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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의견 묵살, 이럴 거면 국민연금 수탁위 왜 만들었나요

삼성전자 이사 재선임 반대하던 수탁위원 사퇴의 속사

21.03.23 07:27l최종 업데이트 21.03.23 07:27l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기금운용본부와 함께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은 전주시 혁신도시 내에 위치해있다.
▲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본사 모습.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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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의 핵심은 바로 국민연금공단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이었습니다. 두 회사의 주요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사실상 합병 여부의 키를 쥔 상황에서 삼성 쪽이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진실의 개명)씨에 86억원의 뇌물을 건넸고, 합병은 성사됐죠.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정해졌는데, 이는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한 '조작'이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이처럼 정부 혹은 일부 기업의 입맛대로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 내부에 일종의 견제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공단 내 기금운용본부(아래 기금본부)가 주주권 행사에 있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이를 감시할 수 있는 기금운용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담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취지와 다르게 올해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문위원회가 낸 의견을 기금본부가 '패싱'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금운용전문위원회는 분야별로 투자정책전문위, 수탁자책임전문위(아래 수책위),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기금본부의 책임투자 및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는 주요 업무는 수책위의 몫으로 정해져 있죠. 

이번 삼성전자의 정기 주총 안건에는 사외이사 박병국·김종훈, 사내이사 김기남·김현석·고동진의 재선임 건과 사외이사 김선욱의 감사위원 선임 건이 올라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주총일을 7일 앞둔 지난 10일 기금본부는 독단적으로 '찬성' 의결을 결정합니다. 

수책위 노력, 아무 소용 없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상훈 변호사, 홍순탁 회계사 등 수책위원 3인은 15일 이를 수책위에서 논의해 결정하도록 정식 안건을 발의한 뒤 기금본부에 그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기금본부는 수책위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같은 날 '찬성' 결의를 공시했습니다. 

기금본부의 이같은 행보는 기금운용지침과도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지침 제17조3 5항에는 의결권 행사의 찬성 또는 반대 등에 대해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 등은 기금본부 분석 등을 거쳐 수책위에서 결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수책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는 사안도 수책위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죠. 그런데 수책위원 9명 중 3명이 정식 안건을 발의했음에도 기금본부는 이를 무시했습니다. 

이상훈 변호사는 "통상적인 것은 기금본부에서, 중요한 것은 수책위에서 판단하라는 게 지침의 전반적인 취지인데, 이렇게 이원화된 구조에선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삼성 안건이) 일상적인 것이냐, 중요한 것이냐가 쟁점이었는데, 수책위의 (재적위원 3분의 1인) 3인이 요구한 순간부터는 수책위에서 이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기금본부에선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얘기하고 있다"며 "지난 15일 찬성 의결이 공시되면서 이 변호사와 홍 회계사는 항의 차원에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수책위원직을 사퇴했다"고 말했습니다. 

ISS도 삼성 이사 재선임 반대했지만...
 
큰사진보기 지난 17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지난 17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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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책위원 3인은 왜 삼성전자 이사 선임건에 반대를 했던 것일까요? 우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서 이번 삼성전자 쪽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훈 변호사는 "ISS에서는 재선임 안건에 오른 인물들이 삼성에 대해 제대로 된 감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반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회사 합병을 위한 뇌물 공여)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에 대한 재발 방지에 집중하는 것이 사외이사의 주요 역할"이라며 "특히 삼성의 경우 미래전략실(미전실) 등 비선라인이 (승계작업을 주도하는 등) 문제였는데, 그 후속 조직이 삼성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라는 점이 보도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해당 TF가 미전실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 사외이사가 그 조직에 대해 정확히 분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지난 17일 주총에서 재선임이 결정된 박병국·김종훈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김선욱 사외이사는 2018년 3월 신규 선임됐던 인물들입니다. ISS와 일부 수책위원들은 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 이후 이사에 오른 이들이 뚜렷한 성과 없이 '제2의 미전실' 탄생을 방임한 의혹이 있는데도 재선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는 것입니다.

중요 정보도 공유되지 않았다

또 그동안 기금본부와 수책위 사이에 중요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번 ISS의 반대 입장과 관련해서도 요약본만 확인했을 뿐 본 보고서는 공유받지 못했다"며 "다른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서도 거의 대부분 받지 못했다, (수책위원직 사퇴 결정은) 전반적인 문제가 쌓인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행 기금운용지침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 기금이 자본의 이해에 충실해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금본부 판단에 대해 국민들이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 또한 기금위의 감시와 통제 아래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민연금 기금 관리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관련 의결권 행사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또 기금운용지침을 개정해 기금본부가 주요 정보를 수책위에 사전 공유하도록 하고, 수책위에서 경미한 사안으로 분류한 것만 기금본부가 결정하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변호사도 "국민연금의 경우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책위가 내부 조직인 기금본부와 별도로 떨어져 있다"며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에서는 외부위원들이 포함된 위원회가 가장 상위에 배치돼 있다, (기금본부-수책위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직 구조를 대폭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조직 변경에는 상당 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이므로 우선 기금본부가 정보를 외부와 실시간 공유하는 방향으로 내부 지침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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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대통령·집권여당 지지율 급락… “통치 능력 불신”

대통령 지지율 34.1% ‘집권 후 최저’, 조국 사태·검찰 갈등·LH 사태 거치며 불신 누적

 

 

23일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는 22일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대통령 및 집권여당 지지율 동반 하락에 한겨레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직면한 도덕성 위기, 검찰과의 갈등으로 인한 피로감, 신현수 전 민정수석 사의 파동에서 드러난 국정 난맥상,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깊은 불신, 엘에이치 사태가 불 지핀 공정성 위기가 겹치면서 통치 능력 전반에 대한 신뢰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23일 9개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1면 모음.
▲23일 9개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1면 모음.
▲23일 한국일보 4면
▲23일 한국일보 4면

 

YTN과 리얼미터가 지난 15~19일 동안 실시해 22일 발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전국 18세 이상 2510명,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4.1%였다. 부정적 평가도 62.2%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19~20일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18세 이상 1007명,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도 긍정평가는 34.0%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율도 동반하락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28.1%, 국민의힘 지지율은 35.5%로, 양당 격차는 7.4% 포인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결과도 각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30.3%), 더불어민주당(27.2%), 국민의당(9,6%), 열린민주당(5.8%), 정의덩(4.75) 순을 보였다.

시장 보궐선거가 열리는 서울·부산도 정당 지지율 등락 추세가 유사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서울 내 민주당 지지율은 1.4% 포인트 하락한 26.2%를 보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5% 포인트 상승한 38,9%를 기록했다. 부산·울산·경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2.8% 포인트 하락해 23.5%를, 국민의힘 지지율은 2.8% 포인트 상승한 42.0%였다.

▲23일 서울신문 1면
▲23일 서울신문 1면
▲23일 세계일보 3면
▲23일 세계일보 3면

 

전문가들은 최근 논란이 심화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주 원인으로 짚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서울신문에 “LH 사태가 부동산 문제와 결합한 형국”이라며 “진보정권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국민들이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여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먼저 집권세력의 위기 대응 능력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다주택 처분’ 논란 등을 빚다 물러난 뒤 유영민 실장이 민생·실용 기조를 앞세우며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정무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많다”며 “여당 강경파가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청와대와 불협화음을 내고, 엘에이치 사태에 대한 특검 도입 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리더십 공백의 결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민심 악화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영선 후보의 입지를 더 좁히고 있다”며 “대선까지 적신호가 켜졌다. 민주당이 애써 외면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39.1%를 찍고 선두로 나섰다”고 전했다.

▲23일 한겨레 6면
▲23일 한겨레 6면

 

‘LH 사태’ 특별수사본부 3기 새도시 81명 내사 중

LH 임직원들의 업무상 직위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등을 수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내사·수사 중인 사건은 22일 기준 61건, 대상자는 309명에 이른다. 신분별로 보면 공무원 41명, 전·현직 공공기관 임직원 31명, 민간인 170명 등이다. 나머지 67명은 신원 확인 중이다. 이중 3기 신도시와 관련된 사건은 23건에 대상자는 81명이다.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도 과거 재임 기간 아내 명의로 세종시 내 토지를 사 내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해 부서 직원과 그 가족들의 차명거래까지도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어,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엄정 사법처리 할 것”이라며 “공직자의 내부정보 부정 이용 등 지위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는 구속 수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수사 대상 LH 직원 등이 소속된 LH 전북본부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전·현 전북본부 등의 직원 4명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사전 투기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18년 당시 전북본부에 근무한 직원이 3기 신도시의 광명시 노온사동 토지를 구매한 당일 또다른 전북본부의 직원 가족이 바로 옆 토지를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두 토지 판매자는 동일했다. 경찰은 한 직원이 전북본부로 간 뒤 LH 직원 3명이 모두 비슷한 시점에 노온사동 땅을 샀다며 이를 사전 투기로 의심하고 있다.

▲23일 경향 5면
▲23일 경향 5면
▲23일 동아 1면
▲23일 동아 1면

 

한편 국토교통부는 신도시 예정지 발표일 직전 관련 지역 땅을 산 사람은 신축 아파트 분양권 등을 받지 못하게 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동아일보는 국토교통부가 “신도시 지정 이전부터 일정 기간 토지를 보유한 사람에게만 ‘협의 양도인 택지’를 공급하는 내용의 투기 근절 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신도시 예정지로 공람 공고된 날을 기준으로 토지 보유 기간이 일정 기간 미만이면 협의 양도인 택지를 아예 주지 않거나, 보유 기간에 따라 택지 공급가나 아파트 분양 가격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실거주 여부나 보유 기간을 따지지 않고 수도권 기준 보유 토지 면적이 1000m² 이상이면 협의 양도인 택지를 공급한다”며 “(LH 사태를 계기로) 개발 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예정지 땅을 산 사람이 보상 과정에서 택지나 아파트를 싸게 공급받아 시세 차익을 남기는 투기의 고리를 끊으려는 취지”라고 지적했다.

▲23일 한겨레 2면
▲23일 한겨레 2면

 

미국, 호주, 스페인까지… 서구 전반에 깔린 ‘아시아 혐오 범죄’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최근 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규탄하고 아시아계 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지난 16일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피해자 중 6명이 아시아계라는 사실에서 ‘아시아계 혐오 범죄’, ‘아시아계 증오 범죄’ 등이라 불리고 있다. 이들 6명 중 4명이 한인이다.

시위 현장을 보도한 한겨레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북쪽으로 두 블럭 떨어진 맥퍼슨광장은 한국계를 비롯해 중국계, 베트남계 등 아시아계는 물론이고 흑인과 백인 등 다양한 시민들 1000여명으로 가득찼다”며 “시민들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명백한 증오범죄’라며 이를 없애기 위해 인종을 뛰어넘은 연대로 맞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타이계인 태미 덕워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도 CBS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 및 유사 범죄들이 인종적으로 동기부여가 됐는지에 대해 더 심도있는 수사가 이뤄지길 원한다”고 밝혔다.

▲23일 국민 11면
▲23일 국민 11면
▲23일 한국 13면
▲23일 한국 13면

 

인종차별에 기반한 아시아계 혐오 정서가 서구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중국발 바이러스’라는 오명을 지닌 코로나19가 서구권의 아시아 증오에 불을 붙이면서 관련 범죄도 급증하고 있는” 실태를 조명했다.

영국 경우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해 6월 영국 내 소수인종 12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중국계 4명 중 3명이 인종 차별적인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또 런던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9월 인종이나 종교 등을 이유로 동아시아계에 가해진 증오범죄는 222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113건)보다 95% 늘었다.

국민일보는 “프랑스 시민단체 ‘시큐리티 포 올’에 따르면 파리에서는 이미 지난 2019년 이틀에 한 번씩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발생하는 등 반 아시아계 정서가 극심했다”며 “이 단체의 선 레이 탄 대변인은 ‘사람들이 대놓고 나는 아시아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지난해부터 인종차별이 더 노골화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중국계 호주인 1040명을 조사한 결과 37%는 최근 1년 내 차별적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중국의 전통과 관련된 문제로 물리적인 위협을 받았다는 답도 1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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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자의 삶을 위한 교육] 코로나시대 협력교육과 교원차등성과급

발행2021-03-22 18:03:44 수정2021-03-22 18:10:30
 
편집자 주 - 현장 교사로서 오랫동안 전교조 활동과 참교육 운동을 펼쳐온 박미자 참교육연구소장의 칼럼을 새로 연재합니다.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의 저자이기도 한 필자는 교사만이 아니라 교육구성원의 다양한 요구와 시각을 아우르며 더 나은 교육을 향한 제언을 해줄 것입니다.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21세기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교육의 과제로 경쟁보다 협력의 중요성과 민주시민교육이 부각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어느 시대에나 중요한 교육의 본질이었지만, 촛불항쟁 이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실천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모두를 위한 교육’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강조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사회공동체의 주인으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고 실천하는 민주시민교육은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과정을 배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활동에서 교사의 역할도 지식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넘어서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탐구심과 삶에 대한 열정,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안내하는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은 일상적으로 동료교사들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협력한다. 학생들을 맡아서 책임있게 교육한다는 것은 보람된 일이지만, 떨리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교사들은 혼자일 때, 작고 무력하지만 동료들과 협력할 때, 자신감이 생기고 성장하는 것이다.

지난해 5월 20일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 80일만에 등교를 시작한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첫 등교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5.20ⓒ김철수 기자

교사를 평가해 S, A, B등급으로 나누는
교원성과급 차등지급

2021년 3월 9일, 교육부는 ‘2021년도 교원 및 교육전문직원 성과상여금 지급 관련 시행 지침’을 발표하고, 전국시도교육청에 3월 중에 지급해주기를 요청했다. 정부의 방침은 교원성과금 차등지급이었다. 2021년 교원성과상여금에 대한 기본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 표와 같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교육부는 교원성과상여금을 S와 A, B로 나누어서 차등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100명의 교사를 점수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30명의 교사는 S등급을, 50명의 교사는 A등급을, 20명의 교사는 B등급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교원성과상여금은 S등급과 B등급의 금액차이의 비율 학교장이 정하는 것인데, 대체로 50%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발표에 대하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원성과상여금 차등지급은 교육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일’이라고 규정하였다. 전교조는 ‘지난 20여년 동안 모든 정부는 교원성과상여금 차등지급으로 교원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회상하고, ‘교원의 차등성과급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020년의 재난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교육공동체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 비상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하였고, ‘그동안 교단의 요구를 무시하고 교원들의 헌신과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교원성과급 차등지급을 철회하고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원성과상여금 지급지침을 개정하여 올해개인성과급을 균등분배하고 ‘경쟁에서 협력으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전환할 것을 요구하였다. 학교현장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단위에서 같은 의견이 제출된 것이다.

작년(2020년) 코로나 19상황에서 학생들은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 줄었으며, 교사들은 학교에 나올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새로운 형태의 만남을 통해서 교육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현장에서 교직원들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했기 때문에 어려운 가운데 교육활동이 진행되었고, 학교에서 방역을 철저히 하면, ‘학생들이 개별가정에 있는 것보다 학교에 가는 것이 더 교육적이고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하였다. 2020년의 위기상황에서 교사들이 더욱 더 서로를 격려하고 긴밀하게 협력하며 보냈다는 점에서, ‘2021년 교원성과상여금 차등지급’은 자신이 받은 등급과 상관없이 교사들을 더욱 쓸쓸하게 할 것이다.

교원성과상여금 제도의 시작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위원회는 교원의 차등보수를 제시하였다. 1996년과 1997년에는 근무평정을 통해서 상위 10%에게 특별상여수당을 지급하였다. 그리고, 2001년 정부에서 ‘교직사회의 경쟁을 유도하여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차등지급하고, 하위 30%의 교사들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시되었다. 당시 교사들이 성과급반납을 선언하였고, 8만명이 넘는 교사들이 성과급반납을 실천하였다. 교사들의 저항으로 당시 김대중 정부는 교원성과급제도를 폐지하고 자율연수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중앙인사위원회 등의 반발에 의해 10%의 차등을 두고 3등급으로 시작하였다. ‘교육활동에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직사회의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교사들이 반납했던 성과급은 정부에서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다시 돌아왔고, 균등분배운동이 시작되었다. 교원에 대한 차등성과급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지속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교원성과상여금의 차등 금액의 비율을 50~70%로 확대하였고, 박근혜 정부는 70~100%로 확대하였다. 교원성과상여금 균등분배운동이 전국의 교사들에게 호응을 받으며 동참하는 교사들이 늘어나자 정부는 균등분배를 처벌하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20년째 교사들끼리 민망하고 미안한 차등성과급
교사단체는 물론 교육감들도 반대

학교에서는 학생을 맞이하는 2월과 3월이 한해의 시작이다. 이 시기에 교사들은 동료교사들과 함께 교육활동을 성찰하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계획을 수립하고 아이들을 맞이한다. 교원차등성과급은 2월말에 등급을 정하고 봄에 지급된다. 새학기! 자신의 교육활동에 대한 등급을 받고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하는 교사들의 심정을 정부의 책임자들은 헤아려 본 적이 있을까? 20년 동안 전국의 교사들을 불편하게 해온 교원차등성과급에 의해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는 보고서는 없었지만, 학교현장에서 학교장과 교사들이 해마다 서로 난처해하고 미안해하는 일은 반복되었다. 교원성과상여금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교사의 교육활동의 질이 높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으며, 등급이 낮은 교원의 교육활동의 질이 낮다는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웠다. 근무시간을 초과하여 일하는 사람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수업시수가 많은 경우에는 수업시수 수당을 주면 될 것이었다. 업무가 힘들어서 교원성과급 추가점수를 주고 수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교원성과급 추가점수를 주는 일이 불편하고 부당했다. 한 해 동안 함께 근무를 하고 성과상여금 등급을 정하는 것은 해마다 교사들을 쓸쓸하게 만들었고 자존감을 떨어뜨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교육정책이나 교원정책에서 조금씩 다른 입장을 갖고 있었지만 교원성과상여금의 차등지급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하였고, 교육적 방향과 입장이 일치하였다.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들이 비교육적 실적 경쟁 강요 학교별 차등성과급 반납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김철수 기자

학생들은 교사들 간의 관계에 민감하다. 자기 담임선생님의 안부를 옆 반 선생님에게 묻기보다는 담임선생님과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면도 있다. 교사들이 동료들과 서로 협력하며 배우는 학교에서 학생도 서로 관계가 좋고 협력적이다. 교사들의 동료성과 협력은 오래된 과제이며, 교사들 간의 공동체의식과 협력을 기본으로 학교가 유지되기 때문에 교육활동의 성과를 수량으로 계산하고 서열을 매기기 어려운 일이다.

해마다 봄이 오면 교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교원 차등성과급!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S, A, B로 등급을 나누는 정부는 왜, 누구를 위해서 차등성과급을 지급할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SNS를 통해서 교원차등성과급에 “학생들에게 과정의 중요성과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선생님들이 수행하는 교육활동의 가치를 비교-평가해서 서열화하는 것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라고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학교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낡은 잣대를 버리지 못하고 교원차등성과급 정책을 고수하는 현 정부가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가 일어난다. 학생들이 협력하며 배우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하는 일은 학교교육을 통해서 교사와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방역에 대한 부담감과 차등성과급, 엄청난 일들과 함께 사랑스러운 학생들을 만나는 3월! 선생님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딱 한가지이다. “3월은 선생님의 웃는 얼굴이 가장 중요한 교육입니다. 일단 건강 잘 챙기십시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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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부수 조작 고발 이후…폐휴지로 둔갑한 조중동 새 신문들

ABC협회 신문 유가부수 조작 관련…김승원 의원실 '현장급습'
광명 폐기물 처리장 촬영 영상 화제

 

한국 ABC협회의 신문 유가 부수 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승원 의원 등 28명의 국회의원이 지난 18일 조선일보와 한국ABC협회 및 그 임직원 등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경찰청에 접수한 이후, 새 신문들이 폐지로 팔려나가는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와 SNS 등에 퍼지고 있다.

 

영상은 김승원 의원실 보좌진들이 시민 제보를 받고 출동하면서 광명시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비포장인 듯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 도착한 현장은 폐기물 처리장의 야적장으로 보이는 공터가 보였고, 새 신문들이 가득히 쌓여 있었다. 곳곳에는 수출용 컨테이너가 보였고, 2.5톤 트럭들에는 포장을 풀지 않은 신문들이 가득했다.

 

의원실 직원이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묻자 남성들은 "수출도 가고. 계란판 공장도 가고"라고 답했다. 비닐도 뜯기지 않은 새 신문들이 폐휴지로 둔갑해 팔려나가는 현장이었다.

 

또 제일 많이 오는 신문이 어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일 큰 신문사"라고 답했고, 조선일보냐라고 재차 묻자 "네... 다 똑같아요. 조중동 거기서 거기"라고 답했다. 또 신문들은 2~3일에 한번씩 실려 온다고 말했다. 의원실의 '현장급습'은 지난 18일 이뤄졌다. 이날은 의원들이 단체로 고발장을 접수한 당일이었다

 

김승원 의원은 이와 관련, 김남국 의원이 진행하는 '김남국TV'에 출현해 "국회 상임위에서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 신문들이 폐기물 처리장으로 들어와서 팔려나가고 있었다"며 허탈해 했다.

 

김남국 의원도 "김 의원께서 계속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불구, 심지어 고발까지 한다고 했는데, 현장을 급습해서 방문을 했는데 여전히 똑같은 일을 반복을 하고 있었다"며 "결국에는 증거인데, 범행 현장으로 볼 수 있는 고발장을 여러 진술들을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고소·고발과 관련 "공정한 언론 생태계가 중요하다. 거대 신문들이 유가 부수를 조작해 A군으로 되면서 광고비나 정부의 보조금을 독식하게 되면 나머지 중소신문이나 전문 특허 신문들이 살 수 없다. 그들이 발전이 안된다. 언론 생태계가 왜곡되고 황소개구리처럼 무조건 잡아먹는. 공정한 언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 등 28명의 의원들과 박용학 전 한국ABC협회 사무국장은 앞서 18일 조선일보와 한국ABC협회 및 그 임직원 등에 대해 사기,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인은 더불어민주당 강병원·권인숙·김경만·김남국·김승원·김용민·민병덕·민형배·박완주·박주민·소병훈·안민석·양이원영·양향자·오영환·유정주·윤영덕·이규민·이수진·이용빈·이탄희·진성준·천준호·최혜영·한준호·홍영표·홍정민·황운하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참여했다.

 

광명시 한 폐기물 처리장에 비닐을 뜯지 않은  새 신문들이 트럭에 실려있다. (사진=김승원 의원실 제공)
▲ 광명시 한 폐기물 처리장에 비닐을 뜯지 않은  새 신문들이 트럭에 실려있다. (사진=김승원 의원실 제공)

 

[ 경기신문 = 유진상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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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 블링컨의 도꾜, 서울, 앵커리지 연쇄방문

[개벽예감 436] 심층분석 - 블링컨의 도꾜, 서울, 앵커리지 연쇄방문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3/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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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 보낸 메시지

2. 사전조율은 필요하지 않다

3. 협상이 아니라 굴복을 요구하는 조선

4. 적대행동을 중단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5. 공동성명에 도발언사가 들어가지 않은 까닭

6. 생사존망의 위험에 빠져드는 한국

 

 

1.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 보낸 메시지

 

2021년 3월 18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조선 외무성과 외교접촉을 하려고 “시도”해왔는데, 조선 외무성이 응답하지 않자, 최근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전자우편과 전화통보문을 보내면서 외교접촉을 “요청”했으며, 그래도 조선 외무성이 응답하지 않자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중략) 접촉해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쎄지를 (조선 외무성에) 보내왔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조선 외무성의 응답을 받아보려는 미국 국무부가 메시지의 수위를 접촉시도 ⟶ 접촉요청 ⟶ 접촉간청으로 차츰 높여가며 안달복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 외무성은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 국무부의 접촉간청에 처음이자 마지막 응답을 주었다.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 보낸, 외교접촉을 간청하는 메시지는 한미련합군이 합동군사연습을 시작하기 전날 밤, 그러니까 2021년 3월 7일 밤에 제3국을 통해 전달되었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의 메시지를 조선 외무성에 전달한 제3국은 어느 나라인가? 조선이 코로나바이러스 침습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이후 평양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관들은 국경봉쇄가 해제될 때까지 자리를 비우고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갔지만, 뽈스까, 로무니아, 벌가리아, 체스꼬는 일부 외교관을 남겨두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 외무성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해 안달복달하던 미국 국무부는 위에 열거한 네 나라들 가운데 어느 한 나라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 외교접촉을 간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친밀도를 생각하면, 뽈스까가 전달자 노릇을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2021년 3월 15일 젠 사키(Jennifer R. Psaki)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우리는 (조선에) 연락을 취했”으나 “지금까지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의 그런 발언을 들어보면, 미국 국무부가 단독으로 조선 외무성에 외교접촉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에서 각료들과 협의하고 내린 결정에 따라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 외교접촉을 요청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외교접촉을 간청하는 메시지를 조선 외무성에 계속 보낸 당사자인 토니 블링컨(Anthony J. Blinken) 국무장관이 로이드 오스틴(Lloyd J. Austin) 국방장관과 함께 4박5일 일정으로 도꾜와 서울을 연쇄방문하기 위해 워싱턴을 출발한 날은 2021년 3월 13일이었으므로, 블링컨 국무장관은 워싱턴을 출발하는 마지막 시각까지 조선 외무성의 응답을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채 도꾜행 전용기에 올랐다.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의 응답을 그처럼 오랫동안 기다린 까닭은 무엇일까?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과 외교접촉을 해보려고 그처럼 안달복달한 것이 분명하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2021년 3월 16일 도꾜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중에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몇 주 안에 북조선정책에 대한 검토를 완료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조선정책을 수립하기에 앞서 조선과 외교접촉을 하는 것은 조선의 의중을 떠보려는 탐색행동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블링컨 국무장관의 의도를 알 만하다. 만일 그가 조선 외무성으로부터 외교접촉에 응하겠다는 응답을 받았더라면, 도꾜와 서울을 차례로 방문하여 조선 외무성과 곧 외교접촉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조미외교접촉에 대한 문재인 정부와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정부의 의견을 각각 들어보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행동을 흔히 사전조율이라고 부르는데, 지난 시기 역대 국무장관들도 취임한 후에 사전조율 ⟶ 조선과의 외교접촉 ⟶ 조선정책 수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반복했었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평양에 있는 조선 외무성 청사 정문을 촬영한 것이다. 2021년 3월 18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발표한 담화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조선 외무성과 외교접촉을 하려고 계속 시도했으나, 조선 외무성은 응답을 주지않다가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발표로 처음이자 마지막 응답을 주었다. 미국 국무부가조선 외무성과 외교접촉을 시도하려고 했던 까닭은 도꾜와 서울을 차례로 방문하면서조미외교접촉에 대한 문재인 정부와 스가 정부의 의견을 각각 들어보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발표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 사전조율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조미외교접촉을 성사시키려던 블링컨 국무장관의 모든 노력은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가 발표된 것으로 하여 물거품으로 되었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의도를 간파한 조선 외무성은 그가 도꾜를 방문한 때에 맞춰 최선희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함으로써 블링컨 국무장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최선희 제1부상은 담화에서 “조미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얄팍한 눅거리수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질타함으로써 조미외교접촉을 성사시키려던 블링컨 국무장관의 모든 노력을 일거에 물거품으로 날려 보냈다. 

 

이런 사정은 블링컨 국무장관의 처지가 역대 국무장관들의 처지와 전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신의 처지가 그처럼 전혀 다른데도, 블링컨 국무장관이 역대 국무장관들과 똑같이 사전조율 ⟶ 조선과의 외교접촉 ⟶ 조선정책 수립으로 이어지는 상투적인 행동을 반복하려고 시도한 것은 심중한 문제를 제기한다. 심중한 문제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지금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는 역대 국가안보회의들과 똑같이 행동해서는 안 되는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조선과 미국이 적대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 방도이며 최후 단계인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만일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자기들의 노력으로 조미정상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착각은 없을 것이다. 최선희 제1부상은 이번에 발표한 담화에서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미국에)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고 단언했다. 

 

무릇 비상사태는 비상행동을 요구하는 법이다. 비상사태에 직면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는 역대 국가안보회의들이 습관적으로 벌여놓았던 상투적인 행동을 반복할 게 아니라, 비상행동을 취해야 마땅하다.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하여 더 이상 협상의 여지를 갖지 못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에 필요한 것은 비상행동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는 조선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문재인 정부와 스가 정부의 의견을 각각 들어보는, 이른바 사전조율이라는 습관적 행동을 반복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사전조율이라는 습관적인 행동을 반복한 것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아둔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그처럼 아둔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근본리유는 조미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회의는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한 것으로 하여 조미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전략적 오판에 빠졌고, 그래서 조미정상회담에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물러났는데, 지금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도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하여 조미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전략적 오판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에서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기를 감수하고 받아들일 준비도 안 되여 있는 미국과 마주앉아야 아까운 시간만 랑비하게 된다”고 질타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정세변화를 감수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최선희 제1부상의 질타는,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뭐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2021년 3월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발언하는장면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안보회의는 조선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문재인정부와 스가 정부의 의견을 들어보는 이른바 사전조율이라는 습관적 행동을 반복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조미관계가 어떻게 전변되었는지 모르는아둔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최선희 제1부상은 담화에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정세변화를 감수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3. 협상이 아니라 굴복을 요구하는 조선

 

그렇다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조미관계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은 적대적인 두 나라가 적대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협상방식이며 최후의 협상단계다. 그런데 최고의 협상방식, 최후의 협상단계가 실패로 끝난 것은 협상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정상회담이 결렬되면, 회담쌍방이 등가적 동시행동을 주고받는 기존 협상은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이 북침전쟁연습을 중단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여 조선은 핵무기생산을 중단하는 식의 등가적 동시행동을 합의하는 기존 협상은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것이다. 

 

등가적 동시행동을 합의하는 기존 협상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비상사태는 어느 일방이 자기의 뜻을 굽히고 다른 일방에게 굴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하여 협상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오늘, 근본적으로 변화된 조미관계는 어느 일방이 자기의 뜻을 굽히고 다른 일방에게 굴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새로운 정세로 전변된 것이다. 지난날 협상의 여지가 아직 남아있었던 상황에서 출범한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회의는 협상과 굴복 중에서 어느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협상을 택했지만, 오늘날 협상의 여지가 사라진 상황에서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는 굴복과 전쟁 중에서 어느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마지막 갈림길에 내몰린 것이다. 이런 정세변화를 인식해야,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를 제대로 독해할 수 있다. 

 

최선희 제1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립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언명했다. 이 언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이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에 보내는 원칙적 입장은 너무도 명백하다.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해야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조선의 원칙적 입장인 것이다. 지난날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협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했다가 외교적 손실만 입고 실패했던 아둔한 외교전술, 다시 말해서 조선의 핵문제를 놓고 그 무슨 협상을 재개해보려는 아둔한 외교전술을 과감히 포기하고, 대조선적대시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우선적으로 철회하는 것은 조미협상에서 합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자기의 뜻을 굽히고 조선에 굴복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지금 조선은 미국에게 협상이 아니라 굴복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은 미국에게 굴복하라는 직설적인 언사를 쓰지 않고,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라는 외교적인 언사를 쓰는 것뿐이다.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조선을 적대하지 않는다고 입으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조선에 대한 적대행동을 실제로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철회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최선희 제1부상이 이번에 발표한 담화에는 조선이 미국에게 굴복을 요구하는 조건들, 다시 말해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중단해야 할 4대 적대행동이 다음과 같이 명시되었다.

 

적대행동 1 - 조선을 질식시키려는 경제제재

적대행동 2 - 조선을 내리누르는 강압적 자세

적대행동 3 - 조선을 자극하는 공중정찰작전

적대행동 4 - 조선을 침공하려는 합동군사연습

 

 

4. 적대행동을 중단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위에 열거한 4대 적대행동을 중단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이 조선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엄중한 사건들을 일으킨 것을 보면, 미국이 4대 적대행동을 중단할 의사를 전혀 갖지 않았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1) 미국은 조선을 질식시키려는 경제제재를 중단하기는커녕, 경제제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2021년 3월 9일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이 쿠알라룸프르에서 10년 동안 대외무역에 종사해온 조선인 사업가를 ‘불법자금세탁’이라는 죄목을 걸어 미국으로 넘겨주는 최종판결을 내린 것으로 하여 조선과 말레이시아의 외교관계가 단절되었는데, 이런 사태를 사촉한 장본인은 ‘불법자금세탁’을 단속한다는 명목을 내걸고 실제로는 조선의 국제금융거래를 차단하려고 광분하는 미국이다. 또한 미국은 조선 선박의 ‘불법해상환적’을 단속한다는 명목을 내걸고 실제로는 조선의 국제교역을 차단하려고 광분하면서, 동중국해와 서해에서 오가는 조선 선박들에 대한 적대적인 감시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미국은 2021년 3월 3일 조선이 국제교역에서 제재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감시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2) 미국은 조선을 내리누르려는 강압적 자세를 누그러뜨리기는커녕, 조선의 ‘인권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강압적 자세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를테면, 블링컨 국무장관은 2021년 3월 18일 서울에서 정의용 외교장관과 회담하기에 앞서 “북조선의 독재정권이 인민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근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요구하는 그들과 함께 해야 하며, 그들을 억압하는 자들과 맞서야 한다”는 도발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3) 미국은 조선을 자극하는 공중정찰을 중단하기는커녕,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육군은 RC-12X 정찰기, RC-7 정찰기, EO-5C 정찰기, U-2 정찰기를 출동시켜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을 하고 있으며, 미국 공군은 RC-135W 정찰기, RC-135U 정찰기, E-8C 정찰기를 출동시켜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을 수시로 하고 있으며, 미국 해군은 EP-3E 정찰기를 출동시켜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을 수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조선을 자극하는 공중정찰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감행하고 있다. 

 

4) 미국은 조선을 침공하려는 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기는커녕, 첨단군사통신장비를 동원하여 북침전쟁연습을 강화하려고 열을 올렸다. 이를테면,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지휘하는 한미련합군은 2021년 3월 2일부터 18일까지 위기관리참모훈련(CMTS)과 연합지휘소훈련(CCPT)이라는 명칭을 내걸고 북침전쟁지휘연습을 감행하면서 한국, 일본, 알래스카, 하와이, 미국 본토에 산재한 전쟁지휘소들이 서로 연결된 통합지휘통제망을 보강하기 위해 첨단군사통신장비들을 사용했다. 한미련합군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통합지휘통제망을 가동하는 지휘통제훈련에서 평양을 14일 만에 점령하는 북침공격계획을 연습했고, 대대 단위로 축소, 분산하여 눈속임으로 진행한 야외기동훈련에서도 평양을 14일 만에 점령하는 북침공격계획을 연습했다. 미국 국방부 전쟁기획자들은 북침공격계획을 수립했고, 주한미국군사령관은 북침전쟁연습을 지휘했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주한미국군사령관의 지휘 아래 진행된 한미련합군의 북침전쟁연습 중에 기갑부대가 부교를 타고 강을 건너는 장면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기갑부대의 도하작전연습은 방어작전이 아니라 고속기동전을 연습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욱 국방장관은 한미련합군의 합동군사훈련이 연례적인 훈련이며 방어적인 훈련이라는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올해 미국은 조선을 침공하려는 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기는커녕, 첨단군사통신장비를 동원하여 북침전쟁연습을 강화하는 데 열을 올렸다.  

 

위에 서술한 일련의 사건들은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에 대한 적대행동을 중단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대행동에는 적대행동으로 대응하는 법이다.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에 대한 적대행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그에 대응해서 조선도 미국에 대한 적대행동을 중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선희 제1부상은 이번에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대행동에 적대행동으로 대하는 것은 조선이 대미관계에서 일관되게 견지해온 불변의 원칙이다. 

 

 

5. 공동성명에 도발언사가 들어가지 않은 까닭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결정에 따라 도꾜와 서울을 연쇄방문한 다음, 블링컨 국무장관은 앵커리지로 날아가 중국측과 고위급회담을 진행하고, 오스틴 국방장관은 뉴델리로 날아가 인디아측과 국방장관회담을 진행한 주된 목적은 중국에 대한 외교공세를 가중시키려는데 있었다. 도꾜에서 진행된 미국-일본 2+2회담에서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으로 중국을 자극하기 시작한 미국의 대중외교공세는 앵커리지에서 진행된 미중고위급회담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그 회담에서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익 설리번(Jacob J.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은 외교발언이라고 볼 수 없는 도발언사를 꺼내놓으며 중국을 자극했다. 

 

누구나 도발언사에는 도발언사로 대응하는 법이다. 미국이 앵커리지 고위급회담에서 외교공세로 나올 것을 예상한 중국은 대응태세를 갖추었다. 그 회담에 참석한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맞불공세로 대응하여 미국에게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도꾜에서 진행된 미국-일본 2+2회담에서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으로 중국을 자극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의 서울방문일정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언론매체들은 서울에 도착한 그 두 사람의 입에서 조선과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는 폭언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예상하면서 긴장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서울에 도착한 블링컨 국무장관은 조선과 중국에게 폭언을 쏟아놓지는 않고, 약간 절제된 발언을 늘어놓았다. 이를테면, 그는 서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중에 “우리는 억압적인 정부 아래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학대를 받는 북조선 인민들을 포함한 모든 코리언들의 삶을 개선하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한 조선의 광범위한 위협을 감소시키면서 북조선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물론 조선을 자극하는 발언이지만, 도발적 폭언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블링컨 국무장관이 그 기자회견에서 조선보다 중국을 겨냥하여 강도 높은 도발언사를 늘어놓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베이징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베이징의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지역의 안정과 안전과 번영에 어떻게 도전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했다.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역행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중대한 시기에 베이징의 행동은 우리 동맹국들의 공동대응을 추동하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그날 기자회견에서 조선에 대해 언급할 때 평양이라는 수도명칭을 쓰지 않고 북조선(North Korea)라는 국명을 사용했는데, 중국에 대해 언급할 때는 중국(China)이라는 국명을 쓰지 않고 베이징이라는 수도명칭을 사용했다. 이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위상을 고의적으로 훼손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주목되는 것은, 그날 정의용 외교장관과 서욱 국방장관이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과 2+2회담을 진행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 도발언사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동성명에는 “쌍방은 북조선의 핵문제와 미사일문제가 한미동맹의 우선순위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재확인하였다”고 기록되었다. 공동성명에는 ‘조선의 비핵화’나 ‘조선의 인권문제’ 같은 도발언사가 들어가지 않았고, 중국을 자극하는 언사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 대신 공동성명에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연합방위태세를 증강시키며, 주한미국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한다는 식의 상투적인 언사들만 길게 나열되었을 뿐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서울방문에서는 인권공세와 경제제재로 조선을 압박하여 조선의 핵포기를 강제하겠다는 폭언도 들리지 않았고, 미국, 일본, 인디아, 오스트레일리아로 구성된 반중국제협의체에 한국을 끌어들이려고 획책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이번에 서울에서 진행된 2+2회담은 알맹이가 빠진, 싱겁기 그지없는 ‘맹탕회담’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맹탕회담’이나 하려고 서울을 방문했다면, 그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왜 그런 맹탕현상이 나타났을까?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미국이 대북관계와 대중관계에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배려해주었기 때문에 조선과 중국을 자극하는 도발언행을 자제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했지만, 그런 추론으로는 맹탕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서울방문에서 조선을 자극하는 도발언행이 나오지 않은 진짜 이유는, 바이든 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정책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정책을 아직 수립하지 못한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에 가서 조선을 자극하는 도발언행을 꺼내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블링컨 국무장관의 서울방문에서 중국을 자극하는 도발언행이 나오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 미국의 반중군사전선 구축과정에서 전략적 가치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2021년 3월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국-미국 2+2회담에 앞서 촬영한 사진이다.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정의용 외교장관, 서욱 국방장관이다.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결정에 따라 도꾜와 서울을 연쇄방문한 주된 목적은 중국에 대한 외교공세를 가중시키려는 데 있었다.  


 

6. 생사존망의 위험에 빠져드는 한국

 

미국의 반중군사전선 구축과정에서 한국이 전략적 가치를 상실했다고 보는 견해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요구한다.

 

1) 1947년 6월 16일 미국 합동전략계획위원회(미국 국방부의 전신)가 수립한 대소련전쟁계획에 따르면, 당시 미국이 원동전선(Far East Front)에 투입할 수 있는 무력은 일본을 점령한 육군 2개 사단, 남조선을 점령한 육군 2개 사단, 중국에 배치한 해병대 2개 대대밖에 없는데, 소련은 원동전선에 45개 사단을 투입할 수 있으므로, 소련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남조선에 미국군을 더 이상 주둔시키지 말고 일본으로 철수시켜 남조선을 제외한 반소군사전선을 구축해야 하며, 미국의 우세한 공군력으로 반소군사전선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 군부의 대소련전쟁계획을 반영하여 딘 애치슨(Dean G. Acheson) 국무장관은 1950년 1월 12일 한국을 반소군사전선에서 제외한 이른바 ‘애치슨 방어선’을 외부에 공개했다.  

 

주목되는 것은, 오늘 반중군사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의 처지가 1947년에 반소군사전선을 구축하던 미국의 처지와 대동소이하다는 사실이다. 오늘 조선과 중국의 압도적인 이중핵포위망에 들어있는 한국은 미국의 반중군사전선 구축과정에서 전략적 가치를 상실했다.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전략적으로 무가치한 한국에 주둔시키는 미국군 28,000명을 일본으로 철수하고, 미국의 우세한 공군력으로 반중군사전선을 지킬 수 있지만, 한국을 포기하는 것은 미국 내에서,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정치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므로 미국은 성급하게 한국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반중군사전선을 구축하는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만 한미동맹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2) 70여 년 전 미국의 반소군사전선과 마찬가지로, 오늘 미국의 반중군사전선도 대륙간 군사전선이 아니라 대양간 군사전선이다. 아시아대륙이 아니라 태평양과 인도양에 전선이 구축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미국의 반중군사전선은 알루션렬도 ⟶ 일본렬도 ⟶ 대만 ⟶ 필리핀 ⟶ 싱가폴 ⟶ 디에고 가르시아로 이어지는 대양간 군사전선이다. 미국은 반중군사전선의 북방전략거점을 알래스카에 두었고, 그 군사전선의 남방전략거점을 괌을 두었으며, 그 군사전선의 총지휘거점을 하와이에 두었다. 

 

그런데 한반도와 인도차이나반도는 아시아대륙에 속했으므로, 태평양과 인도양에 걸쳐 구축되는 대양간 반중군사전선에서 제외된다. 그와 다르게, 중국 영토인 대만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가 맞물려 있는 해상연결고리이므로, 대양간 반중군사전선에 전략적 요충지로 포함된다. 

 

중국이 대만통일전쟁에서 승리하면, 미국이 구축하는 대양간 반중군사전선의 중앙부에 파렬구가 생길 것이다. 오늘 대만문제를 놓고 격렬하게 대결하는 중국과 미국이 무력충돌을 피할 수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3) 70여 년 전 미국이 반소군사전선을 구축하는 중에 한반도에서 남북내전이 일어났던 것처럼, 오늘 미국이 반중군사전선을 구축하는 중에 중국에서 양안내전(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미국은 7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일어난 남북내전에 무력개입을 감행했었고, 오늘 중국에서 일어날 양안내전에 무력개입을 감행할 것이 확실하다. 

 

요즈음 중국과 미국은 무력충돌위험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군은 중국 본토를 조준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주일미국군기지에 배치하려고 서두르고, 대만군은 올해 안에 미국산 반함선미사일 600발을 수입하려고 서두르는 한편, 미국군과 통합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면서 남중국해에 있는 타이핑다오(太平島)에 무력을 대폭 증강배치했다. 미국군과 대만군의 무력이 대폭 증강되면, 중국은 불리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미국군과 대만군이 무력을 증강하기 전에 대만통일전쟁을 단행하는 것이 중국에게 유리할 것이다.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이 임박했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진 5>

 

▲ <사진 5> 위의 사진은 2021년 3월 16일 일본 도꾜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기시노부오 방위상이 참석한 미국-일본 국방장관 회담의 한 장면이다. 이 회담에서 미국은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일동맹군이 무력개입하는 문제를 논의하자고제안했고, 그 제안에 따라 그 문제가 논의되었다. 만일 미일동맹군이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에 무력개입을 감행하면, 양안내전이 중미전쟁으로 확전될 것이고, 한미련합군도중미전쟁에 말려들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날이 갈수록 위급해지는 사태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한국이 중미전쟁에 말려들지 않는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비상대책이란 한국을 중미전쟁의 위험으로 끌어가는 한미동맹을 하루빨리 파기하고 중미관계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중미전쟁의 위험이 고조될수록한미동맹에 더욱 목을 매면서 미국에 달라붙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에 목을매는 사이에 한국은 생사존망의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  

 

2021년 3월 16일 일본 도꾜에서는 미국 국무장관과 일본 외무상, 미국 국방장관과 일본 방위상이 한 자리에 모여 반중군사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2+2회담을 진행했다. 2021년 3월 21일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16일 도꾜를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기시 노부오(岸 信夫) 일본 방위상과 따로 만나 대만해협 유사시에 대만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군과 일본군이 긴밀히 협력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그들이 언급한 “대만해협 유사시”라는 것은 중국의 양안내전(대만통일전쟁)을 뜻하고, “대만을 지원한다”는 것은 중국의 양안내전에 대한 미일동맹군의 무력개입을 뜻한다. 미일동맹군이 중국의 양안내전에 무력개입을 감행하는 문제를 미일국방장관회담 의제로 제기한 쪽은 일본 방위성이 아니라 미국 국방부였다. 

 

그런데 미국 국방장관과 일본 방위상이 중국의 양안내전에 무력개입을 감행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던 바로 그날 중국인민해방군 소속 우전(無偵)-7 장거리무인전략정찰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들어갔다. 그 동안 중국인민해방군 정찰기와 초계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들어간 것은 부지기수지만, 이제까지 중국 본토 연안 상공에서 정찰비행을 해오던 장거리무인전략정찰기가 작전범위를 넓혀 대만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들어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의 장거리무인전략정찰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들어간 것은 미국과 일본의 2+2회담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과 일본이 반중군사전선을 구축하려고 열을 올릴수록 중국도 대만통일전쟁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전시에 적국 함대를 공격할 때, 장거리무인전략정찰기가 적국 함대의 위치를 미사일부대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면 미사일부대는 반함선미사일로 적국 함대를 타격하게 된다. 그러므로 중국인민해방군의 장거리무인전략정찰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간 것은, 대만 앞바다에 집결할 미일동맹군 함대와 대만군 함대를 반함선미사일로 격침시키는 정밀타격연습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만일 미일동맹군이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에 무력개입을 감행하면 양안내전이 중미전쟁으로 확전될 것이고, 한미련합군도 중미전쟁에 말려들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중국인민해방군과 미국군이 대만문제를 놓고 무력충돌위험을 고조시킬수록 한미련합군이 중미전쟁에 말려들 위험도 고조되는 것이다. 만일 한미련합군이 중미전쟁에 말려들면, 중국인민해방군은 한미련합군을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안전판이 아니라, 한국을 중미전쟁의 불구덩이 속으로 끌어가는 매우 위험한 존재로 전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한미련합군을 조준한 강력한 미사일공격력을 가졌지만, 한미련합군은 중국인민해방군의 미사일공격을 막아낼 방어력을 갖지 못하고, 평양을 점령하려는 북침전쟁준비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국이 중국인민해방군의 미사일공격위험에 노출된 한미련합군을 중미전쟁으로 내몰면, 한미련합군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혹심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련합군이 중국인민해방군의 미사일공격으로 혹심한 타격을 받은 후에 전개될 전쟁상황에 대해서는 서술을 생략하고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명백한 것은, 날이 갈수록 위급해지는 국면에 처한 문재인 정부가  사태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자기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여 중미전쟁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문재인 정부는 한국을 중미전쟁의 위험으로 끌어가는 한미동맹을 하루빨리 파기하고 중미관계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 다른 방도는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지난 75년 동안 한미동맹에 자기 운명을 전적으로 의탁하면서 미국을 추종해온 대미예속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을 파기하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며, 중미전쟁의 위험이 고조될수록 한미동맹에 더욱 목을 매면서 미국에 달라붙게 된다. 한미동맹에 목을 매면서 미국에 달라붙는 것이야말로 파멸의 길인데, 미국만 추종하다가 판단력을 상실한 문재인 정부는 그처럼 명백한 이치를 모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에 목을 매는 사이에 한국은 생사존망의 위험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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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포스코인터, 한 해 2천억원 미얀마 군부 통제 기업에 준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입력 : 2021.03.22 06:00 수정 : 2021.03.22 08:14

 

양국 시민단체 ‘99개 기관 관련된 군부 카르텔 지도’ 제작 

조계사에서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재한 아시아 불자들의 모임이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김기남 기자"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조계사에서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재한 아시아 불자들의 모임이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김기남 기자

 

가스공사와 석유·가스 개발사업…2018년 대금 2192억원
롯데호텔도 군 부지서 사업…시민들 “사업 중단” 목소리
포스코인터내셔널 측 “수익금, 국책은행·재무부에 지급”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롯데호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와 직간접적으로 수십개의 투자 사업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얀마 시민사회와 임시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군부의 시민 학살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군부와의 합작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21일 미얀마 시민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가 만든 ‘포스코를 통한 미얀마 군부 카르텔 지도’를 입수했다. 카르텔 지도에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군부의 사업과 연결된 광산, 은행, 연금기금 등 세계 각국 99개 기관들도 포함됐다.

미얀마 군부와 한국 기업들의 사업 지도를 시민단체가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전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는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함께 2004년부터 미얀마 슈웨(Shwe) 가스 개발 사업을 벌여왔다. MOGE는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이 표적 제재를 촉구할 정도로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줄로 꼽힌다.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는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다시 군부 통제에 놓이게 됐다.

미얀마 시민단체 ‘슈웨 가스 무브먼트’ 등은 한국 기업의 투자로 진행된 이 가스 개발 사업 과정에서 지역주민 강제이주, 토지몰수, 강제노동, 성폭력 등 미얀마군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8년 한 해에만 1억9400만달러(2192억원)를 미얀마에 석유가스사업 대금으로 냈다. 생산한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 등에 팔아 지난해 47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중국 윈난성까지 771㎞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일대일로 사업에도 관여했다. 이것 역시 MOGE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소유 기업인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포스코강판(C&C)을 합작회사로 세워 미얀마 군의 소수민족 학살에 재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롯데호텔은 양곤의 군 소유 땅에 5성급 호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스웨덴 국가연금펀드인 AP1, 호주 철강기업 블루스코프스틸, 프랑스 은행 크레디트에그리콜 등이 포스코를 통해 미얀마 군부와 연계됐다고 ‘저스티스 포 미얀마’는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포스코가 주도하는 라카인주의 슈웨 가스 개발에 참여하던 미얀마 기술자 60여명은 지난 15일부터 업무를 중단한 채 민주화 시위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가 전했다. 롯데호텔양곤 노동자들도 지난 5일 사측에 e메일을 보내 “미얀마 군부와 하는 사업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임시정부(CRPH)는 지난 5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에게 공문을 보내 군부가 지배하는 MOGE에 가스판매대금을 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20여년간 이어진 미얀마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진행하는 사업으로 정권과는 무관하며 정권교체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수익금도 미얀마 국책은행이나 재무부로 지급되어 군부와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포스코강판은 “인권 이슈가 해소될 때까지 MEHL에 배당하지 않고, 필요하면 사업관계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미얀마 군부와 사업을 중단하는 초국적 기업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전력공사는 지난 19일 ‘인권 문제’를 이유로 미얀마 샨주에서 진행하던 15억달러(1조70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호주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도 지난달 27일 “미얀마에서의 사업 중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의 기린맥주는 지난달 5일 미얀마 군 복지기금으로 쓰였던 미얀마경제홀딩스와의 합작투자사업을 접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220600005&code=940100#csidx0541a62666ea928bb66bee4ba145d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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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에 있어서 한국과의 만남은 구원이었다”

‘기억의 바다로: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 전시

  • 기자명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1.03.22 01:22
  •  
  •  댓글 0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기억의 바다로: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가 지난 12일부터 연세대학교 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전시 중에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굳이 코로나19 팬데믹 현상 때문일까? 요즘 매우 의미 있는 내용들, 놓칠 수 없는 전시회들이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의 진보미술가 도미야마 다에코(富山妙子)의 작품 전시회도 그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기억의 바다로: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가 연세대학교 박물관 2021년 3월 새 학기 첫 기획전으로 지난 12일부터 6월 30일까지 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전시 중에 있다. 전시에는 유화, 판화, 콜라주, 스케치, 영상 등 총 170여 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젊은 시절 작품 창작에 열중하는 도미야마. 올해 만 100세가 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젊은 시절 작품 창작에 열중하는 도미야마. 올해 만 100세가 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도미야마는 1921년생이니 올해 만 100세다. 아직 정정하다. 한 세기를 산 작가이기에 이번 전시를 두고 ‘100년 삶의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기억들’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도미야마의 아뜰리에에는 아직도 캔버스가 놓여 있다고 한다. 단순히 노당익장(老當益壯)이라고 부르기에도 뭔가 부족한 듯하다.

하기와라 히로코 오사카부립대학 명예교수가 도미야마에 대해 “논의와 혁신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라 정의했듯이, 그는 늘 새로운 것을 찾고 화제의 중심에 서 왔다. 그의 삶의 첫 시기부터가 그렇다. 그는 1933년 12세에 만주로 이주해 청소년 시기를 보내며 조선, 중국, 러시아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일본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에 동화되지 않는 예리한 감수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의 경험이 화가로서 사회참여적인 작품을 그리도록 이끌었다는 것.

그의 작품세계는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일본의 전쟁책임, 강제노동(탄광) 및 위안부, 한국의 민주화운동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등 다양하다. 특히 그는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알린 양심적인 일본 화가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제 인생에 있어서 한국과의 만남은 구원이었다”며 “저는 한국을 주제로 여러 해 동안 한국과 더불어 살아왔다고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그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시대의 야만을 고발하고 억압받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알려왔다고 볼 수 있다. 그에게 ‘100년을 살아오며 예술작품으로 인권과 평화의 존엄함을 증언해온 작가’라는 헌사가 붙는 것도 전혀 놀랍지 않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전쟁의 기억’ 전시.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작품 . 좌측 아래에 안중근 의사의 모습도 얼핏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작품 . 좌측 아래에 안중근 의사의 모습도 얼핏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번 전시는 ‘전쟁의 기억’, ‘땅 아래 사람들의 기억’, ‘시인을 위한 기억’, ‘광주의 기억’ 그리고 ‘후쿠시마의 기억’ 등 모두 5개의 주제로 되어 있다. 특별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곳은 ‘전쟁의 기억’, ‘시인을 위한 기억’, ‘광주의 기억’ 세 곳이다.

‘전쟁의 기억’에서는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의 삶과 일본군‘위안부’의 한을 해원하고자 했으며, 윤동주가 갇혔던 후쿠오카 형무소도 그렸으며, 특히 작품 <만주와 하얼빈역>에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도 얼핏 보인다.

‘시인을 위한 기억’ 전시.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시인을 위한 기억’ 전시.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시인을 위한 기억’에 나오는 시인은 김지하다. 1970년대 한국에서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 치하에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며 민주인사들을 투옥시키는 등 반민주·반인권적인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김지하 투옥, 서승-서준식 형제를 비롯한 재일한국인유학생 간첩죄 체포, 김대중 납치 사건,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 등이 잇달아 일어났다.

이 시기에 도미야마는 서울을 방문했다. 이후 그는 전쟁에 대한 참회와 반성을 촉구하는 작품활동을 해왔으며, 특히 조선인 강제노역, 종군위안부 문제, 김지하·서승 석방촉구 문제 등을 다뤘다.

인혁당 관련 내용물, 김대중 석방 기도회, 리영희 서신(좌로부터).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인혁당 관련 내용물, 김대중 석방 기도회, 리영희 서신(좌로부터).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박정희 치하에 일어난 사법살인 인혁당 사건과 김대중 석방을 위한 기도회와 연관된 작품들 그리고 <전환시대의 논리> 저자인 리영희 선생과 주고받은 서신 등은 그가 한국 민주화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컸고 또 공을 들였는지 짐작케 한다.

‘광주의 기억’ 전시.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광주의 기억’ 전시.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특히 ‘광주의 기억’은 압권이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나자 전두환 군부는 무력으로 항쟁을 진압하면서 수백 명의 학생과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소식을 접한 도미야마는 즉시 판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 연작 판화들. , ,  등이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 연작 판화들. , , 등이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3주 만에 완성된 광주항쟁을 전하는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 연작은 20여점에 달하는 판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약 12분의 슬라이드 작품도 제작했다. 특히 <광주의 피에타>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와 성모의 모습을 담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억의 바다로: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 전시는 단순히 외국인 또는 일본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광주항쟁이 아닌, 진솔하고 양심적인 작가가 그린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광주항쟁인 셈이다. 국적이나 시대를 넘어 누구든 예술작품을 통해 공감할 수 있다는 금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산해진 전시를 부러 찾는 것도 특별한 혜택일 듯싶다.

한편, 도미야마는 지난해 11월 <광주의 피에타>를 비롯해 5.18연작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 시리즈의 판화 10점과 2011년 만든 콜라주 작품 10점, 1970-73년 서울에서 그린 드로잉 51점 등 작품 71점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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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북전단금지..선물처럼 온 '평화'

법 시행 10일 앞두고 긴장감 사라져
주민들 "표현의 자유보다 생존 중요"
이 지사 행정명령 이후 평온 되찾아

탄현면 금승리 민통선 내의 농작지 (사진= 박환식 수습기자)
▲ 탄현면 금승리 민통선 내의 농작지 (사진= 박환식 수습기자)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시행이 아직 10여 일 남았지만, 연천군 중면 민통선 인근에는 그간의 긴장감이 사라지고 오랜만에 평온함이 감돌았다.

 

마을에는 주민들이 따뜻한 봄의 온기를 느끼며 여유롭게 담소를 나눴으며, 농부들은 추수를 대비한 농사짓기가 한창이었다.

 

주민들은 이맘때면 북한 접경지인 연천에 보수·탈북단체 등의 불법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졌다고 입을 모아서 얘기했다. 그때마다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의 출입이 불가해 지역 주민들은 자식과도 같은 농작물과 생이별을 해야했으며, 이 상황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민통선 안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강현석 씨(50)는 “이곳에서 오래산 사람들은 1~2년마다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며 “북한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출입 자체를 막기 때문에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손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황준하 씨(81)도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질 때마다 유일한 생계인 농산물 재배에도 타격이 왔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민통선 안에 농지가 있다. (남북) 관계가 안 좋을 때는 민간인을 통제해 농작물 관리가 어렵다”며 “이와 함께 수치화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의 6~70%가 발길을 끊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들었는데, 대북전단 살포 등이 이어지면서 더욱 고된  한 해였다”고 했다.

 

파주시 자유로 넘어로 보이는 북한 (사진= 박환식 수습기자)
▲ 파주시 자유로 넘어로 보이는 북한 (사진= 박환식 수습기자)

 

파주시 통일전망대에는 지난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이뤄진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강행으로 인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집회를 하는 등 피해가 끊이질 않았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종적을 감춘 뒤 지역내에서 맴돌던 긴장감이 걷히고 평온이 찾아왔다.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지였던 검단사(절) 인근에도 이따금씩 자유로를 달리는 차소리가 들렸을 뿐 고요했다. 검단사 인근 공터는 통일전망대에서 1km 남짓 떨어져 있고 자유로 넘어 임진강이 보여, 대북전단 살포 행위의 주무대였다.

 

파주 시민들은 이 같은 평화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행정명령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국회 통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강계영 씨(72·파주시 적성면)는 “탈북 주민 안에서도 대북전단에 대해 반대가 많다. 남북관계가 어려울수록 (북한에 있는 가족도) 힘들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며 “일부 사람들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 상인들, 농민들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반대하기 때문에 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문영란 씨(78·파주시 적성면 25년째 거주)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보다는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런 목소리를 들어본 적 없었다”며 “표현의 자유보다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에 통과되는 법안이나 이재명 지사 행정명령 등의 제재에 대해 찬성한다. 이곳 주민의 90%는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6월 불법 대북전단 근절을 선언하며 ‘위험구역 설정 및 행위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연천·포천·김포·파주·고양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행정명령 발동으로 위험구역 내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이나 대북전단 등 관련 물품의 준비, 운반, 살포, 사용 등이 모두 금지됐다.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 등산로 초입에는 지난해 대북전단 살포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에 봄기운을 만끽하며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이 줄을 이었다.

 

김 모씨(84)씨는 “지난해까지는 문수산에서 대북전단를 날려 경찰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주변을 감시하곤 했었다”며 “경기도에서 (행정명령) 조처를 하고 나서 올해부터는 (보수·탈북단체 등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탈북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던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 등산로 모습 (사진= 이지은 기자)
▲ 지난해 6월 탈북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던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 등산로 모습 (사진= 이지은 기자)

 

[ 경기신문 = 이지은 기자·박환식 수습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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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 조작으로 혈세 탈취한 조선일보, 난 왜 고발했냐면"

[인터뷰] 유가부수 조작 조선·ABC협회 고발 이끈 김승원 민주당 의원

21.03.22 07:16l최종 업데이트 21.03.22 07:16l
와 한국ABC협회를, 사기죄·국가보조금법 위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갑)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  부수조작을 통해 정부의 보조금·광고비를 부정 수령해온 의혹을 받는 <조선일보>와 한국ABC협회를, 사기죄·국가보조금법 위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갑)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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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 조작에 분노하는 건, 국민들의 혈세가 탈취됐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100만 부 이상의 유가 부수를 통해 정부로부터 매년 수억 원의 보조금과 수십억 원의 광고비를 부정 수령해왔습니다. 5년으로만 잡아도 수백억 원입니다. 이건 사기입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갑)의 말이다. 18일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한 직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김 의원은 이번 고발건을 '언론사의 사기 사건'으로 규정했다. 

김 의원은 이번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 30명의 고발을 이끈 인사다. 이들은 부수조작을 통해 정부의 보조금·광고비를 부정 수령해온 의혹을 받는 <조선일보>와 한국ABC협회(이성준 회장)를 사기죄·국가보조금법 위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판사(2002년~2008년) 출신인 김 의원은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234조 2항을 제시하며 "공무원인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 중 범죄를 알게 된 이상 고발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언론탄압이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란 질문에도 해당 법 조항을 거듭 인용하며 "이건 법이다. 조선일보를 고발하지 않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일축했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2018년)을 지낸 바 있다.

"조선일보 유료부수 116만부 중 실제는 58만부뿐... 이건 사기"

- <조선일보>와 ABC협회를 사기, 국가보조금법 위반,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어떤 취지인가.

"신문은 발행부수나 유가부수에 따라 정부나 공공단체로부터 광고를 받게 되고, 광고 단가도 결정된다. 발행·유가부수는 신문 운송비 등에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 부수를 공식적으로 조사해서 인증하는 곳이 ABC협회이다. 당연히 공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100만부 이상의 유가부수를 통해, 정부로부터 매년 수억원 보조금과 수십억원 광고비를 부정 수령했다. 최근 5년만 따져도 수백억원대 금액이다. 국민들 혈세가 탈취된 거다. 일반 사기업에게도 조작된 부수로 수천억원의 광고비를 받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정당한 단가로 광고계약을 맺지 못한 거다. 이건 사기라고 생각했다."

-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신문사의 유가율(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 성실률(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 비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부수조작은 비단 조선일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조선일보만 고발한 이유는 뭔가.

"일단 조선일보 지국수가 가장 많고, 그만큼 부수조작도 제일 심각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ABC협회가 공시한 유가율이 96%나 됐다. 이건 현실적으로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수치다. 이번에 문체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성실률은 55%에 불과했다. 이는 조선일보의 2019년분 유료부수라고 발표된 116만부 중 실제 유료부수는 58만부 정도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이같은 부수조작을 통해 조선일보는 유료부수 60만부 이상만 받을 수 있는 정부광고 'A군' 지위를 유지하며 광고 단가 선정에서 이익을 누려왔다. 이렇게 되면 지면상 1cm를 광고하는 데 약 23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1면 1단 명함 크기의 광고를 내는데 900만원 정도다. 현재 정부광고 'A군'에 속한 건 조선·중앙·동아일보뿐이다.

또 내부자 증언에 의해 조선일보와 ABC협회가 공모한 정황이 포착된 점도 작용했다. ABC협회에서 조선일보 지국에 조사를 하러 나가게 되면 한 일주일 정도 전에 미리 '우리 조사 나가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알려줬다고 하더라. 실제 조사를 내보내더라도 조선일보에는 신입 조사원 같은 미숙한 요원을 내보내고, 실력 있는 베테랑들은 다른 중소 언론사에 배정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사회 회의록 등을 봐도 ABC협회와 조선일보간 '주고 받기'의 정황 증거들이 나타난다."
  
와 한국ABC협회를, 사기죄·국가보조금법 위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갑)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의원 사무실에 지지자들이 선물한 문재인 대통령 그림이 내걸려 있다.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오마이뉴스>
▲  부수조작을 통해 정부의 보조금·광고비를 부정 수령해온 의혹을 받는 <조선일보>와 한국ABC협회를, 사기죄·국가보조금법 위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갑)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의원 사무실에 지지자들이 선물한 문재인 대통령 그림이 내걸려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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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선 여당의 언론탄압 아니냐고도 한다.

"국회의원들도 잘 모르는 조항이 있는데, 형사소송법 234조 2항을 보면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라고 돼있다. 의무조항이다. 저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고, 문체위는 신문을 담당한다. 지난해 11월 ABC협회 박용학 전 사무국장의 내부 고발을 접하고 문체위 위원으로서 실제 조사를 해보니 조선일보와 ABC협회의 부수조작은 그 범죄혐의가 너무나 뚜렷해 보였다. 저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를 알게 된 이상 고발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법이다. 그 뿐이다."

- 17일 기자회견 땐 고발장에 이름을 올린 의원이 4명(김승원·민형배·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었는데, 불과 하루 만에 30명(강병원·권인숙·김경만·김남국·김용민·민병덕·박완주·박주민·소병훈·양이원영·양향자·오영환·유정주·윤영덕·이규민·이수진·이용빈·이탄희·이학영·진성준·천준호·최혜영·한준호·홍영표·홍정민·황운하 민주당 의원 추가)으로 크게 불어났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형사소송법 234조 2항에 따라 조선일보를 고발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직무유기다. 여기에 많은 의원들이 공감해주셨기 때문에 많은 참여로 이어진 것 아닌가 싶다."
     
- 앞서 11일 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TF가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할 때만 해도 고발 방침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노웅래 단장)고 했는데.

"맞다. 이번 건은 당 차원의 고발이 아니다.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의 개별적인 움직임이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사실관계 파악 않은 것 다같이 반성해야"

- "알고도 고발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했는데, 사실 지난 2008년도에도 비슷한 내부 고발이 폭로됐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사 부수조작 의혹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정부와 대형 언론간에 '카르텔'이 있다고도 비판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2017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종의 신문 '밀어내기(신문사가 신문을 배송하는 지국에 부수를 떠넘기는 것)' 갑질 제보를 받고 신문사와 지국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밀어내기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했던 지국 운영자들은 그 당시 굉장히 환호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실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조차 발표가 안됐다. 현재 의원실에서도 공정위에 계속해서 이 사건 조사 자료를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도 답이 없다. 그만큼 언론에 대해선 누구나 두려워하고 주저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사실 부수조작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간 언론의 문제에 대해 용기 있게 조사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지 않았던 것에 대해선 다같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지금 그 대가가 뭔가. 실제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등 거대 신문만 계속해서 부당한 이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않았나. 이건 공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체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특정 언론에게만 부당하게 혜택이 쏠렸을 테니 다른 언론들이 피해를 봤지 않겠나. 그나마 이번에 문체부가 부수조작 조사를 처음 벌였으니, 첫 걸음을 뗀 것이라고 본다."

- 초선 의원이다. 정치인들은 보통 조선일보 같은 언론을 건드리는 걸 부담스러워하는데.

"제가 아직 정치 환경을 잘 모르는 것 같다(웃음). 판사 일을 했어서 그런지 범죄에 대해선 반드시 조사해서 처벌을 받게 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만약 이것저것 쟀다면 자신감 있게는 못했을 것 같다. 서울시장 선거 지원 때문에 이번 고발에는 참여하지 못하셨지만, 우리당 선배인 정청래 의원이 농담 삼아 그런 얘길 해주시더라. 본인도 초선 시절 조선일보와 싸우겠다고 하니 선배들이 모두 호응을 했었는데, 막상 깃발을 꽂고 보니 뒤에 아무도 없더라고. 사실 이번에 저는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다."

ABC협회 자정 필요성 지적... "조선일보, 부당 이익도 환수해야"
  
와 한국ABC협회를, 사기죄·국가보조금법 위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갑)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오마이뉴스>
▲  부수조작을 통해 정부의 보조금·광고비를 부정 수령해온 의혹을 받는 <조선일보>와 한국ABC협회를, 사기죄·국가보조금법 위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갑)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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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발을 통한 진상조사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대안도 중요하다. 입법 등 국회 차원의 계획은?

"1단계로는 먼저 ABC협회가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사진 구성을 바꿔야 한다. 현재 ABC협회 이사진은 언론 출신이 과반이고 나머지는 대개 광고주로 돼 있다. 이를 개선해 언론 전문가나 기자 등도 이사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어느 일방이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 문체부에 촉구해 ABC협회 이사진 관련 내부 정관을 바꾸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만약 ABC협회의 자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단계는 법 개정이다. ABC협회를 아예 배제하고도 정부가 보조금이나 광고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려 한다. 이미 법안을 상당 부분 준비해놨다."

- 일각에선 부수조작을 통한 신문사의 부당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당연히 환수해야 한다. 작년부터 공공재정 환수법이 시행되고 있다. 국가의 세금이나 공공기관의 예산들이 부당하게 쓰인 경우 그걸 환수해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형사 고발이 필요했다. 2004년 미국의 <댈러스 모닝뉴스>가 전체 부수의 5% 미만인 약 4만명 독자수를 속여 발표했다가 광고주들에게 276억원을 환불한 사례도 있다. 조선일보는 대체 얼마를 환불해야 할까.

부수조작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다. 발행부수를 속여 광고주들과 과장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부당 이익 환수를 넘어 매출액의 5%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물릴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안이다."

- 문체부가 개선안으로 신문 부수와 온라인 트래픽을 함께 조사하는 '통합 ABC 제도' 도입 등을 내놓은 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자칫 언론사간 조회수 경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실제 국민들은 이제 대부분 종이신문이 아니라 모바일로 기사를 접하신다. 그 변화가 이미 급격하고 크게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부수'라는 옛 기준으로 정부 광고비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재 언론의 생태 환경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선 열독률, 체류시간, 기사에 대한 질적 평가 등을 함께 반영하는 종합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것들은 언론과도 상의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포털 알고리즘을 보다 공정하게 만들자고 제안하고 싶다. 현재 언론사의 기사들은 대부분 포털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포털이 상당히 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포털의 기사 노출 알고리즘은 불투명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털 알고리즘과 그 책임자를 공개하도록 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첫 단추로 해서 포털 알고리즘에 시민위원회나 독자위원회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가보려고 한다."

- <한겨레>는 정부의 부수조작 조사 결과 이후 지면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어떻게 보나.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해서 굉장히 반가웠다. 다른 언론들도 변화에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

[관련 기사]
"조선일보, 116만부 중 절반가량 조작... 고발하겠다" http://omn.kr/1sgqn
"조선 265억·동아 305억, 막대한 정부광고비 왜?" http://omn.kr/1sc9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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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구 중학생 사건' 어머니 "지금도 꿈에서 만나는 아들…사과는 아직도 받지 못했다"

입력 : 2021.03.21 08:10

 

10년 전 대구의 중학생 권모군이 동급생의 물고문과 구타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한국사회를 뒤흔들어놓았다. 이후 학교폭력 대책이 강화됐지만, 최근의 연쇄적인 폭로는 그간의 제도가 피해자 회복과 치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건 직후 “지금 말고 10년 후, 20년 후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취재해달라”고 요청했던 권군의 어머니 임지영씨와 만났다. 그는  “저에겐 아픈 일이지만 잊어버리면 안 된다”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얘기하면서, 조금이라도 학교폭력 문제가 나아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kyunghyang.com

10년 전 대구의 중학생 권모군이 동급생의 물고문과 구타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한국사회를 뒤흔들어놓았다. 이후 학교폭력 대책이 강화됐지만, 최근의 연쇄적인 폭로는 그간의 제도가 피해자 회복과 치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건 직후 “지금 말고 10년 후, 20년 후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취재해달라”고 요청했던 권군의 어머니 임지영씨와 만났다. 그는 “저에겐 아픈 일이지만 잊어버리면 안 된다”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얘기하면서, 조금이라도 학교폭력 문제가 나아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kyunghyang.com

 

대구에 사는 임지영씨(58)는 몸이 조금만 아파도 악몽을 꾼다. 꿈에선 늘 ‘그날’의 하루가 반복된다. 아이보다 먼저 출근하면서 “갔다 올게”라고 말한다. 아들은 소파에서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말한다. 마음속에선 ‘출근하면 안 돼’라고 외치지만, 꿈에서조차 결국 집을 나선다. 그리고 그날, 경찰에게 연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봤던 그 장면…. 그는 10년 전 동급생들의 물고문, 구타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권모군의 어머니다.

최근 학교폭력 폭로가 이어지면서 2011년 ‘대구 중학생 사건’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당시 대구에선 권군의 사건 이후 여러명의 중·고등학생이 목숨을 끊었다. 이듬해 투신한 고1 남학생 이모군이 찍힌 엘리베이터 CCTV 사진도 한국사회 시민에게는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권군의 유서와 이군의 사진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시 공유되고 있다.

임씨는 2011년 아들의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인터뷰로 끝내지 말고 10년, 20년, 30년 후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꼭 취재해주세요. 그때 다시 인터뷰해주세요.” 더는 학교폭력으로 희생되는 아이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을 전하고 싶었다. 당시 임씨가 아들의 유서를 언론에 공개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후 10년이 흘렀다. 임씨는 지금도 종종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인다. 주간경향과 만남에서 그는 “저에겐 아픈 일이지만 잊어버리면 안 된다”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얘기하면서, 조금이라도 학교폭력 문제가 나아지길 소망한다”고 했다.
 

-혹시 이사 가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은 가족에겐 견디기 힘든 고통이 계속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아이(숨진 권모군) 때문에 못 갔죠. 애 흔적이 너무 많은데 그걸 내가 다 버리고 가면, 내 아들이 다시 보고 싶을 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잖아요. 아이 방이 그대로 있거든요(임씨는 권군의 책상을 10년 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지금도 선잠이 들었을 때 무슨 소리가 나면 ‘아, 아이가 오나’ 싶어요. 아이가 가끔 베개 들고 와 안방에서 자고 그랬거든요. 방문이 확 열리고 애가 들어올 것 같은 거예요.”

-10년 전에 가족이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나와 남편은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요. 큰아이는 경찰청 심리케어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그분들과 자주 연락하고, 형처럼 의지하고 있어요. 아이는 경찰이 돼 심리케어팀에서 일하고 싶어해요. 그 분야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요. 큰아이 친구들도 너무 고마웠어요. 당시에 우리 집에 와 같이 등교하고 그랬어요. 아이(고 권모군) 추모공원을 찾아 편지를 남겨놓고 간 분들도 있고요. 고마운 분들이 참 많았어요.”

-사건 직후 언론에 가해학생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는데요.

“지금도 그 아이들 이름이 어쩌다가 (인터넷 등에) 나오거든요.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 것이 중요하지, 그 아이들도 인생이 있는 거니까요.”

-가해학생 2명은 각각 2년, 3년형을 받았는데, 아직 사과는 받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가슴이 아프죠. 마음이 두 갈래예요. ‘차마 우리에게 오기가 미안해 못 올 것이다’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있고요, 혹시나 뉘우치지 않고 자기들도 억울하다고 여기며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요. ‘좋게 생각해야지’ 하고 마음먹어 보지만 용서가 안 돼요. 어떻게 용서가 되겠어요. 용서라는 단어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 아이들이 반성하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뉘우침 없는 모습을 본다면, 제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아요.”

-혹시 용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나요.

“나는 가톨릭 신자예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라는 기도문이 있어요. 그 기도문을 외울 수가 없는 거예요. 사건 직후에는 성당에도 못 갔어요. 용서가 안 되는데 내가 뭘 기도할 수가 있나 싶어서요. 나중에 너무 힘들어 성당을 찾았는데, 수녀님을 만나자마자 ‘제가 그 엄마예요’라고 겨우 말하고는 펑펑 울었어요. 그때 신부님과 면담을 했는데 ‘억지로 용서하려고 하지 마세요’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위안이 됐어요. 그렇지만 지금도 성당에 가면, 앞자리에 앉지 못해요. 내 아이를 못 지킨 데 대한 죄책감이 크니까.”

임지영씨는 학교폭력으로 희생되는 아이가 더는 없어야 한다는 바람으로 아들의 유서를 모두 공개한 바 있다. 임지영씨 제공

임지영씨는 학교폭력으로 희생되는 아이가 더는 없어야 한다는 바람으로 아들의 유서를 모두 공개한 바 있다. 임지영씨 제공

-유서를 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떤 아이였나요.

“저에게 나쁜 기억을 하나도 주지 않았던 아이예요. 애정을 듬뿍 받고 컸어요. 형도 동생을 정말 예뻐해 집에 오자마자 손을 씻고 아이에게 손가락을 물리곤 했어요. 큰아이도 죄책감이 컸죠.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얘기했으면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짐작 가는 이유가 있을까요.

“가해학생 중 한명이 ‘나에게 조폭 친척 형이 있다. 주변에 말하면 가만 안 둔다’는 식으로 위협했다고 해요. 아들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신고하겠다는 걸 애가 말렸대요. ‘나, 맞아죽는다고, 내가 죽는 걸 보고 싶으냐’고 하면서요. 아이는 우리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냥 내가 당하고 끝내자’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사건 직후에는 가해학생, 부모들과 만난 적이 있나요.

“두 집(두명의 가해학생 가정) 중 한집의 어머니는 우리에게 와서 ‘죄송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죄송하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잘못한 만큼 벌 받았으면 좋겠다’ 했더니 ‘알겠다, 죄송하다’라고 하고 갔어요. 그런데 또 다른 집 어머니는 계속 찾아와 ’우리 아들은 시켜서 때린 거다’, ‘우리 애도 피해자다’라고 했어요. ‘우리 아들을 ○○이 대신 이 집 아들로 살게 하겠다’라는 말도 하는데, 결론은 억울하다는 거였어요. 너무 자주 찾아와 가끔은 문밖에 나가지 못했어요. 제가 딱 잘라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할머니를 모시고 또 왔더라고요. 할머니가 직접 뜯은 것이라며 나물을 주는데, 제가 그걸 어떻게 먹을 수 있겠어요. 애가 죽었는데…. 합의라는 것도 애가 살아 있을 때 가능한 거잖아요. 차라리 애(가해학생)를 직접 데리고 와 사과하게 했다면 좀 달랐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엄마만 계속 찾아와서….”

-그후 어떻게 됐나요.

“형사재판이 시작되니까 발길을 딱 끊었어요. 그 사람이 찾아오던 한달 동안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두분 모두 선생님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사건 직후 잠시 교편을 내려놓았다고요.

“저희가 주말부부였어요. 사건이 있고 나서 둘 중 한명은 큰아이(권군의 형)를 지켜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죠. 당시 고1이었지만 너무나 불안했으니까요. 그래서 남편이 일을 그만뒀어요. 전 지금도 큰아이와 연락이 잠깐 끊겨도 불안해요. 큰아이도 제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엄마, 학교에 왔어요’, ‘엄마, 밥 먹었어요’, ‘엄마, 어디 도착했어요’ 이런 식으로 문자를 자주 보내줘요. 큰아이에게 종종 말해요. ‘엄마가 너한테 너무 미안하지만, 이렇게라도 확인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라고.”

-최근의 학교폭력 폭로 현상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장 ‘기본’은 피해자의 회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회복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끊임없이 기다려주고 살펴줘야 해요. 그런데 교육부에선 그걸 허락하지 않아요. 폭력 사안이 생기면 2~3주 안에 사안조사를 해 교육지원청에 넘겨줘야 해요. 피해자는 마음 추스르지도 못했는데 행정적 절차가 이뤄지고 끝나는 거죠. 만약 피해자들의 치유가 제때 이뤄졌다면 폭로도 잇따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지금의 현상은 일종의 성장통 아닐까요. 피해자의 마음을 살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거짓 폭로도 있겠지만 전부는 아닐 거예요. ‘잘 나가니까 저런다’는 식의 반응은 또 다른 상처만 입혀요.”(임씨는 대학원에서 학교폭력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에 관해 공부했다. 그의 연구보고서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피해자가 회복하여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졸업 후 사회에서도 적응하는 모습의 사례를 찾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들의 진심어린 사과가 중요할 텐데, 실례를 보면 형식적인 사과가 많더라고요.

“유치원 시절부터, 아주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의 어떤 행동 때문에 저 아이가 힘들구나’ 하는 것을 가해자·방관자 모두가 인식하도록 오랫동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단번에 이루어지진 않겠죠. 그래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어요.”

 
권군의 유서에는 “저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우리 가족을 기다릴게요”라는 대목이 나온다. 엄마는 ‘기다리고 있을’ 아들을 위해 지금도 매일 기도를 한다. 그는 만약 지금 아들이 듣고 있다면, 이런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미안해. 엄마는 네가 그렇게 아픈 줄 모르고 있었어. 그래도 너로 인해 세상이 조금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어. 엄마가 갈 때는 ‘이렇게 많이 변했어’라고 웃으면서 얘기하고 싶어. 거기서는 아프지 마.”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210810001&code=940100#csidx87a8fabb7d927b6ad9a1dfbe32dd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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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MB정부 방송장악

[기자수첩] 그의 임기 시절 방송계는 암흑의 시기를 겪었다
 
 
 
 
 

 

 

당시 사실상의 홍보수석실 부활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고자 명칭을 홍보기획관실로 정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기존 홍보기획실에서 하는 일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무렵 언론은 박형준 신임 홍보기획관을 “한나라당 내 손꼽히는 전략 이론가”라고 소개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수석급)은 그해 6월30일 임명장을 받고 이듬해인 2009년 8월31일 정무수석으로 이동할 때까지 홍보기획관실을 책임졌다. 그리고 그의 임기 시절 방송계는 그야말로 암흑의 시기를 겪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임명장을 받고 나서 한 달 뒤, 감사원은 KBS 특별감사 결과 경영부실과 인사권 남용을 이유로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정연주 KBS 사장 해임요구안을 가결시켰다. 이후 ‘8·8사태’로 유명한 8월8일 KBS 이사회에서 정 사장이 해임됐다. 잔여임기가 15개월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이듬해인 2009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이 정 사장의 해임 처분을 취소했으나 돌아갈 수 없었다. 당시 정 사장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으나 역시 2012년 1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MBC에선 PD들이 체포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 6명의 자택을 검찰이 압수 수색했으며, 2009년 3월과 4월에는 검찰이 이춘근 PD와 김보슬 PD를 체포했다. 당시 검찰 수사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강압수사였으며, 제작진은 2011년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당시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불법으로 드러날 것을 청와대가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밀어붙였다. 누가 주도했을까.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연합뉴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연합뉴스

YTN에선 대규모 해직사태가 벌어졌다. YTN 기자들이 이명박 후보 특보 출신의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임명되자 강하게 반발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그러자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기자 6명이 그해 10월6일 해고하고 6명을 정직하는 등 33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이듬해 3월에는 노종면 위원장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다. 방송장악에 저항하지 말라는 ‘본보기’였다. 6명의 해직기자는 문재인정부 들어서야 복직했다. 3249일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노조의 극한 반발 속에도 임명을 강행했던 구본홍 사장은 정작 2009년 8월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이를 두고 당시 YTN 내에서는 2009년 5월28일자 돌발영상 때문에 구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밉보인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일 뒤, ‘21년 전 노무현’이란 제목의 영상이었다. “청년 학생들이 죽어가는 것은 감옥에 가서 참회해야 될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온갖 도둑질을 다 해 먹으면서 바른말 하는 사람들을 데려다 고문하고 죽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는 세상이 와야 한다”는 1988년 노무현 의원의 육성이 나갔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2016년 7월 기자회견에서 “2009년 6월 무렵 구본홍 사장으로부터 직접 하소연을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나가고 기타 치는 모습이 나갔다고 난리다’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구본홍 전 사장도 이 무렵 미디어오늘에 “노 위원장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국무총리실에서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 평가했던 배석규 전무가 YTN 사장에 올랐다. 

2009년 7월 미디어법 날치기 사태는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수석급) 시절 이뤄진 최악의 언론계 사건이었다.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장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고 신문법, 방송법, IPTV법 개정안 등 미디어 관련 3법을 직권상정해 날치기 처리했다. 국회법에 규정된 법안 심사보고, 제안설명, 질의 및 토의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표결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키려고 대리 투표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미디어법의 목적은 거대 신문사에게 보도기능이 가능한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용산 참사로 정부 비판이 거셌던 2009년 2월에는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행정관이 “용산 사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홍보하라”는 지침을 경찰청에 내렸던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악’된 방송에선 이와 관련한 제대로 된 뉴스를 접할 수 없었다. 최근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 제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손꼽히는 전략 이론가”로 꼽히던 그의 홍보기획관 시절 일어났던 방송장악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묻거나, 진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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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날선 공방 불구 “솔직한 대화” “계속 협력”`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3/21 10:26
  • 수정일
    2021/03/21 10: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알래스카서 세 차례 고위급 2+2회담, 공동발표문 못 내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3.21 07:29
  •  
  •  수정 2021.03.21 07:41
  •  
  •  댓글 0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18,19일 이틀간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이 개최됐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18,19일 이틀간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이 개최됐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18,19일 이틀간 개최된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은 시작부터 날선 공방으로 시작해 공동발표문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왕이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틀간 세 차례에 걸쳐 2+2 회담을 진행했다.

18일 첫 회담에 앞서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행한 모두발언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신장·홍콩·대만과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을 향한 경제적 강압 등 중국의 행위와 관련해 깊이 우려되는 관심사를 논의할 것”이라며 “이런 조치들은 글로벌 안정성과 국제질서를 위협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양제츠 정치국위원은 “미국은 군사력과 금융의 우월성을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데 사용하고 있으며 국가안보를 글로벌 무역의 미래를 위협하는 데 남용하고 있다”며 “미국이야말로 흑인 시민들이 ‘살육’당하면서 인권이 최저점에 있다”고 반격하고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국 대표의 모두발언 후 블링컨 장관은 기자들의 퇴장을 말리며 재반박에 나섰고, 양재츠 위원도 다시 재반박을 가했다. 의례적인 모두발언 자리가 한 시간 가량 이어지며 양국간 날선 공방의 장으로 바뀐 것.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19일 회담을 마치고 미국 측은 앵커리지 캡틴 쿡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고, 설리번 보좌관은 “다양한 분야에 관한 거칠고 직접적인 대화를 예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며 “우리의 우선순위와 의도를 보여주고 중국 측의 우선순위와 의도를 들을 기회였다”고 말했다.

또한 “워싱턴으로 돌아가 상황을 찬찬히 살펴볼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싸늘한 분위기를 무마했다.

블링컨 장관은 “문제들을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제기했다”며 “많은 시간 동안 광활한 의제를 두고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 변화 등을 관심사로 거론했다며 “우리 동맹·파트너, 의회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이런 의제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카운터파트에 말했다”고 밝혔다.

잘리나 포터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회담이 진행 중인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러한 외교적 발표가 때때로 과장되거나 심지어 국내 청중을 겨냥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회담을 끝내고 언론인터뷰를 가졌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회담을 끝내고 언론인터뷰를 가졌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중국 <신화망>은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회담을 끝내고 언론인터뷰를 가졌다며 상세히 보도했다.

양제츠 위원은 “장시간에 걸친 전략적 의사 소통을 하면서 각자 국내외 정책 및 양자 관계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교류를 가졌다”면서 “이번 대화는 유익하고 상호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측은 일부 문제에서 중요한 이견차가 있다”고 인정하고 “양측은 충돌과 대항을 피하고 상호 존중과 협력, 윈윈의 원칙에 따라 중미 관계를 처리해 중미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궤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양측 모두 많은 관심사가 있다. 일부 의혹은 대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고, 일부 장기간 존재한 문제는 대화를 통해 관리∙통제할 수 있다”며 “중국은 미국에 주권과 영토보전은 중대한 원칙적 문제이므로 미국은 중국의 국가 주권, 안보와 발전이익 수호의 결심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중국 인민이 민족의 존엄과 정당한 권익을 지키려는 의지를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지적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방적으로 명세서를 제시하거나 가격을 올려서는 안 된다”며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이런 기초에서 중미가 대화를 지속하는 중국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신화망>은 특별히 “중국에 제노사이드(genocide∙인종청소) 딱지를 붙이는 건 세기 최대의 거짓말”이라며 “신장의 문은 세계에 열려 있지만 편견을 가지고 고압적이거나 사부님 같은 태도로 신장에 가서 이른바 ‘유죄추정’식 조사를 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고 중국 대표단의 입장을 전했다.

또한 “미국이 객관적인 사실을 존중하고 중국의 신장 통치 정책에 대한 공격과 모독을 중단하며 반테러 문제에서 이중잣대 적용을 포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양제츠 위원이 모두발언에서 “미국이야말로 흑인 시민들이 ‘살육’당하면서 인권이 최저점에 있다”는 발언과 맥이 닿아 있는 셈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회담이 진행 중인 1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이 중국과 서로 마주보며 나아가 양국 정상의 새해 전날 통화의 정신에 따라 협력에 초점을 모으고 이견을 통제해 중미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길 희망한다”면서도 “우리는 중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는 측면에서 결심과 의지가 확고부동하다는 것을 미국이 분명하게 알 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의 내정은 어떠한 간섭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이 분명하게 알 길 바란다”는 것이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2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라이벌적인 경쟁관계로 가려는 것 같다”며 “사안별로 협력, 경쟁, 대결 등의 선택적 접근을 한다는 입장”이라고 해석하고 “문제는 대결이 증폭되면 협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가치문제에서 대결하면 현실적으로 협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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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적'들

[분석] 부풀려진 '혈전 논란'...국민의힘·언론 의혹 키우기... EMA발표로 일단락

21.03.20 08:38l최종 업데이트 21.03.20 08:44l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조제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조제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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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을 만든다는 의혹이 일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이 18일 "혈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안전성이 위험보다 더 크다"라고 밝혔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국가도 접종을 재개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애초에 '혈전 생성' 보고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만 나온 게 아니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자료에 따르면, 혈전과 관련된 두개 주요 질환인 폐색전증과 심부 정맥혈전증은 화이자 백신에서는 1070만 명 접종자 중 각각 15건, 8건으로 총 23건이 보고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는 970만 명 접종자 중 각각 13건, 14건으로 총 27건이 보고됐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0만명당 화이자백신 접종자에서는 2.15건의 혈전관련 질환이 접종 후 보고되었고,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은 2.78건으로 통계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자에게 훨씬 더 많이 사용했으므로 연령을 보정할 경우 거의 동일하다고 보여진다"라고 밝혔다.  방역당국도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한 코로나19와 백신과 혈전과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혈전은 일상적으로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년에 1만7천 명이 폐색전증으로 보고되는 등 혈전이 많이 보고된다"라며 밝혔다. 김중곤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역시 "혈전은 인구 10만명당 100명이상의 발생률을 보이며, 80대가 되면 인구 10만명당 500명 이상에게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라고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백브리핑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혈전' 논란은 유럽에서도 유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뢰도 저하는 임상시험이 늦어지고 미국 FDA가 긴급 사용 승인을 내리지 않는 등의 요인에서 비롯된 것일 뿐, 효과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 실제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이뤄진 1차 접종 결과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의 입원 예방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마치 문재인 정부 '백신 접종 사업'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국내 생산이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를 중심으로 접종 계획을 세웠다가, 일찌감치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공급받은 외국보다 접종이 늦어진 영향이 크다. 야당은 '물량 확보'가 안 됐다는 이유로 정부 여당에게 맹공을 퍼부었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가장 빠르게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낮추는 발언도 야당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다.

'백신의 정치화'는 언론 통계를 통해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뉴스톱> 김준일 대표가 분석한 뉴스 변화량 데이터에 따르면 '문재인'이라는 대통령 이름과 '백신'이라는 키워드는 유사한 패턴으로 움직였다. 백신에 대한 보도량이 늘어날 때 대통령에 대한 보도량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언론은 '백신 신뢰' 어떻게 흔들었나... "속보 경쟁에 엉망진창"http://omn.kr/1sap0) 현재 한국에 들어온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 명분,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율이 훨씬 높다. 

국민의힘, '혈전 논란' 확대 재생산... "유럽 국가들의 비합리적 판단"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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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감염병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백신은 과학이다'라고 강조해왔다. 과학적 기준으로 백신에 대해서 판단해야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백신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혈전 논란이 있었던 지난 1주일 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다시 한 번 '정치'에 의해 흔들렸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번주 내내 아스트라제네카의 '안전성'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정은경 청장에게 "우리나라는 왜 다른 선진국처럼 화이자, 모더나를 확보하지 못했나"라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심지어 다음 날인 17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안전하기를 바라지만 부작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면, 예방 차원에서 잠시 보류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과학적 조치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며 마치 백신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 양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애초에 '아스트라제네카 혈전 논란'이 부풀려졌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오판' 혹은 EU 소속이 아닌 영국에서 만들어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견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중단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백신을 접종했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이득이 크다"라며 유럽 의약품청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어 "부작용 등에 대한 적절한 대처와 관리를 잘 하면 되는 것"이라며 "백신의 정치화가 답답하다.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19 방역이 정치에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 국가들의 비합리적 결정이 당황스럽다. 유럽의약품청이 접종 중지를 권고하지 않았음에도 개별 국가들이 판단해서 결정을 내렸다"라며 "자국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예방접종 전략을 흔들고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라며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도 아닌데 유럽 국가들의 접종 중단이 실시간 속보로 떴다"라며 "왜 접종을 중단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없이 보도하는 것은 '백신 접종 안티' 행태나 다름 없다"라고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거짓 답변"... 질병청 "공식 부검 결과 안 나와"
 
 3월 18일자에 실린 <아스트라 사망자서="사망자서" 혈전="혈전" 닷새간="닷새간" 숨긴="숨긴" 질병청="질병청">"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402px;"></아스트라>
▲  <조선일보> 3월 18일자에 실린 <"아스트라 사망자서’ 혈전 닷새간 숨긴 질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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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를 비판한다는 명분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성을 낮추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18일 <'아스트라 사망자서' 혈전 닷새간 숨긴 질병청>이라는 보도를 통해 이달 6일에 백신을 접종한 지 8일이 지난 후에 사망한 60대 여성에게서 혈전 소견이 나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질병청이 이를 '사실상 숨겨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5~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혈전과 관계된 사례는 없다"고 말한 것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AZ 백신을 맞은 사망자의 혈전 발생 사실은 오스트리아 독일 등 유럽연합 국가들이 잇따라 AZ 접종 중단 결정을 내린 계기가 됐다"라며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처음 나왔는데도 질병청이 이를 밝히지 않고 언론 브리핑에서도 거짓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질병청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12일 피해조사반에 참석한 위원들이 사망자에 대한 부검에서 육안으로 확인되었던 내용을 구두로 언급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식 부검 조사 결과가 통보가 되면 심의하고 평가하려고 했던 부분"이라고 보도를 반박했다. 

그는 "피해조사반에서 심의나 논의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발표할 수 없다. 부검결과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말할만한 자료가 없었다"라며 "다만 이와 관련해 17일 정은경 청장의 국회 질의 과정에서 질문이 들어와, '부검 과정 중에 육안 소견을 전달받았다'라고 밝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8일에 부검을 했다. 통상적으로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주 정도 시간이 소요가 된다. 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나오면 피해조사반을 통해 심의해 발표 드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7일 "해당 사례는 기저질환이 있는 60대였다"라며 "피해조사반은 지난 12일 예방접종과 인과성을 심의한 결과 ▲예방접종과 이상반응 간의 시간적 개연성이 낮고 ▲장기간 기저질환이 있었으며 ▲사망 전 시행한 의무기록을 종합 검토해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태그:#아스트라제네카, #국민의힘, #조선일보,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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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 협의키로

한미 외교·국방 공동성명, 북핵은 ‘우선 관심사’ (전문)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3.18 12:17
  •  
  •  수정 2021.03.19 10:51
  •  
  •  댓글 0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가 18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열렸다. [사진출처 - 외교부 페이스북]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가 18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열렸다. 오른쪽부터 서욱 국방부장관, 정의용 외교부장관, 블링컨 국무부장관, 오스틴 국방부장관. [사진출처 - 외교부 페이스북]

“양국 장관들은 진행 중인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와 관련 하여 고위급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 이른바 ‘2+2회의’에서 양국 장관들은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하에 다루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서욱 국방부장관은 안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미국 국무부장관 로이드 오스틴(Lloyd James Austin Ⅲ) 미국 국방부장관은 1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2+2회의를 갖고 예정된 시간을 넘겨가며 양국 관심사를 협의했다.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 관련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가 ‘우선 관심사’이고,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고위급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는 것.

앞서, 지난 12일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언제까지 (대북정책) 검토를 끝낸다는 정해진 시간표는 없으나 우리는 신속하게 작업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주 내에 검토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관련 유엔 안보리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하였다”고 천명해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2+2회의에서는 안보분야가 높은 비중으로 다뤄졌다. [사진출처 - 외교부 페이스북]
이번 2+2회의에서는 안보 분야가 높은 비중으로 다뤄졌다. [사진출처 - 외교부 페이스북]

이번 회의에서는 안보분야가 높은 비중으로 다뤄졌다. 공동성명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였다”며 “동맹의 억제 태세를 강화해 나가기로 하고, 연합 훈련・연습을 통해 동맹에 대한 모든 공동 위협에 맞서 합동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강조하였다”고 천명해 북측이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정당화 했다.

나아가 “한미가 공동의 도전 대처에 필요한 전력 태세와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담지 않았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나 무기구입 문제 등이 합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전시작전권을 한국이 넘겨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따라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강조하였다”며 “양국 장관들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계속 노력해 가기로 하였다”고만 밝혔다. ‘조건’ 충족 여부나 전환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들은 “새로운 다년도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한미동맹에 대한 공동의 의지를 상징하며,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을 지원하고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함을 확인하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국의 외교·국방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SMA 가서명식에 배석했다. 우리측은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미측은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던 도나 웰튼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를 대신해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가서명했다.

양국 장관들은 “양국 장관들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 안보, 그리고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다”면서 “역내 안보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도전을 배경으로, 한미동맹이 공유 하는 가치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양국의 공약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일 가치 동맹’을 다소 추상적으로만 표현한 것이지만, 전날 블링컨 장관의 발언 등을 감안하면 반중, 반북 전선에 일본과 함께 동참하라는 미측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2+2회의에 우리 측은 외교부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고윤주 북미국장, 최영삼 대변인, 송용민 북핵협상과장, 김면선 한미안보협력1과장 등이, 국방부 원인철 합참의장, 김만기 정책실장, 표세우 주미국 대한민국 국방무관 육군소장, 곽태신 미국정책과장, 김상진 국제정책관, 조용근 대북정책관이 배석했다.

미국 측은 국무부 성김 동아태차관보 대행,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관 대사대리, 켈리 막사멘 국방장관 비서실장, 데이비드 헬비 인태안보 차관보 대행, 로버트 에이브람스 주한미군사령관, 토마스 설리번 부비서실장(국무부 Deputy Chief of Staff), 마크 내퍼 동아태 부차관보, 에드가드 케이건 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보좌관이 배석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18일 오전 외교부 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18일 오전 외교부 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외교부 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말려들지 말고 대북 강압 정책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외교부 정사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오늘 개최되는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바이든 정권이 이른바 콰드에 한국을 참여시키고 한일동맹 구축을 다그침으로써 한국을 중국과 결별시키고 미일 쪽으로 완전히 끌어들이기 위한 자리”라고 규정하고 “한국 정부는 미국의 콰드 참여, 한일동맹 구축,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 요구와 방위비분담금 갈취를 단호히 거부하고 작전권 환수와 대북제재 해제를 전면 관철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우리 정부를 향해 “바이든 정권의 대북 강압 정책을 거부하고 대북 제재 해제 및 판문점/평양선언과 싱가포르성명 이행을 관철”할 것을 촉구하고 “미국이 거부하면 미국의 구속을 벗어나서 판문점/평양선언 전면 이행”의 길을 가라고 요구했다.

 

2021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공동성명(비공식본 전문)

대한민국 정의용 외교장관과 서욱 국방장관은 2021년 3월 18일 서울에서 미합중국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를 개최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70년 전 전장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그리고 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하였다. 범세계적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또한, 양국 장관들은 한미동맹이 상호 존중과 신뢰, 긴밀한 우정, 강한 인적 유대,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라는 공유된 가치들을 기반으로 포괄적이고 범세계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해 오고 있음을 평가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굳건한 교역관계, 기후위기 대응 협력, 전염병 대응 및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 협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더욱 증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오스틴 국방장관과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한 방위 공약 및 모든 범주의 역량을 사용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동맹의 억제 태세를 강화해 나가기로 하고, 연합 훈련・연습을 통해 동맹에 대한 모든 공동 위협에 맞서 합동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강조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지속 수행함에 주목하고, 한미가 공동의 도전 대처에 필요한 전력 태세와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새로운 다년도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한미동맹에 대한 공동의 의지를 상징하며,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을 지원하고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함을 확인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한미가 2006년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이래, 양국 공동의 노력을 통해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음에 주목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따라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강조하였다. 이러한 진전을 바탕으로, 양국 장관들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계속 노력해 가기로 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관련 유엔 안보리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하였다. 한미는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 양국 장관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하에 다루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이를 위해, 양국 장관들은 진행 중인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와 관련 하여 고위급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 안보, 그리고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역내 안보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도전을 배경으로, 한미동맹이 공유 하는 가치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양국의 공약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미는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합법적 교역을 방해받지 않으며,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양국 공동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한미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의 연계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태지역을 만들기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간다는 결의를 재강조하였다. 양국은 아세안 중심성과 다른 지역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헌신해 나갈 것이다. 양국 장관들은 진행 중인 양자 대화가 태평양 도서국 및 메콩 소지역에서의 공조 확대에 기여하고 있음을 평가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점증하는 범세계적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대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있어 한미가 수행해 온 역할을 강조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무역, 보건, 비확산, 원자력, 코로나19, 기후위기 대응, 우주, 사이버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국 장관들은 공유 가치에 기반하고 신뢰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함을 강조하였다. 도전과 기회의 시대를 맞아, 양국 장관들은 한미동맹의 역동성과 호혜성, 그리고 무한한 잠재력에 주목 하면서, 앞으로도 양국 간 협력을 더욱 심화・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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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치고받는 오세훈·안철수...보수 단일화 앞길 ‘깜깜’

만남·협상·파기 반복, 표정 굳은 오세훈 “국민의당 때문” vs 한숨 쉰 안철수 “이해하기 어려워”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1-03-19 17:42:31
수정 2021-03-19 18: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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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3.19.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3.1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단일화를 약속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다.

안 후보가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오 후보는 해당 기자회견 내용이 ‘모호하다’며 국민의당이 협상의 걸림돌을 만든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날 오전 협상이 결렬된 뒤 멈춰있던 단일화 논의를 다시 띄운 건 안 후보였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오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만 있다면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번 주말부터 여론조사에 착수하면 22일까지는 단일후보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곧바로 오 후보도 오후 1시 국회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화답’ 형식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오 후보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안 후보가) 모든 것을 수용한다고 해서 설명을 들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 부분에 대해 소회를 밝힌다”며 말문을 열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국민의당) 실무협상팀장인 이태규 사무총장의 백브리핑 내용을 듣고 제가 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자회견 내용과 백브리핑 내용을 종합해보면 새롭게 협상의 재개를 요청한 정도에 불과할 뿐”이라며 “안 후보가 저희 안을 다 ‘받아들인다’는 표현을 썼는데 어떤 안을 100% 받아들인다는 것인지 오히려 더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무총장이 그동안 그런 행태를 여러 번 해왔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오늘이 그 결정판”이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이 사무총장은 안 후보의 기자회견 뒤 브리핑에서 “경쟁력 조사에 유선 번호 (조사)를 포함시켜달라는 것이 국민의힘 요구였기 때문에 저희가 이틀 전에 드린 두 개의 절충안은 모두 철회하고 그 방식을 저희가 받는 것”이라고 안 후보의 입장에 부연해 설명했다. 다만 고려하고 있는 유선전화 방식 포함 비율에 대해선 “실무협상단에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오 후보가 ‘최종’ 제안한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은 2개의 여론조사 업체를 통해 응답자에게 각각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와 ‘경쟁력’을 물은 뒤 결과를 단순 합산하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오 후보가 전날 출연한 라디오 발언 중 나왔다. 이때 유선전화를 이용한 조사방식 비중이 10%는 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요구였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 노령층의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유선전화 여론조사는 국민의힘에 유리한 방식으로 꼽힌다.

오 후보는 “그쪽 당 협상팀장 백브리핑 내용 때문에 내용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며 “경쟁력은 받겠다는데 적합도 (문항은) 사라졌다. 유·무선 비율은 ‘협상하겠다’는 표현을 썼다”고 못마땅해했다. 이어 “그건 (국민의힘 안을) 받은 게 아니다. 그래서 안 후보 측 수용 정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불투명한 상태”라며 “어떤 안을 받는단 건지 분명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실무협상 대표인 정양석 사무총장도 “안 후보와 이 사무총장이 다른 말을 한 것이 과연 단일화를 앞두고 국민의당 안에서 의도된 역할분담인지 아니면 사무총장이 두 후보 간의 신뢰를 깨고 국민들이 소망하는 단일화에 대해서 나쁜 의도로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2021.03.19.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2021.03.1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반복되는 약속 파기에 높아지는 유권자 피로도
안철수·오세훈 일단 각각 후보등록...협상은 난망

양측에 따르면 두 후보는 전날 저녁 문자를 주고받고 이날 이른 아침 통화를 했다. 이후 오전 9시 30분부터 30분간 회동했는데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25일) 전, 늦어도 24일까지는 단일화를 타결하자’는 안 후보와의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측 간 경색 국면이 지속되며 실무협상 재개 시점, 타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오 후보의 기자회견이 있고 나서 안 후보는 반박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사무총장이 설명한 사항과 오늘 아침 제 뜻은 조금도 다른 게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난 17일 양측협상단이 모인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경쟁력 조사에 유선전화 10%를 포함하는 안”을 공개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그것을 ‘국민의힘 당론’으로 받아들였고, 이를 수용하겠단 취지로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을 향해 “참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결심한 듯 안 후보는 “그것(유선전화 10% 포함, 각각 다른 기관에서 적합도·경쟁력 여론조사)도 수용하겠다”며 “이제 만족하시나. 다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해드리겠다. 저는 마음을 비웠다”며 “제가 다 수용한다고 했으니 취소한 실무협상단이 즉시 가동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 후보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그는 또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협상이 실무진 간에는 결국 어렵게 됐다”며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겉보기엔 서로 양보를 한 것처럼 읽히지만, 또다시 입장이 갈린 것과 다름없는 모양새가 됐다. 때문에 이조차도 재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단일화를 둔 대립이 지속하는 상황 속에 결과를 떠나 두 사람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협상파기를 반복하는 모습에서 유권자의 피로도 또한 높아진 상황이다.

두 후보는 일단 이날 각각 후보 등록을 진행했다. 오후 2시 반 안 후보가 먼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고, 이후 오 후보가 방문했다. 만약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오 후보는 기호 2번, 안 후보는 기호 4번을 달고 각각 선거에 나서게 된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21.03.19.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21.03.19.ⓒ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21.03.19.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21.03.19.ⓒ국회사진취재단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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