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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한국노총 국고보조금 결국 끊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5/02 09:01
  • 수정일
    2023/05/02 09:0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노조 회계 미제출 사유로 탈락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이 올해 26억원 규모의 정부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 정부가 노조 회계자료 미제출을 빌미로 노동계 압박을 위해 본격적으로 돈줄을 쥐고 흔들고 나선 것으로, 노조 도움을 받던 ‘노동 약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28일 한국노총 본부에 보낸 ‘2023년 노동단체 지원사업 심사결과 알림’ 공문에서 “보조금 신청에 대한 선정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지원 대상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마다 노사 상생·협력 증진 명목으로 노동단체와 비영리법인을 선정해 국고보조금을 지원한다. 올해는 지난 3월 노동단체 44억7200만원, 비영리법인 11억3천만원 규모로 지원사업 공모 신청을 받았다. 한국노총도 매년 26억원 규모로 지원을 받아왔는데 올핸 탈락한 것이다.

 

 

지난 28일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보낸 공문. 한국노총 제공
지난 28일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보낸 공문. 한국노총 제공
 

 

정부가 한국노총 본부에 지원사업 탈락을 통보한 배경에는 ‘노조 회계 미제출’이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단체는 (지원사업) 선정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회계자료 관련 내지 제출 요구는 자주성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라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문제는 지원사업 선정 중단이 총연맹 본부가 아니라 지역의 취약 노동자 권리 보호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사업 대가로 받은 보조금 26억원 중 14억7700만원을 전국 19개 지역노동교육상담소 운영(법률상담·구조 사업)에 썼다. 나머지 보조금은 노조 간부 교육, 정책연구 사업 등에 쓰였다. 지난해에만 2만5천여명의 노동자가 한국노총이 운영하는 전국의 지역 상담소를 이용했다. 정부 보조금 중단으로 상담 업무를 하는 상담소 직원 30여명은 고용 불안에 놓이게 됐다.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교육노동상담소 상담실장은 “가장 취약한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으로 방문하는 곳이 지역 상담소”라며 “안 그래도 인력이 늘 부족한데, 예산이 끊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상담 서비스의 질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당분간은 총연맹 일반 예산으로 상담소를 운영하려 하지만 이후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노동부는 회계 법령을 지키지 않은 노조 대신 올해 지원사업 예산의 50%를 신규 참여 기관에 배정한다고 밝혔으나, 이들의 신청률은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원사업 선정과 관련한 예산 44억원 중 8억원 규모의 기관만 선정 통보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회계 관련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단체는 이번 공모에서 선정되지 못했다”며 “(44억원 중) 남은 예산과 관련해서는 (5월 중) 2차 공모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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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의 추락... 윤석열 정부의 국가시스템 붕괴와 국정혼돈

[오마이뉴스·포럼 사의재 공동기획①- 총평] 국민·역사·영토 이탈한 '반책임' 심각

23.05.02 04:55l최종 업데이트 23.05.02 04:55l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전 영역에서 윤석열 정부를 집중진단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세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그 첫 번째로 지난 1년에 대한 총평입니다. [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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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방향을 잃은 지 1년이다.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허언이란 것은 이미 집권 전 인수위 때부터 드러나 지난 1년간 거듭 확인된 일이다. 윤석열 정부 1년, 국가시스템은 붕괴되었고 국정은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년간 대한민국에는 국정의 리더십이 사라졌다. 국가공동체의 운명은 시민의 수준과 국가역량, 그리고 국정 리더십이라는 세 요소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은 깨어있는 시민의 나라고, G8이라고 불릴 만한 국력과 국격의 나라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선 국정 리더십을 찾을 수 없다.

국정 리더십은 국민이 공감하는 국정의 철학과 비전에서 나온다. 전쟁의 폐허 위에 세운 눈부신 산업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일어선 IT 강국, 한·일 통상위기와 코로나 위기를 넘어 마침내 추격국가에서 선진국이 된 것은 시대를 꿰뚫는 비전과 위대한 국민의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전은 신념과 책임으로 실현된다. 일찍이 막스 베버는 직업정치인의 자질로 '신념의 윤리'와 함께 '책임의 윤리'를 들었다. 허황된 비전을 향한 무모한 신념이 가져올 수 있는 국정의 파국을 책임의 윤리가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경영은 '국민과 역사와 영토에 대한 책임'을 수행하는 일이다. 국가시스템 또한 국가경영의 위계와 역할에 따른 '책임의 시스템'이다.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가치와 비전의 방향이 어떻든 국가시스템은 엄중하고도 변함없는 책임의 질서로 작동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 1년, '반책임'의 시간
 
2022년 11월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메모 등이 놓여 있다.
▲  2022년 11월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메모 등이 놓여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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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대한민국은 방향 없는 국정과 책임이 사라진 국가시스템으로 위태롭게 떠다니고 있다. 책임에 소홀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무책임'이라고 말한다. 윤석열 정부 1년은 국정에 대한 무책임을 넘어 책임의 윤리를 역행하고, 책임의 윤리를 뒤집거나 조작해서 국민의 상식을 다시 가르치려는 '반책임'의 시간이었다.

우선, 윤석열 정부는 '국민 이탈의 반책임주의'가 심각하다. 대통령의 정치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진영이나 정파를 넘어 '국민'을 책임지는 정치여야 한다. 대선이 끝나면 무엇보다 통합의 정치를 서두는 것이 상식이다. 0.73%p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였다. 그러나 지난 1년 대통령의 정치에는 야당의 존재와 야당을 지지한 절반의 국민은 없었다. 대화도 소통도 없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죽은 민주주의의 나라를 목격해야 했다.

국정의 성과는 국민 속에서 실현된 국민의 성과이고, 그 성과는 국민의 삶 속에 축적되어 있다. 지난 1년, 도를 넘는 '전 정부 지우기'나 전 정부의 정책 과정을 범죄로 둔갑시키는 전대미문의 국정운영은 5년의 국민을 지우고, 5년의 대한민국을 비트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이 현 정부의 국민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지우기는 대한민국 국민의 시간을 지우는 반책임주의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이탈한 윤 정부의 반책임주의는 이태원 참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세계도시 서울의 도심에서 159명의 젊은이가 비참하게 죽어가는 현장 앞에 정부는 없었다. 유족과 국민에 대한 참회도 책임도 없었다. 공정과 상식의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정한 반책임의 극단이었다.

역사 이탈의 반책임주의 

두 번째로, 윤석열 정부 1년은 '역사 이탈의 반책임주의'가 두드러진다. 대통령은 유독 '자유' 혹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다. 유엔연설에서는 '자유'를 21번이나 언급했다. 우리 시대 세계의 어떤 정치지도자도 자유를 비전으로 외치지는 않는다. 오직 한 분만이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 문맹으로부터의 자유, 에너지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한다.

고도화된 불평등과 저성장의 늪,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 기술안보와 산업전환의 절박한 과제 앞에서 뜬금없이 등장한 '자유'의 가치는 모호하기만 하다. '자유'만큼 복잡하게 진화한 가치도 드문데, 대통령의 자유는 언제의 자유, 어떤 자유를 말하는가? 번지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자유의 가치를 비전으로 되뇔 만큼 우리의 현실은 한가롭지 않다. 자유의 확장이 시대의 과제라는 것은 역사를 이탈한 전망이자 반책임주의의 명백한 오답이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과 청와대 졸속 개방도 역사 이탈의 큰 '사건'이었지만, 더욱 심각한 역사 이탈은 "일제의 침략은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이라는 황당한 '피해자 책임론'이다. 일본 우익의 수정주의 역사관이나 식민지 근대화론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셈이다.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적 파트너"로 삼자는 대통령의 '아름다운' 한일관계 해법은 인류 보편가치의 역사와 상식을 뒤집는 철학 부재의 놀라운 반책임주의가 아닐 수 없다.

영토 이탈의 반책임주의 

세 번째로, 윤석열 정부는 '영토 이탈의 반책임주의'가 뚜렷하다. 외교와 국방의 근본은 영토에 대한 책임이다. 영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는 그릇이니, 영토 보전의 책임은 정부의 존재 이유이고 국정의 근본이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와 국방의 대원칙이어야 할 국익과 실리를 버리고, 대한민국 영토를 위태로운 '전선'으로 몰아가는 반책임의 외교에 몰두하고 있다.

일제의 침략에 대한 '피해자 책임론'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수산물 수입문제,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이어지면서 영토 방임의 반책임주의로 확장되었다. 또 일방적인 한미일 동맹 외교와 우리의 해상과 영공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군사훈련은 반만년 영토의 나라, 거듭된 침략과 전쟁을 견뎌낸 영토 위에 독립과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일군 나라가 하는 일로는 믿기 어렵다.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이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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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에서의 이란 관련 발언, 대만 해협에 대한 언급,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가능성 발언 등은 우리 영토와 국민의 안위에 대한 책임에서 한참 벗어난 대통령의 발언들이다. 국익을 건 총소리 없는 전장이라고 하는 외교의 눈으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오지랖이 아닐 수 없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신진영 대결의 불구덩이 속으로 왜 우리 스스로가 걸어 들어가는지 국민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 정부의 대통령실 도청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는 국민은 주권국가의 영토와 생명과 안전에 대한 반책임의 도박이 이제 두렵기만 하다.

국민과 역사와 영토에 대한 반책임은 곧 국민의 삶에 대한 반책임으로 귀결된다. 국정의 리더십이 사라진 지난 1년간, 경제철학과 경제비전, 그리고 사회경제정책의 부재는 국민의 삶을 혼란시켰다. 국제통화기금에서 예측하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5%의 저성장인데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는 나빠지고 수출은 빠르게 줄어들며 내수도 불안하다. 제조업 경쟁력 위기는 이미 오래된 일이고 고용불안과 가계소득의 부진에다 청년실업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쓸 돈이 없어도 큰 폭의 부자감세를 단행하고, 공기업과 민간기업에 대한 무모한 인사개입 소문이 불안을 키우는 데다 노동 혐오와 '반노동의 노동개혁'이 위태롭기만 하다. 5세 입학, 69시간 노동, 양곡법 거부 등 설익은 정책들이 불안을 키웠고, 유류세 인상과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임박해 있다. 경제를 이끌 리더십은 사라졌고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자유'의 신념만이 친기업, 반노동, 탈규제의 축제를 부추길 뿐이다. 돌이켜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 세대에 이르는 동안 이처럼 경제에 무능한 정부가 없었다는 세평이 대한민국의 아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 국민·역사·영토에 대한 책임에 눈 떠야

반책임의 국정 1년이 지났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과 역사와 영토에 대한 책임에 눈을 떠야 한다. 불공정과 비상식으로 뒤집은 반책임의 가치로 국민을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반책임주의로 국민을 가르치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고 민주주의를 죽이는 일이다.

국가시스템이 무너진 이 오만한 반책임의 국정이 '검찰공화국'으로 표현되고 있다. 검찰공화국에 국민과 역사와 영토에 대한 책임을 기대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방향 모를 불안의 치유를 미국과 일본에 기댈 수도 없다. 우리 국민과 우리 역사와 우리 영토에 대한 절실한 책임의 국정이 국민을 감동시킬 때 대한민국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설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대엽은 포럼 사의재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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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분신 1면에 쓴 한겨레, 노동절 집회 교통체증 전한 조선

  •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05.02 07:48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한겨레 1면에 건설노동자 분신 소식

노동절 집회서 반발 쏟아져…조선 “교통체증 몸살”

KBS 감사 결과에 한국 “빈수레” 경향 “감사원 정치감사 반복”

노동절인 1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간부가 법원 앞에서 분신했다. 노동계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를 비판하며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2일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1면에 이 소식을 올렸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를 상대로 전방위 수사 압박에 나서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몰아왔다고 보도했다.

1일 오전 9시35분께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강릉·속초·고성·양양 지역을 맡는 3지대장 양아무개씨가 강원 강릉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양 지대장은 전신 화상을 입었으며 한 차례 심정지가 왔고, 심박이 돌아온 뒤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중태에 빠져 있다.

양 지대장은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과 노조 전임비 지급을 요구했다는 혐의(공동 공갈)로 지난 2월부터 수사를 받아왔고,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지대장은 노동절인 이날 3시 강릉지원에서 다른 간부 2명과 함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2일 아침신문 1면

▲2일 경향신문

양 지대장은 분신하기 앞서 건설노조 간부들이 모인 SNS에 올린 글에서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라며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네요”라고 적었다. 양 지대장의 가족들은 한겨레에 “계속 압박수사를 받아왔다. 화물노조 파업 이후부터 몇 개월을 계속 시달렸는데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압박수사를 하면 어떻게 버티겠나”라며 “혼자 앓으며 무척 힘들어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 소식을 1면 <‘건폭몰이’에 노동절 비극…윤 대통령은 ‘법치’ 강조만>이란 제목의 기사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건설노조의 지역 대표격인 지대장을 맡은 양 지대장은 건설현장에서 건설사와 단체협약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검·경은) 전임비 지급, 조합원 채용 등 단협 체결 관련 사항 전부에 공동공갈 혐의를 적용했다”고 했다.

▲2일 한겨레 1면

▲2일 한겨레 1면

경향신문도 1면 <건설노조 간부 “정부, 노조활동 탄압” 노동절에 분신 시도>에서 “검찰은 지난 3월 초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를 압수수색했다. 또 A씨(양씨)를 포함한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를 수차례 소환조사했다”고 했다.

▲2일 경향신문 1면

▲2일 동아일보

한겨레는 이어지는 기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설노조를 겨냥해 벌여온 전방위 수사 압박을 요약했다. 한겨레는 “경찰은 지난해 12월 ‘200일 특별 단속’ 등을 통해 1계급 특진 등을 내걸고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수사에 힘을 모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 기계 노동자를 사업자로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도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월례비와 태업, 건설 현장 불법채용 등을 문제 삼으며 조사에 나섰다”고 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건설노조에 13회 압수수색을 벌였고, 950여 명을 소환조사했으며 15명을 구속했다.

한겨레는 “건설노조는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계절적 실업을 반복하는 등 일자리가 불안정한 건설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반발했다”며 “양씨에게 적용된 혐의인 노조의 채용 강요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건설현장은 다단계 불법하도급과 불안정 고용이 만연한 탓에, 노조가 건설업체에 직접 노동자를 공급하고 단협을 체결해 투명한 고용관계를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2일 한겨레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3만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2만5000명)이 모인 가운데 ‘2023 세계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검찰공화국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일상이 됐고 건설노동자들의 구속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며 “불법·비리·폭력·간첩 등 온갖 낙인을 찍어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저들의 목적은 결국 민주노조의 말살”이라고 했다.

한국노총도 서울 여의대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대정부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정부는) 회계장부를 뒤지고, 과태료를 부과하고 노동복지회관을 노동조합에서 빼앗는 걸 소위 노동개혁이라 강변한다”며 “근로시간 개편도, 임금체계 개편도, 파업권 무력화도 결국 사용자와 자본을 위한 선물 보따리”라고 했다. 한겨레는 “한국노총의 노동절 집회는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지침 등에 반대하며 연 노동자대회 이후 7년 만”이라고 했다.

▲2일 한겨레

▲2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12면에 노동절 집회를 다루며 교통체증과 소음을 제목에 올렸다. <민노총 2만명 점거…교통체증·소음에 갇힌 도심>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양경수 위원장 발언을 전하면서 “강릉지원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지부 간부 양모씨가 분신을 시도했는데, 이를 현 정권 탓으로 돌린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첫 문단에선 “민주노총은 집회 도중 연막탄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밝혔고 기사 끝무렵엔 “도심은 이날 정체로 몸살을 앓았다”고 했다.

윤석열 “법치 확립” 입장에 “선택적 법 적용, 노조 옥죄기”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정한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고, 기득권의 고용세습은 확실히 뿌리뽑을 것”이라며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을 유연화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타파할 것”이라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정부·여당은 걸핏하면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그 실체는 선택적 법 적용에 따른 ‘노조 옥죄기’로 보인다”며 “기득권 노조가 문제라고 연일 외치지만, 정작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고 노동시장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노동 존중’ 없이 법치를 논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2일 한겨레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노동절에 노조 간부 분신… 노사정 대화·상생의 길 열어야>에서 “법치주의가 틀린 말은 아니나 실제 내용은 노조 압박이고, 노사 타협은 실종된 채 문제를 악화시키니 걱정스럽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노조를 적으로 몰아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도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들이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 적 있”다며 “노조 또한 노동자 전체 이익을 대변하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가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다.

▲2일 한국일보 사설

 

‘요란한 빈수레’로 끝난 KBS 감사에 신문들 “정치감사”

감사원이 지난 7개월 간 공영방송 KBS를 감사한 결과 “중대한 위법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1일 발표했다. 다수 신문이 “감사가 ‘빈손’으로 끝났다”고 보도한 한편 일부 신문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국민의힘은 같은 날 KBS의 라디오 출연진 섭외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KBS 복수노조 중 1곳과 보수단체 청구를 받아들여 ‘KBS 이사회의 사장 검증 태만’ 등 5개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지난해 9월부터 벌였으나 “5건 모두 중대한 위법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시민단체와 보수진영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한 김의철 사장이 제대로 된 검증 과정 없이 최고위직에 올랐다’며 의혹을 제기해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소식을 전했다.

▲2일 한국일보

이번 감사는 KBS 소수노조와 보수단체들의 국민감사 청구로 시작됐다. 감사 대상은 △KBS 이사회의 사장 후보자 검증 태만 의혹 △KBS 이사회의 경영 악화 계열사 부당 증자 의혹 △방송용 사옥 신축계획 무단 중단 의혹 △특정 직원 해외여행 시 병가 처리 의혹 △20대 대선 직후 증거인멸 목적의 문서 폐기 의혹 등이었다.

다만 감사원은 KBS 사장 후보자의 정당 가입 이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없는 허점이 발견됐다며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경향신문은 “위법·부당 행위는 없다는 감사에서 별건의 꼬투리를 잡은 걸로 보인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 코드에 맞춘 표적 감사나 공영방송 장악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정치 감사’ 시비만 키운 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그간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무리한 감사로 독립성 논란을 빚었다”며 “감사원이 중립 원칙을 깨고 정권의 이익에 부화뇌동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의 공영방송 흔들기와 언론 장악 시도 역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2일 경향신문

한편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KBS 라디오 출연진 섭외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보수성향 전·현 언론인 단체인 언론인총연합회가 KBS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인용해 “KBS 시사 라디오 5개 프로그램에서 좌파, 야당 친화 출연자는 80명인 데 비해 우파 또는 여당 친화 출연자는 11명”이라고 주장했다.

▲2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간호법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방송법 개정안이 다음 본회의에서 표결을 앞두고 있으며, 공영방송별로 9~11명인 이사회를 21명으로 늘리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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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反윤석열 7월 총파업 선언

민주노총, '5.1총궐기 세계노동절대회'.."총파업은 거대한 민중항쟁 도화선될 것"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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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1 19:48
  •  
  •  수정 2023.05.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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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민주노총은 1일 제11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3만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노동개악 저지! 윤석열 심판! 5.1 총궐기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노총은 1일 제11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3만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노동개악 저지! 윤석열 심판! 5.1 총궐기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 정권 1년, 우리 사회는 철저히 망가지고 있다.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양경수)이 1일 제113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노동개악 저지와 윤석열 심판'을 전면에 내걸고 서울 광화문 인근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5.1 총궐기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일본엔 굴욕외교 △미국엔 조공외교 △신냉전 미중패권전쟁의 한복판에서 오로지 한미일 군사동맹 폭주 △물가폭등 대책은 공공요금 인상 △경제위기 해법은 군사동맹 △검찰공화국으로 민주주의 후퇴시키는 공포정치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줄줄이 나열하고는 "이제 만악의 근원 윤석열 정권에 총파업투쟁으로 맞서자.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은 거대한 민중항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7월 총파업 집중을 선포했다.

민주노총 3만명의 조합원이 집결한 서울대회장에는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하나되어 우리 나선다 승리의 그날까지.."라는 '파업가'가 대형 스피커로 울려퍼지고 7월 총파업을 위한 "이대로는 못살아 정말 정말 못살아", "우린 파업합니다. 나라살릴 파업합니다"라는 대중가요 개사곡이 첫 선을 보였다.

이날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노조활동에 대한 정부의 탄압에 항의해 분신한 강원지역 건설노조 간부의 소식이 알려진 터여서 모든 대회 참가자들이 안타까움과 격한 분노를 애써 다스리는 모습이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경수 위원장은 △불평등과 양극화 해결의 첫걸음은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교사 숫자를 줄이고 공공기관을 민영화하려는 정부에 맞서 일자리 지키기 △부자와 재벌에게 세금을 거둬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확대하는 국가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임금과 일자리, 민생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만이 살길이라고 역설했다.

양 위원장은 이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 투쟁의 힘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방향을 세워 나가야 한다"며 "8월까지 치열한 토론과 투쟁을 통해 노동자 직접정치, 광장정치를 실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여성위원회 김명숙 조직확대소위원장과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 김정원 지회장, 보건의료노조 한림대의료원 이병주 지부장, 민주일반연맹 박완교 부위원장,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노우정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각 산별노조의 구체적인 요구를 담아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저지와 임금·고용·공공성·국가책임 강화 등 7월 총파업에 대한 결의를 밝혔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파업이후 원청이 제기한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다 국가보안법 위반협의로 압수수색을 당해 온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강인석 부지회장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끝나지 않는다"며, "다시 한번 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강인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강인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조법 2, 3조 개정 투쟁과 공안탄압 분쇄 투쟁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총단결, 총투쟁이다. 민주노총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민주노총이 우물쭈물하면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부지회장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날까지 20여일동안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설립 권리 △하청노동자들의 원청 상대 단체교섭 요구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요구해 온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행진단'과 함께 거제에서 서울까지 행진해 왔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연대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친재벌, 반농민, 반노동 폭정'을 규탄하고는 "농민과 노동자, 이땅의 민중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참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며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에 힘을 실었다. 

윤석열 정권은 농민들을 "일년 내내 피땀흘려 농사를 짓고도 생산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더라도 묵묵히 참고 일해야 하는 존재"이고 "정부가 쌀 초과생산량을 수매하면 다들 자기 농사 작파하고 쌀 농사만 짓고, 게을러져서 좋은 품종도 개발하지 않는 나태하고 무책임한 존재"이며, "쌀값보장, 생산비 조장을 외치는 농민들은 순수한 농민이 아니고 북의 지령을 받는 간첩단에 의해 조종받고 있는 존재"로 여긴다고 개탄했다.

또 윤석열 정권에게 노동자는 "한주 69시간 이상은 일해야 마땅하고 정규직 일자리는 보장해 줄 수 없지만, 최저임금 1만2천원은 커녕 1만원도 주기 아까운 존재"이며, "재벌, 검찰, 고위공무원의 부패는 눈감아줄 수 있어도, 정부에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는 일단 무조건 부패, 적폐로 몰아가야 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하면서 "천박하고 무책임하며, 일말의 양심조차 기대할 수 없는 부도덕한 정권"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민주노총 산별, 지역본부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노총 산별, 지역본부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5.1총궐기 세계노동절대회'에는 전국 15개 광역시도에서 13만명의 민주노총 조합원과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함께 했다.

대회에서는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산별교섭 활성화 5만 입법청원 운동 서명 △대한항공의 깜깜이 인수합병과 항공주권 포기하는 아시아나항공 중장거 거리노선 반납 반대 서명 △공공돌봄을 지키는 시민공청회 요구 서울시민 서명운동 △10.29 이태원 참사 독립적 조사기구설치 특별법 제정 서명 △장애인 이동권·교육권·노동권·함께 살 권리를 위한 '전장연과 달보기 운동 등 참아왔던 요구들이 봇물터지듯 터져나왔다.

서울대회에는 튀르키에 진보적노동조합총연맹 아르주 체르케조을루 위원장과 프랑스 노동총동맹 소피 비네 사무총장, 칠레노총 다비드 아쿠냐 위원장과 에릭 캄푸스 사무총장 등이 세계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를 호소하는 영상을 보내 튀르키에의 지진 피해에 대한 민주노총의 연대에 감사를 표하고 프랑스 전체 노동자의 95%가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안 강행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고 있으며, 칠레노동자들이 주 40시간 노동과 최저임금 50만페소 인상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참가자들은 용산 대통령실과 헌법재판소, 서울고용노동청 등 세 방향으로 도심행진을 한 뒤 이날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용산 대통령실로 도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용산 대통령실로 도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 격문을 발표하고 도심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 격문을 발표하고 도심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대회사(전문)

2023년 노동절을 맞아 120만 민주노총의 결심으로 전 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불평등 체제, 자본 중심 세상을 끝장내겠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 양경수입니다. 투쟁!

노동절은 투쟁의 역사입니다.

하루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해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나선 날입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기치 아래, 모든 노동자가 함께 투쟁하는 날입니다.

2023년! 민생은 살리고, 윤석열 정권은 심판하는 투쟁에 당당히 나섭니다.

윤석열 정권 1년, 우리 사회는 철저히 망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굴욕외교로, 미국에는 조공외교로 제국주의자들에게는 박수받고 민중들에게는 비판받고 있습니다. 신냉전, 미-중 패권전쟁의 한복판에서 경제도, 주권도, 한반도 평화도 모두 내팽개치고 오로지 한미일 군사동맹을 부르짖으며 폭주하고 있습니다. 외국만 나가면 사고 치는 대통령을 출국금지라도 시켜야 할 상황입니다.

노동자 서민은 견딜 수 없는 지경인데 경제와 민생은 뒷전입니다.

경제 강국이라며 재벌은 돈잔치를 벌이는데, 노동자 서민은 생활고에, 전세 사기에 쓰러져갑니다. 물가폭등의 대책이 공공요금 인상이고, 경제위기 해법이 군사동맹인 이 정부의 정책이 국민을 죽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자살률도, 노인들의 자살률도, 노동자의 산재율도 최고를 기록하는 끔찍한 현실이 대통령에게는 보이지 않는단 말입니까.

박정희와 전두환이 육군장성 하나회 출신들의 총칼로 정권을 장악했던 것처럼, 윤석열 정권은 검찰 공화국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공포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은 일상이 되었고, 건설노동자들의 구속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불법 비리 폭력 간첩, 온갖 낙인을 찍어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저들의 목적은 결국 민주노조의 말살입니다.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습니다.

총파업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웁시다.

불평등, 양극화 해결의 첫걸음은 최저임금 인상입니다. 노동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올려야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공무원, 교사의 숫자를 줄이고 공공기관을 민영화하려는 정부에 맞서야 우리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와 재벌들에게 세금을 거둬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확대해야 합니다.

탄압에는 투쟁으로 맞섭시다.

임금과 일자리, 민생과 공공성, 모두 노동조합이 없다면 지켜낼 수 없습니다.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을 지키는 투쟁입니다. 노조법 2,3조를 쟁취해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투쟁할 수 있습니다. 산별교섭을 보장하고 단체협약을 폭넓게 적용해야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고 함께 승리할 수 있습니다. 세계노동절 정신에 따라 성별, 나이, 인종, 국적을 넘어 모두가 함께 투쟁합시다. 우리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자들에 맞서 투쟁만이 살길입니다.

그리고 그 투쟁의 힘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방향을 세워냅시다.

지긋지긋한 기득권 양당정치를 끝장내기 위해 우리가 나섭시다. 단결을 위해 차이를 극복합시다. 8월까지 치열한 토론과 투쟁을 통해 노동자 직접 정치, 광장정치를 실현해 나갑시다. 모두가 함께 내딛는 큰 한 걸음을 만들어 갑시다.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

우리는 민주노조의 깃발 아래 수많은 어려움을 투쟁으로 돌파해왔습니다.

이제 만악의 근원 윤석열 정권에 총파업 투쟁으로 맞섭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은 거대한 민중항쟁의 도화선이 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고, 노동자 민중이 주인 되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 냅시다.

노동자가 희망입니다.

가자! 총파업으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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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선언은 내버려야 할 오작품

 

[개벽예감 537] 워싱턴 선언은 내버려야 할 오작품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05/0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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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워싱턴 선언이 채택된 배경

2. 워싱턴 선언의 불안정한 지위와 낮은 위상

3. 워싱턴 선언에서 윤석열이 약속한 사안들

4. 워싱턴 선언에서 바이든이 약속한 사안들 

5. 워싱턴 선언에서 공동으로 약속한 사안들 

 

  © 대통령실

 

1. 워싱턴 선언이 채택된 배경

 

2023년 1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를 받고 정리발언을 하는 중에 다음과 같은 괴담을 늘어놓았다. 

 

“더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오랜 시간 안 걸려서 우리 과학기술로,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부회의에서 미제국의 전술핵무기 반입과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을 운운한 괴담을 늘어놓은 것은 그날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다.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는 이전에도 내부회의에서 그런 괴담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제국의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이 윤석열의 대화와 발언을 도청하고 있었다. 2023년 4월 8일 미제국의 군사기밀문서가 뉴욕타임스에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나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당시 언론에 유출된 군사기밀문서들 가운데는 국가안보국이 윤석열 대통령실 산하 국가안보실의 대화 내용을 도청한 자료도 들어있었다. 이런 사실을 보면, 미제국의 국가안보국이 윤석열의 대화와 발언을 24시간 도청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도청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의 대화와 발언이 샅샅이 도청당하는 줄 모르고 핵개발 괴담을 늘어놓았다. 백악관은 도청자료를 통하여 윤석열이 핵개발 야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미제국의 시각에서 보면,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은 미제국의 최고 이익이 걸려있는 비확산체제에 감히 흠집을 내려는 하수인의 경거망동으로 보였을 것이다. 윤석열의 경거망동은 백악관에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윤석열 대통령만 그런 게 아니라 종미우익 세력도 핵개발 괴담을 들고나와 대중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경거망동은 백악관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1) 2022년 12월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2월 26일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실 산하 국가안보실에 3차장직을 신설하고, 기존 3축 체계를 4축 체계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이 담긴 최종 보고서를 검토했다고 한다. 그날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검토한 ‘총력북핵대응전략’이라는 제목의 내부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미제국의 전략핵폭격기들이 이착륙하는 활주로를 제주도에 건설하고, 미제국의 핵무기를 보관하는 시설을 제주도에 건설하고, 미제국의 핵무기를 제주도에 반입, 배치한다는 것이다.

 

2) 2022년 11월 5일 종미우익 성향의 핵공학자, 예비역 장성, 대학교수, 군사전문가, 언론인 등이 ‘한국핵자강전략포럼’을 결성했다. 2023년 1월 10일 동북아외교안보포럼 주최로 국회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 핵이 답이다’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는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하자!”라는 선동 발언이 울려 나왔다. 

 

3) 종미우익 언론매체들은 핵개발 괴담을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대중선동에 광분하였다. 2023년 1월 2일 한국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항목에 지지를 표시한 응답이 66.8%에 이르렀고, 반대를 표시한 응답은 31.8%에 이르렀다고 한다.

 

미제국은 핵개발 괴담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하수인들의 경거망동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미제국은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을 제거하고, 종미우익 세력의 핵개발 대중선동을 차단하기 위해 긴급조치를 취했다. 미제국이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일 미제국이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을 방치하면, 충청남도 대전에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머지않아 핵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이고, 그들의 핵무기 개발은 조미 핵균형을 깨뜨리게 될 것이다. 조선은 조미 핵균형을 깨뜨리는 윤석열의 핵무기 개발사업을 저지, 파탄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최후 결전을 대기하고 있는 조선인민군은 불시타격으로 남측의 핵시설을 날려버릴 것이다. 이것은 조선인민군과 한미련합군이 전면전으로 맞붙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면전이 일어나면, 조선인민군은 세계 최강의 전술핵무력과 압도적인 전투역량을 총동원하여 미제국의 대규모 증원부대가 부산에 상륙하기 전에 한미련합군을 신속히 제압할 것이다. 조선인민군의 전술핵습격과 급소타격을 받고 참패한 한국군은 무장해제를 당하고 해산되겠지만, 미제국은 전쟁포로로 억류된 주한미국군과 그 가족들을 송환하기 위해 조선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미제국에 있어서 이것은 죽기보다 싫은 악몽의 시나리오다. 이런 사정을 예상하면, 미제국이 왜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을 제거해야 하는지 자명해진다.

 

미제국의 악몽은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조선인민군과 한미련합군이 전면전에 돌입하면, 그러지 않아도 대만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중국인민해방군은 지체 없이 대만을 공격할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미일 동맹군의 연합함대가 대만으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막강한 전투역량을 동원하여 대만군을 신속히 제압할 것이다.

 

미제국이 한날한시에 한국과 대만을 잃어버리는 대재앙은 제국주의자들이 상상하기도 싫은 것이다.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을 화근으로 하여 그런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미제국은 그 화근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미제국이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일 미제국이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을 방치하면, 일본과 대만도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하면서 소동을 일으킬 것이다. 미제국의 언론인 데이빗 익네이셔스(David Ignatius)가 2023년 4월 25일 워싱턴 포스트에 발표한 논평에 의하면,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핵무기를 짧은 기간에 개발할 수 있는 핵기술을 가진 아시아 10개국을 주시하고 있는데, 거기에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한국, 일본, 대만이 핵개발 소동을 피우면, 다른 아시아 7개국들도 덩달아 핵개발 소동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핵개발 소동이 아시아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미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78년 동안 지탱해온 비확산체제가 와해 위험에 빠지게 된다. 만일 비확산체제가 무너지면, 미제국은 핵제국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고, 미제국의 동아시아 지배체제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미제국에 있어서 이것은 상상하기 싫은 재앙적 시나리오다. 이런 사정을 예상하면, 미제국이 왜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을 제거해야 하는지 자명해진다. 

 

2023년 1월 19일 세계경제연단(World Economic Forum)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Davos)에서 미제국의 언론매체와 대담하는 중에 다음과 같은 놀라운 발언을 늘어놓았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핵확산금지조약체제를 존중하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저와 한국 국민들은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체제를 매우 존중하며, 미국과 함께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다.” 

 

이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핵개발 야욕을 포기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8일 전에 핵개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그는 왜 태도를 180도로 바꾸었을까? 정신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미제국이 윤석열에게 핵개발 야욕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가했고, 그와 동시에 국빈 방문이라는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그를 유인했기 때문에 그는 핵개발 야욕을 포기한 것이다. 

 

2023년 1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한 언론대담에서 “현재 미국 핵자산의 운용에 관해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이라고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미 간에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공동으로 기획하고 공동으로 실행하는 체계는 이번 바이든-윤석열 정상회담에서 그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핵협의체(Nuclear Consultative Group)를 의미한다. 이 명칭을 핵협의그룹으로 번역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룹이라는 외래어를 쓰지 말고 핵협의체라고 하면 된다. 이 글에서는 한미핵협의체라는 정확한 용어를 쓴다.

 

2. 워싱턴 선언의 불안정한 지위와 낮은 위상 

 

2023년 4월 26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바이든-윤석열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이 채택되었다. 그런데 두 정상은 친필서명도 하지 않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런 사정은 워싱턴 선언을 이행할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워싱턴 선언은 이행 의무가 없는 종잇장에 불과하다. 원래 선언이나 공동성명은 일종의 약속이므로 의무이행의 담보를 갖지 못한다. 

 

2024년 11월 5일에 실시될 미제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누르고 승리하면, 트럼프는 워싱턴 선언을 파기하거나 아니면 사문화시킬 것이며, 윤석열의 핵개발을 원천 봉쇄하는 다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견된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제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핵무기 개발에 손을 대면, 미제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윤석열의 핵개발을 주저앉힐 수 있다. 

 

한미핵협의체에는 차관보급 관리들이 수석대표로 참가할 것이다. 한미핵협의체 수석대표의 직급을 차관보로 정하면, 그 협의체의 위상이 2016년에 창설된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ve Group)의 위상보다 낮아진다.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에는 차관급 관리들이 수석대표로 참가한다. 미제국은 2010년에 미일확장억제협의체를 창설하였고, 2016년에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창설하였다. 

 

낮은 위상을 가진 한미핵협의체는 낮은 수준의 역할과 임무밖에 수행하지 못한다. 그런 줄도 모르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핵협의체가 특별한 기구인 양 과대평가하면서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미제국의 교묘한 술책에 속아 넘어간 그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워싱턴 선언에서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이 잠재적인 공격과 핵사용에 대한 방어를 보다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포함해 확장억제에 관한 정부 간 상설협의체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미제국이 한미핵협의체와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비롯한 확장억제에 관련된 기존 기구들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한미핵협의체는 특별기구가 아니라, 확장억제에 관련된 몇몇 기구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대통령실


3. 워싱턴 선언에서 윤석열이 약속한 사안들

 

1)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미국의 핵억제를 지속적으로 의존하는 중요성, 필요성, 유익성을 인식한다.” “윤 대통령은 비확산체제의 주춧돌인 핵확산금지조약의 의무를 오랜 기간 이행해온 한국의 노력을 재확인하였고,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체결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협력에 관한 협정을 오랜 기간 준수해온 한국의 노력을 재확인하였다.”

 

해설 - 위의 인용문은 윤석열 정부가 핵확산금지조약의 의무를 외면하고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금지선을 그어놓은 것이다. 위의 인용문을 읽어보면, 미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금지선을 넘으면, 그를 제거해버릴 수 있다고 협박하는 듯하다.

 

2)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를 위해 한국이 자기의 능력을 다 바칠 것이라고 확언하였다.”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은 한미련합군이 북침 전쟁 준비태세를 날로 더욱 강화하는데 자기의 능력을 바쳐왔는데, 미제국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자기의 능력을 다 바치라고 요구했다. 미제국의 요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미제국은 워싱턴 선언에서 전략핵무력을 이전보다 더 자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엄청나게 비싼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를테면, 핵추진 항공모함 1척을 한 차례 출동시키면 100억 원이 들어가고, B-52H 전략핵폭격기 1대를 한 차례 출동시키면 7억 원이 들어가고, B-1B 전략핵폭격기 1대를 한 차례 출동시키면 30억 원이 들어가고,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1척을 한 차례 출동시키면 50억이 들어간다.

 

한국이 한미련합군 북침 전쟁 연습을 위해 지출하는 분담 비용은 100억 원이고, 미제국이 지출하는 분담 비용은 600억~700억 원인데, 앞으로 북침 전쟁 연습의 규모가 더 커지고, 실행 빈도가 더 잦아질 것이므로 분담 비용도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제국주의자들은 북침 전쟁 연습 증가 비용을 하수인에게 떠넘기려는 것이 분명하다. 워싱턴 선언은 미제국의 전략핵타격수단을 한국에 출동시키는 많은 비용을 한국에 부담시키려는 술책을 문서화한 최악의 오작품이다. 

 

4. 워싱턴 선언에서 바이든이 약속한 사안들  

 

1) “한국의 새로운 전략사령부와 한미련합사령부 간의 역량 및 기획 활동을 긴밀히 연결하기 위해 견고히 협력”하며, “이러한 활동에는 미국 전략사령부와 함께 진행하는 새로운 도상훈련이 포함된다.” 

 

“한미동맹은 핵억제와 관련하여 더욱 심화되고 협력적인 정책 결정에 관여할 것을 약속하며, 한국과 주변지역에서 증가하는 핵위협에 대한 소통 및 정보공유증진을 통하여 관여하게 된다.”

 

“한미동맹은 비상사태시(in a contingency) 미국의 핵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교육 및 연합훈련활동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해설 - 2023년 1월 2일 한국군은 합동참모본부 직속 핵-WMD대응본부를 창설했는데, 이것을 기반으로 하여 2024년 중에 전략사령부를 창설하려고 한다. 합동참모본부 직속 부대로 창설될 전략사령부의 임무는 3축 체계를 포함하여 육해공군의 주요전략무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미제국 전략사령부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핵전쟁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핵무기를 갖지 못한 한국군은 격에 맞지 않는 전략사령부 간판이나 내걸고 싶어 안달한다. 

 

위의 인용문에 의하면, 미제국 전략사령부는 2024년에 창설될 한국 전략사령부를 자유토론식 도상훈련(TTX)에 참여시킬 것으로 보인다. 자유토론식 도상훈련은 참가자들이 커다란 탁자 위에 대형 작전지도를 펼쳐놓고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이다.

 

그런데 2022년 11월 3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 의하면, 한미억제전략위원회(Deterrence Strategy Committee)는 “북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 도상훈련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2023년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22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 산하 한미억제전략위원회에서 “북의 핵위협에 대비해 정보공유, 공동기획 및 실행, 협의체계 및 위기발생시 소통 등 확장억제분야별 협력을 강화하는” 문제가 논의되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이번에 창설된 한미핵협의체의 역할과 임무는 한미억제전략위원회의 역할과 임무와 중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억제전략위원회가 이미 존재하는 데도, 미제국이 군더더기 같은 한미핵협의체를 하나 더 만든 까닭은 조선의 대남 핵위협 앞에서 벌벌 떠는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을 안정시켜주면서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을 제거해야 하였기 때문이다. 미제국이 ‘핵’이라는 글자가 명칭에 들어간 핵기구를 하나 더 만들어놓으면, 윤석열의 핵개발 야욕을 제거할 수는 있겠지만,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여 가뜩이나 긴장된 정세를 더 악화시키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한미핵협의체 창설은 패착이다.     

 

2) “미국은 핵태세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의 선언적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문제를 한국과 협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

 

해설 - 위의 인용문은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제국이 북침 핵공격 문제를 종미우익 정권 수뇌부와 긴급히 협의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처럼 개전 시기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평범한 전쟁도 아니고, 전쟁 기간이 1년 이상 길어질 장기전도 아니다. 그러므로 미제국이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북침 핵공격 문제를 종미우익 정권 수뇌부와 협의할 시간적 여유는 없다. 이런 사정을 보면, 위의 인용문은 조선의 대남 핵위협 앞에서 벌벌 떠는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을 안정시켜주려는 백악관의 사탕발림식 약속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항구적이고 철통같으며, 한국에 대한 조선의 어떤 핵공격도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은 핵을 포함한 미국 모든 역량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해설 - 조선인민군은 한미련합군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한미련합군이 알지 못하는 압도적인 전술핵무력을 총동원하여 한미련합군의 여러 ‘급소’들을 집중적으로, 맹렬히 타격할 것이다. 조선인민군의 대남 핵타격은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 총공격과 거의 동시에 시작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미제국은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 총공격에 대응하는데 자기의 모든 군사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제국이 자기의 전쟁 능력을 과신하고 북침 핵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미제국이 북침 핵도발을 감행하면, 조선은 북침 핵도발에 상응한 보복핵공격으로 제국 본토의 중요한 부분을 날려버릴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은 제국 영토의 중요한 부분을 날려 보내는 엄청난 희생을 무릅쓰고 북침 핵도발을 감행하여 하수인들을 보호해줄 만큼 어리석지 않다. 더욱이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동시에 전쟁이 일어난 급박한 상황에서 미제국은 대만 방어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방어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면, 미제국이 조선의 대남 핵타격에 즉각적이고 압도적이고 결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바이든의 말은 조선의 대남 핵타격 위험 앞에서 벌벌 떠는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을 안정시켜주기 위한 ‘위안 발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미국은 앞으로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으로 증명되듯이, 한국에 대한 전략자산의 정기적 가시성(regular visibility)을 한층 증대시킬 것이며, 양측 군대의 공조를 확대, 심화시킬 것이다.”

 

해설 - 지금 미제국은 18,000톤급 전략핵잠수함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전략핵잠수함에는 전략핵탄두를 장착한 트라이던트-2 잠수함발사미사일 20발이 탑재된다. 잠수함발사미사일 대신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발을 탑재하는 경우도 있다. 

 

미제국이 보유한 각종 핵타격수단들 가운데 전략핵잠수함처럼 강력한 핵타격 능력을 가진 것은 없다. 그런 점에서, 전략핵잠수함의 출현은 미제국이 조선에 가하는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된다. 

 

트라이던트-2 잠수함발사미사일의 사거리는 11,300km이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2,500km이므로, 미제국의 전략핵잠수함은 구태여 우리나라 남해까지 접근할 필요가 없다. 

 

미제국의 전략핵잠수함은 남해로 접근하지 않고 조선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태평양에서 오락가락 맴돌아도 되는데, 그렇게 하면 조선은 별반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미제국은 전략핵잠수함을 남해로 출동시켜 조선을 위협하려는 것이다.

 

바닷속 깊이 잠항하면서 자기 위치를 적에게 노출하지 않는 수중작전의 은밀성은 오직 잠수함만이 지닌 특성이다. 그런데 미제국의 전략핵잠수함이 남해에 들어가 해수면 아래서 은밀히 잠항하면, 조선은 별반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미제국은 전략핵잠수함을 부산 해군작전기지로 들여보내 조선을 위협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미제국의 전략핵잠수함이 남해에 출동하면, 조선만이 아니라 중국과 로씨야[러시아]도 자극을 받게 된다. 그러면 조선, 중국, 로씨야가 동시에 그에 상응한 군사작전을 전개할 것이다. 미제국이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을 안정시켜주겠다고 하면서 전략핵잠수함을 남해에 출동시키는 것은 정세 긴장을 더 확대하고 격화시키는 자해 행동이다.

 

5. 워싱턴 선언에서 공동으로 약속한 사안들 

 

1) “양 정상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기획을 논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핵협의체의 창립을 선언하였다.”

 

해설 - 북대서양조약기구 산하 기구인 핵기획체(Nuclear Planning Group)는 미제국 전략사령부의 주관 아래서 5개 종속국이 로씨야 침공 핵도발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하는데, 한미핵협의체는 그런 계획은 수립하지 않고 그냥 협의만 한다. 계획과 협의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산하 기구인 핵기획체는 로씨야 침공 핵도발계획을 미제국 전략사령부의 주관 아래서 공동으로 수립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전시에는 핵도발계획을 공동으로 실행에 옮긴다. 그와 달리, 한미핵협의체의 역할과 임무는 북침핵도발 시나리오를 자유토론식으로 협의하는 수준에서 끝나버린다. 

 

2016년에 미제국이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창설했을 때 당시 박근혜 종미우익 정권은 그 협의체의 위상이 북대서양조약기구 산하 기구인 핵기획체 만큼 격상되었으면 좋겠다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졌으나, 미제국은 그들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번에도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은 한미핵협의체가 북대서양조약기구 산하 핵기획체 만큼 격상되었으면 좋겠다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사실상 핵공유”니 뭐니 하고 떠들었으나, 미제국은 그들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2) “양 정상의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은 핵비상 사태들(nuclear contingencies)에 대비하는 계획에 대한 공동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새롭고, 쌍무적이고, 범정부적인 도상모의훈련(table-top simulation)을 도입하였다.” 

 

해설 - 위의 인용문은 한미핵협의체가 미제국의 북침 핵도발 계획에 공동으로 접근하기 위해 도상모의훈련을 실시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한미핵협의체가 새로운 북침 핵도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도상모의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미제국 전략사령부의 기존 북침 핵도발 계획을 놓고 도상모의훈련을 실시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도상모의훈련은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한국 전략사령부에 북침 핵도발 계획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는 교육훈련에 불과하다. 이런 사정을 보면, 한미핵협의체가 독립기구가 아니라 미제국 전략사령부 작전기획국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종속기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제국 전략사령부 작전기획국이 한미핵협의체의 도상모의훈련에 제시할 북침 핵도발 계획은 국가기밀로 분류된 고급 북침 핵도발 계획이 아니라 한국 전략사령부에 보여줘도 되는 하급 북침핵도발계획이다. 그런 하급 북침 핵도발 계획은 웬만한 민간연구소들에서도 자주 다룬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워싱턴 선언은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오작품이다. 그런 오작품을 들고 다니면서 조선의 대남 핵위협을 막고,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을 안정시키려고 하면, 세상의 웃음거리로 될 것이다. 백악관이 미제국의 위신을 지키려면 오작품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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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 창업자 1주는 가치 10배 된다?

[국회 다니는 변호사]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박지웅 변호사  |  기사입력 2023.05.01. 07:35:37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벤처기업 관계자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던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제도에 관한 내용입니다. 내용 자체는 단순합니다. 제가 정당과 청와대에 있을 때 치열한 쟁점이 되었던 사안인데, 드디어 이번달 27일 본회의서에서 처리가 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2020.6.5.)이 처음 발의해, 국민의힘 이영 의원(2020.8.20,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재인 정부 당시 정부안 발의(2020.12.23.), 민주당 김병욱 의원(2021.5.26.), 마지막으로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2021.11.18.)안으로 발의될 정도로 의원들로부터도 뜨거운 관심이 있었습니다.

 

벤처기업은 사실 인력과 노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입니다. 어떠한 특정한 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타트업(start-up)을 시작해, 시제품을 생산해보고, 그 시제품을 마케팅해서 시장에 출시하죠. 그 과정에서 사실 어마어마한 인내력을 쏟아야 합니다. 물건을 어디에 내놓든 잘 거들떠 보지도 않기도 하고, 투자를 받는 것도 눈물나는 일이죠.

 

투자를 받아 스케일업을 하고, 최종적으로 조 단위(기업가치, EV)의 유니콘 기업에 오르기까지 이 분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피와 땀입니다. 그렇게 유니콘 기업까지 성장하면, 대학생들의 취업 희망 기업 1순위가 되지요? 네카쿠라배당토(네이버, 카카오, 쿠팡, 라인,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토스)라는 표현도 있던가요?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도 불구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한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2022)'자료를 보면, 다수의 벤처기업 경영인들은 여러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조사내용 중 어려움을 겪는다는 답변을 살펴보면, 자금조달·운용·관리(57.9%), 국내판로개척(52.8%),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51.9%), 신기술개발(48.8%), 해외시장개착(47.8%), 필요인력확보(46.7%), 기술유출·상표도용(24.5%)등 다양하게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이 설문에 대한 답변 중에 '보통'(대체적으로 30~35%수준)이나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합치면 절반쯤이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그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조달·운용·관리이죠. 제가 아는 중소기업·벤처기업인도 여럿 있는데, 이 분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돈 구하러 다니는’것이고, 저한테도 여러차례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오래 알았던 사이니 모아놓은 돈을 갖고 도와드리기도 하는데, 솔직히 '이 돈 언제 돌려 받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죠. 

 

요컨대 벤처기업 생멸(生滅)의 주요원인은 결국 자금난입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더라도 벤처기업 창업자가 재벌 오너가 아닌 이상, 벤처 창업자의 자금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직원고용-시제품화-시설투자-마케팅-해외투자 등 단계 단계로 나아갈수록, 창업자가 보유한 회사 주식은 계속 희석(dilution)될 수밖에 없기 마련이죠.

 

실제로 유니콘 기업의 대주주의 지분율은 5%남짓 수준입니다. 기업가치 조 단위 회사가 되기까지 계속 지분율을 희석할 수밖에 없는거죠. 자기 지분을 팔아서 회사가 필요한 돈을 마련해야 하니까요. 

 

희석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영권에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오게 되면 큰 문제가 됩니다. 자신이 10년 가까이 고생해서 회사를 키워왔더니, 지분이 거의 제로에 가깝게 희석되고, 본인이 보상받는 비중은 극히 떨어지게 되는 셈이죠. 그리고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의 위기에 놓이게 되지요.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개념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등장한 개념입니다. 문제는 상법에서 정한 '주주 평등 원칙'상 1주당 의결권을 1개로 제한하고 있었다는 점(상법 제369조)입니다. 물론 상법상 무의결권주나, 의결권제한주식을 활용할 수 있으나, 실무에서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벤처기업 오너의 주식 1개의 가치를 2~3배, 많게는 10배 또는 그 이상으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벤처기업 오너의 핵심적인 역량이 그 정도의 보상은 받을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싹트게 된 거죠.

 

그리하여, 미·영·프 등 OECD 36개국 중 17개국이 이미 복수의결권주식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쿠팡이 미 증시에 상장하면서 이러한 복수의결권(class B, 29배의 차등의결권 인정)을 인정받기도 했는데, 미 증시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죠. 

 

다만 문제는 기존 투자자들이 이를 용인해줄 것인가입니다. 유능한 창업자라면 모르겠지만, 회사 경영권에만 욕심을 갖고 더 이상 회사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키기 어려운 창업자에게 의결권의 차등을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에 이번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육성법)을 개정하면서, 주주총회의 3/4이상의 결의로만 이를 가능할 수 있게 했습니다. 투자자를 보호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행사 요건도 꽤나 까다롭습니다. ①창업자가 설립 당시 발기인이어야 하고, ②복수의결권주식발생당시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여야 하고, ③최소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복수의결권의 수는 2~10개까지 허용하게 했고요. 

 

복수의결권 기간 또한 발행일로부터 10년의 제한을 두었고, 보유기간 내에 상장한다고 하더라도 3년의 유예기간은 보장해주는 것으로 했습니다. 상장하면 이제 그러한 보호를 더 이상 해줄 필요는 없고, 창업자도 엑시트(자금회수)할 기회를 보장받게 되는 것이라는 취지죠.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찬성과 반대의 토론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국민의힘에서는 반대 의견은 없었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에서의 반대의견(이용우·오기형·류호정 의원 등)이 있었습니다. 

 

찬성 의견을 내신(김병욱·김경만·이성만·이영·윤영석 의원 등) 쪽에서는 역시 벤처 기업인의 보호에는 의결권의 차등화가 가장 좋은 접근 방법이라는 의견이었죠. 특히 벤처기업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 이러한 점을 역설하신 것 같습니다.

 

반대 의견은 소액주주 보호 운동 등을 펼쳐온, 주로 시민사회에서부터 제기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요 논지는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장치가 취약한 국내 주식시장 여건에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내지는 상법상의 원칙을 허문 것이 아닌지, 이것이 장래 재벌 대기업 오너의 경영권 숭계로 연결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다만 이 법안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2020년 총선 공약으로 제기하기도 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선정한 이상 양쪽의 당론이 찬반으로 갈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찬성(173표)이 반대(44표, 기권 43명)보다는 우세하게 4월 27일 본회의서 처리되었습니다. 

 

사견으로 저는 이 법안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어떠한 창업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이라는 것은 다른 형태로 보상받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가 성숙할수록, 그 참여자에게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보상이 이루어지는 방법을 찾아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인센티브체계가 갖추어지지 못할 때,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은 시장을 신뢰하지 않거나 시장을 왜곡하는 형태의 행태를 보이게 됩니다.  

 

이 법안의 처리에 이르는 과정까지 민주주의적인 토론이 여러 차례 전개되었고, 그 결과 다수의 벤처기업인 창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 입법에 대해서는 다른 회차에서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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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휴무도 임금명세서도…직장 규모로 나뉜 ‘K-노동신분제’

조해람 기자

Gettyimage

직원 수가 30인 미만인 민간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절반가량은 유급 연차와 공휴일, 병가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고용보험이나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의무도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미준수 비율이 높았다. 작은 사업장에도 노동관계법을 전면 적용하고 정부의 감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향신문은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과 함께 ‘직장갑질119 2023년 1분기 직장인 인식조사’ 결과를 재분석했다. 통상 중소·영세사업장 판단 기준인 ‘상시 직원 30인’을 기준으로 응답을 추렸다.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경제활동인구조사통계 등에 기반해 사업장 규모 등 여러 조건에 따른 분포를 현실에 맞게 조정한다. 조사에서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전체의 41.3%인 413명(5인 미만 161명, 5~29인 252명)이었다. 30~299인 사업장이 254명, 300인 이상 사업장이 195명, 공공기관이 124명, 특수고용직 등 기타가 14명이다. 조사는 3월3일부터 10일까지 이뤄졌고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유급연차도 병가도 공휴일도…‘그런 거 없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41.4%는 ‘유급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답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45.3%, 5~29인 사업장은 38.9%였다. 근로기준법상 상시 직원 5인 이상 사업장은 노동자에게 유급 연차를 줘야 하지만, 법적으로 유급 연차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5~29인 사업장에서조차 10명 중 4명이 연차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30~299인 사업장은 22.0%, 300인 이상 사업장은 16.9%가 ‘유급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응답했다.

2022년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 ‘명절·공휴일 유급휴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9.5%는 ‘명절·공휴일에 자유롭게 쉴 수 없다’고 답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47.2%, 5~29인 사업장은 34.5%였다. 반면 30~299인 사업장은 27.6%, 300인 이상 사업장은 19.5%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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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노동절 휴무도 임금명세서도…직장 규모로 나뉜 ‘K-노동신분제’[노동절, 지금 우리는]

‘아프면 쉴 권리’도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쪼그라들었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48.7%는 ‘유급 병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49.7%, 5~29인 사업장은 48.0%로 나타났다. 30~299인 사업장은 42.9%, 300인 이상 사업장은 32.8%였다. 유급 병가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개념이 아니라서 연차·명절·공휴일에 비하면 편차가 적지만, 사업장 규모에 따라 보장 정도가 갈리는 현상은 같았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경직적 조직문화와 인력 문제 때문에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자유롭게 휴가를 쓰지 못한 이유(중복응답)’를 묻는 질문에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20.3%가 ‘휴가를 쓰기 어려운 조직문화’를 꼽았다. 30~299인 사업장은 15.4%, 300인 이상 사업장은 13.8%였다. ‘휴가를 쓸 경우 동료의 업무 부담’도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32.2%로 가장 높았다. 30~299인 사업장은 31.1%,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0%로 나타났다.

고용보험, 임금명세서…있는 법도 안 지킨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과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등 ‘기초노동질서’조차 잘 지켜지지 않았다. 직원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이 지켜야 할 의무조차 작은 사업장들은 빗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보험 가입 여부’를 물은 결과,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4.6%가 ‘국민연금(직장가입)에 가입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직장가입) 미가입은 31.2%, 고용보험 미가입은 31.5%에 달했다. 30인~299인 사업장에서 국민연금 미가입은 17.3%, 건강보험 미가입은 15.4%, 고용보험 미가입은 13.0%였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국민연금 미가입은 13.3%, 건강보험 미가입은 11.3%, 고용보험 미가입은 7.7%에 그쳤다.

 

[단독]노동절 휴무도 임금명세서도…직장 규모로 나뉜 ‘K-노동신분제’[노동절, 지금 우리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잘 모르겠음’이 40.0%로 가장 많았다. ‘가입을 원했지만 사용자가 거부하거나 원하지 않아서’는 11.5%로 30~299인(9.1%), 300인 이상(0.0%)보다 높게 나타났다.

근로계약서의 경우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22.0%가 ‘작성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30~299인 사업장은 5.9%, 300인 이상 사업장은 3.6%뿐이었다. 임금명세서는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37.8%가 ‘교부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30~299인 사업장이 11.0%, 300인 이상 사업장이 8.2%인 것과 대비된다.

‘K-노동신분제’ 끝내려면…“모두에게 권리를”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사업장이 노동법을 지키도록 만들어야 중소·영세사업장에도 법 준수를 강제하는 효과가 미친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주장은 예전부터 계속돼왔지만 정부는 ‘사업자의 지불능력’과 ‘국가 행정력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 왔다. 1999년 헌법재판소도 같은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은 차별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행정력이 성장하며 전면 적용도 ‘현실성 없는 얘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2년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확대방안’에서 “근로감독능력 등 행정력 부족은 더 이상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지, 이 사유로 사업장 규모에 따른 획일적 배제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 정부 때 근로감독관을 1000명 가까이 증원한 점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논의하고 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노동자 보호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이라는 2개의 축으로 구성되는데, 작은 사업장일수록 노조 조직률도 낮고 법조차 적용이 어렵다”며 “보호의 필요성은 큰데 단협의 보호는커녕 법의 보호조차 배제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2% 수준이다.

권 대표는 “시행령만 고쳐도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할 수 있다”며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걱정한다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모든 노동자 보호를 위해 초기업교섭과 산업별 단협 효력 확장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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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불가피?...무차별 인상은 철회해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5/01 08:06
  • 수정일
    2023/05/01 08: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 “가정용 전기와 산업용은 차등해야”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 27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4.27 ⓒ민중의소리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코 앞이다. 정부·여당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기정사실화하고 결정 시기만을 조율 중인 모습이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의 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액화천연가스의 국제 가격은 Mmbtu(열량 단위, 약 0.02톤)당 9.5달러에서 31.2달러로 229% 급등했다. 이로 인해 한국전력(한전)은 2021년 7조4,000만원이었던 적자가 지난해 33조원 규모로 불어났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8조6,000억원에 달한다.

연료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한국의 특성상 국제 연료 가격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후환경운동단체들도 요금 인상은 에너지 사용 감축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가스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올해 초 '난방비 폭탄'을 경험한 시민들은 이번 요금인상으로 '냉방비 폭탄'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제공돼야 할 '공공재'인 전기·가스에 '원가적용'이란 시장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시민이 쓰는 전기, 기업이 쓰는 전기는 다른데 왜 똑같이 올리나"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지난 26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현재 논의되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방안이 '무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구 기획실장은 "제조업, 대기업은 상품을 만들어 이윤을 얻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고, 일반 시민은 생활과 냉·난방을 위해 에너지를 사용한다"면서 "그런데 지금 요금 인상 논의는 두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는 용도에 따라 종류를 구분하고 판매단가에 차등을 두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다.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상업용 건물에서 사용하는 일반용을 비롯해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으로 구분된다.

기업들이 이윤 추구를 위해 사용하는 산업용, 일반용 전기와 일반 시민들이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가정용 전기를 구분해서 요금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구 기획실장의 주장이다.

구 기획실장은 "전기·가스에 대한 일반 시민의 사용은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필수제 역할을 한다. 생활에 적합한 온도, 가전제품을 이용하는 것은 시민의 건강과 생존에 필수"라면서 "물가와 금리가 동반 상승했고, 실질 임금은 하락하는 상황에서 가정용 전기 요금의 추가적인 인상은 억제하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용 전기같이 기업 등에서 경제적인 이윤 획득을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는 충분히 발전 비용을 반영해서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용 전기는 가정용 전기보다 저렴한 단가로 공급되면서 기업에 사실상 특혜로 작용돼 왔다. 산업용과 가정용은 요금체계가 달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가장 판매단가가 낮은 구간만을 단순 비교하면 산업용이 가정용에 비해 싸다. 산업용의 경우, 요금제에 따라 봄·가을철, 경부하시간대에는 최소 1㎾h당 71.5원까지 내려간다. 가정용의 가장 낮은 구간의 단가인 112원보다 싸다. 가장 비싼 구간을 비교해도 산업용은 221.4원(여름철, 최대부하)이 최대다. 역시 가정용에서 가장 비싼 구간인 299.3원보다 저렴하다.

기업들은 전기를 싸게 공급받는 만큼 많이 쓴다. 한전에 따르면 2021년의 경우 전체 전기사용량에서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절반이 넘는다. 일반용은 22%, 주택용은 15%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한전의 손실 중 전력판매에서 발생한 것이 22조8,000억원 규모다. 산업용 전력 사용 비중이 55%인 것을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산업용 전력판매에서 약 12조5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구 기획실장은 특히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지적받는 심야요금(경부하시간대 요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부하요금제는 심야시간에 전기를 발전 원가 이하로 할인해 준다"면서 "심야에 전기 이용이 적으니 할인하는 데 오히려 사용이 많아지면서 심야에도 발전기를 더 많이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부하시간대 요금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책정돼 있다. 심야시간에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뿐인 만큼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여겨진다. 지난 2015~2019년 경부하요금으로 50대 기업이 절약한 전기요금은 약 10조원 규모다. 이들 기업들은 5년간 사용 전력의 54%를 경부하시간대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하면 경부하시간대 요금을 인상할 경우 매년 2조원을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 기획실장은 "현재 전력 비용이 많이 올랐음에도 기업들의 전력 사용분에 대해 요금을 올리지 않은 것은 한전이 손해를 보면서도 기업을 지원하는 셈"이라며 "(기업에 대한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면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제조업의 원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격 인상과 물가 인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구 기획실장은 "기업의 원가 절감을 위해 공기업이 모든 적자를 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산업계의 부담을 이유로 공공의 희생을 요구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영세 중소자영업자는 지금도 에너지 요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산업 지원 등 보완적인 정책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후환경운동 단체들도 요금 인상이 에너지 사용 절감 등의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구 기획실장은 "통계적 사실만 말하면 한국이 1인당 전기 소비량이 높다고 하지만, 이는 산업용과 함께 'n분의 1'이 된 것"이라며 "가정용으로만 따지면 1인당 전력 소비량은 OECD 평균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전은 지난 2021년 인구 1인당 전기사용량이 1만330kWh로,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021년 산업용을 포함한 전체 전기 사용량 53만3430GWh를 같은 해 12월 기준 주민등록인구 5,164만명으로 나눠 산출한 것이다. 그러나 가정용으로만 따지면 1인당 전기사용량은 떨어진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한국은 1303kWh로 나타났다. 캐나다(4583kWh), 미국(4375kWh), 프랑스(2374kWh), 일본(1980kWh),독일(1522kWh)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는 "전기요금이 비싸다고 해서 효율화나 덜 쓰는 건 아니다. 사회·경제적 환경과 시스템 등에 의해 에너지를 어떻게 쓸지가 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요금은 인상하되 취약계층 등 에너지 빈곤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히 지원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구 기획실장은 "에너지 바우처 지원 등 에너지 복지가 지금도 사실상 제대로 작동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넓은 사각지대 발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90년대 이후 에너지 민영화가 이뤄졌는데 당시 주된 논리는 경쟁이 활성화되서 비용이 적게 들고, 요금이 합리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오히려 에너지 빈곤이 확산됐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최대 유럽에서 10만명이 난방을 못해 조기 사망하기도 했다. 복지가 우리보다 발전했다는 유럽에서도 높아진 에너지 비용이 취약계층에게 커다란 박탈로 다가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지원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맞지만 현재 전반적인 요금 인상에 대한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시내 전기계량기 모습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연료 가격이 오르니 어쩔 수 없다?...국내 요인부터 고쳐야"


구 기획실장은 국제 연료가격 인상이라는 외부요인이 이번 요금 인상 원인의 모두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민간기업에 유리한 에너지 산업 구조도 요금 인상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구 기획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국제 에너지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 때문에 한전의 적자가 100%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발전 산업 구조를 바람직 하게 만들면 해소되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전력의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는 민간 발전 사업자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전력거래소는 하루 전에 예측 수요를 결정하고, 발전 사업자는 시간대별 발전 가능 여부와 발전비용을 전력거래소에 제출한다. 전력거래소는 발전단가가 낮은 발전기부터 가동해서 해당 시간대의 수요를 채워나가는데, 수요량에 도달한 시점에서 마지막 발전기가 제시한 발전단가를 해당 시간대의 가격으로 결정한다. 발전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 결정된 가격을 SMP(계통한계가격)라고 한다.

통상 연료가격이 높은 LNG 발전소의 단가로 SMP가 결정된다. 지난해 LNG 가격 급등으로 인해 SMP도 올랐다. 이에 지난해 말 SMP에 상한선을 두는 'SMP 상한제'가 도입됐다.

구 기획실장은 SMP 상한제를 상시화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도입된 SMP 상한제는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최근 10년 평균의 1.5배를 넘을 때만 발동할 수 있다. 일시적인 급등 현상에는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3개월 연속 적용할 수는 없으며, 도입 1년 후에는 일몰되도록 한계 조건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제한을 풀고 SMP 상한제를 강력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구 기획실장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해 말 SMP 상한제가 도입됐는데 민자 발전사들의 저항을 받아 도입 시기도 늦었고, 적용할수 있는 조건이나 기간도 제한된 약화된 방식"이라며 "이를 상시화하고 강화한다면 1년에 2조원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MP 결정 구조에서 연료를 직수입하는 대기업의 이윤은 더 커진다. 연료를 직수입하는 대기업들은 LNG 가격이 싼 경우에는 직수입을 하고, 가격이 비싸지면 가스공사의 LNG를 구입한다. 직수입할 수 없는 중견 발전소는 비교적 가격이 비싼 가스공사의 가스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데, LNG를 직수입한 대기업 발전사는 실제 발전비용이 낮더라도, 중소 발전사가 형성한 높은 SMP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싸게 가스를 직수입한 대기업은 그 이상으로 이득을 얻는 것이다.

실제로 3대 LNG 직수입 민자발전 대기업인 SK, GS,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2조 3천억원으로, 2020년 영업이익 약 6천억원에 비해 4배가량 급증했다. 구 기획실장은 "작년에 SMP 상한제를 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훨씬 규모가 커졌을 것"이라며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인 결함으로 대기업들이 혜택을 엄청나게 향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LNG 직수입 대기업의 이윤은 단순한 기업의 이득이 아니라 한전과 가스공사에 비용을 전가한다. LNG 가격이 저렴할 때 대기업의 직수입 계약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가스공사가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가스공사는 1Mmbtu당 평균 24.46달러에 LNG를 수입했다. 같은 기간 민간 직수입 업체의 평균 도입가는 11.93달러로 가스공사가 민간 대기업보다 두배 넘는 가격을 줬던 것이다. 가스공사는 국내 도시가스 시장에서는 100%, 발전용 LNG 시장에서도 85%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가스공사의 부담은 곧 요금 부담으로 돌아온다. 구 기획실장은 "전체 LNG 수입 비용이 늘면서 가스공사의 부담이 되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대기업들의 영업이익 규모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른 건 맞지만 국내 (발전산업) 구조를 거치면서 더 상황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인들이 많다"며 "궁극적으로 연료 직수입을 폐지하고, 민간 발전사에 대한 공공화 등 근본적인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 27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4.27 ⓒ민중의소리

 

"요금 인상을 한전·가스공사가 모두 책임질 수는 없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기·가스 요금 인상 문제를 두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방만 경영을 질타하고 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지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한전과 가스공사의 무리한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으로 인해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구 기획실장은 "발전 공기업의 경우에는 발전 설비를 정기적으로 유지보수하기 위해서 발전소를 세우고 완전히 뜯어내서 수리·정비를 해야 하는데 이 공사의 주기를 늦출 수도 있다"면서 "그런 식으로 절감하는 건 결국 안전과 노동을 쥐어짜는 건데, 이는 생명,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요금 인상의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 비중을 늘리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도 탈탄소 에너지로 원자력을 내세우며 원자력 비중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구 기획실장은 원자력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원자력 발전의 원가가 저렴한 것이 맞지만, 폐기물 처리, 폐로 등에 대한 비용이 제대로 반영 안 된 것"이라며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비용이 중요하지만, (비용이) 안전이나 온실가스, 사회적 수용성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원자력 발전이 상대적인 저비용으로 나타난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확대하거나 유일한 대안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원자력 발전을 싸다는 이유만으로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미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을 내세우면서 원자력의 개발과 배치를 증진하기로 한 것도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중심 정책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보인다. 구 기획실장은 "많은 에너지기후환경 운동단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한국은 이미 원전이 많이 밀집된 국가"라며 "한국에 더 원전을 설치할 수 없는 게 분명하고, 안전상 문제로 높은 비중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는 요금 인상 문제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아직 낮은 수준으로 대안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구 기획실장은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정책은 사실상 SMP와 REC거래수수료라고 하는 사실상 보조금 정책이었다"면서 "현재는 재생에너지라는 게 민간이나 사업자들이 결국 벌어들일 수 있는 이윤이 크면 뛰어들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로, 사고팔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발전사나, RE100 기업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기관에서는 이 REC를 사는 것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처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 시장 진입을 장려한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RPS) 비율을 축소하는 등 REC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축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구 기획실장은 "에너지 전환과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민간에만 맡길 수는 없다"면서 "국가와 공공부문이 책임을 지고 기후 목표에 걸맞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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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국빈 방문의 그림자, '바이든의 푸들'은 누가 되나

[분석] 1·2차 한미정상회담, 프놈펜 한미일 회담 성명 살펴보니... 미·일의 반중-반러 정책 추종 강해져

23.04.30 19:47l최종 업데이트 23.04.30 19:47l오태규(ohtak)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9일(현지시간)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환송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9일(현지시간)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환송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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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4월 24일~30일) 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국빈 자격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건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선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국빈입니다. 

미국이 1년에 최대로 두 번 국빈을 맞는다고 하니, 미국이 윤 대통령을 크게 환대한 것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뉴스 초점이 지나치게 '국빈' 방문에 맞춰지고 있는 것은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초청국인 미국으로서는 국빈이라는 '최대의 예우'를 무기로, '최대의 국익'을 뽑아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화려한 행사의 이면을 보지 않는 분석은 허망하고 무익할 뿐입니다.

도청 사건 속 국빈 방문, 10년 전 브라질과 정반대
 
25일(미 현지시각) 미국 NBC방송에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  25일(미 현지시각) 미국 NBC방송에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 NBC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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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의 정보기관이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도청을 벌인 사실을 폭로해 세상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른바 '스노든 게이트'입니다.
 
이때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대화 내용이 도청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해 10월 말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있던 호세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합당한 해명이 없으면 국빈 방문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충분한 해명을 내놓지 않자, 행사를 1달 앞두고 미국 방문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뭔가 비슷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한 달여 남겨 둔 무렵에, 10년 전과 비슷하게 미국 정보기관이 우리나라 안보실장을 비롯한 동맹국의 요인들을 도청한 자료가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윤 정권의 선택은 브라질의 호세프 정권과 정반대였습니다.

도청에 대한 해명 요구는커녕 '국가 간에 할 수 있는 행위' '악의 없는 행동'이라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변호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아마 국빈 방문 취소 같은 '담대한 구상'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겁니다. 되레 잘못하다간 12년 만의 국빈 방문이 어그러질까봐 초조해했을 게 분명합니다.

윤 대통령은 방미 중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앵커가 "친구가 친구를 도청합니까?"라고 묻자 "친구끼리는 그럴 수 없지만 국가의 관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현실적으로"라고 답했습니다. 이 답변을 들으면서 국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빈 방문이라는 형식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용입니다. 내용이 받쳐줘야 형식도 빛이 납니다. 내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역시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두 나라가 합의해 내놓은 외교 합의문서입니다. 외교 문서도 그때그때 채택된 것을 따로 살펴보는 것보다, 시간 추이에 따른 변화의 관점에서 관찰하는 게 더욱 잘 눈에 들어옵니다.

점차 강경해지는 반러·반중 성향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손뼉을 치고 있다.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손뼉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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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윤 대통령 취임 직후 바로 열렸던 1차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과 이번의 제2차 정상회담 공동성명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2022년 11월 13일의 한미일 프놈펜 공동성명을 비교해봤습니다. 프놈펜 성명은 한미일 3국 정상이 공동으로 낸 최초의 성명이자, 한국이 미일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공개 지지한 문서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3개의 성명이 윤 정권의 출범 뒤 나온 외교 문서 중 가장 중요한 문서입니다. 또한 윤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의 지향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에 155mm 포탄 지원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러시아 정책을 살펴보겠습니다. 1차 한미 정상회담 성명을 보면, '상황에 따라 살상 무기도 지원할 수 있다'는 윤 대통령의 최근 <로이터> 인터뷰 발언이 하늘과 땅처럼 멀게 느껴집니다. 물론 2차 정상회담 성명에 들어 있는 문구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중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중간에 끼어 있는 한미일 프놈펜 성명(2022.11.13.)이 변화의 단서를 보여줍니다. 그것 말고도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2022.6.29.~30.),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방한(2023.1.29.~30.)을 비롯한 공식 또는 비공식 작업이 어떤 작용을 했을 것입니다.

1차 정상회담 성명에서는 러시아에 대해 매우 절제된 표현이 쓰였습니다.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필수적인 인도적 지원"과 더불어 "러시아 및 러시아 단체에 대한 금융제재와 수출통제" 정도의 얘기만 나옵니다.

하지만 2차 성명에서는 논조가 비약적으로 강해집니다.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하고, "필수적인 정치·안보·인도·경제적 지원 제공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한층 높였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동성명 내용이 '<로이터> 인터뷰에 비교했을 때 온건해졌다', '살상 무기 지원 얘기가 빠져 다행'이란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1차 성명 때 가장 앞에 있던 인도적 지원이 2차 성명에서는 정치·안보 뒤로 밀린 게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안보'라는 단어가 두 번째로 배치된 것에 큰 함의가 있다고 봅니다. 살상 무기 지원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기보다 '안보'라는 추상적인 단어 속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의 선전 포고 직전에나 쓸 법한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이란 표현도 러시아와 한국의 다각적인 관계를 고려할 때 '너무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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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규  
      
브레이크 풀린 중국 비판, 대만 위기 개입

러시아 비판과 함께 중국 비판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1차 성명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일방적 현상 변경"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프놈펜 성명 때부터 이 표현이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2차 성명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만해협과 관해서도, 1차 성명에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문구가 2차 성명에 거의 그대로 되풀이됐습니다. 프놈펜 3국 정상 성명과도 같은 수준입니다.

이것은 윤 대통령이 방미 직전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 발언 수위에서 크게 물러선 표현입니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하는 입장", "대만 문제가 단순히 중국과 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해 중국을 강하게 자극한 바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표현이 완화된 것은 중국의 맹반발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3개 성명을 시계열적으로 관찰하면, 윤 대통령의 중국관(觀)이 미국과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차 성명에서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협력 확대'라는 항목에 들어 있는 내용 대부분은 중국을 겨냥한 것입니다.

특히 "양국은 경제적 강압과 외국기업과 관련된 불투명한 수단의 사용을 포함한 경제적 영향력의 유해한 활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공유하고, 반대를 표명하며,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 입장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말은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게 분명합니다. 중국의 경제 활동과 관련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도 처음입니다. 앞으로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뒤 나올 중국 및 러시아의 반발이 궁금합니다.

'워싱턴 선언'의 음과 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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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는 이번 방미의 가장 큰 성과로,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꼽습니다. 한미 두 나라가 북한의 핵 공격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정상 차원의 공동합의문이 처음 나온 것은, 북한의 도발 대응에서 보면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차관보급의 상설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신설하고, 북핵 공격 때 즉각적·압도적·결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확인한 것, 미국의 핵 잠수함의 정례적 한반도 전개 등은 모두 북핵 도발 억지력이 이전보다 커진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핵협의그룹의 신설이 미국과 나토의 핵 공유 정책을 뛰어넘는 '한국형 확장억제'라는 홍보는 과장된 것입니다. 미국의 전술핵이 실전 배치된 나토에는 핵협의그룹보다 강력한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이 설치돼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필 필요도 없이 '협의'와 '계획'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그룹의 비중 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워싱턴 선언 내용을 보면,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을 빌미 삼아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 핵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에 한국의 모든 역량을 기여할 것임을 확인했다"는 대목이 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방위비의 대폭 증액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매우 우려됩니다.

워싱턴 선언이 가져올 가장 큰 부정적인 효과는 오히려 북한에 핵 능력 강화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강하게 억지할수록 그것을 명분으로 북한이 핵 능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는 더욱 심화하는 딜레마를 워싱턴 선언은 피할 수 없습니다. 또 남북문제의 주체적 해결은 더욱 멀어질 게 분명합니다.

남북 양쪽의 '강 대 강' 대치와 폭주가, 1970년대 초 국제 정세의 유동기에 유신독재와 김일성 유일 체제 강화로 나타났던 남북한의 '적대적 공존' 상황의 반복으로 이어질까,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부시의 푸들' 블레어, '트럼프의 푸들' 아베, '바이든의 푸들'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4월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있다.
▲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4월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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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라는 허위 정보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할 때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세계 정상들 가운데 가장 앞장서 조지 부시 미국 정권을 지지했습니다. 병력도 미국 다음으로 많이 파견했고, 많은 사상자도 냈습니다. 그래서 블레어 총리가 얻은 별명이 '부시의 푸들'이었습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자, 그가 취임도 하기 전에 미국을 방문해 회담하면서 골프채를 선물로 줬습니다. 그리고 럭비공 같은 그가 어떤 대외정책을 내놔도 트럼프 지지를 가장 앞장서 했습니다. 심지어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그를 추천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얻은 별명이 '트럼프의 푸들'이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미국의 말을 잘 듣는 지도자를 뽑으라면, 모르면 몰라도 윤 대통령이 가장 앞 열에 설 것입니다. 북한 문제야 우리나라 보수세력의 대표주자로서 강경책을 선도한다고 쳐도, 경제와 안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깊고 넓게 형성돼 있는 중국·러시아의 관계를 일거에 파탄 낼 수 있는 무모한 발언을 마구 해대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윤 정부 출범 이후 나온 중요한 3개의 외교 문서가 그에 대해 조금은 답을 해주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표현이 미국과 일본이 즐겨 쓰는 어법을 점차 닮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외국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속내를 알아서 척척 발신하고 있습니다.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알지만, 상사의 귀여움을 가장 독차지하는 부하는 상사의 의중을 잘 헤아려 그가 하기 어려운 궂은일을 처리해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상사가 곤경에 처할 때 가장 먼저 내동댕이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물며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사회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의 지도자가 쏟아내는 칭찬에 취해, 나라의 이익과 자존심을 내던지는 지도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러나 미국 국빈 방문과 그 전후에 보인 언행을 보건대, 머지않아 블레어나 아베처럼 '바이든의 푸들'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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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선언, ‘핵 공유’ 과대포장 논란…윤, 빈털터리 신세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3.04.2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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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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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효, 워싱턴 선언 핵 공유 포함…백악관, 핵 공유 아니다

    확장억제에 올인하다 양쪽 다 뺏긴 빈털터리 신세

    ‘워싱턴 선언’에 미국과의 ‘핵 공유’가 포함된 것처럼 과대포장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이번에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차장이 워싱턴 선언에 대해 “국민들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이 화근이 되었다.

    김 차장의 발언 바로 다음날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국장이 한국 특파원들의 ‘핵 공유’ 관련 질문에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는 사실상의 핵 공유로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김 차장의 과대포장은 이렇게 하루 만에 들통나버렸다.

    ‘그러면 한-미의 시각이 다른가’라는 이어진 질문에 케이건 국장은 “우리는 핵 공유를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본다”라며, “한국 대통령실이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정의하기로는 그건 분명히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핵 공유’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용어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미 당국자가 얘기한 것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다. (우리는) 나토식 핵 공유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잠시,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였다.

    윤 대통령은 29일 하버드대 연설 이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워싱턴 선언은 핵을 포함하는 업그레이드 개념”이라며, “나토 핵 공유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 실효성 면에서는 나토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라고 말해버린 것.

    나토식 핵 공유는 핵무기 배치를 의미한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에 핵 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라고 자랑한 ‘핵협의그룹’(NCG)'은 북의 핵 공격 시 미국의 핵 보복을 명문화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한국과 협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에 불과하다.

    결국, 윤 대통령이 말한 ‘실효성’은 한미간에 핵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 말고는 없다. 나머지는 모두 주관적 욕망이 만들어 낸 과대포장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이번 방미길은 핵 공유를 비롯한 확장억제에 모든 외교 역량을 올인하다 보니 경제적 실리는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경제인 122명이 경제사절단으로 따라간 방미 첫날 미국에 10조 5천억 원 투자를 약속했지만, 한국 기업들이 기대한 반도체 지원법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독소조항 수정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못했다.

    게다가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을 대놓고 비난함으로써 한국 수출 시장의 절반을 잃게 생겼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는 13개월째 이어진 무역적자를 회복할 가능성 자체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미국에 다 뺏기고 빈털터리가 돼 돌아오는 윤 대통령, 과연 방미 결과는 또 어떻게 성과로 포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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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 곡에 133조? 윤석열 끌어내리자”…37차 촛불대행진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4/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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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4시 30분 촛불행동 주최로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37차 촛불대행진이 시작됐다. 

 

© 이인선

 

‘전쟁을 부르는 매국노 윤석열을 몰아내자!’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천여 명이 참가했다. 

 

오전부터 내리던 비가 집회 시작 직전에 그쳤지만 거리에는 돌풍이 심하게 불었다. 

 

그러나 윤석열 퇴진 피켓을 든 시민들은 옷깃을 여미며 자리를 지켰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강남촛불행동 대표는 이날 집회의 주제를 담은 구호를 외쳤다. 

 

“나라 주권 팔아먹은 윤석열은 물러나라!”

“나라 경제 팔아먹은 윤석열은 물러나라!”

“일본에 퍼주고 미국에 퍼주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국민이 부끄럽다, 사대매국 윤석열을 몰아내자!”

“퇴진이 국익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미국의 머슴 노릇 윤석열은 퇴진하라!”

“전쟁을 부르는 매국노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가 안보 위협하는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중지하라!”

“김건희가 대통령이냐, 범죄자 김건희를 특검하라!”

 

▲ 사회자 김지선 강남촛불행동 대표.     ©

 

이날 집회에는 한미정상회담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집회 사전 행사로 촛불행동 상임대표인 김민웅 교수가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분석하는 길거리 강연을 하였다. 

 

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서 부른 노래 ‘아메리칸 파이’를 두고 “바이든이 윤석열한테 네가 키울 것은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아메리칸 파이야, 너 요리 잘하잖아”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아메리칸 파이’의 정체는 미국이 집어삼키려는 세계라면서 미국이 노리는 아시아 태평양 제국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과 일본을 연결해 미국에 파이를 요리하는 자가 바로 윤석열이라고 하였다.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이 부르지 않은 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오늘 내가 죽는 날”이라며 이것이 “윤석열의 운명을 예고하고 있다”라며 강연을 마쳤다. 

 

▲ 길거리 강연을 하는 김민웅 교수.     © 이인선

 

유튜브 새날 운영자인 푸른나무 권현문 씨는 “윤석열이 미국 가서 하는 짓을 보니까 ‘아 이놈이 미국 영업사원이로구나, 미국 놈이 한국에 미국 물건을 팔았던 거구나’ 이제 알겠다. 노래 한 곡에 133조를 팔아먹은 이런 자 대통령 자리에 놓아둬야겠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현대자동차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다시 영업을 잘해보려고 했는데 윤석열이 러시아와 적이 되면서 ‘더 이상 안 되겠구나’라고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철수하게 된 것이다. 삼성, SK 지금 4조 이상의 적자가 났다. 아이엠에프가 발표한 올해 성장률 대한민국의 꼴찌다”라며 “길어도 올해 안에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자”라고 주장했다. 

 

▲ 발언하는 푸른나무 권현문 유튜버.     © 이인선

 

강동촛불행동 김상우 대표는 “윤석열은 27일 미국의 합동 연설에서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워싱턴포스트의 오역(24일 인터뷰의 주어 논란)과 ‘바이든 날리면’의 왜곡과 가짜 뉴스는 누가 만들었는가. 대통령 본인이 만든 것 아닌가. 미 의회 연설을 통하여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독소조항 완화와 무역장벽을 제거해달라는 말은 못 하고 본인이 저지른 가짜 뉴스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뻔뻔스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라고 개탄했다. 

 

또 김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 대만 위기 시 개입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한반도가 대리전쟁의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우리나라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라고 주장했다. 

 

▲ 발언하는 김상우 대표.     © 이인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민소원 회원은 4.3항쟁과 김구 선생 관련 망언을 한 국힘당 태영호 국회의원에게 항의하기 위해 전날(28일) 태영호 사무실을 방문한 12명의 대학생이 연행된 사실을 알렸다. 

 

태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 때부터 여러 차례 4.3항쟁이 북한의 지시로 시작됐다는 망언을 했으며 최근에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이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 씨는 “태영호의 역사 왜곡 망언은 자주독립 국가 건설을 외친 우리 국민들의 역사를 짓밟는 파렴치한 짓”이라고 주장하며 “태영호가 사퇴해야 다시는 역사 왜곡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고 진짜 이 땅의 주인인 우리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가 될 수 있다”라고 외쳤다. 

 

▲ 발언하는 민소원 학생.     © 이인선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여러분이 1년여 동안 이곳 현장에 나와서 집회를 한 결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윤석열이, 국힘당이 아무리 기를 쓰고 국민을 현혹하고 속이려 해도 안 속아 윤석열 지지율이 이제 20% 대로 떨어지고 있다. 우리 많은 국민들이 김건희와 윤석열의 실체를 알았기 때문인데 그 실체를 알리는데 여러분이 노력하고 고생을 한 것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씀드린다. 우리 지치지 말고 윤석열을 끌어내고 김건희를 감방으로 보내는 데 끝까지 함께 하자”라고 하였다. 

 

▲ 발언하는 백은종 대표.     © 이인선

 

이날도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의 현장 인터뷰에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호응하였다. 

 

혼자 집회에 나왔다고 밝힌 15살 학생은 “윤석열을 반드시 끌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 촛불 시민 여러분 존경합니다”라고 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아내의 권유로 처음 집회에 나왔다는 중년 남성은 “제일 화가 나는 건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텔레비전을 보면 (윤 대통령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고 매일 거짓말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화가 난다”라고 하였다. 

 

노래 공연을 위해 나왔다는 ‘지식인 종교인 촛불행동 네트워크’ 소속 목사는 공동대표인 박춘구 교수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대신 읽었다. 

 

“미국에 삼성, 현대, SK 보내서 대거 투자로 일자리 만들어 주고 얻은 것은 겨우 첨단 기술 혜택 하나도 없는 넷플릭스 소비시장 돼주는 것 그리고 한미동맹 미화하며 북·중·러와 척지는 것. 구구절절 아부하는 소리 얼마나 듣기 좋았으면 60번이나 박수를 받았겠나. 그 순간 북과 중국과 러시아는 뭘 생각하고 있을까? 앞이 캄캄하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들이 「어둔 밤 마음에 잠겨」,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불렀다.     © 이인선

 

▲ 송희태 가수가 「내려와라」, 「우리의 세상」를 불렀다.     © 이인선

 

▲ ‘김주영의 퇴진뉴스’ 순서.     © 이인선

 

▲ 오솔잎의 지도로 참가자들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이인선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예술단 ‘빛나는 청춘’이 「들어라」, 「다음 주에 또 만나요」, 「불꽃이 되어」를 불렀다.     © 이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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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마' 검사 출신 대통령은 결국 그 흔한 '전관 변호사'가 돼 버렸나

[박세열 칼럼] '강직한 검사'는 어떻게 '가해자'를 변호하게 됐는가

 

 

 

 

 

한국 사회에서 보통 검사는 옷을 벗으면 '전관 변호사'가 된다. 엊그제 범죄자를 잡아 넣던 검사는 오늘 범죄자를 변호한다. 이상한 모습이지만 자연스러운 모습니다.

 

지난 2015년 '대장동 로비 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던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은 검복을 벗은 후 변호사가 됐고, 그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은 대장동 개발로 만들어진 회사 화천대유의 자문을 맡았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이상해 보이지만, 강 전 지검장에게는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는 "2015년 당시 수원지검은 남욱 변호사가 공영개발을 막으려 정·관계에 불법 로비한 혐의로 그를 구속한 것"이라며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이 자문한 화천대유는 별개의 회사라고 주장했다. 남욱 변호사를 구속한 검사는, 그 남욱 변호사가 가담한 회사에 자문을 한다. 이상하지만 문제가 없다는 이 상황. 

 

검사 출신이라고 해서 직업의 자유를 제한받을 수는 없겠다. 하지만 온갖 범죄자들을 감옥에 집어 넣는 '영감님'들이 갑자기 검복을 벗고 온갖 '범죄자'들을 변호하고, 옹호하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이상하게 볼 자유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 없는 그 흔한 '전관 스토리' 중에 하나다. 

 

전관의 세계는 화려하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검사장을 지내고 퇴임한 후 변호사가 돼 17개월 동안 16억원을 벌었다. 검사 출신 안대희 전 대법관은 변호사로 활동하며 5개월동안 무려 16억원을 벌었다. 그리고 총리 청문회를 앞두고 낙마했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홍만표 전 검사장은 변호사 개입 후 '몰래 변론'을 하다가 법정에 서기도 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영업 행태가 어떠한지 잘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처벌이 솜방망이니 검사 '전관'들의 화려한 변호 사례들은 성행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대통령이 된 검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윤석열 검사는 '강직한 검사' 이미지로 일약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윤 대통령도 '전관'의 길을 걸으려 한 적이 있었다. 그는 2002년 1월부터 2003년 1월까지 1년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윤석열 변호사는 유능했다고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기선 인천시장의 무죄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윤석열 검사는 다시 환복한다.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했던 이명재 변호사가 검찰총장이 되면서 그를 따라갔다. 윤석열 검사는 다시 '범죄자'들을 수사해 잡아 넣기 시작했다. 군부가 힘을 완전히 잃은 2000년대 검찰의 활약은 대단했다. 바아흐로 검사 전성시대라 할만 했다. 그 가운데서도 윤석열 검사는 '특수통' 입지를 다지면서 지방 근무를 하면서도 굵직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서울로 단골 차출됐다.

 

강직한 검사 윤석열은 검찰총장을 지내다가 자유인이 됐다. 그리고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국민의힘 당원이 됐다. 빠르게 변신했다. 그는 선거 캠페인으로 '문재인 정부에 맞선 강직한 검사'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무너진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면서 어퍼컷을 날렸다. 하지만 그에게는 '검사 이미지' 외에 가진 정치적 자산이 별로 없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엔 그 정치적 자산마저도 깎여 나가고 있다.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은 주 69시간 정책으로 이어졌지만 여론은 냉랭했고, 만5세 취학과 같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다가 다시 주워 삼켰다. 청와대의 용산 이전은 '노빠꾸 검사'처럼 전광석화로 추진했지만 용산이 상징했던(혹은 상징한다고 믿었던) '소통'과 같은 정치적 밑천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다. 그가 각광받았던 때는 화물연대 파업 엄정 대처 때 뿐이었다. 특히 외교 분야에선 '순방 리스크'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윤 대통령 시대 1년간 성적이다. 

 

그러는 사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그 '강직한 검사' 이미지는 이제 그 흔한 '검사 전관'의 이미지로 변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한쪽에서 자신의 충실한 심복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통해 '마약', '깡패', '건폭', '간첩'을 잡아들이고 있지만, 한 편에서는 범죄자가 된 전직 대통령에게, 심지어 자신이 기소해 실형을 살게 한 전직 대통령에게 "늘 죄송했다"며 고개를 숙인다. 검사는 전관이 되어 범죄자에 손을 내민다. 아무리 정치가 "표 되려면 조상 묘도 판다"고 하지만, 표 되려면 자신의 논리적 완결성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 쯤 해도 되지 않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기 전 일선 검사들에게 한 권의 책을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화이트칼라 수사의 아버지'라 불린다는 미국의 로버트 모겐소 뉴욕맨해튼검찰청 검사장의 전기다. 윤 대통령은 이 책의 발간사를 직접 썼는데,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모겐소 검사장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 사회의 '거악'은 어떤 것일까. 

 

거악을 수사하고 거악의 죄의 자백을 받고, 거악의 죄를 저지른 당사자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검사 출신 대통령'에서 한국형 '전관 변호사'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고 하면 지나친 비교일까. 무엇이 거악인가. 조국 수사가 거악이라고 치면 거기까지인가. '이재명 수사'가 거악 척결의 일환이라고 한다면 왜 '50억 클럽' 수사나 '주가 조작 수사' 앞에서 그 '정의'는 멈칫하고 있는가. 남은 것이라곤 '깡패, 마약, 건폭, 간첩' 수사인데, 이것이 로버트 모겐소 검사장이 말하는 '거악'인가?

 

검사 출신인 그가 대통령 후보 시절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말한 것에서는 선량한 피해자를 보호하는 '정의의 화신'과 같은 효과를 냈었다. 하지만 자신이 했던 발언마저 잊었는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와 같은, 전혀 '검사스럽지' 않은 방식을 추진하면서 그 해법이 '검사 시절부터 구상한 것'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그는 벌써 '기만술'에 물든 평범한 정치인으로 전락해 버린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아직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데, 한발 더 나아가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한다. '강직한 검사'는 언제부터 '가해자'를 변호하기 시작했을까? 

 

검찰은 2000년대에 안기부, 국정원의 불법 도청 사건을 수사하면서 도청 수사의 노하우를 잘 쌓아 놓았다. 하지만 '전관 검사'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불법 도청'엔 희한하게도 관대하다. '친구가 친구를 도청할 수 있는가'라는 언론의 질문에도 의연하고 담담하게 "일반적으로 말하면 친구들끼리 그럴 수는 없지만 현실 세계에서 국가 관계에서는 그것은 금지되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악의적으로 도청한 정황이 없다"는 어록을 남겼다. 범죄를 보고 선택적으로 눈 감는 건 언제부터 시작한 일일까?

 

굴욕과 가장 거리가 먼 '강직한 검사' 이미지의 그가 '굴욕 외교'라는 평을 받고, 미국의 범죄 혐의가 짙은 일에 대해 스스로 '변호사'가 되어 내놓는 말과 행동들을 보면, 검사 윤석열은 정치인이 되기로 하면서 그 흔한 '전관 변호사'의 길을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했던 그 '강직한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기왕 '검찰공화국'이란 비판을 받을 것이라면, 지휘고하 상대를 막론하고 '엄정한 법집행'에 입각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취임 1주년을 며칠 앞두고 든 생각이다. '선택적 검찰공화국'은 '검찰공화국'보다 더 나쁘다.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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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정신 승리법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04.29 06:59
  •  
  •  댓글 0
  • 미국은 어떤 친구인가

    염탐하는 친구

    워싱턴 시각으로 4월 25일.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NBC방송 앵커인 레스터 홀트와 마주 앉았다. 홀트는 “미국이 한국을 도청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미국인 홀트가 보기에도 미국이 한국을 도청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았던가 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이 기괴하다. “미국 정부 관료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안보 관료들이 이에 대해 미국 카운터파트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앵커가 물은 것은 ‘도청 사건’이었는데, 대통령이 답한 것은 ‘문건 유출’ 사건이었다. 이 정도면 역사에 남을 동문서답이라 하겠다.

    답답했던 것일까. 앵커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친구가 친구를 염탐합니까”

    말문이 막힌 대통령. “일반적으로 친구끼리는 그럴 수는 없지만, 국가 간 관계에서는 서로...” 뜸을 들인다.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현실적으로”라고 말을 잇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가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강조한다.

    신뢰가 없어 도청하는 미국, 도청당해도 신뢰한다는 대통령. 아큐 버금가는 정신 승리법이다.

    혜택 주는 친구

    4월 27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장. 윤석열은 답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미 양국의 미래세대는 또 다른 70년을 이어갈 한미동맹으로부터 무한한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워싱턴선언’이라는 별도 문건까지 합의했고, 넷플릭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약속받았으니 고무되었을 것은 인지상정. 그러나 ‘앞으로 70년 동안 무한 혜택’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미국 방문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는 다 내줬다.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중 관계, 한러 관계 악화할 말, 미국이 좋아할 말만 골라 했다. 미국의 도청 행위마저 신뢰라는 말로 덮어버렸다. 미국이 갈구하는 포탄은 이미 한국에서 우크라이나로 이동 중이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우크라이나 전쟁, 인도·태평양 지역 등 미국이 관심 사항이 앞에 놓였다. 워싱턴선언은 핵협의그룹이라는 ‘새로운 논의기구’ 하나 추가하고, 한반도 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핵무기탑재잠수함 전개를 약속받았다.

    23건의 경제 관련 MOU 체결, 59억 달러의 투자유치는 불확실한, 미래형 약속에 불과하다. MOU가 실제 계약 과정에서 취소되고 무산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게다가 우리 기업이 대미 투자액 1천억 달러에 비하면 미국의 한국 투자액은 새 발의 피다.

    미국이 우리에게 준 것은 립서비스이고, 우리가 미국에 준 것은 중국과 러시아 대결 전선 동참이다. 그 결과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전쟁 위기 고조,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 불안이다.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받을 혜택은 없다. 우리가 미국에 무한 혜택을 제공하는 일만 남았다. 미국은 더 이상 우리에게 혜택을 주는 친구가 아니다. 안보에서도, 경제에서도 미국은 자기 이익 챙기기 급급하다.

    판판히 뜯기면서도 혜택이라는 사고, 또 하나의 정신 승리법이 아닐 수 없다.

    5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우리 대통령이 초청받았다. 히로시마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조율되는 모양이다. 5월 히로시마에서 또 어떤 정신 승리법을 펼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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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방송 공정성을 누가 심판할 수 있나"

  • 기자명 박서연, 금준경 기자 
  •  
  •  입력 2023.04.29 11:05
  •  
  •  수정 2023.04.29 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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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5기 방통위원 인터뷰②] 지난달 퇴임한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전 부위원장

    “검찰 수사 여부 떠나 대통령 바뀌면 방통위원장 물러나야”

    후임자 내정된 최민희 전 의원에 “여야 모두 동의 가능한 인사 필요”

    현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안에 “이사회 지역성 배제한 민주당 법안 문제”

    “(한숨) 일단은 미안하다. 혼자 빠져나온 것 같아서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난달 30일 임기를 마친 안형환(60) 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부위원장이 지난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을 향해 던진 첫마디다.

    2022년 9월23일. 검찰이 방통위의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을 주장하며 방통위를 상대로 첫 압수수색을 진행한 날이다. 벌써 7개월이 지났다. 방통위 직원 30~40여 명이 조사받았고, 방통위 국·과장과 2020년 TV조선 심사위원장 등 3명이 구속기소됐다. 한상혁 위원장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방통위의 사기가 떨어진 상황을 고려해 지난달 30일 퇴임한 안형환 전 부위원장과 지난 5일 퇴임한 김창룡 전 상임위원은 앞서 퇴임한 위원들과 달리 퇴임식조차 열지 못했다.

    ▲안형환 전 5기 방통위 부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안 전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퇴임하며 “한 위원장님 본인은 많은 고민이 있고 여러 생각이 있을 거라 보지만 만에 하나 기소가 된다면 우리 조직을 위해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방통위는 행정부 소속 중앙부처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에 따라 운영하는 게 헌법 정신이다. 새 대통령이 새 위원장을 임명하는 게 맞다. 충돌을 막고 방통위가 제대로 일하기 위한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는 의미다. 한 위원장에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제도 대폭 완화도 강조했다. 안 전 부위원장은 재승인 제도로 종편의 오보·막말·편파방송이 개선되는 순기능이 있다는 지적에 “부인하지 않는다”라면서도 “민간 기업은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에는 “지역의 목소리가 들어와야 한다. (당초 민주당 법안엔) 광역자치단체 의회 의장들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기로 했다가 없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졌다. 그래서 뺀 것 아닌가”라고 했다.

    안 전 부위원장은 2020년 3월26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김석진 전 상임위원(당시 야당 국민의힘 추천 몫) 후임으로 임명돼 지난해 1월부터 방통위 후반기 부위원장을 맡았다. 안 전 부위원장은 전남 무안 출신이다. 목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KBS 기자로 입사해 17년간 몸담았다. 2003년 하버드대 대학원 공공행정학 석사를, 경기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2008년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10년 8월부터 1년간 한나라당 대변인을 했다. 이후 동국대 객원교수, 단국대 석좌교수, 한양대 특임교수를 지냈다. 안 전 부위원장을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만났다.

    ▲안형환 전 5기 방통위 부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지난달 30일 퇴임사에서 한상혁 위원장에게 기소 시 조직을 위해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사실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전에 방통위가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구성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방송과 통신 융합 시대에 OTT의 등장, 지상파 성장 저하 등 신경 써야 할 업무가 많은데,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다. 한상혁 위원장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볼 때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건 방통위가 제대로 일하기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위원장의 임기가 남아있다.

    “방통위는 행정부 소속 중앙부처다. 헌법상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해 대통령이 행정부를 총괄하게 돼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 이념에 따라 운영하는 게 헌법 정신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방통위는 방송사를 규제하는 기관이고 다양한 목소리의 반영이 필요해 위원회로 만든 거다. 구조는 대통령 추천 2명, 대통령 소속 정당 1명 등 3명과 야당 추천 2명으로 3:2로 만들었다. 대통령 뜻대로 운영하되 야당 측에서 견제하라는 취지다. 미국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 미국의 정보통신 분야를 규제 감독하는 행정기관)도 똑같다. 대통령 측이 3명 추천하고, 야당 측이 2명 추천한다. 미국도 대통령이 바뀌면 위원장과 임기가 안 맞다. 야당 측이 다수가 돼버린다. 미국에선 위원장이 사퇴한다.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위원장을 임명하게 한다. 충돌을 막기 위한 현명한 판단이다. 그런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한 위원장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한 거다. 한 위원장에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다.”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에 주요 혐의(점수 변경 지시)가 빠졌다.

    “검찰이 수사하고, 각종 감찰받는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언급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련의 과정이 방통위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안타깝고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스러울 뿐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도봉구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 조작에 관여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퇴임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사무처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숨) 일단은 미안하다. 혼자 빠져나온 것 같아서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조만간 정상화될 거로 생각한다. 다시 한번 새로운 마음으로 방송통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뛰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을 갖고, 굳건히 생각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크지 않은 조직에서 30~40명의 직원이 검찰 수사, 감사원·총리실·대통령실로부터 조사받았다. 방통위 내부에선 (직원들이 힘들어했다는 게)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체 비율로 따지면 굉장히 많은 수가 조사받았다.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걸 잘 안다.”

    -검찰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의결 때 4년 재승인이 가능한 상황에서 3년 재승인을 의결한 것을 혐의로 적용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도 의결에 참여했다.

    “저는 반대했다. 4년을 3년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아웃이다’, ‘허가 안 해준다’는 건 가능하다. 주요 항목인 공정성 항목이 기준점(210점 만점에 105점)에서 미달했다. 물론 그 점수가 현재 (점수 수정) 논란이 있지만, 오히려 재승인을 안 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4년에서 3년으로 내릴 수 있는 건 어디에도 (규정이) 없다. 위원회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게 맞는지 논란이 있었다. 당시 위원회는 바른미래당 추천 표철수 위원, 나(국민의힘 추천), 대통령 추천 한상혁 위원장·김창룡 위원, 민주당 추천 허욱 위원 등 5명이 있었다. 저는 명확히 반대했다.”

    -2023년 3월 TV조선 재승인 심사 때 ‘민영 방송사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했다. 그러나 TV조선은 2017년 625점(기준점 650점)을 받았지만, 당시 방통위는 재승인 거부를 못 했다. 오히려 재승인 심사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민간 방송사의 공정성을 과연 누가 심판할 수 있냐는 생각이 든다. 민간 언론은 자신들의 철학과 창립 이념에 따라 보도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상식과 언론사의 사명을 요구할 수 있지만, 심사위원들이 정성평가로 ‘A방송사가 공정한 것 같다’고 점수를 매기는 게 가능한 것 같나. 타당치 않다. 물론 공영방송은 예외다. 미국의 FOX뉴스와 CNN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지만, 공정성을 시비 삼지 않는다. 미국 FCC에서 초창기에는 라디오 방송사들이 공정해야 한다며 공정성을 조항에 넣어 평가한 적 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많은 미디어가 생기다 보니 의미 없다고 봤다. 그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재승인 심사를 통해 부가되는 조건과 권고 사항이 방송에 기여하는 면이 있다.

    “조건과 권고 사항이 과도하게 많다. 방통위에서도 불필요한 내용은 줄이자는 논의를 해왔다.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굳이 넣을 필요가 없는 데도 습관적으로 부가한다. (위원회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조건을 넣는) 솔직히 그런 부분도 있다. (2023년 재승인은) 2020년보다 많이 줄였다. 앞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 정부 감독 기관이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방송을 이제 언론이라는 족쇄에서 풀어주자. 방송에서 언론의 기능은 극히 작은 부분이다. 보도 기능 얼마나 되겠나. 예능, 교양 비중이 훨씬 크다. 방송사를 보도 기능으로만 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내편 네편으로만 보고 있다. 그러니 큰 틀에서 육성, 규제하지 못하는 거다. 언론을 넘어 산업 측면에서 보자.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고민의 주제가 돼야 한다. 방송을 내버려 두자는 게 제 생각이다. 앞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

    ▲안형환 전 5기 방통위 부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TV조선은 과거 오보·막말·편파방송이 사회적 논란이 돼서 박근혜 정부 방통위에서 탈락 점수를 부여했던 상황이었다. 당시 보도 및 콘텐츠 투자 재승인 조건을 통해 방송이 개선된 면이 있다.

    “부인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점은 지적해줘야 한다. 학생들은 시험을 치면 어디가 약하다, 어느 부분을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이런 걸 알 수 있다. 재승인 심사받으면서 어느 부분이 약하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하면 방송사들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정부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대 때처럼 주도해 끌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우리가 프로그램 비율을 어떻게 하라고 할 필요가 있는 건가. 민간 기업은 자율성에 맡겨 두면 생존을 위해 아이디어 내고, 프로그램 만들고, 시청률 높이고, 광고 많이 받을 거다. 시장경제의 속성이다.”

    -방통위는 어떤 미디어에 주목해야 하나.

    “OTT 시대에 방송의 영역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방송은 중요하고 영향력이 있으므로 국가기관이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방송 종사자분들한테 미안한데 방송 영향력이 과거처럼 크지 않다. 유튜브 영향력이 더 강하다. 80대 어르신들도 유튜브 본다. 유튜브를 통제의 틀로 가져와서 방송과 균형을 찾을 것인가 고민하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에는 정치의 양극화도 있다. 하나의 국가에 두 국민이 산다. 원인 중 하나가 미디어에 있다고 본다. 방송 시절엔 불특정 다수에 동시에 쏘다 보니 사고의 틀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개별 미디어가 엄청나게 발달한 이 시대엔 선택적으로 미디어에 접근한다. 유튜브도 좌파, 우파 각각 성향에 맞는 것만 본다. 같은 사안에 다른 시각을 갖고 너무나 과도하게, 극명하게 나뉜다. 우리 사회가 통합되지 못하고 분열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후임으로 최민희 전 의원이 추천됐다. 국민의힘에선 반발이 있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이야기다. 임명권자가 판단할 거다. 큰 틀에서 방통위가 원만하게 작동하기 위해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인사보다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인사가 들어와야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방통위원 추천안 국회 의결 시) 대부분 동의율이 80~90% 넘어섰다. 여야 간 논란이 있는 건 서로가 피했으면 한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국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김창룡 전 5기 방통위원(인제대 명예교수)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김창룡 대통령 추천 위원의 후임 몫 임명은 왜 아직 안 되는 것 같은지.

    “(하하하) 그건 저도 잘 모르겠고, 임명권자가 고민하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KBS 출신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 이슈가 뜨거운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려운 질문이다. 궁극적으로 KBS가 광고 없이 수신료로만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한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다. 다매체 시대에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 통합이다. 국민 통합에 앞장선다면 수신료를 정상화(인상)해야 한다고 본다. 개별 민영방송은 설립 취지, 철학에 따라 보도를 할 수 있다. 공영방송은 그래선 안 된다. 균형을 잡아 줘야 한다. 민간 방송처럼 ‘내 철학’으로 방송해선 안 된다.”

    “수신료 문제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방송법 어디에도 공영방송이라는 표현이 없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협약제도를 준비했다. 어느 정도 법안이 다 준비돼 있다. 영국 BBC는 여왕이 방송권을 준다. 우리도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이임 받은 정부(방통위)가 BBC처럼 KBS 책무를 규정하고 재원을 정하는 과정까지 재정비하는 안이 준비된 상황이다. 공영방송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 걸까. 이 단계에 따라 정리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재원구조(수신료)의 공영성, 지배구조(공동체)의 공영성, 운영의 공영성. 큰 틀을 정리한 다음 수신료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 성급하게 접근할 게 아니다.”

     

    -민주당이 입법 추진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에 반대 입장을 냈다.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지만 공영방송의 정치적 종속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나.

    “이 역시 큰 틀에서 공영방송 정의, 책무, 운영 구조를 먼저 고민하면서 관련 법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 기초를 단단히 세우는 것 먼저 해야 한다. 여당에서 강하게 반대하는데 밀어붙이는 건 문제가 있다. 공영방송의 가장 큰 사명은 통합이라고 본다. 공영방송을 규정짓는 법이 극심한 갈등을 유발한다? 그럼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밀어붙이는 식으로 끝나는 건 안 된다.”

    ▲지난해 12월2일 언론인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민의힘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과방위 회의실 앞에서 전체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방송법 개정안 반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 내용에 대한 생각은.

    “공영방송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것이다. 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 법안은) 방송 전문가들만 모인 집단으로 이사회를 구성한다. 국회 추천 몫 5명을 제외하고, 방통위가 추천한 방송 유관 단체, 방송사 내 이익단체, 시청자위원들, 방송 전문가들 등 모두 방송 관련 단체들이다. 영국, 미국 등의 방송이사회는 방송 잘하냐 못하냐만을 따지는 조직이 아니다. 법률, 경영, 회계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두루 들어와 있다. 지금 법안은 방송인들의 무대로 끝나는 거다.”

    “특히 지역 추천 몫이 배제돼 있다. BBC는 의무적으로 권역별 추천 몫이 들어와 있다. NHK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시도지사 광역자치단체장협의회에서 추천하도록 했다가 (민주당이 법안을) 바꿨다. 이후 광역자치단체 의회 의장들이 추천하기로 했다가 이마저도 없앴다. 왜냐?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졌다. 그래서 뺀 것 아닌가. 그건 올바르지 않다. 지역의 목소리가 들어와야 한다. 완비되지 않은 법이다.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방송발전위원회 활동하며 전국 지역방송 대표들을 만났다.

    “김창룡 위원과 다니며 많이 배웠다. 열정적으로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지역방송이 정말, 매우 어렵다. 그런데 대책을 못 세우고 있다. 모든 게 수도권으로 모이다 보니, 지역산업이 붕괴 직전이다. 광고할만한 기업들이 없는 거다. 광고 수입을 마련하기 어렵다. 직원 한두 명 월급이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다. 지역방송은 ‘발전’ 차원이 아니라 ‘붕괴’를 막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 지역방송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시청률이 높아지고 광고가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진다. 그러나 좋은 콘텐츠 만들 자원이 없다. 악순환 구조다.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 단기간이라도 정부 예산 투입, 콘텐츠 지원이 필요하다. 작년에 많이 노력했는데, 많이 받아들여지지 못해 아쉽다.”

    -지역방송지원 예산이 지역방송당 연 1억 원에 불과하다. 방통위에서 증액을 요청했는데,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년에 총 46억 원을 받았다. 5기 방통위는 100억 원을 희망했지만 동결로 끝났다. 올해 정부 예산이 대부분 삭감됐다. 예산 담당과에선 그나마 (삭감 기조이기에) 선방했다고 말한다. (방송사당) 1억 원으로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겠나. 1억 원을 줘도 5:5로 방송사가 5를 부담해야 한다. 부산MBC와 KNN을 묶는 식으로 협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했다. 지역방송은 거듭 말하지만, 발전이 아니라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지역방송 종사자들의 자발적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과천정부청사에 위치한 방통위. 사진=미디어오늘.

    -합의제 행정기구 취지에 맞게 합의가 잘 이뤄진 사례가 있나.

    “약 97~98%는 합의가 이뤄진다. 이견은 100건 중 2건 정도다.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수요일 공개회의 전 월요일 비공개 간담회를 하면서 조율한다. 특정 통신사에 과태료를 매길 때 (예를 들어) 1안은 100원, 2안은 50원이라고 하자. 두 안을 갖고 토론해 75원으로 합의하는 식이다. 대다수 안건은 그렇게 한다. 정치적 민감 사안이라든지 철학이 다른 부분은 의견을 표출하고, 표결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자세히 보면 여야가 3:2 구도가 되지 않고, 4:1 구도가 된 적도 있다. 한 위원장께서 현 여당(국민의힘) 편을 든 적도 있다. 양심에 따라 하셨다. 5기는 특별히 싸운 적은 없는 것 같다.”

    -처리하지 못해 가장 아쉬운 안건이나 정책이 있나.

    “OTT와 같은 새로운 영역이 들어오면서 기존 미디어 체제가 붕괴되고 있다. 새로운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방송법은 오랜 기간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 분야만큼 급변한 분야가 없다. 새로운 규제 틀을, 발전을 위한 디딤돌을 만들어야 한다. 방통위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안을 만들었다. 국회에서 통과시켜 실행해야 했다. 그러나 올스톱 상태다. 방송산업, 미디어 발전에서 굉장히 중요한 법이다. 이걸 논외로 하고 KBS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

    -방통위에서 가장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기자, 국회의원 생활하면서 행정부 내부 관료들을 내부에서 본 게 아니라 외부에서 관찰자 비판자 입장으로 봤다. 지난 3년 동안 내부자 입장에서 처음으로 봤다. 직원들이 참 열심히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규제 기관의 특징이 산업 규제라고 하면 딱딱하고 무섭다. 규제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싶다. 엄포 놓고 호통치는 게 아니라, 여러분 마음대로 뛰어라. 그런데 100미터 달리기 경쟁하면서 반칙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핀셋처럼 뽑아내는 거로 생각해달라. 규제도 퍼블릭 서비스 중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

    -3년간 소회와 6기 방통위에 당부하는 말은.

    “이야기가 겹치지만, 떠나올 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떠나왔다. 홀가분하게 떠나지 못했다. 3년 동안 어찌 됐든 공동체가 부여한 공직자로서 사명을 다하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새로운 6기는 방송통신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적절한 행정서비스를 해야 한다. 관련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 정치적 논란을 떠나 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한 각종 법안과 정책 추진에 애써주길 부탁드린다.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방통위와 과기부 업무 겹치는 업무가 많다. 홈쇼핑은 이중으로 재승인받고 있다. 과기부 가서 등록하고 방통위에서 동의 받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시절부터 과기부와 방통위 업무 규정이 정확히 안 돼 있다. 거버넌스 규정을 정확히 해야 한다.”

     

    - 중복되는 분야는 방통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권한 영역 다툼을 많이 한다. 제 바람은 FCC 모델로 만들었으니, 거기에 따라 정확히 규제 감독 기관임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통위를 2008년 만들 땐 규제 감독과 미디어 산업 지원까지 모든 업무를 같이 했다. 미래부가 생기면서 또 떨어져 나갔다. 거기서부터 혼선이 생긴 거다. 방통위는 규제 감독의 권한에 관해서는 명확히 가져와야 한다. (유료방송 등의) 인허가권이 과기부에 있는데 그것도 정리해 방통위가 가져오고, 지원과 발전 기능은 과기부가 하는 걸 명확히 정리해줘야 한다. 그러면 복잡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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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만월대 디지털복원 학술대회 개최..공동발굴 중단 불구 꾸준한 정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4/29 11:30
  • 수정일
    2023/04/29 11: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최광식 전 위원장, "문화유산 전공자와 IT 분야 적극적 협업..제대로 된 운영관리 꼭 필요"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4.28 22:44
  •  
  •  수정 2023.04.28 22:45
  •  
  •  댓글 0
 
남북역사학자협회는 2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023년 제2회 개성 만월대 디지털복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에 앞서 참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북역사학자협회는 2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023년 제2회 개성 만월대 디지털복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에 앞서 참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07년부터 시작해 2018년 12월까지 12년간 총 8차례에 걸쳐 남북이 함께 진행하다 지금은 중단된 '고려 궁성 개성 만월대' 발굴사업의 디지털 활용에 관한 학술대회가 2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됐다.

(사)남북역사학자협의회(이사장 하일식)는 28일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2023년 제2회 개성 만월대 디지털복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하일식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남북역사학자협회는 지난 12년간 꾸준히 개성 만월대 고려 궁성 남북공동발굴 사업을 해왔는데, 통상 간헐적으로 중단되었던 기간보다는 좀 길어지는 셈"이라며 "역사 연구자나 고고학자들은 이 기간에도 발굴성과를 토대로 연구사업과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해 남북공동발굴사업이 중단된데 따른 아쉬움도 있지만 꾸준한 정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알렸다.

또 "올해 3년째 접어들고 있는 만월대 디지털 복원사업은 작년 첫 학술대회에 이어 올해도 지난 연구 성과를 공개하고 더 많은 학자들의 연구를 이끌어내고자 준비된 것"이라고 하면서 "이미 적지 않은 자료들을 웹상에서 만월대기록관을 통해 1차 공개했으나 자료의 양이 방대하고 또 남북사업의 특수성이 있어 빈자리가 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복원사업을 통해서 학계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특히 올해부터는 발굴조사단에 참여했던 분들의 역할도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어서 빈틈이 조금씩 메워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디지털 활용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최광식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전 위원장(고려대 명예교수)은 "세계문화유산을 메타버스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역사학과 고고학 및 고건축학 등 문화유산 전공자와 IT 전공자들의 전공자의 협업이 잘 이루어져서 실감나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서비스 제공 이후 제대로 된 운영관리와 업데이트를 위한 사후관리에도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래전 소실과 재건을 거듭하다 파괴된 건물을 눈앞의 실제 공간위에 복원된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가상체험(VR)을 넘어 증강현실(AR), 또는 혼합현실(MR) 등 적절한 IT기술을 선택해 확장현실(XR)을 구현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그 경우에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원래 모습을 추적하는 것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체험장비가 고장난 채 방치되어서는 제 아무리 개발이 잘 되어 있더라도 사용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없으므로 안정적인 사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광식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광식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 교수에 따르면, 2006년 개성 만월대 발굴 협의를 위해 찾은 현장에서 만월대는 계단과 첨성대 외에 남아있는 건물은 하나도 없었으며, 황량한 벌판에 주춧돌들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2007년부터 발굴이 시작되어 서부건축군의 60%를 조사했는데, 여기에서 청자와 금속활자, 와당 등 1만7,900여 점의 유물이 나왔다. 

발굴 유뮬은 모두 북측이 소유했고, 남측은 발굴 유물을 촬영한 뒤 3D 프린팅으로 만드는데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2013년 개성일대 성벽 5개 구역과 만월대와 첨성대 유적, 개성 남대문, 고려 성균관, 선죽교와 표충비, 왕건릉과 7개 고려왕릉 등'개성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15년 남북 공동으로 '개성만월대' 특별전을 개최했으나 남측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발굴 유물을 전시할 수 없어서 출토 유물을 3D 프린팅 기술로 복제하고 만월대 현장은 3차원 입체영상 홀로그램으로 바꾸어 가상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16년에는 '개성 고려궁성 3D 데이터 활용기반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개성 고려 궁성의 통합도면'과 '회경전 일곽 복원 설계 도면', 출토유물 도면 등을 제작해 전산화 작업을 끝내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때에는 특별전을 통해 3D 프린팅으로 복제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중이에 찍어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2019년 덕수궁 선원전에서 12년간의 공동발굴 역사를 만화로 소개하고, 2020년에는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아 '개성 만월대 디지털 기록관'을 구축해 운영중이다. 

최 교수는 IT기술의 적용에 있어서도 최근들어 추가되는 미디어아트형과 메타버스형을 적극 반영하고, 과거의 문화유산을 활용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성 만월대에서 발굴된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금속활자를 직접 전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금속활자를 발굴하는 과정을 가상현실에서 참여하여 세밀하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몰입도가 높은 경험을 서비스"하고 "건물을 재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를 개발하여 아바타가 건물들을 돌아다니며 그 건물의 유래와 성격을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을 첨가한다면 더욱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만월대 공동발굴 현장에서 남북 발굴단이 함께 키운 '만월이'를 아바타로 내세워 공동발굴 모습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고려시대의 궁궐로 들어가는 혼합현실을 구현하면 흥미로울 것이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만월대 공동발굴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연구자 등이 한 자리에 모여 △개성 만월대 4·5건물지군 복원의 방향 △고려 정궁 서부건축군 1·2건물지군 재고 △개성 만월대 발굴지 BIM 구축의 현황과 과제 △만월대 연구의 현황과 과제 △고려 경령전 관련 연구 검토, 그리고 문제의 제기 △고려시대 궁궐과 불교의례의 이해 △개성 만월대 복원을 위한 고고학적 검토 △개성 고려궁성 출토 와전  등 8개 주제에 걸쳐 발표하고 종합 토론을 벌였다.

한편,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 사업은 남측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의 합의에 따라 2007년 첫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2018년 12월까지 538일간 조기철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총 8차례 이루어졌다.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의 경사면에 자연 지세를 이용해 조성한 만월대는 전체면적이 39만㎡에 달하며,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는 미발굴지였던 서부 건축군 3만3,000㎡ 중 약 60%에 달하는 1만9,770㎡를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금속활자 1점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와전 및 도자기 등 약 17,900여 점의 유물을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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