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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5주기, 구의역에 모인 산재 유족들...“뒤늦은 후회 돌이킬 수 없어”

故김용균 어머니 “평택항 故이선호 아버지 모습, 예전의 나 보는 것 같아 가슴 아파”

이승훈 기자 
발행2021-05-29 18:13:58 수정2021-05-29 18:26:53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군의 5주기인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내선 순환 9-4 승강장에 김군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붙어 있다. 2021.05.28ⓒ김철수 기자 
 
산업재해 유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이 5년 전 김 군이 열차에 치여 숨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에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공공운수노조, 궤도협의회, 서울교통공사노조 등은 29일 구의역 2층 대합실 및 9-4 승강장에서 ‘구의역 5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주최 측뿐만 아니라 전재영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김혜영 故이한빛 PD 어머니, 김미숙 故김용균 어머니, 그리고 김 군의 동료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함께 연대하여 “자본보다 생명이 우선시 되는 사회로 바꿔가자”라고 다짐했다.

故이한빛 PD 어머니 김혜영 씨는 5년 전 5월 아들 이한빛 PD가 김 군을 추모하며 쓴 글을 낭독하며 분노와 무력감에 절망했을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세상의 김 군들은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일하며 살고 싶고, 살아서 일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영 씨는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도 안전하다”라며 “김 군을 포함한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고, 사회구성원이기에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가는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손잡아 주는 ‘연대’만이 죽음을 생명으로 살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올바로 시행할 수 있다”라고 했다.

故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도 “부당한 산재사망을 막기 위해 산안법을 28년 만에 개정했지만, (국회 통과되는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어 결국 아무도 살릴 수 없게 됐다”라며 “그래서 그로부터 2년 뒤 이번만큼은 꼭 산재사망을 줄이겠다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전체 산재사고 사업장 중 80%나 되는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을 3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을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평택항 항만에서 선호가 목숨을 잃은 것은 이미 예견된 죽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김미숙 씨는 “그의 아버지를 볼 때마다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라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 유족은 하나같이 말한다. 끔찍한 이 아픔이 내 아픔이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뒤늦은 후회는 돌이킬 수 없다고”라며, “사회의 어두운 실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보기 싫어도 보려고 노력하고 듣기 싫어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 “기업의 비용절감보다 생명안전의 가치가 우선시 되도록 손을 맞잡고 직접 바꾸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전재영 씨는 “5년 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비정규직이니 외주화니 하면서 위험에 시달리는 청년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안타까워했다”라며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고쳐졌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에서 가족을 잃은 저는, 지하철에 불을 낸 자와 사고 열차를 운행한 승무원을 원망하며 피눈물 흘렸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을 깊이 알고 보니, 근본적인 원인은 지하철을 운행하는 자들 대구광역시와 정부에 있었다”라며 “당시 불연내장재로 된 안전한 지하철을 외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안전보다 수익이 우선인 정책으로 불에 잘 타는 값싼 불쏘시개 지하철을 운행하며, 1인 승무제를 강요하고 있었고, 사고가 일어나면 현장 노동자에게 모든 죄를 전가하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전 씨는 대구시와 합의하여 희생자 묘역, 위령탑, 안전교육관 등으로 구성된 추모공원을 조성했으나 대구시는 사고가 빨리 잊히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모든 노동자가 영웅이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가 평범하게 근무를 하더라도 사고 없이 안전한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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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률 10% 넘어…'상반기 1천300만명·11월 집단면역'에 한발짝

당국 "코로나19 백신이 일상 보장하는 '열쇠'"…접종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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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인구 대비 10%를 넘으면서 집단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접종에 더욱 속도를 내 6월까지 1천300만명, 9월까지 3천600만명에 대해 1차 접종을 마무리해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백신 1차 접종자 수는 520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인구(작년 12월 기준 5천134만9천116명) 대비 10.1% 수준이다.

 

지난 2월 26일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91일만에 10% 선을 넘었다.

 

27일(65만7천192명)과 28일(51만3천명) 이틀동안 약 117만명이 접종하면서 접종률이 크게 올랐다.

 

정부는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반기 내 누적 1천3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6월 말까지 하루에 약 24만∼35만명 접종해야…예약 상황 '양호'

 

일단 사전 예약률, 접종 인프라, 백신 수급 상황으로 판단하면 이 목표는 달성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6월까지 1천3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하려면 앞으로 하루에 약 24만∼35만명씩 접종을 받아야 하는 데 내달 2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사전 예약자 수를 보면 하루 22만∼40만명 수준이다.

 

65∼74세 고령층 접종 첫날인 지난 27일 사전 예약자의 98%가 접종받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도 고령층 예약자의 대부분은 접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약이 완료되는 내달 3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사전 예약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준 예약률은 70∼74세 71.7%, 65∼69세 67.4%, 60∼64세 58.4%, 만성 중증 호흡기질환자 58.3%,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 교사 및 돌봄인력 74.6%다.

 

예약자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예약일에 접종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잔여 백신'은 다른 접종자에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전국 위탁의료기관에서는 유선전화 등 오프라인 접수를 통한 예비명단과 네이버·카카오앱 당일예약 서비스를 통해 잔여 백신을 다른 사람에게 접종하고 있다.

 

앱 당일예약 서비스 시작 첫날인 지난 27일 하루 잔여 백신 접종자는 6만2천여명이다. 예비명단을 통해 5만8천여명, 네이버·카카오앱을 통해 4천229명이 백신을 맞았다.

 

여기에다 75세 이상 어르신 등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 수까지 더하면 1차 접종자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 하루 최대 100만명 이상 접종할 수 있는 인프라 갖춰…백신도 속속 도착

 

접종 인프라 측면에서도 하루 100만명 이상 접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전국 위탁의료기관 1만2천800곳과 백신접종센터, 보건소 등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국 위탁의료기관 등에서 매년 시행하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의 경우 지난해에 하루 최대 209만명이 접종받았다.

 

김기남 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위탁의료기관이 전국 1만2천800개소인데 1개소에서 의사 1명이 접종할 수 있는 인원이 100명이라서 산술적으로는 하루 최대 100만명 이상 접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백신 수급 관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반기 도입 물량은 1천838만회(919만명)분으로, 현재까지 1천164만회(582만명)분이 공급됐고 나머지 674만회(337만명)분도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에 이어 국내 3번째 접종 백신이 될 모더나 초도 물량 5만5천회(2만7천500명)분도 이달 31일 반입된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5개 종류 총 1억9천200만회(9천900만명)분이다.

 

이는 각 제약사와 직접 구매계약을 맺은 1억7천200만회(8천900만명)분과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확보한 2천만회(1천만명)분을 합친 것이다.

 

당국은 백신 접종이 일상회복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면서 연일 적극적인 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될수록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감소하고 집단발생 규모와 빈도가 줄어들며 결국 전체적인 유행 규모도 감소하면서 관리 (가능) 상태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가 접종받고 있는 백신은 매우 안전하고 가장 효과적이며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을 보장해 주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백신에 크게 저항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거나 백신의 항체 지속기간이 짧을 수도 있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미국의 경우 현재 백신에 순응하는 영국 변이가 아직 대세이고, 백신으로 인한 항체의 지속기간도 짧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로서는 접종 순서와 시기에 따라 빠짐없이 접종을 빨리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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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줄 알았지만…300㎏ 파지가 그에게 쏟아졌다

등록 :2021-05-28 20:08수정 :2021-05-29 02:37
 
 
300㎏ 파지 쏟아져 화물기사 참변

쌍용C&B에 파지 운송 하던 50대 기사
하역편의 위해 경사로서 컨테이너 문 개방
위험 알아도 화물받는 고객사 눈치봐야
쌍용쪽 하역업무 외주화로 안전은 방치

쌍용쪽 “경사로 위험 전달 못 받아”
화물연대 “화물 받는 쪽이 안전인력 둬야”
 
지난 26일 화물차 기사인 장아무개(52)씨가 컨테이너 내부에서 쏟아진 파지 뭉치에 깔려서 응급차로 후송된 뒤 사고 현장 모습. 사진 화물연대 제공
지난 26일 화물차 기사인 장아무개(52)씨가 컨테이너 내부에서 쏟아진 파지 뭉치에 깔려서 응급차로 후송된 뒤 사고 현장 모습. 사진 화물연대 제공
 

30년을 화물차 기사로 일한 남편의 하루는 늘 해 뜨기 전에 시작됐다. 아내는 남편이 먹을 밥과 반찬, 떡과 주전부리를 싸서 손에 들려 보냈다. 지난 26일도 남편은 새벽 4시30분께 집을 나섰다. 세 딸을 애지중지하는 남편이 그날 되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아내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28일 화장지 생산업체인 쌍용씨앤비(C&B)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화물차 기사 장아무개(52)씨는 지난 26일 오전 9시15분께 화물 운송지인 세종시 조치원읍의 쌍용씨앤비 공장 안 도크(깊게 판 구조물)에 차를 세운 뒤 컨테이너 문을 열었다가 300㎏ 무게의 파지 두 뭉치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그 밑에 깔렸다. 장씨는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인 27일 끝내 숨을 거뒀다.

 

화물운송사업법에 따른 화물차 기사(운송사업자)의 업무는 ‘화물차를 이용하여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일’로, 운송을 마친 뒤에 컨테이너를 여닫는 건 고유한 업무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화물을 받는 업체(수화인) 쪽은 화물차 기사에게 컨테이너 문을 열거나 안에 있는 화물을 꺼내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는 증언이 나온다. 강동헌 화물연대 전략조직국장은 “운송 과정에서 컨테이너 문 쪽으로 화물이 쏠려 있는 경우 문을 살짝만 열어도 확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화물 상·하차나 컨테이너 개폐 작업은 위험 요소가 많아 수화인 쪽에서 별도 인력을 두고 안전조처를 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쌍용씨앤비에 화물을 실어나르던 기사들도 공장 안 도크에 진입하기 전에 하역 관련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컨테이너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컨테이너 안의 화물을 내리는 쪽은 일하기가 편하지만, 화물차 기사 처지에선 화물이 쏟아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쌍용씨앤비의 공장 안 도크는 아래로 30도가량 경사져 있었다. 화물차가 경사면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다 보면 컨테이너 내부 화물이 문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상당하다. 화물차 기사들이 쌍용씨앤비 쪽에 여러 차례 ‘평지에 차를 대게 해 달라’거나 ‘문을 여는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요청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공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화물차 기사 ㄱ씨는 “이전에도 파지가 여러 차례 굴러떨어진 적이 있어 항상 조심해야 했다”며 “경사진 도로에 차를 대면 화물이 쏟아지기 쉬워서 평지에 대게 해 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요구 사항은 쌍용씨앤비에 직접 가 닿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쌍용씨앤비 쪽은 “경사로 주차를 피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다만, 더 적극적으로 안전 관련 지시를 하지 못한 것은 잘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컨테이너 내부에서 쏟아진 파지 뭉치에 깔리는 사고로 숨진 화물차 기사 장아무개(52)씨가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새벽에 들고 나갔으나 사고로 고스란히 남겨진 도시락통 모습. 사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제공
컨테이너 내부에서 쏟아진 파지 뭉치에 깔리는 사고로 숨진 화물차 기사 장아무개(52)씨가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새벽에 들고 나갔으나 사고로 고스란히 남겨진 도시락통 모습. 사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제공
 
화물 보낸 이도, 받는 이도 안전 외면…주인잃은 도시락 그대로 식어가

 

이런 안전 부재는 하역 관련 다단계 원·하청 구조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쌍용씨앤비는 화물차에서 파지 등을 내리는 업무를 외주화했고, 하청업체는 자사 소속 지게차 기사에게 일을 맡겼다. 숨진 화물차 기사 장씨 등에게 ‘컨테이너 문을 열어달라’고 지시했거나 경사로 관련 불만을 청취한 쪽은 하청업체 관계자였을 공산이 크다.

 

화물을 받는 쌍용씨앤비와 화물차 기사 사이엔 원래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 파지 같은 화물을 파는 업체(화주)가 장씨가 소속된 운송업체에 돈을 지불하면 그 업체가 장씨에게 일감을 주는 식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화물을 받는 쌍용씨앤비가 계약한 하역 하청업체의 요구를 화물차 기사가 거부하기 어렵다. 화주의 고객사인 쌍용씨앤비가 화물을 받는 하역 현장에서 마찰이 생기면, 추가로 운송 일감을 받기 어려운 탓이다. 화물차 기사는 계약서상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다른 노동자처럼 급여를 받는 게 아니라 소속된 운송업체로부터 계약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이런 탓에 위험을 알면서도 컨테이너 개방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화물차 기사들이 컨테이너 문을 열거나 화물 상·하차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엔 한 화물차 기사가 화물을 싣던 도중 기계가 굴러떨어져서, 11월엔 화물차 기사가 석탄재를 컨테이너에 싣다가 추락해서 숨졌다. 지난 3월엔 화물차 기사가 석고보드를 내리다 석고보드가 쏟아져 사망했다.

 

운송 현장을 함께 다니기도 했다는 장씨의 아내는 “운송 업무가 다 끝났는데도 수화인의 지시로 컨테이너 문을 열거나 내부를 청소할 때가 있는데, 늘 불안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검사·청소 작업’은 국토교통부 규정에 따라 운송사업자에게 시킬 수 없는 업무다.

숨진 장씨의 차량엔 도시락통이 남아 있었다. 아내가 싸준 하얀 밥과 장조림, 김치 등은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식어갔다.

 

조치원/신다은 송인걸 기자 downy@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97155.html?_fr=mt1#csidxe5b99650dea62d1a6ac023dff6850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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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정욱식 대담] "한미 정상회담, 중국이 그냥 넘어간다? 오판!"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한계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력 확보 △미사일 지침 종료 △백신 공급 및 첨단기술, 원자력에서의 실질 협력 △기후 변화 협력 등의 성과가 있었다며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나서서 별도의 브리핑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발을 불러왔던 공동성명에서의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표현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여야 5당 대표와 회동 자리에서 "중국과 소통하고 있다"며 상황 진화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왔던 미중 사이의 '모호성'에서 벗어나 동맹인 미국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프레시안>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전망해 보는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간 대담을 마련했다. 러시아 대사를 지내기도 했던 위성락 전 본부장은 정부의 이같은 행보가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한 것이 아닌, 당장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일회적인 조치로 보인다며 "마음먹고 내린 정책 전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위성락 전 본부장은 △회담 이전에 이에 대한 별다른 숙고 작업이 없었던 측면 △회담 이후 정부가 대만해협 표현에 대해 원론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 △공동성명의 내용이 사실상 미국의 초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그러면 한국 정부는 왜 이런 합의를 했을까? 앞뒤 정황을 고려했을 때 북핵과 관련한 표현을 얻기 위해 미국의 초안을 받아준 것 같다"며 "정부가 마음먹고 정책전환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 전 본부장은 한국이 미국쪽으로 경도되면서 얻어낸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의 기초 위에서 향후 북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부 명목적인 것으로 실질 가치가 적다"며 교환의 등가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는 지키지 않겠다고 하면 큰 문제지만, 지키겠다고 하면 그저 괜찮은 정도의 일들"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이걸 선물이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역시 "북한이 미국과 관계에서 근본적 문제로 이야기한 적대시 정책의 변화 조짐이 거의 없고, 남한과 관계에서 제기했던 근본 문제인 연합 훈련과 첨단무기 도입 문제에 대해서도 변동 조짐이 없다"며 "김정은도 이야기했고 3월에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거듭 이를 확인했는데 한미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라면 북한은 대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대표는 "더군다나 6월부터 북한과 중국 사이의 교역이 빠르게 정상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8월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실제 실시된다면 북한이 모종의 조치를 취할 텐데,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및 9.19 군사합의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감행할 수 있다. 상황의 개선보다 악화의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우려했다.

 

대담은 지난 26일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박인규 이사장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다음은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봤던 포인트가 있었는지? 또는 당초 예상과 실제 회담 결과가 달랐던 점이 있었다면? 

위성락 : 이번 회담은 중국 문제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주요 관심사를 배려하면서 이를 기초로,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 관련해 미국의 양해를 확보하는 자리였다. 회담 결과를 보면 일견 그렇게 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주 관심사를 우리가 많이 수용했는데, 주로 동맹 및 중국 관련 사안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북한 관련 표현을 받은 걸로도 보인다.

 

동맹의 발전 및 미중 사이에서의 모호성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주로 보수진영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진보 진영은 자신들이 만든 정부가 한 회담이기 때문에 내심으로는 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비판하기는 어려운 사정이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이번 회담이 괜찮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내 관점은 조금 다르다. 저는 이번 회담 결과를 보고 난 뒤 4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첫째로 우리가 한미 동맹과 중국 관련 사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약속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대로 지속가능한 일인지, 즉 지금의 약속에 진정성이 있는지가 의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내주고 받은 것 사이에 등가성이 있는지, 가치가 있는 것들을 주고 받았는지의 문제다.

 

세 번째는 받은 것의 실질가치가 얼마냐 되는지의 문제다. 즉 우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을 대화로 견인해서 남북대화‧미북대화를 재개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일 텐데,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양해 받아온 것이 북한을 견인해낼 수 있는 기대효과가 있을 것인지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중국 발 역풍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우선 지속가능성의 문제부터 보자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취한 정부의 입장은 역대 보수, 진보 정부를 통틀어 동맹 및 미중 문제 사이에서 가장 미국 쪽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를 훨씬 뛰어 넘은 것이다.


 

시계 좌표로 미국이 3시이고 중국이 9시라면 지금까지 11시 반에서 12시 언저리에 있다가 갑자기 2시 가까이 간 것이다.

 

이걸 과연 정책 전환으로 볼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마음먹고 내린 정책 전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게 볼 근거가 별로 없다. 

우선 이 정도로 정책을 전환하려면 수개월 또는 수년 전부터 언론을 비롯해 정당, 지지세력, 시민사회단체 등과 정지작업용 논의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은 전혀 없었다.


 

또 만약 이것이 정책 전환이라면 회담이 끝난 이후라도 무언가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왜 미중 사이의 모호성을 버리고 동맹(미국)쪽으로 경사했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만 해협 언급은 늘 나오는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참고로 한미 간 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은 사상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다

. 

정부는 이번 회담의 4대 주요 성과로 북한 문제와 백신, 반도체 투자, 기후변화 등을 꼽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사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중 사이에 모호성을 가지고 있던 한국이 미국쪽으로 움직였다는 것인데 이 부분의 설명은 없다.
 

 

대만 해협의 평화 안정을 포함하여 이번에 정부가 미국에 동의해준 중국 관련 문구들이 심각한 정책전환으로 비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저렇게 행보했고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닐까?

 

공동성명의 영문을 살펴보니 미국이 제시한 초안을 사실상 그대로 수용한 부분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정책적 전환의 결과로 나온 합의가 아니라 문안 협상 과정에서 주고받기를 하다가 다소 '캐주얼'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성명의 첫 번째 부분인 동맹 파트에서는 동맹은 중요하고 공통 가치에 기초해 있으며 새 시대에 맞게 진화시켜야 된다면서 지역적 역할, 글로벌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장에는 지역, 국가, 글로벌 차원의 역할이 자세하게 적혀있고 기후변화와 반도체 기술 협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미국이 항상 제기하는 논리의 흐름이다. 미국이 만들어놓은 초안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만약 우리도 초안을 만들어서 미국과 주거니 받거니 했다면 성명의 내용이 섞이고 구조가 흐트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성명은 구조가 정연하고 정교하다.


 

미국으로서는 일본 다음으로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한국에 안겨준 배려에 손색이 없는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합의로 한미 동맹이 처음으로 지역적, 글로벌 차원으로 진화했다. 미국이 오랫동안 하려던 것을 정부가 임기 말기에 들어준 셈이다.


 

그러면 한국 정부는 왜 이런 합의를 했을까? 앞뒤 정황을 고려했을 때 북핵과 관련한 표현을 얻기 위해 미국의 초안을 받아준 것 같다. 즉 정부가 마음먹고 정책전환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대만해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이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안을 이렇게 쉽게 다뤄도 되는지, 정상회담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 ⓒ프레시안(최형락)

다음으로 등가성 문제를 보면, 미국으로부터 우리가 받은 것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의 기초 위에서 향후 북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또 한반도 비핵화, 북한에 대한 외교적 개입, 남북대화 지지 등이 있다. 그런데 이는 전부 명목적인 것으로 실질 가치가 적다.

 

 

위 이슈들의 공통점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부인할 때 문제가 되는 사안들이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는 지키지 않겠다고 하면 큰 문제지만, 지키겠다고 하면 그저 괜찮은 정도의 일들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걸 선물이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걸 깨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성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임명한 것도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하기는 좀 어렵다. 특별대표는 통상 있어왔다. 임명 안했다면 다소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내준 것을 보면, 우리는 대만 문제를 사상 최초 언급했고 인권 문제도 적시했다. 심지어 인권 문제의 경우 '국내외에서' 라고 언급돼있다. 즉 이는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북한, 중국의 인권 문제까지 모두 포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규칙 기반 국제질서 저해 활동에 대한 반대, 법의 지배 강조, 남중국해 자유 항행의 질서 부각 등도 주목할 만한 언급이다. 이 모두가 정책적 함의를 갖는 것들이다. 결국 우리는 정책적 함의와 명목상의 함의를 교환한 셈이다.

 

정욱식 :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면서 미중 관계도 완화시키는 것이 최선인데, 그게 힘들긴 하지만 최소한 이 두 가지를 분리시켜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회담 이후 오히려 이 두 사안의 협착이 심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대만 문제가 처음으로 언급됐는데, 정부에서는 원론적인 것이고 미일 공동성명에 비해 중국을 덜 자극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는 느닷없이 나온 건 아니다.

 

 

대만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외의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 한미 동맹,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한미군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미국의 오랜 전략적 고려 사항이다. 그런 맥락에서 적어도 미국의 관점에서는 한국을 자신들 쪽으로 당겼다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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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직전 폴 라캐머러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은 인도 태평양 전략의 일부고 한반도 밖에서 분쟁이나 우발사태가 일어날 경우 투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이 공식적으로 이러한 점을 언급한 상황에서 공동성명에 관련 내용이 담겼고,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사드는 정식 배치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적어도 미국에 다 연결돼있는 문제들이다.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거나 무력충돌이 발생했을 때 주한미군 투입에 대해 미국에서는 계속 그런 의중이 있어왔는데, 이번 성명에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가 명시된 것은 추후에 미국이 실제 그러한 의중을 현실화할 때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한국이 양해해야 한다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사드의 임시 배치를 서둘러야 하는 근거로 활용 가능한 측면도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정상회담 최초로 '단계적 군축'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이러한 판문점 선언을 한미 정상회담에 명시했다면 북한이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남한의 첨단 무기 도입 및 대규모 군사 증강 문제,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의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이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부분을 담았어야 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에는 이러한 의사가 아직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성명에는 연합 억제력 강화를 추구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이는 맥락상 군비 증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또 싱가포르 합의 때는 당시 합의문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한 합의 정신을 살린다면 올해 8월 훈련을 유예할 계획은 가지고 한미 공동성명에 싱가포르 합의를 담았어야 했다.
 

 

그러나 이 역시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훈련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하여 남북대화를 시작하고 그걸 지렛대로 삼아서 북미대화를 촉진하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는 희망을 갖기에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위성락 : 미국이 쉽게 넣어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던 판문점 선언을 성명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소중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겠지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면 이것이 향후 남북관계나 미북관계 협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 표현이 들어갔다고 해서 판문점 선언의 모든 내용을 미국이 지지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지나치게 희망적이다. 미국이 싱가포르 선언에 기초한다는 표현을 쓴 이유를 따져 보면 왜 지나치게 희망적이라고 말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했던 일을 다 무너뜨리는 이단아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 이란 핵 합의도, 기후변화 협약도 모두 없애버렸다. 이를 비난하던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뒤에 트럼프가 했던 것과 똑같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인 셈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트럼프가 했던 것을 지지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미국 정부 이름으로 합의된 문건을 공개적으로 깨뜨리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말이 '기초해서' 라는 단어다. '따른다', '존중한다' 등의 말은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제한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정부가 하는 일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어떤 반응 보일까


 

프레시안 : 관건은 북한이 대화에 응할지의 문제인데, 어떤 반응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위성락 : 북한이 긍정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면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했다. 공은 미국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새로운 인센티브를 내놓아야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는 점진적 접근, 제재와 협상 병행 등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내놨다. 여기에 북한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 여태 수십년 동안 해오던 이야기 아닌가. 또 미국은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북한이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고 북한에 한 제안에 대해 여전히 북한에서는 답이 없다. 그렇다고 이번 정상회담 결과로 북한을 유인할 만한 새로운 것이 있지도 않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도 응하지 않는 북한이 남북 대화에 응할 가능성도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북한은 가만히 있을까? 북한이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구두든 행동이든 도발의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희망적 관측 보다는 냉정한 관찰이 필요하다.


 

정욱식 : 2018년 12월 이후 남북대화가 없는 상태다. 북미관계도 그렇지만 남북관계 관련해서 북한이 계속 실망감과 배신감을 표출해 왔는데 남한 정부가 그걸 계속 무시해온 측면이 있다. 특히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나 남한의 군비 확충 등을 봤을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방향 선회가 이뤄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프레시안(최형락)

그리고 북한은 이제 제재에 대해 할테면 해봐라, 우리식으로 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제재에 대해서도 한미의 유연한 입장이 없었다. 회담 직전에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에서 근본적 문제로 이야기한 적대시 정책의 변화 조짐이 거의 없고, 남한과 관계에서 제기했던 근본 문제인 연합 훈련과 첨단무기 도입 문제에 대해서도 변동 조짐이 없다. 김정은도 이야기했고 3월에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거듭 이를 확인했는데 한미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라면 북한은 대화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6월부터 북한과 중국 사이의 교역이 빠르게 정상화될 가능성도 있다. 제재 범위 내에서 코로나 이전 수준의 북중 무역을 정상화하려는 조치들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만약 8월에 훈련이 실제 실시되면 북한이 모종의 조치를 취할 텐데,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및 9.19 군사합의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감행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의 개선보다 악화의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불장난 하지 마라'던 중국, 향후 대응은


 

프레시안 :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사드 배치 때와 유사한 보복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을까?

 

위성락 : 중국 외교부에서 우리에게 내정 간섭이다, 용납할 수 없다, 불장난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반응 수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미일 정상회담 이후 보다 그 수위가 낮긴 하지만 중국이 우리에게 했던 이야기 중에는 가장 강한 수준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주변국가 중에 우리에게 이런 입장을 표한 나라도 거의 없다. 따라서 미일 정상회담 이후보다 중국의 반응이 수위가 낮다고 해서 이걸 안도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물론 중국이 사드 배치 때의 경험과 교훈이 있어서 그 정도 수준까지 우리에게 보복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의 미국 선회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는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반대 입장 표명이나 질타, 비판은 기본적인 수순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은 그렇지 않아도 한국 내 반중 여론이 강해지고 있는 와중에 한국을 일본과 비슷하게 취급해도 괜찮을지, 또 한국에서 대선도 있어서 고민할 것이고, 약간의 선택지 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일 수 있다. 한국이 미국 쪽으로 넘어가지 못할 정도로 목표를 설정하고 대응 수위를 판단해보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한미 정상의 성명이 한국의 진정한 정책 전환이지, 아니면 우발적인 것인지를 가늠해보고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발적인 것이라고 판단하면 한국을 심하게 때리기 보다는 다시 잡아당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향후 중국과 관계에서 중국의 의도를 중심으로 생각해야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된다. 그렇게 표면적인 부분만 생각하면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중국과 관계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정욱식 : 중국 당국은 한미 공동성명이 나오자마자 톤 다운을 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민간 학자들이 <환구시보>에 한미 공동성명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한국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렇다.
 

 

중국도 사드 때의 학습 효과를 알고 있긴 한데, 사드가 정식 배치 수순으로 간다는 확신이 들면 모종의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또 제주해군기지에 미군 함정이 입항하면 이걸 보는 중국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사드 도입 당시 중국이 외교적으로 거친 언사를 하고 경제적인 보복을 해도 한국 정부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의 여론을 등 돌리게 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 다른 가능성은 북한이다. 북한을 전략적 부채가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아시아 전체의 미중 간 세력 균형 차원으로 바라보면 북한에 대한 입장이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가시적 보복보다 더 힘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 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 ⓒ연합뉴스

미사일 주권, 중국과 북한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프레시안 : 미사일 주권을 찾아왔다는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정욱식 : 북한이 다른 국가한테는 허용하면서 자신들은 제재한다는 소위 '이중잣대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풀리면 지금까지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자제해왔던 북한이 8월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실시를 빌미로 이를 재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사거리 문제는 대북 군사적 억제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이미 사거리 800km 까지는 미사일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비확산을 중시한다고 이야기했던 바이든 정부가 왜 이 부분을 인정했을까. 다른 상위의 전략적 이익이나 목표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거나 충돌이 발생할 때, 주한미군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오산이나 군산에서 군용기를 동원하려고 할 수도 있고 성주에 있는 사드 레이더를 사용할 수도 있고 제주 해군기지를 기항지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 중국은 이들 지역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을 강구할 가능성이 생긴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모두 우리 영토라는 점이다. 그래서 만약 미중 간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국내에서는 대중국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될 것이고, 그 억제력의 핵심으로 중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해서 군사적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 및 사드 기지 내 움직임을 종합해볼 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렇게 한반도 문제와 미중 문제의 협착증이 더 강해지는 셈이다.


 

이는 동맹 복원을 통해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효과적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아시아 세력 균형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졌다고 판단하면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북한 문제다.
 

 

중국은, 대놓고 공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핵을 가진 북한이 한미일 견제에 유용한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불리해진 세력 균형에서 북한과 관계가 강화되면서,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위성락 : 미사일 사거리 제한 철폐는 우리에게 또 다른 정책적 옵션(선택사항)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성과라고 본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 미사일 사거리를 이미 800km로 완화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사거리 제한 철폐 여부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중국은 분명히 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다. 미사일, 인권, 반도체 투자 등을 모두 반(反)중국의 움직임으로 간주할 것이다. 북한도 이를 빌미로 어떤 조치를 취하려고 할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반응이 나올 것이다. 러시아는 우리의 미사일 사거리가 800km로 연장됐을 때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들이 전부 러시아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다소 확대해석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프레시안 : 전시작전권 전환받지 못해서 군사주권이 없는데 미사일 주권은 있다는 것이 형용모순 아닌가?

 

위성락 : 그것과 별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 체계가 다양해진다는 것, 또 그를 통해 잠재적 억지력을 키우게 된다는 점은 정부 입장에서 정책 옵션을 늘려주므로 좋은 결과다.


 

남한 정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프레시안 : 남한 정부가 남북, 북미 대화 등을 끌어내기 위한 레버리지가 있다고 보나?


 

위성락 : 일단 한미 공동성명에서 대만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어야 했다.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 선택을 하고 이를 지켜야한다. 이번에는 이쪽으로 다음에는 저쪽으로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다. 우리의 좌표를 가지고 미국과 중국이 우리에게 과잉 기대하는 부분을 포기하게 했다면 나름의 입지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북한하고도 이러한 방식으로 일정한 입장을 가지고 대응했어야 했다. 순간순간의 방책만 있고 견고한 입장이 없으니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2018, 2019년의 남북 및 북미 대화도 겉으로 보기에는 남북대화가 북미 대화를 견인한 것처럼 비춰졌지만, 내용상으로 냉정하게 보면 김정은이 견인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으려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정욱식 : 우리가 뭘 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다음 달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 회담에서 바이든이 푸틴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으니, 6자회담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러시아 쪽에 전달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6자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우선적으로 결정돼야 하지만, 어쨌든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활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위성락 : 당장의 미러 관계나 미러 정상회담을 떠나 원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활용할 소지는 있다. 러시아에게는 북한이 중국만큼 지정학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


 

그런데 비핵화 자체에 대한 관여 및 의지는 러시아가 더 강하다. 러시아는 냉전 시대 내내 자기 권역에서 핵 비확산을 책임져 왔다. 중국은 세계를 반분해서 운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러한 국제적 가치에 대한 관여가 약하다. 편의주의적인 측면이 있다.
 

 

또 러시아는 통일에 대해서도 전향적이다. 통일 한국이 러시아 극동의 발전에 기여하는 등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플러스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을 활용할 수 있다. 러시아가 참여하는 장으로 6자회담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그동안 그런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관계를 가깝게 가져가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 바이든 정부 일부 인사들 중에는 이상주의적인 사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 민주 자유 가치와 인권 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중국 견제를 위한 러시아 활용이라는 현실주의적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워 보인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의 양국 사안에서 북핵 문제는 비확산의 대표적인 이슈다. 따라서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를 협력의 범주로 묶을 수는 있다. 또 우리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중국과 같이 묶기 보다는 별도로 간주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프레시안(최형락)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중국의 시선은



 

프레시안 :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에 대해 중국의 반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위성락 : 정부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판단해서 시행한 일인데, 반도체 기술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미국의 우위가 확고한 현실에서 미국을 등지면 사업을 꾸려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중국은 그 다음 문제, 즉 관리해야 할 문제다. 그러므로 이번 한미 기술 분야 협력 합의에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반도체 투자 외에 기후변화 사안에 대해, 사실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을 보인 측면이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을 '기후 악당'으로 보기도 할 정도다. 

 

이번에 기후 변화 이야기가 언급된 것은 미국이 우리를 끌어 들인 것인데, 꼭 미국에 압박을 받았다고 보지 말고 우리가 스스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제적 측면에서 새로운 차원의 도약이 가능하다. 여기서 피하기만 하면 뒤쳐질 것이다. 기후변화 부분 합의도 잘한 것이다. 

 

정욱식 : 기후변화 부분이 미중 간 협력분야에서 경쟁분야로 넘어가는 것 같다. 즉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기후 문제는 중국과 경쟁 구도 속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전반적으로 볼 때 리스크를 좀 키우는 방향으로 간 것 같다. 동맹의 문제에서 운동장이 더 기울어진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때도 반미라는 평가가 나오긴 했지만, 당시에 한미 전략동맹의 씨앗이 많이 뿌려졌고 이제는 글로벌 동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동맹으로 엮인 것이다.

 

앞으로 동맹의 복원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동맹 중시의 경향이 항상 강했지만 그래도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균형추가 동맹 쪽으로 더 기운 것 같다. 이게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동맹은 국가의 생존을 위한 선택인데 동맹에 의한 한국의 방어보다는 연루의 위험을 키우는 방향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동맹의 균형을 회복해야 할 필요성이 더 중요해졌는데 지금 불균형이 회복될 수 있냐는 부분이 숙제다.

 

위성락 : 동맹을 어디까지 끌고 가고 중국이나 다른 요소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우리 외교의 긴 숙제인데, 금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이런 일을 이렇게 간단하게 편의적으로 할 수 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미국과 중국 사이 우리의 외교노선 문제는 나라의 명운이 달린 문제다. 우리나라 같이 지정학 요소에 안보 상황까지 민감한 나라가 전 세계에 거의 없다. 동맹에 기울어지는 것은 맞지만 지나침이 없이 적절하게 좌표를 잡아야 한다. 1시 정도의 좌표가 적절했을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좋은 면만 생각하는 것 같다. 이 결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여러 측면에서의 파장에 대한 고려가 적어 보인다. 중국과 북한으로부터의 파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후 어떻게 대처할지에 따라 미국으로부터의 파장도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정욱식 : 보수 정권에서 이런 성명이 나왔다면 진보 진영에서 비판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동맹을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관념이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에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미국이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장문의 외교 전문을 써둔 것이 있었다. 여기에 한미동맹이 미국에 이익인 이유도 있었는데, 첫 번째가 중국 견제였다.


 

즉 미국의 중국 견제는 어느 날 느닷없이 나온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계속 이런 흐름이 있어왔다. 미국은 정권 바뀌는 것과 관계없이 중국 견제에 있어 어떻게 한미 동맹을 활용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생각해서 전략을 짜야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280839560914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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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택배 노동자 또 쓰러져 “명백한 과로”...분류작업 사회적 합의 불참 업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5/29 08:17
  • 수정일
    2021/05/29 08: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몸 이상 느끼고 병원으로 향했다가 응급실 앞에서 쓰러진 택배노동자

이승훈 기자 
발행2021-05-28 18:38:05 수정2021-05-28 18:46:28
 
택배노동자 자료사진ⓒ민중의소리
 
서울 마포구에서 택배업무를 하던 택배노동자가 병원 앞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노동자는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한 ‘1차 노사정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택배사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figcaption>

28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2일 토요일 로젠택배 택배노동자 서 모(44) 씨는 배송 업무 중 몸이 좋지 않아 조퇴했다. 그리고 당일 오후 3시쯤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 도착해 진료를 요청한 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 주변에서 기다리던 중 쓰러졌다. 서 씨는 밤 11시경에서야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서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뒤 뇌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틀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서 씨는 현재 팔다리를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언어활동도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젠택배 측은 서 씨의 하루 배송 물량이 120개 안팎이고, 노동시간도 하루 9시간 정도였다며 과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과로사대책위는 서 씨가 쓰러진 이유가 과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과로사대책위가 확인한 서 씨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시간이 아니라 12시간이었다. 서 씨는 매일 아침 7시부터 분류작업을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으며, 2~3시간 분류작업을 마치고 본래 업무인 택배 배송을 한 뒤,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집하물품을 상차하는 것으로 하루의 업무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이렇게 집하물품 상차가 마무리되는 시간은 저녁 7시였다. 이대로라면 서 씨는 주 평균 노동시간은 70시간이었던 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뇌심혈관계 질환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과로로 인한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과로사대책위가 확인한대로 서 씨의 한 주 평균이 70시간이었다면 업무상 질병 과로기준을 상당히 초과한 것이다.

 
 

로젠택배 측 주장대로 서 씨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9시간이었다고 하더라도, 과로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주 52시간을 초과하고 휴일부족, 정신적 긴장, 높은 육체적 강도, 근무일정 예측곤란 등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는 경우 만성과로기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로젠택배 주장대로 9시간으로 계산해도 서 씨는 주 6일 일했기에 주 평균 54시간 일한 셈이고, 택배노동자 업무 특성상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없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과로사대책위는 “서 씨는 하루 평균 120개 배송만이 아니라, 매일 집하도 수행했다”라며 “배송 완료 후 집하거래처로 이동하여 집하물품을 싣고 다시 터미널(고양시)로 돌아와 집하한 물품 하루 평균 50개를 상차하는 업무까지 수행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로젠택배는 과로로 인한 사고라는 것을 인정하고 지금 즉시 서 씨와 그 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며 “더불어 재발방지대책을 하루 빨리 수립,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로젠택배에서 택배노동자가 쓰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3월 13일에도 로젠택배 김천지점 소속 택배노동자 김종규(51) 씨가 분류작업을 마치고 배송 업무를 하러 나갔다가 차량 안에서 쓰러졌다. 택배터미널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동료 택배노동자에 의해 발견된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 결국 숨졌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당시 택배노조와 과로사대책위는 로젠택배가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해 분류작업 인력을 별도로 뽑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반사회적 행태”라고 비판한 바 있다.

분류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1차 노사정 사회적 합의에는 CJ대한통운, 롯데, 한진, 우정사업본부 등이 참여했다. 이후 진행되고 있는 2차 사회적 합의 논의에는 로젠택배도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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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와 더불어』 국민들과 함께 읽기운동 하겠다"

국가보안법 폐지국민행동, 시대착오적 출판탄압...이적표현물 아니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5.28 16:59
  •  
  •  댓글 2
 

"『세기와 더불어』 국민들과 함께 읽기 운동 하겠다. 이정훈 연구위원이 썼다는 『주체사상 에세이』, 『북 바로알기 100문100답』 이적표현물, 국민들과 함께 배포하는 운동도 대중적으로 펼쳐나가겠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국민행동)은 28일 오후 경찰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공안당국에 의해 잇따라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 압수수색 사건 등이 벌어지는데 대해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국민행동)은 28일 오후 경찰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공안당국에 의해 잇따라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 압수수색 사건 등이 벌어지는데 대해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국민행동)은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본청앞에서 '『세기와 더불어』 출판 김승균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규탄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공안당국에 의해 잇따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벌어지는데 대해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4.27시대연구원장인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법원이 『세기와 더불어』 판매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한 것은 출판 및 배포의 자유를 인정한 것인데, 이를 다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에 대한 긴급체포와 구속, 충북지역에 대한 공안탄압 등은 몇년간 묵혀 온 일을 이제야 꺼내 들고는 허공에 대고 헌칼을 휘두르는 격"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의 도화선이 되도록 민주, 시민, 종교, 진보단체들이 다시 힘을 모아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의 한 방편으로 국가보안법 어기기를 대중운동으로 벌일 수 있다는 것.

권오헌 (사)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최근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공안사건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눈앞에 다가오니까 공안세력들이 단말마적으로 공안논리를 펴서 국가보안법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행태"라며,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동족을 적으로 규정하고 사상·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인간의 기본권리를 짓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 자체의 애매모호함으로 인해 한쪽에선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나오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형편없는 악법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은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균 민족사랑방 대표는 "국보법이 있는 한 민주주의는 없다.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남북화해는 현대판 사기극"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승균 민족사랑방 대표는 "국보법이 있는 한 민주주의는 없다.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남북화해는 현대판 사기극"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승균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100년 전의 항일운동을 알렸다는 것을 가지고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니 지나가던 황소가 웃다 꾸레미가 터질 노릇"이라고 이틀전 압수수색을 자행한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행태를 비웃었다.

또 "제3의 길, 민족화해·통일의 길을 모색하는데는 메시지가 필요하고 그 메시지로 '김일성 항일 회고록'의 출판·판매가 민간교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하면서, "정부 당국은 애국 충정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일대 탄압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이르기까지 출판, 언론활동을 하면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분투해왔던 세월을 회고하고는 "군부독재도 출판 탄압은 감히 하지 못했는데 우리가 촛불혁명으로 세운 현 정권에 의해 현대판 분서갱유를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정원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26일 김 대표의 고양시 자택과 마포 출판사 사무실, 한국출판협동조합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남아있던 『세기와 더불어』 8권 1세트 60여질과 번역본을 모두 수거해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 

김 대표는 "더 이상 입에 재갈을 물고 살수는 없다. 국보법이 있는 한 민주주의는 없다.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남북화해는 현대판 사기극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권정호 변호사, 손종표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충북지부,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권정호 변호사, 손종표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충북지부,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권정호 변호사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 청원에 열흘이 채 되지 않아 10만명의 국민이 서명했는데, 공안세력은 이정훈 연구위원, 김승균 민족사랑방 대표, 충북의 노동운동가와 언론에 대한 국보법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면서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은 국민들의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으로 돌파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5개 국어 이상의 외국어로 번역 출판된 이 책을 본다고 해서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세기와 더불어』는 결코 위험한 이적표현물이 아니다. 김일성 주석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나 평가를 넘어서 적어도 역사적 인물인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대한 기록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좌우를 넘어 민족 화해의 의미를 담은 민족해방운동사, 독립운동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는 책"이라고 하면서 "민변 차원에서 김 대표에 대한 공동변호인을 꾸려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대법원의 이적표현물 판결을 기어이 바꿔내겠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 구속과 김승균 대표 압수수색, 충북 청주 활동가들에 대한 압수수색 등 일련의 사건들은 "보안법 폐지를 어떻게 하건 방해하여 남북화해와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가 어떻게 되건 말건 제 자리만 보전하고자하는 분단 적폐들의 준동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권력과 국회의석의 절대 과반인 174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의지를 갖고 당론화하여 법안을 상정한다면 아무런 장애물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며, "국가보안법을 역사의 뒤로 밀어내고, 새로운 남북화해 시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로 나아가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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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새벽 비상령에 협박까지…더 시달릴 게 있나 싶은 영웅들

등록 :2021-05-28 05:00수정 :2021-05-28 07:21
 
 
한계 넘어선 ‘보건소 간호직’

원래 인력부족인데 코로나 업무 추가
백신 맞은 뒷날도 진통제 먹고 출근

격리통보 연락하면 거부는 예사
‘도끼들고 찾아간다’ 살해위협도
몸도 마음도 이미 지칠대로 지쳐

복지부 “5개월 한시인력 투입 진행중”
현장선 “비상근무도 책임있는 일도 못 시켜”
 
한낮 기온이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 24일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 보건소 의료진이 이동식 에어컨으로 방호복으로 인한 열을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낮 기온이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 24일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 보건소 의료진이 이동식 에어컨으로 방호복으로 인한 열을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어느 주말, 한 지역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인 ㄱ씨는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새벽 1시에 전날 확진자가 수십명 나왔다며 ‘아침 7시까지 출근해달라’는 공지가 떴기 때문이다. ‘또 비상 터졌구나.’ 이미 사흘 전 수십명 확진자 발생으로 비상이 걸려, 하루 서너시간밖에 못 자던 날이 이어지던 터였다. 지친 몸을 추슬러 보건소로 차를 몰았다. 너무 졸린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 ‘쾅’하고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20대의 ㄱ씨는 지난 1년여간 지역 보건소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팀에 소속돼 일해왔다. 몇 년간 종합병원 병동 간호사로 일하다 업무가 버거워, 시험을 보고 간호직 공무원이 됐다. 하지만 요즘엔 차라리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때가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ㄱ씨가 꼽은 가장 힘든 일은 밀접접촉자들을 찾아내 격리하고, 격리 이탈자를 고발하는 업무다. 감정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전화하면 감염검사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확진되면 자가격리를 해야 하니까 검사받을 필요 자체가 없다고 우기는 거예요. 격리하면 자기 생업 책임져 줄 거냐는 거죠.” 격리 통보를 받았는데도 보건소로 찾아와 욕하며 소리 지르는 사람도 많다. 그의 동료는 격리 통보를 한 확진자에게 ‘도끼 들고 찾아가서 죽일 거다. 밤길 조심해라’는 협박도 받았다.

여기에 학교·병원 출장 검사와 일일 발생 현황을 보고하는 일까지 업무는 갑절로 늘었다. 하지만 초과 근무를 제 시간만큼 인정받기 시작한 것도 지난달에 와서였다. “이전에는 아무리 일해도 67시간만 인정받았는데, 이번 달엔 120~130시간을 일한 것으로 찍혔어요. 지난 일 년간 초과근무 절반은 인정 못 받은 셈이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던 날도 백신휴가는커녕 밤 10시에 비상이 걸려 다음날 부서 전원이 출근했다. 몸살이 심하게 왔지만, 타이레놀 여섯알을 먹어가며 역학조사 현장에 나섰다. ㄱ씨는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된 지 일 년이 지났는데 누구 한 명이 죽은 뒤에야 대책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슬프다”라고 말했다.

30대 부산 보건소 간호직 극단선택…동료들 안타까움 공감

지난 23일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아무개(33)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코로나19 대응 일선에서 일하는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의 상황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간 병원을 새롭게 담당하게 돼 심적 압박이 심했고, 토요일에 출근해 일한 뒤 다음 날 아침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ㄱ씨는 “보건·간호직 공무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들리는 거죠. 같이 일하는 계장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어요. 과로사가 안 나온 것도 신기해요”라고 말했다.

보건소 등 공적 보건기관의 간호사 부족 문제는 고질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었던 지난 2017년에도 간호협회는 전국 보건소 250여곳 중 142곳에서 모두 601명의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업무가 추가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보건간호사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건소당 평균 인력은 88.3명으로 이 가운데 간호직은 18.8명, 5천여명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무가 장기화하면서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들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했다. 지난해 6월 간호협회가 전국 보건소·치매안심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코로나19지역사회대응 참여 간호사 10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3.6%가 한 달 중 23일 이상 출근했고, 59.2%가 개인건강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일하러 나가야 했다고 답했다. 주말 초과근무도 하루 평균 5.2시간이었다. 이에 간호협회는 “감염병 대응 전담팀 내 간호직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보건소의 업무 과부하로 집단감염 사례를 제때 진화하지 못하는 상황도 수치로 드러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가 자체 조사한 결과, 집단감염이 최초 확진 발생부터 마지막 확진자가 나오기까지 2주를 초과한 사례는 지난해 6~7월 17건이었으나, 10월 24건, 12월 36건으로 증가했다. 만약 역학조사가 신속히 이뤄져 제때 밀접접촉자를 격리했다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란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전문가 “보건소에 감염병센터 설치, 전문인력 증원을”

보건복지부에선 이날 보건소 258곳에 간호사를 포함해 평균 4명씩 모두 1032명의 코로나19 대응인력을 5개월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인력을 채용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와 간호직 공무원들은 이러한 한시 인력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선을 그었다. ㄱ씨는 “한시 지원 간호사가 이달에 한 명 단기로 배치됐지만, 주말이나 비상 상황에 출근하지도 않고, 책임 소재 문제로 주요 업무를 맡기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시 지원 인력은 코호트 격리나 역학조사 등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와 새로운 신종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경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할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지난 26일 연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전국 보건소마다 진단·역학 조사 등을 담당하는 ‘감염병 관리센터’를 설치해 각 의사·간호사 등 공무원을 7명씩 1800명을 증원하자는 제안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 안을 청와대 요청으로 만들었는데, 대통령에게 보고도 안 되고 정책에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국가위기 상황에서 두세달은 비상 대처라 할 수 있겠지만, 일 년 넘게 비상 상황에서 일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문 인력 보충이 있었다면 보건소 간호직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화보] 코로나19 3차 유행
 
[화보] 2021 국제 간호사의 날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997051.html?_fr=mt1#csidx9154f707832da96992e3c4d77a868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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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완화·재산세 경감…부동산 정책 후퇴 결정한 여당

무주택자 주담대 비율 50->60%로, 우대 주택 기준 가격도 3억원 상향
재산세 특례 감경 기준 완화, 종부세 논의는 추후 과제로

홍민철·남소연 기자
발행2021-05-27 18:15:56 수정2021-05-27 18:15:56
 

여당이 결국 부동산 정책 후퇴를 결정했다. 금융으로 투기를 억제하던 기존 정책 방향을 어기고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시가 12억원인 아파트 집주인들 세금을 깎아준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논의는 추후 과제로 남겼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제안한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재산세 경감 등을 논의했다.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세제와 금융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해 왔다. 일부 투기 억제에는 성공했으나 집값 상승을 잠재우는데는 부족했다”며 “결국 무주택자 내집마련 등이 어려워지는 등의 역효과가 발생했다. 이렇게 촉발된 민심이반이 4·7보궐선거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박완주 정책위의장,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정책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05.27ⓒ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여당은 이같은 인식하에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에서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매할 때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50%였으나 10%P 완화해 60%까지 허용한다. 6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담보대출이 3억원에서 3억6천만원으로 6천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우대 기준 가격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3억원 상향했다. 그간에는 6억원 이하 주택 구매 시에만 주택담보대출비율 50%를 적용받았는데, 이제 9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 60%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최대 대출 한도는 4억원 이내로 결정했다. 9억원짜리 주택을 구매할 때 완화된 대출 비율 대로 계산하면 5억4천만원이 대출한도가 되지만, 나머지 1억4천만원은 대출해주지 않는다. 이번 대출규제 완화의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주택 가격은 6억원 후반대가 된다.

 
 

우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도 부부합산 8천만원에서 9천만원으로 상향했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는 현행 부부합산 9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렸다.

당초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90%까지 풀어줘야 한다”는 송영길 대표의 발언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것에 비하면 완화 폭이 크지 않다.

문제는 시기다. 규제 완화 대상이 되는 9억원 이하 주택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기도 의왕(17.08%), 시흥(13.82%), 안산(13.64%), 안양(10.82%) 등이었다. 이들 지역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5억원 후반으로 대출 완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가격대다. 수요 자극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 조건이 안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이번 대출규제완화가 수도권 주택 구매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완화 방안ⓒ제공 : 더불어민주당

재산세 특례 감경 기준 완화
종부세 논의는 추후 과제로

여당은 재산세 경감 방안도 내놨다. 국회는 지난해 특례법을 적용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3년간 현행 세율에서 0.05% 낮췄다.

여당은 이날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1주택자 재산세율 인하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며 특례세율 적용 구간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 까지 넓혔다. 공시가격 9억원 주택은 아파트의 경우 통상 시세 12억원 가량으로 보면 된다. 12억원 아파트 소유자 재산세율을 현행 0.4%에서 0.35%로 낮춰준 것이다. 줄어드는 세금은 1주택자 공시가격 9억원 기준 15만원 수준이다. 여당의 재산세 경감으로 혜택을 받는 공동주택 수는 전국 59만2천호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산세 경감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원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발도 있었다. 진성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문제의 핵심은 집값을 잡고 국민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집값이 내려가면 세부담도 작아진다. 집값을 잡고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됐던 양도소득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은 추후 과제로 남겼다. 특위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등의 방안을 제출했다. 종부세는 공시지가 상위 2%만 선별해서 과세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양도·종부세 개편은 현행 과세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인데다 정부와 이견 조정도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해 향후 공청회 등을 거쳐 협의하기로 결론 내렸다.

한편, 이날 여당은 임대사업자의 신규 다세대주택(빌라 등) 등록을 중단했다. 앞서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신규 임대 등록을 중단한데 이어 빌라 등의 주택도 신규 등록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임대등록 사업은 전면 폐지의 길로 들어섰다. 다만, 기존 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미세 조정하는 데 그쳤다.

여당은 이외에도 정부의 공급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지자체에서 제안한 복합개발부지 및 이전공공기관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1만호 규모로 공급하고, 송영길 당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누구나 집’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공급 대책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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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지도부가 토대 세워... 이재명, 이길 수 있는 후보"

[우리 모임을 소개합니다]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21.05.28 07:28l최종 업데이트 21.05.28 07:28l
와 인터뷰하고 있다. 
▲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국 조직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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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4.7 재보선 전엔 대선도 우리가 무난하게 이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번 대선, 정말 팽팽할 거다.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치열하게 준비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지사를 선택한 이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국조직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를 맡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 경기 시흥을)의 말이다.

조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당장 6월부터 전국 시도별 민주평화광장 조직을 띄우기로 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민주평화광장 공식 출범 당시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던 김성환·김윤덕·강준현·문정복·민형배·박성준·이동주·이수진(동작)·이수진(비례)·이해식·이형석·임오경·장경태·전용기·정일영·최혜영·홍정민 등 민주당 현역 의원 18명 외에, 박홍근·김영진·박상혁·송재호·주철현·황운하 의원 등 6명이 최근 새로 합류했다고 한다. 5선인 조 의원은 이해찬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이 지사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조 의원은 "이 전 대표께서 직접적으로 누굴 도우라고 말씀하셨겠나"라면서도 "이 전 대표는 늘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강조하신다. 민주평화광장의 기본 틀이 이 전 대표 체제 당시 지도부와 당직자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것은 맞다"라고 했다.


"이해찬 지도부 때 비서실장을 했던 김성환, 대변인을 한 이해식, 지명직 최고위원이던 이형석·이수진(비례), 영입인재 1호였던 최혜영, 청년위원장이던 장경태, 대학생위원장이었던 전용기, 또 원내대변인을 하던 박성준·홍정민 의원 등이 민주평화광장의 토대를 세웠고, 거기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로 이재명 지사로 중지가 모아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고민 끝 올초 이재명으로 결론.. 10개월 대선 대장정 시작"

- 노무현 정부 통일부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민주평화광장을 소개한다면?

"민주평화광장은 소위 민주·평화개혁 진영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이다. 말 그대로 하나의 '광장'이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당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활동가들, 원외 위원장, 지방 의원 등을 전국적으로 망라해 다 함께 대선 준비를 해나가자는 것이다. 대선이 10개월 밖에 안 남지 않았나. 대장정의 시작이다."

- 민주평화광장은 대선을 준비 중인 이재명 지사의 외곽조직이다. 공동대표를 맡은 배경은 뭔가.

"가장 중요한 건 대선인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쭉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이재명 지사를 선택했다.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를 보면 결국은 이재명이더라. 내년 대선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민주개혁, 평화개혁 세력에 있어서 절체절명의 과제이지 않나. 특히나 이번 4.7 재보선 참패 이후 더 긴장감이 생기고 절박해진 것 같다.

결심이 서고 나니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돌입 전 이재명을 도울 수 있는 하나의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3월부터 준비한 게 민주평화광장이었다. 당초 계획은 4월 말 출범이 목표였지만, 4.7 재보선 패배 이후 전당대회 일정(5월 2일)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조직 출범도 연기됐다. 대선 조직 치고 길지 않은 준비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만5000명이나 발기인으로 모집됐다. 출범(5월 12일) 후에도 참여 신청이 쇄도해서 지금은 2만 명을 훌쩍 넘긴 상태다. 현역 국회의원도 원래 18명에서 6명 더 늘어서 24명이 됐다."

- 이재명 지사와 인연이 있나.

"2008년도에 제가 원내대변인을 맡았을 때 이 지사가 당 부대변인으로 있어서 같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 또 지난 2018년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선출된 이후 도지사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이때 경기도 지역 초선 의원들과 이 지사 측 그룹들과 함께 두 달 동안 같이 호흡을 맞췄다.

한 10여 년 정치 역정을 눈여겨본 건데, 이 지사가 사회 현안과 당대의 이슈에 대한 통찰력이 꽤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단순 이해를 넘어 자기 나름대로 대안을 만들어내고, 아주 강한 추진력도 있다. 국민과 소통이 되고, 무엇보다 반드시 성과를 낸다. 이건 대단한 정치·행정에 대한 역량이다. 비근한 예가 코로나19 때 보여준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 아닌가. 전국민 재난지원금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국가를 맡겨 운영을 해도 잘할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와 인터뷰하고 있다.
▲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국 조직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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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지도부 시절인 2019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정책위의장을 맡은 바 있다. 조 의원이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가 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이해찬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해찬 지도부 당시 주요 당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민주평화광장에 대거 참여하기도 했고, 이 전 대표의 조직인 '광장'이 민주평화광장에 흡수됐다는 말도 있는데.

"민주평화광장을 초기에 준비할 때 아무래도 이해찬 전 대표 시절 함께 당직을 맡았던 의원들을 우선적으로 모았다. 일도 같이 해봤고 인연도 있으니까. 당시 비서실장을 했던 김성환, 대변인을 한 이해식, 지명직 최고위원이던 이형석·이수진(비례), 영입인재 1호였던 최혜영, 청년위원장이던 장경태, 대학생위원장이었던 전용기, 또 원내대변인을 하던 박성준·홍정민 의원 등이 함께 주축이 돼 민주평화광장의 기본을 만들었다. 이후 초재선 의원들이 합류했다고 보면 된다.

이해찬 전 대표는 정계에서 물러나셨고, 민주당과 여권 정치인들에겐 사실 큰 어른이시다. 국정 경험도 많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만드신 분 아닌가. 그런 분이 직접적으로 '누굴 도와라'라고 하시겠나. 당연히 민주평화광장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얘기는 안 하신다. 다만 '기필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잘하라'고 만날 때마다 늘 강조하신다. 그런 점에서 저희 민주평화광장은 자연스럽게 '그럼 대선 승리를 위해 최적의 대안이 누구냐' 고민한 것이다. 그렇게 '이재명'이란 답에 중지가 모아졌다.

현역으로 계실 때 이 전 대표를 지지하던 '광장' 그룹 역시 내년 대선 준비를 위해 주력을 하겠다는 입장에서 민주평화광장과 함께 뜻이 맞았다고 보면 된다."

"경선 연기론 옳지 않아… 친문 견제? 야당 프레임"

- 당내에서 불거진 대선경선 연기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6월 하순이면 예비경선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임박해서 경선 일정을 다시 논의하자는 건 굉장히 옳지 않다. 특히나 재보선 패배 후 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임 지도부도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하는데 선수들이 개입해 경선 룰을 고치자고 들면 아주 시끄러워질 수 있다. 당헌·당규에 정해진 대로 하는 게 순리고 원칙이다. 게다가 현재의 대선경선 일정과 룰은 이미 이해찬 지도부 때 확정된 거다. 그때도 그냥 했던 게 아니었다. 오랜 시간 당 내 총의를 다 모았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경선 연기 반대가 65%로 찬성 15%보다 압도적으로 높지 않았나(아시아경제 의뢰, 윈지코리아컨설팅 5월 15~16일 조사, 그 밖의 사항은 여론조사 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경쟁 주자들 쪽에선 여전히 '경선연기를 통 크게 받는 게 이 지사를 위해서도 좋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력 주자들이 공개적으로 경선연기를 말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산발적으로 나왔을 뿐이다. 우리는 예정대로 오는 9월 9일 전에 후보를 선출하고 곧바로 이어지는 정기국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내년에 새로 대통령이 뽑히는데, 새 대통령 1년 차 국정운영의 예산, 정책이 모두 이번 연말 정기국회에 달렸지 않나. 여당으로서 할 수 있는 걸 안정적으로 착착 해가야 한다.

10월엔 전국을 돌며 예산정책협의회를 하면서 각 지역별 여론을 수렴하고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또 국정감사에 있을 야당의 총공세를 잘 방어해 문재인 정부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켜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야당 경선에 맞춰 우리도 경선을 미루고, 여당도 정기국회를 날린다? 지혜롭지 않다. 예정대로 후보를 선출하고 정기국회를 잘 치러내는 게 곧 최선의 대선 준비다."

- 경선연기론을 필두로 대선 경선이 다가올수록 친문의 견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리 당은 '원팀'이 돼야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잘 아는 당이다. 특히 지금은 대선에 대한 위기 의식과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대선 승리라는 큰 목표 아래 친문과 비문이 대립하고 갈등이 폭발할 여지는 없다고 본다. 그건 오히려 우리 당의 분열을 바라는 야당의 프레임 아닌가? 경쟁하되 서로 자제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 친문 주류 쪽에선 이 지사가 캠프 구성 등에 있어 향후 '원팀' 기조를 깰까 경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런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현재 민주평화광장 구성만 봐도 다양하지 않나. 벌써 계파 구분이 별로 없어진 상태다. 무엇보다 이 지사 자신도 어디까지나 민주당 후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무조건 원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거다. 그럼 당연히 민주당의 정신을 이어받는 거다. 민주평화광장 역시 창립 때부터 '다음 대선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발전하고 새로운 미래와 시대정신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어느 집단이든 색채가 강한 분도 있고 합리적인 분들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항상 다수는 상식과 합리에 기초한다. 소위 친문도 마찬가지다. 결국 당심은 민심에 따라가게 돼 있다. 민심과 당심을 얻어가는 후보를 잘 만들고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자연스럽게 커져가리라 본다."

"6월부터 광주·전남 시작으로 전국 시도별 민주평화광장 출범"

- 민주평화광장의 향후 계획은.

"6월부터 전국 시도별 민주평화광장을 출범시킬 것이다. 6월 1일에 광주, 전남에서 시작된다. 광주의 경우에는 이형석·민형배 의원이 상임대표를 맡기로 했고, 전남은 주철현 의원을 대표로 여수에서 출범식을 한다. 그렇게 시작해 지역을 쭉 돌면서 시작할 거다.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지역뿐 아니라 전문 조직, 직능 조직들을 중심으로 민주평화광장 내 여러 위원회도 설치하려 한다. 자치분권위원회, 노동위원회, 소상공인위원회, 기후변화대응위원회, 장애인위원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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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왕이, 북 리용남 만나 ‘전통친선-혈맹’ 과시

“국제·지역 현안 공조 강화”, “결코 깨뜨릴 수 없는 북중관계”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05.28 06:39
  •  
  •  수정 2021.05.2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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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리용남 주중 북한대사가 베이징에서 만나 북중 전통친선을 과시했다. [사진출처-중국 외교부]
2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리용남 주중 북한대사가 베이징에서 만나 북중 전통친선을 과시했다. [사진출처-중국 외교부]

지난 21일 백악관 정상회담으로 한미가 ‘포괄적 동맹’을 과시하자, 북한과 중국 고위당국자가 ‘전통친선’과 ‘혈맹’을 강조하며 맞불을 놨다.

2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 베이징에서 새로 부임한 리용남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났다. 

왕 부장은 “중조(북중)는 산과 물이 서로 맞닿은 우호적인 이웃”이고 “양국 전통우의(전통친선)는 선대 지도자들이 직접 만들고 키워낸 것이자 외부 침략에 맞선 공동투쟁 속에서 피로 맺어진 것으로 공동의 귀중한 재부”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양당과 양국 최고 영도자들의 전략적 지도와 직접 관심 속에 중조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진입한 것은 중조 전통우의의 내실과 생활력을 잘 보여준다”면서 “중국은 중조관계를 전략적 높이에서 보고 장기적으로 양국 우호협력을 심화발전시키면서, 조선과 함께 양당, 양국 영도자들의 합의를 이행하고 양국 전통우의를 고양하며 중조관계를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 양국 인민에게 복이 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적극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조선과 고위급 전략 소통을 유지하고 각 영역의 실질협력을 적극 추진하며 ‘중조우호협력상호조약’ 서명 60주년(7.11) 기념활동을 함께 벌이고 국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조선의 경제발전을 굳건하게 지지하며 조선 측에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중조 모두 당의 영도와 사회주의를 견지하는 국가인 만큼 우리는 조선과 함께 당 및 국가 통치 경험 교류를 강화하여 사회주의 사업의 부단한 전진을 추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용남 대사는 “조선은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열렬히 축하하고 중국 사회주의 사업의 위대한 성취를 높이 평가하며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의 영도 아래 중국 인민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응이라는 웅대한 목표를 달성하길 충심으로 지원한다”고 화답했다.

리 대사는 “최근 들어 조중관계가 양당, 양국 최고영도자의 직접 관심 속에 새로운 높이로 올라간 것은 양측의 근본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조선은 이를 귀중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조선은 중국과 함께 ‘조중우호협력상호조약’ 60주년 기념행사를 열어 전통친선을 다지고 상호이익을 촉진하며 사회주의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데서 긴밀히 단결해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조중 우호관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밤 홍콩 [봉황위성TV]는 왕 부장과 리 대사가 만난 장소가 베이징 댜오위타이(钓鱼台) 국빈관이라고 알렸다. 과거 청 황제의 행궁으로, 국빈들이 머무는 곳이다. 왕 부장이 리 대사에게 최고의 환대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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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미군 물자 반입 5월에 5번, 일상생활조차 빼앗긴 소성리 주민들

조석원 통신원 | 기사입력 2021/05/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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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7일 새벽.올해로 8번째 사드기지 공사 장비 강제 반입이 이뤄졌다. 이에 반발해 집회를 열고 있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모습.   © 조석원 통신원

 

‘사드’ 때문에 일상생활조차 빼앗긴 소성리 주민들의 인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소성리는 미군과 국방부의 공사장비 강제 반입으로 심각한 인권유린 현장이 되고 있다. 5월만 벌써 5번째(5월 14일, 5월 18일, 5월 20일, 5월 25일, 5월 27일) 공사장비 강제 반입이 이뤄졌다. 올해만 해도 벌써 8번째 공사장비 강제 반입이다. 지난해(2020년), 총 5회였던 공사자재장비 및 사드장비 반입이 올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2021년 1월 22일, 2월 25일, 4월 28일, 5월 14일, 5월 18일, 5월 20일, 5월 25일, 5월 27일) 게다가 국방부는 앞으로 매주 2회(화, 목 예고) 지속적인 장비 반입을 예고하고 있어 소성리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군과 국방부의 육로를 이용한 장비반입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의 경찰병력을 동원했다. 경찰들은 장비 반입을 막으려는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 소성리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조차 빼앗았다. 50명 남짓한 마을 주민들에게 이른 새벽부터 최소 1,500여 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되었으며 주민들의 연좌농성, 집회, 종교행사조차 틈을 주지 않고 진압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소성리 주민들은 “경찰에 의해 마을회관이 감옥이 되었다. 소성리 주민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경찰 투입이 반복될수록 소성리에 대한 인권침해의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주민들은 경찰의 사드반대 집회의 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5월 동안 사드 장비반입을 막기 위한 집회를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집회 참석자들이 머리가 뜯겨 피가 나거나, 타박상, 철과상, 골절상 등을 입었다. 또한 “바쁜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농사일마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매일매일 불안하다”, “일상이 전쟁터다”라며 주민들은 미군과 국방부에 즉각 사드 장비 및 공사자재장비 반입을 멈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장비 반입을 막아서다 경찰병력에 의해 강제 진압되는 과정에서 구급차에 실려가는 주민들의 모습.   © 조석원 통신원

 

끝없는 충돌, 소성리 주민들의 요구 “보상도 원하지 않아. 원하는 건 사드 없는 평화”

 

이번 장비강제반입으로 매번 충돌이 일어나고 있지만 국방부는 민·관·군 상생협의체를 출범시킨 지 만 하루 만에 강제반입 작전을 폭력적으로 진행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상생협의체에 대해 사드배치의 직접 피해자인 소성리 주민들은 “우리가 빠진 협의체는 어용단체에 불과하다. 협의체를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반발했다. 또한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는 “국방부가 대화하자면서 출범한 상생협의체를 만든 지 단 하루 만에 소성리를 짓밟은 것은 국방부의 대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공사장비 등의 육로반입이 강제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상이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50여 명의 주민에게 경찰병력은 최소 1,500명 이상이 동원되고 있다.   © 조석원 통신원

 

▲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공사장비 등의 육로반입이 강제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상이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50여 명의 주민에게 경찰병력은 최소 1,500명 이상이 동원되고 있다.   © 조석원 통신원

 

▲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공사장비 등의 육로반입이 강제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상이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50여 명의 주민에게 경찰병력은 최소 1,500명 이상이 동원되고 있다.   © 조석원 통신원

 

▲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공사장비 등의 육로반입이 강제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상이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50여 명의 주민에게 경찰병력은 최소 1,500명 이상이 동원되고 있다.   © 조석원 통신원

 

사드기지 공사를 둘러싼 충돌이 5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미군과 국방부의 강제 반입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주민들과 사드철회평화회의는 끝없는 충돌을 멈추기 위해서 해법을 담은 요구를 계속 제안해왔다. 주민들은 “사드는 정식배치가 아닌 임시배치이기 때문에 현재 진행하려는 공사와 일반환경영향평가(정식배치 사전 단계)는 ‘불법’이다. 따라서 정부가 제시한 ‘보상안’은 해법이 아니다. 보상안 대신 즉각 공사·환경영향평가 중단→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사드 철거 3단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는 대책을 밝혔다. 이어 주민들은 “사드배치로 인해 직접적인 고통과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피해당사자들이 거부한 보상안 협의는 기만”이라며 기지공사 및 사드배치에 대한 원점재검토에 나설 것을 요구하였다.

 

소성리종합상황실 역시 “주민 동의 없이 박근혜 정부가 불법 배치한 사드를 문재인 정부가 추가 배치한 데 이어 병력의 진압은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해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라며 “지역사업도 보상도 원하지 않는다. 원하는 건 사드 없는 평화”라는 입장을 냈다.

 

한미 당국의 여론몰이, 장병들의 인권을 팔아 불법 미군기지 공사 밀어붙여

 

▲ 사드철회평화회의(이하 ‘평화회의’)는 지난 5월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사드기지 장비 반입시 소성리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 발생에 대해 한미양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조석원 통신원

 

사드철회평화회의(이하 평화회의)는 지난 5월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사드기지 장비 반입 시 소성리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 발생에 대해 한미 양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평화회의는 “국방부의 폭력적 반입 작전은 지난 3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항의에서 나온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 등 민주적인 절차조차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열악할 수밖에 없는 임시 기지에 우리 장병들을 데려다 놓고, 이들의 기본권을 운운하며 소성리 주민의 인권을 짓밟는 기만적인 한미 정부의 행태에 경악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소성리 주민들과 평화회의는 “그동안 기본적인 식용품과 군 생활 필수 물자 반입을 막은 적이 없다”라며 “한미 당국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장병들의 인권을 팔아 불법 미군기지 공사를 밀어붙이는 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미 당국이 매번 폭력적인 소성리 집회를 강제진압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매번 부상자 없이 진압에 성공했다는 경찰의 보고와 언론 보도를 접하자 주민들은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라며 언론의 공정한 보도를 요구했다.

 

▲ 지난 5월 25일 경찰병력이 강제진압을 하면서 과도한 폭력사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목을 팔에 눌려 타박상과 철과상을 입은 사람들이 속출했다. 소성리 당시 현장.  © 조석원 통신원

 

▲ 지난 5월 25일 경찰병력이 강제진압을 하면서 과도한 폭력사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목을 팔에 눌려 타박상과 철과상을 입은 사람들이 속출했다. 소성리 당시 현장.  © 조석원 통신원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소성리에 모여 달라

 

주민들은 매일 전쟁터 같은 소성리의 강압적이고 불법적인 사드기지 공사장비 반입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계속 막아낼 것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소성리의 일상과 평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소성리에 와줄 것을 호소했다. 평화회의도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강화하고 소성리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며 “지금 할 일은 불법 기지개선이 아니라 사드의 즉각 철거”임을 분명히 했다.

 

▲ 사드 기지 장비 및 공사장비 강제 반입은 추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소성리에서 사드반대 연대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조석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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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배 침몰해 120명 이상 실종…정원 두배 넘겨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입력 : 2021.05.27 10:09 수정 : 2021.05.27 10:32

 

26일(현지시간) 벌어진 나이지리아 니제르강 배 침몰 사고 이후 구조된 승객이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받고 있다. AFP통신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26일(현지시간) 벌어진 나이지리아 니제르강 배 침몰 사고 이후 구조된 승객이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받고 있다. AFP통신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나이지리아 북서부 니제르강에서 여객선이 두 동강난 뒤 침몰해 최소 5명이 사망하고 120명 이상이 실종됐다. 당시 배에는 정원의 두배 이상의 사람들과 각종 화물이 실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APF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국립내륙수도관리청 관계자인 유수프 버마는 “약 180명이 탄 배가 26일(현지시간) 침몰해 5명이 사망하고 20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BBC는 “구조된 승객에 따르면 40여명이 구조된 상태”라고 전했다. 시신이 발견되거나 구조되지 않은 나머지는 실종 상태다. AP통신은 사고가 일어난 케비주의 사니 도도도 긴급관리부 부장을 인용해 “사망자 2명은 여성, 2명은 남성, 1명은 돌도 안 된 신생아”라고 전했다.

당시 배에 타고 있었던 승객의 증언에 따르면, 여객선은 중부 니제르주에서 출발해 북서부 케비주로 향하던 중 갑작스레 침몰됐다. 구조된 승객 셰후 벨로는 “갑자기 배가 동강났고, 가라앉기 시작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사고가 일어난 응가스키 지역의 행정 수장인 압둘라히 부하리 와라는 “배의 탑승 정원은 80명이었으며, 과적으로 사고가 일어난 것 같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당시 금광에서 채취한 모래, 가방 등 각종 짐도 실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배가 침몰한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니제르강에서 과적과 노후화, 정비 불량 등으로 인해 배 관련 사고가 그간 여러차례 일어났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현장에 구명정 11척과 다이버들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271009001&code=970209#csidxeef50de960b6b9681f3c364a6a56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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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의 위기,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대구 지역서점 지원 첫발 뗐지만 독서 생태계 정착은 아직... 서점과 기관 간 협조 이뤄져야

21.05.27 07:34l최종 업데이트 21.05.27 07:32l
 이기헌 씨가 일하는 서점의 풍경. 이 씨는 이 서점에서 일하고 있다.
▲  코로나로 인한 매출감소로 영풍문고 대백점, 반디앤루니스 신세계 대구점이 문을 닫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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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대구에서 영풍문고 대백점, 반디앤루니스 신세계 대구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두 서점 관계자 모두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를 원인으로 꼽았다. 북구 산격동 책방 뷰티인사이드의 지민준 대표는 "대형서점 폐업으로 책 읽을 기회가 점점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형서점 폐업 아래에서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서점(독립서점)*의 위기는 좀체 드러나지 않는다. 동네서점 정보 플랫폼 업체 퍼니플랜에서 조사한 '동네서점 트렌드 2020'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대구의 지역서점 누적 등록 수는 26곳이었으나, 지난 5월 23일 기준 4곳 증가해 30곳이었다.

그러나 폐점 수도 함께 증가해 같은 기간 대구에서 3곳의 지역서점이 문을 닫았다. 현재 대구에서 운영 중인 지역서점은 총 27곳이다. 지 대표는 "지역서점, 특히 규모가 작은 서점들은 책 판매만으로는 운영이 힘들어 부가적인 활동으로 수익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지역서점 자체 프로그램과 강의, 워크숍 등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는 "대형서점도 힘든데 소규모 지역서점과 출판사들은 더 힘들 것"이라 우려했다.

대구시, 지역서점 지원 제도 '지지부진'

대구시는 지난 2019년 9월에 '지역서점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는 10명 미만의 종업원을 두고, 사업자등록증 상 1년 이상 영업을 한 서점에 인증서를 발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도입된 지 두 해가 지났지만, 조례는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대구시 문화콘텐츠과는 "지역서점으로 인증된 서점에 안내해드리고 있으나 (도서구입비 사업 외에는) 아직 혜택이나 지원이 없는 상태"라 말했다.
 

대구시민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 참여서점 명단 지난 세계 책의 날(4월 23일)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가 추진한 ‘대구시민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지원금 소진으로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됐다.
▲ 대구시민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 참여서점 명단 지난 세계 책의 날(4월 23일)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가 추진한 ‘대구시민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지원금 소진으로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됐다.
ⓒ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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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가 지나도록 진행되지 않았던 사업을 대구시는 올해 초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지난 4월 23일 시작한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됐다. 시에서 사업을 위탁받은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아래 센터)가 서점 30곳과 시민들에게 1인당 5만 원까지, 도서 구입비 50%를 지원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올해 11월까지 사업이 계획됐지만, 이 중 28곳에서 하루 만에 지원이 종료됐다. 대학생 박준호씨는 "시간상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며 "시에서 도서구입비를 지원해주는 데도 사용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명단에 독립서점과 작은 책방들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퍼니플랜에 등록된 지역서점 중 이번 사업에 선정된 곳은 '동네책방 OO협동조합', '책벌레' 총 2곳뿐이었다. 그는 "이들의 실제 수요를 고려해 추후 신청 대상과 과정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아래 책방넷) 사무국장은 "현금성 지원의 문제점"이라 지적하며, "대형서점에 비해 지역서점이 살아남기 힘든 제도적 환경에 더해 사전 조사나 설계가 미흡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 설명했다. 센터 측은 "첫 사업이라 예산 자체가 너무 적었고 서점주들이 신청을 망설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기 마감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소진식이다 보니 서점이 열리기도 전에 줄을 서서 책을 사려는 시민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콘텐츠과는 "사업 참여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원인과 개선책을 살펴볼 예정"이라 말했다.
   
대구시의 지역서점 인증제를 뒷받침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 8곳은 대부분 관련 조례가 부재했다. 남구·달서구·수성구의 경우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 서점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달서구뿐이었다. 달서구 복지문화국 도서관과는 "지역서점에서 구립도서관 이용자들이 신청하는 희망도서를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 차원에서 유일하게 이뤄지는 공적인 지원이다. 한편 북구·동구·서구·중구·달성군의 경우 조례와 지원 모두 부재한 상태로 각 구청 관계자들은 "자체적으로 서점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적은 예산은 지역서점까지 아우르지 못해

다양한 지역서점 지원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지방자치단체와 별도로 운영되며 지원 규모 역시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아래 출판진흥원)은 올해 심야책방, 서점학교 등 5개의 사업 운영을 위해 지역서점을 모집하면서도 "각 지역서점들이 지원할 수 있는 여러 사업을 지자체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 대표는 "서점을 열었다고 해서 지원 제도가 특별히 안내되는 부분은 없다"며 "서점들이 개별적으로 출판진흥원 등을 찾아 지원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동구 불로동에 문을 연 책방 '여행자의 책' 박주연 공동대표는 "아직 지역 기관 및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며 "서점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에 비해 서점에 대한 지원은 아직 미비한 편"이라 말했다.

적은 예산 규모는 지역서점 규모를 아우르지 못했다. 앞서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대구 지역서점으로 인증된 171곳의 서점 중 30곳을 선정하는 데 그쳤다. 센터 측은 "올해 예산이 소진돼 추가로 예정된 사업은 없다"며 "내년은 사업을 보완할 계획이지만, 아직 예산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체부 산하 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사업은 전국 규모의 기획 사업인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출판진흥원은 2020년에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의 경우 전국에서 총 50개 서점을 선정했다. 지역문화진흥원은 올해 '동네책방 문화사랑방' 사업에서 최종 23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출판진흥원에서 선정된 지역서점은 3곳(더폴락, 학이사, 시인보호구역),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선정된 지역서점은 1곳(책방i아이)에 그쳤다. 2020년 12월 기준, 퍼니플랜이 발표한 전국의 독립서점이 총 634곳임을 고려하면 각 사업에서 선정되지 못한 영세한 서점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구도 독서 생태계 구성원, 파트너십 고민해야
 
 뷰티인사이드(위)와 여행자의 책(아래)은 모두 지난 4월 문을 연 신생 독립서점이다. 지민준 대표와 박주연·임수진·장귀순·전은경 공동대표의 북 큐레이션이 각각 매대를 채웠다.
▲  뷰티인사이드(위)와 여행자의 책(아래)은 모두 지난 4월 문을 연 신생 독립서점이다. 지민준 대표와 박주연·임수진·장귀순·전은경 공동대표의 북 큐레이션이 각각 매대를 채웠다.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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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의 세금을 활용하는 만큼 광역·기초지자체가 지역서점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중앙정부의 출판진흥원이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정책 모두 예산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다분히 형식적인 측면에 치우친다"며 "명목상 소액다건주의 방식보다는 경영 안정을 기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서점이 지역 문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창우 퍼니플랜 대표는 "10평 내외 독립서점은 책 판매만으로 생존이 쉽지 않다"며 "서점 공간을 활용한 북클럽 등을 정기적으로 여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 지역서점에서 독서 모임이라는 개념이 정착되려면 지방정부의 지원 활성화가 먼저"라며 "유료 독서 모임 등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서점이 동네 문화 플랫폼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서점 인증이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일례로 경기도는 2016년 4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지역서점 활성화에 앞장섰다. 대구시보다 1년 앞서 지역서점 인증제를 도입한 경기도는 경기도콘텐츠진흥원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독자적인 지역서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 발굴, 글쓰기 워크숍을 비롯해 전국 최초로 '서점 상품권'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정은 쩜오책방 대표·책방넷 사무국장은 "책방넷 회원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기도의 지원 정책에 관심이 많다"며 "서점과 공공기관 간 협조가 잘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지역서점 인증이 무엇을 뜻하는지, 독서 생태계를 살리려면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지역서점은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구축돼야 한다. 지역서점은 전국 단위가 아니라 지역과 동네에 기반하는 문화 거점 공간이다. 이 대표는 대구 내에서 독서 생태계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타지역과 공유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권했다. 그는 "강원도에서 경기도 지역서점 인증제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는데, 두 도시가 서로 고민하는 부분에 접점이 많았다"며 "먼저 제도를 도입한 곳의 시행착오를 양측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점주들이 서점의 현재 가치를 미래에서 찾는 만큼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 역시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지 대표는 "처음부터 책을 통한 수익만으로 서점 운영이 힘들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서점의 문화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운영할 예정"이라 말했다. 박 대표는 "수익을 염두에 둔다면 처음부터 서점은 열지 않는 게 맞다"면서도 "오히려 우리 서점이 동네와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서점 가기 좋은 동네, 책 읽는 분위기로 충만한 대구를 만나고 싶다"고 기대했다.

조 대표는 지역서점의 가치로 커뮤니티(Community)와 함께 큐레이션(Curation)·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라는 '3C'를 강조했다. 그는 지역서점이 "대구에 관한 책을 다루는 전문적인 큐레이션, 작품을 낭독하고 번역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갖추고 대구의 문화적 감각을 구축하는 커뮤니티 공간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동체 교육 가능케한 지역 민주주의의 근간

책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동네마다 한 곳씩 있는 크고 작은 서점들에서 책을 읽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하는 지식문화 공공재다. 한국출판연구소가 2019년 9월 도서 구매자 2천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도서정가제 이해관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책이 지식문화 상품이라는 응답이 79.9%에 달했다.

책과 서점은 개인 사업의 수단에 그치지 않고 지역과 동네 문화를 누리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백 대표는 "서점 지원은 단순히 서점주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에서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책과 서점을 독서 문화 생태계의 '모세혈관'이라 일컬었다. 그는 "독서는 취미뿐 아니라 공동체적 교육을 가능케 하는 지역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서점은 공공기관, 동네 작가들과 함께 독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장소"라 강조했다.

지역서점과 상생의 첫발을 뗀 대구시가 독서 문화 생태계의 내실을 다져갈 수 있을까. 지 대표는 "서점이 갖는 가치와 지역사회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문화적·공익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와 시·구가 서점과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획하는 파트너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이는 대구시의 노력이 지역서점에 가닿기 위한 첫 번째 과제다.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발행한 '지역서점 현황조사 및 진흥정책 연구'에 따르면, 오프라인 서점은 체인 서점과 지역서점으로 구분된다. 지역서점은 다시 단행본과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독립서점, 특정 주제의 도서를 판매하는 전문서점, 도서 외에 음료와 문구 등을 판매하는 복합서점으로 구분된다. 이 중 독립서점을 지역서점으로 통일해 부르는 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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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 기자 
발행2021-05-26 18:51:55 수정2021-05-26 18:51:55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이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문턱을 싹 치워버린다. 기간은 단축하고, 집주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늘린다.

오 시장의 구상 대로라면 서울 동북·남서 지역의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의 집값 급등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남아 있던 서민들의 주거지는 고가 아파트 단지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재개발 사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제공 : 뉴시스

26일 서울시가 발표한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에 따르면 고 박 전 시장 시기 도입된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된다.

주거정비지수제란 난개발을 막기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겨 재개발 시작 여부를 판단했던 제도다. 주민동의비율이나, 건물 노후도 비율, 신축건축물현황, 지역특성 평가 등이 이 주거정비지수 산정 항목에 들어가 있다. 주택을 모두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방식이 가진 부작용을 완화하고 도시재생에 따른 주거환경관리,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의 정책 다변화를 꿰하자는 취지였다.

오세훈 시장도 후보 시절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에 반대했으나, 시장 취임 후 말을 바꾸고 폐지를 결정했다. 오 시장은 “주거정비지수제는 재개발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상당수 노후 저층주거지가 슬럼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 부서와 논의 끝에 일부 수정에서 폐지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주거정비지수제는 서울시 도시계획 일환으로 실시된 제도다. 중앙정부의 재개발 관련 기준보다 엄격했다. 지수제 폐지로 재개발 구역 지정은 법적요건만 갖추면 추진이 가능해 질 전망이다.

이름만 공공이라 붙인 민간 재개발 규제 완화
사업 기간 줄여주고 층수 제한 철폐 인센티브도

서울시는 ‘공공기획’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재개발 사업을 돕는다. 서울시가 재개발 사전타당성조사나 계획 수립을 주도한다. 이를 통해 사업에 들어가는 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재개발은 10%의 주민이 제안을 하면 해당 자치구가 사전타당성조사(주거정비지수 확인 포함)를 했다. 조사에 따라 재개발계획을 수립하면 수립된 계획을 50% 이상의 주민이 동의해야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다.

오세훈 시장이 발표한 공공기획은 이 과정을 통합해 서울시가 주도로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사전타당성조사나 주민동의 절차를 대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서울시가 제시하고 일종의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동의 50% 절차는 생략한다. 대신 최초 제안 기준을 주민 10% 동의에서 30%로 상향한다. 서울시는 “재개발 사업은 통상 42개월이 걸리는데 공공기획을 통해 추진하면 14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공공기획’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과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공공기획은 집주인이 기간 단축이라는 인센티브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에 따른 추가 공공기여가 없다. 정부의 공공재개발은 재개발로 늘어나는 주택의 5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보급한다. 정부는 대신 용적률을 상향해주고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시켜 준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의 셈법이 복잡해 진다. 공공재개발이 유리한지, 서울시의 민간 ‘공공기획 재개발’이 유리한지 수지타산을 맞춰봐야 한다. 서울시는 자신들의 권한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제한을 받는 지역의 규제를 완화했다. 재개발 추진시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제한을 받는 곳이 있다면 제한이 없는 것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재개발로 보다 높은 층수를 짓기 위해서는 주거지역을 상향해야 한다. 주거지역은 1, 2, 3종으로 나뉘는데 각 종에 따라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높이 등이 달라진다. 1종에선 5층이하로만 집을 지을 수 있고, 2종에선 10층 이하, 3종은 고층아파트를 짓도록 하는 식이다.

같은 2종 주거지라고 해도 7층 이하로만 지을 수 있는 2종이 있고 7층 이상 10층 이하로 지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뜻이다. 7층 규제가 있는 2종을 3종으로 상향하려면 우선 7층 규제를 철폐하고(1단계), 2종을 3종으로 상향(2단계)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개념적으로 보통의 2종보다 1단계 종상향이 더 필요한 것이다.

주거지역을 1종씩 상향하기 위해서는 상향된 곳에 더 지을 수 있는 주택의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공공에 제공하거나, 공원을 제공하거나, 주민센터 용지 등을 제공(공공기여)해야 한다. 2종 7층 규제 지역은 2번의 종상향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공기여 물량이 더 많아진다. 결국, 서울시가 7층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집주인들의 공공기여 물량은 줄어들고 수익은 높아지게 된다. 오세훈 시장은 “재개발 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재개발이 서울시의 ‘민간 공공기획 재개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공공재개발은 용적률(해당 부지에 건물을 지을수 있는 비율)을 유인책으로 제시했는데, 단점도 있다. 늘어난 용적률에 비례해 50%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공에 기여해야 한다.

서울시의 민간 공공기획 재개발 층고 완화는 공공기여 의무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재개발 지역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가 유리한지, 층수 제한 완화가 유리한지 달라질 전망이다. 오세훈 시장은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입지 연건, 토지주 사업의지, 사업 수익성 등에 따라 주민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재개발 규제완화 내용ⓒ제공 : 서울시

어떤 경우든, 사업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의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시절 해제된 재개발구역을 주기적으로 재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제지역의 70%는 서울의 동북·서남권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은 얼마 남지 않은 단독·다세대 주택 지역이다. 오 시장의 예상대로 재개발 수익성이 좋아질 경우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역세권 공공 고밀재개발’ 등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역세권 인근 단독·다세대 주택의 오름세가 배후 지역으로 대거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제2의 뉴타운이 온다. 빌라가 정답’이라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투기 우려에 대해 서울시는 “투기세력 유입차단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시가 발표한 재개발 규제완화책 일부는 시의회 협조가 필요한 조례 개정 사안이다. 오 시장은 “시의회와 충분히 교감을 한 상태에서 나온 계획안이다.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개발 규제는 시의원들에게도 상당한 민원이 쌓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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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한국 코로나19 대응전략 ‘극찬’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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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5/27 10:47
  • 수정일
    2021/05/27 10:4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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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보고서 발간
한국 사례…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전략 수립에 도움

▲ (사진=미국 식품의약국(FDA)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후 체계화된 문재인 정부의 감염병 확산 차단 및 테스트기 개발, 확진자 추적 시스템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FDA는 25일(현지시각)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메르스 등 과거 공중보건 응급상황을 통해 한국이 배운 교훈 및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테스트 개발 및 국가 전략을 설명했다.

 

한국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발병이 이뤄진 이래, 2020년 3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국가였다. 보고서는 한국이 메르스 발병에 대한 대응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 해결에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보고서가 향후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점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한국이 메르스 이후 코로나19를 비롯한 신종 감염병 검사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한국 식품의약품안저처,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등 관련 기관들의 신속한 대응에 주목했다. 2016년 의료기기법 개정 등을 통해 긴급사용승인(EUA)을 가능케 하고, 신종 전염병 대유행 기간 동안 진단키트의 임시 생산·판매·사용을 허용했단 점이다.

 

한국 정부의 감염병 진단 검사 및 감염·확진자의 접촉 과정 전반을 면밀히 추적하는 확진자 추적·관리 시스템도 언급됐다. 또 이를 위한 정보 기술 인프라 및 연구·개발·상용화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 또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코로나19 이전부터 감염병 진단 검사 개발에 투자와 파트너십을 아끼지 않은 점이 대표 사례다.

 

특히 감염병 진단 검사 장비 제조업체의 개발을 장려하고, 제조 설비 전환으로 인한 수익 손실의 위험을 줄이고자 한국 정부가 최소 구매 수량 및 환급을 보장한 점이 언급됐다. 한국의 이 같은 개발 장려 조치와 달리,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초기에 이를 취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또 코로나19 기간 질병관리본부가 민간 진단검사장비 기업에 시험평가 능력 연구를 지원하고 긴급사용승인까지 걸린 시간을 단축·간소화한 것 또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은 바이러스 임상 샘플 및 관련 자료 탐색에 과다한 시간을 투여하지 않고, 검사 정확도에 대한 정부 신뢰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중앙 정부의 통제 및 조정으로 전국적인 진단검사 프로그램을 개발한 점도 언급됐다. 미국의 감염병 진단 개발 업체들 각 주(州), 도시 별로 독자적인 실험실 등 플랫폼을 사용해 자체 개발을 함과 달리,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기관 및 민간 업체들과 광범위하게 협력해, 개발성과를 내고 감염 확산을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한국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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