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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애의 법원삼거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둘러싼 오해와 왜곡

오민애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
발행 2021-01-04 09:13:19
수정 2021-01-04 09: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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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냉한 기운에, 따뜻한 무언가를 찾게 만드는 그야말로 한겨울이다. 이 혹독한 추위 속에, 더 이상의 죽음은 없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곡기를 끊고 국회 안팎을 지키는 분들이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정부 부처간 협의안, 법사위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쟁점들에 대한 의견을 보면, 법의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여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이 법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짧게나마 쟁점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① 이 법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살 수 없게 만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대표이사를 포함하여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이들에게 생명, 안전과 관련된 주의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여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의무를 부담하는지 아닌지 불분명했던 이들에게 당신이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의무가 있다, 위반해서 피해가 발생하면 이런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밝혀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이 제정되면, 미용실, 목욕탕, PC방과 같은 경우, 일하는 직원이나 이용자의 부주의로 작은 사고가 나기만 하면 무조건 영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 마음 편히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 내지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주가 받게 되는 처벌의 정도가 강해지는 것은 맞지만, 이 법이 제정되기 때문에 무조건 사업주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아니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다중이용업소에서 지켜야할 의무를 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면 관련 조항에 따라 처벌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받아왔다. 그리고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도 한다.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이로 인해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지고 묻게 되는 것이지, 결과발생만으로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오른쪽부터)가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0.12.30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오른쪽부터)가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0.12.3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② 의무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정하고 있는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현재 법사위에서 심사되고 있는 법안에서는,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유해․위험방지 의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정하면서, 관련 법령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포함하거나, 이 법 또는 다른 법이 정하고 있는 의무임을 명시하거나,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조직․인력․예산․편성과 점검의무 등을 부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할 때 ‘업무’의 내용과 이에 따른 주의의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지게 되고, 형사처벌을 예정한 이 조문에서 ‘업무’라는 단어 외에 다른 설명은 없다. 다만 이 법조항을 통해 지키고자 하는 법익과 다른 법조항과의 비교를 통해 그 의미를 확인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상의 위해를 가했을 때 책임을 묻겠다는 명확한 입법취지를 전제하면서, 포함되어야 할 법령을 예시하고,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않는 안전수칙(2인1조 작업 등) 또한 포함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에 대하여 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입법목적과 관계법령, 그리고 그동안 사업장 내에서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확인된 요소들이 포함되도록 정하고 있는 의무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불명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③ 위험의 외주화를 제대로 막아야 한다

제정안에서는 형식을 불문(위탁, 용역, 도급, 임대 등)하고, 외주화가 이루어질 경우 원청사업주에게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에 따른 결과발생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고자 한다. 보다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한 낮은 비용으로 맡은 업무를 처리해야 지속적인 원하청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조 속에서, 독립적인 하청사업주에게 업무를 맡겼기 때문에 관여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는 원청사업주의 항변은 형식과 표면만 강조한 것일 뿐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도급인에게도 안전․보건조치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여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수급인과 동일하게 처벌받도록 한 것에서 나아가, 다양하게 변형되는 위험의 외주화에 따라 책임까지 외주화하는 구조를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동등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외주화’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현실에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④ 사업장 규모에 따른 적용유예, 법의 실효성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안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4년간 적용유예를 예정하고 있고, 정부부처 협의안에 의하면 여기서 나아가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2년간 적용유예가 필요하다고 한다.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간 중대재해 발생현황만 살펴보더라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중대재해 중 84.9%가 발생했고, 사망자수도 79.1%에 이르렀다. 추락사고, 붕괴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설업의 경우 50인 미만 사업체가 93.3%에 이른다. 2018년 기준 전국 사업체 수 대비 50인 미만 사업장은 98.8%에 이른다. 여기서 나아가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2년, 4년을 유예할 경우 실제 이 법을 지켜야 할 유인을 제대로 제공할 수 있을지, 이 법의 제정을 통해 더 이상의 죽음을 막자는 법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면, 사업장 규모에 따른 일률적인 적용유예가 아니라 정부부처의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어떤 정책이 미비한지를 검토하고 갖추어 나가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회원들이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화꽃과 함께 노동자들의 유품이 놓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해고없는 세상을 촉구하고 있다. 2020.12.31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회원들이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화꽃과 함께 노동자들의 유품이 놓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해고없는 세상을 촉구하고 있다. 2020.12.31ⓒ김철수 기자

⑤ 인과관계의 추정 – 왜 도입을 요구하는 것일까?

관련 법 위반 사실이 몇 차례 확인되었음에도 시정되지 않아 사상 사고가 발생했거나, 사고 현장을 은폐․훼손하는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는 경영책임자 등의 주의의무 위반과 그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할 것을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무죄추정의 원칙, 형사책임주의에 반한다는 반론과 지적이 있다.

왜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도입해야한다고 했을까? 모든 사례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산업재해, 시민재해가 발생하면 현장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점이 지적되었음에도 시정하지 않다가 참사가 발생하거나, 사고 현장을 은폐하고자 한 흔적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범죄의 경우 초범에 대한 재범 비율이 97%에 이른다. 사상의 피해가 발생하기까지, 어떤 의사결정이 있었는지에 관한 모든 정보가 사업주에게 편중된 상황에서, 그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한 산업재해, 시민재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요소를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하겠다는 취지이다. 적어도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제정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다른 법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규정이니 없애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기 때문에 인과관계 추정과 같은 조항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해가 바뀌고, 1월 5일이 되어야 법사위 소위가 다시 열린다고 한다. 10만명의 국민이 입법청원을 하고 여러 의원들의 법안이 발의되었음에도, 2020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이 되어서야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와 논의가 시작되었다. 임시국회 내에는 꼭 통과시키겠다는 약속만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이다. 법조항 하나, 문구 하나는 그동안 산재와 시민재해로 희생된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더 이상 그 아픔을 반복할 수 없다는 수많은 이들의 절규와 외침의 결과이다. 부디 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법이 제정되기를 바란다.

오민애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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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 영토에 두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개벽예감 426] 한 나라 영토에 두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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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한 나라 영토에 두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2.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이완되는 현상

3. 통일국가건설을 경제성장문제로 왜곡하는 현상

4. 두 지역으로 분렬된 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분단원흉

 

 

1. 한 나라 영토에 두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아침은 밝아왔어도, 통일의 여명은 아직 보이지 않는 2021년 새해 첫날, 지도를 펼쳤다. 20여 년 전 어느 날 통일강연을 하기 위해 고속렬차를 타고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에 내려 우연히 들른 역전책방에서 구입한 1:1,050,000 축적의 지도다. ‘우리나라 지도’라고 쓴 굵은 글씨체 제목이 선명하다. 미국에서 40년을 살아온 나에게 우리나라 지도는 떠나온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표상이다. 선조들이 수수천년 살아온 산천이 그 지도 속에 보이고, 내가 태어나 자란 서울의 낯익은 거리가 그 지도 속에 보이고,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날 다시 돌아가고픈 새로운 세상이 그 지도 속에 보인다. 

 

지도에는 우리나라 국경이 표시되었다. 북방으로는 790km에 이르는 압록강과 547km에 이르는 두만강까지, 그리고 남방으로는 제주도 남쪽 11km에 있는 작은 섬 마라도까지 우리나라 영토다. 우리나라 중부지역의 동서를 관통하는 240km의 군사분계선은 국경선이 아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의해 그어진 군사분계선은 하루빨리 철폐되어야 할 분단선이지, 국경선이 아니다. 우리나라 북방국경선은 압록강 하구에서 두만강 하구에 이르는 1,400여 km에 걸쳐있으며, 우리나라 최남단영토는 섬면적이 0.3㎢밖에 되지 않아 한 개의 작은 점으로 지도에 표시되는 마라도이다. 새해 아침에 펼쳐본 지도는 조국의 영토관념을 일깨워주었다.  

 

북쪽으로는 백두산 천지에, 남쪽으로는 마라도에 이르는 우리나라 영토에는 두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두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한 나라 영토에 두 나라가 존재한다는 말은 궤변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마라도에 이르는 우리 영토에는 오직 한 나라만 존재한다. 이런 진리를 깨달으면, 우리나라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분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우리나라는 두 나라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통일국가가 건설될 때까지 서로 다른 두 개의 국명을 남과 북에서 각각 사용하는 것이다. 

 

남과 북이 한 나라 안에서 국명을 각각 다르게 사용하는 것은 상대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은 남조선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남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북은 남조선을 미국이 점령한 미해방지역으로 인정하고, 남은 북한을 미수복지역으로 인정하고, 미국은 북조선을 미점령지역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북은 미해방지역인 남조선을 해방하려는 것이고, 남은 미수복지역인 북한을 수복하려는 것이며, 미국은 미점령지역인 북조선을 점령하려는 것이다. 이런 첨예한 대결구도가 우리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리고 전쟁재발위험을 항시적으로 조성하는 근본원인이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오늘까지 존속하는 첨예한 대결구도를 해체하고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통일국가가 건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은 미해방지역을 무력으로 해방하려는 것이고, 남은 미수복지역을 무력으로 수복하려는 것이며, 미국은 미점령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국가를 건설하지 않으면, 평화와 안정은 언제가도 실현될 수 없고, 전쟁재발위험은 항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통일국가가 건설될 때까지 남과 북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남북평화공존은 분단체제에서 실현될 수 없으며, 평화적 분단체제라는 말도 어불성설인 것이다. 이처럼 명백한 이치를 알지 못하면, 남과 북이 분단체제에서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고, 분단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명백하게도, 분단체제와 평화체제는 그 어떤 경우에도 공존할 수 없는 상극체제이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의 평화운동과 달리, 분단체제에서의 평화운동은 독자적 지위를 갖지 못하며,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조국통일운동에 종속된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분단체제에서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궤변이 남측 사회에서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마다 성인 남녀 1,000여 명을 직접 만나 면접하는 방식으로 통일의식에 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다는 통일연구원이 2019년 12월 12일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1990년 8월에 제정된 민족통일연구원법에 의거하여 1991년 4월에 창립되었는데, 2020년 4월 문재인 정부는 탈북자를 원장에 임명했다. 대북적개심을 지닌 탈북자가 원장에 임명되었으니, 통일연구원의 사업이 얼마나 반북적으로 흘러갈 것인가는 더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진행한 통일의식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1) 우리나라가 통일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률은 2016년 37.3%, 2017년 31.7%, 2018년 32.4%, 2019년 28.8%로 해마다 낮아졌다.

 

2)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공존할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고 응답한 비률은 2016년 43.1%, 2017년 46.0%, 2018년 48.6%, 2019년 49.5%로 해마다 높아졌다. 

 

위에 인용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4년 동안 남측 사회에서 조국통일의식이 점차 박약해진 반면, 남과 북이 분단체제에서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궤변이 점차 확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여론조사결과는 모든 연령층 응답자들 가운데서 20대 청년들이 남북공존론을 가장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장차 통일국가의 주역으로 나서야 할 청년들 가운데서 상당수가 분단체제에서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궤변에 속아 넘어가 조국통일의지를 상실한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우리나라 북변에 있는 백두산 천지의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고,아래쪽 사진은 제주도 남쪽에 있는 우리나라 최남단영토인 마라도의 모습을 보여준다.백두산에서 마라도까지 우리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신성하고 아름다운 삼천리금수강산이다. 백두산에서 마라도에 이르는 우리나라 영토에는 두 나라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 민족의 성산 백두산은 민족분렬의 상처를 안고 고통과 불행을 겪는 우리 민족을 통일국가건설에로 부르고 있다. 우리 민족이 백두산의 강의한 기상을안고 통일국가건설운동을 힘있게 밀고나가면, 미국과 종미예속세력의 방해와 도발을꺾어버리고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자주통일위업을 실현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1,084년 전에 등장했던 강대한 통일국가 고려를 계승하는 새로운 자주통일강국이 탄생하는 것이다. 오늘 8천만 민족은 비록 괴질확산 속에서 시련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자주통일강국의 탄생이라는 웅대한 목표를 바라보며 2021년 새해를 맞았다.  

 

 

2.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이완되는 현상

 

우리 민족사에 처음 등장한 통일국가는 918년에 세워진 고려다. 통일국가를 건국한 태조 왕건(877~943)은 신성대왕이었다. 발해가 926년에 멸망했고, 후기신라가 935년에 멸망했고, 후백제가 936년에 멸망했으므로, 고려가 진정한 의미의 통일국가로 등장한 때는 936년이라고 보아야 한다. 통일국가 고려의 등장을 민족사적 대사변으로 보아야 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1) 왕건대왕은 18년 동안 지속된 통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위대한 통일국가를 건설했다. 왕건대왕은 후기신라와 후백제를 각각 항복시키고 그 두 나라를 포섭하는 방식으로 통일전쟁을 수행하였고,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을 적대시하면서 발해의 유민을 고려에 받아들였다. 통일전쟁에서 동족끼리 싸우더라도 살상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왕건대왕의 통일전쟁원칙이었다. 

 

2) 고려는 중국과 거란에 굴종하지 않는 자주통일국가였다. 왕건대왕이 고려를 건국했을 때, 중국은 오대십국시대(907~979)로 분렬되어 있었고, 거란(916~1125)의 국력은 아직 약한 상태에 있었다. 침략외세인 당나라와 동맹하여 동족국가들인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후기신라(676~935)는 고구려 영토에 재건된 고구려의 계승국 발해(698~926)와 공존하였으므로, 통일국가가 아니었다. 후기신라를 ‘통일신라’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 민족사에서 발해를 배제시키는 엄중한 과오다. 

 

3)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 위대한 통일국가였다. 왕건대왕은 서경(오늘의 평양)을 전략거점으로 중시하면서 고구려의 옛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힘썼다. 고려의 북방국경선은 요수(遼水)에 그어졌는데, 그로써 광개토대왕의 강국건설정책에 따라 402년에 고구려의 영토로 편입되었던 요수의 광대한 동부지역(요동6주=강동6주)이 고려의 영토로 되었다. 오늘날 랴오허(遼河)라고 부르는 요수는 고구려 때부터 고려 때까지 압록수(鴨淥水)라고 불렀는데, 압록수는 오늘의 압록강이 아니다. 압록수의 록(淥)은 밭을 록자이고, 압록강의 록(綠)은 초록빛 록자다. 일본제국의 역사학자 쓰다 쏘우끼찌(津田左右吉)는 1913년에 펴낸 ‘조선력사지리’에서 고려의 북방국경선인 압록수(오늘의 랴오허)를 오늘의 압록강으로 바꿔놓고 고려의 영토를 반도로 축소시켰다. 일제의 식민사관은 강대한 대륙국가 고려를 왜소한 반도국가로 만들었다.    

 

고려가 통일국가로 등장한 이후 올해까지 1,084년 세월이 흘렀다. 그 장구한 세월 동안 우리 선조들은 하나의 국가 안에서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왔다. 1,084년 동안 국가는 변천되었으나, 민족은 공고하게 결합된 사회적 집단으로 장성해왔다. 

 

민족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민족이라는 말은 근대적 국가관념이 형성되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2019년에 집필한 논문에 따르면, 1900년 <황성신문>에서 민족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되었고, 1919년 3.1운동을 거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예컨대, 1920년 4월 6일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민족은 역사적 산물이며, 생명을 가진 실체라고 서술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민족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시대는 일제식민통치에 저항하여 민족동질의식이 강화되고 민족주의가 출현했던 반일항쟁기였다. 반일항쟁기에 등장한 민족주의가 민족담론을 자기의 전유물처럼 만드는 바람에 민족담론과 계급담론을 대치시키는 인식착오가 생겨났지만, 원래 민족담론은 민족주의의 전유물이 아니며, 민족담론과 계급담론은 서로 대치되는 것이 아니다. 민족담론은 근대적 민족국가의 출현과 더불어 생겨났지만, 근대적 민족국가가 출현하기 이전에도 우리 민족은 스스로를 겨레라고 불렀다. 

 

중화민족, 일본민족, 윁남민족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여러 겨레들이 한 나라 안에 공존하는 복합민족이지만, 우리 민족은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단일겨레가 통일국가를 건설한 단일민족이다. 단일혈통과 단일언어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이다. 1,084년 세월 동안 우리의 단일언어 안으로 몇몇 외래어가 흘러들어왔어도 민족어의 단일성과 순수성이 변함없이 보전되어온 것처럼, 1,084년 세월 동안 우리의 단일혈통 속에 몇몇 외래혈통이 흘러들어왔어도 민족혈통의 단일성과 순수성은 변함없이 보전되었다. 단일혈통과 단일언어에 관한 담론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을 밝혀주는 것이지, 민족우월주의나 민족배타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도 언제나 변함없이 존재하는 바다처럼 민족은 크고 넓고 깊은 존재다. 사회적 관계로 결합된 여러 집단들 가운데서, 민족은 가장 크고 넓고 깊은 집단이다. 약 37조 개의 세포들이 결합된 개별적 생명체인 사람처럼 우리 민족은 약 8,000만 개의 개별적 구성원들이 결합된 집단적 생명체다. 인체에 상처가 나면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집단적 생명체인 민족도 분렬의 상처를 입고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우리나라의 분단은 1,000년 통일민족사를 훼손한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재난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남과 북으로 분렬된 민족에게 통일국가건설은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과업으로 된다. 

 

우리가 통일국가를 반드시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집단적 생명체인 민족이 분렬의 고통과 불행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완성하고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국가는 민족이라는 집단적 생명체의 필수불가결한 존재근거이며, 통일국가건설은 민족이라는 집단적 생명체의 자주적인 요구다. 반일항쟁기에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민족적 권리였던 것처럼, 오늘 분단시기에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민족적 권리다. 통일국가건설의 기초는 민족의 자주성이다. 자주민족의식을 가져야 민족관을 세울 수 있고, 민족관을 세워야 자주통일의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통일국가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궤변이 남측 사회에서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심각한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12월 말 통일연구원이 펴낸 ‘통일 이후 통합방안: 민족주의와 편익을 넘어서 통일담론의 모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통일국가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비률은 41.1%였고, 그와 반대되는 의견에 응답한 비률은 23.6%였다고 한다.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통일국가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비률을 연령층으로 구분하면, 20대는 49.7%, 30대와 40대는 각각 43.8%, 50대는 37.2%, 60대 이상은 34.0%라고 한다. 또한 남과 북이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소망이라고 응답한 비률을 보면, 20대는 13.7%, 30대는 18.2%, 40대는 22.6%, 50대는 32.2%, 60대 이상은 30.3%라고 한다. 

 

위에 인용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남측 사회에서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이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그런 이완현상이 지금보다 더 악화되어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해체되면, 통일국가건설의 정신적 기초가 무너지고 통일국가건설운동은 쇠락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이완되는 현상이 20~30대 청년들에게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장차 통일국가의 주역으로 되어야 할 청년들 속에서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이완되는 것은 매우 위중한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05년 8월 15일 서울에서 진행된 8.15민족대축전 참가자들이 커다란 통일기를 펼치며 조국통일의지를 드높이는 장면이다. 통일기는 일본이 감히 강탈하려는 독도가 우리나라의 영토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2005년 8.15민족대축전에는남측 대표단 300명, 북측 대표단 200명, 해외동포 대표단 100명이 참가했다. 나도 해외동포 대표단의 한 성원으로 그 축전에 참석했었다. 우리는 분렬될 수 없는 단일민족이며, 우리나라는 분렬될 수 없는 단일국가라는 조국통일의지가 통일기에 어려있다. 통일기에 어려있는 그런 심오한 의미를 외면하고 통일이라는 말을 꺼려하는 가짜들이 '한반도기' 또는 '단일기'라는 이상한 명칭을 조작해냈다. 분단이 75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오늘, 8천만 민족은 통일기 아래 단결하고, 통일기를 높이 휘날리며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더욱 힘있게 투쟁해야 한다. 단결과 투쟁만이 자주통일국가건설의 원동력으로 된다.  

 

 

3. 통일국가건설을 경제성장문제로 왜곡하는 현상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통일국가를 반드시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집단적 생명체인 민족이 분렬의 고통과 불행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완성하고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런데 남측 사회에서는 통일국가건설을 경제성장문제로 왜곡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10월 7일 통일부의 용역을 받은 연구진이 10개월 동안 연구하여 작성했다는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전망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가 2020년에 통일된다고 가정하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30년에는 통일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3조6,550억 달러로 급증하여 세계 8위의 경제강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2030년에 통일된다고 가정하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40년에는 통일국가의 국내총생산이 5조4,081억 달러로 급증하여 세계 7위의 경제강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 보고서는 통일국가가 환서해경제권과 환동해경제권을 중심국가로서 동북아시아의 중심축이 되고, 통일국가의 교통망이 아시아의 대륙교통망 및 태평양 항로와 각각 연결되어 세계의 중심적 물류거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국가건설을 경제성장문제로 왜곡하는 현상은 원래 미국의 국제금융자본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2009년 9월 21일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금융기관인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우리나라가 통일되면 30~40년 뒤에 국민소득이 87,000달러로 급증하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강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남측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버리고 파산위기에 빠져든 오늘의 현실을 보면, 지금으로부터 9년 전에 나온 그런 장밋빛 전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비과학적 전망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비과학적인 경제전망을 가지고 통일국가의 미래를 예상하였다는 사실이다.  

 

국제금융자본의 비과학적인 전망은 조선을 핵포기와 개혁-개방으로 유인하여 사회주의계획경제를 무너뜨리고 자본주의시장경제로 변질시키려는 흡수통일론의 경제적 변종이다. 그런 흡수통일론은 북을 극도로 자극하는 도발담론에 불과하므로, 더 이상 거론할 가치가 없다. 

 

그와 다르게, 합리적인 정세분석에 기초한 전망은 통일국가가 건설되는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과두제(international financial oligarchy)가 통일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해 경제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통일을 반대하는 국제금융과두제가 신생통일국가에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조선의 사회주의계획경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시장경제로 변질될 것이라는 도발담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합리적이며 과학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통일국가가 건설되면 북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남의 산업기술이 결합하여 통일국가의 경제가 급속히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것은 빗나간 예상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과두제가 통일국가에 가하는 경제제재 앞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남의 산업기술력은 무용지물로 될 것이다. 이런 예상은 북의 자립경제가 통일국가의 경제발전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준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과두제가 통일국가에 경제제재를 가해도, 미국의 집요한 방해와 도발을 꺾고 통일국가를 건설하게 될 우리 민족은 오랜 통일국가건설운동 속에서 단련되고 강고해진 주체력량으로 국제금융과두제의 경제제재를 무력화하고 자립경제를 급속히 발전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국제금융과두제의 경제제재를 받는 통일국가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자립경제로선을 추구하는 길밖에 없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개성시 남동부에 있는 개성공업지구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개성공업지구는 군사분계선에서 2.5km 떨어져있다. 개성공업지구는 2007년부터 운영되었으나, 2016년 2월 10일 남측의 종미예속세력은 개성공업지구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결정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개성공업지구는 폐쇄되어있다. 통일국가가 건설되어야개성공업지구가 재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은 분단체제에서 남과 북의 평화공존이나 상호협력이 실현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안겨주었다. 명백하게도, 우리 민족이 통일국가를 건설하지 못하면, 민족의 자주적 발전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연방통일국가가 건설되면, 개성공업지구 같은 남북경제협력지구들이 연방국가의 남측 지역과 북측 지역 곳곳에 출현하여 연방국가의 통일적 경제발전을 적극 추동할 것이다.  

 

 

4. 두 지역으로 분렬된 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분단원흉

      

2018년 12월 21일 <동아일보>에 또 다른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2018년 12월 2일 국회미래연구원이 진행한 ‘미래공론조사’에 참여한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의 체험담이다. ‘미래공론조사’에 참여한 그 대학생은 <동아일보> 취재기자에게 자신의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10여 년 동안 학교에서 통일 아니면 분단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교육을 받다가 그 중간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런 중간의 국가간 형태들을 세계 각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왜 그걸 남북관계에 적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나 안타까움도 있었어요.” 그는 남북관계가 2030년에는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변화되고, 2050년에는 건국 초기의 미국처럼 느슨한 연방국가로 전환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심각한 문제는, 그 대학생 한 사람만 그렇게 희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공론조사에 참가한 응답자들 가운데 46.3%가 앞으로 10년 뒤에 남북관계가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변화되기를 바랐고, 응답자들 가운데 27.4%가 앞으로 30년 뒤에 남북관계가 느슨한 연방국가로 전환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공론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국회미래연구원이 나누어준 자료집을 읽고 학습과 토론을 벌이면서 세 차례의 설문조사에 응했는데, 1차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의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참여자들은 2차 설문조사와 3차 설문조사를 거치면서 통일지연론에 더 깊이 빠져들어가는 바람에 통일시기를 평화공존시기 이후로 더 지연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명백하게도, 이런 의식변화는 선평화, 후통일론을 주입받았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통일국가건설운동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선평화, 후통일론을 주입하면, 통일지연론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통일국가건설을 평화공존 이후로 지연시키는 선평화, 후통일론은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담론에 불과하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위에 서술한 것처럼,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공론조사’에서 우리 민족이 느슨한 연방국가를 건설하는 시기를 2050년으로 예상했다. 그런 예상에 따르면, 연방제 통일은 분단원년인 1945년을 기준으로 산정할 때, 105년 뒤에나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통일국가건설을 100년 뒤로 지연시키는 것도 용납될 수 없지만, 2050년으로 예상하는 통일시점도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제멋대로 설정한 것이므로, 연방제 통일이 105년 뒤에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은 통일국가건설시기를 사실상 무한정 연기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바로 여기서 선평화, 후통일론의 반역사성이 드러난다. 선평화, 후통일론은 우리 민족이 통일국가를 건설하여 자주적으로 발전하려는 노력을 무한정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반역사적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시기 일제가 장악한 식민지체제에서 우리 민족이 수행해야 했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업은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었고, 그와 마찬가지로, 현 시기 미국이 장악한 분단체제에서 우리 민족이 수행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업은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반일항쟁기 36년 동안 우리 민족이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는 시기를 하루도 지연시켜서는 안 되었던 것처럼, 오늘 분단시대 75년 동안 우리 민족은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시기를 하루도 지연시킬 수 없다. 우리 민족은 75년 동안 깊어진 분렬의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해야 한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 통일국가건설을 무한정 지연시키는 선평화, 후통일론이야말로 반역사적 담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위에 서술한 것처럼,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공론조사’에서는 남북관계가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남북관계가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변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우리나라가 두 나라로 완전히 갈라질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누구나 직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두 나라로 분렬될 것이라는 말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반민족적인 망언이다. 남과 북 두 지역으로 분렬된 우리나라가 두 나라로 완전히 분렬되면, 우리 민족도 두 민족으로 분렬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것은, 통일국가 고려가 등장한 이후 1,084년 동안 집단적 생명체로 살아온 단일민족의 사회정치적 생명을 끊어버리려는 잔인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분단체제를 무너뜨리고 하루빨리 통일국가를 세워야 할 판에, 두 지역으로 분렬된 우리나라를 두 나라로 완전히 분렬시키려는 것은 극악한 국가분렬범죄가 아닐 수 없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우리나라 영토를 보여주는 위성사진이다.8천만 민족이 저 영토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국이 분할점령정책으로 갈라놓으려고 광분했으나 분렬되지 않은 우리나라 영토이며, 종미예속세력이 국가분렬정책으로 갈라놓으려고 광분했으나 분렬되지 않은 우리나라 영토다. 우리나라는 절대도 두 나라로분렬되지 않을 것이며, 뜻밖에 통일국가건설시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앞당겨질 것으로보인다. 왜냐하면, 남과 북의 민족주체력량이 분할점령정책과 국가분렬정책을 전면적으로 배격하면서 통일국가건설운동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비록 통일의 여명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우리 민족이 주체력량으로 가까운 장래에 통일국가를 건설할 것이라는전망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정적이다. 통일국가건설은 과학이며 신념이다.  

 

두 지역으로 분렬된 우리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국제음모를 꾸며낸 범죄자는 미국이다. 1975년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씬저(Henry A. Kissinger)는 1975년 9월 22일 제30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면서 남과 북에 대한 주변국들의 교차승인(cross-recognition)을 제안했다. 그는 “조선과 동맹국들이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면, 미국과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이르는 세계사의 격변기에 소련과 동유럽에서 사회주의체제가 연속 붕괴되고, 중국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정세변화에 편승한 미국은 노태우 독재정권을 앞세워 이른바 ‘북방외교’를 추진했다. 노태우 독재정권의 북방외교는 우리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키씬저의 교차승인음모를 실행에 옮긴 반민족적 외교정책이었다. 노태우 독재정권이 북방외교를 추진한 것으로 하여 1990년 9월 30일 한국과 소련이 수교합의의정서에 서명했고,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한중외교관계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런 정세격변 속에서 미국이 노린 것은 남과 북을 유엔에 별개의 국가로 가입시켜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유엔동시가입이었다. 북은 남북유엔동시가입을 반대하면서 남북단일의석가입을 주장했다. 

 

1991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는 회고록에서 ‘북방외교의 성과’에 의해 소련과 중국은 남측이 유엔에 단독가입을 신청해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고, 만일 북측이 끝까지 유엔동시가입을 거부하면 남측이 단독으로 유엔에 가입할 작정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만일 북이 남북유엔동시가입을 반대하고 남북단일의석가입을 끝까지 주장하면, 남측만 단독으로 유엔에 가입하고, 북측은 유엔에 가입하지 못하는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북은 1991년 5월 자기의 남북단일의석가입안을 철회하고, 유엔에 가입신청을 냈다. 그렇게 되어 남과 북은 1991년 9월 17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별개의 국가로 동시에 가입했다. 

 

키씬저가 꾸며낸 교차승인음모에 따르면,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과 일본도 조선과 수교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수교한 때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미국과 일본은 조선과 수교하기는커녕 조선과 대결하는 적대정책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 키씬저의 교차승인은 세상을 속인 기만음모였다. 30년 전 노태우 독재정권은 키씬저의 교차승인음모에 따라 남북유엔동시가입을 추진하면서 남과 북이 별개의 국가로 각각 유엔에 가입하더라도 일단 유엔에 들어가면 유엔성원국으로서 상호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떠들었지만, 지난 30년 동안 남과 북은 유엔에서 상호협력하기는커녕 정면대결만 계속해왔다.  

 

북위 38도선을 분할선으로 획정하고 그 이남지역을 점령하였을 뿐 아니라, 남과 북을 유엔에 동시에 가입시켜 우리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고 광분한 미국은 오늘도 여전히 분할점령정책에 집착하고 있다. 또한 그런 분단원흉을 숭상하고 추종하는 종미예속세력은 선평화, 후통일론이라는 궤변을 퍼뜨리며 국가분렬정책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분할점령정책에 집착하고, 종미예속세력이 국가분렬정책을 자행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절대로 두 나라로 분렬되지 않을 것이며, 뜻밖에 통일국가건설시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남과 북의 민족주체력량이 분할점령정책과 국가분렬정책을 전면적으로 배격하면서 통일국가건설운동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분할점령정책에 계속 집착하고, 종미예속세력이 국가분렬정책을 계속 자행하면, 북은 그런 반민족적 책동을 저지, 파탄시키기 위해 통일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분단체제를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변화시키려는 그 어떤 기도도 실패할 것이며, 그런 기도를 자행하는 세력은 파멸을 면치 못할 것임을 알 수 있다. 

 

비록 통일의 여명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우리 민족이 주체력량으로 가까운 장래에 통일국가를 건설할 것이라는 전망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정적이다. 통일국가건설은 과학이며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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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철새 서식지와 지뢰 지역에 고속도로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1/03 10:24
  • 수정일
    2021/01/03 10: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함께 사는 길] 남북협력 시대, DMZ이 위협받고 있다

남북협력 시대로 위협받는 서부 DMZ

 

산악지대로 이뤄진 동부DMZ일원과 달리 철원, 연천, 파주에 이르는 서부DMZ는 거의 대부분 농경지이다. 농경지는 온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밥상이면서 동시에 온갖 생명들을 더불어 키워낸다. 그러나 농경지의 공익적 가치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무조건 생태자연도 3등급지로 분류돼 어떤 개발사업이든 가능한 부지로 취급되고 있다. 생태자연도 등급을 분류하기 위한 환경부의 전국 자연환경조사에서도 농경지는 조사대상지에서 빠져 있다. 그러나 논이 없으면 개구리와 뱀들, 그리고 수많은 새들의 산란터, 먹이터, 휴식지가 사라진다.


 

이런 한계 때문에 남북협력시대가 되면서 가장 위협받고 있는 지역이 파주, 연천, 철원의 민간인통제구역 내 농경지이다. 민간인통제구역 내 농경지는 한국전쟁 이전에 농경지였으나 분단 70년 세월 동안 농사를 짓지 않아 자연습지가 된 DMZ 내부와 연결돼 또 다른 생태적 가치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파주의 경우 점원리, 노상리, 백연리, 거곡리, 정자리 등의 논들이 해당된다. 특히 거곡리의 장단반도는 그 규모가 넓고 북한의 개성과도 가까워 선거 때마다 '평화경제특구', '통일경제특구' 등 이름만 바뀐 채 모든 정당 후보들의 공약으로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제2의 개성공단'이라는 명목으로 장단반도 특구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모든 개발을 위해서는 첫 사업이 전기, 가스, 수도 등을 놓기 위해 도로부터 연결되는 것이 순서인지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감격스러운 역사적 사건을 놓고도 긴장할 수밖에 없던 터였다. 급기야 우려했던 일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국회에서는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결정했다.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와 '임진강한강하구 시민네트워크'는 즉각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여 뒤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비 타당성조사 면제 항의 성명 때문에 '위에서' 빨리 만나보라고 했다는 거다.

 

▲ 철새서식지 초평도.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초평도 바로 옆을 지나가도록 계획되어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DMZ 생태 고립시키는 고속도로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다르긴 하네, 성명서 한 장에 금방 만나자고 하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국도로공사가 갖고 온 노선 지도는 우려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노선은 DMZ남방한계선과 나란히 가고 있어 DMZ를 민간인통제구역과 생태적으로 완전히 고립시켰다. 게다가 파주민간인통제구역에서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넓은 농경지 인근에 지뢰지역인 낮은 산지를 통과했다. 또한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가 아니라 '문산-도라산' 고속도로였다. 종점은 백연리 논에 인터체인지를 놓아 통일로로 연결한다. 도라산역 남북출입관리사무소에서 개성과의 연결은 언제 될지도 모르고 그곳은 무조건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 통일로(국도1호선)을 확장하지 이 도로를 왜 새로 만들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두루미류, 뜸부기,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의 산란터이자 서식지인 장단반도, 백연리, 노상리, 점원리 논에 모두 악영향을 준다. 게다가 인터체인지만 연결하면 장단반도의 대규모 개발이 가능하다. 좀 달라진 듯하여 열심히 설명하면 달라질지 모른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 전반은 요지부동 하나의 노선만을 고집했다. 환경부가 '동측 노선(통일로 쪽)을 검토하라'는 보완 통보도 무시하는 보완서를 제출했다. 결국 환경부는 △임진강 통과 시 수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 평화대교 대신 하저터널을 검토할 것 △생태적으로 중요한 장단반도를 피해 동측 노선을 검토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동의'를 하여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가 끝나는 듯했다. 환경부가 '부동의'를 하여 현재 노선으로 재추진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웠지만, 고심한 흔적은 보였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현 정부 임기 내 착공해야 한다는 국토부


 

그런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국토부가 환경부의 조건부동의에 '조건'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의견서'를 환경부에 냈다. 그 이유의 핵심은 '현 정부 임기 내 착공'를 해야 하므로 빠른 추진을 위해 조건을 완화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국토부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다. 환경부는 △환경단체, 전문가 등과 공동조사를 추진할 것 △자치단체, 시민단체, 주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골자로 완화된 협의안을 다시 냈다. 환경부의 완화된 협의안이 국토부로 전달되자마자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하루에 몇 통씩 만나자는 연락을 하고, 사무실로 급습하기도 했다. 공동조사단을 꾸리자는 것이었다. 해당 노선은 전 구간을 조사조차 할 수 없는 지뢰지역이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지뢰지역이어서 조사를 할 수 없는데 무슨 공동조사냐"며 거부 입장을 정하고 이를 성명으로 발표하는 한편, 국토부와 환경부로도 보냈다. 그러자 듣도 보도 못한 지역환경단체 두 곳과 공동조사단을 꾸렸다.


 

주민 의견이 장식인가


 

얼마 뒤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전화가 또 불티나게 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모월 모일 모시에 '상생협의체'를 하려고 하니 참석해달라는 것이었다. 전화로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정식 공문으로 보내라 그래야 회의를 소집해 안건으로 논의한다'고 했더니 공문을 보내왔다. 국토부는 상생협의체는 예정대로 하니 나중에라도 입장이 정해지면 참여하라는 말도 전했다. 소위 '개문발차'다. 심지어 임진강 수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향 때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파주어촌계에는 어촌계장에게 2~3일 전 문자로 통보했고, 공문은 3선단장에게 보냈다.


 

주민 의견 수렴, 상생을 위한 논의는 장식품에 불과하고, 국토부는 처음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기존의 관행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상생협의체에 들어와서 논의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논의구조에 들어갔다가 정부 안에 명분만 주는 들러리 놀음을 강요당한 게 여러번인지라 전혀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아니 달라진 건 있다. 이명박근혜 정부조차도 '최소한 날짜는 사전에 협의'하려 했었다. 주민 의견을 장식으로 여기지 않는 다음에야 이런 식으로 일을 할 순 없다. 개발에 협조적인 민심만 조직해 개발 절차에 이용하려는 태도는 민주국가의 행정이 할 일이 아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291259445683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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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식사·전기 끊긴 LG트윈타워 노동자들 “음식 싸온 가족도 막아”

오후부터 식사 반입 및 전기 공급...노동자들 검진 추진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1-01-02 17:35:07
수정 2021-01-02 18: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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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안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 차단을 규탄하며 허가할  것을 촉구하며 손자보을 들고 했다.   2021.01.02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안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 차단을 규탄하며 허가할 것을 촉구하며 손자보을 들고 했다. 2021.01.02ⓒ김철수 기자  
 
LG그룹에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이 식사 반입과 전기 공급이 막힌 채 하루를 꼬박 굶으며 추위 속에서 밤을 보냈다.

대부분 50~60대인 노동자들에 대해 가혹한 처사라는 논란이 일고 나서야, LG 측은 식사와 전기 공급 등을 허용했다.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 노동자에 대한 LG 그룹의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집단해고 통보를 받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원청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라며 "최후 수단인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은 2021년 새해의 첫날 온종일 밥 한 끼를 먹지 못하고 굶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머니가 굶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자녀가 음식을 싸들고 찾아갔지만 그것도 막았다"며 "직계가족의 만남조차 저지하는 것에 각계 우려와 권고가 전달됐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또 "저녁밥을 가져온 인권, 사회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이 항의했지만 여전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며 "회전문을 밀어서 저녁밥을 전달하려 하자 경비용역들이 몰려나와 폭력을 행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날 저녁 건물 입구인 회전문을 사이에 두고 식사를 반입하려는 노조와 이를 막는 용역 측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준비한 도시락은 엎어져 쏟아져 버렸다. 청소노동자의 가족들이 보내온 초코파이와 두유가 겨우 안으로 전달됐지만, 보안직원에 의해 뺏기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도 청소노동자들은 난방이 안 되는 농성장에서 굶고 있다"며 "농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 집단해고를 철회하고 고용승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와 노동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기본권인 건물 내부로의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 차단을 규탄하며 허가할것을 촉구했다.   2021.01.02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와 노동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기본권인 건물 내부로의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 차단을 규탄하며 허가할것을 촉구했다. 2021.01.02ⓒ김철수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현린 노동당 대표 등 정치인도 참석했다. 이날 오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조사관이 나와 청소 노동자들의 상황을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립된 노동자들의 사정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LG 그룹 측은 이날 오후부터 식사 반입과 전기 공급을 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농성 중인 노동자들 40여명의 왕래는 막고 있어 고립된 상태는 그대로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지부 관계자는 "대부분 고령인 노동자들이라 약도 많이 먹는데 식사를 못하면서 약도 못먹는 게 큰 문제였다"면서 "내일(3일) 한의사를 들여보내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검진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31일 LG트윈타워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노동자들이 고용된 지수아이앤씨 사이의 청소 용역계약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사실상 해고됐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2019년 10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사측과 교섭을 시도했으나 사측은 묵살로 일관했다. 이에 지난해 9월부터 노동자들이 건물 앞 천막농성을 벌이자 사측은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노동자들은 '보복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16일부터 건물로비에서 농성을 진행해 왔다.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와 노동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음식반입 저지 규탄 기자회견을 마치 뒤 준비한 음식들을 전달하기 위해 건물입구에 쌓아놓고 있다. 이날 음식 전달은 직접되지 않고 추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가지고 들어가기로 했다.  2021.01.02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와 노동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음식반입 저지 규탄 기자회견을 마치 뒤 준비한 음식들을 전달하기 위해 건물입구에 쌓아놓고 있다. 이날 음식 전달은 직접되지 않고 추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가지고 들어가기로 했다. 2021.01.02ⓒ김철수 기자
지난 1일 LG트윈타워 보안요원들이 식사반입을 막고 있다.
지난 1일 LG트윈타워 보안요원들이 식사반입을 막고 있다.ⓒ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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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께 새해인사를 드리면서 ‘송환’을 기원하다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  
  •  입력 2021.01.02 12:17
  •  
  •  댓글 1
 
왼쪽부터 비전향장기수 김영식 선생님, 양희철 선생님, 양원진 선생님, 박희성 선생님.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왼쪽부터 비전향장기수 김영식 선생님, 양희철 선생님, 양원진 선생님, 박희성 선생님.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새해를 축하합니다.”

(사)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과 회원들이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이하여 낙성대 ‘만남의 집’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께 안녕과 축원의 뜻을 모아 새해인사를 드렸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 때문에 남과 북이 한치도 오도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비전향장기수 양원진(93세, 29년 6개월 옥고) 선생님, 김영식(88세, 27년) 선생님, 양희철(87세, 37년) 선생님, 박희성(87세, 27년) 선생님과 당국의 방역조치에 따라서 권오헌 (사)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님 등 몇몇 회원들만이 함께 새해를 축하하였습니다.

비전향장기수 박종린 선생님(2020년 10월 16일 자택)께서 자택에서 투병생활 중 건강이 악화되어 인천사랑병원에 입원하셨다. [사진제공-김영승]
비전향장기수 박종린 선생님(2020년 10월 16일 자택)께서 자택에서 투병생활 중 건강이 악화되어 인천사랑병원에 입원하셨다. [사진제공-김영승]

다른 선생님들의 현황은 현재 인천사랑병원에서 투병 중이신 박종린 선생님(89세, 35년)을 비롯하여 많은 선생님들이 오랜 옥고의 후유증으로 병원이나 요양원 등 각지에서 오직 송환의 그날만을 위해 간고한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날 새해를 맞아 전국의 통일원로들께 전화인사를 드린 권오헌 명예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사를 드렸던 허찬형, 강담, 오기태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 조국과 가족품으로 송환되지 못하신데 대해 애석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등 회원들이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과 평양시민 김련희 씨가 하루빨리 북으로의 송환을 위한 새해다짐을 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등 회원들이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과 평양시민 김련희 씨가 하루빨리 북으로의 송환을 위한 새해다짐을 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선생님들께서는 새해 덕담으로 “지금 세계적인 감염병이 휩쓰는 가운데 북과 남이 전혀 다른 차원의 사회에 있다고 하시면서 남녘의 민중들은 자주화된 새 사회를 만들어 우리 민족끼리 잘 살아나가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었습니다.

평양시민' 김련희 씨(왼쪽 첫 번째)가 설음식을 마련해 주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평양시민' 김련희 씨(왼쪽 첫 번째)가 설음식을 마련해 주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설음식을 마련해준 '평양시민' 김련희 씨는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고무, 찬양죄)으로 대구지방법원에 기소된 상태에 있지만, 남녘에서 10번째로 맞는 새해라며 한해한해 고향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려온 안타까운 세월이었다고 말하면서, 새해 2021년에는 정말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며 고향에 계시는 연로하신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 딸에게 상봉하는 그날까지 부디 건강해 주시기를 눈물 속에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양심수후원회 회원들도 이제 송환을 희망하시는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은 문일승, 최일헌, 박종린, 김영식, 박희성, 이광근, 이두화, 박정덕, 박수분, 양원진, 양희철, 김교영 선생님 등 열두 분만이 남아있다며,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과 평양시민 김련희 씨가 하루빨리 북으로의 송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 번 새해 축원의 잔을 들었습니다.

이에 앞서 이날 아침, 미주 양심수후원회 장민호 선생이 “감옥에 있을 때 선생님들께 새해인사로 항상 큰절을 드렸다”면서 부인 김은경 선생과 함께 비대면 영상화면을 통하여 낙성대 ‘만남의 집’ 한분 한분의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께 정중한 새해인사를 올리면서 부디 건강과 안녕을 바라며, 꼭 송환되시기를 기원했습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달 31일 통일부장관 명의로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 추진위원회’에 보내온 답변서를 통해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인 점을 깊이 이해하여 주시기 바라며, 향후 상황이 완화되는 대로 (통일부장관) 면담 추진을 검토할 것을 말씀드립니다”라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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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코로나’ 막으려면…“덜 쓰고 덜 먹는 삶으로 되돌아가야 해요”

등록 :2021-01-02 09:02수정 :2021-01-02 10:27 

 
[토요판] 커버스토리
‘평화일꾼’ 새 출발 강우일 주교

4·3 피해 실태 안 뒤 화해 앞장
강정 군사기지와 4대강 반대 등
생명평화운동 선두에서 이끌어
46간의 사제생활 최근 은퇴
“평화 도움되면 무엇이든 기꺼이”

“환경 파괴로 인류가 코로나 초래
방역·경제보다 삶 양식 바꿔야
지구 생태 파괴 멈추게 하려면
각자가 적게 쓰고 덜 먹어야”
“평화를 증진시키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기쁘게 할 생각입니다.” 성탄절 전날인 지난달 24일 오후 제주시 오등동 현해관(은퇴 사제 숙소)에서 강우일 주교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강 주교는 지난 11월 제주교구장에서 은퇴했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평화를 증진시키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기쁘게 할 생각입니다.” 성탄절 전날인 지난달 24일 오후 제주시 오등동 현해관(은퇴 사제 숙소)에서 강우일 주교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강 주교는 지난 11월 제주교구장에서 은퇴했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 대학 입시를 한 달 앞두고 느닷없이 ‘뜻있는 인생’에 대한 갈망이 가슴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용솟음쳤다. 결국 평범한 세상살이를 접고 사제의 길을 택했다. 로마로 유학 가서 신학을 공부할수록 머리통만 커지고 가슴은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예비 사제는 귀국을 1년 미루고 예수의 삶을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가난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 생활했다. 신부가 된 그는 가난하고 약한 이들 곁에 있고 싶었지만, 한국 천주교 수장은 그를 오랫동안 자신의 곁에 붙들어뒀다. 묵묵히 보좌만 하던 사제가 가슴속 온기를 본격적으로 끄집어낸 것은 2002년 제주교구장이 된 뒤였다. 강우일 주교는 지난 18년 동안 4·3 피해자 보듬기,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4대강 대운하 반대 등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이었다. 지난 11월 제주교구장을 정년퇴임한 강 주교를 성탄절 전날인 지난달 24일 오후 제주시 오등동의 현해관(은퇴 사제 숙소)에서 만났다.
‘으뜸되는 가르침’(종교의 본래 뜻)을 받들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웃에 대한 사랑, 생명 존중 및 평화를 위한 행보를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단호하게 실천해온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혼탁함,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우울을 떨쳐낼 수 있는 따뜻한 연대와 희망도 찾고 싶었다.강우일(76·이하 호칭 생략) 주교는 2002년부터 지난해 11월 퇴임할 때까지 18년 동안 천주교 제주교구를 이끌어왔다. 제주교구는 한국의 16개 교구 중 규모가 가장 작다. 그러나 작은 동네의 사제가 내는 목소리는 섬 속에 갇히지 않았다. 바다 건너 반도 전체에 울려퍼졌으며, 가톨릭 울타리를 넘어 사회 구석구석까지 울림을 줬다. 그가 내놓은 사랑과 평화의 말은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해치는 자들에게는 죽비였지만, 힘없고 약한 이들에게는 위로와 격려였다. 그는 몇 년 전 한 시사주간지가 한 조사에서 한국 가톨릭 인물 중 만나보고픈 사람 1위(작고한 인물 제외)를 차지하기도 했다.
통진당 해산 비판하고 예멘 난민 보듬어
―퇴임 뒤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정해진 출근을 우선 안 하니까 아주 자유롭고요, 찾아오시는 분을 만나거나 부탁받은 원고를 쓰는 등 책상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주로 많습니다. 운동 부족이 안 되도록 가끔 테니스도 치고, 한 주에 한 번씩은 세 시간 정도 숲길을 꼭 걷습니다.”―아직 맡고 있는 직책도 있지요?“한베평화재단 이사장하고, 곧 내려놓을 겁니다만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평화일꾼이 되겠다”고 하시더니 둘 다 평화와 관련된 일이군요.“네. 평화를 증진시키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기쁘게 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베평화재단도 그렇지만, 강정마을의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는 국민들에게 평화는 절대로 무력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 연대를 통해서 달성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죠.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완공이 됐지만, 오히려 기지가 거기에 있기 때문에 평화 교육의 시발점이 될 수 있거든요.”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전쟁에 대한 사죄와 성찰을 통해 평화로 나아가고자 창립(2016년 9월)된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베트남전 종전 42주년인 2017년 4월 제주에 베트남 피에타 동상을 세우기도 했다.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있는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는 문정현 신부가 받은 민주화운동 배상금을 종잣돈으로 해서 각계 시민들이 낸 20억원의 후원금으로 2015년 9월 문을 열었다.
“제주에 와서 4·3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게 됐어요.” 지난해 11월17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에서 은퇴한 강우일 주교가 지난달 24일 오후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제주교구 사제관(현해관) 뜰의 동백나무 앞에서 평화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제주에 와서 4·3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게 됐어요.” 지난해 11월17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에서 은퇴한 강우일 주교가 지난달 24일 오후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제주교구 사제관(현해관) 뜰의 동백나무 앞에서 평화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퇴임 미사 때 교우들이 ‘화해와 평화의 목자’라고 표현했던데, 딱 맞는 거 같아요.
“글쎄요, 제가 제주에 와서 우리나라 현실에 대한 이해와 사고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사실 전혀 연고가 없는 제주에 가리라고는 상상을 못 해서 18년 전 처음 발령 때는 굉장히 황당하기도 했고, 어떻게 될 건지 걱정하기도 했죠. 그러나 아름다운 제주에 막상 도착해서는 아주 행복했어요. 사제가 된 뒤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 명동에서 보내면서 최루탄 가스를 많이 마시는 등 그동안 소용돌이와 소란 속에서 고생했거든요. 그래서 하느님이 이제 공기 좋은 데서 좀 살아보라고 포상을 주시는가 보다고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주도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의 여러 양상을 보니까 다들 과거에 입은 상처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더라고요. 그 원인인 제주 4·3에 대해서 차츰 알게 됐죠. 전체 인구의 1%밖에 안 되는 제주 사람들이 나머지 99%로부터 너무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우리가 이분들께 엄청난 빚을 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렀던 거죠. 지난 18년간 겉으로는 아름답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있었지만, 마음은 사실 편하질 않았어요.”―제주에 내려와서 사목 방향도 바뀐 건가요?“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저이지만, 현대사의 궤적이랄까 맥을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게 됐죠. 그전에는 단락별로 이해했다면 제주에 와서 현대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그 흐름 속에서 어떤 부정적인 면, 아니면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4·3에 대해서는 제주에 와서야 깊이 알게 됐다고요?“2003년에 정부의 ‘4·3 진상보고서’가 나왔는데, 그 보고서를 보면서 이게 엄청난 일이었구나라는 걸 알게 되고 관련된 여러 자료를 자꾸 들여다보게 됐죠.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구 사제들 중에서도 관계가 안 된 집안이 없더라고요. 그 정도로 아픔과 상처가 컸는데 이상하게도 50~60대까지만 해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4·3을 잘 모르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4·3을 겪은 1세대들이 자기 가족이나 자손들에게 말을 안 했더라고요. 너무나 끔찍하고 두려우니까 그걸 다시 말로 표현을 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한마디 했다가 붙잡혀가서 뭔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던 거였어요.”제주 4·3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사람만 해도 1만4천명이 넘는다. 강우일은 2008년 제주 4·3 60주년 추모미사를 집전했다. 4·3에 대한 시민적 화해와 사회적 성찰의 시발이었다. 그는 또, 강정마을 군사기지 건설에 줄기차게 반대하는 등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는 일에 앞장섰다. ‘평화 기도문’(2007년)과 성탄절 ‘평화 메시지’(2008년), ‘평화 호소문’(2009년) 등을 통해 군사기지 건설에 대한 단순한 반대를 넘어 뭇 생명들의 공존과 상생이라는 생명평화운동으로 승화시켰다. 4대강 대운하 사업 반대, 원전 재검토 촉구 등도 같은 맥락이었다.대다수가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사제는 자유와 사랑의 이름으로 발화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2014년)을 두고서는 “불관용과 억압, 단죄와 처단의 광풍이 휘몰아치는 어둠의 시대를 통탄한다”고 비판했으며, 제주로 온 예멘 난민 논란(2018년)에 대해서도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배척과 외면은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거부하는 범죄이고,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더더욱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강우일 주교는 제주교구장 시절 생명과 평화를 살리는 생명평화운동을 이끌었다. 4대강 대운하 반대는 그 일환이었다. 2010년 6월 경기 양평군 양수리성당에서 4대강 중단 촉구 미사를 마친 강우일 주교(오른쪽 셋째)와 최덕기 주교(오른쪽 넷째) 등 사제와 신도들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천주교 생명미사 기도처까지 순례하고 있다. 양평/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강우일 주교는 제주교구장 시절 생명과 평화를 살리는 생명평화운동을 이끌었다. 4대강 대운하 반대는 그 일환이었다. 2010년 6월 경기 양평군 양수리성당에서 4대강 중단 촉구 미사를 마친 강우일 주교(오른쪽 셋째)와 최덕기 주교(오른쪽 넷째) 등 사제와 신도들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천주교 생명미사 기도처까지 순례하고 있다. 양평/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푸코 따르려 독일 석면공장 등 생활
―제주로 오기 전 서울에 있을 때는 공개적인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요.“그때도 마음속으로는 느끼는 것이 많이 있었죠. 그러나 70~80년대는 끊임없이 소용돌이와 소란 속에서 살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지친 면도 있었고, 그때 김수환 추기경님을 모시는 처지였기에 제가 나서는 것이 맞지 않았죠. 추기경님이 해야 할 말씀을 다 하셨기도 했고요.”강우일은 1974년 12월 사제 서품을 받고 서울 중림동성당 보좌신부로 잠깐 일한 뒤 곧바로 명동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비서, 서울대교구 교육국장·홍보국장 등으로 김 추기경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보좌했다. 1985년 8월 난곡성당 주임신부로 나갔지만, 김 추기경은 그해 말 또다시 강우일을 불러들였다. 그후 2002년 제주교구장이 될 때까지 그는 명동성당에서 일했다.―4대강 등 주요 사안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주교회의 결의로 반대했는데요.“저희가 입장 표명을 할 때에는 최소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결론을 내리기 전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을 초대해서 강의와 질의응답 등 토론을 충분히 한 뒤에 합의하거나 결론을 내죠. 감성적으로 발언을 해서는 안 되잖아요. 그런데 제가 처음 주교가 됐을 때만 해도 선배 주교님들 중에는 교회가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발언하는 것을 거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셨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아주 서늘해지곤 했는데, 세대교체가 되면서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씩 깊어졌어요.”―거리의 사제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아픔과 갈등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신부들은 많이 계시지만, 고위 성직자로서 사회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줄곧 내온 분은 강 주교님이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제가 주교회의 부의장과 의장(2008~2014년)을 상당 기간 하다 보니까 자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주교단이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하니까, 주요 사안에 대해서 묵묵부답으로 가만히 있는다는 것도 참 고통스러운 일이거든요. 물론 주교 등 성직자들이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대해서 왜 발언을 하느냐며 비판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그런 발언은 천주교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0~64년) 정신에 따른 당연한 활동이에요. 바티칸공의회의 결론은 교회가 사회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거든요. 김 추기경님이나 저나 모두 세계 교회의 그런 흐름 속에 있는 거죠.”―‘빨갱이 사제’라는 등 터무니없는 공격도 많이 받을 때는 힘들지 않았어요?“우리 신부들도 선거 때 등 부모님들하고 정치문제나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집에서 나누면 의견이 달라서 애를 많이 먹지요. 저도 그런 셈 쳤죠. 일일이 대응하기도 힘들고, 그런 비판은 저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 범위 바깥의 일이기도 하니까 그냥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가야죠.”
“고기를 적게 먹는 본래의 인간다운 식사로 사람들이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24일 제주교구 은퇴 사제관인 현해관에서 인터뷰하던 중 강우일 주교가 코로나19로 불거진 지구생태계 회복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고기를 적게 먹는 본래의 인간다운 식사로 사람들이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24일 제주교구 은퇴 사제관인 현해관에서 인터뷰하던 중 강우일 주교가 코로나19로 불거진 지구생태계 회복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그는 ‘가톨릭교회는 왜 사회문제에 관여하는가?’라는 글(2012년, 제주교구 사회교리학교 강의)에서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인간의 품위와 존엄이 잘 지켜지도록 하는 모든 일에 교회는 무관심할 수 없다”며 “교회는 세상의 정치·경제·사회 모든 문제와 관련하여 정의가 실현되는지 끊임없이 살피고 호소하고 경고하는 예언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발언의 근거로 바티칸공의회가 정한 사회교리를 들고 있지만, 그의 본성 깊숙한 곳에는 오래전부터 약자에 대한 사랑이 터잡았다. ‘예수의 작은 형제회’ 경험은 이런 면을 보여준다. ‘예수의 작은 형제회’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나사렛 예수의 삶을 살았던 샤를 드 푸코(1858~1916년) 신부를 따르는 국제 수도단체이다.강우일이 1973년 로마에 있는 우르바노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을 때였다. 원래는 바로 귀국해야 했지만, 그는 한국 천주교의 수장인 김수환 추기경한테 1년 휴가를 청했다. “바로 사제 서품을 받으면 제가 머리통만 커져 있고 가슴은 싸늘하게 식어 있는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 가슴에 온기를 좀 불어넣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1년 동안 그는 ‘예수의 작은 형제회’ 사람들이랑 독일의 공장, 스페인 빈민가, 북아프리카 오지 등에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다.―원하던 온기를 얻었는지요?“그렇게 대단한 건 없었는데, 처음에 간 곳이 독일이었어요. 하이델베르크하고 만하임 사이에 있는 라덴부르크라고 하는 조그만 시골 동네였는데, 거기에 석면을 만드는 큰 공장에 들어갔어요. 그때는 석면이 얼마나 위험한 줄을 모르고 돈을 많이 준다니까 갔죠.(웃음) 거기 노동자가 주로 터키와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였어요. 동양 사람은 저 혼자밖에 없었죠. 4개월밖에 안 있었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어떻게 차별당하면서 일하는지를 그때 경험했어요. 떠날 때는 정말 이를 갈면서 ‘내가 이 독일에 다시 오나 봐라’고 생각했죠.(웃음) 어쨌든 사회에서 혜택을 받지 못해 밀리고 쫓겨나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그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꽃피우진 못했어요.”제주교구장 고위 성직 지냈지만
지난 18년 마음은 편하지 않아
상처받고 약한 이와 늘 함께 해
“더 다가가지 못해 죄송합니다”로마 신학대 마치고 1년 휴가 내
‘예수의 작은 형제회’와 민중 속 삶
귀국 뒤 김수환 추기경 오래 보좌
“교회는 예수 삶을 늘 돌아봐야”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운데)가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오른쪽 둘째) 등과 함께 2017년 7월31일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첫날 행진을 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운데)가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오른쪽 둘째) 등과 함께 2017년 7월31일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첫날 행진을 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대입 직전에 터진 ‘의미 있는 삶’ 고뇌
강우일은 1945년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2남3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4·19혁명(중3) 때 ‘집에 가서 가만히 있으라’는 학교 지침에 따라 일찍 귀가하면 오히려 종로에 나가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행진을 바라보면서 벅찬 기분에 젖기도 했지만, 또래에 비해 중·고교 시절이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의 인생 행로가 정해진 것은 서울 경기고를 졸업한 뒤 1964년 일본으로 건너간 후였다. 앞서 일본으로 갔던 아버지 강영욱(2012년 작고)이 그를 도쿄로 불렀다. 강영욱은 경북 포항 근처의 강구에서 냉동수산업을 하다가 사라호 태풍(1959년)으로 시설을 잃은데다가 야당 정치인 출신의 장인 때문에 5·16 군사쿠데타 이후 대출 금지 등 정치적 탄압을 받자, 유학 때 살았던 일본으로 사업처를 옮겼다.―처음에는 조치대학 철학과에 입학했죠?“원래 신학과에 가려고 했는데 일본은 철학과를 졸업해야만 신학과에 진학하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래서 철학과 4년과 대학원 2년을 마친 뒤에 조치대학 신학과에 들어갔어요.”―당시 이른바 명문고였던 경기고를 졸업했기에 선택지가 많았을 텐데 왜 사제의 길을 택했어요?“일본에 가서도 일반 대학에 들어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입학시험이 가까워오면서 뭔가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라는 생각이 아주 물밀듯이 솟구쳤어요. 그러면서 ‘세상에 와서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인데 그냥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 구해서 사는 그런 뻔한 길을 가기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인생을 살다가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갑자기 많이 하게 된 거죠. 그런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들었어요.”―그런 생각이 저절로 나왔다고요?“저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데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한 번도 신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대학 입시 한 달을 앞두고, 사회적인 성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그런 충동이 갑자기 일어나더라고요. 저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서 그때 다니던 성당의 신부님에게 상의를 드렸죠. 아버지가 신앙심이 깊으셔서 매일 아침 새벽미사에 가면서 저를 데리고 다니셨거든요. 신부님이 조치대 신학대 학장이셨던 게페르트 신부님을 소개해주셔서 그분과 상의하고 이 길을 걷게 됐죠. 조치대학 신학과에 들어가자, 거기서 로마로 가라고 해서 옮겼고요.”―로마 생활은 어땠어요?“서양 사람들은 믿음을 자꾸 논리체계로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런 신학이 저한테는 지루하게 느껴졌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신학을 배울수록 자꾸 머리통만 커지는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공부하라고 수업을 비워둔 매주 목요일에 저는 ‘예수의 작은 자매회’ 본부에 가서 기도하고 수녀원 짓는 일을 도와주는 노력봉사를 했어요. 그게 로마 신학교 생활 중에 정신적으로 저 자신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습니다. 거기에서 샤를 드 푸코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됐죠.”
강우일 주교가 2013년 9월30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해군기지 건설 공사장 앞에서 열린 ‘제주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출범 2주년 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강우일 주교가 2013년 9월30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해군기지 건설 공사장 앞에서 열린 ‘제주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출범 2주년 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그런 면에서 보면, 난곡성당의 주임신부가 주교님이 본래 추구했던 사제의 모습에 가장 가까웠던 시간이 아닐까 싶은데요.“네. 정말 좋았습니다. 난곡은 서울에서 제일 가난한 지역이었지만, 거기 교우들하고 정말 가깝게 느꼈어요. 산동네를 오르내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드리고 싶었죠. 기쁘게 지냈는데 갑자기 6개월 만에 다시 연락이 와서 그렇게 됐습니다.(웃음)”―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낮은 데로 임하는 실천성 등의 성향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지향과 잘 맞는데, 사제단에 가입은 안 하셨죠?“정의구현사제단은 1974년 9월에 발족했고, 저는 그해 12월에 신부가 됐어요. 제가 신부가 된 지 얼마 안 돼 추기경 보좌신부를 맡은데다가 제 성격상 나서서 뭘 하는 게 맞지 않아서 사제단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동일방직 사건 등을 겪으면서 기도회에 참석하는 등 마음으로는 늘 함께했어요. 1978년에 민주노조를 하다가 회사 쪽에 의해서 똥물을 뒤집어쓰는 등의 탄압을 당한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일부가 명동성당에 들어와서 농성을 시작했어요. 추기경 비서로서 제가 왔다 갔다 하면서 뒷바라지를 했는데, 힘없는 사람들을 정부가 마구 대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가냘픈 여성 노동자들이 온몸으로 울부짖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교회가 힘이 되어주지 않으면 누가 도울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강우일은 김수환 추기경의 뒤를 이어 한국 천주교 최고 지도자가 될 1순위 후보로 늘 거론됐다. 그러나 1998년 서울대교구장 자리에 이어 2006년과 2014년 후임 추기경 임명 때마다 번번이 로마 교황청의 낙점을 받지 못했다.―서울대교구장이나 추기경이 안 됐을 때 실망하지 않았나요?“세간에 그런저런 기대나 얘기들이 있었지만, 저는 그냥 하느님의 뜻이거니 하고 받아들였어요.”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2014년 7월29일 제주시 노형동의 한 공원에서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합류하기에 앞서 ‘팔레스타인 학살을 멈춰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2014년 7월29일 제주시 노형동의 한 공원에서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합류하기에 앞서 ‘팔레스타인 학살을 멈춰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식 위주는 인간다운 식사 아냐”
강우일은 제주교구장 시절 주교회의 참석 등을 위해 서울에 오면 항상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몸에 밴 검소한 생활 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 시민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하면서 그들의 희로애락을 느끼고자 하는 마음에서다.―2020년은 코로나 등으로 인해 유난히 힘든 한 해였어요. 사람들이 다 지쳐가고 있어요.“올해의 어려움은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서로 보듬고 연대하면서 이겨냈으면 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간이 얼마나 인간에게 소중한가,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야 인간으로서 스스로도 채워가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됐잖아요. 그러나 저는 이 코로나 사태를 단순히 방역이나 경제 이런 차원에서만 바라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를 잠시 출몰했다가 사라지고 마는 일시적인 바이러스의 하나로 생각해서는 안 되고,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오고 있고 살고 있는 이 현대 문명의 시스템 전체를 향한 하늘의 질타와 깨우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백신으로 코로나19가 잡힌다 하더라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팬데믹을 다시 일으키는 현상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죠. 현대 문명 시스템이라면, 우리들 삶의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뜻인가요?“주교회의에서 생태환경위원회 책임을 지면서 저도 생태문제에 많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게 됐는데, 지금 지구가 마지막 위기 단계에 와 있어요.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로 그것을 체험하고 있잖아요. 우리 삶의 양태를 바꾸지 않으면, 그래서 근원적인 전환을 하지 않으면 지구가 엄청나게 망가져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요. 끊임없이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게 하는 현대의 물질주의와 소비주의가 이런 위기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죠. 온난화가 진전되면서 밀림과 툰드라 지대의 얼음 속에서 잠잠히 있던 바이러스들이 바깥으로 끌려나올 수밖에 없게 됐죠. 그런 환경을 우리 인간들이 만들었잖아요. 탄소 배출을 중립으로 만드는 정도로는 지구 생태계 파괴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고 봅니다. 근원적으로는,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쓰고 더 큰 집에 살고 더 큰 자동차를 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제어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짊어지면서, 우리 모두가 좀 덜 쓰고 덜 먹는 식으로 현대 문명의 패턴을 바꿔야 합니다. 먹는 것부터 본래의 인간다운 식사로 되돌아가야 해요.”―인간다운 식사라면요?“우리가 어릴 적에는 고기는 일 년에 제사나 생일 또는 큰 축일 때나 맛볼 수 있었을 뿐이에요. 근데 지금은 공장식 축산업이 되면서 회사에서 회식을 해도 다들 고기로 배를 채우고 있어요. 이건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됩니다. 지금도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죄 없는 닭과 오리가 집단 도살을 또 당하는데, 인간이 자신들의 욕망을 지키기 위해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잖아요.”―이미 기름진 음식에 길들여진 욕망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요?“결국 각자가 의식적으로 삶의 태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봐요. 요새 비건 등 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표징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습관을 바꾸어가는 분들이 있으니까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먹거리 생활 패턴을 바꾸는 운동을 우리가 펼쳐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주교님의 식단은 어떤지요?“저는 되도록 육식은 최소한으로 하고 있어요. 어쩔 수 없이 나오면 먹는데, 대부분은 채식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몸부림치면서 살았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지 못해 하느님께 죄송합니다.” 강우일 주교가 성탄 전날인 24일 오후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던 중 사제로 살아온 삶을 회고하다 생각에 잠겨 있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나름대로는 몸부림치면서 살았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지 못해 하느님께 죄송합니다.” 강우일 주교가 성탄 전날인 24일 오후 <한겨레>와 인터뷰하던 중 사제로 살아온 삶을 회고하다 생각에 잠겨 있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성소수자 차별이나 단죄 안 돼”
강우일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회에 대한 성찰과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개신교나 가톨릭 할 것 없이 한국 교회들이 건물 신축 등 외양 가꾸기 경쟁을 하는 것 같아요.“교회가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세상을 바꿔야 하는데, 오히려 세상의 영향을 받아서 세속화되는 그런 과정을 로마시대부터 계속 반복해왔습니다. 지금도 교회가 세속화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세상의 물결에 완전히 떠내려가지 않도록, 결국은 성직자들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초대교회를 이끌던 분들 즉, 예수님과 그 제자들이 사셨던 삶을 성찰하고, 본래의 이상으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을 반복해야 합니다.”―개신교 일각에서는 성소수자에게 축복을 준 목사를 징계하는 등 성소수자 차별을 여전히 하고 있어요.“혼인과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 시노드(가톨릭교회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모여 토론하고 결정하는 회의, 2014년)에서 제일 강조됐던 것은 혼인과 가정이 갖는 고유한 역할은 포기할 수 없지만,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성정체성에 관한 본성적인 성향을 존중해주어야지 그를 이유로 차별하거나 단죄하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낮은 자리에서 약한 이들과 늘 같이 있고 싶어했던 강우일은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서울 한복판에서 긴 시간 머물렀으며, 교구장이라는 높은 자리에도 오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4·3 유족과 강정마을 주민, 세월호 유가족 등 “하소연할 데도 없이 내몰린 힘없는 사람들과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 높았으되 낮고자 했던 사제의 인터뷰 마무리는 자기 성찰이었다.“저 나름대로는 몸부림치면서 살았지만, 정말 가난한 분들에게 좀 더 피부로 다가갔어야 했는데 그런 면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하느님 대전에 가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사죄해야 할 것 같습니다.”
 phillkim@hani.co.kr, 녹취 홍혜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976936.html?_fr=mt1#csidx3a1f65ba6b86d23bb9b6564b6fe43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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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살려주세요" 새해벽두 해고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의 눈물

LG그룹, 용역업체 변경 통해 청소노동자 80여 명 집단해고 단행

새해벽두. 이제는 해고자가 된 LG트윈타워 9년차 청소노동자 전갑순 씨는 자신이 일하던 건물 앞에서 하염없이 울며 위와 같은 말을 목 놓아 외쳤다.

 

지난 31일 LG그룹이 용역업체 변경을 통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 명 집단해고를 단행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새해 첫날부터 이를 철회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1일 LG트윈타워 로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선언문을 통해 “끝끝내 LG가 우리를 일터에서 쫓아냈다”며 “이 겨울에 여기서 쫓겨나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대한 빌딩(LG트윈타워) 앞에 선 우리 청소노동자들이 보잘 것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끝끝내 고용승계를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1일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이 건물 밖을 향해 고용승계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 1일 LG트윈타워 앞에서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는 청소노동자 전갑순 씨. ⓒ프레시안(최용락)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의 100% 출자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페레이션(에스앤아이)과 LG트윈타워 청소 용역 계약을 맺은 지수아이앤씨(지수)에 고용되어 있다. 지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모인 구미정 씨와 구훤미 씨가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회사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 명 전원은 작년 11월 30일 지수로부터 '12월 30일로 근로계약이 만료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에스앤아이와 지수의 청소용역 계약이 종료된다는 이유에서다. 두 회사는 근 10년간 청소용역계약을 맺어왔다.

 

에스앤아이는 '고객사(LG트윈타워에 입주한 LG 계열사를 뜻함)의 불만족'이 계약만료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소노동자들은 두 회사의 갑작스러운 계약종료의 배경에 지난해 3월 노동조합 결성이 있다고 본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따르면, 노동조합 결성 전 LG트윈타워에는 근무시간 꺾기, 관리자 갑질 등이 있었다. 이와 같은 일은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뒤에야 멈췄다.


 

기자회견에서 전 씨는 "관리자가 갑질을 너무 하고 수당을 갈취하고 그래서 억울해서 사람답게 살고 싶어 노조에 들었는데 그 이유로 우리를 다 내쫓으려 한다"며 "이 엄동설한에 내쫓으면 우리는 어디 가서 살란 말인가. 제발 살려달라"고 말했다.


 

임기 시작 첫 일정으로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또다시 집단해고를 당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말만 되면,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만 되면 불안에 떨고 회사에 찍힐까 두려워 노조에도 가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2021년 새해에는 더 이상 이런 세상에 살지 말자"며 "그러기 위해 이곳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고 응원하고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LG그룹을 상대로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LG그룹에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지난달 16일부터 17일째 농성하고 있다.


 

LG그룹 측은 이날 농성장 점심식사 반입을 막았다. 오후 3시부터는 전기도 끊었다. 현재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영하의 날씨 속에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LG트윈타워분회는 입장문에서 "LG가 가장 치졸한 방식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짓밟아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며 "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반드시 고용승계를 이뤄낼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10111253846208#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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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부대 반기는 이명박·박근혜 사면, 이낙연은 왜?

[이슈] 언론 인터뷰에서 "적절 시기에 대통령께 건의" 발언... 민주당 내부서도 반발

21.01.01 20:44l최종 업데이트 21.01.01 20:44l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0년 지방정부 우수정책-지방의회 우수조례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진은 2020년 12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0년 지방정부 우수정책-지방의회 우수조례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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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부터 여의도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재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연합뉴스> <뉴시스> 인터뷰에서 '통합의 정치' 방안으로 사면 이야기를 꺼냈다. 다만 "(시기를) 미리 말할 수는 없고, 법률적 상태나 시기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 한다(뉴시스 인터뷰 중에서)"라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법률적 상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농단 판결이 확정돼야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뇌물죄,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오는 14일 재상고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지난해 7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20년,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명박씨는 지난 10월 29일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8000여만 원 판결이 확정됐다. 

민주당 내 논의 없어... 우상호·정청래 공개 반대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직 미결수라는 점에서, 또 여당 대표가 먼저 사면을 꺼내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1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낙연 대표가) 갑자기 이런 말씀을 왜 하시는지 모르겠다"며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의 재직 시절 범죄로 고통받았던 수많은 국민이 있다. 불의한 것은 불의한 것"이라며 "이 대표께서는 입장을 철회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게다가 민주당 안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상황도 아니다. 당장 공개 반대도 나왔다. 

2016년 원내대표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주도한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시기적으로도, 내용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두 사람의 분명한 반성도 사과도 아직 없고, 박근혜의 경우 사법적 심판도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의원은 "아직도 적폐청산 작업을 할 때이고, 촛불 국민들은 (두 사람을) 용서할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며 "나는 반대일세"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사전에)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며 "이제는 통합의 정치로 가야 한다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것 아니겠냐. 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다만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복권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통합의 정치를 얘기해야 하는데, 야당 쪽에서 너무 억지 부리니까 비상수단을 쓴 것 같다"며 "적절하냐 아니냐로 논란이 많을 것"이라고 봤다.

한 민주당 의원도 "이 대표가 무슨 공론 과정을 거쳐 만든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며 "신년 메시지로 적절했나 싶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시기 등을 특정하지 않은 채) 아주 원론적인 얘기로 말할 수는 있다. 정치인으로서 주장할 수는 있다"면서도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대표 임기가 석 달 남은 상황"이라며 "당의 공론을 모아서 대통령에게 공식 요청하는 것이 석 달 안에 가능할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의원 역시 이낙연 대표의 사면 건의를 "자기 정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권후보 이낙연은 그럴 수 있어도, 이건 우리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당 대표 혼자 (대통령에게) 건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야당이 먼저 사면 얘기를 꺼내고 이 대표가 거드는 식이면 몰라도, 제가 볼 때는 (이 대표한테) 손해"라고 말했다.

'이낙연 스타일'? 친박계는 환영, 김종인·안철수는
 
 2007년 8월 6일 오후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자선출을 위한 경남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가 나란히 앉아서 다른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는 모습.
▲  2007년 8월 6일 오후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자선출을 위한 경남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가 나란히 앉아서 다른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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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 쪽 관계자는 "저희하고도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이 대표가 사면 문제를 두고) 고민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 대통령도 조건을 분명히 표현하지 않았을 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쭉 언급해왔다"며 "단기적으론 분명 (이 대표에게) 마이너스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내부) 소통과정이 부족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이 대표 본인의 철학과 가치에 기반해 얘기한 것 같다"고 봤다.

보수야권의 반응 또한 미묘하게 갈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현충원 참배 후 취재진의 질문에 "(이낙연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지난번에 만났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전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낙연 대표의 건의를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불법 탄핵의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즉시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핵심이었으나 탄핵에 찬성했던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대한민국이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도 전직 대통령 문제는 이제 정리돼야 한다"며 "여당 대표의 오늘 발언이 진심이길 바라고, 문 대통령의 조속한 사면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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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의 수북통신] 백죄 그러지들 맙시다!

공선옥 소설가
발행 2021-01-01 15:50:21
수정 2021-01-01 15: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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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는 딸과 함께 읍내에 딱 하나 뿐인 터미널 건너편 피자집에 피자를 시키러 들어갔다. 휴일이었다. 손님은 두 사람. 외국인이다. 한나가 살고 있는 담양에서도 외국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면소재지 근방 농공단지를 지나다 보면 일하는 사람들이 거개가 외국인이다. 언제가 공장 앞을 지나다가 도저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어디서 왔느냐 물으니, 다양한 나라에서 왔다. 태국, 네팔, 스리랑카.... 광주 시내에 나가면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 자본이 국제화된 지는 오래, 이제 노동도 그렇다. 피자를 기다리면서 손님에게 어디서 오셨느냐 물으니 필리핀이라고 한다. 필리핀 뤼손섬에서 왔다고. 그러시냐고, 오늘은 휴일이냐고까지만 묻고 미소 한번 보내는 것으로 그들과의 대화는 끝났다. 문제는 피자집을 나오면서다. 딸이 한나에게, 왜 외국인들에게 말을 시키느냐고, 휴일의 평온한 일상을 왜 엄마가 방해하느냐고, 항의 아닌 항의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나가 외국인들에게 말을 건 이유를 굳이 변명하자면, 먼 곳에서 온 사람에게 말 한마디라도 건네면 서로 ‘따순 맘’이 들기도 하던 경험이 있어서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 어디서 오셨느냐고 말을 건네오면 어디서 왔다고 하고, 그러시냐고, 미소 한번 교환하는 그 아무렇지 않으면서도 뭔가 따스한 느낌이 나던 순간이 한나에게도 있었다. 그러니까 그들의 일상을 방해할려는 마음같은 것은 추호도 없이 나온 행동이었다는 것.

공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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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소설가
ⓒ사진 = 공선옥 작가

한나의 옛마을에서는 낯선 이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때는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아이들은 먼 데서 누가 오면 일단 숨고 봤다. 돌담장 같은 데 납작 숨어서 돌 틈 사이로 보는 것이다. 어른들은 일단 말부터 건다. 어디서 오셨소오, 그 다음에는 밥은 자셨소, 괜찮다 하면, 줄 것은 없고 물이라도 드실라요? 그러다보면 실제 도둑놈이라도 마음 고쳐먹고 돌아나가게 생겼다. 옛날에는 동네에 ‘동냥치’가 많이 왔다. 한나네 마을에서는 다 그렇게 불렀으니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다. 동냥치들은 주로 밥때를 맞추어 왔다. 그러면 엄마들은(엄마들은 다 그랬다) 식구들 먹는 밥상에 숟가락만 하나 더 놓았다. 동냥치라고 따로 주는 법이 없었다. 정부에서는 내 집에 오신 손님 간첩인가 다시보라고, 했지만 엄마들은 내 집에 오신 손님은 내 손님이다, 정신만을 발휘했다. 탁발승도 왔다. 옛날 마을 근방의 스님들은 다들 그렇게 탁발을 해서 먹고 살았다. 상이군인도 왔다. 귀이개나 손톱깎기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사지 않으면 왠지 무서워서 팥이나 콩 한 홉정도 주고 그것을 샀다. 그들은 한 홉이나 한 되나 한 말이나 똑같이 받았다. 한 홉 준다고 뭐라 하지 않았고 한 말 준다고 거절하지 않았다. 자주 오거나, 가끔 오거나, 처음 왔거나, 먼 데서 온 사람은 무조건 다 손님이었고 손님은 무조건 대접해서 보내야 할 존재들이었다. 낯설다고 내쫓거나, 마을 사람이 아니라고 소외시키거나, 낯설다고 낯설어하기만 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을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사람 살 데가 아니었다. 나하고 다르다고, 먼 데 사람이라고, 형편이 안 좋다고, 좀 이상하다고, 내치는 데서는 누가 살 수 있단 말인가.

한나가 잠깐 독일 있을 때 집 앞에 ‘우리 상회’란 수퍼가 있었다. 독일말로 운저러 카우픈인가 뭔가였는데 한나는 굳이 우리상회라고 불렀다. 한국말로 그렇다고 알려주면서 참 정감가는 이름이라고 말을 붙이니 딱딱한 독일인 가게주인도 좋아라 한다. 그렇게 말을 트면서 지내다보니, 팔다 남은 양파, 감자 같은 것도 많이 얻어먹었다.

60년대에 한나네 아버지는 서울 왕십리에서 채소를 길러 답십리, 신당동 골목에서 리어커에 싣고 다니며 팔았다. 배추 사려어, 무 사려어. 아버지가 보내온 편지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낯설고 물선 서울이라는 대도시에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인정은 있더라. 배추를 들이는 집안에 들어가 차 대접을 받으며 보니 아이들 상장이 주르런해서 너희들 생각이 나는구나.

 

김장철이나 되었을까. 배추를 배달해주는 사람을 그냥 보내지 않고 차 대접이이라도 했던 것일까. 그때는 서울도 그런 인정이 있던 도시였던 모양이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지난 20일 포천 일동 지역 농장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의 산재사망 진실 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2.28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지난 20일 포천 일동 지역 농장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의 산재사망 진실 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2.28ⓒ김철수 기자

“남에 대한 상상력”

캄보디아에서 온 속헹이라는 서른 한 살 먹은 사람이 일하는 농장의 비닐하우스에서 숨졌다는 뉴스롤 보고 한나가 떠올린 말이다. 농장 주인은 먼 데서 돈 벌러 온 사람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는 한겨울에 집도 아닌 집, 집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집이 된 곳에서 먹고 자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돈을 쓰러온 것이 아니라 벌러온 가난한 사람은 추울 때 추위를 못 느끼고 아플 때 아픔을 못 느낀다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추울 때 추위를 느끼고 아플 때 아픔을 느끼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똑같은 사람을 집 아닌 집에서 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도 자기집 일해 주러 온 사람인데. 먼 데서 온 손님인데.

“백죄 사람이 그러면 쓰간디.”

한나네 옛마을 사람들이 항용 쓰는 말이었다. 백주대낮에 인두껍을 쓰고서 그러면 안 되는 범주에 속하는 일들이 백주대낮에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세상이다. 자식 잃은 엄마가 내 자식 같이 죽어나가는 사람 없는 법 만들어 달라고 절규한다. 태일이 엄마처럼 용균이 엄마가, 한빛이 아빠가 곡기마저 끊고 애원해도 세상은 냉랭하다. 용균이 엄마, 한빛이 아빠의 절규에 냉랭한 사람들은 나만큼 못 가졌어도, 나처럼 잘나지 못했어도, 나만큼 똑똑하지 않아도 똑같은 사람이고 사람은 누구나 추울 때 춥고 아플 때 아픔을 느낀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모양이다. 남에 대한 상상력은 딱 거기까지인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눈이 많이 온 날 세밑의 아침에, 한나는 추위보다도 “인간들의 남에 대한 상상력”의 빈곤에 치를 떠는 것이다.

새해엔 백죄 그러지들 맙시다!

공선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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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신년 축하공연과 국기게양식으로 새해맞이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1.01 08:29
  •  
  •  수정 2021.01.01 08:30
  •  
  •  댓글 0
 

북한은 12월 31일 밤 평양시 김일성광장에서 신년경축공연을 진행한데 이어 1일 0시를 기해 국기게양식을 엄수하는 것으로 2021년 새해의 아침을 열었다.

1월 1일 0시를 기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국기게양식이 열렸다. [캡쳐사진-노동신문]
1월 1일 0시를 기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국기게양식이 열렸다. [캡쳐사진-노동신문]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신년경축공연. [캡쳐사진-노동신문]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신년경축공연. [캡쳐사진-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은 1일 "송년의 12월 31일 밤 수도 평양에서는 신년경축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되었으며, "주체110(2021)년 1월 1일 김일성광장에서 국기게양식이 엄숙히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특색있는 조명과 화려한 무대장치로 황홀경을 이룬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신년경축공연은 "휘황한 내일에 대한 확신, 더욱 더 강해지는 우리의 힘에 대한 자신심이 넘쳐나는 공연"이었다고 전했다. 

또 "위대한 당중앙의 영도따라 이 땅우(위)에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이상사회를 반드시 일떠세우고야 말 우리 인민의 혁명적 신념과 의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신년경축공연이 끝나고 1일 0시 제야의 종소리가 울린 뒤 '김일성장군의 노래'와 '김정일장군의 노래'에 이어 노동자, 농민, 지식인을 대표한 평양의 모범적인 근로자들이 '애국가'에 맞춰 '공화국기'를 게양하는 국기게양식이 진행됐다.

국기게양식이 끝난 후 진행된 축포발사. [캡쳐사진-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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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재] 이진석 만평 (198)

  • 기자명 이진석 
  •  
  •  입력 2021.01.01 10:27
  •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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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억에 남은 사건사고 10개를 뽑으라면?

  • 기자명 편집국
  •  
  •  승인 2020.12.31 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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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선정한 2020년 10대 뉴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민플러스 독자들이 선정한 ‘2020년 10대 뉴스’를 공개합니다. 12월 2~20일 설문에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

 

1.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6월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조선)은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이유는 미 국무부의 사주 아래 박상학을 비롯한 탈북자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한미 워킹그룹이 만들어진 이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물론이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한 162개 합의 중 남측이 미국 눈치를 보며 단 한 가지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개월을 끌던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은 12월14일 국회를 통과해 대통령의 공포 절차까지 마친 상태다. ☞ (기사보기)

2. 모든 노동자를 위한 ‘전태일3법’ 10만 국민동의청원 달성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모든 노동자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전태일 3법’ 제정에 나선 민주노총. ‘근로기준법 11조’와 ‘노조법 2조’ 두 개의 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하나의 법을 제정하는 것을 ‘전태일 3법’이라 명명하고, 전태일 3법 제·개정을 위해 지난 8월 ‘국민동의청원’ 운동을 시작한 민주노총은 청원 기간이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노동자, 시민의 10만 동의를 무난히 달성했다. 민주노총을 시작으로 이후 공무원‧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학교 돌봄교실 법제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10만 국민동의청원 등이 연이어 이뤄졌다. 그러나 국회는 10만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를 여전히 외면하며 전태일 3법과는 반대되는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였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연내 통과가 불발된 것은 물론 국민동의 법안과는 다른 누더기 법안 논의에 여념이 없다. ☞(기사보기)

3.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열병식

10월10일 0시에 열린 열병식에서 최대 화제는 누가 뭐래도 연설과 눈물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습니다”, “한 명의 악성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우리 인민 모두가 건강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늘같고 바다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연설하며 눈물을 보였고 10만여 청중들도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 김일성광장이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조선로동당은 오는 1월 초순 제8차대회를 개최한다. ☞(기사보기)

4. 끝나도 끝나지 않은 미국대선, 미국 민주주의 민낯

11월3일 미국 대선 투표는 끝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전을 벌이는 바람에 2개월이 지나도록 당선인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월 6일 미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최종 당선인 확정을 앞두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선거부정 조사를 위한 ‘특별 검사’ 임명을 선언했다. 뿐만아니라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이었다”면서, “1월6일 워싱턴 DC에서 만나자”라고 지지자들에게 의원들의 의사당 출입을 막아달라고 종용했다. 실제 미 연방의회 의사당 앞은 매주 선거 무효 집회가 열리고 있으며, 1월6일에는 최대 규모의 집회가 예정돼 있다. ☞(기사보기)

5.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무효’ 판결

지난 9월3일, 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전교조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24일 ‘노조 아님’을 통보받은 지 2507일 만이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6만 명 조합원 중 0.015%에 해당하는 9명의 자격 없는 조합원이 있다는 이유로 나머지 99.985% 조합원의 단결권을 박탈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조 아님’이라는 행정처분을 한 행정청이 자신이 행한 처분의 효력을 ‘스스로 상실’시킬 수 있었음에도 고용노동부, 그리고 대통령은 직권 취소를 결단하지 못했고, “대법원판결을 기다려 보자”고 버텼다. 결국 7년에 가까운 싸움에서 전교조가 승리했다.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거래 대상 중 하나인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은 무효였다. 전교조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투쟁의 과정은 ‘민주주의 승리’의 역사로 오롯이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보기)

6. 국회의원 특권 폐지 ‘국민의 국회’ 운동

지난해 12월 “일 안 하고 놀고먹는 국회, 폭력과 막말로 얼룩진 국회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21대 국회를 국민이 통제하고, 국민의 명령을 따르는 국민의 국회를 건설하겠다”며 ‘국민의 국회 건설운동본부’를 발족한 민중당(현 진보당). 5개월간 5만 8527명의 국민 발안위원을 모아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법안’을 만들었다. 전국 곳곳에서 국민 발안위원들이 참여하는 사전 심의회의 열고, 심의회의 결과를 반영해 5월 최종 심의회의까지 열었다. “21대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는 국회가 되기 위해 가장 우선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이었으며, 다음으로 「면책‧불체포 특권 폐지」가 선정됐다. ☞(기사보기)

7. 코로나발 무급휴직, 정리해고... 직격탄 맞은 노동자

코로나19를 빌미로 해고, 폐업, 휴업, 구조조정 등 다수의 노동자들이 고통받았다. 항공산업, 돌봄노동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방과후강사, 학습지교사, 대리운전기사, 화물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두 말할 것도 없다. 30인 미만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도 고용불안과 임금감소를 겪었다. 노동자 뿐만 아니라 중소영세 자영업자들도 휴업과 폐업의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그들의 피해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취업자 수 감소 등 엄청난 고용 충격이 있었지만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 고용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일하는 사람 절반이 넘는 1392만 명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그러면서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기사보기)

8. 택배노동자 과로사, 한익스프레스 산재사망... 산재 공화국

4월 29일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산재로 38명의 건설노동자 산재사망과 10명의 중경상이 발생했고, ‘코로나의 숨은 영웅’이라는 수식어를 들었던 택배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택배물량 증가로 과로사가 이어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는 사이, 인천 남동공단 화장품 공장 화재, 포항 포스코 광양제철소 화재,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 화물노동자 산재사망 등 산재사고는 계속됐다. 산재사망 유가족들이 목숨을 건 단식에 나서며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간 협의로 제출된 중대재해법은 사업장 규모에 따른 유예적용,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경영책임자 면탈, 인과관계 추정의 삭제, 공무원 처벌 특례 등의 내용이 담겨 공분을 사고 있다. ☞(기사보기)

9. 미국, 코로나19 세계 최대 감염 확진자, 사망자도 30만 넘겨

세계 최고의 선진 문명국을 자랑하던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2천만 명을 훌쩍 넘겼고, 사망자도 35만 명에 달한다. 하루 확진자만도 20만 명이 넘고, 매일 4천여 명이 코로나19로 죽음을 맞이한다. 심각한 빈부 격차와 극단적 차별, 그리고 가진자만을 위한 낙후한 의료체계가 부른 대재앙이다. 미국은 최근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전문가들은 오는 4월까지 최소 확진자 5천만 명, 사망자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 세기를 호령하던 미 아메리카 제국이 역병에 걸려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기사보기)

10.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위헌 심판’ 촉구를 비롯한 폐지 운동이 뜨겁게 타올랐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이라는 거대 정당이 되자, 국가보안법 철폐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는 11가지 이유를 발표하고 헌법재판소와 국회 앞에서 연일 폐지 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도, 20여 명에 달하는 국가보안법 피해자 국회의원도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다.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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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중요 사안 ‘부동산’ 1위…과잉 논의된 사안 ‘검찰개혁’ 1위

[흑백 민주주의①]현재 가장 중요 사안 ‘부동산’ 1위…과잉 논의된 사안 ‘검찰개혁’ 1위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논의해야 할 의제로 무얼 꼽았나
[흑백 민주주의①]현재 가장 중요 사안 ‘부동산’ 1위…과잉 논의된 사안 ‘검찰개혁’ 1위
 

검찰개혁 꼽은 4050 “부풀려져”역시 1위
20대 11%만 “중요”…세대별 인식차 뚜렷

노동·기후·평화 이슈는 한 자릿수에 그쳐
“공정 가치” 20대 가장 낮아…평등·자유 순

시민들은 현재 한국 사회가 논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검찰개혁’은 40~50대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꼽혔으나, 동시에 모든 응답자를 통틀어 ‘중요성에 비해 과도하게 논의된 사안’으로도 지목됐다. 경향신문이 공공의창, 피플네트웍스 리서치의 도움으로 지난 12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2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7.7%가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검찰개혁(21.5%), 경제적 양극화 해소와 복지(12.5%)가 뒤를 이었다. 시민들은 노동, 지역, 여성·장애인 등 약자 보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감했다. 산업재해 등 노동권을 중요 이슈로 꼽은 시민은 6.8%,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신장과 차별 금지를 거론한 시민은 5.5%에 그쳤다. 지방분권은 2.1%로 관심에서 밀렸다.

검찰개혁 의제의 중요도는 세대별로 다르게 인식됐다. 40대는 30.2%, 50대는 27.3%가 검찰개혁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봤다. 반면 20대(18·19세 포함)는 11.2%만이 검찰개혁을 중요 의제라 답했다. 60대, 30대 역시 각기 16.8%, 23.8%로 40대·50대 대비 검찰개혁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했다. 특히 20대는 부동산 문제 다음으로 경제적 양극화와 복지를 중요 이슈로 거론했다. 대부분의 세대에서 검찰개혁은 부동산 이슈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문제지만 당장 시민들 삶에서 체감되지 않는 이슈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기후위기라는 응답은 1.8%였고, 한반도 평화는 1.2%로 가장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는 경향신문이 지난 11~12월 두 달 동안 전문가 62명을 인터뷰한 내용과 배치된다. 기후위기는 전문가 7명에게 중요한 이슈로, 11명에게서 외면받은 의제로 거론됐다. 산재 등 노동문제 해결, 복지 및 사회안전망 확충 등 다양한 이슈가 고르게 지적됐다.

‘실질적 중요성에 비해 과도하게 논의된 사안’으로는 검찰개혁(33.9%)이 첫손에 꼽혔다. 부동산 문제가 26.6%로 뒤를 이었고,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신장과 차별 금지가 11.9%로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경제적 양극화 해소와 복지가 과도하게 논의됐다는 의견은 4.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도 검찰개혁을 과잉 논의된 주제로 가장 많이 거론했다. 60대(40.2%)가 검찰개혁을 과도하게 논의된 이슈로 가장 많이 답했다. 40대(37.2%)·50대(37.2%)도 검찰개혁을 가장 부풀려진 이슈로 봤다. 40·50대는 검찰개혁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거론했던 집단이기도 하다. 다른 세대와 달리 20대는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신장과 차별 금지’(26.2%)가 검찰개혁(21%) 이상으로 부풀려진 의제라고 인식했다.

‘한반도 평화’가 과도하게 논의된 주제인지에 대해선 세대별 판단이 갈렸다. 20대는 9.7%, 30대는 8.6%가 실제 중요성보다 부풀려진 이슈라고 본 반면, 50대는 2.6%, 60대는 2.7%만이 과잉 논의됐다고 답했다. 30대는 4.8%로 2030과 5060 사이에 자리했다.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로는 공정(40.7%)을 거론한 시민이 가장 많았다. 평등(14.0%), 자유(13.3%), 협력(13.1%), 성장(10.9%) 등의 가치는 고르게 낮은 표를 받았다. 평화(8.0%)를 거론한 시민의 수가 가장 적었다. 특히 30대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 문항에서 ‘평화’를 압도적으로 낮게 응답(2.9%)했다. 이들은 ‘공정’을 가장 많이 응답(48%)한 집단이기도 했다. 흔히 20대는 공정을 중시하는 세대로 여겨지지만, 조사 결과 공정을 거론한 비율은 30.5%로 전 세대에서 가장 낮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1010600055&code=940100#csidxef5676318675d6fb220fe96ad9c4d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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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3.8%-윤석열 17.2%-이낙연 15.4% ‘3강 구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1/01 10:00
  • 수정일
    2021/01/01 10: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1-01-01 04:59수정 :2021-01-01 09:32
 
한겨레 새해 여론조사 | 차기 대선주자

이 지사, 40대·진보·중도층서 앞서
윤 총장, 70대 보수층 지지율 우세
이 대표, 광주·전라 지역에서 선호
여권 후보 지지 42%-야권 지지 37%
2021년은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역동적인 정치의 해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lt;한겨레&gt; 자료사진
2021년은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역동적인 정치의 해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차기 대통령감으로 유권자들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월27일부터 사흘간 벌인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23.8%가 이 지사를 꼽았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17.2%,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4%로 이 지사와 ‘3강 구도’를 형성했다.

이 지사는 60대 이상 연령층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40대(36.0%)에서 윤 총장과 이 대표를 2배 넘게 앞섰다. 이 지사는 진보층(34.4%), 중도층(24.1%)에서도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윤 총장은 60대(30.1%)와 70대 이상(22.9%), 서울(19.2%)과 대구·경북(25.8%), 보수층(31.4%), 자영업자층(29.0%)에서 우세했다. 이 대표는 광주·전라(40.3%) 지역에서만 두 사람을 앞섰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응답자층에선 이 지사(33.9%)와 이 대표(30.8%)의 지지도가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투표했다는 응답자층에선 윤 총장(39.2%), 이 지사(11.0%) 순의 선호도를 보였다. 이 지사는 통합당 투표층에서 야권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9.0%)와 무소속 홍준표 의원(8.8%), 유승민 전 의원(5.3%)도 앞질렀다.

이번 조사 결과는 1년 전 <한겨레> 새해 여론조사와 차이가 뚜렷하다. 2020년 새해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가 25.3%의 선호도로 독보적 1위를 기록한 가운데,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10.9%)와 이 지사(5.5%)가 멀찌감치 뒤를 이었다. 케이스탯리서치 관계자는 “이 지사가 코로나19 선도적 대응과 기본소득·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주도하며 전국적 이슈 메이커의 역할을 한 게 먹힌 것”이라며 “이 대표의 경우, 당을 이끌며 정당 논리를 따라야 하는 지점에서 고른 지지도를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범여권 후보군(이낙연·이재명·심상정·김부겸)의 합산 지지율은 42.0%로, 야권 후보군(윤석열·안철수·홍준표·유승민·황교안·오세훈·원희룡·김종인)의 합산 지지율(36.9%)을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 어떻게 조사했나조사 일시 2020년 12월27~29일조사 대상 전국 만 18살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조사 방법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조사응답률 24.4%표본 추출 지역·성·연령별 인구 비례에 따른 표본 추출 후 가중값 부여(2020년 11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조사 기관 ㈜케이스탯리서치조사 의뢰 한겨레신문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6824.html?_fr=mt1#csidx32029698ff9b68da2f43cc9471efd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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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 넘긴 중대재해법, 김용균 어머니·이한빛 아버지 단식 멈추지 못했다

다음 회의는 닷새 뒤 1월 5일에야 열려…‘후퇴 논란’ 정부안 나오며 꼬이고, 논의 속도도 더뎌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2-31 15:49:19
수정 2020-12-31 15:49:19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오른쪽부터)가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0.12.30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오른쪽부터)가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0.12.3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결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의 연내 입법이 무산됐다. 연말에는 단식농성을 풀고 따뜻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인권센터 이사장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중대재해법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는 지난 29일과 30일 잇달아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총 19개의 조항 중 겨우 4조까지 논의하는 데 그쳤다. "매일 회의를 열어서라도" 논의하겠다더니 다음 회의 일정은 올해의 마지막 날인 31일로부터 닷새 뒤인 1월 5일에나 열기로 했다. 이대로라면 해를 넘긴 1월 8일 종료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법을 처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후퇴 논란' 중대재해법 정부안
법안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조정됐나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가 30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0.12.30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가 30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0.12.30ⓒ뉴스1

지난 28일 원안보다 후퇴한 정부안이 나오면서 논의의 실타래가 더욱 꼬였다. 정부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에 관계 부처 의견을 반영한 것인데 책임 범위와 적용 대상을 지나치게 축소해 생색내기에 그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중대재해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온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김미숙·이용관 이사장은 정부안에 반대하며 입법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중대재해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정부안에 대해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을 만들었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 "정부 부처의 고민과 협의, 검토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결국 29일부터 30일까지 양일간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는 정부안에서 논란이 됐던 일부 내용이 재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대산업재해'의 적용 기준은 당초 법안대로 '사망자 1명 이상인 경우'로 규정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1안으로, '동일한 원인으로 또는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한 재해가 발생한 경우'를 2안으로 각각 제시했으나 2안의 경우에는 중대산업재해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동시에 고용노동부가 "(기준을) 사망자 1명으로 유지할 시 처벌 수위를 낮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이 분분했던 '경영책임자'의 범위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서는 '법인의 대표이사 및 이사'나 '법인의 대표이사나 이사가 아닌 자로서 해당 법인의 사업상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그러한 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지위에 있는 자' 등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여야 논의 결과 "사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대표이사'는 주로 영리법인에서만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영리 법인이나 사회법인 등에서 발생하는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이자 법안심사1소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지난 30일 소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 위주로 규정됐던 것을 사업 위주로 해서,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총괄하는 사람과 그에 준해서 안전보건의무를 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했다"며 "범위는 더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책임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권고했던 지방자치단체장과 행정기관장도 다시 포함하기로 했다.

1월 5일 소위 논의 마무리하겠다지만
남은 쟁점 많아 난항 예상
새해에도 단식 이어가게 된 유족들

백혜련(오른쪽)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이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참석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12.30
백혜련(오른쪽)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이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참석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12.3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몇 가지 쟁점이 해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특히 앞으로 논의해야 할 내용은 노동계와 정부여당, 국민의힘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이라 법안 심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표적인 게 법 적용 유예 조항이다. 정부안의 바탕이 된 '박주민안'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4년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의당과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의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유예 기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예 기간을 단축시키는 쪽으로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듯했으나 이후 나온 정부안에서는 오히려 유예 대상이 확대됐다. 50인 이하 사업장은 4년의 유예 기간을 주는 것에 더해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2년의 유예 기간을 둘 수 있도록 추가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한술 더 떠 대기업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안에서 아예 삭제된 '발주' 관련 내용과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를 어느 수준까지 부여하느냐도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손해액의 '최소 5배' 이상으로 설정했던 징벌적 손해배상의 한도가 정부안에서는 난데없이 '5배 이하'로 대폭 완화된 내용 역시 남은 쟁점이다.

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이 포함되는 점도 국민의힘이 걸고 넘어지면서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부안만 보더라도 이들에게 부여된 안전조치 의무는 기본적인 수준의 조치들이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과 훈련을 하고, 안전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결함이 발생한 경우 출입을 제한하거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또,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게 아니라 이런 안전조치들을 다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중대재해법의 취지이기도 하다.

더욱이 정부안에서는 모든 공중이용시설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아니다. 시설의 규모나 면적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왜곡하며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1월 5일 재개되는 소위 회의에서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단식 농성의 기간도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1월 5일이면 단식농성 26일 차로 접어들게 되고, 김미숙·이용관 이사장의 건강 상태에도 이미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전해진다.

강은미 원내대표와 김미숙·이용관 이사장 등 중대재해법 촉구 단식농성단은 31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의 연내 입법이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결국 연내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그 책임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있음을 밝힌다"며 "추위와 배고픔과 사투하며 기약 없는 시간만이 처참히 흘러갈 것이다. 국회는 더 이상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주당, 국민의힘은 서로를 핑계로 더 이상 시간 끌기를 중단하라. 밤을 새워서라도 이 법 통과를 위한 모든 논의를 진행하라"며 "국회는 8일 예정된 임시국회 종료일 전에 반드시 이 법 통과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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