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에 유머를 섞어 내리친 '장군 죽비'. 행운(도정) 스님(제주도 남선사 주지, 연경문화예술원 원장)의 세찬 죽비 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오는 20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일대에서 열리는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집회' 식전 행사인 '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원장인 행운 스님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성토했다.
행운 스님은 "윤석열 정부가 검찰 권력을 동원해서 압수수색하고 국민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모욕을 주면서 압박하는 일들과 똑같은 게 자승 전 총무원장에 장악된 조계종단에서도 자행되고 있다"면서 "불교계의 검찰이라고 할 수 있는 호법부가 맨 앞장서서 1700년 한국불교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호계원은 법까지 만들어서 스님들을 징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단법석] 1000개의 연등... '5무 정권' 퇴진 촉구
▲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전국민중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야단법석(野壇法席). 대중적으로는 정신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불가 용어로는 부처님이 대중들에게 설법을 베풀기 위해 야외에 설치한 법대를 이르는 말이다. 행운 스님은 "야단법석은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리"라면서 "그날 1000개의 연등을 스님과 불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자승 전 총무원장이 전방위적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조계종단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시국법회 야단법석에 얼마나 많은 스님들이 참여할까?
행운 스님은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조계종단에 밉보이고, 생계를 박탈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얼마나 많은 스님들이 시국법회 야단법석에 직접 참여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법회에 앞서 성명서 등을 전국의 스님들에게 돌려서 무기명 참여를 독려할 예정인데, 누가 봐도 무도한 정권이기에 이런 방식으로 함께할 스님들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1년 차, 한편에서는 천주교 시국미사에 대해서도 '퇴진' 구호를 내거는 것이 성급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행운 스님은 에둘러가지 않고 직설을 날렸다.
"이 정권은 우선 개념이 없습니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설문조사 기사를 봤습니다(관련 기사 : 윤 대통령 국정은 '무개념, 무능력, 무데뽀, 무책임' https://omn.kr/23mxh). '수염'(천공을 지칭)한테 물어봐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무능력하죠. 지금껏 제대로 능력을 발휘한 부처가 없어요. 또 무데뽀이기도 하죠. 마음에 안 들면 검찰 시켜서 압수수색부터 하니까요. 무책임하기도 합니다. '바이든 날리면', 이 방송 온 국민이 들었는데 책임을 안 져요. 책임질 일 있으면 전 정권 탓으로 돌리기만 하고."
행운 스님은 또 "무식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5무 정권이다, 더 많은 '무'자 돌림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행운 스님은 한일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분노를 하고 있듯이 나라를 거의 팔아먹은 굴욕외교"라고 비판했고,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문제 등 한미 간에 산적한 경제현안이 있는데 기업인들은 왜 데려갔는지 모르겠다, 밥 먹으러 갔냐, 아무런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행운 스님에게 '그래도 윤 대통령 영어 연설은 잘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묻자 우스개로 반문했다.
파사현정(破邪顯正). 삿된 것을 물리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부처님 가르침이다. 스님들이 윤석열 정권을 향해 '장군 죽비'를 들기로 작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떠올린 불가 용어이다. 그렇다면 왜 스님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를 '삿된 것'으로 규정했을까? 행운 스님께 윤 대통령의 정치철학에 대해 물었더니 단답형 대답이 돌아왔다.
"무식이죠."
행운스님은 "윤석열 대통령의 그간 행태를 볼 때 일반 상식뿐만 아니라 공감 능력이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배려심 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행운 스님은 이어 "검찰 특수부에서 오랫동안 몸담고 있으면서 무조건 잡아 조져라, 없는 것도 만들어내라... 이런 것이 몸에 배어있는 것 같다"면서 "국민들이 이렇게 촛불을 들고 오랫동안 광장을 지키고 있는데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안하무인격으로 무식하게 행동하니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행운 스님은 고려 말 공민왕과 승려 신돈의 관계도 꺼내들었다. 자신의 여인을 공민왕에 바치면서 온갖 권세를 누린 요승 신돈의 이야기다. 신돈이 자신의 아바타로 공민왕을 내세운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행운 스님은 "당시 이들이 벌인 작태에 대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백성에게 전가됐다"면서 "고려처럼 이런 정부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행운 스님에게 '부처님이 살아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떤 가르침을 줬을까'에 대해 물었다. 부처님이 마부와 나눈 대화를 들려줬다.
"부처님이 마부에게 물었습니다. 고집 센 말을 어떻게 다루냐? 마부는 맛있는 것도 주고 칭찬도 한다고 답합니다. 그래서 또 부처님이 물었습니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마부는 채찍을 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또 부처님이 물었습니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마무는 '죽여 버린다'고 말했습니다.
그 대화가 끝난 뒤 이번에는 마부가 부처님에게 똑같이 물었습니다. 부처님 제자 중에 꼴통이 있을 텐데, 어떻게 다룹니까? 부처님은 처음엔 칭찬도 하고 달래다가, 강하게 말로 꾸짖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마부가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이라고 물으니 부처님도 '죽여 버린다'고 대답했습니다."
행운 스님은 "부처님이 마부의 말로 유머를 구사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내 가르침을 극구 거부하는 사람을 어떻게 다룰 수 있겠느냐는 반증으로, 지금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행운 스님은 또 "이번 시국법회 야단법석은 시작일 뿐"이라며 "한 달에 한번쯤 전국을 돌며 시국법회를 열 예정이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도 종단과 사찰에서 보태는 게 아니라 국민 모금을 통해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행운 스님은 "스님뿐만 아니라 많은 불자들이 시국법회에 참여해 주실 것"을 독려하면서 이 같은 말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승려들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가 되겠다고 출가를 했는데, 지금 종단의 권력은 족발과 개 껌을 물고 달리는 자들이 휘어잡고 있습니다. 불교가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데 사회가 불교를 걱정하는 형국이죠. 승려들의 타락상이 심각합니다. 이에 물들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스님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오마이TV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도 이번 기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응원도 해주시고, 조계종단과 사찰 홈페이지에 따끔한 훈계의 말을 많이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시국법회 야단법석은 정권을 바로 세우고, 불교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에 대한 문의나 후원하실 분은 010-2879-7208(야단법석 준비위 대표전화)로 전화주시면 됩니다.
어린이·청소년들 제안 ‘탄소중립 선도도시’ 캠페인 실행…학생·교사·학부모 소통 창구로 기능
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365일 중 364일이 어른의 날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사회에서 배제됐고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날을 맞아 미디어오늘은 ‘어린이’라는 소외당한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을 담았다. 올해는 어린이 인권운동가 방정환이 만든 잡지 <어린이> 창간 100주년이다. 당시 방정환은 20세까지 어린이로 봤는데 미디어오늘은 그 취지를 살리고 현재 참정권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이기에 어린이·청소년 전반을 이번 기획기사의 주인공으로 삼으려 한다. - 편집자주
“김포신문 청소년 기자들은 본지에 지속적으로 카메라 고발 등 환경 오염 사진 등을 제보해 왔다. 특히 학교 인근에 휴지 등이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며, 김포 환경오염 현실에 실질적 변화가 있으려면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포신문에서는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김포시 탄소중립선도도시 만들기 캠페인을 실행하고자 한다.”(4월11일 김포신문 사설)
경기도 김포지역 주간지 김포신문은 청소년 기자들 제안으로 ‘나무살리는 손수건 쓰기 운동’을 시작으로 탄소중립선도도시 캠페인을 시작했다. 보통 언론에는 어린이·청소년 등 미성년자의 목소리가 잘 담기지 않는데 김포신문은 청소년 기자들이 직접 기사 등을 쓸 뿐 아니라 지역운동을 제안하고 이를 실천하며 소통하고 있다.
▲ 김포 탄소중립 캠페인. 사진=김포청소년신문 갈무리
김포신문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김포신문 내에 청소년신문 지면을 만들고 있다. 이는 젊은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김주현 김포신문 부국장은 미디어오늘에 “김포 지역에 정기간행물이 김포신문 하나이고 김포신문 대표가 ‘지역에 지면이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사명감이 있다”며 “기존 구독자가 줄고 김포에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되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할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청소년신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포시 인구는 지난 2012년 28만명 수준이었는데 11년 만에 48만명(2023년)이 넘었다. 인구급증은 신도시 등 개발로 대부분 젊은 층이 유입한 결과다. 수도권 지역 특성상 젊은 층이 기초자치단체 지역 현안에 큰 관심이 없고 특히 지역신문을 지면으로 보는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젊은 어른보다는 어린이·청소년을 공략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 지난해 9월28~10월4일자 김포청소년신문 '나는 네가 노담이면 좋겠어' 캠페인 관련 기사
창간 30주년을 맞은 2020년,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였다. 김 부국장은 “(신문사에) 위원회가 다섯 개 있는 이들 중엔 학부모가 많았다”며 “교육 3주체(학생, 교사, 학부모)가 교육 의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없으니 그것부터 만들면 좋겠다고 해서 청소년신문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별도로 청소년신문을 만드는 것은 비용 등 부담이 있었다. 이에 김포신문 기존 24면을 32면으로 늘리고 서너개면을 청소년신문으로 꾸렸다. 김 부국장이 NIE 강사 경력이 있어서 관련 내용을 준비했고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사업으로 인턴기자를 채용할 수 있었다. 그 자리를 김포에 사는 동화작가로 뽑았는데 해당 동화작가는 청소년신문을 담당하면서 김포의 설화를 동화형식으로 풀어내는 등 어린이·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글을 썼다.
김포청소년신문은 영화관이 없는 지역의 경우 신도시까지 가야하므로 영화관이 필요하다는 정책 제안, 쓰레기통을 만들 때 마을을 상징하는 쓰레기통을 만들자는 간담회, 학교 내 사각지대인 급식선생님들 문제 등에 대해 다루며 어린이·청소년의 목소리나 그들의 관심사를 담아내고 있다. 또 소외된 이들을 위해 김포청소년재단과 연계해 만든 ‘신문으로 만나는 직업’ 코너를 통해 지역내 이웃들의 직업을 소개하고, 직업인에게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 지난 2021년 11월24~30일자 김포청소년신문 기사
김 부국장은 “‘청소년의 눈’, ‘교사의 눈’, ‘학부모의 눈’ 등 교육주체들의 기고를 많이 받았고 NIE, 미디어 리터러시 등의 주제로 (지역 내) 학교들과 소통한다”며 “학내 신문동아리와 소통하기도 하고 요청이 오면 (김포신문에서) 출강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어린이·청소년들과 청소년신문을 통해 소통하기 위해 김포시 등에서 지역신문 지원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청소년기자단에는 초중고 학생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김 부국장은 “청소년기자가 10여명 있지만 상시적으로 활동하기보단 한번 기고하는 경우도 있어서 특정하긴 어렵지만 열려있다”고 했다. 청소년기자를 특정하지 않고 문턱을 낮췄을뿐 아니라 신문사에 편하게 제보를 하고 탄소중립 등 환경 문제에 대한 시민활동으로 참여하는 매개체로 청소년신문이 자리잡는 분위기다. 김포신문은 지난달 19일 ‘선한공익활동가단’ 모집에 나섰다. 청소년기자들이 제안한 김포탄소중립 선도도시 만들기 캠페인, 김포의 정체성인 김포역사 조명 등을 함께할 이들을 꾸리는 작업이다.
▲ 지난 1월11~17일자 김포청소년신문에 실린 어린이의 글과 그림
한편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지역신문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통진중학교 학생들에게 김포신문의 역할을 들었다. “김포시가 살기 좋은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송현),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학습 측면에서 ‘기자’ 직업에 대해 소개하는 글도 있으면 좋겠다. 편집방향에선 김포시 내 각 읍면동을 나눠 지역별 면 구성을 해도 좋겠다”(곽서준), “청소년에게 도움될 만한 정보가 많았으면 좋겠다”(김도후), “김포 내 일을 자세하게 다루면 좋겠다”(조재현) 등 의견을 담았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3.05.04 ⓒ민중의소리
“마음이 아프다. 남 일 같지 않다. 잘못한 것도 없이 우리는 일만 했을 뿐인데 ‘사회악’인 것처럼 자꾸 일반 시민들에게 여론전을 하고, 그래서 정말 자존심이 많이 상하고...”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양회동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지부 지대장의 빈소를 찾은 대구경북건설지부 김영민 조직부장이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유가족을 중심으로 강원도 속초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지던 장례가 이날부터 ‘노동조합장’으로 서울에서 이어지고 있다. 당초 유가족은 조용히 가족장을 치르길 원했으나, 고인이 가족뿐만 아니라 야당과 노조에 각각 별도의 유서를 남긴 것이 확인되면서 노조에 고인의 유지를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노동조합장인 만큼 유가족과 함께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상주를 맡았다. ‘열사 정신 계승’이라는 검은 띠를 머리에 두른 장 위원장이 직접 고인의 영정을 들고 앞장서 빈소를 차렸다. 영장 속 고인은 건설현장에서 노조 활동을 하며 힘차게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23.05.04 ⓒ민중의소리
“억울함 풀어주세요” 유가족의 호소
이날 오후 2시부터 조문이 시작되자, 전국 곳곳에서 상경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줄을 지어 빈소를 찾았다. 고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듯 조합원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김 조직부장의 말처럼, 고인도 생전 ‘건폭’으로 매도돼 모욕을 받았다. 그가 받은 혐의는 ‘공동공갈’이었다. 이에 대해 고인은 너무나 억울해했다. 자존심에 큰 상처도 났다.
고인은 야당 앞으로 남긴 별도의 유서에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억울하고 창피하다”고 적었다. 산화하는 순간에도 “억울하다”고 외쳤다고 한다. 정부의 무자비한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과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가 만든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유가족이 건설노조의 손을 잡고 서울로 빈소를 옮기기로 결정한 것도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인마저 ‘건폭’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에서 유가족에겐 결코 쉽지 않은 결심이었다. 하지만 고인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한 것 뿐”이라고 호소했고, 유가족은 이를 굳게 믿었다.
이날 아침 속초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끝으로 가족장을 마무리하고 집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있던 유가족이 다시 서울로 올라와 대중 앞에 나선 것도 큰 결심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등 야당 대표들이 조문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상경한 것이었다. 이 역시 야당에 역할을 당부하면서 ‘꼭 승리하여야만 합니다’,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라던 고인의 유지를 따른 결정이었다.
유가족은 빈소에 조문을 온 정의당과 진보당 대표단, 그리고 민주노총 지도부와 잇따라 간담회를 가졌다. 민주당과는 시간이 엇갈려 만나는 자리를 가지지 못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23.05.04 ⓒ민중의소리
유가족은 간담회 자리에서 ‘지금 여기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유가족은 “각 당 대표에게 드리는 유서를 읽고 저희 가족이 결심을 했다”며 “고인의 뜻을 퇴색시키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유서를) 한 자, 한 자 써내려 갈 때 비통함, 한맺힘, 그리고 절규를 가족이 막아서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사실 사고 당일 아침 아이들이 아버지한테 휴대폰으로 글을 보냈다. 그땐 휴대폰이 꺼져있지 않은 상태였다. ‘아빠 믿어, 아빠 힘내’ 그런 글을 보면 부모로서 (마음이) 돌아설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그 글을 보고도 그것(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이 어땠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유가족은 “(고인이) 네 번의 수사를 받고, 사고 당일 구속 기로에 서 있었다”며 “하지만 나는 죄가 없고,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굉장히 억울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은 “아이들에게 고인은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절대 그런 일을 하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떳떳한 아버지였다”며 “제발 아이들 아빠의 억울함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유가족은 아침에 고인을 보내며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고 왔다면서 “나중에 하느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나서기를 주저했다고 마음을 털어놓은 유가족은 “우리가 앞으로 갈 수는 없다. 저희가 힘이 없고 부족하니까. 하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 저희 가족은 제 자리에 서 있겠다”며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 모든 분들을 믿고 제가 (여기) 서 있겠다”고 힘줘 말했다. 유가족은 “저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그런 유가족을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는 유가족을 꼭 끌어안으면서 “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앞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건설노조 확대간부 상경투쟁 대회에서 “(양 지대장)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으니 ‘우리 아버지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얘기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23.05.04 ⓒ민중의소리
진보정당 “고인의 유지 잘 받들겠다”
민주당 “윤 대통령, 꼭 조문하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그 믿음 헛되지 않게, 마음 무겁게 받고 정말 열심히 하겠다”며 “무엇보다 양회동 지대장이 남긴 유지를 잘 받들고 억울함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고인이 했던 활동이 정당한 활동이라는 것들을 증명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고인의 뜻을 우리가 잘 이어가겠다”며 “결국은 건설현장에서 더 이상 이런 억울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고인이 저희에게 준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도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 받는 세상을 만드는 게 진보당의 사명”이라며 “꼭 억울함을 풀고 명예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 용기내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먼저 조문을 마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국 국가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이 수사에 대해서 방침을 주고, 그 방침 때문에 과잉 수사로 생긴 일이니 대통령께서 꼭 조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방한 중인 엠벳 유손 국제건설목공노련(BWI) 사무총장 등도 직접 조문을 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의 근조기와 노조의 화환 등이 고인이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빈소를 둘러쌌다. 이날 저녁에는 빈소 앞 마당에서 건설노조 주최로 촛불 추모 집회가 열렸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 지대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양회동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23.05.04 ⓒ민중의소리
민주노총은 이날 밤 중앙집행위 회의를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장 다음주 수요일(10일)에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퇴진 선포 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가 열리고, 그 다음주 수요일(17일)에는 ‘노조말살-민생파탄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다. 장례를 어떻게 매듭지을지에 대해서는 유가족과 계속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양경수 위원장은 이날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년부터 진행된 건설노조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 토벌대식 탄압이 건설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극단의 상황까지 내몰았다”며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입장 변화는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일 양희동 동지가 분신을 했는데, 2일에도 한 명의 건설노동자가 똑같은 혐의로 구속됐고, 3일에는 경기 지역의 건설노조 사무실과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며 “건설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또는 정권의 자기 지지 기반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건설노동자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매도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사의 뜻을 이어서 민주노총이 반드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는 투쟁에 나서야 되겠다는 결심을 더 강하게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양 위원장은 “무엇보다 정부가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대화의 창구는 노조의 경우 언제나 열려 있다”며 “하지만 정부나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대화를 요구하기는커녕 일방적인 탄압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맞서 싸우는 것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 빈소에서 조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3.05.04 ⓒ민중의소리 “ 최지현 기자 ” 응원하기
지난 1월 원로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검찰독재·민생파탄·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추)가 4일 오후 1차 대표자회의를 개최하며 공식발족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1월 19일 100여명 원로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검찰독재·민생파탄·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전국비상시국회의)가 110여 일이 지난 4일 전국비상시국회의(추) 라는 명칭으로 공식 발족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전국비상시국회의(추) 1차 대표자대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 1년 평가안 △운영규칙 △조직구성 및 임원선출 △사업계획안 △기본 절치활동 방향 등을 심의, 확정하고 선언문을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제목의 선언문은 "지난 1년 나라꼴은 엉망이 됐고 이런 추세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나라를 얼마나 더 망쳐 놓을지 암담하다"고 시작부터 직격했다.
정치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아걸고 일방독주로 일관했으며, 외교정책은 아예 국민의 뜻과는 정반대로 가기로 작정을 한 태세이고, 정치와 외교가 어지러운 가운데 나라 살림살이도 모든 지표가 적색 신호등을 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모든 분야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윤 정부는 케케묵은 공안통치로 대응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시대에 역행하고 퇴행하는 것을 자기의 임무로 삼은 것 같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민생이 파탄나고 전쟁위험이 고조되는 현실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전국의 광역시와 중소도시 시민들, 언론인, 교육자, 여성, 그리고 민주화운동에 젊음을 바친 각 대학 민주동문회와 사회운동단체들이 나서 전국비상시국회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비상시국회의(추)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기조를 전면적으로 폐기할 것,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할 것, 사회 각계각층과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 이를 거부한다면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맞서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경과보고를 통해 3일 현재까지 비상시국회의(추)는 △언론비상시국회의(2.17) △전국대학민주동문회(2.17) △서울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산하 단위 민주동문회 추진중, 4.15 성균관대민주동문회 비상시국회의 발족) △참교육동지회(10개지역 시국선언후 4.13 결의) △여성비상시국회의 추진위(5.2) △민주행동비상시국회의(민청련동지회, 민청학련동지회, 긴급조치사람들, 한청협동지회, 전대협동우회, 한총련동지회 5.11 출범 예정) △노후희망유니온(논의중) △(사)전국민주화운동동지회(3.5) △개신교 시국선언(5.4 윤석열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1천명 시국선언) △천주교 시국미사(3.20 전주 풍남문, 4.10 서울광장, 4.17 창원, 4.24 성남동성당, 5.1 광주) △불교 시국법회(5.20 사대매국 윤석열 검사독재정권 퇴진과 천만 불자 참회를 위한 범국민시국법회 1차 야단법석 예정) 등 부문별 성과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중부(3.1 안양역 광장) △경기 고양(4.29 일산문화광장) △경기 용인(4.19 보라동성당) △경기 성남(서명진행 중) △인천(5.8 부평역광장 예정) △강원 원주(2.22 원주시의회 비상시국선언) △강원 춘천(논의 예정) △대전(4.19 대전시청 앞 소녀상 옆) △충남(4.19 온양온천역) △충남 천안(4.19 천안터미널 맞은 편) △대구(대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제안단체와 연석회의 등 의견수렴 중) △경북 영주(4.19 대한광복단 기념공원) △경남 김해(논의중) △전북(4.25 추진위 결성을 위한 2차회의) △광주 전남(4.25) △부산(3.17) △제주(5.10 원로 및 사회운동가 시국선언 예정) △미국 뉴욕·뉴저지(3.5) 등에서 비상시국회의가 발족하거나 추진중이다.
이밖에 3월 14일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철회 시국선언)를 필두로 3월16일 전국 18개 대학 학생시국선언에 이어 대학과 학계의 시국선언이 계속되고 있는데, 앞으로 비상시국회의 참여를 위한 접촉을 시작할 예정이다.
1차대표자대회에서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된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왼쪽)과 문국주 집행위원장(오른쪽)이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국비상시국회의(추)는 운영규칙과 조직구성을 심의하면서 재야 원로들의 제안에 따라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연대체를 목적으로 하는 과도기적 운동단체를 천명하고,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전국대표자회의'를, 상설의사결정기구로 운영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임에 따른 집행위원회를 두고 집행위원회 산하에 기획·조직·홍보·대외협력·여성위원회 등을 두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26일(미국 시각)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라는 것을 온 세계에 대놓고 알렸다.
첫 번째, 한미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선언 모두 공식적인 국문본이 없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누리집에는 모두 ‘비공식 국문 번역’만 있고 ‘공식 국문본’은 없다. 반면 영문본에는 비공식이라는 표현이 없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공식 문서를 영문본으로만 채택하고 국문본을 채택하지 않은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지난해 5월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공식 국문본은 없었다.
언어가 다른 국가가 서로 회담한 뒤에는 자국의 언어로 된 합의문을 작성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는 자기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차원의 일이다.
만약 합의서를 둘러싼 논쟁이 생기면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라도 자국어로 된 합의문이 필요하다.
지난 3월 6일부터 10일까지 중국에서 열렸던 이란-사우디 회담 이후 중국, 이란, 사우디는 공동성명을 각각 중국어, 페르시아어, 아랍어로 작성했다. 회담을 주선한 중국의 언어로까지 합의문을 만들었다.
혹시 미국은 다른 나라와 회담을 하면 영어로만 합의서를 채택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채택된 북미 공동성명은 각각 ‘조선어’와 영어로 작성됐다.
이렇게 봤을 때 한미정상회담에서 공식 국문본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여겨진다.
이런 모습에서 두 가지를 유추할 수 있다.
첫째, 공식 국문본을 채택했어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공개된 비공식 국문본은 영어를 직역해서 내용이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 즉 국민에게 공식 국문본을 공개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을 숨기려는 꼼수일 수 있다.
둘째, 진짜로 공식 국문본을 채택하지 않고 영어로만 합의서를 채택했을 수 있다. 여기에는 미국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속국처럼 여긴다는 것이,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이런 태도를 당연히 받아들인다는 것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두 번째, 워싱턴 선언의 중국 사전 설명 문제이다.
윤석열 정권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꼽는 것이 워싱턴 선언이다.
그런데 워싱턴 선언을 한미 두 정상이 발표하기 전에 미국은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처지에서 미중 갈등 속에서 워싱턴 선언으로 중국과 또 다른 마찰이 발생할까 미리 설명했을 것이다.
미국 측이 워싱턴 선언을 중국에 사전 설명했다는 보도 이후에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도 중국에 사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시간 뒤 혼선이 있었다면서 한국은 중국에 사전 설명하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여기서 짚어볼 점은 미국이 중국에 사전 설명하는 것을 한국에 알렸는지, 혹은 논의했는지다.
왜냐하면 두 나라가 준비한 야심 찬 선언을 한쪽 당사국에 알리지 않고 다른 나라에 사전 설명한다는 것은 당사국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외교부의 모습으로 봤을 때 미국은 중국에 사전 설명하는 사실을 한국에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 알렸다면 한국 외교부는 미국이 한국과 협의하고 중국에 설명했다는 식으로 처음부터 밝혔거나, 한국이 사전 설명을 양해했다는 식으로 답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미국이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를 대놓고 했어도 입도 뻥긋하지 못한 모습이다.
세 번째, 미국에 대한 한국의 예속성을 거듭 확인했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
이는 워싱턴 선언에 있는 문구로 한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지속해서 의존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예속성을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한 윤석열 정권은 워싱턴 선언을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 1일 채택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서문과 6개 항으로 구성됐다.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
여기서 ‘허여’는 ‘어떤 자격이나 권한을 허락해 준다’라는 의미이다.
조약 제4조에 따라 대한민국 어디나 미국이 원하면 미군기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우리 영토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그런데 워싱턴 선언을 이 선언에 비유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의 주권보다 미국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정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4월 14일에 "중앙은행은 고물가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워싱턴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의 중요한 쟁점은 현재 주요 중앙은행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물가상승률 2%가 적정한가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토론자로 참여한 올리비에 블랑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물가상승률 목표를 현재의 2%에서 3%로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또 다른 토론자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고피나트 IMF 부총재는 현재로서는 물가목표치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의 발언을 했다.
세계 여러 나라 경제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올해 1월에 열린 전미경제협회(AEA)의 연례총회에서도 미국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 2%를 둘러싼 이러저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협회는 경제학 학술 단체 가운데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연례총회 참석자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학 교수는 물가상승률을 2%까지 낮추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고집한다면 고용을 포함한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면서 물가 상승률 목표를 3%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로머 버클리대학 교수도 물가안정 목표를 올리는 데에 동조했다.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학 교수는 물가안정 목표 2%에 빠르게 도달하려는 과정은 가계와 기업에게 심한 횡포라면서 목표를 5% 정도로 유연하게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대가들 사이에서조차 2% 물가상승률 목표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그 2%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정치경제연구소(PERI)의 폴린과 부아자는 물가상승률 목표가 왜 2%여야 하는가를 이론적으로, 또는 경험적으로 진지하게 조사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다고 얘기한다. 중앙은행들은 2%가 글로벌 스탠더드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연간 물가상승률 2% 정도가 경제주체들이 물가가 안정되었다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그나마 근거라면 근거라 할 수 있다.
물가안정 목표 2%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과 아울러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물가가 과연 잡힐지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현재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물가안정목표제를 아예 법으로 못 박아서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법으로 못 박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법에 물가안정목표제를 못 박아 놓았다. 한국은행의 설명에 따르면 물가안정목표제란 통화량과 같은 중간목표를 두지 않고 "물가상승률" 자체를 정책의 최종 목표 삼는 통화정책 운영방식이다. 주요 중앙은행들처럼 한국은행도 2019년부터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 2%를 목표로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물가안정목표제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범위를 위쪽으로 벗어나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중앙은행은 단기의 정책 금리를 올림으로써 시장 전체의 금리 상승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문제는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반드시 물가를 잡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연준 의장을 지낸 버냉키는 미국 연준의 긴축이 경기침체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하지만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를 한다. 금리를 올리면 확실히 경기침체가 생기겠지만 물가 상승률이 억제될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물가가 오르는 원인이 다양할 때 그것을 따지지도 않은 채 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물가가 오르는 데에는 그 이유가 상품의 공급 쪽에 있는 경우와 수요 쪽에 있는 경우가 있다. 금리의 인상은 일반적으로 개인 소비나 기업 투자와 같은 수요 쪽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의 공급 쪽에 문제가 생겨서 물가가 오를 때는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물가가 잡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재의 물가 상승은 주로, 에너지, 식량, 원자재를 포함한 국제적인 상품 공급의 부족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나라의 물가 상승은 외부에서 '수입'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현 국면에서 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물가 상승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이와 나란히 물가안정목표제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단순하게 이론적인 관심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논쟁의 배경에는 노동자와 자본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독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생기는 날카로운 이해의 대립이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현 국면에서 물가안정 목표를 2%로 하는가, 아니면 3%로 하는가에 따라 노동자의 이익은 크게 달라진다. 물가를 잡는데 금리 인상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가 아니면 다른 수단을 사용하는가에 따라서도 마찬가지이다.
물가안정목표제 자체가 이미 특정한 계층과 부문의 이익을 보장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다른 여러 목표를 제쳐두고 물가안정만을 목표로 삼는 제도이다. 물가안정목표제도를 채택한 중앙은행들은 물가 안정을 유일한, 또는 최우선의 정책과제로 인식한다. 중앙은행들 가운데는 고용이나 경제성장을 목표로 삼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조차도 대체로 물가안정이 일차적인 목표이고 고용이나 경제 성장은 후순위에 머문다.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이러한 물가안정목표제는 얼핏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계층이나 부문의 이익을 위해 특정한 관점을 받아들인 매우 편향적인 제도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바구니 물가가 장기간 고공행진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이마트를 찾은 소비자. ⓒ연합뉴스
임금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물가안정목표제
지난해 9월 미국 연준 의장인 파월은 보수 성향의 카토연구소가 개최한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질의응답을 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파월은 먼저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곧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릴 때까지 단호하게 정책금리를 올려 나갈 방침을 밝힌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리 인상의 밑에 깔린 진짜 목적이 따로 있음을 발언의 맥락 속에서 어렴풋이 드러낸다.
파월은 현재의 미국 노동시장에 대해 노동수요가 매우 강하고 높은 임금의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창출되는 불균형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높은 임금의 일자리 창출을 파월이 왜 불균형이라고 인식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파월의 다른 발언들을 보면 그의 속 뜻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다. 그는 노동력 부족이 이어진다면 임금상승 압력이 생겨서 기업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곧, 파월은 고임금의 일자리 창출이 기업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불균형이고,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금리를 올린다고 말하는 것이다.
파월이 이해하는 불균형이란 구체적으로 노동과 자본 사이 힘의 불균형이다.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고 실업률이 낮아지면 노동의 상대적인 힘이 증가하여 임금이 올라가고 거꾸로 기업들의 이윤 수준은 낮아진다. 기업 쪽에서 보면 실업률이 너무 낮아지면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높아져서 임금인상 요구가 커질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태도가 고분고분하지 않게 된다. 기업들로서는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파월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연준 정책 개입을 통해 경제 성장세를 떨어트리고 노동시장을 균형수준으로 되돌리고자 하는 것이다.
폴린과 부아자는 물가안정 정책의 주요 목표가 기업의 수익성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서 물가안정목표제에 바탕을 둔 금리 인상의 목적이 기업의 이윤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설명을 통해서 파월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곧, 파월은 연준의 금리 인상 목적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인 강조점은 경기 침체를 통한 실업률 상승, 그에 따른 노동조합의 협상력 약화와 임금 인하, 그리고 그 결과 생기는 기업 이윤의 상승에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폴린은 최근의 금리 인상을 노동자들에 대한 연준의 공격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파월은 임금상승률을 물가 목표와 같은 2%에 근접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파월은 임금 인상률을 물가 상승률과 같은 것으로 이해한다. 그는 노동력 부족과 임금 급등이 물가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라고도 얘기하는데, 이는 임금 인상이 상품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그 유명한 논리를 파월이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자본이 내세우는 전형적인 허위 논리이다. 실제로는 임금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이윤이 줄어드는 것이지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임금은 대체로 물가가 오른 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른다.
덧붙이자면, 미국 연준은 물가 안정과 함께 완전고용 책무도 지고 있다. 연준이 물가 안정을 이루기 위해 실업률을 높이는 것은 연준의 목표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연준은 물가안정 없이는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없다는 논리로 실업률을 높이는 정책을 합리화한다. 연준은 완전고용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물가안정 없이는 장기적으로 이를 달성할 수 없으므로 당장은 물가안정을 위해 실업이라는 고통을 견디자고 얘기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물가안정목표제가 현재처럼 물가가 급등하는 시기에는 임금을 낮추고 실업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기능하지만 거꾸로 물가가 낮았던 시기에는 자산가격을 부양시키는 수단으로 기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주요 나라들에서 1990년대에 들어서 도입되기 시작하여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 제도는 단기금리를 조절함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것인데, 거꾸로 물가가 어떤 사정에 의해 안정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는 금융정책 당국이 물가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금리정책과 신용확대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에는 장기간 물가안정 국면이 나타난다. 로버트 브레너는 세계시장 상품가격 안정 현상의 주요한 원인으로 중국의 세계시장 참여에 따라 세계시장 상품 공급량의 증가했다는 점과 노동조합의 힘이 약해져서 생산성 증가만큼의 실질임금을 올리지 못함으로써 가격 상승 압력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든다. 어쨌든 1990년대 이후 세계시장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되면서 중앙은행들은 자산가격 부양 중심의 금융정책을 펼 수 있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자산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만약 물가를 계산할 때 자산가격을 포함시킨다면 중앙은행들이 자산가격 부양 중심의 금융정책을 계속 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들은 물가를 계산할 때 자산가격을 제외시켰다. 그리하여 상품가격은 안정되어 있지만 자산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함으로써 상품가격과 자산가격이 따로 노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상품가격과 자산가격이 따로 놀면서 자산가격 쪽에서 거품이 발생했다가 꺼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중앙은행이나 자산계층은 금융 거품이 꺼지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거품 붕괴에 따른 손실을 공적인 자금으로 메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물가안정제는 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노동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그리고 물가가 안정되어 있는 국면에서는 자산가격을 부양하는 수단으로 기능한 셈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물가안정목표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거버너 세미나(Governors' Seminar)'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의 발을 묶는 물가안정목표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가안정목표제는 1990년대 들어 주요 나라들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요구로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했다. 그렇다면 IMF는 왜 우리나라에 물가안정목표제의 도입을 요구했을까? IMF가 우리나라를 걱정해서 그랬을까? IMF는 국제 금융자본의 이해와 동떨어질 수 없는 기구이다. 그런 기구가 우리나라에 물가안정목표제의 도입을 요구했을 때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물가안정목표제가 국제 금융자본의 활동에 도움을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물가안정목표제는 노동자의 협상력을 떨어트리고 실질임금을 낮은 수준에 묶어 두는데 유리한 제도이다. 이는 이 제도가 기업의 이윤을 높이는데 유리한 제도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물가안정목표제는 물가 안정국면에서 자산가격을 팽창시키는데 유리한 제도이다. 국제금융자본 쪽에서 보면 자산가격의 상승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다는 것과 같다. 물론 우리나라의 자산가 계층의 일부도 자산가격 팽창 과정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이익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주머니 속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물가안정목표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떠받치는 기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윌리암슨이라는 경제학자는 1980년대 말에 동유럽이나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혁을 위한 10가지 처방을 내놓으면서 이것을 '워싱턴 컨센서스'라 이름 붙였다. 윌리엄슨이 제시한 이 처방들은 컨센서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류의 학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내용들이었다. 워싱턴 컨센서스에는 재정 건전화와 정부 보조금 축소가 포함되어 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이러한 처방들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신자유주의의 작은 정부 이념에 어울리는 제도인 셈이다.
신자유주의 시기 이전에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중요한 목표의 하나였다. 정부들은 고용안정이나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했는데, 그때는 중앙은행이 그 국채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인수하더라도 전혀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은행이 정부와 서로 협력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협력하여 높은 성장률과 고용 확대, 물가 안정, 대외경제의 균형과 같은 목표들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나 물가안정 기능은 지금보다는 훨씬 덜 강조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그리고 특히 1990년대 이후 물가안정목표제가 도입되면서 중앙은행의 재정 지원 기능은 금기처럼 간주되었다. 중앙은행의 목표에서 경제성장이나 고용 확대는 지워지고 오로지 물가안정만이 남았다. 중앙은행의 목표가 좁은 범위로 제한됨에 따라 이에 비례하여 정부재정의 역할도 줄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가 사회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을 늘리려고 할 때 물가안정목표제가 그것을 가로막았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에 제격이었다. 물론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한 재정의 역할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었다. 폴린의 얘기하듯이, 신자유주의는 구제금융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IMF 토론회에서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가 걱정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성을 약속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부양이 필요한 정책을 공약(commit)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중앙은행이 재정 확대를 뒷받침하는 데에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통화정책은 구조적 개혁을 지원하도록 특정 부문에 배분할 수 있다"면서도 재정 우위를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그도 현재 지배적인 신자유주의 의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젤탑>을 쓴 아담 레보어는 국제결제은행(BIS)를 중심으로 위계적인 질서를 이루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이념적 통일성이 매우 강하다는 얘기를 한 바 있다. 이창용 총재의 발언은 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중앙은행의 목표를 확대해야 한다
가장 널리 읽히는 <화폐금융론> 저자인 미쉬킨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 물가 안정, 고용 촉진, 실물경기 안정, 경제성장, 금융 안정, 이자율 안정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은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 이외에도 고용 촉진이나 그 밖의 것들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자유주의 이념은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 안정이라는 좁은 틀에 가둘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안정에 머물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중앙은행의 목표에 당연히 고용 확대를 포함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 목적조항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전개된 바 있다. 이와 관련된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주류의 학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중앙은행의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통화정책이 고용과 같은 실물 변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점, 고용을 늘리겠다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과정이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중앙은행 목표 확대를 반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근거가 화폐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화폐 중립성 이론이나 화폐량이 직접 물가를 결정한다는 화폐수량설과 같은 보수적인 논리(왜 보수적인 논리인지는 나중에 다룰 것이다)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노동자들 쪽에서 보면 중앙은행 목표에 고용 확대를 포함시키는 것이 그들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데 유리하다.
스티글리츠는 중앙은행이 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데,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 중앙은행은 사회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고 또 마땅히 기여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사회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부의 재정 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해야 한다. 중앙은행 목표 확대와 함께 이를 이행할 정책 수단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중앙은행 물가안정목표제는 자산가와 자본가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능하도록 짜인 제도적인 장치이고 신자유주의의 기둥 가운데 하나이다. 중앙은행이 다수의 이익을 위해 기능하도록 이끌려면 먼저 중앙은행의 목표를 더 넓혀야 한다.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이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서 고용 확대, 불평등 완화와 같은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참고한 자료>
김성택, "연준의 물가안정목표제 논란 및 평가", 국제금융센터, 2023.4.6.
한국은행 워싱턴 주재원, "Powell 의장의 CATO Institute 컨퍼런스 주요 질의응답 내용", 한국은행, 2022.9.8.
아담 레보어 저, 임수강 역, <바젤탑>, 더늠, 2022.11.
Bernanke Ben & Frederic Mishkin, "Inflation Targeting: A New Framework for Monetary Policy?",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1997.
Joseph E. Stiglitz, The EURO, 박형준 역, <유로>. 2017.
Robert Pollin, "The Federal Reserve Attacks American Workers," 2022.9.15.
Robert Pollin, Hanae Bouazza, "Considerations on Inflation, Economic Growth and the 2 Percent Inflation Target," PERI Working Paper 2022, 12.
임수강 금융평론가
임수강 금융평론가(linsk@hanmail.net)는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독립 연구자이다. 증권회사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고 은행 경제연구소와 금융경제연구소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를 다룬 <바젤탑>을 번역해서 출판했다.
통일부는 3일 오전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와 원탁회의를 진행해 신통일미래구상 초안을 검토했다. [사진출처-통일부]
통일부가 '중장기 통일구상과 전략방향 정립'을 목표로 준비중인 '신통일미래구상'이 지난 3월 15일 첫 전체회의 후 두달간 5개 분과위원회별 회의를 거쳐 초안 검토단계에 접어들었다.
통일부는 3일 오전 남북회담본부에서 권영세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원탁회의를 개최해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마련한 (가칭) '신통일미래구상' 초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김영호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과 5개 분과위원회 위원장, 남성욱 특별위원회 위원장 및 특위위원, 통일부 관련 부서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권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신통일미래구상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한반도의 모든 구성원들이 더 나은 미래를 누리는 것"을 비전으로 담아야 한다며, 이를 위한 과제로 △통일을 위한 올바른 남북관계 정립 △북한의 긍정적 변화 촉진 △체계적인 통일미래 준비를 꼽았다.
'통일을 위한 올바른 남북관계'란 '분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 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가는 남북관계'라고 부연하고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당당하고 원칙있는 남북관계를 정립할 때 흔들림없이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긍정적 변화'에 대해서는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안심하고 훌륭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하고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비핵화'의 정책 목표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체계적인 통일준비'와 관련해서는 "정부는 물론 각계각층 국민 모두가 통일의지를 결집하고 국제사회가 기꺼이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통일준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장관은 당면한 상황이 녹록치 않은데, 장미빛 미래를 논할 때가 아니며 당장 남북이 마주 앉을 방안부터 찾은 게 우선이라는 의견을 듣고 있다고 하면서도, 통일의 주체이자 상대인 북한과 그간의 합의를 이행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북한은 핵 개발과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국민들의 통일인식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위기상황으로 짚고는 신통일미래구상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구상 △오랜 생명력을 가지는 구상 △국민과 세계가 돕는 구상이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신통일미래구상은 자유·평화·남북 공동번영의 세 가지 핵심적 가치 실현을 목표로 자유·평화·통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유는 외교 정책과 대북 정책, 통일 정책의 핵심적 내용이 되어야 할 가치"라고 하면서 "자유로운 국가들 사이에서 평화적 관계, 안보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 신통일미래구상은 이런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하는 동시에 자유의 확대를 통해 남북한 사이에 심화되고 있는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하다'거나 '사이버 범죄에 동원되는 북한의 유능한 인재들이 자유로운 여건에서 평양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남북이 공동번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겠다고도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통일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통일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신통일미래구상에 담길 핵심 내용으로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모든 구성원을 위한 더 나은 미래'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한반도' 비전을 담아야 한다고 정리했다.
자유, 인권, 평화, 번영, 개방 등 가치 구현에 중점을 두고, 정책방향으로는 △통일지향적 공존관계 정립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정착 △인권 등 보편가치 구현 △상생의 협력구조 정착 △개방과 소통의 열린 한반도 △동북아 평화·번영의 선도적 역할 등을 검토해 앞으로 구체화하며 각 분야의 추진 시범사업도 발굴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앞으로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마련한 신통일미래구상 초안을 토대로 △청년대화 △전문가대화 △각계 간담회 △통일미래 공모전 등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2월 28일 중장기 통일구상과 전략방향 정립을 위한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통일부장관 자문기구로 신설했다. 산하에 △정치‧군사 △경제 △사회문화 △인도‧인권 △국제협력 등 5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총 35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첫 전체회의 이후 5월 1일까지 분과위원회 1, 2차 회의와 특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위원 개인별 서면자문을 실시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한일 관계 옹호 발언’을 요구하며 공천 문제를 언급했다는 녹취가 MBC 보도로 공개된 가운데 꼬리 자르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월4일 주요신문 1면 모음
앞서 이진복 정무수석이 공천개입 의혹을 부인한 가운데, 3일 국민의힘 윤리위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징계 심사 요청을 받아들여 긴급 회의를 열고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태 최고위원의 제주 4·3 발언 등을 사유로 징계 절차 중인 윤리위는 이번 녹취 사안을 기존 안건에 병합한다는 계획이다. 4일 주요 신문 대다수가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대통령실 공천개입 녹취, ‘꼬리 자르기’ 우려
경향신문 <‘태영호 손절‘로 꼬리 자르나… 당 윤리위, 녹취건 징계 개시> 기사는 “김 대표가 대통령실 일정에 참석하기 때문이지만 태 최고위원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음성 녹취 사태 배경에는 대통령실 당무 개입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여권 분위기와 태 최고위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상명하복 태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내에서는 대통령실 당무 개입을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5월4일 세계일보, 중앙일보 사설
이를 두고 세계일보는 <[사설] ‘공천개입 녹취’ 파문…대통령실 선거법 위반 개의치 않나>에서 “대통령실이 여당 최고위원에게 공천을 언급하며, 국정 홍보를 종용한 건 명백한 당무 개입 아닌가.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새 누리당 총선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나”라며 “대통령실은 공천에 개입하고 싶은 유혹을 접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 공천 개입 의혹은 허풍이라는데 … 잘 안 믿기는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이번 파문의 근저엔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진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간 역학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파문을 건강한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지 못한다면 이런 일은 언제든 또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소통 낙제’ 평가…1주년 기자회견 요구 이어져
한겨레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60%는 ‘1년간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을 했다고 보도했다. 분야별(8개) 평가 가운데 ‘반대 세력과도 소통, 포용하려는 노력’은 가장 낮은 긍정평가(28.1%)를 받았다. ‘한·미·일 관계 강화를 중심으로 한 외교 정책’(43.5%), ‘노동 정책’(40.9%)은 상대적으로 긍정평가가 높았다. ‘환경 및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노력’(36.5%), ‘이태원 참사 대처 및 안전한 사회를 위한 노력’(36.3%), ‘실질적 성평등 사회를 위한 노력’(35.3%) 분야는 국정운영 긍정평가와 비슷한 수치였다. 이를 두고 윤 정부가 특별히 정책적으로 한 게 없어서 이슈가 발생하지 않아 부정평가가 나오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한 이번 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1011명에게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다.
▲5월4일 한겨레 보도
윤 대통령의 ‘소통’이 미진하다는 지적은 언론 매체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2일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우려가 일례다. 당시 그는 “여러분과 이렇게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기자간담회면 모르겠는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국내 언론과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국내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는 지난 1월 조선일보가 유일하다. 해외 순방을 앞두고 관련 국가 또는 영미권 언론과 대면 내지 서면 인터뷰 만을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 외국 언론만 찾는 대통령, 취임 1년 기자회견 하라>에서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고도 기자회견 없이 ‘맥주나 한잔하며’ 간담회나 하는 게 국민 앞에 예의가 아니다”라며 “글로벌 중추국가 가운데 취임 1년간 기자회견을 한번밖에 안 한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 또 어느 나라가 있는지 알고 싶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이유도 ‘국민 소통 강화’라 했는데, ‘도어스테핑’은 중단하고 기자회견도 없고, 어떤 소통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은 기자회견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국민 앞에 설 수 있는 대통령을 바란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은 <[김창균 칼럼] 워싱턴의 ‘공감 윤석열’, 서울서도 보고 싶다>에서 “윤 대통령은 워싱턴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우리와 마음이 맞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호평과 함께 국내 에서의 ‘윤석열표 소통’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몇 차례 말실수와 인사 실패에 대해 비판이 일자 대통령은 감정 섞인 대응을 했다. 그리고 국민 시선을 피해 무대 뒤로 몸을 감췄다. 대통령의 접촉 반경도 좁혀지기 시작했다”며 “워싱턴에서 빛을 발했던 ‘공감 윤석열’의 모습을 서울에서도 보고 싶다. 수십 번 고쳐 쓴 원고로 미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 냈듯,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과 정성을 쏟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정부 들어 ‘세계언론자유지수’ 하락
한국이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1년 사이 4계단 하락한 47위를 기록했다. RSF는 매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해당 지수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주요 일간지 중에선 경향신문, 한겨레, 세계일보가 이를 다뤘다.
경향신문은 “RSF는 한국에는 400개가 넘는 방송사와 600개가 넘는 일간지가 있는 풍부한 미디어 환경 이라고 평가했다. 정보의 자유에 관한 한국 법률도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봤다”면서도 “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의 고위 경영진 선임 과정에 정부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봤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70위로 바닥을 찍은 뒤 문재인 정부(2018~2022년) 들어 41~43위를 유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차인 올해 다시 전년 대비 4단계 주저앉은 것”이라 설명했다.
▲5월4일 세계일보 보도
세계일보는 <美 정부 “언론인 지원 ‘기자 방패’에 900만달러 내겠다”>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한편 “미국 정부가 언론사의 소송 비용 등을 지원하는 기자 방패(Reporters Shield)라는 이름의 언론인 보호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900만 달러(약 12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RSF가 한국 언론사들이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 언론인 ‘온라인 괴롭힘’ 피해에 대한 보호가 취약한 문제 등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탈당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의 돈봉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3일 자진 탈당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7일 이재명 대표에 이어 박광온 원내대표도 이날 “우리 당 모든 의원들을 대신해 다시 한 번 국민들께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다수 언론은 두 의원의 자진 탈당을 넘어선 실질적 쇄신을 민주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국민일보 <[사설] 탈당만으로는 돈봉투 의혹 해소도, 신뢰 회복도 어려울 것>는 “당을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하지만 여론에 떠밀린 탈당이라는 인상이 강하다”며 “민주당의 쇄신 움직임이 결론 없는 토론, 계파간세대결, 윤석열정부 비난에 그친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 ‘돈봉투 탈당‘ 은 쇄신 시작일 뿐, 민주당 환골탈태하라>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초기부터 전면적 진상조사와 예외없이 책임을 묻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음에도 이제서야 공식 대응에 나선 셈”이라며 “이러한 늑장 대응은 송영길 대표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의원들을 출당조치하고 무죄 판단 후에 복당시킨 사례와도 비견된다”고 지적했다.
▲5월4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쇄신 없이 ‘돈 봉투 의혹’ 탈당만으로 수습되겠나>에서 “민주당은 20여 명의 현역 의원이 돈 봉투 수수 명단에 오르내리는 상황을 지켜만 볼 게 아니라 공식 조사기구를 설치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마땅하다”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일상화한 상황에 민주당 지지율 역시 답보 상태인 건 거대 야당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루속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책을 내놓지 않는 한 총선전략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건설노동자 분신 이후 이어지는 ‘노조 탄압’ 논란
지난 2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건설노동자가 검찰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해 사망하면서 정부의 노조 탄압 기조와 낙인 찍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1면 <“먹고살려 노조 했는데…정치의 제물이 됐다”>, 3면 <경찰 “특진 50명” 내걸고, 정부 ‘건폭몰이’ 맞장구쳤다> <노동단체, ‘노조 과잉수사’ 인권위에 진정>, 10면 <노조활동 이유로 “공장 닫아라”…사측 일방적 직장폐쇄 ‘남발’ 우려> 등을 통해 이 같은 흐름을 다뤘다. 한겨레는 6면 <노동자 분신에도 노조 때리는 정부…노동계 “총파업” 갈등 격화> <분신건설노동자, 야당에 유서 “구속된 이들 풀어달라” 호소> 등을 통해 노동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불구속 기소된 한상혁 위원장, ‘면직’도 검토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고위감점 의혹 관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정부가 면직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진다. TV조선 모회사인 조선일보는 1면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검토… “공무원법 중대한 위반”> 기사에서 “방통위 설치 운영법에 따라 방통위원 면직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국가 공무원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검토 결과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주 한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부의 한 위원장 면직 건에 대한 검토가 끝나면 윤 대통령은 다음주 중 면직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 위원장은 무죄 추정 원칙 등을 들어 면 직이 부당하다며 소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는 외면한 채,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활동을 집중 단속하는 데 대한 반발도 거셉니다. 향후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기획을 통해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건설노조의 이른바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 진실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거해 분신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양 모 지대장의 빈소 앞.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전날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거 봐봐요, 이래 착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윤석열 정부의 민주노총 건설노조 탄압에 저항하며 분신한 양 모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빈소 앞. 양 지대장과 같은 철근공이자 4지대 부지대장인 홍세호 씨가 휴대전화 속 양 지대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말을 꺼냈다. 조합원들의 고용 보장을 요구한 한 집회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노조 조끼를 입고,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른 채 환하게 웃고 있던 양 지대장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본 홍 씨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양 지대장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조합원들 일자리, 밥줄 챙겨서 먹여 살리려고 엄청 헌신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홍 씨가 기억하는 양 지대장의 마지막 모습은 분신 당일(5월 1일, 노동절) 이른 아침이다. 당시 양 지대장은 오후에 열릴 예정이었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노동절 집회에 참석하는 조합원들을 배웅했다. 조합원들이 탄 버스가 출발하기 전, 양 지대장은 영동 지역의 철근팀을 함께 담당해 왔던 홍 씨에게 "철근팀들을 잘 이끌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영장실질심사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줄만 알았던 홍 씨는 양 지대장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농담을 주고받은 뒤 함께 웃으며 헤어졌다. 양 지대장이 홍 씨에게 남긴 마지막 부탁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노 탄압 이후, 노골적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채용 배제
본인도 일 못하는 와중에 조합원들 일자리 구해주려 동분서주
조문을 받기 시작한 3일, 양 지대장의 빈소에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밤부터 밤을 지새운 이들도 많았다. 양 지대장과 함께 강원에서 서울로, 다시 강원으로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한 조합원들도 여럿이었다.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조합원들의 조문은 5~6명씩 차례로 진행됐고 조문을 마친 조합원들도 차마 빈소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양 지대장은 마지막까지 정부 탄압에 내몰린 조합원들을 걱정했다. 빈소 앞에서 만난 여러 동료들은 고인에 대해 "유난히 조합원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고민이 많았던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는 양 지대장과 같은 건설노조를 조폭에 비유하며 '건폭'으로 매도했지만, 실상은 자신보다 동료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성실한 건설노동자였다.
고인이 담당했던 강릉, 속초, 고성, 양양 지역에 건설현장이 생길 때마다 고인과 '짝꿍'으로 건설사와 교섭했던 박석용 강원건설지부 조직부장은 고인을 "참 바보 같은 형"이라고 표현했다. 양 지대장은 사측과 교섭할 때도 모진 말 한 번 못 하고 "우리 형들, 우리 조합원들 좀 써달라"고, "일을 잘 한다"고, "지역 주민을 채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사정하는 사람이었다.
가뜩이나 큰 건설 현장이 많이 생기지 않는 지역인데,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이 시작된 후 현장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대놓고 채용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맺어왔던 건설사들도 싸늘하게 태도가 바뀌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입니다'라는 인사말이 나오기 무섭게 '야, 가'라는 막말이 돌아왔다. 건설노조가 건설사 협의체와 맺은 단체협약에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고용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윤석열 정부라는 '뒷배'가 생긴 건설사들은 이 합의를 쉽게 저버렸다.
힘들게 건설사와 마주 앉더라도 현장에 몇 명을 투입하느냐를 두고 협상이 시작되면, 이 모든 과정이 채용 강요를 하는 공갈범으로 몰리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유서에도 남겼듯 양 지대장은 이러한 모욕을 참을 수 없었다.
교섭이 어려워지자, 현장에서는 수개월째 일을 못 한 채 쉬는 조합원들이 늘어났다. 자신도 일을 못 하는 상황에서 양 지대장은 동료들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주히 뛰어다녔다. "쉬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면서.
그의 동료 중에는 6개월째 일을 못한 건설노동자도, 생계가 어려워 청약 통장까지 해지한 건설노동자도 있었다. 지난달 양 지대장은 1공수(하루 일당)밖에 벌어가지 못했으면서도 "일단 교섭부터 해야죠, 우리 조합원들 일부터 시켜야죠"라고 말했다고 박 조직부장은 전했다. 박 조직부장은 '양 지대장이 사측과 교섭에 성공해 조합원 5명을 현장에 넣어줄 수 있게 된 날, 너무 기분이 좋다면서 닭갈비를 사주더라'라는 일화를 웃으면서, 울면서 들려줬다. 정작 그날 역시 양 지대장 본인은 일을 하지 못했다.
양 지대장의 헌신을 곁에서 지켜본 동료들은 하나 같이 "이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고 되물었다. 홍 씨는 "정부도 하지 않는 건설노동자의 일자리를 챙기고, 건설사가 하지 않는 관리자 역할을 도맡으면서 건설노동자의 안전도 챙겨왔는데, 이게 그렇게 죽을 짓이냐"고 울분을 토해냈다.
박 사무국장은 "우리가 이렇게 투쟁하지 않으면 건설사는 불법 인력을 쓰고, 불법 하도급을 하고, 건설노동자가 하루에 한 명씩 죽어나가는 것을 당연시할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모 지대장이 노동조합 앞으로 남긴 유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민주노총 건설노조' 자부심 강했던 고인
유서엔 "노동자 주인 되는 세상 만들어 달라" 호소
고인은 일반팀 철근공 팀장으로 일하다, 지난 2019년 건설노조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아닌 일반팀에서는 저가 수주 경쟁으로 함께 일하는 동료를 착취하는 일이 일상적인데, 양 지대장은 이러한 부조리한 현실에 회의를 느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조합원으로 노조 활동을 하다가 간부가 된 건 지난해였다.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때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홍 씨는 "노조 탄압이 시작되니까 양 지대장이 정말 자존심 많이 상해했다. 건설사들이 교섭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옆 지대에서도 몇 명 일이 없다고 전화를 하면, 고성이나 속초 현장에 다 전화를 해서 어떻게든 일자리를 만들어 주려고…그렇게 목숨을 걸었던 분이다. 참 한결같았다"고 말했다.
김광영 강원건설지부 교육지원장은 "지대에 있는 수백 명의 식구를 자기가 다 책임지고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하고,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처럼 지역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양 지대장이 해결해 줘야 하니까 힘든 일인도 힘든 내색을 잘 안 하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양 지대장이 있는 3지대에는 약 180여명의 건설노동자가 속해 있는데, 이들의 삶을 책임져 왔던 건 정부도, 건설사도 아닌 건설노조 지역 간부였던 양 지대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언론에 간절히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 보도를 보면,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현장에 가서 조폭처럼 한 것처럼 도배를 하더라. 댓글을 안 보고 있다가 봤다는데 울분이 터졌다"며 "양 지대장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그런 왜곡 보도는 사람을 두 번, 세 번 더 억울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 지대장을 지대장으로 추천한 김기형 1지대장은 "간부가 아닐 때도 팀원 한 사람도 안 놀게 하려고, 진짜 최선을 다해서 일했던 팀장이었다. 누구보다도 헌신적으로 투쟁했고, 정말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지대장은 "양 지대장은 간부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지대장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있었지만, '피 같은 조합원들 돈을 어떻게 함부로 쓸 수 있느냐'며 사비로 기름값 넣고 밥 사가면서 조합원들 일자리를 창출했던 친구"라고 덧붙였다.
양 지대장은 '민주노총 건설노조'라는 사명감이 큰 간부였다. 영동 지역엔 유난히 어용 노조가 많은 편이었는데, 이들과 달리 조합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불법이 난무했던 건설현장을 바꿔나간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은 고인의 자부심을 짓밟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도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양 지대장은 노조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동지분들은 힘들고 가열찬 투쟁을 하시는데 저는 편한 선택을 한 것 같다. 하지만 항상 동지들 옆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며 "꼭 승리해야 한다. 윤석열의 검찰 독재 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야당 앞으로 남긴 유서에선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사 독재 정치에 제물이 되어 자기 지지율 숫자 올리는 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또 죄 없이 구속되어야 한다"며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돼야 하겠느냐.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트려 달라"고 당부했다.
양 지대장의 유지를 받은 건설노조 대정부 총력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 4일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에서 전국의 확대 간부들이 모이는 대규모 상경 투쟁을 연다. 민주노총 차원에서도 전면 투쟁을 준비 중이다.
긴 대화를 나눈 뒤, 다시 빈소로 돌아가는 박 사무국장도 눈물을 훔치며 투쟁을 다짐하는 말로 끝인사를 나눴다.
<이충재의 인사이트>(https://chungjae.com)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충재 기자는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 김건희 여사가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무형문화재 보유단체 전승자 오찬에서 어린이소리단 '소리소은'의 민요 '신사철가'와 '톱질이야'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김건희 여사의 혐의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주가폭락 배경에 통정거래를 통한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진 때문입니다. 관련 투자자들은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통정거래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 여사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실을 알면서 돈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입니다.
김 여사의 경우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지난달 27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검찰 또는 특검에 출두할지가 초미의 관심입니다. 우선 특검법이 12월 말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초에는 김 여사가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지만 총선이 임박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유동적입니다.
다급해진 검찰... 권오수 전 회장 조사
주목되는 건 특검 도입을 앞에 둔 검찰의 선택입니다. 검찰이 앞으로 남은 8개월 동안 김 여사 주가조작 연루 혐의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면 특검 현실화가 불가피합니다. 중립적이고 공정한 검찰을 내건 '윤석열 검찰'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검찰 일각에선 이렇게 된 마당에 정공법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합니다. 김 여사를 직접 불러 조사한 뒤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야권의 '김건희 특검법' 공조가 확실시되자 검찰의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검찰은 특검법 패스트트랙 지정 나흘 전인 지난달 2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조사했습니다. 지난 2월 도이치모터스 1심 판결 이후 검찰이 권 전 회장을 조사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만 봐도 다급함이 읽혀집니다. 검찰은 이날 권 전 회장을 상대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 여사 연루 의혹은 1심 재판부가 김 여사 계좌 일부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사실을 인정하면서 커졌습니다.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 3개와 어머니 최은순씨 계좌 1개가 각각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차명 또는 위탁 계좌로 봤습니다. 이 가운데 김 여사 계좌 중 1개는 주포 김아무개씨와 주가조작 가담자 민아무개씨 사이에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김씨) '준비시킬게요'(민씨) 등의 문자메시지가 오가고 직후 실제 주문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이들 4개 계좌는 모두 공소시효가 남은 2단계 주가조작 시기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사실만으로 주가조작 공범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되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위탁했거나, 주가조작 가담자와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뒤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합니다. 검찰이 사건의 주범 격인 권 전 회장을 조사함에 따라 조만간 김 여사도 조사한 뒤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관건은 김 여사의 검찰 출석 여부입니다. 한동훈 장관은 국회에서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한 차례 서면조사를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여사는 서면조사에서 일체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려면 소환 조사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실제 소환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과연 윤 대통령 직할체제로 구축된 검찰 수뇌부가 이를 관철시킬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대통령의 배우자도 성역없이 수사해 명예를 지킬지, 아니면 특검에 수사를 넘기는 굴욕을 감수할지 검찰은 기로에 섰습니다.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3.05.03. 08:30:19 최종수정 2023.05.03. 08:39:12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당정 협력을 강조하고 방미 성과를 설명했다. 한일관계 복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한일정상회담 일정이 잡힌 것과 관련해 "한미일 관계가 선순환 구조로 들어섰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방미 일정 중 미 의회 연설 당시 '가짜 뉴스'를 비판하는 내용에 미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는 언급도 했다.
윤 대통령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기현 당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등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을 포함 수석들이 참석했다.
만찬 직후 국회에서 열린 장동혁·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먼저 취임 1년을 돌아본 뒤 "4년간 당과 정이 함께 힘을 모아 나가자"며 "새로 구성된 원내지도부가 대통령실과 정부와 협력하면서 원내를 잘 이끌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장 원내대변인은 "그리고 나서 주로 방미 성과에 대해 말씀했다"며 "방미 성과 중에서는 워싱턴 선언 의미 외에도 미국과 R&D 투자 협력해 나갈 부분에 대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R&D 투자와 관련해 "여당이 야당과 협력해 지원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지원해달라"며 "미국과 협력 체제 구축"을 강조했다고 했다.
전 원내대변인도 윤 대통령이 미 MIT에 방문해 기술 투자를 강조한 점을 말하며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 많은 투자, 청년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장 원내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에 대한 연설을 할 때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일제히 큰 박수를 보내주더라'고 했다"며 "'가짜뉴스에 대해 미국의 일반인, 정치인도 매우 고통받는 상황이라 공감해 준 것 아닌가'(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한일관계와 관련, 장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번 기시다 총리 방문이 '셔틀 외교'의 물꼬를 트는 시작"이라며 "셔틀외교 물꼬를 트는 것을 계기로 한일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일관계 물꼬를 트고 한미관계 물꼬를 터 한미관계가 한일관계에 영향을 주면서 한미일 관계가 선순환 구조로 들어선 만큼, 한미일 관계가 더욱더 공고하고 발전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만찬에서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방중 당시 '혼밥' 논란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는 외교·국방·경제적으로 실패한 정부"라고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나왔으나, 장 원내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그런 말은 안 하셨다"고 부인했다.
국내·당내 현안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진복 정무수석 녹취록 파장, 개각 시점, 전세사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송법·간호법 거부권 등에 대해 장 원내대변인은 모두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건설노동자가 노동절 당일로 예정된 검찰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분신한 뒤 전날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도 장 원내대변인은 "따로 언급이 없었다"며 다만 "반주를 많이 하지 않은 것도 그런 점들이, 여러 당내 상황이나 사회적인 여러 분위기가 고려된 것"이라고 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여당 원내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일정이 7~8일로 정해지면서 일본 총리로서 5년3개월 만에 한국을 찾는 그가 들고 올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굴욕 외교’ 비난을 감수해가며 양보안을 내놓은 만큼 일본의 ‘상응하는 화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지만, 이를 기대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방한이 공개된 방식이다. 정상의 외국 방문 등의 일정은 외교당국 간 논의를 거쳐 양국에서 동시에 발표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엔 두차례에 걸친 일본의 ‘일방 발표’라는 파격의 파격을 거듭한 끝에 확정됐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일정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달 30일 <요미우리신문> 보도를 통해서였다. 일본 정부가 자국 언론에 미확정 상태의 ‘민감한 정보’를 흘려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일정을 ‘기정사실’로 만든 셈이다. 물론 이는 일본이 예민한 외교 일정을 정할 때 자주 써먹는 수법이다. 윤 대통령의 3월16일 방일도 3월6일 <교도통신>을 통해 첫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엔 사흘 뒤 양국 정부가 나란히 동시에 공식 발표를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가 1일 가나 수도 아크라에 있는 코토카 국제공항에 도착해 마하무두 바우미아 가나 부통령과 함께 걷고 있다. 아크라/AFP 연합뉴스
이번엔 사정이 크게 달랐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일(한국시간 2일 오전) 방문지인 아프리카 가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반 사정이 허락한다면 7~8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본인 스스로 “제반 사정이 허락한다면” “조정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듯 미확정 상태인 일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무언의 압박’을 가한 셈이다. 결국 대통령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이달 19~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한·미·일 3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통령실과 일본 외무성은 2일 오후 3시께 의제를 밝히지 않은 짤막한 보도자료를 내어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방한 일정을 가로막은 ‘제반 사정’은 무엇이었을까. 한·미·일 3각 협력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나 일정에 반대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한국 국내 여론을 생각해야 하는 대통령실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결단’에 호응하는 ‘사과 메시지’를 가져오도록 유무언의 방식으로 요구했을 수 있다. 한·일 전문가들 역시 이번엔 기시다 총리가 성의를 보일 차례라는 의견을 쏟아내는 중이다.
하지만 일본 정치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3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통일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자민당보다 이념적으로 더 오른쪽에 있는 일본유신회의 약진에 잔뜩 긴장해야 했다. 다음날 <아사히신문>의 1면 제목은 ‘방심한 자민당, 예상외의 고전’이었다.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중의원을 해산해 ‘장기 정권’의 기반을 마련하려던 셈법이 다소 뒤틀린 셈이다. ‘돌다리를 두드려보고도 건너지 않는다’는 신중한 성격의 기시다 총리가 이번에도 지지율에 해가 되는 ‘결단’을 회피했을 수 있다.
대통령실도 말을 아꼈다. 이도운 대변인은 “한-일 간에 많은 현안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경제협력 문제다. 그 부분 위주로 논의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3~4일 서울에서 열리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전보장국장 간 회의에서 ‘마지막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긴 어려워 보인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가 꾸려지자 조선일보가 ‘이재명 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내에서 나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판 메시지를 통해 갈등 상황을 부각하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을 의심케하는 발언이 공개돼 논란인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번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받아 논란이다. CBS노컷뉴스는 3일 태 최고위원이 기초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공천 과정에서 뒷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에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전 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출연해 현 정부의 방미 성과를 폄훼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여야 패널 불균형이 심하다는 주장으로 MBC 노동조합(제3노조)과 공정언론국민연대가 최근 MBC 라디오를 모니터링한 내용이다.
▲ 3일자 아침 주요 신문 1면 모음
‘이재명 사퇴론’
조선일보는 정치면 <‘이재명 사퇴론’ 고개>란 기사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아지는 가운데 민주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원인이 이 대표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비명계 이원욱·송갑석·박용진 의원의 입장을 담았다.
이 의원은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총선을 지휘하며 ‘대선 라운드2’ 형태로 총선을 치르는 게 가장 편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다만 저쪽이 제대로 못하다 보니 이 대표가 물러날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송 의원의 CBS라디오 인터뷰 발언도 전했다. 송 의원은 “박광온 후보를 원내대표로 선택한 것은 총선 승리를 위한 성역이 없는 쇄신을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이 신문은 “이 대표도 당 쇄신 과정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 3일자 조선일보 기사
같은면에선 <野 박광온 “지지자만으론 총선 못 이긴다”>에서 박 원내대표가 2일 “확장하고 통합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며 “지지자들만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없고 반사이익만으로도 이길 수 없다”고 한 발언을 전한 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에게 휘둘리지 않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포섭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고 했다.
태영호 ‘쪼개기 후원’ 공천 뒷거래 의혹
CBS노컷뉴스는 <태영호 ‘쪼개기 후원’ 받았다…지방선거 공천 뒷거래 의혹>이란 기사에서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금액을 개인에게 나눠준 뒤 개인 명의로 후원을 하거나 개인이 제한된 금액을 초과해 후원하고자 할 목적으로 여러 사람 명의로 나눠 합법적인 후원금인 것처럼 가장해 기부하는 행위”라고 ‘쪼개기 후원’을 설명하면서 태 최고위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당선된 기초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쪼개기 후원’으로 받았다고 보도했다.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서울시의원 A씨는 지난해 10월 태 최고위원 후원 계좌에 본인 명의로 300만원을 입금했고, 같은날 A씨 가족 명의로도 200만원이 태 최고위원 후원 계좌에 입금됐다. 이 매체는 태 최고의원의 지역구인 강남 지역 총 5명 기초의원 측에서 본인, 가족, 지인 등을 통해 태 최고위원에게 후원한 사실을 전하며 “태 최고위원은 고액 후원을 받을 때마다 당사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 전화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한 국회의원에게 연간 500만 원을 넘게 후원할 수 없다. 이를 넘는 후원금을 보낼 경우 보내거나 받는 사람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타인 명의나 가명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경우에도 200만원 이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에 불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본인이 일으켰던 논란을 해명하고 있다. 사진=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해당 기초의원들은 태 최고위원에게 별도로 후원금을 납부한 가족, 지인 등의 명단을 전달했다. 이 매체는 “해당 후원 내역이 본인 몫이라는 것을 확실히 한 셈”이라며 “태 최고위원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 매체에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태 최고위원이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을 의심하게 할 만한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그의 보좌진 중 하나가 제보자로 의심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역시 태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사가 알 만한 정보가 흘러나온 것이다.
KBS 이어 MBC도 패널 편향?
조선일보는 6면 <“고작 확장억제”…MBC도 패널 80%가 親野(친야)>에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나와 이번 방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전했다.
▲ 3일자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MBC도 KBS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여야 패널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반 유튜브나 민간 케이블 TV가 아닌 전파 기반의 공영방송 라디오에서 공정성 의무 등을 심각하게 위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KBS 라디오 패널 구성이 좌편향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MBC 노동조합와 공정언론국민연대는 지난 2일 “지난달 24~30일 (두 프로그램)에 나오거나 전화 연결한 출연자를 전수 조사한 결과, 심각한 편파성이 확인됐다”고 했다. 해당 단체들에 따르면 해당 시기 ‘시선집중’엔 정부 측과 입장이 비슷한 인사 2명이 출연하는 동안 친야 패널은 10명이 출연했다. 또 이 기간 19명 출연자 중 절반 이상이 친야 성향이라고 전했다. ‘하이킥’ 역시 친여 성향 2명 대비 친야 출연자는 27명이라고 했다.
한국리서치 올해 2라운드 청취율 조사를 보면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은 전체 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고,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동시간대 경쟁력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여당 입장도 함께 전했다. 이 신문은 “국민의힘은 방송 공정성을 책임진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발언을 전했다.
박 의원은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이 공정한 방송 심의와 MBC 관리 감독은 걷어치우고 자신을 임명해 준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지지 세력을 위해 버티기에 돌입하고 있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 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지대장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성심병원에 이송 치료 중 2일 낮에 끝내 숨졌다. 2023.05.02 ⓒ민중의소리 “억울하다”고 호소하며 분신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가 숨진 2일 하늘에 어둠이 찾아오자 대통령실 앞에 촛불이 물결을 이뤘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추모 촛불을 든 것이다. 동료를 잃은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슬픔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6시 반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약 5시간 전에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양 모 지대장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분신한 지 하루만에 숨을 거뒀다는 비보가 전해지자, 건설노조가 긴급하게 마련한 추모의 자리였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마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모이더니 이내 전쟁기념관 앞 인도를 가득 메웠다. ‘오는 데 2시간이 걸렸다’고 말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경찰이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며 구호를 외치지 말라는 등의 경고 방송을 잇따라 내보냈지만,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를 이어나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 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지대장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성심병원에 이송 치료 중 2일 낮에 끝내 숨졌다. 2023.05.02 ⓒ민중의소리
오광덕 건설노조 경인건설지부 사무국장은 “오늘 아침 현장 투쟁을 준비하면서 가족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며 “우리 동지도 그 억울한 심정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 아침에 법원으로 길을 나설 때는 분명 모두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얘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 몸에 뜨거운 불을 붙일 때까지 얼마나 수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겠나. 그 외로웠던 순간에 함께 할 수 없어서 정말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만 든다”고 덧붙였다.
오 사무국장은 “윤석열 정권 들어 건설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질 때, 처참한 마음을 우리 조합원들 모두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랑스러운 건설노조 깃발과 조끼도 이제 건설현장에서 차별당하는 신세가 됐다”고 성토했다.
그는 “우리 동지가 우리한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감히 생각해보건데 오늘 이렇게 모인 것처럼 전국의 조합원들이 모든 건설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하고 우리 건설노조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달라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 촛불의 힘과 건설노동자들의 힘을 믿고 고인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동지들이 이어받아 이 정권을 끝장내는 투쟁을 하고 함께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든 LED 촛불은 과거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집회에서 동료 조합원이 들었던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고인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 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지대장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성심병원에 이송 치료 중 2일 낮에 끝내 숨졌다. 2023.05.02 ⓒ민중의소리
정명종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사무국장도 “오늘 양 지대장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며 “윤석열 정권이 결국 노동자를 죽이고 마는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칼바람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춤을 추며 없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조를 해체하겠다고 한다”며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을 저 자리에서 끌어내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고 규탄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도 “건설노동자 다 죽이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재승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동부지대장은 “건설노동자는 고지식한 만큼 정직하다. 양 지대장도 그런 사람이다. 건설노동자는 망치가 닳는 만큼, 연장 묻은 손때 만큼 돈을 받는다. 월급이 정해진 것도 아니라서 일한 날수 만큼 돈을 받는다”며 “오로지 성실히 일한 만큼만 돈을 받기 때문에 정직한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나 현실은 참혹하다. 임금체불은 늘상 있는 곳이 건설현장”이라며 “제발 그런 짓 좀 하지 말라고, 일한 대가는 제때 받자고 건설노조를 만들었는데 윤석열 정권은 이런 우리를 ‘건폭’이라고 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존엄성도 보장받지 못하는 건설현장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사람과 단체가 바로 민주노총 건설노조”라며 “지금 우리의 투쟁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 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지대장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성심병원에 이송 치료 중 2일 낮에 끝내 숨졌다. 2023.05.02 ⓒ민중의소리
허근영 건설노조 사무처장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건설노조를 만들고 싸워왔다”며 “동지의 죽음을 단순히 슬퍼하고 추모만 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정권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계획한 총파업을 성사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또 얼마나 죽어야 이 야만적인 탄압을 멈출 것이냐.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가 결성한 합법적이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윤석열 정권이 매도하고 있다”며 “결국 우리의 소중한 양 지대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게 바로 윤석열 정권의 참모습”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국민을 기만하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정권의 말로가 어떤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며 “노동의 가치가 빛나고 일한 만큼 희망이 있고 노가다가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로서 우리의 힘을 발휘하자. 당당하게 싸워나가자”고 격려했다.
건설노조는 오는 4일 용산에서 전국 긴급 확대 간부 상경 투쟁을 시작으로, 5월 연이은 총력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건설노조는 “유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향후 계획을 논의한 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 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지대장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성심병원에 이송 치료 중 2일 낮에 끝내 숨졌다. 2023.05.02 ⓒ민중의소리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다니던 회사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는다면? 눈앞이 캄캄해질 것이다. 25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하며 16년을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이도 많고, 예전에 아파서 수술을 여섯 번이나 받았다"는 이유로 다들 기피하고 외면한다면? 당장 먹고살 길조차 막막해진,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기분일 것이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또 가족을 책임져야 하니까 재취업을 위해 여러 곳에 이력서를 보내고 답이 오길 기다린다. 하지만 연락은 감감무소식. 4개월이나 지났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다 끝났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다시 채용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첫 출근을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의 투수 정찬헌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겪은 일이다. 정찬헌은 지난해 11월, 생애 첫 FA(Free Agent)를 선언했다. 자신이 얻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었지만, 시장은 그를 외면했다. 그렇게 정찬헌은 4개월간 소위 'FA 미아'로 지내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2023년 시즌 개막을 닷새 앞둔 지난 3월 27일. 정찬헌은 원 소속팀 키움과 극적인 FA 계약을 맺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벚꽃이 한창이던 지난 4월 17일 서울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그를 만나 궁금했던 질문을 모두 쏟아냈다.
▲ 키움 히어로즈 투수 정찬헌. ⓒ연합뉴스
- 3일 전(4월 14일) 두산 베어스 2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올 시즌 첫 등판을 신고했다. 첫 등판은 어땠나요?
"만족스러웠어요. 3이닝 동안 던지면서 안타를 3개 맞긴 했지만, 잘 맞은 타구는 하나였어요. 결과도 크게 나쁘지 않았고, 또 구속도 뒤로 갈수록 조금씩 더 올라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어요. 다만 겨울 동안 혼자 연습하면서 생각해 온 방향이 있는데, 막상 시합을 들어가니까 연습 때와는 달리 예전의 버릇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게 좀 불만이긴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보였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고 생각해요. 또 작년을 기준점으로 봤을 때, 구속이나 몸 상태는 지금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있는 케이스라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어요."
- '예전의 버릇'이라고 하면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영업 비밀이라 그건 말씀드릴 순 없어요.(웃음) 한 가지만 말씀드린다면, 타자와의 승부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하는 겁니다. 뭐랄까? 구속이 좋지도 않은 애가 자꾸 옛날 생각만 하고 공격적으로 던져 타자와 빠르게 승부를 하려고만 한다고 할까? 그러니까 제가 자꾸 타자들에게 맞아 나가는 거죠.(웃음)
아무래도 공이 빨랐던 적이 있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마운드 위에서 가끔 강하게 던지려고 할 때가 있어요. 스피드가 예전처럼 안 나오는 걸 아는데도 말이죠. 제 나름대로는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강하게 공을 뿌려보지만 스피드가 안 나오니까 밋밋하게 공이 들어가요. 타자들에겐 딱 치기 좋은 공이죠.
이걸 좀 바꾸고 싶었어요. 타자와의 수 싸움을 좀 더 하고, 공을 최대한 지저분하게 던져서 타구의 질을 나쁘게 만드는 그런 투구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고, 또 스스로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합에서 마운드 위에 올라가 타자를 상대하려고 하니까 연습 때처럼 잘 안 나오더군요.(웃음)"
- 마운드 위에 섰을 때 기분이 궁금해요. 어땠어요?
"감사했어요. 마운드 위에 서 있다는 게. 3월에 신경식 감독님이 이끄는 독립구단 성남 맥파이스에서 선수 등록을 하고 뛰었어요. 처음엔 적응이 잘 안됐어요. 프로에서 뛸 때랑은 야구장 환경이 하늘과 땅 차이였거든요. 별도의 불펜 투구장이 없기 때문에 맨바닥에서 몸 풀고 그냥 마운드 위로 올라가야 했어요. 또 그렇게 마운드 위에 올라가면, 마운드 주변의 땅은 또 이만큼씩 파여 있지…. 그래서 처음엔 투구 밸런스랑 영점 잡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참 좋은 환경에서 많은 걸 누리며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해왔고, 또 얼마나 소중한 기회들을 잡고 살아왔는지 느낀 거죠.
그래서 초구부터 직구로! 강하게! 던졌어요. 결과는 빵! 이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잘 맞은 깨끗한 안타가 됐지만요. 하하하!"
- 광주일고와 LG 트윈스에서 뛰던 시절, 빠른 볼로 타자를 윽박지르던 정찬헌을 기억하는 입장에선 '공격적으로 투구하던 예전 습관'이란 말이 조금은 슬프게 들리는군요. 저는 첫 등판에서 140km/h가 나왔다는 뉴스 보고, '와아~ 정찬헌~ 공 빨라졌네!' 했거든요.(웃음)
"그날 경기에서 한 번! 딱 한 번 140km/h 찍었어요.(웃음) 우리 프로야구를 오랫동안 봐오셨거나, 위원님처럼 저의 그간 사정과 스토리를 알고 계시는 분들은 '이 친구가 원래는 공이 빨랐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느려졌고,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하다 보니 이쪽 방향을 선택하게 됐다. 그러니까 140km/h면 괜찮다'고 이야기하세요.
하지만, 요즘 야구에 입문하신 분들이나 아님 느린 공을 던지는 제 모습부터 보신 분들 중에는 '정찬헌, 저거 저 구속 가지고 되겠어? 쟤는 안 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또 요즘은 160km/h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실제로 어린 친구들 중에는 160km/h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저 같은 유형의 투수는 많이 부족하고 불만족스럽게 보일 수 있죠."
- 그런 이야기 들으면 속상하지 않아요?(원래 정찬헌은 150km/h 초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던 우완 정통파 투수였다. 포심 패스트볼이 주 무기라고 불릴 만큼 빠른 공을 공격적으로 포수 미트에 꽂아 넣던 투수였지만, 6번의 수술을 거치면서 지금은 빠른 공이 아닌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웃으며) 전혀 개의치 않아요. 솔직히 지금 저한테는 '공이 빠르다'는 말보다 '공이 더럽다'는 말이 더 큰 칭찬이에요. 3일 전에 경기 끝나고 두산 베어스의 몇몇 후배들에게 제 공을 본 소감을 솔직히 말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대뜸 첫 마디가 "선배, 공 진짜 더럽던데요"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최고의 칭찬이다!" 그랬죠.(웃음)
공이 빨랐던 예전에는 삼진을 많이 잡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타자의 타이밍을 어긋나게 해서 빗맞게 할 수 있을까, 또 타자에게 어떤 공을 던져서 이미지를 심어주고, 그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해서 타자의 중심을 무너뜨리게 할까 같은 투구 디자인에 더 많은 고민을 해요. 고민의 지점과 원하는 방향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거죠."
- 앞에서 독립구단에서 야구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고 했는데, 독립구단은 어떻게 가게 된 건가요?
"처음엔 실내에서 훈련하며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었어요. LG 트윈스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님께 조언도 구하고, 김광수 선배 등이 운영하는 레슨장에서 공도 던지고…. 그런데 2월이 되고 선수들이 해외로 전지훈련 간다는 이야길 들으니까 '현타'가 오더라구요.
그래서 '환경을 바꿔야겠다, 햇빛을 보면서 공을 던져야겠다' 생각해서 홍익대 야구부 캠프가 있는 순천으로 내려가 같이 운동했어요. 순천에서 라이브 피칭까지 다 소화했죠. 순천 캠프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왔는데 좀 막막했어요.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하는데, 방법이 잘 보이지 않았거든요. 고민 끝에 독립구단이 성남 맥파이스에 이희성 투수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제가 해온 훈련 스케줄을 다 이야기하고, 신경식 감독님께 강릉 캠프를 따라갈 수 있게 부탁 좀 드려달라고 말했어요.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신 덕분에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 이야기를 들어보면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준비를 한 것 같아요. 하지만 강릉 캠프가 끝났을 때까지도 여전히 'FA 미아'였어요. 혹시 불안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나?' 이런 생각에 매일 매일 현타가 왔어요. 운동하다가 '왜 하고 있어?!', 공을 던지다가도 '왜 던지는 거야? 차라리 쉬지. 왜 던지는 거야?' 이런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어요.
근데 신기한 건 그래도 몸은 하고 있더라고요. 머리로는 '왜 하냐?' 이러면서 몸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게 반복됐어요. 즐거운 기억은 아니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해 보는구나. 내가 정말 야구를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작년까지 제가 군대를 갔다 온 것까지 포함해 프로 유니폼을 15년 동안 입었는데요. 이번 겨울은 제가 프로에 입단한 이후 처음으로 팀의 도움 없이 혼자서 몸을 만든 겨울인데요. 코치님들이 안 계시니까 '이걸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또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혼자서 다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게 참 어려웠어요. 또 소속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하는 것과 소속이 없이 운동하는 건 심리적으로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는 것도 느꼈구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프로 유니폼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또 그 유니폼을 입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어요."
- 2019년 두 번째 허리 수술을 받으며 모두가 선수 생명이 끝났다고 했을 때, '7번 넘어져도 일어나라'는 만화영화 <개구리 왕눈이> 노래를 매일 들으며 재활했고, 결국 다시 일어선 '오뚜기' 같은 정찬헌이니까 가능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찬헌 선수가 부상을 딛고 LG트윈스의 5선발로 돌아온 2020년은 한편의 감동 스토리였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잠깐 들려주세요.
"사실 선수로서는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수술했던 부상이 재발해서 2번째 수술이었고, 그때는 수술 이후에 다시 일어나서 걸을 수 있는지 없을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어요.(정찬헌은 2016년 4월에 황색 인대 석회화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2019년 6월에 또다시 황색 인대 골화증 및 요추부 협착으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받고 1주일 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때 아내와 제가 기도했던 내용도 '다시 야구할 수 있게 해 주세요'가 아니라 '제발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게만 해 주세요'였어요. 그래서인지 아내도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말해요.
그때 저의 아이가 3살이었어요. 아이에게 아빠가 이렇게 누워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어요. 아이에게 '7번 넘어져도 일어나는 개구리 왕눈이' 같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이에게 도전하는 모습,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아빠의 마음, 부모의 마음이잖아요. 가족이 저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었고 버티게 해준 에너지였어요. 저 혼자였다면 절대 못 해냈을 겁니다.(웃음)
또 당시 저를 위해 해외 논문들을 샅샅이 뒤지느라 며칠 밤을 새우고, "야~ 너 때문에 내가 반(半) 척추 박사 됐다"고 말하던 이권엽 코치를 비롯한 LG트윈스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과 체계적인 관리가 없었더라면 저는 결코 다시 마운드 위로 돌아가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준 이권엽 코치를 비롯한 LG트윈스의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없었더라면 정찬헌의 야구 선수 인생은 2019년이라는 숫자와 함께 막을 내렸을 겁니다."
▲ LG트윈스 시절 정찬헌. ⓒ연합뉴스
-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인데, 이때의 재기가 남긴 인상과 감동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이후 정찬헌 하면 '허리 통증'과 '10일 간격 선발 등판'이란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박혔습니다. 하지만 연봉을 지불해야 하는 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이미지는 오히려 계약을 주저하게 만드는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하물며 보상선수까지 내줘야 하는 FA라면 영입을 더 주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FA 신청을 한 이유는 뭔가요?
"사실 FA 신청을 두고 고민 많았어요. 고심 끝에 FA 신청을 한 이유는 두 가지였어요. 첫째는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기회, 조금이라도 더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이 FA 하면 돈을 먼저 생각하시는데요. 저는 오히려 FA신청을 하면 연봉이 예전보다 더 많이 깎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2022년 성적도 안 좋았고, 또 제가 10년 15년 공을 던질 수 있는 어린 선수도 아니고, 그래서 FA 신청을 하기 전날, 아내에게도 "돈 때문에 FA 시장에 나가는 것 아니지 않냐. 내가 뭐 대단한 선수도 아니고, 그냥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면 주시는 대로 받자"고 말했어요."
- 하지만 반대로 'FA 미아' 기간이 길었다는 건 정찬헌 선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없었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좀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습니다.(웃음) 'FA 미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불명예스럽기도 하고, 이제껏 해왔던 15년이라는 시간이 물거품이 될 것 같은 그런 마음도 들었죠.
FA 신청을 한 두 번째 이유는 정찬헌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허리 통증'과 '10일 간격 선발 등판'이란 편견을 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10일 간격 선발 등판은 2020시즌에서 끝났고요. 2021시즌에선 주 1회 등판을 목표로 해서 뛰었고,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뒤에도 키움 구단에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규칙적인 선발 등판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부터 3년간 데이터를 뽑아보니까, 2021년에 23경기에 선발 등판한 걸 비롯해 평균적으로 한 시즌에 100이닝 이상, 20경기를 던질 수 있더라고요. 제 보직이 5선발인데, 보통 한 팀의 5선발은 한 시즌에 보통 20경기에서 많으면 25경기를 던져요. 만약 허리를 비롯한 제 몸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렇게 할 수 없었겠죠.
하지만 바깥에서 저를 보는 시선이나 여론은 아직도 2020년도의 정찬헌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정찬헌은 10일 간격으로 등판하는 선발 투수로 보이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선수로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괜찮은데 제 입으로 이걸 어떻게 말로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FA라는 기회를 통해서 제가 괜찮다는 걸, 아직 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팀마다 투수 운영에 대한 계획들이 있으니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속상했죠."
- 독립구단에서 뛰면서 매일매일 현타가 오고, 많이 속상하고 불안한 날들을 보내면서도 야구공을 놓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야구가 좋아서?
"'진짜 야구 지긋지긋하게 했다. 해볼 만큼 해봤다. 이제 더 안 해도 된다'는 마음이 안 들어서요. 어떻게 보면 자기만족이고, 자기 위로일 수도 있지만, '난 그래도 끝까지 해봤어! 근데 구단들이 계약 안 하겠다는데 어떡해?! 난 최선을 다했어!'라는 변명이나 핑계가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대로 그만두면 후회가 남을 거 같았어요. 후회를 남기기 싫었어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끝내지는 않을 거야!' 하면서 말 그대로 발악을 한 거죠.(웃음)
하지만 3월로 딱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달라지더라고요. '괜한 내 자존심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도 말 못 하고 혼자 끙끙거리며 속앓이 한 시간이 많았어요. 운동장에 나가서 운동을 한다고는 하는데, 직장에서 갑자기 잘리고 가족들에게 말을 못 해서 한동안 정장 입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그런 심정이었어요. 야구 선수로서가 아니라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속앓이를 많이 했죠."
- 그러다 2023년 시즌 개막을 단 5일 앞두고 다시 키움 히어로즈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것도 정찬헌 선수 측이 제시했던 금액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금액으로.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FA 계약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합니다.(애초 정찬헌 선수 측은 키움 구단에 2년 계약과 계약금 1억5000만 원, 연봉 1억 원, 옵션 최대 1억 원, 2년 총액 4억5000만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키움 구단은 선수 측이 제시한 금액보다 더 큰 규모인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 옵션 최대 2억6000만 원으로 2년 총액 8억6000만 원을 역제안해 계약했다.)
"에이전트에게 처음 그 이야길 들었을 땐, 믿기지가 않았어요. "정말이냐?"고 몇 번을 되물었죠. 그저 감사했어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FA 신청을 할 때 돈을 보고 신청한 게 아니에요. 그저 야구를 좀 더 하고 싶었고,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래서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이 생긴다면 어떻게든 헌신하고 싶었어요. 베테랑으로서 어린 투수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은 부분을 아낌없이 가르쳐 주는 선수, 롱릴리프면 롱릴리프, 선발이면 선발, 심지어 패전처리까지 보직에 관계없이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소화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이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또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뒤에 저는 외부에서 들어온 선수였고, 또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는데도 늘 감싸주시고, 아껴주신 팬들이 많아서 정말 감사했어요. 지난 겨울 한 인터뷰에서 "FA로 팀을 떠나게 되더라도 키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은 잊지 말고 계속 야구를 하겠다"는 말을 했어요. 키움 팬들을 위해, 또 키움 히어로즈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가장 감사해요."
(키움의 고형욱 단장은 계약 금액을 올려 계약한 이유에 대해서 "정찬헌의 야구에 대한 진정성과 간절함을 느꼈고, 정찬헌 선수 측이 제시한 금액은 정찬헌이라는 선수의 가치에 걸맞지 않은 금액, 즉 정찬헌은 그런 수준의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끝으로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네요.(정찬헌 선수는 이 질문에 진심으로 당황해했고, 답변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분명한 건 야구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진 않을 것 같아요. 굳이 말한다면,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공을 던졌던 선수? 하하하! 잘 모르겠어요. 진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반대로 이런 생각은 늘 해요. 키움 히어로즈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자. 또 지금은 팀을 떠났지만, 프로에 입단한 이후 14년간 잘하는 선수도 아닌 저에게 큰 사랑을 보여주시고 느끼게 해주신 LG트윈스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늘 간직하자."
▲ 정찬헌의 올 시즌 목표는 '팀을 위한 헌신'이다. ⓒ연합뉴스
정찬헌과의 인터뷰는 어느덧 처음 약속했던 2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을 향했다. 이제는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야 한다며 일어서는 그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정찬헌과의 인터뷰 내내 나는 7번 넘어져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비결에 관해 물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그에게서 '열정'과 '강한 의지' 같은 단어들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헌신'과 '감사함'을 이야기했다. 그는 가족 덕분에, 주변 사람들 덕분에, 팬들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감사해했고, 가족과 팀과 팬들에게 헌신하겠다고 대답했다. 오늘 나는 그동안 가끔 들려온 정찬헌의 재기 뉴스가 내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준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됐다.
이종훈 스포츠평론가
제가 만난 스포츠 스타들은 셀 수 없이 많은 패배가 자신을 승리자로 만들어 줬다고 말합니다. [이종훈의 더 플레이어]를 통해 수많은 이들을 승리자로 만들어 준 '패배와 실패'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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