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자리를 대통령이 거둬들이는 것이긴 하지만 이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해임 조치는 어느 모로 봐도 이례적이다.
애초에 나 전 의원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대통령실이 정면으로 비판한 것부터 통상적인 일은 아니었다. 나 전 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다. 뭐가 됐든 위원회 내부에서 정리되는 게 상식적인 정책 문제를 가지고 대통령실 수석까지 나서서 공개 저격하는 모양이 연출됐다. 하필 그 시점이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서 윤 대통령이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현 의원을 큰 격차로 앞선다는 당원 여론조사 결과가 주목받을 때였다.
논란이 커지자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라고 이유를 밝히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했다. 대통령실은 막상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 직후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하다가 뒤늦게 사의 표명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고 나서도 지난 12일에는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크다. 사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하루 뒤에 사의 표명도 없었던 기후환경대사직까지 묶어서 해임한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은 이미 사의 표명이 있었던 만큼 사표를 수리하면 그만이었다. 굳이 징계의 의미를 담아 해임할 것이라면 하루 전까지 애정이 여전하다는 대통령실 발 보도는 무엇인지, 그 하루 사이에 밖에서는 모르는 대단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대통령도 여당 당대표 선거에 대해서 선호하는 후보가 있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당은 당이 알아서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말로 밝혀 왔던 입장을 이제 와서 뒤집는다 한들 그것이 그리 큰 잘못도 아니다. 차라리 여당 당권 경쟁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면 최소한 떳떳해 보이기라도 할 텐데 그런 것도 아니다.
이 과정에서 소위 ‘윤핵관’이라 분류되는 의원들의 반응도 이해 불가다.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이들은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이라거나 ‘친윤을 가장한 반윤 우두머리’ 등으로 표현하며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 벌어지는 이런 편 가르기는 볼썽사납고 퇴행적이다.
당권 경쟁에 나섰던 나 전 의원이 맡고 있던 직에서 밀려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거나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유일하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윤 대통령의 심기뿐이다. 굳이 사표 수리가 아니고 해임한 이유도 대통령의 불쾌감 표출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집권 여당의 첫 당대표 경선이 ‘윤심’ 논란 말고는 아무런 논의도 찾아볼 수 없게 흐르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월 12일 1325쪽에 이르는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이 '뉴스타파 DATA 포털'에 공개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녹취록 가운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연속보도합니다.[편집자말]
2020년 10월, 그때는 이재명 vs. 이낙연이었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던 때였다. 상승세는 이재명이었다. 한때 리얼미터 기준 25% 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두 사람의 격차가 오차 범위 안으로 바짝 좁혀졌던 시점이었다. 당시 퇴임의사를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는 있었지만, 그때까지 이들 두 사람과 윤 총장의 격차는 제법 있던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대장동 일당 4인방(김만배·남욱·유동규·정영학)'의 대립 구도는 김만배·정영학 vs. 남욱·유동규였다. 대장동 수익 배분과 관련 특히 김만배와 남욱 두 사람 사이는 크게 벌어져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만배가 보기에 남욱은 "괜히 관여해서 사이 벌리는 것이 기술인 애"였고, 정영학이 보기에 유동규는 그런 남욱과 "같이 붙어있는" 사람이었다.
김만배 "유동규 저쪽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년 10월 26일, 김만배와 정영학은 판교 ○○○○○에서 만난다. 인근에 골프장이 있는 곳이었다. 차를 시키고 잠깐 골프 얘기를 나누다가 김만배는 유동규 이야기를 꺼낸다.
[2020년 10월 26일, 판교 ○○○○○]
김만배와 정영학 대화 "유동규 저쪽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
김만배 : "동규는저쪽에서 탈출을 해서 사업을 하고 싶은 거지.(정영학, 네 분위기도 좋은데, 좋죠) 아니 그런데 걔는 만약에 저기 가서 쫓아갔다가 부정한 일이 나타나면 난리 나는 거 아냐."
정영학 : "요즘 이 지사가 여론조사도..."
유동규의 당시 직책은 경기관광공사 사장, '저쪽'은 이재명 경기지사 측으로 읽힌다. 김만배는 우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선 출마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유동규가 '저쪽'에 있을수록 이들 4인방의 행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김만배 : "내 입장에서는 미스터 리가 이게 돼. 그런데 측근이 옆에 있다가, 걔를 감시하는 눈들도 많을 거 아냐. (정영학, 아, 인제는...) 응. 그러니까 그게 겁나는 거지. (정영학, 안 가는 게 나은 거네요) 그렇지. 걔는 가는 순간에 난리 나. 항상 이거 좋아하지, 여자 좋아하지."
정영학 : "그러면 형님 입장에서 못 가게 말려야 되는 거예요?"
김만배 : "그렇지. 그래서 내가 너도 똥 묻었기 때문에 가기 싫은 거 아니냐. 그랬더니 사업한대, 그러면. 그래서 내가 오케이할게... (중략) 얘는 다시마 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회사를 차리겠대. 응? 그래서 그 회사를, '좋아. 오케이. 형이 돈 대줄게 해. 하고 싶으면'. 그런데 그 회사를 나보고 사래. 응? 거액에. 응? 몇 백 억에. 그래서 나는 안 산다. 응?"
정영학 : "배임이잖아요."
유동규 "사공이 너무 많아졌다... 난 경기관광공사 나올 것"
▲ 2020년 10월 26일,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유동규가 저쪽에서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사흘 후 김만배·유동규·정영학이 분당의 한 노래방에서 마주 앉았다.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 노래방이다. 세 사람이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히려 했던 자리로 보인다. 이날 유동규는 그들 사이의 비밀 유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데, "나 모르는 사이에 사공이 너무 많아졌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남시쪽에) 사공을 한 명도 만들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 30일 분당 ○○노래방]
김만배·유동규·정영학 대화 "우리 필수요원들 전혀 내용 몰라"
유동규 : "우리 안에서는, 필수요원들, 안에 있는 필수요원들은 전혀 내용을 모르잖아요. 왜? 사공을 안 만들었거든요. 한 명도 사공을 만들지 않았는데, 바깥에서는 사공들이 많아졌어. (중략) 그거는 형님, 암호 같은 겁니다. 일종에. 나는 어디부터 생각되냐면, 국정원에서 분명히 군불이 나오기 시작할 테고, 이 시점이 언제쯤일까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그거에 대해서 지금 전혀 움직임이 없길래 의아했어요. 분명히 옵티머스처럼 불꽃이 어딘가 나올텐데 왜 안 나올까. 만약에 불꽃 한 번 터지면 그 불꽃은 누구도 못 막습니다. 분명히 어디선가 터질텐데 왜 스파이크(스파크)가 안 나지? 생각했는데 사실 나도 그거와 관련돼 가지고 전체적으로 내가 나와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난 회사 나올 거고."
스스로 경기관광공사를, 사실상 '저쪽(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측)'을 떠나겠다는 말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12월 31일, 실제로 유동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사임한다) 그래서인지, 이날 세 사람의 대화는 유동규 지분을 어떻게 '무사히' 그에게 전달하느냐로 이어졌다.
김만배 : "자,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해보자. 내가 동규한데, 뭐 동규 지분 아니까, 700억을 줘. 응? 700억을. (정영학, 예, 예) 만약에 이걸 줄 수 있는 게, 비상장 주식을 내가 유동규가 만약에 차렸는데 그거를 내가 비싸게 사서... 그 할 수 있어, 없어?"
정영학 :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김만배 : "그러면 가장 좋은 방안은 뭐야?"
정영학 : "잘 모르겠습니다."
김만배 : "저기를 주면 어때? 증여로 주면. 문제가 돼? 세금 내면?"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다.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만 따져도 2012년 8월부터다. 그렇게 오랫동안 범행을 준비한 이들 일당이 그 후 8년이 지나도록 정작 '키맨' 역할을 한 유동규에게 거액의 돈을 어떻게 전달할지 그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정영학이 노래방에서 먼저 자리를 뜨면서 그날 녹취록은 끝난다. 이후 그 자리에 남은 김만배와 유동규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다만 김만배는 2020년 11월 6일 ○○CC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그때 이야기는 잘 됐냐"고 묻는 정영학에게 이렇게 말한다.
김만배 : "'너(유동규)는 남욱이랑 헤어질 수 없어. 너 술 좋아하고, 남욱이랑 그렇게 이거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넌 나중에 남욱이랑 가. 응?', '그리고 2025년 정도 되면 10년 되니까, 니가 달라면 투자 형식으로 하든 뭐 형식으로 하든 줄게'."
이 이야기는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천화동인1호 지분을 2025년 '유동규네'에 넘길 것이라고 김만배가 여러 차례 말했다는 남욱의 검찰 진술이 알려지면서다. 일부 언론은 이런 발언이 정영학 녹취록에 있다고 보도했으며, '유동규네'에 이재명이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대화에서 '유동규네'와 같은 표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목할만한 변화는 따로 있다.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2025년 되면 어떤 형식으로든 몫을 주겠다'고 했다는 그 날로부터, 정확히 열흘만에(2020년 11월 10일) 유동규가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유원홀딩스, 옛 유원오가닉)를 차렸다는 점이다.
앞서 김만배에게 밝힌 대로 그 회사는 "다시마 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회사"로 보였다. 그런데 2021년 1월 20일, 그러니까 회사 설립 두 달 여만에 이 회사 설립 목적에 "부동산개발, 공급, 매매, 임대업"이나 "부동산 개발 업무대행"등이 추가된다. 그리고 2021년 2월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사실상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2021년 2월 1일 오후 3시 55분]
김만배와 정영학 통화... "너(유동규)는 안전하지만 형은 안전하지 않아 싫다"
김만배 : "동규 말이야, 동규. (정영학, 네, 네, 네) 이제 현재 나온 거를 어떻게 좀 해달라고 그래서, '내가 그러면 현찰로 주겠다, 수표로', 응? (정영학, 네) 왜냐면, '아니면 증여로 가져가면 좋은데 니가 증여로 가져갈 수 없으니까 내가 받아서 세금을 내고 빼서 주겠다, 수표로. 그러면 니가 알아서 써라', 이런 방법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그 이제, 투자를 자꾸 해 달래, 투자를. 그래서 내가 '세무조사 전에 나는 투자는 싫다. 잘못하면은 법률적으로는 요건을 갖춘 투자지만, 내용적으로 부실할 때 그 책임은 결국 나와 우리 경영진이 질 텐데, 그게 대기업이 수사 받는 가능(가장) 큰 이유인데, 비자금을 빼돌린다고', 응? (정영학, 네) 니가 어디서 변호사한테 그런 자문을 구했으면 너는 안전하지만 형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싫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 (정영학, 네, 네) 그랬더니 그걸로 계속 해 달래, 투자로."
김만배가 '몰살' 언급한 이유
▲ 2021년 2월 1일, 김만배는 정영학과의 통화에서 "유동규가 지금 엄청나게 대든다"고 사실상 하소연을 한다. 그러면서 김만배는 유동규 요구대로 투자가 들어갈 경우 "몰살"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영학은 "투자 회수가 안 될 경우 세무적으로는 여하튼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을 전한다. 그러자 김만배는 남욱이 천화동인1호의 실소유주라는 내용의 소송을 화천대유에 제기하면, 재판 후 남욱을 통해 유동규에게 돈을 전달하는 방법도 제안했다고 전한다. 정영학은 "괜찮을 것 같다"면서 유동규의 반응을 물었다. 돌아온 김만배의 답은 이랬다.
김만배 : "아니 그랬더니 남욱이를 또 못 믿겠대. 그래서 '그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내가 그랬어. 그래서, '그러면 니가 그쪽에서 투자를 받으면 되지. 그렇게 해서. 그리고 투자금을 니가 돌려준다고 하면 걔는 오케이할 것 아냐' 그러니까 자기는 남욱이를 못 믿는대. 그래서 그건 싫대."
정영학 : "그런데 같이 붙어있지 않습니까? 둘이."
김만배는 대책이 없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간다. 그는 "이제 유동규 저거 모른다"거나 "지금 엄청나게 대든다"고 했다.
김만배 : "'가져가는데 걸리지 않게 가져가야지' 내가 그랬어. '너 이거 걸리면 네 명은 다 죽어', 내가 그랬어. '뭘로 방어할래' 내가 그랬어. (정영학, 그럼요 형님) 지금 시나리오는 다 도로아미타불이고. 응? 그리고 대선 전에 투자해놨다가 저 돈이 이동했다는 거 알면 어떻게 할라고 그래."
그리고, "잘못 나가면 다 몰살"이란 말이 나온다. 유동규 요구(투자 형식)에 대해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더니 "몰살할 거라고 딱 얘기하더라"는 것이었다.
김만배 : "남욱이가 지금 X구멍에 바람을 엄청 넣나 봐. (정영학, 거기서 넣은 것 같아요) 응, 아니 그래서 내가 그랬어. '야, 배당 받아가서, 아니면 증여로 받아가서 수표로 써. 수표로 쓰면 개인 대 개인 거래인데 뭔 상관 있어. 한 번 만 돌리면 되지. 형이 배당 받은 돈을 반이 날라간다는 게 있지만, 형이 꺼내서 주는데' 내가 그랬지. (정영학, 아니, 그래도) 그랬더니. '형의 부담이지만' 그랬더니, 세금이 너무 많이 날라간다 이거야." (정영학, 네)
그래서 '무슨 세금이 너무 많이 날라가. 아무리 받아가도 니가 이것저것 다 떼도 350억은 넘을텐데' 응? 내가 그랬어. 그렇잖아. 남욱이 것 제하고, 공통비 둘이 필요한 것 제하고 뭐 해도 그 정도는 될 텐데, 응? (정영학, 네, 네, 네, 네) 그랬더니... 그런데 이놈은 이제 세금 내는 게 싫은 거야. (정영학, 네...) 근데 형이 볼 때 몰살이야."
남욱 35억 건너 가... 정민규 "유동규가 그랬다, 내가 천화동인 1호"
▲ 유원홀딩스 등기부. 회사 설립일자는 2020년 11월 10일이다. 그리고 2020년 12월 31일, 유동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사임한다.
그리고 2021년 10월 11일, "남욱 변호사가 투자 관련 사업계약서를 받고 35억원을 20억원과 15억원씩 두 차례에 나눠 유원홀딩스에 송금한 것으로 검찰 계좌 추적 결과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식을 가장 처음 전한 곳은 <동아일보>였다. 유원홀딩스 대표 정민용 변호사의 진술도 함께 전해졌다. 그는 "(35억원중)유동규 이혼자금으로 전처에게 5억원, 재혼할 여성에게 6억8000만원을 보냈다"며 이렇게 자술했다고 한다.
"유동규가 그랬다. '천화동인 1호를 내가 차명소유하고 있다. 천화동인 1호 배당금으로 빌린 돈을 갚겠다'고 했다."
"대입수학능력 시험 결과 상위권 159명의 성적이 시스템 오류로 10점씩 낮게 나왔다면 교육부 장관이 자진해서 사퇴하겠다고 하지 않을까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주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도 종결됐지만, 이 장관은 건재하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프레시안과 신년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참사와 관련한 '사회적 감각'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수능 점수'와 비교하며 말했다.
그는 "진상규명은 어떤 사건의 프로파일을 완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가 정말로 중요하며 책임지지 못하면 자리가 위태롭다는 감각을 키우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이를 독려하는 정부 조직과 기조가 자리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상민 장관 퇴진 운동’은 참사의 정쟁화가 아니라 정치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며 올해 인권의 차원에서 시민들이 요구해야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이태원 참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을 끝까지 '개인화' 시키려 했고, 이런 태도는 여성가족부 폐지, 장애인 이동권, 화물연대 파업 등 다른 사회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일관되게 발견된다.
장애인, 여성, 노동자 등이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평등을 주장하고 나서면 윤석열 정부는 "평등성과 보편성이 아닌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를 통해 "차별의 문제를 피해를 경쟁하는 문제로 만들고 있다"고 미류 활동가는 지적했다. 장애인 이동권을 지적하면 이를 당장 시민의 불편을 대립하는 문제로 제기하면서 시민과 장애인이 대립하는 구도로 치환시킨다.
"윤석열 정부는 집단적 권리의 실현을 통해서 모두의 권리를 증진하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개인을 구제하는 방식을 '개혁'이라고 말한다. (…) 많은 이들이 윤석열 정부가 공정을 이야기하니까 이명박 정부를 떠올리는데, 윤석열 식의 공정은 MB 정부 때보다 더 위험하다. MB는 공정을 가이드 혹은 지향으로 이야기했다면, 지금 윤 대통령은 개인의 권리 자격을 묻는 잣대로 공정을 들이대고 있다."
다음은 미류 활동가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그는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산하 진상규명 시민참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프레시안(이명선)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프레시안 : 이태원 참사 발생 석 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희생자 유가족들은 "아직도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다"며 울부짖고 있다.
미류 :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가의 책임 부정이다. 참사 직후부터 "주최 측 없는 행사"(박희영 용산구청장),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 아니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같은 말들이 나왔다. 특수본은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며 수사를 했다. 국가가 "책임" 자체를 지지 않겠다고 하는데 소재를 밝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결국 꼬리 자르기였고, 유가족들에게 진실도 정의도 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재난참사 진상규명이 누군가 고통과 죽음을 겪은 과정을 살피는 일이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정부기관 업무 평가와 다르다. 재난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것은 각각의 고유한 빛깔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삶과 존엄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되짚는 과정이어야 한다. '도대체 그날 어떤 상황이었기에 꼼짝할 수 없게 됐고, 꼼짝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또 어떤 우연들이 겹쳐서 목숨을 잃게 되었는가?' 혹은 '살아남았지만, 이런저런 힘든 상황 끝에 겨우 살아남은 건가'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진상규명이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각각의 고유한 빛깔을 가진 159명과 함께 살면서 지키고 싶었던 것,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하면 다시 지켜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야 비로소 '이태원 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본다.
"'정쟁화'는 옳지 않지만 '정치화'는 중요하다"
프레시안 : 지금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는데, 정치권으로 넘어오니 역시나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류 :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도 정쟁의 대상이 됐다. 재난참사를 이렇게 정쟁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치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난참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가 침해된, 혹은 그것을 보장하는 데 국가가 실패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재난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는 '우리 사회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밝히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단편적인 사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19분이나 늦게(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 보고를 받고 8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도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나", "중대본 가동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는 아니다" 같은 말을 했다. 재난안전 주무부처로, 이태원 참사에서는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장으로, '10분이라도 더 일찍 보고 받았다면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까?', '중대본을 조속히 꾸렸다면 기관 간 협조가 조금이라도 원활하지 않았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도 부족할 판에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럴 경우, 행안부 하위 기관도 '더 빨리 보고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했어야 했지?'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필요가 없다. 왜? 상급자가 그런 말을 안 하니까. '괜히 일찍 보고하려고 애쓰지 말자'가 되고 만다.
그러면서 이상민 장관은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자신은 최선을 다한 듯 말하는 장관에게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맡기나. 이런 사람이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그만둬야 한다.
▲ 이태원 참사 현장. 특수본은 지난 13일 참사의 원인은 '군중 유체화'라고 밝혔다. 박준영 금오공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는 "국과수 밀도 추정 감정서를 토대로 사고 골목길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오후 9시부터 10시 30분까지 군집 밀도가 제곱미터당(㎡) 6∼10명 사이가 되면서, 피해자 1인 평균 약 224㎏∼560㎏ 무게 정도의 힘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압력에 시달리던 희생자들은 10분 이상 저산소증 등을 겪다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연합뉴스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프레시안 : 참사를 인권의 관점으로 보고 진상규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류 :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진상규명이라는 것이 어떤 사건의 프로파일을 완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 함께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축제를 한다고 사람이 모일 때 경찰들이 가이드라인을 펼치고 질서유지하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정부는 진상규명의 시작과 동시에 이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행안부는 '주최 측 없는 행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책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112 반복 신고 감지시스템 구축', '112기본법 제정', '혼잡경비 업무 담당 민간 경비원 육성'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태원 참사가 주최 측 없어서 발생했나? 혼잡경비 업무를 담당할 경찰공무원이 부족해서 발생했나? 112신고가 반복되는 걸 감지할 기술이 없는 게 문제였나? 참사의 원인 규명과 무관한 대책들만 무성하고, 정작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가 어떻게 더 지켜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개선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훈련을 반복하는 기술적·기계적인 것만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위험 상황을 인지하는 역할을 맡은 관련자들이 '이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책임지지 못하면 정말 위태롭다'와 같은 감각을 키우고 그런 감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것을 독려하는 정부 조직의 기조와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사람 목숨'보다 '수능 점수'를 더 중시하는 사회
프레시안 : 정쟁화는 옳지 않지만 정치화는 중요하다고 했다. 정치화한다는 것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인데, 책임을 묻는 순간 다시 정쟁이 된다. 참 어려운 문제다.
미류 : 어려운 문제지만, 사회적 감각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입수학능력 시험 결과 상위권 159명의 성적이 시스템 오류로 10점씩 낮게 나오면 교육부 장관은 어떤 입장을 밝힐까? 자진해서 사퇴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걷다가 159명이 사망했는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은 자진 사퇴는커녕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이는 곧, 한 사회가 어떤 사건의 비중이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프레시안 :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10대였던 이들이 2022년 20대가 돼 이태원 참사를 겪은 셈이 됐다. 이 같은 집단 트라우마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 같다.
미류 : 참사에 따른 트라우마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살다가 사회적‧정치적 감각을 갖게 되는 사건이 있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당시 10~20대였던 사람들에게 어떤 정치적 감각을 갖게 한 것처럼, 세월호 참사 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우리 사회 혹은 정치에 대한 감각을 형성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다.
트라우마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날 것 같다. 우선은 이태원 참사를 처음 접했을 때 분노했을 수도 있지만, '뭐가 좀 달라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와 같은 무력감도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분노보다는 무력감을 더 크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또 언제 어디서 위험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내가 더 위험해. 내 일자리가 더 불안해. 내 안전이 더 문제야' 같은 피해 경쟁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나'의 문제 혹은 '내'가 겪는 문제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서로 경쟁해야 되는 상황, 이런 게 더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프레시안 : 더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고 피해 경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참사로부터 회복될 수 있을까?
미류 :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동안 어떤 사회를 작동하게 한 구조나 시스템이 붕괴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참사로부터의 회복은, 구조와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인 동시에 무너진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하는 일이다.
신뢰는 절대 혼자 만들 수 없다. 타인을 믿을 때, 서로 믿는 관계가 확장될 때 신뢰가 생긴다. 따라서 혼자 안전하려고 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가 타인을 혹은 사회를 믿을 수 있어야 '내가 안전하다'는 감각이 돌아올 수 있다.
▲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앞에서 열린 시민추모제. 유가족들이 촛불과 함께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안 된다'는 신호,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프레시안 : 지난해 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을 했다. 그런 투쟁 덕에 법안 발의 15년 만에 처음으로 공청회가 열렸다. 비록 반쪽짜리였지만…. 우리 사회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는?
미류 : 차별이라는 사건은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되지만, 그 피해는 개별적으로 겪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차별당했다'고 주장하기보다 그냥 참고 살기를 택한다. 그런 순간, 누군가는 좀 더 싸워볼 수 있게 공적인 역할을 하는 제도가 차별금지법이라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하면서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차별당했다'고 호소하는데 모두 무시할 경우 혹은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라며 스스로 자책하는 경우 또는 '네가 유난스러운 게 문제야'라고 사회가 말할 때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법이 차별금지법이다.
차별의 구조를 바꾸는 싸움은, 누군가의 싸움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차별의 구조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것인 만큼 누군가가 먼저 용기를 내고 시작해야 맞설 수 있다. 결국은 우리가 함께 싸우기 위해서라도 누군가 먼저 싸울 수 있도록 법을 통한 보장이 필요하다.
법 제정이 자꾸 미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을 차별을 겪는 '일부'의 문제, '소수'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 더욱 구조화되고 있는 이 '혐오'라는 문제 때문에라도 법 제정을 더는 늦출 수 없다.
혐오는 다층적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축적된 것이기 때문에 법을 만든다고 해서 해소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호는 분명히 필요하다. 단지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떤 집단을 악마화·타자화하거나 특정 권리에서 배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일단 '안 된다'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차별과 혐오는 먹고 사는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왜 저 사람보다 덜 받아야 해?'라는 물음에 '너 고등학교밖에 졸업 안 했잖아', '너는 여자잖아', '너 아직 청소년이잖아'라는 말로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주민이나 성소수자의 경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런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 지난해 5월 26일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단식투쟁 마무리 기자회견.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46일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을 했다. ⓒ연합뉴스
"차별의 문제를 '피해의 경쟁'으로 만드는 정치"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 제정에 큰 저항 중 하나가 성소수자 혐오 문제인데, 종교와 결부돼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미류 : 얼마 전 김진표 국회의장이 저출생 해법을 논하는 자리에서 "동성애·동성혼 치유 회복 운동"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세력들이 말하는 '병이다' 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우리 사회는 내가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가 '다르다'고 지목하는 집단과 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소수자와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동료 시민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소수자와 동료 시민으로 마주하고, 그래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핵심 아닐까?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평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정치권부터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프레시안 : 과거에는 평등권 문제를 시혜나 수혜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지금은 '내 것을 빼앗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고 있다. '장애인 지하철 시위'만 해도 장애인의 이동권 요구를 '나의 출퇴근 시간 불편을 가중시키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미류 : 차별의 문제를 '피해를 경쟁하는 문제'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장애인들이 이동 못하는 것, 그래 그것도 좀 문제지. 그런데 시민의 불편은 어떻게 할 거야?'라는 인식, 즉 이동권이라는 문제를 시민과 장애인이 대립하는 문제로 치환했다.
지금의 한국 정치가 양산하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다. 평등성과 보편성이 아닌 어느 한쪽의 편을 들게끔 편 가르기를 하는 것,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피해가 더 크지. 그렇다고 남성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야'라며 본질을 벗어나 편 가르기 하는 방식, 그게 바로 '이준석 식 정치' 아닌가.
"윤석열 정부, 젠더 이슈를 '여성 대 남성'의 갈등으로 치환했다"
프레시안 : 혐오를 말할 때 젠더 이슈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금 10대들에게는 '페미니스트'가 하나의 욕이 됐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미류 : 젠더라는 것은 그 자체로 갈등적 개념일 수밖에 없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역할이 있듯 남성에게도 그에 부합하는 요구가 있다. 이는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것이고 '나답게' 살고자 하는 바람이든 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든 누구에게나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갈등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젠더 이슈를 '여성 대 남성'의 갈등으로 치환해버렸다. '신당역 살인 사건'을 우연히 정신질환을 앓는 남성과, 우연히 그 남성에게 걸린 여성 개인의 문제로 만든 것이다. 여가부 장관은 "신당역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며 "남여 이중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무총리는 또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효과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했다. 구조적인 문제를, '여성 대 남성'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들의 프레임이다.
핵심은 '구조'를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구조를 향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폭력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향하는 방식이 됐지? 왜 여성들은 이렇게 쉽게 폭력의 대상이 되는 거지? 왜 여성들은 폭력의 피해를 입어도 사회에 대고 그것을 '폭력'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거지?'라고.
프레시안 : 역시나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미류 : 활동가 입장에서 보면,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는 미투(#Metoo)와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확장된 성차별 구조에 대한 인식과 문제제기를 쫓아가려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 장관이나 총리의 발언에서 본 것처럼 어렵게 쌓아온 하나의 흐름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 역시 이런 흐름을 겨우 쫓아왔기 때문에 누군가 역으로 돌리려는 걸 다시 제 방향으로 밀어붙일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 80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은 지난해 11월 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은 정치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프레시안(한예섭)
"윤석열 정부, 시민을 '피해 호소인'으로 만드는 정치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 또한 젠더 이슈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류 : 윤석열 대통령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은 윤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조했던 "약자와의 동행"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구조나 시스템이 아닌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진짜' 약자를 분리한다는 전략이다.
반노조 정책도, 단순하게 '노동자라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해'가 아니다. '노동조합은 강자야. 약자는 노조도 구성 못하는 다른 데 있어'라는 의미다. 즉, '네가 개인으로 남아있는 한 국가는 도움을 줄 거야. 그런데 집단을 구성해 무언가를 더 내놓으라며 싸운다면 너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야'라는 것이다.
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도 '그냥 그렇게 있으면 법무부가 도와줄 거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신당역 사건 때 주무부처인 여가부보다도 법무부가 더 적극적이었다. '구조적 차별은 없지만, 법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여성들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윤석열 정부의 여러 가지 개혁은 '개인을 구제하는 방향'에 방점이 있다. 집단적 권리의 실현을 통해서 모두의 권리를 증진하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따라서 '여가부 폐지'라는 전선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메시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돼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미국 트럼프 정권의 통치를 '트럼프 월드'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한국에는 윤석열 정권이 만들어 가고 있는 '윤석열 월드'가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월드'는 법질서 아래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고 굳건하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온갖 피해는 모두 개인의 몫이 되는….
미류 :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은 구조는 그대로 두고 그 구조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선에서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을 권리를 가진 시민이 아니라 '피해 호소인'으로 만드는 정치를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의 공정'이 'MB의 공정'보다 더 위험한 이유
프레시안 : 보수 정권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가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느낌도 들고.
미류 : 그렇다. 그러나 MB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시기적으로 다르다. MB 정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한국은 그 피해를 덜 겪으면서 정책 기조가 4대강사업 같은 토목사업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졌다. 훨씬 더 심각한, 그래서 제대로 된 구조적 재편이 필요한 때다.
프레시안 : MB는 소수 집단의 욕망을 극대화해서 그 소수가 나눠 먹는 방식으로 재편했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개개인을 파편화시켜 무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미류 : MB 역시 '공정의 전도사'였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MB는 공정을 가이드 혹은 지향으로 이야기했다면, 지금 윤 대통령은 개인의 권리 자격을 묻는 잣대로 공정을 들이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나 건설노조를 '사업자'라고 하면서 칼을 빼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청소 노동자가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폐기물을 처리해주고 주민들에게 직접 수수료 3만2000원을 받은 일로 징계해고된 데 이어 지방고용청을 상대로 한 실업급여 불인정 처분 소송에서 패소해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유가 되느냐 하는 문제에서는 상식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규칙의 문제가 되어 버리는 순간 혹은 불법이라고 결론 내리는 순간 정당화된다.
시민단체 회계감사 문제도 비슷한 경우다. 시민단체가 국고보조금을 공익적으로 쓰고 있느냐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사회적 문제다. 그런데 회계 기준에 맞춰 사용했느냐의 문제로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시민단체의 실질적인 평가와는 무관한 일이 된다. 회계 기준은 결사의 자유를 누릴 자격의 잣대가 될 수 없다.
규격화된 기준으로 잘잘못을 가려 처벌한다면, 결국 우리 사회에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남기 어렵다. 계량화·규격화에 발목이 잡혀 더 나은 삶을 도모할 가능성이 제한당한다는 점에서 '윤석열의 공정'은 'MB의 공정'보다 더 위험한 면이 있다.
2023년에는 '이상민 퇴진·차별금지법 제정·기후정의' 외쳐야…
프레시안 : 이렇게 개인을 계량화하고 원자화하는 윤석열 정부의 맞서서 어떤 정치적 요구를 해야 할까?
미류 :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연이어 겪으면서 '국가의 부재'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말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국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국가를 원하는지 먼저 제안하고 구체적인 상을 만들어야 한다.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인권과 연관 지어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기본이다. 국제인권규약은 인권 실현에 대한 의무를 국가에 지우고 있다. 기본을 지킬 줄 아는 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지키고 책임지는 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방법? 최소한이 이상민 장관 해임이다.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우리가 끌어내려야 한다.
다음으로, 지향이다. '평등'을 조금 더 실질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지향점으로 '자유'만을 강조하며 왜곡하고 있지만, 자유와 평등은 서로 맞물린 개념이다. 근현대사적으로 반공주의 기조를 오래 경험했기 때문에, 자유보다는 평등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 어떤 정치 세력도 '대한민국을 평등하게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적은 없다. 결국 평등의 의미가 우리 사회의 가치와 지향으로 제대로 된 사회적 선언이 될 때 비로소 실질적 자유도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이후로 숨 고르기를 하며 또 다른 싸움 준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함께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세 번째는, 체제다. 가치가 마련됐다고 해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절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질서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세계인권선언 제28조는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나와 있는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사회체제 및 국제체제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질서를 만들 것이냐와 관련해 '기후정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인간 대 자연'으로 인식됐던 문제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터전으로, 그 관계를 어떻게 다시 구조화할 것인가. 산업은 또 어떻게 재편되어야 할까. 이에 맞춘 삶의 양식은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이런 체제의 변혁·변형·변화에 대해 토론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인권'이라는 것이 그냥 인간이라는 생물종의 한정된 권리가 아니라 '산다'는 것의 의미를 좀 더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언어이자 가이드이자 경험으로 공유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전홍기혜 기자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2022년 12월 26일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12대가 시차를 두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남측 상공에서 시험비행, 교란비행, 종심정찰비행을 5시간 동안 계속하고 북으로 돌아갔다. 이에 관해서 나는 2023년 1월 9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이상한 빛점 한 개가 나타났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5시간 동안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는 동안 한국군은 어찌할 바를 몰라 갈팡질팡했다. 한국군이 갈팡질팡한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 매우 심각한 문제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5시간 동안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한국군은 그에 대처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으니 어찌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이 글에서는 이 심각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였던 2022년 12월 26일, 서부전선 국지방공 레이더 부대로부터 이상 항적이 포착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한국군 제1군단 사령부는 그 이상 항적이 무인정찰기 항적이라고 판단하고 지상작전사령부에 보고했다. 그런데 그들은 즉각 보고하지 않고, 수십 분이 지난 뒤에 늦장보고를 했다.
한국군 제1군단 사령부로부터 무인정찰기 출현에 관한 늦장보고를 받은 지상작전사령부는 그 사실을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했는데, 그들도 수십 분이 지난 뒤에 늦장보고를 했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자기 산하에 있는 제1방공여단 사령부로부터 휴대용 감시레이더에 무인정찰기 항적이 포착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수도방위사령부도 37분이 지난 뒤에야 합동참모본부에 늦장보고를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출현 사실을 국방부 장관에게 당일 오후 12시 10분에 보고했는데, 이것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처음 탐지된 오전 10시 25분으로부터 무려 1시간 40분이 지난 뒤에 늦장보고를 한 것이다.
당일 오후 12시 12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무인정찰기 출현 사실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보고를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려버렸다. 설령 그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더라도 군사 문제에 문외한인 그로서는 아무런 긴급조치도 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던 오후 4시 15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재기자들을 대통령 집무실로 불러 자신이 기르는 애견 ‘새롬이’의 재롱을 보여주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완전히 복귀한 시각은 당일 오후 4시 30분이었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병사로부터 국방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늦장보고가 상습화, 전면화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보고체계만 엉망진창이 아니라, 명령체계도 엉망진창이었다. 상부에 보고를 제때 하지 못하는 군대가 자기에게 하달된 상부 명령을 제대로 수행할 리 만무하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던 5시간 동안 한국군 명령체계가 어떻게 작동되었는지 살펴보자.
합참본부는 지상작전사령부로부터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출현에 관한 늦장보고를 받고서도 수도방위사령부에 무인정찰기 격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설령 합참본부가 수도방위사령부에 무인정찰기 격추 명령을 내렸어도, 수도방위사령부는 격추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2022년 5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있던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게 되자, 수도방위사령부는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 작전지침을 변경하여 합참본부에 보고했다. 합참본부는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전투부대들에 새로운 작전지침을 2022년 5월부터 12월까지 기간에 무려 여덟 차례나 하달했다.
합참본부가 하달한 새로운 작전지침에 의하면, 미확인 비행체가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으로 접근하는 경우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전투부대들은 경고방송을 하고 신호탄을 발사하고 경고사격을 해야 한다. 그런 경고조치를 했는데도 미확인 비행체가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들어가면 격추 사격을 해야 한다.
그러나 2022년 12월 26일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한 대가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에 들어갔는데도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전투부대들은 경고사격이나 격추 사격은커녕 신호탄 한 발도 발사하지 않았고 경고방송도 하지 않은 채 하늘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정황은 한국군 전투부대들이 합참본부의 작전지침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 12월 28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 전방부대들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2022년 12월 초부터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 인근까지 수시로 접근하는 등 대남 정찰비행이 급증되는 특이한 정황을 포착하였고, 그런 특이한 정황에 대처하기 위해 김승겸 합참의장은 2022년 12월 6일 육군 최전방 경계부대를 시찰하면서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무인기 침투사례를 언급하고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침투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한국군 전투부대들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한 대가 서울 중심부 상공을 가로질러 날아갔어도 합참본부의 작전지침을 전혀 수행하지 않았고, 합참의장의 지시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군 명령체계가 얼마나 엉망진창인지를 보여준 충격 사건이다.
2. 무인정찰기 추격전도 엉망진창
보고체계와 명령체계가 엉망진창이므로, 작전체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한국군 작전체계가 엉망진창이라는 사실도 이번 무인정찰기 대응 작전에서 드러났다. 그 내막을 살펴보자.
한국군 반항공 부대들에는 저고도로 침투하는 비행체를 격추하기 위해 20mm 속사포(M61 Vulcan)가 배치되었다. 하지만 속사포 진지에 탐지레이더가 없어서 무인정찰기가 출현했는지 알지도 못했다. 혹시 무인정찰기가 출현했다는 것을 알았어도 유효사거리가 1.3km밖에 되지 않는 20mm 속사포는 3km 고도를 날아가는 무인정찰기를 격추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국군이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는 유일한 방도는 공격헬기를 출동시키는 것밖에 없다. 공격헬기가 무인정찰기에 접근하여 20mm 기관포를 사격하면 무인정찰기를 격추할 수 있다.
그래서 합참본부는 지상작전사령부에 무인정찰기 격추 명령을 내렸고, 지상작전사령부는 육군 항공대 소속 AH-1 코브라 공격헬기들을 무인정찰기 추격전에 출동시켰다. 그런데 현장 상공에 도착한 코브라 공격헬기 조종사들은 무인정찰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행방을 알지 못했다.
긴급히 현장에 출동한 공격헬기들이 기관포 한 발도 사격하지도 못하고 돌아서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사건이었으므로,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기관포를 난사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자대에 복귀했다.
만일 지상에 배치된 반항공 부대가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려면, 유효사거리가 3km인 30mm 자동속사포 ‘비호’를 쏴야 한다. 그러나 30mm 자동속사포 비호에 탑재된 탐지레이더는 소형 무인정찰기를 탐지하지 못한다. 자주대공포 ‘비호복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탐지레이더로 소형 무인정찰기를 탐지할 수 없으므로, 육안으로라도 식별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형 무인정찰기가 300m 이상 고도로 올라가면 지상에서 엔진소리도 들리지 않고,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사정은 자동속사포 ‘비호’와 자주대공포 ‘비호복합’이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육군이 운용하는 반항공 무기체계로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하기는커녕 탐지하지도 못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고받고 다급해졌다. 다급해진 그들은 우왕좌왕하다가 공군작전사령부에 무인정찰기 격추 명령을 내렸다. 무인정찰기를 격추하기 위해 공군력을 동원하는 것은 궁여지책이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국군 반항공 작전체계를 보면, 무인정찰기를 탐지, 추적, 격추하는 반항공 작전은 육군 항공대가 수행하게 되어있고, 미사일을 탐지, 추적, 격추하는 반항공 작전은 공군이 수행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합참본부는 자기들이 정해놓은 반항공 작전체계를 무시하고, 공군작전사령부에 무인정찰기 격추 명령을 내렸으니 궁여지책을 쓴 것이 분명하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궁여지책은 비상 계책이므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당시 합참본부는 궁여지책을 쓰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KA-1 경공격기가 무인정찰기 추격전에 나섰다. 프로펠러 비행기인 KA-1 경공격기는 시속 570km의 속도로 낮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KA-1 경공격기 조종사가 무인정찰기를 육안으로 식별하면, 2km 안으로 접근해 12.7mm 기관포로 격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론이지 현실이 아니다. KA-1 경공격기 조종사가 공중에서 소형 무인정찰기를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은 마치 바닷가 모래밭에서 바늘 한 개를 육안으로 찾아내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다.
사건 당일,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원주(횡성)공항에 주둔하는 공군 제8전투비행단 제237대대 소속 KA-1 경공격기가 무인정찰기 추격전에 나섰다. 경공격기가 이륙한 시각은 오전 11시 43분이었다. 오전 10시 25분에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항적을 레이더로 탐지해놓고 그로부터 1시간 18분 동안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다가 KA-1 경공격기를 뒤늦게 출격시켰으니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데 상상을 초월한 충격 사건이 벌어졌다. 뒤늦게 출격한 KA-1 경공격기가 이륙하자마자 지상에 추락한 것이다. 2022년 11월 30일에는 공군 제19전투비행단 소속 KF-16C 전투기가 초계임무를 수행하던 중 정비 불량으로 추락했는데, 그로부터 한 달 만에 제8전투비행단 소속 KA-1 경공격기 한 대가 또 추락한 것이다. 이번에도 추락 원인은 정비 불량이다.
KA-1 경공격기는 성남초등학교에서 약 50m 떨어진 밭에 추락했다. 밭에 추락하여 폭발한 시각, 성남초등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만일 KA-1 경공격기의 추락 방향이 약간만 달랐더라면, 많은 어린 학생들이 참변을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KA-1 경공격기가 추락했다는 보고를 받은 합참본부는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그런 때일수록 침착하게 판단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더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법인데, 합참본부는 상황을 오판하고 경솔하게 행동했다. 합참본부는 무인정찰기 추격전에 초음속 전투기 편대를 출격시키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초음속 전투기는 매우 높은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아주 낮은 고도에서 천천히 날아가는, 크기가 작은 무인정찰기를 탐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설령 운 좋게 탐지했어도 전투기에 장착된 기관포를 미처 사격할 틈도 없이 너무 빠른 속도로 무인정찰기를 휙 지나쳐버린다. 그래서 소형 무인정찰기 공중추격전에 초음속 전투기 편대를 출격시키는 멍청한 군대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런데도 한국군 합참본부는 자기들이 세워놓은 반항공 작전체계마저 무시하면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하기 위한 공중추격전에 초음속 전투기 편대를 출격시켰다. 작전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 전투기 조종사들은 상부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였으므로 F-15K 전투기와 KF-16 전투기를 각각 몰고 무인정찰기 추격전에 나섰다.
F-15K 전투기와 KF-16 전투기가 무인정찰기를 추격하려면 정상적인 비행고도보다 낮은 고도로 한참 내려와 비행해야 하는데,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속도도 시속 1,480km의 초음속으로 너무 빠르다. 그에 비해,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는 3km 고도에서 시속 100km의 저속으로 천천히 날아간다. 계산해보면, 초음속 전투기가 소형 무인정찰기보다 15배나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초음속 전투기와 소형 무인정찰기의 관계를 비유로 설명하면, 시속 120km의 속도로 쌩쌩 달리는 쾌속 차량 운전자가 시속 8km의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느림보 두더지를 달리는 차에서 맨손으로 낚아채려는 황당한 발상이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소형 무인정찰기 한 대를 격추하려고 초음속 전투기 편대를 출동시킨 것은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되었다.
한국군 합참본부의 실수가 조롱거리로 끝났다면,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수는 조롱거리로 끝난 게 아니라 치명적인 과오를 불러왔다. 왜냐하면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 작전을 전개한 5시간 동안 한국군 무인정찰기 추격전의 과정이 조선인민군 정찰부대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인민군 정찰부대는 그날 한국군이 무인정찰기를 탐지하고 추적한 과정, 보고하고 통보한 과정, 무선교신 과정, 긴급출격 과정, 공중추격 과정을 비롯한 대응 작전행동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로써 조선인민군은 자기들이 앞으로 실전 상황에서 전개할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에 관한 소중한 군사정보를 얻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한 그 날, 한국군은 무인정찰기 RQ-101 송골매 두 대를 군사분계선 넘어 북측 상공으로 날려 보냈다. 한 대는 서부전선 내륙지역 상공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돌아왔고, 다른 한 대는 동부전선 해안을 따라 군사분계선 북측 5km 상공까지 날아갔다가 돌아왔다.
무인정찰기 송골매의 비행속도는 시속 150km이므로, 군사분계선 이북 5km 상공까지 날아갔다가 돌아온 왕복시간은 고작 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군사분계선 북측 상공을 비행한 4분 동안 조선인민군은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 왜 대응하지 않았을까?
만일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1시간 동안 대북 정찰작전을 전개하였다면, 조선인민군은 지체없이 격추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4분 동안 북측 상공을 살짝 비행한 무인정찰기 송골매를 격추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평소에 군사분계선 북측 20km까지 항공사진을 촬영하는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군사분계선 북측 5km까지 넘어간 것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에 대응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행동일 뿐이고, 군사적으로는 실익을 챙기지 못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그런 사정을 간파하지 못하고, 최전방지대 반항공망을 가동하여 무인정찰기 송골매를 격추하였더라면, 한국군 정찰부대는 조선인민군 반항공망이 어떻게 가동되는지 파악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인민군은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군사분계선 북측 상공에서 4분 동안 날아다녔어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정상적인 행동이다. 그와 정반대로 한국군은 대북 정찰작전에 허겁지겁 돌아치다가 자기의 작전상황을 조선인민군 정찰부대에 노출해버렸다.
3. 올해 전투태세는 준전시태세로 격상된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남측 상공에서 대남 정찰작전을 전개하였던 2022년 12월 26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평양에서 시작되었다. 확대회의는 2022년 12월 31일에 끝났다. 김정은 총비서는 확대회의 마지막 날 보고에서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돐과 <일당백> 구호 제시 60돐이 되는 2023년을 공화국 무력의 정치사상적 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해, 전쟁동원준비와 실전능력제고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특히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적투쟁원칙에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욱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갈 데 대한 구체화 된 대미, 대적 대응방향”을 천명하였다.
위의 인용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핵심적인 단어는 전쟁동원준비다. 이전에는 싸움준비 또는 전쟁준비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전쟁동원준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조선인민군 전투태세는 여섯 단계를 밟아가며 상승되는데 경계태세, 전투경계태세, 전투동원준비태세, 전투동원태세, 준전시태세, 전시태세 순으로 격상된다. 전시태세는 전쟁이 일어나는 최종 단계다.
올해 전쟁동원준비에서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언명한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은 조선인민군의 전투태세가 여섯 단계 중에서 다섯 번째 단계인 준전시태세로 격상되어야 한다고 언명한 것이다. 지난해 2022년에 조선인민군 전투태세는 여섯 단계 중에서 네 번째 단계인 전투동원태세로 격상되었으므로, 올해 2023년에는 그보다 한 급 더 높은 준전시태세로 격상되는 것이다. 2022년 7월 14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은 2022년 6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에서 결정된 전투동원태세와 관련된 김정은 총비서의 비준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2022년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비준 과업 집행 정형에 관한 불시 검열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시기 조선인민군 전투태세가 준전시태세로 격상되었던 때는 2015년 8월 20일이었다. 그날 김정은 총비서는 전선 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선사령부가 작성한 대남공격계획을 비준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한국군이 48시간 안으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심리전 수단들을 전면 철거하지 않으면 대남 공격을 단행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렇게 되자 조선인민군은 최고사령관의 단일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준전시체제에 돌입했다. 최고사령관이 급파한 연락 군관들이 전선대련합 부대들에 급파되었다. 2015년 8월 21일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최고사령관이 전선대련합 부대들에 급파한 연락 군관들은 “제국주의침략자들을 몰아내고 남반부를 해방하는 정의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부터 모든 작전지휘는 최고사령부에서 파견된 우리가 할 것”이라고 전투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연락 군관의 작전지휘에 따라 각급 부대 지휘관들이 비상 소집되었고, 모든 전투원은 화력진지를 차지하고 즉시 전투태세를 갖추고 총공격명령을 24시간 대기하였다. 모든 전투원에게 실탄, 철갑모, 위장막이 지급되었고, 전선 지대 민간인들은 공습대피훈련과 등화관제훈련을 실시하였다. 이것이 2015년 8월 하순에 일어났던 8월 위기 사태의 일부다. 나는 2015년 8월 31일 <자주시보>에 실린 ‘8월 위기 사태는 어떻게 평정되었는가?’라는 제목의 글과 2015년 9월 7일 <자주시보>에 실린 ‘알려지지 않은 8월 위기 사태의 급박했던 3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8월 위기 사태에 관해 상술한 바 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8월 위기 사태 중에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을 활발히 전개하였다는 사실이다. 2015년 8월 22일 오전 11시 59분경 중부 전선 비무장지대 상공에서 나타난 무인정찰기 항적이 한국군 감시레이더에 포착되었고, 그날 오후 6시경에도 또 다른 무인정찰기 항적이 한국군 감시레이더에 포착되었다. 무인정찰기 항적은 8월 24일까지 하루에 한두 차례씩 동일한 지역에서 한국군 감시레이더에 연속적으로 나타났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은 2015년 8월 22일부터 8월 24일까지 8월 위기 사태 중에 강원도 화천군 군사분계선을 다섯 차례나 넘어와 최고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었던 한국군의 전투 병력 이동상황과 군사 장비 이동상황을 정찰하고 북으로 복귀했는데, 한국군은 아무런 대응 행동을 하지 못했다.
4. ‘남조선해방전쟁’ 징후는 하늘에 나타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5년에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견하고, 조선인민군에 ‘남조선해방전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는 명령을 2014년 연초에 내렸다. 2014년 3월 26일 남측 정부 소식통이 취재기자에게 전한 말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14년 연초에 소집된 조선인민군 고위급 지휘관 회의에서 “2015년에 공화국 남반부를 통일하기 위한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통일대전을 위해 전략물자를 최대한 마련하고 언제든지 전쟁을 개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의 명령에 따라 조선인민군은 2014년부터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을 활발히 전개하는 것으로 ‘남조선해방전쟁’을 준비하였다.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은 2014년 이전에도 전개되었지만, 한국군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자기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남측에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비행이 처음 포착된 때는 2014년 2월이다. 청와대 상공에 나타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우연히 포착된 것이다. 그 무인정찰기는 지상의 사람들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낮은 고도까지 하강하여 항공 정촬 사진을 찍고 홀연히 사라졌다. 원래 소형 무인정찰기의 촬영고도는 1~1.5km인데, 그날에는 청와대를 좀 더 정밀하게 촬영하기 위해 비행고도를 300m 이하로 낮추었다. 그래서 청와대 마당에 있는 사람들이 육안으로 그 무인정찰기를 식별할 수 있었다. 화들짝 놀란 박근혜 정부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청와대 상공에 나타났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그런데 2014년 3월 24일 경기도 파주 봉일천 인근 야산에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오작동으로 추락한 채 발견되었다. 이 무인정찰기는 2013년 6월 25일에 대남 정찰작전에 사용된 이후 파주 야산에 추락한 2014년 3월 24일까지 9개월 동안 열 차례 이상 대남 정찰작전에 사용되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기체는 유리섬유를 겹겹이 쌓은 폼코어(foam core)로 만들었는데, 이 재질은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그러므로 무인정찰기의 레이더반사면적이 줄어들어 한국군 감시레이더를 피할 수 있다. 그날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정찰기 기체는 글라이더형이 아니라 가오리형이었다. 꼬리날개는 스텔스전투기 꼬리날개처럼 V자형이었다. 가오리형 기체에 V자형 꼬리날개를 달고,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재질로 매우 작게 만들었으므로 한국군 감시레이더가 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가오리형 무인정찰기 기체를 손으로 조립해서 만들지 않고, 주형틀에서 꽝꽝 찍어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가오리형 무인정찰기가 다량으로 생산되어 운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3월 24일 대남 정찰비행을 마치고 북으로 돌아가던 중 오작동으로 파주에 추락한 무인정찰기는 서울 상공에서 7~9초 간격으로 촬영한 항공 정찰 사진들을 기억장치에 저장했다. 항공 정찰 사진 중에서 청와대 전경을 촬영한 것은 5장이다. 그 무인정찰기는 파주에 추락하기 전 9개월 동안 여러 차례 서울 상공에 나타난 청와대를 3~5차례 이상 촬영했다. 그 무인정찰기는 파주 상공에서 8초에 한 번씩 항공 정찰 사진을 찍다가, 청와대 상공에 접근하면서 4초에 한 번씩 찍었고, 청와대 상공에서는 1초에 한 번씩 찍었다. 항공 정찰 사진 해상도는 30cm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청와대 경내에 있는 길이 30cm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항공 정찰 사진을 촬영한 것이다.
2014년 3월 31일 서해 백령도에서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채 발견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에는 나이콘(Nikon) D800 DSLR 카메라와 35mm 렌즈가 장착되었다. 이 무인정찰기는 소청도 상공과 대청도 상공을 S자형으로 날아다니면서 촬영했는데, 그 두 섬에 있는 한국군 해병대 제6여단 군사 시설들을 촬영했다. 소청도와 대청도에서 항공 정찰 사진을 촬영하고 나서 백령도 상공을 날다가 연료 부족으로 추락했으므로, 백령도 항공 정찰 사진은 없었다. 이 무인정찰기가 촬영한 항공 정찰 사진 해상도는 20cm다. 미국이 자랑하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RQ-4A Global Hawk)의 해상도가 30cm인데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해상도가 20cm라니 놀라운 일이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항공 정찰 사진을 촬영하다가 연료 부족으로 백령도에 추락했던 2014년 3월 31일, 조선인민군은 서해 5도 수역에 집중사격을 가했다. 그날 오후 12시 15분경 조선인민군은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7개 수역에 500여 발의 포탄을 여덟 차례에 걸쳐 쏟아부었다. 조선인민군은 백령도 동북방에 있는 2개 구역에 배치된 100mm 해안포와 240mm 방사포를 대거 동원해 ‘북방한계선’ 이남 수역으로 100여 발을 집중사격했다. 그와 더불어 122mm 방사포를 탑재한 고속화력지원정 두 척이 황해남도 옹진반도 인근 마압도 해상에 출현하더니 백령도 쪽으로 방사포를 연속사격했다. 하늘에서는 조선인민군 전투기 4대가 ‘북방한계선’ 인근 상공으로 접근했다. 조선인민군의 집중사격은 오후 3시 30분까지 계속되었다.
조선인민군이 집중사격을 시작하자,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대 제6여단은 비상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그들은 백령도에서 K-6 자주포 300여 발을 ‘북방한계선’ 인근 북측 해상으로 사격했고, 대구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F-15K 전투기들이 ‘북방한계선’ 인근 상공에 나타났다. 서부전선 최전방에 배치된 육군부대들도 비상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 조성된 가운데,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현장 상공에 나타나 한국군의 작전상황을 촬영하고 북으로 돌아갔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던 2015년을 앞두고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이 활발히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전쟁 위기가 2015년처럼 고조될 올해 2023년에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대남 정찰작전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을 불러일으킨다. ‘남조선해방전쟁’ 징후는 하늘에 나타난다.
주민들이 15일(현지시간) 네팔 포카라에서 여객기 추락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네팔에서 한국인 승객 2명 등 72명이 탑승한 항공기가 추락했다. 사망자는 68명으로 중간 집계됐다.
15일(현지시간) 카트만두포스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네팔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향하던 네팔 예티항공 소속 ATR72기가 네팔 카스키 지구에 추락했다. 해당 항공기는 구공항과 신공항 사이 세티강둑에 떨어졌다. 포카라공항 착륙을 약 10초 앞둔 상황이었으며, 착륙 직전 불길이 관찰됐다고 인디아투데이는 전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객 68명과 승무원 4명 등 총 72명이 탑승 중이었다. 네팔 민간항공국(CAAN)은 적어도 68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네팔 경찰은 확인된 생존자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사고가 난 네팔 예티항공 항공기에 한국인 2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인 탑승객의 사망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항공기에는 네팔인 외 인도인 5명, 러시아인 4명, 아일랜드인 1명, 한국인 2명, 호주인 1명, 프랑스인 1명, 아르헨티나인 1명이 타고 있었다.
Plane with 72 people on board crashes in Nepal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을 보면 충돌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나왔다. 인근 주민은 “항공기 절반은 산비탈에, 나머지 절반은 세티강 협곡에 떨어졌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구조를 위해 헬리콥터와 구조대가 현장에 파견됐다. 푸시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는 긴급 장관회의를 소집해 내무장관과 모든 정부 기관이 즉각 구조 및 구호 활동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이날 사고는 네팔에서 30년 내 최악의 항공기 추락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1992년 파키스탄항공의 에어버스 A300기가 카트만두에 접근하던 중 언덕에 추락해 탑승자 167명 전원이 사망한 이후 가장 큰 항공기 추락 사고다. 네팔에서 항공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14곳 중 8곳이 네팔에 있어, 갑작스런 기상 변화가 위험 상황을 만들어내곤 하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출발해 카트만두에 착륙하려던 여객기가 추락해 71명 중 51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도 항공기가 산자락에 부딪히며 22명이 숨졌다.
다만 15일 오전 사고 당시 날씨는 맑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네팔 정부는 패널을 꾸려 추락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팔 정부가 16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발표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날 추락한 ATR72기는 에어버스와 레오나르도의 합작이다.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에 따르면 항공기 연식은 15년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과 당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부터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해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는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을 직격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이같이 말하면서, “어렵게 세운 정권이다. 다시 빼앗겨서야 되겠나?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의 표명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혹자는 ‘거래’, ‘자기정치’ 운운한다. 그들 수준에서나 나올 법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장제원 의원은 “나경원 의원이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 행태는 대통령을 기만한 것이며,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으로 거래를 시도했던 패륜을 ‘역사의 자명한 순리’라고 말할 수는 더더욱 없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고민이 길어진다는 둥, 천천히 사색의 시간을 가져본다는 둥 간보기 정치가 민망해 보일 따름”이라며 “고독한 척, 외로운 모습을 연출하려는 시나리오는 너무나 통속적인 정치신파극”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이에 정면으로 맞섰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으로 일해달라는 제안을 깊은 고민 끝에 선의로 수용했고 자부심과 의욖을 갖고 역할에 임했다”며 “역대 어느 부위원장보다 열심히, 실질적으로 일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그게 잘못이었다면 잘못이었겠다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위원회 업무를 하며 적잖은 암초에 직면했다. 급기야 해외 정책 사례를 소개한 것을 두고 정면으로 비난하고 ‘포퓰리즘’이라는 허황된 프레임을 씌워 공격했다”며 “더이상 제대로 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저는 어디서든 저출산과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에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부담이 되는지는 이미 잘 자와 있다. 당원과 국민들돠 그 ‘팩트’를 알게 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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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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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겨울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해밀턴호텔 골목에서 불과 1500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참사 유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한 아버지가 단상에 올랐다.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함께 있던 친구들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다 지난 12월 12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16세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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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159번째 참사 희생자가 된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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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159번째 유가족의 편지 "재현아, 아빠가 이해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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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태원 참사에서 겨우 생존해 돌아왔는데, 한 달 전에 다시 먼저 아들을 보낸 재현이의 아버지입니다. 그동안 재현이한테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마음이 아파서 편지를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런 기회를 주셔서, 재현이에게 오늘 편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재현아, 아빠야. 사랑하는 우리 아들. 재현아, 너의 마지막 43일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태원에서 겨우 살아왔는데 또 다른 고통을 겪다가 친구들에게 갔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차라리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함께했다면 43일간의 고통은 없었을 거잖아.
재현이가 기적적으로 이태원에서 살아왔을 때, 살아온 것만 기뻐했지 너의 마음을 몰랐어. 지금 재현이가 없으니 이제야 재현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거지. 재현이가 먼저 간 친구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했는지 아빠 엄마는 모르고 있었어. 시간이 지나고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이제야 친구들을 정말 사랑했다는 걸 알 것 같아. 정말 친구들을 사랑했구나 우리 재현이가.
재현아.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허전함과 고통이 이렇게 심한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 뭘 해도 가슴이 뻥 뚫린, 시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거든. 그래도 엄마, 아빠는 서로에게 의지하는데, 우리 재현이는 혼자서 그 고통을 안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랑하는 친구들을 두 명이나 한 번에 잃었는데 얼마나 외롭고 그리웠을까. 재현이가 죽기 전 일주일 동안, 밝은 모습으로 밥도 잘 먹고, 노래도 많이 부르고, 게임도 재미있게 해서 이제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오나 하고 안심했었어. 그런데 그것이 친구한테 갈 결심을 하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랬다는 걸 알고 나서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
왜 아빠는 재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아빠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없어서 그래. 그래서 재현이의 마음을 몰랐던 거야. 지금 재현이가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는데 바로 어제 일 같아. 그런데 재현이가 한 달 만에 친구들의 죽음을 잊고 예전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했다니. 너의 마음을 몰라서 아빠가 바보 같고 미안해.
재현아, 너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아빠가 제일 많이 화를 낸 사람도 재현이더라고. 왜, 제일 사랑하는 재현이에게 제일 많이 화를 냈을까. 아빠와 아들 사이가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이걸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내가 조금만 참았으면 됐을 일을. 우리 재현이한테 화를 많이 낸 거 미안해 정말.
재현이 너는, 그렇게 아빠 말 안 듣더니. 마지막도 아빠 말 이렇게 안 듣고. 혼자 먼저 가버리는구나. 아빠가 너한테 말했잖아. 죽더라도 아빠 죽고 나면 죽으라고. 그거 농담 아니었는데. 너 먼저 이렇게 가버리면 아빠는 남은 인생 너만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잖아.
우리 재현이 이제 겨우 16살인데. 엄마, 아빠 품에 더 있어야 하는데. 우리 품에서 너를 더 키워야 하는데. 이렇게 너를 잃어버린 엄마,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너는 어리니 친구들을 따라 훌쩍 떠날 수 있지만 엄마, 아빠는 그럴 수가 없잖아.
아빠의 제일 큰 행복이 재현이랑 OO 품에 안고 자는 거였는데. 니들이 다 커서 이제 그럴 수가 없었잖아. 그래서 이번에 같이 여행가면 핑계 대고 둘 다 꼭 안고 자려고 했는데 너무 아쉽다.
재현아, 네가 떠난 지 한 달 되던 날에 밤부터 비가 내렸어. 꼭 네가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서 우는 거 같았어. 하지만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하지 마. 전혀 미안해하지 마. 엄마, 아빠 아들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정말 고마워. 다음 생에도 엄마는 꼭 엄마 해주고 아빠는 꼭 아빠 해달라고 했잖아.
우리 다음 생에도 꼭 만나자. 다음 생에는 좋은 아빠가 될게. 아빠 죽는 날 꼭 마중 나와야 해. 죽는 날까지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재현아 사랑해. 너무 보고 싶어.'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윗선' 수사 안 한 특수본, '맹탕' 된 국정조사… 유가족 "시민 여러분, 연대해주십시오"
▲ 이태원 참사 유가족 “참사 100일, 100만 명의 시민 모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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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왼쪽)씨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를 위로하며 안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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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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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번째 희생자인 고 이재현군 아버지의 편지에 우비를 입고 모인 유가족들과 수백 명의 시민들이 함께 울었다. 한 어머니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청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붙잡고 한참을 서서 오열했다.
가수 장필순씨도 검은 옷을 입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그는 유가족들 앞에 서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제비꽃>을 불렀다. 그는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라고 노래하다 눈물 흘렸다. 그는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날짜만 지나가는 것 같다"라며 "노래로 위로해 드리러 왔다"고 했다.
새해 들어 열린 첫 번째 이태원 참사 시민 추모제였다. 참사 후 78일이 지났지만, 책임자 처벌은 멀어지고 있다. 전날인 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윗선에 대한 책임은 전혀 묻지 않은 채 70여 일간의 '셀프' 수사를 마무리했다. 50여 일간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 역시 여야의 무관심 속에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전날 사실상 종료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국정조사는 아무것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보고서 채택만 남겨뒀고, 특수본 수사는 '꼬리 자르기'로 끝을 맺었다"라고 했다. 유가족협의회 대표이자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씨는 "어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태원 사태로 인해 경기지표가 나쁘다고 발언했다"라며 "정부는 이제 경제까지 아이들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시민들이 연대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걸 막아달라"고 했다.
가족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며 부둥켜안고 가슴을 치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대통령실을 향해 "사죄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유가족들, 참사 생존자들 발언을 그대로 싣는다.
[고 조경철씨 누나 조경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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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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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도중 비가 내리자, 한 시민이 우산을 꺼내 유가족이 비에 젖지 않도록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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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엄마 대신 편지를 읽겠습니다.
'안녕 경철아 엄마야. 경철이가 떠난 지 78일이나 지났어. 경철이 사진들을 봐도 또 봐도 너무 보고 싶고 너의 방에서 지내도 늘 너의 빈자리 좁혀지지가 않아. 좁혀지기는커녕 더 너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 만큼 너의 빈자리가 너무 커. 그만큼 엄마는 경철이가 너가 떠나간 뒤로, 일을 할 때도, 잠을 자기 전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매 순간마다 너의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구나.
너의 동생들과 누나가 엄마를 도와줬고, 너가 없는 빈자리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느껴진다. 내 곁에 있을, 장난 치는 경철이를, 엄마를 마중하는 경철이.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경철이, 노래하는 경철이, 커피 스무디 만드는 경철이. 애교 부리는 경철이. 엄마 이름 불러주는 경철이. 이렇게 많이 하던 너가 이제 없어서 너무 슬프면서도 그리워.
경철아,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며칠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나는 10.29 그날을 반드시 기억할 거고, 늘 그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야. 경철아 나는 너가 지금도, 그리고 항상 가족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생각들만큼 너를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내 부탁 좀 들어줘. 보고 싶은 경철아. 제발 엄마 꿈에 나타나 줘. 꿈에 나타나서 엄마랑 이야기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술도 마시고 그러자. 알겠지?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쉬렴.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게. 영원히 있을 거야. 경철아,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많이 많이 사랑해. 엄마가 가는 날까지. 잘 지내고 있어. 나의 영원한 껌딱지 경철이. 사랑하는 엄마가.'
그리고 저와 저의 동생의 심정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저와 동생이 유튜브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영상을 봐도, 마음이 무너지고 슬픔에 잠겨 화를 참지 못해 분노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어른들의 말, 국정조사 등 어른들이 말하는 얘기를 귀로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못 알아들어도 조금이라도 알겠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저의 하나뿐인 오빠가 억울하게 방치되었다는 것과, 마지막 오빠를 눈앞에 두고도 붙잡지 못해 후회하고 슬퍼하는 기분을 모르고, 무책임한 정부인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국민들에 의한 정부인지, 무엇을 위해 159명의 생명을 빼앗아 갔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정부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데, 제대로 하는 사람은 고작 몇 명 없다는 게 참 놀랍고 어이가 없습니다. 정부가 겁쟁이마냥 남 탓하고, 발을 뒤로 빼도 됩니까? 아주 나라가 이렇게까지 되도록 뭐했냐고 묻고 싶습니다.
이상민 등 '골든타임 지났다', '몰랐다'라고 말한 사람들이 몇 명 있었죠. 그 사람들의 말 자체가 혐오스럽습니다. 골든타임 지났다, 몰랐다 등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정부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짜 어이 없었습니다. 누가 이런 정부를 이제 믿겠습니까. 이제는 나라도 못 믿습니다. 어디에다 양심과 개념을 팔아먹었습니까. 정신 차리세요.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뭐 했습니까. 제대로 한 게 없으니 이 지경이 된 거 아닙니까.
엄마의 심정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잘 들으십시오. 한 번만 말하겠습니다. 진상 규명 철저히 밝히시고 겁쟁이마냥 남 탓하면서 뒤로 발 빼지 마시고 사과를 제대로 하세요. 저희들의 요구를, 부탁을, 진지하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귓등으로 듣지 말고, 잘 들어주세요. 무책임하게 굴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른들이 이래도 됩니까. 이제 저희의 인내를 시험하지 마세요. 저희가 다 지켜보고 있으니, 정부의 일을 제대로 하십시오.
경고를 하겠습니다. 사람보다 못한 짐승이 아니라면, 유가족 희생자에 대한 말을 생각하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막말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유가족들을 희롱하지 마세요. 욕되게 만들지 마세요. 바보 취급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진상규명 철저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된 사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상민 장관님, 사퇴하십시오. 그리고 대통령님, 지금 당신이 앉은 그 자리가, 우리 아이들이 하나밖에 없는 그 소중한 목숨보다 더 소중하십니까. 진심으로 사죄해주시기 바랍니다.'"
[고 이상은씨 이모 강민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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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159번째 참사 희생자가 된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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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상은이에게. 네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지 벌써 두 달이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넘어갔구나. 내 사는 동안에 네가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내 마음은 내내 휘청이고 있단다. 그래서 상은아, 이모는 한 달 전부터 심리상담 치료소에 다니고 있다.
출근하다, 점심 먹다, 업무 보다 작은 실마리에도 너의 부재가 폭풍처럼 몰아쳐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터지곤 했단다. 책상 옆 네 사진들을 보면 싹싹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저쪽에서 '이모 나 왔어!'라고 나를 부를 것만 같은데…
핼러윈 열흘 전쯤 우리 맛있게 쌀국수 먹은 날,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되어 버렸지. 고된 수험생활 합격으로 끝나고도 취업 준비로 또 바쁘길래 면접 연습이나 같이 해보자고 내가 불렀었지. 간만에 보니 부쩍 어른스러워졌더라. 지나간 면접을 복기하는 네 모습이 어찌나 똘똘하고 열정적이던지… 보태고 손봐줄 것 하나 없었어, 우리 상은이가 멋지게 컸구나, 어느 회사 인터뷰에서도 손색이 없겠다, 곧 합격하겠다 생각했단다.
스물다섯 해 전 병원 분만실 앞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지막 그날까지 너는 연약해 보여도 늘 사려 깊고 기특한 아이였어. 그런 너를 이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 눈물이 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이모는 더 많이 기억하려고 노력 중이야. 따스한 봄볕 같고 화사한 여름꽃 같은 내 조카와의 추억들을 기억 속 가장 큰 서랍에 소중하게 두고 눈물나고 그리울 때마다 꺼내 볼게.
상담사분이 이제 내 마음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 이 암흑이 길어지지 않게 조금씩 줄여가는 게 최선의 목표라고 하더라. 이모는 받아들이면서도 새삼 또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도 이 슬픔과 이 고통들이 우리의 행복한 기억들을 압도하지 않게 스스로 잘 다독여볼게. 그리고 너의 소원들, 이모가 다 지켜줄게. 너 취직해서 돈 많이 벌어 멋진 데 같이 놀러 가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같이 여행 가자고 한 것들. 걱정하지 마. 이모가 너 대신 엄마, 아빠랑 다 해주도록 할게.
그리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너의 미래, 그 시간 그 공간에 같이 있던 많은 친구들의 미래를 앗아간 데에 책임 있는 자들, 모두 다 기억해둘게. 막중한 자리에서 사명을 다하지 않은 자들, 조아려 사죄했어야 하는 자들. 합당한 처벌과 책임지도록 여기 모인 유가족분들과 함께 노력할게. 너와 같이 떠난 모든 친구들을 기억해주는 많은 시민분들과 함께 노력할게.
곧 설이다. 이제 세배는 못 받겠네. 그래도 너 좋아하던 리시안서스 꽃다발 들고 너 누워있는 산에 갈게. 바람이 되어 이모 곁에 와주렴. 내 가장 어린 '베프' 상은아. 안녕."
[일본인 토미카와 메이씨의 아버지 토미카와 아유무씨(편지 대독)]
"메이에게. 정말 좋아하는 한국에서 많은 친구가 생겨서 매일 즐겁다고 얘기했었지. 꿈을 향해 나아가다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억울하고 슬프다. 지금까지 고마웠다. 아빠가."
[참사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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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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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비가 오며 추운 날씨에 참석한 유가족에게 핫팩을 나눠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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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10.29 이태원 참사 목격자이자 생존자입니다. 저는 중국에서 대학교에 다니다가 개인적인 일로 한 학기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작년 9월에 복학했고 대학 시절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청춘을 즐기기 위해 작년 10월 29일 지인들과 함께 이태원에 갔습니다.
그날 이태원은 참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식당 웨이팅이 기본적으로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행인들과 쉽게 부딪힐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때가 8시 반 정도였는데 저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식당에 들어가 10시 20분 30분쯤에 나왔습니다. 분명 지인들과 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너무 많아 밀물과 썰물이 오가듯이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치이고 또 치어 해밀턴호텔 사고 지점까지 밀려갔습니다.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코로나19에 걸릴 것 같아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쓰다가 숨을 쉬기 어려워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어도 숨을 쉬기가 너무 어려워 저는 거기서 까치발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제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져 실려 가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제 일행 중에서 사상자는 없지만 저는 사고 지점까지 갔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사후에 공황과 극심한 우울감을 느껴 심리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 우울감은 감히 현장에서 생때같은 자식들을 잃은 유가족분들의 슬픔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 편지를 빌려 유가족분들께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사고 이후에 뉴스를 보고 가해자 소리를 들으며 저 자신을 한국에 사는 이방인이라 표현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들, 가까운 지인들과 유가족분들의 모습을 보니 저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든든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이상민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윤석열 대통령 등 적어도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토끼 머리띠 남성에게 여론몰이를 하는 것을 보니 현실이 참 개탄스럽습니다.
제 의사 선생님께서는 저는 지금 참사의 기억을 옅게 만드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참사의 기억은 참 고통스럽고 피해자에게 남긴 상처는 매우 크고도 깊은데 왜 윗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요. 사건의 책임이 없다고 한 이상민 장관, 세월호와 이태원 유족분들께 공격을 한 권성동 의원, 유가족들을 향해 "같은 편이네"라고 비아냥거린 조수진 의원, 이상민 장관에게 힘내라는 듯이 어깨를 토닥였던 윤석열 대통령 등은 사람이 아닌 건가요?
책임 회피하며 유가족분들과 생존자들을 우롱하고 모욕하고 피눈물 쏟게 만드는 사람들은 이에 마땅히 사과를 하고 본인의 책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이 두렵기에 왜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지 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유가족분들, 저는 제 일행 이외에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같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유가족분들 뒤에는 저처럼 유가족분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생존자들이 있음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뉴스타파 보도를 보다 고 이지한 님의 아버님과 고 김산하 님의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생존자들과 연락을 기다리는 유가족분들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저도 유가족분들과 같은 마음이기에 참여연대 측에 제 전화번호 공유를 가능하다고 이렇게 말씀을 드려놨으니 아마도 물어보시면 그분들이 유가족분들께 제 전화번호를 알려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생존자 여러분들, 저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이 있지만 마음이 아파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 생존자분들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현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듯이 우리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국민이 무서운지 모르는 윗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제2의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참여연대 측에 연락하기 전에 저 또한 여러분들과 같았지만, 진상이 밝혀져야 제 마음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심리 상담 선생님 또한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상처를 공유하면 치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최전방에 나가 투쟁에 참여하는 건 어려울지라도 여러분들께서도 조금만 더 힘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가족분들 그리고 다른 생존자 여러분들 우리 같이 힘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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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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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를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로 행진하고 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서실장과 정청래 의원이 검찰 소환조사 종료 후 차량으로 이동하던 이재명 대표 옆에서 질문하던 기자들을 강제로 밀쳐낸 장면이 드러나 논란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불편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폭력까지 쓰느냐, MBC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엔 언론자유 침해라고 외치더니 이건 무슨 언론자유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11일 공개된 돌발영상을 보면, 이재명 대표가 검찰 조사후 성남지청 건물 앞에서 브리핑을 한 뒤 이동하자 이 대표 양 옆에서 대기하던 기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대표의 오른쪽)이 ‘~공모했다고 적시했는데…’라고 묻자 돌연 천준호 비서실장이 그 기자를 팔로 오른쪽 바깥으로 밀쳐냈다. 그 직후 다른쪽에 있던 기자가 ‘검찰 티타임 거절하신 건 어떤 취지였느냐’고 묻자 이번엔 그 뒤에 있던 정청래 의원이 왼손으로 슬쩍 이 기자를 밀쳐냈다.
이 같은 장면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13일 채널A ‘뉴스A 라이브’에 출연해 “이제는 기자들의 질문에 육탄방어 까지 하니까 국민들 눈높이에서 굉장이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며 “얼마 전까지 대통령실과 MBC의 갈등에 민주당이 (언론자유를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날이 서게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은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해놓고, MBC사태 땐 언론자유를 외치고 저렇게 이재명 대표를 향한 불편한 질문에 대해서는 몸으로 밀쳐낸다면 민주당이 외치는 언론의자유를 국민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김 전 위원은 “이 대표의 주변과 측근들이 굉장히 초조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검찰조사를 마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이 옆에서 질문하는 기자를 밀쳐내고 있다. 사진=YTN 돌발영상 갈무리
이용환 채널A 앵커는 “질문을 던진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밤 늦은 시간에 질문을 던진 것 아니겠느냐”며 “천 실장이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양해 구한 것 없이 밀쳐낸 것 (시청자들은) 어떻게 봤느냐”고 지적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지난 12일 논평에서 천준호 비서실장과 정청래 의원이 호위무사 역할을 했다고 규정하면서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에 질문하던 기자들이 천 비서실장과 정 최고위원의 ‘노룩(no look) 밀어내기’에 갑자기 카메라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표현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특히 천 실장의 ‘노룩 밀어내기’는 폭행 수준이었고 마치 조직폭력 범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며 “대통령 1호기에 MBC를 안 태워줬다고 언론 탄압이라고 난리 치던 민주당 지도부가 언론의 이재명 대표 취재를 막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행태에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3일 오후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돌발영상 몇십초 나온 것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개인 의원 입장에서 볼 때 저같으면 그렇게 안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은 있긴 하지만, 그건 제가 잘라서 뭐라고 할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YTN ‘돌발영상’의 유튜브 영상을 첨부하면서 ‘쏘리’라고 썼다. 정 의원은 13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떻게 된 일이냐’는 질의에 “월드컵 축구 메시처럼 제쳤다고 사람들이 그러데요”라고 농담조로 얘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앞으로 나가는 과정인데 사실상 진로 방해였고 진로 방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우리는 앞을 보고 가지만 뒷걸음치는 기자들이 있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빨리 해결해야겠다 하는 과정에서 저는 그렇게 손을 쓰거나 몸을 쓰거나 (해서) 자연스럽게 그냥 앞으로 나갔더니 그 기자가 싹 돌아섰던 그것이죠. 기자를 보호하려고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검찰조사를 마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철래 최고위원이 옆에서 질문하는 기자를 밀쳐내고 있다. 사진=YTN 돌발영상 갈무리
정 의원은 “결과적으로 그게 나오니까 화면에 비친 기자들한테 미안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따라붙은 건 질문을 하나라도 더 하기 위한 거였으면’이라는 김종배 진행자 질의에 “그러려면 포토라인에서 굳이 서서 전체 기자들이 있는 데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이런 취재를 길거리에서도 많이 하는데 보기도 좋지 않고 무슨 파파라치성 취재처럼 보기 안 좋다. 신사협정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 잘 정착이 됐으면 좋겠다. 위험하지 않게”라고 답했다.
이런 두 의원의 행위가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배제 사태 때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비판하던 것과 다른 이중잣대, 내로남불, 위선이 아니냐는 지적에 어떤 견해인지를 묻는 질의를 천준호, 정청래 두 의원과 민주당 대변인 및 당 대표 비서실에 질의했으나 13일 오후 5시40분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1.13.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정부가 ‘일본의 사과 없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거둬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안을 “강제징용 해법”으로 공개한 데 대해 “굴종 외교”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일본의 눈치만 보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정말 심각하다. 대통령부터 일본 눈치만 보는 굴종 외교가 계속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아주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전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과 공동 주최 토론회를 열고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제3자)을 활용해 한국 기업이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등 일본 전범 기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이른바 ‘제3자 대위변제’ 방안을 강제동원 해법으로 공식화했다.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정부는 해당 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일본의 사과도 없이 우리 기업이 출연한 재원으로 강제징용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고, 한국 기업에 배상책임을 떠넘기려는 용납 못 할 방식”이라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정부의 행태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피해자가 ‘사과해라, 책임져라’ 이러고 있는데 옆에서 지갑을 꺼내 들고 피해자한테 ‘얼마 필요해’ 이렇게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얼마나 모욕적이겠나”라고 빗댔다.
이어 정부를 향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간, 쓸개 다 내주겠다는 태도”라며 “저자세, 굴종 외교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배상을 위해서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국내 기업들에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라고 출연을 요구하면 이게 지금 검찰이 억지를 쓰는 제3자 뇌물죄 아니냐”며 “차별적 법 적용을 하겠단 뜻인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옳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정부는) 대법원판결 취지에도 어긋나는 초법적 발상을 제시하고, 한일 과거사 문제를 한일관계 개선의 걸림돌이라며 친일 윤석열 정부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며 “금전적 보상만 해주면 된다는 태도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이자 굴욕외교일 뿐이다. 일본 기업에 절대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선숙 최고위원도 “대한민국 3권 분립 체계를 부정하는 위험하고도 굴종적인 결정”이라며 “정부는 피해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전범 기업의 사과를 내팽개쳤고, 피해자인 배상 채권자들의 의사를 묵살했으며, 일본 전범 기업이 저지른 잘못을 우리나라 기업들을 동원해서 배상하겠다면서 국민적 합의도 얻지 않았다. 주권 국가로서의 자존심도 내던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열리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에 대한 문제를 짚을 계획이다. 같은 날 열리는 의원총회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상처난 마음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보단 아픈 상처부위를 건드리고 헤집기 일쑤다. 일부에서는 "놀러 가서 그렇게 된 일을 왜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느냐"고 그만하라고 이들의 등을 떠민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길거리, 국회, 대통령실을 부유한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어떻게, 언제,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고 싶다는 이유가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1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상인 1명은 국회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 참석해 참사에 대해 증언했다.이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구구절절했다. <프레시안>에서는 이들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이들이 겪는 슬픔, 그리고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다. 아래는 생존자 김초롱 씨의 발언 전문이다.
※기사를 보기 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진술서 전문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의 현장과 참사 경험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서 이태원 상인들의 도움으로 운 좋게 살아남은 김초롱입니다.
나는 왜 살았는가. 살았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2017년부터 매년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참사 당일 이태원은 사람이 많았지만 이전보다 특별히 많지는 않았습니다. 핼러윈 이태원은 늘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 세계문화음식거리에 도착했고 사고 현장 근처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이태원에 왔으면 한 번쯤은 가보 자 하는 유명한 식당과 술집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녁 10시 사고 현장 근처 와이키키 술집 앞에 도착했고 압박이 점점 심해져 발이 동동 뜰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조금 버티면 풀리겠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같이 갔던 친구들을 잃어버렸고 주변에 키 큰 성인 남성들로만 둘러싸여 있어서 시야 확보도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상황이 펼쳐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 한 술집에서 1층 공간을 열어 두시며 그 공간으로 들어가 대피한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뒤로! 뒤로!" 하는 외침이 있었고 한 번 큰 흐름이 바뀌면서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있던 가게의 옆 가게에서 잃어버렸던 친구가 대피하고 있길래 함께 그 술집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보지 못했고 (현장 실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대피하던 술집에서 그냥 기다리지 말고 놀아보자 하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시각이 오후 10시 40분부터 11시 20분이었습니다.
그때 혼자서 목이 터져라 외친 경찰관이 "앞에 사람이 깔려 죽었어요, 제발 통제에 협조해 주세요"라고 외치는 걸 보았고 이내 곧 1초에 4~5명씩 들것으로 실려나오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지만 실려가는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있던 술집의 상인들과 아르바이트생 모두 가게를 내팽개치고 경찰을 도와 거리를 통제하고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막았습니다. 자신을 가지 못하게 하는 것에 화가 나 상인분의 얼굴을 가격하는 외국인도 있었지만 그렇게 맞으면서도 통제를 열심히 도운 상인들이었습니다.
참사 당시 왜 음악을 끄지 않았나라는 댓글에 대답합니다. 가게를 버려두고 모두 거리에 나가 돕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을 끌 사람이 없었고 12시가 넘어서야 잠깐 들어오셔서 음악을 껐습니다.
밤 12시 30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이태원역 큰 거리로 나왔을 때 거리를 보고도 믿지 못하는 순간이 이어졌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 사람들이 거리에 다 누워 있는 장면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뉴스 속보가 뜰 때마다 사망자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도대체 내가 무슨 현장에 있었던 것인지 피부로 느꼈고 죄책감과 후회로 서서히 제 일상은 모든 것이 망가졌습니다.
저는 300명 사상자 안에 든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행안부 등에 별도로 연락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살고 싶었기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심리지원을 알아보았습니다.
전화상담을 시작한 국가트라우마센터와 민간단체인 심리학회 전화상담을 처음으로 시작했지만 국가트라우마센터보다 심리학회의 전화상담으로 많은 치료가 되었습니다.
"선생님, 아무래도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어요"라고 말하는 제게 "가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어디를 가든 안전하게 지켜 줄 수 있는 나라인 것이 맞다. 놀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다"라는 가슴 울리는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상담은 전문가들의 상담이라고 느낄 수 없었지만 거주하고 있는 구청의 정신상담 프로그램을 연계해 주었고 구와 연결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게 됐습니다. 치료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느꼈지만 참사 같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 이런 사건을 담당하는 트라우마센터 내의 전문가 배치가 아쉬웠습니다.
적극적인 치료를 원했던 저에게는 도움이 되었지만 더 큰 슬픔을 겪는 유족분들이나 중증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자들에게는 (지금의 심리지원이) 전혀 알 수 없고 도움 받을 수 없는 체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강한 사람입니다. 심리상담도 자발적으로 잘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성댓글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습니다. 참사 후 행안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내렸습니다.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다."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었다." 저는 이 말을 '놀러 갔다 죽은 사람들이다'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몇 주 전 고등학교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 저는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습니다. 그런 결정을 했을 그 마음을 너무 알 것 같게 슬펐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선생님을 찾았고 약의 용량을 늘렸습니다.
그때 국무총리가 했던 발언이 생각납니다.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습니다.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합니다.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습니다. 잘못한 사람 찾아서 벌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극복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치료와 상담으로 아무리 개인적으로 노력해도 결국 바뀌지 않는 사회와 매번 쏟아지는 망언들이 제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듭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도 없고 아직까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하는 자신의 무지함과 비열함에 스스로 열등감을 가지셔야 합니다.
저는 올해도 이태원에 갈 겁니다. 우리는 반드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태원과 핼러윈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일상이었던 이태원과 누군가에게 일상이었던 핼러윈이 왜 아직도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 찍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사람 많은 곳은 가는 것이 아니야 라고 알리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사람들은 혐오 문화를 생성해 내는지를 다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그렇게 후지지 않았습니다. 재난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아니며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참사 현장에서 본 모두는 삼류가 아닌 일류였습니다. 삼류는 그 위에서 시스템을 잘 돌아가게 지휘를 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참사의 원인은 유흥과 밤문화, 외국 귀신 파티 문화가 아닙니다.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 밀집 관리의 실패입니다. 이상입니다.
이상현 기자
사라지는 것과 잊혀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정치학과 기후변화를 공부했다. 들리지 않았던 말까지, 끝까지 듣는 기자를 꿈꾼다.
구체적으로 대위변제로 할 것인지 병존적 채무 인수로 할 것인지까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가해 기업은 빠지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인 포스코가 낼 40억 원으로 대신 갚아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참고로 정부는 피해자(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한 대위변제보다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 없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제3자가 가해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갚는 방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 기업의 가해 책임을 면제해준다는 점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 아래 일본 기업에서 벌어진 강제노동에 대해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왜곡하고 무력화하는 것이다. 마피아 등 범죄집단이 부정한 돈을 합법적으로 바꿔치기하는 것을 '돈세탁'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일본 가해 기업을 책임을 없애주는 '책임 세탁'이라고 부를 만하다.
책임 세탁
▲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피해 유가족들이 "왜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주최측에 항의하고 있다.
정부는 애초 12일 공개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정부 최종안을 발표하고, 일본과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아마 피해자 및 피해자 단체들의 반발도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 토론회를 잡았을 것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완고한 태도를 강조하며 '불가능한 최선'보다 '가능한 차선'을 택하자는 논리로 대응하면, 피해자는 몰라도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요즘 일본 정부의 의중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산케이신문>의 보도에서 그런 정부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이 신문은 1월 4일 자 보도에서 '지난해 말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이 일본 쪽에 공청회와 공개 토론회 이후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공개 토론회가 오히려 정부의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됐다. 예상대로 피해자 및 단체들의 반발도 강하게 표출됐지만, 정부가 가장 의지해야 할 국민 여론이 매우 싸늘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에 최종안을 제시하기도 전에 국내에서 큰 암초를 만난 것이다. 피해자가 반발해도 국민 여론이 지지하면 돌파할 수 있지만, 국민 여론이 등을 돌린다면 아무리 강심장인 정권이라도 밀어붙이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은 30% 대의 낮은 지지율에 묶여 있다. 상대인 일본이 한국의 안에 힘을 실어줄 양보를 해준다면 모르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통일교 문제와 국방 강화를 위한 증세, 물가 상승, 관료들의 줄사퇴 등으로 남의 사정을 봐줄 처지가 아니다.
12일 나온 정부의 방안에 대해, 여론의 동향이 어떤지를 살펴보기 위해 10개 중앙지의 사설을 살펴봤다. 먼저 윤 정권에 비교적 우호적 자세를 보이는 조-중-동-문(조선, 중앙, 동아, 문화) 4개 지를 보니, <문화일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정부안을 지지했고, <조선일보>는 정부안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면서 구색 갖추기로 일본의 호응을 촉구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아예 사설로 다루지 않았다. 이 문제가 사설의 주제가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라 정부안을 내놓고 지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반대하기도 어려운 곤혹스러움의 발로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반면 중도 성향의 <한국일보>를 포함해 나머지 거의 모든 신문이 정부안을 매섭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서 국장은 이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일본 피고 기업의 최소한의 배상 참여나 유감 표명도 없는 해법이 창의적인지 묻고 싶다. 이대로 강행했다가는 여론 악화로 한일관계 개선이 더 요원해질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라고 정부에 매서운 경고를 했다.
이른바 진보와 보수의 중간에 있는 <한국일보>가 이런 자세를 취한 것은 정부안이 국민 대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보수 성향이 강한 <세계일보>마저 정부안이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질타했고, <국민일보>도 피해자와 일본을 더 설득하라고 촉구했다.
10개 중앙 일간지 사설에 나타난 민심은 매우 확연하다. 정부는 가해자인 일본 기업의 책임이 빠진 방안을 밀어붙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여론 동향은 2015년 12월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직전보다 훨씬 강하다. 이런 압도적인 국민의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제3자 대리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해법을 밀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겠다. 하지만, 그 후과는 위안부 합의 때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사설]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대통령의 안보 관련 발언들
민중의소리 발행 2023-01-13 07:27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북한 핵무기)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여러 단서가 붙어 있긴 하지만,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자적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해 지금 당장 핵개발에 착수하겠다는 것은 아님을 덧붙였다.
우리 사회 내에 독자 핵개발을 주장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실무적으로 윤 대통령의 언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련 부처나 정부 조직이 윤 대통령의 말을 '업무 지침'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핵개발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나올 것이다. 결국 아무런 실속도 없이 허세를 부려 괜한 의심을 사게 됐다.
윤 대통령의 안보 관련 발언은 대개 이런 식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교리에 이런 원칙은 없다. 국지적 충돌에서 이렇게 대응하면 당연히 전면전으로 비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저기는 핵이 있고 대한민국에는 핵이 없다"는 말도 했다. 이제는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인가? 우리 정부는 그 동안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면서 "핵이라는 것은 전면전을 의미하는 건데, 어떤 정치적 경제적 이익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괜히 왜 쏘겠느냐"는 말도 했다. 도무지 어떤 생각인지를 알기 어렵다.
지난해 말 북한의 무인기가 침범했을 때도 윤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우리 무인기의 북한 영공 침투를 지시한 바 있다. 이런 작전은 하더라도 비밀리에 할 일이지,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닐 것이다. "입소 첫날부터 제대하는 그날까지 정말 한 시간을 아껴가면서 과학적인 교육을 시키고, 연습을 시켜야 한다”, “병사들을 잘 먹여야 한다. 배식이 좋아야 국가가 아끼고 있다는 것을 청년들이 느낀다" 등의 '잔소리'도 자주 한다.
지금은 탈냉전 이후의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때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나 북·중·러의 밀착도 이런 전략적 환경 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근본 전략을 재검토하고 실속있는 행동이 필요한 이때에 허장성세나 잔소리를 늘어놓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이어가는 것은, 러시아를 압박하여 중러 협력의 틀을 약화시키는데 있다. 궁극의 목표는 ‘반중국’이다. 미국은 정부와 학계, 군 등 각 분야를 총동원하여 한국이 중국 견제에 나서도록 강하게 권하는 중이다. 최근 바이든과 시진핑이 정상회담에 이어 통상, 군사, 재정 분야의 고위회담을 잇달아 열며 중국시장에 다가가는 것과는 판이하게 대조적이다. 노회한 양면전략이 지속된다.
미군은 한미군사훈련에 전투기 240대를 동원하고, 한국 내 우주사령부 설치도 마쳤다. '이제 글로벌 공조는 끝났으며, 한국은 미국을 택해야 한다.' 이는 지난 12월, 미국인 학자(시카고대학의 석좌교수 존 미어샤이머)가 한 말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강요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미 국무부에서는 경제담당 차관이 중국견제를 독촉하기 위해 방한하고, 미국의 소리(VOA)는 '중국의 도전에 한국과 함께 맞설 것'이라고 방송한다. '인플레 감축법(IRA)'의 역풍으로 얼얼한 한국 사회는 미국의 이런 주장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미국이 그렇다는데...'
문제는 이런 미국의 주장이 우리의 경제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친미혐중' 현상을 경제 분야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반중국 현상들’에 대하여 간단하게 한중관계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표현한다. 착잡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중 경제협력의 흐름은 다르다. 우리에게는 '반중국'을 외치며 압박하면서도, 정작 미국 자신은 중국과 3조 달러가 넘는 상호 금융 투자 등 천문학적인 협력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백악관과 월스트리는 중국시장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치밀하게 중국 전략을 조율해왔다. 이른바 양면 전략이다. 정치학 전공인 미어샤이머 교수는 백악관의 노회한 전략에 줄을 선 것일 뿐, 다른 한편에서 월스트리트는 중국 호떡집에 들어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양면 전략을 모르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중국시장을 중시하지 않는 나라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유독 한국을 채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미국의 태도는 한중수교 이래 지속되어오고 있는 흐름이다(졸저,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참조). 대외 의존이 심각한 우리 경제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시장도 매우 소중하다. 미중 수교 이래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는 양대 시장에 집중하며 발전해왔다. 경제와 시장에 관한 한, 우리에게 ‘중국 배제’는 현실적 설득력이 없다. 거센 ‘친미혐중’ 속에서도 중국시장을 활용하는데 집중하는 우리 한국의 외교 패턴은, 호주와 일본 등과 붕어빵처럼 닮았다. 그 배후는 미국과의 동맹이 떠받치고 있다(이런 딜레마를 돌파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미국에 대해 한미동맹을 경제동맹으로 승화시키자고 제안했다).
최근, 동남아 국가들의 중국 전략은 한국, 일본, 호주 등 친미를 표방하는 나라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남중국해 영역 갈등이 누그러진 것이다. 최근, 그들은 중국과의 우호적 접근을 토대로 미중 등거리 경제 외교를 펼친다. 베트남을 제외하면 모두 화교국가들이다. 베트남 정부는 미중 양국을 향해 ‘우리를 골치 아프게 하지 말라. 양자택일은 없다’고 공언한다(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부 강경화 장관과 그 후임자도 그런 입장을 밝혔다). 이런 동남아와 남중국해의 변화는, 중국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대만과 한-일 쪽으로 옮겨 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요컨대, 동아시아에서 미중의 주도권 힘겨루기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2라운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4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러, 최근 첨단무기 협력
북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반중국' 전략의 일환임은 맨 앞에서 밝혔다. 중러 우호관계를 단절시키면, 장기적으로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중국은 시장과 기술 양 측면에서 미국을 향한 맹추격에 그침이 없다. 새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7%∼5.3%로 추정되어, 미국의 최대 성장 전망 0.5%와는 격차가 크다. 초조한 미국 입장에서 ‘반중국’은 지상명령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러 협력은 미중 경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오늘날 중국의 기술굴기에 미국은 경악한다. 과거 소련의 스푸트니크 쇼크에 버금가는 일이다. 기술굴기는 ‘일대일로’전략을 통해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한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협력이 더해진 것이다.
푸틴이 직접 밝힌 중국과의 첨단 무기 개발 협력 분야를 보자. 에너지와 자원 협력을 전제로, 항공 우주 분야와 해상 크루즈, 항공 엔진, 항공기 및 헬리콥터, 핵 잠수함, 대형 항공기, 미사일, 그리고 합동 훈련과 첨단 기술 무기의 공동 R&D와 인문학 등을 망라한다. 여기에 러시아의 대형 전자전 장비, 특히 육상 대형 전자기 스펙트럼 전쟁 장비, 대형 원자력 선박 건설, 폭발 반응 장갑 및 복합 갑옷 기술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예산 제약으로 기술 개발이 쉽지 않다. 꾸준히 발전하는 중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푸틴은 중국과의 첨단 장비 협력에 관하여 4시간 동안 설명하기도 했다(2022.6). 그는 현재의 중러 관계를, 절대적이고, 포괄적인 파트너십, 역사상 최고 수준, 국제관계의 안정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 등으로 표현한다. 서방에 대놓고 하는 발언이다.
러시아는 아직도 구체제의 무거운 유산이 남아있는 나라다. 하지만, 일부 군사 기술들은 여전히 세계 선두권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러시아 무기를 사용해왔지만, 오늘날 발전 속도는 러시아보다 훨씬 빠르다. 최근 중국이 개발하는 주요 첨단 분야를 보자. 글로벌 위성 포지셔닝 시스템, 광학 및 레이더 정찰 위성, 고급 통신 및 중계 통신 위성, 다양한 유형의 군사 위성, 스텔스 전투기, 레이더 전자 제품, 자체 개발 항공모함, 수륙 양용 공격 전함, 대형 구축함, 무인 항공기, 지능형 탄약, 극초음속 항공기, 공격 무인 항공기, 모듈형 장거리 로켓, 고급 탱크 화재 제어 시스템, 고급 전자 전쟁 시스템 등이 꼽힌다. 이에 더하여, 러시아의 첨단 핵잠수함, 항공기 설계, 방공 시스템 설계,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와의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 요컨대, 중러 협력은 양방향에서 상호 보완적인 협력 구조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주시하고 있고, 미국의 제재를 고려해야 하는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에 거리를 두고 접근한다. 미국은, 중국이 민간과 군사 양방향 모두 사용 가능한 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로 군사 지원을 한다고 판단하고 제재한다.
최근, 중러 양국은 미국의 빈번한 동맹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합동 군사훈련으로 맞서고 있다. 양국의 전략폭격기 편대의 합동 훈련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양국 해군이 동해(일본해)에서 처음으로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2021.8).
▲시진핑 주석(왼쪽)과 푸틴 대통령. ⓒAP=연햡뉴스
핵잠수함 협력
러시아는 전략 핵잠수함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향후 중국과의 협력은 최상위 설계 및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분야에서 러시아의 강점은, 유체 역학 및 수중 음향 역학, 시스템 엔지니어링 및 통합 기능 등이 꼽힌다.
중국도 핵잠수함 기술 분야에서 최근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어왔다. 자연 순환 원자로를 비롯하여 소음 베어링, 충격 흡수 래프팅,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필링 쉘, 정밀 가공 프로펠러, 샤프트리스 펌프 스프레이, 단일 이중 쉘 복합 보트 본체, 대구경 압력 쉘, 측면 포플러, 메인 패시브 통합 견인 어레이, 수중 음파 탐지기, 고속 연속 미사일 발사 기술, 통합 운영 정보 명령 시스템 등이 꼽힌다. 이런 기술 중 일부는 러시아에 없는 것들이다. 재래식 잠수함 분야에서도 중국은 강점이 있다.
미사일 협력
미사일 분야는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분야의 하나다. 공중 미사일 컴퓨터 훈련과 함께, 최신형 미사일 시스템도 공동 개발 중이다. 위성 타격 기술에 대한 공동 협력은 방공 미사일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이다.
중국이 보유한 중단(中段) 미사일 기술은 러시아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중국은 지상기반 중단미사일 요격기술(陆基中段反导拦截技术)시험을 실시했다(2021.2.4). 현재 미국과 중국만이 이 중단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각종 탄도 미사일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완전한 미사일 시스템을 갖춘 세계 유일 국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ABM 조기 경보 시스템 및 미사일 전투 경험 등은 향후 중러 협력이 주목되는 분야로 꼽힌다.
극초음속 미사일
중러 양국 모두 극초음속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분야에서 양국의 기술은 각각 강점이 다르다. 중국은 로켓 추진 승파체(乘波体) 개념의 새로운 미사일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고, 러시아는 흡입식 초연스탬핑 엔진의 초고미사일(吸气式超然冲压发动机高超导弹)분야에서 현장 서비스 투입에 근접한 상태다.
러시아 해군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하자(2021.12), 푸틴은 이 성공이 러시아의 안보 역량 강화에 중요한 단계라고 자평했다. 이는 지르콘(锆石) 미사일 개발이 거의 완료되어 곧 현장 서비스 단계로 진입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의 성능은 마하 9, 사거리 1,000km 이상이며, 선박과 잠수함에 탑재 및 발사가 가능하다. 비행 속도는 시속 9,500km이며, 1,000km 떨어진 적함 표적을 타격하는 데 6분이 소요된다.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에서 중러 양국은 미국에 앞서 있다. 실제, 이 분야 무기 개발을 처음 시작한 나라는 미국이었으나, 개발이 순조롭지 못했다. 반면에, 후발 주자였던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MiG-31K 요격기에 장착하는 등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중국도 둥펑-17(东风17)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공개하고, 공중발사 버전도 ‘홍(轰,hong)-6N’을 장착해 이 분야 선두로 올라서고 있다.
최근 중국은 핵탄두 탑재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2021.8). 이 미사일은 발사되어 저지구 궤도에 오른 후 지상의 표적을 향해 활공 돌입하는 방식이다. 로켓에 탑재된 활공형 이동체가 우주로 발사되어, 궤도 비행을 하다가 대기권 재돌입 후 활공하여 표적으로 향한다. 대기권 재돌입 시 비행속도는 극초음속 영역에 해당하는 마하 5이상으로, 기존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보다는 느리다. 그러나 탄도 미사일과 달리 정해진 포물선형 궤적이 아니라, 비행 중간에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그만큼 추적과 요격이 어렵다. 대기권 재돌입 전의 주 비행 고도가 요격하기에는 너무 낮고, 대기권 내 요격 수단으로 요격하기에는 너무 높다. 즉, 기존의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극초음속 무기를 실전에 배치했다. 건국 70주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DF-ZF(미 국방부 분류명 WU-14)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이 그것이다(2019.10.1.). DF-ZF의 속도는 마하 5~10으로 추산되며 핵탄두 및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고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의 방공망을 돌파, 타격이 가능하다. 중국산 DF-31 대륙간 탄도 미사일(사거리 8,000~12,000km) 등을 발사체로 사용한다.
이에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인 마크 A. 밀리 대장은 ‘이 사건이 과거 스푸트니크 발사 사건과 동등한지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실험은 매우 중대한 기술적 사건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이번 실험이 미국 정부에 준 충격을 말해준다.
극초음속 분야에서 미국은 어떤가? 미 공군은 ‘ARRW’라는 이름으로 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해왔으며, 최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2022.5.14).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B-52 폭격기가 마하 5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고체 로켓 부스터와 승파체 글라이딩 탄두(乘波体滑翔弹头)로 구성된 AGM-183A 미사일이었다. 그동안 미국은 시험 발사에 세 차례 실패했다. B-52H 폭격기의 행거에서 미사일이 분리되지 않았고(2021.4.5), 미사일이 선반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되었지만 점화 실패로 인해 바다로 직접 발사되었으며(2021.7.28), 12월 17일에는 발사 절차에 들어갔지만 발사 가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네 번째 시험 발사에서 성공했다. 하지만, 이 성공도 이 극초음속 미사일이 더 이상 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향후 일련의 후속 실험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개된 것이 없지만, 이 분야에서 중러 양국의 협력 가능성은 높다. 실제 양국 협력이 이루어지면 미국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더라도 앞으로 상당 기간은 중러의 발전을 따라잡기 힘들고,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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