주의 정의를 파괴한 죄

5. 제1 야당 대표의 진정성과 업적을 가리고 악마화한 죄

6. 법의 공정성을 해치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그대로 받아 쓴 죄

7.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윤석열의 권력 남용을 묵인한 죄

8.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포기한 죄

 

▲ 극단 ‘경험과 상상’의 공연.     © 이인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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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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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 6개월 연속 감소…13개월째 무역 적자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운행하고 있다. 2022.11.23. ⓒ뉴시스
한국 수출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행진은 13개월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13.6% 감소한 551억3천만달러, 수입액은 6.4% 줄어든 597억5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 급감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8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5% 급감하며 8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제품 가격 급락 등의 영향이 컸다. 수입에선 에너지 부문 감소 폭이 컸다. 전년 대비 원유가 -6.1%, 가스가 -25.0% 등으로 축소되며 11.1% 줄어들었다.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수출의 감소세는 지난해 3월 역대 최고 실적(638억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영향을 끼쳤다.

무역적자는 46억2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연속 적자다. 다만 무역 적자 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올 1월 127억 달러였던 무역적자는 2월 53억달러 적자에서 지난달 46억달러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무역수지는 지난 1월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와 함께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함께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수출 회복을 위해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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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일본의 밀정인가?".."오늘은 우리가 안중근이다"

용산주민단체,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친일 외교 중단 촉구' 회견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4.01 17:41
  •  
  •  수정 2023.04.0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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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용산촛불행동 준비위원회를 비롯한 주민단체들이 1일 오후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세워져 있는 용산역 광장에서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와 친일외교 중단, 한미일군사동맹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용산촛불행동 준비위원회를 비롯한 주민단체들이 1일 오후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세워져 있는 용산역 광장에서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와 친일외교 중단, 한미일군사동맹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른바 '제3자 대위변제' 방안으로 한일관계의 미래를 열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왜 '친일 매국적 행위'로 지탄받는지가 여실히 드러난 한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해국과 전범기업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 국민의 뜻을 묵살하고 사법부의 확정판결도 잘못된 것이라며 피해국가 정부가 대신 나서 해결하겠다는 '강제동원 해법'을 들고 일본을 방문해서 구상권 포기까지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그 뒤 돌아온 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수산물 수입 요구와 독도 영유권 주장, 소학교 교과서 개정 등 반성없는 일본의 끝없는 요구뿐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왜 일본 입장만 그토록 헤아리나'. '대한민국의 미래는 오직 국민만이 결정한다', '이제 그만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국민적 저항이 매주 범국민대회로 표출되는 가운데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대륙침략의 병참기지로 사용하며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고된 여정이 시작된 용산역 광장에서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와 친일외교 중단, 한미일군사동맹 해체'를 촉구하는 용산주민들의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용산촛불행동 준비위원회, 용산시민연대, 동자동사랑방 등 지역 주민단체들과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지역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은 강제징용노동자상과 '대통령이 밀정인가?'라는 현수막을 앞세워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용산주민들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친일외교와 전쟁책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며, "친일매국행보를 고집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욱 식민지역사박물관 사무국장은 기자회견 제목의 '밀정'이라는 표현에 대해 "밀정이란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암약하는 자"를 뜻하는데 윤석열은 아예 드러내놓고 친일 매국행위를 하고 있으니 '매국노'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제동원 증언자료와 자료는 차고 넘치는데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듣지도 않고 일본 입장만 대변한 강제동원 해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일본의 요구만 잔뜩 들고온 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더 나라를 팔아먹는지 지켜보고, 분노하고, 함께 행동에 나서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김아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용산구 부위원장은 핏자국이 선명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태극기'를 들고 나와 항일독립의 정신을 되새기고, 오장록 정의당 용산구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용산구 효창원 안중근 의사 허묘에서 진행된 안중근 의사 순국 113주기 추모식때 발표된 '안중근 의사가 대통령 윤석열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해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편지속 안중근 의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강도를 방비하라 △겨레가 하나되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초심을 간직하라 △사사로움을 버리라는 당부와 함께 '사람은 희생과 절제를 통해서만 정화되고 성숙하기 마련'이니 △술을 끊으라는 5가지 책무를 언급하고는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양심성찰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 참고)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형인 용은중 용산구 작은도서관 고래이야기 대표는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전 검사 아들의 학교폭력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아이와 가족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네가 약해서 그런 일을 당한 것이다', '단순한 장난이었는데 과하게 반응하지 말라', '지난일이니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정씨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언론플레이하기 급급하고, 일본은 50여차례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진정한 사과란 어떤 것인지를 먼저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은 교과서에서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우기고 강제징용도 부정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교육을 받고 자란 다음 세대가 우리 아이들과 될 수 있겠나"라며 "까딱하다가는 일본과 친구가 되기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들이 배우는 내용을 가르칠 기세"라고 개탄했다.

권말선 시인은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라는 제목의 시를 낭독해 "거꾸로 흐르는 역사를 바로 세워/ 앞으로 나아가게 할 힘/ 매국을 끌어내릴 힘/ 윤석열을 끌어내릴 힘/ 오늘은 우리가 안중근이다!"라고 외쳤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대통령이 밀정이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찢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문] <대통령이 밀정인가?> (전문)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 철회, 친일외교 중단, 한미일군사동맹 해체를 요구한다!

용산주민들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친일외교와 전쟁책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 

대통령 윤석열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가리켜 협력파트너라는 망언을 한데 이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공식적 사죄와 배상이 아니라, 한국기업 기금출연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해버렸다. 양금덕 할머니와 같은 강제동원 생존자들은 가해자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강력하게 피력해왔으며 이것은 세계역사상 유례가 없는 보상방식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명예를 더럽힌 반인권적이고 반역사적인 폭거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망국외교는 그동안의 해외순방에서 보인 외교참사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성으로 번지고 있다. 

이것은 국격훼손에서 나아가 앞으로의 이 나라 정치, 경제, 군사, 안보 등 모든 영역에서 기본을 뒤집는 헌정파괴이자 친일청산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윤석열 정부는 중단됐던 지소미아를 정상화함으로써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훈련을 빙자해 자위대를 독도 인근까지 끌어들였으며, 지난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독도를 내어주는 밀실합의 의혹마저 제기되어 친일행각의 끝판을 시전하고 있다.

게다가 한미일삼각동맹을 통해 미국은 각종 군사훈련과 전략자산을 대거 전개하는 전쟁예행연습을 벌이면서 한국민들의 전쟁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한미일삼각동맹은 바로 전쟁을 위한 동맹이다. 미국은 한일관계 악화가 한미일삼각동맹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에 윤석열의 친일행보에 노골적인 지지입장을 표했다. 

일본은 자국의 정치경제적 위기를 아시아 패권 탈환으로 극복하기 위해서 전쟁위험에 대해 선제공격이 가능토록 법 개정까지 마쳤다. 미국이 세계강국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윤석열은 영혼까지 바쳐 돕고 있음을 국민들은 분명히 알고 있고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평화와 올바른 번영을 바라는 국민들은 대한민국 1등 영업사원이 되겠다더니 나라를 통째로 팔아먹고 있는 윤석열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을 통해서만 강제징용 피해자의 자존은 회복될 수 있고, 나라의 미래 또한 전쟁책동을 통한 억지안보가 아닌 역사 바로 세우기와 평화수호를 통해 민족적 존엄회복으로 보장될 수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친일매국행보를 고집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 철회하고, 망국적인 친일외교 중단하라!
-전쟁책동 고조시키는 한미일군사동맹 해체하라!
-일등 영업사원 된다더니 미국과 일본에 나라 팔아먹는 윤석열은 물러가라!

2023년 4월 1일 

용산시민연대/동자동사랑방/정의당 용산구 지역위원회/진보당 용산/녹색당 /용산용산촛불행동(준)

 

안중근 의사가 대통령 윤석열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

"너희 손은 피투성이, 몸을 씻어 정결케 하여라."(이사야 1,16)

"아합처럼 아내 이세벨의 충동질에 넘어가 자신을 팔면서 까지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지른 자는 일찍이 없었다."(1열왕 21,25)

내가 여순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죄상을 만방에 알리고 이승을 떠난 지 올해로 113년일세. 최근 자네의 언행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하느님의 특은(特恩)을 받아 효창원 이곳 빈 무덤 추모현장을 찾아왔네. 강산이 열 번도 더 변하고 수백 번의 새봄이 찾아왔건만, 나는 여전히 내 마지막 소원을 되뇌고 있네. 온 겨레의 완전한 독립이라는 나의 소원은 아득하고, 심지어 만개 못 하고 떨어지는 꽃잎처럼 뭇 발에 짓밟히고 있기 때문일세. 

이등박문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여순 법정에 섰을 때, 나는 이 재판정을 대한독립을 위한 세계 여론의 장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네. 나의 목숨을 불쏘시개 삼아 조선의 독립을 앞당기길 원했던 걸세. 예상대로 미조부치 검사는 나를 무도한 폭도, 계율을 어긴 살인자로 몰아붙였네. 내가 이등을 주살한 것은 내 나라와 동포를 위한 정당방위이며, 악인이 내 나라를 해할 때 공동체의 이름으로 제거하는 것은 더 큰 사랑의 원리라고 밝혔네. 

나는 미조부치 앞에서 "우리의 힘이 부족하면 우리의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나서서 독립의 뜻을 꺾지 않을 것이니, 기어코 우리 대한은 일제의 마수에서 벗어나고 너희를 심판하고 처단할 것이다"라고 당당히 주장했네. 오래 전 나의 주장이 부끄러워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네.

자네도 알겠지만, 나는 독립운동을 결의하며 왼손 약지를 잘라 혈서를 썼네. 단지(斷指) 동맹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정천(正天) 동맹이네. 하늘을 우러러 바르게 살자는 뜻이네. 부디 하늘을 두려워하게. 하늘은 정의이고 평화이고 공존이네. 하늘의 뜻에서 어긋난 것은 반드시 사달이 나더군. 나는 나라 잃은 의병이지만, 비록 반쪽이긴 하지만 자네는 독립된 나라의 대통령 아닌가.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은 무겁고 무섭네. 그런 뜻에서 자네에게 다섯 가지를 당부하려니, 부디 허투루 듣지 않길 바라네.

첫째는 강도를 방비하라는 것이네. 내 땅을 호시탐탐 노리고 내 부모형제를 유린했던 자가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면, 그 자를 늘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족을 지켜야 할 가장이 되어서 도발하는 강도를 뻔히 보고만 있다면 그 죄는 매우 클 것이네. 강도의 죄를 면해주고 함께 잘 살자 하겠다고? 아마 강도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고 좋아할 걸세.

지난 3.1 독립선언기념식에서 자네가 "우리가 부족해 침탈을 당했다"라고 했을 때 매우 부끄럽고 가슴이 아팠네. 자네는 대통령 아닌가. 그 부족한 부분이 바로 자네 자신임을 깨달아야하네 나는 동양평화론 을 주창했네. 그러니 언제까지나 가슴속에 칼을 품고 있자는 게 아니네. 공존, 공영, 공생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그것은 절대 어정쩡한 화해나 봉합으로 시작해서는 안 되네. 진정한 반성이 확인되기 전에는, 강도가 내 땅을 한 치도 탐내지 못하도록, 내 동포를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단속해야 하네.

둘째는 겨레가 하나 되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네. 내가 꿈꾼 나라는 허리가 잘린 나라가 아니네. 북에서 미사일이 날고 남에서 전투기와 잠수함이 맞대응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네. 우리 겨레는 결코 이방인이 지도 위에 그린 선으로 나눠지지 않을 걸세. 

외세를 끌어들이고 남북의 분열과 긴장을 부추겨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했던 자들이 어찌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북은 결코 적이 아니라 우리와 말이 같은 한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한 형제자매 들 이라네. 그러니 평화공존과 통일을 목표로 삼아 일치하도록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네. 

셋째는 초심을 간직하라는 것이네. 자네는 대통령에 나서면서 많은 약속을 했네. 분명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했을 것이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권력에 익숙해졌을 것이네. 그러나 매일 밤, 자네가 했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네. 만일 언론, 재벌, 부자 등 기득권과 손잡고 노동자, 농민, 장애인, 청년, 여성 등 약자들을 적대시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유혹에 빠졌다면 한시 바삐 정신 차려야 하네.

넷째는 사사로움을 버리라는 것이네. 지금 대한민국에서 검찰은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비겁하고 졸렬한 집단, 권력의 개로 묘사되더군. 검찰 출신인 자네는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더욱 깊이 반성해야 하네. 무엇보다 자네의 처와 장모 등 가족의 잘못을 다시 들여다보게. 정적이나 반대파의 티끌 같은 잘못은 들보로 보고, 내 편이나 가족의 들보 같은 잘못은 티끌로 봐서야 되겠는가?(마태오7,4-5 참조) 

다섯째는 술을 끊으라는 것이네. 나도 자네 못지않게 술을 좋아하지만, 조국이 독립되는 그날까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단주했네. 자네는 냉철한 판단과 급박한 결정이 필요한 대통령 아닌가. 대통령 임기가 겨우 5년이네. 부디 결단하기바라네 물론 힘들 걸세. 하지만 사람은 희생과 절제를 통해서만 정화되고 성숙하기 마련일세. 

이상이 나의 다섯 가지 당부라네. 사실 당부라기보다 책무에 가깝네. 이런 기본 책무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나는 자네가 대통령의 자리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네. 나의 조언을 듣고 안 듣고는 자네의 몫이지만, 역사 속에서 책무를 팽개친 지도자의 말로는 늘 비참했음을 잊지 말게. 부디 자네가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양심성찰하길 바랄 뿐이네.

마지막으로 나의 유해를 찾겠다며 남과 북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에게 전하네. 고마우나 그만하면 되었네. 나는 효창원에 있는 빈 무덤이면 족하네. 내가 묻힐 곳은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기 때문이네. 나는 8천만 겨레의 가슴속에 묻히길 원하네. 그대들의 가슴과 가슴에 나를 묻어주기를…

"하느님, 자비를 베푸소서. 저의 기도와 우리 겨레의 간절한 염원을 들어 허락하소서. 성령 안에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23년 3월 26일 효창원 빈 무덤에서 

8천만 온 겨레와 함께 남북의 일치와 화해를 확신하며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전문)

-권말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지만
실은
우리 민중은
오욕에 물든 역사
한시도 잊은 적 없다

그러나 저 민족반역자들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인간이길 바라며
반성하길 바라며
두루뭉술 넘겨온 탓으로
시대는 안타까이
거꾸로, 거꾸로만 흐른다

과연 지금이 2023년의 대한민국인가?
아니, 아니다
거꾸로 거꾸로 흐르다 결국
1909년의 하얼빈역까지 밀려왔다.
열차가 멈추고 이토 히로부미가 내린다
세상 다 가진 듯 우쭐대는 기름진 얼굴
아니, 아니
자세히 보니 윤석열이다
아니, 아니다
더 자세히 보니
온갖 매국노들의 얼굴이 합쳐진
괴물의 형상이다

이게 어디 2023년의 대한민국이란 말인가?
광장에 일장기, 성조기가 펄럭이고
독도 앞바다에 전범기 함부로 나부끼고
친일이 무슨 문제냐며 감히 대들고
강제동원, 일본군 성노예의 한을 짓밟고
군사주권도 민족 자존심도 던져버린 채
일본에 면죄부 주며 알랑거리는
친일파, 매국노 아니 어쩌면
이토 히로부미의 검은 피를 수혈한
윤석열, 저 일본놈이 거침없이 활보하는
다시 끔찍한 제국의 시대다

1909년의 하얼빈역
열차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내린다
자, 그러니 우리에겐 지금
다시 안중근의 시대다
다시 3.1독립만세의 시대요
다시 항일투사들의 시대다

촛불을 높이 들었는가
애국, 평화, 자주를 무장하였는가

탕! 탕! 탕!
제국의 심장을 꺽어버린
의사 안중근의 총성
촛불이 이어가야 할 때다
청산해야 할 때다

미국 손가락 끝에서 놀아나는
일본 손가락 끝에서 놀아나는
멍청한 윤석열과
곳곳에 숨은 좀벌레 같은
모-든 사악한 윤석열들을
청산해야 할 때다
다시 숨 쉬지 못하게 해야 한다

거꾸로 흐르는 역사를 바로 세워
앞으로 나아가게 할 힘
눈부신 촛불, 영웅
매국을 끌어내릴 힘
윤석열을 끌어내릴 힘
오늘은 우리가 안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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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돌봄’ 학교 비정규직, 사상 초유의 신학기 총파업 “교육부 책임”

“누군가의 폐를 망가뜨리며 먹는 급식인지 차마 알지 못했다” 고개 숙인 학부모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에서 임금차별복지차별 철폐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권리 쟁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급식과 돌봄 업무에 종사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1일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폐암 환자가 속출하는 죽음의 급식실, 충분한 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는 돌봄정책, 차별적인 임금체계 등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면서다. 새 학기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이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등이 모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전국에서 일제히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과 지난해 9월부터 집단 임금교섭을 진행 중인데 새 학기가 시작된 3월이 다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임금교섭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보통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타결이 됐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작년 11월에 이어 처음으로 새 학기가 시작된 3월에 총파업을 다시 벌이게 된 이유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종별로 1유형, 2유형, 유형 외 등으로 구분하고, 서로 다른 임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이러한 임금체계와 수준을 나누는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여기에 일부 직종은 별도의 임금 기준이 적용되면서 직종 간·유형 간 기본급 차이가 발생하고, 기본급 외 수당은 지역별·직종별로 천차만별이다. 이에 연대회의는 단일 기본급 체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지만, 교육당국은 묵묵부답이다.

총파업에 나선 건 임금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급식 노동자들은 폐암을 조장하는 노동환경 개선과 적정인력 충원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돌봄 노동자들은 인력 확충도 없이 ‘늘봄학교’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 규모는 작년 11월과 마찬가지로 전국에서 2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교육공무직의 약 13%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전국에 있는 유·초·중·고교 가운데 상당수의 급식과 돌봄이 중단됐다. 교육당국은 식단을 간소화하거나 도시락을 지참하게 하고, 빵이나 우유 등의 대체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또 돌봄과 특수교육 분야에서는 학교 내 교직원을 활용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가 열리는 서울시청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전국 곳곳에서 총파업대회 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도대체 얼마나 더 견뎌야 하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각 지역 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교육당국의 책임을 요구했다. 수도권의 경우 학비노조는 숭례문 앞에서,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서울교육청 앞에서 각각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특히 급식 노동자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학비노조는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4차로를 가득 메우고 용산 대통령실부터 숭례문 앞까지 행진하며 대국민 호소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폐암으로 사망한 동료 노동자들의 영정을 안고서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급실시에서 13년째 근무하다가 작년 8월 폐암 판정을 받고 현재 “스스로 회복 중”이라는 학비노조의 한 조합원은 “2시간 동안 23명이 1200인분을 만들어야 하는 학교 급식실의 인력을 관공서와 기업 배치 기준에 맞춰서 개선해달라”며 “조리실 시설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안전한 현장으로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은 총파업대회에서 “일주일 사이에 또 한 명의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며 “오로지 우리 아이들의 따뜻한 밥 한 끼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그렇게 큰 죄인가”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또한 박 위원장은 “전국의 모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똑같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동일한 임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집단 교섭을 통해서 요청했다”며 “하지만 어느 교육청도, 교육부도, 정부도 이 문제를 책임지고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위원장은 “이 투쟁을 준비하는데 얼마 전 어느 학부모 한 분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격려의 말씀을 보내주셨다. 여러분이 안전해야 아이들이 안전하다, 여러분들이 건강해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투쟁과 요구는 오늘의 이 총파업은 정당하다, 지지하겠다, 힘내라고 하셨다”며 “우리는 오늘 총파업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투쟁으로 기필코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최진선 학비노조 경기지부장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30% 이상이 폐에 문제가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폐암이 의심된다는 동료들이 300명이 넘어섰다. 날마다 들려오는 폐암 확진 소식은 점점 더 우리의 마음을 움추리게 한다”며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가. 우리는 살고 싶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그래서 밝은 얼굴과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마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또한 “정부는 아이들의 돌봄 서비스를 늘리겠다고 한다. 시간도 늘리고 밥도 주겠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정작 일을 하는 사람들은 늘리지 않고 일한 만큼의 보상도 해줄 생각이 없다. 정부는 자신들의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우리 비정규직 돌봄 선생님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강요된 희생에 굴복할 수 없다. 아이들의 더 행복한 학교 생활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고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이윤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 역시 총파업대회에서 “학생을 위한 교육복지라는 건 좋은 방향이다. 학교의 모든 정책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야 말로 교육복지의 주체로서 교육복지의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교육복지 사업들이 어떻게 이뤄져 왔는가. 우리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서 얼기설기 만들어온 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교육복지 현실이다. 그렇게 착취를 견뎌온 우리 노동자들이 이제는 더 못 버티고 쓰러지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 노동자들의 위험은, 결국 학생들까지 위험하게 만든다”고 성토했다.

또한 이 본부장은 “우리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취약계층이다. 차별받는 당사자다. 심지어 우리 교육공무직 안에서도 지역차별과 직종차별 등을 조장하며 이중삼중 차별을 만들고 있다”며 “그런데 그 차별을 누가 조장해왔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외면한 채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이야기한들, 결국엔 제 눈의 들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없애려는 것이 아닌, 그저 노동자들을 갈라치고 분열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하지만 우리를 분열시키려 할수록, 우리는 더 단단하게 단결할 것”이라며 “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차별을 꺾고, 우리를 옥죄는 부당한 처우와 저임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단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가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실질임금 인상, 차별철폐 임금체계 쟁취, 안전한게 일할 권리 쟁취, 교육감이 책임져라' 3.31 총파업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31. ⓒ뉴시스

 

“누군가의 폐를 망가뜨리며 먹는 급식인지 차마 알지 못했다”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에 고개 숙인 학부모 


각계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연대하기 위해 이날 직접 나서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양육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나온 박민아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의 발언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로터 큰 호응을 얻었다.

초등생 두 자녀가 있다는 박 대표는 “굉장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학교 급식에 대해서 아이들이 맛은 있는지, 혹은 충분한 양을 먹는지, 좋은 식재료를 쓰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학교에 급식 모니터링 제도가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식자재 관리는 제대로 되어 있는지, 급식실에 청결함은 어느 정도인지 그런 부분만 묻고 있지 급식실의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어느 부분도 차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급식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해) 제가 매우 좋다고 체크했던 그 반짝반짝 빛나는 청결함이 급식 노동자들의 건강과 맞바꾼 청결이었고, 아이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좋아한다고 반겼던 그 바삭한 튀김류와 볶음밥들이 급식 노동자들의 폐와 맞바꾼 급식이었다는 것에 부끄러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며 “누군가의 폐를 망가뜨리며 먹는 급식인지 차마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또한 박 대표는 “코로나 때 긴급 돌봄으로 학교를 지킨 이들 누구는가. 바로 돌봄 전담사들이었습니다. 그분들 없었으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있지도 못한다”며 “지금 학교를 지켰던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지금 왜 학교에 있어야 될 이 분들이 길거리로 나와 투쟁을 하게 만드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급식 노동자들을 비롯해 학교 안에 있는 모두가 아이들과 양육자들에게는 선생님이다. 그런 선생님들의 건강과 영혼을 갉아먹으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는 없다”며 교육당국이 책임있는 역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외 직업병을 전문으로 다루는 직업환경의학 의사인 이혜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각계를 대표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에서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한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정부 투쟁으로 함께 나아가자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제안했다. 

양 위원장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비정규직 철폐, 임금 차별, 급식실 안전의 문제 어느 것 하나 윤석열 정권의 노동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해결될 수 없다”며 “윤석열 정권은 노동개악을 거칠게 밀어붙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비정규직 양산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의 차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곧 윤석열 정부를 향한 투쟁이 되어야 한다”며 “노동개혁을 막아내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긋지긋한 불평등 세상을 끝장 내고 노동자가 존귀하게 대접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차별 없는 학교 현장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내자”고 당부했다.

연대에 나선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하겠다고 하니까 ‘누가 급식실에서 일하라고 했냐’, ‘누가 비정규직 하라고 했냐’고 하더라. 이건 틀린 말이다”라며 “아이들이 매일 먹는 밥을 짓고 아이들을 돌보는 학교를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는 법, 그리고 그 법을 만든 정치가 문제”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면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는 나쁜 정치를 우리가 함께 바꾸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신학기 총파업 대회에서 임금차별복지차별 철폐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권리 쟁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31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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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9개월 울면서 떠난 한국에서 제 흔적을 찾고 싶습니다"

[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22) "내 생일·이름 모두 정확하지 않습니다"

루이스 힐러럽 한슨루이스 힐러럽 한슨 해외입양인  |  기사입력 2023.04.01. 08:05:20

 

1976년 9월 21일. 내 (입양)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사실 알 수 없는 사건이 이날까지 이어졌습니다.

 

처음 두 장의 사진은 서울에 있는 입양기관 홀트에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 중 한장에서 나는 울고 있습니다. 다른 사진에서 나는 울지 않지만 행복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다음 사진은 덴마크의 코펜하겐 공항에서 낯선 사람 (홀리스 씨)이 나를 (양)어머니에게 넘겨주는 사진입니다. 그녀는 매우 행복해 보입니다. 그때 나는 생후 19개월로 추정됩니다.

 

 

 

내(입양)부모님은 저를 데려와서 얼마나 기뻤는지 말씀하셨습니다. 또 내가 도착했을 때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처음으로 내 얼굴이 밝아진 것은 (양)오빠(그도 한국 입양인입니다)를 처음 봤을 때입니다. 나는 걸을 수 있었습니다. 내 서류에는 한국어로 두 단어로 된 짧은 문장을 말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나는 돌보기 쉬운 아기라고 들었습니다. 나는 밤에 9시간을 내리 잤습니다. 나는 2세 때 덴마크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3세 때 나이프와 포크로 먹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5세 때 덴마크어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공부도 곧잘 했습니다. 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나는 덴마크에서 자란 것을 행복하다고 기억하고 그것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감사'일 것입니다. (양)어머니로부터 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꼈습니다. 그게 제 인생을 행복하게 해 준것 같습니다. (양)아버지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에게서도 사랑을 느꼈습니다. 

 

내가 36세 때 식도암으로 (양)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내가 44세이었을 때 (11년 동안 치매를 앓았던) (양)어머니도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나는 생물학적 가족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멀리 여행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 가지 못했지만, 나는 언제든 가족찾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양)부모님이 항상 충분하고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 부모님이 살아 있는 동안 생물학적 가족을 찾기 시작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생물학적 가족을 찾기 위해 입양기관에 편지를 썼고, 그들은 그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늦은 회신을 했습니다. (그들은 내 (양)부모에게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 DNA 샘플을 마이헤리티지(MyHeritage),앤세스트리(Ancestry), 23앤미(23andMe)에 보냈지만, 이 DNA 데이터베이스에서 생물학적 가족 구성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회사들은 자신들이 확보한 DNA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DNA 매칭을 통해 생물학적 가족, 가족의 유전적 이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해외입양인들의 다수가 입양기관을 통해 친생가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해 이런 방법을 통해 가족을 찾은 경우가 꽤 많다. 편집자주) 

 

44세에 처음으로 내가 태어난 나라인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남편과 함께 서울에 있는 입양기관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나를 위해 테이블에 크리넥스를 가져다 주었지만, 친부모에 대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유일한 이야기는 내가 9개월 때 거리에 홀로 남겨졌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 내가 다른 많은 한국 입양인들과 같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입양기관은 내가 남겨졌던 서울의 한 거리의 구글 지도 좌표 세트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내가 매년 축하하는 생일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내 서류에서 내 한국어 이름은 무작위로 선택되었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기 위해 서울 마포 경찰서에 갔고 거기에 DNA 샘플도 남겼습니다. 서울에서 나는 친절을 만났고 곧 다시 방문하기를 희망합니다. 

 

현재 나는 48세입니다. 나는 부모가 없고 나 자신도 아이를 갖는 운이 없었습니다. 생물학적 가족에 대한 정보도 없고, 이를 찾을 희망은 거의 없습니다. 흔적은 여기서 끝납니다. 

 

후기: 

나는 현재 덴마크와 전 세계에서 온 다른 입양인들과 함께 한국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해외입양 과정에서 아동 납치, 서류 조작 등과 같은 불법행위가 저질러져서 발생한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를 돕고 싶습니다. 나와 전 세계의 다른 입양인들을 위해 입양 절차에 대한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이는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에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습니다.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 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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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자주평화원정단,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4.3~7일, 전국 미군기지서 ‘전쟁반대! 한미군사연습 중단!’ 촉구

  • 기자명 김지혜 통신원 
  •  
  •  입력 2023.03.31 19: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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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3일부터 7일까지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전쟁반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2023 전국 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이하 원정단)은 4박 5일동안 전국 미군기지 곳곳을 다니며 전쟁반대와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중단을 요구하는 활동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원정단 활동은 1.5일에 한 번 꼴로 진행되고, 핵잠수함과 핵전략폭격기 등의 전개가 일상화되어 있는 매우 공격적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위험성과 미국의 한반도 전초기지화 심각성을 알리는 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

이장희 원정단 공동단장은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자주평화원정단은 전쟁을 반대하고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의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라며 “정전 70년인 올해 미국의 한반도 전쟁기지화의 문제점을 알리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원정단의 활동에 많은 국민의 성원과 관심, 응원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원정단은 3일(월) 평택을 시작으로 4일(화) 군산, 5일(수) 성주/왜관, 6일(목) 성주/경남, 7일(금) 부산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원정단의 공동단장으로는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 이장희 상임대표(한국외대 명예교수), 전국민중행동 김재하 공동대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은형 부위원장, 4.9 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이면서 평화바람 문정현 신부님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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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군사쿠데타 문건'... 윤 대통령 시험대에 오르다

[김형남의 갑을,병정] 계엄문건 실무자 줄줄이 유죄... 검찰, 조현천 수사 뭘 더 보강한다는 건가

23.03.31 20:54최종 업데이트 23.03.31 23:10

 

 

 

 

 

 

 

 

 

 국군기무사령부가 만든 이른바 계엄령 문건 두 개의 표지. 두 문건에는 모두 결재선이 없다. ⓒ 국회 국방위원회

 
2017년 2월 10일, 박근혜 퇴진 촛불이 한창일 무렵의 일이다.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조현천 중장이 기무사 3처장이었던 소강원 준장을 불렀다. 조 사령관은 계엄령 절차를 물었다.

소 처장은 다시 기무사 수사단장 기 아무 대령을 불러 '자필'로 계엄 절차 보고서를 써오라 지시했다. 기 대령의 지시를 받은 실무자는 5페이지 분량으로 계엄 발동 요건, 선포 절차, 과거 계엄 발동 사례, 합동수사본부 설치 기구도, 합동수사본부 내 각 부서의 임무와 기능, 경비계엄과 비상계엄의 차이 등에 대한 보고서를 손으로 써서 올렸다.

보고서는 2월 13일~14일경에 조 사령관에게 전달되었다. 그런데 보고서를 본 조 사령관은 위수령에 대한 내용도 없고, 내용도 빈약하다며 화를 냈다. 조 사령관은 일반적인 계엄 절차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월 16일, 조 사령관은 소 처장을 다시 불러 '(한민구 국방부) 장관님께서 현 위중한 상황을 고려하여 위수령이나 계엄 관련 절차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며 보고서 작성을 명령했다.

소 처장은 다음 날인 2월 17일, 전국 각지의 기무부대에서 11명의 기무 요원을 차출하여 과천 기무사령부 수사단 208호실에 모았다. 이 방에는 군 인트라넷 망도, 기무 인트라넷 망도, 인터넷 망도 일절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군용 PC도 없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소 처장은 ▲ 비상계엄 선포 절차를 장관 건의부터 선포까지 상황별로 상세히 작성하고 국회가 반대 시 해산 건의 가부를 검토할 것 ▲ 계엄 선포 후 계엄사, 합수본부 수행 절차, 유관기관 조정, 통제 절차를 검토하며, 그 과정에서 계엄 선포 이후 20여 가지 상황을 상정하여 구체적으로 보도 통제, 포고령 구체화, 집회 시위 통제, 정치인 가택연금 등의 상황을 정리할 것 ▲ 기 계획된 국방부, 청와대, 방호 계획을 확인할 것 ▲ 수도권 군부대 통제 계획을 고려할 것 등 계엄 문건 작성의 지침을 줬다.

TF의 이름은 '미래 방첩 업무 발전방안 TF'였고, 모든 문서 작업은 승인되지 않은 비인가 개인 노트북과 USB를 사용해 이뤄졌다. 계엄 문건이 장관에게 보고된 뒤엔 모두 포맷했고, 문서가 담긴 USB 하나만을 남겨뒀다.

계엄 문건은 철저한 위장과 보안 조치 속에 비밀리에 만들어졌고, 시작부터 위법하고 불순한 목적을 띠고 있었다. 이는 모두 소강원 처장의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사건'의 항소심 유죄 판결문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소 처장은 벌금 1000만 원에 처해졌고, 상고를 포기해 해당 판결은 확정된 상태다.

계엄 문건? 군사 쿠테타 문건

법원은 기무사가 비정상적이고 위법적인 방법으로 계엄 문건을 작성하였고, 그 내용 역시 통상적인 계엄 상황을 넘어서는 정치인 연금, 국회 해산 등의 위법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계엄 문건 작성은 기무사 임무 범위 밖의 일이라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

무엇보다 이러한 일들이 모두 조현천 기무사령관의 지시로 이루어졌으며, 계엄 문건이 한민구 장관에게 보고된 것도 사실이라는 점을 사실로 확인해주었다.

한편, 소 처장과 함께 재판을 받던 실무자 전 아무개 중령도 지난 해 10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일에 맞춰 은폐를 목적으로 계엄 문건을 '훈련 2급 비밀'인 것처럼 조작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 원에 처해졌다.

2017년 5월 당시 전씨는 계엄 문건을 2017년 3월에 진행된 키리졸브 훈련 관련 2급 비밀로 조작, 보존 연한을 30년이나 지정해 놓곤 정작 비밀보관소에는 문건을 갖다 두지도 않았으며 문건이 담긴 비인가 USB는 책상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전씨는 계엄문건 수사가 시작되자 해당 USB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USB에 담긴 문건의 제목은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최종 수정일은 2017년 5월 9일이었고 문건에는 특기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USB를 포렌식 하자 이전에 삭제된 문건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장관에게 보고된 시점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작성된 문건의 제목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고 해당 문건에는 국회 해산, 정치인 가택연금, 군부대 배치 계획 등이 담겨 있었다.
 

▲ 입국 직후 체포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2023.3.29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국가관 시험하는 시금석

지난 29일, 5년간 해외로 도주한 조 전 사령관이 귀국했다. 조씨는 태연자약하게 웃으며 공항에 나타나 기자들과 인터뷰까지 했다. 검찰은 수사 중 도주해 5년이나 잠적했던 지명 수배범을 수갑도 채우지 않고 연행했고, 내란음모죄를 뺀 정치 관여와 직권남용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씨는 31일 오후 구속됐다.

2018년 조 전 사령관을 수사하던 노만석 현 서울고등검찰청장 직무대리는 수사 당시 '내란음모죄는 성립된다고 본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노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다스, BBK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특수통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보강수사를 통해 내란음모죄 성립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한다. 이미 5년 전에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놓고, 무엇을 더 보강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계엄 문건은 '계엄령 계획'도 아니다. 계엄사령부가 국회를 해산하고 정치인을 집에 가둘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 문건은 '군사 쿠테타 문건'이라 명명하는 것이 옳다. 군인들이 비밀스러운 사무실에 TF까지 꾸려서 보름이 넘도록 밤낮없이 쿠데타 계획을 문서로 만들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까지 했는데 이것을 단순한 정치 관여, 직권남용으로만 의율할 수는 없다. 반드시 내란음모죄로 기소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조 전 사령관을 옹호하는 이들이 있다. 29일 열린 정정미 헌법재판관 청문회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조현천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기소된 게 하나도 없다"며 대놓고 거짓말까지 하며 조 전 사령관을 두둔하는가 하면, 지난 해 9월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 등이 계엄 문건은 날조된 것이라며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을 상대로 고발장까지 접수했다.

정치 논리 앞에 헌정 질서도, 법원의 판결도 무시 일색이다. 조현천 수사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국가관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헌정 질서 파괴를 시도한 내란범을 대하는 태도가 곧 그들의 헌법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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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사상 초유 ‘신학기 파업’까지 하는 이유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3.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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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학비) 노동자 8만여 명이 총파업에 나선다. 3월 31일 신학기 총파업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학비 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 연대회의)를 꾸려 교육부, 그리고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해 왔다.

▲정부와 교육감의 책임 있는 교섭 ▲주먹구구식 임금체계 대책 마련 ▲학교비정규직 차별 해소 ▲학교 급식실 폐암 대책 마련 등이 노동자들의 요구다.

▲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총파업대회’ [사진 : 뉴시스]

학교 현장 ‘이중구조’가 초래한 총파업

집단교섭은 매년 구정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22년 여름에 시작된 이번 교섭은 유례없이 해를 넘겨 3월 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누가 원인을 제공했을까.

학비 노동자들의 총파업 배경을 살펴보다 보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임금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격차를 해소해 이중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책이 현실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 결과가 학비 노동자들의 파업이다.

이들의 파업을 앞두고, 급식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폐암 사망과 높은 폐암 발생률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폐암 대책 요구는 임금 문제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됐다. 하나씩 살펴보자.

실질임금 삭감… 더 벌어지는 ‘차별’

치킨값이 3만 원이 넘었다. 소비자 물가가 6% 인상, 초고물가 시대다.

2021년 4.6%, 2022년 5.3%.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의 통상임금 인상률이다. 학비 연대회의는 기본급 5% 인상(2유형 기준) 요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용자인 교육감협의회는 2% 인상으로 답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5%)에도 한참을 못 미친다. 근속수당도 인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 최근 3년간 학교비정규직 기본급(2유형)과 최저임금 비교표

* 학비 노동자 기본급은 두 개의 유형이 있다. ‘1유형’엔 교사 대체 직종(돌봄전담사, 사서, 전문상담사 등)이 속하고, ‘2유형’엔 급식실 노동자, 교무실무사, 과학실무사 등이 속한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 강사 직군, 그리고 미화, 당직 등 특수운영 직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유형 외’로 분류된다.

고물가 시대, 사용자 측의 2% 인상안은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

학비 연대회의는 이번 임금 교섭에서 무엇보다 ‘임금체계 개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감이 사용자성을 인정한 게 한 10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 이전에는 학교장이 학비 노동자들의 사용자였는데, 학교장에게 채용권이 있을 때는 같은 학교 안에서 동일 직종의 일을 하면서도 서로의 임금이 얼마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교장 마음대로 임금을 정했기 때문이에요. 현재는 각 시도교육감이 사용자이지만, 지금도 교육청마다 임금체계, 복지가 천차만별입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 노조 박미향 위원장의 말이다.

학교 비정규직엔 100여 종의 직종이 있다. 학비 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급식실 노동자부터, 학교 안에 1명 있는 마필 관리사, 버섯 재배사 등과 같이 나 홀로 직종도 있다. 다양한 직종들 간의 임금체계는 지역마다, 유형마다, 직종마다 다르다.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임금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주먹구구’식 임금체계는 정규직과의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기도 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정규직 노동자 대비 60~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근속이 오래될수록 정규직 대비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명절휴가비만 봐도, 정규직은 근속이 반영돼 190~400만 원 이상 지급받지만, 학교 비정규직은 근속 반영 없이 평생 140만 원 정액을 지급받는다. 차별은 확연하지만 사용자 측은 ‘연 20만 원 정액 인상’ 외에 다른 입장이 없다.

▲ 정규직 대비 교육공무직원(학교 비정규직) 수당 차별 비교.

임금체계가 기본급, 상여금 등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학비 연대회의는 이런 임금체계를 단일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로 바꾸기 위해 본격 협의를 요구했다. ‘임금체계 개편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임금체계 마련을 시작하자고 했지만, 사용자들이 내놓은 답변은 “임금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방법은, 2022년 집단임금교섭 완료 후 3개월간 사측 논의, 이후 7월부터 노사 양측 2회 주관하여 협의한다” 뿐이다.

“노력한다”는 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뜻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방법이라고 내놓은 것은 ‘2회 테이블에서 논의한 만큼 결론을 내거나 논의가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형식적인 절차만 제시하고 ‘이번 교섭만 지나고 보자’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학교 비정규직 차별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 다름 아니다.

▲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사진 : 전국학비노조 부산지부]

“몸에 암 덩어리가 크는지도 몰랐다”… 산재와 저임금

“급식종사자를 대상으로 폐CT를 찍었는데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저는 작년까지 튀김을 자주 맡아 했습니다. 약품 청소도 해야 하는데, 방독마스크 한번 써본 적도 없고, ‘위험하니까 써야 한다’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전판(부침 프라이팬)이나 튀김솥, 오븐이 뜨겁게 달궈져 있는 상태에서 크리너로 닦으면서 수증기를 마셔가며 일했습니다. 구역질이 나고 어지럽기도 했지만 이렇게 치명적인 병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부산의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 확진을 받은 노동자의 얘기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요리 시에 발생하는 조리 연기와 가스에 노출돼 있다. 이를 ‘조리흄’이라 칭한다. 조리흄은 1급 발암물질로, 환기가 안 되면 폐암 발병률을 22.7배 높이는 특성이 있다.

최근 학교 급식노동자 폐CT 건강검진 결과 3명 중 1명 꼴로 폐 이상 소견이 나타났으며, 전체 검진 인원 중 폐암 의심 환자가 338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지난 2학기엔 조리원 한 명이 그만뒀는데, 식수(급식노동자 1명이 책임지는 급식 인원)가 줄어들 거라는 이유로 대체 인력을 넣어주지 않아 720명의 식사를 5명이 만든 적도 있다”고도 했다.

2023년 신학기 학교 급식실은 ‘인원 미달’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최근 5년간의 조사에서 급식실 입사 1년 내 퇴사한 노동자는 25%에 달했다.

학비 연대회의는 폐암 산재와 저임금의 연관성을 거론했다. ‘폐암 및 빈번한 산재’가 ‘고강도 노동에 부합되지 않은 저임금과 차별정책’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몸에 암 덩어리가 크는지도 모른 채 목숨을 바쳐 일했지만, 돌아오는 건 저임금이고 차별이다. 이러니 급식실 퇴사율이 높고, 남은 노동자들은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한다. 골병이 들고 목숨을 위협받는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악순환의 반복이다. 조선산업은 수주가 많아 호황인데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일손이 부족한 상황과 같은 경우다.

2019년 1월 국회 김종훈 의원실(당시 민중당) 자료에 따르면, 집단급식을 하는 국립대병원, 과학기술원, 국책연구기관, 국립수련원 등 8개 기관과 군대의 1인당 평균 식수 인원은 57명이다. 이에 비해 유·초·중·고등학교 급식실 1인당 식수 인원 평균은 146명이다. 타 기관의 2~3배다.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결과엔 “급식실 노동자의 직업성 암(폐암) 문제는 ‘식수 인원(배치기준)’과 연관돼 있다”고 밝혀져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리실무사 1인당 약 100명을 초과하는 급식인원을 담당하고 있었고, 총 조리일수 중 조리흄에 노출되는 메뉴를 조리한 일수는 81%나 됐다. 보고서에도 ‘1인이 과도한 튀김요리를 조리하며 조리흄에 장시간 노출됐고, 이로인해 폐암이 발병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학비 연대회의는 ▲조리흄 다량 발생 메뉴 축소 ▲환기시설 개선 ▲급식실 인력 충원 ▲급식실 조리인력 법제화 ▲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다.

▲ 30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장에 들어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투쟁한 학비 노동자. 이 장관은 본인이 주재하는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 : 전국학비노조]

‘노동시장 이중구조’ 적나라한 학교 현장… “정부가 책임져라”

이렇듯,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임금, 그리고 최저임금밖에 안 되는 저임금은 급식실 폐암 문제를 가져오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저임금 문제 해결이 없이 급식실 산재율도 낮출 수 없고, 이 악순환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7만 명 중 절반 이상이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다.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들이 이번 파업의 선두에 설 예정이다.

노조는 ‘노사협의체’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현 교육감들의 임기 안에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자고 하는데, 교육청은 ‘예산이 없다’며 정부 눈치만 볼뿐 일말의 개선 여지가 없다. 그것도 모자라, 단체교섭 사용자 측 대표인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몇 달째 교육청 앞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 ‘손가락 하트’를 보내며 비웃는 등 망동까지 한다.

학교 비정규직 예산을 통제하는 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상생 임금’을 말하는 윤석열 대통령. 정규직 비정규직의 이중구조가 적나라한 현장에서, 상생은커녕 폐암으로 목숨을 잃어가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들의 신학기 사상 초유의 총파업은 시도교육청만이 아닌 윤석열 정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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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만에 ‘50억 클럽’ 압색에 ‘뒷북’ ‘늦장’ 신문들 일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3/31 09:14
  • 수정일
    2023/03/31 09: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3.31 07:12
  •  
  •  댓글 2
  • [아침신문 솎아보기] ‘특검법’ 상정되자 뒤늦게 박영수 전 특검 압수수색

    조선 “봐주기 수사 지적 피하려는 측면” 동아 “시간 많이 흘러 증거 확보 우려”

    한미정상회담 앞둔 정부에 한겨레 “외교·안보정책 결정 과정 붕괴 직전”

    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 “찍어내기 수사 그만”

    검찰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압수수색을 ‘50억 클럽 특검법’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되고 나서야 진행한 것을 놓고 31일 아침신문이 일제히 검찰을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뒷북’, ‘방치’ 등 검찰이 1년 반동안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지지부진한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이다.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관련 무죄 판결에 이어 ‘50억 클럽’ 늦장 수사 의혹이 불거져 향후 검찰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31일자 경향신문 5면 사진기사.

    ▲ 31일자 동아일보 10면 기사.

    지난 30일 법사위 전체회의엔 정의당 강은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이 발의한 특검법 3건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핵심 피의자가 이재명 대표인 것을 거론하며 민주당 주도로 특검을 추천하고 임명하는 것에 반대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또한 “수사 대상자 측에서 (특검을) 주도하고, 수사에 관여하는 그림으로 국민은 이해할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만배씨로부터 50억 원을 받거나 받기로 한 ‘50억 클럽’의 주요 당사자들은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 박 전 특검을 두 차례 조사한 뒤 더 수사를 이어가지 못했고 2022년 2월 곽상도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관련 수사 역시 2021년 말 소환이 마지막이다.

    ▲ 31일자 조선일보 사설.

    ▲ 31일자 동아일보 사설.

    이에 보수신문조차 검찰 대응이 너무 늦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0면 기사에서 ‘1년 반만에 뒷북 수사’ 소제목을 달며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려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법조인 발언을 인용했다. 사설 <뒤늦은 ‘50억 클럽’ 수사, ‘재판 거래’ 의혹까지 다 밝혀야 한다>에서도 조선일보는 “늦었도 너무 늦었다”며 “재판 거래 의혹은 사실이라면 사법부가 무너질 심각한 국기 문란이다. 이런 의혹들을 다 규명해야만 대장동 수사를 매듭지을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0면에서 “의혹을 받는 6명 가운데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김 전 총장, 권 전 대법관 등 3명으로 수사 대상을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며 사설 <50억 클럽’ 특검 법사위 상정… 박영수 ‘뒷북’ 압수수색 나선 檢>에서 “대장동 초기 김만배 씨와 대책을 논의하고 변호사를 소개해 준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검찰이나 특검이 수사한다고 해도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증거와 단서들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50억 클럽의 진상이 끝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검찰에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인권 참상 전한 신문과 당국 외교라인 붕괴 지적한 신문

    ▲ 31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 31일자 한국일보 2면 기사.

    450쪽 분량의 ‘2023 북한인권보고서’가 발간되면서 31일 아침신문 1면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었다.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청소년‧임산부 공개처형’ 등 충격적인 북한 인권 현실을 1면 상단에 실었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내부 알력 다툼설’ 등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 이후 이어진 당국 외교안보 라인의 ‘혼란’을 짚었다. 중요 외교 일정이 차례로 예정돼 있어 정부의 대응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 북한인권보고서는 대중에 공개되는 첫 북한 공식 내부 실상 보고서다. 2017~2022년동안 탈북민 3412명을 면담해 작성됐고, 508명이 직접 겪거나 목격한 1600여 개 인권 유린 사례가 포함됐다. 한국일보는 인권 침해 사례를 1, 2, 3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1면 <북, 청소년‧임산부까지 공개처형> 기사에서 “범죄를 저지른 ᄌᆞᆨ 18세 미만이면 사형 선고를 하지 않으며 임신 여성도 사형 집행되지 않는다고 (북한이) 보고한 것과 다르다”며 보고서를 인용, “법적 근거 없는 즉결처형 사례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2면 <여성 짓밟는 군대‧교화소… “남성 병사가 여성 수감자 알몸 검사”>에서 빈번한 성폭력, 인신매매, 강제 낙태 등 처참한 여성‧장애인 인권 실태를 전했고 <한국 영상물 봤다고 청소년 ‘총살’>, <무너진 배급제… “투잡 없인 배곯아”> 등의 사례를 전했다. 3면에서도 <‘말 반동’ 가족 하루아침에 실종… 조현병 장애인 생체실험 증언도>, <“이산가족 상봉 후 직장서 해고… 자녀들 감시당해”> 등 인권보고서 내용 전달을 이어갔다.

    ▲ 31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31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반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이해 못할 안보실장 사퇴…불신만 널뛰는 ‘외교 난맥’>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혼란을 짚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이 김 전 실장 교체 이유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은 여전하다”며 “김 전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알력설, 김건희 여사 개입설, 대일 외교 기조에 대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견해 차이설 등 다양한 억측이 나온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보실 내부 알력싸움의 결과다’ ‘김건희 여사 최측근김승희 선임행정관과 외교부 출신 간의 갈등 때문이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역시 1면 <통상·북핵 위기 속 ‘총체적 외교안보 난맥’>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를 놓고 “이번 결정이 내려진 이유와 과정은 불분명하고, 사후 설명은 생략됐다. 한반도 긴장 고조와 미-중 전략경쟁을 비롯한 경제·안보 복합위기 심화 속에 한-미 정상회담이란 중요 외교 일정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위기 대응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김 전 실장 경질 과정을 보면서 외교·안보정책 결정 과정 자체가 붕괴 직전이란 느낌을 받았다”는 전임 정부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 발언을 인용했다.

    ▲ 31일자 한겨레 2면 사진기사.

    정부 외교라인에 대한 우려는 보수언론 사설에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사실상 경질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안보 환경이 엄중한 마당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 한 달 반이 우리 외교엔 중대한 시간이다. 다음 달 26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5월 11~13일엔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 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이 추진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낙타가 쓰러지는 게 깃털 하나 때문이겠나”>에서 ‘블랙핑크 공문 파문’과 관련해 “의전비서관 사퇴와 외교비서관 교체에 이어 외교사령탑 경질로까지 이어질 사안인지는 의문”이라며 “한 여권 인사는 ‘낙타가 그 등짐 위로 깃털 하나가 떨어져 주저앉았다면 그 이유를 깃털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누적된 문제가 터져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김 전 실장 교체는 시간문제였을 뿐 진작 예정된 것이었고, 외교안보라인 전반의 개편도 준비 중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라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에 한겨레 “정부 방송 장악 의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혐의를 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영장이 30일 기각됐다. 법원은 “주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혀 한겨레는 “검찰이 핵심 의혹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소식은 한겨레와 동아일보를 제외하면 31일 아침신문 지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 31일자 동아일보 12면 기사.

    ▲ 31일자 한겨레 사설.

    한상혁 위원장은 2020년 방통위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고의로 점수를 낮추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서엔 한 위원장이 방통위 간부들에 직접 점수 조작을 지시했다는 증거나 진술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검찰이 6개월간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도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을 제대로 못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사설 <한상혁 위원장 영장 기각, ‘찍어내기’ 수사 더는 없어야>에서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이 있었는지는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검찰은 한 위원장 조사를 앞두고, ‘조작 지시’ 의혹을 계속 언론에 흘려왔다. 그런데 이 ‘조작 지시’ 의혹을 영장에 적시하지도 못했다”며 “검찰의 이런 행태는 이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정치적 목적의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권력기관을 동원해 집요하게 ‘한상혁 흔들기’에 나선 데는 ‘방송 장악 의도’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방통위가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이나 임명 권한을 지닌 기구이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 인사를 ‘찍어내기’ 위해 검찰이 동원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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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50억 클럽, 이재명과 무관치 않아…특검, 되레 진실규명 방해"

특검법 법사위 심사 시작, 상정·대체토론 후 소위 회부…민주당 "김건희 특검법도 상정해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심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특검이 진행될 경우 오히려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0억 클럽'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수사 대상자 측에서 수사에 관여하는 그림"이라고 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30일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뤄진 특검법 관련 대체토론에서 "일단 특검법이 상정된 이상 논의는 국회 몫이지만, 개인 의견을 말하자면 특검은 수사능력·의지·인력이 부족한 경우 보충적으로 해야 한다"며 "지금 검찰은 과거 곽상도 전 의원을 수사한 검찰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고, 개인적 판단으로는 지금 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사건을 독하게 끝까지 수사할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특검보다는 지금 수사팀의 수사를 (지켜)봐 주고, 결과물이 마음처럼 안 되면 다시 특검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 장관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50억 클럽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이 특검 수사가 될 수는 없다. 이미 기소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자 "이중기소는 금지돼 있고 일단 기소된 사람에 대해 강제수사는 방어권 문제로 불가하다. 곽 전 의원 사건은 검찰의 공소유지 강도를 높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이 이뤄진 것이어서, 특별법을 만들면 모를까 특검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소위 '50억 클럽'은 성남시 관련자들이 주동이 돼서 브로커들과 짜고 조 단위의 배임행위가 이뤄진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그것이 들키는 것을 막거나 처벌받지 않을 목적으로 힘 있는 사람에게 보험을 들거나 하는 방식으로 로비를 한 것"이라며 "이 둘이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 특검이 진행되는 경우, 앞 부분의 비리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 중단될 우려가 커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선의가 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즉 '50억 클럽'은 대장동 비리를 저지른 이들이 법조계 유력 인사 등에게 로비를 한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 특검 수사를 하면 대장동 비리 본건에 대한 수사에서 "진실 규명 방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한 장관의 주장이다.

 

한 장관은 특히 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한 데 대해 "비리의 핵심 부분인 조 단위 배임 부분의 수사 대상자 측에서 (특검을) 주도하고 수사에 관여하는 그림으로 국민은 이해할 것"이라며 "그렇게 나온 결과를 국민들이 수긍할까"라고 했다.

 

한 장관은 또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 중에 특검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강하게 했다'고 했는데, 특검은 누구의 방어나 맞불놓기로 활용되면 안 된다"며 "진실규명이 아니라 '이 대표 수사가 강하니 균형 맞추자'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수사·기소를 분리하자면서 왜 일이 있을 때마다 수사·기소가 결합된 특검을 주장하는지 그 논리적 모순도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이와 관련 "50억 클럽 특검 수사 대상은 이 대표와 관계가 없다. '이재명 방탄'을 위해 특검을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하자, 한 장관은 "이재명 대표와 50억 클럽이 무관하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핵심 피의자로 기소된 분이 이 대표이고, 그 로비는 배임의 사법방어를 위해 이뤄진 로비이다. 어떻게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겠느냐"고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여야는 전날 법사위 간사 간 합의대로 이날 법사위에 50억 클럽 특검법 3건을 상정, 심사 절차를 개시했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이 각각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법을 이날 전체회의에 일괄 상정하고 국회법 58조에 따른 대체토론을 시행한 후 이 법안들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한 장관의 발언은 이 대체토론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4월 14일 국회 본희의까지는 이 법안이 처리돼야한다"(진성준 의원, 제안설명에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범계 의원은 대체토론에서 "특검법이 법사위에서 논의되는 것이 다행스럽다"면서도 "느닷없는 법안들이 상정돼서 대체토론까지 하는 것이 본회의를 통한 패스트트랙을 사보타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실상의 핵심 피의자가 특검을 추천하고 임명하는 것은 대단히 말이 안 되고 후안무치하다"며 "그래서 '이재명 셀프 특검법'이라고 하는 것이다.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수정돼야 한다"고 법사위 심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과는 별개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도입도 주장했다. 권인숙 의원은 "50억 클럽 특검법 상정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국민께 송구하다"며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오늘 특검법 상정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은 빠진 반쪽짜리 상정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어떤 합의를 했는지 몰라도 이건 국민이 원하시는 길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정의당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표출됐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이날 특검법 상정이 전날 국민의힘-정의당 간 원내대표 회동에서 촉발된 것(☞관련 기사 : 여야, '50억 클럽 특검' 법사위 상정 합의)임을 지적하며 "국정운영 파트너를 민주당으로 삼아줘야지, 물론 소수정당 배려도 필요하지만 정의당과 줄기차게 상의하고 민주당과는 (그 후에) 상의하는 기형적 행태"라고 했다. 

 

기 의원도 박범계 의원과 비슷한 취지로 "어제 정의당과 합의한 50억 클럽 특검법 상정이 무엇을 가리기 위한, 지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란 것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야 한다"며 "다음주까지 1소위에서 한두 번 토론해 결정할 문제이고, 아무리 늦어도 4월10일을 넘기면 안 된다. 그 시간을 넘겨서 심의가 지지부진한다면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합의가 다른 정치적 목적의 꼼수로 오해받을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법사위에 배정된 의원이 없어 현장에서는 이의 제기를 하지 못했다. 정의당은 법사위 산회 후 류호정 원내대변인을 통해 "50억 클럽 특검법 상정을 두고 정의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식의 민주당 의원들 주장에 유감을 표한다"며 "특검은 50억 클럽의 실체를 규명할 수단이지 민주당의 정치적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50억 클럽 특검이 21대 국회 임기 내에 반드시 발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재강조하며 "국민의힘이 어렵게 상정된 특검법을 법사위에 두고 시간만 끈다면 정의당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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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기레기'가 스물여섯 번 나옵니다

[싫어도 살자] 대안-독립매체들을 대놓고 응원하기

23.03.31 04:52최종 업데이트 23.03.31 04:52
대안언론, 독립매체들에 대한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료광고는 아닙니다. [기자말]

▲ 2019년 10월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한 시민이 "기레기 OUT"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바야흐로 기레기의 시대다. '기레기'가 너무 많다. 정부나 기업이 쏟아내는 보도자료를 앵무새처럼 읊어대기 바쁜 무능력한 기레기, 유명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유일한 취재원인 양 물고 늘어지는 게으른 기레기, 자기가 사는 곳, 자기가 만나는 사람만이 세계의 전부인 줄로 착각하는 좁아터진 기레기. 그 밖에도 권력과 재물에 눈이 먼 욕심쟁이 기레기에 성적 비하와 외설적 표현이 없으면 기사를 쓰지 못하는 천박한 기레기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21 한국 언론연감>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언론산업 종사자는 모두 6만 2000여 명, 그 중 기자는 3만 4000여 명이다. 2020년 대한민국의 경제활동인구는 모두 2766만 명이다.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446명 중 한 명은 언론사에서 일하고, 813명 중 한 명은 '기자' 명함을 갖고 있다. '기자'나 '언론인'을 자처하지만 통계엔 잡히지 않는 1인 미디어나 프리랜서 기자들을 감안하면 수는 더 늘어난다.

'언론매체'라 불리는 곳은 5000곳이 넘는다. 2019년엔 4300여 개였던 언론사가 한 해 만에 800곳이나 늘었다. 그야말로 우후죽순이다. 그러나 매체 수와 기자 수의 증가에 비해 언론산업의 매출 총액은 별반 늘지 않았다. 2019년 언론산업의 매출 총액은 9조 2197억 원 가량이다. 2020년엔 그보다 463억 원 늘어난 9조 2660억 원이다.
2019년 언론산업계 매출총액을 매체 수로 나누면 매체당 21억 33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지만 2020년엔 매체당 17억 97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매체만큼 매출이 늘어나진 않았다. 자연히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난립'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수없이 많은 매체에서 수없이 많은 '기자'들이 기사를 쏟아낸다.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난립하는 기자와 기사들 속에서 주목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차마 기사라고 부르기 민망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온다.

주목을 받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충격', '단독', '카더라', '혹시', '합리적 의심' 같은 말들이 득세한다. 사실과 관계없는 기사를 쓰고, 주목받기 위해 진실은 가끔 외면하는 기사를 쓰고,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보다 사람들이 관심을 줄법한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기레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독자들은 기레기를 욕한다. 앞서 언급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한 무리의 기레기들은 사실 욕먹어도 싸다. 높은 도덕성과 긍지, 품위를 바탕으로 독립성과 자주성을 지키며 공공복지 증진과 다양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겠다는 신문윤리강령의 다짐 따위 이미 잃어버린 이들은 숱하다. 불편부당하게 기사를 쓰라 했더니 '권력을 불편하게 하는 모든 이들을 부당하다'고 말하는 기레기들. 품위를 지키라 했더니 품위유지비를 요구하는 기레기들.

그런데 정말 기레기의 시대일까

그래서 이 기레기의 시대에 우리는 분노한 것일까. 오늘날 이 기레기의 시대는 기레기들이 못나고 욕심 많고 천박한 주제에 엘리트 의식만은 또 가득 차서 찾아온 것일까.

2009년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파업에 들어섰을 때, 하루아침에 수천 명의 노동자를 잘라내는 것은 살인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더니, 헬기를 띄우고 최루액을 뿌리고 토끼몰이하듯 사람을 두들겨 패던 그곳에도 기자들은 있었다.

<미디어 충청>과 <민중의 소리> 기자들은 공장 안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하나부터 열까지 끝까지 지켜봤고, 그 이야기를 공장 밖으로 전했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온 사회에 알렸다. 그들은 강정마을에서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던 때에도,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과 용역 깡패들에게 괴롭힘당할 때도 현장을 낱낱이 기록하고 전달했다.
 

▲ 대구경북 독립언론 '뉴스민' 구성원들. ⓒ 뉴스민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에서 노동과 생태와 평화, 인권 존중 같은 보편의 가치를 십수 년째 전하고 있는 <뉴스민>이라는 매체도 있다. "누구누구네 집 딸래미가 서울 물 먹더니 지난 선거에서 2번 찍었다"고 동네에 수군수군 소문이 나는 그런 동네에서 '진보언론'의 가치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매체다.

대공장의 하청업체들이 몰려있는 남동지역에서, 성주에 사드기지가 들어서던 모든 순간에, '서울촌놈'들은 도무지 관심도 주지 않는 이야기를, "그래도 박정희"를 외치는 어르신들에게 꾸준히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를 해내고 있는 매체다.

짤방과 스킵과 쇼츠와 릴스의 시대에 길고 진지한 텍스트의 힘을 여전히 믿고 있는 매체들도 있다. 여전히 행간에 진심을 담고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을 담는 매체들이 있다. 1991년 창간 이후 여전히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 글을 쓰고 읽는 <녹색평론>. 가난한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 차별받는 성소수자, 장애인들의 시선을 포기하지 않고 삐딱하고 편파적이겠다는 <워커스> 같은 매체도 있다.

뿐일까. 서울과 서울 아닌 지역이 이미 신분처럼 나뉜 불평등의 세계에서 여전히 지역 공동체의 복원과 마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지역언론들, 장애인과 도시빈곤의 문제를 기어이 포기하지 않는 <비마이너> 같은 매체들도 있다. 이루 열거할 수 없이 많은 매체들. 자본으로부터도, 권력으로부터도 자주와 독립을 선언한 매체들의 품위 있고 긍지 높은 기자들이 있다.

기레기를 키워낸 것은 누구일까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저런 매체들은 소수이고 힘도 없지만, 기레기들은 돈 많고 영향력도 큰 매체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기레기를 키워낸 것은 당신이다. 만약 위에서 소개한 매체들 중 단 한 곳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면 (조금 가혹하긴 하지만) 기레기를 키워낸 것은 당신이다.

매체의 힘이란 '읽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많이 읽히는 매체일수록 힘이 생긴다. 그러니까 매체에 힘을 주는 것은 읽는 사람, 바로 당신과 나 같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뉴스민>을 읽고, <워커스>의 기사를 공유하고, <비마이너>의 기사를 팔로우하면 딱 그만큼의 힘으로 기레기가 아닌 '품위 있는 기자들'에게 힘이 실린다.

그러니까 지금 거대한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기레기들이 다른 매체들보다 힘이 세다는 이유로 돈 받아먹으며 기레기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품위 있는 기자들'에게 힘을 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기레기는 우리가 키운 셈이다.

쌍용자동차의 투쟁과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등 현장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밀착 취재하던 <미디어 충청>은 2016년 폐간했다. 인터넷신문에 대해 5인 이상의 상근 인력을 규정한 신문법 시행령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5인 이상의 채용인력을 유지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민>은 최근 재정난을 토로하며 독자들의 후원 증대를 부탁하고 나섰다. 많은 이들이 <뉴스민>이 소중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창간 이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재정적 체력도 기자들의 체력도 많이 소진됐다는 고백이었다. 재정난으로 30년 만의 휴간을 선언했다 최근 복간을 준비하고 있는 <녹색평론>도, 최근 100호를 펴낸 <워커스>도 재정적 어려움, 대중의 무관심으로 지쳐가고 있다.

요즘 기사들을 욕하기 전에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한 <2022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열독율은 8.9%다. 2011년 44.6%였던 열독율은 10년 만에 9분의 1로 떨어졌다. 정기구독률 역시 떨어졌다. 80%에 가까운 언론수용자 대부분은 유튜브와 포털사이트 같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뉴스 수용자들은 기사를 읽는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기사는 공짜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정말 기사는 '공짜'일 수 있을까. '보도자료 받아 붙여 넣는' 기사가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고 심혈을 기울여 기사를 쓰는 기사가 어떻게 공짜일 수 있을까. 기자들이 흙 파먹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기사의 수용자인 독자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돈은 어디서 발생할까. 광고를 받아 기업이나 정부를 홍보해주거나, 광고라는 이름조차 붙이지도 않고 정부나 기업을 홍보해 주면서 돈을 버는 일이 발생한다.

언론사가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 권력이 없는 사람들, 일하고 월급받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김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우리가 언론사를 지탱하고 있으면 될 일이다. 수십억 원 씩하는 광고료가 아니라, 한달에 만 원, 이만 원 하는 '구독료'로. 

앞서 언급했던 매체들은 대체로 광고를 통한 수익의 의존도가 적고 (몇몇 매체들은 아예 광고를 싣지 않고) 대부분의 재정은 구독료와 후원회비로 운영된다. 언론사가 대기업이나 정부가 아니라 독자들에게만 신경을 쓸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노력이다. 

글 첫머리에 밝혔지만 이 글에는 독립-대안 매체들의 광고가 담겨있다. 기레기짓을 하지 않는 좋은 매체에 대한 광고다. 이 광고의 수혜자이자 광고주는 우리다. 이 광고의 효과가 컸으면 좋겠다. 광고 없이 품위를 지켜가며 공정한 여론을 만들고 공공의 이익을 복원하는 좋은 언론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을 테니.

가능하다면 후원을 하시라. 여의치 않다면 즐겨찾기에 저 매체들의 페이지를 담아두시라. 요즘 기사들은 죄다 기레기의 똥글이라고 욕하기 전에 저 소중한 매체들을 어떻게 지키고 키워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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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비상식적이고 이상한 용산 국가안보실 사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박2일 일본 방문 세부 일정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3.03.14. ⓒ뉴시스


오는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준비하고 있던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에서 최근 벌어진 일에 대해 누구도 납득 가능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이달 12일 “개인적 사유”를 이유로 사표를 냈고, 최근에는 외교부 공무원 출신인 이문희 안보실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전날에는 외교안보 라인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성한 안보실장이 돌연 옷을 벗었다.

이번 정부 동안 가장 큰 외교 일정으로 기록될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한 달여 남겨둔 중차대한 상황에서 안보실장과 핵심 비서관들이 옷을 벗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최소한의 사유 설명도 전무하다. 방미의 전초 격인 한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자평하고 있기에, 더욱 납득되지 않는 전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방미 이후까지는 진용을 유지한 상태에서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김 실장이 사퇴 입장을 밝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사의를 수용하면서, 곧바로 후임자까지 임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윤 대통령이 만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는 했으나, 상식적이라면 만류가 관철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니면 최소한 하루 정도는 고심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이러한 흐름을 보면, 결국 윤 대통령도 김 실장의 사의를 예상하고 있었고, 김 실장이 옷을 벗게 되는 이유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대통령실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데
비서관 교체->안보실장 사퇴->신임 실장 발탁 과정은 지나치게 전격적
여전히 말끔하게 해소 안 되는 의문


김 실장이 물러나는 것으로 이미 상황은 정리됐다. 그러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일까? 납득할 만한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상식선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각종 설들만 난무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취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0일 오후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성한 전 실장의 사퇴 배경’에 대한 질문에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조금 더 외교적 디테일을 가미하는 데에는 학자 출신보다는 현장에서 외교했던 경험이 있는 조태용 실장이 적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 흐름 속에서 안보실장 자리에 변화가 왔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왜 하필 방미를 한 달여 앞둔 시점이냐는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심지어 소규모 민간 기업에서조차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핵심 책임자가 사표를 쓰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방미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결, IRA와 반도체지원법,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반도 문제 등 우리 국익과 직결되는 중대사가 어느 때보다 많고 무겁다. 신임 조태용 실장이 이 같은 현안들과 관련해 갑자기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리도 만무하다.

김 전 실장의 후임으로 바로 전날까지 현직 주미 대사 신분이었던 조태용 실장을 발탁하면서 이번 정부 최대 외교 일정인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는 주미 대사가 공석인 상태에서 이뤄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안에 후임 주미 대사에 대한 미국 측의 아그레망(타국의 외교사절을 승인하는 일)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실장 사퇴를 전후해 여권 및 대통령실발 보도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대통령실도 부인하지 않은 이야기는 ‘지난 2월부터 미국 측에서 윤 대통령 방미 기간에 진행될 국빈 만찬장에서의 문화 행사를 제안했는데, 국가안보실 쪽에서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이 다른 경로로 이 같은 내용을 뒤늦게 인지해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두 비서관들이 교체되고, 김 실장까지 옷을 벗게 됐다는 것이다. 그 문화 행사는 미국 가수인 레이디 가가와 인기 케이팝 그룹 블랙핑크의 합동 공연이다.

질 바이든 여사가 해당 행사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있는데, 바이든 여사가 ‘문화 행사’만 언급한 것인지,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합동공연’까지 언급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만약 미국 측에서 문화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제안한 것이라면 비서관급에서 이와 관련한 대응을 누락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던 김준형 사단법인 외교광장 이사장은 전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서 “너무 이상하다. 거기서 아이돌 공연을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만약 미국 측이 블랙핑크 공연을 제안했다면) 의전비서관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적을 알릴 수 있는 대박이다. 그것을 잊어버리겠나”고 의아해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자료사진) 2022.06.20. ⓒ대통령실 제공

각종 보도를 통해 나온 파편적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미국 측이 국빈 만찬장 문화 행사를 제안했는데, 우리 측에서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합동 공연 아이디어가 나왔고,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 내에서 이 아이디어를 놓고 이견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미국 국빈 만찬 행사 성격상 해당 공연이 부적절하다는 정통 외교관 출신들의 입장과 합동 공연 아이디어를 관철하려는 입장이 충돌했을 가능성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0일 같은 방송에서 “해외 행사를 놓고 대통령 측근 어공들과 외교부 늘공들 사이에 밀고 당기는 것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며 “대통령 주변 어공들이 외교부 늘공들이 법대로 하자고 하는 것을 찍어누르려고 하다 보니, 외교부 늘공들이 반발하면서 ‘그러면 난 그만 두겠다’ ‘외교부로 돌아가겠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그 사이에 김성한 실장이 끼었다가 튕겨져 나간 것 같다”며 “대통령 주변 실세 어공들과 프로토콜을 따져가며 일을 하는 늘공들 사이에서 김 실장이 좀 우유부단하게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튕겨져 나간 것 같다”고 했다.

방미 관련 문화 행사를 두고 발생한 내부 문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점은 대통령실도 일부 인정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디테일하게 어떤 사건이라든지, 그런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이 말 뒤에는 “조금 더 큰 흐름에서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사족을 붙였다.

용산의 외교안보 라인 안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이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보기엔 이번 상황은 지나치게 전격적이다.

일각에선 대일 외교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지난 21일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중계하는 등 윤 대통령이 국민들을 상대로 설득 아닌 설득에 직접 나서는 상황에 대해 참모들을 질타했고, 이에 대해 김 실장이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일 외교에 뒤따르는 문책이라거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관리 책임이라고 하기엔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대일 외교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굴종 외교’, ‘항복 외교’ 등과 같은 여론의 평가와 달리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으며, 심지어 여론 관리는 안보실 본연의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유가 맞다고 한다면, 영국 여왕 조문 실패, ‘바이든 날리면’ 사태, 뉴욕에서의 한일 정상회담 졸속 진행 논란, 그리고 일일이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했던 각종 의전 실패 사례들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미 오래전에 외교안보 라인이 교체됐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결국 기존 외교안보 라인 중 살아남은 고위급 인사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아크로비스타 이웃이기도 했던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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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일정 차질 문책성?…석연찮은 교체, 외교안보축 ‘삐걱’

유정인·유설희 기자

대통령실 부인 하루 만에 전격 단행…김태효와 알력 다툼설도

주미 대사까지 바뀌어…내부 혼란 수습·방미 실질 성과 ‘과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조태용 주미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조태용 주미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전격 사퇴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 관련 논란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제안한 문화행사를 제때 보고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외교안보 라인 핵심 비서관들이 연이어 교체된 데 이어 ‘안보수장’까지 바뀌었다는 것이다. 방미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안보수장 교체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김 실장은 오후 5시3분쯤 언론 공지문으로 사의를 전하면서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복수의 관계자가 김 실장 교체 검토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한 지 하루 만에 전격 사퇴가 이뤄졌다. 보고 누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논란을 일단락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여러 차례 만류했지만 본인 뜻이 완강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언급한 ‘저로 인한 논란’은 미국이 제안한 양국 대통령 부부의 국빈 만찬 문화행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 측에서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협연을 제안했는데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이 보고를 누락하면서 행사 조율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윤 대통령이 관계자들을 질책하면서 지난 10일 김일범 의전비서관, 보름 뒤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대통령실은 “개인 신상” “공무원의 통상적 인사”라고 했지만 보고 누락으로 인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김 실장도 5차례에 걸쳐 보고를 누락했다는 말이 나오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전격 사퇴 형식으로 사태를 매듭지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쇄 사퇴를 촉발한 직접적 계기는 행사 조율 문제이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안보실장이 경질되면서 배경에는 대통령실 내부의 권력다툼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김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던 점이 이 같은 해석을 부추기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미국과의 중요한 조율을 뭉갠 것도 크지만 (안보실 내) 미스매치가 있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안보실과 외교부 간 갈등설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안보 라인과 외교부 간 혼선이 이어졌고, 한·일 정상회담 대처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두고도 잡음이 불거지자 대통령이 전격 인사를 결단했다는 것이다.

당장 외교안보 라인의 보고 누락이 장기간 이어진 이유를 두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건희 여사 라인 행정관들과 공무원 출신 비서관들 충돌설, 김성한-김태효 알력설이 파다하다”며 “누가 외교안보 라인 경질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 실장 사의 52분 만에 조태용 주미 대사를 후임 국가안보실장에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안보실장이 바뀐 데다 미국에서 실무를 조율할 책임자가 비게 돼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조 대사는 30일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조 신임 실장이 내일(30일) 아침부터 대통령실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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