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다. 검찰이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검사 엄희준·강백신)는 이날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사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적용했다. 성남시 관련 정책의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협약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하면서 공사가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배당받았고, 그 대신 민간사업자들이 4895억원의 이익을 얻어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성남시 내부 비밀을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려 이들이 7886억원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적용했다.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서는 성남시 내부 비밀을 이용해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되게 하는 등 민간사업자들이 211억원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구 부패방지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 소유의 부지 매각, 각종 인허가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 등 4개 기업이 성남FC에 총 133억5000만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이다. 검찰은 성남FC가 네이버로부터 뇌물을 받는 것임에도 기부를 받는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넣은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적용했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검찰에 세 차례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지난달 28일과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헌법에 의해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청구서를 접수하면 영장 담당 판사는 체포동의 요구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고, 윤 대통령 결재를 받아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보고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에 들어간다.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입장을 내고 “지방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의 불법 정경유착을 통해 본래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에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부동산 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가지도록 만든 지역토착비리”라며 “극히 중대한 사안으로 본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의 경기회복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2021년 초반부터 시중에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 하반기 이후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5% 이상으로 치솟기 시작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2022년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다른 선진국 역시 동시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였고 전세계적인 경기둔화를 피할 수 없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작년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전쟁과 미국의 대중국 무역압박 그리고 중국경제의 저성장이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연료와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랐고, 비용상승과 공급망 제약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까지 가중되었다. 긴축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2분기 8%대에서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적정 수준을 상회하고 있고,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 작년 말까지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올라 고금리-고물가의 여건은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재확산과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중국경제는 작년 2.7%(세계은행 2023년 1월 추계)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과 미중 간 정치경제적 갈등 고조 역시 향후 세계 경제의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2년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첨단산업에 있어 중국의 기술발전을 억제하고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며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건을 목표로 하는 산업‧무역 정책의 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조하라는 압력을 가했다. 자유무역의 후퇴와 미국 및 우방국 중심의 새로운 무역질서의 재편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2023년 세계 경제는 팬데믹 위기, 고물가-고금리와 금융 불안정, 전쟁과 초강대국의 패권 전략이 만드는 정치경제적 긴장과 불확실성 등이 가중된 복합위기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1월 발표를 통해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1.7%로, 특히 선진국 진영의 경제성장률을 0.5%로 매우 낮게 전망하였다. 이는 1990년대 이후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과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세계 무역성장률은 1.6%로 경제성장률보다 그 하락폭이 더 크고, 특히 중국을 비롯한 개발 중 국가의 경기회복은 더뎌서 팬데믹 이전의 추세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복합위기에 대비한 주요 선진국들의 위기대응 정책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에 취약한 부문 및 계층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원과 보조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위기 속에서 이득을 보는 부문에 대해서는 지원을 줄이거나 과세를 강화하여 정부 재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를 강화하는 중장기적 정책도 위기대응 및 회복 전략의 일환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과 복합위기 속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의 폐해를 인식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이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날로 빈번해지는 기후재난의 위험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역시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에너지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고통을 공평하게 분담하여 사회계층, 산업부문 및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정부와 공공부문의 선제적 정책과 중재자로서의 역할 역시 긴요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선진국의 위기대응 노력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에너지전환과 기술안보를 위한 산업정책과 이를 지원하는 중장기적 계획, 사회복지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 그리고 이런 지출 재원의 확충을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겨냥한 증세 방안 등으로 구성되었다. 금리인상과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면서도, 위기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정 지출과 부자증세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EU와 일본 역시 이와 큰 틀에서 일치하는 포용적 경제정책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다.
작년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바이든 정부와 정반대의 위기대응 방안을 제시하였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대규모 부자감세안이 발표되자 정부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금융시장에 확산되었고 국채가격 급락, 금리 급등, 파운드화 가치 폭락 등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결국 취임 45일 만에 트러스 총리는 사임하고, 새로 수립된 리시 수낙 내각의 전면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 영국경제는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낙 총리의 정책은 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 세제에서 부자증세를 통해 정부 수입을 확대하고, 가계 및 공공서비스 지원 등 사회복지를 강화하며, 영국의 미래 번영을 위한 선도적 투자계획을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작년 5월 임기가 시작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영국경제를 위기에 이르게 했던 트러스 총리의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 감세와 기업규제 완화 그리고 시장의 자율 및 작은 정부의 추구가 핵심을 이룬다.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민간부문의 역할을 확대하며, 정부의 직접적인 재분배보다는 경제성장과 낙수효과에 의존하여 소득분배의 개선을 추구하는 등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골자로 한다. 건전재정 기조와 재정준칙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이에 반하여 법인세 인하,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종부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추구하고 있다. 전력, 가스,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있는 공공부문의 자산을 매각하고 공공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민간사업자의 진출과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그 분야는 보건의료, 교육, 언론, 공공서비스 등 서비스 산업 전반에까지 미친다.
새 정부의 정책은 앞서 살펴보았던 다른 선진국들의 포용적 경제정책과 상반되고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최근 전력과 가스 가격의 급격한 인상에 의해 야기된 서민생활의 불안정은 정부 정책 기조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에너지 요금인상과 그에 따른 가계부담의 문제가 예견되었지만 정부는 작년 내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복합위기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에게 상이한 충격을 준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경기침체 속에서 협상력이 약한 영세 중소기업과 그 종업원,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 등 취약부문의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게는 심각한 고충이 전가되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은행, 민간가스 및 발전사업자 등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건 속에서 오히려 높은 수익을 내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불평등한 경기침체의 충격을 고르게 재분배할 정책들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나라의 위기는 국가 간 경쟁과 추격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의 복합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위기대응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정책은 과감하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 강자의 불공정한 지대추구와 착취를 엄중히 견제하고 약자를 포용하는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미분양주택을 고가로 매입하거나 규제완화로 건설회사와 자산가들의 배만 불리는데 몰두할 때가 아니다. 공공요금 인상의 충격을 대기업과 강자들에게 전가하여 서민생활의 안정을 지키면서도 에너지소비 저감을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에너지·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는 중장기적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도 없을 것이다. 대전환의 시대에 대비하는 것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정부의 노동개혁은 개악으로 가고 있다. 고질적인 노동 양극화의 원인이 기업과 자본 중심의 정책 그리고 '자율'이 만드는 약육강식의 질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시장이 정글이 되지 않도록 인간 중심의 규제와 헌법적 가치가 보장되는 규율을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긴급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도로·철도·우편요금을 상반기에 동결하기로 했다. 신문들은 이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대부분 1면으로 보도했다. 급격하게 오른 공공요금에 정부가 개입하는 방향 자체는 옳으나 실효성있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5일 일명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주도적으로 해당 안건을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노란봉투법 논의는 2013년 쌍용차노조가 회사와 경찰에 47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 후 촉발, 시민 4만7547명이 노란봉투에 돈을 담아 지원한 것이 법 개정 요구로 이어졌다. 이후 재계 반발로 폐기됐으나 다시 입법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의미에 대해 짚고 조속한 입법을 주문하는 신문도 있었으나 재계의 반발을 전하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한 신문도 있었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행위는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언론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실체적 정의’를 중시한 판결이라는 입장과 목적만 정당하면 불법이어도 괜찮냐는 반응으로 나뉜다.
▲16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1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공공요금 인상 늦추고 에너지 지원 늘린다>
국민일보 <尹 “공공요금 억제…금융·통신 과점 깨야”>
동아일보 <이공계 ‘블랙홀’된 의대>
서울신문 <尹 “공공요금 동결”…금융·통신 전방위 압박>
세계일보 <‘고통분담 외면’ 금융·통신 과점 깬다>
조선일보 <제조업 취업마저 감소 공공요금은 긴급 동결>
중앙일보 <물가 잡으려 ‘3대 민생요금’ 조절 택했다>
한겨레 <공분산 은행·통신 ‘과점체제’ 손본다>
한국일보 <“서민 고통 분담을” 은행·통신 꼬집은 윤 대통령>
공공요금 동결 방침, 방향 맞으나 실효성 의문 제기
정부가 15일 민생물가대응방안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비상한 각오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난방비 급등에 문제에 대해서도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에 한시적으로 요금 분할 납부를 허용하기로 했다. 대중교통금액 소득공제도 늘리고 서울시는 4월로 예정했던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통신업체들은 3월 한 달간 대량의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은행권은 서민금융상품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16일 국민일보 1면.
신문들은 이 이슈를 다루면서 정부가 고물가 시대에 서민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은 맞지만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다.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 취약계층에게 난방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눈에 띄는데, 수혜자는 19만가구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 그 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례적으로 생중계까지 해 가며 내놓은 회의 결과가 얼마나 서민들의 삶을 보듬어 줄지는 의문이 든다”며 “윤 대통령은 이어 은행·통신사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이들 기관의 참여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기업 자율을 강조하며 각종 규제를 풀어놓은 것이 다름 아닌 윤석열 정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뤄놨지만 그사이 경제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한국전력 적자가 지난해만 30조원인데 전기·가스 요금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국 도시철도의 누적 적자가 24조원이다.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로는 민생을 구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삼모사식 미봉책으로는 서민들을 살릴 수 없고 물가도 잡을 수 없다”며 “재정 건전성과 감세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16일 경향신문 2면.
한겨레도 사설에서 “당장 고물가·고금리에 신음하고 있는 서민층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며 “시장 경쟁이 활성화돼야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는 만큼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적실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 경쟁 촉진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부작용은 없는지, 현실성은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기관 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잠깐의 혜택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더 정교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뒤늦은 공공요금 인상 속도 조절... 정밀한 정책 필요>에서 “에너지, 교통 등 요금을 올려야 할 필요는 분명 있다. 가스비만 해도 대외적 요인으로 원가가 급상승해 언제까지나 가스공사 적자를 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인상의 여파에 대해선 정부가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고물가가 서민 고통과 소비 위축,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을 인식한다면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좀 더 정밀하게 대책을 세우고 세수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16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역시 사설 <“은행·통신 과점 해소”… ‘시장경쟁 촉진’ 방향은 맞다>에서 “은행과 통신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는 사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한번 진입하면 쉽게 퇴출되지도 않는다”며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은행, 통신사들이 저렴하고 더 나은 서비스의 제공을 자발적으로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해당 산업의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참가자를 육성해 경쟁을 유발하는 게 맞는 해법”이라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공공요금 동결 불가피하지만 文정부 닮진 말아야>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 사설에서 서울신문은 “서민 고통을 덜고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려면 공공요금 동결은 불가피하다. 물론 마냥 찍어 누를 수는 없다고 본다. 그랬다가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 등 인상 요인이 계속 쌓이는데도 문 정부는 전기·가스요금을 묶었다. 그 ‘폭탄’이 지금 윤 정부에서 터지고 있는 것”이라 전했다.
▲16일 서울신문 사설.
노란봉투법 소위 처리에 갈라진 반응
파업 노동자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이 법안 처리에 그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로만 봤던 사용자를 간접고용·특수고용·하청 노동자를 지휘하는 원청까지 넓힌 것이고, 파업을 탄압·봉쇄하기 위해 사측이 노조에 안겨온 ‘손배폭탄’을 제한했다는 의미를 짚은 신문도 있지만 국민의힘이나 재계가 법안을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꺼내들었다.
▲16일 경향신문 2면.
동아일보는 5면 기사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예컨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현대차를 상대로 파업도 할 수 있고, 울산공장 생산라인도 멈추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라며 “단체교섭의 경우에도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 본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돌아가면서 파업도 벌일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16일 동아일보 5면.
반면 경향신문 사설은 “노동자를 과도하게 옥죄어 온 손배소와 불법파업 딱지를 제한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이 첫발을 뗀 셈”이라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촉발된 파업에서마저 남용된 손배소에 첫 제동장치를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불법쟁의가 늘어 재산권·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경향신문 사설은 “국회와 정부는 입법과 시행령을 통해 노동자의 폭력·파괴 행위나 사측 부당노동행위를 억제할 수 있도록 더 조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사설 <찬반 팽팽 ‘노란봉투법’ 野 강행, 이제라도 치열한 논의를>에서 “노동 관련 법과 제도를 국내 근로현장과 국제규범에 맞게 현실화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법안에 대해 여당은 논의조차 거부하고 야당은 강행 처리로 맞서면서 사회 중대 사안에 대한 국회 합의기능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거세다”며 “재계 주장처럼 파업이 일상화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국회는 물론 노사가 함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16일 경향신문 사설.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필요성 인정하고 무죄 선고한 법원
경향 “실체적 정의 중시” vs 조선 “판결, 놀라울 따름”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행위는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15일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1심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 검사의 공소사실 중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 기재해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든 혐의는 유죄 판결하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우선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는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했다고 보고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할 당시 사실상 재수사가 기정사실화했고 정식 입건만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출국을 용인했을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에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불법 출금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별도 기소된 이성윤 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16일 중앙일보 12면.
경향신문 사설은 “절차적 흠결보다 실체적 정의를 중시한 판결로 평가한다”며 “김 전 차관은 ‘별장 성접대’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끝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 2013년 ‘별장 동영상’ 파문 직후 검찰의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가 없었다면 김 전 차관은 단죄됐을 것. 10년 동안 이어지며 국민을 공분케 한 부조리는 모두 검찰의 원죄 탓이다.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무죄받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검찰 수사 과도했다>라는 사설에서 “ 이번 판결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음이 확인된 셈”이라며 “물론 이 검사가 절차적 흠결을 남긴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이들을 중범죄자라도 되는 양 떠들썩하게 수사했던 것은 검찰의 과잉 수사였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한겨레 사설.
동아일보 사설은 “최초 수사의 결과도, 재수사의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 전 차관을 부당하게 봐준 검찰이 처벌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출금한 검찰도 받으나 마나 한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며 “모든 과정이 꼬여버렸고 그 처음과 끝에는 검찰이 있다. 김 전 차관 사건 처리 과정은 검찰 역사의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 중 하나로 기록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목적 정당하면 불법도 무죄” 세상에 이런 판사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목적만 정당하면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뜻인데 이러면 법이 무슨 필요가 있나. 어떻게 판사가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법원이 이성윤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사들이 압력을 받았다고 하는 데도 압력 행사를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스스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조선일보 사설.
서울신문도 <김학의 출국 금지, 위법하다면서 ‘무죄’라니>라는 사설에서 “아무리 긴급 상황이라고는 하나 적법절차 원칙을 어긴 게 명확한 마당에 법원이 지나치게 느슨한 잣대로 면죄부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과거 대부분의 권한 남용 사례들이 적법절차를 어긴 데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국민과 권력자들에게 합법 절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주지는 않을까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지난 2월 9일, 6.15남측위원회와 6.15해외측위원회는 온라인 회의 방식으로 ‘2023 신년모임’을 가졌다.
이번 신년모임은 새로이 선출된 6.15남측위원회 10기 상임대표단과 6.15해외측위원회 의장단이 새해 인사를 나누고, 2023년 남측-해외측의 주요 공동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결의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6.15남측위원회는 1월 18일 총회를 개최,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를 신임 상임대표의장으로 선임하고 올해 사업방향을 확정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이번 신년 모임에 남측위에서는 10기 총회를 통해 선출된 이홍정 신임 상임대표의장(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을 비롯한 상임대표단과 노동본부, 청년학생본부 등 부문 대표들을 비롯하여 6.15남측위 상임집행위원들이 함께 하였다.
해외측위에서는 위원장인 손형근 일본지역위원회 의장을 비롯한 일본지역위원회 부위원장단, 미국위원회 신임 김수복 대표의장, 유럽위원회 선경석 상임대표, 대양주위원회 김광일 위원장, 중남미위원회 정갑환 위원장 등이 참석하였고, 해외측위,일본위,미국위,유럽위 사무국 성원들이 함께 하였다.
6.15남측위원회 이홍정 신임 상임대표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중 간의 패권 경쟁 속에서 세계적으로 신냉전 대결이 강화되고 있으며, 한반도의 전쟁위기 또한 고조되고 있다면서 엄혹한 상황일수록 자주적 평화공조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서 남측과 해외측 위원회에 주어진 과제가 크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정전 70년을 맞는 올해 평화 행동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는 길을 만들어 나갈수 있도록 각계대표들을 섬기며 낮은 자세로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평화의 주권자로서 우리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자는 의지를 가지고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해 함께 전진해나가자고 말했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4주년 기념행사에서 손형근 6.15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이 영상으로 연대사를 전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6.15해외측위원회 손형근 위원장은 먼저 남측위원회 새 상임대표의장 선출과 10기의 출발을 축하하면서, 남측위 상임대표들의 활동과 사업에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유례없이 심각해진 미국과 남측 정부의 대북적대정책, 일본의 군국주의정책에 의하여 전쟁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남측의 민주세력들이 무차별적인 공안탄압을 받고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아울러 정전 70년을 맞는 올해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을 비롯한 적대 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한 연대연합투쟁을 대중적으로 펼치자는 데 공감을 표하는 한편, 특히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년과 관련한 운동을 함께 벌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모임에 참가한 남측과 해외측 대표들은 올해 안팎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남북해외의 단결된 힘으로 전쟁위기를 막고 평화의 새 시대를 함께 열자는 결심을 나누었다.
신년모임에서는 2023년 몇 가지 중심적인 공동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우선, 3.1절 104주년에 즈음하여,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과 일본정부의 군사대국화를 규탄하며 한미일군사동맹을 반대하는 공동행동을 남측과 해외측이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정전 70년을 맞아 각계각층 민족역량을 총결집하여 전쟁종식 평화실현을 위한 집중행동을 펼기로 하면서, 3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연습 반대 활동을 비롯하여, 7.27 시기까지 남측의 시군구 200곳, 해외 주요 100개 도시 등 《전세계 300곳 평화행동》을 광범위하게 펼치기로 하였다.
또한 해외측과 남측의 지속적인 연대를 강화하고 오월 정신을 평화,통일로 발전시키는 방향아래 《오월에서 통일로》 민족평화포럼을 개최하자는 남측의 제안에 협력하기로 하였다.
올해 100주기를 맞이하는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문제와 관련하여, 진상규명 활동과 추모행사 등을 각계와 함께 규모 있게 개최되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일본에서 진행되는 100주기 추도식에 남측도 적극 참여하기로 하였다.
또한 4.27, 6.15, 9.19, 10.4 등을 계기로 남북해외 온겨레가 공동선언 실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더욱 높여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예년보다 더욱 적극적인 공동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올해, 각 위원회의 활동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다짐과 함께, 남북해외 3자의 만남을 기약하면서 모임을 마무리하였다.
“머지않아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되고 ‘백세 시대'가 될 터인데, 이대로 미래 세대에게 버거운 부담을 지게 할 수 없습니다.”(오세훈 서울시장)
“백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합니다.”(홍준표 대구시장)
두 광역자치단체장이 연초부터 ‘노인 연령 기준’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수년간 누적된 지하철 운송기관 적자 문제가 노인 무임승차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지하철의 적자가 노인 무임승차 때문만은 아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없지만 비슷하게 적자에 시달리는 버스업계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개편하면 적자를 일부라도 보전할 수 있는 점, 고령화로 인해 사회구조가 달라졌다는 점 등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노인 무임승차는 해묵은 논란이다. 13년 전인 2010년에도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가 “지하철이 적자인데 왜 65살 이상이라고 무조건 표를 공짜로 줘야 하느냐”며 노인 무임승차를 ‘과잉 복지’로 규정해 대한노인회의 반발을 사 결국 사과한 바 있다.
이번엔 달라질까. 이미 홍준표 시장은 무임승차 연령을 65살에서 70살로 올렸다. 대구는 도시철도 무상 이용 기준을 65살에서 내년부터 2028년까지 해마다 한살씩 높인다. 대신 버스도 무상 이용 대상에 포함한 뒤 올해 75살로 시작해 해마다 한살씩 낮춰 2028년 도시철도와 동일하게 70살 이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겨레>는 적절한 노인 연령 기준, 바람직한 노인 교통 복지 등 앞으로 확장될 논의에 앞서 쟁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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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 불려나온 이유는
노인 무임승차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하철공사 적자 보전 문제에서 출발했다. 인구도 많고, 지하철 노선도 많은 서울시에서 운을 띄웠다. 서울 지하철 대부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영업손실이 크게 늘었다. 철도통계연보를 보면 2017~2019년 해마다 5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 1조902억원, 2021년 9385억원의 손실을 냈다. 2021년 결산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는 약 17조원이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노인은 전체 이용객 10명 중 1명꼴이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2021년 2311억원, 2020년 2161억원, 2019년 3049억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구조를 일부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연구원의 2021년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관련 보고서를 보면 노인 연령을 현행 65살에서 70살로 올릴 경우 연간 무임승차 손실 비용의 25~34%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2020년 전국 노인실태조사와 지난해 서울 노인실태조사에서 65살 이상 노인이 생각하는 노년이 시작되는 연령이 각각 평균 70.5살, 72.6살로 집계됐다는 점도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노인 무임승차 제도 문제를 단순히 서울교통공사의 손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임승차는 노인 교통 복지이며, 이를 통해 얻는 사회적 편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4년 펴낸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 연구보고서는 노인 무임승차의 편익을 3136억~3361억원(2012년 기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무임승차 제도가 노인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한 덕에 경제활동을 통한 의료비 절감(230억원), 기초생활급여 예산 절감(908억원), 관광산업 활성화(131억원), 극단적 선택 감소(617억원), 우울증 감소(322억원), 교통사고 감소(1152억원) 등의 편익을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 서울연구원은 이를 2020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650억원 규모라고 추산했다.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 노인은 빈곤율이 높아 무임승차는 노인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건강하게 활동하다 보면 건강보험비도 줄고, 노인 우울증도 감소한다. 노인들이 돌아다니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도 “지하철 운영 재정적자의 근본 원인은 적정한 수송원가에 비해 낮은 운임을 징수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지,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로 인한 손실이 원인이 아니”라고 짚었다.
어떻게 비용을 분배할 것인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70살 이상의 노인에게 요금을 50% 할인해준 데서 출발했다. 1년 뒤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인 연령은 65살로 낮아지고, 1984년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요금을 전액 면제하는 시행령이 만들어졌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노인 무임 수송은 대통령 지시에 의해 도입됐으며, 거주지와 상관없이 전국 모든 국민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국가 사무”라고 주장한다. 국가가 시작한 복지에 대한 비용을 지자체와 시민이 부담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의 역할은 빠져 있다는 게 서울시의 시각이다.
중앙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에서 운영하는 지하철은 서울시의 지자체 사무이므로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며 “균형이나 형평성 차원에서도 중앙정부가 빚을 내 가장 재정 상태가 좋은 지자체를 지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시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나, 대도시에만 있는 지하철을 위해 국비를 투입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논리다.
지하철 운송기관 적자와 노인 무임승차 문제를 풀어갈 방안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신성일 서울연구원 공간교통연구실 연구위원은 노인도 명목적으로 교통 요금을 부담하되, 노인 교통비 지원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연구위원은 “중앙정부에서 노인들에게 교통비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재원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며 “소득수준, 대중교통 의존도 등을 고려해 다각적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정욱 한국교통대 철도경영물류학과 교수는 “지방 공기업의 적자가 크다고 해서 국가가 보전해주는 것은 방만 경영 등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노인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모든 교통 복지를 아우르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하게 지하철만 경로 무임승차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동 복지’에 대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동 복지에 대해 일정 비율을 국가가 지원한다는 근거를 만들면, 지하철에만 주는 특혜가 아니라 시내버스 이용자 등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봤다. 그러면서 “노인 연령 상향은 정년, 연금 등 전 사회에 적용되기 때문에 교통 분야 논리만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 근본적인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오전 광화문 인근 한 카페와 야외에서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와 올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 조천현]
손꼽히는 국제관계 전문가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는 미중 패권 경쟁이 잠정 봉합된 지금 시점이 중국이 그동안 미뤄놓은 한국을 손볼 수 있는 때라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연말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 자체가 “일본이 제안하고 미국이 이어받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라고 하는 반중전선에 편승하는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중국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조성렬 전 총영사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작년 10월 한 달 빼고는 계속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것은 어떤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대립은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일시 봉합했다”며 “휴지기를 이용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일본과 한국에 대한 손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2023년도가 한중 관계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위험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칩4(Chip4)에 가입을 해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에 제동을 걸 경우 거꾸로 중국으로서는 희토류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한국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예시했다.
나아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전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다’는 표현을 넣어 한국의 안보와 직접 연결시켰다”며 “이것은 만약에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북한이 미국과 일본의 전력이 대만 해협에 집중되는 틈을 타서 한반도에서의 어떤 무력 도발을 기도할 가능성과 다른 면으로 본다면 중국이 대만 침공을 위해서 오히려 먼저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여기에 주한미군과 일본자위대의 발목을 잡은 뒤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조 전 총영사는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은 노태우 정부시기부터 추진한 북방외교의 주 대상인 ‘유라시아’가 빠져있고, 아세안과의 관계에서도 경제협력을 중시한 ‘아세안의 관점’이 아니라 ‘해상 교통로의 안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얘기한 ‘신냉전과 다극화’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북한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북한으로선 신뢰할 수 없는 한국, 미국, 일본보다 중국, 러시아나 유라시아 경제연합 쪽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현재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지난해 연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 나섰고 노동신문은 “국제관계구도가 《신랭전》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는데 맞게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가 국위제고, 국권수호, 국익사수를 위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원칙이 강조되였다”고 1월 1일자로 보도한 바 있다.
조 전 총영사는 “북한이 저위력의 핵무력을 갖춘 현 단계에서 증강된 재래식 전력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되, 북한이 고위력의 핵무기를 개발해 실전 배치하기 이전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서 이런 상황 악화를 막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배치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거나 “윤석열 정부가 과도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거나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 전 총영사는 “일방적인 군사 훈련의 축소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조건부, 다시 말하면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든지 이럴 경우 어느 정도 충분히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해줘야 북한도 어느 정도 도발적인 자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뭔가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데 상당한 힘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6월에 주오사카 총영사로 부임해 2022년 9월까지 재직한 그는 “지금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며 “1,20대뿐만 아니라 3,40대까지 올라간다고 보는데 이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굉장히 강하게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일 정부간 막바지 협상이 한창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는 “핵심적인 내용은 일본 정부의 사과와 실제 전범 기업들의 구체적인 배상이 이루어지느냐 하는 부분”이라며 “지금은 우리 정부가 촉구하고 있는 ‘성의있는 호응조치’에 대해서 일본이 어느 정도 화답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지난달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 결과에 대해 “거의 일본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것처럼 하다가 뜻밖에 우리의 요구를 분명하게 하고 그걸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외교부가 국내의 강한 반대여론을 의식한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며 “정치인으로서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건 박진 장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진 장관도 고민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7일 오전 광화문 인근 한 카페와 야외에서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한류와 혐한, 민단과 총련의 공존
국제관계 전문가인 조성렬 박사는 문재인 정부 시기 오사카 총영사로 발탁됐다. [사진 - 조천현]
□ 통일뉴스 : 오사카 총영사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나?
■ 조성렬 전 총영사 : 2021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있었다. 약 1년 한 4개월 정도 있었다.
□ 주로 연구직에 있다가 처음으로 공직, 그것도 공관장을 맡았는데, 해보니까 어땠나?
■ 그동안에 정부 쪽 사람들하고 일은 여러 차례 같이 했지만 주로 정책 자문 쪽이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실무책임을 맡아서 일하게 된 거다. 특히 재외공관이 외교부 소속이기는 하지만 외교부뿐만 아니라 문화관광체육부, 교육부, 경찰, 국가정보원, 대법원, 선거관리위원회 등 여러 부처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보니까 그들과 일을 같이 하면서 각 부처의 특징을 파악하고 업무조율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 오사카라는 지역이 우리와 역사적으로 매우 관계가 깊은 곳으로 안다. 일본 안에 있는 동포들의 실상, 흐름은 어떠했나?
■ 오사카는 통상적으로 얘기할 때 재일동포의 고향, 재일동포의 수도라고 한다. 그에 걸맞게 ‘올드커머’(Oldcomer) 재일동포들이 제일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재일동포를 보통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에 온 사람들을 ‘뉴커머’(Newcomer), 그 이전에 온 사람들을 ‘올드커머’라고 부른다.
오사카를 재일동포의 수도라고도 얘기하는데, 이분들은 이미 4세대에서 5대까지 넘어가다 보니까 일부는 상당 부분 일본에 동화된 분들도 많고 또 일부는 여전히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분들도 많다. 특히 한국이 국력이 신장되면서 재일동포들이 과거와 달리 자신이 한국계라고 하는 것을 밝히면서 떳떳하게 사는 이런 모습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전반적으로 보면 재일동포들이 성공한 사람 위주로 한국에서 소개가 많이 돼 있지만 사실은 한국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또 일본 사회 내에서도 하층민으로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동안에 우리 정부에서 이런 소외계층 재일동포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있는 동안에는 이런 재일동포 소외층들을 위해서 뭔가 의미 있는 사업을 준비를 쭉 해왔는데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마무리 못 지은 것이 좀 아쉽다.
□ 총영사 재직 중에 우토로 마을 평화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것을 봤다.
■ 내가 있을 때 우토로 평화기념관 준공식이 있었고, 그 이전에 입주한 1차 시영주택에 이어 2차 시영주택의 착공식을 가졌다.
그리고 또 하나 의미 있는 것은 일본 내에 보통 세 개의 코리아타운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하나가 도쿄에 있는 신오쿠보와 교도의 히가시쿠조, 그리고 오사카 이쿠노에 있는 코리아타운이다.
그동안에는 한국사람들이 모여 장사하는 거리라는 의미였지만, 작년 4월에 공식적으로 ‘오사카 코리아타운’이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오사카시가 인정하는 법적 기구로서 ‘오사카 코리아타운’이 정식 발족함으로써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 보장 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때문에 일본 오사카에 관광객들이 오지 않았는데 코리아타운이 오사카의 3대 명소 중 하나로까지 불릴 정도로 굉장히 많은 일본인들이 한류 영향 때문에 코리아타운을 찾아왔다.
□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무래도 이제 한류가 등장을 하는데, 한일 관계를 보면 쭉 오랜 역사가 있는데 그중에서 최근에는 한류가 상당히 특징적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한류가 어떠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 지금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 1,20대뿐만 아니라 3,40대까지 올라간다고 보는데 이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굉장히 강하게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코로나 기간에도 한국에 오지 못하면서 한국 드라마나 한국 음악, 한국의 여러 문학 작품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사카, 교토, 나라에 설치돼 있는 문화원이나 교육원에 한국어를 배운다든지 한국 문화를 익히기 위해서 많이 찾아왔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우리가 비유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혐한단체로 알려지는 ‘재특회’다. 재특회의 정식 명칭은 ‘재일 특권을 반대하는 일본인 모임’인데 그 이름에서 알리다시피 단순히 한국을 폄하하는 의미를 넘어 한국이 이미 잘 살게 됐는데 왜 재일동포들한테, 한국인한테 특혜를 주느냐하는 문제제기다. 재특회라는 이름은 한편으로는 한국인에 대한 삐뚤어진 차별의식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한국의 높아진 위상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 그렇지만 예를 들어서 큰 서점들에 ‘혐한 코너’가 있다고 하던데, 지금 분위기는 어떤지?
■ 오사카에 있는 대형서점에 여러 차례 가봤는데, 거기엔 혐한 서적도 상당히 많고 혐중 서적도 굉장히 많다. 일본인들은 보통 자기 속내를 잘 안 드러내는 특성이 있다 보니까 한국 사람을 만날 때는 상당히 부드럽게 대하면서도 속으로는 혐한 서적들을 즐겨 탐독하는 것 같다. 일부 일본인들의 정서에 편승해 혐한 서적들이 판치고 있고 또 상당한 독자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이중적인 것 같다. 한류를 좋아하고 부러워하면서도 혐한 정서를 갖는다는 게.
■ 약간 세대 차이가 있는데, 특히 5,60대 정도 되는 중년 남성들의 경우는 혐한 감정이 상당히 높다. 이 사람들은 과거에 한국이 식민지 국가였고 일본보다 훨씬 못산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한국이 바짝 쫓아오고 일부 앞서가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욘사마’로 알려진 [겨울 연가]를 비롯해서 사실 한류의 독자들은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7,80%가 여성이다 보니까 반대로 일본의 중년 남성들은 여기에 반발하는 모습을 띠고 있고 이런 부분들이 재특회나 혐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중추라고 생각할 수 있다.
□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세대차가 느껴지는 것 같다.
■ 일본에 있는 기존의 댄스 교습소가 K팝 커버댄스 교습소들로 상당 부분 바뀌었다. 그리고 교육원에 한글 배우러 오는 여성들이 많고, 중년층들도 한글을 배우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
□ 총영사관 활동이 예전에 비하면 조건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 많이 좋아졌다. 기본적으로 위상이 높다. 현지에 있는 공관장 중에서는 가장 톱이다. 일본 전체의 외국인 수로 보면 중국이 제일 많지만 대부분 도쿄 쪽에 몰려 있고 특별영주권을 가진 재일동포의 수가 제일 많은 곳은 오사카 지역의 한국이다. 그러다 보니까 오사카 간사이 지역에서는 한국 총영사관이 위상도 높고 또 직원들도 제일 많다.
□ 재일동포 하면 조선적 또는 총련계가 중요한데, 오사카 지역 상황은 어떤가?
■ 실제로 총련계 활동이 제일 활발한 데가 역시 오사카 지역이다. 지금은 크게 위축이 돼 있다. 특히 재정적으로 어렵다 보니까. 조선학교도 하나둘씩 없어지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조선학교 매각대금들이 다른 조선학교 발전을 위해서 쓰여지지 못하고 총련의 부채탕감이나 교사들의 밀린 월급을 주고나면 다 없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일본사회의 저출산이 일본인뿐만 아니라 재일동포들에도 만연돼 있다. 조선학교만 그런 게 아니라 일본인 학교도 학생수가 굉장히 줄어들고 있다.
□ 요즘 총련과 민단 내지는 한국계와 갈등은 어느 정도인가?
■ 실제로 드러나는 갈등은 없는 것 같다. 나도 특별히 총련 쪽하고 공식 접촉은 하지는 않지만 공동행사나 추념식이나 이런 걸 하면 참석한다. 4.3추도식도 있었고, 우토로 평화기념관 준공식, 우키시마호 침몰 위령제의 경우도 우리 총영사관과 총련계가 같이 행사에 참석했다. 공동주최는 아니고, 주최기관이 따로 있고 거기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갈등이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다.
■ 드러난 갈등은 없고 다만 공동주최하는 행사는 없어졌다. 예전에 ‘원 코리아 페스티발’ 같은 게 있었는데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원 코리아 페스티발’은 민단계와 총련계가 같이 하는 행사인데 없어졌다. 기구는 남아 있는데 재정지원들이 안 되니까 실제로 행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어쨌든 큰 경험을 했다.
■ 어떻게 보면 총련계 조선학교가 민족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을 사실이다. 재일동포 ‘올드커머’ 중에서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은 대체로 조선학교 출신자들이다. 현재 민단계에서 활동하는 조선학교 졸업생들도 꽤 된다.
□ 재일 조선학교는 굉장히 특이하다. 남의 나라에서 민족교육을 하는 사례이기 때문에.
■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학교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보통 한국학교가 있고, 일본에만 있는 민족학교가 있다. 민족학교는 현지에 있는 한국국적의 재일동포들이 만든 학교고, 한국학교는 한국입시를 지향하는, 그러니까 한국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자녀들 교육을 위해서 만든 학교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한국국적을 유지하는 민족학교가 있는 곳은 일본밖에 없다. 조선족 민족학교도 있긴 하지만 이들의 국적은 모두 중국국적이다.
강제동원 협상, “제2의 ‘위안부’합의 사태 일어날 수 있다”
오사카 총영사로서 4.3추모제에 참석했다. 이같은 행사와 추모제 등은 민단과 총련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오사카 총영사관 홈페이지]
□ 지금 최대 현안은 크게 봐서 강제동원, 구체적으로 대법원 판결 집행 문제다. 전체적으로 일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 일본의 정치인들이나 외교관 또 언론인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토론한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 사람들은 자기네 경험과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의원내각제고 실제로 사법부가 반(半)독립적이다. 그러니까 통치행위로 이루어진 행정부의 국제합의에 위반되는 판결은 안 내린다는 거다.
일본에 있는 전직 외교관하고 토론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은 이른바 통치행위 이론을 내걸면서 “정부가 어떤 통치행위로써 한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법원이 거기에 반대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느냐”하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내가 “그것은 한국과 일본의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의원내각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와 행정부가 서로 견제 기능도 있고 사법부도 완전히 독립돼 있다. 실제로 2012년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을 때 당시 박근혜 정부하고 양승태 대법원장하고 나름대로 이걸 뒤엎으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발각돼서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사법농단 사태까지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는 사법부가 행정부의 뜻을 반영하지도 않지만 이처럼 행정부가 사법 판단에 개입하려고 할 경우 사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한국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굉장히 이상하게 보인다. 마치 행정부가 사법 판단에 개입하라는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런 것은 그야말로 일본적인 사고다.
이런 설명을 했더니 “아, 다르군요” 하더라. 그런데 일본 사람들의 특징이 자기중심, 자기식 대로 생각하는 그리고 그것을 전체로 해석하는 이런 경향이 굉장히 강한 것 같다. 민족마다 특성도 있고 다 그런데 어쨌든 제국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 대체로 그렇다. ‘미국 예외주의’처럼.
키신저는 ‘중국 예외주의’라는 말도 썼는데 중국도 다른 나라가 하는 건 아주 냉정하게 보지만 자기네가 하는 건 다 합리화시킨다. 일본도 그런 잔재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기네들이 하는 것에 대해서 적어도 식민지 피해국가들,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네 입장에서만 판단하려고 하는 그런 데 굉장히 젖어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 사람들은 ‘한국의 민주당은 반일, 국민의힘은 친일’ 이런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내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에 이른 것은 사실은 이명박 정부 때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하고 일왕이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더 결정적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에 반일‧반파쇼 전쟁승리 기념식장에서 천안문 망루에 올라간 부분이다. 오히려 진보 정부에서 보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서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이 일반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친일, 반일 프레임은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그 시각으로, 그 잣대로 보기 때문에 사실 문재인 정부 때 한일 관계가 어려웠던 상당 부분은 일본인들의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 현안은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집행을 연기해 주고 새로운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전망하나?
■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3~4월에 일본을 방문해서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그래서 일본을 먼저 가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이후에 미국을 국빈 방문해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구상인 것 같다.
그 배경을 보면 우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시기가 올해 여름 이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 정부는 그 이전에 한일 정상회담을 가지려고 하는 것 같다. 만약에 오염수 방류가 일어났을 때 한국 내 반일 여론들이 고조될 수가 있기 때문에 이걸 피하려고 굉장히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
현재는 이른바 ‘중첩적 채무인수 방안’이라는 안을 가지고 지금 일본 측과 세부 조정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 이것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기금을 가지고 우리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돈을 대신 지급하는 것인데, 다만 일본 정부의 사과와 성의 표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 일본이 아직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 피해자 법률대리인 측에서는 지원재단을 통해서 지급하려면 법적 채무자인 일본기업이 지원재단에게 대신 변제해달라는 의향서 내지는 채무 인계서 이런 걸 써줘야 하는데 그걸 과연 미쓰비시나 신일본제철이 쓸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배상 책임을 지운 판결을 인정한 것으로 될 테니까.
■ 핵심적인 내용은 일본 정부의 사과와 실제 전범 기업들의 구체적인 배상이 이루어지느냐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사실 그동안에 논의됐던 ‘대위변제 방안’은 강제동원피해자인 채권자가 동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무산됐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채무자가 그 방안에 의향서를 제출해야 되는데 채무자인 일본 전범기업이 동의를 해줘야 하는 문제다.
지원재단이 자신의 채무를 대신 변제해주는 건 일본으로선 고맙겠지만 그러한 사실에 동의를 안 하면 여전히 일본 전범기업들의 채무는 남아 있는 거다. 그래서 지금 일본 쪽에서 요구하는 것은 일본기업들이 의향서를 내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는 부분이다. 그럴 경우에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지금 일본의 우익 집단들의 싱크탱크에서는 일본 전범기업들의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방식이 이루어지면 윤석열 정부 하에서는 중첩적 채무인수 방안이 통용되겠지만 만약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결국은 다시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나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보장을 받아라’ 이렇게 요구를 하고 있다. 마치 지난 한일‘위안부’합의 때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 정부가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더 이상 이 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고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에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굉장히 굴욕적인 외교가 될 수 있고, 제2의 ‘위안부’합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 지금 양쪽 다 문제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전법기업이 뭔가 써줘야 되는데 쓰느냐 문제가 있고, 일본 쪽은 설사 해결했다 한들 한국에 다른 정부가 들어서서 또 뒤집으면 하나마나한 일이 된다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 그런 거다. ‘위안부’합의도 처음에 그 자체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에서 검토해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지만 결국은 문재인 정부도 한일‘위안부’합의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다. 그러니까 일본 정부는 그런 걸 노리는 거다. 그러니까 설사 한국 국내적인 부담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지만 적어도 일본한테는 다시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하는 게 일본 측의 요구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우리의 경우는 새로운 ‘고노 담화’라든지 ‘무라야마 담화’, 기존에 있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나왔던 사죄 발언, 이런 내용들로 다시 한 번 사죄의 뜻을 표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 정부는 기존의 합의를 존중한다는 정도로 해서 그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도 이견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그동안의 아베 정부가 사실상 무라야마 담화라든지 고노 담화를 무효화하는 성격의 내용들을 계속 발표했기 때문에 새로운 담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 정부는 ‘기존 담화가 공식적으로 파기된 게 아니기 때문에 기존 담화를 계승한다’ 이런 정도로 하려고 하는 게 쟁점이라고 볼 수 있다.
□ 어쨌든 아직 디테일한 건 남아있지만 큰 틀에서는 상당히 접근했다고 볼 수 있겠다.
■ 그렇다. 지금은 우리 정부가 촉구하고 있는 ‘성의있는 호응조치’에 대해서 일본이 어느 정도 화답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실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일정 정도의 돈을 내놔라. 또 하나는 전범기업들이 직접 내놔라. 일본의 경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이 대신 지급하는 건 받을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반면에 일본은 내놓더라도 이것이 배상금 성격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왜냐하면 만약에 배상금 성격의 자금이라고 한다면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는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에 있었던 대법원 판결 이행의 성격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어느 정도 성의를 표시하는 형식을 갖추고 싶어 하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윤 정부가 동의한다면 이 정부 기간에는 통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게 되면 반드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법원 판결은 아직 이행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중첩적 채무인수’ 방안에 따른 위로금 지급의 경우도 이번에 재판에 참여했던 30여 명에 대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에 재판에 참여하지는 많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불공정성을 제기하면 또다시 소송이 제기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이번에 합의하더라도 일회적으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에 나온 판결은 사실 신일본제철하고 미쓰비시 두 군데에 관련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내용이다.
□ 외교부 출입하면서 보니까 국장급 협의에서는 이야기할 거 다 했고, 이견이 확인됐고, 결국 고위급에서 정치적 타결을 하고, 그러면서 결국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결국 정치적 합의와 피해자 설득 두 가지로 모아지는 것 같다. 그러면 정치적 합의라는 건 어느 정도는 일본측에 양보를 한다는 뜻 아니겠나?
■ 그럴 것이다. 합의 내용에서 우리가 양보하는 대신에 일본 기시다 정부가 어떤 새로운 담화 형태를 통해서 포괄적인 식민지배를 사과하는 게 필요한데, 현재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사실 그런 동력이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볼 수 있다.
□ 만약에 그런 것도 없이 합의한다면 상당히 큰 반발이 예상되는데.
■ 큰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관련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이라든지 시민단체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 윤석열 정부는 5년짜리고 자기 치적을 내세우면 좋겠지만 박진 장관은 정치인이지 않나. 장관직 해봐야 1,2년일 거고 이런 데 서명을 하면 상당히 부담이 클 텐데.
■ 그래서 아마 외교부에 있는 관료들도 그렇고 박진 외교부 장관도 완전한 타결 형태로 해서 정상회담에 임하는 방법도 있지만 거꾸로 대통령의 결단에 맡기면서 공을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든다.
마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실무 선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끝내고 만나야 하는데 끝까지 합의가 안 되다 보니까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만나서 담판짓도록 했다, 하지만 이게 결렬되면서 북미 관계의 위기를 가져왔다. 그래서 어떤 형태든 간에 실무적으로 먼저 합의를 하고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 윤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 장관을 교체하고 싶어 한다는 전언도 들리고 외교부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 지난달 16일 일본에서 국장급 협의를 하는데, 원래는 거의 합의가 된 것처럼 얘기를 했는데 막판에 가서 갑자기 우리측이 ‘성의있는 호응조치’를 얘기하면서 일본 정부의 사죄와 경단련 방식이 아닌 전범기업들의 직접 참여를 요구하는 바람에 일본 측에서 난색을 표했다.
거의 일본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것처럼 하다가 뜻밖에 우리의 요구를 분명하게 하고 그걸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외교부가 국내의 강한 반대여론을 의식한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장관을 포함해 실무선까지 외교부가 책임을 다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 외교부는 박진 장관이 책임자인데.
■ 박진 장관과 조현동 1차관, 서민정 아태국장이 어쨌든 책임자인데, 정치인으로서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건 박진 장관이다.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진 장관도 고민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전에 윤병세 장관만 해도 전문 관료이기 때문에 그걸로 끝나는 거지만 박진 장관은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국민여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판 인태전략, “반중전선에 편승, 과도하게 중국을 자극”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오른쪽 흰색 상의)와 코로나 관련 협의를 갖고 있다. 주오사카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오사카 주재 여러 나라 공관 중 위상이 높다. [사진 출처 - 오사카 총영사관 홈페이지]
□ 최근 들어서 일본이 북한하고 상당히 첨예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예전에는 북일 관계 개선도 이슈였다. 최근 기류는 어떤가?
■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얘기하고 있다. 특히 작년 9월에 있었던 유엔 총회 연설에서 기시다 총리는 ‘조건 없는 북일 대화’를 제의하면서 ‘관계 정상화 용의’가 있다고 얘기했다.
사실은 일본이 진정한 의미에서 북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기보다는 현재의 대중(對中)전선을 구축하는 데 전력을 투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으로부터 오는 미사일과 같은 안보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발언이나 대화 제스처는 진정성이 있기보다는 하나의 어떤 상황 관리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 실제로 일본 내부 분위기는 북한에 대해서 험악한가?
■ 삭막하다. 특히 일본 내에 있는 총련 또는 조선학교에 대한 탄압, 차별은 심하게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너무 북일 관계가 나쁘고 또 총련과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 탄압이 심하다 보니까 오히려 “북한에 대한 통로가 막힌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아주 작게 들릴 수밖에 없다. 대체로 북한에 대한 강경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 그렇다면 당분간 북일 관계를 크게 염두에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그렇다. 크게 변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 한반도에서 지금 미중 패권 경쟁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한미동맹 쪽으로 많이 치우친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신남방 정책과 달리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펴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그동안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이래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외교는 한편으로는 한미동맹, 서방을 겨냥한 외교와 또 한편으로는 북방정책이라고 하는 주로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좀 더 넓게 본다면 중국도 포함하는 북방외교 두 갈래로 이어져 왔다.
반드시 균형외교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한미동맹의 비중이 더 크고 북방외교라고 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전략적 협력관계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북방외교, 특히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외교는 굉장히 체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신북방 정책과 신남방 정책을 취해서 한미동맹 위주에서 이제는 아세안이라든지 인도로까지 우리의 외교 범위를 확장했다. 그런데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면 유라시아가 보이지 않는다.
주로 인도‧태평양 쪽으로 치중하게 됐는데 문재인 정부 신남방 정책의 핵심은 이른바 ‘아세안의 관점’, 바로 경제 협력이다. 안보 분야는 아세안 10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입장을 취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경제협력 분야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면 주로 해상 교통로의 안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얘기는 결국은 우리가 말로는 아세안의 관점을 수용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아세안 관점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일본이 제안하고 미국이 이어받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라고 하는 반중전선에 편승하는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중국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된 것 아닌가?
■ 우크라이나 전쟁이 윤석열 정부의 출범 직전에 터졌다. 그러다 보니까 러시아와의 관계는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건 불가피하다고 보는데, 우리가 더 주의해서 봐야 할 건 중국과의 관계이다.
중국의 경우는 지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작년 10월 한 달 빼고는 계속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폭락에 의한 거라고 하지만 사실은 반도체 문제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대중 무역 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이것은 어떤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최대 무역국가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한국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 중국과의 관계가 걱정이다. 그리고 북한은 러시아 편을 들고, 우리는 우크라이나 편을 들고, 간접적인 제3지대에서의 전선이 형성돼 있다.
■ 지금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그동안에는 북한이 핵‧미사일 문제로 굉장히 고립이 돼 있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함으로써 북한의 고립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처럼 북방 삼각과 남방 삼각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북한으로서는 안보적으로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작년에 있었던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안이나 의장 비난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가 있다.
앞으로도 이런 것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우리 정부가 그동안에 추구했던 대북 국제공조가 사실상 금이 갔다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북한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기가 더욱 더 어려워지지 않나 생각한다.
□ 지난해 ‘화성-17’형, 미국 본토까지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도 유엔 안보리의 규탄결의가 안 나왔다. 만약 7차 핵시험을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나?
■ 차이가 있다면, 원래 NPT(핵무기 비확산조약) 조약에 따르면 위반시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하기로 이미 국제법상에 규정이 돼 있다.
일반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됐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됐든 이 자체는 사실 국제법 위반은 아니다. 다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초기에는 중국 유엔대사가 “이것은 지역 정세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고 하면서 반대 입장을 취했다가 결국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면서 북중 관계가 더욱 악화됐고 이런 과정에서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재에 동의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동의하지 않지만 만약에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는 NPT에 위반되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로서 상당히 난처해질 수도 있다. 아마 이런 부분들 때문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하면서도 핵실험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봐가면서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을 미룬 것 같다.
다만 일부에서 기술적으로만 보면 7차 핵실험이 필요 없다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내가 볼 때는 맞춤형 핵탄두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7차 핵실험의 필요성이 있긴 하다.
남북 대화, “공식, 비공식 대화 채널 확보가 중요”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는 국제관계와 남북관계 등에 대해 해박하고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 - 조천현]
□ 지난 3일 워싱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보면, 우리 정부는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부터 한다 한다 했는데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 7차 핵실험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작년에 북한이 핵실험장을 복구한 것은 어떻게 보면 지난 2018년 6월에 있었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를 미국이 계속 깼기 때문에 북한도 합의를 번복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7차 핵실험 결단 여부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세에 유리한 타이밍을 보는 게 있고 또 하나는 기술적 준비다. 그러니까 핵실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결국은 북한이 다종화하고 경량화, 소형화한 탄도미사일이 실전배치 되기 전에 최종 점검하는 의미가 있다. 그런 준비가 갖춰졌을 때 핵실험을 할 거라고 본다. 이 두 가지가 맞아야 되기 때문에 무조건 올 봄이라든지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다.
□ 작년에 ‘북한 7차 핵실험 임박’으로 ‘장사’를 많이 했지 않나?
■ 그랬다. 작년에는 쏠 거라고 ‘예상’했다기보다는 쏠 것을 ‘기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당시만 해도 윤석열 정부가 초기에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었고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핵 실험하게 되면 국민여론이 그리로 쏠리게 되어 국면전환에 유리하다는 정략적인 판단이 그런 ‘기대’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 국내용 필요성도 있었겠지만 한미일 삼각 구도를 구축하는데 명분으로 썼던 것 같다. 북한이 작년에 실제로 군사행동도 많이 했고.
■ 그렇다. 북한으로서는 굳이 핵 실험까지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 어찌됐든 북한이 작년에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고 미국 본토까지 가는 ICBM을 시험발사도 했고, 상황이 바뀌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접점이 없는 것 같다.
■ 내가 볼 때는 현재 비핵화 협상이 중단됐고 재개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가 비핵화 협상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대북 억제력을 구축해 나가면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모색하는 두 개의 노력이 병행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핵무장론이라든지 또는 전술 핵무기의 재배치 이런 부분들은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미국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핵무장론에 대해서 세 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데 하나는 증강된 재래식 전력, 두 번째는 저위력의 핵무장, 세 번째가 고위력의 핵무장, 이 세 가지 케이스가 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핵능력을 고려했을 때는 미국은 확장 억제력 하에서 한국의 대량보복 능력을 키워서 억제 균형을 이루려고 하는 것 같다. 현 단계에서는 3축 체계의 구축만으로도 북한의 핵 위협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셋 중 ‘증강된 재래식 전력’에 해당하는 건가?
■ 그렇다. 현재 북한의 핵 능력이 ‘저위력의 핵무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상태를 방치하게 될 경우 북한이 실제로 ‘고위력의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전 배치하게 된다면 3축 체계와 같은 증강된 재래식 전력 갖고는 핵억제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저위력의 핵무력을 갖춘 현 단계에서 증강된 재래식 전력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되, 북한이 고위력의 핵무기를 개발해 실전 배치하기 이전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서 이런 상황 악화를 막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대화 재개를 해야 하는데 전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 쉽지는 않더라도 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작년 11월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여줬던 미국의 태도도 그렇고 얼마 전에 있었던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외교적 노력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 것은 바로 그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 문제는 실제로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하는데 지금 흐름으로 봐서는 대북 압박책 위주인데다 북한도 별로 응할 것 같지도 않다. 어떤 조건, 어떤 과정을 거쳐야 외교적 노력이 가능할까?
■ 내가 볼 때는 현재 즉각적으로 대화를 재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북한이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다시 말하면 핵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배치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경우는 실제로 한미일의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의 경우도 비공개로 전환해 한다든지 또 3축 체제에 대해서 ‘킬체인’이라든지 ‘참수작전’ 이런 자극적인 용어들을 회피하고 ‘전략적 타격 체제’라고 해서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해 왔다. 이런 것은 북한 눈치보기라기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서 나온 불가피한 노력이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윤석열 정부가 과도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자제할 필요가 있고 이런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상당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당장 관건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인 것 같다. 더구나 규모도 더 확대한다고 예고했다. 북한도 상응하는 일을 벌일 것 같고 올 봄의 한반도 위기가 회자되는데 어떻게 보나?
■ 현재 한미군사훈련 자체를 전면 중단하거나 그럴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실제로 북한에 대한 대북억제력이라고 하는 부분이 한미군사훈련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현재처럼 지나치게 북한을 자극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부분들은 오히려 북한과의 대화 재개의 난관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북한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탄력적이라고 하는 것은 일방적인 군사 훈련의 축소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조건부, 다시 말하면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든지 이럴 경우 어느 정도 충분히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해줘야 북한도 어느 정도 도발적인 자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마 공식, 비공식 대화 채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 그러나 실제로 보기에는 공식은 당연히 없고 비공식 채널도 안 보이는 것 같다.
■ 그런 것이 당면한 문제다. 사실은 우리가 전쟁 중에도 비공식 채널은 유지가 돼야 되는데 지금 남북 간의 비공식 채널 자체도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한반도에서의 안보 딜레마는 이렇게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가 뭔가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데 상당한 힘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 ‘신냉전과 다극화’에서 활로 찾으려 할 것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는 올해 한반도 정세가 상당히 위기리고 진단하고 우리 정부의 각별한 노력을 당부했다. [사진 - 조천현]
□ 북한을 보면 ‘하노이 노딜’ 이후에 독자노선을 가고 있고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이 뚜렷하다. 북한의 현 입장을 어떻게 보는지?
■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2018년, 2019년에 있었던 남북 대화 또 북미 대화 노력이 결코 쉽지 않다고 판단할 것 같다. 북한식 표현대로 한다면 미국은 어떤 대화를 해도 북한의 굴복을 요구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하지 진정한 의미의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일단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데 초점을 두는 것 같고 지금까지 그렇게 추진해 왔다. 다만 북한으로서는 제재가 계속되는 한 경제회복을 원활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대화의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든지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본다. 북한은 오히려 신냉전과 다극화하는 국제정세를 활용해 나름대로 경제 회생의 길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장기전의 관점에서 미국하고 대립하면서도 끊임없이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에 대해서는 100% 신뢰하기 어려운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해서 미국과 정면충돌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및 유라시아 경제연합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 앞으로 경제 활로를 모색해 나갈 거라고 본다.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단일 경제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거기에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결합된 하나의 별도의 경제권이 만들어지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하나의 이른바 다극화 체제 속에서 안정적인 체제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것 같다.
□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북한도 어쨌든 남한과 미국과 관계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가 있었다고 본다.
■ 그런 부담이 확 줄어든 거다. 일단 중국, 러시아가 기본이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약간의 경계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아예 (미국과) 정면 대립을 하고 있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얘기한 ‘신냉전과 다극화’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북한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북한으로선 신뢰할 수 없는 한국, 미국, 일본보다 중국, 러시아나 유라시아 경제연합 쪽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윤석열 정부가 이란 주적 발언과 대만 해협 발언 같은 상당히 외교안보적으로 개념이 부족한 행보들을 거듭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된다고 보나?
■ ‘이란 주적’ 발언은 어떻게 보면 몇 차례 있었던 외교적 해프닝에 불과하다. 국제정치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한 윤 대통령의 무지에서 나온 발언이지 전략적 구도에서 나온 얘기는 아닐 것이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하는 입장은 사실은 2021년 5월에 있었던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 이미 나온 바가 있다. 그리고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되풀이됐고 작년 5월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또 작년 11월에 있었던 한미일 프놈펜 정상회담에서도 모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다 얘기했다.
문제는 작년 12월에 한국판 인태 전략이 발표됐는데 여기에선 한 발 더 나갔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전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다’는 표현을 넣어 한국의 안보와 직접 연결시켰다. 대만의 평화와 안전이 단순히 우리의 평화와 안전의 외부 환경이 아니라 직접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만약에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게 돼서도 안 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만약에 중국의 대만 침공이 일어날 경우 아마 한반도에서 제2 전선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북한이 미국과 일본의 전력이 대만 해협에 집중되는 틈을 타서 한반도에서의 어떤 무력 도발을 기도할 가능성과 다른 면으로 본다면 중국이 대만 침공을 위해서 오히려 먼저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여기에 주한미군과 일본자위대의 발목을 잡은 뒤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대만 해협의 평화 안전이 중요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안보와 직접 연결시켰을 때는 굉장한 우리 안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반드시 시정해야 될 내용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 중국이 거기에 대해서 왜 직접 언급을 하지 않느냐? 중국의 판단으로는 한국이 말은 반중적으로 해도 현실적인 국익을 고려할 때 행동은 말과 일치시키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의 대립은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일시 봉합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패권 경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일종의 휴지기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휴지기 때가 한반도에 굉장히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본다. 휴지기를 이용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일본과 한국에 대한 손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면에서 2023년도가 한중 관계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위험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사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손보려고 마음먹으면 많은 수단이 있을 것 같다.
■ 그동안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정리가 안 됐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 대한 조치는 후순위로 밀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번에 정찰 풍선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다시 미중 관계가 요동을 치고 있지만, 미중 관계가 어느 정도 풀리고 나면 한국과 일본, 특히 좀더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 대해 어떻게든 손댈 가능성이 높다.
□ 만약에 손댄다면 어떤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하나?
■ 아무래도 지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무역 제재가 있지만 최근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인의 중국 입국을 제한한다든지 이런 조치를 연장을 해서 여러 가지 한중 관계에서 특히 경제적인 조치를 통해서 제한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한국이 칩4(Chip4)에 가입을 해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에 제동을 걸 경우 거꾸로 중국으로서는 희토류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한국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이 2차전지나 반도체에 필요한 희토류를 상당 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이런 위험성들이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진입 횟수를 늘린다거나 한중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선박의 대규모 진입과 같은 회색지대갈등(Gray Zone Conflict)을 야기해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 회색지대갈등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단독역량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 버틸 힘도 없는데 우리 정부가 지금 큰소리만 치고 있는 셈인가?
■ 윤석열 정부가 아직은 말의 단계에 그치고 있으니까 당장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아직은 급한 게 아니니까. 하지만 미중 관계가 잠정 봉합되고 한국의 반중 태도가 행동으로 나타난다면 중국의 대응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태도이기도 하지만 북한이 군사합의 위반이라든지 더 나아가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해도 중국이 중재 역할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북한을 두둔한 입장으로 들어설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풀기가 어려워진다. 북한에 대한 통로가 다 막혀있는 상태에서 중국의 중재 역할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이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끝>
1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문이 공개된 후 언론은 연일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공개된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주가조작)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 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라고 밝혔다. 언론들은 판결문 내용을 일제히 기사화했다. 14일자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에 관련 내용을 다뤘다.
14일 경향신문은 <“김건희 계좌, 1·2차 작전 활용”> 1면 기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직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1심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실명이 37차례 적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실명도 같은 취지로 적시됐다”고 보도했다.
▲15일자 아침신문들 1면.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이 특검을 요구하고 나서자, 14일 대통령실은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이 판결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공세용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 잡습니다> 제목의 대변인실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십 명을 강도 높게 조사했으나,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받거나 공모했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 결과 범죄사실 본문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다. 판결문 중 범죄일람표에 김건희 여사가 48회 등장한다며 마치 범죄에 관여한 듯이 거짓 해석하고 있으나, 48회 모두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 ‘권오수 매수 유도군’으로 분류돼 있고 차명계좌가 전혀 아니다” 등의 내용을 알렸다.
김건희 여사 판결 대통령실 해명에 한겨레·경향 “상식에 어긋나는 일”
경향신문은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지 않는 검찰을 비판했다. 15일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1심 판결이 나온 뒤 진상 규명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별다른 수사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했는데, 법조계에선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김 여사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15일자 경향신문 3면.
▲15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도 3면 기사에서 “검찰은 이 사건 고발 뒤 2년10개월이 지나도록 김 여사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기소도 무혐의 처분도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직접 김 여사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검찰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의 해명이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의 ‘김건희 해명’, 수사 가이드라인 아닌가> 사설에서 “대통령의 배우자는 ‘공인 중의 공인’이다. 물론 공인이라고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해명에 나설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직접 나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하다니. 법관이라도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이는 검찰을 향한 ‘수사 가이드라인’이자, 여당을 향한 ‘김건희 특검 저지’ 지시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통령실은 그동안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은 적이 없다. 제2부속실 같은 공적 조직을 통한 체계적 보좌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외면해왔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도이치모터스 의혹 앞에선 마치 사법부라도 된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통장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을 경우 수사기관이 명의자를 조사하는 것은 통상적 수사 관행이다. 대통령 배우자라 해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검찰이 계속 미적거리면 대통령실의 ‘지침’에 따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자 경향신문 한겨레 사설.
▲15일자 경향신문 한겨레 사설.
15일자 한겨레도 <대통령실 과도한 ‘김건희’ 대응, 검찰 수사지휘하는 건가> 사설에서 “지난 10일 판결이 나온 뒤 닷새 동안 대통령실은 세 차례나 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김 여사의 연루 가능성이 의심되는 판결문 내용이 공개된 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요구받고 있는 시점에 이런 식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김 여사의 연루 가능성이 의심되는 판결문 내용이 공개된 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요구받고 있는 시점에 이런 식의 입장문을 반복해 내는 것은 자칫 대통령실의 공개적인 수사지휘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 입장문에 대해 “정작 1심 판결이 날 때까지 김 여사가 검찰에 단 한 차례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상황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김 여사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거나 비판적인 여론에는 걸핏하면 ‘가짜 뉴스’ 딱지를 붙이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사인 시절 사건에 대해 해명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개인 변호인을 선임해 처리할 일이다. 더욱이 남편인 윤셕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함께 일한 후배들이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핵심 요직에 두루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결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검찰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수사지휘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 원내대표 ‘네 탓’ 공방에 중앙일보 “질 낮은 싸움만 지속”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13일부터 이틀 동안 이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최악의 리더십, 최악의 무능 정권” “눈 떠 보니 후진국, 윤석열 정부의 지난 9개월에 대한 총평”이라고 말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내로남불”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래 우리 의회민주주의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15일 중앙일보는 <원내대표들의 ‘네 탓’ 릴레이... 국회가 이 지경인 이유> 사설에서 “모든 잘못을 상대방에게서만 찾으니 해법도 정반대”라며 “두 사람의 ‘네 탓’ 연설을 들으니 국회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더 명확해진다. 이런 원내대표들이 이끄는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리 만무하다. 질 낮은 네 탓 싸움만 지속하고 있기엔 나라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 엄중하다”고 했다.
▲15일자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설.
▲15일자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내로남불” “무능정권” ... 삿대질하다 끝난 여야(與野) 원내대표> 사설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복합위기 상황인 만큼 여야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했지만 연설의 대부분은 ‘상대 탓과 비난’으로 채워졌다. 적대적 대치만 거듭하는 여야의 실망스러운 모습만 재확인하고 끝난 것”이라며 “여당은 야당 탓, 야당은 대통령 탓만 하는 사이 위기 극복의 동력이 될 주요 경제 민생법안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국회의 책임은 방기한 채 삿대짓만 반복하는 정치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라고 했다.
금리 상승 이자 이익 급증, 은행 1조4000억원 성과급
연이은 금리 상승으로 시중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1조4000억 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나눠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향신문 1면 기사를 보면 14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의 1조193억 원보다 35.6% 증가했다.
▲15일자 경향신문 3면 만평.
이에 경향신문은 3면에 만평을 냈다. 또 사설에서 “금융사들이 혁신 등으로 기존에 없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거뒀다면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근래 금융사들의 수익은 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금리 덕에 앉은 자리에서 수십조원을 벌어들인 것”이라며 “금융은 공공성이 강한 정부 면허 사업이다. 은행이 부실해져서도 안 되지만 수익만 좇아 고리대금업자 같은 행태를 보여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은행 돈 잔치, 은행 탓만 할 수 없다> 칼럼에서 “하지만 은행의 이자 장사를 위한 ‘게임의 규칙’을 정한 건 금융당국이었다”며 “은행의 이자 장사가 걱정이라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시차를 초래하는 금리 산정 체계의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정비한다면서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고 했다.
▲15일자 동아일보 칼럼.
동아일보는 이어 “군기 잡기는 그때뿐이다. 은행의 돈 잔치가 마뜩잖으면 금리 인상기에 큰돈을 벌지 못하도록 시장 환경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게 근본 해법이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더 높게 주고, 대출금리를 더 낮게 받으면 이자수익은 자연스럽게 준다.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기존 은행의 특권적 지위를 낮추고 과점적 시장을 경쟁 체제로 바꾸면 은행들이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예금이자는 높아지고, 대출이자는 낮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은행 진입장벽은 아직도 높다. 오히려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에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자 은행들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요청하는 역주행을 했다. 예금이자는 뚝 떨어졌고, 예금자의 불만은 고조됐다. 은행들은 덕분에 이자 장사를 할 기회를 또 얻었다”고 했다.
재난 예방과 대응은 정치의 첫 번째 존재 이유다. 흔히 민생이 정치 행위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지만 이에 대한 공권력의 역할은 평시적이고 상당 부분 시장 권력과 분담된다. 반면 비상 상황에서 정치 권력에 부여된 역할과 의무는 절대적이며 다른 어떤 사회적 조직과도 분담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한 국민 인식도 그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2020년 4월 코로나19 창궐과 함께 실시된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93.5%가 그에 대한 정부 대처에 관심있다고 답했다.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있다는 답변은 86.4%로 나타났다(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조사).
재난이 당장 우리 삶에 미칠 영향보다 그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더 관심이 모인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국민 인식이 4월 15일 총선 결과에 반영돼 나타났다. 이처럼 재난 시국에 정치권의 대응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무엇보다 크고 그만큼 정치권의 역할은 중요하다.
▲ 6일(현지시간) 강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에 규모 7.5에 달하는 여진이 또다시 발생했다고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가 밝혔다. EMSC에 따르면 지진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 24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 지점에서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0㎞라고 EMSC는 분석했다. ⓒ 연합뉴스
지진으로 국가 이념이 바뀐 나라
지난 6일 발생한 대지진 이후 튀르키예에 조성된 국민 여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재난 직후 한 현지 언론이 밝힌 것처럼 "국가가 재난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예방할 수는 있다." 자연재해에 해당하는 지진의 발생 책임을 정부에 물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조치는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튀르키예가 자리잡고 있는 아나톨리아 지역의 지진 위험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아랍-아프리카 판과 유라시아 판이 만나는 곳에서 두 판(板, plate)의 충돌이 늘 발생하는 곳으로 대지진의 위험이 어느 곳보다 많은 곳이다.
1999년에도 아나톨리아 판 서북쪽의 이즈미트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1만 7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의 지진으로 인명 피해뿐 아니라 튀르키예 국가 경제도 치명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국민총생산(GDP) 3.4% 역성장의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당시 튀르키예에서는 부실 공사가 문제가 됐고 정부는 건축에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는 등 부랴부랴 뒤늦은 조치를 취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후 조사 결과 불법 건축, 기준미달 설계, 자재 횡령 등 수많은 건축 비리가 드러나 큰 규모의 소송과 처벌이 이뤄졌다.
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것은 사후의 사법적 판단만이 아니었다. 사전에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 구성과 감시 권력은 행정부에 부여돼 있으며 더 엄격하고 철저한 정부의 역할이 요구됐다. 뒤늦게 '지진세'라는 새로운 세금을 징수하기 시작했지만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그러한 민심은 3년 후 있었던 총선에서 나타났다. 연정을 통해 내각을 이끌던 민주좌파당은 사회 혼란과 경제 수습 실패의 책임을 지고 정권을 내려놓았을 뿐 아니라 136석의 제1당에서 단 한 석도 못 건지는 소수당으로 몰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때 정권을 장악한 것이 현재의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었다. 2002년 총선 한 해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정의개발당이 집권당으로 서게 됐고 그때부터 튀르키예의 국시(國是)는 급격히 이슬람에 기반한 보수주의로 전환된다.
아직까지도 튀르키예의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가 일궈 놓은 세속주의적 사민주의는 서서히 기울고 보수 이슬람주의가 튀르키예의 20년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결국 재난 예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정치권의 무능이 국가 이념의 향방까지 바꾸게 된 셈이다.
▲ 잔해에 깔려 숨진 딸 손 놓지 못하는 아버지 (현지시각) 2월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메수트 한제르씨가 잔해에 깔려 숨진 15세 딸 이르마크 한제르의 손을 붙잡고 있다. 지진 발생 당시 침대에 누워 있던 이르마크는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콘크리트, 창문, 벽돌 등 잔해에 깔려 숨진 것으로 보인다. ⓒ AFP=연합뉴스
지진세의 묘연한 행방
하지만 과연 에르도안이 이끄는 정의개발당은 그 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한 국가를 이끌었을까? 이번 지진 이후 피해 지역의 상당 건물이 최근 20년 사이 지어진 것들이라는 것이 차츰 알려지게 됐다. 내진 설계와 거리가 먼 건축물들이 가족, 친지, 이웃을 매몰시켰다는 사실을 안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지진세 징수는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1999년 만들어진 지진세는 당초 2003년 12월 31일까지 4년간 징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집권에 성공한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이 세금의 기한을 없애 영구적 세금으로 전환했다.
튀르키예가 지진 위험 국가였기에 국민들은 지진세의 무기한 징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징수된 세금이 총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지진세 징수 후에도 여전히 내진 설계와 거리가 먼 건물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게 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경제 수준이 높았던 튀르키예는 한국과 달리 산업구조의 체질 변화에 성공하지 못해 제조업 분야는 여전히 가공조립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물가에 연동하는 명목 GDP는 안정적인 반면 실질 GDP는 국제경제 동향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최근 20년 동안에도 이렇게 불안정한 튀르키예 경제의 버팀목을 한 것은 건설과 부동산이었다. 환율은 악화돼도 국내 실물 경제가 그럭저럭 유지된 것은 충분한 인구조건 하에 내수 경제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 경제의 근간인 건설업이 이처럼 부실한 기반 위에 서 있었다는 것이 지진세의 묘연한 행방과 함께 국민의 분노를 자극한 것이다.
이쯤 되면 튀르키예 국민들은 물을 수밖에 없다. '그 많던 지진세는 누가 다 먹었을까' 누가 다 먹어버려서 이 정권은 20년 무병 장수하는 동안 국민은 무너진 잔해 속에 깔리게 됐을까.
더욱이 현지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현 집권 여당의 책임도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2018년 이후 터키 의회에 제출된 지진 대비 관련 법안은 총 75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중에 법으로 공표된 것은 단 4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튀르키예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념에서 출발한 진보 야당 인민공화당(CHP)은 4년 동안 총 36건의 지진 대비 관련 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진보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이 제출한 관련 법안은 17건이었다.
반면 케말주의 우파 이념의 야당, 좋은당(İYİ)이 제출한 관련 법안은 8건, 극우 성향의 국민운동당(MHP)은 3건을 제출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 정의개발당이 제출한 지진 대비 관련 법안은 4년 동안 단 한 건에 불과했다.
▲ (이스탄불 AF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한 병원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돼 입원해 있는 아기의 손을 잡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옆에는 부인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은 튀르키예 대통령실이 찍어 제공했다. 2023.02.14 ⓒ 연합뉴스
대통령의 엉뚱한 말
최근 낮은 지지율에 고심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5월 14일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러 30년 집권을 꿈꿨지만 6일 발생한 대지진과 함께 그 꿈이 수포가 될 수 있게 됐다.
현실 파악을 못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발생 후 이런 말을 남겼다. "이런 재난에 대비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 이런 말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참혹한 나날을 뒤로하고 국가와 민족의 화합과 단결을 추구하기를 바란다."
정부의 부실한 관리로 인해 더 커진 재앙 앞에서 정부와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은 따로 있는 듯 싶다. "대통령과 정부가 더 철저하게 재난에 대비했어야 했다", "정부는 참혹한 나날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겠다. 국민은 화합과 단결을 부탁한다."
최근 미일, 한미 회담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과 일본은 외교·국방장관 회담(11일), 정상회담(13일)을 연이어 개최했다. 이후 1월 31일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2월 3일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상반기 개최 일정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한미일의 이런 연쇄적인 회담은 프놈펜 회담을 통해 합의된 한미일 군사동맹을 토대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아시아 정세 격화시키는 미일, 한미 연쇄 회담
1월 11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은 일본에 주둔하는 미해병대를 2025년까지 연안작전부대로 재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측은 이 부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 이동 거리에 적합한 신속 기동부대라고 설명했다. 적의 세력권에 들어간 최전선의 도서 지역에 신속하게 투입돼 상대국 함정과 전투기 진출을 억제하고 바다를 장악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적의 세력권이란 북, 대만,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등을 의미한다.
이틀 뒤에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강조된 지역은 댜오위다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핵을 포함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본을 방어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일 안보 공약은 “센카쿠 열도에도 적용된다”고 특별히 덧붙였다.
댜오위다오는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사실상 미국은 댜오위다오 분쟁을 사주하고 있으며, 일본은 신냉전을 명분으로 군사 대국화로 나아가고 있다. 기시다는 14조 원에 달하는 미국 무기를 구매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해 12월 일본은 적기지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 선언했는데, 반격 능력을 위한 공격용 무기를 구매하려는 것이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공통으로 강조된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이었다.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조속한 시일 안에 한미일 안보회의(DTT: Defense Trilateral Talks)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진 장관은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 등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 확대“를 언급했다. ‘중국과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가 필수라는 것이다.
한미일이 지향하는 것은 중국과 북의 위협을 명분으로 하는 한미일 군사 안보 체제 강화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내세워 중국, 북과의 충돌 위기를 고조시켜 아시아판 나포를 구축하려 한다.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랜 노력
한미일 3국 안보 공조를 강조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래된 계획의 하나였다. 미국은 냉전이 해체된 직후 중국을 아시아에서 미국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도전국으로 상정하고, 아시아에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미국의 바람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한국과 일본 등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한 대결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국민의 동의를 받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한일 관계가 지속해 악화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군사 대국화, 보수화의 길을 선택한 일본에서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식민지 미화 발언, 역사 왜곡 발언, 독도 영토 발언 등으로 인해 좋아지던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과정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쿼드’를 들어봤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쿼드’ 가입 의사를 밝혀왔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미국의 바람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자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쿼드’였다.
쿼드의 전신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네 나라로 구성된 ‘4자 안보대화’이다. 2007년에 시작된 ‘4자 안보대화’는 초기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기지화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자 ‘4자 안보대화’는 다시 재활성화되기 시작했다. ‘4자 안보대화’는 2020년 쿼드(QUAD)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으며,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 동맹체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쿼드에 참여하는 4개국으로 먼저 출발하는 게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미국의 구상을 드러냈다. 트럼프 정부는 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 3개국을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을 제시하면서 쿼드를 모태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구상은 바이든 정부에게로 이어졌고, 바이든 정부는 쿼드를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시켰다. 2021년 3월과 2022년 5월 쿼드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2022년 신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쿼드는 무력해졌다. 중국의 위협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쿼드에 참여했던 인도가 미국의 대러 정책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브릭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모색했다. 그 결과 쿼드를 모태로 하여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결합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구상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신냉전기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위한 새로운 시도
지난 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초청’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미국이 초청한 나라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였다. 따라서 지난 해 나토 정상회의는 더 엄밀히 표현하면 ‘나토+4 정상회의’였던 셈이다. 미국은 쿼드 대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를 선택하는 것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8월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여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고조되었다. 또한 한반도에서 전략자산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여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모두 아시아판 나토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는 미국의 계산된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판 나토에 대만을 끌어들여겠다는 계산이다.
신냉전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한일 관계, 특히 한국의 대일 정책이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서 미국과 일본의 의견은 오래전부터 일치되어 왔다. 문제는 한국 정부였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한중 관계, 남북 관계를 고려하여 한미일 안보 협력에 소극적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일 안보 협력이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박근혜 정부 말기 한일 지소미아 협정이 타결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추진되고, 2019년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면서 한미일 안보 공조는 다시 정체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걸림돌이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해 5월 이후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신냉전 돌격대를 자처하고 있었다. 미국은 아시아판 나토를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 선봉장을 자임하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시종일관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윤석열 정부는 쿼드 가입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쿼드’라는 카드가 유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뒷북 치기였던 셈이다. 출범 11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의 신냉전 전략의 돌격대가 되었다. 그 결과 신냉전 국제질서가 확립되었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지향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 구축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에서 관건이 되는 장애는 한일 관계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자 변제라는 굴욕적인 해법을 내세우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처리하려는 것도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위한 것이다.
미국의 나토 확장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을 제공한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미국의 동맹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 최근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미국의 기획에 의해 폭파되었다는 사실이 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에 의해 확인되었다. 미국이 가는 곳에 공작이 있고 파괴가 있다.
미국은 이미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남중국해-말레이시아를 잇는 중국의 방어선)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배치도 타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해 말 반격 능력 보유 선언 이후 토마호크 미사일을 미국에서 도입할 계획이다. 한일 관계만 해결되면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장애물은 제거되는 셈이다.
최근 빈번한 미일, 한미 회담은 상반기 한미 정상회담으로 결속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다. 아시아 전쟁의 도화선이 될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허환주 기자 | 기사입력 2023.02.14. 06:07:34 최종수정 2023.02.14. 09:06:51
흑산도. 목포에서 92km 떨어진 곳으로 우리나라 행정구역상 최서남단 해역에 있는 섬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이 섬이 최근 공항 논란으로 또다시 시끄럽다. 정확히는 흑산도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산간지역을 활주로가 남북으로 이분화하는 건설 사업이다.
흑산공항건설 사업은 1833억 원을 들여 신안군 흑산면 예리 산 11번지 일대 68만3000㎡에 활주로(길이 1200m·폭 30m)와 계류장, 터미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항이 건설되면 50인승 소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해져 섬 지역민들의 교통 편리와 관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서울과 부산·인천·광주 등 주요 도시를 1시간 안에 연결할 수 있어 주민 응급상황 대처와 관광객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흑산공항건설 사업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을 검토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환경부는 2010년, 그리고 2011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 국립공원 내 공항을, 즉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도 내에 소형 공항을 건설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립공원인 흑산도에 공항짓는 것을 심의했으나 여러 문제로 통과도, 부결도 아닌 안건 자체가 '철회'됐다.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흘러온 흑산공항 건설이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31일 흑산공항 사업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그렇게 되면 흑산공항은 언제든지 건설이 가능하다. 물론, 환경영향평가가 남았으나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흑산공항을 짓기 위해 흑산도 공항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한 것을 두고 환경단체는 "참담하다"는 입장이다. "입만 열면 법치를 늘어놓는 정권에서 정작 바탕을 만들어가는 절차적 정당성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활동한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이번 흑산공항 사업부지의 국립공원 해체 결정을 "그간 지켜왔던 절차조차도 무시하는 막무가내식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0년 동안 흑산공항의 경제성, 안전성 등을 논의해왔으나 이러한 절차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곧바로 사업착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흑산공항건설 사업이 진행될 경우,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안전문제도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프레시안
"국립공원 해제 결정은 꼼수로 흑산공항 짓겠다는 것"
프레시안 :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지난 31일 흑산공항 사업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흑산도에서 흑산공항을 만들려는 부지만을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한 것이다. 사업타당성 심의를 회피하기 위해서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인철 : 한마디로 수험생(흑산도)이 수능 정시로는 실력이 모자라 들어갈 수 없으니 기부 입학(국립공원 해체)이라는 꼼수로 대학(흑산공항)에 들어가겠다는 식이다.
프레시안 :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흑산공항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0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심의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스톱됐다. 당시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인철 :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보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공간에 어떤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공원시설로 지정된 것만 설치가 가능하다. 이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도에 함부로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근거다. 그러다가 MB정부에서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국립공원에도 여러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이 들어올 수 있나.
정인철 : 호텔을 설치할 수 있다거나 탐방로,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대폭 늘려주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립공원에 공항까지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프레시안 : 국립공원에는 산과 바다가 많다. 이런 곳에 공항을 짓는다는 게 가능한가 싶다.
정인철 : 그래서 활주로가 1.2km로 제한된 소형 공항만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흑산도에 공항을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사업 계획을 준비해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첫 심의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 심의를 하는 주체는 어디인가.
정인철 : 국립공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규모와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부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프레시안 : 심의 결과는 어땠나.
정인철 : 심의가 보류됐다. 흑산공원 사업 자료가 너무나 부실했다. 그래서 자료를 보완해오라고 하면서 보류했다. 이후 보완된 것을 2017년 다시 가져와서 2018년에야 심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공항이 들어서는 것을 몇 차례 회의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당시 국립공원위원들은 분야별로 차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등 각 분야로 나눠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아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거기서 정리된 것으로 본격적인 심의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
정인철 : 아무리 들여다봐도 사업이 비현실적이었다. 대다수 위원들이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 흑산도 공항이 건설되는 지역 모습. ⓒ연합뉴스
"지역 주민 위해서라면 공항이 아니라 선박 서비스가 향상돼야"
프레시안 :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정인철 : 안전성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 계획하는 공항은 소형 공항이다. 그렇다보니 50명 정도의 소형 비행기밖에 착륙하지 못한다. 대략 50명 정도가 승객으로 탑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런 비행기가 존재하나.
정인철 : ATR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 비행기는 프로펠러를 동력으로 하는 소형 항공기로 우리나라에는 3대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종은 얼마 전에 네팔에서 사고가 났던 기종이다. 탑승한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보통 외국에서 ATR 기종은 빈민국가에서 오지를 가는 데 이용된다. 그게 아니면 화물용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관광용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흑산도는 우리나라 공항의 평균 기상 일수보다 거의 두 배 넘게 기상이 흐림으로 나타난다. ATR의 가장 취약점은 물이다. 하중이 아래 있는 프로펠러 항공이기에 바퀴가 물과 만나면 미끄러지기 쉽다. 오버런이라고 하는데, 항공기가 이륙하는 과정에서 바퀴가 미끄러지면 상승을 못하고 밀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활주로 앞으로 항공기가 꼬꾸라진다. 흑산도에서 ATR은 오버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안개가 자주 끼는 흑산도와는 맞지 않는 비행기인 셈이다.
프레시안 : 공항이 들어서면 소음 문제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에도 변화가 생길 듯하다.
정인철 : 흑산공항이 들어서는 곳은 산이다. 공항이 지어지면 활주로만 필요한 게 아니라 여러 부대시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평탄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럴 경우, 주민들이 태풍 피해를 직격으로 받을 수도 있다. 여름에 오는 태풍의 강풍을 산이 막아주는데, 공항이 들어서면서 '보호 장치'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떻게 해결할 건가. 소음 이야기도 했는데, 그것도 문제다.
프레시안 : 사업비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정인철 : 현재 활주로 공사비로 1833억을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과거 이야기다. 현재 금리 인상분 등을 따지면 총 사업비는 2500억~3000억 원에 가까워졌다. 섬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더 문제는 공항을 짓고 나서의 항공운용이다. 항공기 구매 또는 임차비용뿐만 아니라 조종사, 승무원 및 기타 운영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 상당한 초기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피크 시 운항횟수를 기준으로 항공기 구매비용만 2888억 원 가까이 들어간다고 했다. 결국, 총 사업비가 5000억 원 정도 든다는 이야기다. 물론, 항공운용비는 민자 유치를 통해 해결한다고 하지만 그 정도 예산을 쏟아부을 만큼 어떤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프레시안 : 흑산공항 이용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긴 하다. 지방공항 이용률은 매우 낮다. 무안공항의 경우 수요예측 대비 실제 이용률은 3.8%, 양양공항은 5.3%에 불과했다. 그렇다 해도 지역 주민에게는 공항 건설이 기존 불편했던 교통을 해소해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인철 : 실제 주민 관점에서 살펴보자. 그들이 주장하듯 주민들 교통 편의를 위해 공항이 지어져야 한다면, 공항이 아니라 선박 서비스가 향상돼야 한다. 흑산도에는 1800명 정도가 거주한다. 그런데 실제 살고 있는 분들은 1000명도 안 된다. 문제는 이분들 생활권의 80%가 목포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분들이 서울에 갈 일은 없다는 이야기다. 배타고 목포 가는 게 전부다.
그런데 흑산도-목포를 왕복하는 배편은 형편없다. 우리나라 여객선은 공영제가 안 돼 있어 특정 업체가 독점으로 운영한다. 그렇다보니 자기들이 배를 띄우고 싶지 않으면 안 띄운다. 경쟁이 없으니 서비스도 매우 낮다. 관광객 기준 사업자 구상대로 공항이 운영되면 선박수요는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불편함은 주민들의 몫이 된다.
프레시안 : 흑산도로 관광 오는 이들을 위해서 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1년에 55만 명 정도가 흑산도를 찾는다고 한다.
정인철 : 그것도 잘 따져봐야 한다. 그 인원이 흑산도를 찾는 건 맞지만, 대부분 흑산도를 경유해서 홍도로 간다. 그래서 마치 흑산도를 관광하는 인원으로 착각하게 한다. 경유를 위해 공항을 만들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흑산도 특성을 브랜드화하고, 어업생산과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관광객이 머무를 수 있는 섬으로 가꿔야 한다.
▲ 정인철 사무국장이 흑산공항이 건설되는 곳을 화면에 띄워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검증 없는 흑산공항, 리스크는 누가 감당하나"
프레시안 : 흑산공항은 할 이유도, 해서도 안 되는 사업인 듯하다. 다시 2018년 당시로 돌아가 보자.
정인철 : 여러 문제가 분명했다. 그래서 2018년 당시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에게 표결로 심의를 정리하자고 했다. 당시 상황상 부결될 게 뻔했고, 그러면 흑산공항안은 다시 심의를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환경부 차관이 당연직)이 표결에 부치는 것을 계속 거부했다.
프레시안 : 왜 그런 것인가.
정인철 : 청와대와 정치권으로부터 부결만은 시키지 말라는 '오더'를 받지 않았겠나. 그러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결국, 이대로는 부결된다고 판단한 국토부가 심의를 철회했다.
프레시안 : 그때 이후로는 별다른 심의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진행된 지난 31일 국립공원위원회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심의와 결정이 내려진 듯하다.
정인철 : 흑산공항 관련한 논의가 10년 동안 이어져 왔다. 행정이 들어가고 예산이 들어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그 기간을 무시하지 못했다. 흑산공항을 만들고 싶어 했으나, 절차를 지키려 나름 노력했다. 국립공원 내부에 공항을 설치할 수 있는 공원계획 변경 절차라고 하는 행정 절차를 밟아왔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사업 적법성을 검토했다. 어쨌든 단계를 밟아갔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그런 절차조차도 깡그리 무시한 결정을 내렸다. 아예 흑산도에서 공항부지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과거 10년 동안 진행되었던 행정 절차 전체를 그냥 없었던 일처럼 소멸시켜 버렸다. 사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 애초 10년 동안 논의할 것도 없이 이런 방식을 취하면 한 방에 끝나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런 식으로 절차를 밟지 않고 건너뛸 경우,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인철 : 2018년도에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관련해서 전문가들을 다 모여 검증을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우려점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런 리스크들이 아무런 검증 없이 그냥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패싱됐다. 그럼 그 리스크는 누가 감당하게 되는가.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반대로 안전성과 경제성과 환경성을 충분히 검증한 뒤, 사업이 정식으로 통과되면 혹여나 발생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럴 경우, 그 편의성은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안전도 담보된다.
프레시안 : 공정과 절차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절차를 건너뛰다 보니 논란이 더 되는 듯하다.
정인철 : 지금 대통령이 말하고 있는 공정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것이 절차적 정당성이다. 이것이 확보되어야만 내용에 대한 정당성도 확보될 수 있다. 흑산공항이 절차적으로 문제없이 진행됐다면 내용이 일부 부실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용 검증 과정에서 절차가 부실해버렸기에 둘 다 놓친 꼴이 됐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허환주 기자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 2022년 7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논란거리였다.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아는 것이 빈약한 데다 말투도 거칠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다 논리적이거나 설득력 있게 말할 수는 없다. 대중을 의식한 정치적인 화법을 구사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그래도 대통령의 말이 갖는 무게를 고려한다면 발언에 조금 더 신중을 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대통령이 보인 모습을 보건대,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은 외교무대에서 비속어 파문을 자초하더니, 특정 국가나 특정 세력, 특정인을 '위협'이나 '적'이라 규정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내 탓'은 결단코 없고 '사과'도 없다. 알아듣기도, 수습하기도 어려운 말들을 쏟아내는 것도 여전하다. 우리는 매일매일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대통령의 그 말들을 들어야 한다.그런데 대통령이 한껏 누리는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자신들의 부적절한 언사를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없는 것처럼 대응한다.
얼마 전 대통령실은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 한 정치인을 고발했다. 무속인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하는 등 대통령 관저를 결정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나 보도한 이들도 고발했다. 대통령의 권위에 흠이 되거나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면 지나치리만큼 발끈한다.
급기야 여당의 당 대표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안철수 후보에게 대통령실의 이진복 정무수석이 "아무 말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일까지 있었다. "아무 말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니. 대통령 의중에 따라 겨냥한 대상에게 어떻게든 일이 생기게 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마치 조폭 영화의 대사 같은 무시무시한 발언이다. 형사처벌을 시도하는 것을 포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덜너덜하게 만들 수 있다는 대단히 폭력적인 말이다. 이 말이 겨냥하는 것이 비단 안철수만이었을까. 이런 식으로 여당 대표를 자기 뜻대로 세우려 한다면 과연 국정운영 방식인들 다를까.
'나'를 겨냥할 수 있다는 두려움
▲ 2022년 11월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부부가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하는 가운데,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뒷모습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실제 겁박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각종 매체는 분주히 자기 검열을 하고 입단속을 한다. 합리적인 의혹 제기조차 망설인다. 여당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들이 대통령실로부터 공격당하다 주저앉는 사례가 줄 잇는다. 전무후무한 잔혹극 앞에서 당내 정치인들도 죄다 말을 잃어버린 듯 납작 엎드려 있거나 줄 서기에 여념이 없다.
돌이켜보면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당시 윤석열 후보는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하라"는 말까지 듣던 이였다. 그런데도 당선 이후 집권 여당에서는 내내 윤심을 둘러싼 권력다툼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당대회는 윤심 자랑대회로 전락했다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라는 것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지지율은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나가떨어지고, 사람들이 대통령 부부에 관한 의혹 제기에 머뭇거리게 되는 배경에는 다른 것이 있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검찰을 위시한 사정기관이 언제든 '나'를 겨냥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것이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법 리스크'는 개인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검찰 권력이라는 것을 익히 보아왔다. 거기에다 권력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감사원이 있고, 국정원과 경찰이라는 엄청난 공권력이 존재한다.
참고로 정부의 인사를 비롯한 정보 조사 감독의 권한이 있는 자리에는 이미 검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그리고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인 검경수사권 조정을 비웃듯 향후 5년간 검사 정원을 22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건희 의혹, 해명이나 조치 없어
▲ 2022년 4월 15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김건희를 구속하라!’ 현수막을 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5명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촉구와 한동훈 법무부장관 내정을 규탄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고 있다. ⓒ 권우성
그러나 겁박의 효과가 오래 갈지는 의문이다. 특히 과거 불법행위 의혹으로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는 김건희씨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김건희씨에 관한 의혹들은 사실에 근거한 해명이나 걸맞은 조치로 이어진 사례가 없다.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의 형사고발로 되돌아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 그것이다. 김건희씨 모녀의 불법행위 혐의 등을 제기하는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검찰이 직접 명예훼손 고발을 사주한 것이다. 검찰은 고발장을 전달받은 검찰 출신 김웅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그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보고서를 조작하고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통령실이 김건희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김의겸 의원을 고발했다. 전형적인 입막음 조치라는 점도 문제이지만 대통령 배우자가 되기 전의 불법행위 혐의에 대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조직인 대통령실이 나서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따져볼 문제이다.
지난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재판에서는 김건희씨가 연루되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자료와 정황들이 나왔다. 그 내용은 대통령의 해명과도 다른 것이었다. 어떻게 보아도 오로지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선거 기간 카메라에 찍힐까 목덜미를 잡히면서까지 꼭꼭 숨으려 했던 대통령의 배우자가 정치인 뺨치게 자신을 과시하는 행보에 나설 정도로 변신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큰 권력을 쥐고 있더라도 막을 수 있고 강제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게 있다. 팽팽해진 줄을 언제까지 계속 잡아당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러다가 오래 못 가지." 검찰을 행동대장으로 두었다고는 하나, 대통령의 무리수가 거듭되고 있으니 이 말이 절로 떠오르는 시국이다.
▲ 박정은 /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 ⓒ 박정은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박정은은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며 <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이기도 합니다. 2000년부터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평화군축, 국제연대 활동에서부터 정치개혁, 검찰개혁 활동, 사회정책 관련 연대 활동 등에 주력했습니다. 2018년부터 4년간 참여연대 사무처장직을 맡았고, 정치개혁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직을 수행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14일 아침신문은 2가지 정치 이슈에 주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정의당의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와 김건희 여사가 언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판결문이다. 보수신문은 민주당의 주장을 ‘방탄 특검’이라 칭하며 정의당의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를 정치면 상단에 배치했고, 진보신문은 1심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판결문을 분석해 김건희 여사의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 14일자 아침신문 1면.
정의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연일 민주당과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김건희 특검’보다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3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자는 것이 정의당의 당론”이라며 “영장실질심사에 가서 그것(구속 여부)을 다투는 과정을 국회의원이라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라고 정의당은 판단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돼야 김건희 특검에 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의당은 대장동 특혜 의혹 특검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민주당과 달리 ‘50억 클럽 특검’으로 한정했다. 특검 대상으로 아들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50억 원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만을 겨냥한 것이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특검 후보자는 양당이 아닌 비교섭단체 3개 정당의 합의로 추천할 것”이라며 추천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정의당까지 체포동의안 찬성하면 민주당 비판 커질 것”
▲ 조선일보 4면 기사.
조선일보는 정의당 행보에 주목하며 민주당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14일 정치면 머리기사로 <정의당, “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하고 영장심사 받아라”>를 내 “정의당은 이날 민주당이 주장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꼼수’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며 “체포동의안은 국회 과반 의석(169석)을 가진 민주당만 반대해도 부결되지만, 국민의힘에 정의당까지 찬성하면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정의당이 이날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데는 최근 진행 중인 ‘재창당 작업’과 관련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의당은 지난 2019년 ‘조국 사태’와 지난해 ‘검수완박’ 때 민주당에 동조한 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이후 재창당 작업에 착수했다”며 “옳지 않은 사안에서 민주당과 정치적 목적으로 협력하는 그런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당내에 깔려있다”는 정의당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 14일자 세계일보 사설.
정의당의 ‘홀로서기’ 행보를 환영하는 사설도 잇따라 나왔다. 세계일보는 사설 <“이재명 체포동의안 찬성” 소신행보 보인 정의당>에서 “정의당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찬성은 정치혐오를 느끼는 국민에게 책임정당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이라며 “정의당이 모처럼 소신행보를 보이면서 온라인선상에는 응원 메시지가 잇따른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정의당 ‘50억 클럽 특검’ 추진, 명분 있다>에서 “정의당이 특검 수사의 초점을 ‘50억 클럽’에만 맞추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도 수사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이재명 방탄’ 의심을 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쌍특검’ 요구와 달리 불필요한 정쟁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침묵한 다수 아침신문과 달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에 관련 기사를 냈다. 1심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판결문에 김건희 여사 실명이 다수 등장하고,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였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 14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 1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는 1면 기사 <권오수 판결문에 “김건희 계좌 시세조종 활용” 적시>에서 “재판부는 2010년 10월20일 이후(2단계 주가조작) 김 여사와 최씨 계좌를 통해 이뤄진 의심거래들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며 “사건 범행에 이용된 김 여사의 계좌 5개(이 중 1개 계좌는 공소시효 만료) 가운데 최소 2개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이나 자산관리사 블랙펄인베스트(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 역할)가 운용하며 시세조종과 통정·가장매매에 활용됐다고 판결문에 남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는 “이런 1심 재판부의 판단은 그간 윤 대통령 쪽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선 대통령 선거 과정에 ‘(김 여사가) 2010년 (1단계 선수) 이씨에게 위탁관리를 4개월간 맡겼는데 손실이 나서 돈을 빼고 절연했다. 주가조작이 일어났던 시기는 2011년, 2012년인데 그때는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며 “하지만 김 여사의 계좌를 통해 2단계 시기 이후로도 통정·가장매매가 이뤄진 사실이 재판을 통해 인정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역시 1면 기사 <“김건희 계좌, 1·2차 작전 활용”>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1심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실명이 37차례 적시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판결문에는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실명도 같은 취지로 적시됐다. 김 여사 모녀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규명하라는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설에서 두 신문은 검찰의 수사를 강하게 촉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판결이 나온 뒤에도 검찰은 이렇다 할 수사 의지를 비치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수사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며 “김 여사 수사를 계속 뭉갠다면 특검 요구는 더 높아지리라는 점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고 했고,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지만, 김 여사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도 내지 않고 있다. 단순한 전주(錢主)인지, 불법행위의 공범인지 신속히 조사해서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은행 돈잔치” 대통령 발언 호응해 ‘은행 때리기’ 나선 신문들
고금리로 은행들의 예대마진 수익이 늘어나면서 대중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가 공개적으로 은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며 금융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 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 14일자 세계일보 3면 기사.
중앙일보는 1면 기사 <“국민은 고금리 고통 은행들은 돈잔치” 윤 대통령, 대책 지시>에서 “4대 금융사(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경우 지난해 고금리 속 예대금리차 확대 등으로 16조원에 달하는 최대 순이익을 냈고, 그만큼 많은 성과급과 퇴직금을 풀었다”며 “최근 시중은행의 행보는 고금리로 고통받는 일반 국민의 삶과는 정반대였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내며 정부에 호응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서민은 고금리에 죽을 지경, 은행은 10억 퇴직금 돈 잔치>에서 “고금리 덕분에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시중은행들이 퇴직자에게 1인당 평균 6억~7억원씩, 합계 수천억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자 장사로 쉽게 돈을 버는 한국의 은행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은 심각한 집단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경제의 동맥 역할을 해야 할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서민들에게서 번 돈으로 ‘퇴직금 돈잔치’를 벌이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구두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향신문은 6면 <윤 대통령 “은행 돈 잔치” 대책 지시…은행들 숨죽이고 ‘관망’>기사에서 “성과급이나 희망퇴직은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금융당국의 ‘구두개입’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라며 “특히 정부가 금리 등 금융시스템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데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허위조작정보 민주주의 위협… 챗GPT가 확산시킬 가능성은
▲ 14일자 중앙일보 중앙시평 칼럼.
챗GPT 열풍에 허위조작정보 확산 우려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발언이 이어졌다. 중앙일보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글을 쓴다면> 칼럼에서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더 큰 문제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챗봇을 사용할 가능성”이라며 “이를 챗봇에 시킨다면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할 수 있다. 범람하는 허위 정보는 이미 서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고 했다.
장하석 교수는 “(일반적인 챗봇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나고 사람과 구분이 잘 안 되는 차세대 챗봇을 악용하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올 것”이라며 “일이 커지기 전에 고기능 챗봇의 개발, 판매,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 과학이나 기술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실현 가능성도 없다고 반박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잘 모르는 이야기다. 여러 다른 분야에서는 과학과 기술의 적합한 규제가 당연시되고 있다”고 했다.
이성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역시 동아일보 칼럼 <챗GPT와 혁신의 명암>에서 비슷한 우려를 전했다. 이성주 교수는 “다른 한편에서는 챗GPT의 한계와 오용 가능성을 걱정한다. 챗GPT는 가장 최신의 데이터까지는 학습되지 않아 정작 우리가 궁금한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지 못하며, 간혹 잘못되거나 편향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다”며 “혁신이 가져올 긍정적 파급효과 외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성주 교수는 “기술 혁신은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보복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에어컨이 외부 온도를 높이거나, 도로를 확장하면 교통량이 늘어나 오히려 도로가 더 혼잡해질 수 있는 것”이라며 “챗GPT로 실감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도 마찬가지다. 챗GPT의 개발자조차 이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악성코드 제작이나 피싱 사이트로의 유도가 좀 더 쉬워지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공존하고 싶다면 이러한 어두운 미래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추모 공간으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1층에서 내려보면 지하4층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히 내려가야 한다. ⓒ민중의소리
"자꾸 지하공간으로 호도하면서 어둠의 공간인양 말하는데, 시민들이 열차를 타는 플랫폼 광장의 공간입니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목소리가 한껏 격앙됐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추모 공간으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두고 유가족이 강하게 반발하자, 억울하다는 듯 항변한 것이다. 유가족이 원하지 않는다는데 서울시가 고집할 만큼 녹사평역 지하 4층이 추모 공간으로 적합한 공간일까.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으로 향했다.
13일 월요일 오전 8시경. 직장인의 혼을 쏙 빼놓는 출근 시간이지만 녹사평역 주변은 한산했다. 다른 역에 비해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지상에는 넓은 도로를 오가는 차량은 빼곡했지만, 유동 인구는 적었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시민들이 산책하는 모습만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그나마 음식점과 카페 등이 모여 있는 곳을 가려면 육교를 통해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녹사평역 인근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녹사평역 지하 1층으로 향하자 끝이 보이지 않는 아찔한 높이가 눈에 들어왔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아득한 깊이에 어지럼증을 느껴 난간을 잡아야 할 정도다. 지하 4층은 쉽게 내려다보기도 힘들 정도의 깊이를 한참 내려가야 다다를 수 있다. 층마다 설치된 길고, 가파른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지하 4층에 도착한다.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개찰구가 있고, 개찰구를 통해 한 층 더 내려가면 승강장에 이르는 구조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추모 공간으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4층의 모습. ⓒ민중의소리
이곳이 지하 4층이 맞는지, 추모 공간은 대체 어디에 마련한다는 것인지 의아해하며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양옆으로 뻗어 있는 작은 공간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울시가 제안한 추모 공간 후보지다. 에스컬레이터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오른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녹사평 용산공원플랫폼 사무실'과 세미나실이, 반대편에는 빈 사무실과 세미나실이 있다. 양쪽 공간 모두 천장 조명이 켜져 있었음에도 지하공간 특유의 답답함과 어두컴컴함을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시는 천장 유리 돔을 통해 지하 4층까지 자연채광이 든다고 강조했지만 그 효과는 체감하기 힘들었다.
바닥 마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곳도 눈에 띄었다. 이곳이 시민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공간이라는 방증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시민들은 개찰구를 통과해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바로 개찰구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곳으로 시선을 돌리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직접 본 녹사평역 지하 4층은 추모 공간이라기보다 참사를 가리기에 최적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유가족이 바라는 건 시민과 함께하는 추모다.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에 국가의 부재가 있었음을 알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함께 묻기 위한 추모다. 지난해 12월 유가족들이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광장에 설치했던 분향소는 참사 현장과 가깝다는 상징성이 있긴 하지만, 시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오히려 유가족과 희생자를 공격하는 혐오세력만 난무했다. 온전한 추모를 위한 별도의 추모 공간이 절실한 상황이다.
유가족들이 원한 곳은 서울 광화문 광장 한켠에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거부하고 경찰 기동대까지 동원해 광화문 광장을 봉쇄했다. 결국 유가족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 대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인근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통행하면서 추모하는 곳으로 자리 잡게 됐다. 광화문에 있는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잠시 짬을 내 분향소를 찾는 시민부터 전국 곳곳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서울로 놀러 온 시민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 한결 쉽게 추모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오는 15일 이렇게 조성된 추모 공간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그러면서 현재의 갈등을 모두 유가족 책임으로 돌리고,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의 요구를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비난하고 있다. 유가족의 요구사항인 '광화문 광장 또는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유가족을 시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 한다. 여기에는 '법과 원칙'으로 포장한 행정만 있을 뿐, 유가족을 위한 행정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유가족을 기만하는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수용하라고 협박할 게 아니라 유가족의 요구에 적합한 추모 공간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유가족과 수많은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서울광장 추모 공간을 일방적으로 허문다는 것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서울시는 하루빨리 아집을 버려야 한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4층의 모습. 개찰구에서 나오면 추모 공간 후보지는 제대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구석에 위치해있다. ⓒ민중의소리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의 경치는 어떠할까? 명승지나 멋진 산에는 ‘단양 8경’, ‘지리산 8경’처럼 통상 ‘8경’이라는 이름을 붙여 여덟 편의 풍치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이 지난 2월 2일부터 12일까지 8회에 걸쳐 ‘백두산 8경’을 연재했다.
사이트는 “태양민족의 넋이 깃들어있고 조선혁명의 깊고도 억센 뿌리가 내린 조종의 산 백두산의 천하절경이 위대한 태양의 역사와 더불어 영원히 전해갈 주체조선의 ‘백두산 8경’으로 명명되어 천만의 심장을 끝없는 격정으로 끓어 번지게 하고 있다”며 백두산의 경치와 관련 이른바 북한식의 ‘백두산 8경’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제1경은 ‘백두일출’, 즉 ‘백두산의 해돋이’이다.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1경 ‘백두일출’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는 “천하제일 명산 백두산의 일만 경치 가운데서도 제일먼저 손꼽히는 것은 ‘백두산의 해돋이’(백두일출)”이라면서 “이른 새벽 조종의 산, 혁명의 성산 백두산 마루에 올라 캄캄한 어둠을 밀어내며 눈부시게 떠올라 온 누리를 붉게 물들이는 해돋이를 보는 것은 참으로 장쾌함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사이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백두산 마루에서 해돋이를 볼 때 제일 빨리 시작되는 시간은 새벽 4시 23분”이라면서 “백두산의 해돋이는 신비로움과 우아함, 장엄함의 극치를 이루어 붉고 강렬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계절과 날씨, 장소에 따라 그 멋이 서로 다르고 느낌이 다채로워 변화무쌍한 장관을 이루는 것으로 하여 세계에서 제일가는 해돋이로 자랑 높다”고 평가했다.
사이트는 ‘백두산 해돋이’의 다양한 사진 네 편을 게재했다.
제2경은 ‘향봉친필’, 즉 ‘향도봉의 친필 글발’이다.
백두산 2경 ‘향봉친필’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는 “사람들은 무두봉을 지나 산림한계선에 이르면 처음에는 마주 바라보이는 높은 산들 가운데서 어느 것이 백두산인지 분간하기 어려워한다”면서 “그러다가 안개나 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향도봉의 친필 글발이 바라보이면 누구나가 저도 모르게 ‘백두산이다!’라는 탄성을 터뜨리며 억제할 수 없는 크나큰 격정과 환희에 휩싸이게 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즉 백두산에 오르면서 제일먼저 눈에 뜨이는 ‘백두산 8경’의 하나가 ‘혁명의 성산 백두산 김정일’이라는 “향도봉에 새겨진 활달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필 글발”이라는 것.
사이트는 “해발 높이가 2,712m인 향도봉은 백두산의 영봉들 가운데서 세 번째로 높고 웅장한 봉우리”라면서 “향도봉은 수직에 가까운 벼랑과 일정한 각도의 등성이로 이루어져있다. 그 경사면과 마루는 붉은색 화산용암의 슬라크형 응회암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척 보면 마치도 힘차게 휘날리는 대형의 붉은 기폭을 연상시킨다”고 알렸다.
제3경은 ‘연봉웅자’, 즉 ‘백두연봉의 웅장한 자태’이다.
백두산 3경 ‘연봉웅자’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는 “조선의 근본 지맥인 백두대산 줄기가 시작되는 곳이며 장군봉, 향도봉, 해발봉을 비롯한 216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급한 절벽을 이루고 병풍처럼 둘러싼 백두연봉의 기이한 자연조화는 그 모양 또한 형형색색인 것으로 하여 백두산의 만물상으로 불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이트는 “백두산에 올라 연봉들을 둘러보면 해발고가 2,700m 이상인 장군봉, 향도봉, 해발봉을 주봉으로 한 10여개의 기본 봉우리와 함께 경관학적으로 볼 때 상대높이가 20m 이상 되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수많이 솟아있다”면서 “백두산의 최고봉인 장군봉과 함께 14개의 봉우리가, 향도봉, 해발봉과 함께 각각 15개의 봉우리가 장군을 옹위하는 근위병들 마냥 솟아있다”고 알렸다.
제4경은 ‘백두열풍’, 즉 ‘백두의 칼바람’이다.
백두산 4경 ‘백두열풍’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는 “백두대지의 진짜 자태는 엄혹한 겨울에 드러난다”고는 “금시까지 잠풍 하다가도 어디서 생겨나는지 강풍이 일어나면 천지얼음 위에 쌓여진 눈이 휘말려 오르기도 하고 백두영봉의 능선과 계곡에 쌓여있던 수십m의 눈도 순간에 저 멀리 밀림 속으로 날려가 버린다”며 백두산 바람의 변화무쌍을 강조했다.
백두산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은 연중 230여일이나 되는데 장군봉에서의 최대 바람속도는 60m/s이고 순간 최대 바람속도는 78.6m/s”라는 것.
사이트는 “만리창공에 백설을 휘뿜어 올리고 천지의 푸른 물줄기로 격랑을 일으켜 바위를 치고 절벽을 들부시며 천심을 울리고 지축을 뒤흔드는 백두의 칼바람은 백두산의 진짜맛, 백두산의 진짜매력을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실감나게 설명했다.
제5경은 ‘장봉전망’, 즉 ‘삼천리 조국땅이 바라보이는 장군봉’이다.
백두산 5경 ‘장봉전망’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는 해발높이가 2,750m로서 한반도에서 제일 높은 장군봉은 지난날 백두봉, 대장봉이라고 불렸다면서 “백두산의 장군봉에 오르면 높고 낮은 산발들과 끝간데없이 연연히 뻗어간 밀림의 바다를 지나 저 멀리 남해에 이르기까지 삼천리 조국땅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듯하다”고 과장되게 묘사했다.
장군봉의 제일 높은 곳은 천지 쪽으로 약 45m 돌출되어있고, 돌출된 곳의 앞부분은 폭이 약 5m를 이루는 절벽으로 되어있으며, 남쪽 비탈면은 40°, 남동쪽 비탈면은 30~35°로 급하며 서쪽은 높이 100~150m의 벼랑으로 되어있어, “장군봉의 형태를 정면으로 보면 정점을 중심으로 하여 좌우가 다 급한 경사면으로 되어있다”는 것.
사이트는 “장군봉 정점에는 ‘장군봉’이라고 새긴 화강석 표식비를 세웠다”고 덧붙였다.
제6경은 ‘천지절경’, 즉 ‘장쾌하고 우아한 천지’이다.
백두산 6경 ‘천지절경’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6경 ‘천지절경’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백두산 6경 ‘천지절경’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에 따르면, 천지수면의 해발높이는 2,190.15m이며 면적은 9.16㎢이고 최대 물깊이는 384m, 평균 물깊이는 213.3m, 물량은 19억5천5백만㎥에 달하며, 천지물은 한해에 7개월 얼어있으며 얼음두께는 1.5m.
사이트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백두산 천지처럼 높은 지대에 크고 깊은 독특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는 호수는 없다”면서 △“분화구 벽과 외륜산 봉우리들이 하나로 어울려 독특한 절경을 펼친 천지의 풍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매혹을 금할 수 없게” 하며 △“새파란 맑은 물에 백두연봉의 천태만상을 비껴안고 백두산의 특유한 기후로 천변만화하는 자연조화를 일으키는 천지는 정녕 끝없는 경탄을 자아낸다”고 감탄했다.
아울러, 사이트는 “천지호반에는 갖가지 식물들이 자라는데 계절마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꽃바다를 이룬 절경은 백두산의 풍치, 천지의 풍치를 한껏 돋구어준다”고는 “천지의 절경에서 더욱 특이한 것은 겨울의 설경이다. 세찬 눈보라가 멎고 햇빛이 비쳐들면 비루봉 기슭에서는 얼음채양을 겹겹이 쓴 얼음만물상이 이채를 띠고 얼음이 터갈라질 때 나는 독특한 음향이 분화구 안을 채운다”며 연신 감탄했다.
사이트는 ‘천지절경’의 다양한 사진 세 편을 게재했다.
제7경은 ‘설중개화’, 즉 ‘눈 속에 핀 만병초’이다.
백두산 7경 ‘설중개화’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에 따르면, 만병초는 진달래과의 사철 푸른 넓은잎떨기나무로서 노란만병초, 백두산만병초, 노란뚝갈나무라고도 불려왔으며, 그 이름은 만 가지 병을 다 낫게 해주는 약재로 쓰인다는 데로부터 유래되었다.
만병초의 높이는 20~50cm이고 줄기는 옆으로 자라며 많은 가지를 치며, 2월 중순부터 물이 오르기 시작하여 3월부터는 움이 튼다고 한다.
사이트는 “백두산 천지호반에 피어나는 만병초는 줄기에 비하여 꽃송이가 크고 색이 매우 선명하며 그 향기로움이 독특하다”면서 “눈 속에서도 활짝 피어나는 만병초의 아름다운 모습이야말로 만 사람의 경탄을 자아내는 백두산의 황홀하고 뛰어난 절경”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끝으로 제8경은 ‘군유가어’, 즉 ‘떼지어 노는 천지산천어’이다.
백두산 8경 ‘군유가어’ [사진-조선의 오늘 갈무리]
사이트에 따르면, 백두산 천지는 그 둘레에 높은 외륜산들이 절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그 어떤 물줄기도 흘러드는 것이 없으며 오랜 기간 몇 종류의 하등생물들만이 있었는데, 수십 년 전 삼지연군(당시)사람들과 협동하여 백두산천지종합탐험대원들이 산천어를 환경 순응시킨 다음 천지에 놓아주어 번식시키는데 성공하였다는 것.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의 산천어를 ‘천지산천어’라고 이름지어주었는데, 천지산천어는 9~10월에 천지연안의 부석모래판을 약간 우묵하게 밀어제끼고 1마리가 600~700개 지어 1,000개 이상까지의 알을 낳으며, 얼음 밑에서 100일 이상 걸려야 알에서 새끼가 까난다고 한다.
사이트는 “천지산천어는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로 제정되었으며 국제생물권보호구의 보호대상으로 철저히 보호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3년 2월 8일 평양에 있는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1948년 2월 8일 말 한 필이 끄는 허술한 나무마차 위에 중기관총 한 정을 탑재하고 창건 열병식장에 나갔던 조선인민군은 오늘 세계 최강의 핵전투무력을 시위하며 창건 75돐 열병식을 진행하였다. 조선인민군이 일흔 다섯 갈래의 긴 연륜을 자기의 혁명무력 건설사에 아로새기기까지 최고사령관과 군사 지휘관들과 병사들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간고분투의 피땀을 흘리며 세계 최강의 군대를 건설하기 위해 줄기차게 투쟁해왔다. 2023년 2월 8일 성대히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은 그들이 흘린 간고분투의 피땀이 얼마나 진한 것이며, 그들이 건설한 혁명무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8천만 민족과 전 세계 앞에 보여준 거대한 사변이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방영한 녹화 실황 영상을 통해 열병식 소식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12명 항공륙전대 전투원들의 절묘한 집체 강하로 시작된 열병식은 종합 군악대 의식, 전투기 축하 비행, 화려한 조명, 축포 발사, 음악 연주, 군중 집체 활동이 서로 어우러지며 야간열병식의 극적인 장면들을 수없이 연출했다. 열병 행진에서는 6개 상징종대가 맨 앞에 등장하여 조선인민군의 건군사와 계승사를 펼쳐보였고, 40개 도보종대와 3개 기계화종대가 조선인민군의 사상정신적 기풍과 무장력을 시위했다. 그리고 6개 핵전투종대는 김정은시대에 완성된 핵전투무력의 엄청난 위용을 과시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두 가지 사실을 고찰하려고 한다. 하나는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사전략적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이번 열병식을 촬영한 녹화 실황 영상은 불빛 밝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를 가장 먼저 비춰주었다.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를 출발한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차는 모터사이클 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열병식장으로 향했다. 열병식장에 도착한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인민군 명예 위병대를 사열하고, 조선인민군 고위지휘관들의 영접을 받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김정은 총비서가 자제의 손을 잡고 조선인민군 군기들이 양옆으로 길게 도렬한 통로를 걸어간 것이다. 리설주 녀사는 김정은 총비서와 자제보다 한 걸음 뒤에 따라 섰고, 고위급 군사 지휘관들과 고위급 당간부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열병식 광장에 인산인해를 이룬 수만 명 군중이 터쳐 올리는 폭발적인 환호성을 받으며 열병식 주석단에 등단할 때도 김정은 총비서는 자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리설주 녀사와 함께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했었는데, 이번 열병식에서 리설주 녀사는 다른 통로로 주석단에 등단하여 녹화 실황영 상에서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가 열병식 주석단에 등단할 때, 열병식 진행책임자로 보이는 고위급 군사 지휘관이 자제의 곁에서 함께 걸으면서 설명하고 안내하는 모습이 녹화 실황 영상에 비춰 졌다. 최고령도자의 자제가 고위급 군사 지휘관의 안내를 받으며 열병식 주석단에 등단한 것은 조선이 건국한 이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사변이다.
돌이켜보면,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가 조선의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11월 18일 화성포-17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참관할 때 자제와 동행했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11월 26일 화성포-17형 개발사업 및 시험발사에 참가한 공로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자제와 동행했었다. 2023년 1월 1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자제와 함께 어느 지하 핵미사일 보관소를 시찰하는 보도 영상을 방영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열병식 전날인 2023년 2월 7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기념연회에 참석할 때도 자제와 동행했다. 그날 기념연회에서 만찬 식탁 중앙에 자제가 자리를 잡았고, 오른쪽에 김정은 총비서가 앉았고, 왼쪽에 리설주 녀사가 앉았다. 그 영상이 조선의 언론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었고, 그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열병식 녹화 실황 영상을 보면, 주석단에 등단한 자제가 환호성을 터쳐 올리는 수만 명 군중과 함께 김정은 총비서를 열렬히 환영하면서 박수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춰질 때, 녹화 실황 해설원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 잡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기 리설주 녀사가 중요한 국가행사에 참석하였을 때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당중앙위원회 최고위급 간부들이 리설주 녀사를 모시고 참석하였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김정은 총비서가 “존경하는 리설주 녀사와 함께 국가행사에 참석하시였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이번 열병식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최고위급 간부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 잡았다는 매우 특별한 표현을 썼다. 이것은 “존경하는 자제분”의 지위가 당중앙위원회 최고위급 간부들보다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열병식 주석단 귀빈석 맨 앞줄 정중앙에 자제가 자리를 잡았고, 왼쪽에 리설주 녀사가 앉았으며, 오른쪽에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 앉았는데, 바로 그 순간 세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열병식 광장에 도렬한 조선인민군 장병 10,000여 명이 일제히 우렁찬 목소리로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 조국통일 만세!‘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 시기 조선의 중요한 국가행사에서 조선인민군 장병들은 ”김정은 결사옹위!“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이번 열병식에서는 그 구호와 더불어 ”백두혈통 결사보위, 조국통일 만세“라는 새로운 구호를 외친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사회주의국가에서 사용되는 정치구호는 그 나라의 사회주의 집권당이 가장 중시하는 정치 과업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구호는 사회주의 집권당의 정치적 의사가 집약된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사회주의 집권당인 조선로동당도 예외로 되지 않는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는 주체혁명 발전의 새로운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혁명의 발전 방향을 가리키는 새로운 정치구호를 군대와 인민에게 제시해왔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 결사옹위”라는 기존 구호에 더하여 “백두혈통 결사보위, 조국통일 만세”라는 새로운 구호가 등장한 것이 매우 의미심장한 변화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구호에 들어있는 ‘백두혈통’이라는 말은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를 지칭한다. 백두혈통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인 김일성-김정일주의(주체사상)에 나오는 ‘주체의 혁명관’을 살펴보아야 한다.
‘주체의 혁명관’에서 말하는 백두혈통은 인체생물학적 혈연개념이 아니다. ‘주체의 혁명관’에 의하면, 백두혈통은 “항일혁명 투쟁시기 백두산에서 시작된 주체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하고 완성하는 사상정신적 결속”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만일 백두혈통이 끊어지면, 조선로동당은 자기의 주체혁명 위업을 계승 완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백두혈통을 보위하는 것은 수령을 옹위하는 것과 더불어 주체혁명의 존망 문제에 직결되는 가장 중대한 혁명과업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열병식 광장에 운집한, 조선인민군을 대표하는 10,000여 명의 장병들은 “주체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 완성하는 사상정신적 결속”을 의미하는 백두혈통을 무장으로 결사보위한다는 새로운 구호를 외친 것이다.
최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고위 간부들과 조선인민군 고위지휘관들이 공식 석상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를 극진히 예우하는 것을 보면, 2022년 하반기 어느 날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중요 회의에서 그 자제가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공인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공인된 것은 수령의 후계자로 추대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주체의 혁명관’을 알지 못하는 남측 전문가들은 백두혈통의 계승자와 주체혁명의 후계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가 이번에 주체혁명의 후계자로 추대된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김정은 총비서의 자제는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공인된 것이지, 주체혁명의 후계자로 추대된 것이 아니다.
‘주체의 혁명관’에 의하면, 주체혁명의 수령은 백두혈통의 계승자를 주체혁명의 후계자로 육성하게 된다. 주체혁명의 수령은 백두혈통의 계승자를 주체혁명의 후계자로 육성하고, 더 나아가서 후계자의 영도체계를 세움으로써 후계 위업을 완성하게 된다. 백두혈통의 계승자가 주체혁명의 후계자로 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참고로 ‘주체의 혁명관’에서 말하는 후계자의 4대 징표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주체혁명의 후계자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갖추어야 한다.
2) 주체혁명의 후계자는 수령의 혁명사상을 체현해야 한다.
3) 주체혁명의 후계자는 수령의 혁명령도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4) 주체혁명의 후계자는 특출한 인민성을 체현해야 한다.
위에 열거한 4대 징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제1징표는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자제를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내세운 것은 그에게서 수령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제1징표를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김정은 총비서는 자제를 백두혈동의 계승자로 내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공인된 자제는 지금 10대 연령이므로, 다른 세 가지 징표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2022년 8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 토론자로 나선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방역 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2022년 7월 중에 악성 전염병에 감염되는 위기가 김정은 총비서에게 닥쳐왔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자제는 그처럼 엄중한 방역 위기 속에서 자기 건강을 돌보지 않는 헌신적이고 비범한 간호 활동으로 방역 위기에 처한 김정은 총비서의 신변안전을 지켜드림으로써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을 실천했기에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공인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백두혈통의 계승자를 공인하는 중대 과업이 군사 부문에서 시작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고한 투쟁 속에서 혁명무력을 건설하고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사업을 제1중대사로 삼았던 선대 수령들의 혁명업적을 계승하여 백두혈통의 계승자를 공인하는 중대한 과업도 혁명무력을 강화하는 제1중대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엄청난 핵전투무력 보유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2023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 후반부에 기계화 종대가 등장했다. 기계화 종대는 비핵무력(재래식 무력)을 시위한 3개 종대와 핵전투무력을 시위한 6개 종대로 구분되었다.
비핵무력을 시위한 3개 종대는 주력땅크 종대, 152mm 자행포 종대, 240mm 22관 방사포 종대로 구성되었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는 비핵무력을 시위한 7개 열병종대가 참가했었는데, 이번에는 3개만 참가했다.
이번 열병식에는 핵전투무력을 시위한 6개 열병종대가 참가했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는 핵전투무력을 시위한 14개 열병종대가 참가했었는데, 이번에는 6개만 참가했다. 핵전투무력을 시위한 열병종대가 지난해 열병식에 비해 크게 줄어든 대신에, 핵전투무력 중에서도 가장 위력적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이 이번에 강조되었다. 미국의 북침 전쟁 도발을 억제하는 최강의 핵억제력을 시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2종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15,000km인 화성포-17형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사거리가 14,000km인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화성포-17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11축22륜 발사대차 12대가 이번 열병식에 참가했다. 12대 중에서 11대는 열병 행진에 참가했고, 나머지 1대는 예비차량으로 후방에 대기했다.
그런데 이번 열병 행진에 참가한 11축22륜 발사대차 11대 중에서 숫자가 가장 낮은 차량번호는 321호였고, 숫자가 가장 높은 차량번호는 361호였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 참가한 화성포-17형 11축22륜 발사대차는 4대였는데, 차량번호는 321호, 327호, 328호, 329호였다.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11축22륜 발사대차들에 새겨진 차량번호가 321호에서 361호까지 늘어난 것을 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운용하는 11축22륜 발사대차가 적어도 40대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자기들이 운용하는 11축22륜 발사대차를 전부 이번 열병식에 참가시킨 것은 아니므로, 11축22륜 발사대차는 총 50대로 추정된다. 또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자기들이 보유한 화성포-17형을 전부 발사대차에 탑재한 것이 아니라, 화성포-17형 10발을 예비로 비축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화성포-17형은 발사대차에 탑재한 40발과 예비로 비축한 20발을 합쳐 총 60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사거리가 15,000km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60발이나 보유한 것은 조선의 전략핵무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열병 행진에 참가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는 5대였다. 발사대차들의 차량번호가 571호부터 575호까지이므로, 5대가 참가한 것이 분명하다.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장착된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은 140톤포스의 강한 출력을 내는 엄청난 로켓엔진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미니트맨-3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은 80톤포스 출력밖에 내지 못하는데, 조선이 최근에 개발 완성한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은 무려 140톤포스의 출력을 낸다. 조선은 다른 나라들이 따라오기 힘들 만큼 엄청나게 강한 출력을 내는 초특급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만들어냈다. 이런 사실만 봐도,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을 억제하는 압도적인 힘의 실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은 2022년 12월 15일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지상분출시험을 처음 실시한 것이므로, 지난 2개월 동안 5대 정도 생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2023년 2월 현재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총 5발로 추정된다. 물론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앞으로 더 많이 증산될 것이 분명하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 참가한, 화성-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는 4대였는데, 차량번호는 311호부터 314호까지였다. 그날 화성-15형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가 전부 열병식에 참가한 것은 아니므로, 화성-15형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는 총 20대로 추정된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20발을 실전 배치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물론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자기들이 보유한 화성-15형을 전부 발사대차에 탑재한 것이 아니라, 화성-15형 10발을 예비로 비축해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화성-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총 30발로 추정된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2023년 2월 현재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량은 다음과 같다.
화성-15형 30발
화성포-17형 60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 5발
총 95발
다른 핵강국들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량과 비교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95발이 엄청난 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그처럼 엄청난 양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했으므로, 그것을 보관하는 시설을 대폭 확장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1월 10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월 5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자강도 전역을 ‘전략군 특구’로 지정하는 것과 함께 자강도 성간군, 전천군, 룡림군에 각종 전략미사일을 보관하는 대규모 지하 보관시설을 건설하라는 명령을 전략군에 하달했다고 한다. 자강도 성간군, 전천군, 룡림군에는 이미 미사일을 보관하는 지하 시설들이 있으므로, 기존 시설을 확장하는 공사만 하면 3개 군에 방대한 규모의 지하 요새를 건설할 수 있다고 한다.
2023년 1월 26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2023년 1월 26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전략미사일을 탑재한 발사대차들이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지하 기동로를 자강도 우시군, 초산군, 고풍군에 건설하라는 명령을 전략군에 하달했다고 한다.
이번 열병식 녹화실황영상을 보면, 전략군 열병종대가 7개의 군기를 휘날리며 열병 행진에 나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녹화실황영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전략군 군기들에 새겨진 조선인민군 제80훈련소, 조선인민군 제95훈련소라는 부대 명칭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5개의 군기들에도 훈련소라고 표시된 부대 명칭들이 새겨진 것이 확실한 데, 녹화 실황 영상에서 잘 보이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전략군 군기에 새겨진 훈련소라는 부대 명칭은 여단을 뜻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단을 뜻하는 것인가? 남측 국방부가 2020년 2월에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 의하면, 2019년 현재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 13개 미사일여단이 편성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략군은 이번 열병 행진에 7개 군기를 들고 참가했다. 만일 7개의 전략군 군기가 여단기라면, 13개 미사일여단이 3년 만에 7개 미사일여단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전략군은 질적으로, 양적으로 대폭 증대되었으므로, 13개 미사일여단이 3년 만에 7개로 축소되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7개의 전략군 군기에 새겨진 훈련소라는 부대 명칭은 미사일여단이 아니라 미사일사단을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미사일사단을 훈련소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 7개 미사일사단이 편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13개 미사일여단이 지난 3년 동안 7개 미사일사단으로 증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6탄 1성 1기 핵전투무력 구축과 우주전략부 창설
조선인민군의 핵전투무력은 6탄 1성 1기로 이루어진 8축 체계로 편성되었다. 8축 체계를 이루는 6탄 1성 1기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발사미사일, 변칙궤도비행미사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600mm 초대형 방사포, 군사정찰위성, 전략무인기다. 6탄 1성 1기 중에서 6탄과 1기는 이미 완성되었고, 지금은 1성(군사정찰위성) 개발사업이 완성단계에서 추진되는 중이다. 2022년 12월 19일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준비를 2023년 4월까지 끝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제출된 보고에서 국가우주개발국은 “마감 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군사정찰위성과 운반발사체 준비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 기간 내에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2022년 11월 7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국가핵전투무력을 무한대로,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신 명령 ‘전략군 지휘부 부서 편제를 개편할 데 대하여’를 2022년 10월 중순에 하달했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의 핵전투무력을 ”무한대로 발전시킨다“고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한대’는 무한대한 우주공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은 2022년 10월부터 우주군사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인민군이 추진하는 새로운 우주군사 전략의 중심부에는 군사정찰위성 체계가 있다. 위에서 인용한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최근 전략군사령부에 우주전략부를 신설했는데, 신설된 우주전략부는 ”향후 대량 배치될 군사정찰위성을 이용한 우주공간의 군사화 및 무기화와 전략적 운용지휘를 사명으로 하는 지휘부서“라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조선인민군이 창군 75년 만에 우주군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23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에 제191지휘정보려단이라는 명칭을 가진 여단급 부대가 자기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제191지휘정보려단은 전략무인기를 운용하는 야전부대인 것으로 생각된다. 제191지휘정보려단이 운용하는 전략무인기는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에 타격좌표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줌으로써 그들의 정밀타격 능력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화력타격 부대들이 전시에 초정밀타격 수단을 사용하여 타격 대상을 외과수술식으로 순식간에 제거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안겨준다.
2023년 2월 10일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열병식에 참가한 각급 부대 지휘관,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날로 더욱 포악해지는 제국주의 폭제를 결단코 힘으로 제압평정해야“ 한다고 언명했다. 조선인민군이 6탄 1성 1기로 이루어진 막강한 핵전투무력 8축 체계 중에서 마지막 남은 군사정찰위성체계를 가동라고, 우주전략부와 제191지휘정보려단이 본격적인 작전을 벌이면, 조선인민군은 제국주의 폭제를 제압평정할 사상 최강의 힘을 완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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