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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저격수 배치해 시민들 조준사격” 계엄군 투입 장·사병 증언 잇따라

5.18진상규명조사위, 조사 개시 후 1년 성과 보고

최지현 기자 
발행2021-05-12 20:35:56 수정2021-05-12 21:12:02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위원장 송선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진상조사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허연식 조사2과장이 당시 광주교도소 주변에서의 3공수여단 작전상황 및 민간인 피해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1.05.12.ⓒ뉴시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주요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미리 배치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조준사격했다는 당사자의 진술이 나왔다. 이에 따라 과격한 무장 시위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포했다는 전두환 신군부의 '자위권'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년간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조사위는 5.18 당시 제3공수여단이 5월 20일 오후 10시 이후 광주역에서 M60 기관총을 설치해 시민을 살상했다는 가해자 진술을 확보했다. 심지어 M1 소총에 조준경까지 부착해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광주역 광장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는데, 기관총을 설치한 이후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발포가 이뤄졌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제11공수여단은 5월 21일 오후 1시경 전남도청 앞에 가득 모인 시위대를 향해 집단발포를 한 직후, 금남로 주요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조준사격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집단발포에 놀라 달아나던 시위대를 일일이 조준해 사살한 셈이다.

 

다음날인 5월 22일 이후에는 광주 외곽을 봉쇄하는 작전을 하던 제3공수여단이 광주교도소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서 M60 기관총을 설치하고, M1 소총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들을 살상했다는 증언이 확보됐다.

광주교도소 양쪽의 광주-순천 간 고속도로와 광주-담양 간 국도를 오가는 차량과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 사격으로 최소 13차례 이상의 차량피격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증언과 문헌을 통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장·사병이 고속도로를 지나가던 신혼부부를 태운 차량을 저격·사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기존에 알려진 주남마을, 지원동 일원 마이크로버스·앰뷸런스 피격 사건 외에 또 다른 승합차 및 앰뷸런스 최소 5대를 피격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그동안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계엄군의 조준사격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가해자인 당시 계엄군이 직접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주목된다.

조사위 관계자는 "5.18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장·사병 중 522명을 지난 1년 동안 만났다"며 "그중에서 M60으로 직접 사격했거나 M1 조준경을 사용해 사격했다는 진술 등 58명의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진상조사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송선태 위원장이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1.05.12.ⓒ뉴시스

이들 증언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발포 명령자' 또는 '발포 책임자'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전두환과 신군부 지휘부는 "과격한 시위대로 인한 급박한 상황에서 방어를 위해 살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발포 명령을 한 적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해왔다.

송선태 위원장은 "저격수를 운영한 사실 자체는 (발포가) 자위권 차원이라는 (전두환 신군부의) 주장과는 상치되는 것 아니냐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조사위 관계자는 "그 어느 문건에도 발포와 명령에 대한 게 전혀 명시돼있지 않다"며 "군 지휘부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에 가까운 양심고백이 있기 전에는 모든 증거를 모아 논리적으로 추론해서 (책임자 규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조사위가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으로 조사를 해나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송 위원장은 "위원회 출범 이전에 이뤄진 여러 차례의 5.18 진상조사가 신군부 및 계엄군 지휘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택과 집중식 조사'였다면, 위원회는 신군부 책임자는 물론, 광주 시위 현장에 투입되어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장·사병, 피해 시민들까지 '포괄적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내란과 내란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핵심 책임자들은 진솔한 고백도,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장·사병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장·사병들의 증언을 분석한 후 신군부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나아가 그는 "저희가 쓸 수 있는 방법을 다 쓸 것이다. 일단 소환장을 보내고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서면조사를 하고 이것도 불응하면 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생각"이라며 "여기에 전두환 씨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가해 당사자들의 증언은 그동안 해당 구역에서 발생한 총상 사망자들의 사망 원인이 일부 '칼빈총 총상'으로 분류된 의혹을 푸는 데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두환 신군부는 그동안 시위대와 시민들이 총에 맞아 숨진 책임을 시위대로 돌리려고 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사망자의 칼빈총 총상이었다. 칼빈총은 시위대가 무장한 것이었는데 당시 시위대가 오인 사격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문서를 계엄군이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거짓'이라는 근거가 이번에 추가로 나온 것이다.

과거 5.18 시위대와 시민들의 사망 원인을 규명할 때 가장 원시적인 방식인 '육안 감식'을 통해서 했는데, 송 위원장은 "M60과 M1과 칼빈총의 규격은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탄도학 등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전문기관에 관련 진술 내용을 의뢰해 추가 정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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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답이 없다. 불평등에 저항하는 투쟁만이 답이다.

  • 기자명 김재하 전국민중행동(준) 조직강화특위장
  •  
  •  승인 2021.05.12 12:00
  •  
  •  댓글 0
 
 

아니나 다를까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벌써 대선국면이다. 
기성정치권은 보궐선거 전에는 표를 얻기 위하여 그나마 맆서비스라도 했으나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치고박는 권력싸움에 열중일 따름이다. 노동자민중들의 고통스런 삶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역시나’이다.

노동자 민중의 불평등 고통은 특히 20~30 청년세대에 집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20~30 청년세대의 절규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표출되었다.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 ‘영끌’ 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한다. 청춘을 노래하고 미래를 꿈꿔야 할 청년세대들이 생애를 포기하고 영혼마져 바쳐야 하는 ‘이생망과 영끌’은 21세기 문명시대, 인간사회의 언어가 아니다. 

머지않아 큰 뇌관이 될 가게부채의 경우, 크게 늘어나고 제2금융권 대출의 56%가 20~30대이다. 직업도 없고 신용도 변변찮은 청년들은 학자금과 생계비로 대학을 빚쟁이로 출발하여 졸업하고도 빚쟁이 신세이다.
3포 세대는 그나마 양호한 것이었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모든 걸 포기하는 N포세대라 부른다. 현재의 고통과 암울한 미래가 청년들을 부동산으로 주식, 암호화폐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휴지처럼 쓰이다가 재도 없이 불타는 불나방 인생인 줄 뻔히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청년들의 미래와 영혼을 재물삼아 배를 채우는 자들은 누구인가. 굶주린 사자도 제 배가 차면 사냥을 멈춘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동물의 세계만도 못한 야만의 사회이다.

다 같이 힘들거나 지금은 좀 힘들더라도 희망이라도 있으면 참을만하다.
불평등은 상대적이다. 수치상 차이가 아니라 박탈감과 분노의 불평등이다. 세계경제위기, 자연재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등의 위기가 있더라도 다 같이 힘들면 누굴 탓하겠는가.
코로나19로 노동자 서민들은 짤리고 가게문을 닫는데 가진 자들은 부동산이다 주식이다 하며 오히려 떼돈을 번다.
대다수 청년들은 ‘이생망’을 절규하고 있는데 누구는 제 손에 물 한방울도 묻히지 않은 채 수조 원을 물려받는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불평등이 대를 이어 계속된다는 것이다.
현실이 좀 어렵더라도 미래가 보인다면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했으나 지금은 부와 권력은 학력으로 이어지고 불평등은 대를 이어간다. 이전에는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가정을 꾸리고 애 놓고 시간이 지나면 내 집 마련하고 살 수는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사회이다. 불평등에 장사없다. 

모든 학자, 언론, 정치인들은 말한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 문제라고. 코로나 19 이후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었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진단은 있으나 처방이 없는 형국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로 노력하지 않는다. 

한국사회가 이토록 불평등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도 가진 자들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데 더 많이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근원이 분명한 만큼 해결방법도 간단하다. 가진 자들이 덜 가져가고 가진 것을 좀 내 놓으면 된다.

그러나 재산이든 권력이든 역사적으로 가진 자들이 스스로 내어 놓는 법은 없었다. 
재벌과 수구보수세력은 말로는 불평등이 문제라고 떠들지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그 과실을 따먹는 세력이다. 집권여당은 불평등을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의심스런 집단이다.
누굴 쳐다보고 어디에 기댈 것인가. 바로 노동자 민중, 우리 자신들이다. 

2019년 민중대회의 구호는 ‘불평등을 넘어’였다. 불평등을 넘자면 우선 불평등에 저항하는 투쟁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이대로 가면 내년 봄 대선판과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히 예상된다. 권력이 어디로 가든 누가 집권한들 불평등의 사회는 그대로라는 것을 우리들은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오는 11월 민주노총 총파업을 전민중이 지지,엄호하고 함께 투쟁하여야 한다. 내년 1월 민중 총궐기를 조직하여 대선판을 흔들자. 
지금도 노동자민중들은 생존과 불평등 혁파를 위해 전국에서 지치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각자도생’할 수 있는 투쟁은 없다. 민중총궐기를 향해 사회 전 영역 각계각층의 투쟁을 불평등에 저항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 나가고 총궐기 역량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재벌 내놔라. 국가와 정치권이 책임져라. 주한미군 주둔비 주지 마라. 투기자본 몰아내자.” 모든 나팔수들은 소리치고 모든 펜들은 춤추자. 
투쟁을 모으고 힘을 기르면 촛불은 다시 타오를 것이다.
다시 타오를 촛불은 ‘탄핵의 촛불’이 아니라 ‘평등의 횃불’이 될 것이다.

가진 자 저들이 결코 줄 수도 주지도 않는 답을 우리 노동자민중들은 쥐고 있다.
불평등은 결단코 노동자 민중의 숙명이 아니다.

김재하
전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전국민중행동(준) 조직강화특위장
한국진보연대 상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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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의 칼춤, 공수처 1호 사건

당시 전교조 서울지부장이 밝히는 해직교사 특채의 전

21.05.13 07:01l최종 업데이트 21.05.13 07:01l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부당 의혹에 첫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왼쪽 사진)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과천 공수처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부당 의혹에 첫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왼쪽 사진)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과천 공수처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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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직접 관계되는 일이라 웬만하면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가고 싶었다. 요즘 논란이 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해직교사의 복직 문제다.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이 '공무원법 위반'이라고 경찰에 고발하더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한술 더 떠서 '권한 남용, 부정 청탁'이라며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무려 '공수처 제1호 사건'으로 말이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복직교사들이 무슨 엄청난 특혜라도 받은 줄 알겠다. 과연 그런가? 한번 살펴보자.

문제의 기원 이 일의 발단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갓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을 확 바꾸겠다"면서 이른바 '고교 다양화'를 들고나왔다. 평준화된 고교교육이 수요자인 학부모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니 다양한 고등학교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양성'을 앞세운 사실상의 '평준화 해체 공작'이었다. 고교 선택권이 확대되고 사립에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공립에는 자율형공립고등학교(자공고)가 들어섰다. 온갖 명목을 앞세워 국제고 같은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가 늘고 고교 선택제가 확대되어 변두리 지역의 공립학교는 급격히 슬럼화되기 시작했다.

고교가 서열화되고 부유층 학교와 특목고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입시명문 사립고도 등장했다. 부유층 밀집 지역과 서민층 밀집 지역 사이에 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남들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려는 사교육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대학들도 앞을 다투어 부유층 출신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입시제도를 내놓았다. 고교 내신은 유명무실해졌고, 지필 본고사가 슬슬 부활했다. 기준도 공개하지 않는 심층 면접이 확대되고, 명문고 출신에게 은밀하게 가산점을 주는 '고교 등급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심지어 '기부금 입학제' 도입을 요구하는 대학까지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입시에 치여 만신창이가 된 고교 교육은 붕괴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다. 경쟁과 적자생존의 천박한 논리가 학교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온갖 시험이 도입되고 일제고사가 부활했다. 서민층은 사교육비를 부담하느라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었고, 입시 전쟁터로 전락한 학교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공교육은 평등한 보편교육을 통해 민주시민을 기르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부모의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불평등한 계급구조는 공교육을 통해 더욱 확대 재생산되었다.

교사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이런 학교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는 극단적 자조가 학교 현장에 만연했다. 물줄기를 바꾸려면 뭔가 해야만 했다. 그것이 비록 한강에 돌멩이를 던지는 것이라 하더라도.

편파적인 운동장과 몸부림

그러던 차에 2008년 최초의 민선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그것은 실낱같은 기회였다.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해도, 시도 교육감이 나서면 작은 변화의 틈이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고교 다양화 정책의 폐단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희망이라기보다는 절망 속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때 나는 전교조 서울지부장이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가, 교사라면 당연히 교육의 공공성과 보편성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방법은 어떤 식으로든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초중등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법이 걸림돌이었다. 공무원인 교사는 정당 가입은 물론 어떠한 선거운동도 할 수 없었고, 단순한 지지 의사 표명도 금지되었다. 할 수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하나하나 유권해석을 받아가면서 살얼음판을 기어가야 했다.

다행히 교사도 사회단체들과 연합단체를 만들어 선거 준비 활동을 할 수 있고, 지지 후보를 공동으로 추대할 수 있으며,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빌려주는 것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탄탄대로는 아니어도 작은 오솔길을 찾아낸 셈이었다.

그때부터 교육 시민단체들과 함께 후보를 추대하는 등 '선거 준비 활동'에 들어갔다. 상대 후보는 당시 서울시 교육감인 공정택이었다. 그는 전국 최초로 '국제중 설립'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이명박 정부의 경쟁주의 교육정책에 앞장섰다. 그의 별명은 '리틀 이명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손발을 묶어 놓고 하는 편파적인 종합격투기 경기였다. 공무원이 아닌 학원업자, 교복업자들은 활개를 치며 공정택 선거운동을 하는데, 우리는 후보를 추대한 뒤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교장들은 노골적으로 공정택의 선거운동을 했고, 아무리 선관위에 고발해도 모조리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반대로 우리는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당하면서 걸핏하면 주의나 경고가 떨어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교육토론회를 열어 경쟁주의 교육의 폐해를 널리 알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것도 '선거'라는 단어와 후보 이름은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법이 그렇다는 데에야 어쩌겠는가?

피바람

우리가 마지막으로 후보를 도울 방법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가난한 후보를 위해 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빌려주어 선거자금으로 쓰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15%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참여를 권유하기 어려웠다. 결국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와 교육 사회단체 집행부를 중심으로 각자 알아서 하고, 친지들에게도 최대한 참여를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화근이 되었다. 검찰이 뒤에 이 일을 수사하면서, 선거자금을 많이 대여해준 사람 순으로 수사대상자 명단을 작성해서 투망식 수사를 벌인 것이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법원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아 진행한 일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개인의 선거자금 대여는 합법이지만, 단체가 선거자금 대여를 권유한 것은 불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댔다. 결국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가 독박을 쓰고 말았다.

선거 결과는 통탄과 아쉬움 그 자체였다. 겨우 득표율 2%p 차이로 패배한 것이다. 그것도 서울 22개 자치구 중에서 서초, 강남,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를 제외한 19곳에서 승리하고도, 강남 3구의 몰표가 당락을 갈랐다.
 
 26일 오전 진보적인 교육단체들이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지난 4월 26일 62개 진보교육단체가 모인 서울교육지키기 비상대책위는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은 부당한 채용이 아니라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특별채용에 응시하고 당당하게 합격한 것"이라면서 "감사원이 뭔가 엄청난 비리 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실상은 과거의 적폐를 눈감아주고, 과거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수포로 돌리기 위한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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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검찰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투망을 던졌다. 걸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었다. 사무실 압수수색에 이어 후보와 선거자금을 많이 대여해준 사람들부터 10년 치 이메일을 뒤졌고, 선거기간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과 사용장소를 일일이 대조했다. 기지국이 겹치면 불법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몰아갔다.

선거자금을 대여해준 교사들을 엮는 것이 여의치 않자, 검찰은 단체를 통해 불법 선거자금을 모았다는 이유로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결국 선거자금 대여를 안내한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 7명이 모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재판 결과, 4명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3명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직을 떠나야 했다. 나는 지부장 임기가 종료되는 2008년 12월 31일 구속되어 징역형을 받았다.

복직한 4명은 바로 이들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선거와 관련해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연퇴직과 동시에 5년간 공무담임권이 박탈되고, 징역형을 받으면 당연퇴직과 동시에 10년간 공무담임권이 박탈된다. 대통령 특별사면이 없이는 그 기간 안에 복직이 불가능하다.

이번에 논란이 벌어진 전교조 특채교사 4명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과 복직을 기대했지만, 웬일인지 특사 때마다 이들의 명단은 빠졌다. 결국 5년이 지나 공무담임권이 자동 회복됐고, 조희연 교육감이 이들을 교육공공성 신장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특별채용한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평등교육 폐지, 교육시장화 정책에 맞서 몸을 던진 공로자들이고, 오랫동안 큰 피해를 감수한 희생자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지향한 정책방향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공정한 교육기회, 평등한 교육복지'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게다가 처벌의 근거가 된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오래전부터 폐지를 요구해온 악법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비준을 약속한 'ILO 핵심협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약속만 지키면 이들에 대한 처벌은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고, 복직을 가로막은 걸림돌도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이들은 촛불정부의 출범과 함께 사면 복권되어 진작에 학교로 돌아갔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면복권은커녕 딴짓만 하다가, 어렵게 복직한 이들을 다시 학교 밖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감사원과 공수처의 이번 조치는 촛불정부의 책무를 망각한 선무당의 칼춤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공정한 교육은, 그것을 위해 싸우다 고통받은 이들을 보듬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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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글 썼다고 격오지 발령내고, ‘불리한 처분’은 아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법농단, 법정의 기록](37) 비판글 썼다고 격오지 발령내고, ‘불리한 처분’은 아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입력 : 2021.05.12 06:00 수정 : 2021.05.12 08:20

 

인사실 사람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법농단, 법정의 기록](37) 비판글 썼다고 격오지 발령내고, ‘불리한 처분’은 아니다?
 

대법원장의 인사 재량일까,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불리한 처분일까. ‘법관 인사 불이익’ 혐의를 둘러싸고 사법농단 재판에서 오가는 공방이다.

헌법 제106조 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독립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조항이다. 동시에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제9조 1항), 판사에 대한 보직을 행한다(제44조 1항)고 규정한다. 대법원장 인사권에 특별한 견제장치는 없다. 1980년대까지도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하거나, 대법원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판사가 하루아침에 전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은 법관이 윗선 눈치를 보는 관료화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 인사 불이익이 헌법이 금지한 ‘불리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음주운전이나 성추문과 같은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라, 대법원 정책 비판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리는 행위까지 인사 불이익 대상으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은 대법원장에게는 인사 재량이 있으며, ‘불리한 처분’에 법관 인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당한 사유로 법관에게 특정한 인사조치를 한 것일 뿐, 그것은 불이익도 아니고 재량 범위 내의 행위라 문제없다고 한다. 증인으로 나온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인사실) 근무 판사 8명은 대체로 피고인들 주장과 유사한 증언을 했다.

■물의 야기 법관 문건, 심의관 마음대로?

대법원 정책 비판 글 올린 판사들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 보고
인사실 판사 “애매하면 일단 넣어”

공식적인 징계절차가 있는데도
불투명한 인사절차로 불이익 검토
검찰 “문건에 포함 자체가 위법”

인사실에서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보고서’는 법관 인사 불이익 혐의의 핵심 증거다. 이 문건의 성격이 재판에서 일단 쟁점이다. 검찰은 대법원 정책을 비판한 판사들까지 이 문건에 포함해 인사 불이익을 검토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문건에는 물의 야기 사유로 특정 판결을 기재한 대목도 있다. 인사실 심의관으로 근무했던 판사들은 이 문건이 양승태 대법원 때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고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윤리감사관실의 징계 검토 법관 명단과, 정치권·언론 등에서 논란이 된 법관을 찾아 문건에 넣는데 선정 기준은 ‘법관으로서 부적절한 행위,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이다. 윗선에서 특정 법관과 사유를 추가하거나 빼라고 지시한 적은 없었고, 심의관이 자체적으로 작성했다고 했다. 다만 문건은 윗선에 보고됐다.

많은 판사들이 물의 야기 법관으로 선정된 경위에 관해 인사실 판사들은 “애매하면 일단 넣었다”고 했다. 어차피 인사조치 결정은 인사권자 몫이기 때문에, 심의관 입장에서는 후보군을 빠뜨리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포함했다고 했다. 호성호 판사의 말이다. “검토가 필요한 사람들을 ‘총망라’해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분들이 그 내용을 보고 판단하는 기초자료를 제공해 드린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작성했습니다.”

부적절한 행위를 한 법관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은 공식적인 징계절차가 있는데 불투명한 인사절차를 통한 불이익이 왜 필요할까. 호 판사는 “‘인사적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사법행정에 부담이 되는 행위가 문제가 된다면 어느 정도 행위가 문제가 되는 것인지, 법관의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케이스가 쌓일 필요도 있었다”고 했다.

대법관 제청 관련 글을 썼다가 물의 야기 법관으로 지목된 송승용 판사는 울산·포항 배치 검토를 거쳐 통영지원으로 최종 발령났다. 통영지원은 격오지로 불린다. 당시 심의관이었던 이흥주 판사는 “(울산 배치는 불이익이) 굳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초안이었다”며 “그것을 보고 인사총괄부장님께서 정책 결정 내용(불이익)이 전혀 반영이 안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다른 데로 보내는 게 낫겠다고 하셔서 포항으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후 통영으로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아서 배치했느냐’는 검사 질문에 이 판사는 “그렇다. 총괄부장님이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 판사는 2015년 정기인사 후기 문건에 송 판사 인사와 관련해 이렇게 적었다. “통영 배치는 인사실에서는 반대했습니다만, 인사권자의 뜻이 강하여 이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각종 글 게시에 대한 문책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법정에서 “좀 교만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제가 총괄부장님과 위의 결재라인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총괄부장님이 다녀오신 다음에 하신 말씀에 비춰서 ‘통영으로 정해졌구나’라고 생각했고, (…)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이 판사) 인사총괄부장이었던 남성민 판사는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인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원 변호사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 인사는 대법원장이 사실상 관여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법원행정처) 처장도 아닌 차장 선에서 마무리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했다. 인사실 판사들은 공통적으로 “인사실은 안을 올릴 뿐 정책 결정은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사 관련 실무 지침이나 기준의 변경도 윗선에 보고한 뒤 승인을 받아 진행한다고 남 판사는 말했다.

2018년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의 놀이터에서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특정 성향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며 “어떤 사법행정 처분에 있어서도, 법관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단호히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8년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의 놀이터에서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특정 성향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며 “어떤 사법행정 처분에 있어서도, 법관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단호히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헌법상 불리한 처분에 인사 불이익 해당 안 돼”

피고인들 “인사 재량 범위” 주장
대법원장 재량도 무한할 수 없어
법관 독립 저해한다면 견제 필요

피고인들의 입장은 ‘인사 재량’으로 모아진다. 피고인들은 물의 야기 법관 선정과 인사조치가 잘못된 불이익도 아닐뿐더러,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불리한 처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법관뿐 아니라 조직 인사의 기본원리에도 반한다”며 “구성원 중 문제가 있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인사조치를 해야 하고, 인사권자의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인사실 판사들의 답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법관의 어떤 행위를 물의 야기로 판단할 것인지도 인사 재량이고, 대법원장이 정하면 그게 바로 인사 기준이라고 했다. 특히 매년 전체 법관의 3분의 1이 다른 법원으로 근무지를 이동하는 전보인사가 이뤄지고 대다수의 법관이 희망한 법원에 배치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희망한 근무지로 가지 못했다고 불리한 처분이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했다.

남성민 판사는 “법관이 전보를 희망하고 있다면 특정 법원으로 전보되는 게 불이익은 아니다”라며 “어떤 법원으로 보낼지는 인사 재량의 범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재호 판사도 “법관의 직은 직위나 보직, 지역과 상관없이 모두 다 똑같은 것”이라며 “전보인사에서 본인의 희망과 달리 임지가 주어졌다고 해서 헌법에서 말하는 불리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 인사 불이익은 “특정 법관의 희망지 검토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이라며 전보인사에서 희망지에 배치되지 않아 인사 불만을 갖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인사실 판사들은 각종 자료와 판례도 언급했다. 김연학 판사는 자신이 검토해본 결과 헌법에서 말하는 ‘불리한 처분’은 인사가 아니라 징계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1960년 개정 헌법에선 법관의 징계 종류로 정직·감봉만을 명시하고 있었는데, 법관징계법은 정직·감봉 외에 견책도 규정하고 있어 두 법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1963년 개정 헌법에 ‘불리한 처분’이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장은 법관 독립과 책임을 모두 달성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고 했다. “불이익은 법관 인사뿐 아니라 보수 삭감과 같은 것도 있는데, 법관이 불이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모두 불리한 처분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법령 해석, 입법자의 의사, 법 개정 경과 등을 볼 때 ‘불리한 처분’에 법관 인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생각합니다.”(김 판사) 이흥주 판사는 ‘명확한 법규 위반이 없으면 인사 재량의 범위에 해당한다’는 검사 인사 관련 대법원 판례를 봤다면서, 법관 인사에 대해서는 선례가 없지만 같은 취지로 대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대법원장의 인사 재량은 무한한 것일까. 재량도 한계를 넘으면 위법이 된다. 1993년 한 판사가 대법원장의 전보인사가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의 몇몇 재판관이 대법원장의 인사 재량을 언급했다. 한병채·김양균 재판관은 한국 사법 역사에서 법관 인사가 징계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들이 있고, 오히려 건국 이후 법원조직법에는 대법관회의 의결을 거치거나 고등법원장 의견을 듣도록 하는 등 대법원장 인사권의 견제장치가 있었다고 했다. 두 재판관은 “대법원장이 판사 보직에 관해 아무런 제약 없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현행 법 제도(1981년 개정 법원조직법) 아래서뿐”이라며 “사법권 독립은 법관의 인적 독립의 보장 없이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변정수 재판관은 “전보발령이 유리한 인사냐, 불리한 인사냐의 여부는 전보발령된 법관의 의사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며 “아무리 인사권자라 하더라도 객관적인 합리적 이유 없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근무지를 이동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독일은 법관의 의사에 반한 전보를 금지한다. 인사권자가 마음대로 법관의 근무지를 바꾸는 것은 법관 독립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120600005&code=940301#csidxc2a62901de1ff469e96af64f60c41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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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이 정도일 줄이야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취임 한 달, 침묵하거나 후퇴하거나 말을 바꾸거나

21.05.12 07:40l최종 업데이트 21.05.12 07:40l
큰사진보기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이 열렸다.
▲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이 열렸다. 2021.4.22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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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극우보수 성향 20대 유튜버를 '8급 별정직'에 해당하는 '메시지 비서'로 채용해 논란이 일었다. 연설문과 축전, 축사 등 '메시지 비서'의 업무는 청와대의 연설 비서관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정치가 갈수록 '메시지 정치'로 기울어진다는 점에서 외부 메시지의 초안을 잡는 해당 업무의 중차대함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 측은 일부 언론에 "청년 입장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비판을 의식했는지 해당 유튜버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사실상 폐쇄해 버렸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헌데 불과 4개월 전 오 시장은 이른바 보수 유튜버에 대해 이런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강성 보수 세력을 자처하는 이른바 보수 유튜버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무능한 정책을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으로 방송해 우리 우파 어르신들이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분노보다 지혜로운 전략이 앞서야 하는데, 분노만 자극해 구독자 수를 늘리는 일부 보수 유튜버 때문에 오히려 중도 외연 확장력에 한계가 생긴다.<br />- 오세훈  "일부 보수 유튜버 탓에 외연 확장 한계…안철수, 예의 아냐"(<뉴시스>, 2021.1.28)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도, 오 시장이 극우보수 유튜버들을 준엄하게 꾸짖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랬던 오 시장은 4.7 보궐선거 이후 이른바 '이대남'의 표심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자 20대 보수 유튜버를 전격 채용했다. 

본인이 과거 '태극기 집회' 연단에 올랐던 기억은 까맣게 잊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중도 표심을 얻고자 하는 간절함의 발로였을까. 그게 아니라면 순간순간을 모면하고자 하는 특유의 임기응변에서 비롯된 허언이었을까. 

침묵하거나 후퇴하거나. 그도 아니면 말을 바꾸거나 10년 전 재직 시절 본인의 정책을 부정하거나. 거칠게 요약하자면, 취임 한 달을 넘긴 오 시장의 행보는 대체로 이 정도로 수렴된다. 유세 기간 훨씬 이전부터 강성 발언과 정책들을 쏟아냈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이 임기 1년짜리 시장에게 한 달이 넘도록 일종의 '허니문' 기간을 허락한 것처럼 보인다.   

달라진 오세훈?
 

TBS 설립 목적이 있다. 교통·생활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내 재임 시절에는 <뉴스공장>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없었다.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든 것이다. 이제 TBS를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br />- 오세훈 "김어준, 계속 진행하되 교통정보 제공하시라" (<연합뉴스> 2021.3.8)


이른바 '김어준 때리기', 'TBS 흔들기'는 지난 선거 기간 오 후보 및 보수야당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의 단골 메뉴였다. 해당 발언 역시 "김어준씨가 (<뉴스공장>을)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에 앞서 오 시장은 "시장이 되면 TBS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이란 취지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랬던 오 시장은 아예 TBS 관련 보고를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한 오 시장과의 대화 내용을 페이스북에 소개한 바 있다. 조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오 시장은 "공영 방송의 보도가 선거(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비판 대상이 된 것 자체를 (교통방송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TBS의 '자정'을 강조했다고 한다. 

취임 이후 오 시장은 TBS와 관련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선거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출연료 등을 문제 삼으며 TBS와 김어준 때리기에 열을 올리면서 지지층을 자극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김어준 퇴출'과 같은 강경 노선이 실정법이나 서울시 의회 상황 등 현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정치적으로도 이익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기왕에 초·중·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지난 4일 유치원 무상급식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오 시장의 발언이다. 이날 오 시장은 "선별이니 복지니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라며 "정부도 빠르게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10년 전 시장 직을 걸고 반대했을 당시 "무상복지 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무릎을 꿇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었다. 

부동산 정책은 어떠한가. 후보 시절 오 시장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를 통한 공급 물량 확대'로 요약된다. 그랬던 오 시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기 수요에 대해 "일벌백계"를 경고하고 나섰다. 

떠올려 보자. 선거 직후 '오세훈 당선 효과'가 서울시 집값 상승으로 연결됐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됐다. 어느새 오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던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35층 이하 규제 폐지' 정책은 자취를 감쳤다. 목동, 여의도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버리자 심지어 반자본주의적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과 부동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 교수는 10일 <한국경제>에 "오세훈 시장의 설익은 부동산 정책으로 도시 전체가 망가진다"라며 "(오 시장의 악수가) 땅값은 올리고 공급은 가로막고 있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대개가 이런 식이다. 지지층을 자극했던 공약들이나 구호들은 대개 자취를 감췄다. 실정법과 동떨어진 '김어준 퇴출'은 둘째치더라도, 무상급식이나 투기세력 퇴출과 같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오 시장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 만하다. 현 정부 정책과의 엇박자는 현실 적합성이 떨어지고 섣부른 '박원순 지우기'도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취임 직후 연일 서울시 독자 방역을 주장했다 역풍을 맞았고, '오세훈 서울시의 박원순 지우기' 보도에서 거론된 '따릉이 100억 적자' 주장엔 경제적 효율성 대신 교통복지 및 온실가스와 탄소 배출 감소 등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박이 잇따랐다. 

정리하자면, 오 시장이 이른바 '박원순 체제 10년'의 공공성이 담보된 적지 않은 정책들을 당장 해체하거나 뒤집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오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과는 복지나 청년정책 등 시대정신 또한 천양지차고 이를 거스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들은 당장 반발이나 비판이 거세다. 임기 1년짜리 시장의 한계 또한 뚜렷하다.

물론 이와는 다른 견해도 없지 않을 터. 지난 8일 포털에 공개된 시사주간지 <한겨레21> 1362호에는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의 칼럼이 실렸다. 처음엔 제목이 '정작 위로는 오세훈에게 받았다'였으나 본문에 관련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오세훈 서울시장의 청년 정책 공약과 4월 현재 서울시 정책의 후퇴를 걱정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제목이 엉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같은 날 오후 '오세훈, 무상급식 논란 지우고 복지 시장 거듭나려면'이라고 제목이 수정됐다.

일부 언론은 선명했던 본인의 선거 구호와 달리 정책 면에서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는 정책들조차 무딘 칼로 달달함을 이어가는 중이다. 임기 1년짜리 시장에 대한 기대가 적어서일까, 오히려 선거 당시 구호나 정책을 실현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 여겨서일까. 

'재선' 오 시장을 소환한 것은 서울시민의 준엄한 민심이 맞다. '여당 심판' 정서가 우세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부 혹은 다수 언론의 '허니문'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서울시민들이 오 시장의 오락가락, 갈팍질팡 정책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아둔하지 않다는 사실일 것이다.  
태그:#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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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인 시위 나선 청년들 “살기 위해 일터 갔다가 죽는 일 없어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5/12 09:56
  • 수정일
    2021/05/12 09: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청년 의원·당원·활동가, 故 이선호 친구들 피켓·촛불 들고 재발방지 대책 촉구

이승훈 기자 
발행2021-05-11 21:56:09 수정2021-05-11 21:56:09
1인 촛불 피켓 시위에 나선 청년들ⓒ청년정의당 관계자 제공 
 
“선호는 죽음을 각오하고 일터로 간 게 아니에요. 여느 때와 같이 일하러 간 건데… 돈 벌어 조카들 장난감 사주고 싶다고, 친구들 맛난 거 사주고 싶다며, 일터로 갔다가 죽는 세상에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나요.” - 故 이선호 친구 김벼리 씨</figcaption>

23세의 故 이선호 항만 하청 일용직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청년 정치인, 청년 정당인, 청년단체 활동가 등이 촛불을 들었다. 선호 씨 친구들도 멀리 평택에서 상경해 촛불과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11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일대에 촛불이 켜졌다. 청년정의당, 청년유니온, 청년진보당, 청년녹색당, 기본소득당, 미래당,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당원 및 활동가들이 정부서울청사 일대에서 흩어져서 피켓과 함께 촛불을 든 것이다. 같은 시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는 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1인 촛불 피켓 시위 나선 청년들ⓒ청년정의당 관계자 제공
고 이선호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민중의소리

이 자리에는 선호 씨의 친구인 김벼리(23) 씨도 함께했다.

벼리 씨는 “선호가 죽은 지 벌써 20일”이라며 “선호가 죽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범했던 저와 친구들, 선호 가족들은 그날부터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잘 있다가도 300kg의 쇳덩이에 깔려 악 소리도 못 내고 죽은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또 “선호를 하나의 슬픈 이름으로 남기기 싫다. 그저 일하는 중이었을 무고한 제 친구 치름 앞에 왜 ‘고’(故) 자가 붙어야 하나”라며 “제발 안전비용보다 사람목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장 의원은 ‘2010년 1600도에 이르는 당진 용광로에 20대 청년이 빠져 숨진 사고 기사’에 달린 댓글 ‘그 쇳물 쓰지 마라’에 음을 붙인 노래를 직접 통기타를 치며 불렀다.

기자회견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혜영 의원ⓒ민중의소리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 (생략) …

노래를 부르다 ‘자동차도 가로등도 철근도 만들지 말라’고 반복하는 대목에서 눈물이 쏟아진 장 의원은 잠시 노래를 멈추고 “정치가 이렇게까지 기만적이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적어도 청년이 살려고 일하러 가서 죽어서 나와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세월호에서 배운 게 뭐란 말인가”라며 “무더기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가 85%인데 3년 유예되어서 적용되지도 않는 그 법. 그 법을 가지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고? 장난치지 말라”라고 말했다.

또 “사실 (항만노동자들의 산재를 막기 위한) 법안도 올라와 있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 의무가 해수부에 없어서 의무를 두자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지만, 국회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이선호 노동자는 우리의 친구였고, 누군가의 자식이었다.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을지도, 어쩌면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한다”라며 “우리사회, 늘 그렇지 않나. 시끄러울 때 쳐다보지만 다른 뉴스로 넘어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똑같은 사고가 반복된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현실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이선호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책임 묻는 1인 촛불 피켓 시위ⓒ민중의소리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특별한 조치가 아니었어도, 기본적인 것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라며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권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우여곡절 끝에 반쪽짜리 법안이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조금씩은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에 그 희망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위원장은 “한 사람의 생명보다 이익과 손실만 따지는 기업,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클릭 수만 따지는 언론, 이 낯설지 않은 현실에서 환멸이 난다”고 토로했다.

송명숙 청년진보당 대표는 “구의역 김군, 제주도 이민호, 태안 김용균 등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오늘 또 이선호 님의 사고를 마주하고 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가슴이 저리고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노동자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그래서 참담하다”라며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일이 없어지려면 안전한 작업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위험한 일일수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이 자리 모인 청년, 청년 정치인들과 함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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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자료에서 평화군축의 가능성 찾을 수 있다”

[인터뷰] 『북조선 실록』 100권 발간한 김광운 교수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5.12 00:25
  •  
  •  수정 2021.05.12 08:20
  •  
  •  댓글 0
 

광복부터 54년 9월까지 ‘북조선 실록’ 100권 발간

『북조선 실록』 100권을 발간한 김광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를 11일 오후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북조선 실록』 100권을 발간한 김광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를 11일 오후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 일기』, 『일성록』으로 대표되는 조선시대의 역사기록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없는 기록문화의 결정체로 모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당당히 등재돼 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눈앞에 『북조선 실록』(민속원) 100권이 나타났다. 각권 평균 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더구나 그 모든 사료를 기획부터 발간까지 단 사람이 총괄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오는 13일 ‘『북조선 실록』 100권 간행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앞두고 있는 김광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를 11일 오후 2시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김광운 교수는 “국호는 고유명사니까 서로 존중해 줘야 하고 남북이 있으니까 남한, 북조선으로 부르는 게 좋겠다고 한 고 서동만 교수의 견해를 받아들였고, 우리 고유의 역사기록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보자는 의미에서 북한에서 발생했던 일들을 편년의 형식을 빌려서 기록하는 것이니까 조선왕조실록 처럼 실록을 붙여 북조선실록이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1945년 8월 15일 광복부터 시작해서 계속 내려오며 일별로 정리하는데, 같은 날짜일 경우에는 북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향을 많이 끼치는 문제를 중심으로 선별한다”며 “북이 생산한 자료들도 있지만 국외에서 생산한 자료들도 찾아서 집어 넣는다”고 설명했다.

1945년 8월 15일부터 1954년 9월 23일까지를 일지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 124권이고, 그 중 연내 발간 예정인 한국전쟁시기 74-97권을 제외하면 딱 100권이 출간된 것. 각권 평균 800쪽이니 약 8만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자료 수집, 선별, 편집은 혼자 한다”

1945년 8월 15일부터 1954년 9월 23일까지, 한국전쟁 시기(74-97권)을 제외하고 1-124권 딱 100권이 출간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945년 8월 15일부터 1954년 9월 23일까지, 한국전쟁 시기(74-97권)을 제외하고 1-124권 딱 100권이 출간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원자료에 대해서는 “북한 자료에서 기본은 노동신문, 민주조선, 청년전위, 조선인민군, 평양신문이고, 당 기관잡지 근로자 등에서도 자료를 뽑고 있다”며 “국외의 자료로는 중국 인민일보의 북한 관련 자료는 다 선별 번역해서 싣고 있고, 미국 국무부 외교자료(FRUS)에서 북한 관련 자료 주요한 것을 선별해서 내고 있고, 소련 자료도 번역해서 싣는 식으로 북한 관련된 것은 모을 수 있는 것은 다 모으고, 서울에서 내는 것도 북한자료에서는 안 나타나는 것을 집어넣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분량이 많아지게 마련. “초기에는 3,4개월(분량)이 (한 권에)들어가지만 뒤로 가면 보름이면 8,9백 페이지가 된다”는 것. 실제로 73권의 경우 1951.1128-12.17 20일 분량이 9백 쪽이 넘는다.

실로 방대한 ‘실록’ 작업을 혼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광운 교수는 “자료 수집, 선별, 편집은 혼자 한다”며 “나누어서도 시도해 봤지만 일관된 작업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실무는 작업팀 5명과 외부의 몇 명이 맡고 있고, 출판, 번역 등은 외부에서 다 해 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같은 안정된 출간 체계는 박재규 경남대 총장의 전적인 공감과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6.15남북정상회담 당시 통일부장관을 역임한 박 총장은 북한 자료의 필요성을 절감해 “흔쾌히” 지원에 나섰다고.

NARA 국편 부스부터 IMF 외환위기 기회까지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김광운 교수가 『북조선 실록』발간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국편 자료수집 행정업무를 보면서 김대중 정부 시기 △한국현대사 △민주화운동 △북한통일 관련 자료들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본격적으로 수집하면서부터였다고. 당시 국편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2층에 별도 부스를 설치해 자료를 수집할 정도로 열성적이었고, 그때 확보한 독도 관련 자료는 이후 일본과의 독도 논쟁에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다고.

이같은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국편은 한국현대사 자료 수집에 주력하게 됐고,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생겨 맡게 됐지만 북한통일 관련 자료는 제대로 수집하는 기관이 없어 자신이 관심을 두고 수집하게 됐다는 것.

기회는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오는 것일까. 김 교수는 “IMF 외환위기가 하나의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IMF로 인해 대학이나 연구기관들이 제일 먼저 없앤 게 자료실이고, 북한통일 자료를 모으고 있던 김 교수에게 ‘버리다시피한’ 자료들이 쏟아져 들어오게 됐다.

더구나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북한 관련 자료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북한 자료를 거저 가져올 수 있는 기회도 적지 않았다고.

김 교수는 “자료가 있다면 안 간 곳이 없다. 무조건 찾아가서 살펴보고 부탁, 사정하고 어쩔 때는 안 주면 복사라도 해왔다”며 “요즘에는 ‘북조선 실록’이 나오니까 자기 자료 일부를 주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내년 4월 150권 발간...“자료발굴, 연구 기초 제공일 뿐”

김광운 교수는 북한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 자료를 온전히 활용해 연구결과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광운 교수는 북한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 자료를 온전히 활용해 연구결과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후 계획은 일단 연내로 한국전쟁 시기에 해당하는 74-97권을 발간하고, 내년 4월까지 1954년 9월부터 1955년 10월까지 125-150권을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나아가 “과거 북한 자료를 PDF 형식이나 영인방식으로 출판한 것은 읽기도 힘들고 활용에도 한계가 있다”며 “어렵고 더디지만 풀텍스트를 입력해 종이책을 내고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자료발굴이 연구라고 착각한 적이 있다”며 “최초 발굴도 연구는 아니다. 연구의 기초 제공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자료발굴을 더 이상 크게 의미 없는 걸로 만들어가는 거다”라고 ‘북조선 실록’ 발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이 자료를 온전히 활용해 연구결과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며 “미국 학자 브루스 커밍스가 미국 자료 일부와 북한 자료를 활용해서 냉전의 기원을 찾았다면, 우리는 북한 자료를 찾아서 우리의 현실에서 필요한 평화군축의 가능성 찾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실제로 북한 원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한국전쟁 시기인 1951년 1월 1일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에 평화라는 단어가 다섯 번이나 등장하는가 하면, 1950년대 중반에는 북한에서 주도적으로 군축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것.

자력갱생, 중공업 우선, 시장...“맥락을 알아야 한다”

그는 또한 “조선로동당이 걸어온 맥락을 알아야 한다”며 “자력갱생이라는 조선로동당의 기본 이념, 철학이 만들어진 계기는 가장 가까운 중국에 의한 것”이라고 짚었다. 1951년 1월 2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조선로동당중앙위원회 제3차 정기회의에서 진술한 김일성 동지의 보고’ 중 “우리 민족의 자력갱생 여하는 우리 당사업과 우리 인민군 투쟁여하에 달려있습니다”라는 언명에서 처음으로 자력갱생이 언급된 것.

그는 “중국인민지원군이 들어와서 대국주의를 한 거다. 그래서 소련이나 중국의 도움을 받지만 전쟁 승리 여부는 기본적으로 조선인민의 자력갱생에 달려있다고 한 것”이라며 “자력갱생이 외부적 봉쇄로 인한 경제적 자립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1953년 8월 5일 조선로동당 중앙위 제6차 전원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은 역사적인 ‘모든 것을 전후인민경제복구발전을 위하여’를 발표했지만 그 연설문이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당시 소련이 복구비용 10억 루블을 지원하면서 박창옥 국가계획위원장을 내세워 중공업은 소련 등 사회주의권 분업체계에 맡기라며 ‘중공업 우선, 경공업·농업 동시발전’ 노선을 무시했다는 것. 결국 1956년 종파투쟁을 거친 뒤에야 김 주석의 노선이 온전히 승리할 수 있었다고. 그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 주석의 권위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한 “북한에서 시장이 없던 시절은 없었지만 시장화는 자본주의 시장경제화로 서로 다른 것”이라며 “북한 연구자가 시장과 시장화의 차이도 모르면 안 되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13일 국제학술회의...이만열 “북한 연구를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것”

13일  ‘『북조선 실록』 100권 간행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온.오프 방식을 병행해 열린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3일  ‘『북조선 실록』 100권 간행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온.오프 방식을 병행해 열린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한편, ‘『북조선 실록』 100권 간행 기념 국제학술회의’는 오는 13일 오전 10시부터 북한대학원대학교 대회의실과 인터넷 줌 화상회의 방식을 병행해 진행되며 박재규 경남대 총장의 개회사, 오코노기 마사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의 기조발제에 이어 김광운 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자문위원으로 힘을 보탠 이만열 전 국편 위원장은 “북조선실록의 간행으로 북한 연구를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관련 거짓 지식과 정보를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헌사했다.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연구자들에게 최고의 희소식”이라며 “북한 텍스트 정본화는 대립·갈등·분열의 작업에서 화해·협력의 원점이 될 작업”이라고 기대감을 비쳤다.

썬즈화 중국 화동사범대학 종신교수는 “북조선실록은 거의 복음과 같은 자료집”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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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해직교사 특채 ‘공수처 1호’ 수사에 보수신문까지 “적절성 논란”

한겨레, “광명·시흥 농협서도 ‘셀프대출’ 땅 투기”
세계·동아·중앙, 민주노총의 항의 캠페인에 “폭력·겁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시교육청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첫번째 수사 대상으로 선택했다. 애초 고발된 죄목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아닌 데다 공수처가 기소할 수도 없는 사건을 택한 데 조선일보를 제외한 신문들은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비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큰 가운데, 한겨레가 1면에 지역농협 직원들이 ‘셀프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를 한 정황을 보도했다. 이들 농협은 LH 직원들이 광명 새도시 후보지 땅투기할 때 대출해준 곳으로, 내부 정보 이용 의혹도 제기됐다.

세계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사설란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항의 캠페인을 비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앞둔 가운데, 민주노총은 지난해 역대 최저인상률(1.7%)을 주도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다시 위촉된 데 반발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12일 9개 일간지 1면 갈무리
▲12일 9개 일간지 1면 갈무리

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1호 사건’으로 정한 것을 두고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조희연 교육감이 2002년 대통령 선거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다 해임된 교사 5명을 2018년 특별채용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부교육감 등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감사원에 의해 고발된 사건이다. 공수처는 11일에도 1호 사건 선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감사원은 애초 경찰에 고발하며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는데 공수처는 수사 대상 범죄인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특채 과정에서 이에 반대한 부교육감 등의 업무 배제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교육공무원법에 특별채용을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는 데다 최종 인사권자는 조 교육감이라는 반박이 있다. 한편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수사하더라도,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본인 및 가족만 기소하거나 공소유지할 수 있다.

▲12일 한국일보 5면
▲12일 한국일보 5면

신문들은 공수처의 설립 목적과 상징성에 한참 못 미치는 선택이라고 평했다. 경향신문은 “공수처가 설립 목적에 걸맞지 않은 사건부터 수사에 착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은 수사는 쉽지만 판단은 까다롭다는 평가도 나왔다”며 “조 교육감이 특정인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입증하기가 까다롭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직접 접수한 1000여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제쳐 놓고 1호 사건으로 선정할 정도의 ‘권력형 범죄’인지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혐의 성립 여부나 가벌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교사들의 정치활동 금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협약 위반이라며 법 개정을 권고하는 등 국제기준과 어긋나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12일 중앙일보 12면
▲12일 중앙일보 12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권력형 비리나 뇌물수수, 선거범죄 등이 아니지 않느냐”며 “공수처는 사건이 없다면 가만히 있는 것이 맞다. 이 사건은 불기소하면 수사능력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고 기소를 해도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공수처가 검사나 판사가 아니라 조 교육감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정치적 부담이 적고 성과를 내기 수월하다고 판단한 경향이 커보인다”며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도 공수처가 너무 ‘쉬운 선택’을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감사원에서 감사 결과를 내놔 수사 착수에 부담이 적고 조 교육감의 정치적 무게감이 덜한 점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12일 한겨레 8면
▲12일 한겨레 8면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겨레가 관련 사설을 냈다. 서울신문은 “공수처의 1호 수사로 삼을 만큼 비중 있는 사건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눈치 보며 정치적 부담 없는 사건만 수사한다면 공수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 전담수사기구인데 서울시 교육감에게 불똥이 튀었다”며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공정하고 성역없는 수사만이 살길”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공수처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조 교육감이 기소를 피하게 된다면 어설프게 덤볐다가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광명·시흥 농·축협 직원도 ‘셀프 대출’ 땅 투기 보도

한겨레가 경기도 광명·시흥 지역의 북시흥농협과 부천축산농협 직원들이 가족 명의를 이용한 ‘셀프 대출’로 광명 3기 새도시 후보지 인근 농지 등에 투기를 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1면에 보도했다. 두 농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새도시 땅 투기에 나서는 과정에서 돈을 빌려준 곳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해당 지역 농협인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 직원 몇명은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는데 제한이 있자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아 광명 3기 새도시 인근 농지와 상가 등을 사들였다. 한 직원은 억대의 대출을 받아 인근 농지를 매입한 뒤 매도해 수억원대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이 ‘LH 사태’ 이후 착수한 현장검사 중 이 같은 사실을 포착했다.

▲12일 한겨레 1면
▲12일 한겨레 1면

이들은 농협 임직원은 본인 명의로는 본인 소유 주택담보대출이나 생활안정자금 이외에는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가족 등 제3자 명의로 농지담보대출을 받아 땅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한겨레에 “가족한테 대출을 해줄 때는 본인은 대출심사에서 빠져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도 일부 직원은 직접 심사를 해서 대출을 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셀프 대출’을 한 농협 직원 중에는 대출심사 담당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출 담당자들이 LH 직원들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12일 한겨레 3면
▲12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마음만 먹으면 가족을 내세워 쉽게 피해 갈 수 있을 정도로 ‘임직원 대출’ 규제 등 내부 통제 장치가 허술한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 적발이 되더라도 ‘주의’ 또는 ‘견책’ 수준의 약한 처벌을 받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어 “전국에는 1000개가 넘는 지역조합(농협·축협)이 운영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소지가 없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세계·동아·중앙, 민주노총의 항의 캠페인에 “폭력·겁박”

세계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사설을 내 최저임금위원회 유임에 반발하는 노동계의 항의성 메일과 문자메시지 캠페인을 비난하는 사설을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재계는 벌써부터 임금을 ‘최대 경영 리스크’로 꼽고 있다”며 “2011년 이후 아시아 18개국의 최저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6~2020년 중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이 9.2%로 가장 높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계는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마지막 기회로 간주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한다. 민노총은 최저임금위 9명의 공익위원들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 문자메시지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민노총은 2018년에도 국회가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수당 등의 범위를 늘릴 때 환경노동위 여야 의원들에게 원색적인 욕설이 담긴 문자폭탄을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12일 세계일보 사설
▲12일 세계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민주노총은 공익위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까지 찾아가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며 “공익위원들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협박 글을 단체로 보내는 것은 일종의 겁박이며 압력”이라며 “폭력적 방법으론 주장을 관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민노총은 최저임금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는 심의 주체 중 하나다. 그런 민노총이 다른 심의 위원들을 사전에 압박하는 것은 협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했다.

▲12일 중앙일보 사설
▲12일 중앙일보 사설
▲12일 동아일보 사설
▲12일 동아일보 사설

이들 신문은 항의 캠페인을 “폭력” 또는 “겁박”으로 규정했다. 단체적인 항의 캠페인은 특성상 불편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지닌 결정권을 감안하면 개개인의 자발 의사에 따른 동시다발적 항의 표시를 두고 ‘폭력’ 또는 ‘겁박’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9명 중 박준식 위원장,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등 대부분의 인사가 유임됐다. 노동계는 이들이 역대 최저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했다며 사퇴를 촉구해왔다. 최저임금위는 지난해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1.5%로 의결했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2년 전 인상률도 2.9%로 역대 3번째로 낮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위원들 유임에 “코로나19로 저임금노동자는 해고와 소득감소로 인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고, 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 역시 매출급감 등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사회의 약자에게만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상황이 집중되고,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행한 모습을 돌아본다면, 이들이 다시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이 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재계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아시아 18개국과 견준 자료를 들고나와 본격 공세를 시작했다”며 “국가마다 산정기준이 다르고 경제 규모에서 차이가 큰 아시아권 국가와의 최저임금 비교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겨레는 “그동안 한국의 최저임금 비교는 아시아가 아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국가를 기준으로 이뤄져 왔다”며 “2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위임금으로 계산해도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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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농업 정책' 분석...남북 농업 협력 가능할까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생산 계획과 실적에서의 '허풍' 문제

일곱째, 농업근로자들의 생산 열의와 관련된 과제이다.

 

북한에서 농업근로자들의 생산적 열의를 높이는 방법으로는 사회주의 분배방식을 개선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농민들은 협동농장의 연말 결산분배에서 국가수매계획을 충족시킨 다음에 1년 치 기본식량을 분배받는다. 그런 다음 그 나머지(초과생산분)에 대한 분배도 받게 되는데 그것이 현물분배이냐, 현금분배이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난다.

 

《농장법》에 따르면 "분배는 현물분배를 기본으로 하면서 현금분배를 결합하는 방법으로 한다."(제44조) 농민들은 당연히 현물분배를 선호한다. 현물분배 몫에 대해서는 농민들이 이를 보유하고 있다가 공산품이 필요할 때 시장에 내다 팔거나 분조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를 구입한다고 한다. 
 

 

현금분배에서는 현금을 국가수매가격으로 지급하느냐, 시장가격으로 지급하느냐에 따라 무려 수십 배(변동가격)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현금분배 시에 대체로 국가수매가격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농민들은 현금분배를 재미없어 한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분조농사에서 자율성이 커졌고 농민들의 생산적 열의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협동농장들은 기업체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시행되듯이 농장'책임'관리제로 운영된다. '책임'관리제는 경영의 자율성을 더 많이 주는 동시에 국가납입분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다는 양 측면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헌법》에서는 "국가는 경제관리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하며"(제33조)라고 규정하면서 농장책임관리제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은 협동농장을 하나의 농업기업체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관점에 따른 것이다.

 

《사회주의헌법》에 담긴 "농촌기술혁명을 다그쳐 농업을 공업화, 현대화하며"(제28조)라는 구절이 그 힌트이다. 《농업법》에는 "농업을 기업적 방법으로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제71조), "농장은 토지를 기본생산수단으로 하여 농업경영활동을 진행하는 사회주의농업기업소이다"라는 규정(제2조)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은 제4조에 농장책임관리제를 규정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포전담당책임제를 주목하면서도 농장책임관리제, 농업의 기업적 방법에 의한 관리 운영, 사회주의농업기업소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이다. 북한은 생산과 분배의 전체 과정에서 농업근로자들의 생산적 열의를 높이는 조치를 늘려나갈 것이다. 다만 '개인농'의 수용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북한 현실에 부합한다.

 

▲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1일 영광의 땅 평원군 원화협동농장에서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곳이 1952년 김일성 주석이 찾아 농민들과 함께 포전에 풍년 씨앗을 뿌린 곳이라면서 "뜻깊은 날을 맞으며 첫 모를 내는 일꾼(간부)들과 농장원들의 얼굴마다에는 새로운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인 올해를 다수확 성과로 빛낼 굳은 결의가 비껴 있었다"라고 전했다. ⓒ로동신문

농업부문에서 '허풍' 벗어나기 : [18] 농업부문에서의 허풍 일소(6-⑪)


 

'허풍(虛風)' 일소의 문제는 김정은 당 책임비서가 제8차 당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석상에서 입에 올릴 정도로 심각하다. 허풍은 주관적으로 '허장성세'하고 과장하는 것인데 이것이 개인들 사이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집단경영에서는 경계대상 1호이다. 협동농장에서부터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도농촌경리위원회-내각(농업성 및 국가계획위원회)에 이르는 과정에서 허풍은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허풍의 누각 위에 세워진 농업 생산목표량은 국가수매계획에 차질을 준다. 이것은 공장‧기업소 노동자들과 사무원들에 대한 식량공급(배급)에 차질로 이어진다. 연간 알곡 생산목표를 높게 잡고서는, 예를 들어 조곡 기준으로 1천만톤(정곡 약 830만 톤)을 잡아놓고는 실제로는 500만 톤(정곡) 내외의 생산에 머문다면(실제로 이런 우려가 있다), 당‧정 지도부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이런 사태에 직면해 내각 수매양정성이 내각 농업성에 따져본들, 도‧시‧군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가 각급 농업지도기관들(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도농촌경리위원회)과 생산단위들(협동농장)에게 따져본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계획 작성단계에서 '허풍' 치지 말라는 것은 단지 태도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계획의 실행단계에 가면 자괴감으로 고통스러울 게 분명한데 빗나간 농정에 뒷짐 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곳간은 비어 있는데 농민들은 '알곡부자'인 경우 공장‧기업소 노동자들과 사무원들에게서 불만과 허탈감이 쌓일 것이다. 도시와 농촌, 공업과 농업 간의 차이를 줄이겠다는 사회주의 국정목표에서 보나 일심단결의 정치철학에서 보나 '허풍'은 해악적인 요소인 것이다.


 

북한의 농업구조를 한눈에 보려면 내각 농업성의 부서를 보면 된다. 농업성에는 종합계획국, 농업경영국, 농산국, 감자생산국, 남새국, 과수관리국, 축산관리국 인삼‧공예작물국, 잠업국, 농기계공업관리국, 관개수리국, 채종관리국, 종자관리국, 수의방역국, 과학기술국, 국영농장관리국, 국영목장관리총국, 토지감독국, 건설국, 물길건설관리국, 간석지건설관리국, 풀판조성및축산국, 자재국, 농촌건물관리국, 대외협조국, 수출원천동원국, 재정국, 행정조직국, 기타 직속 연구소 등이 있다.


 

수매양정사업은 내각 수매양정성의 부서에 잘 나타나 있다. 수매양정성은 계획국, 생산지도국, 수매양정국, 식량공급국, 양곡수급관리국, 양정수매보관국, 양정지도국, 무역국, 검열국, 행정조직국, 기타 양곡공급사업소 등을 두고 있다(통일부, <북한 기관별 인명록 2020> ).


 

농촌 리(里)당사업의 개선 : [19] 농촌 리(里)당사업에서의 결정적 개선(6-⑫)


 

농촌 리당사업의 개선은 북한의 사회주의‧집단주의 지향과 관련이 있다. 북한에서는 행정단위 '리'마다 1개의 협동농장을 두고 있다. 그 안에 당세포를 비롯한 당조직이 존재한다. 조선로동당은 농민들의 낮은 사상의식을 변화시키는 사상학습을 강화하지 않으면 소부르주아 성격이 유지되고 개인이기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농민들이 식량 증산과 국가수매계획의 집행에 적극 협조하도록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당원들이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농민들은 평소의 국가적 혜택은 생각하지 않고 연말 결산분배 시에 자신의 이익을 앞세울 수 있다. 이것은 농업생산이 지닌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농업은 생산기간이 길고 그 성과는 추수 때 가서야 확인되며 손노동의 의존도가 크다.

 

농업은 또한 자연재해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넓은 지역에서 생산이 분산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농민들에게 공장 노동자들과 같은 사회주의‧집단주의 정신을 요구하기에는 제한성이 있다. 
 

 

북한 농정당국은 농업생산이 지닌 특성을 반영하면서 영농자재와 물자 공급에 대한 반대급부로 농민들의 알곡의무수매 과제를 정해 준다. 그 초과 생산물에 대해서는 2012년부터 현물로 분배하고 농민들이 이를 처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있다. 분조관리제 안에서의 포전담당책임제는 1개 분조의 농민숫자를 3~5명으로 줄였다. 협동농장의 관리가 더욱 분산적으로 되고 때에 따라서는 개인이기주의가 싹틀 우려가 있다.
 

 

포전담당책임제는 점점 공고화되고 있을 것이다. 김덕훈 내각총리는 2020년 9월에 황해남도의 협동농장을 방문해 포전담당책임제를 언급했다. 그는 재령군 삼지강‧강교협동농장에서 당의 두벌농사(이모작) 방침을 철저히 관철할 것, 포전담당책임제를 '방법론 있게 실시'하여 농장원들의 열의를 높여줄 것, 과학농법을 적극 받아들여 정보당 수확고를 높일 것 등을 강조했다(<조선중앙통신>, 2020년 9월 28일). 여기서 포전담당책임제를 '방법론 있게 실시'하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무렵 <로동신문>은 사설에서 "특히 분조관리제 안에서 포전담당책임제의 생활력이 높이 발양될 수 있도록 정치사업과 경제조직사업을 능숙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2020년 9월 21일). 포전담당책임제의 '생활력이 높이 발양될 수 있도록'은 무슨 말일까? 북한에서 생활력의 발양은 실천을 통해 효과를 거두는 것을 뜻한다. 사설의 문맥은 포전담당책임제를 제대로 실천하여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장법》에서는 "농장은 분조관리제 안에서 포전담당책임제와 유상유벌제를 정확히 실시하여 분조별, 농장원별로 토지 관리와 영농공정 수행, 생산계획 수행, 수매계획 수행에 대한 과업을 정확히 주고 그에 대한 총화를 제때에 실속 있게 하며 알곡생산물에 대한 분배와 처리를 바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2조).

 

이 조항은 중요하다. 우선 포전담당책임제와 유상(有償有罰)제를 정확히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포전담당책임제와 관련된 과제를 담고 있다. 즉 ①분조별‧농장원별로 토지 관리, 영농공정 수행, 생산계획 수행, 수매계획 수행에 대한 과업을 정확히 줄 것 ②생산총화를 제때에 실속 있게 할 것 ③알곡 생산물에 대한 분배와 처리를 올바로 할 것 등이다.

 

①, ②, ③의 과제는 '분조별‧농장원별'로 책임과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리(里) 당사업을 결정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배경이 된다. 국가의무수매에는 관심이 적으면서 결산분배의 현물 몫만 생각하는 폐단이 농민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


 

협동농장에서의 개인이기주의를 막아내려면 리 단위의 당사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생각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는 것이 포전담당책임제의 성공적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
 

 

북한 정부가 5개년계획 기간에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농업 정책을 전개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정책의 대부분이 실효성(實效性)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농업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구조라는 한계를 단 시일에 뛰어넘을 것 같지는 않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서 농업부문의 과제들이 적지 않다. 농업부문에서 남북협력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110850187157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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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쥐어짜는 세금? '한국경제'가 감춘 진실

[팩트체크] 억대 연봉자 앞세워 '세금폭탄론' 제기하는데...상위 5~10% 세금 비중, 오히려 감소

21.05.11 07:13l최종 업데이트 21.05.11 07:13l
는 지난 5월 6일 ‘고소득자만 쥐어짜는 세금’이란 기획 보도를 연달아 내보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 대상 ‘핀셋 증세’ 때문에 세금이 ‘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신문은 지난 2020년 1월에도 ‘상위 10%가 '소득세 79%' 내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한국경제>는 지난 6일 "고소득자만 쥐어짜는 세금"이란 기획 보도를 연달아 내보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 대상 "핀셋 증세" 때문에 세금이 "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신문은 지난 2020년 1월에도 <상위 10%가 "소득세 79%" 내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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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상위 5%가 세금 65% 내는 나라

 
<한국경제>(아래 한경)는 지난 5월 6일 '고소득자만 쥐어짜는 세금'이란 기획 보도를 연속해서 내보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 대상 '핀셋 증세' 때문에 세금이 '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신문은 지난 2020년 1월에도 <상위 10%가 '소득세 79%' 내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소수 부자 편들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경>은 이날 사설('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된 세제, 지속가능하겠나)에서 "부자가 세금을 좀 더 내고 이를 활용해 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한국에선 세금이 국민에 대한 '징벌'처럼 변질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보도를 통해 ① 고소득자가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가 현 정부 증세 정책 때문이며 ②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속도가 세계 최고이며 ③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낮은 것은 오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봤다.

[검증 ①] 상위 5%가 65% 내는 기형적 구조?... 고소득자 세금 비중 감소

<한경>은 "2019년 120여만 명(상위 5%)이 25%를 벌어 세금의 65%를 냈다,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 사람은 700만 명을 웃돌았으며 전체의 37%에 이르렀다"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를 겨냥한 핀셋 증세가 계속되면서 형성된 기형적인 구조"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상위 5% 고소득자 세금 비중과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은 오히려 해마다 줄고 있다.
 

 국세청에서 지난 2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공한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합산)’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5%와 상위 10%가 내는 세금 비중은 계속 줄었다.
▲  지난 2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공한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합산)"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5%와 상위 10%가 내는 세금 비중은 계속 줄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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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지난 2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공한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합산)'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5%가 내는 세금 비중은 2014년 67.8%였지만, 2015년 66.8% → 2016년 66.1% → 2017년 66.2% → 2018년 65.9% → 2019년 65.2%로 계속 줄었다.

소득 상위 10%가 내는 세금 비중도 지난 2014년에는 80.2%였지만, 2019년 77.4%까지 점차적으로 떨어졌다. 소득 상위 0.1% 초고소득자가 내는 세금 비중은 2014년 18.2%에서 2019년 18.6%로 소폭 상승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상위 1% 세금 비중은 그사이 42.8%에서 41.4%로 소폭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적어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도 계속 줄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48.1%로 거의 절반에 달했지만, 2015년 46.8%, 2016년 43.6%로 줄었고, 현 정부 들어서도 2017년 41.0%, 2018년 38.9%로 계속 줄고 있다. (출처 : 국세청 '2019 국세통계연보' 자료 바탕으로 국회예산정책처 작성한 자료)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 변화(자료 : 2020 조세수첩, 국회예산정책처에서 국세청, '2019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토대로 작성)
▲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 변화(자료 : 2020 조세수첩, 국회예산정책처에서 국세청, "2019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토대로 작성)
ⓒ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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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은 현 정부의 고소득자 증세 정책 때문에 소득 상위 5%가 세금 65%를 내고, 면세자가 하위 37%에 이르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는 과거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고소득자 세금 비중과 면세자 비중은 2014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10일 "고소득자 세금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박근혜 정부 당시 소득공제 대상을 줄여 하위소득자의 실효세율이 증가했고, 고소득자들이 개인유사법인 등 조세회피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검증 ②]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빠르다?... OECD 18위 수준에 G7 평균 이하

<한경>은 현 정부의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도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지방소득세 등을 포함한 소득세 최고세율이 2016년 41.8%로 OECD 평균(42.5%)보다 낮았지만, 2017년 44%, 2018년 46.2%, 올해 49.5%로 올라 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문 정부, 소득세율 두 차례 올려 최고 49.5%로... OECD 평균 '훌쩍')

이같은 보도 내용만 보면 마치 한국의 고소득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소득세를 부담하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중간 수준에 머물고 있고, G7 주요 선진국들보다는 여전히 낮다.
 

 지방세 등 포함 소득세 최고세율 국제 비교. 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발행 '2020 조세수첩'. 자료: OECD Tax Database(2020.7.31. 기준)
▲  지방세 등 포함 소득세 최고세율 국제 비교. 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발행 "2020 조세수첩". 자료: OECD Tax Database(2020.7.31.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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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46.2%)은 OECD 평균(42.8%)보다는 높았지만, G7 국가 평균(49.7%)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20년 7월 31일 기준 OECD 세금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근거로 분석했더니, 우리나라 최고세율은 OECD 국가(2019년 37개국) 가운데 중간인 18위 수준이었다.

G7 국가들 가운데 일본(55.9%)을 비롯해 프랑스(55.4%), 캐나다(53.5%), 독일(47.5%), 이탈리아(47.2%)는 우리보다 최고세율이 높았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고세율을 46.3%에서 43.7%로 낮췄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한경>은 지난 10년 한국의 최고세율 인상 속도가 '세계 최고'라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실은 6위였다. 물론 이 신문은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큰 국가 중에선'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10년 전 한국의 최고세율이 주요 선진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소득세 최고세율 변화. 2010년 vs. 2019년(자료 출처 : 2020 조세수첩, 국회예산정책처)
▲  소득세 최고세율 변화. 2010년 vs. 2019년(자료 출처 : 2020 조세수첩,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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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 당시 38.5%에서 7.7%포인트 올려 6위를 기록했는데, 프랑스는 2010년 46.7%에서 8.6%포인트 올려 5위를 기록했다. 캐나다도 46.4%에서 7.1%포인트 올렸고, 일본은 50%에서 5.9%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0년 사이 최고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23개국이었고, 인하하거나 그대로 유지한 국가는 각각 9개국과 4개국에 그쳤다.

또 최고세율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고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우리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 즉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 비율)은 2019년 20.1%로, OECD 평균(24.9%)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GDP 대비 개인소득세 부담률은 5.4%로, OECD 평균(8.3%)의 2/3 수준에 그쳤다.

[검증 ③] 조세부담률 낮다는 건 오해?... 그게 오해

우리나라의 낮은 조세부담률은 그동안 증세 근거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한경>은 "한국이 조세부담률 낮다는 건 오해"라고 반박했다.

이 신문은 납세자연합회 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 교수 발언을 인용해 "한국에서는 조세부담률을 구할 때 준조세를 포함하지 않지만, 프랑스 등 OECD 내 상당수 유럽 국가는 조세부담률에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실제로 준조세까지 포함한 통계인 국민부담률은 2019년 기준 27%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소득세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요양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도 '준조세'로 분류해 고소득자 세금 부담에 포함시켰다.
   

큰사진보기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과 OECD 평균 비교. 아래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민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사회보험료)과 OECD 평균 비교.(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자료 : OECD Tax Database 2020.7.31)
▲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과 OECD 평균 비교. 아래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민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사회보험료)과 OECD 평균 비교.(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자료 : OECD Tax Database 2020.7.31)
ⓒ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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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준조세까지 포함하면 우리 국민이 실제 부담하는 조세부담률이 더 높아진다는 주장이지만, 실제 준조세에 해당하는 사회보험료까지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오히려 OECD 평균보다 더 낮았다.

국회예산정책처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은 2018년 기준 19.9%로 OECD 평균(24.9%)과 5.0%포인트 차이가 났지만, 국민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사회보험료)은 26.7%로 OECD 평균(34%)보다 7.3%포인트 낮아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고소득자 세금 많은 건 소득 양극화 탓... 소득분배효과 함께 따져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7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OECD 평균보다 적게 걷어 다른 나라보다 면세자 비중도 높고 고소득자가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이는 소득 양극화 때문에 저소득층이 세금을 낼 만큼 충분한 소득을 벌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지, 우리나라 고소득자들이 외국에 비해 세금 부담이 더 높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유럽 국가들은 소득 50% 정도를 세금으로 거두면 대부분 복지에 사용해 소득 재분배 효과가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세금은 그보다 적게 걷으면서 복지에는 적게 쓰고 기업(경제 분야)에 많이 사용한다"면서 "조세 불평등을 따지려면 조세 정책뿐 아니라 소득분배 상황, 세금을 얼마나 걷어 어디에 얼마를 사용하는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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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위한 10만 입법청원 시작…반 나절 만에 1만 명 돌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5/11 09:52
  • 수정일
    2021/05/11 09: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 준비 중인 민주당 민형배, 정의당 강은미 “이번에는 반드시 사라져야”

남소연 기자 
발행2021-05-10 20:04:32 수정2021-05-10 20:04:32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폐지 10만 국민동의청원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1.05.10ⓒ정의철 기자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회입법청원운동이 10일 시작됐다. 국가보안법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히는 법안으로, 해당 법안의 전면 폐지 논의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건 2004년 노무현 정부 이후 17년 만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100여 개 단체가 모인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인권 악법"인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10만 국민동의청원 운동'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국가보안법은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치안유지법을 1948년 제헌국회에서 그대로 옮겨 만든 법이다. 과거 독재 정권에서는 정권 유지를 위해 민주 인사들을 탄압하는 데 쓰였고, 현재는 시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도 악용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미 수차례 국가보안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992년 이후 2015년까지 국가보안법 중에서도 가장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7조 찬양·고무죄를 폐지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안을 채택했다.

공동행동은 "국가보안법 폐지 없이는 종교와 양심의 자유도, 조봉암 당수 사건과 이석기 전 의원 사건 등 진보적 정치 활동도, 시민들의 노동기본권과 정치적 자유도 보장받을 수 없으며, 홍성담·신학철 화가와 수많은 문인들의 사건처럼 창조적인 예술 활동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뒤에도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가 지지부진했기에 직접 입법청원 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진정한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 법안을 준비 중인 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함께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이규민 의원이 국가보안법 7조부터 우선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만 발의된 상태다.

민 의원은 "죄송하다. 사실 국회가 이렇게 입법 지체를 보여선 안 되는 것이었다"며 "진작 폐기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못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지 모르나 저는 어떤 명분으로도 이 법이 더 이상 지속돼야 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저는 순식간에 1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본다. 거기에 맞춰서 폐지안을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이 땅에서 사라지도록 힘을 모아나가자"고 호소했다.

강 의원도 "국가보안법은 이미 없어졌어야 할 법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에 남아있으면서 민주주의가 진전될 때마다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았다"며 "이제 21대 국회에서, 촛불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에서 반드시 폐지해야 할 법안이다. 늦었지만, 늦은 지금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에) 가장 빠른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후 2시에 올라온 해당 청원은 오후 7시를 기준으로 1만 5천명이 넘는 시민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서 공개 후 30일 이내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상임위에 회부돼 입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폐지 10만 국민동의청원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1.05.10ⓒ정의철 기자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회입법청원운동이 10일 시작됐다. 국가보안법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히는 법안으로, 해당 법안의 전면 폐지 논의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건 2004년 노무현 정부 이후 17년 만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100여 개 단체가 모인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인권 악법"인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10만 국민동의청원 운동'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국가보안법은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치안유지법을 1948년 제헌국회에서 그대로 옮겨 만든 법이다. 과거 독재 정권에서는 정권 유지를 위해 민주 인사들을 탄압하는 데 쓰였고, 현재는 시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도 악용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미 수차례 국가보안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992년 이후 2015년까지 국가보안법 중에서도 가장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7조 찬양·고무죄를 폐지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안을 채택했다.

공동행동은 "국가보안법 폐지 없이는 종교와 양심의 자유도, 조봉암 당수 사건과 이석기 전 의원 사건 등 진보적 정치 활동도, 시민들의 노동기본권과 정치적 자유도 보장받을 수 없으며, 홍성담·신학철 화가와 수많은 문인들의 사건처럼 창조적인 예술 활동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뒤에도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가 지지부진했기에 직접 입법청원 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진정한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 법안을 준비 중인 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함께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이규민 의원이 국가보안법 7조부터 우선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만 발의된 상태다.

민 의원은 "죄송하다. 사실 국회가 이렇게 입법 지체를 보여선 안 되는 것이었다"며 "진작 폐기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못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지 모르나 저는 어떤 명분으로도 이 법이 더 이상 지속돼야 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저는 순식간에 1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본다. 거기에 맞춰서 폐지안을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이 땅에서 사라지도록 힘을 모아나가자"고 호소했다.

강 의원도 "국가보안법은 이미 없어졌어야 할 법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에 남아있으면서 민주주의가 진전될 때마다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았다"며 "이제 21대 국회에서, 촛불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에서 반드시 폐지해야 할 법안이다. 늦었지만, 늦은 지금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에) 가장 빠른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후 2시에 올라온 해당 청원은 오후 7시를 기준으로 1만 5천명이 넘는 시민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서 공개 후 30일 이내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상임위에 회부돼 입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폐지 10만 국민동의청원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5.10ⓒ정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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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미정상회담서 남북-북미대화 복원 모색”

‘대북전단 살포’ 겨냥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 강조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05.10 11:30
  •  
  •  수정 2021.05.10 14:36
  •  
  •  댓글 0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실시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실시했다. [사진제공-청와대]

“5월 하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는 한편, 대북정책을 더욱 긴밀히 조율하여 남과 북,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를 복원하고 평화협력의 발걸음을 다시 내딛기 위한 길을 찾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남은 임기 1년, 미완의 평화에서 불가역적 평화로 나아가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실시한다. 

“남은 임기에 쫓기거나 조급해하지 않겠다”면서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리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기회가 온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검토가 끝난 바이든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본 목표로 싱가포르 선언의 토대 위에서 외교를 통해 유연하고 점진적·실용적 접근으로 풀어나가겠다”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별연설 직후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북한의 이런저런 반응이 있었지만 대화를 거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일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국장이 “반세기 이상 추구해온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구태의연하게 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회연설을 저격하고, 미국 정부의 두 차례 접촉 시도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은 사실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도 대화 분위기 조성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남북합의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부로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이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일부 탈북자단체가 지난달 말 전단 50만장을 살포했다며 남북 간 긴장을 부추긴 사태를 겨냥한 것이다.  

특별연설에 이어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사진제공-청와대]
특별연설에 이어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사진제공-청와대]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은 ‘코로나19 팬데믹’ 방역과 민생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조금만 더 견뎌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집단면역으로 다가가고 있다”면서 “집단면역이 코로나를 종식시키지 못할지라도 덜 위험한 질병으로 만들 것이고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회복의 열쇠로 여겨지는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백신 접종에 앞서가는 나라들과 비교도 하게 된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 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의 형편에,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우리의 방역 상황에 맞추어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주거 안정은 민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자산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거나 “부동산 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고 다짐했다.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가장 지난 4년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또 지난 (4월 7일) 재보궐선거에서도 그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여 청와대 출입기자 20명이 대표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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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文기자회견에 ‘마이웨이’ 평가한 언론은

주요 신문 1면 일제히 文대통령 4주년 연설…자영업자부터 굳은 표정 文대통령까지 각양각색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했다. ‘위기 극복’을 강조하며 시작한 문 대통령 연설은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경제지표 반등에 대한 긍정적 평가, 일자리 문제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부동산 부패 청산, 핵심 산업 지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처 순으로 이어졌다. 약 28분의 연설이 끝난 뒤엔 출입기자들과 40분 가까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11일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선 조선일보를 제외한 신문들이 모두 관련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신문들이 문 대통령 연설에 초점을 맞춘 대목은 세 방향으로 나뉘었다. 부동산 정책, 최근 국무총리·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인사검증, 향후 국정기조 등이다. 부동산 정책이나 인사검증과 관련해서는 ‘실패’라는 키워드가 함께 붙었다.

우선 경향신문(취임 4년 문 대통령 “부동산만큼은 할 말 없다”), 국민일보(文 “부동산만큼은 할 말 없다”…정책 보완 강조), 한국일보(文대통령 “죽비 맞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 대통령 발언을 머리기사 제목에 올렸다. 

▲5월11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5월11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실제 문 대통령은 질의응답에서 ‘4년간 가장 아쉬운 정책’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또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그에 대해서 아주 엄중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는 평가였다. 연설에선 향후 민간 및 공공주도 주택공급, 실수요자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적 지원, 부동산 부패 청산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이어진 기사(“무주택 실수요자에 내집 마련 부담 줄여주겠다” 선회)에서 ‘부동산 정책 선회’를 강조했다. “1년 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라며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부동산 보완책 마련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추진하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과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신문도 있다. 한겨레는 4면 기사(주택 실수요자 ‘부담 완화’ 약속…4%대 성장 목표 ‘확장재정’ 강조)에서 “종부세를 낮출 경우 지난해 정부가 세율을 올리면서 장기보유나 고령자는 최대 70%까지 세액공제를 받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꼴”이라 지적했다.

최근 국무총리·장관후보자 검증에 대한 내용은 동아일보(文 “인사검증 실패라 생각 안한다”), 서울신문(文 “검증실패 아냐”…임·박 민심과 온도차), 한겨레(문 대통령 “인사 검증실패라 생각안해”) 등이 1면 기사로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저는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뒤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히려 흠결만 놓고 따지는 청문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은 문 대통령이 꾸준히 주장해온 내용이다.

▲5월11일자 국민일보 1면 기사
▲5월11일자 국민일보 1면 기사

1면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문 대통령이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국이 강대강 충돌 모드로 얼어붙고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임·박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국민 시각과 동떨어진 판단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의원총회에서 3명 모두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도 전부 임명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청와대로 ‘공’을 넘겼다”고 전했다. 

사설에서는 좀 더 강한 논조로 문 대통령이 인사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한겨레(논란 후보자 ‘부적격’ 판단, 머뭇거릴 일 아니다)는 “제도 개선 필요성과 별개로, 이번에 드러난 임혜숙·박준영 두 후보자 문제를 단지 ‘작은 흠결’이라고 덮고 넘어가긴 힘들다”며 “두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을 외면한다면, 문 대통령이 지적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사설(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한 문 대통령, 공급 확대 보완해야)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29차례나 야당 동의 없이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3명의 후보자 중 최소 1명 이상은 지명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했다. 동아일보(남은 1년도 ‘내 갈 길’ 간다는 文, 국가역량 한데 모을 수 있겠나)는 “인사권자로서의 고충도 많겠지만, 해외 유명 관광지의 세미나에 온 가족이 동행하거나 유럽산 도자기를 대량 반입하는 등 좀스럽고 낯 뜨거운 행태가 새로 드러났으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보다는 제기된 의혹을 겸허히 받아들이면 될 일”이라 꼬집었다. 

▲5월11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5월11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문 대통령의 정국 진단이 독단적이라고 평가한 신문들도 있다. 세계일보(국정기조 ‘마이웨이’), 중앙일보(1년 남은 문 대통령 마이웨이)는 1면 기사 제목에 ‘마이웨이’라는 평가를 붙였다. 조선일보도 머리기사는 아니지만 1면에 배치한 기사에 “경제도 백신도 잘되고 있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을 썼다.

세계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앞만 보고 가야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피할 수 없는 책무’라고 말했다. 남은 임기 1년 기존 국정운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여겨진다”며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언급이 4·7 재보궐선거로 드러난 민심과 괴리되어 보인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연설 말미엔 ‘위대한 국민들과 함께 남은 1년을 당당하게 나아가겠다. 모든 평가는 국민과 역사에 맡기고 마지막까지 헌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는 ‘야당과 언론이 뭐라고 주장하든 국정 기조의 변화 없이 자신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했다.

1면에 실린 사진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주로 문 대통령 사진이 사용된 가운데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는 어둑한 시장에서 텔레비전 화면으로 연설을 보는 자영업자 모습을 담았다. 동아일보는 굳은 표정으로 연설 장소에 입장하는 문 대통령 사진을 썼다. 서울신문·세계일보·한겨레는 연설 중인 문 대통령의 상반신 사진을, 국민일보·한국일보는 질의응답 시간에 웃음기 있는 얼굴로 질문자를 선택하는 문 대통령 사진을 사용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문 대통령 얼굴을 흑백 그림 형식으로 표현했다.

▲5월11일자 경향신문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사진 및 기사 갈무리

기획면 기사들…MZ, 투기, 변시 

‘농지에 빠진 공복들’ 기획으로 고위공무원 농지 소유 실태를 전하고 있는 한국일보는 “2년간 논밭 매매대급 20억…도의원 부부의 현란한 ‘농테크’” “투기꾼 먹잇감 된 제주 농지…임차료 3배 치솟자 쫓겨나는 농민들” 등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1,885명) 중 절반(45.1%)에 가까운 852명이 농지(3,778개 필지)를 갖고 있었”으며 “852명 중 광역의원은 445명(52.2%)으로 절반을 넘었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미아’가 된 예비 변호사들 기획을 시작했다. 첫 기사(합격자 적정 규모 놓고 힘겨루기…청년 변호사들 유탄)에선 “올해는 특히 변시 합격자 상당수의 실무연수를 맡고 있는 대한변협이 교육의 질 개선과 정부의 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연수 정원을 대폭 줄이면서 연수처를 제때 찾지 못한 미아 합격자 문제가 본격화했다“며 “이런 변시 합격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제대로 교육은 안 시킨 채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블랙펌’(블랙과 로펌의 합성어·악덕 법률사무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5월11일자 한국일보 만평
▲5월11일자 한국일보 만평

중앙일보는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독립기’ 관련 기획(2021 싱글즈)을 이어가고 있다. 셰어하우스를 다룬 이날 기사(MZ세대 공유주택 “서로의 영감을 공유하는 곳”)는 “셰어하우스 세태는 MZ세대들이 본인의 울타리를 하루빨리 만들고 싶어하는 독립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느슨한 유대를 추구하는 특징이 반영된 것”(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이라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입양의 날’(5월11일)을 맞아 ‘두 아들 공개 입양한 최재형 감사원장 부부’를 인터뷰했다. “입양이든 출산이든, 아이 키우는 건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기사다. 서울신문은 “날마다 취임일이라는 각오로…소상공인 지원·청년 일자리 온 힘”이라는 제목으로 ‘박형준 부산시장 취임 한 달 인터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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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 성적표…‘소주성’ 흔들, 탈석탄은 뒷심 부족

 

등록 :2021-05-10 04:59수정 :2021-05-10 09:42

 

취임 3일째인 2017년 5월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취임 3일째인 2017년 5월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일주일은 그야말로 ‘별의 순간’이었다. 대선 때의 약속을 하나씩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국민들은 환호했다. 문 대통령은 협치와 소통을 거듭 약속했고 탈석탄·탈원전 등 새로운 환경 패러다임의 의지를 보였으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뛸 것을 다짐했다. 조국 민정수석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탁은 검찰개혁과 소득주도성장의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별의 순간’은 혜성처럼 지나갔다. 80%를 웃돌던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로 쪼그라들었다. 탄핵으로 경쟁세력이 붕괴한 가운데 촛불의 열망으로 세워진 정부였음을 떠올린다면 등 돌린 민심의 실망과 좌절의 깊이는 지지율 수치로만은 설명할 수 없어 보인다. 국민들의 기대를 되살릴 방법은 없는지, 문 대통령의 취임 당시 첫 일주일을 살펴보며 지난 4년을 평가하고 ‘또 다른 1년’을 전망해본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발걸음 뗐으나 지지부진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했던 문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1호 업무지시’로 내렸다. 취임 사흘째인 5월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희생 아닌 당당한 노동”을 역설한 것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로 나아가기 위한 선언이었다. 4년이 지난 현재, 이 약속은 공공부문에서 일부 실현됐으나 학계와 노동계는 이행 수준이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용역·도급 계약은 1~2단계로, 민간위탁 계약은 3단계로 분류해 순차적 정규직 전환 계획을 제시했다. 정부는 1단계 비정규직 20만5000명에 대해 97.3%까지 신분 전환을 끝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가운데 25.8%는 자회사 소속 정규직일 뿐 차별적 처우와 고용불안이 여전하다. 특히 3단계로 분류된 이들의 정규직화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때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의 갈등 해결 능력과 치밀한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도 준비가 부족해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민간 기업에 적절한 신호를 주지 못했다”고 짚었다.

최저임금으로만 수렴된 소득주도성장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사흘째인 5월1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국정기획자문위가 제시한 새 정부의 경제사회정책 키워드는 ‘소득주도성장’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의 뼈대는 크게 ①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가계소득 증대 ②사람 투자 ③사회안전망·복지확대 등 3대 정책으로 짜여 있다. 가계소득을 늘려주기 위한 일자리 창출 및 지원이나 아동수당 도입(월 10만원), 기초연금 인상(월 20만원→30만원),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도 함께 추진됐다. 하지만 집권 초기 최저임금 인상(7530원·16.4%)에 집중한 탓에 다른 정책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결국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뿌리였음에도 임기 1년을 남긴 현재는 존재감조차 찾기 힘들다.

빈부 격차 감소 효과는 있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2017년 0.406, 2018년 0.402, 2019년 0.404로 다소 등락이 있었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론 같은 기간 0.354, 0.345, 0.339로 꾸준히 낮아졌다. 소득 5분위 배율이나 상대적 빈곤율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기초연금과 아동소득 등 공적이전소득이 늘어난 덕이 컸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지원,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이전소득을 늘려 취약계층을 지원했다. 하지만 소득 증가, 소비 확산, 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겠다는 애초 목표와는 달리 시장소득은 감소 추세인데다 일자리 창출은 ‘재정 일자리’ 중심이라는 한계도 드러냈다.

2019년 10월12일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가 서울 서초역 사거리에서 연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모습.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19년 10월12일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가 서울 서초역 사거리에서 연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모습.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검찰개혁 ‘미완의 과제’

문재인 대통령은 5월11일 조국 서울대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면서 강력한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조 수석은 이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4년 동안 권력기관 개혁은 제도적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2019년 12월 공수처 설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듬해 1월에는 경찰이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검찰과 경찰을 ‘협력관계’로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65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담당하게 될 공수처가 출범했고, 검찰이 70년 넘게 갖고 있었던 기소 독점권도 깨졌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갖고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의 직접수사권을 제한하기 위해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도 개혁과 별도로,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조국 사태’는 한국 사회를 두 쪽 진영으로 가르며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진보적 지식인의 위선에 대한 비판과 검찰 과잉 수사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탈석탄 방향은 잡았지만…

문 대통령은 5월15일 업무지시 3호로 가동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했다. 대선 공약이었던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의 하나였다. 정부는 2017~22년 미세먼지 농도 저감 목표를 설정하고 감축해오고 있다. 2024년께 2016년보다 35%가 줄어든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16㎍/㎥ 달성이 목표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이 있긴 하지만 미세먼지 감축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9㎍/㎥ 달성에 이어 올해 18㎍/㎥를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애초 2022년 목표였다.

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과 관련해 △가동 30년이 지난 10기 조기 폐쇄 △신규 건설 전면중단 △건설 공정률 10% 미만 원점 재검토를 공약했다. 임기 중에 30년 이상 된 영동, 호남, 보령, 서천, 삼천포 1·2호기 등 10기의 발전소 중 호남 1·2호기를 뺀 8기가 폐쇄됐다. 반면 임기 초반 공정률 10% 미만이었던 석탄화력발전소 9기에 대한 원점 재검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신서천 1호기(2021), 고성 하이 1·2호기(2021)는 이미 공사가 끝나 가동이 시작됐다. 강릉 안인 1·2호기(2022~2023), 삼척블루파워 1·2호기(2024)는 여전히 건설 중이다. 당진에코파워 1·2호기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전환됐다. 환경단체는 엘엔지 역시 화석연료라고 지적한다.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의 박지혜 변호사는 “삼척블루파워는 문재인 정부에서 최종 허가를 내줬다. 탈석탄의 방향은 잡았으나 큰 목표가 부재했고, 준비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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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소통 여전히 목말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선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강조한 것은 ‘소통’이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말했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는 발언도 신선했다. 하지만 광화문 집무실 계획은 경호 등의 문제로 2019년 최종 무산됐다. ‘수시로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4년 동안 국내에서 8차례 기자회견을 했고 국민과의 대화를 1차례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집무실 위치나 현장방문 횟수 등 물리적 차원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순 와글 이사장은 ‘진정한 소통’을 강조했다. “광화문에 집무실을 두는 것보다 대통령이 실제로 귀를 얼마나 열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여당 내에서도 다른 의견을 내면 문자폭탄을 맞고 있는 상황을 대통령이 그냥 좌시한다면 국가 경영 차원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첫날 ‘협치’ 다짐은 어디로?

2017년 5월10일 취임 첫날, 문재인 대통령은 제1야당인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았다. 야당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행보로 협치를 다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달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협치 상설창구’를 구성하자고 직접 제안했으나 그로부터 18개월 만인 2018년 11월이 돼서야 여야정협의체가 처음으로 가동됐다. 그나마도 “민생 예산과 법안 처리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원칙적 선언만 담겼을 뿐 알맹이가 없었다. 20대 국회 말 개혁법안 처리를 둘러싼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이후 여야는 싸늘하게 얼어붙었으며 21대 총선 이후 문 대통령은 여야 신임 원내지도부를 청와대로 다시 초청했으나 역시 일회성 만남에 그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청와대는 임기 말 안정적 관리를 위해 국정 운영을 상당 부분 당에 일임하는 모양새”라며 “여야정협의체를 내실화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 이정훈 최우리 박준용 서영지 김미나 기자 wani@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994478.html?_fr=mt1#csidxedb4e5b7c7269208ca60d44a33af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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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제보자 보복징계 금지법? 육대전 제보자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임병도 | 2021-05-10 08:23:2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군대에서 밥을 제대로 주지 않아 배고프다는 말은 ‘쌍팔년도 군대’(단기 4288년, 1955년)에서나 벌어졌던 일이지, 요새는 있을 수 없다고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1년 군대에서도 식사가 부실해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하는 병사들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격리된 병사들이 올린 도시락을 보면 김치 몇 쪽과 반찬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식사 시간이지만 도시락을 받지 못한 병사도 있었습니다. 비격리 병사들도 부식이 적어 정량 급식을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런 군대 내 부실 급식은 병사들이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에 인증샷을 찍어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군 간부들은 처음에는 부실 급식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오히려 제보자를 색출하려고 했습니다. 일부 병사들은 보안 위반으로 휴대폰을 압수당하거나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급기야는 부대 내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육군제보자 징계금지법?... 사진 촬영 자체가 보안 위반 징계

▲군대 내 병사들과 간부, 군무원, 출입자들은 휴대폰에 ‘국방모바일보안’ 어플을 설치해야 한다. 이 어플은 기존 휴대폰 카메라에 부착하는 보안스티커를 대체하는 앱으로 카메라 기능을 제한하는 어플이다.

지난 5월 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육군 제보자 보복징계 금지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병사들이 부실 급식이나 군대 비리를 폭로한 후 보안위반으로 보복 징계를 당할 위험성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작성자는 군대 내 병사들은 휴대폰 카메라 기능을 제한하는 보안 어플을 설치해야 한다며 사진을 촬영했다는 사실 자체가 보안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근에 개정된 법을 소개하면서 “공익신고시 보안 관련 법령, 내부 규정을 위반해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보안위반 구실로 징계하면 그 자체로 위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글이 사실이라면 육대전에 제보하는 병사들은 처벌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제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군사기밀도 공익신고에 해당, 그러나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아야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명시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는 군사기밀 보호법 등 군 보안 관련 법률도 포함돼 있다.

‘육군 제보자 징계 금지법’이라고 올라온 것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입니다.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법입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침해에 해당하는 대상 법률 471개를 정해놨는데, 그중에는 병사에게 적용되는 ‘군사기밀 보호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군형법’ 등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제14조에는 ‘공익신고등의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도 공익신고자등은 다른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따른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군인이 군사기밀이라도 공익신고를 했다면 비밀준수 위반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공익신고자’입니다.

단순히 ‘육대전’에 제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공익신고자’가 될 수 없습니다. 공익신고를 하려면 신고서와 함께 증거를 첨부해 정해진 곳에 신고해야 합니다. 군에서는 중대장이나 대대장 등 지휘관이나 군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해당됩니다.

육대전에 제보했으니 보안 위반을 면제 받는 것은 아닙니다. 공익신고자로 인정 받아야 처벌이 면제됩니다. 만약 공익신고자로 인정 받지 못하면 보안 위반으로 처벌이나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카이스트 병역특례를 언론에 제보한 신고자가 국민권익위로부터 공익신고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거나 군 납품비리 의혹을 신고했다고 군 기밀 유출로 보복 수사를 받는 등 ‘공익신고자’ 인정은 쉽지 않습니다.

부실 급식 논란이 터진 후 군대 내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으로 구타나 가혹행위, 탈영이나 자살 등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긍정론에 밀려 병영제도 개선 제보 시스템을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국방부는 병영 제도 재선과 공익제보를 할 수 있도록 신고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새로운 신고채널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군대 내 소원수리가 있어도 병사들이 외부로 알리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비리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효용성에 의문이 듭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부실 급식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병사 한 끼 급식비를 293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는 ‘격리장병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부실 급식은 사라질 것 같지만, 여전히 육대전에는 부실 급식과 배식 실패로 인한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대한민국 군대에서 비리가 사라질까요? 그런 날이 올 수 있다고 믿는 군필자는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기자도 믿지 않으니 말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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