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이 25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조법 2조3조 개정 등을 촉구하는 1박 2일 노숙투쟁 집회를 하자 경찰이 강제 해산 시키고 있다. 2023.05.25. ⓒ뉴시스
경찰이 대법원 앞에서 평화롭게 야간문화제를 진행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물리력을 행사해 강제 해산시켜 논란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3년간 같은 장소에서 20여차례 문화제를 진행해 왔지만, 경찰이 이 같은 대응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위법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속노조 김동성 부위원장은 "경찰은 우리가 평화롭게 진행하려 한 집회와 선전전, 문화제를 모두 원천 봉쇄했다. 선전용 방송차도 자발적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음에도 강제 견인했고, 폭력적으로 노동자 3명을 연행했다"며 "경찰이 이렇게 한순간 태도가 바뀐 건 대통령의 한마디 말 때문이다. 사용자, 재벌 대기업에게는 그토록 관대하기 그지없는 법 집행이 왜 노동자에게만 가혹한 건지 우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 앞에서 야간문화제와 노숙농성을 진행하려 했다. 수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인 불법파견 사건에 대한 판결을 조속히 내려달라고 촉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경찰이 대법원 앞 인도의 절반가량을 펜스를 치며 막아섰고, 문화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무대 차량을 강제로 견인해 갔다. 이 과정에서 3명의 노동자가 무대 차량 앞에 앉아 견인을 막으려 하자 공무집행방해라며 현행범으로 체포해 갔다.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문화제도 오래 이어지진 못했다. 경찰이 문화제를 '미신고 집회'로 규정하며 강제 해산 절차에 나서면서다. 문화제와 노숙농성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주최 측도 신고하지 않았고, 경찰 역시 막지 않아 왔다. 하지만 이번 문화제에서 경찰의 대응이 180도 달라졌다.
전날 경찰은 수백명의 기동대를 동원해 2열로 차분히 앉아있던 50여명의 노동자를 포위했고, 경찰 5~6명이 노동자 1명을 에워싸며 건너편으로 강제 이동시켰다. 강하게 저항할 경우에는 사지를 들고 끌어내기도 했다. 경찰의 강제 해산 조치는 불과 30분 만에 끝이 났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5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조법 2조3조 개정 등을 촉구하는 1박 2일 노숙투쟁 집회를 하자 경찰이 강제 해산 시키고 있다. 2023.05.25. ⓒ뉴시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인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지회장은 "어제 정부와 경찰이 보여준 행태는 폭력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차 지회장은 "불법 파견을 10년, 20년씩 자행해서 수천억원의 이윤을 챙기는 기업의 불법행위는 엄중 처벌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목소리도 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법은 평등한 게 맞나. 이게 법과 원칙이냐"고 따져 물었다.
차 지회장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몇년째 해오던 노동자들의 문화제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불법 집회가 된단 말인가. 그럼 그동안은 합법이었고, 어제부터 불법이었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차 지회장은 "그럼에도 우리는 대법원 앞에 오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음 달에 또 대법원 앞에 와서 문화제를 진행하고, 노숙농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절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는 그 누구도 파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경학 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장도 "우리가 왜 대법원 앞에서 투쟁을 하는지 아시나. 한국지엠은 불법파견으로 이미 두 번의 대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한 번은 벌금 700만원, 또 한 번은 집행유예에 그쳤다"며 "민사 하나 진행되는 데 7년이 넘게 걸리고 있고, 대법원에 2020년에 올라간 사건은 3년이 넘도록 깜깜무소식이다. 우린 이걸 '블랙홀'이라 부른다"고 지적했다.
김 지회장은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3년째 대법원 앞에서 평화로운 투쟁 문화제와 노숙농성을 진행해 왔지만 경찰은 대통령과 경찰청장의 말 한마디에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불법 파견 범죄를 저지르는 자본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권력으로 탄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욕설도 없었는데
'공무집행방해'라며 현행범 체포
변호사 "어느 하나 위법하지 않은 행위 없어"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5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조법 2조3조 개정 등을 촉구하는 1박 2일 노숙투쟁 집회를 하자 경찰이 강제 해산 시키고 있다. 2023.05.25. ⓒ뉴시스
경찰의 대응이 180도 달라진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집회 강경 대응' 지시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상경 투쟁을 문제 삼으며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특진까지 내걸며 전국 경비 경찰에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윤 청장은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불법이 없는 건 아니"라며 사실상 소음과 교통 체증 같은 문제에도 강경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윤 청장은 이날도 전국 지휘부 화상 회의를 열고, 불법 집회·시위는 현장 해산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사를 진행하라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하지만 경찰의 집회·시위 강경 대응 과정에서 위법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 법률원 김유정 변호사는 전날 경찰의 강제해산을 두고 "명백하게 위법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제는 집시법 15조에 의해 신고 의무가 면제되고, 법원 경계 100m 이내에서도 열 수 있다"며 "설사 경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신고가 필요한 집회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원천 봉쇄 및 강제해산 행위가 적법한 행위가 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해산 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고, 그 집회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 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 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어제 문화제는 지극히 평화적으로, 50명에 불과한 소수가 인도에서 통행로를 확보한 채 진행됐다. 도저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를 때 강제해산 대상이 될 수 없는 집회"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무대 차량을 강제 견인하고, 3명의 노동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 역시 "공권력 남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대 차량 강제 견인을 하려면 경찰관직무집행법 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 즉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행위에 한해 강제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설사 문화제에 미신고 등 위법 요소가 있다고 해도, 무대 차량 사용이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에 해당한다고 도저히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문화제 참가자 3명을 현행범 체포한 것도 위법성이 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죄라고 하는데, 공무집행방해는 단순히 공무를 방해했다고 성립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을 때에만 해당한다"며 "경찰에 대한 폭행, 협박은 물론 경찰과 신체접촉도 하지 않았고, 욕설도 단 한마디조차 없었다. 도저히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이 될 수 없는데도 체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대 차량 강제 견인 등 문화제 원천 봉쇄, 강제 해산, 참가자 현행범 체포 등 경찰 행위 중 어느 하나 위법하지 않은 행위가 없다"며 "윤석열 정권이 헌법 정신과 법을 무시하는 무도한 권력에 불과하다는 걸 경찰력 행사를 통해 스스로 명백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도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불법집회'라고 간주하며, 2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자회견에서 관행적으로 구호 제창이 이뤄졌음에도 불필요하게 참가자들을 자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날 연행된 3명의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3시까지도 풀려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공무집행방해 외에 일반교통방해 혐의로도 재조사를 받았다. 이들을 변호하는 김유정 변호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재조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5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조법 2조3조 개정 등을 촉구하는 1박 2일 노숙투쟁 집회를 하자 경찰이 강제 해산 시키고 있다. 2023.05.25. ⓒ뉴시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이다. 이 같은 변호사의 '존재 이유'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는 현장에 변호사가 직접 나가는 일도 있다. 법정에서 다투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미 피해가 생긴 뒤에는 권리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때다. 이를테면 거리에서 집회,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을 통한 공개적 의사표현을 공권력이 탄압하는 경우다. 현장에서 직접 구제하지 않으면 소송을 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다. 의사표현은 적절한 시기와 장소가 필수 요건이어서 표현의 자유 중 특히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호하려면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당장 마주한 경찰에 합리적으로 항의하기 어렵고 물리력에서 차이가 크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려면 법정보다 거리에 더 주목해야 할 때가 있다.
변호사가 시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과 대립한 극단적인 사건이 있었다. 2013년 뜨거운 여름 서울 중구 대한문 화단 앞에서 변호사들이 경찰에 연행되어 형사재판을 받은 일이다. 2012년부터 대한문 앞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강정마을 주민, 용산 철거 참사유족 등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사회갈등으로 인한 소규모 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2013년 경찰은 자살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고 다른 집회도 원천봉쇄하기 위해 대한문 앞 인도 위에 거대한 화단을 설치했다. 화단 앞의 집회는 물론이고 법률상 신고조차 필요하지 않은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도 모두 금지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곳은 경찰로 인해 헌법과 법률이 기능하지 않는 치외법권 구역이 되고 말았다. 국회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당시 대한문 앞에 투입된 경찰병력은 전국에서 청와대 다음으로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대한문 앞은 집회 절대금지구역이 되어버렸다. 헌법에 반하고 법률 근거도 없는 기본권 침해다. 이에 양심의 가책을 참을 수 없었던 몇몇 변호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이름으로 대한문 앞에 집회신고를 냈다. 2013년 7월 한여름에 열린 그 집회의 이름은 '집회통제를 위한 화단설치의 위법성 규탄과 집회의 자유 회복을 위한 시민강연 및 집회'다. 긴 이름에서 집회의 내용과 목적이 드러난다.
경찰은 집회신고 4일 만에 이를 제한하는 통고를 했다. 가만히 있을 변호사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행정법원에 '집행정지신청'을 해서 10여 일 뒤 법원으로부터 '경찰의 집회 제한은 부당하다'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쾌재를 부르며 집회현장으로 달려갔으나, 황당하게도 경찰병력이 집회장소에 가득 들어와 있었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노골적 방해였다. 변호사들이 법원결정문을 설명하고 집회장소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의 방해는 며칠 동안 반복됐다.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까지 했고 그 결과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 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라는 취지로 권고를 내렸다.
경찰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변호사들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정당방위'를 행사하기로 했다. 2013년 7월 25일, 우리는 경찰의 공권력 집행이 왜 위법한지 법률 규정과 행정법원 결정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형법에 따른 적법한 정당방위 행사를 공표하고 경찰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경찰은 권영국 변호사와 나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였다. 우리는 짐승처럼 사지가 들린 채 버둥거리고 소리 지르다 경찰버스에 실렸다. 이틀 밤을 유치장에서 보냈고, 석방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기나긴 형사재판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 2013년 7월 3일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 재설치된 쌍용자동차 희생자 간이 분향소에서 한 금속노조 조합원이 절을 하고 있다. 이전에 대한문 담에 설치됐던 분향소는 같은해 4월 4일 중구청이 경찰을 동원해 철거했다. 그로부터 약 2주 뒤 중구청은 대한문 앞 화단을 확장해 대한문 담을 활용한 분향소 설치를 막았다. ⓒ연합뉴스
2. 피고인이 된 변호사들
기소된 변호사는 6인이었다. 첫 재판일, 피고인이 된 변호사들을 위해 동료 변호인 84명이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민변의 이덕우 변호사님께서 일어나 변론을 시작했다.
"검사께서는 재범의 위험이라고 하셨습니까? 변호사들은 또 거리로 나갈 것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변호사의 활동을 재범이라고 한다면 재범의 위험이라고 부르십시오. 범행부인이라 말했습니까? 이 법정에서 거짓을 말하는 자가 누구입니까. 재판장님, 만일 이 변호사들을 벌한다면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을 삭제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건입니다."
1심에서 공무집행방해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 선고는 2019년 1월 10일이었다. 장장 6년에 걸친 형사재판이다. 1, 2, 3심 법원 모두 판단하기를, 경찰이 집회를 방해했고 변호사들의 행위는 정당방위이므로 체포 역시 위법하다고 했다.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한 2심 판결문 중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각 집회 당시 남대문경찰서에서 이 사건 화단 앞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한 행위와 경찰관을 배치한 행위는 모두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보인다."
"이 사건 각 집회 당시에 신고된 집회장소 내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경찰관을 배치한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그 적법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각 일자에 그와 같은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관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 이상, 피고인 등 집회 참가자들이 이를 치운 행위는 위법한 침해에 대한 방위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변호사들은 기소됨과 동시에 경찰 책임자들을 직권남용죄, 집회방해죄, 불법체포·감금죄로 고소했었는데, 검찰은 위 기소 사건의 1심 판결이 나기도 전에 경찰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항고, 재항고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재고소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변호사들이 피해자이며 가해자는 경찰이라고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는데도 수사기관은 경찰에 책임이 없단다. 대법원이 틀렸단다.
3.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로 반격
우리는 경찰의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해 수사기관이 아닌 법원에 국가와 경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우리는 일단 무죄가 확정되었고, 이제 반격의 시간이 온 것이다. 민사소송의 결과는 원고 승소였다. 원고는 당시 현행범 체포되었던 권영국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였다. 선고일은 2023년 2월 2일이다.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되었다. 이로써 우리는 형사법원, 민사법원 모두에서 경찰의 불법과 우리의 피해사실을 확인받게 되었다. 10년이 걸렸다. 민사 판결문 결론 중 주요부분은 다음과 같다(형사판결 내용과 같은 취지다).
"피고 대한민국 소속 경찰관들이 피고 연정훈, 최성영의 지휘 하에 이 사건 집회 장소인 이 사건 화단 앞을 점거하고 폴리스라인을 설정한 행위는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집회 장소가 집회의 자유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공무원인 피고 연정훈, 최성영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집회의 자유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남대문의 아이히만'
가해자인 경찰 책임자는 2013년 사건 당시 남대문경찰서 서장 연정훈, 경비과장 최성영이다. 특히 최성영은 '남대문의 아이히만'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집회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지어준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따왔다. 이 책은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한다. 악이란 특별한 사람에게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사유하지 않음으로써 실현된다는 취지다. 유대인 학살 핵심전범인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지시받은 업무를 잘 처리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방청객들은 그의 평범한 외모와 정중한 태도를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악마가 아니었던 것이다. 끝까지 재판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는 말한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최성영은 당시 박근혜 정부의 신공안탄압 흐름 속에서 조직의 명시적 지시 또는 묵시적 기조에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시 어느 기자와 사담 중 "제가 올해 총경으로 승진을 못하면 나이 제한이 있어서 어려워져요"라고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별한 퍼포먼스, 성과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다른 경찰에 비해 구체적 행위에 있어 과도했고 그래서 악명이 높았다. 박근혜 정권 시절 대한문 앞, 시청광장 등 신고된 집회장에 난입하여 집회를 방해하고 시민들을 불법적으로 체포·연행하여 감금했다. 그리고 2013년 12월 22일 그 유명한 경향신문사 건물 민주노총 사무실 강제침탈이라는, 제6공화국 출범 이래 초유의 사태를 현장에서 지휘했다. 그리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014년 1월 9일 경정에서 총경으로 승진한다. 최성영은 2008년 촛불집회에서 여대생 군홧발 폭행 사건의 지휘책임자로도 알려져 있다. 2009년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장인 서울광장에서 청소년 등 현행범이 아닌 사람들을 불법체포한 사실도 있다.
이처럼 끊임없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온 최성영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차근차근 승진 절차를 밟았다. 1964년 전남 해남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간부후보 40기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2014년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 승진은 두 정권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와 경찰에게 기대하는 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총경 승진 이후에도 최성영은 충북 보은경찰서장, 서울청 1기동단장, 구리경찰서장, 금천경찰서장, 경기남부청 정보화장비과장, 광명경찰서장, 충북청 생활안전과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2년 8월부터 경기북부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으로 근무하다 2023년 당진경찰서장으로 발령받았다.
그랬던 그가 최근 다시 불미스러운 일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5월 4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 앞에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사내 선전전을 진행하던 중 경찰에 연행되고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최성영 당진경찰서 경비과장은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를 들어 현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해 선전전을 중단시키고 집회를 폭력 진압했다. 해산명령에 불응한 노조 간부들도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했다. '사내 옥외 집회는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로 그리한 것이다. 현저히 위법한 공무집행이라 해석된다. 이날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방문하는 날이었다. 최성영과 경찰의 과잉충성 대상은 국가만이 아니었다.
▲ 2013년 12월 22일 경찰이 경향신문사 건물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하며 비상계단에 놓인 의자를 치우고 있다. 당시 경찰의 목적은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는 것이었다. ⓒ연합뉴스
5. 공권력의 본질
인류는 근대사회에 들어오면서 사적폭력을 금지하고 폭력행사의 권한을 국가에 위임했다. 경찰과 군대로 대표된다. 즉 공권력의 본질은 '폭력'이다. 폭력에는 이성이 없다. 폭력을 길들이고 통제하는 이성, 그것이 바로 헌법과 법률이다.
앞서 이야기한 2013년 대한문 사건과 최성영의 사례는 다소 이례적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있으되 최성영과 같은 양상의 무도한 경찰, 공권력 행사는 많다. 우리가 긴장하고 견제하지 않으면 무도함의 정도는 심해지고 범위는 넓어진다. 다시 강조하건대 공권력의 본질은 이성이 없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위임한 폭력행사 권한으로 치안·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의 헌신과 희생은 늘 고맙다. 그러나 공권력은 '공인된 폭력'이므로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지 않게 행사하면 국민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돌변한다. 이를 우리는 지난 군부독재 시절 경험했다.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을 법에 따라 통치하라는 뜻이고 그래서 헌법과 법률은 공권력이 지켜야 할 '질서유지선'이다.
6.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법은 경찰을 '국민의 봉사자'로 규정한다. 그런데 공권력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가장 자주 침해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공권력을 이용해서 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언론·출판을 막는 것은 국가권력자에게 참 편리한 방법이다. 듣기 싫고 보기 싫은 모습들을 가려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고, 보기 싫어도 보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그 자체다.
인간으로서, 국민으로서 가지는 수많은 기본권이 있다. 그러나 헌법에는 그중 몇 가지만을 명시해 놓았다. 무척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명시해 놓았다.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지는 헌법 전문을 보면 알 수 있다.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되어 있다. 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 해방 이후 이승만 독재 정권 그리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부를 거치면서 우리 민주 시민들이 피와 땀으로 얻어낸 역사적 교훈이 바로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다. 다른 나라를 제 식민지로 만들려는 제국주의 또는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폭력적으로 국가를 통치하려는 독재주의, 이러한 세력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엇나가게 하고 뒤로 가게 할 때 시민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 최후의 보루는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다.
공인된 물리력도 없고, 사회·경제적으로 유력한 수단도 없는 힘없는 시민들이 못 살겠다고 죽겠다고, 억압당하고 착취당하여서 도저히 이대로는 비참해서 안 되겠다고 느낄 때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거리로 나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최고의 가치로서 표현의 자유를 헌법과 같은 최상위법에 명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내용을 알고 체화한 사람 즉 일반적인 수준의 사회통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2013년의 대한문과 같은 상황에서 경찰과 맞설 수밖에 없다.
7. '악'을 피하는 방법 : 사유
2013년은 변호사 1년 차 때다. 변호사 합격 통지를 받고 3개월 후에 위 사건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형사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교과서에서나 봤던 중범죄로 징역 7년까지 가능하다. 변호사가 되자마자 변호사 자격이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 그 상태로 6년 동안 형사재판을 받았는데, 개의치 않고 변호사 일을 하면서 집회와 투쟁현장에도 꾸준히 나갔다. 다음에 또 '000의 아이히만'을 만난다면 2013년과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우리는 사유하는, 사유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8. 덧붙이는 글-윤석열 정권 경찰의 노골적 퇴행
지난 5월 25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적극적 법 집행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본인의 신청이 없더라도 적극 행정 면책심사위원회를 개최하겠다"며 "적극 행정으로 결정되면 징계 요구 없이 즉시 면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징계 안 할 테니까 최대한 집회·시위를 제지하라'고 전국의 경찰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일선 경찰 입장에서는 투견의 목줄을 풀어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국민 입장에서는 숨거나 전력 도주하라는 것으로 이해한다. 경찰청장은 전국의 경찰들을 아이히만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의 위헌적 명령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 제1항에 따르면 "이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관의 직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특히 2항에서는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한다. 즉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경찰의 최우선 의무고 공권력 행사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행정 영역에서의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표현한 것이다(대법원 2021. 11. 11.선고 2018다288631 판결). 윤석열 정권의 공권력 남용이 대단히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호 대표 무죄이야기, ‘국가보안법폐지해 봄!날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심수후원회, AOK, 국가보안법폐지 교육센터,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국회의원 강성희, 강은미, 민형배, 윤미향 의원 주최로 26일 오후 7시 충무로 하제의 숲에서 ‘국가보안법 폐지해! 봄날 콘서트’가 감동후불제로 진행되었다.
정연진 AOK한국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연진 AOK한국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하여 국가보안법 폐지의 큰 장애물은 미국이라면서, 톰 랜토스(1928~2008) 하원 외교위원장은 2007년 미하원 의회에서 “일본은 용기를 내서 자기네 나라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위안부 문제를 세계사적 측면에서 인정하고 공식사과 할 것을 요구하여 미하원에서 만장일치를 받아냈었다”라고 전하면서 “대한민국이 자기 역사의 가장 어두운 페이지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고 촉구하였다.
또한 “그 역할은 우리 모두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뜨거운 심장으로 역사의 책무를 기필코 승리해 나가자”고 호소하였다.
백자 가수가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콘서트는 먼저 백자 가수의 ‘하바바쏭’, 윤동주 시인의 ‘서시’, 문익환 목사님의 ‘잠꼬대 아닌 잠꼬대’ 시 구절 중 ‘역사를 산다는 건 말야’, ‘안중근의 노래’, ‘내나라 내겨레’ 등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국가보안법 폐지해! 봄날 콘서트”에 함께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어 국가보안법 피해자인 남북경협사업가 김호 에이치비이노베이션 대표와 장경욱 (당시 담당) 변호사의 대담이 “‘국가보안법 무죄’ 나는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라는 제목으로 백자 가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김호 대표가 당시의 참담한 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호 대표는 당시 세계적인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가지고 남북경협사업을 하다가 지난 2018년 8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긴급체포 당해 구속되었다가 6개월 후 보석으로 석방, 2022년 1월 1심에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재구속, 2022년 8월 보석석방, 2023년 3월23일 항소심 무죄선고를 받아서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장경욱 변호사는 당시 판사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적의 기술로 적의 경비를 선다는 것을 납품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자진지원, 군사기밀누설 간첩죄를 적용했다고 한다.
방위사업청 관련 군사기밀을 북측 경제협력 상대방에게 누설했다, 이것이 법정에서 4년까지 나온 핵심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김호 대표는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고 지령을 내렸다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통일부에 신고된 인물들이고, 나에게 결코 지령을 내렸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 조작된 증거가 인정된 것 등에 대해, 광장에서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데 한 자객이 와서 내 목덜미를 낚아채가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장경욱 변호사가 당시 재판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장경욱 변호사는 1심에서 변호인 주장들은 유죄, 2심(항소심)에서는 1심과 같은 변호인 주장을 하였는데 무죄, 이것이 국가보안법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항소심에서 ‘북의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자가 맞다’, ‘악성코드를 심은 북의 사이버테러 맞다’ 등 모두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이었으나 주관적으로 위험성을 인식했다던가, 자진지원 목적이라던가 하는 것 등이 위쳇대화를 통한 조선족인 척한 대화내용, 국정원과의 일정 정도의 협력관계가 있었던 것 등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이 사건이) 증명된 것이 아니다”라고 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판결과는 모두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북은 사이버 테러를 하는 위험한 조직으로, 금전으로 핵개발도 한다는 식의 논리가 펼쳐진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호 대표도 1심, 2심 모두 유무죄를 판단하는 근거가 없이 자의적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위험성(국가존립)이 전혀 없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이도 유죄가 될 수도 있다고, 또한 재판부의 성향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을 지적하였다.
김호 대표가 세 자녀의 가장으로서 생계 등 당시 어려웠던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계속해서 김호 대표는 남북경제협력사업이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은데 대하여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대북제재의 연장이고, 한미동맹과 국가보안법은 같은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이 근본문제라고 역설하였다.
결국 남북교류협력법조차도 무력화시키는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북과의 교류는 어떠한 것도 할 수가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것이다.
한편, 장경욱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공안탄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 같다’면서 ‘서울지검은 공안역량들을 공공수사 1국 쪽으로 모으고 있으며 수원지검은 탈북자 전문으로 여름쯤에 큰 탈북자 간첩사건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하 케이크를 받은 김호 대표와 장경욱 변호사가 촛불을 불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대담 뒤에는 김호 대표의 석방과 하루 전 장경욱 변호사 생일을 축하하여 주최 측에서 케이크를 준비하였다.
최일갑 가수의 노래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어, 노래손님 최일갑 가수의 게스트공연 ‘두만강’, ‘임진강’의 열창이 있었다.
백자 가수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참석자 모두가 다함께 일어서서 손잡고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끝으로 백자 가수의 ‘밤길에 서서, 짙은 기다림’, '국가보안법철폐가3’, ‘행복의 나라로’ 등의 노래공연이 있었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참석자 모두가 다함께 일어서서 손잡고 부르며 모두 마쳤다.
G7 계기로 히로시마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2분의 약식 회담으로 끝났다. 공동성명 같은 합의서는 물론이고, 공동 기자회견조차 없었다. 시간에 쫓기듯 악수하고 사진 찍고 끝난 셈이다. 회담이 아닌 만남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히로시마에 오면서 일정은 꼬이기 시작했다. 젤렌스키는 도착하자마자 G7 참가국, 초청국과의 다자 회담,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밀려난 셈이다. 한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히로시마에서 2박 3일을 보낸 윤석열 대통령은 머쓱할 수밖에 없었다.
용산 브리핑에서만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 강조
윤석열 정부는 히로시마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극대화해야 했다. 내세울 성과가 없다면 브리핑에서라도 포장해야 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용산에서 나온 브리핑과 워싱턴에서 나온 브리핑이 다른 이유이다.
용산 브리핑은 3국 정상이 “3자 안보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면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예시했다. 그러나 워싱턴 브리핑에는 북 미사일 정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언급되었을 뿐이다. 워싱턴 브리핑에 '정보 공유' 내용이 없다는 것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다. 지난해 11월 프놈펜 회담 이후 올해 두 차례의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국민의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강제 동원 문제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G7 정상회의는 윤석열 정부의 바람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머리는 미국 정부 부채 한도 협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대통령 집무실은 언급조차 되지 않은 ‘북 미사일 정보 공유’를 브리핑에 끼워 넣어 히로시마 한미일 회담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했다.
한미일 정상, 워싱턴에 모여 미 본토 방어용 MD 구축 시도
사실상 무위로 끝난 히로시마 한미일 정상회담은 워싱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히로시마 회동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정상을 워싱턴에 초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일 정상회담, 이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모두 ‘독자 회담’이 아닌 ‘곁다리 회담’이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첫 번째,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 두 번째, G7 정상회의에서 세 번째 곁다리 회담이 열렸다. 따라서 워싱턴 회담은 한미일 정상이 독자적으로 만나는 최초의 회담이 된다.
논의의 핵심 사항은 두 가지이다.
이미 프놈펜 회담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은 ‘북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를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워싱턴 회담은 윤석열 정부가 이번 브리핑에서 ‘만들어 낸’ 의제가 공식 안건이 될 것이다. 즉 북 미사일 정보를 한미일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이렇게 미국의 MD 체계와 사드 체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정보 체계가 하나로 통합되면 한미일 MD 체계는 사실상 완성된다.
이 MD 체계는 표면적으로 ‘북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미 본토를 향하는 ‘북·중·러 대륙간탄도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해발고도 100km 이상의 우주 공간을 담당하는 우주군 사령부가 주한미군에 신설된 것의 연장선이다. 미 본토 방어체계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은 미 본토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워싱턴 회담에서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 신설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한미일 사이에는 포괄적 군사협의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공론화되어 있는 환경에서 ‘확장억제협의체’는 가장 손쉽게 신설할 수 있는 협의체이다.
미국은 올 초부터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 신설에 대해 한국과 일본에 여러 차례 의사를 타진해 왔다. 미국이 정부 부채 한도 협상 등 국내 사정, 우크라이나에 집중해야 하는 외교 상황 때문에 히로시마에서 충분히 논의할 시간을 갖지 못했을 뿐이다.
워싱턴 가는 길에 예정된 굴욕·굴종 외교 시즌 2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9월 23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워싱턴 회담은 올여름 중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초부터 유엔총회와 G20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으니, 그 전에 워싱턴 회담을 해야 ‘독자 회담’이 될 수 있다.
워싱턴 회담에서 결정되는 미 본토 방어 MD 구축도 문제지만, 워싱턴 회담으로 가는 길에 굴욕·굴종 외교 시즌 2가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수 관련 최종보고서를 발표하면 일본은 7월경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5월 26일 활동을 마친 우리 정부 시찰단은 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보고서 발표 후 최종 입장을 낸다는 방침이다. 이는 ‘IAEA의 통과 – 한국 정부의 통과 –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라는 프로세스가 작동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오염수 현장 시찰단은 단장 포함 총 21명으로 구성되었으나 유국희 단장을 제외한 20명의 시찰단원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자들의 눈을 피해 단장은 나리타공항으로, 나머지 단원은 하네다 공항으로 입국해 007 작전을 방불케했다.
중국의 제재로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로가 막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 정부에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이 그랬고, 히로시마 한미일 정상회담 직후인 5월 23일 미 하원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인데,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미국이 우리를 도와야 하고 우리도 미국의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라고 말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에 두고, 한반도 평화와 경제 주권은 팽개친 채, 오직 일본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로매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굴욕·굴종 외교는 한미일 워싱턴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2년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 ⓒ뉴스1
한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상 중국 투자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 기업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6일 미국 정부 관보를 보면, 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의 부적절한 사용 방지’ 규정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반도체법상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해 중국 등 우려대상국 내 시설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 완화를 요청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최대 5%까지만 확장할 수 있다. 또한 범용(레거시) 반도체 상한은 최대 10%다. 이를 어기면 보조금을 반납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의견서를 통해 “가드레일 조항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불합리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시행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규정상의 ‘실질적인 확장(material expansion)’과 ‘범용 반도체' 등 핵심 용어의 정의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가드레일 세부 규정에서 ‘실질적인 확장’은 첨단 반도체의 생산 능력 증대 한도를 이른다. 의견서에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한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상한을 현행 5%에서 10%로 상향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젰다.
가드레일 조항은 한국에 큰 타격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자사 낸드플래시의 40%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가 우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D램 물량은 자사 총 생산량의 절반에 달한다. 2020년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 내 생산 물량을 제때 늘리지 못하면 공장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현재 미국 반도체법상 범용 반도체 기준은 ▲로직 반도체 28nm ▲D램 18나노미터 ▲낸드플래시 128단이다. 한국 정부는 의견서에서 해당 기준을 완화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만드는 D램과 낸드플래시 일부 공정은 상한 5%가 적용되는 첨단 반도체에 해당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의견서를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우려대상국 투자와 공동 연구 등 금지 조항에 대한 일부 용어를 명확히 하거나 수정할 것으로 요청한다’는 취지로 대략적인 내용만 담았다. SK하이닉스는 의견서에 구체적인 내용을 적지 않고, 별도로 비공개 문서를 냈다.
상무부는 지난 22일 의견서 접수를 마감했다. 접수된 의견을 검토해 연내 확정된 세부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의견서는 총 27개가 접수됐다. 미국의 기업·단체·개인 22곳이 의견서를 냈다. 나머지는 한국 4곳, 대만 1곳이다.
미국 내에서도 불만 쏟아진 무리한 탈중국
의견서를 보면, 우려대상국 투자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달라는 요청이 주를 이룬다. 당초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가드레일 조항은 범용 반도체 생산 능력 증대에 제한을 두지 않는 내용이었으나, 연방 정부의 가드레일 세부 규정에서 10% 상한 조건이 들어갔다는 점이 언급된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가드레일 세부 규정에 명시된 범용 반도체 증설 10% 상한 조항에 대해 “의회에서 채택한 면제 범위를 불필요하게 축소시킨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무리하게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 시도로,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SIA는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의 약 21%를 차지하고, 조립·테스트·패키징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점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잠재적인 반도체법 보조금 수령 기업은 중국에 수많은 기존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기존 시설에 대한 과거의 투자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의회는 우려대상국 투자에 대한 제한이 범용 반도체 시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법령에 명시했다”며 범용 반도체의 우려대상국 투자 10% 상한 조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최소한 해당 수치를 15%로 상향해달라고 요청했다.
미중기업협의회(USCBC)도 목소리를 냈다. 중국과 사업하는 미국 기업이 모인 단체다. 이들은 “5~10% 상한은 너무 낮아, 기존 시설의 일상적인 유지 보수와 업그레이드 작업을 포함한 최소한의 사업 활동에 제약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시설은 다른 시장과 같이 장기 투자로, 많은 시설이 반도체법이 고안되기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면서 “기업은 최소한 원래 설계된 범위 내에서 계속 시설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가드레일 세부 규정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침해한다는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USCBC는 상한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기존 시설이 운영될 수 있도록 허용하려는 의회의 의도에 더 잘 부합하도록 규정을 조정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보기술산업협회(ITI)는 범용 반도체 상한 조정치를 최소 15~25%로 제시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와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등도 문제를 제기했다.
첨단 반도체 상한 조정치로는 대부분 10%를 제안했다.
대만 TSMC는 생산 능력 증대 규모를 판단하는 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내놨다. 가드레일 세부 규정에 따르면, 실질적인 확장과 대대적인 개조는 클린룸이나 물리적인 공간 또는 장비를 늘려 생산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TSMC는 클린룸 규모가 커지지 않으면 추가 장비를 들려 생산 능력이 증가하더라도 제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클린룸 규모는 기존에 계획한 생산 능력에 맞게 설계된다는 게 근거다. 기존 클린룸 규모 내에서 장비 교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증산(웨이퍼 투입량 증가) 등 투자를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하는 게 통상적인 반도체 공장 운영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SIA와 ITI도 클린룸 규모 확대와 라인 신설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도체 생산 능력을 제한 없이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2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에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 2023.04.01. ⓒ뉴시스
미국 눈치 본 정부,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국 정부 요청대로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증설 제한이 10%로 상향돼도, 실질적인 효과는 회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는 하는데, 큰 도움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향후 10년간 10%라는 수치는 연간으로 1%에 불과하다. 사실상 중국 내 생산 역량 확대가 금지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도 한국 정부의 제한 완화 요청이 미미한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미미할 것으로 평가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며 “적어도 20%는 돼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도 “10년간 10%라 해도, 허용 범위가 너무 작다”며 “첨단 반도체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증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정부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국내에서는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우리 기업의 중국 생산 역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미국에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소극적인 것 같다”며 “한국은 메모리는 강국이다.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텐데, 지금 대응은 좀 약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독립국이다. 자유무역주의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상황이 답답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시장 성장 추세를 보면 한 50%까지는 허용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추가로 상한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희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정부 요청 수치로는) 모자라다. 다만, 수치를 한 번에 올리려고 해도 미국이 안 들어줄 심산이 크다”면서 “앞으로 세부 규정이 확정되기 전까지 실무진 협의에서 미국을 설득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한국이 중국 공장을 유지하는 게 미국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미국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 기업의 생산력 약화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취약해지는 걸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 내에서도 “과도한 제한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NFTC), “가드레일 규정이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CTA) 등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충분한 물량을 생산하지 못하면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이는 반도체 수요가 높은 미국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는 2024년 11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플레이션 장기화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민감 정보’ 관련 의견 낸 건 한국반도체협회뿐…미국 업계와 온도 차
미국이 반도체법상 보조금 수령 기업에 대해 민감 정보를 요구하는 점도 중대한 사안이다. 보조금 신청 기업은 예상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의 산출 근거를 검증할 수 있는 엑셀 파일을 제출해야 한다. 생산시설의 제품 단위당 가격을 연도별로 기재해야 한다. 원가 정보도 적어야 한다. 부지, 건설, 장비 등 자본비용뿐 아니라, 소재·소모품·화학재료 비용을 비롯해 인건비, 판매관리비, 연구개발비 등 세부적인 운영 비용 정보도 기재하게 돼 있다. 수율 정보 요구도 치명적이다. 수율은 반도체 경쟁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원가 정보 수준의 기밀로 관리된다.
국방부 등 국가안보기관에 생산 시설 접근권도 제공해야 한다. 생산 효율성과 수율을 좌우하는 공장 내 설비 배치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
의견서에 민감 정보를 언급한 건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가 유일하다. 다른 주체들이 비공개 문서 등 통로로 의견을 제시했을 수는 있으나, 공개 의견서에 직접 언급한 건 KISA뿐이다. KSIA는 “상무부가 실사 또는 정보 요청 과정에서 기업의 기술이나 기밀 정보를 요청하지 않도록 해달라”면서 “신청 과정에서 반도체 기업의 민감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은 신청 의욕을 떨어뜨리고 보조금 지원 목적을 훼손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 정보와 관련한 기밀유지협약(NDA) 체결도 요청했다. KSIA는 “수율과 판매 가격 등 기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상무부와 기업 간 NDA 등 정보 보호 조치를 수립할 것을 요청한다”며 “의도했든 아니든 기업의 민감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업의 의욕을 꺾고 반도체법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민감 정보 제출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이종환 교수는 “수율에는 기업의 많은 정보가 담긴 최고 수준의 정보”라며 “가령 새 공정에 대한 실력이 드러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호 교수는 “미국이 강력한 패권을 내세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우 민감한 기술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데, 최소한의 정보만 제출해 타격을 입지 않는 수준에서 세무 항목이 조율되도록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정보가 미국 정부를 통해 다른 기업에 넘어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민감 정보를 토대로 한 미국의 정책이 한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재희 교수는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 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는 것 같다”며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외국 기업의 민감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민감 정보 요청이 보조금 집행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각종 정보와 실사가 기술을 보기 위한 건지, 다른 의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미국 정부는 민감 정보가 다른 사기업에 안 들어가게 하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과 실제 유출 사례가 발생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심각한 사안인데, 정부 대응은 좀 미약하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 세부 지침에서 제시한 ‘예상 수익’ 자료 예시. ⓒ미국 상무부
미국 일변도 “위험하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중요 정보 인프라 기업에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한 가운데, 미국은 한국 기업을 향해 중국 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자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할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은 1년 유예 조치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유예가 연장되지 않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미국 반도체법상 가드레일 세부 규정도 대중 수출 제재의 일환이다. 미국 상무부는 가드레일 세부 규정을 공개하면서 “반도체에 대한 한도를 규정함으로써, 수출 통제와 반도체법상 가드레일 조항 사이에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응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종환 교수는 “큰 그림에서 전략적인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며 “미중 모두 고려하는 태도가 국익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참에 중국을 버리고 미국에 적극 동조하자는 목소리는 위험한 발상인 것 같다”며 “중국을 배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버리기에는 비중이 너무 크다”며 “중국이 반발하면 수출을 어떻게 할 거냐. 한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가 미국에 무게를 두는 게 아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정세를 고려하더라도, 정부 기조가 너무 급격하게 미국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게 이 교수 지적이다. 그는 “지금 정부는 미국에 많이 쏠려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리 준비해 중국 시설에 대한 증설을 줄이고 다른 나라로 대체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건 괜찮겠으나, 당장 중국을 배제하는 건 손해가 크다”고 경고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금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잃으면 시스템 반도체로 전환이 더뎌질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위시한 기술 발전으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 현재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와 시스템 비중은 4 : 6 수준이다. 격차는 점차 벌어질 전망이다.
이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줄고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한국은 점점 축소된다”며 “안정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에서 돈을 벌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는 전략 방향인데, 그게 뜻대로 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국면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운명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급격히 몰락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몰락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제법 되다 보니 그저 반복되는 이야기로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프간에서 미군이 야반도주하듯 철수했을 때, 우리는 미국의 몰락을 나타내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상징적인 사건,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패권 몰락의 이런 징후가 나타나는 시간 간격이 무척 좁아졌습니다.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패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정세에서 매우 특징적인 지점입니다.
2. 급격한 다극화의 물살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며 세계가 급격히 다극화의 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북·중·러의 부상이 미국이 가졌던 패권국의 지위를 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관련한 현상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1) 미국 군사 패권의 몰락과 북한
미국의 몰락은 군사적으로 함부로 나대지 못하는 데서 드러납니다.
군사력을 바탕으로 깡패짓을 서슴지 않던 미국이 북·중·러와의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북한 앞에서는 약한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지난 3월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 때 보인 모습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직전까지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각종 도발적인 훈련을 연일 벌이다가 막상 ‘자유의 방패’는 소위 ‘로우키’로 진행하였습니다. 훈련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반면 북한은 연일 강하게 몰아붙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3월 18일, 19일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 3월 21일~23일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에 대한 시험, 3월 22일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 3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 사업 지도 등이 있었습니다. 작년 9월 북한이 핵무력법을 채택한 뒤 한·미의 군사행동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이번에도 이어졌고, 북한의 군사행동은 한·미, 미·일의 군사행동에 정확히 타격을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장면이 펼쳐진 것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지난 3월 28일 부산항에 들어온 미 니미츠 항모강습단의 크리스토퍼 스위니 단장은 “(대북 대응에)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가 효과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그러기를 바란다. 그 질문의 답은 북한에 달려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우리는 스위니 단장의 이 말에서 미군의 무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 움직임과 관련한 대응을 봐도 미국은 무기력해 보입니다. 지난 5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아래 위성준비위)를 현지지도하고 위성준비위의 차후 행동 계획을 승인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좀 웃깁니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며 “우린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많은 도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뒤이어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떻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그 바로 뒤에 대화를 추구한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은 미국의 무력함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2) 달러 패권의 몰락
미국의 몰락은 달러 패권이 약해지는 데서도 드러납니다.
지난 4월 중국과 러시아는 두 나라 사이에 발생하는 원유 등 에너지 거래에서 위안화 내지 루블화를 사용하기로 공식 합의했습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도 연이어 중국과의 거래에서 자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반(反) 달러 패권’ 연대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지난 3월 중국의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달러화를 추월하였습니다. 국제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은 여전히 3% 수준에 불과하지만, 달러 비중은 지난 20여 년간 감소해 왔고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것을 감안할 때 ‘달러 패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미국 패권의 두 축, 군사 패권, 달려 패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중국의 부상
다극화 현상 중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부상하면서 나타난 몇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3월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비공개 회담을 열고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습니다. 4월 6일에는 양국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에서 만났습니다. 후속 회담까지 성사한 겁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국제 관계에서 누군가를 중재하는 이런 역할은 미국이 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이걸 중국이 한 겁니다. 그것도 얼마 전까지 상상하기 힘들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개선을 중재하는 역할을 말입니다. 놀랍습니다.
중남미 온두라스가 지난 3월 26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었습니다. 이날 온두라스 외무부는 성명을 발표하고 “온두라스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재를 인정한다”며 “중국 정부는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독일의 숄츠 총리가 중국을 찾았고 올해 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유럽연합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직접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만났습니다.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총리도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만나 중국과의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19일 시진핑 주석의 주재 아래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이 첫 정상회의가 열린 것도 중국의 부상을 알리는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운명공동체’라는 표어가 가장 큰 공감을 샀다고 합니다.
이렇듯 중국이 국제 관계에서 자기 위상을 드높이며 중국을 포위하고 고립·압박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파탄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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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일들은 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패권 몰락의 징후가 나타나는 시간 간격이 좁아졌다는 것이고, 세계가 그만큼 급격히 다극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입니다.
3. 변화하는 세계질서의 특징은 자주와 민주
1) 자주의 흐름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튀르키예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14일 치러진 튀르키예 대선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탈미 독자 노선이 미국으로 하여금 튀르키예 대선 결과를 노심초사하며 바라보게 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러시아 석유를 수입하고 루블화 결제를 확대하는 등 실리를 추구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또 쿠르드족 테러리스트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등 미국을 일방적으로 추종하지 않는 노선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래서 ‘실리 외교의 끝판왕’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 과정에 “바이든은 (야권에) 에르도안을 타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렇다면 내일 투표로 바이든에게 답해줘야 한다”라고 말하는 등 반미적 태도를 거침없이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당선된다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나토 결속, 중동 전략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인도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기존에 친미 국가로 분류되던 인도는 미국의 대러 제재 압박에 굴하지 않고 국익 중심의 외교 노선을 펼치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한 다음 정제해 유럽 등지에 되팔고 있는 것인데요. 그래서 서방의 대러 제재에 큰 구멍이 나고 있습니다.
양도 엄청나서 지난 4월 인도가 유럽에 수출한 정제유 물량은 지난달 하루 36만 5,000배럴로, 사우디가 수출한 물량(일 34만 4,700배럴)을 넘어섰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과 인도 사이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러 제재를 기획 실행하는 책임자인 달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지난 3월 31일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제재를 피하거나 메꾸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나라들에는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가 곤욕을 치른 것입니다. 인도의 한 관리는 “그런 말은 외교에서 결코 사용되지 않는다. 놀라울 뿐”이라고 반발했고, 백악관은 “러시아 석유를 수입할지는 인도 등 각 나라들의 결정”이라며 인도에 대한 경고는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속국’ 발언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4월 초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는데요. 그는 귀국길에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프랑스 경제 매체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대만 갈등에서 미국을 추종하지 말아야” 하며 “유럽이 전략적 독자성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네덜란드를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맹이 된다는 것이 속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할 권리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프랑스의 이런 행보를 독자 행보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G7에 속하는 나라인 프랑스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무척 놀랍습니다.
2) 민주의 흐름
지난해 10월 30일 브라질 대선에서 초접전 끝에 룰라 대통령이 당선되었습니다. 룰라 대통령이 미국의 간섭을 뚫고 복귀에 성공한 것입니다. 룰라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소위 ‘세차작전’으로 불리는 친미 우파 세력의 정치 탄압에 의해 구속돼 580일간 옥살이를 하다가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로 석방되었고, 이번에 브라질 최초의 3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적폐 세력의 농간으로 옥살이까지 하였지만, 민중들이 다시 대통령으로 추대한 것입니다.
지난 4월 룰라 대통령이 방중했는데, 여기에서 보인 두 가지 행보가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달러가 지배하는 세계 무역 질서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룰라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이 달러 패권을 휘두르며 형성한 독점적 지배 질서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화웨이 혁신센터를 방문한 것입니다. 이 방문은 미국의 화웨이 탄압에 맞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 다 미국이 국제 관계에서 패권적 지위를 활용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행태를 보이는 데 대한 반발의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더해 룰라 대통령의 당선으로 남미에서 ‘핑크타이드’가 완성된 것도 주목됩니다. 민중들의 적극적인 진출로 남미 나라들에서 친미 신자유주의 우파 세력을 몰아내고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화해에 이르렀다는 이야기했습니다. 사우디-이란 협정문은 이전 시기처럼 영어로 작성되지 않고 사우디, 이란, 중국 3개 국어로 각각 작성되었습니다. 이것은 세계질서가 다극화로 가면서 각국이 서로를 인정하는 민주적 질서가 확산하는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동에서도 민주의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와 이란이 화해하면서 이 여파로 그동안 분쟁 중이던 많은 나라들 안에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했습니다. 예멘 내전의 평화적 해결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내부 분쟁도 중재에 들어갔습니다. 중동 전체에 단결의 분위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세계가 다극화로 가면서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결과입니다.
4. 정반대로 가는 윤석열
윤석열 정권은 자주와 민주를 지향하는 세계적 흐름과 대세에 정확히 역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자주를 버리고 미국의 패권 정책에 일방적으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반북대결·전쟁 정권, 사대굴종·외교 참사 정권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권 국가로서의 자존심도 국익도 안중에 없습니다.
북·중·러를 동시에 적으로 돌려버려서 보는 피해가 엄청납니다. 전쟁 위기에 국민 불안이 큽니다. 대화와 협력에 따른 평화, 통일이 아니라, ‘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하면서 남북관계를 최악의 파탄 상황, 전쟁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도 군사적으로 적과 다름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세계적 추세는 공존·공리·공영인데 미국만 추종해 대중국 포위망을 형성하는 데 뛰어들었습니다. 외교 참사이자 경제 참사입니다. 한국은 지금 역대급 무역적자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습니다. 중국이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변했고 그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가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대러시아 교역도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윤석열은 또한 민주로 나아가는 세계적 흐름에도 정확히 역행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은 우리 국민이 피 흘리며 쟁취한 초보적인 민주주의 기본질서마저 뒤로 돌리고 있습니다. 역사적 퇴행이 심각합니다. 역대 독재정권이 행한 모든 악행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정권은 고 양회동 열사의 분신을 다른 동료가 방관하였다느니, 유서를 대필하였다느니 하면서 열사의 죽음을 모독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보인 작태 그대로입니다.
5. 시대를 선도하는 자주 민주의 촛불
지금 광장에서 타오르는 촛불은 전투력, 결속력이 최강입니다. 경찰은 집회 방해 행위와 탄압으로 일관하고, 언론은 촛불집회 소식을 한 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국힘당은 촛불을 적대시하고, 일부는 배타적으로 대하기도 했습니다. 기타 촛불을 흔드는 여러 움직임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활활 타올랐습니다.
그리고 자주와 민주로 나아가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시대를 선도하는 우리의 촛불입니다.
우리 국민은 윤석열의 굴종 외교에 분노해, 반일·반미 사안에 호응해 자주의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자주에 열렬한 국민의 지향을 ‘자주독립’ 네 글자가 새겨진 단지기의 인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민주에 열렬합니다.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 항거해 나선 우리 촛불 국민들은 노동, 민생, 사법, 교육 등 온갖 사회 현안들까지 포괄하여 민주주의 차원에서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탄압으로 정권의 위기를 돌파할 결심인가 봅니다. 공안사건 조작을 이어 나가고 민주노총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경찰은 6년 만에 집회를 강제 해산하는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윤석열의 탄압에 맞서 더 크게 뭉쳐 더 큰 힘을 발휘해 윤석열을 끌어내립시다. 윤석열이 바이든에게 받아온 개 목줄은 미국과 윤석열이 함께 몰락할 것을 나타내는 상징물과도 같습니다. 윤석열을 한시바삐 끌어내리고 자주·민주·평화통일의 새 시대로 힘차게 나아갑시다.
대통령 관저 이전 등 윤석열 정부의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천공이 경남 사천을 방문해 평소 자신이 하던 주장을 되풀이했다.
자신을 정법 연구가로 소개하면서 유튜버로 활동하는 천공이 사천시에 모습을 보인 건 지난 5월 25일이다. 그는 이날 오후 4시 무렵부터 2시간 가까이 사남면의 한 카페에서 즉석 강연을 진행했다. 참석자는 대체로 그를 스승으로 여기는 20여 명의 시민이었다.
그는 "자신이 무속인도 아니고 역술인도 아니"라고 소개하면서 "다만 대한민국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라 할 수 있는 노동‧교육‧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오늘날 우리나라 대통령의 역할론과 평화 통일 방안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강연 말미에서는 "한반도의 평화가 곧 인류의 평화"라며 "평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라"고 주장했다.
자리 만든 최상화 전 춘추관장, 총선 출마 가능성 높아
이날 천공의 강연 자리를 마련한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춘추관장을 지낸 최상화씨다. 그는 "개인적 친분이 있어 몇 차례 사천에 초대했는데, 시민들과 강연 형식의 만남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천에도 천공 스승의 정법 강의에 공감하는 이가 제법 있다"고 했다.
▲ 5월 25일 천공의 강연은 최상화 전 춘추관장(앞 맨 오른쪽) 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강연하는 천공.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언론의 쇄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개혁의 딸’(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들이 있다. 언론은 민주당이 변화하기 위해선 강성 지지층과 결별하고, 최근 논란을 일으킨 국회의원들에 대한 강경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의원총회를 열고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모았다. 다만 청년 정치인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지켜줘야 한다는 결의문은 채택되지 않았다. 친명계 의원들이 결의문 채택에 ‘신중론’을 제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 이재명 대표는 의원총회 후 SNS에 “청년 정치인들을 향한 폭력적 표현은 당과 공동체를 해치는 행위”라고 경고하는 등 강성 지지층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이를 두고 주요 종합일간지는 26일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과 결별하는 등 쇄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투자 논란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원조 친노까지 쓴소리...민주당 쇄신 더는 미뤄선 안돼>를 통해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의혹까지 민주당의 현재는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논한 노무현의 유산과 너무도 거리가 멀다. 강성 팬덤 역시 문 정부 시절 의원들에 대한 ‘문파’들의 인신공격과 문자폭탄이 원조격이다. 친명이든 비명이든 국민이 보기엔 거기서 거기란 얘기”라고 했다.
▲5월26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이유를 진영 전체가 깊이 자성해야 할 처지인 것”이라면서 “독재시대 민주주의를 쟁취한 그 민주당이 욕설과 저주, 협박성 문자테러로 다른 의견을 속박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척결해야만 재탄생의 출발점에 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당 지도부는 신망을 얻을 혁신기구를 속히 구성하고 획기적인 쇄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5월26일 한국일보 칼럼.
이준희 한국일보 고문은 칼럼 <쇄신의 핵심은 강성지지층 문제다>에서 “단언컨대 민주당 쇄신의 시작과 끝은 당을 휘어잡은 개딸 세력과의 분명한 거리두기”라며 “이 문제를 비껴가는 쇄신론은 의미 없다. 당내 개혁을 말하고 대표 체제에 불안감을 드러내면 문자폭탄 등을 통한 무자비한 언어폭력, 신상털이에 노출되고 ‘수박’으로 매도되는 판국”이라고 지적했다.
▲5월26일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는 5면 <野 ‘돈봉투 체포안’ 갈등… 친명 “부결” 비명 “후폭풍 어쩌려고”> 기사에서 이성만·윤관석 의원 검찰 체포동의안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일부 친명 의원들은 ‘두 의원의 혐의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부결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어 계파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했다.
▲5월26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민주당 쇄신, ‘강성 목소리’보다 ‘민심’ 먼저 따라야>에서 이원욱 의원의 강성 지지층 비판은 석불렀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위가 오랜 기간 방치된 건 사실이다. 지난해 8월 이 대표 체제 출범 뒤 때마다 비명계 의원을 겨냥한 좌표찍기, 문자폭탄, 악성댓글 등이 여러 번 문제가 됐다”고 했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최근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문자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은 문자테러를 한 사람이 당원이 아니라며 “외부세력의 이간질”이라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대의원제가 폐지되면 강성 지지층의 당내 영향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반 당원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 한겨레는 “대의원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제도는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현시점에서 대의원제를 폐지하면, 당내에서 강성 지지자들의 발언권이 자연스레 강화된다. 그들의 폭력적 집단행동이 문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된다. 그러니 ‘대의원제 폐지’는 쇄신보다는 친명계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다”고 했다.
▲5월26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 역시 사설 <민주당 혁신기구 서둘러 구성하고 ‘개딸’과도 결별하라>를 내고 “서둘러 쇄신작업에 착수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민주적 가치와 상식에서 벗어난다면 국민 지지를 얻기 어렵다. 민주당이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개딸’과의 결별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누리호 목표 궤도 안착… “우주산업 시대 열었다”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5일 오후 발사에 성공해 목표 궤도에 안착했다. 일간지들은 26일 1면에 누리호 발사 사진을 게재하고, 누리호 성공 의미를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1면 <위성 싣고 우주로 ‘K스페이스’ 열다> 기사에서 5월25일을 “한국이 우주산업에 뛰어들기 위한 ‘위대한 첫걸음’이자 진정한 ‘우주 독립의 날’”이라고 표현했다.
▲5월26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 <국산 기술로 ‘우주산업 시대’ 열었다>에서 “누리호가 위성을 예정된 지구 궤도에 정확히 올리는 수송 능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한국도 우주 강국의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했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이나 유럽의 아리안 로켓처럼 다른 위성을 싣고 발사하는 우주화물선 역할을 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5월26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진짜 위성’ 궤도 올린 누리호… 韓 우주산업화 시대 열렸다>를 통해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누리호의 3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 우주산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우주산업의 주체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아일보는 “누리호의 실전 역량과 신뢰성이 입증됨에 따라 우주 개발 속도와 상업발사 일정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두 국가들과 기술 격차가 크고,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와 기업의 장기적이고 전폭적인 투자,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시도가 멈춤 없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입장,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엇갈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안하고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했다. 재계 및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파업 등이 일상화 될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
▲5월26일 한겨레 12면.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일간지들의 보도도 엇갈렸다. 한겨레·경향신문 등은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보수경제지들은 노란봉투법의 부정적 영향을 역설한 기사를 지면에 게재했다. 한겨레는 12면 <“수백억 손배, 노동자 죽음 내몰아…노랑봉투법은 거부할 수 없는 법안”> 기사에서 하청·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겨레는 사설 <도 넘는 ‘반인권 발언’ 이충상 위원, 인권위원 자격 없다>에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인권위가 노란봉투법 처리 의견을 낼 때 혼자 반대 의견을 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5월26일 경향신문 5면.
경향신문은 5면 <노란봉투법·집시법 대결 영역으로…기본권 역주행하는 ‘법치 정부’>에서 “정부·여당은 25일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앞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수순에 들어갔다”며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핵심 기조를 ‘노조 압박’에 두면서 예견된 충돌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조를 ‘부패집단’으로 규정하고 기업의 ‘자유’ 확대를 강조해왔다. 노동계, 야당과의 소통이 실종되며 노동 이슈는 완충지대 없는 대결 정국의 중심에 섰다”고 분석했다.
▲5월26일 이데일리 사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경제면을 통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노란봉투법을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데일리는 사설 <불법집회 엄정대응 어깃장 놓고 불법파업 부추긴 野>를 내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사실상 불법을 용인하는 이 법안이야말로 반민주적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계와 법조계의 비판이 거세다. 불법집회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는 어깃장을 놓고 오히려 나라를 불법파업공화국으로 몰아넣는 노조 맞춤형 법안 통과에 매몰된 최근의 모습을 보면 민주당은 불법을 비호하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노동절 양회동 열사의 분신 이후, 투쟁의 앞자리에 선 단체는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민주노총, 그리고 ‘건설노조 탄압대응 100인 변호인단’이었다.
그러나 25일,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 출범으로 양회동 열사 투쟁은 사회 전체로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25일 오전 11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 ⓒ노동과세계
공동행동 참가 단체들은 △양회동 열사의 명예회복과 유족에 대한 사과 △건설노조 탄압중단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조선일보의 왜곡보도 중단 및 사과를 요구했다.
각 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건설노조탄압을 규탄하는 각계 발언이 이어졌다.
이장희 서울시국회의 상임대표는 먼저 윤석열 정부의 1년을 꼬집었다. 이 상임대표는 “윤 정부 1년간 굴욕외교와 사대외교를 통해 민주주의와 평화가 파괴되고 민생이 파괴되었다”며 “윤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잘못을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윤 정부가 노조때리기 정책을 펴는 동안 노동 빈곤층이 늘어났고, 경제위기는 심화되었다”면서 “그 피해는 사회 전체에 전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조선일보 보도 행태를 규탄했다. “양회동 열사 분신 25일째인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라”며 “조선일보를 앞세운 수구 언론들은 ‘분신방조’, ‘유서대필’ 운운하며 현장 취재도 없이 열사와 유족, 동료들에게 2차 가해를 일삼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최근까지도 노조가 없는 건설현장에선 다단계 불법하도급과 오야지, 십장의 중간 착취가 판을 쳤다”며 “불법이 만연했던 건설현장을 바꿔 온 것이 건설노조”라 강조했다. “거대 건설자본과 권력 집단은 이윤 획득 기회가 축소될 것을 우려해 건설현장을 변화시킨 건설노조를 상대로 대 역공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25일 오전 11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근 정부 여당이 건설노조 집회를 겨냥해 ‘불법시위 전력이 있거나 공공안녕을 위협하는 집회시위’를 규제하겠다고 밝힌 사태도 규탄 대상이 되었다.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목사는 “집회 시위 자유는 헌법적 권리인데, 윤 정부는 법률가 출신임에도 불법 탄압을 자행 중”이라 꼬집었다.
박 목사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시행되었으나 건설부문 산업재해 사망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부문이 바로 건설쪽”이라 강조했다.
이어 박 목사는 “건설노조 활동이야말로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 강조하며 “생명을 중히 여기는 종교계로서 건설노조 탄압에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윤석열 정권이 노동자들에게 저지른 만행이 시민 모두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본권을 말살하는 정권에 시민사회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양회동 열사 투쟁 공동행동에 시민 일원으로서 참여코자 한다”고 밝혔다.
▲ 건설노동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탄압 중단 및 수사대상 1000명 인권선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범식에 참석한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렇게 수많은 시민사회, 종교, 문화 단체에서 열사 명예회복과 건설노조 탄압중단에 나서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지금 이 시각,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1천 여명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중”이라고 알리며 “앞으로 정권에 맞서 어떻게 싸워나갈 것인지 각 단체들과 함께 논의해갈 것”이라 말했다.
공동행동 측은 "양회동 열사 투쟁은 건설노조만의 투쟁이 아니라 시민ꞏ국민의 투쟁"이라며 "윤석열은 국민과 싸우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공동행동은 매주 수요일, 토요일 서울 도심 촛불집회를 열고, 6월 10일엔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촛불을 열 예정이다.
양회동 열사 투쟁에 참여하는 사회 각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양회동 열사투쟁 공동행동’ 결합 단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양회동열사 공동행동 결성 기자회견문
양회동 열사가 우리곁을 떠난지 24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양회동 열사의 죽음의 원인이 되었던 건설노조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 언론은 양회동 열사의 죽음을 두고 온갖 왜곡과 거짓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열사와 그 유가족들을 모함하고 2차 3차 가해를 거침없이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건설노조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과 열사와 유족들에 대한 모독과 공격을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건설노동자와 함께 진실과 정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행동하고 실천할 것이며 싸울 것이다. 오늘 이런 우리들의 의지와 결의를 담아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 단체 공동행동&을 출범한다.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다. 탄압을 멈춰라!
윤석열 정권은 건설노조의 노조활동을 불법이고, 노동권 쟁취 투쟁을&공갈.협박&이라고 주장하며 탄압하고 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건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건설노조와 건설노동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이는, 명백한 민주주의의 파괴이며 인권침해이다. 뿐만 아니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노사문제에 직접 개입하고 노동권을 부정하며 건설노조 탄압의 총괄 기획자를 자임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노조혐오, 건설노조 탄압은 &건설현장 특별단속 TF&를 통해서 더 가속화되고 있다. 검경이 합동작전을 펼치듯 압수수색을 남발하고, 경찰은 &특진&까지 걸면서 건설노동자 사냥을 거침없이 전개하고 있다.
건설노조의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요구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며, ILO에서도 한국정부에 촉구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우리는 가장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의 권리를 전면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지금 당장 건설노조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양회동열사와 유족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죄하라!
양회동열사의 분신과 죽음의 근본적 원인과 이유, 유족에 대한 위로의 메세지와 재발방지 대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노조의 투쟁을 두고,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라며, 자살방조의 의혹을 제기하며 허위사실을 증폭시켰다. 이는 정권이 양회동 열사와 유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모독하는 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와 거짓선동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노조간부가 양회동 열사 옆에 있었음에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열사의 유서를 위조 또는 대필&의혹까지 제기했다. 열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취재윤리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조선일보가 양회동 열사와 유족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
노동부 장관도 아닌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건설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사문제에 전면 개입하면서, 건설노조와 건설노동자 탄압의 총괄 기획자를 자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 SNS를 통해 온갖 모욕과 망발을 서심치 않고 있다. 전세사기로 수많은 세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러 있음에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방치하고 건설노조 탄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특진&을 내걸고 건설노동자 탄압을 일선 경찰에 주문하고 독려함으로써 대대적인 노동자 사냥을 총지휘하고 있다. 1천명이 넘어서는 소환조사와 건설노조 간부에 대한 무차별적으로 구속시킴으로써 헌법정신과 노동3권을 전면 부인하고 무력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직권남용과 노조파괴, 노동자 사냥을 지켜볼 수 없다. 지금당장 원희룡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파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제대로 된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어말하기’ ⓒ민중의소리
25일 오후 2시. 국회 정문 앞 ‘제대로 된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위한 농성장’에선 특별법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약 1시간여 정도 앞두고 제대로 된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어말하기’가 한창이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이어말하기는 뜨거운 땡볕 아래 이 시간까지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의 손엔 전날 발생한 다섯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를 위한 하얀 국화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분위기는 침울했다. 농성장 한편에는 희망을 잃은 듯 넋을 놓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였다. 본인이 양천구에서 오피스텔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밝힌 한 피해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정부와 국회가 합의한 반쪽짜리 특별법이 오늘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걸 알지만, 정말 뭐라도 잡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어제도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 정부와 국회가 특별법으로 그분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줬더라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의 특별법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자들의 작은 희망마저 빼앗아 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여기서 죽어 문제가 해결될 수만 있다면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라고 울먹였다.
국회 본회의 시작을 20분가량 앞두고 이어말하기 마지막 주자로 마이크를 잡은 김주호 피해자 전국대책위 실무지원 활동가는 “잠시 후에 국회에서 특별법이 처리된다고 한다. 근데 피해자들과 저희 시민사회는 그 특별법을 막을 수 없다. 분명 그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우리가 이 법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반드시 추가 입법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특별법 테두리에 들어가지 못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6회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피해자 목소리 빠진 ‘전세사기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 피해자대책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두렵다”
6시간에 걸친 ‘이어 말하기’가 무색하게 이날 국회는 본회의 시작 20여분만에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안은 지난 22일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된 그대로다. 피해 인정 대상 폭이 다소 넓어지고 일부 지원 방안이 추가되긴 했지만,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빠졌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보증금의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선보상 후회수’ 방안을 도입을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보상 후회수’ 방안은 공공기관이 피해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해 먼저 보상해 주고, 이후 경·공매 등을 통해 매입비용을 회수하자는 내용이었다.
또 최우선 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지원대상 확대’ 방안도 요청했지만 특별법에선 제외됐다. 최우선 변제금이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매·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우선 배당받을 수 있는 돈이다.
통과된 특별법은 보증금 회수와 관련해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빠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최우선 변제금만큼의 돈을 최장 2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별법 적용 대상 요건은 소폭 확대됐다. 근린생활시설, 불법건축물, 이중계약, 신탁사기 등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입주 전 사기(이중계약으로 주택 미점유 포함)’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또 4억5천만원 이하로 제한했던 특별법 적용대상 요건의 보증금 규모는 5억원 이하로 확대된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통과된 특별법안에 반발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은 특별법 본회의 통과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몇 가지 대책을 소극적으로 채택한 뒤 선구제 후회수를 비롯한 핵심대책은 완전히 외면했고, 국회는 합의라는 이름으로 이를 용인했다”면서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한 지금, 우리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두렵다. 특별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피해자들의 고통이 눈앞에 선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의 편의와 임의에 따라 복잡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만들어지면 특별법의 실효성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며 “추가 조치 및 특별법 개정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향후에도 이를 감시하는 한편, 조속한 추가 행정조치와 특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는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재발방지를 노력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시 보람초등학교 6학년 바른반 22명의 학생이 25일 세종시교육청에서 열린 조천현 작가의 '압록강 아이들 사진전'을 관람하고 작가와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소가 좀 말랐네."
강가에서 빨래하는 엄마들 뒤에서 한가롭게 풀 뜯어먹고 있는 소가 신기했나보다. 한 아이가 여윈 소를 지목하자 또 다른 아이가 아까 돼지도 그랬다고 맞장구를 친다. 마치 말잇기 경기라도 벌어진 듯 그때까지 조용하던 아이들이 사진 위에 질문지를 붙인다. "이 소는 지금 뭐하는거에요."
궁금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했지만 초반엔 과묵했던(?) 아이들에게 당황했던 작가는 모처럼 나온 질문이 오히려 당혹스럽다.
"네. 여기 소가 풀뜯고 있어요." 와하하. 웃음이 터진다.
이어지는 작가의 말. "북에서는 일소라고 하는데 기계가 올라가기 어려운 곳에서 밭도 갈고, 논도 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소를 몰고 나온 이 친구는 일은 하지 않고 같이 온 제 친구들하고 땡땡이 치면서 놀고 있어요."
조천현 작가가 '압록강 아이들'을 만나러 온 세종시 아이들에게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22일부터 세종특별자치시 교육청 로비에서 시작한 조천현 작가의 '압록강 아이들' 사진전시회.
제 11회 통일교육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전시회에 25일 오전 반가운 관람객들이 왔다.
세종시 보람초등학교 6학년 바른반 22명의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선생님과 함께 이런 곳에 왔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게 이로운지도 어지간히 알만한 나이겠다.
물놀이도 워터파크에 가서 하는 도시의 아이들이니 책에서나 들어봤을 압록강, 거기서 생활하는 북녘의 친구들을 만나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궁금하다.
상품이 걸려있는 4행시짓기에 먼저 집중하는 아이들. 이내 '압록강 아이들' 사진에 관심을 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올해 통일교육주간 주제인 '자유로운 상상, 평화통일 바람'에서 가져온 '자유상상' 4자성어 짓기 부스에는 상품도 걸려있으니 관심은 단박에 여기에 쏠린다.
포스트잇 붙이는 숙제부터 집중하는 아이들 앞에서 작가는 사진속 압록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소몰고 나와서는 그 강에 풍덩, 자맥질하는 북녘의 친구들은 동무들과 굉장히 재밌게 논다고 열심히 설명하지만 그닥 관심을 보이지 않아 진땀을 뺀다.
압록강 상류 어딘가, 상판은 사라지고 콘크리트 기둥만 남은 곳에서 낚시질하는 어른 옆에 팬티바람으로 엎드려 누워있는 아이들이 있다.
"여기는 원래 뗏목을 '유발'(몰이)할 때 만든 다리가 있던 곳이에요. 아이들은 왜 여기 이렇게 엎드려 누워 있을까요. 따뜻하기 때문이에요. 상류의 물은 엄청 차갑거든요. 물놀이하다 추우니까 햇볕에 달궈진 이곳에 배를 붙이고 몸을 녹이는 거죠."
질문은 "그런데 저기 물고기 많이 잡혀요?"
허를 찌르는 엉뚱한 질문에 또 당황한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지....어...잘 모르겠어요."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는 다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 준다.
"물살이 세니까 물고기가 잘 잡히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물이 아주 맑아서 상류쪽에는 산천어도 있어요. 고기잡이는 대나무 낚시대로도 하고 그물로도 잡아요. 친구들끼리 가서 '천렵'이라고 있잖아요. 놀때는 같이 노는데 잡은 물고기를 끓여먹을때는 따로 따로 먹어요."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물속으로 처박히듯 잠수하는 자맥질이 재밌어 보였나 보다. 포스트잇이 제일 많이 붙어있다.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사진을 감상하던 아이들은 작가의 설명에 점점 집중하고 '광주리같은 데 말리고 있는 저건 뭐냐', '저 집은 기와집도 아닌 것 같은데 뭐라고 하나' 등등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저건 옥수수인데, 북에서는 강냉이라고 해요. 뒤에는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옥수수를 구워주고 있는 사진이구요. 지붕이 다른 저 집은 너와집이라고 하는데 나무껍질을 겹겹이 쌓은 겁니다. 초가집과 달리 쥐가 들어오지도 않고 잘 썩지도 않는다고 하네요."
설명은 이어지지만 아이들이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30여분에 걸친 전시 관람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한 뒤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 마지막 질문은 예리했다.
"이 사진은 어디서 찍었나요. 잠은 어디서 자나요."
'압록강 아이들' 사진을 관람하는 보람초 아이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천현 작가가 아이들에게 열심히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을 찍은 조천현 작가는 1997년부터 최근까지 근 25년동안 조중접경을 다니며 우리 민족의 생활을 주제로 사진과 영상을 찍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통일뉴스]에서 출판한 사진집 『압록강 건너 사람들』, 보리출판사가 찍어낸 사진이야기책 『압록강 아이들』 등에 수록된 사진 100여점을 추린 후 봄, 여름, 가울, 겨울 계절별로 구분하여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곽재구 시인은 『압록강 아이들』의 추천사에 "중강진의 아이들이 부산의 아이들을 찾아와 함께 밥먹고 축구하고, 목포의 아이들이 열차를 타고 혜산의 아이들을 찾아와 함께 수영하고 동화책을 읽는 시간들을 우리가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큰 생의 죄가 있겠는지요." 라고 썼다.
▲ 지난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실무 만찬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했다. ⓒ 일본 외무성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 식탁에 '후쿠시마산' 사케가 올랐다. 또한 취재를 위해 모인 세계 각국 기자들에게도 후쿠시마산 사케와 후쿠시마산 복숭아 주스 등 가공식품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유명인들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른바 '먹어서 응원하자'를 외친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도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선수촌 식당에 제공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의 부흥을 외치며 후쿠시마 핵사고를 완벽하게 수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현실은 어떨까? 후쿠시마산 식품들은 정말 안전할까?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품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방사성 물질 검출 결과는 일본산 농수축산물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2019년부터 매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전년도 농수축산물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 자료를 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2년에 총 3만 6155건의 농수축산 식품을 대상으로 방사성 물질 세슘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발표했다.
▲ 2018~2022년 일본산 식품 방사성 물질 검출률 증가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사고를 수습했다고 주장하면서 식품의 방사능 검사를 점차 줄이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식품에서의 검출률은 오히려 늘고 있다.
식품별 방사성 물질 검사결과를 보면 농산물에서는 2022년 세슘 21.1%의 검출률을 보이고 있다. 2020년 16.7%, 2021년 18.7%에 이어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수산물 5.3%, 축산물 2.6%, 야생육 29.0%, 가공식품 6.3%, 유제품 0.3%에서 세슘이 검출되었다.
후쿠시마현의 경우 복숭아는 전국 2위, 배는 전국 4위의 생산량을 자랑할 만큼 과일의 왕국이었다. G7 취재기자단에게 후쿠시마산 복숭아주스를 대접하는 일은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복숭아주스가 방사능에서 안전하냐는 질문엔 답을 할 수가 없다.
일본 정부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
매년 일본산 식품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지만, 후생노동성의 검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 검사를 진행할 때 검출한계치가 10베크렐, 25베크렐 등 제각각인 검사 기계를 사용하고 있어 정확도를 장담할 수 없다('검출한계치'는 방사성물질 검출 가능한 최소값을 의미하며 검출한계치 미만 값은 측정불가).
또한 시료 선정에 대한 기준도 없고 품목과 검사 수량도 제각각이다. 후쿠시마산 과일의 경우에는 검사 결과가 거의 없어 안전 여부 자체를 판단할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가장 우려되는 수산물의 경우 2022년 검출률은 5.3%였다. 2022년 1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300Bq/kg, 1400Bq/kg의 세슘이 검출되었던 이력이 있고, 지난 2월에는 후쿠시마 어협이 잡은 농어에서 85.5Bq/kg이 검출되어 출하가 정지되었다. 일본 정부가 바라는 것처럼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오염이 안정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 일본 농어의 방사능 검사결과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에서의 세슘 검출보다 인근 현 수산물에서의 세슘 검출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2022년 후생노동성의 자료 중 농어의 세슘 검사만 보면 241건의 농어를 검사하고 116건에서 세슘이 검출되었으나, 후쿠시마산 농어에서는 검출 건수가 한 건도 없다다. 농어뿐 아니라 해수어 검사 전체에서 후쿠시마산 해수어의 검출률이 0%이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를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강과 하천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고, 통제하지 못하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지하수 중 일부가 여전히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현과 그 외 지역의 방사능 검사 결과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후쿠시마 앞바다의 방사성 오염이 사고 초기보다 안정되었다고는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흘러들고 있는 가운데 후쿠시마산 해수어에서만 세슘이 검출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 역시 이에 대한 해답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방사성 물질 오염 식품을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는 유지되어야 한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지역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검출률이 5.83%로 수입 허용 지역 0.83%보다 약 7배 높게 나와 여전히 수입금지 지역의 세슘 검출률이 높았다.
후쿠시마 핵사고를 진정으로 책임지려면
▲ 2011년 5월 21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후쿠시마 이재민 피난소인 아즈마 종합운동공원내 실내체육관앞에서 간 나오토 일본 총리, 원자바오 중국 주석과 함께 오이, 체리 등 현지 생산 농산물을 시식하고 있다. 이날 시식 행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일본산 농산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마려된 이벤트이다. ⓒ 청와대
일본 정부의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벌어지고 한 달여 뒤부터 시작됐다. '먹어서 응원하자'는 후쿠시마현 등 동일본 재해지역의 식품을 적극적으로 먹어서 지역 경제의 부흥을 꾀하자는 운동이다. 일본 정부는 유명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동원해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한 전방위적 홍보에 나서왔으나, 우리나라 등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했다.
특히 먹어서 응원하자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백혈병과 유방암에 걸린 사람도 있어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되었는데, 병에 걸린 것과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먹은 것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 해도, 두가지 사실을 완전히 분리해 생각하기는 어렵다.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지난해 9~10월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이 전국의 15~79세 남녀를 대상으로 방문 조사(응답자 1200명)를 실시해 4월 초에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염수의 바다 방류 이후 일본 소비자가 후쿠시마현 등의 농·수산물 구입을 주저할 것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34.5%)가 '그렇지 않다'(10.8%)보다 3배가량 높았다. '다른 나라가 일본산 농림수산물 수입을 주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38.3%)가 '그렇지 않다'(4.2%)보다 높게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이런 부정적 여론을 최대한 불식시켜 오염수 해양 투기도 추진하고 후쿠시마 핵사고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기에 '먹어서 응원하기'를 포기할 수 없어 보인다.
후쿠시마를 비롯한 동일본 재해지에서 생산되는 방사능 오염 식품에 대해 원전 사고 당사국으로써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웃나라에게까지 후쿠시마산 식품을 먹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를 앞두고 방사성 오염수가 제대로 관리되는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1일 한국 정부 시찰단이 파견되었다. 그런데 시찰단이 도착하자마자 일본 정부가 요구한 것은 현재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해 주길 원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는 굉장히 무례할 뿐아니라 우리나라 검역주권을 무시하는 행태로 결코 들어줄 수 없는 요구사항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사고를 수습한 척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먹어서 응원하기'나 '오염수 해양 투기' 같은 모든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핵사고의 피해 사항과 식품에서의 방사성 물질 검출을 인정하고 식품의 방사성 물질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방사성 오염 식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것이 후쿠시마 핵사고를 진정으로 책임지는 일이다.
[미디어스=탁종열 칼럼] ‘건폭몰이’를 통해 건설노조 고 양회동 지대장을 죽음으로 내몬 보수신문이 반성과 사과는커녕, 반헌법적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반노동 정치를 부추기며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법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라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날 보수신문의 기사와 사설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되뇐 것에 불과하다.
조선일보 5월 23일 자 사설
조선일보는 23일 사설 <입법 직무유기로 '24시간 불법 시위 천국' 만든 국회>에서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는 국민의힘에 힘을 보탰다. 조선일보는 “불법 시위대를 검거하는 과정에선 시위자들의 저항으로 물리적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문 정부는 이를 죄악시하며 과거 사건들까지 파헤쳐 경찰에 법적 책임을 물었다”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故백남기씨 사망사건’을 적법하게 시위를 진압한 경찰에 책임을 물은 대표적 사례라고 적시했다.
국민일보도 23일 사설 <"국민 불편 해소" 심야 집회‧시위 금지법 추진하는 與>에서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집시법 개정안에 대해 “그간의 숱한 민노총의 집회가 불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뒷북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국민일보는 이 사설에서 “최근 건설노조의 불법집회는 공권력의 권위가 얼마나 땅에 떨어졌는지를 보여준다”며 “더 큰 문제는 건설노조원들의 이런 불법행위에 경찰이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데 있다”고 경찰의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서울신문도 같은 날 사설 <시민에게 고통 안기는 집회의 자유는 없다>에서 소음규제대책 정비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서울신문은 “특히 민노총처럼 법령을 우습게 아는 단체들에겐 마이동풍이라는 점에서 보다 엄정한 소음 규제안이 마련돼야겠다”며 국민의힘을 엄호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를 위반할 때는 엄중 처벌하는 관행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할 때마다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는 보수신문들이 경쟁하듯 앞다퉈 반헌법적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은 재벌의 이익을 위한 보수신문의 협잡을 통해 이뤄졌다. 이들 보수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위기를 겪을 때마다 ‘반노동 혐오 보도’로 윤 대통령의 반노동 정치를 부추겼다. 그리고 그 정점이 ‘건폭몰이’이다. 故양회동 지대장이 유서를 YTN기자에게 남기며 “제발 노조 탄압을 중단시켜 달라”고 호소한 이유다.
17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노동자, 서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 퇴진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8일 ‘시민 불편’ ‘혐오감’ 등을 거론하며 “건설노조처럼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는 금지‧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윤희근 경찰청장의 강경 대응 발언은 지난 15일 윤 청장이 주재한 지휘부 회의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은 21일 “경찰청은 건설노조의 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열린 화상회의에서 언행 유의와 적법 절차 준수 등 ‘안정적인 상황관리’를 주로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 경찰청장의 “불법행위 엄정 대응” 지시는 없었다고 한다. 불과 3일 만에 경찰청장의 입장이 돌변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경향신문은 그 배경으로 보수신문의 보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 집회 이후 언론에서 ‘공권력이 무너졌다’는 프레임으로 기사들이 나오지 않았냐”는 경찰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실제로 건설노조의 1박 2일 상경 집회 기간 조선일보와 경제신문 등 대부분의 보수신문은 ‘민폐집회’ ‘술판’ ‘노상방뇨’ ‘쓰레기 100t’ ‘노숙집회’ 등 자극적 단어를 사용하며 ‘노동 혐오 보도’를 쏟아냈다. 이틀 동안 보수신문이 전한 집회 분위기는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난장판’ 그 자체였다.
“술에 취해 돗자리에 누워서 자는 모습도 심상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노조원들이 거리에서 식사를 하고 담배를 피우며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거리에 배치된 쓰레기통에는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이다 못해 넘쳤고 집회 참가자들 주변에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와 맥주 캔이 눈에 띄었다”
“보행로 한가운데서 잠을 자는가 하면 집회와는 무관하게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전날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와 술들이 뒤섞여 분리수거도 되지 않은 채 묶여 있었다”
“근처에서 밤새 시위를 한 노조원들이 노상방뇨를 한 탓에 지린내도 났다”
“아침부터 지린내, 토 냄새, 쓰레기 냄새가 겹쳐서 고역이었다”
하지만 건설노조는 1박 2일 상경 투쟁을 기획하면서 보수신문의 ‘노조 혐오 보도’가 이어질 것을 예상하고 전 조합원에게 ‘상경 시 절대 음주 금지’ 지침을 내리고 야외 이동형 화장실 12개를 임대했으며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통해 주변 정리에 최선을 다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에서 기물을 파손하거나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법 위반은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인도, 공원을 점거한 채 소란을 피울 경우에 경범죄로 벌금을 부과하는 정도”라며 ‘차로를 점거하지 않은 노숙’은 처벌이 어렵다는 경찰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행사에서 발생하는 일부의 문제를 지적할 수는 있으나, 과장하고 확대해 집회 그 자체를 ‘불법 행위’로 규정하는 언론보도는 기본적인 취재 윤리에서도 벗어난 ‘선동’일 뿐이다.
보수신문은 ‘혐오 보도’에 그치지 않고 사설을 통해 경찰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주요신문 ‘건설노조 1박2일 상경 집회’ 관련 보도 제목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
경향신문은 23일 사설 <야간 집회 옥죄려는 당정, 헌법적 권리 후퇴 안 된다>에서 헌법재판소 판단을 거론하며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 시간대의 옥외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에 걸쳐 집회‧시위를 금지하면서 집회의 자유를 사실상 박탈했다는 취지였다.
한겨레도 사설 <야간집회 제한하겠다는 여권의 위험한 폭주>에서 “여권의 움직임은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며 “면책조항을 만들어 사실상 묻지 않겠다는 것은 자칫 ‘과잉진압 면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한국일보는 사설 <여당 야간집회 금지 입법 추진…헌법적 권리 제한 신중해야>에서 “불편사항에 대해선 범칙금 부과 등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고, 집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면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는 헌법적 권리인 만큼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겨레 <[세상읽기]노동의 모욕과 존엄에 대하여>에서 “대통령, 여당, 정부 부처, 검경, 법원, 언론을 망라하는 포괄적 지배동맹이 노동자들의 조직과 단결을 공격하고 있다”고 썼다. 신진욱 교수는 “특히 언론은 이 모든 행위를 고무, 정당화하고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해주는 핵심적 행위자”라며 11개 전국 일간지와 8개 경제지에서 ‘노조’ 또는 ‘노동조합’이라는 단어가 ‘공갈’ ‘협박’ ‘폭력’ ‘부패’ ‘비리’ ‘횡령’ 중 하나와 함께 등장한 기사 건수를 분석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1,420건이었는데, 2022년 2,516건으로 폭증하더니 올해는 1~4월에만 2,008건이었다. 결국 지금의 ‘노동 혐오’를 이끄는 장본인이 바로 언론, 특히 보수신문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인권보도준칙을 만들고 회원들에게 이를 지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권보도준칙 제1장 ‘민주주의와 인권’은 “노사 관계에 대해 편파적인 보도나 헌법 제33조에 보장된 노동3권을 무시하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신문 노동보도에서 인권보도 준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추구했던 중요한 목표는 두 개였다. 하나는 G7 국가들과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 제재 합의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위협에 맞서 G7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즉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고사시키고, 중국을 정치·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 미국의 목표였다.
그러나 G7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6개의 합의서 어디에도 미국의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평가할 대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G7 정상회담의 가장 상위의 합의서는 ‘히로시마 코뮈니케’이며, 그 하위 합의서로 ‘히로시마 핵 군축 비전’, ‘우크라이나 관련 성명’, ‘청정 에너지경제 실행 계획’, ‘경제 회복과 경제 안보 관련 성명’, ‘글로벌 식량 안보 회복을 위한 성명’ 등 5개가 있다.
▲ 히로시마에 모인 G7 정상들. 왼쪽부터 유럽의회 의장, 이탈리아 총리, 캐나다 총리, 프랑스 대통령, 일본 총리, 미국 대통령, 독일 총리, 영국 총리,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중 러시아 관련 합의는 ‘우크라이나 관련 성명’, 중국 관련 합의는 ‘히로시마 코뮈니케’에 담겨 있다. ‘경제 회복과 경제 안보 관련 성명’에 중국이 등장할 것 같지만 ‘china’라는 단어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대러 제재, 새로운 합의 없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 제재는 합의되지 않았다. G7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 “추가 대러 제재 부과”,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옥죄기” 등 미국발 기사가 쏟아졌으나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 관련 G7 정상 성명”에 대러 제재를 뜻하는 ‘sanction’이라는 단어는 5번 등장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sanction’은 “2022년 2월 이후부터 G7은 일치단결해서 대러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대목에서 등장한다. 네 번째 ‘sanction’은 러시아 은행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많은 수단을 강구하고 있으나 그 수단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대목에서 등장한다. 네 번째 등장까지는 새로운 제재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우리 언론에서 강력한 대러 제재가 합의되었다고 평가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 다섯 번째 ‘sanction’ 대목인데, 그것을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우리는 러시아의 침략과 관련하여 제재받은 개인과 단체의 자산을 찾고, 제지하고, 동결하고, 압수하고, 적절한 경우 압수 또는 몰수하기 위해 국내 프레임워크(domestic frameworks) 내에서 가능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다."
기존의 제재 대상을 찾고, 제지하고, 동결하고, 압수하는 등 지금까지 마련된 제재를 빈틈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국의 국내법적 틀 안에서‘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결국 이번에 합의한 것은 새로운 제재가 아니다. 기존의 제재를 재확인하고 그것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다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외신은 물론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강력한 대러 제재‘가 합의되었다는 보도가 많다. G7 합의서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거나 미국 관계자의 바람을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중국 견제 역시 새로운 내용 없어
중국에 대한 G7 정상의 합의 내용은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된 관계를 건설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다음 문장은 중국에 “생물다양성 위기 등 국제 문제를 함께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 역시 중국 견제나 차단의 내용은 없다. 오히려 이 문장 다음에 “우리의 정책 접근 방식이 중국에 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며 중국의 경제 발전을 방해하려는 것도 아니”라고 해명한다.
물론 “국제무역 시스템을 강화하여 우리 노동자와 기업들을 위한 공평한 경쟁의 장(level playing field)을 추구한다.”, “세계 경제를 왜곡하는 중국의 비시장 정책과 관행을 해결하고, 불법적인 기술 이전이나 데이터 공개와 같은 악의적 관행에 대응하고, 경제적 강압에 대한 회복력을 키울 것이다”와 같이 중국이 불편해할 대목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정도는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던 수사이다. 이번 회담에서 새롭게 등장한 표현이 아니다.
정치 군사 영역에서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상황에 대한 우려”,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표현은 등장하지만, 이 역시 새로운 것은 아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해양 영유권 주장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으며 이 지역에서의 군사화 활동에 반대한다”라는 내용 역시 오래된 레퍼토리이다. 지난해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나토 전략개념’의 “중국은 규칙 기반 질서를 파괴하는 체제 차원의 도전 국가”라는 표현보다 수위가 한참 낮아졌다.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그리고 홍콩에서의 인권 문제 역시 원론적 문제 제기 수준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도 “영토 보전과 유엔 헌장의 원칙과 목적에 기반한 포괄적이고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지지할 것을 중국에 장려한다”라는 정도의 수준이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중국과 단절한다는 어떤 합의도 이번 성명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미국의 목표는 중국 문제에서도 실현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G7 공동성명에 전례 없는 대중 공동 대응 방침 포함될 것”이라는 식의 언론 보도는 오보가 되어 버렸다.
살길 찾는 유럽, 힘에 부치는 미국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입장은 이미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분열되어 있었다.
유럽은 대러 제재가 부메랑이 되어 자국의 경제가 피폐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 1년 동안 경험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을 비난하는 데서는 입장 차이 없이 단결되어 있지만,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의 입장차이는 너무나 컸다. G7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대러 제재 강화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미국은 유럽을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나 명분이 없었다.
중국에 대한 정책에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더욱 첨예한 양상이다. 3기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이후 독일과 프랑스 등 여러 유럽 국가가 중국을 방문했으며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모색하고 있었다. 유럽연합은 G7 회의가 열리기 전인 5월 12일(현지 시각) “중국과의 관계 조정은 필요하지만, 중국과 단절하는 것(디커플링, de-coupling)이 아닌 중국에 대한 위험을 완화하는 것(디리스킹, de-risking)이 필요하다”라는 대중 정책을 발표했다. 존 커비 미국 NSC 대변인은 “(G7 정상회의) 논의가 끝나면 모든 G7 정상이 중국이 제시하는 도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공통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장담했지만, 그 소식을 들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G7 유럽 국가들은 자기 살길 찾느라 바빴고, 미국은 그런 유럽 국가들을 설득하는 데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오히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과의 정부 부채 협상 때문에 G7 정상회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 로이터 등 상당수 미국 언론은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고,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죽이기로 합의했다는 '가짜 뉴스'를 보도했다.
우리 언론은 미국과 일본의 보도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대러 제재와 대중 견제에서 새로운 많은 합의가 있었다’라는 식의 보도를 내놓지만, 실상 이번 G7 정상회의는 자기 살길 찾아 각자도생하는 유럽과 유럽 설득에 실패한 미국이 힘에 부쳐하는 모습이 확인됐을 뿐이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연세대 학생의 청소노동자 고소·고발’ 사례 들며 ‘학생 비판’ 지워…노란봉투법 관련해 재계 입장 vs 노동자 대변으로 갈린 신문들
정부 여당이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16~17일) 집회 이후 강도 높은 집회·시위 제한을 추진하고 나섰다.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가 주최하거나 출퇴근 시간대 도심 주요 도로에서 이뤄지는 집회·시위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6년 만에 불법 집회를 강제해산하는 훈련에 나선다.
25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서 경향신문(“불법 전력 땐 집회 금지” 헌법 위에 선 당정), 서울신문(출퇴근 시간대엔 도심 집회 막는다), 한겨레(집회·시위 사전심사 한다는 정부…경찰은 오늘부터 강제해산 훈련)가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세계일보(불법전력 단체·출퇴근 시간대 집회제한 검토), 조선일보(불법시위 단체엔 집회 제한 검토)도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5월 25일자 주요 신문 1면 모음
경향신문은 <‘불법 전력 이유로 제한’ 법적 근거 없어…‘집회 자유’ 침해, 위헌·위법 논란 증폭>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당정의 집회·시위 규제 방침이 집회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는 헌법·법률 취지에 반하고, 헌법재판소·법원의 판단과도 배치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며 “당정은 ‘집회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집회는 ‘그 대상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범위’에서 개최돼야 하고 심각한 폭력의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다는 게 베니스위원회 등이 제시한 국제사회의 기본 원칙”이라 했다.
경향신문 <경찰 용역 보고서 “강력한 진압·통제가 무력 충돌 유발”> 기사는 “정작 지난해 경찰청이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정치적 결정 등 외부 요인이 군중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정치적 결정에 따른 강력한 진압·통제가 오히려 무력 충돌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며 동국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경찰청 의뢰로 연구용역을 진행해 지난해 10월 제출한 보고서(집회·시위 등 공공갈등 현장에서의 군중심리 및 변화 기제) 내용을 보도했다.
경찰청이 이달부터 내달 14일까지 ‘경찰청 및 각 시도청 경찰 부대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선 경찰들의 불만도 전해진다. 한국일보 <6년 만에 ‘해산 훈련’까지…일선 경찰들 “엄정 대응 기준이 뭔가” 부글> 기사는 “일선 경찰관들은 정신을 재무장해야 할 만큼 시위 문화가 퇴보한 것인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한 것인지,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경찰의 건설노조 노숙집회 대응이 미진했다는 사실관계 자체가 틀렸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했다. “의무경찰 제도가 폐지되는 등 갈수록 심해지는 인력난 탓에 현장 경찰의 피로감이 가중된 것도 반발을 부르는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5월 25일자 경향신문 기사
조선일보는 1면에서 이어지는 3면 기사 제목을 <한동훈 “국민, 불법시위 막는 정부 택했다”>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24일 당정협의회 발언으로 썼다. 한 장관이 “국민들께서는 지난 대선에서 ‘불법 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방치하는 정부’와 ‘불법 집회를 단호히 막고 책임을 묻는 정부’ 중에서 후자를 선택했다”며 “국민들께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 드려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다. 민주당이 집회·시위 제한을 위헌이라 지적하는 주장을 두고는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관련해 박광온 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발의했던 집회·시위 제한 내용의 개정안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사설 <‘집회 소음 막아 달라’던 학생들이 노조, 학교, 경찰에 당한 일>에서 지난해 연세대 학생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청소·경비 노동자들에 대해 교내 집회로 수업을 방해한다며 형사·민사 고소한 사례를 썼다. 그러면서 “시위와 집회의 본질은 자신들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 그것이 정도를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다른 이들의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수준이 돼선 안 된다”며 “이젠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해달라는 학생들 호소까지 부정당하는 지경에 와버렸다”고 했다.
해당 학생이 노동자들을 집회시위법 위반으로 고발한 건은 지난해 검찰이 요구한 보완수사를 거쳐 이달 초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다. 학생 3명(1명 소 취하)이 수업권 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민사 소송은 내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연세대 학생 3000명과 졸업생 등은 일부 학생의 고소·고발을 비판하며 노동자들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5월 25일자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 사설 <불법 행위 엄단하되 집회의 자유 침해 소지는 없어야>의 경우 “폭력을 동반하거나 신고사항을 지키지 않는 등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찰의 대처에 느슨해진 면이 있다면 시정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대책 마련 과정에서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훼손될 소지는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신문 사설 <불법폭력 시위의 공권력 유린, 이참에 끊어야>는 “일부의 집회 자유가 다수 사회구성원들의 기본권을 무차별 침해해도 무한 보장될 수는 없다. 한밤중 술판과 노상 방뇨, 출퇴근길을 아예 막는 건설노조 집회에 시민들은 “국가가 있느냐”는 한탄을 쏟았다”고 했다.
국회 야당 의원들 ‘노란봉투법’ 직회부, 대통령 거부권 전망
파업 노동자·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 표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표결 전 퇴장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찬성하는 해당 법안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1면 머리에 관련 기사를 올린 국민일보(野, 노란봉투법 직회부 與 “파업 조장법” 반발), 세계일보(巨野 ‘노란봉투법’도 밀어붙였다)를 비롯해 경향신문(본회의 가는 노란봉투법), 동아일보(野 노란봉투법 직회부 대통령실 거부권 방침), 중앙일보(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재계 “기업붕괴 우려”), 한겨레(노란봉투법, 야권 단독으로 ‘본회의 직회부’ 의결) 등 대다수 신문이 노란봉투법을 1면 등에서 다뤘다. 서울신문은 1면에 사진 기사(야당 ‘노란봉투법’ 단독 의결…표정 굳은 이정식 고용)를 배치했다.
중앙일보 <정부 “노란봉투법 통과 땐 노조 소수 기득권만 강화> 기사는 정부와 경영계가 주장하는 노란봉투법 독소조항으로 개정안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업체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노동쟁의 요건이 확대돼 경영상 행위를 파업 대상으로 삼을 수 있으며,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조합원 개별 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제한한 것이 불법 파업의 책임마저 묻기 어렵게 한 것이라고 전했다.
▲5월 25일자 세계일보 사진기사
한겨레 <원청 교섭 등 노동권 보장 담아…8년만에 본회의장 문턱에> 기사는 개정안의 핵심을 “하청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이라 요약했다. 손해배상 관련 노조법 3조의 경우 손배 청구 자체를 제한하거나 배상액을 제한, 감면하는 내용이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 조합원 5명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전했다.
노란봉투법 국회 직회부에 대한 평가는 한겨레 사설 <노란봉투법 직회부엔 ”폭거“, 노조 향한 폭거엔 모르쇠>의 경우 “정부·여당은 최근 노조를 겨냥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려 시도하는 등 ‘노조 때리기’에 정신이 없다”며 “반대만 고수할 게 아니라 우려 사항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 <노란봉투법도 직회부·거부권 루트…협치 실종 심각하다>는 “노란봉투법은 여당과 기업들이 강력 반발하고는 있지만,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어 반대만 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정부와 여당은 노조와의 전면전을 앞세우며, 하청 노동자들의 취약한 환경을 외면하고 있다. 야당 또한 ‘쟁의 행위의 확대’를 걱정하는 기업들의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사설 <野 ‘노란봉투법’ 직회부…‘불법 파업’ 조장해 경제 망치려 드나>는 “급격한 수출의 위축, 성장률 저하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치명적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야권은 갈등적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방침을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게 맞다”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임박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이 이르면 이번주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 위원장이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면직 처분이 이뤄지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 위원장 등을 방통위의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조작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긴 상태다. 한 위원장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다.
▲5월 25일자 서울신문 사진기사
앞서 인사혁신처는 2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청문을 진행하고 면직 관련 한 위원장 측 소명을 들었다. 동아일보는 <尹,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원 이르면 주내 재가> 기사에서 “인사혁신처가 한 위원장 진술을 담은 청문조서 및 청문 주재자 의견을 적은 의견서 등을 3, 4일 내로 대통령실로 보내면윤 대통령은 면직을 재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실 관계자는 “종편 방송 재승인 심사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반성도 하지 않는 한 위원장이 국가 방송 정책 총괄장이라는 직무를 유지할 수 있는지 의 문”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사설 <한상혁 위원장 면직 시도, 방송 장악 음모 중단해야>는 “한 편의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방송 장악’ 음모가 착착 실행에 옮겨지는 모양새”라며 “정치적 목적이 의심되는 검찰의 기소를 빌미로 면직을 밀어붙이는 것은 방통위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방통위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수사 목적이 애초부터 한 위원장 ‘축출’에 있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여당의 속내는 뻔하다. 방송사 이사진 재편을 통한 경영진 교체다. 총선 전에 방송 장악을 완수하겠다는 욕심이 사태의 본질”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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