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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출산율 0.7명대까지 추락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2/23 08:45
  • 수정일
    2023/02/23 08:4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작년 한국 출산율 0.78명…OECD 평균 절반에도 못 미쳐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2.22. 15:04:58 

 

우려했던 대로 한국의 출산율이 0.7명대까지 떨어졌다. 인구 동태가 재앙적인 붕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 자료를 보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아이의 예상 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으로 집계됐다.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8년 1명대가 붕괴(0.98명)했다. 이어 2020년 0.8명대(0.84명)로 떨어졌고, 그로부터 2년 만에 0.7명대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동의 꼴찌이자,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내내 OECD에서 출산율 꼴찌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출산율, OECD 평균 절반에도 못 미쳐 

 

통계청의 참고 자료를 보면,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이다. OECD에서 한국처럼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회원국은 없다. 

 

통상 국가가 인구 구조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명은 돼야 한다. 부부가 2명의 아이를 낳으면 재생산 수준이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상 합계출산율이 1.8명대까지 내려가면 국가적 문제로 취급된다. 

 

OECD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화(일본에서는 초소자화로 지칭)길목에 들어선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절정을 향해가던 1989년 출산율이 1.57명까지 떨어지자 이를 '쇼크'(1.57 쇼크)로 규정해 본격적인 출산 장려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일본은 출산율이 2005년 1.26명까지 내려가 국가 붕괴와 지방소멸이 국가적 화두가 됐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상황도 지금 한국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한국의 연도별 합계출산율. ⓒ통계청 

서울이 꼴찌, 세종만 1명 넘어

 

시도별 합계출산율을 보면 서울이 0.59명을 기록해 전국 시도 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았다. 0.6명대 이하의 시도 지자체는 서울이 유일했다. 서울로의 인구 유입은 계속되지만 삶의 질이 떨어져 인구 재생산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일본에서도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세종이 출산율 1.12명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시도 지자체에서 출산율이 1명을 넘어선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강원과 전남(이상 0.97명), 경북(0.93명), 제주(0.92명), 충남(0.91명)이 0.9명을 웃돌아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보였다.

 

출생아 수를 보면 지난해 총 24만9000명의 신생아가 탄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만1500명(4.4%) 감소한 수치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粗) 출생률은 전년 대비 0.2명 감소한 4.9명으로 집계됐다.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전년 대비 0.2세 오른 33.5세였다. 산모의 연령별 출산율은 30대 초반 73.5명, 30대 후반 44.0명, 20대 후반 24.0명 순이었다. 전년 대비 20대 후반이 3.5명 감소하고 30대 초반은 2.6명 감소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7%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0.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산모의 고령화 현상이 지난해에도 역시 이어졌다.

 

▲OECD 회원국의 출산율 통계. 한국은 부동의 꼴찌다. ⓒ통계청

 

인구 감소 3년째 이어져 

 

급감하는 출생아 수로 인해 인구의 자연 감소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인구는 전년 대비 12만3800명 자연 감소했다. 2020년 처음으로 인구 감소가 관측된 후 3년 연속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2020년 3만2000명이던 자연 감소 규모는 다음해 5만7000명이 돼 두 배가량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증가세가 두 배를 넘었다. 

 

이 같이 엽기적이라 할 만큼 빠른 인구 감소로 인해 한국은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꼽히고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는 이미 지난 2006년 한국이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라고 전망했다.

 

▲22일 통계청은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베페 베이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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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위기로 가는 중... 국민들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창간 23주년 기획] 김남준 전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에게 듣는 검찰위기론

23.02.22 13:52l최종 업데이트 23.02.22 20:14l
사진·영상: 이희훈(lhh)

그래픽: 이은영(ohmyey) 문재인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2기 위원장 김남준 변호사

▲ "이런 식이라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검찰개혁이 주요 이슈로 또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2기 위원장을 지낸 김남준 변호사가 2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내부적으로 검찰이 위기라고 스스로 인식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외부에서는 저런 식으로 권한을 마음대로 썼다가는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위기상황으로 가고 있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남준 변호사의 진단이다. 위기론의 근거는 '국민들 눈에도 점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지금 검찰은 정권의 피아를 구분해서 수사하고 있다"면서 "검찰과 여권이 한 몸인 것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정부에서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뿐 아니라 1기(위원)에도 참여했다. 그 기간이 정권 초반 박상기 법무부장관 시절부터 조국 장관을 거쳐 중반 추미애 장관 시기까지 걸쳐 있다. 그 이전에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아 정책을 구상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참여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다. 검찰개혁에 대한 고민의 뿌리가 꽤 깊다.

하지만 그는 항상 정책을 '권고'하는 역할까지만 했지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문 정부의 검찰개혁 대한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면서 그가 내놨던 여러 개혁안들이 "어떤 건 무시되고, 어떤 건 쪼그라들고, 제대로 된 부분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창간 23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검찰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오마이뉴스>는 지난 20일 그 결과보고서를 들고 서울 서초동의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여론조사에 담겨있는 민심을 같이 해석하는 한편, 검찰개혁의 관점에서 현 상황을 진단하고 과거를 평가하며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런 식이라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검찰개혁이 주요 이슈로 또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문 정부 검찰개혁의 교훈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시기의 문제, 다른 하나의 내용과 방식의 문제. 지금부터 일문일답을 통해 검찰개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보자.

"윤석열 정부 검찰, 피아 구분해서 수사하는 게 눈에 보여" 
 
2022년 5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 2022년 5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 연합뉴스
 
- <오마이뉴스> 창간 23주년 기념 국민인식 조사에서 검찰에 대한 독립성, 중립성, 신뢰성 모두 부정 평가가 과반 이상 높게 나왔다.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더 좋아졌냐 나빠졌냐고 물었을 때도 역시 더 나빠졌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이다. 이 결과를 총평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본적으로 검찰 조직이 전 정부 조직을 장악하고 있고, 무엇보다 선택적 표적 수사가 굉장히 심해지지 않았나. 과거부터 검찰에 대한 인식이 별로 안 좋았던 것에 더해 최근 현상적으로 드러난 부분으로 인해 구조적인 것까지 잘 모르던 국민들도 점점 판단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고 본다."

- 이론적으로는 독립성, 중립성, 신뢰성이 서로 연관 있을지는 모르지만 각각 고유 영역이다. 예를 들어 독립성이 낮다고 해도 신뢰성은 높을 수 있고, 중립성이 높다 해도 신뢰성이 낮을 수 있고.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음에도, 결과를 보면 세 가지가 마치 한 영역처럼 숫자가 비슷하게 나왔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독립성, 신뢰성, 중립성을 한 덩어리로 생각하는 듯하다. 굳이 구분하지 않고 검찰의 전체적인 인상에 대한 평가한 것 같다." 

- 여러 문항 중 그나마 가장 긍·부정이 비등한 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과잉이라는 주장에 공감하느냐 아니냐는 건데, 그것 역시 검찰에 부정적인 의견이 53.5%로 절반 이상이다(비공감 43.1%). 과거 사례를 보면, 정권 초반에 실시된 정치권 수사는 전반적으로 국민적 지지가 꽤 높았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 정치자금 수사 같은 경우는 '국민 검사'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정권이 새로 출범한지 1년이 채 안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예를 잘 들어줬는데, 노무현 대통령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한 대선자금수사 같은 경우는 목표가 어디였나. 모든 정치권의 잘못된 점이었다. 즉, 여야 피아 구분 않고 정치권 전체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수사는 어떤가. 정적 제거라는 게 눈에 뻔히 보이지 않는가. 지금은 피아를 구분해서 수사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 검찰이 피아를 구분해서 수사한다?

"그렇다. 검찰이 정권의 피아를 구분해서. 그렇기에 편파적이란 인식이 분명히 국민들에게 있는 거다."
 
윤석열 정부 검찰에 대한 국민인식 설문조사
 
 
- 전체적으로 검찰에 대한 평가 수치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부정 평가 수치와 규모가 비슷하게 나온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한국 사회에서 진영 논리가 굉장히 강화되는 측면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정치권과 검찰 인기도가 다른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운명공동체처럼 국민들이 인식하는 것 같다."

-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검찰에 대해 사람들은 정치권과 달리 그래도 불편부당하고, 공정하든가 아니면 최소한 공정한 척이라도 하든가, 또는 정치 논리에서 한 발 떨어져 법률 논리에 따라 움직이든가, 이런 식으로 생각해온 측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서서 정치의 주체가 된 것으로 국민들이 인식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정확한 표현이다. 지금 검찰과 정치는, 특히 여권과는 한 몸인 것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동조 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
  
'검찰총장 대통령 시대'의 역설

- 그렇다면 지금 검찰이 위기라는 진단에 동의하나. 

"내부적으로 검찰이 위기라고 스스로 인식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정권 초반이고, 아주 강력한 수사력을 가지고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으니까. 그런데 외부에서는 저런 식으로 권한을 마음대로 썼다가는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는 인식이 지식인층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위기상황으로 가고 있다."

- 위기로 가고 있다?

"그렇다."

- 좀 아이러니하다. 검찰총장 출신이 바로 대통령으로 직행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검찰은 위기로 가고 있다. 그동안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검찰 측 논리는 '정치권력이 너무 간섭하고 부당하게 이용하고 그래서 검찰이 위기가 오는 거다. 우리 간섭하지 말고, 예를 들어 우리에게 인사권과 예산권 다 주고, 수사지휘권 같은 거 폐지하고, 그렇게 우리를 가만히 놔두면 굉장히 잘할 거다' 이런 거였다. 그런데 지금 그렇게 주장했던 조직의 수장 출신이 대통령인데 검찰은 위기로 가고 있다는 건,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안하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 논리 자체가 틀렸다는 것일까.

"내가 보기엔 두 가지 다다. 우선 대통령 자신이 검찰 출신이니, 그 검찰을 이용해서, 정치를 검찰을 통해서 하는 상황 때문에 오히려 검찰이 더 정치를 하게 되는 면이 강하다. 그런데 이건 특수한 상황인 거 같다. 윤석열 대통령으로 인해 검찰과 정치가 더 유착되는 특수한 상황.

특수성을 벗어나 보다 일반적으로는, 검찰의 그 논리 자체가 틀렸다. 왜냐하면 국민의 대표성을 가진 정치권력이 관료권력을 통제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리다. 선출된 민주적 권력이 말이다. 그런데 검찰의 논리는 잘못하면 민주적 통제를 안 받아도 우린 잘 할 거라는 얘기가 된다. 대한민국 검찰처럼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고 수사 인력도 가장 많은 관료 권력이 아주 독립이 돼버리면, 통제 불가능한 권력이 된다. 검찰의 논리는 전형적인 기득권 카르텔의 논리다. 점점 엘리트 카르텔화, 기득권 카르텔화 되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제일 조심해야 되는 논리다."

- 검찰이 위기인 근본 이유는 정치권력의 개입이나 유착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검찰이 가지고 있는 힘 자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 검찰 권력 자체가 가지고 있는 너무 강한 힘, 그게 더 문제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문재인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2기 위원장 김남준 변호사
ⓒ 이희훈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지난 정부의 법무·검찰 개혁 작업에 일정 정도 관여한 사람으로서 평가하기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성공했나, 실패했나.

"나는 실패했다고 본다."

- 왜 그렇게 평가하는가.

"음... 일단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목표, 즉 검찰 권력을 약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등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볼 때 검찰이 정권을 장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제도적 개혁은 후반부에 검찰이 두 가지 영역 정도, 부패와 경제 범죄 정도만 수사하는 식으로 법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현 정부의 시행령 통치를 통해서 어쨌든 검찰이 모든 수사를 하려면 다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달성한 부분이 너무 적다.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노력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의 대답은? ⓒ 이희훈
 
- 노력했으나 절반조차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

- 그래도 성과가 있다면?

"지금 국민의 60% 가까이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결국은 권력 기관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생겨났다는 점이 성과라면 성과일 수 있겠다. 지금은 법 조문의 '등' 자 해석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검찰이 모든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부당한 시행령 통치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검찰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계속 공론의 장에 나오면서 제도적으로 검찰의 수사 영역을 부패와 경제 범죄 정도로 제한한 현재 법이 어떤 기준점이 될 것이다."

- 방금 언급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과 관련해, 관점을 조금 달리해서 당시(2022년 4월)에는 이미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돼 취임만 하지 않았지 정권이 넘어간 상황인데, 그때 가서야 법을 그렇게 바꾸는 게 너무 늦은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런 지적에 동의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주도한 분들이 어느 정도 목표를 가졌느냐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문 정권 내부의)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 원래 목표가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범죄) 정도로 줄이는 거였다고. 왜냐하면 해방 이후부터 형성된 긴 사법 제도, 수사 제도를 5년 만에 크게 바꾸는 건 힘들기 때문에,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6대 범죄 정도로 정리하고, 다음 정부에서 다시 좀더 정리하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더라. 글쎄 그런데…"

-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가. 처음부터 수사-기소의 좀더 확실한 분리로 목표를 잡았어야 했다?

"그렇다. 결과론적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서, 즉 목표를 100으로 잡으면 50은 달성할 텐데, 목표를 50으로 잡으니까 아예 제대로 못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되짚어보면 검찰 개혁의 관점에서 지난 정부에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글쎄... 수위를 그렇게 조절하는 부분은 나와 의견이 다른 건데 그래도 방법론으로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한 2년 동안 적폐 수사를 너무 오래 하니, 검찰 권력이 국민적인 신뢰를 얻어가는 과정이 생겨버렸다.

또 검찰개혁을 전담하는, 그 일만하는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던 게 안타깝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한다고 했는데, 인원 자체가 그걸 할 수 있는 인원이 아니었다. 또한 국민들에게 검찰 개혁을 해나간다고 대외적으로 알리고, 내부적으론 그에 맞춰 나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잘 안보였다."

검찰개혁 2라운드의 교훈과 3라운드
 
윤석열 정부 검찰에 대한 국민인식
 
 
- 역사적으로 검찰개혁 1라운드는 노무현 대통령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때의 교훈은, 정치권력이 검찰을 놔주면 젊은 검사들을 중심으로 개혁될 것이라는, 너무 선의에 기댔다는 것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문재인 정권 때는 검찰개혁 2라운드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교훈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시기다. 우리나라는 소위 기득권 카르텔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권력이 관료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시기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일 경우 초기 2년 정도다. 그래서 일단 초기에 정말 준비를 많이 해서 빨리 집행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정쟁화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검찰 안의 검사들 개개인이 뭐 어떻고 저떻고 악마화 하는 식으로 해서는 개혁이 아니라 자꾸 정쟁화 되는 측면이 있다. 플랜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도개혁에 맞춰 가야 한다."

- 남은 제도개혁의 방향은?

"일단 시행령 통치로 무력화 되어있는 수사·기소 분리 부분을 좀더 정확히, 국민들 동의를 얻어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검찰 권력이 계속 강할 거 같으면 공수처를 좀더 키워야 한다. 지금은 너무 약하니까. 그런데 예를 들어 수사·기소 분리가 정확하게 되고 검찰의 권력이 제대로 분산된다면 공수처의 권한도 좀더 조정해야 할 거다. 장기적으로는 공수처가 (기소권은 빼고) 수사만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어쨌든 현 단계에서는 좀 강화시키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권력기관 전체로 말하자면 자치경찰 부분이 강화되고, 경찰위원회가 좀 실질화되고 하는 부분이 있다. 전체적으로 권력기관은 정보, 수사, 기소, 재판이 기본적으로 분리된 기관에서 수행해야 한다."

- 수사·기소 분리는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지금 법적으로는 2개 분야 수사권만 검찰에 남아있고, 나머지 수사권은 경찰로 많이 간 상황이다. 정확하게 분리돼야 한다는 것은 중수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가?

"중수청을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경찰이 다 수사 하게끔 하거나, 그건 방향을 정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중수청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어쨌든 큰 틀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 그런 구도에서는 검찰은 수사가 아니라 기소 기관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그렇다."

-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공수처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외국에도 수사와 기소를 같이 하는 기관들이, 예를 들어 영국 등에 있기는 한데, 그런 기관도 언제든지 권한을 남용하기 쉽게 바뀔 수 있다. 그래서 그게 국민 인권을 침해한다고 여겨지는 시점에선 분리시켜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2기 위원장 김남준 변호사
ⓒ 이희훈
 
-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검찰 측은, 예를 들어 한동훈 법무부장관 같은 사람은 그럼 수사하지 말란 소리냐,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야기다, 거대 권력에 대한 수사가 힘들어진다고 반론을 편다.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기소권까지 가진 검찰이 수사하지 말라는 거다. 다른 기관이 하라는 거다. 예를 들어 미국 같은 나라에서 FBI가 힘이 없나? 그런데 FBI는 기소권은 안 갖고 있다. 그렇다고 수사 안 되는 거 아니다. 실제 일할 때는 연방검찰과 협력해서 서로 조정·통제해가면서 한다. 현재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거나 안하려고 하는 거다."

- 마지막 질문이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검찰 개혁 이슈가 다시 떠오를까? 3라운드가 올까?

"지금 검찰이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마치 검찰공화국인지 제국인지 왕국인지 잘 모르겠는 상황까지 와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보이듯이 국민 인식도 더 나빠지고 있다. 결국 선거는 국민의 뜻에 따라 많이 좌우되는데, 계속 이런 식이라면 검찰개혁이 주요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창간 23주년 기획] 윤석열 정부 검찰 국민인식조사
[① 독립성] "검찰, 독립적이지 않다" 56.5%... "더 나빠져" 52.8%
[② 중립성] "검찰, 중립적이지 않다" 56.7%... "더 나빠져" 56.1%
[③ 신뢰성] "현 검찰 신뢰하지 않는다" 56.4%... 강한 불신층 46.2%
[④ 검찰공화국·검언유착 공감도] "현 정부는 검찰공화국" 57.5%... "검·언유착 공감" 56.8%
[⑤ 제1야당 대표 과잉수사 공감도] 이재명 수사 과잉? "공감" 53.5% - "비공감" 43.1%
[⑥ 대장동·주가조작 특검 필요성] "50억 클럽 특검해야" 74.4%... "김건희 특검" 60.0%

태그:#김남준, #검찰개혁,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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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경찰 규탄한다”..범국민 농성단원 연행 규탄 기자회견 열려

이인선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3/02/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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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서울역 일대에서 “연행자를 석방하라!”, “폭력 경찰 규탄한다!” 등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8시 남대문 경찰서 앞에서 ‘경찰의 불법연행 규탄! 연행자 석방!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경찰의 불법연행 규탄! 연행자 석방!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촛불행동 페이스북]

 

촛불행동은 지난 18일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전면 거부! 윤석열 타도 범국민 단식농성단’을 꾸린 후 집회신고가 된 숭례문 인근 인도에 농성장을 차렸다. 현재 4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21일 오후 4시경 농성장에 필요한 물품을 들이려다 경찰이 이를 가로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하기연 촛불행동 상황실 부실장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연행한 데 이어 이를 말리던 홍덕범, 리무진 씨 등 촛불행동 집행부를 연행했다.

 

이를 규탄하며 먼저 오후 7시 농성장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 농성장 인근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촛불행동 페이스북]

 

촛불집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다 같이 촛불행동 관계자들을 연행해간 남대문 경찰서 앞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권오혁 촛불행동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농성장에 난방과 바닥 정비를 위해 업체와 계약까지 하고 관련 물품을 농성장 인근에 배치해두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어떠한 사전 통지도 없이 이 차량을 에워싸고 저희 물품을 내리려고 하는 우리 상황실 상근자들을 강제적으로 진압하고 막았다”라며 “저희가 명명백백하게 말씀을 드렸다. 저희는 인도와 도로를 24시간, 한 달 내내 집회할 수 있도록 집회신고를 내놓은 상황이고 그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이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똑똑히 얘기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권오혁 사무처장은 “저희가 계속 항의했고 그 과정에 경찰들과 논의를 한 게 있다. 중구청 직원이 와서 설명하기 전까지 물품을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경찰이 그 물품을 실은 차량을 끌고 가버렸다”라며 “지금 어디 갔는지도 모르겠다. 저희가 국민이 모아준 그 비용을 가지고 계약한 그 물품을 아무런 통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탈해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항의했던 3명을 연행해갔다”라고 말했다.

 

▲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촛불행동 페이스북]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난방비를 올리더니 난방 물품까지 강탈해가는 그런 정권이 세상에 어디에 있는가! 그것도 젊은 청년들이 갑자기 몰아친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서 몸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 들여오려던 물품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도둑질한 것 아닌가!”라며 “경찰이 어느새 이 나라에 국민의 물건을 훔쳐 가는 도둑이 되고 말았다”라고 비판했다.

 

김민웅 상임대표는 또한 “이와 같은 불법적인 공권력에 두려워하지 않는 국민이 있다는 것, 이 자체가 바로 이 나라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분명하게 경고하고 있다”라며 경찰을 향해 매섭게 경고했다.

 

[사진출처-촛불행동 페이스북]

 

끝으로 연행자들을 만나고 온 강문대 촛불행동 법률자문단장이 현 상황을 공유하며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따른 조치들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볼 때는 위법한 점이 없다. 집회는 정당하고 경찰의 이러한 행태는 법적으로 분명히 단절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촛불행동 측에 따르면 현재 연행자들은 남대문서에 유치장이 없다는 이유로 용산서 유치장으로 이감되었다고 한다. 촛불행동은 다음날(22일) 조사를 위해 남대문서로 다시 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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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단독인터뷰①] 1심 선고의 소회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명예회복 다행”

 

  • 발행 2023-02-21 14:25:53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02.16 ⓒ민중의소리

 

  • 한동안 ‘마녀’로 살았던 윤미향 의원과 ‘드디어’ 마주 앉게 됐다. 2020년 5월 정의기억연대와 윤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을 때, 윤 의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도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윤 의원의 여러 혐의가 대부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윤 의원은 1심 판결 후 일주일가량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예전에 인터뷰를 한 번 요청한 적이 있었다’고 상기시키자, 윤 의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 제가 아무런 반응을 안 보였죠? 제가 죽을 곳을 찾을 때였거든요.”

    윤 의원은 자신이 속했던 정당도, 자신의 활동을 응원해주던 진보 인사와 언론도, 모두 자신에게 등을 돌렸을 때, 법정에서 고군분투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는 1심 판결을 통해 누명을 벗게 되어서야 비로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30년 동안 거리에서 담대하게 싸워왔지만,
    2년 8개월 간 벌어진 한국사회의 공격은 충격”


    윤 의원이 2020년 4월에 열렸던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을 때부터 조선일보는 연일 윤 의원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며 그의 출마를 경계하고 있었다. 윤 의원이 대표로 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정의기억연대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신청한 모든 것이 마치 ‘범죄’인양 보도를 하기도 했고, ‘反美(반미) 구호 외친 시민당 비례, 자녀는 미국 유학’이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내기도 했다.

    윤 의원이 당선된 직후에는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 내부 갈등을 계기로 본격적인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그 불씨를 당겼다. 이후 윤 의원이 기부금을 유용해 딸의 유학비로 지출하고 아파트를 사들였다거나 안성힐링센터에 부친을 형식상 등재해 임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함께 불거졌다. 심지어 ‘위안부’ 피해자 장례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나 피해자에게 화해치유재단 위로금 1억원을 수령하지 말도록 강요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쏟아진 이런 의혹들은 시민단체의 고발과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너무 황당한 내용들이라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걸러져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먼지털이식 수사를 벌인 끝에, 2020년 9월 윤 의원과 실무책임자였던 김 모 정의연 이사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7개 혐의로 기어코 기소했다. 나아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공소장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을 통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윤 의원은 재판을 받기도 전에 이미 ‘파렴치한’이 돼있었다.

    인터뷰에서 윤 의원은 당시 상황이 억울한 듯이 말했다. “저에게는 어떤 방어권도 주어지지 않았어요. 일방적이었어요. 그런데 재판이 시작되자 기자들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어요. 그 모습에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윤미향을 공격한 것으로 일단 목표를 달성했구나 하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30년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벌였던 그에게 난관은 숱하게 많았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극우세력의 괴롭힘에 늘 시달려야 했다. 국가정보원과 일본 극우세력이 유착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를 왜곡하는데 앞장섰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럴 때마다 윤 의원은 의연하게 싸워왔지만, 최근 겪었던 공격은 견디기가 힘들 정도로 가혹했다고 한다.

    “제가 사실은 30년 동안 거리에서 굉장히 담대하게 싸워온 사람이에요. 일본 우익들의 공격을 받아도, 바로 눈앞에서 일본 우익들이 막 욕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내가 운동을 하면 받을 수밖에 없는 공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우리의 운동이 일본 우익에게 방해가 되고,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2년 8개월 동안 한국사회로부터 받은 그 공격은 목적이 대체 뭔지 처음에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견디기 힘들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몰랐어요.”

    ‘의혹이 불거지던 초기에 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대응했더라면 나아질 수 있지 않았겠나’라는 질문에 윤 의원은 고개를 저였다. “아니요. 사실은 그때 일부 언론과 인터뷰도 하고 대응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또 일파만파로 논란이 커지니까 대응을 더 할 수가 없었어요.”

    윤 의원은 자신을 이해해줄 거라고 믿었던 진보언론마저도 악의적으로 기사를 내는 것을 보면서, 더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갇히게 됐다. “정의연 후원금으로 딸을 유학 보냈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얼토당토않은 보도가 나온 적이 있어요. 그러자 저와 친했던 진보매체의 모 기자가 연락이 와서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딸 유학비가 언론에 보도된 만큼 많이 들지 않았다고 구체적으로 답해줬어요. 그런데 그걸 그대로 기사로 써서 내보내더라고요.” 자신의 해명이 의혹의 근거로 갑자기 바뀌어 언론에 보도가 됐던 것이다. 하지만 딸 유학비와 관련된 의혹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안성힐링센터 관련 혐의도 언론보도로 시작된 것이었다. 윤 의원은 “그 보도가 나왔을 때 충격이 컸다. 사실 너무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안성힐링센터 부지를 시가보다 비싸게 샀다면서 뭔가 뒷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였어요. 그때는 배임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니었어요. 검찰이 주변 사람들을 소환해 물었던 것도 ‘윤미향에게 리베이트를 안 줬냐’는 거였어요. 그런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오래된 역사를 가진 단체이고, 이사회가 있고 운영위원회가 있고 재정 담당 기구가 있는데 어떻게 제가 현금을 들고 뒷거래를 할 수가 있겠어요? 하지만 이미 시끄럽게 떠들었으니 검찰 입장에선 뭐라도 잡아 기소를 해야 하니까 엉뚱하게 배임 혐의로 기소를 한 거예요. 그런데 부지를 시세보다 비싸게 산 건 배임이고, 싸게 판 건 무혐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부지를 판 건 제가 대표를 그만 둔 다음에 벌어진 일이거든요. 그것도 웃기지 않나요?”

    일방적인 언론보도에 윤 의원은 점점 무력해졌다. “그때 진보언론만이 아니라 진보인사, 진보단체도 다 의심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다 그랬어요. 그들이 SNS에 내뱉는 말들이 다 보였어요. 그때는 너무 힘겨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포기했죠. 내가 뭐라고 해도 소용이 없구나. 그러니까 제가 대응을 안 한 게 아니에요. 제가 대응을 못하게 만들었던 거죠. 제가 대응을 하더라도 그걸 제대로 썼을까요? 이미 기사의 흐름은 다 정해져 있었잖아요. 윤미향은 보조금도 먹고, 아버지를 안성힐링센터에 앉혀 놓고 돈을 받아먹고, 후원금으로 딸을 유학 보낸 파렴치한이 되어 있었잖아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지난 2020년 6월 7일 페이스북에 추모사와 함께 올린 사진. 윤 의원이 과거 평화의우리집 손영미 소장과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있는 모습이다. ⓒ윤미향 페이스북
     

    ‘동지’ 손영미 소장의 죽음, 그리고 자책 


    윤 의원은 자신이 기소되기 전 사무실과 집 앞에 진을 치고 앉아 불빛이 번쩍이는 카메라를 들이대던 취재진의 모습이 아직도 트라우마처럼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잊으려고 해도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날로 다시 그를 이끌었다. 윤 의원이 말했다. “우리는 최루탄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최루탄 쏘는 소리에 트라우마가 좀 있거든요. 저를 향해 터지는 카메라 셔터소리, 그리고 커다란 렌즈가 저한테는 총구같이 느껴졌어요. 무서움과 두려움이 느껴졌어요. 지금도 그런 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와요.”

    그때 윤 의원은 피신해있었다. 한동안 집에도 가지 못했다. 그런 그를 걱정해주던 사람이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이었다. 손 소장은 2004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일을 도맡으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해 온 인물이다. 윤 의원에겐 ‘오랜 동지’였다. 하지만 손 소장은 윤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검찰의 마녀사냥식 수사와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고통스러워하다 2020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 의원이 힘겹게 고인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렸다. “아팠던 손 소장님이 오히려 나를 걱정했어요. 내가 그렇게 사느라 우리 손 소장님이 힘들었던 걸 사실 못 본 거죠. 손 소장님이 돌아가셨을 때, 비로소 제가 정신을 좀 차렸어요.”

    윤 의원은 손 소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2020년 6월 6일 토요일이었다. ‘피신처’에 있다가 집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미국에서 잠시 돌아온 딸, 그리고 남편과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으로 페이스북을 열었는데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공황장애로 휴직을 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를 보고 윤 의원은 ‘나도 공황장애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침대에 물이 흥건하게 있었다고 했는데, 저와 너무나 똑같았어요. 그럼 우리 (손영미) 소장님은 어떨까, 소장님도 마찬가지인가 싶어서 전화를 했어요. 그게 아마 아침 10시 10분 정도였던 거 같아요. 그때 왜 그렇게 전화를 하고 싶었는지...사람이 그럴 때가 있나 봐요. 그때 소장님이 굉장히 힘들어 했었어요. 막 사람들을 보면 안아달라고 그러고 무섭다고 그랬어요. 저한테 ‘카메라가 총구 같다’고 말할 때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전화를 해서 ‘소장님 우리 잘 버팁시다. 우리 둘이 가기로 했던 오로라 여행 나중에 진짜 갑시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소장님은 ‘너무 버티기가 힘들다’고 했어요. 당시 소장님이 운전 중이셨나봐요.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끊었어요. 그리고 한참 있다가 다시 전화가 왔어요. 주차를 했다고요. 소장님이 ‘저 조금만 울다가 들어갈게요. 좀 울고 나면 시원할 거 같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러세요. 제 치료 방법도 우는 거예요’라고 답해줬죠.”

    그게 윤 의원과 손 소장의 마지막 대화였다. 오후 3시쯤 손 소장이 ‘평화의 우리집’에 오지 않았다는 전화가 왔고, 오후 5시쯤 손 소장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전화가 왔다. 그때부터 윤 의원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가 넘어간 저녁에 비보가 들려왔다. 손 소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분이 가셨습니다’라고 문자가 왔어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는 걸 알게 되고나서 그냥 정신이 나가버렸죠. ‘나 때문인가’ 하는 자책감이 들었어요. 오히려 내가 그 길을 먼저 떠났다면 우리 소장님은 살 수 있었을 텐데...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때도 윤 의원을 향한 마녀사냥은 멈추지 않았다. “‘윤미향이 죽인 거다’, ‘윤미향이 배후에 있다’는 글들 계속 봐야 했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심지어 그날조차도 기자들이 저를 찍으러 왔거든요. 제가 그전까지는 그걸 그냥 당했는데, 처음으로 기자들을 정면으로 보고 ‘나 죽는 거 찍으러 왔냐’고 했어요. 집에 들어와서 ‘내가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했죠.”

    윤 의원은 주변에서 ‘이제 그만두면 안 되냐’는 말을 할 때마다 “제가 지금 그만두면 저들의 논리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제가 그만둘 수 없다. 그리고 할머니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뒤를 돌아서면 ‘내가 버티면 또 다른 누군가 희생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하는 마음이 다시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수없이 갈등을 했던 윤 의원은 가족이 없었다면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김복동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났을 거 같다’는 말에 윤 의원은 “제가 지금 살아있는 이유”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평화운동가였던 김 할머니는 2019년 1월 별세했다. 정의연 사태가 터지기 불과 1년여 전이었다.

    “김복동 할머니는 14살에 끌려가서 22살 때 집으로 돌아와요. 그 뒤로 손가락질을 당하면서 살다가 1992년에 저를 만나 ‘함께 싸웁시다’ 해서 운동을 시작했죠. 그렇게 ‘평생 동지’가 됐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늘 당신이 저와 남편을 ‘중매’ 했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감옥을 간 것도 우리가 운동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제 딸도 그냥 딸로 안 봤어요. 할머니는 늘 ‘나에게 참 아픈 손녀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딸이 대학에 들어갈 때도 등록금 낼 때 보태라며 용돈을 쥐어주시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저와 남편, 딸에게 김복동 할머니는 친할머니 같은 관계를 넘어서서 굉장히 소중하고 멋진 분이세요. 그런 삶을 살아온 분을 두고서, 제가 이까짓 공격을 받고 나약한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였죠.”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 ‘우리 참 열심히 살았구나’


    윤 의원은 1심 재판을 준비하면서 지난 30년간 벌여온 활동 내역을 다시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됐다고 밝혔다. 공소시효로 인해 최근 10년간 활동에 대해서만 기소가 됐지만, 그 혐의를 소명하기 위해서는 정대협부터 정의연까지 이어진 모든 활동을 다시 돌아봐야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혐의를 반박할 증빙 자료가 많이 남아 있었다. 윤 의원은 “이번에 하나하나 다시 보면서 우리가 부족했던 점을 확인하고 성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힘들게 활동하면서도 기록을 참 열심히 했구나를 확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롭게 깨달았던 건 기록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다른 기관들은 보통 규정상 회계 장부도 5년이 지난 건 다 폐기할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딱 한 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30년 기록이 다 남아 있었어요. 할머니들 지장을 찍어서 지원금을 받아간 것까지 다 보관하고 있었거든요. 1992년에 모금해서 할머니들께 250만원씩 나눠드린 영수증도 남아있고, 1997년에 할머니들 계좌로 입금한 자료까지 다 가지고 있었어요. 심지어 미국에 살고 계시던 피해자에게도 돈을 보낸 송금증까지 다 남아 있었어요. 그게 다 역사라고 생각해서 보관해뒀던 거예요.”

    뿐만 아니라 활동 내역도 꼼꼼하게 기록해뒀다. “제가 주간 소식도 일일이 다 써서 보냈거든요. 이번 주에는 누가 후원회원이 됐다는 것부터 오늘은 누구를 방문했다는 것까지 길게 썼더라고요. 그게 재판 과정에서 증거 자료로 많이 활용됐어요. 그리고 우리는 활동 일지도 꼭 정리했어요. 사실 꼼꼼히 썼다고 하더라도 다시 보니까 빠진 것도 많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들이 정성을 들여 기록을 하고 있었어요. 돌아가신 손영미 소장님도 쉼터에 계신 할머니들에 대한 기록을 빼곡히 써놨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실무자들이 이런 기록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구나, 나중에 역사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실무자가 4명밖에 없던 탓에 회계자료상 미숙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도 다시 보게 되고, 실수했던 것들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일각에선 정의연 사태를 두고 “정대협은 사실상 윤미향 1인이 이끌어온 체제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각종 의혹이 윤 의원이 정보를 독점한 채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단체를 운영해온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윤 의원은 황당해했다. “윤미향 1인 조직이라고요? 우리도 이번에 재판 증빙 자료를 찾으면서 그동안 정말 민주적으로 일을 했구나를 새삼 깨달았어요. 회의를 열심히 했는데, 그 회의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거든요. 정의연의 이사만 30명이 넘었어요. 한 기관에 이사를 30명이나 둔 곳은 거의 없어요. 그렇게 한다는 건 결정을 하지 않고 토론만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수많은 단체들의 의견을 모아 함께 운동을 해나가기 위해서였어요. 다름을 조정해가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평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윤 의원은 “우리를 보면 ‘수요시위만 했겠지’라고 많이 생각할 텐데, 돌아보면 다양한 일들을 굉장히 열심히 해왔더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피해자들 집에 직접 방문하고, 세계를 돌며 연대 조직을 만들고, 곳곳에 소녀상을 세우고, ‘위안부’ 문제 해법을 연구하고,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로 법률전문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렇게 30년을 한결같이 활동한 결과 수요시위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대중적인 운동으로 점차 커져 나갔다. ‘윤미향 1인 조직’이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중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2023.02.16 ⓒ민중의소리
     

    1심 무죄에 안도의 한숨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명예회복 다행”


    1심 법원은 윤 의원에게 벌금형 1천500만 원을 선고했다. 윤 의원은 업무상 횡령죄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업무상 횡령죄도 애초 검찰이 기소한 1억원 가운데, 5분의 1도 되지 않는 1천700만원가량만 인정됐다. 이마저도 윤 의원은 “횡령하지 않았다”며 항소를 통해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무엇보다 김복동 할머니의 ‘단짝’인 길원옥 할머니에 관한 자신의 혐의가 무죄로 판결이 내려진 데 대해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고 공판 도중 그가 눈물을 훔친 대목도 김 할머니에 관한 부분이었다. 검찰은 길 할머니가 2017년 11월경 길 할머니가 여성인권상으로 받은 1억원 상금의 절반을 정의연에 기부한 행위 등이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한 윤 의원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며 준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특히 길원옥 할머니에 대한 부분이 걱정이 많이 됐어요. 제 사건으로 인해 정말 존경스럽게 운동을 하셨던 길원옥 할머니가 치매에 의해서 윤미향에게 끌려다닌 할머니, 아무 인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킨대로 인터뷰를 하고, 기부를 한 할머니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었어요. 할머니가 당신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서 힘겹게 노력하셨던 삶이 수포로 돌아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 그로 인한 고통이 저한테 굉장히 깊었어요. 게다가 검찰은 윤미향뿐만 아니라 손영미도 공모했다고 봤기 때문에 더 고통이 컸죠. 길원옥 할머니는 손영미 소장님을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준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제가 보기에도 그분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었어요. 할머니가 아침에 일어나시면 깨끗이 목욕을 해드리고, 그리고 나서 할머니에게 뽀뽀를 해요.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할머니들을 모신 분이 소장님이세요. 그런 분에게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돈을 갈취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다니요.”

    윤 의원은 개인 계좌를 통해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를 모집했다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도 기소됐는데, 이 역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그 선고 과정에서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살아생전 여성인권가로서 ‘위안부’ 문제 해결과 재일조선학교, 남북통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처럼 재판부가 김복동 할머니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려준 부분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앞이 잘 안 보이는 김복동 할머니를 제가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그건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엄청난 공격이었어요. 아마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그건 용납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당신의 평생을, 당신의 자존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다행히 재판부에서 김복동 할머니를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남북평화 운동가라고 얘기해주었어요. 그 순간 김복동 할머니가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 살포시 떠오르더라고요. 김복동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가 판결문에서 고귀한 존재로, 우리보다 훨씬 멋진 운동가로 자리매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선고 직후 이재명 대표의 사과, “서운함 싹 잊었다”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났지만, 극우세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윤 의원을 계속 공격했다. 1심 선고 직후 법원 앞에는 취재진뿐만 아니라 극우 유튜버들도 몰려와 있었다. 유튜버들은 윤 의원을 향해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윤 의원이 웃고 있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된 건 이 순간이었다.

    “재판이 끝난 뒤 주변에서 저보고 왜 웃었냐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웃으려고 웃은 게 아니었어요. 취재진이 갑자기 몰려와 저한테 뭔가를 들이댔고, 그 왼쪽에선 덩치가 아주 큰 유튜버가 ‘윤미향 죽여라’라고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이없다’는 웃음이었어요. 사실은 굉장히 아픈 웃음이었습니다.”

    윤 의원은 오히려 “너무 허탈했다”고 밝혔다. “지나간 2년 8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이 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냥 주말 내내 멍하게 있었어요. 참 희한하죠? 뭔가 기쁘고 그래야 할 거 같은데 그러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땐 의원실 차원에서 논평 하나만 내고 저는 한마디도 못 했어요. 적어도 일주일 간은 먼저 가신 분들에 대해 추모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지내자, 그리고 저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활동가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으로 지내자는 심정으로 있었습니다.”

    침묵을 지키는 동안 향후 활동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판결이 그렇게 났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똑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잖아요? 언론과 방송이 그만큼 보도를 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날 집에서 멍하게 있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는 윤미향이 악마화된 인식들을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윤미향이 얼마 남지 않은 국회의원 임기 내에 할머니들과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다시 윤미향이 새롭게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러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의원을 향한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검찰과 가짜뉴스에 똑같이 당하는 저조차 의심했으니”라며 “미안하다. 잘못했다. 다시 정신 바짝 차리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저에겐 만병통치약이었다. 지난 서운함을 싹 잊게 만들었다”며 이 대표의 사과를 반겼다. 윤 의원은 “무언가를 따지거나 저울질 하지 않고 저한테 즉각적으로 미안하다고 한 게 바로 이 대표의 마음이자 삶의 자세인 것 같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당을 책임지는 대표로서 저렇게 해도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선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유죄 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서는 “양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검찰은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며 “다만 안타까운 건 저와 함께 기소돼 완전 무죄를 받은 동료는 검찰의 항소로 인해 여전히 자유를 얻지 못하고 똑같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반드시 공권력을 동원해서 정의로운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윤 의원의 1심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정말 무서운 정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판사의 판결에 대해서 무슨 공권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인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하는 한편, “항소심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일부 유죄가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마저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증빙 자료가 남아있거나 공적으로 분명히 사용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로 판결이 난 부분이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비라든지, 사무실 간식비라든지, 수요시위 끝난 뒤 할머니들과 한 식사비라든지, 이런 게 사진이나 SNS 활동으로 확인된 것은 무죄로 판단됐는데, 사진이 없는 경우에는 유죄로 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좀 더 열심히 충분히 찾고, 어떻게 대응할지도 논의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02.16 ⓒ민중의소리
    수정 2023-02-22 06: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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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호 부수고 새로 짓는 건 인류사에도 유래 없던 일"

[인터뷰] 下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

허환주 기자  |  기사입력 2023.02.22. 06:02:25 최종수정 2023.02.22. 08:52:30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공개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 안전진단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특례를 주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용적률도 기존보다 더 높여주면서 사업성도 끌어올렸다.

 

특별법에 적용받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기존 30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는 안전진단을 20년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정비사업에서 대규모 광역교통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보할 경우 안전진단마저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용적률은 2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300%까지 높이고 역세권 등은 최대 500%까지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1기 신도시에만 이러한 특혜를 주는 게 부담스러워서인지 적용 대상을 1기 신도시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이번 특별법 적용 대상은 ‘노후계획도시'로 ’택지조성사업 완료 이후 20년 이상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가 여기에 속한다.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지구 등이 해당된다. 

 

더구나 국토부는 택지지구가 100만㎡에 못 미쳐도 인접하거나 연접한 2개 이상 택지 크기가 100만㎡ 이상이면 이 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되면 노후 구도심도 이번 특별법에 적용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을 이달 중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다. 

 

논란도 예상된다. 30만 이상 주택이 존재하는 1기 신도시 뿐만 아니라 노후 구도심까지도 포함하는 이번 특별법이 진행될 경우, 전국이 건설현장으로 변할 수도 있다. 

 

기존 정비사업보다 더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는 것도 문제다. 비대해진 집적 효과로 발생할 교통 문제와 생활쓰레기 처리 문제 등이 지적된다. 더구나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렇게 용적률을 높인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200만호 가까운 주택을 질서정연하게 순차 정비하는 과제는 어쩌면 인류사에도 유례가 없던 일"이라며 "거의 한 세기 만의 새로운 도전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소장은 이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소장은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구조적으로 멀쩡한 집을 허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기존 용적률을 높이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아닌, 리모델링 등을 통한 수리·보수 방식으로 가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모델을 만들 기회라는 것이다.  

 

최 소장은 국토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최경호 소장과의 진행한 인터뷰를 둘로 나눠 게재한다. 그 두 번째 인터뷰 내용.   

 

(관련기사 바로가기 ☞ : [인터뷰] 上 "과거 MB가 만든 '뉴타운 악몽' 재림할까 두렵다") 

 

▲ 최경호 소장. ⓒ프레시안  
 
"재건축 기준, 시대적 과제를 반영해야 한다"

 

프레시안 : 주변 지역 전월세 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규모로 나눠서 정비를 해야 할 듯싶다. 한 번에 2만호씩 한다고 해도 30만호를 하려면 15번에 나눠서 해야 하니, 전체적으로는 2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순서가 뒤로 밀리는 지역은 원성이 자자할 것 같다.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순서대로 하려면 어떤 원칙으로 해야 할지 생각한 부분이 있나.

 

최경호 : 현재의 재건축 판정 기준은 개별 정비사업을 대상으로 ‘재건축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절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 순서를 정하는 데에 쓰기엔 한계가 있다. 구조안전이나 설비노후도, 주거환경의 열악함 등이 주요 채점 항목인데, 이 기준으로 순서를 정할 것 같으면 우선순위를 무엇으로 하느냐를 정해야 할 것이다.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집부터 할 것인지, 녹물이 나오는 집부터 할 것인지, 주차장이 부족한 집부터 할 것인지. 안전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안전진단 결과 가장 위험한 집부터 하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재건축하는 집들 중에서 구조적으로 위험해서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프레시안 : 그럼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 

 

최경호 : 시대적 과제를 반영해 새로운 기준이 등장하면 어떨까 싶다. 바로 주택의 ‘에너지 성능’이다.

 

프레시안 : 에너지 성능이 낮은 집부터 하자는 이야기인가? 최근 난방비가 오른 것도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것인가? 

 

최경호 :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조적으로 멀쩡한 집을 허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하지만 녹물이 나오는 집에서 계속 사는 건 인권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럼 설비 노후도를 우선순위로 할 수도 있고, 배관만 고치는 리모델링을 지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조건이 비슷한 상황에서 ‘건물을 허무는’ 순서를 정해야 한다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집부터 먼저 에너지성능이 좋은 집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 허물어 탄소를 좀 배출하더라도 향후 몇 십 년간 감소시키는 탄소배출량이 더 많다면 허무는 것이 나은 것’ 아닌가.

 

이러한 부분도 판단기준에 넣자는 것이다. 건물의 전체 생애주기 차원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길이라면, 구조적으로 튼튼한 집이라도 먼저 철거를 하는 명분이 될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이건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이야기고, 개별 가구들에게는 난방비를 줄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주거복지, 에너지 복지 문제는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난방이 취약하다는 의미는 집을 지은 지 오래됐고, 낡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또한 단열재 등 보온을 위한 리모델링을 하지 못한 빈곤층이 사는 주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그런 주택이 밀집한 지역부터 재개발을 한다는 건 나름 의미가 있는 듯하다. 

 

최경호 :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건설폐기물이다. 30만 채보다 더 많은 집을 이제는 부수고 새로 지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을 우리가 처리할 역량이 되는지에 대해서 지금의 국토부는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 쓰레기 매립은 환경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국토부 혼자 해결할 일이 아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 수도권 매립지 잔여용량이 1.5년 정도다. 전국적으로도 5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신설‧증설 한다고 하지만 지지부진할뿐더러, 기적이 일어나서 계획대로 늘린다 해도 17년 어치를 더 확보할 뿐이다. 그런데 이번 정비사업은 20년 이상 걸린다. 여전히 매립지 용량은 부족한 셈이다. 폐기물을 묻을 곳도 만들어놓지 않고 어떻게 철거를 하겠다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길거리에 콘크리트 잔해를 쌓아 놓을 수는 없지 않나. 

 

프레시안 :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최경호 : 새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죄악시 할 수 없다. 다만, 새 집을 짓기 위해 헌 집을 부수면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도 같이 만들자는 이야기다. 구조적으로 튼튼한 집을 굳이 허물겠다면 ‘매립지 확보 증명제’라도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직접 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지 않나. 집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가야 한다. 1980~1990년대에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더는 쓰레기를 묻을 곳이 없다.

 

▲ 노후계획도시와 특별정비구역 개념도. 파란 실선은 특별정비구역의 예시다. 이 구역이 어떻게 정해질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하면 이번 특별법이 제공하는 특례는 받지 못하고 기존의 정비사업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들이 어떻게 이합집산하여 구역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특별정비구역 지정의 유불리함이 달라지게 되면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화될 소지도 있다. ⓒ최경호 제공

 

"정부, 손 안대고 코 풀려 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기존 방식을 수십 년 동안 진행해 온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듯하다. 다른 방식이 가능하겠나.

 

최경호 : 차량 보유 대수가 늘어나면서 차고지 증명제 같은 것도 논의되고 있다. 앞으로는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주택을 그대로 두고 리모델링하는 방식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용적률을 늘려봤자 미분양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주거환경을 개선해야겠다면 리모델링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실제로 지난 대선 전까지 1기 신도시의 많은 주민들은 리모델링 조합을 결성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선 때 유력한 두 후보 모두 대단한 특혜를 줄 것처럼 약속하니, 리모델링 조합 추진이 유야무야되고 재건축 조합으로 방향을 바꾼 곳들이 많다.

 

프레시안 : 난방에 취약한 낡은 주택의 경우, 단열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수도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는 곳은 배관을 교체하는 식으로 하자는 말인가. 그러면 폐기물은 덜 나오긴 하겠다. 

 

최경호 : 사실 그래도 문제가 있긴 하다. 리모델링을 한다면 대규모 폐콘크리트가 나오진 않는다. 그런데 건설폐기물 세부 내역 중에서 재활용이 제일 어려워 매립해야 하는 분야가 ‘혼합폐기물’이다. 이는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애초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이제 앞으로 집을 지을 때는 최대한 '제로에너지빌딩(ZEB)'으로, 그리고 '장수명주택'으로, 또 '유연 평면 설계'로 지어야 한다.

 

프레시안 : 낯선 용어들이다. 제로에너지빌딩, 장수명주택, 유연 평면 설계는 무슨 개념인가?

 

최경호 : 제로에너지빌딩은 쉽게 말해 드나드는 에너지를 합치면 ‘0’이 된다는 개념이다. 단열이 잘 되어 에너지를 절약하는 ‘패시브 하우스’,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는 ‘액티브 하우스’가 합쳐진 것으로 보면 된다. 에너지를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도 하고, 심지어 외부로 송전해서 팔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체계도 일방향이 아니라 양방향 송전이 가능하고 드나드는 에너지를 조절하고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3기 신도시 신축이나 1기 신도시 정비 때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장수명 주택은 말 그대로 오래 쓰는 집으로, 수명이 긴 구조체는 그대로 두더라도 수명이 짧은 배관 같은 것은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물 수명이 50년을 넘어 100년도 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십 수번 바뀔지 모른다. 4인 가구가 살다가 1인 가구가 살게 될 수도 있다. 또 몇 십 년 뒤 후손들이 살 때의 라이프 스타일이 어떨지 지금 예측하긴 힘들다. 그러니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맞춰서 방의 크기나 개수, 설비의 교체가 쉽도록 하는 것이 가변 평면, 혹은 유연평면 주택이다. 

 

프레시안 : 그러면 건설비가 더 비싸지는 것 아닌가. 용적률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합의 부담이 커질테니 사업 진행이 더 어렵고 원주민 재정착이 어려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생길 듯 하다. 

 

최경호 : 그래서 그런 주택으로 바꾸면 기후위기대응 차원에서 국가가 파격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벨기에의 에코팩 프로그램 같은 경우, 30년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 죽을 때까지 살다가 집을 팔아서 갚아도 되는 것이다. 그린 리모델링뿐만 아니라 건물을 허물고 제로에너지 주택으로 바꾸는 그린-재건축에도 정부가 파격적으로 보조금, 융자, 출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용적률을 늘려준 뒤 '알아서 팔라'고 하면서 손 안대고 코 풀려 하지 말고, 필요한 돈을 마련해서 풀어야 한다. 

 

프레시안 : 출자는 생소한 이야기다. 개인의 사유재산에 국가가 투자한다는 것인가? 

 

최경호 : 비용이 부담되는 원주민에게는 공공과 지분을 공유하는 지분공유형 주택으로 공급해서, 원하는 기간만큼 살다가 나중에 공공과 시세차익을 나누는 개념이다. 이미 '공공주택특별법'에 있는 '이익공유형' 주택을 활용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것도 일종의 특혜라는 논란은 없겠나? '왜 재건축 재개발하는 사유재산에 돈을 보태주나'라는 지적이 나올 듯하다. 

 

최경호 : 지금 우리가 전기차를 사도 보조금을 주지 않는가. 탄소배출을 줄여야 다 같이 살아남는다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공공 지원의 명분이 있다. 어차피 용적률을 늘려줘서 일반분양하는 돈으로 사업성을 개선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렇게 해주는 것이 사실 더 큰 특혜다. 인구가 늘어나서 생기는 기반시설에 대한 부담은 다 같이 나눠지는데 말이다. 물론 정부는 개발이익을 환수해서 기반시설을 늘리겠다고는 하지만, 그 개발이익 환수에도 반발하는 힘이 막강하다. 선거 때 출마하는 정치인들 중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해서 종합적 관점에서 올바로 사용하겠다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프레시안

 

"합리적인 순환 정비 로드맵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용적률 늘려서 정비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했다. 용적률은 정말 더 이상 늘릴 수 없는가?

 

최경호 :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둔촌 주공’의 용적률이 얼마였는지 아는가? 전에 90%였다. 이것을 3배 늘렸다. 그래도 조합원 분담금이 많이 든다고 공사비 증액을 거부하다가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270%로 공급하는데도 분양 측면에서 고전 중이다. 

 

프레시안 : 앞으로는 이렇게 세 배씩 올리지는 못할 듯하다. 그래도 조금 더 올릴 순 있지 않나?

 

최경호 : 5층이 15층이 될 때에는 10개층만 채우면 되지만 15층이 45층이 되면 30개층을 더 팔아야 한다. 그리고 전에는 그런 아파트가 한 동이었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많아졌다. 10동이라고 쳐 보자. 전에는 한 개 동을 3배 늘려도 10개층 어치만 채우면 되는데, 지금은 10개 동이니 한 동을 3배가 아닌 2배만 늘려도 15개 층씩 총 150개 층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과거에 10개층을 늘릴 때는 인구가 자연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늘어날 때였지만, 지금 그 15배인 150층 어치를 채울 수 있을까? 이미 2019년에 수도권 인구가 전체 과반을 넘었고, 2021년부터는 전체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15배를 채운다? 아무리 1인가구가 늘고 1인당 필요 면적이 늘고 외국 인구가 들어와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프레시안 : 과거에 지어진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이 이번에 지어진 둔촌주공에 근접한 수준 같다.

 

최경호 : 지금 1기 신도시 용적률은 가장 낮은 일산은 170%가 안 되지만 중동은 220%가 넘는다. 이들의 용적률을 과연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줄어드는 인구를 놓고 누가 먼저 용적률을 키우냐는 건 제로섬 게임, 어쩌면 마이너스섬 게임이다. 물론 역세권은 용적률을 키워도 분양에 성공할 수도 있다. 먼저 하는 곳이 용적률을 키워놔야 다음에 정비하는 곳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들어가 살 전월세 물량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특별정비구역 선도지구 지정’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래도 미래에 다시 인구가 늘어날 수도 있고, 어느 정도는 수도권 인구가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나. 

 

최경호 : 설령 인구가 늘어나서 수도권의 용적률 증가를 감당해도 문제는 여러 가지가 남는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 교통 문제는 심각하다. 여기에 전기나 도시가스 등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는 어디에서 구해오나. 또한 생활쓰레기는 어디에 버릴 건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사람들을 다 빼 내고 지방에는 쓰레기장과 발전소만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프레시안 :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조금 살기 불편해져도 용적률 1000%를 넘는 홍콩처럼 가야하고 충분히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최경호 : 홍콩이나 뉴욕의 용적률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거기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인구와 경제가 작동하는 배후지가 있다. 국제정치 측면은 잘 모르는 분야지만, 홍콩은 전력 공급이나 쓰레기 처리 문제만으로도 독립이 어렵지 않겠나 보고 있다. 그리고 거기는 기후가 다르다. 겨울철에도 난방비 걱정이 없는 곳이다. 한국에서 집을 그렇게 촘촘히 지으면 일조시간이 줄어서, 지금도 난리가 난 난방비가 더욱 폭등할 것이다. 기후의 차이를 무시하고 도시계획을 베껴오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자원순환이나 기후하고도 관련이 있으니, 용적률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주제다. 그런데 국토부나 지자체들은 다 용적률 완화만 유일한 인센티브인 것처럼 접근하고 있다. 

 

최경호 : 설령 에너지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도 끝이 아니다. 지상이 고밀해지면 그만큼 지하도 많이 파야한다. 사람들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을 선택하는 이유 중에는 지하 주차장을 만들기 위한 이유도 있다. 마냥 주차대수를 늘려주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세대 별 1대가 안 되는 단지 같으면 주차문제도 심각하니 대책이 필요하다. 주차대수를 늘리지 못하는 단지는 용적률을 늘리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리모델링을 선택하기도 한다. 

 

프레시안 : 뒤집으면, 주차장을 지하에 확보하려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최경호 : 그런데 지하를 팔 수 있으면 파더라도, 이것 역시 공짜가 아니다. 깊게 들어갈수록 지하수 때문에 생기는 부력이 커져서 건물을 밀어올린다. 잘못하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앵커로 붙들어 매어 고정하든가 펌프로 물을 퍼내야 한다. 그러면 공사비나 관리비가 비싸진다. 개별 단지에서야 그런 비용을 감수하겠다고 하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단지가 많아져서 스케일이 커지면 지하수의 수위나 흐름이 변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싱크홀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가. 

 

최경호 : 2018년에 지하안전법을 시행하고 지하안전평가를 수행하게 돼 있지만 아직 지하 상황을 제대로 다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다. 기반시설과 관련해서는 지하공간통합지도가 없는 곳도 아직도 많다. 거칠게 말하면, 어디를 파면 어디가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그냥 '깜깜이'로 공사하고, 싱크홀이 생기면 그때그때 메우는 식이다, 최근 5년간 경기도 내 발생한 싱크홀이 230개가 넘었다. 모 택지지구에는 면적이 100제곱미터가 넘고 깊이는 18미터나 되는 싱크홀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저기에 용적률을 다 올리고 지하를 다 파헤치겠다? 도박을 하는 것이다. 지하안전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과다 지정후에 지지부진하면 뉴타운의 악몽이 반복되는 것이고, 그대로 지어지면 과밀화의 문제, 지하안전의 문제 등이 심각해질 것 같다. 대안은 무엇인가? 

 

최경호 : 구체적인 것은 시행령에서 정해진다고 하니,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막상 특별정비구역 지정에 따른 특례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선도지구에서 늘어난 용적률은 이후 순환 정비과정에서 이주민을 받을 임대주택으로 쓰겠다고 하면, 생각보다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이번 발표에 경기도의 제안도 어느정도 반영되었다고 들었다. 

 

최경호 : 사실 노후 도심도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주변지역과의 형평성을 그나마 고민한 경기도가 제시한 것이라 들었다. 경기도의 제안 중에는 단계별 인허가 총량제를 도입하여, 자연스럽게 순차적으로 정비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도 있었다고 아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 국토부 안에는 빠졌다. 중앙에서 방침만 세우는 국토부나, 자기 지역을 먼저 챙길 수 밖에 없는 시장·군수가 아닌 ‘광역의 눈’으로 보는 경기도의 안목이 드러난 부분인데, 이후 이런 취지가 잘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부디 관계 당국에서 제반 문제들을 잘 검토해서 합리적인 순환 정비 로드맵을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법과 시행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이런 사례가 해외에는 없는가. 

 

최경호 : 한국은 단시일내에 대량 공급에 성공한 몇 안되는 경우다. 사실 분배측면이 좀 실패해서 그랬지, 이 정도 공급한 것도 세계사적으로 대단하긴 하다. 따라서 200만호 가까운 주택을 질서정연하게 순차 정비하는 과제도 인류사에서 유래가 없던 일이다. 거의 한 세기 만의 새로운 도전 과제이고, 기후위기 대응의 차원에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는 기회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하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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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와이운동 전통..'좌우 날개로 난다'

[신년인터뷰 ④]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2.21 18:08
  •  
  •  수정 2023.02.22 09:37
  •  
  •  댓글 0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을 지난 14일 전국연맹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만나 민주화운동, 시민사회, 진보단체, 종교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간 연대와 단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을 지난 14일 전국연맹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만나 민주화운동, 시민사회, 진보단체, 종교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간 연대와 단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달 초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로 규정한 1970년대 민주화운동 원로들의 '비상시국회의' 제안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분석, 미래 전망에 대한 고민이 새삼 깊어지고 있다.

기존 질서가 허물어진 가운데 새로운 국제관계는 신냉전과 다극화, 각자 도생의 특성을 보이며 변화하고 있지만 낡은 국제관계의 구심력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지배담론은 급격한 시대의 변화와는 동떨어진 맹목적인 냉전동맹과 반북 이데올로기를 심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로부터 경제위기와 민생파탄, 전쟁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불안이 발생한다.

정부가 표방하는 '법과 원칙에 의한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는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자 사회적 약자를 방치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반대의견을 눌러버리는 자의적 통치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들끓고 있다.

'정치개혁'에 실패한 대가는 엄중한 것이어서 대의 대표성을 상실한 기득권 양당체제의 고착화, 나아가 총체적 민주주의의 위기로 돌아왔다.

'10.29 이태원 참사', '퇴행적 공안통치', '반노동, 반시민 유사 파시즘', '미중패권이 격돌하는 한반도 대리전장화', '평화공존을 거부하는 전쟁추구'를 비롯해 벼랑끝에 메달린 이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위기가 숨가쁘지만, 피흘리지 않고 촛불항쟁의 정치적 결실을 가져간 169석의 제1야당은 민생과 민주주의, 평화가 도전받는 시기에도 자신들의 이권을 고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된 듯하다.

민주, 시민, 진보단체들은 당면한 현실의 엄중함에 대해 생각은 같이 하지만 쉽사리 함께 행동으로 옮기는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10월 29일부터 2017년 4월 29일까지 182일간 23차례의 범국민행동을 밝힌 1,700만의 촛불이 절박하게 외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한반도평화'의 과제가 무참히 흩날려진 지난 경험때문이리라.

'윤석열 검찰독재 반대의 기치아래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은 생각이 다르더라도 무조건 이 깃발아래 모여야 한다'는 비상시국회의 제안 원로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와 진보단체들은 쉽게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763개 시민·종교·평화·진보단체가 망라되어 발족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식장에서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전국연맹) 사무총장을 만나 이같은 현실에 대해 묻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경민 사무총장은 지난 2018년 6월부터 전국연맹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시민사회와 조직화된 진보대중운동의 경계를 부단히 넘나들며 한국사회의 미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대표적인 활동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85년부터 대구와이엠씨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사무총장 13년을 포함해 대구에서만 34년을 활동하고 전국연맹 사무총장으로 5년째 일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평생 직업은 '와이엠씨에이 간사'이다.

그가 만들어 왔고, 그의 지금을 만든 전국연맹이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다. 평생을 해 온 와이엠씨에이(이하 와이) 운동에 대해서는 "민족해방운동이라는 큰 틀에서 역할을 해왔고, 그 와중에 와이라는 공간내에서 좌우간 갈등으로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운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래서 '와이운동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것이 100년 와이의 굳건한 전통이라고 소개한다.

반독재투쟁이라는게 원래 주체로 보아서는 '국민연합'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시민사회나 진보세력, 종교, 나아가 제 정당까지 모여서 '반독재민주화 국민연합' 정도의 틀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한 선배들의 1970년대 민주화운동은 저평가되어 있고, 시민운동은 근원적으로 진보의 보완이어야 하며, 진보진영만의 진리가 아닌 진보성을 담지한 보편적 진리여야 한다는 언급도 '좌우합작이 민족해방운동 100년의 뿌리'라는 오랜 확신으로부터 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민주당은 너무 많은 반칙을 했고 민중의 성과를 수없이 독점적으로 취했다. 사람들이 윤석열정부의 행태를 못참고 나오긴 하지만 '로열티'가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잘해서 집권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못해도 자체적으로 집권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사회적 힘이 동원되고서야 간신히 집권을 하지 않았나"라고 하면서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춰줘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스스로와 우리 모두에게 아쉬운 점은 '우리 사회의 현상과 미래 과제에 대한 총체적 해석을 할 수 있는 이론적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긴 시간 말을 이어갔다.

장소를 바꿔가며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 중에도 수시로 전화가 울릴만큼 바쁜 일정이었지만 매사 성심성의로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소년같은 천진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입에서 담배가 떨어지지 않을만큼 '진정한 끽연가'를 자처하지만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한다.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일에 몰두하면 보름이고 한달이고 누워 잠을 자지 않을 만큼 끝장을 볼 정도로 강골이다. 그래도 미진한 일은 후배들을 다그치기 보다 놓쳤겠거니 하고 조용히 스스로 해버리는 스타일.

아래는 일문일답.

김경민 총장은 '와이운동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명제가 100년 와이운동사의 슬로건이라고 소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경민 총장은 '와이운동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명제가 100년 와이운동사의 슬로건이라고 소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와이운동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

□ 통일뉴스 :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으로 시민-민주-진보진영을 넘나들며 맹활약중이신데, 먼저 독자들을 위해 와이엠씨에(YMCA, 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운동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 김경민 사무총장 : YMCA는 처음에 1844년 영국 런던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기독청년들이고 노동청년들이었죠. 그게 이제 1855년도에 세계동맹을 만들었습니다. 그 다음에 한국은, 조금 이론이 있긴 하지만 1903년도에 황성기독교청년회가 생긴 거죠. 이게 현 서울YMCA입니다. 황성기독교청년회는 독립협회가 해산되면서 독립협회 운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서대문 형무소에 구속됐다가 국가의 국체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를 갖고 의논을 하다가 와이엠씨에를 만들자는 결정을 합니다. 그때는 국권수호투쟁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으니까요. 중요한 사람들로는 고려공산당(상해파)를 이끌었던 이동휘이라던가, 이상재, 윤치호, 이승만, 남궁억 같은 분들이 있죠. 이런 독립운동가들이 중심이 되어서 와이를 만들었고. 사실은 지금 우리도 역사를 정리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1895년에 협성회가 생겼어요.  

미션스쿨인 배재학당에 만들어진 서클이었는데 이게 와이의 전신이 아니냐, 원래 어소시에이션이라는 번역어가 협성회다라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그리고 이 협성회가 만민공동회를 개최했잖아요. 이렇게 한국와이엠씨에이는 당시에 세계적으로도 조금 유별나게 운동중심적인 전통을 가지고 탄생을 한 거죠. 학생운동의 정신이나 시 청년회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나 모두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 신민회 같은 곳에도 와이멤버들이 많이 관여를 했었고, 그 다음 1914년도에 '조선기독교청년회연합회'라는 명칭으로 연맹이 생겼죠. 여기에 와이 멤버들이 굉장히 많이 관여를 했어요. 그러니까 내년 2014년이 한국YMCA전국연맹 110주년이에요.

이후 대구, 평양, 함흥같은 곳에도 지회들이 쭉 생겼고요, 와이가 아무래도 민족독립운동에 깊게 관여를 해왔잖아요. 3.1운동 34명중 7명이 와이에서 굉장히 활동을 열심히 한 멤버들이고, 3.1운동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 여운형도 이상재 선생의 밀서를 가지고 학생와이 대표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기독학생대회에 참여를 했어요. 여운형은 이상재 선생이 제일 아꼈던 애제자이기도 했죠.

그렇게 와이운동의 역사안에는 좌우가 항상 같이 움직이는 전통이 많습니다. 신간회 의장이 조선일보 4대 사장이었던 이상재 선생인데 그 당시 와이를 대표하는 지도자였거든요.

이후 와이는 70, 80년대를 쭉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는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아무튼 운동사 안에서 와이는 교육운동이라든가, 풀뿌리 차원에서 다양한 농민운동을 벌이는 등 현장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운동들을 굉장히 넓게 펼쳐 온거죠.

그리고 2.8독립선언도 재일본 한국와이에서 했어요. 나름대로 와이는 민족해방운동이라는 큰 틀에서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고, 또 그 와중에 와이라는 운동공간안에서 좌우간 갈등으로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운 그런 사례는 거의 없어요.  

거의 다 같이 이렇게 통합해서 운동을 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대구와이 사무총장을 했는데, 신간회가 제일 오랫동안 있었던 곳이 대구거든요.

1927년부터 시작한 신간회가 1935년에 제일 마지막으로 해소된 곳이 대구입니다. 아무튼 그런 전통이 가장 세게 남아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에도 와이를 대표하는 어른이 계시고, 와이와 관련된 좌파운동 리더들이 현장과 실무를 맡는 이런 시스템으로 가 있더라구요. 굉장히 전형적인 경우에요.

좌우가 멱살잡고 싸우는 건 본적이 없어요. 와이운동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어요.

20년 이후에는 좌우가 굉장히 극렬하게 대립했거든요. 이건 역사적으로 충분히 정리는 안됐지만, 당시 '적극신앙단'(30년대 전반 기독교 개혁운동을 표방하면서 독립인재 양성응ㄹ 목적으로 설립)운동이라고 해서 농민운동같은 걸 열심히 했던 이대위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분이 와이운동에서는 기독교 사회주의자라고 되어 있는데, 이대위와 박헌영이 굉장히 친한 사이라는 거죠. 박헌영이 북에서 사형당한 사유중에 와이 경력이 있어요.

그래서 이대위와 박헌영의 협의에 따라 신간회가 만들어진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얘긴 역사적 근거는 없어요. 하여튼 이래서 'YMCA는 좌우의 날개로 간다'는 것이 그냥 우리 안에 있는 하나의 슬로건이 되어 있죠.


□ 네, 대단하군요. 독립운동 과정에서 좌우는 늘 대립하고 갈등이 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 꼭 그렇게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일부 그렇게 서술한 시각이 있기도 하겠지만 당시의 운동을 다시 잘 구성해서 보면 꼭 그렇진 않을 거에요. 조선시대는 당파갈등, 민족해방 당시에는 이념투쟁이라는 식으로 계속 분열하는 한국사를 서술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너무나 많은 다른 사실들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 유독 와이운동에서 이런 전통이 오랫동안 축적될 수 있었던 비결같은 것 무엇이었을까요.

■ 유럽만해도 그렇지 않은데, 한국 와이는 에큐메니컬 기독교운동의 전통이 있어요. 교단이나 뭐 이런 거 안따집니다. 가톨릭이나 정교회 같은 것도 다 크리스찬으로 인정합니다. 그래서 에큐매니컬 전통을 조금만 확대하면 민주화운동, 사회주의 운동 다 합쳐서 다 모든 선한 세력이 일하는 걸로 개념이 확대되고, 모든 선한 세력과는 연대하는 이런 개념으로 넓혀져 왔던 것 아닐까 싶네요.

 
□ 와이 운동을 하시던 분들중에 에큐매니컬 전통이라는 것과 조금 상반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무장투쟁의 길로 나가신 분들도 계시나요.

■ 무장투쟁도 많았겠죠. 원래 무장투쟁론은 사실은 영남쪽이 주류였잖아요. 이회영 선생도 계시지만 안동쪽에 있던 이상룡 등이 신흥무관학교를 만들고 한 건데... 제가 보기에는 노선상으로 국내 와이운동에 개량주의 운동이라는 개념은 없었어요. 영남쪽에서 와이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3.1운동이 좌절한 이후 광복군에 들어가거나 광복군을 모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남쪽은 기본적으로 무력항쟁 노선이 주류 노선이었어요. 그래서 국내에서는 노동운동과도 결합하고 계몽운동도 하고 그랬는데, 3.1운동이 큰 좌절로 다가오니까 와이운동하던 사람들 중에 광복군을 모아가지고 신흥무관학교로 보내거나 군자금 모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노선상 와이운동은 무력항쟁 노선과 결을 달리한 건 아니구요. 제가 알기로는 내부에서도 무력항쟁노선이 전혀 특이한 일이 아니었어요. 당시에도 무장투쟁은 당연히 받아들였다는 거죠.

이동휘 선생이 와이 멤버였는데, 이분이 원래 만주에서 개척교회를 마흔개나 만든 전도사였어요. 그러다가 레닌을 만나면서 고려공산당이 되는 거잖아요. 이 분들 사이에는 소위 말하는 '비폭력투쟁' 같은 개념은 없었어요. 대표적인 게 명동학교잖아요. 명동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신흥무관학교와 얼마나 깊게 관련이 있습니까. 와이 활동하는 사람중에 명동학교나 만주쪽 무장투쟁세력과 내면적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예를들어 이상재가 이동휘를 만나는 것도 여운형을 매개로 해서 국경에서 만나거든요.

제 생각엔 문제가 되는 건 자치파죠. 이승만류의 자치파 흐름이 와이 안에도 있었지만 이게 주류는 아니었고 와이 운동의 중심에는 민족주의 전통과 사회주의 지향이 있었어요. 

이야기가 좀 길어지긴 하는데, 그럼 이런 전통이 어떻게 기교와 연결되느냐는 거죠. 대구 경북고등학교의 전신인 대구교보는 당시 굉장히 과격한 운동의 중심이었어요, 
그런데 그럼 이게 기독교와 어떻게 연결되느냐하면, 대구에 보면 경고등학교 전신인 대구고보 이런 데가 이렇게 굉장히 과격한 운동의 중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은 미션스쿨인 계성학교가 그 중심이었어요.

이 학교의 교사가 3.1운동 대구 대표였구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인 김단야도 계성학교 출신이에요. 고려공산당 청년위원장을 했던 신철, 남로당 군사총책이었던 이재복 같은 사람들이 계성학교를 다녔습니다. 이재복은 박정희를 남로당 당원으로 추천한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들이 다 크리스챤들이었어요.

이재복은 10.1항쟁의 주축이잖아요. 대구 인민당 간부인 최문식과 이재복이 10.1항쟁의 중심인물인데, 이재복은 효시됐고 최문식은 한국전쟁 발발 이후 국군이 퇴거할 때 서울구치소에서 사살됐죠. 최문식은 해방전에 일곱번이나 투옥된 굉장한 투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남로당이었던 흔적은 못찾았고 여운형계인 인민당이었더라구요. 와이 내부에는 인민당계, 남로당계, 조선공산당계가 많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회주의는 뭐 기본적으로 무력투쟁이잖아요.

그래서 무력투쟁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이 최소한 일제하 와이엠씨에이 운동때는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애요.

 

지난 14일 763개 시민·종교·평화·진보단체가 망라되어 발족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식장에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14일 763개 시민·종교·평화·진보단체가 망라되어 발족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식장에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와이 운동이 한결같이 지켜온 '민족해방의 과제'


□ 흥미로운데,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말씀 듣겠습니다.

■ 이게 다에요. 여기까지는 팩트가 확인된거고 최근에는 하여튼 그런 자료들이 계속 공개되고 있으니까요. 


□ 이렇게 와이 운동의 역사나 전통이 그동안 큰 굴절없이 쭉 이어져 온 것으로 보면 되겠군요.

■ 그렇진 않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와이 내부의 중심 계보는 학도병으로 참여했던 사람들과 보수기독교 중심으로 계보가 살아남습니다. 또 이승만이 와이 활동을 했으니까 시 청년회가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었고. 물론 학생 화이는 좀 다르죠.

제가 보기엔 그러다가 1960년대 중반부터 운동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으로 가고, 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깊게 관여를 하죠.

대개 지금의 시민운동을 경실련에서 주창했다고 알고 있는데, 시민운동이라는 걸 주창한 건 와이에요.

와이에서 시민운동을 주창하고 그 운동을 추진하려고 하다보니까 와이로는 의결구조가 복잡해서 힘들고 거추장스러운게 많다보니까 와이에 있는 리더십들이 다른 사회 엘리트들과 함께 경실련을 창립하게 된 거에요.


□ 주로 대구 와이에서 활동하신 거죠.

■ 그렇죠. 대구 경실련 창립에도 관여했어요. 원래는 1985년도에 대구로 내려갔는데 5년간 자원봉사를 하다가 1990년도에 간사를 했어요. 그러다 대구 와이 사무총장 13년을 포함해 다 합쳐 34년간 대구에서 활동했죠. 직업이 딱 말하는거죠. 와이엠씨에이 간사.


□ 그러고는 서울에 올라오신 게 2018년이군요.

■ 네. 2018년 6월 9일부터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는거죠.


□ 와이에서는 사무총장이 최고 결정권자인가요.

■ 실무자로는 최고위 자리이고 이사회의 이사장이 있어요. 우리는 미국식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나 와이는 사무총장이 사실은 대표에요. 총무라고도 하는데 NCCK에도 이홍정 총무말고 이사회 의장이 있거든요. 그런데 총무가 대표하잖아요. 와이도 그래요. 유엔에도 의장이 있지만 사무총장이 대표하잖아요. 대륙형 조직이라고도 하는 것 같애요. 우리도 사실은 법적으로는 이사장이 대표이신데, 관행과 운영전통에 따라서 대외적으로 사무총장이 와이를 대표하고 사무는 모든 인사권 전권을 가진 사무총장이 총괄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사무총장 인사권은 이사회가 갖고 있어요. 


□ 사무총장 임기가 따로 있나요.

■ 임기를 정해줘요. 보통 4년이에요. 4년동안 계속 신임을 묻는 경우도 있고, 4년에 한번 신임을 묻고 난 후 중임하면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중임하면 끝입니다. 제 경우는 2018년부터 2022년 6월까지 한번 했고 두번째 임기를 조금 지났으니까 3년 6월 정도 남았네요. 그렇지만 임기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다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와이는 레짐이라는 것이 있어서 누가 사무총장이냐, 이사냐 하는 것보다도 선배로부터 시작한 넓은 체제가 있기 때문에 그 중에 일부라고 봐야죠. 내가 혼자 잘나서 연맹 사무총장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다양한 레짐들의 합의와 조정과 투쟁을 통해서 결정되는 거니까요.


□ 전임자들은 어떤 분들이셨나요.

■ 전임은 이충재라는 분이었는데, 뇌출혈때문에 좀 짧게 했고 그 앞이 남부원 총장이셨는데 이분은 지금 아시아태평양 와이엠씨에이 사무총장으로 가셨어요. 두 분다 4년씩 하셨죠. 그 앞이 이학영 선배가 연임으로 사무총장을 하셨죠.


□ 대구에서 하셨던 일에 대해 말씀 좀 해주십시오.
 
■ 제일 대표적인 일이라면 페놀오염수 사건 당시에 시민단체 대책회의 사무국장을 했어요. 또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사무국장, 신남네거리 지하철붕괴사고 진상조사위원장, 중앙로역 화재참사 진상조사위원장 등 뭐 이런 일을 했고. 그 다음에 하나는 마을만들기, 담장허물기를 했죠.

 
□ 마을만들기, 담장허물기가 전국적으로 반향이 컸었죠.

■ 그게요. 참. 버스 요금투쟁을 했는데 2년을 싸워서 10원을 내렸어요. 그 와중에 보수조합 이사장의 비자금 노트가 어떻게 발견이 됐는데, 그것때문에 공무원 두분이 자살을 했어요. 그때 조금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흐름을 바꾼게 그 일이에요.

 
□ 매우 독특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YMCA운동의 특징이라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 와이엠씨에이는 하여튼 민족운동의 역사 안에 있는데 좌우가 굉장히 통합적으로 움직이는 역사적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기독교와의 관계에서 그런 역사적 경험과 구별되는 주체성에 대한 굉장히 강한 강조가 있어요. 반면 회원 규정은 무한 개방이에요. 인종, 나이, 종교, 국적, 성을 가리지 않고 가입할 수 있습니다. 아직 섹슈얼 오리엔테이션, 성적 취향이 어떻든 회원이 될 수 있다는 규정은 못넣었어요. 그렇지만 지금도 성적 취향과 관계없이 다 회원으로 받습니다.

그러니까 기독교 주체성에 대한 엄청난 강조도 있지만 또 이렇게 완전한 개방성을 갖고 있는 이 두가지가 와이엠씨에이를 운영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 와이 운동사에 대해 공부를 하려면 어떤 자료가 있을까요.

■ 송건호 선생님이 쓴 YMCA80년사가 있습니다. 와이 멤버쉽은 아니셨는데, 반민족사전 편찬하셨던 윤경로 교수님도 와이에서부터 운동을 시작하신 중요한 분이고 이번에도 한국YMCA전국연맹 백년사 공동편찬위원장이 되실거에요. 신용하 교수님이나 이만열 교수님도 와이 운동에 대해서 관심이 많죠.

특히 이만열 교수님은 한국 근대와 민족해방운동에서 기독교가 가졌던 종교적 역할외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아주 초기에 연구를 하신 분이잖아요.

의외로 동학쪽 자료가 기독교와 굉장히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동학에서는 기본적으로 기독교가 나쁜 건 아닌데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안그렇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사상적 문맥이나 형식적 문맥에서 동학이나 기독교가 상당히 공유하는 점이 있는데 내용에서 그 실질을 가지지 못했다라고 하는 게 동학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 와이도 1976년도에 한번 '목적물'이 만들어졌어요. 그 목적물에 따른 와이 운동의 과제가 세 개에요.
 
첫 번째가 '민중의 복지 향상',  그 다음이 '민족의 통일', '새 문화 창조' 이렇게 세가지거든요.

그 다음에 '청년들 속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사실은 와이엠씨에이 운동의 목적 안에 민족 통일이나 이런 게 이제 정확하게 명기돼 있는데 이걸 전문에는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는 문제를 두고 동학농민전쟁과 3.1운동 정신을 넣자, 말자는 논쟁이 있어요.

지난 2014년 개정 목적물에는 못 들어갔어요. 저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삶을 따라' 그 다음에 '동학농민전쟁과 3.1 운동의 민중의 전통을 계승하여...' 이렇게 들어가야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요. 아직 넣지는 못했는데 와이 운동 사가들은 동학농민전쟁과 3.1운동은 무조건 와이 운동의 정신사안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죠. 


□ 처음에 어떻게 와이 운동을 하게 되신 건가요.

■ 난 '스카'(SCA) 잖아요. 연세대학교 '스카'는 원래 대학 와이에요. 내가 69기거든요. 1969년도에 서울대에서 주로 안병무 교수를 중심으로 활동한 SCM 계열, 연세대는 대학 와이, 대학YWCA가 있었는데, 이 세 흐름을 합쳐서 통일된 기독학생조직을 만들자고 해서 이름을 다 SCA로 다 바꾸기로 한거에요. 그러니까 연세대 대학 와이도 SCA로 바뀌게 된 거고, 그 전신은 대학 와이였죠.

연희전문이 생기면서 대학 와이가 생긴거고 제가 1981년도 연세대 철학과에 입학하면서 가입한 SCA는 역사적으로 연희전문 시절부터 계승하다보니까 SCA 69기가 되는 거에요. 연세대에서는 제일 오래된 학생 서클이 SCA일거에요. 그 다음이 목하회.


□ 대학 와이 운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변함없이 평생 해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 저는 크리스챤이었으니까 기독교에 대한 질문이 깊었던 거죠. 모태신앙으로 시작한 크리스챤의 입장에서 보면 '유물론자', '사탄'이고, 유물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관념론자'인 그런 자기 분열이 있었잖아요.

운동에서도 그렇죠. 기독교라는게 부르조아 운동인데, 이런 부분을 정리하고 싶었죠. 그래서 난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는 기독교 신앙의 골간을 공개적으로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

예를들어 종교개혁을 놓고보면, 종교개혁 우파인 마틴 루터의 슬로건은 '내면의 왕국은 사제에게, 세속의 왕국은 제후가'라는 거에요.

쉽게 말하면 정신과 육체를 별개의 것으로 본 정물이원론(精物二原論)이죠.

루터에게 실망감을 느껴 농민들의 편에서 독일농민전쟁을 주도한 토마스 뮌처(Tomas Muntzer)나 츠빙글리(Zwingli), 후스(Hus)같은 사람도 있어요.

농민이단전통에 있던 사람들인데, 이들은 그냥 쿨합니다. "아담이 밭갈고 이브가 베짤때 영주가 어디 있었느냐"는 입장이거든요.

'교회없는 혁명'(Revolution without church) 노선인 거죠. 교회를 개혁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세계를 혁명한다는 것이죠.

유럽에는 그런 전통이 굉장히 강하게 있어요. 한국에서는 기독교를 이해하는 폭이 아주 협소하니까 루터 계보의 프로테스탄티즘만 갖고 온 거고 좌파 전통이나 소정파 전통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저에게는 '기독교는 사회 역사적으로 무엇이냐' 것이 평생의 질문이었어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YMCA전국연맹 건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YMCA전국연맹 건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진보운동, 세계를 읽은 이론의 혁신과 세공 아쉬워 

이후에도 김 총장은 '헤겔로 라캉을 읽고 라캉으로 헤겔을 읽어 변증법적 유물론을 새로 정리하려는 철학사'의 흐름에 대해서 꽤 긴 시간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냥 진리여야지, 좌파의 진리여서는 안되지 않느냐는 것', '유물 변증법을 진리의 체계에서 해석하려면 세계를 재인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의 발로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운동이 만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은 이론의 좌절'이라는 상황에 직면해 '우리 사회운동이 어떤 이론적인 기반을 가지고 어떤 세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있다'는 자성이 깔려있는 셈이다.

그래서 요구하는 바는 "우리는 한반도 문제와 동아시아 평화문제, 작게는 남한의 사회혁신에 대해 지금 어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으로부터 하나의 답을 찾고 거기서 다시 질문을 뽑아내어 앞으로 밀고 나가는 방식이다. 

"전술적 상상력과 그 적용을 넘어서는 다양한 분야 고유의 영역별 행위들이 통합되는 지점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는 것, 다시 말하면 "보편적 방향을 지향하는 것으로 각 영역들과 부분을 통합해 나가는 통일적 사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그가 보기에 다소 교조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80년대에 빛나는 성과를 거둔 집단도 있었다. 그런 전통을 지금도 유지하는 진보운동단체들은 지금 자기 이론을 좀 더 혁신하고 세공할 필요가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기존 시민운동은 "이론적인 틀을 세우다 중간에 멈춰버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헤겔의 보편과 특수 검증을 예로 들어 "각 영역과 보편이라는 게 어떻게 서로 물리고 또 나눠지는가를 고민하는 사유의 틀을 통해서 우리 운동을 새롭게 조정하는 일, 각 영역의 주동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보편적인 운동적 의지 안으로 통합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하지 않나"라고 문제제기했다.

'시민운동의 분절'이라는 뼈 아픈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 아주 철학적인 고민부터 이야기해 주셨는데, 이력을 보니 철학과 출신이시네요. 

■ 운동이 무엇이며, 기독교가 무엇인지를 가지고 고민한거죠. 그걸 그래도 한 40년 했으니까.(웃음) 아무튼 운동적으로는 그런 약간의 좌절이 있는 것 같애요.

지금도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어디로 가야 된다라는 주장을 해도 논리적인 기반과 근거가 없거든요. 그저 현상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지금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가자는, 현상에서 현상으로 이동하고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여러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애요.

지금 우리나라의 좌파 교수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닌데 이론적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닌데 이 분들의 문제는 뭐냐하면 실천하고 완전히 유리돼 있잖아요.

스터디도 깊게 하는데 자기들끼리 하니까 한국 사회의 문맥과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해서는 이분들도 이야기를 못하는 거애요.

 
□ 그동안 주목할 만한 단서라도 발견한게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 저는 지금 한국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사회운동의 종합적인 분석을 해낼만한 이론가가 없다고 봅니다. 교수들이 하는 이야기는 진짜 아무 것도 모르고 하는 거애요. 비정부기구(NGO)라는 틀에서 분석하는 게 운동체인데, 그게 어떤 면에서는 전위정당의 내적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외적 형식은 갖추지 못한 거잖아요.

그런데 어쨌든 전위정당의 역동성없이 움직이지 않고 사회운동이 승리할 수는 없죠. 우리 사회의 정치구조나 여러가지 현실 때문에 전위정당의 내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적형식을 전위정당으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민주당이나 일부 진보당이든 정의당에서 그런 정치적 실험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운동의 기원과 연속성을 계속해서 놓치잖아요. 이론적고 개념적인 견고함이 없으니까 그런 거에요.

정의당의 경우 매우 아쉬운데, 지금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 탐색은 하지 않고 각론과 정책 토론만 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건 경실련같은 초기 시민운동이 한국사회운동에 남긴 커다란 기여이면서 동시에 폐해에요.

운동에서 정책적 합리성을 제안한 정당함은 있지만 사실은 시민들이나 민중들의 사회적 발언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크게 작용했다는 거죠.

 
□ 와이의 제안이라면 어떤 내용일까요.

■ 우리가 최소한 시민운동이라는 걸 제안할 때는 나름대로 기독교 사회운동의 보편적 형식, 시민운동을 제안하는데, 영어로는 '피플스 파워링'(People's Powering)으로 정리했습니다.

'인민 주체'라는 건데, 피플이라는 영어를 인민으로 번역하는데 한계가 있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과학의 왜곡은 정말 심각하죠.

와이는 세계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열려 있잖아요. 동구권의 붕괴 이전에 그런 사실을 이미 폭넓게 감지하면서 민주주의적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운동 기조가 나와야 된다고 하면서 시민운동을 한번 제안하자고 했던 건데, 그때도 결국은 맥락에서는 민중운동을 함께 하자는 것이고 이름을 '피플스 파워링'으로 한 것이죠.

우리가 투쟁을 할때 그 안에 담겨있는 진실을 어떻게 사회에, 제도로 담을 것이냐는 고민을 하지만 실제로 다 담지는 못하죠. 그건 일종의 잉여로 남아서 계속 운동적 동력으로 회수되어야 하거든요.

저는 시민운동이 당분간 자기의 내용을 좀 더 분명하게 규명하기 위해 독자적인 경로를 갖겠다는 생각은 맞지만 기존 기층운동, 진보운동의 안티테제로 스스로를 성립시킨 것은 진짜 큰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진보운동이 담지 못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걸 사회적 실험으로 해서 그 다음에 합류하자고 할 수는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고 안티테제로 성립시키면 이게 다 큰틀에서 분열이 되는 거죠.

진보운동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좀더 풍성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계속 통합적으로 가야된다는 지향이 와이 운동 내부에서 흔들렸던 적은 한번도 없어요.
 
서울에 와서 진보쪽에 자꾸 가니까 시민쪽에서 조금 문제제기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지역에서는 어차피 다 같이 합니다. 시민의 삶의 양식이 노동자인데 시민과 노동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거죠.

직장에 가면 노동자고 집에 돌아오거나 공론장에 참여하면 시민인데, 그게 어떻게 다릅니까. 똑같은 주체죠. 시민과 진보가 혹은 시민과 민중이 따로 가야된다는 건 조금 스타일이 조금 다르고 뭐 그런 것 아니겠어요.

궁극적으로 이론적 지평이 다르거나 민주주의 원론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반독재투쟁의 성격은 '국민연합전선'으로 구체화될 것

□ 주로 대구에서 오래 활동하던 경험으로 비추어보더라도 시민과 민중, 시민과 진보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 벽이 있는 것 같은 부분이 일부 있었지만 그래도 촛불같은 것들이 다 같이 해왔잖아요. 제가 보기에 큰 국면에서는 항상 연대의 원칙을 잘 만들어 왔고 그래서 역사적으로 큰 고비를 같이 넘어온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미시적이거나 세밀한 영역에서 의견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서 생긴 골들이 있긴 했다는 정도로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애요.

각자의 스타일로 운동을 해 가더라도 큰 틀에서는 서로 공동행동과 공동의 지향점을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되잖아요. 예를들어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같은 건 공동 행동의 지향점을 다 공유한 거잖아요.

지난번 코로나비상시국대책위원회때에도 전국민중행동과 한국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같이 만들었잖아요. 그때도 시민운동 일각에서 따로 만들려는 논의가 있었지만 저는 반대했습니다.

그게 국민전선은 아니더라도 넓은 의미의 시민전선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민단체 일부가 그냥 만드는 것 보다는 진보와 시민이 같이 의논해서 틀을 짜자고 한거죠. 행동에 한계는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같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영역하고 이번 이태원 참가같은 경우에도 부드럽게 서로 잘 되더라구요. 큰틀에서는 시민과 민중이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상호존중하면서 다른 건 다른대로, 같은 건 같은대로 해서 기조를 함께 잘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서로 함께 행동하는게 최종 목표는 아니고, 한국사회의 미래비전을 위해서 훨씬 더 깊게 연대할 필요가 있죠.

결국 핵심은 정치권력, 특히 민주당과의 문제겠죠. 촛불이 이룬 성과를 민주당이 5년만에 다 뺏기고 정치개혁 요구는 위성정당으로 훼손하는 이런 정치적 문제를 만나고 있잖아요.

한국의 정치공간이 절대적 공존체계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걸 깨뜨리기 위해서 정치생태계의 다원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세워 정치개혁공동행동을 하려고 했는데, 민주당이 결국 이걸 위성정당이라는 형태로 완전히 죽쑤어버렸잖아요.


□ 결국 정치개혁과 맞닥드리게 되는데요, 조금 더 말씀해 주시죠.

■ 문재인 정부는 정치개혁한게 하나도 없어요. 다른 말로 문재인도 이렇게 역사의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정치개혁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였고 다른 말로 하면 이런 정치개혁이야말로 촛불의 명령이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500여개의 단체가 모여서 정치개혁공동행동을 만들었는데 그 성과를 이렇게 말아 먹는 법이 있느냐라는 거죠. 
지금 민생 문제와 함께 우리가 만나고 있는 제일 중요한 게 정치개혁의 문제인 거죠. 그 다음이 지금부터의 고민이죠.


□ 이달 초에 70년대 민주화원로들이 '검찰독재, 민생파탄, 전쟁위기에 맞서는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셨는데, 다소 이견도 노출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 저는 80년대 학번이지만 70년대에 사실은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이 동시에 성장했고 종교운동도 아주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70년대 운동사가 저평가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70년대 선배들이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분들이 지금 윤석열 정권을 놓고 검찰독재로 규정했거든요. 그런 규정에 대해서는 면밀히 따져봐야 겠지만 저도 검찰독재로 규정할만한 여러가지 조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문제가 이렇게 하나 딱 생긴 거고, 또 민생문제가 있죠. 그 다음에 평화 문제가 있고 기후문제는 여전히 실종입니다. 기후 문제는 실종이고. 이렇게 네가지 프레임에서 보면 큰틀에서 유능한 독재는 아닌 것 같고 무능한 독재 같애요.

어디와도 소통하지 않고 실정법도 이렇게 편안하게(?) 편법으로 넘어서서 온갖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독재라고 규정할만한 여지가 충분하죠.

그렇게 되면 반독재투쟁이라는게 원래 국민연합으로 하는 것 아닙니까.

국민연합 투쟁을 하는 거에 대한 요청이 지금 이미 있다고 하면서 독재정권 타도 입장을 제안하신 거 잖아요. 

또 퇴진 촛불이 있죠. 시민사회 등에서 제일 우려하는 건 결국 '위성정당 버전 2'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요.

이게 당을 만들고 뭐 하다가 선거법과 적절히 타협하면 다시 위성정당 버전 2'가 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평가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퇴진 촛불도 대단하죠. 불을 지폈고 어쨌든 헌신적이잖아요. 반면에 민주당을 끌어들여서 저렇게 하는게 또 '조국' 유령을 만드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요.

동의는 하면서도 선명하거나 분명하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있는 상태 같애요. 잘 품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이론이 없지만 반면 어떻게 품을 것이냐,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는 민주당과 어떻게 관계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있죠.

퇴진 촛불이 지금까지 계속되는 민주당의 비민주적 행동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문제의식인 셈이에요. 그렇지만 그것도 조율될 수 있을 것이고 어쨌든 합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세력은 세곳이 더 있습니다.

시민, 민중, 그 다음 종교가 있죠. 또 반독재투쟁을 하려면 제 정당을 합류시켜야 하거든요. 이 투쟁을 해가면서 반독재투쟁인지에 대해서는 개념 규정이 선명해 질 거에요.

그럼 제 정당과 연대하는 거냐, 아니냐의 문제가 밝혀질건데 지금 분위기로 보아서는 연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당, 정의당은 늘 같이 하니까 그건 문제가 없을텐데, 민주당은 중요하니까 들어왔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고민이죠. 딱히 해줄 거라는 기대는 없지만 민주당은 어쨌든 진보정치를 위한 공간을 내놔야 한다고 봅니다. 진보정치가 받는 지지에 비해 지금 의석이 너무 적잖아요.

민주당도 아쉬운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비용지불없이 그저 '우리 아파요. 도와주세요'라고만 하면 우리는 몸대줘야 하는 방식보다는 최소한의 약속은 하면서 서로 연대하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죠.

그게 연대의 조건은 아니지만 민주당도 의미있게 결합하면 좋겠습니다.

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노총같은 곳에서는 꼭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어요.

민주노총은 결국 윤석열정부 주요 국정과제중 하나가 노동개혁인데, 이게 민주노총 때리기잖아요. 혼자 싸워서는 안되겠죠. 한품에서 싸우길 바랍니다. MBC도 언론노조하고만 연대해서 싸우고 그럴 사안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늘(2월 14일)도 이야기가 있었지만 통일문제에서 제 정당을 빨리 합류시키는 건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우려는 매우 깊었다.
민주당에 대한 우려는 매우 깊었다. 김 총장은 "민주당이 잘해서 집권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못해도 자체적으로 집권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사회적 힘이 동원되고서야 간신히 집권을 하지 않았나"라고 하면서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춰줘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당, 협치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남겨줘야


□ 이제 시작단계이고 조정할 여지가 남아있어서 그런지 말씀을 들어도 여전히 아리송하네요.

■ 지금 비상시국회의는 전국 조직을 만들고 있고 퇴진 촛불과 연합하는 흐름이 없는 건 아니죠. 본 진영과 만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데, 그건 뭐 순서가 꼭 논리적으로 되는 법은 없으니까요. 시민사회나 진보세력도 큰틀에서 이렇게 보여서 반독재민주화 국민연합 정도의 틀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시민사회쪽에서는 민주당으로 결실이 넘어가는데 대한 견제같은 게 있죠.

민주당은 최소한 그 전에 정치개혁 요구를 배신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의 의지를 확인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 민주당에 몸대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많으니까요.


□ 조직된 단체들에서는 훨씬 강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 운동이 좀 상설적인 수준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도 중요한 요구로 전면에 내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 결국 이런 다양한 움직임들이 수렴점이 있겠죠. 그냥 각자 알아서 자연스럽게 갈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그렇다고 갑자기 모여야 된다는 것도 아닌 것 같애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운동의 내적인 동력이 반독재투쟁이라는 기조안으로 모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모이도록 전선을 국민전선의 양상으로 전망을 넓게 펼쳐 놓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제안을 해 봅니다.

또 다른 한축으로는 내년 4월 총선이 있잖습니까.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과정도 그렇고 민주당 사정도 만만치 않아보이잖아요. 

이런 과정도 잘 살펴봐야겠지만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나 비상시국회의가 제안한 '민주주의 민생 국민연합'과 같은 시민적 저항의 흐름들이 총선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낼 겁니다.

직접적인 정치현안은 아니더라도 큰틀에서 기저를 만드는 흐름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공안정국이라든지, 야당 당대표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와 같은 변수들이 섞여 혼돈중이지만 큰틀에서는 많이 기울었다고 판단합니다.


□ 일각에서는 2017년 박근혜 퇴진 촛불행동의 정치적 성과를 민주당이 거져 가게된데 대한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무조건 단결'하자는 주장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런 지적은 받아야 하는데, 사실은 당시의 촛불행동이 시민적 요구에 운동단체들의 리더들이 합류한 거잖아요. 전체적인 형국을 보면.

시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읽어내고 담아내서 집회를 이끌어 갔던 것인데, 당시에는 정파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점에서 굉장히 주의깊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퇴진촛불이 가지는 하나의 성과거든요.

반면에 그 동력을 탄핵과 함께 해소해버린 것이 옳았는가 하는 문제는 상당히 오랫동안 토론해야 할 것 같아요. 당시에도 그런 토론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고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다양한 직업적 지향과 사회적 관심을 갖고 있던 촛불광장의 촛불들이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결합되었던 거잖아요.

그런 다양한 주체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서 퇴진으로 끌고 간 건 굉장히 세련되고 성숙한 리더십이라고 평가합니다. 이걸 당적 체계와 전략적 기능을 가지고 역할을 분담해서 하기에는 현장조직에 가까운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촛불 해소이후에 그 운동을 주도했던 주체들이 새로운 사회적 전망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좀 더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방향 탐색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초동 검찰청 앞 촛불이나 지금 퇴진 촛불은 오히려 정파적 색채없이 사람들의 요구를 객관화하고 정치적 편향을 최소화하고 자기 절제가 필요한 측면에서 취약한 것이 사실이죠. 

지금 시민단체나 조직된 대중단체들이 쉽게 합류하지 않는 것도 광우병 촛불때처럼 한번에 다 나와서 밀리니까 다시 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경험도 작용했겠지요. 전략적인 판단을 가지고 결정적인 시기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또 중요한게 민주당의 문제인데, 그동안 민주당은 너무 많은 반칙을 했고 민중의 성과를 수없이 독점적으로 취했어요. 사람들이 윤석열정부의 행태를 못참고 나오긴 하지만 '로열티'가 떨어지는 이유에요.

민주당은 자기들이 잘해서 집권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못해도 자체적으로 집권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사회적 힘이 동원되고서야 간신히 집권을 하지 않았어요.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춰줘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죠.


□ 그동안 여러 성취도 있고 아쉬움도 있었을텐데, 특히 남북관계 관련 관심사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 최근에는 아시아태평양와이엠씨에 총회유치가 가장 보람이 있어요. 한반도 평화문제는 특히 국제사회와 로컬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돼요. 이제 우리가 글로벌운동을 할 수 있는 넓은 표면 하나를 한국에 유치했다는 것이 아주 좋았어요.

작년부터 계속 추진하고 있는 세계YMCA 평양연락사무소 설치가 큰 관심사죠.

세계YMCA 평양연락사무소를 만들어야 우리가 평양당국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의미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 거죠. 

그건 세계YMCA 결의사항이고 가장 큰 미국YMCA도 이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 와이는 상근 직원만 110만명이 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로컬 조직이고 미국내에서는 노조보다 영향력이 센 강력한 시민사회입니다. 

우리 희망은 세계시민사회와 평양당국이 서로 연대해서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기후협력 활성화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에서 협력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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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 신조어 만든 尹에 “도 넘은 노조 때리기” “악마화”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3.02.22 07:30
  •  
  •  댓글 3 
  •  

[아침신문 솎아보기] 환노위 ‘노란봉투법’ 통과에 조선 “尹 거부권 행사할 수밖에”

사실혼 동성부부 배우자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사회보장제도 권리 첫 인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 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며 “건설 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건설 현장의 폭력 행위를 ‘건폭’이라고 지칭했다. 조직폭력배 준말인 ‘조폭’을 연상케 하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노조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여권이 노조 때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1일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제한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나라를 파업 천국으로 만드는 법이 될 것 같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법원이 사실혼 동성 부부의 배우자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이들 부부에게 사회 보험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동성 부부의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일부 언론에선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생활동반자법’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 22일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건폭’ 근절 주장에 한겨레 “도 넘은 노조 때리기”

윤 대통령의 ‘건폭’ 근절 지시에 검경은 합동으로 ‘건폭 수사단’을 출범시켜 대대적 불법 행위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올해 국가수사본부에 배당된 전체 특진자 510명 중 50명을 건설 현장 노조 불법 행위 집중 단속 분야에 배분했고, 국토부와 노동부는 각각 타워크레인 조종사 등 특수기술자가 월례비(건설사들이 빠른 일처리를 위해 지급하는 사례비)를 강요하면 면허를 정지하고, 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레미콘, 믹서 트럭 운전기사들이 집단 운송거부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 22일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는 이 소식을 전하며 1면 기사 제목을 <윤 대통령, ‘건폭’ 지칭까지…도 넘은 ‘노조 때리기’>라고 지었고,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제목을 <노조만 때리는 윤 대통령식 ‘법치주의’>로 정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건폭’이란 용어는 윤 대통령이 직접 지은 용어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사설 <왜곡·과장 동원한 정부의 노조 공격, 도 넘었다>에서 “문제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부풀리고 있는 점”이라며 “노조를 파렴치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월례비를 받는 타워크레인 기사 면허를 정지하는 것을 거론하면서 “지난달 16일 광주고법은 월례비 관련 소송에서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지속해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사실상 임금의 성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며 “또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지목하고, 건설 사업자 단체에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고 썼다. 

한겨레 사설에 따르면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회계 관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에는 정부 보조금 지원을 끊고 노조 조합원 세액공제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16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회계 자료를 각각 38.7%와 24.6%만 제출했다고 하며 내놓은 후속 조치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61곳 중 60곳을 냈다고 반박했다. 노동부가 표지와 함께 속지 1장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양대노총은 회계 관련 서류 비치 의무를 규정한 노조법 14조에 행정관청 보고 의무가 없고 속지까지 내는 건 노조 자주성 침해라며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부는 과태료 처분, 양대 노총은 이에 맞서는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양대노총을 비난했다. 한겨레는 “정부 지원금과 노조 조합비라는 별개의 사안을 뒤섞어 공격한 것”이라며 “정부 지원금의 경우 노동부도 해마다 회계 자료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이런 식의 왜곡된 주장을 할 때마다 일부 신문들은 노조를 ‘조폭’에 비유하며 대서특필하고 있다”며 “정부가 진정한 노동개혁을 원한다면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노조 악마화’ 윤 대통령, 노사 불균형 너무 심하다>에서 “대통령이 노조 압박을 진두지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장 단죄하면 될 관행적 치부나 불법 행위를 앞세워 노조 전체를 악마화하고, 노동개혁과 지지율 반등의 전기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강성·기득권 노조 사례만 부각시켜 청년과 갈라치는 것도 독단적”이라며 “지난해 말 정부가 초강경 진압한 화물연대 파업 후 불신이 커져 있는데 노조 불법 엄단만 외치는 대통령의 ‘노사법치주의’는 균형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눈감고 노조 불법 행위만 문제삼는 것은 공정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헌법이 정한 노동3권을 존중하고, 노사정의 균형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2일 경향신문 만평

환노위 노란봉투법 통과에 조선 ‘대통령 거부권’ 거론

국회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것을 두고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없애겠다는 윤 대통령도, 부자감세·친기업 국정 기조를 짜온 당정도 이 문제는 보다 균형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노란봉투법 ‘거부권’ 꺼낸 여당, 정치 복원부터 힘써야>에서 주 원내대표가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하겠다는 발언에 “거부권 행사는 역으로 한층 극렬한 여야 대치와 정치 실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66건에 그친 이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더구나 여당이 앞장서서 건건이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드는 건 스스로 국회 권능을 저버리고 행정부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파업 조장 ‘노란봉투법’ 기어코 강행, 제 편과 노조만 보는 민주당>에서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기업과 경제에 타격을 줄 법안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며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도 이 법은 처리하지 못했다”며 “기업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 말 민노총(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건설 공사는 멈춰 서고 최악의 물류 대란이 벌어져 막대한 경제 손실을 입었다”며 “나라 경제보다 노조가 우선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강행 처리를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고 지적한 뒤 “끝내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성커플은 공동체’ 건보 피부양자 자격 인정한 첫 판결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는 소성욱씨가 “동성인 배우자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소씨의 손을 들어줬다. 소씨와 배우자 김용민씨는 2019년 5월 결혼식을 올린 동성부부다. 사실혼 관계임에도 건보공단이 동성 배우자라는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현행법에서 혼인을 ‘남녀 간 결합’으로 규정한다며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활공동체 관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해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 22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사설 <동성부부 건보 자격 인정한 법원, 제도 개선 이어지길>에서 “이번 판결이 성소수자 인권 보장 차원에서 의미있는 진전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며 “우선,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도 법적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활동반자법’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현행 가족제도가 혼인·혈연을 벗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차별하고 각종 공적 사회제도에서 이들을 배제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씨가 승소 판결 뒤 “정부는 그동안 성소수자를 ‘없는 존재’처럼 취급해왔다”며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 모욕적이었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면서 한겨레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어야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동성 커플의 사회보장 권리 인정한 첫 판결 환영한다>에서 “이날 판결문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의 현 주소를 조목조목 비판했다”며 “현행법상 동성 간 사실혼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혼인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짚었다”고 했다. 이어 “실제 대만을 비롯해 전 세계 34개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이며, 일본에선 지방정부가 조례로 동성 파트너를 배우자에 준해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 판결문을 더 인용했다. 재판부는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했고, 또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며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법원, 동성반려자 건보 인정…소수자 인권 진일보>에서 “세계는 동성혼을 인정하는 추세”라며 “성소수자 차별 금지는 다수결에 끌려가서는 안 되는 인권 문제이며, 이번 판결은 그 점을 환기시켰다”고 평가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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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정부지원금” “단호한 조치”, 흑색선전 앞세워 노조 겁박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노조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사실과 맞지 않은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을 넘어, 이 주장을 근거로 노조가 법적 의무도 없는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을 겸한 주례회동을 갖고 “노조 개혁의 출발점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이라며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도운 대변인이 오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고용노동부의 재정 관련 장부 및 서류 제출 요구에 ‘자주성 침해’를 근거로 응하지 않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겨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른바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현장의 노사법치 확립을 위한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대책으로서 먼저 회계 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207개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의 근간이 된 윤 대통령 발언은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윤 대통령 주장과 달리 민주노총이 받는 정부지원금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 내는 본부 사무실 임대 보증금 30억여 원이 전부다. 이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민주노총 본부와는 독립적인 회계 시스템을 갖춘 16개 산별노조의 경우 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고는 있지만, 재정의 대부분은 조합비이고 보조금 비중은 미미하다.

노조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수천억 원’이라는 건 일부 보수언론과 여당 정치인들이 민주노총 본부와 16개 산별노조의 모든 예산을 구분하지 않고 언급한 데서 파생했는데, 윤 대통령이 이를 여과 없이 사용하며 일종의 흑색선전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지원금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라는 윤 대통령의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더군다나 민주노총이 노동부로부터 보조받는 임대료는 매년 정기 감사 대상이며, 용처의 성격상 감사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

윤 대통령이 정부지원금과 조합비를 포함한 전체 재정을 혼동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윤 대통령 말처럼 정부가 노조 회계를 들여다볼 법적 근거는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정식 장관은 대통령실 브리핑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노조는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는다. 조합비 세액 공제 상한은 30%”라며 “이 부분은 국가가 노조에 대해 특별하게 세금으로 보조해준 영역”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많이 받기 때문에 정부가 회계자료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법 26조는 노조 회계자료에 대한 열람은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2017년 대법원도 조합원 요구 시에 열람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조합원 이외에 국가를 비롯한 외부기관이 노조 회계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이날 낸 참고자료에서 “노조법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라고 규정한 건 노조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 행정관청이 이를 관리·감독하도록 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노조에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조직된 단체이므로 자주적 운영이 그 본질”이라며 “노조가 자주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그 운영도 자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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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강간죄' 토론하자는 한동훈, 이미 틀렸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2/21 09:57
  • 수정일
    2023/02/21 09: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해설] 지금 당장 '강간죄' 개정이 필요한 이유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3.02.21. 06:06:12 

 

"건설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동의강간죄는) 안 돼, 이런 말은 아니었다."

 

지난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반대하는가"를 묻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날 한 장관의 태도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돼온 비동의강간죄에 대한 감정적 반발들과는 그 결이 조금 달랐다. 그는 해당 법안이 "억울한 (무고)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면서도 "동의 없는 성관계가 강간이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확언했다.

 

즉 한 장관은 '폭행·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현행 형법상 강간죄가 '억울한 성범죄 피해자'를 만들고 있음을 인정하되, 비동의강간죄 도입이 아닌 '무고 피해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타국에 비해 높은 국내 성범죄 유죄율 △기존재하는 성폭력 관련 특별법 등 구체적인 논거를 이날 쏟아냈다. 강간죄 개정 시의 "실익보다 위험성이 크다" 주장하면서, 법안을 둘러싼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신중한 토론을 시작'하자고 피력했다. 

 

<프레시안>은 ①피고인 입증책임 전가 현상 ②국내 재판 현장의 높은 성범죄 유죄율 ③특별법을 통한 입법공백 보완 등 한 장관이 언급한 비동의강간죄 관련 논의사항들을 다시 살폈다. 연구현장에 쌓여왔던 반박 논리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해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전문가들은 비동의강간죄를 두고 '논의를 시작하자는 논의'만을 반복하는 정부의 태도가 "기만적"이라 입을 모았다. 

 

 

 

 

Q.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할 경우, '동의'에 대한 입증책임이 피고인에게만 전가된다?

A. 한 장관은 "강간은 당연히 동의가 없는 것(성관계)"이라면서도 비동의강간죄가 도입될 경우엔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해당 피고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조문구조상 백퍼센트 그렇게 된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증거가 남기 힘든 '동의'를 피고인이 직접 증명해야 하기에 무고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3년 성범죄법을 통해 성폭력을 '동의없는 성적 행위'로 개념화한 영국은 '비동의'에 대한 판단기준과 입증책임을 구체적으로 조문화하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형법이 인정하는 비동의란 '고소인이 피고인의 (성적) 행위에 동의하지 않으며, 피고인은 고소인이 동의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하지 않은 경우'에 한정된다. 즉 '각서를 받아두지 않으면 강간'이라는 식의 일부 조롱과 달리 검사는 비동의 강간의 고의성을 입증해야한다.  

 

고소인의 신뢰(비고의성)가 합리적인지 여부는 "피고인이 고소인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취한 모든 단계를 포함하여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무엇보다 "결과의 추정은 오직 검사가 일반적인 방식으로 피고인이 관련행위를 하였고, 제2항의 사정(비동의 및 고의성)이 존재함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할 때만 성립한다.

 

성폭력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이은의 변호사는 "입증 책임이 가해자에게 돌아가서 무고한 케이스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심신상실·항거불능 등을 입증하도록 되어있는 현행 준강간죄의 경우에도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행위였음을 기본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지금도 "피해자 측은 행위 당시와 전후 상황 등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제시하면서 그 '비동의'를 입증하고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지적이다. 

 

이어 그는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폭행·협박이 없으면 강간으로 규정하지 않아온 사회적인 인식"이라며 "인식이 따라주지 않으니 비동의강간죄가 당장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판결 상의 관행은 유지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사가 피해를 먼저 입증하고, 피고인이 그에 대해 소명하는 것은 "모든 재판 과정의 기본 구조"며, 이는 성범죄 사건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사건 당시와 이전과 이후를 포괄하는 고소인과 피고인의 관계, 양측 진술의 신빙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그 합리적 추산에 의해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 

 

이 변호사의 지적처럼, 오히려 비동의강간죄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그 '평가와 추산' 과정엔 사회적 통념이 개입할 여지도 있다. 이 변호사는 "절도나 살인 같은 범죄엔 피해자의 행실이나 피해자가 더 조심했어야 한다는 식의 통념이 없지 않나" 되물으며 "오히려 왜 유독 성범죄에만 비동의 기준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지 되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양성 평등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Q. 성범죄 유죄율이 90%가 넘는 상황에 비동의강간죄 도입은 과한 대처? 

 

A. 한 장관은 독일과 스웨덴 등이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한 배경엔 "너무 낮은 성범죄 유죄율"이 있었다며 성범죄 유죄율이 90%에 이르는 국내 상황이 해외와는 다른 경우라고 지적했다. 유죄율이 이미 90%를 웃도는 상황에 비동의강간죄까지 도입해 고소인(피해자)을 보호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관해 국내 여성계는 '낮은 기소율과 신고율'을 '높은 유죄율'의 맹점으로 꼽아왔다. 재판으로 넘겨지는 경우 자체가 적다면 '유죄율'만으론 성범죄 현황을 평가하기 어렵다. 법원행정처의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한 1심 유죄율은 96.3%에 이르렀지만,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같은 해(2021년) 기준 검찰에 송치된 전체 성폭력 피의자(3만1991명) 중 기소된 이들(1만3740명)은 42.9%에 불과했다.

 

이는 살인(751건 중 68.8%), 강도(753건 중 66.9%), 방화(907건 중 53.8%) 등 같은 흉악범죄와 비교할 때 가장 낮은 기소율이다. 성범죄는 해당 범죄군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나 가장 적게 기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 변호사는 "고소 건 중 얼마나 기소가 돼서 유죄로까지 이어졌느냐 전 과정을 세심히 살펴봐야 정확한 데이터"라며 "기소율이 높은 나라의 유죄율과 한국의 경우를 단순 비교한 한 장관의 말은 (비록 거짓은 아니라고 해도)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법사위 업무보고 당시 "한동훈 장관이 사용한 우리나라 유죄율 90%는 기소 대비 유죄율로, 독일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70% 수준"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 장관은 대정부질문 당시 독일의 성범죄 유죄율을 8%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에 더해 "성범죄 유죄율 안에 있는 선고유예, 벌금형, 집행유예 등의 통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 성폭력특례법으로 내려진 1심 판결 4673건 중에선 1802건이 집행유예를, 1101건이 벌금 등 재산형을, 26건이 재산집유를 받았다. 

 

여론에 비해 낮은 수위의 판결이 지속되고, 사회 통념 등이 그 판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성폭력 피해자가 법원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감정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동의강간죄 도입 등 형법 개정이 "그러한 통념을 형법체계 내에서 제거해 나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지적이다. 

 

성폭력 상담 현장의 전문가인 김 소장은 특히 "성범죄의 경우 친고죄 조항이 폐지된 최근까지도 실태조사 상의 신고율이 10%대로 집계되고 있다"라며 "낮은 신고율과 기소율로 현장의 피해가 누락되고 있음에도, 현행 형법은 그 누락된 피해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유죄율 90% 논리'의 맹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9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페미사이드 규탄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이 들고 있는 피켓. ⓒ프레시안(한예섭)

 

Q. 성폭력 관련 특별법이 이미 강간죄 '입법공백'을 보완하고 있다? 

 

A. 현행형법이 '입법공백을 보완하고 있느냐' 여부는 비동의 강간죄를 둘러싼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한 장관은 독일(51개)이나 일본(16개)에 비해 많은 국내 성범죄 관련 법률(150개)이 이미 "비동의강간죄의 필요성을 많이 메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그대로 둔 상태에선, 그를 보완하는 법이 신설된다 하더라도 재판 현장의 '최협의설'을 극복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예로, 현행 강간죄의 공백을 메우는 가장 대표적인 법령은 형법상 준강간죄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하는 일을 준강간·준강제추행(제299조)으로 규정한다. 법령대로라면 폭행과 협박이 없는 성폭력 또한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같은 수준의 처벌이 가능한 셈이지만, 현장 전문가의 판단은 다르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8년 발간한 <젠더 폭력 관련 법체계 개선방안>에서 "강간죄의 폭행·협박이 성폭력범죄의 기본적인 유형이므로, 이와 동일한 법정형이 규정된 준강간죄의 경우 심신미약의 상태를 제외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로 협소하게 규정된다"라며 준강간죄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김혜정 소장은 "가령 피해자가 명백하게 술에 취해있는 상태였더라도, 재판부가 심신상실의 정도를 따지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굉장히 애매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걸음이 힘든 상태에서 숙박업소에 끌려가듯 도착했더라도 벽지색깔을 기억한다거나 가해자의 말에 어느 정도 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심신상실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1년 대법원은 만취상태에서 벌어진 준강간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진술하거나 저항행위에 대해 진술했다'는 이유로 그의 상태가 만취나 인사불성이더라도 심신상실에 까진 이르지 않은 심신미약의 정도라 판단한 바 있다.(2011도11518) 

 

반대로 피해자가 상황을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엔, 블랙아웃(기억하지 못하나 의식이 있었던 경우)의 가능성 등으로 가해자의 고의성 여부를 가리기가 어려워진다. 김 소장은 "피해자가 피해상황을 기억하면 준강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데, 반대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엔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논리가 우세해지는 모순이 일어난다"고 진단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0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술·약물·수면상태 등을 활용한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피해 사례에서 법적대응을 선택한 피해자들은 38%(전체 65건 중 25건)에 불과했다. 법적 대응을 선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처벌에 대한 불확실(30.8%) 때문이었다. 

 

형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다양한 성범죄를 특별법 중심으로만 다루려 하면, 필연적으로 "실재하는 피해가 누락되는 기간"이 생긴다는 지적도 있다. 형법은 제302와 303조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위력으로써 간음'하는 죄를 명시하고 있지만, 위력관계의 범위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302조), 업무 및 고용 관계(303조) 등으로 한정된다. 이 변호사는 "미투 운동 이후 위력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현재지만, 지금도 법률이 포괄하지 못하는 다양한 위력관계들이 현장엔 무수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결국 가부장적인 강간죄 규정이 남아있는 한, '물리력이 극심하게 동원되지 않으면 피해자를 끝없이 의심하는 방식'의 판단기준이 변할 수 없다"라며 "특별법을 두텁게 할 때가 아니라 강간에 대한 사회적-형법적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0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술·약물·수면상태 등을 활용한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피해 사례에서 법적대응을 선택한 피해자들은 38%(전체 65건 중 25건)에 불과했다. 법적 대응을 선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처벌에 대한 불확실(30.8%) 때문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Q. 법무부는 '비동간' 논의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하자는 것? 

 

A. 형법개정은 민감한 문제다. 신중한 토론이 따라야 함이 당연하다. 다만 2023년 현재를 논의의 '시작점'으로 삼자고 말하기에는 상황이 다소 민망하다. 20여 년 간 이어져 온 논의가 이미 학계와 현장에 쌓여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 논의를 시작하자는 말만으로는 어떤 논의도 시작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폭행·협박 요건에 따른 최협의설에 대한 비판은 90년대 초반 성폭력특별법제정운동 당시부터 이어져왔다. '비동의강간(간음)죄'가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도 그때부터다. 최은순 변호사가 93년 <여성과 형사법>에서,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94년 <성폭력특별법과 피해자보호>에서 각각 '비동의간음죄의 신설'을 형법상 대안으로 언급했다.

 

김 소장은 "애초에 당장 이 법이 생긴다고 해서 우리 일상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는 게 오해"라고 지적한다. 법 개정을 위한 논의만 20년째 반복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법 개정을 통해 강간 통념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선도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강간죄 개정은 실제 범죄현장에서 수사, 사법기관에 이르지 못하는 누락된 피해들을 조금이라도 가시화할 수 있는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 또한 "우리 사회는 오랜 세월 동안 최협의 폭행·협박만을 강간의 요건으로 보아왔다. 때문에 개정 이후에도 관행과 현실 간의 혼란이 잇따를 것"이라며 "그 혼란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강간죄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 26일 법무부가 삭제를 요청한 제3차 양성평등 정책기본계획(2023~2027) 상의 '비동의간음죄' 관련 문구는 비동의간음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아니었다.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삭제됐다. 지난 8일엔 당초 여가부가 '비동의간음죄 개정' 문구에 '검토' 표현을 추가한 것조차 법무부의 의견에 따른 일이었다는 내용을 <한겨레>가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검토도 안 되는가'라는 비판이 일자 법무부는 "언론 보도 등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삭제했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현장에선 '완전무결한 검토의 시간은 대체 언제인가?' 하는 질문이 나온다. 한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비동의강간죄) 논의를 막는 것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오해와 논쟁이 없는 '논의'는 드물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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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작전 성공? 박성제 MBC 사장 연임 좌절시킨 시민평가단 뭐길래

최종후보에 안형준·허태정... MBC 내부  "예상 밖" 평가에 투표방식 문제 지적도

23.02.20 19:56l최종 업데이트 23.02.20 19:56l
MBC 박성제 사장(자료사진).
▲  MBC 박성제 사장(자료사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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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차기 사장 최종후보자를 선정하는 시민평가단 투표에서 박성제 현 MBC 사장이 탈락하면서 MBC 내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예상 밖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초 MBC 안팎에서는 경쟁자였던 안형준·허태정 후보의 인지도가 높지 않고 박성제 사장의 임기 중 경영성과가 나쁘지 않아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지만 시민평가단은 다른 선택을 내렸다.

이같은 '이변'에 대해 MBC 내부 구성원의 입장이 배제된 채 진행된 현 사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일각에선 MBC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사장 후보 시민평가단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 2인을 뽑았다. 총 13명의 사장 공모 신청자 중 1차 관문을 통과한 후보 3인의 정책토론회가 이어졌고, 이후 156명의 시민평가단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안형준(메가MBC추진단 부장), 허태정(MBC 콘텐츠협력센터 국장)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이번 사장단 면접을 위해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을 통해 시민평가단 156명을 선발했다. 시민평가단은 지역과 나이, 성별 기준을 적용해 균등 선발했으며, 정치적 성향이나 선호 정당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박성제 사장 탈락에 대해 MBC 내부 구성원들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박 사장이 부임하면서 MBC가 3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경영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무난한 연임을 점친 구성원들도 많았다. 그런데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한 상황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MBC 구성원 A씨는 "박 사장이 최종 사장 후보까지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예상했던 결과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MBC 구성원 B씨도 "MBC가 박 사장 취임 이후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영적인 측면에서 분명한 성과가 있었다"면서 "최종 사장 후보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예상 밖의 결과"라고 말했다.

처음 도입된 시민평가단... 박성제 사장 연임 좌절

이번에 처음 도입된 시민평가단의 투표 절차와 방식 등이 후보들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민평가단 제도를 도입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작 내부 구성원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절차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가 공개한 설문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6.2%가 '내부 구성원 평가가 없는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시민평가단이 사장 후보를 몇 시간의 토론만 보고 결정하게 한 것도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 구성원 C씨는 "당일 토론회를 거쳐 시민평가단이 선호하는 후보를 고르는 형태로 진행이 됐는데, 몇 시간 정도의 논의로 (제대로 된 후보 평가가) 가능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호 후보를 고르는 형태가 아니라 각 후보에 대한 점수 평가를 하고 (시민 평가를) 일정 비율로 반영하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도 담았어야 하는데, 이번 선임 절차는 그런 것들이 빠진 채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시민평가단 1명이 3인의 후보 중 2인을 선택하는 투표 방식도 특정 후보에게 불리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C씨는 "2인 투표제는 선호하는 후보 2명을 고르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선호하는 후보를 고르는 것이 아닌, 가장 반대하는 후보 1명을 떨어뜨리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후보가 3인일 경우 ㄱ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아도 이들이 한 명의 후보를 더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ㄴ과 ㄷ후보에게 1표를 던져야 하지만, ㄱ후보를 떨어뜨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ㄴ과 ㄷ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되기 때문에 최종 표를 합산해 보면 ㄴ과 ㄷ후보가 ㄱ후보를 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박성제 때리기 성공?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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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한 박성제 MBC 사장도 다소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사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결과에 승복하고 제 부족함을 인정한다. 처음 도입된 시민평가단의 운영방식을 지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라 제도를 탓하지 않겠다"면서도 "'박성제는 탈세·횡령·배임·노동법 위반·부실 경영 등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온갖 가짜뉴스로 제 명예를 훼손한 몇몇 (여당) 의원님의 작전은 성공한 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가 과정에서) 제 이름을 검색해 보고 그 황당한 거짓 주장에 영향받은 시민평가단 분들이 분명 계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박성제 사장 시절 MBC 보도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MBC 구성원 D씨는 "(박성제 사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MBC 제3노조는 과거 더욱 편파 논란이 일었기 때문에, 3노조의 주장에 공감하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박성제 사장 체제의 MBC 논조가 균형이 잡혔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D씨는 제3노조 소속이 아니다. 

박 사장과 경쟁했던 안형준·허태정 후보도 정책토론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박 사장을 공격한 바 있다. 기자 출신인 안 후보는 "다른 방송들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유죄 리포트가 톱이었을 때 우리는 15번째였는데 특정 정치 세력에게 유리한 편집이었다는 오해를 살 만했다"고 주장했고, PD 출신인 허태정 후보도 "MBC뉴스가 민주당 편향적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오는 21일 MBC 사장 후보자 2명에 관한 면접 평가를 진행한 뒤 신임 MBC 사장 내정자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사회 최종 면접은 MBC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태그:#MBC#박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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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정권, 기댈 곳은 공안조작 탄압” 강력 규탄

각계 시민사회단체, ‘전농 사무총장·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강제연행폭거 규탄 긴급 기자회견’개최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  
  •  입력 2023.02.20 17:24
  •  
  •  수정 2023.02.20 2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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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시민사회단체가 국정원이 지난 2월 18일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의 강제연행폭거에 대한 규탄과 즉각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국정원이 지난 2월 18일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의 강제연행폭거에 대한 규탄과 즉각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공안탄압 저지 대책위, 전국민중행동은 20일(월) 오후 1시 대통령집무실(용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과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 강제연행폭거를 규탄하면서 즉각 석방을 촉구하였다.

국정원이 지난 2월 18일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강제연행폭거를 저질렀다.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인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여는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인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여는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하여 “이들의 목적은 실제 수사가 아니라 ‘간첩만들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연행 관련 상황이 변호사와 주변에 파악되기도 전에 일부 보수언론을 통해 연행자들의 신상과 피의사실이 유포되었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농민들이 쌀값 폭락, 물가와 생산비 폭등의 이중·삼중고 속에 생존권보장을 부르짖어도 윤석열 정권은 불통으로 일관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앞두고서는 ‘양곡공산화법’이라며 색깔론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전농이 대의원대회를 통해 전면적인 반윤투쟁을 선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온 것은 사무총장 강제 연행이었다.”고 세차게 폭로 규탄하였다. 

전농 하원오 의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농 하원오 의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하원오 전농의장은 ‘윤석열 정권이 저들의 실정과 물가폭등에 농민폭동이 일어나는 것이 두려워, 농민들의 저항의지에 재갈을 물리려고 전농에 공안탄압몰이를 하고 있다’면서 ‘전농 사무총장을 즉각 석방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하였다.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위원회 안재범 위원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위원회 안재범 위원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위원회 안재범 위원장은 “무능한 정권이 기댈 것은 공안탄압밖에 없다”면서 “내년 총선 등 정권연장을 위해 윤석열 정권의 ‘공안사건’ 조작은 계속될 것”이지만 “모든 양심세력과 함께 단결하여 선두에서 공안탄압에 맞서 싸우겠다”고 자신들의 결연한 투쟁의지를 표시하였다.

민주노총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탄압이 악랄하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전농과 민주노총, 진보당, 시민들과 함께 국정원의 간첩조작 공안탄압을 반드시 폭로해 내고, 적극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탄압이 악랄하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전농과 민주노총, 진보당, 시민들과 함께 국정원의 간첩조작 공안탄압을 반드시 폭로해 내고, 적극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NCCK 인권센터 소장 황인근 목사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NCCK 인권센터 소장 황인근 목사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기자회견은 안지중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의 여는발언, 전농 하원오 의장, 진보당 안재범 자주평화통일위원장, 민주노총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NCCK 인권센터 소장 황인근 목사등이 규탄발언을 하였다. 

양옥희 전여농 회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였다.

양옥희 전여농 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양옥희 전여농 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국정원의 공안몰이 간첩조작 즉각 중단하라!
 
지난 2월 18일 오전,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사무총장이 국정원에 의해 제주공항에서 강제 연행되고 뒤 이어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역시 강제 연행 되었다. 두 사람은 국정원에 의해 구금된 채 오늘(2월20일) 오후 체포적부심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다.

늘 그래왔듯, 연행 관련 상황이 변호사와 주변에 파악되기도 전에 일부 보수언론을 통해 연행자들의 신상과 피의사실이 유포되었다. 지난번 민주노총의 책상 하나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700명의 경력과 에어메트까지 동원해 쇼를 벌였던 수법과 완전히 일치한다. 수사기관과 보수언론에 의해 이런 연극이 연출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하다. 이들의 목적이 실제 수사가 아니라 ‘간첩만들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얄팍한 속셈이 너무나 뻔히 보인다.
 
농민들이 쌀값 폭락, 물가와 생산비 폭등의 이중,삼중고 속에 생존권보장을 부르짖어도 윤석열정권은 불통으로 일관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두고서는 ‘양곡공산화법’이라며 색깔론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전농이 대의원대회를 통해 전면적인 반윤투쟁을 선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온 것은 사무총장 강제 연행이었다. 진보당 역시 과거 공안탄압과 정당 강제해산의 탄압을 뚫고 자주통일국가, 평등복지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을 결의한 정당이다. 윤석열정권은 정당, 시민단체, 노동조합을 가리지 않고 국가보안법의 칼날로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국정원은 체포 이후 이틀 동안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의 변호인 접견과 면회를 가로 막았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방어권, 진술거부권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정원과 공안기관의 위법하고 반인권적인 수사 관행 역시 시정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과 같은 공안탄압이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친미 친재벌 개악을 가리기 위한 조작사건임을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또한 국가보안법과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공안기관이 지금과 같이 존재하는 한 민주주의, 인권, 평화, 통일은 요원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탄압에는 투쟁으로, 전 민중이 단결하여 지금의 공안정국을 돌파하고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
 
간첩조작 공안몰이 즉각 중단하라!
모든 구속자를 즉각 석방하라!
공안탄압 간첩조작 국정원을 해체하라!
반민주 반통일 악법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2023년 2월 20일 전농 사무총장,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 강제 연행규탄 즉각 석방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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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조 회계장부 제출 요구에 “투명성 고리로 노조 압박”

  •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02.21 08:01
  •  
  •  수정 2023.02.21 08:09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다수 신문 정부 논조 전달…경향 ”회계장부와 결산결과는 달라, 정부에 제출 의무 없어” 노조 반박 담아

정부가 회계장부 제출을 거부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환수 등 조치와 노조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이 ‘정부의 회계 자료 제출 요구는 월권이자 위법’이라고 반발하는 데에 노조 압박을 한층 강화하면서다.

21일 아침 신문들은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한층 격화할 것을 예상했다. 일부 신문은 노조에 회계장부 제출 의무가 없다며 정부의 요구를 “노조 압박”이라고 밝혔다. 일부 신문들은 정부 논조를 전달하는 기사와 사설을 실었다.

▲21일 경향신문 사진기사

▲21일 아침신문 1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회계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며 “14일간의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미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총리 주례회동에서 “국민 혈세의 사용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이유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14조에 따른 노조 회계 관련 서류 비치 및 보존 여부를 노조가 자율 점검하고 그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표지 외에도 속지 1쪽을 증빙자료로 첨부하라고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자율점검 결과를 제출하도록 한 노동조합 61개 중 60개 노동조합이 자율점검 결과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자료 비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표지를 제출하고, 세부 내용을 포함하는 속지는 제출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조합원 열람권 보장을 내세웠으나 정부가 직접 이를 점검한 게 이례적인 데다 민감한 정보가 담길 수 있는 내지까지 요구해 노조의 반발을 사왔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노조법 14조가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라’고 규정한 것은 노동조합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성원 전체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지, 행정관청이 이를 관리·감독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노조법은 노동조합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비치하라고 규정할 뿐 행정관청에 이를 보고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조합 자체 조합비 운영과 관련한 사항으로 이 역시 철저하게 관리 운영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동조합 내부에서 알아서 할 것이지,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국고지원과 회계자료 제출은 별개의 사안이다. 이를 연관시키는 자체가 직권남용”이라고 밝혔다.

▲21일 경향신문 사진기사

경향신문은 “정부가 회계 투명성 강화를 고리로 노조 옥죄기 형태의 ‘노동개혁’을 본격화하면서 노정 갈등이 악화일로”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회계장부 비치와 보존 결과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는 노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정부 현장조사를 기피할 경우 추가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각종 법·제도 강경책을 망라했다”고 풀이했다. 정부는 또 노동단체 지원사업 배제, 지원금 부정 조사, 현행 15%인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 원점 재검토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21일 경향신문

노동부는 자료 제출의 근거로 ‘노조가 행정관청이 요구할 경우 결산결과, 운영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밝힌 노조법 27조 조항을 제시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조법 14조에 있는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와 27조에 있는 ‘결산 결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라며 “전자는 회계와 관련한 원자료이고 후자는 가공된 자료이기 때문에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양대 노총은 노동부가 과태료 처분할 경우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법원에서 과태료 처분 취소 판결이 나올 경우 정부가 추가로 꺼내든 압박 카드의 정당성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정부의 회계 관련 서류 제출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노조에 공공 성격이 강한 지자체 공무원 노조와 각급 교사 노조, 공기업 노조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화 요구를 조직적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기사 <적반하장 양대노총, 자료도 안내고 ‘정부가 불법증거 대라’>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노조비 운영은 노조가 알아서 할 일’ ‘노조가 불법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대라’면서 반발했다”고 했다.

▲21일 조선일보

▲21일 조선일보

다수 신문이 정부와 기조를 같이 하는 사설을 냈다. 서울신문은 사설 <회계공개 거부 양대 노총, 개혁 대상일 뿐이다>에서 “두 노총에 대한 정부와 시도 광역단체의 지원은 막대하다”며 “그럼에도 노조의 법적 의무 이행은 미미하다. 회계 자료 5년간 보관, 보조금사업 진행 상황 정부 보고 등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계 내역을 끝내 공개하지 않겠다면 정부는 지원을 끊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21일 서울신문

세계일보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권력화와 부실회계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혈세를 받고도 씀씀이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기존 노조와 ‘엠지(MZ)세대 노조’와 구분 짓기하는 사설을 냈다. ‘새로고침 노동협의회’는 “임금부터 무조건 인상보다 ‘공정한 평가에 기반한 임금’을 요구하고, 연공형 호봉제를 고수하는 대신 성과형 임금을 적극 수용하는 길을 택했다”며 “지향점의 신선한 파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재정 장부를 비치해 회계 결산을 공표하고 행정관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거대 노조들은 엄청난 돈을 받아 쓰면서도 얼마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일부 노조 간부들만 아는 특급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은 뒤 이들이 한 일은 강경 투쟁과 불법 파업, 반미 정치 선동, 폭력, 갑질”이라며 “흔들리지 않고 법 집행을 계속해야만 노조가 바뀐다”고 했다.

▲21일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회계장부 공개가 노조의 의무가 아니라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노조가 지원금 사용 내역을 감추는 것으로 호도해서는 곤란하다”며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은 정부 시스템(e나라도움)으로 관리∙감독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일반회계 장부는 노조법에 따라 노조 사무실에 비치되고 조합원은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에 장부를 제출 않는다고 전혀 다른 주머니인 지원금 중단과 연계하고 조합원들의 조합비 세액공제까지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건 과도한 노조 압박”이라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그러면서도 민주노총이 회계 장부를 제출하거나 외부 감사를 받을 것을 주문했다. “노조법 27조는 행정관청 요구 시 결산 결과 등을 보고토록 하는 만큼, 노조도 정부 요구에 협조적일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노조 모두 서로를 적으로 몰아 갈등만 키울 것이 아니라, 교집합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21일 한국일보

경향신문은 이날 이정식 장관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공개 비판한 내용을 반박하는 사설을 냈다. <이정식 노동, 노란봉투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고?>란 제목의 사설에서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단체교섭의 장기화,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의 불안정 및 현장의 혼란만 초래될 것”이라며 “국회가 재고해줄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했다.

▲21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노동법 개정안이 사용자 범위를 넓힌 것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법원이 2010년 현대중공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지난달 CJ대한통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등을 통해 마련해온 기준을 성문화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국제노동기구가 한국 정부에 ‘파업 목적에 대한 좁은 해석을 배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권고한 바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 장관이 “글로벌 스탠더드는 무엇인지, 약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 전반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 데에도 “주요국들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 책임을 제도화하라는 입법지침안을 의결했고, 미국 노동부도 노동자를 프리랜서·자영업자로 분류하지 않도록 하는 규칙을 마련했다.

경향신문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노란봉투법 반대 입장을 밝히며 법안 저지에 총력전을 폈다며 “노사가 팽팽하게 맞설 경우 보통의 정부라면 형식상이나마 중재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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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어떻게 했길래?

주가 조작 연루 14명 중 김건희만

문재인 정부 때, 왜 기소하지 않았나?

김건희 특검, 불가피한 이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정가를 뜨겁게 달군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안을 빼 들었다. 도대체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어떻게 했길래 최대 이슈로 부상했을까?

주가 조작 연루 14명 중 김건희만

2009년 1,800원이던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2011년에 8,300원(4.6배)으로 올랐다. 이 과정에 ‘작전세력’이 개입해 불법으로 주가를 끌어 올렸다는 것이 사건의 골자다.

이 작전세력 안에 김건희, 최은순을 비롯한 14명이 움직였고, 김건희를 제외한 모두가 유죄 확정을 받았다.

2013년 경찰의 내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도이치모터스 이사 김건희는 권오수 회장의 소개로 주가조작 선수 이정필을 소개받는다.

김건희는 신한증권계좌 10억 원을 이정필에게 맡긴다. 이정필에게 주식거래를 일임한 김건희는 강남구 학동 미니자동차 매장 2층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하게 한다. 이 과정에 김건희는 약 12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다. 이처럼 명백한 불법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 사건은 기소되지 않았다.

문제는 경찰이 내사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김건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윤석열 검사와 갓 결혼(2012년)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김건희가 주가 조작에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에 바로 기소하지 않고 경찰 내사에 그쳤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런데 여기까지의 행적은 이미 공소시효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제와서 김건희 여사를 기소할 수는 없다.

지금 특검을 통해 수사하려는 것은 그 이후 갓 결혼한 김건희와 권오수 회장 사이의 수상한 거래 때문이다.

2013년 김건희의 남편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임명되자, 권오수 회장은 도이치모터스가 설립한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주당 500원에 40만 주(2억 원어치)나 김건희에게 팔았다. 권오수 회장의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주식을 넘긴 이례적인 거래였다.

또한, 2017년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르자, 김건희는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도이치파이낸셜의 비상장주식 20억 원어치(250만 주)를 주당 800원에 매수한다. 당시 모기업인 도이치모터스에 주당 1,500원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특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팔아도 12억5천만 원의 시세차익을 얻게되니 하는 말이다.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부인 김건희는 공모 절차에 참여해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매수했다”라고 서면답변을 했다. 이에 당시 야당(현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허위 답변이라는 질타와 함께 계좌와 주식 처분 관련 계약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 후보는 끝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김건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금품수수 의혹도 제기된 상황.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12개의 전시 공연 중 도이치모터스가 후원‧협찬한 것만 10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현재 도이치 주가조작에 연루된 권오수 회장을 비롯한 14명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 받았고, 작전세력 91명의 157개 계좌가 불법 사용되었음이 밝혀졌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마저 징역 1년 형이 선고된 상태다.

그들의 공소장에 200번 이상, 판결문에 37번 김건희 여사가 언급되었다. 법원은 판결문에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 조작에 이용되었음을 적시했다. 김 여사와 주가 조작 선수 사이의 전화 통화 녹취까지 공개되었다.

그런데 검찰은 주가 조작의 핵심관계자인 김 여사를 기소는커녕 소환조사조차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왜 기소하지 않았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 정권이 2년 동안 탈탈 털었지만, 김건희를 기소하지 못했다”라며, “지금 검찰이 원칙과 절차에 따라 수사 중”이라고 특검 도입에 반대한다. 언 듯 일리가 있는 주장으로 들린다. 하지만 검찰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2020년 2월 최강욱 의원 등이 주가조작 사건을 고발했지만, 2021년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퇴임할 때까지 검찰 수사는 진척이 없다.

윤 총장의 퇴임 이후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2021년 7월 금감원을 압수수색하고, 11월 도이치모터스 본사 압수수색과 권오수 회장 구속 기소, 12월 도이치모터스 일당 기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연말부터는 대선정국에 들어갔고, 전직 검찰총장 출신이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때문에 검찰 조사는 고작 5개월에 불과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건희 특검, 불가피한 이유

김 여사에 대한 특검 도입이 불가피한 이유는 최근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화천대유 50억 클럽에 연루된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은 명단이 공개됐음에도 기소는커녕 수사조차 않고, 아들이 뇌물성 퇴직금 50억을 받았지만 곽상도 전 의원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제 식구를 위해서라면 성 접대 영상 속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검찰인데 김건희 수사를 어떻게 제대로 할 수 있겠나. 특히 검찰을 앞세워 독재적 횡포를 일삼는 윤석열 정권하에서 검찰이 대통령의 부인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리라고 믿는다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 아닌가.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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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 윤석열 정부, 외국 자본으로 적자 메우려는 전략인가"

[경제, 묻다] 임수강 경제학 박사

전홍기혜 기자/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3.02.20. 07:40:00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40일간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176억 달러에 달했다고 관세청이 밝혔다. 지난 해 같은 기간 무역적자액의 두 배에 달할 뿐 아니라,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56년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2023년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금융경제연구소, 경기연구원 등에서 연구 활동을 해온 임수강 경제학 박사는 14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수출 주도'인 한국 경제에서 무역수지는 곧바로 경상수지로 연결된다"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 정도 경상수지 적자가 난 다음에 IMF 외환위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물가 상승과 무역 적자의 원인은 모두 중국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분업 관계를 유지하던 '차이메리카'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였던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변화로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대응 방식이다. 어느 때보다 실용적인 외교가 필요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경제정책 수장들이 '친미·반중' 발언을 서슴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임수강 박사는 또 윤석열 정부가 외환시장 개방 정책을 들고나온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무역 수지를 개선하기보다는 단기 외국 자본으로 그 적자를 메우려는 생각은 아닌지 걱정이다. 무역 적자가 늘어날수록 그것을 메우기 위한 단기 자금 유입량이 커지기 마련인데, 단기 자금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 아닌가. 자칫 나라 경제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다음은 임 박사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난방비와 장바구니 물가를 비롯한 생활요금은 오르고 있는 반면, 경상수지 규모와 무역적자 등 대외적인 경제지표는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대 심리와는 다른 모습인데, 얼마나 더 안 좋아질지 걱정이다.

 

임수강 : 물가가 오르는 요인과 무역수지 적자가 생기는 요인은 그 뿌리가 거의 같다고 본다. 2008년 이후, 더 멀리는 1990년대 초 이후로 물가가 오르지 않다가 지금 몇십 년 만에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됐는데,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물가 체감률이 굉장히 높은 게 사실이다. 

 

진짜 문제는 무역 수지의 적자다. 한국의 경제를 '수출 주도 경제'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무역수지가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 무역수지는 곧바로 경상수지로 연결된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한 3년 정도 경상수지 적자가 난 다음에 IMF 외환위기가 왔다. 이번에도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데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역할을 하고 있다. 대체로 무역수지 적자, 그리고 경상수지 적자가 나면 자산 가격이 떨어진다. 거꾸로 흑자가 나면 자산 가격이 오른다. 흑자가 난다는 것은 달러가 많이 들어온다는 것인데, 유입된 달러를 원화로 바꾸게 되니 은행의 대출 여력이 풍부해져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오르게 된다. 

 

현 부동산 상황을 짧게 정리하면, 금리가 오르고 여기에 무역 수지 적자가 합쳐져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국면이다.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안타깝게도 단기간에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 2022년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식당에 붙은 공지문. 인건비 상승과 물가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다. ⓒ연합뉴스

 

위험 경고 1. '중국 효과'가 사라진 지금, 尹정부의 '친미·반중 외교' 위험하다 

 

프레시안 : 물가 상승과 무역 적자 요인이 같다고 했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임수강 :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물가가 지난 30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중국 효과' 덕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됐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필요도 있었지만 미국 자본의 필요도 강했다. 세계 시장은 당시 '과잉 달러'가 문제였는데, 과잉 달러와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결합하여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미국 자본의 요구가 있었다. 그렇게 중국과 미국이 일종의 분업 관계를 형성하면서 중국이 세계 시장에 저가로 공급하는 상품량이 늘어났다. 그로 인해 전 세계 물가가 장기간 안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상호 의존 관계를 금융학자인 닐 퍼거슨은 '차이메리카(Chimerica, China+America의 합성어)'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한국은 여기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비교적 빨리 극복한 데도, 이 같은 중국 효과 도움이 컸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해마다 300~400억 달러씩 계속 흑자를 내면서 그 돈으로 에너지 부문의 적자를 메워왔다. 그 효과가 이제는 사라졌다. 

 

최근에 미국이 중국에 대해, 그리고 중국과 가까워진 러시아에 대해 봉쇄전략으로 나오면서 국제 분업 관계가 흔들리고 이것이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역 적자 문제도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요인의 뿌리가 같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중국 효과'를 누리면서 물가가 안정됐다고 했는데, 금융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임수강 : 중국과 미국의 분업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물가가 안정되자,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물가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화폐 정책을 펼 수 있었다. 중앙은행들은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쪽의 정책을 펴는 것이 가능했는데, 자산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끌어올리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GDP에 대비한 자산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예컨대 미국 연준은 주식 가격이 올라가다가 꺾이면 개입을 해서 다시 끌어올리고는 했다. 이를 당시 연준 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의 이름을 따서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 또는 '앨런 풋(Yellen put)'이라고 한다. 금융시장 또는 경제가 크게 약세를 나타낼 때, 연방준비제도(Fed)가 적극적인 통화완화에 나서 시장을 떠받치는 것인데, 이 같은 '풋 옵션'은 2000년대의 양적 완화로 연결됐다. 우리가 '금융 세계화' '금융화', '세계화'라고 부르는 현상은, 이와 같은 자산 자산 규모의 팽창에 뿌리를 두고 있다. 

 

프레시안 : 지난 30년간의 상황을 보면, 외교적으로도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을 하고 있다. 

 

임수강 :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경제정책 수장들이 이념적으로 굳어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친하면 우리 편이고 미국과 대립하면 적이라는 생각인 듯하다. 윤 대통령의 "이란은 UAE의 적"이라는 발언도 UAE는 미국하고 친하게 지내니까 우리 친구고 이란은 미국하고 갈등 관계에 있으니까 우리 적이라는 인식 아닌가. 

 

사실 중국은 그동안 한국 경제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는데, 현 정부는 경제 문제에 대해 실용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이념과 가치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굉장히 위험하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를 이명박 정부와 많이 비교하는데, 비즈니스맨이었던 MB의 외교는 실용주의였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임수강 :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이명박 정부도 윤석열 정부 못지않게 외교 정책에 문제가 있었지만, 경제 문제에서는 나름대로 실용적이었다고 본다. 

 

중국에 대해서 우리가 상당히 얻을 게 많은데도 현 정부가 지금 이념적으로 접근하다 보니까 실제로 그 부정적인 효과가 불리한 무역수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중국과 무역 수지가 악화한 이유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중국의 전체적인 교역 규모가 준 것처럼 얘기한다. 그런데 자료를 보면 중국의 전 세계 수입량은 줄어드는 추세가 아니다. 반면, 한국의 중국 수출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의 무역수지 감소가 코로나 봉쇄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정상이 3년 5개월 만에 손을 맞잡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위험 경고 2. 외환시장 개방으로 무역 적자 메우려는 尹 정부, 위험하다 

 

프레시안 : 지금 국내적인 요인보다는 대중국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 요인이 큰데,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가들이 어떤 대안과 방향을 갖고 있을지 의문이다. 

 

임수강 : 금융 면에서 보면 한국은행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이하 '연준')의 의사결정에서 독립하는 것, 그리고 외국자본이 장악한 은행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 자본의 유출입을 한국 경제 현실에 맞게 규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외환시장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개방·규제 완화는 그렇지 않아도 변동성이 큰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울 것이다. 

 

프레시안 : IMF 외환위기 이후 남아있던 빗장을 풀겠다는 것인데, 해외 송금 한도를 연간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확대하고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현행 오후 3시 30분에서 새벽 2시로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외환시장 개방, 특히 어떤 측면에서 걱정이 되는가. 

 

임수강 : 전사를 조금 얘기하자면, 1980년대에는 실물 생산인 GDP 규모와 금융자산, 곧, 주식, 채권, 수익증권 규모가 1대 1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금융화' '세계화'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서면 GDP와 금융자산 규모가 1대 4 가까이 됐다. 20년 동안 금융자산이 엄청나게 팽창한 것이다. 

 

금융자산의 팽창은 앞서 말한 대로, 미국의 자본력과 중국, 그리고 개도국의 노동력을 결합한 데서 생기는 효과를 반영한다. 미중 분업 관계의 발전은 미국 자본, 특히 금융자본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지만 중국 노동력의 숙련도와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 규모가 커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미국 전체 자본의 이해에 반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미국이 중국 견제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오바마 정부 때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는데, 중국이라는 지니를 알라딘 램프에 다시 집어넣는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트럼프 정부 때는 미국이 직접 나서서 중국을 제재했는데, 바이든 정부 때는 '가치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동맹국을 앞세워 중국을 고립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할수록 한국은 더욱 난감한 처지에 놓이고 무역 수지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단기 자금으로 무역 적자를 메우려는 전략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환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정부의 외환거래 전면 자유화 검토는 이 같은 맥락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무역 수지를 개선하기보다는 단기 외국 자본으로 그 적자를 메우려는 생각은 아닌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무역 적자가 늘어날수록 그것을 메우기 위한 단기 자금 유입량이 커지기 마련인데, 단기 자금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 아닌가. 자칫 나라 경제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프레시안 : 약간의 음모를 더하자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돈을 버는 사람은 더 벌겠지만, 반대로 돈을 잃는 사람은 더 잃는 것 아닌가. 

 

임수강 : 그렇다. 그럼에도 외환시장 개방·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그리고 외환시장 개방이 외국 자본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반영하여 이뤄진 사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을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다.

 

어떻게 보면, 외환시장 개방은 무역 적자를 단기 외국 자본으로 메우려는 윤석열 정부의 필요와 한국 시장에 들어와서 투기적인 단기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 외국 자본의 요구가 맞아떨어져서 이뤄진 측면이 있다. 그래서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 123층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했나 

 

프레시안 : 한국의 경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또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시기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임수강 : 2008년 미국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자산 가격이 폭락하자,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샬롬 버냉키(Ben Shalom Bernanke)는 양적완화(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직접 공급하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 정책을 펼쳤는데, 그는 '양적완화의 목표가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적완화가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양적완화의 효과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부터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미국 연준과 주요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효과 때문이었다. 만약 수요 공급 문제라면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에서만 올랐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세우게 되는데, 핵심에서 벗어난, 공급을 늘린다든가 청약제도를 바꾼다든가, 부동산 세금을 올리는 것과 같은 엉뚱한 대책으로 일관했다. 실제로는 어떤 걸 했어야 하느냐? 미국의 양적완화로 달러, 곧 투기성 자금이 많이 들어온 것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기 때문에 그걸 막는 걸 정책의 핵심으로 삼았어야 했다. 금융당국이 그걸 했어야 했다. 

 

노무현 정부 때를 경험한 문재인 정부는 틀림없이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왜 문재인 정부의 금융당국은 단기 외국자본 규제에 소극적이었을까? 이명박 정부마저 신현송 경제고문의 제안에 따라 이른바 '거시 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외환건전성 부담금·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도입하여 투기성 자본의 유입을 규제하려 했는데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에 큰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정책에 개입하는 것도 극도로 꺼렸던 듯하다. 혹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관념에 강하게 젖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 결과 정부가 중앙은행에 협력을 구하는 데 거부감을 느꼈고, 결국 방임한 것은 아닐까?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당시 이주열 총재(2014~22년까지 총재를 역임한 최장기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상황만을 고려하여 금리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발언은 마치 '부동산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우리는 그걸 보고 금융정책을 하고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모두가 다 부동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다는 것일까.

 

한국은행이 담보대출을 늘리고자 하는 은행들이나 부동산을 많이 가진 기업, 부유층의 눈치를 너무 본 것은 아닐까? 담보대출은 사실 완전히 땅 짚고 헤어치기식 영업이다. 은행들의 압력 행사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대출이 늘면 늘수록 엄청난 이익이 발생한다. 은행들은 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인상했지만,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수신(예·적금) 금리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너무 크게 인식한 결과 방임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는데, 한국은행의 독립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임수강 : 한국은행의 독립성이라는 개념은 △정부와 정치에서 독립한다는 의미, △연준에서 독립한다는 의미, △시장에서 특히 은행들 입김에서 독립한다는 의미, 이렇게 세 가지 차원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 독립성 하면 정치와 정부에서 독립하는 것만을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책 <바젤탑> 저자인 아담 레보어는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이나 정부에서 독립은 금융자본이나 금융 세력이 자기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 내건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 상황에 비춰보면,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에서 독립하는 것, 외국 자본에 장악된 은행의 입김에서 독립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한국은행이 정부와 정치에서 독립하는 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잘못 이해했다고 하는 것은 한국은행의 정치적인 독립, 이것만 생각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다 보니까 시장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것, 연준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특히 시장에서 독립하는 부분에 대해서 어떤 노력도 없었다. 

 

프레시안 : 한국의 정치적·언론적 상황 감안했던 것 아닐까?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상황과 관련해 '연준의 역할'이라며 끊임없이 신호를 주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독립성 침해로 받아들일 것이다. 

 

임수강 : 맞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고의 가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한국은행 독립성이 진보의 가치로 받아들여지기조차 한다. 그렇지만 정부는 필요할 때는 중앙은행의 정책에 개입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가치가 중요하겠는가, 아니면 집 없는 다수 서민을 보호하는 가치가 중요하겠는가? 

 

구체적인 정책 하나하나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국은행의 정책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임명으로 일종의 '개입'이 가능하다. 금통위는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부총재 △기획재정부장관 추천 1명 △한국은행 총재 추천 1명 △금융위원회 위원장 추천 1명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추천 1명 △사단법인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추천 1명 등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금통위는 정부 대표자와 금융자본 및 산업자본 대표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금통위에 시장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농민·자영업자를 대표하는 위원은 없다. 결국 자본의 이해관계, 특히 금융자본에 의해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지지율도 높고 다수의 의석을 가진 문재인 정부가 금통위 의사 결정 구조를 바꿨다면? 그때도 한국은행의 금융정책이 부동산 부자 편향적이었을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은행법'은 금통위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 권한은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이다.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모습.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최근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연합뉴스

"금융정책의 레짐이 바뀌고 있다. 국내 부동산도 미중 관계에 영향받아…"

 

 

프레시안 : 지난해 출간한 번역서 <바젤탑>은 각 나라 중앙은행의 중앙은행 격인 국제결제은행(BIS)를 중심으로 한 금융 이야기를 다뤘다.(☞ 관련 기사 : "BIS 모르면 사회 양극화 이야기 할 수 없다") 이 책의 부제가 '금융이 무너지는 시기, 무엇을 할 것인가'로, 의미심장해 보인다. 

 

임수강 :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금융이 무너진다'기보다는 '금융자산 가격의 거품이 무너진다'고 해야 할 것 같다.

 

BIS 화폐경제국장 자리는 각 나라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을 통일시키고, 통일된 정책을 다시 여러 나라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화폐경제국장이 최근 "금융정책의 레짐(regime)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1990년대부터 유지돼 온 금융정책의 레짐이 큰 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자본력과 중국의 노동력의 결합으로 생긴 물가 안정 국면의 자산 가격 보호에 중점을 둔 금융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시기는 중앙은행들이 자산가 편향적인 정책을 펴기에 유리한 시기였고 실제로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왔는데, 거기에서 금융세력들이 가장 많은 이익을 얻었다. 그런데 미국의 중국, 러시아 고립화 정책,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중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자산가격 중심의 정책을 더 이상 펴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저물가를 기반으로 한 자산격 유지 중심 금융정책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자산 가격의 거품이 붕괴하는 시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지금까지 쌓아온 금융자산의 가격이 무너질 텐데, 문제는 앞으로 '언제까지 얼마나 무너질 것인가'이다.

 

미국의 정책 금리가 이에 대한 하나의 판단 지표가 될 수 있다. 미국 금융자본은 중국과의 분업 관계 악화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아직은 대중국 정책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는 한계점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에서는 연준이 금융자본의 이익을 고려하여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미국 내 전체 자본의 이해와 금융자본 분파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정책 금리가 결정될 것이다. 미국 금융자본이 아우성을 치고 연준이 정책 금리 기조를 바꾸는 국면까지는 자산가격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 

 

프레시안 :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전 세계적인 경제 흐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금리가 문제인데….

 

임수강 : 이창용 현 총재가 "한국은행은 정부에서는 독립해 있지만 미국 연준에서는 독립해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미국 연준이 정책을 수립하면 한국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한국은행이 연준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사실 한국의 금리 예측은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미국의 금리를 예측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001년 9.11 테러 발생 이후 미국이 금리를 거의 1% 수준까지 완전히 낮췄다. 이 같은 초저 금리에 대출 장벽까지 낮추면서 돈이 풍부한 상태가 됐다. 그러다 몇 년 뒤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5% 선에 이르렀다. 그 지점에서 리먼브라더스 사태라는 형태로 거품이 터졌다. 이에 비춰보면, 미국의 정책금리 5%가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미국 금리가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4.50~4.75% 수준인데, 거의 위험 수위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부동산은 어떻게 될까? 일정 기간 가격 하락을 감안해야 할 것 같은데, 이 같은 침체기가 오래갈까?

 

임수강 : 부동산 가격 전망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금융 세계화 국면에서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금융시장으로 포섭된 상태다. 부동산 소유권의 많은 부분은 은행 담보대출에 묶여 있고, 부동산 담보대출은 증권으로 포장되어 금융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또한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라는 펀드가 부동산 소유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수요와 공급 이론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은 금융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그렇기 때문에 연준의 금융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결국 현 국면에서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 역시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달려있다. 미국이 중국을 밀어낼수록 물가는 안정이 안 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자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프레시안 :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통념 '강남 불패',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또한 점점 심화되고 있다. 서민 입장에서 또 '영끌'한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진짜 열패감이 드는 상황이다. 

 

임수강 :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유지한다고 규제를 완화하고 혜택도 주고 있는데, 당장의 가격 유지에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됐을 때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강남불패'가 신화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강남도 결국 떨어질 것이다. 좀 더딜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공포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얘기해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보다 '영끌'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본다. 부채 통계를 보면, 전체 인구의 한 40%만이 대출을 받고 있다. 60%는 대출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는 얘기다. 왜? 신용등급 낮기 때문에…. 특히 큰 금액의 대출은 상위 10%의 사람들에게 몰려 있다. 이들이 생계비가 부족해서 대출을 받았을까? 아니다. 부동산 구매 목적으로 대출을 받았다. 결국 '영끌'해 집을 산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을 수 있다. '영끌론'은 부동산 부자들이 정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둘러대는 허위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 

 

▲ 지난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은행=공공재'라는 尹 대통령, '금융 배제' 포용해야…"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다"며 '은행의 돈잔치'를 경고하고 나섰다.

 

임수강 : 고금리 시대인 만큼 대통령이 은행을 때리면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겠나. 노동조합의 회계 장부를 요구하며 압박해 얻은 지지율과 같은 경우다. 실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라고 규정한 만큼 이를 공공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외국자본이 장악한 은행들은 부유층 대상 담보대출에 주력하는 한편, 신용 등급이 낮은 고객은 적극적으로 쫒아 내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러한 영업전략 때문에 '금융 배제' 문제가 생겨나고 은행 바깥에서는 고리채 사업이 번성하고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담보대출은 규제해야 하고 금융배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은행에서 밀려난 계층을 제도 금융으로 끌어들여서 포용금융을 실현해야 한다. 누구든 제도금융 이용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금융기본권에 대한 논의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신한지주, 하나지주 등 주요 은행지주의 외국 자본 지분율이 대략 70% 선이라는 점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런 사례는 동유럽 국가 몇 군데 빼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 또한 외국 자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공성이 실현될 수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은행 거버넌스 문제다. 은행이라는 기관이 주주만을 위한 기관은 아니다. 은행에는 노동자, 고객, 정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관련되어 있다. 이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서 은행들이 주주들의 이익만을 이해 행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전홍기혜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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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군기들이 펄럭이는 소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2/20 08:43
  • 수정일
    2023/02/20 08: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개벽예감 528] 수많은 군기들이 펄럭이는 소리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02/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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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열병식에 수많은 군기들이 등장했다

2. 4개 전연군단에 대거 편성된 독립려단들

3. 조선인민군 제2군단과 한국군 제1군단

4. 조선인민군 제105땅크사단과 한국군 제7기동군단

5. 땅크장갑사단이 창설되었다

6. 5개 포병대대가 5개 포병련대로 증편되었다

 

▲ ‘조선인민군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에서 대연합부대의 군기 입장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1. 열병식에 수많은 군기들이 등장했다 

 

혁신의 활력이 느껴졌다. 2023년 2월 8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혁신의 연속이었다. 관행과 답보, 모방과 반복은 허용되지 않았다. 독창적이고, 참신하고, 비반복적이었다. 

 

이를테면, 조선은 열병식을 언제나 대낮에 진행해오던 오랜 통념과 관습에서 벗어나 야간열병식의 새로운 모범을 창조했다. 열병식에서는 의례히 군악대가 군가풍 행진곡을 연주해야 하는 줄 알았던 오랜 통념과 관습을 깨고, 평양의 열병식장에서는 국무위원회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독특한 선율이 울려 퍼졌다. 전투기 기체에 장식물을 달지 못한다는 오랜 통념과 관습을 깨고, 화려한 불장식을 한 전투기들이 열병식장 상공에 나타나 현란한 섬광탄을 터뜨리며 기교 비행의 장관을 펼쳤다. 열병식장에 설치된 다종다양한 장식물들도 전부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어 참신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근본과 원칙을 견지하면서, 혁신과 개변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선에서는 열병식만 혁신적인 것이 아니다. 조직정치생활, 생산활동, 도시경영은 물론이고 식생활, 살림집, 옷차림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서 혁신의 열풍이 불고 있다. 혁신과 개변은 김정은 시대의 특징을 나타내는 핵심 개념으로 정착되었다.  

 

2023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의 혁신적 분위기 속에서 더욱 돋보인 것은 수많은 군기들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국기가 입장할 때,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각종 군기들이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입장통로 양쪽에 도열했다. 이전에 진행된 열병식들에서는 열병 대오가 군종기와 군단기를 앞세우고 행진하였는데, 이번 열병식에는 군종기와 군단기는 물론이고 사단기와 여단기도 등장하였다. 수많은 군기들의 펄럭임 소리가 열병광장에 가득 찼다. 

 

군기는 군대의 역사와 전통, 정신과 기백, 사명과 임무가 깃든 상징이다. 그리하여 군대는 결전의 시각에 군기를 앞세우고 진격하고, 최후의 순간에 군기 아래서 두 눈을 감으며, 승리의 환호 속에 군기를 휘날린다. 

 

이번 열병 행진에서 각급 전투부대를 대표하는 열병대오가 각자 자기의 군종기, 군단기, 사단기, 여단기를 휘날리며 행진한 것은 무슨 뜻인가? 2023년 2월 13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각급 부대들의 전략적 사명에 맞게 군기들이 개정되었다”라고 한다.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수많은 군기들은 이전의 군기들이 아니라, 각급 부대들의 새로운 사명과 임무에 맞게 개정된 군기들이다. 

 

조선인민군 군기들이 새로운 문양과 색조로 바뀐 것은 조선인민군 편제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3년 2월 13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인민군대의 많은 군종, 병종부대들이 확대 개편되고 새로운 정세환경에 맞게 중요 작전 전투 임무들이 부과되었으며 전반적 부대들의 전략전술적 사명이 변화되었다”라고 한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최근 조선인민군 편제를 개편하고 군기를 개정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는 조선인민군 편제가 어떻게 개편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지만, 2023년 2월 8일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 녹화 실황 영상을 주의 깊게 시청하면, 조선인민군 편제 개편의 윤곽을 감지할 수 있다. 영상화면이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계속 흘러가는 녹화 실황 영상을 시청하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윤곽만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조선인민군 편제가 전면적으로 개편되었고, 편제의 전면적 개편에 따라 조선인민군 각급 부대의 군기도 전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2. 4개 전연군단에 대거 편성된 독립려단들

 

조선인민군 4개 군단은 군사분계선에서 가까운 최전방 작전지대에 전진 배치되었다. 이 4개 군단을 전연군단이라고 부른다. 황해남도 서해안에서 강원도 동해안까지 구축된 전선에 4개 전연군단이 전진 배치된 것이다. 배치 구도를 보면, 서부전선에 제4군단이 배치되었고, 중서부전선에 제2군단이 배치되었고, 중동부전선에 제5군단이 배치되었고, 동부전선에 제1군단이 배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개 전연군단은 방어는 모르고 오직 공격만 아는 전투부대들이다. 

 

4개 전연군단에 배속된 총병력은 약 300,000명이다. 한국군 육군 총병력은 110,000명인데, 조선인민군 육군 중에서 최전방에 배치된 병력만 약 300,000명에 이른다. 이런 병력 격차는 한국군이 치명적인 취약성을 지녔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열병식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인민군 육군은 11개 군단으로 편성되었다. 이번 열병식에서 11개 군단 열병 종대들은 군기를 휘날리며 행진하였다. 11개 군단 가운데서 특히 주목되는 군단은 4개 전연군단들 중의 하나인 제2군단이다. 제2군단 사령부는 황해북도 평산군 멸악산 지하에 있고, 그 군단의 전선사령부는 황해남도 봉천군 주지봉 지하에 있다. 제2군단을 주목하는 까닭은, 결전의 날이 오면 그 군단이 개성-문산-파주 축선을 타고 서울로 직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제2군단은 서울 점령 작전을 수행할 주력부대다. 북에서는 서울해방작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열병식 녹화 실황 영상을 주의 깊게 시청하면, 제2군단 열병 종대가 20기의 군기를 휘날리며 행진하는 특이한 장면에 눈길이 멎다. 다른 군단들은 10~14기의 군기를 휘날리며 행진했는데, 유독 제2군단은 20기나 되는 많은 군기를 휘날리며 행진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조선인민군 제2군단이 엄청난 규모로 증편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제2군단 열병 종대가 앞세우고 행진한 20기의 군기가 전부 사단기는 아니다. 그 가운데는 여단기도 있고, 사단기도 있다. 녹화 실황 영상을 주의 깊게 시청하면, 제2군단 행진 대오 앞줄에 선 10기의 군기는 독립려단기이고, 그 뒤에 선 10기의 군기는 보병사단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제2군단은 10개 독립려단과 10개 보병사단으로 대폭 증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1개 여단 병력은 3,000명이고, 1개 사단 병력은 10,000명이므로, 조선인민군 제2군단 총병력은 130,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인민군 1개 전연군단의 공격 범위는 동서 횡간 60km에 이르는데, 전시에 중무장한 제2군단 130,000명이 60km 동서 횡간에 공격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공격력이다. 

   

그런데 녹화 실황 영상을 주의 깊게 다시 들여다보면, 제2군단 행진 대오 앞줄에 선 10기의 독립려단기들 중에서 저격병려단이라는 명칭이 새겨진 군기와 땅크병려단이라는 명칭이 새겨진 군기를 식별할 수 있다. 저격병려단 군기와 땅크병려단 군기에 가려서 다른 3기의 군기는 보이지 않지만, 기갑보병려단 군기, 포병려단 군기, 공병려단 군기가 함께 행진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제2군단 독립려단은 저격병려단, 땅크병려단, 기갑보병려단, 포병려단, 공병려단으로 편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일반 여단과 달리 독립려단은 독자적인 작전 능력을 가졌다.

 

저격병려단에 대해 알아보자. 조선인민군이 저격전을 중시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는데, 저격병을 얼마나 많이 육성했으면 저격병만으로 이루어진 독립려단을 편성했을까? 다른 나라 군대는 보병부대에 약간의 저격수를 배치하는 게 전부인데, 조선인민군 제2군단은 저격병을 독립려단으로 편성했다. 

 

저격전의 위력은 최근 로씨야의 노보로씨야해방전쟁에서 다시 한번 입증되었는데, 그것은 소수의 저격수들이 전개한 저격전이었다. 저격전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작전 규모가 적었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제2군단에는 저격병 3,000명으로 이루어진 저격병려단이 편성되었다. 제2군단만이 아니라 다른 3개 전연군단에도 저격병려단이 각각 편성되었으므로, 결전의 날이 오면 고도로 훈련된 저격병 12,000명이 상상을 초월하는 저격전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저격수라고 하면, 망원조준경, 야간투시경, 위장전투복을 장착하고 적진 가까이 침투해 매복하였다가 저격총으로 정밀사격하여 1km 밖에 있는 적병을 쓰러뜨리는 전투원을 말한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전연군단 저격병려단들에는 그런 저격병만 배속된 것이 아니다. 야산 자락에 땅을 파고 들어가 은밀히 매복했다가 적의 헬기, 수송기 같은 저고도 작전기들이 날아오면 ‘화승총-2’(휴대용 지대공미사일)를 발사하여 격추하는 화승총 저격병도 있다. 또한 작전도로 인근에 땅을 파고 들어가 은밀히 매복했다가 적의 땅크, 장갑차, 보병전투차량, 자주포 같은 기갑장비가 다가오면 ‘불새-5’(반땅크미사일)로 격파하는 불새 저격병도 있다. 이런 저격병들이 조선인민군 4개 전연군단에 12,000명이나 있다. 결전의 날이 오면, 그들은 기상천외한 저격전술로 한미련합군 작전 종심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인민군 제2군단에 편성된 포병려단과 공병려단은 다른 나라 육군에도 있는 전투부대들이다. 조선인민군 제2군단 포병려단이 지닌 특징은 바퀴 달린 장갑차량 또는 무한궤도 장갑차량에 각종 포를 탑재해 기동력과 방호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제2군단 포병려단은 170mm 자행포, 122mm 기동포, 12관 300mm 자행방사포, 22관 240mm 자행방사포, 160mm 자행박격포로 중무장했다. 

 

이런 엄청난 포병 무력은 지난 시기 조선인민군 제620포병군단(제287대련합부대)이 보유했던 것이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제620포병군단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11개 군단에 포병려단으로 각각 편입시켜 군단의 포병무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킨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 제2군단 공병려단은 아군의 진격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장애 돌파 작전을 수행하고, 아군의 진격을 가로막는 하천이나 저수지에 부교를 설치하는 도하작전을 수행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병려단은 땅크병려단의 진격로를 열어준다. 

 

조선인민군은 땅크전을 중시한다. 조선인민군 4개 전연군단에 각각 땅크병려단이 편성된 것은 그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결전의 날이 오면, 포병려단은 집중적인 선제타격으로 적의 기세를 꺾어놓고, 저격병려단은 다양한 저격전술로 적을 궁지에 몰아넣고, 공병려단은 아군의 진격로를 열어놓고, 땅크병려단은 무쇠철마를 몰고 질풍처럼 달려가 적의 방어선을 돌파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갑보병려단은 장갑차를 몰고 땅크병려단의 뒤를 따라 노도처럼 진격하여 적의 작전종심을 격파하고 적의 주요거점을 점령할 것이다. 그런 연속공격을 파상적으로 가한 뒤에 제2군단 산하 10개 보병사단 100,000명 전투원들이 개성-문산-파주 축선을 따라 총돌격전을 벌일 것이다.  

 

3. 조선인민군 제2군단과 한국군 제1군단

 

조선인민군 제2군단의 남진 공격을 막아야 할 상대는 한국군 제1군단이다. 결전의 날이 오면, 한국군 제1군단은 개성-문산-파주 축선을 타고 서울을 향해 엄청난 화력과 속도로 진격해오는 조선인민군 제2군단과 격돌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예상한 한국군 수뇌부는 제1군단을 한국 육군 중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부대로 증편했다. 한국군 제1군단은 보병사단 3개, 기갑여단 2개, 포병여단 1개, 공병여단 1개, 군수지원여단 1개로 편성되었다. 

 

그러나 누구나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군 제1군단 산하 3개 보병사단이 조선인민군 제2군단 산하 10개 보병사단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양측의 전투력을 구체적으로 비교해보자.

 

한국군 제1군단은 1개 경비연대와 1개 특공연대를 군단사령부 직할부대로 편성했으나, 이 2개 연대가 조선인민군 제2군단 산하 저격병려단의 침투저격과 포병려단의 선제타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한국군 2개 연대는 모두 2,000명이고, 조선인민군 저격병려단과 포병려단은 모두 6,000명이다. 조선인민군 제2군단이 무려 3배나 우세하다.

 

조선인민군 제2군단에는 1개 땅크병려단과 1개 기갑보병려단이 편성되었고, 한국군 제1군단에는 2개 기갑여단이 편성되었다. 땅크병려단은 전체가 땅크로 편성된 기갑부대이고, 기갑보병려단은 땅크와 장갑차가 혼합 편성된 기갑부대다. 그러므로 2개 기갑여단의 협동작전 능력보다 1개 땅크병려단과 1개 기갑보병려단의 협동작전 능력이 더 강하다. 다시 말해서, 한국군 제1군단 산하 2개 기갑여단은 조선인민군 제2군단 산하 1개 땅크병려단과 1개 기갑보병려단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양측의 화력을 비교해보면 그런 사실을 더 잘 알 수 있다. 한국군 제1군단 산하 제1포병여단은 227mm 다련장로켓포, 155mm 자주포, 155mm 견인곡사포로 중무장했고, 조선인민군 제2군단 산하 포병려단은 170mm 자행포, 122mm 기동포, 12관 300mm 자행방사포, 22관 240mm 자행방사포, 160mm 자행박격포로 중무장했다. 양측의 화력을 비교하면, 조선인민군 제2군단 산하 포병려단의 화력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화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군 제1군단은 산하 제1포병여단에 600mm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올해 말까지 추가로 배치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국군 제1군단에 600mm 지대지 탄도미사일 몇 발을 실전 배치하는 작업이 완료되더라도, 그것으로는 조선인민군 제2군단의 압도적인 화력을 당해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조선인민군 제2군단에는 600mm 초대형 방사포가 대거 실전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군수공업 부문 노동계급은 600mm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생산목표량보다 더 증산하여 2022년 12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에 증정했다. 

 

연속 사격 능력에서도 격차가 크다. 한국군이 보유한 600mm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2발을 연속사격하지만,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600mm 초대형 방사포는 6발을 연속사격한다. 

 

요격회피 능력에서도 격차가 크다. 한국군이 보유한 600mm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높은 고도로 상승하면서 탄도비행을 하기에 조선인민군 반항공망에 걸려 요격당하지만,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600mm 초대형 방사포탄은 35km 낮은 고도에서 변칙유도 비행을 하기에 한국군이 지대공미사일로 요격하지 못한다. 

 

양측의 화력 격차가 까마득하게 벌어진 결정적인 요인은 따로 있다. 그것은 조선인민군의 600mm 초대형 방사포에 장착되는 저위력 전술핵탄두(low-yield tactical nuclear warhead)다. 저위력 전술핵탄두 6발을 연속사격하는 600mm 초대형 방사포에 대적할만한 그 어떤 전술무기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전시에 한국군 제1군단은 조선인민군 제2군단의 불우박 화력 타격을 맞고 궤멸될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4. 조선인민군 제105땅크사단과 한국군 제7기동군단

 

이번 열병식에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 열병 종대가 최신형 주력땅크를 몰고 참가했다.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은 북에서 말하는 ‘조국해방전쟁’(6.25전쟁)에 땅크려단으로 참전했다. 당시 그 땅크려단 지휘관이 류경수 려단장이었다. 제105땅크려단은 고속기동전에 돌입하여 개전 72시간 만에 서울에 진입했고, 곧이어 중원의 전략요충지인 대전에 진입했다. 제105땅크려단이 서울에 진입했던 때로부터 73년이 지난 오늘 땅크려단은 땅크사단으로 대폭 증강되었지만, 땅크사단의 작전 임무는 변하지 않았다. 고속기동전으로 신속히 서울에 진입하는 것이 제105땅크사단의 고유한 작전 임무다. 

 

이번 열병 행진에 제105땅크사단 열병 종대가 몰고 나온 땅크는 김정은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로 개발된 최신형 주력땅크다. 나는 2020년 10월 26일 ‘자주시보’에 실린, ‘아는 만큼만 보인다 - 조선의 놀라운 군사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선인민군에 실전 배치된 최신형 주력땅크가 얼마나 우수한 땅크인지를 상론하였다. 한국군 기갑장교 출신으로 합참본부 전력발전부장을 역임하고 소장으로 전역한 전차 전문가 형성우 교수는 2020년 10월 29일 ‘싸이언스 타임스’ 취재기자와의 대담에서 조선인민군 최신형 주력땅크에 적용된 기술과 장비가 2018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선군-915’ 땅크에 비해 “무려 수십 년은 앞서 있다”라고 높이 평가했었다. 

 

전시에 서울로 진격하는 조선인민군 제105땅크사단에 맞서 싸울 상대가 한국군 제7기동군단이다. 제7기동군단에는 12개의 전차대대가 편성되었다. 1개 전차대대에 전차 32대가 배속되었으므로, 제7기동군단에 배속된 전차는 모두 432대다. 제7기동군단에 그처럼 많은 전차가 배속되었으므로 강한 공격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제105땅크사단은 제7기동군단보다 더 강한 공격력을 가졌다.  

 

조선인민군 제105땅크사단 산하 1개 중땅크대대에 배치된 중땅크는 30대, 1개 경땅크대대에 배치된 경땅크는 41대다. 제105땅크사단은 14개 중땅크대대와 4개 경땅크대대로 편성되었으므로, 제105땅크사단에 배치된 중땅크는 420대이고, 경땅크는 164대다. 그러므로 제105땅크사단에 배치된 땅크는 모두 580대다. 땅크 580대를 보유한 제105땅크사단과 전차 432대를 보유한 제7기동군단이 맞붙으면, 제105땅크사단이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 

 

5. 땅크장갑사단이 창설되었다

 

새로 창설된 전투부대가 2023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에 등장했다. 이 전투부대의 실명은 알려지지 않았고, ‘땅크장갑사단’이라는 비공식 명칭만 알려졌다. 조선인민군 땅크장갑사단은 고속기동전을 전담할 특수기갑부대인 것이 분명하다. 고속기동전을 전담할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이 있는데, 조선인민군 중앙군사위원회는 고속기동전을 전담할 또 다른 기갑사단을 창설하고 땅크장갑사단이라는 비공식 명칭으로 그 존재를 세상에 공개했다. 땅크장갑사단이 창설된 배경을 알아보자.

 

조선인민군 수뇌부는 그들의 ‘조국해방전쟁’ 경험을 회고할 때마다 전쟁 시기에 제105땅크려단 이외에 땅크려단이 한 개만 더 있었다면, 부산까지 진격하여 전쟁을 결속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해왔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인민군의 고속기동전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서울과 부산으로 각각 진격할 두 개의 기갑사단을 요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전략적 필요성은 김정은 총비서의 결정에 의해 해결되었다. 서울로 진격할 제105땅크사단 이외에 부산으로 진격할 땅크장갑사단이 별도로 창설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10년 1월 5일 조선의 언론매체는 김정일 총비서의 현지지도 밑에 제105땅크사단 산하 땅크부대가 땅크기동전술을 훈련한 소식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후계자로 추대된 김정은 총비서는 몸소 951호 땅크의 조종간을 잡고 땅크를 몰아 ‘중앙고속도로 춘천-부산 374km’라고 쓰인 커다란 표지판이 서 있는 눈 덮인 훈련장을 질주하면서 땅크포를 연속사격하였다. 이 극적인 장면을 회상하면, 이번에 새로 창설된 땅크장갑사단은 전시에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고속으로 남진하여 부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2022년 6월 27일 ‘자주시보’에 실린, ‘작전지도에 붉은 줄이 그어졌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4년 9월 14일 ‘중앙일보’에 보도된 조선인민군의 ‘2015년 조국통일대전요강’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인용하였다. 나는 그 글에서 결전의 날이 오면 조선인민군은 세 갈래 남진 공격로를 타고 고속기동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서술했다. 그 글에서 나는 조선인민군 기갑사단이 한국군 제3군단과 제1군단의 전투지경선이 맞닿은 경계에 있는 경기도 포천의 광덕산에 뚫어놓은 전략 갱도에서 지상으로 나와 중앙축선 남진 공격로를 타고 부산까지 최단거리를 단숨에 질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광덕산 전략 갱도에서 지상으로 나와 부산까지 질주할 고속기동전 전담 부대가 이번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땅크장갑사단이다. 

 

한국군 제7기동군단이 개성-문산-파주 축선을 타고 남진하는 조선인민군 제105땅크사단의 집중 공격을 받으며 고전하고 있을 때, 조선인민군 땅크장갑사단은 광덕산 전략 갱도에서 지상으로 나와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까지 단숨에 질주하게 될 것이다. 조선인민군 땅크장갑사단의 작전 임무는 부산에 진입하는 것이므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남진할 때 한국군 전투부대와 교전하지 않고 무조건 부산까지 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6월 22일 평양에 있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최고위급 군사 지휘관들과 함께 진행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에서 부산지역이 표시된 대형 작전지도를 앞에 놓고 작전계획을 수정하였는데, 당시 언론보도 사진에 나타난 대형 작전지도 한복판에는 붉은 줄이 북쪽에서 부산까지 수직으로 그어졌다. 

 

6. 5개 포병대대가 5개 포병련대로 증편되었다

 

2023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에 참가한 전투부대들 가운데는 기계화보병사단도 있다. 제425기계화보병사단, 제108기계화보병사단, 제815기계화보병사단, 제806기계화보병사단 순으로 행진하였다. 조선인민군 기계화보병사단은 명칭이 사단이지 실제로는 군단급 기동부대다. 조선인민군 1개 기계화보병사단은 5개 기계화보병려단으로 편성되었는데, 이제까지 1개 기계화보병려단에 1개 포병대대가 배속된 것으로 외부에 알려졌었다. 

 

그런데 2023년 2월 8일 열병식에 참가한 4개 기계화보병사단 열병 종대들이 앞세우고 행진한 군기 중에는 포병대대 군기가 아니라 포병려단 군기가 있었다. 이를테면, 제108기계화보병사단 열병 종대는 5기의 포병려단 군기를 휘날리며 행진하였다. 이런 정황을 보면, 1개 기계화보병사단 산하 5개 포병대대가 5개 포병련대로 대폭 증편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21년 6월 18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6월 11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조선인민군 편제를 핵보유국의 위상에 맞게 개편하라고 지시하였는데, 그에 따라 확대회의에서 “땅크와 장갑차를 운용하며 공격전을 수행하는 기동군단”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는 계획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이 인용문에 나오는 기동군단 확대계획은 군단급 기계화보병사단의 5개 포병대대를 5개 포병련대로 증편하는 계획을 말한다. 5개 포병련대는 1개 포병사단으로 편제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국방부가 2023년 2월 16일에 펴낸 ‘2022 국방백서’에 의하면, 조선인민군은 기계화보병사단과 포병사단(5개 포병련대)을 통합하여 기계화포병사단을 편성했다고 한다. 기존 기계화보병사단의 5개 포병대대가 5개 포병련대로 증편되었다는 ‘2022 국방백서’의 서술은 틀리지 않지만, 그렇게 증편된 사단을 기계화보병사단이라는 기존 명칭으로 부르는지 아니면 기계화포병사단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부르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2023년 2월 8일 열병식 녹화 실황 영상에서 해설원은 기계화보병사단이라는 기존 명칭을 사용했다.   

 

조선인민군 기계화보병사단의 5개 포병대대가 5개 포병련대로 증편됨으로써 기동사단의 화력이 대폭 강화되었다. 그처럼 화력을 대폭 강화한 4개 기계화보병사단이 결전에 대비해 황해북도 사리원에서 강원도 통천으로 이어지는 사리원-통천 동서횡단축선 이남 전방지대에서 총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결전의 날이 오면, 조선인민군 4개 기계화보병사단은 조선인민군 전략군과 협동작전을 전개할 것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글라이더형 극초음속미사일, 원뿔첨두형 극초음속미사일, 2관 이스칸데르형 변칙비행미사일, 4관 에이태킴스형 변칙비행미사일, 5관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6관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동시다발로 집중발사하는 엄청난 선제타격으로 결전에 돌입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 전쟁지휘소, 공군기지, 레이더기지, 통신망, 방공망, 탄약고, 유류저장고, 전력공급망이 전부 파괴되고, 한국군은 치명타를 받을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치명적인 선제타격을 받은 한국군이 의식불명상태에서 휘청거릴 때, 조선인민군 4개 기계화보병사단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물밀 듯이 남진할 것이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23년 2월 19일 담화에서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 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라고 썼다. 한국군이 “용감무쌍한 척”하지만 조선인민군의 적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조선인민군은 미국군을 적수로 상대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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