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LG 청소노동자가 묻는다 "어떻게 서비스 질을 낮추나요?"

코로나 건물도 청소한 LG 청소노동자, '서비스 질' 이유로 내치다니

21.01.16 10:00l최종 업데이트 21.01.16 10:00l
 고용승계와 처우개선, 노조활동 등을 요구하다가 집단해고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로비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고용승계와 처우개선, 노조활동 등을 요구하다가 집단해고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로비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세번 닦을 바닥 여섯 번 닦는다고 했다. LG트윈타워분회 김정순 조합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출퇴근할 때 엄청 조심하죠. 지하철 손잡이도 될 수 있으면 잡지 않고. 아무것도 묻히지 않으려고요. 중심을 못 잡아 흔들거리면서도 손잡이를 잡지 않아요. 그만큼 조심을 했어요. 그리고 일터에 와서 더 깨끗이 닦아요. 세 번 닦을 걸 여섯 번 닦아요."

LG가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 S&I코퍼레이션은 LG트윈타워 80여 명의 집단 해고에 대해 '서비스 질이 저하돼' 지수INC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수INC는 LG 구광모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 구미정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일감 몰아주기가 드러나자 LG는 고모들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했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곳 

 

서비스 질이 낮아졌다는 얘기는 청소를 열심히 안 했다는 뜻이다. 조합원들은 모욕감을 느꼈다. 청소노동자라면 누구나 모욕감을 느낄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얘기를 했다.

2020년 LG트윈타워에서도 코로나 감염자가 있었다. 2020년 2월에는 LG트윈타워 옆에 있는 파크원 공사 현장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다. 8월과 9월에는 트원타워에서 일하는 사람이 감염됐다. 이순예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9층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는데 그 층 엘리베이터 앞에 출입금지 푯말이 붙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보고 그 층에 들어가 청소하라고 했어요. 감독은 따줘야 하는 문이 있는데 그 문도 안 따주고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우리만 청소하래요. 정말 겁났어요. 무서웠어요. 그런 적이 두 번이나 있었어요. 9층에서도 있었고, 6층에서도 있었고. 그래도 열심히 했어요."

노동자들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일했다. 방호구나 방호복은 꿈꿀 수도 없었다. 감염자가 있는지 모르고 일하기도 했다. 한 번은 감염자가 나온 층에서 일하던 직원이 출근했는데 집에 보내 놓고 조합원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두려움만이 아니라 더위와도 싸워야 했다. 이순예 조합원의 얘기다.

"이 건물이요. 겨울에는 히터를 틀어주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주잖아요. 그런데 직원들이 퇴근하면 싹 꺼버려요. 여름엔 엄청 덥죠. 더워서 마스크 쓰고 일하는 게 정말 답답했어요. 땀이 줄줄 흐르고. 우리 야간은 그런 게 힘들어요. 그래도 마스크 철저히 썼어요. 혹시라도 우리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코로나 걸리면 안 되고, 또 우리가 더 열심히 청소해야 안전할 수 있고. 시간 날 때마다 손 씻고."

노동자들은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초기에는 천 마스크를 일주일에 두 개 정도 지급하고 이후 1~2개월 덴탈 마스크를 일주일에 하나 지급하다가 이후로는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지급을 요구하니 관리자들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서비스 질을 어떻게 저하시킬 수 있어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로비에서 농성중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를 응원하고 있다.
▲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로비에서 농성중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를 응원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조합원들은 물었다. 어떻게 서비스 질을 저하시킬 수 있느냐고. 코로나가 덮쳤는데 어떻게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있냐고 말이다. 10년 동안 호텔보다 더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말을 듣던 노동자들이 노조 만든 지 1년 만에 청소를 제대로 안 하는 사람들로 내몰렸다.

이상한 점은 한두 개가 아니다. 미화직 청소노동자 80여 명은 집단해고됐지만 시설직은 그대로 뒀다. 미화직 노동자들의 관리자들인 '감독', '반장'들 역시 그대로 일하고 있다. 서비스 질을 저하했다면 그 서비스를 총괄했던 관리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청소는 쉴 틈 없는 반복노동이다. 눈길이 많이 가는 노동이다. 이쪽이 괜찮으면 저쪽이 더러워지고, 이쪽을 정리하면 저쪽이 어지러워진다. 한 사람이 3~4개 층을 맡아 쉴 틈이 없었다. 몸 성할 날도 없었다. 허리와 무릎을 자주 굽혀 가며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노동에 직원들과 고객들의 안전이 달려 있다.

코로나가 터진 후 모두가 소독과 위생, 방역의 중요성을 공감했다. 그 소독과 위생, 방역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바로 청소노동자들이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은 그 일에 최선을 다했다. 감염자가 발생해 누구도 들어가지 않는 층에서도.

재벌에게 막히는 노조할 권리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규탄하며 LG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이날 이들은 “청소노동자라고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대접을 받기 위해 노조에 가입했지만 돌아온 것은 집단해고로 쫓겨났다”며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보장되고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LG 제품을 불매하겠다”고 말했다.
▲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규탄하며 LG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이날 이들은 “청소노동자라고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대접을 받기 위해 노조에 가입했지만 돌아온 것은 집단해고로 쫓겨났다”며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보장되고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LG 제품을 불매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15일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로비에서 농성을 한 지 한 달 되는 날이다. 전기도 끊기고 난방도 끊기고 식사 반입도 중단되는 상황을 참았다. 용역들의 모욕과 조롱도 참았다. 이제는 하루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이 될지 모르는 퇴거 가처분 재판이 남아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머어마한 액수의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가족에게 일감을 몰아주었던 것도 LG고 그래서 구훤미, 구미정씨가 바닥 한 번 닦지 않고 5억을 투자해 200억 원이 넘는 떼돈을 벌게 해 준 것도 LG고, 이제 지분 매각으로 꼬리를 자르겠다고 발표한 것도 LG다. 자회사를 만든 것도 LG다. 자회사와 친족 기업을 통해 수많은 LG그룹 빌딩을 청소, 관리하는 것도 LG다. 무엇이 싫기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걸까?

이유는 단 하나로 좁혀진다. 청소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다. LG빌딩, 삼성빌딩, SK빌딩, 현대차 빌딩 등 수많은 대형빌딩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LG와 S&I코퍼레이션, 지수INC는 조합원들에게 다른 빌딩으로 들어가서 일하라고 한다. 고령층이 주로 일하는 직종이기에 건강하면 65세 이상까지 일할 수 있다고 말해놓고 이제는 안 된다고 한다. 이게 모두 노조를 깨려 하는 일임을 조합원들은 알고 있다. (S&I코퍼레이션 측은 계약해지가 노조 결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다. - 편집자 주)

용역들에게 막혀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노동자, 시민이 LG트윈타워로 찾아오고 있다.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꼭 이기세요!"다. 경제위기에 코로나 재난까지 겹쳐 가난한 노동자의 삶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들의 권리는 계속 짓밟히고 있다. 특히 재벌들에게 짓밟히고 있다. 정부는 모른 체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선공약이었던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재난 앞에서도 묵묵히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 보건의료, 물류택배, 돌봄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청소노동자는 서비스 질을 저하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왜 모욕을 당해야 하는가? 이들의 권리가 왜 막혀야 하는가?

LG트윈타워에서 희망을 본다. 꼭 이기세요! 다시 한 번 간절하게 외친다.

덧붙이는 글 | 이용덕 시민기자는 LG트윈타워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새로운 시대, 북한의 마스터 플랜은 '단번도약'

[단번도약, 북조선] (1) 북한의 새 과제는 '압축성장' 뛰어넘는 도약

북한에도 새로운 무대가 열렸다는 뜻이다. <유라시아 견문> 연재를 통해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20세기 질서가 저물고 새로운 질서가 열리는 시대에 새로운 모색을 소개한 이병한 EARTH+ 대표가 우리 인접국인 북한의 미래를 점치는 새 연재 '단번도약, 북조선'을 소개한다. 이번 연재는 약 3개월에 걸쳐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1. 운칠기삼


 

십년이 흘렀다. 강산도 변했다. 세 명의 대통령이 바뀌었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지나 문재인을 만났다. 오바마와 트럼프는 가고 바이든이 온다. 이단아 트럼프와의 이색적인 깜짝쇼는 허망하게 끝났다. 이제 미국의 주류, 본진과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워밍업을 마치고 본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잠시 멈춤, 심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30년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마침 집권 10년차, 업그레이드에도 적절한 시점이다.


 

그래도 여전히 30대이다. 1984년생, 37살이다. 전 세계 30대 지도자 가운데 가장 경륜이 쌓인 리더이다. 건강관리에만 만전을 기한다면, 30년 후에도 집권하고 있을지 모른다. 유사왕조 체제, 백두혈통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당장은 별나라와 딴나라, 이웃나라 사정인 탓이다. "우리민족"과 "주적" 사이, "두 나라" 감각부터 훈련한다. 민족적 일체감과 반국(半國)적 배타감을 모두 접어두고, 실사구시로 접근한다. 북이 안정된 성장을 구가해야, 남도 평안하고 평온해질 수 있다.


 

2011년 그가 등장할 때, 나는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었다. 너덧 살 아래의 동생뻘이 북조선의 최고 수장으로 등극했다. 처음부터 직감했다. 나의 인생의 절반 이상이 '김정은 시대'가 되리라는 것 말이다. 동세대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인'이라 접수한 것이다. 미래를 함께 살아가고 더불어 만들어가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필히 접점을 만들고, 점점 접촉을 늘려가야 했다.


 

시운이 좋다고도 여겼다. 그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비해 역량이 더 출중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문명사학자의 견지에서 보건대, 개인의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대적 상황이다. 조상의 지혜를 빌리자면, 운칠기삼(運七氣三)이다. 선대를 옥죄었던 미국의 패권이 저물어가는 시점에 그는 출발했다. 할아버지는 미국의 최전성기를 온몸으로 감당했다. 아버지는 일방적인 소련의 해체로 촉발된 탈냉전기, 선군정치로 몸빵을 해야 했다. 반면에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내리막길에 권좌에 올라탔다.


 

2020년대, 미-중 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역전된다. 2028년을 점쳤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5년으로 당겨졌다. 골든크로스, 변곡점은 다소 유동적이지만 대세는 크게 변치 않는다. 양국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해방 100년이 되는 2045년, 건국 100년이 되는 2048년, 한국전쟁 100년이 되는 2050년 무렵이면 아시아가 주도하는 신세계질서가 완연하게 펼쳐진다. 유럽의 19세기, 미국의 20세기를 지나, 아시아의 21세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아편전쟁 이전으로의 전진(Back to the Future), '반전의 시대'가 완수되고 완성되는 것이다. 그때에도 그는 여전히 일흔이 채 되지 않는다. 집권 30년을 넘는 경험을 축적한 노련하고 노회한 60대의 지도자가 되어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왕조국가의 전성기는 일백년 초석을 다진 후, 삼대와 사대 째 열리는 경우가 흔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8차 당 대회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북한은 '자주적' 생존을 위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중요한 목표를 갖고 있다. ⓒ로동신문

2. 재조산하


 

고로 대세에 부합하는 대계, 재조산하(再造山河)의 마스터플랜을 짜야 하겠다. 2015년, 해방 70주년을 기하여 <유라시아 견문>을 떠날 때부터 내심으로 내 나름의 통일사업, 실력양성운동이라는 다짐을 품었다. 3년을 발품하여 30년의 밑천을 쌓겠다는 복안이었다. 북조선의 발전모델이 될 만한 나라들도 두루 살폈다. 눈에 든 나라가 크게 셋이다. 유럽의 스위스, 중동의 이스라엘, 동남아의 싱가포르이다. 600만의 싱가포르, 850만의 이스라엘, 900만의 스위스 인구를 합하면 얼추 2400만 북조선에 근접한다. "그린/글로벌 스위스", "밀리테크 이스라엘", "스마트 거버넌스 싱가포르" 등 핵심 키워드도 후루룩 떠올랐다. 장차 북조선의 개혁개방에 청사진으로 삼아도 무방한, 아니 충분한 밑그림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제네바 : 알프스의 소년,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초고도 후다닥 써내려갔다. 그러나 끝내 정리하지도, 발표하지도 않았다. 때는 2017년 봄, 한반도 정세가 원체 엄중하고 험악하던 시절이다. 태평양을 사이로 말 폭탄이 무시로 쏟아졌다. 30대 리더의 가능성을 전망하는 글을 썼다가 욕받이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비판과 비난이 걱정되었다. 혹여 연재가 중단될까 우려되었다. 감내하기보다는 묻어두기로 했다. 글도 때가 맞아야 하는 법이다. 이제야 그 때가 온 것 같다. 이제는 쓸 수 있다. 지난 10년을 반추하고, 다음 10년과 30년을 리셋하기에 안성맞춤 한 최적기이다. 귀국하고도 3년, 1000일을 묵혀둔 착상을 이제야 글로 풀어낸다.


 

지난 20세기 후반, 한국의 발전을 수식하는 말로 '압축성장'이라는 것이 있었다. 구미가 경험한 300년 근대화 과정을 30년 만에 해치웠다는 뜻이다. 상징적인 구호가 '빨리빨리'였다. 지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하면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조선은 그 300년을 30년으로 압축할 것도 없다. 산업문명에 기초한 근대화모델은 폐기처분되어야 할 적폐가 되었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기후재난과 팬데믹, 6번째 대멸종의 원흉이다. 구미는 물론이요 한국과 제3세계가 노정한 시행착오의 반복 없이 단숨에 단번에 퀀텀 점프로 비약해야 한다. 그들 식으로 표현하면 '단번도약',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미래 경쟁에 당장 뛰어드는 것이다. '로켓맨'이라는 비아냥을 로켓과학자 같은 발상의 대전환, 문샷(Mooshot)으로 되받아치는 것이다. 고로 스마트뉴딜도 그린뉴딜도 별천지 이야기가 아니다. 공히 북조선의 과업이자 과제가 될 것이다.


 

당분간 북조선에서 다당제를 기대키는 어렵다. 그렇다면 유사왕조의 유사일당제 국가이면서도 세계 최고의 거버넌스를 구축한 싱가포르를 학습해 봄직하다. 유능한 당국(Party-State)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비대하게 성장한 군부의 활로를 새로이 열어주어야 한다. 군대는 첨단과학기술의 총아이다. 핵기술과 인공위성기술은 북조선도 세계수준이다. 공히 에너지산업과 우주산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군사테크놀로지를 산업화하고 상업화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이스라엘의 밀리테크 노하우를 배워올 수 있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세계의 대세와 대국을 두루 살피며 북조선의 장래를 구하는 최고 지도자의 견문과 안목이다. 다행히도 현재 북조선의 리더는 10대 시절 외국에서 공부한 유학파 남매이다. 공교롭게도 유럽 중에서도 가장 세계화된 스위스에서 살았다. 제네바회담이 열리고, 다보스포럼도 열리는 곳이다. 알프스의 소년/소녀였던 "정은이와 여정이"가 사춘기를 보낸 곳이다. 프리퀼로부터 연재를 시작한다. 산악열차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을 타고 스위스로 이동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11410401399734#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택배노동자들의 ‘마지막 선택’… 총파업 결심한 이유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1.01.15 18:28
  •  
  •  댓글 0
 
 
 

재벌택배사 대국민약속 해놓고 분류인력 꼼수, 심야배송 지속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좌초 위기
택배노조, ‘살고 싶다 총파업’ 선포… 20~2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택배노동자는 살고 싶습니다.”
“잠시 택배 배송은 멈추지만, 택배노동자를 살릴 수 있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이 살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라며 “국민과 함께 하는 ‘살고 싶다 사회적 총파업’”을 선포했다.

지난해 과로로 16명의 택배노동자가 목숨을 잃으면서 재벌택배사들은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요 원인인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발표했지만, 약속은 온데 간데 없다. 그러는 사이 지난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도 한 명의 택배노동자는 과로사로 사망했고, 4명의 택배노동자는 과로로 쓰려졌다.

▲ 전국택배노동조합이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살고 싶다 사회적 총파업’ 을 선포했다.
▲ 전국택배노동조합이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살고 싶다 사회적 총파업’ 을 선포했다.

계속되는 과로사… 과로사 방지 약속은 무위였다

택배노동자들이 ‘마지막 선택’이라며 총파업을 결심한 이유는 이렇다.

12월7일, 부산 기장 롯데택배노동자 과로로 쓰러짐
12월14일, 서울 강동 한진택배노동자 과로로 뇌출혈
12월22일, 서울 동작 한진택배노동자 과로로 뇌출혈
12월23일, 경기 수원 롯데택배노동자 과로사
1월12일, 서울 강남 한진택배노동자 과로로 뇌출혈

배송 도중 쓰러졌고, 자신의 차량에서 쓰려졌다. 출근 준비하면서 쓰러졌고, 분류작업을 하는 도중 쓰러졌다. 동작과 강남의 택배노동자는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다. 그해 10월22일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는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해 사과하며 500억을 들여 4000여 명의 분류작업 인력 투입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10월 26일 한진택배와 롯데택배도 분류작업 인력 1000명 투입, 야간 배송 중단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심각성,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못이겨 ‘한때 소낙비만 피하고 보자’는 꼼수였고 약속은 무위였다.

▲ 지난해 10월22일,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해 10월22일,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인력투입은 없었고, 심야배송은 계속됐다

CJ대한통운은 대리점에게 분류작업 인력에 대한 고용책임과 비용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15일 총파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에서 원청 책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500억원을 들여 4000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다. 이 약속에 분류인력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누가 비용부담을 해야 하는지 담겨있다. 원청이 책임지고 투입하겠다는 것이 국민과의 약속이다.” 그러나 분류인력 투입 비용은 택배노동자들에게 돌아왔다.

CJ대한통운과 대리점 간의 인수비용 협약서엔에는 대리점주가 분류작업 인력의 고용주로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대리점이 분류작업 인력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다. 대리점은 이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택배노조가 터미널 표본 조사를 통해 CJ대한통운 분류작업 인력에 대한 택배노동자 비용 전가 현황을 살펴본 결과 “CJ대한통운은 분류비용 70%를 대리점 연합회에 전가하는 상황”으로 “70%를 부담해야 하는 대리점은 대리점 관리비를 명목으로 대리점 수수료를 인상하는 편법을 동원해 택배노동자에게 그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제기했다. 그 비용이 한 달 12만 원에서 30만 원이나 된다.

롯데택배와 한진택배에선 사실상 분류작업 인력은 투입되지 않았다. “롯데는 분류비용 투입을 명목으로 본사에서 박스당 10원을 대리점에게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롯데택배 규모와 택배기사 수를 감안했을 때 13명 당 1명을 투입하겠다는 꼴이다.”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택배노조의 주장이다. “한진택배는 분류인력 200명 투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단 1명도 투입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심야배송 중단을 과로사 대책으로 발표했던 한진택배에선 심야배송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쓰러진 서울 동작 한진택배노동자도 새벽 2시부터 최대 6시까지 배송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진택배 노동자의 심야배송 상황 문자메세지 [사진 : 전국택배노조]
▲ 한진택배 노동자의 심야배송 상황 문자메세지 [사진 : 전국택배노조]

“노동조합 있는 곳에 분류인력이 투입되고 있고, 그나마 분류인력이 투입된 곳에선 과로사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비용전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12월과 1월, 숨지거나 의식 불명인 노동자는 분류인력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은 롯데와 한진택배에서 발생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의 악순환을 끊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분류인력 투입이라는 것이 이미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약속은 파기되고 있다. 로젠택배는 지난해 11월 과로사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도 발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에서도 약속은 파기됐다

지난 8일, 생활물류선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노동시간의 개선, 휴식권의 보장, 위탁계약 갱신청구권 6년 보장, 표준계약서 작성 및 사용 권장 등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관한 내용이 담겼지만 ‘분류작업’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은 명시되지 않았다. 분류작업 문제를 비롯한 쟁점 과제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7일 정부 여당과 택배업계, 택배노동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했다. 국토교통부는 생활물류법의 분류작업의 모호성을 인정하고, 분류작업의 명확화를 ‘사회적 합의기구’에 포함하고 이를 시행령이나 표준계약서를 통해 보완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택배노동자들이 생활물류법의 제한성에도 이를 반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기구에선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과 비용 명확화 ▲주5일제 도입 등 작업조건 개선 ▲택배가격·거래구조 개선 ▲택배산업 갑질 근절방안 마련 ▲택배노동자 적정 수수료 보장 등 상생방안에 대한 의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네 차례의 회의가 열렸다.

▲ 지난해 12월7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식에서 김태완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공동대표(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해 12월7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식에서 김태완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공동대표(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 뉴시스]

12월 15일 사회적 합의기구 1차 실무회의에서는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를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분류작업에 대한 합의사항들은 12월29일, 2차 실무회의에서 택배사들의 일방파기로 합의되지 못했다. 24일 생활물류법이 국토교통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태도가 바뀐 것. 택배사용자들은 “합의가 아니라 잠정 합의였다”는 말로 합의를 나몰라라 하거나, ‘분류작업’이라는 용어 자체를 부정하며 ‘인수작업’이라는 용어를 사용, “분류작업이 택배노동자의 업무이며 그 책임이 사용자에 있지 않다”고 억지를 부렸다.

택배사들이 1차 합의를 파기하고 국토교통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등 과로사 방지를 위한 분류작업 문제는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택배노동자들은 총파업 나설 수밖에 없었다. 총파업의 결의는 단호하다. “오는 19일 5차 회의가 있다. 딱 그 회의까지만 참석할 것이다.”

5대 주요요구안이 타결, 합의되지 않으면, 오는 20~21일 CJ대한통운, 우체국택배,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젠택배 5개 택배사 소속 55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27일부로 무기한 사회적 총파업에 전면적으로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죽을 수 없기에, 살기 위해, 전 국민과 함께 하는 총파업을 벌일 것이다.”

택배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분류작업 인력투입 ▲원청택배사가 분류작업 인력에 대한 관리 및 비용책임 ▲야간배송 중단 지연배송 허용 ▲비정상적인 택배요금 정상화(소비자가 지불하는 택배비 2500원 중 택배사에 지급되고 있는 택배비는 1500원, 백마진으로 착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연말 연초를 맞아 택배물량은 이미 늘어날 대로 늘어난 조건에서 설 명절 특수기(1월 26일부터)까지 다가온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 과로사 발생은 불을 보듯 자명한 상황이다. 그래서 택배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살고싶다 사회적 총파업’을 결단할 수밖에 없없다. 그래서 설 명절 특수기에 들어가기 전인 19일까지 대책합의와 합의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일손을 멈추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없다”… 우체국택배도 총파업 결의

우체국물류지원단(지원단)과의 교섭에서 교섭결렬을 선언한 우체국택배 조합원들(택배노조 우체국본부)이 파업의 결의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기준 물량 190개 준수 ▲공짜 분류작업 중단 ▲일괄지정 배달처 폐지 ▲노사협의회 설치 ▲일방적 구역조정 중단을 요구했지만 지원단은 “법률 검토해보겠다”, “우정사업본부와 협의해 보겠다”, “지원단 권한 밖의 문제”라며 불성실한 태도로 교섭에 응하거나 일방적 교섭 지연 등 교섭을 해태했다.

지원단은 2020년 5월 노사 간 합의한 ‘일 평균 190개의 물량 준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선 확인할 길이 없다. 뿐만아니라 “단 한번도 하지 않은 노사협의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편한 구역은 집배원에게, 힘든 구역은 위탁배달원에게 배송을 떠넘기고 구역 조정까지 압박”하는 등 우체국택배 노동자들은 국가 공공기관의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에 시달리는 중이다.

노조와 지원단과의 교섭은 결렬됐고 쟁의행위 조정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우체국택배 조합원들이 겪고 있는 현장 갑질, 분류작업 개선 등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기구 의제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만약 19일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우체국 단체협상 파행이 계속되면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게 택배노조의 입장이다.

총파업을 선언하는 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해결을 위한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은 그 어떤 사안보다 뜨겁다. 국민들의 필수영역인 택배를 멈추겠다는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전히 죽음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부터, 우정사업본부부터 모범 사용자의 모습을 보이고, 민간 택배사들이 정부의 모습을 따라올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현장을 찾아 택배노동자들과 함께 과로사 대책 이행 점검에 나서고 있는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국민들은 택배가 늦어져도 ‘늦어도 괜찮아’라고 이해하고, 택배비용 인상에도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택배 이용자들의 불이익만큼 택배노동자들에겐 어떤 개선이 있었는가”라고 되묻고 “그 이익은 고스란히 택배사들에게 돌아가고 있고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손을 멈추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없다는 결단으로 ‘사회적 총파업’이라는 어려운 결심을 한 택배노동자들에게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 설 명절을 한 달여 앞둔 15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사 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들이 분류 및 상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설 명절을 한 달여 앞둔 15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사 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들이 분류 및 상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스위스 ‘코로나 영업제한’ 국민투표 시험대 올린다

등록 :2021-01-15 07:03수정 :2021-01-15 08:29

 

상점 일시 중지 등 대책법 통과되자
시민단체, 8만6천명 서명 모아 제출
“주권자 의지 없이 위기관리도 없어”
정부 생활 제약에 부정적 여론 높아
조항 상당수 투표 시점에 효력 잃지만
“미래 위기에 참고할 중요한 선례 될 것”
2020년 12월22일(이하 현지시각) 스위스 베르비에 알파인 리조트의 곤돌라가 운행 중이다. 영국인들이 스키 휴가를 즐기는 곳으로 알려진 이 리조트에서 수백명의 영국인 광광객들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떠나 지역으로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현지 언론이 전했다. AFP 연합뉴스
2020년 12월22일(이하 현지시각) 스위스 베르비에 알파인 리조트의 곤돌라가 운행 중이다. 영국인들이 스키 휴가를 즐기는 곳으로 알려진 이 리조트에서 수백명의 영국인 광광객들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떠나 지역으로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현지 언론이 전했다. AFP 연합뉴스
 

스위스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코로나19 방역 법률의 타당성을 묻는 국민투표가 치러진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과 공중보건을 위해 시민 생활을 제한하는 정책 사이의 갈등이 국민투표를 통해 논의되는 이례적 사건이 될 전망이다.
스위스 시민단체인 ‘헌법의 친구들’은 13일 코로나19 대책법의 폐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8만6000명의 서명을 모아 연방정부에 제출했다. 스위스에서는 1년에 네번, 3개월마다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연방 법률이나 정책에 이의가 있는 경우, 공지 시점으로부터 100일 안에 5만명 이상의 서명을 모으면 국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 연방정부는 국민투표 결과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번 국민투표는 이르면 6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스위스 의회는 상점 운영의 일시적 중지 등 방역 대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코로나19 대책법을 통과시켰다. 이전에도 감염병 대책법에 근거해 시민 생활을 제한할 수 있었지만, 의회의 감시 아래 일시적으로만 가능했다.‘헌법의 친구들’ 간부인 크리스토프 플루거는 “우리는 정부가 팬데믹을 이용해 통제를 강화하고 민주주의는 약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접근 방식으로 발생할 장기적 문제는 중대하다. 우리는 주권자의 의지 없이는 위기관리도 할 수 없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스위스에서는 방역을 위해 시민 생활을 제약하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스위스 공영방송 <에스에르에프>(SRF)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5%는 ‘정부 대책으로 개인의 자유가 제한받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3분의 1가량은 ‘식당과 술집을 밤 11시에 닫게 하는 것도 지나치게 과도한 조처’라고 답했다.스위스 정부는 지난해 말 알프스산맥 인접 다른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재유행을 우려해 스키장 문을 닫았을 때도 홀로 스키장 영업을 허용했다. 하지만 최근 스위스도 코로나19 재유행 기세에 놀라 강력한 봉쇄정책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식당과 술집, 각종 레저시설을 2월까지 닫도록 했다. 지난 12일에는 이를 생활필수품 관련 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로 확대했다. 인구 850만명가량인 스위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9만명 이상이다. 하루 감염자는 지난해 11월2일 1만명을 넘었으나 봉쇄가 실시된 뒤인 최근에는 하루 3천명 정도로 줄었다.폐지 여부를 묻게 될 코로나19 대책법 조항 중 상당수는 국민투표 시점에는 효력을 잃게 설계되어 있다. 국민투표의 실익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헌법의 친구들’은 미래 위기 상황에 참고할 선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978914.html?_fr=mt1#c0dd432ebbba8cd97e391a389ca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정은, 14일 저녁 당대회 기념 열병식 참가...'최강 군사력 과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1/15 09:14
  • 수정일
    2021/01/15 09: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1.15 08:24
  •  
  •  수정 2021.01.15 08:37
  •  
  •  댓글 0
 
조선노동당 제8차당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이 14일 저녁 김정은 당 총비서가 참가한 가운데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갈무리]
조선노동당 제8차당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이 14일 저녁 김정은 당 총비서가 참가한 가운데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갈무리]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이 14일 저녁 김정은 당 총비서가 참가한 가운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지난해 당창건 75주년에 맞춰 열린 심야 열병식에 이어 석달만에 열린 것이며, 당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으로는 처음이다.

통신은 100장의 열병식 사진을 함께 공개했으며, "국방과학자들과 군수노동계급의 고결한 애국충성의 결정체인 첨단무기들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우리 군대의 위력을 확증해주었다"고 '최강 군사력'을 과시했다.

8차 당대회에서 '핵전쟁억제력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1만5,000km 사정거리에 명중률을 제고한 전략무기, 수중 및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500㎞ 전방 종심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 등 개발 계획을 밝혔으나 열병식에 선보인 무기체계에 대해서는 '조선로동당식 전략무기', '수중전략탄도탄, 세계 최강의 병기' 등으로만 표현했다.

사진 속 김 총비서는 검은색 가죽 상의에 털모자와 가죽장갑을 착용한 모습으로 열병식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김 총비서와 함께 주석단에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인 최룡해·조용원·리병철·김덕훈이 자리잡았고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으로 선출된 박태성·정상학·리일환·김두일·최상건·김재룡·오일정·김영철·오수용·정경택·리영길·박태덕·허철만·김형식·박명순·리철만·태형철·김영환·박정근·양승호·전현철·리선권 등이 나왔다.

박정천 군 총참모장과 권영진 총정치국장, 김정관 국방상 등도 주석단에 나왔으며, 당과 정부, 군에서 오래 활동한 원로들인 김영남·최영림·양형섭·김기남·최태복·김경옥·리용무·박봉주 등이 주석단에 초대되었다.

열병식은 박정천 군총참모장이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열병식 검열을 위해 정렬을 마쳤다는 보고를 하고, 리병철 부위원장이 주석단의 김 총비서에게 열병식 보고를 한 뒤 시작됐다.

북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우리 군대의 위력을 확증해주었다'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갈무리]
북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우리 군대의 위력을 확증해주었다'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갈무리]

제1군단, 제2군단종대, 제4군단종대에 이어 중추군단이라고 하는 제5군단 종대와 해군종대, 항공 및 반항공군 종대, 그리고 핵무장력인 전략군 종대, 지상·해상·공중 저격병, 평양 방어를 위한 고사포병군단, 제91군단, 제3군단 종대, 해안 국경 수비 군단 종대 등이 순서대로 광장에 들어서 열병행진을 진행했다.  

뒤를 이어 땅크(탱크)부대종대, 기계화보병사단종대, 산악보병종대, 정찰병종대가 행진하고 전자교란작전부대 종대를 비롯한 전문병 종대들과 사회안전무장기동부대 종대가 나아갔다.

하늘에서는 호위비행종대 등이 하늘에 당마크와 8차당대회를 기념하는 '8'자를 새기며 열병비행을 시작했다. 

장갑차 종대를 선두로 한 기계화 종대의 열병행진에는 최신형 전술로케트 종대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주력 탱크 종대와 최신형 자행포 종대가 뒤를 이었다.

통신은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기념 열병식은 세상에 유일무이한 혁명강군의 힘, 우리 당의 절대적인 힘이야말로 일심단결의 원천이며 이 불가항력이 있어 주체혁명위업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철리를 온 세상에 뚜렷이 과시하였으며 전당, 전민, 전군을 당대회결정 관철을 위한 혁명적 대진군에로 힘있게 고무추동하는 의의깊은 계기로 되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승현 기자 shlee@tongilnews.com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침신문 솎아보기] 朴판결에 한겨레 “사면 안돼” 동아 “결단해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1/15 08:56
  • 수정일
    2021/01/15 08: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근혜 판결 당사자 ‘이재용’ 이름 없는 조선 동아… 법원 ‘박원순 성추행’ 인정에 ‘부실수사’ 지적
 
 

 

15일 아침신문 최대 화두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확정 판결 소식이다. 사면 반대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한겨레는 국민 동의 없는 사면을 반대한 반면 동아일보는 “대통령 사면은 여론조사를 봐가면서 할 일이 아니다”라며 사면을 촉구했다. 이번 판결로 조만간 이뤄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판결이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는 ‘이재용’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의 1면 키워드 : 박근혜, 트럼프, 김학의

15일 아침신문 1면 공통 키워드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대법원 두 번째 판결에서 징역 20년을 확정 받았는데, 이날 주요 종합일간지 가운데 조선일보를 제외한 8개 신문 1면에서 관련 기사를 내고 ‘사면’ 여부에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소추안 하원 의결 소식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마찬가지로 조선일보를 제외한 8개 신문은 미국 소식을 사진 기사로 다뤘다. 미 국회의사당에서 폭력 사태를 대비해 출동한 주 방위군의 모습을 담거나 검정 원피스를 입고 탄핵 소추안을 가결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사진을 실었다.

▲ 1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1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판결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 소식도 1면에 담지 않은 조선일보가 주목한 이슈는 원전 에너지 정책 수립 당시 위법성 여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 김학의 사건 당시 법무부에 대한 수사 소식이다. 1면 톱 기사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가리켜 “집 지키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했다며 비판한 대목을 제목으로 뽑았다. 부제에는 “뭘 숨기려고... 문 정권 레임덕 가속화시킬 뿐”이라는 야당의 입장을 담았다.

조선일보의 1면 사진은 ‘단독 입수’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국 당시 인천공항 현장 사진이다. 긴급 출국금지 요청이 접수되기 전 출국 제지를 위해 법무부 직원들이 탑승구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상부 지시도 없이 법무부 직원끼리 그랬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법무부와 청와대 등 윗선 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국민 동의 없는 사면 안돼”
동아 “사면 여론조사 아닌 대통령이 결정”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14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최종 확정받았다. 앞서 박씨는 비선실세 최서원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정유라씨 승마지원비 등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로 확정된 징역 2년을 더하면 박씨가 받은 전체 형량은 22년이다.

이날 판결을 다룬 언론 보도는 사면에 대한 입장을 두고 차이가 두드러졌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징역 20년 확정... 사면 논란 재점화” 기사에서 건강 상태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부제를 통해 “박 건강상태 계속 나빠져 코로나로 면회도 자제 고립상태”라고 부각했고, 본문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어깨 통증이 목과 허리로까지 번진 상태라는 측근의 말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박 사면, 여론만 의식 말고 통합 포용 위해 결단하라” 사설을 내고 직접적으로 조속한 ‘사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와 한겨레 사설 제목.
▲ 동아일보와 한겨레 사설 제목.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번 판결의 ‘의의’를 부각했다. 한겨레의 경우 성한용 선임기자가 쓴 1면 기사 “박근혜 20년형 확정... 국정농단 심판 마침표”를 통해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강조했다. 성한용 선임기자는 ‘사면’여부 보다도 자본권력 통제,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가 가진 문제에 더 주목했다.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를 두고 한겨레와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상반된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한겨레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의견도 사면반대(54%)가 찬성(37%)을 크게 앞섰다”며 “국민적 동의가 없는 사면은 고려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조사에 따라 차이가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전직 대통령 사면은 여론조사를 봐가면서 할 일이 아니라 대통령이 통치권적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 15일 중앙일보 기사.
▲ 15일 중앙일보 기사.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재용’ 이름 없는 조선 동아

전직 대통령 박씨에 대한 재판이 끝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판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입장문을 내고 “뇌물공여자 파기환송심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와 법원조직법상 양형기준에 따라 합당한 판결이 선고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뇌물공여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뜻한다.

이날 한겨레,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이 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형량을 받을지 주목된다”(경향신문)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서울신문) 등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한겨레는 “(이번 판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건넨 86억원이 뇌물이라는 사실이 사법적 판단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15일 서울신문 기사.
▲ 15일 서울신문 기사.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 전 부회장의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다, 조만간 선고가 예정돼 있고, 특검이 이 전 부회장을 언급하는 입장을 냈는데도 이를 기사화하지 않은 것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전직 대통령 박씨의 공소 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언급했다.

법원 ‘박원순 성추행’ 인정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이 징역 3월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이기도 하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해 박 시장 사건에 대한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다른 가해자 성폭행 사건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공개하고 인정한 것이다. 15일 주요 일간지는 이번 재판에서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원 ‘박원순 성추행으로 피해자 정신적 고통’ 인정”(경향신문)
“법원 ‘피해자, 박원순 성추행으로 상당한 고통 받은 건 사실’”(국민일보)
“법원 ‘박원순 성추행으로 피해자 고통’”(동아일보) 
“법원 ‘박원순 음란 문자 확인’... 경찰 5개월 수사 ‘빈손’ 논란(서울신문)
“법 ’박원순 성추행 인정... 피해자 상당한 고통’”(세계일보)
“박원순 성추행 틀림없는 사실... 법원이 인정했다”(조선일보) 
“법원 ’박원순 성추행은 사실, 정신적 고통 입혔다’”(중앙일보) 
“법원 ‘박원순 성추행으로 피해자 정신적 고통은 사실’”(한겨레)
“법원 ‘박원순 성추행에 정신적 고통 사실’... 피해자측 ’언급해 다행’”(한국일보)

이번 판결로 지난달 경찰이 박 전 시장 성추행과 측근들이 성추행 방조 혐의를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데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신문은 “5개월간 수사했음에도 빈손에 그친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가해자는 없어지고 피해자만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15일 한겨레 기사.
▲ 15일 한겨레 기사.

“지상파 중간광고 철회해야” 기사 쏟아져 

한국신문협회가 14일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자 15일 다수 신문에서 이를 기사화했다. 15일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가운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국민일보가 이를 기사화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2면에 관련 기사를 다루는 등 비중 있게 실었다. ‘조중동’은 앞서 중간광고 도입 비판 기사를 내기도 했다. 광고 시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상파 중간광고를 도입하면 종편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 종편을 겸영하는 신문사들이 이 문제에 더욱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의 ‘상업적 이해관계’가 기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15일 조선일보 기사.
▲ 15일 조선일보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최재형 감사원장님, 감사원입니까 정치원입니까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고] 법원 판결 무시한 에너지전환 정책 감사, 즉각 중단해야

21.01.15 07:21l최종 업데이트 21.01.15 07:21l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노원병)이 감사원의 '에너지전환 정책 수립과정 감사'에 대한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감사원 감사원
▲  감사원.
ⓒ 감사원

관련사진보기

 
감사원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수립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2019년 청구한 공익 감사청구를 수용해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감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정책을 감사 대상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감사원이 수년 전부터 '감사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 따지고 넘어갈 시기가 된 것 같다.

감사원이 밝힌 감사 취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이 박근혜 정부 당시 발표된 원자력진흥종합계획과 다르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법정 하위계획인 전기본에 따라 에기본을 수립한 것 아니냐는 점이다. 다시 말해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수립된 에기본이 있는데 왜 2017년 계획이 이를 따르지 않았느냐는 질문이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이 이전 정부와 다르면 '위법'이라고?

정부의 정책은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7년 국무회의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의결했다. 이후 각종 에너지계획은 그 방향에 맞춰 수정됐다. 그러나 감사원이 거론한 2017년의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은 박근혜 정부 당시 수립된 것이다. 원전의 점진적 축소를 약속한 정부가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은 이전 정부의 계획에 맞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인식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런 논리라면 우리나라의 정책은 절대불변의 것이어야만 한다.
 

수상태양광 시설 둘러보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게다가 국가계획들은 각각의 법에서 규정한 수립 시기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전기본과 에기본은 그때가 법적 수립시한이었을 뿐이다. 반면 원자력진흥계획은 2017년 1월에 수립됐기 때문에 2022년에야 변경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전기본과 에기본을 원자력계획과 맞추지 않았냐고 주장하는 건 억지에 불과하다. 원자력계획 역시 2022년 초 변경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사법부 판결까지 무시하는 감사원의 안하무인 

2017년 발표된 전기본이 이전 정부에서 발표된 상위계획과 달라 위법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두 번째 감사 취지도 납득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것 역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전 정부 정책과 다르면 위법한 것으로 보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에 대해선 이미 대법원 판례까지 있다. 2015년 대법원은 수자원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반한 하위계획이 나오자 이를 철회해 달라는 청구에 대해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상위계획은 하위계획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계획이 서로 다르다고 해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이 판결을 모를 리 없다. 산업부 역시 이를 이미 감사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감사원이 법원 판결에 반하는 감사를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적법했다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감사를 강행한 바 있다. 감사원이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는 초유의 사태가 두 번이나 연속으로 벌어진 것이다. '감사원이냐 정치원이냐'는 조롱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 왜곡된 신념을 정치화하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최재형 감사원장. 사진은 지난 1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정치 감사를 주도하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최근 원자력은 "하나님의 확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잘못된 신념이 거짓보다 더 위험하다는 철학자 니체의 말이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자신에 대한 감사청구는 셀프 기각했다. 안전성 문제가 대두된 월성1호기에 대해 불법적으로 감사를 강행해 공익감사를 청구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기각한 것이다.

게다가 월성1호기 감사에서는 7년간 기준치 이상의 삼중수소가 배출됐다는 안정성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고 경제성만을 평가했다. 놀라운 일이다. 최재형 원장은 이제 솔직해져야 한다. 국민 안전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에너지전환정책에는 계획적으로 몽니를 부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버려라

우리가 잘 아는 그리스 신화 중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일화가 있다. 프로크루스테스가 지나가는 나그네를 잡아다가 자신의 침대에 눕힌 후 키가 크면 남는 다리는 잘라버리고, 키가 작으면 침대길이에 맞춰 몸을 늘려 살해했다는 무서운 이야기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에너지전환은 악(惡), 원자력은 선(善)이라는 신의 계시'라는 왜곡된 기준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에라도 늦지 않았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감사는 전면 중단하고, 월성1호기 삼중수소 누출 문제에 대한 감사를 시작해야 한다. 그게 국민이 원하는 감사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성환씨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산업재해 외면하는 ‘큰 손’ 국민연금, 올해는 달라질까?

지배구조 중심 중점관리사안, 사회 분야로 확대 추진…“산재 항목 추가해 책임투자 강화해야”

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 2021-01-14 17:53:38
수정 2021-01-14 18:15:57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태일3법 입법쟁취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2020.09.24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태일3법 입법쟁취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2020.09.24ⓒ김철수 기자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준에 산업재해가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산재 발생 시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4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이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일으켰을 때 회사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산재는 주주권 행사 대상에서 소외돼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등 일반적인 수단 외 추가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준에는 중점관리사안이 있다. 해당 사안이 발생하면 경영진에 사실관계와 조치 사항 등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 개선이 없을 경우 주주총회에서 이사 해임·선임 등 안건을 낼 수 있다.

현재 운영하는 중점관리사안으로는 투자 기업에서 산재가 발생해도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국민연금이 세계 3위, 국내 최대 규모 연기금으로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산재에 대해 책임 있는 주주권 활동을 펼 수 있도록 중점관리사안을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주식 규모는 약 132조원으로, 산재 우려가 큰 전자·자동차·건설 등 제조업 비중이 상당하다. 지난해 9월 기준 삼성전자 10.9%, 현대차 11.47%, 현대건설 10.32%, 포스코 11.43% 등 주요 대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산업안전은 중대한 사회 문제”라며 “국민연금 주주 권한을 폭넓게 해석해, 산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재해, 52개 항목 중 하나로 관리…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에 미치는 영향 미미

현행 5개의 중점관리사안에서 산재가 반영되는 사안은 ‘ESG 등급 하락’이다.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분야의 13개 이슈, 52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되는 등급이 2단계 이상 하락하면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한다.

산재 관련 항목은 사회 분야에 포함된다. 산업안전 이슈에 ‘산재다발사업장’ 항목이 있다.

산재 발생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산재가 여러 차례 발생해야 산재다발사업장으로 지정되고, 지정된다고 해도 수십개 평가 항목 가운데 하나로 반영될 뿐이다.

중점관리사안에서 ESG 평가 결과를 제외한 나머지 사안은 임원 보수와 배당 등으로, 산재와는 관련이 극히 적다.

산재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ESG 평가 지표에서 중점관리사안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수많은 평가 요소 중 하나인 산재 관련 항목을 독립적 중점관리사안으로 뽑아 지정하는 건 국민연금 책임투자를 강화하는 데 있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산재 발생은 해당 기업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연금 투자 건전성을 위협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58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고재해율(전체 노동자 중 재해 노동자 비중)이 1% 증가 시 1인당 영업이익은 318~343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평균 1인당 영업이익이 약 3,535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사고재해에 따른 실적 타격은 적지 않은 수준이다.

산재 발생 기업은 현행법상 각종 제재를 받아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사고 재발이 우려될 때 작업 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 작업 중지 해제는 기업의 해제신청서 제출과 지방노동청 심의위원회 논의 등 절차를 거친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1.01.08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1.01.08ⓒ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연금 산업안전 관리, 하청사 범위 확대해 법 사각지대 메워야

중점관리사안에서 ‘산업안전’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도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산재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법적 제재에 따른 투자 위험 등을 감안하면, 국민연금도 법이 규정한 중대재해를 중점관리사안에 반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산안법상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명 이상이 다치는 등 경우를 이른다.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법)에서도 중대재해를 산안법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청사에서 발생한 산재도 중점관리사안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청사 등 공급망에 대한 관리 강화는 원청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다.

특히 한국에서는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사 노동자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다. 중대재해법도 원청에 하청사 산재 책임을 묻고 있다. 하청사에 대한 산재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 경영진도 처벌 대상이 된다. 원청의 산재 관리 대상에 하청사를 추가하고 관리가 미흡할 경우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하청사에서 발생한 산재는 원청 대기업에도 재무적·비재무적 영향을 미친다. 가령 하청사 공장에서 산재가 발생해 생산이 중단되면 원청은 부품을 납품받지 못하게 된다. 기업 신뢰도가 낮아지고 생산이 지연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중점관리사안에 산재 항목을 넣는다고 해도, 지분을 가진 상장사로 괸리 대상이 국한되면 책임투자 강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부분의 산재가 원청 대기업 일감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규모 하청사에서 발생하는데, 비상장 중소기업은 국민연금 지분 투자 대상이 아니여서 산재가 발생해도 주주권 행사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19년 산재 사망자 총 2,020명 가운데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1,665명으로 82%를 차지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원청 대기업에 하청사 산재 발생 책임을 묻는 건 국제적 기준”이라며 “국민연금의 투자 기업에 대한 관리는 최소한 현행법 수준은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민연금이 중대재해법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중대재해법은 하청사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으로 한정했는데, 법 집행 과정에서 원하청 관계 입증이 어려워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나 사무국장은 “중대재해법은 구멍이 많은데,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에게 사각지대에 놓인 산업안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 중점관리사안은 원청 대기업의 산재 책임 의무를 보다 폭넓게 해석해 연기금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사회와 환경 분야 중점관리사안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관련 회의가 연기돼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기준 기업 규모별 재해자 및 사망자
2019년 기준 기업 규모별 재해자 및 사망자ⓒ고용노동부  

 

조한무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구OO 판사가 누구냐" 그게 궁금할 때가 아니다

[주장]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유죄 판결, 사법 개혁의 필요성 각인시키다

21.01.14 07:34l최종 업데이트 21.01.14 07:34l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 A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8일 오전, 난장판이 된 미국 의회 관련 뉴스가 단연 화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였다며 의사당을 불법 점거한 장면이 신문과 방송의 1면을 장식했다. 무력 충돌 과정에서 4명이나 목숨을 잃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민주주의의 종주국을 자처한 미국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됐느냐며 모두가 혀를 끌끌 찼다. 맹목적 트럼프 지지자가 20%를 넘는다는 건 미국의 민주주의가 파탄이 났음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나라의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 법이다. 그때 한 동료 교사가 말을 끊었다.

"트럼프 개인에게만 탓을 돌릴 순 없어요. 근본적인 원인은 SNS에 일상을 장악당한 미국 국민에게 있다고 봐요. 비단 미국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죠. 지난해 검찰 개혁 국면에서도, 어제 나온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의 판결에 대한 여론의 반응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해요."

미국만 둘로 쪼개진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 미국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 사회를 성찰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무력을 써서라도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려는 경향은 감염병처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SNS 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SNS의 폐해를 바로잡지 못하면 세상을 파국으로 몰아갈 거라고 예언했다. '사회적 그물망'이라는 의미의 SNS는, 언제부턴가 뜻 맞는 이들끼리 모여 울타리를 둘러치고 타인들의 접근을 막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판결 분석보다 판사 분석 

과연 그랬다. SNS에는 내 편과 네 편만 존재한다. 흑과 백, 피와 아, 좌와 우, 진보와 보수만 있을 뿐, 중도는 없다. 중도를 자처했다간 양쪽 모두에게 비판을 받는 회색분자로 낙인찍힐 따름이다. SNS는 양자택일만 가능할 뿐, 벤 다이어그램 상 교집합은 애초 존재할 수 없는 세계다. 자연스럽게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의 판결로 화제가 전환됐다.
 

 전교조가 세월호참사 1주기를 하루앞둔 15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교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전교조가 세월호참사 1주기를 하루앞둔 2015년 4월 15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교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구OO 판사라는 사람, 박근혜 지지자 아니야?"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는 소식에 황당해하며,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지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모든 사회적 갈등을 사법부의 판결로 해결하려는 분위기 속에 판사에 대한 '신상털이'는 필수 절차가 됐다. SNS는 뒷조사를 위한 가장 유용한 도구다.


일약 SNS의 스타가 된 그는 대전지방법원의 현직 부장판사로, 지난 7일 대전과 충남 지역 전교조 소속 교사 6명에게 벌금형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실 이번 판결이 판사의 이름과 행적을 콕 집어 조리돌릴 만큼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선례가 있어서다.

해당 교사들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진상 규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교육부가 2019년 뒤늦게 고발을 취하했지만, 재판은 이어졌고 지난 2020년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 이어진 개별 하급심의 판결이다. 무려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났고, 검찰이 기소한 지도 4년 넘게 흐른 뒤다.

말하자면, 그는 두 달 전 상고심에서 대법원의 기각 판결 취지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건, 그저 하급심 판사로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충직한 판사 중 한 사람일 뿐이다.

물론, 그의 '충직함'이 안타깝긴 하다. 판사는 각자 독립적으로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대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따른 점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일개 지방법원 판사인 그에게 대법관에 맞서는 '투사'가 되라고 요구할 순 없다.

'구 판사가 누구냐'는 반응이 두려웠던 건, 그가 누구 편이냐며 따져 묻는 것처럼 느껴져서다. 그의 고향과 출신 학교를 따지고, 지금껏 그가 내린 판결 내용을 뒤져 성향을 분석하려는 습성은 개인별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고약한 태도다.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의 판결을 두고 SNS에선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교실을 정치화하는 전교조에 일침을 가한 용기 있는 결정이라며 환호하는 이들과, 정의를 가르쳐야 할 교사에게 불의에 침묵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발끈하는 이들이 끝없이 충돌한다. 와중에 찬반의 입장만 남고 판결의 의미는 가뭇없이 사라져 버렸다.

구 판사는 진보적인 정부에 주눅이 들지 않은 '영웅'이면서, 동시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다를 바 없는 청산해야 할 '적폐'다. SNS가 규정한 그의 정체성이다. 이렇듯 여론이 극단적으로 쪼개진 상황에서는, 그도 그가 내린 판결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구OO 라는 이름에 주목할 게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법부의 퇴행적인 판결 내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윤석열이 공격당할수록 검찰이 혼연일체가 되듯, 구OO가 공격당할수록 사법부는 똘똘 뭉치게 된다.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조직이라면 개혁은 백년하청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그의 이름에 천착할수록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윤석열에게 매몰되어 검찰 개혁의 대의명분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던 경험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그에 대한 호불호에 부화뇌동하는 건 정작 달은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에 연연하는 꼴이다. SNS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사법개혁
  
드론으로 항공촬영한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드론으로 항공촬영한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드론으로 항공촬영한 사진입니다.
▲ 드론으로 항공촬영한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2019년 10월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연이은 유죄 판결은 정권 교체는 물론, 시대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법부의 '독립'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이 헌법적 권리라는 주장이 여전히 대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집단행동을 처벌하려면 특정 정치 세력과의 연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도 무용지물이 됐다.

그들은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에도 연연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교사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를 결성하거나 가입하지 못하도록 한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그 밖의 정치단체' 항목이 지나친 규제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럴진대, 그들 앞에서 국제적 기준 운운하는 건 쇠귀에 경 읽기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희망은 있다. 이번 유죄 판결로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고, 초록 동색인 사법부의 개혁이 절실함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고 있다. 법원이 검사동일체의 무소불위 검찰과 다를 게 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터다.

교사들 사이에선 판사의 개인적인 양심에 정치기본권을 의탁하는 게 과연 옳으냐는 질문도 잇따르고 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그들에게 '구걸'하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는 자괴감의 표현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보다 법률 해석의 독점권을 행사하는 그들이 '갑 중의 갑'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이번 판결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건, 결국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이다. SNS가 덧씌운 맹목적인 찬반의 굴레에서 벗어나,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에 담긴 국가주의와 기득권의 논리를 간파하고 공유해야 한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자주 토론해야 한다.

정치기본권은 모든 시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자 의무다. 교사도 시민이다.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을 들이대는 건, 국가의 정책을 무조건 따르고 기득권 세력에 맞서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일 뿐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파는 법, 시민으로서 교사의 노력과 연대가 우선되어야 한다.

기실 정치적 중립은 이현령비현령의 개념이다. 교사의 정치적 발언이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그들이 하품할 소리다. 정치적 논쟁을 장려하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며 아이들을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첩경이라는 건, 국내외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치적 중립은 교사에게 부과되는 의무라기보다, 정치 권력이 교육에 개입하지 말라는 선언에 가깝다. 관제 행사에 교사와 아이들을 동원하는 등 학교를 정치 권력의 선전장으로 활용해온 굴절된 현대사를 성찰해야 한다. 그런데도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판결이 계속된다면, 사법부가 인권의 보루는커녕 불의한 권력의 일원임을 고백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사족 하나. 한 지인은 구 판사의 처지가 이해된다며 너무 몰아세우지 말라고 했다. 그가 대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따른 건 '튀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평소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린다고 알려진 그가 대법원의 판단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는 거다.

그저 조직 내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단언했다. '보신'을 위한 그의 판결이 사법부 내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사법 개혁만큼은 외부적 강제가 아닌 내부적 성찰로 시작될 수 있을까. 다른 일선 판사들의 대응을 지켜볼 일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수능 플라스틱 칸막이 50만개는 다 어디로 갔을까

등록 :2021-01-14 04:59수정 :2021-01-14 10:10

 

재사용하려니 파손 위험, 재활용하려니 이물질 ‘덕지덕지’
수능 칸막이를 제거하다가 책상 상판이 뜯어졌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게시글. 트위터 갈무리
수능 칸막이를 제거하다가 책상 상판이 뜯어졌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게시글. 트위터 갈무리

2021학년도 수능 때 쓰인 플라스틱 칸막이 처리를 두고 재활용 업체와 학교 현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칸막이를 재사용 및 재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제거 과정에서 파손 위험이 큰 데다 이물질까지 붙어있어 처리 과정 곳곳이 난관이다.

앞서 지난해 11월15일 환경부와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시험에 쓰이는 칸막이 50만개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기 위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수능 직후 재사용 수요를 점검하고 시도교육청이 학원, 학교 등 재사용처에 공급하는 식이다. 남은 칸막이는 재활용 업체 등이 수거해 재활용한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에서 고사장으로 쓰인 학교 등을 대상으로 재사용 수요를 조사했고, 재활용 물량에 대해선 이르면 오는 15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수거 작업이 이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급적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칸막이를 공급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칸막이를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제거하다 파손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칸막이가 얇은 아크릴판 재질인 데다가, 책상에 양면테이프로 끈끈하게 부착되어 있어 떼어내는 과정에서 부서질 위험이 높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양면테이프를 (다리) 양쪽에 각각 붙였는데 시간이 지나서 떼려니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 교감은 “시범 삼아 칸막이 몇 개를 떼어내봤는데, 떼는 과정에서도 파손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잘 안 떨어지는 칸막이를 누군가가 떼려면 인력도 필요하고 시간도 투입해야 해서 그냥 두고 있다. 마침 코로나19 상황도 지속하고 있으니 그냥 붙어있는 상태로 재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재사용을 못 하는 물량은 별도 회수 후 재활용을 하는데 이곳에도 난관이 있다. 칸막이에 양면테이프와 종이 등이 붙어있는데, 재활용 과정에서 이런 이물질이 섞여 들어가면 재활용률이 크게 떨어진다. 노환 한국플라스틱단일재질협회 부회장은 “칸막이 본판에 유브이(UV) 코팅이 되어있고 다리에는 양면테이프와 종이상표까지 붙어있다. 코팅은 기계로 벗겨낼 수 있지만, 양면테이프와 종이상표는 손으로 일일이 제거해야 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이 많이 발생해 손해를 감수하고 재활용 처리를 할 계획이다. 앞으론 양면테이프를 쓰는 건 지양했으면 한다. 홈을 파서 조립식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재활용 수거 대상인 칸막이는 50만개 중 10만3000개가량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50만개의 책상 크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조립식으로 안전하고 견고하게 칸막이를 설치할 수 없다”며 “테이프로 붙은 칸막이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손되는 물량이 있지만, 교육청과 학교 현장에서 더 쉽게 칸막이를 제거하는 방식이 공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혹시 수능 방역용 칸막이를 다시 사용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제작 방식에 대해 교육부와 함께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민제 최우리 기자 summer@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78695.html?_fr=mt1#csidx38f0a9cb34224a491aaa116fadec236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침신문솎아보기] 정권 ‘때리는’ 조선일보를 ‘위선적’이라는 한겨레

[아침신문솎아보기] ‘양극화대책’ 사설에서 보수언론 비판한 한겨레…언론보도 징벌적 손배, 2월에 통과하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제안하자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이익공유제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니 더 강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기업을 압박하는 조치라는 반발까지 ‘양쪽’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14일 한겨레는 코로나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이익공유제를 비롯한 특별재난연대세, 사회연대기금 등 다양한 대책들을 정치권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수언론에서 이러한 양극화 완화 대책을 ‘반시장 정책’으로 규정해 비판했는데 이러한 보수언론 논조를 한겨레가 사설에서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동안 논란이 됐던 언론보도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등 관련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검찰개혁특별위원회에 이어 ‘가짜뉴스 특위’도 신설할 방침이다. 코로나 관련 허위정보가 유포되는 것을 이유로 언론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주장이다. 역시 언론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 1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 1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이낙연 제안 ‘이익공유제’, 비판 거세
 
민주당이 코로나 방역을 위한 집합금지 등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영업손실을 보상하겠다는 방안인데 큰 틀에서는 야당들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방식에는 이견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최근 거리두기 격상으로 자영업자들의 손해가 막중한 가운데 곳곳에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동아일보는 “與 ‘온라인몰 수익, 매장과 공유’ 검토…부유세-사회연대세 주장도”란 기사에서 이낙연 대표가 지난 1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플랫폼 시대에 적합한 상생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함께 이날 ‘당내 코로나 불평등 해소 TF’ 출범 소식을 전했다. 온라인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감소한 만큼 이 수익 일부를 나누자는 주장으로 이 대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추진되는 것을 원칙”이라고 했다. 

이 대표 제안에 비판이 적지 않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익공유제 제안을 ‘제2의 금모으기 운동’으로 규정하고 “내놓을 금목걸이도 없고, 있더라도 이제 내놓고 싶지 않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기존 예산안 중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을 줄이는 등 재편성 방안을 주장했다. 그는 “정부 지원 없이 그냥 둬도 알아서 잘하는 대기업 연구지원 예산, 대기업 제품 구입시 세금을 깎아주는 예산 등은 삭제하고 공무원 월급도 올해 인상분 삭감은 물론 그 이상으로 고통분담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말로는 국민통합을 외치며 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선의나 구걸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냐”며 “지금은 기업의 선의 뒤에 숨는 후원자를 자처할 때가 아니라 재난 시기 사회연대를 이끌어낼 책임있는 정치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2년간 한시적으로 ‘특별재난연대세’ 도입을 주장했다. 

▲ 14일 동아일보 5면
▲ 14일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여당 내부에서도 이익공유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익공유제 취지에는 공감하나 자발적 참여로 실효성 담보가 안 된다”며 “사회연대세라는 정공법으로 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다른 기사에서 ‘이익공유제’에 대한 재계 입장을 전했다. 이 신문은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 이익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신문에 “기업이 수익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 수혜 기업’이라고 특정 짓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고 했고, 한 정보기술기업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기에 얻은 이익을 무조건 코로나 때문으로 몰아갈 수 없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 일궈낸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도 이익공유제를 비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준조세나 다름없고 법에 없는 법인세를 기업에 물리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정부가 할 일을 민간 기업에 떠넘기려는 발상”이라며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갈라치기”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구의 한 독자기고를 통해 “단지 이익을 많이 냈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억지 논리”라며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은 ‘만물상’ 칼럼에서 코로나로 최대 이익을 본 정권부터 토해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의 이익공유제 추진 소식에 대해 SNS 댓글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가장 큰 혜택을 본 집단은 정권과 민주당이니 너희 월급부터 내놓아라”, “코로나 덕에 당선된 의원 월급 70%를 환수하자”, “정권이 본 이익은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다. 얼마 내놓을래?” 등을 인용했다. 

그는 “정권은 그동안 이익공유는 고사하고 철저하게 독식했다”며 “코로나로 이익을 가장 많이 본 정권과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독주·폭주했으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힘들게 실적을 낸 기업들을 향해 번 돈을 토해내라고 한다. 참으로 염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 14일 한겨레 사설
▲ 14일 한겨레 사설

 

사설에서 보수언론 비판한 한겨레 

한겨레는 사설에서 “‘코로나 양극화’는 우려가 아닌 현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득·자산 격차는 더 심해지고, 민생의 어려움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며 “이익공유제, 특별재난연대세, 사회연대기금 등 다양한 대책들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보수언론들은 양극화 완화를 위한 다양한 제안을 모두 ‘반시장·반헌법적 정책’으로 규정한다”며 “‘편가르기’ ‘기업 팔 비틀기’ ‘선거용’이라는 딱지를 갖다 붙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뒤 여야 의원들이 이익공유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다른 대안들을 내놓았는데 한겨레는 이에 대한 평가나 비판, 이견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이러한 양극화 완화 대안들의 논의 필요성과 그 취지를 더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코로나 때문에 돈 벌었으니 토해내라고 요구한다고 될 일인가”라고 했고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임박한 선거 일정을 고려한 정략”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해당 부분을 인용한 뒤 “야당인 국민의힘은 보수언론들의 이런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며 “‘코로나 승자’들한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에 반대한다면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지만 이들 언론은 정부가 빚을 더 내거나 증세를 해 재정지원을 늘리자는 데 대해서는 더 강하게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겉으로는 양극화 해소가 절실하다고 말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모두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위선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남의 몫을 빼앗아가느냐’는 식의 저급한 주장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1면 톱기사 “법으로 막는 영업 법으로 보상 추진”에서도 중소상공인 등 코로나로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재정지원에 대해 정치권이 대체로 공감하는 측면에 주목했다. 

보통 언론에서 정의당의 주장을 전하며 이 대표 이익공유제 제안을 비판한 것에 초점을 뒀지만 한겨레는 피해국민에 대한 재정지원 필요성을 공감한다는 면을 부각했다.

한겨레는 “정의당은 민주당 보다 적극적”이라며 “정의당은 이미 지난 12일 소상공인 영업손실 보상법을 2월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역시 재정지원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재정부담을 우려해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고 표현했다.

▲ 14일 세계일보 6면
▲ 14일 세계일보 6면

 

코로나 내세워 징벌적 손배 추진하나

세계일보는 여당이 언론보도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등 관련법을 추진하는 소식을 전했다. 

이낙연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며칠 전 미 국회의사당이 시위대에 점령되는 사태를 목격했다”며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믿고 휘둘리면 견고해 보이던 민주주의도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과 백신 관련 가짜뉴스는 물론 최근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약과 민간요법이 코로나 치료약으로 둔갑해 퍼지고 있다”며 “사회 신뢰와 연대, 민주주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 차원에서 더 단호하게 대처하고 필요하면 전담기구 설치도 검토했으면 한다”며 “관련 입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해야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 대표가 강조한 법안이 윤영찬·이원욱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민법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 법안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타인에게 피해를 줄 경우 피해액의 3배 이내로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내용이고 이 의원 법안이 명시한 손배액은 5배 이내로 더 무겁다. 또 민주당 의원들이 언론 관련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8건이 있다. 

세계일보는 “민주당 행보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라는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며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검찰개혁에 이은 언론개혁을 내세워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한 노동당 8차 대회 분석...평화프로세스 골든타임 시작

[현안진단] 북한 제8차 당 대회와 '조건부 관계개선론'

2020년 1월 5일 개막된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는 7일까지 이어진 김정은 위원장의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 이어 9일 당규약 개정, 10일 당중앙지도기관 선거 진행, 11일 부문별 협의회에 들어갔다. 총화보고와 노동당 8기 중앙위원회의 새로운 구성,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당 총비서 추대결정으로 대회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2016년 5월 치러진 제7차 당 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명실상부한 자신의 시대를 개막했다. 제7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핵무력병진노선을 항구적 노선으로 천명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공표했다. 반면 이번 제8차 대회는 대북제재, 코로나 19사태, 그리고 수해 등 복합적인 위기상황에서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995년 1월 1일 김정일 위원장에 이어 26년 만인 올해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 역시 인민들에게 친필 연하장을 보냈다. 김정일, 김정은 위원장의 친필 연하장의 공통점은 모두 위기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친필 연하장을 보낸 시점은 북한 정권 스스로 최대의 위기라고 인정한 고난의 행군기였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도 당 대회를 앞두고 중복성을 고려하여 신년사를 대신한 탓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여하튼 3중고로 고난의 행군기에 버금가는 위기를 겪고 있는 시점이다.


 

2020년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전성기의 1/4 수준에 그쳤으며, 경제분야 활동 역시 최저 수준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0년 11월 북한의 실질 대중 수출액은 2382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북한 경제의 절박한 현실을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일 뿐이다.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도 당 대회 개회사에서 '일찌기 있어본 적 없는 최악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이 커다란 장애를 몰아왔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지적하였다.


 

▲ 9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5~7일 8차 당 대회 기간 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고한 사업 총화 내용을 보도했다. ⓒ로동신문

제8차 당 대회로 본 북한의 전략


 

제8차 당 대회 개최의 의미를 두고 김 위원장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며 "다시는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당 대회가 당 강화발전과 사회주의 위업 수행에서, 국력 강화와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획기적인 도약을 일으키는 디딤점이 되고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개막 당일인 1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이어진 김 위원장의 총화보고는 "1.총결기간 이룩된 성과, 2.사회주의 건설의 획기적 전진을 위하여, 3.조국의 자주적 통일과 대외관계 발전을 위하여, 4.당사업의 강화발전을 위하여" 등 4개 분야로 구성되었다. 제7차 당 대회는 대남, 대외가 별도의 분야로 다루어진데 비해 이번의 경우 1개 분야로 통합되었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처한 문제의 원인을 대북제재를 초래한 핵·경제병진노선의 정책적 한계라는 객관적 요인이 아닌 북한 내부에서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노선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적 현상을 쓸어버리고 온 나라에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철저히 확립"하겠다며 변화보다는 기존 사회주의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였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방향의 경우 기존의 자력갱생형 정면돌파전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국가경제는 자립경제이고 계획경제이며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경제"라며 "경제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실현하기 위한 기강을 바로세우고 국가적인 일원화 통계체계를 강화할 것"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의 진전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분야의 성과가 미진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은 국방분야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대체로 이미 공개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다탄두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인공위성 등을 언급했지만 단기간에 실현이 어려운 계획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새로운 핵잠수함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언급한 것은 무기 개발의 초기 단계인 개념 연구를 의미하며, 북한이 소수의 핵선진국들만 보유한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또한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언급에 비추어 그 동안 북한이 공개한 다탄두형 탄도미사일은 실전배치용이 아닌 목업(mockup)이라는 점도 간접적으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렇게 다양한 종류와 수준의 무기들을 나열하고 핵무기 증강계획을 언급한 것은 우리의 군사력 강화와 한미 연합훈련을 견제하고 향후 북미 협상을 핵군축 프레임으로 가져가려는 정지작업으로 보인다.

 

상대측에 공을 넘긴 대미·대남정책


 

남북관계와 대외관계 분야의 경우 기존의 교착 국면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측의 움직임에 따라 협력의 소지를 남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 교착의 원인을 남측으로 돌리며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파국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며, "북남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리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념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측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겠지만 계기가 만들어질 경우 근시일내에 남북관계가 복원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보기 힘들며 오히려 협상의 소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제7차 당 대회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언급과 공격적 언사가 축소되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는 2020년 7월 10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미 담화에서 이미 천명된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 조직 개편의 내용과 특징


 

이번 당 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을 통해 노동당 정무국이 비서국으로 환원되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총비서로 추대되었다. 그림자 실세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정치국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상무위원에 진입했으며, 당비서, 그리고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까지 겸직하게 되었다. 경제사령탑인 박봉주의 경우 당부위원장과 상무위원직을 모두 상실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당중앙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되었는데,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의 책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위상 강화가 예측되었던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했다. 그 동안 김 제1부부장이 주도했던 대남, 대미 관계에서의 성과부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의 실질적 위상이 약화된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 당 대회에서 처음으로 39인 집행부에 20번째로 이름을 올렸으며, 대회기간 내내 주석단 김정은 위원장 뒷줄에 조용원과 함께 앉아 있었다. 향후에도 김여정이 대남, 대미 관계 전반을 관장할 가능성이 있다.

 

김영철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비서직에서는 제외되었다. 김영철은 원래 남북관계에 특화된 인물로 오히려 통일전선부의 위상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향후 대남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리선권 외무상은 자리를 지켰지만 정치국 후보위원 중 맨 마지막에 호명되었다. 김영철과 리선권은 김여정의 지휘 하에 대남 대미관계를 전담하게 될 개연성이 있다.


 

▲ 11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로동당(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

다시 보는 김정일 레거시(legacy)


 

수십만 명 이상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기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선택한 돌파구는 남북관계였다. 고난의 행군기 마지막 해인 1998년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소떼를 몰고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금강산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를 체결했다. 정주영 회장의 방북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비롯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상징적 계기였다. 이어진 2000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개선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으며, 이는 2007년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북한 군부의 반대를 물리치고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개성공단사업을 결정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금강산관광사업 10여 년간 193만여 명이 해로와 육로를 통해 금강산을 관광했으며, 이로 인한 수익은 북한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


 

북한의 김덕훈 총리는 지난해 12월 금강산을 방문해 개발계획을 재차 확인했으며, 8차 당 대회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금강산지구를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며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00%가 남측이며, 금강산 관광객 역시 대부분 남측이다. 남북 협력 없이 북한 경제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많은 탈북민들이 남북관계의 전성기였던 2000년 이후 10여 년간을 북한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시기로 회상하고 있다. 제7차 당 대회 당시 4.25 문화회관 대회장 벽에 걸려있던 '백전백승' 구호는 이번 제8차 당 대회에서 인민을 강조하는 '이민위천(以民爲天)'으로 바뀌었다. 선대인 김정일 위원장은 진정한 이민위천의 길은 남북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실천에 옮기는 유산을 남겼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골든타임


 

퇴임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남긴 성과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비핵화 협상은 화려한 탑다운(top-down) 방식이었지만 실질적인 성과도출에는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정상간 채널이 확보되었으며, 2017년 전쟁위기에 직면했던 한반도 상황도 안정적으로 관리되었다.

 

 

이미 트럼프 레거시가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역설적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핵이 없는 한반도를 위하여 그(김정은)가 핵능력을 축소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빅딜을 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스몰딜의 수준에서도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바이든 당선인과 주변 참모들의 언급을 종합해 볼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을 경우 스몰딜의 합의가 가능하며, 각 단계별 스몰딜을 통해 최종적인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바이든 당선자와 주요 외교안보라인이 이란 핵합의를 도출한 인물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의 스몰딜을 북한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내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일본의 스가 총리는 금년 도쿄 하계올림픽의 성사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이 경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남북‧중‧일이 협력구도를 형성할 경우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개최 구상도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동아시아 평화 릴레이 올림픽 전략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금년 상반기가 골든타임이다. 북·미 비핵화협상을 견인하고 동아시아 평화 릴레이 올림픽 전략의 구체화를 위한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가 필요하다. 출발점은 남북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남북관계 타개에 손을 내민 만큼 대북 특사는 물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금년 상반기 내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봄날'로 되돌아 가야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합동군사연습과 남북관계를 조율하는 일이 시급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확립을 기다릴 일이 아니라 북한의 협력의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창의적 발상이 중요하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1131147054001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논란, 한수원 반박에도 해명되지 않는 여러 지점들

터빈건물서 발견된 고농도 우물 조치 뒤에도 6만 베크렐 검출, 수차례 보수한 감마핵종 발견 수조 등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1-01-13 16:29:19
수정 2021-01-13 16:40:1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역대 최대 규모(5.8)의 지진이 발생으로 경주 월성 원전 1~4호기가 안전점검을 위해 일시 중단됐다.
지난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역대 최대 규모(5.8)의 지진이 발생으로 경주 월성 원전 1~4호기가 안전점검을 위해 일시 중단됐다.ⓒ김철수 기자  
 
최근 경주 월성원전 3호기 터빈건물 하부 배수관로에서 고농도의 삼중수소 우물이 발견되고 주변 보초·감시 우물에서도 상당량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되면서, 방사성물질 누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논란은 최근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 및 환경단체에 한수원 문건이 내부고발 형태로 투서되면서 시작됐다.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지난해 6월 23일 작성된 것으로, 월성원전 1·2·3·4호기 주변 보초·감시·부지경계 우물(총 27곳) 그리고 뜻밖의 우물(월성 3호기 터빈건물 내부에서 발견)에서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등이 적혔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배출관리기준을 초과하여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이 배출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 등 일부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반박에 기대 방사성물질 누출 의혹을 ‘괴담’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에, 정말 문제가 없는지 논란의 시작이 된 한수원 자료에서 확인되는 문제점을 한수원의 해명자료와 환경단체·더불어민주당 특별위원회 검토 자료 등을 토대로 정리해 봤다.

한수원이 2020년 6월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는 이 같은 현황이 적혀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터빈건물 맨홀에서 문제의 고인물이 최초로 발견됐다. 이 고인물은 액체폐기물 계통으로 처리됐으나, 여전히 해당 부근에서 리터당 6만 베크렐 수준의 고농도 고인물이 형성되고 있다.
한수원이 2020년 6월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는 이 같은 현황이 적혀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터빈건물 맨홀에서 문제의 고인물이 최초로 발견됐다. 이 고인물은 액체폐기물 계통으로 처리됐으나, 여전히 해당 부근에서 리터당 6만 베크렐 수준의 고농도 고인물이 형성되고 있다.ⓒ한수원 내부 보고서

① 월성 3호기 터빈건물서 발견된 우물 논란
제거 뒤로도 6만 베크렐 상당 고농도 우물 형성
3호기 주변 우물서도 비교적 높은 농도 관측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월성 3호기 터빈건물 하부 지하 배수관로에서 발견된 우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4월에 이 우물이 최초 발견됐으며 해당 우물에서 리터(L)당 71만3000 베크렐(Bq)의 삼중수소가 측정됐다. 이는 원전 주변에 방사성물질이 새고 있는지 관측하기 위해 설치된 보초·감시 우물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삼중수소 농도(리터당 4만 베크렐)보다 약 18배 높은 고농도이며, 예기치 않은 발견이어서 주민 및 환경단체가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전 주변 지역이 아닌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이라며, 발견 즉시 액체폐기물계통으로 회수하여 절차에 따라 처리했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언론에 보낸 설명자료에서는 “공기 중에 있는 미량의 삼중수소가 장기간에 걸쳐 고인 물에 전이된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왜 고농도 우물을 제거한 뒤로도 문제의 장소에서 리터당 6만 베크렐 수준의 삼중수소가 검출되는지’, ‘원전 운영 30년 동안 왜 이제야 문제가 발견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또 한수원은 문제의 월성 3호기 주변에서 관측된 보초·감시 우물의 삼중수소 농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월성 3호기 주변에는 WS-3, WS-6, WS-4, SP-5 등의 보초·감시 우물이 있는데 이곳에서 최대 리터당 각 3800 베크렐, 1950 베크렐, 1140 베크렐, 3770 베크렐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됐다. 이는 통제가 안 되는 상황으로 삼는 배출관리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리터당 336 베크렐에서 짙어봐야 1000 베크렐을 조금 넘는 다른 20여 곳의 보초·감시·부지경계 우물’에 비해 꽤 높은 농도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도 이 관측 내용을 짚으며 “3호기의 어느 지점에서 삼중수소가 지속해서 새어 나와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월성 4호기에서 7회에 걸쳐 감마핵종이 미량검출됐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월성 4호기에서 7회에 걸쳐 감마핵종이 미량검출됐다.ⓒ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제공

② 4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 수조에서 ‘감마핵종’
2010년부터 보수작업...10년 가까이 누설됐나?
에폭시라이너 외 콘크리트 구조물 균열 우려

충격적인 지점은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월성 4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SFB) 집수정에서 7회에 걸쳐 방사성물질인 ‘감마핵종’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감마핵종은 삼중수소와 달리 콘크리트를 통과할 수 없다. 그런데도 감마핵종이 발견됐다는 것은 사용후연료저장조에 균열 등이 있을 수 있다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월성원전 4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는 타 원전과 달리 2010년·2014년·2018년·2019년 여러 차례 보수작업의 대상이 됐다. 이같이 반복해서 보수작업이 이루어졌어야 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다른 원전과 달리 월성원전 사용후연료저장조 내부가 근본적으로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월성원전을 제외한 다른 원전의 사용후연료저장조는 6mm 두께의 스테인리스 철판을 이용해 방수공사를 한 반면, 월성원전(1~4호기) 사용연료저장조의 방수는 고작 1mm 두께의 에폭시라이너를 칠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성 1호기 에폭시라이너와 관련해서는 최근 3년간 균열, 부품 등 525곳의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수원은 “감마핵종 미량검출 원인은 2019년 5월~6월에 있었던 사용후연료저장조 보수 공사 이전의 잔량으로 추정되고, 보수 후에는 감마핵종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했음에도 감마핵종이 발견된 것이어서, ‘그동안 감마핵종이 얼마나 누출됐었는지’ 그리고 ‘다시 검출되는 일은 없을지’ 등과 관련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노란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보초우물에서는 최대 리터당 2만8200 베크럴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는 다른 우물보다 10배에서 100배 높은 수준이다.
노란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보초우물에서는 최대 리터당 2만8200 베크럴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는 다른 우물보다 10배에서 100배 높은 수준이다.ⓒ한수원 내부 보고서
다른 곳보다 10~100배 높은 농도 삼중수소 검출
다른 곳보다 10~100배 높은 농도 삼중수소 검출ⓒ한수원 내부 보고서

③ 다른 곳보다 농도 100배 높은 보초우물
배관 교체했으나, 여전히 높은 농도 관측
“한수원,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나”

월성 2호기 후면에 설치된 WS-2 보초우물 삼중수소 농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곳에서는 최대 리터당 2만8200 베크렐 상당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됐다. 기준치를 넘는 농도는 아니지만 다른 관측 우물에 비해 10~100배 높은 수준이다.

한수원은 2차 계통수 누설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지난해 4~6월경 매설 배관을 교체했으나, 최근까지도 WS-2 보초우물에서 다른 우물에 비해 10배 이상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수원도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용후연료저장조 및 주변 구조물 측면도
사용후연료저장조 및 주변 구조물 측면도ⓒ더불어민주당 제공

④ 처음이 아니다...최후의 방벽 손상 사건
2012년경 발생했지만, 여전히 보수 못 해

월성원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수원은 2012년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오염수 외부확산을 막는 최후의 방벽인 차수막’(월성 1호기)이 손상됐음에도, 이를 모르고 있다가 6년이 지난 2018년 8월에서야 인지하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9년 5월에서야 인근 주민들에게 알린 바 있다.

이후 한수원은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를 철거하고 손상된 차수막을 2020년 1월까지 보수하겠다고 했으나, 계획이 두 차례 미루어지면서 오는 2021년 6월까지 보수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또 이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월성 1호기의 차수막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시공된 월성 2·3·4호기와 다르게 점토(흙)로 시공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한수원이 6년 뒤에서나마 문제점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월성 2·3·4호기 설치 인허가 과정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KINS의 지적이 없었더라면 2·3·4호기도 동일한 차수막 손상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비계획적 방사성물질 누출 사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1.13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비계획적 방사성물질 누출 사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1.1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기준치 이하라 아무런 문제 없다?
“어디서·얼마나·어디로 샜는지 아무도 몰라”
“투명한 공개, 시민 참여 조사위 구성” 촉구

한수원은 기준치를 넘어선 바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입장은 다르다. 기준치를 넘진 않았어도 월성원전 주변 27개 모든 우물에서 삼중수소가 관측되고 있고,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부지에 위치한 부지경계우물(SP-1)에서도 꽤 높은 농도(리터당 1320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관측됐기 때문이다.

주민·환경단체 입장에서는 방사성 물질 외부 누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이 지난 12일 경주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연간 5475억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수원에 지하수 흐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이유다.

한편,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탄소중립특별위원회·과학기술정방송통신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양이원영 환경특위원장은 “현재 확인된 것만으로도 월성원전 부지 전체가 굉장히 광범위하게 오염돼 있단 걸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게 월성원전 부지 바깥으로 나갔는지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 참여한 양이원영 등 34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18일 오전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주민 참여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등 주민들이 요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승훈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총리님, K방역은 매일 무너지고 있습니다” 어느 간호사가 보내온 편지

조형국·이창준·이혜인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입력 : 2021.01.13 06:00 수정 : 2021.01.13 06:03

 

“총리님, K방역은 매일 무너지고 있습니다” 어느 간호사가 보내온 편지
 

정 총리 새해 감사편지에 답신
“감사하다”지만, 현실은 증원 0명
“매번 요청 거부에 희망도 사라져
정부는 성공…우리는 매일 실패”
 

“저희는 매일 실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5월 서울시보라매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다 다른 병동으로 옮긴 안세영 간호사가 12일 경향신문을 통해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정 총리가 이달 초 일선 병원과 의료현장에 보낸 새해 감사편지에 답신을 띄운 것이다. 안 간호사는 가중되는 업무량과 인력 부족으로 임계치에 이른 코로나19 병동 상황과 간호인력을 확충해 달라는 호소를 편지에 담았다. 의료진의 희생으로 버티고 있는 K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안 간호사는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초긴장, 비상상황을 겪으면서 끊어지려는 끈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다”며 “(정 총리가) 편지에서 말씀하신 ‘K방역의 성공신화’는 매일매일 간호현장에서 무너진다. 저희는 매일 실패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저희의 수고가 더 이상 계속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도 했다.

안 간호사는 “동료들은 방호복을 입고 9명의 중증환자를 보조 인력 없이 혼자 돌보면서 ‘더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만 할 뿐, 하지 못한 간호가 좌절과 죄책감이 되어 온몸의 땀과 함께 뚝뚝 떨어진다”고 했다.

안 간호사는 이어 “코로나19 환자들이 겪은 의료공백과 간호사들의 소진 그리고 인력 부족으로 중환자실과 병동을 축소하면서 병원에 오지 못한 일반 환자들은 누구의 책임이고, 누구의 실패입니까”라고 물었다.

안 간호사는 “ ‘마지막 승부처라는 각오로 확산세 반전을 위해 총력’을 다하시면서 왜 서울시보라매병원의 간호사 증원 요구는 모른 척하십니까”라며 “저희가 사력을 다하는 것처럼 제발 총리님도 할 수 있는 모든 것, 배정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을 배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병원 측은 코로나19 대응 인력으로 겨우 6명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단 1명도 증원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 간호사는 “인력 요청과 SOS가 번번이 거부당하면서 희망도 기대도 사라지고 있다”며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놓으면 안 되는 것이기에 전달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편지를 용기 내어 적어본다”면서 글을 맺었다.

현재 보라매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는 A간호사도 경험담을 적어 보내왔다. 그는 “병원 측에서는 격리병동을 운영하기 위해 간호사 인력을 최대한 빼줬으나 서울시에서 요구한 병상을 감당하려면 간호사 수가 부족하다”며 “그렇다고 간호사 수 보충을 위해 일반병동의 중증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내보내면 그것이야말로 의료체계 붕괴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 ‘답은 간호사의 희생밖에 없는 건가’ 하며 오늘도 허리에 파스를 붙이며 내년엔 사정이 나을 거라고 사직을 운운하는 후배 간호사를 다독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정 총리는 이달 초 일선 병원과 의료현장에 보낸 새해 감사편지에 “조금만 더 힘을 모아 달라. 대한민국 역사는 여러분의 헌신, 눈물과 땀을 명예로운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적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1130600005&code=940601#csidxc381f81cf71ee6bbb73bfb7c70d8ea7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더 길고 길게... 긴 다리를 위한 끝없는 욕망

[세상을 잇는 다리] 다리의 장삼이사 형교(桁橋, r橋)의 탄생 ②

21.01.13 08:52l최종 업데이트 21.01.13 08:52l


잇댄 단순보로는 넓은 강이나 계곡을 건너는데 명확한 한계를 보인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좀 더 긴 경간을 확보하면서, 주행성과 미관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가 잇닫는다.
그런 노력으로 '연속보(continuous beam. 3개 이상의 지점(支點, 구조물을 떠받치는 받침대를 괸 점)으로 지지된 일체형 보)'가 탄생한다. 연속보로 만든 거더교는, 경간이 수십에서 200여 미터에 이른다. 단순보를 계속 잇대어 거치하던 방식을 벗어나, 연속하여 이어진 거더를 만들어 거치하는 방식이다.

합성보를 활용한 이점이 최대로 발휘되기 시작한다. 연속보는 보에 발생하는 휨 모멘트를 곳곳으로 분산시킴으로, 모멘트 값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연속보 받침대도 고정형과 가동형을 번갈아 놓는다.
  

인천대교 연속보 사장교와 형교 복합교량인 인천대교의 형교부분 연속보 모습이다. 두 갈래로 나뉜 상자형 연속보의 유려함이 돋보인다.
▲ 인천대교 연속보 사장교와 형교 복합교량인 인천대교의 형교부분 연속보 모습이다. 두 갈래로 나뉜 상자형 연속보의 유려함이 돋보인다.
ⓒ 인천대교(주)

관련사진보기

 
상자형 연속보는 보의 이음이 없어 매끄럽고 유려하다. 이로 인해 미관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의 다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사장교나 현수교와 연결하여 해상에 만든 상자형 연속보는, 매끈하게 이어지는 유려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일례로 인천대교 해상부분 18.35km 중 사장교 800m 부분을 제외한 17.55km가 형교로서 매끈한 상자형 연속보의 조합이다. 연속보보다 일부 구간에 한정된 더 긴 경간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게르버교'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 다리는 독일인 게르버가, 1867년 거더교 중간 지점에 현수(懸垂)보를 거치하는 형식으로 고안해낸 다리다. 양측에 단단하고 튼튼한 돌출보(외팔보)를 놓아 중간에 가볍고 날렵한 현수보를 거치하는 방식이다.


마치 팽팽한 동아줄 양쪽에 덩치 큰 어른이 앉으면, 중간에 작고 가벼운 아이가 쉽게 걸터앉을 수 있는 원리와 같다. 가운데 현수보를 최대한 길고 가볍게 하여 경간을 더 길게 늘이는 방식이다. 이는 주요 항로나 군사적으로 필요한 지점, 시설물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곳에 주로 설치한다.

형교 만드는 과정
 
천호대교 기초작업 모습(1975년 1월) 우물통으로 기초작업을 하고 있는 천호대교 1975년 공사 모습이다. 한강 한가운데 교각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기초작업이 완료된 우물통의 모습이 같이 보인다.
▲ 천호대교 기초작업 모습(1975년 1월) 우물통으로 기초작업을 하고 있는 천호대교 1975년 공사 모습이다. 한강 한가운데 교각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기초작업이 완료된 우물통의 모습이 같이 보인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형교는 어떤 순서로 만들어질까? 가장 먼저 기초 작업을 한다. 지반이 바위거나 단단한 지층에선 '직접기초' 작업을 한다. 또는 땅을 파서 암반층이 노출되도록 하여, 암반층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직접 타설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지반이 무른 경우에는 '말뚝기초(말뚝이 암반층에 닿을 때 까지 박아 인공지반을 만드는 방법)'를 사용한다. 하천이나 바다에 교각을 놓을 때는 '우물통(Open caisson)기초'를 주로 사용한다.

우물통은 높은 강성의 강재나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만든다. 위아래가 모두 트여 있다. 만들어진 우물통을 물밑 지반까지 가라앉힌다. 평형을 잡아 통 안 물을 빼내고, 우물통을 땅속으로 깊이 박는다. 계속 박아 가면서, 차례로 암반이 나올 때까지 바닥 흙을 파낸다. 암반이 너무 깊을 경우, 말뚝기초와 혼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암반이 나오면 콘크리트를 타설하여 우물통과 암반이 일체화 되도록 고정시킨다. 그 위에 모래와 자갈, 콘크리트 등으로 뒤채움 하여 구조물을 안정화 시킨다.
 
천호대교 교각 공사 모습(1975년 7월) 각 교각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이다. 둥근 철근콘크리트 기둥이 올라간 모습과, 교각 머리 부분에 거푸집을 잇대어 마름모꼴 교각을 설치하는 광경이 같이 보인다. 광장동 쪽 아차산 자락을 절개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 천호대교 교각 공사 모습(1975년 7월) 각 교각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이다. 둥근 철근콘크리트 기둥이 올라간 모습과, 교각 머리 부분에 거푸집을 잇대어 마름모꼴 교각을 설치하는 광경이 같이 보인다. 광장동 쪽 아차산 자락을 절개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관련사진보기

   
기초 작업이 끝나면 그 위에 교각, 주탑 등을 거치한다. 여러 공법을 혼용하기도 한다. 사장교나 현수교 등 초장대 교량에는 우물통보다 '뉴메틱 케이슨(Pneumatic caisson)' 공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 공법은 뒤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기초 작업은 지반 상태와 작업 여건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경제성을 따져 현장 여건에 부합하는 공법을 선정하면 된다. 기초 작업 할 곳은 단층이나 절리구간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기초에 가해지는 활하중(活荷重, 다리 위를 차량 등이 움직일 때 생기는 하중)과 사하중(死荷重, 다리를 구성하는 부재 등에 의해 지반으로 늘 작용하는 영구하중)을 이들 구간은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세한 지진에도 매우 취약하다.

기초가 만들어지면, 그 위에 교각을 세운다. 교각도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상판 등 상부 부재와 조화를 고려하여 모양과 형식을 선정한다. 또한 다리 전체 미관을 고려하여 선정하기도 한다. 교각의 재료는 철근콘크리트가 대부분이나 복잡구조인 경우 가끔 강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동호대교 공사 모습(1983년 8월) 완성된 교각 위에 상자(box)형 거더가 거치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크레인을 사용하여 거치하는 일괄가설공법을 적용하였다. 옥수동 방향으로 바라본 광경으로,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인다.
▲ 동호대교 공사 모습(1983년 8월) 완성된 교각 위에 상자(box)형 거더가 거치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크레인을 사용하여 거치하는 일괄가설공법을 적용하였다. 옥수동 방향으로 바라본 광경으로,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인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관련사진보기

   
교각과 함께 교대를 만든다. 교대는 다리 양쪽 끝 육지부에서, 상부 부재에 가해지는 하중이나 뒷면 흙의 압력(土壓)을 지탱하는 구조물이다. 대부분 철근콘크리트로 만든다. 콘크리트로만 만들어 오로지 자체무게로 하중과 토압을 지탱하는 '중력식', 중력식 뒷부분에만 철근을 배근(配筋)하는 '반중력식', 철근콘크리트의 굽힘 저항으로 토압을 지탱하는 '역T형 및 L형', 뒤 흙이 있는 곳에 지지 벽을 배치해 굽힘 저항을 보강하는 '부벽식(扶壁式)' 등이 일반적이다.

형교 만드는 각 공법
 
올림픽대교 주탑 상량(1988년 6월) 사장교와 형교의 복합교인 올림픽대교 공사 모습이다. 사진 좌측 형교 부분에 벤트를 설치하여 거더를 가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올림픽대교 주탑 상량(1988년 6월) 사장교와 형교의 복합교인 올림픽대교 공사 모습이다. 사진 좌측 형교 부분에 벤트를 설치하여 거더를 가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관련사진보기

   
교대와 교각이 완성되면, 그 사이에 거더를 거치한다. 무거운 거더를 거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교각 사이에 사각형이나 삼각형으로 짠 강철재 버팀대(벤트, 지주)를 세우고 그 위에 분할된 거더를 끌어올려 조립하는 '벤트공법'이 있다. '일괄가설공법'은 지상에서 미리 거더를 만들어 큰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가설하는 방법이다.

'케이블가설공법'은 골이 깊은 계곡이나 하천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임시 주탑과 스테이 와이어(bracing wire, 주탑지지용 당김줄)를 설치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 양 끝에 임시 주탑을 세우고 주탑 사이를 가로질러 트럭 케이블을 길게 걸어, 트럭 케이블에 설치된 캐리어로 분할된 거더를 들어 올려 공중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수연식 송출공법'은 벤트와 중량대차(운반수레)를 만들어 그 위에 레일을 놓고, 만들어진 거더 끝에 수연기(거치 할 거더 끝에 매단, 그 거더 길이의 60%에 해당하는 가늘고 긴 트러스로 짠 임시 구조물)를 매단다. 거더를 레일과 그 끝에 연결된 송출장치(또는 롤러)로 밀어내어 수연기가 다음 교각에 닿을 때까지 이동시켜 거치하는 방식이다. 차량통행이 빈번한 고속도로 등에서 자주 사용한다.

'이동식 지보공 가설공법'은 교각 사이 공중에 지보공을 매달아 작업하며, 1경간씩 지보공(支保工, 굴을 파거나 다리를 놀 때, 그 목적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임시로 설치하는 가설 구조물)을 옮겨가며 형틀 안에서 직접 거더를 만들어 가설하는 공법이다. 별도 공사용 도로 등이 불필요하고 단순반복 작업으로 시공속도가 빠르다. 지보공을 이동시키는 여러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칠산대교(2017년 4월) 영광군과 무안 해제반도를 연결하는 칠산대교(사장교) 중 형교 부분 공사 모습이다. 바다 위에 우물통으로 기초작업을 완료하고 교각을 세워, 그 꼭대기에서 '디비닥 공법'으로 양쪽으로 순차적으로 거더를 이어 붙여 나가는 모습이다.
▲ 칠산대교(2017년 4월) 영광군과 무안 해제반도를 연결하는 칠산대교(사장교) 중 형교 부분 공사 모습이다. 바다 위에 우물통으로 기초작업을 완료하고 교각을 세워, 그 꼭대기에서 "디비닥 공법"으로 양쪽으로 순차적으로 거더를 이어 붙여 나가는 모습이다.
ⓒ 이영천

관련사진보기

   
'외팔보 공법'은 이미 뻗어 나온 보 위에 설치된 가설대차(이동식 비계)로 달아 맬 다음 보를 들어 올린 다음, 뻗어 나온 보에 조립·결합해 외팔보를 전진시켜가며 가설하는 방식이다. 외팔보 공법은 PC교에서 '프리캐스트 블록 공법'으로 시공하는데 응용하기도 한다. 유사한 공법으로, 보 위에서 좌우 균형을 잡아 나가면서 작업대 끝에서 철근콘크리트 보를 1블록씩 이어 붙이는 '디비닥 공법'도 있다.
 
잠실대교 거더 가설(1971년 1월) 완성된 교각에 'I형' 강재 보를 강 위에 플로팅 크레인을 세우고 개개 거더를 들어올려 거치하는 모습이다.
▲ 잠실대교 거더 가설(1971년 1월) 완성된 교각에 "I형" 강재 보를 강 위에 플로팅 크레인을 세우고 개개 거더를 들어올려 거치하는 모습이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관련사진보기

 
'이동대차공법'은 대형 잭을 장착한 커다란 운반차로 일괄로 조립된 1지간(支間, 두 지점(支點) 간의 거리, effective span) 거더를 옮겨 조립하는 공법이다. 해양에서 사용하는 '대선공법'은 만조(滿潮) 때 대형 운반선에 조립된 1지간 거더를 실어 날라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여 조립하는 공법이다. 강이나 바다 위에 경간이 긴 다리를 거치하는 공법으론 '플로팅 크레인 공법'이 사용된다. 대형 선박을 이용, 만들어진 커다랗고 긴 거더를 싣고 가 대형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거치한다.

거더가 다 가설되면, 그 위에 슬래브를 얹는다. 슬래브 노면을 아스콘이나 콘크리트 등의 재료로 포장하고, 차선을 그려 다리를 완성한다. 보행자가 걷는 공간에는 철재 난간 등으로 막아 공간을 분리시킨다. 상판 가장자리에는 안전 난간이나 펜스를 쳐서, 다리 위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차량의 안전을 보호 하는 조치를 취하면 다리가 완성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