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의 모습. 청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작업도 모두 멈춰있다. ⓒ민중의소리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안에 있는 한국와이퍼 공장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그 안에는 ‘회수용’이라고 적힌 박스가 가득 쌓여 있었다. ‘덴소코리아(주)’와 ‘한국와이퍼(주)’가 함께 나란히 써 있는 이 박스는 이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 와이퍼를 납품할 때 사용되는 것이었다. 빈 박스를 회수해서 다음 납품 때 재사용한다. 그런데 이 박스는 더이상 활용되지 않고 가만히 쌓여만 있었다.
“우리가 일하던 현장인데...가슴이 아파요.”
17일 한국와이퍼 공장 1층 작업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난 노 모(55) 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노 씨는 한국와이퍼에서 20년을 꼬박 일한 숙련 노동자다. 그동안 와이퍼 생산의 여러 공정을 거쳤던 그가 마지막으로 일하던 곳은 와이퍼 완제품 조립 라인이 있는 2층 작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마지막 근무일인 12월 30일 금요일 이후로는 2층 작업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청산 절차에 돌입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휴업을 통보하고 모든 문을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문을 열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손잡이를 묶었고, 창문을 열지 못하도록 못을 박았다. 가벽을 세워 작업장 입구를 아예 가려버리기도 했다. 이날 민중의소리와 만난 노 씨는 그날을 떠올리며 또다시 눈물을 훔쳤다.
“판넬로 다 막아놨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엔 믿지 못했어요. 노조 사무실이 3층에 있어서 오며가며 작업장을 볼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막았나 싶어서 토요일에 일부러 제가 회사에 와봤는데,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일할 때 신는 안전화 같은 걸 두고 다녔거든요. 그런데 탈의실이든 뭐든 다 닫혀 있던 거예요. 비록 하찮은 거지만, 제가 늘 쓰던 것들과 작별할 시간이라도 줬더라면 좋았을 텐데...그렇지 못해서 너무 가슴이 아파요.”
노 씨를 비롯해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은 지난 1월 2일부터 한국와이퍼 1층 작업장 안에서 회사의 일방적인 집단해고에 반발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문이 굳게 닫힌 회사 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벌이던 노동자들이 화장실을 찾던 중 우연히 1층 작업장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회사의 ‘실수’였다.
‘이대로 나가면 다시는 못 들어오겠다’는 생각에 1층 작업장 안에 눌러 앉아 농성을 벌이게 됐다고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이 말했다. 그날부터 노동조합 조합원 209명이 조별로 돌아가며 매일 24시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바로 전날 회사로부터 ‘해고예고 통지서’가 등기로 날라왔다. 그 내용은 2월 18일부로 회사 청산으로 인해 해고가 된다는 것이었다.
17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의 모습.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민중의소리
대부분 중년 여성 노동자들인 한국와이퍼
‘해고’는 예정된 수순이었기 때문이었을까. ‘해고예고 통지서’를 받아든 조합원들은 담담하게 이날도 1층 작업장을 지키고 있었다. 노동조합 조합원임을 상징하는 주황색 조끼를 맞춰 입고 삼삼오오 모여 뜨개질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작업 기계는 조용히 멈춰 있었다. 더불어 난방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맨바닥에 이불 하나를 깔고, 서로의 온기로 추위를 몰아내며 깜깜한 밤도 함께 지새우고 있었다. 그 단결의 힘은 그 어느 곳보다 끈끈해 보였다.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은 대부분 중년의 여성이었다. 평균 연령은 52세라고 한다. 한국와이퍼에서 이들의 근속연수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넘는다. 이들의 바람은 소박했다. 단지 “정년까지 여기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다. 노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소박한 바람도 현재로선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동에서 10년 살다가 안산에 와서 20년 살았어요. 결혼하고 아들이 4살이 됐을 때 한국와이퍼에 입사해 지금까지 다녔어요. 잔업도 많이 하면서 열심히 살았어요. 여기서 제 삶을 꾸려왔는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다고 하니까 가슴이 아파요. 퇴직도 6년 정도 남았는데, 퇴직할 때까지 열심히 다니려고 했거든요. 노후자금도 마련해야 하고요.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17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 안에서 김미숙(55) 씨가 자신이 만들던 와이퍼를 설명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미숙(55) 씨도 한국와이퍼에서 10년을 꼬박 일하면서 두 아이를 키워냈다. 그에게 한국와이퍼는 생존터이자 자부심이었다.
“저기가 제 자리였어요. 저기서 기아차 트럭에 들어가는 와이퍼를 만들었어요. 아, 여기 있네. 이게 제가 만들던 거예요.”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던 김 씨는 1층 작업장 안에 걸려 있던 와이퍼 샘플을 하나 들고서 공정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빗물을 닦아주는 와이퍼는 어느 자동차에나 들어가는 하는 필수 부품이다. 이런 각종 와이퍼를 생산해 오랫동안 현대기아차에 납품해온 곳이 바로 한국와이퍼였다.
“저희가 회사 입구 문을 열고 들어오니 경비아저씨가 ‘잠깐만요!’ 그러시더니 이 계단(노조 사무실로 향하는 계단)으로만 올라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변이 벽으로 다 막혀 있어서 정말 황당했어요. 불도 안 켜져서 휴대폰 불빛으로 길을 찾아 올라갔는데, 노조 사무실에 더러운 정수기를 가져다 놓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고 울컥했어요. 우리가 여기서 몸 바쳐서, 젊음 바쳐서 일했는데 남는 건 이것밖에 없구나.”
김 씨는 “여기엔 혼자서 애들을 키우고 있는 ‘여성 가장’도 많다. 다들 정년을 바라보고 이때까지 일해 왔는데 회사에서 해고를 통지하니 답답하다”며 “우리는 이제 어디 갈 데도 없다. 나이가 있으니 비정규직으로 써주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17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 안에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대부분 중년의 여성 노동자들이다. ⓒ민중의소리
한국와이퍼가 ‘위장 청산’이라고 보는 이유
노조가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건 회사가 ‘적자로 인한 청산’이 아니라 ‘노조를 깨기 위한 위장 청산’을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당한 해고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위장 청산이라는 정황 근거는 이미 많이 있다. 한국와이퍼가 위장 청산을 계획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들이 수차례 폭로됐고, 한국와이퍼 매각처로 알려진 DY오토에서 대체 생산을 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회사가 정말 사정이 어려워서 ‘청산’이 아니라 ‘매각’이 되는 것이라면, 숙련된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의 고용도 승계하면 된다. 그런데 회사는 ‘매각이 아니라 청산’이라고 우기며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생산직부터 관리직까지 한국와이퍼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노조로 똘똘 뭉쳐 회사의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더욱 화가 나게 하는 건, 지난 2021년 10월 한국와이퍼 노사가 체결한 ‘고용안정 협약서’가 한 순간에 휴짓조각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 핵심 내용은 “회사는 와이퍼 이외의 아이템 중 일부를 가져와 총고용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회사 매출이 떨어지자,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합의했던 것이다. 특히 청산 또는 구조조정 시 노조와 사전합의를 해야 하고, 이 협약을 어기면 1인당 1억 원씩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담겼다.
게다가 이 협약서에는 한국와이퍼 노사 각 대표의 도장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으로 한국와이퍼의 원청이라고 볼 수 있는 일본 덴소(DENSO)의 한국지사인 덴소코리아 대표이사의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한국와이퍼는 일본 덴소 자본이 100% 출자한 회사다. 연대보증은 원·하청이 모두 합의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분명한 근거였다. 노조는 이 협약서를 믿었다.
그런데 이 무거운 합의서가 너무나 가볍게 무시됐다. 한국와이퍼 노동자들 입장에선 별안간 회사로부터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격이다. 강명지 한국와이퍼분회 조직부장은 “잘 맺어진 단체협약(고용안정 협약서)임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이 우릴 보호해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본 덴소와 한국와이퍼의 이런 태도는 윤석열 정부가 반노동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친 데 따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 정현철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지회장은 “화물연대 파업에서 봤듯이, 노동자 투쟁에 관련해선 굉장히 엄격하고 없는 제도까지 만들어서라도 탄압하겠다는 태세지만, 사용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하는 선별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그런 정부의 정책들이 한국와이퍼 노동자들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17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의 모습. ⓒ민중의소리
외국투자자본의 ‘먹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두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기업인 일본 덴소가 한국에 만든 자회사엔 고의적으로 적자만 남기고, 와이퍼를 판매한 이익은 일본 본사로 모두 가져간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외교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노조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덴소코리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지 고용승계만을 위한 게 아니게 됐다. 한국와이퍼 사태와 같은 일이 더 이상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 분회장은 “저희들 문제를 끝까지 알려서 적어도 ‘제2의 한국와이퍼 사태’가 나오지 않게 하는 투쟁을 반드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17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 안에서 노동조합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민중의소리남은 시간은 한 달 뿐
“진짜 황당한 일” 정치권도 나섰다
이제 남은 시간은 사실상 ‘한 달’뿐이다. 정 지회장은 “회사는 3월 말까지 청산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고, 그 시나리오대로 지금 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2월 18일에 조합원들을 모두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시간이 많지 않다. 3월이 되면 또 다른 국면이 되고, 여기 공간조차도 없는 상태가 될 것 같다. 그렇게 가지 않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정치권에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응답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올해 첫 민생 현장 방문 일정으로 이날 한국와이퍼를 찾아 노조와 간담회를 했다.
한국와이퍼 사태 책임의원으로 꼽히는 우원식 의원은 “세계 2위 자동차 부품 생산 그룹이라는 덴소가 앞에서는 단체협약을 맺고 뒤로는 대체 생산을 하고 사기로 적자를 내고 회사를 철수하려는 짓을 하고 있다. 진짜 황당한 짓이다”라며 “여러 노사분규를 보고 겪어왔지만 외투기업이 이렇게 백주대낮에 노골적으로 우리 국민을 속이고 노동자를 속이고 정부도 속이는 짓을 하는 건 처음 보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노동부에 조사를 하라고 했더니 한국와이퍼만 조사하고 덴소는 조사하지 않고 끝을 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저에겐 ‘계속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는데 하지 않았다. 한국와이퍼 조사 결과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노조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더라도, 그걸 넘어서서 일본 기업이 국민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이는 건 막아야 하지 않나”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정부가 나서서 덴소를 조사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겠다”며 “과거 외투기업이 저질렀던 ‘먹튀’ 행각을 덴소가 다시는 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일본 대사관 등에도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참 답답하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 같다”며 “이 상황을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해결 방향으로 “고용이 승계되는 게 핵심”이라며 “고용안정 협약서를 이행하도록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의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 노동조합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모습. ⓒ민중의소리
남북경협 7개단체가 힘을 합친 '대북경협중단 손실보상법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손실보상법 제정을 재차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우리 대북 경협인들은 정부의 무성의한 보상에 대해 때로는 분노하고 좌절했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인생에 대하여 비관하고 삶의 희망을 포기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15일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를 비롯한 남북경협 7개 단체가 손실보상법 입법을 목표로 출범시킨 '대북경협중단 손실보상법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차 대북경협인들을 위한 손실보상법 제정을 촉구했다.
대정부호소문을 낭독하는 서승우 (주)나래코퍼레이션 대표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들어가더니 "때로는 유서를 써서 언론에 공개하고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릴까, 종합청사 앞에서 분신을 할까 별의별 생각을 다했습니다"라는 대목에서는 서늘한 한기가 느껴진다.
"삶의 터전이 무너져 이미 가정은 파탄이 나있고,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며 민·형사상의 처분을 받아 제 이름으로는 은행에 통장하나 개설하지 못하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고액연체자 명부에 등재되어 있는 처절한 현실"을 고백하고는 "장관님과 관계 공무원님들, 취재하러 온 기자님들은 모르실 것"이라고 한 하소연은 차라리 절규에 가까웠다.
박정호 비대위 위원장은 '올 상반기 손실보상법 제정을 위해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다'며 결의를 밝혔다.
서승우 전 나우코퍼레이션 대표는 "정부의 결정으로 사업이 망한 경협인들의 피해를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지며, "통일부가 적극적으로 국회에 협조하고 손실보상법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비대위의 요구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자신들이 사업을 잘못해서 사업을 망친 것이 아니라 국가의 통치행위로 인해 망한 것이니 정부는 수 많은 사고에 대해 적극 보상을 하듯이 경협인들이 입은 피해를 외면하지 말라는 것.
또 정부가 피해보상을 할 의지만 있다면,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사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을 비롯해 합법적인 범위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국회에서 대북경협 피해보상법 발의가 되었으니 통일부가 적극 나서 국회에 협조하고 법안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원욱 국회의원이 경협기업인들에 대한 손실 지원이 가능하도록 남북교류협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별도의 손실보상법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정호 비대위 위원장은 "올 상반기가 국회에서 손실보상법 입법이 통과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북 경협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여기에 우리의 모든 것을 걸수 밖에 없다"며 손실보상법 입법에 대한 결의를 밝혔다.
지난 12일,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의 ‘진짜사장’이 CJ대한통운임이 밝혀졌다. 2017년,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노조 필증을 받은 지 6년 만이다.
이 판결로 ‘진짜사장’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는 노조법 2조, 그리고 ‘손배폭탄’을 제한하는 노조법 3조 개정을 늦출 명분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판결의 핵심은 “CJ대한통운은 집배점(대리점) 택배기사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택배기사와의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사진 : 뉴시스
대리점 뒤에서 좌지우지한 CJ대한통운
그동안 CJ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등 노동조건을 조절하고 통제하며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교섭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회피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대리점(점주)와 택배화물운송 위수탁계약을 맺고, 대리점으로 하여금 택배기사와 택배화물운송 재위탁계약을 체결하게끔 한다. 대리점 뒤에 숨어 ‘진짜 사장’으로서의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택배노동자들의 실제 노동은 CJ대한통운의 필요에 따라 통제되고 있다. 택배기사들의 업무는 CJ대한통운의 이름으로 고객들에게 택배를 배달하는 일이었고, 따라서 CJ대한통운이 구체적으로 설정한 업무매뉴얼에 따라 일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대리점주를 통해 택배기사들의 노동조건을 좌지우지했다. 대리점은 전국적 규모의 택배전산시스템을 통해 CJ대한통운에 노무제공 과정 전체를 보고했다. 운송장·바코드·요금정산내역·화물추적 시스템 등을 구비해 놓는가 하면, 도난·분실 근절 지침, 잡화금지·제한 상품 지침, 급지수수료 등 업무매뉴얼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택배기사들에게 지시했고, CS(고객만족) 지표를 통해 업무지침을 강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청 CJ대한통운은 “집배점 택배기사들과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므로 사용자가 아니다”, “교섭할 의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원청 사업주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것. 그러므로 “택배노조와 교섭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와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노조법 2조·3조의 개정”이 옳고 정당했음을 법원이 확인시켜준 셈이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등 교섭의 대상이 형식적인 계약관계인 대리점, 하청회사가 아닌 원청임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도 “하청 뒤에 숨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진짜 사장’의 부당노동행위에 경종을 울렸다”고 했다.
지난 6년 동안 부당노동행위를 강요당한 당사자, 택배노조도 이번 판결에 대해 “진짜 사장의 교섭 의무를 명시하는 노조법 2조, 3조 개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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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못하는 노조’가 할 수 있는 건 ‘투쟁’뿐
그동안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있으면서도 “사장이 아니”라 우겼다. 택배노조의 말처럼 ‘노조의 교섭요구 → 원청의 거부 → 노조 투쟁 돌입’이 반복되면서 노동자들의 희생을 낳았다.
원청 기업들은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내몰며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무기삼아 이들을 시시각각 옥죄었다.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진짜 사장과 교섭을 위해 투쟁한 노동자들은 손배폭탄을 떠안았다.
택배노조는 25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쓰러져갈 때 과로를 유발하는 택배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원청 택배사와 교섭을 요구했지만 CJ대한통운은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는 지키지 않고, 인상된 택배요금으로 매년 3500억이라는 막대한 이익만 취했다.
지난 2021년 6월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이 교섭의무가 있다’고 판정했음에도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청구하며 시간을 끌었다. 오히려 CJ대한통운은 과로사 해결을 위한 택배노조의 파업에 20억 원의 손배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 역시 중노위의 판정이 옳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소송 승소 판결 직후 택배노조는 “‘교섭 못하는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투쟁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여름 국민 관심 속에 파업을 이어간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 화물노동자들을 포함한 모든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스스로 노동자성을 증명하기 위해 소송하고, 투쟁해야 하는 지난한 시간이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들도 2018 대법원에서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받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해 10월, 현대기아차 사내하청노동자 400여 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불법파견’임을 인정하고 현대기아차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을 받기까지 12년이 걸렸다.
대우조선,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도 굴지의 대기업 원청기업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법정 소송 투쟁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해서도 ‘노동조합법상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라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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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2·3조 개정, 늦출 명분 없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공식적으로 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다.
법원의 판단대로 임금과 노동조건에 실질적 지배력과 결정권을 갖는 ‘진짜사장’과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원청과는 교섭할 수 없으며, 파업을 하면 불법으로 낙인찍혀 수십,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가압류에 내몰리는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 이들의 현실을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해 바로잡을 때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국민의힘은 노조법 개정을 원천 차단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상정에 뒷걸음질 치고 있다. 또 한 번 노동자들의 지난한 투쟁이 예상되지만, 투쟁만이 답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일본인의 호감도가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비영리 싱크탱크인 겐론NPO(言論 NPO)가 1일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1028명·일본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상대국 정치 지도자에 대한 인상을 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일본인의 호감도는 20.1%로 지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호감도 2.0%보다 무려 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는 처음으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지른 것이다.
국민의 힘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호감도 2.0%보다 무려 10배 높다는 결과에 고무되어 있을지 몰라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임기간 일본 우익의 상징으로 역사교과서 왜곡, 종군 위안부 강제 동원 부정, 수출 규제를 감행하는 등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대표적인 인물인 아베 전 총리 분향소를 직접 찾기도 하고 지난 11월 15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가 발표한 한일 정상회담 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가해기업 미스비시를 대신해 대납하겠다”고도 했다.
일본은 전범국가다. 일본이 2차 대전 이후 평화헌법을 채택해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고, 방위를 위한 무력만 보유하게 된 과정은 이 같은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한일 양국의 군사협력은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언급조차 쉽지 않은 의제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만 외치고 있으며, 심지어 북한을 이유로 일본의 재무장을 합리화하는 반역사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위대의 공해상 군사훈련을 양해한 데 이어 한국 군대가 일본 관함식에서 욱일기에 경례하게 하는 등 일본을 맹종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진보당은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일본 정부의 방위비 증액과 적 기지 공격 능력 명시화에 대해 “일본을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며 이를 옹호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옹호한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고 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강점기에 대해 사죄 없는 뻔뻔한 행태를 묵인한 채 오히려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동조하고 있는 최근에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반대에도 일본 기업의 사죄와 배상이 빠진 ‘굴욕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며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일본에 협력한다면, ‘제2의 을사오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밖에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뒤 한-일 관계 개선을 외교 목표로 세우고 △미래 협력관계 구축 △셔틀 외교 복원 등을 타진해왔다. 그는 취임 첫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했고, 지난해 9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는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 등을 한-일 안보 협력, 경제·무역 문제 등 현안과 함께 전부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그랜드바겐(grand bargain·일괄 타결) 방식”을 제안했다.
<일본은 우리의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가?>
남의 대한과 북의 조선은 대일본관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는 ‘가깝고도 먼 당신’ 이지만 조선은 ‘철천지 원수’다.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2차 세계 대전 후 피해국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나라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지만, 독일은 끊임없이 과거사 사죄를 하는데 반해 일본은 전쟁을 하고 싶어 평화헌법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꾸고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신이 똑바른 대통령이라면 이런 나라에 비굴하게 고개숙이며 우방이 되기를 비굴하게 굴어서는 되겠는가.
일본이 윤석열대통령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까지 일본은 역사의식이나 민족의식을 쥐꼬리만큼이라도 있는 우리 대통령이라면 가까이 하지 않았다. 윤석열을 언제 보았다고 좋아하겠는가. 일본이 윤석열을 좋아하는 이유는 ‘좋아서’가 아니라 ‘이용해 먹기 좋아서’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바보스러워서 이용해 먹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것도 모르고 일본에 헤픈 웃음을 흘리며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면 이건 ‘외교’가 아니라 차라리 ‘구걸’이다.
미국과 일본은 국익이 도움이 있을 때 우방이어야 한다. 지구상에 어떤 나라가 국가대 국가가 ‘호혜평등의 원칙’이 아닌 불평등 조약의 상징인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같은 조약을 맺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세계 어느 나라가 ‘어느 한쪽이 취소하면 그만인...’ 이런 조약도 모자라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미국에 맡기는 전시작전권까지 미국에 주고 있는 나라가 또 있는가? 자주국가는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으로 다른 나라에 예속되지 않은 독립 국가’로서의 자주적인 주권을 갖고 있는 나라다. 우리는 일본과 미국에 어떤 나라인가? 일본이라는 나라는 아직도 우리나라를 ‘열등한 식민통치의 대상’ 정도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1.17. 06:08:40 최종수정 2023.01.17. 07:50:29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쓰라.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루카복음 13:24)
국민의힘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이고 있는 촌극을 보면, 흡사 성경의 저 구절을 오독하기라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윤심(尹心)이 지배하는 전당대회'라는 분석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문제는 그 '윤심'이 배경으로 하는 영역 자체의 협소함이다.
여러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정권 출범 8개월차에 40%를 밑돌고 있다. 역대 정권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더 다수인 중도층과 비판층으로 확장을 꾀해야 한다. 그게 정치의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 여당은? 40% 지지도에 기대어, 그 지지층 내에서 갈라먹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한다"(국민의힘 당헌 8조)라는 균형과 견제의 원칙은 사라지고, 대통령의 언행이 그 자체로 따르고 지켜야 할 기준이자 법도가 됐다.
급기야 당 대표 대행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주말 "이번 전당대회를 대통령을 공격하고 우리 당을 흠집내는 기회로 사용하지 마시라.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당과 선관위원회가 즉각 제재에 나서겠다"고 엄포까지 놨다.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심판, 처단한다"(긴급조치 1호 5·6항)는 유신 시절 긴급조치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은 그나마 고상한 축에 속한다. '영원한 진보 논객' 진중권 교수는 "육갑하고 있다", "수준 낮아서 못 봐주겠다"고 걸쭉하게 쏘아붙였다. '논객'의 사회적 기능은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는 것이다.
정 비대위원장만큼은 아니라도, 즉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말과 행동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천체가 내뿜는 인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
친윤 단일후보로 발돋움한 김기현 의원은 선거캠프 출정식에서 큰북을 치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친윤계의 지원을 업고 '윤심 주자'라는 평을 받고 있는 그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했던 유세 장면을 그대로 모방·재연한 모습은 여러 모로 시선을 끌었다.
안철수 의원은 8개월 전 인수위 때를 회고하며 "인수위원장으로 일했을 때 110대 국정과제를 일일이 다 상의를 다 하고 보고를 했지만 어느 것 하나, 110개 중에 하나라도 대통령께서 이의를 제기하신 적이 없지 않느냐"고 윤 대통령과의 '업무 궁합'을 과시했다.
친윤계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도 대통령실과 한껏 각을 세우는 듯하더니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흡사 염불처럼 외고는 단양 구인사를 찾았다. 구인사는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찾아 국민통합 메시지를 냈던 곳이다. 나 전 의원은 또 '윤핵관'과는 거듭 각을 세울지언정 윤 대통령의 UAE 순방 성과에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큰 성과를 이끌어낸 윤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그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지난 전당대회 때는 옛 바른정당계의 도전에 맞서 '정통 보수' 주자로 나섰던 나 전 의원이 지금은 오히려 당내 주류에 맞선 도전자 위치에 놓이게 된 역설적 상황은, 그만큼 집권 여당의 당권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무대 자체가 협소함을 뜻한다.
나 전 의원이 16일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SNS에 올린 글을 보면 그의 정체성은 여전히 "정통 보수"다. 그는 "보수의 뿌리이자 기둥"인 이승만·박정희·YS 묘역을 참배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수의 자랑스런 가치를 지키"는 것을 자신의 정치적 사명으로 내세웠다. 나 전 의원이 친윤계의 견제를 뚫고 전당대회에 출마해 혹여나 당선이 된들, 그가 이끌 집권당의 진로는 옛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의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한다. 그러나 그런 나 전 의원조차도 품지 못할 만큼 '친윤의 뜰'은 좁다.
옛 바른정당계로 대표되는 이른바 '개혁보수' 그룹은 이미 사실상 링 밖으로 밀려났다. 전대 룰을 고쳐 여론조사를 배제하면서 로프를 안쪽으로 더 좁게 친 탓이다. 링 면적은 정확히 30% 정도 좁아졌다.
친윤계 교통정리라는 해석을 낳은 '윤핵관 맏형' 권성동 의원의 불출마 선언문에도 이런 상황은 매우 선명하게 반영돼 있다. 권 의원은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 당의 정강정책 곳곳에 박혀 잇는 '민주당 흉내내기'부터 걷어내야 한다. '따뜻한 보수'와 같은 유약한 언어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권 의원이 '걷어내고 버리자'고 한 것들을 의인화한 이름들은 다음과 같다. 유승민, 그리고 김종인.
당권 경쟁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전신 정당이 승리한 사례로 강재섭 대표가 지휘한 2008년 총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지휘한 2012년 총선이 친윤계 발(發)로 회자되기도 했는데, 지금 국민의힘의 방향은 이 두 차례 승리의 경험에서 도출할 수 있는 '필승 방정식'과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2008년 총선 당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내세운 구호는 '중도·실용'이었고 친이계의 지역적 기반은 수도권이었다. 2012년에는 김종인과 그의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박근혜 비대위의 확장 전략이 승리의 핵심 요인이었다. 그들이 실제로 중도적이었는가, 경제민주화를 실천했는가와는 별개로.
전체 운동장의 넓은 부분은 놔두고 '윤심'이 그려준 40%라는 경계선 안쪽에서 펼쳐질 경쟁은, 승리자가 누구든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만 가중시킬 확률이 높다. "민심 1위도 당심 1위도 다 안 된다면 윤 대통령이 지명하라"(12일자 <경향신문> 사설 표제)라는 냉소가 나올 만큼 직접적·노골적인 현재의 상황은, 용산이 져야 할 그 부담의 성격 또한 직접적·노골적으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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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웃는 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내왔습니다. 너무 웃어서 주변에서 '너무 웃으면 안 된다'고 혼을 낼 정도로 웃는 상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제가 너무 웃는 게 싫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다보니 힘들어도 웃는 제가 좋습니다."
두 해 전 조경철(28)씨가 작성한 이력서의 첫 대목이다. '웃는 상'이라고 표현한, 경철씨의 방에는 그의 말마따나 환하게 웃는 얼굴 사진들이 붙어있다. 그 아래에는 경철씨가 이제껏 사용한 안경들, 군대 군번줄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경철씨가 중학교 때부터 쳤다는 기타도 한 편을 차지하고 있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경철씨가 사놓고 아직 한 번을 못 써 본 녹음용 마이크도 서랍에 기대어져 있다.
사진 중에는 이태원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 경철씨는 2020년에도, 2021년에도, 2022년에도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을 방문했다고 한다. 2022년에 찍은 사진 속, 분장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경철씨는 분홍색 후드티를 입고 있다. 그 옷이 사진 아래 고이 개어져 있다. 그 위에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 붙었다. 3년 내내 방문했던 이태원, 그러나 이번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 나이 스물셋에 낳은 둘째 아들. "돈 많이 벌어서 엄마 호강시켜준다던" 애교 많은 아들. "3층 건물을 사서 1층은 가게 하고 2층은 우리가 살고 3층은 작업실을 삼는다"던, 미래 속에 언제나 엄마의 자리를 그려두며 "평생 엄마랑 함께 살 거"라던 경철씨가 이제 없다. 밤에 출근하는 엄마를 가게까지 바래다주고 집에 돌아와 '나 집에 왔어 걱정말고 일해'라며 살뜰히 챙기던 경철씨는 엄마를 "미화씨"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7남매를 키우는 엄마에게 경철씨는 '버팀목'이었다.
"경철이는 제 남편이자, 아들이자, 영원한 껌딱지였죠...'미화씨'라고 제 이름 불러주고, 제가 누워있으면 옆에 와서 파고들고 팔베개해주고 그랬어요. 아휴... 날이 갈수록 더 그리워져요."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자택에서 만난 경철씨 어머니 박미화(52)씨는, 아들의 빈 방 앞에서 망연히 말했다.
자택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커피 머신 앞에부터 섰다. 달그락 달그락, 그러나 부품 하나를 찾지 못해 이내 다섯째 딸 단비(16)를 불렀다. 단비씨는 능숙하게 커피를 내려 내왔다. 식탁의 1/3을 차지하는 대형 커피 머신은 그렇게 가끔 제 소리를 냈다.
"미화, 커피 마실 거야? 안 마신다고? 미화 커피 맛 모르지? 한 번 마셔봐."
경철씨가 있을 때는 수시로 커피향이 집안에 퍼졌다. "경철이가 커피를 추출할 때 풍겨 나오는 원두향이 너무 좋았다"고 엄마는 나지막이 말했다.
"저 커피머신이 경철이가 가장 아끼던 물건이었어요. 이제 주인을 잃었네요."
3년 전 커피머신을 들여 독학으로 커피 공부를 했다는 경철씨는 카페 사장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경철이가 10월 31일,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려던 참이었어요. 면허 따고 푸드트럭을 하려고 했거든요. 손재주가 좋아서 음식도 잘 만들었어요. 떡볶이랑 퓨전식 음식을 푸드트럭에서 팔려고 했어요. 그렇게 돈 모아서 3년 뒤에 카페 차리는 게 꿈이었고요. 낮에는 카페하고 밤에는 와인바를 하겠다고 했어요."
경철씨는 차곡차곡 꿈을 실현시켜 돈을 모아 가족끼리 여행을 가자고 했다. 가족사진을 찍자고 했고, 노래방에 가서 녹음 테이프를 만들자고 했다. 엄마는 "그래 하자, 가자" 했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당연히 '다음'이 있을 줄로만 알았다.
"제가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하나도 못해봤어요. 그게 제일 아쉽고 안타까워요. 나중에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죠."
"무명이라는 이름
누군지 몰라도 상관없어
힘들고 비참하겠지
보잘것없이 사라질지도 몰라
마지막까지 너의 빛이 될 수 없으지라도
날 무명의 이름으로 불러줘."
(음악에 관심이 많던 경철씨가 습작 노트에 적은 가사)
경철씨가 보고싶은 엄마는 매일 이태원을 찾는다
▲ ‘경철아. 엄마가 왔다. 너무나 보고 싶어. 그리운 경철이. 너무너무나 보고싶어 눈물이 난다’ 녹사평역 부근 합동분향소 조경철씨 영정사진앞에는 가족들의 그리움이 담은 글이 적힌 핫팩이 놓여 있다.
경철씨는 철이 일찍 든 아이였다.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을 가야 하는데 경철씨는 엄마에게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수학여행비를 내야 한다는 걸 선생님 전화가 와서 알았어요. '왜 말 안 했어' 하니까 '엄마 밤새 일하는데 너무 힘들잖아' 그러는 거예요. 돈 없는 걸 아니까 얘기를 아예 안 했던가 봐요. 용돈 줘도 주면 주는 대로 받고, 투정 한 번 없었어요. 저희가 식구가 많잖아요. 그래서 내색 않고 형편에 맞게 한 거 같아요."
경철씨는 군대에 가서도 첫 월급을 안 쓰고 모아 엄마에게 건네기도 했다. 그런 경철씨를 보기 위해 엄마는 새벽에 일을 마치고 곧장 경철씨가 있는 부대에 면회를 가기도 했다. 돌아오면 바로 저녁 출근을 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안 힘드셨냐 물으니, 엄마는 "(경철이가) 보고 싶어서요"라고 말했다.
▲ 밤샘 식당일을 마치고 매일 같이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를 찾는 박미화씨가 시민들에게 나눠 줄 국화꽃을 들고 서 있다.
엄마는 요즘도 경철씨를 보러간다. 매일같이 녹사평역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는다. 밤 10시부터 시작하는 식당 주방일을 다음 날 오전 10시에 마치고 오후 12시쯤 녹사평으로 향한다. 오후 5시 쯤 집으로 돌아와 2~3시간 쪽잠을 자고 다시 식당으로 출근한다. 엄마의 일과다.
"녹사평을 안 가면 잠이 잘 안와서요. 새벽에 식당에 손님이 적으면 꾸벅꾸벅 졸고, 손님이 많으면 못자고, 그렇게 살죠 뭐."
엄마는 경철씨 장례식을 치르고 일주일 후부터 다시 출근했다. "몸이 힘든 줄은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경철이 빈자리가 너무 커서 답답하고 그래요. 경철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밀어주지 못한 거 해주지 못한 거 그런 생각만 나요."
경철씨는 배우고 싶은 것들을 독학으로 익혔지만, 동생 단비씨에게만큼은 "주저하지 말고 당당하게 도전해, 하고 싶은 걸 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동생이 '주저하지' 않길 바라기에 자신이 하루 빨리 성공하길 바랐다는 경철씨. 그 꿈을 이제는 단비씨가 잇겠다고 나섰다. 유일한 오빠인 경철씨와 여러모로 닮았다는 단비씨는 "오빠 대신 카페를 창업해 오빠 소원을 이뤄주겠다"고 했다.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해 잃을 것도 하나 없다네,
청춘이네,
어제보다 오늘 더 높이 뛰어."
(경철씨가 습작 노트에 적은 가사)
엄마는 여전히, 너무나, 궁금하다
▲ 이태원참사 희생자 조경철씨 어머니 박미화씨가 아들 방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가운데, TV에서는 이태원참사 특별수사본부 수사결과 발표 장면이 보도되고 있다.
2022년 10월 29일 오후 7시, 집을 나서기 전에도 경철씨는 단비씨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가족들과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단비씨가 갈 수 있는 고등학교를 경철씨도 함께 둘러보고 단비씨에게 꼭 맞는 학교를 결정하려고 했다. 그날 경철씨는 "오늘 아니면 못 갈 수도 있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경철씨는 아끼는 동생이 어느 고등학교를 가게 됐는지, 어떤 미래를 꿈꾸게 됐는지 알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그날 밤 11시 24분 경철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건 것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고가 났다"고, "아들이 쓰러졌다"고 했다. 엄마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밤, 식당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이 없었다. 엄마는 새까맣게 속을 태우며 "우리 경철이는 괜찮을 거야" 기도하듯 읊조리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일하고 나서야 식당 문밖을 나설 수 있었다.
"무슨 정신으로 일했는지 아예 기억이 안 나요. 그냥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거든요. 저 대신 딸들이 경철이 있는 곳을 수소문하고 있었는데 성남 중앙병원에 있다는 거예요. 그때 집에 경찰이 와 있었거든요. 딸이 경찰한테 '엄마 좀 데려다주실 수 있냐'고 했는데, 안 된대요. 같이 일하는 언니 차 얻어 타고 갔어요. 처음에 중앙대 병원으로 잘못 간 거예요. 성남 중앙병원은 진짜 먼 데 있더라고요. (성남 중앙병원은 경철씨 집에서 33km 떨어진 곳에 있다 - 기자 말) 우리 경철이가 왜 거기까지 갔을까요."
엄마는 꼭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경철씨 휴대폰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건 남자다. "그날 밤 11시 24분에 경철이가 CPR은 받았는지 그때 숨은 붙어있었는지 살 가망이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우리 아들의 마지막을 아는 유일한 분이기에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 박미화씨가 고인의 유품이 담긴 '순 15'가 적힌 경찰의 현장 채증물 봉투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는 경철씨의 맨 가슴팍에 적힌 '순 15'가 무슨 뜻인지도 너무 궁금하다고 했다. "경철이 가슴이랑 경철이 유품 담긴 봉투에 '순 15'라고 적혀있는데 이거에 대해 아무도 말을 안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사고 이후 단 한 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는 경철씨를 꿈에서 만난다면 묻고 싶다고 했다.
"그날, 그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사고가 났는지 묻고 싶어요. 경철이가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요. 경철이 억울함은 풀어야죠. 거기에 왜 갔냐 따질 게 아니라 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나를 물어야죠. 처음 112 신고했을 때 골든타임만 안 놓쳤으면 159명 아이들 살았을 거예요. 그게 너무 한이 돼요. 정부에서는 다들 자기 탓이 아니라고 하는데,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죠. 그 사람들이 앉아 있는 그 자리가 우리 아이들의 하나밖에 없는 목숨보다도 소중한가요."
숱한 질문들을 가슴에 품은 채, 엄마는 이 날도 이태원을 찾아 빨간 목도리를 둘렀다.
울다 지우다 추억을 지워
기억해줘 내 냄새
사라져도 슬퍼하지마, 울지마
미안해요 사랑해서
늦게 알아버려서
(경철씨가 습작 노트에 적은 가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1공단 공원화 결정’으로 행정소송을 당했을 때 머니투데이 법조기자 출신이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회삿돈 2억 원을 들여 변호사에게 의뢰해 소송을 지원했다고 서울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씨가 대장동 사업을 위해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의 소송을 도운 모양새라 ‘제2의 변호사비 대납’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진보정당과 노동계 인사들이 수사받는 가운데 보수언론에선 연일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아침신문에서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올해 말 경찰로 이관하기로 한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주거지를 압수수색을 하면서 인권침해했다는 주장을 전했다.
서울시가 보조금 전용을 적발한 촛불중고생시민연대(촛불연대)에 대해 국가보안법 혐의로 지난 3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던 민간단체를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 17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서울, 이재명 ‘제2의 변호사비 대납’ 논란 벌어질 수도
서울신문 보도를 보면 김만배씨는 2015년 10월경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영입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당한 행정소송의 법률 자문, 의견서 작성 등을 지원했다. 해당 변호사는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이재명 대표 측을 측면 지원했고 변호사비 2억 원은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이름으로 2016년에 지급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최근 대장동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변호사의 당시 역할에 대해 물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서울신문은 “성남1공단 공원화 사업은 김만배씨가 대법관 인맥을 동원해 소송 결과를 뒤집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며 “이 대표가 1공단을 공원화하겠다며 관련 인허가를 중단시키자 당초 이 부지를 개발하려던 시행사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가 2011년 성남시장인 이 대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고 설명했다. 1심은 성남시장이 이겼지만 2015년 8월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대법원은 2016년 2월 최종 성남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화천대유는 그 직후에 성공보수 포함 2억 원을 변호사에게 지급했다.
▲ 17일자 서울신문 1면 기사
서울신문은 “김씨가 선고에 이어 변론 과정에까지 관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할지 주목된다”며 “이 대표는 쌍방울그룹에서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변호사는 서울신문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츨에서는 “화천대유가 소송 결과에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라서 그 부분을 자문한 것이지 이 대표 개인을 지원하거나 변호사비 대납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자녀 앞에서 압수수색’ 인권침해 국정원·경찰 고발
지난 9일 조선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간첩사건 수사 상황이 보수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보수정당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17일 조선일보 사설 “전국에 뿌리내린 간첩단, 국정원 대공 수사권 복원해야 한다”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다.
▲ 17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창원, 진주, 제주 등지에서 지하조직을 건설해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수사받는 인사들이 북한 노동당 문화교류국 소속 김명성이란 공작원의 지시를 받았다며 지하조직이 남부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 만들어진 정황까지 포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국정원 대공 수사권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며 이번 사건 포착에 대해 “현실적으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 시스템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을 간첩 수사나 대북 정보 활동이 아닌 남북 대화 창구로 만들었다”며 “국정원의 간첩 수사를 방해했다는 증언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정부는 아예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키로 하고 2020년 민주당 단독으로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경찰엔 간첩수사 경험도 해외 방첩망도 없다. 이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민주당도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국정원이 간첩 혐의를 조작하던 시대는 이미 끝낚다. 이제 이런 일은 통할 수 없다”고 주장한 뒤 “아무리 국내에서 정쟁을 벌이더라도 누군가 나라는 지켜야 한다”고 했다.
▲ 17일 중앙일보 24면
중앙일보 역시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간첩 안 잡겠다는 뜻…재검토해야”라는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의 기고와 장세정 논설위원의 “‘조용한 침공’ 간첩 활개치는데 막을 ‘방패’는 곳곳 구멍”이란 글을 싣고 비슷한 주장을 폈다.
한편 경향신문은 사회면 “자녀 앞에서 위압적 압수수색…국정원·경찰이 인권침해”란 기사에서 국정원이 지난해 11월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피의자 자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와 국가보안법폐지공동행동 경남대책위 등은 16일 국정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분보, 경상남도경찰청 소속 사법경찰관들을 직권 남용 및 불법감금·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 17일자 경향신문 기사
고발장에는 피의자 아들(13세)이 등교하려고 문을 연 틈을 타 주거지에 진입했고 ‘약 십여명이 둘째아들을 에워싸며 모친 A씨에게 가는 것을 막았다’고 했다. 압수수색을 하는 약 1시간 동안 둘째아들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었고 A씨는 안방에 감금된 상태로 있었다고 한다.
국정원 측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을 행하거나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적법절차를 준수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민간단체 국보법 위반 수사 의뢰
조선일보는 사회면 “촛불연대, 발간한 책에서 ‘김일성 단체’ 계승 자처”란 기사에서 “촛불연대는 2021년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보조금 490만 원을 수령했으나 사업 계획을 바꿔 ‘중고생운동사’란 책을 발간했는데 김일성이 14세 때 대표를 맡았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타도제국주의 새날소년동맹’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이 책에는 촛불연대를 ‘타도제국주의 새날소년동맹’을 잇는 단체로 표시한 ‘한국 중고등학생 운동단체 계보도’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해당 계보도에는 조국통일 남북학생회담 추진위원회(1960~1961), 전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 중고생연대 등 남한 단체도 있다고 전했다.
▲ 17일자 조선일보 사회면 기사
이에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감사보고서에서 “책 내용을 볼 때 국가보안법상 북한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이적표현물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며 “책을 만든 동기 및 경위, 이적행위의 목적성 여부 등에 대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단체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퇴진 중고생 촛불집회’를 주최하고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친북 성향 강연을 해 논란을 빚었다”며 “서울시는 지난달 촛불연대의 등록을 직권 말소하고 시가 지급한 보조금 9100만 원 중 1600만 원에 대해 환수 조치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두고 “페르시아만 국가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 관계 개선에 대해 전적으로 모르는 발언”이라며 강한 비난을 내놨다.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카나니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역사적이고 우호적 관계와, 이들 사이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의 최근 입장, 특히 이란과 UAE의 관계와 관련해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말했다. 이어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대통령실은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자리를 대통령이 거둬들이는 것이긴 하지만 이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해임 조치는 어느 모로 봐도 이례적이다.
애초에 나 전 의원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대통령실이 정면으로 비판한 것부터 통상적인 일은 아니었다. 나 전 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다. 뭐가 됐든 위원회 내부에서 정리되는 게 상식적인 정책 문제를 가지고 대통령실 수석까지 나서서 공개 저격하는 모양이 연출됐다. 하필 그 시점이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서 윤 대통령이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현 의원을 큰 격차로 앞선다는 당원 여론조사 결과가 주목받을 때였다.
논란이 커지자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라고 이유를 밝히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했다. 대통령실은 막상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 직후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하다가 뒤늦게 사의 표명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고 나서도 지난 12일에는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크다. 사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하루 뒤에 사의 표명도 없었던 기후환경대사직까지 묶어서 해임한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은 이미 사의 표명이 있었던 만큼 사표를 수리하면 그만이었다. 굳이 징계의 의미를 담아 해임할 것이라면 하루 전까지 애정이 여전하다는 대통령실 발 보도는 무엇인지, 그 하루 사이에 밖에서는 모르는 대단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대통령도 여당 당대표 선거에 대해서 선호하는 후보가 있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당은 당이 알아서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말로 밝혀 왔던 입장을 이제 와서 뒤집는다 한들 그것이 그리 큰 잘못도 아니다. 차라리 여당 당권 경쟁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면 최소한 떳떳해 보이기라도 할 텐데 그런 것도 아니다.
이 과정에서 소위 ‘윤핵관’이라 분류되는 의원들의 반응도 이해 불가다.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이들은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이라거나 ‘친윤을 가장한 반윤 우두머리’ 등으로 표현하며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 벌어지는 이런 편 가르기는 볼썽사납고 퇴행적이다.
당권 경쟁에 나섰던 나 전 의원이 맡고 있던 직에서 밀려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거나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유일하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윤 대통령의 심기뿐이다. 굳이 사표 수리가 아니고 해임한 이유도 대통령의 불쾌감 표출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집권 여당의 첫 당대표 경선이 ‘윤심’ 논란 말고는 아무런 논의도 찾아볼 수 없게 흐르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월 12일 1325쪽에 이르는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이 '뉴스타파 DATA 포털'에 공개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녹취록 가운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연속보도합니다.[편집자말]
2020년 10월, 그때는 이재명 vs. 이낙연이었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던 때였다. 상승세는 이재명이었다. 한때 리얼미터 기준 25% 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두 사람의 격차가 오차 범위 안으로 바짝 좁혀졌던 시점이었다. 당시 퇴임의사를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는 있었지만, 그때까지 이들 두 사람과 윤 총장의 격차는 제법 있던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대장동 일당 4인방(김만배·남욱·유동규·정영학)'의 대립 구도는 김만배·정영학 vs. 남욱·유동규였다. 대장동 수익 배분과 관련 특히 김만배와 남욱 두 사람 사이는 크게 벌어져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만배가 보기에 남욱은 "괜히 관여해서 사이 벌리는 것이 기술인 애"였고, 정영학이 보기에 유동규는 그런 남욱과 "같이 붙어있는" 사람이었다.
김만배 "유동규 저쪽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년 10월 26일, 김만배와 정영학은 판교 ○○○○○에서 만난다. 인근에 골프장이 있는 곳이었다. 차를 시키고 잠깐 골프 얘기를 나누다가 김만배는 유동규 이야기를 꺼낸다.
[2020년 10월 26일, 판교 ○○○○○]
김만배와 정영학 대화 "유동규 저쪽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
김만배 : "동규는저쪽에서 탈출을 해서 사업을 하고 싶은 거지.(정영학, 네 분위기도 좋은데, 좋죠) 아니 그런데 걔는 만약에 저기 가서 쫓아갔다가 부정한 일이 나타나면 난리 나는 거 아냐."
정영학 : "요즘 이 지사가 여론조사도..."
유동규의 당시 직책은 경기관광공사 사장, '저쪽'은 이재명 경기지사 측으로 읽힌다. 김만배는 우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선 출마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유동규가 '저쪽'에 있을수록 이들 4인방의 행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김만배 : "내 입장에서는 미스터 리가 이게 돼. 그런데 측근이 옆에 있다가, 걔를 감시하는 눈들도 많을 거 아냐. (정영학, 아, 인제는...) 응. 그러니까 그게 겁나는 거지. (정영학, 안 가는 게 나은 거네요) 그렇지. 걔는 가는 순간에 난리 나. 항상 이거 좋아하지, 여자 좋아하지."
정영학 : "그러면 형님 입장에서 못 가게 말려야 되는 거예요?"
김만배 : "그렇지. 그래서 내가 너도 똥 묻었기 때문에 가기 싫은 거 아니냐. 그랬더니 사업한대, 그러면. 그래서 내가 오케이할게... (중략) 얘는 다시마 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회사를 차리겠대. 응? 그래서 그 회사를, '좋아. 오케이. 형이 돈 대줄게 해. 하고 싶으면'. 그런데 그 회사를 나보고 사래. 응? 거액에. 응? 몇 백 억에. 그래서 나는 안 산다. 응?"
정영학 : "배임이잖아요."
유동규 "사공이 너무 많아졌다... 난 경기관광공사 나올 것"
▲ 2020년 10월 26일,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유동규가 저쪽에서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사흘 후 김만배·유동규·정영학이 분당의 한 노래방에서 마주 앉았다.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 노래방이다. 세 사람이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히려 했던 자리로 보인다. 이날 유동규는 그들 사이의 비밀 유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데, "나 모르는 사이에 사공이 너무 많아졌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남시쪽에) 사공을 한 명도 만들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 30일 분당 ○○노래방]
김만배·유동규·정영학 대화 "우리 필수요원들 전혀 내용 몰라"
유동규 : "우리 안에서는, 필수요원들, 안에 있는 필수요원들은 전혀 내용을 모르잖아요. 왜? 사공을 안 만들었거든요. 한 명도 사공을 만들지 않았는데, 바깥에서는 사공들이 많아졌어. (중략) 그거는 형님, 암호 같은 겁니다. 일종에. 나는 어디부터 생각되냐면, 국정원에서 분명히 군불이 나오기 시작할 테고, 이 시점이 언제쯤일까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그거에 대해서 지금 전혀 움직임이 없길래 의아했어요. 분명히 옵티머스처럼 불꽃이 어딘가 나올텐데 왜 안 나올까. 만약에 불꽃 한 번 터지면 그 불꽃은 누구도 못 막습니다. 분명히 어디선가 터질텐데 왜 스파이크(스파크)가 안 나지? 생각했는데 사실 나도 그거와 관련돼 가지고 전체적으로 내가 나와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난 회사 나올 거고."
스스로 경기관광공사를, 사실상 '저쪽(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측)'을 떠나겠다는 말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12월 31일, 실제로 유동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사임한다) 그래서인지, 이날 세 사람의 대화는 유동규 지분을 어떻게 '무사히' 그에게 전달하느냐로 이어졌다.
김만배 : "자,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해보자. 내가 동규한데, 뭐 동규 지분 아니까, 700억을 줘. 응? 700억을. (정영학, 예, 예) 만약에 이걸 줄 수 있는 게, 비상장 주식을 내가 유동규가 만약에 차렸는데 그거를 내가 비싸게 사서... 그 할 수 있어, 없어?"
정영학 :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김만배 : "그러면 가장 좋은 방안은 뭐야?"
정영학 : "잘 모르겠습니다."
김만배 : "저기를 주면 어때? 증여로 주면. 문제가 돼? 세금 내면?"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다.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만 따져도 2012년 8월부터다. 그렇게 오랫동안 범행을 준비한 이들 일당이 그 후 8년이 지나도록 정작 '키맨' 역할을 한 유동규에게 거액의 돈을 어떻게 전달할지 그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정영학이 노래방에서 먼저 자리를 뜨면서 그날 녹취록은 끝난다. 이후 그 자리에 남은 김만배와 유동규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다만 김만배는 2020년 11월 6일 ○○CC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그때 이야기는 잘 됐냐"고 묻는 정영학에게 이렇게 말한다.
김만배 : "'너(유동규)는 남욱이랑 헤어질 수 없어. 너 술 좋아하고, 남욱이랑 그렇게 이거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넌 나중에 남욱이랑 가. 응?', '그리고 2025년 정도 되면 10년 되니까, 니가 달라면 투자 형식으로 하든 뭐 형식으로 하든 줄게'."
이 이야기는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천화동인1호 지분을 2025년 '유동규네'에 넘길 것이라고 김만배가 여러 차례 말했다는 남욱의 검찰 진술이 알려지면서다. 일부 언론은 이런 발언이 정영학 녹취록에 있다고 보도했으며, '유동규네'에 이재명이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대화에서 '유동규네'와 같은 표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목할만한 변화는 따로 있다.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2025년 되면 어떤 형식으로든 몫을 주겠다'고 했다는 그 날로부터, 정확히 열흘만에(2020년 11월 10일) 유동규가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유원홀딩스, 옛 유원오가닉)를 차렸다는 점이다.
앞서 김만배에게 밝힌 대로 그 회사는 "다시마 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회사"로 보였다. 그런데 2021년 1월 20일, 그러니까 회사 설립 두 달 여만에 이 회사 설립 목적에 "부동산개발, 공급, 매매, 임대업"이나 "부동산 개발 업무대행"등이 추가된다. 그리고 2021년 2월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사실상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2021년 2월 1일 오후 3시 55분]
김만배와 정영학 통화... "너(유동규)는 안전하지만 형은 안전하지 않아 싫다"
김만배 : "동규 말이야, 동규. (정영학, 네, 네, 네) 이제 현재 나온 거를 어떻게 좀 해달라고 그래서, '내가 그러면 현찰로 주겠다, 수표로', 응? (정영학, 네) 왜냐면, '아니면 증여로 가져가면 좋은데 니가 증여로 가져갈 수 없으니까 내가 받아서 세금을 내고 빼서 주겠다, 수표로. 그러면 니가 알아서 써라', 이런 방법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그 이제, 투자를 자꾸 해 달래, 투자를. 그래서 내가 '세무조사 전에 나는 투자는 싫다. 잘못하면은 법률적으로는 요건을 갖춘 투자지만, 내용적으로 부실할 때 그 책임은 결국 나와 우리 경영진이 질 텐데, 그게 대기업이 수사 받는 가능(가장) 큰 이유인데, 비자금을 빼돌린다고', 응? (정영학, 네) 니가 어디서 변호사한테 그런 자문을 구했으면 너는 안전하지만 형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싫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 (정영학, 네, 네) 그랬더니 그걸로 계속 해 달래, 투자로."
김만배가 '몰살' 언급한 이유
▲ 2021년 2월 1일, 김만배는 정영학과의 통화에서 "유동규가 지금 엄청나게 대든다"고 사실상 하소연을 한다. 그러면서 김만배는 유동규 요구대로 투자가 들어갈 경우 "몰살"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영학은 "투자 회수가 안 될 경우 세무적으로는 여하튼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을 전한다. 그러자 김만배는 남욱이 천화동인1호의 실소유주라는 내용의 소송을 화천대유에 제기하면, 재판 후 남욱을 통해 유동규에게 돈을 전달하는 방법도 제안했다고 전한다. 정영학은 "괜찮을 것 같다"면서 유동규의 반응을 물었다. 돌아온 김만배의 답은 이랬다.
김만배 : "아니 그랬더니 남욱이를 또 못 믿겠대. 그래서 '그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내가 그랬어. 그래서, '그러면 니가 그쪽에서 투자를 받으면 되지. 그렇게 해서. 그리고 투자금을 니가 돌려준다고 하면 걔는 오케이할 것 아냐' 그러니까 자기는 남욱이를 못 믿는대. 그래서 그건 싫대."
정영학 : "그런데 같이 붙어있지 않습니까? 둘이."
김만배는 대책이 없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간다. 그는 "이제 유동규 저거 모른다"거나 "지금 엄청나게 대든다"고 했다.
김만배 : "'가져가는데 걸리지 않게 가져가야지' 내가 그랬어. '너 이거 걸리면 네 명은 다 죽어', 내가 그랬어. '뭘로 방어할래' 내가 그랬어. (정영학, 그럼요 형님) 지금 시나리오는 다 도로아미타불이고. 응? 그리고 대선 전에 투자해놨다가 저 돈이 이동했다는 거 알면 어떻게 할라고 그래."
그리고, "잘못 나가면 다 몰살"이란 말이 나온다. 유동규 요구(투자 형식)에 대해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더니 "몰살할 거라고 딱 얘기하더라"는 것이었다.
김만배 : "남욱이가 지금 X구멍에 바람을 엄청 넣나 봐. (정영학, 거기서 넣은 것 같아요) 응, 아니 그래서 내가 그랬어. '야, 배당 받아가서, 아니면 증여로 받아가서 수표로 써. 수표로 쓰면 개인 대 개인 거래인데 뭔 상관 있어. 한 번 만 돌리면 되지. 형이 배당 받은 돈을 반이 날라간다는 게 있지만, 형이 꺼내서 주는데' 내가 그랬지. (정영학, 아니, 그래도) 그랬더니. '형의 부담이지만' 그랬더니, 세금이 너무 많이 날라간다 이거야." (정영학, 네)
그래서 '무슨 세금이 너무 많이 날라가. 아무리 받아가도 니가 이것저것 다 떼도 350억은 넘을텐데' 응? 내가 그랬어. 그렇잖아. 남욱이 것 제하고, 공통비 둘이 필요한 것 제하고 뭐 해도 그 정도는 될 텐데, 응? (정영학, 네, 네, 네, 네) 그랬더니... 그런데 이놈은 이제 세금 내는 게 싫은 거야. (정영학, 네...) 근데 형이 볼 때 몰살이야."
남욱 35억 건너 가... 정민규 "유동규가 그랬다, 내가 천화동인 1호"
▲ 유원홀딩스 등기부. 회사 설립일자는 2020년 11월 10일이다. 그리고 2020년 12월 31일, 유동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사임한다.
그리고 2021년 10월 11일, "남욱 변호사가 투자 관련 사업계약서를 받고 35억원을 20억원과 15억원씩 두 차례에 나눠 유원홀딩스에 송금한 것으로 검찰 계좌 추적 결과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식을 가장 처음 전한 곳은 <동아일보>였다. 유원홀딩스 대표 정민용 변호사의 진술도 함께 전해졌다. 그는 "(35억원중)유동규 이혼자금으로 전처에게 5억원, 재혼할 여성에게 6억8000만원을 보냈다"며 이렇게 자술했다고 한다.
"유동규가 그랬다. '천화동인 1호를 내가 차명소유하고 있다. 천화동인 1호 배당금으로 빌린 돈을 갚겠다'고 했다."
"대입수학능력 시험 결과 상위권 159명의 성적이 시스템 오류로 10점씩 낮게 나왔다면 교육부 장관이 자진해서 사퇴하겠다고 하지 않을까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주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도 종결됐지만, 이 장관은 건재하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프레시안과 신년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참사와 관련한 '사회적 감각'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수능 점수'와 비교하며 말했다.
그는 "진상규명은 어떤 사건의 프로파일을 완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가 정말로 중요하며 책임지지 못하면 자리가 위태롭다는 감각을 키우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이를 독려하는 정부 조직과 기조가 자리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상민 장관 퇴진 운동’은 참사의 정쟁화가 아니라 정치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며 올해 인권의 차원에서 시민들이 요구해야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이태원 참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을 끝까지 '개인화' 시키려 했고, 이런 태도는 여성가족부 폐지, 장애인 이동권, 화물연대 파업 등 다른 사회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일관되게 발견된다.
장애인, 여성, 노동자 등이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평등을 주장하고 나서면 윤석열 정부는 "평등성과 보편성이 아닌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를 통해 "차별의 문제를 피해를 경쟁하는 문제로 만들고 있다"고 미류 활동가는 지적했다. 장애인 이동권을 지적하면 이를 당장 시민의 불편을 대립하는 문제로 제기하면서 시민과 장애인이 대립하는 구도로 치환시킨다.
"윤석열 정부는 집단적 권리의 실현을 통해서 모두의 권리를 증진하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개인을 구제하는 방식을 '개혁'이라고 말한다. (…) 많은 이들이 윤석열 정부가 공정을 이야기하니까 이명박 정부를 떠올리는데, 윤석열 식의 공정은 MB 정부 때보다 더 위험하다. MB는 공정을 가이드 혹은 지향으로 이야기했다면, 지금 윤 대통령은 개인의 권리 자격을 묻는 잣대로 공정을 들이대고 있다."
다음은 미류 활동가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그는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산하 진상규명 시민참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프레시안(이명선)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프레시안 : 이태원 참사 발생 석 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희생자 유가족들은 "아직도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다"며 울부짖고 있다.
미류 :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가의 책임 부정이다. 참사 직후부터 "주최 측 없는 행사"(박희영 용산구청장),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 아니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같은 말들이 나왔다. 특수본은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며 수사를 했다. 국가가 "책임" 자체를 지지 않겠다고 하는데 소재를 밝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결국 꼬리 자르기였고, 유가족들에게 진실도 정의도 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재난참사 진상규명이 누군가 고통과 죽음을 겪은 과정을 살피는 일이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정부기관 업무 평가와 다르다. 재난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것은 각각의 고유한 빛깔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삶과 존엄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되짚는 과정이어야 한다. '도대체 그날 어떤 상황이었기에 꼼짝할 수 없게 됐고, 꼼짝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또 어떤 우연들이 겹쳐서 목숨을 잃게 되었는가?' 혹은 '살아남았지만, 이런저런 힘든 상황 끝에 겨우 살아남은 건가'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진상규명이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각각의 고유한 빛깔을 가진 159명과 함께 살면서 지키고 싶었던 것,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하면 다시 지켜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야 비로소 '이태원 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본다.
"'정쟁화'는 옳지 않지만 '정치화'는 중요하다"
프레시안 : 지금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는데, 정치권으로 넘어오니 역시나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류 :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도 정쟁의 대상이 됐다. 재난참사를 이렇게 정쟁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치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난참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가 침해된, 혹은 그것을 보장하는 데 국가가 실패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재난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는 '우리 사회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밝히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단편적인 사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19분이나 늦게(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 보고를 받고 8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도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나", "중대본 가동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는 아니다" 같은 말을 했다. 재난안전 주무부처로, 이태원 참사에서는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장으로, '10분이라도 더 일찍 보고 받았다면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까?', '중대본을 조속히 꾸렸다면 기관 간 협조가 조금이라도 원활하지 않았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도 부족할 판에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럴 경우, 행안부 하위 기관도 '더 빨리 보고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했어야 했지?'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필요가 없다. 왜? 상급자가 그런 말을 안 하니까. '괜히 일찍 보고하려고 애쓰지 말자'가 되고 만다.
그러면서 이상민 장관은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자신은 최선을 다한 듯 말하는 장관에게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맡기나. 이런 사람이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그만둬야 한다.
▲ 이태원 참사 현장. 특수본은 지난 13일 참사의 원인은 '군중 유체화'라고 밝혔다. 박준영 금오공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는 "국과수 밀도 추정 감정서를 토대로 사고 골목길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오후 9시부터 10시 30분까지 군집 밀도가 제곱미터당(㎡) 6∼10명 사이가 되면서, 피해자 1인 평균 약 224㎏∼560㎏ 무게 정도의 힘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압력에 시달리던 희생자들은 10분 이상 저산소증 등을 겪다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연합뉴스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프레시안 : 참사를 인권의 관점으로 보고 진상규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류 :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진상규명이라는 것이 어떤 사건의 프로파일을 완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 함께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축제를 한다고 사람이 모일 때 경찰들이 가이드라인을 펼치고 질서유지하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정부는 진상규명의 시작과 동시에 이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행안부는 '주최 측 없는 행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책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112 반복 신고 감지시스템 구축', '112기본법 제정', '혼잡경비 업무 담당 민간 경비원 육성'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태원 참사가 주최 측 없어서 발생했나? 혼잡경비 업무를 담당할 경찰공무원이 부족해서 발생했나? 112신고가 반복되는 걸 감지할 기술이 없는 게 문제였나? 참사의 원인 규명과 무관한 대책들만 무성하고, 정작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가 어떻게 더 지켜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개선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훈련을 반복하는 기술적·기계적인 것만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위험 상황을 인지하는 역할을 맡은 관련자들이 '이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책임지지 못하면 정말 위태롭다'와 같은 감각을 키우고 그런 감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것을 독려하는 정부 조직의 기조와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사람 목숨'보다 '수능 점수'를 더 중시하는 사회
프레시안 : 정쟁화는 옳지 않지만 정치화는 중요하다고 했다. 정치화한다는 것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인데, 책임을 묻는 순간 다시 정쟁이 된다. 참 어려운 문제다.
미류 : 어려운 문제지만, 사회적 감각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입수학능력 시험 결과 상위권 159명의 성적이 시스템 오류로 10점씩 낮게 나오면 교육부 장관은 어떤 입장을 밝힐까? 자진해서 사퇴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걷다가 159명이 사망했는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은 자진 사퇴는커녕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이는 곧, 한 사회가 어떤 사건의 비중이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프레시안 :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10대였던 이들이 2022년 20대가 돼 이태원 참사를 겪은 셈이 됐다. 이 같은 집단 트라우마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 같다.
미류 : 참사에 따른 트라우마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살다가 사회적‧정치적 감각을 갖게 되는 사건이 있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당시 10~20대였던 사람들에게 어떤 정치적 감각을 갖게 한 것처럼, 세월호 참사 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우리 사회 혹은 정치에 대한 감각을 형성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다.
트라우마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날 것 같다. 우선은 이태원 참사를 처음 접했을 때 분노했을 수도 있지만, '뭐가 좀 달라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와 같은 무력감도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분노보다는 무력감을 더 크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또 언제 어디서 위험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내가 더 위험해. 내 일자리가 더 불안해. 내 안전이 더 문제야' 같은 피해 경쟁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나'의 문제 혹은 '내'가 겪는 문제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서로 경쟁해야 되는 상황, 이런 게 더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프레시안 : 더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고 피해 경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참사로부터 회복될 수 있을까?
미류 :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동안 어떤 사회를 작동하게 한 구조나 시스템이 붕괴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참사로부터의 회복은, 구조와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인 동시에 무너진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하는 일이다.
신뢰는 절대 혼자 만들 수 없다. 타인을 믿을 때, 서로 믿는 관계가 확장될 때 신뢰가 생긴다. 따라서 혼자 안전하려고 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가 타인을 혹은 사회를 믿을 수 있어야 '내가 안전하다'는 감각이 돌아올 수 있다.
▲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앞에서 열린 시민추모제. 유가족들이 촛불과 함께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안 된다'는 신호,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프레시안 : 지난해 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을 했다. 그런 투쟁 덕에 법안 발의 15년 만에 처음으로 공청회가 열렸다. 비록 반쪽짜리였지만…. 우리 사회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는?
미류 : 차별이라는 사건은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되지만, 그 피해는 개별적으로 겪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차별당했다'고 주장하기보다 그냥 참고 살기를 택한다. 그런 순간, 누군가는 좀 더 싸워볼 수 있게 공적인 역할을 하는 제도가 차별금지법이라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하면서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차별당했다'고 호소하는데 모두 무시할 경우 혹은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라며 스스로 자책하는 경우 또는 '네가 유난스러운 게 문제야'라고 사회가 말할 때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법이 차별금지법이다.
차별의 구조를 바꾸는 싸움은, 누군가의 싸움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차별의 구조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것인 만큼 누군가가 먼저 용기를 내고 시작해야 맞설 수 있다. 결국은 우리가 함께 싸우기 위해서라도 누군가 먼저 싸울 수 있도록 법을 통한 보장이 필요하다.
법 제정이 자꾸 미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을 차별을 겪는 '일부'의 문제, '소수'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 더욱 구조화되고 있는 이 '혐오'라는 문제 때문에라도 법 제정을 더는 늦출 수 없다.
혐오는 다층적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축적된 것이기 때문에 법을 만든다고 해서 해소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호는 분명히 필요하다. 단지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떤 집단을 악마화·타자화하거나 특정 권리에서 배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일단 '안 된다'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차별과 혐오는 먹고 사는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왜 저 사람보다 덜 받아야 해?'라는 물음에 '너 고등학교밖에 졸업 안 했잖아', '너는 여자잖아', '너 아직 청소년이잖아'라는 말로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주민이나 성소수자의 경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런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 지난해 5월 26일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단식투쟁 마무리 기자회견.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46일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을 했다. ⓒ연합뉴스
"차별의 문제를 '피해의 경쟁'으로 만드는 정치"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 제정에 큰 저항 중 하나가 성소수자 혐오 문제인데, 종교와 결부돼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미류 : 얼마 전 김진표 국회의장이 저출생 해법을 논하는 자리에서 "동성애·동성혼 치유 회복 운동"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세력들이 말하는 '병이다' 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우리 사회는 내가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가 '다르다'고 지목하는 집단과 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소수자와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동료 시민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소수자와 동료 시민으로 마주하고, 그래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핵심 아닐까?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평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정치권부터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프레시안 : 과거에는 평등권 문제를 시혜나 수혜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지금은 '내 것을 빼앗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고 있다. '장애인 지하철 시위'만 해도 장애인의 이동권 요구를 '나의 출퇴근 시간 불편을 가중시키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미류 : 차별의 문제를 '피해를 경쟁하는 문제'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장애인들이 이동 못하는 것, 그래 그것도 좀 문제지. 그런데 시민의 불편은 어떻게 할 거야?'라는 인식, 즉 이동권이라는 문제를 시민과 장애인이 대립하는 문제로 치환했다.
지금의 한국 정치가 양산하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다. 평등성과 보편성이 아닌 어느 한쪽의 편을 들게끔 편 가르기를 하는 것,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피해가 더 크지. 그렇다고 남성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야'라며 본질을 벗어나 편 가르기 하는 방식, 그게 바로 '이준석 식 정치' 아닌가.
"윤석열 정부, 젠더 이슈를 '여성 대 남성'의 갈등으로 치환했다"
프레시안 : 혐오를 말할 때 젠더 이슈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금 10대들에게는 '페미니스트'가 하나의 욕이 됐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미류 : 젠더라는 것은 그 자체로 갈등적 개념일 수밖에 없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역할이 있듯 남성에게도 그에 부합하는 요구가 있다. 이는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것이고 '나답게' 살고자 하는 바람이든 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든 누구에게나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갈등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젠더 이슈를 '여성 대 남성'의 갈등으로 치환해버렸다. '신당역 살인 사건'을 우연히 정신질환을 앓는 남성과, 우연히 그 남성에게 걸린 여성 개인의 문제로 만든 것이다. 여가부 장관은 "신당역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며 "남여 이중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무총리는 또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효과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했다. 구조적인 문제를, '여성 대 남성'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들의 프레임이다.
핵심은 '구조'를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구조를 향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폭력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향하는 방식이 됐지? 왜 여성들은 이렇게 쉽게 폭력의 대상이 되는 거지? 왜 여성들은 폭력의 피해를 입어도 사회에 대고 그것을 '폭력'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거지?'라고.
프레시안 : 역시나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미류 : 활동가 입장에서 보면,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는 미투(#Metoo)와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확장된 성차별 구조에 대한 인식과 문제제기를 쫓아가려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 장관이나 총리의 발언에서 본 것처럼 어렵게 쌓아온 하나의 흐름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 역시 이런 흐름을 겨우 쫓아왔기 때문에 누군가 역으로 돌리려는 걸 다시 제 방향으로 밀어붙일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 80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은 지난해 11월 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은 정치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프레시안(한예섭)
"윤석열 정부, 시민을 '피해 호소인'으로 만드는 정치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 또한 젠더 이슈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류 : 윤석열 대통령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은 윤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조했던 "약자와의 동행"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구조나 시스템이 아닌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진짜' 약자를 분리한다는 전략이다.
반노조 정책도, 단순하게 '노동자라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해'가 아니다. '노동조합은 강자야. 약자는 노조도 구성 못하는 다른 데 있어'라는 의미다. 즉, '네가 개인으로 남아있는 한 국가는 도움을 줄 거야. 그런데 집단을 구성해 무언가를 더 내놓으라며 싸운다면 너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야'라는 것이다.
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도 '그냥 그렇게 있으면 법무부가 도와줄 거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신당역 사건 때 주무부처인 여가부보다도 법무부가 더 적극적이었다. '구조적 차별은 없지만, 법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여성들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윤석열 정부의 여러 가지 개혁은 '개인을 구제하는 방향'에 방점이 있다. 집단적 권리의 실현을 통해서 모두의 권리를 증진하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따라서 '여가부 폐지'라는 전선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메시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돼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미국 트럼프 정권의 통치를 '트럼프 월드'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한국에는 윤석열 정권이 만들어 가고 있는 '윤석열 월드'가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월드'는 법질서 아래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고 굳건하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온갖 피해는 모두 개인의 몫이 되는….
미류 :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은 구조는 그대로 두고 그 구조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선에서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을 권리를 가진 시민이 아니라 '피해 호소인'으로 만드는 정치를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의 공정'이 'MB의 공정'보다 더 위험한 이유
프레시안 : 보수 정권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가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느낌도 들고.
미류 : 그렇다. 그러나 MB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시기적으로 다르다. MB 정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한국은 그 피해를 덜 겪으면서 정책 기조가 4대강사업 같은 토목사업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졌다. 훨씬 더 심각한, 그래서 제대로 된 구조적 재편이 필요한 때다.
프레시안 : MB는 소수 집단의 욕망을 극대화해서 그 소수가 나눠 먹는 방식으로 재편했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개개인을 파편화시켜 무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미류 : MB 역시 '공정의 전도사'였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MB는 공정을 가이드 혹은 지향으로 이야기했다면, 지금 윤 대통령은 개인의 권리 자격을 묻는 잣대로 공정을 들이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나 건설노조를 '사업자'라고 하면서 칼을 빼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청소 노동자가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폐기물을 처리해주고 주민들에게 직접 수수료 3만2000원을 받은 일로 징계해고된 데 이어 지방고용청을 상대로 한 실업급여 불인정 처분 소송에서 패소해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유가 되느냐 하는 문제에서는 상식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규칙의 문제가 되어 버리는 순간 혹은 불법이라고 결론 내리는 순간 정당화된다.
시민단체 회계감사 문제도 비슷한 경우다. 시민단체가 국고보조금을 공익적으로 쓰고 있느냐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사회적 문제다. 그런데 회계 기준에 맞춰 사용했느냐의 문제로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시민단체의 실질적인 평가와는 무관한 일이 된다. 회계 기준은 결사의 자유를 누릴 자격의 잣대가 될 수 없다.
규격화된 기준으로 잘잘못을 가려 처벌한다면, 결국 우리 사회에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남기 어렵다. 계량화·규격화에 발목이 잡혀 더 나은 삶을 도모할 가능성이 제한당한다는 점에서 '윤석열의 공정'은 'MB의 공정'보다 더 위험한 면이 있다.
2023년에는 '이상민 퇴진·차별금지법 제정·기후정의' 외쳐야…
프레시안 : 이렇게 개인을 계량화하고 원자화하는 윤석열 정부의 맞서서 어떤 정치적 요구를 해야 할까?
미류 :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연이어 겪으면서 '국가의 부재'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말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국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국가를 원하는지 먼저 제안하고 구체적인 상을 만들어야 한다.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인권과 연관 지어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기본이다. 국제인권규약은 인권 실현에 대한 의무를 국가에 지우고 있다. 기본을 지킬 줄 아는 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지키고 책임지는 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방법? 최소한이 이상민 장관 해임이다.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우리가 끌어내려야 한다.
다음으로, 지향이다. '평등'을 조금 더 실질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지향점으로 '자유'만을 강조하며 왜곡하고 있지만, 자유와 평등은 서로 맞물린 개념이다. 근현대사적으로 반공주의 기조를 오래 경험했기 때문에, 자유보다는 평등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 어떤 정치 세력도 '대한민국을 평등하게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적은 없다. 결국 평등의 의미가 우리 사회의 가치와 지향으로 제대로 된 사회적 선언이 될 때 비로소 실질적 자유도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이후로 숨 고르기를 하며 또 다른 싸움 준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함께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세 번째는, 체제다. 가치가 마련됐다고 해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절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질서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세계인권선언 제28조는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나와 있는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사회체제 및 국제체제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질서를 만들 것이냐와 관련해 '기후정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인간 대 자연'으로 인식됐던 문제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터전으로, 그 관계를 어떻게 다시 구조화할 것인가. 산업은 또 어떻게 재편되어야 할까. 이에 맞춘 삶의 양식은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이런 체제의 변혁·변형·변화에 대해 토론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인권'이라는 것이 그냥 인간이라는 생물종의 한정된 권리가 아니라 '산다'는 것의 의미를 좀 더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언어이자 가이드이자 경험으로 공유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전홍기혜 기자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2022년 12월 26일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12대가 시차를 두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남측 상공에서 시험비행, 교란비행, 종심정찰비행을 5시간 동안 계속하고 북으로 돌아갔다. 이에 관해서 나는 2023년 1월 9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이상한 빛점 한 개가 나타났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5시간 동안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는 동안 한국군은 어찌할 바를 몰라 갈팡질팡했다. 한국군이 갈팡질팡한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 매우 심각한 문제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5시간 동안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한국군은 그에 대처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으니 어찌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이 글에서는 이 심각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였던 2022년 12월 26일, 서부전선 국지방공 레이더 부대로부터 이상 항적이 포착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한국군 제1군단 사령부는 그 이상 항적이 무인정찰기 항적이라고 판단하고 지상작전사령부에 보고했다. 그런데 그들은 즉각 보고하지 않고, 수십 분이 지난 뒤에 늦장보고를 했다.
한국군 제1군단 사령부로부터 무인정찰기 출현에 관한 늦장보고를 받은 지상작전사령부는 그 사실을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했는데, 그들도 수십 분이 지난 뒤에 늦장보고를 했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자기 산하에 있는 제1방공여단 사령부로부터 휴대용 감시레이더에 무인정찰기 항적이 포착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수도방위사령부도 37분이 지난 뒤에야 합동참모본부에 늦장보고를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출현 사실을 국방부 장관에게 당일 오후 12시 10분에 보고했는데, 이것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처음 탐지된 오전 10시 25분으로부터 무려 1시간 40분이 지난 뒤에 늦장보고를 한 것이다.
당일 오후 12시 12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무인정찰기 출현 사실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보고를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려버렸다. 설령 그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더라도 군사 문제에 문외한인 그로서는 아무런 긴급조치도 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던 오후 4시 15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재기자들을 대통령 집무실로 불러 자신이 기르는 애견 ‘새롬이’의 재롱을 보여주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완전히 복귀한 시각은 당일 오후 4시 30분이었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병사로부터 국방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늦장보고가 상습화, 전면화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보고체계만 엉망진창이 아니라, 명령체계도 엉망진창이었다. 상부에 보고를 제때 하지 못하는 군대가 자기에게 하달된 상부 명령을 제대로 수행할 리 만무하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던 5시간 동안 한국군 명령체계가 어떻게 작동되었는지 살펴보자.
합참본부는 지상작전사령부로부터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출현에 관한 늦장보고를 받고서도 수도방위사령부에 무인정찰기 격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설령 합참본부가 수도방위사령부에 무인정찰기 격추 명령을 내렸어도, 수도방위사령부는 격추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2022년 5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있던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게 되자, 수도방위사령부는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 작전지침을 변경하여 합참본부에 보고했다. 합참본부는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전투부대들에 새로운 작전지침을 2022년 5월부터 12월까지 기간에 무려 여덟 차례나 하달했다.
합참본부가 하달한 새로운 작전지침에 의하면, 미확인 비행체가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으로 접근하는 경우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전투부대들은 경고방송을 하고 신호탄을 발사하고 경고사격을 해야 한다. 그런 경고조치를 했는데도 미확인 비행체가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들어가면 격추 사격을 해야 한다.
그러나 2022년 12월 26일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한 대가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에 들어갔는데도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전투부대들은 경고사격이나 격추 사격은커녕 신호탄 한 발도 발사하지 않았고 경고방송도 하지 않은 채 하늘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정황은 한국군 전투부대들이 합참본부의 작전지침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 12월 28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 전방부대들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2022년 12월 초부터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 인근까지 수시로 접근하는 등 대남 정찰비행이 급증되는 특이한 정황을 포착하였고, 그런 특이한 정황에 대처하기 위해 김승겸 합참의장은 2022년 12월 6일 육군 최전방 경계부대를 시찰하면서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무인기 침투사례를 언급하고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침투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한국군 전투부대들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한 대가 서울 중심부 상공을 가로질러 날아갔어도 합참본부의 작전지침을 전혀 수행하지 않았고, 합참의장의 지시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군 명령체계가 얼마나 엉망진창인지를 보여준 충격 사건이다.
2. 무인정찰기 추격전도 엉망진창
보고체계와 명령체계가 엉망진창이므로, 작전체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한국군 작전체계가 엉망진창이라는 사실도 이번 무인정찰기 대응 작전에서 드러났다. 그 내막을 살펴보자.
한국군 반항공 부대들에는 저고도로 침투하는 비행체를 격추하기 위해 20mm 속사포(M61 Vulcan)가 배치되었다. 하지만 속사포 진지에 탐지레이더가 없어서 무인정찰기가 출현했는지 알지도 못했다. 혹시 무인정찰기가 출현했다는 것을 알았어도 유효사거리가 1.3km밖에 되지 않는 20mm 속사포는 3km 고도를 날아가는 무인정찰기를 격추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국군이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는 유일한 방도는 공격헬기를 출동시키는 것밖에 없다. 공격헬기가 무인정찰기에 접근하여 20mm 기관포를 사격하면 무인정찰기를 격추할 수 있다.
그래서 합참본부는 지상작전사령부에 무인정찰기 격추 명령을 내렸고, 지상작전사령부는 육군 항공대 소속 AH-1 코브라 공격헬기들을 무인정찰기 추격전에 출동시켰다. 그런데 현장 상공에 도착한 코브라 공격헬기 조종사들은 무인정찰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행방을 알지 못했다.
긴급히 현장에 출동한 공격헬기들이 기관포 한 발도 사격하지도 못하고 돌아서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사건이었으므로,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기관포를 난사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자대에 복귀했다.
만일 지상에 배치된 반항공 부대가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려면, 유효사거리가 3km인 30mm 자동속사포 ‘비호’를 쏴야 한다. 그러나 30mm 자동속사포 비호에 탑재된 탐지레이더는 소형 무인정찰기를 탐지하지 못한다. 자주대공포 ‘비호복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탐지레이더로 소형 무인정찰기를 탐지할 수 없으므로, 육안으로라도 식별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형 무인정찰기가 300m 이상 고도로 올라가면 지상에서 엔진소리도 들리지 않고,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사정은 자동속사포 ‘비호’와 자주대공포 ‘비호복합’이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육군이 운용하는 반항공 무기체계로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하기는커녕 탐지하지도 못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고받고 다급해졌다. 다급해진 그들은 우왕좌왕하다가 공군작전사령부에 무인정찰기 격추 명령을 내렸다. 무인정찰기를 격추하기 위해 공군력을 동원하는 것은 궁여지책이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국군 반항공 작전체계를 보면, 무인정찰기를 탐지, 추적, 격추하는 반항공 작전은 육군 항공대가 수행하게 되어있고, 미사일을 탐지, 추적, 격추하는 반항공 작전은 공군이 수행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합참본부는 자기들이 정해놓은 반항공 작전체계를 무시하고, 공군작전사령부에 무인정찰기 격추 명령을 내렸으니 궁여지책을 쓴 것이 분명하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궁여지책은 비상 계책이므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당시 합참본부는 궁여지책을 쓰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KA-1 경공격기가 무인정찰기 추격전에 나섰다. 프로펠러 비행기인 KA-1 경공격기는 시속 570km의 속도로 낮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KA-1 경공격기 조종사가 무인정찰기를 육안으로 식별하면, 2km 안으로 접근해 12.7mm 기관포로 격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론이지 현실이 아니다. KA-1 경공격기 조종사가 공중에서 소형 무인정찰기를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은 마치 바닷가 모래밭에서 바늘 한 개를 육안으로 찾아내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다.
사건 당일,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원주(횡성)공항에 주둔하는 공군 제8전투비행단 제237대대 소속 KA-1 경공격기가 무인정찰기 추격전에 나섰다. 경공격기가 이륙한 시각은 오전 11시 43분이었다. 오전 10시 25분에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항적을 레이더로 탐지해놓고 그로부터 1시간 18분 동안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다가 KA-1 경공격기를 뒤늦게 출격시켰으니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데 상상을 초월한 충격 사건이 벌어졌다. 뒤늦게 출격한 KA-1 경공격기가 이륙하자마자 지상에 추락한 것이다. 2022년 11월 30일에는 공군 제19전투비행단 소속 KF-16C 전투기가 초계임무를 수행하던 중 정비 불량으로 추락했는데, 그로부터 한 달 만에 제8전투비행단 소속 KA-1 경공격기 한 대가 또 추락한 것이다. 이번에도 추락 원인은 정비 불량이다.
KA-1 경공격기는 성남초등학교에서 약 50m 떨어진 밭에 추락했다. 밭에 추락하여 폭발한 시각, 성남초등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만일 KA-1 경공격기의 추락 방향이 약간만 달랐더라면, 많은 어린 학생들이 참변을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KA-1 경공격기가 추락했다는 보고를 받은 합참본부는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그런 때일수록 침착하게 판단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더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법인데, 합참본부는 상황을 오판하고 경솔하게 행동했다. 합참본부는 무인정찰기 추격전에 초음속 전투기 편대를 출격시키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초음속 전투기는 매우 높은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아주 낮은 고도에서 천천히 날아가는, 크기가 작은 무인정찰기를 탐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설령 운 좋게 탐지했어도 전투기에 장착된 기관포를 미처 사격할 틈도 없이 너무 빠른 속도로 무인정찰기를 휙 지나쳐버린다. 그래서 소형 무인정찰기 공중추격전에 초음속 전투기 편대를 출격시키는 멍청한 군대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런데도 한국군 합참본부는 자기들이 세워놓은 반항공 작전체계마저 무시하면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하기 위한 공중추격전에 초음속 전투기 편대를 출격시켰다. 작전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 전투기 조종사들은 상부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였으므로 F-15K 전투기와 KF-16 전투기를 각각 몰고 무인정찰기 추격전에 나섰다.
F-15K 전투기와 KF-16 전투기가 무인정찰기를 추격하려면 정상적인 비행고도보다 낮은 고도로 한참 내려와 비행해야 하는데,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속도도 시속 1,480km의 초음속으로 너무 빠르다. 그에 비해,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는 3km 고도에서 시속 100km의 저속으로 천천히 날아간다. 계산해보면, 초음속 전투기가 소형 무인정찰기보다 15배나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초음속 전투기와 소형 무인정찰기의 관계를 비유로 설명하면, 시속 120km의 속도로 쌩쌩 달리는 쾌속 차량 운전자가 시속 8km의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느림보 두더지를 달리는 차에서 맨손으로 낚아채려는 황당한 발상이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소형 무인정찰기 한 대를 격추하려고 초음속 전투기 편대를 출동시킨 것은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되었다.
한국군 합참본부의 실수가 조롱거리로 끝났다면,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수는 조롱거리로 끝난 게 아니라 치명적인 과오를 불러왔다. 왜냐하면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 작전을 전개한 5시간 동안 한국군 무인정찰기 추격전의 과정이 조선인민군 정찰부대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인민군 정찰부대는 그날 한국군이 무인정찰기를 탐지하고 추적한 과정, 보고하고 통보한 과정, 무선교신 과정, 긴급출격 과정, 공중추격 과정을 비롯한 대응 작전행동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로써 조선인민군은 자기들이 앞으로 실전 상황에서 전개할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에 관한 소중한 군사정보를 얻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한 그 날, 한국군은 무인정찰기 RQ-101 송골매 두 대를 군사분계선 넘어 북측 상공으로 날려 보냈다. 한 대는 서부전선 내륙지역 상공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돌아왔고, 다른 한 대는 동부전선 해안을 따라 군사분계선 북측 5km 상공까지 날아갔다가 돌아왔다.
무인정찰기 송골매의 비행속도는 시속 150km이므로, 군사분계선 이북 5km 상공까지 날아갔다가 돌아온 왕복시간은 고작 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군사분계선 북측 상공을 비행한 4분 동안 조선인민군은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 왜 대응하지 않았을까?
만일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1시간 동안 대북 정찰작전을 전개하였다면, 조선인민군은 지체없이 격추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4분 동안 북측 상공을 살짝 비행한 무인정찰기 송골매를 격추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평소에 군사분계선 북측 20km까지 항공사진을 촬영하는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군사분계선 북측 5km까지 넘어간 것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에 대응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행동일 뿐이고, 군사적으로는 실익을 챙기지 못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그런 사정을 간파하지 못하고, 최전방지대 반항공망을 가동하여 무인정찰기 송골매를 격추하였더라면, 한국군 정찰부대는 조선인민군 반항공망이 어떻게 가동되는지 파악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인민군은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군사분계선 북측 상공에서 4분 동안 날아다녔어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정상적인 행동이다. 그와 정반대로 한국군은 대북 정찰작전에 허겁지겁 돌아치다가 자기의 작전상황을 조선인민군 정찰부대에 노출해버렸다.
3. 올해 전투태세는 준전시태세로 격상된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였던 2022년 12월 26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평양에서 시작되었다. 확대회의는 2022년 12월 31일에 끝났다. 김정은 총비서는 확대회의 마지막 날 보고에서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돐과 <일당백> 구호 제시 60돐이 되는 2023년을 공화국 무력의 정치사상적 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해, 전쟁동원준비와 실전능력제고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특히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적투쟁원칙에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욱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갈 데 대한 구체화 된 대미, 대적 대응방향”을 천명하였다.
위의 인용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핵심적인 단어는 전쟁동원준비다. 이전에는 싸움준비 또는 전쟁준비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전쟁동원준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조선인민군 전투태세는 여섯 단계를 밟아가며 상승되는데 경계태세, 전투경계태세, 전투동원준비태세, 전투동원태세, 준전시태세, 전시태세 순으로 격상된다. 전시태세는 전쟁이 일어나는 최종 단계다.
올해 전쟁동원준비에서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언명한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은 조선인민군의 전투태세가 여섯 단계 중에서 다섯 번째 단계인 준전시태세로 격상되어야 한다고 언명한 것이다. 지난해 2022년에 조선인민군 전투태세는 여섯 단계 중에서 네 번째 단계인 전투동원태세로 격상되었으므로, 올해 2023년에는 그보다 한 급 더 높은 준전시태세로 격상되는 것이다. 2022년 7월 14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은 2022년 6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에서 결정된 전투동원태세와 관련된 김정은 총비서의 비준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2022년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비준 과업 집행 정형에 관한 불시 검열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시기 조선인민군 전투태세가 준전시태세로 격상되었던 때는 2015년 8월 20일이었다. 그날 김정은 총비서는 전선 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선사령부가 작성한 대남공격계획을 비준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한국군이 48시간 안으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심리전 수단들을 전면 철거하지 않으면 대남 공격을 단행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렇게 되자 조선인민군은 최고사령관의 단일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준전시체제에 돌입했다. 최고사령관이 급파한 연락 군관들이 전선대련합 부대들에 급파되었다. 2015년 8월 21일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최고사령관이 전선대련합 부대들에 급파한 연락 군관들은 “제국주의침략자들을 몰아내고 남반부를 해방하는 정의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부터 모든 작전지휘는 최고사령부에서 파견된 우리가 할 것”이라고 전투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연락 군관의 작전지휘에 따라 각급 부대 지휘관들이 비상 소집되었고, 모든 전투원은 화력진지를 차지하고 즉시 전투태세를 갖추고 총공격명령을 24시간 대기하였다. 모든 전투원에게 실탄, 철갑모, 위장막이 지급되었고, 전선 지대 민간인들은 공습대피훈련과 등화관제훈련을 실시하였다. 이것이 2015년 8월 하순에 일어났던 8월 위기 사태의 일부다. 나는 2015년 8월 31일 <자주시보>에 실린 ‘8월 위기 사태는 어떻게 평정되었는가?’라는 제목의 글과 2015년 9월 7일 <자주시보>에 실린 ‘알려지지 않은 8월 위기 사태의 급박했던 3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8월 위기 사태에 관해 상술한 바 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8월 위기 사태 중에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을 활발히 전개하였다는 사실이다. 2015년 8월 22일 오전 11시 59분경 중부 전선 비무장지대 상공에서 나타난 무인정찰기 항적이 한국군 감시레이더에 포착되었고, 그날 오후 6시경에도 또 다른 무인정찰기 항적이 한국군 감시레이더에 포착되었다. 무인정찰기 항적은 8월 24일까지 하루에 한두 차례씩 동일한 지역에서 한국군 감시레이더에 연속적으로 나타났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은 2015년 8월 22일부터 8월 24일까지 8월 위기 사태 중에 강원도 화천군 군사분계선을 다섯 차례나 넘어와 최고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었던 한국군의 전투 병력 이동상황과 군사 장비 이동상황을 정찰하고 북으로 복귀했는데, 한국군은 아무런 대응 행동을 하지 못했다.
4. ‘남조선해방전쟁’ 징후는 하늘에 나타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5년에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견하고, 조선인민군에 ‘남조선해방전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는 명령을 2014년 연초에 내렸다. 2014년 3월 26일 남측 정부 소식통이 취재기자에게 전한 말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14년 연초에 소집된 조선인민군 고위급 지휘관 회의에서 “2015년에 공화국 남반부를 통일하기 위한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통일대전을 위해 전략물자를 최대한 마련하고 언제든지 전쟁을 개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의 명령에 따라 조선인민군은 2014년부터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을 활발히 전개하는 것으로 ‘남조선해방전쟁’을 준비하였다.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은 2014년 이전에도 전개되었지만, 한국군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자기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남측에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비행이 처음 포착된 때는 2014년 2월이다. 청와대 상공에 나타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우연히 포착된 것이다. 그 무인정찰기는 지상의 사람들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낮은 고도까지 하강하여 항공 정촬 사진을 찍고 홀연히 사라졌다. 원래 소형 무인정찰기의 촬영고도는 1~1.5km인데, 그날에는 청와대를 좀 더 정밀하게 촬영하기 위해 비행고도를 300m 이하로 낮추었다. 그래서 청와대 마당에 있는 사람들이 육안으로 그 무인정찰기를 식별할 수 있었다. 화들짝 놀란 박근혜 정부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청와대 상공에 나타났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그런데 2014년 3월 24일 경기도 파주 봉일천 인근 야산에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오작동으로 추락한 채 발견되었다. 이 무인정찰기는 2013년 6월 25일에 대남 정찰작전에 사용된 이후 파주 야산에 추락한 2014년 3월 24일까지 9개월 동안 열 차례 이상 대남 정찰작전에 사용되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기체는 유리섬유를 겹겹이 쌓은 폼코어(foam core)로 만들었는데, 이 재질은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그러므로 무인정찰기의 레이더반사면적이 줄어들어 한국군 감시레이더를 피할 수 있다. 그날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정찰기 기체는 글라이더형이 아니라 가오리형이었다. 꼬리날개는 스텔스전투기 꼬리날개처럼 V자형이었다. 가오리형 기체에 V자형 꼬리날개를 달고,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재질로 매우 작게 만들었으므로 한국군 감시레이더가 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가오리형 무인정찰기 기체를 손으로 조립해서 만들지 않고, 주형틀에서 꽝꽝 찍어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가오리형 무인정찰기가 다량으로 생산되어 운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3월 24일 대남 정찰비행을 마치고 북으로 돌아가던 중 오작동으로 파주에 추락한 무인정찰기는 서울 상공에서 7~9초 간격으로 촬영한 항공 정찰 사진들을 기억장치에 저장했다. 항공 정찰 사진 중에서 청와대 전경을 촬영한 것은 5장이다. 그 무인정찰기는 파주에 추락하기 전 9개월 동안 여러 차례 서울 상공에 나타난 청와대를 3~5차례 이상 촬영했다. 그 무인정찰기는 파주 상공에서 8초에 한 번씩 항공 정찰 사진을 찍다가, 청와대 상공에 접근하면서 4초에 한 번씩 찍었고, 청와대 상공에서는 1초에 한 번씩 찍었다. 항공 정찰 사진 해상도는 30cm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청와대 경내에 있는 길이 30cm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항공 정찰 사진을 촬영한 것이다.
2014년 3월 31일 서해 백령도에서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채 발견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에는 나이콘(Nikon) D800 DSLR 카메라와 35mm 렌즈가 장착되었다. 이 무인정찰기는 소청도 상공과 대청도 상공을 S자형으로 날아다니면서 촬영했는데, 그 두 섬에 있는 한국군 해병대 제6여단 군사 시설들을 촬영했다. 소청도와 대청도에서 항공 정찰 사진을 촬영하고 나서 백령도 상공을 날다가 연료 부족으로 추락했으므로, 백령도 항공 정찰 사진은 없었다. 이 무인정찰기가 촬영한 항공 정찰 사진 해상도는 20cm다. 미국이 자랑하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RQ-4A Global Hawk)의 해상도가 30cm인데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해상도가 20cm라니 놀라운 일이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항공 정찰 사진을 촬영하다가 연료 부족으로 백령도에 추락했던 2014년 3월 31일, 조선인민군은 서해 5도 수역에 집중사격을 가했다. 그날 오후 12시 15분경 조선인민군은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7개 수역에 500여 발의 포탄을 여덟 차례에 걸쳐 쏟아부었다. 조선인민군은 백령도 동북방에 있는 2개 구역에 배치된 100mm 해안포와 240mm 방사포를 대거 동원해 ‘북방한계선’ 이남 수역으로 100여 발을 집중사격했다. 그와 더불어 122mm 방사포를 탑재한 고속화력지원정 두 척이 황해남도 옹진반도 인근 마압도 해상에 출현하더니 백령도 쪽으로 방사포를 연속사격했다. 하늘에서는 조선인민군 전투기 4대가 ‘북방한계선’ 인근 상공으로 접근했다. 조선인민군의 집중사격은 오후 3시 30분까지 계속되었다.
조선인민군이 집중사격을 시작하자,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 제6여단은 비상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그들은 백령도에서 K-6 자주포 300여 발을 ‘북방한계선’ 인근 북측 해상으로 사격했고, 대구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F-15K 전투기들이 ‘북방한계선’ 인근 상공에 나타났다. 서부전선 최전방에 배치된 육군부대들도 비상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 조성된 가운데,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현장 상공에 나타나 한국군의 작전상황을 촬영하고 북으로 돌아갔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던 2015년을 앞두고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이 활발히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전쟁 위기가 2015년처럼 고조될 올해 2023년에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을 불러일으킨다. ‘남조선해방전쟁’ 징후는 하늘에 나타난다.
주민들이 15일(현지시간) 네팔 포카라에서 여객기 추락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네팔에서 한국인 승객 2명 등 72명이 탑승한 항공기가 추락했다. 사망자는 68명으로 중간 집계됐다.
15일(현지시간) 카트만두포스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네팔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향하던 네팔 예티항공 소속 ATR72기가 네팔 카스키 지구에 추락했다. 해당 항공기는 구공항과 신공항 사이 세티강둑에 떨어졌다. 포카라공항 착륙을 약 10초 앞둔 상황이었으며, 착륙 직전 불길이 관찰됐다고 인디아투데이는 전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객 68명과 승무원 4명 등 총 72명이 탑승 중이었다. 네팔 민간항공국(CAAN)은 적어도 68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네팔 경찰은 확인된 생존자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사고가 난 네팔 예티항공 항공기에 한국인 2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인 탑승객의 사망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항공기에는 네팔인 외 인도인 5명, 러시아인 4명, 아일랜드인 1명, 한국인 2명, 호주인 1명, 프랑스인 1명, 아르헨티나인 1명이 타고 있었다.
Plane with 72 people on board crashes in Nepal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을 보면 충돌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나왔다. 인근 주민은 “항공기 절반은 산비탈에, 나머지 절반은 세티강 협곡에 떨어졌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구조를 위해 헬리콥터와 구조대가 현장에 파견됐다. 푸시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는 긴급 장관회의를 소집해 내무장관과 모든 정부 기관이 즉각 구조 및 구호 활동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이날 사고는 네팔에서 30년 내 최악의 항공기 추락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1992년 파키스탄항공의 에어버스 A300기가 카트만두에 접근하던 중 언덕에 추락해 탑승자 167명 전원이 사망한 이후 가장 큰 항공기 추락 사고다. 네팔에서 항공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14곳 중 8곳이 네팔에 있어, 갑작스런 기상 변화가 위험 상황을 만들어내곤 하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출발해 카트만두에 착륙하려던 여객기가 추락해 71명 중 51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도 항공기가 산자락에 부딪히며 22명이 숨졌다.
다만 15일 오전 사고 당시 날씨는 맑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네팔 정부는 패널을 꾸려 추락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팔 정부가 16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발표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날 추락한 ATR72기는 에어버스와 레오나르도의 합작이다.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에 따르면 항공기 연식은 15년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과 당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부터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해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는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을 직격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이같이 말하면서, “어렵게 세운 정권이다. 다시 빼앗겨서야 되겠나?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의 표명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혹자는 ‘거래’, ‘자기정치’ 운운한다. 그들 수준에서나 나올 법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장제원 의원은 “나경원 의원이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 행태는 대통령을 기만한 것이며,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으로 거래를 시도했던 패륜을 ‘역사의 자명한 순리’라고 말할 수는 더더욱 없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고민이 길어진다는 둥, 천천히 사색의 시간을 가져본다는 둥 간보기 정치가 민망해 보일 따름”이라며 “고독한 척, 외로운 모습을 연출하려는 시나리오는 너무나 통속적인 정치신파극”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이에 정면으로 맞섰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으로 일해달라는 제안을 깊은 고민 끝에 선의로 수용했고 자부심과 의욖을 갖고 역할에 임했다”며 “역대 어느 부위원장보다 열심히, 실질적으로 일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그게 잘못이었다면 잘못이었겠다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위원회 업무를 하며 적잖은 암초에 직면했다. 급기야 해외 정책 사례를 소개한 것을 두고 정면으로 비난하고 ‘포퓰리즘’이라는 허황된 프레임을 씌워 공격했다”며 “더이상 제대로 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저는 어디서든 저출산과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에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부담이 되는지는 이미 잘 자와 있다. 당원과 국민들돠 그 ‘팩트’를 알게 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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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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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겨울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해밀턴호텔 골목에서 불과 1500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참사 유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한 아버지가 단상에 올랐다.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함께 있던 친구들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다 지난 12월 12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16세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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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159번째 참사 희생자가 된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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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159번째 유가족의 편지 "재현아, 아빠가 이해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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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태원 참사에서 겨우 생존해 돌아왔는데, 한 달 전에 다시 먼저 아들을 보낸 재현이의 아버지입니다. 그동안 재현이한테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마음이 아파서 편지를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런 기회를 주셔서, 재현이에게 오늘 편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재현아, 아빠야. 사랑하는 우리 아들. 재현아, 너의 마지막 43일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태원에서 겨우 살아왔는데 또 다른 고통을 겪다가 친구들에게 갔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차라리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함께했다면 43일간의 고통은 없었을 거잖아.
재현이가 기적적으로 이태원에서 살아왔을 때, 살아온 것만 기뻐했지 너의 마음을 몰랐어. 지금 재현이가 없으니 이제야 재현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거지. 재현이가 먼저 간 친구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했는지 아빠 엄마는 모르고 있었어. 시간이 지나고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이제야 친구들을 정말 사랑했다는 걸 알 것 같아. 정말 친구들을 사랑했구나 우리 재현이가.
재현아.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허전함과 고통이 이렇게 심한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 뭘 해도 가슴이 뻥 뚫린, 시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거든. 그래도 엄마, 아빠는 서로에게 의지하는데, 우리 재현이는 혼자서 그 고통을 안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랑하는 친구들을 두 명이나 한 번에 잃었는데 얼마나 외롭고 그리웠을까. 재현이가 죽기 전 일주일 동안, 밝은 모습으로 밥도 잘 먹고, 노래도 많이 부르고, 게임도 재미있게 해서 이제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오나 하고 안심했었어. 그런데 그것이 친구한테 갈 결심을 하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랬다는 걸 알고 나서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
왜 아빠는 재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아빠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없어서 그래. 그래서 재현이의 마음을 몰랐던 거야. 지금 재현이가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는데 바로 어제 일 같아. 그런데 재현이가 한 달 만에 친구들의 죽음을 잊고 예전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했다니. 너의 마음을 몰라서 아빠가 바보 같고 미안해.
재현아, 너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아빠가 제일 많이 화를 낸 사람도 재현이더라고. 왜, 제일 사랑하는 재현이에게 제일 많이 화를 냈을까. 아빠와 아들 사이가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이걸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내가 조금만 참았으면 됐을 일을. 우리 재현이한테 화를 많이 낸 거 미안해 정말.
재현이 너는, 그렇게 아빠 말 안 듣더니. 마지막도 아빠 말 이렇게 안 듣고. 혼자 먼저 가버리는구나. 아빠가 너한테 말했잖아. 죽더라도 아빠 죽고 나면 죽으라고. 그거 농담 아니었는데. 너 먼저 이렇게 가버리면 아빠는 남은 인생 너만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잖아.
우리 재현이 이제 겨우 16살인데. 엄마, 아빠 품에 더 있어야 하는데. 우리 품에서 너를 더 키워야 하는데. 이렇게 너를 잃어버린 엄마,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너는 어리니 친구들을 따라 훌쩍 떠날 수 있지만 엄마, 아빠는 그럴 수가 없잖아.
아빠의 제일 큰 행복이 재현이랑 OO 품에 안고 자는 거였는데. 니들이 다 커서 이제 그럴 수가 없었잖아. 그래서 이번에 같이 여행가면 핑계 대고 둘 다 꼭 안고 자려고 했는데 너무 아쉽다.
재현아, 네가 떠난 지 한 달 되던 날에 밤부터 비가 내렸어. 꼭 네가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서 우는 거 같았어. 하지만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하지 마. 전혀 미안해하지 마. 엄마, 아빠 아들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정말 고마워. 다음 생에도 엄마는 꼭 엄마 해주고 아빠는 꼭 아빠 해달라고 했잖아.
우리 다음 생에도 꼭 만나자. 다음 생에는 좋은 아빠가 될게. 아빠 죽는 날 꼭 마중 나와야 해. 죽는 날까지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재현아 사랑해. 너무 보고 싶어.'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윗선' 수사 안 한 특수본, '맹탕' 된 국정조사… 유가족 "시민 여러분, 연대해주십시오"
▲ 이태원 참사 유가족 “참사 100일, 100만 명의 시민 모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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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왼쪽)씨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를 위로하며 안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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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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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번째 희생자인 고 이재현군 아버지의 편지에 우비를 입고 모인 유가족들과 수백 명의 시민들이 함께 울었다. 한 어머니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청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붙잡고 한참을 서서 오열했다.
가수 장필순씨도 검은 옷을 입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그는 유가족들 앞에 서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제비꽃>을 불렀다. 그는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라고 노래하다 눈물 흘렸다. 그는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날짜만 지나가는 것 같다"라며 "노래로 위로해 드리러 왔다"고 했다.
새해 들어 열린 첫 번째 이태원 참사 시민 추모제였다. 참사 후 78일이 지났지만, 책임자 처벌은 멀어지고 있다. 전날인 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윗선에 대한 책임은 전혀 묻지 않은 채 70여 일간의 '셀프' 수사를 마무리했다. 50여 일간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 역시 여야의 무관심 속에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전날 사실상 종료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국정조사는 아무것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보고서 채택만 남겨뒀고, 특수본 수사는 '꼬리 자르기'로 끝을 맺었다"라고 했다. 유가족협의회 대표이자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씨는 "어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태원 사태로 인해 경기지표가 나쁘다고 발언했다"라며 "정부는 이제 경제까지 아이들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시민들이 연대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걸 막아달라"고 했다.
가족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며 부둥켜안고 가슴을 치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대통령실을 향해 "사죄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유가족들, 참사 생존자들 발언을 그대로 싣는다.
[고 조경철씨 누나 조경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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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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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도중 비가 내리자, 한 시민이 우산을 꺼내 유가족이 비에 젖지 않도록 들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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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엄마 대신 편지를 읽겠습니다.
'안녕 경철아 엄마야. 경철이가 떠난 지 78일이나 지났어. 경철이 사진들을 봐도 또 봐도 너무 보고 싶고 너의 방에서 지내도 늘 너의 빈자리 좁혀지지가 않아. 좁혀지기는커녕 더 너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 만큼 너의 빈자리가 너무 커. 그만큼 엄마는 경철이가 너가 떠나간 뒤로, 일을 할 때도, 잠을 자기 전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매 순간마다 너의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구나.
너의 동생들과 누나가 엄마를 도와줬고, 너가 없는 빈자리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느껴진다. 내 곁에 있을, 장난 치는 경철이를, 엄마를 마중하는 경철이.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경철이, 노래하는 경철이, 커피 스무디 만드는 경철이. 애교 부리는 경철이. 엄마 이름 불러주는 경철이. 이렇게 많이 하던 너가 이제 없어서 너무 슬프면서도 그리워.
경철아,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며칠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나는 10.29 그날을 반드시 기억할 거고, 늘 그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야. 경철아 나는 너가 지금도, 그리고 항상 가족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생각들만큼 너를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내 부탁 좀 들어줘. 보고 싶은 경철아. 제발 엄마 꿈에 나타나 줘. 꿈에 나타나서 엄마랑 이야기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술도 마시고 그러자. 알겠지?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쉬렴.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게. 영원히 있을 거야. 경철아,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많이 많이 사랑해. 엄마가 가는 날까지. 잘 지내고 있어. 나의 영원한 껌딱지 경철이. 사랑하는 엄마가.'
그리고 저와 저의 동생의 심정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저와 동생이 유튜브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영상을 봐도, 마음이 무너지고 슬픔에 잠겨 화를 참지 못해 분노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어른들의 말, 국정조사 등 어른들이 말하는 얘기를 귀로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못 알아들어도 조금이라도 알겠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저의 하나뿐인 오빠가 억울하게 방치되었다는 것과, 마지막 오빠를 눈앞에 두고도 붙잡지 못해 후회하고 슬퍼하는 기분을 모르고, 무책임한 정부인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국민들에 의한 정부인지, 무엇을 위해 159명의 생명을 빼앗아 갔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정부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데, 제대로 하는 사람은 고작 몇 명 없다는 게 참 놀랍고 어이가 없습니다. 정부가 겁쟁이마냥 남 탓하고, 발을 뒤로 빼도 됩니까? 아주 나라가 이렇게까지 되도록 뭐했냐고 묻고 싶습니다.
이상민 등 '골든타임 지났다', '몰랐다'라고 말한 사람들이 몇 명 있었죠. 그 사람들의 말 자체가 혐오스럽습니다. 골든타임 지났다, 몰랐다 등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정부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짜 어이 없었습니다. 누가 이런 정부를 이제 믿겠습니까. 이제는 나라도 못 믿습니다. 어디에다 양심과 개념을 팔아먹었습니까. 정신 차리세요.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뭐 했습니까. 제대로 한 게 없으니 이 지경이 된 거 아닙니까.
엄마의 심정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잘 들으십시오. 한 번만 말하겠습니다. 진상 규명 철저히 밝히시고 겁쟁이마냥 남 탓하면서 뒤로 발 빼지 마시고 사과를 제대로 하세요. 저희들의 요구를, 부탁을, 진지하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귓등으로 듣지 말고, 잘 들어주세요. 무책임하게 굴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른들이 이래도 됩니까. 이제 저희의 인내를 시험하지 마세요. 저희가 다 지켜보고 있으니, 정부의 일을 제대로 하십시오.
경고를 하겠습니다. 사람보다 못한 짐승이 아니라면, 유가족 희생자에 대한 말을 생각하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막말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유가족들을 희롱하지 마세요. 욕되게 만들지 마세요. 바보 취급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진상규명 철저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된 사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상민 장관님, 사퇴하십시오. 그리고 대통령님, 지금 당신이 앉은 그 자리가, 우리 아이들이 하나밖에 없는 그 소중한 목숨보다 더 소중하십니까. 진심으로 사죄해주시기 바랍니다.'"
[고 이상은씨 이모 강민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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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159번째 참사 희생자가 된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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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상은이에게. 네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지 벌써 두 달이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넘어갔구나. 내 사는 동안에 네가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내 마음은 내내 휘청이고 있단다. 그래서 상은아, 이모는 한 달 전부터 심리상담 치료소에 다니고 있다.
출근하다, 점심 먹다, 업무 보다 작은 실마리에도 너의 부재가 폭풍처럼 몰아쳐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터지곤 했단다. 책상 옆 네 사진들을 보면 싹싹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저쪽에서 '이모 나 왔어!'라고 나를 부를 것만 같은데…
핼러윈 열흘 전쯤 우리 맛있게 쌀국수 먹은 날,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되어 버렸지. 고된 수험생활 합격으로 끝나고도 취업 준비로 또 바쁘길래 면접 연습이나 같이 해보자고 내가 불렀었지. 간만에 보니 부쩍 어른스러워졌더라. 지나간 면접을 복기하는 네 모습이 어찌나 똘똘하고 열정적이던지… 보태고 손봐줄 것 하나 없었어, 우리 상은이가 멋지게 컸구나, 어느 회사 인터뷰에서도 손색이 없겠다, 곧 합격하겠다 생각했단다.
스물다섯 해 전 병원 분만실 앞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지막 그날까지 너는 연약해 보여도 늘 사려 깊고 기특한 아이였어. 그런 너를 이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 눈물이 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이모는 더 많이 기억하려고 노력 중이야. 따스한 봄볕 같고 화사한 여름꽃 같은 내 조카와의 추억들을 기억 속 가장 큰 서랍에 소중하게 두고 눈물나고 그리울 때마다 꺼내 볼게.
상담사분이 이제 내 마음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 이 암흑이 길어지지 않게 조금씩 줄여가는 게 최선의 목표라고 하더라. 이모는 받아들이면서도 새삼 또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도 이 슬픔과 이 고통들이 우리의 행복한 기억들을 압도하지 않게 스스로 잘 다독여볼게. 그리고 너의 소원들, 이모가 다 지켜줄게. 너 취직해서 돈 많이 벌어 멋진 데 같이 놀러 가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같이 여행 가자고 한 것들. 걱정하지 마. 이모가 너 대신 엄마, 아빠랑 다 해주도록 할게.
그리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너의 미래, 그 시간 그 공간에 같이 있던 많은 친구들의 미래를 앗아간 데에 책임 있는 자들, 모두 다 기억해둘게. 막중한 자리에서 사명을 다하지 않은 자들, 조아려 사죄했어야 하는 자들. 합당한 처벌과 책임지도록 여기 모인 유가족분들과 함께 노력할게. 너와 같이 떠난 모든 친구들을 기억해주는 많은 시민분들과 함께 노력할게.
곧 설이다. 이제 세배는 못 받겠네. 그래도 너 좋아하던 리시안서스 꽃다발 들고 너 누워있는 산에 갈게. 바람이 되어 이모 곁에 와주렴. 내 가장 어린 '베프' 상은아. 안녕."
[일본인 토미카와 메이씨의 아버지 토미카와 아유무씨(편지 대독)]
"메이에게. 정말 좋아하는 한국에서 많은 친구가 생겨서 매일 즐겁다고 얘기했었지. 꿈을 향해 나아가다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억울하고 슬프다. 지금까지 고마웠다. 아빠가."
[참사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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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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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비가 오며 추운 날씨에 참석한 유가족에게 핫팩을 나눠드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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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10.29 이태원 참사 목격자이자 생존자입니다. 저는 중국에서 대학교에 다니다가 개인적인 일로 한 학기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작년 9월에 복학했고 대학 시절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청춘을 즐기기 위해 작년 10월 29일 지인들과 함께 이태원에 갔습니다.
그날 이태원은 참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식당 웨이팅이 기본적으로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행인들과 쉽게 부딪힐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때가 8시 반 정도였는데 저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식당에 들어가 10시 20분 30분쯤에 나왔습니다. 분명 지인들과 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너무 많아 밀물과 썰물이 오가듯이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치이고 또 치어 해밀턴호텔 사고 지점까지 밀려갔습니다.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코로나19에 걸릴 것 같아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쓰다가 숨을 쉬기 어려워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어도 숨을 쉬기가 너무 어려워 저는 거기서 까치발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제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져 실려 가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제 일행 중에서 사상자는 없지만 저는 사고 지점까지 갔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사후에 공황과 극심한 우울감을 느껴 심리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 우울감은 감히 현장에서 생때같은 자식들을 잃은 유가족분들의 슬픔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 편지를 빌려 유가족분들께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사고 이후에 뉴스를 보고 가해자 소리를 들으며 저 자신을 한국에 사는 이방인이라 표현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들, 가까운 지인들과 유가족분들의 모습을 보니 저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든든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이상민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윤석열 대통령 등 적어도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토끼 머리띠 남성에게 여론몰이를 하는 것을 보니 현실이 참 개탄스럽습니다.
제 의사 선생님께서는 저는 지금 참사의 기억을 옅게 만드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참사의 기억은 참 고통스럽고 피해자에게 남긴 상처는 매우 크고도 깊은데 왜 윗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요. 사건의 책임이 없다고 한 이상민 장관, 세월호와 이태원 유족분들께 공격을 한 권성동 의원, 유가족들을 향해 "같은 편이네"라고 비아냥거린 조수진 의원, 이상민 장관에게 힘내라는 듯이 어깨를 토닥였던 윤석열 대통령 등은 사람이 아닌 건가요?
책임 회피하며 유가족분들과 생존자들을 우롱하고 모욕하고 피눈물 쏟게 만드는 사람들은 이에 마땅히 사과를 하고 본인의 책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이 두렵기에 왜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지 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유가족분들, 저는 제 일행 이외에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같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유가족분들 뒤에는 저처럼 유가족분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생존자들이 있음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뉴스타파 보도를 보다 고 이지한 님의 아버님과 고 김산하 님의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생존자들과 연락을 기다리는 유가족분들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저도 유가족분들과 같은 마음이기에 참여연대 측에 제 전화번호 공유를 가능하다고 이렇게 말씀을 드려놨으니 아마도 물어보시면 그분들이 유가족분들께 제 전화번호를 알려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생존자 여러분들, 저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이 있지만 마음이 아파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 생존자분들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현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듯이 우리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국민이 무서운지 모르는 윗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제2의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참여연대 측에 연락하기 전에 저 또한 여러분들과 같았지만, 진상이 밝혀져야 제 마음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심리 상담 선생님 또한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상처를 공유하면 치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최전방에 나가 투쟁에 참여하는 건 어려울지라도 여러분들께서도 조금만 더 힘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가족분들 그리고 다른 생존자 여러분들 우리 같이 힘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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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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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를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로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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