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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10] 새해 벽두를 맞는 북한과 미국의 상반된 모습

이형구 | 기사입력 2021/01/1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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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하나는 북한의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다.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는 전 세계 언론이 매일매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세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이다. 미 의사당 난입 사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첨예하게 대결하는 중이다. 그런 두 나라가 새해도 매우 대조적으로 맞이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사뭇 다르게 시작한 새해 모습을 들여다보면 올 한해 북미대결이 어떻게 펼쳐질지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1. 북한

 

(1) 새해를 맞는 모습

 

북한은 새해를 축하공연으로 열었다. 북한은 2020년 12월 31일 밤 11시부터 신년경축공연을 시작해 0시에 맞춰 국기게양식을 한 후 불꽃놀이를 진행했다. 무대엔 2021이란 숫자가 조명으로 장식되어 설치됐고 무대 양옆에는 불꽃폭포가 쏟아져 내려 새해맞이 분위기를 돋웠다.

 

이제는 이런 북한 행사를 보면 북한 국민이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당한 것 같다. 그 외에도 신년경축공연에선 전구를 단 투명풍선을 들고 있거나 토끼나 곰 같은 캐릭터 풍선을 들고 있는 북한 국민이 많이 보였다. 공연 중간중간 환호성을 지르거나 노래에 맞춰 신나게 팔을 흔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새해맞이행사는 생중계되었기 때문에 평양 시민이 아닌 지방 국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행사를 “역사에 유례없는 도전과 난관들을 맞받아 이겨내고 새로운 신심과 용솟음치는 열정으로 가슴 부푸는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승리자들의 노래가 광장을 진감하였다”라고 묘사했다. 북한 국민은 경제제재와 코로나19에 수해까지 겹쳐 쉽지 않은 2020년을 보냈을 것이다. 신년경축공연은 그런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을 희망차게 맞이하려는 마음이 담겨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2021년 1월 1일을 맞이한 북한 국민은 해가 밝아왔을 때 가장 먼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한을 받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체 국민들에게 친필 서한을 보낸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가정의 행복과 국민의 안녕을 바라는 덕담을 한 후 인민을 위해 힘차게 싸울 것이라는 결의를 밝히고 조선노동당을 지지해준 데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일편단심 변함없을 것을 다시금 맹세”하면서 서한을 마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 서한은 북한 국민 속에서 상당한 화제가 된 듯하다. 북한 언론도 북한 국민의 여러 반응을 소개하였다. 예를 들어, 노동신문에 따르면 제남탄광 5갱 채탄1중대 당세포위원장(당시) 강명호 씨는 “친필 서한에 격정을 금할 수 없다”라며 “인민에 대한 열화 같은 사랑이 구절구절 담겨있는 친필 서한을 다시금 심장 깊이 새기며 굳게 결의를 다진다”라고 서한을 받은 소회를 밝혔다. 

 

이어 북한에선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가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2016년, 당 제7차 대회 이후 5년 만에 열렸다. 북한은 조선노동당이 영도하는 나라이고 당대회는 조선노동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그래서 조선노동당 대회는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정치행사이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당 제8차 대회에서 “우리 식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적 전진과 창창한 전도를 확신성 있게 기약”해주는 투쟁강령을 마련했다고 한다. 또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전체 대표자들은 위대한 우리 당을 대표하고 영도하는 수반인 조선노동당 총비서를 선거하는 최대중대사를 앞두고 비상히 격양되어 있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되자 때맞춰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2) 새해 모습에서 볼 수 있는 특징

 

가. “일심단결”

 

북한이 새해를 맞는 모습에서 몇 가지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특징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더욱 “일심단결” 해나가려 한다는 점이다. 

 

먼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해 첫날부터 인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지도자가 아랫사람에게 충성을 요구하거나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충성하겠다고 말하는 건 종종 듣게 되는 일이다. 그러나 지도자가 국민을 받들겠다며 충심이나 일편단심을 맹세하는 경우는 찾기 드물다. 북한은 당대회에서도 ‘지도부’라는 표현 대신 ‘집행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당 지도부가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북한 국민과 당원의 의사를 따라 복무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민은 이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신뢰하고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한에 감동하면서 ‘보답’하겠다며 들끓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보답’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예를 들여, 북한 보도에 따르면 정주시 일해협동농장 관리위원장 로운남 씨는 “알곡 증산으로 기어이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국가과학원 부원장 함재복 씨는 “최고영도자 동지의 사랑의 친필 서한을 받아안고 과학자들과 일꾼들이 새해에 나라의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잘해나가자고 마음들을 다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 국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답하는 길은 자기 일을 잘해서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이런 사고방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국민이 뜻을 함께하는 동지 관계를 이룰 때 나올 수 있는 듯 보인다.

 

이런 북한 국민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서한에 썼다.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도자와 국민의 관계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더욱 굳건해지는 모습에서 그들이 말하는 “혼연일체”, “일심단결”, “정치적 안정”이 느껴진다.

 

나. 열정, 기백, 포부, 희망

 

북한이 새해를 맞는 모습에서 볼 수 있는 두 번째 특징은 열정과 기백, 포부와 희망이 넘친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제8차 대회를 시작하자마자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국내 언론에서도 이 발언을 대대적으로 다뤘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때 목표에 미달했다면 당 제8차 대회는 질책과 비판, 책임 추궁으로 무거운 분위기였으리라고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당 제8차 대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결함도 발견되었지만, 이는 새로운 발전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당 제8차 대회에서 북한 앞에 놓인 과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매우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열정에 넘치신 보고는 대회 참가자들을 무한히 격동시키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부족한 점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이 결함을 극복하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기백과 포부를 보였고, 그런 기백과 포부가 당 제8차 대회 참가자들에게 열정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듯하다.

 

신년 공연과 이를 즐기는 국민의 모습에서도 열정과 희망이 느껴졌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코로나19와 경제침체의 여파로 연말연초 행사를 취소하고 우울한 분위기에서 새해를 맞았는데 북한은 예년과 다름없이 흥성거리는 분위기로 환호하였고 새해 0시를 기해 국기게양식을 하며 긍지와 희망을 강조했다.

 

이렇듯 북한의 새해 모습은 서로 희망과 자신감을 안고 서로를 축복하며 행복해하는 듯 보인다. 지도자는 국민에게 안녕과 행복을 축원하고 국민은 이에 보답하겠다고 하며 또한, 국민끼리는 신년경축공연을 함께 즐기고 축하를 나누며 새 희망의 기운을 북돋고 있는 듯하다. 

 

2. 미국

 

(1) 새해를 맞는 모습

 

다음으로 바다 건너 미국을 살펴보자. 미 의사당 난입 사건이 일어난 1월 6일은 미국 의회가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어 조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하는 날이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일찌감치 워싱턴 D.C.에서 대규모집회를 하겠다고 예고했었. 예고된 일이었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이 단순히 집회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 의사당을 점거해버린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미 의사당이 공격을 받은 건 1814년 영국군이 워싱턴을 공격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상·하원 의원들은 대통령 당선인을 발표하지 못한 채 회의를 중단하고 긴급히 대피했다. 

 

트럼프 지지자가 점거한 미 의사당에서는 천태만상이 벌어졌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 하원의장 책상에 발을 올리고 사진을 찍기도 했고 미 의사당에 걸린 성조기를 트럼프 지지 깃발로 바꾸어 달기도 했다. 의사당에서 폭발물이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여성 한 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도 일어났다.

 

어떤 사람은 미 의사당에서 연설대를 탈취하기도 했다. 이 사람은 탈취한 연설대를 팔겠다고 인터넷에 올렸다. 처음엔 420달러였던 연설대는 1만 5천 달러까지 가격이 올랐었다고 한다. 소문으로는 한 중국인이 구매하려고 했다는데, 구매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는 이날 끝내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선포하지 못했다. 미 의회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확정지었다. 바이든은 1월 20일에 취임식을 할 예정인데, 취임식까지 가는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17일 낮 12시에 백악관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주최측은 집회 홍보물에 “각자 재량껏 무장하고 모이라”라고 주문했다. 1월 6일에 미 의사당까지 점거했던 것을 생각하면 1월 17일에는 무장폭동이 일어나거나 혹은 어떤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많다.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에도 ‘백만 민병대 행진(a Million Militia March)’이라는 이름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미국 정치가 폭탄을 맞은 가운데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은 꾸준히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 넘게 나오고 있다. 1월 8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었고, 하루 사망자가 4,112명에 이르렀다. 미국은 작년 11월 4일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서더니 12월부터는 꾸준히 20만 명을 넘겼다. 미국은 백신을 접종시키고 있지만 확진자 수는 물론 사망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왓슨 콜먼 민주당 하원의원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동료와 함께 대피한 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일도 있었다. 콜먼 의원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동료 의원이 얼마나 많은 사람과 접촉했는지 알 길이 없어, 이번 난동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욱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시위 참가자가 연설대를 탈취하고 있다  © 이형구

▲시위대에게 바리케이드를 열어주는 경찰  © 이형구


(2) 특징

 

가. 혼란, 대결, 증오

 

미국은 새해를 심각한 혼란 속에서 맞이하고 있다. 이런 혼란을 만드는 건 극단적인 대결과 증오심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생각의 차이가 있더라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살아간다. 선거를 하면 승자와 패자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선거를 치렀다고 해서 나라가 양분되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완전히 서로를 증오하고 대결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바이든이 당선되는 꼴을 보느니 폭동을 일으켜서라도 트럼프를 재집권시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미 의사당에 난입하기를 서슴지 않는 것이다. 이게 트럼프 지지자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 10월에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의 16%, 바이든 지지자의 22%가 “우리 편이 지면 시위에 나서거나 폭력도 불사하겠다”라고 답했다. 미국에선 이해와 관용은 사라지고 증오와 대결만 판치고 있다. 무한한 증오와 대결이 미국의 혼란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우고 있다.

 

나. 일시적이고 우연한 모습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가 문제라며 트럼프만 내려오면 미국의 혼란도 사라지리라 여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미 의사당 난입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뿌리 깊다은 배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가 지지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것은 백인우월주의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국경장벽을 설치해 이민을 막는 극단적인 정책을 펴가면서까지 백인 중심의 정책을 폈다. 그래서 트럼프의 지지자 중엔 백인이 많다. 미 의사당에 난입한 사람 중에 흑인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 미국 백인들은 유색인종과 이민자들, 다른 나라들이 자신의 재산을 훔친다고 여긴다. 그래서 트럼프가 멕시코에 국경장벽을 세우고 이민자들을 내쫓으려는 정책을 펴는 것이고 백인이 트럼프에 환호를 보내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미국의 엘리트, 기득권층을 불신한다. 

 

미국의 경제가 좋고 백인이 잘 산다면, 이런 백인우월주의는 위세가 떨어지게 된다. 유색인종과 이민자 등을 증오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백인들이 위기에 놓이자 상황은 점차 달라졌다. 백인 사이에 유색인종과 이민자들, 중국 같은 나라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가 기승을 부린다. 그래서 백인은 2016년 미 대선에서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를 당선시키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등장해서 미국이 혼란스러워진 것이 아니라 미국의 위기가 트럼프를 부상시킨 것이다. 

 

미 의사당 난입을 주도한 이들도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우는 극우단체였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큐아난과 프라우드 보이즈, 쓰리 퍼센터즈 등 극우단체들이 의사당 난입에 관련되었다고 한다. 이 극우단체들은 1월 5일 밤 2천여 명을 모아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하게 하고 칼이나 곤봉, 쇠막대기 등 무기도 미리 준비시켰다. 미국의 극우단체는 미국이 남북전쟁을 하던 1860년대, KKK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극우단체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미국 사회 곳곳에 퍼져 있게 되었다.

 

미국 극우 단체가 얼마나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혔는지는 미 의사당 난입 당시 경찰의 모습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미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일부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워서 시위대를 지원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경찰은 미 의사당 안에서 시위대와 함께 셀카를 찍기까지 했다. 시위대를 막아야 할 경찰이 시위대와 함께 하고 있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경찰 중에서도 트럼프 지지자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경찰은 엄연히 공권력이다. 질서와 체계를 갖고 움직여야 하는 공권력이 대놓고 시위대를 도와줄 정도라면 미국 사회 곳곳에 극우단체와 같은 사람들이 퍼져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꼭 극우단체가 아니더라도 백인 중심의 극단주의는 미국 사회에서 힘을 얻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1월 7일에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의 45%가 의사당 난입을 지지하며 58%가 의사당 난입이 평화적이었다고 응답했다. 미 의사당 난입 사건이 일어나자 전 세계는 충격을 받았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의사당 난입을 지지하는 여론이 상당하다. 상당히 많은 백인이 미 의사당 난입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에서 오늘날 미국 백인이 얼마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미국에서 백인은 흑인보다 잘 사는 계급·계층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작년 9월에 공개한 3년 주기 가계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백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약 19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인데 흑인 가구는 2만 4,100 달러(약 2,800만원)에 불과하다. 13배나 차이가 난다. 35세 미만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백인 가구 중위소득은 2만 5,400달러인데 흑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고작 600달러에 불과하다. 40배 이상 차이 난다.

(*중위소득: 가구 소득을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 평균소득과는 다르다.)

 

백인은 흑인보다 경제적으로 월등히 좋은 상황이다. 백인은 그 자체로 미국의 중산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백인조차 위기에 빠진 나머지 기득권에 분노하며 미 의사당을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전체가 심각한 위기 상황인 것이다.

 

그동안 세계 초강대국이자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번 미 의사당 점거 사건으로 미국은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망신당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수치스러운 장면”이라고 이야기했고 유럽연합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오늘날 미국의 민주주의는 포기한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민주주의와 자유의 거품”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3. 결론

 

이렇듯 북한과 미국은 사뭇 다르게 2021년의 포문을 열었다. 새해 벽두부터 흥미로운 일이 많이 펼쳐져서 과연 앞으로 북미대결이 어떻게 펼쳐지며 누가 승리를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북미대결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전 세계가 북미대결을 주목하고 있으며 북미대결이 치열해질수록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세계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전선은 여러 가지가 있다. 미중대결도 있고 미국-유럽연합과 러시아의 대립도 있으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갈등도 있고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 문제도 있다. 그러나 북미대결이 이런 모든 것을 뛰어 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올해 시진핑 중국 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했는지, 발표했다면 어떤 내용으로 발표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러나 북한이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어떤 논의를 했는지는 토씨 하나까지 따져가며 세세하게 분석한다. 그만큼 북미대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미대결이 이렇게 중요한 이유는 북한과 미국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체제대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은 정치, 군사, 경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대결하고 있지만, 근본은 체제대결이다. 

 

과거에 체제대결을 펼친 건 미국과 소련이었다. 이 대결에서는 미국이 승리했다. 이 승리는 단지 미국이란 나라의 승리가 아니었다. 미국이 대표하는 자본주의의 승리였고 그 결과 사회주의 나라들은 붕괴하고 자본주의로 돌아섰다. 

 

북미대결도 마찬가지다. 북미대결이 누군가의 승리로 끝나면, 그건 단지 북한과 미국, 두 나라의 승패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미국이 북한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정세에 여러 영향을 주고 있다.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가 북한을 보며 미국을 상대로 강 대 강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사회주의와 미국의 자본주의의 대결은 어떻게 될까. 북한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를 하늘과 땅처럼 만들겠다고 장담한 적이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번영을 얻을 것이지만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멸망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누가 밝은 앞날을 열고, 누가 암울한 쇠락으로 빠져들까. 올 한해 북한과 미국, 두 나라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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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서 방사능 어디서·얼마나·어디로 새는지 한수원·원안위도 몰라”

경주 주민 및 환경단체, 시민사회 참여 민관합동조사위 구성 촉구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1-01-12 18:31:05
수정 2021-01-12 20:08:06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방사능이 새고 있는데, 어디서·얼마나·어디로 새는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도 모르고,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모르고 있다.”

12일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기자회견에서 우려하면서 한 말이다.

‘고준위핵폐기장 건설반대 양남면대책위원회’(양남면대책위),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이주대책위),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은 이날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원전 부지 방사능 누출 오염 사태’와 관련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월성 4호기에서 7회에 걸쳐 감마핵종이 미량검출됐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월성 4호기에서 7회에 걸쳐 감마핵종이 미량검출됐다.ⓒ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제공
보라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곳이 월성 3호기 주변 우물로 각각 리터당 1950 베크렐, 3800 베크렐, 3770 베크렐, 1140 베크렐 삼중수소가 관측됐다. 또 녹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월성 4호기 폐수지저장탱크 옆 우물에서도 리터당 2300 베크렐 삼중수소가 관측됐다. 이는 다른 20여 곳의 우물에 비해 매우 높은 농도다.
보라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곳이 월성 3호기 주변 우물로 각각 리터당 1950 베크렐, 3800 베크렐, 3770 베크렐, 1140 베크렐 삼중수소가 관측됐다. 또 녹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월성 4호기 폐수지저장탱크 옆 우물에서도 리터당 2300 베크렐 삼중수소가 관측됐다. 이는 다른 20여 곳의 우물에 비해 매우 높은 농도다.ⓒ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제공  
 
3호기 터빈갤러리 맨홀서 고농도 발견

주변 우물 및 SRT서도 높은 농도 관측
4호기 SFB 집수정에선 감마핵종까지 검출
“시민사회 참여 민관합동조사위 구성해야”

최근 이들 주민과 단체는 지난해 6월 작성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 관한 한수원 내부 보고서를 내부고발 형태로 입수했다. 보고서에는 매우 우려스러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월성 3호기 터빈갤러리 배수로 2곳에서 리터(L)당 71만3000 베크렐(Bq)의 고농도 삼중수소가 측정된 고인물이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이는 한수원이 원전 주변에 보초 우물을 두어 주기적으로 관측할 때 삼는 기준보다 18배 높은 고농도다. 감시·부지경계우물 기준보다는 180배 높다. 하지만 한수원은 “공기 중에 있는 삼중수소가 고인물로 전이된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또 해당 보고서에는 월성 3호기 주변 4곳의 보초우물과 감시우물이 한수원 정한 기준치보다 높진 않지만 다른 20여 곳의 보초·감시·부지경계 우물에 비해 삼중수소 농도가 높다는 감시 결과도 담겼다. 이를 근거로, 주민과 환경단체는 월성 3호기 어딘가에서 삼중수소가 새어 나오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월성 4호기 옆에 붙어 있는 폐수지저장탱크(SRT) 주변 우물에서도 다른 곳보다 몇 배나 높은 리터당 2300 베크렐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됐다. SRT는 리터당 최대 3억2400만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관측되는 곳으로,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보다 100배 높은 삼중수소 농도를 띠고 있는 곳이다. 게다가 월성 4호기 SFB 집수정에서는 감마핵종이 2019년 8월에서 2020년 5월 사이에 7회 미량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이 2020년 6월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는 이 같은 현황이 적혀 있었다.
한수원이 2020년 6월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는 이 같은 현황이 적혀 있었다.ⓒ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제공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은 12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논란과 관련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습니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은 12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논란과 관련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습니다.ⓒ경주환경운동연합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 월성원전 부지에서 발생하는 지하수의 양과 이동 경로 ▲ 비계획적 유출을 방지하고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 방안 ▲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했다.

주민 및 환경단체는 “인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서 하루 1500t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다”라며 “이를 월성원전 부지의 지하수량으로 대입하고, 부지가 평균 리터당 1000베크렐 농도로 삼중수소에 오염됐다고 가정하면, 연간 5475억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게 아니라면 한수원은 지하수 흐름에 대한 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 “월성원전 부지의 방사능 오염은 비계획적 유출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사능 오염수가 통제 아래 정해진 경로를 통해서 배출됐다면, 이처럼 광범위한 오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비계획적 유출을 방지하고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 방안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민 및 환경단체는 “월성원전 부지의 방사능 오염이 이토록 심각하게 진행되는 동안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해 감시·감독의 의무가 있는 경주시·시의회·민관환경감시위원회 등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라며 “직무유기에 따른 규제 실패”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한 유관 기관들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 구성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수원은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관측공의 삼중수소 농도가 배출관리기준(리터당 4만 베크렐)을 초과하여 배출된 사례는 없으므로 원자력법에 따른 운영기술지침서 위반사례는 없다”라며,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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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노동자 2명 숨졌지만…처벌 못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입력 : 2021.01.11 21:10 수정 : 2021.01.12 00:39


원문보기:여수 30대 하청업체 직원·광주 50대 여성 ‘기계 끼임’ 사고

두 사업장 모두 50인 미만 기업…‘법 적용 3년 유예’ 해당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가운데)씨가 8일 저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단식농성을 해산하며 울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가운데)씨가 8일 저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단식농성을 해산하며 울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전남 여수의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에서 3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에 끼여 사망했다. 광주의 한 소규모 공장에서도 노동자가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법이 곧바로 시행됐더라도 두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부칙의 ‘3년 유예’ 규정에 따라 처벌 대상이 아니다.

11일 민주노총 전남본부와 여수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0일 여수산업단지 금호티앤엘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씨(33)가 컨베이어에 끼여 사망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주조종실에 있던 금호티앤엘 노동자의 지시로 컨베이어를 점검했다. 금호티앤엘은 오후 7시16분쯤 대형 석탄 저장 사일로의 컨베이어가 멈추자 하청업체에 점검을 요청했다. A씨와 동료가 기계를 점검하고 있던 오후 7시40분 주조종실에 있던 원청 노동자들은 야간근무자로 교대됐다.

이후 오후 8시4분쯤 컨베이어가 갑자기 10초 정도 가동되면서 A씨가 기계에 발이 걸려 석탄 운송장치 깊숙이 끌려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A씨를 기계에서 빼내는 데에만 1시간30여분이 걸렸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11시42분쯤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여수산단 열병합발전소 등에 유연탄 등을 공급하는 금호티앤엘 하청업체 소속으로 적재된 석탄 등의 화재 감시를 위한 순찰과 기계 수리 등을 맡아왔다. 금호티앤엘에서는 2018년 8월에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져 숨졌다.

광주의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도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이날 낮 12시42분쯤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의 플라스틱 재생 사업장에서 노동자 B씨(51)가 기계에 오른쪽 팔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으나 B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금호티앤엘과 광주의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 법은 부칙에 따라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상시 노동자 50명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3년 뒤’부터 적용받는다.

금호티앤엘은 금호석유화학이 100% 주식을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지만 노동자가 43명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최소 3년 후에나 가능하다. 광주의 플라스틱 공장도 상시 노동자가 10여명 규모로 역시 ‘3년 유예’ 대상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들 사고는 국회에서 후퇴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대부분의 산업재해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고 시행을 3년 유예한 것은 큰 문제”라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1112110015&code=940702#csidxadd4986b739500f8d248c5f90cdee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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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적은 다른 사람 아닌 미국 자신

  • 기자명 김정호 북경대 박사
  •  
  •  승인 2021.01.11 19:10
  •  
  •  댓글 0
 
 
 

환구시보 사설 2021-01-08

번역자주
미국 역사상 초유의 국회의사당 폭동사태가 발생한 후, 서방 언론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표적 삼아 그들이 기뻐한다면 미 국민의 단결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는 미국의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의 실패 등 자신 내부에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출처: 환구시보 사설

2021-01-08 16:52 (현지시각)

▲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에서 미 국회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사진 : 뉴시스]
▲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에서 미 국회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사진 : 뉴시스]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발생한 국회의사당 폭동사태 후 미국과 서방의 엘리트 및 주류 언론들은 발 빠르게 ‘인식의 통일’을 외치고 있다. 폭도들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 외에도, 국회는 최종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당선 확인을 통해 ‘미국 민주주의의 강력함’을 논증했다. 또 중국 등을 표적으로 끌어내 ‘민주주의의 적’이 워싱턴의 소요에 “고소해 한다”며, 이를 통해 미국 국민을 자극함으로써 국민 단합의 염원을 불러일으키려 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치의 허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마땅히 가슴이 넓고 큰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자기 발전과 균형에 대한 통제는 여유롭고 질서 있어야 하며, 주요하게는 자신의 내재된 자원을 통한 지렛대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일이 터지기만 하면 중국과 러시아 쪽에서 핑계거리를 찾으려 한다. 자기 우월적인 오만무도한 서사(叙事)와 아울러 외부세력이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는 불평이 기이한 이데올로기적 잡탕을 만들어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미국에 수출하여 미국 방역을 좌절시켰다고 한마디로 단언했다. 이러한 트럼프가 이미 미국 주류 엘리트사회에서 버림받았는데도, 자신의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는 그의 정치적 논리는 워싱턴의 엘리트계에 뿌리 내려 미국식 민주주의가 더욱더 남용되는 꼼수가 되고 있다. 

중국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미국 정치에 있어 반드시 답을 요하는 기초적 질문이 되었다. 지금 트럼프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파면이 거론되고 있는데, 바로 그런 트럼프가 그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르친 것이다.

미국의 정치체제에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이 이미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중국인이 남의 불행을 고소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다만 홍콩 입법회(홍콩의회-주)를 공격했던 그 폭도들을 미국이 지지했던 것에 대해 깊은 불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중국인이 보기에 홍콩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공격은 거의 같은 성격의 것으로, 모두 반민주적이고 반법치적인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엘리트들이 이번 기회에 입장을 바꾸어, 그들의 지저분한 ‘이중 기준’ 게임을 끝내길 바란다.

확실히 ‘미국’이라는 우상은 중국인의 마음속에서 무너졌다. 한 번 물어보자, 설마 미국의 많은 민중들 마음속에서는 안 무너졌겠는가? 유럽 국가에서는 안 무너졌는가? WHO 회원국들과 파리협정(세계기후협정-주) 체결국의 미국에 대한 신뢰는 타격받지 않았겠는가? 

국회의사당 진입사태뿐만 아니라 코로나 방역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대외적으로 남을 멋대로 부리려는 미국의 오만방자한 행태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하였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우상이 무너졌다는 것이 미국이 망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실제로 강대하며, 일련의 장점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사회구조는 각종 위기에 대한 강한 수용력을 지니고 있으며, 중국인들은 이를 계속해서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엘리트들은 중국공산당 영도를 일체 부정하고 있는데, 중국이 실현한 질병 통제와 경제회복조차도 그들에게는 모두 ‘구린 것’이다. 사유가 완전히 판이한 이 두 가지 객관성과 포용성의 측면만 보아도 미국 쪽은 이미 졌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히스테리적 우월감을 버려야만 자신의 비극을 똑똑히 바라볼 수 있다. 미국의 두 정치 진영은 고착화되어 사회 전체를 파열로 이끌고 있다. 그들이 서로를 비방하고 상대방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면서, 사회는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이와 함께 그들은 미국의 진짜 문제에 대한 초당적인 공동 성찰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격렬하게 제자리 맴돌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전진의 주요한 동력은 과학기술의 혁신에서 나오지만, 인간성의 일부 약점들이 십분 방출되고 뭉쳐져서 사회통합의 균형점은 충격받기가 쉬워졌다. 요 몇 년 사이 미국은 바로 관건적인 균형점에서 미끄러져 내렸다.

중국에 대한 신냉전의 발동은 미국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민주체제가 경제쇠퇴와 코로나19 쇼크에 무력한 것이 드러났는데, 이것들은 모두 미국의 진실된 약점이다. 세계를 민주와 비민주로 구분하고, ‘민주주의의 자랑스러움’으로 그들의 심각한 문제를 덮으려는 것은 스스로를 기만하고 남을 속이는 일이다. 

지금은 민주주의의 큰 시대이고, 민주•자유•인권이 없는 국가는 시장경제의 번영이 있을 수 없다. 경제의 참된 활력은 민주주의가 실재한가 아닌가, 유효한지 아닌지의 저울이다. 방역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 몇 명의 감염과 사망이 있었는지도 누가 인도주의를 실천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지표다. 이 모든 것을 직시할 용기도 없으면서, 목청껏 자신의 민주주의가 어찌어찌 좋다고만 큰소리치는데, 그러나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은 공격당했고 지난 24시간 동안 미국에서만 4,000여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미국 엘리트들이 이 모든 것을 감출 수 있겠는가? 

워싱턴이 편집광에서 벗어나 정치문제에 있어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장기간의 저조한 형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지의 관건이다. 미국은 지난 날 이데올로기적 함정을 구축했지만 불행히도 결국 함정에 빠진 것은 그들 자신이다. 바이든 취임 후 미국을 위한 조정의 기회가 있을 것인데, 바이든이 실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우리가 기대를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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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주목한 문 대통령 신년사 ‘부동산 문제 사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1/12 09:55
  • 수정일
    2021/01/12 09:5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개인 투자자, 사상 최대 4조5000억원 매수… ‘AI 윤리 논란’ 도마 위에
 
 
 

 

문 대통령 신년사 중 ‘부동산 문제 사과’ 1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 불확실성이 많이 걷혀 이제는 예측하고 전망하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올해 우리는 온전히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 국민의 백신 무료 접종, 일자리 확대 등을 약속했다.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다.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2일자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들은 1면은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보도했다. 신년사 내용 중에서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한 부분에 집중했다.

▲12일자 조선일보 1면.
▲12일자 조선일보 1면.
▲12일자  전국 단위 아침종합신문들 1면.
▲12일자 전국 단위 아침종합신문들 1면.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1년 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던 문 대통령은 이번엔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 ‘송구’라는 표현을 쓰며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다.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부동산 정책의 기조 변화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12일자 한겨레 1면.
▲12일자 한겨레 1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58% 상승해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앞 정부 탓, 투기꾼 탓만 하면서 공급을 막고 규제만 남발한 결과다. 서울의 집값 급등은 정부의 엉터리 진단과 아집을 불쏘시개 삼아 전국으로 번져나갔다”고 비판했다.

▲12일자 조선일보 사설.
▲12일자 조선일보 사설.
▲12일자 경향신문 사설.
▲12일자 경향신문 사설.

정부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급을 늘리는 건 당연하지만 필요한 규제까지 풀게 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적절한 공급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필요한 규제까지 풀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민간의 공급 때 고분양가를 지나치게 억제하지 않는 방안까지 거론된다니 걱정스럽다. 자칫 그렇게 할 경우 분양가의 고삐를 풀어줘 주변 집값까지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최근 여권 일각에서 양도소득세 완화론이 나온 것도 예사롭지 않다. 경제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와 부총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인 김진표 의원이 이를 거론했다”고 지적한 뒤 “집으로 폭리를 챙기지 못한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한 백약이 무효다. 부동산 정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못 본 이유는 7·10 대책 같은 것을 정권 초반에 과감히 내놓지 않고, 땜질 처방만 거듭한 데 있다. 지금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와 가격 하향안정이란 원칙은 지키면서 수요 있는 곳에 알맞은 공급을 할 때다. 공급 우선론자에게 휘둘려 원칙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개인 투자자, 사상 최대 4조5000억원 매수

개인 투자자들이 4조4921억원의 순매수로(지난 11일 기준)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는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해 11월30일 2조2206억원의 2배가 넘었다.

이날 기관 및 기업 투자자들은 3조7000억원어치를 팔며 사상 최대 매도액을 기록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그보다 7000억원을 더 사들여 코스피는 3000선을 유지했다.

▲12일자 조선일보 8면.
▲12일자 조선일보 8면.
▲12일자 한겨레 8면.
▲12일자 한겨레 8면.

신문들은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우려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빚투’를 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신용융자’가 지난 8일 기준 20조3200억원으로 전일 대비 2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KB국민은행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도 올해 초(4~7일) 4500억원가량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 주식 광풍에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겨레는 기사에서 주식투자를 해 수익을 낸 사람들의 사례와 주식투자로 손실을 본 사람들의 사례를 모두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주식 광풍은 2000년 벤처투자 열풍, 2007년 펀드 유행, 2009년 금융위기 회복 뒤 상승기 등 몇년에 한 번씩 나타나고 있다. 그때마다 유행하던 ‘나 빼고 다 부자 됐다’라는 농담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심리에 시달리다 투자에 뛰어드는 이른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 비트코인, 주식 등 자산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평범한 사람이 스스로를 ‘벼락거지’(벼락부자의 반대말)라고 부르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이루다, ‘AI 윤리 논란’ 도마 위에

스무살 여대생 콘셉트의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개발사인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 11일 결국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스캐터랩은 논란 직후 문제를 해결해 서비스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론이 심상치 않자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출시된 이루다는 20살 여대생의 콘셉트의 캐릭터로 가입자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가입자는 40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루다와 대화 과정에서 장애인과 소수자 혐오 발언이 쏟아져 논란이 커졌다.

▲12일자 중앙일보 12면.
▲12일자 중앙일보 12면.

중앙일보는 12면 전체를 할애해 AI 윤리 문제를 불붙인 이루다에 대해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인간의 기분을 맞춰주는 게 목적인 AI 챗봇을 인간이 성희롱하는 것은 괜찮은지 인간의 편향된 대화를 학습한 AI가 소수자 혐오를 그대로 따라 하는 데도 서비스를 지속하는 게 맞는지 등 이루다가 던진 질문들은 묵직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개인정보 문제도 불거졌다. 이루다를 개발한 스캐터랩이 운영하던 연애코치 앱(연애의 과학)의 카카오톡 대화 데이터를 이루다 학습에 사용한 사실이 알려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1일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해 스캐터랩에 자료를 요청하며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최근 음성비서·자율주행 등 AI 기술에 대한 사회적·산업적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이루다 쇼크'가 터졌다. 10~20대에서 폭발력이 강한 젠더(gender·사회문화적 성별) 차별 문제까지 얽혔다. 어차피 AI와 함께 살아야 한다면 이 기회에 AI 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 뒤 “페이스북과 구글 등의 AI 챗봇 팀도 혐오 주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일자 한겨레 사설.
▲12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인공지능의 윤리 기준에 대한 더욱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른 반면,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를 제어할 기술 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개별 업체의 노력만으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며, 이를 방치하면 자칫 통제 불능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인공지능 윤리 기준’을 마련했다. 이 원칙들이 허울 좋은 탁상공론이 되지 않으려면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해 실질적인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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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직무박탈·탄핵·자진사퇴’ 압박 최고조... 펠로시 “긴급히 행동할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1/12 09:31
  • 수정일
    2021/01/12 09: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하야 요구 거세져... 20일 바이든 취임식 앞두고 또 다른 폭력 사태 우려도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21-01-11 18:03:39
수정 2021-01-11 18: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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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한 상태다.ⓒ뉴시스/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 의회 유혈 난동 폭력 사태에 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직무 박탈이나 탄핵 혹은 자진 사퇴에 대한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CNN방송 등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10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대통령 직무를 박탈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펜스 부통령과 내각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할 것을 요구하는 하원 결의안 채택을 오는 11일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만약 펜스 부통령이 24시간 안에 결의안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하원에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긴급하게 행동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imminent) 위협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수정헌법 제25조 4항은 대통령이 직무 불능 상태에 있다고 판단될 때 내각 각료 과반수의 찬성으로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절차 등을 규정한 조항이다. 하지만 현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무 박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데이비드 시실리니 의원 등 3명은 오는 11일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난입 선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에 대한 탄핵 결의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하원 탄핵안은 과반수만 동의하면 처리되는 관계로, 현재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하원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상원 의결을 위해서는 100석 중 3분의 2 이상인 최소 6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의석수는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이 50석, 공화당이 50석이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지만, 상원까지 통과해 탄핵안이 발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당선자 측은 펠로시 의장과는 달리 탄핵소추안을 놓고 상원에서 양당이 대립할 경우 대통령 취임 초반에 의제를 실행하고 코로나19 대응 등 당면 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우선 다수당 지위에 있는 하원에서 탄핵안을 통과하고 상원은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후에 송부하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더라도 ‘탄핵 대통령’이라는 낙인을 찍어 향후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직무 박탈이나 탄핵 추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친정이 공화당 내에서도 ‘자진 사퇴’ 압력이 가중하고 있다. 공화당 팻 투미 상원 의원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선의 선택은 대통령직 사임이라고 말했다.

앞서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하야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하원에서도 공화당 개럿 그레이브스 의원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도 직무 박탈이 되지 않는다면, 탄핵에 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도 탄핵론에 동조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당 난동 사태를 선동하는 것을 보았다”면서 “내란 선동이 탄핵감이 아니라면, 무슨 혐의가 탄핵감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친정인 공화당 의원들마저 등을 돌리는 사태에 직면하자, 백악관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방어해주는 공화당 동료가 거의 없다”면서 “점점 고립된 채 백악관에 몸을 숨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최근 지지자들과의 소통 창구였던 트위터마저 차단당하자, 이를 회복할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 정가는 20일 취임식을 앞두고 또 다른 폭력 사태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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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최전선에 자영업자, 국가가 휴업 보상하자"

[스팟인터뷰] '소상공인 휴업 보상' 제안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21.01.12 07:29l최종 업데이트 21.01.12 07:29l
전국 당구장 대표자 연합회 “집합제한 해제하라” 전국 당구장 대표자 연합회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정부의 당구장 영업중지에 항의하며 집합 금지 폐지를 요구했다.
▲ 전국 당구장 대표자 연합회 “집합제한 해제하라” 전국 당구장 대표자 연합회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정부의 당구장 영업중지에 항의하며 집합 금지 폐지를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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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세이(찍어치기)로 하자."

지난 8일 낮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미니당구대에 당구판이 벌어졌다. 코로나19 방역대책에 집합금지업종으로 정해진 당구장 업계 관계자들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헬스장 종사자들은 크로스핏 시범을 보였다. 시위의 모습은 달랐지만 이 자영업자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살려 달라'였다.

오는 19일이면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딱 1년이다.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맞대지 않는 날들이 '일상'이 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신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낙관했지만, 이들은 자신도 터널 끝에 도착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아산을)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무사히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방역 목적으로 휴업했을 때 국가가 보상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코로나19 방역은 비대면을 필수로 하고, 자영업은 대개 대면을 필수로 하다보니 국가는 방역이라는 목표를 위해 550만 자영업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방역의 시간이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도 방역의 최전선에 서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11일 강 의원에게 전화로 내용을 더 물었다. 그는 이른바 "'IMF세대(70년대생, 90년대 대졸자로 IMF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로서 느끼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그때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그때는 사회적 연대가 있어서 '금 모으기(운동)'도 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다들 어려워) 그런 말을 할 엄두도 안 낸다"며 "국가가 방역의 책임을 미루지 않는, 이런 보상으로 시작해서 '우리도 조금씩 부담하자'로 퍼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영업도 방역 최전선... 방역 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지난해 10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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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상공인 휴업보상' 어떻게 구상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다음 주(1월 19일)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년이다. 지난 1년 동안 추가경정예산 편성해서 재난지원금도 하고 했지만, 시간이 길어지니까 구조적으로 힘든 곳들이 생기더라. 다 힘들지만 유난히 힘든. 그게 이를테면 자영업자다. 저는 방역과 자영업은 반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방역은 사람을 안 만나야 하고, 자영업은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자영업 피해가 큰데, 집합금지업종까지 만들어졌다. 그들에게는 일하지 말라는 의미다.

(감염병 상황에 따라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지 않도록 하는) '임대료 멈춤법'은 임대료 멈춤법대로 가되, 이 분들이 '어떻게 생활하라는 거냐'고 문제 제기하는데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어서 보상해주는 것을 시스템화하자. 그게 제 문제 의식의 발단이었다. 휴업보상과 임대료 멈춤법 등이 함께 작동하면 '장사도 안 되는데 문 닫고 휴업으로 보상받자'는 사람도 생길 수 있지 않겠나."

- 그게 악용될 수도 있는 점 아닌가.

"아니죠. 저는 악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역에는 긍정적 신호다. 의원실에서도 그런 문제 의식으로 고민하다보니까 (조사결과) 이미 독일은 그렇게 하고 있고, 심지어 돈도 더 주더라.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조사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재정상황 등을 같이 봐야 하니까 여러 가지를 고려해 최저임금 기준으로 제안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 의식은 '방역 비용을 과연 누가 대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자영업자가 대는 것은 아니지 않나. 국가가 부담해야지. 

제가 IMF세대인데, 우리 때는 대학 졸업하고 1~2년 동안 취업을 못했다. 유추컨대, 앞으로 가장 피해가 클 곳이 자영업자와 취업준비생들이다. 우리 때처럼. 한국은 졸업 후 1~2년 안에 취업 못하면 자영업을 해야 하는 사회다. 실제로 제 친구들도 자영업자가 많다. 자영업자는 크게 두 가지를 걱정한다. 첫째, '나 임대료 나가는데 어떡하지?' 임대료 멈춤법을 통과시켜야 할 이유다. 또 '사업 안 하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다. 그걸 보상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언제 다시 2.5단계,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이 올지 모른다."

- 제안글에서 앞으로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 토론해보자고 했다. 다만 ▲ 집합금지업종과 집합제한업종을 대상으로 ▲ 각각 영업이 제한된 시간만큼 ▲ 최저임금 기준으로 계산해보니 보상규모가 월 7290억 원, 연 8조 7천억 원이라고 했는데.

"실제 업종에서 일하는 분(사업자 수)과 매월 들어가는 비용 전체를 계산해서 뽑아봤다. 이걸 막연하게 주장하면 항상 기획재정부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논리에 막혀 추진을 못한다. 애초에 기재부와 토론할 자료를 준비해뒀다. 적진 않지만 8조~9조 원 정도면 우리나라 예산 규모에서는 부담할 수 있다고 본다."

"4차 재난지원금도 좋지만... 이젠 시스템을 만들자"
 
 헬스장, 필라테스 교습소 등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는 필라테스 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실내체육시설 폐쇄에 항의하며 집합 금지 폐지를 요구했다.
▲  헬스장, 필라테스 교습소 등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는 필라테스 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실내체육시설 폐쇄에 항의하며 집합 금지 폐지를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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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수당은 자영업자 등을 사회안전망으로 끌어들여 전국민 고용보험으로 가는 과도기적 제도로 이용될 수 있다'고 한 부분도 좀 더 설명해달라.

"4차 재난지원금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쪽에선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만들고 동시에 소득 파악 문제를 개선해 제도로 만들어야 할 때다. 가령 자영업자는 1년에 한 번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며 자기 소득을 공개하는데, 이것도 월별 소득 기준으로 파악해서 시스템을 보강할 수 있다. 이미 다 카드를 쓰기 때문에 가능하다. 누군가는 '최저임금보다 더 버니까 더 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당신이 얼마만큼 버는지가 투명해져야 한다'고 말하겠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복지제도 안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할 수 있는 길을 확인하고, 활용하면 좋겠다."

- 사실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두고 논란이 있을 때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소득수준을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 

"그럼요. 어쨌든 우리가 지금까지는 힘들어도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들이 무엇을 하다가 스스로 멈추거나 국가가 멈추라고 했을 때 국가가 보상해주는 적절한 체계, 이로써 사람들이 공동체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 법이 만들어져도, 그때까지 경제 피해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 소급 적용도 고민하고 있는가.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라 일단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제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소위원장인데, 우선 소위 위원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괜찮다고 하면 한 번 드리블해볼 생각이다. 우리가 그때그때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을 했지만 '언제까지 주먹구구식으로 할 거냐'고 하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좀 더 미래에 방점을 찍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1년을 겪었으니, 할 수 있다. 

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얘기를 들어보면 11월에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하니 1년은 더 이렇게 살아야 한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시스템을 만들어서 밀고 가자. 더 늦기 전에. 그러면 코로나19가 지나가도 제도가 남지 않는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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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태양광의 치명적인 결함

[최병성 리포트] 산림 파괴하는 그린 뉴딜, 수정이 필요하다

21.01.11 07:49최종 업데이트 21.01.11 07:49
 사회 최병성(cbs5012)

▲ 숲속의 이 건축물들이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 Hanergy Thin Film

 
깊은 산과 어울린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러나 이 풍경이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저 모든 건축물의 기와지붕이 태양 빛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지붕에 철골 기둥을 높이 세운 태양광 패널만 보아 온 우리에겐 낯선 풍경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기와형 태양광을 개발해 곳곳의 건축물 지붕에 기와형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 중국은 기와형 태양광을 이미 많은 건축물에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 Hanergy Thin Film

 
전 세계적으로 환경재앙 국가로 알려진 중국이지만 태양광 발전 분야는 앞서 있다. 전기 생산 효율이 높은 박막형 모듈 기술을 활용해 태양이 없는 흐린 날에도 전기를 생산한다. 실내 어두운 형광등 불빛에도 전기 생산이 가능할 만큼 효율이 높다.
 

▲ 얇고 가벼운 박막형 모듈은 기와형 지붕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 최병성

 
이 외에도 중국은 대형 빌딩 벽면 전체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태양광 모듈을 지붕과 벽면 등의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BIPV,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이라고 한다.
 

▲ 대형 고층 빌딩의 벽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 Hanergy Thin Film

 
후진국형 그린뉴딜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울창한 산림과 동네 과수원의 나무를 베어내며 환경을 파괴하는 후진국형 태양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명칭만 '그린 뉴딜'일 뿐이다.
 

▲ 중국은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을 이미 보급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숲의 나무를 베어내며 환경을 파괴하는 후진국형 태양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최병성

 
2018년 기준 국내 총 발전설비 119 기가와트(GW) 중 태양광과 풍력은 8.6GW로 약 7.2%를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지난 2017년 12월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태양광을 현재 7.13GW에서 36.5GW로, 풍력은 현재 1.42GW에서 17.7GW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태양광과 풍력의 급속한 확산으로 발생하는 환경 파괴다. 국무총리실 산하 환경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2019년 8월 발표한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현황과 환경적 수용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태양광 발전시설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2018년에 태양광 설치가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 KEI

 
보고서는 '태양광 발전은 임야가 60.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농지(전·답·과·목) 20%, 기타 11.8%, 염전 7.2% 순으로 분포하고 있다'며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심각한 산림 훼손을 지적한다.

현재 7.2%에 불과한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도 산림 훼손이 큰 문제가 되는데, 앞으로 20%까지 늘어날 경우 얼마나 많은 산림이 훼손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엔 환경 훼손을 줄이는 태양광 발전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20% 목표 달성이 최고의 목표로 설정되어 있을 뿐이다.

탈원전·탈석탄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지금처럼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산림을 마구 훼손한다면 강을 파괴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처럼 국토를 파괴한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 언제까지 숲을 파괴하는 태양광을 설치할 것인가. ⓒ 최병성

 
KEI는 산림을 훼손하는 태양광은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 될 수 없다며 도시형 건축물 등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태양광 발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지 태양광의 경우 벌목과 대규모 토목공사가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경관훼손은 물론 산림의 기능이 상실되면서 집중호우 등에 의해 지반 안정성이 낮아지고 산사태에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되는 환경훼손이 크다. 이 때문에 산림을 훼손하는 태양광이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모델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br style="box-sizing: inherit;" /><br style="box-sizing: inherit;" />보급 목표 설정에 따른 개발 당위성을 강조하기보다는 환경보존과 태양광 에너지 확대가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과 대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림 최소화 등 환경보전적 측면과 토지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도시형(주택, 건물), 농지, 염전, 수상 등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태양광 발전사업의 입지 유형에 대한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br style="box-sizing: inherit;" /><br style="box-sizing: inherit;" />-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현황과 환경적 수용성' 중에서

'태양광(PV)분야 글로벌 혁신과 동향'(태양광기술정책연구원. 2017.9)은 '태양광 발전시설의 보급이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태양광 수준으로는 신재생 3020 이행계획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건물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BIPV가 입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활용도가 높기에 BIPV와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건축물 지붕과 벽에 다양한 BIPV를 설치하고 이런 태양광 발전 기술을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 BIPV가 설치된 기차역 지붕(이탈리아 ) ⓒ Hanergy Thin Film

 
스페인을 비롯 유럽의 선진국 역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전기 생산효율이 높으며,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 가능한 BIPV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 건축물 벽면 전체를 BIPV로 덮었다. ⓒ SPAIN solarinnova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전기 생산 효율이 낮은 태양광 발전 시설로 전 국토를 뒤덮으며 소중한 산림을 훼손하는 환경 재앙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에도 BIPV 기술 있지만

국내에도 BIPV 기술이 개발되어 이미 상용화되고 있긴 하다. 다만 정부의 정책 지원이 없어 널리 보급되지 못했을 뿐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아민 M. 달하투(Amin M. Dalhatu) 나이지리아 대사가 국내 한 중소기업과 한국산 BIPV의 나이지리아 현지화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이지리아 주택의 특성상 무게가 가볍고 전기 생산 효율이 높은 BIPV를 찾았는데 가격이 더 저렴한 중국산보다 안정성과 품질이 더 나은 국내 기업 S사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 국내 기업 S사 개발한 CIGS Flexible Module.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은 이미 국내에 개발되어 있다. ⓒ 최병성

 
청주에 있는 S사를 찾아가 그들이 개발한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 패널(CIGS Flexible Module)을 들어 보았다. 무게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가벼웠다. 1㎡의 무게가 2.4kg로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 온 결정질 모듈의 무게 23~26kg의 약 1/10에 불과했다.

또한 부드럽기 때문에 평면뿐 아니라 곡면으로 된 어떤 장소도 시공이 가능하다. 태양광 패널을 붙이기 위한 부가적인 철골 시설이 필요 없어 기존의 지붕에 바로 붙일 수도 있으니 경제성도 높아 보였다. 가볍고 전기 생산 효율이 높으니 지붕뿐 아니라 건축물의 벽면 등 태양빛이 들어오는 곳이면 어디든 시공이 가능하다.

국내 많은 공장 창고들이 태양광 발전 시설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태양광 패널의 무게 때문에 따로 건축물의 구조 진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무게를 줄인다면,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한 건축물 구조 진단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안전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시공 또한 간편해진다.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이 우리에게도 대중화 될 수 있다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무참히 잘려나갈 숲을 지켜낼 수 있다.
 

▲ 가볍고 부드러운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을 지붕에 시공하는 현장(왼쪽). 작업이 완료된 모습(오른쪽). 구멍을 뚫을 필요도 없고 바람에 무너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 최병성

    
공장의 넓은 지붕이 놀고 있다
 
대한민국 전국 곳곳에 공장이 밀집된 산업단지들이 많다. 최근엔 물류 증가로 거대한 창고들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그 넓은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한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붕에 무한정 쏟아지는 태양빛이 그냥 사라지고 있다.
 

▲ 공장 지붕 위에 햇빛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태양광을 설치한 곳이 단 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인데도 산을 깎는 태양광만 추진하고 있다. ⓒ 최병성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이 성공하려면 전기가 필요한 도심 건축물에 먼저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도시에서 멀리 있는 산과 바다에 설치하는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전기를 도심으로 끌어올 송배전 시설이 필요하다. 송배전 시설을 위해 막대한 국가 예산을 퍼부어야 한다.

그러나 전기가 필요한 도심 건축물과 도로 등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송전망 시설을 위한 예산 낭비를 절감할 수 있고 환경을 보전하는 효과가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태양광 발전시설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송배전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해 생산한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를 소비하는 장소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분산형 발전소'가 문재인 정부의 3020 이행 계획을 성공시키는 핵심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도심에서 먼 곳에 있는 산을 깎는 태양광과 해상 풍력으로 대규모 전력을 소비지역으로 보내는 것은 탄소 제로 사회에 역행한다.
 

▲ 넓은 창고 위에 설치된 BIPV(독일, 사진 위). 한국은 공장과 창고의 드넓은 지붕을 그대로 놀리며(사진 아래) 산을 깎는 후진국형 그린 뉴딜을 추진중이다. ⓒ Hanergy, 최병성

 
정부는 지난 2018년 9월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산림 흡수원(산림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제거)'을 추가했다. 파리협정에 의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자 산림을 통한 이산화탄소 저감을 포함하는 꼼수를 쓴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기후변화 싱크탱크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는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기반 배출 감축 경로(Transitioning towards a zero-carbon society: science-based emissions reduction pathways for South Korea under the Paris Agreement.)에서 '기존의 산림의 관리를 계상하는 방식은 실질적인 배출 감축을 위해 필요한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산림 흡수원을 국제 사회에 제시하고도 다른 한편으로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건설을 위해 무분별한 산림 훼손을 추진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 숲의 온실가스 흡수 효과를 잘 알면서도 태양광과 풍력 건설을 위해 숲을 마구 훼손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 대한민국 정부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밝힌 바와 같이 숲은 온실가스를 흡수할 뿐 아니라 생태계 다양성 보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그린 뉴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숲을 파괴하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을 멈추고 중국과 유럽처럼 BIPV의 현실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햇빛이 쏟아지는 도심의 그 많은 건축물들을 방치해 놓고, 숲을 파괴하는 태양광과 풍력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3020 이행 계획은 환경을 파괴하는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스페인의 낡은 건물이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으로 변신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도심의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지금처럼 숲을 파괴하는 환경 파괴 재앙이 줄어들 것이다. 이게 진짜 그린 뉴딜이다. ⓒ SPAIN solarinnova

 
덧붙이는 글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이 성공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올바른 태양광 발전에 대한 기사를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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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만들어진 법들은 왜 정인이 죽음을 막지 못했나

'아동학대' 전문가 키워야…부족한 보호시설 확충도 필요

입력 2021.01.11. 09:42:00

 

16개월 아기가 끔찍한 학대로 사망했다. 사망 당시 아기의 상태는 처참했다. 영양 상태가 나쁘고 체구는 또래에 비해 왜소했다. 온몸은 멍투성이였고 두개골, 양쪽 팔과 다리 모두 골절된 상태였다. 뱃속은 장기가 파열돼 피가 차 있었다.

 

부검 감정서에 드러난 아기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 강한 외력으로 췌장이 절단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복부 안쪽 깊숙이 있는 췌장은 단순 폭행으로 절단되긴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복부를 발로 밟는 등 충격을 줄 때 그런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16개월 아기, 정인이는 지난 10월 그렇게 숨을 거뒀다.

 

사건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여아를 막론하고 학대방지 대책을 쏟아냈다. 사흘 동안 11개 법안이 나왔다. 지난 8일에는 '정인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됐다.

 

법안은 아동학대 신고 접수 즉시 수사를 의무화했다. 현장 조사 시 경찰과 전담공무원의 출입이 가능한 장소를 확대하는 등 조사·수사 책임자의 의무와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조사에 비협조적인 아동학대 혐의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조항도 마련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률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법안, 기존의 시스템이 제대로 집행되는 것만으로도 아동학대의 상당 부분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는 직무유기한 홀트아동복지회 특별감사 실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인이 사건' 관련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그때 만들어진 법들은 왜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 못했나


 

공혜정 대한아동방지협회 대표는 "총체적인 시스템의 부실이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며 "우선 입양기관이 사후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경찰은 세 번이나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갔지만 수사하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도 신고 이후 모니터링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인이 사건' 이전에도 아동학대 사건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세상은 분노했고 부랴부랴 대책을 만들었다. 지난 2013년 칠곡의 의붓딸 학대 사망 사건 후 아동학대치사죄가 만들어졌다.


 

같은 해 울산에서 '서현이'가 학대로 사망했고 2017년에는 학대 끝에 사망한 뒤 암매장된 '준희' 사건이 알려졌다. 이에 취학 전 아동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제도도 강화됐다. 그럼에도 지난해 6월, 학대 당하던 아이가 끝내 여행 가방에 갇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학대 의심 신고가 2회 누적되면 무조건 분리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이런 시스템은 정인이에게 작동하지 않았다.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까지 3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수사도, 적절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인이는 매번 학대 가해자들에게 돌아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학대 판단 제각각


 

전문가들은 정인이가 사망하기까지 "시스템이 있으나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을 지목했다. 공 대표는 "법과 제도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현장에 투입되는 사람의 문제가 크다"며 "매뉴얼도 있고 법도 있고 정인이 사건은 충분히 분리조치 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아보전 조사원과 학대예방경찰관(APO)가 현장에 출동한다. 아보전 조사원이 학대 여부와 정도를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학대 정도에 따라 심각할 경우 72시간 분리에 들어간다. 분리 이후에 가해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처벌을 받고 피해 아동은 학대피해 쉼터 등 보호시설로 이동한다.

 

시스템의 사각지대는 가장 중요한 현장조사에서 발생한다. 아보전의 한 관계자는 "명백히 학대라고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눈으로는 뺨 한 대 맞은 것 같기는 한데, 부모도 반성한다 하고 아이도 여기 있기 원한다 하면 무조건 학대라고 수사 의뢰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보전과 경찰의 판단이 다를 때도 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상처가 심하지 않으면 아보전에서 학대라고 판단해 수사 의뢰하자고 하는데 경찰은 집에서 이 정도 훈육은 할 수 있다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수사의뢰를 하고 경찰이 수사를 했는데 무혐의 처분이 난다면 분리 보호를 진행하는 게 어렵다"고 전했다.


 

공 대표는 "아직 우리 사회에는 훈육의 일환으로 체벌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경찰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누군가가 학대 의심 신고를 하기까지 수많은 학대의 정황이 있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대 전담한다지만...'아동학대'에 전문성 없어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도 "아동의 특성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고 민감성이 낮았다고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도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제도 안의 사람들이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역할을 맡은 사람들에게 아동인권 감수성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지목했다.


 

이런 '구멍'은 정인이가 숨지기 전 세 차례 신고에서 드러난다. 정인이의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해 5월 처음 이뤄졌다.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들이 정인이의 양 허벅지 안쪽에서 멍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그러나 학대 가해자들은 "아이의 오다리를 교정하기 위해 마사지를 해줬다"고 변명했다. 아보전에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경찰은 내사 종결했다.


 

6월엔 정인이가 오랫동안 차 안에 방치되고 있는 걸 발견한 이웃의 신고가 있었다. 학대 가해자는 "아이를 혼자 두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아보전 조사원은 정인이의 쇄골에 금이 갔다는 점 등을 들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수사는 더뎠다.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 후에나 차량이 주차됐던 인근 건물을 찾았다. 사건 당일의 폐쇄회로(CC)TV는 이미 지워진 뒤였다. 학대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마지막 신고는 정인이 사망 한달 쯤 전인 9월에 있었다. 정인이의 어린이집 원장은 한 달 만에 본 정인이를 보고 학대를 확신하고 양부모 몰래 병원에 데려갔다. 정인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영양 상태가 나쁘고 혼자 걷지도 못했다.

 

정인이를 진료한 소아과 의사는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며 아이를 빨리 부모와 격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보전 조사원 2명과 경찰관 4명이 즉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학대 가해자인 양부모가 반발했다. 그들은 "정인이의 입 안에 염증이 나 이유식과 물을 잘 먹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조사원과 경찰은 협의 뒤 "신체상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분리가 아닌 모니터링 결정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경찰과 아보전 조사원이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었다. 전문성이 부족해 생긴 일"이라며 "16개월 아기면 말을 제대로 못한다. 대신 표정이나 몸으로 학대 사실을 드러낸다.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대체로 학대 가해자들은 거짓말을 잘 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이를 엄청 사랑하는 척한다. '세상에 저런 부모가 어떻게 학대를 하나' 싶을 정도다"라며 "가해자는 학대하지 않았다 하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는 부모 눈치만 보고 있는데 그런 것만 보고 '학대가 없었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인력과 예산...전문성 가진 인력 키워야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조사원과 APO의 전문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0월, 지방자치단체 소속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생겼다. 민간기관인 아보전에 위탁했던 아동학대 현장조사를 맡는다. 전문성이 매우 중요한 분야지만 아직 인력부터가 부족하다. 서울시만 해도 전담 공무원은 61명에 불과하다.

 

아동학대 사건을 맡은 APO도 인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의 APO는 669명으로 한 경찰서당 평균 2~3명 수준이다.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노인·장애인 학대, 가정폭력 사건도 맡는데다 재발 방지를 위해 사후 점검까지 해야 해 업무 강도가 매우 높다.


 

공혜정 대표는 "학대 당하는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건 현장의 사람들의 적극성, 그리고 전문성"이라면서 "그러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도, 아보전 조사원도 사회복지자격증만 있으면 된다.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어 "경찰서마다 아동학대를 맡은 부서가 있지만 아동학대만 맡지 않는다. 맡은 일이 너무 많다"면서 "순환보직이라 전문성을 쌓기도, 경험을 쌓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학대 신고가 이뤄지면 즉시 분리하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자는 이야기는 늘 나온다"며 "시스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히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제 즉시 분리한다고 하는데 어디에 분리하나. 분리된 아이를 24시간 보살필 인력은 어디 있나. 심리치료할 전문가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공 대표의 말처럼 학대피해아동쉼터나 위탁가정 등은 이미 포화상태다. 2019년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4만1389건. 이 중 3만45건이 최종 학대로 판단됐다.


 

그러나 학대 아동을 위해 마련된 쉼터는 전국에 75개에 불과하다. 한 곳의 정원이 5명~7명임을 고려하면 전국 쉼터의 정원은 500명 수준이다. 피해 아동 대부분이 가해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쉼터는 91곳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이 역시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공 대표는 "전문성 있는 인력을 구축하고 이를 위한 예산 확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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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더 위태로워진 2021년의 군사상황

[개벽예감 427] 한층 더 위태로워진 2021년의 군사상황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1/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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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첨예한 군사대결 중에 결정된 니미츠함 귀항

2. 트럼프는 왜 귀항결정을 번복했을까?

3. 홍해에서 대기 중인 이스라엘 잠수함

4.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군사대결

 

 

1. 첨예한 군사대결 중에 결정된 니미츠함 귀항

 

2020년 12월 말에서 2021년 1월 초로 넘어가는 기간에 심상치 않은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우선 2021년 1월 3일 미국 국방부에서 일어난 심상치 않은 사건부터 살펴보자. 그날 크리스토퍼 밀러(Christopher C. Miller) 국방장관 대행은 페르시아만에 배치한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을 미국 본토 워싱턴주 브레머튼항으로 귀항시키라고 명령했던 것을 번복하여 계속 페르시아만에 남겨두겠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31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근 10개월 동안 작전임무를 수행한 니미츠함에 귀항명령을 내렸는데, 그로부터 나흘 만에 갑자기 귀항명령을 번복한 것이다.  

 

나흘 만에 귀항명령을 번복한 이상한 현상을 해명하려면, 2020년 12월 이란이슬람공화국과 미합중국이 얼마나 첨예한 군사대결을 벌이고 있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2020년 12월 중에 이란을 상대로 군사도발위협을 전례 없이 고조시켰다. 페르시아만에 출현한 니미츠함 갑판에서는 수많은 함재기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 발진했고, 미국 본토에서 이륙하여 장거리비행으로 페르시아만 상공에 나타난 B-52H 장거리전략핵폭격기들은 이란 해안에서 약 10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근거리까지 접근하는 위협비행을 감행했으며,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 한 척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했다. 2020년 12월 31일 미국의 언론매체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밀러 국방장관 대행이 니미츠함 귀항명령을 내리기 바로 전날인 2020년 12월 30일에도 B-52H 장거리전략핵폭격기 두 대가 페르시아만 상공에 출현했다고 한다. 이것은 B-52H 편대가 2020년 12월에 들어 세 번째로 페르시아만 상공에서 이란에 대한 근접위협비행을 감행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군사도발위험이 고조되자, 이란은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20년 12월 31일 자바드 자리프(Zavad Zarif) 이란이슬람공화국 외교장관이 남긴 트위터 통보문이 이란의 긴장상태를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동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것 대신에 B-52들과 함대들을 우리 지역에 보내면서 수십억 달러를 소비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들어온 정보는 그것이 전쟁구실을 조작하는 음모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란은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우리 인민과 안보와 사활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공개적으로 수호할 것이다.” 

 

페르시아만에서 이처럼 무력충돌위험이 고조되었는데,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페르시아만에서 작전임무를 수행하는 니미츠함에 왜 귀항명령을 내린 것일까? 그 내막은 2021년 1월 11일 <뉴욕타임스> 보도기사에서 읽을 수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2021년 1월 3일은 미국이 무인항공기를 출동시켜 카셈 쏠레이마니(Qasem Soleimani) 이란혁명수비군 특수작전사령관을 암살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므로, 미국은 암살 1주기를 맞아 이란으로부터 군사적 보복을 받지나 않을까 하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의 퇴장을 앞둔 정권이양기에 미국이 이란과의 무력충돌에 말려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란에게 긴장완화신호를 보내려고 했고, 그에 따라 니미츠함에 귀항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마크 밀리(Mark A. Milley) 미국 합참의장과 케네스 맥켄지(Kenneth F. McKenzie Jr.) 미국 중부사령관을 비롯한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니미츠함을 귀항시키려는 밀러 국방장관 대행의 의견을 반대했으나, 에즈라 코헨-왯닉(Ezra A. Cohen-Watnick) 국방부 정보담당 부장관을 비롯한 몇몇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니미츠함을 페르시아만에 배치하는 것이 이란에 대한 억제조치로 되기 힘들다는 회의론을 주장했고, 다른 몇몇 국방부 관리들은 이란의 군사적 보복이 임박했다는 정보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USS Nimitz)이 전속기동을하는 장면이다. 1975년에 취역한 10,000t급 니미츠함은 시속 58km로 항진할 수 있다. 2020년 4월 니미츠함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는 바람에니미츠함은 27일 동안 격리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니미츠함은 2020년 7월 남중국해에배치되어 중국을 견제하다가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하여 이란에 대한 군사도발위협을가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미국 국방부에서 니미츠함 귀항문제를 놓고 찬반토론이 벌어진 끝에 결국 귀항을 결정했고, 그런 결정에 따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이 니미츠함에 귀항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이런 내막을 알고 나면, 밀러 국방장관 대행이 왜 니미츠함에 귀항명령을 내렸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미국 국방부가 니미츠함을 귀항시키기로 결정한 날로부터 나흘이 지난 2021년 1월 3일 갑자기 귀항명령을 번복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변에는 반드시 어떤 곡절이 있는 법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미국 국방부의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시킬 최고권력자는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의 결정을 번복시켰다는 사실은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21년 1월 4일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1월 3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수장위원회(principal committee)에서 미국 국방부의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하여 니미츠함을 페르시아만에 계속 남겨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그날(1월 3일) 곧바로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하는 명령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발표문을 냈다.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알려진 조건에서 나는 니미츠함의 일상적인 재배치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니미츠함은 미국 중부사령부 작전구역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의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위에 인용한 발표문에서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들을 위협했기 때문에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그냥 핑계로 내세우는 소리에 불과하다. 2021년 1월 2일 이란은 쏠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군 특수작전사령관의 암살을 테러범죄로 규정하고, 암살지령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 48명에 대한 적색수배(red notice)를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Interpol)에 요청했지만, 국제형사경찰기구는 이란이 제기한 적색수배요청을 거부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가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 48명을 수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들을 위협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했다는 밀러 국방장관 대행의 말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 트럼프는 왜 귀항결정을 번복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는 2021년 1월 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긴급성명에 있다. 긴급성명에 따르면, “이란원자력기구(Atomic Energy Organization of Iran)는 최근 이란이슬람공화국 헌법수호위원회에서 채택된 법에 따라 포르도연료농축공장(Fordow Fuel Enrichment Plant)에서 20%의 순도로 농축한 저농축우라늄(LEU)을 생산할 것이라고 통고했다”고 한다. 

 

이란이 20%의 순도로 농축한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면, 2020년 8월 이후 이란에서 일어난 몇 가지 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8월 이란헌법수호위원회에 중요한 법안이 상정되었다. 그 법안은 미국이 2018년 5월 이란핵합의(공식명칭은 공동의 포괄적 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에서 탈퇴한 후 그 합의에 남아있는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 로씨야, 중국 중에서 이란을 제재하는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 세 나라가 1개월 안에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이란은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한다는 내용이었다. 

 

원래 이란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것에 상응하여 이란핵합의 서명국들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되어있다. 이란은 그 합의사항에 따라 핵개발을 중단했지만, 미국은 이란핵합의에서 아예 탈퇴해버렸고,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았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었으므로, 이란은 이란핵합의를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이란헌법수호위원회는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1개월 안에 완화하지 않으면, 우라늄농축을 재개하겠다는 법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란헌법수호위원회가 그 법안을 검토하고 있었던 2020년 11월 27일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사건이 일어났다. 이란의 핵개발사업을 이끌어온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Mohsen Fakhrizadeh)가 이스라엘 국가정보기관 모싸드(Mossad) 소속 암살단이 자행한 테러공격으로 피살된 것이다. 모싸드 암살단이 파크리자데를 잔인하게 암살한 것에 격분한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지금 이란은 파크리자데 암살범들을 수배하고 있지만, 암살범들은 원격조종 첨단무기를 사용하여 테러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에 그들의 신원을 파악하기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조건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하는 방도는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핵개발을 재개하여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 2020년 12월 1일 이란헌법수호위원회는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가 1개월 안에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이란은 우라늄농축을 재개한다는 법안을 채택했던 것이다. 그 법안을 통과시킨 이란헌법수호위원회 성원들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이라는 투쟁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이란의 핵시설에 설치된 원심분리기를 촬영한 것이다. 원심분리기는 육불화우라늄을 농축하여 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기기다. 우라늄정광을 변환시켜 육불화우라늄을 만드는데, 2021년 1월 5일 이란원자력기구의 발표에 따르면,이란은 올해 2021년부터 이전보다 8배나 더 많은 우라늄정광을 생산하고,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1,000기나 더 설치하여 순도 20%의 저농축우라늄을 총 120kg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란핵합의가 완전히 파기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란핵합의 당사국들인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는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것에 상응하여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한다는 이란핵합의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으며, 미국은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강도를 더 높이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도발위협을 강화했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과학자를 암살하면서 광분했다. 제국주의국가들이 자행한 그러한 적대행위들은 이란을 핵합의 파기로 이끌어갔다.  

 

그 법안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했어야 하는데, 미국을 추종하는 그 나라들은 제재를 완화하기는커녕 이란에게 핵합의를 준수하라는 헛소리만 늘어놓으며 딴전을 피웠다. 그런 작태를 보면서 인내가 한계점에 이른 이란은 2020년 12월 31일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에게 우라늄농축을 재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란은 이란핵합의를 채택하기 전에 이미 순도 20%의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다시 가동하면 순도 20%의 저농축우라늄을 언제라도 생산할 수 있다.  

 

2021년 1월 4일 이란의 핵과학자들이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조치가 시작된 것이다. 그 보복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는 이란원자력기구가 2021년 1월 5일에 발표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1) 이란원자력기구는 이란핵합의가 채택되기 전에 연간 4~5t씩 생산해왔던 우라늄정광(yellow cake)을 올해 2021년부터는 8배나 더 많은 35~40t씩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우라늄광산에서 우라늄원광을 채굴하면, 화학공정을 통해 우라늄원광에서 우라늄정광(U3O8)을 추출하고, 우라늄정광을 우라늄농축에 적합한 육불화우라늄(UF6)로 변환시킨 다음, 육불화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서 농축하여 농축우라늄을 생산한다.) 

 

2) 이란원자력기구는 고성능 원심분리기 1,000기를 추가로 설치하여 순도 20%의 저농축우라늄을 매시간 17~20g씩 계속 생산하고, 매월 8~9kg씩 계속 생산하여 총 120kg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고성능 원심분리기들인 IR-4 원심분리기와 IR-6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는데, 이란핵합의에 따르면, IR-4 원심분리기는 2026년까지 1기만 가동하면서 직렬련결식 다단계 구조(cascade)로 연결해 10기만 시험가동할 수 있도록 제한했고, IR-6 원심분리기는 2024년 7월부터 1기만 가동하면서 직렬련결식 다단계 구조로 연결해 30기만 시험가동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그런데 이란원자력기구는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1,000기나 더 설치하려는 것이다.)    

 

3) 이란원자력기구는 우라늄을 40~60% 순도로 농축하는 능력도 가졌다고 밝혔다. (이란이 40~60% 순도로 농축한 우라늄을 생산하면, 그것을 핵추진잠수함의 소형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물론 20% 순도로 농축한 우라늄도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런 저농축우라늄은 연료교체주기가 5~6년밖에 되지 않아서 핵연료로서의 실익이 떨어진다. 적어도 40~60% 순도로 농축된 우라늄을 사용해야 핵추진잠수함의 연료교체주기가 더 늘어나게 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란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의도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순도를 90%로 농축한 고농축우라늄은 핵탄두에 들어가는 핵물질이다. 이란원자력기구는 우라늄을 90% 순도로 농축하는 기술은 아직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라늄을 40~60% 순도로 농축하는 기술을 가졌으므로 머지않아 우라늄을 90% 순도로 농축하는 기술도 개발할 것이다.) 

 

위와 같은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조치로 본격적인 핵무기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타격권 안에 놓이게 될 것이다. 자기 핵무기를 믿고 이란을 비롯한 아랍국가들에 군사공격과 국가테러를 자행해온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타격권 안에 놓이면, 그런 깡패짓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다. 

 

 

3. 홍해에서 대기 중인 이스라엘 잠수함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는 방도는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그 공장을 파괴하려면,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작전을 벌여야 한다.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은 F-15 전투기 4대를 동원하여 수리아 사막지대 알 키바르(Al Kibar)에 있는 원자로를 공습, 파괴한 적이 있다. 당시 이스라엘군 전자전기는 공중에서 교란전파를 발신하여 수리아군 반항공레이더를 교란했고, 그러는 사이에 수리아 영공을 침범한 F-15 전투기 4대는 야간에 저공비행으로 알 키바르 원자로 상공에 접근하여 오전 1시경 정밀유도폭탄으로 그 원자로를 공습, 파괴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공습하는 것은 수리아의 알 키바르 원자로를 공습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 알 키바르 원자로는 사막지대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은 험준한 산악지대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공습하기 힘들다. 또한 이란의 반항공레이더망은 이스라엘 전자전기가 발신하는 교란전파에 교란당하지 않을 만큼 강력하며, 이란의 반항공미사일은 야간저공비행으로 내습하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을 격추할 수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전투기 공습으로는 이란의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전투기 공습으로 자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공습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은 2017년 4월 7일 오전 4시 40분 동지중해에 배치된 미해군 구축함 두 척에서 토마호크순항미사일 60발을 발사하여 240km 떨어진 곳에 있는 수리아군 샤이라트공군기지를 공습했다. 그러나 1발은 지중해에 떨어졌고, 36발은 어디에 떨어졌는지 행방조차 알 수 없고, 나머지 23발은 샤이라트공군기지에 떨어졌으나 경미한 피해만 입혔을 뿐이다. 이스라엘은 이처럼 타격명중도가 떨어지는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이란의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하기 힘들다. 더욱이 이란혁명수비군은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300 반항공미사일을 공장 인근에 배치했다.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할 수 없으므로, 그들이 선택할 방도는 특공대원을 잠입시켜 그 공장을 습격, 파괴하는 것이다. 이란혁명수비군이 촘촘한 반항공망을 구축해놓았기 때문에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이 수송기를 타고 이란에 잠입하는 것은 자멸행위에 가깝다. 따라서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은 이란 해안에 은밀히 상륙하여 잠입하는 수밖에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2020년 1월 5일 미국의 언론매체 <은밀한 해안(Covert Shore)>에 주목할 만한 보도기사가 실렸다. 이스라엘이 돌고래-2급 잠수함 한 척을 홍해에 있는 이스라엘의 유일한 항구인 에일랏(Eilat)에 대기시켰다는 것이다. 수중배수량이 2,400t인 그 잠수함은 2020년 12월 19일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여 에일랏항에 도착했다. 주목되는 것은, 그 잠수함에 공기불요추진체계(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가 설치되었고, 그 잠수함 갑판에 수중격납고가 탑재되었다는 사실이다. 수중격납고에는 이스라엘 특수작전부대 샤이에텟(Shayetet) 13에 소속된 특공대원 10명이 들어간다. 

 

공기불요추진체계가 설치된 그 잠수함은 공기를 흡입하기 위해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2주간 동안 계속 바다 속에서 잠항할 수 있고, 수중격납고에 탑승한 이스라엘 특공대원 10명은 이란 해안으로 수중침투하여 은밀히 상륙할 수 있다. 또한 이스라엘 특공대원 10명은 이란에서 암약하는 이스라엘 고정간첩망의 도움으로 포르도연료농축공장에 접근한 다음 그 공장을 습격, 파괴할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이란의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제국주의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를 광란적으로 벌이자 이란은 이미 빈 종이장으로 전락한 핵합의를 파기하고 2012년 1월 1일부터 포르도연료농축공장에서 순도 20%의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려고 광분하는 이스라엘은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미국도 이스라엘과 보조를 맞춰가면서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도발위협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중동의 군사상황은 매우 심각해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는 경우, 이란의 보복공격을 촉발하여 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기 전에 반드시 미국과 비밀협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이 수리아 원자로를 공습하기 전에 당시 이스라엘 수상 에후드 올머트(Ehud Olmert)는 당시 미국 대통령 조오지 부쉬(George W. Bush)에게 비밀리 연락하여 공습문제를 상의했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20년 12월 하순 이스라엘 수상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에게 비밀리 연락하여 이란의 포르도연료농축공장 습격문제를 상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스라엘이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우려하여 미국 국방부의 니미츠함 귀항명령을 번복시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도발위협과 경제제재로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중단시키려고 하지만 이란과 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면, 전쟁에서 이기지도 못하고 엄청난 전쟁피해를 입고 패할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을 피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20년 11월 16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20년 11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수장위원회에서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이 거론되었지만, 이란에 대한 미사일공격은 전쟁을 불러올 위험성이 너무 커 논의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수상이 이란과의 전쟁을 불사하면서 습격문제를 이야기했을 때, 그의 군사모험주의에 제동을 걸면서 미국이 군사도발위협으로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으므로 전쟁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네타냐후를 설득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내막을 알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니미츠함을 페르시아만에 그대로 남겨둔 것은 이란에 대한 군사도발위협이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의 군사모험주의에 제동을 거는 억제조치라는 점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군사모험주의에 빠진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그런 억제조치가 언제까지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란의 핵무기개발이 지금보다 더 진척되어 중단시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공장을 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스라엘이 군사모험주의에 사로잡혀 광분할수록 미국도 이란에 대한 군사도발위협강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 2021년 1월 7일 미국 노스대코다주에 있는 마이넛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2대가 36시간 동안 장거리비행을 하여 이란 해안에서부터 약 100km 떨어진 페르시아만 상공까지 바짝 접근했다. 이것은 미국이 지난 12월 초 이후 네 번째로 페르시아만 상공에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출동시킨 군사도발위협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도발위협강도를 높일수록 이란은 그것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대응행동을 더 강도 높게 벌이게 된다. 이를테면, 이란혁명수비군은 2021년 1월 5일부터 이틀 동안 이란 중북부에서 무인항공기를 동원한 전투훈련, 감시정찰훈련, 전자전훈련을 실시했고, 2021년 1월 7일에는 페르시아만 아살루예(Asaluyeh) 앞바다에서 무장쾌속정 700여 척이 참가한 대규모 해상전투훈련을 실시했고, 1월 8일에는 페르시아만에 있는 거대한 지하미사일기지를 이란 언론에 공개했다. 2020년 7월 5일 이란혁명수비군 해군사령관은 이란 언론과 대담하면서 페르시아만의 이란 해안선 2,200km 전체 구역에 지하미사일기지들과 지하해군기지들이 건설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군사모험주의에 사로잡힌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여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수리아, 헤즈볼라, 하마스, 안싸룰라를 비롯한 반미-반이스라엘세력들이 일제히 봉기하여 이스라엘과 중동의 미국군기지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로써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은 중동 전역에서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다. 

 

 

4.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군사대결

 

이번 연말연시를 지나는 동안 중동에서만 군사상황이 위태로워진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군사상황도 그에 못지않게 위태로워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의 국가분렬세력 사이에서 격화된 적대적 모순관계가 협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전쟁으로 해결해야 하는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2021년 1월 4일 시진핑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중국인민해방군 전군에 군사훈련을 명령하면서 “전쟁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실전훈련수준과 승전능력을 전면적으로 높여야 한다. 실전훈련과 더불어 전쟁과 작전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작전과 훈련을 일체화하며 전시에 대비해야 한다. 언제든지 전쟁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훈시하면서, “중국인민해방군 모든 장병들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으며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이 부여한 시대적 사명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날은 2021년 7월 23일이므로, 시진핑 주석의 명령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오는 7월 23일까지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이 부여한 시대적 사명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이 중국인민해방군에게 부여한 시대적 사명은 대만의 국가분렬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조국통일위업을 성취하는 것, 다시 말해서 통일전쟁의 승리다. 

 

그와는 정반대로 미국은 대만의 국가분렬세력과 손잡고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켜 ‘중화민국’이라는 친미독립국가를 세우려고 광분하고 있다. 이를테면, 2020년 8월 31일 데이빗 스틸웰(David R. Stillwell)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워싱턴에서 진행된 화상토론회에서 레이건 행정부가 1982년 7월 대만에게 비밀리에 공약했던 6항보증을 재확인한다고 하면서, 6항보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미국-대만관계에 대한 미국의 외교원칙을 명시한 6항보증은 다음과 같다.  

 

1)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중단하는 시한을 정하지 않는다.

2)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와 관련하여 중국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

3) 미국은 중국과 대만의 중재역할을 하지 않는다.

4)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수정하지 않는다.

5) 미국은 대만의 주권과 관련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6) 미국은 대만에게 중국과 담판하라는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소속 Y-8 대잠초계기가 대만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여 초계비행을 하는 장면이다. 중국은 2012년에 이 기종을 대잠초계기로개조하여 작전배치하였다. 기체 앞부분 아래쪽에 커다란 탐지레이더가 달려있고, 기체 옆면에는 ISA레이더가 장착되었다. 중국인민해방군 작전기들은 2020년 한 해 동안 380차례나 대만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이것은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키려는미국과 대만의 국가분렬책동을 파탄시키기 위한 군사활동의 일환이다. 지금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는 중국인민해방군을 한편으로 하고 미국군과 대만군을 다른 한편으로 하여 첨예한 군사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가고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해도 대만문제와 남중국해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쌍방의 군사대결은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중동의 군사상황과 더불어 동북아시아의 군사상황도매우 심각해졌다.  

 

2020년 11월 12일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라디오방송 대담에 출연하여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라는 망발을 늘어놓으며 중국을 자극했다. 2021년 1월 6일 클라크 쿠퍼(R. Clarke Cooper)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담당차관보와 대만 외교부 및 국방부 관리들은 고위급 군사회담을 화상회의형식으로 진행했다. 2021년 1월 9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 인사들이 대만 정부 인사들과 접촉하는 것을 제한해온 내부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미국 대통령이 대만을 방문하거나 대만 총통이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는 뜻인데, 대만을 친미독립국가로 공인하여 중국을 분렬시키려는 국가분렬책동의 마지막 절차이다. 만일 미국 대통령이 대만을 방문하거나 대만 총통이 백악관을 방문하는 마지막 금지선을 넘을 경우, 중국은 지체 없이 대만통일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과 대만이 밀착하여 국가분렬책동을 더욱 악랄하게 벌일 것이므로, 중국에게 시간은 촉박하다. 그래서 중국은 대만통일전쟁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테면, 시진핑 주석은 2020년 11월 14일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작성한 ‘중국인민해방군 연합작전강요’라는 제목의 군사작전문서를 비준했다. 또한 2020년 12월 26일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는 국가방위법 개정안을 채택했고, 개정된 국가방위법은 2021년 1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개정된 국가방위법은 국가분렬을 반대하고, 국가발전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고 전쟁을 수행한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대만의 국가분렬책동을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통일전쟁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한 개정된 국가방위법은 이전 시기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이 행사해왔던 전쟁개전권한과 전쟁물자동원권한을 중앙군사위원회로 이양시켰다. 이런 법적 정비조치는 전쟁지휘권이 중앙군사위원회에로 일원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중앙군사위원회가 전쟁지휘권을 장악하고 전쟁수행력을 한층 더 강화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중국공산당의 영도에 따라 대만의 국가분렬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한 군사활동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2020년 한 해 동안 중국인민해방군 작전기들이 380차례나 대만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중국은 대만방공식별구역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대만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중국인민해방군 작전기들이 그 구역에 진입할 때마다 대만은 전투기를 긴급히 출동시켜 대응해야 한다. 제한적인 공군력밖에 갖지 못한 대만이 전투기를 긴급히 출동시키는 대응작전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의 소모전과 심리압박에 말려드는 것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2021년 1월 1일 중국인민해방군 조기경보기 1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는데, 당시 미국군 대잠초계기 P-8A 한 대가 바로 그 방공식별구역 상공에서 정찰비행을 하고 있었다. 또한 1월 4일 오전 8시 59분부터 오전 11시 31분까지 중국인민해방군 전자전기 2대, 대잠초계기 1대, 기술정찰기 1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연속 진입했는데, 당시 미국군 고고도장거리무인정찰기 MQ-4C 한 대가 바로 그 방공식별구역 상공에서 정찰비행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중국인민해방군을 한편으로 하고, 미국군과 대만군을 다른 한편으로 하여 첨예한 군사대결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가고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해도 대만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쌍방의 군사대결은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대만분리독립책동은 미국의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계속 추진되어왔다. 

 

그런데 위에 서술한 것처럼,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려고 광분하는 이스라엘이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습격, 파괴하고, 그에 대한 이란의 보복공격으로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이 중동으로 쏠리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즉각 대만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2020년보다 한층 더 위태로워진 2021년의 군사상황 속에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진행되었는데, 김정은 당위원장은 그 대회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이 조선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는 경우,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바로 그 ‘새로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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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체제 및 미국에 맞선 대중조직, 범청학련에서 과학생회까지

  • 기자명 신희주
  •  
  •  승인 2021.01.09 21:27
  •  
  •  댓글 0
 
 
 

응답하라 한총련 1991-1997 (7)

필자의 변 - 

90년대 문민정부 출범 이후, 학생운동은 변화된 환경에 맞춰 새로운 방향을 잡아야 했다. 또한, 소련 붕괴 이후 미국 단일패권과 탈냉전이라는 국제 정세 변화도 새로운 고민과 실천을 요구했다. 

90년대 국내외 정세 변화 속에, 한총련의 기본 사상과 조직을 살펴본다.

<머리말> 분단체제와 미국식 양당체제를 뛰어넘을 힘을 어디서 찾을까

제1부, 불패의 애국대오 한총련을 소환한다

제2부, 90년대 한총련 운동의 특징

  선도투쟁에서 대중운동으로, 이론에서 실천중심으로

  특징1. 기본 사상- 분단체제 및 미국 패권에 저항

  특징2. 조직-치밀하게 짜여진 대중조직과 전투력

  특징3. 강력한 학생권력-학원자주와 민족대학

  특징 4. 저항의 공동체, 민족문화와 민중문화

  특징 5. 민중운동과 강력하게 연대

 

특징1. 기본 사상- 분단체제 및 미국 패권에 저항

 

80년대는 군부독재와의 싸움, 90년대는 분단체제와 싸움  

90년대 한총련의 기본사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두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하나는 한총련을 비난하는 쪽에서 주로 나올 것인데, ‘주체사상’ 이라고 답할 것이다.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정답은 아니다. 한총련이 주체사상 이론의 영향을 받았지만,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 시기 만들어진 사상을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90년대라는 시대 배경 분석이 빠졌기에 영혼없는 답변이라 감점.   

다음으로 예상되는 대답은 ‘자주민주통일’인데, 이 또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시대 배경 분석이 빠져 정답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자주민주통일은 한총련이 추구했던 한국사회 변혁의 방향이다. 이중 80년대에는 군부독재와 싸우는 민주화투쟁의 비중이 더 컸고, 90년대에는 분단체제 및 미국 패권과 싸우는 자주와 통일의 비중이 커졌다고 말할 수 있다.  

 

문민정부 출범 후 변화된 환경 

80년대는 광주항쟁으로 시작하여, 군부독재에 대한 분노와 투쟁이 학생운동의 기본 흐름이었다. 90년대는 문민정부 출범이라는 변화된 환경에 맞춰 학생운동의 방향을 잡아야 했다.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독재에 대한 투쟁으로 다져진 학생운동의 동력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물론, 김영삼 정권은 군부독재와 야합하여 만들어진 정권이기에, 군부독재 잔재를 청산하는 투쟁도 지속되었다. 남총련을 중심으로 93년부터 전-노체포결사대가 선두에서 싸웠으며, 95년 학살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 투쟁으로 전두환-노태우를 감옥에 보냈다.  

군부 독재가 끝나고 억압적인 사회분위기가 조금 느슨해지면서 학생들의 요구도 다양해 졌다. 문민정부라고 해도 자주와 통일 영역에서는 진전이 거의 없었지만, 정권에 대한 비판 정도는 수용했다. 학생운동은 80년대까지의 분노와 저항의 정서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간다는 자신감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했다. 대학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대학 교과 과정도 개편하였으며, 학생들이 직접 문화예술의 주체가 되어 자주적인 대학문화를 만들어갔다.

전두환-노태우 체포 결사대 출정식. 1993년5월18일 연세대학교. 남총련 소속 결사대 200여명이 선봉..

미국 단일 패권 및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저항 

소련의 붕괴는 미국의 단일패권을 강화시켰고, 이속에서 미국은 한국 경제 시스템을 우르과이라운드와 WTO체제,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으로 변화하도록 강요하였다. 이와중에 IMF 체제라는 고난의 시기를 거치며 수많은 민중이 피눈물을 흘렸고, 우리 사회에는 양극화된 경제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한총련 청춘들은 94년 쌀수입 개방 반대와 우루과이라운드 비준 저지를 위하여 힘차게 싸웠고,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요하는 미국에 맞서 노동자, 농민과  함께 모든 분야에서 싸웠다.       

소련 붕괴는 다른 한편, 한반도에 탈냉전이라는 기회도 주었다. 이전까지는 한반도 분단체제를 미-소의 냉전 때문이라고 핑계를 삼았지만, 90년대에는 분단체제의 본질이 바로 ‘우리 민족과 미국의 문제’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80년대까지는 ‘군부독재 배후조종’, ‘광주학살 배후조종’ 등 미국이 군부독재의 배후라는 구호가 일반적이었지만, 90년대에는 필연적으로 미국과 직접 맞부딪칠 수 밖에 없었다.  

UR(우르과이라운드) 비준 반대 집회. 1994년. 한총련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싸웠다.
UR(우르과이라운드) 비준 반대 집회. 1994년. 한총련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싸웠다.

북-미간 핵공방 속 어디에 서야하나?

다음으로, 93년 북한의 NPT탈퇴 선언으로 본격화된 북한과 미국간의 핵공방은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청년학생들의 고민과 실천을 요구하였다. 분단체제의 본질이 미국과의 문제라는 것이 드러난 후, 북-미 핵공방은 한국 국민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주었다. 북-미간의 대결 와중에, 한국은 어디에 서야 하나? 당연히, 우리 땅에서 절대로 전쟁은 없어야 하며, 결론은 평화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일부 수구냉전세력처럼 미국의 전략자산에 기대 전쟁을 벌여야 하나? (일부 수꼴 논객들은 3일만 참으면 된다고 하더라) 아니면, 철통같은(?) 한미일 공조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말려죽여야하나?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열심히 말려죽이기 들어갔다가, 결국은 지들이 먼저 말라 죽었다) 

한총련은 일관되게 민족공조와 반미자주의 깃발로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했다. 한총련의 민족공조 노선이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를 따르는 거라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우리민족끼리’가 북한에만 이익인가, 토착왜구를 제외한 우리 민족 전체에게 이익이다.

북한의 미사일은 도발이고, 미국의 미사일은 평화수호인가? 94년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반대 선전전 
북한의 미사일은 도발이고, 미국의 미사일은 평화수호인가? 94년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반대 선전전 

한총련 강령 - 나는 자랑스럽다

긴 말 할 필요없이 조직의 나아갈 방향과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강령이다. ‘한총련 강령’, 정말로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벗들도 다시 한번 읽어보시라. 청춘 시절, 이런 조직을 만들고, 수 많은 동지들과 함께 싸웠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성조기를 찢는 통일기. 93년 한총련 출범식 중 예술공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약칭 한총련) 강령

[전문]

한총련은 민중중심, 학우중심, 단결의 사상을 무기로 애국의 길을 가는 백만청년들의 자주적 대중조직이다.

한총련은 일제 식민지 치하의 식민지 민족해방투쟁을 계승하여 미제를 반대하고 조국의 완전한 자주화를 이룩하여 민중이 주인되는 민주주의,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고 학원의 완전한 자주화를 실현한다.

[강령]

1. 미국을 반대하고 모든 외세의 부당한 정치, 군사, 경제, 문화적 간섭과 침략을 막아내고 목숨보다 소중한 민족자주권을 회복하여 조국의 자주화를 이룩한다.

1. 사회전반의 민주주의 실현의 걸림돌과 비민주적인 요소를 척결하고 국민들의 자주적, 창조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완전한 사회 민주화를 실현한다.

1. 조국의 영구분단을 막아내고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원칙 아래 연방제로 조국을 통일한다

2001 개정 - 조국의 영구분단을 막아내고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 아래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일강령으로 틀어쥐고 2000년 가까운 앞날에 조국을 통일한다    

2003 개정 - 7.4 남북공동성명에서 밝힌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 아래 6.15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으로 범민족적 통일국가를 수립한다

1. 학원을 지배 장악하려는 제도와 음모를 타파하고 교수 학생 교직원이 학원의 주인주체로 서는 학원의 민주화, 자주화를 실현한다.

1.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기층 민중뿐 아니라 모든 애국적 의식을 가진 각계각층과 굳게 연대하고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전세계 청년학생과 공동으로 싸워 나간다.

1. 제국주의 문화와 소비향락적인 문화를 척결하고 학원과 생활속에서 건강한 민족 민중적 문화를 일구어 나간다.

1. 외세와 지배집단이 조장하는 학원 내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단호히 배척하고 집단주의를 함양하여 개개인이 주인주체로 서는 학원공동체를 건설한다.

1. 학원에서 배우고 익히는 학문의 목적은 민중의 이해와 요구에 정확히 부응하고 민족의 중흥과 조국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이를 저해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척결하기 위해 싸워 나간다.

1. 백만학도의 부문별, 계열별 조직활동을 적극 포괄, 지원하여 학우들의 다종다기한 이해와 요구를 실현한다.

1. 백만학도가 앞으로 사회에서 민족중흥과 조국발전의 당당한 주체와 건강한 사회인으로 서기 위한 학문적 습득과 단련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특징2. 조직 - 치밀하게 짜여진 대중조직과 전투력

대학교 단위가 아닌 지역 총련 중심 실천

한총련 시기 학생운동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조직력이다. 학교 내 조직은 가로와 세로로 촘촘히 짜여졌고, 대외적인 투쟁이나 입장발표 등은 지역총련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80년대 학생운동은 학교별로 분산되어 대형 캠퍼스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90년대에는 학생수 2천~5천명 수준의 2~3년제 대학 또는 중소규모 대학에서도 학생운동이 활발해졌다. 지역 총련에서 이전까지 조직 기반이 없던 대학들을 지원했고,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내 집회를 조직하기 힘들다 하더라도 지역총련 집중 집회 등에 참석하면서 활동가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조직력이 약한 학교에서 학내 문제로 투쟁이 벌어질 경우(우리는 통상 ‘학원자주화투쟁’이라 불렀다), 주변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그래서, 한총련 시기에는 특정한 대학교 소속이라는 정체성 보다는 어느 지역 총련 소속이냐에 따른 정체성이 더 부각되었다. 지역 총련 중에서는 누가 뭐라해도 남총련이 가장 모범적이고, 잘 싸웠다고 자부한다. 이렇듯, 90년대 학생운동은 대학교 단위를 뛰어넘어 진행되었기에, 한총련 학생운동 대오 내에서는 적어도 학벌주의나  대학 서열 따위는 존재할 수 없었다. 서울대 출신이던, 광주대 출신이던 학교에 상관없이 누가 더 조국을 사랑하고 헌신적인가에 따라 동료들의 평가를 받았다. 

1994년에 발표된 논문에 실렸던 내용 인용. 조직도 개념이 잘 잡혔다..
1994년에 발표된 논문에 실렸던 내용 인용. 조직도 개념이 잘 잡혔다..
미국의 역사학자가 우리 민중운동사를 썼다.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뭐하고 있나?
미국의 역사학자가 우리 민중운동사를 썼다.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뭐하고 있나?

김영삼 정권이 소개한 한총련의 실체

한총련 조직의 실체가 무엇인지, 인터넷에서 좋은 자료를 찾았다. 그것도 대한민국 정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공하는 정책브리핑. 1996년 8월, 연세대 항쟁 직후 김영삼 정권 때 발표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내용은 오류 투성이라, 내가 정확히 지적해 주겠다.

[‘한총련’ 그들은 누구인가]북한의 전사(戰士)로 전락한 자칭 ‘통일꾼’조직

대한민국 정부 이름으로 올라간 문서가 엉터리다. 김영삼 정권 시절 배포한 자료로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 이름으로 올라간 문서가 엉터리다. 김영삼 정권 시절 배포한 자료로 보인다.

범청학련, 실체를 알려주마

범청학련의 실체를 정확히 알려주겠다.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산하의 부문계열 단체로,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해외 청년학생들이 만든 자주적 조직이다. 1992년 8월 15일 범민족대회 중 공식 출범하였다. (참고로, 북한의 대남공작이 아니고, 남측에서 먼저 제안해서 만든 단체이니 대북공작이라 부르는게 더 타당하겠다) 

남과 북이 분단된 상황에서는 전체 조직 구성원이나 대의원이 모여 대표를 선출하기 힘드니, 범청학련 남측본부는 한총련이 맡고, 범청학련 북측본부는 조선학생위원회가, 범청학련 해외본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일본에 있는 민족대학인 조선대학교가 해외 대표를 맡았던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다) 그래서, 한총련 의장은 범청학련 남측본부장이며, 범청학련 공동의장을 겸임한다. 그리고, 각 지역총련 의장들은 범청학련 의장단도 겸임하게 되는 것이다. 범청학련 북측본부는 조선학생위원회 위원장이 맡고, 마찬가지고 범청학련 공동의장을 겸임한다. 마찬가지로, 북측의 각 도별 학생대표도 범청학련 의장단을 겸임한다. 그리고, 조국통일위원회(조통위)는 통일운동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한총련 산하 특별기구다. 조통위에서 범청학련 관련 실무를 주로 담당한다. 

한편, 한총련이 범청학련의 산하 단체냐를 두고 논쟁이 좀 있었던것 같은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범청학련은 남북해외 3자연대 기구지만, 통일이 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며, 한총련의 상급 단체는 아니다. 한총련의 상급단체라면, 조국이 통일된 후, 전체 학생들을 대표하는 새로운 단체가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던 것 같다. 

휘날리는 범청학련 깃발. 1992년 범청학련 결성식 중
휘날리는 범청학련 깃발. 1992년 범청학련 결성식 중

한총련부터 과학생회까지, 가로 세로로 촘촘한 조직

학생 시절 나의 소속을 이야기해 보겠다. 나는 조국통일의 선봉대 조국통일범민족쳥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이자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불패의 애국대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새조국 건설의 선봉 자주의 횃불 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남총련) 산하, 반미구국의 철옹성 민족전남대학교(민족전대) 산하, 나라사랑 인문대 산하, 주체역사 해방사학과 학생이다. 이것이 세로로 짜여진 조직이다.

그리고, 세로로 짜여진 각 단계마다 가로로 엮어진 조직이 있다. 각 학년별로 과대표와 총무 등 간단한 집행부를 뽑는 학년 학생회, 과 학생회 대의원과 집행부, 단과대 학생회 대의원과 집행부, 총학생회 대의원과 집행부, 지역 총련 대의원과 집행부에 소속될 수 있다.

가로와 세로로 촘촘하게 얽히고 섥힌 기본 조직망에 각종 동아리, 학회, 대중조직, 부문계열조직이 더해진다. 나 같은 경우, 91년에는 1학년 과대표 선출에 참여했고, 사학과에 있는 한국사연구회에 가입했으며, 과 노래 소모임 엇부루기 회원, 전남대 총학생회 산하 오월대 진달래 중대원으로 활동했다. 아참, 부문계열조직인  광주전남지역사학과학생회연합(남사련) 회원이기도 했다. 

92년에는 91년 소속된 조직에 더하여 사학과 내 사회과학 학습모임 ‘꽃다지’에 가입했고, 2학기 부터는 ‘인문대 투쟁국 세로모임’에 참석했다. 과학생회 집행부 모임을 가로 모임이라고 한다면, 세로모임은 인문대 내 각 과학생회에서 같은 분야 집행 일꾼들끼리의 회의구조다. 그러니까, 인문대 투쟁국 세로모임에는 나를 포함하여 인문대 투쟁국장, 인문대 소대장, 철학과 투쟁주체, 국문과 투쟁주체 등 각 과별 투쟁주체가 참여했다.

한총련 조직망이 어떻게 짜여지는지 대충 감이 잡히시는가. 내가 가입하고 거쳐가며 활동했던 조직만 수십개는 족히 넘을 것 같다.

자기 돈 내고 엄청나게 고생하는 한총련 출범식. 그래도 모인다. 93년 한총련 1기 출범식 중
자기 돈 내고 엄청나게 고생하는 한총련 출범식. 그래도 모인다. 93년 한총련 1기 출범식 중

활동가 조직과 전투조직(선봉대)

활동가 조직과 전투조직은 조금 민감한 부분도 있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 다음에 보충하겠다.  

 

이론 보다 실천. 혁명적 의리와 동지애

범청학련부터 과 학생회까지 한총련의 조직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처럼 거대한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한총련에게 돈이 있나, 세속적인 권력이 있나, 한총련과 함께한 벗들에게 정권이 주는 것이라고는 최루탄과 몽둥이, 빨갱이라는 낙인과 구속영장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총련 청춘들은 조국을 노래하고 춤추며 싸웠다. 80년대가 이론의 시대였다면, 90년대는 실천의 시대였다. 90년대 한총련을 끌고간 힘은 동지들과 치열한 실천 속에서 쌓아올린 혁명적 의리와 동지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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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의당 김종철 대표 “노회찬·심상정 이후 새로운 정치그룹 형성돼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차별금지법 여론 이끌며 단결력 높아진 정의당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1-01-10 17:25:55
수정 2021-01-11 08: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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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01.06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01.06ⓒ정의철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심사가 한창이던 지난 6일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실 앞에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나타났다. 그는 기다림 끝에 회의를 마치고 나온 백혜련 법안심사소위원장에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중대재해법이 대폭 후퇴한 데 대해 직접 항의했다.

“중대재해법 안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걸로 됐다. 그런데 실제 보니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사고로 돌아가신 분이 30~35% 나온다. 이거 어떻게 할 것이냐.”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직접 중대재해법을 발의했지만, 법안을 심사하는 법안소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만 구성돼 있다. 그러다 보니 정의당은 법안 심사에 직접 관여하지 못했다. 대신 정의당은 감시를 했다. 강 원내대표를 비롯해 장혜영·류호정 등 정의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돌아가면서 회의를 참관한 것이다.

여기에 김 대표도 직접 나서 힘을 보탰다. 그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팀워크로 같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동안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을 벌이다 병원으로 실려 간 강 원내대표의 뒤를 이어 이날로 3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었다.

노회찬·심상정을 넘어서야 하는 김종철
“당을 잘 추스르고,
‘진보의 금기’를 깨는 새 비전을 보여주고,
그걸 체화한 정치인을 많이 만들어내야”

 

김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이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해 당력을 쏟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물론 중대재해법 제정 자체의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다. 김 대표는 인터뷰 당시 중대재해법에 대해 “법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실제로 산재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라고 밝혔다.

“한해에 2천 명이 돌아가셨는데 이 법으로 첫해에는 3분의 1, 그다음 해에 또 3분의 1, 이런 식으로 (사망자를) 줄여나갈 수 있으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는 안 된다. 그건 정말 안 된다.”

하지만 김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법 유예 기간을 결국 5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법 공포 후 ‘3년’으로 두기로 합의했다. 김 대표는 이에 항의하며 이후에도 단식농성을 이어나갔지만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까지 법안은 더이상 수정되지 않았다.

이후 김 대표는 단식농성을 끝내고 10일 경기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고 전태일 열사와 고 김용균 노동자, 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 묘소 앞에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 법이 없을 때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소수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로 인해 생각만큼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이후에 중대재해에 대한 차별을 막는 법안을 반드시 만들어서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여당의 개혁 후퇴 이유로 김 대표는 인터뷰에서 ‘현장 인식 결여’를 꼽았다. 취임 후 전국의 여러 노동현장을 찾았는데 해결해야 할 문제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온 그였다.

“권력이 집중되는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현장에 가서 직접 뭔가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현장에서 좀 떨어져서 간접적으로 듣다 보니 이런 노동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중대재해로 사람이 죽는 건 완전히 현실인데 재계는 ‘그게 법으로 제정되면 중소기업이 망할 것’이라고 한다. 이건 상상의 나래 아닌가. 그런데 여기에 막 휘둘리고 있더라. 현장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정부나 국회가 절실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런 현장성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많이 생각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성수 국무총리 비서실장에게 정세균 총리의 취임 축하난을 전달받고 있다. 2020.10.12
김종철 정의당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성수 국무총리 비서실장에게 정세균 총리의 취임 축하난을 전달받고 있다. 2020.10.12ⓒ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그런 만큼 현장에 보다 밀착해있는 진보정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 대표의 두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김 대표는 ‘노회찬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20여 년 전인 1999년 권영길 국민승리21 후보의 수행비서를 하는 것으로 진보정당에 첫발을 내디뎠던 김 대표는 2018년 정의당 원내대표였던 고 노회찬 의원이 비극적인 선택을 했을 때 그의 비서실장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김 대표는 지금 ‘노회찬 정신’을 이을 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제가 민주노동당 초기에 활동할 때에는 지지율이 지금 정의당보다 훨씬 더 낮았다. 그런데 그땐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됐다. 정의당은 그때보다 지지율은 높지만 앞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느냐, 아니면 정체될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 지금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진보정당의 두 차례 결정적인 분열이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어떤 세대적인 단절을 가져오고, 그러면서 조직이 힘들어지고 주요한 정치인들도 성장하지 못했다. 이제는 정상궤도로 다시 올려놔야 한다. 노회찬, 심상정 대표 이후에 저로 대변되는 새로운 정치그룹이 형성돼야 한다. 그런 그룹이 어느 정도의 능력과 비전을 보여주는냐에 따라 달라질 거 같다.”

김 대표는 ‘노회찬과 심상정을 넘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당을 잘 추스르고 조직을 발동하고, ‘진보의 금기’를 깨는 것까지 포함한 어떤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그런 걸 체화한 정치인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답했다.

“이게 저의 비전”이라고 말한 김 대표는 “정의당이나 진보정치에도 (자신의 삶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꽤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마지막에는 당 전체를 키우고, 정의당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 점에서 김 대표는 비록 중대재해법이 거대 정당의 타협으로 ‘누더기’가 됐지만 정국의 핵심으로 중대재해법을 끌고 온 것은 보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다소 침체됐던 당내 분위기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한다.

“제가 당대표 선거에 나서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당이 굉장히 침체돼 있었다. 그래서 ‘당대표가 됐을 때 과연 이걸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당원들이 ‘당이 이렇게 나가야 한다’는 발언도 많이 하고 지역별 실천도 많이 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참 좋아졌다. 중대재해법이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특히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국회 농성단을 꾸렸던 점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그는 “강 원내대표 비롯한 단식단의 헌신도 있었고, 당 지도부가 같이 열심히 활동했고, 당원들도 전국에서 뛰고 있고 언론도 많은 힘을 실어줬다”며 “그런 게 잘 맞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도 당의 분위기를 환기시킨 주요 계기로 꼽았다. 중대재해법과 함께 진보진영이 이끌고 있는 의제 중 하나다. 김 대표는 “당원들이 당에서 제시한 의제들에 대해서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진 거 같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이슈 주도’를 정의당이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취임하면서 “양당은 긴장하기 바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개혁 경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제는 우리가 얘기하는 의제 중심으로 (정국을) 끌고 가야 한다. 얼마 전 이재명 지사도 중대재해법이 ‘정부안’대로 되면 효과가 없다고 말했듯이, 정의당이 주도하는 의제를 가지고 주요 정치인들이 입장을 표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중대재해법 처리 이후에는 무엇을 주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국민 소득보험’도 있고 다양하게 준비 중”이라고 답하며 다가오는 신년 기자회견 때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귀띔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와 강은미 원내대표 등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비상행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호정, 강은미 원내대표, 김종철 대표, 장혜영 의원. 2020.12.03
정의당 김종철 대표와 강은미 원내대표 등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비상행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호정, 강은미 원내대표, 김종철 대표, 장혜영 의원. 2020.12.0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59년생 심상정과 92년생 류호정 가교역할 맡은 김종철
“핵심 지지층은 사회적 약자 포괄”
“젠더이슈 계속 가져가되 노동 현장 조직과 계속 연결”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는 김 대표의 취임 일성은 정치권에 새로운 충격을 줬다. 김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에 “민주당 2중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기를 깨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며 진보 정당으로서의 선명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가 꼽은 ‘진보의 금기’는 보편 증세, 연급 통합, 그리고 노동 유연성 등이다. 김 대표가 과연 진보진영 내 반대를 딛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을까.

“지금도 그것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진보진영에서 그동안 금기시 되거나 잘 다뤄지지 않거나 좀 반대가 많았던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 당내에서도 논의가 더 있어야 될 것 같더라. 이게 가진 의미가 뭐고,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 당에서 논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시민단체였다면 ‘조세개혁을 하겠다’고 주장은 할 수 있지만 정당은 그걸 실현시켜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법안과 연결돼야 한다. 나아가 어떤 의원이 자기의 어떤 신념으로 법안을 끌고 갈 것이냐가 중요하다. ‘당대표가 이런 생각이 있다’는 데에 머물면 안 되고, 그것에 동의하는 당의 지반 넓혀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가 진보의 가치를 자신의 구상대로 실현화하려면 현장의 조직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진보정당의 기반인 노동 현장의 조직력이 중요한데, 다른 진보정당과 비교하면 정의당은 이 부분에서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도 “그렇다”고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정규직이나 현장 조직과는 계속 끈을 가져가려고 한다. 현재로서는 미진한 면이 있지만 노동조합 내에 어떤 세력을 만든다, 안 만든다 이런 문제를 떠나서 당 정체가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과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유형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계속 유대 관계를 가져갈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저희가 정당이니 법안과 조직 요구를 연결시켜야 한다. 그런 식으로 조직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정당 안에서 김 대표는 ‘심상정’과 ‘류호정’으로 상징되는 양극의 세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대표도 그 사이에 있는 세대의 ‘대표 정치인’이다. 김 대표는 “중간이 텅 비어있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정의당 대표 계보로 보면 1959년생인 심상정 전 대표, 그다음에 1966년생인 이정미 전 대표, 다시 심상정 전 대표가 했다가 1970년생인 제가 하고 있다. 우리 당 장혜영 의원이 1987년생, 류호정 의원이 1992년생이다. 제 기준으로 봐도 20년 가까운 갭(격차)이 있다. 심상정부터 류호정·장혜영까지 이어지는 넓은 갭 속에서 중간이 텅 비어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 중간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그냥 청년세대로 넘어가는 것이 청년세대의 정의당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40·50대 중요한 세대의 정의당 리더들이 뭔가를 해줘야 그 후속세대도 탄탄한 지반 위에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중대재해법 촉구 단식농성을 유가족과 함께 했던 강 원내대표의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이번에 강 원내대표가 중대재해법 촉구 단식농성을 하면서 본인이 정국을 끌고 갔다. 그런 걸 많이 하기 위해서 저 나름대로 노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에서 다양한 정치인 있다는 걸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중 앞에 보여주고 싶다. 그게 저한테는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그동안 당의 진로를 놓고 몇 차례 진통을 겪기도 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의혹 등 세대 갈등이 빚어졌던 민감한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두고 당 안팎으로 논란이 됐다. 당을 떠나는 당원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당의 청년정치인들이 젠더이슈의 중심에 섰던 측면이 크게 부각됐다”며 “그런데 그것만 하는 것처럼 비쳤던 건 우리만 그걸 얘기하고 다른 데에선 전혀 안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를 들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상황을 두고 민주당은 거의 침묵한 거고 국민의힘은 정파적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저희는 젠더평등 입장에 충실하게 입장을 낸 건데 그런 것이 다른 당은 침묵으로 인해 부각이 안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젠더이슈를 계속 가져가되,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노동자나 자영업자들과 연관된 활동도 계속 가져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정의당의 핵심 지지층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잠시 고민하더니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 포괄된다”고 답했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는 민주당과의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단식농성장에서 영상으로 2021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들으며  '산업 재해 없는 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1.07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단식농성장에서 영상으로 2021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들으며 '산업 재해 없는 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1.07ⓒ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김종철이 “윤석열-추미애 갈등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밝힌 이유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국의 화두는 검찰개혁으로 민주당이 이끌었다. 최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문제를 두고 정국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았다. 윤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 구도가 이어졌을 때도 어느 편에 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 대표는 ‘검찰개혁도 중요한 문제인데 안일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에 적극 반박했다.

“검찰개혁의 하이라이트는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그리고 최근에 얘기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이 3가지가 같이 가는 것이다. 공수처 설치는 좀 복잡한 과정이 있었지만 추진돼왔고 정의당도 찬성 당론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진척을 보였는데, 오히려 정부여당에서 경찰 권력이 비대해지는 걸 잘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대단히 비판적이다.

마지막으로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부분은 원래 해야 했는데 그동안 정부여당이 좀 놓고 있다가 검찰이 통제가 안 되니까 갑자기 추진하고 있어 문제다. 오히려 검찰개혁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싸우고 있는 걸로만 되니까 우리 입장에선 누구의 편을 들 이유가 없고 들 수도 없는 것이다.”

김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조국 수사 당시에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소위 ‘선택적 수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검찰을) 좋지 않게 봤던 것”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다만 이번에 판결이 나오면서 ‘죄가 없었다’고 얘기했던 사람들도 그렇지 않다는 걸 많이 알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대표는 검찰이 하는 일이 ‘정치적 수사’로 비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예를 들면 원전의 경우 수사를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정책에 대한 수사로 비춰지면 안 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윤석열-추미애 갈등에 크게 신경을 안 쓴다. 일단 이미 소송으로 들어갔고 1차 소송에서는 윤 총장이 일정한 승리를 한 것 아닌가. 그리고 공수처도 곧 출범한다”며 “이제는 서서히 (논란이) 일단락될 것이고 (검찰개혁을) 질서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시급한 개혁 과제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며 단호히 반대했다. 그는 “아직 본인들이 반성한 것도 아니고 죗값을 제대로 치른 게 아니기 때문에 불의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원세훈·최순실·이재용 이 세 사람도 다 사면할 것이냐. 박근혜만 사면하고 최순실은 감옥에 넣어둔다면 웃기지 않겠나”라며 “그것도 대통령 마음이라고 한다면 기준이 없는 것이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라고 한다면 다 사면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국민을 분열해놓고 허탈하게 만들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코로나로 단결된 국민을 (전직 대통령) 사면으로 분열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올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슈가 될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부동산 문제를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고 전제한 뒤 “보유세를 더 강화시키고, 투기의 물꼬를 튼 임대사업제도를 빨리 폐기하고,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공공주택에 들어가지 못하고 민간임대주택에 전월세로 들어가는 분들이 많다. 저소득층은 자기 소득의 상당부분을 전월세에 쓰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주거급여 수준을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국회 차원의 남북교류를 앞으로 계속 선도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전향적인 조치를 빠르게, 좀 더 도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로서는 그나마 예견 가능한, 일관성이 있는 정부가 되지 않겠나. 트럼프처럼 다 되는 것처럼 말해놓고 하노이에서 다 뒤집어 버리는 상황은 안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더라도 긍정적 결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남북교류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억압적이고 인권탄압적인 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전면 폐지가 (정치지형상) 당분간 어렵다고 한다면 7조부터 폐지하면 사실상 사문화시키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의원들 중심으로 발의된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에도 힘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4월 재보궐선거에 대해 “다른 정당들은 서울시장이든 부산시장이든 선거를 정권에 대한 심판 용도로 쓰려고 할 텐데, 우리는 양당에 대한 심판과 더불어서 실질적으로 서울·부산시민들의 삶을 진취적으로 개선시키는 내용으로 승부할 것”이라며 “내용상으로는 훨씬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01.06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01.06ⓒ정의철 기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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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셀프면죄 타령하는 일본정부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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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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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진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사진 : 뉴시스]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진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사진 : 뉴시스]

한국법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12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강제징용판결이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이번 위안부 판결은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 판결을 인정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일본정부는 “주권면제론”을 내세워 한국재판부가 일본 정부행위를 재판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추후 행정집행단계에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갈 여지를 남겼다.
일본이 자기 범죄를 부인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 “주권면제론”까지 들고 나온 걸 보면 그 다급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미루어 알 수가 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우리 법원이 일본 정부의 행위에 재판권을 갖느냐’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역지사지로 보면 한국정부의 행위에 대해 일본 법원 역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좀 복잡한 쟁점이다. 이럴 경우에는 베트남 법원도 한국정부에 재판을 제기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이 이른 바 “인권문제”를 앞세워 자주적인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현상도 국제법적 논리로 허용하는 뜻하지 않는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는 복잡한 문제이다.

지난 날 국제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주권국가의 행위”를 다른 국가의 법원이 심판할 수 없다는 “절대적 국가면책론”이 대세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사관 시설 임대 등 상업적 사항이나 보편적 인권에 관한 사항은 “주권행위”와 분리해서 재판할 수 있다는 “상대적 국가면책론”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재판에서 한국 재판부는 판결 근거로 “일본제국이 비준한 조약 및 국제법규를 위반”했다는 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쿄재판소 헌장에서 처벌하기로 정한 ‘인도에 반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따라서 일본정부가 “국가면제 이론을 근거로 타국의 개인에게 입힌 손해를 피해갈 수 없다‘고 판시한 것으로 명판결에 속한다.

그러나 한국 법원이 다 해결할 수 없는 역사문제가 따로 있다.
한국 법원이 위안부 문제가 당시 일본제국주의가 비준한 조약 및 국제법규에 위반행위라고 지적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한국법원이 여기까지밖에는 더 갈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실은 을사보호조약, 한일합방조약 등 당시 일본제국과 대한제국이 맺은 국제조약자체가 국제법상 조작문서이고 불법문서라는 점이 아직 양국간 그리고 국제적으로 확정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한국법원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민중, 한국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만약 일본제국의 대한제국침략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이 확정된다면 이에 따른 식민지 침략행위의 일환으로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는 자동으로 불법적 강제동원, 성노예 동원 행위로 될 것이다.

일본정부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걸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다 해결된 사안이고, 부족한 것은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한다,
사실 국제법 질서는 과거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세력이 만들어놓은 강자들의 질서이다. 걸핏하면 일본정부가 독도쟁점 같은 것을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것도 여기에는 일본정부의 우군으로 움직이는 과거 제국주의 침략세력의 동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이런 셀프면죄를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정부가 법적 정당성, 도덕적 우월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미 제국주의가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을 끌어들여 반소반공, 반북반중 군사패권질서를 세우기 위해 한국민중의 이익을 훼손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들은 위안부, 강제징용배상문제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아직도 재일조선 우리학교 탄압, 한반도 재침략 기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군국주의 부활,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진전은 고사하고 어떠한 한일관계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 

이번에 한국법원은 열악한 한미일동맹 등의 국제질서, 제국주의 잔존세력의 영향아래 있는 보수적인 국제법 질서속에서도 위안부 문제가 일본 제국이 체결한 조약 등에도 위반하는 행위이자 전후 인도주의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절묘한 판결을 이끌어 내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뛰어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궁극적 해결은 65년 한일협정을 폐기하고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확정하는 한국정부의 노력과 우리 민중의 투쟁 속에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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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됐거나 도망쳤거나... 그렇게 마을이 사라졌다

[피해자 구술, 수상한 섬 수상한 이야기 11] 4.3 사건과 조작 간첩①

21.01.09 19:39l최종 업데이트 21.01.09 20:09l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4.3 당시 사라진 마을 중 하나인 곤을동 마을 표지석
▲  4.3 당시 사라진 마을 중 하나인 곤을동 마을 표지석
ⓒ 한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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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간첩으로 조작된 피해자들은 육지의 조작간첩 피해자들과 확연히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차이 중 하나가 바로 4.3 사건과 조총련이다. 4.3 사건으로 제주에서 살기가 어려워진 도민들이 일본으로 밀항했다. 거기서 만난 친인척들 중에는 조총련계가 많았다. 일본에서 살다가 나중에 제주로 돌아온 이들을 공안당국은 간첩으로 조작했다. 4.3과 조총련은 간첩으로 엮기 좋은 조건이었다. 

제주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일본과 왕래가 잦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사상과 교육의 영향을 받은 젊은 지식인들이 제주에 다수 유입되었다. 해방이 되자 제주는 새로운 세상 건설을 열망하는 청년들의 뜨거운 열정의 장이 되었다. 해방 직후 올바른 친일청산의 실패를 목격한 청년들은 친일잔재 청산과 남한 단독정부 수립 반대에 나섰다. 통일정부를 수립하려는 세력과 친일파와의 갈등은 늘 외줄 타듯 아슬아슬했다.

그렇게 외줄을 타던 갈등은 1947년 3.1 만세 운동으로 폭발했다. 3.1 만세 운동 기념식을 마치고 행진하던 시위대가 제주 관덕정을 지날 때 경찰이 발포했고 이 사건은 훗날 씻을 수 없는 아픔의 역사인 4.3 사건으로 이어졌다. 1948년 말에서 1954년까지 발생한 군경의 대대적 토벌작전에서 공식 추산 3만여 명의 도민이 학살되거나 처형당하거나 실종되었다.

제주에서의 조작 간첩 피해는 바로 70여 년 전 남도의 작은 섬에서 발생한 바로 이  대량학살, 즉 제주 4.3과 맞닿아 있었다. 강광보씨가 찾은 곤을동 마을 역시 4.3 사건 당시 학살과 전소, 소개로 지도에서 사라진 제주의 수십 개 마을 가운데 하나다. 곤을동에서 나고 자란 강광보씨는 이곳을 찾아 탁본을 떠서 기억하려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4.3 당시 군경에 의해 모두 파괴된 속칭 '안곤을' 마을. 지금은 집터와 돌담만이 남아있다.
▲  4.3 당시 군경에 의해 모두 파괴된 속칭 "안곤을" 마을. 지금은 집터와 돌담만이 남아있다.
ⓒ 한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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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보의 구술 = "이 곤을동이 왜 곤을동이냐. 어느 사람에게 들어보니까 옛날에는 여기 물이 흘러 움푹 파여 항상 물이 고여있다 해서 곤을동이라 그러더라고. 그것이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이쪽으로는 안곤을, 저기는 가운데곤을, 저쪽에는 내가 태어난 바깥곤을이라고 해서 세 마을이 합쳐져서 곤을동이라고 옛날엔 그랬어. 어릴 적에 들은 말인데 4.3 때 왜 여기를 경찰들이 와서 불태웠느냐 하면 그 옛날에 함덕으로 출동하던 경찰차가 저기(곤을동 입구)서 습격을 당했는데 습격당한 경찰 중 한 사람이 살았대. 뒤에 오던 군인들이 그 경찰한테 어디서 습격받았냐니까 이쪽(곤을동)을 가리킨 모양이야. 그래서 그날 와장창 몰려 와서 마을을 완전히 불태워버린 모양이야. 그래 가지고 이제는 흔적만 남아있는 곤을동이 되어 버린 거라.


그 당시에 곤을동 마을은 지역은 작지만 단체의식이 강했던 모양이야. 화북 본동네보다 여기 곤을동 청년들이 상당히 결속력이 강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적극적으로 싸웠던 청년들이 많았는데 그때 4.3 이후로 뿔뿔이 되어가지고 이렇게 터만 남았는데 안타깝지."

곤을동 마을이 있었던 곳에는 주민들이 거주했던 건물의 자리와 건물을 구분했던 돌담만이 남아있어 이곳이 과거에 집들이 들어섰던 자리였음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마을이 사라지는 동안 수많은 생명도 사라졌다. 육지에서 내려온 군인과 경찰 그리고 서북청년단은 살육을 위해 입도한 괴물들이었다. 그들이 제주도민을 살육했던 이유도 다양했다. 남자라서 죽이고, 청년이라서 죽이고, 남자 없는 집은 산사람 가족이라고 죽이고, 아이들은 또 그 부모의 아이들이라고 죽였다.

그렇게 곤을동 마을은 사라졌고 그렇게 사라진 마을은 스무 곳이 넘었다.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려고 고향을 등지고 도망쳐야 했다. 그날 죽어가던 마을 주민들과 도망치던 생존자를 무심히 바라보던 마을 외소낭(소나무)은 지금도 그 자리에 서서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강광보의 구술 = "저것(외소낭)은 옛날 그대로 있네. 여름에 덥잖아. 더우면 동네 사람들 나와서 수다 떨고. 여기도 큰길 생기기 전에는 가로등 딱 하나 있어가지고 80년대까지. 내가 태어난 집이 여기라고 하더라. 이 집에서 태어나서 저쪽(화북)으로 가서 4.3 사건 끝나고 나서 외가로 왔어. 그 당시 4.3 때는 집이 하나도 없었거든. 곤을동과 화북 사이가 한 500m인데 집이 하나도 없었어. 이거 다 새로 지은 집. 그래서 마을 이름이 새 동네래."

4.3 학살에 나이와 성별은 없었다. 두 살배기, 네 살배기 아이도, 나이 든 할머니 할아버지, 임산부도 모두 자비 없이 죽어 나갔다. 또 다른 조작 간첩 피해자인 김용담 씨의 아내 김인근의 가족 역시 4.3 평화공원에 위패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특히 2, 4살이었던 조카들도 4.3 당시 학살의 죽음을 피하지 못해 결국 이 수많은 위패 중 하나에 이름을 새기게 되었다.

김인근씨는 조카들 위패 앞에서 조카들과의 추억을 꺼낸다. 김인근씨도 4.3 사건 당시에는 고무줄놀이를 좋아하던 어린아이였지만 조카들을 엎고 돌봐야 하는 처지였다. 엎고 키우던 조카들은 그렇게 군인들의 총칼 앞에 피어보지도 못한 동백꽃처럼 스러져 갔다. 군인 트럭에서 필사적으로 뛰어내려 살아남은 자신이 마치 죄인인 것 같아 조카들 앞에서 사죄하고 또 사죄해야 했다. 
 
 4.3평화공원 내 '제주4.3희생자영위' 에서 가족들의 위패를 찾고 있는 김인근 씨.
▲  4.3평화공원 내 "제주4.3희생자영위" 에서 가족들의 위패를 찾고 있는 김인근 씨.
ⓒ 한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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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근의 구술 = "성수야 개똥아. 할머니랑 아버지랑 어머니랑 좋은 극락 세상에서 놀암시라. 아이고 뭐라고 개똥이하고 성수한테 말하면 좋을지 모르켜. 다시 4.3때 와서 성수랑 개똥이 보고 가켜(갈게). 개똥아 울지 마랑. 아버지랑 어머니랑 다 같이 이서이(있어라)... 아이고 나 여기 있는 줄 몰란게.

성수는 차분한 게 고모 말도 잘 들었는데. 네 살 때. 여기는 두 살 때. 울다가도 뚝 하면 안 울고. 성수는 내 등에 업혀서 내가 고무줄 하려고 할 때 울면 울지 말라고 나 고무줄 할 거니까 했는데. 성수야 작은 고모 와서... 성수 보니깐 성수가 찾아온 거 닮다(같다). 성수야. 여기저기서 다 도와줘서 성수 여기 이름 올리게 해 줜(해줘서) 너무 고마워, 진짜 성수야.

개똥아 아버지 어머니 봐 졈지(보고 있지)? 할머니가 너 아껴서 동네 업고 다니면서 자랑한 성수야. 할머니 할아버지 저기 앞 (위패) 잘 봐 졈지? (흐느낀다) 개똥아 갔다가 다음에 온다. 성수랑 개똥이 보러 오지. 일본 고모 할멍 오믄 너 꼭 찾아왕 본다이. 보난 좋다 아이고."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가 사죄를 하는 것이 정의인가? 학살을 기획하고, 자행하고, 반성 없이 권력의 기득권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이곳에서 사죄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의 상식 아닌가. 피해자가 위축되고 숨어야 하는 이러한 부정의한 사회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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