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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재명 정조준한 검찰, 서초동發 '사정 태풍' 여의도로 매섭게 북상

김용 구속과 함께 서욱 구속…정국, 사정 국면으로 급전환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2.10.22. 04:01:4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고,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서해 피격 수사 관련 사실 은폐 의혹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사정 정국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각각 이재명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겨냥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윤석열 정부 검찰과 이에 반발하는 야권의 갈등은 최고조를 향해 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이 대표의 측근 김용 부원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뒤 22일 새벽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2021년 대선 경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점을 전후로 한 2021년 4월~8월 사이, 4차례에 걸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와 공모해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로부터 총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해당 금품이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나선 시점과 맞물려 오고 간 점, 김 부원장이 이재명 캠프 총괄부본부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 구속영장에 '대선 자금' 관련 수사라는 점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한 셈이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는 21일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로부터 이 대표의 또다른 측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정 실장은 입장문을 내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김 부원장 측으로부터 캠프에 돈이 들어온 것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고, 김 부원장도 현재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선 자금 수사와 함께,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윗선'을 겨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사실 은폐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공용전자기록손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뒤 22일 새벽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국방부와 해경이 내린 '자진 월북' 결론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침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도 향후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 청와대를 직접 겨냥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같은 사안을 두고 수사를 받고 있다. 

'더 윗선'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감사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를 시도한 바 있다. 사실상 이 사건 수사 방향의 '예고편'이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야당 대표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동시다발적 수사'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국회의 국정감사가 한창인 현 상황에서 정국은 검찰이 주도하는 '사정 정국'으로 급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 당시, 국회의 장관 청문회 일정을 앞두고 전격 압수수색을 벌이며 그 일가까지 전광석화처럼 뻗어나갔던 검찰의 동시다발적 몰아치기 수사 방식은, 윤석열 정부 들어선 후 전직 대통령과 야당을 동시에 겨눌 정도로 '스케일'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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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책 버려!"... 위기속에 간 정태인이 그립다

[김종철의 더토크] 정태인 전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을 추모하며

22.10.21 18:37l최종 업데이트 22.10.21 18:37l
▲  2006년 3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는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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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새벽녘, 책상에 앉아 뒤척거리고 있었다. 바로 옆 케이블 채널 BBC에선 연신 '브레이킹 뉴스(Breaking News)'라는 큼지막한 글자와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 사임하다'라는 자막이 선명했다. 

"와우? 이렇게 빨리?"라는 생각에, '총리 취임한 지 44일만' '영국 역대총리 가운데 최단 기간'이라는 소리에, 컴퓨터를 다시 켰다. 다음주 오마이TV '찐경제' 방송자료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페이스북도 열었다. 

여느때처럼 빠르게 화면을 이동하면서 스쳐 올라간 그의 부고 소식. 정태인 전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아래 '정 선배'라 쓴다). 최근 그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과 함께,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올라오던 근황이 뜸 하던 차였다. 

머릿 속은 하얘졌고, '트러스'는 사라졌다. 가슴이 먹먹했고, 나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대신 '어딘가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 속에... 그리고 20년 전 서울 광화문 뒷골목 삼거리에서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트러스' 날린 그의 부고... 20년전 한 통의 전화 그리고 인연 아마도 2003년 3월 중순 정도였을 것이다. 휴대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고, 수화기 너머로 나즈막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북한 선제폭격 타진했다는 장관 이야기 좀 들어보자"고 했다. 


그가 말한 '장관 이야기'는 이렇다. 나는 부시 행정부 고위급 인사가 당시 갓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에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타진했다"는 기사를 썼다(관련기사 : "북, 영변 기습폭격하면 어떻겠나?"... 부시 행정부, 노무현 정권에 타진). 기사 후폭풍은 거셌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론은 국내외 정치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보도 이후, 당시 외교부와 통일부 장관 등은 앞다퉈 "<오마이뉴스>를 만난 적 없다"면서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그 장관'은 초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었던 김진표 의원(현 국회의장)이었다. 국내외 정치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남북관계는 더 악화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았다. 김 장관은 뒤늦게 별도 회견을 열고, 스스로 '커밍아웃'했다.

정 선배는 얼추 짐작하는 듯 했다. 내게 광화문의 어느 가게 이름을 알려줬다. 좁은 골목 사이에 조그마한 선술집이었다. 저녁 마감 후 찾아 갔을때, 그는 이미 취해 있었다. 그는 정부에 대한 언론보도에 불신이 컸었고, 특히 인수위 시절부터 진보 언론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날 정작 '장관 이야기'도 없었다. 아니, 그날 제대로 대화가 이뤄질 수 없었다. 선배와의 첫 만남이 유쾌할 리 없었다. 

훗날 정 선배는 "그 장관이 누군지 얼추 짐작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미 나의 경력을 파악했고, 당시 경제 쪽 장관 인사들 가운데 그같은 정보를 접할만한 인물을 추정했다는 것. 결국 나를 통해서 확인받고 싶었고, 자신의 관심 분야인 남북관계와 동북아정세 그리고 한국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 너무 무식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많이 알려달라"고 했고, 그 핑계로 독서모임을 가장한(?) 술 친구가 됐다.   

질곡의 한미FTA... "노무현이 그렇게 싫어요?"
 
▲  2013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는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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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역시 초기 경제 위기와 싸워야 했다. 북핵 위기와 함께 신용카드 대란, 에스케이(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에 이어 이라크 전쟁까지. 마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과 사뭇 비슷하다.

정 선배와 가끔 만날 때마다 물었다. "비에치(BH)에서 도대체 무슨 일 해요?"라고 (당시 그의 공식 직책은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었다). 그의 답은 한결같았다. "일은 무슨... 만날 자료 읽고, 토론하고..."라고. 그러면서도 소주 몇잔 들어가면, 금세 속내를 드러냈다. 참여정부 초기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등에 상대적으로 속도를 못냈던 것에 대한 아쉬움, 관료들과의 논쟁. 하나같이 기삿거리였지만, "이런 걸로 (기사를) 쓰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를 봐"라고 했다.

'행담도 사건'으로 청와대서 나왔을 때  "억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는 특유의 냉소적인 웃음으로 "됐어. 미련없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나긴 재판과정으로 마음고생이 컸다. 또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도 맨앞에 나서 반대했다. 특히 그는 청와대서 한일, 한중FTA 등을 연구하고 준비했던 당사자였다. 

하지만 한미FTA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갔다. 2006년 갑작스러운 한미FTA 추진에 대부분 언론들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대미 수출시장 확보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찬양론 일색이었다. 

반대로 그는 미국이 과거 멕시코, 캐나다 등과 맺었던 협정과의 차이를 찾아 내고 철저하게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협상방식과 독소조항 등 내용을 꼼꼼하게 챙겨 공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S)였다. 최근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4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아내는 데 일조한 바로 그 조항이다. 

정 선배는 술자리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미친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약간의 오버스러운 표현까지 써가며, "대통령이 친미 보수세력에 포위됐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나는 선배에게 "노무현이 그렇게 싫으세요"라고 묻기도 했다. 

지금 기억을 떠올려보면, "내가? 왜? 노무현 한 사람을?... 에이, 그나마 저기(BH)서 말 통하는 몇 사람 중에 한 명인데..."라고 했다. 이어 "그 옆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인간들이 싫지. 뻔히 속보이는 일을 스스럼 없이 해대니까..."라고 답했다. 그때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인사로 돌아왔다. 

"경제학 책 버려"... 새로운 대안 경제를 모색하자
 
▲  2013년 <협동의 경제학>을 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태인 원장과 이수연 연구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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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들어서, 미국 소고기 수입 파문부터 한미FTA 재협상 등 그에게 의견을 묻고, 들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실제로 만남은 전보다 줄었다. 그 스스로 술자리를 줄였다고 했지만…(훗날 들어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2010년께 그를 다시 찾았다.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2009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의 삶에도 큰 타격이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민간주도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에서 동반성장으로 바꿀 정도로, 민생경제는 어려웠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 때 세워놓은 경제안전망 덕분에 2010년에 경제는 안정을 찾아갔다.

때 맞춰 <오마이뉴스>는 반복되는 경제위기속에 새로운 정치와 경제사회를 위한 대안모델을 고민해보는 기획을 추진 중이었다. '유러피언 드림, 현장을 가다'라는 연중기획은 그렇게 시작됐고, 나는 경제 대안모델을 찾아야 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 있던 정 선배는 대뜸 "협동조합 어때"라며,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모델을 제안했다. 경제위기와 불황으로 한때 빈민도시였던 볼로냐가 유럽최고의 부자도시로 계속 유지되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그들의 경험을 직접 듣고, 배워보자는 것이었다. 정 선배는 "자본주의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오로지 효율과 경쟁위주의 자본주의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대와 협력을 기반에 둔 새로운 방식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 그는 '협동과 평등의 경제'에 꽂혀 있었다. 볼로냐 취재는 그 첫단추였다. 현지에서 그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뜬금없이 "경제학 책 어디까지 봤나"라고 물었다.

사실 나는 경제부 기자를 오래하긴 했지만, 학부 시절 교양과목으로 배운 원론수준 이상으로 깊이있게 본 적이 없었다. 정 선배는 "차라리 잘됐네. 이제 경제학 책은 버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를 떠나 보내며
 
지난 2012년 캐나다 퀘벡의 사회경제모델 취재 당시의 정태인 전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맨 오른쪽) 모습. 김현대 당시 한겨레기자 등과 동행 취재 했다.
▲  지난 2012년 캐나다 퀘벡의 사회경제모델 취재 당시의 정태인 전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맨 오른쪽) 모습. 김현대 당시 한겨레기자 등과 동행 취재 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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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새로운 경제를 찾는 여정은 볼로냐를 시작으로 2012년 캐나다 퀘벡으로 이어졌다. 정 선배 스스로 "볼로냐에서 시작해서 퀘벡과 몬드라곤(스페인)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자"면서, 새로운 경제사회모델을 제시하자고 했다. 

또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유럽발 재정 위기가 부각되고,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이슈가 떠올랐다. 경제 위기에도 견고한 성장과 복지를 통해 자신들의 삶과 생활을 이어가는 사례들. 볼로냐에 이어 퀘벡에서 가능성을 찾아 나섰다. 

정 선배는 우리가 함께 취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책 <협동의 경제학>을 냈다. 그리고 그는 책에서 "경제학은 이미 죽었다"고 썼다(관련 기사: "수첩공주의 창조경제로는 경제 못 살려 …개성공단 문제? 삼성공장 입주하면 해결").

2013년 또 다른 보수정권 속에서도 그는 꿋꿋이 연대와 협동에 기반한 경제모델 연구에 집중했다. 그나마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동조합 도시, 서울'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후 촛불시민에 의한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 그리고 다시 찾아온 경제 위기 등. 

그 과정에서 정 선배는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서울에 처음으로 유치한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에서 내려와서, 독립연구자로서 대북관계와 기후위기 등에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할애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과 586에 대한 쓴소리 등은 정태인다운 비판이었다. 20여 년에 걸쳐 그는 내게 때때로 매서운 경제 교사였고,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취재원이었다. 또 어떤 사물과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깨우치는 데 그의 시니컬한 비평은 큰 도움이었다. 

소주잔을 기울이고 나면, 곧 이어 "노래방 가자"라며 손을 이끌던 그가 그립다. 지금 이 시각,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또다시 찾아온 경제 위기, 다시 그의 실랄한 말들이 그립다. 그의 영면 소식에 아직 가슴 한 켠이 휑하다. 

"선배, 시간되세요? 뭐 좀 물어보려고…"
"뭘, 또 아직도 물어볼게 있어?" 


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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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인을 추모하며 

다시보는 <오마이뉴스> 사회적경제 시리즈 [볼로냐와 퀘벡의 조용한 혁명]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①] 잘나가는 대기업도 없는데, 왜 세계가 주목하지?
 '경쟁 대신 협동', 경제 위기 속 자본주의 미래를 보다  http://bit.ly/923Yx2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②] 라운드 어바웃의 비밀
에밀리아 로마냐는 왜 신호등 대신 로터리를 만들까  http://bit.ly/aWScVS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③]세계시장 누비는 작은 시골마을 농민협동조합의 힘 
세계 4대 와인협동조합 '리유니트'를 가다  http://bit.ly/dgvYB7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④]명품 '블랙 라벨'의 비밀, 주머니 공법에 있다 
세계최고의 장인 수공업, 테스토니를 가다 http://bit.ly/amRMLv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⑤]협동을 통한 평등한 사회, 꿈같은 세상은 가능하다
 스테파노 자마니 볼로냐대학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http://bit.ly/9sFcAs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⑥] 협동조합이 지은 집, 분양가 거품 걱정 안 해요
 내 집은 내 손으로... 협동조합 '무리' http://bit.ly/9K8iBf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⑦]마약 중독 노숙자도 품위 유지...'착한' 기업의 비밀 
 취약계층 복지 챙기는 사회적 협동조합 http://bit.ly/dbv6UA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⑧]이탈리아 코프, 이마트· 롯데백화점과는 달랐다 
 지역경제 살리는 소비자협동조합의 특별한 전략 http://bit.ly/atnC9h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⑨] 재정위기? 그래도 볼로냐는 '행복한 섬'"
 마우리죠 체베니니 민주당 주 의원 인터뷰 http://bit.ly/bn62fK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⑩]분유 가격은 어떻게 반값으로 떨어졌나 
 볼로냐와 몬드라곤, 같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들 http://bit.ly/buwvp3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⑪]'빨간 도시'의 꿈은 손으로 잡을 수 있어서 특별했다 
 레가협동조합의 시사점과 한국 생협의 과제 http://bit.ly/ckYEa2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⑫]중소기업 천국은 확실히 달랐다 
 특별취재팀 좌담회 http://bit.ly/bYTzVO 

- [퀘벡의 실험①] 1억명 열광 '태양의 서커스'가 성공한 비결 http://bit.ly/TNg18v
경제위기속 새로운 대안...캐나다 퀘벡의 사회적 경제모델 

- [퀘벡의 실험②] 3000% 고리사채에 반기를 든 데자르댕 http://bit.ly/MNTSX3
시민들이 착한은행 만들어 세상을 바꾸다

- [퀘벡의 실험③] 조합원 370만에 연매출 3100억 http://bit.ly/PMOSlW
'탈세등반'하던 산꾼 6명이 일냈다

- [퀘벡의 실험④] 박정희식 경제성장이 최고?… 퀘벡은 달랐다 http://bit.ly/PA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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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공동체통일방안' 대안 논의 유효한가?

통일부·서울대 공동학술회의, 왜 필요한가 비롯 쟁점 수두룩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10.22 01:22
  •  
  •  수정 2022.10.22 01:37
  •  
  •  댓글 0
 
통일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1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성찰과 대안모색-발전적 보완인가 전면 수정인가' 주제의 학술회의를 개최해 다양한 쟁점을 논의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1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성찰과 대안모색-발전적 보완인가 전면 수정인가' 주제의 학술회의를 개최해 다양한 쟁점을 논의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통일방안)의 발전적 계승은 가능할까? 또 가능하다면 어떤 쟁점이 있을까?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8.15경축사 발표 이후 지난 30년간 정부 공식 통일방안으로 공인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의견 수렴이 진행되고 있다.

21일 오후 통일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공동주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성찰과 대안모색-발전적 보완인가 전면 수정인가' 주제의 학술회의가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열렸다.

통일방안에 대한 발전적 보완, 부분적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견해였지만,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과 같이 정쟁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에서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긁어부스럼'이 될 뿐이라는 견해도 설득력있게 제기됐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효용성과 쟁점:대안모색'을 주제로 발표한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위원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같은 취지로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를 한 바 있으나 흐지부지된 바 있다고 하면서 통일방안의 발전적 계승(보완)을 국정과제로 제기한 정부쪽에서 그 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통일방안은 여전히 효용성이 있다고 하면서 △오랜 단일 민족국가의 정체성에 호소하는 힘이 있다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이 진화한 결과인 통일방안은 비교적 합리적이고 체계화된 통일구상을 담고 있어 현재까지 한국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으로서 일종의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국민적 합의과정을 매우 충실하게 거쳤다는 점에서 더할나위없이 모범적인 민주주의 정치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국민적 합의과정을 충실히 거쳤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정치·사회적 분열구조에서 대안적 통일방안은 채택은 커녕 논의조차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방안 논의에서 그밖의 쟁점으로는 △민족공동체의 '민족'을 혈통적 개념으로 한정할 수 없고 새로운 성격 규정이 필요하다 △관행적으로 거론되는 '민족동질성' 회복의 의미를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언어, 역사, 문화관습의 공통성에 주안점을 두는 정책은 북한 체제 변화나 남북 간격 좁히기와 거리가 멀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직 10% 미만에 불과하지만 인구구조상 10명중 1명, 전체 5천만 인구중 120만~130만에 달하는 다문화, 다인종사회가 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혈통주의에 기반한 '민족' 개념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개념(Korean Nation)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 

또 통일방안은 화해협력 과정을 통해 경제사회문화공동체를 형성하고 최종적으로 정치공동체인 국가통합을 이루는 기능주의적 통합방안인데 지난 30년간 남북관계와 북한 체제 성격 변화는 이와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30년간 통일방안의 1단계인 화해·협력단계에서 의도했던 상호이해와 유대형성, 신뢰조성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던 건 5년 임기의 정권이 단기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기에 급급했던 것이 문제라며, 중·장기 국가전략안에서 통일방안을 반영하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이 각자 통일방안을 고수하는 현실에서 서로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하고 평화공존의 관계를 정립하는 두 국가 존재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이같은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남북이 기존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과 내용을 이어받으면서 변화한 국내 및 국제환경을 반영하여 남북관계를 형식과 실제에서 사실상 두개의 국가간 공존관계로 정립"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남북기본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남북기본조약은 통일방안의 화해·협력단계가 결여한 항구적 평화와 발전을 보오나하기 위해 협력·평화 제도 정착을 지향하며, 남북이 상호 국호를 정식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통일방안은 국가전략 차원의 대북·통일정책의 장기전략과 병행되도록 보완되어야 한다며,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적이고 일관된 장기통일전략구상을 실현할 '(가칭)2048 통일대계 전략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여야 정치권을 망라하여 2048년, 분단 100년을 넘기지 말자는 의미이다.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경제통합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통일방안의 최종 단계인 통일국가완성은 연성화시키고 오히려 경제통합을 중심으로 중간단계를 부각시키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남쪽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포기할 리 없고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를 가져가려 할텐데 '미래의 그림자'인 최종단계에서 충돌이 생기면 곤란하다는 것. 또 북한도 여지를 두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비핵화'할 수 있는 요인도 넓힐 수 있다는 것. 미래 세대가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날 통일방안에 대한 세부에 관해서는 다양한 쟁점들이 도출됐다.

학술회의 사회를 맡은 박명규 광주과학기술대 석좌교수는 토론이 끝날 무렵 발표자와 토론자의 의견을 모아 쟁점사안을 요약 정리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수정이든 개정이든 보안이든 할 필요가 있는가?

△민족이라는 화두 또는 개념이 통일 방안, 통일의 미래를 상상하는데 여전히 유효한가? 또 기능주의적인 접근은 여전히 고수되어야 하나?

△통일이라는 최종 단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유연화, 연성화해서 다소 흐릿하게 하더라도 중간단계에 좀 더 주목하여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나?

△한반도 통일 미래를 구상하고 방안을 생각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우리의 정책과 계획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북한과 함께 논의할 일인가?

△통일방안 논의가 국내 정쟁으로 빠지지 않고 중요한 정치적 비전으로 통합력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떤 프로세스를 취해야 할 것인지?

△담론의 주도권을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세대의 의견을 소재화하거나 참고자료 수준으로 취급하지 않고 어떻게 그들의 관심과 생각을 모아가는 과정으로 만들것인가? 등이다.

특히 '민족'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참석자들간 적나라한 이견이 드러났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연 현재 시점에서 민족이라는 담론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맞는가'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고,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통일방안 앞에 '민족'을 붙인 건 행위자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니 공동체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굳이 고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론을 펼쳤다.

이 교수는 통일방안에서 기본원칙으로 표방하는 자주·평화·민주에서 민주를 '자유민주주의'로 해석하는 일반론과 달리 최종단계인 통일국가 상태는  후대가 결정하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민주'가 적시된 것이라는 이홍구 총리의 구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그동안 우리가 합의와 설득, 통제의 방법으로 통일방안을 설득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현재 미래세대가 통일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자기 행동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과잉해석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이날 서면 축사에서 "정부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국민인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고자 한다"며 "우리 사회 전반의 통일인식을 제고하고 국민들의 통일의지 또한 하나로 결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회의는 박명규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위원(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효용성과 쟁점 : 대안모색)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심화되는 북핵문제와 한반도 통일방안의 미래)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겸 미래전략연구원장(경제통합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가 발제를 했다. 

토론자로는 △권은민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북한연구학회 회장)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병국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전 국회의원) △천해성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전 통일부 차관)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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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맞서는 과정이 저널리즘, 지치지 않길 바란다”

  • 기자명 이정환 기자 
  •  
  •  입력 2022.10.22 07:34
  •  
  •  댓글 0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9] [인터뷰] 레포르테데스뿌아 질 방데르푸텐 편집장, “솔루션 저널리즘도 비판에서 출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이 중요하다”

[편집자 주]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 멈추면 우리의 질문은 “세상은 왜 이 모양이지?”에서 멈추게 되겠죠.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더 깊이 파고 들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미디어오늘은 기획 연재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솔루션 저널리즘의 실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순서로 프랑스의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 기관인 레포르테데스뿌아를 만났습니다.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는 프랑스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교육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아이디어를 프랑스 언론사들에게 소개하고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3000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희망의 기자들’에서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7월5일 ‘희망의 기자들’을 이끄는 질 밴더푸텐(Gilles Vanderpooten) 편집장을 만났다.

- 미국에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가 출범한 게 2013년이다. ‘희망의 기자들’은 그보다 일찍 프랑스에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건가.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에 시작했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는 빌 게이츠 등의 도움으로 비교적 초기에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연구 성과를 냈다. 미국이 프랑스에 비해 8~9년 늦게 출범한 것 같지만 그 이전부터 문제 의식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1998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그 흐름이 이어져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가 출범했다고 봐야 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먼저 나타난 흐름이다. 물론 미국은 차별과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산적해 있고 이들이 사회 문제를 대하는 방식을 볼 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이런 움직임이 영미 중심적이라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 한국의 관심이 매우 반갑다.”

▲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 질 밴더푸텐(Gilles Vanderpooten) 편집장.
▲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 질 밴더푸텐(Gilles Vanderpooten) 편집장.

 

- ‘희망의 기자들’을 소개해 달라.
“성과도 있고 실패도 있었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에 출범했다. 1500명 이상의 기자와 언론사 운영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시각과 제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해결 지향의 보도에 대한 문제 의식이 확산됐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와 별개로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기자들이 있었고 저널리즘 어워드를 만들게 됐다. 처음에는 의도를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다. 종교 기반의 언론사들이 우호적이었고 초창기에는 이 언론사들과 협업을 많이 했다. 나중에 리베라시옹도 합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여러 언론사들이 솔루션 저널리즘 섹션이나 부서를 만들고 독립된 잡지를 출간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하지만 대부분 오래 가지 못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렉스프레스(L’Express)는 사회적 기업이나 지역 기반의 혁신 모델을 다루는 여러 매체를 스핀 오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지난 18년을 돌아보면 꾸준히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뭔가를 바꿨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기자들 사이에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저항은 많이 사라졌다.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 ‘희망의 기자들’이라는 이름도 궁금하다. 사실 기반의 저널리즘과 희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왜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기자들인지도.
“현장성을 강조하다보니 기자라고 했다. 희망이라는 건 낙관이나 대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의미는 믿음이다. 언론이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라고 보면 된다.”

- 조직 구성은 어떤가.
“상근 직원은 5명이고 자문 위원이 10명 있다. 150여 명 정도 참가자와 기여자(재정 지원 및 프로젝트별 참여 자원봉사자 및 연구자 등)가 활동하고 있고 2만여 명의 뉴스레터 구독자들이 있다. 구독자의 대부분은 기자들과 언론사 경영진이다.”

- 기자 교육이 핵심 업무라고 보면 되나.
“앞으로 기자 교육이 핵심 업무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례를 조사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리서치 중심 활동이 많았다. 기자 교육은 1년에 500명 수준이고 교육 기간도 반나절로 매우 짧았다. 하지만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원격 강의(MOOC)를 통한 온라인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주요 대학의 저널리즘 관련 학과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시작할 텐데 연간 교육생이 현재 500명 수준에서 4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기자가 3만5000명 정도 된다. 지역 언론사들을 위해 전국 순회 교육을 하는데 주요 거점 대학에서 진행된다. 도시 마다 이틀 정도 머물면서 최대한 많은 지역 언론인과 언론 관련 단체들과 만나려고 하고 있다 학생 뿐만 아니라 직업 기자들까지 15~40명 정도의 현직 기자들이 참여한다.

▲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
▲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

 

- 기자들에게 상도 준다. 어떻게 운영하나.
“직업 기자들에게 주는 상은 후보자가 200여명, 청년 기자들은 후보가 140명 정도 된다. 지원자를 받기도 하지만, 협회에서 1년 내내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르플러스(Le Plus)’라는 플랫폼을 운하고 있는데, 2000여 건의 탐사보도 기사들이 있다.”

- 직접 만드는 콘텐츠는 얼마나 되나. ‘La France des solutions(솔루션 프랑스)’라는 행사도 운영하고 있던데.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와 협의를 통해 1년에 한 번, 연말에 솔루션 저널리즘과 관련된 기자를 포함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사들을 초청해 공연과 토크쇼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이를 라디오로 내보낸다. 초청된 기자들이 청중 및 청취자들과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설득하는 자리이다. 초청되는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은 고려하지 않으며, 매우 다양한 성향의 기자와 전문가들이 만난다.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이야기하면서 기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 재정 구조는 어떤가. 개인이나 기업 후원, 정부 지원 등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해마다 다르지만 대략 30만~45만 유로 정도 든다. 개인 후원으로 충당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언론사 경영진이고 우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솔루션 프랑스’ 같은 행사를 통해 기업의 재정 후원을 받기도 한다. 직접 뉴스에이전시를 만들기도 했지만 잘 안 됐다. 지금은 수요에 기반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를 테면 언론사들의 협업을 통해 솔루션 저널리즘 관련된 섹션이나 특별판, 정기간행물 등의 제작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주요 언론사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협업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은 협회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 한국의 기자들은 솔루션 저널리즘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엄격하다고 불만을 이야기한다. ‘희망의 기자들’에서 기자들을 교육할 때는 어떤가.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관심을 끌만한 이슈는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거나, 논쟁적이거나,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하는 것들이다. 또는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야 하는 의혹과 폭로 같은 것들이다. 특히 프랑스 사람들은 저널리즘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면 그것으로 생명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감시와 비판이 언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어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방식을 설명하고, 기존의 보도 방식을 한계를 보여주고, 그것을 보완하는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자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의심하게 된다. 우리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솔루션 저널리즘의 확산을 통해 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현실에서 이 운동은 수많은 독자들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들을 신뢰를 두텁게 하는 일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전략은 사업으로도 가능하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교육 기관에서도 솔루션 저널리즘을 다루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일반적이라기 보다는 선택 가능한 하나의 구성 요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학교도 있지만 적어도 거부감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사례가 다른 나라와 다른 지역의 해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가장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이야기해 달라.
“영향력이 컸지만 사실 단순했던 기사가 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시골 지역은 공연이나 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한 여성이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호기심 버스를 만들었다. 이 버스로 한번에 5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을 태우고 연극이나 영화, 오페라 등을 관람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언론에서 다루기 시작했고, 언론의 모방 속성 때문에 더 많은 언론에 노출됐다. 결국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생겨났다. 흥미로운 시도였지만 이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복사하기 붙여넣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해결 지향의 보도가 어떻게 변화를 만들고 퍼뜨리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였다.”

- 구글 어시스턴트와 협업도 하더라.
“맞다. 구글 홈에 ‘OK, Google, donne-moi une bonne nouvelle(OK, 구글, 좋은 소식 들려줘)’라고 말하면 우리가 선정한 기사 요약을 들려준다. 미국에서 영어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는데 우리가 처음 프랑스 법인에 연락했을 때는 거절 당했다. 그런데 얼마 뒤에 다시 연락이 와서 진행하게 됐다. 1년 동안 기사 선정과 녹음 작업을 해서 업로드했다. 한 편에 30초 분량이고 이용자가 월 6만 명 수준이다. 구글의 목표는 1만 명이었는데 6배나 됐다. 미국 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 경제, 고용, 환경 문제에 대한 입장은 언론사마다 다르다. 르피가로(Le Figaro)나 레제코(Les Echos) 같은 보수적인 대형 언론사들도 있다. 이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피가로나 레제코 같은 보수 성향 신문사들도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험하고 있는데 사업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 스타트업이나 혁신 기술 등에 대한 소개가 많다. 우리는 왼쪽에 있는 위마니떼나 리베라시옹, 중도 성향의 르몽드, 중도 우파 성향의 리푸앙(Le Point), 그리고 좀 더 오른쪽에 있는 피가로 등 성향과 관계 없이 여러 언론사와 협업을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 이념의 문제는 아니지만 난민 문제 같은 정치적 이슈의 경우는 입장 차이가 커서 함께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 단순히 좋은 이야기와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기사는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매우 어렵다. 기자들은 익숙한 관행에 의존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현장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세상이 얼마나 비참하고 끔찍한지에 대해 보도하다 보면 여기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솔루션 저널리즘 역시 비판적인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다만 어떤 문제에 개입할 때 그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해결을 위해 시도되는 다양한 실험과 도전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한계가 있고, 어려움이 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저널리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치지 말기를 바란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언론사 내부의 지지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구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으며, 그것이 결국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언론사 경영진에게 설득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black@mediatoday.co.kr
통역 도움 = 김상배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박사.

※ 미디어오늘의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연속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취재 지원 공모 사업에 선정돼 취재비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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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혐의' 재판 이은재,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적절한가

국회 용역비 1200만 원 빼돌린 혐의... 낙하산 의혹, 11월 1일 조합총회에서 선임 여부 의결

22.10.21 04:46l최종 업데이트 22.10.21 04:46l
이은재 전 의원. 사진은 지난 2020년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  이은재 전 의원. 사진은 지난 2020년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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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은재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문건설공제조합(이하 조합) 이사장에 내정돼 낙하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전 의원이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사장 최종 선임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오는 11월 17일에도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는 국회사무처의 예산인 '입법 및 정책개발비' 12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 인해 오는 11월 1일 열리는 조합 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이 자리에는 대의원 182명이 참석하며, 표결을 거쳐 이 전 의원의 이사장 선임여부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낙하산 논란 없애기 위해 '최초 공모제' 실시 조합은 지난 9월 2일 각각 3년 임기의 이사장과 상임감사 초빙 공고를 냈다. 34년의 조합 역사상 처음 실시하는 공모제였다. 이사장의 자격요건으로는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 ▲ 조합 업무분야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 ▲ 조직 관리 및 경영 능력 ▲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대외업무 추진 능력이 제시됐다. 이사장에는 8명의 후보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합은 6명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서류심사를 진행했고, 1차 면접심사에 참여할 이사장 후보로 5명을 추렸다. 그런데 5명의 후보 중 두 후보가 중도에 포기하면서 3명의 후보만 1차 면접심사에 올랐고, 2차 면접심사에는 이은재 전 의원과 천길주 전 삼부토건 사장만 참여했다. 

이 전 의원은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와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에서는 국회 정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천 전 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뒤 현대건설에 입사해 국내영업본부장(상무)을 역임했고, 삼표그룹과 삼부토건 사장을 지냈다. 

조합의 운영위원회(총 20명의 운영위원으로 구성)는 두 차례의 면접심사를 진행한 뒤 이 전 의원과 천 전 사장을 대상으로 투표에 들어갔고, 18명의 운영위원들이 투표에 참여해 이 전 의원이 12표, 천 전 사장이 6표를 얻었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원이 차기 이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조합도 지난 12일 "최초로 공모제를 도입해 관심이 집중되었던 이사장에 이은재 후보자를 추천했다"라고 공고했다. 

이 전 의원이 조합의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와 국회의원을 지낸 그에게 조합에 가장 필요한 '건설'과 '금융' 경력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이은재 이사장이 대통령실 뜻'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이 전 의원을 이사장에 앉힌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의 한 운영위원도 <오마이뉴스>에 "이사장에는 금융 전문가가 오는 게 제일 좋다"라며 "이 전 의원이 정치력에서는 조합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특히 특정 인물들이 자기 인맥을 박으려고 했다면 잘못된 일"이라고 발했다. 

조합은 낙하산 논란을 없애고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공모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건설'과 '금융' 경험이 전무한 여당 출신 정치인이 이사장에 내정된 뒤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일면서 공모제의 도입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 공교롭게도 '최초의 공모제'를 홍보하는 조합 보도자료의 제목은 <자산 6조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공모제' 도입… 전문경영인에 키 맡긴다>였다.  

국회의원 시절 예산 1200만원 빼돌려 '사기혐의'로 재판 중
 
큰사진보기전문건설공제조합이 지난 9월 2일 낸 '이사장-상임감사 초빙공고'. 이사장 자격요건으로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제시 능력, 조합 업무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 조직관리 및 경영 능력,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대외업무 추진 능력이 제시됐다.
▲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지난 9월 2일 낸 "이사장-상임감사 초빙공고". 이사장 자격요건으로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제시 능력, 조합 업무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 조직관리 및 경영 능력,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대외업무 추진 능력이 제시됐다.
ⓒ 전문건설공제조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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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은재 전 의원이 사기혐의로 재판 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권에서도 그의 이사장 취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조합이 이사장을 공모할 때 내세운 '청렴성, 도덕성'이라는 자격요건과도 배치된다.    

이 전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시절에 자신의 보좌관 지인에게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작성해 국회사무처에 용역비를 신청했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그 지인에게 용역비를 지급했는데 그 지인은 용역비를 다시 이 전 의원의 보좌관 계좌로 돌려줬다. 이렇게 빼돌린 예산이 1200만 원에 이르렀다.  

이에 '세금도둑잡아라'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3개 시민단체는 지난 2018년 10월 이 전 의원을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발한 지 3년이나 지난 2021년 12월 이 전 의원을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자 이 전 의원은 벌금형에조차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현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약식기소한 것을 이 전 의원이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오는 11월 17일 제가 증인으로 나간다"라며 "재판이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단계다"라고 재판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나름대로 혐의를 인정했으니까 벌금 500만 원으로 약식기소한 것"이라며 "일부 의원들은 불기소하거나 경찰로 이송했을 정도로 검찰의 처벌 의지가 약했는데 (약식기소라도 한 것을 보면) 검찰로서도 이 전 의원만은 기소를 안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가짜서류를 내서 국회사무처로부터 돈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는 사기혐의가 된다"라며 "국가를 상대로 사기 친 것으로 재판받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자산 5조5000억 원을 운영하는 금융기관의 장에 앉힌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사기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이 전 의원은 청렴성이나 도덕성의 기준으로 보면 완전 바닥이다"라며 "(사기혐의의) 증거가 너무 명백한데도 이 전 의원은 반성도 안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조합의 운영위원은 "이 전 의원의 사기혐의 재판 사실은 전혀 몰랐다"라며 "만약 사전에 알았다면 선택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건에 계류된 사람이 (이사장 공모에) 나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이 전 의원을 추천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계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이 전 의원은 전문성도 제로이고, 경영능력도 검증된 바 없다"라며 "게다가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 도덕성이나 청렴성에서도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그렇게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를 추천위원회에서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됐다"라며 "이것이 가장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11월 1일까지 지켜보자"
 
전문건설공제조합의 모습.
▲  전문건설공제조합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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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부에서도 이 전 의원의 이사장 선임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 전 의원의 이사장 내정과 관련해)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도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몇몇 비대위원들끼리 얘기를 했었다. 그래서 11월 1일까지 지켜보자고 말한 것이다"라며 "아직 통과된 것이 아니기에 저희한테 좀 시간을 달라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진행자가 "(이 전 의원의 이사장 선임에) 부정적 분위기라는 말이냐?"라고 묻자 김행 비대위원은 "예, 그렇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분이 (6.1 지방선거 때) 강남구청장 공천 신청했지만 저희가 떨어뜨렸다. 며칠 시간이 남았으니까 좀더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한편 조합은 오는 11월 1일  열리는 조합 총회에서 이사장 선임 여부가 부결되면 재공모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합 측은 "추천위원회 심사결과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운영위원회가 후보자의 재추천을 요구하는 경우, 총회에서 선임절차가 부결될 경우에는 후보자 모집을 다시 실시할 수 있다"라고 밝혔었다. 조합의 한 인사는 "조합 총회에서 이사장 선임이 부결된 경우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지난 1988년 3월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설립돼 중소·중견건설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증과 자금융자, 공제, 어음할인, 신용평가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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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하스 “한미일, 북에 핵군축 제안 고려해야”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10.20 09:52
  •  
  •  수정 2022.10.20 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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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하스 CFR 회장. [사진 갈무리-CFR 유튜브]
리처드 하스 CFR 회장. [사진 갈무리-CFR 유튜브]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이 19일(현지시각) “완전한 비핵화 목표는 유지돼야 하지만 그 사이에 한미일이 북한에 핵·미사일 제한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일종의 핵군축 제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CFR 홈페이지에 올린 “새로운 핵 시대”(The New Nuclear Era)라는 글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를 떼어놓으려는 시도는 물 건너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동시에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미국은 한·일 모두와 긴밀한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렇게 하는데 실패하면 두 나라(한·일)가 핵무기 포기선언을 재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략적 인내 시즌2’를 고수 중인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해 대북정책을 바꾸라고 권고한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가시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지속가능한 외교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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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尹대통령-민주당, '종북 주사파' 정면충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0/21 09:07
  • 수정일
    2022/10/21 09:0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방위 검찰수사 반발에 기름 부은 尹대통령

임경구 기자  |  기사입력 2022.10.20. 17:29:56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주변을 향한 검찰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와중에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의 '종북 주사파와 협치 불가' 발언이 여야 대치 정국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20일 윤 대통령의 종북주사파 발언에 대해 "헌법 66조에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를 수호하느냐 수호하지 못하느냐를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국가 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이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고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도 아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과도 함께 해야 하냐"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서도 관련 발언에 관한 질문에 "특정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말해 야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지 않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종북몰이 색깔론'으로 규정하며 크게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자신의 무능과 실정을 감추기 위한 철 지난 종북몰이와 야당 탄압이 2022년 대한민국에 통할 리 없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중 야당 당사 압수수색이라는 노골적 정치 탄압에도 윤 대통령은 '야당이 여당 시절을 생각해보라'는 말로 자신의 본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검찰 수사와 종북 주사파 발언을 결부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발언과 검찰 수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던 것들을 생각을 해 보면 그런 얘기(정치보복, 야당탄압)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것"이라고 반격해 현재의 검찰 수사를 두둔한 듯한 뉘앙스를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했던 점을 언급하며 "있지도 않은 일을 마치 있는 것처럼 권력기관이 수사를 한 부분에 대해 잘못된 일이었다고 회고 한 것"이라고 에둘렀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검찰총장 경질 등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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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국감 때 야당 당사 압수수색은 무리”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10.2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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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재명 대선자금 의혹 수사, 사설들 ‘법리와 사실로만’
40년 만에 선감학원 사건 ‘공권력 인권침해’

21일 아침신문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 방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대선자금 의혹으로 급선회하며 한 데 주목했다. 이 대표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을 두고 여야 충돌이 격화했다. 신문은 일제히 관련 사설을 냈는데, 다수가 검찰에 ‘법리와 사실만으로 수사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초점은 갈렸다.

전날 국정감사를 중단하고 압수수색을 저지한 민주당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을 보이콧하며 압수수색에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국민적 의혹이 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피의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정치보복’ ‘국감훼방’으로 호도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임의제출로) 타협될 수 없다”고 했다.

▲2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2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21일 세계일보 3면
▲21일 세계일보 3면

이 대표는 이날 “대선자금 운운하는데 불법자금은 1원도 쓴 일이 없다”며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기간에 제1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전례가 없으며 김 부원장이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취임한 지 일주일 남짓밖에 되지 않아 압수수색 필요성이 없다며 이번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이날 오후 김 부원장 사무실이 있는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민주당 반발로 무산됐다.

신문들은 검찰이 21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지난해 4∼8월 사이 수억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이 돈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검찰의 ‘수사 드라이브’에 초점을 둔 제목을 냈다. 한겨레는 ‘검찰 강경 드라이브에 국감 파행…정국 급랭’이라고 했고, 경향신문은 ‘검찰의 칼날에 얼어붙는 정국’이라고 했다. 국민일보(‘검 “불법 대선자금” 이측 “후원금 충분했다”’)와 세계일보(‘이 “1원도 안 썼다” 여 “부패 옹호당”’) 등은 검찰과 야당, 또는 여야의 대치되는 입장을 요약한 제목을 달았다.

▲21일 한겨레 1면
▲21일 한겨레 1면

조선일보는 ‘남욱측 ‘8억메모’…김용에게 돈 줄때마다 장소·액수 적어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중앙지검이 남욱씨의 측근 이모씨가 당시 돈 전달 상황을 꼼꼼하게 기록한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고 했다. “남욱씨와 이씨는 이 메모를 모처에 보관하다가 최근 수사팀에 다른 자료와 함께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8억원 메모’는 법원이 지난 18일 김 부원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할 때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21일 조선일보 1면
▲21일 조선일보 1면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김 부원장이 위례신도시 사업이 추진되던 2014년에 억대 뒷돈을 받은 혐의도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검찰은 김 부원장이 2014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금품을 진술을 확보했다”며 “위례신도시와 대장동 사업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대장동 일당에게 1억여 원을 받아 김 부원장에게 1억 원을 전달하고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21일 한국일보 1면
▲21일 한국일보 1면
▲21일 중앙일보 1면
▲21일 중앙일보 1면

동아일보는 “김 부원장이 지난해 9월경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오자, 대선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 중 1억 원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며 “유 전 직무대리가 ‘배달사고’를 내며 1억여원을 전달하지 않아 김 부원장이 실제로 가져간 돈은 8억여 원 중 6억여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21일 동아일보 1면
▲21일 동아일보 1면

여러 신문이 사설을 통해 수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오로지 증거와 법리로 규명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 방식과 민주당의 대응에 대한 견해는 갈렸다.

경향신문, 한겨레,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수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파장이 큰 민감한 수사를 유례 없이 거친 방식으로 행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법원이 김 부원장의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 수사가 근거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벌써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보인다”라며 “‘8억원 플러스알파’나 ‘대선자금’ 등 확인할 수 없는 피의사실이 흘러나오고 있다. 몰아가기 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피감기관인 검찰이 국정감사 기간에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려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정치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판인데 검찰 스스로 야당과 정면으로 맞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혹여 과거처럼 수사 내용을 검찰에 유리한 쪽으로 흘려가는 방식으로 수사한다면, 그래서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한다면 감당 못할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21일 경향신문 사설
▲21일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검찰은 국감 도중 제1야당 당사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거친 방식으로 야당의 반발과 정치적 의혹을 자초했다”며 “수사에 성역이 있어선 안 되지만, 정치적 탄압으로 비치지 않도록 공권력의 행사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받은 돈 성격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 검찰이 대선자금 사건으로 단정 짓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며 “민주당도 김용 부원장 사무실에 국한된 압수수색까지 계속 물리력으로 막아서선 국민 다수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법원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하는 것이지만, 국감 기간 야당 당사 압수수색은 무리였다는 지적도 있다”며 “정치적 오해가 없도록 검찰 수사는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확대된다면 2003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수사 이후 20년 만이다. 어떠한 정치적 배경도 있어선 안 된다. 오직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와 법리를 토대로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했다.

▲21일 동아일보 사설
▲21일 동아일보 사설

다른 신문들은 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비판 초점을 맞췄다. 세계일보는 “법원이 김 부원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조작이라고 강변하는 건 옳지 않다”며 “민주당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국회 국정감사를 파행시킨 건 법치에 역행하고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대선 집권당 후보이자 현 제1 야당 대표를 둘러싸고 대선자금 의혹이 가시화된 것 자체가 시시비비를 따지기에 앞서 충격적”이라며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란 막무가내식 반발에 앞서 실체 여부부터 온전히 규명되도록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준 민의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또 “야당 대표와 관련된 의혹 수사엔 정치적 논란이 야기될 공산이 큰 게 사실이다. 검찰이 논란을 불식하려면 엄정한 수사로 실체를 규명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고 했다.

▲21일 중앙일보 사설
▲21일 중앙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김용 부원장 불법 자금 의혹 수사 △이화영 전 의원 뇌물 혐의 수사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 등을 들며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들 모두가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 사태에 대해 국민 앞에 나서 설명하고 당당하게 수사를 받는 것이 옳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치권이 극한 대치국면에 빨려 들면서 시급한 경제·안보위기 대처와 민생은 뒷전인 형국”이라며 “무한대결이 초래할 국론 분열과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선감학원 사건, 40년 만에 “공권력 인권침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40년간 다수의 아동을 부랑아로 몰아 강제수용한 선감학원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선감학원이 폐쇄된 지 40년 만에 이뤄진 국가 차원의 첫 진실규명이다.

진실화해위는 20일 선감학원 사건 진상규명 조사 내용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감학원 사건은 정부의 부랑아 정책 및 제도에 따라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 개입해 불특정 아동을 법적 근거와 절차 없이 강제로 가두어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생명권의 침해, 실종, 교육 기회 박탈 등이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21일 경향신문 1면
▲21일 경향신문 1면

진실화해위는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을 포함한 167명을 선감학원 인권침해사건 피해자로 인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9명이 자리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이 발표을 지면에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1면에 보도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경찰은 1942년부터 40여년 간 단속한 아동들의 의사에 반하거나 보호자도 확인하지 않는 등 위법한 방식으로 이들을 외딴 섬인 경기 안산시 선감도로 보냈다. 수용된 아동 대부분은 17세 이하의 남성으로 1982년 폐쇄될 때까지 5000명의 아동이 선감학원으로 끌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들은 군대식 통제와 구타와 성폭력, 가혹행위에 시달렸고, 각종 수익 창출 사업에 동원되는 등 강제노역을 했다.

▲21일 한국일보 1면
▲21일 한국일보 1면
▲21일 서울신문 8면
▲21일 서울신문 8면

진실화해위는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선감학원에서 숨진 아동 유해 매장 추정지 첫 시굴 작업에 착수했다. 5개 봉분 모두에서 15∼18살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 68개와 단추 등이 발견됐다. 사망자 수도 당초 집계된 24명보다 5명 많은 29명으로 드러났다. 암매장지 주변엔 봉분이 150기나 더 있어 추가 발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신문들은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의 책임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진실화해위는 “경기도는 1957년 선감학원의 설치 및 보호수용 근거가 되는 조례를 제정해 경기도가 선감학원의 주체임을 밝혔다”며 “아동시설을 섬이라는 단절된 곳에 격리해 아동들의 정신적·신체적 피해와 사망 사고 등을 파악하고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21일 경향신문 1면
▲21일 경향신문 1면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께 경기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날 종합대책으로 △피해자 생활 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추진 등을 담았다.

진실화해위는 부랑아 대책을 수립한 정부와 경기도에 공식 사과를 권고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생존 피해자들은 올해 2명 숨졌다. 김영배 회장은 “행정은 느린 반면 피해자들의 늙는 속도는 빠르다”며 조속한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21일 한겨레 20면
▲21일 한겨레 20면
▲21일 경향신문 26면
▲21일 경향신문 26면

한국일보는 사설을 내고 “너무나 뒤늦은 진실규명과 사과”라고 했다. “특히 열악한 시설에서 병사하거나 섬을 탈출하다가 익사해 암매장된 희생자 유해발굴은 시급한 과제”라며 “이른 시일 내에 암매장지 봉분에 대한 전면 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선감학원 사건은 초법적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에는 시효가 없다는 교훈을 준다.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와 내실 있는 피해 회복 조치를 기대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도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 진실 규명은 당연한 결정이다’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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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공장 노동자 빈소에 보낸 파리바게뜨 빵이 ‘매뉴얼’이라는 SPC

 
SPL 평택 공장 사망 노동자 A(23) 씨의 장례식장 주방에 놓인 파리바게뜨 빵 박스. ⓒSPL 평택 공장 사망 노동자 당숙 유모 씨 
 
SPC 그룹 제빵공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노동자의 장례식장에 회사 측이 조문객 답례품으로 쓰라며 파리바게뜨 빵을 박스째로 두고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매뉴얼에 따라 상조 물품을 지급했을 뿐’이라는 회사 측 태도는 분노를 키우고 있다.

[단독] 제빵공장 노동자 빈소에 답례품하라며 ‘파리바게뜨 빵’ 놓고 간 SPC

20일 SPL 평택 공장 노동자 A(23) 씨의 당숙 유모 씨에 따르면, SPC 그룹 측은 사고 다음날 A 씨 장례식장에 빵 두 박스를 놓고 갔다. 박스에는 파리바게뜨에서 판매되는 땅콩크림빵과 단팥빵이 담겼다. 회사 측은 장례식장 주방에 빵을 놓고 가면서 ‘조문객에게 답례품으로 주시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 15일 사고를 당한 A 씨는 샌드위치를 만들다가 배합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SPL은 파리바게뜨에 냉동생지와 빵, 샌드위치 등을 납품하는 SPC 그룹 계열사다.

A(23) 씨의 당숙 유모 씨는 “우리 애가 빵을 만들다가 죽었는데, 그 회사 제품을 답례로 주라는 것이 말이 되냐”며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회사 측은 소속 노동자가 가족상을 당할 때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상조 물품에 빵이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SPL 소속 한 노동자도 “상조 물품으로 원래 빵이 나온다”며 “나도 가족상을 당했을 때 그릇, 냅킨 등과 함께 빵이 왔었다”고 말했다.

매뉴얼을 따랐다는 회사 측 해명은 쉬이 납득되지 않는다. 그룹 계열사의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노동자의 가족상과 ‘일괄’로 놓고 볼 사안이 아니다. 빵이 상조 물품에 포함돼 있다고 해도, 제빵공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장례식장에 빵을 그대로 보내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회사 측이 해명을 내놓을수록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회사 측은 ‘상조 물품에 포함된 빵을 이번에만 빼서 보냈다면, 오히려 생산직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을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회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복수의 회사 관계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2.10.20 ⓒ민중의소리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10.20 ⓒ민중의소리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피묻은 빵은 먹지 않겠다는 파리바게뜨 불매 피켓을 들고 있다. 2022.10.20 ⓒ민중의소리


각계각층에서 쏟아지는 비판…노재팬 불참 소비자도 “SPC 안 간다”

문제의식이 결여된 기계적인 회사 측 행태에 각계각층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고인에 대한 모욕”이라며 “사람이 죽은 일인데 단순히 트러블 대응 매뉴얼대로 행동한 것처럼 보여서 무섭기까지 하다”고 일갈했다.

이번 사망 사고로 불매운동에 나선 소비자들도 격한 반응을 보인다. 특히 불매운동을 지지하지 않던 소비자들이 돌아서고 있다. 다른 누리꾼은 “불매운동 같은 거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불매운동 동참 의지를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 진짜 노재팬도 참여 안 했는데, 평생 파리바게뜨와 삼립 등 SPC 빵 사용한 건 절대 안 먹는다”고 적었다.

앞서, 회사 측이 사고 이튿날 바로 설비를 돌려 제품을 생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에 불이 붙은 와중이었다. 노동자들은 흰 천으로 가려둔 사고 설비 옆에서 빵을 만들어야 했다. 국립과학수사대 감식이 안 끝난 상황이라 바닥에는 혈흔이 남아 있었다. 소비자들은 “입에 대기도 싫다”, “역겹다” 등 반응을 보였다.

노동계도 일제히 비판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살인기업 SPC의 만행을 고발한다”며 “해도 해도 너무하다. SPC 절대 사지도, 가지고 말자”고 적었다. 해당 게시물에 첨부된 포스터에는 회사 측이 놓고 간 빵 박스 사진과 사고 설비 옆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 사진이 담겼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노동자들을 정말로 기계로 보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빵을 만들다가 숨진 노동자의 빈소에 빵을 놓고 간 SPC, 저 회사는 진짜 막장”이라고 지탄했다.

정치권에서도 규탄 목소리가 나왔다. 김희서 정의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노동자 사망에 대한 진정성 있는 책임을 져도 모자랄 회사 측이 노동자 생명을 두 번 경시하는 무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SPC 그룹은 고인 죽음에 책임지고 사과하는 대신, 장례식 기간 조문객 답례품으로 쓰라며 파리바게뜨 빵을 놓고 가는 등 여전히 뻔뻔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SPC는 노동자 인권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SPC 그룹 본사 앞에서 추모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2인 1조가 지켜지지 않고, 안전장치도 구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SPC 그룹의 내재화된 노동 탄압 경영이 부른 참사”라고 규탄했다. 허영인 SPC 그룹을 향해서는 “철저한 성찰과 반성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경영방침의 전환을 밝혀야 한다”며 “모든 계열사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1일에는 평택역 광장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민주노총 경기본부와 화섬식품노조, 공동행동이 주관하는 이번 문화제는 고인에 애도를 표하고 사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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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시커먼 택시가 와”…노인을 위한 택시앱은 없다

등록 :2022-10-20 05:00수정 :2022-10-20 08:58

노년층 디지털 교육해도
‘복잡한 앱화면’ 한계 뚜렷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김진자(80)씨. 채윤태 기자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김진자(80)씨. 채윤태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신아무개(82)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번 이상 택시를 탄다. 주로 마포역에서 아들집이 있는 북아현동으로 가는데, 짧은 거리지만 무릎이 좋지 않아 택시를 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3시께 아현동 서울 서부지방법원 근처에서 만난 신씨는 “오늘은 택시가 영 잡히지 않아서 천천히 걸어가보고 있다”고 말하며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신씨는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택시호출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에게 부탁해 설치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신씨가 쓰기에 너무 화면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가르쳐준 대로 매번 ‘최근 사용내역’에 있는 아들집 주소를 눌렀지만, 택시는 번번이 길 건너편에 도착해 있었다. 화면을 잘못눌러 고급택시인 ‘카카오 블랙’이 예약됐지만 취소할 줄을 몰라 비싼 돈을 내고 탔던 적도 있다. 신씨는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그냥 손 흔들어서 택시 타는 게 훨씬 편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택시호출 앱과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됐지만, 노인들에게는 새로운 ‘디지털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 택시기사 최영규(64)씨는 “60대만 돼도 90% 이상이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다. 카카오티(T)로 호출하는 10%도 대부분 자녀나 손주들이 잡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거리에서 손 흔들며 택시를 잡아보지만 예약 택시들을 보내며 기다리기 일쑤다. 지난 13일 마포구에서 홀로 사는 김진자(80) 할머니는 서울지하철 망원역 앞에서 예약 택시를 여러대 보낸 뒤 10여분 기다리다 겨우 빈 택시를 잡아탔다. 김씨는 “2∼3년 전만해도 망원역 2번 출구에는 빈 택시들이 줄지어 있어 택시 잡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요새는 아무리 기다려도 예약된 택시만 지나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자가 택시 앱 사용을 권유하자 “잘 보이지도 않아서 못 쓰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카카오티 쪽은 노년층을 위해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별도 앱을 만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티에는 택시 호출 외에도 기차, 대리운전, 택배 등 수많은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인터페이스(UI)를 단순화하기 어렵다. 대신 ‘대신 불러주기’, 택시 예약 서비스 등을 통해 노년층이 불편함 없이 카카오티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노년층 친화적 정책이 아쉬운 대목이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0·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안윤아) 논문 연구에 사용된 프로토타입 택시호출앱.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를 개선한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앱이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0·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안윤아) 논문 연구에 사용된 프로토타입 택시호출앱.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를 개선한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앱이다.

앱을 조금만 개선해도 노년층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0,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안윤아 석사논문)을 보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실험에 참여한 대졸 이상 60∼69살 남녀 6명 모두 호출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연구진이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출발지와 목적지 등을 순차적으로 입력할 수 있게 바꾸자 ‘무엇을 눌러야 할지 설명이 있어 좋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으며 서비스 사용 의욕을 드러냈다.

 

실제 시장에서 적용된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존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터페이스를 대폭 개편한 ‘시니어 고객 맞춤형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출시했다. 큰 글씨를 사용해 ‘입금’ ‘송금’ 대신 ‘돈 찾기’ ‘돈 보내기’처럼 쉬운 용어를 쓰고, 색상 대비를 활용해 화면 식별을 쉽게 바꿨다. 최윤선 신한은행 디지털마케팅부 수석은 “노년층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쉽게 찾아서 이용할 수 있게 배치한 디자인”이라며 “노년층 고객이 많은 영업점을 중심으로 도입해 현재 전국으로 확대 중”이라고 했다.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한 신한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한 신한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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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녹색당 시장 탄생 도시, 비결은 "녹색 가치 100% 주장하되 50%만 이루자"

[여의도 '바깥'의 정치 ③]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는 '지역정당'의 도시

이상현 기자/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2.10.19. 08:07:15

 

주민들에게 환경 보전을 위해 "조금만 불편하게 살자"고 시청과 의회가 제안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심에 들어올 때는 차량을 끌고 오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거나, 건물마다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면 주민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프라이부르크는 '생태 도시'로 유명하다. 도시는 하나인데 별칭이 많다. 유럽의 환경수도, 세계적인 환경도시, 태양의 도시 등 다양한 수식어만 보더라도 도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프레시안>은 지난 8월 23일 이 도시를 찾았다. 건물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구도심으로 들어가자 자동차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자전거와 트램이 훨씬 많이 보였다. 애초에 도시에 자동차를 끌고 오기 불편하게 설계했다고 한다. 에너지효율이 좋은 건물만이 들어올 수 있는 별도의 구역인 보봉(Vauban)지구도 환경도시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핵발전소 반대 투쟁부터 녹색당 시장까지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를 말할 때 해당 정책을 만들고 지역 주민을 설득해 나간 지역정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초 프라이부르크 인근 뷜(Wyhl) 지역에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됐다. 시민들은 대규모의 반핵운동을 진행했다. 결국 핵발전소 건설은 철회되었다. 그때부터 이곳의 지역 정치 의제에서 생태와 환경은 빠지지 않았다.

그 흐름이 이어져 프라이부르크는 1986년 일찌감치 '에너지 자립' 도시를 선언했다. 지역에 발전 책임을 지우고 에너지를 소비하기만 하는 한국의 대도시와는 일찌감치 지향점이 달랐다. 2002년에는 독일 대도시로는 처음으로 녹색당 출신 시장이 배출됐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여전히 시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한다. 

이날 <프레시안>이 만난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출신 전 시의원 다빗 벌룸(David Vaulont) 씨는 환경 의제의 핵심으로 '실용'과 '타협'을 꼽았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정당의 색채와 이념을 강조하는 기존 녹색당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시에서 개발계획이 나오면 최대한 싸워보되, 과감하게 양보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건축 계획을 시가 들고 오면 의회에서 승인 여부를 투표합니다. 그런데 환경 문제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승인해주되, 보전가치가 충분히 있는 부지는 손대지 않기로 하는 식으로 타협해요. 저희가 무작정 반대만 하면 결국에는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타협하는 셈이죠. 100% 정당의 의견만 대변해서 실패하기보다는 50%라도 이루자는 것이 대중정당으로서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의 기조입니다." 

▲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출신 다빗 벌룸(David Vaulont) 씨는 시의원을 지냈다. 프라이부르크 토박이인 그는 청소년 때부터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컸기에 지역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가 말한 지역정치의 핵심은 구체성·타협·실용이었다. ⓒ프레시안 취재팀

당원들의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빗 전 의원은 "지역정치는 실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념만으로 공공기관 건물을 3층으로 할지, 5층으로 할지 결정할 수는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구체적인 테마에 집중할 수 있는 지역정치인이 이런 일을 해야 하고, 지역 정치인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역의 정치는 (정치) 색채를 비타협적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지역 의제를 제시하고 다른 정당과 타협할 때 성과가 나와요. 

한번은 2차선 도로를 만드는 계획이 나왔어요. 그런데 2차선 도로가 들어오면 자전거 도로가 좁아지고 위험해지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도로 신설 반대가 아니라) 차선을 1개로 줄이는 대신 기존 차선들보다는 좀 넓은 차선으로 만들기로 제안했어요. 자동차 운전자도 만족시키면서, 자전거 도로도 만들 방안을 제시한 거죠.

지방의회는 이렇게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지역정치와 지방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이어야 하다 보니 소위 말하는 '중앙정치'가 끼어들 틈이 없다. 베를린에 본부를 둔 중앙 녹색당은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의 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모(母)정당이라고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내 공천에 관여하거나 의제 발굴에 간섭한 적도 없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녹색당'이라는 가치만 공유할 뿐, 중앙과 별개로 그들 나름의 의제를 설정해나간다. 

"지역 의제를 제시하려면 지역에 살며 관련 경험을 쌓아야 해요. 수도권에 기반을 둔 중앙 녹색당은 그러지 못해요. 지역 정당이 직접 해야죠." 

▲ 프라이부르크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베히레(수로)'에 비둘기가 앉아있는 모습. 프라이부르크에는 1000~1500마리의 비둘기가 산다.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됐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시에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지역에 맡기자 프라이부르크 녹색당만의 독특한 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이다. 

프라이부르크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비둘기 수 급증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 비둘기 배설물이 떨어져 주민들의 민원이 증가했다. 비둘기를 막고자 주민들은 발코니에 그물을 설치하거나 뾰족한 못을 박아놓는 등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비둘기 사체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주민과 비둘기의 갈등이 심해지자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이 나섰다. 시청에 2021년까지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을 만들어서 의회에 제출하라고 의결한 것이다. 생물다양성과 동물권을 지키면서 비둘기와 주민의 갈등을 막기 위한 지역만의 전략을 구상하자는 제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에 따라 시는 도시 곳곳에 비둘기를 위한 '집'을 만들었다. 주민 거주지와 거리가 있는 곳에 비둘기 집을 만들고, 이곳에 사료를 비치해 비둘기가 특정 지역에 주로 모이도록 관리했다. 비둘기 개체 수 관리와 깨끗한 도시 모두를 이행할 수 있는 더 종합적인 대책도 포함되었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단순히 전략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하게 비둘기 '집'을 늘릴만한 장소를 시에 제안하고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 건물이 많은 바인가르텐(Weingarten) 구역이나 중앙역 근처 주차빌딩 등에도 비둘기 집을 설치하자고 하는 등 시 의원들이 직접 도시 사정을 고려해 적절한 위치를 시에 제시하고 있다. 지역에 몸담고 살아가는 정치인이 아니면 낼 수 없는 대안과 정책이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 프라이부르크의 지역정치 모습은 지역정당의 약진으로도 대표된다. 올해 현재 프라이부르크시의회의 의석 48석 중 14석을 중앙정치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지역정당이 차지하고 있다. 4분의 1이 넘는 의석을 지역정당이 차지한 것이다. ⓒ프레시안 취재팀

지역정당 의석만 25%, 환경도시에서 지역정치의 길을 듣다 

녹색당뿐만이 아니다. 프라이부르크의 지역정치 모습은 지역정당의 약진으로도 대표된다. 올해 현재 프라이부르크시의회 의석 48석 중 14석을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지역정당이 차지하고 있다. 전체 4분의 1이 넘는 의석을 지역정당이 차지한 것이다. 

청년, 환경, 좌파 등 다양한 지역 단체들의 연합으로 만들어진 지역정당은 그들 나름의 의정 목표를 세우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지역 의정 활동에 에너지를 쏟는다. 그들 일부는 "늙은 정치인들만 가득한 지역의회를 더 젊게 만들기 위해" 선거에 나오기도 했고, "수영할 수 있는 호수까지 가는 버스를 만들기 위해" 의정활동을 하기도 한다. 

<프레시안>이 만난 프라이부르크는 생태도시와 더불어 지역정당이 활발하게 자리잡고 있는 도시였다. 이후 나오는 기사에서는 활발하게 지역정당 활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유피(JUPI), 모두를 위한 도시(Eine Stadt fur alle) 소속 현직 시의원을 만난 이야기를 소개한다. 

(통역=박지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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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당사 압수수색에 민주당 “사상 초유의 일, 국감 중단” 선언

진성준 “윤석열 정권, 지지율 만회코자 야당 탄압 정치 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사 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 했다. 2022.10.19. ⓒ뉴스1
 
19일 오후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함에 따라, 민주당이 “사상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이라며 국정감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과 상의하여 사상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항의하고, 그 뜻으로 지금 이 시각부로 국정감사 전면 중단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중앙당사에 집결하도록 지시했다”라며 “야당 탄압 일환으로 벌어지는 작금의 압수수색 쇼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결단코 용납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또 “윤석열 정권은 바닥에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고자, 야당 탄압 정치 쇼를 벌이고 있다”라며 “그간 벌어진 감사원의 정치감사, 검찰의 정치수사를 거부하고 그 일환으로 무모하게 시도하고 있는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거부한다”라고도 밝혔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제1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유례없는 정치탄압”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김용 부원장은 부원장에 임명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라며 “10월 4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11일 처음으로 임명장을 수여받았다. 그래서 당사 8층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온 것이 딱 세 번이다. 11일, 14일, 17일 정규 회의 때 3일 걸쳐서 1시간씩 모두 3시간 머물다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소장품이나 비품을 갖다놓은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제1야당의 당사까지 와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지지율 24%까지 떨어져 있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쇼를 통해서 어려움을 끊고 탈출구로 삼으려는 정치적 행위”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항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사 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 했다. 2022.10.19. ⓒ뉴스1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오후 당사 앞으로 모여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규탄한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민주당 의원 전원은 윤석열 정권의 침탈 행위를 막아내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당사로 집결했다”라며 “민주당은 윤 정권의 정치탄압에 맞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검찰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검찰은 김용 부원장이 받았다는 자금이 이재명 캠프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김용 부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없는 죄를 만들어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라를 독재시절로 회귀시키고 있다”라며 “명백한 물증이 있는 ‘50억 클럽’은 외면하고, 정치공작을 일삼는 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모든 방법을 다해 이를 바로잡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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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야당 압박 검찰의 친위 쿠데타 아니냐"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10.20 07:47
  •  
  •  수정 2022.10.20 07:57
  •  
  •  댓글 0
 
 

SPC 노동자 끼임사망, 방호조치 미흡에 신고 지연
윤석열 대통령, 때아닌 “종북 주사파” 발언에 논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9일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김용 민주연구원 원장을 체포하고,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검찰 수사가 이재명 대표의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압수수색을 막아서며 국정감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20일 주요 종합일간지는 해당 소식을 1면을 통해 전했다. 아래는 이와 관련한 9개 신문의 1면 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이재명 대선자금 겨눈 검찰…민주당, 국감 중단
국민일보: 檢, 김용 체포… 대선자금 수사 확대하나
동아일보: 이재명 최측근 김용 ‘불법대선자금 8억’ 혐의 체포
서울신문: 민주, 당사 압수수색에 국감 중단… “초유의 일”
세계일보: 檢 ‘李 최측근’ 김용 체포…민주, 국감 중단
조선일보: “이재명 측근 김용, 대장동 일당에 8억 받아”
중앙일보: 대장동 8억, 이재명 대선자금 유입 정황
한겨레: 검찰, 이재명 정조준…최측근 영장에 “대선자금 8억원”
한국일보: 이재명 복심 김용 체포… ‘대선자금’ 겨눈 검

▲10월20일 주요 신문 1면
▲10월20일 주요 신문 1면

민주당은 검찰 압수수색을 두고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도한 행태”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겨레 기사(압수수색 막아선 민주 “무도한 행태”…국감중단·장외투쟁 돌입)는 “민주당은 ‘내일 낮에 당 소속 변호인단이 배석한 가운데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증거물들을 임의제출하겠다’는 절충안을 검찰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앞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유 전 본부장 쪽 변호인과 지인의 접견이 잇따라 거부된 점을 들어, 검찰의 회유·협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20일 국히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겨레는 사설(야권 겨냥 검찰의 몰아치기, ‘정치 수사’ 논란 불식시켜야)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압수수색이나 영장 청구의 시점을 조정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는 게 검찰의 관례였는데, 서울중앙지검은 국정감사를 받는 당일인 18일 서 전 장관 등의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며 “안보·경제 위기 속에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국회가 멈추고 정쟁이 격화되는 것은 국민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검찰과 야당 모두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최선의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정도를 걷기 바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검찰은 김용 부원장이 건네받은 돈이 이재명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부원장이 8억원을 받은 시기가 이 대표의 대선 준비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라며 “김용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함께해 온 최측근”이라고 썼다. 관련 기사(검찰 “1007억 배당 받은 남욱, 김용에 수차례 걸쳐 8억 전달”)에는 이 대표와 김 원장이 팔로 하트모양을 만들어보이며 찍은 사진을 쓰기도 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을 체포함에 따라 정 부실장 등 이 대표 측근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는 전망도 전했다.

▲10월20일 중앙일보 기사
▲10월20일 중앙일보 기사

문재인 정부 시절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일보(강제북송 ‘키맨’ 노영민 소환…文 턱밑까지 다다랐다)는 “검찰이 19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검찰 출석도 곧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법조계 인사들은 종래에는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대책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결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다만 검찰은 관계 정황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며, 전직 대통령 조사 문제는 현재 필요성 여부도 판단하지 않았다는 태도”라고 전했다.

경향신문 사설(국감 중단 사태로 번진 검찰의 전 정부·이재명 전방위 수사)은 “이번 수사가 윤 대통령의 정적을 제거하고 야당을 압박·굴종시키기 위한 검찰의 친위 쿠데타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검찰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라고 했다. 이 신문은 “지금처럼 특수부·공안부 검사들을 총동원해 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동시에 겨누는 수사는 이례적”이라며 “서울동부지검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서울북부지검은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 등도 수사 중이다. 모두 전 정부를 겨누고 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검찰 수사가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이나 기계적인 형평성마저 무시하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때아닌 “종북 주사파”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만나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 세력이고, 반헌법 세력이다. 이들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해 색깔론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은 “‘국가 보위’가 첫번째 책무인 대통령으로서 기본적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며 “헌법정신과 대통령의 책무를 강조한 발언을 두고 정치적으로 왜곡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10월20일 한겨레
▲10월20일 한겨레

한겨레(윤 대통령 “종북 주사파와 협치 불가” 뜬금없는 색깔론)는 “‘협치’의 대상은 야당인데, 윤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야당 정치인을 ‘종북 주사파’라고 규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며 “한 참석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이 경제·안보 다 위기 상황이라고 하면서 갑자기 (종북 주사파) 이 얘기를 꺼내기에 발언이 좀 세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듣는 사람에 따라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하느냐는 오해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기사(윤 대통령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 불가”…여권 색깔론 부채질)도 “여권발 종북 논쟁과 맞물려 정치적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좌파 혁명이론에 빠진 정치세력’으로 비판해온 점도 이런 해석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윤 대통령 “주사파는 적대적 반국가 세력…협치는 불가능”), 세계일보(尹 “우린 선거 같이 치러낸 동지”…친윤 주자 힘 실어주기? 김주영 기자), 조선일보(尹 “北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좌파 아냐…협치 불가능”), 중앙일보(대통령 “주사파, 진보·좌파 아닌 반국가세력…협치 불가능”) 등은 해당 발언을 썼지만, 발언의 대상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한 해석을 더하지 않았다.

SPC 노동자 끼임 사망, 중대재해법 ‘구멍’ 우려

15일 경기 평택 SPC 계열 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제조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막을 수 있었던 산업재해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5년간 SPL 평택공장을 안전보건 감독을 하면서 ‘끼임사고 방호’ 조치 지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노동부, 평택 빵공장 감독 때 ‘끼임 방호’ 지적 한 번도 안 했다)은 “20대 노동자가 몸이 끼여 숨진 SPL 평택공장의 소스 혼합기에는 ‘자동방호장치’가 부착돼 있지 않았다. 혼합기 덮개도 없었다”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은 ‘혼합기를 가동해 노동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부위에 덮개를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월20일 국민일보 사설
▲10월20일 국민일보 사설

사측이 사고를 확인하고 119에 신고하기까지 10분이 지체됐다며, 매뉴얼 존재 및 이행 여부 등이 고용노동부 수사 쟁점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겨레(끼임사고 확인 10분뒤에야 119 신고…재해 매뉴얼 작동 의문)에 따르면 당일 오전 6시15분 동료작업자는 소스 배합기에 낀 A씨를 발견해 2분 뒤 야간 현장관리자에게 유선으로 연락했지만, 6시25분에 119에 신고했다. 한겨레는 “에스피엘이 현장 직원에게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고, 회사 보고 전 119 신고도 사실상 금기시하고 있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에스피엘의 늑장 대처는 노동부의 중대재해법 수사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19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도 협력업체 직원이 지게차에 깔려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만 올해 세 번째 사망 사고다. 국민일보는 사설(끼여 죽고 떨어져 죽는 후진국형 사고 언제까지 봐야 하나)에서 “지난해 떨어져 죽은 노동자가 351명이었고, 기계에 끼여 죽은 노동자가 95명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초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다. 그런데 사고가 줄지 않는다. 법안이 개정될 때마다 여기저기 구멍이 생겼고, 규정은 모호해졌다. 안전은 늘 돈에 밀렸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안전 기준은 높여야 한다. 2인 1조 규정만 지키고, 안전장치만 설치해도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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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안보전략보고서, “중국 압도 전략 대결 시대” 선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10/20 08:30
  • 수정일
    2022/10/20 08: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2.10.19 11:10
  •  
  •  댓글 0
 
 
 

핵무기 참가 한미일 군사훈련 지속 의사 피력

바이든 정부의 첫 국가안보전략보고서가 10월 12일 공개되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고서의 개략적인 내용은 소개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지속적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우리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이 있다.

보고서는 현 시기를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 대결 시대(a era of strategic competition)”로 규정했다. 국제정치에서 전략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전략 무기는 핵무기를 뜻한다. 여기서 전략은 ‘가장 중요한, 가장 파괴력이 있는, 전쟁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전략 대결은 ‘미국의 이익에 사활이 걸린 대결, 미국이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결’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이 현 시기를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 대결 시대로 규정했다는 것은 미국 패권이 걸린 사활적 대결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10월 12일 발표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 표지
▲ 10월 12일 발표된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 표지

그러나 미국에게 있어서 러시아와 중국이 동급은 아니다. 대결 상대로서 러시아보다 중국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이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 6월 나토 전략개념에서도 확인된 바 있긴 하다. 당시 전략개념은 러시아를 유럽의 안보질서를 해치는 '당면한 위협국'으로, 중국을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체제 차원의 도전 국가'라고 명기했다.

그런데 이번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구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그 질서 구축을 위해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파워를 이용하려는 유일한 경쟁국”이라고 규정했다. 러시아는 봉쇄(containing)의 대상이지만 중국은 대결에서 압도해야(out-competing) 할 대상이다. 봉쇄정책은 냉전 시기 미국의 대소련 정책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즉 냉전의 목표는 ‘소련 봉쇄’였다. 신냉전은 ‘봉쇄’를 넘어 ‘압도’하는 것이다. 미국은 신냉전을 냉전보다 더 치열한 정치군사적 대결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국가안보전략의 핵심목표는 “중국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동맹국들은 이 대결을 펼치는 데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strategic asset)으로 표현되었다. 경제, 외교, 군사, 기술 등 중국과의 모든 대결에서 동맹국들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5월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에서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촉진하기로 합의하고,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키기로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을 자기 정책 실현을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확장 억제를 제공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의 외교를 지속하겠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언급량이 적다는 것이 대북적대성의 축소나 약화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확장 억제는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는 뜻이며, 그 전략무기가 참여하는 한미군사연습, 한미일군사연습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과의 대결을 공식화하는 신냉전 선포의 의미를 가졌다면, 이번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특히 중국과의 전략 대결에서 자신의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기술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총력전 태세로 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까지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채택한 것이다.

최근 미국은 대만을 동맹을 체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정하는 대만정책법을 제정 중에 있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에 입각하면 대만정책법 제정은 기정사실이다. 중국은 최근 20차 당대회에서 '평화적, 비평화적 대만 통일'을 언급했으며,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의 기술 자립을 강조했다. 미중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며, 신냉전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그만큼 세계는 더 위험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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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 벗어나야 자유시민? 뜬금없는 윤 대통령 발표

[주장] 자유시민으로 가는 길, 전수평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에서 찾아야

22.10.18 21:14l최종 업데이트 22.10.19 08:44l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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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별로 밀착 맞춤형 교육을 해서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

"지난해 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영어 수준이 미달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기초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자유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나라가 앞장서서 기초학력이 저하된 학생들을 세심하게 선별해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환영할만하고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조금 뜬금없다'였다.

소위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교육도 예외일 수 없어서 사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떨어졌다는 기사를 종종 접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진단하에 기초학력평가 문제가 화두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수포자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이 과연 기초학력이 떨어지기 때문인가에 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포자가 나오는 것은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초적인 학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방식과 평가 방식을 고수한 탓이 크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공부의 목적은 대학 입시고 수단은 수학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아니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수많은 설명회나 매체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말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내가 학교에 다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수학 공부에 쏟아붓지만 수학 점수를 올리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됐다.

내신에서는 등급을 나누기 위해 쓸데없이 어려운 문제를 내기 때문에 사실 수학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면서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1등급은 어려워, 어차피 망할 텐데' 하는 자조적인 소리가 나온다. 대부분의 공부시간을 수학 공부에 할애하는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실수를 유발하는 문제를 내는 이상 그리고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방법을 유지하는 이상 수포자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니까 기초학력 때문에 수포자가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단순히 기초학력을 평가해 뒤처진 아이들을 관리해 주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 우리나라는 코앞에 닥쳐있는 수많은 문제가 있고,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저출생' 문제다. 저출생이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 중에서 학령인구 감소를 생각할 때 지금과 같은 무조건적인 줄 세우기나 경쟁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한때 유행했던 영재 학급이 요즘 들어 유명무실해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영재학급이나 영재고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아 매력이 떨어진 탓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이제 정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될 때가 됐다는 데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이니만큼 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다. 그러니 똑똑한 천재나 영재 한 명을 키워내는 교육보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다수의 아이들이 지혜를 모아 협력할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한 시대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

영수 기초학력 올라가면 자유시민이 될 수 있나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시행된 2015년 6월 23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자료사진).
▲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시행된 2015년 6월 23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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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영어·수학을 줄 세우기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이 시대에 합당한 자유시민을 기르는 옳은 방향인가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시민'이 되는 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경제적 기초와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 보장'을 이야기했었다.

나무랄 데 없는 이상적인 말이지만 지금 현실에서 영어·수학의 기초학력이 올라간다고, 위에서 이야기한 자유시민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구시대적인 교육방식을 고수하는 한, 미래시대에 걸맞은 자유로운 시민은 요원한 길이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도, 내 집 마련을 하는 것도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상향을 추구하지만, 어쩌면 당장 필요한 것은, 저 멀리 있는 이상향보다 현재보다 조금 더 나은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영혼과 체력을 갈아넣어야 도달할 수 있는 수학 고득점의 길, 그 길을 기준으로 기초학력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 그것이 토대가 되는 '자유시민'의 길은 지속 가능한 미래도 아닐 것이요, 바람직한 미래도 아니다.

그러니 진정으로 미래 시대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지 논의해 보는 것부터가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시민'이라는 이상향에 닿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한 걸음 한 걸음이 신중하고도 시급한 이때에, 과거 지향적인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라는 무의미한 경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유시민'이라는 이상적 구호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시야를 넓혀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 보다 근본적인 교육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진짜 시급한 문제는 외면한 채 이상적인 구호만 외친다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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