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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아직도 ‘비핵화’ 타령인가

  • 기자명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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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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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냈다.
▲ 조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냈다.

미-일 국방장관이 전화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방침을 확인했다고 25일 일본 방위성이 발표했다.

일본의 일방적인 발표라 사실 여부는 확인해야겠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아직도 북한(조선) 비핵화에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면 미국의 앞날은 매우 암담해 진다.

지금 북핵 문제는 CVID는 고사하고 비핵화 자체가 불가능한 단계다.

비핵화는 핵보유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핵보유 이전에는 핵개발을 억제하고, 핵보유 단계에서는 핵 폐기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핵보유국 중 그 어떤 나라도 핵을 폐기한 사례는 없다.

북한(조선)은 2003년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보유했고, 2017년 화성-15호 발사 성공으로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능력을 갖췄다.

북한(조선)도 다른 핵보유국과 마찬가지로 핵을 폐기할 리 없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핵을 외면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를 통한 ‘정치적’ 비핵화 선언을 추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정치쇼’가 미국 내 강경 세력의 반대로 하노이회담에서 폐기처분이 됨으로써 비핵화는 더 이상 형식적인 선언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실제 핵보유국의 비핵화는 이미 만들어진 핵미사일을 소비(폐기)할 방법이 없는 데다, 설사 다 날려 버렸다고 해도 ‘다시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핵보유국의 비핵화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방안이 거론되지만, 우크라이나는 자체 기술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소련에서 분리되면서 핵이 그대로 남게 된 특이한 사례다. 때문에 1994년 미국은 핵무기를 러시아에 돌려주면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를 비핵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조선)은 현재 핵무기를 다 소비한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폐기라고 볼 수 없다.

특히 핵무기를 반납한 우크라이나에서 2013년 발생한 유로마이단 사건(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몰아내고 친미정권을 수립한 쿠데타)을 똑똑히 지켜본 북한(조선)이 비핵화에 나설 리 만무하다. 오죽했으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편법 ‘정치쇼’를 창안했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갓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대응 방안으로 관 속에 들어간 CVID를 다시 끄집어낸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를 통해 핵강국의 면모를 과시한 북한(조선)을 지켜본 일본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마치 미국에 확인한 것처럼 꾸며댔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이런 정황을 분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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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한방에 7~20명 생활…대전 IEM국제학교 어떤곳?

조형국·윤희일·강현석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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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IEM국제학교 132명 대규모 확진 

버스 탑승하는 확진자들 지난 24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7명 발생한 대전시 중구 대흥동 IEM국제학교에서 25일 확진자들이 건물에서 나와 버스와 구급차를 타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버스 탑승하는 확진자들 지난 24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7명 발생한 대전시 중구 대흥동 IEM국제학교에서 25일 확진자들이 건물에서 나와 버스와 구급차를 타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식당 테이블 칸막이 없고
샤워·화장실 등 공동 사용
첫 의심 증상 열흘간 방치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
광주 교회시설도 27명 감염
IM선교회 시설 전수조사
 

‘3밀(밀집·밀폐·밀접)’ 조건과 해당 기관의 안이한 대응이 맞물린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이 또다시 발생했다. 대전의 한 교회단체 소속 비인가 교육시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전형적인 ‘3밀’ 조건에서 발생했다. 시설 측은 첫 증상자 발생 후 열흘 넘게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 집단감염을 키웠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25일 긴급브리핑에서 “밀집·밀폐·밀접 등 3밀 조건 속에서 많은 분들이 집단생활한 것이 최악의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대전시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학생 120명이 대전 중구 대흥동 IEM국제학교 기숙사 3~5층에 입소했다. 시설 측은 기숙사 1실당 학생을 적게는 7명, 많게는 20명까지 배정했다. 지하식당 테이블에는 좌석별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았고, 일부 층에서는 샤워시설과 화장실 등을 공동사용했다. 학생들은 개인공간이 구분되지 않은 숙소에서 이불을 깔고 집단 취침했다. 수면 시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설 측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나타났을 때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경남 출신 학생 1명이 기침·가래 등 증상을 보였고, 이후 6명이 의심 증상을 보였으나 검사·병원 치료는 없었다. 시설 측은 유증상 학생들의 숙소만 분리했고, 수업은 열흘 넘게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진행했다. 지난 주말 귀가한 두 명의 학생이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이날까지 132명이 감염된 사실은 더 늦게 파악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대전시 관계자는 “전남 순천과 경북 포항 집으로 간 학생 2명이 지난 24일 확진되기 전까지 학교 측이 취한 선제 방역조치는 없었다”고 했다.

대전 IEM국제학교처럼 IM선교회가 운영하는 광주 TCS에이스국제학교에서도 이날까지 모두 2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두 학교에서 발생한 확진자 간 연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3밀 환경’은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학생 12명과 교사 3명 등 15명이 합숙 생활을 해 왔다. 이들은 건물 1층 국제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같은 건물 3층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가정집 형태의 숙소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3∼4명이 함께 자며 식당·화장실을 공동사용해 왔다. 건물 2층 교회 신도 등 10명도 확진됐다. 일부 확진자는 어린이집 교사인 것으로 확인돼 방역당국은 어린이와 학부모들을 상대로 긴급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도 ‘3밀 환경’은 신천지 교회나 BTJ열방센터 등 집단감염의 토양이 됐다. 비인가 교육시설은 학교도, 학원도 아니어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비인가 교육시설을 300여개로 추정하고 있다”며 “중대본을 중심으로 교육부, 문체부, 행안부, 지자체가 합동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사각지대는 불가피해 방역당국이 사례 중심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IEM국제학교 집단감염의 경우) 방역 불응이나 지역사회 감염 등으로 통제가 어려운 케이스가 아닌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전국의 여러 시설 관계자 등이 한곳에 모였다가 흩어지는 등의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학교 측은 지난해 12월29일 학생 등 20여명을 대상으로 입시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지역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IM선교회가 운영하는 경기 용인 등 전국 23개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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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박원순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박원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21-01-25 20:47:53
수정 2021-01-25 20: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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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직권조사를 통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인권위는 “한국 사회가 20년 전 성희롱 법제화 당시 인식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라며 성희롱을 ‘권력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news1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심의·의결했다.

이번 직권조사를 통해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라고 분명히 했다.

인권위는 “박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라며 “이 같은 박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판단 근거로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와 박 시장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이를 피해자에게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봤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들었다.

피조사자인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방어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권위는 피해자 주장을 입증할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인권위는 일반 성희롱 사건보다 엄격하게 사실관계를 인정했음에도 박 전 시장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성차별 성폭력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10.15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성차별 성폭력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10.15ⓒ김철수 기자

“성차별적 비서 관행, 피해 왜곡했다”

성희롱 묵인 방조 의혹에 대해 인권위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전보를 요청했고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다만 인권위는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 사건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인권위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따른 서울시의 비서 운용 관행을 지목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서울시는 시장 비서실 데스크 비서에 2~30대 신입 여성 직원을 배치해 왔다.

인권위는 “피해자는 시장의 일정 관리 및 일과의 모든 것을 살피고 보좌하는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을 대리 처방받거나 복용하도록 챙기기, 혈압 재기 및 명절 장보기 등 사적 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업무 특성은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친밀성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공적 관계가 아닌 사적 관계의 친밀함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라며 “비서실 직원들이 박 시장과 피해자를 ‘각별한 사이’나 ‘친밀한 관계’로 인지하면서 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나, 피해자 또한 비서 재직 당시 적극적으로 이런 노동을 수행한 것도 그것이 비서업무로 정당화돼 문제의 본질이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서울시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질타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4월 비서실 직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 서울시가 피해자 보호 조처를 하지 않은 점, 피해자의 2차 피해 조처 요청을 외면한 점 등을 언급하며 이는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보장 및 일상회복,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10.15
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보장 및 일상회복,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10.15ⓒ뉴스1

“성희롱은 권력관계에서 발생”
“박원순 사건 예외 아니었다”

인권위는 “성희롱은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다. 통상적으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남성이 여성에게, 직장 내 높은 지위에 있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성희롱을 행사하는 양상으로 드러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서울특별시장으로 재임하며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으로, 두 사람이 권력 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라는 것은 명확하고, 이러한 위계와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조직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사회는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점을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에서 ‘고용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거부 의사 표시’ 여부가 아니라 ‘권력 관계의 문제’로, ‘친밀성의 정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인지 여부로, ‘피해자/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나 위계 구조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고용, 정치 등 주요 영역에서의 성별 격차는 여전하고, 성희롱에 대한 낮은 인식과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피해는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라며 “피해자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길 바란다”라고 했다.

인권위는 서울시에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 ▲성 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등을 권고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에 ▲공공기관 종사자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점검 ▲지자체장에 의한 성폭력 발생 시 독립 기구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조처 등을 권고했다.

상급기관이 없는 지자체장의 경우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성 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원칙을 천명하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봤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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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돈 버는 건 거품 덕... 올해 안에 주식시장에서 나와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1/26 09:35
  • 수정일
    2021/01/26 09:3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비관론을 펴는 이유

21.01.26 07:37l최종 업데이트 21.01.26 07:3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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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은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화상 통화에서 "2021년 말이나 2022년 초에 역대 최악의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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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도 '빅 테크' 기업인 FAMANG(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애플·넷플릭스·구글)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 치운다. 각종 주식 투자 성공담이 번지면서 청년들이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는 주식 시장 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하지만 개미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미 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단순한 강세장인지 아니면 거품이 생기고 있는 건지 혼란스럽다. 이미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인 투자자들은 주식 처분 시점을, 망설이고 있는 예비 투자자들은 지금 투자해도 되는지를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금의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린다. 최근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향해 "큰 돈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는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2008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다.

과거 위기 예측한 짐 로저스의 경고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화상 통화에서 "지금은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라면서도 "하지만 2021년 안에는 가진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1년을 지목한 것에 대해 로저스 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정부가 많은 돈을 빌려서 썼고 새 돈을 찍어냈다"며 "그 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현재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거품은 올해 말이나 내년에 터질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이미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만큼, 이번 경제 위기는 내 인생 최악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제 위기로 인한 약세장은 2031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원자재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로저스 회장은 경제 위기가 오더라도 은이나 금, 농업 관련 주식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나는 저렴하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을 좋아하는데 은은 현재 최고가 대비 50% 떨어져 있다"며 "이밖에도 러시아 선박 회사와 중국 와인 회사, 일본 상장지수펀드(ETF), 농업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로저스 회장은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려면 남의 말을 듣지 말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내 이야기도 듣지 말라"며 "나도 실수를 많이 한다, 결국 결정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로저스 회장과의 일문일답.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26일 오후 전북 전주시 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열린 2019 전북 국제금융 콘퍼런스에서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짐 로저스는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1969년 글로벌투자사 퀀텀펀드를 설립했으며,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고 있다. 2019.9.26

jaya@yna.co.kr
▲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지난해 9월 26일 오후 전북 전주시 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열린 2019 전북 국제금융 콘퍼런스에서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짐 로저스는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1969년 글로벌투자사 퀀텀펀드를 설립했으며,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고 있다. jaya@yna.co.kr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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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주식 투자 하기 좋은 시점이지만..."

-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주식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주식은 올랐다.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은 꾸준히, 많이 올랐다. 특히 작년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정부들이 많은 돈을 찍어내거나 빌렸고, 썼다. 그 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왔다. 바이든 정권에서도 이 흐름은 계속될 거다. 현재 주식 시장을 완전한 버블 상태라고 볼 수는 없다. 버블이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많은 종목이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거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어선 한국 주식 시장은 어떤가.

"주식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흐름은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새로 찍어낸 많은 돈이 주식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투자에 대해 잘모르는 새로운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예전에도 이런 상황을 목격했다. 결국엔 나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거다. 물론 이미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바이든 정부가 많은 돈을 쓸 예정이라 지금은 좋은 시기다. 하지만 걱정해야 한다."

- 지금이 주식 투자를 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말인가?

"지금은 그렇다. 하지만 투자 시점이 늦어질수록 스스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아는 경우'에만 투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우 나쁜 결과와 맞닥뜨릴 수 있다."

-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일부 종목은 정말 매일 오른다. 삼성전자나 텐센트, 아마존과 같은 기술주들이다. 다만 이 주식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하게 오를지는 모르겠다. 나라면 지금 이 종목들을 사진 않겠지만, 만약 당신이 주식을 잘 알고 투자에도 자신이 있다면 투자해도 좋다."

- 실제로 반도체나 전기차, 바이오와 인터넷, 게임과 같은 산업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당신도 해당 분야 주식을 갖고 있나?

"그런 주식들은 현재 갖고 있지 않고 있다. 그 주식들은 몇년 동안 너무 과열(hot)됐다. 보통 거품은 그것들부터 커지기 시작한다. 나는 거품 속에서 투자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주식엔 투자하지 않는다."

- 예상하는 경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전 세계 애널리스트들은 2021년 증시 호황을 점치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 (증시 호황이)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주식은 역사상 가장 긴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주식 시장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주식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식 시장에 활력과 흥분이 넘치는 건 훌륭한 일이지만 기쁨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거품이 (커지기) 시작됐다."

- 위기가 온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주가가 너무 비싼 상황에서 결국 어떤 사람들은 '에라 모르겠다, 이제 팔겠다'고 나설 수 있다. 아니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나갈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나라의 중앙은행이 '너무 많이 왔다'고 판단한다면 실제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대출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다."

- 그 위기는 주식시장에서 먼저 시작될 거라고 보나?

"아마 그럴 거다. 지금 돈이 흘러 들어가는 곳이 주식 시장이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도 가능성이 있다. 채권 시장에도 너무 많은 거품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중국의 큰 회사들이 파산할 수도 있다." 

"각국 정부 너무 많은 빚 졌다... 다음 약세장은 가장 끔직할 것"

- 경제 위기가 올 경우, 사상 최악일 거라고 봤다. 왜 그런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돌아보자. 모두가 알다시피 그때는 너무나 많은 빚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빚이 너무, 너무 많았다. 그런데 그 후로도 빚은 다시 늘어났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어디든 말이다. 각국 정부가 이미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어 다음 번의 경제 위기가 온다면 그건 아마 내 인생 최악의 위기가 될 것이다."

- 그렇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다시 회복되지 않을까?

"아니다. 경제 위기가 온 뒤부터 주식은 몇 년 동안 심각한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다. 2031년이 돼도 주식은 고점 대비 아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언젠간 다시 오르겠지만 다음 약세장은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할 것이다."

- 지난해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주식 시장에 두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회복 속도는 빨랐다.

"물론 그랬다. 하지만 그건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이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찍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를 세우는 데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컴퓨터에 앉아 주식에 투자하는 건 30초면 된다. (각국 정부가 푼) 돈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 개인 투자자들이 2021년 안에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보나?

"난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늦어도 2021년까지는 빠져나와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마라.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려면 내 이야기도 듣지 마라.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는 2021년 말까지라고 기한을 정했지만 결국 결정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나도 실수를 많이 한다. 어떤 사람들은 언제 주가가 최고인지 맞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저 내 주식이 무너지기 전에 시장을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버블이 터질 경우, 개인은 어떻게 위험을 줄일 수 있는가.

"먼저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면, 주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주식도 사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만약 공매도를 할 줄 안다면 주가가 하락할 때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공매도를 활용하거나 돈을 은행에 넣고 단기 채권을 들고 기다리면 된다."

- 혹시 가진 주식을 지금 팔고 있나?

"내가 주식을 팔고 있는 건 아니다. 일부 산업이나 국가의 주식은 여전히 사들이고 있기도 하다. 어떤 주식들은 팔기 시작했지만 아주 극소수다. 아직까진 파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많다.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나는 연말까지 많은 주식을 팔 것이다."

- 혹시 당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말해줄 수 있나.

"사실 잘 모르겠다. 매일 내 돈의 몇 %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자기가 지금 어떤 주식을 사고 있느냐다. 내가 10~15년 전에 산 주식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지금은 러시아 선박 회사와 중국 와인 회사, 일본 상장지수펀드(ETF)와 농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 중국·러시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가가 여전히 싸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은 고공 행진을 하지만 러시아 주식은 미움을 받는다. 나는 모두가 싫어하는 주식 사는 걸 좋아한다. 싸기 때문이다. 중국 주가는 최고가 대비 30~40%p 하락했다. 일본 주식도 최고가 대비 30%p 하락했다. 나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걸 좋아한다."

- 과거 경제위기 속에서도 많은 돈을 벌어들인 적이 있다. 앞으로 10년 정도를 본다면 유망한 분야는 어디라고 볼 수 있나.

"10년 내라면 은과 금, 농업을 꼽고 싶다. 무엇보다 아마 은의 가격이 오를 것이다. 금일 수도 있지만 은 가격은 현재 최고가보다 50%p 낮아진 상태다."

"다들 '이번엔 다르다'고 할 때가 바로 걱정해야 할 때"
 
와의 화상 통화에서 현재 중국 와인, 러시아 선박, 일본 ETF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화상 통화에서 현재 중국 와인, 러시아 선박, 일본 ETF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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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동학개미에게 '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는 뭔가?

"현재 시장에는 경험 없는 신규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그들은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잘 모른다. 전 세계 주식 시장에 거품이 낄 때마다 늘 있는 일이다. 그들은 많은 돈을 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또 많은 돈을 잃게 된다. 그건 그들이 처음 돈을 벌 때부터 스스로 왜 돈을 벌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 똑똑해서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돈 버는 게 참 쉽다'고 말한다. 아니다. 그들이 돈을 버는 건 거품 덕분이다. 그들은 이 사실 자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돈을 잃게 될 것이다. 이미 역사적으로도 수차례 반복됐던 일이다. 내가 미쳐서, 그들이 돈을 잃게 될 거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 한국 청년들은 은행 적금은 수익률이 너무 낮고 부동산에 투자하기엔 대출 부담이 커 주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수많은 새로운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이는 데는 항상 이유가 있다. 방금 기자가 그 이유를 말했다. 그들이 돈을 버는 한은 괜찮다고 본다. 그런데 버블이 생기고 있으니 곧 나가는 게 좋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가라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다르다'면서 기자의 말도, 내 말도 듣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번엔 다르다'고 이야기할 때가 바로 걱정해야 할 때다."

-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주식에 투자하라고 한 이유는?

"남의 말을 들을 때면 난 항상 실수를 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때 가장 큰 성공을 했다. 잘 알고 있는 데 투자하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핫팁(족집게 조언)'을 원한다. 그들은 당장 이번 달에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종목 하나만 집어달라고 한다. 그렇게 투자하면 모든 돈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니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잘 아는 곳에만 투자해라. 물론 재미없고 지겨운 말이다. 하지만 그게 성공의 길이다."

- 그렇게 아는 주식을 샀는데도 주가가 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알고 있는 곳에 투자를 한다면, 주가가 떨어질 때 더 사야하는 건지 아니면 팔아야 하는 건지도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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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환 바라던 ‘쌍무기수’ 박종린 타계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1.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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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북으로의 송환을 바라던 박종린 선생이 26일 새벽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으로의 송환을 바라던 박종린 선생이 26일 새벽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으로의 송환을 희망하던 박종린 통일광장 회원이 26일 오전 1시 49분 투병했던 인천사랑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9세. 북에 딸 옥희가 있다.

‘쌍무기수’로 유명한 고인의 빈소는 인천사랑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차려질 예정이며, 27일 오후 6시 추도식을 갖고 28일 오전 6시 발인할 예정이다. 장지는 비전향장기수들이 묻혀있는 서울 금산사로 정해져 있다.

2차 송환대상자였던 고인은 비전향장기수 모임인 통일광장과 범민련경인본부 등에 속해 활발하게 활동하다 건강이 여의치 않아 요양과 투병을 이어왔다.

통일광장 권낙기 대표, 범민련남측본부 이규재 의장, 6.15인천본부 이광일 상임대표, 임영찬 목사가 장례위원장을 맡고, 임방규, 이태형이 호상을 맡는 등 장례위원회도 꾸려지고 있다.

고인은 중국 훈춘에서 태어나 해방후 북으로 귀국해 만경대혁명가유자녀학원과 인민군을 거쳐 1959년 남파, 체포돼 무기징역형을 받고 34년간 복역했다. 1993년 병보석으로 출감했고, <민족21>과 범민련경인연합, 통일광장 등에서 활동했다.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박종린 선생(맨 오른쪽). 먼발치에서 100일도 안 돼 헤어졌던 딸과 딸 가족을 바라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박종린 선생(맨 오른쪽). 먼발치에서 100일도 안 돼 헤어졌던 딸과 딸 가족을 바라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감옥 안에서 단파라디오로 북한 방송을 청취하다 적발돼 무기징역형이 추가돼 ‘쌍무기수’가 됐는가 하면,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해 먼발치에서 100일도 안 돼 헤어졌던 딸을 바라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했던 일화 등이 있다.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했고, 금선사로 가겠다면서 통일광장에 일임했다”며 “한 민족이 어울려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데 복무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고 통일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남겼다”고 전했다.

또한 “많은 사람, 단체들과 어울렸는데 모두 선생님을 좋아했고 품성이 참 좋은 분이셨다”며 “역시 북에서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의 깊이가 드러났고, 가시는 마지막까지 밀린 통일광장 월회비는 장례치르고 꼭 결산해달라고 부탁하실 정도였다”고 추도했다.

<박종린 선생 약력 1933-2021>

1933년 3월 14일 중국 길림성 훈춘현 반석촌에서 부친 박승진(1945년 작고), 모친 채성녀(1988년 작고) 사이 5형제 중 넷째로 출생 
1945년 3월 중국 훈춘 남신소학교 졸업
1945년 해방을 맞아 함경북도 경원군(현 새별군) 안농면으로 귀국
1945년 11월 조국광복회 항일유격대원 아버지 박승진님 별세
1947년 7월 함북 경원군 안농중학교 졸업
1950년 9월 만경대혁명가유자녀학원 졸업
1950 – 51년 인민군 자원입대, 오백룡사단 배속 전쟁참가, 낙동강전투 부상
1951년 12월 16일 화선입당(19세)
1958년 3월 로인숙님(24세)과 결혼, 59년 득녀(옥희)
1959년 6월 20일 연락책으로 남파(911 통신부대 소좌) 당시 딸 옥희 생후 100일
1959년 12월 29일 체포. 서울형무소 수감(국가보안법)
1960년 10월 28일 ‘모란봉 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 선고
1961년 2월 18일 대법원 무기징역 판결. 대구교도소로 이감 
1976년 이른바 “ 붉은별” 조직활동 사건으로 무기징역 추가. 2중 무기수로 복역함. 광주, 전주, 대전, 대구교도소 생활
1993년 12월 24일 병보석으로 출옥후 신병치료함
1994년 7월 – 2000년 9월 전남 무안군 용학교회 등에 거주. 무안 해제중학교 매점 근무
2000년 9월 – 2001년 3월 상경. 경기도 과천시 소재 소환된 비전향장기수들(홍문거, 김은환) 운영하던 고서적방 인수운영함.
2000년 9월 평양 비전향장기수 환영행사(부인 로인숙여사 –쓰러져 별세하심). 딸 옥희(김일성종합대학 교수)
2000년 10월 통일광장 성원
2001년 범민련 경기인천연합 고문
2001년 3월 – 2004년 5월 월간 “민족21” 창간 참여 근무함
2004년 5월 – 2007년 5월 홍익대 부속 중고등부 학생매점에서 근무
2005년 범민련 남측본부 금강산 행사 참가
2007년 5월 이후 신병 등으로 무직
2007년 6월 범민련 성원으로 6.15 7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평양)에 참가
2008년 북경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 참가
2015년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
2017년 8월 오랜 옥고의 후유증으로 대장암 판정, 투병생활
2021년 1월 대장암 증세 악화로 인천 사랑병원 입원치료

<자료제공 - 통일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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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력을 고도화하는 투쟁, 세상을 놀라게 한다

[개벽예감 429]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투쟁, 세상을 놀라게 한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1/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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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흑백격자무늬 표시한 첨단전술핵무기들 

2. 지하핵무기고 가득 채울 초강력한 열핵탄두들

3. 대륙간탄도미사일 작전성능을 고도화하는 과업

4. 극초음속활공비행체 개발사업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조선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2021년 1월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제1일 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를 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2016년 5월 7차 당대회 이후 5년 동안 국방공업부문에서 이룩한 성과에 대해 언급하면서 “새로운 첨단무기체계를 련속 개발완성하도록 하여 우리 국가의 군사기술적 강세를 불가역적인 것으로 되게 하고 전쟁억제력, 전쟁수행력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웠”으며, “국가핵무력건설대업을 빛나게 완성하고 국가방위력강화에서 커다란 전변을 가져옴으로써 우리나라를 명실공히 세계적인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부상시키였”는데 이것은 “제7기 중앙위원회가 당대회 결정관철에서 이룩한 가장 뜻깊고 긍지 높은 대승리”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또한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9차 당대회가 열릴 2026년까지 5년 동안 “국방공업을 비약적으로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중핵적인 구상과 중대한 전략적 과업들”을 제시하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국방공업강화사업에서 가장 중핵적이고 중대한 것은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사업이다.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하여 조선의 국방공업 전반을 앞으로 5년 안에 급속히 강화발전시키려는 것이 김정은 총비서의 계획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세계 최초의 핵사용국이며 전쟁괴수인 미국에 의하여 국토와 민족이 분렬되고, 이 침략세력과 세기를 이어 장기적으로 직접 맞서있는 조선혁명의 특수성과 우리 국가의 지정학적 특성은 인민의 안녕과 혁명의 운명, 국가의 존립과 자주적 발전을 위하여 이미 시작한 핵무력건설을 중단 없이 강행추진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언명하였다. 이 언명에 따르면, 조선은 미국과 직접적으로, 장기적으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력을 완성한 것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며, “핵위협이 부득불 동반되는 조선반도 지역에서의 각종 군사적 위협을 주동성을 유지하며 철저히 억제하고 통제관리할 수 있”도록 핵무력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핵무력을 고도화는 목적을 언급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당중앙은 력사적인 2017년 11월 대사변 이후에도 핵무력고도화를 위한 투쟁을 멈춤 없이 줄기차게 령도하여 거대하고도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였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총비서가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일련의 과업들은 다음과 같다.  

 

 

1. 흑백격자무늬 표시한 첨단전술핵무기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지난 5년 동안 “상용탄두위력이 세계를 압도하는 신형 전술로케트와 중장거리순항미싸일을 비롯한 첨단핵전술무기들도 련이어 개발함으로써 믿음직한 군사기술적 강세를 틀어쥐였다”고 밝혔다. 이것은 조선이 핵무력건설에서 이룩한 여러 성과들 가운데서 첨단전술핵무기에 관한 언급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밝힌 바에 따르면, 조선의 신형 전술로케트에는 세계를 압도하는 위력을 가진 상용탄두(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가 장착되고, 조선의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에는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1) 세계를 압도하는 위력을 가진 상용탄두를 장착한 신형 전술로케트는 2017년 8월 16일 시험발사를 진행했고, 2019년 7월 25일 “위력시위사격”을 진행했으며, 2020년에 실전배치된 바로 그 첨단전술유도무기다. 사거리가 700km이며, 비행고도가 30~40km인 이 첨단전술유도무기는 2019년 7월 25일에 진행된 위력시위사격에서 한국군의 반항공레이더로 추적할 수 없는 낮은 고도에서 탐지회피비행을 한 것만이 아니라, 어떤 미사일방어망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매우 복잡한 활공도약형 변칙비행으로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에게 충격과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이 첨단전술유도무기는 반경 700km 범위 안에 있는 모든 타격대상을 절제수술식으로 파괴하는 정밀타격무기다. 

 

이 첨단전술유도무기의 타격범위는 제주도 남해안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한국군은 더 이상 피할 데가 없다. 또한 전시에 제주도나 남해안에 상륙하는 미국군 증원부대를 공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일미국군의 북침전략거점인 일본 사세보 해군기지도 선제적인 정밀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 

 

이 첨단전술유도무기는 타격대상에 따라 상용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고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우리 영토 안에서 한국군을 공격할 때는 상용탄두를 장착하고, 우리 영토 밖에 있는 미국군이나 일본자위대를 공격할 때는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2)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을 밝혔다. 조선이 단거리순항미사일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은 오래 전에 외부에 알려졌지만,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에 밝힌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은 어떤 것인가?    

 

나는 2020년 11월 2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화성-16형, 새로운 시대를 열어놓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2020년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사일에 대해 서술한 바 있다. 5축10륜 발사대차에 탑재된 원통형 발사관 4문에 들어있는 그 정체불명의 미사일은 당시 번개-6 반항공미사일이 행진한 뒤에 등장했기 때문에 그 글에서 나는 번개-6을 능가하는 신형 반항공미사일이 아닐까 하고 추론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2021년 1월 14일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또 다시 등장했다. 당창건 75주년 열병식과 8차 당대회 열병식에 연속 등장한 그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바로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이다. 

 

한미정보당국자로부터 들은 “극비정보”를 인용한 2009년 4월 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군단급 대부대를 공격할 때 사용할, 극소형 핵탄두를 장착하는 전술핵무기를 연구했다고 한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5세대 핵탄두의 무게를 200~450kg로 추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극소형 핵탄두는 무게가 200~450kg인 전술핵탄두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에 언급한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은 무게가 200~450kg인 극소형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군단급 대부대를 공격할 때 사용되는 미사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이 오래 전에 실전배치한 지대함순항미사일들은 사거리가 200~300km인데,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에 언급한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얼마나 긴 것일까? 미국이 보유한 토마호크순항미사일도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인데, 사거리가 1,300km인 것도 있고, 1,700km인 것도 있고, 2,500km인 것도 있다. 타격대상에 따라 서로 다른 사거리를 가진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그런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의 탄체길이는 6.25m이고, 탄체지름은 0.25m인데,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이 들어있는 원통형 발사관은 길이와 지름이 더 길어 보인다. 이것은 조선의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의 사거리보다 더 길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2009년 12월 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이란의 순항미사일개발사업에 기술을 지원해주었는데, 기술을 지원해준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3,000km라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에 언급한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3,000km에 이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은 대지를 누비는 5축10륜 발사대차에서도 쏠 수 있고, 바다를 누비는 미사일전투함에서도 쏠 수 있고, 바다속을 누비는 공격잠수함에서도 쏠 수 있다.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의 작전특징은 저공비행으로 교전상대의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가 절제수술식 정밀타격을 하는 것이다. 2016년 10월 23일 <로동신문>은 “핵순항미싸일의 명중정확도는 초기에 수 km 범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최대로 30m 반경 범위까지 그 정밀성을 높이였다”고 서술했는데, 이것은 조선의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 타격정밀도가 반경 30m라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다.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사거리가 3,000km인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은 해수면을 스치는 듯한 초저공비행으로 동해를 건너가 일본 도꾜에 있는 방위성 청사에 명중하고, 해수면을 스치는 듯한 초저공비행으로 동중국해를 건너가 일본 오끼나와에 있는 가데나 주일미공군기지 관제탑에 명중한다. <사진 1>

 

 

 

▲ <사진 1> 2021년 1월 14일 평양에서 진행된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세 종류의 신형 전술핵무기가 등장하여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맨 위쪽 사진은 사거리가 700km인 첨단전술유도무기이고, 가운데 사진은 사거리가 3,000km로 추정되는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이고, 맨 아래쪽 사진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다. 이 세 종류의 신형 전술핵무기 전투부에는 흑백격자무늬가 도색되었다. 이 세 종류의 신형 전술핵무기는 매우 복잡한 경로로 변칙비행하면서 교전상대의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가 정밀타격을 할 수 있는 첨단전술유도무기들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기습적인 선제타격으로 발사되는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탑재한 미국 미사일구축함들이 동해작전구역에 나타나 조선을 위협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 이제는 거꾸로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조선의 5축10륜 발사대차들과 미사일전투함들과 공격잠수함들이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를 직접 위협하는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0년 3월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한 자리에서 “어떤 적이든 만약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군사적 행동을 감히 기도하려든다면 령토 밖에서 소멸할 수 있는 타격력을 더욱 튼튼히 다져놓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발언은 미국군과 일본자위대가 조선에 대한 전쟁도발징후를 보이는 경우 그들이 공격을 개시하기 전에 그들을 영토 밖에서 소멸할 선제공격능력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3) 2021년 1월 14일 평양에서 진행된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신형 전술핵무기가 또 하나 등장하여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석 달 전 바로 그 광장에서 진행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술핵무기다. 이 새로운 전술핵무기는 이번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 행진순서 중에 맨 마지막에 등장했는데, 신형 5축10륜 발사대차에 2발씩 탑재되었다.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매우 복잡한 경로로 변칙비행을 하면서 교전상대의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간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해주에서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쏘면, 제주도 남쪽 서귀포에 있는 해군기지에 정박한 전투함을 격침시킬 수 있다. 이것은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이 땅에서 피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보다 발전시켜 현대전에서 작전임무의 목적과 타격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위에 열거한 것처럼 조선은 이미 세 종류의 첨단전술핵무기를 확보했다. 사거리가 700km인 첨단전술유도무기, 사거리가 3,000km인 중장거리순항미사일, 8차 당대회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새로운 첨단전술유도무기가 그것이다. 

 

이 세 종류의 첨단전술유도무기 전투부에는 똑같이 흑백격자무늬가 표시되었다. 탄체 전투부에 표시된 흑백격자무늬는 핵무기를 뜻하는 무늬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다종다양한 전술핵무기들을 더 많이 개발할 과업을 제시했으므로, 앞으로 조선에서는 흑백격자무늬를 표시한 다종다양한 핵무기들이 많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월 21일 <로동신문>은 “오늘 우리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핵탄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서술했고, 2016년 10월 23일 <로동신문>은 “핵탄의 형태와 용도에 따라 핵탄두, 핵폭탄, 핵포탄, 핵유도어뢰, 핵조종지뢰 등으로 갈라본다”고 서술했는데, 이런 서술은 조선이 다종다양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2. 지하핵무기고 가득 채울 초강력한 열핵탄두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초대형 핵탄두생산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초대형 핵탄두라는 말은 핵폭발위력이 엄청나게 강한 전략핵탄두 또는 열핵탄두(수소탄두)를 뜻한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전술핵탄두와 더불어 전략핵탄두도 더 많이 생산하여 거대한 지하핵무기고를 가득 채우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열핵탄두 실물을 2017년 9월 2일에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공개했고, 이튿날 바로 그 열핵탄두기폭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까지 조선의 핵무기병기화공장에서는 열핵탄두를 계속 생산해온 것이 분명한데, 이번에 김정은 총비서는 열핵탄두를 더 많이 생산하는 과업을 제시했다.  

 

조선의 전술핵무기가 주일미국군기지와 일본자위대기지를 조준하는 전술타격수단이라면, 조선의 전략핵무기는 괌, 하와이, 알래스카를 비롯한 태평양지역의 미국 영토에 있는 군사기지들과 미국 본토에 있는 군사전략거점들을 조준하는 전략타격수단이다. 또한 조선의 전술핵무기가 절제수술식 선제타격수단이라면, 조선의 전략핵무기는 넓은 지역을 초토화하는 보복타격수단이다. 

 

2020년 9월 3일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Bruce W. Bennett)은 <미국의소리> 취재기자에게 조선이 중국의 핵무기보유량과 맞먹는 200~3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핵무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25일 미국 언론 <월스트릿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 인사들은 조선이 지난 1년 동안 핵무기 12기를 생산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이 이번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열핵탄두증산과업을 수행하려면 그런 수준을 넘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에 힘을 집중할 것으로 생각된다. 

 

1) 유능한 새 세대 핵과학자와 핵기술자를 많이 양성하여 조선핵무기연구소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0월 31일에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조선의 핵과학자는 200명이었고, 핵기술자는 9,000명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오늘에는 조선핵무기연구소에 새 세대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이 많이 충원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에서는 핵과학기술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핵과학기술교육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핵무기를 대폭 증산하는 과업을 제시하였으므로, 조선의 핵과학기술교육부문에서 새 세대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이 많이 배출되어 조선핵무기연구소의 연구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2) 평안북도 녕변(영변이 아니라 녕변으로 써야 한다)에 있는 녕변핵시설단지 이외에 핵분렬물질을 생산하는 새로운 시설을 더 건설하여 재처리한 플루토늄과 고도로 농축한 우라늄을 대폭 증산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우라늄광산의 채광능력도 확장될 것이고, 우라늄정광생산시설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8월 28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제는 식민지시기에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야심을 품고 북조선에 매장된 우라늄을 조사했었는데, 그들이 남긴 광물조사자료에는 북조선에 고품질 우라늄 400만t이 매장되었다는 사실이 수록되었다고 한다. 현재 세계에서 우라늄매장량 1위를 자랑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우라늄매장량은 170만t인데, 조선에 매장된 고품질 우라늄은 무려 400만t이다. 이것은 조선에 고품질 우라늄이 무진장 매장되어있음을 말해준다. 최근 국제우라늄시장에서 우라늄 원광은 1kg에 약 60달러로 거래되고 있으므로, 조선에 매장된 고품질 우라늄 원광 400만t의 가치를 국제시가로 환산하면 무려 2,400억 달러다.  

 

2016년 8월 17일 조선원자력연구원은 일본 <교도통신>이 제기한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녕변) 흑연감속로에서 꺼낸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했다. 핵무력건설과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계획대로 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5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를 가동시킨 후 8,000여 개의 사용후 연료봉(총무게 50t)을 3~4개월 동안 재처리하면, 약 35kg의 고순도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2016년 9월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핵기술이 발전된 조선에서는 고순도 플루토늄 2~4kg으로 핵무기 1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1년에 고순도 플루토늄 약 35kg을 생산하면, 핵무기를 10~12기밖에 만들지 못한다. 이런 사정은 핵분렬문질을 다량으로 생산하려는 조선이 고순도 플루토늄 이외에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9월 2일 김정은 총비서가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열핵탄두(수소탄두) 실물을 살펴보는 장면이다. 열핵탄두 실물을 외부에 공개한 나라는 조선밖에 없다. 김정은 총비서가 열핵탄두를 살펴본 이튿날 조선은 열핵탄두를 기폭하는 지하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기개발사업을 담당한 간부들에게 2018년까지 10메가톤급 수소탄두를 개발하고, 다탄두기술을 상용화하고, 사거리가 10,000km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업을 제시했다. 조선의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은 김정은총비서가 제시한 3대 핵무력강화과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여 2018년까지 세 가지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열핵탄두증산과업을 제시했다. 열핵탄두에는 핵탄두보다 더 많은 핵분렬물질이 들어가므로, 조선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열핵탄두증산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핵분렬물질을 대폭 증산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9월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핵기술이 발전된 조선에서는 고농축 우라늄 15kg으로 핵무기 1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농축도가 90%인 고농축 우라늄 15kg을 생산하려면, 원심분리기 600기를 1년 동안 계속 돌려야 한다.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우라늄농축공장에서는 원심분리기 6,000기가 돌아가고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연간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은 핵무기 10기를 만들 수 있는 약 150kg이다. 

 

조선의 핵시설들에서 고순도 플루토늄 약 35kg을 생산하고, 고농축 우라늄 약 150kg을 생산하면, 연간 핵무기 생산량은 20~22기에 이른다. 하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핵시설들에서도 핵분렬물질이 생산되고 있다. 2016년 1월 22일 일본 <아사히신붕>이 전직 청와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평양 근교에서 가동되는 우라늄농축공장들만 해도 약 10개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 각지에 분산배치된 비공개 우라늄농축공장들에서 고농축우라늄이 다량으로 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약 500㎡(150평) 넓이의 공간만 있으면, 원심분리기 600기를 설치할 수 있다.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우라늄농축공장에서는 방사열과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으므로 굴뚝을 세울 필요가 없다. 그래서 우라늄농축공장을 지하에 건설하면 미국의 위성감시망을 완벽하게 따돌릴 수 있다. 

 

3) 조선의 핵무기병기화공장이 확장 또는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3월 8일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하였다. 그 핵무기병기화공장의 명칭이 무엇인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에서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핵무기병기화공장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월 2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정보당국은 북의 핵무기생산시설이 30여 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그들이 얼추 추산한 것만 해도 약 30개소이므로, 실제로는 약 50개에 이르는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열핵탄두증산과업을 제시하였으므로, 조선에서는 핵무기병기화공장들이 생산능력을 더 확장할 것이고, 새로운 핵무기병기화공장도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4) 원심분리기 10,000기를 1년 동안 계속 가동하는 경우, 엄청난 전기가 소모된다. 인구와 산업시설에 비해 수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가 비교적 많은 조선에서 항상 전기가 부족한 이유는 전국 각지에 분산배치된 수많은 핵분렬물질생산시설들에서 엄청난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열핵탄두를 생산하려면 핵탄두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핵분렬물질보다 더 많은 핵분렬물질이 필요하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열핵탄두증산과업을 수행하려면, 조선은 핵분렬물질을 증산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전력생산능력을 확장하는 한편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핵동력공업창설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계획들”을 언급한 것은 조선에서 새로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3. 대륙간탄도미사일 작전성능을 고도화하는 과업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당중앙이 더 위력한 핵탄두와 탄두조종능력이 향상된 전지구권타격로케트개발을 결심하고 이 력사적 과업을 국방과학자들의 애국충정심에 의거하여 빛나게 관철한 데 대하여 언급하면서 당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장에서 11축 자행발사대차에 장착되여 공개된 새 형의 거대한 로케트는 우리 핵무력이 도달한 최고의 현대성과 타격능력을 남김없이 과시하였다고 확언하였다.” 이것은 2017년 11월 29일 정점고도 4,475km까지 솟구쳐 올랐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일본 홋까이도에서 가까운 동해에 탄착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고각시험발사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평가다. 

 

미국 중앙정보국과 국방정보국에서 20년 동안 근무했고,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인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는 2020년 11월 18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지 않고 정상각으로 발사하면 대기권재진입체(re-entry vehicle)가 충분히 정상 작동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내부평가를 서술했다.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가 등장한 것을 보고, 나는 2020년 11월 2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에서 화성-15형의 사거리를 14,000km로 추정했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15,000km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2021년 1월 14일 11축22륜 발사대차에 실려 8차 당대회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6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15,000km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는 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화성-16형이라고 지칭하지 않았지만, 화성-15형 다음에 출현하였으므로 화성-16형으로 부를 수 있다. 

 

나는 2020년 11월 2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화성-16형, 새로운 시대를 열어놓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화성-16형의 사거리를 16,000km로 추정했는데, 김정은 총비서의 사업총화보고에 따르면, 화성-16형의 사거리는 15,000km다. 중국이 보유한 둥펑(東風)-41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15,000km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6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그날 화성-16형은 세계 최대의 11축22륜 발사대차에 실려 자기의 위용을 세상에 과시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8차 당대회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화성-16형의 사거리는 15,000km다. 김정은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화성-16형의 타격명중률을 더욱 제고하는 과업을 제시했다. 이것은 각개발사식 재진입체의 다탄두개발유도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타격명중률을 제고할 것이라는 뜻이다. 화성-16형의 각개발사식 재진입체에는 열핵탄두12기가 들어간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화성-16형의 타격명중률을 더욱 제고하는 과업을 제시했다. 화성-16형의 타격명중률을 더욱 제고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는 각개발사식 재진입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MIRVs)가 들어간다. 각개발사식 재진입체의 작동원리는 여러 기의 핵탄두를 실은 후추진체(post-boost vehicle)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비행을 하다가 서로 멀리 떨어진 타격대상들을 향해 핵탄두를 한 기씩 분리사출하면 다탄두개별유도기능에 따라 타격대상을 향해 돌진락하비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필요한 것이 핵탄두 여러 기를 각각 개별적으로 유도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2020년 10월 12일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 앤킷 판다(Ankit Panda)는 화성-16형 전투부에 핵탄두 4기가 들어간다고 추론했지만, 그런 추론은 엉터리다. 탄체지름이 2.25m인 중국의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 핵탄두가 12기나 들어가는데, 탄체지름이 둥펑-41보다 더 길어서 3m에 이르는 조선의 화성-16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가 4기밖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미국과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의 핵무력을 어떻게 해서든지 깎아내리려는 습관에 빠져있기 때문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헛소리를 버젓이 늘어놓는다. 화성-16형 전투부에 핵탄두 12기가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화성-16형의 타격명중률을 더욱 제고하는 과업은 후추진체에 실려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비행을 하면서 한 기씩 분리사출된 12기의 핵탄두들이 다탄두개별유도기능에 따라 12개의 타격대상들에 각각 명중하는 능력을 제고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이 보유한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circular error probability)는 100m인데, 이것은 타격대상을 향해 돌진락하비행을 하는 여러 핵탄두들 가운데서 절반이 반경 100m의 원 안에 떨어지고, 나머지 절반은 원 밖에 떨어진다는 뜻이다. 로씨야의 토폴(Topol)-M의 원형공산오차는 둥펑-41보다 낮은 200m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는 과업은 화성-16형의 원형공산오차를 100~200m로 축소하여 타격명중률을 제고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각개발사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를 축소하여 타격명중률을 제고하려면, 시험발사에서 원형공산오차를 실측해야 한다. 그런데 국토면적이 좁은 조선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각으로 쏘는 시험발사를 하려면 12기의 모의핵탄두들을 북태평양 한복판에 설정된 12개의 탄착점들에 각각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미국을 너무 자극하게 되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각으로 쏘는 시험발사는 아직 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선은 화성-16형의 원형공산오차를 실측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무슨 뜻인지를 알 수 있다. 조선이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몇 달 안에 완성하면, 화성-16형의 원형공산오차를 실측하기 위해 화성-16형을 정상각으로 쏘는 시험발사를 단행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에서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밝혔으므로, 조선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여 화성-16형을 정상각으로 쏘는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화성-16형을 정상각으로 쏘는 시험발사를 단행하면, 일본렬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간 화성-16형 후추진체가 12기의 모의핵탄두를 12개의 탄착점들을 향해 날려보내게 될 것이다.    

 

4. 극초음속활공비행체 개발사업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조선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개발도입할 것”이며, “신형 탄도로케트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체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전투적 사명의 탄두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극초음속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라는 것은 지구 위의 어느 곳이든 1시간 안에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무기이며, 현대 미사일공학기술의 최고결정체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극초음속활공체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사업이 이미 결속되었고, 지금은 시제품을 제작하는 준비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2020년 4월 6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미국의 제한핵전쟁도발, 누가 억제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 조선은 극초음속활공체를 개발하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서술한 바 있다. 

 

2021년 1월 현재 극초음속활공체를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로씨야와 중국밖에 없다. 조선과 미국이 로씨야와 중국을 바짝 추격하면서 각각 극초음속활공체를 개발하는 중이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2021년 1월 현재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AGM-183A 극초음속활공체가 대기권 밖에서 비행하는 장면이다. 이 극초음속활공체는 2020년 3월 20일에 진행된 시험발사에서 마하 17의 극초음속으로 날아갔다. 미국은 이 극초음속활공체의 최고비행속도를 마하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조선은 아마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을 쏘아올리는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초음속활공체 개발사업에서 조선은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지금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극초음속활공체의 명칭은 AGM-183A다. 이 극초음속활공체는 지상발사대가 아니라 전략폭격기에서 공중발사되는 것이다. 2020년 12월 11일 미국 국방부는 AGM-183A 극초음속활공체를 B-52 장거리전략폭격기에 장착하는 장면을 외부에 공개했다. AGM-183A 극초음속활공체는 2020년 3월 20일에 진행한 시험발사에서 마하 17의 극초음속으로 날아갔다. 미국의 목표는 이 극초음속활공체의 최고비행속도를 마하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미국이 보유한 최첨단 스텔스전투기 F-22의 비행속도가 마하 2.25인데, 극초음속활공체의 최고비행속도가 마하 20라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속도다. 미국은 AGM-183A 극초음속활공체 개발사업을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에 완료하겠다고 하면서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나라가 조선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총비서의 사업총화보고에 따르면, 조선은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가까운 기간은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아마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조선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을 쏘아올리는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다. 

 

조선이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을 시험발사하려면, 일본렬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쏘아올려야 한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조선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화성-16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북태평양 상공으로 쏘아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거기에 더하여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북태평양 상공으로 쏘아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충격과 공포에 빠진 미국은 전쟁도발위협과 추가경제제재를 조선에 집중시키면서 광분할 것이다. 상황을 오판한 미국이 그런 광란적 행동으로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키면, 조선은 조국통일대전에 돌입할 준전시태세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총비서가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국방력강화사업에 관해 언급한 내용은 너무 방대해서 그에 대한 해설은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다음 월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해설할 것이다.

 

5. 3,500t급 중형 잠수함 10척을 개조하는 과업

6. 신형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과업

7. 정찰위성을 쏘아올리는 과업

8. 고고도무인전략정찰기를 개발하는 과업

9. 전민항전준비를 완성하는 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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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범수 아들·딸, 케이큐브홀딩스 근무 중…승계작업 앞둔 ‘경영수업’?

등록 :2021-01-25 04:59수정 :2021-01-25 09:05

 

김 의장이 100% 보유한 카카오 2대 주주
“승계작업”이란 해석에 힘 실릴 듯
카카오 쪽은 “승계와 무관” 해명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카카오 제공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카카오 제공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및 이사회 의장이 최근 두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에게 1400억원대 상당의 주식을 증여한 것을 두고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김 의장의 두 자녀(아들·딸)가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란 평가를 받는 비상장회사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 중인 사실이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2대 주주이자 김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곳으로, 두 자녀에 대한 지분 증여가 승계작업을 염두에 둔 경영수업과 맞물린 게 아니냐는 해석에 좀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24일 김 의장의 아들 상빈(1993년생)과 딸 예빈(95년생)씨의 현재 거취와 관련한 <한겨레>의 거듭된 확인 요청에 “1년쯤 전부터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두 자녀의 직급과 직책과 관련해선 “내부적으로 직급을 두지 않는다. 직책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카카오 쪽은 지난 19일 김 의장이 두 자녀에게 각각 6만주(262억원 상당)를 증여했을 때, 김 의장 자녀들이 회사와 계열사에 근무하지 않는다며 승계작업과 관련짓는 해석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카카오 쪽은 이날도 <한겨레>에 “자녀들이 케이큐브홀딩스에서 근무하는 것은 승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현재 대기업집단 카카오의 전체 지배구조는 김 의장과 케이큐브홀딩스가 각각 카카오의 1·2대 주주이고, 이를 통해 계열사 100여곳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이번 증여 이후 카카오의 김 의장 개인 지분은 13.74%, 케이큐브홀딩스 지분은 11.21%로, 둘을 합친 카카오 지분은 24.95%다. 2020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를 보면, 2019년 말 기준 케이큐브홀딩스의 직원 수는 5명으로, 그해 급여 지출이 14억원에 이른다. 두 자녀의 정확한 입사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 개인 소유의 투자회사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며 “케이큐브홀딩스에서 일어나는 일은 공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의 평가와 전망은 엇갈린다. 한 정보기술업체 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정 세금을 투명하게 다 내면서 증여하고 자녀들이 아버지 개인회사에서 일하는 것만을 가지고 곧바로 뭐라 하기는 어렵지 않냐”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존 재벌들이 승계작업을 시작한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게 사실”이라며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던 만큼, 김 의장이 나서 배경 설명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섭 김경락 최민영 기자 jski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80183.html?_fr=mt1#csidx27f1d289d2f19d0b2d53c326956ca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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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식에서 '샌더스 털장갑'이 큰 화제가 된 까닭은?

[워싱턴 주간 브리핑]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 vs. 뒤따르는 저항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은 2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한 의회 폭동의 여파로 '무관중' 취임식으로 진행됐지만, 그 면면을 보면 백인 인종주의와 극우를 상징하는 트럼프 정권 4년 동안 억압 받았던 2021년 미국의 또 다른 '오늘'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첫 흑인이자 아시안계 부통령이라는 역사를 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취임 선서 장면은 '백인 남성'(특히 수십건의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남성)이 이끌던 시대의 종말을 별다른 설명 없이도 분명히 보여줬다. 흑인 여성이 라틴계 여성 대법관 앞에서 미국의 부통령으로서 맡은 책임을 다하고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맹세했다. 지난해 대선 승리 선언 행사에 과거 서프러제트(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의 상징생인 흰색 정장을 입었던 해리스는 취임식에는 보라색 정장을 입었다. 보라색은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간 색과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 색을 섞은 색이다.


 

미국 국가를 부른 가수 레이디가가는 평화를 상징하는 황금색 비둘기 브로치를 통해 화합과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히스패닉계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제니퍼 로페즈는 축가를 부른 뒤 스페인어로 축하 인사를 전했다.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 등 전형적인 컨트리 가수 복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브룩스는 공화당 지지자이지만, "분열에 매우 지쳤다"며 기꺼이 민주당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하 공연을 했다.


 

이날 취임식 참석 인사 중 바이든이 정부가 트럼프 4년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누구보다 잘 보여준 사람으로 평가 받는 이는 22세의 흑인 여성 시인 아멘다 고먼이었다. 고먼은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언어 장애(말 더듬증)이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고 2017년 미국 의회도서관이 주최한 '전미 청년 시 대회'에 참가해 수상했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인 질 바이든 영부인이 당시 고먼을 눈여겨 봤다가 이번 취임식 축시를 낭독할 시인으로 추천했다고 알려졌다. 고먼은 지난 6일 의회 폭동을 보고 쓰게 됐다는 자작시 '우리가 오르는 이 언덕(The hill We Climb)'은 이날 취임식의 주제이자 바이든 정부가 직면한 정치적 과제이기도 한 '통합과 화합'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 바이든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독하고 있는 고먼 시인. ⓒAP=연합뉴스

"우리는 나라를 함께 공유하지 않고 나라를 찢으려는 힘을 목도했다...그러나 민주주의는 잠시 멈출 수 있어도, 영원히 패배할 수는없다는 것도 목도했다...빛은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가 그 빛을 직시할 용기가 있고, 스스로 그 빛이 될 용기가 있다면."


 

시 낭독 전에 자신을 "노예의 후예이자 깡마른 흑인 소녀"라고 소개하기도 한 고먼은 열성적인 인종차별 철폐 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로 알려졌다. 고먼은 "203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서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취임일 저녁 행사에 턱시도를 입고 등장한 대통령의 딸 애슐리 바이든도 젊은 여성들의 찬사를 받았다. 애슐리 바이든은 검은 턱시도에 묶지 않은 나비 넥타이, 뒤에서 하나로 묶은 머리로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이런 모습은 전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자신 뿐 아니라 남편인 제러드 큐슈너까지도 백악관에서 보좌관으로 일했던 이방카와 달리 애슐리는 백악관에서 공식 직함을 맡을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한다. 다만 영부인인 질 바이든이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교수직을 계속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부인이 하는 일들(행사 참여, 귀빈 응대, 백악관 내부 장식 등)을 도울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언론에 알려졌다.


 

▲취임일 저녁 파티에 턱시도를 입고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딸 애슐리 바이든. ⓒ 트위터 갈무리

샌더스의 털장갑, 대중들이 열광하는 의미는?


 

바이든 취임식에 연단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도 계속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다. 취임식 관중석에서 두터운 점퍼에 털장갑을 끼고 앉아있던 샌더스의 사진은 다양한 '밈'(meme : SNS에서 유행해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거나 패러디된 사진이나 영상)으로 재탄생했고, 샌더스 사진을 다른 사진에 합성해 '밈'을 만들어 주는 앱마저 만들어졌다.


 

샌더스는 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바이든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다.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도 '돌풍'을 일으켰지만 힐러리 클린턴에게 후보 자리를 내줘야 했던 그는 트럼프 재집권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2020년 대선 경선에서도 중도 사퇴해야만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중도 진영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로는 트럼프를 상대로 본선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바이든으로 몰아주는 물밑 작업을 벌였다는 설도 파다했다.) '메디케어 포 올'(전국민 의료보험), 그린 뉴딜(기후변화 관련 정책) 등 진보적 정책을 내세운 샌더스는 민주당 주류이자 중도를 대표하는 바이든과 정치 철학과 정책이 확연히 다르지만, 지난 대선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바이든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러나 대선 승리후 바이든 정부의 요직은 '오바마 정권 사람들'로 분류될 수 있는 중도진영의 사람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민주당 경선에 함께 했다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한 카멀라 해리스는 러닝 메이트로 지명돼 부통령이 됐고,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밴드 시장은 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에이미 크로버샤 상원의원은 이날 취임식 사회자로 등장했다. 진보진영인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의회에 남았다.

 

샌더스가 이날 취임식 연단이 아니라 관중석에 앉아 있는 모습은 처음에 지지자들에게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취임식 연단에 오른 인사들의 화려한 복장과 대비되는 소박하지만 가장 실용적인 복장을 한 샌더스의 모습은 그의 정치 철학을 보여주는 또 다른 상징으로 인식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샌더스가 낀 털장갑은 2년 전 한 지지자가 폐플라스틱으로 재생한 친환경 털실로 직접 떠서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는 화제를 모은 자신의 취임식 복장에 대해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는 겨울에 매우 춥다는 것을 얘기하면서 "버몬트 사람들은 따뜻하게 입는다"고 웃으며 답했다.

 

'샌더스 밈'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여전히 유효할 '샌더스 정치'에 대한 기대와 응원이 담겼다고 보여진다. 대통령 취임식에도 털장갑을 끼고 나타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계속할 한결 같은 샌더스에 대한 찬사와 박수다. 샌더스는 소셜 미디어에서 '밈' 놀이를 하는 청년층의 현실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여온 정치인이기도 하다.


 

샌더스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상원에서 예산위원장을 맡아 예산안 통과에 중요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됐다. 예산위원장은 상원 가결에 필요한 60표가 채워지지 않아도 단순 과반으로 개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샌더스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자신의 진보적 정치 이념을 구현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한 샌더스 상원의원. ⓒAP=연합뉴스

공화당, 바이든 각료 인준-코로나 부양책-이민법 개혁 등에 '딴지' 시작


 

이런 '문화적 코드'를 통해 시대 착오적이었던 전임 정권에 '한방'을 시원하게 날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바이든 정부를 기다리는 것은 엄연히 트럼프와 그 지지세력들이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현실이다.


 

공화당에서 당장 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공화당은 바이든과 협력할 의사가 있지만,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법안들을 차단하는 것 또한 꺼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민주당이 상식에서 벗어나거나 물러날 때, 그들의 제안이 공공의 이익을 해칠 때, 공화당은 미국 국민들이 우리에게 준 힘을 이용해 옳은 것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상원과 하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원에서 법안 처리를 방해하기 위해 시간을 끄는 필리버스터(소수파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다)를 제지하기 위한 정족수는 60명이다.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을 차지하고 있고 상원의장인 해리스 부통령까지 합치면 민주당이 51표로 다수당이지만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공화당 원내대표인 매코널은 "오바마 정부를 사실상의 단임 정부로 만들었다"는 평가까지 받는 노회할 대로 노회한 정치인이다. 매코널은 오바마 정권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된 뒤 오바마 정부의 주요 정책과 인사를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로 철저하게 방해한 인물이다.


 

공화당이 '딴지'를 걸고 나선 부분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상원에서 트럼프 탄핵재판이 열리는 시점을 2월 이후로 늦출 것, 둘째,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바이든표 코로나19 구제정책, 셋째, 이민개혁 정책 등이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바이든 각료 인준을 무기로 트럼프 탄핵재판 연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취임 첫주 상원에서 인준된 바이든 내각은 2명(국가정보국장, 국방장관)에 그쳤고,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아직 인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은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상원 다수당(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는 매코널 대표와 회동을 하고 23일 트럼프 탄핵재판을 2월 9일 이후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또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바이든이 취임사에서 '백인 우월주의'에 대해 비판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바이든은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 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의 등장에 맞서야 하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터커 칼슨 폭스뉴스 앵커 등 보수 인사들은 "무엇이 백인 우월주의냐"고 반문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백인 우월주의'가 아니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1230026479844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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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추미애 “내가 사퇴하면 윤석열도 사퇴할 줄 알았다”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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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퇴임을 앞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장관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추 장관은 “무소불위 검찰로부터 온 가족이 탈탈 털린 분(조국 전 장관)의 후임으로 왔으니 시작부터 외로웠다”며 “재임 기간 내내 쏟아지는 화살을 온몸으로 막아야 했다. 오죽하면 법무장관 덕분에 다른 장관들이 편했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대권 도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우선 스스로를 보듬어줄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퇴임을 앞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장관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추 장관은 “무소불위 검찰로부터 온 가족이 탈탈 털린 분(조국 전 장관)의 후임으로 왔으니 시작부터 외로웠다”며 “재임 기간 내내 쏟아지는 화살을 온몸으로 막아야 했다. 오죽하면 법무장관 덕분에 다른 장관들이 편했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대권 도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우선 스스로를 보듬어줄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62)이 예정대로라면 이번 주 퇴임한다. 그는 2020년 1월 검찰개혁의 과제를 안고 취임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60)과의 잦은 충돌로 임기 내내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감찰권과 수사지휘권을 거듭 발동하고 검찰총장에 대한 초유의 징계를 추진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내상을 입었다. 추 장관에게는 검찰개혁의 초석을 놓았다는 긍정적 평가과 함께 재임 기간 동안 윤 총장 찍어내기에만 집중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지난 2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장관실에서 추 장관을 만났다. 장관실 입구에는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환들이 가득했다.

- 법무부를 떠나는 소회가 어떻습니까.

“취임하고 한 달 정도 됐을 때 이미 6개월가량 지난 느낌이었어요. 취임하자마자 검찰 인사를 했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수사와 기소 분리의 화두를 던졌는데, (검찰의) 저항과 반격이 굉장히 셌잖아요. 지금은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개혁의 절대적 필요성에 대해 국민께서 공감해주고 계시다고 느껴 보람을 느낍니다. 진통 끝에 오늘 공수처도 설치됐고요. 다만 검찰개혁 완수를 제가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는 게 아쉽지요.”

- 사의 표명 과정의 진실은 뭔가요. 자발적 사직이냐, 사실상 경질이냐 의구심이 일었는데요.

“제가 그날(지난해 12월16일)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대한 재가서를 대통령께 드리면서 분명히 사의를 말씀드린 것이고요. 그에 대한 긴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 왜 사직을 결심했나요. 그날 청와대에 들어가기 4시간 전만 해도 브리핑을 통해 검찰개혁 완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잖습니까.

“윤석열 검찰총장의 상당한 비위를 확인한 장관으로서 제가 먼저 사의를 밝히면 윤 총장도 그런 정도의 엄중함과 책임감을 가져주리라 기대한 것이죠.”

-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 윤 총장도 스스로 그만둘 것이다?

“그렇죠.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지만, 장관의 지휘와 징계심의의결서에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이 총장 자신과 총장 측근, 또는 총장 가족과 관련된 것들이잖아요. 의결서에는 윤 총장의 비위 사실은 종합적으로 해임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어요. 그러면 관련 수사팀의 수사 독립성 보장과 국민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총장 스스로 직을 내려놓는 게 옳지 않겠는가, 한 것이죠.”

- 기대가 빗나갔군요.

“제가 기대라고 표현했지만 (윤 총장이) 그 정도의 눈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 아닐까요?”

- 추 장관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은 뭔가요.

“경찰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검사가 인권보호 입장에서 수사 통제를 하라는 취지로 검찰제도가 탄생했어요. 그런데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인권침해를 하고 있으니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중요하죠. 그렇다고 해서 경찰에 수사권을 다 넘긴다는 개념은 아니에요. 지금은 공수처만 보이겠지만, 미국의 FBI연방수사국, 영국의 중대범죄수사청(SFO)처럼 우리도 수사기관을 범죄유형별로 다양화, 다원화할 필요가 있어요.” 

수사·기소권 모두 가진 검찰
이들의 인권침해 막는 게 개혁
범죄유형별 수사기관 다양화돼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2020년 1월 추 장관이 부임하자마자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충돌이 서막이었다. 추 장관은 인사안에 대한 의견청취를 하겠다며 윤 총장을 법무부로 호출했는데, 윤 총장은 법무부 검찰국이 만든 인사안을 토대로 장관과 총장이 제3의 장소에서 협의하는 그간의 관행과 다르다며 반발했다. 해당 인사에서 조국 수사를 이끌던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를 총괄한 박찬호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등이 줄줄이 좌천됐다.

- 검찰 간부 인사는 청와대와 법무장관, 검찰총장이 같이 하는 것으로 알아요. 장관은 제청권자이고, 총장과 협의하게 돼 있는데, 왜 이전 장관들과 다른 방식을 취했습니까.

“종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장관 대다수가 총장의 검사 선후배이다보니, 밀실에서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하고 인사잡음도 없앴던 거예요. 검사 출신 장관이 검찰개혁을 말할 이유도 없죠. 자기도 장관 그만두면 변호사 개업하면서 조직에 편승해 득을 봐야 하니까요. 그런 익숙한 관행 속에 있다가 비검사 출신 장관인 제가 와서 밀실 인사 논의를 혁파한 거예요. 투명성을 위해 협의의 과정도 윤 총장에게 의견을 내도록 공식화하고 이를 문서화해 보관하고 있어요.”

-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한 인사였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가짜뉴스인 건 잘 아시죠? 그 당시 인사를 할 때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수사팀은 유지하라는 인사 원칙을 밝혔고 그 원칙대로 했어요. 시기적으로도 조국 전 장관 수사는 이미 끝나서 기소된 상황이었고, 울산 사건도 곧 기소가 됐어요.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수사도 끝났을 때고요.”

- 하지만 당시 울산 사건의 경우 울산시청, 울산지방경찰청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현 정권을 겨눌 때였는데, 부장을 제주로 보냈어요. 수사에 있어 간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수사 검사가 중요하죠. 간부급 인사는 인사 시기에 맞춰 해야 하는 것이고요. 안 그러면 모든 검사는 수사를 하고 있는데, 장관은 인사를 하지 말라는 거죠(웃음).”

추 장관은 “검찰조직 내의 가장 큰 문제는 ‘하나회’처럼 군림하면서 주목받는 사건을 독식하고 그것을 통해 명성을 얻으면서 꽃보직을 계속 누려온 특수통 출신, 이른바 ‘윤(석열 총장)사단’”이라고 말했다.

“특수부의 고객은 기업오너를 포함한 경제사범 등 호화로워요. 전관예우 특혜를 통해 퇴임 후에도 돈 많은 고객을 상대하고 몰래변론을 하면서 큰 돈을 벌죠. 그래서 조직 내 정의를 찾기 위해 이른바 사조직화돼 있는 윤사단을 깨는 인사들을 단행했던 겁니다. 특수통 출신에게 주요 보직이 편중되는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형사·공판부 검사 우대, 우수 여성 검사 발탁 등에 주안점을 뒀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장관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장관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주목받는 사건 독식해 명성 얻고
퇴임 후에도 특혜 누리는 특수통
‘하나회’처럼 군림한 윤석열 사단
해체가 비정상 바로잡는 인사

- 울산 사건의 경우 관련자 13명이 기소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가 개점휴업 상태예요. 작년 4월 총선 후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 4명에 대한 공범수사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아요.

“(한동안 생각에 잠기다가) 제가 기소하라고 강제할 수 있나요?”

- 해당 인사를 통해 이른바 ‘추 라인’을 만들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추 라인이 있으면 윤 총장 징계 건과 관련해 전국의 검사들이 연판장에 서명할 때 적어도 검찰 내부에서 토론이라도 있지 않았겠어요? 추 라인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아요.”

- 이른바 추 라인으로 언론에 자주 언급돼 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어떤가요.

“서울중앙지검장은 제가 법무부에 왔을 때 검찰국장이시다가 일주일만에 나가신 분이에요. 교감은커녕 업무를 같이 한 적도 없어요. 다만 이런 구분은 가능하죠. 검찰개혁의 취지를 이해하는 검사와 취지에 반발하는 검사가 있을 때 핵심 보직에 누구를 앉히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을 추 라인이라고 하면 검사들이 웃을 거예요. 정무직 장관의 생명은 짧고 검찰조직은 영원한데, 뭐하러 장관 라인이라고 라벨(딱지)을 붙이겠어요?”

-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분한 옵티머스 자산운용 관련 사건을 두고 대검 감찰부와 합동 감찰을 지시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아직 감찰 결과가 아직 안 나왔어요.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국감 시기에 박범계 장관 후보자가 하셨으니 장관으로 임명되시면 엄정하게 보실 것 같아요.”

우철훈 선임기자

우철훈 선임기자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건은 채널A 기자의 검·언 유착의혹, 라임자산운영 로비사건, 윤 총장의 부인과 장모 관련 사건 등 6건이다. 이전까지 수사지휘권 발동은 지난 2005년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천정배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것이 헌정 사상 유일한 예였다.

- 검·언 유착의혹 사건의 경우 윤 총장이 지휘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안 나왔어요. 채널A 기자와 유착 의혹을 받은 한동훈 검사장이 여전히 검언유착에 가담했다고 생각하나요.

“가담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왜 성과가 안 나오는 것이겠습니까?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에 협조를 안 해서죠. ‘라임 사건’의 김봉현(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현직 특수통 검사 4명이 지금 모두 휴대폰을 분실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어요. 한동훈 검사장이 휴대폰이 압수된 후 비밀번호를 안 가르쳐줌으로써 법망을 피하는 방법을 후배들에게 몸소 가르쳐줬으니까요.”

- 수사지휘권 발동 사건들이 진척이 없다면 수사지휘권의 정당성도 훼손되는 것 아닌가요.

“법무부가 11월쯤 사무감사를 해보니 실제로 제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건들에서 수사 진척이 없었어요. 수사지휘권을 발동해도 특히 검찰총장과 관련된 사건들의 경우 일선 검사들이 감히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거죠. 그나마 윤 총장 장모 사건 중 하나는 기소됐어요. 라임 사건에선 윤갑근 전 고검장이 기소됐고요. 그러니 이건 수사지휘의 정당성이 있는 거죠.”

- 윤 총장 징계와 관련해선 두 번이나 법원으로부터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받았어요. 무리한 징계를 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이마를 짚으며) 첫번째 직무배제 효력정지에 대한 윤 총장 쪽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 자체는 존중해요. 그러나 정직 2개월에 대한 효력정지에 대해 절차적 하자 등의 이유를 들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건 대단히 유감이에요. 기피당한 사람이 의사정족수에 포함되지 않았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은 여러 판례에서 보듯이 받아들이기 어렵거든요.”

(당시 재판부는 윤 총장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 등 핵심 징계사유의 주요 내용에 대해선 소명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다시 돌아가도 윤 총장을 징계하겠습니까.

“총장 징계를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법적 절차 요구에 따른 장관의 책무예요. 국회에서도 요구했고 감찰에 따른 진상조사 확인 절차를 거쳐 한 것이기에 그것을 회피할 수 없어요. 저의 직무유기가 되니까요.

- 그런데 윤 총장은 국정감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밝혔어요.

“검찰개혁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하는 거예요. 오히려 윤 총장은 한명숙 전 총리 진정사건 처리를 인권부에 배당하는 등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게끔 방해했어요.”

- 윤 총장만 축출하면 검찰개혁이 성공한다는 식의 접근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윤 총장 축출이 목적이 아니에요. 윤 총장 하나 사직한다고 뿌리깊은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일거에 해소되는 건 아니겠죠. 그래서 인사가 중요해요.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께도 저의 인사원칙을 말씀드리고 인사원칙의 영속성은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로 당부드렸어요.”

우철훈 선임기자

우철훈 선임기자

정치 안 할 사람이 국립묘지 참배
이런저런 발언하겠나…맥락 있어
대통령 뜻 ‘정치하려면 나가서…’

- 추·윤 갈등으로 검찰개혁의 명분과 순수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추·윤 갈등이란 것은 검찰개혁에 반하는 반개혁 프레임이에요. 검찰이 무소불위 권력으로 온 가족을 탈탈 턴 조국 전 법무장관의 사태를 보면서 후임 장관으로 누가 갈까 많은 분들이 걱정했다고 해요. 저도 회피하고 싶었어요. 그랬으면 편하게 살았겠죠.(웃음). 그럼에도 이 길을 온 것은 검찰개혁이 그만큼 어렵고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라고 응원해줬기 때문이에요.”

- 추·윤 갈등 탓에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실제로 추·윤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대통령 지지도가 30%로 떨어졌는데요.

“그것도 나쁜 프레임이고 납득하기 어렵죠. 그러면 1년 내내 추·윤 갈등 프레임을 씌웠는데 왜 이전에는 대통령 지지도가 높았을까요? 다만, 사람들은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니 대통령이 해임도 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부작위 상태가 지속되면서 불편감이 반영됐을 수 있었다고 봐요. 또 윤 총장 징계와 관련해서도 속시원한 결론이 안 난 상태이니까 실망감이 표출된 것일 수도 있고요.”

- 윤 총장이 강력한 대권후보로 부상했어요. 추 장관이 일등공신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언론의 공이 제일 큰 것 같은데요. 윤 총장이 강아지 산책시키고, 1년 전 순대국밥을 먹는 사진 등을 미담으로 포장해 연일 윤 총장을 띄어줬잖아요. 그 정도의 관심으로 윤 총장의 장모나 부인 사건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기자들이 관심을 가졌다면 수사속도도 붙을 텐데요.”

- 언론에 서운함이 많군요.

“진실은 편이 없잖아요. 그런데 (언론이) 너무 편 먹어요. 법조기자실이 서초동에 있잖아요. 거기서 대검의 이야기를 듣고 확인취재 없이 일방적으로 쓰다 보니, 법무부 대변인실은 1년 내내 오보대응만 열심히 하더라고요(웃음).”

- 법조기자단을 해체해야 한다고 보나요.

“진실에 있어 편이 없어야 한다는 건 공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법조기자단을 만들어서 기자단에서 인정하지 않거나 또는 기자단 아닌 언론사는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 아닐까요? 일종의 독과점을 누리는 거잖아요. 스스로 공정하지 않으면 남에게 공정을 요구할 수 없어요. 기자들 스스로 이를 깨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국회에서 ‘소설 쓰시네’ 같은 감정적 대응 발언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제가 좀 뜨겁게 살죠(웃음). 정의를 위해서라면 미움받을 용기가 좀 있죠. 점수 따고 편하게만 지내기엔 제 직업이 험난하거든요.”

-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표면적으론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어요. 서운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님은 당신이 믿는 장관을 나무라실지언정, 칼을 쥔 사람이 정의를 내세우면서 너무 잔인해지면 안 된다, 즉 검찰의 수사·기소 절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표현한 의중은 뭘까요.

“정치하려면 나가서 하라는 엄명이죠. 검찰총장은 범죄수사와 관련한 검사사무를 위해 임기를 보장하는 거예요. 그 취지에 어긋나게 하려면 나가서 하라는 것이죠. 대통령이 엄명을 부드럽게 말씀하셨다고 해서 달리 해석하면 안 되죠.”

-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정치하려고 검찰총장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정치 안 할 사람이 국립묘지 참배하고, 이런저런 발언을 하겠습니까? 다 맥락이 다 있는데, 무슨….”

(검찰총장은 매 신년 초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누적확진자가 1000명이 넘은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K방역의 오점이 됐다. 추 장관은 두 차례에 걸쳐 사과했다. 최근엔 박상기 장관 재임 시기에 일어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위법성 논란이 일면서 법무부가 검찰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압수수색과 관련해 추 장관은 “법무부 간부들에 대한 검찰의 명백한 보복수사”라며 “모욕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는 수사처분이 아니라 출입국에 관한 법무부의 행정처분이기에 절차적 위법이 없고 그에 대한 판례(대법원 2012두 18363 판결)도 있다”고 말했다..

-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왜 법무부의 조치가 늦었느냐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교정당국은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지침에 따라 처음부터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수용자 및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철저히 진행해왔어요. 다만 서울동부구치소는 밀집·밀접·밀폐 ‘3밀 시설’인 데다 입감과 출감이 빈번한 곳이에요. 입감 시 14일간 격리수용을 철저히 했음에도 무증상 감염자들도 있어 방역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한 첫 사과 창구도 그랬고 페이스북 소통이 잦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이런 정도는 국민께 말씀드려야겠다는 필요성이 있을 때마다 생각을 표현하는 거예요.”

뼈 갈아 붓는 열정으로 일했는데
추·윤 갈등, 윤 찍어내기라 규정
편향적인 보도, 아프고 안타까워

- 페이스북에 이육사 시인의 ‘절정’ 등 시 인용을 통한 심경 표현이 많던데요. 평소 시를 많이 읽습니까.

“시를 읽기도 하지만 제 시상이 떠오를 때도 있어요. 어제도 꽁꽁 언 한강 위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교각 주변으로는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보며 문득 시상이 떠올랐지요.”

- 요즘은 뭘 읽나요.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읽었어요. 외롭기도 해서 스스로 위안 좀 받으려고요.”

- 외롭군요.

“탈탈 털린 분(조국 전 장관)의 후임으로 왔으니 시작부터 외로웠죠. 가까이 와 줄 사람도 없고, 시끄러우면 갈등이라고 하면서 멀리 하려고 하고…. 임기 내내 쏟아지는 화살을 갑옷도 없이 온몸으로 막아야 했어요. 오죽하면 법무부 장관 덕분에 다른 장관들이 편했다고 할까요.”

- 언제 가장 힘들고 외로웠나요.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 일을 하고 있어도 외롭고, 떠나도 외로운 것 같아요. 사람들은 무소불위 권력을 쥔 검찰에 대해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검찰개혁의 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죠. 요즘도 제게 꽃바구니를 보내는 분들이 많아요. 그 바구니 하나하나에 검찰개혁을 씩씩하게 해내라는 이름없는 분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외로워도 결코 외롭다고만 할 수 없는 자리가 됐죠.”

- 추·윤 동반사퇴를 건의한 여권 인사들에 대한 섭섭함도 있겠지요.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시민들이 더 잘 이해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2016년 촛불 때도 그랬죠. 촛불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할 때 국회에서는 거국내각이라는 타협안이 나왔어요. 광장보다 국회가 이 시대를 어떻게 매듭지어야 하는지 덜 절박했거나 뒤처졌던 거죠. 검찰개혁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제도가 아닌 검찰이 개혁 그 자체임을 드러냈어요. 코로나만 아니면 광장에 다시 100만명의 시민이 모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 후회되는 일은 없습니까.

“후회라기 보다는, 코로나로 민생이 힘들잖아요. 그런데 언론이나 여론조사기관에서 자꾸 추·윤 갈등이라 하고 총장 찍어내기라고 하니까 민생도 어려운데 자꾸 왜 싸우냐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뼈를 갈아서 쏟아붓는 열정으로 일했지만 그런 기울어진 운동장(언론보도 등)이 된 건 굉장히 아프고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 법무부를 떠나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은가요.

“힐링되는 시간을 갖고 시상도 떠올리고 그걸 메모할 시간도 갖고 싶어요.”

추 장관에게 내년 대권 도전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일단 여유를 많이 가져야 한다. 저에 대한 위로, 보듬어줄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1995년 정계에 입문했으니 추 장관은 어느덧 정치인생 27년째를 맞고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추진력으로 ‘추다르크’라는 별명과 함께 5선 의원을 지낸 그의 삶에서 그리고 우리 정치사에서 2020년 법무부 장관의 시간은 어떻게 자리매김하게 될까. 오후 2시에 시작한 인터뷰를 마치고 법무부 청사를 나서자 밤하늘에서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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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2, 차기 서울시장은 이 5명 중 누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1/25 08:14
  • 수정일
    2021/01/25 08: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판세 분석] 양자 구도는 야당에 유리하지만... 야권 단일화 '이후'도 변수

21.01.25 07:13l최종 업데이트 21.01.25 07:13l
 왼쪽부터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  왼쪽부터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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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각 당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돌발 변수가 나올 수 있지만, 서울시장은 여야 유력주자 5명의 테두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오마이뉴스>가 두달 반 앞으로 다가온 선거의 판세를 들여다봤다.

[민주당] 인지도 대 조직력, 누가 이길까?  민주당 시장 경선은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전 장관의 '리턴 매치'로 치러지게 됐다. 두 사람은 3년 전 박 전 시장에 맞서 경선을 치른 바 있다. 박 전 시장이 2018년 4월 20일 66.2%의 압도적 득표율로 두 사람을 눌렀다(박영선 19.59%, 우상호 14.14%).


3년 전에도 두 사람의 득표율 차가 크지 않았던 만큼 양자 구도의 팽팽한 대결이 예상된다.

MBC 기자 출신의 박 전 장관은 여성 첫 국회 법사위원장과 정당 원내대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당의 '보스'인 유력 정치인들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의 경력을 쌓아왔다는 게 강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내려놓으면서 "때론 '질주 영선', '버럭 영선'을 꾹 참고 따라와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도 여당 내에서는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정치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박 전 장관이 출마 선언을 늦춘 것에 대해 "너무 뜸을 들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영선 지지 성향의 한 의원은 "소상공인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3차 재난지원금 지원은 마무리하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우 의원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민주당 586그룹의 간판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내주고 '81석 야당'으로 몰락한 2006년 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당의 대변인으로서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는 논평을 도맡았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는 121석을 가진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234표의 탄핵 찬성표를 이끌어내는 수완을 보였다. 임 전 실장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등 친문 그룹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박 전 장관과 같은 4선의 중진 의원이면서도 인지도에서 뒤지는 것을 놓고 "스타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당내 경선은 인지도와 조직력의 싸움이다. 경선 결과는 권리당원 투표와 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50대 50으로 반영해 확정한다.

우 의원은 작년 12월 13일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뒤 서울의 민주당 의원들을 일대일로 접촉해 상당수를 응원군으로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3년 전 경선에서 박원순 전 시장을 도왔던 일부 의원들도 "이번에는 우 의원을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상호 캠프의 관계자는 "권리당원은 우 의원, 여론조사는 박 전 장관이 유리하다. 그러나 우상호 표를 잠식할 제3 후보가 없는 것은 좋은 징후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60% 이상을 이기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 전 장관 측은 "우 의원으로 본선을 치를 수 있겠냐"는 입장이다. 출마 선언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 1위'를 기록한 만큼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경선을 쉽게 풀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10년 전 박원순 전 시장과의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박 전 장관은 6.6% 격차로 분패한 바 있다. 박영선 캠프의 관계자는 "우 의원이 당내 조직에서 우위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시의원들 모아놓는다고 권리당원들이 표 몰아준다고 자신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두 사람의 승부는 오는 29일 예비후보 등록이 종료된 후 설 연휴 전후에 치러질 TV토론에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 국민의힘 후보만 14명, 관건은 단일화

작년 4월 서울 지역 총선에서는 여당이 압승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치러지는 보선 책임론을 떠안게 됐고, 이른바 '추미애-윤석열 갈등' 정국을 지나면서 인기가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국민의힘은 '박원순의 잃어버린 10년'을 찾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시청 탈환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김대중-노무현 정부로부터 권력을 되찾겠다고 했던 2007년에도 나온, 익숙한 슬로건이다.

21일 마감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공천 신청자는 14명에 이른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 중에서 4명의 예비후보를 가려낼 방침인데, 현재로서는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구청장·당협위원장·전직 의원 그룹 2명이 경선 무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에서 가장 유력한 사람은 나경원과 오세훈. 여기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가 관건이다.

1년 전만 해도 나경원, 오세훈, 안철수 세 사람의 서울시장실 입성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5000여 명에 이르는 서울시청 공무원들의 생각이 대체로 그랬다.

2011년 오 전 시장은 재임 5년 만에 "저는 비록 오늘 물러나지만 서울의 그 꿈, 여러분들이 반드시 이뤄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시장직을 내려놨다. 나 전 의원은 10년 전 박원순 전 시장과의 대결에서 46.2% 득표율로 낙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년 전 시장 선거에서 3위에 그쳤다(19.6% 득표).

서울시의 한 고위간부는 "사람 일은 알 수 없다는 게 실감난다. 직장 상사로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분들이 시장 후보로 거명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언론사들이 서울시민 대상으로 실시한 연말연시 여론조사에서는 여야 1 대 1 구도에서 야당 후보가 우세한 결과를 내놓았다. 국민의힘 후보군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 후보 1위는 안철수로 수렴됐다.

작년 12월 26~27일 시사저널-조원씨앤아이 조사는 양자 대결과 삼자 대결을 모두 소개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양자 대결에서는 안철수가 박영선을 42.1% vs 36.8%로 앞섰지만, 국민의힘 후보를 나경원으로 상정한 삼자 대결은 박영선(35.5%), 안철수(26.0%), 나경원(19.4%)의 순이었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같은 해 12월 27~28일)에서도 양자 대결에서는 안철수(44.6%)가 박영선(38.4%)을 앞섰지만, 삼자 대결 결과는 박영선(31.3%)-안철수(29.4%)-나경원(19.2%)이었다.

여론조사가 주는 신호는 자명했다. 두 야당이 후보 단일화를 하면 시장 선거가 수월해지지만, 3자 구도로 가면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비교적 빨리 읽은 쪽은 안철수 대표였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작년 12월 20일)으로 대권의 꿈을 접게 됐지만, 시장 선거에서는 단연 주도권을 쥐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4년 간 두 번(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서울시장 선거)이나 서울시민들을 만난 만큼 인지도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을 능가한다.

[단일화 이후] 2012년 '아름답지 않은 단일화'의 기억

그런 면에서 오세훈 전 시장의 '시청 복귀' 선언은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을 놀라게 했다. '시장 행정 5년의 경험'을 가진 그가 어떤 식으로든 2022년 대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자신을 지원해주길 기대했던 주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조건부 출마 선언(1월 7일), 공식 출마 선언(1월 17일)이라는 점층식 접근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스스로 시장직을 던진 사람을 시민이 왜 다시 받아줘야 하냐"는 질문이 선거 내내 그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2004년 국회에 나란히 입문한 박영선 전 장관과 자주 비교된다. 2007년 12월 유튜브에 '이명박 BBK' 동영상이 올라오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동시에 출연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연말 '딸 대학성적 특혜 의혹'과 '사학비리 의혹' 등 검찰 수사 건을 무혐의로 마무리한 것이 나 전 의원의 정치 행보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한편으로는 1년 전 야당 원내대표로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투쟁을 이끌다가 기소된 만큼 향후 재판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지율 1위' 안철수 대표의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급한 것은, 국민의당 당권을 쥔 김종인과의 '악연'을 푸는 것이다. 김 대표가 2012년 총선에서 정당을 만들어 정치에 도전하라고 권했을 때 안 대표는 듣지 않았다. "제 멘토 역할을 하는 분은 한 300명 정도 된다"는 발언도 그를 비롯한 정치원로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안 대표에게 한때 기대를 걸었던 김종인, 윤여준, 이상돈 등 '정계원로 트리오'가 모두 그를 떠났다.

국민의힘 후보에 이겨 단일화를 이룬다고 해도 '아름다운 단일화'가 아니라면 국민의당 안철수가 상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지도 미지수다. 단일화 이후 뜨뜻미지근한 결합으로 선거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은 2012년 문재인을 도왔던 안 대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야당 후보가 시청에 입성할 경우 그의 가장 큰 시험대는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의 관계 설정이다.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인데, 박원순 재임 시절에는 시청과 시의회의 갈등이 도드라지지 않았다.

무상급식 조례안을 놓고 극한갈등을 빚었던 2011년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과 시의회의 잔여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만큼 2022년 지방선거에서 '최종 승부'를 봐야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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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준의 경제비평] 지금은 전시상태, 새해 재정정책은 국민 고통을 더 나누는 방향으로

재난에 맞선 시민의 연대가 가능하기 위한 조건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발행 2021-01-24 17:27:57
수정 2021-01-24 17: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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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점검 보고서는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한 세계 각국의 재정 대응을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와 함께 발표된 자료를 살펴보면 각국에서 이미 제도화된 ‘자동안정장치’(누진세와 같이 경기 변동의 충격을 자동적으로 줄이려는 거시경제 조절 수단)를 제외하고 순전히 각국 정부가 2020년 9월까지 재량적으로 실시한 재정 대응이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비교 결과에 따르면 세계경제 주요 20개국, 즉 G20 가운데 한국이 포함된 선진경제 10개국은 평균적으로 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8.2%에 해당하는 예산을 코로나19 대응에 재량 지출로 썼다. 그 가운데 0.8%는 보건 분야 지출이었고 나머지 7.4%는 비보건 일반 지출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에는 보건 분야 지출 0.3%를 포함해 예산 대응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3.5%에 그쳤다. 이는 대상 국가 중 최하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재정을 가장 덜 썼음에도 불구하고 방역과 경기 방어에 이만큼이나 성공한 다른 선진국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1.18.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1.18.ⓒ뉴시스  
 
경제위기의 한복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재정 건전성,

그러나 과연 자랑만 할 일일까?

국제기구들에 의해 G20 전체 나라 가운데 한국이 2020년과 2021년 두 해 모두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적자’(세금과 같은 정부의 수입을 정부의 지출이 초과하는 현상, 혹은 그 초과 금액)의 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에도 이와 같은 방역과 경제 성과에서의 그간의 선방이 고려되었을 법하다. G20 국가들의 재정 적자 비율 평균값은 2020년 한국의 약 3배, 2021년 약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과 그나마 비교할 수 있는 G20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독일 정도이다. 2020년과 2021년 국가 채무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에서도 한국은 G20 가운데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터키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보수 야당의 정치인들과 기성 매체에서는 한국경제가 방만한 재정 때문에 곧 망할 듯 연일 저주를 퍼붓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게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무디스 등의 국제신용평가회사에서 재정 적자나 국가 채무 비율 같은 몇 개 지표만 절대 기준으로 삼아 국가신용등급을 정할 리는 없다. 그보다는 평가 항목별로 비교 대상인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경제의 상대적인 지위가 어떠한지가 오히려 더 중요할 듯하다.

오늘도 시민들은 재정의 빈틈을 땀과 눈물로 메우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코로나19 경제위기의 한복판에서 재정을 이렇게 절약했다는 사실이 과연 자랑만 할 일인지 의심스럽다. 정부도 말로는 누누이 ‘전시 상황’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전쟁 같은 일을 치르는 사람들이 누군지 시민들은 안다. 턱없이 부족한 공공의료 시설을 지키는 현장의 간호사들, 생계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자영업자들, 요양이나 택배 등 이른바 고위험 집단과 필수업종의 노동자들, 그리고 소득 증빙도 취업도 할 수 없어 정부의 각종 선별지원에서마저 배제되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 ‘전시 상황’을 제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정부가 재량적인 예산 대응을 3.5%에서 멈추지 않고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나라들 정도로 지원의 수준을 늘렸더라면 어땠을까? 비록 재정 수치는 지금보다 나빠졌을지 몰라도 시민들의 수고를 국가가 조금은 더 나눠 짊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재정을 아꼈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마땅히 졌어야할 부담을 시민들에게 미뤄두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보건의료노조가 12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의 소진과 이탈(퇴직,이직) 등 신속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2021.01.12
보건의료노조가 12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의 소진과 이탈(퇴직,이직) 등 신속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2021.01.12ⓒ김철수 기자

불평등의 시정과 적극적인 적자 재정이 곧 경제 회복의 길

1940년대에 영국 옥스퍼드 대학 통계연구소와 캐나다 몬트리올의 국제노동기구(ILO)에서 활동했던 폴란드 출신의 저명한 경제학자 미하우 칼레츠키는 대공황과 전시경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제 회복을 위한 방도를 요약해 제시한 바 있다. 그 방도는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정부가 항구적으로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복지지출 등을 통해 가계 소비를 지원하고 공공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득 불평등을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정부의 적자 지출이 지속가능하다는 칼레츠키의 첫 번째 주장은 동시대의 경제학자 에브시 도마가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함으로써 뒷받침되었다. 이 주장이 갖는 타당성은 한편으로는 기초적인 ‘국민소득 항등식’을 통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국민소득 항등식을 학생들은 보통 대학 경제학 전공 1학년 과정이나 고등학교 경제 교과에서 처음 배운다. 그 내용은 국민경제 구성원들의 소득을 모두 더한 국민소득이 소비, 실물투자, 정부지출, ‘순 수출’(수출에서 해외로부터의 수입을 뺀 것)의 합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식을 이용하면 우리는 실물투자와 순 수출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재정 적자가 증가하면 딱 그만큼 ‘민간 저축’(가계와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소비되지 않고 자산을 매입하는 목적 등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증가하는 관계를 도출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이론적으로는 재정 적자로 정부의 빚인 국채가 늘어나면 그 국채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가계나 기업의 누구에겐가 생긴다는 뜻이다. 물론 민간이 국채를 사지 않으려고 하면 그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이자율이 오르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한에서는, 그리고 중앙은행이 표준적인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일상인 현실에서는, 그와 같은 가능성이 실제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늘 한국경제에서도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의 장기 이자율과 단기 이자율 간 차이가 비교적 안정적인 것을 비롯해 국채 발행의 여건은 나쁘지 않다.

혹자는 지속적인 적자 재정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운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분배를 악화시킨다고도 한다. 하지만 국채는 한 사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득 이전의 한 가지 수단일 따름이다. 미래의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국채 이자는 같은 미래 세대의 국채 보유자들에게 소득이 된다. 국채 보유자와 납세자는 어쩌면 동일인일지도 모른다. 죽은 과거 세대가 관에서 일어나 국채 이자를 받아가지는 못한다. 적어도 세금의 대부분을 가난한 노동자가 내고 국채 이자의 대부분을 부유한 사장님이 걷어가는 것은 아니다.

예산 측면에서는 포용 국가의 지향에 걸맞은
포용적인 지출이 이루어졌는지 따져야
더 늦기 전에 사회안전망 본격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적자 재정을 감수하자

새해에 들어서도 3차 확산의 기세는 여전히 거세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염원은 간절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들의 건강과 일상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방역과 경제의 두 측면 모두에서 2021년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가야 한다. 새해 재정정책의 당면 과제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해 경제 회복의 길을 열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먼저 포용 국가를 지향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예산이 지금까지 충분히 포용적인 것이었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무상 복지와 현금 살포로 나라가 망한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우리 예산은 늘 경제사업 위주로 편성되어 사회정책의 중요성은 후순위로 밀리기 십상이었다. 한국은 경제사업의 예산 비중이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큰 편이고 사회정책 관련 지출은 잘 알려진 것처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가깝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경제성장의 잠재력마저 훼손되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은 아껴야 한다는 주장도 늘 있지만 그 미래가 이미 현재가 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사회안전망을 본격적으로 강화해가야 한다. 기준중위소득 및 생계급여 수준의 현실화, 의료급여 관련 부양의무제도의 폐지, 주거용 재산의 소득환산 폐지 등 시민사회에서 숱하게 지적되어온 개혁 과제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이를 위해 적어도 당분간 적자 재정을 감수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사회안전망 강화를 주장하면 누군가는 또 마치 ‘요건 몰랐지’ 하는 식으로 남북통일 이야기를 꺼낸다. 미래에 있을 통일에 대비하려면 재정을 아껴야 한다는 식상한 주장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통일을 찬성한다면 실제로 평화를 모색할 일이다. 정치 협상을 하고 군축을 해서 예산의 10%에 달하는 방위비부터 줄여야 될 일이다.

홍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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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세제 측면에서는 자산 과제 형평성에 초점을 맞춰야

경제 회복의 길은 또한 불평등의 시정을 요구한다. 그 점에서 세제 측면에서는 자산 과세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2023년부터 적용하려는 금융투자소득세는 금융소득을 ‘분리과세’(다른 소득으로부터 분리해 별도 체계로 과세하는 것)하는 점에서 문제가 있으며 완전히 ‘종합과세’(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하는 방향이 맞을 것이다. 근로소득세와 달리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서는 ‘면세 구간’(세금이 면제되는 일정 기준 이하의 소득 범위)을 두는 것도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배당 소득이나 주식 양도 차익이 상위 소득자에게 집중되는 실정을 감안하고 현재 관련 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올해 6월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앞두고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반발에 후퇴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주택 임대사업자들에게 종합부동산세를 여태껏 전액 면제해준 특혜는 당장 폐지해야 옳다. 국회의 동의도 필요 없고 종합부동산세 시행령 제3조의 개정만으로도 가능한 일인데 미루어서는 안 된다. 한편 상속세의 경우 미실현소득이지만 불로소득이므로 인하나 폐지를 요구하는 최근 일부 주장은, 과세 체계를 합리화하는 선에서 정리하고 허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재난에 맞선 시민의 연대를 위해서는
국가부터 마땅히 져야할 부담을 회피하지 말아야

칼레츠키는 대침체나 전쟁으로부터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는 자산 과세로 국가 채무 비율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대 거시경제학의 아버지인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역시 지속적인 적자 재정이 정치적으로 시민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정치권에서 이익공유제나 사회연대기금, 재난연대세를 이야기하는 배경이 자못 궁금해진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있다. 국가가 마땅히 져야할 재정 부담을 또 다시 최소화하거나 회피하려고 든다면, 그런 기초 위에서는 재난에 맞선 시민의 진정한 연대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코로나19 위기는 마라톤처럼 길게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도 힘들 그 긴 시간 동안, 땀과 눈물로 그간에 재정의 빈틈을 메워온 가난한 민중의 경제적 존엄은 오직 국가만이 지켜줄 수 있다. 새해 재정정책이 포용성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바로 잡는 방향이 되기를 기대한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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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사흘만에 ‘추락사’한 동생, 누나는 보낼 수 없었다

등록 :2021-01-24 09:37수정 :2021-01-24 10:07

 

“사람 살릴 법 만들 때까지 태규 못 보내요”
[토요판] 은유의 연결
고 김태규씨 누나 김도현씨
잇단 유민이 아빠, 용균이 엄마…
동생 잃고 ‘그’ 계보에 오른 누나
출근 사흘 만에 동생은 공사장 추락
중대재해처벌법 투쟁 앞장섰다

음주 실족사 될 뻔…재수사 끌어내
“원청 책임 실종, 합의하라 종용만”
“우리 같은 유가족 더 없었으면”
길가 건물마다 동생 죽음 보이는데

한해 추락사 건설노동자만 290명
“그들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어”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에 큰 실망
다시 싸움 현장에…“출발일 뿐”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가 지난 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던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여전히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동생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씨의 동생 김태규씨는 2019년 4월 경기도 수원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한 지 3일 만에 산업재해로 숨졌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가 지난 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던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여전히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동생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씨의 동생 김태규씨는 2019년 4월 경기도 수원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한 지 3일 만에 산업재해로 숨졌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태일이 엄마, 종철이 아빠, 한열이 엄마, 유민 아빠, 용균이 엄마….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들이다. 이들은 자식의 죽음으로부터 태어났다. 대개는 엄마 아니면 아빠였던 유가족 계보에 누나가 등장했다. “저는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입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2019년 4월10일 공사 현장에서 동생을 잃은 이후부터다. 세상은 동생의 죽음을 “비일비재한 추락사”로 몰아갔다. ‘욜로족’으로 살던 그는 투사가 됐다. 일하다가 죽는 일이 흔해서도 안 되거니와, 세상에 하나뿐인 ‘태규’가 죽었기 때문이다.
태규랑 용균이는 1994년생 동갑이다. ‘태규 누나’의 시간은 ‘용균이 엄마’의 시간과 자주 겹쳤다. 그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의 일원이 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앞두고도 같이 싸웠다. 용균이 엄마가 있는 곳에는 태규 누나도 있었다. 유가족들은 “노동자의 죽음을 벌금 몇푼으로 바꾸는” 기막힌 현실의 증언자로서 손팻말을 들고 인터뷰를 했다. 특히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에스엔에스(SNS)로 유가족의 입장을 민첩하게 전하며 꺼져가는 법 제정에 불씨를 살려 불을 지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본회의 통과 이틀 전인 1월6일, 국회 앞 농성장에서 김도현(31)씨를 만났다.
용균·동준 엄마 옆에 태규 누나
 
―단식 10일차인데 몸은 어떠세요?“좀 힘이 쭉 빠지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부안을 보고 잠을 못 잤어요. 누더기 법안을 만드니까 스트레스 때문이에요.”―이렇게 단식하는 거 처음이신가요?“전에 다이어트 한다고는 해봤죠. 사실 저는 처음에 안 한다고 했어요. 이런 무식한 방법 말고 세련된 건 없냐고.(웃음) 그리고 용균 어머님, 한빛 아버님 단식하시니까 지치지 않게 서포트하려고요. 나까지 기운 빠지면 안 되니까. 근데 동준 어머님이 동조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해서 그럼 저도 한다고 했죠.”―의리인가요?(웃음)“의리? 사랑이라고 해둘게요. 애정!(웃음)”―슬프게도 이미 가족을 잃은 분들이 나서서, 일하다가 죽지 않는 법을 만들자고 싸우고 있어요.“다시는 저희 같은 유가족 보고 싶지 않아요. 태규, 동준이, 용균이 누구 하나의 죽음도 다 개인 탓은 없어요. 열심히 일한 죄밖에…. 근데 죽은 거예요. 한 해에 산재로 죽는 사람만 2400명이고 다치는 사람은 10만명이에요. 그걸 다 지금 외면하고 있는 거잖아요. 저희는 노동자를 부품처럼 여기는 이런 사회구조와 이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에 맞닥뜨린 거고요. 자그마한 목소리라도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가족을 잃어서 싸울 수 있는 거네요.“이 법을 어떻게 해서든 통과시키면 일단 우리 아이들이 있는 곳에 ‘다시는’ 가족들끼리 가서 인사를 하자고 했어요. 우리가 이런 법을 만들었다고.”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은 2019년에 발족됐다. 다시는 누구도 산재로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모임이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 엄마 김미숙씨, <티브이엔>(tvN) 조연출 고 이한빛 아빠 이용관씨, 씨제이(CJ) 진천공장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엄마 강석경씨 등 열 가족 남짓이 활동한다. “자식을 잃고 하루하루 버티어낸 부모님들이 동생을 잃은 저에게 힘을 주셨다”고 그는 말했다.고인이 된 동생은 그에게 각별했다. 태규는 월급날이면 누나를 불러내 막창에 소주 한잔을 샀다. 같이 영화도 보러 다녔다. 4년 전 아빠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후엔 누나를 더 챙겼다. 178㎝에 80㎏으로 건장하고 듬직했다. 태권도 유단자에 축구 선수였는데 중학생 때 다리를 다쳐 운동을 그만두고 특성화고에 들어갔다. 군대를 다녀오고 휴대전화 부품 만드는 하청업체에 다녔다. 1년 계약직이 끝나고 구직을 준비하던 중 ‘용돈벌이’로 일을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태규는 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애’라고 할머니는 말씀하곤 하셨다. 그랬던 동생이 공사 현장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일하러 나간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김도현씨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아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건의 진상 규명은 동생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젠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김도현씨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아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건의 진상 규명은 동생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젠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동생 추락사 밝히려 뛰어다닌 시간들
―현장에 제일 먼저 가셨죠?“네. 사고 현장은 그대로 보존하는 게 원칙인데, 승강기가 1층에 내려와 있더라고요. 사측에서 처음엔 태규의 부주의로 휴대전화 보다가 떨어졌다고 했어요. 근데 20m 높이에서 휴대전화가 떨어졌는데 어떻게 그렇게 흠 하나 없이 멀쩡해요?”―사고의 원인이 자기 책임이라는 건가요?“다 태규 잘못으로 몰아가는 데 견딜 수 없었어요. 통상 일을 빨리빨리 하려고 승강기 문을 항상 열어놓고 다녀서 그 틈이 있다는 건 당연히 알 텐데, 실수로 떨어졌다는 거예요. 저희가 직접 알아볼 수밖에 없었어요. 저랑 엄마랑 태규 친구랑 제 친구랑 넷이서 20일 동안 모텔에서 합숙 생활을 했어요. 현장, 경찰서, 소방서, 고용노동부 일일이 다 찾아다녔어요.”―어떤 것들이 밝혀졌어요?“원래 사람이 타면 안 되는 미승인 승강기에 사람을 태웠고, 승강기에 안전바도 없고 공사 현장에 흔한 추락방지망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았어요. 동생은 아침에 신고 나간 운동화 그대로 신고 일했더라고요. 안전화도 안전장비도 없고. 회사는 일용직이어서 안전화를 주지 않았다고 해요.”―사측에선 자기들 잘못이 없다는 것인가요?“원청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졌으니 엘리베이터 업체에 연락하라’고 해요. 하청업체 현장 이사는 자기도 군대 간 아들이 있어서 태규를 아들같이 생각했다며 ‘급히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했다’더니, 시시티브이(CCTV)를 보니까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태규가 죽어간 현장으로 걸어가고 있는 거예요. 정말 분노가 단 한순간도 사그라지지 않았어요.(한숨) 저희가 처음에 수원에서 기자회견 했을 때 사측에서 엄청 막으려고 했대요. 제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번 했더니 그때부터 매일 문자를 보내요.”―뭐라고요?“뵙고 싶다고. 얼마나 황망하시겠냐고. 태규 보내고 나서 21일째부터 문자를 하루에 한개씩 보내요.”―그렇게 20일간 증거를 모으고 시위도 하니까 경찰도 움직인 건가요?“처음엔 경찰에서 술 먹고 실족사한 걸로 방향을 잡고 수사를 하고 있었어요.”―술 이야기는 뭐예요?“저도 이게 뭔 소린가 했는데, 동준 어머니랑 용균 어머니 만나고 얘기 들어보니까 우리나라는 산재 사고를 항상 본인 잘못으로 몰고 간다는 거예요.”―평소에 우울했다, 대인 관계가 안 좋았다, 술을 마셨다, 고인 탓으로요?“네. 너무 억울해서 동생 시신을 부검까지 했는데 알코올은 검출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번에 한익스프레스 화재 사고 났을 때도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분들도 용역노동자였는데 담배도 피우지 않는 사람한테 담배꽁초 버려서 불났다고 덮어씌우려고 했잖아요.”유가족의 노력 끝에 고 김태규 사건은 재수사에 들어갔고, 1심은 시공사 현장 소장과 차장에게 안전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젠 위험한 공사 현장 그냥 못 지나쳐
김도현씨는 백화점 수입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서비스직 노동자였다. 민주노총 서비스노조 조합원이긴 했지만 “그땐 노조가 뭔지도 몰랐다”고 했다.―노조에 대한 인식은 어떠셨어요?“동료들이 다 회사가 아니고 노조 보고 일한다고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때 서비스노조 카페에 불편사항 같은 걸 글로 올리면 노조 위원장님이 사측이랑 교섭을 해주시는 거죠. 예를 들어서 유니화를 편한 걸로 바꿔준다든지, 앉아서 일할 수 있게 해준다든지. 그런 걸 보면서 노조가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은 했죠.”―그래도 이렇게 국회 앞에서 싸우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겠어요.“네. 사실 저는 굉장히 이기적인 애예요. 놀 거 다 놀고 여행 다닐 것도 다 다니고, 태규 보내기 전까지니까 20대를 9년 동안 즐기며 살았어요.”그는 스물아홉에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 창업을 준비했다. 임차계약서를 쓰기로 한 날, 비보가 날아들었다. 그래서 사고 직후 자책했다. ‘내가 조금만 카페를 일찍 개업했다면 거기서 태규를 일하게 했다면 공사 현장에 안 가도 됐을 텐데….’ 그런데 사고 원인과 책임을 밝혀내면서 알게 됐다. 그랬더라면, 태규는 무사했겠지만 그 자리에 간 다른 태규가 참변을 당했으리란 사실을. 2018년 추락사한 건설노동자가 290여명에 달했다. 원청은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과 건설 비용 감축을 요구한다. 노동자의 안전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현재 법체계는 원청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누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현실이었다. 길가의 건물마다에서 ‘태규의 죽음’을 보게 된 ‘태규 누나’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안전하지 않은 현장을 보면 신고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한번은 건설 현장에서 안전모를 안 쓴 사람을 보고 ‘안전모 쓰세요’ 그랬어요. 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러냐고 하면, 제가 공사 현장에서 동생을 잃었다고 말해요. 현장에서 안전모나 안전띠 없이 일하거나 추락방지망이 없으면 엄마랑 저랑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요. 여기 빨리 오라고. 이번에 고용노동부에서 엄마 앞으로 마스크 열장이 왔어요. 신고한 기록이 있어서 보내준 것 같아요. 엄마가 택배 상자에 테이프 다시 붙여서 그대로 돌려보냈대요.(웃음)”―사고 나고 1년9개월이 지났어요. 아직 재판 중인데 그동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은 없으세요?“사고 현장에 가니까 원청 업체 이사가 저한테 그래요. 네 동생이 죽어서 여기 공사 지연돼서 돈 더 들게 만든다, 여긴 사유지니까 들어오고 싶으면 경찰 대동해서 들어와라. 그 얘기를 듣는데 여기 5층에서 뛰어내리면 이 사람들이 알아줄까 싶고 그때 진짜 힘들었어요.”―유가족이 직접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도 고통인데….“가면 갈수록 진상 규명은 고사하고 책임자 처벌이 안 이뤄지고 무혐의, 불기소가 나오니까 진짜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싶었어요. 그때 유서도 썼어요. 아, 이래서 한 해에 2400명이 죽어도 ‘다시는’이 열 가족이 안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왜 그렇다고 보세요?“모든 형사사건은 최종 책임자를 처벌하는 게 원칙인데, 산업재해는 그 원칙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요.”―개인이 싸우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 같아요.“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합의하라는 소리만 해요. 나는 내 동생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하고, 아직까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요. 2심 때도 판사가 ‘이건 비일비재한 추락사다’ 이런 소리를 해대면서 합의할 기간만 주고 이래요.”김도현씨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아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책위도 없이 모녀가 외롭게 싸우는 걸 지켜본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그들에게 용균이 엄마 김미숙씨를 소개해주었다. 그때가 2019년 어버이날이다. 얼마 뒤인 5월28일 ‘구의역 김군’ 3주기 추모식에 가서는 ‘동준이 엄마’ 강석경씨와 인사를 나누었다. 유가족이 할 일 많은 나라에서 그들은 자주 만나게 됐고 금세 가까워졌다. 그의 엄마와 김미숙씨, 강석경씨는 동갑이다. 김도현씨는 다른 유가족들을 어머니, 아버지로 부른다. 국회 농성 중에 생일을 맞은 강석경씨에게 그는 손글씨로 쓴 축하카드와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부모님 세대와 같이 활동하시잖아요. 세대 차이는 못 느끼시나요?“전혀요.(웃음) 너무 편해요. 도움도 많이 받고요.”―어떤 도움이요?“저희보다 먼저 절차를 다 밟아 오신 분들이니까 이때 되면 이건 힘들 거야, 이거 넘어가면 더 힘들다, 동준 어머님이 잘 말씀해주세요. 한빛 아버님은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위해 싸우는 의지, 투사의 모습을 보여주시죠. 용균 어머님도 우리 자식은 잃었지만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씀하세요. 존경하는 분들이죠.”―심리적인 거 외에 산재 관련해서는요?“태규 사건을 알리는 데에도 도움을 주셨죠. 인권활동가 명숙 동지가 이재정 의원실 통해서 보도자료도 배포해주셨어요.”―도움도 받고, 위로도 받고, 배우고, 좋은 관계네요.“이젠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를 갈 수가 없어요. 왜냐면 가면 항상 저한테 괜찮냐고 물어보거든요.”―뭐라고 하세요?“저번에 친한 친구라서 결혼식을 갔는데 저보고 괜찮냐고 물어요. 나 안 괜찮다고 하면 그때부터 분위기가 싸해지니까 난처해요. 저는 지금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이제 2년 됐으니까 태규 보내주면 안 되냐고 하는 거예요. ‘내가 태규를 안 보낸 게 아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태규를 위해서도 하는 일이고, 날 위해서도 하는 일’이라고 말하죠.”―그 활동의 중요한 결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되겠네요.“아까 용균 어머님한테 이야기하고 왔거든요. 힘내시라고. 저희가 진짜 큰일을 하고 있는 거다. 저희가 이 법이 필요하다고 진짜 많이 외치고 다녔거든요.”
김도현씨가 지난 6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 중 팻말을 들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김도현씨가 지난 6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 중 팻말을 들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온전한 법 되도록 계속 싸울 겁니다”
―글 쓰는 거나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거나 전에는 안 해보던 일인데 어떠세요?“처음에 앞에 나갈 땐 청심환 먹고 했어요.(웃음) 며칠 전에 제 페북을 보고 <오마이뉴스>에서 기사가 났더라고요. 그때부터 하루에 서너개씩 올리고 있어요. 피케팅도 저희가 그냥 무작정 본관에 가서 하는 거예요. 누가 시키지 않아요. 그러니까 기사도 나고. 저 사실 글 쓰는 거 무서워하고 말재주도 없는데, 그래도 계속 누군가는 보겠지 하는 조그만 생각에 계속 올리고 수정하고 하는 거죠. 한 사람이라도 생각이 바뀌는 게 중요하더라고요.”―김도현 선생님은 어떻게 바뀌었어요?“저요? 투사가 된 것 같아요.(웃음)”―거의 활동가 같으세요. ‘누구 동지’라고 부르시고.“처음에는 ‘북한도 아니고 웬 동지?’(웃음) 그랬는데, 지금은 저도 이제 자연스럽게 동지라는 말이 나오고 편해요. 진짜 내 동지구나. 투쟁하는 동지들. 어떤 직책을 다 떠나서 평등한 관계예요.”김도현씨의 변화는 서서히 주변으로 번져갔다. 그의 할아버지는 <티브이조선>과 <조선일보>를 끊고 다른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에 손녀와 용균이 엄마가 나오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용균 엄마, 한빛 아빠 너무 고생했고, 우리 도현이 사랑한다’면서 우셨다.”인터뷰 이틀 뒤인 1월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다.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벌금 하한선 삭제, 과로 자살과 일터 괴롭힘 제외 등 여러 문제점을 남겼다. 김도현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죽음마저 차별하는 법’이 되어버려 개탄스럽지만, 이제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며 “온전히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법이 되도록 ‘다시는’ 가족들과 함께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 며칠 후, 단식 후 보식 기간 중임에도 부산으로 달려갔다. 경동건설 추락사 고 정순규님의 유가족과 함께 시위에 나서기 위해. 또 며칠 후 용균이 엄마 김미숙 동지의 생일에는 황태미역국을 끓여서 집으로 찾아갔다. 아들 없는 생일의 적적함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리기 위해. 녹취 홍혜원
▶ 은유: 글 쓰는 사람. 글쓰기 수업도 한다. <글쓰기의 최전선> <다가오는 말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을 펴냈다. 2005년부터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고 인터뷰를 해왔다. 성폭력 피해 여성, 국가폭력 피해자, 성소수자, 산재 노동자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기록했다. 사람을 살게 하는 말을 모으고 나누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 ‘은유의 연결’은 4주에 한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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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을 만든 시간들 (사진은 김도현씨 제공)
2007년 2월14일 태규 초등학교 졸업식. ‘까불이’ 태규랑. 누나에게 유난히 각별했던 태규는 중학생 때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 축구 선수였다.
2007년 2월14일 태규 초등학교 졸업식. ‘까불이’ 태규랑. 누나에게 유난히 각별했던 태규는 중학생 때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 축구 선수였다.
2019년 4월10일 사랑하는 태규를 잃고 제를 올리고 있다. 태규는 용균이와 동갑이다. 이후 태규 누나의 시간은 용균이 엄마의 시간과 자주 겹쳤다.
2019년 4월10일 사랑하는 태규를 잃고 제를 올리고 있다. 태규는 용균이와 동갑이다. 이후 태규 누나의 시간은 용균이 엄마의 시간과 자주 겹쳤다.
2019년 5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과 함께 태규 대책위를 꾸렸다. 고 김용균 엄마 김미숙씨, 고 이한빛 아빠 이용관씨 등과 함께했다.
2019년 5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과 함께 태규 대책위를 꾸렸다. 고 김용균 엄마 김미숙씨, 고 이한빛 아빠 이용관씨 등과 함께했다.
2019년 6월13일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고 김태규님 산재사망 고소·고발 및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아도” 포기하지 않았다.
2019년 6월13일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고 김태규님 산재사망 고소·고발 및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아도” 포기하지 않았다.
2020년 4월10일 수원지검 앞 기자회견. 사건 재조사에 이어 두달 뒤 현장 관계자들에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2021년 1월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다.
2020년 4월10일 수원지검 앞 기자회견. 사건 재조사에 이어 두달 뒤 현장 관계자들에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2021년 1월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80063.html?_fr=mt1#csidxa03a12543aed65baac13bebd4b98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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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식 최고의 복장, 나도 샌더스처럼 입어야지

불필요한 옷 사지 않고, 해질 때까지 입기... 기후 위기 시대, 지구를 위한 '예의 바른 패션'

21.01.23 18:24l최종 업데이트 21.01.23 19:06l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큰사진보기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워싱턴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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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빼입은 멋쟁이들이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한 사람. 슈트 입은 멋쟁이들 사이에 점퍼와 털장갑을 낀 80대 남성이었다. 모자 달린 점퍼와 알록달록한 털장갑을 낀 사람은 버니 샌더스 의원이었고, 그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이었다.

대통령 취임식 날, 등산점퍼를 입는 건 무례일까 합리일까? 샌더스 의원은 한 마디로 일축했다.
 

"버몬트 사람들은 추위를 잘 안다. 멋진 패션은 잘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따뜻하길 원한다."

샌더스 의원을 얼핏 보면 그저 실속파 같기도 하다. 격식보다 쓸모를 더 중시하는 실용 인간 말이다. 하지만 틀렸다. 그는 털장갑을 낄 때조차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사람이다. 샌더스 의원의 복장은 따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친환경적이었다.

털장갑은 낡은 스웨터와 재생 플라스틱으로 짰다. 스웨터를 버리지 않고 울(wool)을 풀었고, 재생 플라스틱에서 섬유를 뽑았다. 그가 입은 외투도 그의 지역구인 버몬트 지역 기업에서 만들었다. 물건의 생산, 유통에 들어가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상원 최초로 '탄소세' 도입안을 발의하기도 했을 만큼, 그는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이다. 그러니 그에게 있어 재활용 장갑과 지역에서 생산된 외투야 말로 대통령 취임식에 가장 어울리는 복장이었을 것이다.

내가 복직날 7년 된 패딩 입고 간 이유 

버니 샌더스 의원은 취임식장에서 조금 창피했을까? 나는 창피했다. 1년 전, 나도 세련된 정장을 입고 우아한 매무새를 한 사람들 사이에서 7년 된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해서 처음 회의에 참가한 날이었다.

패딩 점퍼는 색이 바래거나 해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따뜻했고 제 기능을 다 했다. 그러나 번듯하진 않았다. 7년의 겨울 동안 이 한 벌로 겨울을 났으니 어쩔 수 없다. 회의 시간, 내 차림새가 신경 쓰여 남모르게 속으로 아우성을 쳤다.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왠지 다들 나를 보는 듯, 자의식 과잉 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렇지만 그다음 날도 같은 패딩을 입었다. 의무감 때문이었다. 지구를 구한다는 심정으로 복직 기념 새 외투를 사지 않았다. 새 옷 한 벌에 들어있을 탄소 배출물이 마음에 걸렸다. 옷이 멀쩡하다면, 그 옷이 닳을 때까지 입어야 했다.
 
 후손들이 지구에서 못 살까봐 번듯한 옷을 입을 수 없다. 오래된 패딩을 입고 마른 강바닥에서 쓰담 산책을 하는 일은 기후 위기 시대에 나를 치유하는 취미다.
▲  후손들이 지구에서 못 살까봐 번듯한 옷을 입을 수 없다. 오래된 패딩을 입고 마른 강바닥에서 쓰담 산책을 하는 일은 기후 위기 시대에 나를 치유하는 취미다.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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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친환경 옷은 친환경 섬유로 만든 새 옷이 아니라 이미 생산된 옷을 오래 입는 것이다. 나의 TPO(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는 '기후 위기'에 맞춰져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의 이번 생은 망했으니까. 지구를, 아니 나와 후손들을 구한다는 심정으로 복직 기념 새 외투를 사지 않았다. 창피해도 별 수 없다. 생존이 우선이니까.

복직 후 1년. 여전히 그 패딩 점퍼를 입고 다닌다. 이제는 8년 된 점퍼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옷, 그리고 끊임없이 버려지는 옷들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옷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소중하게 입는 것.

샌더스 의원도 그랬을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만 생각한다면 국가 행사라는 경우에 맞게 정장을 입는 게 예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한 후, 잃어버린 미국의 시간을 생각하면 고어텍스 점퍼에 재생 플라스틱으로 된 털장갑이 합당하다. 기후 위기의 시대, TPO에 알맞은 차림은 샌더스 의원의 옷인지도 모른다.

어렵고 수고스럽지만 해야 할 일

샌더스 의원이 낀 털장갑과, 강원도 작은 바닷가 마을 직장인이 입은 8년 된 패딩의 파급력이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샌더스 의원이 털장갑을 끼고 나오면 법이 바뀐다. 기업은 새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그의 옷은 웃음거리가 되기는커녕, 그의 지지자들이 공식 계정에 밈(meme: 온라인상의 패러디 그림) 경연 대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내가 패딩 한 벌을 고이 입는다고 해서 법이 바뀔 리도 없다. 기업이 변할 리는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샌더스 의원처럼 입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후 위기 시대에 맞춰 예의 바른 옷을 입고 싶다. 옷의 수명을 2년 연장할 때마다 옷의 환경 영향이 20~30퍼센트 감소한다. 기후 위기로 인한 북극 한파라는 상황에서 가장 격식에 맞는 복장은 오래 입은 옷이다. 2021년에는 더욱 예의를 갖춘 옷을 입고 싶다.

태그:#제로웨이스트, #버니샌더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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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위험천만한 '과잉진압' 논란...사드 기지공사 자재 소성리에 강제 반입,

조석원 통신원 | 기사입력 2021/01/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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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습적인 미국사드 기지 공사 자재 반입을 막기위해 철골 구조물에 들어간 주민들과 연대자들.   © 조석원 통신원

 

2021년 1월 22일 오전 7시 40분경, 미국 사드 기지가 임시배치되어 있는 성주군 소성리 마을에 또다시 기지 공사를 위한 물품이 강압적으로 반입되었다. 

 

경찰과 국방부는 동이 트기 전인 새벽 5시부터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반입 시도 준비를 진행하였다. 경찰은 주민들의 반입 반대 대응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승합차로 기지 진입로인 진밭교 앞에 경찰병력을 옮겨 차량과 사람을 차단하였고 소성리 마을 입구인 마을 보건소까지 병력을 둘러싸 소성리 마을을 완전 고립시켰다. 

 

▲ 사람이 들어있는 철골구조물이 경찰병력에 의해 들어올려지고 있는 사진.  © 조석원 통신원

 

공사 자재 차량의 기지 반입을 막기 위한 주민들과 연대자들은 오전 8시경, 마을회관 앞에 모여 철골구조물에 몸을 넣고 차량 진입을 막았다. 

 

이날 경북경찰청은 소성리 사드기지 인근에 600여 명의 경찰병력으로 공사 자재 차량 반입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철골 구조물에 들어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완강하게 저항했지만, 경찰 지휘자가 “격자를 통째로 들어 올려서 끌어내라”라고 명령하자 구조물을 좌우로 흔들어 아래로 떨어트리는 위험천만한 과잉진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1명은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사드철회평화회의는 이를 명백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이자 고의로 상해를 입힌 행위이며 반인권적이고 무리하며 위험천만한 과잉진압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경찰이 언론을 대상으로 한 거짓말 역시 심각한 행위로 이에 대한 문제 역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경찰의 과잉 진압에 따른 부상이 아니고 구조물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라며 “정확한 부상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라고 언론에 밝혀 거짓말 논란이 일었다.

 

▲ 고령의 주민들을 둘러싸고 진압을 시도하는 경찰들의 모습  © 조석원 통신원

 

사드철회평화회의는 공사 자재 강제 반입 상황이 종료된 후 “경찰이 무리하게 구조물을 들어 올려 부상자가 발생했다”라며 “경찰 지휘관의 무책임한 지시로 인해 오늘도 사람이 다쳤다. 명백한 경찰의 과잉진압이고 경찰청과 인권위가 그동안 사드 배치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또 경찰 병력을 투입해 작전을 펼친 것은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는데도 고령의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한 것 역시 방역법을 스스로 위반한 무책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 인권위는 2020년 9월부터 ‘경찰인권보호규칙’에 따라 진상조사팀을 꾸렸으며 성주 사드 4년간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런 와중에 벌어진 이번 과잉진압 사건으로 경찰의 반인권 행위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도 지난해 5월 28~29일 장비 반입 과정에서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진정서가 접수돼 조사하고 있어 두 기관의 조사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소성리에 대한 공권력의 반인권적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찰의 공권력 과잉진압 인권조사에 진정성 논란 여론도 더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강현욱 소성리상황실 대변인은 “공권력에 의한 4년간 부상자는 100여 명이 넘는다. 다치는 사람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결국 사드를 철거해야 모든 폭력과 인권침해가 끝날 것이다”라고 밝혔다. 

 

▲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쓰러진 시민의 모습.  © 조석원 통신원

 

사드철회평화회의는 이번 사드 기지 공사 자재 강제 반입이 이토록 전격적이며 군사작전으로 이뤄진 이유에 대해서도 입장을 냈다.

 

사드철회평화회회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다음날  600여 명의 경찰을 동원해 대형 트럭 20여 대 분량의 골재 등 34대 분량의 공사 자재와 장비를 사드 부지 내로 반입시켰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사드 부지 공여도 환경영향평가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들을 짓밟고 불법 공사를 강행하는 한미 당국을 강력히 규탄하며, 코로나 방역 2.5 단계를 지속하며 5인 이하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고는 스스럼없이 방역 절차를 위반하며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밝혔다. 특히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미국이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며 남중국해에서의 대중국작전에 병력 파견과 사드의 안정적 배치를 연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 공사 자재와 장비 반입이 강행되었다는 사실 역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라고 짚었다. 이어 평화회의는 “바이든 취임에 맞춰 사드 성능개량, 미국 MD기지화 실현을 위해 사드 배치를 정식배치하려는 꼼수일 수 있다”라며 이런 꼼수에 대해 계속 강력히 대응할 것을 밝혔다. 

 

 

아래는 사드철회평화회의가 경찰의 과잉진압의 증거라고 밝힌 영상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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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제민간법정에 세운다고요?

  • 기자명 김장호 기자
  •  
  •  승인 2021.01.23 08:38
  •  
  •  댓글 0
 
 
 

미국 전쟁·반인륜 범죄 국제민간법정 선포식에 즈음한 인터뷰

오는 26일 "2021/2022 〔미국 전쟁·반인륜 범죄 국제민간법정〕과 
〔아메리카 NO 국제평화행동〕" 국제캠페인 선포식이 진행된다. 이와 관련,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공동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1. ‘미국 전쟁·반인륜 범죄 국제민간법정’이란 무엇인가요?

문자 그대로 한(조선)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건국 이후 245년 간 미국이 저질러온 전쟁범죄와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를 단죄·심판하는 민간법정입니다. 2021년 초부터 2022년 9월 경까지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국가에서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공동대표
▲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공동대표

2.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반갑습니다. 현재 국제민간법정 조직위원회에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있는 류경완입니다.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이사장 한충목)에서는 공동대표 겸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KIPF는 1996년 이래 코리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 화해·교류, 통일을 위한 국제연대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 땅에 점령군으로 들어온 지 꼭 75년이 된 작년 9월 8일 서울에서 ‘미국 전 세계 전쟁범죄 국제고발대회’를 주관하면서 이번 국제민간법정 추진 결의를 이끌어냈지요.       

3. 미국의 주요 전쟁범죄 사례를 어디서 찾아볼 수 있나요?

글쎄요. 워낙에 침략전쟁으로 날이 새고 진 나라라 간단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39대 미 대통령 지미 카터(1977년~1981년)가 한 마디로 고백한 것처럼 미국은 “건국 후 전쟁을 하지 않은 기간이 16년에 불과한,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국가”입니다.

애초에 원주민 학살과 아프리카 노예 노동 위에 세워진 원죄가 있고, 건국 후 자국 바깥에서 150여 차례 이상 침략을 벌여온 전쟁국가입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에만도 37개 국가에서 근 2천만 명을 희생시키며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으로 군림해왔지요. 대표적인 피해국인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해 중동, 남미 등 희생 국가는 전 세계에 걸쳐 있습니다.

침략을 통한 주권국가와 공동체 파괴의 후과로 수천만 명이 국제 난민으로 떠돌고 있고, 이는 지구촌 전체 정세 불안정의 뿌리입니다. 북과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세계인의 3분의 1은 국제법에 반하는 미국의 일방 제재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까지 감안하면 미국은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지구인의 절반을 제재하는 ‘집단적 징벌’을 가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나요?

지난 2001년 뉴욕 코리아국제전범재판 당시 추정한 한국전쟁에서의 미군 민간인학살은 350만 명에 이릅니다. 나아가 미국은 일본의 전범들을 이용해 이 땅에서 천인공로할 세균전과 화학전까지 감행했지요.(코로나가 창궐하는 현재도 여전히 부산 8부두에는 미국의 세계 생화학실험실 총괄센터가 있습니다.)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의 원폭 생체실험을 최초로, 유일하게 자행한 것도 미국입니다.

기타 저강도전쟁과 색깔혁명, 쿠데타 등을 통한 정권교체 공작, 인류에 대한 헤아릴 수 없는 반인륜 범죄는 지금 일일이 재론하지 않겠습니다. 필요하시면 민플러스에서 2018년 펴낸 <아메리카 제국의 몰락>이나 앞에 말씀드린 작년 국제고발대회에서 발표한 자료집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자료집 요청 ☞ kipf727@gmail.com)   

▲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
▲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

4. 이런 민간재판과 유사한 사례가 있나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이 있지요. 우선 미군의 베트남전쟁 책임을 물었던 ‘러셀전범재판법정’(파리, 1967년)이 있구요. 전범 부시 대통령 등을 기소한 ‘쿠알라룸프르 전범민간법정’(말레이시아, 2013년), 미국 반전평화단체 코드핑크가 주최한 ‘이라크전쟁에 관한 민간법정’(뉴욕, 2016년)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리 경우엔 미군범죄 진상규명 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의 ‘코리아국제전범재판’(뉴욕, 2001년), ‘일본군성노예 여성국제전범법정’(도쿄, 2000년), ‘광주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규명하는 5.18시민법정’(광주, 2002년) 등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법정이 개별 국가 문제나 단일 사건을 다루는 구체적 법정이었다면, 이번은 인류 현대사 200여 년, 특히 2차대전 이후 집중된 일극 패권국 미국의 전 세계 전쟁범죄를 다루는 최초의 법정입니다. 따라서 범위와 대상이 워낙 포괄적이고 민간법정의 형식이라 법적 구속력에도 한계가 있겠지만, 세계 양심과 함께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질을 밝히고 정치적, 도덕적, 역사적 심판의 장으로 준비하려 합니다. 세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국제적 접근을 통해 교육과 역사의 법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
▲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

5. 내년까지 진행되는 행사 개요를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크게 국제민간법정 추진과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 조직 두 갈래로 진행하게 됩니다. 법정은 준비 시간과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내년 9월까지 종결을 목표로 2년 간 진행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연초 재판부와 배심원단, 검사단과 변호인단 구성을 마치고, 국제고발인단 접수와 기소·고발,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국가 등에서 주요 피해국/역내 국제고발대회와 변론 등을 조직하고, 내년 가을 최종 선고를 내릴 것입니다. 이는 향후 미국 법정과 국제사법재판소(ICC), 유엔에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은 평화를 염원하는 지구촌 시민들과 함께 법정 추진과 미국의 범죄상을 세계에 알리는 다양한 홍보와 캠페인으로 진행합니다. 작년 9월 9일부터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매일 이어가는 1인 시위를 받아 1월부터는 전국, 전 세계 50곳 이상의 상징적 도시에서 각지의 실정에 맞는 평화 의제로 공동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6. 진행 과정에서 특별하게 강조하고 싶은 핵심 행사는 무엇인가요?

조직위원회에서 민간법정 및 법률 전문가들, 피해국들과 협의하면서 세부 계획을 세우겠지만 미국에 대한 포괄적 단죄 이외에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몇몇 사건, 예를 들면 1999년 대대적으로 폭로된 한국전쟁기 노근리 학살, 대전 산내와 황해도 신천 학살, 그리고 2020년 1월 이란 솔레이마니 장군 암살 등은 엄정한 법정 요건을 갖춰 정치하게 단죄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유관 단체와 북측, 이란 등 해외 NGO 단체들과도 밀접하게 소통할 것입니다. 

▲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날인 1월 20일 저녁 미 국제행동센터(IAC) 사라 플라운더스 대표와 회원들의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 광장).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 미군은 떠나라!”
▲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날인 1월 20일 저녁 미 국제행동센터(IAC) 사라 플라운더스 대표와 회원들의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 광장).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 미군은 떠나라!”

7. 국내외 주요 참가인사와 단체들 소개 부탁합니다.

국내외에서 대표적인 평화운동 단체와 활동가, 진보적인 학자·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조직위원회 상임공동대표로 한국에서는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상임대표와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이요상 동학실천시민행동 상임대표, 심재환 통일의길 이사장, 이규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의장,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조헌정 예수살기 상임대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입니다. 앞으로 시민사회단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민변 등의 전문가 그룹도 모실 예정입니다.  

해외에서는 ‘빈곤의 세계화’, ‘전쟁의 세계화’로 잘 알려진 캐나다의 석학 미셸 초서도브스키 교수(세계화연구센터), 미국과 일본 최대 평화운동 단체인 ANSEWER의 브라이언 베커 대표(미), 국제행동센터 사라 플라운더스 대표(IAC, 미), 후지모토 야스나리 평화포럼 대표(일), 와타나베 겐쥬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 대표(일) 등이 참여합니다. 2001년 뉴욕 코리아국제전범재판 수석검사장이었던 램지 클라크(미) 전 법무장관도 당시의 경험과 자료를 공유하시기로 했습니다. 역시 민간법정 경험과 명망 있는 해외 인사들을 계속 모실 예정입니다.  

▲ 독일 베를린 통일광장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선 한민족유럽연대 최영숙 의장
▲ 독일 베를린 통일광장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선 한민족유럽연대 최영숙 의장

8. 26일 선포식은 어떤 의미가 있는 행사인가요? 

아무래도 국제민간법정과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의 출범을 국내외에 알리는 첫 시작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앞으로 세부 사업계획을 확정해가면서 국제 여론을 조성하고, 풀뿌리 공동행동을 통해 미국의 침략주의에 맞선 반제·반전 평화운동의 국제 연대를 강화해 나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9. 민간법정 관련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제민간법정 개최는 미국의 침략주의를 단죄·심판하고 그 종식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세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코로나 위기와 대선 난맥상 속에서 우리는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달러와 무력에 기초한 제국의 세기가 저물고 미 일극 패권의 쇠퇴와 다자주의 질서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 반제 자주진영의 투쟁과 제국 내부 모순이 맞물리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에서까지 미국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끝내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세계 150여 개국에 산재한 900여 미군기지의 감축 및 철수도 불가피해질 것입니다. 그 길에 강권과 전횡, 침략과 약탈이 아니라, 정의와 평등, 호혜와 친선에 기반한 새로운 인류 공동체 문명의 시대가 열리리라 희망합니다. 우리 민족에게도 75년 미국의 지배를 끝내고 영구적 평화, 번영과 통일로 가는 새날이 열리리라 믿습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양심과 평화단체 여러분들의 성원과 동참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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