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청와대 “문 대통령 방일 안 한다…정상회담 성과로 삼기에 협의 미흡”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계기 일본 방문을 하지 않기로 19일 결정했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오후 이같이 전하며,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대면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다만 “한일 양국 정부는 도쿄올림픽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국 간 역사 현안에 대한 진전과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에 대해 의미 있는 협의를 나눴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도쿄올림픽은 세계인의 평화 축제인 만큼, 일본이 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선수단도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지만, 그간 쌓아온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해 선전하고, 건강하게 귀국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올림픽위원회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하는 등 일본 측의 도발적 행위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 계기 문 대통령의 방일 및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한일관계 진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일본 측은 연일 자국 언론을 통해 마치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매달린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내놓게 하는 등 한국 정부를 자극했다.

지난 15일에는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JTBC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태도를 두고, 독선적이라는 의미를 부각하고자 ‘마스터베이션’(자위)이라는 표현으로 폄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 라인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소마 공사를 경질할 방침이며, 한일 정상이 도쿄올림픽 개막일인 23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소마 공사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공식 외교라인이 아닌 자국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박 수석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까지 저희가 견지해온 입장은 일본 정부가 특정 언론을 이용해 어떤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 바 있다”며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일본이 그렇게 슬그머니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대해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소마 총괄공사 문제와 관련해 “외교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거취와 관련해서는 “주한 일본 대사가 엄중 주의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재임 기간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인사 배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군사훈련 중단을 위한 평화행진, 포천에서 진행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7/19 [18:29]
  •  
  •  
  • <a id="kakao-link-btn"></a>
  •  
  •  
  •  
  •  
 

▲ 평화행진 참가자들은 17일 오후 송우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1인 시위와 선전물로 포천 시민들을 만났다. [사진제공-추진위]  

 

▲ 김명숙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 영북면 위원장. [사진제공-추진위]   

 

‘한미연합훈련 중단, 남북관계 개선 민족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17일 5차 ‘훈련중단 대화재개-접경지역 평화행진(평화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평화행진은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송우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1인 시위 형태로 진행됐다. 

 

추진위는 1인 시위에 앞서 김명숙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 영북면 위원장과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 훈련에 따른 주민피해 및 대책위 활동에 관해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은 훈련에 따른 소음과 진동 심지어 포탄이 가정집에 떨어져 생명을 위협하는 등 미군이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긴장과 불안이 계속되어 왔다”, “참다못한 시민들이 사격훈련이 예정된 시기에 훈련장이 있는 산에 올라가 숙식을 하면서 사격 훈련을 직접 중단시킨 적도 있다”라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주한미군 최대 규모의 사격 훈련장으로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 훈련장을 점유하고 훈련을 강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전 통보 없이 군사훈련이 진행되었으나, 범시민대책위 결성 이후에는 사전 통보와 밤 10시 이후 훈련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평화행진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송우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하고 남북공동선언 이행합시다’, ‘우리는 남북관계 파괴하는 한미연합훈련을 반대합니다’는 내용의 선전물을 들고 1시간 동안 포천시민들을 만났다. 

 

▲ 송우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걸린 '전쟁훈련 중단-남북대화 재개' 현수막. [사진제공-추진위]  

 

▲ 1인 시위하는 평화행진단. [사진제공-추진위]  

 한편 추진위는 “지난 6월 19일부터 매주 접경지역 평화행진을 이어왔으나, 코로나 19 대규모 확산에 따라 마지막 지역인 고양시 평화행진을 취소했다”라면서 “평화행진은 포천에서 마무리되지만 온라인 시위 등을 통해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위한 활동은 계속된다”라고 밝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국 대선, '미국식 자유주의' 넘어선 대담한 전환 고민해야"

[안병진 교수 인터뷰] "미중 신냉전은 현실…한국정부 고도의 외교력 절실"

지난 5월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미국을 놓고 싸우는 세 정치 세력들)>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발간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기후위기 문제(및 이와 연동된 불평등)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이 '구시대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최근 여야 주요 후보의 20세기형 대선 출마선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토록 퇴행적 대선 출마 선언이 난무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라며 "지금은 약 7년 정도 내에 기후위기를 통제하기 어려운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가 여러 어젠다 중에 중요한 하나로 취급받는 세상은 이미 지났다.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세계관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재해석해야 하는 시기"라며 "시민운동조직은 물론이고 기업, 대학 등 모든 시민사회가 거의 대선 투표 보이콧을 각오하는 수준의 강력한 경고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내년 대선 이후 한국에서 개헌 정국이 펼쳐질 것이라면서 "미국 자유주의 제도의 오작동을 살펴보는 것은 개헌 정국에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헌에 대해 내각제, 대통령 중임제 등 단순한 통치제도 문제를 넘어서 한국이 앞으로 어떤 문명, 어떤 모델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근원적 논쟁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이번 저서에 대해 "한국의 정치 발전에 시사점을 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런 점에서 이는 단순히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미국의 상하원이라는 제도 설계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운명과 제도 운용에서의 한계를 동시에 가진 것이었다. 미국 리버럴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외면했다가 소위 '트럼프 현상'에 직면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며 "그러다 이제야 선거 제도 개혁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정도 반성으로는 현재 미국의 위기가 극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민주의적 문제의식이 미국의 주류에서 부활했다. 주류 정치세력인 리버럴들이 심지어 사민주의적 기조의 경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트럼프라는 참주선동가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며 미국의 현 상황을 분석했다.
 

 

안 교수는 "문제는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이미 자유주의 제도가 오작동 중"이라며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제도와 개헌의 높은 장벽 등의 존재로 인해 지금 현상유지 경향의 미국의 정치 제도로는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2021년 현재 한국이 직면한 최대의 외교적 도전은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의 대립 속에 우리는 어떤 노선을 취해야 하는가가 아닌가 싶다.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교착, 한일 갈등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이는 하위 변수라고 생각된다.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고 협력할 수만 있다면 해결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정치엘리트들은 현재 국제체제 속에서 자국의 위상이 어떠하며 라이벌인 중국의 의도는 무엇이고 능력은 어느 정도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최대 안보협력 국가인 반면 중국은 최대 경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한 저서 <미국은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니다>에서 "우리가 알던 미국은 이제 없다. 미국은 그 원형 모델이었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본주의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당연시해 온 질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규정했다. 세계의 패권국가였던 미국의 정치경제 모델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질서 자체도 흔들린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러한 혼돈과 무질서의 이행기에 세 정치세력이 미국을 새롭게 규정하려 하고 있다. 기존의 미국적 가치와 경계선을 지키려는 토크빌주의, 체제를 넘어 문명충돌적 시각에서 미국을 변화시키려는 헌팅턴주의, 민중의 힘에 기반해 사회민주주의나 더 나아가 사회주의로 나아가려는 데브스주의" 고 했다.
 

 

토크빌주의를 대표하는 정치가와 이론가로는 바이든 대통령과 존 아이켄베리, 헌팅턴주의는 도널드 트럼프와 스티브 배넌, 데브스주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와 엘리자베스 워런을 꼽았다.

 

책에 따르면 현재 기존 정치 주류인 토크빌주의는 국내적으로는 정치개혁과 함께 데브스주의의 사회민주주의를 일정 정도 받아들여 기층의 경제적 개선을 도모하며 이를 통해 헌팅턴주의를 제어하고 국내 정치기반을 정비해 중국과의 체제대결을 도모하고 있다. 물론 그 성패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우선 미국의 기존 질서가 흔들린다고 했을 때, 그 원인과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미국의 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 2001년 이후의 대중동전쟁은 영향은 무엇인가?

 

안병진 : 미국의 질서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학자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내용인데, 그 원인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 미디어의 표피적이고 진영 논리적인 행태 등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미국의 자본주의가 1970년대 이후로 어떤 위기를 겪어왔는가의 문제로 접근하기도 한다.

 

제가 초점을 맞추려는 것은 미국의 건국 시조들이 탁월하게 만들었던 소프트웨어, 즉 미국의 자유주의적 정치제도가 이제는 어쩌면 개혁 정도도 될 수 없는 정도로 완전한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미국의 주류 학자들이 근대문명 시절 설계되고 작동하던 미국의 자유주의 제도가 오늘날 오작동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에 대해 치밀하고 발본적으로 화두를 던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저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그리고 한 가지 전제하자면, 저는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미국을 아는 것이 한반도를 살아가는 실천적 지식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데에 더 관심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책도 아카데미즘과 대중서의 중간 지점 정도로 썼다.
 

 

예를 들자면 미국 자유주의 제도의 오작동을 살펴보는 것은 내년 봄 한국의 대선 직후부터 벌어질 개헌 정국에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개헌에 대해 내각제, 대통령 중임제 등 단순한 통치제도 문제를 넘어서 한국이 앞으로 어떤 문명, 어떤 모델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근원적 논쟁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것, 즉 한국의 정치 발전에 시사점을 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런 점에서 이는 단순히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1970년대 이후 좌파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국 자본주의가 가지는 위기, 즉 생산비용 증가와 더 이상 유효수요 창출이 힘들어 지면서 생기는 축적의 위기가 구조적 위기이자 정치적 위기의 배경으로 존재한다.

 

정치 제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국의 건국 시조들이 설정했던 상‧하원제도가 어떤 점에서 더 이상 작동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문제다. 이 제도는 로마 제국을 따라 만든 것인데 상원이라는 심의적 기관, 하원이라는 민중의 역동성을 반영하는 기관이라는 문제의식이 탁월하긴 했으나 지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상원은 당초 파당적 이익을 떠나 나라 전체의 이익을 숙의하는 심의적 기관으로 고안됐으나 지금은 완전히 당파적 진영 대립으로 일관하고 있고, 민중의 역동성을 반영하기 위한 하원이 현역 의원의 80%가 당선될 정도로 현상유지의 기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를 살려내기 위해 미국의 '리버럴'(liberal)들은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 개혁, 탄핵 요건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설령 개혁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해결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상하원의 역동적 균형점이 근원적으로 복원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의 상황이 한국 민주주의의 쇄신이나 개혁 또는 반면교사로 작용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연속적 동시 전환'의 테제를 주장했다. 한국은 자유주의적 (헌정주의)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나가면서 동시에 대통령제의 원형인 미국 자유주의가 가지는 필연적 한계를 넘어서는 정치체제를 동시에 연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유주의를 성숙시킨다는 것이 보수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한국은 자유주의조차 제대로 성숙시키지 못한 곳이었기 때문에 자유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려면 미국 건국 시조들의 정교하고 탁월했던 지혜를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또한 그 한계와 취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모델의 단순 도입이나 폐지를 넘어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안병진 지음, 메디치 펴냄 ⓒ메디치

미국의 자유주의적 제도를 이미 발전된 완성형 모델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 한계가 지금 드러나고 있다. 지금 미국 상원의 모습은 심의적 판단은커녕 정파 대립의 공간일 뿐이다. 트럼프 탄핵 국면에서 봤듯이.


 

그럼 미국 건국의 시조들이 무엇을 놓쳤는가. 그들이 생각했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기관으로서 현재의 상원보다는 차라리 중국 공산당이 훨씬 더 장기적 시야를 가지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건 미국 리버럴들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예컨대 하버드대학의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는 최근 경희대 주최 토론회에서 악화되는 기후위기 속에서 다가올 기후파국의 미래에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응력에 회의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는 이미 수년 전 <다가올 역사, 서양문명의 몰락>이란 소설 형식의 책을 통해 어쩌면 (중국의) 권위주의적 체제가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고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미국의 상원은 기후 위기와 불평등, 그리고 미래를 대비한 기관으로서의 역할, 미래의 인간, 비인간 주체들을 충분히 정치적 주체로서 반영해나가는 기관으로서의 상원이 아니다. 금권선거, 기득권들이 너무 큰 영향을 가지는 상원이다. 그런 점에서 상원이 중장기적인 심의기관으로는 실패했다고 본다.
 

 

그럼 하원은 민중의 역동성을 반영한 기관인가? 출발부터 그렇지 못했고 지금은 전체 하원의원의 80% 이상의 재선에 성공할 정도로 근본적인 이슈에 직면할 때는 현상유지 집단이 돼버렸다.


 

즉 미국의 상하원이라는 제도 설계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운명과 제도 운용에서의 한계를 동시에 가진 것이었다. 미국 리버럴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외면했다가 소위 '트럼프 현상'에 직면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이제야 선거제도 개혁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정도 반성으로는 현재 미국의 위기가 극복되기 어렵다.

 

이들은 경제적 뉴딜만이 아니라 계속 악화되고 지구행성의 존망이 걸릴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에 필수불가결한 정치제도는 무엇인가, 현 자유주의 제도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물론 중국 권위주의 체제는 이러한 질문 이전의 인간 개인의 존엄과 적법 절차 등 기본 질문 조차 오늘날 제대로 던질 수 없는 체제이다.

 

프레시안 : 트럼프 당선은 미국의 엘리트들이 소위 '바닥 민심'을 몰랐다는 방증이었는데, 트럼프의 당선 자체가 미국의 정치제도가 오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사례라면 그러한 오작동의 근원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안병진 : 정치과정 측면에서만 보면 원래 정치는 소위 말하는 민중들의 역동적인 욕망이나 꿈 등과 엘리트들이 가지는 이성주의적, 기득권적인 것 사이에서의 균형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브루스 애커만 등 일부 학자들은 '포퓰리즘'을 자유주의 민주주의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본다. 현실정치의 기득권정치로의 타락을 민중의 저항에 의해 교정해온 이중 민주주의가 미국 정치의 역사였다는 것이다. 샹탈 무페는 이를 외면하거나 억압하는 순간 유사파시즘과 같은 타락한 형태의 정치가 귀환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지난 40-50년간, 대략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정치에서 민중들의 욕망이나 꿈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기존 정치세력에 의해 충분히 반영되고 해소되는 과정이 있었냐고 본다면 좀 의문이 있다. 

 

예를 들어 근대 시기 민주당은 레닌의 소비에트 모델과 실존적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당시 루즈벨트는 극우들에 의해 빨갱이, 포퓰리스트라 비난받기도 했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자본과 사회의 위기 및 1980년대 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소위 불임정당이 되면서 이를 탈출하는 핵심 기제로, 즉 정권 탈환을 위한 방편으로 민중들에 대한 배제, 자본분파에 친화적인 정치 엘리트 그룹으로 스스로를 탈바꿈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민주당은 운동적 정당에서 기득권 엘리트, 소위 말하는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 정당으로 변해갔다. 정권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던 것이다.따라서 민중들은 정치 과정에서 소외됐고, 기존 민주당에 자신의 욕망을 투입하기 어려웠다.
 

 

보수적인 민중들의 경우 1981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했을 때 이같은 기대가 있긴 했다. 레이건 같은 강경 우파가 백인 민중들의 강렬한 열망을 반영한 강경 보수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인종주의와 소수파 젠더에 대한 강력한 공격을 하길 기대했다. 중하층 백인들은 1960년대 이후 페미니즘, 동성애, 낙태 허용 등 진보파의 반문화운동에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레이건은 현실정치가였다. 취임 이후 비서실장으로 제임스 베이커라는 워싱턴 '인사이더'의 상징적인 인물을 기용했다. 이후 공화당은 금융세력을 비롯한 워싱턴 인사이더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서 민중을 배신한 셈이 됐다.

 

물론 당시 현실정치가가 아닌 강경 우파의 네오콘들이 있었으나, 1930년대부터 1980년대 레이건 시기까지는 소비에트와의 냉전이란 구도만 보면 정치엘리트 간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은, 초당적인 '이스태블리시먼트'(Establishment, 기득권)' 시대였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민중들은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워싱턴의 '딥 스테이트' (Deep-State,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주류 정치집단)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한 결코 자신들의 시대가 오지 않는다는 좌절감을 가지게 됐다.

 

1960년대 앨라배마 조지 왈라스 주지사나 1992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팻 뷰캐넌은 정치적 올바름을 무시하고 이 분노를 거칠게 대변하거나 조종하려한 선구적 트럼프였다. 그들은 극심한 인종주의, 반여성주의와 고립주의를 옹호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귀찮은 주변부 후보 정도의 취급을 받았다. 예비 경선에서 뜨고 싶어 하는, 그래서 본선에 나간 후보에게 생채기를 입히는 뭐 그런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에 트럼프가 나타났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는 미국에서 가장 '인사이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사실 문화적으로는 '리버럴'에 가깝다. 클린턴 이후 공화당이 선거에서 계속 패배하면서 당 내부에서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해부 리포트에 따르면, 앞으로 공화당은 문화적으로 좀 더 리버럴한, 트럼프 같은 사람이 미래가 되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른바 '온건한' 빅텐트 공화당을 구상한 셈인데, 트럼프는 실상 극단적 인종주의자, 즉 백인우월주의자였고, 시대의 흐름이 딥스테이트에 대한 백래시가 되자 운 좋게도 왈라스와 뷰캐넌이 이루지 못한 주류가 됐다.

 

트럼프는 극우의 입장에서 진정한 전환적 정치가이자 혁명가였다. 그 이후 많은 미국의 평론가들은 트럼프를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선거는 과격하게, 통치는 중도적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즉 선거 과정에서의 과격한 레토릭이 정치 교과서의 법칙과 달리 실제 국정운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한 때 지난 미국 대선 이후 올해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의회 의사당을 점거한 사건을 일시적, 일탈적 현상인 것이라고 보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990년대 팻 뷰캐넌 시대만 해도 극단적 소수파로 치부됐던 이들이 이미 미국 정치의 주류로 진입했다. 극단적 보수가 사실상 공화당을 접수한 것이다. 이들의 대변자로는 트럼프도 있고 향후 대선 후보 중 하나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있다.
 

 

이렇듯 일련의 정치 과정에서 양 주류 정당이 그들 나름의 이유로 인해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정치의 퇴행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2011년 책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2016년 대선이 아닌 2020년 대선에서 국수주의를 내건 제3의 정당이 나타나 양당 체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탁월한 전망이었다고 본다. 

 

프레시안 : 2016년에 부상한 샌더스와 트럼프는 둘 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나 반감으로 나온 일종의 '이단'인데, 샌더스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을 장악할 수 없었던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과 보수 진영을 장악하고 대통령에 당선까지 됐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안병진 : 미국 민주당은 루스벨트 이후 계속 우경화되면서 지나치게 기득권의 정당으로 변모했다. 그 속에서 샌더스 진영은 민주당 주류와 전혀 다른 사회주의자이지만 민주당 플랫폼을 활용한 참여 전술을 펼쳤다. 그런데 이들이 민주당에서 주류를 차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따라서 당외 인사가 민주당을 장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020년 대선에서는 그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갔다.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에 이들 사이에 거리감이 있었고 이들이 중장기적인 큰 그림하에 연대하지 않고 서로 적대적이 돼버렸다. 좌파 특유의 분열주의 및 샌더스와 워렌의 정치적 미숙함이 함께 작용했다고 본다. 

 

또 이미 공화당은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등 '티파티'가 지지하는 강경 보수가 주류가 됐다. 티파티를 공화당의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를 둔 오바마의 당선을 보고 미국의 백인들은 드디어 히스패닉이나 아프리칸-아메리칸(African American) 등의 '타자'가 미국을 침략해 접수하는 가장 결정적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상식을 가진 이들이 보기에는 말이 안 되지만, 심지어 현재 미국에서는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나면서 멕시코가 1846년 전쟁에서 미국에게 빼앗긴 이전 영토를 수복하겠다며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타자의 '침입'에 대한 공포조차 존재한다.

 

그리고 미국의 많은 국민들이 2008년 가을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도 문제였다. 당시 나는 프레시안 등 기고문에서 오바마의 경제위기 인식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2009년 오바마 집권 이후 강한 '백래시'(Backlash, 반격)가 일어난 이유 중의 하나이다.


 

▲ 지난 2017년 1월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본인과 관련한 음란한 내용의 루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당시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서는 1조 80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으나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우리의 정치적 자산으로는 이걸 통과시킬 수 없다면서 스스로 절반을 깎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막대한 구제금융을 투입해 제네럴모터스를 비롯한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 등은 살렸지만 중산층 구제에는 별 힘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이 우파 포퓰리즘을 일으키는 발화점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안병진 : 1993년 빌 클린턴 집권 당시 행정부 내에는 두 분파가 있었다. 지금 시점에 비유하면 임금 주도 성장 분파와 균형 예산을 주장하는 보수파가 있었다. 노회한 중도였던 클린턴은 보수파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이득세를 좀 올리려고 했는데 난리가 났다. 그래서 진영 대결 끝에 겨우 통과시켰는데 그게 나중에 경제 부흥에 기여했다.

 

중도주의자 클린턴 조차 당시 '문명의 적'이라 부른 공화당으로서는 오바마는 더 큰 적이고 자신들이 불임정당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그들의 방해라는 한계가 있지만 오바마가 보다 초당적 태도에 집착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대결하는 태도는 필요했는데 경제위기의 압박감에 눌린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지 못했다.
 

 

집권 후 첫 중간선거에서 패배했고, 공화당은 보수 강경의 티파티가 장악한 상황에서 오바마는 이후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신자유주의 체제와 완전히 결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프레시안 :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의 2장 '건국 시조의 오판'에서 미국 혁명의 근본적 결함은 경제적 전제에 있다면서 자본의 우위, 자본의 과두적 힘이 정치영역을 철저히 자본 편향으로 기울어지게 하는 미국의 금권정치 과정을 말했는데, 그렇다면 금권 대 민권의 대립,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치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필요한 것 아닌가.

 

안병진 : 네오리버럴리즘(신자유주의)의 특징이, 토마스 프리드만 같은 사람들은 세계는 평평하다면서 러시아, 중부유럽까지도 워싱턴 컨센서스를 적용하려고 했다. 즉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를 이식하려고 했다. 1990년 중반 코소보-보스니아 전쟁 직후 가장 먼저 그 지역에 들어갔던 것이 크리스토퍼 힐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은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이 지역에 이식하려고 들어갔다. 

미국의 네오리버럴한 체제를, 즉 결함 많은 시장주의를 권위주의적 체제에 급격하게 이식하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약탈적 체제로 이어진다. 전근대적 부족주의 체제와 결합되면 아주 잔혹한 결과를 낳기도 했는데, 그래서 푸틴의 정치적 상승은 미국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른바 충격요법으로 러시아 경제를 극소수의 올리가르히(과두지배세력)에 넘겨 약탈적 경제체제를 만들었고, 냉전 종식 당시 고르바초프와의 구두 약속을 어기고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동유럽,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은 물론이고 한때 소련 영토였던 우크라이나에까지 확장하려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미국의 네오리버럴(신자유주의자)들은 미국 내 민중들의 곤경, 이에 따른 민중들의 저항에 대해 쉽게 생각했다. 1993년 당시 클린턴 진영은 대기업을 자문하는 보수적 컨설턴트들이 지배했다.


 

이 사람들의 눈에는 민중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정치 컨설턴트라는 마크 펜이 2008년 대선 당시 힐러리 캠프의 지휘자였는데 이 사람이 오바마의 부상을 읽지 못했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들아!"라는 구호로 1992년 클린턴 당선의 일등공신이 된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도 2008년 초반 "오바마? 웃기지 말라. 미국 정치에는 물리학 법칙이 있다, 20대에 기반한 캠페인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해 치러진 대선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4년 출생자)의 승리였다.


 

세계화가 가지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과 네오 리버럴 레짐(신자유주의 체제)이 가지는 본질적 한계에 대한 안이한 발상, 소련이 무너진 이후 미국식 정치‧경제 모델에 대한 과도한 환상 등이 2008년 대선에서 힐러리가 오바마라는 비주류에 무너진 이유가 된 셈이다.


 

물론 오바마 진영조차도 그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비롯한 주류 팀들은 앞으로 선거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구학적으로 히스패닉, 아프리칸-아메리칸, 여성, 뉴 밀레니얼 세대 등이 민주당 지지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약간 과장하자면 이들은 이들의 합산만으로도 이길 수 있는데 굳이 선거 때마다 골치 아프게 진영을 넘나드는 백인 노동자(소위 레이건 민주당)는 무시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이 운동적 정당에서 엘리트 정당으로 변모하면서 과학적 분석 능력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2년 대선에서 네이트 실버와 미국 민주당 내 전략가들의 사전 예측에서 각 주의 투표율을 거의 오차 없이 맞췄다. 그랬는데 2016년 대선의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공식 이상으로 농촌과 교외에서 레이건 민주당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환상, 현장의 운동성이 빠진 리버럴 엘리트 정치 모델에 대한 환상,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의적 캠페인에 대한 환상 등 이 모든 환상이 빚어진 참극이 2016년 대선이었다.

 

그랬다가 트럼프라는 도저히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는 이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중국의 본격적인 도전이 가시화되면서 리버럴들이 상황을 깨닫기 시작했다. 백인 노동자를 비롯하여 그간 미국의 정치 과정에서 목소리가 묻힌 이들을 잃어버리는 순간 정권을 잃어버리고 중국에게도 지는 악몽이 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현실주의자가 된 것이다.

 

이후 민주당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인 기조까지 등장했다. 이는 샌더스 현상과 관련된 것인데, 미국에서 사민주의는 북구 유럽 소식에서나 들리고 샌더스의 지역구인 버몬트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주류에서는 진작에 잊혀진 패러다임이었다. 

 

그런데 사민주의적 문제의식이 미국의 주류에서 부활했다. 주류 정치세력인 리버럴들이 심지어 사민주의적 기조의 경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트럼프라는 참주선동가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문제는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이미 자유주의 제도가 오작동 중이다.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제도와 개헌의 높은 장벽 등의 존재로 인해 지금 현상유지 경향의 미국의 정치 제도로는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이든이 고뇌가 많은데 오죽하면 미국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조(바이든)이 아니라 조(맨친), 즉 버지니아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현재 민주, 공화 양당이 50대 50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그 한 명을 도저히 설득할 수 없다면 바이든 정부의 대부분의 정책은 상원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냈을 때 샌더스를 비롯한 좌파 진영이 환영했다가 지금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가 그랬듯 바이든도 스스로 법안 내용을 줄이고 있다. 타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맨친을 최대한 설득하면 다행이지만 기후위기와 불평등 극복에 턱 없이 부족한 안이 통과된다면 앞날에 적신호가 켜진다. 그렇다고 필리버스터를 쉽게 폐지하기도 어렵다. 상원의 많은 여야 의원은 자신의 정당 가치보다 상원의 전통적 제도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클린턴과 오바마의 경우 집권 후 첫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이후 개혁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바이든에게는 내년 중간선거 승리가 최대의 정치적 과제라고 하던데, 바이든의 중간선거 승리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안병진 :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실 집권 정당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고, 선거구 획정도 불리한데, 현재까지는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서 성공하고 있고 인프라 법안이나 미국의 노동자나 약자를 위한 노력 등이 있어서 아직까지는 해볼 만한 싸움이 아닐까 싶다. 다만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이뤄서 개혁의 토대가 형성될지는 회의적이다.

 

▲ 지난 4월 28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의회 연설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 프로그램을 두고 큰 위협이 된다고 규정했다. ⓒAP=연합뉴스

기후위기 앞에서 미중 간 대립은


 

프레시안 : 현재 세계 상황을 팬데믹과 기후위기, 양극화, 미중 신냉전의 3중위기로 파악하고 있다. 3중 위기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시각과 입장은 어떠하다고 보는가.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연관을 해체하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안병진 : 미중 간 신 냉전적 측면이 좀 더 강하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측면만 있는 건 아니지만,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바이든을 '신냉전 리버럴'이라고 규정한다. 제가 한때 1962년쿠바 미사일 위기를 집중 연구한 적이 있는데 이걸 통해서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 리버럴들이 당시처럼 오인, 편견 등이 나타날 거라고 본다. 타자에 대한 혐오, 맥락 무시, 악마화 이런 것이 미국의 제 3세계와의 관계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2018년 <예정된 위기-북한은 제2의 쿠바가 될 것인가?>를 펴냈을 때 당시 제가 문제제기 했던 것은 해제된 비밀자료나 미국의 많은 문헌 등을 보면서 미국과 쿠바 관계에 있어 미국과 한국 내 진보진영 사람들의 테제는 미국의 양키 제국주의적 측면, 촘스키적인 시각인데, 저는 진실은 훨씬 회색빛이라고 본다.


 

케네디는 상원의원 시절 카스트로 혁명에 대해 서구 제국주의의 압살에 대항하는 민족주의적 측면이 있다고 낭만적으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제가 봤던 자료들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동생 라울을 통해 계속 소비에트와 연계 관계를 가지면서 민족주의자적 측면과 소비에트 민주기지로 전화되는 측면이 함께 있었다. 

 

케네디는 이후에 이를 점차적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련의 전체주의적 체제와 싸우는, 즉 냉전 전사로서의 리버럴로 인식이 굳혀져 갔다.


 

그런데 과거 낭만적 인식과 정반대로 지나치게 소련에 의도와 능력에 대한 과장된 인식이 여러 가지 다양한 케네디의 오판을 불러왔다. 소련의 쿠바에 미사일 반입을 유럽에서 베를린 장악을 위한 공격적 수라고 오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그는 3차대전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이후 여전히 냉전의 전사이면서도 동시에 보다 평화 공존주의자로 변모했다.

 

그런데 오늘날 바이든과 미국 리버럴들은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과거에는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시키면, 그리하여 중국경제가 발전하고 중산층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중국정치는 자유화, 민주화될 것이라고 낭만적으로 믿고 있었다. 케네디와 유사한 오판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현재 미국 리버럴들은 중국이라는 체제를 확실하게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신냉전 리버럴이 된 것이다.
 

 

여기에는 트라우마도 좀 있는데 과거 존 미어샤이머 같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이 중국 체제를 비판한 데 대해 리버럴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제 와서 보면 그 비판들에 일견 맞는 부분이 드러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미국 리버럴들도 '전략적 경쟁'이라며 부드럽게 표현은 하지만 이는 그건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고, 중국과의 신냉전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

. 

오바마 2기 때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가 본격화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이 올 3월 펴낸 <카오스 온더 헤븐(Chaos Under Heaven)>이라는 책이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 그리고 21세기를 둘러싼 투쟁'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 따르면 2017년 트럼프 집권 직후에는 그와 시진핑 둘 다 미중이 비즈니스 거래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또는 환상이 있었으나 실제 이는 양 정상의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봄 트럼프가 대중 무역제재를 단행하고 시진핑이 시간을 끌면서 양국 관계는 결정적으로 틀어졌다. 트럼프나 시진핑 개인들의 판단과 무관하게 이미 오바마 2기에 구조적 위기가 시작된 이 대결은 앞으로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신냉전이라고 하는데 지금 미중 대립은 미소 냉전 때와는 다르지 않나? 미중 양측은 상호 경제 의존이 강하고 기후 위기 때문에라도 협력을 해야 해서 대결의 심화에 일정한 정도의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안병진 : 일리가 있다. 당장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지는 못한다. 애플 등의 중국 내 사업을 접을 수도 없고, 신장 위구르에서 생산되는 부품들이 신재생에너지산업의 필수적이기도 하다. 

 

최악의 경우 디커플링까지도 갈 수 있지만, 지금 미국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전략적 산업에 있어서의 디커플링이다. 미국은 지금 반도체와 같은 전략적 산업에서의 자급자족을 추진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대만과 한국의 몸값이 뛴 것이다.

 

지금 미국은 대만을 잃어버리면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된다. 그래서 예전보다 대만 방어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고, 방어가 안 됐을 때의 공포감이 훨씬 강하다. 이는 미국 리버럴들도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는 실존적인 위기감이다.

 

미국의 생각이 과장된 공포감은 아니다. 여기에는 미국 내에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굉장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미국의 리버럴들은 냉전 당시 소련과는 달리 현재의 중국 체제가 훨씬 탄력성이 있다고 이해한다.

 

미국이 느끼는 체제 경쟁에서의 위기감은 실존적 위기감이다. 경제적으로 패권싸움 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세계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있다.


 

다만 이 위기감이 과거 쿠바나 제3자에 소련이 개입했을 때 처럼 중국이나 러시아가 자신의 존재나 지위를 유지하려는 데서 나오는 다소 공세적인 태도를 오인할 가능성은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의 본질은 소련의 방어적 공격이다. 중국의 공격적 행동과 때로는 지위와 정체성 유지를 위한 방어적 공세를 지혜롭게 구분하면서 단호함과 신중함의 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면 상호 오인 속에서 우발적 충돌은 필연적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현재 중국이 비판 받는 부분, 또는 지키려는 것은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 대만 등 거의 전부가 내정문제다. 또 미국은 드러내놓고 자신의 자유주의 체제를 수출하려 하는 반면, 중국은 각국의 정치경제 체제는 각 나라가 알아서 택할 문제이고 중국은 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새뮤얼 헌팅턴의 제자인 제임스 커스 같은 학자는 2019년 저서 <미국식 제국(American Way of Empire)>에서 중국이 원하는 것은 인접 지역인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의 지역패권 정도이며 중국이 국제 기준만 지킨다면 공존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는 미국 정치엘리트들의 입장과는 다른 것인가? 중국과의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안병진 : 궁극적으로는 그렇다. 적어도 미국의 정치엘리트들에게는 '중국이라는 권위주의 체제와의 영구적으로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것인가' 라는 불안감과 회의감이 지배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 바이든 등 신냉전 리버럴의 미국은 과거의 미국식 체제의 수출, 예를 들어 2003년 이라크 전쟁이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노골적인 '레짐 체인지'를 하는 방식이나 트럼프 방식의 난폭한 갈등은 거부한다. 그들은 중국 레짐의 전환에 관심이 없고 그 것이 어리석은 방식이라는 걸 잘 안다.


 

다만 동맹을 더 넓게 규합하고 미국의 담론과 힘의 우위를 계속 강화하면서 세계 질서를 중국의 공격적 부상으로부터 안전하게 하고 중국 패권을 약화시키려 하는 것 같다. 즉 좀 더 현실주의가 결합된 이상주의적 행태다.

 

그런 점에서 과거 소련과의 냉전과 같은 식으로 중국과 관계를 설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미국의 지배엘리트가 안고 있는 체제적, 실존적 위기감이다. 이러한 미국의 트라우마와 위기의식을 이해해야 우리가 이후 미국과 관계를 지혜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그저 중국과의 상호 관용과 평화로운 공존만을 주문하는 낭만적 태도는 신냉전 리버럴들이 수용하기 어렵다. 

 

바이든이 당선됐을 때 미중 대립과 관련해 한국의 진보적 국제정치학자들의 기본 입장은 ① 우리의 전략적 모호성은 여전히 어느 정도 유효하다 ② 현 상태가 미중 간 신냉전은 아니다, 얼마든지 양국이 협력할 수 있다 ③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신성불가침 영역이다, 즉 우리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다 라는 정도가 다수인 걸로 안다.

 

그런데 당시 저는 미중 간 신냉전은 이미 어느 정도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전략적 모호성은 폐기 내지 진화해야 한다고 봤기에 다양한 인터뷰에서 이를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여전히 모호성을 유지해야 할 부분은 있다.

 

다만 심지어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다소 모호하게라도 자유주의 민주주의 진영의 가치를 가진 일원으로서 일정 정도 레토릭은 분명히 가져야 한다고 봤다. 또 쿼드와 관련해서는 기후나 방역 분과 정도는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보고 좀 놀랐다. 대만 문제 언급을 비롯해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는 많이 달랐고 반면 미국리버럴들의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입장을 거의 모두 받아들인 정상회담 결과는 최종 합의 내용만 놓고 보면 상당 부분은 제가 생각한 것과 맞아 떨어진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의도가 어땠던 간에 우리가 새로운 자유주의 질서의 중요한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맞고 실용적으로도 이득이라고 할 때 기존 전략적 모호성은 좀 더 2.0으로 진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이 정상회담에서 추상적으로 선언한 자유주의 질서의 테제들을 이후 문재인 정부와 그 다음 정부가 초당적으로 일관되게 지키면서도 이를 세계질서의 공존공영으로 나아가도록 유연한 중견국 외교를 결합해야하는 고도의 외교력이 더 중요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리버럴 인사들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듯이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에는 많은 문제들이 그간 노정되어 왔다. 우리가 그간 한국의 보수진영 일각의 주장처럼 미국의 질서에 그냥 순응하는 것은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이후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은 자유주의 국가의 가치동맹 일원으로 우리의 발언력과 힘을 키우면서 동시에 비자유주의 국가들과 적절한 수준에서 공존공영할 수 있는 지혜를 선도해가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치, 어디로 가야 할까


 

프레시안 : 책의 마지막 장인 '우리는 어떻게 전환적 세력이 될 것인가'에서 새로운 세계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전략 수립 전에 뉴노멀에 대한 실사구시'를 강조했다. 안 교수는 앞으로의 세계 정세를 전망할 때 기후 위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인데, 현재 한국의 정치엘리트들이 기후위기 등의 지구적 위기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는가.


 

안병진 : 문재인 정부가 처음에 집권할 때는 인수위원회 과정도 없었기 때문에 기후 위기 문제가 빠졌는데, 당시의 상황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을 보면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하다.
 

 

요즘 기후 위기는 전 세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심지어 그간 모르쇠로 일관했던 기업들조차 최근 들어 너도 나도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강조하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및 이와 연동된 불평등)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후 문제는 전통적인 보수적 문법으로 이야기하면 기업의 경쟁력과 안보에 사활이 걸린 문제이고, 진보적으로 보면 약자들과 미래주체들이 더 극심한 피해를 입는 부분이다.


 

더 중요하게는 이를 떠나서 우리 모두와 지구행성의 생명과 안위의 실존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최근 여야 주요 후보의 20세기형 대선 출마선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토록 퇴행적 대선 출마 선언이 난무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 그것도 약 7년 정도 내에 기후위기를 통제하기 어려운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수도 있는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말이다.
 

 

물론 앞으로 후보들의 공약에 기후위기 문제가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대선 출마 선언에도 절실한 문제의식이 없는데 과연 이후 그 고통스러운 전환과정에 대한 공약과 로드맵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이제 기후 위기가 여러 어젠다 중에 중요한 하나로 취급받는 세상은 이미 지났다.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세계관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재해석해야 하는 시기다. 이제 시민운동조직은 물론이고 기업, 대학 등 모든 시민사회가 거의 대선 투표 보이코트를 각오하는 수준의 강력한 경고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기후위기 논쟁이 굉장히 치열했다. 심지어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민이 대선후보에게 기후위기가 심해지면 보험회사들이 모두 파산할 텐데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할 정도였다.

 

▲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미국 정치를 공부하는 이유가 한국 정치의 질적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안병진 : 지면상 추상적인 테제만을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당대의 인간뿐만 아니라 당대와 후대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안전을 고려하는 생태공화주의나 생태정치(biocracy), 또는 이후의 가치에 대해 논쟁을 하고 그걸 심화시켜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 축적된 자유주의 민주주의가 포함된, 그리고 이것을 넘어서는 상상력, 이것이 헌법과 정치제도에 있어서 좀 더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검토하는, 그런 것이 풍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외교 안보에 있어서도 진보진영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모호성 테제, 또는 보수세력이 가지고 있는 한미동맹 순응 테제, 이것을 가지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대가 지났다. 

 

즉 전략적 모호성으로 미중 대립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생각이나 무조건 미국편만 들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는 현재의 난국을 헤쳐갈 수 없다. 이러한 테제를 버리고 서로 지금보다 진화된 태제와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고 경쟁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은 아시아의 베를린인 대만과 아시아의 쿠바인 북한 문제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한반도 전쟁 위기 나 기후위기 등 재난과 관련된 생명안보 위기, 혹은 갈팡질팡하다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등 다양한 복합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새롭게 형성되는 글로벌 지형에 대해 냉엄하게 인식한다면 지금부터 실제적인 로드맵을 만들 때 이러한 부분들에 있어서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21세기에는 한국에도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1936-2011년, 극작가 출신의 정치인으로 체코의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냉전 이후 첫 대통령을 역임) 같은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미 20세기에 하벨이 이야기했던 생태적 비전과 시민들에게 용기있게 불편한 진실과 대담한 전환을 요청하는 그런 전환적 정치가를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한다. 비록 이번 대선이 그러한 전환적 대선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향후 더욱 목소리를 낼 미래세대들이 결국 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조력하고 연대하며 다방면으로 지원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과거에 생명민주주의, 즉 지구의 생명과 공존하는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던졌다고 한다. 어쩌면 서구 자유주의와 한국이 가진 사상적 전통, 예컨대 동학 등의 전통과 연결을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리버럴리즘을 넘어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남북관계가 미중 대결의 고리이기도 한데. 현재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안병진 : 저는 남북관계 전문가는 아니라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전통적 남북관계 접근방식은 이제 유효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있다. 그러기에는 수많은 기회를 놓쳐 북한이 핵을 너무 고도화했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는 현상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이란 식 핵 합의(JCPOA) 수준 이상의 구속력 있는 협정이 필요한데 미국 의회 지형에서 이것도 쉽지 않다.
 

 

이후 생화학 무기, 탄도 미사일, 사찰, 인권 등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베트남이나 이란, 쿠바와 비교해서 탄력성이 매우 떨어지는 북한 체제 속성 상 향후 단기적 해결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미 의회와의 관계는 참으로 쉽지 않다.

 

미국과 합의를 하지 못하면 미국은 계속 강압적 방식으로 나갈 것이고, 그러면 북한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데 이는 전체주의를 너무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 보수진영에서 나왔던 북한 붕괴론은 번번이 예측이 빗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 문제를 중국 문제 프리즘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북한을 통해 중국 문제를 풀어보자는 야심찬 비전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미국 주류 리버럴들은 오히려 지금 중국 포위 과정에서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꽃놀이패라고 보는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궁극적으로 북한이 관리가 될지는 의문이다. 향후 다양한 위기가 예정되어 있다. 

 

그럼 도대체 어떤 길이 있나? 미국 내에서 군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정도 없애 미국 본토에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핵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후 이러한 다양한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일단 우리로서는 미국의 자유주의 동맹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면서 북한이든 대만 문제이든 어떠한 형태로 한반도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가 고슴도치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해놓아야 한다.

 

동시에 북미 관계에서 비록 오래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단계별 조치로 일정하게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어차피 단기적으로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신냉전 등의 국제사회의 현실 지형을 무시하고 희망적 사고만으로 풀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긴호흡을 가지고 한국의 실질적 발언력을 높여 이후 문제의 해결 국면에 힘을 가지는 걸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대선 후보나 정치가들이 이제는 미래세대들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면서 남북간의 평화 공존론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굳이 통일론으로 북한과 주변 국가들을 자극하는 건 실용적이지도 않다. 평화 공존론으로 가면서 보수 진보 양측에서 일정 부분 합의를 만들어 국내 초당적 토대를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초당적으로 국내외 토대를 많이 쌓아 놓고 우리가 힘도 어느 정도 가지고 그 속에서 미국, 중국, 일본과 북한에 대한 일정한 지렛대를 가지면서 길게 봐야할 것 같다. 지금 당장 평화적 관리를 해나가는 이상의 환상적 해법이 나오기는 무리가 있다.


 

지금은 세계사적 격변과 대전환의 시대이기에 기존 진보와 보수의 교과서를 버리고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7191608485246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준석과 트럼프, 그 사악한 공통점에 관하여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이준석과 트럼프, 그 사악한 공통점에 관하여

솔직히 고백하겠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여성가족부에 이어 통일부 폐지론으로 정가를 달궜을 때, 나는 공포를 느꼈다. 이 대표가 펼친 논리가 너무 무식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의 수장이 무식한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반겨야 할 일이다.

그런데 나는 그의 무식함을 도저히 반길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무식한 주장이 일정정도, 아니 어쩌면 상당한 강도로 효과를 발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앞섰기 때문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그 무식함 속에 숨어있는 광기의 선동성이었다.

수평폭력과 수직폭력

수평폭력이라는 개념이 있다. 평생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해방투쟁에 바쳤던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정신의학자 프란츠 파농(Frantz Fanon, 1925~1961)이 정립한 이론이다.

파농은 폭력을 수평폭력과 수직폭력으로 구분했는데 수직폭력은 우리가 잘 아는 폭력, 즉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을 말한다. 직장 상사가 부하 노동자에게 갑질을 하거나,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제국주의 국가가 식민지를 수탈하는 것 등을 말한다.

 

반면 수평폭력은 약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다. 예를 들어 당시 파농이 거주했던 알제리에서는 민중들 사이에서 극악한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가난한 남성 노동자가 가난한 여성 노동자를 강간하거나, 역시 가난한 민중들이 가난한 상점 주인을 살해하고 물건을 약탈하는 등의 일 말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두 폭력은 본질적으로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파농의 통찰이었다. 즉 약자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수평폭력의 원인은, 그들이 강자들로부터 지독한 수직폭력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폭력을 당하면 그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 보통 응어리를 푸는 방식은 자기가 맞은 만큼 누군가를 때리는 것이다. 문제는 수직폭력을 당한 민중들 대부분이 강자에게 대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식민지배를 받던 알제리 민중들이 감히 프랑스에 맞설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수평폭력이다. 강자에 맞설 힘은 없으나 나는 누군가를 때리고 싶다. 이러면 자연스레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눈길이 간다. 그리고 그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알제리 민중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폭력에 대한 파농의 설명이 이렇다.

“굶주림, 집값을 못내 집 주인에게 내 쫓기는 사람들, 어머니의 말라붙은 젖가슴, 해골이 앙상한 아이들, 폐쇄된 작업장, 심장 곁을 까마귀 떼처럼 따라다니는 실업자들, 이 속에서 원주민은 매일 살인의 유혹을 받게 된다. 몇 파운드의 밀가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가?”

샌더스와 트럼프가 선정한 타깃

2016년 미국 대선은 수직폭력과 수평폭력의 위력(!)이 만천하에 드러난 선거였다. 기억하다시피 이 선거는 미국 대선 역사상 길이 남을 ‘아웃사이더의 선거’였다.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는 출마 선언 장소에 지지자가 고작 10여 명 모였을 정도로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런데 그런 샌더스가 딱 한 달 만에 당시 대세론의 주인공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따라잡는 기적을 선보였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만약 샌더스가 그 조금의 격차를 극복해 민주당 후보가 됐다면 대통령 자리는 그의 차지였을 것이다. 당시 샌더스는 트럼프와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거의 20%포인트 가까이 앞서고 있었다.

반대쪽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경선 유세 때마다 온갖 헛소리(!)를 남발해 공화당 주류를 충격에 빠뜨렸다. 공화당 주류는 이 또라이(!!)가 후보가 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공화당원들은 그를 선택했다. 트럼프는 본선에서도 힐러리를 꺾어 마침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이 두 아웃사이더가 돌풍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36년 동안 신자유주의에 당한 미국 민중들의 수직폭력이었다. 신자유주의는 악랄하게 민중들을 약탈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민중들은 그나마 대출로 마련한 집 한 채마저 다 날렸다.

이런 민중들에게는 당한 만큼 누군가를 때려주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 그런데 당시 대세론을 주도했던 힐러리 클린턴은 “누군가를 때리자!”는 말을 할 강단 있는 위인이 못 됐다. 평생을 주류에서 살았던 힐러리는 매사에 그저 뜨뜻미지근했던 후보였다.

반면 아웃사이더였던 샌더스와 트럼프는 거침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우리 힘을 합쳐 누군가를 때립시다!”라고 외쳤다.

물론 두 사람이 겨냥한 대상은 완전히 달랐다. 샌더스의 총구는 민중들을 수탈한 월가에 겨눠졌다. 그가 내세운 “월가를 해체하겠다”는 공약은 미국 그 어떤 대통령 후보도 내세우지 못했던 파격적인 것이었다.

반면 트럼프의 총구는 이민자, 난민, 약소국을 향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황당한 공약은 이런 선동의 백미였다. 샌더스는 진실을, 트럼프는 선동을 무기로 삼았지만 이 두 무기의 공통점은 “맞은 만큼 때리고 싶다”는 민중들의 심리를 정확히 짚었다는 것이다.

이준석의 선동은 계속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그 선거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그리고 이후 4년 동안 미국 사회는 트럼프가 내뱉는 온갖 오물에 버무려져 마비되다시피 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했지만 그가 물러났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트럼프의 혐오 선동이 미국 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유색인종에 대한 미국 백인들의 혐오 범죄가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리는 것이 그 증거다. 그들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두들겨 팸으로써, 자기가 당한 수직폭력의 한을 풀려 한다.

“여가부와 통일부를 폐지하자”는 이준석 대표의 무식한 주장이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논리는 하나도 두렵지 않다. 특히 “보수는 원래 작은 정부를 좋아한다”며 시작한 그의 논리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7.05ⓒ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코로나19 이후 세계 그 어느 나라도 작은 정부를 추구하지 않는다. 자유무역에 미쳐있던 서구 열강들조차 글로벌 최저 법인세를 도입해 재정 확대에 열을 올리는 판이다. 신자유주의의 선구자였던 국제통화기금(IMF)도 큰 정부, 확대 재정을 세계 각국에 권고한다. 그런데 지금 작은 정부 이야기를 꺼낸다? 타이밍이 구려도 이렇게 구릴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이 사실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그는 그냥 정말 무식한 거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의 목적이 작은 정부가 아니라 “나보다 약한 놈을 두들겨 패자”라는 수평폭력 선동이라면?

이러면 이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진다. 수직폭력에 오래 노출된 사람들일수록 누군가를 더 때리고 싶어한다. 이때 이 대표는 이들의 분을 풀어줄 타깃을 명확히 제시한다. “여성과 북한을 때리자! 쟤들을 반쯤 죽여 놓고 당신들의 기분을 풀어라!”라고 말이다.

이런 종류의 수평폭력 심리 자극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이미 트럼프가 미국 사회를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는지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사람들을 선동하는 일에 눈이 먼 자들은 그런 결과를 개의치 않는다. 분노한 사람들이 “죽여라!”를 외칠 때 자기들의 지지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상컨대 이준석 대표의 저 간교한 선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수평폭력 심리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심리를 유발하는 원인, 즉 우리에게 가해지는 수직폭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파농이 알제리 민중들에게 “식민주의는 생각하는 기계도 아니요, 이성을 갖춘 신체도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폭력이며, 더 큰 폭력 앞에서만 항복할 것이다”라고 외치며 항거를 주장한 이유도 이것이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이준석 대표가 빌붙어있는 그 기득권 카르텔과의 싸움에서 더 격렬하게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민중들에게 “우리를 힘들게 만든 것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수직폭력의 가해자이다”라는 사실을 더 열정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회적 이성을 마비시키려는 이 대표의 그 비열한 선동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 이 싸움의 결과에 한국 사회가 트럼프의 뒤를 쫓는 저열한 사회가 되느냐, 21세기 복지의 시대를 선도하는 빛나는 이성의 사회가 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뼛속 검사’와 '뼛속 판사’ 정책대결은 희극인가 비극인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7/19 10:36
  • 수정일
    2021/07/19 10: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위기의 윤석열’ 중앙일보 칼럼 “밑천 드러난 느낌”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윤석열 삼부토건에서 골프접대 등 받은 정황”
세계 “LG, 고위공무원 자녀 등 청탁 받고 부정채용 의혹”

LG전자 신입 채용과정에서 고위공무원, 부장판사, 서울대 교수 등 유력 인사들이 개입해 자녀 등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세계일보는 LG전자 채용팀이 2014년 3월 무렵 최고인사책임자 주도 아래 ‘GD(관리대상) 리스트’라는 문건을 생산 관리한 사실을 보도하며 LG전자 외 다른 LG계열사 임원들도 청탁자로 등장한 것을 이유로 그룹 차원의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 1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1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삼부토건, 윤석열 꾸준히 관리해왔나 

삼부토건 조 전 회장의 일정표를 보면 윤 전 총장은 2006년 10월, 2011년 8월 등에도 조 전 회장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명절선물 명단에도 윤석열이란 이름이 다섯 번 등장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조 전 회장은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아내 김씨와 장모 최씨와도 각별했던 사이였다”며 “조 전 회장의 비서실 일정 기록을 보면, 최씨를 뜻하는 ‘최 회장’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삼부토건이 2007년 추석 선물로 과일 두 상자씩을 ‘김명신(김건희씨 개명 전 이름) 교수’와 ‘미시령 휴게소 최 회장’에게 보냈다는 메모가 있다고 보도했다. 삼부토건은 2012년 김씨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마크 리부 사진전을 후원하기도 했다. 

▲ 19일 한겨레 5면 기사
▲ 19일 한겨레 5면 기사

 

이 신문에 따르면 2012년 3월11일 조 전 회장 일정 기록에는 ‘윤석렬 검사 대검찰청 별관 4F’라는 메모가 있는데 이날은 윤 전 총장의 결혼식 날이었다. 삼부토건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은 이날 화환을 보내고 직접 참석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검찰 출신 변호사의 말을 전하며 조 전 회장이 윤 전 총장을 꾸준히 관리해왔다고 의심했는데 다만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이전의 일이라고 했다. 관련해 조 전 회장 측과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이 신문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중앙 “요즘 윤석열의 행보 불안해”

중앙일보 신용호 정치에디터의 칼럼을 보면 야권주자로서 윤 전 총장에 대한 불안감을 읽을 수 있다. 신 에디터는 “요즘 그의 행보도 불안하다. 출마를 선언하고 나면 ‘컨벤션 효과’라는 게 있어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했다”며 “오히려 하락세가 심상찮다”고 지적했다. 

이어 “밑천이 빨리 드러난 느낌이다. 중도를 잡기 위해 입당을 미룬다면서 반문 행보만 주로 했다”며 “대선주자가 가져야 할 생명돠고 같은 비전과 공감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 19일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 19일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악평이 이어졌다. “외교와 경제 메시지는 거칠었다. 특히 전언정치, 회동정치가 구식이었다. 평생 검사였던 그가 무슨 자신감인지 주변에 무게 있는 정치인 멘토나 참모를 두지 않는다.” “당내에서 정치 경험이 있는 인사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의 비전도 보여야 가능성이 있다. 윤 전 총장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길로 가야 할 거다.” 

중앙일보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 보수매체다.

지난 13일 사설에선 “윤 전 총장이 장모·아내 의혹 관련해 구체적으로 소명하지 않고 비껴가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부인 논문 표절 의혹은 제목의 영문 번역부터 상식적이지 않은 허점이 발견되는데도 ‘이재명·정세균·추미애 등 민주당 후보들의 표절 의혹을 더 엄격히 보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겨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두 후보는 변할까, 안 변할까”란 칼럼에선 “윤 전 총장의 출마 회견을 본 많은 이는 ‘마치 검찰 직원 조회에서 훈화 말씀을 하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며 “디지털 4차 산업 혁명,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요즘 시대에 ‘공정’을 도돌이표처럼 외치는 것도 뭔가 구시대적”이라고 평가했다. 

온도 차는 있지만 19일 조선일보 칼럼에서도 윤 전 총장 전략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류근일 칼럼을 보면 “윤석열이 최근 자신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단일화를 제안했다. 단일화는 그러나 막판에 가서 할 일이다. 그때까지의 흥행을 위해선 단일화보단 윤·최 ‘경쟁 속 협력’이 더 적절하다”고 했다. 

▲ 19일 세계일보 4면 기사
▲ 19일 세계일보 4면 기사

 

LG, 고위층 자녀 합격 후에도 관리해

세계일보 보도를 보면 LG의 ‘GD 리스트’에는 청탁 대상자의 신상정보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는데 특히 청탁 대상자 아버지의 이름과 현재 직함이 빠짐없이 기록돼있다. 장부만 보면 LG그룹의 어느 임원이 유력 인사의 누구를 어느 시점에 합격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일보는 “청탁자가 LG 임원이 아니라 조직 혹은 팀 단위로 기록된 경우도 있다”며 “LG가 사업 이해관계에 따라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준 정황”이라고 해석했다. 

해당 문건에선 입사자의 이름, 성별, 소속, 입사시점, 학력, 출신학교 등 신상정보를 자세히 정리했고, 원청자(최초 청탁자), 관계(청탁자와 채용자의 관계) 등 채용비리를 암시하는 항목도 적시됐다. 또한 입사자 중 상당수는 입사 후 승진과 전보 등 인사변동 내역이 반영돼 있었는데 세계일보는 “청탁을 받아 채용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이들을 특별 관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의 부정채용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이 정식 재판으로 전환해 오는 22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공소장에 GD리스트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을 뻔한 것이다. 

LG 측은 세계일보에 기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기업 채용재량 측면에서 업무방해가 성립될 요인이 없다”는 입장이다. 무죄라는 주장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일 정상, 23일 도쿄서 첫 대면 회담” [요미우리]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07.19 07:13
  •  
  •  수정 2021.07.19 07:52
  •  
  •  댓글 0
 

“한·일 양국 정부가 도쿄올림픽에 맞춰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장소는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이며, 의제는 일본군‘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라고 알렸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표현으로 물의를 빚은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尚) 주한 일본총괄공사를 경질할 방침이라고 이 신문이 보도했다. 소마 공사는 지난 16일 [JTBC]와의 오찬에서 문 대통령의 대일 자세를 ‘마스터베이션’이라고 폄하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정부는 이 간부가 소마 공사라고 인정하고 소마 씨의 발언이 한일정상회담에 걸림돌이 되는 걸 피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알렸다. 일본 정부 고위당국자는 “(그) 발언은 외교관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대해,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아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특정 언론을 이용해서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 바 있다”면서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마 공사 경질 여부’에 대해서도 공식 통보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박 수석은 “소마 공사의 발언에 대해 국민과 함께 분노하고 있다”면서 “응당한 조치”를 거듭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경질 방침을 정했다면 일본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한국 정부에 공식 통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의 거듭된 무례에도 불구하고 굳이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것이 ‘대일 굴종 외교’가 아닌가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외로운 길을 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무적 차원에서 오늘까지는 방일 여부를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이에 앞서, 18일 ‘한일정상회담’ 관련 질문을 받은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마지막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 회담 성과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있고 전향적인 답변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너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내 자신이 먼저..

너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내 자신이 먼저..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이풀잎

 

우리 말 우리 한글이 병들고 멍들어 죽을 지경이 된게 꽤 오래되었다일흔 다섯해, 75년쯤 된 것 같기도 하다왜냐하면 맥아더의 점령군 포고령에도 쌀나라 양키군대가 점령하게 된 38선 남쪽조선의 공식용어를 영어로 한다.“고 돼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이 나라는 이미 자리잡아 가던 일본말중국말들어온 외국어들과 더불어 영어가 공식 공용어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 짙게 들었든 기억이 가슴에 남아있기에 그렇다.

 

그 이후 우리말은 곁 잡을 수 없게 범벅이 되거나 흐터지기 시작하여 점점 서양말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얼 차릴수 없이 헤매기 시작한 것이 칠십 오년 째가 되는 듯하다얼말글은 그 나라에 으뜸이 되는 소중하고 고귀한 민족 삶의뿌리가 되는 보물이어야 하는데“ 무슨 얼간이 노릇인가무엇들 하고 있는가?

 

우리말글을 지켜내야 하는 언론들은 어떠한가방송신문 각종 소식통들은 어떻게 제 나름대로 역할을 잘 지켜내고 있다는 말인가누가 뭐래도 이 나라 언론들은 몽둥이로 주둥아리부터 두들겨 패야할 정도로 우리말글 망쳐놓고 외래어 남발 남용하는데서로 앞장 다툼하기에 바쁜 인간들뿐 아닐까?

 

언론이 바로서야 민주주의도 바로 잡히고양키점령국 신식민지 종속국도 벗어날 수 있겠고우리끼리 평화통일도 이루어낼 수 있는 깨어있는 촛불민중이 살아 움직이고 있건마는 참으로 깨어있는 방송신문 한 두군데도 없는 서글픈 사회비참한 쌀나라 종속국일 따름이라는 사실이다.

 

국가보안법위반(고무 찬양대법원판결도 집행유예2년도 끝난지 1년 지났으니 국가보안법 두려워 못 할일은 없을 것이다평화협정운동본부 투쟁양키군대 철거운동조중동폐간 시민실천단 시위 등 성실히 해나가면서 [우리말글지키고 살려내기]활동을 좀 더 강력하게 추진해나가겠음을 모두에게 알리면서 내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여덟 곳과 딸 아들 손녀손자들에게도 보내도록 하겠다.

 

 

여든 넘은 나이 이제는 가슴속에 있는 온갖 쓰레기를 몽주리 거둬드려 하고픈 말 남기고 싶은 글들을 한 쪽씩 내놓고 알리면서 죽는 날까지 살아가련다!

 

<이풀잎 함께 하는 이웃마을> 

https://blog.naver.com/achamnews 시민이 지키는 참 언론

https//blog,daum.net/chamjisa 참언론 지키는 사람들

http://blog.jinbo.net/pulip41 언론지키는 사람들

https://www.blogger.com/ 진실지키는 사람들

 pulip41.simplesite.com 언론지키는 사람들

blog.daum.net/eunok5999 진실을 찾는 사람 https://blog.naver.com/jounchak/ 진실지키는 사람들들어 온 말 솎아내, 우리 말 살려내기[외래어 추방 민중연합] : 네이버 카페 (naver.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일 동맹열차에 합승할 때 아니다

  • 기자명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회
  •  
  •  승인 2021.07.17 08:31
  •  
  •  댓글 0
 
 
 

한미일군사동맹 강화의 일환일 한일정상회담 개최논란에 부처

독도는 우리땅.

우리 국기로 올림픽 응원하겠다. 

안전하게 우리 앞 바다에 원전수 방류하겠다.  

우리 법에 의거한 적법한 절차로 노동을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들 아시겠지만 일본이다. 

침략범죄를 부정하고, 정당한 댓가를 치뤘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며 적반하장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를 도쿄올림픽 응원기로 사용하고, 군국주의 침략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전쟁의 포기, 전력과교전권의 부인을 규정한 평화헌법 9조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일본정부. 전쟁 가능한 국가, 군국주의 부활을꿈꾸며 전쟁범죄의 역사를 덮어버리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도쿄올림픽 개막에 맞춰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한국 측에서 해법을 가지고 와야 한다, 의미가 없는 정상회담은 15분이면 충분’하다며과거사 반성없이 되려 적반하장 격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분노한 우리 국민은 대부분 한일정상회담을 반대한다.

관계 개선, 강제 봉합에 나서는 나라, 미국  

이런 와중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위한 압박과 대중견제를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웬디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오는 21일 도쿄에서 제8차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와 한일 차관회담, 23일 서울에서 한미외교차관 전략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순방의 목적 역시 대중견제를 사실상 명시해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못을 박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강조했고, 그 뒤 다국적 연합공군훈련 ‘레드플래그’ 훈련에서 한미일 연합훈련 장면을 연출하는 등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주문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뿐만이 아니라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 연합 해상훈련 참가, 미국호주 연합훈련인 ‘텔리스먼세이버’에 참가하는 등 한미일 연합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8월, 한미연합전쟁연습에도?  

코로나 재유행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수도권 4단계, 그 외 지역은 2~3단계를 설정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한미 정부 당국은 8월 한미연합전쟁연습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8월 전쟁연습은 8월 10일~27일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대중국 봉쇄정책 속에서 대북적대정책을 이용하고 있는 미국은 끊임없이 한반도 준비태세를 위해 동맹국가와 긴밀히 협력,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남북 판문점선언, 북미 싱가포르 성명 이후 한미연합전쟁연습은 이름변경, 축소되어 진행되고 있는상황. 하지만 한미 당국은 명칭변경, 쪼개기 훈련, 해외원정훈련 등으로 전쟁연습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연합훈련으로 비추어 봤을 때 이번 8월 훈련에서도 일본이 결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바이든 정부의 든든한 뒷배를 차고 호시탐탐 군사적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 8월 한미연합전쟁연습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한 가지다.  

강대국 패권 편승이 아닌 자주적인 남북관계가 옳다. 

“도쿄올림픽에 ‘영토강탈’과 ‘역사왜곡’이라는 종목이 새로 추가됐는가”. 일본의 수많은 망언에 북은 통쾌한 일갈을 보냈다. 우리도 당당해질 때도 되지 않았는가. 국민이 먼저 요구한다.  

이제 더 이상 침략범죄 반성없는 일본, 중국 견제와 대북적대정책에 한국을 이용하는 미국에 기댈 것이 아니라 민족 자주의 길로 당당히 걸어가야 할 때가 왔다. 대결과 전쟁을 강요하는 미일동맹 합승 열차에 타지마라. 자주적인 남북관계의 길로 올곧게 가자.  

그 첫 시작은 태도 변화없는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는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1년 반 전엔 외면해놓고…윤석열, 오월어머니들 만나 “마음 살피지 못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7/18 07:08
  • 수정일
    2021/07/18 07: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광주 방문한 윤석열, 국민 동의 전제로 ‘5.18 정신 헌법 전문에 넣어야’ 입장 밝혀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에서 1775일째 옛 전남도청 복원 농성을 하고 있는 오월 어머니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뉴시스

 광주를 찾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월어머니들에게 17일 뒤늦은 사과를 했다. 지난해 2월 20일,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전 총장은 "오월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라는 오월어머니들의 물음을 차갑게 외면한 적 있다. 오월어머니들은 정치인이 된 윤 전 총장에게 서운함을 토로했고, 윤 전 총장은 고개를 숙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옛 전남도청에서 오월어머니회를 만나 차담을 했다. '오월어머니' 추혜성 씨는 윤 전총장에게 그 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오월어머니들은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윤 전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오월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묻기위해서였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아무 답변 없이 승용차에 올랐고, 오월어머니들을 막아서려는 이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일부 어머니들이 넘어지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추 씨는 "그때 오월에 대한 생각을 들으려고 몇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우리를 만나지 않고 뒷문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느냐"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윤 전 총장은 "작년에 광주 왔을 때 어머니들 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죄송하다"며 "그렇게 기다리셨는지 정말 몰랐다"고 사과했다.

윤 전 총장은 "5.18은 자유와 인권을 위해 희생한 것이라 광주를 떠나 국민과 전 세계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광주시민들의 억울한 한을 달래고, 그 마음의 빚을 달래야 한다는 것을 떠나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이야기하면 현 정부와 문제가 있을까 봐 공직에 있을 때 자제하느라고 그때 답을 안 하고 법원에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기다리신 줄 모르고 실망시킨 데 대해 크게 사과드린다"고 재차 말했다.

 

또 다른 어머니도 윤 전 총장에게 "어머니들이 많은 숫자도 아니었고, 그 약속을, 다만 한 마디쯤이라도 해줬으면 이렇게까지 서운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추 씨는 "기대에 어긋나서 상처가 됐다"며 "어쨌든 절절히 느끼고 계시니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하는지, 과연 진실된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추 씨는 윤 전 총장이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다'고 적은 방명록을 언급했다.

추 씨는 "우리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들어가야 (5.18에 대한) 왜곡이 막아진다. 그런 부분이 밝혀져야 화해와 용서가 가능하다. 이런 부분이 정리가 되면 화해가 되고 통합이 된다"며 "오월에 대한 역사를 정리해주고,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해 2월 20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광주고검·광주지검을 방문한 가운데, 오월 어머니들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0.02.20.ⓒ뉴시스

오월어머니들과의 차담회에 앞서 윤 전 총장은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광주 북구 인공지능 사관학교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문제도 개헌 관련 문제라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필요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3.1운동, 4.19 정신에 비춰서 5.18 정신 역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이라며 "(5.18 정신을) 우리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로서 떠받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찬성한다는 얘기냐'는 추가 질문에도 "그런 뜻으로 보면 무방하겠다"며 "개헌 문제라 국민 전체가 다 동의해야 할 문제지만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 그래서 5.18을 기리기 위해 제가 일부러 제헌절에 찾은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광주 일정 내내 광주 청년들의 규탄 시위에 직면해야 했다. 이들은 윤 전 총장에게 "지지율이 떨어지니 광주에 와 표몰이를 한다"며 "정치검찰 윤석열은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광주 청년들이 규탄 발언을 할 때마다 고성과 항의로 대응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결국 윤 전 총장은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시민과의 만남'을 취소한 채 공식적인 광주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향한 반대 목소리에 대해 "과거에 5.18 정신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지금의 보수정당과 (제가) 정치 철학이 일치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이 계셨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윤 전 총장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신이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당헌을 봤을 때 더불어민주당 당헌에는 자유가 없고, 국민의힘 당헌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있기 때문에 제가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정치 참여선언을 하면서 "정치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한다"고 밝힌 데 대한 부연설명으로 해석된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에 잠들어 있는 김남주 시인의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뉴시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을 참배 한 뒤 돌아가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차량 뒷편으로 '광주방문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시스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외교부, 주일대사 초치 ‘응당한 조치’ 요구

주일대사관총괄공사, 문 대통령에 ‘성적 표현’ 비판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7.17 11:47
  •  
  •  수정 2021.07.17 13:48
  •  
  •  댓글 0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은 17일 오전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 주한일본총괄공사의 문제 발언에 대해 엄중 항의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은 17일 오전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 주한일본총괄공사의 문제 발언에 대해 엄중 항의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7일 오전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 주한일본총괄공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성적 표현을 동원해 비하한데 대해 엄중 항의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대사 초치 사실을 전하며 “최근 주한일본대사관 고위관계자가 국내 언론인과의 면담시 우리 정상의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크게 폄훼하는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발언을 한데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면서 “본 정부가 이러한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시적이고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이보시 대사는 소마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 정부의 요구 내용을 즉시 본국 정부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소마 공사는 지난 15일 JTBC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두 나라 관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면서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16일 JTBC가 보도했다.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는 17일 새벽 보도자료를 통해 “지극히 부적절하며 매우 유감”이라면서 “소마 공사에게 엄중히 주의를 주었다”고 밝혔다.

또한 “보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것은 결코 문재인 대통령님에 대한 발언이 아니었으며 소마 공사가 간담 상대인 기자에게 그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하고 철회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소마 공사의 이번 발언은 간담 중 발언이라 하더라도 외교관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하며 매우 유감”이라며 “소마 공사의 보고를 받고 저는 소마 공사에게 엄중히 주의를 주었다”고 밝혔다.

발언 당사자인 소마 공사는 1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절대로 문재인 대통령 개인을 지칭해서 그런 말을 쓰지 않았다”며 “여성 기자 앞에서 부적절한 말이라는 사죄도 하고 철회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은 스스로 외교적인 패턴에 있어 일본의 기대치와 자국의 기대치를 높이고, 그 사항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론에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는 패턴이 있다”며 “과거에 있었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마 공사가 ‘마스터베이션(자위)’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어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여러 차례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1919년 7월 한국에 총괄공사로 부임했고, 최근 일본의 방위백서에 독도 영유권이 표기되자 외교부에 초치되는 등 역사문제로 자주 초치되고 있는 당사자다.

얽힐 대로 얽힌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더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가와 한일 정상회담 여부를 두고 양국 간 신경전이 한창일 때 한국통 주일대사관 2인자가 문 대통령을 비하한 발언은 큰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도 “우리는 이를 엄중하게 보며, 응당한 외교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대사 초치에 이은 ‘응당한 외교적 조치’의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재명 "민주당 적통논쟁 서글퍼... 난 당원의 한사람"

[비대면 기자간담회] '이낙연 추격' 두고도 여유만만 "큰 강물의 파도 같은 것, 5년 전 겪어봤다"

21.07.16 17:23l최종 업데이트 21.07.16 19:23l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6일 비대면방식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관련 현안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6일 비대면방식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관련 현안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 이재명 캠프 제공

관련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1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다른 후보들이 '민주당 적통후보'를 자임하는 것을 두고 "현대 민주주의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영남 역차별' 같은 발언은 "팀킬"이라며 "제가 5년 전에 '한 번 제껴 봐야겠다'고 오버하다가 아주 안 좋은 상황이 됐다"는 조언을 경쟁자들에게 보냈다.

'추격자' 중 한 명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꾸준히 "저야말로 순도가 높은 후보", "민주당 적통은 저와 이광재뿐"이라는 등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 또한 15일 전남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세 대통령의 계승과 발전을 강조하며 "제가 지금 경쟁하는 후보 중에 그런 기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도 16일 MBC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영남지역주의 타파 노력'을 강조하며 자신의 '민주당다움'을 내세웠다.

너도나도 '내가 적통'... "현대 민주주의에 안 맞는다"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16일 비대면방식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적통논쟁을 보면 좀 서글프다"며 "조선시대에는 적자, 서자, 얼자로 나눠 차별이 엄청나게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어차피 당원의 한 사람일 뿐이고, 힘의 관계를 따지면 실제로는 중심에 있지 못한 사람이었다. 민주당 당원이라면 누구나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며 "국민주권주의와 당원중심 정당, 이 취지에 벗어나는 말씀들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두주자'이자 '대선 재수생'으로서 여유로움도 보였다. 이 지사는 최근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 상승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이낙연 후보님 본인을 기준으로 하면 많이 개선된 것은 없는 것 같고, 우리 지지자들이 옮겨갔다기보다는 새로운 지지층이 붙은 느낌"이라며 "한때 (여론조사상에서) 40%도 받던 분이니 그게 일부 복원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다만 "이런 건 큰 강물이 흘러갈 때 파도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큰 흐름이 결정하는 거고, 이럴 때 일희일비하면 사람이 이상해질 수 있다(웃음). 5년이 다 되어간다. 이전 대선 경선 나왔을 때 제가 똑같은 걸 겪었다. (지지율) 2~3%에서 갑자기 18%로 올라가서 '한 번 (문재인 후보를) 제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버하다가 제가 아주 안 좋은 상황이 됐다. 국민들이 '혼 좀 나야겠네' 하는 순간 쭉 떨어지더라. 안 떨어지려고 더 열심히 노력하니까 더 떨어지고. 그때는 안 보였는데 지금은 보인다. 최선을 다했는데 최악이었다."
 
 16일 비대면방식으로 열린 이재명 지사의 기자간담회. 화면 오른쪽 상단에 발언 중인 이 지사가 나오고 있다.
▲  16일 비대면방식으로 열린 이재명 지사의 기자간담회. 화면 오른쪽 상단에 발언 중인 이 지사가 나오고 있다.
ⓒ 이재명 캠프 제공

관련사진보기

 
다만 그럼에도 '원팀정신'을 해치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는 점점 공방전이 뜨거워지는 상황을 두고 "예를 들어 제가 20년 전쯤, 음주운전한 것은 100% 잘못한 일이고 여러 차례 사과드렸다"며 "그 지적은 아프지만 백신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가 영남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팀킬에 가깝다"며 "윤석열 전 총장 검증에 대해 말씀드린 것도 결혼 전 배우자의 내밀한 사생활 얘기는 하지 말자는 것인데 '자기 가족 검증 피하려고'라고 주장한다면 팀킬"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SNS를 잘 활용하고, 집단지성을 강조하다보면 자칫 편향적일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정확한 지적"이라며 수긍했다. 그는 "실제로 SNS는 편향성이 문제가 된다"며 "RT(리트윗)뽕, 좋아요 많이 눌러주는 데에 빠지면 내가 엄청 위대하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어서 저도 조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저를 반대하는 커뮤니티도 자꾸 들어가서 많이 읽는다"며 "기분은 나쁘지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유연한 이재명'도 적극 홍보했다. 그는 "포용성은 정말 중요한 가치가 맞다. 기본소득도 이광재 후보가 부분적으로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는데, 토론을 해보니까 맞더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안심소득도 조세저항을 극복해낼 수 있다면 소극양극화 완화에 훨씬 효율적이라 '야당 주장이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또 "저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최대한 쓴다"며 "먼 쪽에서 구해올수록 우리 땅이 넓어지고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오해 해소 필요... 청년 분노 원인은 저성장"

한편 이 지사는 최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차별금지법은 계속 논쟁하고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시기상조라는 것은 아니고 절차 얘기"라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제 입장은 제정하는 게 맞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어쨌든 교계 등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그걸 해소하고 조정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 같다"며 "당장 현실에 집행되는 정책이라기보다는 선언적 측면이 강하지 않은가. 이걸 반목이 심한데 강행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성차별은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하자'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두고는 "제가 볼 때 여성 차별 문제는 크게 개선된 것도 없고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런데 여가부를 폐지하자?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다만 성별 할당제 교사채용 같은 경우는 남성이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여성에 대한 차별, 남녀를 포함한 20대의 좌절, 분노 등의 근본 원인은 저성장이다. 그래서 제가 성장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 순간에 몰입하고픈 마음뿐, 지금의 제가 너무 좋은걸요”

등록 :2021-07-17 09:25수정 :2021-07-17 09:43

 

[토요판] 커버스토리

피겨스케이트 국가대표 차준환

내년 베이징겨울올림픽 프로그램 완성
신체를 강철꽃처럼 아름답게 표현
최연소 쿼드러플과 주니어 세계신
극적인 올림픽 티켓 등 스타성 갖춰
 
차준환은 노인의 초연함과 소년의 카리스마을 동시에 지녔다. ‘빙판위 강철꽃’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그는 앞만 보고 나아가고 있다. “연습했던 나를 믿고.”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차준환은 노인의 초연함과 소년의 카리스마을 동시에 지녔다. ‘빙판위 강철꽃’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그는 앞만 보고 나아가고 있다. “연습했던 나를 믿고.”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해 남자 피겨스케이터 차준환의 오른손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수줍은 듯 앳된 얼굴이었지만,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들어 올린 그의 손에는 거친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스케이트 신발끈을 묶다가 생긴 것인데 훈련을 위해 얼마나 강하게, 많이 신발끈을 조인 것일까. 차준환의 역동적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와 환상적인 스텝 연기가 그의 단단한 의지, 쉼 없이 반복되는 노력에서 나온 것임을 새삼 보여준 장면이다.차준환은 내년 2월 베이징을 겨냥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도쿄 여름올림픽이 1년 연기된 터라,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겨울올림픽도 불과 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 남자피겨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차준환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서도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표현하고 싶은 걸 최대한 표현하고, 저희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치 불타는 얼음 같은 열정을 가진 스무살 피겨스타의 이야기를 들었다.
차준환을 인터뷰하는 날 아침, 러시아 피겨의 신 알렉세이 야구딘의 ‘아이언 마스크’를 보았다. 더러 지금의 챔피언도 그 전성기에 못 미친다던 야구딘의 탈인간급 스텝에 차준환을 대비시켰다. 곧 공통점을 찾았다. 어떻게 예술과 스포츠가 같은 말일 수 있을까.경기도 구리의 투썸플레이스 2층 창가 자리. 차준환은 만화에서 빠져나온 소년의 복슬복슬한 얼굴로 들어왔다. 경쾌하고 느슨한 청록색 저지 티셔츠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까만 반바지. 수북하던 도토리 머리는 짧게 파마한 지 조금 되었을 것이다.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셰이린 본 안무가와 내년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돌아와 한달 반 남짓 되었을 때였다. 그는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오전 훈련을 마치고 와서, 인터뷰 끝나면 태릉 실내빙상장으로 가는 일정이라고 했다. 더운 날, 듣기만 해도 세포가 식는다.

“오랜 시간 캐나다에서 훈련하다가 코로나 터져서 한국에서 혼자 훈련하고 있는데, 초반에는 헤맸어요. 나름 새 환경이니까. 훈련은 저녁 8시쯤 끝나요. 일요일은 보통 쉬는데, 공원 같은 데서 달리기도 하면서 지상 훈련에 매진하고 있어요. 때로는 레전드 선수도 훈련을 즐기면서 할 수 없다는데, 저는 항상 즐기는 것 같아요. 훈련을 할 때 힘든 만큼 뭔가 해내고 있는 것 같아서 행복해요. 몸을 자꾸 쓰다 보면 지칠 때가 있지만 그럴 때도 계속 연습해요. 어느 정도 피로도가 넘어가면 오히려 피곤이 덜한 것 같아요.”

 

차준환이 경기도 구리의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하던 중 밝게 웃고 있다. 그는 “제 연기가 많은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차준환이 경기도 구리의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하던 중 밝게 웃고 있다. 그는 “제 연기가 많은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강철꽃 같은 그만의 피겨
까만 덴탈마스크 속으로 털실 같은 저음이 들렸다. 어떻게 훈련이 즐거울 수 있을까?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매단 채 퍼그 강아지처럼 얼굴을 찌푸린 선수들만 봤는데. 어쨌든 아직 프로그램을 공개할 순 없다.“이전 제 프로그램을 짰던 데이비드 윌슨 안무가는 좀더 전통적이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표현이 장점이고, 셰이린 본은 불규칙하지만 현대적인 느낌이 매력적이에요. 저는 워낙 클래식 음악을 많이 해왔는데 마음 가는 대로 표현을 하는 변칙적인 요소들이 신선하더라고요. 제가 무용 베이스의 훈련을 많이 해서 다른 장르의 댄스에서 더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셰이린 본과 처음 작업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제가 생각한 서정적인 음악과 다르게 편곡됐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판 같아서 되게 신선했어요. 인터뷰에서 갑자기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미국에서 훈련할 때 거기 다른 코치들이 저한테 얘기하시는 게, 스케이팅을 즐기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그게 진정한 피겨스케이트의 매력이다, 이러시는데 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부사를 주어 앞에 쓰는 화법, 대답을 고를 때 “아, 뭐라 하지?” 하며 자문하는 습관, 모든 어미가 “같아요”로 일관되는 이 시절의 보편 어투가 시작부터 온순하게 작렬하기 시작했다.피겨스케이팅 인프라가 완전히 불완전한 국가에서 어리둥절한 행운처럼 나타난 스케이터는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 남자 피겨의 풍향을 살짝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하뉴 유즈루의 필사적인 위풍당당함이랄까, 이 행성에 오직 단 한명 피겨 선수만 바라보라는 듯 비장한 나르시시즘과, 무도회에 간 사립학교 남학생 같은 댄스와 가공할 점프로 세계선수권을 3연패한 미국 네이선 천 사이에서 기술적으로든 예술적으로든 혼란스러운 생물체로 존재하고 있었다.차준환 피겨의 특성은 신체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다. 강철꽃 같은 상체의 움직임,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의 이음새 없는 선, 형태 없는 음표에 색채를 입히는 능력. 어떤 때는 비평가가 되어 떠들기보다 입을 닫고 감상할 뿐이다. 일생을 바쳐 익힌 모습에 수고와 반복이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이 구근처럼 저절로 딸려 나온 것 같은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단순히 재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여름날에 차준환을 만난다는 것은 모든 가치가 시들해진 요즘 사조에 얼음 같은 아름다움을 꺼내 보는 것과 같았다. 매 시즌 헤아릴 수 없는 삼투압 과정을 거쳐 공명해온 차준환의 프로그램들은 그 자체로 기록이 되었다. 지금도 신기한 주니어 세계신기록, 국제빙상연맹(ISU) 공인 대회 최연소로 뛰었던 4회전 점프, 29점 차이를 뒤집으며 참가했던 평창겨울올림픽, 한국 최초이자 최고였던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동메달, 그리고 올 3월, 스웨덴 ‘피겨스케이팅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확보한 베이징겨울올림픽 출전권 두장. 파란을 일으키고 드라마를 만드는 스타성은 아무나 갖는 것이 아니다.180㎝ 키와 탈지(脫脂)된 몸, 오묘한 신체 비율은 비교적 단구(短軀)인 피겨 스타들 틈에서 대나무처럼 솟았다. 은퇴한 188㎝ 에번 라이서첵이라면 모를까, 최상위에 랭크된 네이선 천, 가기야마 유마, 우노 쇼마, 하뉴 유즈루까지 모두 공중으로 그를 추격해야 할 정도다. 키가 작으면 중심 이동이며 축이 덜 흔들려서일까, 달라진 피겨 유전학의 문제일까.

“주니어 시절부터 4회전 같은 고난도 점프를 계속 시도했는데, 당시에는 성장기라서 몸이 커지면서 조금씩 흔들렸어요. 뭔가 조금만 달라져도 기술이 잘 안됐어요. 제가 평균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키가 크지만 이젠 그것에 익숙해져서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더 시원시원해 보이는 동작들이. 사실 이젠 어쩔 수 없어요. 이미 키는 커버렸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큰 키를 이용해서 다른 스타일의 점프를 만드는 거예요. 높이와 비거리와 각도를 생각한 최적의 포물선으로 체공 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차준환이 지난달 23일 서울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차준환이 지난달 23일 서울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180㎝ 큰 키, 단점 될 수도 있지만
나만의 최적 포물선 점프로 바꿔
‘더 파이어 위딘’선 환상 이나바우어
김연아의 ‘유나 스핀’도 연기 가능
하늘 나는 듯 환상의 이나바우어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고를 때 실버 체인 목걸이와 조금 더 얇은 실버 체인 팔찌가 찰랑거렸다. 한국 남자 운동선수들의 보통 심미안으론 적용할 수 없는 스타일 돌연변이랄까. 옅은 오트밀색 주근깨와 동공이 큰데다 짙게 테를 그린 속눈썹 때문에 꼭 오르골 안을 도는 소년 조각 같았다.“작년 서울에서 열렸던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가 가장 기억나요. 시즌 초반부에 새로운 점프를 막 시도할 때여서 경기력이 되게 안 좋았는데 후반부에 클린 경기를 했거든요.”그때 프리 프로그램은 ‘더 파이어 위딘’(The fire Within). 차준환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클린을 했다. 어쩌면 음악이 받쳐주듯 안무를 따라올 때 스피드에 불이 붙었다. 무엇보다 심화된 무브먼트. 세부는 중요하다. 신은 작은 것에 머문다고 하니. 요소마다 모듈처럼 쪼개지는 턴과 스핀과 스텝을 온전히 수행하는 사이 두개의 웅장한 4회전 점프. 그리고 면도날 같은 착지. 그러나 점수가 어이없도록 인색해서 보는 마음이 다 휑했다.“저는 그날 경기에 만족하지만 점수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도 제가 더 잘하는 수밖에 없어요. 평가를 받는 종목이고, 제가 받은 점수표도 제 거기 때문에. 심판들은 저에게 이런저런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제 안에서 문제점을 찾아 지적했던 부분들을 보완해서 다음 경기에 계속, 계속 보여주는 게 제 마음도 편할 것 같아요.”이런 걸 두고 ‘멘탈’이 강하다고 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초연함일까. 어쩐지 이 순간을 앞으로 자주 떠올릴 것만 같았다.그리고 201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몇번의 그랑프리 대회를 거쳐 피겨의 절대 강자 6인이 겨루는 결승전에서 동메달을 땄던.“올림픽 시즌보다 어려운 구성으로 새로운 점프와 (다른 종류의 점프를 붙여 뛰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추가해서 나간 경기였는데, 연습 때만큼 만족스럽게 했어요.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한가지 있었어요. 그 전 대회에서 실수하지 않았던 첫번째 4회전 토루프 점프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했어요. 한편으론 나머지 요소를 잘 마무리해서 전체적으로는 만족해요. 경쟁자를 이기기보다는 모험적인 시도를 했는데, 좋은 평가로 마무리돼서.”사실 그랑프리 파이널 직전, 캐나다 오크빌에서 열린 ‘오텀 클래식 인터내셔널’에선 하뉴에 이은 은메달이었는데, 난공불락 같던 하뉴를 프리에서만큼은 3.31점 차로 이겼다.“피겨스케이팅은 제가 잘해야 되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잘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볼 때는 ‘와, 진짜 점프 잘 뛴다’보다 프로그램의 조화가 너무 뛰어나고 완성도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아직 하뉴나 네이선 선수보다 기술적인 부분도 부족하고 경험도 그만큼 없지만, 그들의 페이스를 따라가다가 오히려 리스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쟤를 이겨야겠다’보다는 준비한 거를 저의 스텝에 맞춰서 하나하나 밟고 싶다….”그는 존경하는 선수를 적시하지 않았다. 우상 따윈 필요 없다고 외치는 펑크록 같은 마음 때문이 아니라 “레전드 선수를 많이 봐서.” 정작 그는 비점프 요소에서 가진 패가 아주 많았다. 점프 사이사이를 채우는 기술 요소에서 늘 최고 레벨 4를 받는 코레오 시퀀스며 스텝 시퀀스야말로 차준환 피겨의 성격.“스텝 시퀀스는 상체 움직임을 좀더 많이 신경 쓰는 편이고, 코레오 시퀀스는 더 많이 움직이면서 이나바우어 같은 예술적인 기술들을 좀더 넣어서 음악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대를 표현하려고 해요.”‘더 파이어 위딘’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이나바우어를 선보였을 때, 옆으로 가며 두 팔을 벌린 채 등을 뒤로 기울이는 순간은 드가 그림 속에서 남자 발레리노가 걸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유기체적인 매혹이랄까. 정확히 에지를 타다가 우아한 체념 상태로 활공하는 순간 이미 그의 상징이 되었다. (이때 뒤가 터진 셔츠는 오페라 코스튬과 같아서, 이나바우어나 격정적인 음악이 길게 펼쳐지는 프레이즈 부분에 길고 긴 여운을 만들었다.)“그전까지는 이나바우어 들어갈 때 왼쪽 심판을 보다가 오른쪽 심판을 보면서 끝냈는데, 어떻게 하면 더 특색 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고개를 뒤로 그냥 넘기지 말고 한 바퀴 돌리는 것처럼 왼쪽을 보자,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겨주자라는 마음으로 다시 만들었는데 음악이랑 매치가 너무 잘됐어요.”그리고 프로그램 마지막의 콤비네이션 스핀. 손가락으로 천장을 꿴 채 모터보다 빨리 회전하는데 중력이 고정된 듯, 와이어가 당기듯, 축이 흔들리지 않는다. 곧 오른손은 가슴에 두고, 왼손은 펼친 채 상체를 뒤로 젖히며 빠르게 도는 레이백 스핀은 그대로 엔딩 크레딧이 되었다.“원래는 마지막에 다리를 잡고 머리 위로 올리는 ‘헤어컷’ 스핀을 했는데 평창올림픽 선발전을 하고 막 그랑프리에 나갈 때 부상으로 손목에 금이 간 다음부터 그 스핀을 못 하게 됐어요. 업라이트 스핀은 똑바로 서서 제자리에서 도는 건데 그걸 뭘로 대체할까 고민하다가 레이백 스핀을 연습했어요. 스피드도 나쁘지 않고, 또 보통 남자 선수들이 레이백 스핀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저만의 시그니처 스핀이 될 것 같았어요.”차준환은 심지어 김연아가 고안한 ‘유나 스핀’까지 갖추었다.

“유나 스핀은 레벨 4를 받기 위한 관문 중 또 한가지 요소이기도 해요. 저에게는 엄청 어렵지는 않은 기술이지만 다른 선수들은 꽤 어려워하더라고요. 보통 상체 회전만 들어가는데 유나 스핀은 동시에 다리 모양까지 변형시키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좀더 아름답기도 하고 해서 가산점에 좀더 유리하지 않나 싶어요.”

 

차준환이 지난 3월 스웨덴 ‘피겨스케이팅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스텝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점프 사이를 채우는 기술 요소에서 늘 최고 레벨 4를 받는 코레오 시퀀스며 스텝 시퀀스야말로 차준환 피겨의 성격을 보여준다. 차준환은 올 11월 ‘컵 오브 차이나 대회’와 ‘엔에이치케이(NHK) 트로피 대회’에 이어, 내년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차준환이 지난 3월 스웨덴 ‘피겨스케이팅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스텝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점프 사이를 채우는 기술 요소에서 늘 최고 레벨 4를 받는 코레오 시퀀스며 스텝 시퀀스야말로 차준환 피겨의 성격을 보여준다. 차준환은 올 11월 ‘컵 오브 차이나 대회’와 ‘엔에이치케이(NHK) 트로피 대회’에 이어, 내년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4회전 점프는 살코·토루프로 승부
“점프는 기술이지만 또한 예술
올해안 쿼드러플 플립 완성 목표”

 

1초의 승부, 쿼드러플 점프
한편, 세계 피겨에 특이점이 왔다. 드릴 같은 4회전 점프를 두둑이 장착하지 않고는 시상대에 영원히 오를 수 없다. 심지어 누구는 4회전 악셀을 뛸 거다, 5회전 점프를 시도할 거라는 소리도 왕왕 들린다. 여자 피겨도 워낙 3-3 점프나 트리플 악셀이 가장 난이도 높은 점프였는데 러시아의 소녀 스케이터 군단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카밀라 발리예바, 안나 셰르바코바가 하도 4회전 점프를 손쉽게 뛰는 통에 3회전 점프가 차라리 심심해 보인다. 어떤 때는 모든 요소가 쿼드러플 점프를 위한 핑계만 같다. 그러나 점프가 피겨의 모든 것이라면 음악은 왜 쓸까?“점프는 기술이지만 또한 예술이거든요. 스피드를 이용해서 도약을 하고, 높고 넓은 비거리로 점프하고, 착지할 때 이루어지는 음악과의 조화 때문에. 원래는 피겨에 클래식이나 발레 음악만 허용됐는데 보컬이나 현대음악도 허용되면서 예술적인 표현이 많이 발전했어요. 지금은 전체적으로 기술이 좀더 발전하는 시기 같아요.”그런데 1초 안에 네바퀴를 도는 쿼드러플 점프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인간이 시각적인 동물이라는 걸 믿을 수 없다.“도약이 잘됐을 때의 4회전 점프 느낌은, 찰나지만 약간 붕 뜨는 기분이 있어요. 공중에서 잠깐 멈췄다가 떨어지는 느낌? 비거리가 멀리 나오는 점프랑 높이가 더 나오는 점프랑 느낌은 달라요. 4회전은 확실히 힘 들어가는 게 다르고 제시간에 도약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3회전과 똑같은 마음으로 뛰려고 해요.”현재 차준환이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4회전 점프는 살코와 토루프이다.“아예 다른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해서 리스크를 만드는 것보다 현재 가진 4회전 살코나 토루프를 발전시키는 게 올림픽 시즌에 좀더 유리한 전략 같아요. 살코는 착지한 뒤의 흐름이나 비거리를 좀더 발전시키고 싶고, 지금 계속 연습하는 쿼드러플 플립도 어느 정도 성공률이 좋고 완성도가 높으면, 올 시즌 가능하면 프로그램 안에 소화하는 게 목표입니다.”차준환의 스케이팅에는 늘 지적받는 몇 가지가 있다. 유독 트리플 악셀을 뛰기 전의 도입 거리가 길어 그때마다 1초, 2초, 3초…. 속으로 재다 보면 어떤 때는 숨이 넘어갈 것 같다.“트리플 악셀 뛸 때 제가 생각할 때도 망설임이 있는데, 저도 고쳐야 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 점프를 배울 때의 습관이 아직까지 남아 그런 타이밍으로 굳어진 것 같은데, 쉽게 고쳐지지 않더라고요. 요즘은 도약까지 걸린 길이와 시간을 좀 줄여보려고, 점프 앞에 연결 동작을 넣는 편이에요. 가끔 점프가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기도 하는데, 어떤 때 코치 선생님들도 ‘이건 괜찮은데 그런 판정이 나왔네? 그러기도 하지만, 이미 받은 거기 때문에 다음에는 일말의 의심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차준환은 처음으로 어린 래브라도레트리버같이 크게 웃었다. 늘 얼굴이 안 보인다느니, 답답하다느니 말도 많은 머리를 잘라 이마가 새콤하게 드러나 있었다.세상은 언제나 두 얼굴을 가지지만, 스포츠의 양면성이 가장 적어 보인다. 스포츠가 정교해지면 예술적인 경험을 만들다가, 최고의 찰나에는 철학적인 논쟁도 일으킬 것이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다 마시고 나니 논리를 넘어서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식에 반하는 놀라운 의외성이.

“첫번째 점프 때나 중간에 실수가 나왔다고 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실수에 사로잡혀 버리면 나머지 것까지 다 망치는 거잖아요. 실수는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나올 수 있어요. 실수가 나와도 그건 이미 지나간 거고요. 그 뒤에도 아직 남은 것이 많기 때문에 그것들을 잘 수행해내는 게 저에게 이득이고 최선의 방법이에요. 어떤 때는 점프 실수가 예상치 못하게 계속 나와도 심호흡을 하고 연습하듯이 이어가려고 해요. 저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기분 좋은 상태로 돌아가는 바운스 백이 잘되는 편이에요.”

 

차준환은 201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역대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거둔 최고 성적이다. 그는 “한번 넘어졌지만 경쟁자를 이기기보다는 모험적인 시도를 했는데, 좋은 평가로 마무리돼서 만족스러웠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AP 연합뉴스
차준환은 201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역대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거둔 최고 성적이다. 그는 “한번 넘어졌지만 경쟁자를 이기기보다는 모험적인 시도를 했는데, 좋은 평가로 마무리돼서 만족스러웠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AP 연합뉴스
 
올해 2개 대회와 내년엔 올림픽
“메달 목표지만, 계속 발전해야”
얼음 위에 서는 건 나 자신
 
낙담을 냉동시켜 바라보는 습관은 어디서 왔을까? 연유같이 부드러운 얼굴 뒤로 저 방패 같은 가슴은?“저는 항상 대범한 편이에요. 뭔가 자신이 없을 때 소심해지지만 그래도 결국 대범해져요. 소심한 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스스로 행사하는 노인의 지배력과 소년의 카리스마. 어릴 때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은 다 똑같이 타인과 말하는 법을 모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작은 지혜의 파랑(波浪)이 주위를 빨아들여 몸을 불리는 기분…. 그래도 유달리 긴장했던 경기는 있었다.“그렇게 티를 많이 내는 편은 아닌데 처음 세계 선수권 나갔을 때, 그해 여러가지 이유로 굉장히 경기를 많이 나갔어요. 시즌 초중반까지 좋은 결과를 계속 이어나가다가 세계 선수권은 거의 그 시즌 열한번째 대회였는데, 당시에 컨디션이 너무 안 좋고 또 부츠 문제도 있었어요. 사이즈도 갑자기 바뀌고. 제가 유독 긴장했던 이유는 만족할 만큼 연습을 못 해서였어요. 그 경기에서 부상도 있었고, 자신감도 좀 떨어졌지만 그래도 경기 끝나고는 항상 홀가분해요.”경기를 위해 아무리 많은 스태프들이 합세해도 그 순간 얼음 위에 서는 건 선수뿐.“제 순서가 되면, 앞 선수 점수 발표 기다리며 자세도 잡아보고 감도 되살리다가 이름이 호명된 후에는 경기 시작까지 굉장히 짧은 시간이잖아요. 그때는 뭔가 깊은 생각보다는 심호흡 크게 하고 무조건 앞만 보고 간다, 연습했던 저를 믿고.”그러나 앞 선수가 엄청난 퍼포먼스로 엄청난 점수와 엄청난 환호를 받는다면?“저는 경기 때 저한테만 집중하기 때문에 그런 환호성에 크게 위축되지 않아요. 주니어 때는 다 들렸어요. 앞 선수가 되게 잘했나 보다. 막상 링크장에 들어가면 별 느낌이 없더라고요. 빙판에서 경기를 하는 건 저 혼자지만 링크 사이드에 저희 코치도 있고, 심판도 있고, 여러 방향에 관중분들도 있기 때문에 고독하다고 느끼진 않아요. 그래서 뭔가 저의 에너지를 전달해주고 싶어서 프로그램 구성을 짤 때, 첫번째 점프가 왼쪽 전방으로 가면 그다음 점프는 오른쪽 후방으로 간다든가 해서, 비는 공간 없이 사용하는 편이에요. 구석구석 다 가보고 싶어서. 피겨는 기술의 긴박함과 짜릿함도 있지만 심판과 아이 콘택트도 하고 관중과 감정을 공유하는 스포츠잖아요. 저는 그들을 프로그램의 일부분으로, 함께 경기를 한다고 생각해요.”그사이 피겨 룰이 또 바뀌어 프리 경기 시간도 4분40초에서 4분10초로, 점프도 8개에서 7개로 줄었다.“이제 어려워졌구나 하는 느낌보다는 솔직히 말해서 좀 아쉬워요. 30초에 뭔가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게 줄어버려서.”그러나 10초도 안 걸리는 뜀틀 경기에 비하면야.그는 매번의 경기가 나를 위한 선물이야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경기장은 탐험할 것 많은 보물섬. 이제 그렇게 괴롭던 부츠 문제도 얼추 자구책을 찾았다.“기성화라서 너무 불량만 아니면 어느 정도는 부츠에 맞춰 가기로 했어요. 계속 260㎜를 신다가 최근 사이즈를 살짝 크게 올렸어요. 260은 너무 작고 265는 너무 커서 손으로 누르거나 넓게 손을 봐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앞으로 부츠 문제가 좀 덜하지 않을까.”
‘누구처럼’ 아닌 ‘무엇을 위해서’
올 11월, 차준환은 이번에 만든 프로그램으로 2주 연속 ‘컵 오브 차이나 대회'와 ‘엔에이치케이(NHK) 트로피 대회’에 참가한다. 그 시간은 곧 지나고 올림픽 역시 끝날 것이다. 그 후에는? 우리는 한때 타올랐던 운동선수의 기나긴 사회적 적응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빨간 연기를 내뿜다가 5분 안에 명성을 날리고 재가 된 선수들이. 그는 피겨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겠다는 식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일등이 아니면 패배한 거라는 말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업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면 스포츠의 야망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결과적으로는 저 또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제가 모든 걸 다 했는데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거기서 또 발전시켜야겠죠. 캐나다에서 훈련할 때 하비에르 페르난데스가 늦은 나이까지 선수 생활 하는 걸 봤는데, 저도 부상이 없는 한 오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선수 생명이 짧은 만큼 그 시간 안에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최대한 표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의 프로그램들이 많은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 속에 남았으면 좋겠어요.”성인의 세계에 들어서면 가치는 변하고 기회는 섞인다. 운이 좋다면 다른 시간 속에서 웃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차준환의 마지막 웃음은 아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누구처럼?’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제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꿈이 있어요. 평창올림픽 선발전을 국내에서 치를 당시에 1, 2차 성적이 저조해서 점수가 많이 뒤져 있었어요. 3차 선발전이 1주 남았을 때 그 꿈을 꾸었어요. 목동에서 경기하는데 제 순서가 되었는데도 얼음 위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계속 대기해야 했어요. 시작하지 않는 경기를 계속 기다리기만 했어요.”어쩌면 피겨로부터 멀어질까 봐 꽉 쥐고 놓지 않는 꿈이었을까?“저는 피겨스케이팅을 한 걸 후회한 적이 없어요. 이 종목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새 안무 프로그램이 왔을 때도 ‘역시 이 직업을 선택하길 너무 잘했어’라고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저도 스케이트를 떠나는 순간이 오겠죠. 그러나 지금은 지금의 순간에 몰입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넓은 창을 파고든 햇빛 때문에 실내가 끓기 시작했다. 차준환은 대기업 마크가 여럿 새겨진 연습복으로 갈아입었다. 그 순간, 유니폼 안에 프레임된 운동선수가 아니라, 두 귀를 쫑긋 세운 소년이 다시 보였다. 그는 모퉁이 계단 난간에 기대거나 조형물에 앉아 턱을 괸 자세로 카메라를 보았다. 렌즈를 쓴 것 같은 까만 눈동자는 햇빛이 꺾여 어둑해진 갈색 배경 앞에서 차분히 반짝거렸다. 오페라 백스테이지에 앉은 듯 남색 줄무늬 양말과 검정 운동화를 신고. 그 자체로 메시지를 만들던 표정은 이따금 쑥스러운 웃음으로 바뀌었다.“전 친구 없이 지낸 지 굉장히 오래됐어요. 캐나다에 오래 있기도 했고, 항상 훈련만 하고 지냈기 때문에 게임은 거의, 아니 아예 안 하는 편이에요. 그런 게 사실 소소한 행복인 건데, 그런 일상 없이 십대의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흘러간 것 같아요.”그것은 훌륭한 선수만의 고립된 세계일까? 그러나 그는 삶에서 뜯겨 나간 시절을 수선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혼자 지내는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에 대해 바꾸고 싶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저는 제가 너무 좋은데요.”고개를 갸웃해 보일 때 그 머리카락은 바람에 날리는 잔디 같았다. 차준환은 올해 스무살. 그 눈에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그는 아무것도 모를 것 같으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저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요.”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만 한 재능이 무엇일까. 결국 자기가 이해하는 풍경의 아름다움만이 스스로를 건져올릴 것이다. 노자(老子) 같은 생존법으로 피겨 정글북의 모글리가 된 소년이 보여주는 것처럼.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1003912.html?_fr=mt1#csidxdedad3e202a6df7b21014c3c8cb63c6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범야권 잠룡들 등판…'판' 달아오른다

김태호 출사표…후보군만 10여명
최재형 전 감사원장 국힘 전격 입당
윤석열, 반기문 등 접촉 외곽 때리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 = 연합뉴스)
▲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 = 연합뉴스)

 

야권의 잠룡들이 속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레이스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15일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공식 대선출마를 한 데 이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입당을 하면서 링이 달궈지고 있다.

 

3선의 김 의원은 1998년 경남도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거창군수, 경남도지사 등 7번 선거에 도전해 6번 당선됐다. 42세에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최연소 광역단체장 기록도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금배지를 달 정도로 지역에선 두터운 신망을 받는다.

 

김 의원은 이날 유튜브 채널을 통한 비대면 출마선언에서 “좌우, 보수·진보 분열을 끝내고 공존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이자 시대적 책무”라며 “공존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출마 선언은 국민의힘 현역의원 가운데 네 번째다. 박진 의원은 지난 13일 "글로벌 시대 선진국형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하태경·윤희숙 의원도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과 함께 야권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범 야권 대권 주자로 분류된 외부인사 가운데 첫 입당 사례로 감사원장을 사퇴한 지 17일 만이다. 최 전 원장 입당으로 그간 상대적으로 관심권 밖에 있던 국민의힘 당내 대선 후보 경쟁도 한층 달아오르게 됐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범야권 대선 후보만 12명에 이른다. 당내에서는 박진 의원, 홍준표 의원, 하태경 의원, 윤희숙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장기표 김해을 당협위원장 등이 출사표를 이미 던졌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당내외 인사를 모두 포함해 잠재적 대권후보를 10여명으로 분류하고 경선룰을 준비 중이다. 특히 외부인사의 입당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데, 최 전 원장의 입당으로 외부인사 영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대선시계가 한층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가 입당을 할 지 아니면 제3지대에서 세력을 모을지도 관심사다. 특히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면서도 국민의힘 입당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윤 전 총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날도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만나는 등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최 전 원장 입당으로 고심이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여권 주자들과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동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으로 야권내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의 행보도 주목된다. 상고와 야간대학 출신으로, 대학 총장에 이어 경제부처 수장이라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세력교체'를 외치는 그는 19일 '대한민국 금기 깨기'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고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을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정영선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여론조사 혼전…사람이 물으면 이재명, ARS 땐 윤석열·이낙연 강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7/16 11:07
  • 수정일
    2021/07/16 11:0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1-07-16 04:59수정 :2021-07-16 09:03

여론조사 방식 따라 지지율 엇갈리지만 추이는 같아
“보수적 정치 고관여층, 정당 적극 지지자 ARS 참여도 높아”
최근 여론조사 추이 보면 윤석열 주춤·이낙연 상승세 뚜렷
 
20대 대통령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후보 가상 양자대결에서 여야의 승리가 엇갈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후보별로 유리한 조사 결과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사 방식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더 반영될 수 있다며, 지지율의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43%를 기록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33%)을 10%포인트 차이로 넉넉하게 앞섰다. 이낙연-윤석열 양자대결에선 36%씩으로 동률이었다. 글로벌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이 지사는 44.7%를 얻어 36.7%를 얻은 윤 전 총장을 이겼다. 두 여론조사 모두 조사원이 전화로 통화하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문의한 방식이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자동응답 방식(ARS)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강세를 보인다. 피앤아르(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3일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양자 대결(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은 49.8%를 기록해 이 지사(41.8%)를 오차범위 바깥으로 따돌렸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203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2.2%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은 39.4%로, 38.6%를 기록한 이 지사에 박빙 우세를 보였다.

 

지난 3월 사퇴 뒤 윤 전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도는 기계음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100% 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기계음으로 진행되는 자동응답 방식의 여론조사에는 참여하려는 의지가 강한 분들이 끝까지 응답한다. ‘정치 고관여층’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자영업자, 50~60대 등의 정치 고관여층의 성향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꾸준히 높게 나온다”고 짚었다.

 

정치 고관여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에서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지난 9~10일 1014명을 상대로 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 29.9%, 이 지사 26.9%, 이 전 대표 18.1%를 기록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0~11일 실시한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이 전 대표는 16.4%로 이 지사(25.8%)를 한 자릿수로 따라붙었고 43.7%-41.2%로 윤 전 총장과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앞섰다. 반면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진행하는 전국지표조사(지난 12~14일,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이 전 대표는 전주보다 4%포인트 상승한 14%를 기록했지만 이 지사(26%)와는 두 자릿수 격차를 보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자동응답전화의 특성상 당의 적극 지지자들이 응답할 거라는 상식적인 추정이 가능하다”며 “(고관심층이 더 많이 반영되는) 현상이 양쪽에서 모두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보면 친문 후보인 이 전 대표에게 정치 고관여층의 지지가 더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 고관여층은 투표 의향은 물론 결집력도 강하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선처럼 투표율이 높은 선거에서는 여론이 두루 반영돼야 전체적인 표심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결국 여론조사는 동일한 질문과 조사방법에 따른 지지율의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 윤 센터장은 “여론조사를 비교할 때는 같은 조사 방식, 동일한 설문으로 조사한 결과를 비교해야 한다”며 “조사 방식과 질문이 달라지면 자극이 달라지고, 반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은 윤 전 총장의 하락세와 이 전 대표의 상승세가 확인된다. 지난 12~13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의 다자대결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주 전보다 4.5%포인트 떨어진 27.8%를 기록해, 3.6%포인트 상승한 이 지사(26.4%)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 전 대표는 7.2%포인트 급등하며 15.6%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03764.html?_fr=mt1#csidx952f70b56b7dc5eaae9c3050e29f046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