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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은 합리적인 차별?...능력이 아니라 '넘을 수 없는' 신분이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 관습이 된 학력 신분제를 철폐하기 위해

한국에서 학력에 의한 차별이 심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이는 주로 교육부가 의견서에 적었듯이 '합리적인 차별'이라 이해되곤 한다.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 졸업하기까지 비용과 시간을 들였으니, 그에 대한 대가는 정당하다는 식이다. 여기에 채용의 자유를 부르짖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덧붙여진다. 맨 처음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던 17대 국회 이후로 차별금지법 반대의 선봉에는 언제나 보수 기독교계가 서왔지만, 기업으로 대표되는 재계 역시 학력 차별 금지는 과도하다는 의견과 함께 차별금지법에 반대해온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발의된 후, '학력에 의한 차별의 정당성'이 다시 논의 선상에 오르고 있다.


 

학력, 능력의 증명이 아니라 새로운 신분


 

한국의 채용 시장은 이미 학력과 출신 학교에 따라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대졸과 고졸 사이에서 애초에 취업의 선택지 자체가 분리되어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4년제가 아닌 대학 졸업생은 '초대졸'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고, 4년제 대학일지라도 대학의 등급에 따라 서로 다른 위치가 주어지는 등, 학력은 고졸·초대졸·대졸·명문대졸 등 노동자를 촘촘히 나누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교육부는 의견서를 통해 “학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할 경우에 기업이 노동자를 평가할 지표가 없”기에 학력 차별 금지는 “과도한 규제”라고 말했다. 기업은 좀 더 노골적으로 '좋은 대학 나온 인재'를 뽑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의 판단 근거로서 학력은 직무 능력을 증명하지 않는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사람 구실 하지”, “명문대 들어갈 정도면 뭐든 어련히 잘 하겠지”라는 식의 선입견이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선입견은 곧장 '고졸'과 '비명문대 출신'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진다.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직무 내용에 따라 요구되는 능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더라도 관습적으로 학력을 요구하는 일은 끊이지 않고 반복된다. 설령 연구직과 같이 특정한 능력을 요구하는 직군을 채용하더라도, 해당 직군에 필요한 전문성은 논문과 같은 경력을 확인하거나 면접, 실습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학력과 출신 학교를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성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는 그간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학력과 학벌에 게으르게 기대왔다는 반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정 대학 출신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 결과를 조작하거나, 같은 직무더라도 최종학력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거나, 승진 기회를 박탈하는 것처럼 노골적인 학력 차별도 이어진다. 채용 단계, 채용 후 부서 배정, 수행하는 직무 내용, 승진과 인사관리 등, 진입 단계뿐 아니라 모든 과정에서 학력은 노동자를 평가하고 노동자의 대우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학력이 곧 직무 능력을 증명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학력을 요구해온 역사는, 곧 학력이 능력이라는 착각이 만들어지고 강화된 역사이기도 하다. 기업은 서로 다른 직종과 직무를 '사회적 분업'이 아니라 '분리와 위계'로 위치시킨다. 고용정책기본법에서 출신 학교 및 학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규제가 없으니 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업이 노동자를 평가하여 분절시키는 일을 자발적으로 그만둘 리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학력에 따라 노동자를 분절하고 위계를 나눴기에 학력은 '능력을 증명하는 지표'가 아니라 '넘어설 수 없는 신분'으로 자리잡아왔다.

 

 

'대학 졸업장 하나쯤 당연한' 사회, 누가 만들었나


 

학력에 따라 분절된 채용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대학 진학을 선택한다. 한국의 높은 대학 진학률을 두고 과도한 교육열을 탓하기도 하지만, 이는 실상 기업과 국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이다. 1980년대 후반, 산업 구조의 변화와 함께 기업과 정부는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꾀했으며, 이에 따라 고학력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증가했다. 기업의 수요에 호응하듯 1990년대 중반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으로 대학 설립요건이 완화되었고 비슷한 시기 정원자율화를 통해 대학 정원이 대폭 확대되었다. 그 결과 지방 사립대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대학 간 서열도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대졸 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었던 기업의 수요를 정부 정책이 뒷받침하는 과정이었다. 이때부터 대학 진학률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0년대에는 80%에 이른다.


 

수능 날 오전에는 비행기도 뜨지 않는다는 한국 사회, 세계 최상위권의 대학 진학률은 입시와 진학에 쏠리는 관심을 증명한다. 대학이 교육의 장이 아니라 취업소개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오래되었지만, 먹고 살만한 일자리를 얻기에 마땅히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여전히 대학 진학률은 70%를 넘어선다. 있는 집 자식만 가던 곳에서 인문계고 졸업생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히 가는 곳으로, 이후 특성화고 졸업생이라도 취업을 위해서 웬만하면 가는 곳으로, 대학은 그렇게 당연하고 유일한 선택지가 되어왔다. 대학 졸업장 하나쯤 당연히 있어야 그럴듯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온 것은 기업의 요구와 국가의 정책이었다.


 

학력에 대한 보상은 가능할까?


 

교육부는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며 '여론'을 근거로 들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였으니 이에 대해 정당히 보상해야 한다는 인식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높은 학력을 요구하기에, 노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높은 학력을 취득하고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 그러나 그 투자가 언제나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취업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이 특정 기업이나 직종에 지원 자격조차 가지지 못한다면, 대학 졸업장을 가진 사람은 그걸 가지고도 더 나은 임금이나 고용 조건을 따내지 못하는 조건을 강요받는다. 대학 졸업장이 당연해진 사회에서 소위 '대졸 프리미엄'은 의미가 없다. 이는 교육투자수익률, 즉 학력을 취득하기 위해서 들인 비용 대비 학력으로 얻는 이득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학력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는 마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학력에 대한 선입견과 차별은 모두가 학력을 취득하기를 강요하지만, 정작 학력을 취득하더라도 촘촘하게 나눠진 학력 차별의 기제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차별을 마주하게 된다. 학력이 신분으로 작용하는 사회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개인의 욕구나 희망과는 무관하게 학력 취득을 강요받는 현실에서 '학력 취득을 위해 투자한 비용과 시간에 대해 제대로 보상하라'는 요구는 공허할 뿐이다. 지금 우리가 나아갈 길은 학력을 더욱 촘촘히 평가해서 서열화하는 게 아니라, 학력으로 차별하면서 학력 취득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꾸는 것이다.


 

차별을 차별이라 부르게 될 때


 

차별금지 사유로 학력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은 일의 세계에서 학력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 다시 말하자면 '무엇이 합리적 차별인가'에 대한 토론과 합의를 예고하는 법이라는 뜻이다. 직무의 내용에 따라 노동자가 지녀야 할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무조건 대졸자나 명문대 출신만을 채용하는 일은 합리적인가? 승진과 임금 인상을 결정할 때 학력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가? 교육의 목표는 학력 취득을 통해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뿐인가? 학력이 학벌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은 많은데, 그렇다면 '파벌'만이 문제이고 '학력'을 유일무이한 판단 기준으로 두는 것은 괜찮은가? 차별금지 사유로 학력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따라올 질문들이다.

 

학력 차별을 철폐하자는 요구는 저학력자가 고학력자의 몫을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두에게 부당함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꾸자는 요구이다. 일의 세계에서 학력 차별을 금지하라는 요구는 그저 채용 단계에서 출신 학교나 최종 학력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에 그치지 않으며, 노동자를 촘촘히 위계화시키며 분절하는 기업의 채용 방식, 나아가 위계와 분절을 예고하는 교육 정책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관습화된 차별을 차별이라 부르게 될 때, '대학 졸업장 하나쯤 없어도' 일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은 <프레시안>과 <비마이너>에 공동게재됩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7090951393570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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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부수조작’ ABC협회 퇴출에 우려 쏟아낸 신문 매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임박, 신문들 모두 1면 등에서 우려…‘징벌적 손배제’ 등 민주당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국민·세계·조선 비판목소리 전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일 0시 기준으로 역대 최다 규모인 1275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12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를 적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9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은 모두 이 소식을 머리기사로 다뤘다. 아래는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상향’ 유력
국민일보: 1275명 최다 확진…수도권 ‘4단계’ 유력
동아일보: ‘셧다운’ 현실로…내일부터 3명이상 못모일 듯
서울신문: 수도권 12일부터 4단계…사실상 ‘6시 통금’
세계일보: 수도권 사실상 ‘야간통금’ 시행 임박
조선일보: 토요일 밤부터 수도권 3인 모임 금지할 듯
중앙일보: 수도권 ‘3인 금지’ 이르면 내일부터
한겨레: 역대 최다 확진…‘4단계 격상’ 오늘 결정
한국일보: 이르면 내일부터 3명 이상 못 만난다

 

▲7월9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7월9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세계일보(방역 완화 시그널에…20대 ‘불금’ 즐기려 홍대·강남 몰려)는 “최근 한 달 동안 서울 주요 번화가를 찾는 20대 발길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금요일이 대체로 붐볐다. 홍대를 찾은 20대 수는 6월4일(금요일) 1만4272명에서 같은 달 25일 1만5749명으로 3주 만에 1477명(10.3%) 증가했다”고 했다.

서울신문(“백신 기회도 안 주고 왜 우리 탓만 하나”… 발끈한 2030)은 “청년들은 정부가 20, 30대 백신 접종을 후순위로 미뤄 놓고 젊은 사람들 때문에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탓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며 일부 시민 인터뷰를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청년들에게 먼저 백신을 제공하려고 ‘고위험군 우선’ 접종 체계를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경제 활성화 올인하다 방역 놓친 靑… 기모란 역할도 한계)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소비 진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불과 9일 만에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청와대가 사태의 심각성을 조기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며 “임명 석 달째를 맞은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청와대를 향한 비판을 다뤘다.

징벌적 손배제, ABC부수 활용 중단 비판한 신문은

신문별 발행부수를 조작했다는 논란이 이어진 한국ABC 협회의 ‘부수 인증’이 더 이상 정부광고 집행 근거로 활용되지 않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한국ABC 협회 사무검사 조치 권고 사항 이행 점검결과 및 향후 정부광고제도 개편계획(안)’을 발표했다. ABC협회 부수공사(조사) 결과는 인쇄매체 정부광고 집행, 언론보조금 지원,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조건 등에 활용돼왔다.

문체부는 향후 ABC 조사에 따른 ‘부수’ 대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구독자 조사’(전국 5만명 대상 열독률·구독률 등) 등을 통해 정부광고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구독자 조사 때는 PC·모바일 등에서의 ‘결합열독률’ 조사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ABC협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지원했던 공적자금의 잔액 약 45억원은 환수될 전망이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협회의 ‘부수 부풀리기’ 등에 대한 내부 진정서를 접수해 사무조사를 진행했고, 지난 3월 ABC협회에 제도 개선을 위한 조치 17건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권고 조치 이행여부를 점검한 결과 17건 중 불이행 10건, 이행 부진 5건, 이행 2건 등으로 “실질적인 이행 결과나 의지가 미진해 종합적으로 조치 권고를 불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이날 주요 일간지 중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관련 소식을 다뤘다. 이중 경향신문과 국민일보는 문체부 발표 내용을 위주로 보도했고, 중앙·한국일보는 새로운 열독률 조사에 대한 찬반 양론을, 동아일보는 비판 중심 의견을 전했다. 한겨레의 경우 이번 발표의 의미와 향후 전망에 비중을 뒀다.

열독률 조사와 관련해서 한국일보는 “조사 대상의 한계로 서울 중심의 메이저 신문에만 치우치고, 지역에 기반했거나 중소 규모 신문사의 경우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과 함께 열독률 조사 샘플 수를 늘리면 정교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ABC협회 제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열독률 조사 결과에 대한 왜곡 우려를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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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9일자 조선일보(왼쪽) 기사와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의 경우 “(열독률 조사 등) 새로운 기준 지표가 모호하고 부정확해 언론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예산 배정 기준 설정 및 조사를 모두 정부가 전담하면 언론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부수조작’ 등의 표현은 기사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이번 제도 개편에 따라 신문들의 유불리도 달라질 전망”이라며 “한 미디어 전문가는 ‘ABC제도 취지 자체는 좋지만, 신문 일부의 잘못된 관행을 협회가 눈감으면서 불신이 이어졌다. 광고주들 역시 광고비 과다 책정에 불만이 있었다’며 ‘부수를 지나치게 부풀린 신문들일수록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ABC 부수공사 결과를 공적 지표에서 퇴출하는 안을 공식화함에 따라, 에이비시협회에 가입한 언론사들의 탈퇴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1989년 창립한 한국에이비시협회는, 2008년까지 가입 언론사가 287곳에 불과했지만, 정부 광고와 연동된 이후 가입 언론사가 1591곳(2021년 3월 기준)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게재한 신문들도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은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최대 5배까지 하고, 모든 정정보도를 당일 ‘머리기사’로 강제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8일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을 비판한 가운데, 국민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 등이 해당 성명을 지면에 게재했다. 이 중 세계·조선일보의 경우 ABC협회 관련 기사는 다루지 않은 신문들이다.

국민일보는 특히 사설(징벌적 언론중재법, ‘언론 재갈법’ 우려된다)을 통해 “징벌적 배상 적용 대상을 기존 언론과 포털로 한 것은 정치적 저의에 짙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민주당은 당초 가짜 뉴스 양산 등의 폐해가 심각한 유튜브나 SNS, 1인 미디어에만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기존 언론이 주 대상이 됐기 때문”이라며 “헌법 가치에 반해 언론에 재갈을 물릴 우려가 높은 입법 강행을 중단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중앙일보,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 인터뷰

경향신문은 “백운규 영장 청구되자 검수완박·중수청 얘기 수면 위로…사퇴 결심”(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이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터뷰를 전했다. 윤 총장은 인터뷰에서 3월 퇴임 후 여론조사에서의 높은 지지율을 “국민의 기대, 바람”으로 받아들였고, 구체적 정책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에는 “철학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정국 혼란상을 이룬 소위 ‘추미애·윤석열 갈등’, ‘월성 원전 수사’에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장모와 배우자 김건희씨 의혹 등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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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자 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터뷰(왼쪽)와 중앙일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중앙일보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제목은 “지속 불가능 나라 만든 586 이익공동체에 책임 묻겠다”(안혜리의 직격인터뷰)다. 윤 의원은 인터뷰에서 “기득권 노조만 편들며 개혁을 막는 수구 집권세력에게 책임을 묻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며 현 정권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다른 주자들 출마 선언을 보면 ‘벙벙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과 비교해도 “현재로선 내가 제일 낫다”는 답변도 내놨다.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까지 여야를 막론한 대권 주자들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이 상당부분 포함됐다.

경향신문은 한편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이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해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인터뷰했다. “여가부 폐지는 MB 정부 인수위서도 폐기된 안…성평등, 아직 멀어”라는 제목이다. 이와 더불어 “2월 ‘여가부 폐지’ 입법청원 폐기한 국회…이유는 ‘사회적 약자 보호 역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함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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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확진 1275명…코로나19 사태 이후 역대 '최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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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7/09 09:52
  • 수정일
    2021/07/09 09:5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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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대유행' 정점이던 지난해 12월 25일 1240명 보다 35명↑
이틀 연속 1200명대 기록도 처음…'4차 대유행' 본격화 양상
서울 545명, 경기 388명, 인천 61명 등 수도권에서만 1000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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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자료사진)
▲ (사진=연합뉴스 제공/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국내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275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1212명 보다 63명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최다 기록이다. 이틀 연속 1200명대를 기록한 것도 처음이다.

 

또한 '3차 대유행'의 정점이었던 지난해 12월 25일의 1240명보다 35명 많은 수치로 '4차 대유행'이 본격화 하는 모습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의 감염경로는 지역발생이 1227명 해외유입이 48명이다. 총 누적 확진자 수는 16만4028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545명, 경기 388명, 인천 61명 등 수도권이 994명으로 집계돼 1000명에 육박했고, 충남 77명, 부산 55명, 제주 17명, 강원 15명, 대구 14명, 대전 12명, 울산·충북 8명, 전남·경남 7명, 세종·경북 4명, 전북 3명, 광주 2명이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300~700명대를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 대폭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직장, 학교, 백화점 등 일상 공간에서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1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825명, 794명, 743명, 711명, 746명, 1212명, 1275명이다.

 

[ 경기신문 = 배덕훈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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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이어갈 ‘역량 있는’ 진보진영 대선후보를 기대하며

[기고] 김광수 정치학 박사

  • 기자명 김광수 
  •  
  •  입력 2021.07.08 23:14
  •  
  •  댓글 0
 

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20대 대통령 선거일은 2022년 3월 9일이다. 그러다보니 지금부터 대선시계가 작동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시계가 벌써 그렇게 되었다. 해서 지금 거의 모든 언론과 비평가, 혹은 정치에 관심 있는 누리꾼들은 자발적, 혹은 강제된 정치환경에 의해 민주당을 중심으로는 ‘이재명 vs. 反이재명’, 야권을 중심으로는 ‘윤석열 vs. 국민의힘 후보’에 관심 집중도를 보인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그 어떤 세계시민들보다도 높은 정치의식을 소유한 대한민국 주권자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어디에도 사실상 남북관계 진전, 판문점 선언 이행승계를 이어갈 진보진영 대선후보가 없다는데 있다.

결과, 심지어 진보진영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활동가, 혹은 전략가들조차도 자기들 후보가 없으니, 이들이 생산해내는-거대언론과 양 정당이 생산해내는 대선프레임 속에서 이들 후보들에 대한 갑론을박만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변명논리도 충분하다. 원래 진보진영은 ‘선거투쟁’보다는 ‘대중투쟁’이 더 자신의 장기다, 뭐 그런 논리로 빠져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정녕 진보진영이 대선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 결론은 적어도 ‘잘못된’ 판단이다.

이유는 이렇다.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이론’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너무 많은’ 정보홍수와 다양한 정치이슈들이 난무하는 상황 하에서는 하나의 큰 인식 물줄기가 만들어지면(여론이 형성되면) 주권자인 국민들은 대개 그 경향성에 묻어가려는 심리가 작동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하나의 여론은 일정한 선택 기준점이 될 수밖에 없다.

했을 때 수개월에 걸쳐 양쪽 진영-민주당과 국민의힘-두 후보들만 언론의 집중조명 받고, 국민들로부터 관심도가 집중된다면 ‘가랑비에 옷 젖듯’ 알게 모르게 이들에 대한 큰 틀에서의 ‘각인효과’가 만들어져 이들 대선후보들에 대해 주권자들은 자신들이 선택해야 될 후보인 냥 착각하게 되기 쉽다.

이름하여 둘 중 한명을 선택해야 된다는 ‘차악논리’가 만들어진다.

여론과 인식은 분명 그렇게 작동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인식들이 어지간한 상태에서는 잘 흔들리지 않으려는 ‘인지부조화’ 상태에 머물게 되고, 스스로 자기합리화 과정도 꼭 거친다. 그 이후, ‘진보진영 후보는?’ 이 문제가 남는다하더라도 이때는 이미 (타이밍이) 좀 많이 늦을 수밖에 없다. 후발주자로서 낄 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미 이들 두 거대정당이 각각 30% 내외의 고정표를 갖고 있고, 그렇게 이미 두 정당 후보로 잘 짜여진 ‘프레임과 각인효과’는 진보진영 대선후보를 국민들로부터 관심사항 ‘밖’으로 자꾸만 밀어내려는 여론적 속성을 갖는다.

해서 진보진영이 차기 대선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면 ‘늦게’ 후보가 결정되는 자기변명에 대해 대중실천을 통한 선거투쟁 결합이라는 운동이론적 관점의 후보전술로 자기합리화 하려 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대선이슈를 잘 발굴하고, 발굴된 이슈를 중심으로는 이슈파이팅하면서 대선후보와 진보진영 ‘핵심 공약 1,2,3호’가 노출되어 대중의 집중호감과 관심영역 안으로 ‘충분히’ 들어와져야 한다.

그래서 대선 정세 시계를 ‘공정 vs. 反공정’, ‘민주당 후보 vs. 국민의힘 후보’ 구도에서 ‘자주·통일(평화)·민중 vs. 親외세·反민중·‘가짜’평화‘의 대결구도로 재 세팅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의당을 포함해 모든 진보진영이 아우르는 ‘가)진보진영 대선 준비위원회’를 가동시켜 거기서 대선후보와 핵심공약 발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분명 지금 돌아가야 할 진보진영 시계는 그렇다. 민생 기층중심의 대중투쟁과 함께, 대선 전략 및 대선 후보에도 매우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참고로 여기서 제일 큰 극복과제는 1997년 ‘국민승리 21’로 대변되는 진보정당 건설사가 단결과 분열을 거듭 반복해왔고,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부터는 보기에 따라 각각의 진보진영세력들이 ‘다시는 건너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렸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를 기정사실화하여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포기하려는 패배주의적 관점이다.

이 지구상에, 특히 변혁운동이론에 ‘통합될 수 없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를 믿고, 진보진영 중심의 자주적 민중권력 되찾기 유일한 길이 그길 밖에 없다면 수없이 많이 어렵고, 또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길은 반드시 가야하고,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길’임도 인정되어져야 한다.

일선에 선 활동가는 활동가대로, 이선에 서있는 사람들은 이선에 서있는 사람대로 그렇게 각자 포지션에서 진보정당 건설과 단결을 위해 양보와 헌신을 다해야 한다.

정말 숙명처럼 최선을 다해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과 6.15식 통일을 이뤄내어야 한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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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시대'에 나온 '허깨비' 대선주자들

[장석준 칼럼] '성장', '기술혁명'은 말하지만 '기후위기' 말하지 않는 대선주자들

정치인의 이런 유의 글이란 게 대개 무척 재미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 꼼꼼히 읽어보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온 세계에 혼란스러운 전환기가 될 2020년대에 나라를 이끌겠다는 이들의 비전이니, 이들에게 권력을 위임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한 명의 시민으로서 그러는 게 의무이겠다 싶었다.

 

그러나 읽고 나니 눈이 트이기보다는 더 암담해졌다. 비관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에게 2020년대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큰 혼란으로 다가오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만큼 양대 진영 후보들의 출마선언문이 하나같이 다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를 완전히 빼놓고 있거나, 시대와 맞지 않는 공허한 장밋빛 전망 투성이였다.

 

기후 위기는 없고 '4차 산업혁명'은 넘쳐나고


 

없는 것은 바로 기후 위기다. 지금 지구 곳곳이 이상 고온으로 신음하고 있고, 한반도도 6월 한 달 동안 매일 소나기가 반복되는 '장마 아닌 장마'를 겪었다. 굳이 과학자들의 해석을 기다리지 않아도 지구가 예전 같지 않음을 이제는 세계인이 실감한다. 그래서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라는 목표를 더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이들의 첫 일성에는 기후 위기의 자리가 없다. 마치 기후 위기 없는 어느 다른 행성의 장면 같다.


 

아니, 단 한 명의 선언문에 '기후 위기'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글에 "백년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기후 위기와 저출생의 위기에 맞서겠습니다"라는 한 줄이 있다. 그러나 어떻게 맞서겠다는 것인지 그 내용은 없다. 오히려 이 문장 바로 앞에서 박용진은 "성장의 나라"를 이야기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성장의 나라를 만들겠다니, 둘 사이에는 사뭇 복잡한 노력들이 있어야 할 텐데, 박용진의 글에는 그런 게 없다. 그래서 기후 위기를 정말 '위기'로 생각하는지부터 의심스러워진다.


 

기후 위기를 언급하지 않은 이들 가운데에는 그나마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출마선언문 안에 관련 내용이 좀 있다. 이재명은 "에너지 대전환"을 언급한다. 아니, 이낙연도 있다. "지구를 지키는 그린산업을 활성화"하겠단다. 그런데 이 둘도 박용진이 보이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재명은 막상 "에너지 대전환"의 실체는 제시하지 않은 채 "지속적 성장" 이야기만 길게 늘어놓는다. 이낙연도 마찬가지다. "지구는 차갑게, 사회는 따뜻하게"라는 아름다운 문구를 읊지만, '덜 뜨겁게'도 아니고 무려 '차갑게' 할 길이란 그저 그린'산업'뿐이다.


 

이런 기후 위기의 참담한 부재와 극명히 대비되는 것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그 비슷한 언설들이다. 이 점에서 압권은 윤석열이다. 윤석열의 글은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현 정권을 공격하느라 다른 주제에 신경 쓸 틈이 없는데, 오직 한 주제만은 예외다. "기술 혁명"이다. 비슷한 성향의 윤희숙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비판으로 출마선언을 꽉 채우고도 "4차 산업혁명"을 한 번쯤 언급하길 잊지 않는다.


 

반대 진영도 애정의 강도가 이에 못지않다. 정세균 전 총리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을 역설하고, 박용진은 "4차 산업혁명 선도"를 부르짖으며, 추미애 의원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요구"에 뭐라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좀 다른 말을 하는 이도 있다. 경쟁자들과 똑같은 단어를 쓰는 게 재미없었는지 이광재 의원은 "과학기술혁명"이라는 좀 더 고전적인 용어를 꺼냈다.


 

아무튼 제6공화국의 양대 진영을 가로지르며 모든 대권 주자들의 동의를 받는 가장 시급한 현안은, 기후 위기가 아니라, 산업혁명이다. 마치 지금이 자본주의가 황혼에 접어든 21세기 어느 때가 아니라 산업혁명이 한창인 자본주의의 여명이나 청춘기라도 되는 듯싶다. 혹시 저들은 200년 전 영국인이나 100년 전 미국인의 분장을 하고 생태계 위기로 심란한 동시대인들을 위로하려는 광대들일까. 

그나마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 운운이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으려면, 현재 가장 절실히 필요한 혁신 과제인 에너지체제 전환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이는 이재명의 출마선언문에만 그냥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한 단어로 등장할 뿐이다. 나머지는 대개 공상과학소설의 허깨비 같은 소리만 늘어놓으며 거기에서 '미래'를 보라고 한다. 정작 미래는 이미 기후 위기로 다가왔는데 말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대선 보이콧을 ...


 

물론 이런 평가에 "야박하다"고 할 이들도 많을 것이다. 출마선언문은 선언문일 뿐이다, 그 짧은 글 안에 후보의 정책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가장 먼저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싶은 바만 추려 정리한 것이니 많은 내용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다른 경로로 기후 위기나 에너지체제 전환에 관해 밝힌 구체적인 정책이 많다 등등.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반박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달라질 이유는 없다. 정치인이란, 더구나 한국의 정치인은 출마선언문에 담긴 몇 안 되는 공약조차 제대로 지키는 법이 별로 없다. 그런데 출마선언문에도 '덜 중요'하다고 빠질 정도면, 실제로 집권했을 때는 어떨지 빤하다. 출마 현장의 말들에서조차 빠진 것은 집권 5년 내내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이것이 지금 한국 정치에서 '기후 위기'의 신세다.


 

이 대목에서 앞이 캄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22년에 뽑을 대통령은 현행 헌법대로라면 2027년까지 한국 사회를 이끌게 된다. 한국인들은 2020년대의 대부분을 이 대통령이 책임지는 정부 아래에서 보내게 된다. 그런데 기후 위기는 점점 더 속도를 높이면서 2020년대 내내 파국의 양상을 더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비극적 막간극들이 주기적으로 닥칠 것이다. 또한 그럴수록 탈탄소화의 요청은 더욱 절박하고 엄중해질 것이다.

 

만약 위에 언급한 정치인들 중에서, 혹은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또 다른 어떤 정치인들 가운데에서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면, 한국 사회는 이런 인류사적 전환기에 그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남들이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설 때에 산업혁명의 재래라는 신기루나 좇고 북한을 새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만 꾸다 세월을 다 보내게 된다. 이런 식으로 2020년대를 허비하고 2030년대를 앞둔 시점에 우리 모습이 어떨지 그려보면, '절망'이라는 말도 너무 태평하게 느껴진다.


 

기후 위기만 문제가 아니다.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만큼이나 애용하는 또 다른 표어가 있는데, 그것은 '성장'이다. 이 글에서 성장이냐 탈성장이냐 같은 심오한 이야기를 풀지는 않겠다. 이는 다른 기회에 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적어도 '성장'을 그토록 신들려 읊조릴 정도면, 자본주의 중심부 국가들이 거의 다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정도로 성장이 어려운 과제가 된 시대에 도대체 어떻게 '지속적 성장'이니 '소득 4만 불 시대'니를 이뤄낼지 믿을만한 근거를 대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지속 성장을 실현할 방법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은 이미 지적했다. 시야를 그보다 더 낮춰 지상을 향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 전 세계의 뜨거운 현안은 2008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 위기에 대응한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이 펼친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대가, 즉 자산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달리 말하면 자산 거품이고, 이는 2008년을 능가하는 또 다른 금융 붕괴 위험을 내장하고 있다.


 

그대로 방치했다가 거품이 터지면, 그대로 대공황이다. 그러지 않고 지금 중앙은행들이 논의하듯이 금리 인상으로 선제 대응한다면, 공황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시 장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다. 제일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특유의 주거/부동산 모순과 얽혀 자산 거품이 가장 빠르게 커가는 나라가 한국이다. 어떤 식으로든 이를 진정시켜야 하는데, 그러면 중산층부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피하고 피했던 그 일이 대선 전후하여 터지고 말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데 '성장'은 말하고 '기술 혁명'은 떠들면서 이 위기에 어떻게 대비할지 답하는 대선 주자는 없다. 그저 뜬 구름 잡는 식의 주거권 관련 개헌이나 책임도 못 질 공공주택 대량 공급만 되뇔 따름이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대선판인데, 일말의 기대조차 사라진다. 가장 위험한 시대를 앞두고 이 시대에 대한 어떠한 진지한 비전도 찾아볼 길 없는 대통령선거 ... 영영 다른 목소리가 들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빛나는 6월'의 성과로 성인이 되자마자 행사해온 대통령 선거권을 처음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던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 대통령선거 보이콧 운동이라도 말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70717563468584#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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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군을 점령군이라 부르지 못하는 비극

[점령군 논란에 부쳐] 75년 지나도 반복되는 오해... 국립문서보관소 뒤진 학자로서 말하자면21.07.08 07:25l최종 업데이트 21.07.08 07:25l이길상(leegs510)

 

세상의 많은 비극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1945년 9월 8일 오전 인천에 상륙하는 미 육군과 조선인 사이의 오해에서 시작된 비극은 75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75년 전엔 미국과 한국 사이의 오해였다면, 지금은 대한민국 사람들 사이의 오해라는 것이 차이면 차이다. 오해의 당사자는 변했지만 비극의 양과 질에서는 차이가 없다. 점령군을 점령군이라 인식하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그렇게 부르지 않으려 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왕의 항복선언, 9월 2일 항복문서 서명에 이어 9월 7일에는 더글러스 맥아더 미 육군 태평양 사령관 이름으로 '조선주민에 포고함'이라는 제목의 포고령 제1호를 발표한다. 포고령 제1조는 "항복문서의 조항에 의거해 본관 휘하의 군대는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지역을 점령함"이라고 명기했다. 같은 날 발표된 포고령 제2호는 "점령군의 보존을 도모하고 점령지역의 공중치안,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점령군의 목적이며 이를 위반하거나 "적대 행위를 하는 자"는 "사형 또는 타 형벌"에 처할 것을 준엄하게 알렸다.

점령군, 점령지
 

큰사진보기 6. 미 육군 24군단 선발대가 서울에 입성하자 시민들이환영하고 있다(1945. 9. 9.).
▲  미 육군 24군단 선발대가 서울에 입성하자 시민들이환영하고 있다(1945. 9.)
ⓒ NARA/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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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스스로 자신들을 점령군(occuppying force)으로, 자신들이 지배할 곳을 점령지(occupied area)로 불렀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마지막 3년 동안 적이었던 일본의 지배 지역 중 하나인 조선 땅에 들어오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인식이었다. 비록 항복은 이뤄졌으나 조선 땅에는 여전히 일본군과 경찰이 존재했고, 일본인 공무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듬해 2월까지 일본인들 중 일부가 미군정을 돕기 위해 남아 있었던 것도, 해방된 나라의 관보가 여전히 패전국 일본어로 발행된 것 또한 미국의 결정이었다.
 미 24군은 인천 상륙에 앞서서 어떤 군중집회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렸다. 그들에게 순수 일본인이나 일본의 지배 아래 일본의 신민으로 연합국에 대항했던 조선인들은, 적대국의 일부였다. 비록 조선인들 중 일본에 대항하던 저항단체나 임시정부가 있었지만 그들은 이들의 존재나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조선 사람들의 오해였다. 조선 사람들은 비록 해방 직전 몇 년 동안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승인 요청을 지속적으로 거부했던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즉각적인 독립을 지속적으로 반대했던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개항 이후 늘 조선보다는 일본을 중요시하던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군을 점령군이 아니라 해방군으로 생각했다. 미군 스스로는 점령군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공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은 이들을 해방군으로 여겼다.
  
1945년 9월 8일 오전 8시 30분 존 하지 미국 제10군 제24군단이 상륙하는 인천에 환영 인파가 몰려들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최근 목격한 태극기부대의 모습이었다. 환영 인파 중 일부가 당시 미국의 위탁으로 한반도 남쪽의 치안을 맞고 있던 일본 군경이 설정해 놓은 경계선을 넘었다. 일본 군경의 발포로 2명의 조선인이 사망하고 9명이 총상을 입었다. 해방된 지 23일이 지난 시점에서 조선인들이 일본군의 총탄에 쓰러진 비극이었다.

미군은 일본군의 발포에 대해 어떤 책임을 추궁하지 않은 채 이들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로 진군했고, 이튿날 하지장군은 총독부 건물에 걸려 있던 일장기를 성조기로 바꾸어 다는 동시에 조선반도 남쪽에 대한 미국 군대에 의한 직접통치(군정) 실시를 발표했다.

유식과 무식
 
 1일 대선출마 선언 후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 이옥비 여사가 선물한 이육사 시집을 들어 보이고 있다.
▲  1일 대선출마 선언 후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 이옥비 여사가 선물한 이육사 시집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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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군은 스스로를 점령군이라 부르고, 그렇게 행동했지만 우리는 그들을 해방군이라 오해하고 환영했던 75년 전의 비극은 당시에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당시에는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상호 오해를 했다면 지금은 우리 혼자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작지만 의미 있는 차이이기는 하다. 반복되는 현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몇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1945년 종전과 동시에 남쪽과 북쪽에 들어온 미군도 소련군도 '점령군'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이미 조선의 즉각적인 독립보다는 미국과 소련에 의한 일정 기간의 군사적 지배를 합의하고 들어왔다는 측면에서, 스스로를 점령군이라고 솔직하게 부르든, 해방군이라고 미화화든, 점령군이란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명칭이 아니라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점령군이었다는 것은 이후에 이들이 남과 북에서 취한 행동을 보면 명약관화하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자신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친미, 친소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측면에서 이들 두 나라는 제국주의 국가의 본질에 충실했다. 세상에 더 나은 제국주의, 더 나쁜 제국주의는 없다. 힘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타민족을 지배하는 제국주의는 그냥 제국주의일 뿐 거기에 선한 제국주의와 악한 제국주의의 구분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피식민지 민족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둘째, 점령 뒤 이들 군대의 성격이 점령군에서 주둔군으로의 전환했다는 것(미국)과 점령군에서 군사자문단(소련)으로 변환했다는 것 사이에도 큰 차이는 없다. 미국은 섣부른 군대 철수로 야기한 한국전쟁을 겪으며 주둔을 장기화해 현재에 이르고 있고, 소련은 미국의 방심을 틈타 시도한 한반도 공산화 시도가 실패한 뒤 중국 등 경쟁국 등장으로 군사적 영향을 유보해 왔다는 정도의 차이뿐이다. 침략을 당한 대한민국은 전시에 대비해 작전권을 포기한 반면, 침략을 감행한 북한은 여전히 전쟁에 대비해 전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셋째, 역사 이야기에서 관점의 차이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무식이 존중받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역사에서 사실과 해석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무식과 유식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인정해야 할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유식이라면, 인정해야 할 사실에 눈감은 채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무식이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즉각적인 독립을 원하던 민족의 의사를 무시하고 한반도를 분할해 남과 북에 들어온 미군과 소련군이 점령군이었던 것은 그들도 인정하는 사실이고, 당시 모든 문서에 표기된 역사적 사실 기록이다. 이렇게 들어온 점령군 미군과 소련군이 이후에 남과 북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해석이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은 최대한 인정돼야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자신의 해석을 강요하는 것은 존경받지 못할 무식일 뿐이다.

안타까운 착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위해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위해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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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소련군의 한반도 분할 점령을 해방으로 보는 그릇된 시각을 만들어낸 것은 종전 당시 미국과 소련이 이타적 국가라는 착각, 이들이 한반도를 군사적으로 점령한 게 불가피했다는 착각, 이들의 점령이 선의의 결과였다는 남쪽의 친미 정치인들-북쪽의 친소 정치인들이 갖고 있던 착각의 결과였다. 미국과 소련은 이미 2차 세계대전 중에 이뤄진 몇 차례의 회담에서 한반도에 대한 즉각적인 독립을 인정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국가들이다.

잘 알려진 대로 1943년의 카이로회담에서 선언한 "적당한 시기에(In Due Course)" 독립시키겠다는 약속 자체가 즉각적인 독립의 불가함을 선언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에" 혹은 "즉시" 독립을 시킨다는 착한 뜻으로 오해한 것이 당시 한국의 정치인들이었다. 좌와 우의 구분이 없었다. 사실에 기반한 자기 확신이 아니라 희망에 매달린 확증편향이었다.

미국과 소련에 의한 남과 북 분할 점령 의지를 명확하게 선언했던 1945년 2월 얄타회담 이전에도 분할 점령은 이미 정해진 방향이었다. 전쟁 중에 전후 패전국 지배 영토에 대한 통치 방향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에서 만든 다양한 비밀 정책 보고서들에는 분할 점령의 의도가 이미 명료히 드러나 있었다. 그 한 예가 미국의 대외관계심의위(Council on Foreign Relations)가 수행한 한국 정책보고서 'The Problem of Constituting an Independent Political Regime in Korea(한국의 독립 정치 체제 구축 문제)'이다.

1944년 5월 22일 자로 발표한 이 보고서는 미국 등 연합국이 종전 1년 3개월 전인 당시 일본의 조기 항복 가능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고서에는 명확하게 "한국에 어떤 형태의 독립정부도 세워져서는 안 되며, 한반도는 전후 일본 관리의 목적을 위해 군사지대화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점령군의 구성에 관해서 이 보고서는 한 나라의 단독 점령은 연합국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불가능하고, 연합국 군대의 공동 지배는 연합국 간의 협조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고,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것은 두 나라에 의한 분할 점령이라는 것과 소련과의 분할 점령이 미국의 국익이나 조선인들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은 이미 점령을 준비 중이었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수년간 자료를 찾아 연구했던 필자 경험에 의하면, 이 보고서 이외에도 미국은 종전 훨씬 이전부터 점령 예정지역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도 당연히 대상 지역 중 하나였다. 대표적 문서로써 카이로회담 전인 1943년 6월 전쟁성 일반참모부 군정보처에서 'Survey of Korea'라는 한국 통치 준비자료를 만들었고, 종전 직전인 1945년 4월에는 한국에 관한 육군과 해군 공동종합보고서 '한반도의 군사적, 전술적 자료를 담은 정보조사서(JANIS 75)'를 완성해 점령 준비를 체계적으로 한 바 있었다.

당시 한국에 들어온 미군 장교와 군정 관계자들은 이들 문서로 군정 훈련을 받은 후에 입국을 했다. 이들 문서에서는 공통적으로 한국인들의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 현실은 안정적이어서 충분히 자치능력이 있다는 점과 이들이 자치와 독립을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통치자들이나 외교전문가 집단은 즉각적인 자치나 독립의 부여는 미국의 이익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36년간 제국주의 지배로 신음한 한국인들의 기대나 희망보다는 자국 이익을 위해 군사적 점령을 선택한 미국, 그 이익을 힘으로 관철하려 들어온 미군이 점령군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군정은 점령군이 펴는 통치 형태이지 해방군이 주는 시혜의 결과일 수는 없다. 두 번째 한국 주재 미군정 장관이던 러치가 당시 한국 언론인들과 한 기자회견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한국 기자에게 "세상에 민주적인 군정은 없다"고 대답한 것은 곱씹어볼 만하다.

군정에 민주주의를 기대하던 군정 당시의 한국 기자와, 점령군을 '해방군'이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현 정치인들이 다르지 않다. 역사적 사실을 모르거나, 혹은 알고도 외면하고 싶은 심리가 동일한 것이다.

제대로 모르거나, 알고도 외면하고 싶거나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식장에서 맥아더와 나란히 선 이승만 대통령(1948. 8. 15.).
▲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식장에서 맥아더와 나란히 선 이승만 대통령(1948. 8. 15.).
ⓒ NARA(미국 국립문서보관청)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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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한민국 교과서나 언론에서 대한민국을 '중진국'이라고 표현했다. 없는 표현이지만 우리 스스로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작위적 표현이었다. 현실은 개발도상국이었지만 중진국이라고 칭하고 싶은 욕구가 크던 시절이었다. 그 욕구가 현실과 충돌하며 생긴 것이 1990년대 말 경제위기였다. 여러 해 전부터 많은 나라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불렀고, 최근에는 국제기구(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긍정적 변화를 외면하거나, 그 의미를 폄훼하고자 하는 심리를 내보이는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있고, 이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역사는 반복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75년 전 점령군을 해방군으로 착각한 무식함과 의존 심리가 비극적인 전쟁을 무방비 상태에서 맞이하게 했다. 지금도 한국 안에는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자랑하면서도, 독립국의 필요조건인 전시작전권의 부재를 당연한 것처럼 착각하는 무식함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75년 전에 점령군으로 나타났던 미군이다. 이들이 5년 후에 벌어진 한국전쟁에서 한국을 도왔다. 이들이 주둔해 안보를 책임진 덕에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게 역사적 사실임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으로 이 땅에 들어왔었다는 것 또한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다.

이는 되새겨야 할 역사,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이지 숨기거나 외면하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역사는 아니다. 이 땅에서 벌어졌던 비극도 희극도, 수치도 영광도 모두 함께 되새기고 책임져야 할 우리 역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길상씨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leegs@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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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수산업자 금품 사건, 조선일보에 ‘이동훈’ 이름 첫 등장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동아, 민주당 언론법안에 “겁주고 줄세우고” “언론에 재갈” 비판 
유승민·하태경·이준석 여가부 폐지 주장에 당내 반발, 한국·세계 등도 ‘분열의 정치’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의 과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액의 최대 5배를 보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검토하자 야당과 보수언론, 언론계에선 언론자유 침해라고 반발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비판했고, 8일자 조선·동아일보는 이 사안을 다루며 여당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 이준석 대표까지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들고 나온 가운데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 등은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루며 “분열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여성가족부가 부족한 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다른 부처들의 비협조, 여전히 남아있는 여성차별의 벽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확진자가 이틀째 1000명대를 기록하면서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확산세가 더 커지면 새 거리두기에서 가장 강력한 4단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일부 언론에선 정부가 방역 긴장감을 성급하게 낮췄다고 비판했다. 

가짜 수산업자가 검찰·경찰·정치·언론계 인상에게 전방위로 금품을 전달한 사건이 연일 논란인 가운데 조선일보가 8일 처음으로 자사 출신 이동훈 전 논설위원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이른바 ‘수산업자 게이트’ 사건에서 다른 인사들의 연루 소식만을 전했을 뿐 조선일보 논설위원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으로 직행했다가 일산상 이유로 사퇴한 이 전 대변인의 이름을 지면에 싣지 않아왔다. 

[관련기사 : 사라진 이동훈 이름 석자, 조선일보는 언제쯤 보도할까]

▲ 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여당, 언론중재법 개정안 준비

여당은 징벌적 손배뿐 아니라 정정보도 기준도 법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서 방송은 프로그램 시작할 때, 신문은 1면에 정정보도를 싣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언론중재위원회 구성도 변화를 준비하는데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현행법상 40명 이상 90명 이내로 규정한 언론중재위원 수를 60명 이상 120명 이하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동아일보는 해당 소식을 전하며 이러한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들을 담아 함께 전했다. 전문가들은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있는데 징벌적 손배를 도입하는 게 언론자유 침해라거나 징벌적 손배 대상이 되는 기사의 범위나 기준이 없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징벌적 손배에 대해 “독소조항”이라며 “허술한 법령을 7월 중 신속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과속”을 비판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사설 “與 중재법 기습 상정, 알 권리 옥죄는 과잉입법 당장 멈추라”에서 “징벌적 손배는 권력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면서 “정정보도를 신문은 1면, 방송은 첫 화면 등에 배치하라는 강제 조항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통해 정부 광고를 집행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에 대해 동아일보는 “사실상 정치 성향에 따른 인기투표 방식으로 신문 영향력을 평가해 정부 광고를 집행하겠다는 발상으로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8일 조선일보 사설
▲ 8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사설 “‘조심하라’ 겁주고 줄세우는 언론규제法들, 與 또 밀어붙일 판”에서 비슷한 비판을 한 뒤 “이 정권은 권력을 잡은 뒤 제일 먼저 한 것이 언론장악이었는데 몇천원 김밥 값까지 문제 삼아 TV방송의 야당 추천 이사를 쫓아내 정권 편 인사를 사장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KBS 사장 시절 왜곡보도를 일삼은 대표적 친정권 인사를 방송심의위원장으로 만들려 한다”며 “지금도 이 정권 사람들은 걸핏하면 언론 ‘폐간’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야권 내에서도 반대

국민의힘의 두 주자들은 여가부의 역할과 위상을 문제 삼았다. 특히 유 전 의원은 “타 부처 사업과 중복 예산은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고 했는데 이 발언을 볼 때 2030 남성의 표심을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일보는 정치면 기사 “국민의힘, 여가부 폐지론 당내서도 충돌”에서 윤희숙·조수진·원희룡 등 당내 인사의 여가부 폐지론 반대 주장을 실었다. 윤 의원은 7일 CBS라디오에서 “(여가부 폐지는) 칼 자르듯 얘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양성평등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만한 부분이지만 청소년, 다문화가정, 성폭력에 대한 보조 등을 여가부에 떼어놓은 이유는 다른 부처에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여가부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했고, 조수진 의원(최고위원) 역시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부처나 제도는 더 이상 필요없다는 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거나 그것을 통해 한쪽의 표를 취하겠다고 해서는 또 다른 결의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8일 서울신문 오피니언면
▲ 8일 서울신문 오피니언면

 

김균미 서울신문 대기자는 “‘여가부 폐지 논란’ 유감”이란 칼럼에서 박원순·오거돈 성범죄 사건 당시 미흡한 대응이 여가부 폐지 논란의 원인이었다고 진단하며 “그렇다고 장차관의 부적절한 대응이 부처 폐지의 이유일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 대기자는 “맞벌이 부부 중 부인의 가사노동은 남편의 4~5배이고, 20대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또래남성보다 8%p 높지만 취업률은 또래남성보다 20%p 낮다”며 “여가부가 아직은 할 일이 많고, 야당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는 턱도 없다”고 했다. 

이어 “여가부 폐지 논란에 대선출마를 선언한 윤 의원과 조 최고위원 등 야당 여성의원들이 제동을 건 것은 예상 밖이었지만 신선했다”며 “이준석 돌풍 와중에 내부 견제가 20대 여성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사설 “‘여가부 폐지’ 꺼낸 국민의힘, ‘분열의 정치’ 안된다”에서 “국민의힘은 ‘표 장사’를 위해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멈추기 바란다”고 주장했고, 경향신문 역시 “여가부 폐지하겠다는 국민의힘, 분열의 정치 멈춰라”는 사설에서 비슷한 지적을 했다. 한국일보도 “野 여가부 폐지 공약, 젠더 갈등 이용해 표 얻으려 하나”라는 사설에서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도 성평등을 전담하는 독립부처나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의 여가부를 두고 있다”고 했다. 

4차 대유행, 안정 안되면 곧 최고단계

김부겸 국무총리는 7일 “다시 한번 일주일간 기존 거리두기 체계를 연장 시행한다”며 “2~3일 더 지켜보다 이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새 거리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조처할 수 있다”고 했다. 가장 강력한 단계는 수도권에서 하루 확진자 수가 일주일 평균 1000명 이상씩 사흘 연속 발생할 때 시행한다. 4단계를 시행하면 오후 6시 이전엔 4명까지 모일 수 있지만 이후엔 2명만 사적모임을 할 수 있다. 행사도 금지, 집회도 1인시위만 가능하다. 

중앙일보는 사설 “방역 완화 서두르다 코로나 4차 유행 불렀다”에서 정부가 한달 전부터 7월1일부터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고 예고한 것을 두고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을 자개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점은 있지만 마스크 의무 착용 면제와 자가격리 면제 등 선심성 카드를 남발했다”며 “백신접종이 진행되며 방역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 국민의 경각심도 덩달아 해이해졌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확진자 급증을 이유로 정부의 지원대책까지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확진 1212명…지금이 소비진작용 지원금 뿌릴 땐가”에서 “휴가철 돈 쓰기 권장은 대면 모임과 지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사회적 멈춤을 호소하면서 소비 진작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방역 엇박자’”라고 주장했다. 

▲ 8일 조선일보 사회면
▲ 8일 조선일보 사회면

 

조선일보, TV조선 엄성섭 앵커는 ‘엄모 기자’로 표기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가 언론계 인사 중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엄성섭 TV조선 앵커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사실은 이미 보도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가짜 수산업자’發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박영수 특검 사의”란 기사에서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사의를 밝혔다”는 소식을 중심으로 그가 “포르셰 렌트비 25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지만 차를 빌린지 3개월 뒤 돈을 지급한 것이어서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기사 중간에 “경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현직 부장검사 이모씨와 경찰서장 배모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TV조선 엄모 기자 등을 입건한 상태”라며 “이 전 위원과 엄 기자는 각각 중고 골프채와 렌터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엄 기자는 자신이 김씨 회사의 홍보 모델을 해준 대가라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 전 위원은 별다른 입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실명을 보도했고, 엄 기자의 경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이름을 가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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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점령군, 해방군 그리고 주둔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7/08 09:15
  • 수정일
    2021/07/08 09:1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7/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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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9월 9일 조선총독부 국기 게양대에 걸린 일장기가 성조기로 교체되는 사진. 주한미군이 2020년 9월 9일 공개했다.   

 

한국 사회에 ‘미군, 점령군’ 논쟁이 일고 있다.

 

‘미군, 점령군’ 논쟁은 이재명 도지사가 지난 1일 경북 안동을 방문해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라고 말한 것에서 출발했다. 

 

이 지사의 발언이 알려지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힘당 등 보수적폐 세력이 이 지사에게 색깔론을 들이대었다.

 

하지만 이 색깔론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미군 스스로가 ‘조선인민에게 고함’이라는 더글라스 맥아더 포고령을 통해 ‘▲오늘 북위 38도선 이남의 한반도 지역을 점령한다. ▲본 부대의 점령목적이 일본의 항복문서를 이행하고 ▲북위 38도선 이남의 지역 및 지역주민에 대해 군정을 실시한다. 따라서 점령에 관한 조건을 아래와 같이 포고한다. ▲점령군에 대한 반항 행동 또는 질서 보안을 교란하는 행위를 한 자는 엄벌에 처한다. ▲군정 기간 중 공식 언어는 영어로 한다’라면서 ‘점령군’이라고 밝힌 역사적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계에서도 미군을 점령군으로 말한 것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색깔론이 먹히지 않아 머쓱해졌는지 이준석 국힘당 대표는 희한한 말을 했다.

 

이 대표는 6일 “점령군이냐 해방군이냐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중립적인 의미로 ‘주둔군’ 정도로 하면 된다”라면서 ‘Occupation Force’을 주둔군으로 해석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Occupation Force’를 번역하면 ‘점령군’이라고 나오는데 이 대표는 왜 ‘점령군’을 ‘주둔군’이라고 쓰자는 것일까.

 

미군을 ‘점령군’이라 인정하면 미국은 일본을 대신해 한반도 남쪽을 식민지로 삼으려 했던 국가로 봐야 한다. 

 

미군을 ‘해방군’이라고 배웠던 모든 사실이 잘못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미군정을 통해 이득을 본 세력들은 나라가 아니라 외세에 복무했던 세력들로 규정해야 한다. 

 

지금의 보수적폐 세력은 미군정을 통해 이득을 본 이승만과 자유당을 그 뿌리로 하고 있다.

 

바로 보수적폐 세력의 뿌리가 점령군과 친일잔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기에 이 대표는 ‘점령군’으로 인정할 수도, ‘해방군’이라 우길 수도 없으니 ‘중립적’이라는 말로 포장해 ‘주둔군’이라고 쓰자고 한 것이다.

 

‘점령군’, ‘해방군’ 논쟁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잘못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 올바른 역사를 세워야 할 임무가 우리에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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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의 초점이 부른 대결의 굴레

  • 기자명 6.15부산본부
  •  
  •  승인 2021.07.07 16:24
  •  
  •  댓글 0
 
 

한미연합군사훈련 언제, 왜 시작됐나?

지난 7월1일,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국회의원 76명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존 서플(John Supple)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답변을 통해 "계획된 훈련 일정엔 어떠한 변경도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이런 훈련은 비도발적이자 방어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밤 당장이라도 싸울 수 있도록 한미동맹의 준비태세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고 협박했다.

한반도 평화대화를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자고 말하면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군대라면 으레 하는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란 답변이다.

하지만,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양국이 진행하는 훈련 중 세계 최대 규모의 훈련이며, 그 성격도 도발적이고 공격적이다. 지금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포커스레티나(1969년)’훈련이 바로 그랬다.

이 글은 최초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어떤 정세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행했는지를 통해 이 훈련은 군대라면 하게 되는 통상적인 훈련이 아니며, 방어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밝히고, 훈련중단이라는 결단을 촉구하려 한다. [저자주]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시작된게 아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많다.

국방부는 1954년 포커스렌즈 지휘소 연습이 최초라고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주관으로 실시된 것이었고, 한 해 동안 10만 명 정도가 철수하는 상황에 안정적인 군사훈련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해는 터키, 태국이 참가하기도 했고, 1960년대 초반에 진행한 훈련들도 한국군 일부 부대와 미군 1군단 정도가 참여하는 기동훈련 정도였으니, 엄밀히 말해 지금과 같은 공격적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전쟁 직후, 30만명에 달하던 주한미군 상당수를 본국으로 철수해야 하는 혼란한 상황속에 군사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훈련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병력규모와 참전국 철수 추이 [자료 : 동맹안보문화와 동맹결속력 변화-한미동맹 사례연구, 1968-2005 (지효근 연세대 2006)]
주한미군 병력규모와 참전국 철수 추이 [자료 : 동맹안보문화와 동맹결속력 변화-한미동맹 사례연구, 1968-2005 (지효근 연세대 2006)]

대신, 미국은 주한미군 숫자를 줄이면서, 핵무기에 손을 뻗쳤다. 1957년에 일본에 있던 전술핵무기를 남한 땅에 들여왔고, 서울 북부지역 비롯한 곳곳에 배치했다. 한국전쟁 당시 적어도 10차례 이상 핵무기 사용을 고려했던 미국은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벌어진다면 핵무기를 주된 공격방법으로 제압하겠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이다. 주한미군을 줄이더라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도는 마련해 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는 공식적으로 1992년에 한반도에서 철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열화우라늄탄 180만발이 경기도 오산미군공군기지, 수원 군공항에 존재한다는 폭로를 봤을 때, 한반도에서 전술핵무기가 정말 없는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최초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은 1969년 3월의 <포커스레티나>훈련

연합군사훈련이라는 틀을 갖춰 진행한 공격성을 띤 최초의 한미연합전쟁연습은 1969년 3월에 진행된 <포커스 레티나>라는 이름의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훈련을 주관한 미 전략타격사령부의 당시 작전 시나리오는 “가상공산국가인 ‘하타칼’이 민주독립국가인 ‘차랑’을 침공하면, 한국과 미국이 즉각 공수작전을 펴 ‘하타칼’국가를 격퇴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특수부대 2,500여명이 1만3600km를 곧장 날아와 가상적국의 후방에 낙하했고, 한국 공수부대 600여명도 함께 작전을 펼쳤다. 이 연습에는 가상적국의 최고지도자를 직접 생포해 이송하는 훈련까지 할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이 방식은 현재의 한미훈련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소위 ‘참수부대’와 ‘참수작전’이 그것이다. 한국형 참수부대는 특수임무여단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 12월 1일에 창설됐다.)

한국정부는 포커스레티나 훈련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삼부요인이 모두 이를 참관하기 위해 경기도 여주 훈련장에 모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훈련 당시 공수부대 낙하 장면(왼쪽), 공수부대 낙하를 참관 있는 박정희(오른쪽)
훈련 당시 공수부대 낙하 장면(왼쪽), 공수부대 낙하를 참관 있는 박정희(오른쪽)

한미당국은 왜 당시 대통령까지 참관하는 공격적이고 공개적인 대규모 전쟁연습판을 벌인 것일까?

이 비밀을 알려면 1968년의 ‘푸에블로호 사건’을 알아야 한다

1968년 1월 23일, 미국의 ‘푸에플로호’라는 정탐선이 북한 영해를 침범해 정탐활동을 벌이다 80여명의 승조원과 함께 북한에 나포됐다. 미국은 공해상이었다고 주장하며 핵 항공모함과 군함 30여척을 동원해 무력시위에 들어갔고, 예비역 14,787명을 현역으로 소집하는 등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이 때 미국은 구체적인 핵폭격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이 공개적인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영해침범과 정탐활동을 인정하게 되자, 더 이상 명분을 세우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결국, 크리스마스 전에 반드시 승무원들과 배를 돌려받겠다는 목표로 협상에 들어갔고, 북한이 집요하게 요구한 ‘3A’가 포함된 사죄문을 북한에 보내고 승무원을 돌려받는 것에 합의하게 된다. 여기서 3A는 ‘정탐행위의 인정(Acknowledge), 정탐행위에 대한 사죄(Apologize), 향후 재발방지의 확약(Assure)’이라는 단어들이었는데, 이를 편지에 박아 넣는 것은 미국으로써는 치욕적인 일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통상 외교문서에는 사과의 의미로, 유감을 뜻하는 Regret정도가 많이 쓰였고, 좀 더 나아가면 Sorry정도가 쓰였는데, Apologize는 무릎꿇고 사과한다는 의미로 거의 외교가에서는 쓰이기 힘든 단어였던 것이다.

당시 미국이 북한에 보낸 사죄문 내용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앞

미합중국 정부는 1968년 1월2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해에서 조선인민군 해군 함정들의 자위적 조치에 의하여 나포된 미국 함선 푸에블로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해에 여러 차례 불법 침입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중요한 군사적 및 국가적 기밀을 탐지하는 정탐행위를 하였다는 승무원들의 자백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표가 제시한 해당 증거 문건들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이 미국 함선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해에 침입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엄중한 정탐행위를 한 데 대해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이에 엄숙히 사과하며, 앞으로 다시는 어떠한 미국 함선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해에 침입하지 않도록 할 것을 확실히 담보하는 바입니다.

이와 아울러 미합중국정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에 의해서 압수된 미국 함선 푸에블로호의 승무원들이 자기들 죄를 솔직히 고백하고 관용을 베풀어줄 것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에 청원한 사실을 고려하여 이들 승무원들을 관대히 처분해줄 것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에 간절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미 합중국 정부를 대표하여

미 합중국 육군소장 길버트 H. 우드웓

1968년 12월 23일

본래 <포커스레티나> 훈련은 협상이 한창이던 1968년 11월에 실시하려 했다. ‘푸에블로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목적으로 당시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며, 여차하면 바로 전쟁으로 돌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기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집권 민주당이 공화당에 패하고, 협상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보류되었다. 당시 존슨정부는 궁지에 몰려 있었고, 승무원 가족들의 강한 반발시위도 이어지자 사죄편지를 쓰고 협상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생존한 승무원 80여명은 돌려받게 됐지만, 자신들이 원했던 ‘푸에블로호’ 선체는 끝내 돌려받지 못했다. 북한은 이 배를 전리품으로 간주했다.

(푸에블로호는 1998년까지 원산앞바다에 있다가 평양 대동강 ‘제너럴셔먼호(1866년)’가 격침된 장소에 2012년까지 전시됐다, 현재는 보통강 조국해방전쟁기념관 내에 전시되어 있다.)

한국전쟁을 ‘(베트남전 이전까지) 미국이 승리하지 못한 유일한 전쟁’, ‘잊혀진 전쟁’이라 부르며 기억에서 떠올리기조차 싫어 한 미국은 전쟁이 끝난 지 15년 만에 또 한 번의 굴욕을 맛봤다. 그리고 분노와 상처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미국은 보류했던 <포커스레티나> 훈련을 강행하기로 결정한다. 이 훈련을 통해 자신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북한에게 강력한 위협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직후 이어지는 충돌 : EC-121기, OH-23헬기 격추사건

1969년 3월9일부터 20일까지 <포커스 레티나>훈련을 강도 높게 진행한 미국은 북한에게 충분한 위협과 신호가 되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4월 15일,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이번에는 미국이 자랑하는 공중정찰기인 EC-121비행기가 북한 미그-21기의 공격을 받아 격침되고 승무원 31명이 전원 사망한 것이다.

당시 북한의 주장은 그동안 EC-121기가 동해안을 따라 북한 영공까지 침범해 정탐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는데, 이를 미그-21전투기로 격추시켰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에도 이 비행기가 북한 영공이 아닌 공해상에 있었다고 주장했고, 핵항모 4척을 포함한 40척의 군함을 동해로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에 대해 보복이나 배상요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했다.

판문점에서는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두고 290차 정전위원회가 소집됐다. 여기서 북한측이 미국에 물었다고 한다.

“EC-121기 소속이 어디요?”

이 물음에 미국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는데, EC-121기는 주한미군기지가 아니라 일본 아스카기지에서 발진한 미 태평양사령부 소속이었던 것이다. 미국이 만약 이 사실을 인정하면, 정전협정은 유엔군사령부 즉, 미8군사령부와 체결한 것이기에 군사정전위원회에서 토의할 내용이 아니라 북미 간 담판을 지어야 할 문제가 되어버리고,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니 난감했다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미국의 강경한 기세는 뚝 떨어진 모양새가 됐고, 그 어떤 무력계획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출범 3개월차였던 닉슨 행정부는 전술 핵무기로 함흥과 원산비행장을 공격할 계획까지 검토했지만 역시 실행하지 못했다. ‘푸에블로호’ 사건 당시 사건해결에 무능한 존슨정부를 비난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도 정작 자신에게 일이 닥치자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이다.

헌데 충격적인 사건은 또 발생했다. EC-121기가 격추된 지 4개월이 흐른 8월, 이번에는 한강 하구의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북측 영공을 침범한 미군 헬리콥터(OH-23)가 격추당한 것이다. 타고 있던 미군 병사 세 명은 중상을 입고 포로가 되고 말았다. 결국 닉슨정부는 ‘푸에블로호’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1969년 12월 3일,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사과문에 서명을 하고 미군 병사를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한미당국이 ‘포커스레티나’라는 자국 최고지도부를 제거하는 대규모 훈련까지 한 상황에서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무력들을 그냥 둘 수 없었다. 초강력 대응으로 맞섰고, 결국 북미 간 충돌로 귀결됐다. 당시 북한은 “보복에는 보복으로 전면전에는 전면전으로”라는 구호를 꺼내 들었었는데, 이런 상황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북한에서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내세웠는데,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면 선의의 대화에 응하겠지만,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면 그에 응당한 대응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응당한 대응이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같은 핵무력 과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최초의 한미연합군사훈련 <포커스레티나>는 북한에게 전쟁위협을 줄 목적으로 강행됐지만, 미국은 목적한 바를 이루지도 못하고 굴욕만 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미국은 그냥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1971년 <프리덤볼트>라는 이름의 훈련으로 발전시켰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 수렁에 빠져 국내외 비난여론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닉슨대통령은 "아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방위의 1차적 책임은 당사국이 져야 하고, 미국은 선택적이고 제한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닉슨독트린을 발표해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7사단 2만명도 철수시켜 베트남전에 투입했다. <프리덤볼트>라는 한미훈련은 이런 정책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북한에 대한 복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았다.

1976년부터 세계최대규모 합동훈련 : <팀스피리트> 한미연합군사훈련

흔히 한미연합군사훈련이라고 하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게 팀스피리트 훈련이다. 1976년부터 1993년까지 지속되면서 많은 뉴스에 오르내린 덕이다. 팀스피리트 훈련은 세계최대 연합훈련이있으며, 30만명까지 참가한 적도 있다. 미국은 이 엄청난 훈련을 왜 1976년부터 시작했을까?

미국이 중국과 소위 ‘데탕트’라는 분위기속에 수교를 맺은 게 1972년, 배트남전쟁에서 패한 것이 1975년이다. 유럽국가들의 반대로 미군들이 유럽땅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 힘들어 진 것도 이 무렵이었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패배했지만, 베트남전쟁을 통해 실전경험이 풍부한 부대들이 있었다. 더군다나 중국과 미국이 수교까지 한 마당에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또한 유럽에서 더 이상 미군이 훈련하기 힘든 상황도 조성됐으니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한국이 급속히 떠올랐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행정협정으로 미군의 천국처럼 되어 있는 한국 땅은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하기에 매우 적합했던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강하게 위협하면서도 자국 군대의 훈련을 손쉽게 하는 ‘꿩먹고 알먹고’의 이익을 누렸다.

멈추지 않고 세밀화 된 한미연합군사훈련

팀스피리트 훈련은 1992년 대화국면에서 잠시 중단됐다가 이후 한·미연합 ‘전시증원연습(RSOI)’으로 명칭을 변경해 진행됐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가 평시작전통제권 환수를 결정해 연합사 해체가 기정사실화된 2002년에 독수리연습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추가한 것이 잘 알려진 ‘키리졸브((Key Resolve)’였다. 그때는 워게임이 발전해 있었기에 키리졸브는 지휘소 훈련이 되었다. 독수리연습(Foal Eagle)은 실기동을 하고, 키리졸브는 워게임으로 더 큰 전쟁을 해보는 것으로 나뉜 것이다. 이런 전쟁연습은 언제든지 실전으로 바로 넘어 갈 수도 있다. 이것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위험성인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3월과 8월에만 있는 게 아니다. 3월과 8월에는 전면전을 상정해 미국의 증원전력을 포함한 전구급 훈련의 성격이 짙은데, 이외에도 한미공중훈련인 '맥스 선더'와 '비질런트 에이스', 한미연합해병대훈련, 한미 미사일방어통합 훈련도 존재한다. 남북미 대화가 한창이던 2018년에는 91회였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2019년에는 186회로, 2020년 상반기에만도 100회 이상으로 늘어났었다.

더욱 공격적으로 변모한 한미연합군사훈련

내용도 더욱 위협적으로 변모했다. 2019년 8월에 실시된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에는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질서 유지'와 '안정화 작전'까지 포함되었는데, 이는 사실상 유사시 북한 점령을 의미한다. 이걸 두고 "방어적"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주목할 것은 박근혜정권 시절이던 2015년에 한미당국이 합의한 ‘작전계획 5015’다. 핵심적인 내용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 포착 시 선제타격,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한미연합군 투입 등이다.

(징후를 포착한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인공위성발사를 위해 발사대에 물체만 얹어도 이를 미사일 발사 징후라고 오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공격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5년 8월 27일 국방부의 조상호 군구조개혁추진관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보이면 승인권자를 제거한다는 내용의 '참수작전'을 언급했고, 이듬해 3월에 한미 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양국군 34만명과 전략 자산 및 첨단 무기들이 대거 동원된 훈련의 주된 목적은 작계 5015를 적용하는 데 두었고, 이에 따라 참수작전, 북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탐지-교란-파괴-방어', 평양진격작전 등이 망라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훈련의 내용과 폭이 많이 완화됐다는 말들이 떠돌지만, 작전계획 5015를 포기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참수부대로 알려진 제13특수임무여단이 2017년 12월 1일, 창설됐고, 최근 훈련 중 특수작전용 초소형 드론을 분실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을 봤을 때,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지금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결단해야 할 마지막 시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역사와 전개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봤지만,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은 그 첫 시작부터 통상적이거나 방어적이지 않았다. 해당 정세에서 북한을 위협하거나 전쟁을 염두에 두며 진행된 것이다. 지금은 더욱 공격성을 띄고 있는 이런 전쟁연습을 매년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에는 어떤 돌발사건이나 우연한 충돌로 전쟁으로 바로 넘어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실제 2010년 연평도 포격사태도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에 NLL인근에서 포사격훈련을 하다 일어났고, 천안함 사건 역시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에 벌어진 일이었으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계속되면 이런 일들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2021년은 한반도 평화대화냐 긴장대결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대북제재와 같은 대북적대행위와 정책이 계속되면 대화는 내년 대선까지 완전히 물 건너 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고, 분단적폐와 수구집단의 공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전쟁광 조지W부시 대통령 시절에도 개성공단과 남북화해정책을 밀어붙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말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으로 새로운 전환을 결단해야 한다. 이방인 트럼프도 결단했던 일을 세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한 문재인정부가 왜 못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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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서구의 신은 황제적…동학은 ‘우리가 하느님’이라 말해”

등록 :2021-07-07 04:59수정 :2021-07-07 08:49

 

수운 최제우가 쓴 ‘동경대전’ 초판
지난해 구하자마자 번역·해설서 써
꿈에서 초판본 뺏으려 해 실랑이
들이받다가 실제 머리 찢어지기도
 
&lt;동경대전&gt;1,2권에서 이분법적 서구신관과 한판 씨름을 벌인 도올 김용옥 전 교수. 통나무출판사 제공
<동경대전>1,2권에서 이분법적 서구신관과 한판 씨름을 벌인 도올 김용옥 전 교수. 통나무출판사 제공
 
도올 김용옥(73) 전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사고를 쳤다. 30대에 그 좋다는 정규직 교수직을 때려치우고 학교 밖에 나선 이래 강경 발언으로 사고를 친 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번에 친 사고는 다르다. 지구 문명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이분법적 서구 신관(神觀)을 뒤집어엎어야 한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다른 차원이다. <동경대전>(통나무 펴냄) 1, 2권을 통해서다.


애초 <동경대전>은 근대 한민족을 깨운 동학의 1대 교조 수운 최제우(1824~1864)가 쓴 경전이다. 수운이 써서 해월 최시형에 전한 초판 원고로 만든 목활자본을 지난해 10월 김용옥이 구하자마자 번역·해설한 책이 이번 도올판 <동경대전>이다. 1천여쪽이 넘는 방대한 이 책은 짧은 기간에 출간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도올은 이미 고려대 철학과에서 동학을 만난 이래 1991년 동학2대 교조 해월 최시형(1827~98)을 그려 개봉한 영화 <개벽>의 시나리오를 썼고, 동학도였던 표영삼(1925~2008)을 따라 수운과 해월의 흔적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바 있다. 표영삼은 비록 초등학교(국민학교) 졸업이 학문의 전부였음에도 한문에도 달통하고 수운과 해월의 순수한 면모를 그대로 계승해 ‘도올이 살아있는 동학’으로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그 표영삼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이 동경대전 초판 목활자본을 애타게 찾았다고 한다.

이 책은 50년에 걸친 동학 순례의 대미지만, 우리가 흔히 동학 혹은 천도교로 아는 한 종교의 경전 해설서는 아니다. 도올이 생각하는 동학이란 흔히 초기 천주교로 일컬어지는 서학의 대립 개념이 아니다. 예부터 우리 민족을 ‘해동’으로 불렀듯이 그가 생각하는 동학의 ‘동’(東)은 태초부터 우리 민족사를 관통하는 한민족의 정체성으로, 이를 바탕으로 둔 학문이 동학이란 말이다. <동경대전>의 부제를 1권 ‘나는 코리안이다’, 2권 ‘우리가 하느님이다’라고 한데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성경, 사서삼경, 불경, 노자 등 수많은 동서양사상을 강연하고 책을 썼으면서도 이번 <동경대전>을 ‘제 인생의 결정체’라고 했다.

 

&lt;동경대전&gt;1,2권. 조현 기자
<동경대전>1,2권. 조현 기자
 

그는 “서구가 추구해온 근대라는 이념을 추종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선언한다. 서구의 근대가 낳은 터무니없는 인간의 교만, 서양의 우월성, 환경의 파괴, 불평등 구조의 확대, 자유의 방종, 과학의 자본주의에로의 예속 같은 서구적 패턴을 우리가 반복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참다운 평등과 조화는 오로지 황제적인 신이 사라지고, 모든 인간이 하느님이 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하느님이다’(인내천· 人乃天), ‘사람을 하느님으로 공경하라’(사인여천·事人如天)고 외치며 일제와 부패권력자들의 총칼에 쓰러져 죽어간 30여만명의 동학교도와 3·1 만세운동의 동포들의 여망을 안고 거대한 기득권에 부딪힐 계란이 되려고 각오를 할 때 그를 짓누르는 압력이 없었을 리 없다. 그는 <동경대전> 번역을 시작할 당시의 고백을 이렇게 썼다.

‘너무도 많은 난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너무도 많은 터무니없는 편견들과 싸워야 한다. 혼자 알고 혼자 뒈지는 것이 낫지, 내가 뭔 첨병이라고 이 어지러운 전쟁터, 이 지루한 지옥의 여로를 걸어갈 것이냐? 이 싸움을 해본들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잡설 욕지거리밖에는 없을 것이다.’

도올이 초판본을 손에 쥐고, ‘우리 민족의 원전을 찾았다’며 기쁨에 들떠 잠든 그 날 밤부터 고난은 시작됐다. 그는 모두가 잠든 새벽 자택에서 사고를 당해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 무려 20바늘을 꿰맸다. 꿈에 초판본을 뺏으려는 자를 밀쳐내면서 자던 몸이 침대에서 날아가 방구석의 판자에 머리를 부딪치며 머리 윗부분이 훌러덩 벗겨졌다고 한다. 그는 이로 인해 많은 피를 흘려 병원에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그 사고를 시작으로 그는 거대한 서구적 신관과의 한판 씨름이라는 ‘사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대학로 통나무출판사에서 동경대전의 의미를 들었다.

 

지난 2007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감신대 대강당에서 개신교 신학자들과 신학대토론회를 펼친 도올 김용옥 교수. 통나무출판사 제공
지난 2007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감신대 대강당에서 개신교 신학자들과 신학대토론회를 펼친 도올 김용옥 교수. 통나무출판사 제공
 

-<동경대전>의 초판목활자본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금 성경 27서는 예수시대의 것이 아니라 4세기경에 확정된 것이다. 오리지널이 아니다. 그러나 이건 오리지널이다. 해설서도 일제강점기 개화기 지식인들이 쓴 것은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역사에 찌든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만들었다. 나도 수운은 서자로 태어나 고생하다 과거 시험도 못 본 인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수운의 진면목을 알게 됐고, 내겐 충격적인 이 만남을 가감 없이 썼다. 수운이란 인물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었다. 수운의 삶 자체가 우리 조선의 운명이었다. 따라서 동경대전은 우리 민족의 고전인 동시에, 모든 서양철학이 가야 할 ‘오메가 포인트’(궁극의 종착점)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내 인생의 피땀을 용해시킨 결정체다.”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자란 수운이 당시 세계를 얼마나 알았나?

“수운은 10대 후반까지 최고의 유학자였던 부친 근암공 아래서 유학적 지식을 확고히 쌓은 뒤 20대에 10년간 장사를 하며, 조선반도뿐 아니라 만주지역까지 다녔던 것 같다. 견문을 넓히면서 기독교가 엄청난 문제라는 것을 자각했다. 그래서 기독교를 연구하려고, 교회 집회도 갔다. 기독교의 성격을 어설프게 알다가, <천주실의>를 만나면서 근본적으로 기독교와 씨름하게 됐다. 수운은 중국이 아편전쟁으로 망해가는 것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대포와 함대를 앞세운 서양 열강 뒤에는 기독교가 있다는 것을 직시했다. 수운은 기독교를 이기는 정신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길은 개벽 사상밖에 없다고 보았다. 그때까지 모든 종교적 혁명은 신 앞에 인간이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었다. 서구적 인간 평등의 배경엔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 하느님이 있다. 그러나 그런 서구적 평등이란 사기고 위선임을 직시했다. 신과 평등하지 않으면 인간이 결코 평등해질 수 없다고 보았다. 그것이 수운의 개벽이다. 모두가 대포와 함대를 앞세운 서양의 강력한 힘과 기독교에 경도될 때 이를 넘어설 고민을 해간다는 자체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지난 2014년 전남 순천대에서 강연 중인 도올 김용옥 교수. 통나무출판사 제공
지난 2014년 전남 순천대에서 강연 중인 도올 김용옥 교수. 통나무출판사 제공
 

-동학이 ‘우리 민족의 개벽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알아야만 할 우리 조선 민족의 유일한 성경’이라고 한 이유는?

“같은 시대 청나라에서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홍수전은 기독교를 무속적으로 받아들여 하늘에 가서 야훼를 만나고, 예수 형님을 만난다며 현실에선 80명의 미녀 사이에 둘러싸여 별짓을 다 했다. 그는 외래종교의 초월적 하느님으로 사람들을 굴복시켜 악용하며 사악하게 이득을 취했다. 그러나 수운은 우리가 소박하게 여긴 본래의 하느님, 장독대에서 물 한그릇 떠놓고 빌던 하느님상에서 자연주의적인 동시에 초월주의적이고, 인간을 초월하면서도 인간적인 기묘한 양면성이 있는 전통적 감정을 살렸다. 초월성을 빙자해 약자와 타자를 미워하거나 억압하는 서구의 신이 가진 사기성이나 거짓이 없었다. 수운에게 모든 인류가 배워야 할 것은 종교가 항상 사기성을 띠어야만 하는 게 아니며, 절대적인 신앙심을 심어 주기 위해 항상 교주가 있어야 하고, 교주는 특별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망상을 깨우쳐준 점이다. 수운은 인간존재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보고, 인간이 하느님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인간이 하느님인데 ‘왜 인간이 그 모양이야. 왜 그렇게 나쁜 놈이 많으냐’고 하지만, 거기에 동학의 위대한 사고가 있다. 동학에서는 ‘하느님 자체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고 본다. 항상 생성 중인 하느님이며, 불완전한 인간과 같이하는 하느님이다. 어린아이도 하느님으로 봐서 그들이 가진 순수성을 북돋워 주었다. 우리 민족의 예수는 성령으로 잉태한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민중의 애환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야만 했던 보통 사람이었다.”

-수운은 왜 기도 중 나타난 상제(하느님)가 준다는 재상 자리도, ‘조화’의 능력도 다 거부했나?

“조선왕조가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지만, 우리 민족에게 가르친, 위대한 것 하나는 유학을 통해 상식을 가르쳤다는 점이다. 수운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영웅인 최진립 장군의 후손이다. 최진립장군 집안에서 양심적인 경주 최부자댁과 수운이 나왔다. 수운의 부친 근암공 최옥은 퇴계의 학맥을 이은 탁월한 학자였다. 그런 부친으로부터 엄격한 도덕주의 훈련을 받았기에 (상제가 준다는) 조화라는 것은 차력사나 요술쟁이들이나 하는 것인데, 그런 것으로 세상을 구하라고 한다면, 기존 종교들처럼 또 하나의 사기술을 펼치라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간파했다. 따라서 수운은 상제를 만났다기보다 최상의 도인 무극대도를 깨우친 것이다. 그는 서구 종교가 말하는, 초월신을 초월했다. 수운은 무극대도라는 궁극의 심오한 철학을 말하면서도, 서구적인 인격신을 살려냈다. 달을 보고 달님, 해 보고 해님이라고 했다. 나무도 오래 살면 소나무에 제사 지내고, 부모를 존경해 부모님이라고 한 게 우리 전통이다. 대상으로서 ‘님’이 아니라, 친근하게 부른 것이다. 수운이 하느님이라고 하는 것은 하늘을 ‘님’화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어떤 초월적 존재나 상제가 저 하늘 위에 앉아서 다스린다며 사기 쳐서는 안 된다는 데, 눈을 뜬 것이다.”

 

동학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 2대 교조 해월 최시형, 동학을 전해준 표영삼의 사진을 배경으로 인터뷰 중인 도올 김용옥 전 교수. 조현 기자
동학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 2대 교조 해월 최시형, 동학을 전해준 표영삼의 사진을 배경으로 인터뷰 중인 도올 김용옥 전 교수. 조현 기자
 

-지금에 와서는 조선 말기에 서학을 받아들인 이들을 실학자들이라고 높게 평가하지 않는가?

“<동경대전>을 깊게 연구하면, <동경대전>에 깔린 생각들을 통해 유학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개화기 사상이 들어오면서 개화기 이전을 ‘전근대적 사유’라고 전제한다. 주자학적 사유도 전근대적 사유라고 하고, 반계 유형원과 성호 이익부터 근대적 사유라고 하는데, 터무니없다. 주자학자들이 당파에 사로잡혀 노론의 이념으로 활용되어 끔찍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서구 사상의 수준은 아직도 주자학의 언저리도 못 따라갔다. 미래적 사유의 깊이에서 주자학의 깊이와 서구 사상은 그만큼 차이가 크다. 가톨릭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동양 선교를 위해 쓴 <천주실의>가 이야기하는 것은 아버지, 할아버지, 조상부터 아담, 하와로 올라가 창조, 즉 시작이 있으니 종말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유학자들은 ‘무슨 시작이 있고, 무슨 종말이 있느냐’며 시종 없는 우주를 통찰했지만, 서양 종교는 종말론과 천당·지옥 논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허접한 논리에 놀아났다면 실학이 아니라 허학일 뿐이다.”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많은 실학자가 <천주실의>를 보고, 서학으로 넘어갔는데, 왜 수운은 서학으로 넘어가지 않았나?

“마테오 리치는 목재가 스스로 의자가 될 수 없듯이 만물은 스스로 이루어질 수 없고 총체적인 디자이너 즉 ‘천주’(天主)가 있어 된 것이라며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안정복(조선후기 실학자·성리학자·작가) 등은 그런 주장이 대우주의 생명 변화를 말하기엔 형편없는 논리로 보았다. 정약용도 <중용>을 쓰면서, 산에 오를 때도 호랑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조심하지 않느냐며 아주 형편없는 논리로 천주, 즉 기독교를 수용했다. 기독교라는 외래 문명에 의탁해 조선왕조에 새로운 물줄기를 트려고 생각한 게 조선 유학자들의 한계였다. 다산은 알기는 많이 알았지만, 쓰러져가는 조선을 부둥켜안고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지 못했다. 수운은 그것을 근본적으로 뛰어넘었다. 어차피 조선은 끝났고, 새로운 논리로 새로운 시대를 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았다.

수운은 서학이 겉으로는 도덕적인 선으로 위장하면서, 실제로는 침략을 목표로 하고, 이 나라를 망가뜨려 소유하려는 수단으로 교회당을 짓는 것을 간파했다. 아편으로 중국을 궤멸시키는 것을 보고 제국주의 음모를 이미 간파했다. 장사할 때 보부상 조직에 가담해 모든 정보를 수집했던 수운의 정보력은 전남 강진에서 책과 씨름하던 다산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수운만큼 서구 문명의 본질을 간파한 이는 세계사적으로 없다. 그는 당시 세상에서 가장 앞서갔다. 서양이 20세기 들어서야 여성 참정권을 줬지만, 수운은 이미 한세기 전에 고통받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하느님이라고 했다.

조선 민중의 혁명이 수운의 사상 속에 배태되었다. 다산이 남긴 게 있다면 지식의 과시로는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반면교사가 됐다. 탁월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뭘 남길 수 있겠는가. 결국 수운과 같은, 행동하는 지성이 되지 않으면 역사를 바꿀 수 없다. 수운은 죽음을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가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21세기는 우리 스스로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고, 우리 삶의 방식을 만들기 위해 정신 차려야 할 때다.”

 

2011년 홍상수 감독이 만든 영화 &lt;다른 나라에서&gt;에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베르, 윤여정, 유준상 등과 함께 출연한 도올 김용옥 전 교수. 통나무출판사 제공
2011년 홍상수 감독이 만든 영화 <다른 나라에서>에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베르, 윤여정, 유준상 등과 함께 출연한 도올 김용옥 전 교수. 통나무출판사 제공
 

-<동경대전>이 우리 민족의 전통과 맥이 닿아있다고 본 이유는?

“<동경대전>을 읽으면 동학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눈물이 느껴진다. 수운은 근원적인 진리를 삶 속에서 리얼하고, 감동적으로 전해준다. 고조선부터 내려오는 ‘홍익인간’ 사상에서 축적된 자신감이 있었기에 거의 30만명이 목숨을 내놓고 나아갈 수 있었다. 19세기 마지막에 엄청난 희생을 통해 민주라는 이상을 실천했고, 3·1 만세운동을 거치고, 반독재투쟁 거쳐 오늘날까지 와있는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이들의 희생 위에 있다. ”

-<동경대전>이 그렇게 앞선 사상인데도 서구 종교가 승승장구한 것은?

“1920년대 통계에 천도교인이 200만이고 기독교인이 30만명이었다. 기독교 세력은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이 등장하면서 ‘좌파 탄압’을 명분으로 삼았다. 빨갱이로 안 몰리려면 크리스천이 되는 게 안전했다. 친미반공이라는, 미군정 하에서 형성된, 아주 불건강한 현상이 세계사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기형의 대형교회를 낳았다. 19~20세기 우리가 정신사적으로 너무 공허해진 틈새로 들어온 서양 종교사상은 완벽한 초월적 존재라는 허구적 존재를 내세워 우리를 공략했다. 그 문명이 과학도 만들어냈지만, 너무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다. 서구 문명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반성이 필요한 때다. 돌멩이 하나에도 생명이 있으며, 모든 대자연이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으며, 자기만 하나의 생명이 아니고 모든 생명이 하나라는 동학의 동귀일체(同歸一體)라야 인류와 지구를 동시에 살릴 수 있다.”

-<성서>의 종말론적인 모습과 달리 수운은 <동경대전>에서 서두르지 말라고 한 이유는?

“가톨릭은 죽음을 권장해 순교자를 만들어 신도를 늘려가는 선교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수운은 ‘나로 인해 너희들이 박해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했다. 자신으로 인해 인생을 파탄 내고 고문받지 말라고 했다. 그는 죽음을 각오한 뒤에 탄도유심급(歎道儒心急)이란 글을 남긴다.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죽을 테지만 무극대도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테니,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배교를 하고 떠나는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묻는 제자에게 ‘그것은 하느님이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고 했다. 떠나면 떠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니, 간다고 시기하고, 저주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이 서양 종교와 다른 점이다. 수운은 결국은 승리할 텐데 각자 조심하면서 이 도를 지키라고 했다. 동학은 수운이 처형된 뒤 동학혁명이 일어나기까지 무려 30년 동안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는 동안 조선 정부에서 전혀 알지 못할 만큼 철저히 지하에서 퍼져나갔다. 자기가 희생될 것을 알면서도 남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수운의 마음이 우리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본 아주머니, 할머니들의 마음이었으니 그렇게 공감을 얻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 것이다. 죽음으로 내몰기보다는 조급해하지 말라며, 감싸주고, 감춰주고, 안아주는 게 우리 민족의 심성이 아닌가.”

 

지난 2018년 &lt;광주MBC&gt; 대강당에서 강연 중인 도올 김용옥 전 교수. 통나무출판사 제공
지난 2018년 <광주MBC> 대강당에서 강연 중인 도올 김용옥 전 교수. 통나무출판사 제공
 

-현재 천도교(동학)가 쓰는 ‘한울님’이란 용어는 잘못됐고, 수운은 우리 민족 고유의 ‘하느님’을 썼으니, 본래대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하느님’은 본래 우리 민족이 쓰던 고유의 언어인데, 천도교 교리를 만든 사람들이 천주교에서 하느님이라고 쓰니, 한울이라고 했다. 애국가에서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라고 한 것은 ‘우리 민족 고유의 하느님이 보우하사’라고 한 것인데, 이제 ‘기독교가 보우하사’가 되어버렸다. 한울이란 용어는 우리 민족도, 수운도 쓰지 않았고, 보편성도 없다. 동학은 빨리 원래대로 ‘하느님’이란 용어를 되돌려놓아야 한다.”

-고려대와 한신대, 타이완대, 도쿄대, 하버드대 등에서 수학하고, 많은 대학자를 만나 배웠지만,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인물로 표영삼을 꼽은 이유는?

“표영삼 선생의 얼굴만 봐도 수운과 해월이 느껴졌다. 동학 1세대 분들이 가지고 있던 본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분이다. 학교 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지만, 한문 실력은 대학자보다 뛰어났다. 우리 사회가 개화기 이후 이런 분들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박사 학위가 없으면 깔보는 한심한 풍조가 있었다. 나는 이분을 몇십년 열심히 쫓아다녔다. 이분은 북한에서 동학 운동을 해왔는데, 해방 후 한국에 내려와서는 매우 기뻐했다. 동학의 성지가 모두 남쪽에 있으니 그 장소들을 홀로 다니며 샅샅이 고증해 기록했다. <동경대전>의 근거가 되는 장소들을 다 찾아냈다. 내가 이 책을 낼 수 있는 것도 표영삼 선생과 세밀하게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세미나를 했고, 그분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독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를 다니고도 공부의 방향을 철학으로 전환한 까닭은?

“여러 이유를 댈 수야 있겠지만, 타고난 기질 때문이다. 신학대에서 살아보니, ‘여기다 내 인생 걸다가는 숨 막혀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질상 못 견디고 나와버렸다. 서양철학 하다가 견딜 수 없어서 ‘중국 고전’으로 향했다. 동학을 계기로 국학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우리 집안은 기독교 집안이지만, 어머니는 내가 승복을 입건, 무엇을 하건 존중해주었다.”

-여생의 학문과 삶을 어디로 귀결할 것인가?

“국학이다. 오랫동안 ‘음악’ 하면 서양음악을 말했다. 우리 음악은 국악이라고 한다. ‘미술’하면 서양미술을 말하고, 우리 미술은 동양화, 한국화라고 하며 우리 것을 무시했지만, 이젠 서양에서도 서양음악보다 국악과 한국의 특성을 담은 문화 예술을 더 알아준다. 그런 시대가 오고 있다. 율곡은 공부한다는 것은 뜻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성인이 되기 위해 뜻을 세우려면, ‘털끝만큼이라도 자신을 작게 여겨 물러서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이 스스로 왜소하고, 비굴하게 자기를 비하한다면 어떻게 수운의 큰 뜻을 실현하며, 세상의 개벽을 이끌 수 있겠는가.

국학도 고전번역연구원에서 그간 번역조차 못됐던 국학 자료들이 많이 번역되면서 과거에 몰랐던 정보가 교차 점검되면서 풍부해져 가고 있다. 국학 분야를 건드리면 재미가 있어 미치게 된다. 나와 연결된, 우리가 살아온 삶과 역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학이 중흥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대기업에 들어가고, 벤처할 생각만 하지 말고, 고전을 공부해서, 이 나라의 문명의 깊이를 추구해줬으면 좋겠다. 젊었을 때 지식적 기반을 풍요롭게 쌓는 새로운 풍조가 생겨 석박사 정도는 해놓고, 사업을 해도 된다. 그 정도 깊이가 있어야 우리가 세계 문명을 이끌 수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well/people/1002475.html#csidxf16bce1bb62a3b79216a4372303d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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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유행 오나?...확진자 1200명 넘고 서울은 사상 최대...

서울·수도권 확진자 사상 최대...정부, 수도권 현 거리두기 일주일 연장

수도권 지역 발생 확진자는 사상 처음으로 900명을 넘었고, 서울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감염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사실상 '4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정부는 수도권에 현 거리두기 체계를 일주일 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12명이었다고 밝혔다.

 

전날(746명)보다 한꺼번에 무려 466명이 늘어나면서 하루 1000명선을 크게 넘어섰다.


 

이번 확진자 수는 작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후 일일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던 작년 12월 25일 1240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당시가 3차 대유행의 정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대규모 감염 증가세는 새로운 유행이 진행되는 시기로도 볼 수 있다. 

 

수도권 확진자 급증세는 이날도 지속됐다. 특히 서울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날 총 신규 확진자 중 해외 유입 확진자 44명을 제외한 1168명이 국내 지역 발생 확진자였다.

 

이들의 84.8%인 990명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수도권 지역 발생 확진자가 900명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서울에서 577명, 경기에서 357명, 인천에서 56명이 각각 새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외 유입 확진자 6명을 포함한 서울의 전날 총 신규 확진자는 583명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래 최대 규모로 확인됐다.


 

이전까지 최대 규모는 작년 12월 24일의 552명이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최근 한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약 636명으로, 새 거리두기 3단계(일평균 500명 이상)를 크게 넘었다.

 

수도권 확진자 비중이 오히려 이전보다 더 커졌으나, 확진자 절대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비수도권에서도 일부 지역의 확진자는 증가하는 양상이 보였다.


 

부산에서 33명, 대전에서 29명의 새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들 지역의 신규 확진자 규모도 서서히 커지고 있다.

 

제주에서 1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충남 16명, 경남 15명, 대구와 강원 각각 12명, 광주와 전남 각각 10명의 새 확진자가 보고됐다.
 

 

해외 유입 확진자는 총 44명으로, 이들 중 20명이 검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24명은 지역 사회 격리 중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 10명, 서울 6명, 경북 2명, 부산과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제주에서 각각 1명이 나왔다.


 

전날 기준 서울 마포구 음식점-수도권 영어학원 집단감염 확진자는 314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47명의 대규모 확진자가 나왔다.


 

이처럼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이날 예고했던 수도권 새 거리두기 체계를 다시금 일주일 추가 유지로 잡았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다시 한 번 일주일간 기존 거리두기 체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기간 "추가적인 방역 강화 조치를 통해 확산세 차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며, 언제든 더 강력한 조치로 갈 준비를 하겠다고도 전했다.

 

김 총리는 "만일 2~3일 더 지켜보다가 그래도 이 상황이 안 잡힌다면 새로운 거리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조치를 취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수도권에 현 거리두기 체계의 최고 단계인 4단계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는 설명이다.

 

만일 4단계 거리두기 체계가 적용된다면, 수도권에서는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이 2명으로 제한된다.

 

오후 10시 이용 제한 대상이 되는 다중이용시설이 늘어나고, 클럽과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은 집합금지 대상이 된다.

 

또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에 시차 출퇴근제, 재택근무 30% 권고 등이 적용되고,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시위와 행사가 금지된다.


 

국민의 기본권을 상당 부분 침해하는 수준의 강력한 조치다.


 

김 총리는 특히 이번 수도권 유행의 핵심으로 떠오른 젊은 세대를 향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총리는 "현재 수도권 코로나19 감염이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여러분은 현재 증상이 없더라도 가까운 선별 검사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아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젊은세대는 설사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가벼운 증상만 앓거나, 증상을 자각하지 못해 코로나19를 더 널리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 총리는 직장 내 모임 차단을 위해 "수도권 소재 직장은 재택근무를 확대해주시고, 회식 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천200명을 넘어선 7일 오전 서울 노원구 노원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노원구는 전날 800명대가 검사를 받았는데 이날 검사 시작 30분 만에 증상이 있거나 밀접접촉자를 제외하고 증상이 없이 재난문자만 받고 검사를 받으러 온 구민에게 나눠준 검사 번호표가 350명을 넘어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7071005143691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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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증세 아닌 '땅부자 증세', 필패 아닌 필승카드?

[이슈] 대선 국면에 떠오르는 증세론... 이재명·이낙연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한뜻 21.07.07 07:18l최종 업데이트 21.07.07 07:18l박소희(sost)

큰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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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미국 독립전쟁의 불을 당겼고, 11년 7개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시대의 막을 내리게 했다. 여기서 ○○에 들어갈 단어는?

정답은, 세금이다.

없던 세금을 만들거나 올리는 일, 불합리한 조세정책은 거센 저항을 부른다. 선거 국면에선 더욱 그렇다. 사실상 증세로 받아들여진 주택공시가격 인상은 여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주자들이 세금을 새로 만들거나 증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증세'가 필패의 언어가 아니라 필승의 언어라고 한다. 바로 '땅부자 증세'다.  

[이재명] 꾸준히 증세 주장... "보유세 강화해 기본소득을"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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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오래 전부터 증세론자였다. 그는 2017년 대선 경선 때도 법인세와 소득세, 부동산 보유세, 상속·증여세 모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재수생'인 현재는 좀더 목표를 명확히 했다. 이 지사 본인이 꾸준히 강조해온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함과 동시에 부동산 자산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기본소득 토지세'를 신설하자는 제안이다.  

이 지사는 6일 서울시 영등포구 글래드호텔 토론회 후 취재진을 만나서도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면) 비필수부동산에 강력한 부담과 제한을 부과해야 한다"며 "세금을 올려 제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들이 징벌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라며 "징벌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그 혜택을 나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되면 조세 저항이 매우 적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혜택'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이 지사는 "보유세를 일반회계로 다 써버리지 말고, 이런 특정한 목적의 조세(기본소득 토지세)는 온국민에게 공평하게 되돌려준다고 하면 기본소득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가구단위로 볼 때 내가 (세금을) 내는 것보다 우리 가족이 받는 게 더 많은 사람이 90%에 육박했다"며 "저는 국민 수용성이 매우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땅부자 증세'엔 적극적... "균형발전·청년주거에 투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택지소유상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소위 토지공개념 3법 대표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택지소유상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소위 토지공개념 3법 대표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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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의원은 원래 증세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당 대표 시절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신복지 구상을 두고 증세 논란이 불거지자 "벌써부터 증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놀라운 상상력"이라고 반응했다. 

하지만 토지에 한해선 생각이 다르다. 이 의원은 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토지공개념 3법' 공약을 발표하며 "땅 부자에 대한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위 10개 법인이 가진 땅 규모는 2017년 기준 5억7000만 평으로 여의도의 650배, 서울의 3.1배 크기이고, 2019년 기준 (전국) 부동산 불로소득은 약 353조 원"이라고 짚었다. 

이어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 불평등을 해소해야 청년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고 중산층은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며 "택지소유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며 유휴토지에 가산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역시 '목적세'를 구상하고 있다. 늘어난 부담금과 세부담의 절반은 국토균형발전에, 나머지 절반은 청년 주거복지사업과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쓰겠다는 생각이다.

[속도는] 이재명 "설득이 좀 필요" - 이낙연 "올해 법 통과"

부동산 불로소득을 고리 삼아 증세론을 펼치는 이재명과 이낙연 두 대선주자의 견해는 닮았다. 하지만 속도면에선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 토지세를) 지금 당장 도입하느냐? 사실 설득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나쁜 언론 환경이 있기 때문에, 세입 부분에서 '너는 뺏기는 거야, 무조건 반대해야 해'라고, 세출 부분에선 '가난한 사람 줘야지 부자를 왜 줘' 하니까 결국 정책저항이 생긴다"며 "증세를 의제로 내고 충분한 숙의를 거치면, 조세 부담율을 올려 저부담 저복지 국가에서 고부담 고복지 국가로 가는 데에 국민들이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의원은 '좀 더 빨리 성과를 내자'는 쪽이다. 그는 '토지공개념 3법을 언제 발의하냐'는 질문에 "내주쯤 발의하겠다"며 "늦어도 올해 정기 국회까지는 통과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증세도 증세이지만, 부동산 불평등 완화 해법인 만큼 '입법 저항'보다는 "국민들의 (토지공개념) 이해가 매우 높아져 있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단계라 생각한다"며 찬성 여론이 더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련 기사] 
"제1공약은 아니다"... 이재명의 기본소득 속도조절 http://omn.kr/1ua3s
'토지공개념 3법 부활' 이낙연 "땅부자 증세 불가피" http://omn.kr/1uc2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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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내 10만명’ 너무 높은 국민동의청원 문턱, 겨우 넘어도 국회는 ‘하세월’

“국회의원 당선 득표수보다 높은 동의 얻었는데, 청원인은 이후에도 단식하며 의견 전달”

국민동의청원ⓒ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30일 내 10만 명 이상.

입법 제안 제도인 ‘국민동의청원’을 위해 넘어야 할 최소한의 문턱이다. 이를 가까스로 넘더라도 청원에 그친다. 이 청원을 수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국회의원의 손에 달렸다.

이처럼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문턱이 너무 높은 탓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취지에 맞게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동의청원 도입된 지 1년 반...달성된 건?

국민동의청원제도개선시민사회TF(4.16연대・민주노총・참여연대・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고영인·김용민·양경숙·정경태·조오섭·최혜영 의원은 6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 개선을 위한 시민사회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공동주최했다.

 

국민동의청원은 ‘의원소개청원’ 이외에 국회법 제123조 2에 따른 전자청원시스템을 이용해 전자적 방식으로 청원을 등록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 제출하는 형식을 말한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직접 입법안을 제안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1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회법과 국회규칙에 따르면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등록된 청원서가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고 ‘청원 불수리사항’이 아닌 것으로 결정되면 일반에 공개된다. ‘청원 불수리사항’ 해당 여부는 국회의장이 해당 청원이 100명 이상의 찬성을 받은 날부터 일주일 이내에 판단해야 한다. 재판 간섭 내용, 국가기관 모독, 국가기밀 내용, 허위사실 등은 청원으로 접수되지 않는다.

이 절차를 거쳐 청원이 일반에 공개된 이후, 30일 이내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공식적으로 접수된다. 접수된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고, 위원회에 구성돼 있는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이를 심사한다.

이때 상임위원회는 청원을 본회의에 부의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 기준은 규칙에 명시돼 있다. 청원 취지가 달성됐거나 실현 불가능한 경우, 타당성이 결여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위원회가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한 청원은 사유를 명시해 의장에게 보고하며, 해당 청원은 폐회 및 휴회기간을 제외한 7일 이내에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가 없으면 자동 폐기된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의 발제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국민동의청원은 총 18건이다. 그중 ▲4.16세월호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 결의에 관한 청원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입법에 일부 반영됐고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청원은 해당 상임위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본회의에 올리지 않기로 결정됐다.

반면 접수 요건 자체를 충족시키지 못해 폐기된 청원은 현재까지 94건에 달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원으로 접수된 경우는 총 7건에 불과하고 미성립된 청원은 총 99건에 달했다. 접수된 청원 7건 가운데 5건은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0만 명이 참여한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 국민동의청원ⓒ사진 =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 갈무리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은 달성 기준

이 같은 집계 결과는 그만큼 국민동의청원 달성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국민동의청원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은 ‘30일 이내 10만 명’이라는 기준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최근 10만 명 동의로 달성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을 주도했던 시민사회단체인 차별금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 “사실상 집회가 불가능한 코로나 시국에 많은 단위들(단체들)이 이슈파이팅을 위하여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런데)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을 경험하면서 ‘달성’이 거대한 조직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밝혔다.

‘100만 조합원’을 자랑하는 민주노총도 국민동의청원 문턱이 높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9월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노동자라면 누구라도 노동조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 개정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 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담은 ‘전태일3법’ 국민동의청원을 접수해 ‘30일 이내 10만 명’의 동의를 달성한 바 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100만 조합원’이라는 조직력이 있으니 그나마 사정이 나은 거지 10만 명의 동의를 얻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산별노조만 두고 봐도 10만 명 참여를 이끌어내는 건 어렵다”며 “‘전태일3법’도 서명은 한 달이 안 걸렸지만 준비부터 완료 시점까지는 반년이 더 걸렸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10만 명이라는 기준은 앞서 국민동의청원을 먼저 시작했던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벤치마킹한 영국과 독일에 비해서도 높은 기준이다.

손우정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영국은 5명의 지지 서명으로 청원이 공개될 수 있다. 100명의 서명을 요구하는 한국과 큰 차이다. 독일의 경우 연방의회 내 상임위원회인 청원위원회에서 자체 심의로 청원이 공개된다.

손 연구위원은 "더 심각한 문제는 서명 기간을 우리와 유사하게 4주로 제한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5만명의 청원 동의 서명으로 안건에 회부하는 것에 반해, 한국은 10만 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와 같이 10만 명의 동의 서명을 요구하고 있는 영국은 서명 기간이 6개월"이라고 덧붙였다.

인구대비 비율로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서명 기준이 가장 높다. 독일 기준을 적용하면 3만 명, 영국 기준을 적용하면 7만 명으로, 우리나라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10만 명보다 훨씬 적다.

국민동의청원 국가별 비교ⓒ손우정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이미 사회적 목소리 낼 수 있는 기반 있는 집단만 국민동의청원 가능

이처럼 ‘청원 남발을 막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기준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특정 집단만 참여할 수 있어 국민동의청원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위원장은 “10만을 모을 수 있는 이슈만, 10만을 모을 조직이 있는 의제만 청원 달성이 가능하다면 제도의 취지에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하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업과 관련된 내용이 올라오기도 하고 아직 구체화된 법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취지의 법안의 제정을 논의해달라는 청원들도 보인다”며 의미 있는 많은 청원들이 ‘10만 명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려져 있는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손 연구위원도 “청원의 남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서명 기준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다수의 서명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종교단체나 시민사회단체, 이익집단 등 사회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러 경로를 이미 가지고 있는 집단만이 청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역설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개혁과 반대되는 ‘차별금지법 반대’ 국민동의청원이 종교집단 주도로 10만 명 동의를 얻은 바 있다.

손 연구위원은 “평범한 일반 국민이 입법과정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청원의 취지를 살리자면, 공개 요건과 서명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동의 수에 미달한 청원 중에서도 의미 있는 제안을 발굴하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안건 발의에 필요한 동의 서명은 3만~5만 명 수준으로 대폭 조정하고, 서명 기간도 3~6개월 이상으로 허용해 충분한 동의 확보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방자치에서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하는 경우 서명 기간은 광역의 경우 6개월, 시군구의 경우 3개월을 보장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4주의 기간은 지나치게 짧다”고 덧붙였다.

청원 가까스로 달성해도 입법은 결국 국회 몫

국민동의청원을 가까스로 달성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이를 처리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이 정책실장은 “10만 명이면 웬만한 국회의원 당선 득표수를 훌쩍 넘는 인원이다. 소규모 선거구의 투표인 수도 넘는 숫자”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입법 논의는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정책실장은 “이로 인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대표 청원인인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청원안을 논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장 바깥 복도와 국회 본관 문밖에서 생사를 건 단식으로 의견을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손 연구위원은 “한 달 이내 10만 명 동의를 받아오라고 하면서 정작 국회는 5개월 동안 법안 심사조차 마치지 못하는 건 정치적 이유거나 민감하니 미뤄두고 싶다는 의사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국회가 청원인의 진술권 보장과 함께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은 “현재 국회법상 국회 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청원인 진술권은 보장되고 있지만 실재로는 위원회 의결로 대개 생략되고 있음”며 “일정 요건을 충족한 국민동의청원안의 경우 소위원회로 회부하기 이전 위원회 전체 회의 대체토론 단계에서 독자적인 안건으로 다룰 필요가 있으며, 해당 단계에서 청원인이나 청원인이 지정한 전문가의 진술과 위원들과의 질의응답 절차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절차는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한 시민들에 대한 국회의 절차적 존중의 의미를 담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본 심의 이전에 위원들이 청원안 내용을 보다 숙지할 수 있게 도움으로써 청원 취지에 어긋나는 법안이 만들어지는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국회 위원회 의안심의절차에 따라 청원안이 대안처리과정에 포함되는 경우 국회는 일정 경과 기간마다 청원안의 처리과정 및 논의현황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청원인 및 관심을 가진 일반 시민들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청원안 처리 절차가 늦어지는 이유를 대부분의 시민들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지연을 국회의 의무방기나 의지부족으로 이해하여 국회 불신이 높아지거나 국민동의청원제도에 대한 불신이 발생할 수 있고, 국회는 선제적으로 이런 우려를 해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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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통난 박형준 부산시장의 거짓말… 당선무효형 가능

 
 
‘4대강 사업 반대 인물 및 관리 방안’을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
 
임병도 | 2021-07-07 08:52:2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박형준 부산시장이 청와대 홍보기획관 시절 국정원의 불법 사찰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까지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MBC>가 단독으로 입수한 국정원 문건을 보면 2009년 6월 국정원은 청와대의 요청으로 ‘4대강 살리기 현안대응 TF’를 구성했습니다.

7월 16일 국정원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인사 20명을 특별 관리하겠다며 청와대 홍보기획관에게 보고합니다.

국정원 보고 나흘 뒤인 20일 당시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4대강 사업 반대 인물 및 관리 방안’을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보고서에 명기된 전체 인물을 잘 관리하라”는 지시도 받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불법 사찰을 직접 보고 받고 중지는커녕 한술 더 떠 지시까지 내린 셈입니다.

이 같은 내용은 2017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권고로 시행된 감찰결과 보고서에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21대 국회 정보위원장과 일부 위원들이 국정원이 제출한 문건을 열람하면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MBC가 단독입수한 문건을 보면 박형준 부산시장이 청와대 홍보기획관 시절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원 불법 사찰을 직접 보고하고 지시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MBC 뉴스 캡처

그동안 박형준 부산시장은 ‘국정원 불법 사찰’ 개입 의혹에 대해 지시도 보고도 없었다며 끊임없이 부인으로 일관해왔습니다.

지난 3월에도 국정원이 불법 사찰한 환경단체들이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문건을 공개했지만, 박 시장은 “백 번을 묻는다 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대답할 겁니다. 불법 사찰,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시장이 후보 시절 거짓말을 계속하자 민주당은 “박 후보의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된 선거법 위반 행위가 당선 무효형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법률위원회의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단체가 공개한 문건에 이어 국회정보위원들이 열람한 국정원 문건을 보면 박형준 부산시장이 청와대 재직시절 불법 사찰을 지시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증거로 충분해 보입니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박 시장을 기소하고 재판까지 간다면 당선 무효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다만, 짧은 임기(내년 6월 지방선거)라서 빠른 기소와 재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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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대선 놀이, 놀아나는 정객‧논객들

[손석춘 칼럼]
 
 
 
 
 
 

 

 

해괴한 풍경이다. 여러 조사에서 가장 불신 받는 신문이 의도적으로 설정한 의제에 내로라하는 정객과 논객들이 줄줄 놀아나고 있다. 더욱이 그 신문 논설위원과 TV조선 앵커가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주필 송희영의 비리가 드러나자 돌연 방대한 윤리규범을 만들었다며 한국 언론의 품격을 높이겠노라 호들갑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문제의 논설위원은 ‘윤석열 대변인’으로 직행도 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다음날이다. 조선닷컴은 오전 11시에 “대한민국, 친일세력·美점령군 합작…깨끗하게 출발 못해” 제목으로 그의 발언을 큼직하게 머리로 올렸다. 기사는 그 발언으로 “대선 과정에서 역사 논쟁이 불거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때까지 어떤 신문도 그 대목을 부각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딱히 기사 쓸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고향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 단계와는 좀 달라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며 독립운동으로 옥사한 이육사 시인에 충분한 예우나 보상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방점은 ‘독립운동가 충분한 예우’에 있다.

▲ 조선일보 7월3일 1면
▲ 조선일보 7월3일 1면

조선닷컴에 이어 조선일보가 다음날 ‘친일·미 점령군이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제목을 1면에 내걸었다. ‘친일세력과 미 점령군이 합작해 지배체제를 유지했다’는 발언을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으로 깜냥껏 몰아갈 의도였다. 조선일보와 TV조선에 나오고 싶은 정객들이 너도나도 나섰다. 윤석열까지 등판했다. 이재명이 “상식을 파괴하는 세력”이자 “역사 단편만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이란다. “용납할 수 없다”고 으름장 놓았다. 공안검사 뺨치는 천박한 인식이다.

뒤늦게 중앙일보도 “대선 역사전쟁”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사설 제목도 “이재명의 위험한 인식이 촉발한 역사 논쟁”이다. 최장집 교수까지 끌어왔다. 인터뷰에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조야한 역사의식”과 함께 “현대사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진정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최 교수의 진의를 담지 못했으리라 믿으면서도 궁금하다. 대체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 이재명인가, 조선일보인가.

이참에 또박또박 묻는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 단계와는 좀 달라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는 말에 문제가 무엇인가. 그 말에서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는가. 독립운동가 후손을 만나 제대로 예우하지 못했다며 배경을 설명하는 말이 “조야한 역사인식”이란 말인가.

▲ 7월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행사 ‘국민면접’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7월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행사 ‘국민면접’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친일파가 미군정과 손잡고 지배체제를 유지했다는 역사적 진실을 누구 감히 부정하려는가. 다름 아닌 조선일보의 어제와 오늘이, 백범 김구의 암살이 생생한 증거다. 대체 누가 상식을 파괴하는가. 누가 단편적 지식으로 맥락 잃은 인식을 자랑하고 있는가. 누가 ‘극우 신문이 공직자의 사상을 검증’하는 놀이에 용춤 추는가. 오해 없도록 명토박아둔다. 이는 특정후보에 대한 찬반이나 호오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공론장 문제다. ‘과거 농단’은 과거 문제도 아니다. 미래 문제다.

깨끗하지 못했던 출발을 4월혁명, 5월 민중항쟁, 6월 항쟁, 촛불혁명으로 지며리 가꾸어 온 것이 대한민국 정통성이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친일반민족 언론’이던 신문의 불순한 의도에 들꾀어선 안 된다.

가장 불신 받는 언론이 작심하고 덤벼든 ‘대선 놀이’를 경계해야 할 섟에 되레 숱한 정객과 논객이 놀아나고 심지어 명망 있는 학자까지 동원하는 언론 행태는 단순히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살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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