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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간첩 만드는 흉악한 법”

 
박한균 기자 | 기사입력 2021/07/0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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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2일 오후 1시 광화문 KT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는 국가보안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국가보안법 일반인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 박한균 기자

 

▲ 국가보안법 일반인 피해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박한균 기자

 

▲ 기자회견은 국가보안법 일반인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날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다. 김철 씨는 고문 후유증 탓에 발언을 마치고 바로 계단에 몸을 맡겼다.  © 박한균 기자

 

▲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은 간첩 조작사건 당시 무자비한 고문과 긴 수감생활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지닌 채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채 살아왔다. 왼쪽부터 김철, 이사영, 최양준 피해자.  © 박한균 기자


“형법이 엄연히 있는데 왜 국가보안법을 사용해서 가정을 망가트리고 인간을 망가트리냐? 이게 국가인가. 이건 국가가 아니다.”

 

국가보안법에 의해 무고한 간첩으로 몰려 수년간의 옥고를 치른 뒤 30여 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 김철 씨가 절규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2일 오후 1시 광화문 KT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는 국가보안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국가보안법폐지긴급행동, 헌법문제연구소, 평화연방시민회의,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가 공동주관한 기자회견은 국가보안법 일반인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철 씨는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은) 간첩을 만드는 흉악한 법”이라며 “국가보안법으로 고문을 받아 가정이 파괴되고, 신체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다. 김 씨는 고문 후유증 탓에 발언을 마치고 바로 계단에 몸을 맡겼다.

 

김철 씨는 1989년 재일본조선총연합회와 접선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7년의 옥고를 치르고 2013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철 씨 부친 역시 간첩죄로 징역을 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철 씨 외에 국가보안법 피해자인 이사영 씨, 최양준 씨, 장의균 씨, 김순자 씨(기자회견 후 참석)도 함께했다. 이들은 간첩 조작사건 당시 무자비한 고문과 긴 수감생활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지닌 채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채 살아왔다.

 

권오헌 (사)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문재인 정부 ‘1호 간첩 사건’의 피해자인 김호 대북사업도 ‘국가보안법 폐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권오헌 명예회장은 “국가보안법은 동족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것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높은 정상적인 국가로 세우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김호 대북사업가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간첩 잡기 위해 국보법을 존치해야 한다’는 발언은 간첩 잡겠다는 소신 발언이 아니라 ‘밥벌이용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은 공안검찰, 국정원, 시경의 보안수사대 이런 사람들이 안보를 빙자해 자기 조직의 밥벌이, 소위 얘기해 산업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 대북사업가는 남북합작으로 안면인식 시스템을 개발하던 사업가로 일하던 중 2018년 8월 (조작된 ) 간첩 혐의로 구속돼 2019년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자훈 여순항쟁 서울유족회 회장과 정대일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이정훈(4.27시대 연구원) 무죄석방 대책위원회(관련 기사 http://www.jajusibo.com/55814) 상황실장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자훈 회장은 “이 악법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라며 “하루빨리 국회에서 폐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정대일 상황실장은 “이정훈 대책위는 공안탄압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대중적으로 범시민적으로 소위 그들이 말하는 ‘이적표현물’이라고 하는 특정된 책들을 많은 시민과 함께 폭넓게 읽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은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의 공동행동’을 구성했으며,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 권오헌 (사)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 박한균 기자

 

▲ 김호 대북사업가.  © 박한균 기자

 

▲ 이자훈 여순항쟁 서울유족회 회장.  © 박한균 기자

 

▲ 정대일 ‘이정훈 대책위’ 상황실장.  © 박한균 기자

 

☞ 이사영 씨는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으로 징역 15년 확정받고 13년 복역 후 2014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양준 씨는 1982년 재일교포 간첩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확정받고 9년 복역 후 2011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장의균 씨는 1987년 일본 유학생 시절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와 접촉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구속돼 8년 만기 복역 후 2017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순자 씨는 1979년 삼척고정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 형을 받고, 2013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국가보안법은 간첩을 잡는 법이 아니라 간첩을 만드는 법이다

 

오는 7월 4일은 남과 북이 ‘조국통일 3대원칙’에 합의한 역사적인 날이다.

조국통일 3대원칙은 남과 북이 2000년 6.15남북공동성명에서 ‘연합연방제’를 합의할 수 있게 한 결정적 원천이었으며, 문재인 정부가 북과 함께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평화와 번영, 통일시대’를 선포한 원천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4.27시대연구원 이정훈 연구위원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세 번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또 그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은 또 있다. 최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국가보안법은 간첩 잡는 법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진짜 간첩은 형법으로 잡게 되어 있다.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기관이 그동안 국가보안법으로 수많은 간첩 사건을 조작해 수많은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었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그렇게 무고한 간첩으로 몰려 장기간의 옥고를 치른 뒤 3,40 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이 또다시 날뛰기 시작한 시점에 주목한다. 지난 3월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출범한 뒤였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 행동이 전개한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민청원이 이미 달성되고 있던 때였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응답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렇게 국가보안법을 칼집에서 꺼내 휘두른 것이다.

 

북을 여전히 반국가단체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반북이자 7.4공동성명을 능멸한다는 점에서 반통일이며 문재인 정부가 내건 ‘평화시대’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시대착오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을 존치시키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조국통일이라는 민족적 이익이 아니라 정권적 이익에 복무시키려는 전형적인 정략이다.

 

우리는, 간첩 사건 만드는 데에 쓰였던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조국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73년이나 됐다.

국가보안법은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듯,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문재인 정부는 간첩조작법 인권유린법 조국통일방해법, 국가보안법을 지금 당장 폐지하라!

 

2021년 7월 2일

 

헌법문제연구소, 평화연방시민회의,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국가보안법폐지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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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적폐청산·조국 수사 윤석열, 이번엔 본인이 의혹 극복해야”

등록 :2021-07-02 04:59수정 :2021-07-02 12:16

 

 

인터뷰 l ‘15개월 만에 복당’ 홍준표 의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홍준표가 돌아왔다.

 

평소 즐겨매던 붉은색 넥타이를 맨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90분간의 인터뷰 내내 여유로움을 보이면서도 특유의 칼날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을 가장 위협하는 경쟁자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목한 그는 “윤 전 총장이 이제 국민 검증대에 올라선 만큼 본인과 가족이 받고 있는 수사·재판과 관련한 사안은 물론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릴 만한 예민한 문제’까지 모두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적폐청산 및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언급하면서 “‘윤석열 검찰’은 해방 이후 가장 ‘강력한 검찰’이었다. 이번엔 본인이 온갖 의혹을 극복하고 나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정권교체론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며 내년 3월까지 대선 주자 지지율 순위 바꿈도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낮은 지지율을 ‘자력’으로 끌어올릴 ‘반등의 계기’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인터뷰는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홍 의원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김종인 체제 중진 무력화…법사위원장 아니어도 다른 상임위원장 가져와야”
 

-1년 3개월 만에 복당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어떻게 달라졌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들어오면서 중진들을 무력화시켰다. 이젠 초선이 주축이 되는 당이 돼버렸다. 상임위원장을 전부 민주당에 넘겨주면서 중진들의 당내 역할이 모두 없어져버렸다. 김 전 위원장이 당의 변화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는 볼 수 있지만, 정당이란 중진, 초선 어울려서 만들어가는 곳이다. 초선만으로는 정당이 굴러가지 않는다. 정치는 무엇보다 경험이 있어야 한다. 실전 경험 있어야 하고 정치적 상황 바뀌면 협상, 타협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이번 당 대표 선거 때 ‘중진 무용론’이 제기되니까 중진들이 할말이 없었던 거다. 중진들 모두 참패하지 않았나. 이유유는 중진들이 1년 동안 당에서 아무 역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는 아무리 힘들어도 막후에서 중진들이 나서서 민주당과 대화, 타협, 조율해야 한다. 이제는 막후협상은 물론 대면 협상도 없는 정치가 됐으니 국민 보기에 딱해졌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법제사법위원장 안 줘도 지금이라도 다른 상임위원장 받아야 된다?

“김기현 원내대표한테도 ‘법사위는 여당 주고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받아오고 의석 수 비율로 합의봐서 상임위원장을 정하라’고 얘기했다.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의석 수 차이가 너무 나서 지금은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도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여당 법사위원장-야당 예결위원장’ 이렇게 룰을 만들면 다음에 우리가 집권해서 여당을 하면 법사위원장을 우리가 찾아올 수 있잖아. 곧 정기국회가 열린다. 대선 앞둔 국정감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처럼 마음에 안 들면 퇴장하고 피켓 하나 들고 샤우팅 두 번 하고 끝내는 그런 국회 할 거냐.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그렇게 하다가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참패했잖아. 정치는 대화와 타협으로, 불만족스럽더라도 결과를 얻어내는 그런 정치를 해야 하는데, 이거는 ‘그냥 너 마음대로 해라, 우린 열중쉬어 한다’? 그건 정치가 아니다.”

-호남 서진 정책, 초선 등용 등으로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야당이 이겼다.

“호남 서진은, 옛날에도 우리가 했던 거다. 5·18 특별법 누가 만들었는데? 김영삼 대통령 때 특별법 만들어 보상해주고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5·18 사과는 당대표 시절 나도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새롭게 호남 정책한 거 아니다.”

-그럼 국민의힘이 보궐선거 이긴 이유가 뭔가?

“엘에이치(LH) 사태다. 야당은 1년 간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엘에이치 사태로 반사이익 얻었다. 국민들 눈엔 야당이 야당 같지 않았다. 1년간 투쟁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가마니 전략’ 경상도 말로 ‘가마때기 전략’이었다. 옳지 않은 전략이었다. 선거는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실수로 당선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엘에이치 사태 전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훨씬 높았잖나.”

-김종인 전 위원장이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그건 후보가 될 때 이야기해주겠다. 대선 후보 확정되면 당무우선권이 있다. 후보 의견대로 인선도 돌아간다.”

-이준석 신임 대표와 복당 전후로 이야기 나눈 적 있나?

“당대표 선거 때 이 대표가 대구 사무실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나는 무소속이니까 당대표 경선에 관여한다는 인상 주는 것 옳지 않고 유권자도 아니기 때문에 오는 게 적절치 않다고 얘기했는데 이 대표가 두세번 찾아왔다. 대신 언론에 비밀로 하기로 했다. 나는 당대표 선거 관여한다는 오해가 싫고 이 대표도 나하고 만난 게 전당대회 도움 되는지 판단이 안 섰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에 당선되면 즉시 나에 대한 복당 조치를 하겠으니, 들어와서 당 운영에 중심 잡고 도와달라고 했고,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이 대표 어떻게 평가하나?

“잘하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의외로 당 장악 속도가 빠르다. 이 대표가 선배들한테 겸손하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당대표로서 안착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대변인 선발하는 토론배틀도 재미있는 실험이라고 본다. 이 대표가 말하는 ‘능력에 따른 공정’은 난 옛날부터 찬성했다.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평등도 배분적 정의다. 능력에 따른 평등 개념인 것이다. 여성할당제 반대도 일리가 있다. 공천 때 여성할당제를 굳이 안 해도 우리 당에 유리한 영남이나 서울 강남에 여성들 많이 배려하면 되잖나. 강북 자갈밭에 여성 후보 공천하면 당선 되겠나. 당이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면 된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중 대구에서 ‘탄핵은 정당하다’고 정면 돌파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나와 생각이 다르다. 5년 전 탄핵 당시와 나는 달라진 점이 없다. 탄핵이란 게 대통령 직무상 위법 있을 때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당시 위법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 파면되고 난 뒤에 조사해서 위법 행위를 확인한 거다. 그래서 탄핵은 정당하지 않다. 내가 탄핵 직후 ‘유감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은 탄핵은 재심 절차가 없으니 우리 법제도에선 도리가 없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막말 이미지? 내가 솔직하게 말하니까 막말이라 시비걸어”

-2017년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과 비교해보면 현재 지지율이 그에 못 미친다.

“대선 때는 저를 보고 찍었다기보다도 국민이 당의 소멸을 막아준 거라고 본다. 당시 당의 지지율이 4%였다. 반기문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면서 당에 후보가 없어졌다. 당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탄핵 당한 정당을 그래도 재건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저 개인에 대한 호감이라기보다 ‘그래도 보수정당이 소멸돼서 되겠나’ 그런 의미로 24%라도 해주지 않았을까. 선거 과정은 참 어려웠다. 얼마나 참혹했냐면, 당시 돈을 국민은행에서 빌렸는데, 국민은행에서 매일같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찾아와 지지율 체크를 했다니까. 돈 떼일까 싶어서. 국민은행의 관심은 오로지 내가 15% 득표율을 넘겨 대선자금을 보전받을 수 있느냐였다. 티브이(TV) 광고도 밤 11시30분 넘어 사람들 다 자서 광고료가 제일 쌀 때 내보냈다. 당 정책위원회에서는 대선 공약도 안 만들어줬다.”

-앞으로 본인의 지지율을 어떻게 예상하나?

“아마 여의도에서는 제가 대선 경험이 제일 많을 것이다. 이회창 후보 때 두번,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탄핵 이후 2017년 대선 때는 내가 직접 뛰었다. 2년 전 여야 통틀어 압도적 1위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였다. 작년 총선 끝난 직후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2%까지 올랐다. 올해 1월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1등으로 올라갔고, 3월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올라갔다. 출렁인다. 현재 고착화된 지지율 1위 상황이 내년 3월9일까지 계속 될 수 있겠는가.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반전의 계기가 언제라도 올 수 있다고 본다.”

-본인에게 올 반전의 계기는 무엇인가?

“그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제가 만들어야 한다. 선거에서 폭발적 지지세를 확보하는 것은 후보가 만드는 것이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계기를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하고 있나?

“그걸 이야기 해주면 안 되지. 때가 되면 밝혀질 것이다. 지금 알려주면 다른 사람이 따라하게? 하하.”

-‘막말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달라진 당 분위기에서 치열한 경선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보나?

“(끄덕끄덕) 막 하지. 나는 말을 꾸미면서 하지 않는다. 정직하게 거짓말 안 하고, 솔직하다. 그러니까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시비걸 게 없으니까 막하는 걸로 시비를 건다. 이번엔 아마 그런 식으로 시비 걸기가 어려울 것이다. 저쪽에는 쌍욕질하는 사람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아니, 생각을 해보라. 자기 당에서 1등하는 사람은 입에 쌍욕을 달고 살던 사람인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석열 검찰, 해방 이후 가장 강력…본인 가족 수사도 극복해야”

-‘윤석열 엑스(X)파일’로 떠들썩했다.

“나는 그것을 갖고 있지도 않고, 무엇인지도 모른다.”

-윤 전 총장 가족도 검증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시장, 도지사 부인은 공인이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 부인은 국가 예산이 투여된다. 영부인이라는 법적 지위가 부여된다. 그럼 가족의 도덕성도 당연히 문제가 된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치열하게 상호검증 해야 한다.”

-“디제이(DJ) 와이에스(YS)처럼, 박근혜-이명박 경선처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엑스파일’ 의혹을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나?

“요즘 윤 전 총장 쪽에서 대응하는 것을 보니, 저렇게 하면 수렁에 빠질 것 같다. 당장 어제부터 나오는 아내의 직업 이야기도 정치판에서는 상대방이 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거는 에스엔에스(SNS)에서 떠돌아다니는 말이거나 옐로우페이퍼에나 나오는 그런 말들이지. 그런데 본인의 입으로 그게 나오고 있고, 활자화돼서 이제는 주요한 검증 대상이 돼버렸다. 이회창 전 총재 두 아드님이 병역면제를 위법으로 받았다는 게 확인이 됐나. 그런데 왜 그 문제로 두번이나 떨어졌나. 그게 국민감정이다. (당시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이 조작을 했든, 안 했든 면제는 사실이다. 면제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것. 그것으로 국민 정서를 덮었다. 이번에도 법률적인 문제는 대응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감정의 문제로 볼 때는 아주 힘든 문제가 될 것이다. 최근에 윤 전 총장이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참 초보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의 부인의 언론 인터뷰가 초보적 대응이라는 건가?

“그건 크게 잘못했다, 아주 크게. (윤 전 총장 본인의 대응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겠다. 우리 당의 사람들 중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내부총질’이라고 난리를 치니까.”

-이준석 대표가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그건 당의 입당을 주저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발언이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본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본인이 결정해서 해야 되겠지. 입당을 해주면 고맙고. 들어와서 치열하게 국가경영능력이나 본인과 가족들의 도덕성 문제를 치열하게 검증해서 경선을 하는 게 맞다. 요즘 인터뷰가 참 꺼려지는 게 윤석열 이야기만 묻는다. 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윤 전 총장이 만약 입당하지 않으면, 민주당-국민의힘-제3지대 3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진다.

“4자 구도가 될 수도 있지. 윤 전 총장이 끝까지 (당에) 안 들어오면 야당 2명, 여당 2명이 나갈 수도 있다. 여당 2명은 이재명과 또 민주당 한 사람. 야당은 윤석열과 국민의힘 후보. 왜 여권이 2명이 될지는 잘 생각해봐라.”

-같은 검사 출신으로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수사는 어떻게 판단하나?

“윤석열 검찰은 해방 이후에 가장 강력한 검찰이었다. ‘적폐수사’를 내걸어 모든 것을 적폐로 규정하고, 단죄를 했다. 영장이 기각되면 두번, 세번 다시 청구했다. ‘사법거래’라며 판사도 뒷조사하니까 판사들이 겁이 나 재판을 못 한다. 해방 이후 그런 강력한 검찰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도 퇴임하면 당할 것 같지 않겠나. 그러니까 검찰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워 수사권을 공수처·경찰에 떼어내 검찰을 무력화시켰다. 더 이상 수사권을 뺏고 조정을 하면 검찰제도 자체가 붕괴된다. 이제 개혁될 만큼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윤 전 총장의 수사에 대해선 무리했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보통 가족 수사를 할 때는 가족 중 대표자만 수사를 한다. 윤 전 총장은 과잉수사를 했다. 집요하게 조국 동생을 구속하고, 5촌 조카 구속에, 딸 문제도 건드렸다. 심하게 했지. 목표가 조국 퇴진이니까. 이후 이게 정치사건이 돼버렸다. 요즘에 와서 윤 전 총장이 고발도 스물몇건 당하고, 자기 처, 장모 다 걸렸다. 자업자득이다. 자기가 적폐수사 하고, 조국 수사할 때 강력하게 수사했던 것을 지금 본인 가족 수사에 대해서는 ‘나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 자기도 극복하고 나가야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최재형? 왜 그러는지 진짜 모르겠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출마 선언 모습을 봤나.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평이 있다.

“본색이 어디 가겠나. 하하”

-‘인뎁스 보고서’ 발표회를 했는데 준비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 생각에 2017년과 달라진 모습은 무엇인가?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해야 되겠지. 나는 여태 26년 정치하면서 이미지 정치를 단 한번도 안 해봤다. 이번에는 주변 사람들이 하도 이미지 정치를 이야기 하니까 거기에 맞춰서 할 것이다. 예컨대 오늘은 빨간 넥타이를 맸지만, 주로 공식석상에 나갈 때는 색깔을 바꾼다. 그것만으로도 이미지를 달리 보더라고. 빨간 넥타이를 매면 고집스럽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는데 아직은 어색하다.”

-지금은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 형성되면 교체론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잘못된 경제정책이다. 아마 아이엠에프(IMF) 위기에 버금가는 어려움이 연말이 되면 올 것이다. 밑바닥 정서를 보라. 이미 망한 부분은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반도체 호황으로 다른 산업 견인 효과가 전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게 나타나고 있나. 외교 상황도 그렇다. 지금은 국제적 왕따가 돼버렸다. 다른 나라에서 대한민국을 ‘문제의 나라’로 보고 있다. 대북문제는 지금도 김정은이한테 매달려서 구걸하는 평화정책을 하고 있다. 북핵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나. 대국민 기만만 5년을 했다. 그게 선거 때 국민들한테 들통이 안 날 것 같나. 사소한 통계지표가 좋아진다고 해서 묻히기 어렵다. ‘정권 심판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교체가 된 이후는 어떻게 보나?

“좌파일변도 또는 우파일변도가 돼선 안 된다. 필요에 따라 나라의 이익이 되면 우파 정책도, 좌파 정책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내가 국익 우선 실용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좌파를 지지하는 사람도 내 국민이고, 우파 지지자도 내 국민이다.”

-그런데 본인이 ‘보수 우파’ 아닌가?

“그렇다. 그런데 정치를 26년 하면서 나는 좌파 정책을 안 썼나? 중요한 정책은 좌파정책이라도, 그게 국익에 맞다면 난 내가 제기해서 입법 통과시키고 실행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가능할까?

“세력 연대의 문제다. 과거 우리 당은 연대를 해서 집권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건 한국사회의 주류일 때 가능했던 이야기다. 지금은 주류가 아니다. 이제는 세력연대를 하지 않으면 집권하기가 어렵다. 그 대상으로 삼는 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나는 굳이 합당을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안 대표하고 만나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둘다 나가서는 안 된다’ ‘세력연대를 97년도 DJP연대처럼 해야지 우리가 집권할 수 있다.’ 합당이냐, 세력연대냐.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안 대표는 뭐라던가?

“듣고만 있지.(웃음)”

-최재형 감사원장은 왜 대선에 도전하려고 하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진짜 나도 모르겠다. 윤석열을 지금의 대선 후보로 만들어준 건 추미애다. 그런데 최재형 원장을 대선 후보로 만들어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음…윤석열이 될 수도 있겠네. 난 그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내 할 일 챙기기에도 정신이 없다.”

-유승민 전 의원, 윤희숙·하태경 의원 모두 출마해서 야권 후보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

“다 나오면 좋다.”

-야권의 경쟁자로서 가장 위협적인 후보가 누구인가?

“윤 전 총장이다. 지지율이 높으니까. 하지만 이제 국민적 검증 단계 들어갔으니 검증 결과 보자.”

이주현 오연서 기자 edigna@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01864.html?_fr=mt1#csidx525e1f3791d7c2a8e84b0c3b6ec67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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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가닥에 100만 원, 그 미역 여기서 채취합니다

순진무구 천연자연이 살아있는 맹골도에 가다 21.07.02 07:27l최종 업데이트 21.07.02 07:25l

 

"좋고 나쁘고가 어디 있어! 태어났으니 살지."
이 다큐에 나온 할머니의 말이다. 어떻게 보면 관조적이고 운명적으로 느껴지는 할머니의 답변은 이 섬에서 지금껏 살아오게 만든 질긴 삶의 끈처럼 느껴진다.육지에서 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섬은 유토피아적 동경의 세계다. 천진무구의 아름다운 자연과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거꾸로 섬에 사는 사람들은 그곳을 탈출하고 싶은 고립의 세계이기도 하다. 어느 곳에 존재 하느냐에 따라 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섬에서 태어납니다."

지난 2018년 맹골죽도를 대상으로 한 KBS 다큐 '공감'의 첫 내레이션이다.

이 다큐의 제목은 '바위에 붙어사는 섬' 맹골도다. 맹골도 사람들의 삶을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한 말 같다. 농토라곤 없는 바위로 이루어진 맹골도 주민들이 바닷가에서 미역과 같은 해초류를 뜯어 살아가고 있는 것을 표현한 듯하다.

천혜의 자연과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이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맹골도는 여행으로 찾는 이들에게는 낙원처럼 느껴진다. 맹골도에 막 도착하기 전 바다 위로 멀리 가물가물 병풍도가 보인다. 거대한 암벽으로 이루어진 병풍도는 바다 위에서 커다란 성체처럼 떠 있다.
 
맹골도 가는 길에 보이는 병풍도 아득하게 신기루처럼 보이는 병풍도는 누구나 염원하는 이상향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 맹골도 가는 길에 보이는 병풍도 아득하게 신기루처럼 보이는 병풍도는 누구나 염원하는 이상향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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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게 희미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 섬은 오래전 사람들이 꿈꾸었던 파라다이스를 떠오르게 한다. 아마도 이는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 도달하고 싶은 누구나의 꿈이 아닌가 싶다. 병풍도는 그렇게 가까운 실체로 다가오지 않고 아득한 모습으로 있다가 사라진다.
 
맹골도 해안 전경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맹골도는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준다.
▲ 맹골도 해안 전경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맹골도는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준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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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골도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평화롭고 고즈넉하다. 섬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항상 고요하고 먼 세계에 와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 작은 섬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그래서 더 선명하다.

맹골도의 노을은 망망대해의 먼 서해로 물들고 아침 해는 거차도 방면 섬들 사이에서 떠오른다. 아침해는 언덕바지에 오밀조밀 붙어 있는 마을과 바다, 섬의 조화를 통해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합작한다.
 
일출무렵의 맹골도 멀리 거차도 위로  아침해가 떠오를 때의 고즈넉한 모습이 아름답다.
▲ 일출무렵의 맹골도 멀리 거차도 위로 아침해가 떠오를 때의 고즈넉한 모습이 아름답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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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골도 언덕에서 보면 이곳의 센 물살을 볼 수 있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할 때면 섬과 섬 사이로 조류가 맹렬한 기세로 빠져나간다. 웬만한 배는 역류하여 오르기 힘든 물살이다.

최고품질 미역
 
맹골도 미역채취 맹골도 해변은 모두 미역밭이라 할만큼 자연산 미역이 잘 자란다. 맹골도 주민의 주 수입이 미역에서 나온다.
▲ 맹골도 미역채취 맹골도 해변은 모두 미역밭이라 할만큼 자연산 미역이 잘 자란다. 맹골도 주민의 주 수입이 미역에서 나온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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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조류의 흐름 때문에 맹골도에서 나는 미역은 맛과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마을 사람들은 목숨을 걸듯 이 바위에 붙어 있는 미역을 채취하여 생계를 유지한다. 맹골도 바위 주변에는 미역, 톳, 돌김, 청각 등의 해초류와 해산물들이 많아 섬 주민들은 이것들을 채취하여 살아왔고 지금도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 고단한 삶의 여정이 바위와 함께 해온 세월이었다.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바위에는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미역이 자생한다. 미역은 조선시대에 곽전(藿田)이라 하여 전답을 사고팔 듯 하였다. 한때 이 섬의 소유자였던 녹우당 해남윤씨가에는 곽전 고문서가 있다. 섬사람들은 이곳을 '갱번'이라 하여 공동으로 관리하고 이곳에서 나는 미역을 공동채취하여 나누어 가진다.

미역은 오래전에도 그 가치가 컸지만 지금도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해산물이다. 미역은 20가닥이 1뭇으로, 1뭇은 100만 원 가량을 오갈 만큼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맹골도 사람들은 일년 중 미역을 채취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고 행사다. 이 때문에 미역을 관리하고 채취하기 위해 떠났던 섬도 돌아온다. 어찌보면 맹골도 사람들이 지금껏 흩어지지 않고 모여 살 수 있게 한 가장 큰 매개체이기도 하다.

맹골죽도는 왼딴 섬 같지 않게 깨끗하게 개조한 집들이 들어서 있고 관광객들이나 낚시객들이 머물 수 있는 민박집도 있다. 민박집에는 약간 낡아 보이기는 하지만 펜션 못지않게 전기밥솥, 가스레인지, 냉장고, 에어컨, 텔레비전, 선풍기를 다 갖추고 있다. 좌변식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갖추어져 있어 문명의 편리함을 다 누릴 수 있다.

맹골도는 물 사정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집집마다 큰 저수 탱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물을 사용하는 데에는 크게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머리도 감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물은 충분히 나왔고 온수기로 인해 따뜻한 물까지 나온다. 민박집 방 밖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맹골도가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운 뷰를 방 안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기의 혜택은 이곳의 문명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켰다. 1998년부터 맹골도에 내연발전소가 운영되어 전기를 쓰는데 제약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밤에도 가로등이 적막한 섬마을을 밝힌다.

아름다운 자연과 식생
 
맹골도 자생 뽕나무 육지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뽕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 맹골도 자생 뽕나무 육지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뽕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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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골도의 자연풍광 만큼은 순진무구 그 자체다. 마을과 선착장 주변을 빼고는 사람들의 자취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연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맹골도에서는 육지에서 보기 힘든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해양성 기후에 맞는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는데 그중 자생 뽕나무와의 조우는 다소 의외다.

맹골죽도의 북쪽 뱀머리 언덕 일대에는 키 작은 뽕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바람 많은 언덕 탓인지 키가 자라지 않아 납작하게 버티고 있다. 육지의 누에 키우는 뽕나무만 생각하다가 섬에서 만나는 뽕나무가 생소하게 느껴진다.

맹골도 일대에는 섬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방풍도 자주 눈에 띈다. 방풍은 향약(鄕藥)의 하나로 약용으로도 재배하고 있다. 자생 방풍을 옮겨 심은 것인지 민가 안마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오랜 고립의 시간이 주는 적막감과 새로운 문명이 주는 변화 사이에 서 있는 맹골도. 그렇게 맹골도는 혼재된 시간 속에 있다. 순진무구 태초의 자연을 느끼고 싶으면 맹골도 언덕바지에서 서해바다를 향해 서보라. 모든 상념들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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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투기 부동산에 세금폭탄 넘는 징벌적 과세 할 것”

“필수 부동산 이외에 부동산에 이익 없게 하거나 손해를 보게 하면 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일 오전 전남 영암군 삼호읍 호텔현대 바이라한 2층 소연회장에서 온라인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1.07.02.ⓒ제공 :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실거주, 업무용 부동산 이외 투기 부동산에는 세금폭탄을 넘어서는 징벌적 과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2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라며 “자기가 사는 공간, 업무에 꼭 필요한 부동산 말고 다른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이익이 없게 하거나 손해를 보게 하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이익이 되니까 계속 부동산을 사 모으는 것”이라며 “이익이 없게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취득·보유·양도 모든 과정에서 불로소득이 불가능하도록 세금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거래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금융혜택도 주지 않거나 대폭 제한하면 좀 불편하지만 가격을 잡을 수 있다”며 “부동산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렇게 만들지 않는다. 임대주택등록 혜택과 같이 작은 구멍이 있으면 그 구멍으로 투기 수요가 분출해 집값을 올리게 된다”며 “집값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고위공직자들이 주거용이 아닌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본다면 ‘그 사람들이 손해 볼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며 “이것이 ‘집값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부담·제한 총량 유지·강화의 원칙’을 언급했다. 그는 “부담이나 제한의 총량을 유지하고, 꾸준히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투기 부동산에 대한 부담이나 제한을 대폭 강화하면 그만큼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지사는 완화의 대상을 실거주·업무 부동산에 대한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거주용 소유, 업무용 부동산 소유 기업이 피해를 보면 안 되기 때문에 비필수 부동산에는 징벌적 수준으로 세금을 강화하되 실수요 부동산에 대해서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며 “실거주용 1주택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세제 혜택을 늘리고 무주택자의 주택구매에는 금융혜택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전체적으로 집값을 잡으면서 억울한 피해 보는 사람들이 봐도 타당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집값이 내려가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시장이 만든 가격을 높다 낮다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지만, 우리 경제 수준에서 보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맞다”며 “하향 안정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혹여 제가 권한을 갖게 되면 하향 안정화에 자신이 있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나 대폭락하면 금융체계, 금융위기까지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주택정책 결정하는 고위 관료들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경제력 수준만큼 땅값이 오르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이 라인을 넘어서지 않도록 지켜줘야 한다. 너무 떨어지면 매입해서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등의 별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효율적인 정책이란 기존정책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런 걸 개혁이라고 부른다. 과거 정책으로 받은 부당한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효율적인 정책일수록 저항이 크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책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효율적인 정책이 완성되면 그만큼 더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고, 그러면 저항하는 사람들에게도 결과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에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상위 2%로 제한해 대상자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완화했다면 다른 부분에 대한 부담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 부분을 건의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며 “종부세만 완화하고 전체에 대한 규제나 부담을 강화하지 않아 저는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주택에 대해서는 “한국은 서구 선진국보다 공공주택 비율이 8%로 너무 적다”며 확대 공급을 강조했다.

그는 “임대라고 짓는데 몇 년 지나면 분양을 해버린다. 공공임대 들어가는 사람들은 ‘언젠가 분양을 받는다’는 생각을 한다. 공공임대가 아니라 지연된 분양주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지수용제도를 언급하며 “국민들 토지를 염가로 수용해서 택지에 짓는 공공주택은 로또 분양을 시킬 것이 아니라 좋은 위치, 넓은 평수, 염가에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기본주택은 주택정책의 대전환으로 중요한 일이다. 현재 경기도는 3기 신도시에서 경기도가 공급하는 지분의 15%만 일반분양하고 법적 의무인 35% 영구임대주택을 제외한 모든 물량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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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전작권 전환 성과” 당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7/02 12:30
  • 수정일
    2021/07/02 12: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07.02 09:25
  •  
  •  수정 2021.07.02 10:16
  •  
  •  댓글 0

문 대통령이 1일 이임하는 에이브럼스(문 대통령 왼쪽) 서훈식을 개최했다. 라캐머라(문 대통령 오른쪽) 신임 사령관도 참석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이 1일 이임하는 에이브럼스(문 대통령 왼쪽) 서훈식을 개최했다. 라캐머라(문 대통령 오른쪽) 신임 사령관도 참석했다. [사진제공-청와대]

“전작권 전환과 용산기지 반환과 같은 한미동맹 현안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한국군과 긴밀한 소통으로 성과를 내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이임하는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서훈식과 오찬 계기에 라캐머라 신임 주한미군사령관과 만나 “한국 최전방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고, 한반도 안보정세를 잘 아는 분이 신임 사령관으로 부임하게 되어 기대가 크다”면서 이같이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했으나, 5년차에 접어든 현재 임기 내 전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990년대 말 DMZ에서 인접한 곳에서 근무했다는 라캐머라 사령관은 “이번에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근무하게 되어 기쁘고, 전임 에이브람스 사령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동맹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호신문장환도. [사진제공-청와대]
호신문장환도.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임하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에게 무형문화재 환도장이 제작한 호신문장환도(虎身紋裝環刀)를 선물했다. 조선시대 환도를 본떠 만든 작품으로, 칼코등이에 호랑이 모습을 장식했다. 공이 있는 장군에게 하사하던 칼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서훈식에 함께한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에게 취임 축하 인사를 건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역내 평화에 한미동맹은 핵심축(Linch-pin)이라면서 오늘 자리를 통해 한미동맹이 강한 이유를 알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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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관을 지키는 한국 경찰의 황당한 주장

평화수호농성단 | 기사입력 2021/07/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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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전쟁훈련 중단! 대북적대정책 철회! 평화수호 국민농성단(이하 평화수호농성단)’이 지난 6월 24일부터 활동 중이다. 평화수호 농성단이 보내온 글을 아래에 소개한다. (편집자 주)

 


 

8월로 예정되어있는 올해 하반기 한미연합훈련이 벌써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 정세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이 있을 때마다 한반도는 당장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한미연합훈련은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적대정책이다. 바이든 정권은 2021년 3월 우리나라 국민의 큰 우려 속에서도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했다.

 

이에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는 시민들이 모여 2021년 6월 24일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등을 위해 ‘한미전쟁훈련 중단! 대북적대정책 철회! 평화수호 국민농성단’(이하 평화수호농성단)을 구성했다.

 

평화수호농성단은 지난 1주일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 항의서한문 전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며 과잉된 행동을 보였다. 경찰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 미 대사관 앞을 지키는 한국 경찰들. [사진제공-평화수호농성단]   

 

▲ 7월 1일 평화수호농성단의 상징의식 물품을 빼앗으려 달려드는 경찰들. [사진제공-평화수호농성단]   

 

▲ 주한 미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평화수호농성단, 경찰은 언제나 이들을 막고 있다. [사진제공-평화수호농성단]     

 

“미 대사관 100M 이내에서는 1인 시위가 20분만 가능하다?”

 

평화수호농성단 단원들이 미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 경찰이 제일 많이 통보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 22조 2항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라 외교공관 100m 이내에서 1인 시위라도 20분만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경찰의 이와 같은 주장은 전제부터 틀렸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22조 2항은 외교공관을 침입해 공관의 안녕을 교란하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명시하는 국제협약이다. 하지만 공관 지역을 침입을 막는 약속일뿐 주변 집회나 시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시법은 국내 주재 외국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등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집회와 시위를 막고 있다. 다만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의 관련 법률에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인 시위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주장하는 20분 제한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제한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고 경찰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바 없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의 2021년 6월 9일 발표는 이러한 경찰의 주장은 전적으로 반박해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경찰은 미국 대사관저 근처라 해도 비폭력적으로 진행되는 1인 시위를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해야 한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비엔나 협약은 공관 지역을 보호하고 공관의 안녕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개괄적이고 일반적인 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관 지역에서의 1인 시위를 금지하는 등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보아선 안 된다”라며 “미 대사관 측에서 각별한 경호를 요청했다는 부분 역시 이러한 개괄적이고 일반적인 공관 보호 의무 강화를 요청한 것으로 볼 것이지, 공관 앞 1인 시위까지 전면 금지해달라는 요청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평화수호농성단은 이를 근거로 경찰의 주장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참고 사항이라 알려드리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권고를 인정하지 않는다” 등으로 대응하기 일쑤였다.

 

▲ 미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평화수호농성단을 끌어내는 경찰들. [사진제공-평화수호농성단]   

 

“잠시 이야기 나누려고 다가가도 같은 주제로 2인이 모였으니 집회다?”

 

한번은 단원들이 1인 시위를 마무리하고 모이고 있었다. 이때 한 단원이 미 대사관 근처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단원에게 1인 시위를 마무리하고 모이자는 이야기를 전하러 갔다. 그러자 경찰은 2인 이상 모였다며 집회로 간주해 채증을 시작했다.

 

경찰의 주장에 따르면 같은 주제와 구호로 2인 이상 모이면 집시법상 집회로 규정할 수 있고 현재 광화문 광장 일대가 집회 금지구역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경찰의 이러한 주장 역시 앞선 국가인권위의 발표로 억지 주장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국가인권위는 “1인 시위자 옆에 다수인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대에 시위 현장에 머물렀더라도 그것이 시위자의 조력함에 불과하고 다중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이는 것에는 미치지 않는다면 집시법상 집회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즉 1인 시위자를 돕기 위해 복수의 동석자들이 있다 해도 영상 촬영 등 단순 조력 목적이라면 이를 집회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평화수호농성단은 만약 동일한 주제로 모인 것이 집회라면 미 대사관 앞에서 ‘한미 동맹 강화’, ‘I love USA’ 등을 써놓고 2인 이상 상주하는 천막부터 철거하라고 경찰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경찰은 답변을 회피하며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시위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에 우호적인 집회·시위는 되고 미국을 규탄하는 집회·시위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적이기 때문에 비를 피하려고 그늘막에 들어가는 것도 안 된다?”

 

최근 서울의 날씨는 비가 왔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평화수호농성단 활동을 하던 도중 비를 피해야 상황이 발생했다.

 

1인 시위를 하던 단원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미 대사관 정문으로 향하는 길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던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리는 상황을 마주했다. 이에 단원은 비를 피하고자 박물관 앞에 설치된 그늘막으로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경찰이 막아서더니 정치적이기 때문에 그늘막에 들어갈 수 없다며 가로막았다. 그늘막은 시민들을 위한 공공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자기 멋대로 가로막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당시 그늘막에는 비를 피하기 위한 시민들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억지 주장으로 이 단원은 그늘막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한동안 비를 맞고 있어야 했다.

 

평화수호농성단의 매일 활동은 이처럼 경찰의 황당무계한 주장과 과잉행동 속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길을 막는 경찰의 태도는 끝내 국민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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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재난지원금 ‘하위 80% 선별’…자신 있습니까?

 

등록 :2021-07-01 04:59수정 :2021-07-01 10:44

 

정부도 한계 인정한 ‘건보료’
형평성 논란 재현될 수밖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담긴 ‘코로나 상생 국민 지원금’은 소득 하위 80%에 지급될 예정인데, 당·정이 하위 80%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건강보험료(건보료)를 꺼내 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에 숱한 한계를 지닌 건보료가 선별 기준으로 채택되면,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벌어졌던 ‘형평성 논란’이 재현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재난지원금 선정 기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소득 하위 70% 지급’과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며 갈등하다, 결국 전국민 지급으로 결정 내린 바 있다. 당시 전국민 지급을 주장했던 여당의 가장 중요한 명분은 “건보료로는 하위 70%를 정확하게 선별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4월 정치권이 ‘전국민 지급’을 결정지은 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마저 “현 시스템으로는 건보료로 현시점 소득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건보료를 기준으로 한다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정작 긴급재난지원금이 가장 절실한 국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건보료는 한계가 뚜렷한 선별 기준이다. 1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 직장가입자의 경우 건보료에 최근 소득이 반영되지만, 10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직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의 경우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책정되어 있다. 아울러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건보료가 소득뿐 아니라 집·자동차 등 자산까지 포함해 산출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최근 들어 소득 상황이 나빠진 소상공인이 ‘건보료 산정 시점’ 혹은 ‘자가 주택 등 자산’ 탓에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소득 이외 임대·이자·배당소득 등이 있어도 34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건보료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형평성 문제를 배가하고 있다. 소득과 재산 모두 같은 조건이어도 ‘피부양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건보료는 다르게 책정된다.

 

정부는 이런 형평성 논란 탓에 지난해 ‘하위 70% 재난지원금’을 제시할 때는 ‘이의제기 절차’를 두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보다 소득이 줄었음에도 건보료를 많이 내고 있던 지역가입자가 있다면 별도의 절차로 소득을 보정해 건보료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애당초 건보료 기준을 ‘신속성’ 때문에 선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순적인 대책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게다가 건보료가 과소 산정되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이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건보료의 부당함을 정부도 모르지 않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20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건보료 등 기존의 사회보장사업 대상자 선정기준에 개선이 필요하다며 소득재산조사 방안 개편을 결정했다. 이날 회의 자료를 보면 ‘건보료 방식의 한계’를 꼽으며 “정확한 소득파악이 곤란하고, 부과체계개편으로 일부 지역가입자의 소득추정이 불가해 소득재산조사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직장가입자의 재산이 반영되지 않는 데다 지역가입자 소득추정이 어려워 과소 또는 과다 추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건보료 기준을 폐기하고 있다. 문제는 논란 끝에 1차 재난지원금이 전국민에 지급된 뒤로 1년2개월이나 흘렀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이 당·정이 건보료를 재난지원금 선별 기준으로 다시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정교하지 않은 기준이 제시되면 “하위 80%만 주면 80.1%는 억울하니까 전국민에 다 줘야 한다”는 식의 단편적 논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그동안 간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건보료 기준을 써왔지만, 정부 스스로 건보료 기준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이를 다시 들고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업 대상 선별에 대한 국민 수용성만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미 금융자산을 제외하면 나머지 소득·재산 조회는 큰 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한 상황이다. 시간이 조금 더 들더라도 소득·재산 조회를 통해 하위 80%를 선정하거나, 아예 보편지원 후 소득에 따라 선별 환수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01663.html?_fr=mt1#csidx881a10930cc960e89c9c7430d131b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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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장모, 징역형 갈림길에... 내일 선고

2일 약 23억 요양급여 부정수급사건 선고공판... 동업자들은 수년 전 징역 2년 6월~4년

21.07.01 07:30l최종 업데이트 21.07.01 07:30l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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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그의 장모 최은순(76)씨에 대한 법원 선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성균)는 내일(2일) 최씨의 22억9000만 원 요양급여 부정수급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판결에 따른 여파가 어떤 식으로든 윤 전 총장에게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그동안 부동산 등과 관련한 사업을 해오면서 적지않은 고소·고발사건들에 휘말렸지만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05년 동업자였던 정대택씨 사건에 대한 위증으로 벌금 100만 원을 받은 적이 딱 한번 있을 뿐이다. 이러한 무혐의 처분들을 두고 현직 검사였던 사위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법원이 유죄(집행유예 포함)를 선고한다면 최씨에게는 '최초의 징역형'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재수사한 끝에 최씨를 기소해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다. 비슷한 혐의를 받았던 동업자들은 이미 수년 전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2015년 1차수사 땐 장모 혼자 빠져나가... 동업자 3명은 징역형 지난 2015년 경찰(경기 파주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고, 최씨와 함께 요양병원(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소재)을 개설하고 운영한 동업자 3명을 입건했다. 이어 검찰수사(경기도 고양지청)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고, 2017년 동업자 3명 가운데 1명은 징역 4년, 나머지 2명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문제는 요양병원 공동 이사장을 지냈던 최씨만 처벌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씨가 공동 이사장이긴 했지만 지난 2014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병원 운영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를 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일각에서는 최씨가 처벌받지 않은 데에는 당시 현직 검사였던 사위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위였던 윤석열 전 총장이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공작사건 수사로 인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등과 갈등을 겪으면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2013년 4월~2014년 1월)과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2014년 1월~2017년 5월)로 좌천됐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그렇게 이 사건이 정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3월 MBC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이 사건을 보도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 조대진 변호사 등이 최씨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윤 전 총장을 고발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특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서울중앙지검이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섰다. 결국 지난 2020년 11월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혐의로 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3년 구형에 멍하니 허공만

검찰은 공소장에 "최씨는 의사가 아닌데도 동업자와 공모해 비영리 의료법인처럼 해 놓고 실제로는 영리 목적의 의료기관을 설립해 의료법을 위반했고,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2억9000만 원의 요양급여를 받아 편취했다"라고 적시했다.

반면 최씨는 현재 22억9000만 원의 요양급여를 받은 사실만 인정하고 있다. 첫 재판이 열린 지난 5월 24일, 최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공모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했다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최씨는 지난 5월 31일 최후 변론에서도 "병원을 개설할 때 돈을 빌려준 것뿐이며, 병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최씨가 병원에 사위를 취직시킨 뒤 운영 전반에 관여했다는 직원들의 진술이 있고, 병원 확충을 위해 자신의 건물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으려 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1차수사에서 최씨가 처벌받지 않았던 핵심적 근거인 '책임면제각서'가 법적 효력이 없고, 각서를 쓴 뒤에 일어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최씨가 동업자들과 똑같은 정도로 책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31일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측은 정치적 의도의 수사라고 주장하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을 뿐"이라고 강조하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의 구형을 듣고 있던 최씨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최씨는 현재 348억 원대의 통장잔고를 위조한 혐의로도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20년 3월 사문서 위조와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최씨를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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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선언 이재명, 청년·여성·노동자·빈민·노인 향해 “삶 보듬겠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도입 강조하며 “모두가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 약속

이재명 경기도지사 20대 대통령 출마 선언 영상 갈무리 (자료사진) 2021.07.01.ⓒ이재명 경기도지사 측 제공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국민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아닌 주권자를 대리하는 ‘일꾼’으로서 저 높은 곳이 아니라 국민 곁에 있겠다. 어려울 땐 언제나 맨 앞에서 상처와 책임을 감수하며 길을 열겠다”며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지사는 출마 선언문을 통해 불평등·양극화 심화 속 팍팍해져 가는 약자의 삶을 조명했다. 그는 “공정성 확보, 불평등과 양극화 완화, 복지 확충에 더해 경제적 기본권이 보장돼 모두가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를 약속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유튜브·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사전에 녹화한 출마 선언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국민에게 “실적으로 증명된 저 이재명이 나라를 위한 준비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더 큰 도구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세상을 향해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취약계층이 돼버린 청년 세대의 절망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오늘은 어제보다 더 안전해졌는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인가’라는 국민의 질문에 정치는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누군가의 부당이익은 누군가의 손실이다. 강자가 규칙을 어겨 얻는 이익은 규칙을 어길 힘조차 없는 약자의 피해”라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자본, 더 나은 기술, 더 훌륭한 노동력, 더 튼실한 인프라를 갖추었음에도 우리가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것은 바로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저출생, 고령화, 실업, 갈등과 균열, 사교육과 입시지옥 같은 모든 문제는 저성장에 의한 기회 빈곤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사는 줄어든 기회로 경쟁이 과열된 사회, 무한 경쟁 속 승자만 생존하는 약육강식의 일상을 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개혁정책일수록 기득권의 반발은 그만큼 더 크다”며 “용기와 결단”, “강력한 추진력”으로 이를 성공하겠다고 공언했다.

나아가 이 지사는 “대전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규제 합리화로 기업의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대대적 인프라 확충과 강력한 산업경제 재편으로 투자 기회 확대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지속적 공정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반도평화경제체제 수립, 대륙을 여는 북방경제 활성화도 새로운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강력한 자주 국방력을 바탕으로 국익 중심 균형 외교를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새 길을 열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여성들이 안전에 불안을 느끼고 차별과 경력단절 때문에 고심하지 않는 나라, 노력과 능력에 따라 개천에서도 용이 나는 나라, 죽음을 무릅쓰고 노동하지 않는 나라, 과도한 경쟁 때문에 친구를 증오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사교육비에 부모님 허리가 휘지 않고 공교육만으로도 필요역량을 충분히 키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또 “배고픔에 계란을 훔치다 투옥되는 빈민, 세계 최고의 빈곤율에 시달리며 불안한 노후에 고심하는 노인, 생활고와 빚더미로 세상을 버리는 일가족이 더 이상 뉴스에 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실거주 주택은 더 보호하되 투기용 주택의 세금과 금융 제한을 강화하고, 적정한 분양주택 공급, 그리고 충분한 기본주택 공급으로 더 이상 집 문제로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선 “기본소득 도입”을 강조했다. 또 “대전환의 위기를 경제재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을 즉시 시작하겠다. 획기적인 미래형 경제 산업 전환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 재정력을 확충해 보편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이날 비대면으로 국민에게 먼저 출마를 신고했다. 그는 오는 2일 별도의 화상회의를 통해 언론인과 질의응답 시간도 가질 계획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20대 대통령 출마 선언 영상 갈무리 (자료사진) 2021.07.01.ⓒ이재명 경기도지사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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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후보] ⓛ 9명 중 6명만 올라가는 예비경선 시작됐다.

예비경선은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받을 지지율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
 
임병도 | 2021-07-01 08:45: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첫 관문인 대선경선 예비후보 등록이 6월 30일 마감됐습니다. 이날까지 총 9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습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오후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기호 추첨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기호 1번 추미애 전 법무장관 △기호 2번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기호 3번 이재명 경기도지사 △기호 4번 정세균 전 국무총리 △기호 5번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기호 6번 박용진 의원 △기호 7번 양승조 충남지사 △기호 8번 최문순 강원지사 △기호 9번 김두관 전 경남지사

민주당의 대선 후보자 선출 규정에 따르면 후보자 수가 7명 이상이면 예비경선을 실시해 6명만 본경선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9명의 후보가 등록했으니 최소 3명은 ‘컷오프’됩니다.

예비후보들은 7월 8일까지 총 4번의 TV토론과 국민면접관이 진행하는 2번의 국민면접을 치러야 합니다. 민주당은 10~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각 40명씩 총 200명의 국민면접관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예비경선은 7월 9일부터 11일까지 국민여론조사와 당원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각각 50대 50 비율로 반영해 최종 후보 6명을 발표합니다.

예비 후보 중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7월 5일까지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두 후보 중 한 명이 사퇴하더라도 8명 중 2명은 탈락됩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가 조사한 6월 4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보면 △이재명 경기지사 22.8% △이낙연 전 총리 8.4% △추미애 전 법무장관 3.9% △정세균 전 총리 3.0% △이광재 전 강원지사 1.7% △최문순 강원지사 1.7% △박용진 의원 0.7%로 조사됐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단일화 합의를 한 정세균·이광재 후보를 제외하더라도 최문순, 박용진, 양승조, 김두관 후보 중에서 탈락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 후보들은 지지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토론회나 국민면접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이슈가 되는 등 작은 변수에도 순위가 뒤질 힐 수 있습니다.

반전을 노리는 예비후보들은 TV토론과 생중계되는 국민면접에서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해 이낙연 전 대표,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은 예비경선보다는 본선에서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등장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야권에 비해 잠잠한 여권 대선경선을 어떻게 이끌어낼지도 관건입니다.

이번 민주당 예비경선은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받을 지지율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만약, 민주당 대선경선이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민주당만의 잔치가 된다면 어느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패배하거나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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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 국가비상방역전에 ‘중대사건 발생’ 언급

북, 정치국확대회의 개최...간부 문제 집중 토의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6.30 0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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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노동신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하에 29일 열렸다. 국가비상방역에서 발생한 중대사건을 다뤄 주목된다. [사진 - 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주재한 정치국 확대회의를 29일 개최하고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행위”를 다뤘으며, 특히 국가비상방역에서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킨 문제를 지적해 주목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하에 29일 열렸고,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 당중앙위원회 일군들, 성, 중앙기관 당, 행정책임일군들, 도당책임비서들과 도인민위원장들, 시, 군과 련합기업소 당책임비서들, 무력기관, 국가비상방역부문의 해당 일군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총비서동지께서는 국가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세계적인 보건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의 장기화의 요구에 따라 조직기구적, 물질적 및 과학기술적대책을 세울데 대한 당의 중요결정집행을 태공함으로써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킨데 대하여서와 그로 하여 초래된 엄중한 후과에 대하여 지적하시였다”고 적시해 주목된다.

북한은 그간 국가비상방역을 대대적으로 벌여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대내외에 천명해왔다. 따라서 김 총비서가 언급한 ‘엄중한 후과’를 낳은 ‘중대사건’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된 사건을 적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은 구체적인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신문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회의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회의를 진행했다 .

신문은 “책임간부들이 현시기 조국과 인민의 안전, 사활이 걸린 국가비상방역체계의 지속적강화와 나라 경제사업과 인민생활안정에 엄중한 저해를 준데 대하여 심각히 지적하였다”며 “당전원회의가 결정시달한 국가적인 정책을 외곡(왜곡)집행한 이들의 무능과 무책임한 일본새는 단순한 실무적과오가 아니라 당과 국가의 고충을 한몸 내대고 맡아 풀겠다는 자각이 결여된데로부터 산생된 극심한 태만, 태업행위라고 강하게 타매하였다”고만 전했다.

[사진출처 - 노동신문]
이번 회의에서는 당과 국가의 간부 문제에 대한 의정(의제)이 주로 다뤄졌다. 회의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사진출처 - 노동신문]

이번 회의에서는 당과 국가의 간부 문제에 대한 의정(의제)이 주로 다뤄졌으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자료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당결정과 국가적인 최중대과업수행을 태공한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행위가 상세히 통보되였다”는 것.

또한 “보신주의와 소극성에 사로잡혀 당의 전략적구상실현에 저애를 주고 인민생활안정과 경제건설전반에 부정적영향을 끼친 과오의 엄중성이 신랄하게 분석되였”고,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들에서 토의결정한 중요과업관철에서 무지와 무능력, 무책임성을 발로시킨 간부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전개되였”다고 전했다.

신문은 “다음으로 당결정에 대한 태도와 관점이 불투명하고 패배주의에 빠져 맡은 사업을 혁명적으로 전개하지 않고있는 중앙과 지방의 일부 일군들에 대한 자료통보가 있었으며 이들을 철저히 당적으로, 법적으로 검토조사하고 해당한 대책을 세울데 대한 결정이 승인되였다”며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을 소환 및 보선하고 당중앙위원회 비서를 소환 및 선거하였으며 국가기관 간부들을 조동 및 임명하였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8차 당대회와 두 차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등을 거치며 인사문제가 일단락 됐지만 다시 한번 간부들 재배치가 이뤄진 셈이다. 신문은 구체적인 인사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당과 국가의 간부 문제에 대한 의정(의제)이 주로 다뤄졌
이번 회의에서는 간부들의 재배치가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다. 노동신문이 사진으로 보도한 주요 발언자들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사진 - 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총비서는 ‘강령적인 결론’을 통해 “현시기 간부들의 고질적인 무책임성과 무능력이야말로 당정책집행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혁명사업발전에 막대한 저해를 주는 주되는 제동기”라며 “지금이야말로 첨예하게 제기되는 경제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간부들의 정치의식을 높이기 위하여서는 당생활을 통한 교양과 단련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각급 당조직들에서 간부대렬을 충실성에 있어서나 혁명성, 인민성, 실력에 있어서 알차게 준비된 대상들로 정간화, 정예화할데 대하여 중요하게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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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앞에 선 ‘정치인 윤석열’, 정권교체 목청 높였지만 정치 비전은 모호

“부패·무능 세력의 집권 연장 막아야, 모든 걸 바칠 준비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1.06.29ⓒ김철수 기자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링 위에 올랐다. 대변인 입을 빌린 '전언정치'로 비판받았던 윤 전 총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첫 자리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며 정치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의 출사표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현 정부의 실정으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식의 논리다. 하지만 '정치인 윤석열'이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정치인 윤석열'은 어떤 정치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진 셈이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권을 두고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수많은 청년·자영업자·중소기업인·저임금 근로자들이 고통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며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고 맹비난했다.

 

윤 전 총장은 "이들의 집권이 연장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며 "이제 우리는 이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 여기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과 세력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야권 통합을 발판으로 한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개악과 파괴를 개혁이라고 말하고,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되어 국민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그야말로 '부패완판'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되었음을 감히 말씀드린다"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국가상에 대해서는 키워드 식으로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는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산업화에 일생을 바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민주화에 헌신하고도 묵묵히 살아가는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세금을 내는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들이 마음껏 뛰는 역동적인 나라,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혁신의 나라, 약자가 기죽지 않는 따뜻한 나라, 국제사회와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을 다하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다양한 질문 쏟아졌지만
여전히 모호했던 윤석열의 정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21.6.29ⓒ김철수 기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대권 주자로서 윤 전 총장의 구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날 윤 전 총장에게는 시대정신으로 꼽히는 공정과 경제 정책, 한일관계 해법 등 다양한 분야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윤 전 총장의 답변은 모호하기만 했다.

그는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세우는 공정과 윤 전 총장이 강조하는 공정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는 "공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나는 특정 분야에서 특정 시장에서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하고 거기에 따라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 공정이 있고 국민 전체, 국민 한 분 한 분의 생애 전주기에 기회의 공정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지금은 청년 세대가 취업이라든가 입시라든가 이런 데 있어서 불공정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어떤 특정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국가나 정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국민이 생애 전 주기에 자기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의 균등, 공정한 기회의 보장이 큰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복지와 성장 두 가지 가치 중 어느 부분에 더 방점을 찍느냐는 질문에도 복지와 성장 모두 중요하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데 방점을 두고 싶다"며 "복지도 지속가능한 재정이 있어야만 제대로 집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와 성장 중 어느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으로는 "이 정부 들어와서 망가진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이런 것들과 한일 간 안보 협력이라든가, 경제 무역 문제 등 이런 현안들을 전부 다 같이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며 "한미관계처럼 한일관계도 국방 외무 또는 내무 경제 이렇게 2+2, 3+3의 정기적인 정부 당국자 간 소통이 향후 관계를 회복하고 풀어나가는 데 필요하지 않겠냐"고 제시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이 비판받는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그는 우선 "2019년 가을부터 총장으로서 수사한 내용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고 자신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검찰총장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았던 것은 "관행"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공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국민을 위한 검찰이 돼야 하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적 독립, 그리고 최고 지휘자인 검찰총장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관행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절대적 원칙은 아니라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 검찰 공무원이 선출직에 나서는 게 맞나, 안 맞나라는 논란은 제가 볼 때 일반적으로는 관행상 하지 않았지만, 결국 국민이 판단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정치철학 면에서는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향후 제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이미 이 자리 서기 전에 말씀을 다 드렸기 때문에 그것으로 갈음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와 관련해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저 역시도 그런 국민들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선언식이 진행된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는 윤 전 총장의 지지자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행사 시작 전부터 윤 전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과 현수막들이 기념관 주위를 둘러싸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선언식을 마친 뒤 행사장 밖으로 나오자 그를 기다렸던 지지자들은 일제히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윤 전 총장은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의 열망, 기대, 저 역시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며 "우리가 다 함께하면 할 수 있다"고 외쳤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1.06.29ⓒ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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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개미가 아니다"

[녹색평론 김종철 약전] ④ 유럽 에콜로지 사상과의 만남

한국에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등 절차적 민주화는 쟁취했으나 민주화운동 세력의 집권은 좌절됐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군사독재가 종식됐고 87년 여름부터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요원의 불길처럼 퍼지면서 노동자들의 조직화(민주노총)가 이뤄졌으며, '3저 호황'으로 대표되는 제조업의 약진으로 산업화가 급진전됐고 환경 문제 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1980년대는 근대 국가의 양대 목표인 산업화와 민주화가 1차 완성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김종철에게 1980년대는 유럽에서 태동하고 있던 '에콜로지' 사상에 접하면서 문학에서 생태평화운동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 전환의 시기였다. <녹색평론>의 사상적 준비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1983년 가을 "한국에서 혼자 어설프게 읽고 있던 맑스주의 문학비평에 관해 좀 심화된 학습을 해볼 요량으로" 미국으로 떠났으나 정작 그곳에서 가장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게 된 것은 당시 세계 지식사회의 새로운 테마로 대두하고 있던 에콜로지 사상이었다.

 

김종철은 "버펄로의 (뉴욕주립) 대학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은 내게 새로운 세계로 시야를 열어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면서 당시 "선구적 에콜로지 사상가들의 메시지는,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현대문명의 관행이 이대로 계속되기만 하는 것으로도 파국은 필연적이라는 것이었다"(<대지의 상상력> 8쪽)고 밝혔다.


 

▲ 루돌프 바로(Rudolf Bahro)의 책 <동유럽에서의 대안(The Alternative in Eastern Europe)>과 <적색에서 녹색으로(From Red to Green)> 표지(두 권 모두 국내 미번역).

당시 김종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동독 출신의 반체제운동가 루돌프 바로의 <적색에서 녹색으로(From Red To Green)>(1984)가 꼽힌다.


 루돌프 바로(1935~1997)는 본래 동독 공산당원으로 언론인으로 활동했으나 1977년 동구 공산주의와 서구 자본주의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동시에 비판하고 새로운 문화혁명의 필요성을 역설한 책 <동유럽에서의 대안(The Alternative in Eastern Europe)>(1978)이 서독에서 출판된 직후 동독 당국에 체포돼 8년 징역형에 처해졌고, 이후 서독을 비롯한 서유럽의 구명운동으로 1979년 10월 석방돼 같은 해 서독 녹색당의 창당 멤버가 되었다.

 

그는 2년의 투옥 기간 중 성서 공부를 통해 종교와 영성의 중요성에 눈을 떴으며, 새로운 인간적 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자급자족에 의한 소규모 공동체, 개인 내면의 변화와 영성의 재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포기했고, 1982년에는 국제분업에 의거한 세계시장과 자본주의적 산업체제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당시 서유럽에서 일어난 반핵평화운동에 동참했다.


바로는 녹색당 내부에서도 가장 원칙적인 이념을 견지했고 녹색당이 점차 현실정치 속에서 산업체제와 타협적으로 되어가고 있다고(녹색당은 1983년 서독 연방의회 진출) 비판하던 중, 1985년 녹색당과 결별하고 생태공동체 건설을 위한 운동에 헌신하다가 1997년 베를린에서 혈액암으로 사망했다.


<녹색평론> 9호(1993년 3/4월호)에는 1982년 바로가 한 진보적 문화운동단체와 가진 대담이 '인간은 개미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실렸는데, 이를 통해 그의 에콜로지 사상을 엿볼 수 있다.(<녹색평론선집 2> 146~154쪽에 수록)

 

바로는 "현재의 역사적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지금은 산업화로 인하여 세계가 파괴와 죽음으로 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문명은 자기파멸적으로 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답은 에콜로지와 평화운동"이라고 대답한다.

 

현재의 산업문명체제란 선진산업국가의 지구 자원의 독점적 약탈에 의해 유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3세계와 미래세대의 삶이 희생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와 같은(서유럽, 미국, 일본 등 산업국가들의) 생활을 전체 인류가 할 수 있게 하려면-사회정의의 원칙에 따라서 누구든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누리게 할 수 있어야 한다-지금 우리가 가진 것의(자원 및 에너지) 20배 이상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은 총체적인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에는 생산은 인간의 필요에 맞춰져 있지 않고, 생산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있다. 그 결과로 오늘날 우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한 노동자가 저녁에 맥주 한 병을 들고 텔레비전 앞에 앉을 수 있기 위해서는 18세기 (독일 시인) 쉴러가 자기의 평생의 작품을 창조하는 데 필요했던 에너지의 열 배 이상을 필요로 한다. 노동자가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총체적인 구조가 그렇게 엄청나게 변화하였다. 예컨대 오늘의 하부구조는 노동자가 출근하는 데 승용차를 필요로 하게 한다."


 

그는 기술발전을 통해 인류의 생활 수준 향상과 행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서구 좌파의 믿음에 대해 "기술 발전의 방향과 별도로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술적 성과란 없다"면서 "나는 지난 2000년 동안의 어떠한 기술적 성과라도 그것이 그 자체로서 성과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특히 그는 2차 대전 후 서구의 노동자 세력의 투쟁이 자본으로부터 보다 나은 조건을 따먹는 데, 그리하여 (서구의) 산업 메트로폴리스의 중심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식민주의적 지배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했을 뿐이라며, "부유한 나라들의 임금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이해관계는 결국 문명의 자기파멸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오로지 물질적 생활 수준 향상을 삶의 목표로 삼는 자본주의 산업문명이 인간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억압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인류는 물질문화라고 하는 제2의 본성을 스스로 창조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정의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인간의 에너지와 특히 인간적인 여러 능력들이 주로 물질적 확장에 투입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확장·팽창 과정이 이제 독립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인간은 아직 자기인식에 도달하지 못했다. 자기통제, 자신의 힘을 통제한다는 의미에서의 자기인식 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물질의 재생산 과정에서 집단적으로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통제되지 않고, 여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 산업문명에 "대파국, 종말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이제까지 외부 지향의 노동, 즉 외부적 진화에 몰두해 있던 인간의 노력이 내면적 능력의 계발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타고 나기를 개미집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개미들과는 다르게 자신이 세운 사회구조에 돌이킬 수 없이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며, 물질적 생산 확대에 몰두했던 이제까지의 움직임으로부터 우리의 에너지를 거둬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 "개인의 에너지가 의사소통-자기 자신 및 다른 사람들과의-영역으로 완전히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에 따르면 새로운 인간적 사회를 위해서는 비집중화, 분권화, 분산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일상생활의 필수품 대부분이 자급자족 되어야 한다. 일인당 물질과 에너지 소비가 열 배, 스무 배나 증가해 있는 오늘의 상황이 극복되려면 우리의 기본 욕구가 우리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서 생산된 것으로 채워지고 교환도 대부분 근린지역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식량과 주택을 비롯하여 학교와 대학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사회화되고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재생산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넓은 범위에 걸쳐 자기 자신의 노동으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땅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농업은 정말 근원적인 조건이다.


 

간디와 노자에도 정통했던 그는 "노자의 경제개념에 의하면 공동체들은 서로 너무 가까이 접근해 있어서는 안 된다. 제일 좋은 것은 이웃나라를 방문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와 핵무기는 그 본질에서 동일하다'


 

김종철은 바로가 녹색당과의 결별 이유를 밝힌 연설 '구원의 논리'를 <녹색평론> 17호(1994년 7/8월호)에 소개하면서, 근대 산업문명에 대한 바로의 근원적 비판을 '자동차와 핵무기는 그 본질에서 동일하다'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바로는 미국 중거리 핵미사일의 서유럽 배치를 두고 격렬한 반핵운동이 전개되고 있던 1983년 가을, 반핵운동 단체의 초청으로 뉴욕을 방문했다. 당시 서유럽 시민들은 '왜 유럽이 미소 핵군비경쟁의 볼모가 돼야 하느냐'고 거세게 반발했고, 미국의 평화운동 세력도 이에 호응하고 있었다. 때는 김종철이 버펄로에 도착했을 무렵이다.

 

그런데 바로는 반핵집회에서 지금 뉴욕의 거리를 질주하고 있는 자동차들도 그 본질에 있어서 핵무기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해 좌파 운동가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바로의 발언은 기술발전을 통해 빈곤계층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가로막는 논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와 핵무기는 그 본질에서 동일하다'는 바로의 발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기술에 대한 미신적 신앙, 자연을 정복의 대상, 또는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만 간주하는 인간중심주의적이며 생산력중심주의적 사고, 그리고 기술발전의 무한한 추구는 결국 생태계를 파탄 낼 것이라는 점에서 자동차와 핵무기의 생산은 궁극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핵무기는 기술문명의 필연적 산물이며 자기파멸적 세력의 직접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김종철은 이 글이 실린 <녹색평론> 17호의 머리말 '생산력이 아니라 공생의 윤리를'에서 "우리는 에콜로지 문제를 우선적으로 보면서, 이것을 중심으로 인간의 현실과 역사를 보는 관점이야말로 오늘에 있어서 세계의 가장 진보적이고 과학적이며 의미 있는 정치철학을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컨대 "노동운동이 자동차의 생산 자체를 반대하는 데까지 갈 수 있는가"라고 투박하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 수준'이라고 하는 본질적으로 부르주아 개인주의적 개념이 늘 필수적인 평가 기준이 되어왔다는 데 20세기 사회변혁운동의 실패와 비극의 핵심적인 원인이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물질적 재화의 소비 규모의 과다에 의해서 측정될 수밖에 없는 생활 수준이라고 하는 것이 사회발전의 핵심적인 기준이 될 때, 토착문화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파괴되고, 전통적인 농업이 사라지고, 생태적 재앙이 따르고, 공동체가 해체되며 인간의 도구화가 심화되는 것은 필연적"이며 "생활 수준의 향상을 꾀하는 '개발'이 진행되면 될수록 부의 독점은 심화되고, 빈곤 문제는 갈수록 해결 불가능한 것으로 된다"고 강조했다.(<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86~88쪽)


 

김종철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려면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자동차부터 반대하라"는 권정생 선생의 발언을 최고의 생태평화 메시지로 꼽았는데, 이는 '자동차와 핵무기는 그 본질에서 동일하다'는 그의 에콜로지 신념에서 말미암은 것일 것이다. 
 

 
▲ <녹색평론선집>은 격월간 <녹색평론>에 발표된 글 중 선별해 따로 엮은 책이다. <녹색평론>이 창간된 1991년부터 1999년까지 10년 동안 <녹색평론>에 수록된 글 중에서도 엄선된 글을 볼 수 있다. ⓒ녹색평론사

미국에서의 1년간의 독서 끝에 김종철은 마르크스주의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인류와 지구가 당면한 핵심 문제는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여부임을 확신했다. "서구식 근대문명이란 처음부터 생명파괴적 원리를 내포한 채 출발한 문명이 아닌가" 하는 자신의 오랜 의문이 틀린 게 아님을 확인했고 "한국의 군사독재는 조만간 종식될 것이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전개될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민주화 이후 한국의 수십 년에 걸친 경제성장이 빚어낸 산업사회의 모순과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최대의 과제로 생각됐다.


 

군사독재 종식 이후 동구사회주의가 붕괴한 데 대해 한국의 진보파 지식인들이 침로를 잃은 채 극심한 사상적 혼돈 상태를 드러낸 데 대해, 김종철은 "한국 지식사회의 이런 모습은 나로서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나는 적지 않은 한국의 지식인들이 그동안 소련식 사회주의 혹은 정통적 맑스주의에 큰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사실이 얼른 믿어지지 않았다"면서 "내가 이해하는 한, 소비에트사회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생산력의 증대와 고도의 산업화를 사회 반전의 불가결한 전제로 상정하는 정통 맑스주의도 서구식 근대문명이 직면한 최대의 난제, 즉 생태적 지속불가능성이라는 문제에 대한 어떤 합리적 해법도 갖지 않은 사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그러한 사상을 지침으로 삼아 좋은 사회를 꿈꾸어 왔다면, 한국의 지식사회에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고, "나는 누군가가 한국의 지식사회의 사상적 혼미에 대해서 강한 문제 제기를 하고, 우리들의 공동의 미래를 위해서 왜 생태주의적 세계관과 비전이 필요한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활발한 토론의 장을 열어주기를 기다렸으나" 군사정권이 끝나고 몇 해가 지나도록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결국 자신이 <녹색평론>의 창간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대지의 상상력> 9~10쪽)


 

사실 루돌프 바로의 전향과 그의 저서 <동유럽에서의 대안>은 무엇보다 현실사회주의의 실패를 겨냥하는 것이었다. 대학생 때까지 레닌, 스탈린의 신봉자였던 그는 1956년 스탈린의 공포정치를 비판한 흐루쇼프 비밀연설을 알게 된 뒤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1956년 폴란드, 헝가리 노동자 봉기 때는 대자보 등을 통해 봉기를 응원하고 동독 당국의 정보 통제에 항의했다. 결정적으로 1968년 초 체코에서 일어난 '프라하의 봄' 운동이 그해 8월 소련군 탱크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보면서 동구 사회주의에 완전히 절망했다. 훗날 그는 소련군이 프라하에 진입하던 1968년 8월 21일은 자기 인생의 '가장 어두운 날'이라고 회고했다.

 

 

특히 그는 1957년부터 10년간 언론인 활동과 함께 고무공장과 플라스틱 공장의 조직전문가로 일하면서 동독의 경제 상황이 위기라는 것, 그 근본원인은 현장노동자의 발언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1967년 말 동독 공산당 서기장 월터 울브레히트에게 공장 내 '풀뿌리 민주주의'의 도입을 건의했으나 묵살됐다. 그리고 몇 주 후 체코에서 일어난 '프라하의 봄' 운동이 무력진압 된 것이다.(위키피디아 참조)


 

인간해방을 추구한다면서 오직 생산력 증대만을 위해 노동자들을 희생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라면서 실제로는 그들을 종속적, 예속적 지위로 격하시키며, 각 나라의 자발적 개혁 노력이 무력으로 진압되는 현실사회주의에서 바로는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고 1968년 이후 10년 가까이 침묵을 지키면서 <대안>을 준비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유럽에서는 이미 1960년대 말부터 동구 사회주의의 미래를 비관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광주항쟁의 결과 1980년대 이후 대학가와 운동권에서 반미주의와 함께 마르크스 학습 열풍이 일었고, 1984년부터는 이른바 사회구성체 논쟁이 뜨겁게, 그러나 별 소득 없이 전개됐다. 세계 지식사회의 흐름에 어두웠던 한국 지식계의 모습이었다.


 

정지창 전 영남대 독문과 교수는 1984년 미국에서 돌아온 김종철이 "군부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정치투쟁도 중요하지만 탐욕스러운 서구문명으로부터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근본적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면서 "'사구체(사회구성체)'가 콩팥 같은 장기의 일부인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던 그의 악동 같은 모습이 떠오른다"고 회고했다.('존경하는 벗 김종철 형을 보내며', <창작과 비평> 189호, 2020년 가을호, 327~328쪽)

 

그런데 김종철이 미국에서 배워온 것은 에콜로지 사상만이 아니었다. 그는 1997년 초 김우창 고려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버펄로에서 무엇을 얻었는가'라는 질문에 '인디언에 대한 관심을 얻었다'고 답한 것이다.('시적 인간과 자연의 정치',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422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6281803230795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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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33] 성 김은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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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림
  • 등록일
    2021/06/30 09:44
  • 수정일
    2021/06/30 09: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형구 | 기사입력 2021/06/29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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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 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방한했다. 성 김 특별대표가 방한한 목적은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월 17일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과 대결할 가능성이 크니 대결을 잘 준비하라는 의미에 가깝다.

 

미국은 이 발언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발언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라며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기다리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성 김을 한국에 보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했다. 성 김은 6월 21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라며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6월 22일 미국의 행태를 “꿈보다 해몽”이라고 풍자하며 미국의 대화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리선권 외무상은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 김 특별대표는 결국 북한을 만나지 못하고 쓸쓸히 발걸음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북한을 만나보겠다고 한국까지 날아왔는데 문전박대를 당했다. 속된 말로 ‘개무시’를 당했다. 미국이 이야기를 하자는데 만나보지도 않고 거절하는 나라가 북한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으로선 엄청난 수모와 망신을 겪은 셈이다. 성 김은 출국하기 전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을 떠났다. 

 

사실 미국의 수모는 예견된 것이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3월 17일 미국의 시간벌이에 응해 줄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도 미국이 새로 결정한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며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 그 후 북한이 태도를 바꿀 만큼 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까지 와서 북한에 만나달라고 요청했고 예상대로 거절당했다. 미국은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바이든 정부는 4월 30일 발표한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동맹국, 실전 배치된 주둔 병력의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고려하면 성 김 특별대표의 방한은 미국과 일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안전을 위한 차원의 행동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을 적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에 따라서 지난 3월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했고 다가오는 8월에도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대북제재도 지속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인권공세도 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으로 미국을 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고 밝혔다. 5월 31일에는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다”라고 말해 미 본토를 겨냥하고 있음을 천명했다. 

 

다급한 미국은 어떻게든 북한과의 대결이 격화되는 걸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설사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대화 의지를 계속 피력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문전박대 당할 걸 알면서도 성 김 특별대표를 한국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대화하는 시늉이라도 내서 시간벌이를 하려는 속셈이다. 

 

그런데 성 김 특별대표가 빈손으로 귀국하게 된 파장은 생각보다 멀리 퍼졌다. 그래서 지구 반대편에 일어난 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 6월 23일,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에서 바라본 영국 구축함 HMS 디펜더의 모습. 러시아 발표에 따르면 영국 구축함이 러시아 영해를 침범했다가 러시아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갔다고 한다.


 

 

2. 크림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 

 

 

미국은 6월 28일부터 7월 10일까지 유럽의 흑해에서 다국적 연합해상훈련 ‘시 브리즈21(Sea Breeze 21)’을 실시한다. 시 브리즈는 러시아 압박용 군사훈련이다. 올해 시 브리즈 훈련은 특별하게 준비됐다. 2017년엔 18개 나라가, 작년엔 9개 나라가 참가했는데 올해엔 32개국이 참가하게 되었다. 미국이 예년에 비해 훈련 규모를 두세 배 키운 것이다.

 

미국이 시 브리즈 훈련의 규모를 키운 건 크림반도를 둘러싼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는데 2014년 러시아가 자기네 영토로 편입했다.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로도 분쟁이 지속됐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국민들은 2014년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들을 제압하려 했다. 그래서 일어난 군사충돌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도 우크라이나는 군을 동부지역에 보내 진압하려 했지만 지난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으로 대규모 군대를 보내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견제했다. 러시아는 4월 8일 우크라이나군이 행동에 나서면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6월 23일에는 흑해에서 영국과 러시아가 충돌하는 일이 일어났다. 영국 해군 구축함이 크림반도 러시아 해역을 3km 침범한 것이다. 러시아는 전략폭격기 수호이를 출격시켜 폭탄 4발을 위협투하했고 그러자 영국 구축함이 러시아 영해 밖으로 도망쳤다. 미국과 서방세계가 러시아에 패배한 것이다.

 

영국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영국 해군 함정은 국제법을 준수하며 우크라이나 영해를 무해통항* 중”이었고 “경고사격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러시아는 러시아 영해로 넘어온 영국 구축함 영상을 공개했다. 영국 구축함에 타고 있던 BBC 기자도 “항로를 바꾸지 않으면 사격하겠다는 경고가 들렸고 이후 멀리서 사격하는 소리가 들렸다”라고 증언했다. 이를 보면 러시아의 발표가 사실인 것 같다.

*무해통항: 아무 문제의 소지 없이 항해하는 것

 

크림반도를 둘러싼 대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 세계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로 재편됐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큰 파열구를 내는 중대 사건이 일어났다. 그 중 하나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이다. 다음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해 미국을 위협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7년 북한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것이다. 이 사건들이 파열구를 내면서 미국과 서방세계는 자본주의 체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패퇴하고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느끼는 지경이 됐다. 

 

사실 미국이 러시아와 대결에서 밀려난 건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2008년에는 러시아와 조지아의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원래 조지아는 소련 소속 국가였는데 소련 붕괴 후 친미 국가로 변했다. 나라 이름도 소련 시절엔 러시아어식으로 그루지야였지만, 친미 국가로 돌아서면서 영어식으로 조지아로 바꾸었다. 

 

조지아에서도 우크라이나처럼 영토분쟁이 있다. 1990년대 초 남오세티야 공화국-알라니야국은 조지아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그때로부터 지금껏 조지아와 남오세티야는 갈등을 빚고 있다.

 

조지아는 2008년 미국의 지원 약속을 믿고 남오세티야를 공격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전쟁에 개입해 조지아군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때 지원을 약속했던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조지아가 패배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 개입하지 못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에서도 대결한 적 있다. 미국은 시리아 반정부군을 지원했고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 대리전을 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슬람국가(ISIS)를 격퇴하겠다며 직접 시리아 땅에 군대를 들이밀기도 했다. 이 대결은 미국이 2019년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결정하며 사실상 미국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터키가 미국의 미사일을 사느냐 아니면 러시아의 무기를 사느냐를 두고도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이 펼쳐졌다. 미국은 터기를 경제제재까지 하면서 미국 무기를 살 것을 강요했지만 터키는 끝내 러시아의 무기를 구매했다. 터키는 친미 국가에 속했지만 이제는 반미 국가에 가까워졌다. 

 

독일은 러시아와 천연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미국은 대러제재 위반이라며 중단시키려 했지만 독일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러시아와의 가스관 연결을 강행했다.

  

이렇게 미국은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밀렸던 적이 여러 번 있다. 하지만 크림반도 사건은 이들 사건과는 다른 결정적인 의의를 갖는다.

 

우크라이나도 과거 소련에 소속돼 있는 나라였다. 우크라이나엔 소련이 배치한 핵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소련이 해체되자 우크라이나는 별안간 핵보유국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그 대신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자기네 영토로 병합시키는데도 미국과 서방사회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 영토 병합은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대결 중에 가장 강력한 승리다. 권투 시합으로 말하면 러시아가 미국을 다운시킨 것과 다름없다. 1991년 소련 해체를 겪으며 패배했던 러시아가 2014년 미국에 역전타를 날렸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이대로 방치하면 제국으로서의 위신을 세울 수 없다. 군사력으로 세계를 재패했다는 미국이 러시아가 영토를 빼앗는 데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고 손 놓고 있는다면 누가 미국을 따르겠는가.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게서 맹추격을 당하고 있다. 일본의 일본경제연구센터와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 영국의 경제경영연구소 등은 2028년이면 중국의 GDP가 미국의 GDP를 추월할 거라고 내다보았다. 대체로 길어도 10년 정도면 중국이 미국 경제 규모를 따라잡는다고 예상한다. 미국이 세계패권을 쥘 수 있었던 힘 중 하나인 경제력에서 세계 2등 국가로 전락할 거라는 건 기정사실이 됐다. 

 

미국은 군사적으로도 북한과의 대결에서 하염없이 당하고 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화염과 분노’ 운운하면서 대결정책을 폈다. 그러다 북한이 2017년 11월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자 미국은 태도를 180도 바꾸었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북한으로부터 군사적 압박을 당했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은 “(미 본토가 공격당하는 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랴부랴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계가 좋다며 자랑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전쟁을 막았다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세계패권을 쥘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인 군사력에서 북한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은 내부적으로도 무너지고 있다. 올해 1월 6일에는 바이든 정부 출범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미 의사당을 점거당하는 등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또한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이라 ‘절망의 나라’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절망사’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절망사란 빈부격차가 커져 좌절을 느낀 빈곤층이 자살, 알코올 중독, 마약으로 죽게 되는 걸 말한다. 미국에서의 절망사는 1995년 6만 5천 명이던 게 2018년 15만 8천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절망사 때문에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축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6월 24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12층 아파트가 순식간에 붕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마치 오늘날 미국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미국은 패권이 몰락하는 상황을 뒤집어 보려 발버둥 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바이든도 대선 슬로건으로 “재건”을 내세웠다. 미국이 크림반도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련을 붕괴시킴으로써 세계를 제패했듯 러시아에 맞서 크림반도를 되찾음으로써 재역전을 이루려는 것이다. 그렇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상황은 미국의 생각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고 있다. 영국을 내세워 구축함을 들이밀어 보았지만 보기 좋게 패퇴하고 말았다. 사실 미국 자신도 2014년 크림반도 사건 초기에 흑해에 구축함 도널드 쿡함을 진입시킨 적 있다. 그러다 러시아가 출격시킨 수호이가 고도 150m까지 내려와 위협비행을 하는 바람에 후퇴했다.

 

그래서 미국은 상황을 만회해보고자 이를 갈고 시 브리즈 훈련을 규모를 크게 늘리며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이 발표한 시 브리즈21 참가국. 한국이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3. 시 브리즈 훈련에 한국이 불참한 사연 

 

 

시 브리즈 훈련 준비 과정에서 또 하나 특이한 일이 있었다.

 

미국은 시 브리즈 훈련 공식 발표 자료에 한국을 훈련 참가국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미국이 초청한 바는 있지만 참가하지 않고 참관할 계획도 없다며 부인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한국군이 공개적으로 참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 건 미국이 참가하지 않아도 좋다고 허락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미국은 왜 한국군의 불참을 허용했을까? 그건 바로 북미대결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이 시 브리즈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하면 그만큼 대북 군사 태세에 빈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서 미국 패권에 결정적인 파열구를 낸 3가지 사건으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중국의 경제적 부상, 북한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꼽았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는 상당히 강경대응 하고 있다. 미국이 크림반도를 수복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앞서서 살펴봤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도 대만을 지원하며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를 맺으며 대만과는 단교했다. 그런데 2019년 미 국방부가 대만을 ‘국가’로 표기하고 2020년엔 대만에 무기를 수출했으며 올해엔 특사단을 파견해 대만과의 교류를 가졌다. 이에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어 중국과 미국-대만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싱크탱크 ‘중국해협아카데미’는 중국과 대만의 전쟁위험성을 지수로 나타냈는데 그 수치는 7.21로 평가됐다. 과거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이 내전을 치렀던 1950년대의 위험 지수가 6.7 정도였다고 하니, 지금은 무척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 연구원은 “미국과 대만의 긴밀한 관계가 중국과의 무력충돌 위험을 높이는 가장 큰 요소”라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강경대응을 하고 있는데 유독 북한에게만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무리 모욕을 당하고 멸시를 당해도 초지일관 대화를 제안한다. 그 이유는 미국이 본토를 공격당할까 봐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상대로는 군사충돌이 일어나더라도 그 지역에 국한한 충돌로 조절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군사충돌이 일어날 경우 한반도에 국한된 충돌로 그치는 게 아니라 미 본토를 공격당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과는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려고 한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를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다. 이는 물론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뜻이며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에 상응하는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은 데에는 북중러 연대의 의미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면 미국은 본토가 공격당할 위험에서 벗어난다. 그러면 미국은 북미대결에 투입했던 역량을 중국이나 러시아와 대결하는 데로 돌릴 수 있게 된다. 

 

만약 북한이 성 김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미국은 러시아를 상대할 역량을 더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영국 구축함이 러시아 영해에 들어갔다가 충돌이 일어났을 때 후퇴하지 않고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며 더 큰 공세를 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면 미국과 유럽에 크림반도에서 진격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대화를 거절함으로써 미국과의 대결국면을 지속시켰다. 그 결과 미국은 한반도에서 한눈을 팔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 해군을 흑해로 불러오는 걸 포기하고 한국이 훈련에 불참하는 걸 용인해주게 된 것이다. 

 

 

4. 결론 

 

 

세상이 넓다 하지만, 때론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이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성 김이 북한에 수모를 당하고 돌아간 것과 한국군이 시 브리즈 훈련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락받은 것, 그리고 영국의 구축함이 흑해로 들어갔다가 후퇴하게 된 것도 모두 연관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와 크림반도, 이 두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 진영과 북중러 사회주의 반제진영의 세계적 대결이 대단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세계적 대결에서 미국과 서방세계 진영은 자기 스스로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낄 정도로 수세에 빠져 있다. 반면 북중러는 미국과 서방세계를 향해 상당히 강한 공세를 펴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이 북한을 제재하려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는 식으로 서로 분열이 되는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매우 공고한 전략적 유대·협력을 하고 있다. 6월 28일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화상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주석은 “아무리 험난한 어려움이 있어도 계속 협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22일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지도자가 중국과 군사동맹을 언급한 건 1950년 이후 처음이다. 북중관계는 2018년에 수차례 정상회담을 열며 최상의 경지로 올라섰다. 북한과 러시아는 2019년 정상회담을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서로 칼을 선물로 주고 받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라며 칼 선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주고 받은 바로 그 칼이 2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패권을 베어버리려는 듯하다. 

 

미국과 서방세계의 위기와 북중러의 공고한 연대는 오늘날 세계적 대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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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문 대통령 인터뷰에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과장과 왜곡, 그리고 외신물신주의

 21.06.30 07:24최종 업데이트 21.06.30 07:24
 

▲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주간지 타임 인터넷판 인터뷰 표지. ⓒ 타임 홈페이지

 
미국의 시사 격주간지 <타임>(Time)이 최근 호(인터넷판 기준 6월 23일)에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퇴임을 1년 조금 못 남긴 문재인의 대북정책을 되짚으며 성과와 한계를 함께 조명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관련 보도와 인터뷰를 누리집(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관행대로 이 기사도 공개했다.

이후 이 기사에 대한 국내 반응은 어떤 의미로든 폭발적이었으며 관련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터뷰 내용 어땠기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조국을 치유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선다"(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Makes One Last Attempt to Heal His Homeland)라는 제목의 최근 기사에서 <타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9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주민을 상대로 연설을 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 때가 굴곡 많았던 남북 화해 프로세스의 정점이었다고 말했다.

 

<타임>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등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됐다면서 그럼에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을 동계 올림픽에 초대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18개월 동안 엄청난 속도로 외교의 시간이 전개됐다는 것이다.

이 시사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을 겪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느리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바라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라는 난제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고 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사실 그의 탄생과 삶 자체가 그의 정치적 발자취를 이끌어 왔다면서 한국이 겪은 격동의 상처가 그를 학생운동으로, 인권변호사로, 그리고 결국 청와대로 인도했다고 평가한다.

<타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의 외교정책 대부분을 뒤집었지만 대북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모호한 합의는 향후 협상을 위한 토대로 삼기 위해 받아들였다면서 이것이 문 대통령에게는 희망적인 일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 외 <타임>이 꼽은 두 가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희망적인 상황 가운데 하나는 팬데믹. 코로나19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제재가 더 이상 미국의 중요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북한은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식량 원조까지 거부하며 외부세계와 격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봉쇄와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임>은 국내 한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재만으로 북한을 무릎 꿇게 하긴 힘들다"는 지적을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교역은 전년 대비 80% 급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브로맨스' 이후 미국 공화당의 반대가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의 온건파는 물론이고 친 트럼프 진영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자신들의 대북 정책을 정반대로 뒤집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지의 목소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다. 빈센트 브루크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 모두 진보 정부가 집권한 상황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고 <타임>에 말했다. 한국, 북한, 미국 모두 "기회의 창"을 엿보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이 언론은 말한다. 북한이 시간을 끌며 결국 파키스탄처럼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할 것이라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따라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고, 이런 바이든 대북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연 전술'일 것이라고 이 글은 전망했다.

이처럼 매우 적극적이지도, 그렇다고 매우 적대적이지도 않을 바이든식 대북 외교의 '복합성'은 워싱턴에서 이미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이 보도는 말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장 응답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협상 노력을 바이든 대통령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한국 정부를 지지하는 대가로 미국이 얻는 이익이 있다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계산이다. 그것은 바로 대 중국 전략적 동반 파트너 확보다. 중국에 맞서야 하는 미국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화해와 평화 정책에 협력함으로써 대중국 지원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는 거래다. 실제 미국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한국의 정보통신 혁신 기술과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지지와 투자를 약속 받았다고 이 언론은 전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타임(TIME)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타임>은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집요한 대북 화해 정책은 구체적 성과가 없는 답보 상황에서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싶은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에서는 주택 공급 계획의 난항, 성희롱에 이은 자살 사건 등으로 집권당의 지지가 하락했으며 그것은 일부분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타임>은 지적한다.

결국 남북문제에 참신한 아이디어는 없으며 30년 동안 관여-협상-도발-소원-화해라는 순환을 그리고 있는 것이 남북문제고, 또 다음 시도가 있더라도 권태 섞인 한숨이 함께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자의 주관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는 인터뷰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뭔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깨달음이 그의 진정한 유산이 될지 모른다."

과장된 해석과 왜곡... 외신물신주의

글 내용 가운데는 한반도 문제, 남북문제, 그리고 국내 일부 이슈와 관련해 심각한 오류와 몰이해도 발견되지만 본래의 취지에 집중하기 위해 그 문제는 생략하기로 하자. 문제는 이 기사에 대한 국내의 반응이었다. 외신 보도에 대해 유독 민감한 것이 한국 여론이지만 과장된 해석과 왜곡에 근거한 편중은 금물이다. 그럼에도 외신을 둘러싼 광적으로 민감한 반응은 지속돼 왔다. 이번 기사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의 힘 소속 윤희숙 의원의 반응. 그는 페이스북에 '우리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데도 청와대는 자랑만, 정상적인 나라 어렵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의원은 "청와대가 자랑하길래 내용을 들여다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면서 홍보전략으로 이 인터뷰를 추진한 청와대가 현실감 없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 보도를 청와대가 자랑을 했다'는 것. 그리고 윤 의원에 따르면 그 망상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대통령에 대해 숨기고 싶어 했던 점을 (해당 보도가) 정확히 집어'냈다는 것이다. 이어 '문 정부는 2017년에도 아무 근거 없이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며 국제사회에 보증을 섰'다면서 우리나라가 우습게 됐다고 주장한다.

하나씩 따져보자. '우리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기자의 말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본문에는 '다수의 북한 관측통의 시각으로' 그렇다고 쓰여 있다. 이 말을 윤 의원은 마치 해당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망상이라고 보도한 듯 옮겨놓고 있다.

국제사회에 북한 보증을 서 우리나라가 우습게 됐다는 말도 근거가 이상하다. 윤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내면에 대해 보증을" 섰다면서 그 근거로 "말살·고문·강간 등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김을 문대통령은 '정직하다'고 평가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다고 표현한 것은 그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아주 솔직하고, 아주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면서 국제적 감각도 있다"도 대답했다. "하지만 혹시 잊을까 해서 밝혀 두자면 김 위원장은 자신의 고모부와 이복형을 냉혹하게 살해했으며 …… 몰살, 고문, 강간, 기근 장기화 야기 등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인물"이라고 말한 건 <타임> 기자다. 윤 의원은 기자의 이상한 논리를 따라 대통령이 반인권적 보증을 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국에서 국내 정치, 특히 대통령 관련 외신의 보도는 유독 민감하다. 유사한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경우는 좀 유별난 듯하다. 여기에는 한국인들의 정치적 감수성이 큰 이유도 있지만 국내 언론의 부정적 책임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외신 보도를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국내 주요 언론들은 정보 접근에 유리한 특권을 이용해 심심치 않게 국내 독자들에게 외신 보도를 왜곡 전달해 왔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을 비롯해 정보 접속을 용이하게 해주는 수단들이 늘어가면서 과거와 같은 노골적 왜곡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국내 언론 보도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많은 독자들은 외신보도에 눈을 돌렸고, 한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외신의 보도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방송 매체에서도 외신보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물론 외국에도 외신보도를 전문으로 소개하는 언론들이 있다. 외부의 다른 시각을 통해 국내 이슈를 객관적으로 읽기 위해서다. 프랑스의 <쿠리에 앵테르나시오날>(Courrier international)이 대표적 사례로, 언론의 사회적 기여와 상업적 성공이라는 두 토끼를 다 잡은 성공 케이스다. 이 언론이 성공했던 이유는 시각의 다양성, 관점의 풍요로움을 극대화하려는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타임(TIME)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하지만 국내 언론 환경에서 보는 외신에 대한 태도는 그것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듯하다. 다양성과 풍요로움, 객관적 시각을 위해서라기보다 획일화와 확증 편향, 사실 왜곡을 위한 수단으로 외신이 도용되고 있다. 언론과 독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주관적 판단에 근거가 될 만한 외신보도들을 찾아 나서고 급기야 과정과 왜곡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서 결국 외신에 대한 과잉 신뢰에까지 이르게 된다. 국내 상황에 대한 외신의 보도는 그 어떤 국내 언론보다 진실을 담보하는 듯 여긴다. 하지만 상당수의 외신들은 한국 관련 보도를 통신사를 포함한 한국 언론을 근거로 생산한다. 특파원의 직접 취재가 아닌 이상 말이다. 결국 국내 언론이 보도한 것을 외신이 받아 적으면 국내 언론은 다시 그것으로 진실성을 검증 받는 해괴한 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번 <타임>의 기사에서도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보도한 부분들이 있다. 한 가지 예로 '한국이 초기에는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을 했지만 현재 백신 접종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것을 국내 정치 실패 사례로 들고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은 확진자 발생 규모와 결정적 비례관계에 있으며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은 대부분 확진자 규모가 커 국가 보건 체계가 흔들리는 나라들이었다. 영국, 이스라엘 등이 대표적이었으며 백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이들 국가의 확진자 규모는 다시 상승하고 있다. 철저한 방역 체계가 따라주지 않은 결과다.

반면 체계적 방역 수준을 유지하는 한국은 급격한 백신 도입 없이도 최고의 항바이러스 방어 능력을 보여줬으며 그것이 결국 인명 보호 차원은 물론 국내 총생산과 수출의 다른 선진국 대비 비교 우위로 이어졌다.

국내 언론과 정치권, 각종 단체가 외신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그 보도 내용을 맹신하고 모든 사실관계의 근거로 삼는 이상 지금까지 한국 언론계에 팽배한 '외신 물신주의'는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특정 외신 보도 또는 '외신' 자체를 우상화하고 성역화 하는 행위, 특히 과장, 왜곡까지 해가며 성역화 하는 행위는 결코 언론과 민주주의의 건강한 공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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