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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를 공포에 떨게 하는 아이야쉬-250

[개벽예감 444] 침략자를 공포에 떨게 하는 아이야쉬-250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5/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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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무력충돌의 근원

2. 격돌하는 알카쌈려단과 이스라엘군

3. 하마스의 군민단결력과 이스라엘의 군민이간책동

4. 지하무기공장에서 조립한 파즈르-5 방사포탄

5. 침략자를 공포에 떨게 하는 아이야쉬-250

 

 

1.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무력충돌의 근원

 

인류가 철기문명을 건설하던 초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지중해 동쪽 바다와 홍해가 만나는 땅에서 두 민족이 싸우고 있었다. 필리스티아(Philistia)족과 히브루(Hebrew)족이다. 필리스티아족의 후손은 오늘의 팔레스티나 사람들이고, 히브루족의 후손은 오늘의 유대인들이다. 기독교경전인 구약성서에는 필리스티아족이 블레셋족이라고 표기되었다.

 

로마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그 땅에서 히브루족이 반로마독립전쟁을 일으켰으니, 그것이 66년부터 73년까지 지속된 유대-로마전쟁(Jewish-Roman War)이다. 그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히브루족은 여러 차례 반로마항쟁을 일으켰는데, 기독교경전인 신약성서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John the Baptist)과 그의 친척이자 후계자였던 나자렛 예수(Jesus of Nazareth)도 반로마항쟁을 이끌다가 로마제국 침략군에게 붙잡혀 사형을 당했다. 당시 반로마항쟁 지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예수는 침략군에게 붙잡혀 사형을 당했는데, 예수와 함께 항쟁에 참가했다가 체포되어 배신한 덕분에 처형을 면한 예수의 제자들은 그에게서 반로마항쟁 지도자의 모습을 지워버리고, 히브루족의 신 야훼(Yahweh)가 세상에 내려 보내 히브루족을 구원할 신의 아들 메싸야(Messiah)로 추앙했다. 피압박 민중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다가 압제자들에게 붙잡혀 희생된 역사적 인물을 탈정치화-신비화하는 종교현상은 인류사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기독교의 역사적 기원도 그런 종교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66년부터 73년까지 지속되었던 히브루족의 반로마독립전쟁은 히브루족의 정신적 기둥이었던 예루살렘 사원(Holy Temple)이 로마제국 침략군에게 무참히 파괴되고, 히브루족의 마지막 남은 독립투사들이 마사다 전투(Masada Battle)에서 전원 자결한 것으로 하여 종식되었다. 

 

반로마독립전쟁에서 패한 히브루족은 망국의 한을 안고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등지로 뿔뿔이 흩어져 유랑했는데, 이것이 그들을 다이애스포라(diaspora)로 부르게 된 역사적 기원이다. 

 

히브루족은 그 땅을 떠나 해외 각지로 흩어졌으나, 필리스티아족은 그 땅에 남았다. 무슬림제국, 몽골제국, 에짚트 맘룩왕조가 차례로 필리스티아족의 땅을 점령하고 지배했다. 1516년에는 오토만제국이 필리스티아족의 땅을 점령했다. 그로부터 400년 동안 필리스티아족은 오토만제국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20세기 초 오토만제국의 식민통치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대영제국, 프랑스제국, 아메리카제국, 로씨야제국, 대일본제국은 세계적 범위에서 식민지영토를 재분할하여 자기들끼리 나눠먹으려는 야욕을 품고 도이췰란드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오토만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는데, 그것이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제국주의국가들끼리 싸운 제1차 세계대전이다.  

 

대영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오토만제국을 팔레스티나에서 몰아내고 그 땅을 점령했다. 1800년 동안 해외 각지에 흩어져 살던 히브루민족 가운데 유대복고주의자(Zionist)들은 팔레스티나를 점령한 영국의 비호 아래 그 땅으로 이주하여 주인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1936년부터 1939년까지 필리스티아민족은 대영제국 침략자들과 유대복고주의자들에 맞서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제국주의국가들끼리 세계적 범위에서 식민지영토를 점령하고 재분할하려고 격돌한 제2차 세계대전은 1945년 8월에 종식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도이췰란드, 일본, 이딸리아를 제압하고 승리한 제국주의국가들은 이른바 ‘전후처리’라는 명분을 내걸고 세계적 범위에서 식민지영토를 제멋대로 점령하고 재분할했다. 그런 흐름에 편승한 유대복고주의자들은 1948년 5월 14일 필리스티아민족의 땅 팔레스티나를 분할점령하고 이스라엘을 세웠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분할점령이 시작된 그날 이스라엘을 신생국가로 공인했다. 만일 영국이 팔레스티나를 점령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1948년 8월 15일 미국은 우리 민족의 땅 한반도를 분할점령하고 대한민국을 세웠다. 미국은 한반도 분할점령이 시작된 그날 대한민국을 신생국가로 공인했다. 만일 미국이 38도선 이남을 점령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이 각각 제국주의분할점령정책의 산물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군사주권을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동맹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군사주권을 미국에게 넘겨준 대한민국은 명색이 미국의 동맹국일 뿐 사실상 미국의 점령지로 전락했다. 주한미국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합법적으로 주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기한 주둔을 규정한 대미예속조약이 미국군의 주둔을 합법화해줄 수 없다. 지난 시기 일제침략군이 스스로를 조선주차군이라고 부르며 합법화했던 것처럼, 오늘 미국군도 스스로를 한국주둔군이라고 부르며 합법화하려고 하지만, 명백하게도 그들은 주둔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다.      

 

미국과 영국의 비호 아래 팔레스티나를 분할점령하고 출현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티나를 물리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높이가 8m이고, 길이가 810km인 거대한 분단장벽을 건설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대복고주의자들이 분할강점한 땅을 되찾아 분단장벽을 철거하고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려는 필리스티나족의 정의로운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종미우익세력이 분할강점한 땅을 되찾아 분단장벽을 철거하고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려는 우리 민족의 정의로운 투쟁도 계속될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2021년 5월 10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재발했다. 이스라엘 경찰의 유혈진압으로 촉발된 무력충돌이다. 역사자료에 따르면, 필리스티아족과 히브루족은3,000년 전부터 그 땅에서 싸워왔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과 영국의 비호 아래팔레스티나를 강점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티나의 주인인 필리스티아민족을 압살하려는 극악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201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집권당 하마스는 무장투쟁으로 이스라엘 침략자들에 맞서 싸우며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전력하고 있다.  


 

 

2. 격돌하는 알카쌈려단과 이스라엘군

 

2021년 5월 10일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여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다른 나라 영토를 침공하고 점령한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해놓고, 침략범죄를 미화, 찬양하는 이스라엘의 망동을 보고 팔레스티나 인민은 격분을 금치 못했다. 며칠 전부터 산발적으로 진행되어오던 팔레스티나 인민의 반이스라엘시위투쟁은 그것을 계기로 하여 격렬하게 폭발했다. 화들짝 놀란 이스라엘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섬광탄을 난사하면서 팔레스티나 시위군중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시위군중 305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반이스라엘시위투쟁은 걷잡을 수 없이 더욱 격화될 것이고, 위험을 직감한 이스라엘 경찰은 시위군중에게 실탄사격을 퍼붓는 광란적 유혈진압을 자행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경찰은 2018년에 팔레스티나 시위군중에게 실탄사격을 퍼붓는 유혈진압을 자행한 바 있다. 2019년 2월 28일 유엔 산하 팔레스티나시위사태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군이 2018년 3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가자지구(Gaza Strip)에서 시위군중에게 실탄사격을 퍼부어 189명의 사망자와 6,100여 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전쟁범죄, 반인도주의범죄를 자행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팔레스티나 시위군중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옥죄는 살인적인 봉쇄조치를 완화해줄 것과 이스라엘로 밀려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자기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였다. 너무도 정당한 요구였다. 하지만 입에 피를 물고 날뛰는 이스라엘 집권세력은 팔레스티나 시위군중의 타인 민중의 정당한 요구를 짓밟고, 폭력경찰을 내몰아 광란적 유혈진압을 자행했던 것이다. 

 

반이스라엘무장투쟁을 이끌면서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티나 인민의 집권정당인 하마스(Hamas)는 지난 시기 그런 유혈사태를 여러 번 일어났던 것을 상기하면서 가자지구 시위군중이 이스라엘 경찰의 광란적 유혈진압으로 이번에 또 다시 큰 인명피해를 입게 될 것을 우려했다. 이스라엘 경찰의 폭력진압을 저지할 비상대책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하마스는 당일 오후 6시까지 시위현장에서 이스라엘 경찰병력을 철수할 것과 만일 철수하지 않으면 물리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내용의 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입에 피를 물고 날뛰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통첩에 귀를 기울일 리 만무했다. 

 

2021년 5월 10일 오후 6시 하마스 산하 군사조직인 알카쌈려단(Al-Qassam Brigade)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갈라놓은 분단장벽 너머로 로켓포탄을 100발 이상 쏘았다. 그러자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 군사기지들을 공습했다. 2021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알카쌈려단은 1987년 12월에 창설되었는데, 지금은 10개 이상의 여단으로 증강되었다. 총병력은 30,000~50,000명이다. 그들은 납치와 암살을 노리는 이스라엘 국가정보기관 모싸드(Mossad)에 자기 신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두 눈만 남기고 얼굴 전체를 천으로 가린 채 군사활동을 벌인다. 

 

알카쌈려단의 주적은 이스라엘군이다. 이스라엘군은 현역이 170,000명이고, 예비역이 465,000명이므로, 총병력수는 635,000명이다. 알카쌈려단은 병력수에서 이스라엘군의 1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알카쌈려단은 이스라엘의 살인적인 봉쇄조치로 군사장비를 외부에서 반입하기 힘들다. 그래서 손으로 조립해 만든 원시적인 무기밖에 갖지 못했다. 

 

그에 비해, 이스라엘군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최신 무기를 장비했을 뿐 아니라, 핵무기까지 보유했고,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도 보유했다. 

 

알카쌈려단과 이스라엘군의 무력격차가 그처럼 크게 벌어진 까닭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마구 퍼주는 군사지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에 퍼주는 미국의 군사지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테면, 2016년 9월 13일 미국 국무부는 2019년부터 10년 동안 이스라엘에게 연간 38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까지 연간 31억 달러의 군사비를 원조해오다가 2019년부터는 연간 38억 달러로 증액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미사일방어체계 ‘철갑지붕(Iron Dome)’을 개발하는 데 들어간 2억500만 달러도 미국의 재정지원과 기술지원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퍼주고도 더 퍼주고 싶어 안달하는 미국은 이스라엘 영토에 미국군이 전시에 사용할 미사일, 전차, 장갑차, 포탄을 비롯한 8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비축해놓았다. 또한 미국군은 이스라엘군과 함께 ‘주니퍼 코브라(Juniper Cobra)’라는 작전명칭을 내걸고 격년제로 합동군사훈련을 계속해오고 있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하마스 산하 군사조직인 알카쌈려단 전투원들이 갱도진지에서 무기를 점검하는 장면이다. 알카쌈려단은 이스라엘군에 비해 너무 빈약해보이는무장력을 가졌지만, 가자지구 인민들과 함께 결사항전으로 이스라엘군을 물리치고있다. 그들의 갱도전법은 이스라엘군을 공포에 떨게 할 만큼 위력적이다.  


 

 

3. 하마스의 군민단결력과 이스라엘의 군민이간책동

 

위에 열거한 사실을 보면, 알카쌈려단의 무장력은 이스라엘군의 무장력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다. 그런 알카쌈려단이 이스라엘군과 맞붙으면, 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으나, 정반대의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시기 무력충돌이 일어났을 때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뒤로 물러서지 않고 용맹스럽게 싸워 이스라엘을 번번이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었다. 승리의 비결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정당한 요구를 제기한 데 있다. 그들의 정당한 요구는 다음과 같다.

 

1) 이스라엘은 1967년 6월 5일부터 6월 10일까지 지속된 제3차 중동전쟁에서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싸이나이반도, 골란고원을 점령했다. 이스라엘은 1973년 10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지속된 제4차 중동전쟁에서 패하여 싸이나이반도에서 철군했지만,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요르당간 서안지구, 골란고원은 오늘도 여전히 점령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요구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철군하여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에 설정되었던 국경을 복원하라는 것이다. 

 

2)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요구하는 것은, 팔레스티나 영토에서 자유선거를 허용하라는 것이다.  

 

3)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요구하는 것은, 팔레스티나 난민이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서 생활할 귀환의 권리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만일 이스라엘이 위와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고 이행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행사를 중지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욱이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하는 미국, 일본, 유럽련합은 정당한 요구를 제기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무장투쟁을 전개하는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는 망동을 저질렀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침략자들을 상대로 정의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고, 이스라엘침략자들은 하마스를 상대로 불의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의로운 반침략전쟁은 반드시 승리하고, 불의한 침략전쟁은 반드시 패하는 것은 사회력사발전의 법칙이다. 정의로운 반침략전쟁에서 하마스와 가자지구 인민은 힘을 집중시킨 단결력으로 결사항전을 벌이지만, 불의한 침략전쟁에서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인민은 각자 제 살 궁리만 하는 바람에 단결하지 못하고 힘을 분산시킨다. 그래서 하마스는 승리하고, 이스라엘은 패한다. 

 

이런 내막을 알게 된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가자지구 인민을 분리시키는 이간책동을 자행했는데, 그것이 곧 가자지구에 대한 살인적인 봉쇄조치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인민의 지지를 받으며 2007년 6월 가자지구 집권당으로 등장했을 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하는 만행을 자행했다. 군사장비반입을 금지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민간부문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자들은 물론 심지어 생활필수품까지 반입을 금지시킨 야만적인 봉쇄다. 그런 야만적인 봉쇄 때문에 가자지구에 사는 인구 200만명은 기아와 궁핍에 빠지게 되었다. 가자지구에는 8개의 난민촌이 형성되었다. 가자지구 총인구 200만명 가운데 난민촌에 들어간 인구는 무려 140만명이다.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완전봉쇄는 가자지구 인민을 오랜 기간에 걸쳐 소리 없이 집단학살하는 살륙만행이다. 

 

2010년 5월 31일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비롯한 700여 명의 국제구호활동가들은 완전봉쇄로 고통을 겪는 가자지구 인민들에게 전달할 구호물품을 실은 수송선 6척에 나눠 타고 가자지구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헬기에 탑승한 이스라엘 특공대는 가자지구 해안으로부터 약 130km 떨어진 공해 상까지 날아가 구호품 수송선을 기습공격했다. 이스라엘 특공대의 살륙만행으로 국제구호활동가 1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30여 명이 부상당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오판했다. 이스라엘이 살인적인 봉쇄로 가자지구를 옥죌수록 하마스에 대한 가자지구 인민의 지지와 성원은 더욱 커졌고, 그들의 단결력은 더욱 견고해졌다. 죽음과 고통도 하마스와 가자지구 인민을 갈라놓지 못했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가자지구에서 각계각층 인민들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시위를벌이는 장면이다. 시위군중 속에는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보이는데, 이것은 하마스가가자지구 인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완전봉쇄하여 가자지구 인민들을 기아와 빈궁에 몰아넣으면 그들이 하마스에 등을 돌릴 것으로 어리석게 타산하고 이간책동을 감행했지만, 하마스와 가자지구 인민의 단결력은 시련 속에서 더욱 견고해졌다.  

 

 

4. 지하무기공장에서 조립한 파즈르-5 방사포탄

 

2021년 5월 14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알카쌈려단은 로켓포탄, 방사포탄, 탄도미사일 8,000~10,000발을 지하무기고들에 분산, 비축해놓았다고 한다. 이것은 알카쌈려단이 엄청난 양의 화력을 보유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이스라엘의 살인적인 봉쇄로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자지구에서 알카쌈려단은 어떻게 그처럼 엄청난 화력을 보유할 수 있었을까?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알카쌈려단은 카쌈 로켓포를 보유했다. 이 로켓포는 사거리가 16km이고, 탄두중량이 20kg이다. 카쌈 로켓포는 알카쌈려단 무기생산기지들에서 자체로 만든 무기다. 로켓포라고 하지만, 질소비료, 설탕, 질산칼륨을 적당한 비률로 섞은 혼합물을 가지고 로켓추진연료를 만들고, 상용폭약(TNT)과 질소비료의 혼합물에 파편으로 쓰이는 못이나 베어링을 박아 넣은 작은 탄두를 장착한 원시적인 무기다. 카쌈 로켓포는 사거리도 짧고, 폭발력도 약하고, 비행속도도 느리고, 유도비행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격대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발사현장을 촬영한 영상자료를 보면, 카쌈 로켓포탄은 카메라 받침대(tripod)처럼 엉성하게 생긴 세발 받침대에 세워놓고 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요즈음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로 날아오는 로켓포탄을 반항공망으로 거의 모두 요격했다고 떠들어대지만, 그들은 원시적인 무기인 카쌈 로켓포로 요격해놓고 대단한 반항공망을 가동한 것처럼 큰 소리를 치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발사하는 타미르 요격미사일(Tamir interceptor)의 비행속도는 초당 750m인데, 카쌈 로켓포탄은 초당 600m의 비행속도로 날아가므로, 이스라엘군은 카쌈 로켓포탄을 요격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카쌈 로켓포는 이스라엘에 그리 위협적인 무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2) 알카쌈려단은 로씨야산 122mm 40관 그래드(Grad) 방사포탄을 보유했다. 이 방사포는 원래 3축6륜 발사대차에 탑재되는데, 사거리가 20km이고, 초당 2발씩 40발을 짧은 시간에 연발로 사격할 수 있다. 탄두중량은 25kg이다. 2010년 11월 23일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는 그래드 방사포의 조선식 개량형을 연평도포격전에서 사용했다. 연평도포격전보다 2년 앞선 2008년 12월 알카쌈려단은 사상 처음으로 122mm 그래드 방사포탄 2발을 이스라엘 남부 도시 브에르 쉐바로 발사했었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알카쌈려단이 40발을 연발로 사격할 수 있는 그래드 방사포탄를 왜 2발만 발사했을까 하는 것이다. 발사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자료를 보면, 알카쌈려단은 평시에 방사포탄을 갱도진지에  숨겨놓았다가 발사명령을 받으면, 포병 7명이 동아줄로 방사포탄을 들어 올려 사격지점까지 운반한다. 사격지점에는 약 60도 각도로 땅을 파고 묻어놓은 발사관이 있는데, 그 발사관 속에 들어있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방사포탄을 발사관 안에 들여놓으면 잠시 후 폭약이 터지면서 방사포탄에 점화되고, 방사포탄이 폭약의 폭발력으로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면서 타격대상을 향해 날아가게 된다. 포병들은 방사포탄을 발사한 뒤에 신속히 다른 곳으로 회피한다. 

 

그런데 방사포탄을 그런 식으로 발사하면, 연발사격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방사포탄 40발을 발사대차에 탑재해놓고 연발사격을 하지 못하고, 위에 서술한 식으로 2발만 쏜 것이다. 

 

알카쌈려단이 발사한 그래드 방사포탄은 초당 690m의 비행속도로 날아가므로, 비행속도가 초당 750m인 타미르 요격미사일을 이스라엘군이 쏘면 이론상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전상황에서는 이론적으로 규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돌발적인 요인들 때문에 요격률이 떨어진다.  

 

2021년 5월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알카쌈려단과 이스라엘군의 무력충돌이 시작된 5월 10일부터 알카쌈려단은 이스라엘의 타격대상들을 향해 2,900여 발을 발사했는데, 이스라엘군의 반항공망은 그 가운데서 1,150여 발을 요격했고, 450발은 가자지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런 발표내용을 보면, 알카쌈려단이 쏜 각종 발사체들 가운데 450발은 가자지구에 추락했고, 1,150여 발은 이스라엘군 반항공망에 걸려 요격되었고, 1,300여 발은 이스라엘군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3) 2012년 11월 17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알카쌈려단은 이란에서 생산한 파즈르(Fajr)-5 방사포탄을 보유했다고 한다. 파즈르-5 방사포는 구경이 333mm이고, 사거리가 75km이며, 탄두중량은 175kg이다. 원래 이란에서는 3축6륜 발사대차에 파즈르-5 방사포 4문을 탑재한다. 

 

2012년 11월 27일 <CNN> 보도에 따르면, 이란에서 생산된 파즈르-5 방사포탄이 이란에서 아주 멀리 떨어졌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살인적인 봉쇄에 갇혀있는 가자지구로 반입되었는데, 그 반입경로는 다음과 같다. 이란이 방사포탄 부품을 수단으로 보내면, 거기서 수송차량에 실어 에짚트 사막지대를 거쳐 싸이나이반도 북쪽 국경지대에 있는 갱도를 통해 가자지구로 반입한다. 그러면 다른 경로로 은밀히 가자지구에 들어간 이란의 미사일기술자들이 가자지구의 지하무기공장에서 반입부품들을 조립하여 파즈르-5 방사포탄을 완성한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파즈르-5 방사포탄 부품을 가자지구로 운반하는 수송로를 차단하려고 광분했다. 2009년 3월 29일 영국 일간지 <썬데이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009년 1월 무인타격기를 수단 동북부 영공으로 불법침입시켜 가자지구로 방사포탄 부품을 수송하는 차량 17대를 파괴했고, 수송차량에 타고 있던 50여 명을 살해했다고 한다. 원래 그 수송차량은 홍해를 통해 수단으로 들어간 방사포탄 부품을 싣고 에짚트 사막지대를 거쳐 가자지구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차단작전에 광분한다고 해서 방사포탄 부품 수송로가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방사포탄 부품은 그런 식으로 가자지구에 반입될 수 있지만, 이스라엘의 감시망과 봉쇄망을 뚫고 3축6륜 발사대차를 가자지구에 반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알카쌈려단은 파즈르-5 방사포를 싣고 사격점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발사대차를 보유하지 못했다. 발사대차가 없으면, 4발을 연속사격하지 못하기 때문에, 파즈르-5 방사포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알카쌈려단은 2012년 11월 처음으로 파즈르-5 방사포탄 14발을 발사하여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외곽지대를 타격했다.    

 

▲ <사진 4> 위의 사진은 알카쌈려단 전투원들이 발사한 카쌈 로켓포탄이 이스라엘을향해 날아가는 장면이다. 카쌈 로켓포탄은 완전봉쇄를 받는 가자지구에서 알카쌈려단이 자체로 만든 원시적인 무기다. 그래서 이스라엘군은 반항공망으로 카쌈 로켓포탄을 요격했다고 떠들어대지만, 알카쌈려단은 그들이 요격하지 못하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5. 침략자를 공포에 떨게 하는 아이야쉬-250

 

2021년 5월 16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알카쌈려단이 쏜 발사체 가운데 120발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타격했다고 한다. 가자지구 북측 지역에서 텔아비브 중심부까지 직선거리는 70km이므로, 알카쌈려단이 가자지구에서 쏜 발사체 120발이 텔아비브를 타격한 것은 알카쌈려단이 사거리가 70km인 무기를 보유하였음을 말해준다. 카쌈려단이 보유한 파즈르-5 방사포의 사거리가 75km다. 그러므로 카쌈려단은 파즈르-5 방사포탄 120발을 발사하여 텔아비브를 타격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파즈르-5 방사포탄 120발이 떨어진 텔아비브에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인민들은 반항공대피훈련이 잘 되어 있고, 지하대피소들도 곳곳에 구축되어 있으므로 파즈르-5 방사포탄 120발을 맞았어도 텔아비브에서 큰 인명피해를 입지는 않고, 건물손괴피해만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스라엘군은 텔아비브가 방사포탄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2021년 5월 15일과 16일 전투기를 연속 출격시켜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은 5월 15일 외국언론기관들이 입주해 있는 건물을 공습, 파괴하고, 가자지구 난민촌을 공습, 파괴했으며, 5월 16일에는 하마스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Yahya Sinwar)의 살림집과 그의 동생 무함마드 신와르(Muhammad Sinwar)의 살림집을 공습,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이 그처럼 군사기지를 파괴하지 않고 민간시설을 공습, 파괴한 것은 그들이 공습대상을 더 이상 찾아내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알카쌈려단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위험을 피해 땅속에 갱도진지를 건설해놓았으므로, 이스라엘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가 땅속에 있는 갱도진지를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군은 민간시설을 공습, 파괴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런데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7일째로 접어든 2021년 5월 16일 뜻밖에도 세인의 시선을 집중시킨 두 가지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1) 2021년 5월 16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습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습을 중단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국가안보회의를 긴급히 소집했다. 만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계속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 국가안보회의를 긴급히 소집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공습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중단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국가안보회의가 소집된 것은 그들 속에서 공습중단을 주장하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2021년 5월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공습을 당분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스라엘 지배세력은 공습중단론과 공습연장론으로 갈라져 논쟁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습중단은 곧 정전을 의미하므로, 이스라엘 지배세력 내부에서 정전론이 제기된 것이 확실하다.   

 

2) 2021년 5월 16일 미국은 이스라엘에 파견한 미국 연방정부 관리 120명을 군용 수송기에 태워 도이췰란드에 있는 람슈테인 공군기지로 긴급히 소개시켰다. 미국이 자국인들을 전선에서 해외의 안전비대로 긴급히 소개시키는 것은 패전위험이 조성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무력충돌이 발생한 이후 가자지구에 1,000회 이상의 공격을 퍼부었고, 그와 대조적으로 이스라엘이 완전봉쇄한 가자지구에서는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중유마저 떨어지는 바람에 5월 16일 중으로 전기공급이 중단되었다. 전쟁이 그처럼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느닷없이 정전론이 제기되고, 미국인들이 긴급히 다른 나라로 소개된 것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왜 그런 돌발현상이 나타났을까? 

 

의문을 풀어줄 결정적인 단서는 2021년 5월 13일에 일어난 놀라운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21년 5월 13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알카쌈려단은 ‘대형 로켓’을 이스라엘의 라몬국제공항으로 발사했는데, 이스라엘군은 그 ‘대형 로켓’이 200km를 날아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라몬국제공항은 홍해에 접한 최남단 항구도시 에일랏(Eilat) 외곽지대에 있다. 가자지구 남측 지역에서 그 국제공항까지 직선거리는 약 200km다. 2021년 5월 14일 알카쌈려단 대변인은 사거리가 250km인 아이야쉬(Ayash)-250 '신형 로켓‘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사거리가 250km이고 비행거리가 200km이면, 로켓이 아니라 단거리탄도미사일이다. 다시 말해서, 알카쌈려단은 사거리가 250km인 아이야쉬-250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이스라엘의 라몬국제공항 활주로를 파괴한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아이야쉬-250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250km에 이른다는 사실은 알카쌈려단이 그 미사일로 이스라엘 전역을 마음먹은 대로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할 결정적인 화력타격수단을 보유한 것이다. 

 

2) 사거리가 250km인 아이야쉬-250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210~300km인 이란의 파테(Fateh)-110 미사일과 성능이 유사하다. 파테-110 미사일의 탄두중량은 500kg이므로, 아이야쉬-250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도 500kg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알카쌈려단은 탄두중량이 175kg밖에 되지 않는 방사포탄을 쏘았지만, 이제는 탄두중량이 500kg이나 되는 강력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게 된 것이다.

 

3) 알카쌈려단은 아이야쉬-250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도 타격할 수 있고, 이스라엘 네게브사막지대에 있는 다이모나(Dimona) 원자력발전소도 타격할 수 있다. 이것은 그들이 전략적 타격수단을 보유했음을 의미한다. 이번에 알카쌈려단이 아이야쉬-250 탄도미사일로 가자지구 북쪽에 있는 텔아비브를 타격하지 않고, 가자지구 남쪽에 있는 라몬국제공항을 타격한 까닭은, 그들이 전략적 타격수단을 사용할 결정적인 시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카쌈려단이 발사한 아이야쉬-250 탄도미사일이 라몬국제공항 활주로를 파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이스라엘 고위관리들은 전률했다. 그래서 그들은 황급히 정전론을 제기했고,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또한 그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미국도 이스라엘에 파견한 관리들을 도이췰란드로 황급히 소개시킨 것이다.  

 

위와 같은 사실을 보면, 하마스는 이번 전쟁에서 또 다시 전술적 승리를 쟁취하고 정전복귀성과를 얻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정의의 전쟁은 반드시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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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지구 외신 입주 건물 폭격... “언론 침묵 강요하는 전쟁 범죄”

가자지구 참상 보도 막으려는 악랄한 폭력 행위... 일가족 10명 몰살 등 최소 145명 사망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2021-05-16 10:09:35 수정2021-05-16 10:20:56
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AP통신 등 외신들이 입주해 있는 12층 건물을 폭격해 파괴하고 있다.ⓒ뉴시스, 
 

이스라엘이 폭격기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외신들이 입주해 있는 고층 건물을 폭격했다. 세계 언론인들은 이스라엘의 이러한 만행은 가자지구의 실상을 전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전쟁 범죄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의하면, 이스라엘군은 15일(현지 시간) AP통신, 카타르 국영 방송 알자지라 등 다수 외신 언론사가 입주해 있는 가자지구 내 12층 건물인 ‘잘라 타워’를 폭격해 완파했다.

폭격 한 시간 전에 이스라엘이 해당 건물주에 전화해 일방적으로 폭격 작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폭격을 중지하라고 이스라엘 총리실과 외무부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폭격을 감행했다.

AP통신은 폭격 직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AP와 다른 언론사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파괴했다는 것에 충격과 공포를 느낀다”면서 “세계는 이 일로 가자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적게 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믿을 수 없는 만큼 충격적인 상황 전개”라면서 기자와 프리랜서 등 직원 12명이 겨우 건물을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고 설명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건물 붕괴 모습을 생중계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우리는 이번 조치로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번 폭격은 “가자지구 사람들이 당하는 말할 수 없는 학살과 고통을 감추고 언론에 침묵을 강요하는 전쟁 범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도 이날 이스라엘이 언론사 건물에 폭격을 감행한 데 관해 “인권과 국제규범에 대한 중대하고 근본적인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국제 언론인 보호단체들도 이번 행위는 “가자지구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을 취재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폭격에 관해 “해당 건물이 하마스에 의해 군사적으로 사용된다”고 공습 이유를 주장했지만, 어떠한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P통신 기자들은 “해당 건물에 15년째 상주해 있었지만, 하마스 관련 어떠한 의심스러운 것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폭격으로 이날까지 어린이 41명을 포함해 최소 14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부상자도 95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공습에서 난민촌에 살던 어린이 8명과 여성 2명을 포함한 일가족 10명이 몰살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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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학살 배후부터 쿼드 참여 강요까지, 미국을 규탄한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5/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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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미 대사관 앞에서 정오부터 연속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진연은 ‘▲5·18 학살 배후 미국 사죄 ▲방위비분담금 인상 반대 ▲코로나부대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전시작전권 반환’의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대진연]  

 

▲ 대진연 회원들이 성조기를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진연]  

 

 

▲ 대진연 회원들은 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들을 가로막아 한동안 몸싸움이 벌어졌다.  © 김영란 기자

 

5·18민중항쟁 영령들의 한이 빗물로 되어 내리던 15일,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는 각계가 미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연속으로 열렸다.   

 

먼저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회원들이 미 대사관 앞에서 정오부터 연속 기자회견으로 반미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대진연 회원들은 ‘▲5·18 학살 배후 미국 사죄 ▲방위비분담금 인상 반대 ▲코로나부대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전시작전권 반환’의 내용으로 연속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진연은 “광주 학살을 묵인하고 조장했던 미국은 자신들이 5·18에 개입하며 시민들을 직접 학살하려 했던 공모자라는 사실이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5·18 광주학살 책임자 전두환과 진짜 주범 미국의 사죄를 받아낼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진연은 “남북관계에 사사건건 승인 운운하는 미국의 태도와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한반도의 평화는 오고 있지 않다. 미국은 계속해서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패권만을 위해 이 땅 살아가는 국민들의 안전을 앗아가고 있다”라고 짚었다. 

 

대진연은 기자회견 후에 대형 성조기를 찢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 전국민중행동(준)은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15일 오후 2시 진보당·대학생·노동자·빈민·시민단체 등 9개 단체 연속으로 미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 김영란 기자

 

 

▲ 각 기자회견에서는 미국 규탄 발언과 ‘미국의 탐욕스런 청구서’를 찢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 김영란 기자


전국민중행동(준)은 낮 2시 광화문광장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당국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민중행동(준)은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오후 2시 진보당·대학생·노동자·빈민·시민단체 등 9개 단체 연속으로 미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각 기자회견에서는 미국 규탄 발언과 ‘미국의 탐욕스런 청구서’를 찢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미국의 탐욕스런 청구서에는 ‘▲남북관계 훼방 놓는 대북제재 ▲한반도 전쟁위기 촉발하는 전쟁 연습 ▲동북아 평화 위협하는 사드 추가 배치 ▲미국산 무기 대량구매 ▲한미일 군사동맹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강요 ▲한일과거사 문제 봉합 강요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지지’ 등이 쓰여 있었다.  

 

아래는 각계 기자회견에서 나온 미국 규탄 발언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쿼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쿼드에 참여해서 우리가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평화와 경제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요구하는가. 미국은 한국에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  

 

“미국은 지속해서 한일관계 개선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한미일 동맹 강화 등 미국의 군사전략을 완성해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한일관계에 개입하지 말라. 사사건건 우리의 문제에 개입하는 미국을 규탄한다.

 

“미국은 남북· 북미 합의를 무시하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고,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패권 국가 미국을 반대한다.”

 

“미국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일동맹의 하부로 한미일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쿼드 참여이다. 미국은 부당한 요구를 중단하라.”

 

“미국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 과거사 문제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문제를 덮어놓고 무조건 일본과 손잡기를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부당한 강요를 중단하라.”

 

단체들은 청와대 앞에서도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의 부당한 압력을 거부하는 당당한 대통령이 될 것을 요구했다. 

 

 

▲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는 오후 3시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한미동맹 해체! 미군철수! 전국반미공동행동(37차 반미월례집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영란 기자

 

또한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는 오후 3시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한미동맹 해체! 미군철수! 전국반미공동행동(37차 반미월례집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와 문재인 정부의 민족자주 입장에 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명분으로 대북적대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문재인 정부의 사대예속과 대북대결정책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한미정상회담을 반대한다”라며 “미국이 진정 북과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대북적대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은 대북적대정책 즉각 철회할 것 ▲미국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것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내정간섭 거부하고 민족자주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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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기 두꺼비 구조작전... 취재기자도 뛰어든 이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5/16 10:52
  • 수정일
    2021/05/16 10: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부산 온천천 생태 연못, 비 올 때마다 반복되는 두꺼비 로드킬

21.05.15 19:49l최종 업데이트 21.05.15 20:03l
▲ 부산 아기 두꺼비 구조작전... 취재기자도 뛰어든 이유 15일 부산광역시 연제구에 비가 내리자 두꺼비 지킴이 환경단체 온천천네트워크, 생명그물의 활동가 일곱 명이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출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 현장으로 나와 아기(새끼) 두꺼비 구조작전을 펼쳤다. 기자도 취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장비를 내려놓고 한참 동안 활동가들과 함께 아기 두꺼비들을 도로 건너편으로 옮겼다. 그러는 사이 2차선 도로로 차량이 계속 오갔다. 주말이라 차량이 많지 않았지만, '떼죽음' 사태를 피하지는 못했다. 두꺼비 지킴이인 활동가들로부터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영상 : 김보성, 온천천네트워크, 생명그물 편집 : 이주영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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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 연못에서 아기 두꺼비들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화단을 넘어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가는 과정이다. 수만 마리가 서식지를 찾아 이동했지만, 많은 수가 로드킬을 당했다.
▲  15일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 연못에서 아기 두꺼비들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화단을 넘어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가는 과정이다. 수만 마리가 서식지를 찾아 이동했지만, 많은 수가 로드킬을 당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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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 조심해주세요."
"저기도 엄청 많아요."


15일 부산광역시 연제구에 비가 내리자 두꺼비 지킴이 환경단체 온천천네트워크, 생명그물의 활동가 일곱 명이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출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 현장으로 나와 아기(새끼) 두꺼비 구조작전을 펼쳤다. 기자도 취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장비를 내려놓고 한참 동안 활동가들과 함께 아기 두꺼비들을 도로 건너편으로 옮겼다. 

구조 장비는 붓, 즉석밥 용기, 작은 그릇, 물통, 받침. 엄지손톱 크기보다 작은 두꺼비들을 로드킬(동물찻길사고)에서 구하기 위한 도구였다. 비닐장갑을 끼고 꼬물꼬물 움직이는 두꺼비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10분여 동안 수백여 마리가 통에 담겼다. 이런 식으로 구조한 두꺼비만 수천여 마리로 추정된다. 그러는 사이 2차선 도로로 차량이 계속 오갔다. 주말이라 차량이 많지 않았지만, '떼죽음' 사태를 피하지는 못했다. 두꺼비 지킴이인 활동가들로부터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모두를 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스팔트 도로 위를 지나던 두꺼비들이 바퀴에 깔리면서 운전자들은 의도치 않게 로드킬의 가해자가 됐다. 곳곳에서 차에 치이거나 발에 밟힌 두꺼비가 눈에 띄었다. 어림잡아 수만 마리의 아기 두꺼비들이 온천천에서 길 건너 연신초등학교와 한국전력 시설로 넘어가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비 내린 주말, 부산 도심서 펼쳐진 두꺼비 구조작전
 
 15일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 연못에서 아기 두꺼비들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화단을 넘어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가는 과정이다. 수만 마리가 서식지를 찾아 이동했지만, 많은 수가 로드킬을 당했다.
▲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붓을 이용해 아기 두꺼비들을 통에 담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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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천 아기 두꺼비 구조작전' 15일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 연못에서 아기 두꺼비들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화단을 넘어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가는 과정이다. 수만 마리가 서식지를 찾아 이동했지만, 많은 수가 로드킬을 당했다. 구조한 일부 두꺼비.
▲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구조한 아기 두꺼비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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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성체 두꺼비 여러 마리가 부산의 도심 하천인 온천천 연못에 알을 낳았다. 60일 간의 유생 기간을 거쳐 지난달 1일과 5일 일부가 이동했고, 이날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면서 집단적 이주가 이루어졌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부산과 경남 일대의 강수량을 10~40mm로 예보했다.

꼬리까지 떼어내고 아가미가 아닌 피부와 폐로 호흡을 시작한 아기 두꺼비들은 우천 시 흙냄새를 따라 본능적으로 뭍이나 산으로 이동한다. 수명이 20~30년인 두꺼비가 온천천 주변에 서식하며 해마다 산란과 이동을 반복하고 있다. 대구 망월지나 창녕 주남저수지 등 습지가 아닌 부산 도심 한가운데에서 두꺼비들이 이처럼 대거 산란하고, 대이동을 하는 과정은 생태계의 경이로운 장관이다. 

양서류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종이다. 이들이 사라지면 도시의 기후와 환경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환경 지표 생물인 이들이 도시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생물 다양성과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는 두꺼비를 보호종으로, 환경부는 포획금지종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부산 온천천 아기 두꺼비들의 대이동은 고난의 연속이다. 달리는 자전거와 차를 피해 도로를 가까스로 건너야 하고 인도의 경계석은 또 다른 장애물이다. 황소개구리와 북미산 거북 등도 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도시의 환경오염도 양서류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 아기 두꺼비가 성체가 되기까지 생존율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복을 상징하며 과거 흔하디흔했던 두꺼비가 어느새 멸종위기등급 '관심대상'이 된 이유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두꺼비가 죽어갑니다"
 
 비가 내린 15일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 연못에서 아기 두꺼비들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화단을 넘어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가는 과정이다. 수만 마리가 서식지를 찾아 이동했지만, 많은 수가 로드킬을 당했다.
▲  비가 내린 15일 부산 온천천 주변에서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아기 두꺼비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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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린 15일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 연못에서 아기 두꺼비들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수만 마리가 서식지를 찾아 이동했지만, 많은 수가 로드킬을 당했다. 구조한 두꺼비들을 건너편 화단 쪽으로 옮겼다.
▲  이날 구조된 두꺼비들은 건너편 화단 쪽으로 옮겨졌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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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두꺼비가 로드킬 당하는 현장을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두꺼비가 도로에 가득 있어요. 급히 구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비가 오는 날만이라도 차량을 통제하고, 이동을 돕는 논의와 대책이 필요해요"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펼친 최대현 생명그물 대외협력국장은 온천천 두꺼비들을 살릴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말로만 '부산 생태도시'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두꺼비와 도심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작은 연못에서 태어난 두꺼비는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든 도로와 구조물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온천천을 관리하는 연제구청의 협조로 울타리가 세워졌고, 자전거 운행을 막아 연못 주변의 로드킬은 잦아들었다. 부산시 하천관리과도 환경단체와 함께 시민 협조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매년 서식지를 찾는 과정에서 '떼죽음'이 반복된다. 연못을 벗어나 아스팔트를 건너가는 아기 두꺼비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간의 작은 배려다. 4~5월 대이동 기간 생태통로를 만들고, 이동 길목의 차량 우회만으로도 두꺼비의 생존확률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이지영 온천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아파트나 집 앞에 양서류가 산다는 것이 고맙고 신기한 일이다. 두꺼비들이 없다면 우리도 살 수 없는 환경이라는 이야기다. 새끼 두꺼비를 위해 통행이 불편해도 괜찮다는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5일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 연못에서 아기 두꺼비들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연못을 나와 화단을 넘어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가야 한다. 이들의 여정은 쉽지 않다.
▲  부산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생태 연못을 나와 화단을 넘고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야 하는 아기 두꺼비들의 여정은 쉽지 않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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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조작-5.18날조, 조선일보 폐간하라"

조중동폐간시민실천단, 투쟁 500일 맞아 조선일보 사옥 앞 기자회견

21.05.15 14:30l최종 업데이트 21.05.15 14:30l
 조중동페간 시민실천단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투쟁 500일째를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조중동페간 시민실천단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투쟁 500일째를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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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폐간을 바라는 시민실천단체가 14일, 투쟁 500일 맞아 "조중동을 비롯한 기레기 언론을 끝장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중동과 TV조선, 채널A 등 보수 언론의 폐간·폐방 운동을 해온 조중동폐간무기한시민실천단(조중동폐간시민실천단, 단장 김병관)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조선일보(TV조선) 사옥 앞에서 폐간 투쟁 5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조중동폐간시민실천단은 "5.18 북한군 침투 조작사기집단 채널A와 TV조선은 폐방해야 한다"며 "부수조작으로 국민사기를 벌인 조선일보를 폐간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해 벽두부터 시작된 인류의 대재앙, 바이러스 팬데믹 조차 그들의 정쟁으로 삼던 조중동을 비롯한 저질 언론들은 세계 제일 K-방역에 딴지를 걸고, 백신과 얽힌 제약 재벌사의 마름이 되어 갖은 교설을 다 떨더니, 최근 유가 부수 조작이라는 파렴치한 행위의 극단을 보이고 있다"며 "구독자 부수를 속여 광고주로부터는 자본의 탈취를, 공공 홍보라는 미명하에 국가로부터는 허위 보상금을 챙겨, 그간 수십조의 혈세를 갈취한 국민 사기 집단을 전 민족의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5.18 항쟁 북한개입설이 완전 날조였음이 장본인으로부터 엊그제 선포됨으로써 수십 년 제 국민 학살범과 언론이 한 패거리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며 "이제 최악의 두 뿌리를 같이 묶어 민족의 이름으로 반드시 처단해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이날 김병관 조중동폐간실천단장은 "외세에 복무하는 매국매족 언론들은 지구촌 최악의 전범국 미국 편으로서 우리 통일을 저지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전면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며 "방사능 오염수의 태평양 방출로 다시는 회생 불가능한 바다는 물론 지구촌 전 생태계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일이어서, 현존하는 78억 인구가 공분하고 있는 이때 마셔도 된다는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조선일보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정치권과 오염수로 날마다 축배를 들고 영생하기 바란다"고 피력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서면으로 보낸 연대사를 통해 "일제 때는 일본천황에, 해방 후에는 다시 미국에 빌붙어 권력을 잡은 친일반민족세력에 동조하며, 철저하게 반민족, 반민주의 길을 걸어온 조중동"이라며 "우리사회에서 이들을 완전히 퇴출시키지 않은 한 국민통합은 불가능하다, 분단극복과 한반도 평화정착도 이룰 수가 없다, 조중동 언론적폐청산, 500일 투쟁을 동지적 연대로 뜨겁게 격려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희대의 신문부수 사기집단·5.18북한군 침투 사기조작, 조선동아 폐간하라 ▲우린 사기집단이었다, 족벌언론 일동▲조선일보 방 사장 비리를 단죄하자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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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야, 아버지 용서 마라”...청년의 빈소에서 바라본 한국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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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에서 갑작스럽게 컨테이너 작업에 투입 돼 일하다 300㎏에 이르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60). 박민규 기자parkyu@kyunghyang.com

평택항에서 갑작스럽게 컨테이너 작업에 투입 돼 일하다 300㎏에 이르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60). 박민규 기자parkyu@kyunghyang.com

 

또 한명의 청년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었다. 경기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만 스물셋의 청년 고 이선호씨다. 그는 원청의 지시를 받고 컨테이너 바닥의 나뭇조각을 줍다가 300㎏의 쇳덩이에 깔려 4월 22일 사망했다. 안전교육은 물론 신호수, 안전관리자도 없었다.

제도, 관행, 돈은 생명을 모른다. 같은달 28일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호씨가 숨진 평택항을 방문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안전과 방역관리에 힘쓰는 현장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한다.” 장관은 그날 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서만 말했다. 불과 엿새 전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선호씨의 죽음은 언급하지 않았다.

“곧 퇴임하는 장관이기 때문에… (보고를 안 했다).” 해양수산부는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에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무심한 관행은 죽음에 대한 예의조차 집어삼켰다.

죽음에 대한 태도는 곧 생명에 대한 태도다. 눈물이 마르면 우리는 또 돈과 관행에 맹목적으로 복무할지도 모른다. 슬픔이 증발하기 전에 한국사회는 이 죽음을 오래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 5월 9일과 11일, 12일 고 이선호씨의 빈소를 찾았다. 아버지 이씨를 여러차례 인터뷰하고 그가 조문객들과 나눈 대화, 원청기업 등의 대응을 기록했다. 청년 노동자의 빈소에서 마주한 한국사회의 살풍경을 다섯개의 열쇠 말에 담았다.
 

고 이선호씨가 일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군 제대 후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가운데)이다. 이재훈씨의 휴대폰에는 선호씨의 번호가 ‘삶의 희망’으로 저장돼 있었다.  ‘삶의 희망’ 글자 위 사진은 선호씨의 누나가 “(선호씨의 사진에) 어플리케이션으로 장난을 쳤던 것”이라고 한다. 선호씨는 생전에 “돈을 아껴 가족 선물을 챙기고, 조카들을 사랑한” 장난기 많은 막내였다. 이재훈씨 제공

고 이선호씨가 일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군 제대 후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가운데)이다. 이재훈씨의 휴대폰에는 선호씨의 번호가 ‘삶의 희망’으로 저장돼 있었다. ‘삶의 희망’ 글자 위 사진은 선호씨의 누나가 “(선호씨의 사진에) 어플리케이션으로 장난을 쳤던 것”이라고 한다. 선호씨는 생전에 “돈을 아껴 가족 선물을 챙기고, 조카들을 사랑한” 장난기 많은 막내였다. 이재훈씨 제공

증언 

“혹시 네가 착각한 것은 아닌가 (회사에서는)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아.”(이재훈씨)

“(고개를 가로저으며) 처음 보는 지게차… 나무….”(러시아 국적 이주노동자 A씨)

“처음 보는 지게차가 청소하라고, 나무 주우라고 했대요.”(A씨와 이씨 간 통역을 맡은 또 다른 이주노동자)

5월 11일 저녁 6시. 이재훈씨는 초조하게 기다려왔던 이주노동자 A씨와 마주앉았다. A씨는 선호씨가 죽던 순간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다.

사고 당일 선호씨와 A씨는 개방형 컨테이너 바닥에 있는 나뭇조각을 주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치울 필요 없다, 그냥 가자”고 했고 선호씨는 “그래도…”라면서 컨테이너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후 300㎏에 이르는 컨테이너 날개가 선호씨를 덮쳤다.

아버지 이씨가 A씨와의 만남을 기다린 이유는 하나다. 원청은 ‘지시 여부’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다. 원청기업인 물류업체 동방의 한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하고, 그 말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사측 태도에 분노한 이씨는 A씨의 증언을 재차 듣고자 했다. 5월 11일 A씨가 한 말은 사고 당일인 4월 22일 이씨가 이미 들었던 것과 같았다. 아들의 사망 직후 그는 A씨부터 찾아 녹음해 두었던 터였다.

목격자의 증언에도 원청은 왜 지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까. 동방은 당시 사고현장을 비추고 있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내세운다. A씨가 지목한 지게차는 사고가 난 곳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지시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는 해당 기사가 한번은 지게차에서 내려 지시를 하고, 지게차에 올라탄 뒤엔 창밖으로 손짓해 재차 지시했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동방은 “지목된 지게차 기사는 지시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 조사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평택항의 개방형 컨테이너 바닥면 너머로 12일 고 이선호씨의 사고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보인다. 연합뉴스

평택항의 개방형 컨테이너 바닥면 너머로 12일 고 이선호씨의 사고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보인다. 연합뉴스

동료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다. 사고 시각은 4시 9분 무렵. 5시가 다 돼갈 때쯤 이씨는 자전거를 타고 항만으로 나갔다. 아들이 검역소로 돌아오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선호씨를 발견했다. 컨테이너 날개 밑에 “머리가 터져” 쓰러져 있었다.

“이게 뭐고. … 죽은 기가. 죽었나!”

이씨는 죽은 아들의 주변에 서 있었던 동료들이 잊히지 않는다. 사고 후 40여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이씨에게 연락을 준 이는 없었다. “6명 정도 있었거든요. 그중에 제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없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내 아들인 줄 다 알거든요. ‘빨리 와봐야 할 것 같다’라고만 해줬어도….”

‘119 신고’ 대목에선 그의 목이 메었다. “인간의 ‘극과 극’이 나옵니다. 사람이 깔리니까 (이주노동자 A씨는) 달려가서 그거(300㎏의 컨테이너 날개)를 들려고 하면서 무전으로 119 신고를 해달라고 합니다. 무전을 들은 직원이 현장으로 달려옵니다. 그러더니 119가 아니라 사무실에 전화를 합니다.”

그럼에도 이씨는 사람을 증오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대신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짚고자 했다. “저는 (119 신고 전에 회사에) 보고했던 사람이, 인간성이 나빠서 그랬다고는 절대 생각 안 합니다. 들어보니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더란 말입니다. ‘선보고 후조치.’ 회사의 사고대응 매뉴얼이 있는 겁니다.”

이씨는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되기까지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두사람 가운데 한명은 이미 용서했다고도 했다. 컨테이너 날개가 바닥으로 넘어지게끔 충격을 가한 인물이다. 이 지게차 기사는 당시 다른 방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고, “설마 거기에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얼굴을 들지 못한 채 빈소에 와 사죄했을 때,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니 속은 어떻겠노. 단디 보고 하지 그랬나. 가서 소주나 한잔하시게.”

동방의 관계자는 119 신고 대신 ‘보고’가 먼저 이뤄진 이유에 대해 “해당 직원이 3개월간 병가를 다녀와 복귀했기 때문에 (경황이 없어) 사무실에 (먼저) 전화한 것 같다”면서 “4시 9분에 전화가 왔고, 4시 10분에 119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동방 측의 대응을 접한 이씨는 말했다. “왜 보고부터 했느냐고 물었는데, 1분밖에 안 걸렸다고 답하는 게 말이 됩니까.”
 

고 이선호씨의 중·고교 친구들은 사고 당일 병원에 모인 이후 20여일째 돌아가며 빈소를 지키고 있다. 어버이날, 선호씨의 친구들은 이재훈씨에게 카네이션을 드렸다. 이씨는 카네이션을 받고 아들의 영정 앞으로 가서 “선호야, 선호야, 이제 가자, 집에 가자”고 말하며 울었다고 한다. 선호씨의 친구가 빈소를 지키고 있다가 잠시 엎드려 있는 모습.  송윤경 기자

고 이선호씨의 중·고교 친구들은 사고 당일 병원에 모인 이후 20여일째 돌아가며 빈소를 지키고 있다. 어버이날, 선호씨의 친구들은 이재훈씨에게 카네이션을 드렸다. 이씨는 카네이션을 받고 아들의 영정 앞으로 가서 “선호야, 선호야, 이제 가자, 집에 가자”고 말하며 울었다고 한다. 선호씨의 친구가 빈소를 지키고 있다가 잠시 엎드려 있는 모습. 송윤경 기자

 

‘사람 놀리지(쉬게 하지) 마라.’

아버지 이재훈씨와 아들 선호씨가 고용된 인력업체 직원들은 원청으로부터 두가지 업무를 위탁받아 일하고 있었다. 동식물 검역, 화물 창고 관리였다. 이씨와 아들 선호씨는 그중 동식물 검역을 맡아왔다. 그런데 올해 초 부임한 임원은 근무방침을 다시 세웠다. 동식물 검역 작업을 마치고 쉬는 인력이 있으면 창고관리 업무에 투입시키라고 했다. 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사람을 놀리지(쉬게 하지) 마라.” 동방 측은 이렇게 강조했다고 한다.

“이러다 사고 난다, 사고 난다 했는데 결국 사고가 났어.” 이씨는 혼잣말하듯 말했다. 같은 인력업체 소속이었던 부자는 1년 4개월간 출퇴근을 함께했다. 구내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고, 퇴근 후엔 샤워기 하나로 목욕도 같이했다. 아들은 2019년 군 제대 뒤 대학 복학을 미룬 상태였다. “돈의 소중함을 알고 살라”는 의미에서 자신의 일터에서 일하게 했던 터였다.

선호씨의 사고는 안전을 살피는 “단 한명만”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 이씨는 울부짖었다. “단지 인건비 아껴보려고, 안전관리자 투입을 안 시킨 겁니다. 가진 자들은 얼마나 더 배가 불러야 합니까.”

동방 측은 “안전관리자가 있었지만 (안전관리 업무를 안 하고)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퇴근 시간이 됐으니까 일을 빨리하지 않았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동방이 ‘안전관리자’로 지목한 직원 측은 이런 주장을 반박했다. 해당 직원이 소속된 하청업체는 “이 직원은 CFS(창고) 관리 인력으로 파견돼 있었고, 안전관리 업무도 병행하라는 얘기는 계약서로는 물론 구두로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사측이 안전을 외면하고 아낀 비용은 인건비뿐만이 아니다. 현행법상 개방형 컨테이너 작업은 ‘리치스태커’ ‘보조스프레더’ 등 대형 전문장비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측은 그간 지게차들만 투입해왔다. 선호씨 사고를 조사 중인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10건 넘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기업인 ‘동방’이 유족의 뜻은 외면한 채 지난 12일 평택항 사무실 앞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한 ‘대국민 사과’. 연합뉴스

원청기업인 ‘동방’이 유족의 뜻은 외면한 채 지난 12일 평택항 사무실 앞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한 ‘대국민 사과’. 연합뉴스

평택항 폐쇄회로(CC)TV 캡처.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제공"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컨테이너 바닥의 쓰레기를 줍고 있는 고 이선호씨 위로 개방형 컨테이너의 날개가 쓰러진 후 약 13분 만에 응급차가 도착했다. 평택항 폐쇄회로(CC)TV 캡처.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제공

사과 

5월 12일 동방의 임직원은 평택항 사무실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10여명의 임직원이 카메라 앞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일방적 사과였다. 대책위는 그간 “진상조사, 대책 마련 후 유가족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순서다”라는 의견을 전했지만, 원청의 공개사과는 ‘강행’됐다.

유족에게 사과하는 대신 ‘대국민 사과’를 한 이유를 묻자 빈소에 와 있던 동방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발표한 건 유족에 대한 사과문이었는데요.” 이씨는 이날 원청의 사과문을 언론사 기자를 통해 전달받았다고 했다.

물론 원청 기업만 사과한 것은 아니었다. 유력 대권주자들은 사죄와 애도의 글을 SNS에 게시했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경기평택항만공사에서도 빈소를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20여일째 빈소를 지켜온 선호씨 친구들에게 이들의 태도는 ‘위선’으로 각인돼 있다. “서로 책임을 떠넘겼어요.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이 부족해 더 위험한 시설 위주로 (감독을) 하고 있었다고 했고, 해양수산부는 평택항이 민간시설이라 관리가 어려웠다고 하고….”(김벼리씨·24)

나아가 청년들의 눈에 그들 세계의 ‘의전’은 “황당”하게 비쳤다. 지난 5월 8일 낮 빈소를 찾은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대책위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말을 끊고 우르르 1층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례식장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에는 멍했어요. 바로 온 것도 아니고 사고 18일 만에 온 거였는데….”(김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약속 

“안전보다는 이윤이 먼저인 기업들의 더러운 욕심, 그걸 바로 못 잡는 대한민국 정부가 문제입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 골수팬이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4년 동안 도대체 뭐하신 겁니까. 직장에 갔던 근로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회 바꾸겠다고 해놓고 뭐하신 겁니까.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무슨 낯짝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합니까.” 이씨가 인터뷰에서 피를 토하듯 한 말이다.

5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선호씨의 빈소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안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송구스럽다”면서 “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을 더 살피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발 이제는 이런 사고를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2018년 고 김용균씨 산재사망 사고 때에도 문 대통령은 유사한 ‘약속’을 한 바 있다. 3년이 흘렀다. 일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어 사망한 이는 지난해에만 2062명이었다. 2019년(2020명)보다 되레 늘었다.
 

ps. 아들에게 

인터뷰에서 이씨에게 아들에게 남기고픈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사고 며칠 후 구내식당에 갔었다”는 말로 입을 뗐다. 선호씨가 평소 마시던 음료를 식탁에 올려놓은 뒤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들아, 너를 사지로 데리고 온 아버지를 절대 용서하지 말아라. 절대로 용서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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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산재사망 국가, 한국.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는 산재사망 유족들의 절규에 한국사회는 이제라도 ‘응답’할 수 있을까. 일하다 죽은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150856001&code=940100#csidx3d25d74733ae1b2b5e0b6f9769f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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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를 떠올리며 재심 최후진술을 다듬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에 찢긴 스승과 제자... 32년 전 빨갱이'로 몰려 아직도 재판 중

21.05.15 11:24l최종 업데이트 21.05.15 11:2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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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12월 8일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1인시위 하는 모습
▲  지난 2020년 12월 8일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1인시위 하는 모습
ⓒ 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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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사랑과 존경, 그리고 감사와 은혜를 기억하는 날이 많은 달입니다. 올해도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전국에 있는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행사를 하며 스승 존경, 제자 사랑 정신을 기렸을 것입니다.

저는 해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혼자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9년 9월, 해직 10년 4개월 만에 다시 교단으로 돌아와 학생과 함께해온 저는 '사제지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렸습니다.

32년 전 초임 교사 시절, 사랑으로 가르치고 존경으로 배워야 할 스승과 제자가 국가보안법 법정에서 피고와 증인으로 맞섰던 아픈 상처가 되살아나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책장 깊숙히 묵어둔 서류철을 꺼내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32년 전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입니다. 1989년 5월 25일 새벽 1시경 제천경찰서 대공과 수사실에서 저와 대질신문하던 제자와의 답변이 적혀 있습니다.

스승과 제자를 피고와 증인으로 맞서게 한 악법

하루 전 오전 수업하던 교실에서 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로 끌려온 저에게 경찰은 간첩 혐의를 인정하라며 다그치고 있었습니다. 경찰서 대공과 수사실에 와서야 제가 교실에서 수업 시간에 '북침설 교육'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하냐며 그런 교육을 한 적이 없다는 저에게 경찰은 학생들과 대질신문을 했습니다. 제가 수사관에게 6.25가 북침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하자 수사관이 학생에게 묻습니다. 다음은 당시 진술조서를 그대로 옮긴 내용입니다.
 

"지금 강 선생이 진술하는 것과 같이 강 선생은 6.25에 대하여 말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때 학생들은 강 선생에게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저희가 들은 대로 이야기하는데 선생님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만 하십니까"하고 이구동성으로 반문하다.
"지금 학생들이 선생에게 항의하는 것 같이 피의자는 그런 말을 하였다는데 계속 부인만 하는 겁니까?"
"부인하는 것이 아니고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김00 학생) "제자가 선생님에 대하여 어떻게 감히 경찰서에 와서까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강 선생님은 분명히 6.25는 남침이 아니고 북침이다고 말하였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북한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잘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 같은 교실에서 제 수업을 들었던 제자가 스승을 '간첩이라고 생각했다'라느니, '스승 앞에서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느냐?'며 제가 북침설 교육을 했다는 진술을 했습니다.

양손에 수갑을 찬 채 제자가 하는 말을 듣고 있어야 했던 저는 정말이지 가슴이 허물어졌습니다. 그렇게 저를 몰아붙였던 제자가 자신이 들었다는 그 수업 시간에 결석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서 얼마나 참담하고 허탈했는지 모릅니다.

이 조서 내용을 읽어보면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악마 같은 법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한 교실에서 만난 스승과 제자가 경찰에서는 피의자와 참고인으로, 법정에서는 피고와 증인으로 맞서게 하는 반인륜적이고 반교육적인 악법이 국가보안법입니다.

반교육적이고 반인륜적인 국가폭력에 맞서

저에게 국가보안법이 어떤 법이냐고 묻는다면 두 단어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바로 '조작'과 '사냥'이라고 말입니다.

2007년 10월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에서 발간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이라는 보고서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보고서 369쪽 '전교조 조직탈퇴 및 와해 공작'이라는 항목에서 "1989년 당시 노태우 정권 안기부는 공안 차원에서 교직원노조를 내사하면서 전교조 결성을 전후로 본격화된 교사들의 국가보안법위반 구속을 통해 이른바 대국민 홍보심리전도 병행하였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정원 보고서가 밝혔듯이 1989년 5월 24일 전교조 결성을 사흘 앞두고 발생한 '북침설 교육' 사건은 전교조 결성을 저지하기 위해 당시 안기부가 연출한 '조작극'입니다. 고향 경남 진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충북에서 갓 교단에 선 초임 교사인 저는 안기부가 선택한 가장 적절한 '사냥감'이었습니다.


국가권력과 언론을 총동원한 국가폭력 앞에 저는 속절없이 '빨갱이 교사'이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빨갱이 교사'로 낙인찍힌 채 학교서 내쫓겨 감옥살이를 하고 10년이란 긴 세월을 학교 밖에서 떠돌아야 했지만 저는 교사이기에 결코 주저앉을 수 없었습니다.

제자의 입으로 스승을 간첩으로 내몰게 만든 반교육적이고 반인륜적인 국가폭력에 끝까지 맞서,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말겠다는 다짐 하나로 모진 세월을 견뎌왔습니다.

국가보안법, 이제는 정말 없애야
 
 청주지방법원 재심결정문
▲  청주지방법원 재심결정문
ⓒ 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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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2019년 5월 28일, 저는 청주지방법원에 재심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11월 28일, 재심 개시 결정문을 받고 2020년 1월 30일 재심 첫 공판을 시작하여 2021년 6월 10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열여덟 여고생이 마흔여덟 중년이 되었지만 선생님을 교단에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는 제자를 떠올리며 최후진술을 다듬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제자에게. 불행했던 시대의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단 하나, 네 잘못이 아니란다. 선생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너를 미워하거나 원망한 적이 없단다..."

스물여덟 청년 교사가 정년을 앞둔 지금, 제 마지막 소망은 단 한 가지입니다. 스승과 제자를 갈라놓은 국가보안법, 이제는 정말 없애야 합니다.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제 작은 용기와 실천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며,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저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 진실을 밝히기 위한 30년
ⓒ 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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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 대세 거스르는 공안적폐들이 도발한 사건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5/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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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으로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되지 않았으며, 얼마든지 이를 빌미로 공안적폐 세력들이 반북대결 구도를 부활시킬 수 있음이 명백해졌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 14일 성명에서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로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이 체포된 것과 관련해 이처럼 주장했다.

 

국정원과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 합동수사단은 14일 오전 이 연구위원 집을 압수수색하고 체포했다.

 

국민행동은 성명에서 국가보안법 회합통신 조항에 대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조항이라며 “전 국민에 대한 사상 검열로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조항을 동원해 민주주의와 민중생존, 자주와 통일을 향한 국민의 노력을 탄압하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민행동은 특히 이 사건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고, 10만 국민동의 청원 등 악법 폐지 운동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국민행동은 역사를 되돌리려는 적폐들의 시도에 맞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적극 투쟁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한국진보연대·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국가보안법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4일 이 연구위원이 수용된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이 연구위원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아래는 국민행동 성명 전문이다.

 

---------------아래-------------------

 

[성명] 국정원과 공안당국의 국가보안법 폐지 딴지 걸기를 강력 규탄한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대세를 거스르려는 공안 적폐들이 몸부림치고 있다.

 

오늘 국가정보원이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을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로 체포하였다.

 

이는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민동의청원이 4일 만에 7만 명을 돌파하고 폐지 법안이 준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로 향하는 국민의 여론에 정면으로 맞서는 국정원 등 공안적폐 세력의 도발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제기된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에 대해 “이미 사문화되었다”라며 이 문제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되지 않았으며, 얼마든지 이를 빌미로 공안적폐 세력들이 반북대결 구도를 부활시킬 수 있음이 명백해졌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사문화되지 않은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공안적폐 세력들의 준동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분명한 행동으로 대답해야 할 것이다.

 

문제가 된 회합통신 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시대착오적 협박이자, 무한대의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조항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전세계인들과 SNS를 하는 시대이며,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만나고, 남북 정상회담을 단기간 수 차례 진행하고 공동선언까지 발표한 시대이다. 이런 때 여전히 북한을 ‘적’으로 강제하고 북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그것이 “국가의 존립,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지 검열하겠다”는 구태를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 자의적 문구에 의해 수많은 민주 인사들, 통일 인사들이 희생되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전 국민에 대한 사상 검열로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조항을 동원해 민주주의와 민중생존, 자주와 통일을 향한 국민의 노력을 탄압하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며, 지금의 유례없는 남북관계 단절 상황이 문 정부의 바로 그런 모습 때문이라는 계속되는 지적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고, 10만 국민동의 청원 등 악법 폐지 운동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국정원과 공안당국의 행태를 강력 규탄하며, 반민주, 반인권, 반통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향한 발걸음을 더욱 다그쳐 나갈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국민들께, 역사를 되돌리려는 적폐들의 시도에 맞서 10만 국민동의청원에 적극 참여하고, 기어이 이번 기회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

 

2021년 5월 14일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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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의 마음은 이재명에게로?

등록 :2021-05-14 05:00수정 :2021-05-14 08:30

 
정치BAR_송채경화의 여의도 레인보우
이해찬 조직 ‘광장’, 이재명의 ‘민주평화광장’ 대거 합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 9. 11. 연합뉴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 9. 11. 연합뉴스
 
지난 12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전국조직인 ‘민주평화광장’이 출범했습니다. 민주평화광장은 국회의원, 정치인, 각계 인사 등 발기인만 1만5천여명인 대규모 전국조직입니다. 현재 대선주자로 언급되는 후보들 가운데 조직 규모면에서는 단연 압도적입니다. 이들은 이재명 지사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민주평화광장의 전신인 ‘광장’은 원래 이 전 대표의 조직이었습니다. 2007년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를 앞두고 전국에 있는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모여 출발한 게 바로 ‘광장’입니다. 이 전 대표가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이후엔 연구재단으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출범 뒤 14년이 흐른 현재 이 전 대표는 이 조직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민주평화광장’은 이 ‘광장’에 민주당의 ‘민주’와 경기도의 ‘평화’ 가치를 담아 이재명 지사의 지지자 모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러나 조직과 사람을 그대로 물려받은 셈이니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 지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실제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시절 각각 대변인과 비서실장을 지낸 이해식·김성환 의원 등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민주평화광장에 합류한 상태입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조정식 의원은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입니다. 또한 이 전 대표와 이 지사는 이따금씩 만나는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사 쪽은 “‘될 사람 밀어주기’가 이 전 대표의 원칙”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렇지만 이를 ‘친문 이해찬이 비문 이재명을 밀고 있다’로 단순 해석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해찬 전 대표가 측근들에게 이 지사를 지지하라고 ‘오더’를 내렸다거나, ‘친문 지지자’들이 이해찬 전 대표를 따라 대거 이 지사를 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먼저 이해찬 전 대표를 ‘대표적인 친문’으로 분류하는 게 애매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이해찬 전 대표와 강성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 강한 마찰이 있었습니다. 바로 ‘혜경궁 김씨’ 사건입니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트위터 사용자(혜경궁 김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표적인 친문이면서 당시 경기지사 예비 후보였던 전해철 당시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 ‘혜경궁 김씨’가 바로 이 지사의 부인이라는 의혹입니다.검찰 수사 끝에 ‘트위터의 계정이 이 지사의 부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났지만, 친문 지지자들의 이재명 지사에 대한 앙금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이 사건이 진행중이던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해찬 전 대표에게도 ‘이재명 지사를 감싼다’며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이었던 이화영 전 의원(현 킨텍스 대표이사)이 당시에 경기도 부지사로 임명된 것도 ‘이해찬-이재명’의 연결고리로 자주 언급됩니다. 이런 ‘구원’ 때문에 이해찬 전 대표가 이 지사를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열성 지지자들이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들에게 ‘오더’가 떨어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사실 이해찬 전 대표는 한 번도 이재명 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은 없습니다. 
 
이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로 이 전 대표와 친한 또다른 의원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당의 원로로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누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이 전 대표와 친하면서 이재명 지사를 돕는 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오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 지사를 돕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해찬 당 대표 시절에 당직을 맡았던 한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님은 일절 말씀을 안 하신다. 우리가 알아서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대표님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잘 만들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광장의 멤버들은 이재명 지사가 이에 대한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평소에 사회를 변화시킬 진보적인 인물이 당이나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합니다. 그는 줄곧 개혁노선이 강하거나 민주화운동 경력이 있는 인사들을 지지해 왔습니다. 이런 기준에서 가장 잘 들어맞는 후보가 이재명 지사가 아니겠냐는 게 당 안팎의 해석입니다. 물론 대선 승리를 위해 ‘당선 가능성’도 고려된듯 합니다. 이재명 지사의 측근인 한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의 복심이라는 분들을 만나보면 이들이 이 지사를 돕고 있는 걸 이해찬 전 대표도 ‘양해’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더’가 아닌 ‘양해’입니다.이 전 대표와 친한 이들이 이 지사를 돕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현재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이 전 대표가 직접 입을 열지 않는 한 속마음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대선 경선이 끝나서 민주당 후보가 확정돼야 본심을 밝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전 대표가 분명한 속내를 밝히지 않는 한, 이 지사의 ‘이해찬 마케팅’은 계속될 거 같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995186.html?_fr=mt1#csidx4d9df9c9af9215ca3ad155b6729b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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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1년 3개월 만에… 법원 “고 이재학 PD는 청주방송 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 2심 승소, 부당해고 인정… 눈물 지은 유족 “방송계 더 많은 변화 바란다”
 

‘무늬만 프리랜서’의 억울함을 호소하다 숨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그가 부당해고된 지 3년, 사망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청주지법 2-2민사부(이성기·최유나·오태환 법관)는 13일 오후 2시 고 이재학 PD가 청주방송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선고 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로 판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증거에 의하면 고 이재학이 청주방송 근로자였던 점과 부당해고 당한 점이 인정된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한다. 청주방송은 원고들에게 각 3150만원을 지급하고 소송 비용을 부담하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이재학 PD가 소송을 처음 제기한 지 2년 8개월 만에 나왔다. 이 PD는 2018년 4월 자신과 동료 프리랜서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 기획제작국장의 일방적 명령으로 해고됐다. 당시 그는 일주일에 한 번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회당 인건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은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제작해 수입을 충당했지만 방송작가의 인건비는 턱없이 적었다. 방송작가의 회당 작가료는 30만원, 한 달 120만원 꼴이었다.

▲고 이재학 PD 근무 모습.
▲고 이재학 PD 근무 모습.

 

이 PD는 2004년 청주방송 조연출로 일을 시작했다. 일을 쉰 2010년을 제외하면 2018년까지 만 13년을 청주방송 조연출 및 연출로 근무했다. 보통 제작하거나 편집할 프로그램을 2~4개씩 동시에 맡았고 청주방송 정규직 PD의 지휘·감독을 받았다. ‘무늬만 프리랜서’ 지위로 상사의 말 한마디에 해고된 억울함에 2018년 9월 청주지법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다. 지난해 1월22일 1심에서 패소했고, 2주 뒤인 2월4일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신규식 청주방송 대표이사는 선고 후 “회사에게도, 청주방송 구성원에게도 너무 아픈 사건이었다. 청주방송은 이를 오래 기억하고, 더 나은 일터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며 “늦었지만 유족이 치유 시간을 갖는 첫 날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은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 등 이행 과제를 남겨둔 데 대해선 “지난해 7월 합의에선 3년에 걸친 순차적인 이행을 약속했지만 오는 6월 내로 불법적인 문제는 다 해결하겠다. 이게 회사의 의지”라고 덧붙였다.

유족 “방송계 ‘무늬만 프리랜서’ 근절에 선례되길”

이재학 PD 사망 직후 사건 진상규명 등을 위해 꾸려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선고 후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13일 오후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학 PD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2심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13일 오후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학 PD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2심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진=손가영 기자

 

유족 이대로씨는 “(부당해고된 뒤) 3년의 시간이었다. 중간에 형은 어쩔 수 없이 먼저 떠났지만, 오늘 그토록 원했던 명예회복이 됐고 억울함이 밝혀졌다. 형이 원했던 대로 형의 말이 진실이었다”며 “(판례가) 방송계 선례가 돼 방송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방송계를 계속해서 더 바꿔내면 좋겠다. 형이 원했던 건 자기 싸움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방송계의 잘못된 관례들 모두 뜯어고치는 것이었고, 그랬으면 좋겠다”며 “긴 시간 관심 갖고 함께 싸워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방송작가 출신의 이미지 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은 “더 이상 이재학 PD처럼 억울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도록,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과제가 주어졌다”며 “방송사는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고 스스로 과감히 낡은 관행을 푸는데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방송·미디어 비정규직 남용 문제에서 책임이 자유롭지 않다”며 “고용노동부는 이번 지상파 방송3사 근로감독을 내실있게 하고, 방송사업 재허가 조건으로 비정규직 인력 현황 자료를 제출케 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면밀히 자료를 검토해 행정처분도 강력히 해달라”고 밝혔다.

대책위에서 지난 1년 3개월 간 싸웠던 김선혁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은 “대한민국엔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원이 없다. 노동 전문 판사도 없다”며 “법을 악용해 노동자를 탄압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동법원을 요구하는 투쟁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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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딸이 라면 가게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

사람 공부에 장사 공부 1년... 이 특별한 경험은 우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으리

21.05.14 07:48l최종 업데이트 21.05.14 07:50l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 오늘의 기사 제안에서 라면 이야기 글 모집하는 기사를 보니 꼭 나를 위한 기사 제안 같았다. 퇴근하고 온 딸에게 "라면 이야기 한번 써 볼까?" 하고 물었다.

"그럼 써야지, 드디어 우리의 라면 이야기가 공개되겠네!"
 

잔뜩 기대하는 것 같다. 5년 전 겨울 남동생이 대뜸 "누나 중 가게 하나 내줄테니 뭐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보라"고 말했다. 장사 경험이 없던 자매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말이었다. 장사라는 게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새로 건물을 지은 동생이 가게도 살릴 겸 해서 내놓은 제안이었는데 선뜻 나설 수 없었다. 계획 없이 덤벼들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삼촌 그 가게 제가 한번 해볼게요."

이 같은 딸의 말에 기막힌 것은 가족이었다. 딸은 그즈음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꼭 한 번은 가게를 운영해 보고 싶었다며, 가족을 놀라게 했다. 딸은 그 말을 내뱉은 순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그 라면을 먹지 않았다면

메뉴를 정하는 일부터 인테리어, 집기를 구하고 주재료와 부재료 거래처를 알아보는 일까지 딸아이가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계획을 짰고 인테리어도 직접 구상했다. 덩달아 엄마까지 나서 그야말로 집안이 가게 준비로 돌입한 겨울이었다. 딸과 내가 정한 메뉴는 해물 라면이었다.
 
해물 라면 각종 해물을 넣고 끓인 해물 라면
▲ 해물 라면 각종 해물을 넣고 끓인 해물 라면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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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중 바다를 앞에 두고 해물 라면을 먹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이 9천 원짜리 라면을 시켰을 때 "미쳤다"라며 어이없어 했던 해물 라면. 그런데 한번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아무 말도 못 했던 그 해물 라면. 딸이 해물 라면 가게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거기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메뉴가 라면이었다.

수산시장에 가서 꽃게와 새우, 여타의 해물과 가격을 알아보고, 다른 가게의 라면도 수차례 먹어봤다. 라면 관련 책을 사서 읽고 또 읽었다. 뿐만 아니라 가게를 운영하는 것인 만큼 세금 관련 책도 보았으며, 주변 상권도 살폈다. 나름은 완벽하다 싶게 준비를 마쳤다.

고모, 이모, 삼촌, 큰아빠, 할머니 다 모아 놓고 시식회도 가졌다.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해 왔던 음식 솜씨로 우리만의 요리법을 만들었다. 해물 라면, 된장 라면, 비빔 라면, 열무 라면, 부대찌개 라면, 여름의 콩국수 라면, 주먹밥까지.
  
순두부 라면 얼큰하게 끓여낸 순두부 라면
▲ 순두부 라면 얼큰하게 끓여낸 순두부 라면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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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예쁜 그릇과 인테리어, 모든 것이 새롭고 어색하고 낯설었으나 딸과 같이 시작한 라면 가게는 재미도 있었고 괜찮았다. 딸과 엄마는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손님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가슴 두근거리며 몇 달을 보냈다.

무례한 손님도 만났다. 덩치 큰 세 모자가 와서 라면을 조금 더 달라고 했다. 그 조금이 어느 기준인지 몰라 당황하다 한 그릇을 더 주게 되었는데 올 때마다 요구했다. 두 아들들은 애도 아니고 청년이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중년의 아저씨는 주말마다 라면 한 그릇에 주먹밥 몇 개를 주문했다. 작업복 차림인 걸로 보아 일하다 나온 것 같은데 등을 보이며 라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감사했다. 뒷모습을 보며 코끝이 시큰거렸던 적이 여러 번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손님이 없었다. 시내 외곽이어서, 한 끼 식사로는 라면이 국수보다 못할 수도 있으니, 농사철이니까, 꽁당보리 축제가 있어 사람들이 그곳으로 다 몰려가서 등등등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손님 없는 가게를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을이 되었다. 다녀간 손님들이 두 번 세 번씩 계속 들러 주기도 해 그나마 위안이 되기도 했으나 라면 가게는 점점 손님이 줄었다. 어느 날은 손님 한 분이 라면을 먹고 계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 정도 맛이면 대학교 앞으로 가도 충분할 것 같다. 여기는 외곽이라 사람들이 가게가 있는 줄도 모른다. 맛도 그렇고, 깔끔한 인테리어도 아깝다."

귀한 경험이 된 1년, 최선을 다했다는 딸
  
콩국수 라면 콩을 넣어 고소한 라면
▲ 콩국수 라면 콩을 넣어 고소한 라면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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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고민했으나 딸과 나는 서로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장사는 어려워. 이렇게 시작한 것은 누가 봐도 아니었어. 장사는 장난이 아니야. 그렇게 일 년 만에 가게를 정리했다.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고 딸은 말했다. 그 경험이 얼마나 큰 인생 공부였는지 모른다며 딸은 가끔 말한다.

"엄마, 나는 최선을 다했어. 해보고 싶었던 일을 어린 나이에 해봤고, 그 일 년의 시간 동안 세상 경험, 사람 경험, 장사의 즐거움과 두려움, 어려움, 사람을 기다리는 막막함까지 다 겪었기 때문에 큰 공부가 된 소중한 시간이었어."

그러면서 "지금도 남은 대출금을 갚고는 있지만 내 경험 몫이라 생각한다"고 한 마디 덧붙이며 씩씩하게 웃는다.

"딸! 이번 참에 해물 라면 요리법이나 공개할까?"
"엄마! 무슨 소리야. 그게 어떤 요리법인데, 절대 안 돼."


별거 없는 요리법이지만 자신과 엄마의 한때 소중했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는 마음인 것 같다.

나 역시 느닷없이, 계획한 바 없이 한 가게 운영이었으나 얻은 게 많다. 또한, 안 될 때 빨리 접은 것도 참 잘한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요즘 더 실감한다.

주변 사람들은 지금도 그때 먹은 해물 라면이 먹고 싶고, 생각난다고 한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후로 한 번도 그때의 요리법으로 라면을 끓이지 않았다. 라면은, 라면 본래의 요리법으로 끓인 것이 가장 맛있는 것 같기도 하다가 간혹, 묵혀둔 요리법을 꺼내 제대로 된 해물 라면을 끓여 식구끼리 파티라도 열어볼 날이 왔으면 하고 바라는 요즘이다.

라면도 여느 음식처럼 누군가의 노동과 수고로 끓여지는 값진 음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살면서 우리가 시도하고 겪는 새로운 경험의 대가는 절대 가볍지 않다. 그것이 작은 라면 가게든 큰 사업체든 우리가 치른 경험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된다. 귀한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경험은 결코 우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라면은 딸과 나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 '경험라면'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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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매출 1위’ 점포까지 매각하는 사모펀드 MBK, 노동자들 ‘집단삭발’ 항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5/14 08:00
  • 수정일
    2021/05/14 08: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부동산투기꾼 MBK, ‘먹튀매각’ 중단하라” 노동자들 집단삭발식

김백겸 기자 
발행2021-05-13 17:58:17 수정2021-05-13 18:00:05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MBK가 흑자매장은 돈이 되니 폐점해서 팔고 적자매장은 돈이 안 되니 폐점을 하는 기이한 짓을 하고 있다. 직원들을 먹다 남은 쓰레기 취급하는 그 모습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13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단삭발에 참가한 한 노동자는 눈물이 맺힌 상태로 결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노동조합 조합원들도 흐느꼈다.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등은 사모펀드 MBK의 잇따른 폐점매각 중단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집단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번 집단삭발에는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과 주재현 홈플러스비주 지부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전국의 지역본부 본부장 7명 등 총 11명의 노동조합 지도부가 참가했다.

이들은 "20년 넘게 국민들의 장바구니를 책임진 국내 유통 2위 기업 홈플러스가 투기자본 MBK에 의해 산산조각나고 있다"며 "20년 넘게 일해온 일터인 홈플러스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태어나서 처음 머리를 깎는다"고 삭발식의 배경을 밝혔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인 자산매각을 진행해 3조5천억원을 가져갔으며, 현재도 폐점매각을 추진 중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140개 매장 매출 최상위권인 안산점, 가야점을 필두로 대전둔산점과 홈플러스 1호 매장인 대구점까지 현재 폐점매각이 추진되고 있고, 대전탄방점은 올해 2월말로 폐점이 완료된 상황이다.

MBK가 매출이 높은 알짜배기 점포마저 폐점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배경에 있다. 당시 MBK는 홈플러스 인수자금 7조2천억원 가운데 5조원을 차입하는 LBO 방식으로 인수했다. LBO는 인수대상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MBK는 홈플러스 인수자금의 71%가량을 빚을 내 조달한 셈이다.

이후 MBK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지출한 이자비용 합계만 약 1조 2,635억원이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 합계인 9,711억원보다 무려 2,924억원이나 많다.

이같이 무리하게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가 운영정상화보다는 투자비용을 뽑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홈플러스의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노조는 "사모펀드인 MBK는 투자금회수를 위해 홈플러스 매장을 무차별적으로 매각하고 있다"면서 "전국 매출 최상위권 매장인 안산점과 부산가야점 등이 폐점될 위기에 처했을 뿐 아니라 수천 명의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지난 6년 동안 폐점매각과 인력감축 등으로 직영직원 4,529명이 줄었고 외주 등 간접고용직원 4,329명 등 총 9천여명의 노동자가 홈플러스를 떠났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MBK가 지난해부터 자행하고 있는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은 부동산개발이익을 노린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라며 "MBK는 사모펀드계의 특대형 부동산 투기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MBK가 낸 빚은 MBK가 갚는다. 홈플러스 자산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도장찍게 만들었어야 했다"면서 "노동자의 땀과 노력으로 성장시킨 홈플러스를 MBK가 산산조각 내고 있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자른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겠지만 산산조각나 홈플러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홈플러스를 지키는 싸움에 모든 것을 다 걸겠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의 이 같은 횡포에 대해 정부가 나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 같은 상황은 MBK가 홈플러스에 등장할 때부터 모두 우려했던 상황"이라며 "기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투자자 이익을 위해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고 먹튀하는 것이 사모펀드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인 MBK가 홈플러스에 손댔을 때부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예측됐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삭발식을 마친 후 '지키자 홈플러스, 쫓아내자 MBK'라고 적힌 명함 크기의 경고장을 MBK 본사 앞에 뿌리며 항의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후 MBK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이후 항의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던졌다. 2021.05.13ⓒ김철수 기자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이후 항의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던졌다. 2021.05.13ⓒ김철수 기자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이후 서로 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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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남북철도 연결을 국내외에 선포하라”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15일째 동대구역 출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5.13 13:11
  •  
  •  수정 2021.05.13 13:33
  •  
  •  댓글 0
 
[캡쳐사진 - 통일뉴스]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이 15일째인 13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대구경북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칠성시장으로 향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대구·경북지역의 38개 노동조합/단체의 뜻을 모아 꾸린 대구·경북행진단은 경산역~신매역~만촌역을 이어 오늘 동대구역에서부터 본격적인 대구 시내 행진에 들어갑니다.”

기차가 남북을 가로지르는 한반도 조형물을 앞세우고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이 15일째인 13일 오전 10시 동대구역에서 ‘대구경북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칠성시장으로 향했다.

판문점선언이 나왔던 4.27부터 정전협정일인 7.27까지 부산역에서 임진각까지 550km를 구간별로 도보로 행진하는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이 15일째로 대구 시내 구간에 접어든 것.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5월 26일 김천역까지 행진하는 동안 대백 앞 남북철도 잇기 시민 한마당(5.13), 현대공원 4.9통일열사 묘역 남북철도잇기 성공 다짐대회(5.16), 왜관철교 앞 평화기원제(5.19) 등 시·도민과 함께 호흡하겠다”면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대구·경북인들의 뜨거운 열망이 터져나오도록 힘써 반드시 남북철도 잇기의 디딤돌을 놓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대북 제재를 면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교착상태에 놓인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북미대화 재개와 성공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남북철도 연결을 국내외에 선포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제공 - 대행진단]
한반도 조형물을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 - 대행진단]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11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는 국제노동자교류센터(ICLS)의 연대 성명도 발표됐다. 성명은 “ICLS 11개 회원국의 운송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들과 한국과 북한의 두 철도 노선의 재 연결을 요구하는 ‘남북철도 잇기 평화대행진’을 연대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ICLS의 운송 노동자들은 철도의 재 연결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이 4월에 시작된 웅장한 목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두 개의 레일을 하나로 만드는 첫 번째 단계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연대를 표했다.

곽병인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대구에서는 사실 이런 행사를 하기 쉽지 않은데 이번에 평화철도에서 이렇게 준비를 해줘서 저희들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게 돼서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행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시민들에게 철도 잇는 것이 앞으로 통일운동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알려내는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산에서 온 이양진 전 민주일반연맹 노조위원장은 “집에서 대구역까지 두 시간 밖에 안 걸렸다. 참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북철도가 이어져서 남과 북이 왕래하면 북측이 얼마나 가까운 나라인가 다시 한 번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제공 - 대행진단]
동대구역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대구 칠성시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 - 대행진단]

대행진 첫 날부터 함께하고 있는 정성희 평화철도 집행위원장은 “예상외로 상당한 의미를 느끼고 있다”며 “시민들 누구나도 남북철도 연결을 지지하고 일부 시민들은 ‘좋지만 그게 되겠느냐’고 질문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갈수록 대오가 늘고 있고 오늘 동대구역은 100여 명이 참가했다”며 “경북구간에서는 농민들이 통일 쌀포대, 통일 트랙터를 끌고 행진하는 것을 검토 중이고, 도로공사가 있는 김천에서는 공공노련 통일위원회 주최로 남북도로 연결을 주창하고, 경기도에서는 교사학생대행진을, 기아자동차 공장에서는 기아자동차의 대륙진출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집행위원장은 “하루 평균 8km 정도 행진하는데 아주 적당하다”며 “다리에 근육이 붙고 몸무게가 오히려 2kg이 늘었다”고 말하고 “조형물을 6명 정도가 끌고 가는데 바퀴가 잘 굴러서 오르막길도 별 문제 없이 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대구경북행진 선포 기자회견문(전문)

대구·경북 시도민의 마음속에 평화·통일 열차의 노반을 깔겠습니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4월 27일, 부산역에서 출발한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은 수영역~동래역~구포역~양산역~마산역~창원역~밀양역을 거쳐 5월 9일 경산역에 도착했습니다. 대구·경북지역의 38개 노동조합/단체의 뜻을 모아 꾸린 대구·경북행진단은 경산역~신매역~만촌역을 이어 오늘 동대구역에서부터 본격적인 대구 시내 행진에 들어갑니다.

돌이켜보면 남북분단도, 남북철도의 단절도 외세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1945년 9월 11일, 남북철도의 최초 운행 중단은 8월 24일 소련군 평양 진주와 9월 8일 미군 인천 상륙 및 군정 실시와 때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초고강도 대북 제재로 남북철도 잇기라는 민족의 숙원 사업은 질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외세의 호의에 기대어 남북철도를 연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외세가 남북철도의 연결을 가로막는다면 우리 민족이 직접 나서서 연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미국의 간섭과 방해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거나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맙시다. 우리가 주인이 되어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에 나섭시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대북 제재를 면제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최근 검토가 끝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토대하고 단계적, 동시적 방식을 모색함으로써 북미대화 재개와 성공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제재 면제만을 기다린다면 판문점/평양 선언 이행과 남북철도 잇기는 끝내 사장되고 말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교착상태에 놓인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북미대화 재개와 성공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남북철도 연결을 국내외에 선포해야만 합니다. 바로 지금 당장 미국에 맞서 당당하게 남북철도 잇기에 나섬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하나로 잇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공동번영,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는 탄탄한 철길을 놓아야 합니다.

남북철도 잇기를 우리 스스로 결정하자는 뜻을 모아 철도·궤도 노동자들이 앞장서고 각계각층이 함께 시작한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은 ‘9월 총파업’과 '10월 항쟁'의 정신과 잇닿아있습니다.

10월 항쟁은 친일 관리를 고용하고 토지개혁을 지연하며 식량 공출을 강압적으로 시행하는 미군정, 그리고 독립 국가 수립이 지연되는 현실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사건이었습니다.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시작된 9월 총파업과 연이어은 10월 항쟁은 자주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외세가 아닌 우리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함을 국민 스스로 자각하게 한 계기였습니다.

그때처럼 (철도·궤도) 노동자들이 앞장서겠습니다. 농민, 여성, 종교인, 지식인, 청년·학생 등이 함께하겠습니다. 5월 26일 김천역까지 행진하는 동안 대백 앞 남북철도 잇기 시민 한마당(5.13), 현대공원 4.9통일열사 묘역 남북철도잇기 성공 다짐대회(5.16), 왜관철교 앞 평화기원제(5.19) 등 시·도민과 함께 호흡하겠습니다. 시·도민 한분 한분의 마음속에 평화열차, 통일 열차의 노반을 깔겠습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대구·경북인들의 뜨거운 열망이 터져나오도록 힘써 반드시 남북철도 잇기의 디딤돌을 놓겠습니다.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제재를 해제시키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당장 미국에 맞서 남북철도 잇기에 나서도록 촉구하겠습니다. 나아가 평화, 통일 열차가 남북을 오가며 유라시아로 달려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8천만 겨레의 힘줄과 핏줄이 되고 평화와 통일의 생명줄, 번영의 젖줄이 되게 하겠습니다. 이로써 남북 정상이 민족 앞에 엄숙히 선언한 지난 70년간의 남북 적대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우리 민족이 함께 손잡고 살아가는 역동의 자주통일 조국이 성큼 다가오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 5월 13일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대구·경북행진단  

 

한국의 두 철도 노선의 재 연결을 요구하는 ICLS의 성명(전문)

ICLS 11개 회원국의 운송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들과 한국과 북한의 두 철도 노선의 재 연결을 요구하는 ‘남북철도 잇기 평화대행진’을 연대하며 지지합니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나자 한국은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었습니다. 통일 된 국가에서 제국주의 국가의 지시에 따라 두 개로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익을 위해 3년 동안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슬픈 역사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채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76년 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ICLS 노동자들은 남북한 두 정상이 만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을 때 희망을 보았고, 두 나라의 철도도 다시 연결하겠다는 약속도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어떤 발전도 볼 수 없었습니다.

ICLS의 운송 노동자들은 철도의 재 연결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4월에 시작된 웅장한 목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두 개의 레일을 하나로 만드는 첫 번째 단계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1. 5. 13.

함께 연대를
국제노동자교류센터(ICLS)의장 에드가 빌라이언
몽골 철도노조(FMRWTU), 몽골 광산교통노조, 일본 전국철도노동조합총연합회(JRU), 한국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KRMU), 필리핀 운수노조연맹(UTWO), 필리핀 노동자연대(BMP), 필리핀 철도노조(BKM-PNR), 태국 철도노조(SRUT), 동부지역노조연합(EASTERN UNION), 대만 철도노조(TRLU), 호주 레일 트램 버스노조(RTBU), 뉴질랜드 철도 해원노조(RMTU), 미얀마 선원노조연합(MMTUF), 미얀마선원노조(MMWF), 양곤지역운수노조(YDTWU), 양곤지역 미얀마철도노조(YDMRWU), 인도네시아 철도노동조합(SPKA), 말레이시아 철도노동조합(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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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그물에 걸린 고래도 유통 금지된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입력 : 2021.05.13 06:00 수정 : 2021.05.13 07:51

 

정부, 보호생물지정 추진
연내 2종·내년부터 4종 추가 검토
국산 수산물 수출길 고려
미국 보호기준 충족 일환 

[단독]그물에 걸린 고래도 유통 금지된다
 

정부가 국내 해역에서 서식하거나 혼획(어업 활동 중 섞여 포획)되는 모든 고래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는 조업 중 의도치 않게 잡히더라도 위판 등 유통이 전면 금지되고, 연구용으로만 활용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이는 국제사회의 고래류 보호 규제 강화와 올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고래류 보호 수준에 대한 평가를 염두에 둔 선제적 조치다. 미 NOAA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내 수산물의 대미 수출길이 막힐 수 있어서다. 정부는 다음달 고래류 위판 금지로 우려되는 어민들의 소득 감소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관련 연구용역도 맡길 예정이다.

12일 해양수산부의 해양생태계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 추진계획을 보면, 해수부는 연내 범고래, 흑범고래 등 2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신규 지정할 계획이다. 국제포경협회(IWC) 가입국인 한국은 현재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를 비롯해 남방큰돌고래 등 고래류 10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해수부는 또 내년부터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등 4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 포획·보관·위판·유통 등이 전면 금지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고래류 보호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이번 해양보호생물 지정 확대 방안은 국제 보호종이면서 국내 해역에서 자주 혼획되는 사실상 모든 고래류에 대한 강력한 보호 조치”라고 말했다.

이는 고래류 보호를 강화하는 국제사회 흐름과 미 NOAA의 까다로운 ‘동등성 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자국 내 고래류의 혼획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은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 개정을 통해 해양포유류의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을 일으키는 어획기술로 포획된 수산물이나 수산가공품의 수입을 2023년 1월부터 전면 금지토록 했다.

예를 들어 안강망 어업으로 상괭이를 혼획한 경우 해당 국가가 적절한 혼획저감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강망 어업을 통해 어획한 해당 국가의 모든 수산물과 수산가공물의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130여개 국가는 오는 11월까지 고래류 보호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NOAA에 제출해야 한다. NOAA는 1년간 심사를 거쳐 내년 11월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국내 수산물의 연간 수출액은 23억1000만달러로, 이 중 미국 비중은 약 13%(3억1000만달러)다.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대미 수출 제한에만 그치지 않고 유럽 등 주요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평가에서 기준치를 밑돌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우리 수산물의 수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미칠 수 있다”며 “NOAA의 평가 항목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지만, 평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시행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해양보호생물종 지정 확대에 따라 우려되는 어민들의 소득 감소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다음달 발주할 예정이다. 조업 중 혼획된 밍크고래는 마리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혼획된 고래류의 위판을 금지하면 당장 어민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울산과 포항 등에서 120개 안팎의 음식점들이 고래고기로 생계를 꾸려가는 만큼 위판 금지에 따른 지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130600005&code=610103#csidxd824f912baef036b75985a6be2f10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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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한 춤꾼' 이애주 선생을 기리며…

[창비 주간 논평] 이처럼 춤철학에 집요하게 매달린 사람이 또 있을까

일상의 이애주와 춤추는 이애주는 분리해야 한다. 회의나 자문, 대담 등으로 만난 이애주는 언제나 '까칠한' 모습이었다. 대세에 지장이 없는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매우 집요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했다. 나는 지금까지 그를 만났을 때 한 번도 편하고 즐거웠던 적은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그는 늘 나 또는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화두처럼 던져주었고, 이것만큼은 꼭 알아야 한다고 무언가를 역설하곤 했다. 그런 것들 중에는 내 삶에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 것들이 있다. 분명 이애주는 '알다가도 모를' 남다른 사람이다.

 

이애주와의 첫 만남


 

잠시 내 얘기를 좀 해야겠다. <창작과비평>을 통해서 문순태의 소설 <징소리>(1978년 겨울호)를 만났다. 나는 이걸 꼭 음악극 또는 총체극으로 만들고자 했다. 1985년 가을, 당시 문화관 소극장에서 동명의 극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때 서울대 춤동아리 '한사위'의 도움을 받았다. 한사위의 지도교수가 이애주였다. 당시 탈춤을 얼추 배웠던 나는, 이애주 교수에게서 한국무용실기를 배우고 싶었다. 이른바 '민족춤' '민중춤'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었다. 1986년 대학교 4학년이던 나는 부푼 꿈을 안고 이애주 교수를 학교에서 첫 대면했다.


 

그러나 전혀 뜻밖이었다. 무용실기실에서의 이애주는 '민족'과 '민중'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않았다. 내가 한 학기 동안 배운 춤은 궁중무용(정재)인 <춘앵전>이었다. 춤을 매개로 해서 흥과 신명의 최대치를 경험하고자 한 나의 욕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춤실기 강의였지만, 그에게서 오히려 '우주' '기' 같은 단어와 개념만을 접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 학기를 인내로 버틴 결과, 나는 한국 춤의 정신과 원리를 알 수 있었고 이애주라는 춤꾼을 단지 '무용사회학'적인 영역에만 둘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의 춤은 '무용인류학'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이를 통해서 한국 춤의 원리와 역사적 전개를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전통에 뿌리를 두고 창조의 세계로


 

이애주는 어릴 때부터 춤에 재지가 있었다. 초등학생인 이애주의 모습이 당시 일간신문에 실릴 정도였다. 교동초등학교에서부터 무용을 시작했는데, 학교와 집 근처에 국립국악원(서울 종로구 운니동)이 있었던 것은 매우 행운이었다. 이애주의 어머니가 어린 딸을 국립국악원에 데리고 간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그는 당시 어린이들이 가는 무용학원이나 신무용 계통의 춤과는 일정 거리를 둘 수 있었을 것이다. 이애주는 국립국악원이 생긴 이래 가장 어린 수강생이 아니었을까? 그는 이때부터 외형적인 춤보다는 춤의 내면을 알게 되었을 것 같다. 춤에 있어서의 감성은 논리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를 배우게 된 것 같다. 이애주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무용소녀들과는 다른 작품으로 무용 콩쿠르에 참여하면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의 첫 번째 춤 스승인 김보남(국립국악원)이 세상을 떠난 후, 이애주는 한영숙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춤 세계를 확장해간다. 사실 그때 한영숙 선생은 건강상·정신상 춤에 몰두했던 시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애주는 스승의 춤 세계에 더욱 깊게 다가갔다.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긴 뒤 전수자를 키워내고 그 전수자들에게 발표 기회를 주면서 등수를 매기던 시절이 있었다(1970~71년). 이때 모든 전수자 중에서 이애주는 언제나 1등이었다. 가장 바람직한 전수 생활의 모범을 보인 것이다. 이런 결실을 확연하게 보여준 것이 '한영숙류 이애주 전통무용'(1983년 8월 29일 '공간사랑'에서 공연)이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공연으로 누구보다 스승 한영숙이 인정하는 무대였다. 명무의 첫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애주의 내면에는 세 명의 할아버지가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스승인 한영숙의 할아버지이자 일제강점기 한국의 근대 춤을 완성한 한성준이다. 일제강점기 대세였던 신무용과 달리 '전통'에 뿌리를 두고 '창조'의 세계에 다가간 이다. 두 번째는 김보남이다. 이애주 춤의 외형은 근대지향적·민중지향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그의 춤철학과 미학에서 유교적 가치관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이애주를 '전무후무'하다고 평가하는 까닭도 이러한 지향성에 있다. 세 번째는 영가무도(詠歌舞蹈)의 김일부이다. 이애주는 맥이 끊긴 영가무도를 행해 갔다. 춤이라는 게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말을 늘여서 표현한 노래 영가와 관련이 있고, 이처럼 영가 속에서 움직임과 춤이 만들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성 원리라는 게 이애주 춤의 기본이다.


 

이 땅에서 춤을 전공으로 삼은 사람 중에 이처럼 춤철학에 집요하게 매달린 사람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이는 단지 사변적인 '철학'이 아니었다. 그는 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실제적으로 적용하고자 애를 썼다. 이것이 민주화 시대에는 '시국춤'으로, 이후에는 '생명춤'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훗날 이애주가 이른바 '시국춤'을 출 때에도, 무용계와 문화계가 이애주에게 그 어떤 흠집을 내기 어려웠던 것은, 그가 아주 출중한 전통의 계승자였기에 그렇다. 또한 이런 연장선으로 그는 무형문화재 최고의 위치인 '인간문화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애주 춤의 통시성과 공시성


 

이애주에게는 늘 두 가지 목적성이 있었다. 하나는 자기 춤의 '통시성'이다. 자신의 춤이 어떤 계보를 잇고 있는지, 그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의미를 살렸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춤의 '공시성'이다. 자신의 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예술가 또는 시민적 자각이다. 이애주의 춤이 이른바 '시국춤'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훗날에 그가 자신의 춤의 가치를 우주와 자연의 조화를 담은 '생명춤'으로서 강조했던 것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여러 부조리와도 연관이 밀접하다. 통시적인 맥락에서의 '춤사상'의 확립과 공시적인 맥락에서의 '춤꾼'의 자세, 이것이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하면서 '이애주'라는 무인의 나이테를 형성한 것이고, 나아가 결국 이애주라는 춤의 거목을 가능케 한 것이다.
 

 

지난해 이애주는 매우 큰 일을 했다. 자신의 춤 스승인 한영숙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서 큰 공연과 학술대회를 병행했다. 아마 무리가 많았을 텐데도 이 큰 일정을 모두 잘 마친 이애주에게, 대한민국 문화계는 큰 박수를 보냈다.

 

이제 이애주는 이승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다 끝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지금 이 시대의 대한민국은 더이상 답이 없다는 생각을 했을까? 저기 어딘가에 존재하는 상제님을 만나고 그의 혜안을 보고 싶었을까? 이애주는 이렇게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났다.


 

이애주가 승무를 출 때의 모습이 그렇듯이, 이애주가 우리에게 남겨준 이미지와 메시지는 아주 분명하다.

 

'하늘과 땅이 맑고 밝아(天地淸明) 해와 달이 빛이 나(日月光華)'


 

전무후무한 춤꾼이 이 땅을 홀연히 떠났다. 세월이 좀 흐른 후, 이 땅에 또다시 이애주와 같은 춤꾼이 나타날까? 그러길 바란다. 이애주를 알건 모르건, 우호적이건 배타적이건 간에 이애주의 춤의 이미지와 메시지는 아주 오래도록 이 땅의 사람들 마음에 존재하리라.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1217385252138#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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