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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 건물주, 그 위의 '토지주'와 싸우는 노동자들

[작고도 가까운 노동, 그리고 싸움 ⑦] 성기춘 뉴대성전문운전학원지회장을 만나다

아시아나케이오 농성장에서 성기춘 씨를 보았다. 연대자로 온 사람이었다. 그가 일산에서 뉴대성운전학원을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은 들어 알고 있었다. 걱정스럽다는 투로 이런저런 상황을 묻다가 농성장 이야기가 나왔다.

 

"농성장이 있으시군요."

추임새처럼 한 말에 그가 말끝을 흐렸다.

 

"9개월째인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거리에서 1년 가까이 싸우고 있는데, 마치 엊그제 싸움을 시작한 사람을 보듯 해맑게 대했다. 농성장(을 세운 사람들)의 시간은 이토록 다르다. 타인의 일상이 바삐 흘러가는 가운데 홀로 세워진 농성장은 보름, 한 달, 100일. 그러다 해를 넘긴다.


 

'법으로 이긴 싸움도 이 정도인데' 그가 아시아나케이오 문화제에 와서 한 발언을 되새겼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은 법으로 이긴 싸움을 하고 있다. 해고 회피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회사는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해고자들은 1년 넘도록 거리 농성을 하고 있다. 회사는 6명의 해고자를 복직시키지 못할 만큼 가난했으나, 판정 불이행에 따른 과태료를 낼 만큼은 부자였다.


 

뉴대성운전학원(이하 뉴대성학원)은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 그곳에서 일한 운전 강사들은 해고 신세가 됐다. 하지만 이들에게 노동위원회 판정 같은 것은 먼 이야기다. '저희 같은 사업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모를 이야기를 들었다.


 

▲ 인터뷰 중 수첩을 펼쳐 들고 투쟁 상황을 설명하는 성기춘 지회장. ⓒ희정 기록노동자

토지주와 싸우는 사람들


 

일산 백석역에서 성기춘 씨를 만났다. 농성장이 운전학원 앞에 있냐는 내 물음에 그는 아파트 이름 하나를 댔다. 토지 소유주 첫째 아들이 사는 곳이라 했다. 아파트 단지 앞에 농성장을 차렸다. 뉴대성학원 노동자들은 토지주에게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싸운 지 10개월이다.


 

"왜 학원 사장이 아니라 토지주에게 요구를 하시나요?"


 

그는 단박에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 일지가 적힌 수첩을 폈다. 슬쩍 보니, 깨알 같은 글씨가 잔뜩 적혀 있다.


 

"저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고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어, 들리는 이야기는 다 적어놓은 거예요."

 

토지주가 학원 운영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2019년. 그 후 1년 반에 거쳐 두 사람 간에 학원 운영권을 둘러싼 법정 소송이 시작됐다. 10여 년간 유지한 임대 계약을 갑자기 해지한 토지주의 속내에 일자리를 잃은 운전 강사들의 관심이 쏠렸다. 토지주가 직접 학원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데 생각이 모였다. 때마침 토지주는 자신을 운전학원 설립자로 변경 신청했다. 

그러니 작은 소문도 쉬이 지나갈 수 없어 수첩에 하루하루를 꼼꼼하게 기록해둔 것이다. 그 깨알 같은 글씨에서 나는 절박함을 느꼈는데, 그는 자존심이라 했다. 

 

14시간 일했던 시절


 

운전학원 기능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그가 마흔이 되던 해. 이전까지 성기춘 씨는 보일러 설치 영업소를 운영했다.

 

"그때는 어음이라는 게 있었죠. 원래 동네에서 소소하게 공사를 했는데, 한 업자가 자기가 짓는 아파트가 500세대 정도 되는데, 보일러를 좀 대줄 수 없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 어음 끊어서 공사에 들어간 거예요."

 

그해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이후 그에게 닥친 일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한 1년 쉬었어요. 사람도 싫더라고요. 그런데 일은 또 해야 될 거 아니에요. 하루는 서점에 갔는데, 운전기능강사 시험이라는 책자가 있는 거예요. 교육을 받으면 바로 취업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해볼까 하고, 자격증 따고 바로 온 데가 여기예요. 뉴대성학원."


 

1995년 운전전문학원 등록 제도가 생겼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운영하는 시험장에서만 운전면허 시험을 치를 수 있었으나, 90년대 들어서자 응시자 수요를 감당하질 못했다. 자동차 소유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개인 사업자가 운전전문학원을 설립할 수 있게끔 허가를 한다. 다만 그 운영 조건을 도로교통법(제2조 32항)으로 정해두는 등 학원 설립과 운영이 경찰청 책임 하에 있음을 밝혀두었다.


 

그가 강사자격증 시험 원서에서 본 '준공무원 대우'라는 문구는 그런 의미였다. 그런데 막상 기능강사로 취업하니 14시간 수업이라는 장시간 근무에, 생활을 꾸려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월급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원에 들어와 보니까 노조가 막 생겨 시끄럽더라고요."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학원장의 거부감은 엄청 났다. 노조 세우는 것을 막겠다고 용역깡패를 학원 안에 들이기까지 했다. 그 폭행 건이 오히려 원장의 발목을 잡아 어렵사리 노동조합을 세웠다. 그렇게 "사람이 모이고 정당하게 요구해서 월급도 올라가고" 일한 만큼 받는 삶이 시작되려나 했다.


 

하지만 학원장은 토지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폐업 수순을 밟았다. 성기춘 씨는 학원장이 '질려서' 떠난 것이라 했다.

 

"일하는 사람은 할 소리를 한 거지만, 사업주는 참기 힘든 거지. 사람들이 찍소리 못하던 시절을 안 겪었던 원장이면 모르는데. 그전에는 죽어라 일만 하고 저거 했던 사람들이 노조 만들고 나더니만 감히 소리를 내? 이런 거죠."


 

▲ 뉴대성운전학원 문제 해결을 위한 거리 행진. ⓒ희정 기록노동자

고용승계를 요구한 강사들


 

이들이 감히 낸 소리는 근무시간, 월급과 휴일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일. 한마디로 학원장은 노조 생기니 귀찮아서 떠난 것이다.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겠다는 사람이 넘치던 2000년대 초반이었다. 운영권(인가증)만, 아니 그 권한을 살 수 있는 돈만 있다면 어디서든 학원을 열 수 있었다. 그곳에서 '노조 없이' '일한 만큼 주지 않고' 운영할 수 있었다.


 

2002년, 원장이 학원 문을 닫고 떠나자 토지주가 학원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운전학원 땅에 기능시험 코스와 설비, 그리고 인수받을 차량까지 있으니 운영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운영과 임대는 전혀 다른 일. 앉아만 있어도 임대료로 월 3000여만 원씩 받아 가던 토지주가 학원 운영이라는 번거로운 일을 하는 데 질려버린 시간은 겨우 1년이었다.

 

학원은 문을 닫았다. 2년 사이 두 번이나 폐업을 겪은 강사들은 이 자리에 다른 운전학원이 들어올 경우, 고용승계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토지주는 새로운 임대인을 구하지 않고 6개월을 버틴다. 노동조합이 떠나길 기다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반년이 지나도 노조가 떠날 생각이 없자, 결국 새 임차인을 구한다. 그 사이 40여 명이던 조합원은 7명으로 줄었다.
 

 

남은 7명이 토지주와 임차인 앞에서 고용승계를 약속받고 단체협약을 다시 맺었다. 2003년 다시 문을 연 것이 뉴대성운전학원. 그 후로 원장이 바뀌어도 노동자는 떠나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정직원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2000년대 중반이 되자 운전학원은 아르바이트(알바)와 계약직으로 넘친다. 대다수의 운전학원이 정직원 강사를 뽑지 않으려 했다.

 

"성수기 때 딱 3개월만 쓰거든요. 11개월도 쓰고, 21개월도 쓰고. 퇴직금 안 주려고 무기계약직 안 만들려고."

 

그렇게 강사만 40여 명인 학원에서 정직원 수가 반을 넘은 적이 없다고 했다. 툭하면 알바를 쓰고 제대로 사람을 뽑지 않으려는 학원과 잦은 갈등이 있었다. 그래도 정규 직원 수가 이 정도라도 유지된 것은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문 닫기 좋은 학원


 

뉴대성학원의 고용승계는 다른 운전학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땅 자체에 기본 설비가 갖춰져 있으니 운전 학원을 연다고 크게 자본이 들어갈 것도 없고, 새로운 도전을 할 일도 없다. 회사가 문을 닫고 여는 것이 제재 없이 손쉬울 때 생기는 문제 중 하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다.


 

마음에 안 들면 떠나겠다는 고용주 앞에서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이유로, 2000년대 초반 우후죽순 만들어졌던 운전학원 노동조합이 지금은 거의 사라져 5곳만 남아 있다. 전국을 다 합쳐도 노조에 가입한 전문운전기능학원 강사가 30여 명이라 했다.


 

2019년에는 한 운전학원에서 원장이 계약직 강사들에게 업무 외 노동을 지시해 문제가 됐다. 충북 영동에 있는 회장 사유지를 제초하거나 운전학원 공사 작업에 동원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뤄졌다. 국내 최대 운전학원이라 일컬어지는 곳이었다. 갑질이 폭로되고 노동조합이 생기자, 학원이 취한 대응은 이것이었다. 돌연 폐업. ('성산운전학원 강사들, 학원 소유주 개인농장에서 강제노역', 유하라, <레디앙>, 2019. 5. 20.)


 

알바와 계약직 같은 고용형태로는 부당한 지시를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 나가지 않으면 학원이 문을 닫고 사라진다. 학원의 흥망과 무관하게 20년째 일하는 사람의 고용을 지킨 곳은 '뉴대성'이 유일하다고 했다. 이토록 오래 일한 직장이 성기춘 씨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그 자존심이 위협받은 것은 지난 해 7월. 토지주가 10여 년간 지속된 임대 계약 종료를 통보했고, 학원이 사라졌다. 그 자신이 직접 운전학원을 운영하고 싶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추측이다. 노조는 내용 증명을 보낸다. '임대지에 운전학원을 운영할 생각이 있느냐?'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토지주가 학원을 직접 운영 또는 재임대할 경우, 고용을 승계하라.'


 

토지주의 대응은 2003년과 다를 바 없었다. 응답 없이 땅을 비워두었다. 2003년 싸움이 6개월 동안 계속되었다면, 이번에는 10개월이다. 그때도 지금도, 노동조합은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합원이 4명으로 줄었다. 한 달 임대료 수천 만 원이 없어도 사는 토지주가 버티듯, 한 달에 2~300만 원 없어도 되는 나이 든 노동자와 1인 가구 노동자만 남았다.

 

그리고 올해 3월, '호수'라는 이름을 달고 그 자리에 운전학원이 새로 문을 연다. 하지만 새 원장은 노동조합과 고용승계를 맺을 책임이 없다며 대화를 거부한 상태다.


 

법으로는 책임이 없을 수 있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어떤 용역 파견인력 업체도 2년 계약이 끝난 후 노동자들과 고용승계를 맺을 법적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고용을 유지한다. 새 사람 데려다 '쓰는' 일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관례처럼 고용을 유지해오다가, 일하는 사람이 더 번거롭게 굴면(노동조합을 만든다던가) 자신은 법적 책임이 없으니 나가라 한다. 운영하는 사람으로선 번거로움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의 권리는?


 

내가 노동자로 살려면


 

성기춘 씨의 신입강사 시절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갸웃거린 부분이 있다. 아직 수습 딱지도 떼지 않은 신입 사원이 노조에 가입해, 점심시간이면 여기저기 연대 집회를 갔다는 내용이었다. 왜 이렇게 노조 일을 열심히 했나요?

 

"모르니까요. 배워야겠다. 이왕 내가 노동자로 살려면, 노동조합이 있어야겠고. 노동조합이 뭔지 배워야겠다."

 

마흔 살에 다시 노동자가 되어, 노동자로 권리를 지키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를 만나 이야기 듣기 전까지 나조차 운전학원 기능강사가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는 '우리는 모두 노동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일할 권리를 지키려는 사람을 대면하기 전까진, 누군가의 '노동자성'을 쉽게 지나친다.

 

노동자는 노동에 관해 권리를 갖는 사람이다. '나는 노동자'라는 말은, 자신의 고용을 지키고 근무 환경을 개선할 권리와 권한을 가지겠다는 선언이다. 인가증을 사고팔고, 설비와 차량 인수인계를 마치고 학원장은 쉬이 떠난다. 새 원장이 왔을 때, 기존 직원을 고용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과 아량이라 한다. 그 말에 반기를 들고 일할 권리를 말하는 것이 성기춘 씨가 노동자로 살아가며 배운 것이다.


 

그런 그조차 여기를 떠나면 3개월짜리 알바가 되거나 정년 촉탁직이 될 것이라 말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을 하지만 노동자는 될 수 없을까.


 

▲ 일산 토지주 가족 소유 아파트 단지 앞에 자리한 뉴대성자동차전문학원지회 농성장. ⓒ희정 기록노동자

일할 권리를 외로이 묻다


 

내가 의문을 지닌 것은 또 있었다.


 

"한 달에 3000만원 씩 들어오는 땅을 어떻게 반 년 넘게 비워둘 수 있지요? 아무리..."

 

이어지는 말은 삼켰다. '아무리 노동조합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해도.' 나는 그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고집을 부릴 토지주가 있을지 의아해했다. 하지만 '호수자동차운전학원'이 그 자리에 들어오고, 임대료가 월 1000만 원 가량 인상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의문이 해소됐다.


 

누군가 돈 잘 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특정 업종(운전기능강사)의 75%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되고, 1년 사이에 임대료가 천 단위로 변경되고, 수십 명을 고용한 사업체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실직은 말하여지지 않는다. 

성기춘 씨는 말한다.


 

"나라에서 해야 할 걸 전문학원이라는 이름으로 권한을 대여해준 거잖아요. 그러면 적어도 공공성의 현실이 어떤지, 노동자들의 처우는 어떤지 최소한 그걸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되죠."

 

누군들 자신의 일자리가 손쉽게 사라지는 것을 용인할 수 있을까. 하지만 세상은 납득하라고 한다. 노동청은 토지주는 사업주가 아니라는 말로 해고된 노동자를 가볍게 돌려보낸다. 사장이 사업하기 싫다는데 노동자가 떼를 쓰다며 아파트 주민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고용하는 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 세상에서 성기춘 씨와 뉴대성운전전문학원의 노동자들은 오늘도 아파트 길가에 놓은 작은 천막을 지킨다. 새로 개장한 운전학원으로 가서 확성기를 튼다. 그것은 투쟁이자, 일하는 사람이 일할 권리를 외로이 묻는 일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60112335930060#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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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손실보다 지원액이 더 많았다? 청문회장 발칵 뒤집은 중기부 자료의 ‘허점’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
남소연 기자 
발행2021-06-01 18:06:47
장과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정의철 기자 / 공동취재사진 
 
'지금까지 정부가 지급했던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 손실추정액보다 더 많았다.'</figcaption>

소상공인 정책의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지난달 25일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 직전 여야 의원들에게 배포한 두 장짜리 자료의 골자다.

해당 자료가 공개되자 청문회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라며 자료의 정확성을 문제삼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다.

중기부 추산 자료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82%가 과다지급을 받았다'라느니, '막 퍼주더니 손실보다 재난지원금을 더 지급했다'는 식의 보도까지 이어지자, 중기부에서 당장 해명자료를 내야 한다는 호된 질타도 이어졌다. 피해 상황을 호소하기 위해 청문회장을 찾았던 참고인들도 자신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수치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중기부조차도 추계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이 자료에는 대체 어떤 허점이 있었던 걸까.

 

'과소집계' 비판 쏟아진 중기부 추산 자료
여야 의원들 모두 손실액 추계 정확성 지적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25일 열린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에서 배포한 '집합금지·영업제한 소상공인 손실추정 및 기지원금 분석' 자료 일부.ⓒ민중의소리

문제의 자료는 '집합금지·영업제한 소상공인 손실추정 및 旣(기)지원금 분석' 자료로,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소상공인에게 얼만큼의 손실이 발생했는지를 중기부가 추산해 정리한 것이다. 국회에서 수개월째 공전 중인 손실보상법 논의를 위한 참고자료인 셈이다.

중기부는 이 자료에서 소상공인 손실추정액 합계를 최소 1.3조원, 최대 3.3조원으로 계산했다. 1.3조원은 영업이익 감소분만을 계산한 것이고, 3.3조원은 영업이익 감소분에 고정비용(인건비·임차료)까지 추가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새희망자금·버팀목자금·버팀목자금플러스 등으로, 총 지원금액은 5.3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지자체 지원금까지 더하면 소상공인 지원금액은 6.1조원으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소상공인의 손실추정액보다 정부의 지원금액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총액이 아닌 업체별로 따져본 자료도 마찬가지였다. 중기부는 손실추정액보다 지원금을 더 많이 받은 업체가 분석 대상 업체 중 95.4%(64.6만개)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반대로, 지원금보다 손실이 더 큰 업체는 3.1만개(전체의 4.6%)에 불과했다. 고정비용까지 반영하더라도 손실보다 지원금을 더 많이 받은 곳이 81.7%(55.4만개)였고, 손실이 더 큰 곳은 18.3%(12.4만개)였다.

중기부는 ▲2019년 일평균 매출액 ▲실제 규제 기간의 2019년 동기대비 매출 감소율 ▲국세청 고시 자료 등을 반영해 '영업이익 감소분'을 계산한 뒤, 손실추정액을 계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정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안과 반영한 안, 두 가지로 나눠 추정치를 내놓은 것이다. 고정비용은 통계청 자료 중 2019년 서비스업 조사 자료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을 활용했다. 규제 기간은 지난해 8월 16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반년가량으로 한정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실에 따르면, 중기부는 영업이익 감소분을 추산하는 과정에서 내년 국세청이 발표하는 '단순경비율'을 이용했다. 단순경비율은 매출에서 경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를 의미하는 건데,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경비/매출×100'이 된다.

문제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는 단순경비율을 활용해 영업손실을 계산할 경우 실제 손실보다 과소집계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가령, 매출이 1천만원인 A업체의 단순경비율이 50%이면, 비용은 500만원이고, 소득액은 500만원이다. 이 업체의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져 500만원을 기록했고, 여기에 단순경비율 50%를 적용하면, 비용은 250만원, 소득액은 250만원이므로 손실액 역시 250만원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실제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비용은 이전에 비해 20%가량 감소해 400만원이라고 한다면, 소득액은 100만원이다. 따라서 실제 영업손실액은 250만원이 아니라 400만원이 되는 것이다. 즉, 단순경비율을 적용해 손실추정액을 계산하려면 매출이 줄어든 만큼 비용 역시 줄어야 하는데 현실은 매출은 급감한 반면,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에 오류가 생기게 된다.

17개 중소상인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집한제한·손실보상 관련 요구사항 전달 합동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떨구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1.1.28ⓒnews1

중기부가 고정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활용한 자료도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는 통계청 자료 중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을 활용했는데, 고정비용에는 인건비·임차료뿐 아니라 각종 세금과 공과금, 보험료 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실에 따르면, 중기부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을 통상 25~40% 정도가 된다고 봤고, 실제 손실추정액을 계산할 때에는 25%로 적용해 계산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최승재 의원실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중기부에서는 통상적으로 했다는데, 지금 인건비도 많이 오르고 임대료도 많이 상승된 게 아닌가. 실제 소상공인들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이) 25%가 넘는다고 한다"며 "이것을 너무 낮게 책정하다 보니 손실추정액이 굉장히 낮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상이나 규제 기간을 축소해서 계산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중기부가 밝힌 손실추정액을 계산할 때 밝힌 대상은 버팀목플러스 1차 신속지급 데이터베이스(DB)에 있는 67만 7,941개 업체다. 막대한 손실을 견디다 못해 폐업한 업체는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중기부는 '집합금지·영업제한'이라는 정부의 직접적인 행정 조치가 시작된 시점을 지난해 8월 16일부터로 설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22일부터 이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했고, 일부 시설과 업종에 대해서는 운영 제한 조치도 실시했기에 규제 기간을 8월 16일이 아닌 3월 22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계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중기부 조주현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청문회에서 "작년도에 취해진 조치 중에 국가가 한 것도 있고, 지자체가 한 것도 있고, 좀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소관 상임위 의원실도 모른다는 중기부 산식
청문회 당시 지적된 문제 보완해 다시 손실추정액 내놓을 듯

최승재(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의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손실보상법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 공동취재사진

현재로선 중기부가 정확히 어떤 산식을 거쳐 이같은 손실추정액을 내놓았는지 알 수는 없다. 산자위 소속 의원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중기부는 추정액을 산출한 근거를 구두로만 설명했다. 서면 자료를 제출하긴 했지만, 서면 자료에는 손실추정액을 산출하기 위해 고려한 항목들만 나열돼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청문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자세한 산식을 공개해달라"고 앞다투어 요구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청문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중기부에서는 각 의원실의 구체적인 산식 자료 요구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자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업종별로 영업이익을 어떻게 산출해서 추산한 것인지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 중기부 쪽에서는 계속 미루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만, 중기부에서도 자료의 한계를 인정한 만큼 이후 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해당 자료를 다시 보완해 손실추정액을 추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자위 소속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기부가) 청문회에서도 추계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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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중심 통일교육”, “북, 제대로 알자”

제23회 늦봄통일상, 경기평화교육센터·통일TV 진천규 수상

  • 기자명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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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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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6.0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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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는 1일 오후 ‘문익환 통일의 집’에서 제23회 늦봄 통일상 축하 잔치‘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문익환 통일의 집' 유튜브 채널과 통일뉴스 등으로 생중계됐다.  

 

“경기평화교육센터와 <통일TV> 진천규 대표는 각각 교육과 미디어 분야에서 오랫동안 늦봄 정신을 실천하며 애써왔기에 오늘 제23회 늦봄통일상 수상에 딱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는 1일 오후 5시 서울 수유리 ‘문익환 통일의 집’에서 제23회 늦봄 통일상 축하 잔치‘를 열어 경기평화교육센터와 통일TV 진천규 대표에게 시상했다.

김거성 심사위원장은 “이번 늦봄통일상 공모에는 총 8건의 단체, 개인들이 참여”했고, “심사위원회는 서류심사와 채점을 거쳐 5월 7일 제2차 회의에서 경기평화교육센터와 <통일TV> 진천규 대표를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제23회 늦봄통일상 심사위원은 심사위원장인 김거성 목사를 비롯해 김귀옥 한성대 교수,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김용섭 한빛교회 교우, 문용민 음악평론가,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이 맡았다.

송경용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장(왼쪽)이 이상선 경기평화교육센터 대표에게 상패와 꽃다발을 안겨줬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송경용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장(왼쪽)이 이상선 경기평화교육센터 대표에게 상패와 꽃다발을 안겨줬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먼저 경기평화교육센터에 대해 “2012년 2월에 새롭게 창립하여 현재까지 학습자 중심의 평화통일교육, 참여 중심의 평화통일교육의 확산과 경기지역의 평화통일교육 활성화에 귀감이 되는 단체”라며 “이전까지 안보 중심에서 평화 중심의 통일교육으로 전환”해 “지역 통일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는 평화통일교육을 할 수 있도록 초등 1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학년별로 참여형, 체험형 교육방안을 개발하였으며, 아울러 통일교육의 지방화의 모범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고 공적을 기렸다.

홍승헌 한빛교회 담임 목사(왼쪽)가 진천규 통일TV 대표에게 상패와 꽃다발을 안겨줬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홍승헌 한빛교회 담임 목사(왼쪽)가 진천규 통일TV 대표에게 상패와 꽃다발을 안겨줬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통일TV> 진천규 대표에 대해서는 “북녘의 국경이 닫히기 직전인 2020년 1월까지 총 17차례 방북, 북녘을 생생히 취재하여 있는 그대로의 북녘을 소개”했고, “남측의 케이블 방송에서 북측 제작 영상물을 방송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가 취재한 내용은 책과 방송, 강연 등을 통해 각계각층에 전파되었고, 왜곡된 북녘에 대한 인식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강화하며 나아가 평화공존, 공동번영을 위해 기여한 바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거성 위원장은 “제23회 늦봄통일상을 통해 그동안의 노고에 마음 깊이 감사드리고 그 공로를 기린다”면서 “앞으로 더욱 힘차게 노력하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평화교육센터 이상선 대표는 “평화보다는 대결을, 공존보다는 체제 경쟁을 강조하는 안보중심의 통일교육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어른들은 오랜 시간 미운 감정으로 전쟁의 불안 속에 살아왔지만 이제 아이들만은 미운 감정 없이, 전쟁의 불안 없이 사이좋게 평화롭게 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상선 대표는 “경기평화교육센터는 청소년과 시민들의 평화통일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며 △초~고등학교 학년별 맞춤형 교안 제작 △접경지역 탐방 체험 프로그램 △활동 프로그램 교육(통일 만다라트, 통일기차 타고 세계여행, 남북 언어 빙고, 신호등 토론 등) △평화 감수성 교육(통일그림책 교육, 북 바로알기, 미디어 리터러시 등) 등을 성과로 꼽았다. 나아가 “경기도에서부터 평화통일교육의 전국화, 지방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1학년 김다영 학생이 축가를 부르고 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1학년 김다영 학생이 축가를 부르고 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통일TV> 진천규 대표는 “수유리 문익환 목사님 댁에 1988년도 89년도 한겨레신문 사진기자 할 때 김신묵 어머님 취재 온 기억이 새롭게 난다”며 “통일TV라는 매체를 하기 위해서 사실은 방북취재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 국적의 진천규 대표는 미국 영주권자 신분으로 2017년부터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 취재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 정말 너무 왜곡되게 알려져 있고, 너무 거짓되게, 그리고 너무 악의적인 증오에 찬 비방, 비난에 가까운, 저주에 가까운, 이런 것들을 좀 정확히 제대로 알자라고 해서 통일TV를 준비해서 이제껏 왔다”고 강조하고 “5월 6일 3년 만에 등록증을 받아서 12월 개국을 하는데 기초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통일TV> 임직원과 부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송경용 신부는 “요즘처럼 평화가 간절하고 우리 늦봄 문익환 목사님, 박용길 장로님의 헌신과 열정이 그리울 때가 또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늦봄통일상이 우리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데, 또 그런 기운을 삼천리 방방곡곡에 퍼트리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 믿고 그것이 우리 늦봄 문익환 목사님의 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치하했다.

고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3주년을 기념한 생일떡 자르기. [캡쳐사진 - 통일뉴스]
고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3주년을 기념해 생일떡 자르기가 진행됐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송경용 신부는 늦봄 문익환과 봄길 박용길이 ‘로맨티스트’였다며 “어떻게 그렇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나누셨을까, 이런 게 늘 궁금하고 부럽기도 하다”며 “남북이 그런 사랑의 마음으로 평화와 통일을 이루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늦봄 문익환 목사 탄생 103주년 기념일에 나종이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축하 잔치는 남산초 4학년 김건휘 학생의 ‘우리의 소원’ 여는 노래로 시작됐고, 고춘식 기념사업회 이사의 축시 낭독,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1학년 김다영 학생의 축가, 문익환 생일떡 자르기 등이 어우러졌다.

이날 시상식 축하 잔치는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와 한빛교회가 공동주최하고 통일맞이가 협력했으며, 통일뉴스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했다. 행사는 ‘문익환 통일의 집’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 라이브, 그리고 통일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기념사진도 자연스럽게 남겼다. 왼쪽 붉은 드레스가 사회자 나종이 아나운서. [캡쳐사진 - 통일뉴스]
기념사진도 자연스럽게 남겼다. 왼쪽 붉은 드레스가 사회자 나종이 아나운서. [캡쳐사진 - 통일뉴스]

‘늦봄통일상’은 분단의 벽을 넘어 민족화해를 실천하고, 통일시대를 선포한 늦봄의 정신을 기리고자 1996년 제정되었으며, “늦봄의 사랑을 오늘에 실천하고 있는 단체와 개인”에게 시상된다.

제1회(1996년) 늦봄통일상은 고 윤이상 작곡가와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민가협)이 공동수상했고, 제4회(1999년)는 고 리영희 교수, 제8회(2003년) 고 김대중 대통령, 제11회(2006년) 백낙청 6.15남측위 상임대표, 제16회(2011년) 민족21, 제22회(2020년)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이 수상한 바 있다.

이 상을 주관하고 있는 사)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는 문익환 목사와 박용길 장로가 사시던 ‘문익환 통일의 집’을 2018년에 복원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근현대사의 귀중한 자료들을 보존하고 연구하며 전시와 교육을 통해 평화와 통일을 꿈꾸는 박물관으로 가꾸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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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이 범죄가 아니라 국가보안법 자체가 범죄이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6/0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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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시민사회 원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권오헌 (사)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최병모 변호사·문대골 목사·안충석 신부·장남수 유가협 회장·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전덕용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이종걸 민족화해협력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원로들이 참여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시민사회 원로와 부산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먼저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시민사회 원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권오헌 (사)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최병모 변호사(전 민변 회장)·문대골 목사·안충석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장남수 유가협 회장·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전덕용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이종걸 민족화해협력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진보·시민단체 원로들이 참여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 원로 196명은 이날 선언문에서 “국가보안법의 폐지 없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의 폐지 없이, 남북의 화해와 통일은 있을 수 없다”라며 21대 국회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선언문은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원로들이 나서서 각 당 대표와 국정원장을 면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은 기자회견 후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시민사회 원로 선언문'과 면담 요청서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전달했다.   © 김영란 기자

 

각계 원로들은 아래와 같이 국가보안법 폐지 이유를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의 역사적 의미는 첫째로 일제의 식민지 잔재 청산하는 것이고 둘째로 외세에 의해 왜곡되게 집행된 법 체제를 바로잡는 것이며 셋째로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은 자주민주통일 운동의 연장이다.” (권오헌 명예회장)

 

“지금이 국가보안법 폐지할 절호의 기회이다. 야당이 반대가 심하더라도 해야 한다. 21세기에 17세기의 법률 같은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아무리 남북 분단을 고려한다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 반드시 폐지하자.”(최병모 변호사)

 

“유신헌법과 쌍둥이인 국가보안법은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 가장 위배되는, 절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악령의 주범이다.”(안충석 신부)

 

“문익환 목사는 될 수 있으면 ‘친북을 해라’, 장준하 선생은 ‘통일은 무조건 좋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방법은 하나 되는 싸움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것이 범죄가 아니라 국가보안법 자체가 범죄이다.”(문대골 목사) 

 

“살아 움직이는 국가보안법을 정말 폐지해야 한다. 최근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체결의 전제도 국가보안법 폐지이다.”(이종걸 민족화해협력협의회 의장)

 

“민족 전체 구성원들이 국가보안법을 반대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고 후대들에게 문명적인 나라, 사회를 남겨주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 (이자훈 여순항쟁 서울유족회 회장)

 

한편,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종문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사무처장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 원로들의 선언문’과 면담 요청서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 전달했다. 

 

 

▲ 국가보안법폐지 부산행동이 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선자 통신원

 

또한 국가보안법폐지 부산행동(이하 부산행동)도 같은 날 오전 11시 부산지방경찰청 앞에서 ‘시대착오적인 공안사건 중단하고 관련자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최근 한 달 사이에 발생한 일련의 공안사건들을 보며 우리는 참담함과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공안기관의 칼날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바라는 그 어떤 단체를 향할지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라고 짚었다. 

 

부산행동은 “국가보안법 폐지는 이제 대세이다. 공안기관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대세를 막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행동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국가보안법 폐지 결단을 촉구했다. 

 

이성우 범민련 부산연합 의장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질 위기가 되자 통일운동가를 탄압하고 있다. 지금의 공안 통치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인지 공안기관의 작품인지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철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부산지부장은 지난달 29일 민변 총회에서 채택한 ‘국가보안법 폐지 특별의문’을 낭독하며 결의를 피력했다. 

 

민변은 특별결의문에서 “냉전체제의 종식과 함께 역사 속 유물이 되었어야 할 국가보안법이 2021년에도 적용되는 현실에서 진정한 자유와 민주,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더 이상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를 미룰 이유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된다”라며 국회와 정부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아래는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원로 선언문과 부산행동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아래----------------------------------

 

21대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역사적 소명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절대 과반의 의석을 부여한 지 이제 1년 2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지난 총선에서 그렇게 한 국민들의 민의는 정부와 여당이 촛불 민의를 관철하고,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 개혁을 힘있게 추진하라는 것이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국가보안법의 폐지입니다.

얼마전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동의 청원이 열흘도 되지 않아 10만명을 넘긴 것은, 이러한 민의를 다시금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국가보안법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인 북측을 적으로 규정하고,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모든 행위를 ‘이적행위’로 볼 것을 강제하는 반통일 악법입니다.

국가보안법은 73년간 수많은 민주 인사들을 희생시킨 반민주 악법이자, 지금까지도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상을 검열하는 반인권 악법입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 없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 없이, 남북의 화해와 통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국회가 응답해야 합니다.

최근 있었던 ‘세기와 더불어’ 출판 논란은, 국민들이 더 이상 국가보안법이 강요하는 대결과 적대를 수용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할 것입니다.

국회는 이미 역사의 무대 뒤로 퇴장하고 있는 대결과 적대의 잔해들에 위축되어, 미래로 나아가는 작업을 회피해서는 안됩니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분단악법을 폐기하여,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사상검열과 마녀사냥의 근거가 되는 반민주 반인권 악법을 폐기하여,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적극 보장해야 합니다.

그것이 촛불이 명령한 ‘나라다운 나라’일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민의가 분출되기 시작하자, 공안 당국은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을 구속하고, 국민의힘에서조차 문제삼지 않기로 한 <세기와 더불어> 출판 문제에 대해 김승균 대표를 압수수색하였으며, 충북 지역의 활동가들에 대한 압수수색, 범민련 간부들에 대한 기소를 강행하였습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기 위한 공안 당국의 시대착오적 행위를 규탄하며, 우리는 각 당 대표들, 국정원장 등과의 면담을 요구한다.

 

벌써 촛불항쟁 이후 4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21대 국회는 ‘촛불 민의 실현’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며, 반민주, 반인권, 반통일 악법 국가보안법 폐지는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2021년 6월 1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사회 원로선언 참가자 일동

 

원로 선언 명단(196명)

 

<시민사회>

강순정, 고철환, 구연철, 권광식, 권낙기, 권영길, 권오창, 권오헌, 권처흥, 김경민, 김교영, 김동한, 김병길, 김삼열, 김삼웅, 김세균, 김승균, 김시현, 김영만, 김영승, 김영식, 김영옥, 김영진, 김영표, 김영호, 김영훈, 김재하, 김종철, 김준기, 김칠준, 김한성, 김해섭, 김현우, 김형태, 김흥현, 나창순, 남상헌, 노수희, 노중선, 단병호, 명탄, 문경식, 문일승, 문홍주, 박덕신, 박석운, 박순자, 박순희, 박중기, 박진도, 박행덕, 박홍섭, 박희성, 배종렬, 배행국, 변숙현, 서경원, 성해용, 소순관, 송두환, 송무호, 신승철, 안재웅, 안학섭, 양길승, 양득승, 양연수, 양원진, 양희철, 원희복, 유선근, 유영표, 윤한탁, 이갑용, 이광석, 이광석, 이규재, 이길재, 이김현숙, 이명준, 이문교, 이문상, 이병창, 이부영, 이삼열, 이수호, 이시재, 이용위, 이윤, 이윤배, 이자훈, 이적, 이종걸, 이창복, 이천재, 이철, 인태순, 임방규, 임성규, 임옥상, 임재경, 임종대, 임종인, 임진택, 임헌영, 장남수, 장영희, 장임원, 전기호, 전덕용, 정강주, 정동익, 정해숙, 정현찬, 정혜열, 조성우, 조순덕, 조영건, 조준호, 조회환, 지은희, 천영세, 최병모, 최열, 하일민, 하해룡, 한기명, 한도숙, 한찬욱, 한창우, 한택근, 한충목, 홍갑표, 황건, 황금수

 

<종교계>

강해윤 교무, 금영균 목사, 김동준 신부, 김병균 목사, 김병운 신부, 김병환 신부, 김순태 신부, 김영신 신부, 김영태 신부, 김재열 신부, 김준호 신부, 김진소 신부, 김태윤 신부, 김환철 신부, 나궁렬 신부, 리수현 신부, 명진스님, 문규현 신부, 문대골 목사, 문정현 신부, 박덕신 목사, 박종근 신부, 박종상 신부, 박중신 신부, 박진량 신부, 박창신 신부, 범선배 신부, 범영배 신부, 법타스님, 서석구 신부, 서일웅 목사, 성태수 신부, 시공스님, 안충석 신부, 양재철 신부, 양홍 신부, 엄기봉 신부, 오현택 신부, 왕수해 신부, 원행스님, 유장훈 신부, 유종환 신부, 윤종관 신부, 이계창 신부, 이재후 신부, 이태주 신부, 이해동 목사, 전대복 신부, 정승현 신부, 정태현 신부, 조헌정 목사, 지선스님, 청화스님, 한기호 신부, 함세웅 신부, 현유복 신부, 호인수 신부, 홍성현 목사, 황상근 신부, 황용연 신부, 황인규 신부

 


 

국가보안법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시대착오적인 공안탄압 즉각 중단하고 관련자를 석방하라!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은 국회 10만 입법청원을 통해 여실히 증명되었다. 국회입법 청원 사례 중 가장 최단기인 10일 만에 달성된 결과를 보며 이제 국가보안법은 그 생명을 다해가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들은 이러한 현실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자신의 무소불위 권한을 유지해 온 공안기관만큼은 이런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발생한 일련의 공안사건들을 보며 우리는 참담함과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4.27시대 연구원 이정훈 연구위원의 구속, ‘세기와 더불어’ 출판사 김승균 대표 압수수색, 청주지역 진보적인 활동가들에 대한 압수수색, 범민련 간부들 불구속기소를 보면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공안기관의 칼날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바라는 그 어떤 단체를 향할지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이야말로 촛불국민들이 바라는 적폐청산의 우선과제라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고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촛불 민주주의 진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으며, 일련의 공안사건을 보더라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단체나 개인의 목소리는 불온시 되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이제 대세이다. 공안기관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대세를 막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과 공안기관의 명줄은 이제 촛불국민들이 쥐고 있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

촛불항쟁을 통해 국민들이 민주당에 만들어준 180여석의 의석은 우리 사회 부조리한 적폐들을 중단 없이 청산하라는 명령이었다. 그 과제중의 우선과제가 국가보안법 폐지이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결단만 한다면 국가보안법 폐지는 올해 가기 전에 가능한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 또한 재임기간 최대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어진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단해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폐지 부산행동은 시대착오적인 공안기관들의 공안사건 조작음모를 규탄하며 관련자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또한 21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더 많은 부산시민들과 함께 활동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2021년 6월 1일

국가보안법폐지 부산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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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 ‘남한 혁명통일론’ 버렸다…국보법 존폐 논쟁 새국면

등록 :2021-06-01 06:56수정 :2021-06-01 07:10

 

헌법과도 같은 노동당 규약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문구 지우고
“전국적 범위 자주·민주적 발전” 대체

남북 격차로 체제 생존 내몰린 북
현실-이데올로기 괴리 해소 차원
통일보다 ‘남북 공존’ 방향 선회
한국사회 보안법 논쟁 영향 줄 듯
 
북한이 올해 1월14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이 검은 털모자를 쓴 채로 만족한 듯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북한이 올해 1월14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이 검은 털모자를 쓴 채로 만족한 듯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북한이 남한을 ‘혁명 대상’으로 명시한 조선노동당 규약 속 ‘북 주도 혁명 통일론’ 관련 문구를 지난 1월 당대회에서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한겨레>가 31일 조선노동당 새 규약의 서문을 확인한 결과,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으로 제시됐던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조선노동당 새 규약은 올해 열린 ‘8차 당대회’ 닷새째인 1월9일 수정·채택한 내용이다.


이는 김일성 주석이 1945년 12월17일 ‘민주기지론’(북은 남조선혁명과 조선반도 공산화의 전진기지라는 이론)을 제창한 이래 80년 가까이 유지해온 ‘북 주도 혁명 통일론’의 사실상 폐기이자, 남북관계 인식틀의 근본적 변화를 뜻한다. 아울러 노동당 규약의 ‘북 주도 혁명 통일론’ 문구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여기는 국가보안법 존치론의 핵심 근거로 인용돼온 사정에 비춰, 한국 사회의 국가보안법 존폐 논쟁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 변화이기도 하다.

 

북한은 새 당규약을 채택하며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을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 실현”으로 대체했을 뿐만 아니라, ‘북 주도 혁명 통일론’을 뜻하는 기존 규약의 여러 문구를 대폭 삭제·대체·조정했다.

 

기존 노동당 규약 서문의 “조선노동당은 사회의 민주화와 생존의 권리를 위한 남조선 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성원”한다는 문구가 사라졌고, “민족의 공동 번영을 이룩”이라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 노동당 규약 본문의 “당원의 의무”(4조)에서 “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하여 적극 투쟁하여야 한다”는 문구는 대체 표현 없이 삭제했다.

 

노동당 규약은 남쪽의 헌법과 마찬가지로 절대적 권위를 지닌 최상위 규범이다. 당이 국가를 만든 ‘당·국가 체제’로 스스로를 인식해온 북한은 헌법 11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노동당의 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했고, 노동당 규약엔 “인민정권(정부 기구)은 당과 인민대중을 연결시키는 가장 포괄적 인전대(引傳帶)”라며 “인민정권이 당의 영도 밑에 활동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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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를 수반으로 하는 조선노동당이 ‘북 주도 혁명 통일론’을 사실상 폐기한 조처는 그 의미를 크게 세 갈래로 나눠 짚을 수 있다.

첫째, 1990년대 초반 ‘비대칭 탈냉전’(한-중·한-소 수교, 북-미·북-일 적대 지속)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남과 북의 국력 차이로 ‘북 주도 통일’은커녕 ‘체제 생존’ 모색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현실’과 ‘통치 이데올로기’의 격차 해소 조처다. 앞서 북한은 ‘김정은 후계 구도’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3차 노동당대표자회(2010년 9월28일)에서 이전 당규약의 “남조선에서 식민지 통치 청산” 문구를 삭제하고,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에서 ‘인민’을 삭제해 ‘남조선혁명론’의 급진성을 완화하는 등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격차를 조심스레 줄여왔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모색해온 “두개 조선”(Two Korea) 지향이라는 한반도의 미래상을 노동당 규약이라는 최상위 규범에 공식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남북 사이 표준시에 30분의 시차를 둔 “평양시간”(2015년 8월15일~2018년 5월4일) 제정을 통한 ‘시공간 분단’ 시도, 김일성·김정일 “두 영원한 수령”의 ‘민족’ 담론을 ‘국가’ 담론으로 대체한 “우리 국가제일주의 시대” 천명 등으로 ‘통일’보다 ‘국가 정체성’ 강화에 집중해왔다.

 

둘째, 1991년 남과 북의 유엔 동시·분리 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 등의 현실을 반영한 ‘공존’으로 방향 선회다. 첫째 이유와 맞닿은 이런 방향 선회는 북한이 앞으로 ‘통일’보다 ‘공존’ 모색 쪽에 대남정책의 무게중심을 싣는 추세를 강화하리라는 전망을 낳는다.

 

셋째, 북쪽의 노동당 규약 ‘혁명 통일론’ 폐기가 한국 사회 국가보안법 존폐 논쟁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첫 남북정상회담 때 “국가보안법은 도대체 왜 폐기를 안 합니까? 우리도 남쪽에서 제기하는 옛날 당 규약과 강령을 새 당대회에서 개정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서로 하나씩 새것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7년 10월 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상호 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통일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각기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10·4 정상선언’ 2조)고 약속했다. 이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적대시하는 대표적 법·제도인 노동당 규약과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염두에 둔 합의다.

 

한편,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관련한 노동당 규약 문구는 이번에도 삭제하지 않았다.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고”라는 기존 문구를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로 대체했다. 아울러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군국주의의 재침 책동을 짓부시며”라는 기존 문구를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로 바꿨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997464.html?_fr=mt1#csidx27456394516ed659dad676c75039b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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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망언 사죄없는 국민의힘...광주 합동연설회는 기만”

대학생들, 광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연설회 규탄 기자회견

김태현 통신원 | 기사입력 2021/05/3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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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연설회를 규탄하는 대학생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민의힘이 6월 11일에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겸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전북·주 지역 합동연설회이자 첫 합동연설회를 개최하자 대학생들이 즉각 반발에 나선 것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5·18과 관련 당 내부에서의 왜곡과 폄훼, 망언 행위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 있으면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연설회를 광주에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기자회견 주최·주관 단체인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을 비롯하여 대전충청대학생진보연합, 강원대학생진보연합 등이 모였다. 기자회견에서는 각지에서 온 대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 30일 오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광주·전남·전북·제주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에서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대학생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김태현 통신원

 

광주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한 대학생 발언자는 자신이 지난 17일 5·18 망언과 역사왜곡처벌법 전원 기권·반대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며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에 면담 요청을 하러 갔다가 경찰에 연행된 학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정 5·18에 대해 사죄한다는 정당이 면담 요청을 한 대학생들을 가차 없이 연행하는 게 옳은 행동이냐며 분노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그런 모순된 만행을 저지른 국민의힘이 이곳 광주에서 당대표 후보 연설회를 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그는 규탄했다.

 

대전에서 온 대학생 발언자는 5·18에 대한 망언과 왜곡, 폄훼를 자행한 것도 모자라 사죄 한마디 없이 뻔뻔하게 광주 땅에서 당대표 후보 연설회를 할 수가 있냐면서 이러한 모습에 너무나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그는 국민의힘이 5·18 망언, 왜곡, 폄훼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를 하기 전까지는 광주를 방문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춘천에서 내려온 대학생 발언자는 예전에 춘천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김진태가 5·18 관련 망언을 한 이후 지역민들이 ‘5·18 망언 김진태는 사퇴하라’라고 목소리 내었으며 결국 춘천시민들의 힘으로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진태를 낙선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태를 비롯한 국민의힘이 여전히 본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 뻔뻔하게 광주 땅에 와서 5·18 묘지 참배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에서 당대표 후보 연설회까지 한다는 게 정말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대학생들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뒤, 김대중컨벤션센터 일대에서 5·18 망언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피켓팅을 진행했다. 피켓팅 도중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탑승한 버스가 컨벤션센터로 들어오자 대학생들은 버스 주변으로 가 분노의 목소리를 외치며 당대표 후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규탄했다.

 

▲ 30일 오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광주·전남·전북·제주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현 통신원

 

▲ 30일 오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광주·전남·전북·제주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탄 차량이 들어오자 대학생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현 통신원

 

▲ 30일 오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광주·전남·전북·제주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탄 차량이 들어오자 대학생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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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이끄는 G7이 인정한 한국?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권신영의 해리포터 너머의 영국]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동-서 관계

21.06.01 07:28l최종 업데이트 21.06.01 07:28l
 2019년 8월 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  2019년 8월 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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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위기 속에서 세계 10위 경제 강국에 진입했고, 1인당 GDP에서 사상 처음으로 G7 국가를 제쳤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G7에 연속으로 초청되는 나라가 될 만큼 국가적 위상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두 문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연설(2021년 5월 10일) 전문의 일부로 한국 내 G7의 권위를 보여준다. 현 경제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언급되니 말이다. 여기서 제쳤다는 국가는 이탈리아고 초청받은 회의란 영국 맨 남서쪽 콘월(Cornwall)에서 6월 11~13일 사흘간 열리는 제47회 G7 회의를 가리킨다.  

정치학자 치아라 올다니의 말을 빌리면, G7은 "산업화된 국가들 중 마음이 통할 것 같은 멤버를 자체적으로 뽑아 결성한 클럽(self-selected club)"이다. 마음이 통할 만한 가치란 자유·인권·민주주의·법치주의·번영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 추구로, 대체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중세에서 근대 사회로 전환한 서구 사회의 가치이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공식 회원 역시 전형적인 서구로 여겨지는 유럽의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와 북미의 미국·캐나다다. 결국 G7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서구 사회 기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뜻으로 한국은 여기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서구 사회란 무엇일까. 서쪽은 동쪽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방향이 기준에 따라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 형태의 지구에서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서'로 묶인 데는 대서양 중심의 공간 의식이 있다.

대서양 중심의 세계관

지도의 역사는 인간 공간 의식의 확장과 성장을 보여준다. 지금이야 인공위성으로 어느 외딴 마을의 가로수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어 그 의의가 많이 희석되었지만, 인간은 정확한 지도를 만들려고 청동기 시대부터 고군분투했다.

지리학적 지식은 곧 권력이었다. 정치권력이 뻗치는 영토와 세금을 부과하는 토지와 경제 활동 공간을 표시한 지도는 통치에 필수적 도구였다. 지도에 담긴 지형에 대한 정보는 군사력에 버금가는 무기였으며, 항해에 있어서는 생사를 결정했다. 

객관적 정보가 일차적 요소지만, 지구를 평면화시키는 과정에서 주관성이 발생한다. 대륙을 자르지 않기 때문에 지구를 평면화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로, 아래에 보다시피 대서양을 자른 태평양 중심의 지도와 태평양을 자른 대서양 중심의 지도가 있다.

한국은 태평양 중심의 지도(위)를, 유럽과 미국은 대서양 중심의 지도(아래)를 사용한다. 대륙의 배치는 꽤 의미심장하다. 양쪽 모두 자국 중심적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욕망을 표출한다.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대외 관계의 범위, 문화권도 가늠할 수 있다.
   
 태평양 중심의 세계지도
▲  태평양 중심의 세계지도
ⓒ 위키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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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서양 중심의 세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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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도에서든 객관적 거리는 똑같다. 문제는 상대적인 공간 개념이 언어로 표현될 때 발생하는 지적 헤게모니다. 동경과 서경, 서구(the west), 극동(Far East)과 같은 어휘가 그 예로, 이들은 19세기 근대 지리학을 주도한 영국이 형성한 대서양 중심의 세계관에서 비롯되었다.

태평양 중심의 지도에서 보면, 한국이 굳이 극동일 필요가 없고 오히려 영국과 유럽이 극서 (Far west)가 되는 것이 옳다. 또 태평양 시각에서는 서쪽의 유럽과 동쪽의 미국을 서구로 같이 묶기가 곤란하다. 한국과 아시아는 19-20세기 초 지식 헤게모니에서 밀렸기 때문에 태평양 중심의 공간 개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서양 중심의 지리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동-서의 기준

현재 동-서 구분의 국제적 기준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로, 이 과정의 숨은 공신은 철도다. 산업 혁명 이후 석탄 및 광물을 신속히 운반할 기술 개발 노력 끝에 영국은 1804년 증기 기관차를 개발해 19세기 주요 산업 도시들을 철도로 잇기 시작한다.

영국의 증기 기관차와 철도 기술은 1830년대 미국·프랑스·독일 등으로 수출된다. 영국은 1850년대부터 식민지인 인도·이집트·남아프리카에도 철도를 부설해 식민지 사회로 좀 더 깊이 침투했다. 철도로 물리적 거리를 어느 정도 극복한 19세기 후반에는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인적 물적 교류가 수월해지고 우편과 체신 산업도 빠르게 성장했다.

철도 발달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지역 간 시간차였다. 당시 각 지역들은 고유의 시간 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가령 런던·맨체스터·버밍햄의 시간은 몇 분 혹은 몇 십분 간격으로 달랐다. 이것은 기차의 출발·도착 시간 표시에 일대 혼란을 일으켰다. 결국 영국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시간 개념을 도입해 런던과 중서부 도시 간 철도 노선 시간표를 1840년에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철도 시간표지만, 사실은 지역 시간(local time)에서 전국적으로 통일된 시간(national time)으로의 전환이라는 의의가 있다.
 
큰사진보기 1852년도에 제작된 그리니치 표준시
▲  1852년도에 제작된 그리니치 표준시
ⓒ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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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인 영국은 국내 시간 통합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의 시간을 표준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작업의 핵심 인물이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 소속 왕립 천문학자 조지 비덜 에어리(George Biddell Airy, 1801-1892)다. 1835년부터 그리니치에 재직한 에어리는 기존 자오선(천구의 두 극과 천정을 지나 적도와 수직으로 만나는 큰 원, 시각의 기준)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 1851년 그리니치 자오선을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 식민지들이 에어리의 그리니치 자오선를 사용하면서 이후 항해 및 각종 지도 제작에 이용되었다.

항해 무역과 전신 전보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19세기 후반 나라별로 존재하는 자오선이 혼란을 일으켰고, 표준화된 국제 기준을 원했던 미국은 1884년 워싱턴 D.C 에서 국제 자오선 회의를 개최했다. 세계 26개국이 참가해 그리니치 자오선을 전 세계 시간 체계의 기준으로 정했다. 파리 자오선을 사용하던 프랑스가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유보 입장을 보였지만, 프랑스도 1911년에 받아들인다.

G7의 이면

19세기 영국의 지식·권력·자본이 만들어낸 대서양 중심의 동-서 개념은 한국에 수용되지만, 시대적 가치에 따라 함의하는 바는 바뀌었다. 19세기 말까지 서구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처음 청나라를 통해 소개되는 서구 문물은 그저 낯설고 새로운 것이었지만, 서학(천주교)의 평등사상이 신분제 질서를 기반으로 한 성리학과 충돌하면서 천주교 박해나 쇄국 정책 등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주의가 팽배했던 192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동-서는 전통(구)과 근대(신)를 의미했다. 서양과자, 단발, 서양식 교육, 유럽식 주택, 핵가족, 육아 등 대중 소비문화와 모더니즘이 유행했다. 전통적 젠더 질서와 부딪친 신여성과 자유연애는 사회적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서구 근대 문물의 유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공황 이후인 1930년대부터 2차 대전이 끝나는 1945년 사이 동-서는 각각 공동체주의와 개인 이기주의를 상징했다. 이 담론을 주도한 것은 일본 제국주의로 개인의 권리를 기반으로 한 서구 법질서를 아시아와 맞지 않는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일제는 그 대안으로 가족 공동체주의를 외치며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과 도덕적 국가를 이상화했다. 경제적으로는 서구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가 주도하는 통제 경제를 주장하며 서구와 맞설 수 있는 대동아 공영권을 구상했다. 공영권의 지도자로 일본 자신을 설정한 후 조선과 대만에서 황국 신민화 정책을 추진했다. 

해방 후 동-서 관계는 후진국과 선진국의 관계로 전환된다. 1950년대 서구 사회는 소비에트와 동유럽의 사회주의화 속에서도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인정하는 민주주의와 사적 소유를 보장하는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사회로 그려졌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서구식 민주주의의 안정적 실행과 서구식 경제 발전을 목표로 세운다.

1970년대는 여기에 하나 더 보태진다. 동-서를 정신과 물질로 구분해 한국의 전통적 가치, 특히 효와 충에 기반을 두어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경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경제적으로는 더 강화된 국가 중심의 경제 발전 논리, 정치적으로는 소위 한국식 민주주의인 유신 체제로 귀결된다.

이후 1990년대 민주화, IMF 금융위기, 국제화를 거치며 서구의 제도는 '발달된' 혹은 '합리적' 국제 기준으로서 환기되고 주요 참고 자료로 인용되었다. 2021년의 'G7을 제쳤다'와 'G7 연속 초대'에서 보이는 G7의 권위는 이 흐름 위에 있다. 

결론적으로 G7의 권위는 동-서 관계 해석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상대적인 것이다. 
 
큰사진보기 영국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워터에이드(WaterAid) 회원들이 25일(현지시간) 런던 타워브리지 앞 포터스 필즈 공원에 3.5m 높이의 모래시계를 설치하고 있다. 이 모래시계는 내달 11~13일 런던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물 부족을 초래하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설치됐다. 2021.5.25
▲  영국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워터에이드(WaterAid) 회원들이 25일(현지시간) 런던 타워브리지 앞 포터스 필즈 공원에 3.5m 높이의 모래시계를 설치하고 있다. 이 모래시계는 내달 11~13일 런던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물 부족을 초래하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설치됐다. 2021.5.2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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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을 인정했을 때 한국은 G7이 현재 불평등과 환경 문제에 지대한 책임이 있음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매년 회의장 근처에서 대규모 반 G7시위가 발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위대는 G7이 지난 수십 년간 남미와 아프리카의 자원을 이용해 환경을 희생시켜 자국 이익을 극대화했고, 불평등을 악화하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해 왔다고 비판한다. 다행히 올해는 환경, 코로나 백신, 다국적 기업 세금 등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초청국까지 합치면 세계 경제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이 어떤 합의를 도출해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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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이 박물관을 뛰쳐나온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6/01 07:49
  • 수정일
    2021/06/01 07: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민플러스
  •  
  •  승인 2021.05.31 13: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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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던 국가보안법이 연일 칼춤을 춘다. 5월에만 벌써 4건째다.

▲4.27시대연구원 이정훈 연구위원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 압수수색과 구속(14일),

▲범민련 원진욱 사무처장 외 1명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등 혐의 기소 통보(15일)

▲민족사랑방 김승균 대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 압수수색(26일),

▲충북청년신문 손종표 대표 외 3인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 압수수색(27일).

박물관에 있던 국가보안법이 왜 지금 뛰쳐나온 것일까?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청원이 달성돼 존폐 위기에 몰린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고, 국정원법 개정으로 대공수사권이 경찰청 안보수사국으로 이전되는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말하자면 국가보안법으로 연명해 온 검경 내 공안세력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것. 하지만, 진짜 이유는 더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다.

민주정부 하에서 국가보안법이 준동한 예는 드물다. 특히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공안사건이 이렇게 터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제7조(찬양 고무 등)만이라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는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태다. 그런데 왜 문재인 정부는 국가보안법의 칼춤을 묵인 방조했을까?

문재인 정부가 과거 분단독재 세력들처럼 국가보안법을 공안탄압에 악용할 리 없다. 그렇다면 왜? 칼춤 뒤의 가면을 벗기기 위해선 국가보안법 사건의 90%를 차지하던 7조(찬양 고무 등)가 아니라 8조(회합 통신 등) 위반 사건이 속출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제8조는 사문화돼 있었다. 왜냐하면, 6.15공동선언 이전에는 북한(조선) 사람과 회합 통신이 불가능했고, 이후에는 누구나 회합 통신을 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평양 방문자 4만 명, 금강산을 200만 명이 다녀온 데다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자유롭게 북한(조선) 동포와 소통이 가능해졌다.

사실 회합 통신으로 죄를 묻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정훈 연구위원, 원진욱 사무처장, 손종표 대표에 8조를 적용했고, 김승균 대표에까지 회합 통신 여부를 취조했다.

혹시 여론에 밀려 국가보안법 7조가 폐지될 경우를 대비해, 대신 8조를 적용한 판례를 만들려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더 깊이 숨어있다.

국가보안법과 대북제재 사이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보안법 8조(회합 통신 등) 위반을 걸고 드는 이유는 대북제재와 관련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확인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대북 경제교류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런데 사업가들이 개별적으로 대북 투자를 진행할 경우 마땅한 제재 방안이 없다. 남북교류협력법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미국의 대북제재를 우리 기업가들에 적용할 수도 없는 일.

결국, 남북 경제교류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8조(회합 통신 등)를 적용, 만남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미국에 우리의 대북제재 의지를 증명하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 혐의로 감옥 가고, 압수수색 받는 광경을 보고 나서 누가, 어떤 사업가가 대북 경제교류에 나서겠는가. 개성에 이미 자기 공장이 있는 기업가들도 겁이 나서 몇십억 투자금을 홀라당 날리고도 입도 뻥긋 못하는 판이다.

이런 선례는 IT사업가 김호 씨 사건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의 대북제재 이행 의지에 의혹을 가지던 2018년 8월, 김호 씨는 국가보안법상 기밀누설, 금품수수, 편의제공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국정원은 “김호 씨 사건은 이념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혀, ‘내국인을 대북 제재 위반으로 기소할 수 없으니 국가보안법을 적용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샀다.

공안정국 조성용으로 악용되던 국가보안법이 문재인 정부 들어 미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대체법안으로 기능한다. 국가보안법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 걸면 코걸이 식의 위험한 악법임이 또 한 번 입증되었다.

공안당국은 국가보안법 8조(회합 통신 등)를 자의적 판단에 따라 민간교류에만 선별 적용한다. 이로 인해 남북 간 민간 차원의 모든 교류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 앞으로 설사 코로나19 상황이 풀린다 해도 국가보안법 8조가 두려워 남북 간 민간교류와 기업의 경제협력은 불가능해 졌다.

대선을 앞둔 문재인 정부는 남북교류보다 한미동맹에 더 충실하다는 것을 미국이 믿어줘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2018년 평양에서 한 연설 “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2018.9.19)이라던 그날의 약속을 저버린 후과는 어떻게 감당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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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죽음 헛되지 않게 힘 되어주세요”...산재사망 화물노동자 딸의 호소

청와대 국민청원 “인명 사고 없다는 이유로 위험작업 개선 안 해”

이승훈 기자 
발행2021-05-31 18:21:43 수정2021-05-31 18:21:43
<figcaption itemprop="caption description" style="box-sizing: border-box; text-size-adjust: none; margin: 10px 0px; padding: 0px; border: 0px; outline: 0px; color: rgb(153, 153, 153); font-family: "Apple SD Gothic Neo", "Malgun Gothic", "맑은 고딕", "Noto Sans", Dotum, 돋움, sans-serif; font-size: 14px; letter-spacing: -0.75px;">쌍용 씨앤비 공장 화물노동자 산재사망사고 국민청원ⓒ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figcaption><figcaption itemprop="caption description" style="box-sizing: border-box; text-size-adjust: none; margin: 10px 0px; padding: 0px; border: 0px; outline: 0px; color: rgb(153, 153, 153); font-family: "Apple SD Gothic Neo", "Malgun Gothic", "맑은 고딕", "Noto Sans", Dotum, 돋움, sans-serif; font-size: 14px; letter-spacing: -0.75px;"> 지난 26일 조치원 쌍용 씨앤비(C&B) 공장에서 발생한 화물노동자 산재사망사고와 관련해 유족이 쓴 것으로 보이는 호소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재해자의 딸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화물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회사의 위험 작업 지시 등이 있었다며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힘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figcaption>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치원 쌍용 C&B 공장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52살 화물노동자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에서, 작성자는 회사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고도 파지 부스러기가 날린다는 이유로 위험한 작업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화물노동자 산재사상사고 장소ⓒ화물연대본부 제공

그는 “짐을 내리는 곳에는 큰 경사면이 있었고, 여기를 후진으로 내려가면 짐이 문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작업 환경은 안전하지 못했다”라며 “이를 알면서도 쌍용 C&B는 평지에서 컨테이너 문을 열고 작업장으로 내려오면 파지 부스러기가 날린다고 경사면을 내려온 후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짚었다. 이어 “원래는 평지에서 컨테이너 문을 개폐 후 작업장으로 내려가 짐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었다”라며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파지 부스러기가 날린다며 작업장으로 내려가 차가 기울어진 상태로 컨테이너 문을 열라며 작업방식을 바꿨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작업 방식으로 작업을 하다가 컨테이너에 실려 있던 화물이 떨어진 적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인명 사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았다. 아빠나 (동료) 화물노동자가 아닌 전문 인력을 고용해서 작업했다고 해도,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작업환경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경사면이 있어서 트럭을 후진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 안 적재물이 입구 쪽으로 쏠릴 위험이 농후해 보인다. 재해자 장 모(52) 씨 또한 컨테이너 문을 여는 과정에서 안쪽 적재물이 쏟아지면서 300~500kg의 파지더미에 깔렸다. 정 씨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 갔으나, 다음 날인 27일 중환자실에서 장기파열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졌다.

작성자는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이 화물노동자의 고유 업무가 아닌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작성자는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은 쌍용 C&B 회사에서 전문 인력을 고용해 안전과리자를 배치한 후, 전문 인력이 해야 하는 일”이라며 “컨테이너 문 개폐, 컨테이너 내부 청소는 (재해자와 같은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라 화물노동자가 하지 못하게 되어 있고, 국토부에서도 ‘이러한 작업을 차주에게 수행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는) 비용절감과 관행이라며 이 위험한 일을 화물노동자에게 시켰고,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전문 인력을 고용하지 않았다”라며 “더군다나 이 위험한 작업을 하는 곳에 안전관리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라고 분노했다.

산재사망사고 피해 노동자 유족ⓒ화물연대본부 제공

또 작성자는 “화물노동자들은 작업현장에서 힘이 없기에 컨테이너 문을 개폐하라면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거나, 작업 순번을 끝으로 미룬다거나 출입을 못 하게 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라며, 화물노동자들이 고유 업무도 아닌 일을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회사는 아빠 사고가 있었던 당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똑같은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갔고,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며 사고 현장을 훼손했다”라며 “부당한 사고를 만들고 사람을 죽인 쌍용 C&B는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발뺌하며, 책임 전가만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살다 간 우리 아빠를 위해, 아직도 안전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일하는 남은 화물노동자들을 위해, 더 이상 어느 누구도 희생당하지 않게, 쌍용 C&B가 잘못을 인정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힘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해당 청원은 현재 ‘검토 중’ 상태다. 검토 기간에도 청원에는 참여할 수 있으며, 31일 오후 6시20분까지 4705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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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남북 관계 성과, 골든타임은 6월 한달”

등록 :2021-05-31 04:59수정 :2021-05-31 07:21

 
정세현·문정인 특별대담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왼쪽)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실에서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왼쪽)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실에서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한겨레> 특별대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 회담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호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남북 협력 지지”를 공동성명에 명시한 사실을 특히 중요한 성과이자 대북 신호로 꼽았다. 다만 두 원로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남북, 북-미 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으로 이어지려면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구슬이 서 말은 된다. 그런데 꿰어야 보배”라며 “북이 호응해 나올 수 있는 매력적이고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다”고 짚었다. 문정인 이사장도 “총론적인 그림은 잘 그려졌는데 각론적인 인센티브가 하나도 없다”고 평했다. 이들 모두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 강행 또는 취소·중단 여부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를 가를 핵심 가늠자가 되리라고 봤다. 대담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실에서 이제훈 선임기자의 사회로 1시간30분 남짓 이어졌다.

 

사회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회담에서 나온 대북 메시지를 분석·평가한다면?

 

정세현(이하 정)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공동성명 문구가 확 눈에 띈다. 그 문장을 보고 ‘한-미 워킹그룹은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한-미 워킹그룹’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잘하면 남북 관계가 한 발짝 앞서가며 북-미 관계 개선을 유도하고, 북핵 문제 해결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잘됐다고 생각한다.

 

문정인(이하 문) 문 대통령이 그 문구를 근거로 유엔 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한 남북 관계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부가 얼마나 결기 있게 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우선 그걸 미국 대통령이 동의를 표해줬다는 사실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다만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이라는 공동성명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다툼의 여지는 있겠지만 두 정상이 기본 틀을 짜놨기 때문에 미국 쪽에서도 많이 수용을 해줄 것이다.

 

 문 이사장이 이미 지적했지만 미국이 ‘완전한 조율’이라는 명분하에 우리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한 것이 한-미 간 대북 정책의 기본 원칙이 되게 해야 한다.

 

사회 북이 일주일 넘게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미동도 없는 걸 보면 조금 북한 성에 차지 않는 것 같다.

 

 북한 쪽에서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의 실질적 협상 대상자는 미국인데, 내가 북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구상을 지금으로선 가장 잘 아는 남쪽과 비공식적으로라도 우선 접촉을 해서 미국의 생각이 뭔지 좀 물어봐야 될 것 같다.

 

 북이 한·미 정상의 구체적 논의 내용을 굉장히 궁금해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먼저 와서 설명해달라고 할 넉살은 없다. 코로나19 상황이라 특사 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고, 우리가 먼저 판문점에서 만나 설명을 하겠다고 물밑으로 전달하면 그쪽에선 아마 ‘불감청고소원’(청하지 못하지만 바라던 바)이라는 식으로 나오지 않겠나. 우리가 반드시 그 정도는 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실존적 문제이고,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라 신중을 기하는 듯하다. 남북이 조기에 판문점에서 만나면 좋은데, 기왕이면 정상 만남이 제일 좋다. 그런데 지금 시간이 없다. 북이 빨리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 얘기가 늦어도 7월부터는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북이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훈련을 일방적으로 중지하자고 미국에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이 전향적으로 움직여야 8월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남북 사이에 뭔가 만들 수 있다. 결국 골든타임은 6월 한달이다.

 

 그런 일정을 아마 북도 감지하리라 본다. 6월 상순 중에 우리 쪽에서 먼저 움직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5당 대표를 만나 코로나19 때문에라도 한-미 훈련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운을 뗀 사실에 주목한다. 우리가 강하게 주장하고 밀어붙이면 미국도 거기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 한-미 훈련을 강행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남북 관계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사회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사상 처음 대만해협이 명기됐다.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 한-중 관계를 짚어본다면?

 

 미국 요구를 거절하기 참 어려웠을 거다. ‘중국’을 명시하지 않고 대만해협이라고 쓴 것만 해도 우리가 굉장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바로 (비판하는) 반응이 나왔다. 그래도 중국이 한-중 관계의 특수성을 모를 리 없다. 대만해협은 우리 신남방 정책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만나는 연결 통로가 아닌가. 그런 면에서 한-중이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중국을 잘 설득해야 한다. 우리가 조심해야겠지만, (이번 일이 한-중 관계를 악화시킬) 산불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다면 중국이 사드 보복 이상의 조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있고,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 필요 언급은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과 미국한테도 하는 소리다. 누구든 평화를 깰 정도로 과하게 하지 말라는 우리의 의지가 들어가 있는 표현이다. 사실 이는 양체츠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도 모두 미국에서 사용한 표현이 아닌가.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 병행’이라는 정부의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 때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 일부 언론이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드디어 친미로 갔다고 얘기하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일부 언론은 대미 편중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대미 편중만 해서는 살 수 없는 처지다. 그건 미국도 알 것이다. 지정학적 특수성과 한-중의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 탓에 우리는 도리 없이 미-중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게 국익에 부합한다.

 

사회 한-미 정상회담에서 첨단산업·과학·기술 분야 협력이 한-미 동맹의 핵심 영역으로 급부상한 느낌이다.

 

 동맹의 성격 변화가 있다. 일방향적인 수혜 동맹에서 쌍방향적인 호혜 동맹으로, 군사·안보 동맹에서 비군사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 동맹으로,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적 차원으로 뻗어가는 전략 동맹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동맹’은 아니어야 한다. 경제 동맹을 지향한다는 것은 배타적 경제블록으로 간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다자주의와 협력과 통합의 열린 지역주의를 표방해왔다. 앞으로도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경제·과학기술 분야의 한-미 협력 긴밀화가 경우에 따라선 군사동맹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식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본다. 일찍이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도랑에 든 소가 양쪽 둔덕의 풀을 뜯어 먹는 것과 같은 외교를 미-중 사이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분야의 협력이 경제 동맹화하고 결국 군사 동맹과 한 덩어리로 뭉쳐 돌아가면 유연한 외교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44조원을 주고 코로나19 백신 55만 도스밖에 못 얻어왔다는 정치인과 언론도 있더라.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이 국가이익을 위해 손해 보는 거 봤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백신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포괄적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은 애초 우리 쪽 아이디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만족해하면서 문 대통령의 진정성과 창의성을 높이 평가한 것도 바로 이 대목에서다. 사실 지금 미국이 ‘백신 이기주의’라고 세계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이 지자체장을 맡은) 서울·부산·제주도만이라도 백신을 주면 좋겠다”고 청했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을뿐더러 미국의 처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행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고 다자 외교를 중시한다면서도 미국인부터 백신을 접종한 바이든 대통령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대안을 제시한 게, 바로 한국에 생산거점을 만들어 국제사회의 공공재로 쓰자는 ‘백신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시엔엔>(CNN) 보도를 보면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한테 감명받은 게 그 제안 때문이라고 한다. 외교의 격이 달라 보인다.

 

 백신 스와프가 80점이라면 백신 파트너십은 1000점짜리다.

 

사회 마무리 당부 말씀 부탁한다.

 

 한국의 대외관계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북한식으로 표현하자면 ‘사변적 사건’(epochmaking event)으로 기록될 만한 정상회담이라고 본다. 한국의 국격이 확 올라갔음을 확인한 회담이다. 특히 남북 관계 측면에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자기 입으로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히게 한 건 상당히 큰 성과다. 이걸 우리가 ‘완전한 조율’ 논리의 포로가 되지 않고 줏대 있게 풀어간다면, 2018년 봄처럼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촉진자 구실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기회의 창이 열렸다.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의 초기 구상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걸 우리가 아는 회담 결과로 만들어낸 데에는 문 대통령의 진정성과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배려는 물론, 치열한 협상을 한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부 팀의 노력도 크게 기여했다. 역대 한-미 정상회담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미완의 과제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대북 접근법에서 “완전히 일치된 조율”, 이게 앞으로 어떻게 작동할지, 미국과 완전한 조율이 안 됐을 때 한국 정부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둘째, 미-중 갈등의 와중에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도 큰 과제다.

 

김지은 기자,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997290.html?_fr=mt1#csidxe44456f4cd8f2229bd72f6bead7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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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도체 ‘초격차’ 옛말…팹리스 인력 육성해 지속 성장 모색해야”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메모리·파운드리 녹록치 않아…정부, 분야별 장기 전략 세워야”

조한무 기자 
발행2021-05-30 17:18:39 수정2021-05-30 17:18:39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김형준 사업단장이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사업단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2ⓒ김철수 기자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한다. 전 산업에 걸쳐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는 얘기다. 스마트폰과 TV, 컴퓨터 같은 IT·가전 제품뿐 아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이 멈춰 섰다. 5G 통신 기지국에도 반도체가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언택트 환경에서 전 세계 온라인 접속이 늘며 수요가 급증한 서버 구축에도 다량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 강자로 불리지만, 일부 분야에 국한된 평가다. 특히 설계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수요처 다변화로 반도체 설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위상은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의 반도체 설계 연구개발(R&D) 사업을 지휘하는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를 만나 한국 반도체 산업 현황과 발전 방향, 정부 정책을 짚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대면으로 진행하고, 27일 추가로 전화 통화를 했다.

김 단장은 시장이 한정된 메모리에만 집중해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력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한, 비메모리에서도 제조 기반의 파운드리뿐 아니라 설계 기반의 팹리스를 육성해 영역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팹리스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다”며 “시장 성장 전망도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메모리의 반도체 시장 비중은 약 30%다. 나머지는 비메모리 영역이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범용 성격을 띠어, 반도체 기업이 생산한 후 수요처가 사가는 방식이다. 연산 기능을 가지는 비메모리는 수요처 요구사항에 맞게 반도체를 설계 생산하는 주문형 방식으로 거래된다.

메모리 시장은 한 업체가 설계와 생산을 모두 수행하는 종합반도체업체(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가 주를 이룬다. 메모리는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크다. 수요가 떨어지는 불황을 견뎌야 해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비메모리는 수요처별로 종류가 다양해 설계와 생산이 나뉜다. 최종 수요 기업이 설계 업체에 주문을 넣으면, 설계 업체는 설계만 하고 생산은 위탁을 맡긴다. 설계 업체는 반도체 생산 공장(Fab·Fabrication facility)을 보유하지 않아 팹리스(Fabless)라 부르고, 위탁생산 업체는 파운드리(Foundry)라 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다. D램(데이터 단기 저장)과 낸드플래시(데이터 장기 저장) 모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위를 지키고 있다.

비메모리 산업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17%를 차지하는 수준에 그친다. 순위로는 세계 2위지만, 1위인 대만 TSMC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서 격차가 크다. 팹리스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한국 팹리스 업체는 약 150개로 중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김 단장은 메모리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메모리 ‘초격차’를 얘기하는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기 어렵다”며 “마이크론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 예전처럼 안전하게 따돌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 모두에서 한국 기업보다 먼저 기술개발 성과를 내놨다”며 “기술개발과 양산은 별개이기는 하지만, 마이크론 추격이 거세진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김형준 사업단장이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사업단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2ⓒ김철수 기자

마이크론은 세계 메모리 시장 3위 업체다. 반도체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선폭이 좁을수록 성능이 좋은데, 마이크론은 올해 초 세계 최초로 메모리에서 10나노 공정 양산을 발표했다. 실제 양산 과정에서 얼마나 높은 수율을 확보할지는 미지수지만, 선단 공정 양산 돌입 시점이 삼성전자를 앞질렀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낸드에서도 세계 최초로 176단 반도체 공급을 시작했다. 낸드는 높이 쌓을수록 좁은 면적으로 저장공간을 늘릴 수 있어, 단수는 기술력 가늠자가 된다.

파운드리에서 TSMC를 추격하는 일도 쉽지 않다. 김 단장은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느낌”이라며 “TSMC는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PC·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등 고성능 제품군에서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전망되는 선단 공정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기술력 핵심은 D램과 마찬가지로 선폭이다. 파운드리에서는 7나노 이하부터 선단 공정으로 본다. 현재 7나노 이하 공정을 양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양사는 5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한 상태다.

7나노 이하 공정을 위해서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수다. EUV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는데, 생산량이 한정돼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 확보 물량은 20대 안팎으로, TSMC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삼성전자는 공정 개발과 수율 개선 속도 경쟁 가운데, 적기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TSMC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고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진출에 나서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팹리스, 돈보다 인력…웨어러블·IoT 칩 시장 가능성 열려 있어”

팹리스 경쟁력 강화의 핵심으로 인력 양성이 꼽힌다. 김 단장은 “회사 쪽과 만나보면 입을 모아 ‘인력’을 얘기한다”며 “구직난이라는데, 현장에서는 인력이 없다고 한다. 미스매치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팹리스의 기반은 인력”이라며 “물론 자금 지원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돈보다 인력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중소·중견 업체가 반도체를 하나 개발하려면 모든 연구진이 달라붙어서 설계-시제품 테스트-수정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인력이 있으면 비용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연구개발과 양산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인력 부족으로 양산 단계까지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업단은 2026년까지 세계 팹리스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다.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시스템집적반도체개발사업단장을 맡은 바 있는 김 단장은 “굉장히 과감한 도전”이라고 운을 뗐다.

“그때도 팹리스 산업 육성을 시도했으나, 역시 인력 부족이 가장 컸다. 우수한 설계 인력 대개가 메모리 중심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흡수됐다. 팹리스는 기본적으로 창의력을 갖고 도전하는 일인데, 젊은 인력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혁신이 정체됐다”

시장 환경도 따라주지 않았다. 김 단장은 “10여년 전 한국의 세계 시장 팹리스 점유율이 4% 초반까지 갔다가, 지금은 3% 초반으로 떨어졌다”며 “당시 한국은 모바일 칩을 주로 만들었는데, 개별적으로 들어가던 칩이 기술 발전에 따라 AP로 통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바일 AP는 중소기업 영역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시장을 잃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통합칩 확대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적을수록 효율성이 높아진다. 차량을 예로 들면, 부품마다 반도체가 탑재되는 것보다 통합칩으로 여러 부품을 조작하는 편이 유리하다. 통합칩은 많은 기능을 수행하기에, 필연적으로 고도의 기술력이 수반된다.

김 단장은 한국 팹리스 산업의 단계적인 성장을 제시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AP·CPU·GPU 등 주요 품목은 글로벌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어 후발 주자가 파고들 틈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진입이 유리한 중급 기술 반도체 시장은 노려볼 만 하다는 판단이다.

“스마트폰 AP는 퀄컴이 잡고 있다. 이제 애플도 AP를 자체 설계한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경쟁한다. 차량용 통합칩은 테슬라가 치고 나온다. 대기업이 버티는 커다란 시장에서 중소·중견 팹리스가 이길 수 있겠나. 첨단 기술이 아니더라도 시장이 있는 칩을 개발해 상용화해야 한다. 또한 아이디어를 통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AR(가상현실)·VR(증강현실) 기기 등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쪽에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제 김치냉장고에도 반도체가 들어간다. 완성품 기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김형준 사업단장이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사업단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2ⓒ김철수 기자

“정부 대책, 가려운 곳 긁어줬지만…중장기 전략 아닌 단기 지원 그쳐”

정부는 지난 13일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메모리와 파운드리뿐 아니라 팹리스를 아우르는 산업 전반에 걸친 인프라를 민관이 공동으로 구축한다는 취지다.

김 단장 평가는 큰 틀에서 긍정적이다. 그는 “이번 종합 대책은 요약하면 세제 지원과 인력 양성인데, 일단 업계에서 원하는 걸 수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단장은 이번 종합 대책 한계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발표 내용은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장기 전략이라기보다는 단기 지원책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장기 전략이 없다”며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 분야별 치밀하고 세밀한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세부사항에서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김 단장이 강조한 인력 양성 방안이 그렇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 인력 3만 6천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확대하고 학사 인력 약 1만 6천만명을 배출한다. 석·박사급 전문 인력 7천명을 육성하고, 재직자와 취업준비생 대상 교육으로 실무인력 1만3천명을 양성한다.

김 단장은 “제시한 목표 수치는 아마 업계 요구에 맞췄을 것이기에, 달성된다면 양적으로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부 인력보다는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핵심”이라며 “전문인력 양성 방안을 내실 있게 운영해 7천명 확보를 달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와 팹리스 간 상생도 강조된다. 김 단장은 현실적인 방안으로 MPW(Multi Project Wafer) 확대를 제안했다. MPW는 파운드리 업체가 웨이퍼 하나에 여러 팹리스 업체의 칩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팹리스의 시제품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7나노 공정 칩 하나를 만드는 데 100억원이 든다. 양산이 아니라 샘플을 만드는 비용이다. 20~30나노 공정도 30억원이 든다. 작은 회사에는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 업체가 MPW로 샘플을 만들어주는데, 상대적으로 비용을 덜 받는다. MPW를 확대하면 팹리스 업체가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면서 MPW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은 지난해부터 10년간 총사업비 1조 96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설계와 미래 소자, 공정·장비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103개 기업, 32개 대학, 12개 연구소가 82개 과제에 참여하게 된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김형준 사업단장이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사업단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2ⓒ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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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솎아보기] 조선 “與주자 ‘가슴아프다’, 역시 조국수호정당”

[아침신문솎아보기] 조선, 조국 비판에서 옹호로 돌아선 이낙연 비판…야당은 쇄신바람, 주말에도 이준석 돌풍
 
 

오는 6월1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출간한다. 이를 앞두고 여권 내에선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선 대체로 더불어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을 향해 “역시 조국 수호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쇄신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오는 6월11일 당대표 선거를 하는 가운데 예비경선을 통과한 5명의 후보가 지난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첫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나경원·주호영 후보가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후보를 견제하며 ‘이준석 돌풍’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후보는 사흘 만에 후원금 1억5000만원을 채우면서 이 역시 주목을 받았다. 

▲ 31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 31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조국 회고록에 불공정 이슈 부각하나

언론에선 조 전 장관의 회고록 발간 소식이 민주당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은 “조국 회고록이 달갑잖은 민주당”이란 기사에서 “대선 국면을 앞두고 여권의 ‘내로남불’과 ‘불공정’ 문제가 또다시 회자될 수 있어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 신문에 “미래지향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간 일과 관련해 논란이 많이 발생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 이슈가 다시 떠오르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국민들은 불공정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당이 검찰개혁 얘기를 하면 ‘딴소리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송영길 당대표의 ‘민심, 민생 우선 기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민주당은 개혁과 민생을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도 “조국 회고록에…민주당, 진영갈등 재발 우려”에서 “민주당 내에선 ‘조국 사태’ 평가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의 회고록 출간이 또 한차례의 진영 갈등으로 비화할까 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자서전 출간 소식을 알렸다. 한길사가 펴내는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이다. 내달 1일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 동시 발매된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자서전 출간 소식을 알렸다. 한길사가 펴내는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이다. 내달 1일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 동시 발매된다.

 

이에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30일 “본인(조 전 장관) 신원과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같다”며 “자서전인가, 자전적 소설인가. 촛불로 불장난을 해가며 국민 속을 다시 까맣게 태우려나”라고 논평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국은 불공정과 불법, 거짓과 위선의 상징”이라며 “조국 사건은 사이비 진보들의 밑바닥을 보여줬고, 이 때문에 민심이 그들을 떠났다”고 썼다. 

한국일보도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공정 시험대에 오른 민주당”에 대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스탠스는 결국 송영길 대표가 정리할 문제”라며 “조 전 장관 회고록 출간이 예정된 다음달 1일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를 예고한 송 대표가 이 자리에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與 주자들 파렴치 조국에 “가슴 아프다”, 역시 조국 수호 정당’에서 조 전 장관과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낙연 전 총리가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조국 사태 당시 국회 답변에서 “가진 사람들이 제도를 기회로 활용하는 일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조 전 장관을 비판한 사실을 언급하며 “2년도 안 됐는데 정반대 입장을 밝히며 조 전 장관을 감싼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그 가족에 대해 가슴이 아리다”라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조 전 장관을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문 정부의 국정을 책임졌고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끌고 가겠다는 차기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이 검찰로부터 부당한 수사를 당했다는 조 전 장관의 입장에 동조하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조국을 무조건 감싸고 도는 극렬 지지층의 환심을 사야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수판알 계산이 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 이런 분위기는 야권과 대비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조국사태 자체가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 이슈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며 “이런 주장은 특히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30대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 선전과도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 31일 경향신문 만평
▲ 31일 경향신문 만평

 

이준석 돌풍에 나경원·주호영 견제

한국일보는 정치면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첫 합동연설회 소식을 전했다. 화두는 청년이었다. 나경원 후보는 “청년들의 정치참여 기회를 열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청년지방의원을 1명씩 꼭 공천되도록 하겠다”며 “25세인 국회의원 피선거권 제한과 40세인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이준석은 제외하되 다른 청년들은 중용하겠다는 메시지다. 

주호영 후보 역시 “청년 빠진 용광로는 가짜 용광로”라고 했지만 이 후보에게는 “국회 경험도, 큰 선거에서 이겨본 경험도 없는 원외 당대표로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홍문표, 조경태 의원도 청년청 신설과 청년 창업기회 확대 등을 강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후보는 광주에서 열린 연설회인 만큼 5·18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1980년 이후에 태어나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자유롭게 체득한 첫 세대”라며 “1980년 광주 이후 역사상 첫 30대 정당 대표가 된다면 그 의미는 각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중진들이 5·18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었던 것을 은연중에 강조한 메시지다.  

중앙일보는 이준석 돌풍의 한 현상으로 후원금 모금 사흘째인 지난 30일 한도인 1억5000만원을 채운 소식을 전하며 “팬덤 현상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사 제목을 “이준석 사흘 만에 후원금 1.5억 돌풍…‘유승민계 논란’은 더 세져”로 뽑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로 김웅 의원도 출마했다는 점에서 계파 사전 정지작업과 거리가 멀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당 지도부와 5명의 당 대표 후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광주, 전북, 전남,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후보. 사진=국민의힘
▲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당 지도부와 5명의 당 대표 후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광주, 전북, 전남,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후보. 사진=국민의힘

 

이준석 돌풍 관련 다양한 해석

이준석 돌풍과 민주당을 키워드로 한 칼럼이 나왔다.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이준석 돌풍’은 민주당엔 ‘죽비’다”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미래비전을 보여줄 인물인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그럼에도 이 전 최고위원이 가진 젊은과 변화의 이미지가 국민의힘의 보수·꼰대 이미지를 지워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이 뜬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여타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의 ‘그 나물에 그밥’ 이미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 정치부장은 “이준석 돌풍은 민주당의 ‘꼰대’ 이미지를 강화시킨다”며 “이준석 돌풍은 정권교체에 대한 보수층의 갈망이 반영된 것이다. ‘이준석 쇼’를 해서라도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박함”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개혁을 주문하는 주장이다. 

▲ 31일 세계일보 오피니언면
▲ 31일 세계일보 오피니언면

 

세계일보엔 이준석 돌풍이 기존 정치권 문법을 바꿨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윤종빈 명지대 미래정책센터장은 “‘이준석 돌풍’ 숨은 진실은”에서 “그의 승리는 한국선거의 오랜 승리 방정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며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는 조직, 계파, 지역이라는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야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상식이 낡은 공식으로 전락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센터장은 “정치와 시민의 소통 방식의 본격적인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여성·청년 할당제 논쟁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계파·조직으로 뭉친 낡고 비정상적인 카르텔을 타파하자는 것”이라며 “그들만의 여의도정치 네트워크에 편입된 자만이 입성하는 ‘끼리끼리’의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자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세대교체를 하자는 주장”이라고 했다. 

또한 윤 센터장은 “이준석 승리가 내년 대선에 던진 숨은 진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바뀐 유권자들이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공유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야권 쇄신 흐름에 올라탄 후보인 가운데 윤 센터장이 다소 과하게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한계도 제기된다.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치판에 입문해 지역구 선거에선 판판이 깨졌지만 언론 출연을 마다하지 않아 인지도를 쌓은 셀럽에 불과하다는 개인에 대한 지적뿐 아니라 소위 정권교체를 위한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평도 있다. 

여전히 탄핵을 옹호하거나 ‘영남당’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내외 인사들이 즐비한 가운데 오히려 이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당의 내분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지만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국민일보 칼럼 “코인뿐인 희망, 이준석 신드롬을 낳다”에서 “진보와 보수를 넘어 MZ세대가 자신들의 대변자를 찾아 힘을 불어넣는 역사적 풍경이 이준석 신드롬의 실체”라며 “이제 솔직히 인정하자. 꼰대의 시대는 갔다”라고 주장했다.

당안팎에서 ‘이준석 신드롬’을 지나가는 바람(홍준표)이나 장유유서의 문화가 있다(정세균)는 식의 평가에 대해 ‘꼰대’라는 비판이다. 연일 쏟아지는 칼럼이나 기사논조를 보면 이준석 띄우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31일자 국민일보 오피니언면
▲ 31일자 국민일보 오피니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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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지침 해제에 첫 논평..'한미 안보불안정 이어질 것'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5.31 08:37
  •  
  •  수정 2021.05.3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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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육군이 사격훈련한 지대지탄도미사일 '현무'의 발사 모습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한은 31일 최근 한미정상회담 결과 800km 사거리 제한을 없애기로 한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 방침은 '미국의 고의적인 적대행위'라며, 이는 북을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이같은 언급은 열흘전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북측 공식매체를 통해 나온 첫 입장이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명의로 발표된 '무엇을 노린 '미사일지침' 종료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미 수차에 걸쳐 '미사일지침'의 개정을 승인하여 탄두중량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제한 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북)의 자위적조치들을 한사코 유엔'결의'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한 미사일개발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이같은 미국의 미사일지침 해제 목적은 조선(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더욱 조장하여 북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데 있으며, 남측에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주는 대가로 북 주변국가를 겨냥한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합법적으로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매달리고있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인 동시에 파렴치한 이중적인 행태를 스스로 드러내는 산 증거"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과녘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며, "남조선을 내세워 패권주의적 목적을 실현해 보려는 미국의 타산은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어리석은 행위로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비대칭적인 불균형을 조성하여 북에 압력을 가하려고 하는 것은 정전상태인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태를 더욱 야기시키는 오산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한미 당국이 침략야망을 명백히 드러낸 이상 북의 자위적 국가방위력 강화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고 하면서 "우리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며 조선반도의 정세격화는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남측에 대해서는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 저쪽의 반응이 어떠한 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미국이 떠드는 유엔'결의'위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코앞에서 벌어지는 엄중한 도발행위들에 응당한 주목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 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정책 기조들이 한갖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번 한미미사일지침 해제에 따라 남측은 최대 800km로 한정된 사거리제한에서 벗어나 북 전역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남측이 가장 빠른 시일내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물론 '극초음속미사일'까지도 개발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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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 미몽과 세기적인 친서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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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5/31 08:51
  • 수정일
    2021/05/31 08:5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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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446] CVID 미몽과 세기적인 친서담판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5/3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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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CVID 미몽에 감염된 백악관과 청와대

2. 미국의 핵위협, 핵공갈, 핵무력증강

3.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

4.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기적인 친서담판

 

 

1. CVID 미몽에 감염된 백악관과 청와대

 

백악관과 청와대는 미몽에 감염되었다. 무슨 미몽인가? 조선을 비핵화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욕망에서 산생된 미몽이다. 욕망에 사로잡혔으니, 미몽에 감염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백악관과 청와대의 정신상태는 비현실적 욕망과 현실적 인식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혼미하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객관적 사실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조선이 비핵화를 전면 거부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이 유인, 협상, 압박, 제재, 전쟁을 총동원해도 조선의 비핵화를 결코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8천만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이 두 가지 객관적 사실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입증되었다. 그 동안 비핵화 문제와 관련된 문헌분석을 통해 이미 입증되었고, 오늘 현실에서도 명백히 입증되었다. 

 

그런데도 백악관과 청와대는 조선을 비핵화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욕망을 버리지 못했고, 조선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미몽에 감염되어 횡설수설하고 있다. 2021년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한미정상회담을 최악의 정상회담으로 혹평하는 까닭은, 두 정상이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혼미한 정신상태에서 진행된 회담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문제는 조미관계, 남북관계, 한미관계를 좌우하는 가장 중대한 현안인데,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혼미한 상태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했으므로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도 비핵화 미몽에 감염되었다. 언론매체들은 자기들의 감염증을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전 세계에 퍼뜨렸다. 많은 사람들이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비핵화 미몽에 감염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한미정상회담의 후속조치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런 기대는 미몽처럼 허망하다. 

 

2021년 5월 21일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진행된 이후 오늘까지 열흘이 지나도록 조선은 그 회담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017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이 양측 정부의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을 때, 조선은 회담 이튿날 그 회담에 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친미사대와 대미굴종이라고 비난하는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비난논평마저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조선의 무반응은 그 회담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행동이 아니다.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두 정상이 진행한 최악의 정상회담을 비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조선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사정이 이처럼 심상치 않은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 의해 남북대화와 조미대화가 재개되고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느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했다. 미몽에 감염되면 사리판별을 하지 못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21년 5월 21일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마련한 오찬을 나누는 장면이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오늘까지 열흘이 지나도록 조선은 그 회담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선의 무반응은 그 회담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행동이 아니다.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두 정상이 진행한 최악의 정상회담을 비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조선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미몽의 역사를 살펴보자. 백악관은 2002년 10월 부쉬 정부 시기에 비핵화 미몽에 처음 감염되었다. 그때로부터 오늘까지 근 20년 동안 비핵화 미몽 감염증에 걸려있는 백악관은 조선을 “완전히(complete), 검증할 수 있게(verifiable), 되돌릴 수 없게(irreversible) 비핵화(denuclearize)해야 한다”는 이른바 CVID를 주장해왔다. 비핵화 미몽에 전염된 청와대도 백악관의 그런 주장을 추종해왔다. 

 

그러나 비핵화 문제를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조선을 비핵화할 수 있다고 믿는 백악관의 CVID가 현실을 배반한 미몽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이나 전직 정부관리들 중에도 백악관의 CVID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이 조선을 비핵화할 수 있다는 백악관의 CVID를 미몽으로 보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미국은 6.25전쟁 중이었던 1951년 2월부터 오늘까지 장장 70년 동안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끊임없이 가해왔다. 핵위협은 핵공격태세로 윽박지르는 행위를 말하고, 핵공갈은 핵공격태세를 취하기 전에 폭언으로 윽박지르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이 70년 동안 끊임없는 핵위협과 핵공갈로 조선을 얼마나 괴롭혀왔는지를 입증해줄 문헌자료는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은 조선에 대한 핵위협과 핵공갈을 중단하거나 완화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증대시킬 궁리만 하고 있다. 미국이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앞으로도 계속 증대시킬 것이라는 예상을 입증해줄 문헌자료는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미국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이후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조선적대정책을 계속 추진해왔기 때문에, 조선은 미국의 끊임없는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 장장 70년 동안 싸워야 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의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는 방도는 핵억지력을 갖는 것밖에 없다. 

 

조선이 핵억지력을 갖지 않고서도 미국의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말은 무식한 평화주의자들이 퍼뜨린 허언랑설이다. 돌이켜보면, 남산 왜성대에서 덕수궁을 향해 신식 대포를 조준해놓고 조선왕조의 국권을 강탈한 일제침략군과 맞서 싸워야 했던 조선군에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침략군을 무찌를 대포가 아니었던가. 지난날 대포를 가지고 우리 민족을 위협한 제국주의침략자를 조국방위의 대포로 무찔러야 했던 것처럼, 오늘날 핵무기를 가지고 우리 민족을 위협하는 제국주의침략자도 응당 조국방위의 핵억지력으로 물리쳐야 한다. 이것은 100년이 넘는 우리 민족의 반제투쟁혈전사가 가르쳐주는 진리다.  

 

미국은 앞으로도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가할 것이므로, 그런 엄중한 사태에 대처하여 조선도 핵억지력을 계속 증강할 것이 분명하다. 조선의 핵억지력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미국에게 있다면, 조선에 대한 핵공격태세를 불가역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다른 해법은 없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에 대한 핵공격태세를 중단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완화할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조선의 핵억지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백악관은 조선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CVID 미몽에 감염되었기 때문에 조선을 위협하는 핵공격태세를 중단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조선의 핵억지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소리만 늘어놓는 것이다.  

 

 

2. 미국의 핵위협, 핵공갈, 핵무력증강

 

F-4 전폭기는 지난날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했던 기종이다. F-4 전폭기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30년 동안 실전배치되었다. 윁남전쟁에서 미국군이 북부윁남을 침공할 때 그 전폭기를 사용했다. 윁남전쟁에 참전하여 하노이 수도 상공을 방어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근접공중전을 벌여 F-4 전폭기를 여러 대 격추한 것을 보면, 그 전폭기가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는 한낱 허풍이다. 1961년부터 실전배치된 F-4 전폭기는 윁남전쟁과 중동전쟁을 거쳤고, 1991년 걸프전쟁 이후 퇴역했다. 

 

주목되는 것은, F-4 전폭기가 핵폭탄을 탑재하는 핵타격수단이라는 사실이다. B61 핵폭탄을 무려 3,155발이나 다량생산한 미국은 그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도록 F-4 전폭기를 설계했다. 그렇게 되어 F-4 핵타격전폭기가 출현했다. 

 

그런데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F-4 핵타격전폭기는 실전배치된 이후 30년이 넘어 작전수명이 끝나는 바람에 1991년 걸프전쟁 직후 퇴역했다. 당시 미국은 F-4 핵타격전폭기를 퇴역시키면서, 그 전폭기에 탑재하기 위해 만든 B61 핵폭탄도 함께 퇴역시켰다. 미국은 B61 전술핵폭탄 1,000발을 1992년부터 해체하기 시작하여 1997년까지 해체했고, B61 전략핵폭탄 700발도 1990년부터 해체했다. 

 

그런 상황에서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F-4 핵타격전폭기와 B61 핵폭탄도 미국 본토로 철수되어 해체되었다. 이것이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수한 내막이다. 남과 북이 1992년 1월 31일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한 배경에는 작전수명이 끝난 미국의 핵타격수단들이 주한미국군기지에서 철수되는 상황변화가 있었다. 

 

미국이 주한미국군기지에서 핵무기를 철수한 문제와 관련하여 도널드 그렉(Donald P. Gregg)이 2011년 6월 1일 <미국의 소리> 대담에 출연하여 털어놓은 회고담을 들어보자. 그는 1989년 9월 27일부터 1993년 2월 27일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다. 회고담에 따르면, 그렉은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한 직후 주한미국군사령관 루이스 메네트리(Louis C. Menetrey)에게 전시에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전술핵무기(F-4 전폭기에 탑재되는 B61 전술핵폭탄을 뜻함-옮긴이)를 사용할 수 있는가고 물었더니 “너무 구식이라 절대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2014년 미국에서 출판된 그렉의 회고록 ‘깨진 항아리 조각들(Pot Shards)'에 따르면, 1991년 이전까지 미국 국방부는 핵무기검열단을 해마다 한 차례씩 주한미공군기지(오산미공군기지와 군산미공군기지를 뜻함-옮긴이)에 파견하여 핵폭탄의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했는데, 그렉은 핵무기검열단으로부터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핵폭탄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들었다고 한다. 그렉이 핵무기검열단으로부터 들었다는 B61 전술핵폭탄의 문제점은 F-4 전폭기에 핵폭탄을 탑재하기 위한 백악관의 정치적 결정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탑재공정도 길어서,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실전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그렉이 핵무기검열단으로부터 들었다는 B61 전술핵폭탄의 위험성은 핵폭탄이 다량배치된 오산미공군기지와 군산미공군기지가 조선인민군의 기습타격대상으로 전변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이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B61 전술핵폭탄을 왜 1991년에 전부 철수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핵무력분석가 핸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이 2011년 10월 4일에 발표한 ‘신흥지 유입자들이 남한에 갔을 때(When the Boomers Went to South Korea)’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1991년 미국이 주한미공군기지에서 B61 전술핵폭탄을 전부 철수하기 직전, 그 기지에는 150발의 B61 전술핵폭탄이 배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 철수가 조선에 대한 핵위협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B61 전술핵폭탄 1,240발을 지금도 여전히 실전배치해놓았고, 미국 본토의 핵무기고에 B61 전술핵폭탄 215발을 예비용으로 저장해놓았으며, B61 전략핵폭탄 600발과 B61 전술-전략핵폭탄 50발을 지금도 여전히 실전배치해놓았다. 이처럼 미국이 B61 전술핵폭탄 1,240발과 B61 전략핵폭탄 600발, 그리고 B61 전술-전략핵폭탄 50발을 여전히 실전배치해놓은 까닭은, F-4 핵타격전폭기를 퇴역시킨 뒤에도 그 핵폭탄을 탑재할 또 다른 핵타격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 퇴역한 F-4 핵타격전폭기를 대체하여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핵타격수단은 B-52H 장거리핵폭격기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6년 1월 10일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에 출동한 B-52H 장거리핵폭격기가 한국 공군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조선에 대한 핵위협도발을 감행하는장면이다.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B-51H 장거리핵폭격기는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이나 동해에 종종 출동하여 조선을 위협하고 자극하고 괴롭혀왔다. 그런데 미국 국방부는 2020년부터 B-52H 장거리핵폭격기에 B61 핵폭탄을 탑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런 조치는 미국이 B-52H 장거리핵폭격기보다더 강화된 작전성능을 가진 신형 핵타격수단들을 개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선을적대하는 미국의 핵무력증강은 앞으로 30년 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비하며 계속추진될 것이다.     

 

미국은 작전수명이 끝난 F-4 핵타격전폭기를 주한미공군기지에서 전부 철수하는 대신, 항공전자장비성능을 향상시키고 제트엔진을 신형으로 교체하여 작전수명을 길게 연장한 B-52H 장거리핵폭격기를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에 전진배치해놓고 여전히 조선을 위협하는 핵타격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F-4 핵타격전폭기는 B61 핵폭탄 28발을 탑재할 수 있었는데, B-52H 장거리핵폭격기는 B61 핵폭탄을 97발이나 탑재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미국이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한 B61 전술핵폭탄을 전부 철수한 것은 조선을 위협하는 핵타격태세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되레 더 증대시킨 도발적인 조치였음을 알 수 있다.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B-52H 장거리핵폭격기는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까지 신속히 북상하여 조선을 위협하고 자극하고 괴롭혔다. 미국이 B-52H 장거리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이나 동해 상공에 출동시켜 조선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도발사례를 날짜순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 3월 19일

2014년 2월 5일

2016년 1월 10일

2016년 9월 12일

2017년 8월 22일

2018년 5월 17일

2019년 11월 22일

2020년 6월 17일

 

지금까지 미국은 B-52H 장거리핵폭격기 이외에 다른 핵타격수단들도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이나 동해 상공에 종종 출동시켜 조선을 직접적으로 위협해왔다. 이처럼 미국의 핵위협에 직면한 조선이 그에 대항하여 핵억지력을 갖지 않았다면, 그것이 비정상적인 일이다. 조선의 핵억지력 보유는 미국의 핵위협도발이 촉발한 필연적인 귀결이고,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정당한 자위책이다. 이런 도발과 응전의 인과론적 현상은 중학생 수준의 인식능력으로도 알 수 있는 자명한 이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CVID 미몽에 감염된 백악관과 청와대는 그처럼 자명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허튼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핵정책이 2020년에 바뀌었다. 미국 국방부는 2020년부터 B-52H 장거리핵폭격기에 B61 핵폭탄을 더 이상 탑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B61 핵폭탄을 어디에 탑재하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의문을 푸는 열쇠는 다음과 같은 보도내용에 들어있다.  

 

2020년 4월 7일 <미국의 소리>는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이 15억6,000만 달러의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핵무기현대화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힌 미국 국방부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미국군이 “적국들의 동시공격에 억지력을 발휘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 400발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40발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며, 새로운 핵타격수단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언급한 새로운 핵타격수단들은 다음과 같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신형 핵추진잠수함 

신형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 

B-52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대신할 신형 B-21 전략폭격기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F-35 스텔스전투기 

 

아니나 다를까, 2020년 2월 4일 미국 국방부는 W76-2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에 탑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부터 30년 동안 핵무력증강사업에 1조2,000억 달러를 쏟아 부을 것이라고 한다.  

 

조선에 적대적인 미국이 이처럼 핵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면서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끊임없이 가하는 판에, 백악관과 청와대는 CVID 미몽에 감염되어 비핵화 타령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런 한심한 상황은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핵공격태세를 중단하는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백악관이 CVID 미몽 감염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3.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3월 8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한 소식을 전하면서, “핵무기연구소의 과학자, 일군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맞이하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날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에서 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각이한 전술 및 전략 탄도로케트 전투부들에 핵무기를 장착하기 위한 병기화연구정형에 대한 (핵무기연구소 과학자들의) 해설을 주의 깊게 들어주시며 우리 식의 혼합장약구조로 설계제작된, 위력이 세고 소형화된 핵탄두의 구조작용원리를 료해하시였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각종 탄도미사일에 전술핵탄두나 전략핵탄두를 장착하는 작업이 핵무기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각종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핵무기완성작업이 핵무기연구소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그날 조선은 언론보도를 통해 조선에 핵무기연구소라는 극비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6년 9월 9일 조선핵무기연구소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핵무기연구소는 새로 제작한,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핵탄두의 폭발위력을 판정하기 위한 핵폭발시험을 북부핵시험장에서 단행했으며,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핵무기연구소에서는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것만이 아니라, 각종 핵탄두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일 핵무기연구소를 또 다시 지도한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연구소가 “새로 제작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 장착할 수소탄”을 살펴보면서 “핵무기연구소가 국가핵무력 완성을 위한 마감단계의 연구개발전투를 빛나게 결속하기 위한 총돌격전을 힘있게 벌려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핵무기연구소에서 열핵탄두(수소탄)를 제작하고, 그것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서술한 보도내용은 조선핵무기연구소가 핵무기를 연구개발할 뿐 아니라, 시험하고, 제작하고, 생산하는 핵억지력의 중추기관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2020년 7월 8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은 평양시 만경대구역 원로리에 있는, 대형 건물 여러 동이 들어선 어떤 단지를 촬영한 민간위성사진을 보여주면서, 그곳이 핵탄두제조공장으로 보인다는 추측보도를 내보냈다. <CNN>이 추측한 것처럼, 민간위성사진에 나타난 그곳이 핵무기연구소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인 핵무기연구소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2018년 9월 6일 핵무기연구소의 운명을 좌우할 놀라운 사변이 일어났다. 놀라운 사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담판이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일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그 연구소에서 만든 열핵탄두(수소탄)을 살펴보는 장면이다. 회백색 열핵탄두뒤쪽에는 열핵탄두와 전선으로 연결되어 열핵탄두를 기폭시키는 핵탄격발장치가 놓여있고, 열핵탄두 앞쪽에는 열핵탄두가 들어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의 누런색덮개가 조금 보인다. 사진배경에는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라는 제목 아래 열핵탄두가 들어간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의 모습을 형상한 개념도가 보인다. 이 사진에 나타난 열핵탄두가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것임을 알려주는 개념도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열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4형 한 발을 미국 본토 중앙부 상공으로 쏘아올려 터뜨리면, 인명살상이나 시설파괴는 일어나지 않으면서초강력한 전자기파(EMP)가 미국 전역에 방사되어 모든 전기장치와 전자장비에 들어간 반도체회로를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전부 녹여버린다. 그러면 미국은 국가로서더 이상 존속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선은 화성-14형 한 발로 미국을 멸망시킬 엄청난 핵억지력을 보유했다.     

 

 

4.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기적인 친서담판

 

2018년 9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2018년 6월 초부터 2019년 1월 말까지 기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친서를 상호교환하면서 두 차례의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6일에 보낸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역사적인 친서(historic letter)”였다. 

 

2018년 9월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뉴욕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6일 자신에게 보낸 친서를 가리켜, “역사적인 친서였다. 감명 깊은,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다”라고 극찬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의 위대한 미래를 보고 있다”고 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 따르면, 그날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된 미일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었는데, 친서를 열람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것은 정말로 획기적인 친서(epoch-making letter)”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친서”에 어떤 엄청난 내용이 담겼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그처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것일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인 친서”에 관한 중대한 정보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의 책 ‘격노(Rage)’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를 만나 대담하는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여러 통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우드워드의 책에 따르면, 2018년 9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본 친서들 가운데서 “가장 길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장문의 친서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장문의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핵무기연구소와 위성발사구역의 완전한 폐쇄, 핵물질생산시설의 불가역적 폐쇄와 같이 단계적 방식으로, 한 번에 하나씩,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언명했다.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들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하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문제가 바로 그 “역사적인 친서”에 담겨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은 조선이 미국의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 자위적 핵억지력을 보유하는 데서 없어서는 안 될 최고국가전략기관들이다. 만일 조선이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하면, 조선의 핵억지력은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그러므로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하는 것은, 조선의 핵억지력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조선이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단지를 건설하고, 증축하고, 현대화하고, 유지관리해온 비용은 수 백 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국력을 아낌없이 기울여온 3대 최고국가전략기관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할 용의를 표명한 것이다. 이것은 오직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이며, 전 세계를 진감시킬 엄청난 정치적 결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고심을 거듭하면서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심사숙고한 끝에 그런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23일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장면이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친서에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신중히 생각해 볼것"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기"를 칭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위의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 두 줄로 밑줄을 그어놓았다.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었던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2019년 2월 28일 윁남 하노이에서 결렬된 조미정상회담을 재개시키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다른 용기"를 가지고도돌파할 수 없는 장벽이 조미정상회담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2018년 9월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담판을 통해 미국에게 제시한 천금보다 더 귀한, 마지막기회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외면한 것은 백악관의 비극이었다.     

 

그런데 우드워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친서”를 읽어보았으면서도, 그 친서에 담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을 알 수 없었다. 8천만 민족의 운명과 국제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대사변이 무엇인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개 언론인이 어찌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구상을 알 수 있으랴. 조선이 핵억지력을 포기하는 엄청난 대사변에 상응하여 미국이 어떤 중대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를 우드워드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이 핵억지력을 포기하는 것에 상응하여 미국이 이행해야 할 중대한 의무를 “역사적인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친서”에서 제시한 미국의 의무는 우리 민족의 통일국가건설을 가로막지 말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 통일국가건설과 조선의 핵억지력 포기를 맞바꾸는 거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조선이 1970년대 중반부터 장장 반세기가 넘도록 피땀을 흘려 쌓아올린 자위적 핵억지력을 포기하는 조건은 자주적 통일국가건설, 오직 그것뿐이다. 다른 조건은 있을 수 없다. 바꾸어 말하면, 조선이 반세기가 넘도록 피땀을 흘려 핵억지력을 쌓아올린 목적은 자주적 통일국가건설,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통일국가건설을 위해 조선의 핵억지력을 과감하게 포기할 세기적인 친서담판을 벌였던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통일국가건설은 미국의 핵위협과 핵공갈을 종식시키는 길이다. 통일국가건설은 민족자주와 민주주의를 완전히 실현하고,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는 역사의 대변혁이다. 분단체제에서 실현될 수 없는 민족자주, 민주주의, 평화는 통일국가건설로 실현된다. 통일국가건설은 이 모든 위대한 가치들을 실현한다. 바로 이것이 역사적인 친서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CVID 미몽에 감염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을 이해하지 못했다. 부동산재벌총수로 살아온 졸부가 어찌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을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기적인 결단을 외면하고, 그 회담을 결렬시켰다. 친서담판이 미국에게 주어진 천금보다 더 귀한, 마지막 기회였음을 알지 못한 백악관의 비극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기적인 담판을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세기적인 담판은 반복되지 않으며, 오직 한 번밖에 없다. 그래서 ‘세기적인’ 담판이다. 미국이 조선적대정책을 전면적으로, 불가역적으로 폐기하기 전에는 조미협상을 절대로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선의 단호한 입장은 세기적인 담판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정적인 사실을 말해준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바이든 정부는 조선적대정책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완화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처럼 완악한 바이든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는 조선도 통일국가건설의 역사적 임무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반만년 민족사가 부여한 신성한 임무를 결코 후대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조국통일위업을 당대에 실현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은 확고하다. 조선은 CVID 미몽에 감염된 백악관의 방해와 청와대의 반대를 물리치고, 통일국가건설의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려는 거국적인 투쟁에 총궐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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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의사가 추석 쇠러 왔다가... 처남과 같이 끌려갔다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충남 홍성군유족회 김동규·이기만

21.05.29 19:26l최종 업데이트 21.05.29 19:26l


  

 광천폐광 유해발굴 현장(사진 제공: 심규상)
▲  광천폐광 유해발굴 현장(사진 제공: 심규상)
ⓒ 심규상  

"6·25 전쟁 당시 학살돼 집단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의 유해가 충남 홍성에서 발굴됐습니다. 조사단과 유족은 특별법 제정 등 국가 차원의 후속 조치를 호소했습니다. 이상곤 기자의 보도입니다."

TV에서 나오는 소리에 김동규(1948년생)는 화들짝 놀랐다. 66년간 잊혀졌던 비밀 창고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는 멍하니 TV를 응시했다. 뉴스는 이어졌다.

"충남 홍성군 폐금광에서 발굴된 유해는 적게 잡아도 21구로 두개골에서 M1 소총 탄두가 발견된 것도 있습니다. 유해들은 대부분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며, 굴 안쪽에서 서로 엉킨 채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이름이 적힌 라이터와 단추, 벨트 등 유품도 함께 출토됐습니다."

 

다음부터 이어진 다른 뉴스는 김동규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6.25', '홍성', '집단 매장', '유해발굴'이라는 단어가 그가 알아들은 것의 전부였다. '6.25때 홍성에서 집단학살된 이들에 대한 유해발굴'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뉴스가 거짓말을 할 리 없지 않은가? 그는 그날 근무를 마치고 방송국 보도국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YTN이죠? 아까 뉴스에 나왔던 홍성 유해발굴 때문에 그러는데요."

그렇게 김동규는 2016년 3월 6일 뉴스를 확인해 들어갔다. 뉴스는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한국전쟁기 유해매장지를 발굴한 결과 총 21구의 유해가 나왔다는 것이다. YTN에서 알려준 홍성유족회장 연락처로 다음날 바로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황선항 유족회장은 "아이고, 그짝도 유족입니까?"라며 되물었다. 수십 년 만에 잃어버린 형제를 만난 기분이었다.

DNA 감식으로 아버지 유해 찾아

그해 4월 김동규는 홍성군 구항면 황선항 회장 사무실에 찾아갔다. 그제서야 2005년에 과거사법이 제정되었고, 1차로 민간인학살사건이 진실규명되었음을 알게 됐다. 김동규는 기가 막혔다. '사는 게 뭔지' 정신없이 살다 보니 과거사법도 몰랐던 것이 마치 자기 잘못인 양 생각돼 부끄러웠다. "지금이라도 유족회에 가입해서, 추가로 진실규명 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봅시다"라는 황선항 회장의 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때부터 김동규는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진실 규명에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2016년 5월 20일 홍성군청에서 열린 '유해발굴 최종보고회'를 시작으로 매년 가을 용봉산에서 열리는 위령제에도 꼬박 참석했다.

그러다가 2018년 홍성군 유해발굴과 관련해 DNA 감식비용이 편성됐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2016년 발굴된 21구 유해 중 치아, 대퇴부 등을 중점적으로 채취했다. 이후 유족들의 DNA를 채취해서 친자 유무, 동일부계 혈족인지를 분석했다. 김동규는 2016년 홍성군청에서 열린 최종보고회 때 당시 유해 중에 아버지의 유해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발굴된 유품 중 겉옷 및 와이셔츠 단추, 구두 밑창 등이 아버지가 사용하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김동규는 부친 김숙제가 서울 세브란스병원 근무시 입었던 옷과 신었던 신발이 나온 사진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진을 유해발굴단장에게 보여주니 "맞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후 DNA 감식을 통해서 최종 확인하셔야 겠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DNA 감식 결과는 '70% 일치'였다. 김동규의 아버지 김숙제를 포함한 4구의 유해 중 일부가 용봉산에 모셔졌다. 68년을 떠돌던 원혼이 안식처를 찾았다.

세브란스 병원 의사가 '부역혐의'
 
 세브란스 병원에 근무할 때의 김숙제(앉은 이)
▲  세브란스 병원에 근무할 때의 김숙제(앉은 이)
ⓒ 박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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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무렵 김숙제(1927년생)는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 의사로 재직했다. 전쟁 직후 한강다리가 끊기면서 피난을 가지 못한 그는 추석을 앞둔 9월 7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 내죽리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부모님이 살고 계셨다. 

그런 그가 내려온 지 채 한 달도 안 돼 치안대에 연행되었다. 다름 아닌 '부역혐의'였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나 광천에 내려왔을 때나 부역과는 하등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왜 연행되었을까? 그의 손위 처남 서석기가 북한군이 주둔하던 인민공화국 시절 홍성군 노동당 서기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김숙제는 처남 서석기와 함께 1950년 10월 초 광천지서에 연행됐다. 김동규의 어머니 정태수가 지서에 밥을 해 날랐는데, 그는 "어머니, 조금 있으면 나가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안심시켰다.

김숙제의 말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1950년 10월 7일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 폐광 앞에서 피의 살육제가 벌어졌다. 이곳에서 젊디젊은 세브란스병원 의사도 이승과 작별했다. 이곳에서 부역혐의자 70~80명이 학살됐다. 학살 후 경찰은 마을 주민에게 "시체 치워라"라고 시켰다. 마을 사람들이 가마니에 나무를 끼워 담가(擔架)를 만들어, 시신을 폐광에 매장했다. 주검 중에는 김숙제를 포함 광천읍 내죽리 사람 7명이 있었는데, 누구도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630명~1000명이 부역혐의로 죽어

1950년 10~11월 홍성군에서는 소위 부역자들에 대한 불법적 처벌이 곳곳에서 있었다. 홍성읍 월산리 주민 17명이 그해 10~11월 '소향리 붉은고개'에서 학살됐다. 홍성군 금마면 송암리 강문구와 윤창호의 아버지는 인공 시절 인민위원회에서 일을 했다는 이유로, 금마지서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지서 뒤편 화양리 안골에서 죽임을 당했다. 홍성군 홍북면 대동리 장만성은 마을 큰길에서 술집을 운영했는데, 수복 후 치안대에 연행되어 대동리 뒷산에서 살해됐고, 그의 아내도 죽었으나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렇게 홍성 곳곳에서 피의 살육제가 벌어진 것은 홍성경찰서 차원에서 실행된 조직적인 부역혐의자 학살 계획 때문이다.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수복 후 '부역자 처리'는 각 지서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각 면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되었고(1950년) 11월 말경이 되어서야 각 지서에 구금된 부역자들을 홍성경찰서로 이송하였다.

수복 후 홍성경찰서 유치장 8동에는 각 동에 70~80명씩 500~600여 명의 사람들이 구금되어 있었고 이들 중 100여 명은 소향리 붉은고개로 끌려가 집단살해되었다. 그보다 적은 수는 용봉산 절 입구 골짜기에서 집단살해되었다.(진실화해위원회, 『2010년 상반기 조사보고서』) 진실화해위원회는 10곳의 장소에서 630명 이상이 희생당했다고 진실규명 결정했다. 홍성유족회(회장 이종민)는 최대 1000명이 학살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평생을 목수 생활
 
 증언자 이기만(이창성의 아들)
▲  증언자 이기만(이창성의 아들)
ⓒ 박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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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바지저고리를 입은 아버지 이창성(홍성군 홍동면 월현리)이 텃밭에서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한 이기만(1946년생,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은 다시는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 이기만은 1950년 10월 17일 경찰에 의해 '부역혐의'로 학살됐다.

아버지 없는 자리는 너무나 컸고 식구들은 각자도생했다. 큰형은 농사를 짓고, 둘째 형은 홍성중학교를 졸업하고 양복점 기술을 배웠다. 큰누나는 일찍 결혼했고, 작은누나는 식모살이를 했다. 이기만은 홍동국민학교를 졸업했는데, 형이 "가정경제를 생각해서 머슴 가라"고 했지만, 싫다고 했다. 19세에 상경해 서울 삼각지 영신가구에서 목공 세계에 뛰어들었다. 잠은 공장 천장에서 잤는데, 밤에는 한글과 영어를 독학했다.

이기만은 40여 일을 배우고 나서 영등포 가구공장으로 옮겨 대패질을 배우고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도면을 그리면서부터 독자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첫 월급은 1년 후에나 탈 수 있었다. 1년 만에 받은 첫 월급은 500원이었는데, 혼자 작업을 시작하고부터는 1만3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월급이 안정되자 이기만은 시골에 사는 어머니 주가금에게 매월 1만 원씩 송금했다. 송아지를 장만할 돈이었다. 하지만 이기만의 어머니는 송아지를 사 보지도 못한 채 61세에 작고했다.

목수 일로 평생을 보낸 그는 2021년 현재 김포에서 빌딩 관리소장을 하고 있다. 아내와 부지런히 일을 해 집 두 채도 장만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하는 것이 그의 남은 바람이다. 

경찰서 정보과장 신원보증으로 쿠웨이트 가
 
 증언자 김동규(김숙제의 아들)
▲  증언자 김동규(김숙제의 아들)
ⓒ 박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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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병원 의사였던 아버지 김숙제를 잃은 김동규는 대평초등학교 졸업 후 홍성군 광천읍 내죽리에 있는 서당을 3년 다녔다. 이후에는 건축 일에 뛰어들었다.
1975년 삼호주택에 근무할 때 쿠웨이트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신원조회에서 걸렸다. 회사에서 경찰서 정보과장 이상의 신원보증을 받아 오라고 했다. 그는 이전에 집을 지어준 적이 있는 천안경찰서 정보과장에게 부탁해 간신히 쿠웨이트에 갈 수 있었다. 

젊은 시절을 건설업계에서 보낸 김동규는 지금은 건물 경비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2016년 직장에서 YTN 뉴스를 접한 것이다. 김동규 역시 이기만처럼 아버지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이 남은 생 최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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