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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취업제한 과도? 미국선 영구퇴출까지

등록 :2021-02-19 04:59수정 :2021-02-19 08:06

 

미, 경영자 일탈 취업제한 고강도 조처
‘트위터 한 줄’에 머스크 의장직 축출
관료에 뇌물·분식회계 등 부정행위
미 당국, 임원 자격 영구금지 등 조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2018년 7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주당 420달러에 상장폐지를 고려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직후 테슬라 주가는 6% 이상 급등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이게 빌미가 되어 미국의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강한 징계를 받는다. 이사회 의장직에서 즉시 물러나고 벌금 2천만달러(약 224억2천만원)을 물어야 했다. 트위터 한 줄의 후과가 작지 않은 셈이다.지난 15일 법무부가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쪽에 취업제한을 통보한 뒤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 재계 일각에서 일고 있다. 기업의 고용 여부는 ‘민사적 사안’인데 형법으로 과도하게 규율한다는 취지다. 기업 경영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총수의 퇴진은 대주주는 물론 소수주주의 이해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으로도 나아간다.선진 자본시장이 구축된 미국에선 부정 행위를 저지른 상장사 경영진이 어떻게 처리될까.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법제와 자본시장의 성숙도, 사건의 고유한 특징이 달라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지만 ‘한국의 취업제한 조처’가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려워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누리집에 게시된 여러 사례들은 이런 진단을 뒷받침한다.
 
2007년 에너지 회사 엔론을 파산으로 몬 대규모 분식회계를 주도한 제프리 스컬링 최고경영자(CEO)는 2004년 24년4개월의 징역형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로부터 10년 뒤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상장사 임원 자격 ‘영구’ 금지 조처를 받았다. 취업 제한 범위를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로 한정하고 제한 기간도 ‘형 집행 뒤 5년(징역형 기준)’으로 정한 국내 법제보다 강도가 더 높은 조처가 미국에서 내려진 셈이다.2019년 12월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한 임원이 계약을 따기 위해 정부 관료에 250만달러(약 27억7천만원)의 뇌물을 줬다고 증권업계에서 영구 퇴출 명령을 받았다. 지난 1월에도 미국 핀테크 기업 롱핀의 시이오 벤카타 미나발리는 매출 조작과 회사 임직원에 부당 이득을 안겨줬다는 이유로, 40만달러(한화 약 4억4천만원)의 벌금과 함께 모든 상장회사의 임원 또는 이사로의 활동이 영구 금지됐다.이런 고강도 조처는 미국의 자본시장 성숙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에선 상장사 핵심 경영진의 일탈 행위가 발생하면 주가가 크게 출렁이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물리적 압박이 거세게 인다. 미국 금융당국이 일탈을 저지른 상장사 임원에게 ‘영구 퇴출’과 같은 고강도 조처를 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국내 대학 경영학 교수는 “한국 재벌 총수들이 중범죄를 저질러도 이사회가 조처를 취할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엔 상대적으로 미성숙한 시장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며 “글로벌 무대에서 뛰면서도 정작 부정 행위에 대한 조처는 미성숙한 자본시장을 지렛대 삼아 후진적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채이배 전 의원은 “미국은 전문경영인이 불법행위를 저질러 감옥에 가면 그대로 (해당 기업은 물론 시장에서) 아웃된다”며 “한국 재벌은 총수가 징역을 다녀와서도 경영에 복귀하고, 심지어 공범인 임원도 경영 현장에 복귀한다”고 말했다.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983634.html?_fr=mt1#csidxaeb90f2302fc0a8a0319112a9a1a7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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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역대 최고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 도민 ‘반대’·성산 ‘찬성’
 
임병도 | 2021-02-19 09:07:4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 도민 ‘반대’·성산 ‘찬성’

제주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도민에게 묻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오후 8시 발표됐습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 지역 9개 언론사가 여론조사 기관 2곳에 의뢰해 실시했는데, 두 기관 모두 반대가 찬성보다 높았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반대가 47%, 찬성이 44.1%로 오차 범위 안에서 반대가 찬성보다 2.9% 포인트 앞섰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은 반대 51.1%, 찬성43.8%로 반대가 찬성보다 7.3% 포인트 높았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반대는 여성 집단에서, 찬성은 남성 집단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령별로는 4~50대에서는 반대가 60대 이상에서는 찬성이 높았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 서부 읍면에서는 반대가 60%로, 공항 예정지 주변인 서귀포시 동부읍면에서는 찬성이 70%로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30%가 넘은 여론조사 응답률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 방식과 응답률.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려온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흔히 여론조사 응답률을 보면 10%대를 넘지 않습니다. 한 자릿수 응답률이 나온 여론조사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론조사는 30%가 넘는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한국 갤럽은 35.3%로 5,688명 중 2,019명이 응답했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도 응답률이 31.5%를 나타냈습니다.

성산읍 주민 여론조사에서는 한국갤럽 43.6%, 엠브레인퍼블릭 46.5%로 모두 40%를 넘었습니다.

제2공항 여론조사 응답률이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제주도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할 때에는 성별, 연령, 지역에 따라 할당량이 있습니다. 만약 20대 응답자가 적을 경우에는 ‘가중치’를 부여합니다. 대표성과 신뢰성을 채우기 위한 방식입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성별, 연령, 지역별로 할당된 목표를 거의 채웠다고 합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지만, 성별이나 나이, 지역만 묻고 끊었다는 얘기나 나옵니다. 이미 할당량을 채워서 여론조사를 더 진행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2공항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높게 나오고 성별, 연령, 지역별 할당량이 채워졌다는 것은 그만큼 대표성이 높다는 증거이자, 신뢰할만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성산읍 찬성 결과… 갈등의 불씨 되나?

▲성산읍 지역에 게시된 제2공항 반대 현수막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2공항 여론조사는 제주 도민과 성산읍 주민으로 나누어 실시됐습니다. 도민 조사에서는 ‘반대’가 높게 나왔지만, 성산읍 주민은 ‘찬성’이 훨씬 높았습니다.

한국 갤럽 조사에서는 찬성 64.9%, 반대 31.4%로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선 찬성 65.6%, 반대 33%로 두 조사 모두 찬성이 월등히 앞섰습니다.

제주 도민은 반대하지만, 제2공항 예정지 주민들은 찬성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도민들 사이에서는 제2공항이 단순히 성산읍 만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도민 전체 여론 조사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이에 반해 성산읍 주민들은 두 배 가까이 찬성했다는 결과를 계속 고집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여론조사 결과가 제주 도민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제2공항 여론조사를 주관한 제주 9개 언론사는 조사 결과를 19일 오전 중에 제주도와 제주도 의회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후 제주도와 도의회는 ‘여론조사 공정관리 공동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게 됩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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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소득격차 악화에 재난지원금 효과 따진 언론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2/19 09:21
  • 수정일
    2021/02/19 09: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소득 불평등·저소득층 일자리 위기 심화 통계로 확인… ‘살아남은 자사고’에 교육 불평등 심화 우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악화되고 있다. 근로소득과 사업 소득이 사상 처음 세 분기 연속 감소했다. 특히 자영업자 사업 소득의 전년 대비 감소 폭은 2003년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언론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과 일자리 감소가 저소득층에 집중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제외)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99만 4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2분기 이래 세 분기 연속 감소했다. 서울신문은 감소 폭이 2003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대라고 지적했다.

▲19일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9종 1면 모음.
▲19일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9종 1면 모음.

 

지난해 4분기 근로소득도 전년 대비 0.5% 줄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동반 감소도 2003년 이후 지난해 2분기에 처음 발생해 세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이 하위 20%인 1분위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5분위 배율’ 지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4.72배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4.64배보다 0.08배 포인트 올라갔다. 이 또한 지난해 3분기(4.66배→4.88배)에 이어 연속 악화됐다.

시장소득(근로·사업·재산·사적이전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배율은 7.82배였다. 1년 전 같은 기간(6.89배)보다 0.93배포인트 늘었다. 경향신문은 이에 “그나마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공적 이전소득이 양극화 충격을 완화한 수치”라며 “정부 지원 효과를 제거한 ‘시장소득’의 5분위 배율은 전년 동기(6.89배)보다 1배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늘었다. 전국 2인 이상 가구 월평균 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8% 증가했다. 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1.6%)에 비해서도 조금 늘었다.

▲19일 경향 1면
▲19일 경향 1면

 

그러나 분위별 증감폭은 달랐다. 소득 5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002만6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7% 증가했지만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을 164만원으로 1.7% 증가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근로소득에서 비롯됐다”며 “지난해 4분기 취업자가 44만1000명이나 줄어드는 코로나19 사태 이래 최악의 고용한파로 임시·일용직이 많은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3.2% 급감했고,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5분위는 전 분위에서 유일하게 근로소득이 1.8%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19일 한겨레 3면
▲19일 한겨레 3면
▲19일 한국 3면
▲19일 한국 3면

 

어감 차이 극명… 조선·중앙 “세금 쏟아 부었는데” “빚으로 지원하는데”

이와 관련 언론이 정부 공적 지원의 영향을 전하는 어감의 차이는 컸다.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은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공적 지원이 ‘그나마 가계소득을 떠받쳤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세금을 쏟아부었는데 성과는 없었다’는 구도로 전했다. “세금 쏟아 부었지만... 소득격차 더 벌어졌다”(조선일보 1면), “재난지원금 민낯…세금으로 메워도 소득 격차 더 벌어졌다”(중앙일보 8면) 등이다.

서울신문은 “이런(소득 격차 심화) 상황에서 가계 소득을 떠받친 건 지난해 추석 전후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이라며 “지난해 4분기 가구 전체 소득(530만 5000원)은 1.6% 늘었는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이전소득(22.7%)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한겨레는 “코로나19 경제위기로 가구가 일해서 번 돈(근로+사업소득)은 줄었지만, 정부 지원금으로 전체 소득 감소를 방어했다”면서도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지원이 규모나 집행 시기·방법 등에서 부족하거나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14조원 규모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풀렸던 2분기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4.23배로 1년 전(4.58배)보다 줄어 정책효과가 나타났다”면서 “하지만 2차 재난지원금은 총 7조8천억원으로 1차 때보다 금액이 절반가량으로 줄었고, 이마저도 소상공인 새희망자금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피해계층 지원금은 4조9천억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19일 조선 1면
▲19일 조선 1면
▲19일 중앙 8면
▲19일 중앙 8면

 

조선일보는 통계 분석 결과 “세금과 빚으로 지급하는 정부 재난지원금이 피해 지원이 절실한 저소득층에 집중되지는 않았다”며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피해를 입은 식당 주인에게 돌아간 것일 뿐, 장사가 안 돼 식당 일을 그만두게 된 종업원에게 돌아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득 상위 20~40%(4분위)의 작년 4분기 공적 이전소득이 1년 전보다 9만8200원 오르는 등 2·3·4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 폭이 1분위 가구의 이전 소득 증가 폭을 앞섰다는 이유다. 3분위는 소득 상위 40~60% 가구고 2분위는 소득 상위 60~80% 가구다.

중앙일보도 “정부가 지난해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혜택은 고소득층도 누렸다. 그렇다 보니 소득 격차는 더 나빠졌다”며 “재난지원금은 역설적으로 고소득층 주머니를 더 두둑하게 채웠다”고 지적했다. “이전소득 증가 폭이 1분위(16.5%)·2분위(15.9%)보다 3분위(19.7%)·4분위(45.5%)·5분위(36.3%)에서 더 많이 늘었다”고 근거를 덧붙였다.

‘살아난 자사고’에 “서열화 해소 제동”

학교법인 배재학당과 일주세화학원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18일 승소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이상훈)은 “자사고 재지정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현저하게 다른 형태로 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교육청이) 중대하게 변경된 평가기준을 평가 대상 기간에 소급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처분기준 사전공표 제도의 입법 취지에 반하고 재지정 제도의 본질과 공정한 심사 요청에 반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도 밝혔다.

▲19일 국민 1면
▲19일 국민 1면
▲19일 서울 1면
▲19일 서울 1면

 

이 소송은 2019년 7월 서울시교육청이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서울 자사고에 대해 운영성과 평가점수 미달을 이유로 지정 취소를 결정하고 교육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7월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서울시 8개 자사고에 운영성과 평가 점수 미달 등을 이유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8개 학교나 2곳씩 짝을 지어 취소 처분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이들 중 가장 처음 선고된 것으로 배재고와 세화고는 한동안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부산 해운대고가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서울 자사고도 잇따라 지정취소 처분 기각 결정을 받아내며 정부의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9일 중앙 1면
▲19일 중앙 1면

 

한겨레는 “2025년 예정된 교육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존립 근거가 사라졌다는 이유다. 2019년 11월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통해 “학교 간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부터 일반고로 모두 전환키로 했다.

대상 학교법인들은 시행령이 기본권 침해를 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황이다. 한겨레는 이에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면 2025년 예정된 일괄 전환이 무산된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한 차기 정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을 이어받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중앙지법 조직개편에 ‘시끌’… “개혁” vs “코드인사”

서울중앙지법이 형사합의21부와 35부를 ‘경력대등재판부’(대등부)로 추가 지정하며 기존 1곳이던 대등부를 3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대등부의 배석판사들은 재판장과 같은 부장판사다. 기존 합의부는 경력이 낮은 판사가 배석판사를 맡는다. 대등부는 판사 3명이 수평적으로 사건을 심리해 사법개혁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19일 경향 10면
▲19일 경향 10면

 

그러나 해당 합의부가 인사 논란이 불거진 재판부란 점에서 법조계를 중심으로 ‘인사 물타기’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미리 부장판사가 있는 형사합의21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과 울산 선거개입 사건을 맡고 있다. 박남천 부장판사가 속한 형사합의35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직권남용 등 사건을 심리 중이다.

형사합의21부의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3년 넘게 근무했으나 이달 초 법원 인사 이동 후에도 그대로 남게 됐다. 통상 3년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면 다른 법원으로 이동한다는 관행과 다르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왔다.

조선일보는 ‘코드인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위 인사를 결정한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위원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람이 송경근 민사1수석 부장판사”라며 “송 부장판사는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당시 법원 내부 온라인망인 코트넷을 통해 “법원이 (양승태 대법원) 수사에 반대하면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19일 조선 3면
▲19일 조선 3면

조선일보는 ”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문성관·서보민·이세창 부장판사를 배치했다“며 ”문 부장판사는 2010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광우병 논란을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 선고를 했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박상옥 대법관 임명에 공개적으로 반대 글을 올렸던 박노수 부장판사는 형사 항소부인 형사 2부 재판장에 배치됐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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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속히 통일될 수 있도록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길..."

87살 송환희망 장기수가 환갑맞은 북의 아들에게 보내는 기막힌 편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2.19 02:30
  •  
  •  댓글 0
 

"우리나라가 하루속히 통일될 수 있도록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를 바란다. 내가 언제 너를 만나게 될 지는 모르겠다. 만나게 되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지만 만나지 못하더라도 만난 것과 같이 잘 생활했으면 좋겠다. 국가에서 임무주는 것 잘 수행하라는 것 밖에 더 요구할 바 없다."

2차 송환을 희망하는 비전향장기수 박희성 선생이 18일 미국대사관앞에서 이날 환갑을 맞은 북의 아들 박동철을 위해 반미1인시위를 벌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차 송환을 희망하는 비전향장기수 박희성 선생이 18일 미국대사관앞에서 이날 환갑을 맞은 북의 아들 박동철을 위해 반미1인시위를 벌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분단된 조국에서 87살의 아버지가 환갑을 맞은 북의 아들에게 전하는 기막힌 축하메시지이다. 

박동철. 2차 송환을 희망하는 비전향장기수 박희성 선생의 외아들이다. 2월 18일은 아들 동철의 환갑이다.

서울에 있는 아버지는 이날 광화문 광장 미국 대사관 앞에서 평양에 남겨 두고 지금껏 보지못한 북의 아들 환갑을 축하하는 기가막힌 1인 시위를 벌였다.

6개월째 진행중인 '아메리카 NO 국제평화운동(AmericaNO Int’l Peace Action)' 1인시위이다.

1962년 6월 1일 1년 4개월된 아들을 남겨두고 남파공작원을 귀환시키는 연락선의 기관장으로 파견되었다가 체포된 박희성 선생은 경기도 화성 남양만에서 오른 팔과 왼쪽 허벅지에 총 두발을 맞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우여곡절의 27년 수형생활을 했다. 

1988년 출소 후 험악한 남녘생활을 겪으면서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렸지만 얼마전부터 강철의 심장에도 이상이 생겼다. 

지금까지 두번밖에 빠진 적이 없던 6.15산악회에 작년 11월부터 못다니고 있다. 즐거운 산행길에 공연히 심장마비가 오면 헬리콥터 부르고 다른 회원들에게 누를 끼칠 것 같아 못가고 있다는 것이 박 선생이 지켜온 인격이다.  

갓 돌을 넘긴 아들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박 선생은 이날 환갑을 넘긴 아들에게 조국 통일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갓 돌을 넘긴 아들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박 선생은 이날 환갑을 넘긴 아들에게 조국 통일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공연히 물었다. 아드님 한분 밖에 없냐고 했더니 "그거 하나. 그것도 겨우 사업하면서 생긴 아이기 때문에..."라며 헛헛한 웃음이 되돌아 왔다.

지난 설명절에는 처음으로 통일부에서 인사가 와서 이제 돌아갈 수 있을지 잠깐 기대도 생겼다.

"우리나라가 지금 남북이 꽁꽁 묶여 있는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첫 발자욱은 우리 19명 가려고 했지만 여덟분 돌아가시고 11명 남지 않았나. 그분들 돌려보내게 되면 물꼬가 트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되니까 하루속히 집으로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11명 남은 중에 두번째로 나이가 젊은데 지금 87살이다. 이제 오늘 내일 하지 않나. 사랑하는 부모 형제가 있는 조국에 가서 살다 죽고 싶다는 희망이 있느니까 꼭 우리를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그것 밖에 없다."

박 선생이 자부심으로 기억하는 당생활에 대해 물었다. 1952년 5월 24일 지금은 민통선 안쪽이어서 찾아가기도 어려운 강원도 양구 문득리에서 화선입당했다. 당증번호는 '0466171'. 화선입당이란 후방에서 노동하다 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중에 하는 것이라 전혀 다르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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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러 나갈 때 세포위원장에게 당증을 맡겨놓았다가 받아가곤 했는데, 반드시 돌아가 보고하겠다는 집념도 여전하다. 내년 2022년 5월 24일은 박 선생의 화선입당 70년이 되는 날이다.

그때 당증을 받아서 가슴에 다시 품고 보고하겠다는 결의가 열혈 청년을 방불케한다. 얼마전 돌아가신 박종린 선생이 1951년 화선입당했다고 한다. 

부인인 이정자 여사에 대해서 묻자 '얘기 엄마'라고 애틋하게 부르신다. 올해 나이로 82살. 다섯살 차이가 나는 부인과 당의 부름을 받을 때 황해남도 해주시 영당동에서 살았다. 전쟁이 끝나고 휴전선이 생기기 전 38선이 지나던 곳이었다.

가족 소식을 들은 바 있느냐고 묻자 박 선생은 "내가 그런 걸 원치 않는다. 왜 그러냐하면 1962년 북에서 나올때 기준으로 모두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내가 여기 나와 있으니 당에서 다 보호해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다 잘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만 있다"고 말했다.

양희철 선생(왼쪽)이 
양희철 선생(왼쪽)이 박희성 선생의 1인 시위에 함께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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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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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역대 최대 국방비의 허상?

[조영남의 프레시眼]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21907335591994#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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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밤중 “강남역 폭탄 설치” 허위신고 40대 남성 검거…경찰관 20여명 출동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입력 : 2021.02.18 09:50 수정 : 2021.02.18 10:01

 

[단독]오밤중 “강남역 폭탄 설치” 허위신고 40대 남성 검거…경찰관 20여명 출동
 

오밤중 강남역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허위 신고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8일 “강남역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허위 신고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A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시30분쯤 “강남역에 폭탄을 설치했다. 내일 아침에 터지게 하겠다”고 112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관 20여명이 현장에 출동해 강남역 일대를 수색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강남역 일대를 수색하던 중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이 신분 확인을 시도하자 A씨는 욕을 하고 달려드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경찰이 A씨를 붙잡은 뒤 “허위 신고였냐”고 추궁하자 그제서야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 그는 “조현병 환자다. 경찰이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아 열 받아서 허위 신고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2180950011&code=910100#csidx28c5e1514f1af35b3f05e6dec977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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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기고] 백기완 선생님의 눈물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발행 2021-02-18 09:03:56
수정 2021-02-18 09:25:4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2월 15일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그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는 다급한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선배는 선생님의 운명을 전했습니다. 그 전화를 받고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기어코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선생님이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이 있습니다. 5년 전 쯤, 민주노총에서 무슨 회의를 하던 중에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회의 중이었지만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선생님은 울고 계셨습니다.

2015년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한겨울 오체투지 행진 중 참가자들이 경찰에 연행되자 눈물 흘리는 백기완 선생 모습.
2015년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한겨울 오체투지 행진 중 참가자들이 경찰에 연행되자 눈물 흘리는 백기완 선생 모습.ⓒⓒ이정용. (통일문제연구소 제공)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 동생 박래전의 유고시집 [반도의 노래] 중에 나오는 시 한 편을 읽으셨습니다. “어떡할려고 그러니 이노무 새끼들아/난 어떡하라고 두 형제가 다 유치장에 있어/나와라/나와서 이야기 좀 하자/어떡하란 말이냐”(박래전의 유고시 ‘어머니 말씀’ 중에서) 이 대목을 읽으시면서 우시는데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1986년 나는 감옥에 가 있었고, 동생은 노량진 경찰서 유치장에서 구류를 살고 있었습니다. 전두환 독재와 싸운다고 두 형제가 감옥에 가 있는 기막힌 현실, “래군아, 그런 래전이가 그러고도 몸을 불살라 죽었고…어머님 생각 많이 나서 전화했어. 바빠도 자주 찾아뵙고…” 당부의 말씀도 다 끝내지 못하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선생님은 만나실 때마다 어머님의 안부를 묻고는 하셨습니다.

동생 박래전은 1988년에 “광주학살 원흉 처단”을 외치면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 뒤에 장례위원장을 맡으셨던 분이 50대의 백기완 선생님이셨습니다. 동생은 1987년 민중후보 백기완 선거대책본부에서 학생선거대책본부 일을 했고, 그런 동생을 선생님은 기억하셨습니다. 나는 동생의 장례식 그때부터 선생님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마이크를 잡았다 하면 사자후를 토하며 대중들을 격분시키는 천하의 백기완 선생님의 눈물을 나는 자주 보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시대의 전사였던 선생님의 그 눈물을 기억합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서, 거리로 내몰린 철거민들의 아픔과 분노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잃은 세월호 엄마, 아빠들의 손을 잡아주고 돌아선 뒤에서 선생님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강인한 모습이셨지만, 그런 뒤에 흘리시던 눈물은 이 시대의 아픔입니다.

선생님은 늘 거리의 현장에 서셨습니다. 거리의 전사였습니다.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가 이어지던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까지 선생님은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던 촛불집회에 매주 나오셨습니다. 맨 앞자리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서 집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를 견디셨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이젠 들어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려도 한사코 그 자리를 지키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선생님은 그날의 집회장에 나오기 위해서 전날부터 물이며 음료수를 거의 마시지 않으셨다고 했습니다. 워낙 많은 인파가 운집하던 촛불집회에서 사람들을 헤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집회에 나오셨다가는 앓아누우셨다가 다시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나오시던 80대 노전사를 기억합니다. 선생님은 촛불집회 그때처럼 투쟁의 거리를 당신이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까지 지팡이를 짚고 지키셨습니다. 평생 소원이 거리에서 죽는 거라고 말씀하시고 온몸으로 실천하셨던 그 모습을 기억합니다.

 
2017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규탄과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 촛불집회 참석한 백기완 선생
2017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규탄과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 촛불집회 참석한 백기완 선생ⓒⓒ채원희. (통일문제연구소 제공)

운명하시기 2년 전부터는 아예 병원에 입원하셔서 밖으로 나오시지 못했습니다. 마침 세상을 덮친 코로나로 인해서 병문안도 여의치 않은 가운데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번갈아가며 병상에 계셨습니다. 그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1년 전부터는 목에 삽관까지 해서 목으로 말도 하실 수 없었습니다. 손은 너무 떨렸습니다. 그런 손으로 병상에서 한 글자 한 글자에 당신이 남은 마지막 숨결까지 불어넣으며 써낸 글씨들을 봅니다.

“유월항쟁은 이제 다시 일어나라는 역사의 함성”
“김진숙 힘내라”
“노동해방”

몇 글자 되지 않는 저 짧은 글귀를 쓰기까지 1주일에서 2주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마지막 남은 힘마저 집중해서 써내셨던 그 글귀를 기억합니다. 저 글귀는 평소 선생님의 우렁우렁한 웅변의 말씀보다 더 진하게 가슴을 파고듭니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실 때까지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으셨던 선생님의 의지를 봅니다.

백기완 선생이 2020년 6월10일 병상에서 쓴 글, ‘유월항쟁은 이제 다시 일어나라는 역사의 함성 백기완’
백기완 선생이 2020년 6월10일 병상에서 쓴 글, ‘유월항쟁은 이제 다시 일어나라는 역사의 함성 백기완’ⓒ백기완 선생 장례위원회
백기완 선생이 지난해 7월에 복직투쟁에 나선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쓴 글씨
백기완 선생이 지난해 7월에 복직투쟁에 나선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쓴 글씨ⓒ백기완 선생 장례위원회
백기완 선생이 병상에서 힘겹게 남긴 글씨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보름에 걸쳐 쓴 ‘노동해방 백기완’
백기완 선생이 병상에서 힘겹게 남긴 글씨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보름에 걸쳐 쓴 ‘노동해방 백기완’ⓒ백기완 선생 장례위원회

앞자리에 앉아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되셨던 선생님이 이제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이제 누굴 의지하고 투쟁의 길을 헤쳐가야 할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당장의 현안만이 아니라 멀리 큰 길을 걸어가는 우직한 발걸음을 한시도 늦추지 않으셨던 선생님의 모습, “역사의 허무주의와 싸워라”고 하시던 그런 말씀을 이제 누구에게서 들을 수 있을까요?

날로 쇠해지시던 노구의 선생님을 걱정하면서 거리의 투쟁 현장으로 불러내는 역할을 많이 했던 한 사람으로 89년 일생의 선생님을, 입관 때 평안히 잠든 듯한 모습의 선생님을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뵈었습니다. 선생님,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그 수고에 너무 많이 빚졌습니다. 선생님만큼은 아니더라도 선생님을 기억하며 선생님께 진 빚 갚기 위해서 더욱 분투하겠습니다. 역사의 허무주의에 빠져서 한탄하지 말라는 그 말씀 새기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쉬셔도 됩니다.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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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 원인, 2018년 은마아파트에서 벌어진 일

[국회 용역 연구 공개-서울 4개 단지 아파트 등기부등본 분석] 임대주택등록제가 불러온 비극

21.02.18 07:12l최종 업데이트 21.02.18 07:12l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밝히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8일 한국도시연구소는 국회사무처의 용역의뢰를 받아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단지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의 강남, 강북 및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4개 단지, 총 1만 1155호의 소유권과 실거래가 등을 분석한 결과는 아파트 가격 급등의 원인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연도별 가격상승을 분석한 결과에서 눈에 띄는 사실은 4개 단지 모두 '2018년'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이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2018년 한 해에만 무려 3억 6000만 원(31평 3억 5800만 원, 34평 3억 6265만 원)이 폭등했다. 박근혜 정부 4년간(2013~2016년)의 상승폭 3억 4000만 원보다 더 올랐다.  문재인 정부 4년간 무려 8억 2000만 원(31평 7억 8759만 원, 34평 8억 5738만 원) 상승했는데, 특히 2018년 무섭게 폭등한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사실은 가격이 폭등한 2018년 은마아파트의 거래량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급등하면 차익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고, 따라서 거래량이 급증한다. 그런데 2018년 은마아파트 거래량은 146채로, 2017년 거래량 322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매우 희한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가격은 폭등했는데 거래는 급감한 희한한 상황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며 강남 재건축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는 연초 호가가 최고 16억5천만 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2억원 떨어진 14억5천만∼15억 원에 매물이 나오지만 거래가 잘 안된다. 사진은 2018년 5월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  은마아파트는 문재인 정부 4년간 무려 8억 2천만 원(31평 7억 8759만 원, 34평 8억 5738만 원) 상승했는데, 특히 2018년 무섭게 폭등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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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격이 4억 원 가까이 폭등했는데도 집주인들은 집을 팔지 않았을까? 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말 은마아파트의 실거주 비율은 35.2%였다. 전체 4421채 중 약 3000채가 실거주가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혹은 투기목적의 주택 소유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값이 폭등하는데도 집을 팔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그 특별한 이유는 바로 '임대주택 등록'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13일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을 발표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만 하면 모든 세금을 거의 안 내게 해주겠다고 공표했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홍보영상을 통해 "정부가 세제와 금융혜택을 준비했으니 다주택자분들은 보유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한 발언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은 실로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재산세를 50~100% 감면하고, 임대소득세를 약 90% 감면해준다. 종부세는 전액 감면하고,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도 10년 임대할 경우 100% 감면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도 임대주택 소유주들에게는 무려 80%를 감면해줬다.

2018년 한 해에만 은마아파트는 무려 162채의 임대주택이 등록되었다. 참고로 그해 거래량은 146채였다. 거래량을 뛰어넘어 임대주택이 등록된 셈이다. 김현미 장관이 권유한 대로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임대주택으로 등록함으로써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다.

다주택자들은 오히려 주택을 추가로 매수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세금특혜로 다주택자의 매도는 급감하고 추가 매수가 발생했으니, 집값이 폭등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다주택자, 매도 대신 추가 매수하며 임대주택 등록
  
은마아파트 등 강남구 아파트값 8개월 만에 상승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2019년 6월 셋째 주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2% 올랐다. 강남구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2018년 10월 셋째 주 이후 34주 만이다. 사진은 14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의 모습.
▲  2017년 12월 13일,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정부가 세제와 금융혜택을 준비했으니 다주택자분들은 보유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가격이 폭등한 2018년 한해에만 은마아파트는 무려 162채의 임대주택이 등록되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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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분석 대상인 아파트 단지 4곳에서 동일하게 발생했다. 마포 래미안 아파트는 2018년 한 해에만 24평형은 2억4000만 원, 34평형은 3억 9000만 원이나 폭등했는데, 이는 2016~2017년의 2년간 상승폭의 약 2.5배에 달했다. 2018년 거래량은 150채로 전해인 2017년 거래량 312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해 래미안 아파트 단지에는 127채의 임대주택이 등록되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추가로 매수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했고, 그 결과 가격이 폭등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해인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가 '8.2 대책'에서 양도세 중과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당시 청와대 수석이었던 김수현은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다주택자들에게 주택을 팔 기회를 드리겠다"라며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불과 4개월 후인 12월에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들에게 엄청난 세금특혜를 제공했다.

앞에서는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뒤로는 양도세 중과는커녕 '전액 면제'라는 특혜를 베풀었다. 문재인 정부의 제스처를 믿고 내집마련을 미룬 무주택자는 '벼락거지'가 되고, 세금특혜를 노리고 주택투기에 뛰어든 다주택자들은 '벼락부자'가 되었다.

벼락부자와 벼락거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의 영향은 비단 아파트 가격 폭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향후 아파트 가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2020년 '7.10대책'에서 아파트 임대주택의 만기가 도래하면 임대등록을 종료하여 세금특혜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만기도래하는 아파트가 종부세 부담 등으로 인해 매도가 나오고, 그 결과 아파트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상당기간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다.

임대주택등록제는 4년 단기임대와 8년 장기임대의 두 유형이 있는데, 4년 단기임대는 미미하고 대다수가 8년 장기임대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는 전체 284채의 임대주택 중 77.8%가 장기임대이고, 마포 래미안은 장기임대가 79.6%다.

2018년에 주택을 매수한 이들은 2026년이 되어야 임대기간이 만료되므로 그때까지 종부세 전액 감면 등 엄청난 세금특혜를 누린다. 그런 세금특혜를 포기하면서 매도할 임대사업자는 없을 것이므로 이들 단지의 매도는 급감할 것이고, 아파트 가격의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용역보고서 "임대주택등록제는 존치할 이유가 없음"
 
 정부가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4일 남한산성에서 바라 본 서울 모습. 정부는 서울 등 대도시의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20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호 등 전국에 83만6천 호의 주택을 공급을 목표로 한다.
▲  문재인 정부의 제스처를 믿고 내집마련을 미룬 무주택자는 "벼락거지"가 되고, 세금특혜를 노리고 주택투기에 뛰어든 다주택자들은 "벼락부자"가 되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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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당은 엄청난 세금특혜를 제공하면서 임대주택제도를 유지해야 할 이유에 대해 궁색한 변명을 내놓는다. "전월세 안정"이니 "세입자의 주거안정" 등을 이야기하지만, 이런 긍정효과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미미하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준구 명예교수는 "이 제도의 긍정적 효과는 거의 영(0)에 가깝다"라며 "정부는 아무 실익도 없는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조원의 조세수입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정책제안은 매우 단순하다.
 
"등록임대주택 소유주에 주어지는 과도한 세제혜택이 (7.10대책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어, 수억원에 이르는 불로소득이 제대로 과세되지 않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음."

"임대주택등록제는 존치할 이유가 없음. 아파트 외의 주택유형에서도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을 폐지할 필요가 있음."


이 연구소는 임대주택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불로소득이므로 이에 대한 세금특혜를 전면 폐지하고, 모든 주거 유형에 대한 임대주택제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다.

사실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집값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다. 이 보고서의 연구 결과가 명확하게 보여주듯 임대주택에 대한 엄청난 세금특혜를 폐지하지 않으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폭등한 가격에서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 시민의 절반이 넘는 무주택자들이 극심한 고통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멈추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제도가 신속하게 폐지되어야 한다. 객관적인 분석과 정책제안을 제시한 보고서를 받아든 국회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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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사령탑 흔든 민정수석 사의 파동에 신문 모두 1면

[아침신문 솎아보기] ‘모를 리 있나’ 대통령 의중에 쏠린 눈
한국일보, MB국정원 정치인 사찰문건 공개… 요양병원 노인 접종 “연기 말았어야”
 
 

 

18일 아침신문들은 전날에 이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청와대의 ‘문 대통령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안이 조율된 줄 알았다’는 해명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 모으는 한편 문 대통령의 재가 배경에 제각각 관측과 의문점을 내놨다.

신문들은 1면에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과 신 수석의 사의 표명 과정에 대한 해설 기사를 냈다.

▲1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1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청와대는 17일 신 수석이 검사장급 인사를 두고 박 장관과 갈등을 빚은 뒤 문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 수석은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에 인사가 발표된 탓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무장관의 안이 (민정수석과)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고 발표됐다”고 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참모의 사의 표명 사실을 사표가 수리되지도 않은 단계에서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문들에 따르면 신 수석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신 수석으로부터 의견을 전달받고도 이 지검장은 유임시키고 심 국장은 요직인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시키는 인사안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뒤 재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는 검찰 간부 인사의 휴일 단행은 대단히 이례적이고, 대검도 인사 발표 한시간 전쯤 관련 소식을 통지받았으며, 신 수석과 박 장관이 8~9일 최종 조율을 위해 만날 예정이었는데 이 과정이 생략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벽에 부딪힌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포용 구상’”에서 “가까스로 수습되는 듯했던 ‘추·윤 사태’가 ‘신·박 갈등’으로 재연되는 모양새다. 조율되지 않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안을 최종 사인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18일 경향신문 1면
▲18일 경향신문 1면

한국일보는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촉발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 후폭풍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은 새해 들어 검찰과의 '화해 무드'를 말했으나, '검찰과 타협할 생각은 없다'는 점을 인사로써 증명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전현직 (검찰) 간부들은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4일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을 청구한 게 ‘인사 조율 실패’의 결정타가 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 분석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검찰개혁 과정에서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조직 사이에 누적된 갈등 수위가 그만큼 높다”고 풀이했다. 한겨레는 “검찰과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으로 발탁한 검찰 출신 민정수석마저 검찰 인사를 둘러싼 정권 수뇌부와의 갈등 끝에 직을 던지겠다고 나선 것부터 심상찮은 신호”라며 “일각에선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아닌 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문 대통령의 거듭된 만류에도 사의를 굽히지 않고 있다”며 “특히 신 수석이 설 연휴 이후 재차 사의를 표명한 뒤 주변에 ‘자세를 변치 않는다’고 한 건 결국 물러나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국민의례 장면을 찍은 사진을 배치하고 문 대통령과 신 수석만을 컬러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흑백으로 처리했다.

▲18일 동아일보 1면
▲18일 동아일보 1면
▲18일 한겨레 1면
▲18일 한겨레 1면

문 대통령이 인사안을 재가할 당시 해당 사안이 조율되지 않은 사실을 알았는지를 두고도 추측이 나왔다. 청와대는 박 장관이 조율되지 않은 인사안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신 수석과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재가해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애초 이번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전임자인 추미애 장관 시절 누적된 검찰 조직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 윤 총장 쪽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며 “하지만 발표된 인사안에선 윤 총장 쪽 의견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겨레는 “법무장관이 민정수석을 건너뛰고, 그조차 ‘수석과 협의가 된 것처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면 자칫 ‘월권’이나 ‘기망’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취임 전후 윤 총장과의 소통, 허심탄회한 대화 등을 강조한 박 장관 발언에 비춰, 이번에는 ‘윤석열 패싱’ 논란이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는데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며 “검찰 주변의 대체적 분석은 (인사안이) 박 장관보다는 청와대 의중이라는 데 맞춰졌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1면 상단 기사에서 “신 수석이 설 연휴 전 문 대통령에게 처음 사의를 표명했을 땐 문 대통령이 수리할 뜻을 내비쳤다고 17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며 “여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4·7 재·보선에 미칠지 모를 역풍을 우려해 사의 만류 쪽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고 했다.

▲18일 조선일보 1면
▲18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신 수석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개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 청와대 비공개 회의 때 선거법 위반 소지를 이유로 이같이 주장했으며, 문 대통령에게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빨리 지명해야” 하고 “고위공직범죄수사처도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관계자가 “신 수석이 갑자기 국정원 이야기를 꺼내서 좀 놀랐다”며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도 자기 의견을 계속 표명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월성원전 비리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시점과 맞물리면서 항의 차원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정사령탑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난맥상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도대체 청와대에 내부 조정 기능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힌 뒤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사표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법적으로 검찰 인사는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돼 있어 신 수석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의중을 받아들여 인사를 결정했다면 신 수석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민정수석조차 패싱하는 인사 난맥이 계속된다면 검찰개혁의 완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민정수석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법무·검찰의 이견 조율 아닌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대선 캠프 출신이다. 오죽하면 이런 사람조차 반발하겠나”라며 “정작 중요한 검찰 인사를 보니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윤 총장에 대한 지지 여론을 희석하려고 벌인 쇼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MB국정원의 배진교 사찰문건 공개

한국일보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조직적 정치인 사찰 문건 원본을 공개했다. 한국일보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인천 남동구청장이던 2011년 국정원 사찰 문건을 이미지 파일과 함께 보도했다.

▲18일 한국일보 1면
▲18일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1년 9월15일 생산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서 “일부 야권 지자체장은 국익과 지역 발전보다는 당리당략ㆍ이념을 우선시하며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어 적극 제어가 필요하다”고 썼다. 문건의 사찰 대상은 광역 지자체장 8명과 기초 지자체장 24명으로, 당시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과 민주노동당(정의당 전신) 소속이다. 문건은 야권 지자체장 32명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분석한 ‘총론’과 개인별 문제를 나열한 ‘붙임’ 부분으로 구성된다.

한국일보는 “14쪽 분량의 문건엔 이명박 정부가 야당을 어떻게 규정하고 다루려 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며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해 ‘종북’ ‘이념 오염’ ‘주민 현혹’ ‘국가 정체성 훼손’ 등의 표현을 쓴 것은 사찰의 잣대가 ‘색깔론’이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자체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보수 단체 지원을 축소하고 △‘종북ㆍ좌파’ 인물을 주요 보직에 중용하고 △‘좌파 강사’를 동원한 강연회를 열었기 때문에 나쁘다고 했다. 배진교 당시 남동구청장에 대해서는 “‘부모스쿨’(150명)을 운영하며 강사진에 전교조ㆍ민노총 출신을 배치했다”고 했다.

▲18일 한국일보 5면
▲18일 한국일보 5면

국정원이 정부 부처를 동원해 야당 지자체를 압박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행정안전부에는 교부세 감액과 지방채 발행 중단 등 불이익과 함께 “국정에 협조하는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와 총액인건비 등 인센티브를 주도록 했다. 감사원에는 “종북 단체의 사회단체 보조금 부당사용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찰이라고 하지만, 동향 파악 수준 아니었겠냐’는 정치권 일각의 추측을 무색하게 한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약점이 될만한 부분을 세세하게 파악해 문건에 표를 만들어 일일이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이들을 압박하기 위한 정부 부처별 ‘액션 플랜’까지 짜서 내려보냈다”고 했다.

최우선에서 후순위 밀린 고령자 접종 ‘연기 말았어야’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요양병원 노인은 AZ라도 맞고 싶다”에서 보건당국이 요양병원 노인 37만700명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두 달가량 미루면서 고위험 노인들이 여전히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백신 접종 우선순위로 의료시설 종사자와 요양시설의 고령 환자를 최우선으로 꼽았는데, 오락가락 끝에 요양시설 노인을 후순위로 밀어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질병청은 지난달 28일 AZ백신을 요양시설 환자와 종사자에게 맞히겠다고 했고, 이달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자문단도 ‘고령자 투여를 배제할 이유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5일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부정적 의견을, 8일 질병청 브리핑에 참석한 전문가는 강한 긍정 의견을 냈고, 10일 식약처는 ‘의사가 판단하라’는 의견을 낸 뒤 15일 질병청은 보류를 확정했다. 중앙일보는 식약처의 “우리는 자료를 근거로 과학적 판단만 한다. 노인에게 맞힐지 말지는 방역이나 백신 수급 상황을 고려해 질병청이 결정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18일 중앙일보 1면
▲18일 중앙일보 1면

15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전체 사망자의 40%가 요양병원·요양원 관련 사망자다. 지난해 12월~올 1월 요양병원에서만 219명이 숨졌다. 중앙일보는 “앞으로 두 달간 요양병원·요양원에서 300~400명이 더 숨질 가능성이 크다. 80대는 전체 사망률의 11배, 70대는 3.5배에 달한다”며 “대한요양병원협회가 15일 ‘원하면 AZ백신을 맞게 해달라’고 질병청에 정식으로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칼럼 “고령자 백신접종, 연기하지 말았어야 했다”를 내보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의 150만명 접종 사례를 검토한 결과 특별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감염 예방에 중요한 항체 형성 능력은 고령자에서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정 교수는 “백신의 65세 이상 접종 여부가 특별히 관심을 모은 이유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자료 부족을 이유로 사용을 보류하였기 때문”이라며 “연구 결과의 대상자 가운데 70세 이상은 단 5%뿐이어서, 과연 노령자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했다.

▲18일 한국일보 27면
▲18일 한국일보 27면

정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감염 예방 효과는 74.6% 이상 효과를 보이며 중증화 방지 효과는 매우 좋았다”며 “이미 영국에서 접종 중인 백신이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 규제 당국이 승인한 백신이므로 그 효과와 안전성은 최소한의 기준을 넘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 발표에서도 안전성, 면역 형성 능력에 대한 근거는 확보되었다는 표현이 수차례 등장한다. 이 때문에 ‘안전하고 효과적이지만 근거가 모자라서 접종을 연기한다'는 말은 모순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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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의 시기, 국민부터 살리고 평화·번영의 약속 지켜야

민중공동행동,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 촉구...'단 한푼도 줄 수 없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2.17 16:41
  •  
  •  수정 2021.02.17 16:46
  •  
  •  댓글 0
 
민중공동행동을 비롯한 참가단체들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진행중인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협상이 미국의 요구만 반영된 굴욕적인 협상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중공동행동을 비롯한 참가단체들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진행중인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협상이 미국의 요구만 반영된 굴욕적인 협상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이 전년 대비 13% 인상안으로 타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69개 단체가 망라된 민중공동행동을 비롯한 참가단체들은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타결 임박 소식이 전해진 한미SMA가 미국의 요구만 반영한 굴욕적인 협상이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지금껏 한번도 있어 본적이 없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나라의 형편은 최악의 실업률과 초유의 경제위기에 몰려 있는데,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이 중국 침략전쟁을 위해 운용하는 군대에 한국정부가 왜 비용을 지원해야 하는가?"라며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원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 무기를 필수적으로 구매하고 국방예산을 의무적으로 늘려야 할 조건을 달면서 13%나 인상하는 것은 외교적 성과가 아니라 '미국 종속적 외교행태'의 반복"이며, "더군다나 이러한 굴욕적인 내용을 다년계약한다는 것은 스스로 미국에 목줄을 내어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미국 CNN 방송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5일부터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한미 SMA 회의가 재개되어 13%인상안과 다년계약으로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 

13% 인상안은 지난해 3월 한국 정부가 트럼프의 500% 인상안과 조율하기 위해 제시하여 실무선에서는 합의했으나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해 불발된 안.

이 때문에 다년계약이 구체화될 경우 '향후 연간인상률'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협정 유효기간이 끝난 후 사실상 표류상태였다가 지난해 3월 한국 정부는 50% 인상안을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첫해 13%인상, 이후 4년간 7~8%의 상승률을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첫해 분담금이 약 1조 1,739억원이고 마지막 5년차엔 1조5,900억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2019년 방위비분담금 1조389억원의 50%인상에 가깝게 되어 트럼프의 50% 인상요구와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왼쪽부터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윤희숙 진보당 공동대표,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윤희숙 진보당 공동대표,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가 바닥을 치고 민생이 형편없이 어려워졌는데 주한미군 주둔비를 13%로 인상한다니, 이게 과연 어느 나라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냐"고 하면서 "굴욕적인 주둔비 협상을 중단하지 않으면 국민 촛불이 청와대를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지난해 56일간의 우기와 3번의 태풍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었지만 올해 농업예산은 2.9% 증액에 그쳤다"며, "주한미군 주둔비로 13% 인상 운운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은 "지금 코로나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중소영세업체들은 하루에 수십개씩 폐업, 도산되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며, "국가적 대재앙의 시기에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국민부터 살려야 한다. 자주와 평화, 번영의 길로 가자고 했던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진보당 공동대표는 "정부 협상단은 미국과의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재 우리 국민들이 당하고 있는 고충을 반영해서 새로운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방위비분담금은 인상이 아니라 삭감되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들의 뜻이다"라고 밝혔다.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교육개혁 등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정작 정부는 청년학생과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남북합의를 통해 줄이기로 한 국방비와 주한미군 주둔비를 인상하려고 하는 것은 합의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바이든 정부가 방위비분담금협상 조건으로 한국정부에게 무기구매와 국방예산 확대를 조건으로 13%인상안에 동의하는 협상안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중공동행동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보다 5배를 인상한 50억달러를 요구하면서 기존 항목의 대폭 인상과 더불어 전략자선 전개비용, 연합훈련 비용, 주한미군 수당과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등 주한미군 주둔비용 일체를 한국에 요구한 것도 문제지만, 바이든 정부의 협상안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특정 군사장비를 구매하고 국방예산을 의무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조건으로 13% 인상에 동의하겠다는 협상안을 갖고 있다며, 이는 "예산에 대한 주권 침해이자 우리 세금을 강탈하는 강도짓"이라고 비판했다.

방위비분담금은 인건비를 제외한 주한미군 주둔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협의의 분담금을 의미하는데,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근거하여 2~5년 주기로 특별협정(SMA) 협상에 의해 분담액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평택이전 사업이 마무리된 만큼 그동안 한국이 부담해오던 주한미군 주둔비는 오히려 줄여야 하고, 근본적으로 미국이 주한미군을 한반도 방어가 아니라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으로 대중국전략과 연계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방위비분담금의 명분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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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이 진보 목소리 안 내니 노동자·농민·빈민 다 떨어져 나가”

[논설위원의 단도직입]“진보정당이 진보 목소리 안 내니 노동자·농민·빈민 다 떨어져 나가”

이용욱 논설위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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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지난 1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진보정당의 위기를 진단하고 별세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지난 1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진보정당의 위기를 진단하고 별세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80)의 굴곡 많은 인생은 빨치산이었던 부친에서 시작된다. 그가 “평화통일 시대를 여는 것은 가슴에 새긴 아버지와의 약속”이라고 한 것도 그 연장이다. 서울신문 파리특파원을 지낸 그는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언론노조 초대 위원장을 시작으로 민주노총 설립, 민노당 창당을 주도했다.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에 출마하고,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지 21주년이 되었다. 2000년 1월30일 창당한 민노당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한 이후 진보정당은 제도권 정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민노당은 비록 의석수가 10석이었지만 존재감은 무거웠다. 민노당이 주창한 무상급식·경제민주화 등은 정치권의 주요 의제가 됐다.

그러나 지금 진보정당의 위상은 초라하다. 정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겨우 6석을 건졌다. 비례위성정당 창당 등 거대 양당의 농간 탓이 크지만 스스로 대안정당의 비전과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에는 당을 쇄신하겠다며 기치를 든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까지 터졌다. 진보정당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이 나왔다.

민노당 10석을 이끈 권영길 전 민노당 대표(80)이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권 전 대표는 지난 15일 “진보정당이라면 무릇 민중의 투쟁 현장, 민중의 바다에서 살았어야 하는데, 정의당에는 그런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를 타도하자고는 못하지만 자본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말을 못하면 진보정당이 아니다. 정의당이 무엇을 가지고 진보정당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에서 부각된 것은 ‘데스노트’라는 것 외에 없다”고도 했다. 평소의 화법보다 더 날을 세운 것이다.

인터뷰 당일 공교롭게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별세했다. 권 전 대표는 “강인한 인상과 우렁찬 대중연설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섬세하고 눈물이 많으신 분”이라며 “(그의 부재로) 외롭다”고 했다. 근황과 더불어 진보정당의 화양연화인 민노당 시절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 2012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 정계은퇴를 했다. 어떻게 지내시나.

“사단법인 ‘평화철도와 나아지는 살림살이’를 만들어 남북 철도 연결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2018년 남북 정상이 판문점과 평양에서 만나 남북간 첫번째 이행사업으로 남북 철도 연결·현대화에 합의했다. 그런데 미국의 대북 제재에 가로막혔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거리 두기가 강화되기 전까지 매주 미국대사관과 서울역 앞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16일부터 한 달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1인 시위를 한다. 이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될 수밖에 없다.”

- 진보정당이 정치권에 자리를 잡은 계기가 2004년 총선이다. 민노당이 원내에 진입할 당시 상황이 어땠나.

“국회에 처음 등원할 때 민노당 10명의 의원이 국회 정문에서 본관까지 횡대로 걸어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국회 앞에서 투쟁할 때마다 ‘노동자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원 한 사람만 있었으면…’ 하고 갈망했다. 한 사람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만든 민노당 의원 10명이 국회에 진입했으니 그 감격이 어땠겠느냐.”

‘진보정당’의 성과와 한계 

민노당, 2004년 ‘10석’ 원내 진입
무상급식 등 주요 어젠다 이끌어
정의당을 왜 진보정당이라 하는지
부각된 건 ‘데스노트’밖에 없는데
 

- 민노당이 원내에 진입한 뒤 국회가 크게 변했다는 평이 많았다.

“거대 정당의 벽은 두꺼웠지만 민노당이 소금 역할을 제대로 했다. 가장 큰 성과는 진보의제를 보편화시킨 것이다. 민노당이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부유세와 함께 내걸었을 때 허황된 소리라고 했다. 지금 무상급식은 전국 어디서나 이뤄지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도 전면 실시된다. 경제민주화는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다.”

- 국회도 챙기고 현장도 다녀야 했으니 무척 바빴겠다.

“지금도 초기 감격은 순간이었고 이후 고난의 세월은 길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구속·수배와 단식농성으로 투쟁한 사람들이 의원이 된 뒤에도 또다시 단식농성으로 세월을 보냈다.”

- 그러다 당이 민노당과 진보신당으로 분열하면서 당세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분당 후 지금까지 당적을 안 가지고 있다. 지금도 정의당과 진보당이 있는데, 민노당 대표를 지낸 내가 어느 쪽에 몸을 담겠느냐. 진보정당이 통합해 하나의 정당이 될 때 그 당에 입당하겠다. 진보정당 당원이 될 날을 지금도 꿈꾼다.”

- 김종철 전 대표가 정의당 대표가 됐을 때 진보정당의 재건을 기대한 사람이 많았는데, 성추행이 터졌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퇴’라는 TV 자막을 보고 한동안 멍했다. 정신을 차리면서 첫번째 든 생각이 ‘진보정당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거지’였고, 두번째는 ‘종철이는 어떻게 되는 거냐’였다. 그리고 세번째로 피해자를 생각했다. 이내 나부터 반성했다. 가장 먼저 피해자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 정의당이 김 전 대표를 제명하고 오는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그 정도로 문제가 치유될 수 있겠느냐. 뼈를 깎는 고통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당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공개 대토론의 시간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진보정당이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진보정당은 노동중심 정당이어야 하는데, 지금 정의당에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위해 단식한 것 정도가 전부이다. 또 ‘정의당은 젠더 정당이구나’라는 말을 듣는다. 물론 젠더, 생태, 환경은 중요한 의제지만, 근본은 노동이다.”

- 노동이 안 보인다는데, 무슨 말인가.

“민노당이 출범할 때 ‘거대한 소수전략’을 세웠다. 국회에서는 소수지만, 노동자와 농민, 빈민 등 거대 세력을 등에 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의당의 무대는 민중의 투쟁 현장이다. 이념상으로도 다른 당과 차이가 분명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이야기했을 때 국민의힘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공격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맞받아치지 못했다. 정의당이 그럴 때 ‘빈부격차 없애고, 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당내에) 외연 확장을 의식해 진보적 목소리를 안 내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니 콘크리트 지지층이 되어야 할 노동자, 농민, 빈민이 떨어져 나간다.”

백기완 그리고 노회찬 

단일화 못한 DJ·YS 한스러워해
“목소리 약하면 표 안 온다” 조언
진보통합 이야기 나누고 뜻 같이해
부재가 아쉽고 너무 가슴 아파
 

- 2000년 대선 출마 때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어록을 남겼다. 2004년 총선 때는 노회찬 전 의원이 “50년 묵은 정치 이제는 갈아엎어야 합니다.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현재 진보정당에 이런 대중의 언어가 없다고 한다.

“모두 즉흥적으로 나온 말들이 아니다.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은 1997년 대선을 거치면서 터득한 말이다. 당시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께 ‘민노당 누구누구다’라고 소개하니 ‘정치가 밥 먹여주냐. 내 밥그릇 빼앗아가지나 말아라’고 하시더라.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살림살이’ 표현이 나온 것이다. 노 전 의원의 불판 발언은 ‘세상을 바꾸자’는 민노당의 첫 구호에서 나왔다. 자본주의에 찌들어 있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보정치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많이 희석된 거 같다.”

- 노동 외에 진보정당이 내세워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의 시대가 진보정치를 부르고 있다. 성장, 이윤 창출에만 매몰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비롯된 것이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했다. 같은 배는 사회적 연대고, 사회적 연대는 진보적 가치의 추구에서 나온다. 또 코로나19 시대와 함께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는데, 자동차 등 각 생산 분야에 로봇이 등장하면 노동자들은 갈 곳이 없다.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느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이것을 진보정당이 해야 한다.”

- 더불어민주당이 거대여당이 된 뒤 내로남불식 대응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 때문에 범진보진영이 위기를 맞는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민주당의 중심세력인 586세대가 군사독재 시절 개인의 영달을 좇지 않고 민주화운동을 한 것은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수구 보수 정당에 대한 비교우위, ‘민주화 투쟁의 선봉장인 우리가 국가를 운영하지 않으면 누가 국가를 운영하겠느냐’는 식의 우월감이 오만과 교만으로 흘러갔다.”

- 2012년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 때 민주당의 지원을 받으며 무소속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했다. 어떻게 된 건가.

“2012년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정치무대를 떠났다. 그런데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최측근 인사들이 찾아와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해달라.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데 승부처가 경남이다’ ‘박근혜 정권이 되면 노동과 진보정치 세력이 어렵게 된다’며 석 달 동안 설득했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다가 결국 수용했다.”

-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겠다면서 나름대로 노동자들을 위한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여러 사람이 나에게 묻는다. 전국교직원노조 합법화는 대법원 판결로 지난해 이뤄졌다. 전교조 법적 지위 박탈은 박근혜 정부의 행정조치로 취해진 것이다. 대통령 결단으로 합법화할 수 있었는데도 직접 나서지 않았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협약, 강제노동철폐협약 등을 담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백기완 소장이 돌아가셨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백 선생님은 혁명을 꿈꾸는 로맨티스트였다. 노동투쟁 현장 대중연설에서 ‘노동문제는 자본주의 독점자본이 만든 병폐다. 자본을 끝장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말했다. 1995년부터 매년 설과 추석, 기자촌에 있던 댁에 가서 세배했다. 그럴 때마다 술 한잔 하시고 속내를 털어놓으셨다. 언제부터인가 북쪽에 계시는 어머님, 누님 생각하면서 많이 우셨다. 저렇게 많이 눈물을 흘리시나 했는데, 한두 해 전부터 나도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 나이가 들고 세상을 등질 때가 되면 두고 가는 아들, 손자 생각도 많이 나지만 먼저 가신 부모님을 그리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

- 속내를 털어놓으셨다는데.

“1987년 대선 때 민중후보로 출마했다가 야권 단일화 압박을 받고 사퇴하게 된 경위를 말씀하셨다. 사퇴 후 김대중, 김영삼 두 후보에게 눈물을 흘리며 수없이 단일화를 촉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에 대한 분노와 한을 삭이지 못한 듯 같은 이야기를 10년 이상 하셨다. 내가 1997년, 200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진보 후보로 목소리를 강하게 내라. 적당히 한다고 표 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앞으로 어떻게 

‘한·미 훈련 중단’ 1인 시위 할 것
문 정부서 남북관계 단절될 수도
진보정당 통합하면 입당하고싶다
백 선생님 보며 ‘삶 정리’ 고민도
 

- 백 선생님이 별세해서 이젠 진보진영의 어른이 된 셈인데.

“몇 년 전 백 선생님 주도로 고공농성, 장기투쟁 노동자 지원을 위한 원로모임을 만들었다. 백 선생님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걱정이다. 나도 내 삶을 어떻게 정리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

- 2018년 7월 노회찬 전 의원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부재가 아쉬울 것 같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에게 1997년 대선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했던 사람이 노회찬이었다. 1997년 대선 출마, 국민승리21(민노당 전신)을 거쳐 민노당을 창당하기까지 가장 많은 날을 함께 고민했다. 진보통합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뜻을 같이했다.”

[논설위원의 단도직입]“진보정당이 진보 목소리 안 내니 노동자·농민·빈민 다 떨어져 나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2170600005&code=910100#csidxa6dfd989766d9ab8aab6b3a1769b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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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저자와 그의 책은 분리될 수 있을까요?

등록 :2021-02-17 04:59수정 :2021-02-17 09:10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동성추행 동화작가 사건이 남긴 질문들
아동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한예찬 작가의 책을 펴낸 출판사가 한씨의 책을 회수하기로 15일 결정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도서 물류창고에 서점에서 회수된 한씨의 책들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아동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한예찬 작가의 책을 펴낸 출판사가 한씨의 책을 회수하기로 15일 결정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도서 물류창고에 서점에서 회수된 한씨의 책들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아동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동화작가 한예찬(53)씨의 책은 그가 수감된 뒤에도 두 달 넘게 판매됐다. 지난 15일 <한겨레> 첫 보도 뒤 그의 책을 낸 가문비 출판사는 책을 절판하고 서점에 배포된 책을 회수하겠다고 했다. 주요 대형서점과 공공도서관들은 한씨 책의 판매·열람·대출을 막았다.이번 사건의 경우 매우 예외적으로 신속하게 작가의 출판물을 공적 영역에서 퇴출시킬 수 있었다. 어린이책을 쓰는 작가가 아동을 성추행했다는 특수성이 작가와 저작물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뜨렸기 때문이다. 유사 사건 처리에 이번 사례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려운 이유다. 작가가 성범죄로 처벌받은 경우 그의 저작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절판해도 성범죄자 책은 판매·대출된다
작성자 moow****서울대 수학과 교수 성추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유죄판결을 받고 파면되었고요. (중략) 그 사람이 쓴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저 아이들 보게 산 책이 청소년권장도서였기에 더욱 분노가 일었죠. (중략) 이런 경험이 있다보니 이 기사를 읽고나니 정말 씁쓸하네요.
강석진 전 서울대 수학과 교수는 2010~14년 4년 동안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과 수강생, 동아리 소속 학생과 세계수학자대회 사무국 여직원 등 7명을 8차례 추행한 혐의가 인정돼 2016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는 <수학의 유혹> <축구공 위의 수학자> <아빠와 함께 수학을> 등의 수학 관련 대중서를 쓴 저자였다.16일 현재 온라인 대형서점에서는 그의 책을 저자의 범죄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여전히 구매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관련 공지 없이 열람·대출할 수 있다.공연·예술계 미투 운동의 첫 대상이었던 공연연출가 이윤택씨는 2019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유죄가 확정됐다. 그가 쓴 시집 <나는 차라리 황야이고 싶다>도 일부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국립중앙도서관 대출도 가능하다. 그의 범죄 이력을 공지하는 곳은 없다.이런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독자에게 서점 또는 도서관에서 저자의 범죄와 처벌 사실을 공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해당 범죄로 이미 처벌을 받았는데 범죄와 상관 없는 출판물에 관련 사실을 공지하는 것은 추가적인 명예형이 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회수 뒤 작가에 구상권 청구”vs“현실적으로 불가능”
“판결 전이라도 성범죄 혐의가 있으면 출판사는 판매 중지해야 한다. 판결이 난 이후라면 출판사에서 책을 일괄 회수한 뒤 작가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장은수 출판평론가·편집문화실험실 대표)“작가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실제로 집행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문제라 현실적으로 엄두가 나지는 않는다.”(20년 경력의 한 중견출판사 본부장)
출판계에도 저자가 범죄 등에 연루된 경우 출판사에서 책을 회수해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는 데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부 형성돼 있다. 다만 저자의 범죄와 그의 저작물은 별개로 봐야한다는 인식이 더 강하고 설득력을 얻고 있다.20년 경력의 한 중견출판사 본부장은 “작가가 무죄 주장을 한다면 출판사로서는 판결 없이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도 20여권의 책을 펴낸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출판계에서는 한씨 책을 펴낸 가문비 출판사가 유죄 판결 이후에도 계속 책을 판매한 배경에는 한씨의 책이 꾸준히 팔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가문비 출판사는 구체적인 판매 부수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피해아동 쪽이 가압류 신청을 한 2018년 9월 이후 한씨의 인세 2천만원을 법원 결정이 나기 전까지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어린이책의 경우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율은 보통 7%라고 한다. 출판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해당 기간 한씨의 책이 2만권가량 팔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적어도 판결 이후라면 출판사가 책을 회수한 뒤 작가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피해를 보전했어야 한다고 했다.반면 대형 출판사가 아니라면 작가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문학동네는 매해 봄이면 출판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김봉곤 작가의 작품에서, 김 작가가 지인과의 사적 대화를 허락없이 사용해 논란이 일자 책을 전량 회수하고 절판했다. 2019년 단행본 출판사 매출 1위를 기록한 문학동네도 김 작가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동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한예찬 작가의 책을 펴낸 출판사가 한씨의 책을 회수하기로 15일 결정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도서 물류창고에 서점에서 회수된 한씨의 책들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아동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한예찬 작가의 책을 펴낸 출판사가 한씨의 책을 회수하기로 15일 결정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도서 물류창고에 서점에서 회수된 한씨의 책들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도서관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동문학 작가가 아동 대상 성범죄 가해자인 경우를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다. 작품이 그대로 노출되면 피해자는 피해를 계속 상기하게 된다. 그의 과거와 미래 저작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을 포함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저자의 책은 출판사 판단으로 서점에서 회수가 가능하지만, 이미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들을 빼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책들을 도서관에서 어떻게 소장하고 열람·대출할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도서관법 30조를 보면 공립 공공도서관은 도서관운영위원회를 두도록 명시해두었다. 하지만 운영위원회의 상세 규정은 정해두고 있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도록만 했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은 “운영위원회를 두어야한다고만 할 뿐 상세규정이 없다보니 도서관마다 제각각 해석이 다르다. 한씨의 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서관에서 논란이 되는 책의 소장 여부나 서비스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도서관법 시행령은 소장자료의 폐기 기준으로 책의 훼손 여부 등을 정해두었지만 성범죄 저자의 책을 폐기한다거나, 저자의 유죄 판결을 이용객들에게 공지하도록 하는 등의 법적 근거는 없다. 전국 초·중·고 도서관을 담당하는 신두철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각 도서관마다 위원회를 두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나, 이번 사건과 같은 논란이 불거졌을 때 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할지 말지를 정해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책기획단은 지난 15일 전국 공공 도서관에 한씨의 1심 실형 선고 결과를 안내했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해당 도서관의 몫인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성범죄를 저지른 작가는 법원이 정한 죗값을 치르면 작품 활동을 아무런 제약없이 이어갈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취업제한 범위에 작가의 작품 활동은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만화계 내부 성폭력을 공론화한 작가 브장(필명)은 “가해자의 새로운 작품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을 보면서 피해자들이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성범죄로 처벌 받고도 계속 작가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자신의 신상을 출판사에만 공개하고 필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작품 활동을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1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작가가 성범죄자일 경우 과거 저작물과 미래 저작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 보완을 고민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일단 여성가족부에 대안을 묻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성범죄자 저작물을 확인한 뒤 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해나가겠다. 출판·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저작물을 볼 때마다 계속 (고통이) 상기가 되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작가의 책과 그의 삶을 구분할 수 있는가
“그냥 작자 미상으로 출판하면 되지 않나요. 작품 자체가 좋으면 그걸 활용해야지요.”(작성자 jyhw****)“성범죄자의 글을 자녀에게 읽히고 싶으신건가요.”(답글 작성자 gold****)
출판사와 서점, 도서관에 남은 성범죄 저자의 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작가의 저작물과 작가 개인을 구분할 수 있는가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한겨레> 기사가 나간 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온라인 댓글이 일부 있었다. 브장 작가는 “작품이 팔릴수록 그의 활동 기반을 넓혀준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2018년 4월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경향신문>에 쓴 ‘고은의 시, 교과서 삭제를 반대한다’는 칼럼에서 “교과서에는 모범적인 저자와 글뿐 아니라 부끄러운 현실, 실패한 역사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기덕 영화감독(2020년 사망)을 거론하며 “성폭력 가해자가 연출한 작품은 무조건 졸작 혹은 걸작인가. 교과서는 이를 논쟁적으로 제시하는 인식론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한예찬씨가 노랫말을 쓴 인기동요 ‘아기다람쥐 또미’를 이용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한 한 제작사 관계자는 “성범죄 이력이 있는 저작권자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성범죄 연루 작가의 저작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큰 만큼 업체로서는 이에 대한 정보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이런 사실을 업체들에 알려주면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3269.html?_fr=mt1#csidx2bb2ae6aac4a7959a4172d100cdfa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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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을 견디는 다리... 기관사들에겐 공포의 구간

[세상을 잇는 다리] 태백선 조동철교와 사북항쟁

21.02.17 08:01l최종 업데이트 21.02.17 08:01l

살면서 제일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배려다. 다리는 등을 굽혀 그 위를 지나는 모든 것을 배려한다. 제 몸을 내리누르는 모든 압박을 견뎌낸다. 다리 중 가장 배려심이 많은 게 라멘교다. 상·하부구조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다리가 넘어지지 않는 한 낙교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장점으로 도로나 철로를 횡단하는 곳에 주로 설치한다. 그래서 다른 시설물을 돕고 배려하는 다리라 부른다.
특이한 라멘교
 

조동철교 모습 높이가 다른 3 × 3 라멘교를 이어 만든 특이한 모양새의 철교다. 철도 등반한계구배를 적용해, 열차가 천천히 달린다. 기관사들에겐 공포의 구간이기도 하다.
▲ 조동철교 모습 높이가 다른 3 × 3 라멘교를 이어 만든 특이한 모양새의 철교다. 철도 등반한계구배를 적용해, 열차가 천천히 달린다. 기관사들에겐 공포의 구간이기도 하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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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신동읍에 있는 철도교다. 태백선 예미역과 조동역 사이 지방도 421호선을 횡단한다. 높은 건물을 짓듯, 두 겹 교각과 수평재 입체배열로 상판을 지지하고 있다. 속이 비어 있는 직육면체 기본단위 가로3칸 × 세로3칸 라멘교를, 단단한 지반 위에 연이어 세웠다. 총 6개 라멘교를 이어 붙여 상부에 레일을 깔았다. 멀리서 보면 직육면체 텅 빈 뼈대만 남은, 3층짜리 큰 집들 기둥이 연속해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조동철교((鳥洞鐵橋)는 1966년에 만들었다. 함백을 거치치 않고 예미에서 조동을 직선으로 잇기 위한 조치다. 경사도 30‰(Per Mil)이다. 철도에서 사용하는 구배(勾配, 수평을 기준으로 한 경사도)는 19‰을 넘지 않도록 설계한다. 열차 바퀴와 레일 마찰계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19‰을 넘게 되면 열차가 자칫 미끄러질 수 있어, 이를 방지하려는 조치다.
 

큰사진보기태백선이 지나는 조동철교 다리 위를 느리게 기차가 지나고 있다. 열차 등반 한계구배 때문이다.
▲ 태백선이 지나는 조동철교 다리 위를 느리게 기차가 지나고 있다. 열차 등반 한계구배 때문이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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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30‰은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하며 열차 등반 한계구배다. 이 구간을 운행하는 모든 열차는 속도를 최대한 줄이며, 기관사들에겐 공포의 구간이기도 하다. 태백선과 나란히 달리는 함백선, 함백역과 조동역 구간은 이런 경사를 극복하기 위해 똬리굴(Loop식 철도)로 통과한다. 이 점을 상기하면 30‰이라는 구배에 대해 이해가 쉬워진다.

석탄을 위한 철길

 

연탄에 대한 추억과 에피소드는 차고 넘칠 정도다. 시인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는 단 3행 짧은 시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 한다. '넌 다른 사람에게 언제 한번이라도 뜨거웠던 적이 있느냐' 묻는다. 혼신의 힘을 다하고 하얗게 재가 되어 본 적이 있느냐, 시는 묻는다. 하찮게 보이는 연탄재가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뜨거운 삶을 살아 냈다는 생각이다.

연탄을 흔히 구공탄(통상 19개로'십구공탄'이라 부름)이라 부른다. 석탄을 가공해 만든다. 영월, 정선, 태백, 삼척은 우리나라 대표적 석탄 산지다. 태백선은 제천에서 영월, 영월에서 함백, 함백에서 황지, 황지에서 고한까지 순차적으로 만들어진 철도다. 석탄과 석회석을 실어 나를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하루 수만 톤 석탄을 실어 날랐다.

남북이 분단되고 남한엔 에너지가 절대 부족이다. 이에 눈 돌린 곳이 강원도 석탄이다.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석탄이 필요했다. 이런 필요로 곳곳에 광산이 개발된다. 강원도와 충청도 대천, 경상도 문경, 전라도 화순에서 석탄이 생산된다. 그 중 강원도는 전국 생산량의 80%을 감당해 낸다.

태백선은 이렇듯 국가에너지 충족이라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철도다. 조동역에서 자미원역, 민둥산역을 지나면 사북역이 나오고 이어 고한역이 나온다. 우리나라 석탄탄광을 대표하던 '동원탄좌'가 있던 곳이다. 동원탄좌개발(주)라는 악덕기업이 소유한 탄좌다.

검은 사슴
  
큰사진보기갱도 모형 사북 석탄박물관 체험장에 만들어진 갱도 모형이다. 지보공을 통나무로 만들어 늘 붕괴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실제 노동환경은 사진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 갱도 모형 사북 석탄박물관 체험장에 만들어진 갱도 모형이다. 지보공을 통나무로 만들어 늘 붕괴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실제 노동환경은 사진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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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막장'이란 말을 사용한다. '인생 갈 데까지 간 사람이나 혹은 그런 행위'를 비유하는 말이다. 본래 뜻은 '갱도 막다른 곳'으로 석탄 캐는 탄부의 소중한 일터다. 작업환경은 무척 열악하다. 갱도 안은 높은 온도에 먼지투성이다. 가스가 누출되어 언제 중독될지 모른다. 지보공은 통나무로 만들어 위험하기 그지없다.

갱도가 무너지면 꼼짝없이 갇혀, 목숨을 잃게 될 위험에도 항시 노출되어 있다. 먼지투성이 막장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먼지와 탄가루로 '진폐증'에 걸리기도 한다. 이런 최악의 노동환경에서 일을 한다. 장시간 가혹한 노동 조건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족의 생계를 지켜낼 담보 없는 위험에 한 생과 온 몸을 내맡긴 꼴이다.

광부 가족들 삶도 무척 열악하다. 사택(舍宅)이라는 곳도 얼기설기 바람을 막아내는 수준에 불과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집들에선 비가 새는 일은 일상이다. 8평에 딸린 방 둘, 부엌 하나 공간에 많은 가족이 기대어 산다. 화장실이나 세면장은 공동이다. 아침마다 화장실 앞에선 긴 줄을 서야만 한다.

상수도 공급도 형편없다. 씻지도 못하는 생활이 이어지기도 한다. 빨래를 맘껏 널 수도, 푸른 하늘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고지대 탄광은 물류수송도 여의치 않아 물가가 굉장히 비싸다. 쥐꼬리 봉급은 받자마자 공판장이나 술집 외상값으로 사라져 버린다. 공판장 운영자도 사장 친인척이다. 총체적인 수탈구조다.
  
큰사진보기사북 석탄박물관 석탄박물관에 그려진 광부 모습이다. 사진은 웃는 모습이나, 노동환경이나 임금, 생활여건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2020년 12월 박물관은 코로나19로 폐쇄 중이다.
▲ 사북 석탄박물관 석탄박물관에 그려진 광부 모습이다. 사진은 웃는 모습이나, 노동환경이나 임금, 생활여건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2020년 12월 박물관은 코로나19로 폐쇄 중이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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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장편소설 <검은 사슴> 공간 배경이 탄광이다. 깊은 갱도 안에 사는 검은 사슴은 항상 빛을 갈구한다. 자기 보물 같은 뿔과 이빨을 내어주고서라도 빛을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빛을 희구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삶이다. 검은 사슴은, 검은 탄을 밥으로 삼아야 하는 광부들 모습 그대로다. 탄광촌은 블랙홀 같은 곳이다. 비인간화의 막장이었다.

회사의 횡포

동원탄좌는 사북과 고한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 최대 단일 탄좌다. 1980년엔 동원탄좌와 부수적인 소규모 탄좌를 합해 5000여 광부가 년 160만t, 우리나라 석탄생산량의 11%를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임금수준은 매우 열악했다.

1970년대 내내 저임금에 시달린다. 1980년 당시 4인 가구 최저임금이 월 24만 원이다. 하지만 탄부들 월평균임금은 15만 5천원에 불과하다. 거기에 고용도 불안정하다. 관리자 눈에 들지 못한다면, 언제 건 일터를 잃을 수 있는 고용구조다.
   
큰사진보기사북역 태백선 사북역이다. 석탄이 주 연료로 사용될 때 이곳을 통해 하루 수만톤 탄이 실려 나갔다
▲ 사북역 태백선 사북역이다. 석탄이 주 연료로 사용될 때 이곳을 통해 하루 수만톤 탄이 실려 나갔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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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이다. 회사는 일명 국토개발대라는 전과자 집단과 지역 불량배들을 앞세워, 어용노조를 만들어낸다. 노조위원장을 대의원이 뽑는 간선제를 유지한다. 해마다 임금협상 때만 되면, 3∼4개월 전부터 수당 등을 조정해 광부들 임금을 깎아 내린다. 임금인상률을 눈속임하기 위해서다. 이런 방법으로 10% 이상 임금이 인상된다 해도, 실질 인상률은 4∼5%에 불과하다.

어용노조는 광부 복지개선이나 임금인상, 작업환경개선보다 회사 측 주장에 동조하기 바쁘다. 노조대의원 선출시기가 되면 막대한 돈이 뿌려진다. 선출된 대의원을 어용노조위원장이 전국 관광지로 끌고 다닌다. 엄청난 향응이 제공된다. 수일동안 이곳저곳 끌고 다니다, 선거 날이 되면 탄광 앞에 내려준다.

광부들 분노는 극에 달한다. 이제 더 이상 참고 있으면서 눈감고 앉아서 빛을 갈구하지 않는다. 오직 싸움이 있을 뿐이다. 1980년은 18년 유신독재가 막을 내린 직후다. 그동안 억눌린 폭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매우 드높았다.

1978년 일어난 '2차 석유파동'으로 에너지 자립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정부는 석탄산업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국민연료로 자리 잡은 연탄가격을 억누를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이는 광부들 임금인상억제라는 극약처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광부들 요구는 다르다. 동원탄좌의 경우 40% 임금인상을 요구한다. 그마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어용노조 직무대리였던 전 노조위원장 이재기는, 회사 요구안 20%를 독단적으로 수용한다. 광부들이 반발한다.

사북노동항쟁
  
큰사진보기사북항쟁 당시 모습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착취와 가난에 시달리던 광부들을 회사는 어용노조를 앞세워 임금인상 억제 및 속임수와, 비민주적인 노조 운영을 획책한다. 이에 광부들이 항쟁에 나선다.
▲ 사북항쟁 당시 모습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착취와 가난에 시달리던 광부들을 회사는 어용노조를 앞세워 임금인상 억제 및 속임수와, 비민주적인 노조 운영을 획책한다. 이에 광부들이 항쟁에 나선다.
ⓒ 정선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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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4월 16일 광부들은 어용노조퇴진과 임금인상 40%, 노조직선제 등을 주장하며 농성에 들어간다. 4월 18일 항의집회에서 경찰은, 4월 21일에 예정된 집회를 약속하며 해산을 요구한다. 하지만 정작 21일엔 집회를 불허한다. 수백 명 광부들이 탄좌 사무실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인다.

경찰은 당초 약속을 어기고, 시위에 나선 광부들을 촬영하여 시위주동자를 색출하려는 증거채집에 나선다. 이에 흥분한 광부들이 항의하자, 경찰은 차를 타고 달아나려 한다. 몇몇 광부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도주하려는 차량을 가로막는다. 경찰은 그 중 한 광부를 치여 상해를 입히고 도주해 버린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광부들이 이성을 잃는다. 여기에 가족이 가세한다. 시위대는 어느새 6000명으로 불어났다. 인구 3만의 도시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시위에 참가한 꼴이다. 그만큼 탄좌의 착취가 심했다는 반증이다. 시위대가 사북 주요 관공서를 점령한다. 경찰은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사북은 해방구다. 그러나 도심에선 어떤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는다. 공동체 질서가 정연하다. 이재기 위원장은 어딘가로 도망치고 없다. 다만, 그의 부인이 광부가족들 손에 이끌려 탄좌 사무실 근처 전봇대에 묶인다.

언론은 이 모습만을 대서특필한다. 질서가 깨어진 무정부상태라 호도한다. 광부들을 폭도로 몰아세운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구언론은 영혼이 없다. 진실 호도에 바빴고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는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도 없다. 언론이 아니었다.
  
큰사진보기사북항쟁 당시 모습 인구 3만 도시에서 광부와 그 가족 6000여 명이 항쟁에 나선다. 1980년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항쟁을 이어간다.
▲ 사북항쟁 당시 모습 인구 3만 도시에서 광부와 그 가족 6000여 명이 항쟁에 나선다. 1980년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항쟁을 이어간다.
ⓒ 정선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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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까지 진압 나온 강원도경 경찰과 극한 대치가 이뤄진다. 투석전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돌에 맞은 경찰 1명이 사망한다. 경찰과 광부, 가족 등 160여 명이 부상을 입는다. 이재기와 노조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광부 이원갑의 중재로 24일 시위는 진정된다. 11개 조항의 타협안이 제시되어 몇 차례 협상 끝에 타결된다.

하지만 권력 실세로 부상하던 집단은 신군부다. 사태가 진정된 후 '합동수사단'을 꾸려 31명을 구속하고 50명을 불구속시킨다. 정선경찰서에선 무지막지하고 치욕스러운 고문이 자행된다. 신군부는 비인간화의 상징이다. 이들 81명이 군사재판에 회부된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소요죄와 폭행죄로 2∼3년 실형을 살았다. 많은 아픔과 설움만을 남긴 채 사북항쟁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폐광의 그늘

사북·고한은 석탄산업 몰락의 상징이다. 나라는 이곳을 배려한다 했다. 그 명목으로 도박과 레저 시설이 들어선다. '강원랜드와 하이원리조트'다. 이 시설이 이곳에 어떤 활력을 주었는지 알지 못한다. 지역을 어떻게 다시 살려내고 있는지 잘 모른다. 오히려 순박한 지역 인심과 문화를 알량한 푼돈으로 망쳐버린 것은 아닌지. 허풍선이마냥 잔뜩 바람만 불어넣고, 돈은 뒤에서 다른 족속들이 챙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직갱도 승강기 사북 동원탄좌에서 사용하던 수직갱도 승강기다. 지금은 탄좌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남아 있다. 수직갱도가 있었다는 것은 탄 생산량이 그 만큼 많았다는 반증이다. 횡갱도에 비해 시설비가 비싸, 잘 설치하지 않는다.
▲ 수직갱도 승강기 사북 동원탄좌에서 사용하던 수직갱도 승강기다. 지금은 탄좌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남아 있다. 수직갱도가 있었다는 것은 탄 생산량이 그 만큼 많았다는 반증이다. 횡갱도에 비해 시설비가 비싸, 잘 설치하지 않는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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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털거리는 태백선 열차는 무심하다. 높은 산들로 막힌 하늘은 좁기만 하다. 손바닥 하나로 가려지는 사북 하늘이다. 도박과 레저라는 새하얀 손바닥으로 사북 하늘을 가리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이 하늘을 영원히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동철교는 라멘교다. 라멘교는 배려하는 다리다. '배려'라는 단어에 가슴 시린 지역이다. 사북·고한을 꿰뚫고 지나가는 지장천엔 오늘도 검은 물이 핏물처럼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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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같은 XX” 욕설에 부당해고까지...선 넘은 택배대리점 ‘갑질’

생활물류법 시행 앞두고 CJ·한진 일부 대리점서 ‘부당해고’ 이어져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1-02-16 17:47:46
수정 2021-02-17 0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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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대리점 기획 위장폐점과 갑질로 택배노동자 부당해고, 노동조합 탄압한 한진택배,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2.16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대리점 기획 위장폐점과 갑질로 택배노동자 부당해고, 노동조합 탄압한 한진택배,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2.16ⓒ김철수 기자
 
 택배노동자들의 업무환경 개선 등을 약속한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일부 대리점의 기획·위장 폐업으로 택배노동자들이 부당해고를 당하고 있다. 심지어 한 대리점주는 노조원들에게 욕설과 폭행까지 일삼다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해고하는 '갑질'까지 저질렀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사 한진택배와 CJ대한통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창녕대리점 소속 노조 조합원들이 겪은 부당해고 및 노조탄압 사례를 고발했다.

창녕대리점의 노조탄압은 지난 2019년 노동자들이 택배노조 지회를 설립을 추진하던 시기부터 시작됐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이곳 대리점 소장은 지회 설립을 추진하던 조합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라", "고발해라. 개X끼야" 등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

 
노동조합 지회를 창립하기 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욕설을 하며 조합원에 대한 해고 통보를 한 대리점 소장
노동조합 지회를 창립하기 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욕설을 하며 조합원에 대한 해고 통보를 한 대리점 소장ⓒ전국택배노조 제공
 


또 다른 한 노동자에게는 전화를 통해 "전부 (일)하는 거라곤 인간 쓰레기 같은 것밖에 안 오고. 여기가 무슨 인간 쓰레기 집합소인가, 개X끼야. 똑바로 해라" 등 폭언을 일삼고 배달물량을 줄이겠다고 협박했다. 대리점주의 갑질에 시달리던 해당 노동자는 결국 스스로 일을 그만두고 말았다고 노조는 전했다.

창녕 대리점의 노조에 대한 갑질은 지회가 설립된 이후에도 계속되다 결국 조합원 2명에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지난해 12월 말 대리점으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은 이승민 창녕지회 지회장은 대리점 소장의 해고 통보 뒤에도 본사가 부여하는 '택배기사 코드'가 그대로 있다며 업무를 계속하려 출근했다가 대리점 소장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이 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느 순간 대리점 소장이 계약 해지 내용 증명 보냈다"면서 "이유는 아파서 병원에 가고, 적법하게 했던 노동조합 활동을 두고 업무태만이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리점 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조합원 한 명에게 또다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면서 "열심히 일했는데 왜 소장은 계약을 해지하느냐. 본사에서도 계속 일하라고 하는데 본사 말도 듣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은 본사 말도 듣지 않는 대리점과 계속 계약해서 왜 이런 상황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진택배의 경우 대리점의 위장폐점·분할을 통해 노조원들이 해고됐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한진택배 김천대리점은 지난 2월 북김천·남김천 대리점으로 분할됐는데, 이 과정에서 대리점 소속 조합원 4명이 해고된 것이다.

기존 김천대리점은 소속 택배노동자가 9명, 개별 물량이 월 4000개 미만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인데 이를 북김천과 남김천으로 분할한 것은 기획·위장 폐점이라는 것이 택배노조 측 주장이다.

해고자 중 한명인 강진석 김천지회 교육선전부장은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 하나로 노동자 4명의 운명이 집배 담당자에 달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대기업 한진이 택배노동자를 일만 하는 기계로 취급하고, 분류인원 투입 요구에는 집단해고로 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고는 한가정의 일상을 파괴하는 살인이다. 한진은 살인행위를 멈추고 기업의 책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CJ대한통운 서초 양재제일대리점과 한진택배 거제북대리점에서도 대리점 측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해고가 이뤄졌다고 택배노조는 전했다.

노조원 폭행하는 CJ대한통운 창녕대리점 소장
노조원 폭행하는 CJ대한통운 창녕대리점 소장ⓒ전국택배노조 제공

"대리점 부당해고·갑질, 본사가 공범이다"

택배노조는 이 같은 대리점의 갑질과 부당해고 뒤에는 본사의 동의와 방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7월 25일 생활물류법의 시행을 앞두고 택배현장에서 부당해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면서 "생활물류법 시행 이후부터는 택배노동자에 대한 해고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에 앞서 눈엣가시 같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진택배의 대리점 기획위장 폐점·분할은 본사의 승인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작품"이라며 "소속 택배노동자와의 일말의 소통도 없이 폐점이 진행됐고, 분할된 대리점의 신규 소장으로 이전 소장의 조카가 선정되었으며 그에게 이전 소장 자신의 대형집하거래처까지 넘겼다"고 꼬집었다.

이어 "명백한 한진본사와 대리점 소장이 공모한 위장폐점에 따른 집단해고"라고 강조했다.

또한 "CJ대한통운 창녕대리점 소장의 갑질은 그야말로 선을 넘었다"면서 "노동조합 활동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지회장과 지회간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유 들며 계약연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 계약연장 미이행에 따른 계약해지는 택배현장의 전형적인 해고행태"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창녕대리점 소장의 노조 탄압과 부당해고 등의 각종 악행들에 대해 원청 CJ대한통운은 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가"라며 "방관하고 있는 원청의 모습에서 이들 또한 부당해고와 갑질의 공범에 해당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들과 대리점들의 이러한 막장행위의 목적은 바로 노동조합 죽이기에 맞춰져 있다"면서 "노동조합이 있으면 택배노동자를 노예처럼 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대리점 위장폐점과 부당해고는 모두 교섭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섭대표를 해고 대상에 포함하고 있는 전형적인 부당노동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진택배와 CJ대한통운은 당장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택배현장의 교란행위, 막장행위, 갑질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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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에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 한미 군사훈련의 향방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2/17 09:54
  • 수정일
    2021/02/17 09: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1.02.17 01:16
  •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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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의 일환으로 한.미 해병대가 실시한 시가지 전투 훈련 장면. [통일뉴스 자료사진]
2009년 3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의 일환으로 한.미 해병대가 실시한 시가지 전투 훈련 장면. [통일뉴스 자료사진]

한미 군 당국이 올해 상반기 연합군사훈련을 3월 둘째 주에 실시하는 방안을 놓고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 작전 지휘부인 합동참모본부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이번 훈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보도들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연합지휘소훈련(CPX)을 3월 둘째 주에 진행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 등을 협의하고 있으며,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는 이번 훈련은 총 9일 정도로 예년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의소리>(VOA)는 16일, 한국 군 당국자와의 전화통화를 빌려 “다음 달 둘째 주 즈음해서 훈련을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과 한반도 정세 등 여러 변수들 때문에 미-한 간 최종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이 당국자는 훈련 방식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연합지휘소훈련(CPX)으로만 진행하고 야외실기동훈련(FTX)은 제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는 것.

이렇게 되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독수리훈련(FE) 등 대규모 한미 연합 야외실기동훈련은 2년 10개월째 중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측은 이번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양가적 위치에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할 경우 전작권 환수의 2단계인 FOC 검증을 해야 할 입장이지만 동시에 북한 측이 요구한 훈련 중지도 의식해야 할 사정인 것.

먼저, 전작권 환수 문제와 관련 미국 측은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규모가 축소된 지휘소훈련으론 충분한 검증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한국 측은 FOC 검증을 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인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 검증평가는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3단계로 진행되며, 한미 군 당국은 1단계 IOC 검증을 마쳤으나 지난해 실시하려던 2단계 FOC 검증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로 미룬 바 있다.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초 노동당 8차 사업총화보고에서 남한이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지 말고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같은 근본문제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그래야 남북관계에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은 시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거론하며 “통일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군사훈련이 많은 것보다는 평화회담이 많기를 원한다”며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에 물꼬를 틀 수 있고, 국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측으로서는 이번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될 경우 한편으로 FOC 검증이 불투명하고 다른 한편으로 북한 측으로부터는 ‘약속 불이행’으로 치부될 상황인데, 합참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훈련에 변수가 생긴 모양새다.

이번 한미 연합군사훈련에는 합참 소속 인원이 다수 참여하기에 합참에서 추가로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훈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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