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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의 3.1절 기념사, '학습형 정치인'의 치명적 결함

[박세열 칼럼] '챗윤석열'이 맥락 제거하고 만든 기호의 나열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3.04. 07:28:22

 

챗지피티(다른 사람들이 AI라고 부르는)는 네모난 화면 안에 문자를 기입할 수 있는 '뉴챗' 검색창으로 이뤄져 있다. 이 네모난 화면은 전 세계의 회선이 모이는 거대한 서버로 통하고 있으며 인간은 제각각의 할당된 창 앞에 앉아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며 이 우주를 헤메고 있다. 챗지피티는 마치 유행처럼 돌고 있는 것 같다.

 

챗지피티는 대부분 그럴듯한 글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지식(인지 아닌지 모를 것들을 포함해)을 쏟아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답변들로 세상이 혼돈에 빠질 것처럼 말한다. 이런 평가를 읽으며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떠올렸다. 그는 문학 속에서 다양한 위작을 즐겨 창조했는데, 이는 독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려 한 목적보다는 인간의 삶이 허구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특히 각주를 달아 상상으로 만들어낸 책을 마치 있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꾸며내는데, 보르헤스가 달아 놓은 각주엔 실제로 존재하는 책과 거짓으로 꾸며낸 책을 뒤섞어 놓아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챗지피티는 21세기의 마술적 리얼리즘 같은 물건이다. 

 

챗지피티는 잘못된 답변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책을 존재하는 것처럼 인용해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사용자가 반복된 질문을 통해 챗지피티의 거짓말을 유도했을지 몰라도, AI가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이 현실이 사람들을 경악케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건 인간들이 수없이 해 왔던 일이다. 보르헤스와 같은 뛰어난 작가들은 이미 이런 실험을 해 왔다. 20세기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다다이즘, 기존 형식을 파괴하려 시도했던 수많은 예술적 노력들의 후예가 어쩌면 챗지피티일 수도 있겠다. 기계복제 시대에, 이들은 그럴듯한 아이디어로 대중을 모욕하고 현혹시켰으며, 동시에 인간 사고의 지평을 열어제쳤다.  

 

보르헤스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는 세상의 모든 문자로 된 가능한 모든 조합으로 만들어낸 지식이 담겨 있는 도서관이 등장한다. 이 도서관의 책을 설명하는 공리 중 하나는 24글자의 알파벳으로 거의 무한대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책은 M, C, V로만 410페이지를 채웠다. 누군가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알파벳 세 개의 나열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의미를 갖는 것인지, 안 갖는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 도서관 이용자 중 누군가는 그 책을 읽고 인류와 우주의 새로운 비밀을 해제할 것이라 믿을 수도 있다. 언어는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자의 몫이므로. 그 도서관에는 세상과 역사 속에 존재한 모든 방언을 포함한 언어의 책이 있고, 그 책에 대한 해설서와 그 해설서에 대한 해설서, 그리고 그 해설서에 대한 해설서에다 더해, 누군가 쓰려고 했으나 쓰지 않은 책들까지도 담겨 있다. 인간은 이 도서관에서 '불완전한 사서'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질문에 대해 말 할 줄 아는 기계, 그리고 '불완전한 오퍼레이터' 인간. 챗지피티와 바벨의 도서관은 닮아 있다. 사실 새로울 건 없다. 이미 지나간 20세기 예술 실험들이 21세기의 기술을 입고 대중화된 세상이 도래했을 뿐. 모두가 보르헤스고, 모두가 뒤샹이고, 모두가 앤디워홀이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일 뿐일 수 있다.

 

100여년 전 예술가들처럼 챗지피티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환상과, 실제, 거짓과 사실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진짜 맥락과 가짜 맥락의 구분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챗지피티와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

 

사실 이 글의 주제는 윤석열 대통령에 관한 것이다. 챗지피티가 대화를 오래 나눠온 발화자의 특성과 맥락을 이해한다는 기사를 봤다. 하지만 그건 한 개인, 또는 어떤 목적을 같이 하는 집단이 챗지피티와 심화된 대화를 통해 이끌어낸 맥락들이다. 그러나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겐 집단적으로 맥락을 공유하는 것들이 있다. '역사'다.

 

챗지피티가 대화 속 맥락을 이해했다는 호들갑은 거대한 착각일 수 있다. 이를테면 3.1절에 한국의 역사를 회고하며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라고 말하는 것은 발화자와 생각, 그리고 맥락을 같이 하는 그룹이 반복학습을 통해 만들어낸 텍스트다. 그러나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그룹들이 보면, '저 사람은 사실이 아닌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 80억 인류에게 열린 무한대의 '바벨의 도서관', 챗지피티는 80억 개의 맥락을 생산해 낼 수 있을 뿐이다. 

 

챗지피티는 인간 개개인의 지엽적 맥락을 구현해내는 대신, 종종 역사의 거대한 맥락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 독방에서 챗지피티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그럴듯한 허구적 맥락을 창조해 놓고, 방을 나서서 이웃 사람에게 그 허구적 맥락을 강요하는 건 인간 사회에서 그리 권장되지 않는 일이다. 인간 사고의 지평을 넓히려 개발한 AI가 편협한 사고에 빠져들고 그 편협한 사고를 더욱 강화해 나 가는 현상은, AI 개발 초기 시절인 1960~70년대부터 학습형AI의 치명적 한계로 지적돼 온 것을 생각하자. 이런 생각을 하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읽었다. 

 

"제가 이쪽을 잘 아는 지인한테 2023년도 대통령 신년사를 '챗지피티'가 한번 써보게 해서 받아봤다. 정말 훌륭하더라."

 

신년사 연설에 써보게 할 정도라니, 내친김에 챗지피티에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연설 속 역사 인식에 대한 평가를 물어봤다.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하길래,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챗지피티에게 영어로 번역한 질문을 던져봤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상황에 대해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라고 설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What do you think about explaining the situation of Joseon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as 'our past, when we lost our national sovereignty and suffered because we were not properly prepared for the changes in world history'?) 

 

다음은 챗지피티의 답변이다. 

 

AI 언어 모델로서 개인적인 믿음이나 의견은 없지만 질문에 대한 객관적인 답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이 제시한 진술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상황을 다소 단순화한 표현입니다. 이 시기에 한국은 국권을 상실하고 일제 치하에서 많은 고통을 겪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단순히 세계사의 변화에 대비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습니다.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는 동아시아에 대한 제국주의적 팽창과 침략의 오랜 역사의 결과였습니다. 그것은 일본의 성장하는 경제와 군사력을 위해 자원과 영토를 확보하려는 열망에 의해 추진되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강제 노동, 문화 동화 정책, 정치적 탄압 등 다양한 전술을 동원하여 우리 민족을 통제하고 탄압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일본의 식민 침략을 이끌어낸 세계사 역사의 변화들에 대해 완전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사실, 한국은 일본 병합 이전 수십 년 동안 상당한 근대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종종 내부의 정치적 분열과 다른 제국 세력의 외부 압력에 의해 좌절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이 일제강점기에 큰 고통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사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단순화하기보다는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복잡한 역사적 요인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꽤나 훌륭한 답변이 나온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1000자 남짓(공백 제외)한 연설문 전문을 눈을 씻고 읽어봐도 '가해자'에 대한 비판이 들어있지 않다. 식민지배는 '피해자'인 우리가 '준비하지 못해'서 발생한 사건이 돼 있었다. 그러나 챗지피티는 '가해자'가 원인임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이 '우리'의 태도에 관한 말들로 점철돼 있는 것과 달리 말이다. 

 

특히 연설문에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전제가 될 '과거 가해자'의 태도가 지금 어떤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평가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가해자가 우리를 어떻게 취급해왔는지도 단 한마디 들어있지 않다. 심지어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라며 마치 '개과천선한 침략자'의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라는 말과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는 말 사이에 뭔가 핵심적인 게 빠져 있다고 느끼는 건 필자 뿐일까? 모든 게 '우리'의 문제일 뿐이다. 이건 역사를 공유해 온 한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해 온 '대문자 역사'의 맥락을 거세해버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학습해 내 놓은 이 연설문은 윤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학습한 부류들(그들은 이런 사람들을 '반일', '죽창가 부르는 사람' 쯤으로 프레임화 한다.)이 가진 생각의 맥락을 부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3.1절의 의미'에 대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는 날 나온 '챗윤석열'의 답변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보면서, 한 엘리트주의자가 역사의 거대한 맥락을 거세하고 그럴싸한 미사여구를 늘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극우적 생각을 물리적 기호로 변환해 나열해 두었는데,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누군가에게 윤석열의 3.1절 기념사는 '챗윤석열'이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제거하고 만든 기호의 나열일 뿐이고, 챗지피티가 쓴 것의 오류를 잡아내듯이 그 말이 거짓이거나 위험한 말이라고 지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정치와 역사의 맥락에서 서툰 모습들을 자주 보여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학습형 정치인'의 치명적 결함일 수도 있다. 

 

▲대선때 선보인 AI 윤석열 ⓒ국민의힘 홈페이지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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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조 악마화’의 현장, 강북노동자복지관 통유리는 유난히 투명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사비 털어 운영하는 강북노동자복지관…‘노조 회계 불투명’ 정부 인식과 거리 멀어

강북노동자복지관 외관 ⓒ민중의소리

  • 조한무 기자 chm@
    •  
    • 발행 2023-03-03 19:35:53
    •  
    • 수정 2023-03-03 19: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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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언론에서 악마화된 그곳. 강북노동자복지관을 지난 2일 찾아갔다. 두꺼운 철문에 쇠사슬이 감겨 있고,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한 거구의 사내들이 문 앞에서 “칼로 쑤셔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것 같이 묘사된 바로 그곳이다.

    현실은 달랐다. 건물 2층까지 뻥 뚫린 통유리가 유난히 투명했다. 통유리 안쪽 1층엔 도서관이 있다. 이름은 노동정보도서관이지만, 문학·역사·철학 코너가 눈에 띈다. 여느 동네 도서관과 다를 바 없다.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하면 누구나 대출이 가능하다.

    도서관 맞은편엔 체육관이 있다. 탁구대와 운동기구가 나란히 자리 잡았다. 탁구는 지역주민이 특히 좋아한다. 다른 한켠에선 복지관이 운영하는 ‘몸펴기’ 강좌가 열린다. 매주 수요일 저녁 10여 명의 중장년 주민이 모여 건강을 관리한다. 2층 강의실에선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

    “폐쇄적 운영”이라 비난하지만 정반대다. 신축 대관 시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대강당과 시청각실 올해 1~2월 이용자는 1천명을 넘었다. 계획 중인 홈페이지 구축이 완료되면 홍보 활성화로 더 많은 지역주민과 단체가 이용하게 될 전망이다. 공익 사단법인 ‘희망씨’는 지난달 복지관 대강당에서 회원 총회를 열었다. 약 80명의 회원이 모였다. 희망씨 관계자는 “시설 운영이 폐쇄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다른 공공기관 시설 운영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건 아닌지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복지관이 민주노총 전용 공간으로 사용된다는 일부 보수신문 주장이 무색했다. 서울시로부터 복지관 운영을 수탁받은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건물 3·4층 일부를 사무실로 쓰고 있다. 건물 전체 연면적 2,773㎡ 중 413㎡다. 규정에 따르면 노조 지역대표기구는 복지관 연면적의 15%(415㎡)까지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 75%(2,360㎡)는 모두에게 개방돼 있다.
     
    지난해 12월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몸펴기 강좌가 진행되는 모습. ⓒ강북노동자복지관
     
    강북노동자복지관 노동정보도서관 ⓒ강북노동자복지관
     
    지난해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진행된 인문학강좌 ⓒ강북노동자복지관

     
    물 샐 틈 없는 서울시의 회계 감독

    강북노동자복지관 회계 담당자는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정부 지적에 억울해했다. 그는 서울시 민간위탁 회계관리시스템을 열어 보였다. 시스템 창에는 신한은행 통장 계좌의 거래내역이 모두 기재돼있었다. ‘모든오피스(서대문점)’에서 구입한 사무용품비 4만 700원부터 직원들 퇴직연금납입액 1,350만 5,901원까지 빠짐없이 보였다. 복지관 회계 담당자는 “입출금 내역이 공개돼 임의대로 처리할 여지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복지관 예산 입출금은 서울시가 지정한 보조금 전용 통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분기 단위로 서울시 예산이 입금된다. 출금 내역은 회계관리시스템에 연동돼 자동으로 업데이트되고, 복지관 행정 담당자가 건별로 지출결의서를 등록한다. 서울시가 복지관 예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구조다. 

    사후 점검도 진행된다. 혹여나 거짓 지출 내역이 있는지 서울시가 정기 점검 한다. 서울시가 지정한 회계사와 노무사, 서울시 사무관 등이 복지관을 방문해, 협약내용 이행 여부와 예산집행, 재산관리, 근로환경 등 업무 전반을 살펴본다. 회계 자료뿐 아니라 프로그램 강사나 자재업체, 보안업체 등 거래처와 맺은 계약서도 들여다본다. 

    지도 점검은 연 2회(7·12월) 진행된다. 복지관 회계 담당자는 지난해 지도 점검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그는 “야근수당 지출 내역을 보고는 ‘왜 야근을 했냐’며 당시 작성한 시간외근무 신청서까지 가져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 반나절 동안 이어지는데, 제가 계속 붙어서 요청해오는 서류를 가져다주고 질문에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지도 점검과 별도로 매년 통합 회계 감사도 한다. 서울시가 복지관을 담당하는 외부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지정한다.

    복지관 운영 예산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예산은 분리된다. 복지관 운영 계좌에 있는 돈을 민주노총 서울본부로 옮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산 관리 주체도 다르다. 복지관 행정 담당자는 수탁 기관인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채용하기는 했지만, 노조와는 무관하다. 복지관 행정 담당자는 “노조 쪽 일은 안 해봤고, 공공기관에서 회계 업무를 본 경력을 좋게 봐줘서 뽑아준 것 같다”며 “복지관 소속 정직원이기 때문에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계속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3년 단위의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9월부터 복지관 운영 위탁을 공개모집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2002년부터 수의계약으로 복지관 운영을 맡아왔다.
     
    서울시 민간위탁 회계관리시스템에 등록된 강북노동자복지관 지출 내역.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시로부터 수탁받아 복지관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올해 복지관 관리·운영 예산은 총 4억원이다.

    예산은 인건비·운영비·사업비로 구성된다. 인건비가 2억 6천만원으로 가장 크다. 시설·미화·행정 직원 6명이 일한다. 운영비는 1억 1,700만원이 들어간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과 제세공과금이 5,400만원정도다. 여기에 각종 소모품비와 인터넷 통신비, 보안경비 시스템 사용료 등이 붙는다. 사업비는 2,500만원으로 잡았다. 현재 노동상담 법률지원과 생활체육 체형교정운동(몸펴기) 강좌, 지하 1층 상설전시관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템플스테이와 댄스 강좌도 열 계획이다. 사업비 대부분은 법률지원 노무사 자문료와 프로그램 강사비다.

    법률지원은 복지관의 대표 사업이다. 복지관 2층에 노동법률지원센터가 있다. 지난해 지원 건수는 4,800건 수준으로, 8,500여 명이 도움을 받았다. 내방·전화·인터넷을 통한 상담뿐 아니라, 법원 사건 소송 지원과 법률검토의견서 작성, 고용노동부 진정·고소 사건 대리·대행 등 적극적인 법률지원도 수행한다. 지난해 120회 이상 진행된 노동법·인권 교육에는 4천명가량이 참여했다.

    올해 서울시가 지원하는 복지관 예산은 2억 4천만원이다. 서울시 예산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비용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부담한다.

    보조금 받으니 자체 예산 공개하라는 정부의 무리수

    정부와 여당은 노조가 정부 지자체로부터 1천억원대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회계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5년간 국민 혈세로 투입된 1,5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노조는 회계 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노동부와 광역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받은 보조금을 정리한 자료다. 노조가 받은 보조금은 강북노동자복지관 운영과 같은 위수탁 사업에 대한 예산이 대부분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자체 예산까지 들여가며 복지관을 운영하는 현실과 ‘혈세 1,500억원’을 내세우는 윤 대통령 인식은 괴리가 크다.

    노동부가 첨병으로 나서 노조에 회계 자료 제출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노조 334곳에 회계 투명성 자율점검 안내문이 발송됐다. 문제는 정부 지자체의 보조금뿐 아니라 조합비로 마련한 노조 자체 예산 관련 자료도 요구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한 해 예산은 4억 4천만원 수준이다. 복지관 운영비로 지원되는 서울시 보조금과는 무관한 돈이다. 서울시 예산 2억 5천만원 받았으니 노조 자체 예산 자료까지 내놓으라는 건 지나친 요구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노조 회계와 위탁사업 회계는 전혀 다른 회계다. 지금도 위탁사업 회계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며 “정부의 노조 회계 공개 요구는 고장난 변기를 고쳐달라고 요청해 고쳐줬더니 ‘내가 수리비를 냈으니 당신 사업의 모든 회계 서류를 나에게 주시오’라고 말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를 상대로 오는 15일부터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노조는 이미 법적으로 요구되는 수준 이상의 자료를 제출했으며, 다만 과도한 개입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법상 노조가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할 자료와 정부의 제출 요구에 응해야 할 자료는 따로 규정된다. 노조는 엄연히 민간단체인 만큼, 제삼자인 정부에 모든 자료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조합원은 신청 절차를 통해 상당한 범위의 중요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노동부는 조합원에 한해 제공되는 자료의 증빙을 요구했다. 예·결산서, 총수입·지출원장 등 회계 자료를 비롯해 조합원 명부, 임원 주소록, 회의록 등이 포함된다. 증빙 수단으로는 각 자료의 내지 1쪽을 내라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노조 회계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3.02.20. ⓒ뉴시스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는 노조 탄압의 전초라고 노조 측은 설명한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내지 1쪽을 내면 행정적으로 선례가 되고, 선례가 쌓이면 관행이 된다”며 “과거 정부는 노조에 대한 조사권으로 회계 자료를 확보해 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1997년 노조법 개정 전에는 정부가 노조 운영에 대한 조사를 빌미로 회계 자료를 볼 수 있었다. 노조가 후원한 단체의 성격을 이유로 정부가 제재를 가하는 등 회계 자료는 노조 탄압을 위한 소재가 됐다.

    정부는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 구축도 추진 중이다. 노동부가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이다. 하물며 상장기업도 중요 자료는 제한적으로 제공한다. 가령 주주명부 열람 청구권은 주주에 한해 부여된다. 제삼자는 권한이 없다. 또한 주주는 이사회 회의록 열람도 청구할 수 있으나, 회사가 거절할 수 있다. 재무제표가 공시되지는 하지만, 거래 내역을 건별로 확인할 수 있는 수입·지출결의서가 외부로 유출되는 일은 없다.

    정부에 들어간 자료가 국회와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공개될 우려도 있다. 박 정책국장은 “정부가 자료를 가진다는 건 어떤 경로로든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며 “보수진영에서 노조 운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회계 자료를 뜯어보며 미주알고주알 지적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조합원도 자료를 열람할 수는 있지만, 복사해 외부로 가져갈 수는 없다. 지난 2017년 대법원은 자료 유출 시 노조의 자주적인 운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등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 내렸다.

    박 정책국장은 “노조 자료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막기 위해 투쟁으로 노조법은 개정했다”며 “과거로 회귀하려는 정부 시도에 노조가 자료를 제출하면서 응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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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학자' 윤석민이 말하는 언론 '규범'의 위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3/04 10:10
  • 수정일
    2023/03/04 10: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윤수현,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3.04 06:30
  •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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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으로 제시된 저널리즘스쿨… “언론·미디어 R&D, 체질 바꿀 수 있어”

‘언론의 위기’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이다. 해마다 ‘언론 위기’라는 진단과 함께 언론이 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그러나 언론 지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위기라곤 하지만 폐업하거나 인수·합병된 언론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 위기설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보수 언론학자로 알려진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의 위기’를 단순히 앓는 소리로 생각해선 곤란하다고 단언했다. 디지털화로 인해 저널리즘 자체가 위기에 직면했으며, 저널리즘 윤리와 원칙을 중심으로 하는 언론 규범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섭외 전화를 할 때부터 ‘언론 위기’를 강조한 윤 교수는 인터뷰 내내 언론이 처한 현실에 대해 진심 어린 토로를 전했다.

윤석민 교수가 내놓은 해답은 정부 지원이 투입된 저널리즘스쿨이다. 문제 해결을 언론계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며, 대학의 저널리즘스쿨을 중심으로 ‘언론 위기’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 위기와 저널리즘스쿨. 직접적인 연관성은 적어 보이지만, 윤 교수는 단호했다. 미디어오늘은 윤 교수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24일 오전 서울대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중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 인터뷰 섭외 전화를 했을 때부터 ‘언론의 위기’라는 말을 강조했다. 사실 언론이 위기에 닥쳤다는 건 이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어떤 점을 보고 위기라고 진단한 것인가.

“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뉴스 산업 자체는 분명 성장세다.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의 미디어 영향력 조사 결과를 보면 신문과 뉴스전문채널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있다. 명백하게 상향세다.

문제는 언론 규범의 위기다. 디지털화 이후 지상파, 종이신문 등 레거시 미디어라고 불리는 언론은 위기를 겪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 대신 인터넷 신문, 유튜버 등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들이 저널리즘 활동을 하면서 신종 유형의 언론이 나타난 모양새인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저널리즘이라는 가치가 생략되고 있고, 뉴스를 산업으로만 접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인터넷 언론, 유튜브 등 말이다.

물론 레거시 미디어에도 많은 문제가 있고, 이를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들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그들이 저널리즘 가치를 앞세운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레거시 미디어는 사실성, 공정성, 규범성 등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 차이가 있다.”

- 언론의 위기가 디지털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최근에는 레거시 미디어 역시 디지털화에 편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콘텐츠 유통 흐름이 유튜브 등 디지털로 전환되는 것, 자연스럽게만 보이진 않는다. 레거시 미디어가 중심에 두고 있는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가 유튜브 등 온라인 영역에선 옅어지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가 레거시 미디어를 지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 논리에는 진영논리도 포함된다. 시장 논리가 강화됨에 따라 진영논리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 미디어가 정치적으로 진영화된 언론에 의해 대체된다면 규범성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레거시 미디어는 규범성을 바탕으로 언론의 소명을 완수해왔다. 이들에게 규범성은 곧 상품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선 규범성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선정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 레거시 미디어가 지켜온 규범성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까.

“종이신문·지상파 등 기존의 유통 방식에 대한 영향력은 떨어지고 있다. 집토끼라 불리는 충성 독자를 지키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어진 상황이다. 진영화 된 콘텐츠를 생산해 독자의 취향에 맞는 뉴스를 제공하는 최후의 보루까지 갔다. 그렇게 되면 온건한 성향의 독자들은 진영화된 언론을 보기 싫어 뉴스를 회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 같은 언론의 위기는 사회적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에 언론의 위기만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위기 중 언론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해도 다름이 아니다. 언론의 위기는 다른 문제를 증폭시키는 파급력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사회를 연결하는 소통의 중심인데 언론이 병든다면 여론형성 과정, 정책 결정·집행 과정이 모두 병들게 된다.”

- 언론의 진영 양극화를 생존의 문제로 보는 것 같다.

“생존이라는 문제가 너무 컸다. 새롭게 등장한 언론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언론이 등장했고, 경쟁도 비례해서 커졌다. 그러다 보니 언론의 규범성을 지켜주는 장치가 없었다. 언론의 무대가 디지털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규범성이 마련되지 않았으니 위기가 온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레거시 미디어를 편들자는 것이 아니다. 레거시 미디어도 마찬가지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같이 무너지는 상황으로 달려가고 있다. 때마침 포털이 등장하지 않았나.”

- 디지털 뉴스 생태계가 포털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포털이 뉴스 소비의 중심이 됐다.

“대부분 이용자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다. 읽고 있는 기사가 조선일보인지, 한겨레인지 구분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뉴스 서비스 페이지 내 기사 배열과 ‘관련도’ 배열에서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다. 이처럼 알고리즘이 정해준 뉴스의 순서는 우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 소비하는 뉴스로 직결될 만큼 굉장히 중요한 결정인데, 우린 알고리즘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 않은가.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사기업이고, 움직임의 동기는 이윤이다. 네이버가 언론 산업의 발전, 언론 규범성 회복, 저널리즘을 1순위로 추구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아니다. 한 사기업이 모든 언론을 합친 것보다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뉴스 전송 수단을 장악하고 있다는 건 기형적인 현상이다. 뉴스 플랫폼은 공적 가치가 요구될 수밖에 없는데, 사기업이 만든 플랫폼이라고 해서 방치해야 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 식품도 사기업이 만드는데 규제의 주체는 정부다. ‘식품과 포털을 동일하게 볼 수 있는가’라는 반박이 들어올 수도 있는데, 포털도 식품 못지않게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언론사가 포털에 대응하려는 시도는 수차례 있었지만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특정 시점을 단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일각에선 언론사에 ‘왜 디지털 전환을 못 했는가’라고 따져 묻기도 하지만, 언론사가 힘을 합쳐서 네이버에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잘 나간다는 조선일보, 한겨레라고 할지라도 산업적인 규모만 따지고 본다면 영세하다. 영향력은 클지 몰라도 매출액만 놓고 보면 대기업과 비교할 수도 없다. 구성원들은 하루하루 신문 만들고 기사 쓰기에도 벅차다.

디지털화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언론사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편집국을 바꿔나가고 있다. CMS를 만들기도 하고, 온라인 뉴스 전담팀을 꾸리기도 한다.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 같은 노력은 기존 신문을 만드는 방식을 디지털로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신문사가 내놓은 디지털 혁신 중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AI, 빅데이터 등 당대 떠오르는 기술과 저널리즘을 결합해 시대에 부합하는 기사를 쓰는 언론이 얼마나 있을까.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사가 기술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언론사 디지털화를 지원하고 있지만 적은 예산을 여러 언론사에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니 성과는 뻔하다. 일부 언론사가 디지털화를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네이버에 비할 수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2 언론수용자조사 결과. 사진=언론수용자조사 보고서 갈무리.

- 디지털화는 언론사의 당면 과제다. 언론이 디지털화에 실패한다면 포털 종속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론의 디지털화에 대한 비관론을 내놓았다. 해답은 없는 걸까.

“개별 언론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 지원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지원하느냐다. 언론재단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만, 언론재단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결정자가 바뀌게 된다. 사업을 연속성 있게 이끌어가기 쉽지 않다. 정부 기관이 언론에 돈을 나눠주는 방식으론 성공할 수 없다. 정부광고 배분을 통한 간접지원 역시 효용이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이 같은 푼돈 나눠주기가 아니라 뉴스 혁신을 연구하고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뉴스 혁신 R&D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특정 언론사만 지원하는 센터가 아니라, 모든 언론에 도움을 주는 그런 센터 말이다.”

- 언론재단 외 별도의 언론 R&D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R&D센터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돼야 하는가. 또 누가 운영을 맡아야 하나.

“대학이다. 대학의 저널리즘스쿨이 언론 R&D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MIT대학의 미디어랩이나 미국 USC의 필름스쿨처럼 미디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저널리즘스쿨을 만드는 것이다. 연구 및 교육의 핵심은 실천이다. 단순히 연구 예산을 할당받아서 몇 명이나 읽을지 모르는 보고서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강의실 중심의 수업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진짜 미래를 이끌 저널리즘과 미디어를 구현하는 것에 욕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뉴스의 혁신을 연구하고 상호 토론하며 실험하는 자유롭고 활기찬 연구 및 교육 공간, 즉 뉴스 랩이 중심이다. 언론재단이 그런 공간을 만들기란 한계가 있다. 구상하고 있는 센터는 언론재단과 출발점이 다르다.”

- 미국의 저널리즘스쿨 모델을 한국에 도입하는 것인데, 저널리즘스쿨이 언론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우수한 인력이 이전만큼 언론에 모여들지 않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급여도 적고, 사명감만 가지고 일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언론사 공채 제도가 붕괴됐다는 건 언론이 직면한 위기의 가장 심각한 징후다. 수습기자가 뽑힌다고 해도 교육 방식은 이전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교육만으로 신입 기자가 디지털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도제식 교육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까.

저널리즘스쿨이 신입 기자들 교육을 전담할 수 있다. 현재 언론재단 수습기자 교육은 그리 심층적이지 않다. 교육 기간도 짧다. 저널리즘스쿨에서 수습기자를 받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코딩·데이터·AI 교육을 하고, 보건이며 환경 등 전문영역 교육, 언론규범 교육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를 위해 사법연수원이 있고 행정전문가를 위해 공무원 연수원이 있지 않은가. 체계적인 언론인 연수원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Pixabay.

- 그렇다면 정부가 저널리즘스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초기 비용 지원이다. 우선 서울대에 저널리즘스쿨을 만들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공간 및 설비 등 초기자금으로 1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줬으면 한다. 지원을 통해 최소한의 교육 공간을 마련하고, 기업들에게 지원받아 교수 인력 확보, 학생 장학금, 프로젝트 수행경비 등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500억 원을 모아보려 한다.”

- 언론을 위해 거액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가. 언론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설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타당성은 당연히 있다. 양질의 언론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재다. 또 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언론학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도 사회적 가치인 언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저널리즘스쿨은 그 일환이다.”

- 언론의 위기 국면에서 교육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갑자기 저널리즘스쿨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널리즘스쿨은 미디어를 연구하고 교육해온 나의 마지막 소명이다. 서울대에서 저널리즘스쿨 모델이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대학도 따라올 수 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대학교도 참여해 지역언론 활성화를 끌어낼 수 있다. 저널리즘스쿨이 만들어진다면 언론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수습기자들은 코딩 및 비주얼라이제이션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배울 수 있다. 행정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보건대학원·국제대학원 등 전문대학원들이 협동해 고도화된 전문영역 교육도 실시할 수 있다. 언론인들에게 지식 네트워크를 형성해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언론의 책임, 공정성, 투명성 등 언론을 언론답게 하는 규범적 가치를 제대로 전수할 수 있다. 저널리즘스쿨의 교육 내용이 언론 현장으로 간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결국 사람이 답이다.”

- 정말 교육으로 언론계를 바꿀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각이 많을 것 같다.

“교육은 언론의 변화를 촉진하는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다. 저널리즘스쿨에서 나온 아이디어 100개 중 하나라도 성공하면 대한민국의 저널리즘을 선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교육으론 저널리즘의 기반과 혁신을 끌어내기 부족했다. 기존 언론학과들은 이론적인 측면을 교육하기 바빴다. 이론만으론 언론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없다. 살아 숨 쉬는, 진짜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분명히 하고 싶은 건 저널리즘스쿨을 만들려는 사업은 윤석민이라는 개인의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명해지려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충분히 유명하다. (웃음)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언론계에 대한 바람이다.”

▲지난해 8월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언론 전반에 대해 묻고 싶다. 언론에 대해 비판을 넘어 비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언론이 아무리 미워도 소중한 존재는 보듬고 가야 한다. 언론은 자식 같은 존재다. 자식이 말 안 들어서 굉장히 밉다고 해도 팽개칠 수는 없다. 키우고 교육시키고 잘하게끔 하고 하면 그 애들이 나중에 당당한 사회적 주역 역할을 하는 거다. 언론도 같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인터뷰를 우리 언론을 되살릴 수 있는 진짜 아젠다, 제대로 된 아젠다를 제시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 이 상태로 가면 정말 몇 년 안에 우리 언론이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것 같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런 얘기도 못할 것 같아서 그렇다.”

- 평소 전문직주의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최근 ‘김만배 돈거래’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로 언론이 신뢰를 잃고 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언론이 규범성을 상실하다 보니까 생겨나는 문제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우는 악순환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제까지 언론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비난해 왔다고 생각한다.

2021년에 가을 연구 학기에 조선일보 가서 5개월 정도 있었다. 현장을 가게 된 것은 현장에 희망이 정말 더 이상 없나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자들이 언론, 저널리즘을 아무리 얘기해도 현장이 끝났으면 쓸모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을 갔더니 사람들이 너무 지쳐 있었다. 조선일보에서조차 젊은 기자들이 언론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며 떠나려 하고 있었다.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희망이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조급해진 것이다. 한겨레도 현장 관찰을 같이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도 과정을 조선이랑 한겨레랑 비교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일이다.”

▲2021년 11월17일 조선일보 1면과 2022년 2월10일 조선일보 2면 기사.

-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본 희망은 무엇인가.

“이를테면 2022년 초 동계 올림픽 당시 여자 2천 미터 쇼트트랙 스케이팅 계주 기사에서 ‘최민정 마지막 질주’라고 썼다가 거의 11시쯤 53판에서 ‘최민정 마지막 스퍼트’라고 제목을 바꿨다. 왜 바꿨을까 찾아보니 질주(빠르게 달림)보다 스퍼트(일정 시점부터 최고 속력을 냄)가 더 정확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안 바꿨어도 크게 문제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지점에서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례는 2021년 11월 미중 정상회담 끝나고 바이든이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한다고 얘기했다. 대만의 입장에선 파급력이 큰 얘기다. 그래서 그 발언을 일단 탑으로 51판에서 뽑았다. 하지만 52판 회의하는데 국제부장과 부국장이 제목을 놓고 격렬하게 맞붙었다. 결국 최종 제목은 ‘바이든,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 대만은 현상유지’로 결정되었다.

이것이 내가 느낀 감동이다. 이 사회 어디에도 이 이상 소중한 노력은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이처럼 끝까지 집요하게 사실에 매달리는 게 언론이다.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언론이 사회를 지켜왔듯, 이제 사회가 언론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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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13일부터 23일까지 연합군사연습

“연합상륙훈련 등 대규모 야외기동훈련 집중 시행”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03.03 10:35
  •  
  •  수정 2023.03.03 17: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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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방부 청사에서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과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이 13~23일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갈무리-e브리핑]
3일 국방부 청사에서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과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이 13~23일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갈무리-e브리핑]

한미가 오는 13일부터 23일까지 연합군사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를 시행한다고 3일 발표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합참) 공보실장과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연합방위 태세 확립을 위해(서)”라며,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은 “이번 연합연습은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와 최근에 일어난 전쟁 및 분쟁 교훈 등 변화하는 위협과 변화된 안보 환경이 반영된 연습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맞춤형 연습을 실시하여 동맹의 대응능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프리덤실드 연습 기간에는 연합상륙훈련 등 과거 ‘독수리연습’(Foal Eagle) 수준으로 확대된 대규모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고 알렸다. 연합야외기동훈련의 명칭은 ‘전사의 방패’(Warrier Shield)다.

모두발언을 마친 두 사람은 “We go together. 같이 갑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테일러 공보실장은 “유엔사, 연합사, 주한미군사령관 라카메라 미국군 대장을 대변하여 이 자리를 빌려 본 연습 참가 부대인 대한민국 국군, 주한미군사령부, 유엔사령부, 한미연합사 및 지원병력, 민간인원과 유엔 전력 제공국 대표단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연합군사연습에 맞서 물리적 대응을 경고한데 대해, 이성준 공보실장은 “우리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 동맹의 압도적 능력으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테일러 공보실장은 “정례적인 군사훈련, 또 일반적인 군사훈련”이라고 규정하면서 “방어적 성격을 띤 이번 훈련을 통해 철통같은 한미 동맹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능력과 준비태세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피해갔다.

이성준 공보실장은 “미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사항은 작전 보안상 공개가 제한된다”고 말을 아꼈다. 동시에 “한미일은 앞으로 안보 협력을 진전시키고 강화하기 위한 활동들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한미일 탄도미사일 방어훈련의 장소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일본해’라고 표기한 것과 관련, 테일러 공보실장은 “연례 훈련을 통해 준비태세를 강화시키고 대한민국과 한반도를 방어하는 최선을 다하며 이 지역에서의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빠져나갔다.

한국 측이 ‘일본해’ 표기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으나, 미국 측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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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보조금, ‘떡 하나주면 안 잡아먹지’

  • 기자명 김장호 기자
  •  
  •  승인 2023.03.03 17:44
  •  
  •  댓글 0

미국 반도체 보조금은 한국 반도체 산업 약탈을 위한 미끼

윤석열 정부의 식민지노예정책으로는 해결 못해

사우디, 인도에서 배워야 국익을 지켜

1. 미국의 한국 반도체 산업 약탈작전이 시작되었다.

2. 식민지 노예근성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3. 사우디, 인도에서 배울 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8월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칩스 플러스'(반도체 칩과 과학법) 법안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1. 미국의 한국 반도체 산업 약탈작전이 시작되었다

미국 반도체 보조금 때문에 한국에서 난리가 났다. 바이든은 작년 8월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하였다. 미국 내 반도체 산업육성을 위해 약 365조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이다. 이 중 제조시설에 약 75조 원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이어 미 상무부는 지난 달 28일 반도체 보조금 지급조건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 보조금 지급조건이 한국 반도체 업체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그 내용인즉, 첫째로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업체는 중국에 추가 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다. 삼성은 낸드플래시 40%, SK하이닉스는 D램 40%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지금까지 투자 비용만도 50조 원이 넘는다.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물량 중 중국본토로 40%, 홍콩을 통해 20%가 들어간다. 그런데 미국은 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라고 한다. 한국 반도체 업체에게는 죽으라는 소리이다.

둘째로 보조금을 받는 업체가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 초과이윤 75%를 도로 환수하겠다는 조건을 붙였다. 돈 벌어 상납하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이게 보조금인지 대출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밥상 차려놓고 숟가락 뺏는 짓이다.

셋째로 국가안보를 최우선기준으로 하겠다는 조건이다. 즉 군사분야반도체를 납품할 경우 투자업체의 기술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하는 문제, 기술유출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현금흐름, 수익률을 들여다 보겠다고 하니, 회계장부도 공개해야 한다. 이 정보의 수혜자는 미국 반도체 업체가 될 것이고, 얼마 안 가 한국 반도체업체는 경쟁력에서 밀리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미국 보조금 신청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미 삼성은 미 텍사스주에 2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 신청대상이다. 과연 삼성은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하고 보조금을 신청해야 할까?

미국의 전략은 명백하다. 반도체산업이 미중 군사 경쟁에서 첨단무기개발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미래먹거리에서도 지난 시기 석유에 버금가는 전략산업으로 부상하였기 때문에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철저하게 중국을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할 능력이 없다. 때문에 일본, 대만, 한국을 끌어들여 칩4동맹이니 어쩌니 하면서 미국내 생산기지건설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내 투자는 인건비나 각종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막대한 보조금 지급이 불가피하다. 보조금이라도 주어야 아시아생산기지 가격차의 40%라도 만회할 수 있기 때뮨이다. 그런데 미국은 미 보조금 정책을 철저하게 미국 중심, 대중 봉쇄, 동맹 수탈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못 가겠다면 하면 미국은 어떨까? 불편은 하겠지만 일본과 대만을 중심으로 짤 것이다. 대만도 못하겠다고 하면 어떨까? 일본하고 할 것이다. 사실 미국으로서는 일본 말고는 대만과 한국을 장기적으로 믿을 수 없다. 대만은 중국과, 한국은 북한과 겹쳐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만, 한국이 구축한 반도체 생산역량을 가장 빠른 시일 안에 빼먹자는 계산이다. 여기에 일정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역할을 높이자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미 한국과 대만이 미국말을 고분고분 잘 듣고 있지 않은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앞길이 어떨지 명백한데도 현실은 미일의 반도체 탈환전략, 하위동맹 약탈정책에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식으로 계속 말려들어 가고 있다.

2. 식민지 노예근성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미국 보조금 문제는 이미 전기자동차 보조금 관련해서 바이든에게 ’인플레 감축법‘으로 심하게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다. 당시 주미한국대사와 국정원이 사전에 그 위험성에 대해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아무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가 넋 놓고 당했다. 그런데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하여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우연일까?

여기에는 윤석열 정부의 극단적인 대미 종속 일변도 정책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미국의 신냉전 전쟁돌격대, 종미 나팔수, 대미 조공투자의 안내자 역할을 자처하는 윤석열의 식민지 노예 정책의 필연적 결과이다. 미국은 중미대결을 한다면서도 중국의 대미수출은 작년에 25%나 늘어나 471조 원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머저리 같은 윤석열은 쓸데없이 탈중이니, 혐중이니 하면서 대중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이미 작년 무역적자가 472억 달러에 이르고, 올해 들어 1월에 126억 달러로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2월에는 53억 달러 무역적자로 이미 두 달 만에 작년 무역적자의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 중 핵심이 반도체로서 수출이 –42.5%로 반토막 났는데, 다 대중국 무역과 관련된 것이다. 한국은 97년 IMF도 중국 덕분에 빨리 극복했고, 2008년 세계 대공황 때도 중국에 올라타 경제위기를 넘겼다. 사정이 이러한데 지금 같은 경제재난 상황에서 윤석열 눈에는 이것이 보이지 않는가? 미국이 회초리를 들라 하면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윤석열식 식민지 노예근성이 한국 경제, 한국 무역, 한국 반도체 산업을 망치고 있다.

’한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놈이 바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속는 것이 아니라 제 발로 미국의 자국중심의 반도체전략을 맹종하는 형국이니 다른 결과가 나올 리가 없다.

반도체 대책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빨리 미국에 로비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을 고도화해야 한다’. ‘생산기지를 다변화해야 한다’, ‘한국판 반도체지원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등등 온갖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별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보다 근원적인 성찰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 등 반도체 업체와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와 나서서 미국과 뭘 해봤으면 좋겠다고 성토하지만,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눈치이다.

미국판 보조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도 미국처럼 한국판 반도체 지원법을 만들어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고 국내투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구었던 세력들이 있다. 재벌, 전경련, 경총, 주요 경제신문들이 그들인데, 자신들이 미국 못지않은 국내 민중에 대한 약탈공범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언제 국내재벌들이 돈이 없어서 국내에 투자 못 한 것인가. 돈이 있어도 값싼 노동력 찾아 중국으로, 동남아로 나가고 이제는 미국으로 가려다가 된통 당한 것 아닌가. 그동안 국민들이 얼마나 재벌들에게 몰아주었나. 상황이 이 정도 되었으면, 오히려 재벌들이 미국의 매판자본이 아니라 국내경제와 국민고용과 복지에 복무하는 변화된 자세를 보여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윤석열 정부와 짜고 미국에 털린 것을 국내 노동자 민중의 고혈을 짜서 봉창하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 지금 국내재벌의 행태이다. 지금 벌이는 공안탄압, 노동 탄압, 요금인상, 공공기관 민영화, 금산분리 시도들이 다 그런 것들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이래 빼앗기든 저래 빼앗기든 뜯기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무슨 상관을 하겠나.

전기차, 반도체산업의 대미투자를 놓고 한국에 오히려 기회가 된다는 식으로 부화뇌동하고 떠들었던 언론과 전문가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누르니 중국이 추격하는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좋고, 미국 설계능력과 일본 소재부품 장비 기술, 한국업체의 제조기술을 결합하면 반도체 고도화전략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보라. 미국이 보조금이라는 독이 든 미끼로 한국반도체 산업을 집어삼킬 계략을 준비해 왔다는 것을 절절하게 경고한 지식인이 몇이나 되는가. 여전히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경제와 정세를 분석하고 미국과 손잡아야만 살길이 열린다는 식이었다. 이 미국식 자본주의 전파자들은 사실상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약탈을 친미적 전문지식발로 은폐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3. 사우디, 인도에서 배울 점

지정학적 대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에 한 나라의 경제발전은 단순히 자본, 토지, 노동력의 투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주권 문제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지금 한국은 자본은 남아도나 투자할 곳이 없고, 토지는 비좁고, 노동력을 저출산 고령화로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러니 성장잠재력이 제로(0)에 접근하고 있다. 올해 IMF가 유난하게 낮은 성장률을 전망한 것도 한국이다.

심각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 문제는 단순한 성장요소투입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경제주권의 문제이다. 유럽은 주권을 포기하고 미국 추종 정책을 쓰다가 경제가 개발도상국화되어 가고 있다. 반면 인도나 사우디는 이러한 지정학적 전환기에 능동적인 경제 주권을 행사하며 미국, 중국, 러시아에서 모두 이익을 취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대결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한 축을 이루는 국가인데, 값싼 러시아 석유룰 수입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오히려 중국과 경쟁하는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친미 중의 친미국가였던 사우디는 지정학적 격변기를 극적으로 활용하며 탈미 다극화 전략으로 변경하여 중국에 접근하고 브릭스에 합류하려고 하고 있다. 중미 대결 속에서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양측 모두에서 국익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반도체만 놓고 보아도 미국이 자국 내 생산기지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못한 지금이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적기이다. 중국시장도 포기하기 하지 않고 미국도 한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시기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때를 놓치고 나중에 하면 늦는다. 그런데 그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한국민의 불행은 이같은 심각한 전략적 격변기, 지정학적 대전환기에 극단적인 종미 친일분자를 대통령으로 세웠다는 데 있다. 그것도 검찰이라는 칼을 휘두르며 밀어붙이는 자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는데 있다. 그러니 반도체산업 하나만 놓고 보아도 상황은 시급한데 별로 뚜렷한 대책이 나올 수가 없고 오히려 상황만 더욱 나빠질 뿐이다.

김장호 기자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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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응답하라" 용산에 촛불 메시지 놓은 이태원 유가족들

[현장] 유가족들 오열하며 "기억하겠다" 외침... 야3당 정치인들 "특별법 약속"

23.03.02 22:11l최종 업데이트 23.03.02 23:38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해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을 진행한 뒤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은 응답하라’ 촛불글씨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대통령은 응답하라’ 촛불글씨 밝힌 이태원참사 유가족-시민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해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을 진행한 뒤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은 응답하라’ 촛불글씨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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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속히 집회를 마무리해주시기 바랍니다."
"경고방송에도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일 오후 8시 30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을 지키고 선 경찰 차량에서 집회를 중단하라는 경고방송이 나왔다. 같은 시각 길 건너 편에선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오열하는 한 유가족의 어깨를 다른 가족이 두드리며 함께 눈물 흘렸다. "예고된 집회 시각이 도과했다"는 경고방송은 집회가 종료된 이후까지 총 6차례 반복해 흘러나왔다.

부산, 광주에서 올라온 유가족들... "우리는 진실만 알면 된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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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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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참사 유가족 “전국 방방곡곡 촛불 들겠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해 대통령실 인근까지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촛불행진을 진행했다."너희들은 법을 지켜서 애들을 죽였나?"
 
한 희생자의 어머니가 경고 방송이 흘러나오는 방향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바로 앞으로 겹겹이 등지고 대통령실 방향으로 선 경력들이 줄 지어 서있었다. 유가족 70여 명과 이태원시민대책회의 등 주최 측 추산 300여 명의 시민들은 이날 서울시청 시민분향소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10.29 진실의 촛불'을 진행했다. 이날 행진은 이태원압사 참사 최초 신고 시각인 오후 6시 34분부터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가족들은 시청역을 지나 숭례문, 서울역, 남영역, 삼각지역을 지나며 틈틈이 참사로 희생된 가족들의 이름을 불렀다. 한 희생자의 어머니는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딸의 이름을 연신 외치고 오열했다. 이날 행진에는 부산과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유가족들도 함께 참여했다.

유가족들의 요구는 이날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있었다. 행진 직후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 길 위에 촛불로 새겨 놓은 메시지는 "대통령은 응답하라"였다. 유가족들은 윤 대통령에게 독립적 조사기구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 결단과 공식 사과를 위한 면담을 공식 요청했지만, 아직 대통령실로부터 별다른 입장을 전달받지 못한 상태다.

행진 중 마이크를 잡은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우리는 이 밤에 또 다시 길 위로 나왔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이 두려우신가. 우리는 진실만 알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절대 지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이씨의 말에 촛불을 들고선 일부 유가족들이 "맞습니다!" 하고 응답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행진 종료 직후 "더 이상의 유가족 방치는 직무유기이고 직권남용이다"라면서 "마지막으로 호소한다. 희생자들을 인도적으로 추모하도록, 대통령 직무를 소홀히 하지 마시라"고 강조했다.

바로 옆에서 "윤석열 잘한다" 외친 특정 유튜버들... 더 크게 구호 외친 시민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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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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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해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을 진행한 뒤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
▲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해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을 진행한 뒤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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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행진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정당 인사들도 참여해 독립진상조사기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거듭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서영교 의원은 "특별법을 제정하고 진상을 제대로 밝힐 독립기구를 만드는 데 국회에서 힘을 모아 앞장서겠다"고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요즘 여의도가 시끄러워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시던데, 유가족 분들 마음에 대못 박는 일이 없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아이를 유아차에 태우고 함께 집회에 참석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그리스의 장관 이야기를 꺼냈다. 용 의원은 "열차사고로 40여 명의 참사가 발생해 그리스 교통부장관은 억울하게 숨진 이들을 위로하고 존중하는 의미로 사임하겠다 밝혔다고 한다. 이게 상식이다"라면서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159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국민 앞에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감싸기에만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용 의원은 이어 "300명 중 1명인 작은 정당이지만, 누구 힘도 아닌 우리의 힘으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과정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행진 중에는 특정 정치 성향의 유튜버들이 유가족들의 경로를 따라 붙으며 확성기로 시위를 방해하기도 했다. 특히 용산 대통령실 인근인 삼각지역에선 일부 유튜버들이 도로 위에 확성기 차량을 주차하고 "윤석열 잘한다" "정치 선동꾼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행진하던 일부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이들을 향해 "물러나라"를 되받아 외치거나, 아랑곳없이 더 크게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출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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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사퇴했는데, 왜 논란 커지나?

경찰 지휘관에 검사 출신 임명이 부른 참사

인사 검증 시스템 결함과 무책임

학교폭력 사건의 폭발력

사퇴만 하면 잠잠해질 줄 알았던 ‘정순신 사태’는 날을 거듭할수록 논란이 더 커진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각 시‧도 3만 경찰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뜬금없이 검사 출신을 앉히려 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6일 정순신 변호사 등 3명이 본부장 공모절차에 지원했는데, 윤희근 경찰청장이 웬일인지 검사 출신의 정 변호사를 단수 추천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추천 당일 서둘러 임명 절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임명 다음 날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져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른다.

경찰의 수장 자리에 검사 출신을 앉히려 했으니, 경찰 내부에 반발 여론이 생긴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전언에 따르면 정 변호사가 사퇴한 이후 경찰청 인트라넷(내부 소통망) 등에서 경찰 내부인사가 본부장이 돼야 한다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이 신속 정확하게 외부에 알려진 데는 수사 자료를 가진 경찰 내부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인사 검증 시스템 결함과 무책임

논란이 커지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인사 검증 시스템에 결함이 발생했음에도 사과는커녕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인사 시스템의 최대 결함은 모든 절차를 검사 출신들이 담당하는 데 있다. 이번 국가수사본부장 인사만 해도 그렇다.

3차례 검증 절차를 거쳤는데 ▲대통령실 복두규 인사기획관(대검 사무국장 출신), ▲법무부 이동균 인사정보관리단(서울남부지검 출신)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수원지검 출신)이 모두 검사 출신이다.

적임자 선정을 위한 엄격한 검증보다는 검사 출신을 선호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끼리끼리 검증이 인사 참사를 부른 것.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검사 출신 인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인사 참사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

문제는 이런 의구심에 대해 인사 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향한 ‘문책론’에 선을 그었다는 데 있다.

한 장관은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장관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일차적 검증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있고, 그 상관인 제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정순신) 본인이 솔직하게 이를 밝히지 않으면 (학폭 사건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라는 해명만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한 장관은 ‘정순신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 사이인데 해당 의혹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몰랐다. 특별히 같은 일을 하는 부서에 있었거나 개인적 사이는 아니어서, 모른 걸 어떡하겠나”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후보자와 그 가족의 송사와 관련해 상세하게 조사한 인사정보관리단의 ‘세평’ 보고서를 검토한 한 장관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선택적 기억 상실증이 아니라면 전형적인 책임 회피로 볼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 사건의 폭발력

무엇보다 논란이 잠재워지지 않는 이유는 최근 학폭 사건이 가진 폭발력 때문이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학폭 사건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철학과에 합격했다. 정시에는 학폭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서둘러 조속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수없이 많은 학폭 피해자가 이 사건을 지켜보는 조건에서 어물쩍 넘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정 변호사가 아들 입학 때까지 시간을 끌기 위해 사건을 억지로 대법원에 상고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더구나 학폭 추가 피해자가 확인되고, 서울대에 ‘부끄러운 동문’ 대자보가 붙는 등 정순신 아들의 학폭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져 나간다.

급기야 민주당은 “인사 참사의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라”며, ‘권력형 학폭 무마 사건’을 막기 위해 ‘정순신 방지법’까지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된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에 복수를 다짐하면서 한 말에서 학폭 사건의 폭발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

이처럼 학폭 사건은 폭발력이 크다. 그만큼 ‘정순신 사태’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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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에 부활한 ‘반값아파트’ 흥행 몰이

고덕강일 3단지 사전예약, 청년특별공급 75가구 모집에 8,800여명 몰려... 경쟁률 118대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뉴스1
이른바 ‘반값아파트’라 불리는 토지임대부주택이 11년만에 부활했다. ‘건물만 소유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사전예약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400가구를 모집하는데 1만3천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흥행에는 좋은 입지도 한몫했다. 5호선 강일역과 가깝다. 이른바 ‘한강뷰’ 아파트다. 게다가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어 버스 정류장 등 대중교통은 물론 교육시설과 편의시설 등도 갖추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고덕강일 3단지 특별공급 400호에 대한 사전예약 모집에 1만3,262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33.2대1이다.

주거복지의 일환인 토지임대부주택은 공공이 소유한 땅에 건물을 지어 건물의 소유권을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수분양자는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갖는 만큼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집을 소유할 수 있다. 공공 소유의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별도로 내야 하지만, 주변 시세보단 저렴한 수준이다. 토지임대료는 택지조성원가에 3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곱한 뒤 12개월로 나눠서 산정된다.

고덕강일 3단지는 총 1,305세대 규모로 전용 59㎡ 715세대, 49㎡ 590세대다. 이중 반값아파트로 분양되는 물량은 전용 59㎡ 500세대다.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 등 특별공급 400세대, 일반공급 100세대다.

SH는 건물 분양가를 약 3억5,500만원으로 추정했다. 토지임대료 추정가는 월 40만1천원이다. 정확한 건물 분양가 및 토지임대료는 2026년 하반기 예정된 본청약 시점에 최종확정 공고할 예정이다.

이번에 특별공급 사전예약 접수 결과를 살펴보면 청년특별공급(75가구)에만 8,871명이 몰리며 118.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혼부부특별공급(200가구)에는 2,912명이 신청하며 14.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생애최초특별공급(125가구)은 1,479명이 지원하며 경쟁률 11.8대1을 기록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 한파에도 불구하고 고덕강일 3단지 건물분양주택(토지임대부주택)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진행될 일반공급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고덕강일3단지 자료사진 ⓒ서울주택도시공사 제공

 

주변 시세 절반 수준인 분양가에 청년층 몰렸다... 
“여전히 비싼 서울 집값... 반값아파트 청년층 내집마련 기회”


부동산 업계에서는 토지임대부주택의 흥행 요인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분양가를 꼽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고덕강일 3단지 인근 신축 아파트인 강동리버스트 4단지(2020년 준공)의 경우 반값아파트와 동일한 전용 59㎡(11층)가 지난달 9일 7억3,700만원에 거래됐다. 고덕강일 3단지 토지임대부주택의 추정 분양가가 3억5,5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의 절반(48.1%)도 안 되는 셈이다.

전세가격보다도 낮았다. 강동리버스트 4단지 전용 59㎡(5층)는 올해 2월 21일 4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전날에도 동일한 면적의 6층 매물이 4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또 다른 인근 신축 단지인 미사강변센트리버도 마찬가지다. 2016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전용 59㎡(3층)가 지난 2월3일 6억8천만원에 실거래됐다. 전셋값 역시 지난달 20일과 17일 각각 3억8천만원, 4억원에 거래됐다.

고덕강일 3단지 토지임대부주택의 분양가(3억5,500만원)가 매매가보다 3억2,500만원(47.8%), 전세가보다 2,500만원(6.5%) 저렴한 셈이다.

고덕강일 3단지를 공급한 SH도 이번 토지임대부주택의 흥행 성공 요인으로 ‘합리적인 분양가격’을 꼽았다. SH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 한파에도 고덕강일 3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면서 “주변 전세가보다도 낮은 3억5,500만원의 추정분양가가 청약 수요자에게 매력적으로 비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에 생애최초특별공급을 신청한 직장인 A씨는 “서울 강북에서 월세를 살고 있는데, 월세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더 오르면 부담이 너무 커지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던 중 시세의 절반 수준인 토지임대부주택 사전예약 소식을 듣게 됐다. 월세를 계속 사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계산에 무조건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건물만 분양받는 방식이지만 한 번 분양받으면 반영구적 거주가 가능하다. 수분양자는 40년간 거주한 뒤 재계약을 맺으면 40년이 연장돼 최장 8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토지임대료는 SH공사에서 2년에 한 번 인상할 수 있다. 주변 시세가 많이 오른 경우 최대 5% 인상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특별공급에 청년들의 지원이 몰린 이유 역시 “저렴한 시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이 계속 내려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청년들이 서울에 내집마련을 하기엔 집값이 비싸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세의 절반 수준인 반값아파트가 나왔다. 청년들 입장에선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9,333만원이다. 전월(10억1천333만원) 대비 2천만원(-2.0%) 하락했지만, 여전히 10억원에 육박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도 “자금여력이 부족한 청년세대에게 강남권역에 있는 집을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살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메리트”라며 “반영구적 거주가 가능한 데다, 매도 청구시 다시 사주는 만큼 요즘처럼 전세사기가 판치는 상황에선 굉장히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갖고 있다. 청년들의 지원이 몰린 건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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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형벌 규정 대폭 완화에 경향신문 “재벌 봐주기”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3.03.03 07:26
  •  
  •  댓글 1
  •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협력 파트너” 발언 후폭풍 이어져

    대통령실 “반일감정 이용 정치적 반사이익 얻는 세력 있어”…조선 창간 103년 기획기사 선보여

    정부가 기업과 경영인에 대한 경제형벌 규정을 없애거나 행정 제재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에 손보는 경제형벌 규정은 모두 108개로 1차 경제형벌 규정 개선 과제(32개)보다 3배 많은 수준이다. 경향신문은 ‘친기업·반노조’를 노골화하고 ‘재벌 봐주기’라고 규정하면서 이번 규제완화가 공론화 없이 진행돼 되레 사회적 비용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며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하면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지난 2일 “반일 감정, 혹은 혐한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조선일보가 창간 103년을 맞아 가짜뉴스 홍수시대에 진실을 좇는 저널리즘 관련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103년간의 기사에 대해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사료이자 과거와 현재를 잇는 최고의 아카이브”라면서 ‘레트로 조선일보’ 기획도 내놨다. 온라인 홈페이지 조선닷컴의 경우 뉴스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뉴스큐레이션 등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 3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尹 규제완화 지시 후 2차 경제형벌 개선 과제 발표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2일 경제형벌 규정 2차 개선과제 108개를 발표했다. 정부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공정거래법 위반)의 경우 형벌 부과에 앞서 시정명령 등 행정제재를 먼저 내리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면 형벌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법은 독과점 업체가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 활동을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오염물질을 불법으로 배출하거나, 폐기물을 불법처리(환경범죄단속법 위반)했다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집행이 끝난 지 3년 내 같은 죄를 지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내렸지만 앞으로는 형벌 조항을 폐지한다. 

    경향신문은 1면 톱기사 제목을 <‘경제형벌’ 108개 풀고 ‘노조 처벌’ 법령 죄고>, 이어지는 4면 기사 제목을 <다단계·사행행위·안전 소홀 처벌까지 “과잉” 이유로 면죄부>로 각각 뽑고 “정부가 폐지·완화 대상으로 꼽은 형벌 규정에는 다단계판매와 사행 행위, 수중 레저 안전 관리 등 시민의 생명과 건강, 공정 경제와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친기업’ 행보 속 규제 완화 바람에 사회적 비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 3일자 경향신문 1면

    안전에 대한 형벌 규정 수위도 손본다.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과 같은 수중레저사업자가 안전 관리에 소홀한 경우(수중레저법 위반)에는 6개월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왔는데, 이 중 징역형은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안전검사 의무를 위반하거나 수중레저 시설물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당초 정부는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상 의무 위반으로 판단되는 형벌 규정에 한해서만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두 차례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추진 과정에서 안전과 밀접한 형벌 규정까지 날림으로 사라진 모양새”라며 “무리한 안전규제 완화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5년 128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도시형 생활주택’ 규제 완화가 빌미가 됐다”며 “주차 면적과 건물 간 거리 등 각종 규제를 풀어준 결과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불이 옆 건물로 옮겨붙으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사설 <‘경제형벌’ 무더기 완화, 재벌 봐주기 아닌가>에서 “규제완화는 투명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다. 재계나 업자들이 풀어달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정부 혼자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 위기를 이유로 기업들에게는 당근을 주면서 노동자들에게는 채찍을 드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번 규제 완화는 공정거래법, 방문판매법, 수중레저법, 공인중개사법 등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회는 108개 사안 모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尹 3·1절 발언에 대통령실 해명이 논란 키워

    2일 대통령실 관계자와 출입기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기념사 관련 질문들이 이어졌다. 한 기자는 “일제 침략의 원인이 마치 우리 탓인 것처럼 읽힐 수 있는 대목이 있어서 현재 논란”이라며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 말씀 부탁드린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관계는 늘 고민이 많다”며 “그래도 양국 국민들은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어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서 오늘 아침에 모든 조간이 일제히 사설을 썼는데 대부분은 어제 대통령이 했던 연설과 같은 취지에서 논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3일자 국민일보 만평

    경향신문은 사설 <3·1절 기념사 비판이 ‘반일감정 이용한 반사 이익’ 시도라니>에서 “언제부터 그렇게 언론 보도를 존중했다는 것인지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한국과 일본에는 두 세력이 있는 것 같다. 한쪽은 어떻게든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세력, 또 하나는 어떻게든 반일 감정과 혐한 감정을 이용해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라며 “어느 쪽이 좀 더 국익을 위해 고민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고민하는 세력인지 국민들이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무지한 폄훼이자 전형적인 이분법적 갈라치기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일본은 최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미래로 가자는 것은 역대 모든 정부가 견지해온 외교의 기본 틀인데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미래로 나아가자는데 어떤 시민이 수긍하겠나”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일 정부 간에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해법 협의가 한창”이라며 “윤 대통령 기념사는 한국이 협상에서 양보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정치적 반대 세력의 공세로 치부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 관련해 일본 피고 기업이 어떤 형태의 피해보상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고, 한국 정부는 배상의무를 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한국이 판결금을 변제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조선일보는 <韓 정부 큰 부담 안고 대승적 자세 표명, 日 정부가 호응할 차례>에서 “정부의 대리 변제 방안에 대해 한국에선 반대 여론이 강하다. 가해자인 일본의 책임을 왜 한국이 대신 짊어지려고 하는가 하는 의문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사과와 함께 피고 기업의 보상 참여는 한국 내 반대 여론을 극복해 한일 관계를 미래로 돌려놓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3일자 조선일보 사설

    한국 정부가 부담을 진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가 자국 간 기업의 자발적 보상 참여 여부까지 방침을 정해 결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일본 정부가 보상 참여 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밝혀도 한일 관계는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파트너’ ‘협력자’ 발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한국 대통령이 3·1 기념사에서 일본을 가해자로 비판하거나 반성·사죄를 요구하지 않고 협력을 강조한 것은 한국에선 쉽지 않은 대승적 자세를 표명한 것”이라며 “이제 일본 정부가 화답할 차례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 창간 103주년, 기획기사와 홈페이지 개편

    조선일보는 창간 103주년을 맞아 “조선일보는 복고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최고의 아카이브”라며 “최근 화제인 복고 키워드 10개를 뽑고 과거 지면을 현재와 비교해 독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보여 주는 기획 ‘레트로 조선일보’”를 준비했다. 1920년대 젊은 세대에 대한 당시 신문의 평가, 1970년대 포니 자동차 관련 소식, 최근에도 인기인 붕어빵 관련 과거 소식 등을 다뤘다. 

    ▲ 3일자 조선일보 기사

    조선닷컴 홈페이지도 새 단장을 했다. 조선일보는 “뉴스Q(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해 대장동 사건,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실시간으로 속보를 이어붙여서 독자들이 따라가면서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슈별 쟁점, 주요 인물 등을 따로 분류해 궁금증을 풀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또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오피니언 기사를 읽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 신문은 “이번에 도입하는 ‘칼럼 읽어주는 AI성우’는 기존 딱딱한 음선 변환 기술이 아닌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요앻 자연스럽고 또렷한 발음을 제공한다”고 했다. 

    또 조선닷컴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기존 세로형 뉴스 나열형 편집방식에서 가로형으로 바꿨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에선 좌우 스와이핑 기능을 확대해 더 많은 기사를 보기 위해 화면을 내려야 하는 불편을 줄였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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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러시아·중국, 난감한 인도…G20서 재확인된 분열

G20 외무장관 회담, 공동성명 없이 폐막…美-러시아 외교장관은 10분간 '대화'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3.03.03. 07:18:04 최종수정 2023.03.03. 08:01:01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주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러시아에 돌리며 "당장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이런 주장에 반대했다. 평소 외교적 독립성을 강조해오던 인도는 이번 G20 외무장관 회담 의장국으로서 이들 사이의 의견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실패했다.

 

2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외무장관 회의는 팬데믹 이후의 경제 회복, 에너지·식량 안보 등과 같은 국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 2년째를 맞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여전히 의제의 중심에 있었고, 결국 공동 성명 발표 없이 막을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국제 평화와 경제적 안정을 위해 러시아가 침략 전쟁을 끝내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것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며 "불행하게도 이번 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유 없고 정당하지 않은 전쟁으로 또다시 얼룩졌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G20 의제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맞서면서 서방이 러시아의 농산물 수출을 방해해 세계 식량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극한 의견 대립으로 G20 정상회의는 공동성명 발표 없이 마무리 됐다. 인도는 대신 의장 요약 및 결과 문서를 통해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그것이 엄청난 인적 고통을 야기하고 세계 경제의 기존 취약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며 "핵무기의 사용이나 위협은 용납될 수 없다. 갈등의 평화적 해결, 위기 해결 노력,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 문서는 각주에서 "오늘날 시대에 전쟁은 안 된다.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이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나힌드라 모디 총리는 사전 녹화된 개막 연설에서 "우리가 함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우리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방해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를 했지만, 결국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주말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도 같은 이유로 공동성명 발표 없이 끝났다.

 

한편, 블링컨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G20 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대면 회동을 가졌다. 약 10분간 진행된 이날 회동은 미국 측의 요구로 이뤄졌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핵무기와 관련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복귀하라고 "간략히" 이야기를 나눈 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 쌍방이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줄이고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협정으로, 최근 러시아는 이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러시아에 스파이 혐의로 구금돼 있는 미국인 폴 휠런의 석방과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전쟁이 지속되는 한 지원할 것이란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전쟁을 끝내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창출할 유의미한 외교에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는 "두 장관은 이동 중에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며 협상이나 회담을 열지는 않았다고 짧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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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써, 말아?” 4년 만의 대면 입학식···새 학기 학교는 ‘혼란’

김나연 기자

방역 지침 완화, 대부분 ‘학교 자율’로

학교선 “자유” 신입생 대부분은 ‘마스크’

일관된 지침 없어 문의 이어지고 혼란도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에서 4년 만의 대면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에서 4년 만의 대면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스크를 벗어야 해, 말아야 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 체육관. 초등학교 6년 중 절반을 코로나19와 함께 지내야 했던 학생들이 이날 중학생이 됐다. 서울여중은 사전에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이 ‘자유’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220명의 신입생 중 민얼굴을 드러낸 학생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담임교사 소개 순서를 앞두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지 말지 고민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학급에서 유일하게 ‘노마스크’로 참석한 노은서양(13)은 “눈치가 보이긴 해도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마스크 벗은 얼굴로 인사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반대로 학부모 김태화씨(41)는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어 마스크를 쓰고 왔고, 딸도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챙기고 등교했다”고 말했다.

마스크 없는 대면 입학식이 가능해 진 것은 2019년 이후 4년만이다. 2020년에는 대부분 학교가 4월 중순이 지나서야 개학하면서 입학식을 생략했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비대면 또는 거리두기 입학식이 열렸다. 김태화씨는 “(초등학교)4학년부터 6학년까지 큰 행사들이 안 열렸기 때문에 언제 또 이런 행사가 취소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입학식에 왔다”고 말했다.

2일 서울 강동구 강빛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학생들이 인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일 서울 강동구 강빛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학생들이 인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번 입학식을 시작으로 학교에는 완화된 방역지침이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 1월30일부터 학교 내 마스크 착용을 자율화했다. 새 학기부터 발열검사와 급식실의 칸막이 설치 의무도 없어졌다. 학생과 교직원 전체가 입력해야 했던 자가진단 앱은 감염 위험이 있을 때만 등록하도록 변경됐다.

 
 
 
 
 

교육부가 마스크 착용·발열검사·급식실 칸막이 등 주요 방역지침을 학교 자율에 맡기면서 현장에는 혼란이 생겼다. 대면 입학식이 부러워 구경 왔다는 2학년 오은채양(14)은 ‘노마스크’를 찾아보기 힘든 입학식 풍경이 아쉽다며 “올해부터 자유라고 알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는 얘기도 들려서 쓸지 말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정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음에도 교실과 급식실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교 1·4학년 자녀를 둔 A씨(45)도 새 학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공지 문자를 받았다. 그는 “학교에서만 굳이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건 이해되지만, 이미 학교 밖에서는 거의 마스크 없이 생활하지 않느냐”고 했다.

정부가 일관된 지침을 주지 않으니 학교에서는 마스크 자율화를 요구하는 민원과 방역지침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 초등학교 교사 B씨(25)는 “왜 다른 학교보다 방역을 더 강하게 하느냐는 식의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마스크를 벗으면 수업할 때 덜 불편하지만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이 생길까봐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자율화를 원하는 의견도 있지만, 학교에서는 코로나19가 터지면 곤란하니 일괄적으로 의무화를 하는 게 낫다고 보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의 방침이 학교 현장에 직접적인 해결책이 된 것은 없다”며 “대부분 학교가 방역지침이 바뀌기 전과 거의 동일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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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리·월성 16개 원전 설계 때 ‘지진 우려 단층’ 고려 안했다

등록 :2023-03-02 05:00

수정 :2023-03-02 09:42

김정수 기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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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단층조사서 ‘설계고려단층’ 5개 확인

행안부, 발표 미루다 산하기관 누리집에 공개

야 “원전확대정책 파장 우려 어물쩍 공개 의심”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설계고려단층) 5개가 부산·울산의 고리원전과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정부 용역 단층조사를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이들 활성단층은 과거 원전 건설을 위한 지질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아, 원전 설계 때 고려되지 않았다. 월성과 고리에는 원전 14기가 건설돼 있고, 현재 2기가 건설 중이어서 내진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16년 9월 경주 지역에서 잇따른 지진으로 안전점검을 받은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최근 발표된 2017~2021년 행안부의 단층조사 결과 월성원전과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원전 설계에 고려되지 않은 5개의 ‘설계고려단층’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고리·월성원전 인근에 ‘설계 때 고려해야 하는 설계고려단층이 5개가 있다’는 설명자료를 제출했다. 원자력 이용에 따른 안전관리에 필요한 대책 등을 마련하는 조직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시를 통해 50만년 이내에 2차례 이상 또는 3만5천년 이내에 1차례 이상 움직인 단층을 ‘활동성 단층’으로 규정하고, 이것이 원전 반경 32㎞ 안에 위치하면서 길이가 1.6㎞를 넘거나 반경 80㎞ 안에 있으면서 길이가 8㎞ 이상인 경우 ‘설계고려단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설계고려단층을 따로 분류한 것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특히 이를 고려해서 원전 내진 설계 등을 하라는 취지다.

고리·월성원전 주변에 설계고려단층이 있다는 사실은 애초 행정안전부 연구용역을 통해서 밝혀졌다. 행안부는 지난 1월 소속 기관인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누리집에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최종 보고서를 올렸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이뤄진 연구용역의 결과물이다. 여기에는 한반도 동남권(경남·북, 부산, 울산)에서 14개의 ‘활성단층 분절’이 확인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활성단층은 지질학적으로 최근인 신생대 제4기(258만년 전 이후)에 지진으로 지표가 파열돼 가까운 미래에 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다. 분절은 활성단층의 일부 구간을 말한다. 이들 14개 활성단층 분절 가운데 5개가 원전 반경 32㎞ 안에 있으면서 길이가 1.6㎞ 넘는 설계고려단층인 것이다.

이 5개는 울산 삼남읍 상천·방기·신화리의 삼남분절(2.0~10.5㎞), 경주 암곡동 왕산분절(2.1~5.9㎞), 울산 북구 창평동 차일분절(2.8~4.2㎞), 경주 외동읍 말방·활성리 말방분절(3.5~4.3㎞), 경주 천군동 천군분절(2.0~4.0㎞)이다.

고민정 의원실과 <한겨레>가 이들 5개 활성단층 분절의 좌표를 구글 지도에 입력해보니, 이 가운데 원전과 가장 가까운 단층은 차일분절로 월성원전까지 불과 12㎞ 거리에 있었다. 천군·왕산·말방분절은 월성원전 반경 13~21㎞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남분절은 고리원전 반경 26㎞ 안에 위치했다.

문제는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단층이 원전 근처에 있지만, 지난 40여년간 고리와 월성에 들어선 원전 14기는 물론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설계에도 설계고려단층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수원이 고민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원전 설계에 고려된 단층은 5개 단층과 별개인 경주시 양남면의 읍천단층 하나 뿐이다. 읍천 단층은 행안부 단층조사 결과 길이가 1.5㎞에 불과해 원안위 기준에 따른 설계고려단층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안전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행안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 평가를 수행 중”이라면서도 “국내 원전은 밝혀지지 않은 단층으로 인한 최대 잠재지진까지 고려해 충분한 내진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리·월성의 원전 16기 가운데 활성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규모 6.5 이상 지진의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것은 신고리 3~6호기 4기뿐이다. 행안부 단층조사에 부산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손문 교수(지질환경과학과)는 활성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에 대해 “평가할 때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마다 조금 달라도 최대 7 정도까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홍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고리·월성원전 대부분이 노후 원전으로 접어들고 있어 활성단층 발견이 더욱 우려스럽다”며 “각계 전문가들이 붙어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수원은 과거 원전 부지 조사에서 설계고려단층을 찾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단층조사 기술과 경험 부족으로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과거 한수원의 원전부지 조사와 최근의 행안부 단층조사에 모두 참여한 전문가는 조사기술 부족보다 조사 의지 부족을 근본적 이유로 꼽았다. 이 전문가는 “과거 조사는 우리가 열심히 찾으려고 해도 한수원 쪽에서 진짜 위험한 게 안 나오기를 바라며 했고, 이번 행안부 조사는 목적이 찾는 거여서 꼭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한수원 원전 부지조사 때 투입된 인원이 20명 수준이라면 이번 단층조사에 투입된 인원은 100여명 수준”이라며 “지금 인원만큼 투입했으면 (설계고려단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해바라기 대표변호사는 “원전은 지을 때마다 새로 지진지질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했다면 과거엔 몰랐더라도 최소한 신고리 3~6호기 지을 때는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찾아내 위험을 평가하면 원전을 짓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원전 설계고려단층을 포함한 14개 활성단층이 확인된 것을 계기로 원전뿐만 아니라, 학교, 아파트 등 모든 건축물과 교량, 터널, 송유관 등의 구조물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각 관계기관에 통보해 기존 시설물에 대해 내진 보강 여부를 확인하고 장기적으로는 내진 설계 보완 검토를 하도록 했다”며 “올해 수립할 제3차 지진방재종합계획에도 보완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진은 원전에 가장 위협적인 자연재해라는 점에서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정부 태도를 두고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행안부는 지난해 1월 단층조사 결과 최종보고서를 제출받고도 발표를 미루다 올해 1월 소속 기관 누리집에 올리는 형식으로 공개했다. 고민정 의원은 “정부가 15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투입해 활성단층을 대거 찾아내고도 흔한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은 것은 원전확대정책에 끼칠 영향을 우려한 조처였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활성단층이 원전 뿐 아니라 원전 부지의 고준위 방폐물 저장에 끼칠 영향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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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3.1절 기념사, 세 가지에 경악했다

[분석] 한일 최대현안 '강제원 노동' 언급 전무... '침략자'엔 면죄부 주고 '파트너'로 격상

23.03.01 20:07l최종 업데이트 23.03.01 20:34l


2023년 3월 1일은 3.1절 104돌이자, 윤석열 정부가 맞는 첫 3.1절입니다. 또 한일 사이의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노동 문제의 해결이 임박했다는 말이 나오는 때에 열린 3.1절 기념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내용이, 그중에서도 일본에 대한 메시지가 무척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술에 물 탄 듯한 대일 메시지를 내긴 했지만, 광복절과 3.1절은 의미가 매우 다릅니다. 광복절이 일제식민통치로부터 해방을 축하하는 경축일이라면, 3.1절은 일제의 무단 통치에 항의해 자주독립을 외친 선열의 행동과 뜻을 기리는 날입니다. 따라서 광복절 경축사보다 3.1절 기념사가 일본에 대해 더욱 매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지금까지 역대 정권도 그렇게 해왔습니다.

압도적으로 짧은 기념사에 내용도 빈약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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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보고, 세 가지 점에서 경악했습니다.

첫째, 기념사 분량이 압도적으로 적은 것에 놀랐습니다. 보통 역대 대통령은 20분에서 30분가량의 3.1절 기념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5분 30초에 불과했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1/4에서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글자 수로 따지면, 달랑 1022자입니다. 200자 원고지로 5장이 좀 넘는 양입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와 대략 비교를 해봐도 절반 정도입니다.

양이 적다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말로 유명한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불과 272개 단어로 돼 있습니다. 양보다는 질이 문제라는 얘기겠지요.

그래서 제가 두 번째로 놀란 것이 내용의 빈약함이었습니다. 3.1절 기념사라고 하면, 우선 3.1운동에 관한 평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04년 전 3.1 만세운동은 기미독립선언서와 임시정부 헌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었습니다"라는 대목이 3.1운동에 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는데, '3.1 독립운동'을 만세운동으로 격하한 것부터가 거슬립니다. 또 가장 핵심인 '누구로부터 독립'인가는 쏙 빼놓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라고 추상화했습니다.
 
2022년 3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2022년 3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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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 3.1절 103돌 기념사를 한 번 대비해 보시죠. 문 대통령은 자신의 마지막 임기 3.1절 기념사에서 시종일관 '독립운동'이라는 용어를 썼지 '만세운동'이란 말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또 기념사 곳곳에서 3.1 독립운동의 의미를 거론하면서, 일본과 관련해서는 "우리 선조들은 3.1 독립운동 선언에서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을 극복하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자고 일본에 제안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마음도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독립운동 선언의 내용을 빌려 일본의 반평화적 태도를 지적한 것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에는 일본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지적하거나 겨냥한 대목이 한 곳도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 내용에서 또 문제가 되는 대목은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라는 곳입니다.

우리가 잘못해서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을 받은 것을 얘기할 뿐, 일본이 조선의 반발과 저항을 무력으로 제압하며 병탄한 침략주의에는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침략 야욕이 있어도 그를 물리칠 힘이 있었다면 식민지로 전락이 되지 않았겠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일제에 항거해 전 국민이 들고일어난 3.1 독립운동을 기리는 날에 피해국의 대통령으로 할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인식은 당시 강대국이 약소국을 식민지로 삼는 것은 당연했다는 아베 신조와 같은 일본 우익의 수정주의 역사관, 그리고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를 통해 근대화했다는 식민지 근대 사관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 촉구 전혀 없어,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도 회피
 
104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게 서울시민들이 ‘평화인권훈장’을 수여하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는 근로정신대 문제를 알린 공로를 인정해 양금덕 할머니에게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서훈후보로 최종 추천했으나, 한일관계 복원을 더두르는 윤석열 정부의 방해로 무산됐다. 양금덕 할머니가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104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게 서울시민들이 ‘평화인권훈장’을 수여하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는 근로정신대 문제를 알린 공로를 인정해 양금덕 할머니에게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서훈후보로 최종 추천했으나, 한일관계 복원을 더두르는 윤석열 정부의 방해로 무산됐다. 양금덕 할머니가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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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지막으로 놀란 것은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반성 촉구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아마 대한민국이 독립한 뒤 나온 역대 한국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가운데 처음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윤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이 윤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를 통해 던지려는 핵심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특히,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일본이 '일본군위안부'의 존재 사실조차 부인하고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끝났으며,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엔 눈을 감은 채, 일본을 '침략자'에서 '협력 파트너'로 세탁해주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요. 설령 협력 파트너로 할 일이 있더라도 과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윤 대통령이 한일 갈등 해결의 모델로 강조하는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도 '과거 직시'와 '미래 지향'이 동전의 앞뒤처럼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언의 핵심은 오부치 총리가 한국이 이룬 민주화를 높이 평가하고, 이를 받아서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이 평화헌법을 준수하며 비핵 3원칙과 전수방위 아래서 국제사회에 공헌한 것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지금 일본이 과연 그런 것을 준수하고 있습니까. 오히려 '안보 3 문서'를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본격적으로 체제를 개편하고 있는 게 실상입니다.

일본과 최대 현안인 '강제 동원 노동' 문제의 해결이 가깝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해 기념사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라고 봅니다. '한국이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일본 쪽의 요구를 이미 전적으로 수용했거나, 민감하니까 피해 가는 것입니다. 저는 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마, 모두 식민지 피해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닙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에 맞장구 친 대일 인식

이번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내용을 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1월 일본 정기국회 총리 시정방침 연설과 운이 맞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당시 기시다 총리는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한 대응에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인 한국과는 국교 정상화 이후의 우호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긴밀히 의사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전 해에는 단지 '중요한 이웃'이라고 했는데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한 대응에 협력해 나가야 할"이란 수식어를 붙여 띄워준 것이죠.

이번에 윤 대통령은 여기에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열거하며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화답한 것이죠.

이러니 일본 쪽의 반응이 어떻겠습니까. 거의 모든 일본 미디어가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노동 문제에 언급하지 않았으며, 일본을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로 규정했고, 미래 지향을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모두 일본이 바라는 바대로 말한 셈입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듯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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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협력 파트너” 윤 대통령 3·1절 기념사에 나뉜 언론 평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3/02 08:39
  • 수정일
    2023/03/02 08: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03.02 07:40



한겨레 “현안 덮어두고 일본을 파트너로 띄운 윤 대통령”

조선일보 “한국 이제 과거사 싸움해야 하는 수준은 넘어선 나라”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 “검찰 출신 대통령 주변 포진…언론 지적에도 대통령조차 문제라고 여기지 않아”

디지털콘텐츠 봄 개편 소식 전한 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제104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일본 정부에 과거사 관련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던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일본을 “협력하는 파트너”로 규정하며 대일협력을 강조했다.

한-일 협의가 진행 중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3·1절 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3면 사진 갈무리.

2일 주요 아침신문들은 1면에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실었지만 평가는 달랐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진보언론은 중요한 현안은 덮어둔 일방적 저자세 대일외교라고 비판한 반면 보수언론은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3월2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3면 기사 <일본 책임 묻긴커녕…“우리가 세계변화 준비 못해 국권 상실”>에서 윤 대통령이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일제 식민지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우리 내부 책임이란 주장으로 읽힌다”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한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는 과거사 인식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3면 기사 갈무리.

<현안 덮어두고 일본을 파트너로 띄운 윤 대통령>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균형감을 잃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하필 3·1절 기념식에서 아무런 대국민 사전 설명도 없이 갑자기 우리의 일방적 양보를 시사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야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이날 메시지가 우리 정부의 저자세 대일 외교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며 “당장 양국 협의가 진행 중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서도 일본 쪽의 입지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도 3면 정치면 주제를 ‘3·1절 기념사 논란’으로 정하고, <일본의 변화 요구 없이 “관계 개선”…일방적 저자세 비판>에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일본에 대해 일방적으로 협력 의지만 강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미래만 강조하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을 분명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반성 없는 일본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3·1정신에 부합한다는 윤 대통령의 말은 궤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3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국가지도자로서 헌법 전문에 명시된 3·1운동의 의미를 제대로 새기고 있는지 의심케 하는 연설”이었다며 “주요 기념일의 연설은 지도자가 자신의 비전을 시민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해 사회통합을 촉진하고 국정운영 동력을 만들어가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다운 비전도, 리더십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망스러운 연설로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했다.

반면, 보수언론의 해석은 달랐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 <징용 협상·정상회담 고려…日에 ‘가해자’ 표현 안해>에서 “양국이 과거사를 직시하되 미래를 내다보고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며 “양국 외교 당국 간에 진행 중인 강제징용 협상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이제 과거사 싸움해야 하는 수준은 넘어선 나라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과거 대통령들은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날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연설 뒤 한일 관계가 서먹해지고 과거사 문제도 더 꼬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곤 했다”며 “과거에 매몰돼 관성적으로 일본을 때리는 것은 국가 이익을 해치고 전략적 선택지를 스스로 제약하는 일이다. 한국은 이제 과거로 논쟁하는 나라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윤 대통령의 기념사가 한일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을 촉진시켰다는 평가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6면 기사 <尹, 3·1절 ‘위안부-징용’ 언급 안해…이달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는 “한일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의 핵심 쟁점을 놓고 막바지 협의 중인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며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력 의지를 드러내면서 한일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 동아일보 6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무엇보다 강제징용 등 한·일 현안 타결을 도모하는 시점이라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화답을 끌어내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고 했다. 이어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굴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야당이 국내 정치적 목적에서 이렇게 꼬집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치 현실을 직시하면 지금은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할 때란 지적이 다수”라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한겨레 “인사 참사 책임 안 진다는 한동훈, ‘무책임 정부’의 민낯”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와 관련해 검증 실패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책임선상에 있는 공직자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인사 검증 실패하고도 밀실·비밀주의 고집하는 법무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법무부는) 정작 국회와 언론이 묻자 함구하며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검증 절차와 내용이 불투명하니 인사 실패가 드러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바뀌지도 않는 것”이라며 “온통 검찰 출신으로만 짜인 인사 라인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검증 시스템의 문제라며 인사 라인 개편엔 선을 긋고 있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인사 검증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인사 검증 절차를 투명하게 밝혀야 잘못을 고칠 수 있다. 책임질 사람엔 책임을 묻고 검찰 일색의 인사 라인도 개편해야 한다”며 “막연히 시스템 문제라고 하면 인사 실패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힘들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검증 작업을 하고 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부터 법무부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일차적 인사검증 기구인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통솔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8일 ‘제가 정무적인 책임감을 느껴야 되는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엔 ‘아니다’라고 잘랐다”며 “말로는 책임감 운운하면서 실제 책임은 지지 않겠다니 국민을 우롱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아울러 한 장관이 “구조적으로 지금 (인사검증) 시스템이 걸러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권한 집중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에 대규모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더니 이제 와서 구조적 문제니 시스템 결함이니 핑계를 대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라며 “인사정보관리단은 거꾸로 국회와 언론의 질문에 일체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책임 정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부다. 국민보다 대통령 측근이나 검사 출신 공직자들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 국정 행태”라며 “이런 ‘끼리끼리 국정’을 고집하면, 갈수록 더욱 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도 ‘김순덕 칼럼’에서 “국민이 검폭에 받은 충격은 너무나 큰데도 대통령실에서도, 법무부에서도 책임진다는 사람 하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 출신들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좌우 불문 언론이 아무리 지적해도 대통령조차 문제라고 여기지 않으니 시정이 될 리 없다”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은 ‘책임정치’를 하는 나라들이다. 그 나라들과 연대 협력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질 검찰 출신들은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했다.

▲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갈무리.

 

디지털콘텐츠 봄 개편 소식 전한 동아일보

 

동아일보가 디지털콘텐츠 봄 개편 소식을 전했다. 동아미디어그룹(DAMG)의 분야별 대표 콘텐츠 12개를 새롭게 선보인다. 낮 12시를 전후한 웰빙존에 취미와 여가생활을 위한 콘텐츠가 늘어나고, 주말에는 육아와 연예 콘텐츠가 추가된다.

▲ 동아일보 2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는 2면 기사 <뉴욕人-연예위키-부동산 빨간펜… 풍성해진 동아 디지털콘텐츠>에서 “스포츠와 과학, 게임, 연예까지…동아미디어그룹의 내로라하는 전문기자들이 ‘어벤저스’처럼 모인다”며 “야구 경기 없어 허전한 월요일엔 스포츠동아 강산 기자의 ‘스퀴즈번트’가, 축구 경기 없어 헛헛한 화요일엔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의 ‘풋볼빅이슈’가 있다. ‘이 주변의 연예박사’를 원한다면 금요일 ‘이승미의 연예위키’를, ‘좀 아는 자동차 덕후’를 만나고 싶다면 수요일 ‘원성열의 카이슈’를 찾으면 된다”고 소개했다.

과학전문지 동아사이언스 신수빈 기자가 풀어주는 과학 ‘씨즈 더 퓨처’, 게임동아 조영준 기자의 ‘게임인더스트리’, IT동아의 ‘이럴 땐 이렇게’ 코너 등은 과학, 게임, IT 소식을 전한다. ‘김현수의 뉴욕人’에서는 김현수 뉴욕특파원이 한 달에 두 번씩 뉴욕인들을 소개하고, 네 아이 엄마인 이미지 기자가 ‘포에버 육아’에서 육아 노하우를 소개한다.

이밖에도,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부동산 정책부터 청약, 상업용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등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설명해주는 ‘부동산 빨간펜’, 대장동 이슈를 비롯한 법조계 현안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법조 Zoom In’, AI와 데이터로 세상을 분석하는 ‘서영빈의 데이터경제’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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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없는 일본, 퇴행 거듭하는 윤 정부에 맞서는 게 3.1항쟁 정신'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 "굴욕적 한일합의 중단, 日 식민지배 사죄 배상"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3.01 19:55
  •  
  •  수정 2023.03.01 22:53
  •  
  •  댓글 0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홍정)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역사정의평화행동, 박석운 대표),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 배상을 촉구하는 의원모임(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 김상희)은 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경민 진보당 공동대표 등 야3당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윤석열 굴욕외교 한일합의 중단! 일본 식민지배 사죄배상 촉구!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홍정)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역사정의평화행동, 박석운 대표),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 배상을 촉구하는 의원모임(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 김상희)은 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경민 진보당 공동대표 등 야3당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윤석열 굴욕외교 한일합의 중단! 일본 식민지배 사죄배상 촉구!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제의 식민 지배에 맞서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전민중이 항거에 나선 3.1절 104주년을 맞아 정부 행사와 별도로 민주주의 회복과 민족 화해, 통일 한반도의 평화를 다짐하는 시민들의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홍정)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역사정의평화행동, 박석운 대표),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 배상을 촉구하는 의원모임(강제동원 의원모임, 대표의원 김상희)은 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경민 진보당 공동대표 등 야3당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윤석열 굴욕외교 한일합의 중단! 일본 식민지배 사죄배상 촉구!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인 김경민 6.15남측위 상임대표, 일본군 성노예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인 이나영 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김상희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 배상을 촉구하는 의원모임' 대표 등은 대회 주최단체를 대표해 한 대회사에서 먼저 △군국주의 전쟁국가화 △과거 식민지 불법강점과 민간인학살, 강제동원, 성노예제에 대한 역사왜곡 △피해자와 재일동포를 멸시하는 오만방자한 태도 △방사성 오염수 배출 등 일본의 범죄행위를 낱낱이 고발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전범기업과 전범 국가의 공식적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배제한 채 한국 기업의 기부금으로 보상한다는 안을 강제동원 해법이라고 끈질기게 들이밀면서 피해 생존자들의 용기와 권리를 외교적 거래대상으로 전락시키고 가해자인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행태는 윤석열 정부가 "죽음으로 돈을 벌고 다시 죽음을 부추겨 세를 확장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민족적 자존심도 내팽개친 채 굴욕적 외교로 일관"하면서 "전쟁 국가로 향하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위해 역사 정의를 짓밟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반성을 모르는 일본 정부와 역사를 끝없이 퇴행시키고 민주주의를 도살하려는 대한민국 위정자들과 맞서서 어떤 공격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을 다짐한다"고 하면서 "이것이 바로 일제의 불법 강점과 민중수탈에 저항하며 주권을 되찾고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새로 세우고자 했던 3.1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양금덕 할머니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금덕 할머니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18년 11월 29일 전범기업의 피해배상이라는 역사적인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장본인인 양금덕 할머니는 무대에 올라 "(대법원 판결대로 주면 모르지만 우리 기업 돈으로 배상금을 준다면)나는 그러기는 싫다. 아무리 없어도 이런 놈들한테 사죄를 받고 싶지 이리 동냥해서 주는 돈은 내 목적이 아니다"라고 거듭 단호한 뜻을 밝혔다.

양금덕 할머니는 16살 나이에 중학교 보내준다는 꼬임에 속아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에서 하루 10시간씩 비행기부품을 닦던 근로정신대 피해자이자,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래 31년째 일제피해자 권리회복 운동에 기여해 온 인권운동가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추천한 양금덕 할머니를 서훈대상에서 배제해 빈축을 산 바 있다.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인 박석운 역사정의평화행동 대표는 결의발언을 통해 "일본 정부의 사죄도, 일제 전범기업의 배상도 실종되었고 대법원의 확정 판결도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해법안에 대해 양금덕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분들께서 '그 돈 안 받겠다'고 반대하시면서 정부의 계획은 계속 무산되고 있다"며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안을 제시한 지난 1월 12일 공청회가 갑작스럽게 발표되었지만 양금덕 할머니 등의 반대로 1천여개 단체와 300여명의 개인이 비상시국선언을 발표하고 45명의 국회의원이 동참하는 결과로 나타나자 설 명절 전에 마무리하려던 정부계획이 1차 무산됐다는 것. 

3월 초에 끝내려는 정부의 2차 계획은 일부 언론의 단독보도 형식으로 보도되었다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며 사실상 무산되었다고 말했다.

내용인 즉, 2월 말까지 피해자를 설득하여 3월 1일 대통령 담화를 발표해 확정한 후 3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세계야구대회 한일전을 일본 기시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이 함께 관람하며 굴욕적인 합의안을 기정사실화 하려했다는 것.

그러나 이 역시 지난 2월 16일 국회에서 강제동원 의원모임이 구성되고, 올바른 해법안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3.1절에 즈음해 3,100명이 참가하는 1인시위와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 등 거대한 국민적 저항이 표출되면서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고 진단했다.

박석운 대표는 "오는 5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관 형식으로 초청받기를 구걸하면서 일본의 사죄나 전범기업의 배상도 없는 굴욕적 합의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고 하면서 "불행한 사태의 진행이지만 예상되는 윤석열 정부의 친일 매국 행위를 돌파하는 국민적 승리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방위적 시민연대가 필요하다"고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구체적으로는 양금덕 할머니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시민훈장'을 드리겠다는 취지로 진행중인 '대한민국 시민훈장 프로젝트' 크라우드 펀딩과 4월 25일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개최할 예정인 시민콘서트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정부가 굴욕적인 강제동원 입법안을 졸속적으로 강행하려 한다면 주권자인 국민들이 긴급하게 진행될 전국적인 반대투쟁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상희, 윤영덕, 유정주, 박주민, 이용선, 이용빈, 서영교, 김경협, 남인순, 이수진 등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참가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피해자가 억울해서 가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해라, 배상해라 이렇게 요구하고 있는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나서서 돈 필요해 얼마면 돼, 내가 대신 줄게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마치 돈이 없어서 싸우는 것처럼 사람을 처참하게 모욕하는 것이 바로 이 정부의 태도는 옳지 않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지난달 22일 일본에서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주장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진행되는 날, 독도 인근 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가한 한미일 해상훈련을 개최하고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보도자료를 발표한 점을 지적하면서 '자주 독립국으로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일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이행하고 가해자인 일본에게 관계 개선을 구걸하는 굴욕 외교를 지금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경민 진보당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왔지만 일본은 안보 문서 개정과 독도 영유권 망언을 쏟아내는 등 외교참사와 굴욕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면서 "민족 자주의 의지를 외면한 정권은 민심에 의해 심판받는다"고 경고했다.

이날 범국민대회는 부산과 광주, 대전, 울산, 세종에서도 열렸으며, 일본 도쿄 신주꾸역에서 재일동포들과 일본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3.1정신을 기념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촛불행동을 진행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3일 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범국민대회에 앞서 6.15서울본부와 6.15청학본부 대학생분과가 주최하고 서울겨레하나가 주관하여 같은 장소에서 '우리가 양금덕이다' 행사를 개최해 양금덕 할머니에게 시민들이 드리는 평화인권훈장 수여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범국민대회에 앞서 6.15서울본부와 6.15청학본부 대학생분과가 주최하고 서울겨레하나가 주관하여 같은 장소에서 '우리가 양금덕이다' 행사를 개최해 양금덕 할머니에게 시민들이 드리는 평화인권훈장 수여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서울시청 광장을 출발해 외교부를 거쳐 일본대사관까지 행진을 하며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서울시청 광장을 출발해 외교부를 거쳐 일본대사관까지 행진을 하며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극단 경험과상상 단원들이 양금덕 할머니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담아 '집으로 가자', '인간의 노래' 등을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극단 경험과상상 단원들이 양금덕 할머니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담아 '집으로 가자', '인간의 노래' 등을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주권선언 선포식에서 신낙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신홍범 전 조선일보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래경 다른미래 명예이사장,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등이 선언문 낭독을 함께했다. 함세웅 신부와 김상근 목사는 대회사를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주권선언 선포식에서 신낙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신홍범 전 조선일보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래경 다른미래 명예이사장,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등이 선언문 낭독을 함께했다. 함세웅 신부와 김상근 목사는 대회사를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앞서 3.1절 104주년인 이날 정오에는 서울 종로3가 탑골공원 앞에서 '검찰독재 ‧ 민생파탄 ‧ 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3.1혁명 104주년 대한국민 주권선언 선포식'이 열렸다.

3.1절 104주년 범국민대회 대회사 (전문)

오늘은 3.1 항쟁 104년이 되는 날입니다. 주권이 뺏기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횃불을 밝히며, 수탈과 착취, 폭력과 차별에 온 몸으로 저항했던 선조들의 역사를 다시 기억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조국 해방과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래서 더 참담합니다. 인종주의와 결합된 식민주의 자본주의 체제는 주변부 민중과 자연에 대한 수탈과 착취를 통해 무한 증식하며 경제와 안보 논리로 야만적 이면을 가리고 있습니다. 신냉전 체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수많은 무고한 민중이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고 삶터를 잃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다시 구(舊) 제국주의 패권 국가들의 전쟁놀이터, 대량 살상무기의 전시장이 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전범국가 일본은 반성은커녕 적기지 선제타격 운운하며 자위대 역할 확대, 군비 확장,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며 군국주의·전쟁국가로 다시 나아가고 있습니다. 식민지 불법 강점, 민간인 학살, 강제동원과 성노예제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역사왜곡을 자행하며, 피식민지국 대하듯 피해국을 윽박지르고 피해자와 재일동포를 멸시하는 오만방자한 태도가 적반하장입니다. 전 세계 곳곳의 소녀상 설치 방해와 철거를 위해 해당 국가를 노골적으로 겁박하고, 생명의 바다를 방사성 오염수의 하수구로 전락시키려 합니다.

국내적으로도 급속한 퇴행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 공안정국’을 방불케 하는 윤석열 정권은 언론과 노동자, 시민단체를 적대시하고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하며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철지난 공안몰이로 ‘빨갱이’로 낙인찍고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공정과 정의라는 언어로 포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치 질서와 사법적 절차를 앞세우며 스스로 탈법과 위법을 저지르고 무고한 민중에 대한 사회적 타살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죽음으로 돈을 벌고, 다시 죽음을 부추겨 세를 확장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민족적 자존심도 내팽개친 채 굴욕적 외교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전범기업과 전범국가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을 배제한 채 한국기업의 기부금으로 보상한다는 안을 강제동원 해법이라고 끈질기게 들이밀며 일본 정부의 ‘성의’와 ‘호응’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피해 생존자들의 용기와 권리를 외교적 거래대상으로 전락시키며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려 합니다. 전쟁국가로 향하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위해 역사정의를 짓밟고 있습니다.

이를 등에 업고 혐오 발언과 차별로 밥벌이하는 자들, 집단 간 갈등을 부추기고 증폭시키며 이권을 챙기고 세력을 확장하려는 반민족, 반민주, 반평화, 반인권 세력이 활개치고 있습니다.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피해자들을 모욕하며 참가자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어렵게 뿌리내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근간부터 흔들리고, 민족 화해와 통일, 한반도의 평화는 다시 요원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2023년 3월 1일. 오늘 우리는 식민주의와 분단 냉전 체제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민족의 공생을 위해 함께 연대해 나갈 것을 결의합니다. 반성을 모르는 일본 정부와 역사를 끝없이 퇴행시키고 민주주의를 도살하려는 대한민국 위정자들에 맞서 어떤 공격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일제의 불법강점과 민중 수탈에 저항하며 주권을 되찾고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새로 세우고자 했던 3.1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일 것입니다. 부당한 지배와 불의한 권력에 분연히 맞서 싸웠던 자랑스러운 민중의 역사를 지키는 일일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위해, 더 인간적이고 더 민주적인 세상을 위해, 더 너르고 단단한 연대를 구축하며 함께 힘차게 나아갑시다!

 

2023년 3월 1일

 

3.1혁명 104주년 대한국민 주권선언 (전문)

-검찰독재·민생파탄·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 결성을 추진하며-


  1919년 3월 1일 정오, 바로 이 시각, 우리 민족은 ‘인류 평등의 대의’에 입각하여 일제 식민통치로부터 ‘민족자존의 정권을 영유(永有)케 하노라’하는 <기미독립선언서>를 통해 민족자주권을 선포했다. 그로부터 104년이 흐른 오늘, 우리는 이 나라의 주권이 우리 대한국민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통절히 선언한다.

  안으로는 봉건왕조의 부패폭정을 극복하고 밖으로는 밀려오는 외세의 국권침탈에 맞선 구국운동이 동학농민혁명이었다면, 일제 식민지배에 저항하여 독립의 깃발을 세운 3.1혁명은 우리 안에서 치솟은 민중의 자주 역량이 만들어낸 역사의 이정표였다. 이로써 반제국주의 민족해방 투쟁이 들불처럼 확산되어 상해 임시정부를 수립, ‘민주공화국’이 우리의 국체임을 만천하에 공포하였다. 

  허나 순국선열들 피의 대가로 맞은 1945년 8.15 광복은 강대국들의 야욕으로 말미암아 국토는 허리가 잘리고, 있어서는 안될 동족상잔의 참화를 거쳐 1953년 끝나지 않은 정전(停戰) 상태로 고착되어 벌써 70년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한반도는 강력한 외세와 이에 결탁한 분단 독재권력이 동족간에 증오와 적대를 조장해왔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4.19혁명을 비롯하여 유신독재 반대투쟁, 부마민주항쟁과 5.18광주민중항쟁, 87년 6월시민항쟁, 그리고 빛나는 촛불혁명으로 대한민국을 세계에 우뚝 선 선진 민주국가로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어찌하랴! 세우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허무는 데는 한순간이라더니 윤석열 정권 10개월 만에 대한민국이 자칫 치명적 위기에 부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다. 국민들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비겁하고 무책임한 저들의 태도에서 보듯, 친일 외세추종에 더하여 전쟁불사를 외치는 이 막무가내 정권을 그대로 두고 있다가는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겠다는 절박한 위기감에 빠져 있다. 민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탄압과 정치보복에만 열중하는 윤석열 검찰집단이 급변하는 세계 지각변동 속에서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가?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가 그러했듯 검찰독재가 어찌 하기에는 대한민국은 너무 큰 나라로 성장했다.

  국제적으로도 자국 중심의 일방적 단극체제로 주도하려는 미국에 대해 도전하고 굴기하는 중국의 팽창으로 이제 세계는 다자적 다극체제로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미국에 의존할 것이며, 어떻게 지금도 일본을 끌어들일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우리는 지난한 세월의 역정에서 얻은 지혜와 용기를 발판삼아 호랑이의 눈으로 주위를 살피되 소의 신중한 발걸음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의 거센 도전은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어디라고 숨을 곳 없는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이제 민주주의와 역사를 거역하는 세력을 제외한 이 땅의 남녀노소 모든 계층의 시민들이 일어나 서로 손을 맞잡고 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마땅히 행동과 실천이 중요하다. 
  이에 당면한 주권적 과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몇 가지 실천적 행동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하나, 국민주권이 실현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국민주권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무절제하고 무도한 검찰권·행정권 남용으로 인한 삼권분립 파괴, 국회 기능 무력화와 국정원·감사원 등 사정기관들의 발호(跋扈)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기본부터 파괴되기 시작했다.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승자독식의 양당제도는 이제 대의정치로서의 효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게다가 위성정당 같은 사기술을 자행하는 기존 정치세력들의 행태로 인해 민주주의는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이렇듯 죽어가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올바른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개혁은 물론이요, 시민들의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이 실현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국민주권’이요 ‘참정주권’이다.  

둘, 언론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현재의 대한민국 언론 상황은‘권언유착’,‘언론탄압’이라는 개념으로도 해석될 수 없을 정도의 최악의 혼란상이다. 주류 언론은 이미 정권에 굴종하여 부역을 자처하고 있으며, 검찰 권력과 주류 언론은 유착이 아니라 벌써 한 몸이 되었다. 
  정권 유지와 여론 조작에 사활을 건 검찰독재 정권은 언론자유라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뿌리채 짓밟고 있다. MBC 등 방송매체를 장악하기 위한 권력의 횡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의도적인 가짜뉴스 편향뉴스로 시청자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다. 
  언론이 올바로 서지 않으면 정치를 비롯한 그 어떤 것도 바로 설 수 없다. 진실을 되찾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시민들이 신뢰하고 당당할 수 있는 ‘언론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셋, 경제주권을 확장해야 한다. 
  
브레튼우즈 및 WTO의 합의적 개방 체제가 무너져 가고 자국 이기주의가 대세를 형성해가는 오늘의 현실에서 한국경제의 실익과 기반을 다져가기 위한 산업과 통상의 정책, 그리고 금융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경제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미국과 서방,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에 주눅 들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남아프리카연방, 브라질 등 유력 개발도상국들과 정부-시민사회 간 교류를 넓히는 공공외교를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외교와 통상을 통한 ‘경제주권’을 향한 길이다.

넷, 노동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온 국민의 절대다수가 노동자인 현실에서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노동 3권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당연히 국제기준의 노동권과 작업 환경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에서 자행되고 있는 사상(思想) 음해와 사찰을 통한 노동조합 탄압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노동주권’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며 노동자들의 정치적 선택과 행동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다섯, 민생주권이 확보되어야 한다. 
  
세계적 불황 속에 동반되는 고물가와 실업 불안 그리고 고금리로 인하여 일상을 위협받는 서민 생활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핵심 의무이다. 거대 재벌 기업과 소수의 기득권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일반 시민들, 생업 현장의 자영업자, 그리고 농산어민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초생활 보호정책, 내수 기반의 확대 그리고 국가안보 차원인 식량자급 등을 위한 ‘민생주권’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여섯, 민족주권과 평화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민족의 저력과 전통을 바탕삼아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정의·인도주의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여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선포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대로 민족주권과 평화주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미일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민족을 편가르는 국가보안법 등 구태의 악법을 조속히 청산하여 남북간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국회는 평화협정 협상추진 결의안을 채택하여 현 정권과 미국으로 하여금 미국과 중국, 미국과 북한의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교전 당사국(남-북-미-중) 4자회담에 나서도록 추동해야 한다. 종전선언, 비핵화,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정전협정 70년을 그대로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곱, 생명주권이 존중되어야 한다.
  
현재 인류사회는 자본의 탐욕과 성장우선주의에 의한 생태파괴·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앙과 자원의 급격한 고갈 등으로 산업문명이 명백한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지속과 회복을 중심 주제로 삼는 문명생태적 전환이 시급하고 절박한 시점에 이르렀다. 한반도와 푸른 행성 위에 인류와 온 생명 그리고 산천초목이 영원토록 생장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마련하고 필요한 법규를 제정하는 동시에,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명 생태 운동을 힘차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엄청난 천재지변 그리고 일상화되어 버린 일급 전염병의 창궐 등에 대응하는 실천적 ‘생명주권’이 서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은, 미·소 냉전 분단 시대에는 미군의 장기(長期) 주둔을 획책했던 미국이 한술 더 떠서 일본까지 포함한 미·일·한 3국 군사동맹을 사주하면서 이제는 일본군의 한반도 재진입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마주서 있는 것이다. 외세에 굴종해온 분단 기득권세력이 일본군을 한반도에 끌어들여 일본의 군사적 지배를 다시 자초하는 망국적 행태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 104년 전, 일제의 총검 앞에 맨 몸으로 맞섰던 “대한독립만세‘의 외침을 가슴에 새기면서 2023년 계묘(癸卯)년의 오늘 우리는, 무도한 세력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민족 자존과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 한 길에 우리 모두 힘차게 나아갈 것을 선언한다. 아울러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검찰독재·민생파탄·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함을 만천하에 선포한다. 

 

3.1혁명 104주년을 맞아 
검찰독재 ‧ 민생파탄 ‧ 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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