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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중증 치매’…선거판 달구는 막말, 모욕죄 해당할까?

등록 :2021-04-02 13:29수정 :2021-04-02 13:48
 
‘거친 말’로 시작된 재판, 유·무죄 엇갈리는 이유는

김성태 전 의원에 욕설 댓글 누리꾼 ‘유죄’
“피해자 모욕만 있고 사실관계나 논리적 의견 없어”

현대차 홍보성 기사에 ‘기레기’ 댓글 누리꾼 ‘무죄’
“MPDS 안전성 논란…다른 독자들도 홍보성 비판”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용산구 용문시장네거리 유세에서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용산구 용문시장네거리 유세에서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연설할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무슨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합니까.” (3월26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자기가 내곡동 땅 개발승인계획 해놓고 안 했다고 하는 후보는 쓰레기입니까, 아닙니까? 쓰레기입니다.” (3월27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쓰레기’ ‘중증 치매 환자’ 등 막말이 쏟아지고 있다. ‘중증 치매 환자’ 발언을 한 오세훈 후보는 지난달 31일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이 시간 이후로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면서도 “(중증 치매환자는) 강력한 비유”라고 주장했다. 오 후보를 겨냥해 “쓰레기”라고 말한 윤호중 의원은 이후 별다른 의견표명이 없다. 사람을 가리켜서 한 말은 아니지만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달 26일 “부산은 3기 암 환자 같은 신세”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선거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치인들의 거친 말이 ‘해프닝’처럼 지나가고 있지만, 평소 누군가를 특정해 이런 말을 쓰게 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비슷한 말을 써서 재판에 넘겨진 사례들을 분석해봤다.
사진 언스플래시
사진 언스플래시
같은 ‘쓰레기’라 해도 상황 따라 유·무죄 갈려
누군가에게 ‘쓰레기’ 같은 말을 썼을 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혐의는 모욕죄다. 대법원은 모욕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경멸적인 표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소 표현이 무례하더라도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하진 않았다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고, 모욕적 표현이라 해도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이에 따라 같은 ‘쓰레기’란 욕을 했더라도 경우에 따라서 유·무죄가 갈린다. 2016년 강용석 변호사 관련 기사에 ‘강용석=쓰레기’라는 댓글을 단 ㄱ씨는 1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ㄱ씨가 댓글로 공연히 고소인을 모욕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쓰레기’, ‘놈’ 등의 단어를 섞어 욕 댓글을 단 ㄴ씨의 경우, 1심에서 “해당 댓글이 김 의원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지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2심에서 벌금 30만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모욕적 언사”라며 “이 같은 댓글 작성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댓글에 피해자를 모욕하는 표현만 적시돼 있을 뿐, 어떠한 사실관계나 그에 대한 논리적 의견을 밝힌 부분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했다.반면 최근 대법원은 인터넷 기사에 ‘기레기’란 댓글을 달아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아무개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6년 현대차의 엠디피에스(MDPS) 홍보성 기사에 ‘기레기’라고 댓글을 달았다가 1,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면서도 이씨가 댓글을 달 당시 엠디피에스의 안정성 논란이 있었다는 점, 기사를 읽은 상당수 독자가 엠디피에스를 홍보하는 듯한 기사를 비판하는 댓글을 게시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씨의 행위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무뇌아”, “확찐자”로 벌금형 선고받기도
상대방을 ‘치매 환자’ 등에 빗댔다가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비슷한 취지로 상대방을 비하하기 위해 ‘무뇌아’란 표현을 써 유죄 판결을 받은 일은 있었다. 2016년 대법원은 한 인터넷 카페 게시글에 “정말 한심한 인간이네, 생각이 없어도 저렇게 없을까. 뇌가 없는 사람이야. 무뇌아”라고 댓글을 달아 모욕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은 “김씨는 상대방의 구체적인 행태를 논리적·객관적 근거를 들어 비판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모욕적 언사가 담긴 댓글만을 게시했다”며 “‘무뇌아’라는 표현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등을 종합해 보면, 김씨는 모멸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상대에게 인신공격을 가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무심코 쓰는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 청주시 공무원 ㄷ씨는 지난해 동료 직원의 몸을 손으로 찌르며 “‘확찐자’가 여기 있네”라고 모욕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확찐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살이 찐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재판부는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 이뤄진 ㄷ씨의 언동은 살이 찐 사람을 직간접적으로 비하하는 것으로 사회적 평가를 동반하는 만큼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봤다.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에게 ‘승냥이’라고 표현한 입주민, 경쟁사 직원을 ‘사기꾼’이라 일컬은 부동산 경매회사 직원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지난해 울산지법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의 운영비 부정 사용을 지적하며 ‘승냥이’란 글을 올린 ㄹ씨에게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운영의 불합리성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표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반복적으로 ‘승냥이’라고 한 것은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경쟁사 직원이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표절이라며 “남의 글이나 훔치는 사기꾼, 이중인격자”라고 글을 올린 박아무개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 재판부는 “경쟁자가 전문가 행세를 한 것은 기만이나, 사기는 아니다.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 전경.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법원 전경.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피고인 욕했다가 손해배상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욕할 만 하다’는 의미에서 댓글을 달았지만, 민사소송에 걸려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수 고 구하라씨를 폭행·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 확정판결을 받은 최종범씨는 자신에게 “쓰레기” 등의 댓글을 단 누리꾼 6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6명 중 최씨 외모를 비하한 1명에게만 최씨에게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섯명에 대한 최씨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특정 유형의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나 범죄 예방 방안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차원에서 댓글을 작성했다”고 밝혔다.구조동물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킨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재판을 받는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전 대표도 자신에게 비방 댓글을 단 6명에게 1인당 250여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김홍도 판사는 ‘댓글이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박 전 대표의 행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댓글을 달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각 10만원씩을 박 전 대표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9389.html?_fr=mt1#csidx23722f554241a74a2c3ef98cb642c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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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 기자명 6.15부산본부 교육위원회
  •  
  •  승인 2021.04.01 13:40
  •  
  •  댓글 0
 
 
 
 

통일운동에 부여된 역할과 과제

가. 개괄

올해 2021년 상반기 한반도정세와 남북관계는 <미국과 남한이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상징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체제붕괴를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군사적, 경제적 압박 강화 방향’을 분명히 하면서, ‘북의 비핵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대화와 협상을 폐기하고 대결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거듭된 접촉제의를 언론용, 시간벌기용에 불과하다며 모두 거부했으며,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나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대북제재의 틀 속 갇혀 남북정상합의를 이행하지 않아온 남한정부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실시를 비롯해 정상합의를 위반하는 데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가고 있다.

작년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조치를 취했던 북한은 ‘3년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없다’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고,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대남 협력, 교류 관련기구들을 없애버리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북한이 대미, 대남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임기말기에 들어선 남조선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 ‘(미국은)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등이 암시하는 바는 핵시험, 미사일발사를 비롯한 무력 과시를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가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자, 3월 21일 단거리순항미사일 2발(미국과 남한당국의 추정)을 발사했으며, 3월 25일에는 새로 개발한 신형 전술유도탄을 시험 발사했다.)

치열한 북미대결의 장에서 벗어나, 남북이 힘을 합쳐 한반도평화와 민족통일의 역사를 개척할 수 있었던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

이는 예속적인 한미관계를 남북관계보다 절대시하고, 통일정책을 미국의 대북정책을 실행하는 것으로 대한 현 정부가 초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정세는 2017년의 전쟁위기국면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남북관계는 2018년 4.27판문점선언 이전에서 2000년 6.15정상선언 이전으로 후퇴하고 있다.

2021년의 북미관계는 북에 대해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제재를 더 강화하려는 미국의 적대정책과 미국의 도발과 봉쇄를 무력화시키려는 북의 공세적 대응이 어우러지는 첨예한 대결로 될 것이다.

올해의 한반도정세와 남북관계를 한마디로 예견하자면 ‘군사적 대결을 위주로 한 북미대결이 격화되는 속에서 남북관계는 전면 차단되고 급속히 후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북미관계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으로 ‘오랜 적대관계를 마감하는 역사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한 북미관계는 다시금 대결국면으로 들어섰다. 미국이 백년에 한번 올까말까 하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은, 전임 미합중국 대통령 트럼프가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봉쇄로 북한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믿는 미국의 주류정치세력, 대결주의자들의 책동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미국 대통령자리에 들어앉은 바이든은 대외정책, 특히 대북정책에서 역대 어느 미국대통령보다 과거 회귀적이라 할 수 있다.

전임 대통령인 트럼프가 추진하려 한 대북관계 개선정책을 폐기한 것은 정권이 교체되면 통상 있는 미국 정치의 통과의례라 할 수 있지만, 바이든의 북한에 대한 입장, 한반도에 대한 이해 정도는 ‘전략적 인내’를 간판으로 내걸고 8년 동안 개점휴업상태를 면치 못한 버락 오바마보다도 훨씬 저열하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이 북한과 한반도에 대해 내뱉고 있는 말들은 조지 W 부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지적 능력과 정책 결정력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미국 정치는 사회양극화가 극심해지는데 따라, 민주-공화 양당이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서, 주류정치와 비주류정치의 험악한 싸움판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작년 대선에서 주류정치, 즉 워싱턴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기성이익집단과 네오콘이 승리하였다. 물론, 2019년 하노이회담에서 네오콘의 압박에 굴복한 트럼프가 재선되었다하더라도 북미관계는 별반 달라질게 없었을 것이다.

특별한 능력이 없고, 식견도 부족하며, 대중적 인기도 별로인 고령의 바이든은 네오콘에게 훨씬 손쉬운 존재다. 바이든은 대북대결주의자들의 입장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과 한반도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는 바이든이 북한에 대해 발언한 것들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북미대결주의자들은 북한은 붕괴직전이며 군사적, 경제적으로 좀 더 압박하면 붕괴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이는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 경험, 그리고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일부 나라들의 현실로부터 신념으로 된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신앙이 북한에서도 구현될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북한붕괴론’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적대적 압박이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을 압박해 온 지난 30여 년 동안, 북한의 체제는 더 공고해졌고, 군사적 능력은 더 강화되었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수립하겠다면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일본과 남한을 방문했고, 북한에 여러 차례 접촉제의도 했다. 하지만 북미대결에서 힘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으므로 바이든 행정부가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대화와 협상의 길에 나서지 않는다면,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의 짝퉁을 답습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행정부 때 합의한 ‘한반도비핵화’라는 용어 대신 ‘북한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존재’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미국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라고 주장하는데, 적대정책을 근간으로 삼는 조건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라는 말은, 북한의 체제붕괴를 추구하겠다는 말과 같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여러 가지 엇갈린 행보를 보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적대적 대결정책을 재추진하는 길로 나아갈 것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미일군사동맹에 예속시키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일 간 현안에서 남한이 양보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얼마 전 하버드대학 교수라는 작자가 엽기적인 논문을 발표하고 미국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으로 구성된 군사협력체(Quad+)에 남한의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

2개의 미사일방어체제를 남한에 더 설치하고, 군사공항과 미사일통제기지 등을 제주도에 건설하려하며, 세균전시설도 전국 주한미군기지에 모두 들여놓을 계획이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에 있는 군사공항의 기능도 확충하려 한다.

물론 이는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한반도에 대한 미국-일본의 군사적 지배력과 영향력 증대가 수반되며, 필연코 대북적대정책을 강화하게 만든다.

북한이 조선로동당 8차대회에서 채택한 노선과 정책을 한마디로 말하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것인데, 대미정책에서는 미국이 대화를 제의하건, 군사적 압박을 하건, 제재를 강화하건 개의치 않고 자기가 설정한 목표를 자신의 힘으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대화나 협상을 통해 미국과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것을 폐기하고 힘의 대결을 통해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북한이 확정한 전략적 방향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무력화하는 군사적, 경제적 역량을 더 높은 수준에서 구축함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표현에 담겨있듯, 이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은 매우 강하다.

북미관계는 마감 짓지 못한 힘의 대결을 최종 결산하는 데로 가고 있다. 어느 한쪽의 빛나는 승리와 다른 쪽의 처참한 패배를 굳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대화와 협상으로 결속될 수도 있었던 북미대결의 기관차는 극한 대결의 종착점을 향해 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다. 남북관계

지금 남북관계는 4.27판문점선언 이후 최악의 상태이며 6.15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남과 북, 온 민족을 설레게 했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지 불과 3년 만에 이런 상황이 된 원인은 무엇보다 청와대의 태도와 입장에 있다. 판문점선언과 그해 가을 평양공동선언에서는 맨 앞에 자주의 원칙에 대해 합의하였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진 남측의 행동은 맺은 약속들과 너무나 달랐다.

한미합동군사훈련 실시를 놓고 남북관계가 전면파탄의 기로에 서있던 지난 3월, 청와대는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 한미동맹을 안보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다’는 발언을 버젓이 공개하였다.

남북관계에서 현 정부가 취한 행위들은 미국의 ‘눈치보기’를 넘어 ‘알아서 기는’ 수준이었다. 이 치욕스러운 사태의 근원은 ‘미국에 엇서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청와대의 대미굴종주의, 그리고 의식 속에 뿌리박혀있는 적대적 대결의식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남한의 당국자들이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대화와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경제형편이 좋지 않으니 결국 우리가 제시하는 경제협력안을 받아 물것이다’는 식의 생각을 버리지 못한 것도 남북관계파탄에 적잖게 기여하였다.

청와대가 미국에 대한 강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2020년 6월에 뜬금없이 ‘체제경쟁은 끝났다’는 발언이 나온 것을 보면, 어떤 이데올로기의 영향 속에 갇혀있는 지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최고당국자의 마음속에 통일은 있지 않고 분단고착화 정도만 있을 뿐이라는 판단을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2020년 6월 8일, 북한 통일전선부가 성명에서 ‘적은 역시 적’이라고 한 것은 ‘청와대가 미국의 대북정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와 능력이 희박하다’는 인식과 ‘적대적 대결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을 표현한 말이다.

북한은 곧이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였다. 그런데도 통일부를 비롯한 남한의 당국자들은, 미국의 대북제재에 충실히 복종하는 경제지원사업 제안이나 늘어놓고 있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런 비상식적 제안들이 나오는 이유는, ‘북한은 언젠가는 붕괴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붕괴론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열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한반도평화와 민족통일에 옳게 기여할 수 없으며, 무엇을 하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집행자 노릇을 면치 못한다.

4.27판문점시대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참으로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하지만 남한의 최고책임자는 이 중대한 역사적 시점에, 민족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통일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굳은 의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으로 될 것이다.

현 정부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남북관계, 남한의 대북정책을 미국의 대북정책에 종속시킨 것이다. 이로 하여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힘들게’ 되었으며 남한 당국은 북한으로부터 냉대와 수모를 받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비핵화

미국은 비핵화를 대북정책, 한반도정책의 최우선 목표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 모순이며 현실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이 추진한 대북적대정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하기 시작하자, 미국은 군사적 압박(전면전쟁 포함)과 경제봉쇄를 통해 북한의 붕괴를 촉진시키려 했다. 그리고 북의 ‘핵개발의혹’을 이런 일을 벌이는 명분으로 제기했다. 클린턴은 핵개발의혹을 앞세워 북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추구했지만, 북한의 맞대응에 꺾여 결행하지 못했고, 오히려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합의서(제네바합의, 1994년)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얻은 것이라곤 ‘북한의 핵개발의혹’ 이란 말이었다. 그런데 이 ‘의혹’은 오히려 북한에게 협상 카드를 쥐어준 격이 됐으며, 핵개발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미국은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목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온갖 술수를 부려 제네바합의를 파기해 버렸고, 경제봉쇄와 전쟁도발책동을 지속했다. 하지만 미국이 내세운 비핵화라는 명분은 6자회담에서 되려 자기 입장을 궁색하게 만들었으며, 2005년에 이르러서는 6자회담의 결과물인 ‘9.19공동성명’에 원치 않으면서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북을 ‘악의 축’이라 지칭하며 붕괴책동을 노골적으로 벌인 미국 부시행정부는 6자회담 합의이행을 거부했고, 유엔안보리를 이용해 경제제제를 확대 강화하는 것으로 북한붕괴를 실현시키려 했다. 미국이 내세운 제재 명분은 북의 핵개발과 미사일개발이었다.

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미국의 선동, 끊이지 않는 전쟁도발책동은 북한에게 모든 나라가 가지고 있는 핵개발본능을 깨워주었으며, 미사일개발 의지를 더 높여주었다. 상황타개를 위한 어떤 일도 하지 못한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8년의 시간과 한반도전면전쟁위기가 고조된 2013년, 북미간 군사대결이 극한점에 도달한 2017년을 거쳐, 결국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미국본토타격능력을 과시하게 되었다.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능력은 미국이 북한을 붕괴시키려고 책동한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북미협상의 전제조건, 일차적 목표로 ‘북한의 비핵화’를 내거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며, 현실성도 없는 것이다. 한 두 나라를 빼고 세상에 어떤 바보가 적대정책에 맞서 자위력으로 구축한 군사적 능력을 실질적인 보장도 없이 포기하려 하겠는가.

제재해제, 체제보장, 불가침협정(평화협정) 등은 핵무기포기와 교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불가역적인 적대정책의 폐기, 관계정상화만이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으로 된다. 따라서 비핵화는 북미관계정상화의 목표나 결과로 삼을 수 없고, 대화나 협상의 전제나 선차적인 목적으로도 될 수 없다.

비핵화를 전제조건, 당면목표로 삼으면 군사압박과 경제봉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상대에게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하는 방법은 적대적인 수단 외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외치는 ‘북한 비핵화’는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한반도나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무장해제 시키자는 것일 뿐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낡은 비핵화의 깃발을 다시 들겠다는 것은 전쟁책동, 적대적 행위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남한정부가 이런 미국의 비핵화놀음에 맞장구를 칠 뿐만 아니라, 미국이 추구하는 북한 비핵화를 실현해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먼저, 남한정부가 미국의 비핵화 놀음에 맞장구치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공격능력을 구축한 것은 남한의 군사적 위협 때문이 아니며, 남한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다. 북의 핵무기는 ‘남침’에 유효한 수단도 아니다.

남한의 ‘안보’라는 개념이 ‘북침’ 또는 ‘북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북의 핵무기는 남한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북의 핵무장에 의해 한반도에서 전면전쟁 발발의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역설이 작용한다.

그런데도 북이 핵무장을 완성하자, 무슨 난리라도 난 것처럼 야단법석을 친 사람들은 이런 이치를 모르거나 외면하려는 사람이거나, 미국이 북에 대한 전쟁을 실현할 수 없게 된 것을 아쉬워하는 사대매국의 노예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남한정부가 미국의 비핵화 놀음에 맞장구를 치는 것은 남북관계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미국에 다 넘겨주는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삼게 되면, 남한당국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비준을 받아야 하며, 북과 하는 모든 합의는 미국의 추인 없이는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된다. ‘북한의 핵포기를 강제한다’는 핑계로 실시되고 있는 대북제재가 당국관계를 비롯한 모든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이 가장 명확한 예로 된다.

비핵화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완전히 폐기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된 단계에서 실현될 수 있는 과제다. 남북관계가 어느 단계까지 발전해야만 현실로 될 수 있는 목표인 것이다.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남아있는 조건에서, 비핵화는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북한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은 한반도정세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며 전쟁발발의 먹구름을 불러오는 일로 될 뿐이다. 대북적대정책의 다른 표현일 뿐인 비핵화에 매달리는 어리석음과 결별해야 한다.

 

한미합동군사훈련

연례적이며 방어적인훈련이라고 주장하며 벌이고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군사훈련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현재 미국이 구축한 한반도전면전쟁계획, 작전계획5015(Operational Plan 5015, OPLAN 5015, 작계5015)를 실행하는 전쟁연습이다. 작계5015라는 미국의 한반도전면전쟁계획은 1974년에 만들어졌던 남북 간의 재래식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 부시 행정부에서 만들었던 작전계획5030에 이어 2015년경에 만들어진 한반도전면전쟁계획이다.

작계5027는 남북 간의 재래식전쟁을 유발시킨 후 전면전쟁을 벌인다는 계획이고, 작계5030은 북한에 대한 국지적 도발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유발시켜 북한의 군사력을 약화시킨 후 전면전쟁을 벌이려는 계획이다.

반면 작계5015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에 입각한 전면전쟁계획이다. 작계5015는 북한의 최고지도부를 제거하는 작전을 포함하여,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요충지 700여 곳을 선제타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여기에 동서 해안에 대규모 부대를 상륙시키고 휴전선 일대에서 북진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 계획은 북한군에 대해 압도적인 공군력, 우월한 해상전력과 기갑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공중과 해상에 있는 상대를 파괴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들을 개발하여 과시해왔다. 작년 당 창건 기념열병식에서는 세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현대화된 기갑전력이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의 선제공격이 성공하려면, 상대의 대응보복능력이 무력화된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대륙간 타격능력과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게서 그런 능력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김정은 조선로동당총비서는 ‘우리의 핵은 그 누구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그러나 만약에, 만약에 우리를 침략하려한다면’자신이 가진 권한으로 선제 타격할 것임을 공언하였다.

미국의 작계5015는 문서상의 계획으로만 존재할 가능성이 높게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전면전쟁계획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태껏 세 번밖에 하지 못한 ‘미 본토에서 대규모 무력을 한반도로 전개하는 실전연습’을 몇 번 더 하여 이 전쟁계획을 완성하려고 하고 있으며, 작계5015 연습이 북한을 굴복시키거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압박으로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한미군사연습을 계속하면, 북한이 이에 대응하느라 국력을 소진하여 ‘구소련처럼 붕괴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군대라면 하게 되는‘군사훈련’이라고 하지만, 선제공격을 골자로 하는 작계5015에 입각해 펼치는 한미군사훈련은 임의의 순간에 실제 전면전쟁도발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한반도정세를 극히 위태롭게 만드는 행위다. 전면전쟁도발에 필요한 병력을 미 본토에서 한반도로 이동시키던 이전의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전쟁발발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이었지만, 작계5015에 의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돌발적 위험성이 비할 바 없이 더 높아지게 만든다.

게다가 ‘실병력의 이동전개 없이 작전지휘소연습만 한다’는 한미양국의 주장과는 달리, 주한미군과 남한군은 합동군사훈련기간을 전후해 연대급, 대대급 합동훈련을 수도 없이 벌였다.

미국과 한국이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은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과 판문점남북공동선언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가 파탄지경에 이른 지금, 그나마 판문점선언 이후 한반도평화분위기를 지탱하고 있는 2018년 9월 평양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해 버리는 위험천만한 일이 된다.

북한은 올해 초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실시여부를 남북관계에 대한 남측의 생각을 보여주는 징표로 간주하겠다면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면 남북관계는 파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남한당국은 한미군사훈련을 강행하였다. 남북관계 개선보다 한미동맹의 유지를 중시하면서 한반도평화정착을 남북관계의 발전에서 찾지 않은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사대주의, 민족허무주의가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전작권환수

전시작전권은 해당 군대에 대한 통수권을 의미한다. ‘전시’라는 희한한 수식어를 붙여놓았지만, 전시작전권을 쥐는 쪽은 군대의 육성, 관리, 운영 전반에 대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20년 넘게 한국과 미국은 작전권반환, 전시작전권 ‘반환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개인 간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국가 간 사이가 불평등한 관계로 되어있다면, 공정한 협상은 불가능하며, 불평등한 측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가 나올 리 없다.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전권을 반환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뒤 바뀐 논리이며, 현실로 될 수 없는 억지다.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떤 협상으로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극동에 대한 군사적 지배권과 남한에 대한 우월적 영향력의 골간으로 되는 군사지휘권을 순순히 내놓을 리도 없다.

미국은 남한정부의 전작권 반환요구를 활용해 한국의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성을 더 높이고 있다. 전작권 반환을 위한 협상이 매번 미국 무기를 대량 구매하는 것,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압력에 굴복하는 것으로 결말 지워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작권 반환 시한은 이미 몇 번에 걸쳐 연기되었고, 지금은 반환 날짜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을 ‘몇 번의 한반도전쟁위기와 한국군내에 전작권 반환에 반대하는 세력들 때문’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군에 자주적인 군대의 본성이 결여되어있는 데 있다.

한국군 지휘부에 사단급 이상의 군대를 통합 지휘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미국은 이 약점을 이용하여 ‘한국군이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검증되면 전작권을 돌려주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능력은 줘야하는 쪽도 미국이며, 판단하는 쪽도 미국이다.

전작권을 반환받기 위해, 남북관계파탄을 불사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엄청난 혈세로 미국 무기를 대량 구매하고 있는 게, 지금 남한정부가 하고 있는 일이다. 순진하다고 이해해주기에는 너무도 어리석은 일이다. 민족자주 정신이 없으면 이런 엉뚱한 일을 벌이게 된다.

라. 통일운동의 역할과 과제

남북당국관계가 전면 차단된 현 상황은 통일운동에게 더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통일운동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하는 문제는 지난 시기 통일운동의 사업과 활동에 대한 뼈아픈 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통일운동도 4.27판문점선언으로 열린 역사적 기회가 무산되고 있는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판문점선언시대는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문제를 전환적으로 해결, 발전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시대였다. 하지만, 통일운동은 그에 걸 맞는 활동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대중들속에 민족자주정신, 통일의식을 고양시키는 사업에 힘을 집중하지 못했고, 정부당국이 자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합의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는 투쟁도 힘 있게 벌이지 못했다.

지금 통일운동의 역할은 무엇보다, 한반도정세가 더 악화되고 남북관계가 더 후퇴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한반도정세가 악화되고 남북관계가 파탄 나는 근원적인 이유는, 미국이 대북적대정책, 전쟁도발책동을 다시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미국의 전쟁책동, 제재강화놀음을 규탄 저지하는 사업과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비롯하여 새로 벌이는 도발행위나 적대적 정책을 반대, 규탄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예속적인 한미동맹에 기초하여 나라의 주권과 시민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는 각종 군사시설과 전쟁무기, 주한미군기지를 몰아내는 운동을 폭넓은 대중운동으로 벌여야 한다.

이런 활동들은 대중들속에서 식민지노예의식을 청산하고 민족자주의식을 고양하는 것을 목적과 방향으로 삼고 펼쳐야 한다.

4.27판문점시대를 다시 꽃피우는 길은 남한당국이 남북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하는 길 뿐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작년 통일운동진영의 거센 요구에도 공동선언 이행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 단계에서 정부당국에 공동선언을 이행하라고 재차 요구하는 것은 실효가 없어 보이며, 의미 있는 사업으로도 보기 힘들다.

지금 단계에서 주되게 요구되는 것은 ‘성실한 이행 요구’보다는 ‘합의에서 어긋나는 행위’를 막고, ‘관계파탄을 초래할 일을 벌이는 것’을 규탄하는 것이다. 집권말기에 접어들수록 정부당국의 반민족적 외세굴종적 입장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일-한 군사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 뿐 만 아니라, ‘일본이 한반도 등을 대상으로 군사적 진출을 확대하려는 것’에 협조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제는 촛불혁명과정에서 이룩했던 반일운동의 성과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북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고,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대남 협력, 교류 관련기구들을 정리해 갈 것인데, 남북공동기구도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남한이 대선국면에 접어들면 분단적폐들의 반북책동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며, 집권여당에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자신의 이익을 좆는 사람들도 늘어 날 것이다.

따라서 남북합의이행과 대북적대정책폐기, 한미일군사동맹 구축반대에 뜻을 같이하는 사회적 역량을 더 힘 있게 결집시키는 커다란 대중운동을 벌여야 한다.

이 운동은 교류협력사업의 어떤 것을 실현시키려는 사업의 틀에서 탈피해, 남북간에 걸려있는 주요한 정치군사적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벌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일운동가들과 대중들이 더 고도화된 통일운동의 단계와 현실을 깊게 이해하고, 자기 역할과 사명을 분명히 하는 교양선전사업을 벌여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매체를 창설하고 광범하게 유포시킬 수 있는 방도도 찾아야 한다.

새로운 통일교양사업 선전활동에서는 6.15시대에 주로 벌였던 북한바로알기운동에서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판문점선언과 오늘의 현실이 통일운동에게 주는 교훈은 당국관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통일운동은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고 빠르게 변화한다고 해서 통일운동이 넋 놓고 있거나, 그 성과에 편승하려고 하면, 남북당국관계의 발전에 장애물로 되기 쉬우며, 관계파탄을 막을 힘도 잃게 된다.

비록 2021년 올해의 한반도정세가 위태로워지고 있고, 남북관계가 전면적인 파탄을 향해 가고 있지만, 통일운동이 제 역할만 한다면 이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이보다 훨씬 암울했던 시절에도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역사적인 돌파구를 열어내었던 통일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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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북중국경 봉쇄 완화 동향..인도협력 재개 검토

4월 말 남포-대련 항로 개방 유력..시급성·자체 재원 등 순서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4.01 16:59
  •  
  •  수정 2021.04.01 17:30
  •  
  •  댓글 1
 
북한은 지난해 1월 말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국경과 항만에 대한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통일부는 최근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봉쇄를 완화하려는 동향을 파악하고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활동이 재개될 수 있도록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북중국경 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민간단체의 인도협력 활동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국경지역에 소독시설을 설치하고 수입물자소독법을 채택하는 등 동향이 파악되고 있으며, 북중국경 일대에서 활동하던 남측 민간단체들을 통해서도 국경봉쇄가 완화되는 조짐이 들려오고 있다는 것.

이 당국자는 "우리 판단은 북중국경 봉쇄가 완화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동향은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이런 상황이 북중국경 봉쇄 완화로 이어질지,또  시기는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민간단체에 따라 전언이 엇갈리긴 하지만 대체로 북측은 4월 초, 또는 하순(20~30일)께 국경 개방이 이뤄질 것이라는 통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말 국경 개방설을 전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북측은 남포항과 중국 대련을 잇는 항로를 열기 위해 관련 시설과 선박편 등 소독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단둥-신의주 세관으로 연결되는 육로는 그 뒤에 정상화하는 일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북중국경 봉쇄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부의 반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민간의 대북물자들이 문제없이 북측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당국자는 "아직까지는 인도협력 부분을 언제 재개하겠다는 등의 시기를 특정하거나 입장을 정하지는 못했다"고 하면서도 "코로나 상황, 북중국경 동향, 민간단체 의견, 북한의 인도적 수요 등을 계속 살펴보고 있으며, 민간측의 의견을 종합하여 인도협력이 재개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 보자는 정도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간 인도협력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코로나, 북중국경 봉쇄 등 요인들로 인해 남북 인도협력을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북중국경 상황의 변화 가능성이 파악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의 재개요청이 계속되고 있으니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

특히 정부는 민간차원에서 진행되는 남북협력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그동안 민간측 의견을 청취해 왔다며 거듭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어 정부가 반출승인을 하더라도 물자가 실제로 전달되기까지는 민간단체의 물자 준비나 수송 등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북중국경 상황의 변화와 함께 민간단체 사정까지 충분히 고려해 인도협력 재개 시점은 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정부가 재개 방향을 결정한다면 시급하게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자, 민간단체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는 물자부터 우선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민간측에서는 반출승인 요건을 갖추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측의 수용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반적인 남북관계 상황도 검토과정에서 고려해야 하겠지만 인도협력은 그런 고려보다는 인도협력이 필요하고 이루어질 수 있을 때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검토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측은 지난해 1월 말부터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당과 국가의 긴급조치에 따라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하고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유입 공간을 완전 차단 봉쇄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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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배후? 중국의 태도가 달라졌다

[긴급진단] 내정불간섭 벗어나 '창조적 개입' 택한 중국, 미얀마 유혈사태 해결할까

21.04.01 08:17l최종 업데이트 21.04.01 08:17l
미얀마 유혈 사태가 심각합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무력 진압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거셉니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국학회 회장인 원동욱 동아대 중국학과 교수가 '현 미안마 사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주제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큰사진보기 지난 2월 21일 미얀마 양곤 중국대사관 앞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지지자들이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난 2월 21일 미얀마 양곤 중국대사관 앞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지지자들이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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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길을 걸어가던 미얀마가 2021년 2월 1일 군부의 쿠데타로 인해 다시 기로에 섰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아웅산 수치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있고,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와 유혈진압에 대해 일제히 규탄하고 나섰다.

미얀마 군부쿠데타 발생 직후 중국은 "각 정치세력이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고 정치와 사회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짤막한 외교부 논평을 냈을 뿐이다.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고 있는 인도 역시 비난 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며, 군부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10개국의 연합체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ASEAN) 역시 내정불간섭 원칙에 따라 이번 사태를 미얀마 국내문제로 치부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한국만이 유일하게 아시아 국가로서 미얀마 군경의 폭력진압에 대한 규탄과 아웅산 수치 등 구금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을 뿐이다.

그런데 미얀마 군부의 후견인이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중국이 최근 내정불간섭 원칙이라는 기존 외교관계의 원칙에서 다소 벗어나 사태 개입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얀마, 중국의 우호국가이자 전략적 요충지  미얀마는 독재와 인권탄압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로부터 경제적 제재 조치를 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국경안보, 경제적 이익 등 미얀마가 갖는 전략적 가치를 고려하며 지속적인 원조 확대를 통해 군부의 든든한 후견자로서 미얀마와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미얀마는 중국의 서남부지역과 인접하고 있는 전통적인 우호 국가이자 인도양 진출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 봉쇄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2007년 1월, 유엔 안보리에서 민주화 운동과 인권탄압을 이유로 미얀마에 대한 제재결의안이 논의됐을 때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 통과를 막았다. 오히려 미얀마가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발전을 하는 데 적극 공헌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다량의 군사장비 제공 및 기초 인프라 구축, 경제원조 확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는 중국과 국경을 맞닿은 미얀마의 안보적 가치와 함께 당시 미국을 상대로 중국과 미얀마 양자 간의 전략적 이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미얀마를 관통하는 육상수송로의 확보, 자국의 레이다기지와 해군의 보급기지 확보 등 지정학적 측면에서의 안보이익에 대한 고려는 물론이고, 미얀마 경내, 미개발 상태의 지하자원 선점과 경제협력을 통한 미래 시장의 확대라는 경제적 실리까지 고려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중국은 철저하게 계산된 움직임으로 정치, 외교적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미얀마 군사정권을 국제사회에서 대변해 주고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봉쇄된 미얀마의 경제적 숨통을 열어줌으로써 미얀마 군사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게 됐다.

게다가 미얀마에 대한 미국 및 서방세계의 제재는 오히려 중국-미얀마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중국에 대한 미얀마의 의존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이 시기 중국정부가 미국과 서방세계가 지지하는 아웅산 수치의 민족민주동맹(NLD)이 권력을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얀마 군사정권의 국내정국 안정과 점진적 개혁을 적극 도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7일 제76회 국군의 날을 맞아 미얀마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  3월 27일 제76회 국군의 날을 맞아 미얀마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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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중의 강렬한 민주화 요구와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 미얀마 군부는 대외적 개방, 대내적 타협이라는 이중 트랙을 통해 민간과 권력을 공유하는 연착륙 전략을 채택했다. 그 결과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참여가 불허된 가운데 2010년 11월 총선을 실시했고, 사실상 군부에 의해 통제되는 연합연대개발당(USDP)이 승리했다. 그리고 2011년 3월 군총사령관에서 전역한 테인 세인을 대통령으로 하는 형식상의 민정이 성립됐다.

이러한 배경 아래 미얀마의 정치, 외교적 전환은 중국 주변을 포위·봉쇄하려는 오바마 정부의 아태재균형전략과 만나 국내정치는 물론이고 중국-미얀마 관계를 크게 동요시켰다.

2011년 출범한 미얀마 정부는 일련의 민주화 개혁조치를 시행해, 출판과 네트워크 검열을 풀고,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평화적 집회와 시위의 허용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런 미얀마의 정치적 변화를 서방국가들은 크게 환영했다. 특히 미국은 행동 대 행동이라는 정책으로 미얀마의 민주화개혁을 고무·격려했으며, 이를 기회로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어하고자 했다.

물론 미얀마는 테인 세인 정부 출범 직후(2011년 5월)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 전면적 전략적 협력파트너십을 맺는 성명에 서명했지만, 동년 9월 중국기업이 건설 중인 미쏘네(Myitsone) 발전소 프로젝트의 잠정 중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뒤이어 중국-미얀마 송유관, 가스관 건설 또한 NGO와 해당지역 주민의 항의에 봉착해 중단됐다.

미얀마의 국내여론은 중국기업이 미얀마 정부의 고위관료들과의 접촉을 중시할 뿐 투자와 원조가 투명성이 낮고 해당지역의 환경과 민생을 파괴하기 때문에 민중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테이 세인 대통령은 중국이라는 강대국에 저항하는 민족적 영웅으로까지 미얀마 국내 언론매체에 칭송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얀마의 최종적 목표는 헌정민주를 추진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인식됐고, 중국-미얀마 관계는 냉전 종식 후 가장 엄중한 시기를 맞이했다.

중국의 새로운 미얀마 정책

이에 중국은 미국의 대중 압박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는 미얀마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미얀마를 다시 중국의 세력권으로 포섭하기 위한 정책적 조정을 취하게 된다. 특히 2013년 9~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국가대전략으로서의 일대일로와 이를 추진하기 위해 소집된 주변외교좌담회에서 친성혜용(親誠惠容)이라는 주변국 외교방침이 수립됐던 것은, 미국의 아태재균형전략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대응이었다. 중국은 보다 공세적으로 미얀마를 포함한 주변국에 대한 정책적 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미얀마와 관련한 중국의 새로운 정책적 조치는 ① 미얀마 여당, 야당, 소수민족정당 등과의 당 관계를 강화하고 ② 미얀마 군부가 여전히 중요한 정치세력이라는 점에서 그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복원, 공고히하며 ③ 미얀마 북부의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미얀마 정부간의 평화협상에 적극 개입해 쌍방의 정치적 화해를 촉진시키고 ④ 공공외교의 새로운 영역의 개척을 통해 양국 민간차원의 우호적 토대를 만든다는 것 등이었다.

2016년 3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집권으로 미얀마는 새로운 전환이 이뤄졌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NLD의 집권을 자유와 민주의 승리로 환호했고, 미얀마가 당연히 친서방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믿었으며, 아웅산 수치가 그의 도덕적 권위를 이용해서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박해와 학살이라는 인권침해 행위를 바로잡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아웅산 수치의 최우선 관심사는 국내 민주정치의 제도화와 정치적 안정, 그리고 민생개선을 위한 경제발전이었다. 이를 위해 군부와의 과도한 갈등을 경계하고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다수의 혐오와 분노를 감안해 미국 등 서방의 요구를 거절했다.
 
악수하는 시진핑과 아웅산 수치 미얀마 아웅산 수치 고문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20년 1월 18일 만나 인사하고 있다.
▲ 악수하는 시진핑과 아웅산 수치 미얀마 아웅산 수치 고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20년 1월 18일 만나 인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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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아웅산 수치는 대외적으로 전통적인 비동맹 중립외교, 균형외교를 취하면서 2016년 8월에 중국을 공식 방문했고, 중국이 제시하는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중국-미얀마 운명공동체에 적극 호응했다.

특히 다양한 투자 프로젝트로 구성된 중국-미얀마 경제회랑은 민생과 경제발전을 최우선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던 아웅산 수치의 수요에 부합하는 것으로, 2017년 5월과 2019년 4월에 개최된 두 차례의 일대일로 국제협력정상포럼에 직접 참여해 중국과의 적극적인 관계맺기에 주력했다.

중국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이 인도태평양전략을 통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봉쇄하려는 시도에 대응해야 했다. 다자협력기제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중국의 이익수호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전략적 유연성과 공간 확대를 위한 해외 전략거점 구축의 필요성을 이유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의 전향적 조치에 적극 호응했다. 유엔의 로힝야족 문제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수차례 반대했고, 미얀마에 대한 안보리 제재안을 거부하는 등 아웅산 수치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물론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 내에는 중국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불러올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리스크에 대한 고려가 존재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시기의 미국의 반 미얀마 정책과 시진핑 시기 중국의 적극적인 대 미얀마 매력공세가 교차하면서 서방의 지원으로 집권에 성공했던 아웅산 수치가 중국으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다. 중국 역시 미얀마 군부와의 전통적 유대관계보다 아웅산 수치의 NLD 정부와의 협력의 유용성을 인식했고, 이를 통해 미국의 대중 봉쇄의 약한고리를 파고들어 일대일로를 통한 해외거점 확보와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시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내정불간섭에서 창조적 개입으로

사실상 이번 미얀마 군사쿠데타가 발생한 후 사태의 전개와 향방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가진 국가는 중국이다. 비록 쿠데타 발생 직전인 2021년 1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미얀마를 방문해 미얀마 군부와 수치 정부 간에 타협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결과적으로 타협은 무산됐고 군부의 쿠데타 감행으로 중국 또한 국제사회에서 비판여론에 휩싸인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개발도상국임을 자처하며 자국의 경제이익 추구에 전념하면서 신자유주의의 경제조류에 무임승차하는 행태를 취해왔다. 뿐만 아니라, 지역 및 국제문제에서 내정불간섭을 명분으로 그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첨예한 국가적 이해관계에 걸린 문제라면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나오는 이른바 이기적 선택과 집중의 외교행태를 보여 왔다. 물론 중국은 급격한 부상에 따라 책임있는 강대국의 기치를 들었으나 불량국가에 대한 지원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중관계가 이미 구조적 갈등시기에 접어든 지금, 중국은 미국과의 본격적 경쟁구도에서 더 이상 내정불간섭 원칙에 붙들려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의 왕이저우 교수는 과거 분쟁해결에 관한 중국 외교의 성공적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창조적 개입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바 있다. 서방국가들의 기존의 강권주의와 간섭주의 행태와 구별해 철저히 중국적 상황을 토대로 국제문제에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 개입하며 문제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그의 창조적 개입과 관련한 저서는 중국 외교가의 필독서로 여러 국제분쟁 사례에서 보여준 중국의 외교행위에서 발견된다. 중국은 특히 중요한 원조수혜국이자 관계가 밀접한 국가의 인권문제에 대해 보다 민감한 태도로 돌아섰으며, 수동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인 입장으로 전환해 왔다. 단지 개입의 방식은 중국 자신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수단과 영향력을 통해 직접적인 압력행사보다는 이해관계자들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전인대 기자회견 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전인대 기자회견 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월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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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7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미얀마 사태 해결과 관련한 중국의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존 소극적 언급에서 나아가 미얀마 국내 민주적 전환과정 추진 옹호, 유혈충돌 발생 방지, 각 세력과 접촉 소통을 통해 국면완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 수행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이미 내정불간섭 원칙에서 벗어나 미얀마 정국이 극도의 위기로 빠져드는 것을 경계하면서 군부와 NLD 간의 정치적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중재자, 조정자의 역할을 자임하는 등 창조적 개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인다. 더욱이 미얀마 민중의 분노가 미얀마 군부의 배후로 여겨지는 중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유혈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중국의 역할론에 모여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내정불간섭 원칙만을 고수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따라서 미얀마 정국의 흐름에 대해 관망하던 초기의 입장과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 보다 주동적으로 중국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함으로써 미얀마 사태에 대한 적극적 해결을 통해 지역의 안정과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겠다는 것이다. 즉 일대일로 전략의 요충지이자 전략적 거점에 해당하는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로 야기된 정국 혼란이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인도 등이 기회를 틈타 중국의 배후를 어지럽히고 순항 중이던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건설을 방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감행이 중국의 영향권으로 흘러감을 막기 위한 것이며, 미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 반중친미노선을 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로비스트를 통해 흘리고 있다. 다시금 미중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창조적 개입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이 3월 22일 만달레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을 전해온 MPA(Myanmar Pressphoto Agency)는 "전날 밤 군부 테러리스트의 강압적인 진압이 있었고 13살 소년을 포함해 적어도 4명이 죽었다"고 전했다.
▲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이 3월 22일 만달레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을 전해온 MPA(Myanmar Pressphoto Agency)는 "전날 밤 군부 테러리스트의 강압적인 진압이 있었고 13살 소년을 포함해 적어도 4명이 죽었다"고 전했다.
ⓒ 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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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기 방조하는 사회…깡통전세 세입자는 가압류를 당했습니다

등록 :2021-04-01 00:58수정 :2021-04-01 07:45

 

[한겨레-집걱정없는서울넷 공동기획]
서울시장에게 요구합니다…세입자를 위한 주거정책은 어디 있나요?
서울은 세입자의 도시다④ 전셋집으로 사기 당해 본 깡통전세 피해자
갭투기로 빌라를 수백채씩 가지고 있는 임대사업자에게 전세 사기 당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 아무개씨가 지난 2월 서울 종로 전셋집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 모습이 벽에 비쳐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갭투기로 빌라를 수백채씩 가지고 있는 임대사업자에게 전세 사기 당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 아무개씨가 지난 2월 서울 종로 전셋집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 모습이 벽에 비쳐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의식주는 인간 생활의 3대 요소를 말한다”

 

언제부터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단지 교과서 속에서나 있는 판타지 같은 말이 되어버렸을까요. 지난해 임대차보호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공허함을 느껴야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십억 원 전셋집을 언급하며 마치 ‘전세 사는 사람들, 무주택자들’을 대변하는 듯 말하는 정치인들의 갑론을박이 어느 하나 와 닿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지면을 빌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갱신 기대권’, ‘시세의 5% 이상 임대료 인상 금지’ 등 세입자 보호’라며 언급된 개선방안 가운데 단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저는 잠적한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 피해를 본 임차인들의 모임, 즉 깡통전세 피해자 모임인 ‘갭투기대응시민모임’에서 활동하는 서울시민입니다.

LH 전세임대의 희망고문

깡통전세의 시작은 LH 전세임대의 희망고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소위 ‘빌라촌’이라고 하는 다세대가 많은 강서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전세를 살았던 건 아닙니다. 2004년부터 2016년 중순까지 관악구에서 청년 시기를 보냈습니다. 보증금을 아무리 모아도 매년 치솟는 보증금을 두고 전세는 감히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매년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기도 벅찬 게 ‘서울살이’였습니다. 급기야 월세가 70만원까지 올랐을 때, 주민센터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귀하께서는 16년 LH기존주택 전세임대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매달 월세를 내는 대신, 서울시에서 보증하고, 보증료에 대한 이자분(2015년 기준 최대 매월 13만5천원)만 내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주택자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위한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정책이라는 소리에, 처음으로 가진 것 없는 삶도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품었습니다. 보증금을 다 모으지 않아도 급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월세를 이제는 감당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렇게 감히 넘보지 못할 전셋집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꺾이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서울시 보증의 조건은 7월부터 12월 안에 서울시에서 승인해줄 집을 주민이 직접 찾아내는 것입니다. 조건은 65제곱미터 이하, 전세금 2억원 미만이었습니다. 조건만 보면 쉬울 것 같았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만 검색해도 해당 조건은 손쉽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번번이 매물들을 퇴짜놓았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해당 정책 지원대상의 ‘예비 2차’인 저에게까지 순서가 돌아온 이유를 말입니다. 아무리 조건에 맞아도 현실의 임대시장에서 시에서 허가해줄 집을 찾는 건 매우 비현실적인 일이라는 것을요.

월셋집 계약 만료 기한은 다가오고, 방법이 없던 차에 공인중개사가 ‘강서구 화곡동’을 추천했습니다. 그쪽이 전세매물이 다른 지역보다 많다고 했고, 실제 찾아보니 매물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강서구 화곡동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1억7천만원에 44제곱미터의 구축 다세대 건물, 이번에는 괜찮겠지 싶어서 서류를 넣었지만, 끝까지 서울시에서는 허가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때 LH 전세임대가 됐다면 이후 민간의 깡통전세를 구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무척 아쉬운 대목입니다.

나 모르게 바뀐 집주인, PD수첩에 나오다

공인중개사는 차라리 LH를 포기하고 은행대출상품을 알아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전세대출상품도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보증을 서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설명도 따라붙었습니다. 집주인만 동의하면, LH보다는 비싸지만 은행 서민전세지원 상품으로 2%대의 금리로 부족한 보증금 분을 충분히 대출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공시지가 2억2천만원에 전세 1억6천4백만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해,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없음을 확인하고 집주인에게 전세대출 동의를 받았습니다. 은행에서도, 공사에서도 매물의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대출을 승인해주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고, 보증보험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첫 전셋집에서, 월세 대신 3분의 1가량 저렴한 은행이자를 내며, ‘그래도 다행이다’ 내심 안심하며 ‘LH의 희망고문’을 마음속에서 지웠습니다.

2018년 6월, 임대인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임차인 모르게 임대인이 바뀔 수 있다는 것과 이를 임차인에게 통보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법적으로도 계약이 그대로 승계되는 것을 알고, 등기부등본상 근저당이 별도로 없어서 당장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작 바뀐 임대인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채 계약갱신이 이뤄진 후, 만나지 못했던 임대인이 TV에 나왔습니다. 2019년 9월과 10월 PD수첩에서는 빌라촌 전세시장의 갭투기 문제를 다루는 2부작을 방영했습니다. 그 주인공으로 임대인 실명이 거론되었습니다. 설마 했던 그 임대인이 맞다고 임대인의 대리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확인 문자가 왔습니다. 계약 기간은 아직 1년 이상 남은 상태, 나름대로 알아보았지만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일을 해야 했기에 집 문제를 잊어보려고 노력했어도, 집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저로서는 퇴근하면 어김없이 집 문제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임대인은 문자로 “억울하다”고 호소하면서도, “저는 전세금 반환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안타깝지만 도리가 없다는 기관들

계약 당시 매물에 문제없음을 함께 확인했던 공공기관들, 대출한 은행, 보증을 선 공사, 임대문제를 상담한다는 구청 모두,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임차인의 몫으로 돌리기 바빴습니다.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인과 채권채무관계를 형성한 임차인인 저는 몰랐던 사실을 각 기관은 미리 알면서도 정보공유조차 해주지 않았습니다. 방송 이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 국세청 압류와,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가압류가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정작 이 집에 살고있는 저는 압류와 가압류가 이뤄질 동안 해당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임차인에게 알려주어 신용위기에 내몰릴 뻔하기도 했습니다. 서류를 떼는 과정에서 주민센터는 새 임대인과의 계약서를 가지고 와야 확정일자를 갱신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계약서를 새로 쓰고 확정일자를 다시 받을 경우, 우선변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지인 중 변호사가 있어, 확정일자도 계약서도 승계된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던 터라 잘못된 정보에 응하지 않았지만, 피해자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기관의 잘못된 정보로 우선변제 순위에서 뒤로 밀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합니다.

은행은 애당초 보증보험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모두 반환보증보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입할 당시에는 주택금융공사에서 운영하는 ‘전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운영하는 ‘안심전세반환보증보험’이라는 상품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은행은 두 상품에 모두 가입해야 한다는 고지는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에, 저는 제가 가입한 전세보증보험이 ‘반환’의 역할을 하는 보증보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 ‘보증보험료’라는 명칭의 보증료가 나갔기 때문에 크게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문제 발생 이후 은행을 통해 확인한 결과, 금융공사의 전세보증보험은 사실상 ‘신용보증’으로, 은행의 대출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뿐, 저의 보증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호 기능이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갭투기대응시민모임, 108명 피해실태조사

당시 충분히 설명받지 못했음을 항변하고 반환보증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를 했지만, 이미 매물에 문제가 있어서 불가능하다 통보받았습니다. 향후 절차에 대해 문의했을 땐, 만료 한 달 전에 다시 연락하라는 안내를 받았을 뿐입니다. 만료 한 달 전, 은행은 임대인이 블랙리스트임을 들어 대출연장도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습니다. 한 달 안에 해결방안, 즉 은행대출을 갚을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은행은 금융공사로부터 90%, 저에게 10%를 반환받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반환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되냐는 물음에, 금융공사로부터 구상권청구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건넸습니다.

계약만료를 한 달 앞두고, 제 앞에는 ‘억울하다’는 임대인, ‘개인적으로 안타깝지만 해결방안은 없다’는 기관들만 있었습니다. 분명 같이 매물을 확인하고, 등록하고, 보증을 서고, 대출을 했는데, 왜 책임 부분에서는 임차인인 저의 몫만이 남게 되는 것일까요. 현재 은행대출 부분은 우여곡절 끝에 계약만료를 한 달 남겨두고 대출연장을 완료했습니다. 은행 측의 안내 실수였고, 금융공사에서는 매물의 문제가 있더라도 임차인의 신용에 문제가 없을 경우 대출연장을 허가해주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신용불량이 될 거라는 은행직원의 말에 하루아침에 일상이 무너질 뻔했습니다. 그저 전세계약을 했을 뿐인데 왜 이런 끔찍한 경험을 해야 했던 걸까요.

저와 같은 경험을 해야 했던, 또 앞으로 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갭투기 문제 이면에는 망가진 임대시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주거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조차 없음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차인들은 고발하러 경찰서에 찾아가도 ‘현행법상 처벌 방안이 없다, 증거를 가져오라’는 등의 말을 듣습니다. 2019년 하반기 갭투기 문제가 공영방송에서 두 번이나 보도되었음에도 관할구청에서는 지금도 ‘매뉴얼이 없다’는 답변만 내놓을 뿐입니다. 국토교통부는 민원을 넣어도 응답 한 번 받기 쉽지 않습니다. 2020년 총선이 있었음에도, 가장 방송을 많이 탄 지역구인 강서구 후보들조차 임대시장 투기 문제에 대해서는 사과도 언급도 없었습니다.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익명 모임방에서는 ‘알려지지 않아서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 아닐까’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민원을 넣고, 청원을 올리고, 정보를 공유합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갭투기대응시민모임’을 꾸려보았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피해실태조사를 하고, 이를 토대로 유관기관에 피해실태를 알리고 질의서를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3주 동안 108명이 참여했습니다. 결과, ▲피해의 유사점, ▲특출한 누군가의 사기행각이 아닌 구조적 허점이 존재한다는 점, ▲반환보증보험도 임차인을 온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점, ▲처벌받지 않음을 이용해 피해양산이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을 확인했습니다. 또 피해 정도는 경제적인 데서 그치지 않고 우울, 가족해체 등 일상적이고 정신적인 피해까지 크게 번지고 있다는 점도요. 피해조사결과는 한겨레를 통해 3월 보도되었습니다. ([단독] 수백채 집부자 뒤엔 ‘깡통전세’…보증금 못받고 신용불량 위기)

주거 사기 왜 국가에 호소하냐고요

갭투기로 피해를 본 임차인들은 주변으로부터 많은 질문을 듣습니다. 전세 사기가 이렇게 만연한데 왜 더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나. 혹은 주거 사기를 왜 국가에 해결해달라고 호소하나.

앞서 제 사연을 좀 길게 서술한 이유는, 무주택자에 사회초년생으로 독립한 청년이 부모지원 없이 감히 주택은커녕, 전세조차 꿈꾸기 어려운 현실을 경험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전세를 꿈꾸게 해주었던 시작은 ‘서울시’였습니다. 서울시에서 저에게 준 기회였던 ‘기존주택전세지원제도’는 국민이라면, 서울시민이라면, 무주택이어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명(신청시 제출 서류)만 한다면, 월급의 상당수를 월세에 바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서울살이를 할 수 있다는 청신호였습니다. 행정이 임대시장을 좀 더 정확히 파악했다면 지원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전세를 살 수 있었겠지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실시한 보증보험은 제게는 두 번째 기회처럼 여겨졌습니다. 서민주거자금을 저리로 대출해주고 이를 공사가 보증해준다는 것, 여기에는 ‘열심히 살고 있는 나’만 증명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국토부의 정책과 이를 실행하는 공사와 은행의 업무처리방식이 달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저는 두 번째 기회마저 제대로 쥘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공사는 반환보증보험을 들지 못한 임차인들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임대인의 재산에 가압류를 걸지만, 사실상 임대인은 자기자본 없이 집을 매입했기 때문에, 공사가 가압류를 건 재산은 임차인의 임차보증금입니다. 공사는 우선변제권을 가진 임차인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회수 실익’이 없다며 가압류만 걸 뿐, 경매도 넘기지 않고 재산을 묶어두고만 있습니다. 공사가 ‘회수 실익’을 따지는 동안 임차인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신용위기에 내몰리는 현실입니다. 무리하게 소송비용과 경매비용을 들여 임차인이 직접 경매에 나서게 되면, 사실상 임대인은 손대지 않고 ‘문제 매물’과 ‘국세 납부’, ‘압류, 가압류 해제’ 등의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낙찰받는 임차인이 국세를 대납하고, 압류-가압류를 해제하고, 매물을 떠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2020년 기준 허그는 다세대매물에만 약 5조원의 가압류를 걸었습니다. 이는 임대인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임차인의 숨통을 조르는 결과일 뿐입니다.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질문합니다

서울시에는 분쟁을 상담해주는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가 있고, 각 구청에는 주택과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특히 갭투기 피해가 집중된 서울시에서 사실상 ‘전세반환보증제도’외에는 해결방안이 없다고 합니다. 민원을 넣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이런 정책의 허술함을 제대로 꿰뚫고 있던 임대사업자(공인중개서와 임대인)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손쉽게 편취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8월 반환보증가입 문턱을 낮추는 정책을 발표하자, 보란 듯이 해당 정책으로 유입된 임차인들을 투기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임차인이 내야 할 반환보증금까지 대납해주며 ‘보증보험이 있으니 안심하라’며 깡통전세를 대놓고 거래합니다.

왜 임대인이 아무런 법적 제재 없이 자기자본 한 푼 안 들이고 집을 사들여 다주택자가 되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까? 왜 정부는 이런 자들이 임대사각지대에 놓인 다세대-다가구와 같은 서민주거유형을 더욱 손쉽게 거머쥘 수 있도록 소형매물을 취득하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취득세 등 세금감면 혜택까지 준 건가요? 부동산 시장에서 전문가들은 매물시세의 70~80%를 넘는 전세는 위험하다고 경고하는데, 왜 서민주거유형들은 매물시세의 100%를 넘어서는 게 허용되는 건가요? 왜 깡통전세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임대인들의 투기행위는 범법행위가 아닌 건가요? ‘깡통전세’에 대한 대안은 여전히 없는 건지요?

의식주를 시민의 기본요소로 돌려주십시오. 재개발, 재건축 이전에, 현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먼저 돌아봐 주십시오. 다시는 서울시에서 전세를 계약했다는 이유로 신용위기에까지 내몰리는 시민이 없도록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주시기 간곡히 바랍니다.

주거 사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깡통전세 피해자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property/989121.html?_fr=mt1#csidxace1a54f2390caab6605ef1d62bed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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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광양시장 ‘도로 개설’ 공약 내건 땅, 당선되자 부인이 대거 사들였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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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군도 6호선’ 설계 진행 중…도로 나면 시장 측 큰 이득
매실나무 심고 영농계획서 제출…경찰, 시장 부부 조사 중 

[단독]광양시장 ‘도로 개설’ 공약 내건 땅, 당선되자 부인이 대거 사들였다
 

정현복 전남 광양시장(사진)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도로 개설을 공약했던 지역의 땅을 정 시장 부인이 남편의 재선 성공 후 대거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양시는 정 시장의 공약 사업인 해당 도로 개설을 최종 결정하고 현재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도로가 뚫리면 정 시장 측은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

3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동시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던 정 시장은 ‘군도 6호선 도로 개설’을 농촌 지역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공약집에는 진상면 이천마을과 진월면 신기마을을 잇는 너비 8m, 길이 3.5㎞의 도로를 개설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 시장이 취임한 민선 7기 들어 광양시는 시비 367억원을 투입해 ‘군도 6호선’을 개설하기로 하고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군은 2019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이 사업을 반영했다. 2020년 4월에는 실시설계용역에 착수했으며 현재 노선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2억5000만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해당 도로는 2022년까지 보상을 끝내고 2023년 착공,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정 시장의 부인 최모씨는 광양시가 도로 개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직전 인근 땅을 대거 샀다. 경향신문이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최씨는 2019년 8월29일 광양시 진월면 신구리 1167~1169번지 등 인접한 토지 세 필지를 한꺼번에 샀다. 소유자가 모두 다른 세 필지 9871㎡의 토지 매입가격은 2억902만원에 달했다.

최씨가 매입한 땅은 개설되는 군도 6호선이 지날 것이 유력하다. 최씨의 토지 경계에는 현재 소로가 나 있는데 설계가 진행 중인 새 도로 역시 이 길을 따라 개설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노선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소로와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 부인이 도로 예정지 인근에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매입한 토지에 매실나무를 심어둔 것도 보상금을 최대한 받아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최씨는 광양시에 ‘구입한 땅에 매실 농사를 짓겠다’는 영농계획서를 제출했고, 일부 토지에 실제 매실나무를 심었다. 한 지자체 도로 개설 업무 담당자는 “도로로 수용될 경우 나무는 ‘이식비용’을 추가로 지급하기 때문에 일반 땅보다 보상금액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시장 측은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시장이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장을 밝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개별 취재에 응답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전남경찰청 반부패수사2대는 정 시장과 부인 최씨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 시장은 자신과 아들이 보유한 광양읍 칠성리 호북마을 땅에 2차선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하며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시장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광양 성황·도이지구(65만770㎡)에 자신의 땅 두 필지(2050㎡)가 수용되자 원래 보상 방식으로 결정됐던 대토(토지로 보상받는 것) 대신 보상금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조만간 정 시장과 가족 등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만간 (언론에) 발표할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010600005&code=620114#csidxb2ee21db665938d91e4ebe65691b5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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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종전선언, 북미관계 개선에 매우 효과적”

첫 내신 기자회견서 “북 인권, 인도적 지원사업 선행돼야”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3.31 14:00
  •  
  •  수정 2021.03.31 23:04
  •  
  •  댓글 2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1일 오전 취임 후 첫 내신 기자회견을 갖고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1일 오전 취임 후 첫 내신 기자회견을 갖고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우리의 기본입장은 분명합니다. 절대 모호하지 않습니다. 한미동맹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한중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1일 오전 11시 취임후 첫 내신기자회견을 갖고 미국과 중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같이 ‘확고하게’ 밝히고 ‘종전선언’에 관심을 표명했다.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이고, 이 동맹관계는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이며 “ 중국은 또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고 최대 교역국이고 우리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최근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과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담과 알래스카에서의 미중 고위급회담, 중러·한러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고, 향후 4월 2일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 이어 4월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다.

정의용 장관은 “최근에 미국도 앞으로 중국과 소위 대응 또 경쟁, 협력, 영어로 confront, compete, cooperate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우리가 볼 때는 이 대응 경쟁 구도도 있지만 협력의 공간도 굉장히 많다고 본다”고 짚고 △한반도 평화 △보건안보 △기후환경 문제 등을 꼽았다.

그는 “미중은 우리의 선택의 대상은 결코 아니다”며 “미국이나 중국도 우리에게 그러한 요구를 해 온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2+2회담에 대해 “자기들의 입장을 우리에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청취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며 “그 계기에 우리가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미 측에 전달했다”고 확인하고 “이번 금요일에 있을 한·미·일 3국 안보실장회의 계기에 우리 서훈 실장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별도의 협의를 통해서 우리의 입장을 추가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과정도 조만간 완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대북 문제에 있어서 한미 간에 긴밀하고 완전히 조율된 그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추진하겠다고 입장이고, 미국이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하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페리 프로세스나 이런 것들은 미국 정부가 충분히 다 감안하고 있을 것으로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제2의 ‘페리 프로세스’가 나온다면 북미·북일관계 정상화와 종전선언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언급도 있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윌리엄 페리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도록 했고, 당시 김대중 정부는 임동원 통일부 장관 등을 통해 우리의 햇볕정책을 적극적으로 설득시켜 1999년 10월 ‘페리 프로세스’ 보고서에 반영토록 한 바 있다.

정 장관은 “종전선언은 북미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에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그러한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저희는 믿고 있다”며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조금 더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우리는 북한과 미국과 일본의 관계정상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판단은 우리하고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계속 우리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 관련 질문에 그는 “우리 정부도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아주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 “북한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문제는 여러 가지 종합적인 고려를 해야 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며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사업이 선행돼야 된다고 판단을 한다”고 밝혔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사가 없다고 말한데 대해 그는 “미 측이 여러 가지 접근방식에 대한 검토를 매우 진지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톱다운 또 톱다운 외 다른 방식, 또는 혼합된 방식,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좋은 결론에 도달하기를 우리가 기대한다“고 말해 북미 정상회동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외에도 일본과의 과거사 갈등 문제에 대해 “일본의 역사왜곡이라든지 영토주권 관련 도발행위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최근에 그러나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의 강도를 계속 높여 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우려를 하고 있다. 또 위안부 관련 역사적 사실도 왜곡 ·은폐하려는 행동이 늘어나고 있는 데에 대해서 아주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일 현안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이러한 노력을 저해하는 왜곡과 도발은 중단해 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하고 “한일외교장관회담은 어떠한 형태로도 나로서는 만날 용의가 있다”고 재확인했다. 심지어 한일 양자회담이나 한미일 3자회담, 한국이나 일본, 제3지역 어디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일 관계 중재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중재나 개입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전제하고 “미국이 한일관계가 원만히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을 해 준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환영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이 풀어나가야 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내년이 마침 수교 30주년이기 때문에 또 그간 중국과의 소통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국민적 우호정서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는 점을 우리가 계속하고 있다”며 신장 등 중국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해서 우리도 상당한 관심과 또 일정 부분 우려를 갖고 있다”며 “중국 측에 우리 나름대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3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대해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전반적인 협의가 있을 것 같다”며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보다 항구적인 평화 정착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도 늘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그러한 바탕 위에서 중국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런 것을 매우 솔직한 또 건실적인 방향으로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는 미얀마에서 우리 교민을 철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현지공관이나 우리 교민들 판단은 아직은 그런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철수 결정만 내리면 24시간 내에 상당수의 교민을 철수시키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비필수 인원부터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고, 국토부 국방부와 긴밀한 협조 하에 특별기나 우리 군 수송기를 투입할 예정이라는 것. 지난 12일 미얀마에 대한 1차 제재에 이어 추가 제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외교부청사 2층 브리핑룸에서 30명의 기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고, e-브리핑을 통해 기자들에게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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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용산참사 망언’ 비판 신문 기사, 고작 2개

참사 유족 “땅 부자, 집 부자, 투기꾼, 건설재벌 이윤 추구 앞장 선 오세훈, 자격 있나”
언론, 오세훈·박영선 지지율 차에 ‘부동산 민심 원인’ 진단

2009년 ‘용산 참사’ 유가족과 생존 철거민들이 지난 31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독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조차 없이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후보는 시장 자격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철거민 피해자들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오 후보가 같은 날 열린 관훈토론에서 용산참사를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 행위 진압을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 생겼던 사건”이라고 규정해 논란이 불거진 후다.

오 후보는 용산참사 관련 입장을 질문받자 “재개발 과정에서 전국철거민연합회라는 시민단체가 가세해 매우 폭력적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며 “쇠구슬인가 돌멩인가를 쏘며 저항하고 건물을 점거했는데, 거기에 경찰이 진입하다 생겼던 참사”라고 말했다. 또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부터 생긴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9개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1면 모음.
▲9개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1일자 1면 모음.
▲9일 한겨레 3면
▲1일 한겨레 3면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서울 용산 4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적정한 보상을 요구하며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했던 임차인들을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하며 벌어진 대형 참사다. 당시 화재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다쳤다. 오 후보 발언은 참사 책임을 임차인들에게 돌린 셈이다.

용산참사 유족과 철거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즉각 성명을 내 “철거민들의 저항이 ‘과도한 폭력’이었다고요? 땅 부자, 집 부자, 투기꾼과 건설재벌들의 이윤 추구를 위해, 가족들과 땀 흘려 일궈온 생계수단을 빼앗으며,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잔혹한 개발 폭력만큼, 과도 하도 잔혹한 대규모 폭력이 또 있느냐”며 “그 잔혹한 대규모 개발 폭력을 자행한 오세훈 당시 시장이, 철거 세입자들의 ‘과도한 폭력’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들은 “용산참사를 부른 뉴타운 재개발 광풍의 시대로 역행하는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을 볼 때도 참담했다”며 “게다가 그때 그 책임자가 다시 ‘제2의 용산참사’를 촉발할 개발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는 현실이 끔찍했다”고도 밝혔다.

▲1일 경향신문 3면
▲1일 경향신문 3면

 

당시 이들에 연대했던 48개 시민단체 연대체 빈곤사회연대도 “무엇이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을 망루 위에 오르게 만들었는가? 용산참사는 세입자 대책없이 이윤만을 좇는 개발정책과 그를 비호한 국가권력의 폭력에 의해 발생됐다”며 “개발규제를 완화하고 개발구역을 무분별하게 지정하며 사람을 쫓아내는 이명박식의 개발정책과 그에 편승한 서울시와 공조한 경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의 폭력이 다섯 명의 철거민과 한명의 경찰특공대원을 사망에 이르게 한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용산참사에 책임있는 이들이 처벌받지 않고 성찰없이 권력을 유지하는 동안 세입자의 삶 자체를 철거하는 개발정책도 계속되고 있다”며 “서울 미아동, 개포동을 비롯한 전국의 개발지역에 ‘제2의 용산’이라 적힌 현수막이 나부낀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구호가 여전히 유효하며 용산참사가 과거가 아닌 바로 지금인 이유“라고도 밝혔다.

1일 9개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중 오 후보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언론사는 경향신문, 한겨레 2곳이다.

▲1일 동아 1면
▲1일 동아 1면
▲1일 동아 3면
▲1일 동아 3면

 

서울 보선 좁혀지지 않는 격차에 ‘부동산 민심’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서울지역 유권자 82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 후보 지지율이 52.3%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0.3%)보다 22.0%포인트 앞섰다.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오차 범위)

오 후보는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박 후보를 제첬다. 60대 이상에서 65.1%의 지지를 얻는 등 연령대가 높을수록 지지율이 늘었다. 20~30대 응답자의 지지율도 오 후보가 박 후보를 20%포인트 넘게 앞섰다. 40대 경우 박 후보(43.2%)와 오 후보(43.4%)는 오차 범위 내인 0.2%포인트 차고 접전을 벌였다.

▲1일 세계일보 1면
▲1일 세계일보 1면
▲1일 국민일보 3면
▲1일 국민일보 3면

 

좁혀지지 않는 지지율 격차에 1일 언론은 ‘부동산 민심’을 주요하게 꼽았다. 한겨레는 ”최악으로 치닫는 부동산 민심“을 꼽으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직전 전셋값을 크게 올렸다가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건이 치명타였다. 정권의 도덕성까지 흔들리는 악재“라고 지적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사태는 ”활활 타오르던 민심에 휘발유를 끼얹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여권의 선거 전략의 혼선도 한 몫 한다며 “민주당 지도부와 박영선 후보는 엘에이치 사태로 악화한 민심에 ‘사죄’와 ‘맞불’ 두 가지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머리 숙여 사죄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부동산 투기 원조는 우리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오세훈 후보”라고 외치는 모양새“라며 ”상호 모순되는 이런 태도는 두 가지 전략의 효과를 모두 다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짚었다.

▲1일 한겨레 1면
▲1일 한겨레 1면

 

세계일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등 세대별 정당 지지성향에 지각변동이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전문가들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세태 변화에 민감한 중도층 민심이 집권여당을 떠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25번에 이르는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며 “현 정부 임기 중반에 치러진 지난해 총선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정권심판론을 잠재웠다”고 지적했다.

차별 기제로 작동하는 한국 공정성 담론

한국일보가 2021년 연중 기획 ‘탈진실시대, 보수-진보를 넘어’ 연재를 시작하며 첫 번째 주제인 불공정 사회를 전문가 대담으로 풀어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정희원 미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교수 모두 ‘구조적 불평등의 심화’를 근본 문제로 꼽았다. 김정 교수는 ‘한국 청년에게 불공정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성별·세대 갈등이라기보다 전체적으로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정 교수는 “공정성 담론이 사실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명확하게 차별화 기제로 사용될 때가 많이 있는 것 같다. 남녀 문제도 그렇고 여성과 트랜스젠더 간의 문제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1일 한국 8면
▲1일 한국 8면

 

김정 교수는 또 “정의로운 사회는 기회균등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는 것과 그 기회를 활용해서 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생애주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차별과 불평등을 경험하기 때문”이라며 “기회의 평등은 정책적으로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정 교수는 “기회균등을 넘어 적극적 재분배로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기회 평등조차 보장되고 있지 않다”며 “(비경제활동인구 통계를 보면) 매달 ‘쉬었음’ 인구는 최대치를 경신 중이고, 특히 20대는 1년 사이 30%나 급증해 거의 50만 명에 달한다. 청년빈곤층의 자립을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 또한 청년세대에 형성된 공정성 담론을 ‘계급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청년층 내에서 안정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그 범위는 매우 좁다. 안정된 위치에 간 사람들이 (비정규직 등에게) ‘시험 봐서 내가 이 이른 나이에 내부자의 위치로 들어왔는데, 어디 시험도 안 보고 들어오려고 하느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하지만 이런 '내부자'의 위치로 진입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졌다. 또 (내부자 위치에 들어가) 공정성 개념이 각인된 청년층이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나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청년층이 있다”며 “그렇게 본다면 지금 청년층의 불공정의 본질은 ‘계급의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1일 한국 9면
▲1일 한국 9면

불공정을 해소할 정치의 역량에 대해 김정 교수는 “LH사태를 봐도 어떤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문제해결의 단초가 시작됐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이러한 편법이나 불공정을 그냥 넘어가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나도 편법을 써야겠다’, ‘영끌해서 주식을 사야겠다’. ‘부동산에 투기를 해야겠다’는 식으로 반응하게 된다. 정부부터 이런 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항상 ‘포용국가’를 얘기하는데, 그 단어가 정확하게 뭘 뜻하는지 정책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이와 관련한 현 집권 세력의 책임에 대해 “진보가 가진 권력에 자정 장치를 더 엄격하게 작동시켰어야 하고, 더 깊이 권력의 위험을 성찰했어야 된다”며 “과거에는 보수의 전유물이었던 권력형 비리가 이쪽(진보)에서 터지고, 국민의 공분을 사는 상류층의 사고와 언어가 삐죽삐죽 노출된다”고 분석했다. 또 “진보를 지지하던 국민 입장에서는 사죄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당연히 보고 싶어하지만 점점 해명이 없어지고, 강행이 이뤄진다. 이런 과정 속에서 뭔가 물이 고여 왔다. LH, 조국 사태 등이 터지면서 물이 밖으로 확 넘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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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획부동산, 악의 근원”…공직 넘어 민간 투기까지 손본다

등록 :2021-03-31 04:59수정 :2021-03-31 08:40

검·경, 민간업자 수사범위 확대 강조

청와대 반부패협의회서도 대책 쏟아져
“상습투기꾼들, 노인 등 약자 등쳐”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7 보궐선거 후보들의 주거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7 보궐선거 후보들의 주거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사태 이후 주로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겨냥했던 정부·수사기관의 칼끝이 ‘기획부동산’ 등 투기를 부추기는 민간 업자 전반으로까지 확대된다. 3기 새도시 투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민간의 땅투기 폐해 또한 심각했기 때문이다.

남구준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장(국가수사본부장)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연 브리핑에서 “시도경찰청 수사책임자를 경무관급으로 격상하고, 수사인력도 현재(770명)의 두배 수준인 1560명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며 “내부정보를 이용하거나, 차명거래 등을 통한 부동산 투기뿐 아니라 기획부동산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해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자세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기획부동산의 폐해는 전날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도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는 본래 공직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부처 장관, 사정기관장 등 회의 참석자들은 토론 시간이 되자 기획부동산 근절 방안을 쏟아냈다고 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획부동산 피해자는 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다. 기획부동산은 상습 투기세력이 있고, 만성적이다. 이번을 계기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하자 이에 공감하는 발언이 잇따랐다고 정부 관계자가 이날 전했다. 변 장관은 “기획부동산으로 차익을 남겨도 양도소득세가 낮기 때문에 (이런 투기 형태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토지 양도소득세 강화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기획부동산이 만악의 근원이 확실하다”며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전주가 땅을 사는 과정에서 공공기관 정보를 빼내 (투기에 활용하는 등) 악용할 수 있다. 이것이 부동산 적폐의 원인”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기획부동산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땅을 중심으로 조사를 실시해 기획부동산을 확실히 색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이 필지를 선별해 쪼개기 세금탈루 정황을 분석하고, 드러난 것은 국세청과 수사기관에 이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협의회 토론에서 나온 의견은 토지 양도소득세 강화,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등으로 구체화됐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을 보면 기획부동산 관련 사기나 1인 매매법인의 투기적 거래 차단을 위해 ‘부동산 매매업’에 대한 등록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부동산거래신고법과 부동산서비스산업진흥법을 개정해 필지 중심의 기획조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이완 서영지 이재호 기자 wani@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88906.html?_fr=mt1#csidxcab1f06d50d0aa78dfb23a9c9e22e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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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 옆 사진관] 조화와 리듬이 만든 아름다움의 정체는?

입력2021-03-31 09:52
서울 문래동 철공소. /강윤중 기자

서울 문래동 철공소. /강윤중 기자

서울 문래동 골목을 거닐다보면 오래된 철공소가 시선을 붙잡습니다.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쇠가루가 내려앉은 세월이 지금 철공소에 그대로 스몄습니다. 이곳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은 볼트부터 기계, 모델하우스, 자동차 부품 등 안 들어가는 데가 없고, 없는 게 또 없답니다.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묵직한 기계 사이에 봄볕이 스며들고 있었고, 철제를 다듬는 날카로운 소리는 공기 중에 흩어졌습니다.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철공소 내부의 어둑한 분위기에, 크고 작은 점포들이 나란히 이어진 거리와 골목도 가라앉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게마다 쌓아놓은 각양각색의 제품들이 이 거리를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균형을 잡아주고 있었습니다.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각기 다른 크기와 색이 칠해진 동그랗고 네모난 철제 파이프들, 육각·사각·둥근 모양의 봉들이었습니다. 빨강, 노랑, 하양, 초록의 색은 두께와 재질과 강도를 표시한 것입니다.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제품의 단면이 만들어낸 가벼운 선과 면들이 반복과 변주 속에서 조화를 이뤘고, 그 안에서 경쾌한 리듬이 흘러나왔습니다.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문래동에서 “37년 동안 청춘을 다 보냈다”는 한 철공소 사장님은 “장사가 잘 되면 먼지가 자욱해야 하는 곳”이라며 어려운 경기를 얘기했습니다.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수십 년 오로지 철제만 다뤘다는 또 다른 사장님은 “주변이 카페 등으로 업종이 바뀌고 있다”며 “살살 물러나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쌓여 있는 제품의 사진촬영을 흔쾌히 허락한 사장님은 “작가들이 사진 찍으러 많이들 온다”면서 “이면에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노동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저 파이프와 봉의 단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귀한 노동의 결과물이라고 말입니다.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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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방지법 있었으면 LH투기·박덕흠 없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3/31 10:26
  • 수정일
    2021/03/31 10: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LH 투기 폭로 김남근 변호사 "입법 핵심은 형사처벌, 그래야 부당이익 추징"

21.03.31 07:27l최종 업데이트 21.03.31 07:27l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
▲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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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해집단들이 자기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공직을 활용하는 경향성이 그동안 강해져 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 보니 LH 투기 같은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이죠. 더이상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을 미뤄서는 안됩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공직자 윤리 의식'을 강조했다. 판사로 공직을 경험했던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행태를 목도하면서 "공직자 윤리 의식이 바닥 떨어졌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 변호사는 이해충돌방지법이 미리 만들어졌다면 LH 직원들의 땅투기 사태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손혜원 전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박덕흠 의원이 상임위를 하면서 자기가 소유한 건설회사에 피감기관들이 일감을 준 게 다 이해충돌원칙 위반"이라며 "입법이 됐다면 공직자들이 그 법을 인식하면서 위하적 효과(범죄 예방 효과)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해충돌방지법의 핵심은 '형사 처벌'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공무원행동강령에 이해충돌방지 원칙이 있지만, 이는 징계 사유다. 형사 처벌 조항이 없다"라며 "(공직자들이) 이해충돌방지 원칙을 위반해 투기를 할 경우 처벌하고 그 이익을 환수해야 하는데 형사 처벌을 해야만 부당 이익에 대한 추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늦긴 했지만 지금이야 말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완벽한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의성이 있어서 특정 시점에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법도 있다"며 "일정 수준의 입법을 한 다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나중에 개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래는 지난 26일 참여연대에서 진행된 김남근 변호사와 인터뷰 일문일답.

"형사 처벌해야 부당 이익 추징도 가능"

- 일단 이해충돌방지법의 3월 국회 통과는 무산된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21대 국회 시작하자마자 바로 논의를 시작했어야 할 입법안이었다. 국회가 개혁을 미루다가 사회적 요구가 밀려오니 급하게 처리하려다 보니까 어렵지 않았나 싶다. 잘못하면 여러 가지 논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또다시 지연되다가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국회에서 LH 관련 법은 신속 통과됐는데, 이해충돌방지법만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중요한 까닭은?

"공공주택특별법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를 한 경우 투기이익을 환수하고 처벌 강화자는 것인데, 이를 두고 사회적 이견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의 청렴한 공직 수행 의무,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위반한 행위 그 자체에 대해 처벌을 하자는 게 핵심 쟁점이다. 지금도 공무원행동강령에 이해충돌방지 원칙이 있지만, 이는 징계 사유다. 형사 처벌 조항이 없다. 이해충돌방지 원칙을 위반해 투기를 할 경우 처벌하고 그 이익을 환수하자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형사 처벌이 핵심이다. 형사 처벌을 해야만 부당 이익에 대한 추징이 가능하다."

- 이해충돌방지법이 있었다면 LH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까?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었을 거다. 손혜원 전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일도, 또 박덕흠 의원이 국토교통위원을 지낼 때 피감기관들이 그의 일가가 소유한 건설회사에 일감을 준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게 다 이해충돌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입법이 됐다면 공직자들이 그 법을 인식하면서 위하적 효과(범죄 예방 효과)는 있었을 것이다."

- 이해충돌방지법을 보면 업무상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사적 이해관계에 대한 판단은 공직자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전부 파악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공직자 스스로 사적 이해관계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면 판단을 받으면 된다. 그럼 심의위에서 심의를 해서 충돌 우려가 실제 있으면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공직자가 이해충돌방지 위반 우려가 될 때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 직무 범위가 넓은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는 오히려 업무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이해충돌을 고려하게 되면, 오히려 정상적인 직무 수행에 차질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고위직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처럼 직무 범위가 넓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공직자나 국회의원 정도라면 상대적으로 윤리의식이나 그런 이해충돌이 생기는 상황을 회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다. 그런 점에서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원칙은 이해충돌 발생이 우려가 된다면 회피하라는 거다. 공직자는 영리회사 운영자가 아니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면 공직자라면 이익을 얻을 일이 있어도 회피하는 게 원칙이다. 이게 우리가 고위공직자에게 기대하는 바다.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이라면 이를 감수해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 사적 이해관계 벗어나게 할 수단"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
▲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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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급하게 법을 만들면 탈이 나지 않겠나?

"완벽한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시의성이 있어서 특정 시점에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법도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의 경우 지금 만들지 않고 나중에 국회의원들에게 자발적으로 맡긴다면 제정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일정 수준의 입법을 한 다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나중에 개정하면 된다. 법을 제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개정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는 않다. 여러 이해집단들이 자기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공직을 활용하는 경향성이 그동안 강해져 왔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 보니 LH 투기 같은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더이상 입법을 미뤄서는 안된다."

- LH문제로 가보자, 앞으로 LH 어떻게 가야 하나?

"LH를 해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무책임한 주장이다. LH는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개발을 책임 있게 해야 한다. 문제는 LH가 이 사업을 할 때 정부가 재정·기금을 안주고 돈을 벌어서 하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신도시 개발을 할 때 땅을 팔아야 하고, 그 땅이 다시 투기 대상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토지를 강제수용해서 수용할 때는 저렴한 임대주택 지어서 내 집 마련, 주거 안정 해준다고 하다가 민간건설사에 팔고 떼돈을 벌게 해주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LH에 재정과 기금을 지원해주고, 토지비축은행을 만들고 사뒀다가 공공사업에 활용하는 형태로 사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

- LH 직원들이 본인 명의뿐만 아니라 친인척을 동원한 차명 투기를 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특검을 하자는 얘기도 있다.

"특검을 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 많은 대상자를 조사해야 하는데 신도시만 추려도 수천 건이 된다. 거래 내역 토지대장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의심되는 사례를 가려내고 조사해야 하는데, 1기 신도시 조사했던 것만큼 해야 한다. 제대로 하려면 1년 이상이 걸린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특검은 맞지 않다. 다만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의 농지 거래만 추려서 특검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 사실 참여연대의 LH 투기 폭로가 이해충돌방지법 등 개혁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소감은?

"제보를 받아서 주변을 다 조사해서 했던 거다. 공직자들이 투기를 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10여년 전만 해도 명확히 있었다. 본인이 직접 투기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사례는 대놓고 자기 이름으로 토지 쪼개기를 하고 땅을 샀다. '공직자가 별거냐, 우리도 할 수 있는 거지'라고 생각한 것 같다. 공직자 윤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사람들도) 이해충돌이 된다는 것도 인식했을 것이다. 알았다면 상부에 보고하고 차단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가 나오니 공분을 사게 된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투기에 대한 공직자 윤리 의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신도시를 개발 하기 전에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태그:#김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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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우리 아빠일까봐"...플로이드 마지막 영상 찍은 10대 소녀의 증언

플로이드 살해한 경찰 쇼빈 재판 진행...검사 "8분46초 아니라 9분29초 목 졸려"

쇼빈은 지난해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위조 지폐를 내고 물건을 산 것으로 의심되는 플로이드를 체포하면서 그의 목을 무릎으로 9분 가까이 눌러 숨지게 했다. 검찰은 쇼빈을 2급 살인과 3급 살인, 2급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2급 살인은 살인 의도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며, 최고 형량은 40년이다.

 

재판 둘째날인 30일에는 이 사건을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상을 찍은 10대 흑인 소녀가 법정에 출석해 증언을 했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고 '다넬라'라는 이름만 공개됐다.


 

사건이 일어났던 날 9살짜리 사촌 동생과 함께 간식을 사먹기 위해 '컵 푸드' 상점에 가던 길이었던 다넬라는 가게 바로 앞에서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돼 바닥에 엎드려 있는 플로이드의 모습을 목격했다. 다넬라는 경찰에게 잡힌 흑인 남성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촌동생을 혼자 가게로 들어보낸 뒤 자신은 가게 밖으로 나와 영상을 찍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가 무엇을 목격했냐는 질문에 "무서워하고, 겁먹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남자"라고 답했다.

 

"조지 플로이드를 보면서 아버지를 보고, 형제들을 보고, 사촌들과 삼촌들을 봤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모두 흑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살려달라고 하는 플로이드가 내 아버지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내가 그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하고 그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날 본 것에 대해 너무 괴로워하며 매일 매일 사과하며 밤을 지샜습니다."


 

▲ 30일 재판에서 공개된 사건 현장.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다넬라는 사촌 동생과 함께 간식을 사먹으러 나왔다가 사건을 목격하고 영상을 찍게 됐다. ⓒ AP=연합뉴스

다넬라는 당시 자신이 목격한 것에 대해 증언하며 계속 울었다. 다넬라가 찍은 10분 짜리 영상은 사건 직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여론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는 플로이드가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나는 숨을 쉴 수 없어요.' 그는 엄마를 찾으며 울었습니다. 그는 그것이 끝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고통스러워했고 그건(쇼빈의 행위) 옳지 않았습니다."

 

다넬라가 영상을 찍기 시작할 때는 유일한 목격자였지만 곧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은 경찰관에게 항의했다. 다넬라는 그러나 사람들이 그만하라고 요구를 하자 쇼빈이 플로이드의 목을 더 세게 누르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다넬라가 가게로 들여보냈던 9살 사촌도 증언을 했다. 그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가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다시 밖으로 나왔고 쇼빈이 플로이드의 목에 무릎을 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플로이드가 숨이 멎는 것 같아서 매우 슬프고 미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격투기 선수 도널드 윌리엄스 2세는 "나는 살인을 목격했다고 믿었다"며 "경찰을 불렀다"고 당시 자신이 911을 통해 신고한 내용에 대해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은 쇼빈이 플로이드에게 과도한 폭력을 사용했다며 살인 행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쇼빈 쪽 변호사는 훈련받은 대로 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라도 경찰이 공권력 사용을 이유로 유죄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이번 재판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종차별적인 미국의 공권력과 사법체계에 대한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블랙웰 검사는 재판에서 8분46초로 알려진 목 조르기 시간이 9분 29초라고 지적했다. 그는 "플로이드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4분45초, 발작으로 쓰러진 53초, 반응이 없어진 3분51초가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숫자"라고 말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310632281825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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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검찰 땅 투기 사건 수사에 ‘실효성’ ‘한계’ 회의적

투기 수사 나선 검찰, 신문들 당초 수사범위·권한 한계 지적
신문들 일본 ‘역사지우기’ 교과서 비판,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기획보도

 

 

 

 

대검은 30일 전국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총력 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검찰은 특히 공직자와 가족, 지인 관련 투기 사건에 집중해 최근 5년 간 처분한 사건을 재검토하고, 필요시 검사가 직접 재수사하기로 했다. 공직자 투기범죄는 전원 구속 수사와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고, 일반인의 경우도 기획부동산처럼 반복적 투기사범은 구속수사하고 벌금형 액수를 높이기로 했다.

▲3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3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 지시에 따른 방안이지만, 신문들은 그럼에도 검찰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사 실마리인 ‘작은 수사’는 대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 속하지 않는 까닭이다. 경향신문은 “공직자 부패나 대규모 기업형 투기를 찾아내려면 농지법·주택법·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작은 범죄’부터 뇌물·횡령 등 ‘큰 범죄’까지 연속적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작은 범죄’는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수사권을 대폭 제한한 상황에서 정부가 검찰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수도권 지역의 한 검사장 말을 빌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전담수사팀을 만들면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투기 사범 전원 구속하라는 방침도 일단 혐의가 소명돼야 법원에 영장 청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3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의 경우 법률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첨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 요인”이라고 했다.

▲31일 한국일보 5면
▲31일 한국일보 5면
▲경향신문 31일 3면
▲경향신문 31일 3면
▲동아일보 31일 6면
▲동아일보 31일 6면

중앙일보는 “이미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 중이라 손대기가 어려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 이외의 지점에서 직접수사의 근거를 찾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반면 보궐선거에선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약이 앞다퉈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야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박 후보는 “공공 주도의 재개발·재건축을 고집하지 않겠다. 공공 민간 참여형으로 하겠다”며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선언했고 오 후보는 나아가 “취임 뒤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며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공공재개발·재건축’ 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할 경우 실익이 낮은 공공재개발은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현재까지 선정된 서울 지역 공공재개발 후보지는 24곳이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모두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내걸어 순탄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31일 2면
▲한국일보 31일 2면

한국일보는 “누가 새 시장이 돼도 규제완화 카드를 꺼낼 게 분명하기 때문에 민간 재개발의 사업성이 부쩍 높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반면 국회는 지난해 12월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 우선분양 전환 기준을 완화해 다주택 세대에도 분양 길을 터줬다. 선착순 입주자 자격을 ‘무주택 임차인’에서 사실상 ‘세대원 중 무주택자가 있는 경우’로 바꾼 것이다.

일본 ‘역사지우기’ 교과서 사설로 비판한 신문들

내년부터 일본 모든 고등학생이 배울 역사 교과서 12종 중 단 한 곳만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언급했다. 모든 교과서엔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주장이 실린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2년부터 사용될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확정해 발표했다. 신문들은 이 사실을 1면에 보도하고 사설을 내 직접 규탄하기도 했다.

▲한겨레 31일 1면
▲한겨레 31일 1면
▲경향신문 31일 1면
▲경향신문 31일 1면

모든 신문이 일본의 ‘역사 지우기’ 교과서 소식을 지면에 올린 가운데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겨레는 1면에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머리기사로 내놨다. 검정을 통과한 역사총합, 지리총합, 공공 등 3개 사회과목 교과서 30종 모두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담겼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도 다수 포함됐다. 이는 일본 정부가 2018년 ‘다케시마와 센카쿠열도,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영토’라고 가르치도록 한 학습지도요령에 따른 것이다.

역사총합 교과서 12종 가운데 단 1종이 유일하게 ‘위안부’ 강제성을 언급했는데 그나마 부분적으로 서술했다. 야마카와 출판사는 일본·조선·대만 여성들이 “강제됐거나 속아 연행된 예도 있다”고 했다. 나머지는 “많은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에 보내졌다”등 강제성을 빼거나, 아예 ‘위안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인정하고 역사 교육을 통해 잊지 않겠다고 선언한 ‘고노 담화’를 무시한 처사”라고 보도했다. 한국 외교부는 30일 오후 주한 일본대사관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하고, 교육부도 시정 촉구 성명을 냈다.

그동안 일본사는 선택과목이었는데, 앞으로 일본의 모든 고등학생은 이 역사총합 교과서로 역사를 배워야 한다. 서울신문은 1면에서 “앞서 바뀐 초·중학교 교과서에 이어 초·중·고 전체 과정을 통틀어 영토를 왜곡화고 우경화 색채가 짙은 과거사를 가르치는 교육체계가 완성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사실상 초중고교생 모두 왜곡된 영토 교육을 받게 됐다”며 “내년 고교 2, 3학년 사회과 교과서 검정이 있는에 예외 없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기술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31일 12면
▲조선일보 31일 12면

조선일보는 12면 하단에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입각해 역사를 기술한 일본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도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며 “지난번 심사에 불합격했으나 이번에 통과,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주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세계일보 31일 사설
▲세계일보 31일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을 내 “일본도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조치가 진정한 한일관계로 나아가는 밑거름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이것이 여성에게 가해진 씻을 수 없는 전쟁범죄라는 점이다. 일본 정부와 사회는 이 역사적 진실을 미래 세대에 분명히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침략의 과거사를 긍정하는 교과서가 학교현장에서 통용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와 연대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한겨레·한국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기획

신문들은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기획 보도를 냈다. 서울신문은 1면과 2면에 5년 전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뒤 미군 복무중인 리앤 위스로를 인터뷰했다. 서울신문은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전역된 변 전 하사와 달리 위스로는 미군의 얼굴인 공보담당 부사관이자 차별방지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며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강제전역 취소 소송에서 사법부가 전역 처분을 바로잡고 국방부도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서울신문 31일 1면
▲서울신문 31일 1면
▲서울신문 31일 2면
▲서울신문 31일 2면

위스로는 2010년 ‘이언’이란 남자 이름으로 일리노이주 방위군에 입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트랜스젠더 입대를 허용하자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절망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미군은 이미 입대한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는 허용했지만 추가 입대를 불허했다. 지난 1월 새 바이든 행정부에 와서야 ‘금지 조치’가 풀렸다.

한겨레는 1면에서 20학번 대학생 하울씨를 인터뷰했다. 하울씨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16년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알게 된 뒤 정체성을 드러낸 뒤 “모든 평범한 공간들이 망가지기” 시작한 경험과 변 하사에 대한 기억을 얘기했다. 하울씨는 “검정고시나 대학을 준비하는 게 학력의 문제도 있지만, 사실 청소년기에는 사회화될 수 있고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에서 밀려났다는 경험 자체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또래들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까 집에만 있게 되고, 고립된 상황에서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그럴 때 누구라도 손을 내밀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 31일 10면
▲한겨레 31일 10면

한국일보는 ‘트랜스젠더 의료는 없다’ 기획보도 3부 가운데 끝으로 지난달 24일 세상을 등진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이자 정치인 김기홍씨의 생전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회원 물·메이씨를 인터뷰해, 아이가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뒤 진단을 받고 수술을 거쳐 성별정정을 하기까지 여정을 담았다.

▲한국일보 31일 10면
▲한국일보 31일 10면
▲한국일보 31일 10면
▲한국일보 31일 10면

한편 국민일보는 이날 30면 종교(기독뉴스) 면에 트랜스젠더 혐오 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실었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 등 이름의 성소수자혐오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성전환은 일종의 망상” “진료경험상 성적 혼란은 치유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등의 혐오 발언을 기사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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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대책에 등장한 ‘친일파 재산몰수’에 대하여

 
 
 
정운현 | 2021-03-30 09:03: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부동산 투기대책에 등장한 ‘친일파 재산몰수’에 대하여


최근 정부.여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당이득을 ‘소급 적용’해 몰수하고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을 ‘모든 공직자’로 넓히기로 했다. 28일 민주당은 공직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를 ‘친일 반민족행위’에 견주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해방 후 반민특위의 친일청산 활동 사례 참고한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제헌국회는 법률 제3호로 반민법(반민족행위자처벌법)을 제정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 처벌과 친일잔재 청산에 나섰다. 근거는 제헌헌법 제101조(‘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1948년 8월 5일 제40차 국회 본회의에서 김웅진 의원은 ‘반민족행위처벌법 기초위원회’ 구성을 긴급동의안으로 내놓았는데 이것이 반민특위 구성의 첫걸음이었다.

기초위원회는 우여곡절 끝에 한 달 후인 9월 7일 제59차 본회의에서 재적 140명 중 가 103, 부 6으로 반민법을 통과시켰다. 전문 3장, 총 32조로 구성된 반민법은 이튿날 정부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반민법 제정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이승만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반민법을 거부했다. 주된 거부 이유는 3권분립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승만 정부가 추진 중이던 양곡수매법을 국회가 보이콧 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반민법을 법률 제3호로 공포(9.22)하였다. 

반민법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소급입법이다. 8.15 해방 전의 친일행적을 문제 삼아 사후에 벌을 준 것이다. 둘째, 신체형과 재산형을 병과한 점이다. 즉, 반민특위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강제로 체포하여 조사한 후 특별검찰부의 기소, 특별재판부의 재판을 거쳐 유죄를 선고받은 자는 감옥에 처넣었다. 동시에 친일을 한 대가로 축적한 재산과 후대의 자손들에게 상속된 유산에 대해서는 죄질에 따라 일부, 혹은 전부를 몰수했다. 

반민법에서 규정한 재산몰수의 사례(별첨 1 참조)를 보면, 을사오적과 같은 매국조약에 가담한 자는 ‘재산과 유산의 전부 혹은 2분지 1 이상을 몰수한다’(제1조), 작위를 받은 자나 일본제국의회의 의원을 지낸 자는 ‘재산과 유산의 전부 혹은 2분지 1 이상을 몰수한다’(제2조), 독립운동가를 박해한 자는 ‘재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몰수한다’(제3조), 습작자나 밀정 등에 대해서는 ‘재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반민특위는 이승만 정권의 방해 책동으로 중도에 와해되고 말았다. 따라서 친일파들의 재산몰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들의 재산은 후손들에게 상속되었다. 그러다가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제2의 반민특위’가 구성되었다. 이번에는 친일파 행적조사와 재산몰수를 분리하여 두 개의 특별법이 각각 제정되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김희선 의원 발의)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최용규 의원 발의)이 그것이다. 이를 근거로 두 개의 위원회(친일행위진상규명위, 친일파재산조사위)가 구성돼 활동하였다.

친일파 재산 국가귀속(환수)을 위한 특별법은 반민법의 정신을 계승하였다. 특별법 제2조 2항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은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 또는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증여를 받은 재산을 말한다. 이 경우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였다. 즉, 이들의 재산은 친일부역의 대가이므로 몰수의 정당성을 뒷받침하였다.

특별법이 발효하면서 재산조사위는 토지 환수작업에 나섰다. 그러자 친일파 후손들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친일파 후손 60여 명은 일제강점기 동안 취득한 모든 재산을 친일행위의 대가로 추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친일행적 자체가 일제와의 유착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며, 그 기간에 취득한 재산은 친일재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다만, 재산조사위원회 활동개시(2006년) 이전에 제3자에게 이미 매각된 토지는 환수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는 선의의 목적으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선의의 피해자를 고려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별첨 2 참조) 한시기구로 출범한 재산조사위는 2010년 7월 12일자로 공식활동을 종료하고 그해 10월 12일 해산했다. 현재는 법무부가 이 업무를 승계하여 수행하고 있는데 친일파 후손들과의 소송전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투기이익 소급 몰수’를 두고 위헌 논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를 원천적으로 막아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만시지탄이나 이번 기회에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별첨 1] 반민족행위처벌법(약칭 반민법)
제1장 죄(罪)
[제1조] 일본정부와 통모하여 한일합병에 적극 협력한 자,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조약 또는 문서에 조인한 자와 모의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그 재산과 유산의 전부 혹은 2분지 1 이상을 몰수한다.
[제2조] 일본정부로부터 작(爵)을 수(受)한 자 또는 일본제국의회의 의원이 되었던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그 재산과 유산의 전부 혹은 2분지 1 이상을 몰수한다.
[제3조] 일본 치하 독립운동자나 그 가족을 악의로 살상 박해한 자 또는 이를 지휘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그 재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몰수한다.
[제4조] 아래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5년 이하의 공민권을 정지하고 그 재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
1. 습작한 자
2. 중추원 부의장, 고문 또는 참의 되었던 자
3. 칙임관 이상의 관리되었던 자
4. 밀정행위로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
5. 독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거나 그 단체의 수뇌간부로 활동하였던 자
6. 군, 경찰의 관리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
7. 비행기, 병기 또는 탄약 등 군수공업을 책임경영한 자
8. 도, 부의 자문 또는 결의기관의 의원이 되었던 자로서 일정에 아부하여 그 반민족적 죄적이 현저한 자
9. 관공리 되었던 자로서 그 직위를 악용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악질적 죄적이 현저한 자
10. 일본 국책을 추진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각 단체본부의 수뇌간부로서 악질적인 지도적 행동을 한 자
11. 종교, 사회, 문화, 경제 기타 각 부문에 있어서 민족적인 정신과 신념을 배반하고 일본 침략주의와 그 시책을 수행하는데 협력하기 위하여 악질적인 반민족적 언론, 저작과 기타 방법으로써 지도한 자
12. 개인으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일제에 아부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
(이하 조문 생략)
[별첨 2]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약칭 친일재산귀속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 협력하고 우리 민족을 탄압한 반민족행위자가 그 당시 친일반민족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고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여 거래의 안전을 도모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며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3. 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2006. 9. 22., 2011. 5. 19.>
1.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이하 “친일반민족행위자”라 한다)”라 함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제6호ㆍ제8호ㆍ제9호의 행위를 한 자(제9호에 규정된 참의에는 찬의와 부찬의를 포함한다). 다만, 이에 해당하는 자라 하더라도 후에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자 등으로 제4조의 규정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결정한 자는 예외로 한다.
나.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3조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중 일제로부터 작위(爵位)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 다만, 이에 해당하는 자라 하더라도 작위를 거부ㆍ반납하거나 후에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자 등으로 제4조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결정한 자는 예외로 한다.
다.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 중 제4조의 규정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독립운동 또는 항일운동에 참여한 자 및 그 가족을 살상ㆍ처형ㆍ학대 또는 체포하거나 이를 지시 또는 명령한 자 등 친일의 정도가 지극히 중대하다고 인정된 자.
2.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이하 "친일재산"이라 한다)”이라 함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ㆍ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 또는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ㆍ증여를 받은 재산을 말한다. 이 경우 러ㆍ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한다.
[제3조(친일재산의 국가귀속 등)]
①친일재산(국제협약 또는 협정 등에 의하여 외국 대사관이나 군대가 사용ㆍ점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친일재산 및 친일재산 중 국가가 사용하거나 점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재산도 포함한다)은 그 취득ㆍ증여 등 원인행위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 그러나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친일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구체적 절차와 그 밖의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4조(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설치)] 친일재산의 조사 및 처리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이하 조문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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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새만금공사 사장, 배우자 법인 통해 17억 상가주택 매입

등록 :2021-03-30 04:59수정 :2021-03-30 08:27

 

강팔문, 다주택 회피 ‘꼼수’ 의혹

작년 재산공사 때 2주택 소유
1채 증여해 올해 1주택 신고했지만
작년 배우자 출자한 부동산 법인서
익산시 4층 상가주택 사들여
새만금개발공사 전경. &lt;한겨레&gt; 자료 사진.
새만금개발공사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장인 강팔문 새만금개발공사 사장의 배우자가 지난해 부동산 투자 법인을 세운 뒤 17억원 규모의 상가주택을 매입했지만, 강 사장은 재산신고 때 해당 회사의 지분(2억1천만원·70%)만 신고해 1주택자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장 등을 지낸 강 사장이 다주택 보유를 숨기려는 수단으로 배우자 법인을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29일 <한겨레> 취재 결과, 강 사장은 지난해 3월 재산공개 때는 자신과 배우자 ㄱ씨 공동명의의 서울 우면동 아파트와 ㄱ씨 명의의 논현동 빌라를 보유해 다주택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ㄱ씨는 지난해 7월 2억600만원짜리 논현동 빌라를 친척에게 증여해 올해 재산공개에서는 1주택자로 분류됐다.

 

문제는 ㄱ씨가 논현동 빌라 증여 직전인 지난해 6월8일 설립된 자본금 3억원의 ㄴ법인에 지분 70%를 출자하고, 그로부터 14일 만인 같은 달 22일 전라북도 익산시 모현동1가에 있는 4층짜리 상가주택을 17억원에 사들였다는 점이다. 유한회사인 ㄴ법인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ㄱ씨가 유일한 이사로 등재되어 있으며 설립목적에는 △부동산개발·투자·매매업 △부동산 임대업 △건축물 유지보수 공사업 △서비스업·공간임대업 등이 명시되어 있다.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법인인 셈이다. 법인 주소지도 ㄴ법인이 매입한 전북 익산시 상가주택으로 되어 있다. 법인을 통한 우회적 주택 구매로 다주택 논란을 피한 셈이다.

이와 별도로 전북 새만금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의 배우자가 인근 도시에서 부동산 투자회사를 세워 활동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사장은 2018년 9월 초대 새만금개발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올해 9월 임기가 만료된다. 지역 언론에서는 강 사장을 내년에 있을 익산시장 선거 후보로도 거론하고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강 사장의 사례가 불법은 아니지만 다주택을 숨기려는 편법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강 사장의 경우 국토부 관료 출신에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공사 사장을 맡고 있는 현직인데 배우자가 부동산 투자법인을 세워 운영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공사 사장 임기가 끝나면 고향(익산시)에서 살려고 (ㄴ법인의 지분 30%를 가진) 지인과 함께 상가주택을 구입한 것”이라며 “법인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2주택자인 것은 아니다. 내가 들어가도 전세로 들어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인구도 줄어드는 익산에 집을 산 것을 누가 투기라고 할 수 있냐”고 반박했다. 서울 우면동 아파트는 “아들이 살고 있어 처분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익산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ㄴ법인이 지난해 매입한 상가주택이 있는) 모현동 쪽이 최근까지 택지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라 익산에서 부동산을 보유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며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긴 쉽지 않지만 조금씩 오를 것을 기대해볼 만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주빈 강재구 기자 yes@hani.co.kr

※부동산 투기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88730.html?_fr=mt1#csidx029b86afb0088abb7a326f82fae1d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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