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8일 밤 11시께 서울의 한 대형병원 로비,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와 보호자가 쪽잠을 자고 있다. 지역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다음날 진료나 검사를 위해 밤을 새우며 대기하기도 한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2021년 4월 김현우(가명·35)씨 어머니의 자궁경부암이 재발했다. 아버지를 혈액암으로 떠나보낸 지 2년도 안 된 때였다. “최고로 좋은 곳에서 치료받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첫 발병 뒤 가족의 거주지인 경북 상주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김씨는 ‘이번만큼은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하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지역 명의’ 정보 부족…무작정 서울로
서울로 갈 결심은 섰지만, ‘최고 좋은 병원’이 어딘지 막막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궁경부암 명의’를 검색했더니, 서울 ‘빅5’ 대형병원 의사들 이름이 빼곡했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는 “서둘러 빅5 예약부터 걸어두라”는 글이 많았다. 서울 큰 병원이 5개나 있어도 선택권은 없었다. 그해 6월 초 예약일이 가장 빠른 삼성서울병원에 외래진료를 잡았고, 수술은 그달 말에나 가능했다. 어머니는 수술 뒤에도 항암 치료 등을 위해 몇번이나 서울행을 감내했지만, 지난 8일 끝내 김씨 곁을 떠났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암 환자 대상 소셜리스닝 결과’를 보면, 암 환자 10명 중 약 6명은 김씨처럼 암 관련 정보를 동료 환자나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통해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 퍼져 있는 암 관련 정보는 ‘서울 대형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로 귀결되는 경향을 보인다. 포털사이트나 암 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 ‘암 명의’, ‘암 권위자’ 등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서울 대형병원 의사다. 아버지의 대장암 치료를 위해 강원도에서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안진섭(가명·32)씨는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얻어야 할지 모르니 보호자들은 인터넷 카페나 주위 권고에 의지하게 된다”며 “그렇게 추천받은 서울 명의는 예약에만 3개월이 걸린다고 해서 너무 막막했다”고 말했다.
2021년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이 낸 ‘암 적정성 평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암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한 이유(복수응답) 가운데 ‘주위의 평판과 추천’이 38.3%로 가장 많았다. 가까운 거리와 적당한 병원 시설과 규모는 26.6%로 뒤를 이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누리집에서 정보를 얻었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받은 2015∼2022년 8월 ‘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 현황’을 보면 국내 암 환자의 68%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데, 그중 ‘빅5’가 차지하는 비중은 45%다.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이 평균 44곳인 점을 고려하면, 약 9분의 1에 해당하는 빅5가 절반가량의 암 환자를 치료한 셈이다.
발병 많은 암은 치료법 표준화
사실 일부 희귀암이나 난치암을 제외하고 발생률이 높은 대부분의 암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표준 진료지침’에 따라 치료한다. 암 연구와 임상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치료요법, 가령 수술, 항암제 투여, 방사선 치료 등을 정해놓은 것이다. 이 경우 서울과 지역 상급종합병원 간에 치료 방법이나 치료 효과에 별 차이가 없고, 일정 수준 이상 의학 기술이 발달한 나라라면 국가별 차이도 미미하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의 분석(2013~2017 중증도 보정 사망률)을 보면, 지역에도 암 환자를 잘 치료하는 병원이 적지 않았다. 가령 위암 환자 사망률이 낮은 순으로 20곳의 상급종합병원을 꼽아보니, 9곳이 비수도권(서울·경기·인천 제외) 소재 병원이었다. 사망률이 낮은 10곳 중 5곳이 비수도권 병원이었으며, 가장 사망률이 낮은 곳은 전남대병원이었다.
서울과 지역 간 암 치료 격차가 클 거란 인식 탓에 암 환자가 서울 큰 병원으로 쏠리면서, 진료와 수술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한겨레>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와 함께 지난해 12월15~18일 서울로 간 비수도권 암 환자(보호자 대리 응답 가능) 24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김영애 국립암센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부센터장의 도움을 받아 유효 응답자(이하 응답자) 188명의 답변을 분석해보니, 절반이 넘는 101명이 최초 암 진단 후 서울 의료기관에서 암 치료를 받기 위해 ‘1개월 이상’ 대기했다고 답했다. 이 중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응답자도 약 30%(30명)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2021년 지역 암 환자들이 서울의 병원에서 진단부터 수술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전국 17개 시·도 환자 거주지 기준 최소 109일(제주)∼최대 130일(경기)로 집계됐다.
문제는 서울 병원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암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암종별로 다르지만 확진 당시엔 식도암 2기였는데, 서울 병원에서 진료와 검사 일정을 두달 정도 기다리다 보니 암세포 전이가 심해 결국 수술을 못하는 등 치료 적기를 놓쳐 상태가 나빠지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진료 대기 뒤 항암 치료 등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서울 대형병원 대기 기간이 길어져도 세게 항의할 수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합리적 선택 도울 정보창구 시급”
김영애 부센터장은 “위암이나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암 진단 후 첫 수술까지 대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망 위험이 높은 암종은 수도권보단 거주지 지역 대형병원에서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환자 예후에 좋다”며 “암은 치료 이후에도 장기간 추적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 등을 위해서도 환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역사회 내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심평원이나 암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암종과 병기별로 최소한 이 기간 안에는 수술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암이 의심돼 진료를 받은 이후 2개월(62일) 이내에, 암 환자가 임상진단을 받은 이후 1개월(31일) 이내에 치료를 받도록 권고한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이 기간 안에 치료를 받는지 추적관리도 하고 있다.
한양도성 성곽 옆에 성북구 북정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마을 중심부를 둘러싼 성북로 23길 바깥쪽으로 뻗은 골목길부터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지난 8일 만난 최 씨 할머니(76)는 골목길로 50미터 남짓 들어간 곳에 산다. 기름보일러를 쓴다.
성북구 북정마을에 사는 최 할머니의 집. 지붕 아래로 기름보일러 연통이 삐져나와 있다. ⓒ민중의소리
북정마을 독거노인의 불안한 겨울나기
최 씨 할머니는 기름이 떨어질까 맘껏 씻지도 못한다. 교회를 가는 수요일과 일요일에만 따뜻한 물을 틀어 머리를 감는다. 그는 “가끔 친척 집 가서나 샤워하지. 목욕탕에 가기도 하고”라며 멋쩍게 웃었다.
아껴 쓴다고 썼는데 기름이 다 떨어져 간다. 올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무작정 기름을 아끼자고 이불로만 버틸 수도 없다. 몸도 못 버티고, 집도 못 버틴다. 난방을 오랫동안 틀지 않으면 바닥 밑에 깔린 배관이 얼어버린다. “배관이 얼어 터지면 다 뜯어내고 공사해야 하는데, 몇십만원씩 드니까, 안 틀 수가 없다”고 최 할머니는 말했다.
두 달 전쯤 등유 두 드럼을 샀다. 겨울을 나기 위한 최소한이다. 마음 졸이지 않고 쓰려면 세 드럼은 들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어마어마하다. 여름 장마철에는 곰팡이가피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 번은 난방을 떼야 하는데, 벌써 걱정이다.
등유는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도시가스보다 효율이 낮고, 비싸다. 기초생활급여로 한 달에 약 50만원을 받는 최 할머니에게 등윳값은 큰 부담이다. 한 드럼(200리터)에 32만원씩, 총 64만원을 줬다. 에너지바우처 12만 4,100원을 받았지만, 그래도 한 달 생활비를 온전히 들여야 했다. 그마저도 등유 가격이 내리길 기다렸다가 산 것이다. 최 할머니는 “원래는 지난해 12월 중순쯤 사려고 했는데, 한 드럼에 34만원이라고 하더라. 조금 기다려보라고 해서 열흘인가 늦게 넣었다”고 전했다.
추운 날씨에 더해 등윳값이 치솟으면서 부담이 커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등유 1리터는 1,500원 정도로 1년 전보다 400원가량 올랐다. 한 드럼으로 치면 10만원 차이다.
최 할머니는 “다 빚”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배달해주는 아저씨한테 외상으로 남기기도 하고, 정 급하면 누구한테 빌리지”라며 “생활비를 아껴서 몇 달에 걸쳐서 갚아 나가는 거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디 기름뿐인가. 전기세도 무섭다. 집이 얼지 않도록 전기난로를 동원해야 한다. 몇 년 전에는 화장실이 얼어서 벽을 다 뜯어내야 했다. 이제는 노하우가 생겼다. 최 할머니는 “좌변기를 두꺼운 이불로 싸고, 수도관도 수건으로 둘둘 싸고, 그러면서도 세탁기에서 내려가는 배관이 얼까봐 전기난로를 켜놓는다”며 “영하 5도를 기준으로 그 아래로 내려가면 밤 9시부터 전기난로를 틀어놓고, 새벽 기도 나가는 4시 10분에 빼놓는다”고 설명했다. 동파는 막을 수 있었지만, 평소 6천원 정도 하던 전기요금이 지난달에는 5만원이나 나왔다.
가스레인지에 쓰는 LPG도 따로 사야 한다. 한 통(20kg)에 5만원 가까이한다. 에너지 급등의 충격이 피부로 다가온다.
난방비 폭탄이 전국을 뒤덮자 정부는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기존 대비 2배 인상했다. 최 할머니가 받는 금액은 약 25만원이 된다. 최 할머니는 “나라에서 지원을 더 해주면 다른 것보다 돈을 좀 더 보태서 석유를 먼저 넣어야지”라고 했다.
한양도성 성곽 너머로 보이는 성북구 북정마을. ⓒ민중의소리
잇따른 정부 대책에서 여전한 사각지대 ‘등유·차상위’
북정경로당에서 만난 김 할아버지(85)도 등유를 쓴다. 차상위계층인데, 기초생활수급자에는 지급되는 에너지바우처를 받을 수 없다. 가계가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초노령연금 24만원에 공원 청소를 하는 공공일자리로 27만원을 받는다. 한 달 수입 절반을 등윳값으로 쓰는 셈이다.
등유는 소득이 적을수록 사용 비중이 높다. 산업부의 ‘에너지총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등유 사용 가구 비중은 평균 8.3%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는 1.2%에 불과하지만, 100만원 미만 가구는 18.8%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취약계층 난방비 대책을 내놨다. 도시가스가 깔리지 않은 차상위가구는 번번이 배제됐다.
등유바우처 지원 금액을 64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렸지만, 지원 대상은 극히 제한된다. 기초생활수급자 중 한부모가족이나 소년소녀가정에 해당하는 5,400가구뿐이다. 에너지바우처와 가스요금 할인 대상은 각각 160만, 117만 가구다.
올해 들어서는 에너지바우처를 비롯해, 차상위계층에도 적용되는 가스요금 할인 금액을 인상하고, 도시가스뿐 아니라 지역난방 할인 대책도 마련했지만, 등유를 쓰는 김 할아버지는 해당이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하게 살피라”는 주문은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벌써 2월인데, 정부는 아직도 무대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차상위계층 지원책을 묻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성북구 북정마을 골목에 배치된 LPG 가스통.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취사용으로 LPG를 쓴다. ⓒ민중의소리
난방비 지원 ‘신청제’의 허점
도시가스를 쓰는 독거노인에게도 난방비는 무섭다. 조종인(84세) 할머니는 지난달 가스요금이 25만원 가까이 나왔다. 지난겨울에는 15만원 정도였다. 조 할머니는 “도둑맞은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외출이 잦지 않아 난방을 켜놓는 시간이 길다. “끄고 못 살지는 못하고, 나올 때는 외출로 돌려놓고 나온다”는 조 할머니에게 ‘가스요금이 싸서 국민이 펑펑 쓴다’는 문제의식보다 이 겨울을 버티는 게 우선이다.
차상위계층인 조 할머니는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요금 할인 적용 대상이지만, 신청하지 않아 지원받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는 기존 14만 4천원이던 가스요금 할인 금액을 최대 59만 2천원으로 인상했다. 조 할머니는 “TV에서 난방비 깎아준다고 하는 거 보긴 했는데, 기초생활수급자만 되는 거라고 해서 신경 안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상이면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오겠거니 했다”며 “내일이라도 동사무소에 가봐야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기민하게 챙기지 못해 지원을 놓치는 사례는 많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스요금 할인 대상이지만 신청하지 않은 가구는 지난해 전국 41만 가구 이상이었다. 전년 36만명보다 늘었다. 복지부는 매년 한국가스공사 자료를 받아 요금을 감면받지 못한 가구들에 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를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스요금 할인과 마찬가지로 신청제로 운영되는 에너지바우처도 지난해 미신청 가구가 13만 가구를 넘었다. 두 제도 모두 신청을 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사하는 등 변동 사항이 생기면 신규 신청을 해야 한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다. 산업부는 홍보를 강화하고 신청률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일부 지자체는 적극 행정으로 가스요금 할인 신청률을 끌어올렸다.
광산구는 지난 2021년 1~2월 누락 대상자를 발굴하고, 담당 부서가 직접 방문해 신청을 도왔다. 그 결과 미신청 1만 3천여 가구 가운데 약 1,800가구가 새로이 가스요금을 할인받게 됐다. 신청 처리가 불가한 가구는 주로 다른 가구원 이름으로 이미 할인받고 있거나, 도시가스가 설치되지 않은 사례였다. 광산구는 신규 대상자와 기존 대상자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는 등 미신청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은평구도 같은 해 사각지대 발굴 사업을 통해 가스요금 할인을 신청하지 않은 5,830가구를 찾아 이 중 약 2천 가구의 신청을 도왔다. 이후 동주민센터와 연계한 매뉴얼을 확정해 100% 신청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가 대상자의 신청을 대신 수행해 줄 수 없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걸린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직권신청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이용·제공 허용 조건에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용빈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검토 당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자체 업무가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는데, 적극행정 사례에서 보듯 동 단위로 쪼개서 직권신청을 진행하면 큰 부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은평구는 미신청자 발굴 조사에 공공일자리 인력을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이용선 민주당 의원이 지자체의 에너지바우처 직권신청을 허용하는 내용의 에너지법을 발의했다.
이용빈 의원실 관계자는 “대상자가 신청하도록 기다리겠다는 정도에서 나아가 정치권이 적극 나서 사각지대 해소를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본격화되면서 ‘탄핵 공방’이 벌어져 논란이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13일 “진흙탕 협박전”(한국일보), “관심을 끌기 위한 말이겠지만 지나치다”(국민일보), “갈수록 태산”(한겨레) 등 비판을 내놨다.
김기현 후보는 11일 경기도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당정 불화가 생길 수 있으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곤란하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고 했다. 과거 안 후보가 이끈 국민의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동참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안 후보는 12일 SNS에서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당 대표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어떤 정신상태기에 저런 망상을 할까”라고 반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위)와 안철수 후보의 SNS 글. ⓒ연합뉴스
한국 “본선도 진흙탕”… 한겨레 “정치사에 보기 드문 퇴행”
이를 두고 한국일보는 사설 <“대통령 탄핵 우려”... 여당 전당대회 본선도 진흙탕> 사설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예비경선(컷오프) 후 본선에 진입해서도 여전히 진흙탕 협박전으로 얼룩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전당대회는 윤심 줄서기와 비윤 찍어내기로 점철됐는데 달라진 게 없다. 끝까지 당의 미래에 대한 비전 경쟁 없이 볼썽사나운 윤심 다툼만 하겠다는 건가”라고 했다.
또 한국일보는 친윤계로 꼽히는 박성중, 이만희, 이용 등이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점을 거론하면서 “친윤 세력은 10일 예비경선 결과가 시사하는 바도 살피기 바란다. 당원들 마음을 잡으려면 윤심 이상의 자질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2월13일 한국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5면 <金 “대선주자 당선 땐 尹 탄핵 우려”…安·千 “당원 협박”> 보도에서 “여당 전당대회가 대통령 탈당과 분당에 이어 탄핵까지 언급되는 등 진흙탕 싸움이 되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김기현 후보 발언은) 구체적 설명은 없었지만 대선 주자가 당대표가 되면 당이 분열되고 상황에 따라 야당과 손을 잡고 대통령 탄핵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각 후보의 입장을 전했다.
▲2월13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 역시 사설 <느닷없는 ‘대통령 탄핵’ 논란… 이게 여당 대표 선거인가>를 내고 “예비경선이 끝나자마자 당대표 후보들 간에 벌어진 ‘대통령 탄핵’ 논란은 실망스럽다”며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 탄핵이 올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 당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말이겠지만 너무 지나쳤다”고 했다. 이어 “발언 자체가 자칫 당을 깰 수도 있다. 자극적 언어로 관심을 끌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라면 집권당 대표를 뽑는 선거답게 품격과 비전을 갖춘 경쟁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2월13일 동아일보 칼럼.
윤완준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칼럼 <“내년 총선 공천 때 살생부 등장할지도”>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진 갈등이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내분의 예고편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갈등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부장은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을 직할하면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의 정책 방향을 통제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며 “국민의힘 내 적지 않은 의원들도 전당대회 분란에 ‘이건 정말 아니다’라면서도 내년 공천을 받지 못할까 침묵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당대표 되겠다고 ‘대통령 탄핵’까지 들먹인 ‘윤심’ 후보>에서 “국민의힘 경선에선 지금껏 ‘친윤’ 대 ‘반윤’의 경쟁구도와 줄세우기, 갈라치기만 횡행할 뿐 당의 미래, 보수의 비전을 놓고 다투는 경쟁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당대표가 뽑힌다면, 한국 정치사에 보기 드문 퇴행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썼다.
▲2월13일 한겨레 칼럼.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한겨레 칼럼 <증오의 명분으로 이용되는 당파성>에서 “최근 국민의힘에서 당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은 ‘누가 더 잘할 수 있나’ 경쟁이 아니라 ‘누구는 절대 안 돼’라며 찍어내는 제거 ‘경쟁’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는 걸까. 아직 정권 출범 1년도 안 됐는데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한심한 모습은 당파성이 증오의 명분으로 이용돼온 역사의 업보인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2월13일 경향신문 8면.
윤미향 벌금형, 경향 “정부가 진보 시민단체의 ‘돈줄’을 죄는 명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0일 후원금 횡령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횡령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경향신문은 8면 <진보 시민단체 ‘돈줄 죄기’ 명분…극우 먹잇감 된 수요시위> 보도에서 윤미향 의원의 잘못이 작지 않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정치화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보수진영은 (정의연 사태를) 문재인 정부의 이중성과 운동권 엘리트의 부패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로 활용했다”며 “정의연 사태는 정부가 진보 시민단체의 ‘돈줄’을 죄는 명분이 됐다. 지난해 12월 전국 243개 지자체는 자체 계획을 수립해 이달까지 시민단체에 지원한 지방보조금 사용 현황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세금 누수를 줄인다는 명분을 들었으나 진보 성향 시민단체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 나왔다”고 했다.
또 경향신문은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정의연 사태 이후 30년 역사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알리기 운동의 동력은 크게 떨어졌다. 극우단체들은 2020년 6월부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신고를 선점했다”고 밝혔다.
▲2월13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윤미향 판결 이용하는 李 대표, 매사가 이런 식>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라고 했다”며 “마치 무죄이고 횡령 범죄가 별것 아닌 것처럼 윤 의원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판결은) 윤 의원이 결백하다는 게 아니라 검찰이 입증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라며 “인정된 사실엔 눈을 감고 자기에게 유리한 쪽만 부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 9일 NYT 튀르키예 대지진 기사(Earthquake in Turkey and Syria One of the Deadliest in Decades) 갈무리.
튀르키예 강진에 종합일간지 특파원 파견
튀르키예 강진 피해가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튀르키예에 특파원을 보내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2면 <한밤중 댐 터졌단 말에 대피 소동…가짜뉴스·약탈 등 치안 악화> 보도에서 튀르키예 현지 상황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강진 일주일째를 바라보는 튀르키예 재난 지역에서 가짜뉴스 성행과 약탈 등 치안이 악화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며 “독일과 오스트리아 구호대는 치안 불안을 이유로 구조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했다.
▲2월13일 경향신문 2면.
경향신문은 치안 불안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약탈에 나선 주민들 또한 이번 지진의 이재민인 만큼 일부는 ‘상황이 절박해 약탈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아타이에서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니자메틴 빌메즈는 ‘아기용 물티슈나 음식, 물을 약탈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지진이 나고 처음 며칠간은 구호품이 전혀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2월13일 한겨레 2면.
한겨레는 지진 피해가 극심했던 카흐라만마라시의 텐트촌을 찾았다. 한겨레는 2면 <이재민들 낮에는 자원봉사, 밤에는 텐트촌서 맹추위 버텨>에서 “해가 뜨면 이재민들은 ‘스스로를 돕는’ 자원봉사자가 된다. 음식이나 물 같은 외부 지원을 배급하는 과정에 손을 보태고 남는 시간엔 구조적업을 돕는다”고 했다. 한겨레는 약탈 등을 이유로 현지 치안이 악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지 주민은) ‘아이들이 있으니까 힘든 얘기, 절망적인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고 했다.
▲2월13일 한겨레 2면.
암 진단 받으면 수도권으로 찾아가는 지역민들
한겨레는 암 진단을 받은 지역민들이 치료를 위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찾아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인터넷에 ‘명의’ 치면 온통 서울의사… 치료대기 길어 암 악화도> 기사를 8면에 게재했다. 한겨레는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 5곳이 암 환자 절반을 치료했다면서 “서울과 지역 간 암 치료 격차가 클 거란 인식 탓에 암 환자가 서울 큰 병원으로 쏠리면서, 진료와 수술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또 한겨레는 상경치료 대기기간이 평균 3개월이 넘는 만큼 대기 기간이 길어져 암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향후 지역 필수의료 해법에 대해 보도할 예정이다.
전홍기혜 기자/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3.02.13. 06:30:04 최종수정 2023.02.13. 07:34:23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채 끝나기도 전에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 이로 인한 원자재 및 에너지 문제,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금리 상황까지 몰아닥치면서 2023년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한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홍기빈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해도(海圖)에 없는 바다(Uncharted Territory)'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거의 1년이 다 됐지만, 언제,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최근 불거진 '정찰 풍선' 사태를 보면, 경쟁을 넘어서 갈등과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홍기빈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냉전시대 이후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며 장기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군사 행동이 벌어졌을 때 3개월 안에 수습이 되면 그 전쟁은 끝나지만 3개월을 넘게 되면, 여러 가지 이해관계 세력이 개입하고 이와 관련한 이권이 어떻게 배분되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익이 관철되지 않는 한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가 되고,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이 현상 유지 차원에서 '스타트 스코어(start score, 득점 시작)'가 된다. 20년간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그랬고, 9년 이상 벌어진 이라크 전쟁이 그랬다."
홍 소장은 미중관계에 대해선 '2025년 전쟁설'과 같은 비관적 전망이 '프로파간다'에 가깝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 관계이고 말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건 맞지만, 1930년대 파시즘 때처럼 완전히 갈라져서 블록화된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 튀르키예나 인도,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홍 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가치외교"를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외교에서 가치를 얘기하는 주체로서 '국가'가 될 때, 정책적 유연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중에서는 "감세 정책"을 문제로 꼽았다. 홍 소장은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과감한 '감세 정책'을 들고나왔다가 45일 만에 물러난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와 엄청난 증세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바이든 정부를 비교하며 "감세 정책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20년 전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라며 "윤석열 정부가 정말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홍 소장과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프레시안(이명선)
"2023년, 우리는 '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프레시안 : IMF가 1월 말 '세계 경제 전망(WEO) 수정 보고서'에서 석 달 전에 비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0.2%p 상향했지만, 전 세계 경제가 그렇게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올해 세계 전망 경제 전망을 큰 틀에서 전망한다면?
홍기빈 :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충격 여파로 '활황은 아닐 것이다'라는 예견을 한 것 같다. 에너지·원자재·식량 시장 등 이 세 가지가 비용 부분에 있어 제일 중요한 근원적 요인인데, 세 가지 모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경제가 활황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프레시안 : 유튜브 방송 <홍기빈 클럽> 에서 현 상황에 대해 "'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간다"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홍기빈 :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프레시안과 인터뷰하면서 '코로나19로 한 6개 정도 큰 기둥이 흔들릴 것'이라고 얘기했다.(☞ 관련 기사 : '목숨 걸고 일터 나와!'로 버티던 체제, 코로나가 박살 냈다)맨 아래에 있는 두 개의 기둥은 '지정학적 구조'와 '생태위기'라는 두 개의 문제고, 그 위에 4개의 층위가 있는데, 하나는 '지구적인 가치 사슬망', '지구적 산업화'라는 것이고, 그 위로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 문제', 그 위로 '도시화 문제', 그리고 맨 위에 '민주주의 위기'가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최근 2~3년간 생태위기 중에서도 기후위기가 제일 급박한 문제가 됐다. 기후위기는 지정학적 구조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인데, 코로나19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30년간 유지되어 왔던 '미국의 일극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기후위기 대응 협조 체제 역시 혼란에 빠지게 됐다.
일극 체제가 불안정해지면서 지구적인 가치 사슬도 교란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 때는 단기적인 무역 문제였지만, 지금은 미국이 구상한 반도체 공급망인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 등으로 배타적인 산업 정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및 에너지 문제 등 지정학적 구조가 가치 사슬망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정학적인 갈등에 제일 큰 영향을 받는 부분이 에너지·원자재·식량인데, 이 세 개의 시장은 수요 공급에 의해 작동되기보다는 지정학적 안정성에 따라 관리된다. 이에 더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까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외부적인 비용 요인에 따른 결과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지정학적 불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금리 인상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에는 우리가 알다시피 급격하게 올렸다.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이 나타났고, 금융 시스템을 작동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미국의 금리, 연준 금리를 역사적으로 보면,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계속 올랐다. 이후 2021년까지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이게 지금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5% 초반 때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준 금리가 5%가 넘는 상황은 지난 30년과는 전혀 다른 '뉴노멀'이 되는 셈이다. 즉, 금융 시스템의 작동 규범이나 룰이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지정학적인 구조가 바뀌었고, 이에 따른 지구적 가치 사슬과 고금리라고 하는 금융 시스템의 변화까지, 지금 크게 보면 이런 흐름이다.
▲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민들이 부상을 입은 모습. ⓒAP=연합뉴스
모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공모자'
프레시안 : 지정학적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이 크게 두 가지인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이다. 두 가지 모두 쉬 끝날 것 같지 않다.
홍기빈 : 지정학적인 구조 변동 상황에서는 거의 모든 담론이 '프로파간다(propaganda)'의 성격을 갖는다. '러시아 쪽이 이긴다, 러시아 쪽이 정당하다'는 것도 프로파간다고, '러시아가 악마고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것도 하나의 프로파간다다. 이때 프로파간다는 뭐가 옳다거나 그르다는 게 아니고, 상황을 객관화해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프로파간다가 아닌 얘기가 거의 없다. 따라서 사건을 예측해 '언제 끝난다'라고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여파를 끼치고 어떤 충격을 가져오고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이 냉전시대 이후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냉전시대에는 미국하고 소련,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전 지구 모든 영역에서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더 큰 갈등으로 비화할 위험성이 있어 일정 정도에서 '이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어떤 힘이 작동했다. 그런데 냉전이 끝난 이후에는, 전쟁의 양상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쉽게 끝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떤 갈등 즉, 군사 행동이 벌어졌을 때 3개월 안에 수습이 되면 그 전쟁은 끝난다. 그런데 3개월을 넘게 되면, 여러 가지 이해관계 세력이 개입하고 이와 관련한 이권이 어떻게 배분되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익이 관철되지 않는 한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가 되고,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이 현상 유지 차원에서 '스타트 스코어(start score, 득점 시작)'가 된다. 20년간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그랬고, 9년 이상 벌어진 이라크 전쟁이 그랬다.
전쟁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려고 하는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모두가 '컨스파이어(conspire)'가 된다. 음모는 없지만 공모는 있는 상황. 명시적으로 공모하지 않았지만 힘을 가진 사람 중에는 불행한 사람은 없는, 그저 죽어나가는 러시아 청년들과 우크라이나 사람들만 희생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그런 상황이 됐다. 이해관계 세력의 이해득실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은 내일 당장 끝날 수도 있고, 한없이 계속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원자재·식량에 대한 불안이 가중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태에서 끝난다고 해도 전 세계 경제에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기빈 : 미국의 인플레이션, 물가 인상률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것 같다. 파월 의장 또한 '디스인플레이션이다.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때가 됐다'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건 어디까지나 외생적인 충격이 더 발생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했을 때 이야기다.
그러나 어떤 충격으로 또다시 유가가 급등하고 천연가스 공급이 막힐지 알 수 없다. 러시아가 지금보다 더한 공격성을 띤 채 무역 질서를 파괴할 수도 있고 반대 진영에서도 그럴 수 있다. 따라서 근원적인 불확실성 요인은 계속 남은 채 전쟁이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7차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는 모습. ⓒ발리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전쟁설' 또한 프로파간다…튀르키예·인도·일본의 움직임에 주목하라!
프레시안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러 관계뿐 아니라 미중 관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또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이어 중국의 '정찰 풍선' 논란까지 미중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5년 미중 전쟁설'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
홍기빈 : 그런 '설' 자체가 프로파간다다. 2025년의 일을 어떻게 예측하나.
러시아와 중국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기본적인 사고 틀이 바로 해묵은 지정학 이론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하트랜드(Heartland Theory)', 즉 '심장지대'에 걸쳐 있는 두 나라가 연합을 하면 미국은 섬이 된다는 주장 아닌가.('심장지대' 혹은 '심장부' 이론은 지정학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해퍼드 존 매킨더(Halford John Mackinder)가 1904년에 출간한 <The Geographical Pivot of History>에 처음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심장지대>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출판됐다.) 100년 된 얘기를 또 들고나와서 중국하고 러시아가 유착하면 미국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 관계이고 말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건 맞지만, 1930년대 파시즘 때처럼 완전히 갈라져서 블록화된 상황과는 다르다. 1934~5년에는 '파시즘 세력과 영미 세력이 전쟁을 벌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얘기가 팽배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힘을 가진 두 나라 간의 갈등과 견제는 국제정치에서 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세계대전 때처럼 블록화 될 것이라는 건 너무 앞선 얘기다. 이런 갈등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최대한 전략적인 유리함을 얻어내겠다는 작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튀르키예나 인도 같은 나라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튀르키예는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일원이고,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력체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일원이다. 이 나라들은 자기들이 갖고 있는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하고 일정하게 관계를 맺고, 또 무역을 통해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따라서 굉장히 유동적이다. 만약 튀르키예나 인도가 어느 한쪽으로 붙어버리면, 끝난다. 그러면 진짜 블록이 돼 중립국가가 거의 없는 1930년대와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튀르키예나 인도 같은 나라들은 미국이나 중국 혹은 러시아와도 일정 부분 관계를 가진 채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봐야 한다. 동남아시아와 일본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나라들은 하나의 논리로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나라들이 중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세력 균형이 바뀔 수가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과 단체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가치외교'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아찔하다"
프레시안 : 지금과 같은 예측불허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은 '미국 일변도'라는 점에서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
홍기빈 : 제일 불안한 말이 '가치외교'다. 외교에서 '가치'는 중요하다. 전쟁을 불사하면서라도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걸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가치를 얘기해야 하는 발화자, 즉 주체는 대부분의 경우 국가는 아니다.
시민사회라든가 각종 세력은 자기들이 믿고 있는 가치를 가지고 최대한 목소리를 내고 이를 어떤 외교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게 외교에서의 '가치'에 대한 입장이다. 다시 말해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민간 집단이나 학계에서는 러시아를 저주하고 푸틴을 정죄하고 하는 걸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해야 된다. 반대로 러시아도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국가는 이 가치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왜냐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느 한쪽으로 줄을 서는 게 아니라 굉장히 유동적이 돼서 '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가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대한 탄력적이고 유연한 어떤 포지션을 점하는 게 중요한데, 왜 국가가 나서서 '가치외교'를 말하고 있는 건지….
한국이라는 나라의 외교적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가치외교' 같은 얘기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가치외교' 다음으로 충격을 받은 것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정말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행동을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미국과 중국의 양국 체제를 가리키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말이 있다. 차이메리카 시절에 제일 큰 수혜를 본 나라 중의 하나가 한국이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아시아-태평양 시대가 열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 기회를 활용해 자유무역 질서에 적극 편입하고 이를 통해 남북 관계의 긴장도 완화하자는 게 김대중 정부의 노선이었다. 지난 20~30년 동안 민주당 세력의 변하지 않는 외교 노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바뀌었고 아시아-태평양의 질서라는 것도 불안해졌다. 또 산업적인 면에서 반도체 수출을 놓고 미국과 중국은 완전히 갈라서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지금의 외교 노선은 하나의 색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냉전시대 외교 정책도 안 되고, 김대중 정부의 외교 노선을 고수해서도 안 된다.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판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외교 정책은 하나의 노선으로 일관하는, 단순한 접근법을 유지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군사 안보 등 군사적인 협력 문제도 따로, 경제적인 통상 문제도 따로, 인권이나 가치 문제도 따로다. 다층적인 차원에서 외교를 다변화해야 한다. 쟁점과 문제에 따라서 스탠스를 달리하는 복합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
프레시안 : 국민들이 보기에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교무대에서의 실수도 잦은 편이다. 한국 정부의 외교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의문이 들 정도다.
홍기빈 : 경제 정책과 마찬가지로 외교 정책도 공무원과 관료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정치인들이 방향을 정해 '이렇게 해라' 하고 지시를 내려야 한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책임을 지는 정치인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책임질 일을 안 했다.
결국은 정당 정치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지금 외교 정책을 어떤 노선으로 할 건지? 인플레이션이나 고금리 상황에서 경제 정책으로 어떻게 할 건지? 정치인들이 책임을 갖고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여도 야도 그런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 정치가 마비된 상황이다. 언론도 '김건희 특검' 같은 쓸데없는 얘기로만 지면을 채우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에 '감세 정책' 내세운 윤석열 정부…"난감하다"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을 잡긴 했지만, 이렇다 할 정책 방향이라든가 뚜렷한 어젠다가 보이지는 않는다.
홍기빈 : 윤석열 정부가 하는 경제 정책 중 걱정되는 것은 감세 정책이다. '감세가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은 근거가 굉장히 미약한 말이다. 특히 지금처럼 불확실성 요인이 클 때는 더 그렇다. 재정을 튼튼하게 해놔도 부족한 상황인데, 감세를 통해 투자를 일으켜 경제를 살리겠다? 이건 20년 전 교과서에 나온 얘기다. 20년 전 교과서에 나온 얘기를 가지고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 들이대고 있다는 게 굉장히 난감하다.
반면교사가 될 두 개의 예시가 있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지난해 9월 '미니 예산안'을 들고나왔다가 45일 만에 쫓겨났다. 반면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한국에서 전기자동차 보조금 문제만 이슈가 됐지만 사실은 엄청난 증세 법안이다. 증세를 통해 놀고 있는 유동성을 세금으로 흡수해 산업에 투자한 뒤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약값을 내려서 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내용이다.
똑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영국은 감세를, 미국은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20년 전 교과서에 나오는 감세 정책을 하겠다는 건지. 윤석열 정부가 정말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문제다.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문제는 굉장히 복합적이다. 계층 불균형 문제만 해도, 부부 합산 3억 이상의 고부가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부터 100만 원 이하에 불과한 아주 낮은 저부가 가치 노동을 하는 사람까지 다 있다. 한국이 지구적인 가치 사슬망에 깊이 편입된 결과다. 이 같은 격차는 사회경제적 갈등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유일한 부의 저축 수단이라는 점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부동산 외에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에 경제 전체가 지속적인 '투기적 경제'가 된다. 투자가 활성화된다기보다도 투기적 자산 거품만 일으키는 특성이 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경제적인 문제는 하나의 원인 때문이 아니라, 지난 30년 동안 복합적으로 나타난 여러 가지 원인 때문이다.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 번 크게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그걸 안 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대외적인 변수도 있는 데다가 국내적인 복합적인 문제까지,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경제적인 강자들은 어떻게 살아나겠지만 경제적 약자들은 당분간 고생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월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든 모습. ⓒ연합뉴스
"마비된 '정당 정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선거 플랫폼'에 불과하다"
프레시안 : 유튜브 방송에서 "국내 정치에 있어서도 진보와 보수라는 두 개의 대립축이 깨지고 있다. 힘을 잃었다"라고 했다. 한국 사회의 중요한 변화를 언급한 것 같은데, 어떤 뜻인가.
홍기빈 : '진영'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보수진영은 '이승만'이라든가 '박정희-박근혜'라는 아이콘이 있고, '시장주의'와 '부동산 활성화', '대북 강경책' 및 '친미 외교' 같은 가치가 공유되고 있다. 범민주진영에서도 '복지를 강조한다'와 같은 합의가 있고. 사실 진영이라는 것은 이런저런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뭉친 큰 캠프 같은 것이다. 개개인이 다르듯이 하나의 틀로 규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진영이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무너졌다. 이쪽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없어졌다.
지금 상황을 봐라. 국민의힘 이준석·나경원·김기현·안철수 등 동상이몽(同床異夢) 상태다. 중심이 되는 아이콘도 없고 가치도 없다. 윤석열 정권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는 알 길이 없고, 그게 이준석의 가치와 뭐가 다른지도 알 수 없다. 지지세력 역시 태극기부대부터 중도우파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까지 다 섞여 있는데 서로 서로를 싫어한다.
범민주진영 같은 경우도 '조국 사태'에서 '이재명의 대장동 사태'를 거치면서 무슨 공통점이 있나. 또 정의당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 내건 쟁점들, '기후위기 막아야 한다, 성평등 이루어야 한다, 소수자들 보호해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가져야 한다' 등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모인 다보스포럼에서도 얘기하는 내용이다.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 이슈라는 말이다.
프레시안 : 문제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는 '각자 도생해야 하는구나' 이런 느낌만 받는 것 같다.
홍기빈 : 정당 정치가 마비됐다. 한국 같은 양당 체제에서는 최종적으로는 '이당이냐, 저당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의사를 표현을 해야 하는데, 어떤 당이든 '나의 의사와는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정당 정치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의민주주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벌어진다. 정치인들은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100% 자유를 얻게 된다. 그리고는 이익 정치, 차기 당선 가능성만을 염두에 둔 아주 좁은 의미의 이익 정치에만 골몰한다.
비록 정당 정치가 불만족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래도 집단적 토론의 한 형태로 숙의가 가능한 틀인데, 지금의 정당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자영업자들의 플랫폼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당선만을 위한 '선거 플랫폼'이라고 보는 게 맞다.
프레시안 : 이런 결과로 민생 어젠다가 사라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더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홍기빈 : 지난 30년 동안 '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치가 중요하다'는 담론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그 결과가 집약된, 최악의 책이 2011년에 나온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이기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을 잡아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똑같다. 그래서 모든 관심과 에너지를 정권 쟁취에 쏟는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정권을 잡은 뒤에는 엉뚱한 데 책임을 돌린다. '하려고 하는 프로그램이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사회적인 지지 세력이 충분하지가 않아서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핑계를 댄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사회 탓을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5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한다. 박근혜 정부도 그랬고, 문재인 정부도 그랬다. 이게 '닥치고 정치'의 한계다.
다르게 말하면, 정치적·사회적 에너지를 모으는 방식이 잘못된 건데, '정권을 잡으면 세상이 바뀐다. 세상을 바꾸려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지난 30년 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한 하나의 신화다. 그러다 보니, 선거가 무슨 패싸움이 되어 버렸다.
정권을 잡는 게 먼저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어젠다가 무엇이고, 그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힘을 모으고 조직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난 다음에 정치로 나가야 한다. 무조건 정권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한 다른 세력, 시민·사회 역시 반성해야 한다. 보수진영이든 범민주진영이든 마찬가지다. 지금 시민단체를 보고 정당과 무관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정당 정치는 망했고, 시민운동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해도에 없는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스톤'을 찾아라!
프레시안 : 이 험난한, '해도에 없는 바다'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홍기빈 : 바이킹들이 배를 타고 가다 해도에 없는 바다에 이르렀을 때는 '선스톤(Sun Stone)'이라고 하는 반투명의 장석류인데, 이 썬스톤을 이용해 해의 위치를 파악했다고 한다. 지금이 해도에도 없는 바다 위에 표류한 바이킹과 같은 상황이다. 살아남기 위한 좌표를 찾아야 한다.
특히 '선스톤'과 같은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신만의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 '내가 정말로 바라는 게 무엇인가' 하는 '내 마음'. 그러니까 '내 마음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게 바로 '선스톤'이다. '나'를 확장하면 '우리'가 된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우리에게도 소중한 무엇이 되지 않겠는가. 가장 근본적인 가치로 되돌아가야 한다.
다음으로, 허무·고독·불안으로 산업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비인간화가 돼 서로 싸우는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이때 해야 하는 고민은 '어떻게 사는 게 정말 좋은 삶이냐?'라고 하는 질문이다. 그 결과를 놓고서 미중 갈등 및 우크라이나 문제, 그리고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문제를 바라봐야 자신의 길이 나온다.
▲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홍기빈 클럽>. 홍 소장은 인터뷰 말미에, "'구독'과 '좋아요' 버튼을 눌러 달라"고 부탁했다.
전홍기혜 기자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007’ 시리즈는 스파이 제임스 본드의 간첩질을 소재로 한 영화다. 간첩과 스파이, 같은 말인데 어감은 참 다르다. 러시아어로는 프락치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 특히 민주노총에 스파이가 대거 출현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 불가”라고 한 발언이 신호가 되어 스파이 색출이 시작되었다. 제주와 창원 그리고 전주에 스파이가 있다며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단행한 결과 지난달 4명의 간첩단 사건을 발표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조선일보는 17명의 간첩이 더 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민주노총 사무실과 보건의료노조, 건설노조 그리고 인천과 전주지역 노동단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을 이어간다. 공안몰이 대상도 노동자뿐만 아니라 농민, 노점상, 시민단체 인사 등을 가리지 않는다. 명실상부한 공안정국의 도래다.
공안정국의 사전적 의미는 ‘집권 세력 내지 정부가 정치적 반대 세력 탄압을 위하여 사회질서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 것처럼 과장하여 조성한 보수적 국면의 정치’이다.
일단 공안정국이 조성되면 집권 세력에 빌붙거나, 탄압에 맞서 싸우거나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중간 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제1야당은 물론이고 집권 세력 내부도 예외는 아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눈 밖에 난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이 쫓겨나고 안철수마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 것은 공안정국과 무관치 않다. 하물며 직전 선거의 정적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찍어내려는 것이야 어쩌면 공안정국의 당연한 수순 아닐까.
경찰독재 이승만은 1959년 진보당을 해산하고, 직전 대선 경쟁자였던 조봉암을 사형시켰다. 군사독재 박정희는 1973년 유력한 야당 대선주자 김대중을 납치해 암살을 시도했다. 국정원독재 박근혜는 대선에서 ‘다카기 마사오(박정희)의 딸’을 폭로한 이정희 후보에 앙심을 품고, 통합진보당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해산시켜버렸다.
윤석열 검찰독재도 역대 독재정권에 결코 밑지지 않는다.
공안정국의 기원
과거 봉건제하에서는 마녀사냥을 비롯해 공안정국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민주공화제가 일반화된 20세기에 조성된 공안정국은 미국이 주도한 냉전 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차대전 연합군이던 미·소·영·중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다른 체제의 묘한 결합체였다. 자연히 전후 미국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은 사회주의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에 자본가가 집권한 미국 행정부는 반공주의를 내세워 노동자를 탄압하고 정적 제거를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한다.
1950년 2월, 조지프 매카시 미 상원의원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205명의 공산주의자 명단을 가지고 있다”라는 폭탄 발언을 쏟아낸다. 이후 기다렸다는 듯 ‘로젠버그 부부 간첩 사건’이 터지고 매카시는 공산주의자 명단을 공개한다.
비미 활동 위원회(HUAC, 비미국적 활동을 조사하고 탄핵하기 위해 설치된 하원 상임위원회)는 고발된 사람을 청문회에 소환해 조사한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고 결국 고발된 인물은 지위나 명예를 잃고 추방되거나 활동을 중단한다.
매카시의 등장 이후 1년 새 청문회에 소환된 인물은 609명에 이른다. 하루에 두 명꼴로 청문회를 한 셈이며, 1년 내내 반공주의는 뉴스 1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이들 중 간첩 행위가 드러나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대들은 당시의 공안정국을 매카시즘 열풍이라고 부른다. 어쨌거나 매카시즘 열풍 덕분에 미국은 소련과 중국을 비롯해 사회주의를 악마화함으로써 냉전 체제 수립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의 신냉전과 윤석열의 공안정국
최근 국제 질서를 신냉전에 비유한다. 북·중·러를 포위 압박하는 신냉전은 쇠락하는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이다.
냉전과 마찬가지로 신냉전도 북·중·러 악마화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공정이다. 미국은 북·중·러 악마화를 ‘자유 가치 연대’라고 명명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 질서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자유 가치 연대’에 동참해야 한다. 사실 말이 좋아 연대지 실상은 미국식 가치에 복종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5배 비싼 가격으로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와야 하고,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차단에 동조해 역대 최악의 무역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대북 전쟁위기 고조를 위해 ‘선제공격’, ‘확전 불사’ 같은 위험천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미국의 가치가 한국의 국익’이나 되는 마냥 국민을 세뇌시켜야 한다.
문제는 바로, 이 세뇌 작업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 국민은 탈냉전 30년을 거치면서 반공반북이 절대 선이라는 선동을 믿지 않게 되었고, 한미동맹이 국익에 우선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또한 현 공안정국이 미국의 신냉전 전략과 이를 추종하는 윤석열 검찰독재의 합작품이라는 사실도 꿰뚫고 있다.
백주대낮에 공안정국을 획책하는 것을 보면 미국과 윤석열 정권은 과거 냉전 때처럼 우리 국민이 아직도 개돼지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제주4.3, 4.19혁명, 5.18광주항쟁, 87년6월항쟁 그리고 ‘박근혜퇴진촛불’이 남긴 아쉬움을 이번엔 깔끔하게 끝장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등 혐의와 관련해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은 무소속 윤미향 의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윤미향 의원을 악마로 만든 검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8개 혐의 징역 5년 구형, 2년 반 재판 후 7개 무죄 1개 벌금.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라고 썼다.
이어 ”검찰과 가짜뉴스에 똑같이 당하는 저조차 의심했으니“라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사과 메시지를 남겼다.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정신 바짝 차리겠다”고 말했다.
일본군 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윤 의원은 지난 10일 법원으로부터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애초 검찰 조사 전후 피해 할머니들을 기만해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여론몰이를 당했던 것과는 달리 업무상 횡령죄만 일부 인정됐을 뿐 나머진 전부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기소 과정에 무리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선고 이후 강민정, 정춘숙 등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이재명 대표까지 사과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 사안으로 당에서 제명됐던 윤 의원의 복당 절차가 가시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가담자들에 대해 1심에서 대부분 유죄 판단이 내려지면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주가조작 거래에 김 여사의 주식계좌가 동원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다른 공범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증거를 검토해 필요한 수사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권에서는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차 주가조작 선수 이씨 공소시효 지나 무죄... 검건희 여사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심 선고에서 피고인들의 유·무죄 판단과 함께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안은 2009년 12월부터 3년동안 이어진 주가조작 행위를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아직 기소되지 않은 공범들의 공소시효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김 여사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위해선 공소시효가 남아있어야 한다.
검찰은 권오수 전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전체 범죄 기간을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로 봤다. 또한 이 전체 기간을, 주가조작을 위한 거래가 집중된 시기를 기준으로 5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9월 20일까지, 2단계는 2010년 9월 24일부터 2011년 4월 18일까지다. 2011년 4월 19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가 3~5단계 구간이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 5단계가 하나로 연결된 '하나의 범죄'라고 주장했다.
검찰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하면 마지막 범행이 끝난 시점이 2012년 12월 7일이므로 이로부터 10년 후인 2022년 12월 7일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특히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사건 관련자 중 한 사람만 기소되면 나머지 공범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검찰이 지난 2021년 12월 3일 권 전 회장 등 가담자들을 재판에 넘겼으니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2009년 12월부터 3년 동안 이어진 5단계의 주가조작 행위를 포괄일죄로 본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재판부는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7일(2단계 일부부터 5단계)까지 이뤄진 주가조작 행위에 대해서는 포괄일죄, 즉 하나의 범죄로 판단했다. 다시 말해 주가조작 1단계(2009년 12월 23일~2010년 9월 20일)와 2단계 일부(2010년 9월 24일~2010년 10월 20일) 시기에 이뤄진 주가조작에 대해서만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1단계 등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주가조작 '선수'로 가담한 이아무개씨에 대해서는 면소 및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1심 선고 직후 이씨에 대한 무죄 판결에 주목하면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주장을 편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1심 법원은 대통령 배우자가 맡긴 계좌로 일임 매매를 했던 A(이아무개씨)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었다'며 면소 판결을 했다"며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년여 동안 이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경우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고 판단한 시기에 주가조작 세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시세조정 거래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여럿 드러났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주장이 모두 맞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에서 드러난 김건희-2차 작전 세력 연관 정황
▲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가 합장인사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2월 2일 공판에서 드러난 주가조작 의심 거래 관련 정황이다. 해당 거래는 2010년 11월 1일 이뤄졌다. 이 공판에서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아무개씨를 상대로 한 검찰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30여 차례 이상 나왔다. 공판 당일 있었던 검사와 민씨의 대화 중 일부다.
검사 : "2010년 11월 1일 문자메시지다. (주가조작 선수) 김OO이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고 하니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다." 민OO : "네."
검사 : "7초 있다가 김건희 명의 계좌에서 3300원에 8만 주 매도 주문이 나왔다. 매수 성명은 민OO 등. 그럼 여기서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한 대상자는 누구냐?" 민OO : "추정밖에 할 수 없다. 이○○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검사 : "하나만 추가로 더 묻자. 당시에 김건희 명의 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했다. 그럼 저 문자를 봤을 때 누군가가 김건희한테 전화해서 팔라고 했다는 거다. 증인은 이OO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럼 이OO이 김건희한테 직접 연락해서 주문 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인가?" 민OO : "그건 잘 모른다."
주가조작 선수들의 지시 후 7초 뒤에 김 여사 명의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수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한 주문이 나왔는데 이 거래를 한 인물이 김 여사 본인이거나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 검찰 심문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 거래가 이뤄진 2010년 11월 1일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김 여사가 '선수' 이아무개씨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한 2010년 5월 이후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2차 시기에 가담한 이들과 연관이 있다는 정황은 또 있다. 지난해 4월 8일 공판 때 공개된 '김건희.xlsx'라는 이름의 파일이다. 해당 파일은 2011년 1월 13일 작성된 것으로,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자세히 기록됐다. 해당 파일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시기 핵심으로 활동한 작전세력이 임원으로 있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사무실 경리직원의 노트북에서 발견됐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26일 <뉴스타파>는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을 바탕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세력이 1차 주가조작이 종료된 2010년 9월부터 10월 말 사이 김 여사의 '우리기술' 종목도 관리했고, 여기엔 김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 이름과 거래량도 기록돼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공소시효' 논란에 대해 민주당 중앙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양태정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포괄일죄가 되면 결국 마지막 주가조작 행위를 기점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실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아전인수와 침소봉대다. 김 여사가 (2차) 주가조작 세력과 연관됐다는 정황은 공판과정에서 계속 확인됐다"라고 지적했다.
김건희 여사, 시세조종 3083건 중에 연루됐는지가 핵심
이날 1심 선고 내용 중 김건희 여사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만한 부분도 있다. 재판부는 김 여사와 비슷하게 주가조작 자금을 댄 혐의를 받았던 '전주' 손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손씨는 2010년 8월 11일경부터 2012년 9월 5일께까지 고가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을 통해 대량으로 주식을 매집해 인위적인 대량매수세를 형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손씨의) 투자종목 선정 경향 비춰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다른 피고인과 연락 하에 시세 조정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큰손 투자자 혹은 이른바 '전주'에 해당할지언정 피고인들과 공모해 시세조정 행위를 가담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봤다.
재판부가 "그 누구하고도 결탁이나 공모하지 않고 저의 주관으로 매수매도했다"는 손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경우 본인의 주식계좌가 1심 재판부가 주가조작 거래로 결론낸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101개와 현실거래 시세조종 3083건 일부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조작 공범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김 여사가 단순히 자산을 불릴 의도로 주식계좌를 맡겨 거래한 것인지,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것인지는 추가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검찰 수사 부실 꼬집은 재판부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 촉구 국회 밤샘 농성토론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특히 재판부는 10일 선고공판에서 권오수 전 회장 등이 호재성 정보를 은밀히 알리거나 주가조작 등을 통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소문을 내 '비정상적 매수 유도 행위'를 했거나 대량매집계좌를 동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권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주면서 투자를 권유해 주식을 산 것으로 본 계좌들에는 김건희 여사 계좌 2개가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언제, 어느 피고인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어떤 비밀정보를 유포 내지 유출하였다는 것이지에 대해 아무런 특정이 없다"라며 "불가피한 개괄적 기재라고 이해하더라도 구체적 증명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정상적 매수유도행위에 대한 개념도 특정되지 않았고 어느 정도 매수하면 '대량 매집'인지도 불특정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검찰 수사가 일부 부실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때문에 1심 재판부가 권오수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주도 세력 및 가담자들에 대해 대거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제 검찰의 추가 수사 여부가 주목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소유지 증거를 검토해 필요한 수사를 검토 중"이라며 "실체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검찰의 수사 의지 부족을 지적하면서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 조작, 허위경력, 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었다. 하지만 특검법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사위에서 5개월째 계류 중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불공정한 검찰의 잣대는 특검으로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국민 앞에 공정하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면 야당 대표를 수사하는 것과 똑같이 검사 60명을 동원해 김건희 여사를 수사해야 한다. 검찰이 계속 김 여사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다면 진실 규명을 위해 특검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대책위원회, 전국민중행동 등은 11일 낮 12시 국정원(본원) 앞에서 ‘간첩조작 공안몰이 국정원 규탄대회’를 열고 정권위기의 국면전환을 위해 공안탄압을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강력히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과 국정원의 공안몰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진보민중단체들의 자주권, 평화와 통일,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활동들이 모두 북의 지령에 의한 활동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마지막 관문인 국정원을 해체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모두의 사상과 양심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발언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현재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있는 4명의 진보활동가들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국정원은 피의사실, 허위사실 유포에 열을 올리면서 자백강요를 위한 강제인치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정권과 공안기관이 이렇게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휘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이태원 참사와 정부의 무능, 강제징용문제의 굴욕적 해결, 민생 파탄과 경제 위기, 연이은 외교 참사,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해 터져 나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권지은 국가보안법 피해자 가족이 그동안 국정원의 반인륜적인 폭압만행을 폭로 규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계속해서 독재정권 반대자들을 공안탄압했던 과거 이승만 정권과 군부독재 정권, 그리고 박근혜 정권의 끝은 국민들의 항쟁이었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더 큰 항쟁에 직면하기 전에 작금의 실정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탄압이면 항쟁이다”, “정권의 위기와 실정을 가리고, 국면전환용 공안 탄압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자”, “반민주 반통일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고 국정원을 해체시키자”는 등 굳센 결의를 표명했다.
장경욱 민변 변호사(창원간첩단 조작사건 대표변호인)는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단식과 묵비권행사로 국정원의 낡은 수사관행과 윤석열정권의 공안몰이 광풍에 당당히 맞서 싸워서 수사를 끝냈다고 전하면서, 이제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검찰송치에서도 맞서 이 저열한 검찰과 윤석열 정권의 공안몰이를 끝끝내 파탄내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청년학생들이 ‘우리는 더’/개사 노래를 부르면서 패기에 넘쳐 힘찬 율동공연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석운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오늘의 파쇼폭압만행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되어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반인권 반민주 반민족 악법 국가보안법과 국정원의 수사권 유지를 위한 공안탄압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월 18일 09시05분경 국정원이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는 동시간대에 09시06분경 조선일보가 특종이라면서 ‘민주노총 간부들 북공작원과 해외접선, 민주노총 내부에 북지하조직이 드나든 것이 사실인가’라는 보도가 나왔다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극우보수언론들의 악랄한 여론매도를 신랄히 폭로규탄했다. 또한 지난 7일, 75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폭정에 맞서 앞장서 싸워나갈 것을 결의했다면서 적극적인 연대투쟁을 열렬히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하원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결의문을 힘차게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노래패 맥박이 노래 국가보안법 철폐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간첩조작, 공안몰이 국정원을 규탄한다'는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 어린이가 국정원 규탄대회를 관심깊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공안탄압 중단하라' 손팻말을 든 박희성 비전향 장기수가 국정권 규탄대회에 함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대회참가자들이 국가보안법폐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다음은 결의문 전문이다.
[결의문]
윤석열 정권과 국정원의 공안몰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
창원, 제주에 이어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지역과 단체를 가리지 않고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으며, 518민족통일학교, 통일로 등 영장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단체명이 버젓이 뉴스에 명시되고 있다. 국정원과 공안기관은 피의사실, 허위사실 유포에 열을 올리고, 언론에서는 이를 가공하여 마치 나라가 통째로 넘어간 것처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국가의 자주권, 평화와 통일,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진보민중단체의 활동들이 모두 북의 지령에 의한 활동이라고 매도되고 있다.
정권과 공안기관이 이렇게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휘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태원 참사와 정부의 무능, 강제징용문제의 굴욕적 해결, 민생 파탄과 경제 위기, 연이은 외교 참사,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해 터져 나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 정권의 실정을 가릴 수 있는 희생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늘 이러한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정권의 위기탈출과 국면전환을 위해 공안 탄압을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규탄한다.
공안 탄압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틀어막는다고 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공안 탄압으로 반대자들을 탄압했던 과거 이승만 정권과 군부 독재정권, 그리고 박근혜 정권의 끝은 국민들의 항쟁이었다. 윤석열 정권은 공안몰이, 간첩조작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더 큰 항쟁에 직면하기 전에 지금의 민생 파탄과 경제 위기, 외교 참사와 전쟁 위기 국면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부터 해야한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정원을 해체하라.
국가보안법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는 법으로, 해방 이후에는 정권의 반대자를 탄압하고 민주주의,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정원과 같은 공안기관과 합심하여 수많은 인권 유린 피해자와 양심수, 억울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를 양산하고 있는 법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구속되어 있는 4명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변호인의 조력 하에서만 조사를 받겠다고 국정원에 거듭 밝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자백강요를 위한 강제인치를 끊임없이 시도하고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정원 해체가 민주주의와 사회 발전의 시작점이다.
탄압이면 항쟁이다.
정권의 위기와 실정을 가리고, 국면전환용 공안 탄압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심판하자. 반민주 반통일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고 국정원을 해체시키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2차 조사를 받고 건물을 나오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2차 피의자 조사를 받고 10일 오후 10시35분쯤 귀가했다. 2차 조사는 1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대표는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건물을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오늘 조사도 역시 제가 낸 진술서의 단어의 의미나 문장의 해석, 이런 것으로 절반의 시간을 보냈고 의견을 묻는 질문이 상당히 많았다”며 “왜 다시 불렀나 의심이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렇다고 새로이 제시되는 증거도 없고 검찰에 포획된 대장동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 말고는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며 “정말 이럴 시간에 50억 클럽을 수사하든지, 전세사기범을 잡든지,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든지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검찰의 역할이다, (조사가) 매우 부당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국민이 맡긴 권력을 이런 식으로 특정 정치권력을 위해서 사적 보복에 사용하는 것은 정말 옳지 않다”며 “이 모든 장면들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조사 도중 서면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찾기보다는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한 질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반복적인 출석 요구를 시도하면서 조사를 빙자한 괴롭히기, 즉 가학성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이날까지 두 차례에 걸쳐 대장동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위례신도시 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사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는다. 성남시 내부 비밀을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려 재산상 이득을 취하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있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치위기, 전쟁위기, 민생위기와 함께 시작된 2023년. 민플러스는 노‧농‧빈 민중단체 대표와 전국민중행동, 그리고 진보정당 대표를 만나 위기 극복 방안과 투쟁계획을 듣는 연속 대담을 기획했다. 공통된 관심사는 윤석열 검찰독재를 어떻게 끝장낼까에 맞춰졌다. [편집자]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최영찬 위원장이 오늘(10일) 대법원에서 실형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민주노총을 악마화하고 진보민중을 적대시하며 공안탄압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 빈민 대표단체의 수장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진 것.
2014년 박근혜 정부 아래서, 민선 5기 오세훈 서울시장(2010년)의 노점상 가이드라인을 본뜬 노점상 탄압 정책에 맞서 싸웠다는 게 구속 사유다.
▲ 10일 구속된 최영찬 민주노련 위원장. 7일 본지와 인터뷰가 있었다.
그들이 먹은 ‘떡볶이, 어묵’은 어디로 갔을까…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던 그날, 최 위원장은 지방 일정이 잡혀 있었다. 다음 날 새벽 안동교도소에서 출소할 노점상 동료의 석방 환영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의 동료는 남한산성 입구에서 노점을 했고, 강제철거에 저항하다 공무집행 방해죄로 2년 실형을 살았다. 동료가 출소한 지 이틀 뒤인 10일, 그 역시 서울 강남, 동작, 인천 남동구 등지에서 노점 강제철거에 맞서 싸우다 구속에 이르렀다. 노점상 탄압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싸우고 싸운 그에게 죄를 덧씌웠다.
남한산성 투쟁도, 서울지역 투쟁도 당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장사 보장’ 약속을 번복하면서 생긴 일이다.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새누리당)는 노점상단체와 합의를 뒤집고 철거를 강행했고, 신현희 강남구청장(새누리당)도 마찬가지였다.
신 구청장은 부임하면서 “불법과는 타협이 없다”고 선포했다. “노점 강제철거에 사용하겠다는 용역비가 30억이었는데, 구청장 부임 후 3개월 만에 20억에 가까이 돈이 투입됐다. 천문학적인 돈”이라고 최 위원장은 말했다.
▲ 서울 강남 강제집행 당시 모습. [사진 : 민주노련]
지자체장들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노점상에 대한 탄압은 극심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당시 지방 정부들도 대부분 새누리당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진 자들, 부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세력이 당선됐으니, 그들은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민원을 핑계 삼으면서 건물주들이나 사회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펼쳤죠.”
“값비싼 아파트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노점들이, 상인들이 사람을 모이게 했기 때문이에요.”
최 위원장은 안산 5일장(場)을 예로 들었다. “허허벌판으로 쫓겨난 노점상들이 23년간 그곳에서 5일장을 열었어요. 장(場)이 서고 조금씩 상권이 형성돼 도시로 변모했고, 지금은 화려한 빌딩 숲이 되었습니다. 그곳에 고가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상권을 만들었던 주역들은 내쫓겨지기 바빴습니다.” 재래시장이 있으면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안산 5일장의 노점상들은 지금 텐트를 치고 강제철거에 맞서 투쟁 중이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친서민’을 강조하면서 재래시장이나 노점을 방문해 떡볶이를 먹고, 어묵을 먹으며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당선만 되면 그곳에 가서 단속하고 철거한다.
“이명박이 후보 시절 들렀던 노점이 6곳 정도 되는데, 그곳 노점들은 이미 다 사라졌다”고 최 위원장은 설명했다.
▲ 사진제공 : 최인기 민주노련 수석부위원장
‘노동자 탄압’과 닮은 ‘노점상 탄압’
그들이 노점 철거 정책을 들이미는 근거엔 ‘법’과 ‘원칙’이 있다. 마치 지금의 윤석열 정부와 닮은 꼴이다. ‘법과 원칙’을 내세운 자들이 노점상을 탄압하는 방법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방법과 많이도 닮았다.
“돈으로 죽이는 거예요. 과태료. 예전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단위로 과태료가 나옵니다. 적게는 10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 300만 원…. 안산 5일장 투쟁의 경우 벌써 과태료가 1억을 넘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법과 원칙’을 들이대며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를 때리고, 경제적으로 압박하며 생계를 옥죄는 방법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억울해도 고소·고발조차 쉽지 않다. 고소·고발을 하면 바로 보복 단속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계에 쫓기다 보니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도 녹록지 않기 때문에 법정 공방을 시작하면 불리할 때가 많습니다. 도시빈민의 취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악랄한 형태인 거죠.”
▲ 서울 강남 강제집행 당시 모습. [사진 : 민주노련]
“벌금 말고 세금 내고 싶다”
그래서 노점상, 도시빈민들은 자신들을 위한 법을 만들기로 했다.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벌금’ 아닌 ‘세금’ 내고 떳떳하게 장사하고 싶다.”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최 위원장이 “노점상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노점상은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코드번호를 갖고 있다. ‘5322’(노점 및 이동 판매원). 노점상도 명백한 직업이라는 뜻이다. 영세사업자가 면세 대상인 것처럼 노점상도 우리 세법에 ‘면세 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노점상에게 붙여지는 ‘불법’, ‘탈세’란 단어는 틀린 말이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말대로 노점상들은 벌금(과태료)을 명목으로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의 세금을 내고 있고, 벌금이 쌓이고 쌓여 1억 원까지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노점상도 떳떳하게 장사해 벌금이 아닌 세금을 내겠다”는 것, 이런 의지를 담은 것이 노점상특별법 제정 투쟁이다. 더 이상 노점상이라는 직업을 숨기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지 않고, 당당한 ‘사회경제적 주체’로 인정받으며 세금을 내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난 2021년, 5만 국민의 동의를 얻어 법안을 발의했다. 스스로 법안을 만들고 발의하면서 노점상들의 자존감도 높아졌다. “강제철거에 저항했던 투쟁에서 한발 나아가 이 사회 ‘경제적 주체’로서의 당당함을 채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강제철거 계고장이 날라오면 연대 온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고, 그러다 다치고 하면서 거의 방어적인 투쟁만 계속해 왔습니다. 외부에서 ‘노점상들은 불쌍하니까’, ‘먹고 살아야 하니까’라고 보는 시각도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젠 수세적인 방어에서 완전히 벗어나려고 합니다.”
‘노점은 시민들에게 볼거리,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더 똘똘 뭉쳤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권을 스스로 보호’하는 것처럼 “노점상들도 생계권, 그리고 ‘거리에서 일하는 노동권’을 스스로 보호하고 보장받겠다는 의지”라고 최 위원장은 강조했다.
‘강제철거 중단’을 외쳤던 지방자치단체 앞 농성은 어느새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농성으로 바뀌었다. 노점을 찾는 시민들에겐 음식을 내기 전 서명지를 먼저 내밀었다. 그리고 국민동의 청원 5만 서명을 달성한 날, 최 위원장은 홍대 앞 노점에서 회원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노점상특별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회부돼 있는 상태다. 이제 공세적으로 싸워 쟁취해야 할 일이 남았다.
최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할 인물들”이라는 말로 일갈했다.
그리고, 윤 정권을 향해 쏘아붙였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패악질을 많이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하자마자 자본의 배만 불리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죠,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면서 예산은 엄청나게 삭감했고, 노골적으로 부자 감세를 한 상황이에요.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하려면 철거민, 쫓겨나는 도시빈민은 당연히 늘어날 겁니다. 투쟁하는 철거민을 가두는 것도 그렇고, 무슨 ‘간첩단’ 사건까지 만드는 것을 보면,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처벌하고, 제 갈 길만 가는 패악스런, 패륜적인 집단이나 다름없어요.”
민선 5기(2010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만든 노점 가이드라인도 현재까지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지자체로 내려가면서 더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년 노점 계약을 맺어야 하며, 재산이 2억 5천을 넘어가면 재계약에서 탈락한다. 집 전셋값도 여기 포함된다. 부부가 같이 노점을 하다가 한 명이 아프기라도 할 시, 사람을 고용하면 가이드라인에 저촉된다. 오죽하면 노점상들 입에서 “노점 죽이는 가이드라인”이라는 소리까지 나올까….
▲ 사진제공 : 최인기 민주노련 수석부위원장
탄압 거셀수록 투쟁은 더 거세진다
“윤석열이 노동자·농민·빈민을 상대로 기선 제압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을 텐데, 오산입니다. 탄압이 거셀수록 우리의 투쟁은 강해지며, 연대의 힘도 강해질 것입니다.”
스스로 노점상을 ‘거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칭한 최 위원장은 회원들과 함께 화물연대 노동자 투쟁에도 쉼 없이 연대했다. 노동자 못지않은 투쟁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탄압이 있는 곳에 노동자·농민·빈민 가릴 거 없이 투쟁할 것이며, 노점상특별법 쟁취를 위해 더 강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1988년 6월 13일, 독재정권의 대대적인 탄압에 맞서 전국의 노점상들이 생존권 쟁취를 위해 투쟁해 승리한 날. 노동자들이 5.1 노동절, 11월13일 전태일 열사 기일을 기념하듯, 노점상들도 이날을 기념해 매년 ‘6.13전국노점상대회’를 열어 왔다. 민주노련은 “6.13대회를 노점상 특별법 쟁취의 날로, 윤석열 정부와 맞짱뜨는 날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높이고 있다.
최 위원장은 “탄압이 있기에 조직사업(민주노련 가입사업)도 잘 된다”는 믿음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탄압에 맞서 투쟁해야 할 노점상들이 민주노련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민주노련 사무실 한 벽면을 차지한 ‘회원현황 게시판’은 현재의 조직현황을 다 써넣기엔 부족한 상황이었다.
최 위원장은 또, 사회경제적 주체로 떳떳하게 노점을 일궈나갈 회원들과 함께 ‘도시빈민의 직접정치’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었다. “노예처럼 살고, 누구의 정책에 휩쓸려 사는 것이 아닌, 노점상이 떳떳한 사회를 만들고, 정치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앞으로의 과제가 많다”는 최 위원장.
그는 재판을 사흘 앞둔 이날, 회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을 이렇게 남겼다. 그리고 옥중투쟁 결의도 불사했다.
“이젠 싸워야 할 때입니다. 더더욱 뭉치고, 조직화해야 합니다. 우리도 노동자입니다. 노동자와 농민, 연대 투쟁의 파고를 강하게 다져야 합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시간을,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역행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세상은 일하는 사람이 잘 살고,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우리의 숙명입니다. 물러섬 없이 투쟁합시다.”
▲ 노점상특별법 제정 투쟁 당시 최영찬 위원장. [사진 : 민주노련]
최인기 민주노련 수석부위원장도 오늘(10일) 최영찬 위원장과 함께 구속됐다. 구속자만 모두 6명이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본지에 30회에 걸쳐 ‘최인기 빈민스토리’를 연재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최인기 빈민스토리’ 보기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가담자들에 대해 1심에서 대부분 유죄 판단이 내려지면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주가조작 거래에 김 여사의 주식계좌가 동원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다른 공범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증거를 검토해 필요한 수사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권에서는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차 주가조작 선수 이씨 공소시효 지나 무죄... 검건희 여사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심 선고에서 피고인들의 유·무죄 판단과 함께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안은 2009년 12월부터 3년동안 이어진 주가조작 행위를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아직 기소되지 않은 공범들의 공소시효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김 여사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위해선 공소시효가 남아있어야 한다.
검찰은 권오수 전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전체 범죄 기간을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로 봤다. 또한 이 전체 기간을, 주가조작을 위한 거래가 집중된 시기를 기준으로 5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9월 20일까지, 2단계는 2010년 9월 24일부터 2011년 4월 18일까지다. 2011년 4월 19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가 3~5단계 구간이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 5단계가 하나로 연결된 '하나의 범죄'라고 주장했다.
검찰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하면 마지막 범행이 끝난 시점이 2012년 12월 7일이므로 이로부터 10년 후인 2022년 12월 7일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특히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사건 관련자 중 한 사람만 기소되면 나머지 공범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검찰이 지난 2021년 12월 3일 권 전 회장 등 가담자들을 재판에 넘겼으니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2009년 12월부터 3년 동안 이어진 5단계의 주가조작 행위를 포괄일죄로 본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재판부는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7일(2단계 일부부터 5단계)까지 이뤄진 주가조작 행위에 대해서는 포괄일죄, 즉 하나의 범죄로 판단했다. 다시 말해 주가조작 1단계(2009년 12월 23일~2010년 9월 20일)와 2단계 일부(2010년 9월 24일~2010년 10월 20일) 시기에 이뤄진 주가조작에 대해서만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1단계 등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주가조작 '선수'로 가담한 이아무개씨에 대해서는 면소 및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1심 선고 직후 이씨에 대한 무죄 판결에 주목하면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주장을 편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1심 법원은 대통령 배우자가 맡긴 계좌로 일임 매매를 했던 A(이아무개씨)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었다'며 면소 판결을 했다"며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년여 동안 이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경우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고 판단한 시기에 주가조작 세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시세조정 거래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여럿 드러났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주장이 모두 맞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에서 드러난 김건희-2차 작전 세력 연관 정황
▲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가 합장인사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2월 2일 공판에서 드러난 주가조작 의심 거래 관련 정황이다. 해당 거래는 2010년 11월 1일 이뤄졌다. 이 공판에서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아무개씨를 상대로 한 검찰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30여 차례 이상 나왔다. 공판 당일 있었던 검사와 민씨의 대화 중 일부다.
검사 : "2010년 11월 1일 문자메시지다. (주가조작 선수) 김OO이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고 하니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다." 민OO : "네."
검사 : "7초 있다가 김건희 명의 계좌에서 3300원에 8만 주 매도 주문이 나왔다. 매수 성명은 민OO 등. 그럼 여기서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한 대상자는 누구냐?" 민OO : "추정밖에 할 수 없다. 이○○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검사 : "하나만 추가로 더 묻자. 당시에 김건희 명의 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했다. 그럼 저 문자를 봤을 때 누군가가 김건희한테 전화해서 팔라고 했다는 거다. 증인은 이OO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럼 이OO이 김건희한테 직접 연락해서 주문 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인가?" 민OO : "그건 잘 모른다."
주가조작 선수들의 지시 후 7초 뒤에 김 여사 명의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수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한 주문이 나왔는데 이 거래를 한 인물이 김 여사 본인이거나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 검찰 심문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 거래가 이뤄진 2010년 11월 1일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김 여사가 '선수' 이아무개씨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한 2010년 5월 이후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2차 시기에 가담한 이들과 연관이 있다는 정황은 또 있다. 지난해 4월 8일 공판 때 공개된 '김건희.xlsx'라는 이름의 파일이다. 해당 파일은 2011년 1월 13일 작성된 것으로,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자세히 기록됐다. 해당 파일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시기 핵심으로 활동한 작전세력이 임원으로 있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사무실 경리직원의 노트북에서 발견됐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26일 <뉴스타파>는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을 바탕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세력이 1차 주가조작이 종료된 2010년 9월부터 10월 말 사이 김 여사의 '우리기술' 종목도 관리했고, 여기엔 김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 이름과 거래량도 기록돼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공소시효' 논란에 대해 민주당 중앙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양태정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포괄일죄가 되면 결국 마지막 주가조작 행위를 기점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실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아전인수와 침소봉대다. 김 여사가 (2차) 주가조작 세력과 연관됐다는 정황은 공판과정에서 계속 확인됐다"라고 지적했다.
김건희 여사, 시세조종 3083건 중에 연루됐는지가 핵심
이날 1심 선고 내용 중 김건희 여사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만한 부분도 있다. 재판부는 김 여사와 비슷하게 주가조작 자금을 댄 혐의를 받았던 '전주' 손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손씨는 2010년 8월 11일경부터 2012년 9월 5일께까지 고가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을 통해 대량으로 주식을 매집해 인위적인 대량매수세를 형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손씨의) 투자종목 선정 경향 비춰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다른 피고인과 연락 하에 시세 조정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큰손 투자자 혹은 이른바 '전주'에 해당할지언정 피고인들과 공모해 시세조정 행위를 가담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봤다.
재판부가 "그 누구하고도 결탁이나 공모하지 않고 저의 주관으로 매수매도했다"는 손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경우 본인의 주식계좌가 1심 재판부가 주가조작 거래로 결론낸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101개와 현실거래 시세조종 3083건 일부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조작 공범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김 여사가 단순히 자산을 불릴 의도로 주식계좌를 맡겨 거래한 것인지,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것인지는 추가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검찰 수사 부실 꼬집은 재판부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 촉구 국회 밤샘 농성토론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특히 재판부는 10일 선고공판에서 권오수 전 회장 등이 호재성 정보를 은밀히 알리거나 주가조작 등을 통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소문을 내 '비정상적 매수 유도 행위'를 했거나 대량매집계좌를 동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권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주면서 투자를 권유해 주식을 산 것으로 본 계좌들에는 김건희 여사 계좌 2개가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언제, 어느 피고인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어떤 비밀정보를 유포 내지 유출하였다는 것이지에 대해 아무런 특정이 없다"라며 "불가피한 개괄적 기재라고 이해하더라도 구체적 증명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정상적 매수유도행위에 대한 개념도 특정되지 않았고 어느 정도 매수하면 '대량 매집'인지도 불특정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검찰 수사가 일부 부실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때문에 1심 재판부가 권오수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주도 세력 및 가담자들에 대해 대거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제 검찰의 추가 수사 여부가 주목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소유지 증거를 검토해 필요한 수사를 검토 중"이라며 "실체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검찰의 수사 의지 부족을 지적하면서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 조작, 허위경력, 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었다. 하지만 특검법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사위에서 5개월째 계류 중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불공정한 검찰의 잣대는 특검으로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국민 앞에 공정하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면 야당 대표를 수사하는 것과 똑같이 검사 60명을 동원해 김건희 여사를 수사해야 한다. 검찰이 계속 김 여사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다면 진실 규명을 위해 특검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과 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회가 10일 오전 서초경찰서 앞에서 국정원의 강제인치 중단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과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9시 30분 서초경찰서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고 헌법위반과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강제인치 중단을 강력 촉구하였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하여 지난해 11월부터 윤석열 정부와 국정원의 공안탄압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1월 31일 ‘창원간첩단’ 혐의로 4명의 진보민중단체 활동가들을 구속하여 강제인치하는 반헌법적 행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운데)가 규탄발언을 마친 후 반인권적 강제인치 규탄 구호를 참가자들과 함께 외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우리나라 헌법에는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구속된 4명의 활동가들은 어떠한 진술도 거부하겠다는 진술거부권 의사를 구두, 문서 등 여러 경로를 통하여 밝혀왔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들의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하면서까지 혈액암 환자의 사지를 붙들며 폭력적으로 인치하는 등 1970,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케 하듯 강제인치하여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난폭한 인권침해를 폭로하였다.
NCCK인권센터 부이사장 박승렬 목사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구속된 활동가들은 오늘로 단식 10일째라고 밝히면서, 이는 전형적인 자백강요 행위이고, 정신적, 신체적 가혹행위로써 현대판 고문행위와 다름없다면서 신랄히 규탄하였다.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진술거부권도,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방어권도 국가보안법 앞에서는 모두 소용이 없다고 개탄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절실히 토로하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윤석열 정권이 농정 실정을 덮으려고 자신의 집까지 털었다면서 공안탄압을 강력히 규탄하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끝으로 윤석열 정권은 전쟁위기, 외교참사, 민생파탄 등의 실정을 진보단체 활동가 몇 명을 잡아넣는다고 하여 가릴 수는 없다면서 오히려 정권의 몰락을 더욱 재촉할 뿐이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공안기관 해체, 윤석열 정권 심판을 목표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지금 이곳 서초경찰서에는 통일, 진보운동 단체 활동가 2분이 수감돼 있다. 가까운 수서경찰서에도 두 분이 있다. 이들의 생활근거지는 경남 창원이다. 이들은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로 압송되어 가족들은 면회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주부까지 서울로 압송하였다. 시작부터 왜 이 렇게 무리한 수사가 이뤄지는가. 국정원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간첩사건으로 조작해 대대적인 종북몰이용으로 삼으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또한 국정원과 경찰보안수사대 합동수사팀은 체포 직후부터 변호인 없이 피의자 신문을 받지 않겠다는 활동가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인치해 신문을 강행했다. 이는 진술거부권 행사를 번복시켜 자백을 강요하는 시도로 보인다. 변호사와 피의자 신문 일정을 협의하지 않고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고지하고 일정을 통보하였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의 조력 하에서만 조사를 받겠다며 국정원의 강제 구인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내복 바람으로 끌고 가거나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로 구인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도 있었다. 현재 4명의 구속자 모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열흘 넘게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단식과 출정거부로 저항하는 활동가들에게 강제인치를 또다시 시도하는 등 국정원과 경찰의 직권남용이 도를 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 행사를 침해하는 명백한 위법 행위다.
이렇게 인권도 무시하면서 초헌법적인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데서 실정을 덮으려는 윤석열 정권의 조바심이 느껴진다. 공안몰이로 노동자를 탄압하고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며 국민을 공포정치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이 존재하는 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안사건, 간첩조작을 계속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도 윤석열 정권에서 또다시 확인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연임에 실패했다. 세계 9위의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중요한 국제인권을 다루는 47개 이사국에 끼지 못한 것이다. 유엔에서조차 폐지를 권고한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살려둔 탓이 크다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언제든 되살아나는 망령,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며, 윤석열 정권의 국면전환용 공안탄압과 무리한 수사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맞서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국정원과 공안기관의 위법하고 반인권적인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지금 구속되어있는 4명의 동지가 어떠한 진술도 거부하겠다는 진술거부권 의사를 구두, 문서 등 여러 경로로 밝혔왔다. 하지만 국정원은 ‘언제든지 진술거부의사를 번복할수 있다’는 궤변으로 이들을 국정원 조사실로 끊임없이 강제로 인치하고 있다. 강제인치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구속된 동지들은 온몸에 피멍이 들정도로 폭력적인 상황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자백강요 행위이고, 정신적, 신체적 가혹행위로써 현대판 고문행위라고 정의해도 무방하다.
헌법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에서도 역시 ‘진술 자체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때문에 진술거부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명시하고 있다. 국정원과 국가보안법, 그리고 지금 정권이 그토록 지켜야 한다며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어디에 있는가. 4명의 동지들은 매일 이뤄지는 위법한 강제인치 시도에 단식투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국정원은 지금 당장 인권유린과 위법한 수사권 남용을 중단해야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헌법’이 모든 법률에 우선한다고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의 국정원과 공안기관은 우리가 받은 교육이 틀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헌법보다 국가보안법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피의자의 인권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진술거부권도,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방어권도 국가보안법 앞에서는 모두 소용이 없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비로소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공안기관이 보여주고 있다.
전쟁위기, 외교참사, 민생파탄의 실정을 진보단체 활동가 몇 명을 잡아넣는다고 하여 가릴수는 없다. 오히려 정권의 몰락을 더욱 재촉할 뿐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그리고 국가보안법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공안기관 해체, 이들을 이용하는 윤석열 정권 심판을 목표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일본군 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윤미향 국회의원이 10일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 기소된 지 약 2년 5개월 만이다. 수많은 의혹 가운데 극히 일부만 기소됐는데, 그 혐의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전부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법원의 판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순간에 파렴치한 범죄자로 낙인 찍힌 윤미향
가족과 지인까지 휘말렸지만 대부분 ‘무혐의’ 처리
정대협 대표와 정의연 이사장을 지냈던 윤 의원은 지난 2020년 5월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로부터 사기·횡령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윤 의원으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직후였다. 이들의 고발 계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정의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이 할머니는 정의연이 후원금을 받아놓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로 인해 오랜 세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헌신해온 윤 의원은 순식간에 ‘피해자 돈을 훔친 파렴치한 도둑’으로 몰렸다. 윤 의원과 정의연에 대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가 벌어지고 무차별적인 언론보도도 쏟아졌다. 윤 의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과 지인들도 비리 의혹과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숱한 의혹 가운데 대다수는 무혐의로 처리돼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정의연 기부금 수입 중 피해자 직접 지원 사업에 쓰지 않은 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기소조차 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다. 정의연은 기부금을 피해자 직접 지원뿐만 아니라 기림, 교육, 홍보, 장학 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도 사용했고, 이는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된 셈이었다.
윤 의원이 단체 공금을 유용해 딸 유학비로 지출하거나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의혹도 무혐의로 처분됐다. 딸 유학비는 윤 의원 부부의 근로소득과 남편의 형사보상금 등으로 충당한 것이고, 아파트도 정기예금과 지인에게 빌린 돈으로 구입한 것이 드러나면서다. 윤 의원이 자신의 아버지를 정의연 부설기관인 ‘안성쉼터’ 관리자로 형식상 등재하고 임금을 줘서 배임했다는 의혹도 무혐의 처분이 됐다. 윤 의원의 아버지가 실제로 일한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윤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장례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지출 내역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화해치유재단 위로금 1억원을 수령하지 말도록 강요했다는 의혹도 증거가 없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외에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기했던 시어머니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에 대한 학대 의혹 등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모두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기도 했다.
국가 사업 성실히 이행했는데, 억지로 트집 잡아 기소 강행한 검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윤 의원과 정의연 실무책임자였던 김 모 전 사무처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여러 의혹이 해소됐음에도 윤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무리한 기소’라는 입장이다. 대부분 해명이 가능하거나 제도적인 미비로 인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리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을 둘러싼 숱한 의혹 가운데 재판으로 넘겨진 건 7가지에 불과한데,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혐의는 윤 의원이 정의연 부설기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허위로 지자체에 등록해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는 것이다. 검찰은 이 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윤 의원이 담당 공무원을 속여 박물관을 등록하고, 이를 이용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신청해 받았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와 담당 공무원의 증언에 따르면 학예사를 갖춰야 한다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 설령 검찰의 주장대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학예사가 상시적으로 근무하지 않았더라도, 이것을 법적으로 문제 삼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의연이 보조금 신청 취지에 따라 실제로 사업을 수행했음이 문체부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박물관 자체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정황에 따르면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다만 박물관 등록 당시 상황을 두고 학예사와 윤 의원의 주장이 주장이 다소 엇갈리고 있어,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판단할 건지가 혐의를 판가름하는 데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학예사 A씨가 박물관 등록시 학예사가 돼주겠다고 허락했고, 그에 따라 이력서와 학예사증을 보내줘서 등록한 것”이라고 밝힌 반면, A씨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참고용’으로 보냈을 뿐이며, 박물관 등록에 자신의 자격증이 활용될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혐의는 정의연이 여성가족부 사업에 참여해 인건비 명목으로 받은 국고보조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혐의(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다. 검찰은 정의연 활동가가 여가부의 사업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받은 인건비를 정의연에 돌려주며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한 것은 애초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실제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인건비를 받았던 전직 활동가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단체에 ‘기부’한 것일 뿐이라고 증언했다. 사업을 혼자서 수행하기엔 기존에 맡고 있던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이 컸고, 그래서 다른 활동가들이 서로 도와가며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인건비를 혼자서 챙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실제 일을 한 대가로 받은 인건비를 어떻게 사용했느냐를 두고 기소한 것 자체가 과도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세 번째 혐의는 후원회원에게 회비를 받을 때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는 것이다. 기부금품 관련법에 따르면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관할 등록청에 미리 등록을 해야 하는데 정의연이 후원회원 모집을 비롯해 ‘나비기금 후원금’, ‘박물관 후원금’, ‘할머니 미국원정 경비’, 심지어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조의금)’를 모집할 때 이를 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아닌 후원회원에게 받는 ‘후원회비’는 기부금품 관련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검찰도 지난 2016년 정대협에 대한 기부금품 관련법 위반 고발 건을 수사한 결과, 정대협이 받은 돈은 ‘후원회비’에 해당하며 기부금 모집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사정 변경 없이 이번에 또다시 같은 혐의로 기소한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불과하다는 게 윤 의원의 입장이다.
그 외 다른 후원금 모집 역시 후원회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회비를 모집한 것이라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예측을 하기 어려운 사망 사건에 따른 장례비 모집을 두고도 ‘미리 등록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검찰이 지난 2020년 5월 21일 오후 기부금 횡령 의혹 등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수사의 일환으로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하러 들어서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0.05.21. ⓒ뉴시스
검찰 논리대로라면 10년 동안 1억 횡령해서 1억 기부한 모순적인 상황
네 번째 혐의는 윤 의원이 정의연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했다(업무상 횡령죄) 혐의다. 계좌 이체, 체크 카드, ATM 인출 등의 방식으로 총 217회에 걸쳐 합계 1억원 상당을 유용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한번에 적게는 수천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사용했다.
관건은 실제 어떻게 사용했느냐를 입증하는 것이다. 윤 의원은 오래된 영수증과 사진 등 증거를 일일이 찾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정의연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할 때마다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적어둔 기록에 남아있었다. ‘OOO 할머니 선물’, ‘해외로밍’, ‘OOO 할머니 바지’, ‘OOO 할머니 운동기’, ‘OOO 할머니 점심’, ‘평화비 건립’ 등이다. 이를 두고 윤 의원은 ‘선 지출, 후 보전’이었다고 해명했는데, 이는 정의연뿐만 아니라 대부분 시민사회단체, 일반 회사에서도 운영하는 방식이라서 횡령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윤 의원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정의연과 김복동의희망에 1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공소사실대로라면 10년 동안 1억원을 횡령해서 1억원을 기부한 모순적인 상황인 것이다.
다섯 번째 혐의는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길 할머니의 상금 등을 탈취했다(준사기)는 혐의다. 그중 핵심은 2017년 11월경 길 할머니가 여성인권상으로 받은 1억원 상금의 절반을 ‘김복동의희망’이라는 단체에 기부한 게 정말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냐다. 검찰은 이를 길 할머니의 건강상태를 악용한 윤 의원의 강요에 의한 기부 행위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선 길 할머니가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할 수 있는 건강상태였다는 윤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와 증언이 잇따랐다. 윤 의원의 준사기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특정된 시점 이후에도, 길 할머니는 수차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길 할머니가 2020년 5월에 양자 입양이라는 법률 행위를 한 사실도 지목됐다. 전문의도 검찰이 주장하는 만큼 길 할머니가 의사 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남은 두 혐의는 모두 ‘안성쉼터’라고 불리는 정의연 부설기관인 안성힐링센터에 관한 것이다. 검찰은 안성쉼터 부지를 정대협이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해 정대협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윤 의원에게 업무상 배임죄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은 윤 의원이 정대협에 손해를 ‘얼마나’ 입혔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는 허점을 노출했다. 게다가 부지 매입은 사업비를 기부한 현대중공업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모두 협의한 결과라는 점에서 업무상 배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반박도 나왔다. 윤 의원의 비리 행위가 어디에서도 포착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윤 의원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도 기소했는데, 안성쉼터가 관할 관청에 숙박업으로 신고되지 않았는데 안성쉼터에서 숙박시설과 설비를 구비해서 약 52회 숙박을 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개방한 사실이 없고, 사업 취지에 맞게 역사교육, 평화교육, 인권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고 실비 수준의 비용만 받았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게다가 ‘52회’라는 공소사실에 중복된 게 포함돼 있다는 것이 드러나 뒤늦게 41회로 수정됐다. 5년 6개월 동안 월 2회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검찰의 주장대로 숙박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오히려 확인된 셈이다.
윤미향 “너무나 고통스러운 2년, 결코 사익 추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찰은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김 전 사무처장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윤 의원과 김 전 사무처장은 최후진술에서 정대협과 정의연에서 활동하면서 결코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재판부의 합당한 판결을 청원했다.
윤 의원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는 수요일마다 ‘위안부 앵벌이 윤미향을 구속하라’는 커다란 현수막과 함께 김학순,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 등 피해자들에 대한 온갖 혐오와 폄훼, 인권유린의 구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제 개인의 고통과 별개로 제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을 두 눈 뜨고 지켜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지난 2년 반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피해자들과 활동가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겪고 있는 이러한 고통의 시간들을 멈추기 위해 저는 죽음을 고민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김복동 할머니 죽음 앞에서 ‘희망이 되겠다’ 했던 약속, 강덕경 할머니의 마지막 병상에서 ‘할머니 가셔도 할머니 몫까지 다하겠으니 믿어달라’ 했던 약속, 황금주 할머니께 ‘할머니 떠나셔도 일본정부의 사죄, 꼭 받아 내겠다’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고, 이를 위해 재판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임해 왔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할머니들께서 걸어오신 인권운동가의 삶이, 세계로부터 영웅으로, 희망으로 평가받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활동이 자의식 없이 비주체적으로 활동가에게 끌려 다닌 운동으로 폄훼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훼손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를 계속하면서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여당 국민의힘의 고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삿대질을 감수하면서까지 김기현 당 대표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일까?
윤 대통령이 당 대표 선거에서 김기현 후보를 밀어주는 이유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다.
홍 시장의 전언에 따르면 “정치경력이 일천해 정치적 기반이 없는 윤 대통령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여의도에 정치적 기반을 갖고 싶어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지 않은 중진 중에 윤 대통령의 의중대로 공천을 할 인물로 김 후보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 후보는 지방 토호 출신으로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지가 아니면 언감생심 대표 자리는 꿈도 꿀 수 없기에 누구보다 조종하기 쉬운 인물이라는 점도 고려되었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이 기어코 김기현 후보를 당 대표로 세우려는 이유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설사 김 후보가 대표에 당선돼 윤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이들이 낙선하면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 아닌가.
혹시 윤 대통령은 총선용 필승 카드를 준비해둔 걸까?
윤 대통령의 총선 전략은 세칭 ‘야권 분열, 진보 압살’로 명명할 수 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기소함으로써 민주당 의원의 탈당을 유도하고, 국민의힘 일부와 합쳐 중도 연합 정당을 창당한다. 이렇게 되면 총선은 3파전 양상으로 흐르고, 지지율 30%의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길이 열린다.
윤 대통령은 이런 구상을 완성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집요하게 물어뜯는다. 이것만으로 안심이 안 된 윤 대통령은 공안정국을 조성해 진보 진영까지 압살한다.
특히 민주노총을 범죄집단으로 악마화함으로써 민주당 지지자들과 진보 진영의 반윤 연대 전선 형성을 차단한다.
실제 민주당 지지자 중엔 윤석열 퇴진에 동의하지만 민주노총 등 진보 진영을 껄끄러워하는 시각이 다수 존재한다. 진보 진영도 ‘죽 쒀서 개 줄일 있냐’며 민주당과의 연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바로 이점을 공략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이런 총선 전략을 관철하기 위해 공안정국 조성에 속도를 낸다. 국방부는 기무사를 부활해 ‘방첩사’로 개칭하고, 국정원 국장급을 수사단장으로 하는 대공 합동수사단까지 출범했다. 또한 서울 31개, 전국 56개 경찰서에 안보수사팀을 신설하고 수사 인력 252명을 증원 채용할 예정이다.
요컨대 윤석열 정권은 검사 출신의 윤핵관을 총선에 대거 출마시켜 야권 분열과 공안 정국 조성을 통해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윤석열 정권 총선 전략의 성공 여부는 반윤 세력의 총단결로 공안 정국을 돌파하느냐에 달렸다. 내년 총선은 이렇게 친윤과 반윤의 대결장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지난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거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 김주애, 당·정·군 최고위 간부들이 참석했다. 10일 주요 아침신문들은 북한의 군사력 과시를 우려하며 딸 김주애의 등장은 ‘후계자 신호’라고 분석했다.
▲ 1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김 위원장은 이날 공개 연설을 하지 않고 핵무력을 위시한 군사력 과시에 집중했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1면 기사 <북, 건군절 열병식서 ‘핵무력’ 과시>에서 “지난 1월 1일 신년사 격의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강대 강’ 대외 전략을 분명히 밝힌 만큼 추가 연설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 경향신문 3면 갈무리.
딸 김주애가 참석한 것을 두고도 ‘후계자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당시 처음 공개된 김주애는 이번 열병식까지 포함해 군 행사에만 다섯 차례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8일 밤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도 김주애는 김정은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았다. 김정은과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았고 귀빈석의 상석을 차지했다”며 “노골적인 우상화 시도다. 일부 전문가와 외신들은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신호’라고 분석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3면 기사 <김정은과 함께 주석단에 오른 김주애…북한군 “백두혈통 결사보위” 외쳐>에서 “김주애의 등장은 북한의 절대 통치권력은 백두혈통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계속 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김영수 서강대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 중앙일보 3면 갈무리.
▲ 동아일보 6면 갈무리.
신문들은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우려하며 군사력 과시를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이달 말 소집한다고 밝히며 “농사 대책을 강구하는 게 절박한 초미의 과제”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주민들이 굶어 죽든 말든 왕조의 영속을 위해 핵 폭주를 계속하겠단 얘기”라며 “한반도의 분단 비극이 4대 세습까지 이어질 것인지 가슴이 답답해 온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이런 핵무장 과시와 세습 정당화를 위한 김정은의 연출 무대 뒤편에는 헐벗고 굶주린 주민들의 고통과 불만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처럼 남아 있다”며 “김정은 정권은 통치자금과 핵개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화폐 해킹 같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의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쇼가 잠시 주민들의 눈을 홀릴 수는 있어도 곯은 배를 채워 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에서 “제재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대거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신호”라며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개발과 북·중·러 밀착에만 기대려 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추천 개입 의혹…조선 “자신 임명한 정권 이중성과 빼닮았다”
송승용 현직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추천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법원장이 2020년 법원행정처 판사를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판사가 대법관 후보에 포함될 수 있도록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에 제시했다는 것이다. 대법관을 제청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권한이지만 대법관 후보 추천 과정에는 대법원장이 개입할 수 없다.
아침신문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송 부장판사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김명수 사법부’ 체제에서 이뤄진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추천의 독립성과 신뢰성도 타격을 받게 된다”며 “논란이 확산되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기 전에 김 대법원장이 나서 진솔하게 설명하는 게 옳다”, “김 대법원장의 향후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지명·제청 과정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김 대법원장은 그동안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숱하게 보였다”며 “사법 개혁을 약속해 놓고는 자신과 이념적 성향이 같은 우리법·인권법 출신 판사들은 요직에 앉히고 문재인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들은 한직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사법 행정을 하겠다며 법원장을 판사 투표로 뽑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해 놓고는 문 정권에서 친정권 성향 판결을 한 판사를 최다 득표자가 아닌데도 법원장에 임명했다. 민주적으로 했다는 포장만 씌워 결국 ‘자기 사람’ 앉힌 것”이라며 “자신을 임명한 정권의 이중성과 빼닮았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연금개혁안 발표 무산에 국회 ‘무책임’ 지적한 언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당초 4월로 예정됐던 연금 개혁안 발표 시점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연금특위는 지난 8일 민간자문위원회로부터 연금 개혁 논의 상황을 전달받고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 대신 기초연금·퇴직연금 등과 연계된 ‘구조 개혁’에 집중하겠다며 논의 방향을 선회했다. 이번 방향 전환을 두고 아침신문들은 “국회가 연금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전했다.
▲ 경향신문 5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5면 기사 <연금 ‘큰 틀’ 개혁 맞지만, 여야 ‘의지’가 안 보인다>에서 “(전문가들은) 민간자문위에서 완성된 모수개혁 권고안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이를 중단하면 연급개혁 방향 자체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이제야 구조개혁 논의를 들고 나온 것도 문제다.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란 것을 알면서도 국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연금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9일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문제는 다양한 견해가 있고 연금특위에서 쉽게 합의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10월에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내면 국회가 받아서 최종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연금개혁 떠넘기는 국회, 미적대는 정부>에서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조정은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히는데, 사실상 국회가 손을 떼고 정부에 넘긴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정부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우려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연금 개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국회 연금특위가 연금개혁에서 발을 빼려는 기류는 일찌감치 감지됐다”며 “정부가 국회로, 국회가 다시 정부로 연금개혁의 의무를 떠넘기는 사이 개혁 시기를 놓쳐 치러야 할 비용은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빤히 보이는 연금재앙을 정부도 국회도 막을 생각이 없어 보이니 그 무책임이 놀랍고 실망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산하 민간자문위와 합의안 초안 마련에 실패하자 특위는 공을 정부로 넘겨 연금개혁 시계를 원점으로 되돌려놨다”며 “불가피한 국민적 갈등을 회피하려는 것인데 내년 총선을 의식한 무책임한 행보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서로 핑퐁만 하면서 연금개혁이 제대로 될지 낙관하기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김용균 항소심 원청대표 무죄…한겨레 “중대재해법 존재 이유 다시 일깨워”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의 당시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 대표가 9일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서부발전 본부장도 무죄를 받았고, 함께 기소됐던 이들 대부분이 감형됐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1면에서 판결 소식을 전한 뒤 사설에서 “1심보다 외려 후퇴한 판결”이라며 “피고들은 줄곧 ‘점검구에 왜 몸을 집어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거나 ‘고인이 과욕을 부린 것 같다’는 주장을 폈는데,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김용균씨의 죽음으로 천신만고 끝에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차례로 시행됐지만, 이 사건 재판에는 소급 적용될 수 없다. 1심보다 기존 산안법을 더욱 좁게 해석한 것도 적잖은 문제지만, 무엇보다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됐다. 한겨레는 “사고 당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었다면 엄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참사였다는 점에서 이 법의 절실한 필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모르는 게 능사가 될 수 없게 하고, 원청 현장에서 작업하는 하청업체가 안전 설비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현실 등을 반영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아울러 “그러나 시행된 지 갓 1년여 만에 이 법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족시킨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티에프(TF)’는 이 법을 손보겠다고 공언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실려 있다. 처벌 대상과 요건은 훨씬 까다롭게 하고 처벌 수위는 크게 낮추려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김용균씨 같은 희생자를 계속 양산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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