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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암입니다’…두려움과 희망 사이에 서다

등록 :2020-12-12 16:47수정 :2020-12-12 19:14
[토요판] 양선아의 암&앎
(1) 암 진단

집에 오면 실신하듯 잠자고 출근
전투적으로 일하다가 받은 진단

침착하자 되뇌며 서점으로 직행
거리 두고 차분히 공부할 결심

내 잘못 아닌 걸 알긴 하지만
분노했고 이해도 할 수 없었다
일러스트레이션 장선환
일러스트레이션 장선환
▶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암 유병자(1999년 1월1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전국민의 3.6%인 187만명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0%로 나타났다. 국민 다수가 자신이 암환자가 되거나 암환자의 가족이 되는 경험을 한다. 지난해 12월12일 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한겨레> 사회정책부 양선아 기자가 투병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안타깝게도 암입니다.”정확히 기억한다. 2019년 12월12일이라는 날짜를. 그날 진료실에서 나는 ‘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 동행한 친정어머니는 얘기를 듣자마자 휘청거렸고, 남편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의사는 “유방암이고 암 크기는 약 2.5㎝이며 전이는 안 된 것으로 보이니 빨리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 인생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암과 나를 한 번도 연결해 생각해본 적 없었다. 2017년 기준, 기대수명(83살)까지 살 경우 우리나라 국민이 암에 걸릴 확률은 35.5%이다. 국민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고 하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중에 암 환자는 거의 없었다. 회사 동료 가운데 암 환자가 몇 명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암은 나와는 동떨어진, 아주 먼 세상 일일 뿐이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맞닥뜨린 사람의 그 황망하고 어이없고 이해 불가였던 심정을 어떤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마른 수건 쥐어짜듯 일하다
“왼쪽 가슴에 혹이 만져져요. 2㎝ 정도 되네요. 가슴 마사지해보면 혹 잡히는 분들 많아요. 요즘은 기술이 워낙 좋아져서 수술 간단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병원 빨리 가보세요.”일은 많고 좀처럼 쉴 틈이 없는 나날이었다. 곰 세 마리, 아니 열 마리가 내 어깨에 앉아 시위하고 있는 것 같아 하루 월차를 내고 집 근처 마사지숍을 찾았다. 어깨 근육을 풀려면 뭉친 가슴 근육도 함께 풀어야 한다며 가슴을 구석구석 마사지해주던 마사지사는 자신 역시 수년 전 유방에 있던 종양을 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노라고 했다. 목욕탕 세신사나 피부관리 마사지사가 유방 쪽 종양을 자주 발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2019년 한 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내게 역동적인 한 해였다. 교육 분야를 취재하다 사회정책팀 데스크로 발령이 났고, 또 몇 달 안 돼 사회정책팀 팀장이 됐다. 사립유치원, 자사고, 대입 정책 등 교육 관련 굵직굵직한 이슈가 많아 전투적으로 일했다. 그러다 교육, 복지, 노동, 젠더 분야를 포괄하는 사회정책팀 팀장이 되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졌다.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10시 넘어서까지 일하는 게 다반사였고, 집에 오면 ‘떡실신’해 잠만 자고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월차도 쓰지 못하는 날이 많아 연말에 몰아 쉬겠다며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일하다 쉬는 첫날 집 근처 유방외과에 갔다.30대 후반부터 건강검진할 때 유방 엑스선 촬영은 물론 초음파 검사까지 꼬박꼬박 했다. 2018년 말 검진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었기에 별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방 엑스선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한 뒤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 표정이 어두웠다. 의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문을 열었다.“혼자 오셨어요?”“네…. 결과는 어떤가요?”“왼쪽 가슴에 혹이 있는데 모양이 안 좋아요. 암일 수 있어요. 양성 종양이면 표면이 둥글둥글하고 매끄러워요. 그런데 환자분의 종양 주변은 울퉁불퉁하지요? 조직검사를 진행하면 3일 뒤 정확한 결과가 나옵니다. 확률은 반반이에요. 일단 조직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보죠.”‘암이라고? 암? 설마~ 아닐 거야~ 내 건강이 얼마나 좋은데….’암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머리가 ‘띵’했다. 누군가 뒤통수를 호되게 내려친 것만 같았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조직검사를 진행했다. 의사는 영상을 보면서 가슴 멍울이 있는 자리에 굵은 바늘을 총처럼 발사했다. 조직검사라는 것이 그렇게 금방 끝날 줄이야. 암에 대해 몰랐을 땐, 조직검사라는 말만 들어도 큰 수술처럼 느껴졌다. 검사는 의외로 간단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한쪽 가슴이 뻐근했다.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에 오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슬픈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한없는 서러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난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에이, 아닐 거야. 하늘이 나한테 그럴 리 없어.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두 아이 키우랴 일하랴 고생고생하다 이제 조금 살 만하니까 암이라고? 운동도 나름 열심히 했고, 나쁜 음식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니잖아. 아닐 거야. 의사가 확률은 반반이라고 했으니 아닐 거야.’‘그럴 리가 없다’는 신념과 ‘그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마음을 헤집어놨다. 날마다 마음은 쑥대밭이 됐다. 3일이란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갔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불면의 밤은 계속됐다. 가족들에겐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불안감은 똬리를 틀고 내 마음을 집어삼켰다. 특히 두 아이를 볼 때마다 ‘우리 애들은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암 진단을 받은 날, 의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수술 날짜를 빨리 잡는 것이 좋겠다며 어느 병원으로 갈지 결정하라고 했다. 아무 준비도 못한 나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부랴부랴 같은 팀에서 일하는 김양중 의학전문기자에게 전화해 조언을 구했다. 김 기자가 추천해준 병원에 진료 예약을 잡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돌아왔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떤 경험을 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책들을 구매해 관련 정보를 먼저 섭렵하는 습관이 있던 나는 서점으로 달려갔다. 아파트 정문을 통과하는데 무릎이 탁 꺾이면서 넘어졌다. 넋이 나간 상태였나 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신 차려, 양선아! 침착해, 양선아!’라는 말을 수백 번 되뇌었다. 광화문의 한 대형서점에 도착해 ‘유방암’을 검색어로 넣어 책을 찾고 암 관련 코너도 한참 둘러봤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암센터에서 펴낸 <유방암 환자를 위한 치료 안내서>를 비롯해 유방암 관련 책 4권과 생존율 5%라는 말기 간암 진단을 받고도 기적적으로 암을 이겨낸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한만청 박사가 쓴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가 눈에 들어왔다.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그날 내가 서점으로 달려간 건 신의 한 수였다. 암 선고를 받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만 있었다면, 그 끔찍한 날에 가만히 앉아 신만 저주하고 있었다면, 아마도 나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못했을 것이다. 두려움과 불안에 먼저 질식돼 병이 더 악화됐을지도 모르겠다.“왜 벌써 절망하는가? 암에 걸렸다고 다 죽지 않는다. 그 어떤 순간에도 절대 포기하지 마라!”
일러스트레이션 장선환
일러스트레이션 장선환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는 책 뒤표지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그 밑엔 ‘암, 여기에 답이 있다’는 말과 함께 1. 먼저 암 박사가 되자 2. 수치는 숫자일 뿐이다.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3. 거리를 두고 차분히 사귀자 4. 암은 언젠가는 돌려보낼 수 있는 친구라고 여기자 5. 어설픈 대체의학을 믿지 말자 6. 항암 식품에 현혹되지 말자 등이 쓰여 있었다. 프롤로그와 책 목차, 뒤표지만 읽어도 뿌옇고 안개 가득한 내 삶의 터널 속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한 박사는 항암치료 기술이 덜 발달했던 1998년, 간에서 발견된 암덩이를 잘라낸 뒤 불과 두 달 만에 암이 폐로 전이돼 생존율 5% 미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어떤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았고 항암치료를 받은 뒤 자신만의 원칙을 정해 일상을 지켜나갔다. 그 결과, 그는 2017년 84살의 나이에 자신의 책 개정판 서문을 썼고, 2019년 암 진단을 받은 나는 그를 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왜 내가 암에 걸렸을까
암 진단을 받으니 잠시 시한부 환자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했다. 그런데 선배 암 환우이자 전문가인 의사가 들려주는 암 극복법을 살펴보니 나 역시 암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제야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 방법도 많고 치료 효과가 뛰어나며 5년 생존율도 90%가 넘는다는 정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유방암에 대해 공부나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한 박사가 권한 대로 ‘암 박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책을 고른 뒤 부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직에 빨리 이 소식을 알려야 대체 팀장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선배…. 제가 오늘 병원에 다녀왔는데요…. 검사 결과가 안 좋아요. 제가 암이래요. 유방암.”“뭐라고?”“오늘 조직검사 결과 들었고, 수술할 병원 정했어요. 수술 날짜는 아직 안 잡혔고요. 아무래도 제가 빨리 복귀하지 못할 것 같아 우선 선배께 연락드렸어요.”놀란 선배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통화하다 보니 가슴 한구석에 잠잠하게 고여 있던 눈물이 큰 파도가 되어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참고 또 참고 참았지만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흐… 흐… 흐흑흑흑… 선배… 죄송해요…. 이런 일로 걱정시켜 드리고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아니야… 선아야, 진정해…. 너무 걱정 마…. 지금은 너만 생각해. 회사 걱정하지 말고. 일단 치료에 집중하자. 수술 날짜 잡히면 다시 연락줘.”집에 돌아와 유방암 관련 책을 보니 가슴이 절제된 사진들이 수록돼 있었다. 외면하고 싶었고, 사진을 보니 무섭게만 느껴졌다. 잠시 느꼈던 희망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책에서는 유방암 발생의 위험 인자로 ①성과 나이 ②가족력과 유전인자 ③여성호르몬의 과다한 자극 ④유방치밀도 ⑤동물성 지방과 비만, 과다한 음주 등 생활환경 요인을 꼽았다.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는 40대 여성에게 가장 많다는데 나는 40대다. 가족력은 없었고, 두 번의 출산과 함께 두 아이 모두 1년 넘게 모유수유를 했다. 여성호르몬의 과다한 자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었다. 유방치밀도는 높은 편이었고, 동물성 지방 섭취나 과로, 비만 등은 해당되는 듯했다. 그러나 치밀유방이면서 나보다 동물성 지방을 더 섭취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지만 그들이 모두 암에 걸리진 않는다. 더구나 한 개의 유방암 세포가 자라서 손으로 느껴지려면 적어도 1㎝는 되어야 하고, 이론적으로는 평균 4~7년의 기간이 걸린다고 했다. 내 암의 크기는 2.5㎝라고 했으니 상당한 시간 동안 암이 자라왔다는 이야기인데, 왜 이전 건강검진에서 어떠한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는지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왜 내가 암에 걸렸는지, 왜 이제야 암이 발견됐는지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2019년의 마지막 달, 그렇게 나는 청천벽력 같은 암 진단을 받았고 울고 또 울었다.사회정책팀 기자 anmadang@hani.co.kr
양선아 기자
양선아 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3922.html?_fr=mt1#csidx8500a136e4d5c798c4e304cf99c83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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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확진 1000명 육박, 문대통령 "매우 심각한 상황"

12일 0시 기준 950명, 역대 최대 확진자... 정총리 "확산세 못 꺾으면 3단계"

20.12.12 15:30l최종 업데이트 20.12.12 15:36l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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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내 유입 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2일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잇따라 메시지를 내놓고 긴급방역대책회의를 여는 등 강한 조치를 예고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50명 늘어(지역 발생 928명, 해외 유입 22명) 누적 확진자수 4만 1736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6명 늘어 총 578명(치명률 1.38%)이 코로나 19로 사망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하루 신규 확진자수 최대치를 기록한 때는 지난 2월 29일(909명)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세가 퍼지던 때였다. 이후 8월 말 2차 유행(최대 400명 대), 최근 3차 유행의 추이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면목 없어", 정세균 "최고 수준 대응"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강서구 성석교회에서 11일 하루 동안 68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 누적 화진자가 91명으로 집계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2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50명 늘어 누적 4만1천736명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성석교회.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강서구 성석교회에서 11일 하루 동안 68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 누적 화진자가 91명으로 집계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2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50명 늘어 누적 4만1천736명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성석교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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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은 현 상황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마지막 고비"임을 강조했고, 정 총리는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시사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실로 방역 비상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정부가 국민들의 큰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 방역강화 조치를 거듭하고서도 코로나 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키지 못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불안과 걱정이 크실 국민들을 생각하니 면목 없는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까지 마지막 고비이다.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헌신과 함께 국민들의 경각심과 협조가 지금의 비상상황을 이겨내는 힘이 될 것"이라며 "철저한 거리두기와 방역수칙 준수로 코로나 확산의 고리를 일상에서 차단하는 노력을 함께 해 주시기 바란다. 지금의 고비도 반드시 슬기롭게 이겨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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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방역대책회의를 열어 "지금의 확산세를 꺾지 못한다면 거리두가 3단계 격상도 불가피하다"라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의 위기다. 경제적·사회적 타격을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지금 단계에서 확산세를 반전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SNS 올린 글을 통해서도 "지금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상황 관리와 방역 대응을 최고 수준으로 가동한다"라며 "정부와 전국의 지자체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가용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위기 대응에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모든 공공병원의 가용 병상과 민간병원 협력을 이끌어 내어 의료자원을 총동원하겠다"라며 "치료받지 못하거나 무작정 대기하는 확진자가 없도록 현장 중심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문 대통령과 정 총리의 메시지 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코로나가 국내에 유입된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최대인 950명을 기록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며 코로나 확산세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전국 곳곳 일상의 공간에서 코로나 감염과 전파가 늘어나고, 특히 수도권은 어제 하루 669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실로 방역 비상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의 큰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 방역강화 조치를 거듭하고서도 코로나 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키지 못해,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불안과 걱정이 크실 국민들을 생각하니 면목 없는 심정입니다.

정부는 심기일전하여 더한 각오와 특단의 대책으로 코로나 확산 저지에 나서겠습니다.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총력대응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감염자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 신속한 극복의 길입니다. 군과 경찰, 공무원, 공중보건의를 긴급 투입하여 역학 조사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이미 검사를 많이 늘렸지만, 타액 검사 방법을 확대하고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여 진단검사의 속도를 더욱 높이겠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서울역, 대학가 등 이동량이 많은 지역 150곳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여 조금이라도 염려되는 분은 누구나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드라이브 스루와 워크 스루 검사방식도 대대적으로 늘려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검사 수를 대폭 늘리게 되면 코로나 확진자 수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집중적으로 감염자를 찾아내어 전파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입니다. 일시적으로 확진자가 늘게 되더라도 상황을 조속히 진정시킬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국민들께서도 확실한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하며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확진자가 대폭 늘고 중환자도 늘어남에 따라 병상확보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정부는 치료할 곳이 없어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결코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코로나 전담 병원을 긴급하게 지정하여 1,000개 이상의 병상을 확보하도록 하는 조치를 우선 취했습니다. 당장 1,000명 이상의 환자를 추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도 확보하여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대폭 단축하도록 했습니다.

부족한 의료인력도 문제입니다. 다행스럽게 민간의료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고, 의대생까지 코로나 진료 지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까지 마지막 고비입니다.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헌신과 함께 국민들의 경각심과 협조가 지금의 비상상황을 이겨내는 힘이 될 것입니다. 철저한 거리두기와 방역수칙 준수로 코로나 확산의 고리를 일상에서 차단하는 노력을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국민을 믿고 특단의 조치를 집중적으로 시행하여 지금의 중대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무수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의 고비도 반드시 슬기롭게 이겨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

금일 코로나19 발생 이후 역대 최고치인 95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지금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상황 관리와 방역 대응 체제를 최고 수준으로 가동합니다. 정부와 전국의 지자체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가용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위기 대응에 집중하겠습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고 최우선적인 일은 충분한 병상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모든 공공병원의 가용 병상과 민간병원 협력을 이끌어 내어 의료자원을 총동원하겠습니다. 치료받지 못하거나 무작정 대기하는 확진자가 없도록 현장 중심으로 대응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방역이 무너지면 민생도 함께 위협받습니다. 지금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매우 위중하고 비상한 상황입니다. "나부터 나서서 코로나와 싸운다"는 생각으로 모임과 만남을 최대한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정부는 초유의 감염병 위기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일에 모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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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채에 맞고 계란·밀가루 범벅된 전두환

김영란 | 기사입력 2020/12/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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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군사반란 5·18 광주학살 전두환은 사죄하라!”

“학살자, 살인마 전두환을 심판하자!”

“5·18 특별법 통과되었다. 5·18 망언자 강력 처벌하라!”

“망월동 쇼 기만이다. 국힘당은 사죄하라!”

 

▲ 전두환을 골프채로 때리는 상징의식  © 김영란 기자

 

▲ 계란과 밀가루로 범벅이 된 전두환  © 김영란 기자

 

▲ 감옥에 갇힌 전두환  © 하인철 통신원

 

▲ 전두환에게 주먹을 날리는 촛불시민  © 김영란 기자

 

▲ 김태현 21C조선의열단 단장이 전두환 나오라고 호통을 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기자회견 후 전두환 집 앞으로 가는 시민  © 김영란 기자

 

전두환이 골프채에 맞고, 계란과 밀가루 범벅을 당하고 결국 감옥에 갇혔다.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 41년에 즈음해 12일 오후 2시 시민단체들이 연희동 전두환 집 근처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처단 상징의식’을 위처럼 다양하게 했다. 

 

‘12.12 전두환 심판 연희동 동시다발 기자회견’에는 (사)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 5.18민주화운동구속부상자회 서울지부, 보훈개혁연대, 주권자전국회의, 민청학련동지회, 긴급조치사람들,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서울대민주동문회, 경희총민주동문회, 성대민주동문회, 청년건대, 촛불혁명완성연대, 광화문촛불연대, 서울의소리, 21C조선의열단, 국민주권연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이 참여했다.

 

이날 동시다발 기자회견은 전두환 집 근처를 비롯해 네 군데에서 진행되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 취지를 “전두환을 반드시 심판하고 단죄하자는 것이 국민들의 뜻이다. 국민들의 뜻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12.12 군사반란은 그 뒤 5·18 광주집단학살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이어서 전두환 일당의 집권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고, 고통 속에 살게 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10여 년이나 지체하게 만든 대역죄에 해당하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전두환과 그 일당을) 역사의 법정에 세워서 이들의 죄과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용만 5·18 서울기념사업회 회원은 “얼마 전 국회에서 5·18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5·18을 부정하는 것은 유럽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전두환은 아직도 5·18 학살에 대해 부정하고 있으며 사죄하지 않고 있다. 전두환과 그 일당은 12.12 군사반란과 5·18 학살을 통해 권력을 찬탈했다. 전두환은 하늘을 속이고 땅을 속이고 5·18 민주영령을 속이고 민주 국민을 속이는 짓을 멈춰야 한다. 전두환은 죽기 전에 모든 것을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와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해철 보훈개혁연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전두환과 같이 반성하지 않는 세력 때문에 나라가 바로 서지 않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준의 광화문 촛불연대 팀장은 “군사독재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 군사독재의 잔재를 청산하는 데 있어서 전두환을 심판하는 것은 무엇보다 상징적이면서 핵심이다. 우리 국민은 전두환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12.12 전두환 심판 연희동 동시다발 기자회견'은 전두환 집 근처 네군데에서 진행되었다.     ©김영란 기자

 

© 박대윤 통신원

 

  © 하인철 통신원

 

전두환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인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국민의힘 행태에 대해 “지난 9일 5·18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보인 행동은 가관이었다. 5·18 학살 주범 전두환의 후예, 똘마니처럼 온갖 망언을 내뱉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5·18 영령들에게 무릎을 꿇었던 것은 보여주기식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국회 표결에서 여실히 그 가증스러운 가면을 던져버리고 수구꼴통, 국민 기만의 추악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5·18 광주민중항쟁의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해온 모든 이들을 당장이고 처벌해야만 한다. 바로잡을 때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한 뒤에는 연희동 일대에서 ‘전두환 심판’의 내용으로 1인 시위를 했으며, 대표단은 전두환 집 바로 앞에서 전두환 나오라고 호통을 쳤다.  

 

김태현 21C조선의열단 단장은 전두환이 법적으로 사면 받았지만, 국민은 사면한 적 없기에 다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들은 전두환에게 다음과 같이 호통쳤다.

 

“이제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정의의 이름으로, 법의 이름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이름으로 처단받으라.”-김용만 5·18 서울기념사업회 회원

 

“전두환이 끝까지 저항하고 반성하지 않을 때는 전두환을 처형하라!”-송해철 보훈개혁연대 대표

 

“희대의 살인마, 희대의 학살자 전두환은 역사와 민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21C조선의열단 단원 

 

“권력욕의 화신, 군사반란으로 대한민국 군인들을 살인한 살인자, 광주에서 국민을 무참하게 학살한 국민 학살자가 바로 전두환이다. 전두환을 처형하자.”-정영훈 촛불혁명완성연대 대표 

 

▲ 전두환 집 앞으로 가는 대표들  © 김영란 기자

 

▲ 대표들은 전두환을 다시 구속해야 한다며, 전두환 나오라고 호통쳤다.   © 김영란 기자

 

▲ 대표들이 전두환 집 앞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최수동 5‧18 서울기념사업회 회장이 ‘12.12 군사반란 제 41주년, 전두환 집 앞 5‧18 서울기념사업회 성명서’를 낭독한 뒤에,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아래는 공동기자회견 전문과 5‧18 서울기념사업회 성명서 전문이다. 

 

-----------아래------------------

 

[공동성명서] 

 

12.12 군사반란의 진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두환과 그 일당을 심판하자!!!

 

우리는 오늘 12.12 군사반란 41주년을 맞아 반란의 수괴 전두환의 집 앞에 왔다.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이 추운 날씨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반란 수괴 전두환을 꾸짖는 것은, 비록 반란의 주모자와 핵심 가담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것이 대단히 미약한 것일 뿐 아니라, 이들의 행태가 정확하게 단죄되지 않은 까닭에 우리 사회에 군사반란의 독버섯이 은연중에 자라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12.12 군사반란을 확실하게 진압하여, 다시는 이러한 망동을 본받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12.12 군사반란은 그 뒤 5.18 광주집단학살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이어서 전두환 일당의 집권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고, 고통 속에 살게 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10여 년이나 지체하게 만든 대역죄에 해당하는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죄과에 대해 전두환과 그 일당은 일말의 반성도 없으며, 오히려 자신들의 행위를 무슨 자랑이나 되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확실하게 단죄해야 한다.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철저하게 하되, 그것이 마땅치 않으면 새로 법을 만들어서라도 하고, 또 역사의 법정에 세워서 이들의 죄과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둘째, 그 주모자와 핵심 가담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으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으며, 그들은 정치적 권세에서만 배제되었을 뿐 여전히 호의호식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고, 그들의 후손들이 이 땅에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다. 독립운동을 한 사람의 후손은 3대가 가난하게 살고, 친일을 한 자들의 후손은 3대가 잘 산다는 속설이 오늘날에도 통용되어서, 역적의 무리들이 잘 살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불법적인 폭력으로 정권을 찬탈하고 국민을 학살한 자들의 호의호식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은 역사적 정의의 차원에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셋째, 12.12 군사반란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그 수괴와 일당들이 아직 버젓이 살아 있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그들이 자신의 죄과를 사죄하지 않는 까닭에 공공연하게 혹은 숨을 죽이며 그들의 반역을 옹호하는 자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본받아 유사한 짓을 벌이는 자들도 있다. 12.12 군사반란은 공적인 국가권력보다 자신이 속한 집단 혹은 사조직을 위하여 폭력도 불사하는 만행이었고, 공식체계를 무력화하는 하극상의 난동이었다. 오늘날 윤석열 검찰이 저지르는,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 또한 이와 너무나 유사한 망동이다. 12.12 군사반란에 대한 완전한 진압만이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할 것임을 우리는 주장한다. 

 

이와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실천 지침을 제안한다.

 

하나, 12.12 군사반란부터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하여 그 죄과를 만천하에 낱낱이 드러내자.

 

하나, 12.12 군사반란의 부당성과 이에 대한 항쟁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당성을 헌법 전문에 기록하자.

 

하나, 12.12 군사반란의 죄과, 그 주동자와 핵심 가담자들의 만행을 교과서에 싣고 후대에 경각심을 갖게 하자.

 

하나, 12.12 군사반란을 옹호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에 대해 처벌하는 법을 제정하자.

 

하나, 12.12 군사반란의 주동자, 핵심 가담자 본인과 그 직계 가족의 재산을, 그 형성에서부터 축재과정을 철저히 조사하여 부정부패와 관련된 일체를 몰수하자. 


 

 

[12.12 군사반란 제 41주년, 전두환 집 앞 5‧18서울기념사업회 성명서]

 

5·18 학살자 전두환은 역사와 국민 앞에 단죄 받으라

 

민주주의를 짓밟고 두 번째 군사독재로 인권을 탄압시대를 연 12.12 군사반란이 4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오늘, 당신 전두환은 군사반란 40주년을 맞이해 신군부 일당을 모아 강남 중국집에서 1인당 20만원을 호가하는 호화판 오찬을 벌여 국민적 분노를 샀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이미 5·18민중항쟁은 대법원 확정판결은 물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국내외의 평가가 완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당신 등 광주학살 책임자들은 5‧18의 진실을 왜곡해왔다. 이로 인하여 국론은 분열되고 5·18의 역사적 가치는 훼손되었다. 우리 5·18 서울기념사업회는 전두환에게 역사와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5.21 전남도청앞 집단사살 명령자가 당신 전두환이었음을 자백하라

전두환 당신은 항쟁기간 내내 광주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오원기, 김용장, 문광식 씨는 5.21~22 당신이 헬기로 광주에 왔음을 증언했다. 지난해 4월 MBC는 보안사 기록에서 당신이 부마항쟁 진압을 지휘한 사실을 찾아내 보도했다. 이 모든 정황이 당시 신군부의 최고권력자였던 당신이 사살명령을 내렸음을 가리키고 있다. 반인륜적 양민학살의 주범이 자신이었음을 자백하라!

 

둘째, 5·18 당시 행방불명자와 사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상세히 자백하라   

5·18 기간 내내 사체들을 가매장했다는 당시 계엄군의 양심고백이 있었다. 허장환 씨는 당시 특전사 사체처리반이 광주에 파견되어 가매장 시체를 지문 확인후 처리했고, 국군 광주통합병원에서 소각로를 밤낮없이 가동했다고 증언했다. 육군본부의 기밀문서 ‘소요진압과 그 교훈’에는 5·18 기간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시체’를 옮긴 기록이 나온다. 계엄군이 죽인 사체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상세히 자백하라!

 

셋째, 12.12와 5·18집단학살 후 쌓은 부정한 치부내역을 상세히 자백하라

전두환 당신은 집권후 자신은 물론 일가와 측근들 모두 수천억대 부자가 되었다. 1997년 선고받은 2,205억의 추징금 중 아직 체납액이 1,005억원에 이르는 당신은 29만원밖에 없다면서도 추종자를 수십 명씩 몰고 해외골프를 즐겼다. 연천 일대는 전재국 제국, 서울 서소문 일대는 전재용 타운이라 불리며, 전재만은 술집여자에게 4,600만원까지 초호화 시계를 턱턱 안겼다. 시중에는 전두환 당신의 숨겨진 비자금이 계속 불어나 10조가 넘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5공 이후 지금까지 엄청나게 불어난 당신의 부정한 치부내역을 낱낱이 밝혀라!

 

넷째, 불법적인 경호를 중지하고 단죄를 받으라

전두환 당신은 유죄판결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모두 상실했으나, 법적 경호기간을 17년이나 넘겨 불법적인 경호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CBS는 1997년 사면 이후 지난해까지 전두환의 경호비용으로 최소 100억 이상의 혈세가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올해에도 2억의 비용, 5명의 경호인력과 3채나 되는 경호용 건물을 쓰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보여준 후안무치함에 분노한 한 시민은 청남대에 세워진 당신 동상의 목을 자르려다 구속되었다. 역사의 죄인 전두환은 경호를 중지하고 단죄를 받으라!

 

5‧18 서울기념사업회는 5·18의 조작되고 은폐된 진실이 밝혀지고 역사왜곡 처벌법이 제정되어 숭고한 희생을 욕보이는 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는 그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2020.12.12

5‧18 서울기념사업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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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 특별부문 공로상 정수근

 
20.12.11 17:03l최종 업데이트 20.12.11 17:31l
 

묵묵히 힘든 길 가던 환경운동가를 위한 헌사낙동강 지킴이 정수근이 사단법인 세상과 함께가 제정한 제1회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 특별부문 공로상을 수상했습니다.
정수근은 지난 20여년 환경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뭇 생명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이번 수상은 현안에 매진하는 모든 활동가를 위한 헌사이기도 합니다.

정수근 개인의 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전국 각지 수 많은 환경쟁점의 한 가운데서 묵묵히 공익을 실천하고 있을 이름 모를 분들을 위해 쓴 이 글을 공개합니다. <필자 주>  

 

 낙동강의 강바닥은 시커먼 펄이다. 정수근 시민기자는 이 펄에서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를 찾아냈다. 시궁창이나 하수구에 사는 생명체다.
▲  낙동강의 강바닥은 시커먼 펄이다. 정수근 시민기자는 이 펄에서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를 찾아냈다. 시궁창이나 하수구에 사는 생명체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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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녹색평론사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며 대한민국 전역에 자연과 인간이 따로 있지 않음을 알리는 일에 일조했고, 대구의 대표적인 명산 앞산(정식명칭은 대덕산이지만 대구에서는 앞산으로 더 많이 불림)을 뚫고 터널 공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풍찬노숙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긴 시간 앞산터널반대를 위해 싸웠으나 결국 터널은 개통되었고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은 흩어졌습니다. 비록 터널을 막는데는 실패했지만 정수근의 활동은 앞산터널을 지키기 위해 모였던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정수근은 앞산꼭지 활동을 계기로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님이 그에게 유산 상속한 까닭
 
전교조 선생님들과 함께 앞산터널건설에 반대하며 지은 나무위의 집을 방문한 전교조 선생님들과 함께
▲ 전교조 선생님들과 함께 앞산터널건설에 반대하며 지은 나무위의 집을 방문한 전교조 선생님들과 함께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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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은 대운하 사업의 또 다른 이름인 4대강 사업을 막아내기 위해 평일과 주말,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낙동강을 돌아보고 사진, 영상, 글로 기록을 했습니다. 힘과 권력을 앞세운 토건세력들은 전국의 강바닥을 파헤치고 모래와 자갈을 퍼내며 본인들의 욕심을 채웠습니다. 그 사이 한 분의 스님이 분신을 하셨고 공사 중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했습니다. 개발독재시대 이후 최대의 토목사업이었던 4대강 파괴현장을 다니며 그가 쓴 기록들은 469건의 오마이뉴스 기사로 남았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꾸준히 실린 정수근의 글은 한 스님은 유산기증으로 이어졌습니다. 2018년 입적하시면서 당신의 남은 재산을 강 운동을 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희사하라는 유언을 남기셨고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정수근의 활동에 힘입어 30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창립 이래 처음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다시 없을 너무도 소중한 기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수근은 밀양 송전탑과 청도 삼평리 송전탑 사건에도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주민들과 연대하고 거대자본과 공권력을 향해 몸을 던졌습니다. 연대과정에서 주민들과 함께 소송을 당하기도 했지만 밀양과 청도에서도 누구보다 먼저 가서 연대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송전탑 활동 당시 전 국민의 안정적 전기사용을 위해 희생당하는 지역주민을 위한 송전탑 투쟁
▲ 송전탑 활동 당시 전 국민의 안정적 전기사용을 위해 희생당하는 지역주민을 위한 송전탑 투쟁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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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활동으로는 영풍제련소의 오염행위에 맞선 것입니다. 정수근이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봉화지역 주민들이 꾸린 대책위를 중심으로만 알음알음 알려졌던 이 문제는 정수근이 연대하면서 전국 사안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낙동강 최상류에서 중금속 물질을 배출하며 영남의 식수원을 오염시킨 영풍제련소의 행위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낙동강탐방을 진행하고 유관단체에 항의했습니다.

정수근의 이러한 노력은 MBC PD수첩과 KBS 추척 60분 등 지상파의 대표적인 탐사보도팀의 현장취재를 이끌어냈습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경북지부'는 정수근의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그가 속한 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민주시민상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운동에서, 특히 환경쟁점의 현장에서 승리한 역사는 동강댐 반대운동 백지화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개발사업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겁니다. 하지만 정수근은 묵묵히 그 길을 걸었습니다. 1998년 녹색평론사에서부터 2018년 영풍제련소까지 20여년간 숱한 좌절을 견디면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새로운 힘을 내던 사람이었습니다.

쉽고 빠른 길보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던 사람
 
환경운동연합 대의원대회 환경운동연합 전국대의원 100여 명이 영풍제련소 제1공장 앞 낙동강변에서 영풍제련소 폐쇄촉구 현장 액션을 벌이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대의원대회 환경운동연합 전국대의원 100여 명이 영풍제련소 제1공장 앞 낙동강변에서 영풍제련소 폐쇄촉구 현장 액션을 벌이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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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정수근의 방식은 옛날 방식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거버넌스로 가야한다고, 이제는 투쟁이 아니라 교육이라고, 반대만 해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거버넌스도 중요하고 교육도 중요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소모적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정수근의 활동은 환경부를 움직이고 수자원공사를 움직여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각종 협의체를 발족시켰습니다. 거버넌스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시민교육에 쓸 수 있는 지원을 이끌어냈습니다. 수자원공사 대구경북 지역본부가 운영하는 보현산댐협의회가 그렇고 낙동강사람들이 그렇고 낙동강 상류(영풍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 협의회가 그렇습니다. 그의 활동으로 많은 이들이 거버넌스 테이블에 초대되었고 부족하나마 민관 협의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정수근은 우리 곁에 없습니다. 아!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닙니다. 심신이 피로해서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50년 평생의 절반 가까이를 환경운동가로 살아온 사람이 활동을 접고 2년째 칩거에 들어간 것은 어쩌면 사망선고에 가깝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여전히 정수근을 아끼는 이들은 그를 세상밖으로 끌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이 추천서도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사단법인 세상과 함께가 제정한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은 정수근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고, 양쪽 무릎과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대며 절하는 것은 보통의 마음으로는 행하기가 어렵고 지속하기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며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고소고발의 위험이 상존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 번듯한 직위 한번 탐내지 않고 폼도 안 나는 현장에서 약자들과 연대하며 개인에게 돌아오는 직간접적 불이익을 감내하는 일은 어쩌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행하는 길과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이해관계가 복잡한 환경쟁점의 한 가운데에서 늘 묵묵히 약자들과 뭇 생명들과 함께 했던 사람입니다. 현실은 팍팍하더라도 더 큰 것을 보고 가다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 믿으며 꿋꿋하던 사람입니다. 쉽고 빠른 길보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던 사람입니다. 그가 지난 20년 간 환경파괴와 오염의 현장을 꾸준히 기록하였듯이 이제는 우리가 그를 삼보일배 오체투지의 이름으로 기록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걸어온 길이 실패의 역사로 남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낙동강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 4대강에 건설된 일부 보에서 상시 수문 개방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강정보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강바닥에 쌓인 뻘에서 붉은깔따구가 발견되었다. 붉은깔따구는 수질 최하등급인 4급수 지표종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 속에서 삽으로 떠낸 시커먼 뻘과 붉은 깔따구를 들고 있다.
▲ 낙동강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 2017년 6월 2일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 속에서 삽으로 떠낸 시커먼 뻘과 붉은 깔따구를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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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열린 제1회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 공로상 시상식
▲  11일 열린 제1회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 공로상 시상식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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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이력 >
2015년 제3회 임길진환경상 수상
2019년 환경부장관상 수상

<출간저작물>
2016년 녹조라떼 드실래요? 주목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공저 (필진 참여)
2018년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 도서출판참 정수근 저

<기사 및 블로그 기록>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정수근 페이지
http://www.ohmynews.com/NWS_Web/iRoom/index.aspx?MEM_CD=00536714

앞산꼭지의 초록희망
https://aps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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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역사왜곡처벌법, 국가보안법을 소환하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규탄한다

그런데 공수처법 외에도 문제적인 법안이 처리되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5.18 특별법'에 역사왜곡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 즉 '5.18 역사왜곡처벌법'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이 법은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 비방, 왜곡, 날조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가가 역사적 사실을 정의하고 이를 부인할 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차원의 포괄적인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가 올해 처음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했고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도 출범하는 지금,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은 국가폭력의 역사를 사회가 어떻게 기억하고 피해자 회복에 노력할 것인지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5.18 역사왜곡처벌법, 국가보안법을 소환하다


 

민주당은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의 이유로 '잘못된 역사인식의 전파와 국론분열의 방지'를 들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유들이다. 국가가 전면에 나서 '다른 역사인식'을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규정하고 이를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회해악적인 범죄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법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이후, 보수세력은 천안함 사건이나 6.25 왜곡에 대해서도 처벌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한국사회에는 이와 유사한 법률이 이미 있다. 국가보안법이다. 과거사나 역사인식을 직접 규율하는 법률은 아니지만, 북한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에 '다른 인식'을 퍼뜨릴 시에는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로 처벌해왔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5.18의 역사적 진실과 국가폭력의 문제를 한국사회에 알리는 과정 자체가 국가보안법과의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를 처벌'하겠다는 국가보안법에 맞서 정치사상의 자유, 비판의 자유를 옹호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회복을 위한 투쟁이 5.18 운동이었다. 그런데 5.18에 대해 부인, 비방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국가보안법과 동일한 논리구조를 지닌 법이 5.18의 이름으로 제정되려는 것이다. “역사왜곡이 아이들 역사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라의 정체성을 흔드는 정신적 내란죄”라며 5.18 역사왜곡처벌법을 옹호하는 민주당 양향자 의원의 발언에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혐오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명예훼손죄 고소?


 

그럼에도 5.18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한 비판을 찾기 쉽지 않은 이유는 지난해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5.18 망언과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과의 결탁이 준 충격과 함께, 5.18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더욱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던 5.18에 대한 왜곡과 혐오가 주요 정당의 국회의원을 통해 공언되고 학살 책임자 전두환이 회고록을 출간해 이를 반복하는 상황은 5.18 피해자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폭력이다. 이러한 상황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도 비슷하게 반복된다. 총선과 겹친 세월호 추모 시기가 되면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한 주된 대응은 해당 발언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죄 고소였다. 세월호의 경우 형사입건되어 수사로 이어진 것만 200여 건이 넘는다. 지난 주 전두환 유죄 판결도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이었고, 올 초에 있었던 지만원 유죄 선고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거짓 사실을 드러내어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어떤 명예인지를 사회적, 공적 차원에서 판단하고 평가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소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 일체에 대해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는 전통적으로 권력집단이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성폭력 가해자, 국가기관, 기업, 법인, 선거 시기 정치인들이 입막음을 위해 민형사상 명예훼손죄 고소를 남발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한국사회가 국가폭력 피해자 혐오행위에 대해 적절한 규제와 대응방법을 찾지 못한 사이, 피해당사자들은 명예훼손죄 고소를 통해 개별 사건, 특정인을 상대로 한 대응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는 5.18,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한국사회 공통의 인식지평 속에서 나온 사법적 판단이 아니다. 어떤 '명예'든 상관없이 보호하려는 명예훼손죄에 따른 판결일 뿐이며, 이러한 판례가 쌓이는 것은 국가폭력에 대한 사법정의의 실현이 아닌 명예훼손죄 처벌 활성화로 귀결될 뿐이다. 명예훼손죄는 고소인에 대한 객관적 사회적 평가라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당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한다.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며 등장한 5.18 역사왜곡처벌법 역시 기본권 침해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상규명의 목적은 처벌의 정당성 확보가 아니다


 

5.18,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인과 왜곡,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행위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회복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5.18은 90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법률'부터 시작해 전두환, 노태우 처벌, 국가유공자 예우, 국가기념일 지정까지 이루어졌지만, 법률에 근거해 조사권한을 부여받은 진상규명 조사위는 2020년에야 겨우 출범했다. 5.18에 대한 국가 차원의 포괄적인 진상규명보고서조차 없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역주의와 결합한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되어왔고 그 결과 5.18에 대한 부인과 왜곡이 정치적 자산이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세월호 참사 역시 진상규명조사위를 꾸리는 과정 자체가 투쟁이었고, 이제야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다.


 

국가폭력 및 국가범죄에 대해서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진상규명을 남긴다는 건, 한 사회가 해당 사건에 대한 공통의 인식지평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을 시작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이 폭력인지, 어떤 행위가 인간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인지, 피해자 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와 사회가 지속해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고 합의해나갈 수 있다. 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어떤 행위가 차별인지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고용, 교육, 재화서비스, 행정서비스와 같은 '공적-시민권 영역'에서 차별 금지와 예방, 피해 구제를 분명히 규정해 차별과 혐오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을 세우고자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국가기관-정치인-언론과 같은 공적 기관과 인물들에 의해 국가폭력이 부인되거나 왜곡될 때 가장 큰 충격을 받고 공적 부인과 배제를 경험하게 된다. 지만원의 국회 강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총선 후보들의 세월호 혐오 발언이 그것이다. 차별과 혐오를 막고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충실한 진상규명을 통해 혐오표현이 국가폭력 피해자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공통의 인식을 만드는 것. 이를 통해 '공적-시민권 영역'에서부터 국가폭력에 대한 반성에 기초해 '차별과 혐오'를 금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예훼손죄의 확대, 역사왜곡처벌법에 의한 형사처벌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 상임위에서 40년 만에 구성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기간을 연장하고, 조사범위도 확대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지난 20대 국회 때 개정된 과거사법에 따라 '2기 과거사위'도 새롭게 출범하여 일제강점기 이후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추가로 할 예정이다. 너무나 오래 지연되고 지체되어왔다. 그 시간만큼 피해자들은 차별과 혐오에 고통받아왔다. 이번 진상규명은 과거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시작될 수 있도록 한국사회의 준거점을 만드는 소중한 작업이 되어야 하며, 진상규명의 목적이 형사처벌의 정당성 확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상규명보다 형사처벌을 앞세우는 5.18 역사왜곡처벌법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은 <프레시안>과 <비마이너>에 공동게재됩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111525226433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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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제정까지…” 아들 2주기 다음 날 ‘단식농성’ 시작한 김용균 어머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2/12 09:44
  • 수정일
    2020/12/12 09: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민주당, 중대재해법 또 미루나 “임시국회 내 ‘상임위’서 통과”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2-11 14:00:24
수정 2020-12-11 1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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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가 1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가 1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하고 있다.ⓒ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매일같이 용균이처럼 끼어서 죽고, 태규처럼 떨어져서 죽고, 불에 타서 수십 명이 죽고, 질식해서 죽고, 감전돼서 죽고, 과로로 죽고,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화학약품에 중독돼서 죽습니다. 너무나 많이 죽고 있습니다. 제발 그만 좀 죽었으

면 좋겠습니다."

 

2년 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11일 국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아들의 참혹한 죽음 이후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전면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많다며 "세상은 변한 게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서 반드시 중대재해법이 필요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절실한 요구다.

김 이사장을 비롯해 일터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이날 정의당과 함께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단식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법 촉구를 위한 국회 농성을 이어가기 위해 전날 태안에서 열린 2주기 추모제에도 함께 하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법을 좀 만들어 달라고, 정부와 국회가 안전을 책임져서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국회에서 7일부터 노숙 농성을 했다. 국회의원들에게 법 좀 만들어달라고 허리 숙여 얘기도 했다. 그러다가 때로는 들리지 않을 것 같아 소리 높여 답답한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아직 논의도 안 되고 있다고 하니 너무도 애가 타고 답답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그래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마지막 선택을 했다"며 "저는 평생 밥을 굶어본 적이 없어 무섭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자신을 갉아먹는 투쟁 방식인 단식을 다른 사람이 하는 것도 뜯어말리고 싶었는데 이제 저 스스로 택한다"고 단식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김 이사장은 "나의 절박함으로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법이 제대로 만들어질 때까지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단식을 할 것이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때까지 잘 버텨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열악한 방송제작 환경을 고발하며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과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도 김 이사장과 함께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

이 이사장도 지지부진한 중대재해법 논의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차오르는 눈물을 꾹 삼켜가며 준비해 온 발언문을 읽어나갔다.

이 이사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저희 가족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저 모든 삶이 부서져 버린 저희와 같은 가족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나라, 일하러 갔다가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를 위해, 계속되는 죽음을 보며 계속 고통받지 않기 위해 그래서 저희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한다"며 "오늘부터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 투쟁을 할 것이다. 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살아서 제 발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국회는 조속히 중대재해법을 제정해달라"며 "제발 저희가 살아갈 수 있는 작은 희망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전날 단식농성 시작을 알렸던 강은미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 제정을 약속했던 거대 양당 지도부를 향해 "더는 미루지 말자"며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강 원내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뒤로 밀려나는 동안 지난 정기국회 막바지의 모습은 어떠했나. 174석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았나"라며 "중대재해법보다 12일 늦게 발의된 공정거래법은 절차와 논의를 무시하고 사활을 걸면서 왜 국민들 생명 지키고 안전 지키는 일에는 사활을 안 거는지 엄중히 따져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표는 "말뿐인 중대재해법으로는 노동자들을 살릴 수 없다"며 "중대재해법의 제정으로 안전한 일터, 생명존중 대한민국이라는 결과로 보여달라. 반드시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중대재해법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중대재해법의 운명은 사실상 거대여당인 민주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 정의당과 시민사회계에서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중대재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제정이 원칙이라는 말만 할 뿐 정확한 입법 시간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이번 임시국회 내 상임위에서 통과시킨다는 목적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정책 의원총회가 소집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본회의 처리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이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번 임시국회 때 통과 가능성은 상임위 정도인가'라는 질문에는 "중대재해법은 제정법이라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 많다"며 "법과 관련된 범위가 워낙 넓고 관계되는 법률이 이미 있고, 법안끼리의 충돌이나 여러 부분에 있어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은 법"이라고만 답했다.

이번 임시국회는 해를 넘겨 오는 1월 8일까지 이어진다. 물론 임시국회를 추가로 소집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제대로 법안을 논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정의당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현관 앞에서 열린 가운데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앞줄 왼쪽 세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2020.12.11. (공동취재사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정의당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현관 앞에서 열린 가운데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앞줄 왼쪽 세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2020.12.11. (공동취재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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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소파합동위, 12개 미군기지 반환 합의

용산기지 2개 구역 첫 포함...오염정화책임 지속 논의키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0.12.11 17:57
  •  
  •  댓글 0
 
한미 당국은 11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12개 미군기지를 반환받기로 했다. 우리측 위원장인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과 미국측 위원장인 스콧 플로이스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합의서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 - 외교부]
한미 당국은 11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12개 미군기지를 반환받기로 했다. 우리측 위원장인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과 미국측 위원장인 스콧 플로이스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합의서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 - 외교부]

한미 당국은 11일 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캠프 잭슨 등 11개 미군기지와 용산기지 2개 구역을 포함해 모두 12개 미군기지를 반환받기로 합의했다. 용산기지는 대규모 기지로 전체 폐쇄 전에 일부 반환이 처음으로 추진된 것이다.

외교부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12월 11일 오전, 미국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이하 소파)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11개 미군기지와 용산기지 2개 구역(이하 12개 기지)을 반환받기로 하였다”며 반환기지들을 발표했다.

반환이 결정된 기지는 필승 사격장 일부(태백), 캠프 워커 헬기장(대구), 포항해병대, 캠프 모빌 일부(동두천), 캠프 잭슨(의정부), 성남골프장(하남), 극동공병단(서울), 서빙고 부지(서울), 니블로 배럭스(서울), 8군 종교휴양소(서울), 캠프 킴(서울), 용산 기지 2개 구역(스포츠필드 부지, 소프트볼경기장 부지)(서울)이다. 12곳의 총면적은 약 146만5천㎡ 정도로 여의도 면적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외교부는 “양측은 기지 반환의 추가적인 지연은 기지 주변 지역사회가 직면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반환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였다”며 “합동위는 한미 양측이 △오염정화책임,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 방안, △한국이 제안하는 소파 관련 문서에 대한 개정 가능성에 대해 지속 논의한다는 조건으로 총 12개의 기지들을 반환키로 결정하였다”고 전했다.

또한 “한미 양측은 소파 환경분과위를 통해 △오염관리 기준 개발, △공동 오염조사 절차 마련, △환경사고 시 보고 절차 및 공동조사 절차 검토 및 이에 대한 개선방안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정부는 “반환받은 미군기지들은 깨끗하고 철저하게 정화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환경단체들은 미군기지 반환시 기지를 사용해온 미군이 환경오염 정화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외교부는 특히 “용산기지는 미군이 사용 중인 대규모 기지로 전체 기지 폐쇄 이후 반환을 추진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어, 정부는 기지 내 구역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역을 반환받는 것을 미측과 협의해 왔고, 2개 구역(스포츠필드, 소프트볼경기장 부지)을 우선 반환받게 되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나아가 “정부는 용산공원 조성계획이 차질없도록 용산기지 내 구역들의 순차적인 반환을 미측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반환받은 용산 2개 구역 부지는 약 5만㎡로 보안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완료한 후 사용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정부는 용산기지(미군 잔류부지 제외)를 포함하여 반환대상인 기지들도 미측과의 기지 이전 및 환경 협의 진행 상황,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개발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시점에 반환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는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2004년 용산기지이전협정(YRP)에 따라 전국의 주한미군 기지 80곳에 대한 반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12개 반환으로 남은 곳은 12개 기지다.

화상으로 진행된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이하 소파) 합동위원회는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이 우리측 위원장을, 스콧 플로이스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미측 위원장을 맡아 진행됐다. 차기 합동위원회는 내년 중 상호 편리한 시기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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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부동산 ‘펄펄’ 실물경제 ‘싸늘’…빈부 양극화 키울라

등록 :2020-12-11 05:00수정 :2020-12-11 10:29

 

 

[뉴스AS] 자산시장·실물경제 괴리 심화 왜?

저금리정책·자산유동성 ‘연료’
주식·부동산 연일 최고치 경신
통화량·대출도 천정부지 치솟아

실물경제, 여전히 코로나로 침체
3분기 민간소비 0%…투자도 금감
쏠림 계속 땐 ‘자산 양극화’ 우려
정부 “코로나 이후 정상화 대비를”
9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뜨겁다. 주식시장은 코로나19 감염사태 속에서도 연일 최고치 행진이다. 반면 실물경제는 부진의 늪속에 빠져 있다. 경기부진이 심화돼 일자리는 줄어들고 실업급여는 급증세다. 국가방역 강화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다.

 

 이른바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 현상이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실물경제를 구하기 위해 정부가 푼 대규모 유동성과 금융완화 정책이 자산시장 랠리의 핵심 동력원이다. 감염병 위기엔 방역을 위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인 탓에 ‘돈을 풀어도 돈을 쓸 수 없어’ 당장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만큼 풀린 돈이 자산시장으로 몰려가기 좋은 환경인 셈이다. 문제는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이런 식의 자금쏠림이 계속되면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실물경제 회복 국면에서 급격한 자산가격 조정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 지난 3월 코로나19 충격으로 1400대까지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급반등해 지난달 24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달 들어서도 7거래일 가운데 6거래일이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2700선에 안착했다. 부동산 시장도 과열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8월 100.1을 기록한 이후 11월 105.3까지 15개월째 기록을 갈아치웠다.자산시장과 별개로 실물경제는 코로나19의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은 전분기 대비 2.1% 성장했으나, 내수 지표인 민간소비는 0%로 제자리였고, 총투자율은 1.8%포인트 떨어졌다. 수출이 사실상 나홀로 성장률을 떠받친 것이다.
자산시장 가격이 치솟는 근본 원인은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이다. 이는 통화량과 대출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금과 예금, 현금화가 수월한 금융상품까지 합친 ‘광의통화량(M2)’은 지난 9월 기준 3115조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전인 지난해 12월(2914조원)보다 200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돈이 부동산으로 몰려 집값 폭등을 낳았다. 자산가격 상승의 ‘연료’가 된 것이다. 개인들은 대출이자 부담이 적어지니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을 일으키며 주식시장을 끌어올렸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18조5734억2600만원으로, 1998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신용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주식매매를 위해 증권사에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가계대출도 꾸준히 늘어 3분기 가계신용(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 포괄적 빚) 잔액은 1682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87.7%에 이른다.
문제는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에 들어가면 자산시장 랠리를 이끌어 온 싼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연료’가 소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내년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되고 경기가 개선되면 (유동성 회수를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생계형 대출을 받은 이들부터 타격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자산시장 투자 열풍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6일 “세계 실물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는 상황에서 실물과 금융간 괴리가 자산가치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시장 참가자들은 의사결정시 정부 대책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난 완화적 거시경제 기조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정상화될 가능성까지 감안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자산시장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자산 양극화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부동산·주식 가격은 오르는 반면 소비재는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상황이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자산 쪽에 투자하는 경향이 생긴다”며 “문제는 주로 돈 있는 사람들이 자산시장에 뛰어들고, 투자의 과실도 이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인데, 현재 전반적인 정부 정책도 자산시장 가격을 꺼트리지 않으려는 방향이어서 자산 양극화는 고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3770.html?_fr=mt1#csidxfc64555f91a59b9b9754c9dfd433e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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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국가보안법

이인선 통신원 | 기사입력 2020/12/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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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12월호를 발간했습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내가 겪은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 그것이 어떠한 법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국가보안법 속에서 살고 있는데 말입니다.

국가보안법이 만든 세상은 국민을 연극 속에 갇혀 살게 만든 것과 비슷합니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을 무대 위 배우처럼 정해진 생각과 행동을 하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무대 안에서만 살아가는 우리는 무대 밖에는 우리의 적이 살고 있다는 얘기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하지만 밖이 진실로 어떻게 생겼는지 공연장의 꺼진 불 때문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둠을 걷고 진실을 알려고 시도하는 순간 어디선가 서슬 퍼런 칼날이 날아와 저를 겨누었습니다. 그 칼날의 실체를 모르다가 이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래다 못해 무대 안팎의 경계에서 우리 모두의 목숨을 위협하는 ‘국가보안법’이었습니다.

광주에서 20년을 살았던 나에게 5.18 광주민중항쟁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역사, 마음이 뜨거워지는 역사였습니다. 그런데 중학생 시절 우연히 지만원의 책을 접하면서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 책에는 5.18 광주민중항쟁이 북한군의 소행이니, 특정 누군가를 지칭해 빨갱이들이니 하며 폄훼하는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몇몇 소수의 몰지각한 사람이 하는 왜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보니 그러한 일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2018년에만 여러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남북 교류 사업 등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은 멀지 않다고 생각했고 우리 민족이 하나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사회에서는 아직도 빨갱이 타령, 종북몰이 등이 계속되며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에서 활동하면서 동아리 홍보, 미군장갑차 추돌 사망사건 진상규명단 활동 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생들의 활동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북한이 시켜서 하는 애들, 빨갱이, 종북좌파, 친북단체라고 불렀습니다. 그 앞장에는 친일과 친미로 100년을 살아온 조선일보와 대학생 전자소통공간인 ‘에브리타임’이 있었습니다. 

실례로 조선일보를 보시는 많은 분이 집회, 기자회견 등을 하는 대진연 대학생들을 보시면 “북한으로 가!”라는 말부터 꺼내십니다. 에브리타임의 경우 대진연 동아리라고 알려지는 순간 ‘김정은 위원장 환영했던 단체 아니냐’, ‘빨’(빨갱이를 표현), ‘여기 대진연이다’ 등 낙인처럼 찍어 내리기 만무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동아리에 들어온 회원들조차 반미, 통일, 북한 등에 반감을 느끼기 마련이었습니다. 대진연을 검색해보고 들어오지 않거나 나가기도 만무했습니다.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사회는 국가보안법이 통제한 대로, 국가보안법이 정한 틀 속에서만 정보를 얻으며 사람들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우리 민족끼리 싸워야만 하는 걸까요?

어두웠던 무대 밖을 밝히는 때가 되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우리 생각의 확장을 사사건건 막아 나선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를 겨누던 실체에 헛웃음만 났습니다. 그리고 법 하나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웠습니다. 국가보안법이 규정한 반국가단체가 북한인 이상 종북, 빨갱이 논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눈과 귀와 입과 모든 것을 막아 죽일 수 있는 법, 국가보안법. 이 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생각을 그곳에 맞춰야 하고 종북, 빨갱이로 매도되지 않게 자기검열을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만약 내 생각 하나가, 행동 하나가 위험한 건 아닐까 무의식적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나온 다큐멘터리 영화 「게임의 전환」만 보더라도 우리는 어떻게 국가보안법이 72년간 이 사회를 지배해왔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국가보안법을 사문화된 법이 아니냐고 하지만, 사문화된 법이라면 더욱더 우리에게 필요 없는 법이 아닐까요? 사실 국가보안법은 1945년 해방 후 이승만과 친미파가 단독정부 수립과 이승만 정부의 만행을 반대하는 국민을 처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만든 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민주화, 평화통일,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의 목소리를 내는 국민을 억압하는 데 쓰였습니다. 그렇기에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기득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 명확합니다.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이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 법안을 법사위에 상정시켰습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의 제7조(찬양, 고무) 조항이 사라진다고 해서 국가보안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나 악용될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남아 있으면 종북몰이, 빨갱이몰이 등은 끊이지 않고 사회적 배제는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국민의 생각 폭을 넓히고 더 많은 대학생이 함께 목소리 내는 우리나라가 되기 위해 이뤄져야 하는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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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연속 코로나 확진자 700명 육박, 사망자는 8명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12/11 10:34
  • 수정일
    2020/12/11 10:3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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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유행 후 최대 규모 확진자 집계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673명, 해외 유입 확진자 16명이 각각 확인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월 29일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한 1차 대유행 시기 하루 909명이 나온 이후 이날 신규 확진자가 286일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규모(673명) 역시 지난 3월 2일 684명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집계됐다.

 

의료 마비 사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날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3명 줄어든 169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날 사망자가 8명 발생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572명(치명률 1.40%)으로 늘어났다.

 

520명이 새로 격리 해제됐으며, 이날 현재 9057명이 격리 중이다.


 

수도권에서 51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에서 252명(해외 유입 2명), 인천에서 37명, 경기에서 229명(해외 유입 4명)의 새 확진자가 각각 보고됐다.


 

부울경 지역과 충청권의 감염 전파 양상은 이날도 이어졌다. 이날 부산에서 26명, 울산에서 47명, 경남에서 12명의 신규 확진자가 각각 보고됐다. 울산의 경우 요양병원에 이어 중구 초등학교, 남구 중학교, 기숙형 고등학교 등 학교 곳곳에서도 집단 감염이 전파되고 있어 심각한 상황으로 감염 양상이 발전하는 중이다.


 

충북에서는 20명, 충남에서는 10명(해외 유입 1명)의 신규 확진자가 각각 보고됐으며 대전에서도 10명(해외 유입 2명)의 새 확진자가 나왔다.


 

대구에서는 6명, 경북에서는 3명의 새 확진자가 나왔다. 3차 유행 과정에서 대구와 경북 지역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확진자가 이날까지 집계됐다.


 

그러나 이날 0시 기준 집계에는 보고되지 않은 새 집단 감염이 이날 오전 대구에서 확인됐다. 대구 달성군 영신교회에서 신도 20명의 집단 감염이 이날 오전 중 보고됐다. 해당 감염 사례는 내일자 신규 확진자로 집계된다.

 
이날 광주에서 3명, 전북과 전남에서 각각 7명과 4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전날 대규모 신규 확진자가 나온 제주에서는 이날 5명의 새 확진자가 집계됐다.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89명으로 집계됐다. 10일 오후 제주성안교회에 선별진료소가 마련돼 교회 예배 참가자 등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1109465307508#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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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숙 언니, 언니에게 진 빚 갚으려 사람들이 모입니다

[릴레이 기고] 12.19 해고 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으로 가는 희망버스 ①

20.12.11 07:31l최종 업데이트 20.12.11 07:31l
"35년의 긴 세월동안 김진숙이 해고노동자들의 싸움에 함께 할 때 정작 그의 복직은 어떻게 되었는지 묻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그의 머리는 하얗게 세고, 암은 다시 그의 몸을 파고들었습니다. 해고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김진숙의 뒤늦은 복직을 위해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겠습니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2011년 희망버스 각계 부문 차장과 승객들이 다시 모여 희망차에 오릅니다. 2-3회에 걸쳐 릴레이 기고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35년 전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는 원로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합니까? 옛동지가 간절하게 묻습니다”고 복직 의지를 피력했다.
▲  35년 전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지난 10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는 원로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합니까? 옛동지가 간절하게 묻습니다"라고 복직 의지를 피력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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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3일 당신의 복직투쟁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년 여름 뒤늦게 들었던 당신의 투병 소식에도 저는 안타까운 마음만 끌어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작년 겨울에는 아직 다 낫지 않은 몸으로 부산에서 100km를 걸어 대구까지 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영남대 의료원 건물 옥상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던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응원하러 간다고 했습니다. 대구에 다다를 쯤에는 당신이 홀로 걷기 시작한 그 길을 따르는 순례단이 수백 명이 되었다 했지요. 저는 그 모든 소식을 그저 활자로만 접했습니다.

그 무렵 저는 32년간의 삶을 뒤흔드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의 선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인지를 돌아보느라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습니다. 그때 당신이 아픈 몸을 이끌고 또다시 연대의 발걸음을 내디딘 것입니다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몸을 일으켜 제 곁의 공동체 식구들을, 흔들리고 지친 동료들을, 우리보다 더 외롭고 가난한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당신이 해고되었던 1986년, 도시빈민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에 인천에 있는 오래된 바닷가 공장지대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이웃이, 아이들이 저의 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모두에게 희망이 될 수 없다는 현실과 직면해야 했고, 32년간의 삶을 되돌아봐야 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지치고 두려웠습니다. 그때 당신이 대구에 도착해 방문진 지도위원을 만나 얼싸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털모자를 쓰고 외투를 입은 두 사람이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언니의 고공농성에 가슴이 철렁

여전히 부끄럽고 미안했지만 당신이 참 고마웠습니다. 저도 그때 더는 주저앉아 있지 않고 일어나 곁에 있는 동료들의 손을 잡았습니다. 2020년 가을 SNS로 당신이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35년 전 용접공이던 당신의 사진을 들고 서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복직 투쟁을 시작했다는 것을 그새 또 잊고 있었습니다.

9년 전이던 2011년 1월, 당신이 35m 높이 85호 크레인으로 올라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미 고공농성이 낯설지 않을 때였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의 노동자가 투신한 뒤 100m 굴뚝에서 노동운동가들이 고공농성을 했고, 인천 GM대우자동차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굴뚝에서 농성을 한 지 한 달이 채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의 고공농성에 가슴이 철렁했던 이유는, 그곳이 85호 크레인이었기 때문입니다. 2003년 9월 9일, 당신의 동료 김주익 열사가 삶을 내려놓았던 그 곳. 자신의 몸을 내놓아 많은 동지들을 살릴 수 있다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던 김주익 열사, 아들에게 힐리스 운동화 한 켤레 사주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그 김주익 열사가 목을 맸던 85호 크레인. 당신은 그곳으로 "땅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는 쪽지를 남기고 올랐습니다. 자신의 복직이 아닌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서였습니다.

항상 당신의 선택은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2011년 여름, 미래의 노동자가 될 우리 아이들에게 당신의 싸움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들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가는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밤중에야 도착한 영도조선소 앞, 경찰에 의해 길이 막혔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던 아이들이 아저씨들 손을 잡고 담장을 넘었습니다. 공장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들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노동자 삼촌, 아저씨들과 하나가 되는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그 뒤로 네 번을 더 희망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때 그 아이들은 지금 스물 둘 청년이 되어 대학에 다니거나 군인이거나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그 영도조선소 밖에 있습니다. 저는 그때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갈 때마다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크레인 위의 당신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는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당신의 몸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309일 만에 크레인에서 내려왔을 때, 투쟁의 승리보다 당신이 무사함이 더 고마웠습니다.
 
 309일 만에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김진숙. 웃음이 해맑다.
▲  309일 만에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김진숙. 웃음이 해맑다.
ⓒ (주)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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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용접노동자로 정년 퇴직하기를 

한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당신은 자신이 평생을 불복종의 삶을 살았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의 저항이 그리고 정의가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고, 양심을 깨닫게 하고, 세상을 변하게 할 거라고 믿습니다. 저도 믿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복직에 우리가 함께합니다.

복직한 당신이 회사 식당에서 동료들과 밥을 먹고, 동지들과 웃으며 커피를 마시고, 다시 용접을 하며 소금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용접노동자로 정년 퇴직의 날을 맞이하는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35년 동안 당신과 함께 길 위에 섰을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가 하늘에서 흐뭇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해고자로 살아온 35년을 저는 감히 상상하지 못합니다. 당신의 삶은 해고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복직은 해고자 모두의 복직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몹시 아프고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당신이 해고된 뒤 경험한 일곱 번의 정권, 그들의 비호로 더 큰 부자가 된 대기업들이 당신의 존재를 지우려고 해도 당신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지워지지 않은 당신에게 우리는 큰 빚을 졌습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또다시 사람들이 모입니다.
 
 왼쪽 눈 밑이 용접 불똥에 맞아 부어있는 40여 년 전 김진숙 지도위원의 사진
▲  왼쪽 눈 밑이 용접 불똥에 맞아 부어있는 40여 년 전 김진숙 지도위원의 사진
ⓒ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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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는 유서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우리는 그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기억합니다. 우리는 모두 당신의 복직을 볼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가 아는 김진숙, 우리의 전체이고, 우리의 일부입니다. 당신의 복직이 우리의 복직이고, 당신의 승리가 우리의 승리이고, 당신의 건강과 안녕이 우리의 건강과 안녕입니다.

우리에게 굴복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연대의 힘을 보여준 당신의 노년을 함께 지켜보고 함께 가고 싶습니다.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가 더는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 함께 살아서 계속 싸우자고 당신께 손을 내밉니다.

먼 부산과 인천에서 만날 날은 적었지만 비슷한 삶의 꿈을 꾸며 살아온 지난 35년. 첫 공장생활 때 만났던 언니들을 생각하며 조심스레 언니라 불러봅니다. 진숙 언니, 부디 건강하시고, 복직해서 정년은퇴의 날 활짝 웃는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2020년 12월 10일.
당신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떠났던 강화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김중미가 씁니다.
- <괭이부리말 아이들> 동화작가
 
 리멤버 희망버스 포스터
▲  리멤버 희망버스 포스터
   
 
2020년 김진숙 복직 2020명 선언
- 선언 기간 : 12월 8일(화) ∼13일(일)
- 선언 참여 : https://bit.ly/김진숙복직2020서명

 
태그:#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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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조법·근기법 개악 규탄…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안 된다”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0.12.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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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근기법 개정 두고 “개악 기조 유지” 비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전태일 3법’ 입법 촉구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 노조법 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그렇다.”

지난 8~9일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를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민주노총은 이를 두고 “정부여당이 현행법을 후퇴시키면서까지 ILO 협약을 위배하는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 중 일부 독소조항은 덜어냈지만 여전히 노동현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독소조항들이 살아남아 개악 기조가 유지됐다”고 규탄성명을 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민주노총은 다음날인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민주노총이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법, 근로기준법 개악을 규탄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전태일 3법 즉각 입법을 요구했다. [사진 : 노동과세계
▲ 민주노총이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법, 근로기준법 개악을 규탄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전태일 3법 즉각 입법을 요구했다. [사진 : 노동과세계]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노조법 개정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온데간데없고 여전히 일부 독소조항을 남긴 노조법 개악”, “재계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해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고착화시키고,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탄력근로제 확대와 선택근로제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악”이 본회의에서 통과됐고, 반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아직 국회 법사위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맞서 민주노총은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계속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개악된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을 되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할 것”,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ILO 핵심협약 비준과 함께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위해 노조법 2조 개정에 나설 것”, “사업장의 규모에 상관없이 일하는 사람 모두가 근로기준법에 적용을 받도록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에 나설 것”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견문에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노조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두고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는 속담에 비유했다. “정부가 제출한 역대급 개악안에서 핵심적 개악요소는 덜어냈다고 하지만 여전히 개악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면서 개악 요소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냈다.

▲ 지난달 25일.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 총파업 총력투쟁대회 연 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진 : 뉴시스]
▲ 지난달 25일.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 총파업 총력투쟁대회 연 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진 : 뉴시스]

‘개악’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먼저, 개정안이 “‘해고자, 실업자가 기업별 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해고자와 실업자는 해당 노조의 임원, 대의원이 될 수 없고,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산정하거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조합원 수를 산정할 때에도 제외시켰다”면서 “조합비 납부 등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만 지어질 뿐 권리는 행사할 수 없는 서류상의 조합원”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ILO나 EU가 문제로 제기했던 부분은 조합원 자격, 노조의 운영 등을 해당 노조가 자주적으로 정하여야 하고 국가나 사용자가 이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행 2년이던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한 것에 대해선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와 맞물려 단체교섭권 등 노동3권 행사에 제약을 가져오게 됐다”고 제기했다.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동안 교섭도 할 수 없고, 근로시간면제를 인정받아 조합활동을 하는 것도 공정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개악안이 시행되면 사용자와 어용노조가 담합하여 최소 4년간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조의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법’을 근거로 제약할 수도 있다”는 것. 이 역시 소수노조의 노동3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ILO 기준 및 유엔 인권감시기구의 권고와 상충되는 부분이다.

개정안엔 노동계의 반발은 산 독소조항 중 하나인 ‘사업장 내 점거 전면 금지’ 문구는 삭제됐지만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규정이 신설됐고, 사업장 내 점거 제한,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동조합 활동 제한은 유지됐다. 민주노총은 “개악안에 새로 삽입된 이 규정들은 ILO 협약 비준과는 무관하며,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한 청부입법에 다름 아니”라고 규탄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ILO의 권고와 국제기준에 위배되는 방향으로 개악됐다”면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도 전에 이를 선제적으로 막아서는 결과를 초래한 꼴”이라고 일갈했다.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확대한 근로기준법 개정도 ‘개악’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탄력근로제 6개월 확대에 이어, 경영계 요구를 추가로 수용해 ‘선택근로를 3개월까지 확대(연구개발분야)’한 것은 명백한 개악”이라는 것.

올해 1월엔 특별연장근로제 도입을 ‘경영상의 사유’로까지 확대한 바 있다. 특별연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사용자의 건강권 보호조치’를 신설했지만 사용자가 이를 위반했을 때 부과할 처벌조항이 없다. “특별연장근로제 사유 확대를 한시적 조치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1일 노동시간제한, 과로방지 대책, 사용자의 임금보전, 건강권 보호조치 의무 강화 등 노동자의 임금과 건강권 보장 강화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민주노총은 “이게 개악이 아니면 달리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다시 투쟁의 맨 앞자리에 설 것”

개악 추진과는 반대로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ILO 권고는 이번 국회 논의에서 제외됐다. 10만 명의 노동자, 시민이 발의한 노조법 2조 개정안은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정기국회가 마무리 될 때까지 법제사법위 안건에 오르지도 못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의지를 반영해 공수처법 등을 밀어붙이는 힘,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의 개악을 밀어붙이는 힘” 등을 빗대며 “이번 국회에서 180여 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힘과 실체를 목격했다”면서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180여 석의 힘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노동자, 시민이 입법발의한 전태일3법 입법에 제대로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룰 이유가 없다”면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국제기준에 맞도록 다시 하나하나 꼼꼼하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끝으로 ▲개악된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을 되돌리는 투쟁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ILO 핵심협약 비준 ▲노조법 2조 개정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투쟁의 맨 앞자리에 서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민주노총 산하 지역본부도 더불어민주당 광역시도당사를 찾아 항의행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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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 특별기고]오늘도 퍽퍽퍽, 내일도 퍽퍽퍽…노동자들이 부서진다

김훈 작가


입력 : 2020.12.10 06:00 수정 : 2020.12.10 06:00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과정을 지켜보며 

[김훈 작가 특별기고]오늘도 퍽퍽퍽, 내일도 퍽퍽퍽…노동자들이 부서진다

대기업이 국민과 국가를
먹여살린다는 자비의 설화가
입법과정의 담론을 지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9일 끝난 정기국회에서 소위원회의 안건으로조차 채택되지 못했다. 거대 양당이 이 법의 필요성을 말로만 외치다가 입법절차를 시작하려니까 무서워서 피해버린 꼴이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가중시키거나 이윤 추구를 불편하게 하는 일의 두려움은 한국사회에 토착된 풍토병이다.

대기업이 국민과 국가를 ‘먹여 살린다’는 자비의 설화가 입법 과정의 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먹여 살린다’는 이 설화는 이윤과 임금의 관계를 설명하는 경제이론이 아니라 한 시대 전체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본과 노동의 관계 위에 군림하고 있다.

‘먹여살리는 자’는
‘감옥에 못 간다’ 소리치고
정치는 이 고함에 화답한다
징역·벌금…껍데기뿐인 법
무엇이 ‘과잉처벌’인가
 

이 이데올로기는 노동의 주체성을 부정해서 자본에 복속시키고, 국가의 행정력과 선출된 정치력을 무력화시키고, 더 잘사는 사람들의 존재를 내세워 희생자들을 ‘소수자’로 몰아붙이고, ‘먹여 살리는 자’가 이윤 추구의 과정에서 저지르는 온갖 탈규범적 행태들을 정당화해왔다. 이것은 다수가 신봉하는 미신이다. 밥벌이하다가 죽는 죽음과 불구가 되는 사고를 줄이려는 많은 노력들은 이 미신 앞에서 좌절되었고, 좌절을 거듭할 때마다 미신은 더욱 번창했다.

이번 입법절차의 발단에서부터 정치권은 사용자 단체의 논리를 수긍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중대재해의 형사적 책임을 물어서 기업총수에게 실형을 언도하는 것은 ‘과잉처벌’이라는 주장이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서 노동자가 사망하면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되어 있다. ‘7년 이하’라니까 당연히 ‘7년 이상’은 없을 테지만 ‘7년 이상’뿐 아니라 7개월도 7일도 언도한 적이 거의 없고, 벌금은 ‘1억원 이하’의 범위 안에서 대체로 500만원 정도였다. 법은 껍데기뿐이었다(2018년부터 2019년 사이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피고인 1065명 중 집행유예 없이 실형을 받은 사람은 21명으로 전체의 2% 정도이고 평균 형량은 9.3개월이다. KBS 2020년 12월6일 보도).

이러니, 중대재해의 기업주 처벌이 과잉처벌이라는 말은 무엇이 ‘과잉’인지 아무런 비교기준이 없다. 이 말은 ‘감옥에 못 간다’고 소리치는 것과 같다. 이것은 ‘먹여 살려주는 자’의 무서운 고함이다. ‘감옥에 못 보낸다’는 정치의 메아리가 이 고함에 화답하고 있다.

‘감옥에 못 가는’ 또 하나의 논리는 노동의 최하위 현장에서 벌어진 사고의 책임을 최상부의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올려서 밀어붙일 법리적 연결고리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CEO는 사고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이 또한 ‘먹여 살려주는 자’의 논리다. 노동자가 몸으로 당면하는 현장이 최하이고, CEO의 위상이 최상이라는 인식이 이 논리의 기본틀이다. 법은 최하층에서 최상층에 이르는 여러 단계의 아랫부분에서 인과관계의 고리를 끊고 스스로 물러간다. 물러가면서 이 물러감을 다시 논리화한다. 논리 안에 정의는 없고 말의 형식만이 존재한다. 말의 형식이 결국 법제를 이루는데, 국회는 이 위력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노동자들은
돌덩이처럼 떨어진다
부딪히고 깨진다
 

내가 이 답답한 글을 쓰는 동안에도, 지식인·분석가·활동가들이 TV에 나와서 이 문제로 특집좌담을 하는 동안에도, 국회에서 권력의 지분을 놓고 악다구니를 하는 동안에도, 노동자들은 고층 공사장에서 떨어져 죽고 있다. 인간의 살아 있는 몸이 한 덩이의 물체로 변해서 돌멩이처럼 떨어진다. 땅에 부딪쳐서 퍽퍽퍽 깨진다. 오늘도 퍽퍽퍽, 내일도 퍽퍽퍽.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100600015&code=940702#csidx83e21a6af18188196a7fe822f2715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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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이제 남은 건 이것뿐

[전강수의 경세제민 ②] 변창흠 새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바란다

20.12.10 07:31l최종 업데이트 20.12.10 07:31l
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정의 운동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가 경제정의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정론을 피력하고 그때그때 부각하는 경제 이슈를 해설하는 '전강수의 경세제민'을 연재합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편안히 한다는 뜻으로 썼으며 이 말을 줄인 것이 '경제'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잠시 실현했던 '평등지권 사회'를 회복하기를 꿈꿉니다.[편집자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2020.12.8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2020.12.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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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그동안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24개나 되는데도 부동산값 상승률 역대 정부 최고, 풍선효과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최근에는 매매가격과 임대가격이 동시에 폭등하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와중에 변창흠 LH공사 사장이 새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도무지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중책을 맡게 됐으니 변 후보자의 마음은 기쁘기보다는 착잡할 것 같다. 

대통령 임기가 1년 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 국토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잘못 잡은 채로 3년 반을 지내왔으니 지금 와서 가던 길을 돌이켜 되돌아 나오기도 어려울 것이다. 새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미 실패한 정책이 초래할 피해를 어떻게든 줄이는 것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제대로 해내려면, 이미 시행된 정책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시행된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해 평가한 후, 새 장관이 펼쳐야 할 정책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변창흠 장관 후보자는 오랫동안 한국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온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나 가격규제 만능주의에 물들지 않은 흔치 않은 부동산 전문가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며 살아온 실천적 지식인이기도 하다. 경제학 훈련을 받았기에, 대증요법이나 규제정책의 부작용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상황이 좋을 때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됐더라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요즘처럼 '험악한' 상황에 그리 됐으니 보는 마음이 참 안쓰럽다.   나는 현 정부 들어서 적지 않은 개혁적 지식인들이 정권에 참여해 정책성과를 내기는커녕 자신의 개혁적 정체성마저 상실하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이 글은 변 후보자마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고언이다. 


변창흠 후보자도 내심 동의하리라 생각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는 바로 잡을 생각 없이 윗단추들도 계속 끼워왔다. 작금의 낭패스러운 상황은 그 정책 오류가 유발한 불가피한 결과다. 충언역이(忠言逆耳)이나 이어행(利於行)(바른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함에는 이롭다)이라고 하셨던 공자의 말씀을 상기시키며 몇 가지 냉정한 평가를 하고자 하니, 부디 변 후보자가 유념해주기를 바란다. 

부동산 투기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부동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큰 질곡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으로 전락하여 대수술이 필요한 상태에 도달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정권 초기에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용으로 하는 '세 바퀴 경제정책'을 내세웠지만, 정작 그 세 가지의 발목을 잡는 것이 부동산 불로소득임을 깨닫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란 거대한 괴물과도 같은 존재임에도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필요함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니 올바른 정책 철학 아래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투기를 근절할 개혁 정책을 마련할 리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저 단기 시장조절 정책으로 부동산값이 폭등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하면서 거기에 약간의 주거복지 정책을 덧붙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7·10 부동산 대책 실행을 위한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이른바 '부동산 3법'과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신고법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5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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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증세의 문제점

문재인 정부가 근본대책 대신에 마련한 것은 '핀셋증세'와 '핀셋규제' 그리고 사후약방문식 대책이었다. 부동산 불로소득과 부동산 투기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토지보유세 강화다. 이 정책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서 가격도 안정시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고, 부동산 보유비용을 높여 투기 유인을 억제하므로 선제적 대응의 효과가 크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2018년 4월 서울의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보유세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빗발치자 민간 위원이 다수인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보유세 개편문제를 논의하도록 했다. 같은 해 7월 이 위원회에서 발표한 최종 권고안은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연간 5%씩 높이고 세율을 약간씩 인상해 과세를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세수 증가 효과가 작아서 '찔끔증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이 권고안조차 무시하고 그보다 세수 증가 효과가 작은 정부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쉽게 끌 수 있는 투기 불길을 방치하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이었다. 주지하듯이 그 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종합부동산세는 그 후에도 세 차례 찔끔찔끔 강화됐다.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는 3주택 이상 소유자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소유자에 한정되었다. 2주택 이하 소유자에 대해서는 약간의 세율 인상이 있었을 뿐이다. 토지에 대해서는 나대지 등에 부과하는 종합합산 토지의 세율을 찔끔 인상했을 뿐, 빌딩 부속 토지 등에 부과하는 별도합산 토지의 세율은 이명박 정부 때와 똑같이 그대로 두었다. 게다가 지방 보유세인 재산세는 일절 손대지 않았다. 2020년 7.10대책을 발표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6%로 인상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극소수였다.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정책은 '핀셋 증세', '찔끔 증세'의 전형이었다. 

언론에 의해 '세금폭탄론'이 시중에 확산되면서 실상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똘똘한 한 채' 소유자나 토지·빌딩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시종일관 부동산 부자를 배려한 셈이다. 2020년 11월 3일에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서 자연스럽게 보유세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1주택자 재산세 감면을 거론하는 것으로 보아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시장 상황이나 정권의 소재에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할 보유세 강화 정책을 단기 시장조절용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경우 이번에 강화한 종합부동산세를 다시 완화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심각한 점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배경에 '1주택자는 실수요자,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작금의 투기열풍이 다주택을 보유한 일부 투기꾼들의 탐욕스러운 행동 때문에 발생했으므로, 이들에게 중과세와 규제라는 '벌칙'을 부과하면 열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부분적 진리만을 담은 이 프레임 때문에, '부동산보유세는 벌금이요, 1주택자에게는 투기적 동기가 없다'는 오해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 물론 소수의 민첩한 투기꾼들이 투기열풍을 선도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다수 국민이 그들을 따라 투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1주택자도 얼마든지 투기적 동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보유세는 투기행위를 징벌하기 위해 부과하는 벌금이 아니다. 사유재산이지만 국민의 공공재산이라는 성질도 갖는 토지를 보유하면서 그로부터 편익과 소득을 얻는 데 대해 대가를 징수하는 것이 보유세다. 물론 이 세금을 강화하면 조세의 자본화 효과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하락한다. 다른 말로 하면 부동산보유자가 부담하는 보유비용이 늘어나므로 사람들은 공연히 불필요한 부동산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부동산보유세는 이런 효과를 유발해 결과적으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는 하지만, 투기꾼을 타깃으로 부과하는 벌금이 아니다.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일정한 혜택을 받아 누리는 사람들 가운데 1채를 가진 사람들만 골라내서, 대가 납부라는 공적 의무를 면제해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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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배반적 정책 추진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자극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두 가지가 대표적인데 하나는 연간 10조 원, 총 50조 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투기꾼에게 꽃길을 깔아준 것이다. 

특히 임대주택의 실태를 파악하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 것은 치명적인 오류다.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 투기대책에 거대한 루프홀(구멍, loophole)로 작용했다. 사실 임대주택 등록제를 처음 도입한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이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8년 이상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혜택을 한층 확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2017년 12월 13일 발표된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 오롯이 담겼다. 임대주택 등록 시 취득세·재산세와 임대소득세를 감면하고, 양도소득세 감면을 확대하며, 임대소득세 정상과세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분을 대폭 감면한다는 내용이었다. 

임대주택 등록제가 투기꾼들에게 꽃길을 깔아주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문재인 정부는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혜택을 줄이는 조치를 발표했다. 2018년 9.13대책을 발표해 조정대상지역에서 신규로 등록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했고, 2020년 7.10대책에서는 4년 임대와 8년 아파트 장기임대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기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진 과도한 특혜다. 약 160만 호에 달하는 기등록 임대주택은 기간 만료 때까지 기존의 혜택이 유지된다. 그러니 이미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이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을 내놓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집값을 더 끌어올릴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정책 

문재인 정부는 공급확대 정책을 시장안정의 주요수단으로 삼았다. 2018년 9.13대책에서 수도권 내 교통여건이 좋고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공공택지 30곳을 개발하여 3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이 방침에 따라 2018년 12월 19일과 2019년 5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3기 신도시 5곳(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을 포함하여 총 86곳에 택지를 개발해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0년 8.4대책에서는 기존 공급 목표에 13만 2천 호를 더해 2028년까지 수도권 지역에서 총 127만 호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틀림없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 작용으로 결정되고, 가격 상승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생긴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고 가격 폭등 문제를 공급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급부족론 내지 공급확대론은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자 등 부동산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기 위해 활용해온 단골 메뉴다. 물론 일반상품은 가격 상승 시에 공급을 확대하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이런 원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첫째, 일반상품과는 다르게 부동산 수요에는 투기적 가수요가 더해질 수 있다. 투기적 가수요는 실수요와 달리 단기간에 크게 팽창할 수도 있고 삽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미래 집값에 대한 예상이 투기적 가수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래 집값에 대한 예상이 낙관적으로 바뀌면 투기적 가수요는 급팽창하고, 반대로 비관적으로 바뀌면 급속하게 줄어든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수요에 공급을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고, 한때 크게 팽창한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렸다가는 나중에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둘째, 투기국면에서는 공급확대 정책이 오히려 새로운 투기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 공급확대 정책의 발표 자체가 시장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개발 호재를 던져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토지투기와 주택투기가 일어나기 쉽다. 수요-공급 이론을 적용해서 설명하자면, 정부는 공급곡선을 바깥쪽으로 이동시켜 가격을 안정시키려 하지만 수요곡선이 원래 자리에 머물지 않고 바깥쪽으로 크게 이동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내려갈지 올라갈지 알 수가 없다. 

셋째, 주택의 공급곡선이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급확대 방침을 발표하더라도 실제 공급이 이뤄지는 데는 3~5년이 걸린다. 그러므로 현재 시점에서 공급곡선은 바깥쪽으로 거의 이동할 수가 없다. 앞에서 공급확대 정책을 발표하면 투기가 발생하여 수요곡선이 바깥쪽으로 크게 이동한다고 했다. 이처럼 수요곡선은 바깥쪽으로 크게 이동하고 공급곡선은 원래 자리에 그대로 있다면, 주택가격은 하락하기는커녕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한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내재한다. 우선, 이 방안에 도심 내 군 부지와 공공기관의 이전·유휴 부지를 신규택지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택공급을 증가시키겠지만, 어떻게든 지켜나가야 할 국공유지를 소멸시킨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 국공유지 비율은 30%로 싱가포르(81%), 대만(69%), 미국(50%)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대부분이 공원이나 도로 등 경제적 이용의 여지가 작은 토지들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맞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27일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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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이구동성으로 토지비축 제도를 활용해 국공유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사유지를 민간에게서 강제수용해 조성하는 공공택지도 가능하면 민간 건설업자에게 분양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2020년 8.4대책에서 정부는 군 부지나 공공기관 부지를 활용하여 건설할 주택 중 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얼마나 될지 밝히지 않았으나, 분양주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도심의 국공유지에 주택을 지어서 민간에게 팔아넘긴다니, 과연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내린 결정인지 의심스럽다. 정히 이 정책을 추진하고 싶다면, 토지의 국공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장기공공임대주택이나 토지임대부 주택 위주로 공급하는 것이 옳다. 

설사 장기공공임대주택이나 토지임대부 주택 위주로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자본과 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되어버린 수도권에 주택투자가 더 집중된다면, 지역 간 불균형은 더 심해지고 지방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 정책까지 재가동하겠다는 정부·여당이 이처럼 수도권 비대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토건국가다. 전체 산업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형적으로 크고, '토건족'이 경제정책과 부동산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까지 토건족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때는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을,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 때는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정부에 요구하며 이익을 챙겨왔다.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정책도 외형상 주택가격 안정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토건족의 이해관계를 챙기는 성격이 강하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완수해야 할 단기 과제

이상의 평가를 요약하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가 한국 사회를 옥죄는 최대 질곡임을 인식하지 못했고, 따라서 그것을 해결할 근본정책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할 수 있는 정책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여러 매체를 통해 여러 번 이 정책 전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바 있는데, 아마 변창흠 후보자도 그 내용은 알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길어야 1년 5개월밖에 일할 수 없는 변창흠 장관 후보자 입장으로는 나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난감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장관 재임 중 할 수 있는 간단한 일 몇 가지만 제안하고자 하는데, 변 후보자가 이것만이라도 완수해주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토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2020.12.4
▲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토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20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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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투기꾼들에게 꽃길을 깔아주고 매물을 잠기게 만든 임대주택 등록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바란다. 다주택을 소유한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혜택을 감축하라는 말이다. 당장 혜택을 없애면 혼란이 초래될 터이니 시한을 정해 혜택을 줄여서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을 매각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는 단기간에 주택 매물을 증가시켜 투기 열풍을 잠재울 비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10대책에서 제도의 일부를 폐지하기로 했으나 약 160만 호에 달하는 기등록 임대사업자가 누리는 혜택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게다가 제도 폐지 결정이 아파트에만 해당하고 빌라나 다세대 주택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그쪽 방면에서 투기가 발생하는 것을 방치했다. 

둘째, '핀셋규제'니 '추가대책 마련'이니 하는 말은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말기 바란다. 이런 말들은 정책의 공표효과를 저해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정책 가운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내용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지난 11월 3일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다. 이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만 하면, 보유세 과표 산정의 형평성을 실현하면서 보유세를 보편적으로 강화해 갈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투기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안정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것임을 천명함으로써 부동산정책의 공표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동결 효과를 유발하는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 양도소득세 완화 정책은 홀로 추진할 경우 불로소득을 허용해서 투기를 자극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지만, 보유세 강화와 패키지로 묶어서 추진할 때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다주택자로 하여금 보유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만드는 데 이보다 좋은 정책은 없다. 또 7.10대책에서는 취득세도 대폭 강화했는데 이렇게 모든 부동산세를 강화하는 것은 변칙이다. 이는 빨리 원래대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넷째, 금융규제의 범위에 금융기관 대출뿐만 아니라 전세금까지 포함해야 한다. 전세금에는 임대료의 의미도 들어 있지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제공하는 사금융의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금이 금융규제의 대상에 포함되면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성행한 갭투자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사실 보유세 강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경우, 이런 내용을 갖춘 금융규제가 단기 시장조절의 주요수단이 될 것이다. 그래서 향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여 부양이 필요해 보일 때는 즉시 금융규제 완화로 대처할 수 있다. 다만 금융규제의 틀을 개편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는 원칙 정도를 밝히고 장기 과제로 넘기더라도 상관은 없다. 

사족 : 진정한 시장주의자

국민의힘과 수구 언론은 강한 경로 의존성 아래에서 운신의 폭이 극도로 좁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다. 헨리 조지를 들먹이고 토지사회주의를 운운하며 변 후보자와 그의 주변을 공격하니 말이다. 외국 학계에서는 자유지상주의 계열로 분류되는 헨리 조지가 한국에서는 좌파의 두목쯤으로 여겨지는 현실은 코미디 중의 코미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명토 박아 둔다. 헨리 조지는 물론이고 변창흠 교수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숭상'하는 시장주의자다. 이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반대하는 유일한 요소는 부동산이나 특권에 의존해 얻는 불로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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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경제개혁법 본회의 통과…공수처법도 표결 초읽기

"재벌 앞에서 왜 이리 무력한가" 비판에도 상법 개정안 등 일사천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법 등 3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진행했고 해당 법안은 9일 중 처리가 불가능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가 자동 종료된디는 점을 이용, 10일 소집을 요구한 임시국회에서 이들 법안을 가결시킬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대북전단 규제법 △국정원법 등 3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최종 신청하고, 밤 9시부터 이를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5.18 왜곡처벌법 △사회적참사특별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 신청안을 냈으나 본회의 도중 "양당 협의 끝에 3가지(법안에 대해서만) 진행키로 했다"고 배현진 원내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필리버스터 신청이 철회된 법안 2개는 앞서 진행된 본회의에서 바로 가결됐다.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은 그러나 문언대로 '무제한' 이어지지는 못할 전망이다. 올해 정기국회 회기는 9일 자정까지이고, 국회법은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에는 무제한 토론의 종결이 선포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법106조의2 8항)"고 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을 통해 현행 공직선거법·공수처법이 통과될 때도 여당은 이런 방식으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한 바 있다. 여당에서도 필리버스터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기보다는 "오늘 자정에 저절로 끝나니 따로 조치할 게 없다", "9일은 필리버스터로 시간을 다 보낼 것 같고, 10일 정도에 표결이 가능하지 않을까"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기립 표결로 처리한 데 이어, 같은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에 걸쳐 국정원법·경찰청법·상법·5.18왜곡처벌법(법사위),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사회적참사특별법(정무위), 노동조합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환노위) 등을 모두 일방 처리했다. 여야 간 합의 처리가 이뤄진 곳은 국방위(5.18진상조사특별법) 정도였다.


 

특히 전날 밤 정무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야당으로부터 "입법 사기"(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정무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여한 정의당을 설득하기 위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약속해 놓고는, 전체회의에서는 재계 반발을 고려해 이 부분을 삭제한 수정안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성명을 내어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기 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상정됐을 때, 반대 토론에 나선 것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정의당 소속 배진교 의원이었다.


 

정무위 안건조정위원이었던 배 의원은 토론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는 공정위 스스로 역할 한계를 인정하고 당사자들에게 고발권을 되돌려주는 안"이라며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다. 민주당이 기억상실증인지, 청와대의 특별 지시가 있었는지, '친(親)재벌당' 본색을 드러낸 것인지 해명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배 의원은 또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에서 전속고발권 폐지안을 통과시켜 놓고도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뒤집은 데 대해 "이렇게 할 거면 안건조정위나 소위원회의 심사 권한이 무슨 권한이 있느냐. 최소한의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하고는 "내용적·절차적 공정성과 정당성이 훼손된 이번 안에 동료 의원들이 반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진 공정거래법 개정안 표결 결과는 재석 257인에 찬성 142명, 반대 71명, 기권 44명, 가결이었다. 재석 과반(129명)을 10여 표 넘긴 비교적 아슬아슬한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가결은 됐지만, 민주당 의석 수(174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찬성표가 나온 셈이다. 

정의당 의원 전원은 물론, 국민의힘 등 보수 성향 의원들도 정의당과는 다소 다른 맥락에서였지만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에서도 우상호 의원이 반대 투표를 해 눈길을 끌었고, 박용진·진성준·한준호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도 기권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은 당일 새벽에 있었던 '법안 뒤집기' 사태에 대해 이날 본회의 안건상정 전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 논평을 내어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은 경제민주화를 저버리고 재벌들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법안들"이라며 "본회의에서 반드시 수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무위에 그쳤다.


 

공정거래법과 마찬가지로 '개혁 후퇴'라는 비난이 일었던 상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 처음 순서에서 일찌감치 통과됐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조정훈 의원이 나서서 "국회는 재벌 앞에 왜 이렇게 무력한가"라며 기업 감사위원 임명시 대주주(연결주주) 의결권 제한이 '합산 3%'에서 '개별 3%'로 변경되는 등 법안심의 과정에서 원안보다 내용이 후퇴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조 의원과 정의당 의원들이 반대 표결을 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의 반대 이유는 정의당·시대전환과는 정반대로 '지나친 규제로 기업을 옥죈다'는 것이었다. 상법 개정안 표결 결과는 재석 275인 중 찬성 154명, 반대 86명, 기권 35명이었다. 이 역시 찬성표가 민주당 의석 수에 미치지 못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상법·공정거래법 등 '공정경제 3법'을 포함한 법안들이 다수 처리될 수 있었던 것은 '무쟁점 법안은 필리버스터 실시 이전에 먼저 통과시키자'는 여야의 신사협정 덕분이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회의 모두에 "주호영 의원 등 102인(국민의힘)으로부터 무제한 토론 요구서가 제출된 안건은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상정을 잠시 보류하고, 무제한 토론 요구서가 제출되지 않은 다른 안건부터 먼저 상정해 심의·의결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이날 본회의 상정 안건 131건 가운데 필리버스터 대상 안건과 여야 추가 협의가 필요한 안건 등을 제외하고 약 100여 건의 법안·결의안·비준동의안 등을 통과시켰다. 김기현 의원부터 시작된 야당의 '무제한' 토론은 다른 안건들의 처리가 모두 마무리된 후, 밤 9시 정각이 돼서야 비로소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091644427893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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