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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조치 13년의 서글픈 풍경. 죽을지경이라는 하소연에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남북경협 7단체 기자회견.."피해보상 특별법 즉각 제정 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5.24 23:57
  •  
  •  수정 2023.05.2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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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조치 13년인 24일 오전 남북경협 7단체의 대표자와 회원들이 24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피해보상법 제정과 경협기업의 생존권을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5.24  조치 13년인 24일 오전 남북경협 7단체의 대표자와 회원들이 24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피해보상법 제정과 경협기업의 생존권을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3년전 오늘 오전 10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대국민담화 형식으로 남북 교역과 교류의 중단을 발표했다. 이른바 5.24조치이다.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이며,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배경설명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2000년 6.15선언이후 개선되어가던 남북관계의 근간을 보란듯이 뽑아 버렸다.

이명박 정부는 그에 앞서 2년전인 2008년 7월 12일, 지금까지도 전말이 석연치 않은 관광객 피격사건을 이유로 들어 금강산관광을 전면 중단했고, 이어진 박근혜 정부들어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세상은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 있어도 남북교역과 경협에 청춘을 바쳐온 사업자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이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08년 금강산관광 중단, 2010년 5.24조치, 2016년 개성공단 철수로 남북간 경제협력은 완전 파탄났고, 기업은 문을 닫았으며, 가족은 해체되고 대표자는 신용불량자라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후 유명을 달리한 이도 여럿이다.

5.24조치 발표 13년. 금강산관광 사업자들의 모임인 (사)금강산기업협회, (사)금강산투자기업협회, 남북교역과 경협 사업자들이 모인 (사)남북경제협력연구소, (사)남북경제협력협회, (사)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 (사)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 (사)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등 7단체의 대표자와 회원들이 24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피해보상법 제정과 경협기업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다시 나섰다.

전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은 "다시는 5월 24일에 이런 자리에 서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허가해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정부가 막아놓고는 왜 지금까지 손놓고 나몰라라 하느냐"는 항변마저 이제는 힘겹고 처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이제 나이 먹어 사업도 못하겠다. 거지들한테 대출지원금이라고 하는데,,,이제 정리합시다"라며, "정부는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피해보상 특별법에 적극 협조해서 빨리 정리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더이상 저희가 이런 일로 이런 자리에 서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는 헌법 제23조 1항을 언급했다. 금강산관광 중단과 5.24조치, 개성공단 철수 등 국민 재산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정한 최소한의 요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통일부장관의 행정처분만으로 발효되었다는 주장이다.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은 남북경협 역사에 대한 장문의 경과보고를 발표해 정부의 책임을 논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남북사이 경제협력은 1988년 7월 7일 정부의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과 같은 해 10월 '남북 물자교류에 대한 기본지침'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2010년 5.24조치로 인해 개성공단을 제외한 일체의 사업이 중단되었고, 돌아가던 개성공단마저 2016년 2월 10일 정부의 조치로 전면중단됐다.

이후 정부는 기업의 경제적 어려움을 최소화한다며 금강산기업과 경협기업을 대상으로 여러차례에 걸쳐 지원과 대출을 쪼개 시행했다. 

개성공단 피해기업과 별개로 금강산기업과 경협기업에 대해 △5.24조치 이전 선불금 지금 관련 반출입 허용 △특별경제교류협력자금 대출 750억원(2010년 1차 184개사 377억원, 2012년 2차 99개사 183억원, 2014년 3차 43개사 190억원) △투자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 및 접촉 허용 △긴급운영경비 무상지원(2012년 457개사 52억원) △기업운영 및 관리경비 지원(2018년 425개사 92억원) △투자·유동자산 피해지원(2018년 93개사 1,239억원) 등을 실시하고 2022년에는 157억원의 특별대출과 기업운영관리경비 지원(특별대출 37개사 92억원, 기업운영관리경비 270개사 65억원)을 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정부의 지원이 3~4차례에 걸쳐 위로금과 대출 형식으로 이루어져 '언발에 오줌누기'격이었으며, 보험제도 미비로 인한 미가입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실제 평균 30%에 불과한 경협보험금이 지급된 문제, 실사과정에서 영업외 손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문제 등을 지적하며, 특별피해보상법 제정과 이에 따른 구제를 요청했다.

특히 올 6월 중 경협보험금 미지급분과 생계유지비용을 긴급 지급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4월 현재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회의원이 '남북경제협력사업자 등의 피해보상에 관한 특별법안'(의안번호 제2120190호)을 대표발의한 상태이고, 경협단체들은 이번 특별법안의 통과가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기대를 하고 있다.

한편, 13년전 5.24 조치 이후 각 협회에서 취합한 경협기업은 42개사, 교역기업은 957개사(2023년 2월말 기준)이며, 이들 경협 및 교역기업이 신고한 피해액은 3,936억원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확인한 자산피해액은 1,671억원이고 여기에 특별대출과 기업운영경비 지원명복으로 지원한 총액은 1,845억원이다. 금강산기업의 경우는 관광중단 시점에 현대아산 등 55개사가 3,740억원의 자산피해를 신고했으나 정부가 확인한 자산피해액은 2,313억원, 이에 따른 피해 지원은 특별대출과 기업운영경비 지원 등을 포함해 445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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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독립국인가’ 40여년 전 미국 반도체 횡포, 한국 타격하나

1980년대 미·일 반도체 협정이 현재 미국 반도체법 직면한 한국에 전하는 시사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4월 1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개최한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AP
미국 반도체법은 사실상 한국 기업에 재무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미국이 일본을 몰락시킨 조치와 유사한 점이 있다. 미국의 반도체 횡포가 40여년이 지나 재현되고 있다. 당시 일본과 현재 한국은 처한 상황이 다소 다르다고는 하나, 일본의 ‘잃어버린 시간’은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조건에는 신청 기업이 미국 정부에 재무 정보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조건은 과거 미국이 일본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활용한 방법을 상기시킨다. 미국은 1986년 맺은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수년간 일본 기업으로부터 재무 정보를 제출받은 바 있다. 일본 기업이 반도체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덤핑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 이를 막아야 한다는 명목이었다.

미국 상무부는 일본 기업 제조 원가를 조사해, 수출 가격을 규제했다. 일본 기업 제조 원가를 기초로, 이른바 공정시장가격(FMV, Fair Market Value)을 산정하고, 해당 가격 밑으로는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일본 전기주식회사(NEC)에서 반도체 사업 본부장을 지낸 기쿠치 마사노리는 최근 현지 언론 기고문에서 ‘매일 D램 생산 소요 시간을 정리해 미·일 양국 정부에 보고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다양한 제품이 동일한 라인에서 제조돼, 제품별로 장치·재료·인건비 등에 따른 부과율을 산출해야 했다.

일본 기업은 가격 결정권을 상실하게 됐다. FMV 적용으로 수익성을 일부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타격이 더 컸다.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었다. FMV를 적용받지 않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한·미 기업이 싼 가격으로 점유율을 확보해 갔다. 신규 설비 투자 초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FMV에 반영해 추가로 판매 가격을 올려야 했다. 일본 기업이 판매에 난항을 겪는 동안 한국과 미국 기업은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마키모토 쓰기오 전 히타치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자사 제품 가격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지만, 당시는 그런 상황이 버젓이 통용됐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도 미국 조치에 따라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상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신청을 위한 세부 지침 공개하면서, 엑셀 파일 예시를 첨부했다. 보조금 신청 기업은 예상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의 산출 근거를 검증할 수 있는 엑셀 파일을 제출해야 한다.

상무부 예시를 보면, 생산시설의 제품 단위당 가격을 연도별로 기재해야 한다. 원가 정보도 적어야 한다. 자본 비용에는 부지, 건설, 장비, 공사 관리비, 인프라 개선 등 항목이 있다. 세부적인 운영 비용 정보도 요구한다. 소재·소모품·화학재료를 비롯해 인건비, 판매관리비, 연구개발비로 항목을 세분화했다. 미국은 수율 정보도 요구한다. 상무부의 ‘사전 지원서 예시 재무 모델 백서’는 “월간 웨이퍼 생산량을 추정하는 방법에 대한 요약 설명을 제공해야 하며, 생산 수율에 대한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율은 반도체 경쟁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원가 정보 수준의 기밀로 관리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짓고 있는 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이다.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현물시장에서도 거래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파운드리는 개별 기업 간 수주 형태로 거래된다. 파운드리 공장의 제품 가격은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사 정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파운드리 제품 가격이 공개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가격이 다른 기업에 공개된다고 가정할 때 일차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제품을 만드는 회사보다 주문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며 “고객사가 어떤 제품을 얼마에 주문했는지 공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들은 기밀 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파운드리 기업에 주문을 안 할 것이고, 수주받지 못한 파운드리 기업은 생산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파운드리 기업에게는 고객 정보 보호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후공정(패키징)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데, 패키징도 수주 형태로 계약이 이뤄진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 세부 지침에서 제시한 ‘예상 수익’ 자료 예시. ⓒ미국 상무부

‘마이크론 대체 금지’ 요구, 예삿일이 아니다

일본 기업에 대한 미국의 가격 통제는 1986년 체결된 미·일 반도체 협정에 담긴 조건 중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일본 반도체 시장을 외국 반도체 기업에 넓게 개방한다’는 조항이었다. 처음에는 ‘넓게 개방’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이었지만, 1991년 2차 협정에서 ‘향후 5년 내 일본 시장의 외국 반도체 기업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문구로 구체화됐다. 당시 외국 기업 점유율은 10% 수준이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자국 산업 점유율을 낮추고 외국 기업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 기업을 홍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본 정부는 전산 처리를 위한 기업용 대형 컴퓨터를 이르는 메인프레임을 위시한 TV, CD플레이어, 비디오테이프레코더(VTR) 등을 만드는 전자기기 기업에 외국산 반도체 채용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일본 반도체 기업은 점유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미국과 마찰을 우려해 생산 확대를 주저했다. 반도체를 많이 팔 수 없으니 FMV 적용에 따른 D램 가격 상승효과를 누리는 데도 제한이 있었다.

마키모토 전 CEO는 인터뷰에서, 하타치 재직 당시 D램 영업 담당자에게 기술 제휴처인 한국 기업 제품을 고객사에 추천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와 직원들은 ‘저희의 D램이 아니고, 한국 메이커 제품을 사 주셨으면 한다. 우리의 D램과 제조 기술은 호환되고, 물건은 같다’며 고객사를 돌려보내야 했다.

일본 기업환경연구센터는 ‘1990년대의 반도체 산업’ 보고서에서 “외국계(미국계) 반도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일본 전자기기 기업은 외국계 기업의 반도체 구입을 강요당했고, 일본 반도체 기업은 스스로의 매출을 억제하게 됐다”며 “미·일 반도체 협정은 일본 기업의 투자·생산·수출 행동에 억제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비슷한 조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를 금지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부족분을 메우지 말 것을 미국이 한국에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대로 한국 기업의 중국 내 판매가 제한된다면, 마치 40여년 전 일본 기업이 그랬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고객사에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제품을 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단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현실화됐다. 최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 안보 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검토 결과, 인터넷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통신, 운송, 금융 분야를 포함한 핵심 정보 인프라 기업은 마이크론 제품 구매가 금지된다.

미국의 마이크론 대체 금지 관련 보도가 나온 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직전이었다. 당시 FT는 “백악관 요청은 윤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는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며 “미국이 동맹국에 자국 기업의 역할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미국이 한국을 힘으로 누르는 형국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외압”, “과한 요구”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정부 개입 불가 입장을 단호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여전히 한 발 떨어져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정부 대응에 대해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FT는 정부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인한 시장 공백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산업부는 설명자료를 내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와 관련한 대응 계획에 대해 밝힌 바가 없다”며 “장 1차관 발언은 우리 기업들이 마이크론 제재와 관련된 제반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취지였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마키모토 CEO는 미·일 반도체 협정 이후 산업 현장 상황을 돌이켜보며 “일본을 독립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분노로 가득했다”고 언급했다. 현재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 받아들이는 태도는 괴리가 있다.

 

 

 

지난해 2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에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 2023.04.01. ⓒ뉴시스

속절 없이 당한 일본, ‘제조 경쟁력’ 무기 쥔 한국

일본이 처음부터 미국의 과도한 요구에 순응한 건 아니다. 미국의 일본 압박이 시작된 건 미·일 반도체 협정 체결 1년 전인 1985년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일본 반도체 기업을 통상법(슈퍼) 제301조 위배 혐의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소했다. 일본 전자 산업의 수입 장벽 탓에 미국 기업의 일본 시장 내 점유율 확대가 제한되고, 제3국 시장에서도 일본 기업의 덤핑으로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슈퍼 301조는 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로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보복 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SIA의 제소 직후 미국 상무부는 일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덤핑 혐의 직권조사를 통해 보복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고, 미국의 압박은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이어졌다.

1차 미·일 반도체 협정에서 일본 시장 개방 조항이 들어갔을 때, 일본 정부와 기업은 적극적으로 조처를 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목표 수치도 없었고, 미국의 보복 관세도 실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미국이 보복 관세를 강행하자 일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987년 미국은 일본 시장 내 미국 기업 반도체 점유율이 확대되지 않고 일본의 제3국 덤핑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일본 PC와 컬러 TV 등 첨단 전자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했다. 일본에 미국 시장 퇴출은 국가적인 문제였다. 반도체 내수 시장 보호를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991년 2차 미·일 반도체 협정이 체결된다. 미국은 일본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다. 대신, 일본 시장 개방 조항과 관련해 외국 반도체 점유율을 ‘향후 5년 내’, ‘20% 이상’으로 하는 구체적인 목표 수치가 설정됐다.

현재 한국도 미국의 압력을 무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미국 반도체법상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미국 반도체법은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에 등을 돌리는 의사로 여겨질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미국 보복 우려에 노출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미국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참여 여부다. 미국이 설립을 추진 중인 NSTC는 글로벌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허브 역할을 할 전망이다. 미국 전역의 연구 중심 대학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연합해, 차세대 반도체 소재·공정·장비·부품 등을 테스트하고, 공동 R&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국제 표준과 기술 로드맵을 설정하는 데 있어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NSTC에서 빠진 기업은 자체 표준으로 제품을 만들다가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한국은 무기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총 75% 수준에 달한다. 또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5% 수준이다. 1위 TSMC(약 60%)와 격차가 있으나, 선단 공정 기술력은 비등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데이터센터, PC, 스마트폰 등 IT 제품 생산의 길목을 쥐고 있는 셈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의 무리한 조치를 완화하는 게 현재 정부의 외교 통상 분야 최대 과제다.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반도체 협정·플라자 합의로 몰락한 일본

미국의 일본 제재 근저에는 세계 패권국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었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미국 무역적자가 심화했다. 강달러는 미국의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1985년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전락하고 이듬해 반도체로 대표되는 첨단기술 무역에서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미국은 같은 해 인위적인 미 달러 절하를 강행하기에 이른다. 플라자 합의다. 미국·프랑스·독일·일본·영국(G5) 재무장관은 미 달러를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절하시키기로 한다. 플라자 합의 이후 2년간 엔화와 마르크화는 달러화에 대해 각각 65.7%와 57% 절상됐고, 일본과 독일의 수출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했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추격은 미국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반도체는 섬유, 철강, 자동차 등 전통 산업과는 다른 의미가 있었다. 미국은 전통 산업에서 일본이 추격해 올 때 기술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집중하는 식으로 대응이 가능했으나, 반도체 추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다. 반도체 경쟁력은 미래 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였으며, 군사 장비의 기반으로 국가안보와도 직결됐다. 1980년대 일본의 D램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했다. 선단 기술에서도 미국을 앞질렀다. 반도체 수요 침체와 치킨 게임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 기업은 대량 해고와 가동 시간 단축에 돌입했다. 인텔은 D램 사업에서 철수하기에 이른다. 미국 민관이 합동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을 조여들어 간 이유다.

미국의 일본 제재가 일단락된 건 미·일 반도체 협정 이후 10년이 지난 1996년이다. 당시 3차 반도체 협정 논의 과정에서 일본은 일본 시장 개방 목표치가 달성됐으며 덤핑도 일어나지 않아, 정부 개입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협정 폐지에 따른 외국 기업 점유율 저하와 덤핑 재발이 우려된다며 지속적으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맞섰다. 협의체와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일본은 미·일뿐 아니라 한국과 유럽, 대만을 포함한 세계반도체협의회(WSC) 설립을 제안한 반면, 미국은 양국 협의체를 주장했다. 미국이 한발 물러섰다. 일본 제안대로 WSC를 설립해 덤핑 방지를 관리하고, 개별 기업 참여는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합의했다.

미·일 반도체 협정과 플라자 합의로 점철된 ‘잃어버린 10년’ 동안 일본 반도체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일본의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1988년 50.3%(미국 36.8%)로 정점 찍었으나, 1990년대 들어 쇠퇴했다. 2019년에 이르러서는 점유율이 10%로 주저앉았다. 일본의 세계 10대 반도체 제조 기업은 1992년 6개에서 2019년 1개(키옥시아)로 줄었다. 엘피다 파산(2012), 도시바 낸드 사업부 매각(2017), 파나소닉 반도체 사업 철수(2019) 등 주요 기업이 잇달아 쓰러졌다. 일본은 기술력에서도 퇴보했다. 일본 내 반도체 공장은 2019년 기준 84개로 세계 1위지만, 대부분 선폭 40나노 이상으로 진부화·노후화된 상태에 머물렀다.

 

 

 

일본 반도체 기업 성쇄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다자체제로 빠져나간 일본, 한미·일 협력에 골몰하는 한국

현재 한국은 처지가 좀 다르다. 1980년대 일본은 미국의 직접적인 목표물이었던 반면, 현재 미국의 반도체 관련 조치는 중국 견제용이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을 지연시키는 것이 미국 반도체법을 위시한 일련의 중국 제재의 1차 목적이다. 반도체는 첨단 기술 핵심의 지위에 있으며,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이다.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한국이 유탄을 맞게 되는 상황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문제는 미국 의도와 무관하게 한국 기업이 미국 반도체법으로 가장 큰 부담을 지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 반도체법 조건에서 동맹국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업계가 꼽는 독소조항은 재무 정보 제출을 포함해 총 4개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미국 국방부 등 국가안보기관에게 생산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해야 한다. 재무 정보 제출과 더불어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조항이다. 공장 내 설비 배치는 생산 효율성과 수율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다. 미국과 초과이익 공유해야 한다. 초과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가 환수한다. 목표 이익에 미달할 경우 미국이 보전한다는 내용은 없다. 중국 내 생산시설 투자도 제한된다. 증설을 통한 웨이퍼 투입량 증가 폭이 향후 10년간 첨단 반도체는 5%, 범용 반도체는 10%까지만 허용된다. 생산량을 제때 늘리지 못하면 공장 수익성이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자사의 낸드플래시 약 40%, SK하이닉스는 D램 약 절반을 생산하고 있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맹국에 현실적 손해와 잠재적 위험을 감내하라고 강요하는 식이다.

미국의 견제 대상에 한국은 없는지, 미국 반도체법은 중국만을 노린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견제 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내놓은 ‘반도체법 규정·시행 관련 자주 하는 질문’ 보고서를 보면, 법안 배경으로 한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생산에 있어 미국이 동아시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공급망) 혼란에 취약하다는 점에 대해 많은 의원이 우려해 왔다”며 “이러한 우려는 일정 부분 미국 산업이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에서 대만과 한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미국 견제가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가한 2019년 ‘80년 미·일 반도체 갈등 사례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간다면, 일본은 물론 미국마저도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현 상황이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한·미·중·일 간 경쟁이라면, 미·중 무역 갈등이 봉합돼도 향후 반도체 산업을 두고 미국과 일본의 규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며 “앞서 1980년대 시작된 미·일 반도체 갈등이 1990년대까지 지속된 사례에서 보듯, 향후 반도체 산업 주도권 경쟁은 단기간에 그칠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확대 해석은 피해야 하지만, 미국 횡포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일 반도체 갈등은 한국에 시사점을 전한다. 10여 년간의 반도체 갈등을 매듭지은 3차 협정에서 일본은 다자체제 기반의 WSC 설립으로 미국과의 양자 외교에서 벗어났다. 당시 미국과 협상에 참여한 마키모토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양극 관계로부터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는 게 일본 측 생각이었다”며 ‘다극적 논의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공격받는 사태를 해소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도 강대국 미국을 양자 체제 내에서 맞서기보다는 다자체제에서 입장을 전하는 것이 유리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이 미·일 동맹 하위 파트너로 들어가는 한미·일 협력에 골몰하면서 미국에 대한 한국의 대항력을 스스로 약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다자무역체제를 대표하는 기구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한국 기업을 동원하려는 여러 조치는 WTO 제소 사안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특히 중국 내 마이크론 공백을 한국 기업이 메우지 말라는 내용은 문제 소지가 크다. 정부가 반도체 제조 경쟁력과 함께 WTO 제소 카드 등을 활용해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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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집회 용납 못해” 尹대통령에 한겨레 “자유 그렇게 외치더니”

  •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05.24 07:35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노무현 대통령 14주기, 경향·한겨레 1면 보도

조선일보 1면에 “윤 대통령,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안 이르면 24일 재가”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1박2일에 걸친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인해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됐다.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양희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분신 사망하자, 민주노총은 지난 16~17일 1박2일 집회를 벌였다. 앞서 지난 22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야간집회·시위를 금지하고 경찰 공무집행에 대한 면책 조항 강화를 골자로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민주노총은 23일 논평을 내고 “퇴행적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규탄했다. 24일 자 대다수 아침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24일자 아침신문들 1면.

 

“불법 집회 용납 못해” 尹 대통령 발언에 한겨레 “지지층 결집 의도”

한겨레는 1면 <시위 진압 부추기듯... 윤 대통령 “불법 용납안해”> 기사에서 “여당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노조 때리기’에 직접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파업 때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지지율 반등을 경험했는데, 이번엔 연이은 외교 행보로 자신감을 얻은 상태에서 ‘반노조’ 깃발을 들었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3면 <‘외교 슈퍼위크’ 끝나자마자... 노조에 채찍 ‘선명성’ 올인>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외교 슈퍼위크’ 이후 첫 국정 메시지의 초점을 노동계 압박과 문재인 정부 비판에 맞췄다. 민주노총의 최근 집회를 문제 삼아 전임 정부가 이를 방치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전임 정부와 선명하게 각을 세워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의 ‘전 정부와의 대결’이 집회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번지면서 대결 정국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4일자 한겨레 1면.

▲24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현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들의 입장을 들었다. 한겨레는 이어지는 3면 <“비폭력 시위 정착됐는데...” 강경해산 압박에 경찰들 난색> 기사에서 “일선 경찰관들은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비폭력 집회·시위 문화가 거의 정착된 상황인데,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과잉 진압을 부추기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서울 일선 경찰서 한 경비과장은 한겨레에 “예전처럼 폭력적인 집회는 없다. 위법이라고 해봐야 도로 행진하다가 노선 이탈하거나 소음 기준을 초과하는 정도다. 옛날과 달리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주다 보니 (폭력성이) 많이 완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해산하고) 체포에 나서면 충돌이 많이 일어나게 되고 위험해진다. 체포한다고 자극했다가 사람 다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경비 경험이 많은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소속 한 경찰관도 한겨레에 “이태원 참사 이후 ‘밀집도’ 관리가 중요해졌는데, 전차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인도 등으로 밀어 붙여 해산시키다가 사고가 나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24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자유’ 외치더니 집회 강경진압 부추기는 윤 대통령>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쓴 것을 시작으로 연설 때마다 자유를 외쳐왔다. 그래놓고 정작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해선 어디서 무슨 말이 나올 때마다 탄압 빌미로 삼는다. 말과 행동이 이처럼 다를 수가 없다. 국민 기본권으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의사 표현을 막을 정권의 자유를 주창해온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법 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전 정부 탓 타령도 되풀이했다”고 지적한 뒤 “전 정부에 대한 강경 보수층의 불만을 자극하고 노조 때리기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임을 모를 사람이 없다. 국민 통합보다 비판 세력을 희생양 삼아 지지율 위기를 돌파하려는 얕은 계산에 몰두해서야, 민심의 준엄한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14주기, 경향·한겨레 1면 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 주제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했다 24일 자 신문 중 이 소식을 다룬 매체는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 4곳이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에서부터 이 소식을 다뤘다.

▲24일자 경향신문 1면.

▲24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여야가 다른 뜻을 가지고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만 주목했다.

한겨레는 6면 <‘노무현 정신’ 기렸지만... 여 ‘중도확장’ 야 ‘내부결속’ 동상이몽> 기사에서 “여야 지도부가 23일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총출동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 등을 징계하며 지도부 리스크를 일정 부분 털어낸 국민의힘은 닷새 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통해 중도층 외연 확장을,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의혹’ 등으로 위기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24일자 한겨레 6면.

▲24일자 한국일보 5면.

한국일보는 5면 <“전직 대통령 흑역사 반복해선 안돼 철학 달리해도 예우·존중해야 마땅”> 기사에서 “이날 추도식 참석은 국민의힘이 최근 공들이고 있는 국민통합 행보와 맞닿아 있다.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직후 일부 최고위원들이 광주 5·18 민주화운동,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실언을 하는 바람에 중도층이 떨어져 나간 만큼 외연 확장을 모색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앞서 김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90여 명은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5면 <“노무현 꿈꿨던 진보, 잠시 멈췄지만 민주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 기사에서는 “최근 코인 사태와 돈 봉투 의혹 등 연이은 악재로 위기를 맞은 당 내부를 향한 뼈아픈 지적도 이어졌다”며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앞에 서니 길을 찾지 못한 어수선한 우리당 상황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혁신기구에 권한을 위임하고 재창당 수준의 과감한 혁신을 할 것을 주장했다. 앞서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앞에서 민주당은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솔직히 자신 없다’고 비판했다”고 했다.

▲24일자 조선일보 6면.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자성의 목소리에만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6면 <박광온 “민주당, 노무현의 유산을 잃어가고 있다”> 기사에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을 맞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도덕성 추구’와 ‘당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는 가운데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코인’ 사태까지 터지자, ‘노무현 정신’을 앞세워 비명계를 중심으로 자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1면에 “윤 대통령,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안 이르면 24일 재가”

인사혁신처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 청문 절차를 실시했다. 이날 청문 절차에 한 위원장 대신 법률대리인이 참석했다. 한 위원장 측 법률대리인인 이명재 변호사는 청문 절차가 끝난 후 “(국가공무원법상) 의무를 위반했다. 이렇게 면직으로 이어져 나가는 것은 처분 자체가 위헌과 위법의 소지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을 많이 펼쳤다”고 밝혔다.

▲24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이르면 윤 대통령이 24일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 재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점수를 낮추는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이르면 24일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한 위원장은 대리인을 보내 면직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한 위원장이 직무상 불법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는 등 면직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면직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 등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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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동 지대장 유서 필적감정 결과, 모두 친필로 확인…‘왜곡보도’ 비판 쏟아져

 

  • 발행 2023-05-23 19:45:29

 

  • 수정 2023-05-23 20:05:46

고 양회동 지대장의 필체들. 왼쪽은 최초 공개된 유서 속 필체고, 오른쪽은 이후 공개된 유서와 양 지대장의 평소 필체들이다. 파란색 실선은 유사하게 유사하게 나타나는 글씨체의 특징을 표시한 것이다. 자료 속 '문증 필적'이란 문제가 되는 필체, 즉 감정 목적물이고 '지증 필적'이란 문증 필적의 비교대상물인 감정 대상자의 필적이다. ⓒ건설노조 제공
월간조선'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유서의 '필체가 다르다'며 위조·대필 의혹을 제기했지만, 유서 모두 양 지대장의 필체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이날 민중의소리 취재를 종합해 보면, 양 지대장의 유족과 건설노조의 대리인(법무법인 지향, 여연심 변호사)이 양 지대장의 유서와 생전 필체가 적힌 여러 문서를 두고 필적감정을 의뢰한 결과 "상사(相似)한 필적으로 사료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필적감정은 월간조선이 문제 삼았던 최초 공개 유서 필체와 이후 공개된 유서, 양 지대장의 노동조합가입원서, 지출결의서, 활동 수첩 사본 등의 필체를 비교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필적감정을 맡은 이희일 국제법과학감정원장은 "전체적인 배자형태, 운필(펜의 움직임) 등이 비슷하고, 자획 구성과 필순, 방향, 간격, 각도, 기필부와 종필부의 처리 방법, 획의 직선성과 곡선상의 특징 등에서도 유사점이 현출된다"고 밝혔다. 즉, 공개된 모든 유서의 필체가 양 지대장의 필체라는 의미다.

이 원장은 "필적은 필기자의 손목과 팔, 어깨의 동작으로 써지기 때문에 동일한 사람의 필적이라도 인쇄 문자와 같이 똑같을 수 없으며, 기재 시 여러 조건에 따른 필적의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고 감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도 "사실상 동일인의 필체라고 볼 수 있다"며 "필기자의 기재 조건이나, 흘림체 여부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지만, (양 지대장의) 평소 필적을 보더라도 변화성이 많이 나타난다. (의뢰인이) 필적 자체를 많이 줬기 때문에 (동일인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부연했다.

 

 

 

고 양회동 지대장의 필체들. 왼쪽은 최초 공개된 유서 속 필체고, 오른쪽은 이후 공개된 유서와 양 지대장의 평소 필체들이다. 파란색 실선은 유사하게 유사하게 나타나는 글씨체의 특징을 표시한 것이다. 자료 속 '문증 필적'이란 문제가 되는 필체, 즉 감정 목적물이고 '지증 필적'이란 문증 필적의 비교대상물인 감정 대상자의 필적이다. ⓒ건설노조 제공

고 양회동 지대장의 필체들. 왼쪽은 최초 공개된 유서 속 필체고, 오른쪽은 이후 공개된 유서와 양 지대장의 평소 필체들이다. 파란색 실선은 유사하게 유사하게 나타나는 글씨체의 특징을 표시한 것이다. 자료 속 '문증 필적'이란 문제가 되는 필체, 즉 감정 목적물이고 '지증 필적'이란 문증 필적의 비교대상물인 감정 대상자의 필적이다. ⓒ건설노조 제공


최초 공개된 유서는 이후 공개된 유서와 달리 흘림체로 적혀 있다. 월간조선은 일부 유서를 단순 육안 비교한 채 의혹을 제기했는데, 양 지대장의 활동 수첩을 보면 양 지대장이 정자체와 흘림체를 모두 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건설노조는 "필적감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양 지대장님이 생전에 가지고 계셨던 활동 수첩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초 공개된 유서는 분신 전 '탄원서를 작성하겠다'며 차 운전석에서 급히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지대장은 자필로 적은 해당 유서를 사진으로 찍고, 강원건설지부 간부들이 있는 텔레그램 방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게시했다.

이후 공개된 유서들은 양 지대장이 분신한 후 차량 보닛 위에 밀봉된 채로 놓여 있던 것이다. 유서의 수신인은 가족과 건설노조, 야당이었다. 경찰은 양 지대장이 분신한 뒤 해당 유서들을 소지하고 있다가, 양 지대장이 숨지고 나서야 양 지대장의 가족에게 유서의 존재를 알렸다. 건설노조와 야당은 유족의 동의를 구해 양 지대장이 공개하길 희망한 유서를 공개했다.

필적감정 결과가 공개되면서 조선일보의 허위·왜곡 보도에 대한 비판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선일보는 16일부터 이틀간 인터넷과 지면을 동원해 양 지대장의 분신을 목격한 동료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방조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시했다. 현장에 가까이 있던 또 다른 목격자인 YTN 기자가 '이 동료 목격자는 분신을 만류하고 있었다'고 진술했음에도 익명의 목격자 주장과 음성은 담기지 않은 CCTV 영상을 더 부각해 보도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보도를 인용해 음모론을 확산시켰다. SNS상에서는 고인은 물론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동료 목격자와 건설노조를 향한 일방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한술 더 떠 월간조선은 18일 양 지대장 유서의 위조·대필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는 의혹을 뒷받침할 어떠한 근거도 담기지 않았지만, 이 보도를 그대로 인용한 또 다른 보도도 이어졌다.

조선일보와 월간조선 보도는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저항하고 분신한 양 지대장을 모욕한 보도였다. 양 지대장의 유족과 건설노조는 22일 이 기사들이 고인과 유족, 동료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원희룡 장관 등을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양 지대장의 필적감정서도 고소장의 증거서류로 제출됐다.

 

 

 

고 양회동 지대장의 필체들. 왼쪽은 최초 공개된 유서 속 필체고, 오른쪽은 이후 공개된 유서와 양 지대장의 평소 필체들이다. 파란색 실선은 유사하게 유사하게 나타나는 글씨체의 특징을 표시한 것이다. 자료 속 '문증 필적'이란 문제가 되는 필체, 즉 감정 목적물이고 '지증 필적'이란 문증 필적의 비교대상물인 감정 대상자의 필적이다. ⓒ건설노조 제공

고 양회동 지대장의 필체들. 왼쪽은 최초 공개된 유서 속 필체고, 오른쪽은 이후 공개된 유서와 양 지대장의 평소 필체들이다. 파란색 실선은 유사하게 유사하게 나타나는 글씨체의 특징을 표시한 것이다. 자료 속 '문증 필적'이란 문제가 되는 필체, 즉 감정 목적물이고 '지증 필적'이란 문증 필적의 비교대상물인 감정 대상자의 필적이다. ⓒ건설노조 제공
고 양회동 지대장의 필체들. 왼쪽은 최초 공개된 유서 속 필체고, 오른쪽은 이후 공개된 유서와 양 지대장의 평소 필체들이다. 파란색 실선은 유사하게 유사하게 나타나는 글씨체의 특징을 표시한 것이다. 자료 속 '문증 필적'이란 문제가 되는 필체, 즉 감정 목적물이고 '지증 필적'이란 문증 필적의 비교대상물인 감정 대상자의 필적이다. ⓒ건설노조 제공
고 양회동 지대장의 필체들. 왼쪽은 최초 공개된 유서 속 필체고, 오른쪽은 이후 공개된 유서와 양 지대장의 평소 필체들이다. 파란색 실선은 유사하게 유사하게 나타나는 글씨체의 특징을 표시한 것이다. 자료 속 '문증 필적'이란 문제가 되는 필체, 즉 감정 목적물이고 '지증 필적'이란 문증 필적의 비교대상물인 감정 대상자의 필적이다. ⓒ건설노조 제공
고 양회동 지대장의 필체들. 왼쪽은 최초 공개된 유서 속 필체고, 오른쪽은 이후 공개된 유서와 양 지대장의 평소 필체들이다. 파란색 실선은 유사하게 유사하게 나타나는 글씨체의 특징을 표시한 것이다. 자료 속 '문증 필적'이란 문제가 되는 필체, 즉 감정 목적물이고 '지증 필적'이란 문증 필적의 비교대상물인 감정 대상자의 필적이다. ⓒ건설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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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돈 보고 소송했다는 <조선>의 어깃장, 월 80만 원 벌려고?

[기자의 눈] 소송 과정 원고 부담 없었고 자금은 공익적 목적…무엇이 '부도덕'한 것인가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5.24. 05:11:10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승소했을 경우 배상금의 20%를 지원단체에 지급한다는 약정을 소송 대리인 및 지원단체와 맺은 것과 관련, 해당 단체 측은 소송 기간 동안 원고는 어떠한 금전도 부담하지 않았으며 약정금액은 모두 공익적인 목적으로 쓰일 것임을 약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조선일보>가 이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돕는 시민 단체가 징용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들에서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을 경우, 20%는 단체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11년 전에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데 대한 반박자료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이들은 양금덕 등 원고 5명이 지난 2012년 10월 23일 소송 대리인 및 소송 지원단체인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2009년 창립)과 이러한 약정을 맺었다고 말했다. 

 

시민모임이 공개한 약정서에는 "위임인들은 위 사건과 관련하여 손해배상금, 위자료, 합의금 등 그 명칭을 불문하고 피고로부터 실제로 지급받은 돈 중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게 교부한다"고 돼 있었다.

 

이들은 "'약정서'에 적시된 그대로, 약정금은 법률 대리인의 수임료가 아니다. 같은 취지에서 이 약정금은 누군가의 수고에 대한 '보답'이나 '답례'가 아니며, 취지가 '공익'이고 사용처도 '공익'"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모임과 원고가 체결한 약정서 3항에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위임인들로부터 지급 받은 돈을 위 1항에서 정한 대로 사용하여야 하고, 위임인들이 생존해있는 동안 매년 1회 그 구체적인 사용 내용을 위임인들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원고가 해당 금액의 사용처에 대한 감시도 가능하게 했다.

 

이들은 "소송 원고들은 10년 가까운 일본에서의 소송도 마찬가지였지만, 국내에서 소송이 제기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푼의 돈도 부담한 사실이 없다"며 소송대리인과 지원단체는 소송에 대한 수임료 없이 활동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때로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이 싸움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숨은 조력과 우리 사회의 선량한 힘이 보태졌기 때문"이라며 "변호사단체는 변호사단체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함께 손을 잡고 힘을 보태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이 사건 소송 원고들은 조력들이 모아져 어떠한 형태의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도 권리회복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이 약정서 역시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약정서는 원고들의 동의하에 향후 누군가의 조력이 없이는 권리회복에 나설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인권 피해자를 위해,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사업 등 또 다른 공익적 활동을 위해 디딤돌 역할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이 약정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모임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을 계기로 정의기억연대(구 정대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후원금 관리 및 윤 대표의 횡령 의혹을 제기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민단체의 행동이 '부도덕'하다며 단체 활동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런데 지난 4월 1심에서 윤미향 의원에게 적용된 8개 혐의 중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 혐의가 무죄가 나왔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소송 지원단체가 승소 이후 받게 될 배상금의 20%를 시민단체에 공익적 목적으로 기부하겠다는 것이 이들 활동의 정당성을 훼손시킬 만큼 부도덕한 행위인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약정을 통해 진행했던 것은 단순히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닌, 법적 행위인 '소송'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이 소송의 경우 1999년 3월 1일 일본정부 및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본 나고야 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2008년 11월 11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패소한 사건이기도 하다. 

 

승리 가능성도 높지 않고 언제 끝날지도 모를 소송을 경제적 대가 없이 선뜻 맡을 수 있는 변호사가 한국에 얼마나 존재할지 모르겠으나, 해당 소송대리인과 시민단체는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소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2년 시작한 이 소송은 2018년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원고들은 여전히 배상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20년이 넘는 소송 기간 동안 원고들은 소송과 관련한 경제적 부담을 하지 않았다. 이 말은 소송대리인과 시민단체가 원고들로부터 수임료를 받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랬던 이들이 배상금 20%를 받기 위해 이 기간 동안 한국과 일본을 돌아다니면서 소송을 진행했을까? <조선일보>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계산을 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신문은 "일부 피해자 유족이 최근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해 판결금을 2억 원 안팎 수령한 가운데, 해당 단체가 이 약정을 근거로 금액 지급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했다. 

 

소송대리인과 시민단체가 공익적 목적이 아닌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2억 원의 20%를 가져가려고 20년 동안 소송을 이어왔다고 가정하고 이들의 손에 떨어지는 금액을 계산해보면 원고 1명 당 1년에 200만 원, 한 달에 약 17만 원이다. 약정을 한 원고가 총 5명이니 전체 금액은 1년에 1000만 원, 한 달에 약 83만 원이다. 소송대리인과 시민단체가 1명이 아니기 때문에 인원수대로 나누면 이 금액은 더 적어질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2021년 한국의 직업정보>에 따르면 변호사는 평균소득이 높은 직업 50개 중 하나로 분류돼 있으며 평균연봉은 8063만 원이다. 이들에게 경제적 이득이 중요했다면 진작에 강제동원 피해자들 소송을 관두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됐을 것이다. 

 

시민모임 역시 이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들은 "만약, 혹여라도 경제적 이득에 먼저 눈이 가 있었다고 하면 이 일은 처음부터 간여할 일이 아니었다"며 "지금까지 소송 뿐 아니라, 소송 외에 일본 원정 활동, 그 외 다양한 활동에 쏟은 많은 시민들의 노력과 땀, 시간은 감히 금전으로 환산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이러한 형태의 약정은 처음이 아니며, 그동안 일본에서 제기된 소송에서도 원고와 대리인 간에도 같은 취지의 약정이 있었다. 국내 사례로 보더라도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인권침해를 입은 조작 간첩단 사건이나 사회적 참사 사건 등의 공익소송에서 일반적으로 있어 왔던 일이며, 이러한 공익기금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인권구제 사업이나 공익 활동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웠던 원고들이 무료로 소송을 진행해서 배상금을 받으면 그 일부를 소송을 진행했던 대리인 및 지원단체에 지급해 피해자 본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겠다는 것이 이 약정의 핵심이다. 

 

해당 금액은 위법사항 없이 원래 약정대로 공익적 목적으로 집행돼야 함은 물론이지만, 시민단체에 일정 자금이 유입됐다고 해서 그 자체를 부적절하다고 보는 것 또한 근거 없는 '생트집'에 불과하다. 이런다고 일본 기업의 책임을 면해주는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이 정당성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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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친일 윤석열 정부?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5/24 07:13
  • 수정일
    2023/05/24 07: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넥스트브릿지] 미·중 대결 시대의 파도 헤쳐나가려면 국가전략 필요

23.05.24 04:50최종 업데이트 23.05.24 04:50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만나 약 2분간 약식 회담을 했다. ⓒ 연합뉴스

 
한일정상회담(3월 16~17일), 미국 국빈 방문(4월 24~3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5월 7~8일)으로 이어지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외교에 대한 불만이 폭넓게 존재하는 것과 별개로, 이 문제로 인해 정부 지지율이 추가 하락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문제로 이탈할 만한 사람들은 모두 이탈한 상황으로 이해된다. 그렇기에 여론조사에 따라서는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언론 보도는 '외교 행보' 때문에 지지율이 올랐다고 보도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 외교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국가 자긍심을 떨어뜨리는 '친일', '친미' 외교라고 성토한다. 그런데 이렇게 접근할 경우 윤석열 정부 지지자들은 "그러는 민주당은 친북, 친중이지 않았나"라면서 반박하곤 한다. 외교 노선 문제가 국내 정쟁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이러한 논쟁 구도는 윤석열 정부가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명함'과 '유능함'의 문제를 '가치'와 '이념' 대립으로 끌고 와 국내 정쟁의 구도 속에서 희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일'과 '친미' 프레임으로 비판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의 경제적 이익과 안보적 이익을 중심으로 전략적 기준을 세우고 윤석열 정부의 대외전략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윤석열 정부가 지금의 세계사적·한국사적 격변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국가전략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미국의 요구는 미국으로 오라는 것
 

▲ 2022년 8월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 맨친 상원의원, 척 슈머 상원의원, 제임스 클리번 하원의원, 프랭크 펄론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 연합뉴스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기조로 내세웠지만, 중국과의 무역에서 이득을 얻는 미국 업체가 로비를 할 경우 '예외적 조치'를 쉬이 허용해 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을 위한 미국 정부와의 '예외적 조치' 협상에 매우 소극적이다. 그리하여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의 관계가 끊기면서 손해가 극심해지는데, 오히려 미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교역하며 이득을 보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가 미국 내 공급업체들로부터 신규 생산라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 메모리반도체를 팔지 않기를 바라면서, 미국에서 조립·판매하는 한국산 전기차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이 중국산이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물론 독일과 일본의 완성차업체들은 보조금을 못 받는 반면, 미국 완성차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미국의 조치에 비판이 거세자 최근 미국은 배터리 문제에서 한발 물러섰고 한국에서 가공해 미국에서 조립한 배터리의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조정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조립한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고 있으며,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 광물과 부품에 대한 제한을 1~2년 유예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여전하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액의 20%를 넘는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이다. 만약 한국의 반도체를 중국에 팔지 못한다면, 그리고 중국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회수할 수 없다면 이 손해를 한국 자동차나 이차전지로 대체할 수 있을까? 한국은 대중국 무역적자 심화를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대체하는 것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창신메모리' 사례에서 보듯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 실상은 오히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교역량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무역 제재 대상이 미국의 수정주의 국가인 중국인지 한국이나 독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미국이 한국·독일·일본·대만 등의 제조업 동맹국들에 요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첫째, 어느덧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0%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미국 중심의 세계 패권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의 핵심인 '반도체'를 포함해 첨단기술과 첨단기술 품목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한편, 미국 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자 한다. 한마디로 보호무역과 '자원 민족주의'를 합친 '미국 일방주의와 우선주의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상당 기간 관련 제조업에서 손을 뗐던 미국 기업과 산업이 한순간에 기술과 공정을 채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는 그 기술력 역시 앞서고 있어 한순간에 미국이 대체할 수 없다. 결국, 미국의 선택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그리고 자국의 자리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망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으로 하여금 자국의 기술집약적 산업의 미국 내 공장 설치를 강요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의도는 미국의 일자리 확충에 있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신청을 수용하면서 중국을 세계화로 포섭했다. 이것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미국과 독일 같은 선진국은 아이디어와 설계를,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제조를 담당하고, 한국과 일본 등은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가치사슬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런 세계 가치사슬은 미국에서 많은 제조업 일자리를 뺏어갔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로 이동하는 원인이 되었다. 한마디로 미국 정치의 열쇠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확충에 있으며, 여기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다르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중국 견제를 명목으로 한, 한국과 독일, 일본과 대만 등 동맹국의 제조업 기업을 향한 미국 내 공장 설치 강요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은 세계 패권 유지를 위해서나, 안정적인 공급망을 위해서나, 미국 내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나 동맹국의 기술집약적 기술기업을 미국으로 가져가거나 이와 유사한 성과가 나오는 방향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과연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 디커플링을 수년간 외치고 중국 봉쇄를 단행하고 있지만, 실상 미·중 간 교역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깊고 복잡하게 연결된 세계 가치사슬과 공급망을 미국 혼자 뛰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선택지는 중국과 러시아를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세계 자유 수호' 성전에 동맹국들의 전폭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안보 지렛대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동맹국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며, 안보 지렛대로 동맹국의 경제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신남방정책' 강화와 확대에 답 있다
 

▲ 2022년 11월 11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윤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판캄 비파반 라오스 총리, 아즈하 아지잔 하룬 말레이시아 총리 특사. ⓒ 대통령실


한국은 세계 수출과 무역 규모 6위의 통상국가이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국의 무역 구조 다각화와 다양화는 한국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처럼 '경제도 안보이고 안보도 경제'인 상황을 염두에 두면, 무역 구조의 다각화와 다양화는 안보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드 배치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이 한국 경제에 대해 가지는 막대한 영향력이 한국에 안보적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패권이나 친미·친중과 무관하게 무역 구조 다각화와 다양화, 그리고 이를 통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 비중 완화 노력이 요구된다. 

이것을 위해 가장 적합한 전략이 전임 문재인 정부가 수립하고 실행했던 '신남방정책'이다. 현시점 한국 제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인도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정학적으로 인도와 아세안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포스트 중국' 세계공장에 있어서도 인도와 아세안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또한, 중국 경제와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한국 경제와의 분업 체계에서 벗어나 자본재에서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영역에서 한국 제조업과 경쟁을 하며 한국 제조업의 몫을 잠식하는 국면으로 들어섰기 때문에라도 필요한 일이었다. 즉,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한국의 기업들이 먼저 필요해서 시작한 일을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제도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신남방정책'이란 이름을 사실상 폐기해 버렸고, 안보 중심의 '인도-태평양전략'이란 노선을 들고나왔다. 그런데 '인도-태평양전략'은 과거 일본이 제안하고 이후 미국이 수용한 사실상의 대중국포위 노선이다. 그래서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이 '인도-태평양전략'을 말할 경우, 한국 정부와의 경제협력에 소극적으로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세안 국가가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의거한 사업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대중국포위 노선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과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 사이에도 메콩강 수자원 분쟁 등 여러 첨예한 이슈가 있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미·중 갈등의 와중에서도 미·중 양쪽 모두와 협력하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 신남방정책의 동력은 충분히 남아 있다. 아세안은 지난 대선 직후 한국 외무부에 정책은 수정하더라도 '신남방정책' 이름을 그대로 남겨주길 건의한 바 있다. 아세안 국가들 역시 우리와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하는 전략은 '자유무역과 평화외교'라는 기치를 들고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대외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과 가까워지는 균형외교를 펼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발로 뛰어야 하며,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과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등을 더 발전시켜 인도·아세안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즉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상징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인도와 아세안 대사로 파견하고 대통령실에 인도·아세안 특임장관을 임명하는 등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에서 우리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특임장관 또는 수석급 직책을 신설하고 관련 부처와 적극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대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이 원하는 보수와 진보의 연합이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이다. 윤석열 정부가 할 일은 경제를 지렛대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한반도 주변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지, 명분만 요란한 안보 놀이에 경제적 손실과 국민의 안녕을 담보로 내줘서는 안 될 것이다.
  
* 필자 소개 : 송현석은 한양대에서 철학과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교원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교육감 정책비서와 국회 보좌관, 교육부 장관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과 ㈔돌바내 이사이며, 2021년에 포스트86세대 연구자들과 함께 공공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책연구네트워크 넥스트브릿지를 만들어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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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배제’ 혈안된 윤 정부의 ‘무리수’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5.23 17:16
  •  
  •  댓글 0

‘건강보험’ 위원회, 양대노총 배제의 의미

연금, 교육, 경제.. 온갖 영역서 노동 대표성, 국민 대표성 무시

최근 윤석열 정부는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지우는 데 혈안이다. 위원회 구성에서 노동계의 몫을 해촉하거나 위촉을 거부하고 있다. 일명 ‘노동계 패싱’이다.

지난 3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민주노총 위원을 해촉한 데 이어, 이번 달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를 구성할 땐 양대노총이 추천한 위원을 배제했다.

최근 노동조합 회계장부 미제출 등을 빌미 삼아 노동 탄압을 이어가는 정부가, 정책을 논의·심의하는 과정에서 대놓고 노동계 목소리를 배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 23일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토론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습시위 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보고 지나치고 있다. ⓒ뉴시스

‘건강보험’ 위원회, 양대노총 배제의 의미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의 양대노총 위원 추천 배제는 어떤 의미일까?

이 위원회는 매년 건강보험 진료·조제료 수가(가격)를 결정하고, 보험료 결손처리 등과 관련한 논의를 하는 기구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위원회 구성에 대해 “1.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명, 2.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명, 3.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10명”으로 구성하고, 직장가입자 대표 10명을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하는 각 5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보험 가입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양대노총 위원 배제는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 다시 말해 직장가입자들의 대표성을 지닌 양대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을 배제했다는 의미다. 양대노총 조합원 수를 합치면 약 250만 명에 육박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재정운영위원 추천 공문을 발송하면서, 민주노총·한국노총을 뺀 130여 개 개별 노조에만 보냈다. 그리고, 지난 15일 양대노총 없는 1차 회의를 진행했다.

건강보험 강화를 위해 싸워 온 양대노총을 배제하는 정부 행태를 두고 “건강보험 재정을 정부 방향에 맞게 주무르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정부는 지난해 12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폐기를 선언했다. 역대 정부에선 없었던 일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보장성은 낮추고 정부 지원은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국민연금’ 위원회도 피해가지 않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황도 마찬가지. 지난 3월 말 민주노총 위원을 해촉했다. ‘기금운용위원회 운영 규정 개정안’에 항의했다는 이유다.

국민연금 가입자를 대표해 노동자, 사용자, 지역가입자가 각각 2명씩 전문가를 추천하도록 한 규정을 각각 1인으로 줄이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3명의 전문가를 임명하도록 바꾸는 것에 대한 항의였다.

민주노총 위원은 3일 만에 해촉됐다. 4월 말 임기 만료로 재위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민주노총 추천하는 위원은 이유 없이 거부되고 있는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를 두고 “복지부 장관과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있어 경영계 쪽으로 쏠려 있다는 생각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규정안 처리에 앞서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 처리의 경우, 경영계가 반대해 1년이 넘도록 논의를 질질 끌어왔고, 당일에도 합의된 부분만 의결했기 때문이다. 반면, 양대노총이 반대한 ‘운영 규정 개정안’은 표결 처리를 강행해 통과시켰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가 재정이 아니라 ‘국민이 납부’한, ‘노후의 생계를 위한 자산’이다. 따라서 가입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운영되어야 할 기금이다. 건강보험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노동자, 이들이 가입된 양대노총의 대표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운영 규정 개정안에 대한 표결 처리 강행, 민주노총 위원 해촉 등 일련의 상황을 보면, “정권과 자본의 뜻에 따라 국민연금의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비판과 함께 “모든 국민이 경험했던 2015년 삼성물산 사태를 또다시 반복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배제’ 영역 가리지 않아

건강보험, 국민연금 관련 분야만이 아니다. 양대노총 배제는 교육, 경제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소관의 ‘국가자격정책심의위원회’에 노동계 몫을 추천했지만, 노동부는 명확한 이유 없이 이를 두 차례나 반려했다. 민주노총은 오랜 기간 자격정책심의회에서 활동해온 인사를 추천했다. 그러나 “총연맹 소속이 아닌 ‘전문가’를 추천하라는 것”이 표면적인 반려 이유였다.

최근 경제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경제교육관리위원회 위원을 최종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기획재정부는 한국노총 몫을 배제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적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기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도 노동계 위원을 배제했다. 지난 2월엔 유아교육과 어린이집 보육 통합을 위한 민관 논의기구 ‘유보통합 추진위원회’에 민주노총 소속 위원이 위촉됐다가 돌연 최종명단에서 이름이 빠졌다.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민주노총에 위원 추천 요청 공문을 보냈음에도 결국 이유 없이 민주노총 위원은 배제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해소와 제도개선, 공무직노동자 수당 및 임금기준 마련을 위해 국무총리 훈령으로 설치되었던 공무직위원회는 아예 없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위원 임기 만료에 따라 위원회 구성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노동계 추천 위원을 빼거나, 위촉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에 노동계 목소리를 배제하고 있다. 양대노총이 조합원만이 아닌 임금근로자를 비롯해 모든 일하는 사람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사실을 거부하는 행태다. 국민의 건강, 노후, 교육, 경제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노동 대표성, 국민 대표성을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배제, 노동 탄압은 이처럼 각양각색이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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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전세사기 특별법 합의…결국, 보증금 반환은 ‘막막’

여야, ‘특별법 제정안’ 합의... ‘선구제 후구상’ 방안 빠져

국회, 국토교통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뉴시스


전세사기 특별법 여야 합의안이 진통 끝에 나왔다. 피해 인정 대상 폭이 다소 넓어지고 다양한 지원 방안이 추가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으나,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빠졌다.

22일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여야 합의로 전세사기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오는 24일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사라진 ‘선보상 후회수’ 방안...
여야, ‘최우선변제금 무이자 대출’ 방안에 합의

이번 합의안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부에 요구해 온 ‘선보상 후회수’ 방안이 제외됐다. ‘선보상 후회수’ 방안은 공공기관이 피해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해 먼저 보상해 주고, 이후 경·공매 등을 통해 매입비용을 회수하자는 내용이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보증금의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세사기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피해자들의 ‘선보상 후회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정작 이렇다 할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김주호 피해자 전국대책위 실무지원 활동가는 “이번 합의안은 정부와 금융기관이 분담해야 할 책임을 오롯이 세입자 개인에게 감당하라는 통보나 다름없다”면서 “피해자들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합의과정에서 ‘선보상 후회수’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야당인 정의당이 대안으로 내놓은 최우선변제금 지원대상 확대 방안도 특별법에 포함되지 못했다. 대신 여야는 최우선변제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자에게 ‘무이자 전세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대체해 합의했다. 최우선변제금만큼 최장 20년간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는 방안이다.

최우선변제금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앞서 정의당은 보증금 기준을 초과해 최우선변제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일부라도 지원해 주는 방안의 하나로 최우선변제제도를 좀 더 확대 적용하자고 요청해 왔다.

지난 소위에서 정부안으로 나온 ‘허그 경·공매 대행 서비스’는 이번 특별법 합의안에 포함됐다. 다만 경·공매 과정 전체에 대한 법적, 행정적 절차를 허그가 대행해 주고, 관련 비용을 정부와 피해자가 5대5로 부담하기로 했던 기존안과 달리 정부가 70%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특별법 적용 대상 요건은 소폭 확대됐다. 지난 논의과정에서 근린생활시설과 불법건축물에 사기로 입주한 피해자들을 특별법 지원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이중계약, 신탁사기 피해자들을 특별법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증금 편취 등 명백한 사기임에도 대항력 갖추지 못한 ‘입주 전 사기(이중계약으로 주택 미점유 포함)’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입주 전 사기의 경우 특별법 지원대상에선 배제되지만,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한 긴급 금융·주거·법률 지원만 가능하도록 했다.

또 여야는 최초 정부안에서 4억5천만원 이하로 제한했던 특별법 적용대상 요건의 보증금 규모를 5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여야 지도부는 특별법 통과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합의안에 대해 평가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4월27일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하고 오늘까지 다섯 차례 걸쳐 야당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결과 국민께서 납득할 수준에서 최선의 지원 조치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절벽 같은 태도를 보이는 정부·여당 앞에서 정말 힘든 협상을 했다. 현실의 피해 대상자를 (특별법상) 피해자 범위에 최대한 포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며 “결과는 아쉬움이 있지만 계속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인색한 특별법이지만 적용 시 근저당 시점이 아닌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 전세 사기를 긴급 복지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고 기준을 완화해 생계비와 의료 주거비 등을 추가로 지원하는 안을 가져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참석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촉구 특별법 발목잡는 정부여당을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4번재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 묵념을 하고 있다. 2023.05.11 ⓒ민중의소리

 

전세사기 책임 피해자에 전부 떠넘긴 정부,
피해자들 “정부가 피해자 사지로 몰아”


정치권 평가와 달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이번 특별법 합의안이 피해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합의안이라고 일축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이미 전재산을 잃고, 앞으로의 소득도 빚으로 저당 잡힌 수많은 피해자가 엄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피해자를 선별하고 있는 합의안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소극적인 방안이 피해자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합의안이 인정하는 피해자의 범위는 여전히 좁다”며 “‘입주 전 사기’ 피해자, ‘수사 개시가 어려운’ 사례, ‘소수 피해자’, ‘보증금 5억원 초과 세입자’는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여전히 수많은 사각지대를 남기는 특별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세사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세입자 개인이 감당하라는 특별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철빈 전세사기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피해자들을 선별하고, 책임을 외면하는 이번 특별법 합의안에 분노한다. 또 제대로 된 특별법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대폭 후퇴한 야당에도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직 특별법 처리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피해자를 선별하지 않고, 실효성 있는 구제대책이 포함되도록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또 “국회는 희생자들이 정부의 대책에 실망하고, 피해자로 인정되지 못해 낙담하고, 대출을 감당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다 희생됐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인 만큼, 추가 대출이 아니라 ‘선보상, 후회수’ 또는 ‘주거비 지원’ 방안을 포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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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멀어지는 윤 정부, 정작 중·미는 가까워지고 있다

[현안진단] 기회와 이익을 키우는 나침반으로서의 한국 외교

평화재단  |  기사입력 2023.05.23. 07:37:50

 

미·중 간 치열해지는 외교공방전

 

지난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3기 정권 출범 이후 미·중 양 강대국의 외교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3월 사우디아리비아와 이란 외교관계의 복원 중재에서 보듯 중국은 강대국 외교를 본격적으로 추동함으로써 국제질서를 자국에 유리하게 변경하고자 한다. 5월 들어 유럽지역에서 중국은 대대적인 외교 공세를 펼쳤다.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은 6일 영국 국왕 대관식에 참석한 뒤 포르투갈,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및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11일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 친강 외교부장도 8~12일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를 순차 방문했다. 

 

5월 15일부터는 유라시아 특별대표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5개국에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외교를 시작했다. 5월 18~19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는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한편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앞세워 동북아 외교무대를 장악했다. 지난 두 달여 시간 동안 한·미 정상회담과 2차례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5월 19~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동까지 개최하였다.

 

올해 의장국인 일본은 G7 정상과 함께 한국, 호주, 인도,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코모로, 쿡 제도 등 8개국 정상도 함께 초청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과 함께 중국 견제라는 의도가 컸다. 하루 앞서 18일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동맹 일체화를 가속화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발언처럼 미·일 관계는 이제 모든 분야에서 "중층적이고 강고한 협력관계"가 되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일정상 회담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짧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정상을 미국으로 초청한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공조, 경제 안보,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하여 한·미·일의 안보협력 기조는 계속 확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전의 양면, 미·중 관계 공존의 가능성

그럼에도 미·중 대결이 강경 일변도로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한 시사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대립으로 3차 세계대전이 5~10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안보 경쟁 속에서도 경제 공존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 주도 국제질서가 신흥강국 중국에 적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 데 중국이 불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미국은 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중과 미국을 지지하는 세력은 경제 공존의 가능성을 여전히 모색하고 있다. 작년 미·중 양국 간 교역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정찰풍선 파문으로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이 취소된 지 두어 달 만인 5월 10~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전격 회동했다.

 

양측은 미·중 사이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며 관계 복원 의지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해협 양안 문제 등 핵심적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으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다.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4월 27일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대담에서도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decoupling)'이 아닌 효과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데 있어 다른 국가로부터 압박을 받지 않는 '디리스킹(위험회피·de-risking)'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워싱턴 콘센서스'는 미국과 서방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4월 20일에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중국 경제와 우리 경제를 디커플링하지 않을 것이며 양국 경제의 완전한 분리는 우리 모두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EU 주요 국가들도 탈동조화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지난 10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만났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한·중 관계에 상호존중이 없다 

 

동전의 양면처럼 미·중 관계는 여전히 공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 중국이란 전략적 경쟁자이면서 글로벌 협력 파트너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이후 오히려 한국 외교는 균형외교가 아니라 미·일에 올인 하는 모습을 보이며 동북아 안보지형의 불안정성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첨예한 대만문제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양안 긴장은 중국이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며 "북한과 마찬가지로 세계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중국은 4월 23일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하여 항의하였으며, 4월 21일 친강 외교부장이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 포럼'에서 대만문제에 대해 불장난하면 불타 죽을 것이란 강경 발언으로 대응했다. 한·중 수교 이후 이처럼 공개적으로 말 전쟁을 한 적은 없었다. 

 

올해 들어 한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거부감과 강한 반중 행보는 눈에 띄게 현저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에 한·미·일 안보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심지어 5월 2일 한 기자간담 오찬에서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함께하지 않는 이상 한·미가 '워싱턴 선언'으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한·중 양국 간 틈새가 점점 벌어지면서 북·중·러와 한·미·일 사이에 대립적 진영화 추세가 선명해지고 있다. 한국의 한·미·일 올인으로 얻는 국익과 중국을 껴안아서 얻는 국익 중 윤 정부는 거리낌 없이 전자를 선택한 듯하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한국과의 갈등 확대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 갈등이 한국의 대중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양국 국민들의 상호 감정은 악화되었으며 한국의 미국 편향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때문에 한국을 미국으로 경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국 국익에 여전히 유리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앞으로 한국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계속 경원시하거나 동북아 정세에 불안정 인자로 작용한다면 중국도 수세적 대응만을 하지는 않을 듯하다.

 

한국의 대중정책을 위한 몇 제언 

 

윤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의 한·중 관계 원칙으로 상호존중을 강조한다. 대통령이 원하는 상호존중은 한·중 관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향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양국이 생각하는 상호존중의 의미와 수준, 그리고 이를 이뤄내는 방법론은 서로 다른 듯하다. 

 

중국은 중국대로 한국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견지해야 하겠지만, 윤 정부도 더 이상 양국관계의 악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윤 정부가 보수 정권임을 감안할 때 외교안보 측면에서 어느 정도 미·일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예상할 수 있고 또 이미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익을 위해서는 중국을 상대하여 굳이 동전의 뒷면을 보지 않겠다고 고집할 이유는 없다. 향후 4년 동안 양국 관계를 현상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가지 우리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첫째, 4월 27일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에서 한국은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방향을 제시하는 전세계의 나침반이었으면 한다. 창이나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름지기 중견교량국으로서 연대와 협력을 중시하는 실용적 국제주의 입장에 서있어야 하며, 대중정책도 그 연장선 위에서 가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대중 경쟁력 강화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한·중 경제관계가 악화되는 지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대중 무역에서 적자를 보았는데 5월 10일 현재 전체 무역수지 적자 294억 달러 중 대중 무역적자가 111억 19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상황을 중국의 한국 압박으로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셋째, 역시 국민들의 반중정서에 묻어가거나 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지난 4월 23일 발표된 '2030세대 사회 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세대는 북한(88%)보다 중국(91%)을 더 싫어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양국 정서를 방치하기보다는 국익 증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조정 관리하는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넷째, 한·중 모두 서로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레드라인을 우리는 안다. 중국도 우리의 레드라인을 안다. 중국이 만약 우리의 국익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한계선을 넘어선다면 우리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도 중국을 자극하는 한계선을 의도적으로 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윤 정부도 과도하게 한쪽에 올인 했다가 최전방에서 고립무원이 될 가능성을 항상 배제해서는 안 된다. 강대국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입장을 손쉽게 바꾼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로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을 몰아세웠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자 즉각 관계 회복에 나섰다.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위험 분산의 지혜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외교는 반 박자 느리게 가야 한다. 그리고 가치와 실용의 조화와 유연성 확보에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평화재단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은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와 관련한 현안 문제에서 사회 양극단의 갈등을 지양하고, 균형잡힌 시각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통일 역량을 강화하고 평화통일의 환경을 적극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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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요양원에 모시는 건 패악"... 이 나라 자식들이 택한 길

[2023 글로벌 리포트 - 다가올 미래 '老월드'] 시스템 부재로 가족이 떠안은 굴레

23.05.23 04:46최종 업데이트 23.05.23 04:4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세계 각국의 노년층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노년의 삶이 축복인지 재앙인지, 각국의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노인의 경험을 사회가 잘 활용하고 있는지 <오마이뉴스>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식을 보내오는 시민기자들과 함께 전 세계 노년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편집자말]

▲ 영화 속 주인공 미겔과 코코할머니. ⓒ 월트디즈니컴퍼니


영화 <코코>에 나오는 할머니를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명의 할머니, 도냐 코코와 도냐 엘레나. 사실 이 영화가 '멕시코의 노인'이라는 주제와 상관이 없음에도 자연스레 영화 속 두 할머니, 도냐 엘레나와 도냐 코코가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많은 관객을 모았던 영화지만 그 제목이 주인공이 아닌 그의 증조할머니 이름이란 사실을 인지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영화 속 주인공 이름은 미겔이다). 코코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늘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모습으로 영화 전반에 등장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할머니. 작은 할머니 혹은 젊은 할머니로 불리는 도냐 엘레나. 가족의 구심 역할을 하며 가족 구성원 모두를 거두어 먹이는 것에 최고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큰할머니 도냐 코코와 달리 성격이 다소 과격하여 누구에게라도 자신이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 '스매싱'을 날리는 인물이다. 자신의 어머니 코코 할머니를 돌보고 삼시 가족들의 밥을 걱정하고 일가친척의 삶을 기꺼이 껴안고 단속해가며 살아가는 실질적 가장이다.
 
영화 <코코>가 개봉했을 때 멕시코 사람들 대부분은 그들의 삶 가운데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도냐 엘레나와 도냐 코코를 회상했을 것이다. 삶의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가족 범위가 사촌은 기본이요 육촌에 팔촌을 훌쩍 넘어서니 굳이 그들의 직계존속이 아니더라도 그들만의 도냐 코코와 도냐 엘레나가 있었을 것이다. 온가족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도냐 코코와 대가족의 실질적 가장 도냐 엘레나는 사실 멕시코에서 매우 평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캐릭터다.
  

▲ 슬리퍼 스매싱으로 유명한 미겔의 할머니, 도냐 엘레나. ⓒ 월트디즈니컴퍼니

 
어마무시한, 멕시코 가족의 범위
 
멕시코에서는 가족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 '사돈의 팔촌'쯤 되는 관계도 멕시코에서는 기꺼이 가족의 범주에 든다.
 
처음 멕시코에 살게 되었을 때 직장 동료나 이웃이 자신의 조카 혹은 사촌 생일이라고 초대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본인 생일이라도 갈까 말까 한데, 아니 사촌 생일이라니, 심지어 조카 생일이라니. 그래도 직계와 방계라면 양호한 편. 혹 사돈의 팔촌 범주에 들지 못하는가 싶으면 가톨릭 문화권 안에 존재하는 대부(Compadre) 혹은 대모(Comadre)로 엮였다. 이건 분명히 가족관계의 빅뱅이다. 아무래도, 멕시코에서 가족이란 가히 사해동포주의와 다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매년 졸업식마다 졸업생 한 명당 초청할 수 있는 가족 수를 20명으로 제한한다. 제한이 없다면 30-40명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멀리 살아도, 사나흘 간 로드트립을 마다 않고 친척의 졸업식이나 생일잔치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고 혹 영광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을 가질 법도 한데, 그건 나만의 생각일 뿐. 이들 대부분은 덕분에 혹은 핑계 김에 그간 멀리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 얼굴 한 번 보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내가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사고의 간극이다.
 
이런 나라에서 노인의 삶은 어떨까? 고독과 독거가 기본 값으로 깔리는 여느 나라의 노인들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0.1%만 '버려진다'?
 
2023년 현재 멕시코 인구 1억 3천만 명 중 1800만 명이 60세 이상이다. 전체 인구의 14%다.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 라고 묻는다면, 영화 <코코> 속 두 할머니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답이 나온다.
 
멕시코에서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가족과 함께 산다. 통계에 따르면 열에 아홉 명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보살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된다. 83%는 직계가족(배우자와 자녀)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11%는  가족이 고용한 제3자로부터 보살핌을 받는다. 두 경우 모두 노인 자신의 집 혹은 자녀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게 된다.
 

▲ 한 할머니가 노령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 멕시코 복지부

 
자신의 집이나 자녀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경우 가족과 떨어져 요양원이나 양로원 같은 시설에 가게 되는데 노인 시설의 수준 여하를 막론하고 그곳에 들어가는 상황 자체가 이곳 멕시코에서는 '끔찍한 일'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자식이 있음에도 부모를 노인 시설에 모신다면 그것은 패악이다. 물론 멕시코에도 고급 시설을 갖춘 노인 돌봄 기관이 존재하지만, 자식들이 비싼 경비를 부담해도 부모를 그 곳에 맡기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연민을 넘어서지 못한다. 
 
결국 노인 돌봄 시설은 자식이 없거나 자식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일가친척의 도움마저 여의치 않은 이들의 공간이다. 멕시코 사회에서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가족'이 없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버려진 이들'과 다름 아니다. 그 자체로 사회적 낙인이다.

2015년 기준 약 2만 명 정도의 멕시코 노인들이 양로원에서 살아간다. 전체 노인 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0.1% 정도로 미미하지만 이들의 존재가 사회 곳곳에서 불편하고 우울하게 드러난다.
 

▲ 멕시코도 인구구조의 노령화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023년 현재 전체인구의 약 14%에 달하는 60세 이상 인구는 2050년 21%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일부 보고서는 이보다 더 높은 전망치를 내놓는다). 평균 자녀 수에도 큰 변동이 있는데 1970년대 평균 자녀수가 8명에 달했고 1980년대 말까지 6명이 유지되었으나 1990년대 후반 3명으로 급격히 감소한 이후 2020년에는 2명으로 하향 조정되어 유지되고 있다. 멕시코 전체 인구는 2003년 1억 명을 넘어섰고 이후 20년 간 2600만 명이 증가하여 2023년 현재 1억2800만 명으로 기록된다. ⓒ Gobierno de Mexico

 
가족에게 문제 생기면 온 가족이 불구덩이로
 
대부분 멕시코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들의 삶 마지막까지 집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은 이들에게 보살핌 서비스를 제공하는 층이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시설을 통한 요양 보호 서비스가 여전히 사회적 혹은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 나라에서 그 몫을 담당하는 층은 당연히 가족이다.
 
요양원 혹은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흔해진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본다면, 서로 간의 간극이 요원하여 이해가 쉽지 않다.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가족이 돌본다고?' 라는 물음 뒤에 왠지 '그럼 소는 누가 키우고?'라는 말이 자동 연계되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안 바빠?', '일 안 해?', '돈 안 벌어?' 등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바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안 버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 멕시코에서는 한 노인의 생이 다 할 때까지 오롯이 가족들이 돌봄을 감당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단순히 '30-40년 전엔 우리나라도 그랬지'라며 넘어가기엔 이곳 멕시코의 독특한 가치와 현상들이 툭툭 튀어나와 다름을 설명하는 단서들을 제공한다.
 

▲ 멕시코 복지부에서 발행한 노인증이 있으면 여러가지 혜택이 적용되는데, 생필품 소비에서 최대 20%에서 5%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본인 명의로 등록된 수도세, 재산세, 자동차세는 50%가 할인된다. 또한 대중교통(택시 제외)도 50%의 할인혜택을 받는다. 이 외에도 병원, 법률서비스, 의류와 주택 구매에서 할인 혜택을 받는다. ⓒ 멕시코 복지부 트위터

가장 먼저, 가족. 멕시코인과 결혼한 어느 외국인이 그랬다. 멕시코에서는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온가족이 그 문제를 끌어안고 같이 불구덩이로 뛰어 든다고. 다 같이 망할 것이 뻔한데도 가족 모두가,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모두가 망할 때까지 쏟아 붓는다고. 이때 가족은 직계의 범위를 넘어 방계에 이르기도 한다. 가족 중 누군가 위험에 빠지면 신고를 하고 구명장비를 찾는 대신 온 식구가 같이 위험 속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멕시코의 경우 가족 내 위기 상황이 닥치면 가족들끼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국가 혹은 제도에 기대어 살아 본 경험이 없으니 모든 문제는 사적 영역에서 해결되는 것이 당연하고 가족의 범위가 넓을수록 위기 상황을 빠져나오는데 유리하다는 믿음이 멕시코 사람들의 사고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가족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 있을 리 만무하고 당국에 신고해도 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그간 삶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 멕시코 역시 노인 빈곤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멕시코 전체 인구 중 60세 이상 연령대가 8.9%인 반면, 2050년에는 30%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인인구 증가와 함께 심각한 문제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빈곤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대부분 가족과 같이 생활하는 가운데 전체 노인 인구의 20-30%가 복잡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하며 멕시코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 갇힌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고 있다. ⓒ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 정기 보고서

 
시스템 부재가 낳은 독특한 문화
 
노인 돌봄 역시 마찬가지다. 멕시코 공공 의료 시스템이 응급 혹은 중증 환자들조차 포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인들의 장기 요양에 대한 기대는 애당초 없다. 오롯이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기대가 없으니, 불만도 없다.
 
다행히 멕시코의 가족은 여전히 두텁고 견고하다. 1970년대 평균 자녀수는 8.7명이었다. 그 시절 태어난 이들이 2023년 현재 늙은 부모를 돌본다. 모든 자녀가 부모 곁에서 돌보지 못하더라도 자녀수가 많다는 점은 분명 유리하다. 부모와 가까이 사는 자녀들이 부모를 돌보고 외부에 나간 자식들은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60세 이상 멕시코 노인들의 건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보행 장애이다. 여성의 경우 73.5%, 남성의 경우 69.8%가 보행과 활동에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과도한 노동뿐 아니라 비만과 운동부족, 평소 건강관리 소홀이 주 원인이다. 2022년 기준 멕시코인들의 평균수명은 75.5세다. ⓒ Gobierno de Mexico

 
혹 자녀들이 직접 부모 돌봄을 담당하지 못할 경우 친인척 또는 이웃에게 부탁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멕시코의 경우 돌봄 서비스에 대한 인건비가 낮은 편이다. 특히 비공식 부문이라면 더 그렇다. 하루 10달러 정도면 비교적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22년까지도 멕시코 1일(1시간이 아님) 최저임금이 10달러를 넘지 못하고 전체 고용인구 중 40%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을 감안한다면 썩 나쁘지 않은 수준의 임금인 셈이다. 형제들이 여러 명인 경우 당장 일이 필요한 한 명의 형제에게 '일감'을 몰아주기도 한다.
 
멕시코 노인들이 그들 삶의 노년기에 자녀, 친척, 이웃들로부터 돌봄을 받는다는 사실은, 가히 유토피아적이다. 그런데 어느 희극인이 그랬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사실, 멕시코의 경우 노인 돌봄이 온전히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 안에 갇히면서 공적 부조 혹은 공적 감시로부터 소외되는 결과를 야기한다.

특히 멕시코 노인 대부분이 노년기 적절한 혹은 시급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한다. 이들의 죽음이 '노환'이라는 두루뭉술함으로 포장되지만 간혹 아주 간단한 처치 만으로도 좀 더 존엄하게 삶의 마지막을 보내거나 혹은 당장의 죽음을 면할 수 있는 여지들이 함께 묻혀버리는 안타까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의료의 경우, 공공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것이 자명하다면 응당 사설 부문이 개입되어야 하지만 사설 의료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멕시코 노인의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2018년 기준 60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빈곤율은 47%다. 멕시코 전체 인구의 41%가 빈곤하게 살아가는 상황이고 보니 의료 부문에서 가족들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비단 노인뿐 아니라 멕시코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노인 돌봄 전반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 갇혀버리면서 빈곤, 폭력, 방치, 학대 등의 문제가 사회적 감시에 노출되지 못한 채 은밀하게 숨어버리는 결과로 야기되기도 한다.
 

▲ 멕시코에서 노인들이 그들의 연령에 근거하여 연금을 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가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시행하였다. 2019년 시작된 멕시코 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급한다. 2023년 현재 매달 2400페소(한화 약 17만8천원)이 지급되고 있다. ⓒ 멕시코 대통령처 페이스북

 
여전히, '1일 10달러'에 거는 기대
 
가끔 동료들에게 그들의 노년에 대해 묻는다. 1970년대, 보통 예닐곱 명 혹은 열 명이 넘는 형제들과 함께 성장한 멕시코 40-50대 중년들 열이면 열, 그들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 역시 자녀들의 돌봄을 받으며 생을 마감할 것이란 생각이 확고하다. 그들 부모 세대와 달리 많아야 두서너 명 자녀를 뒀지만 여전히 그 자녀들이 자신의 노후를 보살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노인 요양 시설에 대한 반감이 크고 가족이란 기반이 워낙 견고하니 그럴 수 있다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 눈치다. 차마 자기 생의 마지막을 노인보호시설에서 보내게 되는, 그런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자녀들이 그토록 '반인륜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하루 10달러 정도면 자신이 살던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열 명에 한참 부족하지만, 두 명 혹은 세 명 뿐인 그들의 자녀가 기꺼이 힘을 모아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 해도 그들의 노후는 도냐 엘레나와 같기를, 그리고 도냐 코코와 같을 것이라고 바라 마지않는다.
 
그리하여 길 가다 혹여 양로원 앞을 지나게 될 때면 '저들의 죄를 용서하소서' 라는 기도가 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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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야간집회 금지 추진에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어”

  •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3.05.23 07:40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박민식, 이승만 기념관 추진에 한겨레 “이승만은 독재자, 기념관 추진 안 돼”

네이버·카카오, 제평위 중단에 동아 “포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검색하면 차별 않고 보여줘야”

여당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에서 민주노총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집회’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에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언론에서도 이 주장을 비중있게 다뤘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야당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독립에 공이 있더라도 장기집권을 하려 부정선거를 꾸미다 4·19 혁명으로 물러났기 때문에 기념관 건립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휴 언론사 선정과 퇴출을 정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관련 사설을 통해 언론사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는 아웃링크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23일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야간집회 금지 주장에 “헌법적 권리 후퇴 안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지난주 민주노총 광화문 집회는 국민께 충격을 줬다”며 “퇴근길 교통정체로 불편을 겪은 것도 모자라 밤새 이어진 술판 집회로 출근길과 등굣길도 쓰레기 악취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야간집회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는 전날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건설노조의 1박2일 총파업 결의대회 관련 대응책을 논의한 결과다. 건설노조는 지난 16~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규모를 개최했는데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매트와 텐트 등으로 노숙을 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박 정책위의장은 “확성기 사용 등 제한 통고에 대한 실효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소음 기준 강화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관련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한 면책 조항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정책위의장은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경찰의 대처 방식도 정당한 공무집행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당한 공무집행을 확고하게 보장하고,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은 여당의 입장에 동의했다. 사설 <시민에게 고통 안기는 집회의 자유는 없다>에서 “오늘도 전국의 집회·시위 현장은 고막을 찢을 듯한 확성기 소음과 도로 점거에 따른 교통난으로 몸살을 앓는다”며 “특히 서울 광화문과 용산 대통령실, 대검찰청, 대기업 사옥 주변 등 대규모 집회·시위가 벌어지는 지역의 주민 고통이 극심하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소음 규제 대책 정비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 신문은 “당국은 소음 기준을 강화한 집히법 시행령을 이르면 7월부터 시행한다지만 새로운 기준도 빈틈이 많아 보인다”며 “특히 민노총처럼 법령을 우습게 아는 단체들에겐 마이동풍이라는 점에서 보다 엄정한 소음 규제안이 마련돼야겠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규정도 규정이지만, 관련 법령을 어길 때는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소음 기준을 위반하면 최고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처벌규정부터 확실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심야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법 개정도 시급하다”며 “국민의힘이 추진에 나섰다는데 시민 불편을 넘어 대형 안전사고의 위험이 큰 만큼 ‘0시~오전6시’ 등의 금지 시간을 정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엄중 처벌하는 관행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3일 조선일보 독자마당

 

조선일보는 ‘독자마당’에서 <도심 마비 시위 더 이상 안 돼>라는 독자 기고를 실었다. 해당 글에선 민주노총 집회를 가리키며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집회나 시위를 원천 차단하거나 과잉 진압하지도 않는데 불법 시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것은 우리 시위 문화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 주장에 대한 비판도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 <야간 집회 옥죄려는 당정, 헌법적 권리 후퇴 안 된다>에서 헌법재판소 판단을 거론하며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2009년 해 뜨기 전이나 진후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규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4년 해가 진 후부터 같은날 24시까지 시위를 처벌하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경향신문은 “여당은 헌재가 ‘보편화된 일상생활 범주’라고 판단한 일몰 후~자정 시간대를 제외하고 자정~오전 6시대 집회 금지를 추진한다는 것이지만 헌재 판결 취지대로라면 자정~오전 6시대라도 집회를 허용하고 규제는 최소 범위에서만 해야 한다”며 “헌재 판결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 <야간집회 제한하겠다는 여권의 위험한 폭주>에서 “여권의 움직임은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며 “면책조항을 만들어 사실상 묻지 않겠다는 것은 자칫 ‘과잉진압 면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집회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들이 경찰의 불필요하고 폭력적인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일보 역시 사설 <여당 야간집회 금지 입법 추진…헌법적 권리 제한 신중해야>에서 “4·19 혁명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시위까지 주권을 농락하는 정권에 대해 시민들이 적극 의사를 표출하고 저항해 온 것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며 “야당과 공감대 없이 입법 추진을 밝히면서 그저 건설노조를 비판할 기회로만 삼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 23일 한국일보 기사

 

박민식, 이승만 기념관 추진에 “개인적 소신”

국가보훈처는 다음달 5일 시행되는 개정 정부조직법에 따라 국가보훈부로 승격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을 초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박 장관 후보자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대해 “개인적 소신은 확실하다”며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보훈처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위해 3년간 460여억원을 책정했다.

▲ 23일 한겨레 기사

 

한겨레는 사설 <“이승만 기념관은 소신” 보훈부 장관 후보의 ‘역사 퇴행’>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위해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가 국민이 항거하자 총칼로 진압하려다 많은 청년을 숨지게 하고 결국 물러난 독재자”라며 “정부가 나서 기념관을 건립해선 안 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강성희 의원이 “전두환씨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내란죄의 수괴를 민주공화국에서 기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발언을 전하며 “불의의 책임자인 이 전 대통령 기념관을 정부 재정으로 짓겠다는 것은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의 부정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보훈처는 박정희(200억원), 김영삼(59억원), 노무현(115억원) 전 대통령 기념 시설에 사용된 예산보다 훨씬 많은 460억원을 책정했다”며 “박 후보자와 보훈처는 이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는 헌법이 규정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부인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포털 제평위 중단에 동아 “아웃링크제 돌아가야”

양대 포털은 제평위 운영을 잠정 중단하겠다며 ‘뉴스 서비스 개선을 위해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유통을 독점한 포털이 건전한 여론 형성에 방해가 된다거나 편향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처라고 해석됐다.

▲ 23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네이버·카카오 제평위 중단…포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에서 “개별 언론보도가 아닌 언론사 전체를 대상으로 심의하고 제재하는 기구는 제평위가 유일하다”며 “제평위 심사를 통과하는 법을 알려주는 과외를 받는가 하면 언론 역할보다는 돈벌이 목적으로 제휴 심사를 통과한 소규모 언론사를 수억원에 사들이는 부작용까지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온라인 뉴스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명분으로 제평위를 신설했지만 공들인 심층 보도와 날림 보도를 구별하지 않고 유통시키면서 트래픽 중심의 유통구조의 한계를 재확인하고 공론장을 황폐화시켰을 뿐”이라며 “일부 유력 언론사도 질 낮은 ‘포털 납품용 기사’를 따로 만드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선진국 어디에도 뉴스 편집권을 가진 포털은 없다”며 “언론사를 평가하는 거대 권력이 된 제평위를 고집하기보다 검색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제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주장한 뒤 “검색하면 차별하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 포털 본연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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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왜곡보도, 인권침해 조선일보” 강력 규탄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조선일보 본관 앞 기자회견’ 개최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  
  •  입력 2023.05.22 1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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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는 22일 오후 1시 조선일보 본관 앞에서 양회동 열사 분신에 대한 조선일보의 악의적 왜곡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는 22일 오후 1시 조선일보 본관 앞에서 양회동 열사 분신에 대한 조선일보의 악의적 왜곡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22일 오후 1시 조선일보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분신에 대해 악의적 왜곡 보도를 일삼은 조선일보를 강력히 규탄하였다.

참가자들은 항의서한을 통해 조선일보는 지난 5월 16일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며 현장 CCTV를 임의로 공개하며 당시 상황을 악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YTN 기자들이 함께 있던 노조 간부가 계속 말렸다고 진술했고, 경찰 관계자도 양회동 열사가 ‘가까이 오지 마라’고 경고해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그날의 진실을 설명했다.

왼쪽부터 남구현(한신대 명예교수), 강성남(전 언론노조 위원장),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왼쪽부터 남구현(한신대 명예교수), 강성남(전 언론노조 위원장),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마저도 건설노조를 조롱하고 매도하는데 이용하는 조선일보의 의도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면서 “이번 조작보도가 정부와 조선일보의 합작이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이번 조작 보도에 대해 유가족을 비롯한 당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조작 보도를 한 최훈민 기자와 이를 지면으로 낸 편집국 담당자를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정수경 민언련 정책위원장이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에 대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수경 민언련 정책위원장이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에 대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수경 민언련 정책위원장은 규탄발언을 통해 “조선일보는 ‘죽음의 블랙리스트’ 운운하며 분신의 비도덕성을 선동한 최초의 신문”이라면서 “91년 5월 8일 김기설씨의 분신이 있은 다음 날부터 조선일보는 ‘죽음 선동하는 세력 있다’, ‘분신현장 2-3명 있었다’, ‘2-3일 간격 연쇄발생 계획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며 운동권을 비도덕적 집단으로 매도하였다”고 상기시켰다.

그리고 “동료인 강기훈에게 유서대필과 자살방조라는 엽기적인 죄를 씌워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였지만 강기훈씨는 24년이 지난 뒤에야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한 사람의 인생을 철저히 망가뜨린 조선일보와 검찰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신랄히 성토하였다.

계속해서 “30여 년 전, 정권의 폭력에 저항하며 잇달았던 안타까운 죽음을 분신 조작선동으로 두 번 죽인 조선일보의 패륜이, 아무런 부끄럼도 두려움도 없이 되풀이하는 까닭은, 사건의 조작과 왜곡 보도를 그대로 방치한 대가”라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조선일보의 오만한 폭력에 분명히 책임을 묻고 단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를 비롯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조선일보 본관 앞에서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방상훈 사장 나오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를 비롯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조선일보 본관 앞에서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방상훈 사장 나오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기자회견은 황철우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남구현(한신대 명예교수), 강성남(전 언론노조 위원장), 정수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 등의 규탄발언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조선일보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하였으나 받지 않겠다고 하여 항의서한을 조선일보 본관 앞에 집어 던져 넣는 분노를 표시했다.

다음은 항의서한 전문이다.

 

[항의서한]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죽음마저 매도한 조선일보는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조선일보는 지난 5월 16일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를 통해 현장 CCTV를 임의로 공개하며 당시 상황을 악의적으로 해석했다. 또한 다음날 종합란에 지면으로 내보냈다. 그 옆에는 양회동 열사를 추모하고 그 원인이 된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1박 2일 대규모 집회를 ‘술판 노숙 집회’로 매도하는 기사가 함께 실렸다.

현장에 함께 있던 YTN 기자들이 함께 있던 노조 간부가 계속 말렸다고 진술했고 경찰 관계자도 양회동 열사가 ‘가까이 오지 마라’고 경고해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선NS최훈민 기자도, 다음날 지면으로 내보낸 조선일보 편집국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마저도 건설노조를 조롱하고 매도하는데 이용하는 조선일보의 의도는 무엇인가? 조선일보는 저널리즘에 입각한 언론이 아니라 날조에 기반한 찌라시에 불과한 것인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라고 쓴 글을 통해 이번 조작보도가 정부와 조선일보의 합작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스스로가 언론이라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번 조작 보도에 대해 유가족을 비롯한 당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조작 보도를 한 최훈민 기자와 이를 지면으로 낸 편집국 담당자를 징계하라.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문화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은 위와 같은 요구를 조선일보에 전달하며, 이에 대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한다.

2023년 5월 22일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분신관련 조선일보 보도 규탄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기자회견 참가자 및 단체>

○ 159개 단체

(사)김용균재단, (사)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사)양심수후원회 , (사)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가톨릭농민회, 건강한사회를 만드는 길벗한의사회, 건설노조 충북지부 , 경기민중행동, 경기진보연대, 경남진보연합, 경동건설 고 정순규 유가족, 고 이동우 동국제가 비정규직노동자 산재사망 해결촉구 지원모임, 공공교통네트워크 , 공공연대노동조합 충남세종본부, 광주진보연대, 구속노동자후원회, 국민주권연대, 김나혜, 김학수열사 추모사업회, 노동교육센터늘봄, 노동당, 노동도시연대,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인권센터 꼼지락, 노동전선, 노무법인현장, 녹색당,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대경진보연대, 대구민중과함께, 대전민중의힘, 대전비상시국회의,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더불어삶 , 민교협대전세종충남지회 , 민들레,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민주노총 공공연대 ,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민주노총세종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중민주당( 민중당),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 범민련 충북연합(준), 법률사무소 새날, 보건의료단체연합, 부산민중연대, 부산민중행동(준), 분당여성회,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빈민해방실천연대(전국철거민연합,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사단법인 평화의길 , 사월혁명회,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새날을향한노동자의행복한공동체'행동', 생명안전 시민넷,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서울민중행동, 서울진보연대,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세종민주평화연대, 세종민중행동, 알바노조,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수살기, 울산진보연대, 원풍동지회, 위대현, 윤석열정권 심판! 서울시국회의, 이윤보다인간을,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자주평화연대, 인천평화복지연대,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 자주통일실천연대 ,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교조세종지부,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인천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여성노동조합,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전국민중행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전노련,빈철연),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전국회의, 전남진보연대, 전두환심판국민행동 , 정의당 속고양위원회, 제주민중연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조중동 폐간 시민 실천단, 주권자전국회의, 진보당, 진보당 서울시당 , 진보대학생넷, 참여연대, 천주교예수회JPIC, 천주교인권위원회, 촛불문화연대, 촛불전진, 최민, 충남민중행동, 코리아국제평화포럼, 통일광장, 통일시대연구원,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통일교육전국네트워크, 표정두열사 추모사업회, 플랫폼C, 학생사회주의자연대(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 사회원로(중진)

강내희(중앙대 명예교수), 강성남(전 언론노조 위원장), 고광헌(바른언론실천연대 대표), 곽노현(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구중서(문학평론가), 권영길(평화철도와 나아지는 살림살이 이사장), 김세균(서울대 명예교수), 김승호(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김영호(언론광장 대표), 김영호(전 전농 의장), 김정헌(전 문화예술위원장), 김준권(화가), 김중배(뉴스타파 함께재단 이사장), 김태동(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남경남(전국철거민연합), 남구현(한신대 명예교수), 남상헌(민주노총 지도위원), 단병호(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이사장), 류연복(화가), 명진(스님), 문규현(신부), 문정현(신부), 민정기(화가), 민주노점상전국연합(김영진 김현우 김흥현 배행국 소순관 양연수), 박불똥(화가), 박석무(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운(한국진보연대 대표), 박순희(민주노총 지도위원), 박승렬(목사), 박용일(변호사), 박중기(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연대 명예의장), 박흥순(화가), 방동규(백기완노나메기재단),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백도명(서울대 명예교수), 사월혁명회(김승균 박홍섭 이문상 이용위 전덕용 정혜열 한찬욱), 성해용(목사), 손호철(서강대 명예교수), 신경림(시인), 신학림(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신학철(백기완노나메기재단), 심정수(화가), 안병욱(가톨릭대 명예교수), 안충석(신부), 양규헌(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양길승(원진직업병관리재단 이사장), 양심수후원회(권오헌 양원진 김영식 양희철 박희성), 염무웅(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이사장), 오세철(연세대 명예교수), 유가족협의회(장남수 강선순 조인식 김혜수 서화자 최종순), 유영표(71동지회), 유홍준(전 문화재청장), 이기연(백기완노나메기재단), 이대로(한말글문화협회 회장), 이덕우(전태일재단 이사장), 이부영(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이수호(사단법인 풀빵 상임이사장), 이시백(소설가), 이시영(시인), 이해동(목사), 임옥상(화가), 임재경(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 임진택(소리꾼),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장경호(화가), 장영달(민청학련계승사업회 대표), 장임원(중앙대 명예교수), 장회익(서울대 명예교수), 정동익(전 동아투위), 정지영(영화감독), 정현기(문학평론가), 정희성(시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이규재 나창순 노수희 김준기 한기명 구연철 권오창 김영만 김영승 김영옥 박덕신 박순자 염성태 이천재 황금수), 조덕휘(전국노점상총연합), 조돈문(전 노회찬재단 이사장), 조헌정(목사), 조현철(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이사장), 조희주(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 주재환(화가), 채만수(노사과연 소장), 채희완(부산대 명예교수), 천영세(전 민주노동당 대표), 최갑수(서울대 명예교수), 최병모(변호사), 최열(환경재단 이사장), 통일광장(권낙기 김해섭 안학섭 임방규 양희철), 한국진보연대(이병창 조영건 김동한 송무호 정강주 이적 조영건 김명한 홍갑표 권광식), 한상렬(목사), 함세웅(안중근기념사업회 이사장), 허영구(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현상윤(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 홍선웅(화가), 홍세화(장발장 은행장), 황석영(소설가), 가톨릭농민회(이길재 오익선 서경원 김상덕 장태원 장경암 양만규 이진선 송남수 배삼태 임봉재 이상식 정한길), 전국농민회총연맹(배종렬 정현찬 문경식 한도숙 이광석 김영호 박흥식),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정옥 임순분 강유순 고송자 윤금순 김경순 박점옥 강다복 김순애 김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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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전방위 ‘중국 견제’ 결속…새 접근법 ‘디리스킹’ 공식 언급

중 견제 속 ‘안정적 관계’ 시도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있다. 히로시마/AFP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있다. 히로시마/AFP 연합뉴스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지켜낼 결의를 다졌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강력하게 보여줬다. 그 의미가 크다.”

 

 

21일 오후 2시43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을 맡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 무대에 올랐다. 저만치엔 78년 전인 1945년 8월6일의 비극을 상징하는 원폭 돔, 그 앞에는 세계의 모든 핵무기가 사라질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는 ‘원폭 사몰자 위령비’ 앞의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기시다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히로시마로) 초청해 주요 7개국과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연대를 보여줬다”는 점도 이번 회의의 큰 성과로 꼽았다.

 

 

 

인류 역사상 처음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서 지난 19일 시작된 이번 회의에선 ‘정상 선언’을 포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핵 군축·비확산 △경제안보 △친환경 에너지 △식량 안보 등 모두 6개의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이 핵군축과 경제안보 문제로 별도의 합의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핵 위협과 ‘한한령’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겠다는 주요 7개국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이 지난 20일 발표한 공동선언의 핵심 내용은 예상대로 러시아와 중국이었다. 하지만 접근법에서 적잖은 ‘온도 차’를 느낄 수 있었다. 주요국 정상들은 러시아가 일으킨 “잔혹한 침략 전쟁은 국제사회의 기본 규범을 위반한 전세계에 대한 위협”이라며 “가능한 한 가장 강한 말로 비난”한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에 “지속적 평화”가 올 때까지 외교·금융·인도·군사적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다시 확인했다. 정상회의 첫날인 19일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와 러시아를 지원하는 제3의 국가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내용의 별도 설명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선 강하게 견제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또 “러시아가 침략 전쟁을 멈추고 즉시, 완전히, 무조건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하도록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주요국 정상들은 이어 공동선언에서 유럽연합(EU)이 최근 강조해온 새로운 대중 접근법인 ‘디리스킹’(위험감소)을 공식 언급했다. 이들은 “우리의 정책 접근은 중국을 해하거나 중국의 경제적 진보와 발전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과 “‘디커플링’(관계분리)하거나 내부 지향적이 되려는 게 아니다. ‘디리스킹’과 다변화가 필요한 경제적 탄력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중국 의존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는 것일 뿐 중국을 적대시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밝힌 것이다.

 

 

이날 언급된 디리스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말 대중 정책 관련 연설에서 처음 언급하며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이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7일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공감을 표하며, 주요 7개국의 공식적인 대중 접근법으로 채용된 모양새다. 하지만 주요 7개국은 대만해협의 안정, 티베트·신장위구르자치구·홍콩 등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이전과 다름없는 엄격한 태도를 유지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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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주요 7개국에 속하지 않은 주요국과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라 불리는 신흥·개발도상국과 협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점이었다. 전세계 경제에서 주요 7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에는 64%였지만, 2022년에는 44%로 줄어든 상태다. <요미우리신문>은 “주요 7개국의 영향력이 과거에 견줘 약화된 가운데 중·러에 대한 견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글로벌 사우스’의 협력이 필수”라고 전했다.

 

히로시마/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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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않는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5/22 09:32
  • 수정일
    2023/05/22 09:3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라는 TV쇼가 있었다. loser라는 단어가 ‘실패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어서 뭔 방송인가 싶겠지만 이 프로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이어트에 관한 리얼리티 쇼였다. 참고로 여기서 loser는 ‘실패자’라는 뜻이 아니라 ‘살을 많이 뺀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방송은 미국의 비만 시청자들이 캠프에 모여 매주 체중을 얼마나 뺐는지를 겨루는 쇼였다. 6개월 뒤 최종 우승자에게는 25만 달러의 상금을 안겨줬다.

미국에서 이런 쇼가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비만 환자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9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인구의 40%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나 2위인 멕시코(36.1%)를 멀찍이 따돌리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2022년 UN(국제연합)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에는 8억 2,800만 명이 굶주림에 허덕인다. 2021년 국제 구호기구 옥스팜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 지구에서는 1분에 11명, 즉 5초에 한 명씩 굶어죽는다.

곡물 메이저

경제학은 오랫동안 “시장경제가 자원을 매우 효율적으로 분배한다”고 가르쳤다(고 쓰고 ‘뻥을 쳤다’라고 읽어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난해 UN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다. 반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의 조사에 의하면 지구는 약 130억 명이 먹을 만한 식량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식량이 효율적으로 분배만 된다면 굶어죽는 사람은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금도 5초에 한 명씩 굶어 죽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유는 바로 사람의 입에 들어가야 할 식량이 어딘가 다른 곳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은 농민이지만, 그 식량을 팔아 돈을 버는 곳은 따로 있다. 곡물만을 전문적으로 사고팔아 이익을 챙기는 곡물 회사가 바로 그들이다.

세계에는 이렇게 곡물만 전문적으로 사고팔아 돈을 버는 엄청나게 큰 네 개의 회사가 있다. 이들을 ‘4대 곡물 메이저’라고 부른다. 이들 중 가장 큰 곡물 메이저는 미국의 카길 (Cargil)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 한 곳에서 사고파는 곡물이 세계 곡물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지난 201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굶주림을 피해 남부에서 이주해온 한 아이가 영양실조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뉴시스

카길의 뒤를 잇는 곳이 미국의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rcher Daniels Midland, 점유율 16%), 3위가 프랑스의 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 점유율 12%), 4위가 미국의 분게(Bunge, 점유율 7%)다. 이들 4대 곡물 메이저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무려 75%나 된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대부분이 이들 손에서 거래가 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식량을 어디에 팔 것이냐, 그리고 얼마나 생산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도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굳이 식량을 충분히 생산하라고 농민들을 독려하지 않는다. 식량이 부족해 곡물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곡물을 파는 이들의 이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 곡물 파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을 때, 이들 4개 회사의 이익은 오히려 40% 이상 늘어났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한 가지만 더 추가할 이야기가 있다. 4대 곡물 메이저 외에 ‘가장 참혹한 죽음’이라 불리는 아사(餓死)를 부추기는 또 다른 세력이 있다. 바로 돈벌이에 눈이 먼 자본 세력들이다.

앞에서 우리는 지구가 약 130억 명이 먹을 만한 식량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2008년 곡물파동이라는 것이 발생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국제 투기 금융자본이 투기를 벌여 곡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곡물 선물 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오르는 데에 베팅한 뒤 미친 듯이 곡물을 사들여 곡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놓았다. 4대 곡물 메이저는 이에 동참하거나 방관했다. 그래서 이들 모두 막대한 투자 차익을 거뒀다. 이게 2008년 발생한 곡물파동의 본질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바이오 연료 열풍도 곡물 파동의 한 원인이었다. 옥수수에서 나오는 전분을 이용하면 에탄올이라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이 에탄올을 가공해 연료로 사용하면 석유나 석탄 등 땅속에 묻혀 있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때부터 수많은 자본들이 바이오 연료를 개발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재배된 옥수수는 곧장 공장으로 들어가 에탄올이 됐고, 자동차 연료로 탈바꿈했다. 사람은 굶어 죽는데 소와 자동차는 배가 부른 슬픈 현실이 눈앞에서 벌어진 셈이다.

적어도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최소한 굶어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별에는 4대 곡물 메이저와 금융자본의 횡포에 실로 수많은 사람들이 아사(餓死)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주류 경제학을 옹호하는 자들은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면 보이지 않는 손이 제 기능을 다 해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된다”는 헛소리를 달고 다닌다. 하지만 자본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결국 돈을 향한 탐욕이 인류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먹는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을 못 하고 있는 세상을 만든 셈이다. 무려 8억 명이 넘는 사람이 굶주리는 현실 속에서 “시장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웃기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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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원희룡 장관, 그렇게 살지 마시라”

  •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05.22 07:42
  •  
  •  댓글 1

집시법 개정 논의에 경향 “정부·여당 ‘노조 때리기’ 이어 ‘집회 옥죄기’”

G7 정상회의, ‘자화자찬’, ‘중국 실종 뚜렷’ 윤석열 외교 지적한 언론

조선일보 “취임 1년 만에 한미, 한일관계 정상화, 한·미·일 3국 협력 완전히 복원”

정부와 여당이 지난 21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등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방안을 논의했다. 노조 탄압에 항의해 분신한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3지대장을 추모하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 건설노조의 집회 이후 집회를 규제·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22일 경향신문은 기사 <정부·여당 ‘노조 때리기’ 이어 이번엔 ‘집회 옥죄기’ 조짐>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6~17일 서울 도심에서 1박2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것을 빌미로 ‘노조 때리기’에 더해 시민의 집회·시위 자유 축소 시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 경향신문 22일 아침신문 갈무리.

헌법재판소는 2014년에도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자정까지의 시위를 처벌하면 위헌’이라고 재차 결정한 바 있다. 한겨레는 기사 <두 차례나 ‘위헌’ 판단 나왔는데…야간집회 더 옥죄려는 당정>에서 “시민사회에서는 헌재가 과도한 야간집회 제한을 ‘위헌’이라고 이미 판단한 만큼, 후속 입법이 헌재 결정 취지를 거슬러서는 안된다고 비판한다”고 했다.

▲ 한겨레 22일 기사 갈무리.

윤희근 경찰청장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 지휘부는 양회동씨의 분신 사망 이후 ‘건폭 수사’ 홍보 자제와 집회·시위 신중 대응을 주문해왔는데, 윤 청장은 건설노조의 ‘1박2일 서울 도심 상경집회’ 이튿날인 지난 18일 대국민담화에서 “혐오감”, “불응 시 검거” 등 표현을 동원하며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경향신문은 “강경대응을 천명한 윤 청장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에 경찰 내부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윤 청장이 초법적 발언으로 논란을 자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했다. 기사 <“집회 대응 신중” 3일 만에 “강경”…기조 뒤집은 경찰청장>에서 한 경찰 관계자는 “건설노조 집회 이후 언론에서 ‘공권력이 무너졌다’는 프레임으로 기사들이 나오지 않았냐”며 “(노조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지 않았겠나. 다만 입장이 세질수록 논리가 정교해야 하는데,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엄포를 놓은 것 같아 모양이 좀 이상해졌다”고 했다.

▲ 경향신문 22일 아침신문 갈무리.

정제혁 경향신문 사회부장은 <원희룡 장관, 그렇게 살지 마시라>라는 제목의 ‘아침을 열며’ 칼럼을 썼다. 정제혁 부장은 양회동씨의 유서와 3년 전 건설노조에 가입한 레미콘 노동자 강종식씨의 말을 언급하며 “노동자의 자존심.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것. 노동자도 저마다 인간의 존엄과 품위, 감정과 표정을 갖고 있다는 것. 이 당연한 사실의 몰각이 반노동의 시작과 끝”이라고 했다.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도 “한 사람의 죽음에 관한 일이라는 점, 다른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살해하는 일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확인 취재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 폭력성과 오만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며 “괴물이 된다는 게 별것 아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으면 그게 괴물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맞장구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한때의 민주화운동 경력을 훈장처럼 내세우면서, 그렇게 정치하면,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22일 오피니언면 갈무리.

이춘재 한겨레 논설위원도 ‘아침햇발’ 칼럼에서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분신 배후 의혹’ 보도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을 상징하는 말 가운데 ‘역사의 퇴행’이란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이춘재 위원은 32년 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활동가 김기설씨의 죽음에 대한 악의적 망언을 기정사실화한 조선일보의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보도를 언급하며 “그때나 지금이나 이 언론사는 자신들에 호의적인 정권에 유리한 기사를 생산하는 능력만큼은 탁월하다. 정권 핵심 인사들과 ‘정권의 지팡이’를 자처한 경찰 수장이 이런 기사에 호응하는 행태도 그때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17일, 18일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기사는 32년 전보다 더한 함량 미달의 기사였다”며 “그런데도 건설노조 주무 장관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신 배후 의혹’에 동조하고 나섰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희근 경찰청장은 건설노조 집회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집권 여당은 집회 해산에 살상용 무기인 물대포까지 동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마치 32년 전의 ‘마녀사냥’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이나 경찰이 나서서 뭔가 ‘한 건’ 해주길 기대하는 걸까”라고 했다.

▲ 한겨레 22일 오피니언면 갈무리.

 

G7 정상회의, ‘자화자찬’, ‘중국 실종 뚜렷’ 윤석열 외교 지적한 언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일본 히로시마에서 만나 대북 억지력 강화, 경제안보 협력 등에서 “3국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북한 핵·미사일 위협,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담은 6개월 전 프놈펜 성명을 재확인했다. 22일 주요 아침신문들은 G7 정상회의 소식을 1면에 담고 사설을 통해 ‘중국 외교 실종 상태’, ‘대통령실의 자화자찬’ 등 윤 정부에 우려 지점을 전했다.

▲ 22일 주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공동성명은 미중 간 전략경쟁을 넘어 서방 대 중-러 간 진영 대결로 이어지는 신냉전 기류 속에 서방 선진국 클럽의 단합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북핵에 맞선 국제공조를 확인했고,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옹호했다. 다만 그것이 국제 정세의 기류를 정확하게 읽고 우리 국익과 정교하게 접목한 전략적 행보인지는 의문이다. 사실상 실종 상태인 중국과의 고위급 외교부터 서둘러 복원해 위험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 동아일보 22일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 밀착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면서, 미-중 경쟁 와중에 한국 외교가 미국 쪽으로 과도하게 기울고 있다”며 “안보·공급망 재편 등에서 미·일과 협력 강화가 필요하지만, 윤 대통령이 과도하게 한·미·일 중심의 ‘가치 외교’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중국 외교’를 실종 상태로 만드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현실을 고려한 복합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고언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 한겨레 22일 사설 갈무리.

앞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에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기시다 총리는 G7에서 ‘핵무기 폐기를 위해 피폭 실상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6일 각의에선 ‘자료 수집이 어려워’ 외국인 원폭 피해자 규모를 조사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며 “정확한 실태조사도 없이 피폭의 실상을 알리겠다는 호소는 그 자체로 모순이고, 윤 대통령도 시정 요구 없이 기시다 총리의 공동참배 제안에 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사진 갈무리.

그러면서 “이날 ‘공동참배가 과거사 해결에 낙관적’이라 한 대통령실 평가도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은 진전이 없는 속에서 사후 면죄부만 줄 수 있는 섣부른 판단”이라며 “일본이 강제동원 강제성을 사실상 부인하는데도, 대통령실이 위령비 참배를 ‘과거사 해결에 대한 실천의 시작’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고 자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22일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우려 지점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없이 “윤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한미, 한일관계가 정상화되고, 문재인 정부 5년간 사라졌던 한·미·일 3국 협력이 완전히 복원됐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 잘못 보일까 봐 3국 협력을 극도로 꺼렸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라며 “한국이 G7의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과 비슷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다 보면, G8 국가가 되는 것도 한낱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도 했다.

▲ 조선일보 22일 사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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