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끈질기고도 전방위적인 수사는 정치 탄압, 정적 제거, 야당 죽이기 맞다. 비명계 의원들이 '성남시장 때의 일'이라며 굳이 당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 그가 당하는 고초는 윤석열 대통령에 맞섰던 민주당 대선 후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민주당 분란은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 대선 패배 직후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또 다수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대표에 출마했다. 주변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성남시장 당선 이후 경기지사를 거쳐 대선후보까지 '거침없이' 정치적 성장을 거듭한 때문인지 대선 패배 후에도 그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고 결국 분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치적 판단에 정답은 없다. 결국 쟁점은 당대표로서 당무를 잘 이끌고, 특히 대선 기간 약속했던 당 혁신을 완수할 의지를 가졌느냐, 또 민주당을 실력 있는 강한 정당으로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이 대표가 제1당의 리더가 되어 민주당이 첫째, 당 혁신, 둘째, 대여 투쟁, 셋째, 실력 있는 정책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비명계의 반발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혁신의 목소리는 간 곳 없고, 소속 의원들은 연이어 헛발질만 국민에게 선보였다. 모든 것은 돌고 돌아 지도자의 책임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새 당직 인선, 변화의 발판이 될 것인가
27일 이재명 대표는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당의 통합을 위해 비명계 의원들을 대거 발탁한 탕평인사라는 평이다. '호남'과 '친문'에 대한 배려라는 분석도 있고 또 당내 686세력과의 연합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할 '진짜 비명계는 없다'는 평가절하도 있다. 어쨌든 탕평인사를 통해 일단 분란은 잠재웠고 퇴진 요구도 당분간 잠잠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의 앞길은 무난할 것인가.
이번 당직 개편을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당 혁신은 한 걸음 더 멀어졌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이 대표가 결국 선택한 통합과 화합, 다른 말로 절충과 타협은 결국 민주당을 '현상유지' 정당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재명의 앞길은 무난할 것인가.
민주당의 현주소
대통령은 나라 안팎에서 사고를 치고 정부는 종횡무진 엇박자에 대통령실은 온갖 혼선을 주워담기에 바쁘다. 그래서인지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내년 총선을 희망적으로 본다. 국민이 바라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민이 민주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대단한 착각이다.
지난 대선 유권자들은 사상 최약체 대선 후보이자 '1일 1망언 제조기'였던 차관급 출신 정치신인을 대통령 자리에 앉혔다. 사실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왔더라도 당선됐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무능한 문재인, 민주당이 미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은 유능한 정당으로 변모했는가?
수년째 지리멸렬한 당이 지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는 사실 이 대표 혼자 감당해야 할 책임은 아니다. 현재 당에 정치혁신위원회 등 20여 개의 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활동하는 위원회가 하나라도 있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을 부르짖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놈의 탄핵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는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상민 탄핵도 마무리 못한 자들이 지금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탄핵을 떠들고 있다는 점이다. 저 철없고 대책 없는 국회의원들을 데리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심각한 것은 지금 민주당엔 방향도, 목표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지지도는 단 한 번도 대통령 국정지지도를 앞지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 포함)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다시 2020년 총선까지 초유의 4연승을 거뒀다. 문재인 덕에 배지도 달았고 그 덕에 먹고 살았다. 그런데 2020년 최대 다수당이 된 이후 어떠했나. 2021년 서울·부산 보궐선거 포함 벌써 3연패다. 지금 민주당은 '꼼수 정당'이 된지 오래고, 소속 의원들은 카메라 앞에서 한동훈 장관과 김건희 여사 망신 주기 위한 말재주 경연에 여념이 없다. 국민과 고민을 함께하기 보다는 자신이 등장한 유튜브 조회수에 더 뿌듯해하는 족속들이다.
혁신의 이유
12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격 없는 국회의원 물갈이"를 언급하며 "영남 전체의 교체율을 50% 정도로 맞춰야 전체 평균이 35%를 맞춘다"고 내년 국민의힘 총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틀렸다. 우선 지난 21대 총선에서 TK 25개 지역구 중 16개 지역구(64%)의 공천자가 바뀌었다. 또 내년 국민의힘 공천에 검사 출신과 기재부 출신 공무원들이 대거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명실상부한 '윤석열당'이 되어야 하기에 공천 물갈이율은 35%를 훌쩍 넘길 것이다. 서울 강남과 영남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오금이 저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의힘 공천쇄신에 긴장하는 또 다른 집단이 있다. 바로 민주당 의원들이다. 집권여당이 공천 물갈이로 나오면 야당이 이에 맞설 전략은 더 센 공천 물갈이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의 달인 YS와 DJ가 총선 때마다 새로운 인물, '젊은 피'를 찾아 나선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 최대 수혜자가 바로 지금은 할아버지가 된 686들이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공천쇄신에 나서면 민주당의 미래는 암울하다. 복수의 전문가가 예상하는 민주당 의석수는 120~130석으로 일치한다. 추가 관전 포인트는 국민의힘이 과반인 150석을 넘느냐이다. 흔히 사람들이 '아무리 배가 불러도 디저트 들어갈 배는 따로 있다'고 하듯 국민의힘이 아무리 헛발질을 해도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이와는 별도로 축적된다. 당연히 싸늘하다.
민주당이 실력 있는 정당,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례가 있다. 우선 문재인 당대표 시절.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에 선출된 문재인은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비노-비주류의 퇴진 요구에 직면했다. (그해 연말 분당사태에 이르기까지 문재인이 겪어야 했던 퇴진 요구는 지금 이 대표가 당하는 것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의 길, 김종인의 길
위기상황에서 문재인이 택한 길은 당 혁신이었다. 5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 이전 민주당은 7년간 6개의 혁신안을 만들었으나 모두 내부 반발에 부딪혀 쓰레기통에 처박혔었다. 그러나 '김상곤 혁신위'는 11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당헌, 당규에 반영하며 관철시켰다. 지금의 윤리 관련 조항들이나 공천 시스템이 모두 그때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문재인은 기존 민주당 터줏대감들과 멀어지기도 했다. 박지원, 김한길, 정세균, 손학규, 김두관, 이종걸, 박영선, 천정배, 정동영, 원혜영에 호남 중진들로부터 반발이 거셌을 뿐 아니라 '극좌적,' '수구패권주의,' '제2의 박근혜'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연말엔 소속 의원 67명이 "총선 공천 권한 일체를 선거대책위원회에 위임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호남 중진들이 탈당 조심을 보이자 박지원, 이종걸 등은 당의 화합을 강조하며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묵묵부답 혁신의 길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통합을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그해 7월 당직 개편에서 문 대표는 자기 사람을 단 한 명도 쓰지 않았다. 대표 비서실장엔 김한길과 가까운 박광온 의원을 임명했고 핵심인 조직본부장엔 박지원의 측근인 이윤석 의원을 앉혔다. "김한길계가 문재인호 당직 장악"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과거 여의도정치의 문법은 당연히 서로의 지분을 보장하며 나눠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차라리 자리를 비워둘지언정 거래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의 복심이라던 윤건영 의원도 당에 들어오지 못했고 비서실 부실장을 공석으로 남겼다. 금번 조정식 사무총장의 유임이 아쉬운 이유다.
이렇듯 문재인은 내 줄 것은 내주면서도 혁신을 확실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당대표 취임 1년 이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은? 바로 리더십의 명분이었다. 이로 인한 여론의 지지는 덤이다. 문 대표가 당시 비주류 측과의 갈등 과정에서 대표직 재신임을 거는 등 때로 강경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혁신이 문 대표에게 확실한 주도권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다음 사례는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며 영입한 김종인이다. 분란이 끊이지 않고 집단탈당까지 벌어졌던 민주당이 확 달라졌다. 과거 민주당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며 '전제군주'라는 세간의 평까지 있었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작지만 강한 정당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의 상징인 이해찬은 물론 유인태, 정청래, 강기정, 전병헌, 김현 등을 공천 배제해 난리가 나기도 했다. 결과는? 참패가 예상되던 총선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다.
국민은 실력 있는 정당을 원하고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일부 지지자들이 선명성을 요구하지만 선명성이라는 것도 실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우유부단, 우왕좌왕으로 귀결된다. 지금의 민주당이 그렇지 않은가. 지지자들 장단에 춤을 추며 자기가 판 벌여놓고서는 그 판 마무리도 하지 않은 채 또 우르르 몰려다니며 새로운 판 벌이자고 춤을 추는 저들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무려 169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기에 지금 민주당의 무능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결국 지금 민주당의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고 이야기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당 자체가 방향도, 목표도, 실력도 없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재명의 길은 무엇일까. 이 당을 계속 끼고 갈 것인가. 그러면 대권이 오는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
검찰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과 관련해 청구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방통위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검찰이 한 위원장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것이 확실시 되면서 당분간 방통위 업무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가 만료되는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후속 인사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29일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후, 30일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북부지법 이창열 영장전담판사는 기각 이유로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지금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라며 "피의자가 자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한 위원장이 지난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의 점수를 고의로 낮춘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치소 나온 한 위원장 "무고함 소명하고 직원들 억울함 풀 것"
한 위원장은 이날 구속영장 기각 후 동부구치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시간에 걸쳐서 항변을 들어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라며 "앞으로 무고함을 소명하고 우리 (방통위) 직원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언론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검찰의 '과잉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들은 한 위원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위원장 교체를 위한 검찰의 표적수사"라며 한 목소리로 규탄해왔다.
언론비상시국회의와 동아투위, 조선투위, 80해직언론인협의회, 언론광장, 새언론포럼 등 원로언론단체를 비롯해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연대,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등도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방송통신위원장 구속영장 기각 탄원' 온라인 서명에 동참한 시민도 5618명에 달했다.
방통위 현직 수장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방통위를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복잡하다. 검찰이 만약 한 위원장을 기소할 경우, 한 위원장 임기가 끝나는 7월까지 방통위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임기 만료 상임위원 임명도 난항
합의제기구인 방송통신위는 방송 정책 등의 중요 안건을 처리할 때, 위원장과 상임위원 5인이 회의를 열고 위원들의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등 방송통신위 중요 안건도 이 회의에서 논의 및 결정되기 때문에 회의 소집은 방통위의 중요한 행정 절차다.
만약 검찰이 한 위원장을 기소한다면 한 위원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이 열릴 때마다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법원 공판이 일반적으로 평일에 열리고, 검찰과 한 위원장과의 법정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 위원장은 평일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도 회의는 열릴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법을 보면,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모이는 전체 회의는 위원장이 소집한다. 만약 위원장이 자리를 비우면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대리해 소집할 수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안형환 위원(국민의힘 추천)인데 안 부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 끝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부재시 김효재 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지만, 김창룡 상임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 임기도 다음 달 5일 끝난다. 이들 위원들의 후임 임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4월 5일 이후 한 위원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재적위원 5인 중 김효재 위원과 김현 위원 등 2명만 남는다.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 위원 요구가 있으면 소집할 수 있지만, 상임위원 2명만 남은 상황에서 회의를 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의 안건도 재적위원(5인 중 3인)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임위원 2인만으론 안건을 처리할 수도 없다.
임기가 만료되는 상임위원들의 후임 인선 작업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지만 그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 몫으로 추천을 받은 안형환 부위원장의 후임자로 민주당은 최민희 전 의원을 내정한 상태다. 하지만 최 전 의원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 보은 인사"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형환 부위원장의 후임에 대한 추천은 국민의힘이 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안 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추천했던 인사였던 만큼,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바뀌었었더라도 후임 역시 국민의힘이 추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 위원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실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상임 위원 임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방통위 측 관계자는 "상임위원들의 후임 인선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한 위원장 기소까지 이뤄지면, 방통위 업무도 사실상 차질이 예상된다"면서 "구속 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방통위가 중요 현안들을 다루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소아과의사회 폐과 선언에 국민일보 “소아진료 수가 의대 정원 확대 같이 가야”
교체설에 휩싸였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김성한 실장은 자신 명의의 대통령실 출입기자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김성한 실장은 이어 “그런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5시55분 김은혜 홍보수석을 통해 “김 실장의 사의를 오늘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0일자 아침신문들 1면.
김 실장의 사퇴에 앞서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도 교체된 바 있다. 이른바 외교안보라인이 연쇄적으로 교체된 것. 이들 교체는 오는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과 관련 있다. 29일 채널A ‘뉴스A’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측이 국빈 만찬 일정으로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를 초청하고자 5~6차례 제안을 했으나, 외교안보라인 측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윤석열 대통령은 김 실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크게 질책했고 결국 줄교체로 이어진 것이다.
30일자 9개 아침신문은 1면에 일제히 이 소식을 다뤘다. 언론들은 가수의 공연이라고 해도 정상회담에서 양국 친교를 위한 중요 행사지만 국가안보실장까지 교체는 지나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블랙핑크 공연 문제로 국가안보실장까지 교체... 조선·경향 “지나치지 않나”
질 바이든 여사가 오는 4월 말 한미 정상회담 때 레이디가가와 블랙핑크의 합동공연을 제안했으나, 김성한 실장이 지휘하는 국가안보실에선 미국 측에 7차례나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0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김 실장 경질을 불러온 방미 행사는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가수 레이디가가의 합동 공연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에선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의 뜻을 반영해 이런 제안을 담은 서실을 한국 정부에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 실장이 지휘하는 국가안보실에선 3월 초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 미 행정부 측 요청을 받아 7차례나 답변을 요청하는 전문을 보냈지만 안보실에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이 윤 대통령에게 3월 초까지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으로부터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하다가 3월 초 미국을 방문한 외교 당국자가 이런 사실을 파악해 보고하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뒤늦게 행사가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 대통령은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그 결과 김 실장과 이문희·김일범 비서관이 책임이 있다고 보고 경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의 대광초등학교 동창인 데다, 윤 대통령이 2021년 3월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외교·안보 가정교사로 합류했고 대선 캠페인 때는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공약 수립을 주도했다. 이런 각별한 인연의 김 시장을 교체한 것은 그만큼 실책이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중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미 정상회담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실장 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은) 외교·안보 라인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책임 있게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과연 한미 정상회담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누가 경질을 주도하고 있는지 명백히 밝히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30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가수공연 문제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일부에선 외교가에 널린 알려진 김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알력과 갈등도 급작스러운 교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지난 6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 의제 등 한-일 관계를 두고 갈등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김태효 차장이 김 실장보다 더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는 말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30일 조선일보는 <가수 공연 문제로 국가안보실장까지 교체, 지나치지 않나> 사설에서 “지난 3주 사이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던 김일범 의전비서관, 이문희 외교비서관에 이어 국가안보실장마저 줄이어 사퇴한 것은 과거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김 실장은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에서 제안한 가수 공연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졌다고 한다. 가수의 공연이라고 해도 정상회담에서 양국 친교를 위한 중요 행사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하지만 이 정도의 사안은 실무 책임자인 외교, 의전 비서관이 책임지는 정도로 매듭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 정도로도 다른 공직자들에게 충분한 경고가 된다. 국가안보실장은 이보다 더 심각한 안보 외교 현안에 대한 국가 사령탑이다. 안보 외교 총책임자가 가수 공연 문제를 잘못 다뤘다는 이유로 경질되는 나라가 또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30일자 조선일보 사설.
▲30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같은 날 <김성한 안보실장까지 물러난 ‘방미 외교 난맥’ 진상이 뭔가> 사설에서 “대통령실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며 “김 실장은 자신으로 인한 논란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여러 정황과 보도상 내달 말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문화교류 행사 준비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될 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대통령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중요한 정상외교 일정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할 정도의 잘못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꼬리가 머리를 흔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김 실장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최종 협의하고 일정을 발표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상대국인 미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소아과의사회 폐과 선언에 국민일보 “소아진료 수가 의대 정원 확대 같이 가야”
29일 오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오늘 자로 대한민국에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더 이상 아이들 건강을 돌봐 주지 못하게 돼 한없이 미안하다는 작별 인사를 드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지금 상태로는 병원을 더는 운영할 수 없다. 지난 5년간 소청과 662개가 폐업했고 소아청소년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로, 동남아 국가의 10분의1이다. 도저히 더는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3면 기사에서 “소청과의사회가 29일 이같이 선언한 소청과 ‘폐과’는 전국의 소청과가 일제히 문을 닫겠다는 ‘폐업’ 선언은 아니다. 트레이닝센터를 열어 내과 등 일반과로 진료과목을 바꾸고 싶어하는 회원들을 의사회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자 국민일보 2면.
▲30일자 서울신문 3면.
국민일보는 <간판 내리겠다는 소아과 의사회... 의사 증원 수용하길> 사설에서 “필수 진료과목인 소아과의 의사 부족은 심각한 문제다. 수도권조차 의원급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오픈런’을 해야 할 상황이고, 대형병원도 당직할 전문의가 없어 입원진료를 중단하는 곳이 등장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소아의료 대책을 내놨다. 소아진료 수가를 인상해 보상 수준을 높이고, 공공진료센터와 응급의료센터 등 소아 의료시설을 확충키로 했다. 의사회는 이를 ‘빈껍데기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소아과 의사 인력 공백이 문제의 핵심인데, 복지부가 엉뚱하게 시설 확충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고 했다”고 했다.
▲30일자 국민일보 사설.
의사회가 소아과 의사 인력 공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점에 국민일보는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며 “핵심은 소아과 의사를 늘리는 것이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소아과 수입을 높여 이 과목을 선택하는 의사가 많아지게 하는 것과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배출 규모 자체를 늘리는 것”고 했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온 의사회는 전자만 얘기하고 있다. 지금의 수가 인상 조치로는 부족하니 더 올리라는 주장이다. 의사 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 밥그릇을 지키면서 정부에 그 밥그릇의 질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필수 의료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 의료 환경을 개선하려면 이 두 가지 방법이 병행돼야 한다”며 “병원 문을 닫아가며 의대 정원 확대를 막아섰던 의료계가 이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정전협정 70년 한반도평화행동에 참여하는 전국 평화시민단체들이 '23 쌍룡훈련, 결정적 행동'(decisive action) 훈련이 시작된 경북 포항시 조사리와 화진리 해안가에서 '전쟁반대 평화행동'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3월 29일 오전 경상북도 포항시 외곽 조사리와 화진리 해안가.
저 멀리 바다에서 위용을 자랑하듯 멈춰있던 전차상륙함(Landing Ship, Tank)에서 수륙양용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쏟아져 나왔다. 어느새 하늘에는 상륙기동헬기가 굉음을 울리며 연신 낙하산을 탄 해병대를 뿌리듯 내려놓는다.
돌격장갑차들은 수중에서 포를 쏘아대며 회색 포연으로 몸을 가린 채 해안가로 불쑥 모습을 나타내더니 조사교 아래로 진격하듯 달려와 강하 해병대가 모여있는 지점으로 향했다.
곧 이어 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낸 고속 공기부양정 2척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육지에 상륙해 궤도 전차를 배출했다.
고속공기부양정과 전차상륙함, 상륙기동헬기 등이 하늘, 땅, 바다를 뒤엎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날 밤 서울과 지방 각지에서 출발해 이날 아침부터 포항시 조사리에 모여든 '정전70년 한반도평화행동' 회원단체 200여명의 참가자들은 훈련 현장에서 '전쟁연습에 반대하는 평화행동'을 벌이며 "막상 직접 훈련 모습을 보니 섬뜩하다", "'어린이날' 잠실운동장에서나 보던 낙하쇼도 아니고 '국군의날' 행진도 아니다. 전쟁 위기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압도적인 전쟁무기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현실'때문이었을까. 조사교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외치는 '전쟁반대' 구호에선 가슴 답답한 쇳소리가 섞여 있다.
전국에서 동원된 약 2,000여명의 경찰 기동대과 경찰버스가 차벽으로 막아 세웠지만 참가자들은 '탄식'속에서도 준비해간 피켓을 들고 '위험천만 상륙훈련 지금 당장 중단하라', '전쟁날까 불안하다 상륙훈련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안간힘을 다해 평화의 의지를 밝혔다.
화진리 해안에서는 부산지역에서 올라 온 참가자들이 평화행동을 벌였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조천현]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오늘 우리가 두눈으로 본,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이 무시무시한 각종 무기와 훈련은 침략하고 지배하기 위해, 전쟁을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며, "우발적 충돌과 국지전을 비롯해 언제 어느 곳에서 전쟁의 위기가 현실화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패권이 무너지는 미국은 더욱 한미일 군사·경제동맹에 매달릴 것이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에 호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북을 적이라 하고 그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손잡고 미국의 가랭이 밑으로라도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 대통령을 그대로 두고서 이땅의 평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보니까 더 많이 섬뜩하다. 이러다가 전쟁이라도 나겠다"며 "북한 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까지 적으로 돌려세우면서 한반도를 신냉전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박석진 활동가는 "한미연합사령관과 합참의장은 각각 '순수한 방어적 훈련이다'. '북한을 적대하는 훈련아니다'라고 얘기했는데, 그렇게 보이나"라고 반문하고는 "전쟁을 막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 이 훈련의 위험성을 널리 알려 적대적 상륙훈련이 중단될 수 있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조승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군축팀장은 "상륙훈련은 대표적인 공격훈련이며, 이번 상륙훈련은 한미연합군의 대북 선제공격 전략과 작전계획에 따라 시행되고 F-35를 비롯해 대북 선제공격이 가능한 무기체계가 동원된다는 점에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더욱 격화시키는 역대급 공격훈련임을 이곳에서 보았다"고 말했다.
또 "상륙돌격장갑차와 수많은 헬기에서 강습이 동시에 진행되는 '입체 고속기동 상륙작전'은 많은 인명피해를 낳게 된다는다는 것이 입증된 작전"이라며, "북이 전술핵무기를 실전배치하고 수중 핵폭파 시험까지 한 상황에서 1만3,000여명이나 되는 병력이 상륙훈련을 하는 것은 해병대 장병들의 목숨을 사지로 내모는 무모한 작전"이라고 지적했다.
경남에서 온 진보대학생넷 노예진 학생은 "현장에 와서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실제 훈련은 더 공격적이고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고 하면서 "전쟁이라는 신제국주의적, 반평화적 방법은 절대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사교 위 평화행동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평화행동 참가자들이 밤새 달려 온 포항시 조사리는 2018년 이후 5년만에 사단급으로 규모를 키워 실시하고 있는 한미 연합상륙훈련 '쌍용훈련' 현장이다.
한국군 사단 지휘제대 및 해군 상륙함정이 최대 규모로 참가했고 유엔사령부 전력제공국으로서 영국군 해병대 특수부대가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했다. 병력규모만 한미 해군과 해병대 약 1만3,000명 규모.
이날 포항 앞바다에서 진행된 훈련은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쌍용훈련' 중에서도 대규모 상륙군이 일제히 해안으로 상륙하여 목표지역을 확보하는 '결정적 행동단계'인 상륙돌격 현장.
이날부터 '23 쌍룡훈련, 결정적 행동'(decisive action)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훈련은 4월 3일까지 계속된다.
군 설명에 따르면, 대형수송함(LPH) 독도함, 강습상륙함(LHD) 마킨 아일랜드함 등 함정 30여 척, F-35,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등 항공기 70여 대, 상륙돌격장갑차 50여 대 등이 동원돼 하늘과 바다, 땅을 뒤덮으며 진행됐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날 훈련 현장에서 "이번 한미연합상륙훈련은 강화된 '전사의 방패(Warrior Shield, WS)' 연합 야외기동훈련의 일환으로 5년 만에 재개되는 의미 있는 훈련"이라며 "국가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적의 종심지역에 신속히 투입되어 전쟁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차와 보병을 해안에 상륙시키는 전차상륙함(Landing Ship, Tank) 'LST-683 향로봉'. 왼쪽은 고속공기부양정. 산 정상 흰색 부분은 지휘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륙양용 상륙돌격장갑차들이 육지로 상륙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강하훈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륙양용 상륙돌격장갑차들이 낙하산 강하훈련 병력들과 합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숲이 잘려 나갔다. 무슨 이유로 나무를 자르는지 물었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재선충이 생겼다는 게 강원도 홍천 숲이 사라진 이유의 전부였다. 재선충은 벌목업자들에게 나무를 자르는 최고의 이유가 되었고, 산림청은 재선충 핑계로 숲이 파괴되는 것을 방치해왔다.
▲ 주변에 재선충병 걸린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는 이유로 이 큰 소나무가 참혹하게 잘려 나갔다. ⓒ 최병성
지난 2월, 충남 아산의 또 다른 벌목 현장. 두 팔로 안을 수 없는 거대한 소나무가 참혹하게 잘려 나갔다. 능선 한 면이 한 그루도 남김없이 싹쓸이 벌목으로 사라진 이유도 소나무 두 그루가 재선충병에 결렸다는 것때문이었다.
▲ 재선충병 감염목은 두 그루에 불과한데 능선 한 면의 모든 나무들이 참혹하게 잘려 나갔다. ⓒ 최병성
재선충병에 걸린 나무가 있으면 주변 나무도 재선충병에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모두 잘려 나간 것이다. 재선충과 아무 상관 없는 활엽수까지 싹쓸이되었다. 이는 재선충 방제가 아니라 참혹한 나무 학살에 불과했다. 산림청이 지금까지 이렇게 잔인한 나무 학살극을 벌여왔지만, 재선충은 전국으로 더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산림청은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100% 고사시키는 치명성과 강한 전염성 때문에 삭쓸이 벌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산림과학원
산림청은 왜 재선충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나무까지 싹쓸이 벌목하는 것일까?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황 및 방제대책'(국립산림과학원)에 그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100% 고사시키는 '치명성'과 감염목 1그루가 주변 나무 200그루를 감염시키는 '전염성'을 갖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재선충 1쌍이 20일 후에는 20만 마리로 증식되어 소나무의 가도관을 막아 수분 상승을 차단하고, 독소인 셀룰라아제를 분비하여 조직을 파괴시켜 소나무를 고사시키므로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싹쓸이 벌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리면 100% 고사한다는 산림청 홈페이지 ⓒ 산림청
산림청 홈페이지에서도 '소나무재선충은 치료약이 없어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며 싹쓸이 벌목을 정당화하고 있다.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정말 100% 고사하는 것일까? 아니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치료하는 친환경적인 방법이 있다.
산림청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국민을 속여 온 것뿐이다. 치료 방법이 없어 100% 고사한다고 해야 지금처럼 싹쓸이 벌목을 해 벌목상과 펠릿업자의 이익을 챙겨주고, 벌목 이후 조림을 이유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엄청난 예산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치료된 현장
▲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었으나 지금은 건강하게 살아 있다. 입간판 속의 소나무와 우측의 소나무가 동일한 나무다. ⓒ 최병성
최근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들이 다시 건강하게 회복된 기적의 현장을 다녀왔다. 제주도 월령리에 있는 소나무 숲이다. 소나무 옆에 '세계유산 및 기네스북 등재 추진 소나무재선충병 완치 검증 단지'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입간판 속 사진에서 누렇게 재선충병에 결렸던 소나무가 바로 우측에 있는 싱싱한 소나무다. 소나무 기둥 모양을 통해 동일한 나무임을 확인했다. 입간판에 그동안의 과정이 자세히 정리되어 있었다.
2016. 5. 10. 백신G810 투입
2016. 6. 1. 재선충 3만 마리 투입(솔수염하늘소 100마리 이상 섭식 감염효과 )
2016. 12. 24. 1차 시료 샘플검사. 재선충, 백신 동시 검출
2017. 3. 9. 2차 시료 샘플검사. 재선충 검출안됨
이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었었다는 사실은 산림청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입간판에 기록된 2016년 6월 1일 재선충 3만 마리를 이 소나무에 주입한 장본인이 바로 산림청이기 때문이다.
▲ 2016년 산림청이 소나무에 3만 마리의 재선충을 감염시키고 있다. ⓒ 성창근
이곳은 산림청과 성창근 충남대 교수가 공동으로 실험한 현장이다. 2016년 사진에서 주사기로 재선충 3만 마리를 소나무에 주입하는 여성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이고 가운데서 지켜보는 이가 현재 산림청 대변인이다. 재선충 1쌍이 20일 후에 20만 마리로 증식되어 소나무를 고사시킨다는 산림청의 주장대로라면, 2016년 주입한 3만 마리의 재선충으로 인해 이 나무는 오래전에 고사했어야 한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치료된다는 것을 산림청은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 아니다. 지난 2022년 2월 25일, 박현 전 국립산림과학원장과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아 직접 확인했다. 2016년 소나무에 3만 마리의 재선충을 주입했던 연구원도 동행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림청은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는 거짓말을 내세워 싹쓸이 벌목을 하고 숲을 황폐화시키는 악행을 계속하고 있다.
▲ 재선충병에 감염되어 잘린 나무 옆 소나무들은 재선충병과 상관 없이 건강하다. ⓒ 최병성
이곳은 경주 남산이다. 커다란 소나무 10여 그루가 잘려 나갔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렸다는 이유였다. 재선충병 소나무 한 그루가 주변 수백 그루를 감염시킨다는 산림청 논리라면 이곳 소나무들을 싹쓸이 벌목해야 한다. 그러나 잘린 나무 외의 주변 소나무들은 초록으로 싱싱하다.
▲ 노란선이 국립공원공단 한태만 박사가 천적백신 실험지역으로 선정한 곳이다. 노란 선 밖에 빨간 화살표는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이다. ⓒ 국립공원공단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한태만 박사팀이 재선충이 퍼져가는 경주 남산을 천적백신 실험 현장으로 선정했다. 2022년 6월 실험 구역 내 622본의 소나무에 성창근 교수가 찾아낸 천적곰팡이 G810 주입하고 명찰을 달았다.
▲ 국립공원공단이 경주 남산의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나무와 사람과 환경에 위해성이 없는 친환경 재선충 방제를 했다. ⓒ 최병성
천적백신을 주입한 622본 중 589본은 재선충병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목이었고, 33본은 잎이 누렇게 변한 재선충병 감염 의심목이었다. 한태만 박사는 실험 결과를 지난 1월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 병해충 관리방안 연구 4차년도'에 정리해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재선충병 감염 의심목 33본 중에 29본이 천적백신을 통해 건강목으로 회복되어 87.8%의 회복률을 보였다. 천적곰팡이인 G810이 '재선충 예방효과'는 물론이고 이미 감염된 소나무도 회복시키는 '치료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놀라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들이 천적곰팡이 G810을 맞고 건강하게 회복되었다. ⓒ 국립공원공단
한태만 박사는 전체 재선충병 감염 의심목 33그루 중 26본의 시료를 채취했는데, 현미경으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을 확인한 12본 중 10본이 치료되었으며, 현미경을 통해 감염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14본 중 13본도 건강목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한 박사가 현미경 검사와 유전자 증폭 조사인 PCR 검사를 통해 재선충 감염 여부를 확인한 이유가 있다. 2021년 8월 11일 "전염병 핑계로 벌어진 끔찍한 일... 산림청은 왜?"(https://omn.kr/1urs0)라는 기사가 보도된 후 당황한 산림청이 거제 화도 실험 현장을 찾아갔다.
놀랍게도 산림청은 실험 당사자인 국립공원공단이 아니라 거제시에 현장 안내를 요청했다. 구체적인 실험 내용을 모르는 거제시는 국립공원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산림청이 국립공원공단 모르게 조사하려다 발각된 것이다.
잎사귀가 조금만 변해도 회복할 수 없다며 벌목하고, 감염목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도 싹쓸이 벌목하던 산림청이었다. 그런데 거제 화도 실험 현장에 찾아온 산림청은 치료된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었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하냐고 한 박사에게 따졌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치료된다는 국립공원공단 실험 결과를 인정하면 36년간 산림청이 잘못했음을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 한태만 박사는 재선충병이 치료될 수 있음을 입증해냈다. ⓒ 한태만
한 박사는 천적백신의 예방과 치료 효과를 부인하는 산림청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남산 실험 현장에서 현미경과 PCR 검사를 통해 재선충병 감염 사실을 확인했고, 재선충병에 걸렸던 소나무들이 천적곰팡이 G810으로 치료된 것을 입증한 것이다.
지난 1월, 경주 남산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되었다가 천적백신으로 치료된 나무 번호를 하나하나 찾아 직접 확인했다. 누런 잎사귀 없이 건강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천적백신으로 재선충병 예방효과뿐 아니라, 재선충병 감염목도 치료됨을 공식적으로 입증해냈다.
이는 앞으로 산림청이 재선충병을 핑계로 싹쓸이 벌목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를 자르지 않으면, 벌목 후 조림한다며 예산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숲이 파괴되지 않으니 생태계도 보호되고, 홍수와 산사태 염려도 없고, 탄소 흡수 능력도 커진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된 것이다.
소나무 죽이는 산림청의 농약 주사
▲ 소나무 하나에 농약을 주입하기 위해 19개의 구멍을 뚫었다. 오른쪽에 주사 놓기 위한 구멍이 보인다. ⓒ 최병성
위 사진은 소나무에 19개의 구멍을 뚫었다고 기록한 명찰이다. 재선충병 예방 농약을 주입하기 위해 뚫은 구멍이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 두 그루 때문에 주변 소나무들을 싹쓸이한 아산시다. 감염목 두 그루 주변 나무를 모조리 잘라냈고,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의 소나무들은 구멍을 뚫고 농약을 주입했다.
▲ 세계보건기구는 아바멕틴을 고독성 농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 세계보건기구
그동안 산림청은 주로 '아바멕틴'이라는 농약을 소나무에 주입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유해물질에 의한 살충제 분류와 분류 지침에 따르면 농약의 유해성을 맹독성, 고독성, 보통독성, 저독성 4단계로 나누는데, 아바멕틴은 고독성 농약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주입하는 아바멕틴과 농약들이 오히려 소나무를 고사시킨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 2015년 고사해 잘려나간 거대한 소나무 밑동이다. ⓒ 최병성
2주 전 제주도로 날아갔다. 200살이 넘어 제주도에서 가장 큰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되어 지난 2015년 11월 10일 잘려 나갔다. 크레인을 동원해 하루종일 잘라야할만큼 엄청나게 컸다. 나무 밑동은 제주도에 장비가 없어 잘라내지 못하고 지금도 현장에 남아 있다. 둘레가 약 8.6m로 어른 4~5명이 에워싸야 할 만큼 큰 나무다.
▲ 잘린 지 오래되어 썩어가고 있는데, 둘레를 따라 썩지 않고 튀어 나온 물체들이 줄지어 있다.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주입한 농약이었다. ⓒ 최병성
2015년에 잘렸으니 벌써 8년의 세월이 흘러 썩어가고 있었지만 웅장했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잘린 나이테 바깥 부분을 따라 동물 등뼈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아바멕틴을 주사한 자국이었다. 독성이 얼마나 강하기에 시간이 오래 흘렀어도 썩지 않고 그대로 보전된 것일까?
▲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나무 속에 주입한 농약이 오히려 나무 물관을 막아 소나무를 서서히 고사지키는 주범이 되었다. ⓒ 최병성
삐죽 솟아 올라온 막대 하나를 잡아당겼다. 나무가 썩은 탓에 쑥 빠져나왔다. 윗부분이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길이가 53cm나 되었다. 2013~2014년에 주입한 농약이 지금까지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빼낸 나무 중앙에 주사 구멍이 있었다.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의 약해가 위쪽뿐 아니라 옆면과 아래쪽으로도 내려가며 물관과 체관을 막은 것이다.
산림청이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주입한 농약이 오히려 소나무의 물관을 막아 고사시키는 물증을 확보한 것이다.
▲ 잔류농약 분석 결과 수년 전에 잘린 나무에서 아바멕틴이 무려 34.439ppm 검출되었다. ⓒ 최병성
빼낸 나무 덩어리 하나를 공인 연구소에 보내 잔류농약 분석을 의뢰했다. 며칠 뒤 연구소로부터 고농도의 농약이 검출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아바멕틴이 무려 35.439mg/kg이 검출됐다.
▲ 소나무재선충병을 먹기 위해 주입하는 농약이 오히려 재선충병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나무의 물관을 막아 고사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림이 농약 약해를 입어 물관을 막는 모습이다. ⓒ 구로다 게이코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주사가 오히려 건강한 나무를 고사시킨다는 일본 학자의 연구 자료를 찾아냈다. 구로다 케이코의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약의 나무줄기 주입으로 인한 물 흐름 정지와 고사 위험'은 이렇게 강조했다.
'농약을 살포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 감정을 고려해 나무줄기에 주사를 놓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사로 인해 재선충과 상관없이 나무가 말라 죽는 사례가 발생한다. 나무에 약제 주입으로 인해 수분 흐름이 정지하여 물 부족으로 고사하는 위험이 높으니 사용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
▲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을 위한 농약의 반복 주입은 나무 물관을 막아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나무를 오히려 고사시키는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구로다 게이코
또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으로 인해 물관이 막혀 소나무가 고사한다는 사실을 그림으로 자세히 표현한 또 다른 자료를 찾아냈다. 소나무 주사를 반복할 경우 수관을 막아 오히려 건강한 소나무가 고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한다며 농약을 주입했지만 재선충병은 막지 못하면서 오히려 재선충병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나무들을 고사시키는 재앙이었던 것이다.
농약 품은 송화가루에 무방비로 노출
농약 주입으로 인한 소나무 고사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사실을 산림청이 은폐해왔다는 점이다. 매년 4월 말 경 전 국민이 고독성 농약에 쩔은 송화가루를 호흡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산림청은 최근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농약으로 아바멕틴뿐만 아니라 에마멕틴벤조에이트, 티아메톡삼, 아바멕틴+설폭사플로르 등의 합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아바멕틴만으로 재선충병이 예방되지 않자, 더 독성이 강한 살충제 성분을 혼합한 농약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 산림청 조사에도 소나무에 주사한 농약으로 인해 송화가루에 고농도의 농약이 잔류함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소나무에 농약을 주입하면서 전 국민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 산림청
산림청이 국립산림과학원을 통해 조사한 '소나무재선충병 선제적 맞춤형 방제전략 및 기술연구 2016~2019'에 따르면, 에마멕틴벤조에이트 0.09mg/kg, 티아메톡삼 1.145mg/kg, 설폭사플로르 1.609mg/kg이 송화가루에 잔류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유해 물질이 인체에 흡수되는 경로는 크게 3가지다. 입으로 먹는 경구독성, 피부로 흡수되는 경피독성, 코로 호흡하는 호흡독성이다. 이 중에 제일 위험한 것은 코를 통한 호흡독성이다. 피부는 두꺼운 각질층으로 보호되고 있고, 입으로 먹는 것은 위와 장을 통하며 배설되기도 하며 소화기에 점막이 있어 독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한다.
그러나 코로 호흡하는 유해 물질은 아무런 방어 장치 없이 폐와 뇌로 바로 전달된다. 코로 흡입한 송화가루의 농약이 폐에서 간과 신장 그리고 뇌까지 바로 이동하는 가장 위험한 노출 구조다.
200명 이상이 사망한 가습기 사건은 이미 호흡독성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산림청이 국민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음이 바로 이점이다. 유독성 농약을 소나무에 주입하면 송화가루를 통해 국민들이 호흡을 통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은폐해왔으며, 특히 임산부와 영유아가 농약을 품은 송화가루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농약의 후유증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농산물의 농약 잔류허용기준과 비교하면, 송화가루 잔류 농약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특히 송화가루는 코를 통해 폐와 뇌로 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가중되는 것이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산림청이 밝힌 송화가루 잔류 농약 에마멕틴벤조에이트 0.09mg/kg, 티아메톡삼 1.145mg/kg, 설폭사플로르 1.609mg/kg은 어느 정도에 해당되는 것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농산물의 농약잔류허용기준에 비교해보면, 심각한 재앙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설폭사플로르의 경우 송화가루 잔류량이 1.609mg/kg인데, 가지 잔류 기준이 0.2mg/kg, 감 0.3mg/kg, 감자 0.05mg/kg, 배추 0.5mg/kg, 고구마 0.05mg/kg, 옥수수 0.08mg/kg 등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농약 잔류허용기준은 입으로 먹는 경구독성인 반면, 송화가루는 아무런 방어 기제가 없는 코를 통해 폐와 뇌로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식품의 잔류농약 기준보다 우리 아이들이 코로 호흡하는 송화가루에 더 많은 농약이 잔류한다는 사실이다.
산림청 고위 관계자에게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의 호흡 독성을 조사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없다'였다.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사업을 오래 주관해 온 한 전문가는 송화가루에 잔류하는 농약이 두렵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실토했다.
"사람에게 놓는 주사는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갑니다. 그러나 나무는 사람과 같은 혈관이 없습니다. 나무에 주입하는 농약은 두꺼운 세포막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침투독성'이 강합니다.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 온 송화가루뿐만 아니라, 몸에 묻은 송화가루의 농약이 피부로 침투해 들어오는 독성이 아주 강력하다는 끔찍한 사실을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언제 어떤 후유증으로 나타날지 정말 두렵습니다. 산림청의 잘못된 소나무 농약 주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 아파트 마당에 있는 소나무마다 재선충병을 예방하는 고독성 농약을 주입했다는 명찰을 달고 있다. ⓒ 최병성
문제는 소나무가 깊은 산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나무가 정원수로 사랑받으면서 아파트 마당에 소나무가 가득하다. 도심 가로수도 소나무다. 골프장에도, 공원에도 빠지지 않는 게 소나무다. 그런데 아파트 마당에 있는 소나무에도, 도로에 있는 소나무에도 모두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농약을 주입했다는 명찰을 달고 있다. 산림청 탓에 전 국민이 농약에 쩔은 송화가루를 마셔온 것이다.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 중단시키고 책임 물어야
▲ 산림청은 수많은 예산을 퍼붓고도 재선충이 계속 확산하자 2003년과 2015년 재선충병을 박멸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재선충은 전국으로 더 확산하여가고 있다. ⓒ 산림청
국내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산림청의 방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003년, 5년 이내에 소나무재선충병을 완전 박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나무재선충병은 전국으로 더 확산되었다. 산림청이 지난 2015년에도 2017년까지 완전 방제를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소나무재선충병은 전국으로 더 확산되었다.
▲ 1조 3000억 원이 넘는 돈을 쓰고도 재선충병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 산림청
산림청이 작성한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상황도(2016.5~2019.4)에 따르면, 1988년 부산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점점 더 확산하여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이미 소나무재선충병에 점령된 지 오래되었다.
전국으로 확산된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상황도가 두렵다. 저 지도에 표시된 도시마다 산림청이 고독성 농약을 살포해왔고, 국민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농약에 쩔은 송화가루를 호흡해왔기 때문이다.
▲ 산림청이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은 송화가루를 통해 꿀벌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 조찬현
전국으로 확산한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상황도는 전국의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산림청이 전국의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과 깊은 연관이 있다. 산림청이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들은 꿀벌에 강한 독성을 지닌 것들이다(소나무 농약 주사로 인한 국민 건강과 꿀벌 피해는 후속 기사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1988년 이래 소나무재선충병을 막는다며 지금까지 1조 3000억 원 넘는 예산을 퍼부었다. 그러나 재선충은 전국으로 더 확산되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은 막지도 못하면서,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으로 건강한 소나무를 서서히 고사시키고, 전 국민을 고독성 농약을 호흡하는 위험에 노출시켰으며, 꿀벌을 죽이고, 주변 산림 생태계 먹이사슬을 파괴해왔다.
정부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 반복되어 온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을 중단시키고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산림청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사람도, 나무도, 꿀벌도 죽이는 산림청의 잘못된 재선충 방제에 대한 기사가 계속 연재됩니다. 관련한 문제를 알고 계신 분은 cbs5012@hanmail.net으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벌목, 임도, 산사태, 산불, 조림 문제도 연재합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전주MBC 의뢰로 진행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지지 후보 여론조사 결과다. 지난 22일 공표됐다. 눈을 의심했다. 조사가 잘못됐나 싶었다. 진보당은 정당 지지율에 잘 잡히지 않는다. 지지율 1% 내외, 늘 ‘기타 정당’으로 묶여 있던 정당이다. 그런 정당 후보가 25.9%라니.
2위는 무소속 임정엽 후보다. 지지율은 21.3%. 임 후보는 무소속이라고 쓰고 민주당이라 읽는다. DJ시절 청와대 행정관부터 완주 군수 역임까지 그의 가슴팍엔 늘 민주당 기호가 박혀 있었다. 그런데 2위였다. 그것도 전북 전주에서.
이전 여론조사표를 뒤졌다. 올 들어 진행된 여론조사는 모두 세 번이었다. 2월 12일(1차), 2월 26일(2차), 그리고 3월 22일 전주MBC 여론조사(3차)까지, 40일간 세 차례 조사가 공표됐다.
여론조사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건 흐름이라고들 한다. 절대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는 뜻이다. 오차범위 내라면 더 그렇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 지지율은 9.4%(1차), 15.5%(2차), 25.9%(3차)로 나왔다.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28.2%(1차), 30.0%(2차), 21.3%(3차)였다. 흐름은 강성희 후보 상승, 임정엽 후보 약보합 혹은 하락이라 말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내가 모르는 금융위기가 전주에서만 터진 것일까. 지난 40일간 일어난 일이 궁금했다. 일개 경제부 기자가, 민심 르포를 하겠다며 주말 출장에 나선 이유다. (여론조사 자세한 정보는 기사 하단 참조)
2023 재선거 전주시을 후보 지지율 추이_2월 12일, 백경오 의뢰, 조사기관-PNR-(주)피플네트웍스 조사, 2월 26일 뉴스1 전북취재본부 조사기관-조원씨앤아이, 3월 22일 전주MBC 의뢰, 조사기관-리얼미터, 3월 26일 민중의소리 의뢰, 조사기관-STI ⓒ민중의소리
전주을 최고 득표율 1.03%, 1위 후보의 미스터리
전주을. 전주시 완산구 19개 동 중 9개 동을 묶은 선거구다. 전주 중심이라 불리는 서신동(롯데백화점 전주점이 서신동에 있다)부터 1·2층 단독주택·저층 빌라와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 단지가 반반 섞인 삼천동,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성된 효천지구 신도시가 있는 효자1~5동 등이 전주을에 속한다. 8만8천세대, 19만7천명이 산다.
지난해 8대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투표에서 전주을은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후보가 75%, 국민의힘 조배숙 후보가 24%를 득표했다. 2018년 7대 지선에선 민주당 후보 61%, 민주평화당 후보 25%, 정의당 후보 7% 순이었다. 2015년 6대 지선은 민주당 62%, 새누리당 24%였고, 2011년 5대 역시 민주당 60%, 한나라당 23%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65%대 나머지 정당 합계 35% 구도다.
최근 다섯 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네 번 당선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딱 한 번,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됐다. 당시 2위인 민주당 최형재 후보와 표 차는 111표였다.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전주시장은 민주당 외 다른 당이 당선된 적 없다. 현재 전주시의회 의원 35명 중, 30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나머지 무소속 3인,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각각 1인씩이다. 투표 결과를 아무리 뒤져도, 당선은 물론, 득표 상위 1~3위에 이름을 올린 진보당 후보(전신인 민중당, 통합진보당 포함)는 없었다.
진보당 전주을 성적은 저조했다. 전신인 민중당은 21대 총선에서 총투표수 9만4천여 표 중 604표를 받았다. 득표율 0.6%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선 11만6천여표 중 55표를 받았다. 당시 허경영 후보는 629표를 받았다. 9개월 전인 지난 지방선거 광역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5만6천표 중 588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1.03%였다.
개표 기록을 확인할수록 ‘진보당 강성희 지지율 25.9%’는 점점 더 미스터리했다.
2023년 재선거가 치러지는 전주을 지역에서 유권자가 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텃밭의 본심을 만나다
지난주 토요일(25일) 오전 10시 35분,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렸다. 민심 취재에 택시는 국룰, ‘누가 될 것 같아요’ 질문 하나에 십중팔구 일장 연설을 해준다. 주말 오후, 사람이 많이 모일 것 같은 서부신시가지로 이동했다. 10분 정도 걸릴 터, 기사님께 물어봤다.
“나라가 이 꼴인데, 누가 거서그(거시기란 말 같은데 거서그로 들렸다) 되던 관심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라가 어떤데 그러냐”고 했더니 “옆에 있었으면 귀쌰대기를 한대 올릴 것”이라고 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기사님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일본과 외교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취지의 말을 기사로 옮기기 부적절한 욕설과 함께 쏟아냈다. ‘바이든 날리면’ 논란을 언급하며 “그 XX는 나가기만 하면 사고를 친다”고 말했다. 비속어가 불쾌하긴커녕 정겨웠고, 솔직히 속이 시원해졌다. 그는 “거꾸로 타는 보일러 같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화 역사를 되돌리고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민주당은 어떠냐”고 물으니 “그놈들이야말로 00 같은 XX들”이라고 했다. 국민들이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민주당에 179석을 몰아줬으면 뭐라도 해야 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지 칼잡이한테 정권을 뺏겼다“는 게 그 이유다. 기사님 열변은 이어졌고 결국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엔 답을 듣지 못하고 서부신시가지에 도착했다.
스타벅스를 찾아갔다. 20~30대 청년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매장 한편에서 혼자 ‘트렌드2023’을 읽고 있던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트렌드2023’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발간하는 경제전망 서적이다. 투자자들이 즐겨 읽는다.
20대인 줄 알았는데, 올해 서른한살이었다. 발전소를 정비하는 박현우씨였다. 박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전주는 민주당 아니냐”고 했더니 “그건 아버지 세대 이야기”라고 했다. 전주 개발사업이 “말 만 많고 실제 추진은 더디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만금, 옛 대한방직 터, 전주종합경기장 등 전주시 각종 개발사업은 인허가와 의견 대립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지만 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 한 건 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집값이나 올려놓고…”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국힘 후보에 투표할 것인가”라고 물으니 “비밀투표인데 그런 걸 왜 묻나”라고 정색했다. 머쓱했다.
전주 경기 침체에 대한 박탈감은 중·장년층이 더 커 보였다. 현대자동차 남전주대리점 딜러 엄지훈(44)씨를 만났다. 엄씨는 전주에서 나고 자라 수입차 딜러를 거쳐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한다. 18년 차다. 완산구 S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 반에 42명 있었는데, 지금 전주에 남은 친구는 열대여섯 명뿐이라고 했다. 잘 돼서 서울로 간 친구도 있지만, 잘 되기 위해, 먹고 살려고 고향을 떠난 친구가 더 많다. 그는 “자리가 없다. 몇몇이 살 구실을 찾으면, 나머지는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엄지훈씨나 박현우씨의 박탈감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주가 있는 전라북도는 전국 18개 시도별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늘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2021년 전북 GRDP는 50조원 규모로 서울(432조원)의 1/8, 경남(104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전남(77조원) 보다 27조원 적다. 지난 10년 GRDP 성장률을 보면 1위인 경기도가 43% 성장할 때 전북은 10% 성장하는 데 그쳤다. 다른 지방이 잘살게 되는 동안, 전북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다는 뜻이다. 1인당 지역총소득은 3,115만원으로 전국 18개 시도 중 16위로 최하위권이다. 1위인 울산광역시 5,934만원의 절반 수준이다.(2021년 기준)
엄지훈씨는 2016년 총선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주에서 딱 한 번, 민주당 이외에 정당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그때다. 당시 정운천 후보를 찍었다. ‘민주당으론 안된다’는 생각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민주당이 뭘 하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주와 전북 경기 침체가 모두 민주당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의 숙명 아닐까. ‘수십년 믿고 찍어 줬는데…’라는 유권자 박탈감은 예상보다 커 보였다.
어김없이 “이번 투표에 누굴 찍을 건가”라고 물었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 이름이 튀어나왔다. 민주당은 싫고, 국힘은 더 싫다. 메기 효과라고 했다. 엄씨는 “국회의원 한 석으로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진보당이 열심히 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전주는 어딜 가나 진보당”이라고 덧붙였다.
어딜 가나 진보당
“어딜 가나 진보당”이란 엄씨 말은 사실이었다. 전주을 곳곳에 진보당 운동원이 있었다. 도심 사거리, 먹자골목 번화가, 아파트 단지 입구, 동네 마트 앞, 버스 종점 차고지, 천변 산책로에서 진보당 운동원과 자원봉사자를 만날 수 있었다.
‘진보당 4 강성희’라고 적힌 하늘색 점퍼를 입은 사람,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늘색 색 점퍼를 입은 사람, 그냥 사복입은 사람이 함께 있었다. 선거법상 허용된 등록 선거원은 기호와 정당 이름이 적힌 점퍼를 입을 수 있었다. 후보 지지도 호소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는 같은 색 점퍼를 입을 수 있지만, 준비한 점퍼보다 자원봉사자 수가 월등히 많아 사복을 입는다는 게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원봉사자는 후보 지지 대신 사전투표 동참을 호소했다.
완산구 효자동1가 전주탑마트 앞에서 만난 사복 차림의 자원봉사자 손에는 ‘투표하세요’라고 적은 피켓이 들려 있었다. 종이 박스를 찢어 위에 하얀 도화지를 입히고 그 위에 손글씨로 썼다. 광주에서 왔다는 그는 장을 보고 나가는 시민과 함께 걸으며 “사전 투표는 31일, 1일 이고요, 본투표 5일이에요, 꼭 투표하세요”라고 말했다. 70대 할머니는 “잉, 잉, 알어, 안당께”라고 했다. 기호와 정당명이 없는 푸른색 점퍼를 입은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쇼핑을 마친 시민의 손에서 카트를 받아 제자리에 반납하길 반복했다.
가만히 몇분을 지켜봤다. 기호와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우두커니 서서, 영혼이 약간 없어 보이는 인사를 수백번 반복하는 것이 그간 내가 봐온 선거운동원 아니었나. 두 사람은 뭔가 달랐다. 카트를 받아 대신 반납하고, 나가는 사람마다 함께 걸으며 투표를 호소했다. 적극적이었고, 때론 헌신적으로까지 보였다.
전주탑마트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만경강 지류 중 하나인 삼천이 나온다. 완주군 구이면을 지나 전주시 완산구를 관통하고, 덕진구에서 전주천을 만나 만경강으로 흐르는, 그냥 동네 하천이다. 하천 주변엔 반쯤 벌어진 벚꽃이 봄을 알렸다. 수변엔 산책로가 나 있다. “어딜 가나 진보당”이라더니 산책로에도 선거운동원이 있었다.
높이 1.5m 정도 되는 사람 모양의 하늘색 풍선 인형에 ‘진보당 4 강성희’라고 적혔다. 175cm 쯤 돼 보이는 선거운동원이 인형을 매니 높이가 3m는 돼 보였다. 풍선 인형 양팔에 1m짜리 막대기를 달아 팔을 움직인다. 산책 나온 시민들에게 연신 팔을 흔들며 인사하고, 때론 악수를 청한다. ‘풍선 강성희’의 악수 요청에 시민들은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어르신들에겐 고개 숙여 인사한다. 인사를 받고 지나가던 김난희(72)씨가 선거운동원에게 말을 건다. 후보 때문에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 아들 이름이 강성희인데, 뉴스에서 강성희가 여론조사 1등을 했다고 하니 “서울 친구가 축하 전화를 했다”며 웃었다. 김씨에게 “진보당 사람들이 자주 보이냐”고 물었다. 그는 “저 사람들 정치는 모르겠는데, 청소는 참 열심히 한다”고 했다. 강성희 후보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천변에 나와 쓰레기를 줍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덕분에 산책로가 깨끗해졌다고 좋아했다.
지난 25일 오후, 진보당 당원들이 전주시을 선거구에서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 25일 오후, 진보당 당원들이 전주시을 선거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 25일 오후, 진보당 당원들이 전주시을 선거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 : 진보당
진보당은 지난 1월 전주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주을 재선거에 당력을 집중하자고 의결한 바 있다. 이후 매일 100여명의 당원이 전주를 찾아 정당연설회, 청소, 서명운동 등을 했고,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주말엔 1천명 이상 당원이 강성희 후보 선거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평화동 3가에 가면 성진여객 차고지가 있다. 새벽 5시 첫차부터 운동원이 인사를 나간다. 출근길, 점심시간 식당 앞, 식사 후 커피숍, 퇴근 후 마트에서, 저녁 산책길까지, 전주 시민들은 항상 진보당과 강성희 후보를 만난다”고 했다.
열정과 진심으로만 되는 건 없다. 실력을 입증해야 선택받는다. 유권자 요구를 대변하는 시의적절한 목소리를 내야 정치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쯤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차가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은행은 예금 이자를 낮게 주고 자금을 끌어왔고 대출은 높은 이자를 받고 내줬다. 매 분기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압박을 느낀 정부는 은행 예대 금리차 공시를 의무화했다. 공시 결과, 전주에 본사를 둔 전북은행이 압도적 1위였다.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 예대금리차는 1%대였는데, 전북은행은 5%에 육박했다. 진보당 전북도당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금리인하’ 운동에 나선 배경이다. 당시 금리인하운동본부장이 강성희 후보였다. [인터뷰] 강성희 “당장 절실한 민생 대책은 대출금리 인하”
캠프 관계자는 “금리인하 운동은 전주 시민들, 특히 고금리에 시달리던 상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보당은 이슈 대응에 집중했다. 가스비 급등으로 인한 난방비 폭탄, 검찰의 야당 표적 수사, 50억 클럽 뇌물 무죄, 최근 일본과 굴욕 외교까지 굵직한 이슈마다 재치 있는 문구의 현수막으로 어필했다. 10년째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유미란(56)씨는 “진보당 현수막은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했다.
전권희 진보당 전북도당 정책위원장은 “‘이대론 안 된다. 바꿔야 한다’는 전주 시민들의 의지가 진보당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거는 구도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은 무공천을 선언했고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 없는 선거가 진행 중이다.
후보자는 국민의힘 김경민(기호2), 진보당 강성희(기호4), 무소속 임정엽(기호5), 무소속 김광종(기호6), 무소속 안해욱(기호7), 무소속 김호서(기호8) 등 모두 6명이다.
강성희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후보는 임정엽 전 완주군수다. 임 후보는 청와대 행정관으로서 쌓은 중앙정치 경험, 재선 완주군수로 재직하며 다진 지방행정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임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진보당 후보가 최근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세는 임정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래 비전에 대한 기획력, 실천력을 전주 시민들에게 꾸준히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후보는 민주당 소속이었다. 중앙당이 무공천을 결정되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에게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민주당은 ‘탈당 후 출마한 후보에게 복당은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캠프 생각은 다르다. 임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당선으로 전주 민심이 확인된다면, 중앙당에도 인식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임정엽 후보측은 “여전히 대세”라 했지만, 지난 TV토론회에선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를 두고 임정엽·김호서 전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의 협공이 이어졌다. 1위 후보를 견재하는 2,3위 후보의 전형이었다. 임 후보는 “북한이 미사일 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옳다는 것이냐. 잘못됐다는 것이냐. 똑바로 대답하라”고 쏘아붙였고 김 후보는 “노조 시절 범법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강성희 후보는 “북한을 적대시하면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고 했고 “내가 십수년 일한 공장에 들어가 파업한 걸 사측이 주거침입이라 고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중의소리와 만난 강성희 후보는 “궁지에 몰리면 색깔론 꺼내고, 반노조로 공격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만큼 강성희 당선이 유력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을 빨갱이로 몰려 핍박받았던 김대중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정당계 후보가 이렇게 나오는 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상승세에 대해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모인 결과다. 전주가 정치개혁 1번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봄이 온다
이튿날(26일 일요일) 아침 9시, 완산구 효자동 2가에 있는 강성희 후보 선본 사무실을 찾았다. 7층짜리 신축 상가 건물 3층에 사무실이 있다. 건물 출입구부터 계단, 엘리베이터까지 사람들이 가득했다. 50평쯤 되어 보이는 사무실 안은 발 디딜 틈 없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진보당 당원들이었다. 캠프 관계자는 “주말을 맞아 1,200명이 자원봉사를 왔다”고 했다. 전주을 내에 더 배치할 곳이 없어 전주갑 지역인 한옥마을까지 청소 자원봉사를 보냈다고 그는 설명했다. 벌써 몇주째 일요일 아침마다 반복된 일이다. 일당 20만원씩만 잡아도 매주 2억4천만원이다. 지역 정가에선 “정부가 돈을 대고 있다”는 헛소문까지 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무엇이 이들을 전주로 모이게 한 것일까. 이들은 왜 이토록 성실하고 헌신적인가.
지난 26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진보당 강성희 후보 사무실에 진보당원들이 모여 있다. ⓒ민중의소리
10년 전 일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이 탄생했다. 통합진보당. 민주노동당 이후 갈라졌던 여러 진보 세력과 일부 민주당 개혁 세력이 의기투합했다. 2012년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3명을 배출했다. 진보정당 최고 의석이었다. 창당 1년 만에 내홍으로 분당됐다. 이듬해엔 박근혜 정권 국정원의 내란음모 조작으로 누명을 쓴 채 해산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성공한 진보정당이 3년 만에 분해됐다. 차마 글로 쓸 엄두가 나지 않는, 모진 세월이다. 일요일 아침 전주로 모여든 진보당 당원 대부분이 겪었을 지난 10년이다.
여야가 번갈아 집권했다. 정권교체 운운하지만 그사이 희망은 점점 희미해졌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열망은 있었으나 선택지는 없었다. 진보당은 그 선택지가 되고 싶었을 것 같다. 모진 세월을 견디게 한 희망, 그 희망이 매주 이들을 전주로 부르는 것 아닐까.
이날 저녁, 민중의소리 의뢰로 진행된 또 다른 여론조사(4차)가 공표됐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29.1% 지지율을 기록했다. 직전 조사보다 4.8%p 올랐다. 희망은 그만큼 더 커졌을까.
사무실을 가득 채웠던 자원봉사자들이 배정받은 곳으로 떠나고, 벽면을 가득 채운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강성희 후보 뒤에 분홍 글씨로 적혔다.
‘봄이 온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강성희 후보 사무실에 걸려 있는 대형 홍보 플래카드 ⓒ민중의소리
여론조사 정보
조사 1차)
의뢰자 : 백경오
조사기관 : PNR-(주)피플네트웍스
조사기간 : 2월 10~11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1003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 1.9%
조사 2차)
의뢰자 : 뉴스1 전북취재본부
조사기관 : 조원씨앤아이
조사기간 : 2월 24~25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729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6%포인트
응답률 : 6.8%
조사 3차)
의뢰자 : 전주MBC
조사기관 : 리얼미터
조사기간 : 3월 19~21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506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응답률 : 2.6%
조사 4차)
의뢰자 : 민중의소리
조사기관 : STI
조사기간 : 3월 24~25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700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7%포인트
응답률 : 1.4%
각 조사별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 참조.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적 양보’ 대일외교가 28일 첫 시험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일본은 역사왜곡이 강화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키면서 과거사 인식 후퇴 흐름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강제동원(징용) 피해 배상 문제에서 선제적 면죄부를 준 뒤 ‘호응을 기대한다’고 해왔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3월 말쯤 발표되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의 첫 시험대로 꼽혀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말했지만 일본 측의 가시적 호응은 추후 과제로 미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를 한국의 ‘셀프 배상’으로 풀기로 한 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이 드러날 기회라는 점에서도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일본 측 호응 방향은 ‘역주행’으로 나타났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킨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약화하고 독도를 자국 영토로 기술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강제동원에선 ‘강제’가 삭제되고 ‘동원’ ‘징용’에 더해 ‘지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주장도 강해졌다.
선제적 양보 후 일본의 호응을 기다린다고 해온 정부 입장은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명시적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도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며 반대 여론을 ‘반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외교부와 교육부 성명 등을 통해 일본에 항의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온 무리한 주장을 답습한 초등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미래세대 교육에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외교부 청사로 주한 일본대사관 대사 대리인 구마가이 나오키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3·1절부터 한·일 정상회담, 이후 대국민 메시지까지 한·일관계가 핵심 화두였던 이번 달에 윤 대통령이 일본의 진전된 과거사 인식과 반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낸 경우는 전무했다.
통상 3·1절 기념사에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 대통령들이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반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진 채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표현하는 단락만 들어갔다.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발표문과 ‘대국민 담화’ 성격의 지난 12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도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하는 내용은 없었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 후퇴 흐름을 정부가 방치하고 묵인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이날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에 대해서도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여권은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과 직접 연관성이 없다면서 분리대응에 나섰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방적으로 양보한 정상회담이란 비판 여론과 맞물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연구소를 찾아 '핵무기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핵무기연구소를 찾아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를 위한 최근 몇년간의 사업실태를 검토하는 등 '핵무기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동지께서 3월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시였다"고 보도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기연구소는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전원회의가 제시한 핵무기 발전방향과 전략적 방침에 따라 공화국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최근년간의 사업정형과 생산실태에 대하여 김정은동지께 보고올리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뒷편에 걸려있는 패널에는 ' 화산-31'장착 핵탄두들'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종류의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된 '전투부' 도식 8장이 눈에 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소형화, 규격화된 핵탄두로 보이는 '화산-31'이 최소 10기 이상 진열돼 있고 다른 한편에는 최소 3종의 서로 다른 미사일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신문이 공개한 사진속 김 위원장 뒷편에 걸려있는 패널에는 '<화산-31> 장착 핵탄두들'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종류의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된 '전투부' 도식 8장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 옆으로는 '화산-31' 핵탄두로 보이는, 꼭대기를 붉게 칠한 장치가 최소 10기 이상 진열돼 있고 맞은 편에는 최소 3종의 서로 다른 미사일이 도열하듯 배치돼 있다.
'각이한 무기체계의 호환성', '핵무기 통합운영'을 강조한 것으로 미루어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비롯한 각종 전술핵무기에 탑재할 핵탄두의 소형화와 함께 규격화, 대량 생산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새로운 전술핵무기들의 기술적 제원 및 구조작용 특성 △각이한 무기체계들과의 호환성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의 정보화기술 상태 등을 파악했다.
'핵방아쇠'는 최근 진행된 핵반격 가상종합전술훈련에서 과학성과 믿음성, 안전성이 엄격히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전술핵무기'는 '핵무기 적용수단과 작전의 목적 및 타격대상에 따라 다른' 여러 무기체계를 통칭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 <핵방아쇠>는 '다각적인 작전공간에서 각이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합 운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최근 진행한 핵반격 가상종합전술훈련에서 실전 검증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준비된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하고는 "핵무기연구소가 다각적인 작전공간에서 각이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합 운용할데 대한 당중앙의 전략적 구상과 기도에 맞게 우리의 핵무력을 임의의 핵긴급정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믿음직한 력량으로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며 커다란 성과를 이루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참으로 간고하고도 머나 먼 핵보유의 길을 굴함없이 걸어왔다"고 하면서 "강력한 억제력을 비축한 우리 핵무력이 상대할 적은 그 어떤 국가나 특정한 집단이 아니라 전쟁과 핵참화 그 자체라고, 우리 당의 핵력량 증강로선은 철두철미 국가의 만년안전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수호에 그 목적이 있다"고 또 다시 천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핵무력의 철저한 대응태세를 다져나가는 사업에서 절대로 만족을 몰라야 하며 핵력량의 끊임없는 강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그 언제든, 그 어디에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여야 영원히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하고 우세한 핵무력이 공세적인 태세를 갖출 때라야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우리 국권과 제도와 인민을 감히 건드릴 수 없게 된다"고 하면서 핵무력 보유의 근본목적은 전쟁억제에 있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핵무기연구소와 원자력부문에는 "핵무기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데 대한 당중앙의 구상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해 무기급 핵물질생산을 전망성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날 핵무기병기화 지도에는 홍승무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군수공업부 일꾼들, 핵무기연구소와 미사일총국 일꾼들이 참가했다.
일본이 역사왜곡이 강화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킨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강제동원에선 ‘강제’가 삭제되고 ‘동원’ ‘징용’에 더해 ‘지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모든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도 들어갔다. 29일 주요 진보 언론들은 일본의 역사 왜곡 노골화에 ‘선제적 양보’ 대일외교를 편 윤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 29일 주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일본의 과거사 인식 후퇴 흐름을 정부가 방치하고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1면 기사 <일, 교과서 역사 왜곡 노골화…‘호응’ 커녕 퇴행>는 “윤 대통령의 ‘선제적 양보’ 대일외교가 28일 첫 시험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가 외교부와 교육부 성명 등을 통해 일본에 항의한 것을 두고도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대통령부터 과거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는데 일본이 들을 리 만무하다. 일본이 채울 거라던 ‘물컵의 나머지 반’이 교과서 왜곡인가”라며 “역사는 부인한다고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자 스스로가 기억하고 지키지 않는데 가해자가 책임의식을 가질 리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과거사·영토 문제의 중차대함을 깨닫고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단호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5면 기사 <일, 침략역사 지우기 고착화…‘성의·호응’ 기대 애초 무리>에서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일본의 태도가 가장 명확히 드러난 것은, 윤 정부가 6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이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일방적 ‘양보안’을 내놓은 뒤였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도 “윤 대통령이 일본의 강제동원 피해를 한국이 알아서 배상하기로 하는 등 일본에 ‘백기투항’ 외교를 하고 ‘성의’를 기다렸는데 돌아온 결과”라며 “우리가 알아서 먼저 내어주면, 일본도 호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그림판 갈무리.
그러면서 “과거사, 독도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먼저 일본에 명분을 쥐어주며, 일본의 부당한 조처에 대응할 외교 원칙을 허물어뜨려 버렸기에 이번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 더욱 뼈아프다”면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관계를 개선했다고 자화자찬해온 것과는 너무나 다른 냉엄한 현실이다.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후쿠시마 오염수, ‘초계기 레이더 조사’ 등 한일 현안에서 일본이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고, 한국은 쩔쩔 매는 굴욕외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일본이 뒤통수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며 일본에 섣부른 기대 말고 냉정한 외교를 해야한다고 했다. 사설에서 “앞으로도 일본에선 4월과 7월쯤 역시 독도와 한일 관계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담은 외교청서와 방위백서가 나온다.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이런 일본의 일정에 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는지 의문”이라며 “정상회담 이후 특별한 대책이 없다 보니 일본에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일이 잇달아 나오고 ‘일본이 뒤통수친다’ 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아울러 “일본이 윤 대통령의 통 큰 양보에 감동해서 역사 문제에서 사죄하고, 변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국력이 커진 이후 일본에선 과거 식의 관용이 사라졌다. 일본은 앞으로도 역사 왜곡 교과서를 내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것이다. 이를 전제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면서 냉정하게 국익을 지키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했다.
‘변죽만 울려’, ‘그 나물에 그 밥’ 언론 비판 이어진 윤 정부 저출산 대책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 방향 및 과제’를 발표했다. 정부가 육아기 재택근무제가 확산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 기업을 지원하고, 2세 미만 영아의 입원비는 무료로 전환하고, 난임시술을 지원하는 정책이 새로 발표됐다. 하지만 29일 대다수 신문들은 윤 정부의 저출생·고령화 대책안을 합계출산율 0.78명의 인구쇼크 속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그간 나온 해법을 진척시켰거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 없는 정책도 많았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출산율 꼴찌에도…‘변죽’만 울린 정부대책>에서 “윤 정부 출범 이후 약 1년 만에 나온 범정부 차원의 저출산(저출생)·고령사회 대책이지만 이전 정부 대책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고, 전문인력과 충분한 예산이 투입되지 않아 실질적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2면 기사 <경력단절·독박육아 현실인데…‘성평등’ 문구 아예 사라졌다>에서는 “정작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게 만드는 ‘사회문화적 요소’의 기본 바탕이 되는 ‘성평등’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비전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며 성평등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 저출산 대책은 단순한 ‘출산 장려’ 정책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2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8면 기사 <있는 육아휴직도 못 쓰는데 육아기 재택·단축근무 가능한가>에서 “육아기 재택·단축근무제 도입과 확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며 “이미 제도가 확입된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는 노동자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설에서는 “장시간 노동은 저출생의 원인인데 정부는 청년세대 반발에도 ‘주 69시간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청년 취업 문제는 심각한데 정부 대책은 안 보인다”며 “이 와중에 여당에서는 저출생 대책이라며 애 셋 낳으면 병역을 면제하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부자 편익 정책을 검토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민생과 괴리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8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인 백화점식 정책 나열로는 출산율 0.78의 절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전문가들과 시민에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어제 ‘현장과의 소통’을 주문했다. 정부와 여당은 입버릇처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부의 릴레이 대책 제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어제 방안은 과감·특단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경우가 7년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임 정부 비판에 힘을 쏟았다. 3면 기사 <7년만에 대통령이 직접 회의 주재…尹 “국가가 육아 책임지겠다”>에 이은 기사 <文, 취임 이후 한번도 저출산 회의 직접 주재 안해>는 “저출산고령사회위 위원장인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위원들과 출범식을 겸한 간담회를 한 차례 여는 데 그쳤다”고 했다.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문 정부 비판을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7년 만에 대통령이 저출산위 주재, 정부 무관심이 이 지경 만든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한 것이 무려 7년 만이라고 한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이 회의를 정식 주재한 적은 한 번도 없고 2017년 말 위원회 출범식을 겸한 간담회에 한 차례 참석했을 뿐”이라며 “대통령이 무관심한데 어떤 공무원이 공직 생활을 걸고 문제 해결에 달려들겠나”라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번지는 이상 기류 우려한 언론들
한일 정상회담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10일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사퇴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27일에는 이문희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이에 더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9일 아침신문들은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음을 전하며 한일·한미·한미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둔 시기에 외교라인이 흔들리는 현 상황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美제안 국빈만찬행사’ 5차례 무응답에 무산될뻔> 에서 해당 소식을 다뤘는데, 기사는 “윤 대통령의 다음 달 국빈 방미 준비 과정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국빈초청 특별 문화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의 대응이 지연돼 한때 무산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 검토 얘기가 나온 배경엔 이 문제를 포함해 외교안보 라인의 실책이 누적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 동아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핵심 인사들 간 알력설, 주무 부처와도 정보 공유를 꺼리는 국가안보실의 비밀주의 등에 대한 지적도 흘러 나오고 있다”며 “외교안보 라인이 흔들릴 경우 국익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고 상대국과의 소통 혼선을 야기할 수도 있다”, “뭐가 문제인지 밝힐 건 밝히는 게 구구한 억측을 막는 길이다. 또 외교 안보 공백이 없도록 조속히 내부 혼란을 추슬러야 한다”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안보실 전원이 혼연일체가 돼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핵심 비서관들이 연이어 물러난 데 이어 이제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설까지 돌고 있다”며 “북핵 위협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동맹과 우방 외교에도 빈틈이 없어야 할 안보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난맥상이 보인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대통령실이 내놓지 않으면서 억측과 괴담으로까지 번지는 지경”, “대통령실 주변과 정치권에선 해외 일정과 관련해 부속실 측과 외교·안보 쪽 실무자 간에 빚어진 마찰이 잇따른 경질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급기야 내부 암투설도 터져 나왔다”며 “가장 집중적인 외교력이 필요한 시기에 배경도 확인되지 않은 채 갑자기 인사 소식만 전해지니 혼란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도 사설을 내고 “대통령실은 경위를 시급히 가리고 공개해 불필요한 억측이 퍼지지 않게 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은 뒤숭숭한 외교안보라인 잡음을 속히 해소해 방미·방일 준비에 한 치의 지장이 없도록 기강을 다잡기 바란다. 이와 함께 작년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실책 논란에 이어 3·16 한일 정상회담이 여론 다수의 비판을 받는 데 대해 외교라인 전면 쇄신의 필요성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경찰에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2023.03.28.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경찰이 28일 오전 한국에 들어온 고 전두환 씨 손자 전우원(27)씨를 마약 투약 등 혐의로 체포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새벽 5시 58분 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전우원 씨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했다.
전 씨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출발해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KE086편을 타고 입국했다. 경찰은 그가 입국하자마자 신병을 확보해,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후 서울 마포구 소재 마약범죄수사대로 데려가 마약 간이 검사 및 피의자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전 씨가 SNS와 유튜브 채널 생중계 등을 통해 공개한 발언과 모습을 근거로, 그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내사를 진행해 그를 입건했다.
전 씨는 경찰과 함께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기회를 주셔서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수사에 최대한 열심히 협조하겠다. 받고 나와 빨리 5·18 단체와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5·18 희생자들에게 사과하는 이유를 묻자, "(제가) 죄인이니까"라며 "제 삶이 소중한 만큼 모든 사람의 삶이 소중하다. 저는 살아있지만, 그분들은 여기 안 계시니까 제게 죄가 있다"고 답했다.
마약 투약 여부에 대한 질문엔 "(SNS)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 미국 병원 기록도 다 제가 마약을 사용한 기록이 있을테니 그걸 확인해보시면 될 것"이라고 범행을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전 씨는 지난 14일부터 SNS에서 연이어 전두환 가족의 비리를 폭로하고, 지인들의 마약범죄 및 성범죄 연루 의혹도 제기했다. 27일 경찰 관계자는 그가 언급한 지인들 중 2명에 대해 마약 투약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최근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저를 미치광이로 몰아가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아끼거나, 또는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아예 연락이 없거나 그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한편, 전 씨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예고했던대로 바로 5.18 유가족에 대한 사죄를 할 수는 없게 됐다. 그는 26일 SNS에 미국 뉴욕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매했음을 공개하고, "(입국해) 짐만 풀고 5.18기념문화센터에 들려서 유가족분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27일 아침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우리 군은 오늘(3.27) 07시 47분경부터 08시경까지 북한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하였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각각 370여 km를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하였으며, 이에 대한 세부제원과 추가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한미 정보당국이 종합적으로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8일만이자, 지난 21일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이후 6일만이다.
이날 북한의 발사는 한미연합군사연습 ‘자유의 방패’(3.13~23)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야외실기동훈련 ‘전사의 방패’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연합상륙훈련, 미국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한미일 연합해상훈련 등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 합참은 “우리 군은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하에 진행 중인 연합훈련(전사의 방패)을 강도 높게 지속 시행하는 가운데,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가 이끄는 미국 제11 항모강습단이 “한미 우호협력 증진과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내일 오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다”고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27일 밝혔다.
장도영 해군 공보팀장은 “한미 해군은 오늘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워리어실드’(전사의 방패)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한다”면서 “이번 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하고 미 전략자산의 전개를 통해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실시한다”고 알렸다.
[소셜 코리아] 세계경제 블록화·균열, 국익에 부정적... 과거 정부, 전략적 모호성 유지
23.03.28 04:54ㅣ최종 업데이트 23.03.28 04:54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201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도 불평등에 대한 세계적인 연구 결과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나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 등이 그것이다.
세계화가 진전되고 자본 이동이 증가하면서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진보 진영은 판단한다. 피케티를 통해 잘 알려진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실제로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이 크게 증가한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개혁이 불평등을 크게 증가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의 증진, 즉 자본 이동성 증가와 해외 직접투자 확대, 교통혁명과 통신혁명을 동반하는 글로벌 공급사슬의 구축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국가 간 불평등은 크게 감소했다. 해외 직접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이머징 마켓(신흥시장) 국가들은 해외 직접투자로 인한 생산 이전과 기술 학습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동남아 국가들과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눈에 띄는 것이었다. 그 결과 경제 지형도 달라진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990년 미국, 유럽, 일본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였지만 2019년 4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절대 빈곤층은 극적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공급망(GVC)이 촘촘히 구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비용 국가들에서 제품이 생산되자 전 세계적으로 가격 상승 요인이 억제되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이 흐름은 비약적으로 강화되었고, 동유럽과 동남아도 이에 참여하면서 공급 부문의 가격 상승 압력은 크게 줄었다.
한국, 세계화·개방화로 크게 성공
▲ 2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는 이머징 마켓뿐 아니라 선진국의 생활비를 크게 낮춰 선진국 저소득 가구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교통혁명, 통신혁명을 동반하는 물류비용 감소로 인해 에너지, 상품, 서비스의 이동 장벽이 제거되면서 값싸고 질 좋은 제품들을 사용할 기회가 확대된 것이다. 중국 제품 없이 한 달 생활하기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는 의미다.
지난 1월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 토론자료에 따르면 1944~2014년 전후 역사에서 한국은 무역(수출입 합계)과 1인당 총생산 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였다. 자유무역, 세계화, 개방화 과정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한 전후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 체제에 진입한 이후 급성장했으며 1994년 이후 중국 개방화가 확대되면서 제2의 도약기를 거쳐 2010년대에는 선진국에 진입한다. 한국은 자유무역과 개방화된 세계 경제의 조건에서 세계시장의 점유율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키면서 모든 신흥국들의 모범사례가 되었다. 이는 한국 사회의 내적 역량과 세계 시장의 개방이라는 조건이 맞물린 결과다.
잘 알려졌듯이 세계화에 대한 불만도 크다. 선진국에서는 블루칼라 노동자계급의 고용 및 소득이 불안정해진 반면 고학력-고숙련 노동에 유리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나 첨단산업이 확산되면서 임금노동자 내부의 격차가 확대되었다. 노동절약적-편향적 기술진보의 결과다.
더불어 자산소득자에게 유리한 형태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소득-자산불평등이 심화된다. 상위 0.1%, 상위 1%로의 부의 집중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반세계화, 대안세계화 운동은 이에 대한 글로벌 민중들의 반란이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아래로부터가 아니라 중심부 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확산되고 있다. 심화되는 지경학적 균열이 그것이다.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제품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부과와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조치가 두 강대국 대립의 전초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역-교류 단절 과정에서 필수제 공급에 위기를 느낀 많은 국가들이 수출품 규제를 통해 식량, 보건제품 등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일어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보복은 전 지구적인 에너지, 식량 위기를 심화시켰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규칙 기반 질서에 기초한 첨단제품의 무역 및 해외 직접투자 규제는 명시적으로 중국의 성장(경제적, 군사적 고도화)을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유럽-일본과 중-러의 진영간 대결이 전략물자(에너지, 식량, 무기, 첨단산업 소재부품)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거래 장벽, 투자 제한, 서비스 이동 억제를 초래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결제시스템의 균열, 달러 본위제로부터의 부분적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진영 간 균열과 상호규제 강화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다자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전략적 경쟁 국가에 대한 미국의 수출제한 조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탈동조화를 이끌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의 기술 확산을 제한함으로써 신흥공업국들이 이 분야에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억압한다. 진영 간 대립은 전략물자의 수출제한이나 규제를 동반한다. 이는 다시 에너지와 곡물, 첨단산업 핵심소재의 가격을 높여 세계적인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필수재 가격 상승은 세계 경제에 충격이었지만 지정학적 균열은 그 충격을 항구적인 상태로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수준에서 보자면 이는 저발전 국가들과 선진국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더불어 글로벌 경제 침체와 기업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수입 원자재 오르고 수출시장 줄어
▲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국익은 세계 경제의 블록화와 균열에 있지 않다. 앞서도 보았지만 한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 데는 전후 자유주의 무역체제와 개방 후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이 있었다. 과거에 한국은 조립가공품을 수출했고 현재는 첨단부품과 고부가가치 최종재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원자재는 수입된 것이며 중간재-최종재는 수출된다. 자체적으로 원자재도 없고 상품시장도 없다는 의미다.
세계 경제의 지경학적 균열과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은 수입·수출 양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공급망 교란은 원자재의 공급가격을 높이고, 경제의 블록화와 진영 간 균열은 수출시장을 제한한다. 세계경제의 균열 심화는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최근 대중국 수출의 급속한 감소는 코로나19 봉쇄정책으로 인한 중국 경제의 침체가 주된 요인이지만 미중 갈등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에 강하게 동조하면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과거 정부에서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서는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는 안보동맹이 곧 경제동맹이라고 외치며 미국-일본에 치우친 외교를 꾸준히 진행시켜 왔다. 최근 일본에 대한 퍼주기 외교도 그 일환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한국 정부에 청구서를 날리고 있는데도 현 정부는 한미일 동맹에 맹목적이다. 뚜렷한 실익이 없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진영 간 대립을 확대하는 미국의 전략에 일방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경제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는 제쳐두더라도 한반도 평화에조차 도움이 될지 강한 의문이 든다. 경제와 안보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 남종석 /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남종석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남종석 박사는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이며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입니다.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이기도 합니다. 한국 제조업 산업생태계, 지역불균등 발전,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그린뉴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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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유효하다고 결정한 것을 두고 야당과 정부·여당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정부가 검찰수사권 복구를 골자로 하는 법안 시행령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입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를 두고 주요 아침신문은 정치권이 헌재 결정을 두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은 것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한겨레는 헌재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한동훈 장관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헌재 결정 취지를 대놓고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2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헌법재판소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권한쟁의심판 결과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충돌이 불거졌다. 헌법재판소는 개정안 자체는 유효하지만, 민주당이 위장탈당 등 방법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문제라는 것. 이날 여야는 각자 유리한 방향대로 헌재 결정을 해석했다. 한동훈 장관은 “(헌재 결정을) 동의할 만한 사람이 있겠는지 의문”이라며 검수완박 시행령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이 위장 탈당 문제를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입법 취지를 고려해 시행령을 바꿔야 한다고 맞섰다.
▲3월28일 한겨레 1면.
이에 대해 한겨레는 1면 <“시행령 더 중요해졌다” 한동훈 ‘검수원복’ 강변> 기사에서 “한 장관과 여당 스스로 헌법에 대한 최종적 해석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질문을 던져 나온 결론임에도 이를 부정하는 태도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한겨레는 3면 <헌재 ‘꼼수탈당’ 지적에도 침묵하는 민주당> 기사에서 “민주당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선택적으로’ 수용해 복당을 추진할 경우,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을 향한 공세의 의의도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여야 모두 이번 헌재 결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3월28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사설 <헌재 결정 무시, 민주당엔 역공…안하무인 한동훈 장관>에서 “아무리 헌재가 민주당의 ‘꼼수 탈당’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을 고려한 것이라 해도, 법무부 장관이 헌재 결정 취지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장관은 헌재가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결정한 것을 두고 “재판관 9명 중 4명은 청구인 자격을 인정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마치 어린아이 떼쓰는 듯하다”며 “헌재 결정은 ‘5 대 4’든 ‘9 대 0’이든 다수의견이 법정 의견으로 효력을 갖는다. 법무부 장관이 자기 뜻과 다르다고 최고재판소 결정을 이렇게 깎아내려도 되는가. 그의 논리대로라면 법원 판결도 당사자 마음에 안 들면 불복해도 되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오죽 답답했으면 다수의견을 대표 집필한 김기영 재판관이 ‘헌법이 수사권 및 소추권을 행정부 내의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고 일갈했겠는가”라며 “이를 모를 리 없는 한 장관이 이번 소송을 낸 것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검찰 수사권 축소는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월28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 역시 정치권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사설 <헌재 결정 입맛대로 해석 대신 제도적 보완책 마련해야>를 통해 헌재의 결정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내려진 헌재의 결정을 바꿀 수는 없다. 정치권과 법무부가 해야 할 일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만 앞세운 아전인수식 해석과 주장이 아니다. 관련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민주당은 시행령 원상회복을 주장하기에 앞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해야 하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한다”며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한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역시 헌재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헌법재판관을 향해 ‘얄팍한 법 기술자’ ‘곡학아세’라고 인신공격하는 행태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마오쩌둥과 비교하는 매일경제
▲3월28일 경향신문 2면.
정부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훈처는 기념관 건립 후보지 선정을 위해 사전 검토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가 공과 과가 명확한 이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한 뜻을 모았다는 것.
경향신문은 2면 <‘이승만기념관’ 띄우는 정부…국민은 “3·15 의거 진상 규명을”> 보도를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5.9%는 3·15 의거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3·15 의거는 마산 지역 시민들이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이다. 당시 시위에 참여한 김주열 군이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으며, 이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3월28일 조선일보 사설.
반면 보수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4·19 혁명 주역들이 이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4·19 주역들의 이승만 재평가, 나라에 희망 주는 화해와 통합>에서 “이 전 대통령에겐 집권 연장과 독재라는 큰 과오가 있다. 말기엔 고령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 전 대통령처럼 거대한 공적을 세우고도 철저하게 과오만 부각된 지도자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초대 대통령 기념관이 아직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없었으면 지금 우리는 김일성 족벌 아래에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누가 부정하겠나. 4·19 주역들의 이승만 재평가는 모처럼 나라에 희망을 주는 화해와 통합의 길이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3월2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보훈처는 서울에 후보지 3곳을 잠정 압축했고 오는 6월 보훈부 승격 출범식에 맞춰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건국 대통령의 변변한 기념관 하나 없는 참담한 상황에 마침표가 찍히게 된 것”이라고, 한국경제는 “기념관도 중요하지만 건국 대통령의 지난했던 나라 만들기 과정을 온 국민이 공유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3월28일 매일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을 무시해선 안 된다면서 중국이 마오쩌둥을 우상화하는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이제서야 '건국 대통령' 이승만 기념관 건설, 만시지탄이다>를 통해 “무엇보다 모든 권력자에게는 공(功)과 과(過)가 있게 마련”이라며 “덩샤오핑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의 측근들은 중국사의 비극인 문화대혁명으로 최대 2000만명의 동족을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간 마오쩌둥을 단죄하라고 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공은 7이고 과는 3’이라며 톈안먼 등 나라 곳곳에 그의 초상화를 걸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는 “반인륜적인 그 몹쓸 짓을 자행했는데도 오늘날의 중국을 건국한 것만으로도 공이 과보다 크다고 본 것”이라며 “마오쩌둥과 비교한다면 이 전 대통령의 공은 과를 압도한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민간기업 개입 나쁜 선례 남겨”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가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퇴했다. KT를 향한 정부여당의 압박과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는 1면 <사내이사 0명…KT, 초유의 '리더십 공백'> 기사에서 “KT가 2002년 민영화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는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3월28일 한국일보 11면.
윤경림 전 내정자가 추천한 사내이사 2명을 승인하는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이번 주총까지는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전 내정자가 사내이사로 활동할 수 있지만, 주총 이후에는 사내이사 3자리가 공석이 된다. 이사회에 사외이사만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일보는 11면 <또 ‘선장’ 사라진 KT… 새 CEO 선출안 캄캄> 보도에서 “완전 공개 형식으로 진행된 경선에서 뽑힌 윤 사장까지 낙마하자 회사는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CEO 선출 방식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구체적 대안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월28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KT 윤경림 사퇴, 지배구조 개선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다> 사설을 통해 “KT는 대표 선임을 둘러싼 정치권의 노골적 개입으로 5개월을 헛되게 보냈으며, 이런 혼란은 올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여권이 KT 사장 선임에 개입하며 내세운 명분은 ‘KT 내부 이권 카르텔 해체’와 ‘지배구조 개선’이다. 하지만, 그 명분을 실현할 능력을 갖춘 차기 대표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3월2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역시 사설 <KT ‘낙하산 대 카르텔 충돌’ 언제까지 이런 구태 봐야 하나>를 내고 정부의 KT 개입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중앙일보는 “KT 안팎에서는 결국 여권이 원하는 인사가 내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카르텔 치웠더니 낙하산이 떨어지는 셈”이라며 “정부와 KT 모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정부는 민영화된 지 이미 20년도 더 지난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나쁜 선례를 다시 남겼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요직이 검찰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가뜩이나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현 정부가 아무 절차적 하자 없는 민간기업 CEO 선임을 무산시키려고 검찰을 동원했다는 오해를 사기에 알맞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강연하고 있다. 미주한인문화재단 유튜브 갈무리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2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지난 16일과 23일에 이어 세 번째 불참이다. 그는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보수단체인 북미자유수호연합이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연단에 올라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는 발언을 해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3·8 전당대회로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가 꾸려진 뒤 27일까지 총 6번의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23일에 이어 27일에도 불참했다. 그의 회의 출석률은 50%밖에 되지 않는다. 최고위원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17.55%)로 당선된 김 최고위원은 ‘수석최고위원’으로서 최고위원회의마다 김기현 대표 바로 옆에 자리가 마련된다. 최근 2회 연속 회의에 불참하며 김 대표 옆자리는 2위로 당선된 김병민 최고위원이 대신 채웠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연을 위해 미국 남부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가 강연한 북미주자유수호연합은 미주 교민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보수단체다. 이 단체는 홍보물에서 김 최고위원을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학과·검사 출신” “지난해 대선을 거치며 친윤(친윤석열)계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전광훈 목사의 주일예배에 참석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에 반대한다며 “그냥 전라도에 립서비스하려고 (말)한 것”이라는 전 목사의 발언에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라고 동조해 비판받았다. 김 최고위원은 발언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1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고, 23일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해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김 최고위원은 사전에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고 당에 회의 불참을 통보한 뒤 뒤늦게 “병원 진료가 잡혀있었다”고 해명했다.
김기현 대표는 27일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의 회의 불참에 대해 “참석 여부를 일일이 감독하는 게 아니고 출석을 부르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제가 누가 참석하고 안 하는지 설명하고 어나운스먼트(공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 역시 “처음에는 5·18 발언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는 개인 사정상 못 나온 걸로 안다”며 “원래 최고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해서) 공개 발언하는 걸 누가 강제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미국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우파 진영에는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들이 잘 없었는데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게도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면서 “그나마 우리 쪽도 사람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중국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택동(마오쩌둥)이나 등소평(덩샤오핑)처럼 생각하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혁명 2세대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토론에 출연해 보면 저는 제정신을 갖추고 얘기하는데 보수진영에서 이준석·유승민 계열이 나와서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한다”며 당내 비윤 세력을 비판하면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좌파 언론은 아직도 죽기살기로 (윤 대통령을)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북미자유수호연합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이 당선되기 전인 지난 1월에 지인을 통해서 김 최고위원을 강연자로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여당에서는 김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허은아 의원은 이날 SNS에 김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수석 최고위원의 분별 없는 행동과 발언들이 일반 당원과 국민들에게 보수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질까 너무 두렵다”고 썼다. 김웅 의원은 SNS에 “미국으로 건너간 당심 100% 최고위원은 5·18 정신을 지우겠다고 하는 자가 천하통일을 했다고 한다”며 해시태그로 “천하통일 좋아하면 삼국지14(게임)나 하시라, 우리 당 괴롭히지 말고”라고 적었다.
[잊혀진 헌법 30조, 홀로 남은 범죄 피해자] ① 벌이부터 붕괴된 삶
경찰 ‘부실대응’ 속 층간소음 흉기난동 피해
치료 월 500만원 드는 데 지원은 단기로 끝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으로 뇌손상 피해를 입은 김혜성(가명·65)씨의 아내가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 제공
자신이 범죄 피해를 당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국에선 1년 동안 100명당 2.8명꼴(2021년 기준)로 범죄 피해가 발생한다. 범죄는 누구에게든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범죄 책임은 가해자에게 물어야 하지만, 피해 회복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한겨레>는 강력범죄 피해자와 유족 10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이 사회에 도와달라 외치는 목소리를 3회에 걸쳐 전한다.
아내는 이제 겨우 숟가락질을 한다. 김혜성(가명·65)씨가 밥 위에 김치를 올려주면, 천천히 움직여 밥을 먹는다. 젓가락질은 아직 할 수 없다. 아내는 왼쪽 뇌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오른쪽 몸이 마비됐다. 말도 하지 못한다. 20대인 딸은 은둔형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딸의 오른쪽 뺨에는 7㎝ 길이의 꿰맨 흉터가 있다. 평생 레이저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딸은 그런 얼굴로 밖에 나갈 수 없다며 방에 틀어박혀 매일 페트병으로 술을 마신다.
김씨 가족은 가난하지만 단란했다. 부부는 함께 택배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딸은 중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공공기관 계약직으로 취업했다. 아들까지 네 식구는 밤마다 식탁에 모여 수다를 떨었다. 이런 가족이 무너지는 데는 채 한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2021년 11월15일, 인천에서 벌어진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가 바로 김씨 가족이다. 출동한 경찰 2명이 현장을 무단이탈하며 난동을 막지 못해 국민적 비난을 산 바로 그 사건이다.
“가해자보다, 그 경찰보다 생계가 더 고통”
4층 남자는 아래층에서 가족의 웃음소리나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올라와 시끄럽다며 뻑하면 문을 두드렸다. 바닥을 망치로 내리치며 보복 소음도 냈다. “강아지까지 온 가족이 발뒤꿈치를 들고 다닐 만큼” 조심했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을 네번이나 불렀다. 결국 이사를 결정했다. 4층 남자가 흉기를 들고 내려와 아내와 딸을 찌른 그날은, 이사 하루 전이었다.
목에 치명적 상처를 입은 아내는 2분20초간 심장이 멎었고, 산소 공급이 멈추면서 뇌가 손상됐다. 두개골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아내는 “1살 지능”이 됐다. 치료와 재활, 간병에만 한달에 400만~500만원이 든다. 김씨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내를 종일 수발한다. 간병인도 써봤지만, 아내를 구박하는 바람에 소변 의사도 피력하지 못했던 아내가 방광이 헐어 또 수술을 받았다. 단기 근로를 찾으려 해도 여의치 않아 벌이가 사실상 끊겼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센터부터 구청까지 안 다녀본 데가 없다.
법적 절차도 복잡했다. 아내 명의로 나가는 통신비 등을 정리하고 통장을 쓰기 위해 법원에서 후견인 자격을 얻는 데만 4개월 걸렸다. 가족관계증명서만 몇번 발급했는지 모른다. “경찰도, 그놈도 밉죠. 하지만 우선은,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얘기가 하고 싶어요.”
헌법 제30조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
나락의 끝에서 손을 내밀어준 건 인천 범죄피해자지원센터다. 정부 위탁을 받아 범죄자들이 낸 벌금에서 일정 액수를 떼어낸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김씨는 센터에서 간병비와 병원비 등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처음 두달 동안은 친구들한테까지 손을 벌렸어요. 하지만 센터에서 신경을 많이 써줬습니다. 지금도 그 양반들을 잊지 못해요.”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으로 뇌손상 피해를 입은 김혜성(가명·65)씨의 아내가 평소 복용해야 하는 약들. 김씨 제공
하지만 이 지원도 한시적이다. 지난해 8월 아내의 장애등급(1급)이 결정된 뒤에는 지원이 종료됐다.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몸에 장해가 남을 경우 일시금으로 일정 액수를 지급하는 ‘장해구조금’이 마지막이었다. 김씨는 지금 추세라면, 그 구조금으로 “1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지원은 한시적이지만 붕괴된 김씨 가족의 고통은 한시적이지 않다. 경제적·정신적 고통은 가족 간의 애정마저 앗아갔다. “딸이 애교도 잘 부리고, 처가에 함께 놀러도 다니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도 싫어질 만큼 사이가 좋지 않아요.”
“1차 출동, 복도에 피 흥건해도 돌아간 경찰”
김씨는 경찰의 부실 대응 등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1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은 시시티브이(CCTV) 조회수가 순식간에 300만이 되었던, 사건 당시 출동 경찰 2명의 현장 무단이탈 문제만이 아니다. 사건 발생 4~5시간 전 홀로 집에 있던 딸의 신고로 다른 경찰 2명의 1차 출동이 있었는데, 그때 흉기로 김씨 집 문을 강제로 열려던 4층 남자가 손을 다치며 흘린 피가 복도에 흥건하게 쏟아져 있었다. 딸이 그걸 지적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돌아갔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가 “경찰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소송 결과는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2012년 8월 ‘중곡동 살인 사건’ 범인 서진환에게 살해된 30대 여성의 유가족이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11년 만인 올해 2월에야 원고 일부승소 결정이 났다.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만큼이나, 법적 절차 역시 범죄 피해자들에겐 늘 먼 곳에 있다.
지난해 말, 김씨는 오랜만에 아내의 휠체어를 밀고 사건 당시 살던 집 근처로 산책을 갔다. 평소 움직임이 없던 아내가 옛날 그 집을 알아봤는지 김씨만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를 냈다고 한다. 김씨는 아내를 안고 펑펑 울었다. 앞으로 몇번의 눈물을 더 흘려야 할지, 김씨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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