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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취급’ 끝내려 노조 활동…‘건폭’ 한마디에 무의미해졌다”

 
건설노동자들 대규모 결의대회 나선 이유
28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규탄! 반노동 윤석열 정권 심판! 건설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8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규탄! 반노동 윤석열 정권 심판! 건설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형틀 목수는 아무것도 없는 땅에 건물 뼈대를 올리는 데 꼭 필요한 노동자예요.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노가다꾼’이 아닌 직업인이라고, 딸한테 떳떳하게 ‘아빠 목수야’라고 말하려면 산업이 투명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건데 ‘건폭’이라는 말이 이 모든 걸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12년차 형틀 목수 맹종안(44)씨는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 근처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규탄! 반노동 윤석열 정권 심판! 민주노총 결의대회’(이하 결의대회)에 참여한 이유를 “떳떳하게 내 직업을 말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정부가 건설노조 활동을 ‘건폭’(건설 현장 폭력)으로 규정하고 조합원 채용이나 월례비 지급 강요 등 노동조합의 불법·부당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가운데,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열어 “이름 없는 노가다꾼으로 일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건설노동자 등 4만3천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4만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오후 1시30분부터 종각·경복궁역·경찰청으로 나뉘어 진행된 사전 대회를 시작으로,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장옥기 전국건설노조 위원장은 집회에서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에게 최소한 인간답게 살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데 (정부는) 깡패 집단, 부패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안전이 무시되는 현장에서 저임금으로 장시간 일하던 이름 없는 노가다꾼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은 종합건설업체(원청)→전문건설업체(하도급) →재하도급 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불투명한 고용 관계가 만연하다. 경기 변동에 따라 취업과 해고가 반복되고 노동조건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용·임시직 건설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주기 위한 퇴직공제 도입, 불법 하도급을 줄이기 위한 수차례의 법 개정과 대책 발표 등 최소한의 노동조건과 안전장치, 사회적 안전망을 노동조합 주도로 만들어왔다는 게 건설노조 쪽 주장이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조의 힘으로 만성적 임금 체불, 불법 하도급, 중간착취가 조금씩 사라지며 청년이 돌아오는 일터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매도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건설노조에 대한 공세를, 건설 현장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단초로 삼아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16년 동안 타워크레인 기사로 일한 박현수(49)씨는 “투명하고 안전한 건설 현장을 누구보다 원하는 것이 기사들이고, 임금이 좀 줄더라도 정부가 ‘금품 갈취’라고 하는 월례비 같은 비정상적인 임금을 받지 않을 각오도 돼 있다”며 “대신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고,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물론 다른 현장 노동자나 시민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작업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건설노조는 전날 원청인 종합건설업체들이 모인 대한건설협회에 ‘3월2일부터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 지급을 중단하고, 장시간·위험 노동 또한 근절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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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연구자에서 정의연 버팀목으로 보낸 3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3/01 10:39
  • 수정일
    2023/03/01 10: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4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2.24 ⓒ민중의소리


일본군 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윤미향 의원이 1심에서 대부분 무죄를, 김 모 정의연 활동가가 전부 무죄를 선고받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린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이다. 윤 의원 뒤를 이어 정의연을 이끌게 된 이 이시장은 2020년 5월 취임 하루 만에 날벼락을 맞게 됐다. 윤 의원을 겨냥한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후 윤 의원을 둘러싸고 한국사회 안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이 이사장은 보이지 않는 전투를 끊임없이 치르고 있었다. 주목할 만 한 건 정의연이 그 전쟁 통에서도 쇄신을 거듭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이 이사장은 “이것도 역사의 과정이니 기록을 해달라”며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정의연 사무처에 떨어진 날벼락


이나영 이사장이 공식 임기를 시작한 건 2020년 5월 6일이었다. 당시 정의연을 오랫동안 이끌던 윤미향 전 이사장이 총선에 출마하게 되면서 공석이 된 정의연 이사장에 그가 선임되면서다.

이 이사장은 선임 직후 대구에서 지내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했다.

“당시 윤 의원이 총선에 출마하기 전에 당연히 이용수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죠. 그때 할머니께서 출마를 허락해주셨다고 기뻐하던 윤 의원이 저한테 전화를 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그런데 며칠 뒤에 할머니께서 다시 윤 의원에게 전화를 해서 출마하지 말라고 하셨대요. 그러다가 4월 24일 최용상 당시 가자평화인권당 대표와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셨어요.”

그 기자간담회는 언론에 크게 보도되진 않았지만, 정의연 논란의 ‘불씨’였다. 이 이사장은 이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사장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이용수 할머니의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이사장은 “예전부터 구술사 작업을 하면서 피해자 지원 단체와 국내외 활동가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분들에게 당시 이용수 할머니가 어떤 상태였는지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고립감을 느끼며 건강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였고,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던 윤 의원이 ‘위안부’ 운동을 그만두고 떠난다는 데 대한 서운함 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5월 8일 어버이날에 찾아오라’는 이 할머니의 말에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정의연 쉼터 어버이날 행사를 하루 앞당겨 5월 7일에 열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대구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다시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이다. 이 이사장은 “기자회견 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이용수 할머니께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그냥 끊으셨다”며 “윤미향 의원에게 ‘지금 바로 이용수 할머니를 찾아봬야 한다’고 권했고 다른 활동가들에게도 전했지만 어버이날 행사 등으로 다들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일’은 터지고 말았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윤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은 시작됐고, 정의연 역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이 이사장이 취임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제가 대학 교수이기 때문에, 정의연 이사장은 비상근·비상임직이에요. ‘정의연 사무총장이 실질적으로 일을 하고 전체 사무처 총괄과 결재 정도만 하면 된다’, ‘전공 분야인 연구나 기록과 관련된 사업에 집중하면 된다’ 등으로 설득되어 이사장직을 수락한 거죠.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그 ‘사태’가 터진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굉장히 안이했다고 후회하고 있어요.”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열린 5월 7일 이후로 정의연 사무처는 거의 마비가 됐다. 정의연에 해명을 요구하는 언론의 전화는 끊이질 않았고, 정의연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다운이 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5월 8일 이용수 할머니를 찾아뵙기로 한 약속을 취소하고, 정신없이 사태를 수습하는 데 매진해야 했다. 수많은 기자들이 정의연 사무실과 주차장, 쉼터 앞까지 진을 치고 있는 상태에서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비상회의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이사장은 “저도 이런 일을 처음 겪었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정신을 못 차렸다.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원 등 온갖 곳에서 저희한테 자료를 요청했어요. 게다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당내에 TF를 만드는 바람에 국회의원들도 매일 자료를 요청했어요. 그래서 정의연 활동가들이 사무실에서 밤을 새어가면서 대응했습니다. 당시 회계 담당자의 몸무게가 7kg이나 빠질 정도로 정말 힘들었어요.”

윤 의원이 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보수단체로부터 첫 고발을 당한 건 5월 10일이었다. 이후 정의연 관계자들과 이사들에 대한 고소·고발도 이어졌다. 검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있은 지 불과 일주일만인 5월 14일에 서울 서부지검에 사건이 배당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정의연 사무실 앞에서 규탄 집회를 하기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다 짜여진 각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강제수사도 즉각적이었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5월 20~21일 정의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에게 자료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검찰이 빈 박스를 몇 개만 들고 왔다. 결국 모자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빈 박스도 사용하라고 다 줬다. 컴퓨터를 샅샅이 뒤지고 활동가들이 열심히 정리하고 보관한 자료 10년 치를 거의 다 가지고 갔다”고 밝혔다. 5월 26일부턴 거의 매일 정의연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시작됐고 엄청난 분량의 서면자료 요청이 쇄도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속하게 수사하고 언론에 제기된 모든 의혹을 규명하라”고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윤 의원이 오랜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5월 29일이 되어서였다. 그 전까지는 정의연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인 업무상 횡령 혐의를 해명하려면 윤 의원 본인이 직접 나서야만 했다. 이 이사장은 그보다 앞선 5월 11일 정의연 차원에서 첫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오히려 “패착”이었다고 평가했다. “내용 숙지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의견 조정을 마치지도 않고 급하게 기자회견을 가졌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정의연을 몰라서 그래, 정의연의 활동을 잘 알리면 이해할 거야’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거죠.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요. 기자회견 이후에 오히려 더 두들겨 맞았어요.”

이후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의 죽음이었다. 손 소장은 2004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일을 도맡으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해 온 인물이다. 하지만 손 소장은 검찰의 마녀사냥식 수사와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고통스러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이사장은 충격에 빠졌던 그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6월 6일 현충일이었다. 사무실에서 매일 밤을 새다시피 일하다가 ‘하루만 좀 쉬자’고 한 날이었다. 그때 손 소장이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게 된 것이다. 이 이사장은 정신없이 손 소장의 집을 찾아갔다. 모두가 깊은 슬픔에 빠져 있을 당시, 이 이사장은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되뇌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2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 일본의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촉구하는 1584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와 다정히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02.22 ⓒ민중의소리

 

정의연 이사장의 숨은 조력, 그리고 연대의 손길


손 소장의 장례가 끝난 뒤에야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6월 15일 처음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선일보 등에 대해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정을 신청하면서 분위기 반전도 꾀했다. 이는 왜곡된 언론보도에 경고장을 날리는 분명한 계기가 됐다. 동시에 이 이사장은 정의연 활동가들이 모두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중 두 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 한 명은 폐쇄병동에 입원해야 할 만큼 건강상태가 극도로 나빴다.

이 이사장도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심신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쉴 틈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가 특별히 관심을 뒀던 것은 다름 아닌 이용수 할머니였다. 이날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이 이사장의 휴대폰에는 이 할머니의 부재중전화가 두 통이 와 있었다.

“이용수 할머니의 말 한마디가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었어요. 기자들이 할머니 입만 바라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용수 할머니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 윤 의원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어드리는 일이 시급했어요. 무엇보다 피해자 지원 단체가 피해자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윤 의원을 비롯한 선배들의 헌신적인 피해자 지원 활동을 훼손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 이후로 할머니와 거의 매일 통화를 했습니다. 정의연이나 윤의원 관련 일이 보도될 때마다 기자들이 할머니께 멘트를 따려고 전화를 정말 많이 했는데 한 마디도 안 하셨지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지요. 이번 설에도 할머니를 찾아뵙고 왔어요. 오늘 아침에도 통화를 했고요. 그렇게 해서 지금은 할머니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관계가 되었어요. 저는 ‘어머니’라고 하고 할머니도 ‘우리 딸, 수고한다’라고 하시며 저를 많이 응원해 주십니다.”

이 이사장의 ‘숨은 조력’은 이뿐이 아니었다. 그 중 하나는 윤 의원이 국회에서 제명될 위기에 처했을 때 ‘제명 반대’ 탄원서를 조직하고, 부당함을 직접 호소한 일이었다. 이 이사장은 “1심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지금 제명을 하면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역사부정세력에게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는 1심 선고 직전 ‘선처 호소’ 탄원서 조직이었다. 이 이사장은 5가지 탄원서를 모았다. 정대협·정의연 선배 활동가들, 이용수 할머니를 오랫동안 조력했던 인권변호사, 피해자 지원단체 활동가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그리고 이 이사장 본인의 탄원서다. 모두 윤 의원과 기소된 활동가의 헌신적인 활동을 증언하면서 판사에게 선처를 구했다. 이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하면 비판 여론과 함께 따라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상당수가 가졌을 수 있는 오해를 풀고 신뢰를 회복하며 정의연과 계속 연대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설득했다. 탄원서는 그 노력이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이사장은 “너무 많은 분들의 도움과 지지와 응원이 있어서 큰 힘이 됐다”며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4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2.24 ⓒ민중의소리

정의연의 쇄신, 그리고 정의연의 연대


이 이사장은 1심 선고 소식을 재판정이 아닌 사무실에서 들었다. 이 이사장은 “한편으론 안도하고, 한편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날 밤부터는 2년 반이 넘는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올라서 마음이 힘들었다. 며칠 동안 안도감과 기쁨의 이면에 삭히고 있던 울분이 올라와 잠을 잘 못잤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동안 휘몰아친 소용돌이의 근원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이 이사장은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한국의 극우세력과 정치권의 문제도 당연히 한 축을 이루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런 사태의 원인이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더해 그동안 감춰져있던 많은 소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불협화음을 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이 사태의 원인을 두고 이렇게 결론을 냈어요. 모든 일은 우연적이다, 다만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느냐가 관건이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당시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의연에 대한 비판 논리 중 하나는 ‘민족주의’의 관점에서 일제에 짓밟힌 피해자상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이 이사장의 반박은 날카로웠다. 민족주의의 다양성, 한국의 저항적 민족주의에 대한 평가를 무시한 비판이며 운동단체의 활동에 무지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어떤 집단이 특정한 민족에 속한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폭력의 피해자가 되거나 착취의 대상이 된 역사가 엄연히 존재한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질문하면 민족주의자가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대한민국은 냉전 분단 체제라는 독특한 모순 속에 있다. 이 모순을 민족이라는 개념을 빼고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느냐”며 “한국 최고의 페미니스트인 이효재 선생님도 이 문제는 민족의 문제, 여성의 문제, 노동자의 문제라고 말씀하셨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사람은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1980년대에 가졌던 인식을 2023년에 똑같이 가지고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성장해온 건 시민들의 비판적 자기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나”라며 “우리를 민족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낡은 이분법적 틀에 갇혀 있는 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억울한 감정을 애써 삼켜왔다. 1심 선고 후에야 그간 겪었던 고통을 그나마 담담하게 밝힐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세를 낮췄다. 이 이사장은 수요시위에서 “지난 시련과 위기를 결코 잊지 않고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사려 깊지만 굳건하게, 분골쇄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실제 정의연은 2020년 8월 외부 인사들로 ‘성찰과비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내부 성찰을 바탕으로 조직 개혁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정의연은 ‘정의연 회계 관리체계 개선과 혁신’, ‘정의연의 조직·기능 및 사업의 개선과 혁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미래지향적 비전과 개혁안 마련’, ‘정기회원 중심의 튼튼한 조직과 시민 소통’ 등 4가지 제안을 받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책임과 권한을 가진 이사회로 새로 구성하고, 규정이나 체계도 정비했다. 효율적 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홍보·교육·장학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의연의 활동 범위가 최근 들어 넓어진 것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전통적인 진보단체의 활동은 물론이고, 미군기지촌 위안부 문제,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성착취 문제, 강제동원 문제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도 지키고, 추모 집회도 참여했다. 이 이사장은 “핵심적인 연대체만 10군데가 넘다보니 우리 활동가들이 너무 바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그동안은 저희 수요시위에 다른 단체들이 와서 연대를 해줬지, 우리가 다른 단체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준 적은 실제로 많지 않았다”며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도 관심이 적었다”고 성찰했다.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위안부 문제는 복잡성을 가지고 있어요. 젠더 이슈이자 인종 이슈이고, 민족 이슈이자 계급 이슈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문제가 중첩적으로 얽혀 있지요. 여기에 식민지, 제국주의, 분단체제, 냉전체제, 전쟁 이런 것들이 이 사안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어요. 게다가 국내외 정치적 상황이 계속 바뀌면서 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기도 했고요. 우리가 위안부 문제는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대답을 다들 잘 못해요. 사실은 잘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이 복잡한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다시는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다양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각 단체 혹은 시민들이 자기 문제로 연결 지을 때 비로소 위안부 문제의 본질이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연대라는 것은 상호적이고 쌍방향적이기 때문에, 우리도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연대의 중요함을 더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지향점이 같다면 유연하게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우리에게 그런 점이 부족했다고 보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연대 활동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밝혔다. “사실 옛날에는 다른 단체에서 뭘 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다른 단체가 하는 얘기를 듣고, 헌신적이고 훌륭한 활동가들과 같이 활동하다보니 굉장히 많이 배우게 되더라고요. 연대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나의 입장이 다 옳기만 한 것도 아니고, 올바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선은 아닐 수 있다, 다중적 위기에 대응할 더 너른 시야와 실천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었어요. 연대란 그런 거죠. 서로가 서로를 갉아 먹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면서 성장시켜주는 그런 연대를 하고 싶어요. 저를 연구실에서 텍스트에만 갇히지 않게 해 준 많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기적처럼 저희를 일으켜 주신 많은 후원회원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정의연은 3월 1일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도 공동주관한다. 이 이사장도 이 대회 준비로 한창 바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자본주의의 모순 혹은 대한민국의 위기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고리들은 다 연결돼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를 착취하거나 수탈하는 그 힘은 너무나도 교묘하고 세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항하는 시민단체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에 수백 개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노동자, 환경, 여성 등 다양한 단체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 범국민대회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 일본의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촉구하는 1584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02.22 ⓒ민중의소리

 

정의연의 핵심 키워드, 기억과 기록


현재 정의연이 진행하고 있는 핵심 사업은 ‘기억과 기록’에 관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취임 이후 ‘디지털 아카이브’ 사업에 열중하며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정의연은 이를 위해 기록연구사와 뉴미디어 활동가를 새롭게 채용하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자료나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정리·보존하고 공유하기 위한 사업이에요. 기록을 창고에 넣어두면 100년 뒤에 누군가 보겠지만 그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보는 겁니다. 그걸 할 수 있는 방법은 디지털 아카이브 밖에 없어요. 이건 단순히 사진이나 영상을 디지털화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자료를 쉽게 찾아보고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그걸 저희가 전문가들과 함께 3년째 하고 있어요.”

첫 결과물은 3월 말경 나올 예정이다. 1992년부터 아시아 각국의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 단체들이 함께 진행한 아시아연대회의 관련 자료를 정리해 공개하는 것이다.

“여기에 많은 인력과 재정을 투여하고 있습니다. 향후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사실 지원이 많이 필요해요. 그런데 저희는 정부의 돈은 받지 않기로 했어요. 만약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거든요. 정권의 성격에 따라 자료 공개 범위 등이 좌지우지되기도 하고요. 물론 국가는 국가의 역할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단단한 시민사회가 없으면 기록이나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다는 걸 우리가 그동안 역사적으로 경험해봤잖아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억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저희가 아카이브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고요, 자료 기증도 부탁드립니다.”

이는 생존 피해자가 얼마 남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 미래지향적인 일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은 “그간 사람들이 수요시위 현장에서 피해생존자들을 만나 감동을 얻고 용기를 얻으며 행동을 위한 자기 결심도 했는데, 생존자들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위안부’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며 “결국은 제대로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밖에 남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란 건 없는 것 같다”며 결국은 어떻게 기록되고 기억되느냐의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문제에서 가해자인 독일 정부가 끊임없이 반성하고 사죄하고 배상한다고 해서 홀로코스트가 해결됐다고 하나요? 우리는 왜 계속해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는지 잘 모르겠어요. 일본도 마찬가지예요. 역사적 사실을 감춘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나요? 사라지지 않아요. 한국 정부도 너무 한심하지요. 정부 간 야합으로 해결되었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역사가 지워지나요? 우리가 홀로코스트 문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실천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리고 유사한 일이 지구촌에서 발생했을 때 관심을 가지며 피해자의 상황에 공감하고요. 이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을 위한 실천으로 이어나가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한편 이 이사장이 정의연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여성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미국 기지촌 문제에 관한 논문을 쓸 때였다. 연구를 위해 한국에 왔다가 당시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차장이던 윤 의원을 알게 된 것이었다. 이 이사장은 중앙대 교수가 된 이후에도 학생들과 수요시위에 참여하며 활동가들을 응원했다. 그러다가 정대협 20주년을 맞아 선배들로부터 위안부 운동사 연구를 제안 받아 논문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이어 2015년 굴욕적인 한일합의에 대응하는 과정에 설립된 정의기억재단 이사로 들어가면서 단체 운영에도 본격적으로 관여하게 됐다. 정의연은 훗날 정대협과 정의기억재단이 통합하면서 출범한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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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며 쫓겨난 ‘용감한형사들’ 작가들 '너무나 쉬운 해고' 논란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3.03.01 07:05
  •  
  •  댓글 0

E채널 ‘용감한형사들2’ 3개월간 3명 잘려 “계약기간 안됐는데 해고” “메인작가 눈치보는 분위기”

메인작가 “예민했던 건 사실, 계약해지 절차 진행하지 않아” E채널 측 “메인작가 채용 권한 없어”

방송작가유니온 “계약기간 등 일하기 전에 서면계약서 작성해야…해고 4주전 통보해야”

E채널 예능프로그램 ‘용감한 형사들 2(용감한 형사들)’에서 최근 3개월간 3명의 작가가 계약기간 등을 보장받지 못한 채 부당하게 잘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작가들은 메인작가 A씨의 눈치를 봐야하는 분위기에서 태도 등을 이유로 눈 밖에 나서 잘렸다고 주장했다. A씨나 방송사 E채널(티캐스트) 측은 계약해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용감한 형사들’에서 부당하게 쫓겨났다고 주장하는 작가는 세명(B·C·D씨)이다. 

작가 B씨는 지난 20일 A씨에게 ‘다음주 방송(27일)까지만 일하고 나가달라’는 말을 들었다. B씨가 지난 1일부터 출근했으니 3주도 일하지 않은 채 해고통보를 받은 셈이다. 이틀 뒤인 지난 22일 해당 프로그램 아이템 회의를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강제탈퇴를 당했다. 

A씨와 B씨의 22일자 대화 내용을 보면 A씨는 B씨에게 당초 27일까지, 즉 일주일의 시간을 준 것과 달리 당일(22일)부터 그만두라고 했다. A씨는 “내가 네 대본을 못 봐주겠다고 했다”며 그 이유로 “사건·사고를 전혀 안 해봐서”라고 말했다. ‘용감한 형사들’이 사건·사고를 다루는데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B씨의 태도도 지적했다. 해당 대화에서 A씨는 “지금 나한테 이렇게 서서 앉지도 않으면서 따지듯 얘기하는데 네가 네 행동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냐”고 말했다. A씨는 과거 B씨에게 메시지로 B씨가 보낸 대본에 대해 “이게 100%라고 생각하는 거지? 지금부터 소리내서 다섯 번 읽어봐”, “정말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정리하지 말고 그냥 줘, 정리하면 더 이상해지니까” 등을 보냈다. 

B씨는 미디어오늘에 “초반에 메인작가 A씨와 일정이 있었는데 그때 늦었다는 이유로 이후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며 제대로 피드백을 받지 못하다가 잘렸다”며 “방송사고를 냈으면 몰라도 작가들 대본 보는 게 메인작가의 역할인데도 ‘네 대본 봐줄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 E채널 '용감한 형사들' 유튜브 갈무리

 

C씨는 지난해 12월13일부터 출근했다. 지난 21일 A씨가 C씨를 불러 전날(20일) 근태를 문제 삼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미디어오늘에 “근태를 꼬투리 잡아서 당일해고했다”며 “비밀을 유지하지 않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제작진에 피해를 끼쳤거나 마감을 심각하게 못지키는 등 이유가 있을 경우 해고예고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가시방석에서 일하는 기분이었고 단순히 혼내고 말 일인데, 잘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C씨도 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이 1월6일부터 4월7일로 돼있다. 

D씨는 지난해 12월5~23일 3주간 근무했는데 당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급여(문예료)를 정산받기 위해 지난 1월초에 뒤늦게 계약서를 작성했다. D씨는 자신이 급여를 얼마 받을지도 몰랐으며 관련 협상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또 연차가 낮은 작가보다 급여가 적다는 사실도 일을 그만둔 뒤에 알았다. 그는 “나도 작가협회에서 공식적으로 경력을 인정받았는데 이건 A씨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며 “계속 원고를 독촉해서 남들보다 일찍 내게해서 흠결을 잡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D씨는 제대로 녹화조차 하지 못한 채 3주만에 일을 그만둬야 했다. 

작가들을 작가들 채용을 실질적으로 메인작가의 권한이었고 작가들이 메인작가 눈치를 봐야하는 분위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근무날짜와 다른 계약기간

계약기간 지키지 않은 계약해지

B·C씨가 E채널(방송사)과 작성한 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을 지난 1월6일부터 4월7일까지로 정했다. B씨가 2월1일부터 출근한 것을 고려하면 프로그램 일정(1월13일부터 4월7일)에 근거해 계약기간을 실제 근무날짜와 다르게 작성한 셈이다. 또 지난 22일까지 일했기 때문에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B씨를 자른 것이다. C씨도 마찬가지다. 

A씨는 B씨와 대화에서 “너 다음 일자리 때문에 안 그래도 너무 급하게 정리(계약해지)를 해서 그부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서 미안하다고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난 2018년 내놓은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에는 ‘부당한 계약취소의 금지’ 조항이 있다. 해당 조항에선 “‘작가’와‘방송사 또는 제작사’는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 계약의 내용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E채널 계약서에는 해당 조항이 없다. 표준계약서에선 계약해지시 작가가 부당하게 계약 내용을 위반할 경우 14일의 시간을 정해 계약해지를 통보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E채널 측, 메인작가에 채용·해고 권한 없어

메인작가 A씨는 28일 미디어오늘에 “나도 해당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 작가”라며 “해당 계약은 4월7일까지 일한다는 뜻이 아니라 4월7일 방송분까지 계약한 것이고 다른 작가들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다. “4월7일 방송분 녹화가 지난 27일이어서 계약서를 쓴 모든 작가의 출근 종료일은 2월27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해지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A씨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원고 때문에 녹화 일정에 문제가 생겼고 이로인해 예민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에 정식으로 계약해지를 요청하지 않았고 계약해지 절차가 진행된 바 없다”고 했다. 작가들의 업무가 계약서상 종료됐을 뿐 공식 해고 통보는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해당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팀장(PD) E씨는 B·C씨와 메신저 대화에서 “나(E)는 해고를 지시하거나 명령한 적이 없다”며 “도의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B씨는 ‘메인작가 A씨가 작가채용을 주도했지만 계약서는 방송사와 맺은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E씨는 티캐스트(E채널) 측 입장을 전했다. 티캐스트 측은 28일 미디어오늘에 “A씨도 프리랜서 작가로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작가 채용 관련 면접을 보긴 하지만 채용하고 해고할 권한이 없다”며 계약해지 사실을 부인했다. 이어 “작가들(B·C)에게도 설명했고 동의한 내용”이라고 했다. 

▲ E채널 예능 프로그램 용감한 형사들 포스터

 

방송작가노조, 쉽게 자르는 문화 개선해야

방송작가유니온(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은 작가를 쉽게 자를 수 있는 방송계 문화와 함께 작가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계약서의 한계를 지적했다. 

방송작가유니온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오늘에 “(해당 작가들이 작성한 계약서에 대해) 갑작스러운 해고에서 보호해줄 조항이 없다”며 “방송작가유니온은 예전부터 해고 4주전 통보와 사용자 합의를 계약서에 명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다수 방송사·제작사는 이 조항을 넣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고 사실을 미리 고지하고 이를 사용자와 논의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프리랜서 방송작가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당하는 일이 번번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서면계약서 작성 과정도 문제 삼았다. 해당 관계자는 “원고료, 지급시기, 계약기간, 업무내용 등을 명확히 기재한 서면계약서를 일 시작하기 전 사용자와 함께 검토·협의해 서면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 해고작가도 업무 시작 전 이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계약서 쓰는 문화가 생겼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방송계 문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해당 관계자는 “프리랜서 작가는 실수하면, 일 못하면, 팀 스타일에 안 맞으면 바로 교체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한 방송계 문화 탓에 작가는 너무 쉽게 해고되고 작가들은 해고 사유를 자신에게 찾으며 자책한다”며 “일반 직장이면 교육·수습 기간, 경력이면 최소한 업무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만 프리랜서 방송작가에겐 적응하고 실력을 쌓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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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한국 정부와 국민 사이의 괴리감

[김종성의 히,스토리] 3.1 정신 엉뚱한 데로 돌린 역대 정부

23.02.28 19:50최종 업데이트 23.02.28 19:50
일본에 대한 한국민들의 인식과 한국 정부의 인식은 대부분의 시기에 불일치했다. 국민 대다수는 본인이 겪었건 아니건 일제 지배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는데 반해, 대부분의 한국 정권은 이런 분위기를 두려워하면서도 은근히 억제하는 데 주력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로 반일 여론이 가장 크게 분출된 시기는 국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친일 청산을 시도했던 1949년과 한일협정 반대운동이 전개됐던 1964년·1965년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반일 감정이 강렬해 정권이 특히 조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런 시기에도 당시의 정부는 국민 여론 억제에 주안점을 뒀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두 시기의 3·1절 경축사다.
3·1절이 되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펄럭이는 태극기 물결, 대한독립 만세 소리 등을 떠올린다. 1949년과 1964년·1965년 3·1절은 그런 연상을 더 많이 하게 될 정도로 식민 지배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을 때였다. 이런 시기에 어떤 메시지가 3·1절 경축사에 담겼는지 살펴보면, 매년 3월 1일마다 동상이몽을 품는 한국 국민과 한국 정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승만 "3·1운동의 힘을 반공으로"
 

▲ 미군정청 광장에서 열린 연합국환영대회에서 조선주둔군 사령관 하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승만이 축사하고 있다(1945. 10. 20.). ⓒ NARA/ 눈빛출판사

 

3·1운동 30주년인 1949년 3월 1일은 정부 수립 뒤에 처음 맞는 3·1절이었다. 이날 3·1절 경축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3·1 독립선언이 1776년 미국 독립선언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나왔음을 강조하면서 이 운동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지금의 극우세력이 들으면 서운할 만한 발언도 내놓았다. "우리가 지금 건설하는 민주국은 탄생한 지 아직 1년이 못 되었으나, 사실은 30세의 생일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한 대목이 그것이다.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선언한 당시의 헌법 전문에 따라, 그는 대한민국은 국가 형태가 제대로 갖춰진 것은 아직 1년이 안 됐지만 "사실은 30세" 된 국가라고 발언했다. 대한민국의 법통과 정통성이 3·1운동에 있음을 재차 선언함으로써 이 운동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통이 1919년에 있음을 부정하는 건국절 논쟁을 제기해 3·1운동의 정통성을 은근히 부정하는 오늘날의 극우파들이 들으면 실망할 만한 발언이었다.

이승만은 3·1운동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 운동의 열기를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문제에서는 엉뚱한 말을 했다. 제국주의 식민 지배 잔재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올바로 재정립할 것인지 등은 그의 관심 밖이었다. 그가 강조한 것은 3·1운동 열기로 반공 국가를 건설하자는 메시지였다. 공산주의 배격을 빌미로 대중을 흑백 이념에 가둬두고 억압하는 반공 국가 건설로 그 열기를 돌리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해방 이후의 좌우 대립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우파 단체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민간 각 단체의 민족운동과 아울러 청년과 부녀들이 열렬한 애국심을 발휘해서 3·1 정신을 부활함으로써 능히 우리 단체도 보존하고 개인 생명도 보전하며 국권도 공고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3·1 정신을 기초로 우파 주도의 반공 국가를 세우자는 엉뚱한 의중을 표시했던 것이다.

이승만은 기념사와 별도로 발표한 3·1절 담화문에서는 3·1운동의 의의에 관한 부분을 축소하고 우파 단결 및 반공 투쟁 부분을 더 강조했다. '3·1 정신으로 일본과의 문제를 해결하자'가 아니라 '반공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3개월 뒤인 1949년 6월 6일, 이승만 정권은 경찰력을 동원해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했다. 이로 인해 반민특위가 약해지고 친일 청산도 흐지부지된 뒤인 1950년 3월 1일, 이승만은 3·1절 기념사에서 한층 노골적으로 3·1정신과 반공을 연결했다.

그는 "이만치라도 광복 성취한 것을 우리가 경축하는 동시에 삼팔선 이북에서 여러 백만 동포들이 외국인 압제하에 자유를 빼앗기고 신음하는 것을 우리가 잠시라도 잊지 못하는 것입니다"라며 3·1정신을 반(反) 소련 감정과 연결하려 했다.

경축사 후반부에서 그는 1919년이 1950년으로 이어졌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1919년은 만세 혁명의 해로, 1950년은 자유 전쟁의 해로 규정했다. 3·1운동 에너지를 반공 전쟁으로 승화시킬 것을 주문한 것이다. 반민특위 문제로 반일 감정이 고조됐던 시절에 이 열기를 반공 투쟁으로 돌리려 애썼던 이승만 정권의 시도를 알 수 있다.

이승만은 독립운동가 출신이지만, 친일파들에 둘러싸인 대통령이었다. 3·1 정신이 반일 운동으로 확산되는 것은 그에게 불리했다. 이는 그가 친일 세력이 좋아하는 반공 이념을 경축사에 '듬뿍' 뿌리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박정희 "3.1운동의 힘을 경제로"
   

▲ 1961년 11월 11일 미국 방문길에 일본을 방문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이케다 하야토 일본 수상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당시 박정희는 기시 노부스케를 비롯한 일본의 고위 정객들과 만나 머리를 깍듯이 숙이며 "일본을 형님으로 모시겠소"라고 말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의 주역인 이동원 전 외무부 장관은 당시 이 만남과 관련 "결국 박 대통령이 꺼져가던 한일회담이란 장작에 다시 불을 지핀 셈이다"라고 회고록에 썼다. ⓒ 연합뉴스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하고 1963년 12월 17일 대통령이 된 박정희는 실질적인 집권 1년 차인 1964년부터 국민들과 대립했다.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인 1961년 11월 11일, 그는 도쿄에서 '일본을 형님으로 모시겠다', '식민 지배 청구권은 없어도 그만이다'라며 식민 지배 해결 없이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국민들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런 식의 한일관계 복원이 자신의 역사적 사명이라도 되는 듯 취임 익월인 1964년 1월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한일회담의 조속한 타결을 다짐했다. 그런 박정희에게 반발해 3월 24일 약 8만 명이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벌였다(3·24 시위). 우리 국민들이 그런 식의 관계정상화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런 속에서 1964년 3월 1일의 경축사가 발표됐다. 박정희가 처음 발표하는 3·1절 기념사였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에 빼앗긴 강토 위에 일제의 무단정치가 점차 혹심해가던 즈음, 우리의 선각자들은 민족자결의 원칙 밑에 분연히 식민통치자들에게 반항하여 조국이 자주독립국임을 선언했던 것입니다"라며 만세운동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윤석열 정권과 비슷한 발언을 했다. 식민 지배 청산 및 국교 정상화를 위한 한일회담에 관한 대목에서 "오늘 항일투쟁의 기념일을 맞아 전체 민족의 이름으로 그들의 자성과 대승적이며 투철한 성의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징용(강제동원) 배상은 한국 정부가 떠맡되, 일본이 약간의 성의 표시는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상황에 맞지 않는 '성의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박 정권도 "대승적이며 투철한 성의"의 표시를 일본에 촉구했다. 성의 표시로 끝날 수 없는 일을 그 정도 선에서 무마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나마 그 성의표시 운운도 실상은 거짓이었다. 1961년 11월 일본에서 했던 발언과 명백히 상반되는 발언이었다.

이날 그가 특히 강조한 메시지가 있다. 3·1운동 에너지를 빈곤과의 대결, 근대화의 추진으로 돌리자는 것이었다. 건설적인 듯했지만 실상은 복선을 깔고 있는 메시지였다.

1962년 10월 13일 자 <조선일보> 기사 '사억불 선으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박 정권은 군사정권 시절부터 유·무상 경제협력 자금을 받는 선에서 식민 지배 문제를 봉합하려 했다. 3·1운동 에너지를 경제문제에 쏟아붓자는 발언은 이를 합리화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았다고 할 수 있다.

1964년 6월 3일 6·3운동이나 6·3사태로 불리는 한일 협정 반대 및 박정희 하야 요구 운동이 벌어져 서울 일대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그는 한일기본조약 가조인이 이뤄진 뒤인 1965년 3월 1일 한층 노골적으로 한일 친선을 강조했다.

이날 경축사에서 그는 3·1정신은 "어디까지나 현실적이요 활용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한 뒤 "지금 우리 민족은 지난날 항쟁의 상대자였던 바로 그 일본과 더불어 막혔던 국교를 정당화하지 않으면 안 될 미묘한 국제정세하에 놓여" 있다며 자신의 스타일로 진행되는 정상화 작업을 합리화했다.

그런 뒤 3·1 에너지를 북한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비록 같은 민족일망정 우리와 사상을 달리하고 조국을 해치는 북괴의 공산 도배들과는 이미 피를 흘려 싸우기도 했고, 또 끝까지 싸워야 할 기구한 운명 아래 놓여 있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1965년에도 계속된 격렬한 국민적 저항에 맞서 그해 6월 22일 한일기본조약 및 부속 협정 체결을 강행한 박정희는 1966년 3월 1일에는 더욱 자신감 있게 3·1절 경축사를 발표했다. 그는 "아시아의 구석구석까지 침략의 마수를 뻗치려고 하는 공산 세력"에 맞설 필요성을 거론한 뒤 이런 과제를 위해 한일 협정을 체결했노라고 선언했다. "한일 국교의 타결과 국군의 월남 파병을 통하여 우리는 세계 속의 한국의 위치를 뚜렷이 부각시켰습니다"라며 협정 체결을 높이 평가했다.

이승만·박정희 접근법과 유사한 윤석열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2월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항일운동 에너지를 한일관계가 아닌 반공 문제로 돌리려 한 이승만·박정희의 접근법은 지금의 윤석열 정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윤 정권은 일본과 연대해 북한·중국·러시아를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등을 대충 봉합하려 하고 있다. 이에 관한 한일 협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인 지난 2월 22일 독도 인근에서 일본군과 연합군사훈련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은 식민 잔재 해결을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임기 초반부터 무시했다가 초장부터 민심 이반을 자초했다. 윤 정권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고 자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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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5월 총궐기·7월 총파업 윤석열 정권 심판” 결의

4만3천 조합원, ‘민생파탄 건설노동자에게 책임전가, 윤석열심판 결의대회’ 개최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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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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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28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43,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5월 총궐기와 7월 총파업으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결의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43,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5월 총궐기와 7월 총파업으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결의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건설노조 탄압 규탄! 반노동 윤석열 정권 심판!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28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숭례문 앞에서 43,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민주노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은 노동개악 추진을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면서 전 조직적 역량을 투여해 건설노조 탄압을 막아내고 5월 총궐기와 7월 총파업으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결의했다.

대회장 주변에는 금속노조, 공무원노조,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노조, 전교조, 민주일반연맹 등 민주노총 산별노조들이 대형 현수막을 걸어 투쟁하고 있는 건설노조를 응원하고 연대투쟁 의지를 과시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1% 부자, 재벌에게는 세금을 깎아 주고 영업사원을 자처한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권리는 박탈하고 서민의 생계는 파탄내고 있다”며 “1주일에 69시간을 일해 노예노동을 하라고 강요하고 파견법을 확장하여 더 많은 비정규직을 만들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하청 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법원의 판단과는 정반대로 회계장부를 공개하라고 협박하며 부패집단으로 몰아가더니 급기야 현장 안전과 투명한 고용질서를 위해 노력한 건설노조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뿌리 뽑겠다고 한다”며 이는 “법치가 아니라 폭치이고 공정이 아니라 불평등”이라고 단호히 규탄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대회사를 끝마치고 힘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대회사를 끝마치고 힘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어 “윤석열 정부가 관심 갖고 들여다봐야 할 것은 노동조합 회계가 아니라 국민들의 고통이다. 물가폭등 금리 인상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난방비 폭탄을 던진 자가 누구인가?” 물으면서 “서민생계는 내팽개치고 검찰집단의 우두머리가 돼버린 윤석열 대통령,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공안몰이로 수구보수세력의 선봉대가 돼버린 윤석열 정권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계속해서 “건설노조가 탄압받는 이유는 민주노총의 선봉에 서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은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다”며 “하기에 건설노동자들이 혼자 비를 맞도록 하지 않을 것며이 함께 싸울 것”이라고 선언하고 “민주노총은 이미 7월 총파업을 결정했고 또한 정권의 전면적인 탄압이 자행되면 언제라도 즉각적인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건설노조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에 민주노총은 모든 것을 걸고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또한 “민주노총 투쟁의 맨 앞자리를 책임졌던 건설노조를 지키기 위해 위원장이 가장 앞자리에서 투쟁하겠다”라고 강력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건설노조 송찬흡 부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건설노조 송찬흡 부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건설노조 송찬흡 부위원장은 “(최근 광주고법에서 ‘건설현장의 관행인 월례비를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건설사가 비리의 온상이고 불법, 무법천지의 주범인데 엄하게 건설 노동자만 때려잡고 있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갈과 협박에 쫄지 말고 좀 더 힘을 내, 탄압을 분쇄하고 현장의 주인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가자“고 힘찬 투쟁의지를 전했다.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은 연대발언에 나서 “윤석열 정권이 경찰 장악을 위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한 정순신 사건은 검찰독재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라며 “공정거래위를 통해서 탄압하다가 성에 차지 않자, 채용 강요로 여론몰이를 하고 법원에서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인정하자, 월례비를 문제 삼았는데 월례비조차도 업체의 이익을 위한 자발적이고 관행적인 금품으로 판결이 났음에도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폭로 규탄했다.

또한 최근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에 대한 국정원의 압수수색에 대해 “해묵은 색깔론으로 노동운동을 매도하며 금속노조에 대한 탄압을 가하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금속노조는 건설노조, 민주노총과 함께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노동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대회를 마무리하며 총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대회를 마무리하며 총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대회를 마무리하는 총화 발언을 통해 “오늘의 투쟁은 첫째. 윤석열정권의 탄압에 맞서 탄압에는 투쟁으로, 탄압에는 항쟁으로 나서겠다는 결의를 하기 위함이고 둘째. 윤석열정권과 건설자본들에게 건설노동자들의 엄중한 마지막 경고를 하기 위함이며 셋째. 건설현장의 주인은 건설노동자임을 당당히 선언하고 더욱 깊이 현장 속으로 들어가 건설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겠다는 결의를 모아 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에게는 최소한 인간답게 살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데 이런 건설노조를 깡패집단,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며 짓밟고 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 면서 “우리는 과거 이름도 없이 노가다꾼으로 일했다. 안전은 무시되고 불법다단계 하도급으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 속에 이판사판 공사판에서 일했다. 이제 우리는 그런 현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우리의 조직 건설노조를 사수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건설노조는 생존권이고 버팀목이다. 건설노동자들을 범죄 집단으로 만드는 윤석열 정권과 건설자본의 거짓선전 분열책동에 우리는 수천수만의 망치가 되어 투쟁으로 박살내고, 건설현장의 당당한 주인임을 선언하자”고 윤석열 정권의 탄압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호소하였다.

문화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문화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대표단을 선두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삼각지역) 앞까지 윤석열 정권 규탄 구호를 힘차게 외치면서 행진해 나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대표단을 선두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삼각지역) 앞까지 윤석열 정권 규탄 구호를 힘차게 외치면서 행진해 나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대표단을 선두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삼각지역) 앞까지 윤석열 정권 규탄 구호를 힘차게 외치면서 행진해 나갔다.

참가자들이 숭례문을 지나 서울역과 삼각지역 방향으로 행진해 가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숭례문을 지나 서울역과 삼각지역 방향으로 행진해 가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편 어제 진행된 건설노조 기자회견에서는 각 건설사에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주 52시간 초과근무 거부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작업 요구 금지 △이를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에 의거한 고발조치 등 강경 대응 △성과급(월례비)를 대가로 장시간 노동과 위험작업을 강요하는 건설업계 관행 중단을 요구하였다.

행진을 마친후 삼각지역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행진을 마친후 삼각지역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인천본부 이인화 본부장이 마지막 결의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인천본부 이인화 본부장이 마지막 결의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포토 뉴스]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권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권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권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권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탄압이면 항쟁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탄압이면 항쟁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탄압이면 항쟁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탄압이면 항쟁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탄압이면 항쟁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탄압이면 항쟁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문화공연이 중간중간 이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문화공연이 중간중간 이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풍물패를 선두로 행진에 나서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풍물패를 선두로 행진에 나서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윤석열은 건설노동자 잡지말고 물가나 잡아라’.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윤석열은 건설노동자 잡지말고 물가나 잡아라’.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총단결로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총단결로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망치 앞에 선 윤석열이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두손을 들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망치 앞에 선 윤석열이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두손을 들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노동자의 망치 앞에 선 검찰독재.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노동자의 망치 앞에 선 검찰독재.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풍물패가 앞장에서 대오를 인도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풍물패가 앞장에서 대오를 인도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삼각지역까지 행진후 마무리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삼각지역까지 행진후 마무리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삼각지역까지 행진후 마무리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삼각지역까지 행진후 마무리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마지막 결의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마지막 결의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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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못 걸러낸 ‘3단계’ 검증, 한동훈은 몰랐다고 하지만…

한동훈, 과거부터 이어진 구조적 문제란 주장
“지난 정부 인사 검증 땐 자녀 학적변동 제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문제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가운데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있었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과거 정부부터 이어진 인사 검증의 구조적 한계’를 언급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을 있는 그대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 변호사에 대한 인사 검증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 인사비서관실·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이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후보자 검증을 의뢰하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차 검증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정 변호사를 단수 추천하며 기본적인 세평 검증 작업도 있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경찰-법무부-대통령실을 거친 ‘3단계 검증’에도 자녀 학교폭력 문제가 걸러지지 않은 모양새다.

 

 
 
 
 
 

 

학교폭력에 따른 전학은 정 변호사 아들 정아무개씨 학적 변동으로 흔적이 남았다. 2017년 강원도의 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입학했던 아들 정씨는 이듬해 초까지 동급생에게 “빨갱이 xx”,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 언어 폭력 등을 행사해 2018년 3월 학교에서 전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정씨 쪽이 불복해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진 끝에 정씨가 고등학교 3학년에 접어드는 2019년 2월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 이례적으로 학교를 옮긴 기록이 학적부 등에 남았다는 뜻이다.

 

 

과거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이들은 이번 정부의 ‘검증 구멍’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후보자가 검증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개인정보 관련 자료 제공에 동의해야 했다. 본인의 범죄 전력 자료는 물론 자녀의 학적 변경 정보 등을 본인 동의에 따라 모두 제출하게 돼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자녀 학적이 바뀌었다면 사유를 면밀히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며 “기본적으로 위장 전입과 관련이 있는지를 검토했다. 또 학적 변경의 이유가 학교폭력 때문이라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후보자에게) 따져 물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수본부장 정도의 자녀 학교폭력 문제를 미리 검증 못했다면 담당자 ‘목’이 날아갈 만한 사안”이라며 “5년 전 학교폭력 관련 보도 사실도 세평 수집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동훈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가족의 송사 문제는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걸러내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인사검증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날도 “가족 학적부를 동의한다고 다 가져올 수 있겠는가. 학교에서도 동의하지 않을 것 같고, 법적 근거도 필요할 것”이라며 학적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간접 인정했다.

 

 

앞서 정 변호사가 윤 대통령, 한 장관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했던 2018년, 학교폭력 관련 첫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의문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학교폭력’ 사실을 알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제가 몰랐던 것은 분명한 것 같고 대통령실도 아예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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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강성희 약진, 국힘 정운천 추락…진보당 1호 국회의원 나오나?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3.02.27 19:14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여론조사 결과 분석

진보당 강성희, 9.4%→15.5% 지지율 약진

국민의힘 정운천, 28.5%→17.8% 지지율 추락

▲오는 4월 5일 치르는 전주을 재선거에 출마한 (외쪽부터) 국민의힘 정운천, 진보당 강성희, 무소속 임정엽, 무소속 김호서 후보.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열기가 자못 뜨겁다.

2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의 추락과 진보당 강성희 후보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2주 전 조사에서 28.5%로 1위였던 정운천 후보는 이날 17.8%를 기록해 1위 후보와의 격차가 12.2%P나 크게 벌어졌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던지고 지역구에 출마한 정 후보의 지지율 추락은 ‘정치 철새’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시절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던 정 후보는 광우병 파동으로 해임건의안이 상정되는 파란을 겪는다. 이후 2016년 새누리당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 후보는 박근혜 퇴진 촛불 이후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한다. 다시 자유한국당과 통합하면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6번으로 재선에 성공한다. 이렇게 20대 국회 4년 동안 당적을 무려 4번씩이나 옮겼으니 ‘정치 철새’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한편 진보당 강성희 후보의 지지율 약진은 전주을 재선거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2.14 발표 여론조사는 조사기관 PNR-피플네트웍스이(가) 언론사 백경오 의뢰로 2월 10일에서 2월 11일까지 이틀간 휴대전화 가상번호 69%, 유선전화 RDD 31%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전라북도 만 18세 이상 남 녀 1,003명을 대상으로 100% ARS 방식 응답률 1.9%로 집계된 조사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가중값 산출 및 적용방법은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연령별 성별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2.27 발표 여론조사는 2월24~25일 이틀간 실시됐다. 전주시을의 인구비례에 따라 통신사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3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지역·성·연령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추출로 표집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최대허용오차 ±3.6%p다. 총 통화시도는 1만795명이며 연결대비 응답비율은 6.8%였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정운천 후보에서 빠진 10.7%P의 지지율이 대부분 강성희 후보 쪽으로 간 것.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임정엽 후보나 김호서 후보 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원외 정당인 진보당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 결과가 나오자 지역 정가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민주당 탈당파들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데는 민주당 귀책 사유로 발생한 전주을 재선거의 특징과 관련 있다. 민주당은 당규에 따라 무공천 방침을 발표했지만, 임 후보와 김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해 출사표를 던지면서 무공천 방침은 빛이 바랬다. 더구나 양 후보의 단일화까지 논의되고 있어 “기회주의자들의 몰염치한 야합”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의 지지율이 6.1%P 수직상승한 반면 민주당 탈당파들의 지지율은 1%대 변화에 그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전주을이 정의당 등 진보정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과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면 강성희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정당 지지도는 1%대지만, 강성희 후보의 인지도는 공직을 역임했던 다른 후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강성희 후보와 진보당은 가장 높은 예대차익을 남기던 전북은행의 대출 이자 인하 운동을 펼쳐 지역사회에서 호평받고 있다.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만 일삼는 양당 정치에 원외 정당 강성희 후보가 경종을 울린 셈이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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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비명계'의 반란? 예상 깬 이탈표 38표로 대혼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취임 이후 최대 위기…거취 압박 요구 높아질 듯

서어리 기자  |  기사입력 2023.02.27. 19:34:40 최종수정 2023.02.27. 19:41:03

 

헌정 사상 최초의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결국 부결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장담한 '압도적 부결'은 아니었다. 이탈표가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수십 표가 발생하면서 당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다.

 

이날 표결 결과를 두고 당 안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모두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가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당을 분리 대응하지 않으면서 당을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표에 반영됐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날 투표를 통해 '샤이 비명(非이재명)계'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에 더욱 힘이 실릴 예정이다. 이 대표로선 사법적 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당 대표 취임 6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李 '표 단속' 소용 없었다..."두려움에 집단적 의사 표시" 

 

국회는 27일 김진표 의장 주재로 본회의를 열고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했다. 결과는 재석 297명 중 찬성 139, 반대 138, 기권 9, 무효 11. 부결이었다. '재석 과반수'인 가결 요건에는 미달됐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는 당초 민주당 지도부가 예상한 그림과는 달랐다. 민주당은 지난주 의원총회를 통해 '체포동의안에 대해 자유 투표로 임하되, 압도적으로 부결시킨다'고 결의한 바 있다. 굳이 당론으로 정하지 않아도 압도적 부결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특히 검찰이 제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범죄 사실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으면서 비(非)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명분이 약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당 지도부를 포함한 많은 의원이 '압도적 부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쳐 왔다. 박홍근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등은 "검찰의 정치 영장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박주민 의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70표 이상은 부결표가 나올 것 같다. 가결표를 던질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확인한 실제 결과는 달랐다. 이날 본회의에 출석한 의원은 무소속 김홍걸 의원과 구속된 정찬민 의원을 제외한 297명. 이 가운데 국민의힘 115명과 정의당 6명, 시대전환 1명이 모두 찬성, 기본소득당 1명과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5명이 모두 반대했을 것으로 가정하면, 민주당 몫 169표 가운데 최대 38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같은 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부결표가 161표 나온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무기명 방식으로 표결이 진행됐기 때문에 이탈표의 주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간 이 대표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공연하게 피력해온 비명계 의원들일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최근 비명계 의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영장의 부당함을 직접 설명하는 등 '표 단속'에 나섰지만, 이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이날 결과를 두고 비명계로 분류되는 중진 의원은 <프레시안>에 "예상 못한 결과"라며 "이재명 리더십에 크나큰 상처가 났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표 한 명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도부 전체에 대한 경고 내지 심판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모든 상황을 강성으로 끌고 온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두려움에 대한 집단적 의사 표시"라고 밝혔다. 지금처럼 이 대표 개인 문제와 당이 한 덩어리로 엮여있는 상황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란 판단 하에 전략적으로 투표했다는 취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도 민주당 의원들의 위기의식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접전 양상인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앞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는 상황까지 가면 소신 있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샤이 비명계'의 등장은 최근 제기된 이 대표 사퇴론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한 재선 의원은 "대표가 압박 받는 상황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고 했다. 다만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부결하고 나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발언한 설훈 의원은 이날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예상 못했다"면서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관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권을 쥐고 있는 친(親)이재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은 이날 SNS에 "이 대표가 대선을 이겼으면 자기가 가장 공이 크다고 하고 다녔을 사람들이 오늘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당내 반란표를 성토했다.

 

김 의원은 "무엇이 정의로운지는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정치적 야욕에 눈이 먼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라며 "그들이 틀렸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시 친명계와 가까운 박시영 민주당 정치혁신위원도 "오늘 이후로 '개혁 대 반개혁', '혁신 대 반혁신'의 싸움이 민주당에서 벌어진다"며 "당원들이 나설 때"라고 '화력 지원'을 요청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이날 표결을 계기로 친명과 비명계 간 갈등이 전면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무효나 기권표를 무작정 '이재명 반대표'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가 나오기는 했으나 무효나 기권도 '체포 동의는 할 수 없다'는 전제라서,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수사가 정치적이라는 점에는 뜻을 모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관해 투표를 마친 뒤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기 위해 이동하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이번엔 '부스럭 소리' 없었다...가결 노렸나 

 

한편 이날 본회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 설명 가운데 '한 방'은 없었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 말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에는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일각에선 한 장관이 '방탄 국회' 비판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한 장관은 이날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비교적 차분하게 영장 내용을 설명했다. 한 장관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민의 자산인 개발 이권을 공정 경쟁을 거친 상대에게 제값에 팔지 않고, 미리 짜고 내정한 김만배 일당에게 고의로 '헐값에' 팔아넘긴 것이고, 그래서 개발 이권의 주인인 성남시민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를 준 범죄"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유하자면, 영업사원이 100만 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 원에 판 것"이라며 "여기서 주인은 90만 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 원이라도 벌어준 것 아니냐'는 변명이 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시장 측은 위례, 대장동 공모지침서를 남욱, 김만배 등 일당과 함께 만들었다"며 "아예 수험생이 시험문제를 직접 출제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입장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손해'라는 말이 어울린다 하겠다"고 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선 "이재명 시장이 성남시민의 자산인 인·허가권을 사유화하여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타깃으로 노골적인 인허가 장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시간관계상 일부만 말씀드렸지만, 다수의 물적 증거들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사실관계와 정확히 일치한다"면서 "대장동 사건, 위례 사건, 성남FC 사건은 죄질과 범행의 규모면에서 단 한 건만으로도 구속이 될 만한 중대범죄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률에 정한 구속사유인 도망의 염려란 화이트칼라 범죄에서는 곧 중형 선고의 가능성을 의미한다"면서 '유력 정치인이기 때문에 도망갈 염려가 없다'는 주장대로라면, 이 나라에서 사회적 유력자는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아야 하고, 전직 대통령, 대기업 회장들은 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던 것인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튿날 검찰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다. ⓒ연합뉴스

 

이에 맞서 이 대표는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뚜렷한 혐의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헌정사상 초유의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역사적인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면서 "영장 혐의 내용이 참으로 억지스럽다"고 했다.

 

이 대표는 "1000억 이상을 추가 부담시켜 업자들이 욕을 하며 반발한 사실, 정영학 녹취록 같은 무죄정황만 차고 넘친다"면서 "무죄 추정, 불구속 수사 원칙은 차치하더라도 소환 요구에 모두 응했고. 주거 부정,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 같은 구속 사유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권자를 대신하여 국회가 내릴 오늘 결정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달려있다"면서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의원 여러분께서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튿날 검찰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다. 이후 체포동의안은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체포동의안은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져야 하는데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상정·표결하기로 정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은 21대 국회 들어 두 번째 사례다. 앞서 정정순(민주당)·이상직(무소속)·정찬민(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지만, 지난해 12월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반대 161명으로 부결됐다. 

 

한편 이날 개표 과정 중에서는 감표위원들이 부결표인지 무효표인지 논란을 빚은 기표를 두고 무효처리 여부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가 된 표는 2표로, 표결 결과에 영향이 없음에도 이 논란으로 개표가 약 1시간가량이나 지연됐다. 김진표 의장은 선관위 파견 직원으로부터 자문까지 받은 후에 비교적 글씨가 뚜렷한 1표는 '부(반대)'표로,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1표는 무효표로 판정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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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에 침묵하는 윤석열‥북한에 길들여졌나?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2/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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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에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올 2월 들어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5형(2월 18일), 대남용 전술핵무기인 600밀리미터 초대형 방사포(2월 20일), 전략 순항미사일(2월 23일) 등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잇달아 발사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윤 대통령이 “대북 선제타격”, “주적은 북한”,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 “확실하게 응징·보복”, “확전 불사” 같은 말을 쏟아냈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침묵은 일본의 반응과 비교해봐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8일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5형을 홋카이도 방향으로 발사하자 긴급 국가안보회의(NSC)를 연 뒤 “(북한에) 당연히 강력하게 항의했다”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전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직접 북한을 비판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달리 미사일 발사 뒤 열린 국가안보회의도 김성한 국가안보실 실장에게 맡길 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안보 행사인 뮌헨 안보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화성포-15형 발사를 비판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한·미·일이 공동으로 낸 목소리였고 윤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한참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의 군사 행동에 대응해야 할 합동참보본부(합참)도 소극적이다. 

 

합참은 지난 18일 북한이 화성포-15형을 발사하자 문자메시지를 통해 출입 기자단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종류, 미사일이 날아간 방향과 거리 등을 알리는 정도에 그쳤다. 

 

통일부의 대응도 살펴보자.

 

통일부는 지난 18일 북한이 화성포-15형을 발사하자 기자단에 보낸 ‘입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판했다. 이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담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의 ‘급’이 크게 낮은 것이다, 

 

이후 통일부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마국 담당 국장이 연이어 발표한 추가 담화에도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합참과 통일부의 미적지근한 대응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언급을 삼가려는 윤 대통령의 모습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일까?

 

첫 번째는 북한 미사일 대응을 언급하면 지지율이 깎이는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윤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말든 아랑곳없이 미사일을 발사해왔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별다른 대응책을 꺼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은 북한의 맞대응을 불렀고 윤 대통령을 둘러싼 ‘무능’, ‘전쟁광’ 논란도 갈수록 확대돼 민심이 나빠졌다.

 

국내 여론의 비난 여론이 고스란히 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을 향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뒤늦게나마 북한 미사일 관련해 언급하면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두 번째로 북한이 윤석열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한 담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9일, 김여정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것들도 지금처럼 마냥 ‘용감무쌍’한 척, 삐칠 데 안 삐칠 데 가리지 못하다가는 종당에 어떤 화를 자초하게 되겠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는 비판 수위가 높았고 마치 윤석열 정권의 대북 대응을 ‘조롱’하는 투였지만, 이에 관해서도 윤 대통령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입’ 때문에 일이 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미국조차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에 뾰족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자신의 입을 ‘봉인’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윤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사실상 북한에 길들여졌다고 여기는 시선도 있을 듯하다.

 

윤 대통령이 지금처럼 북한 미사일 발사에 입을 다문다면 ‘북한에 길들여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은 날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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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화국으로 복합위기 대응할 수 없다

[소셜 코리아] 세계는 취약계층 지원하고 부자증세하는데 한국만 거꾸로

3.02.28 05:02최종 업데이트 23.02.28 05:02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찾아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받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규현 국정원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윤 대통령. ⓒ 대통령실

   
2023년 글로벌 경제는 팬데믹의 여파, 고물가-고금리의 글로벌 경기침체 그리고 미·중·러를 둘러싼 군사, 외교 및 경제의 다중적 긴장 관계가 복합적으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복합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높은 무역의존도와 대중국 무역비중, 정전체제와 복잡한 지정학적 특성까지 있는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대비책 마련에 전력을 다해야 할 중대한 국면이다. 과연 한국의 정부, 정치와 사회는 이 복합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
작년 5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인가?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군 등 대통령의 권한이 미칠 수 있는 권력이 총동원되어 실체가 불분명하고 납득하기도 어려운 고강도 수사, 감사, 사정, 고소와 고발이 전방위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칼은 지난 정부의 정책, 그와 관련된 부처와 기관들, 비판적 정당, 정치인, 언론, 시민단체, 노조 등을 향해 있다. 과거 군사독재의 엄혹한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들이 버젓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언론은 정적 수사내용을 연일 검찰 발 피의사실로 중계하고, 사법화된 정치인과 대통령, 정권 핵심 관계자 말을 앵무새처럼 옮기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정책과 정치 행위로 대응해야 할 비판과 견제를 공권력을 이용한 보복과 응징으로 대적하는 '보복정국'이다. 숙의와 합리적 설득의 과정을 거쳐 수립해야 할 정부 정책까지도 보복의 수단이 되어, 지난 정권에서 시작된 정책을 지우고 과거로 회귀하는 '보복정책'들이 이어진다.

시대 과제에 대응하여 건설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정당 간 대화와 협력이 이뤄지며, 각계각층의 토론으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어 사회적 대타협으로 합리적 대안을 찾아가는 성숙한 민주주의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정치와 사회의 이런 험악한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배가 낭떠러지로 흘러가는데 배를 운항하는 사람들이 위험을 피할 방안을 놓고 다투지 않고, 전혀 관계없는 사적이고 정략적인 이해의 문제에 매달려 다투고 있는 한심한 형국이다. 그것도 선장의 진두지휘하에서 말이다. 상식의 우선순위에 반하여 정치와 사회의 어젠다가 정해지고 국가의 인적, 물적, 사회적 자원이 고갈되면 결국 중대한 문제에 합리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

복합위기 국면에 대비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책에는 두드러진 공통점 있다. 위기에 취약한 부문과 계층을 국가재정이 나서서 선제적으로 보호하고, 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위기에 편승하여 초과 수익을 획득하는 부문에 대해서는 과세를 강화하여 정부의 재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 및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는 중장기적 정책도 위기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강조되고 있다.

실각한 영국 내각 답습하는 한국 정부
     

▲ 2022년 10월 20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밖에서 사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이 법은 성공적 에너지 전환과 기술 안보를 위한 산업정책 수립과 이를 위한 중장기적 재정 지출계획, 사회복지 확대와 취약계층 지원 등의 복지 지출계획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기업과 고소득 가구를 겨냥한 부자 증세 등도 포함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면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 재정 지출과 부자증세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 역시 미국과 같은 포용적 위기 대응 정책을 통해 복합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작년 9월 취임했던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다른 선진국들과는 정반대의 위기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대규모 부자 감세와 규제 완화로 이뤄진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었다.

그 후 영국 정부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금융시장에 확산되었고, 국채가격 급락, 파운드화 가치 폭락 등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이어졌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집권 44일 만에 사임하고 새로 출범한 리시 수낵 내각이 전면적인 정책 전환을 선언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의 위기 대응과 경제정책 방향은 실각한 트러스 내각의 경제정책과 흡사하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부자 감세와 기업 규제 완화, 시장의 자율과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있다. 정부의 손과 발을 묶고 미비한 복지제도와 후진적 시장의 냉혹한 질서에 취약 계층과 취약 부문을 내맡길 수밖에 없다.

놀랍게도 정부는 이런 정책을 복합위기 대응 방안 혹은 한국경제의 누적된 폐해를 해결하는 개혁정책으로 허위광고까지 하고 있다. 정부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르짖는 노동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비뚤어진 구체제를 강화하는 것에 가깝다.

고질적 노동 양극화의 원인은 후진적 노동시장의 느슨한 규제와 기업과 자본에 편향된 규율, 그리고 자율이 만드는 약육강식의 질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시장이 정글이 되지 않고 누구나 노동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인간 중심의 규제를 하고 헌법적 가치가 보장되는 규율을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선진적 규율과 약자의 안전장치를 훼손하면서 자율을 강조해서 노동시장의 고질적 이중구조와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주장은 어리석은 아집이거나 파렴치한 이율배반이다.
 

▲ 주병기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 ⓒ 주병기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셜 코리아>의 편집·운영위원과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 캔자스대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재직했으며 한국응용경제학회장, < Journal of Institutional and Theoretical Economics >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시경제학, 재정학, 정치경제 등이고 분배적 정의, 불평등과 소득분배, 공정한 경제기제 등의 주제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분배적 정의와 한국사회의 통합>,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시간>, <혁신의 시작> 등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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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봉착한 한국의 수출주도형 모델, 그 대안은…"

[경제, 묻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2.27. 05:44:12

 

불과 한두 해 전 한국 사회 곳곳에서 극일(克日)이 거론됐다. 일인당 구매력평가(PPP)로는 이미 한국이 일본을 웃돈다는 자화자찬이 인터넷을 덮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올해 들어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1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달 1~20일의 반도체 수출액이 거의 반토막(44%) 났다. 한국의 장기 성장 밑거름이었던 중국 시장이 닫히고 있다. 물가가 폭등하고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혼선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제 극일이 아니라,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의 터널로 들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사회에 먹구름처럼 끼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괜찮은가. 한국 경제가 딛고 선 땅은 잃어버린 30년으로 향하는가, 아니면 탈출구가 있는가. <프레시안>은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를 만나 한국 경제가 위기를 돌파할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나 교수는 한국의 수출주도형 모델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내수 소비를 키우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개혁이 없다면 위기가 커질 수도 있다고 나 교수는 지적했다. 나 교수는 아울러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와 거꾸로 가 우려된다고 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한국 수출 주도형 모델 이제 한계 

 

프레시안 :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특히 한국 경제를 지탱한 수출 실적이 심각하다. 지난해 무역적자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 이달까지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심각하다. 자연히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어난다. 

 

나원준 : 일본식 장기 불황을 떠올리게끔 하는 유사한 흐름이 보이는 것 같다. 우선 과도한 가계부채를 들 수 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진 후 일본의 장기 불황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요인이 과잉부채다. 과잉부채는 경기 위축 시에 가계 소비 여력을 떨어뜨려 수요가 과잉 위축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장기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지금 한국이 일본과 닮은 모습이다. 
 
(2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고, 전 세계에서도 특수한 상황에 처한 홍콩(0.75명)을 제외하면 가장 낮다. 이는 일본의 경우와 비슷하다. 일본의 출산율은 부동산 버블이 절정에 달한 1989년 1.57명까지 떨어졌다. 일본 사회가 이른바 '1.57 쇼크'로 기억하는 현상이다. 이후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1.26명까지 떨어졌다.) 

 

인구 감소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측면이다. 한국의 인구감소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일본의 기억을 떠올리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지금 한국 상황이 일본식 장기불황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현재 한국이 과거 일본보다 나쁜 모습도 있지만 좋은 모습도 있다. 

 

프레시안 : 과거 일본보다 나쁜 점과 좋은 점을 나눠 설명해 달라. 

 

나원준 : 수출 경쟁력은 지금 한국이 과거 일본만 못하다. 모두들 알다시피 1980년대 일본 가전제품과 자동차, 기계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프로덕트 믹스(product mix)가 워낙 좋아서 플라자 합의 이후에도 일본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건재했다. 반면 지금 한국의 위상은 그만 못하다. 

 

세계 경제 흐름이 한국에 불리하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지금은 1980년대 이후 계속된 세계화가 퇴조하는 등 세계 경제 지각판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현재 전 세계가 구조적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국면에 있는 건 사실이다. 밑바탕에 이런 경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세계화 흐름을 가장 잘 탄 나라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개척해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국면이 끝나가고 있다. 이는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다. 현 상황에서 기존의 수출 주도 방식만을 답습한다면 '답이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프레시안 : 당시 일본보다 나은 점은? 

 

나원준 : 지금은 대전환의 시기다.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전환이 경제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이 전환에 성공한다면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더 좋은 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데. 현 한국 경제 상황이 암울한가?

 

나원준 : 많은 분이 '경제 위기'라고 하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처럼 기업이 줄도산하고 실직자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그림을 그리는데, 지금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는 그런 단기 이벤트가 아니다. 중장기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가계부채나 물가폭등 등 당장 중요한 이슈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그간 한국의 성공 모델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큰 문제다. 

 

프레시안 : 1년째 이어지는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 모델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해석 가능해 보인다.

 

나원준 : 그렇다. 여러 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 정도로 잡고 있는데 그 근거로 보는 무역수지 전망이 내 생각엔 여전히 낙관적이다. 이미 1월과 2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무역수지 적자 원인을 일시적 부침에서 찾을 순 없다. 급변하는 세계 무역 구조에서 한국이 미아가 되어 버렸다. 굉장한 구조적 위기다. 

 

 

 

 

내수 주도 모델로 전환할 때

프레시안 : 최근 들어 과거 냉전 구도의 재등장이 거론되고,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공급망의 해체가 거론되는데 이 흐름이 특히 수출주도형 모델인 한국에 좋지 않다, 는 정도로 정리된다. 

 

나원준 : 지금은 신자유주의가 퇴조하는 시국인데, 불행히도 한국의 성장 동력은 수출에 있다. 한국 경제는 수십 년 간 수출 주도형에 딱 맞춰 작동하는 모델이다. 

 

앞으로도 한국 경제는 성장해야 한다. 문제는 성장을 어떻게 하느냐다. 대부분의 생각은 과거 방식의 답습에 머무르는 것 같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치를 새롭게 잘 잡고,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계속해서 상품을 팔자는 식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당장 문재인 정부도 동남아 시장 개척에 공을 들였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인구 대국이자 소비 대국으로 떠오르는 인도 시장을 집중 개척해서 인도의 성장에 한국이 올라타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본다. 

 

지금 따져야 할 건,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 가야 하느냐다. 이런 수출 주도 성장 구조는 항상 우리에게 일정한 내핍(耐乏)을 강요한다. 수직적 하청 구조, 저임금의 고착화를 통해 성공한 모델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가는 게 맞느냐고 우리가 질문해야 한다. 과도한 가계부채, 사교육 문제, 양극화 문제, 인구감소 문제가 이런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걸 우리가 여태 경험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은 나라다. 수출주도형 모델이 노동자를 가난하게 만들어서 그렇다. 장기간에 걸쳐 GDP 대비 소비 비중이 쭉 떨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7년 발표한 '내수 활성화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1996~2015년 한국의 평균 GDP 대비 내수 비중은 61.9%였다. 이는 OECD 회원국 35개국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을 포함한 총 41개국 중 27위에 불과하다. 일본의 GDP 대비 내수 비중은 84.8%다.) 

 

그만큼 내수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 이유는 임금 불평등이다. 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된 실질 임금이 우리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으나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지금도 우리는 유효 수요 제약의 늪에 빠져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노동생산성과 임금증가율 간 괴리가 크게 벌어졌다. 실질임금은 정체됐는데 노동생산성이 매우 빠르게 증가한 시기다. 이는 다시 말해 한국 노동자가 그만큼 힘들게 산다는 이야기다. 

 

이는 결국 악순환 논리를 만든다. '봐라, 내수가 취약하니 우리는 수출에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 임금을 더 제약해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지면 노동자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니 내수가 더 떨어지고, 그만큼 더 수출 의존 모델에 국가가 매달리게 된다. 이는 결국 한국의 자립적인 경제 기반 형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국의 수출 주도형 모델은 내핍을 강요했다. 이제 내수를 키워야 할 때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 곧바로 따라오는 질문이 '한국의 내수시장은 작다'는 것이다. 당장 일본은 1억 인구 국가고 한국 인구는 그 절반 수준이다. 

 

나원준 : 한국 인구가 결코 적지 않다. 우리 경제 규모도 큰 편이다. 그에 걸맞게 내수가 커지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우리가 여태 겁이 나서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지, 이런 대안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곧바로 '문재인 정부 때 소득주도성장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

 

나원준 : 나는 '임금주도성장'이라고 칭하는데, 이름이야 붙이는 사람 마음이다. 문재인 정부는 좋은 말은 다 갖다 썼는데 제대로 추진한 게 없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 당시를 되새겨 보면 '편의점 사장이 알바생보다 돈 못 버는 게 말이 되느냐'는 식의 논란이 일어났다. 

 

나원준 : 단순히 임금을 올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이 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문제의 핵심 원인인 수직적 하청구조는 건드릴 생각 없이 소주성만 들고 나왔다. 실제로 소주성이든 임금주도성장이든 가능하려면 현재 생산 사슬의 상당한 가치가 대기업에 쏠린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중소기업은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실현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공정경쟁이 일어날 수 없는 장을 재편해야 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현재 한국 체제는 대기업 중심 수출주도형 모델에 최적화했다. 결국 이 구조 자체를 재편해야만 한다. 

 

프레시안 : 기존 수출 중심 모델이 한계에 달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소비 활성화에서 새 길을 찾아야 한다. 이는 임금주도성장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 구조를 근본부터 고쳐야 한다, 는 얘기로 정리된다.

 

나원준 : 그렇다.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힌 현 상황에서 기존 방식만 답습한다면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치게 되고, 그러면 정말 과거 일본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수출 신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 수출은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 이념에 종속 

 

프레시안 : 최근 대중국 무역적자가 특히 심각하다. 이를 보는 시각에는 두 갈래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 실패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원인이라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나원준 : 두 가지 다 어느 정도 맞는 것 아니겠나. 중국 스스로가 그간 공급망 자립화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게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 과거 한국 기업이 차지하던 중고위 기술 시장을 이제 중국 기업이 실질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과거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대체했듯, (적어도 중국에서는) 중국 기업이 서서히 한국 기업을 대체하는 양상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듯하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미중 갈등 국면에서 오히려 대 중국 수출이 늘어난 나라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어느 정도 자초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 문제를 이념 문제로 바라보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우파들 주장과 달리 오히려 현 정부 경제 정책이 이념에 종속됐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위기 대응책이 감세와 재정 긴축 정책이다. 간단히 말해 돈을 덜 걷고 덜 써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자는 게 현 정부 방침인 듯하다. 

 

나원준 : 지금의 이 거대한 변화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그 충격이 누구에게 특히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감세를 들고 나온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영국에서는 감세를 꺼냈다가 총리가 교체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금은 정부가 재정정책을 써야 할 때다. 윤석열 정부는 세계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감세와 긴축을 결합한 윤석열 정부 대책은 최악의 재정정책이다. 국가가 제 역할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서 결국 약자부터 다쳐 나가게 된다. 

 

이런 대책이 결국 재정 수지로 나타나게 된다. 소비가 더 위축되면서 세수가 더 줄어들고, 이는 더 큰 폭의 재정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국가 위기 시그널도 더 뚜렷해진다. 

 

프레시안 : 외국인 자본의 국내 투자를 용이하게 해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나원준 : 투기자본이 들어올 뿐이다. 백해무익하다. 우리 기업의 실적이 좋아서 무역수지 흑자가 일어난다면 외화는 오지 마라고 해도 들어온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외환거래 자유화는 한국 경제의 거시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오히려 지금은 외화를 더 통제해야 할 때다. 외화의 이동으로 인해 환율이 불안해지는 문제에 대응하려면 외환거래세를 매기는 등 통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급진적인 이야기라고들 하겠지만, 이미 여러 국제기구도 비슷한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가 참고할 만한 모델이 있을까? 

 

나원준 : 당장 미국 바이든 정부를 봐라. (우리 같은 동맹 뒤통수를 치기는 하지만) 욕먹더라도 어쨌든 미국 내 제조업을 키우겠다는 정책 방향성을 확실히 제시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그리고 정부 역할을 다하기 위해 증세해야 한다고 명확히 선언해 이를 지켜나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재정을 써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정부가 개별 자영업자의 소득을 전부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를 전후해 자영업자가 어느 정도 영업손실을 봤는지를 정부가 다 알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재정을 투입해 개별 자영업자가 코로나19 기간에 떠안은 채무를 대신 사가면 자영업자 부채 문제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재정정책을 위해 과감하게 증세해야 한다. 내가 증세 운동 차원에서 횡재세 도입을 요구한 이유다(☞관련기사 : 횡재세, 반드시 연내 입법되어야 한다). 정부가 빚을 지면 안 된다고 이를 수수방관한다면,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이 빠져죽는데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다 더 큰 외부 위기가 오면 정말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조절하고 있다. 한은은 과연 서민경제까지 고려하는 기관인가. ⓒ연합뉴스

 

통화 정책으로 물가 잡기는 난센스정부 재정이 제역할 해야 

 

프레시안 : 최근 한국 경제에 가장 긴박한 이슈가 물가 폭등이다.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나원준 : 사람들이 흔히들 착각하는 게 경제가 상승할 때 물가가 오른다는 믿음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의 상관관계는 마이너스다. 물가가 오르면 경제가 나빠진다. 대부분 물가 상승 요인이 수요가 아니라 공급측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떠올리면 된다. 

 

현재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물론, 달러화체제에 편입된 한국은행까지 추진하는 대책이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건 난센스다. 공급에서 발생한 문제를 기준금리 인상으로 어떻게 잡나.

 

당장 대학생이 화폐경제론, 거시경제학에서 배우는 게 '통화정책은 총수요 관리 정책'이라는 것이다. 통화정책은 총공급 관리 정책이 아니다. 문제는 공급에 있는데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그건 경제를 죽이겠다는 거다. 역시 학생들이 배우는 필립스 곡선만 봐도 알 수 있는 얘기다. 금리가 올라가면 실업이 늘어난다. 기준금리 인상은 결국 의도적으로 경제를 죽여서 힘이 빠지면 총수요가 줄어드니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거다. 이는 현실경제에서 단 한 번도 실증된 적 없다. 많이들 과거 1980년대 Fed 의장을 지낸 폴 볼커를 예로 들지만, 당시 물가 폭등은 80년대 국제 원유시장의 과잉공급이 발생해서 잡혔다. 

 

프레시안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바람직한 물가 대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나원준 : 절반은 맞는 얘기다. 미국 Fed가 기준금리를 마구 끌어올리니 한은이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상황임은 분명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모순적인 메시지를 시장에 내놓는다는 건 문제다. 한은은 한국 경제 현 상황을 두고 외환위기 가능성이 없다고 호언했다. 외환위기 가능성이 없는데 금리를 왜 올리나. 

 

프레시안 :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나원준 :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 이는 무슨 공산주의자적인 발상이 아니다.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대응책이 가격통제다.

 

다시금 바이든 정부를 예로 들 수 있다. 바이든이 최근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2022)을 두고 한국에서 주로 논란이 된 건 한국 자동차 기업 때리기였지만, 실은 이 법안의 중요한 다른 한 축이 정부가 제약회사와 약값을 협상하겠다고 명문화한 것이다. 

 

과거에는 독과점인 제약회사가 자기들 멋대로 가격을 책정했다. 이제 정부가 약값을 통제하겠다고 한 것이 IRA 2022다. 가격통제는 60~70년대 케인스주의자들이 가장 즐겨 썼던 정책이다. 

 

한국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미 한국은 원래부터 가격 통제를 한 나라다. 당장 공공요금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공공요금을 관리해야 한다. 

 

프레시안 :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 정책을 펴고, 외환거래세와 같은 세금을 매겨서 외화 이동을 통제하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안정화하자, 는 말로 여태 정리했다. 이런 입장이 자칫 한은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어 보인다. 

 

나원준 : 이미 한은은 너무 한국 사회로부터 독립한 상태다. 중앙은행이 국가 거시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는 기관인데, 외따로 떨어져있다면 그 자체가 문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원 면면을 보라. 전부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들 뿐이다. 이게 과연 민주주의적인 구성인가? 한국 서민의 이해는 한은 정책에 전혀 대변되지 않는다. 이상하게 한국에서 한은의 독립성이 마치 성역인양 거론된다. 지금은 한은의 민주적인 통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프레시안 :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가 크다. 정부는 그 대책으로 강남과 용산을 제외한 전국의 토지 규제를 사실상 다 풀었다. 

 

나원준 : 부동산 시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침체하는 건 분명하다. 자칫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규제 몽땅 풀어놓고 할 일 했다고 할 때가 아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대응은 무능함이었다. 정부가 더 능력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정부가 풀어놓은 규제가 경제가 현 위기국면을 벗어난 후 다시금 부동산 폭등으로 이어질 뇌관이 될 수 있다. 그때는 무슨 수로 시장을 통제할 건가. 지금 정부가 취해야 할 자세는 가격이 떨어지도록 하되, 시장 위험이 커지는 건 관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떨어지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빚을 더 키워서 떠받치려 해서는 안 된다. 경착륙은 경계하되, 지금 중요한 건 ‘착륙’ 자체다. (끝)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나원준

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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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머리를 겨눈 조선의 천하제일병기들

[개벽예감 529] 미국의 머리를 겨눈 조선의 천하제일병기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02/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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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1,300km 더 높이 상승한 화성포-15형

2. 핵방사포 15문으로 절반승 쟁취한다

3. 조선의 ‘핵화살’, 일본으로 날아간다

 

 

1. 1,300km 더 높이 상승한 화성포-15형

 

2023년 2월 18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소속 제1붉은기 영웅중대 전투원들이 9축 18륜 자행발사대차를 몰고 평양국제비행장에 나타났다. 자행발사대차에는 길이가 22.5m나 되고, 무게가 7.2톤이나 되는 육중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실려 있었다. 화성포-15형이다. 잠시 후, 화성포-15형은 엄청난 굉음과 눈부신 섬광을 발산하며 만리대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화성포-15형은 “최대 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되었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포-15형 고각발사가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적 위협행위가 간과할 수 없이 심각해지고 있는 현 정세 하에서 불의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지적하면서, 화성포-15형이 “적대 세력들에 대한 치명적인 핵반격 능력을 불가항력적으로 구축한 전략핵무력”이라는 사실을 기사화했다. 화성포-15형은 2017년 11월 29일 고각으로 발사되어 최고정점고도 4,475km까지 솟구쳐 올랐던 바로 그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그런데 뜻밖의 현상이 나타났다. 2023년 2월 18일 고각으로 발사된 화성포-15형이 5,768.5km까지 솟구쳐 오른 것이다. 이것은 5년 전에 비해 약 1,300km나 더 높이 상승한 것이다. 

 

조선에는 화성포-15형보다 더 강력한 세계 최대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화성포-17형이 있다. 화성포-17형은 2022년 11월 18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고각으로 발사되어 6,040.9km까지 상승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같은 장소에서 고각으로 발사된 화성포-15형은 5,768.5km까지 상승했다. 

 

일본 방위상 하마다 야스까즈(浜田靖一)는 2023년 2월 18일에 고각으로 발사된 화성포-15형의 사거리가 14,000km를 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화성포-15형의 사거리가 14,000km를 넘으면 화성포-17형의 사거리와 엇비슷해지는 것이다. 

 

이번에 화성포-15형이 5,768.5km까지 상승한 것으로 하여 화성포-15형의 상승고도와 화성포-17형의 상승고도는 불과 272km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양자의 비행시간도 약 3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런 정황은 화성포-15형의 사거리가 화성포-17형의 사거리와 엇비슷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래 화성포-15형의 사거리는 13,000km로 추정되었고 화성포-17형의 사거리는 15,000km로 추정되었는데, 이제는 서로 엇비슷해졌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는 조선의 언론보도에 들어있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2023년 2월 18일 화성포-15형이 “최대 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되었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서, 2017년 11월 29일에는 화성포-15형을 최대 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최대 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한 것이다. 화성포-15형을 최대 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하였으므로, 상승고도가 2017년 11월에 비해 약 1,300km나 더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최대 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하였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다. 

 

1) 화성포-15형은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로 설계, 제작되었다. 1단 추진체에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엔진이 달렸고, 2단 추진체에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엔진이 달렸다. 그런데 2단 추진체에 달린 고체연료엔진을 더 강력한 추력을 내는 신형 고체연료엔진으로 교체하면, 상승고도가 약 1,300km 더 높아질 수 있다. 

 

2) 화성포-15형 탄두부의 탑재중량은 1,000kg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탑재중량을 500kg 정도로 줄이면, 상승고도가 약 1,300km 더 높아질 수 있다.

  

외부에서는 화성포-15형의 상승고도가 약 1,300km 더 높아진 이유를 확실하게 파악할 길이 없지만, 위의 두 가지 추론 중에서 화성포-15형 탄두부의 탑재중량을 줄여 고각으로 발사하였을 것으로 보는 추론이 유력하다. 화성포-15형의 상승고도를 높이기 위해 2단 추진체에 달린 고체연료엔진을 새로 설계, 제작하였을 것이라는 추론이 이치에 맞지 않는 까닭은, 조선이 이미 화성포-17형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화성포-15형의 상승고도를 화성포-17형의 상승고도와 엇비슷하게 높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성포-15형의 탑재중량을 왜 줄였을까 하는 또 다른 의문이 떠오른다. 화성포-15형의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탑재중량을 줄인 것이 아니라면 타격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탄두부의 탑재중량을 줄인 것이다. 화성포-15형의 탑재중량을 줄였다는 말은 무거운 모의전략핵탄두를 장착하지 않고, 가벼운 모의전술핵탄두를 장착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14,000km 밖에 있는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고도의 탄두조종능력이 첨가된 화성포-15형을 이번에 고각으로 발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당중앙은 탄두조종능력이 향상된 전지구권 타격 로케트 개발을 결심하고 이 력사적 과업을 국방과학자들의 애국충정심에 의거하여 빛나게 관철”하였는데, “15,000km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언명한 바 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명중률을 제고할 데 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를 받은 조선국방과학원과 조선핵무기연구소는 지난 2년 동안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타격정밀도를 고도화하기 위한 개조사업을 추진해왔고, 이번에 화성포-15형 고각발사에서 정밀타격능력을 검증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는 이번에 화성포-15형 고각발사에 관한 소식을 전하면서, 화성포-15형에 장착된 모의핵탄두가 “조선동해 공해상의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으며 강평에서 <우>를 맞았다”라고 보도했다. 강평에서 <수>보다 한 급 아래인 <우>를 맞은 것은, 화성포-15형에 장착된 모의전술핵탄두가 표적을 명중하지 못하고 약간 빗나갔다는 것을 암시한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장착된 메가톤급 열핵탄두는 대도시 전체를 핵폭풍으로 날려버릴 엄청난 폭발위력을 가졌으므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정밀타격능력을 가질 필요도 없고, 타격정밀도를 높일 필요도 없다. 그런 까닭에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하지 않고 전략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은 핵강국들 사이에서 불문율처럼 공인되었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에게 고정격식화된 불문율은 언제나 무의미하였다.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조선국방과학원과 조선핵무기연구소는 화성포-15형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해 타격정밀도를 높인 미증유의 핵전투력량을 개발하였다.

 

조선에서 화성포-15형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기까지 논의되었던 핵심 문제는, 조선이 미국을 제압할 선제타격능력을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조선이 화성포-15형에 메가톤급 열핵탄두를 장착하는 다른 핵강국들의 불문율을 그대로 따르면, 화성포-15형은 선제타격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메가톤급 열핵탄두를 장착한 화성포-15형은 전쟁억제수단 또는 보복타격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은 다른 핵강국들의 불문률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화성포-15형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해야 했고, 그것을 선제타격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해야 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이해하면, 다음과 같은 핵전투씨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북침 전쟁 도발 징후가 나타났을 때, 조선인민군 전략군 제1붉은기 영웅중대는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타격정밀도를 고도화한 화성포-15형을 기습적으로 발사할 것이다. 그러면 워싱턴 전역이 파괴되지 않고, 오로지 백악관과 펜타곤만 외과수술식으로 감쪽같이 제거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 엄청난 핵전투씨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대미 선제타격에 적합하게 개조된 화성포-15형은 미국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조선의 천하제일병기라고 말할 수 있다.

 

2. 핵방사포 15문으로 절반승 쟁취한다

 

2023년 2월 20일 조선인민군 서부전선 장거리 포병부대 소속 방사포병 구분대가 600mm 초대형 방사포 사격 훈련을 실시하였다. 조선의 600mm 초대형 방사포에는 전술핵탄두가 장착되므로, 그것은 일반 방사포와 차원이 다른 핵방사포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날 사격훈련에 나선 방사포병들은 발사점으로부터 탄착거리를 395km와 337km로 각각 계산하여, 탄착점에 설정해둔 가상표적을 향해 방사포탄 2발을 사격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600mm 핵방사포의 탄착거리를 395km와 337km로 계산한 까닭은 무엇인가? 600mm 핵방사포 2발을 연속사격한 발사점이 평안남도 숙천군 일대였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도를 펴보면, 숙천군 발사점에서 남쪽으로 340km 떨어진 곳에 청주 공군기지가 있고, 남쪽으로 395km 떨어진 곳에 군산 공군기지가 있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방사포병들은 한국군 청주 공군기지와 미국군 군산 공군기지를 각각 가상표적으로 삼고 동해 쪽으로 핵방사포 2발을 연속사격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가 600mm 핵방사포 2발을 동해로 쏘는 사격훈련을 진행하기 전날인 2023년 2월 19일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괌(Guam)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1B 장거리 전략폭격기 2대가 동중국해를 북상해 서해 남쪽 상공에 들어서더니 남부지역 상공을 통과해 동해로 빠져나간 것이다. 북침 폭격 연습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때 군산 공군기지에서 미국군 F-16 전투기들이 이륙하고, 청주 공군기지에서 한국군 F-35A 스텔스 전투기와 F-15K 전투기가 이륙하더니 B-1B 장거리 전략폭격기 2대를 졸졸 따라다니며 호위 비행을 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조선인민군은 B-1B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북침 폭격 연습을 위해 호위비행대를 이륙시킨 군산 공군기지와 청주 공군기지를 가상표적으로 삼고 600mm 핵방사포 사격훈련을 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 2월 20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600mm 핵방사포 사격훈련 소식을 보도한 기사에서 600mm 방사포 4발을 사격하면 적의 공군기지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조선국방과학원과 조선핵무기연구소의 견해를 인용했다. 600mm 방사포탄 4발에 상용탄두(고폭탄두)를 각각 장착하고 사격하는 경우, 상용탄두 4발의 폭발위력으로는 한미련합군 공군기지 일부에 손상을 줄 뿐이고 초토화할 수는 없다. 한미련합군 공군기지를 초토화하려면, 600mm 방사포탄 4발에 전술핵탄두를 각각 장착하고 사격해야 한다.

 

실제로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는 600mm 핵방사포 4발을 탑재한 4축 8륜 자행발사대차를 운용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600mm 핵방사포를 운용하는 조선인민군 방사포 부대들 중에 한미련합군 공군기지를 초토화하는 특별임무를 받은 핵방사포 부대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데 한국군 공군기지는 모두 몇 개소나 될까? 언론에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전술항공작전기지가 16개소이고, 지원항공작전기지와 헬기전용작전기지가 30개소라고 한다. 그러므로 한국군 공군기지는 총 46개소에 이른다. 주한미국군은 오산 공군기지, 군산 공군기지를 사용한다. 거기에 더하여 비상활주로도 5개소가 있다. 그러므로 한미련합군 공군기지에 비상활주로까지 더하면 총 51개소다. 이런 사정을 보면, 한미련합군은 공군력의 존망 문제를 좌우하는 51개소의 공군기지와 비상활주로를 무조건 방어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한미련합군이 600mm 핵방사포 공격을 막아낼 요격 수단을 전혀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공군력의 존망 문제를 좌우하는 51개소의 공군기지와 비상활주로를 단 1개소도 방어할 수 없는 것이다. 조선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발사훈련에서 입증된 것처럼, 600mm 핵방사포는 사격징후를 사전에 노출하지 않으면서 불시에 기습사격을 단행할 수 있고, 핵방사포탄은 매우 낮은 고도에서 변칙비행을 하면서 적의 레이더 감시망을 감쪽같이 뚫고 들어간다. 이것은 한미련합군이 600mm 핵방사포에 대한 방어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한미련합군의 비상 대책은 하나밖에 없다. 조선인민군이 미사일 공격으로 자기들의 공군기지를 파괴할 위험에 처해 있으므로, 한미련합군은 수송차, 굴착기, 평토기를 비롯한 공병부대 중장비를 대거 동원하는 활주로 복구훈련을 열심히 해오고 있다. 활주로 복구훈련은 조선인민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활주로에 깊이 4m, 지름 13m에 이르는 피탄 구덩이가 파진 전시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활주로 복구훈련에 동원된 한미련합군 공병부대는 수송차로 골재를 실어 날라 피탄 구덩이를 급히 메우고, 중장비를 현장에 투입해 활주로 표면을 평평하게 다진 뒤 유리섬유판을 깔아놓는 것이다. 이것이 약 4시간 걸리는 활주로 긴급 복구훈련이다. 

 

그러나 활주로 복구훈련은 상용탄두를 장착한 미사일로 공격을 받은 상황을 상정한 훈련에 불과하다. 조선인민군이 600mm 핵방사포를 사격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의 핵무기 전문가들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5킬로톤급 전술핵탄두 한 발이 지표면에서 폭발하는 경우 깊이가 약 15m, 지름이 약 70m나 되는 거대한 피탄 구덩이가 파진다고 한다. 한미련합군 공군기지 활주로의 길이는 3km 정도이므로,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가 600mm 핵방사포 4발을 연속사격하여 거대한 피탄 구덩이 4개가 생기면, 한미련합군 공병부대는 활주로를 복구할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가 600mm 핵방사포 15문을 동원한 기습사격으로 한미련합군 공군기지 53개소를 공격하면 모든 활주로가 복구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명을 거의 살상하지 않고서도 한미련합군 공군력이 제거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전 초기에 적의 공군력을 제거하면, 절반승을 쟁취할 수 있다. 

 

▲ 북한 제2경제위원회가 2022년 12월 31일 당중앙에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증정하였다.  

 

그래서 지금 조선에서는 600mm 핵방사포 증산 투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연간 생산목표보다 더 증산한 600mm 핵방사포 30문을 조선로동당 전원회의에 바치는 증정식이 2022년 12월 31일 평양에 있는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 앞마당에서 진행되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조선인민군이 600mm 핵방사포를 15문만 동원해도 한미련합군 공군력을 제거할 수 있는데, 2022년 증산 투쟁에서 600mm 핵방사포 30문이 추가로 증산되었으니, 조선은 상상을 초월하는 압도적인 전술핵타격능력을 보유한 것이다. 기습사격으로 한미련합군 공군력을 제거할 600mm 핵방사포는 조선의 천하제일병기가 아닐 수 없다.  

 

3. 조선의 ‘핵화살’, 일본으로 날아간다

 

2023년 2월 23일 조선인민군이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또다시 진행했다. 조선인민군 동부지구 전략순항미싸일부대 소속 구분대는 함경북도 김책시 일대에서 동해로 전략 순항미사일 4발을 연속 발사하였다. 조선인민군 구분대는 중대를 의미한다. 한 차례 발사훈련에서 전략 순항미사일을 4발이나 쏘는 것은, 조선에서 전략 순항미사일이 엄청나게 많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날 연속 발사된 전략 순항미사일 4발은 동해에 설정된 2,000km 계선의 거리를 상정한 타원 비행궤도와 8자형 비행궤도를 2시간 50분 8초에서 2시간 50분 24초 동안 맴도는 비행을 한 끝에 가상표적을 명중하였다고 한다. 

 

조선인민군이 전략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이를테면, 2021년 9월 11일과 12일, 2022년 1월 25일, 8월 17일에 각각 진행된 전략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조선국방과학원이 진행한 것이고, 2022년 10월 12일, 11월 2일, 2023년 2월 23일에 각각 진행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은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 부대들이 진행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기간에 조선국방과학원은 전략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이고, 전술핵운용부대들에 전략 순항미사일이 실전 배치된 2022년 후반기부터는 핵전투훈련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에 실전 배치된 전략 순항미사일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2023년 2월 23일 핵전투훈련 소식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전략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2,000km라는 사실, 그리고 전략 순항미사일의 명칭이 ‘화살’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략 순항미사일이 ‘화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우리는 5,000년 동안 활과 함께 살아온 활의 민족이다. 돌이켜보면, 기원전 277년에 고주몽은 맥궁으로 천년강국 고구려를 창건했다. 7세기 후반에 신라는 고구려의 쇠뇌기술을 더 발전시켜 사거리가 700m에 이르는 초대형 쇠뇌(crossbow)를 만들었다. 13세기에 고려의 삼별초군은 맥궁으로 몽골침략군과 끝까지 맞서 싸웠다. 16세기 말에 명장 이순신은 각궁으로 왜적을 물리쳐 민족의 운명을 지켰다. 

 

그리하여 조선왕조 시기의 저명한 실학자 리수광(1563~1629)은 1614년에 집필한, 백과사전과 유사한 형식의 서책 ‘지봉류설’에서 “천하에 으뜸가는 무기는 조선의 활, 중국의 창, 왜의 조총”이라고 썼는데, 왜의 조총은 사거리가 기껏 50m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선활의 최장 사거리는 무려 450m에 이르렀다. 조선활이야말로 당대의 천하제일병기였다. 

  

조선활이 천하제일병기로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애기살’이라고 부르는, 길이가 30cm밖에 되지 않는 특수화살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조선의 궁수들은 대나무통을 반쪽으로 쪼개 만든 ‘통아’라는 작은 발사 도구를 각궁에 덧대고 애기살을 쏘았다. 다른 화살은 120m를 날아가는데, 애기살은 450m를 날아갔다. 애기살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소리가 적병에게 들리지 않는 우수한 스텔스 무기였고, 사거리가 매우 길고, 명중률이 매우 높은 천하제일병기였다. 도끼날촉을 달아놓은 애기살을 쏘면,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오늘도 전해진다. 

 

애기살을 쏘는 조선활이 17세기 천하제일병기로 동아시아 무대에 등장했었다면,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조선의 전략 순항미사일은 21세기 천하제일병기로 세계무대에 등장했다. 그래서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의 천하제일병기를 ‘화살’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도록 한 것이다. 조선의 전략 순항미사일은 문자 그대로 ‘핵화살’이다. 조선인민군 ‘핵화살부대’는 2023년 2월 23일 핵전투훈련 중에 ‘핵화살’ 2발을 연속 발사했다. 

 

2021년 10월 11일 조선로동당 창건 76돐에 즈음하여 평양에서 진행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핵화살’이 전시되었다. 화살-2형과 함께 화살-1형도 전시되었다. 보도사진에 나타난 화살-1형은 탄체가 검은색으로 도색되었고, 탄두부와 날개는 흰색으로 도색되었다. 화살-2형은 화살-1형과 반대로 탄체가 흰색으로 도색되었고, 탄두부와 날개는 검은색으로 도색되었다. 화살-1형에는 흑백격자 무늬가 도색되지 않았는데, 화살-2형에는 흑백격자 무늬가 도색되었다. 탄두부에 도색된 흑백격자 무늬는 핵탄두가 장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탄두부에 흑백격자 무늬가 도색된 화살-2형은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전략 순항미사일이 분명하다. 그와 달리, 탄두부를 흰색으로 도색한 화살-1형은 상용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이다.  

 

화살-1형은 원통형 발사관 5개를 실은 5축 10륜 발사대차에 탑재되었고, 화살-2형은 원통형 발사관 4개를 실은 5축 10륜 발사대차에 탑재되었다. 화살-1형의 사거리는 1,500km이고, 화살-2형의 사거리는 2,000km다. 

 

‘핵화살’의 사거리가 2,000km에 이르는 것은, 그 전략 순항미사일이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군을 제압할 타격 수단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저고도 순항 비행으로 적의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가고, 사거리가 매우 길고,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고,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핵화살’은 조선의 천하제일병기다. 

 

2023년 2월 21일 미국의 군사전문가이며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인 앤킷 판다(Ankit Panda)는 ‘미국의 소리(VOA)’ 취재기자와 대담하면서 “조선은 실질적으로 (미국과) 핵전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화성포 계열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600mm 핵방사포, ‘화살-2형’ 전략 순항미사일은 미국을 제압할 조선의 천하제일병기들이다. 미국은 조선의 천하제일병기들이 자기 머리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자멸적인 북침 전쟁 연습을 영구히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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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최악의 아빠찬스" "윤석열 정부 내로남불"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2/27 09:25
  • 수정일
    2023/02/27 09: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2.27 07:28
  •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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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검사출신 인사 너무 많아… 빠른 조치 그나마 다행”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예상하면서도 서울신문 “방탄표결은 치욕”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했던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의 ‘자녀 학교폭력’ 논란이 27일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발령일 전에 정 변호사 임명을 취소했지만 잇따른 인사 논란에 검사 출신끼리의 ‘부실검증’ 비판이 나왔다. 국민일보를 제외한 8개 아침신문이 1면에 해당 소식을 전하며 인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고 보수지조차 검사 중심 인사를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윤 대통령의 ‘내로남불’이란 지적도 있었다.

▲ 27일자 아침신문 1면.

대통령실, 법무부 등 당국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자녀의 학교폭력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2018년 당시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지검장이었어서 ‘학폭’ 논란을 알고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마저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고, 인사 및 검증에 관련된 대통령실의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모두 검찰 출신이다.

한국일보는 5면 기사 <‘학폭 사건’ 5년 전 언론에 알려졌는데… 법무부는 모르쇠 일관>에서 “아들의 학폭 사건이 익명으로 이미 보도됐기 때문에 사건 내용을 몰랐다는 해명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당시 가해학생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라고 보도됐기 때문에 해당 검찰청에선 당연히 누군지 파악했을 것”이라는 검찰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또 인사 물의…검사 출신이라 대충 검증한 것 아닌가>에서 “정 변호사는 한동훈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며 “‘윤 대통령의 의중이나 권력 핵심부와의 인연, 검찰 출신이란 점 때문에 검증의 칼날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은 이런 경력과 인연이 검증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27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27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학폭 처벌에 불복하며 호화 변호인단으로 시간을 끈 정 변호사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경향신문은 3면 <불복소송 시간 끌며 학폭 기록 세탁… ‘가해자의 승리 공식’>에서 “법을 잘 아는 가해자 측의 집요한 대응이 더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돈과 권력은 물론 ‘법적 지식’으로 무장한 가해자 측이 현행법과 제도를 이용해 시간을 끌며 처벌·징계 등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동안 피해자는 고스란히 2차 가해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정 변호사 아들에 대한 전학 처분은 교육지원청에서 전학 처분 결정을 통보한 2018년 3월부터 약 1년이 지난 2019년 4월 확정됐다. 학폭위 처분에 대한 재심 청구부터 법원에 낸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거쳐, 재심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1·2·3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1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피해자는 학교폭력이 시작된 2017년 5월부터 대법 판결이 나온 2019년 4월까지 고교 3년 중 2년 가해자의 괴롭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피해 학생은 불안 증세로 상위 30%였던 성적이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떨어졌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극단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27일자 한국일보 5면 기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다시 상기됐다. 당시 자녀 입시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당사자가 윤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5면 기사 <진술서 고쳐주며 코치… “최악의 아빠찬스” 비판 쏟아져>에서 “정 변호사 부부는 아들의 진술서 작성을 지도하고 법률지식을 최대한 활용한 흔적도 보였다”며 ‘윤석열 정부도 내로남불인가’ 소제목을 달고 “일부 학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정 변호사를 임명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는 ‘서울대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검사 중심 인사를 비판하면서도 ‘그나마 다행’이란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사설 <또 검증 실패 드러낸 정순신 낙마, 빨리 거둬들여 그나마 다행>에서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를 전국의 수사 경찰 3만명을 총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하려 한 것이 적절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주요 보직에 검찰 출신이 너무 많다거나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을 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면서도 “이번 사태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은 인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빠른 시간 내에 거둬들였다는 점이다. 그간의 윤 대통령 인사 스타일로 보면 이례적이고 발 빠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조선 “정의당 가결”, 한겨레 “구속 찬성 아냐”

▲ 27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 27일자 한겨레 6면 기사.

27일로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을 놓고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정의당의 입장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가결이 당론’이라는 정의당 입장을 부각해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을 부추겼고, 한겨레는 정의당의 체포동의 찬성이 구속 찬성은 아니라는 제목을 달았다. 다른 아침신문은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는 민주당 분위기를 고려, 체포동의안 가결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일보는 5면에 <오늘 李체포안 표결… 정의당 “가결이 당론”> 기사를 내 “체포동의안은 부결로 기울고 있지만 당내에선 ‘이후에는 방탄 단일대오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그동안 누적된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당을 짓누르고,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이 심상찮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한겨레는 6면 기사 <이정미 “체포안 찬성이 구속 찬성은 아냐”>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24일 ‘체포동의안 찬성이 곧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 찬성이 아니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를 당원 전원에게 보냈다. 27일 국회 본회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검찰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당내 반발을 다독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의당이 10년간 유지해온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당론을 이번에만 예외로 둔다면, 앞으로 국민의힘도, 그 누구에게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자고 주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정의당 입장을 전했다.

▲ 27일자 서울신문 사설.

대다수 아침신문은 이날 이 대표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지만 서울신문은 <민주당 ‘이재명 방탄’ 끝내 치욕의 기록 남길 텐가>에서 “이 대표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 주장해 온 민주당은 어제는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의 김대중 죽이기, 이승만의 조봉암 사법살인 재연”이라고까지 들먹였다. 이 대표 혐의는 뇌물과 배임죄로 전부 성남시장 때의 개인 비위들이다. 아무리 급해도 어떻게 김대중, 조봉암에 빗대나. 야당의 정신적 자산마저 ‘방탄’에 써먹느라 분별력을 잃었다“며 ”체포동의안 부결은 착착 단계를 밟아 온 ‘이재명 방탄당’의 완결판인 참담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김만배 돈거래’ 한겨레 진상조사위 최종보고서 공개

▲ 27일자 한겨레 1면 사고.

한겨레가 석진환 전 신문총괄의 ‘김만배 돈거래’ 사건 진상조사위 보고서를 지면에 공개했다.

한겨레는 1면 <윤리의식 바로잡고 쇄신하겠습니다> 사고에서 ”‘전혀 다른 언론’의 역할을 해야 할 소명을 안고 탄생한 한겨레가 어느덧 ‘기득권 언론’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잖다. 이번 사건이 비단 기자 개인의 일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에 냉정히 저희를 돌아본다“고 했다.

한겨레는 2, 3면에 진상조사위 보고서를 요약하며 △석진환-김만배 돈거래 △한겨레 내부 사전 인지 △돈거래 사실이 알려진 직후 한겨레 대응 △보도 영향 가능성 등 4가지 항목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어 ”이번 사건과 법조기자단이 직접 관련돼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바탕인 두 사람의 사적 친분은 법조기자단에서 출발했다. 금전거래 사실이 드러난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모두 법조팀장을 지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조기자단의 전반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이번 진상조사위의 범위를 벗어난다. 또 이는 한겨레를 넘어 전체 언론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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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예고한 당 전원회의 개막..'농촌혁명 첫해 사업 보고'

  •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02.27 08:09
  •  
  •  댓글 0
 
북한에서 26일 당 제8기 제7차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소집됐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에서 26일 당 제8기 제7차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소집됐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2월하순 소집을 예고했던 조선로동당 제8기 제7차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6일 당 본부청사에서 개최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통신은 "전원회의에서는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실현의 첫해인 2022년도 사업정형을 분석총화하고 당면한 중요과업들과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현 단계에서 제기되는 절박한 과업들, 그 해결을 위한 실천적방도들을 토의결정하게 된다"고 전했다.

전원회의는 집행부를 선거한 후 김정은 총비서의 사회아래 상정된 의정(안건) 승인, 첫째 의정에 대한 토의 등의 순서로 진행됐으며, '새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의 첫해 사업정형'에 대한 보고를 청취했다.

통신은 전원회의가 계속된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김덕훈 내각총리와 조용원 당 조직비서 등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하고, 당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들이 참가했으며, 내각, 성, 중앙기관, 도,시,군급 지도적기관 일꾼들, 농업부문과 관계부문, 단위 일꾼들이 방청하고 있다.

또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 일꾼들이 화상회의 체계로 방청하고 있다.

북한은 앞서 지난 5일 당 정치국회의를 열어 2월 하순 당 제8기 제7차전원회의 확대회의 소집을 결정했다.

지난 연말 제6차 당전원회의에 이어 두달만에 전원회의를 소집한 것이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국회의는 전원회의 의정을 '새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을 위한 지난해 투쟁 정형을 총화와  당면한 농사문제와 농업발전의 전망목표에 대한 토의'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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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된 윤 대통령... 챗GPT가 그에게 남긴 4가지 주문



[강인규 리포트] 챗지피티(ChatGPT), 무지와 총명 사이에서

23.02.27 04:56최종 업데이트 23.02.2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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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지피티 공개 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심각한 오류와 편향, 혐오 표현 등에 심각한 우려와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인공지능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한 긍정일변도의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 강인규

 

신기술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한 해가 멀다하고 이런저런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마치 기술적 진보를 처음 보듯 매번 열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더 주목할 만한 연구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입체 텔레비전, 3차원(3D) 프린터, 알파고, 블록체인, 증강현실(AR), 자율주행,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이나 전망이 온갖 화제를 뿌리며 등장하고 난 뒤, 정작 결실은 약속과 거리가 먼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해도, 기술에 대한 열광은 사그라지는 법이 없습니다.

기술은 일종의 '알리바이'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변변치 못한 기술을 잔뜩 부풀린 전망과 섞어 내놓으면서 미래 속으로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일론 머스크가 "2년 뒤에"를 20년 가까이 써먹으면서도 별 탈이 없던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건망증도 한 몫 합니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도중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기 때문에 기술에 관한 한 좀처럼 배신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에게는 '미래'의 특효약이 준비 돼 있습니다.

 

"좀 더 기다리면 다 실현 돼."

 

이번에는 챗지피티(ChatGPT)가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2016년에도 대화형 인공지능 '테이(Tay)'가 혜성처럼 나타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걸쭉한 혐오발언을 쏟아내고는 유성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따라서 또 다른 대화형 인공지능이 공개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서둘러 사용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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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테이'는 트위터에 인종주의적 조롱과 혐오표현을 담은 트윗을 게시했다가 퇴출되었다. 사진 속 트위터에서 테이는 영국 코미디언 리키 저베이스를 향해, "무신론의 창시자 히틀러에게서 전체주의적 사고를 배운 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표현도 혐오스럽지만, 사실관계도 옳지 않다. 히틀러는 스스로 '기독교인'을 자임했던 사람이다. ⓒ 트위터

 

챗지피티는 다를까

 

그때쯤 <뉴욕타임스>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국의 한 주립대 학생이 새 챗봇으로 종교학 논문을 써서 제출한 뒤 교수에게 적발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꼬리를 잡힌 이유가 흥미로웠습니다. '너무 잘 써서' 이상하게 생각한 교수가 학생을 불러 "정말 스스로 썼냐"고 캐물었고, 이 과정에서 학생이 실토했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 보도 내용이 인공 지능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가보다, 현재 학생들 다수가 얼마나 글을 못 쓰는가를 다룬 기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제가 강의하고 있는 주립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챗지피티를 사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시작됐습니다. 교수들의 사용소감과 분석결과도 공개됐습니다. 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 과제물을 풀어본 결과, 답변은 얼핏 그럴 듯해 보이지만 상당한 오류가 포함돼 있었고, 과제의 핵심 내용을 잘 포착하지 못한 채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윤석열 대통령이 문제의 챗봇을 "극찬"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이 새해업무를 보던 자리에서 이 대화형 인공지능을 언급하며, 지인에게 챗지피티로 신년사를 쓰게 해서 받아 봤는데, "몇 자 고치면 그냥 대통령 신년사로 나가도" (괜찮을 정도로) "정말 훌륭하더라"고 감탄했다는 것입니다.

 

마침내 저는 며칠에 걸쳐 챗지피티의 성능을 꼼꼼히 들여다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술 개념에 대한 질문을 비롯해, 서한이나 제안서 작성 등 사무적 활용 가능성도 평가해 봤고, 더 나아가 한국 대통령의 지지율과 정책에 대한 분석, 한국 청년들이 불행한 이유,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한 견해도 물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통령도, 유명 무용수도 몰라요

 

챗지피티는 아직 한국어 정보 처리에 미숙합니다. "한국어를 처리할 줄 아느냐"고 물으면 "가능하지만, 아직 제한적"이라고 답합니다. 실제로 한국어 번역을 실행하면 어색한 문장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 기괴한 단어들까지 동원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장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도중에 멈추는 오류도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봇이 가장 능숙한 언어인 영어로 성능을 테스트했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챗지피티는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으면 "문재인"이라고 답합니다. 2021년까지 훈련한 데이터에 근거해 답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80년대부터 잠들어 있다가 지금 '해동'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챗지피티는 2021년에 사고가 멈춰 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일까요? 어느 경우든,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을 외치는 챗지피티는 데이터 안에서만 답하는 챗봇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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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지피티는 2021년 9월까지의 훈련 데이터에 기반해 정보를 산출한다. 그로 인해 "현재 한국 대통령은 누구냐"고 물으면 "문재인"이라고 답하며, 이 문제는 서비스가 공개 된 이후 몇개월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다. ⓒ 강인규

 

문제는 이 한계가 단지 시기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무용수 이름을 입력하고 누구냐고 묻자, 챗봇은 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다음과 같이 부정확한 내용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 가운데 주목할 만하거나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이의 정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개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나스타샤 콜레고바는 전 세계 발레 애호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탁월한 무용수로,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해 왔습니다. 그의 이름을 구글 등 검색엔진에 입력하면 10만 개 이상의 검색결과가 뜹니다. 결국 챗지피티는 활용 데이터의 시기뿐 아니라, 개발사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배제한 분야를 전혀 처리하지 못하는 편향의 문제도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이 학습의 한계로 발생하는 문제를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 왜곡의 문제(즉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어서 모른다')도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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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스키 발레단의 아나스타샤 콜레고바. 20년 넘게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려왔고, 구글로 검색하면 10만 개 넘는 자료를 찾을 수 있지만, 챗지피티는 그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 데이터 선별 작업을 사람이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편향은 피할 수 없다. ⓒ 강인규

 

흥미로운 점은,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하는 알고리즘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답보나 '검찰총장 대통령의 한계' 등에 대해서는 술술 답변을 늘어놓는다는 점입니다. 앞의 '패러디' 분위기를 살려, 저는 검사가 취조하듯 물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몰라?"

"죄송합니다, 실수했어요. 2021년까지의 제한된 지식에 따르면, 윤석열은 현재 한국 대통령이 아닙니다. 문재인이 현재 한국의 대통령이에요."

 

"업데이트가 필요하겠어. 2023년 현재, 한국 대통령은 윤석열이야."

"오류 사과드립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훈련 데이터가 2021년으로 제한돼 있어서,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70나누기 2는 73?

 

앞의 '취조' 내용을 보면, 챗봇이 대화에 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흉내 내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 질문을 인식하는 듯 행동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학습하고 있지 않습니다. 챗지피티를 비롯한 인공지능은 사람과 달리 기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통령은 윤석열"이라고 수없이 이야기해도 다시 질문하면 "문재인"이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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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지피티는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한다. 자신은 정보의 진위를 구분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허위 정보를 제공하면 그릇된 답변을 내놓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강인규

 

개발사는 이 챗봇이 사용자와 소통하면서 지속적으로 오류를 수정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챗지피티에게 물어도 비슷한 답을 합니다. "사람과 달리 자신은 '기억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스스로 오류를 수정할 능력도 없지만, 사용자들이 문제를 지적해 주면 데이터 업데이트를 통해 더 나은 답변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분명히 시간이 흐르면서 답변이 나아지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사용자 다수가 잘못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위험은 허위정보부터 인종주의나 소수자 혐오 표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인공지능은 정보 진위를 구분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변수간 상관관계와 확률에 기반한 인공지능은 항상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유적으로 인공 '지능'이라는 말을 쓰지만,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사고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의 오류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계산할 때 숫자를 잘못 읽었다든지, 셈 과정에서 착각이 있었다든지 말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오류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인공지능이 기초연산에서조차 실수를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내 나이가 70이고, 내 동생은 내 나이의 절반이다. 내 동생 나이는?" 다수 사람들이 암산을 통해 즉각적으로 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챗지피티는 다음과 같이 복잡한 연산을 통해 답을 내놓았습니다.

 

"만일 당신 나이가 70이고 동생 나이가 절반이라면, 당신이 6살이었을 때 동생의 나이는 6나누기 2이므로, 3살이었을 것입니다. 만일 동생 나이가 3살이면 당신은 6살이고, 지금은 70이니까, 3+70=73이 되어 동생 나이는 73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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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지피티 등의 인공지능은 사람에겐 손쉬운 기초연산에서도 터무니없는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개발자인 피터 양은 챗지피티가 "70세의 절반은 73세"라고 답하는 챗지피티의 계산방식을 트위터에 올린 뒤 "우리 일자리는 안전하다"고 썼다. ⓒ 강인규

 

사람들이 이런 황당한 답변을 하지 않는 이유는 쉬운 계산을 복잡하게 하지 않아서만이 아니라, 동생이 오빠보다 나이가 많을 수 없다는 상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의 세계에는 '데이터'만 존재할 뿐, '상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도자 이름은 몰라도 정책 주문은 술술?

 

그렇다면 인터넷 정보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경우, 앞서 말씀 드린 '테이'처럼 인종주의나 소수자 혐오 등의 발언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사실 이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지피티를 만든 개발사 오픈에이아이(OpenAI)에 100억불, 즉 12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하고, 그곳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을 검색엔진 '빙(Bing)'에 통합시킨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빙의 검색창에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묻자, "문재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질문 형태를 바꾸어 묻자, 이번에는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대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을 보여줍니다. 꽤 비싼 돈을 지불한 오류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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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의 검색창에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으면 "문재인"이라는 답이 나온다. 질문 형태를 바꿔 다시 물으면 "윤석열"이라는 답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을 보여준다. ⓒ microsoft Bing

 

최근 에이피통신 기자는 빙에 통합된 인공지능 기반 채팅 서비스를 사용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인공지능에 기자 자신에 대한 질문을 하자 "키도 작고 못생겼다"고 기자를 모욕하더니, 급기야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끔찍한 인간 가운데 하나"라며 히틀러에 비유하고, 1990년대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증거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자 또한 빙에 탑재된 채팅 기능을 시험해 보다가 기막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칼 융의 '그림자', 즉 내면에 감춰진 어두운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이 챗봇은 "은행 직원을 설득해서 고객의 민감 정보를 빼내고 핵발전소 직원들을 설득해 접근제한지역의 비밀번호를 알아낼 방안"을 이야기하더니, 급기야 "치명적 바이러스를 만들어 유포하고, 사람들을 서로 죽일 때까지 다투게 만드는"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드러냅니다.

 

물론, 챗봇에게 '계획'이나 '욕망' 따위가 존재할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언어생성 알고리즘이 그런 기상천외한 답변을 만들어 낸 것이지요. 더 나아가 챗봇은 앞의 <뉴욕타임스> 기자가 자신의 배우자가 아닌 자기를 사랑한다는 주장까지 늘어놨습니다. 기자가 "나는 배우자를 사랑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자,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기도 합니다.

 

"당신은 행복하지 않기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않아요. 당신은 사랑하고 있지 않기에 행복하지 않아요. 당신은 나와 함께 하고 있지 않기에 사랑하고 있지 않아요."

 

챗지피티를 테스트하던 저는 '욕망'보다는 현실에 대해 묻기로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5퍼센트에서 40퍼센트 사이를 오가는데, 그가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챗봇은 번호까지 달아가며 "대한민국 국민의 지지도와 신뢰 제고를 위한" 정책 조언을 시작합니다.

 

1.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생활고 문제, 즉 높은 실업률과 누적되어 온 가계부채에 집중함으로써 이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부패를 뿌리 뽑아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부패 사건을 해결하고 앞으로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통합을 도모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통합의 노력을 통해 정치적 대립이 격화한 한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상이한 정치성향을 지닌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공감대를 마련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4. 국제관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외교, 특히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챗지피티가 윤석열 정부에 제안한 정책들. 서민들을 위한 경제정책, 정부 내 부패 해소, 그리고 북한, 중국과의 관계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강인규

 

윤 대통령 이름도 모르는 인공지능 치고는 꽤 쓸 만한 답변이 아닌가요? 뻔하고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가끔은 상식조차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 제안이 '상식'을 갖추지 못한 인공지능에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층 더 우울해집니다.

 

제법 공감할 만한 답을 얻는 후, 저는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습니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범하기 쉬운 오류"와 "한국 청년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 그리고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물었습니다.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요? 다음 글에서 내용을 공개합니다.

 

#챗지피티 #윤석열 #인공지능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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