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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에는 감염예방보다 더한 효능이 담겨있다

등록 :2021-02-23 10:05수정 :2021-02-23 10:29

 

감염 예방 효과에만 관심 쏠려 있어
전파력 감소·중증 예방 효과 과소평가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가 2억회를 넘어섰다. 사진은 존슨앤존슨(얀센) 백신.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가 2억회를 넘어섰다. 사진은 존슨앤존슨(얀센) 백신.
지난해 12월8일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지금까지 80여개국에서 2억회가 넘는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이 9가지로 늘어나면서 백신별 효능 차이를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감염 예방률이 매우 낮다는 이유로 접종을 중단하는 일도 벌어졌다.실제로 가장 먼저 사용 승인을 받은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드러난 효능에서 큰 차이가 난다. 화이자 백신은 95%,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2%다. 여기서 말하는 효과는 감염을 예방하는 능력을 나타낸다. 그러나 백신에는 감염 예방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주목해서 봐야 할 두 가지 효과가 더 있다.
2월21일 현재 나라별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
2월21일 현재 나라별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
하나는 감염되더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전파력을 낮춰주는 효과다. 백신이 바이러스 전파력을 얼마나 차단하는지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최근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선 이스라엘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 연구가 나왔다.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연구진이 2월6일 온라인 사전출판논문집 `메드아카이브'에 발표한 연구 논문을 보면,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바이러스 양을 분석한 결과, 1차 접종 후 12~28일 사이에 감염된 사람의 경우 바이러스 양이 4분의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감소는 전파 속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표본 수가 1200명으로 적어,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했다 하더라도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은 철저히 지킬 것을 권고한다.다른 하나는 감염되더라도 증상을 경미하게 해주는 효과다. 감염 예방력에 큰 차이를 드러낸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중증 예방력에선 모두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백신을 맞은 뒤 코로나19에 감염되라도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뜻한다. 이는 연쇄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전파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애쉬쉬 지하 박사의 트위터
애쉬쉬 지하 박사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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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백신 임상 데이터 비교 표가 말하는 것
미국 브라운대의 애쉬쉬 지하(Ashish K. Jha) 공중보건대학장은 완벽하게 감염을 차단해주는 백신이 없는 현실에선 이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 백신의 임상 시험 데이터를 비교한 표를 올렸다.당시 트위터에서 큰 주목을 끈 이 표는 모더나와 화이자,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얀센) 백신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비교한 것이다. 하지만 감염 예방 효과가 아니라 백신 접종 후 감염 사례에 관한 것이다. 표의 수치들은 5가지 백신 임상시험 접종자들한테서 입원자나 사망자, 부작용 사망자가 전혀 나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감염 예방력에선 차이가 나지만 중증을 막는 데선 모두 뛰어난 효과를 냈다는 얘기다. 지하 교수는 트윗을 통해 "나는 여러 백신과 그 효능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각각의 임상시험 결과는 각각 서로 다른 효능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떤 숫자가 중요한가, 어떤 숫자를 들여다 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그는 2월19일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의 1~2회 접종 투여 간격 결정을 위한 새로운 임상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트윗에서도, 백신 접종자 중 입원 환자와 사망자가 전혀 없다는 데이터를 강조했다.
2020년 12월8일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는 영국의 90세 노인. 비비시 방송 화면 갈무리
2020년 12월8일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는 영국의 90세 노인. 비비시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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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예방 효과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
그런데 이런 효과는 왜 크게 주목받지 못할까?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임상시험의 초점이 감염 예방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임상시험은 사전에 일차적으로 시험을 어느 단계에서 종료할지 정해 놓는다. 인터넷 미디어 `복스'에 따르면 백신 임상시험의 경우 1차적 임상 종점은 대체로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 때다. 일부에선 양성 반응 여부를 종점으로 삼기도 한다. 발생 빈도가 드문 입원이나 사망 사례를 종점으로 설정해 임상 연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은 1% 안팎인데, 사망을 임상 종점으로 설정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해야 한다. 수만명이 아닌 수십만명이 필요할 수 있다. 시험을 진행하는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따라서 대부분의 임상 연구는 감염 예방 비율에 초점을 맞춘다. 임상 연구 논문들에 입원과 사망에 관한 데이터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 데이터다.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한 남아공의 경우에도, 표본 수가 적은 한계는 있지만 접종자 중에 중증 환자나 입원 치료자가 없다는 점은 주목받지 못했다. 이달 초 미국식품의약국에 긴급승인 신청을 한 존슨앤존슨 백신의 경우도 지난달 말 발표된 임상시험의 감염 예방 효과는 66%로 화이자, 모더나 백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4만4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데이터에는 접종 28일이 지난 시점까지 단 한 명의 입원 치료자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또 다른 데이터도 있다. 백신이 코로나19 증상을 훨씬 더 약화시킨 것이다. 존슨앤존슨 백신은 단발 접종 백신이다.임상시험이 아닌 실제 접종 사례에서도 비슷한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 1월말 현재 접종자 중 입원자는 16명(0.002%)이며 사망자도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모든 관심이 감염 예방 효과에만 쏠려 있다 보니 중증 예방 효과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지하 교수는 "우리는 흔히 최고의 효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백신이 중증을 막아주는 것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백신이 감염을 중단시키는 것보다 중증을 막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의 1차 방벽(감염 예방) 효과뿐 아니라 2차 방벽(중증 예방) 효과에도 주목하자는 얘기다.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84086.html?_fr=mt1#csidx311c4f4f9f6b21f8cdecf35519910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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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문회 불려 나와 ‘산업재해는 노동자 때문’이라는 CEO들

면피성 사과에 급급한 기업 대표들, ‘허리 아프다’ 불출석하려다 혼쭐난 포스코 회장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1-02-22 17:11:54
수정 2021-02-22 17: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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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위한 추모의 작은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지난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위한 추모의 작은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매년 반복되는 산업재해에 이례적으로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지만, 산재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기업 대표들의 왜곡된 인식은 여전했다. 잇따른 산재 사고에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채 사고의 원인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는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의 대표들을 증인으로 불렀다. 산재가 발생하는 핵심 원인을 짚어보고, 앞으로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청문회였지만 일부 증인의 무책임한 언행이 빛을 바래게 만들었다.

'노동자들 불안전한 행동으로 산재 많이 일어나'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 주장에 민주당 의원들 비판
"제대로 된 진단해야", "정말 잘못된 방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 공동취재사진

우선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는 '산재 사고와 관련해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이냐"는 취지의 무소속 박덕흠 의원의 질문에 "중대사고가 많이 발생한 데 대해 국민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고인이 된 산재 사고로 고인이 된 분들에게 매우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문제성 발언은 사과를 마치자마자 나왔다. 한 대표는 "저희들이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까 실질적으로 불안전한 상태와 작업자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며 "불안전한 상태는 저희들이 안전에 투자해 많이 바꿀 수 있지만 (노동자들의)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바꾸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저희 작업장은 직원이 약 3만명이 있고,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장"이라며 "정형화돼 있는 것보다 상당히 비정상적으로 작업하는 부분이 많이 이뤄져 저희들은 항상 표준작업에 의한 작업을 유도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아 그런 부분은 더 세심하게 관리해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산재 사고 책임의 상당 부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발언으로 읽혀 논란이 됐다. 회사는 적절한 투자를 통해 안전한 환경을 만들려고 하지만, 노동자들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산재가 많이 일어난다는 취지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한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산재의 주원인 중 하나가 불안전한 행동이라고 하면서 작업자들이 무엇을 지키지 않아 행동을 잘못한다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면 (앞으로 실시될) 중대재해법 처벌에서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현장 진단을 다시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러한 발언은) 노동자들의 불안전한 행동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는 것처럼 (책임을) 전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도 미리 준비했던 질의 대신 한 대표의 발언에 대해 따져 물었다.

장 의원은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가운데 최근 발생한 3건의 재해보고서를 직접 읽어봤다며 "이 세 가지 경우 중 노동자들이 어떤 불안전 행동 때문에 돌아가시게 된 건지 말할 수 있나"라고 집중 추궁했다.

이어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을 없애겠다는 것을 (산재 대책의) 하나의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냐"라며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만으로 (산재 원인을) 보는 건 정말 잘못됐다"고 날을 세웠다.

한 대표는 자신의 발언 취지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한 대표는 "불안전 작업이라는 건 비정형화돼 있는 작업이라는 의미였다"며 사업장을 관리할 때 비합리적 요소를 없애겠다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장 의원의 지적이 계속되자 "저희들이 불안전한 작업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표준작업을 바꾸고, 비정형화돼 있는 작업을 정형화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만들어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만성적 과중 업무"로 인한 과로사 인정됐는데
'업무강도 낮았다' 주장 고수한 쿠팡 대표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 공동취재사진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과로사를 인정받은 쿠팡 물류센터 28세 청년 노동자 고 장덕준 씨의 업무 강도가 낮은 수준이었다는 주장을 고수해 빈축을 샀다.

장 씨는 입사 후 16개월간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심야 노동을 이어왔으며, 고된 노동으로 쿠팡에서 일하는 동안 장 씨의 체중은 15kg이나 빠졌다. 장씨의 산재가 인정된 업무상 질병 판정서에 따르면 고인은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이어왔다는 게 인정됐다. 또한 의학적 소견상 근육의 과다 사용으로 고인의 근육이 급성으로 파괴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고인의 과로사를 부인해왔던 쿠팡 측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오고 난 뒤에야 유족에 유감을 표하는 사과문을 냈다.

네이든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쿠팡 측에서는 고인이 근무한 7층의 업무강도가 낮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질문에 "직책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물동량과 관련해, 아웃풋에 있어서는 (업무강도가 낮은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참고로 네이든 대표와의 질답은 동시통역을 거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강 의원은 "쿠팡 측의 주장은 장덕준이라는 노동자의 업무가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한 것"이라며 "이게 사실이라면 가장 업무 강도가 낮은 사람이 과로로 죽은 것이다. 더욱이 (낮은 강도의 업무로 인해) 27살 젊은 노동자가 근육이 파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도 네이든 대표는 동문서답식 답변을 내놨다. 네이든 대표는 "이해하기로 고인께서는 '워터 스파이더'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장 씨가 일명 '스파이더'로 불리는 현장 지원 업무를 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워터 스파이더 업무를 모르는 게 아니다. (고인의) 판정서를 보기는 했나"라며 "판정서에는 일일 중량물이 470kg 이상이고, 주 평균 58.7시간 일했고, 12주 동안은 58.3시간 일했다. 그래서 이 사람이 과로사했다는데 이 판정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제야 네이든 대표는 "그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 해당 조사에 대해 저희도 존중한다"며 "조사 결과를 통해 나온 정보들을 바탕으로 근로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또한 고인이 일한 작업장 등 쿠팡의 일부 작업장의 냉난방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네이든 대표는 "저희는 온도 조작뿐 아니라 근로 관련 모든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저희가 대처해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허리 지병'을 이유로 불출석하려 했던 포스코 최정우 대표이사 회장도 이날 산재 청문회에 불려 나왔다. 앞서 최 회장은 '요추부 염좌상'이라는 진단서를 내고 청문회를 피하려 했는데, 이러한 '꼼수'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요추부 염좌상 2주 진단서를 제출했던데 그 진단서를 내라고 한 사람은 아마 증인의 친구라기보다 적일 것"이라며 "왜냐면 요추부 염좌상, 경추부 염좌상은 주로 '보험 사기꾼'들이 내는 건데 포스코 대표이사께서 낼 만한 진단서는 아니라고 보인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도 "지금 멀쩡한데 진단서 2주 나온 건 낯뜨겁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여야 의원들의 잇따른 질타에 최 회장은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 공동취재사진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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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보며 5.18 떠올라... 손가락 세 개 올린 그들, 응원해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2/23 10:15
  • 수정일
    2021/02/23 10:1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미얀마 쿠데타 후 첫 사진전, 김옥열 작가-황정아 대표 

21.02.23 07:27l최종 업데이트 21.02.23 07:27l글: 소중한(extremes88)

사진: 이희훈(lhh)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활동가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활동가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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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의 모습
▲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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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의 모습
▲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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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들은 민주화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민주화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의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얀마 사람들의 싸움을 지지해줬으면 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잖나. 작은 일이라도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 모습을 전시하는 사진전이 한국에선 처음으로 광주에서 열렸다.

22일 광주 동구 메이홀에서 시작된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서 만난 김옥열 작가(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와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활동가는 "미얀마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관심"이라며 "그들에겐 '우리가 너희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군부에겐 '우리가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전에는 군부 쿠데타 이전 미얀마의 평화로웠던 일상과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위 현장의 사진이 함께 전시돼 있다. 평화로운 농촌의 지평선과 물대포차와 시위대를 가르는 차단선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똑같이 평화를 바라는 모습이지만 과거엔 향초 앞에서 행복을 빌었다면 이젠 거리에 나서 손가락 세 개(영화 <헝거게임>에서 나오는 저항의 상징)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전에 전시된 과거 사진은 광주의 사진작가와 연구자(김영혜·김옥열·남인정·박명식·양송희·이상덕·이승룡·천득염·황향운)들이 찍은 것이고, 현재 사진은 미얀마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사진을 생업으로 하는 이들이 보내온 것이다.

사진전을 주관한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는 미얀마 여성인권과 보건·위생 환경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활동해 온 단체다. 이번 사진전은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김옥열 작가는 "미얀마의 상황이 1980년 우리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5.18 땐 정보통제가 심했고 정보통신도 발달하지 못해 참상이 알려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었다"며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할 수 있으니 많은 이들이 미얀마 국민들에 공감을 표시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황정아 대표는 "저기 사진 속의 노란 탑이 보일 거다. '술레 파고다(Sule Pagoda)'라고 하는 곳이다"라며 "1988년 88항쟁과 2007년 샤프란 혁명 때도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모였던 곳이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과 같은 곳에 지금도 많은 미얀마 국민들이 모여 있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미얀마 모든 영역에서 들고 일어나"
  
 미얀마
▲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활동가(왼쪽)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옥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 미얀마 군사쿠테타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세이브 미얀마"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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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을 준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 : 미얀마에 사진 촬영을 다니며 애정을 갖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1980년 광주의 상황과도 겹쳐 보였다. 광주도 5.18 때 똑같은 일을 겪었잖나. 당시엔 통신이 발달하지 못해 외국에 알리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 미얀마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황 : 미얀마의 여성인권과 보건·위생 환경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때문에 지금 군부 쿠데타에 의한 저항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라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사진전을 준비하게 됐다.

- 김 작가는 과거 미얀마에서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고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미얀마에 주목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김 :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기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한 눈에 반하는 느낌 있잖나. 사진으로 찍어 봐도 미얀마 사람들의 표정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삶의 여유와 행복이 묻어났다.  

- 이번 군부 쿠데타 소식을 듣고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황 : 2016년 1년 동안 미얀마에서 살았다. 당시 민선정부가 막 집권을 시작했을 때인데 당시 분위기가 너무도 생생하다. 민주화에 대한 희망으로 공기가 달랐다. 정말 긴 기간 동안 군부독재를 겪었기 때문에 모두 민주주의와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맘 놓고 기뻐할 수 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정부의 힘이 너무도 약했기 때문이다. 행정부만 바뀌었지 사회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는 언제든 뒤엎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걱정했던 일이 5년 만에 벌어지고 말았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김 : 미얀마를 여행하며 '이 사람들은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왜 이리 조용할까'란 생각을 했었다. 여행 당시만 해도 아웅산 수치가 집권하고 있을 때인데 말이다. 근데 (행정부만 바뀌었지) 실상 사회 곳곳은 군부가 장악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이번 군부 쿠데타 이후 거의 모든 영역의 미얀마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일사분란하면서도 질서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깜짝 놀랐다.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옥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옥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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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전은 미얀마의 평화로웠던 일상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사진전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김 : 폭력으로 얼룩진 미얀마가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들의 평화와 민주화를 바란다.

- 현재 미얀마 현장의 사진은 어떻게 제공받았나.

김 : 미얀마 내 프리랜서 사진작가 그룹뿐만 아니라 사진을 생업으로 삼는 그룹에서도 보내왔다. 때문에 사진들이 굉장히 생생하다.

- 그들이 전하는 현지의 상황은 어떤가.

김 : 언론에 보도됐듯 군부의 발포로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인터넷을 차단하는데 그때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을 체포해간다고 한다. 시위가 연일 격화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황 : 미얀마 국민들은 국제사회의 개입을 원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군부가 쿠데타를 철회하고 지난해 11월 선거 결과대로 정부가 들어서길 원한다.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 계속 보내야"
      
-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 중 이것만큼은 꼭 알리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옥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옥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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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물대포를 피하기 위해 비닐을 쓰고 있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담긴 과거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을 대비해 전시했는데 지금 미얀마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인 것 같다.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활동가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활동가가 광주광역시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미얀마(#SaveMyanmar)" 사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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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 저기 사진 속의 노란 탑이 보일 거다. '술레 파고다(Sule Pagoda)'라고 하는 곳이다. 1988년 88항쟁과 2007년 샤프란 혁명 때도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모였던 곳이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과 같은 곳에 지금도 많은 미얀마 국민들이 모여 있다.

- 5.18의 도시인 광주에서 열리는 사진전이기에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김 :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진다. 5.18을 겪은 우리에게 지금 미얀마에서 보내온 사진 속 장면은 너무도 익숙하다.

- 5.18의 참혹했던 모습도 사진·영상 등을 통해 해외와 전국 각지에서 보도·전시되며 결국 민주화의 초석이 됐다. 이번 사진전도 조금이나마 그러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

김 : 그랬으면 좋겠다. 미얀마의 상황이 1980년 우리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5.18 땐 정보통제가 심했고 정보통신도 발달하지 못해 참상이 알려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할 수 있으니 많은 이들이 미얀마 국민들에 공감을 표시해줬으면 한다.

- 최근 유혈사태 소식 등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김 : 워낙 불투명한 상황이고 사망자도 나오는 상황이라 걱정이 가장 앞선다. 현재로선 안전하게 싸워 꼭 이기란 말을 미얀마 국민들에게 해주고 싶다.

황 : 미얀마 사람들이 갖고 있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스러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슬프다. 그리고 시위가 이어지다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 시간은 군부의 편이다. 그 점이 가장 무섭다.

- 한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 : 미얀마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관심이다. 그들에겐 '우리가 너희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군부에겐 '우리가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줘야 한다. 그 메시지가 지속된다면 군부는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고 시위하는 이들도 힘을 얻을 것이다. 얼마 전 광주시민단체협의회에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고 시위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는데 미얀마 국민들이 정말 고마워하며 SNS에 많이들 공유하더라.

김 : 대한민국 사람들은 민주화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민주화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의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얀마 사람들의 싸움을 지지해줬으면 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잖나. 작은 일이라도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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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통련, 주일 한국대사관과 미국대사관 앞 시위

문재인·바이든 대통령에게 요청서 전달

  • 기자명 도쿄=박명철 통신원 
  •  
  •  입력 2021.02.22 22:31
  •  
  •  수정 2021.02.22 22:37
  •  
  •  댓글 0
 
주일 미대사관 앞에서 요청단을 가로막아선 일본경찰관들.  [사진-통일뉴스 박명철 통신원]
주일 미대사관 앞에서 요청단을 가로막아선 일본경찰관들.  [사진-통일뉴스 박명철 통신원]

재일 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의장 손형근)은 22일, 내달로 예정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를 요구하여 주일 한국대사관과 미국대사관에 각각 요청행동을 펼쳤다.

특히,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보내는 요청서를 각 대사관에 전달했다.

이날 출정식에서 한통련 손형근 의장은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강행되려 하고 있다”며 위기 상황을 지적하고 “군사훈련을 중지시켜 또다시 평화와 통일의 흐름을 만들어내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의 요청활동은 그 운동의 출발점이며 6.15남측위원회를 비롯해 많은 평화 통일운동단체가 국내외에서 전개하는 군사훈련 반대운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주일 미대사관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박명철 통신원]
주일 미대사관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박명철 통신원]

먼저,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하는 주일 미국대사관에 대한 요청활동에서 참가자들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라”, “미국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쓴 피켓을 들고 미국대사관을 향해 한미 군사훈련 중지를 외쳤다.

참가자를 대표하여 양병룡 한통련 도쿄본부 대표가 바이든 대통령 앞 요청서를 낭독했다.

요청서에서는 “한반도 정세를 극도로 격화시키고 북미관계 대립을 더욱 심각하게 하는 군사훈련을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에서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정지하고 있으나 미국은 오히려 공격용 전략자산과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군사훈련,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요청서는 또 미국의 강경책은 북한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함으로써 이미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만큼 “대북정책을 변경할 좋은 기회”라고 일깨우고 바이든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 지지를 공식 표명하고 북미 쌍방의 적대관계 종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는 물론 한반도 주변의 모든 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의 기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것이라며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 사람들의 강한 소원임을 잊지 말라”고 못 박았다.

요청서는 마지막에서 “우리는 미국의 고립과 위기가 더 이상 심각하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는 결단을 내리기를 강력히 요청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서 손형근 의장이 요청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박명철 통신원]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서 손형근 의장이 요청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박명철 통신원]

이어, 주일 한국대사관 요청활동이 전개되었다.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한국대사관 앞에서는 손 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보내는 요청서를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라”, “문재인 정권은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요청활동을 전개했다.

요청서는 “지금 한반도는 대립이냐 평화냐 분열이냐 통일이냐의 중대한 기로에 직면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께 뜨거운 애국의 마음을 안고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또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문 대통령은 공동선언 이행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고는 “미국에 대해 자주성을 발휘하고 민족공조의 입장에 서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요청서는 “군사훈련 중지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는 “해외동포들도 자주 평화 통일실현을 바라며 함께 촛불을 들었다”며 4년 전 촛불혁명에 참가한 사실을 떠올리면서 “촛불정권임을 자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를 결단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주일 한국대사관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아선 일본경찰관들. [사진-통일뉴스 박명철 통신원]
주일 한국대사관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아선 일본경찰관들. [사진-통일뉴스 박명철 통신원]

한편, 한국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에 대한 요청행동에 일본 경찰 50여명이 대사관 접근을 가로막아 한때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대사관 측은 요청서 접수를 거부했기에 우편으로 송부했다. 한국대사관 측은 우편함 접수를 받아들였으나 일본 경찰이 대사관 앞 행동을 5명씩으로 제한함으로써 방해를 했다. 

 

<요청서>

문재인 대통령 귀하

지금 한반도는 대립이냐 평화냐 분열이냐 통일이냐의 중대한 기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뜨거운 애국의 마음을 안고 문재인 대통령님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를 요청하기로 하였습니다.

3월에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강행되면 긴장은 극도로 높아져 남북관계가 파탄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2018년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발표는 조국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을 8천만 겨레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남측의 수뇌로서 선언에 서명한 문재인 대통령님은 당연히 공동선언을 이행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님은 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 공동선언과는 반대의 길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한다는 최근의 문 대통령님의 모순된 발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강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 한미동맹의 목적이 북한을 파괴하는데 있다는 것과 그 군사동맹아래서 실시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북한 침공을 상정한 전쟁연습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판문점선언에는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고 명백하게 쓰여져 있습니다. 우리가 문 대통령님에게 요구하는 것은 미국에 대해 자주성을 발휘하고 민족공조의 입장에 서달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총을 겨누면서 대화를 하자는 것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중지해야 합니다. 군사훈련을 중지하는 것이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있는 남북관계를 또다시 개선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만약 훈련이 강행된다면 남북관계는 파탄하고 8천만 겨레의 염원인 조국통일은 더욱 멀어질 것입니다.

4년전 해외동포들도 자주, 평화, 통일 실현을 바라며 촛불을 높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촛불정권임을 자인하는 문재인 대통령님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를 반드시 결단해 주시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2021년 2월 22일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일본 도쿄

<요청서>

바이든 대통령 귀하

미국의 주도아래 북한에 대한 침략을 상정한 전쟁연습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이 3월에 강행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정세를 극도로 격화시키고 조미관계의 대립을 더욱 심각하게 하는 훈련을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3년 전 6월 싱가포르에서 서명한 조미공동성명에서 쌍방이 적대관계 해소를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3년동안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과 관련된 실험을 정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자제에 화답하기는커녕 오히려 공격용 전략자산이나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군사훈련을 거듭해왔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마치 북한을 교살하는 듯 역사상 유례없는 가혹한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와 같은 미국의 강경책은 북한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함으로써 이미 실패했음을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지금 미국 본토의 안전도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권 출범 직후이기에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변경할 좋은 기회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을 지지한다고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북미관계는 공동성명에 명기된 쌍방의 적대관계를 해소하는데서 출발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동성명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새정부의 대북정책은 적대관계 종식을 향해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3월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물론, 한반도 주변의모든 군사훈련을 중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의 기본적인 문제 해결이며 평화를 바라는 전세계 사람들의 강한 바램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만일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강행된다면 격렬한 반미투쟁이 급속도로 확대할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고립과 위기가 더 이상 심각하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하는 결단을 내리시기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2021년 2월 22일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일본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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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산재 청문회에 ‘CEO 공개적 면박’이라는 언론은

산업재해 청문회에 엇갈린 시선... 소규모 사업장 산재 문제 전하면서 중대재해법 맹점 언급 않은 조선일보 
 
 

산업재해 청문회, 사상 처음 vs 끝내 강행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 9개 기업 대표를 불러 산재 청문회를 연다. 이날 청문회에는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포스코, 쿠팡,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9개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첫 산재 청문회’에 의미를 부여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상 첫 산재 청문회를 연다”며 “여야 모두 과거처럼 특정 기업이나 인물을 질책하는 방식이 아닌 일터에서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5년간 산재 사망자 108명... 오늘 대기업에 책임 묻는다” 기사를 내고 “산재만을 주제로 해 기업을 불러 청문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 22일 경향신문 기사.
▲ 22일 경향신문 기사.
▲ 22일 매일경제 기사.
▲ 22일 매일경제 기사.

반면 일부 경제·보수신문은 청문회를 부정적으로 전했다. 산재 청문회 일정이 확정되고 증인 채택이 이뤄질 때마다  이들 신문들은 재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일례로 지난 9일 매일경제는 1면에 “국회 산재청문회, CEO 무더기 소환” 기사를 내고 “당장 코로나19 대응으로 정신없는데 국회에서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소환해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겠다는 시도 아니냐”는 익명의 재계 입장을 전했다. “또 다시 기업인 망신주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한국경제) “CEO를 무더기로 불러 청문회를 하자는 건 지나치다는 반발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동아일보) 등 보도도 있었다.

청문회가 열리는 22일 역시 경제·보수신문의 부정적 보도는 이어졌다. 매일경제는 “CEO 줄소환 끝내 강행하는 국회” 기사를 내고 “과거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들이 정기국회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등에 소환되는 일은 있었지만 임시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중대재해법 맹점 언급 않은 조선일보 

이날 언론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도했는데, 조선일보는 중요한 의미를 전하지 않았다. 윤준병 의원의 자료는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산재 사망 노동자의 80%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고, 사망 노동자 10명 중 6명은 6개월 미만 신입이었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소규모 사업장’ 사고가 많다는 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5~4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공포 이후 3년간 적용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했기 때문이다. 

▲ 22일 세계일보 기사.
▲ 22일 세계일보 기사.

경향신문은 “이런 통계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맹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세계일보 역시 “그런데 정작 사망사고가 잦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문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의협에 “국민 생명 볼모 잡겠다니” 비판

국회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의사 면허를 최소하는 방향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반발 과정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협력하지 않는 등 총파업에 불사하겠다는 입장인데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를 제외한 5개 주요 아침신문은 의협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중범죄 면허최소에 백신 볼모로 총파업 협박한 의협”(국민일보)
“백신 접종 차질 빚게 하겠다는 의협, 제정신인가”(한국일보)
“의협, 백신 접종 앞두고 또 국민 생명 볼모로 잡겠다니”(경향신문)
“성폭행 등 강력범죄 저지른 의사, 면허 최소할 수 있어야”(서울신문)
“범죄 의사 비호하려 백신 접종 협력도 거부하나”(한겨레)

▲ 22일 한국일보 사설.
▲ 22일 한국일보 사설.

의협은 의료인이 자동차 운전 중 과실로 사망사고를 일으켜 금고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아도 수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며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설을 낸 언론사들은 이에 반박했다.

일례로 한국일보는 “개정안에 교통사고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고 교통사고 중대과실에 금고형이 선고될 수 있지만 벌금형도 가능해 사망사고라 해서 무조건 면허가 취소되는 건 아니다”라며 “공적 자격 박탈이 핵심인 금고형 취지에 따라 의사를 제외한 변호사 등 모든 전문직이 업무 관련 외 범죄에도 처벌받으므로 ‘헌법상 평등원칙 침해’ 주장도 사리에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의사들 이익만 내세워 백신 접종만 학수고대하는 국민까지 협박하는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고 지적했다.

 

신현수 사의표명 ‘곤혹스런’ 청와대
 
22일 언론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인사 갈등으로 사의를 밝힌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에 주목했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이미 나는 동력을 상실했다. 박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원인은 박범계 장관이 검찰 고위직 인사안을 신 수석과 조율을 끝내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 사전에 재가를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 22일 중앙일보 기사.
▲ 22일 세계일보 기사.

언론은 일제히 청와대의 당혹스런 분위기를 전하며 부정적 파장을 전망했다. 한겨레는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곤혹”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반발이자 항명으로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에는 지난해 추미애 윤석열 사태를 뛰어넘는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보수신문은 ‘대통령’을 부각했다. 중앙일보는 “20일엔 법무부 발표 전에 문 대통령의 재가도 없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서 논란은 신현수 패싱에서 문재인 패싱으로 퍼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어떤 경로였든지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한 이상 박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주요 정책과 인사를 둘러싼 이견을 조율한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 몫”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은 “일파만파 신수석-박법무 파열음, 문 언제까지 침묵할 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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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백채 집부자 뒤엔 ‘깡통전세’…보증금 못받고 신용불량 위기

등록 :2021-02-22 04:59수정 :2021-02-22 08:25

 

갭투기 주택 세입자의 눈물
(상) 전세금 되찾기 고군분투

대출 끼고 겨우 마련한 전세금
집주인 갭투기에 못 돌려받아
피해자 대부분 2030·신혼부부
“불면증에 공황·가정불화 겪어”
신축 빌라 등 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벌어진 ‘갭투기’에 20~30대 사회초년생·신혼부부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갭투기꾼’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금전적·정신적 피해에 시달리는 이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갭투기는 집주인이 부동산중개업자·건축주·분양대행사 등과 공모해 매매 가격과 전세금의 격차가 적은 주택을 다량 매수한 뒤 임차인을 희생양 삼아 이익을 챙기는 ‘은밀한 거래’다.<한겨레>는 ‘갭투기대응시민모임’의 도움을 받아, 수도권에 흩어져 있는 피해 임차인 108명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택가 사이 도로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택가 사이 도로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억8500만원. 박아무개(30)씨의 신혼 첫 보금자리 전세보증금이자 그가 동대문에서 수년간 옷 장사를 하며 갚아온 대출금이다. 이제는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이 됐다. “부동산에선 집주인이 집을 몇백채 가지고 있는 부자라고 소개했어요. 그런 부자가 나에게 돌려줄 전세금이 없겠나 싶어서 안전한 집인 줄로만 알았어요. 돈 한 푼 없이 자기 소유 집을 수백채씩 늘릴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으니까요.”

 

 그는 아내와 2018년 6월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전세로 들어갔다. 집주인 김씨는 주택 586채(지난해 6월 기준)를 보유한 임대사업자다. 박씨는 지난달 온 우편물을 보고 집이 지난해 12월 강제경매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집주인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집주인의 대리인은 전세금을 반환해줄 수 없으니 다음 세입자를 구하거나 집을 사라고 했다. 올해 이사 가려 했지만 옴짝달싹 못 하게 됐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메신저 대화방 등 갭투기 피해자 모임을 찾았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 수백명을 만났다.

21일 <한겨레>가 ‘갭투기대응시민모임’을 통해 확보한 서울과 수도권 피해자 108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로 1억~3억원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2018년 전후에 전세계약을 맺고, 계약 만기 시점인 2019년 말~2020년 피해 사실을 인지(85.2%)했다. 이들의 피해 실태를 살피는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조사 결과를 보면, 피해 보증금 액수는 1억원 이상~2억원 미만이 55.5%로 가장 많았고, 2억원 이상~3억원 미만이 34.3%, 1억원 미만 7.4%, 3억원 이상~4억원 미만 2.8%였다. 주거 형태(중복 응답)는 신축을 제외한 다세대주택 50%, 신축 건물 47.2%, 근린생활시설 14.8%, 불법증축 건물 9.3% 순이었다. 피해자의 41.7%는 계약기간 만기 전이었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계약 만기 뒤 1년 이내라는 응답은 30.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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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무개(42)씨의 서울 양천구 신월동 빌라 전세금 1억4500만원은 그가 20대 초반부터 일하며 모은 전재산이었다. 집주인이 세금을 내지 않아 지난해 9월 김포세무서에서 압류가 들어왔고, 지난해 11월 계약이 끝났지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계속 그 집에 살고 있다.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박씨에게 “아무 문제 없는 집”이라고 공언했던 부동산 중개업소는 폐업 상태였다. 결국 박씨는 전세금을 회수하기 위해 소송을 하고 집을 경매로 낙찰받으려 한다. 당장 소송 비용과 경매 비용, 이후 내야 할 취득세까지 수천만원을 부담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박씨는 “주택청약이나 공공임대주택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원치도 않는 집을 떠안아 무주택자 혜택만 받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대부분 대출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한 터라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1.5%는 대출을 받았고, 17.5%는 대출금을 반환하지 못해 신용불량 위기를 겪었다고 답했다. 전아무개(27)씨는 2018년 11월 직장 때문에 상경해 2억500만원에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신축 빌라를 구했다. 전세자금 대출 1억4800만원과 신용대출 1200만원을 받았다. 매달 50만원씩 나가는 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워서 만기 전에 이사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대출을 연장하고 전세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추가로 대출 연장이 안 돼서 대출금을 못 갚게 될까 봐 그게 제일 걱정돼요. 한순간에 제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거잖아요. 불안해서 잠이 잘 안 오니까 밤마다 술을 마셔요.”피해자들의 82.4%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지 않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다. 591채(지난해 6월 기준)를 소유한 임대사업자 진아무개씨의 세입자인 심아무개(33)씨는 2019년 10월 서울 은평구 역촌동의 한 빌라를 1억원에 전세계약했다. 7천만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버팀목 대출에 기댔다. 진씨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한 심씨는 “적은 이자로 전세를 살면서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고 싶었는데, 큰돈을 잃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22.2%는 임대인 문제로, 34.4%는 불법증축 등 임대 매물의 문제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보험 제도를 모르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결국 갭투기 피해자들은 전세금을 되찾기 위해 소송 등을 진행하며 시간적·금전적 피해를 본다. 이를 아는 임대인은 웃돈 수백만원을 자신에게 얹어주고 집을 사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빌라에 전세금 2억5천만원을 내고 들어간 이아무개(37)씨는 지난해 12월 임대인에게 전세금은 돌려줄 수 없으니 웃돈 300만원을 내고 법무사 비용 등을 부담하면 집의 소유권을 이전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씨는 “당연히 줘야 하는 돈을 주지 않고 비용을 더 내고 사가라는 식이어서 불쾌했지만, 소송과 경매 등에 돈과 시간을 쓰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세금을 올리고 다음 세입자를 구해 오면 전세금을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문제가 있는 집을 다른 임차인에게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로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되는 구조다. 이러한 제안을 받은 박아무개(30)씨는 “잘못된 걸 알지만 다른 임차인을 구해 돈을 되찾고 빨리 이 집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계약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전세를 내놓자 15팀이 집을 보러 오기도 했다.피해자들은 변호사를 구해 법적 대응을 하거나, 어쩔 수 없이 집을 매수하는 과정 등에서 최소 수백만원의 비용을 지출한다. 피해자들은 ‘일주일 이상 우울감이 계속된다’(79.6%·중복 응답),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으로 병원을 다닌다’(24%), ‘가정불화를 겪었다’(32.4%), ‘직장 업무에 방해된다’(87%) 등 정신적 피해도 겪었다고 답했다. “불면증, 심한 공황발작, 정신질환 등으로 병원에 다녔다”,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중 피해 대응을 위해 입국해야 해 직장을 잃었다”, “가정불화로 이혼을 했다”, “주택청약,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주관하는 장기 전세 등에 당첨됐지만 입주를 포기했다”, “다른 집에 이사를 가려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계약 파기로 위약금을 물었다” 등의 호소도 나왔다.피해자들은 임대인을 형사처벌로 압박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엄정숙 변호사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갭투기의 경우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다”며 “만약 형사처벌이 이뤄지면 임대인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해 전세금을 돌려받기 수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갭투기대응시민모임은 “갭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보증사고를 일으킨 임대인에 대한 행정적 조처 및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건축주·분양대행사·공인중개사·임대사업자 ‘은밀한 거래’
신축빌라 매맷값 시세보다 전셋값 높게 받은 뒤 나눠가져장아무개(33)씨는 지난 2018년 4월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신축 빌라에 전세금 1억6천만원을 내고 입주했다. 중개업자는 아직 분양이 끝나지 않은 건물이기 때문에 우선 건축주 세명과 계약하면, 집주인이 장씨가 낸 전세금과 자기 돈을 합쳐 집을 매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편적인 거래 방식이다. 안심해도 된다”는 중개업자 말을 믿었다. 인근 부동산업소 여러곳도 이 집을 보여줬고, 같은 거래 방식을 이야기해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갭투기의 늪에 빠졌다.갭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격차가 작을 때 그 차이(갭)만큼의 투자금액으로 주택을 매수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 방법이다. 그러나 장씨 같은 피해가 발생하는 건 신축 빌라 등 시세 파악이 어려운 주택을 놓고 일부 집주인, 부동산 중개업자, 건축주, 분양대행사 등이 공모해 수백채를 두고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기 때문이다.세입자는 모르는 ‘건축주-임대사업자(명의대여자)-부동산 중개업자’의 은밀한 거래가 갭투기 생태계를 이룬다. 예를 들면, 중개업자가 전세를 구하는 사람에게 시세 1억4천만원인 주택을 보증금 1억6천만원으로 소개해 건축주나 기존 임대인과 전세 계약을 맺게 한 뒤, 곧바로 임대사업자가 이 집을 매입하면서 갭투기가 이뤄진다. 전세보증금을 확보한 건축주나 기존 임대인은 미분양을 줄이고 집을 처분할 수 있고, 임대사업자는 자기 자본 없이 집을 소유할 수 있다. 세입자에게 받은 ‘웃돈’ 2천만원은 임대사업자와 중개업자가 나눠 갖는 ‘리베이트’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1천만원씩 10채만 소유해도 임대사업자와 중개업자는 1억원을 벌게 된다. 임대사업자들은 수백채에 이르는 주택을 이러한 방식으로 소유한다. 부동산 업소는 단기간에 폐업하는 ‘기획부동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는 임대사업자는 세입자의 연락을 피하거나, 대응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피해를 전가한다.세입자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서 전세금을 대신 반환하는데, 일부 임대사업자는 경매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될 때까지 빈집을 수개월간 단기로 빌려주며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달 초부터 이러한 단기임대 사업을 돕는 아르바이트를 한 ㄱ씨는 “세입자들이 보증보험으로 전세금을 받고 나간 빈집 80채가량을 단기 임대해 한달 순수익만 3천만원을 거둔다”며 “임대사업자는 ‘보증보험으로 전세금을 받고 나간 사람들이 있으니 자신은 갭투기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고 털어놨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3903.html?_fr=mt1#csidxe7b83086efb87e2aa5fc3e1ee7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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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측과 오해 너머 보이는 조선의 경제실상

[개벽예감 432] 억측과 오해 너머 보이는 조선의 경제실상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2/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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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최근 화학공업기지에서 생긴 일

2. 식량난을 걱정해야 할 쪽은 어디인가? 

3. 종합시장은 자본주의시장경제의 맹아가 아니다 

4. 조선의 GDP 성장률은 얼마인가?

 

 

1. 최근 화학공업기지에서 생긴 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적 범위로 확산되어 미증유의 보건재앙이 휩쓸고 있는 가운데, 지구온난화가 촉발한 수해와 가뭄, 폭설과 혹한이 몰려오는 미증유의 기후재앙까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보건재앙과 기후재앙으로 파탄에 빠진 국가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경제난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 동시대인들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암울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전 세계가 경제난을 겪고 있는 오늘, 조선의 경제형편은 어떤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조선은 2017년부터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연합세력의 가중된 경제재재를 받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수해와 태풍피해까지 받았으니 외부의 시선이 조선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조선의 내부사정을 파악할 방도는 보이지 않는다. 조선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2020년 1월 말부터 국경을 전면적으로 봉쇄했기 때문에 조선의 내부사정은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은 자국의 경제지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의 경제형편에 대한 정보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보부족은 백지상태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정보부족의 공간 속으로 헛소문과 억측이 파고들어 인식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조선의 경제형편에 대한 정보부족은 사회주의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뒤엉키면서 헛소문과 억측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조선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난보다 더 심한 경제난에 빠졌을 것이라는 추론이야말로 사회주의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뒤엉키면서 확대재생산된 착오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요즈음 조선의 경제실상은 어떠한가? 이런 의문을 풀려면, 헛소문과 억측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고찰해야 한다. 이 글에서 객관적 사실을 고찰하는 출발점은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최근 동향이다.  

 

2021년 2월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붕>은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에서 평안남도 안주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가동이 중단되었다는 암울한 소식을 전했다. 원래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는 조선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화학비료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중요한 화학공업기지인데, 만일 그런 기업소가 정말 가동을 중단했다면 조선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이므로, 암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조선에서는 비료 1t을 식량 10t으로 환산하여 농업생산계획을 세울 만큼 비료생산이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만일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가동이 중단되어 비료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면 올해 식량생산이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붕>은 2021년 1월 평안남도에서 입수했다는 정보가 들어있는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는데, 한국무역협회는 간첩을 북에 침투시켜 첩보활동을 벌이는 정보기관이 아니다. 대북정보는 국정원이 독점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니혼게이자이신붕>이 인용, 보도한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국정원에서 유출된 정보를 가지고 작성된 것이 분명하다.  

 

<니혼게이자이신붕>이 인용, 보도한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서 중요한 설비의 부품이 마모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마모된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지 못해 생산이 중단되었는데, 조선의 국경봉쇄로 중국산 부품을 수입하지도 못해 생산을 재개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나오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가동을 중지시킨 문제의 부품은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라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조선은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를 자체 기술로 만들지 못해서 중국산 부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이런 의문을 풀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평안남도 안주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일부시설을촬영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매체가 2020년 1월에 촬영한 사진이다.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는 조선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화학비료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중요한 화학공업기지들 가운데 하나다. 이 기업소는 2010년 4월 29일 석탄가스화기술로 주체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금 조선에서는 석탄가스화기술을 고도화, 집약화한 탄소화학공업을 창설하는 중이다. 조선의 화학공업기지들에서는 석탄가스화기술로 각종 원료도 만들고, 비료도 만들고, 전기도 생산하고, 탄소배출도 억제한다. 그야말로 만능의 공학기술이다.  


조선에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를 비롯한 화학공업기지들은 석탄가스화기술(coal gasification technology)을 도입하여 생산공정 전반을 완전히 개조했다. 석탄가스화기술은 석탄을 화학적으로 가공처리하여 각종 원료도 만들고, 비료도 만들고, 전기도 생산하고, 탄소배출도 억제하는 그야말로 만능의 공학기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분쇄한 석탄을 가스발생로로 보내, 섭씨 950도의 고온에서 가스화하면, 일산화탄소, 수소, 질소, 메탄, 탄산가스 등이 발생하는데, 그 중에서 질수와 수소를 합성하여 만든 암모니아를 가지고 질소비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런 공정을 거쳐 생산된 질소비료를 주체비료라고 부른다. 조선이 석탄가스화기술로 주체비료를 생산하기 전에는 비료원료로 쓰이는 내프타(naphtha)를 중국에서 전량 수입해야 했다. 내프타는 원유를 증류하여 추출한 탄화수소 혼합물이다.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석탄가스화기술로 주체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한 날은 2010년 4월 29일이다. 조선의 주체비료생산은 어언 10년의 연륜을 쌓으며, 비료공업의 획기적 발전을 추동해왔다. 10년 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석탄가스화대상건설을 완공하여 주체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 김일성훈장을 수여했다. 조선의 비료생산체계가 건국 이래 줄곧 내프타 수입에 의존해온 상태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으니, 어찌 위훈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욱 놀라운 것은, 조선에서 석탄가스화기술을 고도화, 집약화한 탄소하나화학공업(C1 Chemical Industry)이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석탄매장량은 거의 무진장하므로, 석탄가스화기술을 고도화, 집약화한 탄소화학공업을 건설하면 조선은 원료수입에 의존하던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화학공업의 주체화와 자급자족을 최고 수준에서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10년 전에 석탄가스화공법을 완성하였을 뿐 아니라, 오늘에는 그보다 더 거창한 탄소화학공업을 자체 기술로 건설하고 있는 조선에서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를 만들지 못한다고 서술한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늘어놓은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조선이 석탄가스화설비의 중요한 부품들인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를 자체로 만들지 못해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고, 최근에는 국경봉쇄로 수입을 할 수 없어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무기한 가동중지상태에 빠졌다고 서술했지만, 조선의 화학공업기지들에 설치된 석탄가스화설비들은 조선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자체로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를 구하지 못해서 무기한 가동중지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헛소문에 불과하다. 

 

그러면 진실은 무엇일까? 2021년 2월 18일 조선중앙텔레비죤 20시 보도가 진실을 말해준다. 보도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일군들과 로동계급이 승리의 신심에 넘쳐 비료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현장소식을 전하면서, 그 기업소에서 근무하는 안영철 기사장의 발언장면을 방영했다. 안영철 기사장의 말에 따르면, 지금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서는 “압축기계통을 더 보강할 목표를 세우고 이 사업을 완강히 내밀고 있다”고 한다.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서 압축기계통을 보강하는 설비개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진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는 압축기설비에 포함되는 부품들이므로, 지금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는 압축기계통을 보강하는 설비개조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잠시 가동을 멈추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진실이다.     

 

2021년 2월 2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덕훈 내각총리는 황해제철련합기업소,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금성뜨락또르공장을 각각 현지에서 료해하였는데,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를 현지에서 료해하는 중에 “설비들의 정비보수를 계획적으로 진행할 데 대하여 언급”했고, 생산현장에서 협의회를 진행하면서 “압축설비들에 대한 자검자수를 짜고들어 비료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이기 위한 문제들을 토의대책하였다”고 한다. 자검자수(自檢自修)라는 말은 외부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로 검사하고 자체로 수리한다는 뜻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를 구하지 못해 무기한 가동중지상태에 빠졌다는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내용은 국정원이 유출한 왜곡된 대북정보를 가지고 작성된 것이 분명하다.  

 

2020년 8월 4일 <미국의소리>는 중국 해관총서통계를 인용하여 2019년 상반기에 조선이 중국산 비료 90,198t을 수입했었는데, 2020년 상반기에는 8분의 1밖에 되지 않는 11,400t을 수입했다고 하면서, 조선에서 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식량난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조선의 비료수입이 대폭 감소한 것은 식량난의 전조로 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비료생산기지들에서 석탄가스화설비를 만가동하여 주체비료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증산의 표시로 된다.  

 

 

2. 식량난을 걱정해야 할 쪽은 어디인가? 

 

이 글에서 두 번째로 고찰하는 대상은 통일부 장관의 이상한 발언이다. 2021년 2월 18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는데, 올해 북의 식량사정이 어떠한지를 물은 윤건영 국회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지난해 여름 수해와 태풍피해로 감산된 규모가 20만~30만t으로 추정된다. 북에서는 해마다 식량 100만t 정도가 부족한데, (지난해 수해와 태풍피해로 감산된) 20만~30만t을 더하면 북에서 필요한 식량의 부족분이 산출된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위와 같은 답변은 국정원이 유출한 정보에 근거한 것이다. 이인영 장관이 위와 같이 답변하기 이틀 전인 2021년 2월 16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 보고서에서 북의 곡물수요량이 연간 550만t인데, 2020년 곡물생산은 수해와 태풍피해로 감산되어 440만t밖에 되지 않았다고 추산하면서, 110만t이 부족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국정원이 추론한 것처럼, 만일 올해 조선의 식량이 110만t이나 부족하다면, 식량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식량사정에 관한 국정원의 추론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이런 의문을 풀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를 해명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명해야 할 문제는 국정원이 추론한 것처럼, 북의 알곡수요량이 연간 550만t인가 하는 것이다.  

 

2017년 4월 20일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소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조선에서 1인당 하루 식량공급목표는 573g이라고 한다. 식량공급목표라는 말은 식량수요량이라는 말과 사실상 같은 뜻이므로, 2017년 당시 조선의 1인당 하루 식량수요량은 573g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3년 10개월이 지난 2021년 현재, 조선의 1인당 하루 식량수요량은 600g인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식량계획은 세계 각국의 1인당 식량공급권장량을 600g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쌀을 비롯한 알곡만 식량이라고 볼 수 없다. 채소, 육류, 달걀, 수산물도 식량이다. 요즈음 조선에서는 남새생산, 버섯생산, 축산물생산, 수산물생산, 과일생산이 증가하여 인민들에게 이전보다 채소, 버섯, 고기, 달걀, 물고기, 과일을 더 많이 공급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헤아려보면, 2021년 현재 조선에서 1인당 하루 식량수요량은 600g이고, 그 중에서 알곡수요량은 400g인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 남측의 1인당 하루 알곡소비량은 164g이었는데, 북측의 1인당 하루 알곡수요량을 400g으로 추산한 것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외부에서 수요량을 파악할 수 없으므로, 이 글에서는 알곡수요량을 400g으로 추산한다. 

 

2020년도 조선의 총인구는 2,570만명인데, 1인당 하루 알곡수요량이 400g이면, 전체 인구의 하루 알곡수요량은 10,280t이고, 연간 알곡수요량은 375만t이다. 

 

그런데 알곡은 축산에 필요한 알곡사료로도 쓰이고, 식품가공에 필요한 재료로도 쓰이고, 이듬해 봄에 파종할 종자로 저장되기도 한다. 거기에 더하여 도정과정 및 수급과정에서 손실되는 알곡도 추가로 계산해야 한다. 조선에서 해마다 알곡사료, 식품가공재료, 종자로 쓰이는 알곡이 얼마인지 알 수 없고, 해마다 도정과정 및 수급과정에서 손실되는 알곡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지만, 이 글에서는 그 모든 것을 합해 120만t으로 추산한다. 그러므로 조선의 연간 알곡수요량은 495만t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국정원은 2021년 2월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조선의 연간 알곡수요량을 550만t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이 무슨 근거를 가지고 그렇게 추산했는지 알 수 없으나, 이 글에서 추산한 것과 비교하면 55만t이나 더 부풀려놓은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있는 미곡협동농장에서 뜨락또르로 가을갈이를 하는 장면이다. 조선에서는 트랙터를 뜨락또르라고 부른다. 지금 조선에서는외부에서 우려하는 식량난이 발생하기는커녕 식량생산에서 자급자족을 달성하였으며,잉여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조선에는 약 3,500개의 협동농장이 있다. 협동농장에서 생산이 장성할수록 농장원들에게 분배되는 농산물이 증가된다. 생산장성과분배증가의 지속적인 선순환과정을 통해 조선의 사회주의계획경제는 보건재앙과 기후재앙과 경제재재라는 삼중장애를 뚫고 자력번영과 인민생활향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의 연간 알곡생산량은 얼마나 될까? 조선에서 알곡이라고 하면, 대체로 쌀과 강냉이를 뜻하는데, 그 밖에 보리, 콩, 감자, 고구마, 기타 잡곡도 알곡에 포함된다. 

 

먼저 조선의 쌀생산량을 추산해보자. 쌀생산량을 추산하려면 벼경작지 면적을 알아야 하는데, 한국농촌진흥청이 2020년 12월 2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의 벼경작지는 51만1,000정보다. 

 

그 다음으로 조선의 정보당 쌀생산량을 추산해야 하는데, 한국농촌진흥청은 2020년 12월 21일에 발표한 자료에서 조선의 정보당 쌀생산량을 연간 3.95t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2019년 12월 30일 <로동신문> 사설에 따르면, 2020년 정보당 알곡증산목표는 10t 이상이라고 한다. 조선에서 정보당 알곡을 10t 이상 수확한 농장원에게는 다수확농민이라는 칭호를 준다. 또한 조선에서 수확량이 가장 적은 경작지의 정보당 알곡생산량은 약 3t이다. 

 

그런데 한국농촌진흥청은 조선의 정보당 쌀생산량을 3.95t으로 추산했으니, 이것은 조선의 정보당 쌀생산량을 수확량이 가장 적은 경작지의 쌀생산량에 근접시켜 추산한 것이므로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조선에서 알곡수확량이 가장 많은 경작지의 쌀생산량은 10t 이상이고, 알곡수확량이 가장 적은 경작지의 쌀생산량은 약 3t이므로, 정보당 평균 쌀생산량은 5t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51만1,000정보에서 정보당 평균 5t씩 쌀을 생산하였다면, 2020년 조선의 연간 쌀생산량은 255만t이다. 

 

쌀생산량을 추산한 것에 이어 강냉이생산량을 추산해보자. 강냉지생산량을 추산하려면 강냉이경작지 면적을 알아야 하는데, 한국농촌진흥청이 2020년 12월 2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의 강냉이경작지는 74만정보다. 

 

그 다음으로 조선의 정보당 강냉이생산량을 추산해야 하는데, 한국국제농업개발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05년 조선의 정보당 강냉이생산량은 연간 3.1t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농촌진흥청은 2020년 12월 21일에 발표한 자료에서 조선의 정보당 강냉이생산량을 연간 2.04t으로 추산했다. 15년 전에 3.1t이었던 강냉이생산량이 해마다 늘어나기는커녕 15년 만에 2.04t으로 추락했다는 한국농촌진흥청의 추산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15년 전에 추산한 수량이지만, 오늘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해야 합리적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헤아려보면, 조선의 정보당 강냉이생산량은 연간 3.1t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74만정보에서 강냉이를 정보당 평균 3.1t씩 생산하였다면, 2020년 조선의 강냉이생산량은 229만t이다. 

 

또한 위에 인용한 한국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조선은 콩 15만t, 보리 16만t, 감자와 고구마 54만t, 잡곡 2만t을 생산했다고 한다. 이를 모두 합하면 87만t이다. 

 

또한 위에 인용한 한국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조선은 수해와 태풍피해로 알곡생산량이 24만t 감소했다고 한다. 

 

위에 열거한 내용을 종합하면, 2020년 조선의 알곡생산량은 547만t으로 추산된다. 지난 시기 조선의 알곡생산실적에 비춰 보면, 위와 같은 추산은 무리한 추산이 아니다. 지난 시기 조선의 알곡생산실적은 다음과 같다. 

 

2014년 10월 15일 <미국의소리>에 실린 대담기사에 따르면, 2014년 9월 평양을 방문한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 부편집장은 조선사회과학원 관계자로부터 2013년 조선의 알곡생산량은 2012년에 비해 36만2,000t이 늘어난 566만t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2014년 12월 23일 김지석 수매량정성 부상은 2014년에 조선이 가뭄피해를 있었지만 알곡생산이 5만t 이상 늘어나 571만t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난 시기 조선의 알곡생산이 566만t에서 571만t으로 장성한 사례를 보면, 2020년 조선의 알곡생산량을 547만t으로 추산한 것은 합리적인 추산이다. 그러므로 지금 조선에서는 외부에서 우려하는 식량난이 발생하기는커녕 식량생산에서 자급자족을 달성하였으며, 알곡 52만t이 잉여농산물로 남아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하면서 “(2020년에) 농업부문에서는 지속된 혹심한 가물과 큰물,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과학농사, 다수확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알곡생산량을 전례 없이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였다.    

 

농업생산이 증가하여 잉여농산물이 남아도는 조선은 잉여농산물을 해외에 수출하였다. 조선이 만성적인 식량난에 빠졌다는 헛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조선이 식량을 수출했다는 말을 믿지 않겠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2014년 10월 14일 미국의 북조선전문매체 <NK 뉴스>가 중국해관통계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8월까지 기간에 조선은 2011년에 중국으로부터 원조 받은 식량보다 더 많은 식량을 중국에 수출했다고 한다. 

 

식량난을 걱정해야 할 쪽은 북이 아니라 남이다. 한국농촌경제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남측의 알곡자급률은 21.7%이고, 식량자급률은 45.2%다. 북측은 식량을 자급하고 있지만, 남측은 식량을 수입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북측은 잉여농산물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지만, 남측은 식량수요량의 54.8%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촉발한 기후재앙으로 세계적 범위에서 식량생산량이 크게 감소하여 식량수출국들이 식량수출량을 줄이거나 식량수출을 금지하면,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순위에서 최하위권으로 이미 추락한 한국은 식량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3. 종합시장은 자본주의시장경제의 맹아가 아니다 

 

2017년 2월 27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조선 각지에서 종합시장 439개가 운영되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인공위성자료를 분석하여 종합시장의 위치를 알아내고 계산한 것이므로 비교적 정확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조선 각지에는 종합시장이 약 200개밖에 없었는데, 7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21년 현재 조선 각지에는 500개가 넘는 종합시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에서 종합시장은 국영상점과 함께 인민들에게 각종 소비품을 공급하는 상업봉사활동거점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은 2003년에 내각결정 제27호를 발표하여 지난 시기의 장마당을 확대, 개편하여 종합시장을 각지에 설치했고, 2004년에 재정성은 ‘시장관리소 재정관리세칙‘을 발표하여 종합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2019년 1월 2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평양에 종합시장 30여 개가 있는데 락랑구역에 있는 통일거리시장이 평양에서 가장 큰 종합시장이라고 한다. 조선 각지의 종합시장들 가운데서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수남시장이 규모가 가장 큰데, 면적을 비교하면, 서울에 있는 동대문시장보다 두 배 더 크다고 한다. 수남시장에 들어찬 각종 매대는 약 17,000개다. 

 

조선의 경제사정에 대한 왜곡보도를 들어온 사람들은 조선 각지에 있는 500여 개가 넘는 종합시장들에서 주로 중국산 상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10여 년 전의 과거사다. 그 동안 조선의 생산력이 날로 장성하여 경공업부문과 농업부문에서 잉여생산물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요즈음은 중국산 상품을 판매하는 매대들이 구석으로 밀려났고, 조선산 상품을 판매하는 매대들이 대세를 이루었다. 

 

조선에서 종합시장이 해마다 확대되는 현상을 두고 외부에서는 1980년대 중국이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대형시장들이 생겨나던 경험을 회상하면서 오늘 조선에서도 자본주의시장경제의 맹아가 자라기 시작했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런 착각은 조선의 종합시장(general market)과 자본주의나라의 자유시장(free market)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조선의 종합시장은 자본주의나라의 자유시장과 어떻게 다른가? 자본주의사회의 자유시장에서 상업활동의 주체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개인이다. 예컨대, 전자업체가 자체로 생산한 전자제품을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유통업체가 전자제품을 수매하여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생산업체도 사적으로 소유한 생산수단이고, 유통업체도 사적으로 소유한 생산수단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주의나라 조선에는 모둔 사회적 생산수단이 개인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국가적 소유 또는 협동적 소유다. 이를테면, 기업소와 공장은 국가적 소유이고, 협동농장과 협동단체는 협동적 소유다. 국가적 소유와 협동적 소유를 합해 사회주의적 소유라고 부른다. 

 

생산수단의 사회주의적 소유에 기초한 경제현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기업소와 공장은 생산물 가운데서 국가계획으로 정한 생산목표에 해당하는 생산물을 국가에 납품하고 남은 잉여생산물을 판매하여 수익금을 얻는데, 종합시장에서 판매하거나 해외에 수출하여 수익금을 얻게 된다. 기업소와 공장이 수익금을 지출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토지사용료, 설비사용료, 전기사용료로 국가에 납부한다. 

2) 자체로 생산하지 못하는 원료와 자재를 다른 기업소나 공장에서 구입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한다. 

3) 로동일수에 따라 종업원의 생활비로 평등하게 분배한다. 

4) 잉여생산물을 종합시장에서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을 기업운영과 공장운영을 위해, 그리고 종업원들의 생활향상을 위해 지출한다. 

 

바로 이것이 조선의 사회주의기업경영방식이다. 그러므로 조선 각지에 대형 종합시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일떠선 것은 기업소와 공장의 생산량이 대폭 늘어났음을 말해주는 긍정적인 현상인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위쪽 사진은 조선의 종합시장을 촬영한 것이고, 아래쪽 사진은 조선의 협동단체매장을 촬영한 것이다. 외형을 비교하면, 북측의 종합시장은 남측의 재래시장과유사하고, 북측의 국영상점이나 협동단체매장은 남측의 백화점이나 대형매장과 유사하다. 지금 조선에서는 사회주의상업봉사망을 더욱 완비하기 위해 경공업부문의 생산장성과 상업봉사활동의 전문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산화의 기치를 든 조선의 경공업이발전하는 추세에 따라 국영상점, 협동단체매장, 종합시장에 들어간 중국산 제품들이밀려나고, 조선산 제품들이 대세를 이루었다.  

 

다른 한편, 협동농장의 농산물처분방식은 다음과 같다. 

 

1) 국가계획으로 정한 생산목표에 해당하는 농산물을 현물로 국가에 납부한다. 

2) 비료사용료, 토지사용료, 농기계사용료, 전기사용료, 농업용수사용료를 농산물로 국가에 납부한다. 

3) 국가는 협동농장이 생산한 농산물 가운데 약 30%를 현금으로 수매한다. 

4) 국가는 현물로 납부받은 농산물과 현금으로 수매한 농산물을 인민들에게 식량으로 공급한다. 국가는 식량공급가격을 저렴하게 정하여 인민들에게 공급한다. 

5) 국가에 납부하고 남은 농산물은 로동일수에 따라 농장원들에게 평등하게 분배한다. 

 

바로 이것이 조선의 사회주의협동농장경영방식이다. 재정성이 발표한 지시 제30호에 따르면, 조선의 종합시장에서 “승인된 개별적인 봉사원들”이 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시장관리소의 승인을 받은 개인이 종합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인데, 농장원은 자기에게 분배되어 식량으로 소비하고 남은 잉여농산물이나 텃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종합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 각지에 대형 종합시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일떠선 것은 협동농장의 생산력이 대폭 늘어났음을 말해주는 긍정적인 현상인 것이다. 

 

기업소와 공장에서 생산이 장성할수록 종업원들에게 분배되는 생활비가 증액되고, 협동농장에서 생산이 장성할수록 농장원들에게 분배되는 농산물이 증대된다. 생산장성과 분배증가의 지속적인 선순환과정을 통해 조선의 사회주의경제는 보건재앙과 기후재앙과 경제제재라는 삼중장애를 뚫고 자력번영과 인민생활향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4. 조선의 GDP 성장률은 얼마인가?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였다”고 말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국가경제발전 5개년 목표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언급하자, 남측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경제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왜곡한 보도기사를 쏟아냈다. 경제발전목표에 크게 미달되었다는 말과 경제가 실패했다는 말은 전혀 다른 뜻인데도, 그처럼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조선의 경제사정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파악하려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조선이 달성하려고 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목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한다. 2019년 4월 21일 일본 <마이니찌신붕> 보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조선이 달성하려고 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목표는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성장률을 연평균 8%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 5년 동안 한국의 GDP 성장률은 2%대에 머물렀고, 중국의 GDP 성장률은 6%대에 머물렀는데, 조선은 8%에 이르는 매우 높은 성장목표를 설정했던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2019년 12월 7일 준공식을 진행하고, 2020년 1월 10일 영업을개시한 양덕온천문화휴양지를 촬영한 것이다. 이 거대하고 화려한 인민봉사기지는 평안남도 양덕군에 건설되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 기간에 조선이 이룩한 여러 경제발전성과들 가운데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시공한지 1년 남짓한 기간에 양덕온천문화휴양지를 완공한 것이다. 규모에 있어서 현대식 도시와 맞먹는 양덕온천문화휴양지를 건설하려면, 엄청난 자금, 자재, 장비, 인력,에너지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든든한 경제력이 없으면, 그런 현대식 휴양지를 1년 남짓한 기간에 건설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GDP 성장률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의 인민들이 전 세계에서 오직 조선에만 있는 사회주의휴양생활을향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은 새로운 사회주의문명을 창조하고 있다.  

 

그러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 기간에 조선이 달성한 GDP 성장률은 얼마였을까?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 첫해인 2016년 조선의 GDP 성장률은 3.9%였다고 한다. 2018년 10월 14일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조선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박사는 <교도통신>과의 대담에서 2017년 조선의 GDP 성장률이 3.7%였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 기간에 조선이 달성한 GDP 성장률은 연평균 3.5%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GDP 성장목표를 8%로 설정했는데, 실제로는 3.5% 수준에 머물렀으므로, 김정은 총비서는 엄청나게 미달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북측의 연평균 GDP 성장률이 3.5% 수준에 도달한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남측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1.96%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남측의 GDP 성장률은 2010년까지만 해도 6.8%라는 비교적 높은 수준에 도달했었는데, 2011년에는 3.7%로 급감했고, 그 이후에는 2% 수준으로 더 떨어졌으며, 보건재앙이 휩쓴 2020년에는 마이너스 1%로 추락했다. 수출에 의존하여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났으므로, 대외의존형 경제를 건설한 남측은 수출길이 날로 협소해지는 오늘의 각박한 현실에서 경제난에서 탈출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쪽은 북측이 아니라 남측이다. 

 

자본주의세계시장에 편입된 남측의 대외의존형 경제와 다르게, 북측의 자급자족형 경제는 자본주의세계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력으로 경제건설을 추진한다. 그래서 지금 조선에서는 자력갱생로선을 안받침하는 자급자족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며, 경제활동에서 주체화와 현대화를 실현하는 목표와 함께 원료, 연료, 자재의 국산화와 재자원화라는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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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특권 지키려 ‘코로나 백신 협력 거부’ 운운하는 의사협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2/22 08:53
  • 수정일
    2021/02/22 08:5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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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에도 ‘면허 유지’ 특혜 누려온 의사들...의료개혁 강조한 정부 “불법 집단행동 시 강력한 행정력 발동”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1-02-21 18:24:28
수정 2021-02-21 19: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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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21.02.17.ⓒ뉴시스
 

중범죄에도 면허 유지 특혜 누려온 의사들, 20년 만에 가까워진 법 개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고영인·권칠승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위원회 대안으로 가결했다.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중형을 받은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이미 의료인일 경우 면허를 박탈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고 형을 처분받은 기간에 더해 5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도록 했다. 집행유예의 경우에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2년까지 의료인 면허를 교부할 수 없도록 했다.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도 마찬가지로 의료인 자격을 잃도록 했다.

 

다만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 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은 면허 취소 후 재교부받은 의료인이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면허를 재교부받은 후 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되면 재교부를 10년간 금지하도록 했다. 아울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인 면허 발급 요건을 취득하거나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할 수 없도록 했다.

복지위는 의료법 개정 필요성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인 지위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됨에도 현행법이 의료인의 강력범죄를 지나치게 관용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복지위는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도 취소되지 않는 실정으로 환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 직종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이 취소되는 법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만큼은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를 유지하는 특혜를 누려왔다. 지난 2000년 의료법을 개정하며 의사의 면허 취소 범위가 축소된 탓이다.

국회에는 앞서도 의사 면허 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법안이 수차례 제출됐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번번이 입법에 실패했다. 20년 만에 입법에 가까워진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총파업 꺼내든 의협, ‘코로나 백신 접종 비협조’ 시사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을 ‘의사 면허 강탈 법안’, ‘의사 죽이기 악법’ 등으로 명명하며 또다시 밥그릇 지키기 싸움에 돌입했다. 특히 오는 26일부터 시작하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 회의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법사위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료와 백신 접종과 관련된 (의·정) 협력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최 회장은 “의료계에서 심각하게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걸 복지부가 국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불행한 사태로 가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의협 산하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은 20일 긴급회의를 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명한다”며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면허 강탈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들은 “법안이 법사위에서 의결된다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의협을 중심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 지원 등 국난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 의협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제41대 의협 회장 선거 입후보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회가 의사들의 자율적 도덕성을 짓밟고 의사들을 예비범죄자 취급만 하는 식의 의료법 개정을 하려 한다면 41대 의협 회장에 누가 당선되는지에 상관없이 즉각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공약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2.21.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2.21.ⓒ뉴시스

정부, 의협 불법 집단행동에 ‘단호한 대응’ 방침

의료법 개정의 본질을 왜곡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의협의 극단적 행태에 정부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약 5년의 사례를 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중범죄를 저지를 의료인은 30명 안팎에 불과하다”며 “절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이런 법의 개정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권 장관은 ‘의료개혁’을 강조한 뒤 “정부는 아주 극소수의 중범죄를 저지르는 의료인을 다수의 의료인으로부터 보호하고 국민의 안전 문제 차원에서 (법 개정을) 하는 것”이라며 “마치 모든 범죄를 가지고 면허가 취소되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부분은 저희가 의료계에 정확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헌신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집단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의협은 마치 교통사고만 내도 의사면허가 무조건 취소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절대로 특정 직역의 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 만일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현실화한다면 정부는 망설이지 않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라며 “불법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고 엄중하게 단죄하겠다. 의사 단체만을 위한 의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의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입장문을 내 “국민의 건강을 인질 삼아 강력범죄 면죄부를 유지하려는 의사단체의 시도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의료인들은 매년 집계되는 전문직 성범죄 통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현실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부터 내야 한다. 그 어떤 자성의 목소리 없이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에게 ‘백신 접종 중단’이라는 협박성 조건을 내걸며 비상식적 특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협을 두둔하며 “민주당이 의사면허 취소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6.25 전쟁 때 군인 자격 박탈을 규정하는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전쟁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되겠냐”며 “의료계 장악이라는 오해까지 사며 의료계와 화풀이 일전을 벌이는 게 과연 코로나19 극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정부·여당은 신중히 판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유체이탈식 화법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역시 동의해 여야 합의로 복지위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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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선생님 몸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기고] 정경모 선생님을 추모하며 - 리명옥

  • 기자명 리명옥 
  •  
  •  입력 2021.02.22 00:00
  •  
  •  수정 2021.02.22 02:52
  •  
  •  댓글 0
 

리명옥 /번역가, 재일동포 3세

 

​2019. 3. 일본 요코하마 정경모 선생님 자택에서. [사진제공 - 임수경]2019. 3. 일본 요코하마 정경모 선생님 자택에서. 왼쪽부터 임수경, 정경모, 리명옥. [사진제공 - 임수경]
​2019. 3. 일본 요코하마 정경모 선생님 자택에서. [사진제공 - 임수경]2019. 3. 일본 요코하마 정경모 선생님 자택에서. 왼쪽부터 임수경, 정경모, 리명옥. [사진제공 - 임수경]

정경모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일본 오사카의 전철을 타고 퇴근하는 길에 그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셔서 100세는 거뜬히 넘기실 줄로만 알았었다. 연말에 사모님과 통화를 하면서 폐렴 때문에 몇 번 응급실도 다녀오셨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막연히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1989년이었다. 선생님을 만나게 해준 것은 임수경 씨 때문이다. 그 해 여름, 도쿄 도요대학(東洋大學) 3학년이었던 나는 평양에서 열리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게 된다. 남도 북도 통 틀어서 나에게는 처음으로 가보는 조국이었다. 같이 참가하는 학생들이 니이가타 항에서 배를 탔다. 원산으로 가는 2박3일의 배 안에서 우리는 그 해 봄 발표된 <4.2 공동성명>을 여러 번 읽었다.

평양축전 개막식 전날 밤에 숙소였던 광복거리를 산책하는데 남쪽에서 대학생 대표가 왔다는 소문을 들었다. 택시를 잡아 고려호텔로 무작정 달려갔다. 고려호텔에 묵고 있던 재미동포 대학생들과 함께 호텔 로비 바닥에 앉아서 남쪽 백만 학도의 전대협 대표로 먼 길을 돌고 온 임수경을 만났다.

철이 들면서 통일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도 자유로이 고향을 다녀오실 수 있고 일본에 사는 우리가 겪는 문제들도 다 풀린다고 수없이 들으면서 ‘통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수없이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그때 그 통일이 가까이 온 것 같은, 그때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는 백두산에서 판문점까지 ‘코리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평화대행진’을 했다. 어디를 가나 북녘의 사람들은 수경을 한눈이라도 보려고 밀려들었다. 그렇게 판문점으로 가서 남녘 땅을 바라보았다. 한 여름의 산천초목은 ‘향수’라는 말에 어울리게 푸르렀다.

1989. 7.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 참가 대표단 만찬장에서.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임수경, 맨 오른쪽 리명옥. [사진제공 - 리명옥]
1989. 7.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 참가 대표단 만찬장에서.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임수경, 맨 오른쪽 리명옥. [사진제공 - 임수경]

북에서 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으려는 수경의 의지에 동참하며 6일 간의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단식투쟁을 함께 한 뒤 나는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해 8월 15일, 수경은 문규현 신부님의 손을 잡고 걸어서 분계선을 넘었다. 임수경은 재일동포 3세인 나에게 처음 생긴, 서울에서 나고 자란 친구였다.

일본에서의 나는 학교를 다니고, 편안하게 집에서 잠을 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때로는 영화도 보는 일상을 보내면서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는 친구에 대한 부채감이 쌓였다. 도쿄에서 임수경 씨의 석방을 요구하는 행동을 하면서 정경모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어느 집회에선가 정경모 선생님께서 서울로 편지도 전화도 잘 안될 때가 있지만 팩스를 보낼 수 있어서 수경의 어머님과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집회가 끝나고 바로 선생님께 가서 나도 편지를 보내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정경모 선생님은 편지를 써서 당시 도쿄 아오야마에 있던 ‘씨알의 힘’ 사무실에 찾아오라고 하셨다.

그때 처음으로 선배들의 책장에 꽂혀있던 『어느 한국인의 마음 - 조선 통일의 새벽에』나 『찢겨진 산하』를 쓰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4.2 공동성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신 분이란 것도 처음으로 알아서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날부터 매 금요일마다 ‘씨알의 힘’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매주 자료를 준비하고, 시국에 대한 말씀을 하셨고 때로는 역사를 강의하셨다. 거기에 모이는 재일동포나 일본사람들과 함께 우리나라 가곡을 부르시기도 했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좋아하셨고 평양에서 들은 <조국의 진달래> 플루트 연주가 좋았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때 이미 우리나라와 일본의 고대사에 관심이 많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솔직히 너무 오래전 역사에 선생님께서 집착하시는 모습이 생소했다. 굳이 선생님께서 그런 연구를 하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선생님이 가시고 난 뒤, 시간을 거슬러 다시 할 수 있다면 거기까지 가고 싶으셨지 않을까 부질없는 상상을 하곤 한다. 앞으로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선생님의 간절한 몸부림이 마음에 와 닿는다.

1996. 11. 일본 도쿄 병원에서. 리명옥 딸 지윤과 함께한 정경모 선생님. [사진제공 - 임수경]
1996. 11. 일본 도쿄 병원에서. 리명옥 딸 지윤과 함께한 정경모 선생님. [사진제공 - 임수경]

‘씨알의 힘’ 공부 모임을 마치면 다함께 맥주를 마시곤 했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은 젊은 시절 어려운 살림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을 버티게 해준 사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 하셨다. 어떤 회전초밥집이 괜찮더라고 하시면서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정전협정에 통역으로 참석하신 말씀도 해주셨다. 휴식시간 대기실에서 선 채로 담배를 피우던 북녘의 통역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끝내 할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역사가 선생님 몸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조선학교를 다닌 나에게 “이런 역사는 조선학교에서 배웠느냐, 이런 말을 아느냐?” 자주 확인을 하셨다. “너희는 일본 사람보다 일본말을 잘해야 하고, 남과 북 조국에 있는 사람들보다 우리말을 잘해야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너희들이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라며 칭찬도 잔소리도 많이 해주셨다.

1994년 1월에 문익환 목사님께서 돌아가셨다. 도쿄 아오야마 교회에서 추도모임을 가졌다. 그 모임에서 나는 임수경 씨가 쓰고 정경모 선생님이 번역하신 추모사를 읽었다. 그 몇 달 뒤 선생님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고비를 넘기고 재활훈련을 시작하실 때부터 나는 퇴근길에 매일 병원을 찾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휴게실 TV에서 김일성 주석의 사망 뉴스를 접했다. 그 날 정경모 선생님의 병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은 침대에 앉아계셨다. 바로 조금 전에 디딜 수 있게 된 두 발은 맨발이었다. 두 손을 무릎에 얹은 채 바닥을 내려다보고 계셨다.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는 나에게 선생님은 “문 목사도, 김 주석도 가시고, 내가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으니 괜찮다, 걱정마라”고 말씀하셨다.

그해 나는 결혼을 하고 오사카에 와서 살게 되었다. 첫 아이를 낳고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 선생님은 또다시 병원에 계셨다. 6개월쯤 되는 내 딸을 어르시면서 “나는 앞으로 한 번도 고향을 못 간다 한들 여전히 한국인이지만 너희는 그게 여의치 않으니 힘들겠구나” 하셨다.

나는 작고 낡은 집이지만 집을 샀다고 말씀드리니까 잘했다고 너무 칭찬을 해주셔서 크게 웃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당신께서 젊은 시절에 겪으신 고생이 생각나신 것 같았다. 선생님은 역사와 통일에 대한 큰 이야기는 물론 삶의 소소한 희로애락도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그 후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린 강연에서 선생님을 뵙고 짧은 인사를 드린 것 이외에는 오랫동안 뵙지 못했다.

2019. 3. 일본 요코하마 정경모 선생님 자택에서. [사진제공 - 임수경]
2019. 3. 일본 요코하마 정경모 선생님 자택에서. [사진제공 - 임수경]

그러던 어느 날, 수경에게서 연락이 왔다. 3.1절에 맞춰서 일본에 가니 함께 정경모 선생님을 뵈러 가자고 했다.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여태껏 뭐가 바빠서 연락도 안했느냐는 잔소리를 들었다. 요코하마 히요시 역에서 수경을 만나 선생님이 평소 좋아하시던 맥주를 사서 선생님 댁을 찾아갔다.

우리 일행은 선생님께 처음으로 절을 올렸다. 선생님의 저서 『시대의 불침번』을 꼼꼼하게 읽은 친구가 책에서 궁금한 것을 많이 여쭈었고 선생님은 자세하게 대답해 주셨다. 서울에서 온 그들과 서울에 고향을 두신 선생님은 서울의 골목골목, 거기 흐르는 강의 옛 모습과 오늘의 모습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당연히 선생님은 노래도 한 가락 뽑으셨다. 나는 사모님 옆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다음 해에도 수경과 함께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이제는 해마다 봄이 오면 이렇게 모여 앉아서 “남북 간의 철도가 드디어 열렸다, 선생님 고향 다녀오신 소감은 어떠세요? 이제 겨우 전쟁이 제대로 끝났구나.” 이런 말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작년에도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여느 해처럼 선생님을 찾아뵈었을 것이다.

지금쯤 구름 위에서 문익환 목사님과 김일성 주석, 그리고 그렇게 존경하셨던 여운형 선생님과 그 따님들, 그리고 선생님보다 하루 앞서 가신 백기완 선생님도 모두 다 함께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시고 맥주잔을 들면서 노래도 하면서 밤에도 낮에도 우리를 지켜보실 거라고 믿고 싶다.

정경모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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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위대 사망, 부상·연행 속출... 이 사진 해외에 알려달라"

미얀마 NLD 한국지부·경남미얀마교민회 등 단체 20일 오후 만달레이 상황 전해

21.02.20 22:11l최종 업데이트 21.02.20 23:24l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 경남미얀마교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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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버마)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군인과 경찰에 의해 사망하거나 부상, 연행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NLD(민주주의민족동맹) 한국지부, 경남미얀마교민회, 경남이주민센터 등 단체들은 20일 저녁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 장면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국내 언론사에 제공했다.

이 단체들은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20일 오후 4시부터 무장 경찰과 군인들의 총탄 진압이 자행되었다.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했다. 한국과 미얀마의 시차는 2시간 30분이다. 이 단체들은 "이날 만달레이에서 총상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위독한 사람도 많으며,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네옴 경남미얀마교민회 대표는 "미얀마 현지의 시위와 피해 상황이 페이스북으로 공유되고 있고, 현지에 있는 관련 단체에서 사진과 영상을 해외에 알려달라고 보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머리를 많이 다친 사람도 있다고 한다"며 "군인과 경찰에 연행된 시민만 50명에 이른다"고 했다.

관련 사진에 대해 네옴 대표는 "현지에서 미얀마 시민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이고, 이를 페이스북에 올리거나 관련 단체에 제공된다"며 "해외 언론에 나오는 사진 대부분이 현지에서 시민들이 찍은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로이터 통신은 미얀마 시위 참가자 1명이 경찰 발포로 사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 경남미얀마교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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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 경남미얀마교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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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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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 경남미얀마교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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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 경남미얀마교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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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  2월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자의 부상과 연행 상황.
ⓒ 경남미얀마교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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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에 또 ‘총파업’ 꺼낸 의협 “코로나 대응에 큰 장애 초래할 것”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1-02-20 17:35:33
수정 2021-02-20 17:35:33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 자료사진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 자료사진ⓒ뉴스1
 

대한의사협회(의협)이 의사 면허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또다시 '총파업'을 꺼내 들었다. 의협은 국회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백신 접종 협력 중단'까지 검토 중이다.

의협은 20일 오후 전국 시도의사회 긴급 회의를 통해 '면허취소 관련 의료법 개정안 국회 복지위 통과에 대한 16개 시도의사회장 성명서'를 채택하고 "의료법 개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의료인의 면허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됐지만, 개정안에는 의료법 이외 다른 혐의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됐을 때도 면허가 취소되도록 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면허 강탈 법안'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법안은 한국의료시스템을 더 큰 붕괴 위기로 내몰 것이 자명하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해당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은 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 지원 등 국난 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 의협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다음달 진행될 의협 회장 선거 입후보자들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의사면허 관리는 의료법 개정이 아닌 의사 면허관리제도 등을 통한 자율 징계를 통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제대로 된 관리가 가능한 문제"라며 "국회가 의사들의 자율적 도덕성을 짓밟고 의사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제41대 회장선거 입후보자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회장에 누가 당선되는지에 상관없이 즉각 전면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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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시다발 미군기지 기자회견 "코로나 부대 주한미군 철수하라!"

하인철 통신원 | 기사입력 2021/02/2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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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회원들이 20일 오후 2시 전국 곳곳에서 ‘전쟁훈련 폐기, 주한미군 철수’를 외쳤다.  

 

▲ 동두천 미군기지 앞에서 풍물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인철 통신원

 

▲ 동두천미군기지 앞에서 한 회원이 스티브 길랜드 미2사단 사단장에게 장난감 총을 겨누고 있다.     ©하인철 통신원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미 당국은 오는 3월 둘째 주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현재 주한미군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0일 오후 5시 기준으로 738명이다. 주한미군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올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진연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확산할 수 있다며 전쟁훈련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전국에서 동시에 연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용산 미군기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 동두천 캠프 케이시, 부산항 8부두, 군산 미군기지, 대구 캠프워커 앞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 평택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경기인천대진연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인철 통신원

 

동두천 캠프 케이시 앞의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가영 회원은 “현재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들어오는 주한미군에게 더욱 강력한 방역수칙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강력한 방역수칙 적용은커녕, 너무도 쉽게 이 땅에 들어온다”라며 대한민국 방역의 구멍으로 주한미군이 될 수 있음을 짚었다. 

 

이어 그는 “기지 내 감염이 된 주한미군 확진자들은 그들의 자유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받지 않고 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최소한의 방역수칙마저 지키지 않는 주한미군은 이 땅에 있을 이유가 없다”라며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했다.

 

▲ 군산 미군기지 앞에서 광주전남대진연이 몸짓을 추고 있다.     ©하인철 통신원

 

군산 미군기지 앞에서 발언한 박승주 회원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 하지만 훈련에서 사용하는 작전계획 5015는 북을 ‘선제타격’ 하거나 지휘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을 벌이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당국은 북을 대상으로 선제공격과 전면전을 가정한 전쟁훈련을 하는 것이다”라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그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때문에 한반도에 지난 1월부터 전략무기가 배치되고 있다. 전략무기는 곧 전쟁무기이다. 결국 우리 땅에 지속해서 전쟁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서울대학생진보연합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인철 통신원

 

부산항 8부두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현승민 부경대진연 대표는 “세균무기 실험실을 폐쇄하기 위해 부산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100일 만에 무려 19만 7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주었다. 이는 명백히 우리 부산 시민들의 명령이고,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게 말해야 할 권리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진연은 모든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에 항의서한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혀 전달하지 못했다. 

 

------------------------아래---------------------------

 

항의서한문

 

3월 둘째 주, 한미연합전쟁훈련이 있을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한미 전쟁 훈련은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세 차례에 걸친 회담을 통해 약속한 ‘서로에 대한 적대 행위 중단’에 명백히 위배된다. 미국은 한미연합 전쟁훈련이라는 명목하에 전쟁 무기를 강매하고, 북을 적으로 규정하며 북 지도자에 대한 참수 작전을 벌이는 등 우리 민족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연합전쟁훈련은 방어용 훈련이 아닌 공격을 위한 훈련이며,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고조시킬 뿐이다.

 

군사적 적대 행위는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이며,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고 있다. 외국 군대와 상대를 침략하는 전쟁 훈련을 하며 통일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한미연합전쟁훈련은 우리 국민의 목숨을 인질로 삼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한미연합전쟁훈련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

 

심지어 주한미군 코로나 확진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기에 한미연합전쟁훈련을 강행하려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주한미군 코로나 확진자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으며, 우리 국민의 16배에 달하는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최근 수도권 외 지역의 방역 단계를 ‘브라보’ 단계로 낮추는 등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노 마스크 댄스 파티를 벌이는 등 상식 이하의 만행을 저지르며 대한민국의 방역에 구멍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군기지는 치외법권이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방역 지침에 한참 못 미치는 주한미군 자체 방역 지침을 따르고 있으며,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주한미군의 실정이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들어왔다면서 방역수칙 하나 제대로 지키지 않는 주한미군은 필요없다. 코로나 부대 주한미군은 당잘 철수해야 한다.

 

미국 국방부는 한미연합전쟁훈련을 실시할 것을 압박하고, 주한미군은 방역 지침을 어기며 우리 나라의 주권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한미연합전쟁훈련과 코로나로 우리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강력히 규탄한다. 한미연합전쟁훈련을 폐기와 코로나 부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요구이다. 한미연합전쟁훈련과 코로나로 우리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강력히 규탄한다.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주한미군은 당장 이 땅을 떠나라.

 

한반도 평화 저해하는 한미연합전쟁훈련 즉각 폐기하라!

코로나부대 주한미군 지금당장 철수하라!

 

2021년 2월 20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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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백기완 마지막 길, 앞서서 나가니 그를 따르는 산자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처럼 떠났다... 마석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옆 안장21.02.19 17:16l최종 업데이트 21.02.19 18:22l글: 김종훈(moviekjh)사진: 유성호(hoyah35)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가 엄수되고 있다.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가 엄수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차가 떠나고 있다.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차가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자신이 직접 지은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처럼 떠났다. 그러나 '불쌈꾼(혁명가)' 백기완을 추모하는 시민들은 그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보내지 못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백 소장의 영결식에는 1천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가슴 한편에 '남김없이'라고 적힌 리본을 가슴에 걸고 '노나메기 세상(너도 나도 일하고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 여섯 글자가 새겨진 흰색 마스크를 쓴 채 함께했다.

1천여 시민들 리본을 가슴에 걸고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노제가 엄수되고 있다.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노제가 엄수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고 백기완 선생 영결식이 열린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학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노제를 지내며 영정이 연구소를 돌아보자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고 백기완 선생 영결식이 열린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학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노제를 지내며 영정이 연구소를 돌아보자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9일 오전 고인이 생전에 매일 찾아 커피를 마시며 사색했던 서울 종로구 학림다방에서 유가족이 영정 앞에 커피를 올리고 있다.
▲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9일 오전 고인이 생전에 매일 찾아 커피를 마시며 사색했던 서울 종로구 학림다방에서 유가족이 영정 앞에 커피를 올리고 있다. ⓒ 유성호
 
앞서 이날 오전 8시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이하 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는 백 소장 발인식이 엄수됐다. 위원회는 이어 유족과 함께 백 소장이 생전에 매일 찾아 커피를 마셨던 서울 종로구 '학림다방'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충렬 학림다방 대표는 고인의 넋을 기리며 직접 내린 커피를 백 소장 영정 앞에 마지막으로 올렸다.

학림다방을 나온 위원회와 유족들은 백 소장의 통일문제연구소를 거쳐 대학로 소나무길에서 노제를 진행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4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해 고인을 추모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나무길에서 열린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노제에서 운구행렬이 들어서고 있다.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나무길에서 열린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노제에서 운구행렬이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출발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행렬이 노제가 열리는 대학로로 이동하고 있다.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출발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행렬이 노제가 열리는 대학로로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노제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특히 많이 참석했다. 비정규직을 대표해 조사를 맡은 김수억 전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은 2013년 사망한 기아차 윤주형 해고노동자의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백 소장과의 일화를 전했다.

"(2013년) 윤주형의 영정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축 늘어진 어깨로 영장 앞에 앉아 있던 날, 백발의 선생님이 빈소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수억아, 어깨를 펴! 고개 들어!' 선생님은 말 그대로 '빛'이 돼 주셨다. 선생님이 오신 날 동지들이 다시 달려왔다. 이로 인해 윤주형은 해고자가 아닌 노동자로 저세상에 갈 수 있게 됐다."

김 전 지회장은 "선생님이 마지막 일주일 온힘을 짜내서 쓴 '노동해방', 오늘 이 자리에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길을 따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사 말미 김 전 지회장이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라고 외치자 수백 시민들도 "산자여 따르라"라고 따라 외쳤다.

김 전 지회장이 언급한 고 윤주형씨는 2007년 기아차 화성공장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뒤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하다 2010년 해고된 노동자다. 2012년 임단협 투쟁을 거쳤지만 복직되지 못했다. 2013년 1월 부당한 해고로 인한 고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를 따르는 산자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출발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행렬이 노제가 열리는 대학로로 이동하고 있다.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출발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행렬이 노제가 열리는 대학로로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오전 9시 45분께 노제를 끝낸 위원회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영결식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이화사거리와 종로, 세종로를 거쳐 서울시청까지 이어진 추모행진은 백 소장의 뜻을 기려 전통 장례 형태로 재현됐다.

운구 행렬에는 백 소장의 위패와 영정, 운구차, 검은 두루마기 차림의 백 소장을 형상화한 대형 한지 인형이 섰다. 그 뒤를 수십 개 만장과 꽃상여, 풍물패가 함께했다. 행진에는 6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했다.

오전 11시 30분께 서울광장에서 시작된 백기완 소장의 영결식은 눈물 바다였다. 가장 먼저 조사를 읽은 노구의 문정현 신부는 눈물을 훔치며 "백기완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제가 백기완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 백기완 선생님은 제게 '신부님, 우리말 고맙습니다 하시지요'라고 하셨다. 이렇게 우리말을 제대로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문 신부는 "이제 뜨거운 가슴에서 터지는 불호령을 더 들을 수 없게 되었다"면서 "앞서서 나아가셨으니 산 저희들이 따르겠다. 안녕히 가시라. 뒤따라가 곧 만나 뵙겠다. 백 선생님 계시던 바로 그 자리에 가서 앉겠다"라고 목놓아 외쳤다.

영결식에 참석한 다른 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노나메기' 세상을 꿈꾼 백기완의 뜻을 이어 받아 말을 보탰다. 그중에는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있었다. 

김씨는 "아들 용균이 장례식장에서 백기완 선생이 손자뻘 되는 용균이에게 큰절로 두 번 절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감정은 원통함과 복받치는 설움뿐이었다"면서 "장례식장에서 열린 원로기자회견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호통을 치셨던 백 선생님은 저에게 천군만마였고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라고 말했다.

"'김진숙 김미숙 힘내라'라는 말씀을 유언으로 남기셨다 들었다. 저도 힘내서 선생님께서 평생 낮은 곳을 향해 힘을 주셨던 것처럼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발맞추며 따르겠다.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다. 저세상에서 용균이 만나면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꼭 한 번 안아주셨으면 좋겠다."

흐느낀 문정현 신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유성호
 19일 고 백기완 선생의 영결식장이 마련된 서울광장에 서울대 장례식장을 출발해 노제를 마친 행렬이 입장하고 있다.
▲ 19일 고 백기완 선생의 영결식장이 마련된 서울광장에 서울대 장례식장을 출발해 노제를 마친 행렬이 입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려 이재명 경기지사와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고 있다.
▲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려 이재명 경기지사와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엄수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헌화를 하고 있다.
▲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엄수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헌화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서울광장 영결식 현장도 대학로에서 열린 노제와 마찬가지로 수백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백기완 소장은 생전에 "말을 하고 구호를 외칠 때가 아니다.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고 올바르게 대책을 세워서 노동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할 때"라고 수없이 강조했다.

조사를 맡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백 소장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김진숙 복직'이었다"면서 "간절함을 실행에 옮기겠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노동자 민중의 삶을 걱정해주신 선생님의 격려에 부끄럽지 않은 민주노총이 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영결식 현장에는 노란색 옷을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도 함께 했다. 단원고 희생학생 이창현군의 어머니 최순화씨는 "백기완 선생님은 세월호 유족에게 버팀목이었다"면서 "집회 때마다 맨 앞에 자리하고 계셨다. 시대의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외치고 또 외치고 또 외쳤던 선생님의 외침은 우리 귓전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라고 백 소장을 추억했다.

실제로 백기완 소장은 생전에 세월호 참사 후 진상규명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2017년에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우며 추모 연작시 '쫓빛의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 소장의 빈소를 찾았을 때 백 소장 유족은 "아버님이 세월호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의 책임이 없다며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 많이 안타까워하셨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백기완 소장의 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영결식 말미에 진행된 유족 인사에서 "어머니(김정숙씨)가 오셨어야 했는데 오지 못하셨다"면서 어머니 김정숙씨가 아버지 백기완 소장을 향해 18일 저녁에 쓴 마지막 편지를 대독했다.

"백기완 선생님, 봄이 지나가기 전 '불러보세, 우리의 봄노래' 하는 노래 가사를 함께 부르려 했는데 이제는 부를 수 없으니 다음에 다시 만나면 꼭 같이 불러요. 언제나 기억할 거 같은 우리 남편 만나 나는 행복했어요. 멋진 목도리 휘날리며 바위고개 그 언덕에서 기다리세요. 잘잘(백기완 선생이 생전에 만든 말, 잘있어요 잘가요 줄임말), 우리 신랑 백기완씨. 아내 김정숙"

이날 영결식에서 가수 정태춘씨가 백기완 선생을 추모하는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불렀다. 영결식에 함께한 시민들은 백기완 소장이 생전에 좋아했던 '민중의 노래'를 함께 합창했다. 지난 15일 89세의 일기로 영면한 백기완 소장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마석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무덤 옆에 안장됐다.

백 소장은 1933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나 1950년대부터 통일·민주화운동에 매진했다. 1964년에는 한일협정 반대운동에 참가했고, 1967년에 고 장준하 선생과 함께 통일문제연구소의 모태인 '백범사상연구소' 설립을 시도했다. 1974년에는 유신헌법 철폐 100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 1979년 'YMCA 위장결혼 사건'으로 고문을 당한 뒤 구속됐다. 이후 1986년에 '권인숙 성고문 사건 진상 폭로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다시 옥고를 치렀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중후보로 출마했다가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했고, 1992년에도 다시 대선에 출마했다. 이후에는 자신이 설립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노동문제와 통일문제 등에 힘써오며 언제나 투쟁 현장의 최전선에서 '불쌈꾼'으로 살다 갔다.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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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민중의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광장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백선생님을 추모하는' 민중가수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서울광장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백선생님을 추모하는' 민중가수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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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주상복합 ‘좌원상가아파트’의 세월

등록 :2021-02-20 04:59수정 :2021-02-20 09:14

 

[토요판] 커버스토리

가난의 자리에 서서 이주의 성쇠를 보다

세운상가보다 1년 앞선 66년
남가좌동에 들어선 4층 건물

수재민·철거민 손으로 일군
모래내시장 번성기 함께하고
‘원주민’ 사라진 가재울뉴타운
낡아진 몸으로도 꿋꿋이 지켜

55년 세월과 사람들 방치에
가장 위험한 안전진단 E등급

‘도시재생 뉴딜’ 사업 선정돼
34층 주상복합으로 변신 예정
정부와 공공시행사 LH는
‘사람을 내쫓는’ 개발 피할까
모래내(홍제천)가 흐르는 가재울(서울 남·북가좌동) 가난한 동네에 1966년 4층짜리 건물이 들어섰다. 이름은 좌원상가아파트,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다. 흔히 최초라고 알려진 세운상가아파트보다 1년 먼저 지어졌다. 좌원상가아파트는 사라호 태풍 이주민과 후암동 철거민이 정착했던 가재울과 잘 어울리는 인연이었나 보다. 이들 이주민이 일군 모래내시장이 서울 4대 시장으로 손꼽힐 정도로 확장되면서 좌원상가아파트도 함께 활기를 뽐냈다. 2000년대 들어 이 일대가 가재울 뉴타운으로 재개발되면서 모래내시장은 크게 쪼그라들었고, 좌원상가아파트도 세월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복잡한 소유 관계로 방치되다시피 한 좌원상가아파트는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가장 위험한 수준인 E등급을 받았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선정돼 2025년 지하 6층, 지상 34층 주상복합으로 변신할 좌원상가아파트엔 가재울의 어떤 미래가 담길까. 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모래내(홍제천)가 흐르는 가재울(서울 남·북가좌동) 가난한 동네에 1966년 4층짜리 건물이 들어섰다. 이름은 좌원상가아파트,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다. 흔히 최초라고 알려진 세운상가아파트보다 1년 먼저 지어졌다. 좌원상가아파트는 사라호 태풍 이주민과 후암동 철거민이 정착했던 가재울과 잘 어울리는 인연이었나 보다. 이들 이주민이 일군 모래내시장이 서울 4대 시장으로 손꼽힐 정도로 확장되면서 좌원상가아파트도 함께 활기를 뽐냈다. 2000년대 들어 이 일대가 가재울 뉴타운으로 재개발되면서 모래내시장은 크게 쪼그라들었고, 좌원상가아파트도 세월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복잡한 소유 관계로 방치되다시피 한 좌원상가아파트는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가장 위험한 수준인 E등급을 받았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선정돼 2025년 지하 6층, 지상 34층 주상복합으로 변신할 좌원상가아파트엔 가재울의 어떤 미래가 담길까. 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 가재울은 드라마틱한 동네다. 모래내(홍제천)로 가로막힌 지형 때문에 예부터 가난했고, 가난했기에 수재민부터 철거민, 고향을 떠나 상경한 이들, 도시빈민 등 수많은 이주민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렇게 모인 이들이 모래내시장을 일구고 키웠다. 가재울뉴타운이 되면서도 이주민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기존 이주민과 어울려 살던 이전과 달리, 뉴타운 이주민은 살던 이들에게 자리를 잘 내주지 않았다. 55년 동안 이런 세월을 지켜본 좌원상가아파트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공공시행사로 해 공공성이 강한 형태로 재개발된다는 건 상징적이다. 좌원상가아파트와 모래내시장, 가재울뉴타운의 역사와 현재를 대비해 재개발의 의미를 짚었다.
 
“이거 재개발만 믿고 갖고 있었는데, 분양한다는 아파트가 왜 이렇게 작아요? 30평대, 40평대는 왜 안 만듭니까? 강남에선 여기보다 덜 오래된 아파트들도 넓은 평수로 조합원한테 분양하던데, 이럴 거면 뭐 하러 이런 데 집을 수십년씩 갖고 있었겠어요?”(주택 소유주)“철거가 언제 되나요? 이렇게 재개발을 한다고 하면 살던 가구들은 갑자기 당황스러워서 어떡해요. 여기서 나가면 보증금 1천만원 빼서 어디 시골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그 돈으로 집이라도 구할 수 있게 철거 일정이라도 미리 알려주세요.”(세입자)아파트를 가진 이와 가지지 못한 이의 간극은 컸다. 지난해 11월11일 오후 서울 남가좌동의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서 열린 좌원상가아파트 재개발 관련 공청회에 모인 주택·상가 소유주들은 “평수가 얼마나 되나”, “용적률(800%)을 왜 더 안 올려주나”에 관심을 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월세 세입자 가운데 질문을 하는 이는 드물었다. 그나마 마이크를 잡은 이는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될까 불안해할 뿐만 아니라, 재개발 계획의 기본 정보조차 부족해 보였다.좌원상가아파트는 서울 서북부와 경기 고양시를 잇는 수색로 대로변 남가좌동 쪽에 자리잡은 4층짜리 건물이다. 수색로에 접한 건물 앞쪽의 너비(가로)가 41m, 모래내시장으로 향하는 건물 뒤쪽까지 깊이(세로)가 46m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다. 건축물대장상 대지면적 2928㎡(약 886평)에 연면적이 8677㎡(약 2625평)에 이르는 큰 규모에 1~2층 상가, 3층 사무실과 아파트, 4층 아파트 등 점포 74개와 아파트 150호로 이루어져 있다. 수색로 건너 경의중앙선 가좌역을 마주하고 있는 이 건물은 얼핏 흔한 낡은 건물처럼 보이지만, ‘국내 최초 주상복합아파트’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초기 한국 주상복합으로 유명한 세운상가아파트(1967년)보다 1년 이른 1966년 준공돼 사용승인을 받았고, 낙원상가아파트(1969년)나 유진맨숀·상가(1970년)보다도 먼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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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세월을 버텨온 좌원상가아파트는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았다. E등급은 건물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개축을 해야 하는 수준으로, 언제 내려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안전상 문제가 크다. 이 때문에 좌원상가아파트 재건축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선정됐고, 현재 서울시 재정비위원회에서 ‘가재울정비촉진지구 지구단위계획’(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심의하고 있다. 변경안이 통과돼 고시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시행사를 맡아 재건축을 추진하게 된다. 서대문구청은 이르면 3~4월께 변경안이 고시돼 올해 상반기에는 재개발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획대로 내년 말 착공해 2025년 말 완공되면 이 낡은 건물은 지하 6층, 지상 34층, 연면적 3만8035㎡(약 1만1500평)의 고층 주상복합으로 변신하게 된다. 2층까지가 임대와 분양이 더해진 상가고, 그 위는 아파트(분양 166가구, 임대 73가구)와 오피스텔(70호)로 구성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시행사로 자금을 대는 대신, 2층에 만드는 공공체육시설 등 생활편의시설은 서울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빈민과 이주민의 동네
국내 최초 주상복합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도 좌원상가아파트는 낯설다.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이 ‘세상의 기운이 다 모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짓고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인 김수근이 설계한 세운상가아파트, 고급 주상복합으로 유명했던 유진맨숀·상가에 비하면 좌원상가아파트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여기엔 이 건물이 들어선 가재울의 역사가 깔려 있다.
1966년 준공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좌원상가아파트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가장 위험한 수준인 E등급을 받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통한 공공적 성격의 재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양복점, 기원, 문구점, 콜라텍 등이 자리한 2층.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1966년 준공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좌원상가아파트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가장 위험한 수준인 E등급을 받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통한 공공적 성격의 재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양복점, 기원, 문구점, 콜라텍 등이 자리한 2층.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가재울은 남·북가좌동 일대를 일컫는 옛 이름이다. 1949년 서울시에 편입되기 전까진 경기 고양군 연희면 가좌리였다. 가재울이라는 이름은 북한산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흘러드는 홍제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제천에 가재가 많이 살았기 때문이라는 설, 홍제천 가장자리 마을이라 그렇게 불렀다는 설 등이 있지만 명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 홍제천의 옛 이름은 모래내·사천(沙川)으로, 하천에 모래가 많이 쌓여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좌원상가아파트 뒤쪽의 모래내시장, 홍제천 좌우 남가좌동과 연희동을 잇는 다리 사천교는 모두 여기에서 따온 이름이다.가재울은 한양도성과 멀지 않지만 홍제천으로 가로막혀 교통이 불편했다. 이 때문인지 이곳엔 오랫동안 가난했던 이주민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1663년 ‘강희2년 계묘식년 한성부북부장호적’엔 가재울에 사는 이들의 79%가 노비라고 기록돼 있다. 17세기 후반, 한강 광나루~양화진(합정) 구간을 일컫는 경강을 중심으로 상업이 발달하면서 인근인 가재울에도 전국 곳곳의 빈민들이 모여들었다. 이후 18~19세기엔 한성부가 확대돼 근교농업지로 발전하면서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이가 늘어났다.한국전쟁 이후 가재울 인구가 증가한 것은 역대 최악의 태풍 가운데 하나로 기록된 1959년 ‘사라’호와 관련이 있다. 당시 정부는 사라호로 이재민이 된 서울 이촌동 주민 2200여명을 남가좌동 소나무숲 언덕으로 이주시켰다. 가재울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서울역사박물관이 이 지역의 생활문화 자료를 모아 2008년 펴낸 <가재울: 그리운 가재울>(이하 <가재울>)에는 트럭에 실려가 그 숲속에 군용 천막과 무허가 판자촌을 짓고 살았던 수재민들의 증언이 채록돼 있다. “삼성아파트(래미안 남가좌 2차, 가재울뉴타운 3구역 근처) 지은 자리가 하꼬방 판자로 된 걸로 방 하나, 부엌 하나 만들어놓고 사는 말할 수도 없는 동네였어. 나 오기 전부터 집도 아닌 집을 지어서 살고 있었어. 낮에는 못 하게 하니까, 밤에 벽돌 몇 개 쌓아놓고 나무때기 걸쳐서 지어놓고, 그러면 못 쫓아낸다(고 하니), 하룻저녁에 집 한 채 지어서 살았던 집이야.”(이경숙씨) 근처에 공동묘지도 있어, 집을 지으려 땅을 파다 유골을 발견했다는 회고도 있다.이듬해엔 철로를 확장하면서 삶터를 잃은 서울 후암동 철거민들이 남가좌동 홍제천 지류인 앞냇물 제방 쪽으로 이주했다. ‘대부둑’이라 부르던 제방을 따라, 당시 서울시는 도심지 철거민 정착촌을 만들었다. 한 동에 5평씩 12가구가 살도록 한 공동주택이었다. 이곳은 현재 가재울뉴타운의 ‘대장주’로 불리는 4구역 디엠시(DMC) 파크뷰자이 일대로 변신했다. 앞냇물도, 철거민촌을 정비해 1981년 지었던 2동짜리 백조아파트도 지금은 흔적을 찾기 힘들다.
가재울 옛 지도를 펴놓고 변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홍기윤 모래내·서중 양대시장 재개발조합 총무이사. 11대째 가재울을 지킨 이 동네 토박이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가재울 옛 지도를 펴놓고 변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홍기윤 모래내·서중 양대시장 재개발조합 총무이사. 11대째 가재울을 지킨 이 동네 토박이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가재울과 시내를 가로막고 있던 홍제천에도 변화가 생겼다. 1962년 사천교가 개통하면서 “무거운 짐을 이고 물을 건너거나 위험한 철교를 건너지 않아도 되면서 가재울은 비로소 서울의 외곽이나마 서울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됐다.(<가재울>) 11대째 가재울을 지키고 있는 화가 홍기윤(69, 모래내·서중 양대시장 재개발조합 총무이사)씨는 “예전엔 신촌이나 서울역 쪽으로 가려면 홍제천 물을 건너거나, 철도 사고를 무릅쓰고 경의중앙선 철로로 다녔다. 그땐 열차에 부딪쳐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도 많이 났는데, 사천교가 생기면서 달라졌다”고 말했다.가좌역 맞은편, 쓰레기 매립지와 논밭이 1966년 모래내시장으로 탈바꿈하면서 가재울은 더욱 북적거리게 된다. 1992년 <서대문구지>를 보면, 1960년 7495명이던 남·북가좌동 인구는 1965년 2만8553명, 1970년 6만3852명, 1975년 8만1668명으로 급증한다. 두 차례 대규모 이주와 사천교 개통, 모래내시장을 계기로 사람이 모여든 것이다.특히 좌원상가아파트와 같은 해에 한복집, 기름집, 방앗간 등 점포 103곳으로 문을 연 모래내시장은 가재울의 핵심이었다. 수색로와 사천교를 따라 경기 고양시 능곡·일산 일대 농산물이 모래내시장으로 내려와 종로·여의도까지 팔려나갔다. 간이역이던 가좌역이 1969년 열차가 서는 보통역으로 승격되면서 모래내시장은 날개를 달았다. 신촌이나 서울역까지 가서 농산물을 팔던 능곡·일산 사람들이 가좌역에 내려 보따리를 풀었다. 포목, 주단, 한복, 이불도 불티나게 거래됐다. 모래내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서중시장, 삼거리시장, 오금석시장 등 주변 골목으로 이름을 달리한 시장이 확산됐다. 통상 이를 통틀어 모래내시장으로 불렀는데, 가장 커졌을 땐 현재 가재울뉴타운 4구역 일대까지 시장이 이어졌다고 한다. 서울 서북부와 경기 고양시의 중심 상권으로 자리잡으면서 모래내시장은 한때 서울 4대 시장으로 손꼽히기도 했다.모래내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먹고살 길을 찾아 떠난 이들이 가재울에 모였다. 시장 안 상가는 1층 가게, 2층 살림집 형태로 지어진 게 많았다. 시장이 아니어도, 아현동 셋방살이 할 돈이면 가재울에 작은 집을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이 일대 집값은 쌌다. 그조차 구할 수 없던 이들은, 툭하면 범람하던 홍제천 옆에 일제강점기 때 쌓은 제방을 따라 빼곡히 늘어섰던 판잣집에 들어갔다. 고추방앗간을 운영했던 강춘송씨의 얘기다. “친구하고 다니다가 모래내시장 쪽이 새로 개발됐으니까 와보라고(하는 얘기를 들었다). 황톳길로 시골길처럼 왔는데, 노점에 포장 이렇게 쳐놓고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사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전부 몸뚱이 하나만 갖고 와서(장사하면서 살더라). 여기서는 (장사를 해볼) 자신이 있더라.”(<가재울>)
가재울 이주민들이 일군 모래내시장은 한때 서울의 4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번성했지만 도시개발과 뉴타운 등의 영향으로 지금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까 말까 한 두개의 골목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색로에서 이어지는 골목에 줄지어 선 점포들이 시장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가재울 이주민들이 일군 모래내시장은 한때 서울의 4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번성했지만 도시개발과 뉴타운 등의 영향으로 지금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까 말까 한 두개의 골목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색로에서 이어지는 골목에 줄지어 선 점포들이 시장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아파트, ‘생활의 근대화’
좌원상가아파트에서 맞춤양복점을 하고 있는 이강현(73)씨도 모래내시장이 번성하던 그 무렵 가재울에 자리를 잡았다. 고향인 충남 서천군에서 스무살 때 상경해 명동 양복점에서 재단 일을 배웠다. 부유층이 맞춰 입는 양복이니, 양복점에서 재단사로 1년만 일하면 팁만으로도 집을 산다던 시절이었다. “내 사업을 해야겠다” 싶은 통에, 먼저 가재울에 양복점을 연 친구한테서 장사가 잘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23살 때인 1971년, 좌원상가아파트에 세를 얻어 가게를 열고 보금자리도 마련했다. “모래내시장이라고 하면 옛날엔 진짜 알아줬다. 직원 열댓명을 두고 3층에 따로 공장까지 운영했는데도 기술자가 없어서 일을 못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그렇게 돈을 벌어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아 키웠다. 점포도 하나둘씩 사서 세를 주고, 집도 방 4개짜리로 늘렸다.
좌원상가아파트에 거주하며 2층에서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강현씨. 이곳에서 아들 셋을 낳아 기르며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좌원상가아파트에 거주하며 2층에서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강현씨. 이곳에서 아들 셋을 낳아 기르며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1971년 몇몇 일간지에 실린 좌원상가아파트 분양 광고를 보면 ‘생활의 근대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에 걸맞게 ‘냉·온수 상시 사용, 텔레비 종합 안테나, 씽크대, 자동 교환전화, 세면기, 양변기, 샤워기, 자동 화재경보기’ 등을 갖추고 있다고 적혀 있다. 이강현씨는 “내가 처음 이 건물에 왔을 땐 지금 한의원 자리가 다방이었는데 거기 전화교환원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다들 연탄을 때던 시절에 좌원상가아파트는 기름보일러를 갖춘 곳이기도 했다.주거공간인 3~4층 아파트는 6~8평형 원룸과 16·18·25평형 ‘고급 맨션아파트’가 섞여 있었다. 다양한 집의 크기만큼, 1인 가구부터 이 상가나 모래내시장의 상인·교사·군인·의사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살았다고 한다. 좋게 보면 소셜믹스, 나쁘게 보면 양극화가 한 건물 안에서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은 두 집 사이 벽을 터 하나로 합친 집도 적지 않아, 이보다 집 크기가 더 다양해졌다.한 가지 이상한 건 1966년 준공된 건물의 분양 광고가 왜 1971년에 났느냐다.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당시만 해도 아파트가 별로 인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1958년 대한주택영단(대한주택공사의 전신. 대한주택공사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로 통합됐다)이 지은 서울 종암동 종암아파트를 필두로, 정부는 도시 인구 과밀로 인한 주택난을 해결하려고 아파트 건설을 정책적으로 추진했다. 1961년 5·16 쿠데타를 일으킨 지 다섯달 만에 착공해 1년 만에 지은 서울 마포아파트 준공식에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본 아파트가 혁명한국의 한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주택 부족 해소를 위한 아파트 건설은 정부의 절실한 과제였다.
1971년 7월21일 &lt;경향신문&gt;에 실린 좌원상가아파트 분양 광고. 신문 갈무리
1971년 7월21일 <경향신문>에 실린 좌원상가아파트 분양 광고. 신문 갈무리
하지만 1960년대 한국인들이 원하는 집은 ‘마당 딸린 단독주택’이었다. 김장독 묻을 곳도 없는데다, 서민을 대상으로 좁은 면적으로 지은 집이 아파트라는 인식이 강했던 탓이다. 1970년, 준공된 지 석달여 만에 무너져내린 와우아파트 사고로 아파트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더욱 강해졌다. 1971년 이효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가 진행한 연구를 보면, 서울 아파트 거주에 만족한다는 사람은 응답자의 2%도 채 되지 않았다. 좌원상가아파트라고 이런 상황을 피해 가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홍기윤씨는 “이 동네에 넓게 집 지을 데가 얼마나 많았는데 굳이 거길 들어갔겠나. 거기 들어갈 돈이면 단독주택을 짓고 살지. 사람들이 아파트엔 관심이 없어서 분양도 잘 안됐다”고 전했다.아파트가 중산층 이상의 주거 형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건 1971년 서울 동부이촌동, 1974년 서울 반포동 등에 고급·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이후다. 한강변을 따라 형성된 강남 일대와 잠실 아파트 단지엔 생활편의시설도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아파트 단지와 일반주택가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 전선이 땅에 묻혀 있느냐 시선을 가로막느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거 환경의 격차는 점점 커졌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도시 미화’ 차원에서 아파트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건설 붐이 일고 부동산시장이 달아올라 투기까지 일어나면서 1980년대 후반 들어 아파트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1981년 350만원으로 좌원상가아파트 3층 안쪽에 집을 사서 들어온 전숙희(72)씨는 그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우리 막내가 돌 때 여기 이사 왔는데, 그때만 해도 이 아파트에 같이 애 키우는 내 또래들이 많았다.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했고, 점심땐 수제비라도 해서 복도에 내가 이웃들끼리 나눠 먹으면서 재밌게 살았다. 큰 집에 살든 작은 집에 살든 다 섞여 놀았지. 여름엔 가운데 있는 집도 맞바람이 칠 수 있게 같은 줄에 있는 집들이 다 문을 열어놓기도 했다. 더우니까 밤엔 옥상에 올라가서 돗자리 깔고 자기도 하고.(좌원상가아파트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 때문에 대체로 가로세로로 3개씩 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집이나 상가가 바둑판처럼 배치돼 있다. 이 때문에 안쪽은 창이 없어 어둡고 환기가 잘 안된다.) 그러다 88올림픽 지나고 많이들 이사 나갔다. 그때는 하룻밤 지나면 집값이 오를 때였는데, 주로 사우디 같은 외국에서 돈을 벌어 오거나 건축 일 하면서 수입이 늘어난 사람들이 여기를 떠났다.” 가재울에서 열심히 목돈을 마련한 이들이 더 좋은 아파트를 찾아 떠나곤 했다는 이야기다.
떠난 이가 더 많은 뉴타운
다른 지역과 달리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가재울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그리 들어서지 않았다. 밀집한 주택들은 노후화했다. 1992년 일산 새도시가 개발되면서는 모래내시장으로 오던 농산물이 줄고, 시장도 축소되기 시작했다. 홍기윤씨는 “급속도로 팽창했던 모래내시장이 그 무렵부터 쪼그라들게 됐다. 나쁜 자재로 날림공사를 한 시장 건물이 무너지기도 하고, 판매하는 물건이 줄어드니 손님도 줄어 시장이 슬럼화해, 1995년부터 모래내시장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도 진척이 없던 재개발은 2003년 가재울 일대 107만7760㎡(약 32만6천평)가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주민들이 조리용 등으로 이용하는 엘피지 가스통이 옥상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뒤로 가재울 뉴타운으로 생긴 대단지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주민들이 조리용 등으로 이용하는 엘피지 가스통이 옥상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뒤로 가재울 뉴타운으로 생긴 대단지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1~8구역과 모래내·서중 양대시장 정비사업지구로 이뤄진 가재울뉴타운은 현재 6구역까지 입주가 끝났다. 7구역은 조합설립 인가 절차를 밟는 중이고,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8구역은 기존 건물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모래내·서중시장 쪽은 내년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서대문구청과 최선 서울시의원을 통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뉴타운이 가재울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가 드러난다. 1980년 이후 2007년까지 10만~11만명 규모를 유지하던 가재울 인구는 2008년 8만3934명으로 갑자기 훅 줄어든다. 그해 전출이 1만8248건(1만4521가구)으로 전입 9908건(7346가구)보다 두배 가까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체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2008년은 가재울뉴타운 3·4구역의 주민 이주와 기존 주택 철거가 시작된 때다. 남가좌1동이 4300가구 규모의 4구역, 북가좌1동이 3300가구 규모의 3구역으로 부지가 넓고 사람이 많이 살던 곳이어서 원래 살던 이들의 대규모 전출이 일어난 것이다. 북가좌2동 1구역과 남가좌2동 2구역이 2008년과 2009년 각각 준공돼 주민들이 입주했지만, 가구 수가 360여개와 470여개로 적어, 가재울의 인구 변화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전입 인구가 다시 늘어난 건 3구역 입주가 있었던 2012~2013년, 4구역 입주가 이뤄진 2015~2016년이다. 북가좌1동 인구는 2012년 1만6927명(6187가구), 2013년 1만9709명(7127가구)으로 증가했다. 남가좌1동도 2015년 1만1023명(4089가구), 2016년 1만6538명(5854가구)으로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지만 뉴타운 입주가 완료됐는데도 이전 인구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넓은 집과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고 같은 지역에 거주할 수 있는 가구 수 자체를 줄인 결과다. 애초부터 뉴타운이라는 계획에 ‘원주민 정착’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원주민이 떠난 자리, 인구는 줄었지만 가재울의 ‘재력’은 이전보다 풍부해졌다. 최선 서울시의원을 통해 서울시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서대문구 재산세 현황을 보면, 2010년 28억9300만원이던 남·북가좌동 재산세는 지난해 68억100만원으로 2.5배 가까이 늘었다. 그동안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뉴타운이 하나둘 완성되면서 ‘비싼 집’이 동네에 자리잡은 영향이 특히 크다. 가령 3구역 입주 이듬해인 2013년 북가좌1동 재산세는 9억3300만원으로 그 전해(5억7300만원)보다 크게 늘었다. 4구역이 입주한 남가좌1동에서도 똑같은 흐름이 나타나, 2015년 7억7500만원이던 재산세가 2016년 12억4900만원으로 증가했다.
좌원상가아파트 주민들은
매끈하고 윤택해진 동네에서 좌원상가아파트와 흔적만 남다시피 한 모래내시장의 풍경은 매우 이질적이다. 1970년대 수색로를 확장하면서 도로를 높이는 바람에, 좌원상가아파트는 인도에서 갑자기 푹 꺼진 것처럼 보인다. 당시 졸지에 반지하가 된 탓에 1층 상가는 비만 오면 물난리를 겪었다. 이강현씨는 “나도 1층에 점포가 있었는데, 길에 배수로가 잘 안돼 있던 시절인데다 비가 오면 홍제천도 범람해 도로보다 낮은 1층 점포들은 물이 차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좌원상가아파트의 화장실이 없는 집에 사는 이들이 이용하는 3층 공동화장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좌원상가아파트의 화장실이 없는 집에 사는 이들이 이용하는 3층 공동화장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이제 좌원상가아파트에 물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해도, 도시가스도 들지 않는다. 창도, 중정도 없는 건물 안쪽은 대낮에도 어둑어둑하고, 천장엔 각종 배관과 전선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틀어진 나무문부터 디지털 도어록이 달린 철문까지 어느 한 집도 똑같은 문이 없다. 을씨년스러움을 넘어 서늘한 기분마저 들게 하는 분위기 탓에 이곳은 <무뢰한>, <아수라> 같은 누아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생활하기 안락한 곳은 아니라는 얘기다. 몇차례 민간 재개발 얘기도 있었지만, 복잡한 소유관계와 교통영향평가 부적합 가능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그러면서 건물은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방치되다시피 했다.그럼에도 이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윤주화(56)씨는 2007년 보증금 5천만원에 전세를 얻어 이곳에 들어왔다. 좌원상가아파트엔 기름값이 무서워 연탄보일러로 개조한 집이 제법 있는데, 윤씨가 사는 집도 그런 곳이다. 처음엔 연탄을 땠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다. 방바닥엔 전기장판을 깔고, 음식은 엘피지(LPG) 가스로 해결한다. 목욕은 동네 목욕탕에서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마저 쉽지 않아져 요즘은 가스불에 물을 데워 쓴다. 요즘 같은 겨울엔 특히 더 불편하다. 윤씨 집 옆에, 화장실이 없는 사무실을 집으로 개조한 곳에 사는 이들이 이용하는 공동화장실이 있는데 툭하면 수도가 동파돼 복도 전체에 물이 넘쳐 얼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 건 “재개발되면 임대아파트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식당 일을 하고 있고, 같이 사는 딸도 돈을 벌어 보증금을 마련하는 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는 “이 건물에 기초생활수급자도 많이 사는데, 어쨌든 나는 임대아파트라도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분들은 여기서 나가면 정말 갈 데가 없어 어떡하나 싶다”고 말했다.
좌원상가아파트 세입자 윤주화씨. 이곳이 재개발되면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좌원상가아파트 세입자 윤주화씨. 이곳이 재개발되면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서대문구청은 좌원상가아파트 거주자가 118가구(124명)이고, 가옥주 10가구를 제외한 108가구가 세입자라고 파악하고 있다. 세입자는 주로 고령의 1인 가구로 기초생활수급자 등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많다. 신동호 서대문구청 가좌도시재생팀장은 “거기를 떠나선 살 수 없는 사람들한테 임대주택 우선권을 주고, 상가 세입자를 위한 공공임대 상가를 별도로 만들어 이들이 최대한 쫓겨나지 않는 여건을 만들려고 하는 게 이번 재개발의 취지”라며 “일반적인 공영개발에선 찾기 어려운 형태”라고 설명했다. 뉴타운 재개발과 달리, 살던 곳에 계속 살게 할 장치가 준비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보증금 100만~300만원에 임대료 10만~20만원을 내고 있는 이들이 재개발 이후 보증금이 수천만~1억원대에 이르기 십상인 임대아파트에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소유자들의 불만도 없지 않다. 이 건물과 토지에 지분이 조금이라도 있는 소유자는 264명이다. 개발이익을 노려 산 사람도 있고, 이 건물에만 네댓채씩 집을 가진 이도 있다. 3~4층에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김강하(가명·70)씨는 “상업지구에 이 정도로 면적이 넓은 곳이 이 일대에 없는데, 큰 상권이 형성될 수 있도록 상가를 대폭 늘려야 된다. 지금 계획처럼 상가를 2층까지만 만들면 집값이 오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이들은 과연 ‘투자’의 과실을 기대만큼 거둘 수 있을까?두 질문에 답을 내긴 쉽지 않다. 하지만 좌원상가아파트 재개발이 평화롭고 인간적으로 이뤄져 가재울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정부와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반드시 찾아야 할 답이다.※참고도서: <가재울: 그리운 가재울>(서울역사박물관), <가재울: 삶 그리고 이야기>(서울역사박물관), <가장 도시적인 삶>(황두진 지음, 반비 펴냄), <아파트 공화국>(발레리 줄레조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아파트에 미치다-현대 한국의 주거사회학>(전상인 지음, 이숲 펴냄)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3768.html?_fr=mt1#csidxda9f7a76301f18d923b3d07e4862f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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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접종 앞두고 ‘괴담’ 또 창궐, ‘신뢰 높이기’ 과제 떠안은 정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2/20 10:37
  • 수정일
    2021/02/20 10:3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1-02-19 21:11:30
수정 2021-02-19 21: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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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던 중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는 국민들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2021.01.2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던 중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는 국민들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2021.01.20.ⓒ뉴시스
 

지난해 가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부담을 가중할 수 있는 독감 유행을 막기 위해 독감 백신 접종을 추진했다. 독감 백신 접종은 매년 이뤄지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중요했다. 정부가 집단면역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양의 독감 백신을 확보했지만 보수야당은 이것도 부족하다면서 예산을 증편해 독감 백신을 추가 확보했다. 정부의 방역에 대한 불안을 부추긴 결과였다.

그러는 사이 언론에선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례를 무분별하게 보도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발맞춰 보수야당과 보수의료단체는 독감 백신 접종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사망 사례들은 독감 백신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결국 확인됐다. ‘독감 백신을 맞으면 죽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괴담’이 독감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백신 접종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독감 무료백신 접종률은 코로나19가 없던 전년보다 오히려 9.1% 하락한 64%에 불과했다. 특히 65세 이상 접종 대상자 가운데 23%는 접종을 하지 않았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독감 백신은 120억 원어치인 140만 명분이 남아있다. 올해 4월까지 접종 사업이 지속되지만, 상당량의 재고가 남을 전망이다.

독감 백신을 둘러싼 ‘괴담’이 이번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퍼지고 있다. 양상도 비슷하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양이 부족하다’, ‘백신 안전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백신 흔들기’가 계속된다면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목표 달성까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방역당국이 ‘가짜뉴스’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자료 미비’에서 불거진 백신 효과 논란
무분별한 언론보도와 근거 없는 소문에
불필요한 불안감만 증폭
결국 한발 물러선 정부

 

정부는 지난 16일 기준으로 총 7천900만 명 분의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확정했다. 그동안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던 보수야당은 정부의 백신 확보가 늦었다며 비판을 쏟아냈지만 문재인 대통령까지 전방위로 나선 끝에 집단면역 형성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백신을 확보한 셈이다.

올해 4월까지 당장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의 대부분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다. 정부는 이를 오는 26일부터 만 65세 미만의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에게 우선 접종하고, 다른 백신이 추가로 들어오는 대로 순차적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자 ‘백신을 빨리 확보하라’고 다그치던 보수야당은 이번엔 백신 자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세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나라 중 32개 나라가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나머지 5개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가장 늦을 뿐 아니라, 안전성이나 효과가 문제 있다고 지적되는 아스트라제네카로 접종을 시작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닌 듯하다”고 비난했다. 안전성과 효과성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공당이 나서 거부한 셈이다.

이 논란은 일부 유럽 국가들이 ‘자료 미비’를 이유로 65세 이상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연기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부작용? 백신 맞느니 사표”...일부 의료진 거부〉 〈고령층 접종 주저하는 유럽...아스트라 맞아도 되나?〉 〈“부작용 책임져주냐...백신 맞느니 간호사 관두겠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유럽서 ‘불신’...접종 꺼리는 움직임〉 등의 헤드라인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국내외 일부 반응을 그대로 옮긴 언론보도도 잇따르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아직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고령자에게만 효과가 전혀 없는 물백신을 접종한다’거나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 후 사망사고를 은폐했다’는 등 근거가 전혀 없는 황당한 소문까지 유튜브를 비롯해 SNS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는 결국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백신의 유효성에 대한 추가 임상 정보를 확인한 후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접종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접종을 유예한 셈이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연합(EU), 영국에서 65세 이상에 대해서도 허가 또는 사용이 권고되고 실제 접종에 이를 만큼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됐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대상은 65세 이상을 포함한 18세 이상 전체였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1월 9일 발표된 영국과 브라질의 임상 3상 시험 결과 등을 토대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단기 안전성은 100만 도즈 단위에서 증명이 거의 끝났다”며 “안전성에 대해서 특별히 우려하지 않는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실제로 영국은 이미 300만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고 연령과 무관하게 안전하고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최소한 현재 국내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와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65세 이상에 대해서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여론에 등 떠밀리듯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을 유예한 것은 오히려 불안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교수는 “이러한 정부의 판단은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릴까 우려된다”며 “정부의 결정은 백신의 효과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이지만, 국민들에게는 안전성의 문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미룸’이 백신의 신뢰에는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 교수와 반대로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앞장서 문제를 제기하던 국민의힘은 정부가 ‘만 65세 이상’ 우선 접종을 미루는 결정을 하자 이번엔 ‘방역대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래서 접종을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입장이 불분명한 만큼 정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월 본회의장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태 및 백신 수급 현황 점검을 위한 긴급현안질문이 끝난 뒤 퇴장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정세균 국무총리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월 본회의장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태 및 백신 수급 현황 점검을 위한 긴급현안질문이 끝난 뒤 퇴장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
신뢰감 높이는 게 관건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백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불안감이 커지면 접종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럴 경우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집단면역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의도하지 않았지만 떠안게 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백신에 대한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전 세계적으로 증명됐다. 논란이 되는 건 유효성의 문제인데 ‘만 65세 이상’의 경우 유효성을 판단하기에는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이것도 맞는 말이고 펜데믹 상황인 만큼 (유예하지 말고) 접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두 가지 중)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며 “정부 입장에선 초기 접종을 할 때 우리가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다. 정부로서는 어느 것이 더 신뢰를 갖게 할 것이냐를 판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환경이나 보수야당,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어느 쪽이 국민들에게 접종에 대한 신뢰를 부여할 것이냐 하는 걸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영국이나 미국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고령층도 백신 접종을 유예하지 않고) 맞췄을 것”이라며 “확진자 수가 여전히 많긴 하긴 하지만 관리 가능한 통제 범위 수준에 있기 때문에 우린 큰 부담 없이 (유예하기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나라의 접종 상황을 보고 우리가 결정하면 된다”며 ”그러면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이번에 유예된 요양병원과 시설의 만 65세 이상 환자와 종사자에 대한 접종을 2분기 안에는 시작할 계획이다. 3월 말 또는 4월 초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추가 임상 자료가 나오면, 바로 접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이 안 되는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을 비롯해 최근 계약을 확정한 노바백스 백신을 고령층에 접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화이자와 백신 300만 명분을 ‘2분기 도입’ 조건으로 추가 구매하면서 기구매한 1천만 명분 중 50만 명분을 3월 말 조기 도입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를 통해 애초 목표로 정한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아울러 접종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백신 관련 ‘가짜뉴스’에 더욱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내주 백신 접종을 앞두고 최근 사회 일각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허위·조작정보가 공공연히 유포되고 있다”며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가짜뉴스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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