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미, “한일정상회담 환영” vs 중, “잘못된 길”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5.09 09:02
  •  
  •  댓글 0
 

글로벌 패권을 놓고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 7일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8일 브리핑하는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사진 갈무리-미 국무부 유튜브]
8일 브리핑하는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사진 갈무리-미 국무부 유튜브]

8일(현지시각) 베단트 파텔(Vedant Patel)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한일관계가 더 강해지면 한미일 협력이 실효적이겠지만 한국 여론은 강제징용과 같은 일본의 잔인한 행위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지난주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했고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한다”고 대답했다.

“이것은 우리 동맹 파트너들에게 있어 중요한 새 장이자 새로운 시작이고 진정한 리더십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이것은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공동 약속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들 사이에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었다”면서 “우리는 한국, 일본 등 동맹을 통해서 이러한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논의했다는 데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는 질문에는 “우리는 어떤 나라에게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번영 증진을 위해 일본, 한국과 3자 관계를 심화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8일 브리핑하는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출처-중국 외교부]
8일 브리핑하는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출처-중국 외교부]

반면,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여타 나라가 ‘워싱턴선언’에 참여하고 협력하려는 움직임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핵 비확산체제를 파괴하며 다른 나라의 전략적 이익을 해칠 뿐”이라며 “유관국이 잘못된 길로 멀리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 선언’에 일본 참여를 열어놓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일 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조선반도 문제의 근원과 맥락은 분명하다”면서 “패거리를 짓고 소그룹을 만들어 대항하는 것으로는 출로가 없다”면서 “각국이 정치적 해결 방향을 견지하고 각자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하여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시찰단 파견 합의’에 대해, 왕 대변인은 “핵 오염수 방류계획 강행을 중단하고 방류 관련 일방적인 시한 설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양자 교류나 시찰도 실질적 의미가 없고 일본의 방류 추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정부 1년, 대통령 탓과 국회 탓으로 평가 엇갈린 신문

  •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3.05.09 07:58
  •  
  •  수정 2023.05.09 07:59
  •  
  •  댓글 3

[아침신문 솎아보기] 주요 신문들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내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한국 시찰단 우려 사는 이유는

9일자 신문 다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윤석열 정부 1년 평가를 내놨다. 경향신문은 1면 <등 돌린 MZ·중도 “공정과 상식은 없었다”>부터 4면에 걸친 기사에서 현 정부에 대한 청년·중도층의 반감을 전했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를 철회한 ‘2030세대 중도층’ 8명 인터뷰는 청년 정책, 노동권에 반하는 정책, 윤 대통령 태도, 의료·저출생 대책, 미국 중심 외교 등을 비판했다. 3면 <중도층의 평가는…챗GPT “갈수록 실망, 신뢰회복 필요”> 기사는 정치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설문조사 데이터를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로 분석한 내용을 다뤘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대통령 욕설 진실 공방, 이태원 참사 대응,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가운데 김건희 여사 공개 행보는 일부가 공개 활동 자체를 긍정 평가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실망을 불렀다는 분석 등이다.

<사과와 공감에 인색한 정부…위로받지 못하는 ‘사회적 아픔’> 기사를 비롯한 경향신문 4면의 경우 안전, 노동, 여성 문제 등 영역에서의 불통을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문효균씨 아버지 문성철씨,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 아들 박회운씨, 건설노조 강원건설기계지부장 박만연씨, 이산가족 신인철씨, 여가부 ‘버터나이프크루’(성평등 청년 프로젝트) 참가 조혜원씨 등 목소리가 실렸다.

▲5월9일자 주요신문 1면

세계일보는 1면과 3~5면에 윤 정부 1주년 평가 기사를 배치했다. 1면 <정책 선명성 강화… 협치 노력은 부족> 기사는 “국민의힘 의원 41명, 민주당 의원 9명, 중앙부처 관료 14명, 정치 전문가 11명 등 총 75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윤석열정부에 대해 국민의 힘 의원들은 ‘정상화 정부’(7명), ‘공정·상식·정의 정부’(5명), ‘미래 세대를 위한 정부’(4명), ‘책임, 열심히 하는, 자유민주주의, 소신정부’(각 3명) 등이라고 답했다”며 “다만 여당 내에서도 ‘권위주의 정부’(2명), ‘예측 불가 정부’(1명), ‘갈 길 먼 정부’(1명)라는 쓴 소리가 제기됐다”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정치적 악조건을 풀어가는 통합의 리더십 대신 일방 질주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불통 정부’라는 비판”을 내놨다. 이는 5면 <‘파격 소통’ 상징에서 실언 등 논란 진앙지로…61회로 끝난 ‘도어스테핑’> 기사의 문제의식과도 이어진다.

세계일보와 옥소폴리틱스가 지난달 24~29일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평가’ 조사 결과 응답자 530명 중 83%인 445명은 “분열이 심화했다”고 답했다. 세계일보는 <정치성향 막론하고 응답자 83%가 “국민분열 심화됐다”> 기사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정치 분야 ‘제3지대 필요성’, 극명하게 갈린 외교·안보 평가, 극명하게 갈린 외교·안보 평가, 경제정책 ‘ 평가 유보’, 노동정책 ‘이념대결’ 등 특성으로 요약했다. 5면에는 윤 대통령 방문지를 지역, 분야 등 기준으로 분류한 <영남·충청 일정 각 27회 ‘산업·균형발전’ 강조… 호남 6·제주 0> 기사가 게재됐다.

▲5월9일자 경향신문 기사

▲5월9일자 세계일보 기사

한겨레는 현 정부가 국정 과제로 제시한 390개 청년정책 전수조사를 한 결과 저소득층 청년의 주거 지원, 자산형성 관련 지원은 줄인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중산층 청년에 대한 지원은 늘렸다고 지적했다. 1면 <윤석열 정부 청년예산, 저소득층에 인색> 기사와 4~5면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한겨레와 나라살림연구소 조사에서 전체 청년 예산은 전년(24조 6천억원)에 견줘 3.1%(7685억원)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보다 감액된 정책 상 위 10개 가운데 3개가 중소기업 취업 청년 지원 사업, 2개는 저소득 청년의 주거 · 구직 관련 사업이었다. 중소기업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청년 내일채움공제 예산은 6696억원 줄어든 반면, 지난해보다 증액된 청년 정책 상 위 10개 가운데 5개가 부동산 구입(2개) 또는 자산형성(3개)과 관련한 지원 사업이었다.

일부 신문은 국회 문제를 연관지어 현 정부를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정부 1년 일 안하는 국회’ 기획으로 1면 <총선용 발의만 봇물 국정 ‘12입법’은 표류>, 6면 <윤 정부 1년간, 국회 법안 562건 처리…문 정부 때 대비 30% 줄어> <회 먹으면 동물학대? 반려견 돌봄휴가?…‘황당 법안’ 속출> 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동안 국회 입법 성과가 같은 시기 문재인 정부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현역 의원의 ‘생색내기’용법안 발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민주당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방송법, 노란 봉투법 강행 처리도 벼르고 있다. 반면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올해 목표로 한 12건의 국정과제 입법은 대다수가 표류 중”이라고 했다.

▲5월9일자 한겨레 기사

▲5월9일자 중앙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1면 <입법에 가로막힌 윤석열 정부>에 이어 5면에 <연금·노동·교육… 미래세대 위한 개혁, 野암초에 걸렸다> 기사로 윤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이 ‘거대 야당’에 가로막히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면에 이른바 3대(연금·노동·교육) 개혁을 내세웠다.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이권 카르텔과 기득권을 깨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과제는 대부분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 민주당의 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성패는 내년 22대 총선 결과에 달렸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라는 분석이다.

동아일보 <[사설] 尹 취임 1년... 국정·인사 쇄신해 3대 개혁 제대로 시동 걸라>는 윤 정부 1년 관련해 “‘인사 참사’ ‘ 검찰 공화국’ 등의 비판을 자초했다. 지난 정부의 잘못이나 국정 실패를 바로잡겠다는 의욕이 앞선 때문인 듯 거대 야당이 국회 권력을 쥔 정치 지형인데도 통합과 협치, 설득의 지혜를 발휘하기보다는 이념과 가치의 선명성을 내세운 개혁 주도권 확보에만 매달렸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일방통행보다 소통을 앞세우는 유연한 정책 행보로 국정 스타일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1주년을 맞아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 야당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하는 소통과 협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주춤한 3대 개혁의 시동을 제대로 걸기 위해선 국정·인사 쇄신의 고삐를 다 잡아야 한다”고 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안 하는 대통령 비판

올해 첫 신년 기자회견을 안 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건너뛸 전망이다. 경향신문 <[사설] 취임 1년도, 기자회견 없는 윤 대통령의 불통>은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서 속도가 더디다하고, 방향을 수정하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국민들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꾸 회피한다면 집무실 용산 이전 시 표방한 국민 소통은 공염불이 되고, 불통 대통령 으로 굳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사설] 취임 1주년 기자회견마저 끝내 회피하는 윤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자화자찬식으로 내놓는 자료에 포함되는 외교 안보, 노동, 인사 정책 등은 모두 논쟁적 사안들이다. 대통령은 지난 1년간의 성패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들의 의문에 대해 행정부 수반으로서 성실히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자회견에 적극 임해야 한다”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지금 방식으로는 ‘불통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일정상회담 합의 성과, 양날의 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둘러싼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기시다 총리가 한일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당시 혹독한 환경 아래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대단히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이다.

국민일보는 6면 <기시다, 홀로 고심 후 “가슴 아파” 발언...대통령실도 몰랐다> 기사에서 “명시적인 사과·사죄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었고 또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한 것이었지만, 기시다 총리가 지난 3월도쿄한·일 정상회담에 비해 과거사 문제에 보다 진전된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됐다”며 “대통령실 내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기시다 총리의 조기답방이 실현된 데 이어 과거사 관련 심경발언까지 나오자 그간 정부를 괴롭힌‘ 저자세외교’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고 했다.

오는 19~21일엔 일본 제안에 따라 양국 정상이 일본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한다. 경향신문 6면 <일, 피폭국 정체성 상징 장소…‘강제동원’ 덮고 평화 강조> 기사는 “히로시마는 일본이 전쟁 범죄 가해국으로서의 정체성보다 세계 유일 피폭국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장소다. 한 일정상 공동참배의 의미는 결국 기시다 총리가 내놓을 구체적인 메시지에 의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며 “기시다 총리가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개인적 차원의 위로 외에 진전된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위령비 공동참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과거사에 비판적인 국내 여론을 가라앉히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 된다”고 했다.

▲5월9일자 국민일보 기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관해선 오는 23~24일 우리측 시찰단이 일본을 방문할 전망이다. 한일 정상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한국 시찰단 파견에 합의하면서 외교부가 조만간 시찰단 규모와 세부 일정 등을 조율할 거라 전해진다.

경향신문 <[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 실효적 조치 없으면 들러리 된다>는 “기왕 파견키로 한 시찰단이 실효적이려면 친원전 인사들로만 구성해선 안 된다. 또한 방문 후 의문이 생기면 추후에라도 일본측에 정보 제공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얻은 정보는 독립적인 국제 과학자 공동체와 공유하며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래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일본에 연내 방류 계획을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5월9일자 한겨레 기사

한국일보 <[사설] 日 후쿠시마 시찰, 실효성 있는 현장 점검 보장해야>는 “관건은 우리가 요구해온 ‘검증’과 받아낸 ‘시찰’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라며 “촉박한 일정에 쫓겨 일본 측이 보여 주는 것만 살펴보는 데 그친다면 곤란하다. 사전 협의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현장 공개나 시료 제공을 보장받고, 필요하다면 시찰 기간 연장과 인원 증원도 요구해야 한다. 이번 시찰은 자칫 일본 오염수 방류에 정당성만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고 했다.

서울신문 <[사설] 野, ‘방탄’ 물타기용 정상외교 헐뜯기 접어라>는 “제1야당 대표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빵셔틀 외교’라고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가 하면 회담 시작 전부터 끝난 뒤까지‘ 굴욕외교’를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며 “민주당의 맥락 없는 정상외교 비난에 대해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가리기 위한 방탄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의 맥락 없는 정상외교 비난에 대해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가리기 위한 방탄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기시다, 시늉만 낸 ‘호응’…강제동원 적시않고 “가슴 아프다”

한일 정상회담
“당시 힘들고 슬픈 경험…” 덧붙여
‘강제동원 피해자냐’ 되묻자 답 피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올해 두번째로 한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사죄나 반성 표시는 없이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개인적 안타까움을 표시하긴 했으나, 국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을 내놓은 우리 정부가 기대한 ‘성의 있는 호응 조처’에는 못 미쳤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거사와 관련해 “1998년 10월에 발표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해 역사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며 “이와 같은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발표한 내용과 동일하다. 이는 ‘반성과 사죄’ 표현은 빠진데다, ‘미래 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지게 할 수는 없다’는 2015년 8월 아베 담화까지 포괄하는 것이어서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은 채 이들의 아픔에 감성적으로 ‘공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개인적 의견임을 밝혀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고자 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 결단으로 지난 3월6일 발표된 (강제동원 해법) 조처에 관한 한국 정부 대응에 진전이 이뤄지며 많은 분들이 미래를 위해 마음 열어주신 점에 감동받았다”며 “저는 당시 혹독한 환경 아래 다수의 분들께서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혹독한 환경 아래의 분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를 의미하느냐는 한국 기자 질문에 확답을 피한 채 “그 당시 굉장히 힘들었던 분들에 대한 저의 개인적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그마저도 사적 의견으로 정리했다.

 

겨레하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정의기억연대 등이 소속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및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 일본 재무장 중단 등을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겨레하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정의기억연대 등이 소속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및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 일본 재무장 중단 등을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기시다 총리의 이번 표현은 강제동원을 여전히 ‘합법적인 징용’이라고 보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7월 메이지일본 산업혁명 유산 유네스코 등재 당시 일본 대사는 “많은 한국인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곧바로 말을 바꿔 이같은 노동이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했고, 당시 외무상이 기시다 총리였다. 기시다 총리는 그러면서 “3월에 윤 대통령께서 나타내신 결단력과 행동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며,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들의 기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윤 대통령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추어올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과거사 언급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며 감사 표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소인수회담 때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관련 언급을 듣고 ‘한국이 먼저 요구한 바 없는데 먼저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그리고 이것은 한-일 미래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과거사 인식 문제는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미래 협력을 위해 한발짝도 내디뎌선 안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저는 과거 양국관계가 좋았던 시절을 넘어 더 좋은 시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두고 ‘역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물잔의 반을 채워야 한다고 했을 때, 과거사 인식 문제는 도쿄 회담 때보다 더 뒤처진 것 같다”며 “사과를 바라는 한국의 기대와 달리 사적 소회 정도로 피해자 아픔을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반면, 조진구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인의 감정을 배려해 감성적 표현을 한 것 같다. 총리로서 개인적 소회를 밝힌 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을 말하다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5.07 13:56
  •  
  •  댓글 0

열사 동료들에게 듣는 ‘지대장 양회동’ 그리고 ‘인간 양회동’

다 퍼주고, 다 내어준 사람

‘양회동’을 설명하기엔 모자란 단어들

열사가 불을 당긴 이유

“한마디로 ‘멋진’ 사람”

“좋은 단어 다 갖다 붙여도 회동이를 말하기엔 모자라다.”

“‘형 힘내’라고 안아주면, ‘왜 그래’라고 짓궂게 밀쳐 내던 사람. 그런데 그날은 나를 꼭 안아줬다….”

지난 1일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외치며 산화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온몸에 전신 화상을 입고, 하루 만에 운명한 열사의 빈소가 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이날 건설노조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퇴진’을 위한 총력투쟁 결의를 밝혔고, 그 시간 양 열사와 동고동락한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조합원들이 열사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노동조합장(葬)으로 치러지는 장례에서 그들은 상주(喪主)다. 눈이 벌게진 얼굴로 빈소 입구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고 있다.

양회동 열사와 지근거리에서 활동했던지라 열사의 죽음이 믿겨 지지 않았고, 열사의 생전 활동은 또렷하기만 했다.

▲ 양회동 열사 생전 활동 모습 ⓒ 민주노총 건설노조

열사가 불을 당긴 이유

2015년 건설현장 철근노동자로 일을 시작한 열사는 2018년 강원건설지부가 생기고 그 이듬해인 2019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고성, 속초, 양양, 강릉의 건설 현장을 책임지는 3지대장을 맡아 활동했다.

열사의 동료들은 양 열사가 지난달 1공수(하루 일당)밖에 받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열사와 함께 조합원 고용과 교섭 관련 일을 함께 한 윤강희 강원건설지부 조직부장은 “자신은 하루(1공수) 일했으면서, 조합원들에게 ‘몇 공수 일자리 마련해줬다’며 누구보다 기뻐했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열사를 3지대장으로 추천했다는 김기형 강원건설지부 1지대장은 “조합원 아닌 사람들에게도, 주변 기능공들에게도 일자리 소개해 주려고 힘썼던 친구였다. 저녁마다 전화해서 ‘오늘은 5명 일자리 만들었다’고 기쁘니까 소주 한잔하자고 연락하는 동생”이라고 회고했다.

자신은 하루 일당밖에 못 벌면서 양 열사가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뛰어다닌 이유가 있다.

1998년부터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는 임차진 강원건설지부 형틀팀장은 “건설노동자들은 평생토록 일자리 걱정하면서 하루하루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현장에 들어가면 짧게는 한 두 달, 평균 3~4개월 일하면 일거리가 끊긴다. 한 현장에서 1년 이상 일할 수 있는 건 운이 좋았을 때다. 요즘 같아선 일을 못해 8개월 동안 쉬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생긴 현상이다.

25년을 건설 현장에 있었던 임 팀장은 “윤 정부가 건설사들 편을 들고 건설노조 죽이기에 나서면서 조합원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속초, 강릉엔 대규모 현장도 생기고, 중소 현장도 존재했다. 건설 현장 잔뼈가 굵은 그의 눈에도 ‘내년까지 일자리는 희망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었다. “작년 말부터 윤석열 정부를 등에 업은 건설사들이 돌변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채용은 족족 거부”당했다.

열사는 조합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니네(건설노조)가 할 수 있으면 해봐”라는 비아냥과 협박, “(노조)조끼 벗고 와라”, “휴일 수당 포기하면 써줄게” 등의 말을 들어야 했다. “민주노총이랑 같이 일하고 싶은데 대표님이 고용하지 말래요”라는 말까지 들렸다.

시작과 끝에 윤석열 정부가 있다

임 팀장은 “회의 때 지대장이 고용 보고를 올렸다. ‘용건만 얘기하고 가라’고 내치는 건설사들에게 양 지대장은 ‘조합원들 안 굶게 도와달라 사정하면서 나왔다’고 보고했다.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누구한테 하소연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반성하는 사람”이었다고 떠올렸다. “보통 사람 같으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윤석열 정부가 저렇게 나오는데, 형님은 뭐 한 거 있냐’라고 말할 법도 한데, 남을 탓하지 않고 자기가 더 분발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반대로 규모가 큰 건설 현장에 여러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만들고서는 자신에 대한 공치사 한번 하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 현장에서 일하게 된 조합원들은 양 열사가 서울 화상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병원 앞을 꼬박 지켰다.

김기형 1지대장은 “교섭자리에서 욕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일 좀 시켜달라’고 하는 게 공갈이 되고 협박이 되었으니 그게 얼마나 억울했겠나”라고 분개했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동자의 일자리 갈취했고, 결국 양회동 열사에게 공갈 협박죄를 씌워 억울한 죽음을 만들었다. 시작과 끝에 윤석열 정부가 있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윤석열 정부 퇴진’을 말하는 이유다.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다 퍼준 사람

동료들의 말처럼 양 열사는 지난 4월, 하루 일했다.

김기형 1지대장은 열사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통화하고, 가족 간 교류도 하는 끈끈한 사이다. 그래서 열사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루 일당으로 4인 가족이 한 달을 살 수가 없으니 800만원 가량 대출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지대장 활동을 시작했던 작년부터 일을 많이 못 했을 테니, 지난해엔 2천만원 대출받았다고 했다.”

임차진 팀장은 “(열사가)철근팀장을 하고 있었으니 일거리만 있으면 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지대장 책임을 다하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자기 일당조차 챙기지 못하고 살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임 팀장이 “밥은 먹었냐” 물으면 열사에게선 “생각을 못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길 수차례. 건설현장에서 오래 일한 선배로서, “지금은 의욕이 넘쳐도 사업이 잘 안될 때도 있을텐데 몸까지 버리면 큰일이다. 밥이라도 잘 먹고 다녀라”고 했지만 ‘알겠다’ 하면서도 이 현장, 저 현장 다니느라 매일 굶고 다녔을 것이라고 했다.

임 팀장은 “지금 생각해보니 입맛이 없었던 이유가 일이 잘 안되니까, 건설사에 문전박대 당하고 조합원들이 일을 못 하게 되니까 그 책임감 높던 사람이 입맛도 없어졌을 게다”라고 짐작했다.

양 열사는 자신의 사정은 어려워도 언제든 조합원들을 가족처럼 챙겼다.

지난 여름 열사의 어머니집으로 휴가를 다녀왔다는 김 지대장은 양 열사가 “모든 걸 내어주고 퍼주고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집을 민박집으로 활용하면 얼마라도 벌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조차 안 하는 친구다. 노조 사람 누구라도, 그리고 조합원 아닌 사람까지 데려와서 쉬다 가라고 하는 동생”이었다.

윤강희 조직부장은 “열사가 담당한 3지대는 여느 곳보다 외지인 영동권 북부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타지에서 일하러 온 사람보다 대부분 열사의 동네 선후배 노동자가 많았다. “열사는 이웃들의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늘 가족처럼 여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양회동 열사를 조문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동지들 옆에서, 노동조합 옆에서”

“제가 오늘 분신을 하게 된 건 죄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 되지가 않네요.”

“항상 동지분들 옆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열사가 노동조합에 남긴 유서 내용이다.

윤강희 조직부장은 “노동조합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남달랐다”고 열사를 추억했다.

“화장실, 휴게시설조차 없고, 잠깐 쉬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게 건설 현장이다. 비조합원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무시당하면서 일하다가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노조와 투쟁하면서 현장이 바뀌고 팀원들이 하나씩 권리를 누리는 것에 자랑스러워 하셨다.”

열사는 ‘나는 노동조합을 해야 돼, 우리가 바꿔 나가야 돼’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투쟁에 누구보다 먼저 나섰고 솔선수범했다.

김기형 1지대장은 “건설 현장 집회는 아침 6시 반에 시작한다. 회동이는 늘 한 시간 먼저 와서 난로도 켜놓고, 커피물도 끓여놨다. 5시 반에 도착하려면 1시간 전에 집을 떠나야 했을 텐데, 그러면 새벽 4시에 일어났다는 거다.”

임차진 팀장은 2년 전 원주건설노조 투쟁 때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속초에서 우리가 천막 농성하는 원주까지 오려면 족히 2시간 넘게 걸린다. 어느 날은 농성장에 전기가 끊겼는데, 자기 차에 전선을 꽂아놓고 새벽까지 농성장을 지키다가 아침이 되면 또 현장에 나가고 그런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와라’ 하는 데도, ‘다들 고생하는데 아무리 피곤해도 와야죠’라고 웃어넘기는 사람”이었다. 양 열사의 노조에 대한 애정은 노조 생활을 오래 한 자신을 뛰어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열사는 유서에 ‘항상 동지분들 옆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면서 먼 곳에서도 노동조합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양회동’을 설명하기엔 모자란 단어들

‘나보다 동지를, 주변을 먼저 챙기는 사람’, ‘노동조합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책임감이 높았던 사람’ 양회동을 3지대장에 추천했다는 김기형 1지대장. “근면성실, 솔선수범, 헌신과 봉사... 그래서 추천했다. 다른 어떤 단어를 갖다 붙여도 양회동을 설명하기엔 모자라다”고 했다.

“철근공을 시작한 지 3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반장을 하고 있었다.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노조 들어오고 나서, ‘노조활동 하는 게 가장 보람’이라고 말하는 동지였다.” _임차진 팀장

“최근 강릉에 산불이 났을 때 피해 주민을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자고 지부에 먼저 제안했던 사람, 쉬는 날엔 해변가에 나가 청소 봉사활동 하는 사람이 양회동이다.” _김기형 지대장

김기형 지대장은 “회동이를 지대장으로 괜히 추천했나…”라는 회한이 밀려온다고 했다. 그러나 “분노만 하고, 억울해하고만 있을 새가 없다”는 것도 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추모 촛불문화제 첫날 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은 슬픔을 누르며 또박또박 열사의 마지막 말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탄원서 모으는 얘길 전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가족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내가 아는 게 니가 아는 것이고, 내 마음을 내가 아는데 무슨 탄원서가 필요하겠냐’라고 했다. 열사는 나 자신에 대한 탄원서 대신 유서를 썼다.” 그리고 양 열사는 5월1일 노동절 대회로 가는 동지들을 일일이 안으며 배웅했다.

▲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 걸린 추모 현수막.

“열사의 억울함, 반드시 되갚아 줄 것”

“제 동생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기 오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제 동생의 명예 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워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6일, 장례식장 앞 추모문화제에 양회동 열사 형이 유가족을 대표해 호소했다.

열사의 동료, 동지들은 그럴 참이다. 김 지대장은 “회동이가 먼저 간 것이 비통하고 원통하지만, 큰일을 한거라 생각한다. 53년 전 전태일 열사처럼 우리에게 불씨를 지펴줬다”고 했고, 윤강희 조직부장은 “열사의 뜻을 따르는 데에, 모든 행동의 선두에 설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열사가 운명한 후에도 잔인한 강압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열사의 둘도 없는 동료였던 지부 간부들 몇 명이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조사하러 나오라’고 재촉했다. 2021년 사건까지 들춰내 소환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형국이다.

“노동조합, 노사관계를 전혀 모르는 강력계 형사들이 수사에 나섰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자신이 ‘다 안고 가겠다’는 열사에게 경찰은 ‘(노조)전임비 받았다고 하자’고 종용하기도 했다. 그때 열사는 ‘그런 거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를 ‘삥 뜯는 잡범’처럼, 어용노조처럼 취급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현웅 사무국장이 노조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열사의 뜻을 전달했다.

“현장 철거비용으로 28만원이 책정되면 뭐하나... 다단계 하도급 중간 착취로 빠지면 우리가 받는 돈은 4만원에 불과하다. 그런 불법은 조사 한번 안하고, 노동조합 때려잡는 데에 1계급 특진을 걸었다. 책임자가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김기형 지대장의 울먹임 속에 결심이 드러났다.

임차진 팀장도 “열사의 억울함을 반드시 되갚아 줄 것”이라고 했다. “다시 현장에 가서 일자리도 되찾고 노조활동 더 열심히 하면서, 저들이 틀렸고 우리 건설노조가 옳았다는 걸 보란 듯이 보여줄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열사를 향해 “우리는 죄인이다. 그러나 죄책감에 빠지지 않겠다.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들딸만은 실망시키지 않도록 싸우겠다”는 인사를 남겼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60억원 코인 거래 김남국에 조선일보 “국민이 우습나” 한겨레 “비판 받아들여라”

  •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05.08 07:44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보수언론 “미래로 나아가야” 진보언론 “미래만 강조”

‘우울증 갤러리’ 차단보류 후 10대 또 극단 선택, 한국일보 “두고 볼 건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방일한 이후 52일 만에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이뤄지면서 한일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됐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마음이 아프다” 말하긴 했으나, 개인적인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8일 자 아침신문들은 1면 머리기사로 일제히 이 소식을 보도했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진보언론은 분명한 과거사 사과 없이 ‘미래’만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보수언론은 과거에 얽매여있을 시간이 없다며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60억원 가상화폐 보유 논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비판 사설도 이어졌다.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이 같은 투자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김남국 의원에게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라”며 “‘검찰의 언론플레이’ 탓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국회 다수당 소속 의원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8일자 경향신문 1면.

▲8일자 아침신문들 1면.

 

보수언론 “미래로 나아가야” 진보언론 “미래만 강조한 회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1면 <강제동원 사죄않고... 한미일 안보협력 질주>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국민적 관심사였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명확한 사죄와 반성의 메시지는 이번에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지는 4면 기사에서 “개인적인 안타까움을 표시하긴 했으나, 국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을 내놓은 우리 정부가 기대한 ‘성의 있는 호응 조처’에는 못 미쳤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면 <일, 과거사 사과 안해... 한, 후쿠시마에 시찰단>에서 “기시다 총리는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대상이 모호한 데다 ‘사과’ ‘반성’ 등의 표현은 없었다. 일본에 ‘선제적 양보’를 한 뒤 성의 있는 호응이 있을 것이라던 정부의 기대는 무색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도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일본 총리의 명확한 사과, 적극적 배상 참여 입장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일본의 ‘진정성 있는 입장’으로 해석하며 ‘양국 관계 정상화가 궤도에 올랐다’고 했다. 일본 측 ‘호응’ 알맹이가 빠지면서 12년 만의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이라는 의미는 퇴색했다”고 했다.

▲8일자 한겨레 1면.

▲8일자 경향신문 1면.

한국일보도 3면 <일 총리 아닌 개인적 유감 그쳐... ‘물컵의 절반’ 채우기엔 부족했다>에서 “콕 집어 강제동원 이슈를 건드리지 않고, 직접 사과도 없이, 애써 감정에 호소하는데 그친 셈”이라며 “복수의 한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와 일본 외무성은 윤 대통령이 먼저 밝히 제3자 변제에 총리 본인의 언어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추가적인 사과가 있어야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이 지속 가능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분명한 과거사 사과없이 ‘미래’만 강조한 한일회담> 사설에서도 “양국은 ‘미래’를 앞세우며 경제·안보 협력을 내세웠지만, 과거사 문제는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문제인 만큼 무조건 덮어두고 갈 사안이 아니다. 발전적 한일 관계는 명확한 역사인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8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전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기시다 답방으로 셔틀외교 복원, 관계 개선 화답 카드도 내놔야> 사설에서 “‘사죄와 반성’을 언급하는 대신에 강도 낮은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한국 사회가 바라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이런 한계에도 불구,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왕복 외교 복원으로 최근 1년간 동아시아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 낸 주역들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양국 관계를 질식시켜 온 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배상하는 방안으로 돌파구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8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이어 “한일 양국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주변 국가를 위협하는 해양굴기(海洋崛起)로 더욱 큰 협력이 절실하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더욱이 두 나라는 경제 위기, 인구 감소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 얽매여 있을 시간이 없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국의 반일(反日) 좌파와 일본의 혐한(嫌韓) 우파에게 휘둘리지 않고 미래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한·일 셔틀외교 복원, 진정한 미래협력 발걸음 되길> 사설에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양측이 차근차근 인식의 공통점을 확대해 교집합을 늘려 나가는 것이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운 관계 복원을 가속하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며 “일본에서 오무라이스 회동을 한 두 정상은 이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숯불 불고기를 메뉴로 만찬을 하며 신뢰의 탑을 한층 더 쌓았다. 12년 만에 재개한 셔틀외교와 정상의 신뢰 회복이 정부 및 민간 교류 확대로 이어져 실질적인 미래 협력을 위한 걸음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8일자 조선일보 사설.

▲8일자 중앙일보 사설.

한국경제도 <어렵사리 복원된 한·일 셔틀외교... 이제 더 큰 미래로 나아가야> 사설에서 “어렵게 셔틀외교를 복원한 양국이 상호 양보와 협력으로 더 큰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남국에 조선일보 “국민이 우습나” 한겨레 “비판 받아들여라”

지난 5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실명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초 60억 원대의 코인을 전량 인출했다는 소식이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가상화폐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최고 60억 원어치를 보유했는데, 김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실시 예정일인 지난해 3월25일 직전 지난해 2월 말~3월 초 코인을 전량 인출했다.

문제는 법안 발의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점이다. 김 의원은 2021년 7월 가상자산 과세 유예 조항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자 조선일보

국민의힘 등에서 비판이 나오자, 김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동 발의를 한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만약 법안 발의까지를 이해충돌 사항으로 폭넓게 규제하게 된다면 다주택자 의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다자녀 의원이 다자녀 가정에 복지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노부모를 부양하는 의원이 간병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등도 전부 이해충돌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김남국 의원 ‘60억 코인 투자’ 경위 투명하게 밝혀야> 사설에서 “김 의원은 현행법을 어기지 않은 ‘합법적 투자’임을 강조하지만, 해당 코인이 가격 급등락을 반복해 투기성이 강한데다, 김 의원이 코인 등에 대한 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한 전력이 있어 ‘이해충돌’을 비롯한 여러 뒷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김 의원은 <한겨레>에 ‘위믹스를 현금화하지 않고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 이체했다. 어떤 법률 위반 혐의도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라며 “하지만 위믹스 코인은 발행사인 게임회사 위메이드의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부실공시 등으로 숱한 논란에 휩싸였고, 이로 인해 가격 급등락이 반복된 투기성 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고위험 자산은 ‘확실한 정보’가 없으면 거액을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 김 의원은 위믹스를 처분해 투자한 다른 코인이 폭락해서 자신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의혹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8일자 조선일보 사설.

▲8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김 의원은 2021년 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023년 1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해 ‘이해충돌’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그 전에 위믹스를 처분한 김 의원은 이 법안의 수혜자가 된다”며 “무엇보다 김 의원은 재산 신고 대상이 아닌 가상자산에 투자한 행위 자체가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잘 아는 법률 전문가가 ‘검찰의 언론플레이’ 탓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국회 다수당 소속 의원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김 의원은 자금 출처와 투자 경위, 수익 규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는 <60억 코인 감추고 “돈 없다” 호소로 후원금 1위, 국민이 우습나> 사설에서 “김 의원은 그간 각종 방송,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가난한 청년 정치인’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는 ‘매일 라면만 먹는다’ ‘3만7000원 주고 산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 ‘돈이 없어 호텔 대신 모텔 생활을 한다. 방 두 개 안 빌리고 보좌진이랑 셋이서 잤다’며 정치 후원금을 호소했다. 지난해 3억3014만원을 모금해 국회의원 중 1위를 차지했다. 수십억원대 코인을 뒷주머니에 차고서 국민에게 후원금 달라고 한 것”이라며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우울증 갤러리’ 차단보류 후 10대 또 극단 선택, 한국일보 “두고 볼 건가”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서울 강남경찰서가 요청한 ‘우울증갤러리 차단건’을 논의한 결과 의결을 보류하고 법률 자문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심의위가 즉각 차단을 결정 못한 이유는 우울증갤러리 차단이 '과잉 규제'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방통심의위는 불법 및 유해 게시물은 즉각 차단했지만 사이트나 게시판을 전면 차단할 때는 불법정보가 70%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세워 운영해왔다.

방통심의위의 의결보류 결정 이후 10대 2명이 또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한겨레는 9면 <‘우울증 갤러리’ 폐쇄 미룬 사이…10대 2명 또 극단 선택 시도>에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5일 새벽 3시55분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서 ㄱ(17)양과 ㄴ(15)양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사이로, 극단적 선택 과정을 소셜미디어(SNS)로 생중계했다”고 보도했다.

▲8일자 한겨레

▲8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자살 시도 속출 ‘우울증 갤러리’, 언제까지 두고만 볼 건가> 사설에서 “경찰 요구에도 디시인사이드가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거부하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렇다 할 정화대책조차 내놓는 게 없다”며 “철저한 익명성에 기댄 디시인사이드는 혐오문화를 확산해온 온상으로 지목돼왔다. 그런데도 그동안 제대로 제재받은 적이 없다. 지난달 경찰의 우울증 갤러리 폐쇄 요구에 디시인사이드 측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글을 남기면 더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며 거부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내부 기준으로 전체 게시 글의 70% 정도가 불법이어야 사이트를 차단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는 이유로, 우울증 갤러리 차단 결정을 보류했다”며 “결국 문제를 방치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재 기준이 실질적 해악을 막지 못한다면, 그 기준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기시다, 과거사 반성은 없었고 원전 오염수엔 “시찰단 파견” 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5/08 08:56
  • 수정일
    2023/05/08 08: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7일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총리의 명확한 사과와 반성은 나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슴 아팠다”는 문구만 추가됐다. 양국의 안보·경제·문화 채널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 시찰단 파견’이라는 소극적 형태의 해법이 제시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1998년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역대 일본 내각 인식을 계승한다”는 발언은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한 언급을 반복한 것이다. 당시 국내에선 ‘명시적 사과라 볼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추가로 언급된 “마음이 아프다”는 발언과 관련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하는 말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기시다 총리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지난 3월 6일 발표된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 것에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현안과 미래 협력 위해 한 발짝도 발걸음을 내딛어선 안 된다’는 인식에선 벗어나야 한다”며 “진정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 내에선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반발이 크다고 알고 있다. 일본에선 한국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해법정부의 방침은 바뀌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현재 15명의 승소자 중 10명이 판결금을 수령했고 정부는 남은 분들에 대해서도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충분한 소통 하며 해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일본 강제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한 추가 해법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엄중한 동북아 안보 상황에 직면해 있고 중대한 역사적 전환기에 우리가 함께 놓여 있다”며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이 협력해서 양국 공동이익 추구하고 국제사회 공동 리더십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국이 앞으로 미래를 향한 협력과 교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 양국 정상은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이웃 국가인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은 IAEA의 리뷰를 받으면서 높은 투명성을 가지고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성의 있는 설명을 해 나갈 생각이지만 한국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인이 이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 달에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의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안보·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공식 기자회견문에는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데이터 실시간 공유’가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양국 안보 협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미사일 데이터에 실시간 공유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전되어 있음을 환영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외교안보 당국 간 안보 대화와 NSC 간 경제안보대화, 재무장관회의 등 안보, 경제 분야 협력체가 본격 가동되고 있음을 환영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3월 회담에서 양 정상이 제시한 방향성에 따라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이 두 달 사이에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지난 2일 인천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담, 경제·안보 협의회 첫 회의 개최, 의원 간 교류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양국 정상은 ‘셔틀 외교 정상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셔틀 외교 복원에 12년이 걸렸지만, 두 사람의 상호 왕래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고 기시다 총리는 “(도쿄 회담)그로부터 두 달이 되지 않은 사이에 벌써 다양한 대화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102분간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진행했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 첫 일정으로 현충원을 참배했다. 양국 정상 내외는 이날 저녁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을 갖는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 이틀째인 8일 한일의원연맹, 한국경제단체와 각각 면담을 한 후 낮 12시 15분께 일본으로 돌아간다.
 

" 홍민철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개벽예감 538] 누가 누구의 파멸을 재촉하는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05/08 [07:20]
  •  
 

<차례>

1. 파멸위험에 빠진 윤석열 정권과 한미련합군

2. 전술핵타격연습에 열중하는 조선인민군

3. 워싱턴 선언 채택과 조선의 분노

4. 파멸위험은 워싱턴 선언에서 온다

 

1. 파멸위험에 빠진 윤석열 정권과 한미련합군

 

2021년 12월 2일 서울에서 발표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서 “북의 핵,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미사일 위협”이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11월 3일 워싱턴에서 발표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는 “북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변형된 표현이 들어갔다.   

 

2022년 5월 21일 서울에서 발표된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의 진화하는 위협”이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있다. 2023년 4월 26일 백악관에서 발표된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북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변형된 표현이 들어갔다. 같은 자리에서 발표된 워싱턴 선언에는 “한국과 주변 지역에서 증가하는 핵위협”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위에 서술한 내용은 윤석열 정권이 북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북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말은 조선인민군의 전술핵 미사일이 전선 지대에 다량 배치되었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은 전선지대에 배치한 전술핵 미사일의 1차 타격목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설정했다. 이런 사실은 2022년 7월 1일 데일리 NK 보도에서 확인된다. 보도에 의하면, 2022년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초토화하기 위한 ‘03분 타격작전’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발사 명령을 내리는 순간, 조선인민군이 전술핵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하여 용산 대통령실을 3분 만에 제거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6.25전쟁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이처럼 극도로 심각한 파멸위험에 빠진 적이 있었던가? 조선인민군의 대남 전술핵타격에 관한 정보를 살펴보자.  

 

2023년 3월 27일 김정은 총비서가 조선의 핵무기연구소에서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점검한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 김정은 총비서가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세상에 공개한 목적은 그 핵탄두가 실전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적대 세력들에게 미리 알려주기 위함이다. 

 

서울 남산 정상에 있는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개성 송악산이 멀리 보인다. 서울과 개성은 그처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런데 송악산에는 조선인민군 지하 미사일 기지가 있다. 송악산 지하 미사일 기지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직선거리는 65km다. 조선인민군이 송악산 지하 미사일 기지에 배치한 이스칸데르형 변칙비행 미사일의 비행 속도는 마하 7이다.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이스칸데르형 변칙비행 미사일 2발을 실은 발사대차가 송악산 지하 미사일 기지에서 밖으로 나와 미사일을 쏘면, 약 30초 만에 용산 대통령실에 도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어진 대피 시간은 30초밖에 되지 않는다. 긴급대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6.25전쟁 이후 이처럼 극단적인 파멸위험에 빠진 대통령이 있었던가? 

 

초정밀 타격능력을 가진 이스칸데르형 변칙비행 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는 5m다. 조선인민군이 그 미사일을 쏘면, 용산구 아파트들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대통령실과 바로 그 옆에 있는 국방부, 합참본부 청사만 외과수술식으로 감쪽같이 제거할 수 있다. 실로 엄청나다. 

 

2022년 11월 3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과 2023년 4월 26일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북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표현은 명백하게도 윤석열 정권의 파멸위험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인민군이 무시무시한 전술핵 미사일을 전선 지대에 다량 배치했더라도 한미련합군이 미사일 방어력을 가졌다면 윤석열 정권이 느끼는 위협은 다소 경감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을 지켜주어야 할 한미련합군은 조선인민군의 전술핵타격을 막아낼 방어 수단을 전혀 갖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윤석열 정권만이 아니라 한미련합군도 파멸위험에 빠졌다. 

 

주목되는 것은, 그런 재앙적인 상황에서 미 제국이 과연 무엇을 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핵위협은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핵무장이다. 재래식 무기는 핵위협을 차단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 제국은 윤석열 정권과 한미련합군을 파멸위험에서 구원해주기 위해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전술핵폭탄을 서둘러 배치하고 싶겠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 제국이 오산 공군기지에 전술핵폭탄을 배치하면, 그 전술핵폭탄이 조선인민군의 전술핵 타격권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 제국의 전술핵폭탄은 평양을 노리게 될 것이므로, 조선인민군은 전술핵 미사일을 집중 발사하여 전술핵폭탄이 배치된 오산 공군기지를 송두리째 날려 보내려고 할 것이다. 핵위협은 핵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 

 

그런 위험을 예상한 미 제국은 전술핵폭탄을 남측에 반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 입장은 워싱턴 선언에 명시되었다. 미제국이 전술핵폭탄을 남측에 반입하지 못하게 된 사정을 보면, 한미련합군은 윤석열 정권을 지켜주기는커녕 자신도 조선인민군의 전술핵 타격을 받고 윤석열 정권과 함께 사라질 파멸위험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2. 전술핵 타격 연습에 열중하는 조선인민군

 

조선인민군은 2022년부터 전술핵 타격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이것은 윤석열 정권과 한미련합군이 극도로 위험한 지경에 처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6.25전쟁 이후 남측 정권과 한미련합군이 이처럼 극도로 위험한 지경에 처한 적이 있었던가? 현시기 정세 인식에서 핵심 요인으로 부상한 조선인민군의 전술핵 타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1) 전술핵탄두 배치와 전술핵 타격계획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22년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제8기 제3차 확대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작전 임무에 중요 군사 행동계획을 추가하기로 하였다.”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기존 작전 임무에 중요한 군사 행동계획이 추가되었다는 말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대남 전술핵 타격계획을 수립하였고, 그 계획에 따라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에 전술핵 미사일을 배치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23년 4월 10일에 진행한 제8기 제6차 확대회의에서 “적들이 그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한 다양한 군사적 행동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와 기구편제적인 대책들을 토의하고 해당 결정들을 전원일치로 가결하였”으며, 김정은 총비서는 “전선 공격작전계획과 여러 전투 문건들을 료해”하였다. “적들이 그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한 군사적 행동 방안”은 한미련합군이 방어하지 못하는 전술핵타격 방안을 의미하며, 김정은 총비서가 요해한 전선 공격작전계획은 전선부대들의 전술핵 타격 계획을 의미한다.  

 

2) 대남 전술핵 타격 연습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의 전략적 결정에 따라 조선인민군은 2022년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제1차 대남 전술핵 타격 연습을 실시했고, 2022년 10월 12일부터 10월 19일까지 제2차 대남 전술핵 타격 연습을 실시했고, 2023년 3월 14일 제3차 대남 전술핵 타격 연습을 실시했고, 2023년 3월 18일부터 19일까지 제4차 대남 전술핵 타격 연습을 실시했다.

 

2023년 3월 2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올해 전투정치훈련 중에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훈련 명령이 불시에 하달되면,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전략 미사일부대, 전술핵 운용부대들이 지상, 공중, 수상, 수중에서 목표를 타격하는 시간을 측정하고 정확히 소멸했는지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윤석열 정권과 한미련합군을 제거하기 위한 조선인민군의 전술핵 타격 연습이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3) 탄두 교환형 전술핵 미사일과 전술핵 타격 전법

 

조선인민군의 전술핵 타격은 윤석열 정권의 통치거점들과 한미련합군의 전략거점들을 외과수술식으로 제거하는 정밀 핵타격이다. 조선인민군은 변칙비행, 극초음속 활공비행, 저고도 비행, 순항 비행을 하는 각종 미사일을 탄두 교환형 전술핵 미사일로 전환시켰는데, 그 유형은 49개에 이른다. 또한 조선인민군은 49개에 이르는 탄두 교환형 전술핵 미사일을 각이한 전투환경에 맞춰 엇바꿔 사용하는 전술핵 타격 전법을 48개로 다양화하였다. 이런 사정은 전술핵탄두의 다량 생산을 요구한다. 조선은 화산-31 전술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산하지 않을 수 없다.

 

4) 공중핵 타격 연습 

 

2022년 11월 4일 조선인민군 공군은 “3시간 47분에 걸쳐 각종 전투기 500대를 동원한 공군 비행대의 총전투 출동 작전”을 전개했는데, 이 작전에 공군 5개 사단 20여 개 련대의 전투비행사 705명이 참가하였다. 강한 공군력을 가졌다는 나라는 전투기들이 비행하는 공역이 제한적이고, 지상관제소의 관제 능력에도 한계가 있어서 동시에 출격하는 전투기를 100대 이하로 제한한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공군은 한 달 동안 연습한 끝에 전투기 500대를 출격시키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것은 세계 공군사에서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며, 그와 더불어 조선인민군 공군이 즉시 출동시킬 수 있는 전투기가 약 900대에 이른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날 출격한 전투기들은 “신형 공중 무기 체계들의 시험발사를 통하여 신뢰성을 검증하였다”라고 한다. 신형 공중 무기체계는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그것은 공중발사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그날 폭격기들이 공중발사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탑재하고 모의 공중핵 타격을 연습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공군은 일류신-28 경폭격기 80대를 보유하였는데, 이 경폭격기의 폭탄 적재량은 3,000kg이다. 따라서 일류신-28 경폭격기 1대는 공중발사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3발씩 탑재할 수 있다.

 

5) 수중핵 타격 연습

 

2022년 10월 9일 평안북도 태천 저수지에서 특이한 실전훈련이 진행되었다. 모의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미사일을 수중발사대에서 쏘아 올리는 훈련이다. 그날 수중 발사훈련에 사용된 잠수함발사미사일은 2021년 10월 11일 평양에서 진행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전시된 소형 잠수함발사미사일이다. 이 소형 잠수함발사미사일은 변칙 비행 능력을 가진 미사일인데, 이 미사일에도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

 

2019년 7월 22일 김정은 총비서는 3,000t급 잠수함을 시찰하였다. 3,000t급 잠수함에는 미사일 발사관이 6문 설치되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오늘 3,000t급 잠수함은 소형 전술핵 잠수함발사미사일 6발을 싣고 동해 바닷속에서 항행하고 있다. 

 

2020년 9월 26일 남측 정부 소식통은 북에서 4,000~5,000t급 신형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고 하면서, 이 신형 잠수함에 미사일발사관 6문이 설치된다고 하였다. 이 신형 잠수함에도 소형 잠수함발사미사일이 탑재될 것이므로, 미사일 발사관 10문이 설치된다고 보아야 정확하다. 2023년 5월 현재 이 신형 잠수함의 건조작업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소형 잠수함발사미사일을 싣고 바닷속을 은밀히 항행하는 조선의 잠수함은 한미련합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조선인민군의 대남 전술핵 타격 위협이 윤석열 정권과 한미련합군을 파멸위험에 빠뜨렸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올해 초부터 매우 다급해진 윤석열 정권은 파멸위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백악관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3. 워싱턴 선언 채택과 조선의 분노

 

조선인민군의 대남 전술 핵타격 위협은 윤석열 정권과 한미련합군을 파멸위험에 빠뜨렸고, 다급해진 윤석열 정권은 파멸위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거론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제국은 긴급히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23년 4월 26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바이든-윤석열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채택된 것은 그런 복잡한 상황을 수습하려는 미 제국의 긴급 대응조치였다. 미제국은 워싱턴 선언에서 전략핵잠수함을 우리 남해에 출동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을 수습해보려고 했다. 

 

지도를 보면 남해와 동중국해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알기 힘들다. 미제국이 남해에 출동시킨 전략핵잠수함은 남해와 동중국해를 돌아치면서 수중작전을 전개할 것이다. 이것은 미제국 전략핵잠수함이 조선과 중국을 동시에 위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언론매체들이 워싱턴 선언을 강한 어조로 규탄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023년 4월 18일 미제국 국방부는 한국 해군 잠수함 사령관과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 함대사령관을 괌(Guam)의 해군기지로 초청해 거기에 정박한 전략핵잠수함 메인호를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메인호에 승함하여 미 제국 해군 제7잠수함대 단장의 안내를 받으며 잠수함 내부를 둘러보았다.  

 

2023년 5월 4일 미 제국 국방부 대변인 마틴 메이너스(Martin Meiners)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취재기자의 서면질의를 받고, 전략핵잠수함을 우리 수역에 출동시키는 문제를 한국 국방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전략핵잠수함 출동시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미 제국이 남해에 출동시키려는 전략핵잠수함은 오하이오급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은 미 제국이 운용하는 4종의 잠수함 가운데서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전략잠수함이다. 미 제국이 운용하는 잠수함들은 다음과 같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수중배수량 19,000t) 14척 

씨울프급 핵추진잠수함(수중배수량 9,100t) 3척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수중배수량 7,900t) 5척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잠수함(수중배수량 6,000t) 45척

총 67척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에는 수직발사관 24문이 설치되었는데, 이 수직발사관에 3,000만 달러짜리 트라이던트(Trident)-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4발이 들어있다. 핵탄두를 장착한 트라이던트-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12,000km이며, 타격오차범위가 100m다.

 

트라이던트-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는 여러 종의 핵탄두가 장착되는데, 그중에서 실전에서 사용될 수 있는 핵탄두는 폭발위력을 5~7kt으로 감소시킨 W76-2 전술핵탄두다. 다른 전략핵탄두들은 폭발위력이 너무 커서 실전에서 사용하기 힘들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에는 W76-2 전술핵탄두 14발이 실렸다. 

 

그것만이 아니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특수작전 전투원 12명과 그들이 적진에 수중침투할 수 있는 특수잠수정을 싣고 다닌다. 이런 사정을 보면,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전술핵 타격만이 아니라 수중 침투전도 전개할 수 있는 무기체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미 제국은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이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잠수함을 우리 남해에 출동시킬 때, 부산 해군작전기지나 진해 해군작전기지에 입항시켜 그들의 출동사실을 세상에 공개했지만,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시켜 그 잠수함의 출동사실을 세상에 공개한 적은 없다. 예외적으로, 미제국은 2011년 4월 30일 전략핵잠수함 미시간호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시켰고, 잠수함 내부를 취재기자들에게 공개한 적이 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미 제국이 전략핵잠수함을 남해에 출동시키고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시키는 것은 전술핵타격과 수중 침투전으로 북침 전쟁을 도발하려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워싱턴 선언은 미 제국과 윤석열 정권의 북침 전쟁 책동을 문서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 제국과 윤석열 정권이 북침 전쟁 책동을 문서화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자, 조선은 매우 격노하였다. 각지에서 분노와 규탄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2023년 5월 2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간부들과 청년학생들은 “핵전쟁 도발 책동에 광란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극악한 무리들을 징벌하는 성전의 맨 앞장에 500만 청년들이 설 것”이라고 하면서, 바이든 허수아비와 윤석열 허수아비를 불사르는 화형식을 단행하였다.

 

2023년 5월 3일 조선직업총동맹 간부들과 노동자들은 “미제와 괴뢰들이 또다시 이 땅에서 전쟁을 강요한다면 로동자련대, 로동자 사단을 뭇고 용약 떨쳐나서겠다”라고 하면서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려고 날뛰는 미제와 괴뢰 역적패당을 단죄하는 성토문을 채택”하였다. 

 

같은 날 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 간부들과 여성들은 “반공화국 핵전쟁책동에 더욱더 집요하게 매여달리는 미제와 괴뢰 역적패당을 모조리 쓸어버릴 복수 결의 모임”을 진행하였다.

  

2023년 5월 4일 조선농업근로자동맹 간부들과 농업근로자들은 조선을 “핵공격 대상으로 정하고 핵전쟁의 불집을 터뜨리려는 악의 원흉 미제와 특등 역적무리의 도발 책동을 강력히 단죄”하였다.

 

4. 파멸위험은 워싱턴 선언에서 온다

 

  © 대통령실

 

미 제국과 윤석열 정권이 북침 전쟁 책동을 문서화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면서 조선을 위협한 것은, 조선 인민의 분노를 촉발시킨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지금 조선에서는 복수 결의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멸적 의지가 들끓고 있다. 그것은 조선인민군이 멸적 의지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각계층 인민들의 복수 결의는 보도하고, 조선인민군의 멸적 의지는 보도하지 않지만, 조선인민군의 멸적의지가 끓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 인민의 보복 결의와 조선인민군의 멸적 의지가 단순한 감정 폭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선 인민의 보복 결의와 조선인민군의 멸적 의지에 부응하는 대남 군사행동 결행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심각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3년 8월 22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2012년 9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였다고 한다. 전시사업세칙은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수행하는 작전계획이 아니라, 전시에 조선 인민이 수행하는 행동 지침이다. 

 

위의 보도에 의하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12년 9월에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면서 전시 선포 시기를 규정한 새로운 항목을 넣었다고 한다. 그 항목에는 “미제와 남조선 괴뢰의 침략전쟁 의도가 확정되었을 때”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시상태를 선포한다고 명시되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미 제국이 전략핵잠수함을 우리 남해에 출동시키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미 제국의 침략전쟁 의도가 확정된 것으로 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미 제국의 침략전쟁 의도가 확정된 것으로 간주하면, 즉시 준전시상태를 선포할 것이다. 전시사업세칙에 따르면, 그런 예상은 응당한 귀결이다.

 

조선에서 준전시태세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 선포된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정세의 엄중성에 따라 경계태세, 전투경계태세, 전투동원준비태세, 전투동원태세, 준전시태세, 전시태세로 한 단계씩 격상하는데, 준전시태세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단계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선포하는 전시태세는 ‘남반부 해방전쟁’에 돌입하는 단계를 말한다. 지난날 조선에서는 이 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불렀고, 오늘날에는 이 전쟁을 ‘남조선 해방전쟁’ 또는 ‘조국통일대전’이라고도 부른다.

 

머지않아 미 제국이 워싱턴 선언을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전략핵잠수함을 남해에 출동시켜 북침 전쟁 책동을 본격화하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그에 대응하여 즉시 준전시태세를 선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남반부 해방전쟁’ 총공격 명령을 하달하는 마지막 절차만 남겨두는 것이다. 

 

무릇 모든 전쟁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합목적적인 군사행동이다. 조선에서 말하는 ‘남반부 해방전쟁’의 목적은 무엇인가?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남반부 해방전쟁’의 목적은 윤석열 정권과 한미련합군을 제거하고 영토완정을 실현하여 조국통일의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기 위함이다.  

 

‘남반부 해방전쟁’과 워싱턴 선언은 상호적대관계로 맞물려 있다. 왜냐하면 워싱턴 선언은 미 제국의 전략핵잠수함 출동을 전환점으로 하여 가뜩이나 긴장된 정세를 더욱 격화시키면서 ‘남반부 해방전쟁’을 앞당길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선언은 전략핵잠수함을 출동시켜 미 제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핵잠수함을 출동시켜 ‘남반부 해방전쟁’을 앞당김으로써 윤석열 정권과 한미련합군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윤석열 정권과 한미련합군은 자기들의 파멸을 재촉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극우파 항의로 문 닫은 교과서 회사 "이제 종군위안부는 못 다룬다"

[김재명의 전쟁범죄 이야기 18] 누구를 위한 '역사전쟁'인가 (下3)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3.05.06. 14:19:18 최종수정 2023.05.06. 14:55:23

  

'21세기의 지성'으로 일컬어지는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1928년생)는 1990년 스페인에 강연을 갔다가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뜻밖에도 그곳 젊은이들이 스페인의 어두운 과거사를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스페인은 1936년부터 1939년까지 3년 동안 내전이 벌어져 35만 명이 죽은 비극을 겪었다. 제2공화국에서 합법적인 선거를 거쳐 들어섰던 인민전선 정부(공화파)를 무너뜨리려는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 장군의 반란 때문이었다.

 

촘스키, "젊은이들은 스페인 내전의 실상을 몰랐다"

 

이 내전에서 승리한 프랑코 장군은 1970년대 중반까지 (일제 강점기 기간보다 1년 더 긴) 36년 동안 철권을 휘둘렀다. 30만 명의 정치범을 감옥에 가두는 등 자유와 민주화를 바라는 목소리를 힘으로 눌렀고, 스페인을 유럽의 정치적 후진국으로 떨어뜨렸다. 그 암울했던 시기에 스페인 교과서는 어땠을까. 절대 권력자 프랑코의 통치를 미화하고 억압을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음은 말할 나위 없다. 촘스키는 '서양이 저지른 기나긴 테러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 스페인에 강연을 하러 갔다가 놀랐던 일화를 이렇게 전한다. 

 

"스페인에서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몇 번 했다. 1990년, 그러니까 프랑코가 물러난 지 15년이 되던 해에, 바르셀로나에서 대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1936-37년 바르셀로나에서 일어났던 한 유명한 사건을 언급했더니, 젊은이들은 내전이라는 게 뭔지 도무지 이해를 못했다. 내 말을 알아듣는 이들은 오로지 내 나이 또래의 어른들뿐이었다.

 

그 바로 뒤 오비에도에 가서 강연했다. 그곳에서는 1934년 좌파 폭동이 있었고, 군대가 투입되어 진압했던 역사가 있다. 시민회관이 점령되고 사망자가 생겨났었다. 마침 나는 바로 그 시민회관에서 강연을 했고, 주민들이 으레 그런 역사를 다 알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게 아닌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는 것은 오직 내 나이 또래의 어른들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참 그야말로 깜깜했다고!"(노엄 촘스키&안드레 블첵, <촘스키, 잔인한 그러나 은밀한> 베가북스, 2014, 52쪽) 

 

 

 

"프랑코의 교과서는 내전 진상을 왜곡"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스페인 교과서에서 그런 내용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고, 언론들도 침묵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코 총통 독재체제 아래서 나온 교과서에선 전쟁범죄나 인권탄압에 관련된 얘기는 없다. 독재자의 입맛에 맞게 스페인 내전의 실상을 왜곡했다. 촘스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흑과 백의 삭막한 용어'로 설명했을 뿐이다.

인민전선 정부를 이끌었던 공화파(좌파)에 대해선 학생들에게 극도로 부정적인 판단을 심어주고, 쿠데타 세력에 대해선 '거의 신화적인 용어'로 치켜세웠다. 미국의 교육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콜이 펴낸 책에서 그 시기의 스페인 역사교과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대목 하나를 옮겨본다. 

 

[(프랑코 총통) 독재 시기의 역사 교과서들은 제2공화국과 내전에 관하여 상세한 역사적 지식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교과서들은 공화국 시기에 관한 설명을 도덕적으로 부정한 판단에 국한시켰다. 이 시기에 활동한 주요 인물들의 이름과 그들이 추구한 개혁을 위한 노력은 완전히 생략되었다. 따라서 교과서들은 그 시기의 발전 과정에 관하여 학생들의 이해 증진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역사적 맥락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콜, <과거사 청산과 역사교육> 동북아역사재단, 2010, 290쪽). 

 

프랑코 독재 시절의 교과서에서 스페인내전을 가리키는 공식 용어는 '의로운 봉기'였다. 1975년 프랑코가 죽은 뒤 몇 년이 지나서야 '스페인전쟁'이란 객관적인 의미를 담은 용어가 쓰이게 됐다. 그럼에도 교과서에서 프랑코 독재체제 아래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혹심했던 박해와 억압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프랑코 독재에 맞섰던 좌파정당인 사회노동당(PSOE)이 1982년부터 1996년까지 14년 동안 집권했어도 군부의 강한 영향력 등으로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스페인내전의 진실이 제대로 교과서에 실리기 시작한 것은 21세기 들어와서였다. 2002년 스페인의회는 만장일치로 프랑코 장군을 '자유를 탄압했던 독재자'로 못 박았다. 아울러 의회는 프랑코가 생매장해던 희생자들의 유골을 정부가 나서서 발굴하라고 의결했다. 보수 국민당(PP)의 짧은 집권을 거쳐 2004년 PSOE가 다시 선거에서 승리하자,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동안 감춰졌던 프랑코장군의 전쟁범죄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5년엔 마드리드 시내 한복판에 세워져 있던 대형 프랑코 기마상을 없애는 등 스페인 전국에서 독재기념물들이 공공장소에서 사라졌다. 정치권의 변화가 교과서 내용과 사회 분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스페인에서도 확인된다.

 

'위안부' 성노예 사실 모르는 일본 젊은이들 

 

과거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젊은이들은 스페인뿐 아니다. 필자가 9.11테러 무렵인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늦깎이 공부를 하면서 만났던 일본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전공이 국제정치학 또는 국제관계학인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조차 지난날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저질렀던 전쟁범죄('위안부' 성노예, 강제동원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못했다. 놀랍고 실망스러웠다. 처음엔 '거북한 얘기를 피하고 싶어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거겠지' 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나중에 거듭 확인해보니, 실제로 잘 알지 못했다. 

 

1990년 촘스키의 강연을 듣던 스페인 젊은이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졌던 처절한 내전의 상황을 왜 잘 모를까. 더 나아가, 유럽의 젊은이들은 왜 지난날 백인 제국주의자들이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벌였던 착취와 잔혹행위에 대해 잘 모를까. 특히 일본 젊은이들은 '위안부' 성노예를 비롯한 일본의 지난날 전쟁범죄에 대해 왜 잘 모를까. 스페인이나 일본이나 결국은 역사 교과서 문제로 이어진다. 

 

남의 나라 얘기할 것도 없다. 1980년대 한국을 철권 통치했던 전두환 군사정권 아래서 학교를 다닌 이 땅의 학생들도 진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그 무렵의 학생들은 (스페인 프랑코 독재시절의 스페인 학생들이 '프랑코 찬가'를 배웠듯이) '전두환 찬가'를 배웠다. 그때 나온 국사 국정교과서를 보자. 

 

[(10.26으로 박정희가 죽은 뒤) 한때 혼란 상태가 나타났고, 이런 혼란 속에서 북한 공산군의 남침 위기에서 벗어나고 국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 정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구성한 뒤 각 부분에 걸쳐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였다](국사편찬위원회 1종도서연구개발위원회, <고등학교 국사> 1982, 175-176쪽). 

 

[제5공화국은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비능률, 모순, 비리를 척결하는 동시에 국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민주 복지 국가건설을 지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장래는 밝게 빛날 것이다](같은 책, 178쪽).

 

1980년대의 국사 교과서는 1979년 전두환·노태우 일당의 12.12 군사 쿠데타를 미화하고, 그 뒤 체육관에서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은 제5공화국 전망을 장밋빛으로 치장했다. 그렇기에 적지 않은 학생들은 1980년 5.18 민중항쟁이 '북한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이 남한을 혼란에 빠뜨리려 무장 폭동을 일으킨 탓에 일어난 유혈사태'쯤으로 잘못 이해하기도 했다. "그게 아니고요. 진실은..."이라 말하는 교사·교수나 언론인은 새벽에 문을 두드리는 기관원의 험상스런 얼굴과 맞닥뜨려야 했다.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시절이나 일제 강점기에 그랬던 것처럼. 

 

언어학자 촘스키는 교육의 부정적인 측면가운데 하나로 '세뇌'(indoctrination)를 꼽았다. "교육을 '세뇌'로 바꿔 읽는 게 더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교육제도 자체가 '세뇌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촘스키에 따르면, 지배권력의 입맛에 맞는 교육제도 아래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은 진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왜곡된 진실'을 주입식으로 공부하기가 십상이다.

 

촘스키의 이 말을 역사교육에 적용한다면, 독재권력(아시아태평양 전쟁 시절의 일본, 프랑코 치하의 스페인, 전두환 치하의 한국) 아래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은 통치자들이 저지른 어두운 과거사를 제대로 배우기는커녕 그들의 범죄를 은폐시키고 나아가 미화하는 내용을 배우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 우익 성향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기술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리스 장, "전쟁범죄 왜곡하는 교과서 검정 멈춰야" 

 

촘스키는 <지식인의 책무>(황소걸음, 2005)에서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려야 하고,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 뒤에 감춰진 의도를 비판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역사교사는 역사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줘야 한다. 막상 현실에선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일본인들이 전쟁범죄로 얼룩진 과거사를 잘 모르는 것은 일본 교육계에도 책임이 크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일본의 우경화 흐름 속에 행해지는 교과서 검정제도다. 이 제도는 1945년 일본 패전 뒤 맥아더 장군의 미 군정이 일본의 교과서에서 지난날 군국주의적 성향이 나타나는 것을 막으려고 실시한 뒤로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

 

이 검정 제도 아래서 일본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들과 집필진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무엇일까. 일본 문부과학성(문교부)이 학생에게 가르쳐야 할 최소한의 학습 내용을 담은 '학습지도요령'과 검정 통과다.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가 채택되려면, 먼저 검정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검정을 통과하려면 문부과학성이 제시한 학습지도요령을 잘 따라야 한다. 그런 다음 출판사는 원고 단계의 교과서를 문부과학성에 제출하고, 교육전문가들로 이뤄진 '교과서 검정위원회'에서 심사 합격을 받아야 한다. 학습지도요령에 어긋나는 내용이 있다면? 검정을 통과할 수 없고 따라서 교과서로서 학교 현장에 채택될 수 없다. 일선 학교 교사들이 교과서로 채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렇듯 일본 정부는 검정 제도를 이용해 교과서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보수 극우 세력의 입맛에 맞게 교과서 검정의 기준이 되는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를 바꿔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 집필자가 지난날 동아시아를 혼란 속에 빠뜨렸던 일본의 침략전쟁과 전쟁범죄의 문제점을 빠뜨리질 않고 비판한다면? '낙타 바늘귀' 비유마냥 검정 통과는 애당초 무리다. 

 

이 '전쟁범죄 이야기' 연재 3회째 글에서 1937년 난징 학살을 살펴봤었다. <난징의 강간>(The Rape of Nanking: The Forgotten Holocaust of World War II)으로 일본의 전쟁범죄를 고발했던 아이리스 장도 일본 교과서 검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책을 낸 1년 뒤인 1998년12월, 아이리스 장은 사이토 쿠니히코 주미 일본대사와의 TV토론에서, "일본 정부가 난징 학살에 관련한 서술을 왜곡 또는 축소하도록 만드는 교과서 검정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중국에서의 난징 학살뿐 아니다. 일본 역사 교과서에선 우리 한국의 '위안부' 성노예에 대한 언급도 아예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축소 왜곡된 내용으로 학생들에게 전해진다. 그러니 일본 젊은이들이 침략전쟁에 얽힌 어두운 과거사와 전쟁범죄상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극우파 항의로 문 닫은 교과서 회사, "지금도 분합니다" 

 

일본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과거사를 왜곡하고 침략전쟁을 합리화하려는 자민당 우파 정부의 시각과 다른 내용은 검정 과정을 통과하기가 어렵다. 요행히 통과하더라도 일본 극우파들의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시비를 거는 집단행동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이래저래 일본 교과서 업체와 집필진들은 압박감을 받기 마련이다. 스스로 '자기 검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일선학교에서 채택되기가 어렵다. 채택이 안 되면? 교과서 업체는 적자를 보느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을 닫아야 한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니혼쇼세키(日本書籍)는 일본에서 역사가 오래되고 제법 규모가 큰 교과서 회사였다. 1945년 이전에는 국정교과서를 만들었고, 패전 뒤 오랫동안 검정 교과서를 만들어 왔다. 특히 중학교 역사교과서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1990년대까지 도쿄 23개 구의 중학교 모두가 니혼쇼세키의 역사교과서를 썼다. 그런데 1997년 이 회사에 위기가 닥쳐왔다. 회사의 교과서에서 '종군 위안부'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었다.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을 통과했는데도, 일본 극우파들이 벌떼처럼 니혼쇼세키를 비난하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협박 전화와 항의 편지에 대응하느라 일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가 됐다. 극우파들은 각 구의 교육위원회나 학교에도 몰려가 "니혼쇼세키의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그런 압박이 통해서였을까, 2001년 도쿄의 23개 구에서 2개 구만 니혼쇼세키 교과서를 채택했다. 2002년도 마찬가지였다. 적자를 이겨내지 못한 니혼쇼세키는 2003년 끝내 문을 닫았다. 그곳에서 일했던 한 직원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도 분합니다. 교과서인 이상 (지난날 일본이 동아시아 이웃국가들에 저질렀던) 가해의 역사를 당연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기술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파도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겠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기가 다른 회사의 교과서 제작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입니다. 업계 전체에서 '니혼쇼세키처럼 되지 말자'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교과서가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루지 않습니다"(야스다 고이치, <일본 '우익'의 현대사> 오월의 봄, 2019, 281-282쪽). 

 

▲2021년 3월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교 역사 교과서에 전쟁 중 벌어진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관해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戰地)에 보내졌다'는 취지의 설명(붉은 밑줄)이 실려 있다.누가 피해자를 위안부로 동원했는지나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모호하게 설명돼 있다. ⓒ연합뉴스

 

이에나가 사부로의 32년 교과서 투쟁 

 

일본에도 과거사를 반성적으로 돌아보자는 자성(自省)사관을 지닌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일본의 지난날 침략전쟁과 그에 따른 전쟁범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죄를 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해왔다. 이에나가 사부로(전 도쿄교육대교수, 1913-2003)도 그런 생각을 지닌 역사학자였다. 그는 일본이 도쿄올림픽 개최를 1년 앞두고 흥청대던 1963년, 고등학교용 일본사 교과서를 쓰고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신청했다. 그의 교과서엔 난징학살(1937년)과 731부대의 세균전을 비판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문부과학성이 검정 과정에서 시비를 걸었다. 일본의 지난 침략전쟁을 '무모한 전쟁'이라 비판한 대목, 난징학살과 731부대 등 '전쟁의 비참한 측면'을 다룬 대목들을 뜯어고치거나 아예 빼라고 요구했다. 집필자인 이에나가 교수가 이를 거절하자, 문부과학성은 그의 교과서를 검정에서 불합격시켰다. 그러자 이에나가는 1965년 국가를 피고로 재판을 걸었다.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 언론·출판·표현의 자유를 어겼고, 교육 내용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금지하는 교육기본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나가가 재판을 청구하면서 발표한 호소문의 내용은 이러하다.

 

"전쟁 중에 한 사람의 사회인이었던 나는 지금 생각하니 전쟁을 찬미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전쟁을 막지 못한 것을 참회한다. 지금 전쟁의 싹이 있다면 반드시 없애야만 한다. 전쟁으로 우리 세대는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많은 동료들이 죽어갔다. 이 큰 희생을 바탕으로 (이른바 '평화헌법'이라 알려진) 헌법이 만들어졌다. 평화주의, 민주주의라는 두 기둥은 그들의 숭고한 생명이 남긴 유일한 유산이다. 이것을 헛되이 해선 안 된다"(한중일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 <미래를 여는 역사> 한겨레신문사, 2005, 236쪽). 

 

이에나가의 법정 투쟁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1965년에 이어 1967년, 1984년에도 재판을 청구했다. 무려 32년을 끈 교과서 소송에서 이에나가 혼자 싸운 것은 아니었다. 2만7000명의 교사 시민들과 여러 단체들이 함께 그의 소송을 도왔다. 1997년 일본 대법원은 이에나가의 손을 들어줬다. "난징학살과 731부대 등 일본의 전쟁범죄를 빼라고 한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은 위법하다"는 판결과 함께였다. 

 

2001년 이에나가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의 투쟁은 빛났다.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일본 정부나 극우파의 입김 아래 왜곡되는 흐름을 늦추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노벨평화상이란 게 정치적 고려가 담뿍 들어간 밀실 담합으로 의혹을 받는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전쟁범죄자들에 대해선 본 연재에서 따로 살펴볼 예정이다). 

 

침략을 '진출'로, 3·1운동을 '폭동'으로 왜곡 지침 

 

이렇듯 일본 교과서 검정 문제와 과거사 왜곡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41년 전인 1982년 여름 요미우리(読売)신문의 특종 보도로 큰 파문이 일어났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대한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과정에서 △20세기 전반기 한반도와 만주, 중국대륙으로의 잇단 침략을 '진출'로, △1919년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3·1운동을 '폭동'으로 고치고 △일제 말기의 '강제징용'이란 용어도 삭제하라는 지침이 파문의 핵심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검정담당관들은 교과서 집필자들에게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공에 관한 기술에 있어서도 '침략'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의 문제점을 대충 뭉개버린 역사교과서가 문부성 검정을 받게 되고, 그에 따라 교과서 내용이 바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커다란 논란이 일어났다. 당연히 한국과 중국에서는 "일본의 교육당국이 과거사를 미화하고 왜곡하려 하고 있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그동안 줄곧 일본정부에게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요구해왔던 동아시아 국가들로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였다. 

 

기억에도 새롭지만, 일본을 성토하는 집회들이 잇달아 열렸고, 식당이나 택시에서 일본인 손님을 거절하고 일본 상품의 불매 운동도 벌어졌다(2019년 여름 당시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무역 제재를 하자, 그에 맞서 일어났던 일제 불매운동과 닮았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본 정부는 "교과서 검정작업은 공정하게 이루어졌고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자민당 지도부도 회의 끝에 "일본 정부는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결의하였다. 한 일본 각료는 "일본의 교과서의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은 내정간섭에 해당한다"고까지 반발했다. 

 

일본 정부 안에서 이 문제로 갈등이 생겨났다. 외무성은 반일감정을 누그러뜨리려면 검정 지침을 고치는 쪽으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문부과학성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과거사 문제로 싸워봐야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한 스즈키 젠코 총리가 사과를 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것이 교과서 검정 기준 중 하나인 '근린제국 조항'이다. 풀어 쓴다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각국들과도 관계가 있는 일본 근·현대사를 쓸 때엔 이웃나라들의 입장을 배려한다는 것이다.

 

곧 드러난 사실이지만, 일본이 '근린제국 조항'으로 꼬리를 내린 것은 아시아의 분노와 반일감정을 달래기 위한 일시적 방편일 뿐이었다. 지난날 군국주의 시절의 강대국 일본을 그리워하는 극우파들의 본성은 바꾸지 않는 법이다. 이들은 '근린제국 조항'을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이 조항이 지금도 유효할까. 사실상 아니다. 교과서 집필자, 일본 정부, 일본 언론들도 그런 조항을 잊진 않았을 테지만, 모른 체하는 모습이다. 

 

역사전쟁은 현재진행형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일제 강점기에 저질러졌던 억압 통치와 그에 따른 피지배자들의 고통, 아시아·평양전쟁 때 벌어졌던 전쟁범죄에 관한 내용이 축소 왜곡 삭제되는 방향으로 틀어가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커졌다. 이런 흐름 아래 나온 것이 후소샤(扶桑社) 역사교과서 파동을 비롯한 일본의 잇단 교과서 왜곡이다. 한국에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파동에 이어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몸살을 앓았었다(21세기에 한일 양국에서 벌어졌던 교과서 파동은 다음 주에 다룰 예정임). 

 

교학사와 후소샤 교과서 둘 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외면당하는 바람에 폐기 수준에 이르렀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일본의 역사왜곡을 주도하고 있는 극우 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일본 정치권과 손잡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전쟁범죄로 얼룩진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이를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이다. '자유주의 사관'이란 듣기에 그럴듯한 이름으로 세력을 키워나가는 이들에게는 <반일 종족주의>로 대표되는 한국의 '신친일파'가 엄청 고맙고도 소중한 자산이다. 

 

오는 7일 한국에 오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역사전쟁의 한 축을 맡은 전사(戰士)다. 그가 외무장관으로 있을 때 내뱉은 말을 검색해보니, 독도는 일본 땅이라 우기고 소녀상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었다. 정치이념이란 잣대로 보면, 온건 보수로 알려져 있지만, 대외정책에서는 지난해 7월 유세장에서 총에 맞아 죽은 극우 정치가 아베 신조와 이렇다 할 차이가 없어 보인다. 역사전쟁은 나라 안팎에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 다음 주에 독자들과 함께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역사전쟁의 후반부를 매듭지으려 한다.(계속)

김재명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kimsphoto@hanmail.net)는 지난 20여 년간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 세계 20여 개국의 분쟁 현장을 취재해 왔습니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국내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미국 뉴욕시립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국민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22년까지 성공회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저서로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오늘의 세계 분쟁> <군대 없는 나라, 전쟁 없는 세상> <시리아전쟁> 등이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서울 시내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촛불 시민들 서울대병원까지 행진

이인선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3/05/06 [21:10]
  •  
 

38차 촛불대행진 본집회를 마친 촛불 시민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행진을 시작했다.

 

“퇴진이 추모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열사의 염원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민이 죽어간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시민들은 서울 태평로 본집회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시청광장 합동분향소, 광화문 사거리, 종로 1~4가를 거쳐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까지 행진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시민들이 10.29 이태원 참사 시청광장 합동분향소 인근에 도착하자 유가족들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하라!”라고 적힌 선전물을 들고 시민들을 맞았다.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나와서 행진 대열을 맞이하고 있다. ©이인선 객원기자

 

종로 일대에 들어서자 ‘한미동맹 70주년’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김지선 강남촛불행동 대표는 “동맹끼리 도청하는가? 불법 도청을 감행했으면 사과하는 게 동맹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항의 한마디 하지 않았다”라며 “윤석열이 한미정상회담 가서 얻어 온 것도 하나 없다”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이 발언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역대급 사대 외교 윤석열을 추방하자!”, “일본에는 굴종하고 미국에는 맹종하는 윤석열을 몰아내자!”, “나라를 팔고 전쟁을 사 온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여러 차례 외쳤다.

 

© 이인선 객원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과 관련해 발언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식민 지배 사죄 거부(하고) 한반도 전쟁 음모(하는) 기시다 방한 반대한다!”, “전쟁을 부르는 한일정상회담 반대한다!” 등을 외치기도 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길에서는 시민들이 행진 대열을 향해 환호를 보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한 시민이 행진 대열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한 시민이 행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인선 객원기자

 

행진 대열은 오후 7시 30분 무렵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 도착해 마무리 집회를 짧게 가졌다.

 

오늘 행진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마친 이유는 이곳에 지난 5월 1일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산화한 고 양회동 열사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다.  © 이인선 객원기자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후 장례식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고 양회동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진행된 '고 양회동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  © 이인선 객원기자

 

▲ 행진을 마친 시민들이 추모제에 참석하러 가고 있다.  © 이인선 객원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과거사 사과? 요구도 안했는데, 기시다가 하겠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5/07 09:16
  • 수정일
    2023/05/07 09: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기시다 방한 규탄 촛불.."셔틀외교로 받을게 고작 원전 오염수냐?"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5.06 22:13
  •  
  •  수정 2023.05.06 22:49
  •  
  •  댓글 1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6일 저녁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일역사문제 사죄배상 △일본 재무장 중단 △한일-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를 주장하는 '일본 기시다총리 방한 규탄 촛불'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6일 저녁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일역사문제 사죄배상 △일본 재무장 중단 △한일-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를 주장하는 '일본 기시다총리 방한 규탄 촛불'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3월 16~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이후 52일만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해 이른바 셔틀외교가 가동된다.

올 여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당면 현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지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일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반성, 강제동원 3자변제 방식이 아니라 일본정부와 기업의 사죄 배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한국사회의 입장은 완강하다.

쉽지 않은 한일정상회담 2차전을 앞두고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4일 957개 단체 및 정당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한데 이어 6일 저녁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일역사문제 사죄배상 △일본 재무장 중단 △한일-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를 주장하는 '일본 기시다총리 방한 규탄 촛불'을 진행했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영환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규탄 촛불'에서 박석운 공동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많이 퍼주었으니까 이번엔 일본총리에게 확실하게 숙제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식민지 역사문제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사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일본 평화헌법과 어긋나는 군사대국화 중단 등을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제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먼저 당면한 강제동원 해법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기시다 총리에게 '굴복'한 것이니 한일 당국이 협의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그 해법은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2018년 판결을 내린 후 절차적 문제에 불과한 사안을 가지고 1년 가까이 집행이 되지 않고 있으니 그 자체로 '제2의 사법농단'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일인만큼 당장 대법원이 현금화 결정을 내리고 집행을 명령하면 되는 일'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더불어 이제 다섯분 남은 고령의 피해자와 유족들에게만 무거운 부담을 지울 수는 없으니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눠지고 함께 투쟁하자는 '특단의 제안'이 곧 나오게 될 것이라며, 주권자인 국민들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또 다른 현안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일본 어민들도 반대하고 태평양 연안국가의 수십억명에 달하는 인류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저강도 핵테러'로 규정하고는 반대의 뜻을 명확히 밝혔다.

해결책은 '불행한 사고로 발생한 사태는 모두에게 유감스러운 일인 만큼 좀 더 시간을 갖고 원전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안정성이 검증된 방법을 함께 모색하자는 것', 그래서 '당장 돈이 더 들긴하지만 오염수를 담아 둘 탱크를 더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확인되지 않은 원전 오염수를 해양 투기하겠다고 하면 "최인접국인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 국제해양법 협약에 따라 국제법적 권능을 가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이를 반대하는 제소를 하고 태평양 연안국가들과 국제연대로 막는 것이 강력한 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일본측이 앞장 세우는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관한 권능이 없는 곳이며, '방류'라는 표현도 정상적인 냉각수를 잘 검증해서 바다로 내보내는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고 이번 처럼 방사능 오염수를 내보내는 경우에는 '투기'로 바꿔 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2015년 한일 합의 이후)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를 혐오하며 조롱하는 온갖 말과 행태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공공연하게 난무하고 있다"며, "마치 의견대립인 것처럼 여겨질까봐, 사람들이 이에 익숙해질까봐, 더 이상 이 사태에 분노하지 않게 될까봐 두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일본 명예총리처럼 굴욕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있는 윤석열 대통령, 한일정상회담 이후 지지율이 올랐다는 기시다 총리, 두 사람이 지금 기세등등하겠지만 국제사회와 세계시민들은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알고 있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에게는 "불법과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파렴치한 국가로 일본이 남아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인지, 아니면 식민지범죄와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서 성숙한 국가로 나아갈 것인지 일본정부는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따졌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굴욕적인 외교로 자국민 피해자의 인권을 스스로 뭉개버릴 것인지, 그래서 스스로 진정한 대통령이길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당당히 일본의 책임과 인정을 요구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국민과 역사앞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 지도자로 거듭날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러나라, 내정간섭말라, 사과하라,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굴욕'왜'교 윤석열을 타도하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물러나라, 내정간섭말라, 사과하라,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굴욕'왜'교 윤석열을 타도하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한일군사협력반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한일군사협력반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 민중을 외면하고 망국적 외교로 평화의 길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권, 전쟁을 부르는 한미동맹으로 역사도 버리고 국민의 존엄과 생명, 안전, 평화를 지키는 헌법도 내팽겨치며 국정농단을 일삼는 윤석열 정권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촛불연대 김재원 대표와 노원주민대회 홍기웅 공동조직위원장, 김수정 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연대발언에 나서 3월 대일외교참사에 이어 4월 대미 퍼주기 외교참사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반민족, 치욕 굴종외교'를 규탄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수정 대표는 "이번엔 기시다가 응답할 차례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사 사과하라는 요구를 한적이 없는데 어떻게 기시다가 응답을 하느냐, 우리가 일본에게 받고 싶은 게 방사능 오염수인가"라며, "셔틀외교는 한일관계에 유효하지 않다"고 비꼬았다.

또 "일본으로부터 사죄 배상을 받을 때 윤 대통령은 빼고 피해자 손 꼭잡고 우리끼리 가자"고 말했다.

한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한일정상회담이 열리는 7일 오후 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대응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촛불 참가자들이 기시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가면을 쓰고 회담을 하는 이들에게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신문지를 뭉쳐 던치는 항의행동을 벌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촛불 참가자들이 기시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가면을 쓰고 회담을 하는 이들에게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신문지를 뭉쳐 던치는 항의행동을 벌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후진엑셀 밟고 ‘좋아! 빠르게 가!’ 외친 윤석열 1년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4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앤드루스 합동기지 공항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4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앤드루스 합동기지 공항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주간경향] 흥미로운 책 한 권이 출간됐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라는 제목의 책이다. ‘윤석열 정부와 대한민국 1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광수 부동산 애널리스트,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 3인 대담집이다. 윤석열 정부의 1년을 외교·경제·정치 3부로 나눠 각각 기조 발제를 한 다음 의견을 주고받는 내용이다. 각 분야에 우이독경(牛耳讀經), 교언영색(巧言令色),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는 표제어가 붙어 있다. 평가는 박하다.

최종건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실 비서관, 외교부 1차관을 역임했다. 여러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약하고 있는 김성회 소장은 ‘민주당 입장을 대변하는’ 토론자로 주로 참석한다. 이광수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경제전망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지만, 그동안 딱히 정치성향이 알려진 적은 없다. 대담 사회를 맡은 한윤형 <추월의 시대> 공저자와 함께 그러니까 “윤석열 정권 1년에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는 건 대담참석자들이 민주당 지지성향 혹은 진보 진영 입장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기자는 2013년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여론의 관심을 받기 전부터 정치 분야를 취재해 왔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부터 2017년 중앙지검장 발탁, 2019년 검찰총장 임명과 추·윤 갈등, 그 후 총장 사퇴와 전격적인 대선 출마 선언과 당선, 지방선거와 올해 3·8 당대표 선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윤석열’을 팔로업하며 기사를 써왔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미궁이다. 이 사람은 왜 정치에 뛰어들었을까. 왜 대통령이 되려 했고,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걸까.

이전까지 역대 대통령과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확연한 차이는 대통령 당선 후 자신의 적수였던 야당 대표를 1년이 되도록 ‘패싱’하고 있는 첫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정치를 출입처로 두고 있는 기자들 사이에 불문율처럼 거론되는 공식이 있다. 정치적으로 곤란해 미뤄둔 사안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 결정한다는 것이다.

 
 
 

NEW 세라젬V7 확인하기

예컨대 2013년 11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 기간 중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무제한 기자간담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3국 순방 첫날 열렸다. 정치적 논란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혹여나 누를 끼치는 일을 막기 위한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부 들어선 그런 것도 없다. 퇴행 일변도의 내치가 꾸준히 이어진다. 외치라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순 없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이 나오면 오히려 ‘이번에는 또 어떤 사고를 치진 않을지’ 국민적 걱정이 앞선다. 앞의 책이 담고 있는 문제인식도 비슷하다. ‘우이독경’이라는 화두로 외교 문제를 가장 먼저 다룬 이유일 것이다.

윤석열 1년 박한 평가, ‘진영논리’ 때문일까

책에서 김성회 소장은 “그렇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를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했냐”며 도어스테핑이 사라진 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그 후 대통령이 출입하는 걸 안 보이게 하려고 벽을 쳤어요. 없던 벽이 생긴 건 상징적인 사건이잖아요. 매일 화면에 나가던 장면인데, 거기에 벽을 쳐놓은 이후에 국가안보시설이라는 이유로 사진도 찍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벽 사진 한 장이라도 본 분 있나요? 이런 경우 기자들이 뉴스엠바고를 깨고라도 보도할 만한 일이죠. 이 사건은 용산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얼마나 얌전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을 막아버린 이 장벽을 보도하는 언론사가 단 하나도 없다는 거죠. 이 정도로 자유가 제한된 상태입니다.”(책 191~192쪽) 꼼꼼히 짚어볼 만한 의견이다.

기자는 당시 보도에서 동원된 인부들이 대통령실 가림막 공사하는 사진을 본 기억이 있다. 가벽 설치속보가 나오던 날은 지난해 11월 21일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김 소장의 말마따나 당시 임시로 설치된 가벽 사진보도는 남아 있지 않다. 어떻게 된 걸까.

벽 설치 관련 보도가 없는 건 아니다. 많다. 현장 사진은 없지만 여러 언론사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현장을 재현해놓았다. 한 종편 언론사는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나와 칠판에 직접 그림까지 그리며 “가벽은 가로 6m×4m 사이즈의 합판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이후 불투명 보안유리로 교체될 예정”이라며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대부분 언론의 보도 기조는 대통령실 조치에 비판적이다.

기자가 앞서 당시 보도에서 봤다는 가벽설치 사진은 잘못된 기억이 아니었다. 한 언론사의 속보 보도에 실렸다. 가판에 실린 이 사진은 그 후 대통령실 경호처의 항의로 삭제됐다. 당시 대통령실은 보안상의 이유로 촬영이 금지된 시설을 무단촬영해 공개했다며 해당 기자에게 한 달 동안 출입정지 조치를 취했다.

 

윤석열 정부 1년을 커버스토리 기사로 다루고 있는 주간경향 1527호 표지

윤석열 정부 1년을 커버스토리 기사로 다루고 있는 주간경향 1527호 표지

책에서 김 소장은 윤석열 정부 등장 후 지난 1년간 공무원 사회에서 일어난 ‘변화’도 전하고 있다. 일단 새로 만들어진 국정과제가 없어서 이전사업을 계속하면 되니 편하다는 반응이다. 또 하나, 지시를 받으면 이제 문서에 예컨대 ‘과장님 지시사항’이라고 수기로 일부러 쓴다고 했다.

“자신이 하려고 한 일이 아니라 과장이 지시해서 한 일이라고 표시를 한다는 겁니다. 또 지시받은 일도 문서에다 그렇게 적은 후에 적극적으로 안 합니다. 왜? 그 지시를 본인이 이행했을 경우에 직권남용에 걸릴 것 같아 못하겠다는 거죠.”

기자도 지난 1년간 공무원 지인들로부터 비슷한 증언을 들은 적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어공’ 아닌 ‘늘공’ 출신 공무원들이 지난 정부 정책수행을 두고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자 나타난 ‘태업’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은 부처만의 일일까. 아니면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일까. 관련 증언을 전한 김 소장과 통화해봤다.

“국회에서 어쩌다 보니 보좌관 생활을 오래 했다. 그 과정에서 안면을 튼 공무원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방향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있어야 거기에 맞춰 계획을 짜는데 의견을 내면 직권남용이 되기 때문에 다 가만히 있다고 한다. 이런 기류가 지금 공무원 사회 내에 존재한다.”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하는 몇 가지 과제를 제외하곤 대부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간단히 말하면 검찰이 너무 정치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이런 정권 분위기에서는 공무원들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을 하고 들어오는데 뒤탈 안 생기려면 몸조심할 수밖에 없다. 선출직 대통령부터 단체장까지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도 문제지만 고유한 정책의제에 대해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쥐락펴락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리서치뷰는 2011년부터 매년 현직을 포함 역대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 조사를 해왔다. 이번 조사가 마흔 번째다. 지난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조사를 바탕으로 5월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30%였고, 2위는 23%를 기록한 박정희였다. 리서치뷰 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16%를 기록해 3위였다. 윤석열 현 대통령은 10%를 기록해 8명 대통령 중 김대중(11%)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지표만으로 드러나는 국민정서는 “구관이 명관이었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안 대표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제일 호전됐을 때가 40% 안팎이었는데 다시 외교이슈가 불거지면 오히려 더 떨어지고 낙하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조사에서 각 정당이 내년 총선에서 최대위협이 되는 문제가 뭔지를 물어봤을 때 국민의힘의 경우 절반이 ‘윤석열 리스크’라고 답했다. 그게 일반적인 민심인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지난 1년과는 확연히 다른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반등은 어렵다. 대체적인 국민 반응은 더 이상 사고나 치지 말고 악화될 일을 안 만들면 좋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대감 자체를 접어버린 듯싶다.”

 

4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가수 돈 맥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뒤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 가수의 친필사인이 적힌 통기타를 선물로 받았다.  / UPI연합뉴스

4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가수 돈 맥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뒤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 가수의 친필사인이 적힌 통기타를 선물로 받았다. / UPI연합뉴스

“윤 정부, 한국정치사 첫 출현 검찰통치”

위의 책 대담에 참여한 인사들만의 인식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 사정에 밝은 교수·시사평론가들의 시각도 대부분 엇비슷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윤석열 정권의 지난 1년을 평가하면 대화와 타협보다는 정국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몰아붙이면서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자기 뜻대로 운영하는 국정운영 방식으로 일관했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내치뿐 아니라 외치도 마찬가지다. 자신에 대한 공격을 국익 논리로, 설령 내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비판해 그렇게 망신줄 수 있느냐는 식으로 반응한다. 엄청나게 코너에 몰리지 않는 한 태도 변화는 없을 것 같다. 대화와 타협은 없고,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강공드라이브로 자신들 수하를 포진시켜 내년 총선에 이기고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전형적으로 검사들이 개인을 수사할 때 코너에 몰아넣어 자백을 받는 방식이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에게는 ‘따거’처럼 아량을 베풀지만 자기의 권위에 도전하는 경쟁자들에게는 같이 공존하겠다는 생각을 지난 1년 동안 단 한번도 보여주지 못하는 리더십이었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역대급으로 처음 보는 정권”이라며 “지난 1년은 점수로 매기기도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통 정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측근뿐 아니라 다양한 그룹으로부터 의견을 듣는다. 윤 대통령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신문을 읽는다고 하는데 특정신문만 보는 게 아니라면 위험수위가 이미 지난 것을 알 것이다. 위험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앞으로도 달라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범죄자 이재명’과 전 정권만 두드려 잡으면 된다는 식의 얄팍한 셈법인데, 누구도 브레이크를 못 걸고 있다. 물론 지지기반은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에 앉아 있다 보니 지지기반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는 듯하다. 자기가 보기에 일도 똘똘히 잘하고, 시시콜콜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핵심 정치그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그런데 현재의 여당, 국민의힘으로 성이 찰까. 안 찰 것이다. 검찰 조직처럼 한번 말하면 알아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원하는데, 당대표 선거에서 국힘을 기껏 ‘친정체제’로 만들어 놨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해 10월 30일, 전날밤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현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소방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지난해 10월 30일, 전날밤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현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소방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윤 대통령 지지율 반등 가능성은

지난 4월 27일 사단법인 생활정치연구소는 ‘위기의 민주공화국: 윤석열 정권 1년의 평가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발제한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한국정치사에 최초로 등장한 검찰통치의 정치질서”라며 ‘검찰통치(prosecracy)’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검찰통치’는 검찰의 기소(prosecute)와 통치행위를 의미하는 크라시(cracy)를 결합해 안 교수가 만든 신조어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법과 규범의 자유주의 국내외 정치질서를 표방하고 소통의 정치 복원을 약속했지만,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법을 활용한 지배(rule by law)를 일삼았고, 이는 정치과정을 무시한 결단주의(decsionism)로 나타났다고 안 교수는 본다. 또 윤 대통령은 헌정주의 가치를 검사 시절부터 가장 중요한 소명으로 언급해왔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관계에도 일관되게 드러나는 그의 세계관이라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 문제는 헌정주의를 강조하는 만큼 민주주의라는 가치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에 바이든 대통령이 선물했다는 트루먼 대통령의 경구 ‘벅 스톱스 히어(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가 적힌 팻말을 놓고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자신이 결단을 내려온 것이 일관되게 그 문구와 모순된다는 것을 인식 못 하는 점이 문제다. 대통령의 외로운 결단을 통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데, 그간 대통령이 보여온 ‘야당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안 만난다’는 식의 전도된 책임 전가 논리와 정확히 반대되는 자세다.”

그는 “‘자유’를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그 세계관 자체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치가로서의 태도에서 결격사유가 있다. 자신이 근거하겠다는 헌정주의에서도 결격사유는 뚜렷하다. 윤 대통령은 헌정주의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고 자신부터 치열하게 지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자유주의의 기본, ABC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상대 당대표가 범죄자이니 대화나 협상테이블에 같이 앉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데, 헌정주의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무죄 추정의 원칙이다. 나는 근본적인 관점의 문제 때문에 앞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가 예정돼 있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 쪽에서는 어떻게 볼까. 취임 1년 지지율은 형편없다. 미국 방문 중인 지난 4월 말 실시해 발표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 주에 비해 1% 하락해 30%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3% 올라 63%를 기록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권 1년차에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가 정권 중반에 지지율이 오른 보수 대통령이 없지는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정권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던 지지율이 정권 중반기 ‘친서민 중도전략’으로 40%대의 지지율을 복원해낸 바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도 반등할 수 있을까.

내년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예정인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은 MB(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정권 중반기 ‘친서민 중도전략’에 관여했던 인사다.

“(MB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다르다. MB 정부의 경우 초반 인사 과정에서 ‘강부자’(강남 땅 부자) 딱지가 달렸다.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은 없었다. 그래서 MB가 방향전환을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야권의 윤석열 비판은 과녁을 잘못 설정했다고 본다. 지금 윤석열이 주장하는 것, 다 공약했던 내용이다. 이 양반처럼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하겠다고 한 말을 그대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미 관계, 탈원전 공약대로 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왜 비호감이 높을까.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다 떠나 검사 시절부터 만들어진 애티튜드(태도)다. 또 하나, 예컨대 MB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두고 틀렸다고 안 했다. 그런데 이 양반(윤석열 대통령)은 말을 한다. 당신들은 낡은 운동권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그 사람들(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자신이 모욕당했다고 생각한다. 비호감인 건 맞는데, 그렇다고 역대 정치지도자들을 보면 호감이냐 비호감이냐의 문제가 꼭 정권 재창출과 직접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단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호감도가 높았지만,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지 않았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외치, 즉 한반도 주변 국가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안감 내지는 불신을 보이는 사람들이 대폭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고 세상이 바뀌었는데 (민주당 혹은 진보는) 지금도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무현의 ‘운전자론’ 이런 것이 대표적인 과대망상 중 하나다. 안 해봤으면 또 모르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운동권이 꿈꿨던 내용을 다 시도해봤다. 안 됐지 않나. 나는 윤석열 정부의 선택이 현실주의적 외교정책이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자꾸 바보, 술꾼이라거나 김건희가 꼬드겼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누군가에겐 솔깃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는 프레임이 만약 주효하다면 국민의힘이 차기 총선이나 대선에서 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100% 국민의힘이 이긴다고 본다. 민주당이 너무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실수 안 하고 젠틀했을지 모르지만, 민주당 노선 전체가 국민에게 거부를 당한 셈이다.”

 

지난해 5월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인수위 사진기자단

지난해 5월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인수위 사진기자단

다시 문제는 민주당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지율 상승의 모멘텀을 구조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윤석열 정부는 당을 직할체제로 만들면서 결국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위험체제로 만들었다”라면서 “과거 이준석 당대표 시절엔 정당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막아주는 면이 있었는데 직할체제로 재편한 후에는 브레이크도 안 걸리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하이리턴’은 없이 ‘하이리크스’만 무한대로 확장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문제는 정치적 대안의 부재다. 엄 소장은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스탠스를 고수하면 내년 총선에서 못 이긴다”고 말했다.

“선거는 수년간의 유권자 판단이 작용한다. 구체적으로 2020년 이후, 그리고 대선에 진 이후 민주당이 어떻게 해왔는지 이미 70~80%의 결과는 결정돼 있다고 본다. 닥쳐서 뭐를 하겠다고 해서 판세를 뒤집을 수는 없다. 하려면 지금 해야 한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심판으로 가느냐 윤석열 심판으로 가느냐의 문제인데, 윤석열 심판은 실익이 없다. 현재로선 5년 내내 식물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이재명 심판은 현 야권의 성찰 쇄신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실익이 있다고 유권자들이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은 이미 지나간 사람인데 뭐하러 심판하려 들겠는가.”

과연 그럴까.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정권 중반기에 치러지는 역대 선거는 모두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 선거였다.

“과거 정권 중반기 전국 선거는 거의 예외없이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녔던 건 맞다. 그런 선거지형이 바뀌었다. 2030이 정치적으로 독립한 상태다. 정권심판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2030 남녀가 뭉쳐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으로 가지 않는다. 2021년 재보궐부터 계속 국민의힘을 찍어온 이대남, 삼대남이 어느 순간 확 민주당으로 갈아타겠나. 안 한다. 이대녀 삼대녀도 마찬가지다. 2021년 재보궐에서 민주당에 올인했던 흐름이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이 좋아서 찍은 것이 아니다. 한 예로 지난 지방선거 때 김동연 경기도지사에 대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니 이대녀의 73%가 김동연을 찍었다. 이대녀 삼대녀의 민주당 올인이 역으로 다시 이대남 삼대남의 방향성을 규정한다. 이 정치적 갈등의 무한반복 재생산 구조를 끝내는 쪽이 결국 총선승리의 열쇠를 거머쥐게 된다고 본다.”

민주당 등 야권이 스스로 환골탈태를 목표로 내년 총선과 같은 정치적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예정된 윤석열 정권의 역진(逆進)을 막아내지는 못하리라는 전망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건설노동자 빈소 찾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노조가 그랬듯 끝까지 연대하겠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23.05.05 ⓒ민중의소리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5일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강경 대응에 맞서 분신한 고 양회동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지부 지대장의 빈소를 찾았다. 이들은 “노조가 우리에게 그랬듯 우리도 끝까지 연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송진영(고 송채림 아버지)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 등 유가족 12명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들은 부산,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모였다.

보라색 스카프를 착용한 채 빈소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분향한 뒤 노동조합장 상주인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23.05.05 ⓒ민중의소리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온 유가족들은 장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송진영 직무대행은 “5월 1일에 집이 대전이라 대전에서 노동절 집회에 참가하고 있던 중에 고인의 소식을 들었다”며 “이런 비극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도 예견되지 않은 참사로 희생됐는데, 고인의 분신 소식을 듣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맞나’, ‘후진국, 5공 시절로 돌아간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장옥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음에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저쪽(여권) 지도자들의 생각이 뭔지, 어떻게 이렇게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국가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고, 건설 노동자도 윤석열 대통령이 살인을 한 것이라고 본다”며 “윤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경찰은 진급에 눈이 멀어서 단체협약과 법에 의한 노조 활동을 협박이라고 하며 형법을 들이밀어서 저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한탄했다.

그는 “잘 싸워서 국민 모두가 제대로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이 계속 저희와 연대해준 것처럼 끝까지 노조와 같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국 어디든 저희 가족들이 있으니 어디서든 불러주면 누구든 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노조와 야당 앞으로 보낸 유서를 모두 읽어본 양회동 열사의 중학생 아들이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없도록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눈물을 훌쩍이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빈소에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건설노조의 각별한 인연도 전해졌다.

송 직무대행은 “건설노조가 언제나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 등에 함께 해주고, 유가족들의 각종 활동에 연대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유가족들과 동행한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서울광장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설치할 때 경찰들이 둘러싸고 체포 위험이 있음에도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이를 무릅쓰고 직접 분향소 제단을 설치해주셨다”며 “유가족들도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고, 이를 잊지 않고 연대의 뜻을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검토한 1천건 중 문제 없는 입양은 한건도 없었습니다"

[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입양인들이 지난 1년간 밝혀낸 사실들

피터 뭴러 해외입양인  |  기사입력 2023.05.06. 07:03:07 최종수정 2023.05.06. 07:05:36

 

저와 덴마크 입양인들이 함께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DKRG)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 단체는 한국 입양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과 친생부모를 알 권리를 위한 활동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1년 전 저희는 열린 마음과 궁금증으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위조된 서류와 한국에서 극적으로 친부모와 재회한 입양인들에 대한 소문과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우리는 (입양 서류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발견된 고아이거나 돌볼 수 없는 미혼모의 자식이기 때문에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그런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가끔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때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우리는 대부분의 입양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소수의 입양 사례에서만 잘못을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거의 1000건의 입양 사례를 검토한 결과,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진실된 사례는 모두 어디에 있었을까요? 투명성은 어디로 갔을까요? 1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입양 사례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처음 발견한 것은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와 한국사회봉사회(KSS)의 문서 위조, 사기였습니다. 조사 후반에는 성적 학대 사례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홀트와 같은 입양기관에 머무르고 있을 때와 해외로 입양된 이후 모두 한국 아동들에 대한 성학대 사건들이 존재합니다. 

 

사기, 명예훼손 등 사건의 규모가 너무 커서 우리는 한국의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 6일 300여건의 입양인들이 개별 요청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단체가 직접 위원회에 신청한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진실화해위가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한다는 발표에 전세계 입양인들은 환호성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입니다! 

 

위원회의 결정을 다른 나라들도 뒤따랐습니다. (입양을 받은)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에서는 한국 해외입양에 대한 조사 또는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결과가 나왔습니다. 홀트의 프랑스 내 사업 파트너인 입양기관은 입양기관 허가가 취소되어 곧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입양 기관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중개된 한국에서의 입양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프랑스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서류 누락, 서류 위조, 생모의 동의 부재, 시민권 허위 신고, 해당 국가 출입국 규정의 사기, 납치, 절도 또는 아동 판매와 관련된" ,"과거 활동으로 인해" 입양기관의 자격을 취소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프랑스 정부의 결론이며, 프랑스는 홀트의 오래된 '범죄 파트너'였던 입양기관(Le Rayon de Soleil)에 조치를 취한 첫 번째 국가가 된 것입니다. 

 

저의 고국인 한국이, 한국으로부터의 입양에 대해 수혜국에서도 조사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는 것이 저는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최근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해외입양인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통한 인권보장 방안 연구")는 나의 옛 조국이 앞장서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 연구는 한국 입양에 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 규모가 커서 처음으로 입양 인권 침해에 대한 유효한 통계 수치와 개념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입양업계는 더 이상 "일부 고립된 사례일 뿐"이라거나 "일반화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스스로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 연구에서 한국 입양아 중 6.2%(16명 중 1명)가 입양기관 및 기관의 보호 하에서 성적 학대를 당했으며, 13.5%(8명 중 1명 이상)는 입양 후 직접 성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비해 제가 살고 있는 덴마크의 연구에 따르면 1.5%(64명 중 1명)의 아동이 성적 학대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국내 최대 입양기관의 모토는 "입양은 사랑입니다" 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여러모로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한국 국가기록원에서 공개된 문서는 한국의 산부인과, 병원, 주민센터가 아동 매매의 배후에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합니다. 이 문서에는 입양 기관들이 기부금을 아동 양육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 이익을 위한 투자와 투기에 사용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한국의 자체 문서에도 입양기관이 아동의 실제 신상 정보를 위조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입양기관 홀트 측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입양인들이 모든 것을 오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문화를 말하는 것일까요? 서양 문화? 한국 문화? 문화적 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홀트에서만 통용되는 문화임에 틀림없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통령 회식비 공개가 국가 중대이익 침해? 굉장히 미심쩍다"

부산 횟집 회식비 정보공개 거부한 대통령실... 하승수 "국민 알권리 침해, 소송 할 것"

23.05.05 14:53l최종 업데이트 23.05.05 21:06l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지난달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부산 횟집 회식 비용 관련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대통령실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하 대표는 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횟집 회식이) 우리가 모르는 일정이라면 비공개할 수 있지만 이 건은 일시·장소·참석자와 동선까지 모두 공개된 일정"이라며 "모르는 건 회식비로 얼마나 썼느냐인데, 그게 무슨 국가안전보장과 관련이 있나.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하 대표가 정보공개청구한 회식은 지난달 6일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국무위원, 여당 국회의원 및 시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행사를 마친 후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횟집 앞에 도열한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하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운대 횟집 회식비로 얼마 썼는지를 공개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는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 방금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받은 답변"이라며 "통보시한을 꽉 채워 이런 엉터리 같은 답변을 하다니 매우 유감"이라면서 대통령실이 보낸 답변서를 공개했다. 

"식비도 비공개? 대통령실 정보 아무것도 공개 안 하겠다는 것"
 
큰사진보기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해운대 횟집 회식비로 얼마 썼는지를 공개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는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 방금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받은 답변"이라며 "통보시한을 꽉 채워 이런 엉터리 같은 답변을 하다니, 매우 유감"이라며 대통령비서실이 보낸 답변서를 공개했다.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해운대 횟집 회식비로 얼마 썼는지를 공개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는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 방금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받은 답변"이라며 "통보시한을 꽉 채워 이런 엉터리 같은 답변을 하다니, 매우 유감"이라며 대통령비서실이 보낸 답변서를 공개했다.
ⓒ 하승수

관련사진보기

 
하 대표는 지난달 7일 해당 회식이 있었는지 여부와 회식 비용 및 지출 주체, 지출 원천 등을 묻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청구한 정보는 대통령 일정 등과 관련한 정보로서 국가안전보장 및 국정수행 등에 관한 사항에 해당, 공개될 경우 그 목적을 부당하게 침해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또 "(해당 정보의) 보유·관리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음을 양해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 같은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하 대표는 "이미 다 알려진 일정에서 식비를 얼마나 썼는지도 공개 못 한다는 것은, 앞으로 대통령실과 관련한 정보는 아무것도 공개 안 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서실 예산도 국회 심의를 거친다. 한도 범위 내에서 쓰게 돼 있다. 당연히 나중에 결산도 해야 한다"며 "비서실 예산을 썼다면 썼다고, 아니라면 다른 기관에서 썼다고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회식비 정보 가지고 있는지도 못알려준다? 굉장히 미심쩍은 일"
 
지난 4월 6일 오후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 앞 모습.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  지난 4월 6일 오후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 앞 모습.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 온라인커뮤니티

관련사진보기

 
특히 하 대표는 대통령실이 '회식 비용 액수' 등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비공개'와 '부존재'를 명확히 구분해 답변해야 한다. 비공개는 자료가 있음에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부존재는 자료가 없다는 의미"라며 "만약 다른 기관에서 회식비를 결제했다면 청구 사항을 이송해 답변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모호하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통령실은 회식 비용을 대통령실에서 결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며 "그동안 아무리 대통령실이라도 정보공개청구에 이런 식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굉장히 미심쩍고 이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이런 모호한 답변 태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보공개 거부 취소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 대표는 지난 2019년 10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활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거부하자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에서 하 대표가 최종 승소하면서 사상 첫 검찰 특활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정보공개 대상이 되는 시기는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로 당시 검찰총장은 김수남·문무일·윤석열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영렬·윤석열·배성범이었다. (관련 기사 : [스팟인터뷰] "노조 회계 비판 윤 대통령, 검찰 특활비 제대로 썼을까" https://omn.kr/23k9b)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SG증권 주가조작, 도이치모터스와 닮은꼴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3.05.04 07:22
  •  
  •  댓글 0

“투자자 수백명 모아 8개 종목 주가 올려...피해액 약 1조원 가량”

김한규 의원, “도이치모터스와 비슷”

SG(소시에테제네랄)발 주가폭락 사태가 주가조작 수사로 번지는 형국이다.

지난 1일 주가조작 핵심 인물로 검찰에 입건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간의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한편 SG 사태 책임자들의 시장개입 방식이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대두돼 관심을 끈다.

합동수사팀이 주목한 것은 주가조작에 통정매매가 있었는지 여부다. 통정매매란 주식의 매수·매도 과정에서 2인 이상이 개입하여, 거래량을 부풀리는 대표적인 시세조작 기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작전 세력이 투자자의 돈을 끌어들여 고점에서 매도함으로써 차액을 남기는 것이다.

이에 당국은 라덕연 대표가 본인이 직접 투자자들의 계좌를 관리하며 매수와 매도를 홀로 조작하는 새로운 통정매매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SG발 주가 폭락사태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닮은꼴로 보는 이유다.

지난 2일 MBC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투자자들이 본인들의 계좌를 빌려주고 (그것이) 매매에 사용됐다는 점”이 매우 비슷하다며 SG 주가폭락 사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구조적 유사성을 제기했다.

이어 김한규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증권범죄 엄정 대응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음에도 역설적으로 공무원을 감축해 온 현황을 지적했다. SG사태에 금융위원회의 개입이 늦어진 데는 금융위가 정부의 압력을 고려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관련 1심 선고에서 징역2년, 집행유예3년을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뉴시스

한편 지난 2월 13일 공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유죄로 인정된 통정매매·가장매매 중 47퍼센트가 김건희 여사의 계좌로 이뤄졌으며, 이는 전체 102건 중 48건에 달한다.

이외에 도이치모터스 사태에서 통정매매 계좌를 제공한 투자자 3명을 비롯해 주가조작 관련자 6명은 현재 형이 확정된 상태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는 일괄 무혐의를 받아 영부인이라는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G사태 관련 통정매매 수사가 김건희 여사의 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까지 재조명할 기회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http://www.minplu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40#:~:text=%EA%B4%80%EB%A0%A8%EA%B8%B0%EC%82%AC,wjdrkdtks93%40gmail.comhttp://www.minplu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40#:~:text=%EA%B4%80%EB%A0%A8%EA%B8%B0%EC%82%AC,wjdrkdtks93%40gmail.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