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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봄날은 미군이 나가야 온다

10일, 35차 반미월례집회 용산 한미연합사 앞에서 열려

  • 기자명 이기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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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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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차 반미월례집회는 날로 강화되고 있는 대북적대정책을 규탄하고 한미동맹 해체와 한미일군사협력 반대하는 내용으로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9인 집회로 진행되었다.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35차 반미월례집회는 날로 강화되고 있는 대북적대정책을 규탄하고 한미동맹 해체와 한미일군사협력 반대하는 내용으로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9인 집회로 진행되었다.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대북적대정책 철회! 한미동맹 해체! 한미일군사협력 반대!

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은 따뜻한 봄날인 지난 10일, 용산 한미연합사앞(용산미군기지 4번게이트)에서 35차 반미월례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날로 강화되고 있는 대북적대정책을 규탄하고, 한미동맹 해체와 한미일군사협력, 문재인 정부의 군비증강을 규탄하였다.

이날 집회는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라 9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인권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이경송 민중민주당 당원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다며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였다.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사진-통일뉴스 이기영 통신원]
이경송 민중민주당 당원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다며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였다.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사진-통일뉴스 이기영 통신원]

첫 번째 발언을 나선 민중민주당 이경송 당원은 “미국은 북의 인권을 운운하며 고립압살책동까지 벌이고 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권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를! 전세계를 상대로 특히 자신들과 적대시되는 나라인 북측을 상대로 인권유린을 떠들어대고 있는 미국이다”며 미국을 강력히 규탄하였다.

그리고 “실상은 미국이야말로 온갖 불법 인권유린으로 범벅된 저질스러운 최악의 범죄국이 아닌가. 코로나로 인해 민생이 파탄난 미국 내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건의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고 미국 내 반인권 반민주적인 실태와 인종차별 인신매매와 공권력의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는 실상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의 인권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촉구하였다.

미국 마음대로 들여온 사드는 즉각 철거해야

최근 사드가 배치된 소성리에 평화지킴이 활동을 하고 왔다는 이진호 대표는 사드 철거와 문재인 정부의 군비증강을 규탄하였다.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사진-통일뉴스 이기영 통신원]
최근 사드가 배치된 소성리에 평화지킴이 활동을 하고 왔다는 이진호 대표는 사드 철거와 문재인 정부의 군비증강을 규탄하였다.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사진-통일뉴스 이기영 통신원]

두 번째 발언에 나선 평화통일시민행동 이진호 대표는 최근 사드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 소성리에 평화지킴이 활동을 하고 왔다고 밝히고 “미국무기 도입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F-35 구입비만 7조 4천억원, 한 해 유지비용이 47억 들고,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는 4대를 1조1천억원에 계약하고, 연간 유지비용으로 553억원이 들고 있다. 그리고 그중 2대는 고장이 나서 운영이 안된다.”며 미국산 무기도입에 천문학적인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폭로하였다.

이진호 대표는 “이런 무기도입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군사적 긴장을 초래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데 문재인 정부는 거액의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무기도입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동참한다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간 마찰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라는 명분으로 남측의 경항공모함이 출동할 수도 있고, 만약 미중간 마찰이 발생할 경우 사드기지는 중국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한미동맹의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우리가 꿈꾸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에 한미동맹은 함께 갈 수 없다

이재연 학생은 한미일군사협력을 반대하며, 이에 동참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였다.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사진-통일뉴스 이기영 통신원]
이재연 학생은 한미일군사협력을 반대하며, 이에 동참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였다.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사진-통일뉴스 이기영 통신원]

세 번째 발언에 나선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 이재연 학생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해, 졸속적으로 타결된 매국적 위안부 합의를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에는 전면무효라고 이야기하더니, 임기 1년을 남긴 지금은 위안부합의는 공식합의를 인정하며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었다. 도대체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문재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였다.

그리고 “한미일 삼각동맹은 중국과 북을 적으로 상정한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그리고 남북관계마저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밝히고, “임기 막바지에 다다른 문재인 정부, 정말 노골적으로 한미동맹을 추종하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에 한미동맹은 함께 갈 수 없다” 한미동맹을 추종하는 문재인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주둔비 한 푼도 줄 수 없다.! 미군은 당장 이 땅을 떠나라

지난 4월 3일 범민련 남측본부 16기 신임 의장으로 취임한 이태형 의장은 미군주둔비 파기를 요구하였다.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지난 4월 3일 범민련 남측본부 16기 신임 의장으로 취임한 이태형 의장은 미군주둔비 파기를 요구하였다.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네 번째 발언에 나선 범민련 남측본부 이태형 의장은 “지난주 토요일은 73년간 응어리진 아픔으로 다시 맞이한 제주 4.3항쟁이었다. 수천수만의 무고한 제주도민을 학살한 주한미군이 76년 동안 주둔하고 있는 한 제주 4월의 봄은 결코 포근할 수 없다.”며 최근 제주 4.3항쟁 73주년을 맞아 제주 4.3항쟁의 주범은 주한미군임을 상기시켰다.

이어 이 의장은 “주한미군 주둔 76년! 그들이 있었던 곳은 여지없이 환경오염으로 국토를 손상시켰고, 효순이 미선이 탱크로 깔아죽인 것을 비롯해서 헤아릴 수 없는 범죄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자주국방의 근간인 작전통제권은 여전히 남의 나라 미군 손아귀에 쥐어 있으므로, 한국은 수치심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며 주한미군을 강력히 규탄하였다.

끝으로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는 주한미군은 당장 이땅을 떠나야 마땅한데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그것도 부족해서 주지 않아도 될 주둔비용을 섬겨 바치면서 부끄럼도 없이 오히려 자화자찬 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우리 부모형제를 쏴 죽이라고 한 주한미군에게 정녕 우리 세금 갔다 바쳐야 되겠습니까. 아니 그럴 수 없다.”며 미군주둔비 파기를 요구하였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박교일 대표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박교일 대표 [사진-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마지막 순서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박교일 대표는 “미국의 한반도 지배 침략책동을 분쇄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바로 전쟁의 화근이자 만악의 근원인 미군을 철시키는 것이다. 미군철수는 특히 한미동맹 해체와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이기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시대적 과제이다. 우리 민중은 정의의 반미자주투쟁에 반드시 총궐기해 모든 미군을 철수시키고 이 땅 위에 평화, 번영, 통일의 새 시대를 펼쳐 놓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35차 반미월례집회는 범민련 남측본부 김성일 선전국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대협, 평화통일시민행동, 민중민주당,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범민련 남측본부 등 여러 단체들이 참가하여 진행하였다.

 

[기자회견문]  주권침해 중단하고 미군 철수하라!

바이든정부의 대북적대시책동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PAC-3)미사일 등을 운용하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등 태평양 4개지역의 미군부대가 탄도미사일 합동연습을 전개했다. 명목은 북과 중국의 미사일위협 대응이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실상은 침략전쟁연습이다. 사드와 패트리엇의 체계 자체가 대북 · 대중 <선제공격>을 목적으로 설치 · 가동 중이며 북과 중국을 레이더망으로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기에 그렇다.

바이든정부는 올해 들어 미·일합동군사연습, 쿼드합동군사연습 등 인도·태평양지역 나라들을 동원한 침략연습을 벌였으며 3월에는 작전계획 5015의 <선제타격>, <북지휘부제거>를 목적으로 한 한·미합동군사연습도 감행하며 북침핵전쟁책동을 계속 벌여왔다.

바이든정부는 대북고립압살책동도 동시에 벌이고 있다. 30일 미 국무부는 <2020 국가별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관련 인권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북 정부의 지독한 인권침해에 대해 계속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주권침해 망언을 내뱉었다. 이남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는 <북에 대해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늘리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이라며 내정간섭을 감행했다. 바이든정부의 북인권소동과 대북전단 살포 옹호는 북에 대한 고립압살책동이자 우리 민족에 대한 분열이간책동이다. 특히 코로나19에 의한 세계 최대 사망률을 자랑하는 미국이 북의 코로나19에 따른 국경폐쇄조치를 인권유린 사례로 꼽은 것은 이른바 <인권보고서>의 허구성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이든정부의 한국정부에 대한 내정간섭은 정치·경제적으로 만연해있다. 한미외교 · 국방회의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강조하고 <한미연합방위태세강화>를 재확인하며 <연합훈련 · 연습의 중요함>을 강조함으로써 주한미군에 의한 군사적 지배체제를 확고히 했다.

특히 바이든정부는 미군주둔비로 작년대비 13.9%나 인상된 1조1833억원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국방비 증가율에 맞춘 분담금인상을 결정하며 우리 민중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 미국에 의한 경제적 약탈과 문재인정권의 친미사대성은 최근 미국산 대형 공격헬기 36대 추가도입 결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가안보실장 서훈은 <북비핵화>가 주요의제로 거론된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 대해 <굉장히 의미가 컸다>고 자평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뼛속 깊은 친미사대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바이든정부의 주권침해 · 내정간섭에 우리 민족과 민중이 격분하는 것은 필연이다. 바이든정부의 북침 선제핵타격 · 대북고립압살책동과 이남에 대한 정치·경제적 지배와 약탈은 코리아반도의 핵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 민족의 존엄과 생명을 위협한다.

미국의 한반도 지배 · 침략책동을 분쇄하기 위한 최우선과제는 바로 전쟁의 화근이자 만악의 근원인 미군을 철수하는 것이다. 미군 철수는 특히 한미동맹 해체와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이기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우리 민중은 정의의 반미자주투쟁에 반드시 총궐기해 모든 미군을 철수시키고 이 땅 위에 평화 · 번영 · 통일의 새 시대를 펼쳐 놓을 것이다.

2021년 4월 10일

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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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중국도 강요 않는데, 언론이 미국편을 강요"

[인터뷰]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다자주의 초월적 외교로 신냉전 막아야"

21.04.12 18:14l최종 업데이트 21.04.12 18:14l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  미국과 중국이 프레너미(친구 프렌드(friend)와 적 에너미(enemy)의 합성어)인 상태에서 한국이 굳이 어느 한 쪽 편을 들 필요는 없지만, 만약 양 강대국이 적대관계로, 즉 신냉전을 향해 간다면 그때엔 어느 한 쪽을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지 않을까? "그때를 대비해서 플랜B로 "초월적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는 게 문정인식 해법이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약 1시간20분에 걸쳐 인터뷰를 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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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너미(frienemy). 친구 프렌드(friend)와 적 에너미(enemy)의 합성어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현재의 미중 관계를 프레너미로 정의했다. 적대관계 쪽으로 치우쳤다가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서 적대관계에서 벗어나려 하는 중이고, '차가운 평화'와 '신냉전'의 경계선상에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과 중국이 관계를 회복하려 하는데, 한국이 어느 한 쪽 편을 들지 않는다고 호통을 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보수 언론이다. 문 이사장은 "아무도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데, 한국의 보수 언론들이 미국 편을 들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미국 편을 들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쿼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쿼드를 자꾸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동맹이라고 얘기하고, '아시아판 나토'가 된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달 한국에 와서 2+2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할 때도 '쿼드라고 하는 것은 4개국 사이의 비공식 대화협의체이기 때문에 들어오고 말고 하는 게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라면서 "그런데도 한국 언론은 '미국이 요청했는데, 우리가 참여하지 않는다'고 합창을 하고 있다.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언론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중국이 프레너미인 상태에서 한국이 굳이 어느 한 쪽 편을 들 필요는 없지만, 만약 양 강대국이 적대관계로, 즉 신냉전을 향해 간다면 그때엔 어느 한 쪽을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지 않을까?

"그때를 대비해서 플랜B로 '초월적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는 게 문정인식 해법이다. 한국처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일본, 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같은 국가들과 협력해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통해 신냉전의 도래를 막는 것, 이게 한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2017년 5월부터 3년여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지낸 문 이사장은 지난 1월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최근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청림출판) 책을 펴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외교가 직면한 도전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문 이사장을 만나 1시간 20분가량 인터뷰했다. 다음은 문 이사장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팍스 아메리카나, 팍스 시니카, 팍스 유니버셜리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  "다행히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과거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만 과거와 똑같은 상태는 아닐 것이다. 상당히 많은 변화 상태 속에 과거로 복원될 것이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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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인류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가.
"다행히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과거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만 과거와 똑같은 상태는 아닐 것이다. 상당히 많은 변화 상태 속에 과거로 복원될 것이다. '복원된 현재'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더 조심스러울 것이고, 더 신중해질 것이고, 국가의 역할이 강화되는 그런 세상이 될 것이다."

- 코로나19의 영향 중 하나로 군사안보에 치중하던 전통적 안보개념에서 지구촌 수준의 인간안보의 개념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국가안보 사항으로 군사안보보다 더 중요한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하다. 인간의 생물학적 안보가 군사안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망자 숫자가 14세기 흑사병이나 1918년 스페인 독감 때처럼 많아진다면 안보개념이 혁명적 변화가 올 수도 있을 테지만, 코로나의 치사율은 낮은 편이다.

우리가 규범적으로 이야기했을 때는 코로나 위기 같은 상황에서는 자연히 군사안보에 대한 역점은 줄여야 한다. 국방비를 감축시키면서 군비경쟁도 군비통제를 통해 완화시키면서 인간안보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하는데 이런 당위론적인 기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당장 미국의 행태를 보라. 한편에서는 코로나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지정학적 대결을 위해 국방비를 증액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두 개의 얼굴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내가 볼 때는 과거의 전통적 군사안보에서 생물학적인 인간안보로 전환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두 개의 안보 사안이 중첩적으로 공존하는 게 지금의 객관적 상황이라고 본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5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느냐 아니냐가 제일 중요하다. 장기화돼 국경이 폐쇄되고 나라마다 빗장을 걸어 잠그면 키신저 박사가 얘기했던 '성곽도시와 신중세'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그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 

다른 두 가지 시나리오는 미국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해서 '팍스 아메리카나 II'로 가거나, 중국이 승리해서 '팍스 시니카'로 가는 건데, 미국이나 중국 두 나라 모두 완전한 승자는 아니다. 그러니까 미국 중심의 패권질서라든가, 중국 중심의 패권질서가 온다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세계질서는 '팍스 유니버셜리스'라고 하는 당위론적 세계질서다. 보편 질서를 통한 세계 평화, 즉 유엔 혹은 다자주의 협력을 통한 세계질서인데, 최근 백신민족주의에서 볼 수 있듯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이 코로나 문제를 자신들 먼저 해결하겠다고 백신을 매점매석하고 있는데, 돈이 없는 나라들은 그걸 못하고 있지 않은가. 또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협력 체제는 미·중이 협력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미중 '느슨한 비대칭' 양극 구도... 설전 오간 고위급회담에선 진지한 논의도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  "고대 그리스 시대, 압도적 힘을 가졌던 스파르타가 새롭게 해양 상업국가로 등장한 아테네의 도전에 대한 공포 때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났던 것을 상기해 보라. 지금 미국과 중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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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미·중 대결이 심화되면서 현상유지가 악화되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성 있는 것인가.
"미국과 중국 간의 '느슨한 비대칭적 양극구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여기서 '느슨하다'는 것은 예전 냉전시기 미국 중심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소련 중심의 바르샤바 조약기구(Warsaw Treaty Organization)가 대치했던 것처럼 아주 타이트하게 양극화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상호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비대칭'이란 의미는 미국이 아직도 중국에 비해서 압도적 국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2019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1조4277억 달러 정도 되는데, 중국은 14조3429억 달러다. 6~7조 달러 차이는 상당히 큰 수치다. 군사력도 아직 미국이 압도적 우위에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은 6846억 달러를, 중국은 1811억 달러를 군사비로 지출했다. 구매력(PPP, 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으로 봐도 미국이 압도적이다. 핵탄두 숫자도 미국은 5800개, 중국은 최대 320개다. 미국이 11척의 항공모함으로 전세계 바다를 커버하고 있지만, 중국은 경항모 수준의 2척이 전부다.

문제는 패권국 미국의 국력 신장 속도가 상당히 완만한 데 비해 도전국 중국의 신장 속도는 빠르다는 데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 압도적 힘을 가졌던 스파르타가 새롭게 해양 상업국가로 등장한 아테네의 도전에 대한 공포 때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났던 것을 상기해 보라. 지금 미국과 중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아직 객관적으로 미국의 국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한데, 중국이 쫓아오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면,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수정주의 세력이 되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아예 초반부터 막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중국 위협론'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위협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

- 지난 3월 18일(현지시각) 미·중 고위급 외교회담이 알래스카에서 열렸는데, 양 국 간 거친 설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중간 탐색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때는 두 나라 사이에 거의 고위급 회담이 없었다. 이번에 중국에서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마주 앉았다. 양국의 외교 핵심 실제들이 만나서 얘기를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첫 상호대면에서 양 측 모두 국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쇼를 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가 절대 트럼프보다 중국을 소프트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고, 양제츠도 수많은 인민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미국이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핵심 이익과 관련해선 양보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나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비공개 회의에서는 양국이 실질적 협의를 많이 했다고 한다. 미얀마 문제,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 협력, 북한 핵문제 등 여러 주제에 걸쳐 상당히 진지하고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 만약 이런 협의들 없이 회담이 실패했다고 한다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상당히 의미 있는 회동이었다'는 성명을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 2020년 7월 23일,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닉슨기념관 연설을 들어 '중국과의 결별을 통한 신냉전 선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평가를 내린 배경은?
"신냉전은 냉전의 새로운 형태다. 냉전이 뭔가. 바로 이념대결이다. 나는 폼페이오 장관의 닉슨 기념관 발언을 보면서 냉전 대결의 부활을 읽을 수 있었다. 폼페이오는 '지금 전세계가 코로나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중국 공산당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를 은폐하려다가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되었다'고 연설했다. 더 나가서 그는 '중국이 세계를 변화시키기 전에 우리가 중국을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중국 공산당 타도를 전면에 들고 나왔다.

이 연설은 반공주의를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어젠다(의제)로 삼겠다는 선언이고, 이는 곧 신냉전으로 가는 것이라고 나는 봤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이념 대결의 성격 때문에 신냉전이라고 평가를 한 것이다."

바이든 대중 정책은 3C, 협력·경쟁·대결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  "미국도 중국도 지금 공식·비공식적으로 우리에게 자기편을 들라는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미국 편을 들라고 강요하고 있다.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문정인 세종문제연구소 이사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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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행정부 역시 그 기조를 유지할 거라고 보시는가.
"그렇지는 않다. 책에도 썼듯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은 3C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과 협력(Cooperation), 경쟁(Competition), 대결(Confrontation),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북한 핵,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협력을 하고, 무역과 과학기술 문제에 있어서는 치열하게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대결은 가치문제에 있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홍콩 민주주의, 대만 국민들의 자유, 위구르 사람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고, 지정학적으로 지역의 패권을 잡으려고 하는 중국의 시도 역시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와는 결이 상당히 다르고, 중국에 대한 접근도 트럼프처럼 대결일변도가 아니라 외교적이고 훨씬 세련되게 접근할 거라고 본다. 하지만 가치와 지정학적 문제를 강조하다 보면 협력은 어려워지고, 경쟁은 대결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지금 미중 간 관계를 보면 프레너미(frenemy, 친구와 적의 합성어)란 단어가 떠오른다. 트럼프 때는 적대관계 쪽으로 치우쳤다가 지금은 기본적으로 적대관계에서는 벗어나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미중 관계가 '차가운 평화와 신냉전의 경계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중이 외교적으로 이걸 잘 다루지 않으면 신냉전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 만약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결하는 신냉전이 현실화된다면 한반도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냉전때처럼 우리는 미국 쪽에서, 자유진영에 붙어서 가야되는데 현실적으로는 이걸 정당화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고 공산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과거 소련 공산당하고는 결이 상당히 다르다. 중국은 이미 국제사회와 상호의존적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과거 소련은 그게 전혀 없었다.

또 중국공산당이 독재를 한다고 하지만 과거 소련에 비해서는 훨씬 더 유연하다. 그러니까 과거 소련 공산당 시스템을 가지고 지금 중국 공산당을 재단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신냉전은 결국 중국이 과거의 소련처럼 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 출발한다. 즉 대외적으로 팽창주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전 국민에 대한 시스템적 탄압과 억압을 가한다는 것인데, 지금 중국의 실상은 그렇지는 않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신냉전으로 간다는 자체가 내가 볼 때는 어불성설이라는 측면이 상당히 있다.

여기서 제일 강조하고 싶은 점은 미국도 중국도 지금 공식·비공식적으로 우리에게 자기편을 들라는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맹을 잘 유지하라고 강조하는 것이고, 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잘 지켜나가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그 어느 쪽도 당장은 우리 입장을 보면서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데,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미국 편을 들라고 강요하고 있다.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연장선상에서 여쭙겠다. 최근 중국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고, 미국에서는 한미일 안보실장 3자 회의가 개최됐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의용 장관이 샤먼에 가서 왕이 부장을 만나고, 서훈 안보실장이 아나폴리스로 가서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을 만난 것은 잘했다고 본다. 우리의 기본 노선은 미국과는 한미동맹을, 중국하고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다. 우리 국가 외교안보 정책 목표는 결국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제제 구축을 동시에 병행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정부의 정책목표에 따라 외교장관과 안보실장이 움직였던 것인데, 이걸 가지고 우리 언론에서는 '기회주의적 행보'라느니 '줄타기 외교'라느니 비판한다. 더 나아가서는 결국 우리가 중국 편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공격한다. 아직 신냉전 상태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자청해서 어느 한쪽을 적으로 돌려 세우고, 스스로 족쇄를 채울 필요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

쿼드, 개념조차 왜곡... '들어오고 말고 없다'는데 한국 언론은 왜?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 초월적 외교의 핵심이다. 중견국들과 협력을 통해 미국도 설득하고 중국도 설득해서 신냉전으로 가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문정인 세종문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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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미 혹은 한미일 외교가 이슈가 되면 거의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게 '쿼드(Quad)' 참여문제다. 보수언론들은 쿼드를 중국 봉쇄를 위한 블록으로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우선 쿼드가 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2004년 12월 동남아와 인도양에서 쓰나미가 발생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쓰나미 피해복구 지원을 위해 일본과 인도가 얘기를 꺼냈고, 호주와 미국이 동참하면서 만들어진 4자협의체가 바로 쿼드다. 이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가 트럼프 대통령 시절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면서 미국이 쿼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쿼드를 자꾸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동맹이라고 얘기하고, '아시아판 나토'가 된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과 전혀 다르다. 가장 중요한 증거가 지난 3월 12일(현지시각) 열렸던 쿼드 4국 화상정상회의였다. 회의가 끝나고 나온 공동성명을 보면 첫째가 백신협력, 두 번째가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실무 워킹그룹을 만들자는 것, 세 번째가 핵심기술에 대한 4개국 협의를 하자는 것이었다. 군사안보 부분은 빠져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달 한국에 와서 2+2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할 때도 '쿼드라고 하는 것은 4개국 사이의 비공식 대화협의체이기 때문에 들어오고 말고 하는 게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우리 정부도 '미국이 우리에게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쿼드 혹은 쿼드 플러스 참여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누차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은 '미국이 요청했는데, 우리가 참여하지 않는다'고 합창을 하고 있다.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언론인가."

- 쿼드에 대한 개념조차 왜곡돼 있다는 말씀인가.
"기본적으로 '프레이밍(틀짜기)'다. '쿼드는 대중(對中), 반중(反中) 군사안보 동맹' 이런 식으로 프레이밍을 딱 해놓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이 여기 참여 안한다고 얘기를 하는 거니까 이건 엄청난 사실의 왜곡이다.

한국 언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미 미·중 간의 신냉전은 시작되었고, 미국은 반중연합 혹은 동맹을 구축하고 있고, 한국에 여러 번 시그널을 보냈는데도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한국 정부는 반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이런 식의 정형화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다."

- 책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도에 주창했던 '동북아 균형자론'이 보수세력에게 엄청난 공격을 받았지만 많은 부분 왜곡된 것이라고 쓰셨다.
"당시 대통령의 구상은 이거다. 한 50년 정도 지나면 주한미군도 떠날 것 아니냐, 그러면 이 지역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지역 패권경쟁이 붙을 건데 그 싸움을 말리려면 우리가 상당한 정도의 군사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일본편에 붙게되면 중국이 함부로 못할테고, 우리가 중국에 붙게 되면 일본이 함부로 못할 거 아니냐. 예를 들어 1815년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후 패권국으로 등장한 영국이 프랑스와 독일 등 대륙 국가들의 싸움을 말리겠다고 한 걸 '패권적 균형자'라고 한다. 보수세력은 한국이 그런 패권적 국가도 아니면서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비판한 거다.

그래서 내가 대통령에게 그런 '하드 밸런싱'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으나 '소프트 밸런싱'은 가능하다고 건의했다. 소프트 밸런싱은 군사력이 아닌 아이디어와 정책을 갖고 지역협력을 강화한다든가 해서 패권경쟁을 완화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한·중·일 3국의 협력과 통합이 가속화되어야겠다 해서 대통령이 한·중·일FTA 구상도 얘기하고 북한, 몽골 등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의 지역공동체를 어떻게 만드냐를 연구했던 거다. 가령 유럽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같은 국가들이 소위 말해서 연성 균형자 역할을 했다. 큰 나라들이 아니다. 그러니까 세간에서 얘기하는 균형자론은 <조선일보>의 균형자론이지 노무현의 균형자론이 아닌거다."

- 한국 처지에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중국 양쪽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냉전의 도래는 한국 외교에 엄청난 시련이 될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 제일 바람직한 상황은 현상유지다. 중국은 한미동맹을 반대하지 않는다. 단 자신들에 대해서는 적대적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보고 대놓고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끊으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신냉전 체제가 현실화된다면 우리보고 양자택일하라고 강요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플랜B'로 '초월적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 초월적 외교의 핵심이다. 그러면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한국 혼자 하면 미국이 말을 듣겠는가. 중국이 말을 듣겠나. 그래서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일본, 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같은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 나라들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런 중견국들과 협력을 통해 미국도 설득하고 중국도 설득해서 신냉전으로 가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북한, 남한에 대한 기대가 컸던만큼 배신감도 클 것"

- 현안을 몇 가지 여쭙겠다. 최근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올림픽 데탕트' 기회가 날아간 건가.
"나는 이번 발표에 그렇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 아닌가. 그리고 세상에 불가역적인 것이 어디 있나. 그 사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도 설득할 거고, 중국도 설득할 거고, 우리도 남북간 대화채널이 복원되면 얘기할 수도 있는 거고. 좀 지켜보자. 모든 가능성은 열어놔야 하는 거니까."

- 설사 다음에 정권이 바뀌더라고 북한은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현 정부와 뭔가 이뤄놓는 게 유리할 텐데.
"근데 남한에 대한 실망이 큰 것 같다. 남한이 너무 무기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평양은 엄청난 기대를 가졌었다. 기대가 큰 만큼 배신감도 엄청 많이 느낀 거다. 우리가 하나도 못했잖나. 어쨌든 간에 남북 정상간 신뢰는 한때 구축된 게 있으니까 북이 섭섭한 게 있다 하더라도 결국 현 정부 하고 매듭지을 건 지어야 할 것 아니냐 생각된다."

- 이달 중 나온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는 언제 어떤 내용으로 나올까.
"바이든 행정부 내에는 대북정책에 대해서 강경파도 있고, 협상파도 있고, 안정적 관리파도 있다. 내가 볼 땐 바이든이 그중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고 세 개가 다 절충돼서 들어갔을 것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오면 협상하겠지만 최대한 압박이라는 기본노선은 지키겠다는 식으로 세 가지 견해가 다 들어가 있을 것이다."

- 최근 들어 국장급회담이나 안보실장회담 등 한일간 대화가 열리고 있는데, 이제 한일관계에 조금씩 물꼬가 트이고 있다고 봐도 되나. 미국이 중재 내지는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견해가 많은데.
"쉽지 않을 거다. 어떤 미국 고위인사가 2015년 위안부합의도 미국에서 압력을 넣은 게 아니라고 하더라. 언론보도와 상당히 다르다. 미국은 한국, 일본 다 중요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할 것이다.

한국 언론은 자꾸 미국이 일본편 든다고 하는데 일본편 들었다간 한국과 사이가 나빠지지 않나. 그러니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압박을 가할 거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일간 공통점을 찾아주려고 노력은 하겠지. 일본은 문재인 정부라고 하면 이미 반일, 반미, 친북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져 있다. 한국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면 어떻게 그렇게 '해결책을 가져오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나. 한국이 무슨 일본의 식민지도 아니고. 일본도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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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와 동년배, 세종은 가장 아름다운 금속활자를 발명했다

[이기환의 Hi-story]구텐베르크와 동년배, 세종은 가장 아름다운 금속활자를 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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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내에서는 전해지지 않는 15세기 금속활자본을 일본 도쿄(東京) 와세대대(早稻田大) 도서관에서 찾아냈다는 소식이 들렸는데요. <이학지남>(吏學指南)이라는 책은 중국 원나라 때인 1301년에 편찬한 법률·제도 용어집이자 관리 지침서랍니다.

그러나 저는 <이학지남>이라는 책 자체에는 그리 관심이 없구요. 이 책이 1420년(세종 2년) 제작된 ‘경자자(庚子字)’라는 금속활자로 만들었다는 것에 눈길이 쏠렸습니다.

세종대왕 기념관에 전시된 ‘주자소도’. 태종과 세종 때 한문과 한글 금속활자를 만든 연구소이자 공장이었다. 1420년 주자소 관리들이 경자자를 개발하자 세종은 술 120병과 고기를 하사했다.

세종대왕 기념관에 전시된 ‘주자소도’. 태종과 세종 때 한문과 한글 금속활자를 만든 연구소이자 공장이었다. 1420년 주자소 관리들이 경자자를 개발하자 세종은 술 120병과 고기를 하사했다.

 

■신료들은 왜 금속활자를 반대했을까

1420년이라면 어떻습니까. 최초의 금속활자본이 <직지>(1377년)이든, 혹은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보물 758-2호·1239년 무렵)이든 43~181년이나 흘렀던 때입니다.

바로 그럴 때 조선의 태종과 세종은 양질의 금속활자를 개발해서 책을 대량인쇄하는 것을 국책사업으로 여기고 분투하고 있었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태종(재위 1400~1418)은 1403년(태종 3년) 주자소를 만들면서 “국내에 책이 너무 적어서 유생(儒生)들이 공부할 수 없다”(2월13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태종이 주자소를 만들려 했을 때 신료들은 “소용없는 일”이라면서 한결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답니다. 그러나 실록에 따르면 태종은 ‘억지로 우겨서’ 주자소를 만들었습니다(<세종실록> 1434년 7월2일).

(吏學指南). 중국 원나라 때인 1301년에 편찬한 법률·제도 용어집이자 관리 지침서이다. 이 책은 1420년(세종 2년)제작한 ‘경자자(庚子字)’라는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이다. 국내 유일본이다.|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 와세대대(早稻田大) 도서관에서 찾아낸 <이학지남>(吏學指南). 중국 원나라 때인 1301년에 편찬한 법률·제도 용어집이자 관리 지침서이다. 이 책은 1420년(세종 2년)제작한 ‘경자자(庚子字)’라는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이다. 국내 유일본이다.|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왜 신료들이 입을 모아 반대했을까요. 고려·조선시대 금속활자의 주조 및 인쇄술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죠. 왜냐. 이때의 금속활자는 모래주형(주물사)에 따라 주조했습니다.

“부드러운 갯벌을 평평하게 편 인판(印板)에 나무에 새긴 활자를 찍으면 글자가 새겨진다. 인판이 말라 굳어지면 쇳물이 통할 구멍과 길을 만들어놓고 다른 판을 겹친 뒤 구리액을 구멍으로 쏟아붓는다. 그러면 구리액이 패인 곳에 들어가 하나하나 글자가 된다.”(성현의 <용재총화>)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주조기술이 부족했습니다. 초기의 금속활자를 보면 주조 때 생긴 쇳물찌꺼기와 같은 흠결이 보입니다. 인쇄할 때도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조한 활자들을 조판틀에 움직이지 않게 배열하고 먹을 묻힌 뒤 종이를 덮고 골고루 문질러야 인쇄가 되겠죠. 하지만 한 자 한 자 조판된 활자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세종실록>(1434년 7월2일)을 보면 인쇄 때의 괴로움이 절절이 배어나옵니다.

“인쇄할 때 먼저 밀랍(蜜蠟·꿀 찌꺼기를 끓여서 짜낸 기름)을 조판틀 밑에 펴고 그 위에 글자를 차례로 맞추어 꽂는다. 그러나 아무리 말려도 밀랍의 성질이 원래 부드러우니 조판활자가 굳지 못했다. 겨우 두어 장만 인쇄하면 글자가 쏠리고 비뚤어져서 인쇄하는 자가 괴롭게 여겼다.”

이런 지경이었으니 태종이 주자소를 만든다고 할 때 대소신료들이 “절대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반대한 것입니다. 이해가 가시죠. 태종이 온갖 어려움 끝에 계미자(1403년)를 보완한 ‘정해자’를 만들고(1407년) 그 뒤에도 3년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인 1410년(태종 10년) 인쇄본을 찍어냈지만 만족할 수 없었답니다.

 ‘공인본’(보물 758-2호)의 활자본 글자> ② 주조기술 부족으로 획이 탈락한 부분을 인위적으로 칠했다. ③초창기 금속활자는 주물기술 부족으로 점과 필획의 완성도가 떨어져 글자 판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을 가필해서 보사한다. ④ 쇳물찌꺼기 때문에 판독이 어려우면 나중에 덧칠하지만 때로는 가필이 잘못 된 경우가 생긴다, ⑤주조과정에서 활자가 탈락되면 인위적으로 가필하기도 했는데, 틀리게 가필한 경우도 많았다. |박상국 동국대 석좌교수의 <세계 최초의="최초의" 금속활자본="금속활자본" 남명증도가="남명증도가">(김영사간), 2020년에서"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① 주조기술의 부족으로 쇳물찌꺼기가 그대로 보이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보물 758-2호)의 활자본 글자> ② 주조기술 부족으로 획이 탈락한 부분을 인위적으로 칠했다. ③초창기 금속활자는 주물기술 부족으로 점과 필획의 완성도가 떨어져 글자 판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을 가필해서 보사한다. ④ 쇳물찌꺼기 때문에 판독이 어려우면 나중에 덧칠하지만 때로는 가필이 잘못 된 경우가 생긴다, ⑤주조과정에서 활자가 탈락되면 인위적으로 가필하기도 했는데, 틀리게 가필한 경우도 많았다. |박상국 동국대 석좌교수의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남명증도가>(김영사간), 2020년에서

</세계>

■가장 아름다운 활자 발명

1418년 세종(재위 1418~1450)이 아버지(태종)가 이루지못한 과업의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1420년(세종 2년) 세종은 우선 당대의 과학자이자 공조참판인 이천(1376~1451)에게 “아무래도 (‘정해자’ 등 기존의) 글자 모양이 고르지 않으니 당신이 한번 새롭게 만들어보라”는 특명을 내립니다.

이천은 온갖 방법을 짜내 새로운 활자를 개발하니 ‘경자자’입니다. 경자년(1420년)에 개발했다 해서 ‘경자자’가 된거죠. 이번에 와세대대 도서관에서 찾아낸 <이남지남>이 바로 이 경자자로 찍었다는 거죠.

어쨌든 <세종실록>은 “나름 정교하고 치밀했다는 ‘경자자’ 개발로 하루에 20여장 인쇄할 수 있었다”(1422년 10월29일)고 했습니다. 세종은 경자자를 개발한 주자소 관리들에게 “수고했다”면서 술 120병과 고기를 하사했습니다. 주자소에서는 1420년부터 2년간 <자치통감강목>을 찍어냈습니다.

①초창기 금속활자본을 보면 이중으로 인쇄된 흔적이 보인다. 조판된 활자가 움직인 경우, 종이가 말린 경우, 종이 놓인 위치가 바르지 않아 바로잡는 과정에서 이중 인출된다. ②조판된 활자를 인쇄할 때 활자의 기울기에 따라, 혹은 인쇄하는 사람의 힘 조절에 따라 인쇄상태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 흔적이 보인다. 어느 한쪽이 흐려지거나 진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박상국 교수의 단행본에서

①초창기 금속활자본을 보면 이중으로 인쇄된 흔적이 보인다. 조판된 활자가 움직인 경우, 종이가 말린 경우, 종이 놓인 위치가 바르지 않아 바로잡는 과정에서 이중 인출된다. ②조판된 활자를 인쇄할 때 활자의 기울기에 따라, 혹은 인쇄하는 사람의 힘 조절에 따라 인쇄상태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 흔적이 보인다. 어느 한쪽이 흐려지거나 진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박상국 교수의 단행본에서

그래도 뭔가 부족했습니다. 여전히 ‘인쇄 때 글자가 이리저리 쏠리고 비뚤어지는 폐단’이 있었기 때문이죠. 다시 14년이 흐른 1434년(세종 16년), 세종은 다시 이천을 호출합니다. 당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59세)였던 이천은 “할 수 없다”고 완곡히 사양했는데요. 세종이 누굽니까. “당신이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고 세종 본인의 표현대로 ‘강요’했습니다. 세종의 특명을 받은 이천은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경자자’의 단점을 상당부분 보완합니다. <세종실록> 1434년 7월2일자를 볼까요.

“내(세종)가 ‘강요하자’ 경(이천)의 지혜로 밀랍을 쓰지 않고도 조판한 글자들이 흔들리지 않으니….”

신기하죠. 이천은 어떻게 밀랍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조판한 글자를 흔들리지 않게 만들었을까요.

“처음에는 글자를 조판하는 법을 몰라서 밀랍을 녹여서 글자와 글자 사이를 붙였다. 그러나 단단하게 굳지 않았다. 그 뒤에 대나무로 빈 곳를 메우는 재주를 써서 밀납을 녹이는 비용을 없앴다.”(<용재총화>)

즉 활자와 활자 사이의 빈곳에 대나무를 메워서 조판한 활자들을 고정시킨 겁니다.

이때, 즉 갑인년인 1434년(세종 16년) 개발한 이 활자에는 ‘갑인자’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갑인자’는 14년전에 개발한 ‘경자자’에 비하여 조금 크고 글자의 체가 매우 좋았습니다. ‘경자자’의 자체가 가늘고 빽빽해서 보기 어렵다는 여론이 있었기 때문에 개선한 거죠. 이 ‘갑인자’로 하루에 40여 장 인쇄하는데 성공할만큼 조판틀(활판)을 고정시키는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갑인자’로 찍어낸 책은 글자획에 필력(筆力)의 약동이 잘 나타나고 글자 사이가 여유있게 떨어져 있으며, 판면이 커서 늠름합니다. 또 먹물이 시커멓고 윤이 나서 한결 선명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이 ‘갑인자’는 활자본의 백미로 일컬어집니다. 이로써 활자는 정해자(1407년)→경자자(1420년)→갑인자(1434년)로, 인쇄는 두어장(태종 때)→20여장(1420년)→40여장(1434년)으로 진보했답니다.

이고, 오른쪽 사진은 ‘국보 제148-1호’인 <십칠사찬고금통요>권16이다. 그러나 정해자(계미자)로 책을 찍어냈지만 조판 및 인쇄기술의 부족 때문에 한번에 겨우 2~3장 인쇄하는데 그쳤다."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정해자(혹은 계미자)로 찍어낸 책들. 왼쪽이 ‘국보 제149-2호’인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 권6>이고, 오른쪽 사진은 ‘국보 제148-1호’인 <십칠사찬고금통요>권16이다. 그러나 정해자(계미자)로 책을 찍어냈지만 조판 및 인쇄기술의 부족 때문에 한번에 겨우 2~3장 인쇄하는데 그쳤다.

</십칠사찬고금통요>

■손수 한글로 지은 월인천강지곡

모처럼 만족할만한 활자(갑인자)를 20여 만 자를 주조했습니다. 그 활자로 평소 찍고 싶었던 책을 발행 보급합니다. 조선과 중국의 효자·충신·열녀 각 110명을 선정해서 삽화(그림)를 그리고, 그림 설명과 시(詩)까지 붙인 <삼강행실도>를 제작·배포합니다(1434년). 무지몽매 때문에 삼강오륜을 저버리는 범죄는 없어야겠다는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또 아동들을 가르치기 위한 유학 수신서인 <소학>도 찍었고, 역사서인 <자치통감>까지 간행합니다. <세종실록>은 “이제 큰 활자(갑인자)를 주조했으니…<자치통감>을 인쇄하고 전국에 반포해서 노인들이 보기 쉽도록 하고자 한다. 종이 30만권만 준비하면 500~600질을 인쇄할 수 있다”고 뿌듯해 했답니다. 눈이 침침한 노인들도 책을 보게 하려고 활자가 큰 갑인자를 개발했다는 얘기잖습니까.

금속활자를 그토록 개발하려 했던 세종의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씨’가 구구절절 배어나옵니다.

세종은 “‘갑인자’ 개발로 서적이 널리 인쇄되어 배우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니, 문화와 교육이 번성하고 세상의 도리가 높아질 것”이라 했습니다.

. 오른쪽 사진은 국보 283호 <통감속편>(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1420년 개발한 경자자로 찍어낸 책들. 왼쪽 사진은 중국 상하이(上海)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치통감 강목>. 오른쪽 사진은 국보 283호 <통감속편>(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

</통감속편>

그렇게 1434년(세종 16년) 한자 금속활자의 백미라는 ‘갑인자’를 제작한 세종은 9년 뒤(1443년) ‘훈민정음 창제’라는 불세출의 과업을 완수하죠. 그런 뒤에는 또하나의 과업을 시도합니다.

막 창제(1443년), 반포(1446년)한 한글의 금속활자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종은 둘째아들인 수양대군(훗날 세조·재위 1455~1468)에게 특명을 내리는데요.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편찬해서 훈민정음 반포 7개월전 죽은 부인(소헌왕후·1395~1446)의 명복을 빈다는 것이었습니다. 소헌왕후는 독실한 불교신자였거든요.

이 명에 따라 수양대군은 <석보상절>을 편찬한 뒤 이를 훈민정음으로 번역했는데요(1447년). 세종은 이 <석보상절>을 꼼꼼이 읽고 각 2구절에 따라 막 창제한 훈민정음으로 석가모니의 공덕을 찬양한 찬불가 583곡을 손수 지었는데요. 그것이 <월인천강지곡>이죠.

(국보 71호)|간송미술관 소장 ② 1438년(세종 20년) 간행된 <자치통감강목> 권19(보물 552호).|아단문고 소장 ③1436년(세종 18)에 간행하여 배포한 <자치통감>(보물 1281-2호).|서울역사박물관 소장"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1434년(세종 2년) 개발한 갑인자와 갑인자를 보완한 활자로 찍어낸 책들. 갑인자는 금속활자의 백미라는 찬사를 받는다. ①1448년(세종 30년) 갑인자로 찍어낸 <동국정운>(국보 71호)|간송미술관 소장 ② 1438년(세종 20년) 간행된 <자치통감강목> 권19(보물 552호).|아단문고 소장 ③1436년(세종 18)에 간행하여 배포한 <자치통감>(보물 1281-2호).|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자치통감></자치통감강목>

■최초의 한글활자는?

중요한 것은 이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 등 두 책은 1434년 개발한 갑인자(한자 활자)와 함께 특별히 주조한 한글 금속활자를 조판해서 간행했다는 거죠. <석보상절>의 편찬이 1447년 9월에 완료·간행되었으니 한글활자도 이 무렵에 주조된 것으로 보이죠.

그러니까 두 책은 훈민정음 창제 후 1년 남짓 지났을 때 주조된,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최초의 한글금속활자로 간행된 겁니다. 그러나 이때 주조한 한글활자는 전해지는 것이 없는데요.

지난해(2020년) 10월 세종이 훈민정음 창제후 주조한 최초의 한글금속활자를 최첨단 기술인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분석·복원하는 기법이 처음으로 시도되었는데요. 정재영·최강선 한국기술교육대 연구팀이 4개월동안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서 현존하는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의 활자본을 분석한 뒤 세종대왕 당시의 한글금속활자를 복원하는 과정을 개발한 건데요.

 (국보 149-2호) ②경자자로 간행한 <자치통감 강목="강목">. ③1438년(세종 20년) 갑인자 등으로 간행한 <자치통감강목> 권19(보물 552호).|아단문고 소장. 정해자(1407년) 및 경자자(1420년)와 비교할 때 갑인자(1434년)는 글자가 예쁘고 생동감이 넘치며 자간 거리도 떨어져 읽기 쉽다는 평을 받는다. 그래서 갑인자를 두고 ‘활자본의 백미’라 한다. 인쇄도 두 어 장(태종 때)→20여장(1420년)→40여장(1434년)으로 획기적으로 진보했다."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정해자와 경자자, 갑인자본의 비교. ①1407년 정해자(혹은 계미자)로 찍어낸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 (국보 149-2호) ②경자자로 간행한 <자치통감 강목>. ③1438년(세종 20년) 갑인자 등으로 간행한 <자치통감강목> 권19(보물 552호).|아단문고 소장. 정해자(1407년) 및 경자자(1420년)와 비교할 때 갑인자(1434년)는 글자가 예쁘고 생동감이 넘치며 자간 거리도 떨어져 읽기 쉽다는 평을 받는다. 그래서 갑인자를 두고 ‘활자본의 백미’라 한다. 인쇄도 두 어 장(태종 때)→20여장(1420년)→40여장(1434년)으로 획기적으로 진보했다.

</자치통감강목></자치통감>

■천지인으로 만들었는데 어찌 삐침을?

그렇게 3D 기술로 복원한 한글금속활자는 일단 ‘월’, ‘인’, ‘천’, ‘강’, ‘지’, ‘곡’과 ‘니’, ‘텬’ 등 8자였는데요. 연구를 주도한 정재영 교수의 촌평이 인상깊더군요. 세종이 붓글씨만이 존재했던 당대에 ‘돋움체(고딕체)’의 한글을 창제한 것에 새삼 감탄했다는 거예요. ‘돋움체’는 서양에서 ‘획의 삐침이 없는 글씨체’를 뜻하는데요. 산세리프, 혹은 고딕체로도 하는데요. 이 글씨체는 18~19세기 사이에 유행한 글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나 그보다 300~400년 전 조선의 세종이 다양한 획과 굵기로 쓰는 한자 붓글씨 사회에서 점과 선 만을 이용한 ‘돋움체’의 글자, 즉 한글을 창제할 생각을 한 거죠.

(보물 523호) 을 편찬한 뒤 이를 훈민정음으로 번역했다.|국립중앙도서관 소장 ②세종은 이 <석보상절>을 꼼꼼이 읽고 각 2구절에 따라 막 창제한 훈민정음으로 석가모니의 공덕을 찬양한 찬불가 583곡을 손수 지었다. 이것이 <월인천강지곡>(국보 320호)이다.|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①세종의 특명을 받은 수양대군은 1447년 <석보상절>(보물 523호) 을 편찬한 뒤 이를 훈민정음으로 번역했다.|국립중앙도서관 소장 ②세종은 이 <석보상절>을 꼼꼼이 읽고 각 2구절에 따라 막 창제한 훈민정음으로 석가모니의 공덕을 찬양한 찬불가 583곡을 손수 지었다. 이것이 <월인천강지곡>(국보 320호)이다.|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

</월인천강지곡></석보상절>

정재영 교수는 그것을 훈민정음 창제 원리와 연결짓는데요. 즉 세종은 한글의 첫음(자음)은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떴고, 가운데 소리(모음)는 하늘(·)과 땅(ㅡ), 사람(ㅣ)을 뜻하는 천지인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요. 사람의 발성기관을 본떴고, 자연 및 인간의 섭리를 담은 천지인을 떠올려 가장 간단한 점(·)과 선(ㅡㅣ)만으로 표현했는데 어떻게 흘림체나 삐침을 허용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지극히 간단하지만 심오한 뜻을 품고 있는 ‘돋움체’로 표현했다는 거죠.

과 <월인천강지곡>을 토대로 복원해봤다.|한국기술교육대 연구팀 제공"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인공지능으로 복원해본 훈민정음 창제 초기의 한글활자. 1447년(세종 29년) 무렵 한자 활자(갑인자)와 함께 막 창제한 한글의 동활자로 찍어낸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을 토대로 복원해봤다.|한국기술교육대 연구팀 제공

</월인천강지곡>

흥미로운 것은 세종이 서양에서 금속활자를 발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와 동년배라는 겁니다. 세종이 1397년생이고, 구텐베르크 역시 1397년에서 1400년 사이 태어났다고 하거든요.

세종이 가장 아름다운 금속활자라는 ‘갑인자’를 개발한 1434년이면 어떨까요. 구텐베르크는 인쇄술의 걸음마도 떼지 못했거나 막 내딛었던 때였답니다. 또 1447~48년 무렵이라면 어떨까요. 구텐베르크는 이제야 금속활자술을 터득하고 고향인 마인츠로 돌아오던 때였습니다. 이 무렵 세종은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 나절이 되기 전에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는’ 쉬운 글자를 창제하고 이를 곧바로 금속활자로 찍어내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었답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경향신문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120600001&code=960100#csidxf95b5872415bbd88a623e0a4781a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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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사설 “초선의원 공격 지나쳐”

언론, 민주당에 강성 지지층과 거리두기 주문... LG·SK 배터리 분쟁 극적 합의 ‘바이든 승리’ 평가

 

반성문 쓴 민주당 초선의원들

4·7 재·보선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쇄신과 성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일부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일어났다.

초선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했다. 이 대목에 일부 지지층의 반발이 이어졌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입장문을 낸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을 ‘초선 5적’으로 규정하고 거센 비난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 12일 조선일보 기사
▲ 12일 조선일보 기사

12일 아침신문은 일부 지지층의 ‘공격’에 초점을 맞추고 비판적으로 다룬 경우가 많았다. “자성론 꺼낸 여의원들에 ‘초선 5적’이라며 좌표 찍는 문파”(매일경제) “조국으로 갈라진 여... ‘초선 5적 쫓아내라’”(조선일보) “여 쇄신론에... 친문 ’초선 5적, 시건방 하늘 찌른다’ 분란 지속”(국민일보) “극성 친문, 반성촉구 여 초선들에 비난문자 폭탄 초선 5명 ‘친문 비문 분열 조장말라 재차 성명’”(동아일보) 등의 기사가 나왔다.

동아일보는 “극성 지지층의 공세가 다시 시작되면서 여당 의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며 “소수의 지지층에 끌려가다가는 계속해서 민심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한 여당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서울신문은 “민생 문제에 천착하라는 민심과 개혁 노선을 강화하는 당심의 충돌인 셈”이라며 현재를 분수령으로 규정했다.

▲ 12일 아침신문 1면 모음
▲ 12일 아침신문 1면 모음

언론 민주당에 강성 지지층과 거리두기 주문

특히 이날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국민일보는 ‘강성 지지층’을 비판하고 이들과 거리두기를 주문하는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여권, 강성 친문 뒤에 숨어선 미래 없다” 사설을 내고 “선거 참패를 바라보는 젊은 의원들의 자기반성과 당청을 향한 고언에 귀를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입을 틀어막겠다며 실력 행사에 나서는 행태에 여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져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와 중앙일보 사설 제목
▲ 한겨레와 중앙일보 사설 제목

한겨레 역시 “민주당 일부 당원의 초선의원 공격, 지나치다”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초선의원들을 거칠게 공격하는 이유가 일반 국민의 정서나 판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점도 걱정스럽다”며 “이 정도 수위의 의견 개진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면 정당의 내부 공론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 반발에 자성 멈출 건가” 사설을 통해 “민주당에선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입을 다물고 이견이나 토론 없이 일방 독주하고, 갈수록 강성 지지층만 남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한 순간에 10년 전으로” 부산 민주당 허탈

부산지역은 민주당이 ‘낙동강 벨트’로 규정하고 확장세를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이번 부산시장 선거 결과 김영춘 후보의 득표율은 34.4%로 박형준 후보의 절반 가량에 불과했다. 부산일보는 “‘당 후보 지지율이 선거 때마다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는데, 한순간에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부산일보에 “부산 지역은 서울보다 정권 심판론이 훨씬 강했는데 중앙당의 기조에 편승했을 뿐 지역 민심을 고려한 접근법이 없었다”고 했다.

▲ 12일 부산일보 기사
▲ 12일 부산일보 기사

국제신문은 “입법 여 주도, 행정 야 장악... 사상 첫 양당구도 협치 숙제”기사를 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당선됐지만 부산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39석, 국민의힘 6석, 무소속 2석으로 여당이 압도하는 구조다. 서울보다 여당 의석 비율이 적긴 하지만, 부산의 경우 행정과 입법을 주도하는 정당이 달랐던 경우가 없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협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제신문은 “사상 처음으로 시장과 시의회를 대표하는 정당이 갈라진 상황”이라며 “협력할 분야로는 코로나19 대처와 민생 분야가 꼽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신문은 “하지만 시의원 중에서 가덕신공항 건설과 2030 부산월드엑스포, 메가시티 추진 등 현안의 추진 방향에서 이견이 나올 수도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LG·SK 배터리 분쟁 극적 합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이 막을 내렸다. 미 국제무역위원회가 지난 2월 LG의 손을 들어주는 판정을 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결정을 앞두고 극적 타결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합의로 LG는 배상금 2조권을 받게 되고, 조지아주 공장 신설, 미국 내 배터리 사업을 계속 하게 된다. 

▲ 12일 경향신문 기사
▲ 12일 경향신문 기사

언론은 ‘바이든의 승리’라고 입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쪽의 손을 들었다면 미국으로선 피해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미 국제무역위 결정을 수용해 LG의 손을 들 경우 SK가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가동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에 SK의 배터리 부품 미국 수입이 중단되면 SK와 계약을 맺고 있는 미국 전기차 생산에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지식재산권 보호’ 원칙이 흔들릴 수 있었다.

경향신문은 이번 합의의 의미에 대해 “서로 윈윈하는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며 “미 바이든 행정부로선 일자리 창출과 배터리 공급망 구축, 지식재산권 보호까지 두루 실익을 챙겼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SK측이 조지아주 공장을 철수하면 미국 내 전기차 공급이 타격을 받고, 일자리도 줄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를 미국의 국익을 고려한 압박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부산일보 코로나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

부산일보는 박혜수 설치미술가, 부산시립미술관과 함께 코로나19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부고’ 기사를 선보였다. 가족이 고인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면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와 부산일보를 통해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날 신문에는 이수희씨 자녀들이 사연을 보냈다. 

▲ 12일 부산일보 기사
▲ 12일 부산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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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충돌 앞두고 있는 두 개의 조약

[개벽예감 439] 정면충돌 앞두고 있는 두 개의 조약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4/1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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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두 개의 조약, 정면충돌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 

2.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와 제3조에 대한 해석

3.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제2조에 대한 해석

 

 

1. 두 개의 조약, 정면충돌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 

 

지금 두 개의 조약이 정면충돌을 앞두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두 조약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지만,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에서 정치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그 두 조약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진다.  

 

과거사를 되돌아보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에서 정치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던 시기에 각각 체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10월 1일에 체결되었고,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은 1961년 7월 11일에 체결되었다. 

 

미국은 6.25전쟁이 종전으로 끝나지 않고 불안정한 정전상태로 전환된 직후, 전쟁의 포연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 시기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당시 미국이 그 조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정전 직후 북침전쟁을 도발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깔려있었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직후인 1953년 10월 30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핵무기를 다른 재래식 무기들처럼 사용하겠다고 결정했고(NSC 162/2), 1956년 11월에는 경기도 의정부와 안양에 핵무기를 각각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결정에 따라 1958년 1월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주한미국군기지에 반입되었다.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직후, 전시핵무기사용문제를 결정하고, 주한미국군기지에 전술핵무기를 반입한 것은, 북침전쟁을 도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은 ‘방위조약’이라는 위장명칭을 내걸으나, 실제로는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북침전쟁을 도발하려고 했던 것이다.  

 

다른 한편, 조선과 중국이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두 가지 엄중한 사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제1차 사태는 1960년 1월 19일 미국과 일본이 상호협력안보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조선과 중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1951년 9월에 미일안보조약을 체결했던 미국이 1960년에 1월에 또 다시 미일상호협력안보조약을 체결한 것은 북침전쟁을 도발하려는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되었다. 조선과 중국이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미국의 북침전쟁도발위험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있었던 것이다.  

 

제2차 사태는 미국의 배후조종을 받은 한국 군부의 친미극우집단이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강탈하고 4.19민중항쟁과 조국통일운동을 짓밟은 것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미국의 제국주의대결정책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반제민족해방운동을 폭력으로 짓누르고 반미민주정권을 친미극우정권으로 대체하는 극악한 양상을 드러냈는데, 1961년 5.16군사정변도 그런 사례들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 2001년 10월호에 실린 분석기사에 따르면, 1961년 여름 미국의 전쟁기획자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정밀한 선제핵타격계획을 작성하여 대통령 존 케네디(John F. Kennedy)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간 1961년의 정세를 조선과 중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미국은 기시 노부스께(岸 信介) 친미극우정권과 박정희 친미극우정권을 앞세워 북침전쟁을 도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북침전쟁도발책동을 저지, 파탄시키려는 조선과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체결을 추동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은 언젠가는 정면충돌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것으로 생각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 조약이 체결된 이후 지난 68년 동안 한미관계, 조미관계, 남북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는 오늘, 그 조약은 중미관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남북관계, 조미관계, 중미관계에서 대화와 협상이 완전히 중단되고 첨예한 대결이 벌어지는 오늘,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3월 18일 토니 블링큰(Anthony J. Blinken)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Lloyd J. Austin) 미국 국방장관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그들이 서울을 방문한 목적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우선주의정책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미국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시 중대한 관심사로 추켜세우려는 데 있었다. 그들이 서울방문 중에 발표한 한미외교-국방장관회담 공동성명에는 “양측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을 방어하고, 한미연합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호 노력할 것을 재확인하였다”고 명시되었다. 

 

다른 한편,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은 그 조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60년이 되었지만, 조선이 자주로선을 견지해온 것으로 하여 그 조약이 조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를테면, 지난 60년 동안 조선과 중국이 진행한 수많은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에서 그 조약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한미정상회담이나 한미고위급회담이 진행될 때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반드시 명시적으로 언급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그런데 요즈음 중미관계가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는 오늘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주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은 지난 60년 동안 조중관계에 매우 제한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남북관계, 조미관계, 중미관계에서 첨예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 그 조약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2021년 3월 22일 베이징에서 회동한 리룡남 중국 주재 조선대사와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련락부 부장을 통해 구두친서를 교환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시진핑 총서기에게 보낸 구두친서에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정형을 통보하면서 “조선반도 정세와 국제관계 상황을 진지하게 연구, 분석한 데 기초하여 국방력 강화와 북남관계, 조미관계와 관련한 정책적 립장을 토의결정한 데 대하여 심도 있게 통보하시면서, 적대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책동에 대처하여 조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의 구두친서에서 특별한 강조점은 조선이 “적대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책동에 대처하여” 중국과의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는 문제에 찍혀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과 중국이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에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시진핑 총서기는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낸 구두친서에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정형을 통보해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새로운 형세 하에서 조선 동지들과 손잡고 노력함으로써 중조관계를 수호하고, 훌륭히 공고히 하며, 훌륭히 발전시킬 (중략) 용의가 있다”고 하면서, ”심각히 변화되고 있는” 국제 및 지역정세 속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를 표명했다. 시진핑 총서기의 구두친서에서 특별한 강조점은 조중관계를 수호하고, 더욱 공고히 하며, 훌륭히 발전시키는 문제에 찍혀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중관계를 수호하고, 더욱 공고히 하며, 훌륭히 발전시키는 문제는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2021년 3월 22일 김정은 총비서와 시진핑 총서기가 교환한 구두친서에서 조중관계를 더욱 강화, 발전시키는 문제를 강조한 것은 2021년 7월 11일에 맞이하게 될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체결 60주년에 즈음하여 조중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의견교환으로 생각된다. 2021년 4월 1일 <동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미외교국방장관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021년 3월 18일 서울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조선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2021년 7월 11일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체결 60주년에 즈음하여 조중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첨예한 대결이 벌어지는 조미관계와 중미관계에 조선과 중국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1953년 8월 8일 서울 경무대에서 당시 외무장관 변영태와 당시미국 국무장관 존 포스터 덜레스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조인하는 장면이다. 이 조약은 미국군의 남한점령을 무기한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불평등조약이다. 아래쪽 사진은 2015년 12월 10일 경기도 연천에 있는 한탄강에서 한국군과 미점령군이합동도하작전을 연습하고 찍은 기념사진이다. 도하작전은 대북방어전이 아니라 북침공격전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체결된 이후 68년 동안 미국군의 무기한 남한점령과 한미련합군의 북침전쟁연습을 합리화, 정당화해주는 근거로 사용되면서, 한미관계, 남북관계, 조미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정면대결로치닫고 있는 오늘, 그 조약은 중미관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한반도 및동북아시아 정세는 70년 만에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정세격변기에 우리는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민족주체력량으로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2.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와 제3조에 대한 해석

 

남북관계, 조미관계, 중미관계에서 첨예한 대결이 벌어지는 오늘,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와 제3조가 새로운 관심의 대상으로 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는 다음과 같다. 

 

“당사국은 어느 일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 당사국은 (중략) 본 조약을 실현하고 그 목적으로 추진할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 하에 취할 것이다.” 

 

이 인용문은 영어로 작성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조항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인데, 문맥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어색한 번역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의역해야 그 문맥을 파악할 수 있다. “조선이 무력공격으로 한국의 정치적 독립과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미국은 한국과 협의하고, 본 조약을 실행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국과 협의하고 합의하여 취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 조항이 미국의 자동적인 무력개입을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남북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은 자동적으로 무력개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가 미국의 자동적인 무력개입의무를 규정하지 않았다면, 제3조는 미국의 즉각적인 무력개입의무를 규정하지 않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다음과 같다.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지배 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지배 하에 합의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동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의 헌법 상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이 인용문도 영어로 작성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조항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인데, 문맥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어색한 번역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의역해야 그 문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조선의 무력공격, 그리고 한국이 앞으로 미수복지역을 수복하는 경우에 있을 수 있는 조선의 무력공격이 미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미국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 조항이 미국의 즉각적인 무력개입을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남북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은 즉각적인 무력개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연방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여기서 미국 연방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전쟁선포권을 가진 미국 연방의회가 다른 나라의 전쟁에 대한 무력개입문제를 의결하는 것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미국 연방의회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에 무력개입을 하지 않는다고 의결하면, 미국은 남북무력충돌이 일어나도 한반도 전선에 파병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전쟁에 무력개입을 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1931년 9월 18일 만주사변을 일으킨 일제가 1937년 7월 7일 중일전쟁을 도발하여 중국을 침략했을 때, 미국 연방의회는 주전파와 불개입파로 갈라져 10년을 논쟁하다가, 1941년 12월 7일 미국 하와이주 해군기지가 일제의 공습을 받았을 때 비로소 대일전쟁을 선포하고 전쟁을 개시한 바 있다.  

 

그런데 논리적 모순이 보인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미국은 정전 직후 북침전쟁을 도발하려는 전략적 의도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는데, 그처럼 호전적인 미국이 남북무력충돌에 자동적으로, 즉각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그 조약에 집어넣었으니, 모순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은 모순되는 행동이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주한미국군이 무기한으로 주둔하고 있고, 한국에 근 20만명에 이르는 미국인들이 체류하기 때문에, 남북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미국이 자동적으로, 즉각적으로 무력개입을 하는 것이 이론의 여지가 없이 명백하다.  

 

둘째,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와 제3조는 미국이 남북무력충돌에 무력개입을 하는 문제를 규정한 조항들이므로, 미국이 단독으로 북침전쟁을 도발하는 문제와는 무관하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무관하게 북침전쟁을 도발할 수 있다. 

 

그런데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던 1953년의 정세와 판이하게 다른 2021년의 정세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만문제와 관련하여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대만을 수복하기 위한 통일전쟁준비를 완료하고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는 중이고, 그런 사정을 간파한 미국은 강력한 무력시위로 중국의 통일전쟁의지를 가로막아보려고 광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통일전쟁을 개전하면, 미국은 대만을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중국을 공격할 것이다. 이것은 중미전쟁이 일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미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중국대륙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배치된 주한미공군 전투기들을 서해 상공으로 즉각 출동시킬 것인데, 그렇게 되면 주한미공군 전투기들과 중국인민해방군 공군 전투기들이 서해 상공에서 치렬한 교전을 벌이게 되고, 중국인민해방군 전략군은 미사일을 연속발사하여 주한미국군기지들을 즉시 타격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여 한국군을 중미전쟁에 참전시킬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2021년 3월 18일 서울을 방문한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장관과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정의용 외무장관과 서욱 국방장관을 만나 2+2 회담을 진행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다. 그들의 서울방문 중에 발표된 한미외교-국방장관회담 공동성명에는 "양측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을 방어하고, 한미연합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호 노력을 것을 재확인하였다"고 명시되었다. 지금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홀시했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중시하고 있지만, 동북아시아 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보다 미일상호협력안전보장조약을 훨씬 더 중시하게 되었다.  


 

3.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제2조에 대한 해석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의 전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서술되어 있다. 

  

“맑스-레닌주의와 프롤레타리아국제주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또한 국가주권과 령토완정에 대한 호상존중, 호상불가침, 내정에 대한 호상불간섭, 평등과 호혜, 호상원조 및 지지의 기초 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의 형제적 우호협조 및 호상협조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키며 량국 인민의 안전을 공동으로 보장하며 아세아와 세계평화를 유지, 공고화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 

 

위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에는 국가주권에 대한 상호존중의 원칙, 내정에 대한 상호불간섭의 원칙, 평등과 호혜의 원칙이 명시되었다. 이러한 3대 원칙은 그 조약의 제5조에 다시 명시되었다. 

 

최근 첨예한 대결이 벌어지는 남북관계, 조미관계, 중미관계와 관련하여,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에서 특별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제2조다. 제2조는 다음과 같다. 

 

“체약 쌍방은 체약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어떠한 국가로부터의 침략이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취할 의무를 지닌다. 체약 일방이 어떠한 한 개의 국가 또는 몇 개의 국가들의 련합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조선과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과 대만은 각각 주권국가가 아니라 미해방지역이므로, 위에 인용한 조항은 남북무력충돌이나 양안무력충돌 같은 내전과는 무관하고, 미국이 남북무력충돌이나 양안무력충돌에 무력개입을 감행할 때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에 인용한 제2조에 따르면, 미국이 남북무력충돌에 무력개입을 감행하여 대규모 증원부대를 보내면, 중국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 없이” 조선에 군사원조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힘을 다하여” 군사원조를 제공한다는 말은 중국이 한반도 전선에 파병하여 조선인민군과 함께 항미원조전쟁을 수행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남북무력충돌로 내전이 일어나는 경우, 다시 말해서 남북무력충돌이 조선의 조국통일전쟁으로 전환되면, 중국은 한반도 전선에 파병할 수 없다. 왜냐하면, 중국이 남북내전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에 명시된, 내정에 대한 상호불간섭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6.25전쟁 초기에 중국은 조선에 파병을 제의했지만, 조선은 남북내전에 외국군대가 참전하는 것이 내정불간섭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중국의 파병제의를 받지 않았고, 미국이 한반도 전선에 지상군을 파병하여 남북내전에 무력개입을 감행한 이후에 중국의 파병제의를 받아들였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조선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여 김정은국무위원장이 마련한 국빈만찬에서 담소하는 장면이다. 리설주 여사와 펑리위안 여사가 국빈만찬에 동석했다. 국빈만찬은 2019년 6월 20일 평양에 있는 목란관에서 진행되었다. 시진핑 주석의 조선방문은 조선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강화, 발전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1년 7월 11일 조선과 중국은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조약체결 60주년에 즈음하여 조중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조선과 중국에 대한 적대행동의 강도를 높여갈수록 조선과 중국은 단결과 협력을 더욱 강화, 공고화하면서 각자 통일전쟁의 결정적 시기를 앞당기려고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시기다.  


하지만 앞으로 남북무력충돌이 일어나도, 6.25전쟁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남북무력충돌로 내전이 일어나면, 조선은 미국이 증원부대를 한반도 전선에 파병하여 무력개입을 감행하기 전에 ‘72시간 전쟁계획’에 따라 통일전쟁을 신속히 결속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인민해방군을 한반도 전선에 파병하여 항미원조전쟁을 재개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중국의 양안무력충돌은 한반도의 남북무력충돌과 사정이 전혀 다르다. 중국과 대만의 무력충돌로 내전이 일어나면, 인민해방군은 72시간 만에 그 전쟁을 결속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의 언론매체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2016년 12월 7일 사설에서 인민해방군은 몇 시간이면 대만군을 궤멸시키고 대만을 돕는 미국군이 대만에 도착하기 전에 대만 전역을 장악하고 통일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한반도와 작전환경이 전혀 다른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개전 이후 72시간 만에 대만통일전쟁을 신속히 결속하기는 어렵다. 기습공격과 고속기동을 중심으로 하는 지상전으로 전개될 조선의 조국통일전쟁과 달리,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은 해상포위전과 상륙전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인데, 해상포위전과 상륙전은 지상전보다 훨씬 더 힘든 작전이다. 

 

중국이 대만통일전쟁을 개전 이후 72시간 안에 신속히 결속하지 못하면, 미국은 중국 내전에 무력개입을 감행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사정을 예상하면, 조선은 중국 내전에 무력개입을 감행한 미국의 중국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에 의거하여 중미전쟁에 참전할 것이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군사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의 무력침공을 저지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화, 장성되었다. 거기에 더하여,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고,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증진시키는 조선도 미국의 무력침공을 저지하기에 충분한 핵억제력을 보유했다. 동북아시아의 군사상황이 이처럼 미국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미국은 일본을 끌어들인 반중국련합전선을 구축하고,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을 억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적대행동의 강도를 높여갈수록 중국은 조선과의 단결과 협력을 더욱 강화, 공고화하면서 대만통일전쟁의 결정적 시기를 앞당기려고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그런데 상황을 오판한 미국이 일본을 끌어들여 중국의 양안내전에 무력개입을 감행하면, 조선은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제2조에 의거하여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 없이” 중국에 군사원조를 제공해야 한다. 중미전쟁이 벌어지면, 일본군은 미국군사령관의 작전지휘를 받으며 미국군과 합동작전을 벌일 것이지만, 조선인민군은 중국인민해방군과 합동작전을 벌이는 게 아니라 중국인민해방군을 지원하는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전개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조선은 조국통일전쟁과 함께 항미원중전쟁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이 거의 동시에 수행하게 될 조국통일전쟁과 항미원중전쟁을 통합적으로 전망해야 할 새로운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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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부동산 충돌’, 문재인 정부는 누구 편에 설 것인가?

무주택자, 2030청년, 비고가 1주택자의 편이 되어야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발행2021-04-11 16:27:53 수정2021-04-11 16: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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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실내서도 항상 마스크 착용해야…위반시 과태료 10만원

다중이용시설 운영자의 운영·관리소홀 적발시 과태료는 150만원
집회-공연-행사는 물론 실외 2m 거리두기 안될때도 마스크 써야

 

앞으로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 한다.

 

'실내'란 버스·택시·기차·선박·항공기, 기타 차량 등 운송 수단과 건축물 및 사방이 구획돼 있어 외부와 분리된 모든 구조물을 포함한다.

 

실외에서 2m 거리 유지가 되지 않거나 집회·공연·행사 등 다중이 모일 때에도 마스크를 항상 써야 한다.

 

또 역학조사 과정이나 한 업소에서 동일인이 반복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적발된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 지도 없이 곧바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종전에는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마스크 의무 착용 대상 시설이 달랐다.

 

학원, 독서실, PC방 등 중점·일반관리시설에서는 1단계부터, 실외 스포츠 경기장은 1.5단계부터 마스크를 쓰게 돼 있었으며, 집회·시위를 비롯해 모든 실내 공간 등으로 확대되는 것은 2단계부터였다.

 

이번 조치에 앞서 이달 5일부터는 '기본방역수칙'이 시행되면서 거리두기 단계에 상관없이 콜라텍·무도장, 직접판매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스탠딩 공연장 등 33개 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정부의 이번 마스크 착용 의무화 대책은 앞선 조치를 더 단순화하고 강화한 것으로, 위반시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방대본 관계자는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해서는 10만원, 운영자의 운영·관리 소홀에 대해서는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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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은 결국 이재명 대 윤석열?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21.04.11 08:32

 

서울시장 보궐 뒤 주요대선주자 손익계산표… 이낙연 ‘아웃’ 위기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기득권 대 국민이라는 ‘포퓰리즘적 균열’이 눈에 띄진 않았다. 그러나 내년 대선은 다를 것이다.”

정치사회학자 김호기 교수가 선거 당일 새벽 SNS에 남긴 글이다.

“유력 대선후보 두 사람이 미국 샌더스와 같은 진보적 포퓰리즘을, 프랑스 마크롱과 같은 중도적 포퓰리즘을 앞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가 촉발하고 구조화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우리 사회에서도 ‘포퓰리즘적 모멘트’에 불을 댕길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가 진보포퓰리스트와 중도포퓰리스트를 누구라고 찍어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능히 추측 가능하다. 이재명과 윤석열이다. 결국 내년 대선은 이재명 대 윤석열의 구도일까.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연합,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연합, 사진공동취재단

 

■ 코로나 격리, SNS 글로 사과한 이낙연
“국민 여러분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4·7 재보선으로 표현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합니다. (…)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대한민국과 민주당의 미래를 차분히 생각하며,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개표가 마감된 후 4월 8일 아침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전날 그는 출구조사가 중계되는 당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총괄하는 입장에서 선거결과가 뚜렷해지는 시점에 입장을 표명해야 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사즉생(死卽生)이 필요했지만 사는 길을 택했다. 기자가 접촉한 정치전문가들은 선거참패의 책임으로 유력 대권주자에서 탈락하게 될 것이라 전망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이낙연이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정세균이 나와 대번에 10% 정도로 뛰어오르면 확 기울게 된다. 그러면 여권에서는 이재명 독주체제가 되는데 지난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한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소장의 말이다. 공표 금지 기간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3월 4일) 직후 단독 1위로 올라선 지지율이 3.5% 정도 빠진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이 2.7% 올랐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치고 올라가면 제일 타격이 큰 쪽이 이재명이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둘의 관계가 대체재나 보완재라는 것이다. 진실 여부를 떠나 사람들은 ‘윤석열은 개혁적인데 (이 정권에서) 억울하게 탄압받았다, 추미애이고 대통령이고 다 나서서 윤석열을 못살게 굴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윤석열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 이재명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진다. 민주당 내에서는 1위일지 모르지만.”

앞서 이낙연과 정세균의 관계도 대체재나 보완재로 인식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총리 출신이며 지역적 기반도 비슷하다.

“정세균계에서는 이낙연 쪽을 흡수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 이합집산이 일어날 것이다. 이재명이 유력주자가 되면서 이재명계 쪽에서 행사나 콘퍼런스를 하면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의원들도 얼굴을 비친다. 정 총리가 물러나면 개각이 있을 것이고, 그동안 불만이 누적돼온 경제부총리 교체 요구도 나올 것이다. 그동안 몸 풀던 군소후보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신철우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당을 깨는 수순까지는 안 가겠지만 선거 후 당·청 인적 쇄신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 평론가가 주목하는 것은 이광재 의원의 움직임이다. “원래 이광재는 정세균을 돕기로 약속돼 있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부산에 상주하면서 김영춘 선거를 도왔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던 시절의 PK 인연을 동원했다. 현지에서는 ‘김영춘 선거가 아니라 이광재 선거’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양정철발로 알려진 이른바 ‘13룡 등판론’도 힘을 받을 기세다. ‘포스트 이낙연 체제’에서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잠룡 정치인들을 차기 리더십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다.

4월 8일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4월 8일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 김종인, 윤석열 킹메이커로?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 이후는 상당 기간 윤석열의 시간이 될 것이다.”

정치평론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의 말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치적 의미가 큰 사건이다. 촛불과 탄핵으로 하나의 분기점이 됐던 정치적 변곡점이 민주당의 거듭된 실패와 불공정·기득권화로 다시 원점에 돌아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3지대의 공간이 넓어진 상태의 원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힘이 실리는 것은 아직 뚜렷하게 정치적 향방을 밝히지 않고 있는 윤석열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윤석열이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하냐에 따라 나머지는 변수가 될 것이다.”

당장 주목되는 것은 선거 이튿날인 4월 8일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김종인의 행보다.

국민의힘 외곽에서 윤석열의 대권행보에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은 윤석열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이제 자연인으로서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가에는 벌써부터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 바깥에서 윤석열과 함께 전 정권관련자나 비리전력자, 김종인 비대위에 반기를 들었던 당 중진들을 내치고 보수개혁신당을 만들 것이라는 추측이 돌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던 안철수나 김무성, 이재오 등 구정권 실세들을 제외하고 흡수한다는 시나리오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역할론도 끊임없이 나온다. 과거 안철수나 현 여권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등에서 뜻을 맞춘 적이 있는 김종인·윤여준이 이번에는 윤석열 대권을 위해 손을 잡았다는 관측이다.

윤여준 전 장관 측 인사는 “사실 윤 전 장관은 지난해 이재명 전 지사 측의 요청으로 두어 번 만난 것으로 알고 있고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이라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이 단독 1위로 올라선 뒤 이재명 측에서 발길을 끊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이 이재명 측 ‘제안’을 기다리고 있는데 연락이 안 왔고, 그 사이에 윤석열이 뜨게 되자 두 사람 모두에게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두 사람이 종친(파평 윤씨)이라 뒷말도 나올 수 있고, 김종인이 나서게 되면 윤 장관은 자연스럽게 뒤로 빠질 것”이라는 것이 이 인사의 관측이다.

야권에서는 유승민, 원희룡, 홍준표 등 다른 잠재적 대권주자도 있지만 향후 행보가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공동유세 과정에서 공언한 공동운영을 넘어선 합당은 윤석열의 움직임과 함께 서울시장 선거 후 진행될 야권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단일화 결과를 깔끔히 수용하고 선거에서 열심히 뛰면서 보수 쪽으로부터 믿을 만하다는 이미지와 신망을 받았다”고 평가하며 “정치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여전히 안철수에게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110832001&code=910100#csidx64c6c25e96fd6eda4415e99c66308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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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범한 3가지 오류, 진지한 혁신에 앞장서겠습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 기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합니다

21.04.10 11:39l최종 업데이트 21.04.10 11:39l

 

4.7 재보궐선거 이후 정부여당 안팎에서 쇄신론이 제기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인 이용우 의원(경기 고양정)이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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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실시된 4.7 재보궐선거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변화와 개혁, 철저하고 진지한 성찰을 통해 재출발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보여줬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싸늘한 민심을 마주했다. 당의 모습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변화해야 할 시기다.

우리 민주당은 보궐선거의 원인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은 우리 당 공직자의 불미스러운 성비위 사건이었기에 진솔한 반성이 전제돼야 했다. 그러나 당헌·당규를 무리하게 개정해서 결국 후보를 냈으며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한참 늦었다. 피해방지대책 역시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민주당을 보며 시민은 돌아섰다.

또한, 민주 정부를 출범시킨 촛불혁명의 이념에서 멀어졌다. 2016년 전국민으로부터 일어난 촛불은 적폐청산을 요구했다. 소수의 정치경제적 특권을 축소하고, 중산층과 사회적 약자를 함께 품자는 목소리였다.

이러한 요구에 힘입어 민주 정부가 탄생했다. 우리 당이 강령으로 추구하는 목표와 일치하는 지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로 우리는 어떠했는가? 적폐청산은 기존의 제도가 가진 불합리성을 제거하면서 균형있는 제도로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기존 제도에서 편익을 보는 행위자와 비용을 부담하는 행위자의 불균형을 새로운 균형점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연히, 정부가 비용과 편익의 불균형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적폐청산을 선악의 구도로 이해하고 높은 지지율에 현혹돼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을 배제해왔다. 우리만 옳다는 오만함으로 국민을 가르치려 했으며 촛불연합 세력에서 스스로 고립됐다.

오류
 
큰사진보기 4.7재보궐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한 신문가판대에 재보선 결과를 알리는 일간지들이 꽂혀 있다. 일간지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민심은 매서웠다... '무능, 오만' 여당 참패'(경향신문), '부동산 분노, 정부-여당 심판했다'(동아일보), '41대0... 분노한 민심, 정권을 심판했다'(조선일보), '정권을 심판했다, 서울이 뒤집어졌다'(중앙일보), '여당 참패, 무섭게 돌아선 민심'(한겨레), '분노의 민심, 여 독주 뒤엎다'(한국일보)
▲  4.7재보궐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한 신문가판대에 재보선 결과를 알리는 일간지들이 꽂혀 있다. 일간지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민심은 매서웠다... "무능, 오만" 여당 참패"(경향신문), "부동산 분노, 정부-여당 심판했다"(동아일보), "41대0... 분노한 민심, 정권을 심판했다"(조선일보), "정권을 심판했다, 서울이 뒤집어졌다"(중앙일보), "여당 참패, 무섭게 돌아선 민심"(한겨레), "분노의 민심, 여 독주 뒤엎다"(한국일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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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우리 당은 지난 4년간 세 가지의 큰 오류를 범했다. 

첫째, 우리 스스로 특권 세력이 돼 있었다. 적폐청산과 개혁에 이의를 제기하는 집단을 악으로 규정하여 무시했다. 도덕적 우월성과 선악 프레임을 바탕으로 한 일방적인 소통 단절은 국민이 보기에 또 다른 특권 세력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그에 대한 비판을 과거 역사와 언론만을 탓하기 바빴다. 오만하고 또 교만한 모습의 연속이었다.

둘째,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부동산 정책에 있어 시장원리를 무시한 집행은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드렸다. 투기와 투자는 구별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다주택자를 도덕적 잣대로 평가해 나쁜 것이라 규정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득이 2주택을 소유한 국민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무시하고 전문성이 결여된 정책으로 국민은 내집마련이라는 희망 앞에서 좌절했다.

또한, 무조건적인 대출 규제로 청년을 비롯한 생애최초주택을 마련하려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인정하고 시장의 작동원리를 세심하게 살필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고 국민의 삶에 와닿는 정책들을 구사해야 한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계층에 대해서는 취득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취득세와 등록세 감면, 그리고 금융지원제도(장기 모지기) 등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 의해 부담으로 작용할 종부세는, 특히 은퇴 이후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만 60세 이상 1주택 실거주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해당 주택을 양도하거나 상속, 증여할 때까지 과세를 미뤄 납부할 수 있는 과세이연제의 도입 역시 필요하다.
 
 29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9993만원으로 지난달(10억8192만원)보다 1801만원 올라 11억원에 육박했다. 서울 강남 지역(한강 이남 11개구)의 평균 아파트값은 13억500만원으로 처음 13억원을 넘겼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  지난 3월 30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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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유례없는 코로나로 인한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에 전세계적으로 모범적 대응을 한 국가로 손꼽힌다. 이른바 'K-방역'이다. 'K-방역'의 주인공은 국민의 적극적인 협력과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이다. 정부의 성과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K-방역의 성과를 정부의 것으로 적극 홍보했다. 물론, "덕분에"로 국민께 감사를 표했다. 그 이후는 어떠했는가? 공공의료기관의 적자와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중소영세자영업자의 손실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일을 뒤로한 채, 코로나 이후 뉴딜정책에 대해서만 적극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계속되는 코로나에 지친 국민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공감하는 정책이 우선시됐어야 한다.

근본적인 변화

'골목식당'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장사가 잘되지 않는 가게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인데, 장사가 안되는 이유는 누구나 안다. 청결, 서비스, 맛 어느 하나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왜 자기 음식이 인기가 없는지 '식당주인 자신만 모른다'는 것이다. 식당주인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식당의 간판만 바꿔 신장개업하면 고객은 금방 알아챈다.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식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레시피, 서비스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의 요구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장과 괴리된 정책만을 추진해왔고, 국민의 냉정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이번에 국민이 주신 명령은 민주당이 지향하는 사회, 공정함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루는 국가를 바로 세우라는 것이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어렵다. 한동안 지속돼온 기존 지형의 세력교체가 필요하고, 당의 구성원이 다양해져야 한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 지도부 구성부터 국민의 눈높이에서 혁신해야 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월 9일, 나를 비롯한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국민들의 처절함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으며, 초선이 혁신의 주체가 돼 앞장서겠다는 입장문을 밝힌 바 있다. 어느새 기득권 정당이 된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 철저하고 진지한 성찰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당,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4.15 총선에서 경기도 고양정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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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용우, #4.7재보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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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앞에 다가온 20대 대선, 다시 촛불은 무엇을 물어야 할까

[좌담] ② <다시 촛불이 묻는다> 이병천·조돈문·전강수 교수가 짚은 '문재인 정부 4년'


 4.7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현 정부를 이끌어가는 집권 세력과 집권 여당에 대해 민심이 강력한 경고음을 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41.1% 득표율) 서울 득표율은 크게 3자대결(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가운데에서도 42.34%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 박영선 후보가 받은 표는 양자 구도에서 39.18%. 핵심 지지층 일부가 집권여당을 떠났다는 얘기다. 여기에 문 대통령 집권 초반 ‘반 자유한국당’블록까지 아우르며 지지율 70%를 넘나들던 시절을 보정해 넣으면 이번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얻은 득표율은 초라한 수치다. 물론 정치적 요인(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상 등)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지만, 지지층과 기대층의 사회경제 개혁 요구를 외면했거나 갈팡질팡 해 왔던 현 정부의 행태에도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촛불 정부를 자임한 현 정부의 사회경제 개혁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지난 2018년 7월 문재인 정부 2년차를 맞아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개혁 과정의 지지부진함을 비판하며 선언문을 낸 적이 있다. 그 후 2년 반 이상이 지났다. 지금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가 놓인 현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다시 촛불이 묻는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책 소개 기사 바로가기 : 문재인정부는 양극화, 재벌개혁, 노동문제 등 '촛불'의 약속을 지켰나?)

 

2018년 7월은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였다. 사회 개혁 정책이 전환점을 맞았던 시점으로 평가할 만 하다. 당시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이었던 홍장표 경제수석은 물러났고, 노동 시간 단축 등 사회 개혁 의제 깊숙이 재계(경총)가 침투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다. 당시 국회 내 민주당 의석수의 상대적 열세(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한)를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 등)을 등한시한 것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에 담겨 있던 진보적 의제들은 속속 후퇴하기 시작했다.


 

<다시 촛불이 묻는다>는 수치와 실증을 통해 문재인 정부 4년차 사회경제 개혁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일부 의제에선 약간의 성과가 확인됐지만, 많은 의제에서 제자리걸음을 했거나, 심지어 ‘후퇴’한 사실들이 기록돼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상황이라는 악조건이 있었지만, 그 부분을 보정한다고 해도 촛불 정부 출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나 시대적 요구에 현저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결론이다.


 

과연 문재인 정부의 사회 개혁은 왜 실패했는가. 민심은 왜 돌아섰는가. 현 정부 정책 결정권자들이 꼭 살펴야 할 화두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5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에,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위해 <프레시안>과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좌담회를 열었다. <프레시안> 박세열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는 <다시 촛불이 묻는다> 기획에 참여한 이병천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가 함께 했다. 좌담은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전인 4월 2일 <프레시안>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다. 두편에 나눠서 싣는다.편집자


 

[좌담] ① 바로가기 文정부 4년, 사회·경제 개혁 왜 실패했나 "개혁 블록 구축 실패, '특정 정파' 인사"

 

▲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부동산 문제, '가격 잡기' 목표 말고 '정공법'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문재인정부의 초반 개혁 의지까진 의심하지는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개혁 추진 동력을 자의적, 타의적으로 잃어버리면서 사회 개혁은 지금 여전히 요원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 불공정, 불평등, 양극화 문제를 거의 시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불공정’ 담론은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갔다. 특히 부동산 문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강수 교수가 책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은 GDP 대비 토지자산비율이 매우 비정상적이다. 2018년 지식인선언네트워크의 성명 전후 시점이 정부가 ‘부동산을 잡겠다’고 나섰던 시점과 비슷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신이 커지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전강수 : 오늘 <한겨레>에 칼럼이 실린 걸 봤는데 이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열화(劣化)복제판(절연체가 외부적인 영향이나 내부적인 영향에 따라 화학적 및 물리적 성질이 나빠지는 현상. 열화 복제판은 주로 화질, 품질이 낮게 복제한 판본이라는 의미로 쓰임)’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망쳐놨는데 문재인 정부는 가당치 않게 완전히 버려놨다는 식이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노무현 정부의 연속선에서 평가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사이에 굉장한 차별성이 있다. 이 차별성의 큰 요인 중 하나는 좌담 초반에서 언급한 ‘개혁 인사’의 위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노무현 정부의 계승이라고 한다. 왜냐면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두 정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잘못됐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지휘한 건 이정우 당시 초대 정책실장이다. 그걸 잊고 엉뚱한 비유를 갖고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또 이 칼럼에는 헨리 조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노무현 정부나 지금 정부나 헨리 조지의 사상에 따라서 부동산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심지어 보수언론 어디에서는 ‘김수현도 헨리 조지학파, 변창흠도 헨리 조지학파, 토지공개념같은 것으로 정책 하다가 망쳤다’는 식으로 비난하는데, 제가 그런 글들을 보다보다 화가 났다. 그래서 지난달 <영남일보>에 ‘헨리 조지학파의 항변’ 이라는 칼럼을 썼다.


 

김수현 전 실장의 생각은 헨리 조지의 생각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변창흠 장관은 2.4대책으로 서울을 고층아파트로 뒤덮으려고 했는데 무슨 헨리 조지에 비유를 하나, 실제 헨리 조지학파가 항변한다, 저 사람들은 아니다.

 

이 말을 왜 하냐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는 분명한 차별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러 측면에서 잘못한 것도 있지만 종합부동산세라는 유용한 세금을 만들었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 당시 청와대 근무한 사람들조차도 ‘이거 안된다, 부담이 크다’ 했는데도 끝까지 이걸 밀어붙인 게 노 전 대통령이다.

 

프레시안 : “절대 돌이킬 수 없는 부동산세를 만들겠다”라는 말도 했다.


 

전강수 :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을 다루는 데 있어 의지도 다르고 정책 내용도 다르다. 예를 들면 균형발전 정책이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혁신도시를 곳곳에 만들고 행정수도를 만들었는데 이런 건 그 당시에 보면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그런데 균형발전 정책을 이 정부에 들어서 제대로 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최근에 내놓은 게 2.4대책이라고 62만 채를 서울 수도권에 짓겠다고 한다. 이런 수도권 중심주의가 어딨나. 완전히 균형발전정책은 팽개쳐 졌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도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도 적당히 면피성으로 하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때는 실제로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연 10만 호씩 공급했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에서 반토막 났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거의 안 하다시피 했다. 이 정부 들어서 복원이 되긴 했는데 노무현정부 때와 비교하면 시원치 않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차이는 먼저 대통령의 의지. 두 번째는 정책 참모의 차이가 크다.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집값을 어떻게 하고 주택 가격을 마사지하는 그런 정책이 아니다. 그런데 4년 가까이 거의 그쪽에만 치중했다. 집값과 전쟁하고, 집값 잡겠다 하고. 부동산 정책의 모든 걸 주택가격에 타깃을 맞췄다. 정부가 가격하고 싸움해서 이길 수 있나. 가격을 직접 타깃으로 할 경우 여기 잡으면 저기 터지고 저기 잡으니 여기 터진다. 이 정부 들어서 역대 정부 최고로 집값이 올랐다. 역대 정부 최대로 풍선효과가 일어났다.


 

프레시안 : 어떤 방식을 써야 할까.


 

전강수 : 이건 정공법이 필요한 문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환수할 수 있는 조세정책을 써야 한다. 보유세 강화 정책 말고는 없다. 만약 부동산 보유세를 장기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가져간다는 걸 처음부터 발표하고 꾸준히 추진했다면,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이 ‘이 정부가 진짜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구나’하고 믿었을 거다. 그럼 지난 몇 년 동안의 엄청난 투기도 안 일어났거나 적게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2017년 대선 며칠 전에 캠프 정책 담당자가 나와서 “우리는 보유세 강화할 방침이 현재로서는 없다”라고 기자회견을 한다. 그걸 보고 나는 무슨 짓인가 싶었다. 이건 무슨 얘기냐면, 강력한 신호를 준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근본적으로 안 건드린다, 안심해라.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본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건 초반에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 요 몇 년을 보면서 부동산 투기는 보통 괴물이 아니고, 보통 의지가 없으면 이길 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근절하려면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그건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조세저항이 크기 때문에. 조세저항을 해결하는 대안을 붙여서 가야 한다. 지금은 두 가지가 나와 있다. 먼저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다른 세금을 좀 줄이자는 것, 두 번째로는 보유세를 거둬서 기본소득으로 배당하자는 방안. 이런 식으로 가면 조세저항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현재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보나.


 

전강수 : 투기수요가 일어나서 집값이 폭등했는데 왜 서울을 고층아파트단지로 뒤덮어서 해결하려고 하나. 이건 15년, 20년 전부터 보수세력이 주장하던 논리다. 집값 폭등은 공급이 부족해서 발생하니,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거다. 이걸 이 정부가 결국 수용한 것으로 본다. 3기 신도시를 여기저기 만들고 급기야 2.4대책을 통해 서울에 공공주도의 재개발을 한다고 한다. 그런 무리한 정책이 어딨나. 공급이 부족하면 실수요를 파악해 거기에 맞춰 공급하면 된다. 지금은 수요가 투기 때문에 팽창해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왜 민간이 사용하는 주택을 정부가 나서서 자꾸 공급하는가 하는 문제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이나 토지임대부주택 같은 공공성 강한 정책을 맡아서 하고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나머지는 민간이 알아서 땅을 사서, 알아서 짓게 해야 한다. 국유지를 왜 푸나. 민간이 알아서 땅을 사서 조성해 짓게 하고, 갈등이 있으면 민간이 비용을 대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풀게 하든지 해야 하는 것이다. 원래 재개발은 40-50년 걸린다. 그걸 왜 정부가 나서서 기간 단축해주고 개발 이익을 소유주들에게 돌려주고 난리를 치나. 그런 정책은 정책을 시행하고 주관하는 기관에게 엄청난 재량권이 생긴다. LH 사태 같은 일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이번에 안 터졌으면 더 교묘하게 터졌을 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본다.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심화되는 불공정, 불평등, 양극화 문제


 

프레시안 : 한국에서 부동산이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는 참 특별하다. 지금 자산 양극화, 불평등의 문제가 모두 부동산의 ‘사회경제학’과 연관이 돼 있다. 답답한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도 평가이지만, 곧 있으면 2021년은 대선이 있는 등 한국 사회는 권력 교체기에 접어든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우선시됐으면 하는지 이야기 해 보자.

 

이병천 : 부동산정책은 전 교수 말씀대로 종부세를 강화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정부는 종부세 트라우마에 걸려 계속 뒷북을 열심히 쳤지만 종부세 강화는 언제가 되든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이와 함께 현안이 되어 있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그리고 부동산백지신탁제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부동산정책 트랙은 주거권의 문제다. 주거 불안은 일자리 불안, 생명과 건강 불안과 함께 우리 시대 한국인의 3대 핵심 불안문제, 불평등문제이고 삶의 기본적 필요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비율이 OECD 국가들 중에 굉장히 낮다.

 

그런데 주거라는 게 삶의 다른 문제들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은 못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이 깔려 있다. 또 좋은 입지가 아니면 돌아보지 않는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역균형발전을 비롯해 다른 발전 정책들과 같이 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거에는 교육, 지역, 문화 등 삶의 온갖 이슈들이 다 따라가게 돼 있다. 그래서 어렵다. 부동산 정책, 주거권 보장정책, 교육정책, 균형발전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잘 설계하고 조합해서 갈 수 있어야 한다.


 

조돈문 : 부동산 문제는 두 분이 많이 말했으니까 저는 비정규직 문제를 추가로 이야기하겠다. 문재인 정부 출범할 때 <한겨레>가 한 여론조사를 보면,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과제로는 1순위가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시장 문제였다.


 

비정규직 문제를 보면 핵심적인 정책 대안이 세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가 상시적 업무에 대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두 번째가 정규직-비정규직뿐 아니라 남성-여성,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관철. 그리고 ILO 핵심 협약 비준과 그에 따른 노동자 개념 정의 확대였다. 우리 노동조합법은 2조에 ‘노동자’ 개념을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다. 이걸 실제로 ‘노무 서비스를 제공해서 임금을 받는 사람’을 포괄하라는 게 ILO의 요구다. 우리 헌법 정신과도 부합한다. 이 3가지가 핵심이다. 이게 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공약, 대선 공약에 있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중 하나도 실현하지 않았다. 이 정부가 처음에 출범할 때 첫날 일자리위원회 설치하는 걸 제1호 지시사항으로 해서 설치했고, 이틀 뒤에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서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었다. 인천공항은 굉장히 악명높은 사업장이었다. 공항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다 비정규직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사업장에 가서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문제의 핵심을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뭐가 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다른 주요 공약은 거의 안 지켜졌고 거의 유일하게 한 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가 훨씬 나은 점은, 친노동적이라는 거다. 그것이 드러나는 부분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월등히 규모가 크다. 다음 차이는 공공부문에서 이명박-박근혜는 ‘직접고용된 기간제 비정규직’만 정규직 전환 대상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포함했다. 문재인 정부가 그만큼 나아진 거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 방식은 좀 아쉽다. 자회사 방식을 정규직 전환으로 분류했다. 그건 KTX 여성 승무원들이 10년 이상 싸운 이슈였던 것 아닌가.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노동자 김 군도 외주하청업체 은성PSD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하면 김 군이 세상을 떠날 일이 없었을까. 자회사 방식으로 가도 간접고용이라서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민간 부분은 더 심각한데,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이런 짓을 한 셈이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프레시안 : 전국민고용보험을 도입하겠다는 게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인데, 현재까지 어떻게 되고 있는 건가.

 

조돈문: 사실 코로나 사태도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진보적인 정책을 펼치게 했다. 코로나 사태로 작년에 실직된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8배 정도로 훨씬 많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 한국형 실업부조제를 도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비정규직 실직이 너무 많고 그 사람들이 고용보험 혜택도 못 받으니까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3주년 대통령 특별담화로 발표했다. 거기까지는 참 좋았다.



 

정부는 세 단계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대상으로 아직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저임금 비정규직을 조속히 가입한다. 그다음 특수고용 비정규직, 프리랜서 같은 사람들은 빠른 시일내 편입시킨다. 그리고 자영업자는 사회적 합의, 사회적 대화를 거쳐 포함하겠다는 방안이었다.


 

첫 번째 대상인 고용보험 미가입된 저임금 비정규직은 현재도 의무가입대상이다. 이 부분은 법을 안 고치고도 가입시킬 수 있다. 지금 비정규직 중 20%는 법적으로 고용보험 가입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나머지 80%는 의무가입대상인데. 그중 절반만 가입된 상태다. 그럼 가입되지 않은 40%는 지금 법 하나 안 고치고 가입시킬 수 있다. 정부가 정책 의지만 있으면 정규직 전환 안 해도 비정규직 상태에서 고용보험 혜택을 줄 수 있다.


 

그것도 안 한 상태에서 자영업자 얘기를 했다. 자영업자를 끌어들이려면 고용보험은 어떻게 설계하나. 그리고 자영업자는 좀 다른 게, 실직하는 게 비정규직을 포함한 일반 노동자들과 다르다. 노동자들은 자기가 실직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사용자가 결정하면 그 피해로 실직하는 거다. 그런데 자영업자는 자기가 자기 사업을 접는 거다. 스스로 실업자가 되는 거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특히 자영업자 중 고소득 자영업자는 소득적출률이 절반밖에 안 된다. 50%밖에 안된다. 이걸 높여야 하는데 이게 1-2년 안에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에 못한다. 현 정부 임기 동안에 할 수 없는 자영업자 얘기를 하면서, 지금 현재 법상으로도 의무가입대상이고 당장 고용보험에 편입할 수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그 이후에 정책대안이 하나도 안 나왔다. 전국민고용보험제 선언이 맞는 얘기지만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발표하는 정책, 하겠다는 선언, 그리고 실제 추진하고 있는 정책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 배반감과 실망감을 준다.


 

▲ 이병천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프레시안 : 마무리 주제로 넘어가겠다. ‘다시 촛불이 묻는다’라는 책 제목을 변주하자면, 곧 다가올 권력 교체기에 ‘다시 촛불은 무엇을 물어야 할까‘

 

 

이병천 : 씁쓸한 상황이다. 박근혜 국정농단과 촛불항쟁 덕분에 집권한 정부가 4년을 보냈는데,이제 개혁 결과는 거의 드러났다.


 

조돈문 : 이 정부보다는 다음 정부 얘기를 하자.


 

이병천 : 이 정부의 개혁실패는 정말 아픈 실패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항쟁 동력으로 세워졌고 여기까지 왔다. 한국이 다시 전향적인 새 진로를 열려고 한다면 그만큼 아래로부터 새로운 동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동력이 다시 어떻게 나올까. 지금 이 정부의 실정으로 국민의 힘세력이 거의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들 세력이 잘해서 부활한 게 전혀 아니다. 이것이 오늘 한국정치의 현주소이고, 사회경제적으로는 복합위기 함정에 빠져 있다. 다층적인 불평등 위기에 코로나 위기, 기후위기까지 겹쳐 있다. 

K방역의 성공때문에 많이 가려졌으나 우리는 분명 어두운 전환의 계곡 안에 들어와 있다. 여기서 새로운 스텝을 받으려면 새로운 아래로부터 동력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 환경을 보면 매우 어렵다. 우리가 앞으로 가는 길은 굉장히 험난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어쩔 수없이 좀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프레시안 : 대안세력이라고 불리는 세력은 극우적 성향이거나, 또는 주변화되어 버린 상황이다. 여기에 현 집권세력은 매우 보수화됐다.


 

이병천 : 우리는 지난 87년 6월항쟁 이후에 군부세력이 재집권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운동정치의 에너지, 열망 같은 게 크게 무너졌다. 운동의 정치와 제도의 정치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2016년 촛불항쟁 이후에는 다행스럽게도 촛불민심을 실현하겠다는 중도정부가 출범했다. 그래서 일각에선 6월항쟁이 완성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오늘날 촛불정부가 남긴 결과가 민심이 이반하고 역풍을 불게 한 이런 지점(사회경제 정책적 실패)이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현재의 정치적 지형으로 보자면, 이런 여러 가지 (정책실패에 대한) 비판들을 보수·수구세력이 낚아챌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 때문에 더욱 우려된다.


 

프레시안 : 새로운, 큰 동력은 없고, 사람들의 바람들은 모두 파편화된 것 같다.


 

전강수 : 이 정부가 워낙 헤매서, 반면교사로서는 괜찮은 거 같다. 다음 권력 교체기에 다행히도 합리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면 굉장한 자료가 축적돼 있을 수 있다. ‘아, 이렇게 가면 안 되겠구나,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식으로 교훈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희망을 가지고 싶다.

 

 

과거를 회고해 보면 어느 정부든, 즉,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개혁과제를 안 내세운 정부가 없었다. 또 그렇게 하려고 했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내세웠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 무엇을 이루었는지는 잘 알 수가 없다. 남북관계 개선, 검찰개혁 문제 등은 생각나는데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개혁을 이뤘는지, 별로 생각이 안 난다. 다음 정부가 들어선다면, 사회경제 분야에서 확실한 개혁노선을 견지해야 한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정치지도자들이 확고한 정책 철학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게 부족했던 것 같다. 현 정부가 지지율에 굉장히 민감해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황하고, 그래서 지지율 올리기 정책에만 매달려 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분명한 정책 철학은 뒷전이 되고 개혁 노선은 사라지게 된다. 대증 요법, 그것도 정치적 대증요법에만 치중한 것 아닌가. 그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해가 안 된다. 이렇게 실질적 개혁을 등한시했다는 게.


 

‘보여지는 단기간 결과에 집착한다’는 데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다음 대통령이나 다음 정부 담당하는 분들은 제발 그러지 말고 분명한 개혁철학을 세우고 흔들림 없이 추진했으면 좋겠다. 그 개혁을 추진할 때 저항이 있겠지만, 왜 우리 대통령들, 정치인들은 모든 국민한테 사랑을 받으려고 하나.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욕먹을 각오도 해야한다.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관철시키고 그게 개혁적 결과를 조금 늦더라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다음 정부의 주역이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부탁을 하고 싶다.


 

조돈문 : 저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게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보수정당(민주당)이 그 정도 대선공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그 선거가 촛불 대선이었기 때문인 거 같다. 문제는 그런 정책을 펼칠 때는 기득권세력이 엄청나게 저항할 텐데 거기에 대한 준비가 안 돼있었다는 거다. 정책의 마스터플랜도, 그걸 돌파하는 정치력과 뚝심도 부족했다. 
 

핵심은 소득주도성장이라 생각한다. 이게 경제정책이면서 동시에 사회정책이다. 그 자체로 정치적인 전략이다.

 

스웨덴은 1920년대 사회민주당이 이걸 들고 나왔다. 그때는 사민당이 집권한 적이 없었고 보수정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다. 그때 스웨덴이 경제위기와 일자리위기, 고용위기를 겪었다. 지금 우리 상황하고 비슷하다. 그때 사민당이 내수시장을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공공부문의 지출을 확대하고, 노동자 임금을 올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정당의 정책이 외면받고 시민들이 사민당에 ‘니네 한번 해봐라’ 했는데, 막상 그 정책을 추진하니까 경제문제가 해결되고 일자리가 생기고 고용문제가 해결된 거다. 사람들은 계속 사민당에 표를 줬다. 사민당은 1932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장기집권을 하게 된다.
 

 

우리가 ‘기재부로 권력이 다시 돌아갔기 때문에 이 정부의 사회경제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 이유도, 소득주도성장이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노동 정책, 사회 정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든 정권하에서 사회정책은 경제정책의 하위범주로 다뤄졌다. 경제정책이 결정되면 그걸 뒤치다꺼리하는... 아니면 경제정책을 펼치는데 있어서 따라오는 정책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지난 대선 공약을 보면, 사회문제 노동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안들이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패키지 속에 들어가 있었다.


 

공약은 잘 돼 있었는데 앞서 좌담 초반에 언급한대로 큰 틀의 플랜 없이 가다가 그걸 중단하면서 기재부 페이스로 말려드니까 결국 다시 이윤주도성장전략으로 돌아간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정치적인 전략이나 프로그램이라고 보는 건, 수혜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 수혜자들은 사회적 약자다. 기득권세력에 대비되고 그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 다수가 바로 촛불을 들었던 사람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그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고 이 수혜자들, 혹은 수혜자들의 대표들을 정책 파트너로, 적어도 지배동맹으로 가져오는 정책연대라도 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걸 못했다. 그러나 스웨덴 사민당은 이 소득주도성장 전략으로 노동자, 저소득 일반 서민들을 규합해 집권했다.

 

 

소득주도성장 전략 같은 건 경제적인 성과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지만, 수혜자들이 바로 그 이후에 후속 사회경제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주고 지지기반이 되어 줄 수 있다. 앞으로 진보정권이 탄생하고 진보정권이 진보적인 정책을 펼치려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 수혜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세력을 규합하는 정치적인 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번 정부도 명칭을 뭐라고 하든 간에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지지세력들을 규합하고 그 동력으로 사회경제개혁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이병천 : 흔히 선거정치란 다수를 얻기 위한 정치이고 그래서 ‘중원’을 차지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는 말들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다수를 얻는가 하는 게 문제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중도 기득권 정치가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포퓰리즘이 득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박근혜 국정농단과 촛불항쟁 때문에 정치적 흐름이 이와는 많이 달랐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문재인정부 개혁의 좌초와 국민의 힘 세력의 당당한 부활은 한국 연성 중도정치의 허약함과 맥빠짐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큰 교훈을 던져 준다. 앞으로 이 생생한 교훈, 촛불교훈을 갖고 가야 한다.
 

 

단순히 줏대없이 다수의 지지를 도모하는 게 아니라 확실한 개혁 중심을 세우고 길게 보는 철학을 갖고, 일관성 있게 밀고 가야 한다. 이전의 안이한 관성 정치에서 벗어나, 확실히 전환적 개혁의 길에 터하면서 다수를 추구하는 정치여야 한다. 단순 다수를 추구하는 나머지 자기 중심이 없이 마구 기득권층들, 강자의 표도 얻으려 하고, 산토끼도 집토끼도 다 얻으려고 하다가 계속 뒷북치고 결국 개혁정치의 실패로 귀결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굳건한 다수의 정치가, 그야말로 사회경제적 약자 다수의 이해와 필요를 자기 중심으로 받아 안으면서 기후위기, 코로나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정치 세력과 지도자가 출현해야 한다. 그게 우리 시대 한국 나아가 세계정치의 새로운 시대정신이라는 생각이다. 또 그것이 촛불항쟁과 촛불정부의 출범 그리고 평등도, 공정도 밀어낸 개혁실패로부터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교훈이고, 한국의 새 희망의 전환정치 길이 아닐까

. 

조돈문 : 지금까지 대선은 기득권세력이 신자유주의 대동맹 안에서 청군, 백군 나눠서 싸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실 큰 차이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난번 촛불대선이 이상한 것이었다. 촛불항쟁 때문에 문재인 후보가 그런 진보적인 정책 공약을 가지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공약은 신자유주의 대동맹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집행도 어려웠다고 본다.


 

앞으로도 신자유주의 대동맹이라는 지배블록이 해체되지 않으면, 혹은 큰 충격을 받고 어떤 식으로든 변화되지 않으면,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지배블록 내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런 정치지도자나 세력이 있으면 굉장한 모험을 해야할 것이다. 기존의 지배블록과 내부에서의 싸움을 해야 하니까.

 

프레시안 : 긴 시간 말씀 감사하다. <끝>


 

▲좌담에 참여한 이병천, 전강수, 조돈문 교수(오른쪽부터 반시계방향).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프레시안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40817311859158#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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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합당’ 홍준표 ‘복당’ 윤석열 ‘입당’ 문제에 ‘초선 당대표론’ 분출까지…국민의힘이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4/10 08:34
  • 수정일
    2021/04/10 08:3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입력 : 2021.04.09 20:33 수정 : 2021.04.09 21:47

 

안철수 ‘합당’ 홍준표 ‘복당’ 윤석열 ‘입당’ 문제에 ‘초선 당대표론’ 분출까지…국민의힘이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국민의힘 앞에 고차방정식이 던져졌다. 내년 대통령선거 승리란 결승골을 위해 내·외부의 넘어야 할 장애가 만만치 않다. 내부에선 재·보선 민심을 이어받아 중도 확장을 하기 위한 ‘초선 당대표론’이 나온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웅 의원 등이 준비를 하고 있다. 외부에선 국민의당 등 제3지대와의 합당 문제를 비롯해 홍준표 무소속 의원(가운데 사진) 등 외곽 보수들의 입당 숙제도 풀어야 한다.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 사진)과의 관계 설정도 과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난 다음날인 9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지도부에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분출했다. 김웅·윤희숙 등 이른바 ‘70년대생’ 의원들이 당대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초선 의원들이) 소규모 모임으로 나눠서 모임별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오는 13일 모임도 있고, 다른 모임들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누가 나오겠다고 명확히 밝혀진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끼리의 연대 의식은 있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과 원로 인사들도 선거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권 도전을 고민하고 있고, 이외에도 정진석·서병수·조경태·권영세·홍문표·윤영석 의원 등도 거론된다. 김무성·나경원 전 의원의 도전설도 나온다. 혁신을 내세우는 초선들과 그간 소외됐다 당권에 도전하려는 중진들 간의 대립 양상은 불가피하다. 초선 박수영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새 지도부 구성을 강조했다.

당 외부 과제들은 더욱 복잡하다. 먼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단일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 사진)와의 관계 설정과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처리가 쉽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속한 서울시 공동운영론을 지켜야 하고, 합당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 다만 국민의당이 “당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고, 합당시 안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 대선 도전 등에 따라 시기와 방식도 복잡해진다.

홍준표·윤상현 무소속 의원 등 ‘외곽 보수’의 복당 문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선 복당을 미뤘지만 김 위원장이 위원장직을 내려놓자 곧바로 당내에선 홍 의원 등의 복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지푸라기 하나라도 힘을 합쳐 대선을 치러야 하므로 모두 함께해야 한다”며 홍 의원 복당에 긍정적이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김태호·하영제 의원 등이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외곽 보수의 복당을 ‘강경보수 정당으로의 회귀’ 신호로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의 영입 문제는 최종 관문이다. 유력 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으로선 윤 전 총장을 영입해야 하는 입장이고, 윤 전 총장도 제3지대에서 활동하기 쉽지 않아 양측은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별의 순간’을 언급해온 김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 윤 전 총장을 지원할지도 관건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092033005&code=910402#csidx2cceefb8e877e0f8a7d7846d1f619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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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고, 왕따당하던 미국 생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시아계 증오범죄 사건을 접하고 떠올린 인종차별의 경험... 이 혐오의 광풍을 멈추려면

21.04.09 19:55l최종 업데이트 21.04.09 19:55l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걱정스럽게도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사건들이 미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백인 남성에 의한 마사지샵 연쇄 총격사건이 있었고, 30일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인 편의점이 습격을 당했다고 한다.

최근 뉴욕의 지하철에서는 한 아시아계 남성이 이유 없이 주먹질을 당했는데 주변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휘파람을 불었다고 하니 '사람들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으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미국에서 난 '차별받는 사람'이었다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항의하는 시위
▲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항의하는 시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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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아시아계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증오범죄들이다. 걱정스러운 소식들을 접하다 보니 한동안 미국에서 살았던 때가 떠오른다. 문 밖을 나설 때마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영어가 어설프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적대감을 맞닥뜨릴까봐 조마조마 살얼음판 걷듯 염려하며 긴장과 불안감을 좀처럼 떨칠 수가 없던 그날들 말이다.

2004년 LA에 머물던 어느 날, 장을 보려고 주차장에서 카트를 끌고 마트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기부를 권유하는 한 백인 남성이 천천히 다가왔다. 미안하다고, 기부할 의향이 없음을 예의 바르게 밝히고 지나치는데, 뒤통수에 아시아 여자 운운하는 욕지거리가 날아들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돌아서서 뭐라고, 당신 지금 욕한 거냐고,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요구했다.
 

그는 즉각적 반발을 예상 못 했는지 약간 주춤하면서 아니라고, 욕한 적 없다고, 네 갈 길이나 가라고 꼬리를 내려 버렸다. 나도 더는 다그치지 않아 다행히 가볍게 끝이 났지만, 개인의 총기 소지가 가능한 나라에서 언제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이런 은근한 멸시를 받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위축되고 불안해지기에 충분했다.  잘 드러나지 않는 따돌림을 당한 일도 종종 있었다. 아이들 프리스쿨 부모 모임이나 생일잔치에서 내가 무리에 다가가면 하나, 둘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든지, 나는 알지 못하는 화제를 자기들끼리만 활발하게 계속 나눈다든지 그럴 때다. 분명 함께 있는데, 그림자 취급당하는 그 순간의 씁쓸하면서도 수치스러웠던 기분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인종이나 언어 때문에 배제되고 차별당했다고 느끼는 경험은 외국살이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겪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유 없는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을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른다는 일상적 불안함.

하루를 마칠 때마다 '아, 오늘 하루도 온 가족이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보냈구나, 다행이다'라는 마음을 셀 수 없이 가졌더랬다. 제 나라에서 제 잘난 줄만 알고 살던 사람이 외국살이를 통해 어설프게나마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었던 귀한 경험이었다.

우리는 차별을 하고, 또 차별을 받는다 

그런데, 굳이 외국살이가 아니더라도 같은 인종, 같은 나라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은 수시로 일어난다. 종교, 성별, 장애, 학력, 지역, 성적 지향 등등의 이유로 말이다. 중요한 사실은 차별을 하고, 받는 상황이 늘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따르면, 여러 분류의 기준과 범주에 따라 내가 차별을 당하기도 하지만 차별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번은 아는 사람들과, 공공장소에서 축제를 벌이는 성 소수자들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조롱 섞인 농담에 따라 웃었던 일이 있었다. 웃으면서 뭔가 께름칙했는데,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어떤 대상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유머 뒤에 숨은 비하나 조롱은 사회규범을 느슨하게 만들어 차별을 가볍게 여겨도 되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약자의 서러움을 알 것 같다던 자가 어느새 다른 약자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데 동조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언젠가는 제주도의 한 관광지에서 한 70대의 어르신이, 휠체어를 타고 조용히 전시물을 관람 중인 다른 노인의 뒤통수에 대고 뜬금없는 타박의 말을 던지는 걸 들었다. "몸이 불편하면 집에나 있을 일이지, 뭐하러 나와 돌아다녀 사람들 눈에 띄는지 모르겠네." 그 말은 분명 혼잣말을 가장한 공개적인 장애인 인신공격이었다.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것
▲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것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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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에게 어떻게 그런 무례한 말을 서슴없이 뱉을 수 있는지. 그 70대 어르신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날이 올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상기한다면 다른 약자들을 쉽사리 모욕하거나 인신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통 사회에서 유리한 지위에 있거나, 억압을 느낄 기회가 적을수록,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민하다", "불평이 많다", "특권을 누리려 한다"며 상대에게 비난을 돌린다고 한다. 약자를 무턱대고 비난하기 전, 시야가 좁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건 아닌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대개 차별은 약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으로 시작될 때가 많다. 편견을 앞세워 섣불리 단정 짓는 것이 차별이 되고, 혐오가 되고, 증오범죄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차별과 혐오와 증오가 세상에 판칠수록 마음 편하게 거리를 활보할 자유는 점점 줄어들기 마련일 것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이다.

나와 내 가족이 좀 더 따뜻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매사 편견을 갖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열린 마음으로 알아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잘 모르는 것, 궁금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자세히 알아갈수록 편견을 피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가끔은 이해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이해를 넘어 공감으로 나아갈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그 생각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김혜진의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를 보면, 동성애자인 딸을 어떻게 해서든 고쳐놓으려는 엄마가 나온다. 대학 강사인 딸은, 동성애 관련 수업 내용 때문에 사전고지 없이 해고당한 동료를 위해 교문 앞에서 매일같이 해임 철회 촉구 시위를 벌인다. 엄마는 남의 일에 귀한 시간을 허비하는 딸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딸과 딸의 동거인이 원하는 삶에 대해서도 그저 소꿉놀이 같은 것이라고 단정 지으며 딸이 정신만 차리면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엄마는 필사적으로 딸을 설득하지만, 딸은 결국 반대 시위대들에게 폭력을 당해 응급실에 실려 간다. 엄마는 그제야 딸이 자신의 존재를 지키며 살아내기 위해 적대자들의 공개적인 폭력 속에서 얼마나 위태롭게 살고 있는지 자각하게 된다.
 
"정말이지 딸애가 원하는 게 정말 그런 것인지 묻고 싶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관계,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헛된 사이, 영원히 불완전한 채로 남는 삶, 그러므로 그림자처럼 끈질기게 뒤를 따라다닐 사람들의 경멸과 모욕. 감수해야 하는 수치심과 자괴감의 무게.
넌 정말 그런 걸 원하니?
나는 알고 싶다... (중략) 그러나 뭔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나는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묻고 또 묻고 지칠 때까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딸애는 내 자식이니까. 끝내는 내가 알고 싶고, 내가 알아야만 한다. 적어도 나는 도망가는 부모이고 싶지 않다." (p.155~156)
 
가능한 한 끝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동성애자인 딸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첫발을 떼는 엄마의 두려움과 다짐이 마음을 크게 울린다.

뭔가를 새롭게 안다는 것은 당연하게 옳다고 믿어왔던 자신의 가치관, 신념, 주관을 깨는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노예제 시대에는 노예를 자연스럽게 여겼고, 여성 투표권이 없는 시대에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지적하듯이, 사회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차별은 그 속에 들어 있는 우리들에게 잘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옳다고 여기는 것들도 언젠가는 어처구니없다고 판정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생각만을 고집할 이유는 무엇인가. 

게다가 내 생각만이 옳다고 고집함으로써 이 사회의 누군가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일상의 안전과 행복을 위협받는다면, 여전히 내 생각만을 옳다고 고집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언젠가 그 차별과 혐오가 퍼져 나에게까지 향한다면? 사회적 약자의 안전과 행복을 위하는 일이 곧 나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일과 연결되어 있음을 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위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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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구조 바꿔야...국회 비준동의 거부해야”

6.15남측위·평통사, 한미 방위비분담협정 서명 규탄(전문)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4.09 14:23
  •  
  •  댓글 0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8일 공식 서명된데 대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미국 국무.국방장관 방한에 즈음한 6.15남측위원회와 민화협 기자회견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8일 공식 서명된데 대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미국 국무.국방장관 방한에 즈음한 6.15남측위원회와 민화협 기자회견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8일 공식 서명된데 대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며 국회 비준 거부를 촉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상임대표의장 이창복, 이하 6.15남측위원회)는 9일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 규탄, 국회 비준거부 성명’을 발표, “시민사회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정부당국의 특별협정 서명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7일 워싱턴에서 최종 타결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은 2020~25년 6년간 방위비분담금 증가율을 2020년은 동결, 2021년은 13.9%, 2022-25년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 적용으로 합의됐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과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8일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제11차 SMA 협정서에 서명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과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8일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제11차 SMA 협정서에 서명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어 지난 6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8일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과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협정서에 서명하고 교환함으로써 국회 비준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6.15남측위원회는 “이번 협정은 2025년까지 다년협정으로 국방예산 인상(국방중기계획상 연평균 증가율 6.1%)에 따라 주둔비를 인상하면, 2025년 1조 5천억 원 규모가 되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던 트럼프 정부의 최종 협상안인 50% 인상 수용과 다르지 않다”며 “주둔군에게 비용을 받지는 못할망정 지불하고 있는 부당한 구조 자체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협정이 결국 대북적대, 대중국 압박용 무기체제 구축과 맞물려 새로운 긴장을 야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국익과도 맞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면서 “이번 특별협정은 주권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협정”이라고 규정했다.

6.15남측위원회는 “국회는 특별협정의 존재의 이유에서부터 굴욕적 협정안의 내용을 조목조목 살피고 책임을 묻어야 하며, 주권과 평화, 국익의 관점에서 국회 비준동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통사는 8일 오후 제11차 SMA 서명식이 진행된 외교부청사 후문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평통사는 8일 오후 제11차 SMA 서명식이 진행된 외교부청사 후문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문규현, 이하 평통사)는 8일 서명식이 열린 외교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11차 특별협정은 이전에 체결된 그 어느 특별협정보다도 미국의 한국 갈취를 보장하고 한국의 미국 퍼주기로 점철된 데다 발표 내용이 국민을 향한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어 우리는 결코 오늘의 서명을 용인할 수 없다”며 서명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특히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이 1조 389억 원으로 동결되기 위해서는 인건비 3.144억 원만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4,307억 원도 제외하고 2,938억 원만 미국에 주어야 한다”며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총액은 1조 389억 원(=3,144억+7,245억)이 아니라 1조 4,696억 원(=3,144억+4,307억+7,245억)이 되어 2019년도 대비 무려 41%를 인상해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평통사는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문재인 정권은 총액 기준으로 이명박 정권의 약 4배, 박근혜 정권의 약 5.8배라는 실로 이해할 수 없는 역대 최고의 인상율과 인상액을 미국에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라며 “이 협정이 끝내 체결된다면 문재인 정권은 역사와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6.15남측위원회 성명서(전문)

굴욕적 주한미군주둔비(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 규탄한다.
- 국회는 한반도 평화와 국익을 위해 국회비준을 거부해야 한다 -

한미당국은 지난 3월 18일 가서명한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대해 4월 6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4월 8일 정식서명 했다. 이후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상임대표의장 이창복, 이하 6.15남측위)와 각계 시민사회는 그동안 이번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주권과 평화 그리고 민생을 철저히 외면한 굴욕적인 합의라 규정하고, 협상 파기와 재협상을 주장해 왔다.
시민사회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정부당국의 특별협정 서명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민생을 중심으로 한 국가재정의 효율적인 배분이 중요한 지금, 미군 주둔비용을 13.9%나 인상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작년 대비 올해 정부예산 인상률이 8.3%(본예산기준)인 것과도 비교된다.
이에 더해 이번 협정은 2025년까지 다년협정으로 국방예산 인상(국방중기계획상 연평균 증가율 6.1%)에 따라 주둔비를 인상하면, 2025년 1조 5천억 원 규모가 되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던 트럼프 정부의 최종 협상안인 50% 인상 수용과 다르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5년간의 장기간 협정이 격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혀 예산 편성과 운영에 있어 국가재정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데 있다. 또한 국방의 자주성을 높이자면 주둔군의 의존도를 낮춰가는 것이 상식인데. 국방예산 증가만큼 주둔비도 늘리겠다는 것은 자주국방의 방향과도 맞지 않다.

특별협정의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구조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사회는 물론 국방전문가들도 현재 총액형 방위비분담금을 일본과 같은 항목별 책정 방식으로 개선해야 통제도 가능하고 일방적인 퍼주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제도 개혁의 측면에서 반드시 짚어야할 대목이다. 미집행액의 환수문제, 역외 미군(주일미군) 정비지원 문제 등도 국회비준 과정에서 꼼꼼히 짚어야 한다. 더불어 미국 언론이 보도한 미국산 무기도입 관련 이면합의가 있었는지도 반드시 따져보길 바란다.

이제는 특별협정의 필요이유에 대해서도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주한미군 주둔비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국 측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용임에도 그동안 “특별협정”의 이름으로 국민 혈세가 동원되었다. 우리가 주한미군에 지불하는 총비용은 1조가 넘는 ‘방위비분담금’에 더해 직·간접지원비 등을 포함 하면 연 3조가 넘는다. 주둔군에게 비용을 받지는 못할망정 지불하고 있는 부당한 구조 자체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번 특별협정은 주권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협정이다.
미중 대결 속에서 주한미군의 대중 압박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아시아 평화협력이라는 우리의 국익과도 모순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번 협정이 결국 대북적대, 대중국 압박용 무기체제 구축과 맞물려 새로운 긴장을 야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국익과도 맞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이제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남아있다.
국회는 특별협정의 존재의 이유에서부터 굴욕적 협정안의 내용을 조목조목 살피고 책임을 묻어야 하며, 주권과 평화, 국익의 관점에서 국회 비준동의를 거부해야 한다.

2021년 4월 9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평통사 기자회견문(전문)

바이든 정권의 한국 갈취와 문재인 정권의 미국 퍼주기로 점철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을 멈춰라!
-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대한 정부 발표의 거짓과 기만을 규탄한다! -

 
한미 양국은 잠시 후 이곳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하 특별협정)에 서명한다. 그러나 이번 11차 특별협정은 이전에 체결된 그 어느 특별협정보다도 미국의 한국 갈취를 보장하고 한국의 미국 퍼주기로 점철된 데다 발표 내용이 국민을 향한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어 우리는 결코 오늘의 서명을 용인할 수 없다.

지난 3월 11일, 외교부는 제11차 특별협정(이하 특별협정)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총액은 2019년도 수준으로 동결한 1조 389억 원”으로 2020년에 “미측에 선지급된 인건비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발생에 따라 특별법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된 생계지원금 일체(총 3,144억 원)를 2020년도 분담금 총액에서 제외하고 실제 미측에 전달되는 2020년 방위비 총액은 7,245억 원”이라고 발표하였다. 또한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 총액은 2020년 대비 13.9% 증가된 1조 1,833억 원”으로 13.9%는 “2020년도 국방비 증가율 7.4%와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최저배정비율 확대에 따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를 더한 것으로, 13.9%라는 수치는 제도 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는 제11차 특별협정 타결 결과를 뒤집을 만큼 중요한 몇 가지의 대국민 거짓과 기만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거짓과 기만은 오로지 바이든 정권의 한국 갈취와 문재인 정권의 미국 퍼주기를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다.

첫째,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은 전년 대비 동결이 아니라 무려 41%나 인상되었다!
 
한국 정부는 제11차 특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협정 공백 상태에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으로 이미 인건비 3,144억 원과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명목의 4,307억 원을 선지급하였다. 이는 국방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이 1조 389억 원으로 동결되기 위해서는 인건비 3,144억 원만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4,307억 원도 제외하고 2,938억 원만 미국에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부 발표대로 7,245억 원을 주게 되면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총액은 1조 389억 원(=3,144억+7,245억)이 아니라 1조 4,696억 원(=3,144억+4,307억+7,245억)이 되어 2019년도 대비 무려 41%를 인상해 주게 된다. 이는 트럼프 정권이 요구했던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인상률 50%에 불과 9%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20년에 이미 집행된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4,307억 원은 제8차/9차 특별협정 제5조와 제10차 특별협정 제7조에 따른 지급으로 해명―평통사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국방부 답변(2021.4.7.)―하고 있다. 제10차 특별협정 제7조는 “이 협정의 종료는 이 협정의 합의된 절차에 따라 매년 선정되었으나 이 협정 종료일에 완전하게 이행되지 않은 모든 군수비용 분담 지원분 또는 군사건설 사업의 이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10차 특별협정으로 지급된 비용 안에서의 계속 집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10차 특별협정에서 책정된 비용을 넘어서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제10차 특별협정 제7조에 따른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계속 집행은 2019년도 방위비분담금 중 2020년도로 이월된 액수 내에서만 가능하다. 2020년도로 이월된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각각 93억 원과 91억 원으로 총 184억 원이며, 이 액수 범위에서만 계속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제10차 특별협정 제7조는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로 4,307억 원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한편 국방부는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로 4,307억 원을 선지급한 비용의 재원을 미집행 방위비분담금―평통사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국방부 답변(2021.4.7.)―으로 밝혔다. 미집행(미지급) 방위비분담금이란 이전 특별협정 체결로 한국이 미국에 지급하기로 합의한 방위비분담금 중에서 지금까지 미국에 지급하지 않은 액수―2019년 말 현재, 군사건설비 9,079억 원, 군수지원비 910억 원, 총 9,989억 원, 평통사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국방부 답변(2020.10.11)―를 말한다. 그러나 정부가 미집행 방위비분담금에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로 4,307억 원을 선지급했다고 주장하더라도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총액과 인상률이 1조 4,696억 원, 2019년도 대비 41%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며, 동결이라는 정부 발표가 거짓이었음을 정부 스스로 확인해 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종료된 제10차 특별협정과 그 이전 특별협정 기간에 발생한 미집행금으로 제11차 특별협정 기간의 방위비분담금을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며, 합법인가? 그렇지 않다. 매 특별협정이 종료되어 효력이 상실되면 매 특별협정 기간에 발생한 미지급금지급 의무도 소멸된다. 그 이후는 새롭게 체결된 특별협정에 따른 의무만 이행하면 된다. 이 때문에 제10차 특별협정 제7조처럼 특별협정이 종료되더라도 소멸하지 않을 방위비분담금을 이월금으로 특정해 그에 한해 사업의 계속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특별협정이 종료된 후에도 동 기간의 미지급 방위비분담금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면 한국은 새로 체결된 특별협정뿐만 아니라 이미 종료된 특별협정들에 의해서도 동시적으로 구속을 받게 된다. 이는 신법이 구법에 우선하는 법 원칙에도 어긋나며, 또한 2개, 3개의 특별협정들에 의해 2중, 3중의 의무를 계속, 동시적으로 지게 된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없으며, 결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제10차 특별협정 또는 그 이전 특별협정 이행 과정에서 발생한 미지급금을 제10차 특별협정이 종료된 이후인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으로 지급할 수 없다. 실제로 거의 매년 감액 편성과 불용액에 따른 미지급금이 발생했지만 미국이 이의 지급을 공식 요청한 적이 없으며, 한국 정부가 이를 지급해 주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편성한 적도 없다. 정부가 2020년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로 지급한 4,307억 원이 미지급금에서 지급한 것이라고 공식 밝힘으로써 오로지 문재인 정권만 주지 않아도 되고 전례도 없는 미지급금까지 미국에 챙겨주는 한편 이를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총액에서 누락시켜 마치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이 동결된 것인 양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은 인상률(41%)과 인상액(4,307억 원)에서 역대 단연 최고다.

둘째,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 인상율 13.9% 중 인건비 인상률 6.5%는 거짓이다. 정부가 인건비 6.5% 인상이라고 미리 결정해 놓고 이에 맞춰 거꾸로 꿰맞춘 것이다.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을 75%에서 85%로 상향 조정하는 데 따른 6.5%, 675억 원의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2020년과 2021년의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총액과 한미 간 분담비율(75~85%)에 따른 한국 부담 액수, 2020년과 2021년도의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배정액을 밝혀야 한다.

2020년도는 특별협정 공백 기간이자 무급휴직 등으로 방위비분담금이 집행되지 못한 해이다. 따라서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인상률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배정액과 집행액이 밝혀져야 하는데 국방부는 이 액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입장―평통사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국방부 답변(2020.10.30)―을 밝혔다. 이러한 국방부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정확한 자료도 없이 6.5%라는 2021년도 인건비 상승분을 산정해 낸 것으로 신뢰할 수 없는 수치가 된다.

2019년도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총액은 5,641억 원,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배정액은 5,005억 원으로 방위비분담금 역사상 최고의 배정비율(89%)을 적용했다.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예산도 2019년도를 준용해 편성되었다. 만약 2020년도에도 2019년도와 동일하게 방위비분담금이 운용되었다면 2021년도 인건비 배정액, 한국 인건비 부담은 오히려 210억, 3%의 감액 요인이 발생한다.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최저배정비율은 85%이기 때문에 2020년도 인건비를 2019년과 동일한 5,641억으로 가정하면 약 4,795억 원으로 5,005억-4,795억=210억 원이 줄어든다. 2020년 노동자가 137명이 감소―평통사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국방부 답변(2021.4.2)ㅡ된 반면 임금이 2.8% 올라―주한미군 한국인 노조 확인―2020년의 근로자 인건비 총액은 큰 폭의 증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총액 1조 389억 원에 인건비 상승률 6.5%를 적용해 2021년도 인건비 상승분 675억 원을 산정했다. 이런 계산 방식은 인건비 인상률을 2배 이상 늘린다. 전체 방위비분담금 총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40% 안팎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인건비 상승률 6.5%는 2배 이상이 부풀려진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675억 원, 6.5%의 인상 요인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2020년 인건비 총액이 6,750억 원이 되어야 한다(675억원 = 6,750억원 × 0.85 - 6,750억원 × 0.75). 그러나 이 수치는 한국인 2019년 인건비 총액이 5,641억 원의 1.2배로 1,109억원이나 많고, 2019년보다 137명 줄어든 근로자 수와 2.8%의 임금 인상률을 반영한 2020년도 추정치 5,709억 원의 1.19배로 1,041억 원 이상이나 많아 현실성이 없는 수치다.

한편 한미는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소요에 기반해 산정하지 않는다. 한미 간 협상을 통해 총액에 먼저 합의한 후 그 총액을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로 배정한다. 따라서 인건비 인상률을 별도로 계산해 이를 전체 인상률에 덧붙이지 않는다. 이러한 인상률 산정 방식은 방위비분담금 역사상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다. 인건비 최저 배정 비율 상향 조정에 따라 한국 부담 액수와 비율이 늘어나 방위비분담금 중에서 인건비 배정 액수와 비중을 늘릴 필요가 발생하더라도 군사건설비나 군수지원비 배정 비중과 액수를 낮추면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부가 주장하는 2021년 675억 원, 6.5%의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인상 요인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결국 675억 원의 인건비 상승은 트럼프 정권이 요구했던 50% 인상률을 맞추기 위해 역으로 꿰맞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2020년도에 근거 없이 올려준 4,307억 원과 2021년도에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올려준 675억 원을 더하면 4,982억 원으로 2019년도 방위비분담금 1조 389억 원의 48%에 달한다. 제11차 특별협정 기간의 사실상 첫해인 2021년에 맞춰 50%, 5,194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액수를 올려준 것이다.

셋째, “인건비 배정비율 하한선을 종전 75%에서 85%까지 확대”한다고 해서 무급휴직 재발 가능성을 차단하지 못한다. 인건비 배정비율 하한선을 85%로 상향 조정한 것은 주한미군의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부담을 줄여줘 미국이 사실상 이중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혜택을 챙기도록 하는데 주된 의도가 있다.

6차 특별협정(2005년)은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을 71% 이하로, 9차 특별협정( 2009년)은 71% 이하에서 75% 이하로, 10차 특별협정(2019년)은 7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 왔고, 그때마다 정부와 국회는 한국인 노동자 고용안정에 기여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007년, 2014년, 2018년의 무급휴직 위협, 2020년의 최초 무급휴직 단행 사례에서 보듯이 인건비 배정비율 하한선 상향 조정이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기여하게 되었다는 평가는 잘못된 것임이 판명되었다. 한국인 노동자 고용안정을 가장 크게 위협했던 2020년 무급휴직이 인건비 배정비율 하한선을 75% 이상으로 올린 10차 특별협정 하에서, 특히 인건비 배정비율을 89%까지 최고로 올린 2019년 직후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인건비 배정비율 하한선 상향 조정이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전혀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은 85%로 상향 조정한 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제11차 특별협정처럼 협상 타결이 지연될 경우 주한미군은 또다시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의 15%의 재정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며 무급휴직 위협을 가하고 2020년 무급휴직 사례처럼 한국 정부가 선지급하고 나중에 보전받는 상황을 재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2020년 무급휴직 사례와 한국 정부의 선지급 명문화는 오히려 미국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지급에 관한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이를 한국에 떠넘기고 한국 정부가 떠안는 잘못된 선례일 뿐이다.

한편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인건비 최저배정비율 상향 조정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부담을 크게 낮춘다는 사실이다. 2019년도에 한미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를 각각 89%와 11%로 분담했다. 2018년에 미국은 규정보다 많은 35%를 분담해 2,010억 원을 부담했던 것을 2019년도에 11%로 미국의 분담비율을 낮춰 부담 액수를 636억 원으로 낮춤으로써 전년 대비 1,374억 원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었다. 이는 2019년도 방위비분담금 인상액 787억 원의 2배에 육박하는 비용으로 미국은 사실상 약 2,161억 원, 22%의 방위비분담금의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를 제11차 특별협정 기간(2020~2026년)에 적용하면 최근 10년 간 한국인 근로자 평균 수(8,721명)와 임금 인상률(1.84%)을 적용해 2021~2025년까지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총액을 계산한 다음 여기에 한국 부담비율 75%와 85%를 적용해 그 차액을 구하면 총 3,620억 원―2021년 576억, 2022년 602억 원, 2023년 613억 원, 2024년 624억 원, 2025년 636억 원―인데, 미국은 이만큼의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부담 비용을 감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동 기간에 한국이 제11차 특별협정에 따라 올려주어야 하는 총액 4,507.5억 원―2021년 1,444억 원, 2022년 639억 원, 2023년 760억 원, 2024년 807억 원, 2025년 856억―의 약 80%에 달한다. 결국 인건비 배정 하한선 75%를 85%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미국은 제11차 특별협정에 따른 방위비분담금 인상액을 거의 2배 가까이 챙기는 셈이 된다.

이렇듯 제11차 특별협정의 인건비 배정비율 하한선 상향 조정과 무급휴직 시 한국의 선지급 명문화가 한국인 근로자 고용안정을 최종적으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제도 개선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에 방위비분담금 결정 방식을 소요 기반 방식으로 전환해 인건비를 포함해 모든 소요를 한국이 직접 심사/결정하고 한국 정부가 직접 계약자로 되어 계약을 집행하며 타당성이 없는 소요 제기에 대해서는 단 한 푼도 주지 않고 집행에 대한 사후 검증을 수행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2021년도 방위비분담금 인상률은 13.9%가 아니라 13.9%+α, 2022년도 인상률은 5.4%(국방예산 증가율)가 아니라 5.4+α%, 2023~5년도 인상률은 국방예산 증가율이 아니라 국방예산 증가율+α로 될 수도 있다.

국방부는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으로 선지급한 4,307억 원의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를 미집행 방위비분담금에서 지급한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이 제11차 특별협정 기간 동안 미지급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에 분할 지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그럴 경우 동 기간 방위비분담금 인상액과 인상률은 급증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밝힌 2019년 말 기준 미지급 방위비분담금 9,989억 원 중에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으로 미국에 지급해 준 4,307억 원을 제외한 약 5,682억 원을 향후 5년에 걸쳐 매년 1,000억 원씩 추가 지급해 준다고 가정하면 방위비분담금 인상 액수는 2021년도 1,444억 원에서 2,444억 원으로, 2022년도 639억 원에서 1,639억 원으로, 2023년도 761억 원에서 1,761억 원으로, 2024년도 807억 원에서 1,807억 원으로, 2025년도 856억 원에서 1,856억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인상율 또한 2021년도 13.9%에서 23.5%로, 2022년도 5.4%(2021년도 국방예산 증가율)에서 13.9%로, 2023년도 6.1%(국방중기계획 상 국방예산 증가율 추정치)에서 14.1%로, 2024년도 6.1%에서 13.7%로, 2025년도 6.1%에서 13.2%로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와 같은 불법부당한 대미 방위비분담금 퍼주기가 현실로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문재인 정권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미국의 요구에 충실하고 미국의 요구를 선선히 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기우가 현실로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로써 미국은 6년 동안 제11차 특별협정에 따라 한국으로부터 받는 총 7조 6,874억 원에 2020년도에 추가로 받게 될 4,307억 원의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인건비 배정 비율 하한선 상향 조정에 따른 최소 3,600억 원의 비용 등 약 8조 5,000억 원을 챙기는 셈이다. 이는 제11차 특별협정 기간에 미국이 챙겨 갈 가능성이 있는 미지급금 방위비분담금 5,000억 원을 더하면 무려 9조 원에 달한다.

미국은 이미 방위비분담금을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에 불법 전용했듯이 군사건설비나 군수지원비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이토록 막대한 규모의 한국의 지원비를 소성리 사드 기지 공사비, 평택미군기지 건설비, 한미연합연습 참가 등 일시적으로 한국에 들른 역외미군 지원비, 나아가 정비 등 역외미군 지원비 등 인도·태평양전략 수행비로 사용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트럼프 정권이 청구하고 바이든 정권이 집행하며 문재인 정권이 미국의 요구대로 받아 안은 제11차 특별협정 서명을 멈춰라!

대다수 국민과 언론들이 문재인 정권의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 타결안을 받아들고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로지 정권 실세들과 주변 인사들, 그리고 성우회의 환영 성명 등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일부 평가를 제외한다면.

방위비분담금이라는 것이 본디 우리가 미국에 시혜를 베푸는 것이어서 우리가 경제가 좋지 않거나 줄 근거가 없거나 지원해야 할 주한미군이 감축되는 등의 상황에 따라 줄이거나 안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2005년)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이유로 방위비분담금을 8.85%, 661억 원을 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문재인 정권은 총액 기준으로 이명박 정권의 약 4배, 박근혜 정권의 약 5.8배라는 실로 이해할 수 없는 역대 최고의 인상율과 인상액을 미국에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정권이 코로나 사태로 자국 내에서 잃은 것을 마치 밖에서 되찾으려는 듯이 한국을 갈취하고 문재인 정권은 속절없이 미국에 갖다 바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함께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체결해 방위비분담금을 지급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인 일본은 한국보다 경제력도 크게 앞서고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도 더욱 중요한 위상—일본은 코너 스톤, 한국은 린치 핀—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이 주로 북한 위협에 대응한다면 일미동맹은 주로 중국 위협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일본의 방위비분담금 지원이 상대적으로 훨씬 커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지난 약 20년간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율은 평균 약 4.25%인 반면에 일본은 0.24%에 불과하며, 이의 GDP 대비 비율도 한국은 0.05%인 반면에 일본은 0.03%에 지나지 않는다. 이 단순한 비교만 하더라도 한국이 어떻게 미국의 봉 노릇을 하고 있는지가 자명하다. 이번 11차 특별협정으로 한일 간 방위비분담 편차는 더욱 확대된다.

이렇듯 제11차 특별협정은 체결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결함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이 협정이 끝내 체결된다면 문재인 정권은 역사와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21년 4월 8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상임대표 문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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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노원 세 모녀 살인’ 혐의 김태현 송치 “숨 쉬는 것도 죄책감”…무릎 꿇기도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입력 : 2021.04.09 09:35 수정 : 2021.04.09 10:31

 

서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최민지 기자

서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최민지 기자

 

서울 노원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이 9일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살인,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등 5개 혐의를 받는 김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면서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제가 기자님들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못 드릴 것 같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며 “살아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고 저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 드리고 싶다. 정말 죄송하다”고 답했다.

그는 ‘왜 범행을 저질렀나’, ‘스토킹 혐의를 인정하나’,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어머니께 할 말이 있냐고 묻자 “볼 면목이 없다”고 답했다.

김씨는 모자는 쓰지 않았고 마스크를 썼으나 취재진이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있냐’고 묻자 마스크를 내려 얼굴을 보이기도 했다. ‘왜 죽였냐’는 질문에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손은 포승줄로 묶여 있었고 목에는 자해 부위를 가린 것으로 보이는 밴드가 붙어 있었다. 오전 9시1분쯤 호송 차량에 올라타 서울북부지검으로 이송됐다.

서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최민지 기자

서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최민지 기자

김씨는 지난달 23일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피해자들의 거주지에 들어간 뒤 큰 딸 A씨의 여동생과 어머니, A씨 등 3명을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범행 전 A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는 등 스토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도봉경찰서 앞에 모여 김씨가 나오는 장면을 지켜봤다. 한 여성은 “김태현을 사형하라” “‘사형제도 부활하라”고 외쳤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090935001&code=940202#csidx6e7ba2d707bb788a89288f771384a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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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김어준은 어떻게 공론장 휘저었나

등록 :2021-04-09 04:59수정 :2021-04-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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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경제 시대 ‘선 넘고’ ‘사이다’ 뿌리며 ‘팩폭’하는 프로보커터 분석
정치불신은 극우의 자양분…혐오언어 막고 도덕적 헤게모니 사수해야
프로보커터: 주목경제 시대의 문화정치와 관종 멘털리티 연구김내훈 지음/서해문집·1만5000원
스프레드팀_진중권 김어준. 그래픽_고윤결
스프레드팀_진중권 김어준. 그래픽_고윤결

관종, 어그로꾼, 인터넷 트롤, 사이버 렉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종횡무진으로 떠들썩하게 휘젓고 다니는 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좋아요’와 ‘구독자’가 ‘돈’인 시대에 관심 끌기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진다. 문제는 이들이 활약할수록 공론장이 오염된다는 것. 이런 현상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프로보커터>(provocateur)는 제목부터 이들을 지목한다. 도발하는(provoke) 사람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길을 끌어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프로보커터가 창궐하는 현상은 ‘주목경제’로 설명된다. 상품의 가치는 쓸모와 기능, 내구성 등으로 측정됐으나 이제는 상품이 품은 기호가 더욱 중요해졌으며, 이런 기호의 경제와 정보시대가 맞물리며 주목과 관심이 곧바로 돈이 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됐다. 그러니 관심 끌기 경쟁은 ‘선을 넘고’, ‘사이다’를 끼얹고, ‘팩트 폭력’을 구사하는 일로 귀결된다. 여기에서 금기에 대한 도전, 통념에 대한 저항이라는 긍정적 의미는 탈색되고 마케팅 전술, 더 나아가 극우와 과격파의 정치 전략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징후다. 특히 정치 불신이 커져가는 상황이라면 “명쾌한 입장과 또렷한 전선, 절대 악을 상정한 선동과 도발”은 영향력이 더욱 막대해진다.

왼쪽부터 진중권, 김어준, 서민, &lt;한겨레&gt; 자료사진
왼쪽부터 진중권, 김어준, 서민, <한겨레> 자료사진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자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부분은, 프로보커터의 사례를 분석하는 후반부다. 대표적으로 진중권과 김어준 등에 대한 해석은 통렬하다. 이에 앞서 지은이는 프로보커터 유형 분류에 나서는데 싸움꾼형, 음모론형, 이 두 유형을 종합하며 가장 나쁜 의미의 ‘관종’이 결합한 삼위일체형이 그것이다. 쉽게 눈치챌 수 있는데, 싸움꾼형은 진중권, 음모론형은 김어준이다.

“‘싸가지 없는’ 발언으로 상대를 도발하고 이에 격동한 상대를 ‘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우리 편’ 추종자를 확보한다.” 진중권이다. 지은이는 그를 ‘프로보커터들의 프로보커터’로 규정한다. “처음부터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하기보다는 여론의 형세를 살피다가 영합하는 손쉬운 먹잇감 찾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인물을 타깃으로, 그의 기분이 최대한 나빠지도록 모욕적 언사를 던지는 데 주력”, “조롱조의 깐죽대는 어투와 제스처”….

김어준은 ‘가장 성공한 프로보커터’다. 저잣거리의 말투와 언어로 ‘무학의 통찰’ ‘공정한 편파’로 포장한 음모론자-예언가형 프로보커터다. “도발을 위한 도발로서의 음모론, 정교함이 불필요한 음모론”, “타깃에 대한 터무니없되 센세이셔널한 주장을 큰 목소리와 과장된 제스처로”, “위험을 무릅쓰고 밝히려는 듯한 비장미”, “무겁게 다뤄져야 할 논의를 농담처럼 툭툭 던지면서 거증책임은 피하되, 공론장에 논쟁과 소란을 일으키는 것.” 김어준이 설파한 개표조작설과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을 떠올려보라.

‘게으른, 혹은 무능한 프로보커터’ 서민이나 ‘태극기 코인과 반페미 코인의 혼종’인 ‘우파 번들’로 소개되는 강용석, 윤서인 등에 대한 분석도 흥미진진한데, 저자의 문제의식은 심각하다. “미국처럼 민주·진보 진영이 도덕적 헤게모니를 상실”하면 극우 프로보커터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며, “혐오의 언어가 일상 언어와 뒤섞이는 순간 프로보커터는 언제든 득세하여 한국 사회의 담론 전반을 주도하고 어지럽힐 것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90303.html?_fr=mt1#csidx47c848bf03851c4a69fa86689fe02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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