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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에 군부대 조사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김형남의 갑을,병정] 난도질 된 군인권보호관법

20.12.24 09:48l최종 업데이트 20.12.24 09:48l


2014년 4월 육군 제28사단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병사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 군은 병사의 가족에게 냉동 만두를 먹다 기도가 막혀 사고가 난 것이라 설명했다. 병사는 이내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병사의 몸에는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만큼 멍 자국이 많았는데 헌병(현 군사경찰)은 병원을 방문해놓고도 상부에 단순 질식사라 보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 병사가 선임들이 망자를 구타한 사실을 증언했고 가해자들이 긴급 체포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망자의 사인은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이었다. 가해자들은 상해치사로 기소되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7월 말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진짜 사인이 드러났다. 진짜 사인은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였다. 모두 구타로 인한 내·외상에 의한 것이었다. 폭행 후 음식을 먹다 죽은 것과 맞아 죽은 것은 명백히 다른 일이다. 후자는 엄연한 살인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사인을 조작했다. 이것이 윤 일병 사건이다.

이후 가해자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되었고 모두 처벌받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양심선언과 인권단체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윤 일병의 진짜 사인은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아야 진실에 닿을 수 있는 이 이상한 구조 속에서 윤 일병이 떠난 뒤로 6년이 지나도록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사인을 조작하는데 일조한 이들은 단 한 사람도 처벌받지 않았다. 유족들은 아직도 그들과 싸우고 있다.

 

고개숙인 '윤일병 사망사건' 가해 병사들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리는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이 피고인 석에 앉아 있다.
▲ 고개숙인 "윤일병 사망사건" 가해 병사들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리는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이 피고인 석에 앉아 있다. 2014.9.16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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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있는 복병 

다시 시간을 돌려 2014년 국회로 가본다. 윤 일병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뒤로 군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달했다. 국민은 철책 속의 폐쇄된 공간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군이 해주는 말을 믿다가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이 필요했다.

그해 11월 국회는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가 마련한 대안 중에는 군 옴부즈맨 제도 도입이 있었다.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해소하고 구타·가혹 행위를 일소하려고 장병 인권침해 구제를 위한 독립 기관을 설치하자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국회는 2015년 7월 24일 군 옴부즈맨(군인권보호관) 제도 도입을 포함한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과제의 조속한 이행 촉구 결의안'을 여야 합의에 따라 재석의원 222인 중 216인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반대 의원 2명, 기권 의원 4명 중 지금도 국회에 남아있는 사람은 군 장성 출신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뿐이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7월 30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황영철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여야 의원 27명이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제정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도 군인권보호관 설치가 명기됐다(제42조). 그러나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폐기됨에 따라 군인권보호관 설치는 좌절된다.

그렇게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몇 년이 흐르자 군인권보호관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뚝 떨어졌다.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으나 회의 테이블에도 못 올려보고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서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도 그랬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성호 전 위원장과 최영애 현 위원장이 나란히 군인권보호관 설치 추진을 공표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가로막는 복병은 곳곳에 있었다. 군인권보호관 문제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조직, 인력, 권한.

조직 문제는 군인권보호관의 지위와 관련된 것이었다. 황영철 의원과 백혜련 의원은 국회가 추천하는 인권위 상임위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려 늘어난 자리를 군인권보호관으로 하고자 했다. 인권위도 그렇게 추진해왔다.

인력 문제는 군인권보호관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조사관을 충원하는 일이었다. 현재 인권위에는 군 관련 문제를 전담하는 군인권조사과가 있는데 인력은 8명뿐이다. 황영철·백혜련 의원은 직제상 군인권본부를 두고 인력을 확충하고자 했다.

권한 문제는 불시 방문 조사권과 자료 제출 요구권에 관한 것이었다. 제도 도입 배경을 되짚어 보면 군인권보호관이 부대에 통보하지 않고 조사를 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자료 제출 요구권도 마찬가지다. 황영철·백혜련 의원 안은 전시·비상사태를 제외한 불시 방문 조사권을 명시했고 자료 제출 요구권도 부여했다. 방문 조사 시에는 전문가도 동행할 수 있게끔 했다.

이처럼 조직을 넓히고, 인력을 확보하고, 권한을 확충하는 일이다 보니 정부 부처 곳곳에서 반대가 터져 나왔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그리고 국방부가 그랬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인권 관련 부서를 신설하려 하면 행안부와 기재부는 '인권위에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할 텐데 왜 예산과 인력을 중복으로 쓰냐'라고 하고, 인권위가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하려 하면 '국방부에 인권 부서가 생길 텐데 왜 예산과 인력을 중복으로 쓰냐'라고 하며 반대했다"라고 말했다.

권한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국방부의 반대가 심했다. 박근혜 정권 때에는 아예 국방부 관료들이 대놓고 여당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군인권보호관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닌 국방부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 공약사항에 국가인권위원회에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하는 것이 포함되자 국방부는 불시 방문 조사권과 자료 제출 요구권을 무력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이런 이유로 군인권보호관은 여야 합의로 설치를 결의한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나도록 설치되지 못했다.

안 만드느니만 못한 법

그러던 중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골자로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내용은 19대, 20대에 발의된 법안과 사뭇 달랐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쟁점에서 모두 후퇴했다. 군인권보호관은 기존 인권위 상임위원 중 한 명이 겸직하고, 조직 확대에 대한 조문은 사라졌으며, 불시 방문 조사권도 수사 중 사건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도 삭제되었다.

조승래 의원 안이 보장하는 군 인권 보호를 위한 인권위의 권한이란 이미 지금껏 인권위가 수행해온 역할과 다를 것이 없다. 사실상 기존 상임위원 한 명에게 군인권보호관이란 감투를 하나 더 얹어준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셈이다.

제일 황당한 것은 조사의 대상이 되는 국방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불시 방문 조사권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군인권보호관은 군부대 방문 조사 시 부대장에게 취지와 일시, 장소를 통지해야 하고 미리 통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국방부 장관에게라도 통지해야 한다. 게다가 국방부 장관은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 국가 안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 심지어 작전 임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사항 등의 갖가지 모호한 이유로 진행 중인 방문 조사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법안이 황영철·백혜련 안과 비교해 퇴보하다 못해 기존 인권위법에는 없는 조사대상 기관의 자의적 조사중단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옴부즈맨을 설치해 놓고 조사 대상 기관이 옴부즈맨의 조사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마련해 둔 나라는 없다. 이 법이 탄생하게 된 연원을 따져보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군인권보호관은 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 제도를 군의 입맛대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윤 일병의 어머니는 "승주(윤 일병)로 인해서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고 해서 그것을 위안으로 삼는다"라고 말한다. 군의 인권 상황이 그 시절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끔찍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제도 장치가 촘촘하게 잘 갖추어지지 않는 한 언제 건 비극은 반복될 수 있다. 누가 죽어야 법과 제도가 개선되는 상황은 그만 보고 싶다.

조직도, 인력도, 권한도 갖추어 주지 않고 감투만 하나 얹어둔 채 군인권보호관이 폐쇄적인 군을 상대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신뢰할 만한 결과를 만들길 바란다면 큰 오산이다. 이런 제도라면 안 만드느니만 못하다.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6년이 지나도록 옴부즈맨 하나 제대로 설치를 못 하다 엉망 법안을 빚어낸 국회는 윤 일병과 또 다른 수많은 윤 일병들의 영전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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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이른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들 “이러다 무너진다”...당국에 긴급면담 요구

보건의료노조, 환자 중증도별·질환군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및 파견인력 사전교육 실시 등 촉구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12-23 16:50:35
수정 2020-12-23 16: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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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고충 발언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0.12.23.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고충 발언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0.12.23.ⓒ뉴시스  
 
“더는 버티기 힘들다. 이러다가 무너진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중증환자가 폭증하면서 정부가 병상·인력 확보 등과 관련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요양기관 집단감염 증가로 식사·용변까지 도움이 필요한 중증환자가 늘면서 간호 인력의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병원 인력을 모두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해도 부족한 판국인데, 일부 전담병원은 추후 충분한 손실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등을 우려해 일반병실 운영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기존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를 담당하던 의료 인력의 임금과 파견의료 인력의 임금 차이가 3~4배까지 벌어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 기존 의료 인력들이 퇴사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현장 상황을 전했다.

나순자(오른쪽)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고충 발언 뒤 눈물을 훔치는 김정은(가운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을 위로하고 있다. 2020.12.23.
나순자(오른쪽)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고충 발언 뒤 눈물을 훔치는 김정은(가운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을 위로하고 있다. 2020.12.23.ⓒ뉴시스

일반 코로나19 중증환자도 버거운데
물밀 듯 들어오는 치매·정신질환·와상 환자
부족한 인력…임금격차로 인한 박탈감

 

현재 국립중앙의료원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의 경우 중증환자가 급증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그런데 환자 상태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은 “경증환자라고 전달받고 준비했는데, 막상 환자가 도착했을 때는 숨도 많이 차고 걸을 수도 없는 경우가 있다”며 “그럼 그때서야 의료진들이 부랴부랴 산소 투입과 휠체어를 준비하고, 그러는 사이에 환자들은 불만을 터뜨리며 힘들어한다”라고 말했다. 또 “더 심한 경우 구급차에서 내리자마자 병원입구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라며 “일반 환자 심폐소생술을 할 때도 의료 인력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상황에 코로나 확진환자 경우엔 보호구까지 갖추어서 투입되어야 하고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로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된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 치매·정신질환·와상 환자까지 전담병원으로 쏟아지고, 이에 따른 충분한 인력 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기존 병원 인력이 탈진 상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지부장은 “현재 급격하게 늘어나는 환자 중에서는 간병 등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다”라며 “간호 인력들은 한 번 (격리 병동에) 들어가면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파악, 증상 조절을 위한 투약, 호흡곤란 해소하기 위한 산소 처치, 욕창 처치, 식사 보조, 기저귀 갈기 등에 이어 화장실 가는 것도 보조하고 있고, 택배 물품 전달, 혈액검사 등 전반적인 일도 맡아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지부장은 “급격하게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라며 “격리병동 안에서 레벨D 복장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한 번 들어갈 때마다 2~3시간씩 물에 빠진 것처럼 홀딱 젖은 채로 나오는 우리 전담병원 직원들은 지칠 대로 지쳐서 악으로 버티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 지부장 또한 “중증 환자가 많아지다 보니, 환자에게 처치하는 절차도 더욱 많아졌다”라며 “업무가 끊이지 않아 숨쉬기조차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매 환자는 주삿바늘을 뽑아버리고 (의료진을) 발로 차고 도망가면 붙잡으러 가야하고, 기저귀 갈아드리고 밥도 먹여드려야 하는 등 끊이지 않는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어제 한 동료는 과도한 업무로 흉통까지 겪었다”라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선 급하게 파견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충분한 훈련을 거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지부장은 “2월부터 진행된 코로나로 열심히 일하던 경력 간호사들을 사직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병원은 신규 인력으로 채워졌으며, 정부에서는 파견 인력을 보내줬다”라며 “하지만 병원마다 시스템은 천차만별이니 그 병원 시스템에 적응시키기 위해 이때까지 감염병 환자 치료에 매진하던 경력 간호사들에게 이들의 트레이닝까지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의 안전과 직결된 부분이니 허투루 할 수 없고, 단시간 트레이닝으로 시스템에 적응할 수 없는 실정이니, 신규 인력이나 파견 인력에게 중요업무는 맡기지 못하게 되고, 지금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은 점점 과로하다 사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러다간 간호사들이 공공병원에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견 인력과 기존 공공병원 인력 간 임금 차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기존 간호사의 월 수령액은 257만8000원인 반면, 민간의료인 모집 인건비에 기초한 파견 간호사의 한 달 근무 기준 수령액은 총 930만원(23일 근무수당+위험수당+전문직 수당 기준, 숙소지원·야간근무수당 미포함)에 이른다고 한다. 이영석 지부장은 “이런 현실이 사기 저하, 박탈감으로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갈등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의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버티던 직원들의 퇴사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의료 인력과 파견 인력 임금 격차
기존 의료 인력과 파견 인력 임금 격차ⓒ보건의료노조 제공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지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답병원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3.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지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인력 소진·이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답병원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3.ⓒ뉴시스

노조, 현장 상황 반영한 대책 마련 촉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긴급면담 요구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기존의 대책을 세심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중환자 간호사를 양성하는 등 일부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조치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 환자 중증도별·질환군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 치매·정신질환·와상 환자 등 별도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인력운영대책 마련 ▲ 보조인력 및 방역인력 지원 확대 ▲ 파견인력 사전교육훈련 실시 ▲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공의료기관 인력 한시적 확대 및 인건비 지원 ▲ 기존 인력과 파견 인력 간 위험수당 격차로 인한 박탈감 문제 해소 ▲ 코로나19 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하고 신속한 손실보상 조치 ▲ 공공병원 전담병원 전환에 따른 의료취약계층 의료공백 발생하지 않도록 전원 가능한 지정병원 마련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에서, 보건의료노조는 “감염병 진료체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시급히 보건의료인력을 중심으로 감염병 진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라며 “코로나19 환자 상태별 적정인력 기준을 만들면서, 공공병원의 정원을 확충하고, 파견인력 교육·훈련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인력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무엇보다 보건의료노동자의 소진 및 이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신속하고도 적절한 손실 보상을 통해 정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병상수·인원수 꿰맞추기로는 안 된다”라며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의료 인력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파악하여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의료인력 대란과 진료체계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기반한 의료인력 운영체계와 진료체계의 정비를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긴급면담과 의료현장방문 간담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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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이장희 “국제법상 근거 없이 한국 법안 수정 요구는 주권침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12/24 10:09
  • 수정일
    2020/12/24 10: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한균 기자 | 기사입력 2020/12/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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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가 늦게나마 4.27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서에서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정책과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한미동맹이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등의 비판을 했다. 특히 미국 의회 산하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내년 1월 새 회기 시작 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주시보는 이와 관련해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면 대담을 진행했다.

 

[기자] 한국의 법안을 가지고 다른 나라 기구가 청문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어떤 곳인가?

 

[이장희] 전 세계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미 의회 초당적인 기구이다. ‘톰 랜토스’는 Thomas Peter Lantos라는 미국 정치인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 유대인으로 제2차 대전 기간 중 독일의 침공을 받았을 때 나치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탈출하여 1947년에 미국에 이주했다. 그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 국제 정치고문 등으로 활동하다가 1980년 민주당 소속으로 연방하원의원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 남부 교외 선거구에서 출마해 당선, 1981~2008년 사망할 때까지 미국 하원의원으로 재직했다.

 

* 랜토스는 1983년 존 포터 공화당 의원 등과 함께 ‘인권코커스’를 창설해 20여 년간 공동의장으로 활동했다. 2008년 식도암으로 유명을 달리하자 미 하원은 그의 업적을 기려 ‘인권코커스’를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서울경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수시로 청문회를 열어 중국, 북 등 전 세계적으로 인권 문제를 다뤘다.

 

초창기인 1988년에 청문회를 열고 중국의 티베트에 대한 ‘인권침해’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2006년에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 조치에 협조한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의 대표를 불러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2006년, 2009년, 2010년, 2018년에 북핵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기자] 다른 나라 기구가 한국 내정에 대한 청문회를 여는 것이 국제법상 문제가 없는가?

 

[이장희] 미국 의회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보편적 인권 보호 기구로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라는 한국 국내법을 가지고 다양한 시각에서 토의하고 청문회를 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청문회에서 나온 특정한 결과를 한·미 간 협정과 같은 객관적, 국제법적 근거 없이 한국 정부의 의지에 반하게 그 관철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국제법상 국내문제 간섭(intervention)이다. 인권은 보편적이다. 북 주민들의 인권이나 접경 지역 주민들의 인권도 모두 소중하고 동등하다. 그러므로 70년 넘게 분단으로 인해 겪은 비무장지대 접경 지역 134만 명 주민의 인간적 고통은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국제법상 근거 없이 국내 법안 수정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

 

[기자] 미국은 법안 수정 요구, ‘한미동맹’ 가치 손상 등을 운운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장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 개최는 문제없다. 다만 청문회의 결과 법안 수정 요구 같은 것을 한국 정부 의지에 반해 강제하는 것은 국제법상 근거 없이 행하는 명백한 주권간섭이자 주권침해이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절박한 일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준수하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증진하는 일이다. 대북 적대적 전단 살포는 명백한 4.27 판문점선언 합의 위반이며, 비무장 일대에 명백한 군사적 긴장을 야기한다. 

 

분단국가인 남북 간에는 인권(human rights)보다는 인적교류(human contacts)가 더욱 중요하다. 우선 인적교류를 통해서 상호 접촉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적대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통해서 남북인적교류가 단절되는 것은 더욱 사태를 악화시킨다.

 

[기자] 마지막으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한마디 소회를 부탁드린다.

 

[이장희]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골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행위 등 남북합의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반대자들이 말하는 근거인 “표현의 자유” 제한과는 무관하다. 남북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 제2조 1항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의 금지 및 철폐를 통해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 조성”을 실천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다. 군사분계선 일대는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특수한 지역이다. 이 법은 상대를 극한적으로 자극하는 적대적 전단 살포를 미연에 막아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다. 헌법 제37조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보,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제한된 기본권이다. 이 전단 살포로 조성된 군사적 긴장으로 접경 지역 일대에 남북교류가 모두 끊어지고 관광객이 오지 않아 군사분계선 인근 접경 지역 주민들이 생명의 안전과 생계에 큰 위협을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된다.

 

* 바쁘신 가운데 자주시보와의 서면 대담을 해주신 이장희 교수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박한균 기자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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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숨가쁜 ‘정면돌파전’ 벌이다

[2020 송년특집] 제재·코로나·수해에 맞선 북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0.12.23 09:24
  •  
  •  수정 2020.12.23 10:47
  •  
  •  댓글 2
 
지난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을 강조한 장문의 연설을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지난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을 강조한 장문의 연설을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 인민들에게 2020년은 혹독한 시련과 맞서 ‘정면돌파전’을 벌여온 투쟁의 해였다. 코로나19와 대규모 수해피해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국제적 제재와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모든 난관을 자력갱생으로 헤쳐나가야만 했던 것.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월 10일 당창건 75돌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지금 이 행성에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 비상방역도 해야 하고 혹심한 자연피해도 복구해야 하는 엄청난 도전과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 나라뿐”이며 “이 모든 시련은 두말할 것 없이 우리의 매 가정, 매 공민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아픔으로 되고 있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이라며 연설에서 40여 차례 ‘인민’을 호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군사적 ‘담보’와 ‘조건부 핵무기 보유국’

지난해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과 달리 빈손(no deal)으로 끝난 뒤 10월 스톨혹름 북미 실무협상마저 결렬된 상태에서 지난해 연말 나흘간에 걸쳐 진행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정면돌파전’이 올 한해를 규정지었다.

전원회의 결정은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을 ‘경제전선’으로 삼고 자력부강·자력번영을 이루자는 것이며, “강력한 정치외교적‧군사적 공세로 정면돌파전의 승리를 담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이라면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것”이라고 언명했고,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3,4월 포병부대의 포사격 훈련을 비롯한 집중적인 군사훈련이 실시됐고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불바다’를 만들 수 있음을 시위했다. 여기에는 주한미군과 유엔사를 매개로 한반도 유사시 후방기지 역할을 맡고 있는 주일미군까지 사정권에 들어있다는 경고도 내포됐을 것이다.

지난 3,4월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포사격 위주의 군사훈련이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지난 3,4월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포사격 위주의 군사훈련이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기념 열병식에는 새 형의 ICBM 등 전략무기들이 선보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기념 열병식에는 새 형의 ICBM 등 전략무기들이 선보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0월 10일 열병식에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새로운 전략무기들이 선보이기도 했지만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군사적 억제력을 ‘담보’하는 수준에 그치고 겹쌓인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힘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열병식 연설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것”이라는 선언은 ‘조건부(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7.27 전승절에 열린 제6차 전쟁노병대회에서도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삼중고에 맞선 정면돌파전

김정은 위원장은 수해 피해 현장을 여러 차례 현지지도하며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수해 피해 현장을 여러 차례 현지지도하며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 언론은 수해 피해지역에 들어선 주택단지들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 언론은 수해 피해지역에 들어선 주택단지들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올해 북한의 ‘정면돌파전’은 대외적 제재와 코로나19, 대규모 수해라는 삼중고 속에서 치러졌고, 10월 10일 당창건 75돌 기념일까지 총력 동원에 이어 연말 80일 전투로 이어져 내년 1월로 예고된 제8차 당대회로 귀결시키고 있다.

먼저, 북한은 대외적 제재를 당분간 상수로 놓고 ‘정면돌파전’을 채택했다.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조미 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다”고 전제했다. 제재를 완화시키는데 주력하기보다는 자력갱생에 입각한 자력부강·자력번영하는 길을 걷겠다는 선언이다. 이같은 기조는 “세기를 이어온 조미 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어 명백한 대결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문구로 압축된다.

올해 북한의 내부 시계는 모두 10월 10일로 맞춰졌다.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조선로동당창건 75돐을 성대히 기념할데 대하여’가 다뤄졌고 평양종합병원 완공일도 이날로 맞춰졌다.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까지 완공하려 했던 평양종합병원은 목표시한을 지키지 못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까지 완공하려 했던 평양종합병원은 목표시한을 지키지 못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3월 17일 열린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당창건 75돐까지 무조건 끝내기 위하여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제재로 인한 장비 수입의 어려움과 코로나19 방역과 수해 복구에 힘을 쏟으면서 평양종합병원 건설 시한은 지켜지지 못 했다.

인도적 지원품목에 해당하는 의약품까지 제재로 인해 외부에서 거의 조달받지 못한 가운데 코로나19 방역에 사활을 건 북한 당국은 철저한 ‘봉쇄’ 정책을 고수했고, 외부와의 교역로인 북중 국경지대를 사실상 차단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지역 간 이동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의 동맥이랄 수 있는 물류가 현격히 제한된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창건 75돌 경축 연설에서 “한명의 악성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세상이 놀라지 않을수 없는 오늘의 이 승리는 우리 인민들스스로가 이루어낸 위대한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것이 북한의 공식 입장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 ‘마이삭’ 등 지난 8월 북한 전역이 집중호우로 큰 수해를 입었고, 김정은 위원장도 여러 차례 현지지도에 나섰다. 특히 9월 5일 당 중앙위 정무국 확대회의를 함경남도 현지에서 개최하고 ‘'수도 평양의 전체당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수도의 우수한 핵심당원 1만2,000명으로 함경남북도에 각각 급파할 최정예 수도당원사단들을 조직”하겠다고 제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서한에 호응해 나선 1만2,000명의 수도당원사단이 수해복구 현장으로 떠나기 전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서한에 호응해 나선 1만2,000명의 수도당원사단이 수해복구 현장으로 떠나기 전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에 호응해 평양시 당원 30여만명이 탄원해 그 중 1만2,000명의 평양 수도당원사단이 꾸려져 9월 9일부터 11월 20일까지 수해복구 현장을 누볐다. 이들은 당초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까지 수해복구를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기간을 연장해 활동했다. 인민군에 이어 당원들이 국난극복에 앞장선 것.

북한 언론은 수마가 휩쓸고 간 허허벌판에 새로운 주택단지가 들어선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아름다운 사회주의 국풍’에 따른 ‘기적’으로 평가했고, 김 위원장은 80일 전투가 끝나는 연말까지 피해복구를 마무리할 것을 지시했다.

평양종합병원이나 원산갈마관광지구 등 중점 건설대상들이 기한 내에 완공되지 못할 정도로 내부 사정은 어려웠지만 코로나19 방역과 수해피해 복구 과정에서 당과 군을 내세워 내부 결속력을 다지며 ‘정면돌파전’을 추진했고, 그래도 미흡한 부분은 연말 80일 전투를 통해 극복함으로써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맞이하려는 흐름이다.

앞서 8월 19일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1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는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를 소집한다고 공포했고,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되었던 국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는 자체 평가를 담은 결정서를 채택했다.

경제활동 과정에서 자력갱생, 증산과 속도전, 과학화 등 기존 지표 외에도 질제고와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등도 강조되는 추세이며, 국가경제사업체계의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를 추진해 온 점도 주목된다.

백두의 혁명정신과 8차 당대회

올 한 해 북한은 당과 내각, 최고인민회의 등 권력기구의 공식회의가 활발하게 열려 수해복구나 코로나19 방역 등 주요 의정들이 공식적으로 다뤄졌고, 인사문제도 빠지지 않고 다뤄졌다. 특히 당 정치국(확대)회의를 비롯해 당 군사위(확대)회의, 당 정무국(확대)회의 등이 수시로 열렸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비롯한 권력기구의 공식회의가 수시로 열려 주요 정책들을 결정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비롯한 권력기구의 공식회의가 수시로 열려 주요 정책들을 결정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회의에서 다뤄진 비판적 내용들도 가감없이 보도됐고, 책임자가 ‘소환’되는 경우도 공개됐다. 11월 15일 개최된 제7기 제20차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를 감행한 평양의학대학 당위원회와 이에 대한 당적지도와 신소처리, 법적감시와 통제를 강화하지 않아 범죄를 비호, 묵인, 조장시킨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 사법검찰, 안전보위기관들의 무책임성과 극심한 직무태만행위에 대하여 신랄히 비판되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월 평양종합병원 현지지도에서 “건설연합상무가 아직까지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조직사업을 진행... 의도와는 배치되게 설비, 자재보장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으며 각종 ‘지원사업’을 장려함으로 해서 인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들씌우고 있다”고 호되게 질책하고 “책임 있는 일꾼들을 전부 교체하고 단단히 문제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기존의 주체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정식화 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를 앞두고 두 차례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혁명정신’을 강조했고, 북한의 각 단위들은 백두산 혁명유적지를 답사하는 ‘백두산 대학’을 체험하며 사상적 담금질을 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올해 외부와 단절된 가운데 정면돌파전을 진행하면서 사상투쟁을 계속해왔다”며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요체가 인민 제일주의이며,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를 척결하면서 김정은 시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내부를 철저하게 다진다는 것은 밖으로 뛰쳐나올 준비일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북한 언론은 ‘수입병’과 ‘의존심’에 대한 경고음을 계속 발신했고, 12월 4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2차 전원회의에서는 “반사회주의사상문화의 류입, 류포행위를 철저히 막”을 목적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되기도 했다.

또한 여러 차례의 공식 회의를 거쳐 간부들의 인사가 꾸준히 이뤄졌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에 이은 김덕훈 내각 총리가 ‘현지 요해’를 분담하는 체제가 가동되고 있다. 군에서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이 원수 칭호를 받아 김 위원장을 지근에서 수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외부로 통하는 문은 철저히 닫아 둔 채로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대미·대남 부문의 스피커 역할을 도맡고 있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인 리선권이 외무상으로 옮겼지만 후임 조평통 위원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이어가며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이어가며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내년은 연초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1월 8차 당대회, 그리고 당대회의 결정을 국가적 차원에서 뒷받침할 1월말 최고인민회의 제14기 4차회의가 예정돼 있다.

특히 8차 당대회에서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제시될 예정이며, 대외정책에서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되고 있다. 노년당원과 휴면당원 등을 물갈이하고 상당폭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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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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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없는 ‘5심제’](3)재판의 재판…오판만큼 무서운 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입력 : 2020.12.23 06:00 수정 : 2020.12.23 08:05

 

불확실의 세계 

[헌법에 없는 ‘5심제’](3)재판의 재판…오판만큼 무서운 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
 

헌재의 공권력 감시, 법원은 빠져
‘어쩌면 5심이 가능’한 상황 초래
“법원과 헌재, 합리적 인정 필요”
 

입법·사법 경계 가르기 어려워져
1988년 설계된 사법제도 손봐야
 

아버지는 어떻게 정해질까. 낳아주는 어머니는 확실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 민법은 어머니의 배우자가 아버지라고 정했다. 어머니가 혼인 상태가 아니라면 어떨까. 이 아이는 내 자식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아버지다. 이 과정을 인지(認知)라고 부른다. 혼인 외 자녀 출생신고는 보통 어머니가 하지만 아버지가 해도 상관없는데 이때는 인지신고까지 함께 된다.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이 어머니가 혼인 상태가 아니라는 증명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가 두 명인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아이를 낳은 어머니가 잠적하는 일이 늘었다. 어머니 인적사항을 모르니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출생신고가 안 되니 예방접종도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갔다. 아동수당도 못 받고,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다. 출생기록이 없으니 버려지고, 불법으로 입양되고, 인신매매 대상이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2015년 국회가 ‘사랑이법’을 만들었다. 아이 어머니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아버지가 가정법원을 거쳐 출생신고를 하게 해줬다. 이 무렵 한국인 남성 A씨는 중국인 여성 B씨와 딸을 낳았다. 결혼하지 않은 사이였다. 그런데 B씨는 중국에서 여권을 갱신해주지 않아 유부녀가 아니라는 증명도 받지 못했다. 출생신고를 못하던 A씨는 사랑이법 소식을 듣고 가정법원을 찾았다. 하지만 법원은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사랑이법으로 불리는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는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고 돼 있는데, B씨의 신원이 확실했다. 항소심도 신청을 기각했다. 국회가 만든 법이 그렇다는 이유였다.

그러던 지난 6월 대법원이 A씨 신청을 받아줬다.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판결만 헌법재판에서 제외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법을 해석한 것일까, 아니면 법을 만든 것일까.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의회가 법을 만들고, 정부가 법을 집행하고, 법원이 법을 해석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대국가에서 삼권의 경계는 계속 흐려지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행정의 역할이 거대화, 전문화하면서 정부 시행령이 의회 법률을 대체한다. 이런 상황을 의회도 받아들여 중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현상을 작고 느린 의회가 따라잡기 버겁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원 역할이 급격히 커졌다. 법원 자신도 사법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설정한다. 요즘 대법원은 “법관의 법형성은 변화하는 사회 현실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입법권의 불행사로 인하여 ‘법의 공백’이 발생하였을 때에 사회 현실과 법질서 사이의 간격을 메우기 위한 노력으로서 마땅히 사법권에 포함된다”고 보충의견에서 밝히고 있다. 입법과 사법의 경계를 가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헌법재판은 입법·행정·사법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일이다. 다양한 헌법재판 중에서도 핵심은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이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가리는 절차와 공권력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살피는 절차다. 그런데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공권력 감시에서 법원을 제외했다. 외국에서는 재판 결과를 헌법재판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법원을 제외한 이유는 1988년 헌재법을 만든 의회의 선택, 즉 정치적 결단이다. 법원의 재판은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이다. 그래서 대법원이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는 헌법재판소가 관여하지 못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헌재가 개소해 헌법재판을 해보니 입법과 사법이 생각보다 쉽게 나뉘지 않았다.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헌재와 법원 사이에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이에 헌재가 법원의 해석에 일부 관여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이 무시했다. “헌재가 법률을 통제하는 체하면서 사실은 재판을 통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회도 법원도 규범을 만든다 

법률을 통제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조문에 위헌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일부에서 말한다. 그게 맞다면 ‘제1호 내지 제4호’라는 조문을 놓고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 헌재 결정(93헌가1)을 거부해야 한다. 헌법재판은 조문(條文)이 아니라 규범(規範)을 심판하는 일이다. 조문은 형식이고 규범은 내용이다. 1980년대 법원은 사죄광고 명령을 자주 내렸다. 근거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중략)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는 민법 제764조다. ‘적당한 처분’으로 법원이 사죄광고를 만들었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헌재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제764조가 법원에 광범위한 권한을 줬다면서 없애거나, 사죄광고를 규범으로 보고 그것만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후자를 헌재가 택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헌재 출범 직후인 1991년 일이다. 이후로는 이런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에 대한 간섭이라며 무시했다.

이렇게 법원 자신은 입법 영역을 넘나들면서도, 헌재에는 한발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헌법재판에 공백이 생겼다. 의회 단계부터 위헌인 법률을 법원이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에는 헌재가 위헌 무효로 만들 수 있지만, 의회 단계에서는 합헌이던 법률이 법원 적용을 거쳐 위헌이 되면 방법이 없었다. 가령 법원은 노동자의 파업을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왔다.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는 파업의 본질적 속성은 업무방해인데도 이를 처벌했다. 의회 단계에서는 합헌이던 업무방해죄가 법원의 적용을 거쳐 위헌이 된 셈이다. 헌재는 이 문제에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면서도 “법원이 쟁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2010년 적고 말아야 했다. 더구나 위헌이 의심되는 판결이 드물지 않았다. 법원이 위헌 판단에 서툴다는 뜻이고, 재판이 위헌 상황을 해소하기는커녕 불러온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법제도 재건축 검토할 시점 

헌재가 일정한 판결을 규범으로 인정하고 위헌성을 확인하는 방식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유리할 때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법원이 말하는 이유는 “법원의 해석이 아닌 의회의 입법을 향한 것일 때는 받아들인다”이다. 이렇게 되니 3심제도 아니고 5심제도 아닌 ‘어쩌면 5심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법원 판결에서 규범을 찾아내 위헌으로 판단하는 경우, 헌재가 직접 무효를 선언하기보다 국회에 보내 개정토록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다. 이에 대해 “법률 개정 결과에 따라 정작 헌법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구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이런 반론에 대해 “엄밀하게 말하면 위헌법률심판은 개인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절차가 아니다. 헌재가 규범에 위헌을 선고한 결과 개인 권리가 보호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라는 재반론이 있다. 더구나 판결에서 추출한 규범의 경우 무효만 가능한 헌재가 정밀하게 다루기 어려운 만큼, 국회가 없앨 것은 없애고 채울 것은 채우는 방식이 옳다는 지적도 있다.

중대한 인권침해를 막으려 만든 제도가 헌법재판이다. 헌법재판 대상에서 법원을 제외한 이유는 재판이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으리란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고, 이에 헌재가 법체계를 흔들며 해결했다. 언젠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게 됐지만,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까지 생겼다. 잘못된 재판만큼이나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재판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법원 판사들은 “소송하고 항소하고 상고하고도 다른 재판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이켜보면 적절한 시점에서 소송을 끝내고 생활로 돌아가는 게 나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적용되면 위헌” 소송이 시작되면서 재판이 끝나지 않는 사회가 됐다.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을 거친 원로 법조인들은 “법원과 헌재가 시민을 위해 서로를 합리적으로 인정하면서 가야 한다”고 말한다. 1988년 설계한 사법제도를 재건축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불확실의 세계에 살 수밖에 없다. 헌법에 없는 5심제가 시작됐다.


<시리즈 끝>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230600005&code=940301#csidx9dfe39eec35aae8b4de7c2f841a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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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체포, 구타, 망명... 벨라루스는 "변화를 원한다"

루카셴카 부정선거에 시민들 격분... 빅토르 최 노래 '변.화'와 함께 싸우는 시민들

20.12.23 08:02l최종 업데이트 20.12.23 08:02l


"변화를 원한다 / 변화를! 우리의 가슴이 요구한다 / 변화를! 우리의 눈동자가 요구한다 / 우리의 웃음과 우리의 눈물속에서 / 우리의 고동치는 혈관 맥박속에서 / 변화를!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의 어느 아파트단지. 밤 9시면 어김없이 구소련의 전설적인 한국계 록스타 빅토르 최(Viktor Tsoi)의 '변화'(Перемен)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주민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초나 플래시로 밖을 비추고, 노래가 끝나면 모두 '벨라루스 만세'를 외친다. 비단 주택가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빅토르 최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빅토르 최의 노래는 벨라루스 민주화운동과 민심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지난 8월 9일 대선 결과, 루카셴카 대통령은 80% 득표율로 여섯 번째 연임이 확정됐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격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의 폭력진압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정기집회는 꾸준히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집회와 파업이 무려 20주 동안 지속되고 있다.

왜 분노하는가
 

 지난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데레카를 추모하기 위해 민스크 '변화광장' 한쪽에 추모공간이 생겼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래를 부른다.
▲  지난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데레카를 추모하기 위해 민스크 "변화광장" 한쪽에 추모공간이 생겼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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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갈망하는 민스크에는 새롭게 '변화 광장'도 생겼다. 11월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로만 반다렌카가 거주하던 체르뱌코바 거리를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한 것이다. 이외에도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납치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르이 자하란카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도 눈에 띈다. 

루카셴카 대통령은 26년간의 악명 높은 공포정치로 인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다. 그는 국민의 반발과 소통을 막기 위해 선거 직후 며칠간 인터넷 전면차단과 함께 20여 개 뉴스 사이트 폐쇄 등 강경조치를 취했다.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리 자카렌코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 유리 자카렌코는 루카셴카 대통령의 살인명령을 거부하며 항거하다 1999년 납치 살해됐다. 시민들이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했다.
▲  루카셴카에 대항하다 살해된 전 내무부장관 유리 자카렌코의 이름을 딴 임시 거리표지판. 유리 자카렌코는 루카셴카 대통령의 살인명령을 거부하며 항거하다 1999년 납치 살해됐다. 시민들이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비공식적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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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심은 그를 떠났다. 그의 전통적 지지세력이었던 노인세대와 국영기업 노동자들도 등을 돌리며 총파업에 나섰다. 외교관·경찰도 줄줄이 사직서를 내고 인근 폴란드로 망명하고 있다. '양심상 더 이상의 거짓말은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사퇴하는 국영방송 앵커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벨라루스 국영 TV & 라디오 방송인 BT의 직원 수천 명도 '정부의 사전 검열 금지'를 외치며 파업에 참가했다 루카셴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기자들을 '수입'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벨라루스의 모든 TV방송국은 국영이다. 올 하반기 반정부 집회는 1991년 벨라루스가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래 최대규모다.


필자는 지난 한 달간 10여 명의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의견을 취재했다. 그 결과, 현재 이 집회는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국가폭력 및 26년간 독재정권이 자행해온 인권유린에 대한 분노였다.

"적정인원의 몇 배가 넘는 시민을 감옥에..." 
민스크 주택가에서 전경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모습 전경들이 “모두 죽여라!”고 소리치며 한 여성을 공격하자, 주위의 여성들이 그녀를 보호하려고 모여들었다. 벨라루스는 현재 국가폭력으로 10명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 민스크 주택가에서 전경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모습 전경들이 “모두 죽여라!”고 소리치며 한 여성을 공격하자, 주위의 여성들이 그녀를 보호하려고 모여들었다. 벨라루스는 현재 국가폭력으로 10명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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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의 대표적 인권단체 VIASNA의 11월 보고서에 의하면,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5월부터 총 3만 명이 넘는 시민, 인권단체 활동가, 야권성향 언론인들이 체포·구류됐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이들이 심각한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반정부집회가 시작된 이래 총 10명의 시민이 국가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폭력을 행사한 경찰 및 전경, 내무부 산하 특별부대요원들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반면 집회 관련 시민 기소는 총 900건에 이른다.

벨라루스 야권 정치인 베라니카 트삽칼라는 "정부가 적정 인원의 몇 배가 넘는 시민들을 감옥에 수감하는 무리수를 쓰는 가운데, 심지어 누울 자리도 없어 서서 잠을 자는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독일 타게샤우방송은 '코로나19 상황과 의사 인력난이 심각한데도 집회에 참가한 180여 명의 의사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응급센터의 한 의사는 "응급실에 실려온 시민들의 폭력 피해를 직접 목격하고 도저히 침묵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국영기업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자 벌금형과 해고로 보복했다. 현지인들은 지인들의 체포, 기소, 폭력 피해 사례를 매일 듣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시민
 
벨라루스 국가폭력의 피해자 모습 바이헬프(BY help)라는 NGO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피해자 모습. 벨라루스 시민들은 집회참여로 경찰에 구타당한 이들의 의료지원,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등을 지원하기위해 다양한 펀딩캠페인을 하고 있다.
▲ 벨라루스 국가폭력의 피해자 모습 바이헬프(BY help)라는 NGO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피해자 모습. 벨라루스 시민들은 집회참여로 경찰에 구타당한 이들의 의료지원,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등을 지원하기위해 다양한 펀딩캠페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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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 시민 조직화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이하르(27)는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이 확진자로 넘쳐나고 의료진이 (장갑같은) 기본적인 물품조차 없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정부의 무관심에 분노한 시민들은 자발적인 지원체계를 조직했다"는 설명이다.

펀딩을 통해 병원에 의료물품을 지원하고 식당은 음식을, 호텔은 숙박을 무료로 제공해 상황을 완화시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시민들은 국가의 부재에 회의를 느끼고 시민의 조직화에 더 주력했다. 선거캠페인이 시작된 후 정확한 투표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대안적 플랫폼이 도입됐다.

아울러 선거조작 후 8월 9~11일 사이 국가폭력이 격해지자 시민들은 '바이 헬프(By Help) 같은 펀딩사이트를 만들어 국가폭력으로 다친 시민들의 의료비 지원, 소송비지원, 해고 및 경찰 등의 자발적 퇴직으로 인한 생계비 지원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바이 헬프 공식 페이스북 https://bit.ly/2XShcfz , 페이팔 https://bit.ly/byhelp_paypal ). 

국제사회도 루카셴카 정권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고 있다. 세계고문방지기구(OMCT)는 현재까지 국가기관에 의한 강간 등 500건 이상의 고문 사례를 언급하며 "이 수치는 아직 증언에 나서지 못한 이들을 고려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국가가 기획하고 조직한 고문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고, 이런 반인류범죄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루카셴카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를 두고 "술중독자, 마약중독자, 창녀들이나 참여하는 행사"라는 막말로 비난해왔다. 또한 그는 국민을 '순종적인 양' '멍청한 소떼' 등으로 비유하고, '여성은 정치를 하지 말고 부엌일을 해야 한다' 등 여성 비하발언을 일삼아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폭력적 대응을 자제하고 평화로운 저항을 고수해왔다. 특히 벨라루스 여성들은 경찰에게 비폭력을 호소하며 평화를 상징하는 흰 옷과 꽃을 들고 시위와 행진에 참여했다.  여성들은 전경의 방패에 꽃을 꽂거나 이들을 포옹하기도 하고, 민스크 시내 전체를 잇는 인간띠를 만들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는 리투아니아 및 폴란드, 독일 및 유럽 각지에서도 벨라루스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연대시위가 열렸다.
 
 
▲ 시위대 검거를 위해 벨라루스 민스크 시내를 점령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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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부정선거의 역사 그리고 정황들

왜 벨라루스 시민들은 대선을 불법부정선거라고 믿을까. 사실 벨라루스의 부정선거 논란은 그 역사가 길다. 1996년 이래 벨라루스의 선거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 대선결과도 그중 한 지류일 뿐이다. 루카셴카가 처음 집권한 1994년 대선이 유일한 공정선거였다는 것은 이미 통설이 됐다.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그 배경을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정치시스템에 있다고 언급한다. 그는 1996년 개헌을 통해 초헌법적인 대통령 권력을 장악했고, 2004년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독일매체 '도이체벨레' 보도에 의하면 그는 집권 한 달만에 언론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고 아울러 국회해체 및 개헌을 거쳐 식물국회를 만들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만 해도 반정부 성향 야당 의원은 한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고 현재 모든 110명 의원들은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루카셴카 벨라루스 대통령. 1994년부터 대통령이다.
▲  루카셴카 벨라루스 대통령. 1994년부터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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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검찰·사법부까지 모두 장악한 루카셴카 대통령은 그간 자신과 마찰을 빚었던 정적에 아주 냉혹했다. 빅타르 한차르 중앙선거위원장 등 다수의 정적은 독약 테러를 당하거나 행방불명 상태다. 현재 망명중인 유르이 하라우스키(42)는 지난해 9월 독일매체 '도이체벨레'에 1999년 암살단(SOBR) 근무 당시 3명의 정적 납치와 살해사건을 자세히 증언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2006년, 2010년 대선 때도 부정선거 논란이 심각했다.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으나 역시 정부의 폭력진압이 이뤄졌다. 특히 2010년 시민의 저항은 그다음해 4월 11일 15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민스크지하철폭탄사건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약화되고, 위기에 몰린 정부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루카셴카 정권은 2010년 대선에서는 경제위기로 외환융자가 다급해지자 야권 인사들도 경선에 참가하는 게 허용됐다. 하지만 루카셴카는 투표 결과 전망이 어두워지자 야권후보들을 2~5년형에 처했다. 

올 8월 대선에서는 유력한 야권 후보 3명의 후보등록 자체가 불허됐다. 인기 블로거 샤르헤이 트시하노우스키는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수감됐고, 전직 외교관이자 사업가인 발레르이 트삽칼라는 기소를 당해 7월 망명길에 올랐다. 또한 거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의 벨라루스 자회사, 벨가스프롬방크 (BelGazpromBank) 은행을 운영한 빅타르 바바르카도 대선 참가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아들과 함께 6월부터 수감돼 있다. 
 
 벨라루스 대선에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했던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 그는 선거 이후 살해협박을 받고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  벨라루스 대선에 야권후보로 출마했던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 그는 선거 이후 살해협박을 받고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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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감된 블로거의 배우자인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가 대신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빅타르 바바르카의 캠페인 매니저였던 뮤지션 마르야 칼레스니카바와 함께 발레르이 트삽칼라의 배우자이자 IT업계의 비지니스개발매니저인 베라니카 트삽칼라는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를 도와 '여성 트리오' 대선캠프를 꾸리게된다.

부정선거의 구체적인 증거도 다수 존재한다. '유럽들소'(주브르, Zubr), '목소리'(골로스, Golos), '정직한 사람들'(The honest people) 등 사회적 플랫폼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웹사이트로 운영되는 주브르는 대선 중 벌어진 불법사례에 대해 신고를 받았는데 총 1403개 투표소에서 6532건의 신고사례가 있었다. 공인된 선거감시인의 투표소 입장 거부는 817건, 유권자 투표소 입장거부는 705건, 불투명한 개표 카운팅 167건 등이었다. 골로스 플랫폼은 사전등록한 유권자가 자신이 선택한 후보를 찍은 투표용지 이미지를 제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합계를 공식 정부자료와 비교했는데, 야권후보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의 득표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조작의심을 받는 정부 공식 보고서에 의하면, 민스크의 299개 투표소에는 아무도 야권 후보 트시하노우스카야를 선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보고서는 약 1/3의 투표소에서 투표결과 조작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 민주화운동
 
벨라루스 여성들은 꽃을 들고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었다. 지난 8월 여성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손팔찌와 꽃을 들고 수도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며 연대하는 모습.
▲ 벨라루스 여성들은 꽃을 들고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었다. 지난 8월 여성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손팔찌와 꽃을 들고 수도 민스크 곳곳에서 긴 인간띠를 만들며 연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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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루카셴카 대통령과 '맞장'을 뜬 야권대표 여성 트리오의 리더십은 변화를 갈망하던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비폭력 저항을 지향해 온 다수 여성 시민들의 집회 참여와 연대방식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세계각지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의 인권단체 '뉴 유러피언즈(New Europeans)'는 11월 12일 '벨라루스 여성들'에게 '올해의 뉴 유러피언상'을 수여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12월 16일 벨라루스 야권 세력이 임시 구성한 시민위원회(Coordination Council)의 지도자들에게 올해의 '사하로프인권상'을 수여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벨라루스 시민들 다수는 공정한 선거와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외치는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가 승자라고 믿는다. 그는 살해협박을 받은 뒤 리투아니아에 망명 중인데, 벨라루스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알리고 민주화운동 지지를 호소하며 유럽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독특한 카리스마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션 출신 마르야 칼레스니카바는 선거후에도 집회 현장을 찾으며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왔다. 그는 9월 복면마스크를 한 요원들에 의해 거리에서 납치된 후 출국을 강요당했다. 그러나 자신의 여권을 찢으며 이를 거부했다. 현재 구속 중인 그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선동죄'로 기소돼 최고 5년 징역형에 처해졌다. 유럽과 북미 29개국 국회의원 270명은 그와 정치범들의 석방을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루카셴카에게 보낸 바 있다. 벨라루스엔 현재 총 146명의 정치범이 있다. 

유럽연합은 10월 2일 부정선거 및 야권탄압에 연루된 벨라루스 관계자들에 대해 입국비자 금지와 자산 동결을 결정했다. 현재 루카셴카를 비롯해 59명이 제재 리스트에 포함됐고, 29명과 7개 기관 추가가 추진 중이다. 특히 벨라루스와는 16~18세기 같은 연방에 속했던 폴란드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야권을 대표하는 시민위원회의 지도자들에게 사무실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무료 의료지원과 경찰의 정치적 망명도 지원하고 있다.

바르샤바에 망명 중인 22세의 유력한 야권 언론인 스테판 푸틸로도 이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약 200만 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뉴스채널 '네흐타 라이브(НЕХТА Live)'를 운영하며 민주화운동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또한 그는 루카셴카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Lukašenka. Criminal records)를 통해 한 달 100달러에 불과한 은퇴연금과 경제난으로 민생 고통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대통령 자신은 초호화 궁궐같은 관저를 18채나 대관한다는 사실 등 그의 부도덕성을 비판했다.
 
 루카센카 대통령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의 한 장면. 한 할머니는 한달 연금 100달러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데 감자 2개를 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가게를 나와야 했다. 그는 더 이상의 인터뷰 답변을 거부하며 눈물짓고 있다. 현재 벨라루스의 노년층도 매주 ‘은퇴자 집회’를 열고 있다.
▲  루카센카 대통령의 과거 전력과 범죄를 폭로한 다큐의 한 장면. 한 할머니는 한달 연금 100달러 정도로 생활하고 있는데 감자 2개를 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가게를 나와야 했다. 그는 더 이상의 인터뷰 답변을 거부하며 눈물짓고 있다. 현재 벨라루스의 노년층도 매주 ‘은퇴자 집회’를 열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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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루카셴카의 유일한 동맹은 러시아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경제적 협력(EFSD)을 비롯, 정치적 동맹(State Union)및 군사동맹(CSTO)도 맺으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국가의 공식 공용어도 러시아어와 벨라루스어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정부 부채 60%(102억 달러)의 채권자이기도 하고, 루카셴카에게 15억 달러의 긴급융자를 약속한 바 있다.

벨라루스 상황에 푸틴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루카셴카는 서방의 압박 증가로 러시아의 지원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푸틴은 향후 정세에 따라 루카셴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은 있지만, 벨라루스를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두고 싶어한다고 여겨진다.

이에 반해 루카셴카는 옐친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1996년 러시아내 권력까지 탐내며 연방조약(State Union)을 체결하지만, 2000년 푸틴의 등극 이후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꾀하며 러시아의 자국 내 군사기지 설치 요구를 거부해오고 있다. 그러나 돈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벨라루스의 독립도 양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이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유럽 '유로마이단'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다. 친유럽 또는 반유럽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 내 독재타도 그리고 투명·공정 선거를 통해 국민 스스로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고자 하는 자기존중 의지의 발현이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는 이미 이 점을 여러 번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범죄로부터 눈을 돌리지 마세요"
 
 
▲ 전쟁을 방불케하는 벨라루스 민스크의 국가폭력
ⓒ radiosvab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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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뱌틀라나 트시하노우스카야는 사하로프상을 수상하면서 유럽과 전 세계를 향해 더 적극적으로 벨라루스 시민들과 "지금"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내정간섭이 아니라 의무"라는 주장이다.

그는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앞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든다고 해도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벨라루스 시민의 변화의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독자적으로라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승리를 위해 얼마만큼의 대가를 치르느냐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대선 며칠 전 루카셴카는 정치범 석방을 요청한 서방의 지도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일했다고 밝혔었다. 실제 그는 2015년 모든 정치범을 석방했고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조치 역시 곧 풀렸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지금이 아니면 결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긴밀한 연대를 통해 개인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민주시민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있다. 군사독재정권 아래 민주화운동 당시 국제연대가 절실했던 한국 사회, 우리가 이들의 손을 함께 잡아줄 수는 없을까. 벨라루스 시민들은 "범죄로부터 눈을 돌리지 마세요"라며 4개월 넘게 호소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벨라루스어 표기법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사진 및 동영상의 사용은 현지 취재원들에 위임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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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강 부지사, 개성공단 재개 범국민운동 예고

전문가들과 온라인 토론서 ‘민관 협력’ 강조

  • 기자명 위정량 통신원 
  •  
  •  입력 2020.12.22 10:01
  •  
  •  댓글 0
 
경기도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21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재개 중요성과 향후 추진 방향에 관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경기도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21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재개 중요성과 향후 추진 방향에 관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경기도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 김진향, 아래 지원재단)은 21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재개 중요성과 향후 추진 방향에 관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경기도 이재강 평화부지사, 김진향 지원재단 이사장, 현대아산 백천호 상무, 경희대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 남북물류포럼 김영윤 회장,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우희종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날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기조발언을 통해 “개성공단 재개는 미국의 승인이나 대북제재 틀 속에 갇혀서는 불가능하다”며 “재개 선언부터 하고 제재를 넘어 국제적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남북이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으는 것으로 평화는 시작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지난 40여 일간 임진각 현장집무실 추진, 삼보일배 등을 진행하며 개성공단 재개에 관한 각계각층 많은 분들의 뜨거운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확인만큼 이제는 민관이 다함께 손을 잡고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정관계·시민단체·종교계·학계 등 각계계층이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구체적 실천에 동참할 수 있는 범국민운동을 전개하려 한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는 이재강 평화부지사가 지난 15일 통일대교에서 진행한 삼보일배를 완주한 후 ‘민관 협력기구 설립을 통한 범국민운동 전개’ 구상을 밝힌데 이어 다시 한 번 민관협력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재강 평화부지사와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개에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이재강 평화부지사와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개에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 - 통일뉴스 위정량 통신원]

이날 참석자들 역시 그간 경기도의 노력에 공감과 성원을 표하며 새로운 대안마련과 남북 간 긴밀한 협력 등을 통해 개성공단 재개를 이끌어 내야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개성공단 재개 창의적 해법’을 주제로 주제발표에 나선 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 재개 자체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담보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북측의 원부자재로 만든 제품을 북측에 공급하는 방식의 과도기적 운영방법을 도입하는 등 남북이 협력해 새로운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전문가 입장에서 발표에 나선 현대아산 백천호 상무는 “대북제재 수단으로서 개성공단 중단이 아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 등을 위한 출발점으로서 (개성공단) 재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로 들어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협의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개성공단 기능을 의료 관련 클러스터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코로나19 등 인류 전체 위기에 대응하는 인도주의적 산업 체제를 가동하는 것으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개성공단이 주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익이 분명한 만큼 우리도 우리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면서 “당장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하고 재개를 위한 면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인원 최소화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진행했으며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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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의 위수탁계약서가 노예계약서가 된 이유

마트산업노조 “정부,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 권리 보장해야”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12-22 17:24:13
수정 2020-12-22 17: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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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마트산업노조 제공 
 
 
 
 
 
코로나19 위기로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 물량도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그 부담을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이 떠안아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용자의 권리만 명시된 위수탁계약서로, 배송노동자의 권리는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온라인배송노동자 착취하는 대형마트 규탄! 노예계약인 위수탁계약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수암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지회장은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중량물로 인한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형마트 온라인주문도 폭증하고 있다. 주문이 폭증하면 마트가 배송노동자들과 협의하여 업무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충분치 않아 그 부담이 그대로 배송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은 건당 배송물량도 늘어나 더욱더 무거운 물량을 배송해야 하는 상황에서, 늘어난 주문량을 처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1~2시간 이상 추가로 일하고 있고, 일부 배송노동자들은 쉬기로 한 날까지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노조가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온라인배송 차량에 배송해야 할 물량이 가득 찼다. 이 중에는 딸기·귤 등 25개 상자 또는 컨테이너 5개 분량을 한 집에 배달해야 하는 경우 등도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물량을 한 번에 주문 받아서 배송을 해야 해도, 건당 수수료는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늘어난 물량 때문에 9시30분에서 10시쯤 출근해서 오후 10시쯤 퇴근하거나 그보다 더 늦은 시간에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1회차에 나가는 배송물량
1회차에 나가는 배송물량ⓒ마트산업노조 제공
박스 포장 또한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스 포장 또한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마트산업노조 제공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가 이같이 업무를 일방적으로 떠안게 된 이유는 ‘불공정한 위수탁계약’ 때문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 측은 “위수탁계약서에는 사용자의 권리만 있고 노동자의 권리는 찾아볼 수 없다”라며 “언제든지 계약해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배송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할 수밖에 없고, 정해진 휴일이나 근무일을 대형마트가 마음대로 바꿔도 제대로 항의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제공한 각 운송사의 위수탁계약서를 보면 “단체행동, 파업 등으로 인하여 ‘위임인의 업무 지장이 심각하게 초래되는 경우”, “불법노동조합 설립 또는 노동조합에 산발적으로 가입하였거나 단체행동을 할 징후 및 단체 행동을 하였을 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까지 계약해지 사유로 정하고 있다.

온라인배송노동자들 위수탁계약서
온라인배송노동자들 위수탁계약서ⓒ마트산업노조 제공

이에 노조 측은 대형마트 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고 협의해야 할 대상으로, 마트 직원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자회견문에서, 노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주문이 나오지 않자, 대형마트는 반강제적으로 무급으로 쉬게 했다”라며 “하지만 최근 온라인주문이 다시 늘어나자, 예정되어 있던 휴일을 없애는가 하면 갑자기 근무일수를 늘려 업무를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배송노동자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라며 “노동자들은 계약서를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되지만 사용자는 마음대로 어겨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했다.

또 “대형마트 배송노동자들은 대형마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달아 교섭에 나서라고 하고 있지만, 운송사는 여전히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정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와 운송사가 교섭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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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법농단, 법정의 기록](32)법복 벗고 피고인과 증인으로 만난 두 악연…‘법원의 존재 이유’를 묻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입력 : 2020.12.20 20:46 수정 : 2020.12.20 23:40

 

 

다시 처음으로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왼쪽 사진)과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각각 피고인과 증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의원이 사법농단 재판에서 증언한 것은 의혹이 불거진 지 3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법정에선 2017년 2월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의혹을 받는 법원행정처 조치와 관련해 이 의원이 작성한 진술표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왼쪽 사진)과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각각 피고인과 증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의원이 사법농단 재판에서 증언한 것은 의혹이 불거진 지 3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법정에선 2017년 2월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의혹을 받는 법원행정처 조치와 관련해 이 의원이 작성한 진술표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연합뉴스

 

국제인권법연구회 놓고 충돌
3년10개월 만에 법정서 만나
이탄희의 ‘진술표’ 공개에
임종헌은 ‘경위서’로 맞서
사법농단 진실 놓고 공방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중법정의 증인석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42)이 앉았다. 이 의원은 판사이던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하려는 법원행정처 조치에 반발하고 사표를 냈다. 그는 사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는 단초가 된 상징적 인물이다. 임 전 차장과 이 의원은 그 후 법복을 벗었고 두 사람은 이날 피고인과 증인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법정에서 마주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3년10개월 만이다.

사법농단은 법원 조직 전체가 함께 반성해야 하는 사건일까, 개인의 욕심이 법원에 화를 부른 사건일 뿐일까. 사표를 낸 게 “제 개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던 이 의원은 이젠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사법농단을 계기로 법원이 직업윤리를 다시 세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이 판사 시절 많이 말했다는 ‘법원은 판사들의 것’ ‘우리는 그 법원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에 이 의원은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법원은 국민의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차장과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측은 사법농단의 성격을 임 전 차장 ‘개인의 욕심’에서 기인한 것으로 규정한다. 자신이 대법관이 될 수 있는 키를 갖고 있던 대법원장과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해 임 전 차장이 각종 부적절한 일을 벌였다는 취지다. 이 전 실장은 물론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들도 몰랐던, 임 전 차장만의 독자 행동이라고 했다.

■ 진술표에 빼곡히 적힌 2017년 2월 

재판에선 이 의원이 사법농단에 대한 대법원의 1차 자체 조사 때 작성했다는 ‘진술표’가 공개됐다. 대법원장 인사권의 문제를 짚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기획할 때부터, 법원행정처로 인사발령난 뒤 연구회 와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대화한 날짜와 시간·장소, 상대방, 어떤 수단으로 대화했는지, 대화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 의원은 경험한 사실을 아주 면밀하게 진술표에 적었다고 했다.

진술표에 의하면, 2017년 1월15일 이수진 당시 부장판사(현 민주당 의원)가 두 차례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는 내용은 이렇게 적혀 있다. “행정처 높은 분에게서 내게 전화가 왔다. 나보고 연구회에 전달하라는 취지인 것 같다. 학술대회를 대법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학술대회 안 했으면 한다.” 이수진 의원은 법정에 나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학술대회를 막으라고 했다”며 “(저는) 막으면 안 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민걸 전 행정처 기조실장
“임 전 차장 사욕이 화 불러”
법원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이 전 상임위원은 이탄희 의원에게도 전화해 학술대회를 철저히 법원 내부 행사로 진행하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진술표엔 나온다. 2017년 2월14일 대법원 사무실에선 이런 말을 했다고 돼 있다. “행정처는 정보를 취합하는 소스가 엄청나게 넓다. 연구회 모임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 내용도 다 알고 있다. 기조실 컴퓨터에 보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파일들이 있다. (…)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들이 나올 텐데 놀라지 말고, 좋은 취지에서 한 거니까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뒷조사 파일’과 관련해 이 전 상임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임 전 차장이 스스로 책임을 수긍한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들도 있다. 이 의원이 사표를 낸 뒤 전화 통화에서 법원행정처의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조치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타깃으로 한 정책 결정이라고 들었다는 말을 하자, 임 전 차장이 ‘그 부분은 내 책임 50% 인정한다’고 답했다는 부분이다. 이 의원은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는 외부로부터 사법부의 존립을 수호한다. 그래서 결집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일부 정치적인 판사들이 오히려 행정처를 와해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 의원이 당시 격앙되고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서 상황을 다소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이라는 취지로 신문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프레임일 뿐,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명단을 행정처에서 작성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전 상임위원의 말은 ‘지시’가 아니라 ‘부탁’이라며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해서 질책이나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지 않느냐고 따졌다.

임 전 차장은 30분가량 직접 이 의원을 신문했다. 이 의원이 진술표를 작성했을 시기 자신도 나름의 ‘경위서’를 작성했다며 진술표와 경위서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역시 당시 경험하거나 인식한 내용을 경위서로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경위서 내용을) 지금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엔 기억을 토대로 작성된 것임이 분명합니다. (…) 경위서엔 피고인이 증인에게 ‘법원행정처는 국회·행정부·언론 등 대외관계에서 법원 입장을 대변하고 기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기본 역할이기 때문에 법원행정처 전체 업무 중 연구회 관련 업무는 극히 미약하다, 증인이 직접 법원행정처에 부임해서 근무해보면 오해가 해소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데 증인은 혹시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은 없나요?”(임 전 차장)

“없습니다. 그 당시 그렇게 차분하게 대화하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이 의원)

“경위서엔 또 피고인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는 게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령 (연구회가) 없어져도 그와 유사한 단체가 필연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없애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 등이 심각할 텐데 어떻게 없애겠냐’ 이런 말을 했다고 돼 있는데 기억 안 나시나요?”

“오래돼서 구체적 기억은 없습니다.”

이 의원은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조치가 직권남용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당시 생각했다고 했다. “법적인 본질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복가입 해소조치의 정당성을 허위로 알리라는 지시는 불법적인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하지 않은 것입니다.”(이 의원)

대법원 법원전시관에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조항이 전시돼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 법원전시관에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조항이 전시돼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임종헌, 대법관 되려고 한 것 아니냐” 

지난 3일엔 임 전 차장이 이민걸 전 실장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임 전 차장 자신도 재판을 받는 피고인으로,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 증언을 거부할 게 예상됐다. 그럼에도 이 전 실장 측 민병훈 변호사는 임 전 차장에게 증언을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사법부 구성원의 자긍심과 명예’를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실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임 전 차장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거리 두기를 해왔다.

임 전 차장은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 전부에 대해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증언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민 변호사는 그의 앞에서 ‘대법관’ 이야기를 꺼냈다. 임 전 차장이 자신이 대법관이 되는 데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좋아할 만한 일을 수행하고, 반대로 장애가 될 수 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개혁 여론은 잘라내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관 0순위’로 불렸고, 2016년부터 양 전 대법원장 임기가 끝나는 2017년 9월까지는 대법관 3명이 바뀌는 시기였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후보추천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대법원장이 낙점하고 청와대가 선호하는 사람이 대법관 후보가 됐다.

“증인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대법원장으로부터 대법관으로 제청되기에 가장 좋은 보직에 있었고 국제인권법연구회라는 걸림돌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으며 인사검증 과정을 책임지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는 상황에서 (문제점을) 검토한 것은 증인의 대법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민 변호사)


민 변호사의 신문을 듣던 임 전 차장은 증언의 막바지에 이르러 소회를 밝혔다. “최근 중남미 어느 국가에서 대통령을 역임한 가난한 노정객이 정계를 은퇴하면서 국민들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분이 한 말을 제 상황에 빗대어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제가 육십 평생 살아오면서 내 마음의 정원에 남에 대한 증오를 심지 않았습니다. 인간들이 타인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갖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큰 교훈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지난 10월 정계를 은퇴하면서 한 연설을 따온 것이다. 법적 책임을 면하려 자신을 대법관 자리에 욕심낸 사람으로 추궁한 이 전 실장 측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이탄희 의원을 신문하면서도 “진실공방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202046005&code=940301#csidx465e546e78e1d429478babae3c2de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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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검찰 모두의 운명 가를, 결정적 장면 3가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2/21 09:56
  • 수정일
    2020/12/21 09: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금주의 포커스] 이 모든 논란의 시작, 정 교수 1심 선고 23일 나온다

20.12.21 07:29l최종 업데이트 20.12.21 07:29l
오는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혐의 14가지에 대한 1심 법원 판단이 나온다. <오마이뉴스>는 정 교수의 선고를 앞두고 1년 간의 재판에서 드러난 쟁점을 입시비리 혐의, 사모펀드·증거인멸 혐의 두 편으로 나눠 정리했다. 이 기사는 그 첫 번째다. [편집자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월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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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에 대한 법원 첫 판단이 나온다. 지난해 9월 6일 검찰이 정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로 처음 기소한 지 꼬박 475일 만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1일 정 교수를 추가로 기소해 최종적으로 14개의 혐의를 적용했는데, 크게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투자 의혹, 증거인멸교사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입시비리에 해당하는 혐의는 총 7개다. ▲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 동양대 보조연구원 허위 경력 ▲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허위경력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허위 경력 ▲ 공주대 인턴 및 논문 3저자 허위 경력 ▲ 단국대 인턴 및 논문 1저자 허위 경력 ▲ 부산 호텔 인턴 허위 경력 등이다.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는 이른바 '조국 사태'의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 공판에서 정 교수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면서 "본건(입시비리) 범행은 기득권 계층이자 특권을 이용한 부의 대물림이다, 입시 핵심인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 교수는 "이 사건 기소, 특히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은 제가 아는 사실, 제가 가진 기억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논란의 입시비리 혐의를 과연 어떻게 판단할까.

[결정적 장면 ①] 법정에 등장한 두 프린터 기기

검찰 : "자, 보세요. 위조하는데 30초도 안 걸립니다."
변호인 : "30분이 걸려도 안 됩니다. 상장 원본 파일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법정에 프린터기가 두 차례나 등장했다.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는 입시비리 혐의 가운데 검찰과 변호인이 가장 첨예하게 다툰 부분으로, 상장 위조의 주체가 정 교수인지를 놓고 직접 위조 시연까지 벌인 것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딸 조민씨의 입시를 위해 조씨의 활동과 무관한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한다. 조씨 표창장에는 동양대 인문학 영재 프로그램 튜더로 참여한 공로를 표창한다고 기재돼 있다. 표창장에 기재된 프로그램은 정 교수가 동양대에서 직접 운영했던 프로그램 이름이다.

양측은 약 1년간의 법정 싸움을 벌이며 동양대 표창장 관련 증인들에게 조민씨의 튜더 활동을 목격했는지, 조씨에게 표창장이 수여된 사실을 알았는지 등을 물었다.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조씨에게 상장을 주자고 말한 교수들은 있었지만 그가 '인문학 영재 프로그램'에서 튜더 활동 한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과거 조민씨에게 '상을 주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강아무개 동양대 교수도 조씨 활동은 '정 교수에게 전해들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검찰과 변호인은 법정에서 위조 시연을 통해 정 교수의 상장 위조 가능성을 두고 후속 증명 작업을 벌였다. 먼저 검찰은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압수한 컴퓨터 내부 파일을 근거로 상장 위조 논리를 펼쳤다. 해당 컴퓨터에서 정 교수 아들 조아무개씨의 동양대 상장 스캔본과 '총장님 직인.jpg' 파일, '조민 표창장 2012-2.pdf'파일 등을 확보했는데, 이 파일들이 위조된 조씨 상장의 원재료라는 것이다. 검찰은 관련 파일들을 종합해 한글(hwp)파일로 된 최종본을 만들어 출력해 보였다.

반면 정 교수 측은 검찰이 확보한 컴퓨터 내부 파일은 동양대 직원이나 조교가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을 뿐 정 교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동양대 상장은 pdf 파일로 출력해야만 원본과 동일해지는데, 정작 '조민 표창장 2012-2.pdf' 파일을 출력해보니 서식이 모두 깨져 출력된다고 설명했다. 오류난 프린트물을 근거로 "압수된 컴퓨터에 있는 조민 PDF 파일은 상장 원본이 아닌 게 명백하다, 상장 원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쪽이 프린트 시연까지 했음에도 같은 기술적 논쟁만 반복하자, 결국 재판부가 질문 한 가지를 던졌다.

"양측 모두 이 어려운 (상장 문서) 작업을 누가 했는지 밝히진 못한 거죠? 누구도 강사휴게실 컴퓨터에서 발견된 상장 관련 파일을 누가 직접 작업했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없는 거고요."

[결정적 장면 ②] 무려 11년 전 세미나, 엇갈린 진술

김아무개 변호사 : "세미나에서 조민을 봤다. 아버지가 누구냐 물으니 조국이라 했다."
장아무개·박아무개씨 : "세미나에 참석했지만, 조민을 본 적은 없다."

정 교수 입시비리 혐의의 또다른 쟁점은 조민씨가 2009년 5월 15일 열린 서울대 공익법센터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학술세미나에 참석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조씨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2009년 5월 1일~15일 2주간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 받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고 본다.

이 혐의의 쟁점은 증인들의 상충된 목격담이다. 먼저 조민씨의 세미나 참석 여부를 구체적으로 증언한 것은 8월 13일 24차 공판에 출석한 김아무개 변호사다. 그는 2009년 당시 본인이 행사 진행요원으로 해당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조민씨를 봤다고 증언했다. 근거로 "교복차림 여학생이 '아버지가 조국'이라고 했다, 그 말이 인상적이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반면 실제로 해당 세미나에 참석해 조씨와 같은 인턴십 확인서를 받았던 박아무개씨와 장아무개씨는 지난 5월 7일 12차 공판에서 "세미나에서 조민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박씨는 해당 세미나에 참석한 게 입증된 증인이다. 당시 방명록에 박씨의 이름이 기재됐던 것, 당시 세미나에서 촬영된 동영상에 박씨의 질문하는 모습이 나온 것 등을 통해서다. 이런 박씨가 '조씨를 보지 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자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한편, 해당 혐의와 직결된 한인섭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은 법정에서 증언거부권을 언급하며 입을 닫았다.

증언이 엇갈리자 정 교수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서울대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이 조민씨가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의뢰했다. 이후 국과수는 "동일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다소 모호한 결과 탓에 재판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증거 능력에 의문을 보였다.

[결정적 장면 ③] "위법수집증거 여부는 판결 선고할 때 판단하겠다"
 
 검찰 관계자들이 3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총무복지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 수사를 위해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씨가 재직 중인 동양대학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가 있는 연구실과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2019.9.3
▲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2019년 9월 3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총무복지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 수사를 위해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씨가 재직 중인 동양대학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가 있는 연구실과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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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수집증거 여부는 판결을 선고할 때 판단하겠다."

지난 11월 5일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가 한 말이다. 정 교수 측이 검찰이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압수한 컴퓨터를 두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해당 컴퓨터에서 나온 일체의 증거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형사소송법 제 308조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증거로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만일 압수된 동양대 컴퓨터가 위법수집증거로 인정될 경우, 검찰의 표창장 위조 논리 상당수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압수된 컴퓨터에서 발견한 파일들을 바탕으로 상장 위조 논리를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 교수 입시비리 혐의와 직결된 조민씨의 각종 인턴십 확인서 및 사모펀드 의혹 관련 자료 또한 증거능력을 잃을 수 있다. 정 교수의 혐의 상당수가 동양대 컴퓨터에서 확보한 자료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재판부의 최종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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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경심, #위조, #조국, #선고, #입시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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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으로 60km 이동하는 저격땅크

[개벽예감 424] 땅속으로 60km 이동하는 저격땅크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12/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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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한국군이 발견하지 못한 22개의 남진갱도

2. 740여 건의 첩보를 입수했어도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3. 전술갱도가 있고, 전략갱도가 있다

4. 한 개의 주선갱도와 여러 개의 지선갱도들

5. 남진갱도 입구 앞에서 대기하는 저격병들과 저격땅크들

 

 

1. 한국군이 발견하지 못한 22개의 남진갱도

 

2020년 12월 16일 중국 홍콩에서 발간되는 영어매체 <조간 남중국(South China Morning Post)> 보도기사를 통해 중요한 정보가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기사에는 2009년 타이 방콕에서 29명의 탈북자와 함께 전세기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어느 탈북자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 탈북자는 자신이 2008년에 개성공단 인근에 있는 조선인민군 최전방부대에서 중좌(중령)로 군사복무를 했었고, 제대 후에는 로씨야에 가서 해외파견근로자로 일하다가 ‘기획탈북공작’에 넘어가 중국을 거쳐 타이로 잠입했고, 2009년에 타이에서 남측에 들어갔으며, 남측에서 7개월 동안 정보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자기가 아는 북의 갱도에 관한 첩보를 진술한 사람이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말쓰임새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남측에서 땅굴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데, 그것은 틀린 말이다. 원래 땅굴은 토굴과 같은 말이다. 북측에서는 갱도라는 말을 쓰는데, 갱도를 순우리말로 하면 굴길이다. 갱도(굴길)와 땅굴(토굴)은 다른 개념이다. 갱도는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게 땅속에 뚫어놓은 지하통로이고, 땅굴은 사람이나 짐승이 들어가 사는 지하생활공간이다. 갱도에는 입구의 반대쪽에 반드시 출구가 있지만, 땅굴은 출입구 하나만 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 따르면,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 일대에는 1998년 이전에 조선인민군이 뚫어놓은 남진갱도 6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3개는 한국군이 발견했으나, 나머지 3개는 그 탈북자의 진술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북의 지하시설에 관한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남진갱도, 갱도진지, 지하대피소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이를테면, 남진갱도는 조선인민군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을 공격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뚫어놓은 지하기동로다. 그러므로 남진갱도의 입구는 군사분계선 북쪽에 있고, 출구는 군사분계선 남쪽에 있다. 그와 달리, 갱도진지는 적의 위성감시를 피하고, 적의 공습이나 화력타격을 받지 않기 위해 전투병력과 군사장비가 들어가는 지하군사시설이다. 조선인민군의 지하군사시설 중에는 전략군이 운용하는 핵기지, 항공 및 반항공군이 운용하는 지하활주로, 지하격납고, 지하레이더기지, 해군이 운용하는 지하해군기지 등이 있다. 

 

다른 한편, 지하대피소는 전시에 공습이나 화력타격을 받지 않기 위해 피신하는 지하방호시설이다. 조선인민군 제11군단 예하 부대에서 군사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뒤 월남한 탈북자가 2020년 12월 2일 <자유북한방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북에 있는 지하대피소는 폭이 3m이고, 길이는 약 2km이며, 입구에 6~8개의 굽이길이 있다고 한다. 지하대피소 입구에 만들어놓은 6~8개의 굽이길은, 적이 지하대피소 입구를 폭격했을 때 화염과 폭풍이 지하대피소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해주는 장치다.  

 

이 글에서 분석, 고찰하려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1998년 이전에 굴설한 남진갱도 6개가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 일대 어딘가에 있는데, 그 중에서 3개는 한국군이 발견했으나, 나머지 3개는 탈북자의 진술로 알려졌을 뿐이고, 한국군이 발견하지 못했다는 보도내용이다. 이런 보도내용을 분석적으로 고찰하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지난 시기 한국군은 북의 남진갱도 4개를 발견했다. 4개의 남진갱도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군이 1974년 11월에 발견한 제1갱도는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군사분계선 남쪽 1.2km 지점에 있다. 한국군이 1975년 3월에 발견한 제2갱도는 강원도 철원군 근동면 군사분계선 남쪽 900m 지점에 있다. 한국군이 1978년 10월에 발견한 제3갱도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군사분계선 남쪽 435m 지점에 있다. 한국군이 1990년 3월에 발견한 제4갱도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북동쪽 26km 지점에 있다. 

 

위에 열거한 사실을 보면, 한국군이 발견한 4개의 남진갱도는 탈북자가 말한 6개의 남진갱도와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군이 발견한 남진갱도가 4개 있고, 탈북자가 남측 정보당국에 진술한 남진갱도 6개가 따로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인용한 보도기사에서는 한국군이 남진갱도 3개를 발견했다고 했으니, 오보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군이 남진갱도 4개를 발견했는데, 3개를 발견했다고 단순히 착오한 것이 아니라, 한국군이 남진갱도 6개를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3개를 발견하고 3개는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오보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군은 탈북자의 진술을 듣고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 일대 어딘가에 6개의 남진갱도가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남진갱도는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 일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인민군은 240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 전역에서 남진갱도를 굴설했다. 이와 관련하여 2013년 10월 11일 <동아일보> 보도기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군 육군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공개보고서를 인용한 그 보도기사에는 한국군이 2000년 이후 몇몇 탈북자들의 진술을 통해 알아낸 남진갱도에 관한 첩보가 들어있다. 그 첩보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제2군단이 주둔하는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 일대 어딘가에, 그리고 제5군단이 주둔하는 철원군 군사분계선 일대 어딘가에 22개의 남진갱도가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 나온 탈북자가 2009년에 남측 정보당국에 진술한 6개의 남진갱도는 2000년 이후 몇몇 탈북자들이 남측 정보당국에 진술한 22개의 남진갱도들 가운데 일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2000년 이후 몇몇 탈북자들이 남측 정보당국에 알려준 22개의 남진갱도가 군사분계선 전역에 있는 수많은 남진갱도들 가운데 일부라는 사실이다. 군사분계선 전역에는 남진갱도가 몇 개나 있을까? 남진갱도에 관한 정보는 군사기밀이므로, 외부에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추론한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한국군이 1990년 3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북동쪽 26km 지점에서 발견한 제4남진갱도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 나타난 것은 암석층 구간이다. 한국군은 1974년, 1975년 1978년에 각각 군사분계선 다른 지역에서 북의남진갱도를 발견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발견한 남진갱도는 4개다. 그런데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이 발견하지 못한 남진갱도 6개가 개성 인근 군사분계선일대에 더 있다고 한다. 한국군은 동서로 240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 일대에 조선인민군이 뚫어놓은 남진갱도가 24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 분석하면 남진갱도의 총수는 48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2. 740여 건의 첩보를 입수했어도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충격적인 것은, 2000년 이후 몇몇 탈북자들이 22개의 남진갱도가 각각 위치한 지역들이 어디인지를 남측 정보당국에 진술했는데도, 한국군은 남진갱도를 단 한 개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남진갱도가 있는 지역을 알면서도,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무척 힘들고 어려운 남진갱도탐사작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수수방관하는 것 아니다. 

 

한국군 육군본부가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남진갱도에 관한 보고서를 인용한 2013년 10월 11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육군본부 탐지과와 수도방위사령부 공병단에 갱도탐사인원을 배치하고, 연간 4억8,000여 만원의 예산을 들여 갱도탐사작업을 계속하고 있고, 한국군 수뇌부는 탈북자들의 진술에 따라 남진갱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역들에서 갱도탐사를 집중적으로 벌이라는 명령을 2009년 이후 2013년까지 7차례나 최전방부대들에 내렸다고 한다. 또한 2015년 1월 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1982년 이후 2014년까지 남진갱도에 관한 740여 건의 첩보를 입수하고, 590개 지점을 시추했으나, 아무런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2017년 3월 2일 <국방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탈북자들의 진술과 위성영상자료를 종합, 분석하여 선정한 27개 구역에서 매년 400여 개의 시추공을 뚫고 갱도탐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지하 1.5km까지 시추공이 내려가는 시추장비 16대와 탐사장비 12대를 보유하였다고 한다. 또한 한국군은 청음장비 34대를 동원하여 이미 뚫어놓은 9,300여 개의 시추공에서 24시간 청음하면서 특이한 소음이 들리지 않는지 감시한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한국군이 남진갱도탐사작업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으나, 아무 것도 찾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왜 찾지 못한 것일까?

 

위에 인용한 <동아일보> 보도기사에 나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근무하는 어느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서울보다 면적이 더 큰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는 확률도 1% 정도에 불과한데, 지질이 매우 복잡한 지하 200m에 있는 폭이 2m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갱도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한국군이 남진갱도를 찾아내는 것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떨어진 바늘 한 개를 찾아내는 것만큼 힘들다는 말이다. 

 

지난 시기 한국군이 4개의 남진갱도를 찾아낸 것은 탐사결과가 아니라 우연한 발견이었다. 이를테면, 제1갱도는 1974년 11월 15일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던 한국군 병사들이 지하에서 공기구멍을 통해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 일대를 파헤쳐 찾아낸 것이다. 또한 한국군은 1974년 9월 탈북자의 진술을 듣고 제3갱도가 있는 지역을 알아내고, 그 지역을 돌아다니며 4년 동안 탐사작업을 집중적으로 벌였으나 찾지 못했는데, 1978년 10월 17일 갑자기 지하에서 폭발음이 들리면서 시추공에서 지하수가 솟구쳐 오르는 바람에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군 탐사요원들과 미국군 탐사요원들로 구성된 합동탐사단이 남진갱도가 있음직한 징후가 나타난 지역을 돌아다니며 300차례의 시추작업을 벌인 끝에 제4갱도를 발견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한국군이 남진갱도를 찾지 못하는 또 다른 요인은, 그들이 사용하는 시추장비와 탐사장비가 노후화된 것이다. 2013년 10월 1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이 갱도탐사에 사용하는 시추장비는 수입한지 34년이 지났고, 탐사장비는 수입한지 21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처럼 낡은 장비를 가지고 탐사작업을 하고 있으니, 남진갱도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한국군 남진갱도탐사단이 시추장비를 동원하여 갱도를 탐사하기 위해 시추공을 뚫는 장면이다. 한국군은 탈북자들의 진술과 위성영상자료를 종합, 분석하여 선정한 27개 구역에서 매년 400여 개의 시추공을 뚫고 갱도탐사를 계속한다. 그들은 이미 뚫어놓은 9,300여 개의 시추공에서 24시간 청음하면서 특이한소음이 들리지 않는지 감시한다. 그런데도 한국군은 지난 30년 동안 북의 남진갱도를 한 개도 찾지 못했다. 한국군은 자기들이 아무리 애써도 북의 남진갱도를 찾지못하면서, 마치 남진갱도가 더 이상 없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다.  

 

 

3. 전술갱도가 있고, 전략갱도가 있다

 

2018년 1월에 나온 <주간동아> 1123호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제593부대, 제667부대, 제744부대는 갱도를 전문적으로 건설하는 공병부대라고 한다. 2013년 12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했는데, 그 설계연구소에서 핵공격에도 견딜 만큼 견고한 갱도의 설계도를 완성하면, 갱도건설전문부대들이 그 설계도에 따라 갱도를 시공하게 된다. 

 

조선인민군이 갱도를 건설한 역사는 6.25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5월 24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6.25전쟁 시기에 조선인민군 3개 군단과 중국인민지원군 8개 군단은 우리나라 중부지역을 동서로 관통하는 250km 길이의 전선에 거대한 갱도진지를 구축했다고 한다. 그들은 삽과 곡괭이로 갱도를 굴착하면서 나오는 버럭을 갱도출입구까지 운반해놓았다가, 적에게 노출되지 않는 야간에 손수레에 실은 버럭을 산기슭으로 나르며 밤낮으로 갱도굴착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처럼 치렬하게 갱도를 굴착한 조선인민군은 1,730개의 통로를 가진, 총길이가 88.3km인 장거리갱도를 굴설했고, 31,700개소에 이르는 각종 엄체호를 팠고, 총길이가 263km나 되는 참호를 팠다. 다른 한편, 중국인민지원군은 7,780개 통로를 가진, 총길이가 198.7km인 장거리갱도를 굴설했고, 752,900개소에 이르는 각종 엄체호를 팠고, 총길이가 3,420km나 되는 참호를 팠다. 놀랍게도,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이 함께 건설한 거대한 갱도진지의 총길이는 근 4,000km에 이른다. 지금도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오성산 일대에는 전투병력 60,000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거대한 갱도진지가 남아있다. 이처럼 조선인민군의 갱도굴착기술과 갱도전법은 1950년대 격전의 포화 속에서 피땀으로 창조된 유산이다. 그들이 미국군의 무차별 폭격과 포격을 물리칠 수 있었던 승리의 비결도 바로 갱도전법이었다.    

 

조선인민군은 6.25전쟁 정전 이후 오늘까지 60여 년 동안 갱도굴착기술을 발전시켜왔다. 6.25전쟁 시기에 그들은 삽과 곡괭이로 갱도진지를 굴착했고, 1980년대까지는 착암기와 폭약으로 갱도진지를 굴착했는데, 1990년대 이후에는 조선에서 자체로 만든 소형 갱도굴착기(tunnel boring machine)와 폭발음이 거의 나지 않는 무폭음 폭약으로 갱도진지를 굴착하고 있다. 이처럼 굴착수단이 발달하자 굴진속도는 이전에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빨라졌다. 

 

또한 조선인민군은 다양한 갱도전법을 개발했다. 중국인민해방군이나 로씨야군도 갱도전법을 사용하지만, 조선인민군처럼 갱도전법을 중시하는 군대는 없다. 조선인민군의 갱도전은 조선인민군의 화력타격전, 야간습격전과 더불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조선인민군이 뚫어놓은 남진갱도들은 단거리남진갱도와 장거리남진갱도로 구분된다. 단거리남진갱도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약 10km에 이르는 남측 전방지역까지 뚫어놓은 갱도를 말하고, 장거리남진갱도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50km 이상 남측 후방지역 깊숙이 뚫어놓은 갱도를 말한다. 또한 조선인민군이 굴설한 남진갱도들은 전술갱도와 전략갱도로 구분된다. 전술갱도는 전시에 경무장한 특수작전군 저격부대가 남측 후방으로 은밀히 침투하는 갱도를 말하고, 전략갱도는 전시에 전차와 장갑차 같은 중장비들이 남측 후방으로 은밀히 침투하는 갱도를 말한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의 남진갱도는 단거리전술갱도와 장거리전술갱도, 단거리전략갱도와 장거리전략갱도로 구분되는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단거리전술갱도와 단거리전략갱도는 굴착거리가 짧아 굴진작업이 비교적 쉬우므로 그 수가 많고, 장거리전술갱도와 장거리전략갱도는 굴착거리가 길어 굴진작업이 어려우므로 그 수가 적다. 

 

그런데 국방부는 단거리남진갱도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장거리남진갱도의 존재를 부인한다. 2014년 12월 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뚫린 단거리갱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길이가 30km 이상인 장거리남진갱도는 지금까지 굴착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기술공학적으로도 굴착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부인해도 장거리남진갱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5년 1월 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조선인민군이 60km 길이의 장거리남진갱도를 굴착하는 경우, 지상으로 통하는 환기구를 3km마다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20개나 되는 환기구들의 위치가 노출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장거리남진갱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월간조선> 2007년 4월호에 실린, 북에서 갱도굴착에 참가한 경험이 있고, 1980년대 후반에 월남한 탈북자 4명이 진술한 경험담에 따르면, 1982년부터 1988년까지 시공된 태천강발전소의 물길갱도는 길이가 40km인데, 굴착공사 중에 물길갱도 한쪽에 긴 환기통이 설치되었고, 출입구에 설치된 송풍기가 그 환기통으로 바람을 보내주었기 때문에 건설자들이 물길갱도 안에서 굴착노동을 하면서도 호흡장애를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1990년 3월 5일 <중앙일보> 보도는 조선인민군이 1972년 5월부터 각 군단별로 군사분계선 전역에 남진갱도를 굴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조선인민군은 1972년 이전에도 전투병력과 군사장비가 들어가는 갱도진지를 건설해왔지만, 1972년부터 각 군단별로 본격적인 남진갱도굴착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지난 48년 동안 240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 전역에 남진갱도를 얼마나 많이 뚫어놓았을까?

 

2000년 이후 몇몇 탈북자들이 남측 정보당국에 진술했으나 한국군이 발견하지 못한 남진갱도는 22개다. 2013년 5월 15일 <뉴스한국>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갱도탐지과는 군사분계선 일대에 22~24개의 남진갱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조선인민군이 남진갱도를 10km마다 1개씩 뚫어놓은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부의 동서를 관통하는 군사분계선은 240km인데, 서부전선은 조선인민군 제2군단이 담당하고, 중부전선은 조선인민군 제5군단이 담당하고, 동부전선은 조선인민군 제1군단이 담당한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1개 군단이 담당하는 전선구간은 동서로 약 80km라고 볼 수 있다. 국방부 갱도탐지과가 추정한 것처럼, 조선인민군이 남진갱도 24개를 굴설했다면, 조선인민군 1개 군단이 남진갱도를 8개씩 굴설한 것으로 된다. 

 

그러나 조선인민군이 전쟁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중대한 갱도굴설을 지난 48년 동안 추진해오면서 군단별로 겨우 8개씩만 굴설했을리 만무하다. 조선인민군 1개 군단이 지난 48년 동안 남진갱도를 16개씩 굴설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더 합리적인 추론이다. 이런 추론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최전방에 주둔하는 3개 군단은 남진갱도를 5km마다 1개씩 굴설하여 2020년 12월 현재 48개의 남진갱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육군이 기존 지하전 교리(underground warfare doctrine)를 수정, 보완하여 2017년에 펴낸 새로운 야전교범에 따르면, 지하도시로 기능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군사시설 4,800개 이상이 조선 각지에 있다고 한다. 미국 육군은 조선에 건설된 4,800개 이상의 각종 지하군사시설들 가운데서 남진갱도가 몇 개인지 알지 못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48개의 남진갱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17년 6월 21일 미국군 소식지 <스타즈 앤드 스트라이프스(Stars & Stripes)>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이 굴설한 남진갱도 1개에서 시간당 약 30,000명의 전투병력이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48개의 남진갱도 중에서 약 40개는 단거리남진갱도인데, 단거리전술갱도가 약 30개이고, 단거리전략갱도가 약 10개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약 48개의 남진갱도 중에서 약 8개는 장거리남진갱도인데, 장거리전술갱도와 장거리전략갱도가 각각 4개씩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20년 11월 5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20시 보도시간에 나온 장면이다. 광부들이 소형 갱도굴착기로 석탄광맥을 굴착하는 모습이다. 스웨리예에서 만들었다는 대형 갱도굴착기는 엄청나게 크고, 값도 매우 비싸서조선의 갱도굴착공사에서는 쓸 수 없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자기 실정에 맞는 소형갱도굴착기를 만들었다. 위의 사진은 석탄갱 광부들이 소형 갱도굴착기를 사용하는 장면이지만, 조선인민군 갱도굴설전문부대가 남진갱도를 굴착할 때도 위와 같은 소형 갱도굴착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굴진 중에 암석층이 나오면, 착암기로 구멍을 내고 그 구멍에 폭약을 넣고 터뜨리는데, 조선에서는 폭발음이 거의 나지않는 무폭음 폭약도 개발했다. 이처럼 소음을 적게 내는 소형 갱도굴착기와 무폭음폭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군이 전방지역에 뚫어놓은 9,300여 개 시추공에 청음장비를 넣고 24시간 청음을 계속해도 굴착소음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4. 한 개의 주선갱도와 여러 개의 지선갱도들

 

북의 전술갱도에 관한 사례를 살펴보자. 2020년 12월 2일 조선인민군 제11군단 예하 부대에서 군사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뒤 월남한 어느 탈북자가 <자유북한방송>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1개 중대병력이 굴착을 맡은 구간에서 1년 동안 굴착하면, 이듬해에는 다른 1개 중대병력이 뒤를 이어 굴착한다고 한다. 그 탈북자는 2001년에 남진갱도굴착공사에 동원되었는데, 당시 자신이 속한 중대 병사들이 굴착한 갱도는 폭이 1.5m이고, 길이는 약 45~50km이었으며, 2001년 당시 계속 남쪽으로 굴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말한 갱도의 굴착폭과 굴진길이를 보면, 그 갱도는 경무장한 저격병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후방 깊숙이 침투하는 장거리전술갱도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이번에는 북의 전략갱도에 관한 사례를 살펴보자. 군사복무시절에 갱도굴착공사에 동원되었던 조선인민군 제6사단 군관출신 어느 탈북자의 경험담이 실린 <뉴스한국> 2013년 5월 17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8명이 1개조로 편성되고, 3개조가 8시간씩 교대로 24시간 갱도를 굴착하는데, 갱도폭은 10m라고 한다. 조선인민군 제6사단은 서부전선에 주둔하는 최전방 전투부대이므로, 갱도폭이 10m나 되는 거대한 전략갱도가 서부전선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에서 갱도를 굴착한 경험이 있고, 1980년대 후반에 월남한 탈북자 4명의 경험담이 실린 <월간조선> 2007년 4월호 기사에 따르면, 강원도 철원에 주둔하는 조선인민군 제5군단은 땅크가 다닐 정도로 규모가 큰 남진갱도를 몇 군데 굴착했다고 한다. 이 경험담은 폭이 10m 정도인 또 다른 전략갱도가 중부전선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은 그 전략갱도의 굴진길이를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그것이 단거리전략갱도인지 아니면 장거리전략갱도인지는 알 수 없다. 

 

돌이켜보면,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3축6륜 정찰장갑차, 신형 4축8륜 보병전투차량, 신형 4축8륜 기동포, 신형 저격땅크를 비롯한 고속기동전장비들은 모두 전략갱도를 통해 이동하기에 적합한 무기체계들이다. 이런 사정은 조선인민군이 2020년 12월까지 통일대전준비를 완료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1개 중대병력이 2m의 폭을 가진 전술갱도를 하루에 평균 20m씩 굴착하면, 그들이 한 해 동안 굴진하는 길이는 7km이고, 그런 굴진속도로 40년 동안 계속 뚫으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200km 이상 굴진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면, 개성역에서 평택미국군기지까지 거리는 약 120km다. 또한 조선인민군 1개 중대병력이 10m의 폭을 가진 전략갱도를 하루에 평균 4m씩 굴착하면, 그들이 한 해 동안 굴진하는 길이는 1.5km이고, 그런 굴진속도로 40년을 계속 뚫으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60km를 굴진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면, 개성역에서 광화문까지 거리가 약 60km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 오산미공군기지와 평택미국군기지 지하에는 전시에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저격부대들이 지표토사를 뚫고 나올 장거리전술갱도 출구가 각각 은폐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와 더불어 서울 중심부 땅속에도 전시에 조선인민군 기갑부대들이 지표토사를 뚫고 나올 장거리전략갱도 출구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전투부대들이 지표토사를 뚫고 나올 장거리전술갱도가 각각 은폐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인민군의 남진갱도는 본선갱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본선갱도에서 갈려나간 많은 지선갱도들이 여러 방향으로 많이 뚫려있다. 그 지선갱도들마다 입구가 하나씩 있다. 본선갱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지선갱도들마다 입구가 한 개씩 있는 것이다. 지선갱도들마다 입구를 설치한 이유는 굴착공사 중에 나오는 많은 분량의 버럭을 밖으로 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갱도굴착길이가 60km 이상 길어지는 경우, 약 70만t의 버럭이 나오는데, 이것을 모두 실어내려면 5t 화물차 10대가 약 8년 동안 계속 날라야 한다. 그런데 5t 화물차 10대가 한 개의 갱도입구에 집결하여 계속 드나들면 미국의 첩보위성에 입구위치가 노출될 수 있으므로, 화물차 10대를 여러 지선갱도입구에 분산배치하여 여러 방향으로 버럭을 실어내면서 미국의 위성감시망을 따돌리는 것이다. 

 

또한 전시에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은 서로 멀리 떨어진 여러 지선갱도입구를 통해 갱도에 들어가 본선갱도에서 합류하게 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수많은 저격병들과 군사장비들이 갱도에 들어가려고 한 개의 갱도입구에 집결하면, 미국의 정찰위성에 공격징후를 노출하기 때문이다. 

 

조선인민군의 남진갱도는 그처럼 입구가 여러 개 설치되었을 뿐 아니라, 출구도 여러 개 설치되었다. 전시에 본선갱도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침투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은 여러 지선갱도출구 지하에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공격명령이 내리면 서로 멀리 떨어진 여러 지선갱도출구에서 일제히 지표토사를 뚫고 지상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미국 육군이 기존 지하전 교리를 수정, 보완하여 2017년에 펴낸 새로운 야전교범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이 굴설한 남진갱도 1개마다 출구가 5개씩 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선인민군의 단거리전술갱도는 약 30개, 장거리전술갱도는 약 4개로 추정되는데, 이들 전술갱도 1개마다 출구가 5개씩 있다고 보면, 전체 출구는 170개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저격부대들이 170개의 전술갱도출구에서 2~3m의 지표토사를 파내고 지상으로 나온다고 가정하면, 최정예 저격병 90,000명이 30분 만에 남측 후방 각지에서 쏟아져 나와 습격전에 돌입할 수 있다. <신동아> 2020년 1월호에 실린, 한국군 당국이 2014년에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은 이전에 전방지역에 36,000명을 배치했었는데, 2014년 이후에는 90,000명으로 증강배치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인민군의 단거리전략갱도는 약 10개, 장거리전략갱도는 약 4개로 추정되는데, 이들 전략갱도 1개마다 출구가 5개씩 있다고 보면, 전체 출구는 70개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기갑부대가 70개의 전략갱도출구에서 2-3m의 지표토사를 뚫고 지상으로 나온다고 가정하면, 약 700대에 이르는 전차, 장갑차, 보병전투차량들이 30분 만에 남측 후방 각지에 뚫린 전략갱도출구들에서 쏟아져 나와 고속기동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견된다. 

 

주목되는 것은, 전략갱도출구가 남측 고속도로에 가까운 지점에 은폐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시에 전략갱도출구에서 쏟아져 나온 조선인민군 기갑부대는 고속도로에서 운행하는 일반차량들의 교통흐름을 타고 남해안까지 고속으로 진격하게 된다. 고속도로에서 남진하는 조선인민군 기갑부대를 저지할 유일한 공격수단은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이 보유한 공격헬기인데, 전시에 그 공격헬기들은 조선인민군 조종방사포의 초정밀타격으로 이미 파괴되었거나, 치렬한 교전이 벌어지는 전방작전에 우선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후방의 고속도로는 무방비상태이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열병식에 참가한 특수작전군 저격병들이 행진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그 열병식에 참가한 신형 저격땅크들이 행진하는 장면이다. 사진 속에 나타난 저격병들은 갱도전과 야간습격전에 필요한 우수한 전투장비를 갖추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저격병 90,000명은 남측 후방 각지에 뚫린 170개의 전술갱도출구에서 30분 만에 쏟아져 나와 습격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전시에 조선인민군 기갑부대 소속 전차, 장갑차, 보병전투차량 약 700대는 남측 후방 각지에 뚫린70개의 전략갱도출구에서 30분 만에 쏟아져 나와 고속도로를 타고 남해안까지 고속으로 진격할 것으로 예견된다. 통일대전준비를 완료했다는 그들의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말아야 한다.  

 

 

5. 남진갱도 입구 앞에서 대기하는 저격병들과 저격땅크들 

 

1990년대 국방부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윤여길 공학박사는 2013년 5월 17일 <뉴스한국>에 실린 대담기사에서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남진갱도를 통해 남하하면, “한국군을 장악하는 것은 하루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선인민군 교도지도국 제19여단(2017년에 창설된 특수작전군에 편입)에서 군사복무를 하고 1995년에 제대한 후 2000년에 월남한 탈북자가 2013년 5월 20일 <뉴스한국> 취재기자에게 진술한 경험담에 따르면, 전시에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 남진갱도로 남하하면, 1개 저격여단 6,000~8,000명이 서울 또는 다른 대도시를 점령할 수 있으며, 하루 안에 충청남도까지 진격할 수 있다고 한다. 

 

충청남도 이남지역에는 레이더상실고도(음영구역) 이하 초저공으로 날아가는 조선인민군 야간습격기들이 달빛 없는 무월광심야에 출동하게 된다. 항공륙전병 30명이 탑승하는 야간습격기의 비행속도는 시속 240km이며, 항속거리는 500km다. 야간습격기가 북측 전방지대에서 이륙하면, 2시간 30분 만에 부산과 목포에 도달하게 된다. 야간습격기의 활주거리는 약 300m밖에 되지 않으므로, 학교운동장, 골프장, 도로 같은 평지에 착륙할 수 있다. 조선은 야간습격기를 자체로 생산하는데, 2020년 1월 현재 약 500대를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전시에 항공륙전병 15,000명은 야간습격기 500대에 분승하여 2시간 만에 충청남도 이남 각지 상공에서 강하하여 습격전에 돌입하게 된다. 2020년 10월 15일 미국의 온라인 매체 <나의 북조선(My North Korea)>에 실린 위성사진분석기사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전에 6개였던 저공강하훈련장을 10개로 증설했다고 한다. 야간습격기를 타고 심야에 공중으로 침투하는 항공륙전병의 저공강하훈련에 힘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 남진갱도로 남하하여 남측 각지에 도달하기 전에,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은 300mm 조종방사포, 400mm 조종방사포, 500mm 조종방사포, 600mm 조종방사포, 610mm 조종방사포, 그리고 사거리가 500km인 3세대 전술유도무기, 사거리가 690km인 4세대 전술유도무기를 비롯한 초정밀화력타격수단들을 동원하여 한국군 기지의 핵심부과 주한미국군기지의 핵심부를 족집게식으로 제거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것이 북에서 말하는 통일대전의 시작이다. 

 

이처럼 초정밀화력타격으로 한국군 기지들 및 주한미국군 기지들의 핵심부가 제거되면,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저격부대가 그 기지들 인근에서 불시에 나타나 습격전과 포위전에 돌입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은 무기고에서 무기를 꺼내기 전에, 전투기나 헬기를 타고 이륙하기 전에 사면이 포위될 것으로 예견된다. 포위전의 말미에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예하 함화공작부대가 나타나 포위망에 갇힌 한국군 장병들과 주한미국군 장병들에게 확성기를 통해 투항권유방송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초정밀화력전, 갱도전, 야간습격전, 함화공작이 배합된 조선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은 인명살상과 시설파괴를 최소화하고, 72시간 만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명살상과 시설파괴는 치렬한 교전이 벌어지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만 발생하게 된다. 

 

조선인민군, 사회안전군, 로농적위군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2020년 12월 1일부터 올해 제1기 전투정치훈련을 시작했다. 연례적으로 진행되는 제1기 전투정치훈련은 2021년 3월 31일까지 4개월 동안 계속되고, 제2기 전투정치훈련은 2021년 7월 1일부터 시작된다. 

 

올해 제1기 전투정치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연락군관들을 군단사령부, 사단사령부, 여단사령부에 파견하여 최고사령관의 훈련명령서를 각 지휘관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훈련명령서를 받은 야전지휘관들은 자기 휘하의 연대와 대대를 직접 순회하면서 각급 지휘관들에게 최고사령관의 훈련명령을 침투시켰다. 최고사령관의 훈련명령서에는 조선인민군, 사회안전군, 로농적위군이 올해 수행해야 할 전투정치훈련의 과업과 기간이 명시되었다. 

 

2020년 12월 1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올해 제1기 전투정치훈련에서 특징적인 것은 전략군 훈련기간이 다른 군종에 비해 훨씬 늘어났는데, 전략군 부대들에 새로 배치된 각종 핵타격수단들의 운용방법을 숙련시켜 불의의 정황에 대처할 수 있게 강도 높은 훈련을 하라는 것이 최고사령부의 명령이라고 한다. 

 

올해 제1기 전투정치훈련에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저격병들도 전략군 로케트병들과 마찬가지로 강도 높은 갱도전 훈련을 진행할 것이다. 조선인민군 교도지도국 제19여단에서 군사복무를 하고 1995년에 제대한 후 2000년에 월남한 탈북자가 2013년 5월 20일 <뉴스한국> 취재기자에게 진술한 경험담에서 갱도전 훈련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북에서 군사복무를 할 때 폭이 1m, 높이가 1.5m밖에 되지 않아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는 비좁은 갱도에 들어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입구만 있고, 출구는 없는 갱도 안에 들어가면,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어둡고, 완전히 폐쇄된 공간이어서 숨이 막히는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데, 갱도적응훈련은 그런 압박감을 극복하는 초기훈련이라고 한다. 갱도적응훈련을 마치면, 완전무장을 하고 남진갱도를 따라 장거리를 민첩하게 이동하는 신속기동훈련을 한다고 한다. 또한 남진갱도 안에서 방독면을 쓰고 가스살포구간을 통과하는 화학전 훈련도 하는데, 병사들이 화학전 훈련 중에 질식해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하여, 남진갱도로 이동하다가 적의 공격을 받는 경우 불의의 정황에 대비한 후퇴훈련도 하는데, 남진갱도 안에 500~1,000m 지점마다 폭발물을 1개씩 설치해두었다가 적의 공격을 받고 후퇴할 때는 폭발물을 하나씩 터뜨리며 이동한다고 한다. 

 

이처럼 강도 높은 갱도전 훈련을 군사복무기간 12년 동안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강철처럼 단단해진 저격병 90,000명이 성능이 우수한 저격무기를 들고 남진갱도 입구 앞에서 최고사령관의 통일대전명령을 대기하고 있으며, 저격병들과 협동작전을 벌일 첨단성능의 저격땅크들도 남진갱도 입구 앞에서 최고사령관의 통일대전명령을 대기하고 있다. 통일대전준비를 완료했다는 그들의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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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독자개발' 꺼내든 북한, 의도는?

北 내각 총리 "관광지구 우리식으로 건설" 재점화

20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김덕훈 내각 총리가 금강산 현지에서 개발사업과 관련한 사항을 파악했다며 "고성항해안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을 돌아보면서 명승지들을 개발하여 인민들의 문화 정서적 요구를 최상의 수준에서 충족시킬 데 대한 당의 구상을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에 정확히 반영하고 집행하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리는 특히 "관광지구를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휴양지로 되게 할 것"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김 총리가 "금강산지구를 현대적이며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로 훌륭히 꾸리기 위한 개발사업을 연차별, 단계별 계획에 따라 밀고나가며 인민들이 자연 경치를 한껏 즐기면서 휴식할 수 있게 건설에서 선 편리성, 선 미학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데 대하여 언급하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현지에서 진행된 협의회에서는 총개발계획안이 작성된 데 맞게 개발사업의 선후차를 바로 정하고 세계적수준의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의 설계와 시공에서 주체적건축사상과 건설정책을 철저히 구현하기 위한 대책들이 토의"됐다고 밝혀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과 관련한 계획이 마무리됐고 머지 않은 시기에 이에 대한 시행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20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금강산 관광지구의 개발사업을 현지에서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

북한은 지난 1월 30일 코로나 19 확산을 이유로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남한에 통보한 바 있다. 이후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북한이 당시보다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한 현 시점에 이 사안을 꺼내든 배경을 두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신문이 '각지에서 온천탐사 활발히 진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역 곳곳에서 온천을 발굴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북한 지도부가 관광산업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문은 "인민들의 건강 증진과 문화·정서 생활에 이용할 데 대한 당의 뜻을 높이 받들고 자원개발성에서 온천탐사에 힘을 넣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주민들이 이용하기 위한 온천 발굴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관광산업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고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온천 개발이 내부 주민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내년 초로 예정돼있는 당 대회 이후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를 매개로 남북 간 접촉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3일 금강산 관광지구를 찾아 남한과 함께 금강산 관광을 추진했던 기존 정책이 잘못됐다며 독자적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 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남한은 지난해 11월 시설 철거 문제를 논의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에 금강산 내 남한 시설 철거 의향을 전달했냐는 질문에 "(금강산 내에) 방치돼 있는 시설들을 정비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북한은 그걸 철거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해 북한에 해당 사안과 관련한 접촉 의사를 타진했음을 시인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한 측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2020년 2월까지 시설 철거 시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히며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그러던 중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해당 협의는 중단된 상태다.

 

이같은 전후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개발 계획을 실제 실행하기 전에 관광지구 내 남한 시설 철거 문제를 비롯, 현대아산에 부여한 사업권 문제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이에 대한 남북 간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201354262174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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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단식 10일…김용균 어머니·이한빛 아버지가 아직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이유

‘중대재해법 촉구’ 단식농성단 “25일까지 상임위 논의, 31일 원포인트 본회의 열려야”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2-20 17:09:35
수정 2020-12-20 17: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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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2.20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2.2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연말에는 저희도 집에 가서 쉴 수 있도록 조속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주십시오." - 고 김용균 어머니

"법사위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집에 돌아가겠습니까. 법이 통과될 때까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고 이한빛 아버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단식 농성이 어느덧 10일 차를 맞이한 20일,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등이 조속한 입법 논의를 당부하며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단식 농성장을 찾아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를 약속하고 떠났지만 법안 심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단식이 이어지면서 어느덧 10일째가 됐다.

이번 임시국회는 해를 넘겨 내달 8일까지다. 이들은 조금 더 속도를 내 연내에는 중대재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중대재해법의 처리가 늦어질수록 일터에서 쓰러지고, 숨지는 노동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이 뭉그적거리는 사이, 이날도 경기도 평택시의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하던 노동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중대재해법 단식농성단'은 이날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척이 없는 중대재해법 논의에 대한 답답함을 쏟아냈다. 동시에 거대 양당을 향해서는 중대재해법의 연내 처리를 위한 의사 일정 합의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10일차를 맞은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0.12.20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10일차를 맞은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0.12.2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김미숙 이사장은 "나날이 몸에 힘이 빠져 이제는 하루하루 지내는 자체가 힘이 든다"며 "지난번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까지 오셔서 중대재해법을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약속해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진척이 미진해서 조바심에 침이 마른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밥을 굶어가면서까지 위험에 처해있는 국민들 살려달라고, 국회의원 볼 때마다 힘없는 목청이지만 힘을 모아 소리쳤다"며 "이런 제 마음이 전달되고는 있는 건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온전한' 중대재해법의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의 경우처럼 국회 심사 과정에서 핵심 내용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자식을 잃고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법이 온전히 제정되기를 바란다"며 "돌아가신 분들 한분 한분 가슴 찢어지는 사연과 사고들이 이 법안에 들어있다. 그래서 어떤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법만큼은 산안법처럼 엉망으로 만들면 절대로 안 된다"며 "법 조항들이 온전히 살아남아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2020.12.20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2020.12.2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뒤이어 발언에 나선 이용관 이사장은 "이제 기운도 빠지고 생각도 가물거리지만, 국회의사당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저희 유가족은 단순히 용균 엄마, 한빛 아빠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 현장과 사회 곳곳에서 떨어지고, 깔리고, 끼여서 죽고, 불타서 죽고, 독극물과 가스에 질식하여 죽고, 재난과 참사로 죽은 수많은 영혼과 죽지 못해 고통의 세월을 보내는 유가족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거대 여당 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에 간절히 호소한다"며 "이제 기업의 눈치 그만 보시고 내일부터 중대재해법을 상임위에서 논의하시고 본회의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이 이사장은 "어떻게 임시국회가 시작된 지 10일이 지나도록 허송세월만 하고 논의 일정조차 잡지 않나"라며 "내일부터 당장 법안 심의에 들어가 올해 안에 법을 통과시켜달라. 연말에는 저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함께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연내 처리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님과 민주당,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이전에 소위원회와 상임위 논의가 될 수 있도록, 31일 이전에 원포인트 국회 (본회의)가 열릴 수 있도록 의사 일정을 협의해 줄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도 이어갔다.

강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은 180여 석에 가까운 의석을 국민들이 몰아준 것이라는 기개로 21대 국회를 운영해 왔다. 그런데 왜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안 앞에서는 머뭇거리는지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야당을 핑계 삼아 더 이상 의사 일정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를 대여 기 싸움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달라"며 "비대위원장의 약속과 자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었던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중대재해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사위 의사일정은 20일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지난 17일 중대재해법을 논의한 당 정책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소위원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라며 "여야가 냉각기인 시기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간 먼저 협상을 한 뒤에 소위 회의가 열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12.20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농성 10일차를 맞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12.2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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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없이 정년없다" 9년 만에 달린 김진숙 희망버스

[현장] 코로나로 생중계·차량 탑승으로 진행... 400여 대 행진에 한진중공업 들썩

20.12.19 19:43l최종 업데이트 20.12.19 20:42l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해고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김진숙 희망버스)" 행사가 열린 가운데, 정문 앞에 "복직없이 정년없다"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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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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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수백여 대의 차량이 응원 경적과 함께 부산 영도를 오가던 19일 오후 3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 건물에 대형 펼침막이 내려졌다.
 
"복직 없이 정년 없다"


35년간 해고자로 지낸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동료들이 내린 펼침막을 걸리자 마자 카메라 셔터가 터졌다. 펼침막의 글귀는 이날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김진숙 희망버스)' 행사를 압축하는 가장 상징적인 구호였다.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김진숙의 복직'을 바라는 동료들은 영도 세찬 바람에 펼침막이 날려갈까 더 단단히 노끈을 조여 맸다.

이날 부산 영도에는 전국 각지에서 주최 측 추산 400여 대의 희망차량이 몰려들었다. 조선소 최초의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지 35년째. 복직투쟁 180여 일째. 다른 이들의 노동문제에 평생 힘을 쏟았던 김 지도위원이 정년을 앞두고 자신을 위한 싸움에 나서자 이를 응원하는 희망버스가 9년 만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9년 만의 희망버스 '김진숙 복직'으로 다시 시동 오후 1시 30분부터 국립해양박물관과 태종대 진입로 두 곳에 '해고없는 세상 한진중공업 김진숙 복직' 글귀를 단 희망차가 길게 늘어섰다. 과거와 같은 대형버스가 아닌 승합차, 택시, 버스, 승용차, 대형 레미콘 등 타고 온 차량이 모두 달랐다. 그러나 이들의 경유지는 영도조선소 정문 희망주유소 앞으로 같았다. 주최 측은 "전국 100여 곳 이상에서 410대의 희망차가 부산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희망차가 영도조선소로 출발하자 곧 유튜브로 생중계가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날 모든 행사는 온라인, 드라이브 스루(차량 탑승) 방식으로 진행됐다. 생중계 진행에 따라 모여든 희망차들은 49대로 각각 나뉘어 영도조선소와 영도를 여러 번 행진했다.

정홍형 금속노조 부양지부 수석부지부장 등 2명의 사회자가 진행을 맡은 정문 앞 '김진숙 희망버스' 무대에는 참여자들이 순서에 따라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2011년 1차 희망버스 참가자이기도 한 문정현 신부는 "공장에서 쫓겨난 그 고통과 애끓는 슬픔을 상상할 수 없다"며 "복직은 해고자들이 억울함을 인정받는 일이다. 촛불로 세운 이 정권은 김진숙 동지를 반드시 복직시켜야 한다. 그러면 (암 재발 등) 병도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결자해지"를 강조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한진 자본이 반드시 풀어야 할 사안"이라며 "사측은 매각과 배임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35년 해고를 바로 잡아야 한다. 노동 중심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지도위원이 수술 등 암 투병에 들어가자 대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동료들은 영상 인사로 희망차를 반겼다. 25일째 단식 중인 문철상 금속노조 부양지부장, 심진호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지난 희망버스를 기억한다. 이번에도 함께해 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은 "의지가 모이면 반드시 복직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35년간 고통스러웠던 세월을 해결해 김 지도위원이 공장으로 복귀해 진분 없는 깨끗한 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스스로 한진중공업을 걸어나갈 있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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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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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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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두드린 35번의 타문...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야"
 

오후 3시 30분 김 지도위원의 해고 기간을 상징하는 35번 타문(타종) 행사가 이어졌다. 복직을 바라는 각계각층의 35명이 대형 원목을 들고 굳게 닫힌 영도조선소의 문을 두드렸다. 유튜브에서는 이런 현장 상황이 쉴 틈 없이 중계됐다. 

타문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용접공 입사, 309일간의 크레인 농성 등에 대한 김 지도위원의 삶에 대한 언급과 쾌유, 복직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문 신부를 비롯해 송경동 시인, 이은주 정의당 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함께 타문에 참여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보건당국의 방역방침까지 지키며 영도조선소 앞을 찾아준 '김진숙 희망버스' 탑승객들에게 암 투병 중인 김 지도위원은 영상편지로 대신 답했다.

"박창수 위원장은 안양구치소에서 풀려나지 못했고,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주익 지회장도 85크레인에서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재규형은 4도크에서 올라오지 못했고, 정리해고 투쟁을 가장 열심히 했던 강서도 복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새해1, 2월 방사선 치료 잘 받고, 3월 수술도 잘 해내겠습니다."

암 투병에서 이기겠다는 다짐과 함께한 그의 마지막 말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해야죠. 투쟁"이었다. '김진숙 희망버스' 탑승객들도 온라인으로 영상을 보며 이 말을 자연스럽게 함께 외쳤다. 3시간에 걸친 이날 행사는 오후 늦게 이후 모든 차량이 자신의 지역으로 돌아가면서 마무리됐다.

기획단은 "21일부터 정년을 맞이하는 31일까지 청와대에서 '11일 행동'을 진행한다. 그리고 해결이 없다면 희망버스는 또 이곳을 찾을 계획"이라며 다음 일정을 바로 예고했다.

기획단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사측이 희망버스 행사까지 김진숙 지도위원의 35년 해고에 대한 책임과 복직을 끝내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제 김 지도위원의 정년은 불과 10여 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해고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김진숙 희망버스)" 행사가 열린 가운데, 문정현 신부가 정부와 사측을 향해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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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김진숙 희망버스' 차량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  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복직을 촉구하는 1차 리멤버 "김진숙 희망버스" 행사가 개최됐다. 코로나19로 이날 행사는 온라인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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