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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면 대신 가석방? 그는 정말 뉘우치고 있는가

[연속기고-이재용 사면을 반대한다] 그와 삼성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왔다

21.07.16 07:27l최종 업데이트 21.07.16 07:27l
정재계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론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재용 사면에 반대하는 각계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이재용 사면과 가석방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짚어봅니다.[편집자말]

'꿩 대신 닭'이라더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논의에 이어 이젠 가석방에 대한 이야기가 물밑에서 점점 더 떠오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어떻게든 풀어주고 싶어하는 이들이 재계나 보수언론뿐 아니라 여당과 정부 안에도 숱한 탓이다.

지난 6월 6일에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도체, 백신 등 재난적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일해야" 한다면서 이는 "사면하는 대신 가석방으로도" 가능하며 관련 문제를 "청와대가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21. 6. 6.).

7월 28일 즈음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요건(현재 법무부 예규 기준 전체 형기 대비 복역일 비율 60%)이 형식적으로 충족되고, 8월 광복절은 연 5회 실시되는 특별 가석방이 이뤄지는 때라 이런 목소리는 앞으로 더 커질 듯하다.

가석방 제도는 왜 만들었냐면
 

큰사진보기이재용 징역 2년6개월로 법정구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마필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법원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마필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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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형법의 가석방 제도는 중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 개인에게 관용을 베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가석방 제도는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또는 금고형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에게 형기를 다 채우기 전이라도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임시 석방하는 제도다.

임시 석방된 상태에서 아무 일 없이 정해진 형기가 끝나면 형 집행이 끝난 것이 되지만, 만일 가석방 기간 중 감시 규칙을 위배하거나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위반한다면, 또는 다른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확정된다면 가석방은 취소되거나 실효된다(형법 제74조, 제75조).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가석방 제도는 법을 집행하는 당국 입장이나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위험 부담이 있는 제도다.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한번 정해진 형을 끝까지 살도록 하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어떤 수형자가 가석방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신중하게 심사해야 한다. 또한 풀려난 이가 가석방 기간 중 죄를 저지르거나 도주할 위험 또한 얼마간 감수해야 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도 들여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가석방 제도를 정한 이유는 어디에서 있을까? 가석방 요건을 정한 형법 제72조는 이렇게 쓰고 있다.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 가석방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석방 제도는 감옥에서의 언행이 모범적이고 자신의 죄에 대해 뉘우침이 분명한 사람의 자유를 계속해 빼앗아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의 산물이다. 형벌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응보), 죄를 저지른 사람이 뉘우치도록 해 이후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끔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교정과 범죄 예방).

가석방 제도라는 '촉매' 또는 '거름망'을 통해 수형자들이 자신의 죄를 돌아보도록 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그들을 빨리 사회로 복귀시키자는 것이다.

모범적인 옥중생활?

그렇다면 제도의 이런 목적과 취지에 비춰볼 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이뤄질 법한가? 가석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보수 언론의 친절하고 상세한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생활 관련 기사들에 기댄다. 이재용 부회장이 다른 재벌들과 달리 좁은 독방에 살고, 교도관들과 옆 방 수형자에게 친절하며, 최근에는 특혜를 거부해 치료를 미루다 맹장까지 심하게 터졌다고 한다.

이런 보도가 과장 하나 없는 문자 그대로의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뉘우침'과 재범 가능성 없음을 증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정한 의미에서 뉘우침이란, 자신의 잘못을 분명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법원은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죄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묵시적이나마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했다. 즉, 이재용 부회장의 죄는 (형식적 죄목이 무엇이든) 정치인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과, 경영권을 불법적으로 승계하려고 한 것 두 가지 부분으로 이뤄져 있던 셈이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행위에 대해 대중 앞에서 진솔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그는 자신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때도 구체적으로 자신이 한 잘못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도 그래서 문제가 된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되어 있다는 금융당국과 검찰의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이렇게 이재용 부회장의 잘못이 무엇인지조차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큼 성급하고 공허한 일이 또 있을까. 

잘못된 신호
 
큰사진보기민중공동행동 '이재용 사면은 촛불민심 역행'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반대 기자회견'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4대 재벌과 오찬간담회에서 '(이재용 사면에 대해)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발언 한 것은 사실상 사면을 시사한 것이고, '공정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기대한 촛불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반대 기자회견"이 지난 6월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4대 재벌과 오찬간담회에서 "(이재용 사면에 대해)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뒤의 일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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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앞서 살핀 것처럼 형벌에는 교화의 목적 외에 예방과 응보의 목적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죄가 저질러지면 사회가 그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부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또 다른 개인이나 집단에 의한 동일-유사한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목적 아래 현재 법무부는 상습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중상해 사건, 불법 촬영 동영상 유포와 같은 성범죄 사건 등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한 범죄들에 대해서는 가석방을 전면 제한하고 있다. 같은 이유에서 청와대도 그동안 '5대 중대범죄' 사면권을 제한하며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고 천명해왔던 것일 터다. 

그런데 왜 이재용 부회장 앞에서는 왜 이런 원칙과 관점들이 모두 무기력해지는 것일까?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가석방된 5451명 중 형기를 70% 이하로 채운 상태에서 가석방이 된 인원은 20명에 불과했다(0.36%).

재벌 총수가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거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는 일은 한국 사회의 질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로, 그 위험성과 파급력, 피해의 정도가 일반 범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그런데도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런 소수점 이하의 특혜를 줘야만 하는 것일까. 더구나 가석방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이 출소해 합법적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가석방 이후 추가로 법무부의 '취업제한' 해제 허가가 나야 한다. 또 다른 특혜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특혜의 반복은 결국 재계와 사장들에게 잘못된 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 이재용 부회장 이후 제2, 제3의 이재용에게도 특혜가 주어지리라는 신호 말이다. 

이재용 없는 대한민국, 이재용 없는 삼성이 불가능하다면

사실 이재용 부회장 석방을 주장하는 이들의 핵심적 근거는 법률보다 일종의 경제 논리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도체 투자를 주도할 이재용 부회장이 필요하니까, 백신 수급을 원활히 하려면 이재용의 리더십이 도움이 되니까, 삼성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이 있어야 하니까... 이런 모든 세련된 말들은 한 가지 진실로 수렴한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돈 많고 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법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사회적으로 승인하자는 말일 뿐이다.

이런 주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펴는 정치인과 재계-보수언론이 생존을 위해 굴뚝을 오르고, 거리에 나서고, 밥을 굶던 노동자들에게 항상 "법과 원칙", "떼법" 운운하며 윽박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고작 2년 6개월도 '이재용 없는 대한민국' 또는 '이재용 없는 삼성'을 상상할 수 없다면, 그리고 그런 상상이 정말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라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시급히 멈춰서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위법한 재벌 총수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사회라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고 말이다.

한 사회를 운영하는 방식은, 부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공평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길과 닿아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은 게 당연한 사회라면, 우리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반대 문제는 물론이고 이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들과도 씨름해야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서범진씨는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로도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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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택배비, 구조적 ‘디스카운트’가 진짜 문제다

택배업계 저가경쟁·불공정거래관행 택배비 인상에 걸림돌... 사회적합의 이행 제동 우려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사회적합의기구)’가 최종합의를 이뤘다.

소비자와 화주가 택배비를 올려주면 택배사는 그 돈으로 택배기사 분류 업무를 줄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한다는 게 골자다.

택배사가 과연 합의대로 움직일까? 업계에 만연한 저가경쟁과 불공정거래관행을 차근차근 곱씹어 보면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사회적합의 이행에 필요한 비용 마련... “택배비 170원 인상하면 가능”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사회적합의 이행을 위해 택배사에 ‘택배비 인상 요인’을 만들어줬다.

국토부 연구용역 결과 택배 건당 170원을 인상하면 ‘분류인력 투입(150원) 비용’과 ‘사회보험 가입(20원)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택배사들이 국토부가 산정한 금액만큼 택배비를 인상해 사회적합의 이행에 필요한 금액을 감당하라는 의미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연구용역에선 택배기사들의 일일 평균 분류작업시간을 CJ대한통운 5시간15분, 롯데와 한진은 각각 3시간30분이라고 봤다. 분류인력 시급은 4대보험 가입을 고려해 1만6천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하루 약 5억400만원(6천명×5시간15분×1만6천원)이, 롯데와 한진은 각각 2억2,400만원(4천명×3시간30분×1만6천원)의 분류인력 운영비용이 든다. 택배 3사가 하루 분류인력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총 9억5,200만원(2억2,400만원×2+5억400만원)인 셈이다. 이들 택배 3사가 하루 560만개 가량의 택배물량을 처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택배 1개당 170원(9억5,200만원÷560만개)을 인상했을 때 분류인력 비용과 사회보험 가입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이창훈 국토부 상황총괄대응과장은 “이번 사회적합의의 약속은 분류인력 투입을 통해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을 안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연구용역을 통해 확인된 170원의 택배비 인상요인을 적용한다면 무리 없이 사회적합의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잇따른 택배노동자 과로사로 택배비 인상에 대해 사회적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택배 종사자 근로환경 개선 국민의견 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의 73.89%가 인상된 택배비가 택배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사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택배비 인상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 이보다 많은 87.22%는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과도하다는 데 동의하며,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봤다.

택배사들은 올해 안에 약속한 분류 전담 인력 투입을 마쳐야 한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식ⓒ뉴시스

택배업계 치열한 저가경쟁...택배비 인상 가능할까

정부가 나서 택배비 인상 요인을 만들어 줬지만, 택배사가 택배비를 제대로 올릴지 미지수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저가경쟁이 일상인 만큼 실제 목표한 인상폭보다 낮은 수준의 가격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택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택배비 인상안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모든 화주에 택배비 인상폭을 일괄 적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면서 “특히 물량이 많은 대형화주의 경우 택배사들간의 경쟁으로 택배비 인상폭을 온전히 적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CJ대한통운과 롯데, 한진 등 국내 대형택배 3사가 택배비 인상을 단행했지만, 의도했던 만큼 택배비를 인상하지 못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부터 기업택배의 소형기준 계약단가를 25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3월 초부터 150원 인상하기로 했다. 한진 역시 지난 3월 소형 택배를 1,80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택배사들은 당초 계획했던 금액만큼 택배비를 인상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CJ대한통운만 실질 택배비를 150원정도 올렸을 뿐, 롯데와 한진은 거의 인상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1위 업자인 CJ가 택배비를 인상하자 나머지 2,3위 업체가 동시 인상에 나서는 척했지만, 실제는 저가 경쟁으로 CJ 물량을 빼앗아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결과 CJ대한통운의 전체 택배물량 중 약 15~18% 정도가 롯데와 한진으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장에서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 (물량을 뺏긴)그런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물량이 경쟁사로 넘어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나온 건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은 택배현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CJ대한통운 현직 대리점 소장 A씨는 지난 4월 택배비 인상한 직후 1년 넘게 동안 거래해온 거래처를 경쟁사에 뺏겼다. 패션 잡화를 판매하던 이 인터넷쇼핑몰은 하루 물량이 약 1천건 정도로, A씨가 거래하던 곳 중 가장 큰 거래처였다.

A소장은 “한 달에 2만~3만건 정도의 택배 물량이 나오던 패션 잡화 쇼핑몰과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택배비를 인상한다고 하자마자 계약 해지를 요구해 왔다”면서 “대놓고 ‘거래처를 한진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래 우리와 건당 1,800원에 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택배비를 올리겠다고 하니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경쟁사로 옮긴 것 같다”고 말했다.

화주들도 택배사와의 협의를 통해 인상폭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물량이 많은 대형화주의 경우 170원의 인상폭이 온전히 반영될 가능성이 작다.

대형화주단체 중 하나인 TV홈쇼핑협회 관계자는 “화주들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보니 자기 비용을 덜 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적합의로 인해 택배비 인상요인이 만들어졌지만, 택배사와 화주들간엔 별도의 사적 계약이 남아 있다. 양측의 합의 결과에 따라 인상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협회 관계자도 “택배비 인상 요인에 대해 참여 주체들이 모두 동의한 건 맞지만,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업체별로 택배와 협의를 통해 인상폭을 결정하게 될 텐데 물량에 따라 인상폭은 차이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택배업계의 저가경쟁은 고질적 문제다. 물가 상승에 따라 택배비가 인상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택배비는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2년 평균 단가(택배비)는 2,506원이었다. 이후 △2013년 2,475원 △2015년 2,309원 △2018년 2,229원으로 매년 20~30원씩 낮아졌다. 2019년 2,269원으로 소폭 오르는가 싶었지만, 2020년엔 다시 역대 최저 수준인 2,221원으로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8년 동안 11.3%가 감소했다.

택배비 감소는 택배산업의 가파른 성장세 영향이 컸다. 매년 택배물량이 큰 폭으로 늘자, 택배사들은 단가를 낮춰 건당 이익을 적게 보는 대신 배송 물량을 늘려 더 큰 이익을 남기는 ‘박리다매’ 전략을 썼다. 사회적 합의로 단가 인상폭이 결정됐지만, 인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되는 이유다.

박리다매 전략으로 인한 피해는 택배노동자들의 몫이었다. 매년 건당 택배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익을 보존하려면 배송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그동안 ‘공짜노동’이라 불리던 분류작업량 또한 크게 늘면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더 높아졌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해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택배사들의 저가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번 사회적합의를 제대로 이행함으로써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행점검단 활동 모습.ⓒ전국택배노조 제공

택배비 인상 못하면 사회적합의 이행 제동 걸릴까
국토부 “택배비 인상과 사회적합의 이행은 별도 문제”

택배사들이 점유율 확대 차원에서 택배비를 인상하지 않고 버틴다면, 사회적합의에 따른 비용을 자기 수익으로 감당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그간 택배사들이 취해온 태도를 보면 전망은 밝지 않다. 합의를 이행 수준을 미묘하게 조절하는 꼼수로 비용을 줄이고 점유율 유지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택배사들은 지난 1월 1차 사회적합의 이후에도 온갖 꼼수를 동원해 분류인력 투입 비용을 줄였다. 지난 6월 전국택배노조와 진보당으로 구성된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단’은 현장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CJ대한통운 경기도 모 서브터미널은 분류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인력 투입 75% 이상 완료’라고 적힌 문서를 작성했다가 점검단에 적발됐다. 점검단은 해명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노조가 있는 대리점에만 분류인력을 투입하고, 노조원이 적거나 없는 곳은 분류인력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사례도 확인됐다. 합의에 따라 택배기사 비율대로 분류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인력을 배치하고 반발이 약한 쪽은 투입 인원을 줄이거나 없애 비용을 절약하는 방식이다.

택배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에 비용을 떠넘기고, 대리점은 다시 택배기사들에게 비용을 갹출하는 행태도 있었다. 롯데택배 소속의 한 서브터미널은 별도의 분류인력 투입 없이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도록 했는데,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해야 하지만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점검 당시 택배사들은 약속한 분류인력 투입을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확인된 결과는 달랐다. 이렇게 꼼수로 줄인 비용은 택배노동자 업무 정상화라는 사회적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노동강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당국의 강력한 단속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사회적 합의 이행을 철저하게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훈 국토부 상황촐괄대응과장은 “사회적합의를 이행하지 않았을 땐 더 이상 택배사업을 못하게 될 것”이라며 “국토부는 사회적합의를 불이행할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2회 이상 어길시 택배사업자 등록을 취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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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합의서 ‘뒷전’된 백마진·리베이트 문제, ‘생물법’ 유일한 예방책 될까

이번 사회적합의에서 백마진, 리베이트 등 택배업계 불공정거래관행을 해소하지 못한 것도 저가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업계 불공정거래관행은 관련 논의 초기 사회적합의기구 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지만, 빠른 사회적합의 도출을 위해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합의문 내에서도 구체적인 해결방안 없이 ▲참여 주체들이 원가 상승요인을 포함한 ‘적정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 ▲화주, 택배사업자 및 대리점의 상생협약을 통해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등의 문구만 담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공정거래관행)그 부분이 워낙 복잡하다. 이걸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라며 “빠른 사회적합의 도출을 위해 관련 내용은 별도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의 불공정거래관행은 저가경쟁과 마찬가지로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택배사들은 과도한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일정 금액 이하로 택배단가를 낮출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지만, 불공정거래관행으로 인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CJ대한통운의 단가표를 살펴보면 CJ대한통운은 화주들과 계약시 나오는 물량에 따라 총 10개 구간으로 나눠 단가를 매긴다. 소형택배 기준 ▲1구간 월 500개 미만 2,750원…▲5구간 월 5천개 미만 2,150원…▲10구간 월 5만개 이상 1,850원 등 개수가 늘어날수록 단가가 내려가는 구조다. 1구간과 10구간은 개당 900원 차이가 난다. 롯데와 한진의 체계도 유사하다.

대형화주일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 적정가는 있지만 더 낮은 가격으로라도 계약을 따내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량이 많은 대형 온라인쇼핑몰이나 TV홈쇼핑 등과 같은 대형화주들과의 계약이 중요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형화주들은 백마진을 취하거나, 리베이트를 받기도 한다.

백마진은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사가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배송비보다 더 낮은 단가에 택배 계약을 맺고, 마진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통상 소비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살 때 지불하는 배송비는 2,500원 정도다. 하지만 2017년 국토부가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 따르면 소비자는 온라인쇼핑업체(유통사)와 택배사가 계약하는 평균 단가는 1,730원이다. 택배 계약 과정에서 유통사가 770원(2,500원-1,730원)의 백마진을 취하는 셈이다.

리베이트는 각 택배사의 단가표에 의해 ‘최저 가격’ 이하로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하기 위한 ‘꼼수’다. 계약은 정해진 최저가로 체결하되, 추가 할인 금액을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백마진이나 리베이트 등 불공정거래관행은 중소규모의 화주보다 대형화주들에게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더 많은 택배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만큼 주로 물량이 많이 나오는 대형화주들에게 제공되는 식이다.

오는 28일 시행될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이 불공정거래관행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생물법에 따르면 화주는 택배사업자와 대리점, 택배노동자로부터 운송계약 체결 및 계약유지 등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그밖에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택배업계에서 성행하는 리베이트를 막겠다는 의도다. 또 백마진을 방지하기 위해 화주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소비자로부터 받은 배송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취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시 1차 300만원, 2차 400만원, 3차 이상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다만 추후 불공정거래관행에 대해 어떻게 관리·감독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백마진이나 리베이트의 경우 상당 부분이 대리점이나 택배기사들에 의해 발생하는데, 물량 확보를 위해 자의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확인이 쉽지 않다. 게다가 택배사들 역시 실적에 도움이 되는 만큼 알면서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택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거래처를 뺏기지 않으려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택배단가를) 더 낮추진 못할 땐 결국 (리베이트를) 줄 수밖에 없다”면서 “(택배사)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어렵게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고, 제대로 제도화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또 다른 불씨를 남기지 않으려면 택배사의 이윤을 낮추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하에 택배사가 사회적합의를 명확히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사회적합의에 따라 택배비를 인상하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량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항상 원칙은 정해지는데, 늘 시행에서 문제가 생긴다. 온전히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기 위해선 그걸 어떻게 확인하고 점검할 것인지에 대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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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위한 이행방안 첫 보고

박정근 국가계획위원장 제출...'국제사회와 협력 더욱 강화'(보고서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7.15 15:06
  •  
  •  수정 2021.07.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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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북한이 유엔 지속기능개발 고위급 정치포럼에 제출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국내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국가리뷰(VNR) 표지. [통일뉴스 갈무리 사진]
북한이 유엔 지속기능개발 고위급 정치포럼에 제출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국내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국가리뷰(VNR) 표지. [통일뉴스 갈무리 사진]

북한은 13일(현지시각) 유엔기구에 2030년까지 유엔 회원국 모두가 공동으로 이행하기로 합의한 규범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국내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국가리뷰'(VNR, Voluntary National Review)를 처음으로 보고했다. (2021 VNR Report DPRK 전문)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화상회의로 진행된 유엔 지속가능개발 고위급 정치포럼(HLPF, High-level Political Forum on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지난 1일 이미 제출한 VNR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은 앞서 제출한 VNR 요약문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SDGs에는 17개의 목표, 95개의 세부목표, 132개의 지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서 "과학과 교육 우선주의를 강조하여 자립경제의 토대를 공고히 하고 에너지, 농업, 물, 위생과 보건, 환경을 최우선시하고 사회복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하여 보다 풍요롭고 문화적인 삶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 SDGs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가 새천년개발목표(National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의 후속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SDGs는 MDGs에서 제시되지 못한 지표와 NDS(국가발전전략) 및 부문별 계획 이행 과정에서 얻은 성공과 교훈을 바탕으로 설정되었다"고 하면서 "이러한 세부목표와 지표들은 필요한 국가조사결과, 국제 관행에 따른 평가, 그리고 5개년 계획(2021-2025)에 의한 국가의 상황에 따라 추가로 갱신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규범에 적극 협조하면서 국가발전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2030 의제 이행을 위해 관련 부처 및 기관 대표를 포함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가 테스크포스' (National Task Forc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NTF)를 구성하고 여기에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의장, 중앙 통계국 부국장을 부의장으로 임명했다. 

NTF 산하에는 중앙통계국 통계학자들로 이루어진 기술위원회(Technical Committee, TC)를 구성해 VNR 제출에 만전을 기했다.

NTF는 국가 발전 목표에 부합하는 국가별 2030 SDGs를 수립하기 위해 글로벌 SDGs의 목표 및 지표를 국유화(nationalizing)하고 모든 수준의 SDGs 이행을 위한 조정 활동을 담당하며, TC는 국가 통계 시스템과 설문 조사를 통해 지표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평가하여 NTF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박정근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제출한 VNR에서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 전염병 예방 캠페인을 자체 자원과 기술, 내부 역량을 최적화해 강화 △통계자료 수집 및 분석 능력 개선과 국가 수준에서 통일적 통계체계 강화 △국가 SDGs 달성을 위한 양자 및 다자간 협력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소개했다.

먼저 "국가 SDGs는 장기화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하게 전염병 예방 캠페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민위천'의 가치 아래 자체 자원과 기술, 내부 역량을 최적화함으로써 달성되어야 한다"며, "인민대중 중심 사회주의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정부는 국가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전국적인 캠페인을 통해 SDGs 달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현재의 코로나19 위기에 자력갱생의 원칙으로 적극 대처하겠다는 것인데, 미국과 한국의 백신협력 등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같은 입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통계자료 수집 및 분석 능력을 개선하고 국가 수준에서 통일적 통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SDGs 구현을 향한 진행상황을 추적하기 위한 모니터링과 평가(M&E) 시스템 구축, 각 지표의 달성 여부 검토, 목표 달성에 대한 올바른 방향 결정 등 국가 통계의 역할이 보장될 것"이고 "국제 표준 지표와 방법론이 널리 채택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 강화를 역설하면서 '모든 단위에서 국가경제의 총적 규모계산과 국가통계작성에 필요한 종합지표, 경제부문별 현물지표, 사회생활 전반에 대한 자료들을 정확히 종합할 수 있게 계획 및 통계수자들을 제때에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 제도화하여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국제 표준지표와 방법론을 적극 수용할 것이라는 언급은 향후 북과의 교류협력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틀에서 진행될 때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VNR은 이어서 "SDGs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다른 국가 및 국제 조직과의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DGs 진행상황에 대한 검토는 각 부처, 기관, 인민정권, 연구기관, 시민사회에 전파되어 현 주소와 과제, 추진방향을 알리고 관련 계획을 시기적절하게 재조정하고 강화할 계획"이며, "국가 SDGs 달성을 위해 양자 및 다자간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VNR에서 북한 당국은 "지속적인 제재와 봉쇄, 매년 북을 강타하는 심각한 자연재해, 2020년 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글로벌 건강 위기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민생을 개선하려는 (북)정부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해 SDGs의 여러 지표에서 범주를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현재의 삼중고 상황을 토로하면서도 "자체적인 자원과 기술, 그리고 인민의 단합된 노력으로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 추진 과정에서 모든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SDGs와 북한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사이의 연관성. [VNR 갈무리]
유엔SDGs와 북한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사이의 연관성. [VNR 갈무리]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VNR 제출은 상당기간 준비된 것이며, 최근의 상황을 반영하거나 대북지원을 받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하면서 "북한이 SDGs와 같은 국제사회의 용어, 규범, 기준을 수용하려는 듯한 태도도 보이고, SDGs 틀을 국가개발 발전계획과 연계해 시도하는 것은 국제 보편 기준을 수용하고 이를 통해 개발을 모색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보고서는 "지금 북한의 실태에 대한 이해라든지 북한이 어떤 부분을 우선순위에 두고 국가개발을 해 나가고자 하는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DGs는 지난 2015년 9월 제76차 유엔총회에서 17개 목표(Goals), 169개 세부목표(Targets), 232개 이행지표(Indicators)를 인류공동의 목표로 선포하고 2030년까지 유엔회원국 모두가 공동으로 이행하기로 합의한 규범이다.

유엔 회원국인 북한은 이미 유엔 SDGs 이행을 위한 준비에 착수해 2016년 'SDGs로 가는 국가정책회의'(National Policy Conference To SDGs) 등 보고서를 몇차례  발표한 바 있으며, 4년에 한번 유엔 HLPF에 SDGs 국내 이행방안을 담은 완성된 VNR를 보고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작년에 제출했어야 하는데 지연되어 이번에 제출한 것이다. 한국정부는 2016년에 VNR을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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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청와대·주한미대사관·대선후보 등에게 한미연합훈련 공개질의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7/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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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중단, 남북관계개선 민족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8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지난 12~13일에 각 정당과 민주당 대선후보들, 청와대, 주한미군사령부와 주한미국대사관에 발송했다. 

 

추진위는 메일과 팩스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열린민주당에 이재명·이낙연·추미애·정세균·박용진·김두관 민주당 대선 후보들에게 그리고 청와대와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관 대리대사· 폴 제이 라카메라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각각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추진위는 전화 통화로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사령부가 공개질의서를 받았음을 확인했다. 

 

각 당에는 ‘▲8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8월 훈련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라는 내용을 공개질의 했다. 

 

그리고 민주당 대선후보들에게도 위와 같은 내용으로 공개질의했다. 

 

청와대에는 ‘▲8월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인가 ▲미국 측에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의할 의사가 있는가 ▲8월 훈련중단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라는 내용을 공개질의했다.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사령부에도 ‘▲8월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인가 ▲한국 측에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의할 의사가 있는가 ▲8월 훈련중단을 요구하는 한국민들의 여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라는 내용을 공개질의 했다.

 

추진위는 이들에게 7월 23일 전까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아래는 주한미군사령관 앞으로 보낸 공개질의서 전문이다.

 

-----------아래--------------

 

8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주한미군사령부의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번영통일을 바라는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남북관계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남북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며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하며 남북,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취임한 이후인 지난 3월에 강행된 한미연합훈련과 4월에 시작된 대북전단살포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과 경고를 불러 왔고 남북관계는 더욱 위기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매우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한반도 위기는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특히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 

 

이미 국내외 단체와 인사를 포함하여 각계각층의 많은 한국민들이 훈련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한국민들의 요구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가 자신의 입장을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8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주한미군사령부의 입장을 묻습니다. 

 

1. 주한미군사령부는 8월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입니까?

 

2.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 측에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의할 의사가 있습니까?

 

3. 주한미군사령부는 8월 훈련중단을 요구하는 한국민들의 여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남북관계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물음에 주한미군사령부의 성실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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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역대 두번째 1600명···비수도권 첫 400명대

이창준 기자
<picture>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서초구가 마련한 양산으로 폭염을 피하며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picture>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서초구가 마련한 양산으로 폭염을 피하며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00명이라고 밝혔다. 전날(1615명)에 이어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하루 확진자 기준 역대 두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의 감염 경로는 국내 발생 1555명, 해외유입 45명이다. 국내 발생 확진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518명, 경기 491명, 인천 89명으로 수도권이 70.6%(1098명)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 63명, 대구 50명, 광주 21명, 대전 59명, 울산 18명, 세종 2명, 강원 24명, 충북 12명, 충남 51명, 전북 23명, 전남 26명, 경북 13명, 경남 86명, 제주 9명이 추가 확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2명 늘어 누적 2050명(치명률 1.18%)이다. 위·중증 환자는 167명으로 전날보다 4명 늘었다. 현재 1만4952명이 격리 중이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누적 확진자는 17만3511명에 달한다

이날 0시까지 1583만6992명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전날 11만1631명이 접종했다. 인구 대비 접종률은 30.8%다. 권장 횟수 접종을 모두 마친 접종 완료자는 10만2000명 늘어 총 618만3732명(인구 대비 12%)이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7150935001#csidxdb5dc5938e1c8d29e554b85f4d12a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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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함께 가는 세상도 살만 할까요?

남편이 암에 걸렸습니다... 날마다 나를 다독입니다21.07.15 07:17l최종 업데이트 21.07.15 07:17l장순심(baram1177)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때 EBS <명의>를 본 적이 있다. 심각하고 무거운 질병을 학문적, 임상적으로 분석하고 이겨내려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물론 환자도 나온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암환자들을 보여주는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병원이나 환자가 나오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절망스러운 시간을 이겨내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 눈물샘을 자극한다. 보는 사람도 아프고 안타깝다. 행, 불행이 이어지고 뜨거운 가족애로 마무리한다.  

<명의>는 좀 다른 곳에 주목한다. 환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하기보다 질병을 눈앞에 두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밤잠 안 자고 고민하는 의료진의 모습과 새로운 치료법과 수술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들의 진지한 표정에 주목하는 다큐멘터리다. 

객관적으로 의학의 발전과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남편은 병원이 나오는 어떠한 방송에도 질색한다. 아버님, 할아버님을 암으로 잃은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치유든 과학이든 병증 자체에 대한 거부 반응이다. 가족력이 강력한 방어기제로 작용해서였는지, 또는 회피인지 모르겠지만 눈물도 싫고 아픔도 싫고 병 자체도 알고 싶지도 않고 보기 싫다고 한다. 때문에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병원 나오는 방송 질색하던 남편
 
 암 환자의 가족으로서 현실을 무겁고 진지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나도 노력한다.
▲  암 환자의 가족으로서 현실을 무겁고 진지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나도 노력한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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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편에게도 암이 찾아왔다. 암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암(癌)이라는 한자어의 풀이로도 짐작이 된다. 입을 세 개나 가지고 있는데, 산이 가로막아 말을 못 하는 형국, 입이 턱 막히는 상황이 암(癌)이다. 인간의 생로병사의 진리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싫어해도 찾아오고야 말았으니.

진단 후 며칠은 병증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암울한 소식을 가감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게 되는 정보는 주로 비극이었지만 게중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정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정보들에 일일이 온몸과 마음이 반응하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을 보냈다.

환자 자신이나 가족들 모두 멘털을 겨우 붙잡고 있었지만, 서서히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인정하지 않았다가 제발 그 정도는 아니기를 대책 없이 빌었다. 이래서 신을 찾는가 싶었다. 누구에게도 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면 모든 것을 털어놓고 "부디 이번 한 번만"이라고 무작정 빌고 싶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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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을 끝내고 처음 영상을 보며 의사는 암을 확신했다. 그래도 조직검사를 넘겼으니 기다려보자고 했다. 기다리는 일주일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한 주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근래에 없었던 것 같다.

작은 정보에도 가족 모두가 휘청거렸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고 미리 예약한 종합 병원으로 갔다. 의사를 만나고 다시 영상을 가지고 길게 얘기했다. 암에 대한 진단은 바뀌지 않았다. 세상이 무너진다는 느낌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바로 잊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더 복잡하고 정밀한 진단이 시작되었다. 검사를 위해 오전 내내 병원 곳곳을 돌아다녔고, 당일 불가능한 것들은 예약으로 이어졌다. 입원을 위한 마지막 절차는 코로나 검사였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세상 속에서, 코로나는 모든 것의 관문이면서 통과 의례였다. 

수술을 마쳤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해 절망하지 마라. <br />우리에겐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힘이 있다.<br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27-1862, 시인)

수술을 마쳤다. 앞으로 항암 치료와 투병의 시간이 이어지겠지만, 평정을 찾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매일 나를 깨우친다. 늘어지는 마음을 바로 세우고 나태해지려는 나를 재촉한다. 엄격한 식단, 치료의 과정을 위해 흔들리면 안 된다고 나를 다독인다. 
 
 삶에 대해 절망하지 마라. 우리에겐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힘이 있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  삶에 대해 절망하지 마라. 우리에겐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힘이 있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 EBS <파란만장>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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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EBS <파란만장>에서는 암과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 전 세계 6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는 것(WHO 2020 세계 암 보고서), 그럼에도 '암'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방송의 서두에서 얘기했다. 

20대 청년 말기암 환자나, 13년간 말기암 투병을 하는 60대 배우나, 40대 폐암 4기 환자나, 그들은 환자의 모습으로 살지 않았다. 삶을 이어가는 노력이 그들을 웃게 한다고 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내일을 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 위해 다만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암과 놀며 바쁘게 살아간다고 이야기했다. 

이전 같았으면 곧바로 돌렸을 채널을 한 시간 가까이 열심히 시청했다. 암에 걸린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받는 방법이라고 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들의 조언이 행동 지침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암과의 동행은 이제 우리 가족의 몫이 되었다. 암을 사랑하는 방법, 사랑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 암의 진행을 막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필요하다. 

며칠 후면 퇴원이다. 철없는 낙천이 기적을 만들어낼지, 웃음이 불행의 싹을 지울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면서 누구에게든 공포인 병, 암.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은 그럼에도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암 환자의 가족으로서 현실을 무겁고 진지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나도 노력한다. 식사, 수면, 삶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 그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걱정이 꿈틀거린다. 씩씩하게 살아내기 위해 힘을 내 본다.

암이든 암이 아니든 앞으로의 시간은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세상, 암의 세상도 살 만하다는 위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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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공작설’ 던져놓고 침묵한 이동훈…윤석열도 국민의힘도 갈팡질팡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뉴시스

 “여권 인사가 찾아와 ‘Y(윤석열)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 그런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저는 ‘안 하겠다’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공작입니다.”

사기 피의자인 가짜 수산업자에게 고가의 골프채 세트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동훈 전 윤석열 대선 캠프 대변인(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지난 13일 8시간 가까이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한 말이다.

‘여권 인사가 회유했다’는 이 전 대변인의 발언이 만약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인 초대형 권력형 비리다. 향후 대선 향방에 치명적인 영향력을 미칠 뿐 아니라 즉각 수사에 착수해 단죄해야 할 중대한 사안인 것이다.

현직 검사와 정치인들까지 연루된 사건 자체를 없던 사건으로 만들고, 경찰을 움직일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을 가진 ‘여권 인사’가 과연 누굴까? 현실에서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며, 그 주장을 잘 들여다보면 인과관계도 잘 성립되지 않는다.

만약 그 ‘여권 인사’가 사건을 무마해주려고 했다면, 이 전 대변인으로부터 그에 걸맞는 대가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과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도 아닌 데다 고작 윤 전 총장의 ‘입’에 불과했던 이 전 대변인을 회유해서 무슨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전 총장이 관계를 맺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이 전 대변인에게 자신의 치부를 털어놨을 리도 만무하다.

 

설사 이 전 대변인이 들었다는 ‘말’이 회유나 공작으로 들릴 수 있을 만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인사’가 누군지만 확인되면 사안의 실체를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이 전 논설위원이 본인에게 찾아와 회유했다던 사람이 누구인지만 밝히면 끝날 문제”라며 “이 전 위원의 발언 역시 전형적인 조선일보의 ‘아니면 말고식’ 언론플레이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 측은 이 전 대변인의 최초 발언을 근거로 곧바로 비판 입장을 냈으나, 정작 회유를 당했다는 당사자가 입을 다물고 있는 탓에 공세를 이어가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SNS에서 “충격적인 사안이다.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가, 14일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조사단을 꾸리든지 뭔가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동훈 측에서) 상당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게 시작되지 않는다면 저희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들어가 볼 수 는 없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날 오전 강원도 철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아직까지 사실관계가 확인된 게 많이 없어서 경각심을 갖고 주의하면서 지켜보겠다”고 공세 수위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공식 논평까지 내 공세를 취하는 엇박자를 보였다. 강 원내대변인은 “가히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에 대한 음해 공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 전 위원을 회유한 ‘여권 인사’는 누군지, 청와대까지 연루됐는지, 피의사실공표 경위까지도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국민의힘은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당 차원의 진상규명을 포함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전 논설위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윤 전 총장 선거 캠프도 공식 입장을 내 이 전 대변인의 ‘여권 인사 회유’ 발언을 언급하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헌법 가치를 무너뜨리는 ‘공작정치’이자, 수사권을 이용한 ‘선거개입’, ‘사법거래’”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여된 사람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이 전 대변인의 말 자체에 신빙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윤석열 대변인 출신 이동훈이 정치공작을 운운한다. 사안의 본질은 금품수수인데, 이를 가리려고 얕은 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동훈을 상대로 무슨 공작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고, 이동훈이 그 정도 급이 되는지 알기 어렵다”며 “찾아왔다는 여권 인사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야 모두 이 전 대변인에 ‘여권 인사’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전 대변인은 자신이 말한 ‘여권 인사’의 실체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취재진의 수차례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은 그는 ‘여권 인사가 누구냐’, ‘조만간 누군지 밝힐 계획이 있느냐’는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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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 반성은커녕 역사왜곡 일삼는 일본과 정상회담 안돼”

평화나비대전행동, “한일정상회담은 굴욕적 외교일 뿐...”

  • 기자명 대전=정성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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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4 16:07
  •  
  •  댓글 2
평화나비대전행동은 14일 오전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범죄 사죄반성 없는 한일정상회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평화나비대전행동은 14일 오전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범죄 사죄반성 없는 한일정상회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평화나비대전행동은 14일 오전 11시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전쟁범죄 사죄반성 없는 한일정상회담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유튜브 “대전통”으로 생중계 되었다.

▲ 전쟁범죄 사죄반성 없는 한일정상회담 반대 기자회견 [현장영상-유튜브 대전통 제공]

이날 취지발언에 나선 대전충남겨레하나 이영복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여론을 받들어 일본 방문 계획을 철회하고, 전쟁동맹 한미일군사동맹 강요하는 미국의 내정간섭과 주권침해에 대하여 촛불국민을 믿고 확고한 자주권을 행사하라”는 주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식민지 지배 ▲일본군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 ▲강제징병 문제 등 전쟁범죄 행위에 다하여 일본정부의 공식 사죄 요구를 촉구하였다.

성서대전 전남식 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일본과의 교역에서 일본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임으로 오히려 일본의 기술력, 경제력을 따라잡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준 바 있다”라며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 노재팬 운동을 언급하며 “정상회담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노동자 문제, 독도영유권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그에 합당한 보상 약속을 받지 않는 한 15분 정도의 형식적 들러리 외교는 꿈도 꾸지 말라.”고 소리 높였다.

이어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문성호 공동대표는 “IOC는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의 영토로 독도를 표기한 지도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 전범기까지 용인하고 있다. ‘군함도’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당시 ‘한국인 강제노역 인정 및 희생자를 기리는 내용이 포함된 인포메이션센터 설립’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관련 역사를 부정하고 ‘근대산업시설’ 미화에만 나섰다”며 “일본 정부는 전범국가로서 사과와 반성은커녕 역사적 사실마저 부정하고 있다. 안하무인이다.”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대전본부 이강진 통일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민주노총대전본부 이강진 통일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가해국이었던 일본은 수출규제를 유지하면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오히려 한국 측에서 해법을 가져오라 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 추진되고 있는 한일정상회담은 굴욕적 외교일 뿐이며, 그 결과는 2015년 한일합의와 같이 일본정부에 면죄부를 또다시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우려와 함께 ▲과거사 사죄반성 없는 일본과의 정상회담 반대 ▲독도표기, 전범기 사용, 역사왜곡 자행하는 도쿄올림픽 규탄 ▲일본은 전쟁범죄 인정하고 사죄배상하라며 소리 높였다.

14일 오전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일정상회담 반일 고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제목의 논설을 내어놓았다.
14일 오전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일정상회담 반일 고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제목의 논설을 내어놓았다.

최근 청와대는 "도쿄올림픽 계기로 방일을 하게 된다면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거기서 양국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성과를 내길 바란다는 입장"이라며 한일정상회담 의지를 비친 가운데 오늘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한일정상회담 반일 고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논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의 변함없는 태도 속에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한일정상회담 반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등 한일정상회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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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독도 우리땅’이라 하면, 우린 ‘일본땅’이라 해야 하나”

“기억도 희미한 대학 시절 활동 ‘이적’ 올가미, 공익적 의미 있나” 반발
10년 전 활동 뒤져 ‘북한 동조’ 사건화… “국보법? 수사관들 실적 도구”

지난 6월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서관 523호, 35세 청년 이정민(가명)씨가 피고인석에서 검사에게 물었다. “10년 전 강연을 들을 때 내가 맘 속에 이적심을 갖고 있었는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는지 검사님이 어떻게 아느냐”고. “사상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데 10년이 지난 후 처벌 유무를 따지는 데엔 어떤 공익적 목적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이어 이씨 옆의 남진영(33·가명)씨도 일어섰다. 검찰은 남씨가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이적 활동을 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북한이 ‘독도는 일본땅이 아니’라고 하면, 우리는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해야 하는 거냐.” 남씨는 이렇게 물으며 “검찰이야말로 오직 북한 주장에 반대해야 한다는 조직적·맹목적 사고에 갇혔다”고 말했다.

검사가 징역 2년을 구형한 직후였다. 죄명은 국가보안법 7조 위반. ‘이적단체’를 구성해 이에 동조했고, 북한 체제와 활동을 찬양·고무했다는 주장이다. 이씨, 남씨를 포함해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청년 4명이 기소됐다. 지난해 6월 법원에 넘겨져 1년 가량 재판을 받았다. 모두 무죄를 주장한다. “민주주의와 통일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결과가 이적이라면, 대한민국에 사상과 양심과 표현의 자유는 없다”는 것이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경찰 실적 올리기 외 의미 있나”

이씨는 이 재판을 “전형적인 공안 수사관들 사건 실적 채우기”라고 봤다. 문제가 된 활동 대부분이 10여년 전의 일이었다. 이씨는 “2~3년 전의 일도 기억하기 어려운데, 하도 오래된 일이라 재판 자체를 황당한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경찰이 (사건을) 캐비넷에 묵혀 뒀다가 필요해질 때마다 이렇게 하나씩 꺼내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핵심 혐의인 ‘이적 단체 가입’이 2009년경의 일이다. 검찰은 2009년 꾸려진 ‘6·15 청학연대 학생위원회’(6·15 학생위)가 ‘이적단체’라며 이들이 여기에 가입하고 활동해 국보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2018년 이후 이뤄진 집회, 캠페인 등 활동에 찬양·고무죄를 적용해 혐의를 추가했다.

증인이 나왔던 재판이 특히 황당했다. 증언의 팔할 이상이 “기억이 잘 안난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검사가 부른 증인은 2명이었다. 같은 활동인 ‘6·15 학생위’ 이력으로 유죄가 선고된 이들이었다. 특이하게 모두 군 복무 때 수사를 받고 군사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검사는 2009~2011년 각종 강연회, 캠프 등 행사의 내용과 그때마다 피고인들을 봤는지를 물었다. “기억이 잘 안난다” “제목 정도는 기억난다” “행사가 있었던 건 기억난다” 정도의 답만 나왔다.

▲피고인들 일부가 속했던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2018년 11월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진행했던 집회 모습. 거찰은 이 단체가 '반미집회'를 결의하는 등 이적 동조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사진=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갈무리.
▲피고인들 일부가 속했던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2018년 11월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진행했던 집회 모습. 거찰은 이 단체가 '반미집회'를 결의하는 등 이적 동조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사진=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갈무리.

 

군 복무 악용도… “수사 빨리 끝내고 싶어 적당히 답해”

이씨는 증인들이 겪은 수사도 국보법 수사의 ‘허구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이 병역 의무 중이라는 취약점을 이용했고, 증인들은 복무 중 불이익 없이 재판을 빨리 끝내려는 압박감에 양심에 반한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증인 A씨는 2014년 2월 전역을 4달 앞두고 갑자기 군사법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관물대, 주거지 모두 수색당했다. 또 20여 분 후 바로 군경찰 조사를 받았다. 기소 전 피의자 조사 횟수만 11번이다. A씨는 이후 군검찰 조사 도중 ‘전역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높은 형량을 받으면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형량 낮게 가려면 그냥 공소사실 전부 인정하고 진술하자’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실제 자기 생각과 반대로 진술했다. ‘한미동맹 해체’, ‘국보법 폐지’, ‘자주통일’ 등과 관련된 6·15 학생위 활동이 이적성을 띠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수사관 물음에 “네”라고 답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계속 모른다고 답하면 사건도 길어지고, 밖에 나가서 계속 법정에 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A씨는 전역 5일 전 열린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보통군사법원은 바로 선고유예로 판결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증인 B씨도 흡사했다. 2013년 7월 전역 8개월 앞둔 때 국보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부터 당했다. 직후 일주일 동안 매일 경찰 조사를 받았고 변호인의 조력은 받지 않았다. 조사 초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의 답은 서너번째 조사부터 바뀌었다. B씨도 과거 6·15 학생위와 관련된 활동의 이적성을 묻는 질문에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로 답했다. 2달 후 보통군사법원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B씨는 이유를 “군대 안에서 조사가 길어지는게 싫고, 빨리 끝내는 게 저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증인신문 때 말했다. 당시 수사관에 “이렇게 조사받고 재판까지 가면 어떻게 되는지”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빨리 얘기하고 빨리 끝내면 선고유예나 집행유예까지 안 가게 될 것’이라거나 ‘자백하고 빨리 끝내면 선고유예 정도로 끝날 수 있다’는 취지의 답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두 증인 모두 6·15 학생위나 자주통일, 반전평화 등과 관련된 주장과 활동이 “북한 이익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지난 법정에서 밝혔다. A씨는 “6·15 학생위 주장에 객관적인 부분이 있으며, 공부하는 건 내 자유고, 공부나 활동 내용만으로 이적성 운운하며 법적 평가 대상으로 삼고 수사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B씨도 “적당히 ‘예’ 하고 넘어갔지만 (내 활동이) 우리나라 체제를 전복하는 등의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고(故)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를 옮겨 적은 대자보가 경희대 학내에 게시됐다 강제 수거됐다.
▲2015년 12월 고(故)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를 옮겨 적은 대자보가 경희대 학내에 게시됐다 강제 수거됐다.

 

“캠페인·강연이 한국 자유민주주의 질서 해치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내용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게 ‘이적 동조’일까. 수사기관은 “그렇다”고 본다. 이에 따라 피고인 4명이 2018년 동안 열었던 각종 공개활동이 ‘범죄’가 됐다. ‘자주독립선언대회 반미집회’, ‘미군철수 환영 문화제’, ‘태영호·박상학 규탄 선전전’ 등 15개 가량의 집회·캠페인·회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밝힌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소위 조국통일투쟁을 펼치기로 한 것에 가세했다”는 게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고 주한미군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이런 말과 활동을 못하는 게 더 반헌법적이지 않나요?” 이씨가 말했다. 검찰 논리대로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과 단체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숙고를 거쳐 내린 판단을 북한의 주장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금지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그렇다면 ‘남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한다거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협력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4·27 판문점 선언’도 마찬가지”라며 “통일, 남북관계, 한미동맹관계 모두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객관적 위험성은 입증됐을까. 피고인 4명은 단호히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을 공소장에 반복해서 적었다. 그런데 공소장에 나온 행위는 6·15 학생위 구성에 참여하거나 관련 강연회에 참여한 것, 관련 집회 등을 열고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군사동맹 폐기, 남북 상호 군축 실현’ 등의 구호를 표현한 것 등이다. 이씨는 “여기에 국가 존립·안전·자유민주주의를 명백히 위태롭게 하는 게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기존 판례를 봐도 무리한 기소라는 입장이다. 2010~2011년의 같은 통일 캠프에 참여했으나 무죄를 받은 사례가 2건 더 있었다. 부산고등법원과 광주고등법원은 2015년 각각 유사한 사건에 국보법이 금지하는 ‘동조’는 “적극적으로 자신이 반국가단체 활동에 호응‧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며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취지가 일부 포함된 집회에 단순히 참석함에 그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동조죄라고 단정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통일캠프에서 주창된 내용은 자유민주주의 사회 하에서 허용되는 것도 포함됐다”고도 판시했다.

결국 남는 건 ‘이적단체’ 자체다. 수사기관은 계보에 기댄다. A단체의 모체가 B단체고, B단체는 C단체를 계승, C단체는 D단체를 계승했다는 식으로 연원을 올라가 이적성을 입증한다. 검찰은 이 사건의 6·15 학생위는 ‘이적 단체’ 6·15청학연대 산하 조직이고, 6·15청학연대는 ‘이적단체’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적단체’인 한국청년단체협의회,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과 노선과 간부진이 같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6·15청학연대에 가입한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이들은 “10년도 전의 일을 다루니까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넷 중 셋은 “6·15 학생위가 이끈 활동에 함께 했을 뿐, 6·15청학연대에 가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1명은 2011년부터 학생회를 시작해 검찰의 가입 특정 시기와 아예 다르다고 밝혔다. 검찰은 2009~2010년 이들이 대학 학생회 활동을 하던 때 소속 학생회가 6·15 학생위 설립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이들이 이적단체에 가입했다고 주장한다.

▲자료사진. 사진=민중의 소리
▲자료사진. 사진=민중의 소리

 

“양심에 애국심 있는지, 이적성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

이들은 근본적으로 “무엇이 적을 이롭게(이적) 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씨는 “4·27 판문점 선언, 개성공단 사업, 남북철도연결 사업,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시도도 모두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이냐”고 물었다. 이씨는 “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북한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에도 이롭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남북이 평화·교류 협력으로 경제적 번영까지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가 이적 사상을 가진 거냐, 이런 주장이 대한민국이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배제시켜야 할 위법행위냐”라 물으며 “‘적을 이롭게 할 목적’인지 아닌지 여부를 누가 판단할 수 있느냐. 혹여 유죄 판결이 난다 해도 내 마음과 양심에 진실로 애국심이 가득했다면 내 억울함은 누가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무리한 수사·기소는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본다. 이들에게 적용된 법조도 최근 폐지 여론이 모였던 ‘국보법 7조’다. 이적단체를 규정해 그 구성과 동조, 찬양·고무 등 혐의를 규정한 조항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은 유죄가 선고된 국보법 사건의 90% 이상에 7조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국보법 자체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 단체는 현실적인 방편으로 ‘7조 폐지’부터 추진하고 있다.

국회엔 지난해 10월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보법 7조 폐지법안이 계류돼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국가보안법 7조 위헌법률심판 사건 심리가 진행 중이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COLAP)도 지난 12일 청원을 내 문재인 대통령에 국보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보법상 처벌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에 북한에 호의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면 사실상 탄압당하고, 그 결과 북한에 호의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위축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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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금감원 압수수색…도이치모터스 회장 관련 자료 확보

등록 :2021-07-14 04:59수정 :2021-07-14 07:10

김건희씨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 본격화한듯
 
도이치모터스 누리집 갈무리
도이치모터스 누리집 갈무리
 

검찰이 지난달 금융감독원을 압수수색해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조사와 관련된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은 지난 2013년 금감원이 권 회장을 상대로 조사했던 서류 등을 확보해 가져갔다. 금감원은 당시 권 회장을 소유지분 공시 의무 위반 혐의로 조사한 바 있어, 검찰이 이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검찰은 금감원이 규정상 조사 자료를 외부에 제공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압수수색이라는 형식을 빌려 금감원의 자료 협조를 얻는다.

 

당시 금감원은 권 회장이 소유지분의 변동내역을 공시할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들여다본 것으로 파악된다. 자본시장법상 특정 상장사의 임원 또는 주요주주는 소유지분에 변동이 있을 때 이를 공시해야 한다.

 

검찰이 가져간 자료가 김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밝히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있던 시기(2010~2011년)와 금감원이 공시 의무 위반을 적발한 시기가 비슷해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금감원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 등의 고발로 김건희씨가 권 회장의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돼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앞서 경찰은 2013년 이 사건과 관련해 내사를 벌였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한편, 권 회장은 지금까지 주가조작 의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거 금감원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말 금융감독원에서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두차례 조사를 받았다”며 “그때 이미 금감원이 한국거래소를 통해 심리를 거친 결과 ‘주가조작 혐의가 없다’고 나에게 통보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당시 권 회장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조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무혐의 통보’ 발언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 당시 권 회장을 도이치모터스 지분과 관련된 공시 위반으로 조사한 적은 있다”며 “권 회장은 금감원에서 조사받았다는 걸 강조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경찰의 협조 요청에 금감원이 응하지 않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것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며 “당시 경찰에서 공문을 보내 조사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finance/1003426.html?_fr=mt1#csidxc920fdfc66f8e9dab4ee893e9581a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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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우리가 탄핵한 건 '돈도 실력인 사회'였습니다

[연속 기고-이재용 사면을 반대한다] 그날의 촛불을 기억하십니까?.   

21.07.14 07:29l최종 업데이트 21.07.14 07:29l

 

정재계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론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재용 사면에 반대하는 각계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이재용 사면과 가석방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짚어봅니다.[편집자말]
큰사진보기박근혜를 향한 외침 "국민의 명령이다 즉각 퇴진하라" 수많은 시민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지연 어림없다-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  지난 2017년 2월 18일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지연 어림없다-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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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우리를 기억하십니까? 

2017년 2월 18일, 대통령님과 저는 같은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8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 촛불을 밝혔던 그날, 우리는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재용은 시작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이재용도 구속됐다, 박근혜도 구속하라" 같은 구호 말입니다. 그날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촛불집회가 있었던 날입니다.  

그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 아닌 민주공화국"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며, 헌법에 보장된 법 앞의 평등이 드디어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재벌 총수는 죄를 지어도 구속되지 않는 나라, 구속돼도 '3.5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고 풀려나는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가졌습니다  그날 촛불을 들었던 우리 모두가 함께, 뇌물을 준 사람(이재용)이 구속됐으니 당연히 뇌물을 받은 사람(박근혜)도 탄핵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촛불의 요구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단죄를 받았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촛불을 밝힌 시민들의 힘이 만든 결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촛불이 탄핵한 '삼성공화국'의 망령이 다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습니다. 재계의 건의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가석방 논의 말입니다. 분명 그날 촛불을 함께 들었을 여당 유력 정치인들의 입에서마저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며 매번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그날의 요구와 다짐이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이 시점에 뒤집어진다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 촛불의 염원으로 출범한 정부의 수장이 국정농단 범죄자를 위해 사면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니, 그 자체로 끔찍한 비극입니다.   

촛불이 만들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빠져나오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빠져나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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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의 분노에 마침내 사법부가 응답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촛불 시민의 요구를 명확히 알고 계셨다는 이야기입니다. 국정농단 사태에 가담해 뇌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한 재벌을 단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나라라고 부를 수 없다는 외침에 동의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내려진 징역 2년 6개월형은 그가 행한 범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형기를 다 채우지 않은 시점에서 풀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현실을 보며, 다시 '이게 나라냐'고 묻게 됩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촛불의 구호를 다시 꺼내들어야만 하는 심정은 비통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회사 자금을 횡령해 국정농단의 주범에게 뇌물을 바치고,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국민연금의 재정에까지 큰 피해를 입히며 삼성 계열사 불법 합병을 꾀해놓고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 같은 이재용의 행태는 오로지 자신의 사적 이익, 불법 승계를 추구하기 위해 행해졌습니다.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성화라는 빌미로 이재용 부회장을 석방시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재벌공화국의 망령을 다시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정권들에서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재벌 사면이 이뤄졌으나, 재벌 사면과 경제활성화 간의 실증적 인과관계가 증명된 적은 없습니다. 

권력에 기대어 불법적으로 부와 기득권을 승계해온 재벌을 법 앞에 단죄하지 않고서,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 평등은 허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성 재벌 이건희의 아들로 태어난 이재용이 뒤이어 재벌 총수 자리에 올라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주무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행한 불법에 제동을 건 것이 바로 촛불의 외침이었습니다.

그 말은 아무 뜻 없었다고 말씀해주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그룹 회장(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에서 앞서 환담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그룹 회장(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에서 앞서 환담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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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아들로 태어난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갖기 위한 불법과 조작을 저지르는 일에 삼성그룹과 정권의 조직적 조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유라가 단지 최서원의 딸이기에 이재용으로부터 몇십 억원 대의 마필을 받았듯, 이재용과 정유라, 박근혜가 살았던 세상은 그들이 단지 누군가의 아들딸이기에 누릴 수 있었던 세상이었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평범한 아들과 딸들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그들과 우리가 적어도 법 앞에서는 평등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탄핵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 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돈도 실력인 사회'까지 탄핵했습니다. 처벌받지 않는 권력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뇌물 준 사람'인 이재용 부회장이 석방되면, '받은 사람'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 논의도 자연히 물꼬가 터지게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그날의 촛불을 기억하신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은 임기 내에 결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공언해주십시오.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 "이재용 사면에 대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라고 발언하셨던 것은 아무 뜻 없었던 말이었던 거라고, 확실하게 말씀해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강민진씨는 청년정의당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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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9,160원… 민주노총 “저임금노동자 기만한 것”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1.07.13 10:24
  •  
  •  댓글 0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인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5%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 8,720원보다 440원 인상된 것으로, 월 단위(주 40시간, 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 기준)로 환산하면 191만 4,440원이다. 이로써 문 정부가 출범하며 내걸었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폐기됐다.

▲ 12일 밤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9천160원으로 의결됐다. [사진 : 뉴시스]
▲ 12일 밤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9천160원으로 의결됐다. [사진 : 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2일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이같이 의결했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을 표결해 찬성 13표, 기권 10표로 가결한 것.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위원들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9,030원~9,300원)에 반발해 표결 전 전원 퇴장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희망고문이 임기 마지막 해에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된 것”이라고 분노했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3.6~6.7%는 도저히 받아들이고 논의할 수 없는 수치”, “6.7% 인상돼도 산입범위 확대 개악으로 실질인상률은 2% 미만”이라며 “코로나 19로 증폭된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불가피했음에도 (공익위원 제시안은)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코로나19로 심화된 경제 불평등 및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며,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에 적정해야 한다”며 23.9% 인상안(시급 10,800원)을 최초 제시안으로 제시한 후 노사이견을 좁히기 위해 10,440원, 10,320원에 이어 10,000원을 수정안으로 내놨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8,740원과 8,810원, 8,850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사용자위원 측은 8차 회의에서 “수정안을 내라고 해서 어쩔수 없이 낸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했다.

결국 9차 회의에서 공익위원회는 심의촉진구간(9,030원~9,300원)을 제시했고, 공익위원 단일안인 9,160원으로 의결됐다.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위원 5명은 찬성표를 던졌고, 지난 29일 최초제시안으로 ‘최저임금 동결안’을 제시하며 지탄받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위원들은 “영세·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을 이유로 인상안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12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투쟁문화제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사진 : 뉴시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12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투쟁문화제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사진 : 뉴시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에 앞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최저임금을 역대 최저 수준인 2.87%와 1.5% 인상을 주도하며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을 훼손하고, 저임금노동자의 생존권을 외면하고, 공익위원이란 지위가 무색하게 실질적으로 정부의 의중을 관철시키는 ‘정부위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며 작년과 재작년처럼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결정을 예상하며 우려를 표해 왔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도 공익위원들의 단일안이 공익위원들의 찬성표에 힘입어 결정됐다.

민주노총은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해 하반기 총파업 투쟁으로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최저임금 결정·고시 시한인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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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 방위백서 ‘독도 영유권’ 되풀이에 ‘강력 항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7/14 07:06
  • 수정일
    2021/07/14 07: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대변인논평, 즉각 철회 촉구...주한일본공사·국방무관 초치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7.13 15:19
  •  
  •  수정 2021.07.13 17:27
  •  
  •  댓글 0
 

일본 정부가 13일 발표한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데 대해 정부는 즉각 강력 항의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방위백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규탄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방위백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규탄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7월 13일 오늘 발표한 방위백서를 통해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질없는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오늘 아침 아태국장이 주한일본대사관의 총괄공사를 초치해서 일본 측이 방위백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강의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고 확인했다.

최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금번 방위백서를 포함, 일본 정부가 최근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해 주목된다. 최근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일본의 부당한 주장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최 대변인은 “ 정부는 일본 정부의 부당한 주장이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우리 주권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재차 분명히 하며,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도 “독도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은 언제나 변함없이 결연하다”고 덧붙였다.

이경구 국방부 국제정책차장도 주한 일본 국방무관인 항공자위대 마쓰모토 다카시 대령을 국방부 청사로 초치해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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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35]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칭송, UFO

이형구 | 기사입력 2021/07/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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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정세에는 근본적인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세계를 주도해 온 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였다. 그런데 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미국은 이 위기를 극복하려 북한, 중국, 러시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와 북한,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반제자주 국가 사이의 신냉전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한 제재와 봉쇄를 강화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내세운 ‘가치동맹’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가치동맹엔 신냉전 대결 체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에 맞서 북·중·러가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주의·반제자주 진영은 세 나라가 각각 자기 힘을 키우면서 미국과 서방세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그리고 세 나라가 서로 연대와 공조, 지원과 지지의 기운을 높이고 있다.

 

이 대결에선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북·중·러가 공세를 펴며 세계적 차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형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들을 기회 될 때마다 살펴보려 한다.

 

 

▲  타임지 2021년 7월호 아시아판 표지


 

1.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칭송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 문재인 대통령 타임지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9일 미국 주간지 타임과 인터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6월 26일 연합뉴스와 세계 6대 뉴스통신사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상당히 유연성이 있고 결단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주로 한반도 평화, 번영,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유연성이 있고 결단력 있다고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 번영,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며 실현할 의지가 매우 높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 번영,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자기 생각과 주장을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면서도 수용할 건 수용하고 다소 민감한 부분도 과감히 결정짓는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연하고 결단력 있다며 극찬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네오콘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칭송한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3월 29일에 보도된 SBS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자신감과 확신에 차서 지휘하고 있는 걸 봤다”라며 대단히 결단력 있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볼턴 전 보좌관을 북한에 데려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북한 강경파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사실 북한 입장에서 볼턴은 나쁜 사람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정부 안에서도 가장 강경한 대북적대정책을 펴려 했다.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볼턴 전 보좌관이 생화학무기를 폐기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꺼내 회담을 결렬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런 볼턴까지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잊을 수 없는 지도자로 추켜세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예찬하던 사람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북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매우 영리한 사람이자 위대한 협상가”, “아주 전략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말 현명하다”, “굉장히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능력을 수없이 반복해서 찬양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밥 우드워드가 쓴 책 ‘격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라고 묻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명석하고 비밀스럽지만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북미정상회담 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위대한 인격에 매우 똑똑하다. 좋은 조합”이라고도 말했다. 우리는 살면서 배려심이 많다던가, 남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을 보며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곤 하지만 ‘훌륭한 인격’을 지녔다고까지 평가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극찬 중의 극찬인 것이다.

 

이렇게 문재인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본 사람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계속해서 칭송하고 있다.

 

(2) 민심의 반응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졌을 때 국민 속에선 별다른 반향이 일어나지 않았다. 별다른 반향이 없었다는 말은 대다수 국민이 특별히 거부감을 보이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같으면 북한을 찬양했다며 색깔론에 휩싸였을 법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국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평가가 맞는다고 여긴 것이다. 즉 인터뷰 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국민은 북한에 대해서 적폐언론이 보도하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수단이 신문이나 뉴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적폐세력은 이 점을 이용해 북한의 지도자를 헐뜯는 반북 보도를 일삼았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남북정상회담이 생중계되고 국민이 얼마든지 북한 사진과 영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국민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등을 직접 방송과 사진으로 봤다. 그러자 적폐세력이 유포했던 반공반북 색깔론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사진과 영상은 참 많은 것을 전달한다. 사진만 봐도 누가 어떤 사람인지 얼추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두환 사진을 보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얼굴에 독재자라고 쓰여 있는 듯하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사진을 봐도 이 사람은 권위주의적인 사람이겠구나 하는 게 눈에 보인다. 

 

만약, 국민이 남북정상회담 등 북한 최고지도자의 영상을 직접 보았더니 반북 세력이 그동안 왜곡했던 것과 같은 모습이 보였다면 적폐세력이 이를 엄청나게 부각시키며 떠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이 볼 때도, 적폐언론이 볼 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어디에서도 흠잡을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적폐언론도 예전처럼 북한 지도자에 대한 음해 왜곡 보도를 대대적으로 하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높이 평가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국힘당과 윤석열, 조선일보 같은 세력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며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국민은 ‘쟤네가 저렇게 말하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할 뿐 적폐세력의 말에 동의하진 않았다.

 

(3) 미치는 영향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의 ‘점령군’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이재명 예비후보가 7월 1일 자신의 고향인 안동에서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를 만나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는 달라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다시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았나”라며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자 보수언론을 비롯한 적폐세력이 모두 들고 일어나 대대적인 색깔론 공세를 폈다. 

 

그동안 적폐세력이 공세를 펴면 막강한 힘을 발휘해왔다. 적폐세력은 1980년 광주에서 학살을 저지르고도 언론을 총동원해서 북한의 소행인 양 몰아갔고 자신이 마치 정당한 행위를 한 것처럼 만들어버렸다. 1987년 칼기 사건 때도 적폐세력이 대대적인 색깔론 공세를 펴 국민을 세뇌시키다시피 했다. 조국 사태 때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해 왜곡·편파보도를 수도 없이 쏟아냈고 올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도 LH사태로 신문지면을 덮어버렸다. 

 

이번에 적폐세력은 자기가 가진 힘을 동원해 이재명 예비후보의 점령군 발언을 맹공격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재명 예비후보의 미 점령군 발언은 대선 국면을 크게 좌우하는 핵심 의제로 떠오르지도 않았고 부분적인 싸움에 그쳤다. 그마저도 적폐세력이 일방적으로 이재명 예비후보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적폐세력이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펴고 있다는 반격이 일어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오히려 적폐세력이 시작한 공방전에서 이재명 예비후보 측이 약간의 우세를 점했다. 홍준표 국힘당 의원도 “해방 직후 우리나라에 최초 상륙한 미군은 점령군이 맞다”라며 “점령군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인정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점령이 맞다”, 정태일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팩트(사실)를 두고 피곤한 말씨름하는 건 생산적이지 않다”라고 말하는 등 역사학계도 미군은 점령군이 옳다고 밝혔다. 뉴스 댓글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말한 이재명 지사보다 이재명 지사의 말을 비틀어 왜곡, 이재명을 비난하는 수구 방가일보(조선일보) 등이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추천 9,325회, 비추천 431회)”, “이재명 지사 말 백 퍼센트 공감한다. 철 지난 색깔론 진짜 역겹다(추천 3,702회, 비추천 31회)”라는 여론이 공감을 얻었다. 

 

이 공방전을 통해서도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반공반북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아직 국가보안법이 남아 있는 등 색깔론의 영향력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다만, 과거와 같이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건 불가능해졌다. 

 

그동안 색깔론이 얼마나 맹위를 떨쳐왔던가. 1945년 해방 후 친일파는 미군정과 결탁하고 빨갱이 사냥을 함으로써 기득권으로 부활했다. 1969년 5.16군사쿠데타, 1972년 유신독재, 1980년 광주학살과 1987년 대선 때 칼기 폭파 사건 등에서도 온통 반공반북 빨갱이 사냥이 한국을 지배했다. 민주화가 된 후에도 적폐세력은 민주화, 자주화 투쟁을 탄압하기 위해 반공반북 빨갱이 사냥을 벌였다.

 

그러나 오늘날엔 어떤가.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미군이 점령군이었다고 발언을 하고 적폐세력은 이 발언을 가지고 빨갱이 몰이를 하려다 도리어 역공을 당하는 상황이다. 이준석 국힘당 대표, 윤석열 예비후보, 조선일보 등이 달려들어 이재명 예비후보의 점령군 발언을 공격했지만, 그 무슨 여배우가 근거도 없이 이재명 예비후보를 헐뜯는 것보다도 위력이 없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반공반북 빨갱이 사냥의 힘이 줄어든 것이다. 반공반북 색깔론의 위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한국 사회에 대한 지배력,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여전히 국민 속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나빴더라면 반공반북 색깔론은 여전히 강한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따라서 반공반북 색깔론의 위력이 줄어드는 배경엔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 특히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칭송하는 세계적인 분위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북한과 대결하고 있는 미국, 미국인 중에서도 가장 반북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볼턴 전 보좌관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칭송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니 색깔론이 힘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마저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높이 평가하는 걸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감화력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정치적으로 대결하는 사람끼리는 상대방을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이 조국 전 장관의 인성을 높게 평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잊을 수 없는” 지도자로 여겼다. 그렇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볼턴 전 보좌관 같은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인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높은 인간적 매력과 인격을 가졌다는 것일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진 감화력의 수준을 잘 가늠하기 어렵다.

 

볼턴 전 보좌관마저 이러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헐뜯는 사람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북적대정책을 펴는 미국, 일본, 친미친일보수세력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반면 자주, 평화,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우리 국민과 동포들, 전 세계적인 양심의 입지가 넓어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칭송하는 듯한 분위기가 높아지는 게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 ▲ 미국 해군이 촬영한 UFO    

 

 

2. UFO

 

6월 25일, 미 국가정보국장실(DNI)이 미확인비행물체, UFO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미 군용기에서 관측한 144건의 UFO를 분석한 보고서다. 보고서가 공개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외계인이 실제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겠다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런데 공개된 보고서는 외계인 소식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었다. 144건의 UFO 목격 사건 가운데 1건은 수축하는 풍선이었고 나머지 143건은 뭔지 잘 모르겠다고 쓰여있던 것이다. 아니, 이럴 거면 대체 보고서를 왜 공개했단 말인가.

 

그런데 이 보고서는 외계인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보고서는 우선 이 현상이 장비 이상으로 인한 식별 오류가 아니라 모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었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실제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UFO가 무엇일지 추측해놓았다. ▲새 떼처럼 레이더 목표물을 방해하는 공중 간섭물 ▲대기 현상 ▲미 정부의 개발 프로그램 ▲외국 적대세력의 시스템 ▲기타 등이었다. 

 

여기서 주목되는 건 외국 적대세력의 시스템이라는 항목이다. 미국은 자신이 관측한 UFO가 러시아와 중국의 극초음속 신기술 실험 같은 최첨단 기술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기술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다. 미국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물리 현상을 발견했는데, 그게 러시아와 중국이 개발한 군사 무기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러시아와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미국으로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는 뜻인가? 현대 과학으로는 규명할 수 없어 외계인의 소행으로 보일 만큼 압도적인 수준이라는 것인가? 만약 미국의 분석대로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 무기라면 미국과 러시아·중국 사이의 대결은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자기가 알지도 못하고 파악할 수도 없는 무기로 얻어맞을 판인데 어떻게 대결을 할 수 있겠는가.

 

더욱 중요한 건 미국이 공식 보고서에 이런 가능성을 적어 대중에게 공개했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개한 건 미국이 자신의 패배를 자인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게 아니라면 러시아와 중국의 소행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할 이유도 없고 더군다나 이 보고서를 발표해서 얻을 이익도 없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군비증강을 하기 위해서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을 일부러 과장한 거 아니냐고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부 위협을 허위로 날조했다고 하기엔 파장이 너무 큰 내용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과학기술이 미국을 아슬아슬하게 뒤쫓아오고 있다고 해야 효과가 있지 미국을 아득히 넘어버렸다고 해서야 역효과만 날 뿐이다.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미 국가정보국장실 요원들은 보고서에 자신으로선 파악할 수 없는 비행체가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무기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적으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러시아와 중국이 가진 미지의 기술 수준에 경탄하고 희열을 느꼈을까 아니면 공포심을 느꼈을까? 이 보고를 받은 미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와 중국을 생각하며 우리도 국력을 키워야겠다며 전의를 불태웠을까? 좌절감을 느끼진 않았을까? 그리고 미국 국민은 이 보고서를 보고 역시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보다 낫다며 체제우월감을 느끼기라도 했을까? 미국의 추락을 느끼며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공포심을 느끼진 않았을까?

 

미국은 이 보고서를 대체 왜 공개한 걸까? 미국이 훗날 러시아와 중국에 밀렸을 때 그 충격을 덜기 위해서 미리 미국 국민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기 위해서였던 건 아닐까. 그것 말고는 어떤 이유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한편, 미국이 왜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는지도 궁금하다. 미국이 전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바로 북한이다. 북한을 방문한 사람 중에는 자기가 무언가를 구경했다며 북한이 UFO를 개발했을 수도 있다고 증언하기도 한다. 그런데 미국은 UFO가 러시아와 중국의 소행일 수 있다면서도 북한이 했을 가능성은 말하지 않았다. 실제로 북한이 한 일일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아니면 북한이 UFO를 만들었다고 발표하면 그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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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잠재취업·초단기근로…일하고 있는데 일이 고프다

[기획 시리즈 ‘경계 청년’]알바·잠재취업·초단기근로…일하고 있는데 일이 고프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입력 : 2021.07.13 06:00 수정 : 2021.07.13 06:00

 


 ㆍ(1)노동시장 바깥서 맴돌다

수도권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상향 첫날인 12일 서울 종로에서 한 청년이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이용해 배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상향 첫날인 12일 서울 종로에서 한 청년이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이용해 배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기 알바 등 취업자인 동시에
입사 시험 준비하는 ‘실업자’들
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 해당

취업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취업자 중 취업시간이 주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고 추가 취업이 가능한 자
초단시간 취업자: 취업자 중 취업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 희망하고 추가 취업이 가능한 자
일시휴직자: 직업이 있지만 일시적인 병, 휴가·연가, 일기 불순, 노동쟁의, 사업 부진, 조업 중단 등의 사유로 일하지 못하는 자. 유급이나 무급휴직도 해당
실업자: 취업을 희망하고 4주 내 구직활동을 했고, 현재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비경제활동인구: 가사 또는 육아를 전담하는 주부, 학생 및 일을 할 수 없는 연로자 및 심신장애자, 의무군인, 불로소득자, 자발적으로 자선 사업 또는 종교단체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
잠재취업가능자: 4주 내 구직활동을 했고, 일시적인 병 등의 이유로 현재 일을 할 수 없는 사람
잠재구직자: 4주 내 구직활동 없지만 일할 수 있는 사람
 

일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은 취업자일까, 아니면 실업자일까. 대한민국 청년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이 이 같은 ‘경계 청년’으로 노동시장을 떠돌고 있다. 이들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자’인 동시에 입사를 준비하는 ‘실업자’들이다. 통계청은 완전한 실업도, 그렇다고 취업도 아닌 경계지대에 머물고 있는 이들을 실업의 시간과 기간을 기준으로 추가취업자·잠재취업가능자·잠재구직자·구직단념자·쉬었음 등으로 복잡하게 나눈다. 반면 1시간이라도 임금을 받고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한다. 실업률이 낮다고 하지만, 체감실업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박성훈씨(30·가명)도 ‘경계 청년’ 중 한 명이다. 수년 전 대학을 중퇴한 이래 관공서나 대학 행사의 영상편집 일감을 받아 쉬지 않고 일했다. 회사에 정식으로 소속된 적은 없지만 학자금과 생활비는 벌었다. 그럼에도 그는 늘 구직 상태였다. 불안정한 지금의 일자리 대신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으려 취업 준비를 병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그나마 있던 일감마저 끊겼다. ‘프리랜서’라서 실업자로 인정되지 않아 실업급여는 받지 못했다. 최근에 그의 일자리는 패스트푸드점, 주 20시간짜리 아르바이트다. 그는 “아침에 나가서 기름솥을 닦고 설거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이러다가 평생 알바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구직활동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많은 2030 청년들이 취업과 실업 사이에서 맴돈다. 지난해 청년층 확장경제활동인구(482만6000명) 중에서 경계취업자(14만9000명), 잠재경제활동인구(69만3000명)에다 실업자 37만명을 포함하면 25.1% 수준인 121만2000명이 ‘경계 청년’에 해당한다. 자발적으로 실업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자리 부족 또는 미스매칭 탓이라 엄밀하게는 ‘비자발적’인 선택이다. 코로나19 이후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이 늘면서 청년들은 경력을 쌓을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다. ‘MZ세대’가 직장 소속감이 낮다지만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제공하는 일자리 질이 얼마나 좋은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낮은 임금,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채용 사이트를 뒤지며 노동시장 내 사다리 오르기를 시도하는 ‘경계 청년’이 늘어날수록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저출생 문제 역시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청년 일자리 정책이 나오려면 일단 통계와 진단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코로나19 시대, ‘경계청년’의 위기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충격은 노동시장에서 청년들을 경계로 더 많이 몰아넣었다.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를 갖고 있던 사람도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차현웅씨(34·가명)도 코로나19 이후 ‘취업자’와 ‘실업자’ 중간지대에서 떠도는 중이다. 차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운영하던 여행사를 접었다. 귀국한 이후 대기업 하청업체의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다 어려워진 회사가 희망퇴직을 받자 그 일도 그만뒀다.

현재는 간간이 벽지 시공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통계청 분류로 보면, 현재 그는 주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크게 늘어난 이들 중 한 명인 셈이다. 여행사 사장이나 생산직 노동자일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그는 ‘취업자’로 묶이지만, 현실의 차씨는 계속 일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불완전 취업자’로서 경계청년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노동시장 밖 경계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여행사에서 2년간 일한 이사라씨(28·가명)는 지난 4월 코로나19 타격으로 여행사가 문을 닫으며 실업자가 됐다. 이씨는 “사장님도 버틸 만큼 버텼지만 월세 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가 이렇게 길게 갈지 몰랐다”고 말했다. 실업급여와 퇴직금으로 생활 중인 이씨는 2개월째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여행 관련 일 말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터라 미래가 막막하다. 이씨는 ‘잠재구직자’로서 자신의 전공이나 경력과 상관없는 직종으로 이동해야 하는 처지다.

그래픽 | 성덕환 기자 thekhan@kyunghyang.com사진 크게보기

그래픽 | 성덕환 기자 thekhan@kyunghyang.com

‘취업 뽀개기’ 해도 재탈출

코로나 등으로 일자리 잃은 사람들
알바로 버텨가며 다른 일거리 찾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신분 돼

취업에 성공해도 저임금·고강도에
자발적 퇴사 선택 ‘구직단념자’로

한국의 고질적 노동 문제도 경계청년을 만드는 원인이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은 낮은 임금, 고강도 노동, 불예측적 해고, 책임없는 노사관계 등의 문제로 노동시장 밖으로 나와 자발적으로 경계청년이 되기도 한다.

김효은씨(20·가명)는 특성화고를 다니면서 반도체 공장 생산직 정규직원으로 취업했지만 수개월 만에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그는 “철제로 된 반도체를 오븐에 넣고 빼내는 작업을 했는데 생산량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며 “선배님들 손에는 화상 자국이 흔했다”고 말했다. 회사 밖은 더 지옥이었다. 코로나19로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었다. 그는 일일 임상·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아르바이트를 했다. 자신의 몸을 약 부작용 시험 대상으로 맡긴다는 점에서 위험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씨는 자발적으로 경계청년이 됐는데,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취업자’로 살게 될지는 몰랐다.

20대 윤정희씨(가명)도 2년간 치위생사로 일한 병원을 최근 그만뒀다. 의료계 집단 괴롭힘, 일명 ‘내리 갈굼’이 문제였다. 그는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로 아직 정신과 치료 중인데 현재는 실업급여를 받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쉰 지 반년이 넘은 윤씨는 ‘쉬었음’ 인구이면서 구직활동에 소극적인 ‘구직단념자’다. 2020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전년 대비 7만3000명 증가한 60만5000명인데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였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떠나 경계청년이 되는 대표적 이유 중에는 낮은 임금도 있다. 2020년 기준 청년 취업자의 58.7%가 첫 일자리 월 임금이 200만원 미만이었다. 최저임금 월 환산액이 18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청년 절반이 첫 직장에서 매우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첫 직장 근속 연수도 매년 짧아지고 있다. 2020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 첫 직장 평균 근속 기간도 1년5.5개월로 10년 전과 비교해 1.5개월 줄었다.

첫 일자리에 실망한 청년들은 더 나은 일자리로 전환하기 위해 퇴사와 동시에 자격증이나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실업-교육으로 이행하는 사람을 두고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 등 학계에선 ‘요요 이행’이라고 부른다. 더 나은 직장에 가기 위한 이 ‘이행 행위’에는 돈이 든다.

최유진씨(26·가명)는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했지만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자 일을 그만두고 언론사 취업 준비를 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포기했다. 그는 “언론사 취업 준비를 하려면 서울에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데 월세 포함 100만원 정도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며 “최근 본가인 대구로 내려와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외부에 서 있는 ‘주변인’

취업시장 얼어붙어 발 못 디디고
주변 맴돌다 “경쟁력 없다” 포기도

얼어붙은 취업시장 때문에 단 한 번도 노동시장에 발을 디뎌보지도 못한 채 주변만 맴도는 경계청년들도 적지 않다. 8월 대학 졸업예정인 서지현씨(28·가명)는 올 상반기 50곳에 입사 서류를 냈지만 서류 합격은 손에 꼽는다. 그는 “이제 상반기 채용 공고도 거의 안 올라오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원서를 안 넣고 있다”며 “매일 일어나서 상식시험 대비 모의고사를 풀고, 채용 사이트를 뒤지고, 자기소개서를 이런저런 방향으로 수정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말했다.

이성원씨(25·가명)도 올 초부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용돈벌이를 하던 알바도 모두 정리했다. 그는 “부모님에게 월 50만원의 용돈을 받으면서 생활한다. 가뜩이나 돌아갈 곳 없는 신분이라 불안함이 큰데 부모님에게 손까지 벌리고 있어서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구직활동 없이 취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유경준씨(22·가명)는 조만간 현재 다니는 서울 소재 대학교를 그만둔다. 유씨는 “스펙이 좋은 동년배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주변을 보면 자격증을 따고 바늘구멍을 통과해도 서울에 집 한 채 못 사지 않나. 크게 한탕 노리자는 생각에 주식투자자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4월부터 주식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최근엔 생계를 이어갈 만큼 돈을 벌고 있지만 어딘가에 소속돼 있지 않기에 ‘취업자’는 아니다. ‘실업자’는 물론, 취업을 희망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구직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지금은 노동시장 외부에 머물기로 마음먹었지만 언젠가 내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늘 컴퓨터 앞에서 돈이 오가는 것만 보니 머리도 아프고 외로움도 탄다. 외로움은 해소하기보다 그냥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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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107130600015&code=920100#csidxe61793036296522a20a1f7d054fb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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