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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장상인, 코로나에 농산물값 급등…이중고 그 이상

팟값 7천원대...재난소득으로 10단 사면 끝
코로나19, 농산물값 상승에 시장상인 시름 겹겹
식품사·마트 “가격상승, 제품에 영향 커...예의주시 중”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파 한 단의 최곳값이 1만원을 넘은 지 수일 째다. 좀처럼 진정될 줄 모르는 농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은 전통시장 상인과 마트, 식품 가공 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본지는 10일 경기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일대를 둘러봤다. 흔하게 먹던 파를 비롯해 농수산물 가격이 급상승해 전통시장의 활기 또한 전보다 무거워진 분위기다.

 

못골종합시장의 한 채소가게 상인은 “며칠 전까진 여기서도 파 한 단에 6000~7000원까지 했다. 그나마 오늘은 (도매가가) 좀 나아져서 5000원대에 판다”며 “가격 올랐다고 하던 것도 한 이틀 전까지다. 시장에서 팔기야 이만하지만, 사람들은 마트를 자주 찾는 편인지라 이렇게 내놔도 안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 속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안 가게에 쌓여있는 고추들 (사진=현지용 기자) 
▲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 속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안 가게에 쌓여있는 고추들 (사진=현지용 기자) 

 

지동시장에서 고추와 고추기름을 파는 상인도 “김장철 땐 고추 찾는 손님들이 그래도 꽤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찾는 손님들도 줄어들어 쌓아두기만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자 전통시장 손님들까지 발길이 뜸해져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상인은 장사의 어려움으로 취재진의 물음에 날카롭게 반응하기도 했다. 미나리광시장의 다른 상인은 “코로나라도 올 손님들은 온다. 하지만 코로나 전에는 주중에도 여기 일대에 손님들이 붐볐다”고 사정을 토로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하는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달 농산품들의 가격은 전년대비 크게 상승했다. 가장 가격이 크게 오른 파의 경우 1kg 평균값은 지난 4일 7575원에서 지난 10일 7455원으로 120원 하락했다. 이외 고구마, 배추, 고추, 양파, 사과·배 등 농산물 상당 품목의 가격 전반이 평균 20~30% 가량 올랐다.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11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팔달문 인근의 전통시장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농산물 가격 상승에 우려하는 입장은 시장상인과 소비자뿐만 아니다. 소비자를 비롯해 식품 가공·조미료 회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한 대형 식품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농산물 값이 고공행진하다 보니, 파나 고추 등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은 이를 함유하는 제품들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재 농산물 비축분이 있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조만간 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당장의 제품 가격 인상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대형마트도 이에 대해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부 농산물은 단단한 껍질의 과일처럼 일정 정도 비축에 용이함을 가진 상품이 아니다. 쉽게 보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현재로선) 농가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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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남주는 왜 재벌집 담장을 넘었나

[손호철의 발자국]3. 전남 해남 : '무장강도'를 찾아서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제일 좋아하는 여행코스는 강진과 해남이다. 글이 막히거나 세상 돌아가는 것이 답답하면 차를 몰고 강진으로 달려가 '뿌리의 길'을 지나 다산초당으로 올라간다. 초당을 내려와 강진시장서 귀리밥을 먹은 뒤 해남의 땅 끝으로 달려가 산꼭대기에 위태롭게 자리 잡고 있는 초미니 암자 도솔암에 올라 남해바다를 바라보면 속세의 모든 번뇌를 잊게 된다.


 

다시 서쪽으로 차를 달려 진도 앞바다에 가면 명량대첩의 울둘목이 나온다. 우수영의 진도대교 밑에서 눈을 감고 울둘목의 회오리바다가 내는,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를 듣고 있으면 온몸으로 느껴지는 이순신의 고독과 민중들의 처절한 신음소리, 분노에 찬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으로 찾는 곳은 '무장강도'의 생가다. 현대사 답사에 "웬 무장강도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그 무장강도의 이름은 김남주(1946~1994)다. 그렇다. 시인과 무장강도.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지만, 분단체제가 최종 봉인된 1953년 후 이 땅의 시인 중, 아니 예술가중 가장 '실천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김남주는 무장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  


 

▲ 전남 해남에 있는 '민족시인', '혁명시인' 김남주의 생가 ⓒ손호철
▲ 김남주 생가 바로 앞의 풍경. 해남 농촌 가난한 농가에서 자란 그는 그 뿌리를 잊지 않았다. ⓒ손호철

해남읍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삼선면 봉학리 마을회관 앞에 위치한 김 시인의 생가에 들어서면 상징 같은 굵은 뿔테 안경을 쓴 그의 동상과 여러 시비들이 맞는다. 그 시비들 사이로 보이는 시인의 생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건물이 있다. 흰색으로 칠해진 이 투박한 건물에는 앞쪽으로 난 작은 창에 철막대기들이 몇 개 설치되어 있다. 김 시인이 살던 감옥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 김남주 생가에 있는 김남주 시인의 흉상 ⓒ손호철
▲ 생가 뒷편에 만들어놓은 감옥의 모형. 이 같은 감방에서 김 시인은 근 10년을 보내며 결국 병을 얻었다. ⓒ손호철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호남의 인재들이 다니던 광주일고에 들어간 그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기대를 잔뜩 받았지만, 획일적인 입시교육에 실망해 자퇴했다. 검정고시로 전남대에 들어가서도 가족들의 기대와 달리 운동권이 된 그는 유신에 저항해 지하신문을 만들어 배포하다가 감옥살이를 했다. 그리고 해남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시인이 됐다. 그는 가족, 특히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자신의 심정을 <그리고 나는>에서 다음 같이 노래했다.


 

그러나 나는 / 면서기가 되어 / 집안의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다. 

황금을 갈퀴질하는 금판사가 되어 / 문중의 자랑도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항상 이런 곳에 있고자 했다 / 인간적인 의무가 있는 곳에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한 곳 / 착취와 억압이 있는 바로 그 곳에 (이하 생략)


 

▲ 김남주 소개돌 위에 핀 붉은 코스모스 잎이 뜨겁게 살다 처연하게 진 그의 삶을 상징하는 것 같다. ⓒ손호철

유신 말기인 1978년 12월부터 강남의 부유층들의 집에 강도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1979년 4월 27일 아침 10시, 당시 재벌 2세들의 문란한 사생활로 문제가 된 '7공자'들의 한 명으로 알려진 최원석 동아건설 사장집에 3인조 무장장도가 침입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재빨리 출동해 격투 끝에 주범은 잡히고 두 명은 도주했다. 도주한 두 명 중 한 명이 김남주 시인이었다.


 

수사팀에는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남영동의 저승사자' 이근안이 있었다. 그는 최 씨 일가로부터 강도들이 '혁명군자금'을 운운했다는 진술을 듣고 연이은 강도 사건이 단순한 강도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이를 추적해 이 사건이 비밀조직인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의 전위조직인 한국민주투쟁국민위원회(민투)의 소행인 것을 밝혀내고 남민전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결국 김 시인은 남민전 동지들과 함께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았고, 15년을 선고받아 생가에 지은 작은 감방 같은 감방에서 9년 3개월을 살다가 민주화가 되면서 형집행정지로 1988년 석방됐다. 놀라운 것은 김 시인이 쓴 510편의 시 중 360편이 감옥에서 쓴 것이라는 사실이다.


 

▲ 김남주의 시 '자유', '사랑은'을 새겨놓은 시비와 대나무숲이 조화롭다. ⓒ손호철

이탈리아는 무솔리니가 지배하던 1930년 파시즘 시대에도 집필을 허용해 공산당 당수였던 안토니오 그람시는 감옥에서 <옥중수고>라는 불후의 명작을 썼다. 우리는 군사독재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위 민주화가 된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초기까지도 감방에서 펜과 종이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김 시인은 우유를 싼 못을 갈아 은박지에 쓰거나 연필심을 구해 화장지에 어렵게 쓴 시를 더 어렵게 밖으로 내보냈다.


 

▲ 김남주의 시집인 <진혼가>. 그는 감옥에서 은박지에 못을 갈아 시를 써서 몰래 밖으로 내보냈다.

그는 한국시 중에서 가장 혁명적인 강력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그의 '종과 주인'은 충격적이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주인은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목을 베어버렸다 

바로 그 낫으로


 

김 시인은 이처럼 뜨거운 열혈투사였지만, 고문과 오랜 감옥 생활에서 얻은 병으로 49살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어야 했다. 도대체 남민전은 무엇이고, 왜 김남주는 무장강도 행위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 이 모두는 유신이 낳은 비극이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 선포 후에도 민청학련 등 학생들의 저항이 일어나자 이를 짓밟기 위해 1960년대에 무리하게 이들을 기소했다. 문제가 됐던 대구 지역 혁신 세력인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이 조직 재건을 위해 재건위를 만들었다고 조작해 핵심인사들에 사형선고를 내렸고 대법원 판결 직후 사형을 집행했다(이에 대해서는 '손호철의 발자국' 27회 '대구 인혁당', <한국일보> 2021년 2월 8일자 참조).


 

국제법학자협회가 '사법사상 가장 암흑의 날'이라고 평한 이 사건은 민주화 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조작사건으로, 박 정권은 고문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사형집행 후에도 가족들에게 사체를 돌려주지 않고 화장을 하는 반인륜적인 행패를 부렸다.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 박정희의 오른 팔인 중앙정보부장으로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의 최후진술이다. 박정희의 심복의 심정이 그러했으니, 민주화운동 세력, 특히 인혁당의 동지들의 심정은 오죽 했겠는가?
 

 

인혁당의 동지로 1차 사건 때 옥살이를 했으나 민청학련 때는 도주해 사형을 피한 이재문은 동지들의 사형 소식에 날로 심해지는 유신의 횡포를 목격하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1976년 2월 또 다른 지하당이었던 통혁당 관계자 신향식, 남조선혁명전략당 김병권과 만나 유신을 끝장내고 우리 사회를 제대로 민주화하기 위해서는 남베트남해방과 베트남통일의 기초가 된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남민전을 조직하기로 합의했다.


 

김남주 시인으로부터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사건 발표 당시 한 대기업의 파리주재원으로 근무 중이어서 다행히 체포를 피하고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택시기사로 일했던 이야기를 나중에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라는 베스트셀러로 쓴 홍세화, 이후 보수 정치인으로 탈바꿈해 이명박의 오른팔이 된 이재오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합류했다.

 

이들은 유신 붕괴 직전 체포되어 10‧26, 5‧18 등의 격변 속에서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재문은 81년 옥중 병사하고 신형식은 82년 사형이 집행됐다. 이근안은 이후 잡혀온 시국사범들에게 이재문이 옥중 병사한 것은 자기의 고문 때문이라며 겁을 줬다고 한다.

 

 
▲ 남민전 재판 장면. 이재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의문사위원회 자료사진
▲ 남민전의 리더였던 이재문의 묘소는 모란공원 묘지의 민주민족열사 묘역에 자리잡고 있다. ⓒ손호철

검찰은 남민전에 대해 김일성 지시를 받지 않았지만 북한의 대남간첩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민전은 북괴에 지시에 의한 남한의 혁명세력이 아니라 남한 출신 인사의 자주적 혁명단체"이고 '북한과 접촉이 이루어질 경우 대등한 입장에서 접촉한다'는 것이 공식적 입장이었다. 즉 통혁당 등 과거의 지하조직들과 달리 북한과 연계되지 않는 독자적인 조직이었다. 보수언론들도 과거와 달리 '자생적 공산주의집단'인 '코레콩(코리안 베트콩)'이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남민전의 강령은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볼 때는 다소 급진적일 수 있지만, 80년대나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차라리 '온건한' 내용이었다. 남민전의 10대 강령은 1. 국제제국주의의 신식민지 체제와 그 앞잡이 박정희의 유신 독재를 타도하고 민족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연합정권 수립, 2. 폭넓은 진보적 민주정치 실현, 3. 민족자주적인 자립경제 수립, 4. 경자유전 원칙에 의한 토지개혁 단행, 5. 남녀평등 실현, 지방색 타파, 6. 민족자주적 교육 실현과 민족문화 계승발전, 7. 국가와 인민을 보위하는 군대 건설, 8. 평화와 중립의 자주외교 실현, 9. 7‧4남북공동선언의 원칙과 토대 위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 촉진, 10. 일체의 침략전쟁 반대, 세계평화 옹호이다. 

논쟁이 된다면 투쟁 방식이다. 남민전은 유신에 반대하는 유인물 '민중의 소리'를 만들어 여러 차례 배포했다. 그러나 '상식'을 넘어선 유신과 싸우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전통적 방법 이외의 '비상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예비군훈련장에서 소총 1정을 빼돌려 비축했고 혁명군자금 마련을 위해 무장강도와 같은 '비전통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또 인혁당재건위 사형수 가족으로부터 8인의 속옷을 받아 그것으로 해방 직후 여운형이 만들었던 조선인민공화국(인공)의 인공기를 닮은 깃발을 만들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심의원원회는 유신이라는 당시 상황, 즉 "암울했던 폭압적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미 사망한 이재문 등 3명과 신청을 하지 않은 홍세화, 이재오 등은 제외한 김남주 등 29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정부의 판정이 인정하듯이, 남민전과 무장강도는 유신이 얼마나 양심적 지식인들을 극한으로 몰고 갔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일종의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는 김 시인의 집을 나서자 무장강도까지 불사했던 열혈투사 김남주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같이 가자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 내가 넘어지면 네가 일으켜주고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의 '가장 따뜻한 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의 시비 ⓒ손호철
 
손호철

화가를 꿈꾸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로 진학했다. 독재에 맞서다 제적, 투옥, 강제 징집을 거쳐 8년 만에 졸업했다. 어렵게 기자가 됐지만, '1980년 광주 학살'에 저항하다 유학을 갔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하며 진보적 학술 활동과 사회운동을 펼쳐왔다. <국가와 민주주의>, <한국과 한국 정치>,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 등 이론서와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레드 로드-대장정 13800KM 중국을 보다> 등 역사 기행서를 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111835323900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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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보름] 0.97... 한국 초기 속도, 영국만큼 빠르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3/12 09:41
  • 수정일
    2021/03/12 09: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초기 13일간 접종 상황 비교해보니... 효과 발휘하는 견고한 백신 접종 인프라... "잘하고 있다"

21.03.12 07:10l최종 업데이트 21.03.12 07:10l
그래픽: 이은영(ohmyey)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에 앞서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채우고 있다.
▲  지난 2월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에 앞서 의료진이 주사기에 백신을 채우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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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일)로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딱 보름째.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된 주요 국가들과 초기 13일째 접종자 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00명당 0.97명으로, 영국(0.99명)과 비슷한 접종 속도를 나타냈다. 이스라엘(11.53명), 덴마크(1.96명) 등이 보다 빨랐지만 이 국가들은 인구 수가 1000만 명이 채 안되는 규모임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초기 접종 속도는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에서는 영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11일 0시 기준으로 1분기 접종 대상 중 67%, 총 50만635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1차)했다.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13일간 하루에 약 3만8500명씩 접종한 셈이다. 국민 100명 당으로 환산하면 0.97명이다. 오늘 공개되는 12일 접종 수치까지 합치면 접종자 수는 국민 1%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본격적인 '대량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고 볼 순 없다. 1분기에는 의료진과 요양병원시설 종사자 위주로 접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발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비슷한 시기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본, 콜롬비아, 호주 등과 비교하면 속도가 매우 빠르고 진행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초기 13일 접종 속도] 100명당 영국 0.99, 한국 0.97, 독일 0.67... 미국 0.59... 일본 0.03
 

큰사진보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13일째 기준 인구 100명당 접종자 수
▲  (원 출처: Ourworldindata 사이트)
ⓒ 이은영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를 통해 백신 접종 후 13일째의 '인구 100명 당 백신 접종자 수'를 살펴보면,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와 비슷한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백신 접종 13일째인 지난해 12월 20일 67만5286건, 인구 100명당 0.99명을 접종했다. 유럽 내에서 영국은 백신 접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 2월 28일 영국은 접종 83일만에 1차 접종자 20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은 독일(0.67명), 스페인(0.59명), 벨기에(0.23명), 이탈리아(0.87명), 프랑스(0.12명)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접종 13일째와 비교해봐도 접종 속도가 빠르다. 유럽 국가들은 접종을 시작했던 지난해 12월에 확진자 1만 명이 훌쩍 넘는 대규모 집단감염을 겪으면서 백신에 대한 수용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초반 2주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유럽 국가들의 초기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보관 및 유통의 용이성이 한국에서 빠른 접종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며칠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한 콜롬비아(0.33명)와 호주(0.3명)도 한국에 비하면 접종 속도가 매우 느리다.

반면 일본은 상황이 심각하다. 접종 13일째인 지난 1일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자 수가 0.03명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9일이나 접종 시작이 빨랐지만, 현재도 접종자 수는 10만 명(3월 9일 기준)을 겨우 넘긴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은 점, 백신 잔여액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수 주사기가 확보되지 않은 점, 백신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불신 등이 접종 속도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 평가] "잘하고 있다"... 보건소의 힘
 
 거창보건소의 백신 접종 대기.
▲  경남 거창보건소에서 백신 접종 대기중인 사람들. 코로나19 백신 접종 국면에서 전국의 보건소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거창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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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백신 접종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운송이나 보관 등에서도 큰 문제는 없이 진행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또한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백신 접종을 해 본 경험이 있고, 행정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실행하는데 있어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백신 공적 인프라'가 속도전에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은 복잡한 과정을 동반한다. 운송·보관·장소·접종자 선정 등을 작동시킬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다행히 한국은 치료 영역은 물론 백신 접종 인프라가 질적·양적으로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데는 보건소의 역할이 컸다"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 경우 지자체 '보건과'에서 행정관리만 한다면, 우리는 '보건소'에서 행정과 동시에 직접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 일반 의원에서도 백신 접종을 진행하겠지만 '찾아가는 접종' 등을 시행하려면 공적 인프라의 존재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해 독감백신 무료접종 당시 하루에만 최대 180만 명을 접종한 바 있다(첫날인 2020년 10월 19일). 충분한 물량만 확보된다면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접종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동교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자원관리반장은 지난 10일 기자들 앞에서 2차 접종용 물량을 1차 접종에 미리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돼 비교적 공급이 안정적이므로, 2차 접종 지연을 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11일 방역당국이 65세 이상 고연령층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하며 3월 중 37만 6천 명을 추가로 접종한다고 발표한만큼, 백신 접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변수 ①] 4~5월 백신 공급 우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26일 인천국제공항 회물터미널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백신을 옮기고 있다. 극저온 상태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공항까지 대한항공 화물기를 통해 도착한 백신은 이후 군 수송지원본부 호위 하에 서울국립중앙의료원 등 5개 도시의 접종센터로 안전하게 배송된다.
▲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2월 26일 인천국제공항 회물터미널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백신을 옮기고 있다. 극저온 상태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공항까지 대한항공 화물기를 통해 도착한 백신은 이후 군 수송지원본부 호위 하에 서울국립중앙의료원 등 5개 도시의 접종센터로 안전하게 배송된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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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초기 성적일 뿐,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에 도달하는까지는 변수가 많다.

무엇보다 2분기부터는 한국이 확보한 백신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 유럽 역시 올해 1~2월 백신 접종이 한창일 당시 공급 물량이 부족해 애를 먹은 만큼, 빠른 백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 명분,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이다. 이달 중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제 백신기구 코백스 퍼실리티를 거쳐 34만 5000명분, 화이자 백신은 50만 명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2분기 중에는 5월말부터 6월까지 개별 계약으로 들어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50만 명 분, 4~5월 중 코백스퍼실리티를 통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0만 5000명 분, 6월까지 화이자 300만 명분이 들어온다. 
   
문제는 2분기에는 만 65세 이상이 접종대상인데, 총 812만 5천 명 규모다. 자칫 수급에 지연이 발생하면 4~5월에 백신 부족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2분기 중에 도입되기로 한 노바백스, 얀센, 모더나 백신 등도 아직 공급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예방접종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 들어오는대로 접종하면 될만큼 준비는 잘 되어있다"라며 "다만, 확보한 백신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변수 ②] 이상반응 대응이 백신 신뢰도 좌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반응 관찰실에 대기하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반응 관찰실에 대기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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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이상반응 역시 접종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증 부작용이나 사망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막상 백신 접종을 시작하자 젋은층 사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발열·통증·오한 등을 겪었다는 반응이 속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대의 이상반응 신고 비율(3.0%)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항원이 들어갔을 때 면역학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강도가 좀 더 면역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세고, 이상반응을 좀 더 세게 겪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아나필락시스 쇼크같은 중증 이상반응이 아닌 통상 일어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접종이 일반인으로 확대될수록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대중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는 의료진이 사실상 의무적으로 백신을 맞는 상황이라 괜찮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고열이나 통증에 시달릴 경우 접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명확한 당국의 발표가 있어야 일반인들이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 병원장은 "백신 접종 후 발열 때문에 응급실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사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괜찮아지는데 불안하니까 응급실로 몰리는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대규모 접종을 하게 되면 응급실이 마비될 수 있다. 더구나 코로나 증상과 겹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의 대응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39도 이상이 아니면 괜찮다. 사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백신 접종한 사람에게는 책임 지고 유급 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하면서,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변수 ③]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독감 백신 접종 당시 '접종 후 사망자' 소식을 실시간 속보로 보도한 언론이 백신의 신뢰를 전반적으로 하락시켰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언론이 자정작용을 통해 백신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까지 독감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에 사망한 사람 중 백신과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관련 기사: 언론은 '백신 신뢰' 어떻게 흔들었나... "속보 경쟁에 엉망진창" http://omn.kr/1sap0)

기모란 교수는 "언론이 사망 사례를 이야기할 때도 접종군과 비접종군을 대조해서 봐야 하는데, 그런 과학적인 태도를 갖지 않는다"라며 "이상반응을 역학조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망자를 매일매일 카운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마치 사망 사고가 백신 때문에 생긴 것처럼 보도하는게 사회적으로 어떤 이득이 되나"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 허용하면 접종 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언론이 어떻게 보도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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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기’ 의혹, 미흡한 법에 특수통 와도 ‘무관용 처벌’ 어렵다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21-03-11 20:25:50
수정 2021-03-11 20: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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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수진(왼쪽부터) 민변 사무총장,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이강훈 참여연대 실행위원, 박현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2021.03.11.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수진(왼쪽부터) 민변 사무총장,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이강훈 참여연대 실행위원, 박현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2021.03.11.ⓒ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둘러싸고 정부와 야당의 입씨름이 치열하다. 정부는 ‘무관용 원칙’(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처벌하고 ‘패가망신’(정세균 국무총리)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수사하지 않아 ‘물타기’ 결과가 예상된다며 사퇴한 전 검찰총장까지 호명했다.

그러나 둘 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바로 보지 못 했다고 이번 의혹을 폭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 측은 지적했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토지 투기를 막을 법 제도 자체가 미흡하다는 취지다. 법이 부실하니 날고뛰는 특수통이 수사한다고 한들 강력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투기자 처벌과 이익환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반복되는 투기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한 해 두 해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 신도시 대규모 투기를 경험하고도 한국사회는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참여정부인 2003년 2기 신도시 조성 당시 투기에 가담한 공무원 27명을 포함 455명이 구속됐다. 노태우 정부 시절 1989년 1기 신도시 당시 987명이 구속됐는데 그중 131명이 공직자였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오랫동안 축적된 한국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며 “정치권이 누구에게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만든 법 제도가 문제라는 걸 자성하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민변·참여연대 측은 11일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 평가와 제도 개선 방안’ 긴급토론회에서 관련 개정안을 비롯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하남교산공공주택지구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3.11.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하남교산공공주택지구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3.11.ⓒ뉴시스

투기의심자 처벌 어려운 이유

 

이날 정부는 1차 합동조사 결과 투기의심자 총 20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모두 LH 소속이다. 이들을 처벌하려면 신도시로 지정될 것을 미리 알고 토지를 샀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였는지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은 크게 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 특별법 두 가지다. 부패방지법 제7조의2(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본인뿐 아니라 제3자가 얻은 이익도 몰수·추징 대상이다.

공공주택 특별법 제9조 제2항은 공공주택사업에 참여한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관련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문제는 ‘업무처리 중’ 신도시 지정 지구를 알게 된 경우만 처벌하도록 한정한 부분이다. 미공개 정보와 업무 관련성이 없다면, 다시 말해 투기의심자가 신도시 지정 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

이에 처벌 범위를 ‘미공개 중요정보’로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변·참여연대 측이 제안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보면, ▲공공주택 업무와 관련해 재직 중 얻은 재산상 이익의 취득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불특정 다수가 알도록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할 경우 처벌하도록 했다.

처벌이 된다고 해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공직자보다 민간인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더 엄격하게 처벌하는 실정이다. 자본시장법상 민간인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범죄 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안은 공직자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형량을 높이되, 이득이 5억 이상 50억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을,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누설만 해도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미공개 정보를 누설한 공직자만 처벌되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상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거래한 제3자는 처벌되지 않는다. 신도시 지정 업무를 하는 공직자에게 정보를 받은 동료 직원 또는 가족들이 토지를 사들였어도 위법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미공개 중요정보의 제3자 제공 및 이를 이용한 거래 금지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의 이를 이용한 거래 금지 등이 개정안에 담겼다.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1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1ⓒ뉴시스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차명 거래가 꼽힌다. 공직자가 지인을 통해 토지를 사들였다면, 적발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1차 조사 대상은 공직자 본인 실명이었다. 서성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전수조사에서 실명 먼저 파악해야 한다. 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자금 흐름을 통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범죄 단서가 나오지 않았는데 강제수사를 통해 모든 계좌를 추적하는 건 무리”라며 제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투기했다고 형벌로 그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는 법 제도는 있어도 투기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개발 이익이 공공에 환수되지 않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과거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법 및 현행 개발이익환수제도의 대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후 처벌보다 사전 방지를 위해 상시적인 부동산 거래 신고 및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공공주택사업 관련 공직자는 자신과 배우자, 부모·자녀 등이 관련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투기 여부 검증을 위해 2주 이내 거래 사항을 서면으로 신고해 투기 여부를 검증하자는 취지다.

미공개 정보이용만을 규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자체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산 등록과 주식 백지 신탁 등 내용만 담겨있고 부동산은 제외됐다. 이에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관련 공직자와 배우자 등 명의로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등 소유와 관련해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해충돌방지법 부칙에 해당 법 시행 전 토지를 매입했어도 시행 후 판매·수용 등을 통해 이익이 생긴 경우 몰수한다는 부진정 소급을 규정하면 위헌성을 피하면서도 투기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권한대행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1.03.09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권한대행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1.03.0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이번 계기로 부패와 투기 근절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공개 중요정보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먼저 지적됐다. 신도시 지정 과정에서 국토부 장관과 공공주택사업주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자체장, 지방공사 등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를 거친다. 많은 관계자가 참여하는 만큼 정보 유출을 피할 수 없고, 수사를 통해 유출자를 찾는 문제도 쉽지 않다.

이 변호사는 비밀을 지킬 수 없다면 비밀일 필요가 없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주택지구 예상지역에 몇 해 전부터 투기가 성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득하는 토지 보상의 공시지가를 사업인정고시일과 가깝게 계산하지 말고 3년 정도 전 시점을 기준으로 정상적인 가격 상승률 등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공공주택지구의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 최근 경기도의 기본주택이 이와 비슷한 취지다.

이번 투기의심자들 대부분 농지를 선매입한 만큼, 농지 투기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 변호사는 헌법에 기초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언급하며 “부재지주를 대폭 용인하는 농지법상 농지의 소유 제도와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이 매우 완화된 것이 농지 투기를 불러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허위로 발급받아 투기한 경우 묘목 등에 대한 농업손실보상이 없도록 하고, 협의양도인 택지 공급 및 주택 특별공급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패와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박현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누구에게 투자라고 보장된 것의 의미와 실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소수만이 개발 이익을 누려왔고, 선량한 다수의 국민은 소수가 몇 번이나 회전시켜 사유화한 개발 이익을 떠받치고 있었다”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주택 토지 시세차익에 대해 왜 공공이 철저히 개입해야 하는지, 개발 사유화를 막아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 이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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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예산 증가율 적용,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

평통사.민변 방위비분담금협정 폐기·재협상 촉구(전문)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3.11 23:13
  •  
  •  수정 2021.03.11 23:32
  •  
  •  댓글 0
 
평통사는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출처 - 평통사 페이스북]
평통사는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출처 - 평통사 페이스북]

“문재인 정권이 정녕 국민적, 역사적 지탄을 받는 정권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촛불시위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역대 최악의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폐기하는 것이 최소한의 선행 과제다.”

10일 외교부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내용을 발표하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문의 규탄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외교부는 2020~25년 6년간 2020년은 동결, 2021년은 13.9%, 2022-25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되는 11차 SMA가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2021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 7.4%에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를 더해 13.9% 증액했다고 밝혔다.

평통사는 2021년 13.9% 인상안에 대해 “미국의 무도한 방위비분담 대폭 인상 요구에 굴복한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행태”라며 “인건비 최저배정 비율 증대는 미국에 최대 인상률을 보장해 주는 꼼수이자 국민을 속이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국이 인건비 지급 비율을 늘린다고 해서 그것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생계안정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지만 방위비분담금을 전혀 올리지 않고서도, 심지어 더 적은 방위비분담금으로도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를 올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평통사는 또는 “방위비분담금 연간 상승률에 물가상승률보다 증가폭이 훨씬 큰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하면서도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려는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라며 “문재인 정부가 국방예산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아 미국의 이익을 더 크게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SMA의 경우 매해 대부분 물가상승률을 적용했지만 이번에 방위비 증가율을 적용했고, 외교부는 “우리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고 국민 누구나 명확하게 확인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해명했지만 현 정부에서 물가상승률이 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대폭 증액임을 알 수 있다.

SMA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온 평통사는 이 외에도 △방위비분담금은 본래 줄 필요가 없는 돈이며, △막대한 비용의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원하고 있어 전용되거나 남아돌고 있으며, △잠정합의했던 제도 개선마저 포기했으며, △미국 무기 추가 구매 약속 의혹이 있으며, △불법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쓰이고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평통사는 “이토록 굴욕적인 11차 특별협정이 그대로 체결, 비준된다면 문재인 정권은 국민과 역사의 지탄을 면치 못하는 귀태정권이 될 것”이라며 “역대 최악의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는 11일 “발표된 협상 결과는 실망을 넘어 분노스럽다”며 “원점에서 재협상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주한미군의 소요와 무관한 우리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미군 주둔비 지원을 인상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비합리적”이라며 “오히려 우리 정부의 국방비가 늘어날수록 미군에 대한 의존율은 낮아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인상에 합의한 13.9%라는 수치는 트럼프 정부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했던 문재인 정부의 협상 전략에서 나온 수치”라며 “새로운 바이든 정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협상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더군다나 인상안은 코로나 위기가 전면화되기 전에 나온 숫자”라며 “코로나 위기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대응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에도 우리는 많은 토론을 하고 여러 도전을 해왔다”고 짚었다.

 

평통사 기자회견문(전문)

국민의 뜻과 국익을 배반하고 미국 퍼주기에 나선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전면 폐기하라!

-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대미 굴욕적인 최악의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체결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하 특별협정)이 2021년도에는 10차 협정 대비 13.9%를 인상하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매년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인상해주는 것으로 타결됐다. 이는 트럼프 정권의 막가파식 50억 달러 인상 요구에 문재인 정부가 굴복했던 2020년 3월의 잠정합의안보다도 인상률이나 제도개선 등에서 우리 국민의 부담을 더 늘리고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준 안이자 역대 어느 정부 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최악의 굴욕적인 안이다. 이번 11차 특별협정은 ‘갈취’하지 않겠다던 바이든 정권이 가히 ‘갈취’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트럼프 정권을 뛰어넘는 탐욕을 부린 안으로, 이는 협상을 통해 나온 안이라기보다는 바이든 정권이 불러준 대로 그대로 받아적은 안이요, 아니 스스로 갖다 바친 안으로, 이런 치욕적인 안을 국민 앞에 내민 문재인 정권의 과오는 대국민 석고대죄로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이렇게 바이든 정권에게는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대국민 반성과 사죄는커녕 오히려 이를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의 원칙을 지켜낸 협상”이라고 둘러대는 문재인 정부의 전도된 현실 인식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어떤 정권이 이렇게도 뻔뻔하게 국민을 속이고 우롱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에 우리는 국민에게 사상 초유의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이 안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문재인 정권에게 이 안을 즉각 전면 백지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방위비분담금은 본래 줄 필요가 없는 돈이다!

미국은 1991년부터 불법부당하게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한국에 전가해 왔다. 그러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맹국들 중에서 특별협정을 체결해 미군 주둔경비를 지원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말고는 없다. 더욱이 한미소파 5조는 시설과 구역을 한국이 제공하고 주한미군 주둔경비는 미국이 전액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베푸는 은전으로 애초부터 주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또한 한국군은 세계 6위의 강군으로, 한국은 주한미군이 없더라도 충분히 한국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미국에 방위비분담금을 줄 필요가 없다.

이미 미국에 준 방위비분담금도 불법 전용되거나 남아돌고 있으며, 방위비분담금 말고도 한국은 미국에 막대한 비용의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원하고 있다.

더구나 주한미군은 방위비분담금을 평택미군기지 건설이나 소성리 사드기지 공사비로 불법 전용하고 있으며, 3,280억 원(「2019년도 방위비분담 연례집행종합보고서」)은 아예 쓰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현금은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건설비에서 쓰고 남은 돈으로, 1년치 군사건설비(2020년 3,710억 원)에 해당한다. 이러한 불용액은 한국의 국가재정법상 한국 국고로 환수되어야 마땅하다.

나아가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말고도 막대한 규모의 주한미군 경비를 이미 부담하고 있다. 『202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주한미군에 방위비분담금(9602억 원)을 제외하고도 약 2조 원(직접지원 8,106억 원과 간접지원 1조 1,469억 원)을 지원했다. 저평가된 기지 임대료나 누락된 미군탄약저장관리비를 추가하면 실제로는 3조 원 이상을 매년 미군에게 지원하는 셈이다. 약 1조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 등까지를 고려하면 한국이 미군에게 지원하는 비용은 무려 3조 1,500억 원―환경오염 정화에 향후 10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에 달한다. 결국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 총경비 37억 5천만 달러(4조 3천억 원, 「미 국방부, 2021 회계연도 국방예산운영유지비 개요」)의 70% 이상을 보전해 주는 셈이다.

따라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경비 직간집 지원 비용으로 2550명의 미군 1인당를 지원해준다는 셈이다. 2만 5,506명의 주한미군(미 국방부 국방인력자료센터, 2020년 12월 기준) 1인당 약 1억 2,300만 원을 지원해 준다는 셈이다. 이는 2021년 한국군 사병 평균 연봉 661만 원의 18배에 달한다.

13.9% 인상 근거 터무니없다.

문재인 이전의 정부 하에서는 방위비분담금 총액의 인상/인하는 보통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삼았다. 2020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5%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상 최초로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했는데, 2020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5.5%로 13.9%는 물가상승률의 28배에 달한다. 미국의 주한미군 총주둔경비 증가율 0.7%(『회계연도 2021 미군 운영유지비 개요』)에 비춰 봐도 터무니없이 높다.

11차 협정의 13.9% 인상은 이명박 정권 때인 8차 특별협정(2009년) 인상률 2.5%의 5.6배이고, 박근혜 정권 때인 9차 특별협정 인상률 5.8%의 2.4배에 해당한다. 금액으로 비교하면 10차 협정 1조 389억 원 대비 1,441억 원이 인상되는데, 이는 이명박 정권 때의 8차 협정 인상액 160억 원의 9배이고 박근혜 정권 때의 인상액 505억 원의 3배에 달한다.

13.9%의 인상률은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이 1.2% 인상된 일본의 인상률 11배가 넘는다. 정부는 “13.9%라는 수치는 제도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6.5%)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라면서 13.9%로 인상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 마치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계안정, 즉 무급휴직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미국의 무도한 방위비분담 대폭 인상 요구에 굴복한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행태다. 한국이 인건비 지급 비율을 늘린다고 해서 그것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생계안정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지만 방위비분담금을 전혀 올리지 않고서도, 심지어 더 적은 방위비분담금으로도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를 올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불법전용한 돈이나 현금으로 쥐고 있는 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군사건설비나 군수지원비를 줄여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건비 최저배정 비율 증대는 미국에 최대 인상률을 보장해 주는 꼼수이자 국민을 속이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방위비분담금 연간 상승률에 물가상승률보다 증가폭이 훨씬 큰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하면서도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려는 전형적인 미국 퍼주기다.

다년간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서 매년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해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일본은 5년 유효기간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체결하지만 국방비 증가율은 물론이고 물가상승률과도 연동시키지 않는다. 역대 한국 정부도 물가상승률을 연동시킨 적이 있지만 국방비 증가율을 연간 상승률에 연동시킨 전례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국방예산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아 미국의 이익을 더 크게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물가상승률은 1% 안팎에 머물고 있다. 반면 국방예산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에서 평균 7.4%로 이명박 정권의 5.2%나 박근혜 정권의 4.1%보다 훨씬 높다.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하면 2020년 1조 389억 원, 2021년 1조 1,833억 원, 2022년 1조 2,472억 원, 2023년 1조 3,233억 원, 2024년 1조 4,040억 원, 2025년 1조 4,896억 원, 총 7조 6,800억 원이 된다. 문재인 정권 임기에 체결한 10차, 11차 협정기간 동안 무려 8조 7,189억이나 미국에 퍼주게 되는 셈이다.

제도 개악을 제도 개선으로 속이고 잠정합의했던 제도 개선마저 포기해버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규탄한다!

정부는 방위비분담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을 75%에서 87%로 확대한 것, 협정 공백 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선지급을 명문화한 것, 특별협정 개선 합동실무단 공동의장의 격을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올리기로 한 것 등을 제도개선으로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 확대는 방위비분담금 규모를 유지하거나 삭감하지 않고 방위비분담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제도 개악이다.

협정 공백 시 인건비 선지급 명문화는 한미소파에 의거, 당연히 인건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미국을 대신해 한국이 그 의무를 떠맡는다는 점에서 제도 개악이다. 더구나 협정이 미체결된 상태에서는 방위비분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만큼 협정 공백 시 선지급은 그 자체로 불법이고 원천무효이며, 결코 제도개선이 될 수 없다.

또한 미국이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들을 강제 무급휴직시킨 것은 우리 헌법, 노동법, 한미소파 등을 어긴 불법이다. 그럼에도 이런 불법이 재발하지 않도록 불평등한 한미소파 노무 조항을 개정하고 국내 노동법 준수를 의무화하는 것이 제도개선임에도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불법적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을 강제로 무급휴직시킨 것은 한국 정부로부터 대폭적인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끌어내기 위한 노림수였음에도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 확대라는 구실 아래 방위비분담금을 터무니없이 인상해 준 것은 이런 미국의 불법부당한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고 하겠다.

문재인 정권이 이토록 타당성 없는 인건비 인상을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의 원인으로 들먹이는 것은 대폭 인상된 방위비분담금으로 소성리 사드기지 공사비로 쓰도록 하거나 평택미군기지로 들어가기로 한 한미연합사 건물 신축 비용 등으로 불법 전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울러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을 87%로 확대한 것이 미국이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불법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막는 최종 장치가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은 어김없이 한국이 이를 지키도록 강제했지만 자신들의 이해에 맞지 않을 때는 특별협정의 규정을 무시하고 내팽개치는 불법, 탈법, 편법으로 일삼아 왔다. 인건비를 올려줘서 미국의 손에 쥐어 주기보다는 그 돈으로 또다시 미국이 한국인 노무자의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농간을 부릴 때 한국 정부가 직접 지급해 주는 편이 차라리 한국인 노무자에게도, 우리 재정적 측면에도 유리할 것이다.

특히 제도개선과 관련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번 11차 특별협정 타결안이 문재인 정권이 2020년 3월에 잠정합의한 제도개선안조차 따내지 못하고 포기해버렸다는 점이다. 헤럴드경제 보도(2020.4.17)에 따르면 한국은 10차 특별협정 비준 과정에서 국회가 제시한 6개 부대의견(‘작전지원’ 등 추가 항목 신설 불가, 주한미군 경비 전액 부담 금지, 미집행 군수지원 분담금 회수, 특수정보시설 건설에 비한국업체 사용 금지,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 미군 비용 부담 금지, 역외 미군 장비 정비 지원 폐지 등)을 바탕으로 제도개선안을 미국에 요구했고, 이에 대해 미국 협상단도 상당 부분 수용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런 제도개선 합의가 비록 트럼프에 의해서 최종 거부되었지만 이 잠정합의안이 이번 11차 특별협정 타결안의 기본 뼈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지난 제도개선 합의를 지켜내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의 협상에서 얼마나 수세적으로 미국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는지 반면에 우리 헌법기관인 국회의 의견은 얼마나 철저히 무시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기지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는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한국인을 고용한 미군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비용으로, 2014년 협정 타결이 지연됐을 때 미군이 자체 예산 전용을 통해 해결한 사례도 있듯이 마땅히 미국이 해결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제도개선이다.

또한 정확한 소요를 산정해 한국이 원하는 금액을 원하는 곳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소요가 없을 때는 한 푼도 주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제도개선이다.

문재인 정권이 특별협정 개선 합동실무단의 격을 국장급으로 높이기로 했다는 것을 협상의 성과로 드는 것도 서천소가 웃을 일이다. 과연 합동실무단의 격이 낮아서 그 동안 방위비분담금의 평택미군기지나 소성리 사드 기지 건설비로 불법 전용하고 역외 미군 장비 정비 지원, 불법적인 방위비분담금 이자 수취, 특수정보시설 건설에 불법적인 미국업체 사용 등 온갖 불법, 탈법을 자행해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협상 성과를 내세울 것이 없어서 합동실무단의 격을 한 급 높인 것을 제도개선으로 포장할까 생각하니 한국 정부의 궁색함에 참으로 한심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제도개악을 제도개선이라고 국민을 속이고 잠정합의한 제도개선조차 포기해버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과 비굴함에 실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의 불법집행에 면죄부를 주려는 한미 당국을 규탄한다!

더욱이 이번 타결안은 11차 특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0년도 방위비분담 예산을 편성·집행한 국가재정법 및 헌법 위반 행위를 덮고 무마하려는 것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 11차 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은 2020∼2025년이다. 그러나 2020 회계연도 방위비분담 사업은 특별협정이 미체결된 상태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미 회계연도가 지나고 집행을 마친 2020년도의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소급적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020 회계연도를 규율하는 법은 방위비분담이 미체결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한미소파 5조가 적용된다. 따라서 집행된 방위비분담금 7,600억 원은 한미소파 5조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한다. 2020 회계연도는 소급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이 국가재정법과 헌법을 위반해 집행된 불법성이 소각되지 않는다. 11차 특별협정과 같이 이미 회계연도가 끝나고 사업집행이 완료된 경우(2020년도) 소급 적용된 전례도 없다. 그동안 10차례의 특별협정 중 소급 발효된 경우가 네 차례(4차, 5차, 6차, 10차) 있었지만 그때는 다 소급 발효가 적용된 회계연도가 진행 중이었다.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불법 전용과 불법 집행은 이미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번 11차 특별협정 협상에서도 이런 불법 관행 폐지에 대한 우리 국회의 요구가 묵살되었다. 따라서 이 같은 불법 관행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한 우리 국민의 혈세 낭비가 계속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평택미군기지 건설에 사용되는 방위비분담금 불법전용과 수십 년이나 계속되는 주일미군 항공기 등의 해외미군 장비 정비에 쓰이는 방위비분담금의 불법 전용을 합하면 매년 1,912억 원에 이른다. 그만큼 우리 국민은 불필요한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또 방위비분담금을 사드기지 운영비에 쓰지 않는다는 정부의 거듭된 대국민 약속에도 불구하고 2018년 사드기지 탄약고 등 설계비로 5만 달러(6,000만 원)가 쓰였으며, 2021년도에는 4,900만 달러(593억 원)가 집행될 예정이다. 방위비분담금을 사드기지 공사비에 전용하는 것은 한미소파나 특별협정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다. 더욱이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미소파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적용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이런 방위비분담금의 불법 전용을 용인하는 11차 방위비분담 협정안을 단연코 거부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무기 추가 구매 약속에 대한 진상을 밝혀라!

CNN은 방위비분담협정에 한국의 대미 무기구매 약속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향후 3년간 10억 달러(12조 원)의 미국 무기 구매 계획을 설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기왕의 미국 무기 도입 계획에 추가해 방위비분담비를 보충해주는 차원에서 미국 무기 도입을 바이든 정권에 약속해주었다면 그것은 애초 국내에서 도입하기로 한 무기를 미국 무기로 바꾸거나 아니면 도입선을 제3국에서 미국으로 돌리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국방비를 늘려 추가로 미국 무기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었거나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무기 도입 비용과 장비 정비 등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2020년에는 5.1조 원, 2021년에는 4.5조 원에 달한다. 따라서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미국 무기 도입을 추가로 명시한다면 한국이 미국에 지불하는 돈은 방위비분담금과 무기 도입, 장비유지비 등 매년 6조 원을 넘게 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매년 50억 달러의 방위비분담금 요구가 사실상 관철되는 셈이다.

방위비분담금이 이미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쓰이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강요하는 데는 남한 방어를 넘어 역외 신속기동군으로서의 임무가 전면화된 주한미군의 대중 봉쇄를 위한 세계패권 전략 수행 비용으로 사용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올해 들어 오산의 미 7공군 소속 고고도 정찰기 U-2가 두 차례나 남중국해 대만해협에 동원된 바 있는데, 2019년 방위비분담금이 U-2S 정찰기가 소속된 5정찰대대(오산공군기지)의 항공기 격납고 공사에 140억 원이 쓰인 바 있다. 이는 우리 국민의 세금이 이미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에 불법적으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차 특별협정) 합의는 … 민주적 동맹을 활성화하고 현대화하겠다는 약속을 반영한다"면서 “이 새로운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동북아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linchpin)으로서의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준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대한 미국의 이 같은 의미 부여는 방위비분담금이 단순히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분담하는 협정이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을 뒷받침하는 협정이고 한미동맹이 대중국 견제동맹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이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자 ‘준비태세‘ 항목의 신설을 통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주한미군 및 해외주둔 미군의 역외 작전 비용을 부담하는 협정으로 바꾸려고 했던 트럼프 정부의 불법적 기도와 같은 맥락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바이든 정부와의 사이에 ’(역외) 작전지원‘ 항목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 미국이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한국이 책임동맹이나 호혜적 동맹의 입장에서 분담할 수 있는 것은 분담하려고 했다는 백브리핑 내용으로 미뤄 볼 때 11차 특별협정에 대한 바이든 정권의 시각에 한미가 공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한국이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에 대해서 비용적으로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대중국 견제 임무에 한국이 호응해 갈 것임을 예견케 한다. 그러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그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소파가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국 방어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 수행에 방위비분담금을 지원한다면 그것은 방위비분담특별협정과 한미소파,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이에 미국의 불법적인 비용 전가의 통로가 되고 있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간 주한미군기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미군이 한국 방어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전제하에서였다. 그런데 1957년 주한미군이 유엔사령부가 아닌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게 됨으로써 대북 방어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군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최근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연방 법전 10편(군대법)에 근거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준통합사령부로서 존재한다”며 “자신은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대중국 전략과 연계해 임무를 수행한다”라고 밝혔다. 이제 주한미군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수행 임무를 전면화하고 있으며 미 본토 방어와 세계 패권을 위해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애초에도 줄 필요가 없었던 방위비분담금을 이제라도 즉각 폐기해야 하며, 1957년 이래로 미국으로부터 받아냈어야 할 미군기지 임대료도 전면 받아내야 한다.

이토록 굴욕적인 11차 특별협정이 그대로 체결, 비준된다면 문재인 정권은 국민과 역사의 지탄을 면치 못하는 귀태정권이 될 것이다.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은 물론 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도 못한 무능하고 대미 추수적인 문재인 정권을 보기 위해 국민들이 2016~17년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고 문재인 정권의 탄생의 길을 연 것이 아니다. 부동산 실정과 함께 작전통제권 환수에서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 못한, 대미 추수적 안에 미국과 합의하고 임기 내 환수조차 포기한 이 정권을 누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정권으로 보겠는가! 이제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이 물러나야 “나라다운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정녕 국민적, 역사적 지탄을 받는 정권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촛불시위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역대 최악의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폐기하는 것이 최소한의 선행 과제다.

2021년 3월 11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문규현)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성명(전문)

한국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주한미군 주둔지원 특별협정 협상 결과 규탄한다.
공평과 합리의 원칙에 맞게 원점에서 재협상하라.

어제 2021. 3. 10. 외교부는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이 최종 타결되었으며, 2021년도 총액은 2020년 대비 총액으로 13.9% 증가된 1조 1,833억원이고 이 협정은 2025년까지 유효하며 매년 우리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여 총액을 정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발표된 협상 결과는 실망을 넘어 분노스럽다.

방위비분담금의 증액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 지난 2016년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한국이 특별협정으로 주한미군 주둔비의 50% 이상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후로 미군의 규모가 늘어나지도 않았고, 한국이 90% 이상 부담하여 진행한 평택 미군기지 건설 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신규 건설사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천억원의 증액이 왜 필요한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정부는 우리 국방비 증가율을 방위비분담금 인상의 기준으로 삼았는데 주한미군의 소요와 무관한 우리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미군 주둔비 지원을 인상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비합리적이다. 오히려 우리 정부의 국방비가 늘어날수록 미군에 대한 의존율은 낮아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게다가 지난 2019년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서 문재인 정부는 최초로 1조원이 넘는 지원금에 합의하였는데, 이 합의는 이미 전년 대비 787억원 증액, 8.2% 인상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185억원 증액, 2.5%), 박근혜 정부(505억원 증액, 5.8%)와 비교하였을 때도 이미 상당한 증액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또 상당액을 증액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인상에 합의한 13.9%라는 수치는 트럼프 정부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했던 문재인 정부의 협상 전략에서 나온 수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를 새로운 바이든 정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협상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동맹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정부는 새로운 협상 전략도 없이 기존의 내용으로 합의해 버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현 미국 정부 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당시 현 정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친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여 동맹을 갈취한다고 비난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갈취와 다름없는 요구에 대응하며 제시한 13% 인상안을 그대로 관철시킨 것은 역시 동맹 갈취의 연장이 아닌가. 동맹을 존중하고 협력할 의사가 있다면, 주한미군 주둔비의 규모와 분담금의 지원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재조정해야 한다. 더군다나 13% 인상안은 코로나 위기가 전면화되기 전에 나온 숫자이다.

코로나 위기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대응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에도 우리는 많은 토론을 하고 여러 도전을 해왔다. 정부의 한정된 자원을 사용할 때에는 거기에 상응한 근거가 필요하다. 미군이 오염된 토지를 정화하지 않고 반환하여, 이를 치유하는 데 한국이 부담해 온 비용도 수천억원이다. 미군 전투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보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이를 외면하고, 한국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것도 수백억원이다.

공평이나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이번 협상 결과는 한국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협상, 원점에서 재협상하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 김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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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방지 핀셋 정책, 정밀조준에 실패하다

[기고] 임대주택 분류 체계에 '공공성' 기준 넣어야…

하지만 지역과 가격대와 주택 수를 중심으로 정밀하게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 했던 정부의 의도와 달리 핀셋 정책의 유탄을 엉뚱한 피해자들이 맞고 있다. 법인 대상으로 강력한 세제 규제를 하다 보니 시민들에게 저렴하고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는 사회주택을 공급하려고 애써온 법인 사업자들의 사업이 위축될 위험이 있었기에 사회주택협회를 중심으로 예외 조항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에 화답해 법인을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들은 굳이 집을 지어서까지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으니 건설형 임대주택은 법인 종부세, 취득세,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하는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핀셋 정책의 부작용을 핀셋으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결국 놓치는 지점이 생기고 말았다.


 

부동산 투기 방지 핀셋 정책의 유탄을 맞은 공익 추구 법인들


 

시민들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사회주택을 공급해온 함께주택협동조합과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확보해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에 힘써온 함께사는집 뜨락 주택협동조합은 2021년 말 그대로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을 예정이다.


 

토지의 공공성 확보와 사회주택 공급을 통해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함께주택협동조합(이하 함께주택)은 마포구 성미산을 중심으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35세대의 주택을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영리 목적보다는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안적인 주거 모델을 만들고자 애쓰는 협동조합이기에 주변 시세보다 대폭 저렴하게 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함께주택의 첫 번째 주택은 허름한 다가구주택을 매입하여 리모델링한 후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모델이었다. 2호는 뜻이 맞는 조합원들이 함께 돈을 내어 집을 지은 임대주택 유형이며, 3호부터 6호까지는 서울시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정책을 활용하여 토지는 서울시로부터 임대하고 건물은 함께주택이 지어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 유형이다. 함께주택의 경우, 2호부터 6호까지는 직접 집을 지었기 때문에 법인이라 하더라도 건설형 임대주택이라는 예외 조항을 적용받지만 매입 후 리모델링한 1호 주택은 건설형 임대주택에 해당하지 않아 종부세율 6%를 적용받아 2500만 원 가량의 종부세를 내야 할 상황이다.

 

▲ 매입 후 리모델링한 함께주택협동조합 1호 주택. ⓒ이성영

함께사는집 뜨락 주택협동조합은 아파트보다 빌라와 다세대주택이 많은 양천구 목2동에서 마을축제, 플리마켓 등 다양한 마을활동을 하던 분들이 모여 만든 주택협동조합이다. 주민 주도 도시재생의 모범사례인 모기동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만든 주택협동조합이다.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언제든 떠나야 하는 세입자가 아닌 쫓겨날 염려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건물주가 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기에 모기동 마을가꾸기 활동을 하던 핵심 구성원들이 의기투합하여 2016년 1월 11억 원에 빌라를 매입하여 마을 활동의 허브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함께사는집 뜨락 역시 건설형이 아니라 매입형 임대주택이기에 6.17 대책의 법인 종부세 중과를 피할 수 없었다. 2021년에 이들이 내야 할 종부세는 3000여만 원에 달한다. 종부세가 이런 수준이면 협동조합이 소유하여 임대하던 건물을 소유자별로 개별등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의 틀을 유지하는 마을만들기 운동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로 유명한 사회혁신기업 더함 역시 법인 종부세 중과의 유탄을 맞았다. 더함은 주택개발 시행사로서 수익극대화보다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거주 기간을 보장하는 주택 공급과 아파트 커뮤니티 형성에 초점을 맞춘 사회혁신기업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도입했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인 '뉴스테이 정책'은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민간 건설사에게 넘겨주고 건설 비용까지 저리로 빌려주어 민간 건설사가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든 정책이었다. 막대한 개발 이익을 건설사가 독점하는 뉴스테이 사업 구조에 문제 의식을 가진 양동수 변호사는 뉴스테이 정책의 틈새를 공략하여 민간 건설사가 독점하는 막대한 개발 이익을 아파트 입주자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공유하며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를 만들었다.

 

 

위스테이는 현재 남양주 별내 500여 세대는 입주가 끝났고, 고양 지축 지구는 2022년 입주가 예정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위스테이는 개발 기간 중 더함 등 민간이 사업자금을 출자하여 리츠의 주식(아파트 소유권)을 획득하고, 준공 후 입주자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에 이를 양도하게 된다. 리츠의 주식(아파트 소유권)을 획득한 입주민들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와 지위를 동시에 누리게 된다. 개발 및 임대기간 중에는 건설임대형으로 분류되어 종부세 비과세가 적용되지만 민간임대 의무 기간이 끝나는 8년(현행 10년) 후에는 '법인 소유의 매입임대주택'으로 분류되어 세율 6%의 종부세 과세대상이 된다.


 

'법인 소유 매입임대주택'에 일괄적으로 매기는 세율 6%의 종부세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500세대 아파트를 소유하며 저렴하고 안정적인 기간을 보장하는 사회임대주택을 영구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의무 임대 기간인 8년이 지나면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고 매각하는 민간 건설사와 달리 개발 이익과 시세 차익을 커뮤니티에 영구적으로 묻어두어 지속적으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했던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시도가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아울러 저렴하고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기존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식의 사업도 다 중단한 상황이다.


 

급한 불 끄기 - 사회적 기업 및 사회적 협동조합 소유 임대주택 종부세 합산 배제 허용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주택을 매점매석하는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려던 정책이 오히려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며 공익적 가치를 증진시키려 애쓰던 부동산 분야의 사회적 경제 주체들을 고사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원인을 정조준하는 근본적인 정책이 아니라 현상에만 집착하는 대증요법 중심의 핀셋 정책이 낳은 부작용이다. 지난 정책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하고, 부동산 분야의 공공성 증진을 위해 애쓰는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숨통을 틔우는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 분야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법인 종부세 중과 정책의 유탄을 맞은 이유는 현행 임대주택 분류 체계의 한계에 있다. 현행 임대주택 분류 체계는 공급형태(매입형, 건설형)와 공공의 관여 정도(공공주택특별법상 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특별법상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특별법상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로 분류되어 있으며 종부세 합산 배제는 공공임대주택 유형과 6억 미만 매입형 민간임대주택, 9억 미만 건설형 민간임대주택에만 적용하고 있다. 임대주택 분류 체계 속에 '저렴한 양질의 주택 공급, 안정적인 거주 기간 확보, 커뮤니티 활동 강화, 지역사회 공헌 등과 같은 공익적 가치'라는 기준이 없기에 부동산 분야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유탄을 맞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성'이라는 기준이 임대주택 분류 체계에 들어가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공익적 가치를 높이려는 사회적 경제 법인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다주택 법인에 대한 세제·대출 규제에 대해 사회적 경제 주체들은 예외로 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6월 1일이 종부세 부과 기준일이기에 법령과 시행령 전반을 개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6월 1일 사회적 경제 주체 법인들의 종부세 중과이므로,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에 종부세 합산 배제 임대주택에 공공성을 담보하는 '사회적 기업 및 사회적 협동조합' 소유의 임대주택을 포함시킨다면 종부세 중과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고 '공공성' 기준을 임대주택 분류 체계에 넣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그간 수익극대화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기간을 보장하는 주택을 공급하려 애써온 법인들이 다주택자 법인 활용 부동산 투기 방지 정책의 유탄을 맞고 있다. 핀셋정책을 하고자 한다면 정밀함이 핵심이다. 법인 활용 부동산 투기 세력을 향한 세금폭탄이 엉뚱한 곳에 떨어져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정밀한 보정이 필요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사회적 경제의 싹을 틔우고 있던 개척자들의 고사를 막기 위해 국토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1014193397986#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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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백신 맞았습니다, 언론이 좀 과장한 것 같아요

[체험기] 접종 첫째날, 그리고 이튿날 나는... "부작용 있나요" 묻자 약사는 이렇게 답했다

21.03.11 07:29l최종 업데이트 21.03.11 07:29l


나는 미국에 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65세 이상에게 우선으로 접종하는 와중에 내게도 기회가 찾아온 것은, 미국에서 필자의 직업이 백신접종 필수(Essential) 직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우여곡절'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이유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가이드라인만 봐서는 도무지 제대로 된 접종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는 시스템으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은 정상적이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최근 경험에 의한 결론이다. 이 시스템은 보건 및 의료진과 사회안전 질서를 위해 필요한 극소수의 인원에게만 접종하던 시절의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 추측되는데, 특히 65세 이상의 일반인으로 범위를 확대하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드러내고 있다. 

자격여부 확인 어렵고 우선접종 대상자인지도 모호
 

큰사진보기  미국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간 대형마트 내 약국 모습.
▲  미국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간 대형마트 내 약국 모습.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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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의 시작은 신청서를 제출하고 자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부터 발생한다. 65세 이상이거나 필자처럼 필수 직종에 종사하면 우선 접종 대상자에 속한다. 주 보건 당국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그 즉시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65세가 아니라면, 신청자는 접종 시기를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상투적인 대답만 듣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 자신의 접종 순서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접종 신청서를 받는 웹사이트가 사실 몇 곳이 더 있다. 접종을 전담하는 의료기관이나 하청 업체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고, 보다 구체적 계획과 일정을 받을 수도 있다. 보건 당국의 웹사이트에서 무성의한 반응을 접했던 소비자로서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기분이 들 것이다. 


또 다른 혼선은 이들 사설 업체의 웹사이트에서는 접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의료 및 보건 관련의 직종을 제외한 나머지 직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환자의 경우 어떤 상태가 우선 접종 대상자로 되는지에 대한 구분도 모호하기만 하다.  

주변에서 지인들이 겪는 사정을 통해서도 그 불합리성을 알 수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의 직장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매일 수백 명 사람과 접촉하는 필수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청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교도소 교정 요원으로 근무하는 이웃 역시 접종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며 볼멘소리로 보건 당국의 정책을 비판한다.

반면에 보험 설계사로 집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인은, 필수 직종에 해당한다면서 이미 한 달여 전에 백신을 맞았다고 한다. 동물 병원과 은행에 다니는 종사자 중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접종을 마친 경우가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지난 4일, 퇴역 군인에게도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퇴역 군인에게 대상을 확대한 것이라서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파격적이었다. 백신 접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인다. 

다만 암, 당뇨와 같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주변 환자들이 우선접종 대상자에서 벗어난 것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호흡기 환자라든가 과체중에 한해서만 접종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모호한 규정 탓에, 중증 환자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항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지는 환자들은 나이, 질환의 종류, 병력과 상관없이 우선접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백신 두고 빚어지는 미국 내 혼선, 왜일까 생각해보니

이러한 불합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한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백신 할당량이다. 대형 의료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소규모 의료 기관이나 하청 업체는 매일매일 그 할당량이  정해진다. 배급제로 전달되는 백신은 반드시 정해진 기간 안에 모두 소비해야만 한다. 

아직도 주류 사회 백인 노년층에서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일부 과대 선전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남아도는 백신을 어떻게든 소비해야 하는 하청업체의 입장에서는, 우선 접종 대상자의 경계를 허문 뒤 눈치 있고 발 빠른 신청자에게 특혜를 줄 수밖에 없는 특이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추정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의 정책 불일치다. 연방정부에서 내놓은 가이드라인과 프로토콜을 주 정부에서는 다르게 적용하거나, 전혀 따르고 있지 않다는 추론을 세울 수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워싱턴주는 민주당의 아성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바이든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백신 접종률을 평균치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아이다호주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다호주 질병통제국에서는 백신이 남아돌 정도로 여유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홍보하는데, 이것은 그 주의 백신 접종률이 다른 주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주민 대다수가 공화당 골수 지지자이며 백신을 거부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연방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으려는 주 정부의 정책이 한 몫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미국 내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접종이 시행된다. 시급히 시행착오를 정비해 시스템을 보완하지 않으면 대규모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접종 시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위해 신분증과 의료보험 카드를 보여줘야 한다. 65세 이상이라면 의료혜택이라 할 수 있는 메디케어 증명서를 지참하면 되는데, 문제는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절대 빈곤층이거나 외국인 또는 불법 체류자의 경우 백신을 맞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CDC에서는 미국 내 모든 거주자에게 무료로 접종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코로나 백신, 내 차례가 왔다 

며칠 전 내가 사설 업체로부터 접종 통지를 받고서 찾아간 곳은 초대형 마트 안에 설치된 약국이었다. 접종 장소는 현재 거주지와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정해지는 것 같았다. 일반 약국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므로 전혀 생경한 경험은 아니었다. 줄을 서거나 오래 기다리는 일은 없었다. 간단히 인적 정보와 보험 카드를 다시 입력하고,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확인했다. 백신 접종 뒤 모든 의료적 책임을 본인의 소재로 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고 순서를 기다렸다.  

칠순 가량 돼 보이는 부부 한 쌍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고, 내 뒤로 중년 여성 한 분. 이렇게 세 명이 그 시간대 접종 대상자였다. 15분가량 기다리는 동안, 미리 나눠준 모더나(Moderna) 백신 기본 정보가 담긴 팸플릿을 꼼꼼히 읽어볼 수 있었다. 모더나 백신 또한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1차 접종 뒤 4주 후 2차 접종을 맞아야 한다. 
 
  접종지에서 받은 모더나 백신 설명서. 주로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  접종지에서 받은 모더나 백신 설명서. 주로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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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안내서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은, 말 많고 의견이 분분한 '부작용'에 관한 것이었다. 부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백신의 작동원리를 설명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고, 덕분에 백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부작용에 관한 설명은 이미 설명해 놓은 것이 많고 또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내 차례가 돼 약사와 대면하면서 이것저것 질문이 오고 갔다. 약사는 나의 상태와 혹시 기저질환이나 다른 병을 앓고 있는지 물었고 직업에 관해서도 물어봤다(아마도 마지막 자격 테스트가 아니었나 싶다). 기자 정신을 발휘한 나의 질문은 부작용에 관한 것이었다.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답을 해주리라 기대했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구체적인 것을 알려주었다.

"백신 접종에 부작용 있나요" 약사의 대답

약사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설명해줬다. 백신 부작용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고 한다. 지극히 일반적인 부작용과 지극히 개인적인 부작용이 그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99% 넘는 접종자가 지극히 일반적인 부작용을 경험한다고 한다. 하루나 이틀 정도 근육통을 동반하는 등 독감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게 경험하는데, 이는 거의 예외가 없다고 한다. 
 
백신 접종 인증 샷 백신 접종 인증 샷
▲ 백신 접종 인증 샷 백신 접종 인증 샷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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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접종 뒤 실신하거나, 심장발작 또는 사망에까지 이르는 극심한 부작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작용에 해당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면역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극히 희박한 경우라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본 적이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기 어렵다면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일반인이라면 심각한 부작용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내 차례가 왔다. 두근두근거리며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드디어 백신을 맞았다. 약사는 접종 뒤 15분 간 그 자리를 뜨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이상 반응이 일어나면 즉시 알려주거나 911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매년 맞는 독감 백신과는 다르게, 코로나 백신 반응은 즉시 나타났다. 필자가 예민한 탓일 수도 있겠으나 약간의 어지럼증이 나타났고 서서히 몸에서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선입견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접종 뒤 15분간 지켜봤으나, 특이한 반응이 없어 그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본격적인 반응은 2시간 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사 부위 통증이 점점 강도를 높여갔다. 어릴 적 맞았던 콜레라 주사의 기억이 떠올랐다. 간혹 미약하게 메스꺼운 느낌이 나타났고, 집중력 또한 흩어지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지장 줄 정도는 아니었다. 불편함을 느꼈으나 식욕은 떨어지지 않았고, 피곤함 덕분인지 그날은 잠을 깊이 잘 수 있었다. 

백신에 의한 면역 반응은 둘째 날에도 이어졌다. 첫날보다는 반응이 격했다. 말로는 표현하기 미묘한 몇 가지 증상이 더해졌다.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독감 백신보다 몇 배가량 강도가 세다고 생각했다. 먼저 맞은 경험자들의 접종 후기를 읽어보면, 그들도 이틀째가 힘들었다고 공통으로 대답했다. 전날 만난 약사 역시 이틀째가 힘들 것이라며 귀띔해 주었다. 

주사 부위 통증은 파상풍 백신이나 대상 포진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통증과 맞먹었다. 다른 백신과 구분되는 것은, 유독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과 더불어 약한 두통이 드문드문 발생하는 것이었다. 가끔 팔과 다리와 허리 등에서 산발적으로 근육통이 발생하기도 했다. 마치 통증이 온몸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움직이는 것이 귀찮을 정도로 온몸에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소파에 의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약사의 권고대로 '푹' 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흘(3일)째 되는 날, 언제 백신을 맞았나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사 부위에 약간의 통증이 남아 있었고, 잠시 잠깐 집중력이 흩어지는 듯한 증상이 스쳐 지나갈 정도였다.  

이제 4주 후면 2차 접종을 받는다. 어떤 이는 2차 접종이 더욱더 힘들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고도 한다. 사람마다 반응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계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특히 힘들다는 속설이 들린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면 미리 알아보거나, 백신 접종 뒤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일부 언론이 말하는 백신 부작용, 그 정도는 아닙니다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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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말하고 싶다. 일부 한국 언론에서 떠드는 백신 부작용에 관한 기사들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선전·선동을 위해 쓰인 기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다른 나라 언론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백신 자체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고 부작용을 과하게 강조하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국민의 삶과 직결된 보건, 방역과 관련해서는 인본적 태도를 견지해야 하고 고도의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부작용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개인마다 부작용이 약하게 나타날 수도 있고 극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지구촌을 위기로 몰고 간 팬데믹 사태를 하루빨리 끝내려면 지금으로서는 백신 접종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느낀다는 것은 곧 항체가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정도의 고통은 감수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사회구성원의 하나로서 해야 할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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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식대박' 국민연금, 일산대교 통행료 '개미고통' 외면하나

2038년까지 고속도로 10배 통행료 부과
공단 "주무관청서 결정" 인하 시큰둥
24일 '일산대교 통행료 조정' 국회토론회

일산대교 모습 (사진=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일산대교 모습 (사진= 경기사진공동취재단)

 

국민연금공단이 테슬라 주식 투자 성공 등으로 지난해 수십조원의 차익을 실현한 가운데, 과도한 통행비용 징수로 논란이 되는 일산대교 통행료의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고양, 김포, 파주 지역 주민들은 일산대교 사용시 값비싼 이용 요금을 내고 있다. 오는 2038년까지는 일산대교㈜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사업 재구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민들은 향후 20여 년동안 비싼 통행료를 계속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공단이 100% 주주인 일산대교㈜는 앞서 2010년 7월과 2013년 5월 적자를 이유로 일산대교 통행료를 100~200원씩 두 차례 인상했다. 현재 일산대교의 통행료는 경차 600원, 소형(1종) 1200원, 중형(2·3종) 1800원, 대형(4·5종) 2400원이다.

 

일산대교의 길이가 1.84㎞인 것을 감안하면 소형 기준 1㎞당 660원을 받는 셈이다. 이는 수도권 제1순환도로 109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189원 등에 비해 3~5배 비싸다. 특히 1㎞당 49원인 일반 고속도로와 비교하면 일산대교 통행료는 10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달 15일 통행료 조정을 위해 일산대교 사업 자금재조달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24일에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통행료 조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8일에는 이한규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일산대교 통행료 관련 전문가 TF’도 구성돼 자금재조달 협상 개시를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원성과 경기도의 이같은 열정을 애써 외면하는지 민자사업자인 일산대교㈜는 “일산대교 통행료는 경기도와 체결된 실시협약에 의해 주무관청인 경기도가 결정했다”는 형식적인 입장으로, 별다른 대책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가 일산대교 사업 재구조화를 요구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도는 적자구조를 개선해 국민 세금을 절약하고 통행료를 낮추라는 요구를 일산대교㈜측이 계속 거부하자, 지난 2015년 2013년분 MRG 비용 41억930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 등 초강수를 꺼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산대교 측은 협약서에 따라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사업 재구조화를 거부하며 MRG 비용 미지급에 대해 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승소했다. 요금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제1순환도로 통행료 인하방식으로 계약기간을 늘리되 요금은 인하하는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와 수도권제1순환도로(당시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 통행료를 33%를 인하하는 대신에 30년인 운영 기간을 20년 추가로 연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 도로의 민자사업자 서울고속도로㈜의 지분을 86% 보유하고 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은 민자로 건설된 탓에 ㎞당 요금이 132.2원으로, 재정사업으로 추진한 남부구간(㎞당 50.2원)보다 2.6배 비싸 개통 때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천만 일산대교 통행료 무효화 범시민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기간을 늘리고 요금은 인하하는 방법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어떻게든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며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공단이라면서 왜 그 국민에 경기도는 빠져있는지 모르겠다. 반드시 일산대교 매각 등을 통해 통행료 무효화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지은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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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LH땅투기 촉발 전국 부동산 투기 잡힐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3/11 10:40
  • 수정일
    2021/03/11 10: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30년 간 폴리네시아 주민 90% 피폭 피해
세계 원전산업 다시 확대 중
‘부동산 투기’ 특수본 수사 인력 10배 증원

 

9일(현지시각) 프랑스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디스클로즈’는 기밀 해제된 프랑스 군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1966~1996년 동안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이뤄진 핵실험으로 주민 12만5000여명 중 11만명(약 90%)이 피폭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에 보상을 신청한 1만 명의 11배 규모다.

디스클로즈는 피폭 보상이 이뤄지는 국제 기준보다 5배 이상 높은 피폭량이 확인된 주민이 1만1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직접 방사능 피해를 입은 주민 중엔 15세 미만 어린이도 600명 정도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11일 조선일보 14면
▲11일 조선일보 14면
▲11일 한겨레 14면
▲11일 한겨레 14면

 

디스클로즈는 지난 2여년 동안 2000건 가량의 프랑스 국방부 문건과 기후 자료 등을 분석하고 현지 조사를 병행해 분석 결과를 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소속 과학자들과 영국 환경 범죄 조사 기관 인터프르트가 협업했다.

11일 관련 보도를 인용한 한겨레는 디스클로즈의 분석치가 2006년 프랑스 원자력에너지위원회(CEA)가 실시한 피해 규모 평가보다 2~10배 더 컸지만 이를 프랑스 당국이 50년 가까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폴리네시아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63세 카트린 세르다라는 여성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가족 중 8명이 암에 걸렸는데, 이게 과연 정상이냐’고 말했다”며 “일간 르피가로는 보건 전문가들을 인용해 ‘폴리네시아 주민들과 핵실험에 참가한 군인들 사이에서는 갑상선암과 백혈병 발병 사례가 정상치보다 많다’고 했다”고 전했다.

▲11일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9개 1면 모음.
▲11일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9개 1면 모음.
▲11일 경향신문 8면
▲11일 경향신문 8면

 

경향 “기후 변화 방패 삼아 원전산업 ‘기지개’”

경향신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기를 다루며 참사 10년 만에 원전산업이 다시 확장되고 있는 세계 동향을 조명했다. “무대를 마련해 준 것은 기후변화”라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력발전소를 모두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원전에 길을 열어줬다”고 배경을 지적했다.

현재 중국이 건설 중인 원전 16기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50기 가량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경향은 “실제 일본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지금은 한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원전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일 교도통신 여론조사 결과 시민의 76%가 탈원전을 지지했지만 국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11일 경향 9면
▲11일 경향 9면

 

또 다른 지면에선 적체된 해양쓰레기 문제를 조명했다. 10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8~2020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을 보면 국내 해안가에서 매년 평균 11만4212톤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해안가에 밀려온 쓰레기는 연평균 7만8396t톤이고 수중에 잠긴 침적쓰레기는 2만8504t톤, 바닷물에 떠 있는 부유쓰레기는 7312톤 등으로 총 34만2637톤의 양이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에는 9만5631톤, 2019년 10만8644톤, 2020년에는 13만8362톤이다.

지난 3년 평균치로 폐플라스틱이 전체 해안쓰레기의 60.8%(1884㎏)를 차지했다. 목재가 770㎏, 유리가 129㎏ 등으로 뒤를 이었다. 유형 별로 보면 음료수병이나 뚜껑이 26.2%를 차지했고, 스티로폼 부표(20.7%), 어업용 밧줄(17.1%), 비닐봉지 등 필름형(11.8%) 등이 뒤를 이었다.

▲11일 한국 6면
▲11일 한국 6면

 

경실련 “집값, 공공이 값싸게 분양하면 될 문제인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연일 불거지는 가운데 10일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실패한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받는데도 집값이 잡힐 거라고 말하지 않나. 이 정도면 정부가 무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서울 집값 잡으려고 2기 신도시 만들었는데, 집값이 과연 안정됐느냐? 투기에 나선 LH 직원들은 3기 신도시로 폭리를 챙길 수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라며 “투기 전문가들을 고위직에 임명해놓고 공기업과 공무원에게만 공정과 공익을 강조하면 소용이 있겠냐”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투기를 근절하는데 실패했다고 진단하며 “민간에서 지은 10억원짜리 집 옆에 정부가 3억원짜리 집을 분양한다면 누가 10억원에 집을 사겠냐"며 "공공이 값싸게 분양하면 집값이 떨어질 텐데 엉뚱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도 말했다.

▲11일 국민 1면
▲11일 국민 1면
▲11일 국민 5면
▲11일 국민 5면

 

한편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 광명시청 소속 6명, 시흥시청 소속 8명, 경기도의회 의원 1명이 신도시 발표 전부터 토지 수천㎡를 취득한 것을 나타났다. 11일 언론은 ”LH가 촉발한 투기 파문이 신도시 전체 공무원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는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로 격상되면서 인력은 70여명에서 770여명으로 증원됐고 전국 18개 시·도경찰청도 모두 합수본에 투입됐따. 합수본은 각 지역에서 제기되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샅샅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향신문은 LH 직원들의 매입 토지 대부분이 농지인 점과 관련해 “느슨한 ‘농지법’이 투기를 키웠다”며 “사실상 ‘누구나 논밭 살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고치지 않고서는 이번 LH 투기 의혹 같은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1일 경향 1면
▲11일 경향 1면

 

비농민의 농지 취득 자격은 꾸준히 완화돼왔다. 1994년 농지법이 제정된 후 거주요건, 통작거리제한 등의 기준이 사라졌고, 이후에도 수차례 개정되면서 상속 예외, 주말농장 예외, 기업연구소 예외, 대학생 체험영농 예외 등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가능케하는 예외 조항이 양산됐다.

경향은 “현행 농지법은 연간 90일 이상 농사를 짓거나, 1000㎡ 이상 규모의 농사를 지을 경우, 또는 농지에서 연 120만원의 수익을 거두기만 하면 1000㎡보다 큰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농민 자격을 준다”며 “농업회사 출자자 기준이 완화되면서 기획부동산업자들이 농업회사를 차려 땅을 산 뒤 지목을 전용, 지분을 쪼개 파는 사업모델을 탄생시키는 꼼수도 가능해졌다”고도 지적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조삼모사’ 비판

11일 언론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정산을 위한 2020~2025년 유효 기간의 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두고 “미국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외교부가 10일 발표한 협정에 따르면 분담금은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지만 올해부터 2025년까지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에 전년도 국방예산 인상률을 적용하기로 정했다. 올해는 13.9%를 인상해 총액 1조1833억 원을 낸다.

▲11일 동아 6면
▲11일 동아 6면
▲11일 한국 3면
▲11일 한국 3면

 

동아일보는 이에 “다년 계약에 분담금 인상률을 국방예산 증가율에 연동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동안은 인상률에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했다. 9차 협정(2014∼2018년)은 물가지수와 연동하되 4%를 넘는 상한선도 있었다. 협정 첫해를 제외한 4년간 매년 인상률이 1% 안팎에 그쳤다”고 비교했다.

한국일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50% 인상 요구와 비교하면 13.9%는 선방한 수치로 보이지만 함정이 있다”며 “국방비 상승률을 연동한 탓에 매년 인상분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2025년 한국 분담 총액은 1조5000억원을 넘는다”고 분석했다. 결국 “4년 안에 애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한 '50% 인상'에 접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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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국방장관, 17일 동시 방한... 5년 만의 한미 ‘2+2 회의’ 개최

바이든 행정부, ‘동맹 강화’ 전략 한일과 ‘2+2 회의’ 연속 개최... 대북 발언 나올지도 주목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21-03-11 08:21:10
수정 2021-03-11 08:21:10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자료 사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자료 사진)ⓒ뉴시스/AP pool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일본을 거쳐 오는 17일 한국을 동시에 방문한다.

미 국무부는 10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이 17∼18일 한국을 방문해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2+2 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이날 블링컨 장관이 17일부터 18일까지 방한한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방한이 “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에서 평화와 안보, 번영을 증진하는 협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외교부는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의 금번 방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장관급 대표단의 첫 방문으로, 한반도 문제·지역·글로벌 협력에 대한 양국 간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고, 한미 동맹을 한층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의 방한에 관해 “이번 순방은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일본·한국과의 동맹과 파트너십을 재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18일 5년 만에 제5차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2+2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미 간에 ‘2+2 회의’는 지난 2016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게 마지막이다.

이번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한일 동시 방문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강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에 한일 양국과 동시에 ‘2+2 회의’를 개최해 중국 견제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의 4개국 협의체이자 ‘반중(反中) 연대’로 일컬어지는 ‘쿼드(Quad) 정상회의’가 오는 12일 처음 열리는 만큼 미국이 이번 방한에서 이에 관한 설명과 함께 한국의 입장 표명을 요구할지도 관심사다.

또 미국 두 장관의 이번 방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관해 어떠한 발언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번 ‘2+2 회의’에서도 양국의 공동성명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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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학의 무죄'를 만들었다

[손호철의 발자국] 2. 전남 구례 : 안종삼·문형순 생애를 생각한다

"나는 지금부터 여러분들을 모두 방면합니다. 나는 반역으로 몰려 죽을지도 모르지만 내 혼이 480명의 가슴 속에서 지킬 것이니 새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선량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말입니다."

 

1950년 7월 안종삼 구례경찰서장(1903~1977)이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구금하고 있던 보도연맹원 480명을 사살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고심을 하다가 명령을 어기고 이들을 석방하며 한 이야기이다(보도연맹은 과거 좌익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가입시킨 조직으로, 한국전쟁 직후 있었던 이들의 학살에 대해서는 '손호철의 발자국'3. "죄 지을지 모르니 미리 죽인다", <한국일보> 2020년 8월 25일자 참조).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 없습니다. 대신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1950년 8월 제주의 문형순 성산포경찰서장(1897~1966)이 구금 중인 221명의 보도연맹원을 사살하라는 지시를 어기고 석방하며 한 이야기이다.


 

그렇다.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보도연맹원들이 학살당했지만 자신의 양심에 따라 명령에 불복종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경찰들도 있다. 언론에서는 이들에 대해 '한국의 쉰들러'라고 부르기도 한다. 쉰들러는 공직자가 아니었고 따라서 상부의 사살 명령을 직접 어기고 목숨을 구한 것은 아니었기에, 이들은 '쉰들러 그 이상'이다.

 

의인의 '등급'을 매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만, 비교를 하자면, 자신의 아들과 친척을 죽인 가해자들의 목숨을 구한 여수의 손양원 목사와 영광의 박남도 씨가 최고 수준이다('손호철의 발자국'15. "좌익의 우익 학살 또한 똑같이 비판받아야 한다", <한국일보> 2020년 11월16일자 참조).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명령을 불복종하며 수많은 목숨을 구한 안 서장, 문 서장 등이 그 다음이고, 쉰들러는 그 다음일 것이다.


 

인민군이 장악했다가 인천상륙작전으로 후퇴한 구례 지역으로 안 서장이 돌아와 보니 구례는 다른 지역과 달리 '피의 보복' 없이 평온했다고 한다. '恩深洞庭湖 德高方丈山(은심동정호 덕고방장산 : 은혜로움이 동정호 같이 깊고 덕이 방장산 같이 높도다)'. 1951년 그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자 마을 사람들은 10폭 병풍과 함께 써줬다는 한시다. 그는 이 시구의 끝 자를 따서 호를 호산(湖山)으로 지었고 이후 전남도의원 등으로 활동했다(오세구의 블로그, '구례-안종삼 서장').

 

2012년 7월 24일, 그가 480명의 목숨을 살린 지 정확히 62년이 되는 날, 구례경찰서는 그의 동상을 세웠다. 그 동상 앞에 서자 존경심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 구례경찰서에 설치되어 있는 안종삼 전 구례결찰서장의 동상 ⓒ손호철

제주 지방경찰청에도 규모는 작지만 문형순 서장의 흉상이 설치되어 있다.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에는 '집단학살 속의 의로운 사람들'이란 부분에 그의 사진과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 제주시에 있는 제주도경찰청 청사 앞에는 4.3 의인 문형순 전 서귀포서장의 흉상이 설치되어 있다. ⓒ손호철
▲ 제주 4.3평화공원 기념관에는 문 서장의 용기있는 선행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손호철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모퉁이에 문 서장이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고 써서 답신한 학살명령서이다. 많은 친일 경찰들과 달리 평안도 출신으로 일찍이 만주로 넘어가 만주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뒤 독립운동을 했던 그는 해방 후 남쪽에 내려와 경찰에 투신했다.('손호철의 발자국', "토벌대의 두 얼굴 : 차일혁과 김종원", <한국일보> 2020년 12월 7일자에서 지적했듯이, 독립군 출신 경찰과 군인 대부분이 '친민중적'이었다면, 백선엽, 김종원 등 학살의 주범들은 대부분 일본군출신이었다). 4.3 때도 모슬포경찰서장으로 지역좌익 1백 여 명의 명단을 입수하고도 이들을 처형하는 대신 설득해 자수시켜 훈방시켰다.


 

▲ 4.3기념관에 전시 중인 해병대 정보참모의 학살명령서. 우측 상단에 문 서장은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고 써서 돌려보냈다. ⓒ손호철

평생 독신으로 살아 제주도에서 병사한 그는 제주시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묻혀있다. 그곳을 찾았지만 특별한 표시판이 없어 한참을 헤매다가 평안도민회 총무에게 전화를 해 간신히 찾았다. 그의 인품만큼 커다란 나무가 감싸 안고 있는 그의 묘 앞에서 그의 용기와 인간미에 존경심을 표했다.


 

▲ 제주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있는 문 서장의 묘. 낡은 비석으로 찾기 어려웠는데 2020년 12월말 제주경찰서가 새로 비석을 세웠다. ⓒ손호철

최근 제주를 들를 일이 있어 간 김에 문 서장의 묘를 다시 찾았는데, 제주경찰서가 새 비석을 설치해 찾기가 쉬워졌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공동묘지로 들어가는 길은 비포장도로 내리막길로 풀로 덮여 있었는데 풀 밑은 완전히 진흙 밭으로 렌트한 SUV가 빠져나오지 못해 구난차를 불렀지만 구난차도 빠져 나오지 못해 거금을 주고 다시 오프로드 차를 불러 8시간 만에 간신히 빠져나왔다.


 

하루 종일 굶고 일정 망치고 예상 밖의 거금까지 날리고 말았는데, 문 서장 같은 '의인'이 아니라 '악인'을 찾아갔다가 그랬다면 열 받아 쓰러졌을 것이다.

 

 

"여보, 그들을 풀어주세요." 

"그러면 내가 죽는대." 

"그들을 죽여 놓고 당신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이 죽더라도 그들은 살려야 지요."


 

모든 의인들의 생애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이들에 비해 구한 사람들의 수는 적지만, 충북 영동의 이섭진 용화지서 주임(1921-1989)도 의인 중의 한 명이다. 상부 지시에 의해 마을의 농민 등 40명의 보도연맹원을 소집해 놓고 그는 고민에 빠져 부인에게 상의했다. 그는 부인의 설득에 따라 이들을 풀어주고 이들을 가둬 놓은 곳이 허술해 이들이 도망쳤다고 허위보고했다(박민순, "총살 직전 보도연맹원 40명 목숨 구한 시골지서 주임", <오마이뉴스> 2018년 1월22일).

 

그는 명령을 어기고 사람들을 구한 것이 소문이 나서 영동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고, 변두리 보직만 맡다가 일찍 옷을 벗어야 했다. 용화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낡은 비가 하나 세워져 있다. 세월에 파여 이제 읽기조차 어려워진 글귀에 '지서주임 이섭진'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 글이다.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 '영원히 잊지 않는 비'라! 목숨을 구한 가난한 농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곡식을 모아 세운 소중한 비석이다.


 

▲ 충북 영동 용화리의 또 다른 의인 이섭진 지서주임을 기리기 위해, 생명을 구한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곡식을 모아 세운 감사비 ⓒ손호철

충북 괴산군 증평면 증평지서장 안길룡은 더욱 비극적이다. 충북도경 보안과에 근무했던 윤태훈 씨의 증언에 따르면, 안지서장은 보도연맹원 중 억울한 사람들을 풀어줬다가, 헌병대에 의해 근처로 끌려가 즉결 처분 당했다고 한다.

 

증평지서를 찾아가 물어봤지만, 그런 사람이 근무했었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종삼 서장, 문형순 서장이 '인권 경찰'의 표상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라, 안타까웠다. 나는 증평지서 앞에서 물었다. "과연 나는 안 지서장처럼 나의 목숨을 버리고 무고한 사람들을 구할 용기가 있는가?" 자신의 양심에 따른 이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안 지서장에게 묵념을 드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증평을 떠났다.
 

▲ 억울한 보도연맹원들을 구해줬다가 즉결처분당한 인길룡 증평지서장이 근무했던 증평지구대 ⓒ손호철

이 같은 양심적인 명령 거부의 전통을 이어받은 사람이 안병하 치안감(1928-1988)이다. 보도연맹원 학살 거부로부터 30년 뒤인 1980년, 전두환 등 신군부가 광주에서 시민 학살을 자행할 때, 안병하 전라남도경찰국장은 진압 경찰관의 무기 사용과 과잉 진압을 금지했다. 그 때문에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면직 당했으며, 병마에 시달리다 1988년 사망했다. 2017년 정부는 시민 보호의 정신을 높이 평가해 그를 치안감으로 특진추서했고 2020년에 그의 평전도 나왔다.

 

이와는 다소 결을 달리하지만, 일부에서는 제주 4.3과 관련해 제주주민 학살을 위한 출동을 거부한 여수14연대의 '항거'(이에 대해서는 '손호철의 발자국'14. "국가보안법의 단초가 된 여순사건의 비극" <한국일보> 2020년 11월 9일자 참조), 부마항쟁에 대한 박정희의 강경진압 노선에 저항해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의 10.26 거사 역시 이 같은 양심적 명령 거부의 예라고 주장한다.

 

 
▲ 여수 14연대의 제주출병 거부가 '정당한 항쟁'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여순항쟁탑'이라는 이름이 주목을 끄는 순천의 여순기념탑 ⓒ손호철
▲ 김재규의 암살 재현 장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박정희 암살 역시 양심적 명령거부이므로 김재규를 민주화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091731203714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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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보수야당과 언론이 LH수사 경찰 흔들어”

중앙, “윤석열의 ‘대대적 수사’ 동의한다”는 익명주장 비중있게 전해
한국 “과도한 비판은 정치 공세 의혹…중요한 건 수사역량 총 동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이 3기 신도시 전반에 걸친 투기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10일자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새로운 투기 의혹들을 제기했다. 주택공급확대에만 치중한 정부 정책, 이해충돌방지법에 소홀한 국회 등이 모두 작금의 사태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보수 성향 신문을 중심으로는 조사 및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을 높이고 있다. 아래는 이날 9개 신문 1면 모음이다.

▲3월10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3월10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창릉, 하남 등 3기 신도시 전반 투기의혹 확산

한국일보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고양 창릉지구 일대에서도 투기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2017년부터 2019년 5월(3기 신도시 발표 시점)까지 창릉지구 일대에서 10명 이상 공유지분으로 매매·등기된 토지 15곳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10곳에서 지분 쪼개기가 이뤄졌다는 것. 한국일보는 “기획부동산이 임야 등을 저가에 매입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단기간에 비싸게 되판 것으로, 신도시 입지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특히 창릉지구는 신도시 입지로 발표되기 1년 전에 개발계획 도면이 밖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전문가들도 기획부동산의 지분 쪼개기 판매는 3기 신도시 등 개발호재를 노린 전형적인 투기라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A경매법인은 2018년 6월 동산동 임야(4,918㎡)를 4억2000만원에 매입한 뒤 1년 만에 23명에게 지분을 나눠 7억3000만원에 되팔았고, 또 다른 기획부동산이 매입한 향동동 임야(1만706㎡)는 60명이, 용두동 임야(4만2030㎡)는 140명이 공유지분자로 등재돼 있다. 법인 기획부동산 3곳이 2017년 9월 3억1000만원을 주고 사들인 덕양구 향동동 임야(9,124㎡)은 2019년 5월 창릉3기 신도시 발표 직전까지 48명에게 해당 땅의 지분을 쪼개 팔아 1년 반 만에 7억원 넘는 이윤을 남겼다고 한다.

역시 3기 신도시로 지정된 하남에서도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신문은 “경기 하남시의회 의원의 팔순 노모가 3기 신도시인 하남교남 일대의 땅으로 3년 만에 10억원대의 보상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김은영 하남시의원(더불어민주당) 어머니가 2017년 사들인 땅이 편입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매입가의 3배 이상 차익”을 남겼는데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땅의 실소유주가 시의원 부부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3월10일자 동아일보, 서울신문 기사
▲3월10일자 동아일보, 서울신문 기사

김 의원 어머니가 사들인 땅은 중부고속도로 하남나들목에 붙은 3536㎡ 임야로 매입금액은 3억8099만7000원(3.3㎡당 35만5000여원)이었다. 근저당권 총 6억원 중 5억원은 김 의원의 남편 B씨가 설정했다. “팔순을 넘긴 할머니가 시의원 딸 부부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빌려 3기 신도시 지정 1년여 전에 땅을 사들인 셈”이다. 이 신문은 “특히 A씨가 사들인 땅에는 현재 주차장 등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김 의원의 남편이 주차장 등의 임대 계약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남시는 해당 토지의 불법 사용에 대해 2017년 4월 고발명령과 8월 원상복구 및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2018년 김 의원이 당선된 이후에는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9일 경남 진주시 LH 본사와 경기 과천의왕사업본부, 광명시흥사업본부 등 16곳을 압수수색했다. 동아일보는 “경찰은 일부 직원의 자택에서 나대지 등 토지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담긴 토지 개발 관련 지도를 확보해 입수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경찰은 LH 본사 IT기획운영처에서 보관하고 있는 전자문서와 메신저 및 e메일 송수신 내역이 담긴 전산기록 등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며 “이곳에는 LH 본사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본부 등의 자료도 포함돼 있어 수사 범위가 전국 단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공급에 매몰된 정부, 할 일 미룬 국회…예견된 사태인가

한겨레는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에만 치중해 3기 새도시부터 서둘러 적용한 토지·주택 보상 방안이 투기를 불러오는 토양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3기 새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풀리게 될 막대한 보상금에 따른 유동성 과잉을 억제하고 사업 속도도 높이기 위해 대토 보상 활성화, 협의양도인 인센티브 확대 등 보상 제도를 대폭 손질했는데, 이를 계기로 보상을 노리는 외지인들의 투기 유인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것”이다.

▲3월10일자 세계일보 기사
▲3월10일자 세계일보 기사

이 신문은 “국토부는 이주자 택지, 대토 보상, 협의양도인 택지 등으로 나눠지는 기존 주민 토지·주택 보상 수준을 대폭 높였다”며 “그럼에도 투기 방지 대책은 종전과 같이 공공택지 예정지구 공람 공고 직후 개발 예정지와 인접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게 전부로, 달라진 환경에 견줘선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특히 “광명·시흥 땅을 사들인 엘에이치 직원 가운데 보상업무에 관련됐던 일부는 지난해 당시 바뀌는 보상 제도를 훤히 꿰뚫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계일보는 국회의 책임을 물었다. “현재로선 투기에 연루된 LH 직원과 공직자가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활용했는지 규명하고 처벌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며 “이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10년 가까이 국회에서 방치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여야는 2013년 국회에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출된 이래 2015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통과=, 2015년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차명매입 의혹’, 지난해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수천억대 공사 수주’ 의혹 등이 불거졌을 때도 번번이 관련법을 제정하지 않았다. 내달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이제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처리 방침을 다시 꺼내들었다고 이 신문은 꼬집었다.

조사·수사 방식 의문 품는 일부 신문…“논란 백해무익”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은 “조사와 수사를 함께하고, 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그때그때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넘기라”고 지시했다. 중앙일보는 이를 두고 “조사가 수사를 방해할 수 있어 걱정”이라는 익명의 합동조사단 관계자 주장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 관계자의 발언을 비중있게 실었다. “조사 없이 수사만으로 강력하고 빠르게 최대한 많은 증거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거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제시한 대안(대대적 수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주장이다. 기사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남구준 국수본부장을 불러 직접 지휘하는 모양새를 보인 걸 두고는 불법 논란도 제기된다”고 했다. 나아가 익명 기반 직장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게시글을 인용하며 “검찰에는 이런 수사 하고 싶어하는 검사랑 수사관들 너무 많은데 (검찰이 수사에서 배제돼) 안타깝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정부는 합동조사단 구성 때 총리실·경찰·행안부·국세청·금융위는 넣고 검찰과 감사원은 쏙 뺐다. 책임을 지고 조사 받아야 할 국토부는 조사 주체가 됐다”며 “감사원을 뺀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감사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인데 남 얘기 하듯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벌써 총리실은 검찰에 사건 지휘를 맡기는 건 아니라고 했다. 속내는 뻔하다. 정권 불법을 수사해온 검찰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을 감사한 감사원은 내 편이 아니니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라며 “내 편끼리 수사를 해서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빼고 선거에 악재가 될 일은 뒤로 미루려는 속셈일 것”이라 주장했다.

▲3월10일자 중앙일보(위), 한국일보 기사
▲3월10일자 중앙일보(위), 한국일보 기사

반면 한국일보 사설은 “야당과 보수진영 일각의 과도한 경찰 수사 비판은 정치 공세의 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수사 주체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는 건 합리적 비판으로 보기 어렵다. 경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폄훼하고 검찰에 대해 과도한 신뢰를 보냄으로써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흔들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은 6대 중대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됐지만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는 등 여전히 수사에 관여하고, 때로 지원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중요한 건 경찰과 검찰의 수사주도권이 아닌 땅투기 의혹 근절을 위해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사설의 경우 “보수 야당과 언론이 이 사건 수사 주체를 두고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배제돼 수사가 부실해질 것이라며 검찰의 직접수사를 주장한다”며 “막 시행된 수사권 조정 법체계에 맞지 않을뿐더러, 수사 초기부터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선입견으로 경찰을 흔드는 것은 수사 성과를 내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겨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안착에 노력하기는커녕 흠집부터 내려는 것은 정략적 태도다. 당장의 땅투기 의혹 수사에도 방해만 된다”며 “이번 수사가 검경 협력의 모범적 선례를 만들어 수사 성과를 내고 새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쌓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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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 과제…미·중 전략경쟁과 한반도 문제 구분하는 것”

[논설위원의 단도직입]“한국 외교 과제…미·중 전략경쟁과 한반도 문제 구분하는 것”

이용욱 논설위원 woody@kyunghyang.com

입력 : 2021.03.09 20:46 수정 : 2021.03.09 21:01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진전, 비핵화 해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진전, 비핵화 해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성균관대에서 ‘북한의 산업화와 공장관리의 정치: 수령제 정치체제의 사회경제적 기원’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내며 남북 협상, 6자회담을 경험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문가 자문위원과 통일연구원장,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냉전의 추억> <70년의 대화> 등이 있다.

 

한반도 평화시계가 멈춘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있다.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이 불러온 평화의 기운은 이듬해 2·27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로 급속도로 위축됐다. 그해 6월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나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그 효과도 잠시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보조를 맞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선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 윤곽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다리를 놓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1년 남짓 남았다.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을까.
 

지난 7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57)을 만났다. 그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인 2019년 4월 문재인 정부 두 번째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마침 한·미 군 당국이 다음날부터 연합군사훈련을 시작하기로 예고한 터였다.

김 전 장관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엄중한 한반도 정세부터 짚었다. 그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구체화되면 북·중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밀접해지고, 북한의 비핵화 협상 태도가 경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한국 외교의 과제는 미·중 전략경쟁하에서 한반도 문제를 분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아직 북핵 문제 재검토를 하고 있는데, 이란 핵과 비교하면 북핵은 고도화돼 있고 종류가 다양하다. 개입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해결이 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한두 번의 정상회담, 한두 번의 합의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5년 단임제 현실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릴레이 주자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음 정부를 위해 작은 것이라도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엄중한 상황 인식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낙관적 발언을 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도 했다.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가 일상화됐다”(정의용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 답변) 등 정부 일각의 발언을 꼬집은 말로 들렸다.

- 지난 4일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에 취임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한반도평화포럼은 2009년 학자·전직 관료·시민사회가 함께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하자고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걱정하던 때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많은 분들이 활동했다. (전임 이사장은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다.) 남북 차원의 녹색평화를 본격 논의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을 계획이다.”

북한의 하노이 회담 실패, 그 이후 

긴 후유증…북·중 전략적 이해 속
남·북·미·중 ‘4자 회담’ 만들 필요
더 늦기 전 바이든 행정부 설득해야
 

북핵 협상 조기 가동 않은 상태서
한·미·일 삼각협력 본격화하면
유리한 정세로 바꿀 기회 잃기 때문
 

- 최근 발간된 ‘창작과비평’ 191호에 기고한 ‘한반도의 새봄을 위해’라는 글에서 ‘2019년 2월부터의 남북관계 교착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근거 없는 낙관이 착시를 일으킨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하노이 회담 실패의 후유증이 너무나 크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지도자가 6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하노이에) 가서 협상했는데, 실패했다. 후유증이 길고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남·북·미 삼각관계를 통해서 새 기회를 찾겠다는 북한의 시도가 실패한 뒤 북·중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발생했다. 그 뒤 북한은 비핵화에서 더 강경한 입장으로 후퇴한 것이고, 한국의 역할도 부정적으로 보게 됐다. 이런 북한에 대한 미국 불신이 높아지면서 북·미관계도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

-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전략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 재검토를 하고 있는데, 쉽게 이야기해서 엄두가 안 날 것이다. 이란 핵과 비교하면 북핵은 고도화돼 있고 종류가 다양하다. 또 이란 핵합의 복원은 북핵보다는 관심을 기울여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분명하다는 인식이 바이든 행정부에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를 잘 설득해서 가능하면 빠른 시점에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북핵 문제 개입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해결이 더 어렵다는 것을 (우리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 인식시켜야 한다.”

-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분명한 것 같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구체화되면 북·중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밀접해지고, 북한의 비핵화 협상 태도가 경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핵 협상이 조기 재가동되지 않으면 환경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북·미·중의 4자 회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중 간 전략경쟁이 다양한 부문에서 이뤄지지만, 4자 회담이 만들어진다면 북핵 문제를 다루는 미·중 협력 공간이 만들어진다.”

-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화상간담회에서 ‘싱가포르 회담 선언문을 기반으로 바이든 행정부 대북 외교를 시작하면, 김 위원장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선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목표와 상응조치들의 내역을 재확인한 것이다. 협상 재개를 위한 큰 기둥이지만, 바이든 외교안보팀은 싱가포르 합의문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 핵합의를 경험했는데, 이란 핵합의는 자세한 이행계획서로 구성돼 있다.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팀은 북한 비핵화 이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할 것이다.”

- 싱가포르 합의문이 부족하다면 어떤 조치가 있을 수 있나.

“하노이 회담은 실무자들이 합의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일부 제재 완화 교환’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부해 실패했다. 북 핵능력은 고도화됐고 영변 핵시설은 과거와 달리 북핵 능력의 일부다. 핵시설 폐기를 영변에 한정하는 것은 너무 낮은 수준이라는 의견은 일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패한 협상을 바이든 행정부가 그대로 반복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영변 플러스 알파’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핵 동결 대상을 넓힐 수도 있고, 신고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다.”

-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야기했지만 재미교포 이산가족들의 방북을 이야기했다. 그런 부분들은 아낄 필요가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렵다고 하더라도 선제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조치다. 작은 분야지만 신뢰를 쌓는 것은 중요하다.”

임기 1년 남긴 문 정부 

5년 단임제 현실 속 릴레이하듯
다음 위해 실질적 이행 진전시켜야
정부 관계자의 낙관적 발언은 금물
엄중한 상황 인식 국민과 공유해야
 

- 문 대통령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할 기회”라고 했다.

“북핵 문제는 장기 과제다. 한두 번의 정상회담, 한두 번의 합의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년 단임제 현실 속에서 릴레이 주자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음 정부를 위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실질적인 이행을 진전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협상 재개를 통해 북핵 능력이 고도화되지 않고 동결되도록 해야 한다. 핵 동결 필요성을 이야기하면 (보수세력 등은) ‘핵폐기를 포기하는 것이냐’고 비판하지만, 최종 폐기를 위해서라도 현재 수준에서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

- 정부가 상황을 낙관하는 것 아닌가.

“정부도 상황이 복잡하고 엄중하다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상황 관리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비관적인 전망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국민과 함께 상황을 공유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낙관적 발언을 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 전문가들 중에도 막연한 기대감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착시를 일으킨다. 북핵 문제 어렵다. 기대감과 신념으로 되지 않는다.”

- 남북 경제협력도 멈췄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된 이후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북핵 협상이 재개되고 제재가 완화된다고 했을 때 경제협력이 북·중관계 중심에서 남북관계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남북 경제협력 문제를 깊이 있게 접근해야 한다. 남북 경제협력은 비핵화 협상 진전에 달렸지만 그 이전에라도 협력을 통한 우회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 어떻게 우회할 수 있을까.

“남·북·중 삼각협력에서 한·중 협력을 우선 추진하거나 남·북·러 삼각협력에서 한·러 협력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예컨대 남북관계가 뒷받침되면 경의선을 비롯한 남북 철도 연결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뒷받침되지 못한 상황에서 북·중, 북·러 간 철도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한·중 협력, 한·러 협력 등을 통해 접근해서 북한하고 협력을 성사시키는 방법도 있다.”

- 통일부 장관을 하면서 대북 정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결정 구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위상이 가장 높았을 때 (정동영 전) 장관 정책보좌관을 했다. 당시 장관은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그런데 지금 통일부 장관은 권한이 크지 않다. 남북관계가 악화됐을 때 북한은 두 가지 이유로 남쪽을 못 믿겠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미국에 대한) 사대, 둘째는 대결이다. 그런데 사대는 외교의 영역이고 대결은 국방의 영역이다. 통일부 소관 업무가 아닌데도, 책임은 통일부가 져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 조율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지 고민해야 한다.”

-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뒤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식으로 구사해왔다. 그래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남북연락사무소는 대한민국 재산권에 해당하는 것인데, 법적 근거 없이 폭파한 것은 불신을 깊게 만든다.”

남북 경제협력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 높아져 우려
한·중, 한·러 협력으로 물꼬 트는
우회 기회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도쿄 올림픽이 한·일 간 대화뿐 아니라 남북, 북·미, 북·일 간 대화의 기회도 될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대결 국면을 협력 국면으로 전환시켰던 경험이 있다. 올림픽의 기본 정신이 평화다. 도쿄 올림픽도 평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은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통된 바람이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 경우 올림픽과 평화를 연계시키려는 시도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넘어갈 것이다. 도쿄에서 안 된다면 베이징에서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 한·미 군 당국이 연합훈련을 시작했다. 규모가 축소됐다지만 북한 무력도발 등이 우려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관계가 좋을 때는 정상 훈련을 해도 북한이 수용했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으면 축소를 하더라도 관계 악화 빌미로 삼았다. 2021년 봄 훈련은 정세 전환 기회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것이고, 북한 입장에서 대응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보수층은 우리 정부가 너무 북한을 감싸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평가, 대응에 대해 정부는 상황 관리 차원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진보, 보수 정부의 공통된 특징이다. 미국도 한국 정부 입장을 오해하지 않는다. 물론 북한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이 있다. 고립과 봉쇄보다는 접촉이 변화에 효과적이고, 압박보다는 설득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우리 나름의 입장이 있다.”

[논설위원의 단도직입]“한국 외교 과제…미·중 전략경쟁과 한반도 문제 구분하는 것”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92046005&code=910100#csidx51b732f1fad3b0f83b9683cc6823b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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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세에 매일 2시간 스키... 건강비결은?

[오연호의 꿈틀인터뷰] 이근호 설해장학재단 이사장21.03.10 07:33l최종 업데이트 21.03.10 08:04l오연호(oyh)

96세의 질주. 용평리조트에서 스키 타는 이근호 이사장
▲ 96세의 질주. 용평리조트에서 스키 타는 이근호 이사장
ⓒ 용평리조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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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답이 뜻밖이었다.
"평소에 기운이 없었다. 쉽게 피로했다."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 '기운 없음'이라니!

이근호 설해장학재단 이사장은 1926년생이다. 한국나이로 올해 96세.

이 이사장은 요즘 누구보다도 스키 시즌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 한다. 그는 용평스키장에서 매일 2시간씩 스키를 탄다. 오전 9시면 스키 복장을 하고 곤돌라를 타기 위해 젊은 사람들 틈에서 줄을 선다. 인터뷰를 한 이날도 막 2시간 동안 20킬로미터를 질주한 뒤였다.
 이 이사장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 96세에 매일 2시간씩 스키를 탈 정도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의 동창들은 "단 한 명만 남고 다 저 세상으로 갔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여전히 이리 건강하게 살아남아 인생을 즐기고 있을까? 그의 답은 예상 밖이었다.


"평소에 체력이 약했다. 쉽게 피곤함을 느낀 편이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았고 유혹에 빠지지도 않았다. 몸에 해로운 일을 하지 않았다. 특히 피로하니 잠을 많이 잤다."

나의 약점을 나의 강점으로 만든 인생이었다.
 
 60세에 처음 스키를 타서 36년째 즐기고 있는 이근호 이사장
▲  60세에 처음 스키를 타서 36년째 즐기고 있는 이근호 이사장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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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이사장과 용평스키장의 한 호텔에서 만나 두 시간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또 한번 놀란 건 그가 스키를 처음 배운 때가 60세라는 거였다. 60세는 은퇴, 정리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는 그 60세에 스키를 처음 배웠고, 그 후 36년째 즐기고 있다.

그의 삶이 말한다. 인생에 늦은 때는 없다, 인생은 내내 성장기다! 그는 "되돌아보니 내 인생에서 50,60대 때가 제일 좋았다"고 했다.

이근호 이사장은 96년 인생에서 제일 잘 한 것 중의 하나가 50대 중반에 의사의 권고에 따라 미련없이 쉼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해운업을 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의사를 찾아갔더니 노이로제가 심하다고 쉬라고 했다. 그래서 사업을 접고 그 후로는 무리하지 않고 살았다."

이 이사장은 이후 친구의 권유로 대한스키협회 부회장(1983~1987년)이 되었고, 사업을 정리하면서 만든 자금을 종자돈으로 하여 설해장학재단(2003년~)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이 장학재단에서는 스키유망주들을 발굴하여 육성하는데 10억여원을 썼다.

'젊은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교육 개혁이 꼭 필요하다"면서 입시를 위한 교육을 삶을 위한 교육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다음날 아침 스키장의 곤돌라 앞에 줄을 서 있는 이근호 이사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 제가 58세인데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무리하지는 마십시오. 그러나 두려워하지는 마십시오."

이근호 이사장과의 영상인터뷰는 유튜브 <오연호의 꿈틀리마을>에서 볼 수 있다.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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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터뷰 문답 일부 요약.

- 96세에 매일 20킬로미터씩 2시간 정도 스키를 타시는데. 몸에는 지장이 없나요?

"몸에 지장이 있으면 못 타죠. (스키 탄 후에) 목욕하고 나와서 피곤하면 낮잠 한숨 자면 회복이 됩니다."

- 매일 스키를 타시는데 스키를 타는 재미의 핵심, 스키를 타면 무엇을 느끼시나요?

"내 생명이 연장된다.... 그걸 낙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내 나이에 병도 들고 병원에도 다니고 그러는데, 스키를 타고 있으니 나는 참 복 받은 축에 들어간다. 고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스키장에 내가 서 있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끼시는군요.

"네."

- 평상시에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합니다. 집에 압력자전거가 있는데 그걸 100~200번, 아침저녁으로 합니다. 스키를 타야 하니까. 다리가 건강해야 하니까."

-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나요?

"내 생각에는 잠을 많이 자야 합니다. 한 6~7시간 잡니다. 젊었을 때부터 그 정도로 잤습니다."

- 잠을 푹 잘 주무신 것을 보면 스트레스 관리도 잘 하신듯 합니다. 마음을 편히 먹는, 선생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으셨나요?

"만일에 걱정거리가 생기면 '이건 내 운명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도 크게 걱정이 없어요. 걱정이 생기면 '이건 뭐 나 혼자 겪는 일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다 겪는 일인데, 어떻게 매일 좋은 일만 있을 수 있나' 하고 포기해버리는 거죠."

- 평상시에 '내가 정신 건강도 괜찮구나' 이런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고,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몸에 해로운 짓을 안 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술 안 먹고, 과식 안 하고."

- 그런 절제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어떻게 절제의 마음을 늘 간직할 수가 있죠?

"체력이 왕성하고 힘도 나고 어떤 유혹을 느끼고 그런 사람도 있겠죠. 나는 평소에도 기운이 좀 없고, 낮잠이라도 한숨 잤으면 싶고 그러면 낮잠을 자버립니다."

- 함께 스키 타시는 분 중에 90대 있나요?

"없습니다. 80대가 1~2사람 있었는데 한 사람이 몇 달 전에 돌아가 버리고. 또 한 사람은 병원에서 의사가 스키 타지 말라고 해서 포기해 버리고."

- 동창회도 안 하신 지도 꽤 오래되셨죠?

"동창회도 안 한 지가 한 2년 됩니다. 서울에는 한 사람도 없고, 대구에 딱 한 사람 남아 있습니다."

- 동창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인생무상이죠. 인생은 영원하지 않으니 언젠가는 나도 따르리라 그런 생각이죠."
 
 용평리조트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근호 이사장
▲  용평리조트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근호 이사장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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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때에는 사업을 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건강이 안좋았다고 하셨는데요. 인생을 오래 살아보시니까 돈이란 뭐 같습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돈, 돈, 돈 하면서 돈을 벌려고 하는데.

"재벌처럼 돈을 그렇게 많이 벌면 복이 아니고 우환이 됩니다. 그냥 적당히 벌어서 자식들 교육시키고 자기가 먹고 살고 하는 데 필요한 게 돈입니다."

- 여러 세대를 겪어봤잖아요. 이 대한민국 사회가 점점 나아진다고 느끼십니까? 아니면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옛날보다 못한 게 더 많아진 게 아닌가 느끼십니까?

"그거는 각자가 직면한 환경에 따라서 다르죠. 우리가 제일 고쳐야 할 게 교육입니다. 교육제도."

- 어떤 면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건 교육이 아니라 '누가 돈을 많이 가졌나' 전쟁이거든요. 왜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 공부를 시키고, 중고등학교 때도 과외 공부를 시켜가지고..."

- 입시를 위한 교육보다는 우리의 삶에 보탬이 되는 공부, 수업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고 있다는 거죠?

"안 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교육제도를 꼭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각 가정을 망하게 하고 있고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는 이 문제가 제일 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근호 이사장과의 영상인터뷰는 유튜브 <오연호의 꿈틀리마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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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출석해 ‘LH 투기’ 재차 사과한 변창흠, 부당 이득 ‘가중 환수’ 예고

LH 사장 권한대행 “조사 결과 위법사항 확인 시 파면·해임, 뼈 깎는 자정 노력할 것”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1-03-09 18:42:39
수정 2021-03-09 18: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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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21.03.09.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21.03.0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 출석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논란과 관련, “진심으로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다”며 거듭 사과했다.

변 장관은 이날 국민의힘 요청으로 소집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 여러 차례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진선미 국토위원장은 본격적인 현안 질의에 앞서 변 장관과 장충모 LH 사장 직무대행에게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국토위 시작을 알렸다.

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사태를 공공의 신뢰를 좌우하는 매우 엄중한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투기 의혹을 엄정하게 조사하겠다. 투기 행위자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처벌하며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와 국무총리실 주도 정부합동조사단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뜻을 피력하며 “투기 사실이 확인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일벌백계해 타산지석으로 삼겠다. 근본적으로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치밀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변 장관은 “부당하게 얻은 이득은 몇 배로 가중해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사태가 공공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을 다시 불안정한 상황으로 몰고 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라며 “기존에 발표한 주택공급대책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현안 보고를 통해 ‘업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종사자와 이를 부정하게 취득·이용한 외부인도 법적 제재 대상이 되도록 처벌범위를 확대할 것’,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얻은 부당 이득에 대해서는 징벌적 경제적 제재를 부과할 것’ 등을 예고했다.

나아가 ‘국민에게 심한 상실감과 분노를 주는, 부당 이득이 매우 큰 범죄의 경우에는 가중 처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자는 토지 개발 및 주택 건설 관련 기관에 일정 기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LH 측 또한 “한 점 의혹 없는 사실관계 규명과 강력한 조직쇄신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가능한 조치부터 선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장충모 사장 권한대행은 “(LH는) 투기 의혹 제기 당일 관련 직원 13명을 직위 해제했다. 향후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사항 확인 시 파면, 해임하도록 하겠다”며 “뼈를 깎는 자정 노력과 함께 확실한 정책성과를 이뤄내 국민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 번째)과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직무대행(오른쪽)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벌어진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2021.03.09.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 번째)과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직무대행(오른쪽)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벌어진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2021.03.0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여야 의원들은 이날 변 장관을 한목소리로 질책했다. LH 전임 사장으로서도 변 장관의 책임이 엄중하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위원은 “이번 과정에서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당사자가 우리 변 장관”이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 위원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제도 완비 이것으로 평가받겠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장관직 버리겠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국토위원들은 각자 자리에 정부와 여당을 겨냥한 ‘반사회적 범죄행위 민주당도 조사하라’, ‘개발이익 부당취득 국정조사 수용하라’, ‘부동산투기 묵인수괴 변창흠은 사퇴하라’ 등 항의 피켓을 붙였다.

복수의 위원들은 이번 투기 의혹과 관련한 조사가 국토부와 LH 직원을 넘어 향후 청와대·국회 등 소속 고위공직자와 친인척 전수조사로 확대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변 장관은 “현재 본인과 가족, 배우자까지 조사해서 거기서부터 이상한 거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하되 장기적으로는 모든 필지에 대해 거래내역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행 부패방지법으로는 부당이익 몰수가 미흡하다는 우려에 대해 변 장관은 “현재 직접적으로, 명시적으로 분명한 정보를 유출한 것에 대해서 입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비밀에 대한 범위 자체를 넓게 해석한다면 ‘부패방지법’을 통해서 몰수와 최대 징역 7년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변 장관은 “내부적으로는 LH의 조례 등을 통해서 투기자에 대해서는 개발이익을 완전히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은 충분히 마련 가능하다고 생각하다”며 특별법 제정 및 소급적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부진정 소급 입법을 통해 아직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에도 가능한지에 대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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