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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확보 늦었다는 야당·언론...의료계 “필요 없는 불안감 부추겨”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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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12/20 08:57
  • 수정일
    2020/12/20 08:5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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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독감 백신 공포 부추기던 야당·언론, 코로나 백신은 ‘안전성’ 무시하라니...”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2-19 19:50:51
수정 2020-12-19 22: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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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4일(현지 시간) 뉴욕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첫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 14일(현지 시간) 뉴욕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첫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뉴시스/신화통신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정부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두고, 정작 의료계에서는 "필요 없는 불안감을 부추겨 정치쟁점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아직 효능이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은 '코로나 백신'을 정치 쟁점화시켜 당장 시급한 치료병상 및 의료인력 확보에 대한 논의를 방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2021년 2~3월 접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국민 60%에 해당하는 4400만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회사와 협상 중이다.

지난 1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측은 백신 도입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백신 개발 완료 전에 유효성이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불가피하게 선구매해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한 임상시험 중단사태 등을 감안해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부작용을 부각해 백신 구매가 늦어진 데 대해 방어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안전성 운운하며 여유를 부렸던 안일함의 결과"라며 "문책이 두려워 나서지 못했던 무능함의 귀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 개발에 동참해 물량을 확보하고 곧바로 자국민들에게 접종하는 외국 정부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라며 "그 나라 국민들이 왜 이리 부러울까"라고도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자료사진)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자료사진)ⓒ뉴시스

"백신 아직 불확실...의료 무너진 미국·유럽만큼 위험 감수할 이유 없어

이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들은 실제로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며, 야당들이 이를 필요 이상으로 정치쟁점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10월엔 보수야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 일부 언론이 독감(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키며 백신 접종 중단까지 주장하더니, 이번에는 '백신 안전성은 핑계'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인의협) 정책국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독감백신은 이미 계속 사용돼 검증이 된 백신인데도 보수야당이나 의협에서 인과관계가 없는 접종 후 사망 사례를 부각하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안정성은 핑계'라면서 코로나 백신 확보가 너무 늦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지난 10월) '조선일보'는 1면에 '독감 백신 사망자'라고 실으면서 백신 불신을 조장해 놓고, 이제와서 코로나 백신을 선구매로 확보 안 했다고 문제제기하는 건 웃기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방역 상황상 접종을 서두를 때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말대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부족한 만큼,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접종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 유럽 등 국가들은 이미 방역체계가 무너져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접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3만명을 대상으로 한 3상임상시험을 완료했으나, 통상 8년 이상 걸리는 과정을 1년만에 개발했고 충분한 추적관찰이 이뤄지지 않아 확실한 안전과 효과를 담보하기엔 부족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상임상시험을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아직 코로나 백신은 불확실하고 그 효과도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면서 "미국, 유럽은 우리보다 방역이 안 된 상황이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백신 불신'이 훨씬 심한 미국에서 유명인사의 접종을 내세우며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접종을 장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정책위원장은 "오히려 한국이 방역 성공으로 다국적 제약회사로부터 갑질을 당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진한 정책국장도 "한국의 방역상황도 시시각각도 바뀌니까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도 "과학적으로보면 백신들의 임상시험이 안 끝났으니 지켜보다 접종을 진행하는 게 옳지만 급박한 상황이라 용인되는 것일 뿐이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백신 접종을 서두른다 해도, 보수야당 등이 이미 독감 백신 때부터 불안감을 조성해 온 만큼 순탄하게 접종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한국리서치 등에서 실시한 12월 3주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접종 여부와 관련해 "안정성이 검증될 경우에만 맞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4%에 달했다. 반면 "조건 없이 맞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아예 "맞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 비율도 7%나 나왔다.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14일~16일간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9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대비해 주사기에 레벨을 붙이고 있다. (자료 사진)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9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대비해 주사기에 레벨을 붙이고 있다. (자료 사진)ⓒ뉴시스/AP

"백신 접종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보다 빨리 완료하는 게 중요"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접종 시작 시기'가 아니라 '접종을 빠르게 완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60%가 접종을 완료해야 집단면역력이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접종 시작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종료하는 시점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에서 지금 접종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미국은 백신 불신이 큰 상황이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느냐가 더 큰 문제가 될 것"라고 말했다.

특히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의 경우에는 영하 70도 환경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운송부터 보관, 접종에 이르기까지 다른 백신과는 다르게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해 이에 맞는 접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 정책위원장은 "화이자 백신의 경우에는 일정한 규모에서만 진행할 수밖에 없어 접종 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1천만도즈(1회접종분)를 어떻게 가지고 올 것이며 어떻게 맞추겠다는 대책도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접종하기 위해 고령자들을 한곳에 모았다가 거기서 아웃브레이크(전염 확산)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것에 대한 꼼꼼한 대책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만 서둘러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코로나19 유행상황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전진한 정책국장은 "전 세계에서 다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면서 "지금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몇몇 나라들을 제외하고 제3세계 등에서는 아예 백신에 접근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 백신이 부족하기보다는 선진국 등 일부 국가가 백신을 독점하는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면서 "모든 국가가 집단면역을 가져야 이 사태가 끝나는 건데, 백신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도 "한국이 백신을 먼저 맞아서 마스크를 벗게 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이라며 "외국인을 아예 입국금지하고 있는 대만도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국민 확진자 때문에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어제 하루 3만2천940건의 검사 결과 총102명의 숨은 확진자 발견된 가운데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가 마련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2.18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어제 하루 3만2천940건의 검사 결과 총102명의 숨은 확진자 발견된 가운데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가 마련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2.18ⓒ김철수 기자

"당장 병상 없어 사망하는 환자들 있는데...백신 정치쟁점화 도움 안 돼"

전문가들은 백신을 지나치게 정치쟁점화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 정책위원장은 "지난 독감백신에 대한 불안감 조성으로 독감 백신이 500만도즈나 남았다. 그만큼 올해 고령층의 항체 형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가짜뉴스 등으로 비과학적 주장을 하면서 국민들의 안녕을 해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백신에 대한 논란으로 지금 방역에서 시급한 병상확보 문제 등에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정책위원장은 "지금 중요한건 치료 대응이다. 일일 확진자가 지금 1천명 수준이 되면서 병상이 부족해졌는데 이건 왜 문제제기를 안 하느냐. 민간병원 눈치 보는 것 아닌가"라며 "백신을 정치쟁점화 하는 게 병상 부족을 외면하는 민간병원에 면죄부를 주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집에서 입원대기하다가 사망하는 환자가 생기고 의료진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백신 선구매를 계속 이야기 하는 건 황당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전진한 정책국장도 "만약 백신접종이 시작되도 내년 하반기에나 완료되고 집단면역이 형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당장 눈앞에서 병상이 부족해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병상확보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 거리두기 3단계로 올리지 못하는 것도 사회경제적 타격 때문인데,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라든지 노동자 보호 대책을 빨리 마련하는 게 백신보다 우선순위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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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노동자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 나서다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0.12.18 14:12
  •  
  •  댓글 0
 
 
 

‘차별 해소’ 요구했는데 ‘차별 격차’ 심화시키려는 시도교육청
‘복리후생 차별’ 대법에서도 위법 판결 했지만… 교육청은 ‘예산’ 핑계만
학비 연대회의,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 결의

겨울 한파 속, 학교 비정규직(학비) 노동자들이 다시 총파업에 나서야 할 판이다. 초등돌봄 노동자, 학교 급식실 노동자 등 전 직종 노동자들이 총파업이다. 파업의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12월24일).

▲ 15일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 후 각 시도교육감 면담을 요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진 :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
▲ 15일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 후 각 시도교육감 면담을 요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진 :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

‘급식 대란’이라는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학교 급식실, 행정실, 돌봄 노동자 등 학비 노동자들의 파업은 국민적 지지와 관심 속에 진행돼왔다. 그러나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 매해 거듭되는 교섭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학비 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 연대회의)를 꾸려 교육부, 그리고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해 왔다. 올해로 집단교섭 4년째다. 올해도 6월에 시작된 집단교섭은 9월 말까지 교섭절차 합의조차 이루지 못해 난항을 겪었고 10월8일에서야 교섭절차를 합의하고 2020년 본격적인 교섭을 시작했다. 본교섭 2회, 실무교섭 8회가 끝났다.

“또다시 2020년 임금교섭을 파국과 파업사태로 몰아가는 책임은 전적으로 시도교육청과 교육감들에게 있습니다.”

학비 연대회의는 올해 코로나 장기 확산 상황까지 감안해 “예년보다 낮은 임금인상 타결도 가능하다”는 양보의 자세로 임하며 사용자 측인 시도교육청에 빠른 교섭타결을 기대하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사측은 늦장 교섭도 모자라 교섭 시작 두 달이 넘도록 노동자들에게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노조를 항복시키려는 교섭안만 고집하며, ‘파업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교섭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학비 연대회의의 주장이다.

수년간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요구해온 학비 노동자들은 올해도 차별을 줄이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차별을 확대하려는 시도교육청과 싸우고 있다. “시도교육청들이 코로나 시국을 비정규직 차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 지난해 7월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등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해 7월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등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최저임금 인상률’만큼도 안되는 임금인상률… 차별 격차 더 커져

그동안 집단교섭을 통해 조금씩 차별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지만 올해도 ‘차별 해소’는 현실과 먼 얘기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라는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5%. 정부 공무직위원회도 “공공기관 비정규직인 공무직의 기본급을 1.5%를 인상해 ‘하후상박’의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사측은 공무원 인상률 0.9%(월1만5천원) 인상안만을 고집하고 있다.

“정규직인 공무원들은 0.9% 기본급 인상액 외에도 기본급에 연동된 명절휴가비 등과 호봉인상분을 더해 연평균 인상 총액이 100만 원을 웃돈다. 반면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에게 제시한 인상액은 기본급 0.9% 인상이 거의 전부다.” 비정규직은 근속임금 자동인상분까지 더해도 연 60여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양보안을 냈고, 양보할 순 있지만, 차별 확대에 굴복할 순 없다”는 학비 연대회의는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을 앞두고 다시 한번 최종안을 내놨다. 1.5%(월2만7천원) 인상안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근속임금 격차’다.
정규직은 매년 호봉이 자동 승급된다. 학교 비정규직도 호봉은 아니지만 매년 근속임금이 인상되는데 그 수준은 정규직 호봉인상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규직은 호봉제에, 정근수당과 정근수당가산금이 있고(연 8~12만 원) 근속임금의 상한이 없지만, 비정규직은 1년에 3만5천 원의 근속수당만 있으며 근속임금 20년 상한제를 적용받아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차별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요구한 건 비정규직의 근속수당을 최소 1천 원이라도 인상하자는 것, 상한제를 폐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동결’만을 주장하며 차별의 격차를 더욱 늘리려 하고 있다.

▲ 자료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 자료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법원 판결도, 정부 가이드라인도 무시하는 ‘복리후생 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은 복리후생 부분으로까지 이어진다.

복리후생 차별은 법원에서도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아왔다. 업무의 성질, 업무량, 업무의 난이도와 무관하게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 차별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위법’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정액급식비’와 ‘교통보조비’도 업무와 관계없이 실비변상 차원에서 지급되므로 이들 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조리직렬 기능군무원에게 가족수당과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를 지급하면서 민간조리원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불리한 처우에 해당함).

학비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 중 하나가 명절휴가비, 식대, 복지포인트 등 ‘복리후생 차별 해소’다. 정규직은 연 190~390만 원의 명절휴가비를 받고 매년 기본급 인상에 따라 그 금액이 인상되는 것에 반해, 비정규직이 받을 수 있는 명절휴가비는 평생 연 100만 원에 불과하다. “명절휴가비를 공무원과 같은 금액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지급기준’이라도 차별 없이 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이며, 당장 지급기준도 맞추기 어렵다면 단계적 방안이라도 제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은 이 역시 “오직 동결”만 주장하고 있다.

학비 노동자들은 “복리후생적 금품을 차별 없이 지급하는 것은 정부도 확인한 ‘원칙’이며 ‘약속’”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엔 “복리후생적 금품(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식비, 출장비, 통근버스·식당·체력단련장 이용 등)은 불합리한 차별 없이 지급하고, 휴게공간 확충 및 비품 제공 등 지속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서울·인천·세종·충북·광주·전남·경남·제주 등 8개 시도교육감은 지난 교육감선거당시 노동조합과 정책협약을 맺으며 “복리후생성 임금의 차별만큼은 해소해 공무원과 동일하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런 당사자인 경남교육청 박종훈 교육감은 올해 집단교섭에서 사측 교섭대표를 맡고 있다.

▲ 지난 10월15일 여의도 국회 앞. ‘학교비정규직 법제화, 코로나 집단교섭 촉구’하며 삭발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 지난 10월15일 여의도 국회 앞. ‘학교비정규직 법제화, 코로나 집단교섭 촉구’하며 삭발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예산삭감’ 핑계대지 마라”

시도교육청이 차별 해소 의지 없는 ‘동결’만을 강요하는 교섭안을 내미는 근거는 ‘내년 예산 3.7%가량 삭감’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교육청이 이런 근거를 들먹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삭감 폭이 크지도 않을뿐더러 “시도교육청들은 늘 예산의 불확실성과 어려움에 대비해 쓰지 않는 잉여금을 운영해왔다. 특히 올핸 코로나로 인해 집행되지 않는 예산이 적지 않다.” 사측의 ‘예산 핑계’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 예산 타령 역시 사측의 관행적이고 반복적인 행태였다. 또, “최근 수년 동안 매년 예산이 늘어왔을 때에도 사측은 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교섭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점으로 볼 때 올해도 ‘예산 삼각’을 이유로 대는 사측에게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2016~2020년 각 교육청별 예산 및 결산을 비교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각 교육청이 최근 재정안정화기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조치로 특정 기금 등을 통해 여유재원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재정안정화기금 증가는 각 년도 세입 변화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재정평탄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반면 지나친 규모의 재정안정화기금 적립은 국가 전체 재정의 칸막이를 만들고 단년도 회계연도 원칙을 벗어나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매년 관리재정 수지가 적자인 중앙정부는 국가부채를 발행하면서 교육청에 재원을 이전하는 반면, 이전재원을 받은 교육청은 순세계잉여금 또는 재정안정화기금 형태로 현금을 쌓아놓는데, 이것은 국가 전체 재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예산이 삭감됐다’는 핑계로 차별해소 아닌 차별 확대를 낳는 교섭안에 대해 학비 노동자들은 “전체 교육예산 중 공무원과 교사들 급여는 법에 정해져 있어 조정이 어렵고, 사업예산도 부서별 예산이기에 조정이 쉽지 않으니, 결국 법적 규정이 없는 학교비정규직 임금을 줄여 예산삭감을 만회해 보겠다는 얄팍한 수”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 크리스마스 이브 파업 준비하는 학비 노동자들. [사진 :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 크리스마스 이브 파업 준비하는 학비 노동자들. [사진 :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학비 연대회의는 교섭이 절차합의조차 이루지 못하고 교착에 빠졌던 지난 9월, 약 3주간 2020년 임단협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전국 약 9만 2천여 명의 국공립 조합원이 참여해 ‘투표율 75.65%, 찬성률 83.54%’로 이미 쟁의행위를 가결한 상태다.

학비 연대회의는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을 선언한 15일, ‘차별 해소’를 위한 최종 수정안을 던졌다.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종 수정안의 내용을 교육감에게 직접 밝히고 “코로나를 기회로 인건비 절감에만 몰두하고, 결정 권한도 없는 교섭위원들만 앞세우지 말고 교육감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은 돌봄노동자 파업과 함께 진행된다. 교사 돌봄업무 경감과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 전환 등 학교돌봄 운영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학비 노동자들은 코로나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방법으로 파업을 준비하며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을 결의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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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바이러스 파이터’ 이재갑 교수 “지금을 정점으로 만들지 않으면 ‘봉쇄’밖에 없다”

김민아 선임기자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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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20년 내내 코로나19와 싸워왔다. 정부가 낙관론을 펼 때마다 경고해온 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예언자 ‘카산드라’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 14일 강남성심병원에서 촬영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20년 내내 코로나19와 싸워왔다. 정부가 낙관론을 펼 때마다 경고해온 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예언자 ‘카산드라’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 14일 강남성심병원에서 촬영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비관적 예측 틀리면 다행, 감염병 전문가의 숙명이죠”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공주다. 미래를 내다보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는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놔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예언을 외면한 트로이는 결국 멸망한다.

감염병 전문가 이재갑(46·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카산드라로 불렸다. 겨울철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하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본부장 정세균 국무총리)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본부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책을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러스 파이터’다. 2003년 전공의 4년 차 때 사스를 경험했다. 2009년 조교수 발령을 받자마자 신종플루를 겪었다. 2015년 초엔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돼 에볼라와 싸웠다. 귀국하고 두 달 만에 메르스를 만났다.

2020년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섰다. ‘신천지 관련’ 1차 유행 때는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50일간 당직을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낮에는 외래 진료와 정책자문, 커뮤니케이터로 동분서주한다. 밤에는 병원에서 대기하며 중환자를 돌본다. 코로나19 검사도 세 번 받았다. 모두 음성이 나왔다.

이재갑은 이달 1일 수도권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α’로 조정되기 직전 생활방역위원회(11월26일)에서 ‘2.5단계 상향’ 의견을 냈다. 반영되지 않았다. ‘핀셋 방역’을 강조하던 중대본은 며칠 뒤 2.5단계로 높였으나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 그는 “방역은 정부 주도성이 강한 영역이고, 방향을 잘못 잡으면 피해가 매우 커질 수 있다”며 “그래서 심각하면 심각하다고,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으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비관적)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 틀리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 준비하자’고 말하는 게 감염병 전문가의 의무”라고 했다.

주말인 지난 12일 경향신문사에서 이재갑을 만났다. 토요일 외엔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인터뷰한 다음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다.

‘바이러스 헌터’ 이재갑. 권호욱 선임기자

‘바이러스 헌터’ 이재갑. 권호욱 선임기자

‘바이러스 파이터’에게 코로나19의 현재와 미래를 묻다 

이재갑은 바빴다.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에서도 왔지만 언론사에서 찾는 전화가 더 많았다. 그는 신속하게 받고, 차분하게 답했다.

-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심각합니다. 원인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복잡다단한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우선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입니다. 바이러스의 생존에 유리하고, 사람들의 실내활동이 늘어났습니다. 다음으로 시민들이 많이 지쳐 있어요. 사실 가을·겨울에 유행이 커질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예상대로 가고 있는 것이지요.”

- 전문가 입장에서 안타깝긴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라는 건가요.

“저희가 ‘데자뷔(deja vu·기시감)’라고 하는데요. 20세기 초 스페인독감의 유행 커브를 코로나19와 대비해서 보면 거의 비슷하게 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상황을 보며, 사람들은 어쩔 수 없구나 생각했어요. 미국이나 유럽은 의료수준이 나으니까 충분히 대비했겠거니 했거든요.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초기부터 가을·겨울 대유행을 경고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서구 선진국 중 가장 나았던 독일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상상할 수 있는 미래’만 상상하고 ‘대비 가능한’ 미래만 준비하는 것 같아요. 우리도 지금 가진 커패시티(capacity·역량)로 가능한 것만 준비했을 뿐, 그 이상의 것은 상상조차 꺼렸지요. ‘설마 그러겠어’ 하는 심리가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거죠.”

- 그런 측면에선 정부와 시민이 마찬가지입니까.

“우리가 1·2차 유행을 가볍게 앓은 게 외려 독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3차 유행은 1·2차 수준의 대비로는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이미 예상됐거든요. 감염병 전문가들은 그 부분을 계속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에선 1·2차 유행에서 자신들이 잘해서 버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시민들도 1·2차 유행 때 정말 많이 노력해준 건 사실인데, 지금은 1·2차 때 노력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안타깝게도 그 부분에서 실감을 덜 하고 계신 것 같아요. 3차 유행에선 지역사회에 훨씬 더 만연돼 있어서, 1·2차 때 했던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수준만으로는 대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 3차 유행의 정점은 언제 올까요.

“(하루 신규 확진자 1000명 안팎인) 지금을 정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가 올 겁니다. 의료자원 자체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까요. 더 악화되면 유럽이나 미국처럼 누군가 중환자실에 못 가서 죽고, 의료진은 산소호흡기를 누구한테 달아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실제 일부 국가 병원에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온 환자에 대해 치료 못한다며 DNR(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를 받아 일반병실로 옮긴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 서울의료원 공터에 컨테이너식 병상을 설치하는 광경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연합니다. 의료자원이 소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니까요. 충격을 안 받는다면 무감각해진 거죠.”

실제 병상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60대 확진자가 자택 대기 중 사망했다. 경기 부천시 요양병원에서도 70~80대 확진자 3명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졌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자택 대기 중인 환자는 모두 496명(18일 0시 기준)에 이른다.

- 만약 지금을 정점으로 만들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더 이상 가면 파국이고요. 확진자가 2000~3000명 가면 완전히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할 겁니다. 그 상황이 오면 ‘록다운(lockdown·봉쇄)’하고, 밖에 나오면 벌금 물리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K방역’ 이야기하며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해왔는데, 그 부분에서 시험대에 오른 겁니다. 국민 개개인의 자유까지도 막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3단계 상향을 이야기하는데요. 조금만 더 나빠지면 3단계조차 의미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 3단계도 록다운은 아니지요.

“(거리 두기 단계에) 록다운은 포함돼 있지 않아요. 하지만 3단계에서도 안 되면 록다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시민들은 ‘조금만 더 악화되면 내가 차 타고 다니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된다’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통합하고 끌어가려면, 정부가 정책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정확히 알려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1·2차 유행 때는 사실 엉겁결에 당한 측면이 있었어요. ‘표적’으로 돌릴 대상도 있었고요. 지금은 표적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 당장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현실 인식이 먼저입니다. 지금껏 안일하게 생각해 온 부분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사과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곤 지금부터는 우리도 정신차리고 열심히 할 테니,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해야 합니다. 병상 문제 해결이 시급한 만큼, 민간병원을 통해 병상 확보를 서둘러야 하고요. 3단계보다도 더한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 부분을 준비해야 합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94명 늘어 누적 3만8755명이라고 밝힌 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병원 음압병동에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5일 이후 사흘 만에 일일 확진자 수가 600명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는 전날 검사 건수가 평상시의 절반 수준임에도 신규 발생한 수치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94명 늘어 누적 3만8755명이라고 밝힌 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병원 음압병동에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5일 이후 사흘 만에 일일 확진자 수가 600명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는 전날 검사 건수가 평상시의 절반 수준임에도 신규 발생한 수치다.

1918년 스페인독감 유행 커브와 비슷
악화 땐 산소호흡기 우선 순위 따지게 될 것
초반에 ‘병상’ 낙관했다가 부족 문제 키워
복잡한 의사결정구조가 신속 대응 막아
정부, ‘록다운’ 갈 수 있다는 것 인정해야
 

- 현재 가장 불안한 요소는 뭔가요.

“지역사회에 만연한 감염이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침범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도 수술실 간호사 1명이 확진돼 전체 수술이 중단됐다가 2~3일 만에 겨우 정상화됐어요. 수술실 간호사 10명이 자가격리 상태예요.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전국 대부분 병원이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의료진이 감염됐든지, 환자·보호자 중 확진자가 있든지 아마 20~30명씩은 자가격리하고 있을 거예요. 병원의 기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특히 우려되는데요.

“요양병원 한 곳에서 감염이 시작되면 환자가 70~80명씩 발생합니다. 그분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려고 해도 수용할 공간이 없습니다. 결국 그대로 두고 ‘코호트 격리’(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하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 가장 비참한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시민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다른 게 없습니다. 스스로 록다운한다는 심정으로 지내야 합니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거리 두기 3단계 상향 기준(1주 평균 800~1000명)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3단계 상향을 주저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희생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 단계를 제대로 준수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 정부가 거리 두기 단계를 올리지 않으면서 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제 정부도 솔직해져야 합니다.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다, 언제든 록다운으로 갈 수 있다, K방역의 상징인 국민의 자발적 참여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아직도 1·2차 유행 때 잘 막은 데 취해 있어요. 1·2차 때는 운이 좋았던 걸로 봐야 합니다. 특히 1차 유행 때는 다른 나라에 없던 진단체계가 우리나라에선 갖춰져 있었거든요. 지금 다 갖춰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응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현재의 유행패턴이 상당히 어려운 패턴이라는 의미입니다. 3단계로 상향해서 2주 정도 강력하게 시행해야 병상 확보 등 의료체계를 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방역 거버넌스는 복잡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총리실)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부처별 협력을 총괄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복지부)는 의료기관·병상 관련 사항과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문제를 맡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질병관리청)는 상황 판단과 역학조사, 구체적 의료지침을 담당하고 있다. 이재갑은 최근 이같이 복잡한 구조가 효과적 방역대책 수립을 저해한다며, 의사결정체계를 단순화하자고 주장해왔다.

- 중대본이나 중수본에서 전문가들 견해를 청취하지 않습니까.

“지난 8월 2차 유행 이후 중수본에서 민간 전문가 의견을 거의 물어보지 않아요. 거리 두기 문제를 자문하는 생활방역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회의 외에는 저한테 물은 적이 없어요. 다른 민간 전문가도 마찬가진 것 같더라고요. 1차 유행 때 잘 막았다는 자신감의 발로겠죠. 그런데 오판입니다.”

- 2차 유행 때 병상 위기가 있었잖아요.

“그랬지요. 그 후 3개월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병상 준비를 제대로 안 했어요. 방대본서 계속 경고를 보냈는데, 중수본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거든요. 중수본에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는 그룹 가운데 뭔가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이들이 있지 않나 싶어요. 감염병 전문가들 가운데 극히 소수이고 비주류로 분류되는 일부 인사들이 ‘고위험군을 주로 막으면서, 유행을 어느 정도 용인해도 된다’는 주장을 해왔어요. 이런 정보들이 중대본·중수본의 기조를 틀어놓은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듭니다.”

- 중수본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계신데요.

“과격하게 들리겠지만, 지금의 의사결정구조로는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상황 판단은 방대본이 하지만, 병상 가동 등 정책으로 만드는 건 중수본이에요. 상황 판단이 정책에 반영되는 과정이 계속해서 막히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결정이 자꾸 한 템포씩 늦어지는 겁니다. 의사결정 라인을 슬림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방대본과 중수본에 더해 정부 지원부서와 민간 전문가까지 포괄하는 태스크포스(TF)를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어요. 현장의 움직임이 반영되고, 결정이 되면 빨리 시행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오는 27일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정부는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면서도 제품별 도입 시기와 물량, 접종 시기와 대상 등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백신 확보 전략이 한발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한국의 백신 확보·접종 전략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신종 감염병 백신이 1년이라는 단기간에 나온 상황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 백신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모두 유사 이래 처음입니다. 구매 전략, 접종 전략, 유통 전략, 백신으로 인한 방역 변화의 시뮬레이션까지 다각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우선 안전하면서도 신속하게 접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또 사람들이 백신만 맞는다고 안심하면 안 되거든요. 마스크는 어떻게 씌울 건가, 어떤 식으로 방역을 완화할 것인가 등 로드맵을 갖고 가야 합니다. 범정부 차원의 백신추진단을 만든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준비해도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 시민의 기대에 비해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지 않은가요.

“협상 문제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이제는 공개된 상황이니까 적정한 수준에서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소상하게 알릴 필요가 있어요. 백신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기자들이 간담회 같은 방식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재갑은 백신 문제와 관련해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국제적 연대를 같이 꾸려가야 합니다. 우리만 접종한다고 코로나19가 해결되지 않아요. 접종을 시작하고 유행이 어느 정도 잦아들어 여유분이 생긴다면 취약한 국가들에 백신을 빨리 접종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 시민들이 염두에 뒀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백신에 대해 기대를 품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정말 많아요. 내 팔에 주삿바늘이 꽂힐 때까지 수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는 걸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바이러스 헌터’ 이재갑. 권호욱 선임기자

‘바이러스 헌터’ 이재갑. 권호욱 선임기자

“코로나19로 더 많은 피해 보는 건 소외계층…감염병으로 일 못하게 돼도 먹고살 수 있는 여건 만들어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지난 1월7일. 이재갑은 질병관리본부(질본·현 질병관리청)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중국 우한을 다녀온 사람이 폐렴 의심 증상이 있어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이 시작된 순간이군요.

“첫 번째 의심환자였지요. 그로부터 사흘 후 질본 주최로 ‘민간감염병전문가 자문회의’가 열렸습니다. 정은경 본부장 주재로 저를 포함한 전문가 10명 정도가 참석했습니다. 회의에선 검사체계를 갖추는 문제를 논의했고, 바로 다음날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해당 환자는 음성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그때까지 중국은 지역사회 감염 여부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었다. 긴장도가 높아졌다.

“1월26일 3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그와 함께 식당에서 한 시간 정도 밥을 먹은 6번 환자가 나흘 후 확진됐습니다. ‘망했구나’ 싶었습니다. 메르스보다 훨씬 전파력이 강하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2월18일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발생했다. 이튿날에는 청도대남병원에서 환자 한 명이 폐렴 증세로 숨진 뒤 확진됐다. 첫 사망자였다. 1차 유행의 시작이었다. 이재갑은 2월20일 대구로 향했다.

-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등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냈다고 들었습니다.

“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위원회에 정책팀이 있는데 단체 메신저방에 선별진료소 운영 아이디어를 논의해보자고 올렸어요.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도 그 방에 있었는데, 김 과장이 2018년 저와 함께 생물 테러 대응을 연구한 걸 떠올리며 ‘드라이브스루 검토했잖아요’ 하더라고요. 사흘 후인 2월23일 칠곡경북대병원에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처음 문을 열었지요.”

생활치료센터 아이디어도 제안했지만 실현에 이르기까진 쉽지 않았다.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 1급 감염병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다’ ‘사망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느냐…’ 등 행정논리 때문이었다. 입원대기 환자가 2000명을 넘어서고 방대본에서 관련 지침을 만들어주면서 3월4일 첫 생활치료센터가 개소했다.

“바이러스가 사람(의 대응)을 만든 거죠. 바이러스는 자기 타임라인대로 가고 있었으니까요. 사람이 거기 맞춰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1차 대유행은 이재갑에게 씻기 힘든 트라우마도 남겼다. 9명이 목숨을 잃은 청도대남병원의 비극이다. 당시 청도대남병원 환자를 받아줄 데가 없어 서울의 한림대강남성심병원까지 전원이 이뤄졌다. 중환자 3명을 받았는데, 1명은 오자마자 사망했다. 2명은 인공호흡기를 단 채 투석을 이어갔다. 이재갑은 50일간 당직을 했다. “낮에는 주니어 스태프들이 진료를 보고, 저는 청도대남병원이나 민간전문가 자문위원회에 갔어요. 밤에는 그 친구들 쉬게 하고 제가 입원 환자 당직을 섰습니다. 하루 4~5시간 잤으려나요.”

- 2015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와 싸운 이후 가장 고단했을 듯합니다.

“에볼라 때 한 달 정도 계속 밤을 새우다시피 했죠. 50일간 당직 선 건 전공의 1년차 이후 처음입니다.”

- 심리적으로도 힘든 일을 겪었지요.

“의사가 환자 때문에 힘든 건 숙명이죠.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저를 ‘방역 비선’이라고 하는 등 쓸데없는 논쟁에 휘말리다 보니 마음고생이 더 심했어요.”

- 8월 2차 유행 이후엔 비관론자라며 ‘카산드라’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2차 유행 전까지만 해도 경고를 하면 ‘그럴 수 있지’ 하고 받아들였는데, 2차 유행 중반부터는 ‘비관론자야, 왜 이렇게 경고만 해’ 식으로 바뀌었어요. ‘양치기 소년’처럼 된 거죠. 그 무렵 ‘시민도 먹고살려면 어느 정도 감염을 용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세력이 부상했고요.”

중대본은 지난 10월 1단계 기준인 ‘하루 확진자 50명 미만’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단계를 낮췄다. 이후엔 거리 두기 체계를 5단계로 개편했다. ‘세분화’라고 했지만 실상은 ‘약화’였다.

- 생활방역위원회 등에서 거리 두기 단계 강화 등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간 전문가로서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제가 메르스에 대응할 때는 박근혜 정권이었고, 에볼라 현장에 다녀온 뒤에 훈장도 박근혜 정권에서 받았습니다. 현 정권을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비판적 시각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제 목표는 이 정권이 잘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잘되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방역을 잘하고 국민들이 피해를 덜 보는 겁니다.”

-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는 책도 냈습니다. 반응은 어떤가요.

“2쇄까지는 찍었는데 3쇄가 길어지고 있네요(웃음). 온라인에 오른 서평들을 보면 ‘코로나19가 단순한 감염병 유행이 아니다, 취약한 구조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쓴 데 많은 분이 공감해주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등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4월 대구 영남대병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차량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위 사진). 경북 문경의 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경증 환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등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4월 대구 영남대병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차량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위 사진). 경북 문경의 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경증 환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감염학회서 탄생한 ‘드라이브 스루’
생활치료센터는 행정 문제로 초기 어려움
정은경은 권한보다 책임에 집중하는 리더
의사로서 보람?…1차 유행 잦아들었을 때
국내 감염병 체계 정비에 ‘역할’ 하고싶어
 

- 책에서 “취약한 곳은 재난 후에도 취약하다”고 했습니다.

“1차, 2차, 3차 유행에서 피해를 보는 그룹이 모두 똑같습니다. 코로나19를 최소 1년 반 넘게, 2년 정도 겪을 거잖아요. 2년을 겪고도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채 또 다른 팬데믹 상황을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살 만한 공동체가 되려면, 소외된 계층이라는 이유로 감염병 피해를 보지 않는 구조가 되려면, 5년이든 10년이든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감염병 유행이 지나고 나면 백서가 나오는데 매번 똑같은 이야기예요. 아주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근본적 구조 개선은 외면합니다.”

이재갑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기본소득’이나 ‘전 국민 고용보험’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먹고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필요해요. 우리나라가 누구든 잘 살 수 있는 국가인지, 아니면 부자들만 잘 살 수 있는 국가인지 판가름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봅니다.”

- 거리 두기 문제도 지원책과 함께 가야 되겠지요.

“맞습니다. 만약 1단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취약한 곳이 취약해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해요. 그래도 너무 취약해서 문 닫게 해야 한다면,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이 같이 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2m 거리를 두고 영업해도 업주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배달·포장만 허용한다면, 배달·포장해가는 소비자에게 할인해주고 대신 정부가 업주들에게 보전해주는 방식이 필요하고요. 지금 생활방역위원회에서 거리 두기 문제를 자문하는데, 실질적으로 돈 푸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한 위원회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수도권 거리 두기를 ‘2단계+α’로 조정할 때 중대본은 ‘생활방역위원회와 논의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그 직전 위원회(11월26일)에서 저와 다른 한 분만 단계를 올리자고 했거든요. 최근에 다시 회의가 열렸는데 뭔가 자숙하는 분위기가 있더군요. 위원 몇 분이 ‘그때 우리가 너무 보수적으로 생각했던 건 아닌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재갑은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질병청장)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다. ‘정은경 리더십’의 핵심을 물었다.

“큰 그림을 잘 보지만, 작은 부분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꼼꼼하면서도 아랫사람을 괴롭히지 않고요. 여러 리더를 겪어봤지만, 그런 분은 아직까지 유일합니다. 질병관리본부장이 될 무렵 통화를 했는데 ‘본부장직을 수락한 건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했어요. 자신이 갖게 될 권한보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에 집중하는 보기 드문 리더입니다.”

- 중대본·중수본에서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내세우면서, 정 본부장의 입지가 조금 약화된 측면은 없습니까.

“중대본과 중수본에서 ‘미스테이크(실수)’한 걸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방대본에서 계속 경고했다는 것도 기록으로 남아 있고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재갑은 거의 매일 방송에 등장한다. 탁월한 커뮤니케이터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감염내과는 병원에서 마이너리티에 속한다. 감염내과를 전공하겠다고 하면 ‘너희 집에 돈 많으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이다. 전문의 자격증 보유자가 270여명인데, 은퇴한 사람을 제외하면 현직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200명 조금 넘는 수준이다.

- 감염내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동기가 궁금합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입니다. 해외선교를 하고 싶어 의대에 진학했고, 전공도 감염내과를 택했습니다. 전문의가 된 직후 카자흐스탄에 국제협력의사로 다녀오기도 했고요. 에볼라 사태 때 서아프리카에 자원해 간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메르스가 터지고, 올해 코로나19가 발생했어요. 국내에서 할 일이 많아지면서 인생 행로도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습니다.”

- 요즘엔 저녁 때 귀가하나요.

“지난주, 딱 하루 집에서 잤습니다. 사실 그날도 들어갈 상황은 아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요…. 상반기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정부 과제 맡은 것도 마감을 연기해줬는데, 이제는 연말이라 더 미뤄주지 않네요. 올해 제출해야 할 보고서를 내고, 내년 제안서도 쓰는 중입니다. 코로나를 제외한 일상은 다 예전으로 돌아왔는데, 코로나 상황은 외려 더 나빠졌네요.”

그는 직원식당도 가지 않고 ‘혼밥’을 한다. 편의점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부인과 세 아들에게는 미안할 뿐이다.

-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였습니까.

“코로나19 1차 유행이 잦아들 때였어요. ‘다음주면 (유행 커브가) 꺾일 것 같다’고 느낀 순간이죠. 우리가 열심히 뛰면 뭔가 정책에 반영되고, 실현이 되고,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는 걸 보니까 고맙고 기뻤습니다.”

- 한계를 느낀 때는요.

“에볼라와 싸우던 시기였습니다. 20~30대 젊은이가 2~3일 만에 사망하기도 하는데,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정말 괴로웠습니다. 이 사람이 한국이나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이토록 허무하게 세상을 떴을까 싶더군요. 이런 부분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재갑은 ‘21세기 슈바이처’로 불리는 폴 파머 하버드대 의대 교수의 책 <세상은,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에서 해답을 찾았다. 파머는 빈곤국 의료 구호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PIH)를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창설한 인물이다. 사회 정의와 국제보건 평등의 열렬한 옹호자로 잘 알려져 있다. 파머는 아프리카 등 빈국 국민의 목숨값도 선진국 국민과 다르지 않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평등한 의료·보건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요.

“계속 국내에서 살게 된다면 공공의료원에서 감염병 체계를 정비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아주대병원 감염내과에 계시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으로 간 임승관 원장님을 존경합니다. 쉽지 않은 결단이라 생각해요. 저도 그런 분야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죠.”

- ‘바이러스 파이터’로서 2020년을 보내는 소회가 어떻습니까.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는 책이 예언서처럼 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랫말처럼, 씁쓸한 연말입니다. 좌절했다가, 어떻게 이겨낼까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서 한 단계 넘어서곤 했는데… 3차 대유행을 마주하자 풀어나가기 쉽지 않겠다는 중압감이 들었습니다. 이번 위기에선 정부, 시민, 의료진 모두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의료진은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국민들께선 더 노력해서 병원에 오는 환자를 줄여주시길 부탁합니다. 파국이 오면 안 되니까,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190600015&code=940601#csidx8315dc7aec7b8c18607da428bf8d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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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여자 김진숙, 눈물이 앞을 가린다

[릴레이 기고] 12.19 해고 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으로 가는 희망버스 ③20.12.18 19:49l최종 업데이트 20.12.18 19:49l김성란(news)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7월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1986년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뒤 2011년 크레인 농성 후에도 복직하지 못했고 올해 정년(만 60세)을 앞두고 있다.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7월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1986년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뒤 2011년 크레인 농성 후에도 복직하지 못했고 올해 정년(만 60세)을 앞두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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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진숙 언니, 언니에게 진 빚 갚으려 사람들이 모입니다(http://omn.kr/1qxno)
② 노동변호사가 대통령이지만... 당신은 여전히 해고자(http://omn.kr/1qzkf)

죽기 전에 꼭 한 번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만약 장례식장이라면 결코 보러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친정아버지 돌아가시고 첫 기일. 가진 것 없이 몸뚱이 하나로 험한 세상 살아내느라 늘 고단하고 비루했던 아버지는 저 세상에서 영험해지셨다. 될 듯 말 듯한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주더니 속으로만 앓았던 소원까지 들춰서 들어주신다. 
 작년 이맘때다. 그리곤 재회. 뿌옇게 김 오른 온천. 아버지 제사 마치고 지치고 힘들어 가끔 다니던 온천장 대중탕을 찾았다. 한참 긴장을 풀어가던 중에 불현듯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샤워기 아래 돌아앉은 깡마른 여자. 사람 몸이라고 하기엔 척추 돌기가 지나치게 도드라져 고대 어느 짐승의 등짝 같다.


게다가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새었다. 팔 한번 들어 올리는 것도 힘들어 보여 오지랖 넘은 마음이 성큼 대며 앞서다가 흠칫 물러선다. "아, 김·진·숙이다." 전화를 해도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더니 저기 좀 보소. 죽기 전에 한번 보자고 벼르고 벼렸더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저 모양으로 나타났네.

밉다. 정말 밉다. 목젖이 아프고 눈알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허적허적 자꾸만 헛손질을 해대다가 끝내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어버렸다. 그렇게라도 달래 두지 않으면 무슨 말이든 비명으로 터져 나올 것이 분명했으므로. 울고 세수하고 울고 세수하고 또 울고. 목욕탕이라 다행이다.

그러는 사이 허깨비 같고 고대 짐승 같은 그이가 일어선다. 천천히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서 나간다. 멍하니 그 뒤통수만 쫓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니 그때서야 몸이 움직인다. 비로소 가슴이 뛰고 마음이 기쁘다. "아! 살·아·서 만났구나."

이미 옷 입고 나서는 그를 뚝뚝 물기 흐르는 알몸으로 막아섰다. 흔들리는 눈, 많이 놀란 눈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얀 머리카락을 쓸어주고 훌쭉해진 뺨을 쓰다듬었다. 살아서 만났으니까. 영락없는 바보처럼 하얗게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다. 뭘 잘했다고. 그러니 나도 따라 웃을밖에.

유방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에 전국 각지가 들끓어도 소식 한 자락 없던 사람이다. 시시한 말 다 접어두고 "그냥 밥이나 한번 먹자는데 전화는 왜 안 받아요." 버럭 댔더니 "그래, 그래" 한다. 무턱대고 감사하다.

언제나 전설 같은 '의장님'
 
"19일 희망버스 출발" 14일 85크레인 고공농성 이후 9년 만에 희망버스가 출발한다는 내용으로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 기자회견이 열렸다. 내건 구호는 ‘해고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이다. 영도조선소에서 김진숙의 동료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19일 희망버스 출발" 14일 85크레인 고공농성 이후 9년 만에 희망버스가 출발한다는 내용으로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 기자회견이 열렸다. 내건 구호는 ‘해고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이다. 영도조선소에서 김진숙의 동료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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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호사다. 30년 전 병원노조 활동 초창기, 1990년대다. 전노협의 시대.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형형하게 빛났던 눈빛들. 그 살아 움직이는 눈빛에 반해 그들처럼 살고자 함께 달렸다. 당연한 수순으로 해고되고, 제3자 개입금지로 구속되고, 그러다가 만난 사람이 김진숙 지도위원이다. 그 당시는 부산지역노동자연합(부노련) 의장. 지금도 무심결에 의장님, 한다. 나뿐 아니라 그 시절 옷깃 스친 모든 이들이 다 그럴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언제나 전설 같은 '의장님'이다. 당시 전노협 부산지역본부와 금속노조와 병원노련, 부노련 등이 부전시장 어귀 한 건물에 엉켜 지냈다. 만나지 않으려야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스물다섯이 서른둘이 되도록 함께 살았다. 가혹했지만 가슴 저미게 아름다웠던 시절, 다시 태어나도 또 그렇게 살 것이다.

광주의 5월과 망월동을 다녀온 것이 시작이었다. 함께 웃고 술잔 기울였던 이들을 하나, 둘씩 솥발산 열사 묘역에 묻으면서 떠날 수가 없었다. 병원의 3교대 근무도 힘들었지만 잔업에 특근, 철야로 하얗게 말라가는 고무(신발)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고는 도저히 그냥 살 수가 없었다.

아침 7시 출근해서 저녁 7시 퇴근, 잔업은 밤 10시까지, 특근은 자정까지, 철야는 다음날 새벽 4시까지란다. 그리고 3시간 자고 다시 아침 7시 출근이라니, 이게 어떻게 사람이 사는 방식일 수 있나.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세상이 이 모양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소금꽃 나무> 책을 끝내 읽었다. 그 책에 실린 많은 연설문들. 그 글들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기에 첫 장을 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는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했다. 그 모든 글이 꼬박 일주일에서 열흘까지 뼈를 깎고 살을 태워 만들어낸 글들이었다. 좁은 자취방을 너구리 굴로 만들면서 썼다 지우고 또 썼다 지우고. 수십 수백 번의 첨삭을 거치고도 만족할 줄 몰랐다. 그런 노력 덕분에 그의 연설과 글은 한 번도 사람들의 마음과 염원을 빗나간 적이 없다. 기어코 눈물을 쏟게 하고 끝내 함성을 만들었다.

부전시장 사무실을 떠나던 날. 시작이 있었으니 끝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떠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며 호언장담도 했다. 하지만 그 끝이 그토록 절망인 줄 알았다면 아무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렸을 것이다.

다르게 사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무섭고 두려웠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삶. 하지만 쥐구멍에 볕들 듯 내 인생에도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긴 여행을 다녀오고, 고마운 인연을 만나고, 결혼하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두 아이의 어미가 되고. 그렇게 이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매일 아침잠에서 깨면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그전처럼 전선에 서 있지는 못하지만 이 삶이 헛되지 않도록 나와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고자 노력한다.

정년 전에 단 하루라도

간호사, 노인요양병원의 간호사는 안성맞춤이다. 친절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과 부드러운 손길만 있어도 충분하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이나, 길거리를 청소하고,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법정에서 재판을 하고, 심지어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한다고 해도 그 노동의 가치는 다르지 않다. 그냥 일이다. 하루 8시간을 일하고 받는 임금이 왜 그렇게 하늘과 땅으로 달라야 하나. 의식주 기본적인 삶에 왜 지옥과 천상으로 깊은 골이 파여야 하나.

암이 재발했다고 한다. 그 마른 몸이 지금은 어떠할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는 그 몸으로도 현재 투쟁 중이다. 35년 동안 돌아가고 싶던 현장으로 가는 길이다. 정년 전에는 단 하루라도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 꿈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불의가 바로잡아져야 한다. 그렇게 사람 사는 세상, 평등의 세상을 향해 오늘도 김진숙이 살아 숨 쉬며 간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러니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고 있든 내가 김진숙이고 김진숙이 나다. 내일(19일) 다시 부산을 찾는다는 350대의 희망차 승객들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이렇게 무수한 김진숙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그이의 어깨가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길 바란다.

- 김성란(전 병원노련 부산본부 선전부장)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5년째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해 오는 19일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방식은 드라이브스루(차량 탑승형)이다.
▲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5년째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해 오는 19일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방식은 드라이브스루(차량 탑승형)이다.
ⓒ 희망버스 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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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법’ 재고하라는 유엔·미국...전문가들 “도 넘은 내정간섭”

전문가들 “접경지 한반도 상황 이해 못하고 있다” 지적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2-18 21:20:11
수정 2020-12-18 22: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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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뉴시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접경지인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 의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청문회를 예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정간섭"이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비판하며 법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보고관은 "대북전단금지법을 시행하기 전에 관련된 민주적인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귄타나 보고관은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법에 따라 개정안의 구체적인 필요성을 더 분명히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접경 지역 (한국) 주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나 접경 지역에서 일어날 중대한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타당한 목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개정안은 시민사회 단체들의 접경 지역 활동과 이 활동이 미치는 위협 사이의 직접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세계인권 문제를 다루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내년 1월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해당 법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위원회의 공화당 쪽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지난 11일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처리 강행 방침을 비난하는 개인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해당 법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우려를 개인적으로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하기도 했다.

23일 오전 10시15분께 강원 홍천군 서면 일원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독자 제공)
23일 오전 10시15분께 강원 홍천군 서면 일원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독자 제공)ⓒnews1

"남북정상이 합의하고 국회 통과된 법 제고하라니...주권침해"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엔에서 이 같은 메시지가 나오는 데 대해 북측과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8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국제사회의 시각이 우리하고 너무 차이가 난다"면서 "국제사회는 인권을 중시한다는 취지겠지만, 실제로 과연 대북전단지가 정말 북측의 인권개선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를 따지면 긍정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도 "대북전단지가 북측의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는지는 전단이 어떤 내용인지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실제로 전단 내용은 북측 주민이 보면 오히려 남측에 적개심을 가지게 되는 내용인데, 유엔특별보고관이란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단의 실체적 내용도 보지 않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퀸타나 특별보고관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한 데 대해서는 "남북은 전쟁이 중인 휴전상황인데 전단살포행위는 민간의 군사적 도발 행위로 휴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전단살포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국회에서 정상적인 본회의를 거쳐 통과된 법에 대해 재고까지 주장하는 것은 '주권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남북 정상 간에 대북전단살포를 콕 집어서 상호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데 따라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든 게 아니냐"라며 "그리고 민의가 모이는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시킨 건데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내정간섭이고 주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미국 의회에서 해당 법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크리스 스미스 의원의 경우에는 해당 법이 통과되고 나면 청문회는 물론 '감시 대상자 리스트'에 올린다는 말까지 했다"면서 "그 발언 자체로는 명백하게 다른 나라 의원이 타국에 대해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12.14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12.14ⓒ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일방적인 남북관계 정보만 전달...미 의회 전체 입장 아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남북관계의 일방적인 면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방미 중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북전단법'을 미 의회 인사들에게 설명한 일방적인 정보만을 듣고 이러한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재정 의원은 "지 의원이 크리스 의원 등을 만나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사정 등 정보는 전해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해당 법이 제정되면서 논의된 과정들은 전혀 전달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국발 메시지에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진향 교수는 "남북간의 문제인데 미국에서 그런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이해 관계 때문일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스스로 중재라고 하지만 주위에 인사들을 보면 대북 적대적 압박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포진하는 것 같다. 향후 들어설 바이든 행정부에 강경책을 주문하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제사회와의 시각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교수는 "국제사회는 남북합의 이행보다 인권이 상위라고 보는 거고, 우리는 남북 관계의 이해관계, 남북정상회담을 이행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평화의 가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걸 국제사회에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정 의원도 "사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이나 정보 제공이 부족했다"면서 "크리스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는 걸 시작으로 접경지역의 불미스러운 상황이 있었던 것에서 문제가 시작됐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미 의회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미국 내 이러한 메시지를 확대해석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한국 정치 상황에서 미국 발 메시지를 확대 해석하고 활용하는 쪽이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메시지가 미 의회 전체의 의사고 모든 관심이 그 지점에 몰려있는 것처럼 표현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종전선언 캠페인에 참여한 민주당·공화당의 미 의원 50분 정도는 남북관계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정치 갈등으로 남북관계가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에 발빠르게 대처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10월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삼곶리 중면사무소에서 전날 북한이 우리 탈북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조준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실탄이 땅에 떨어진 자국이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삼곶리 중면사무소에서 전날 북한이 우리 탈북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조준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실탄이 땅에 떨어진 자국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코로나 위기'에 추가 대북제재 언급한 유엔 "지구적 위기에 국제사회 이해 필요"

유엔 총회는 16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연합 등 58개국의 공동제안에 따라 북한인권결의안을 16년 연속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 등의 내용을 포함하면서도 '가장 책임 있는 자들을 겨냥한 추가 제재 고려' 등의 조치 시행을 권고했다.

이에 코로나 위기에 인도적 지원을 언급하면서도 북측에 대한 추가 제재를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임있는 자'라는 목표를 정하기는 했지만, 과거 북측 지도층을 겨냥한 대북제재 사례를 고려하면 제재 범위가 좁게 한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의원은 "전 세계가 연대해서 극복해야 하는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어느 개별 국가를 제외할 수는 없다"면서 "방역의 전체적인 면에서 구멍을 만들어서는 안 되고, 특히 북과 인접한 우리는 함께 극복하는 게 절실하다. 그런 부분에서 국제사회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향 교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북한인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대북봉쇄보다 정전·평화협정을 해야 한다. 전쟁상황이 가장 인권문제를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전쟁을 유지하면서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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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신보 ‘북의 코로나 감염자·사망자 0명’이 보여주는 것은...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12/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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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신형비루스(코로나19)의 발생 소식이 처음으로 전해진 때로부터 1년이 되어가는 오늘까지 《감염자 0, 사망자 0》이라는 안정된 방역형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주의조선의 본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재일본조선인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17일 ‘2020년 세계 속의 조선 1. 인민보위전에서의 고귀한 승리’라는 글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매체는 “전 세계가 대재앙에 휘말려 방황하며 요동친 2020년, 조선은 겹쌓이는 도전과 시련을 맞받아 뚫고 일심단결의 위력을 내외에 과시하였다”라면서 그에 대해 3회에 걸쳐 글을 연재한다고 밝혔다. 

 

매체는 2월 말에 열렸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상기시켰다. 

 

매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1일 코로나19 팬데믹을 우려하며 세계 각국에 대책 강화를 요구한 것보다 10여 일 앞서서 북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 대응책을 세웠음을 강조했다. 

 

2월 29일 노동신문은 “(확대회의에서는) 세계적으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비루스전염병(코로나19)을 막기 위한 초특급 방역조치들을 취하고 엄격히 실시할 데 대한 문제들이 심도 있게 토의되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최고영도자께서 회의에서 강조하신 대목은 우리가 취하는 방역조치들은 단순한 방역사업이 아니라 인민보위의 중대한 국가적사업이며 당중앙위원회의 무거운 책임이라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매체는 북에서 벌인 코로나 방역대책은 “인명중시의 원칙”이었으며, 이 원칙에서 사소한 탈선도 없었다고 짚었다. 

 

매체는 “감염 확대의 초기에 각국이 취한 조치에는 그 나라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특색 말하자면 국가의 본태가 반영되었다”라면서 “주체사상을 정치이념으로 삼는 조선에서는 신형비루스라는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지켜야 할 대상에 대한 규정이 명백했으며 사람들의 생명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 중대사라는 관점에서 감염증 대책의 기본인 격리와 봉쇄가 엄격한 규율 하에 철저히 시행되었다”라고 강조했다. 

 

매체는 북이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는 강한 대책을 신속히 결정하고 집행한 것은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요구’를 무조건 실천에 옮긴 결과라고 해석했다.

 

또한 매체는 ‘사회주의 집단생활’을 통해 자각성과 규율성을 지닌 북의 주민은 당과 정부가 취한 비상방역 조치를 지지하면서, 주민들이 스스로 방역 주체가 되어 국가와 자기 자신을 지켜냈다고 밝혔다.  

 

이어 매체는 북이 취한 비상방역 조치는 사회주의 보건 제도를 따르고 있으며, 사회주의 의학의 기본은 예방의학임을 짚었다. 

 

매체는 “완전하고도 전반적인 무상치료제가 실시되고 있는 조선에서는 환자가 의사와 병원을 찾아가 진단받기 전에 의사가 주민과 세대들을 찾아가 검병하는 것이 나라의 정책으로, 의사의 본분으로, 인민의 생활로 되어 왔다”라며 “위생방역 기관들이 지역 안의 방역실태를 일상적으로 요해(파악)하고 검열통제를 강화하며 모든 부문, 단위에서 방역의 준칙을 지키도록 하는 규율과 질서가 빈틈없이 세워져 수십 년간에 걸쳐 감염증 예방사업의 대중화가 촉진되어 왔다”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코로나19 방역에서 북이 강조한 사회적 규범들은 이미 북에서 오래전부터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실현되어 온 것이라고 밝혔다. 

 

매체는 ‘코로나19 감염자 0’이 ‘조선식 사회주의의 강인성’을 보여주며, 북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인민보위전’에서 고귀한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자립경제의 나라인 조선에서는 악성비루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완전봉쇄한 상황마저도 자체의 힘과 기술, 자기의 원료, 자재에 의거하여 내부적 힘과 발전 동력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라면서 “《혁명과 건설의 주인인 인민》의 생명안전을 지켜내기만 하면 경제부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낙관주의는 주체의 관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실천하는 당과 국가에 특유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코로나19가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취약성을 공격했다면서 최대 피해국이 미국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미국이 영리 위주의 의료체계,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인종차별이라는 오래된 관행 속에서 코로나19로 미국 사회의 분단과 대립이 더욱 격화되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예측과 대응이 불확실한 미증유의 보건 위기에 직면한 2020년, 가장 안정적인 방역 형세는 조선식 사회주의의 강인성을 증명하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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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생존권 조국통일!

  • 기자명 정설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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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8 00:15
  •  
  •  댓글 0
 
 

만평

앞으로 정설교 화백의 만평을 연재합니다.

현 민족작가연합 강원지부장

평창미술인협회 회원

자주시보, 강원도민일보 등에 만평, 칼럼, 시 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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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라고 불러" 했다가 밀린 임금 달라면 화내는 고용주

[고기복의 이주노동 보고서 ②] 이주노동자가 속수무책으로 임금체불 당하는 이유

20.12.18 08:13l최종 업데이트 20.12.18 08:13l
 휴식 중 비닐하우스에서 낮잠 자는 농업 이주노동자들
▲  휴식 중 비닐하우스에서 낮잠 자는 농업 이주노동자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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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형편을 살피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누적되다 보면, '아, 또 그런 이야기구나'라며 간과해 버리기 쉽습니다. 정형화된 하소연 속에서 이주노동자는 피해자요, 고용주는 악하다고 일반화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닳아빠진 일반화를 피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한 바람을 여지없이 깨부수는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어떤 이는 착하다 했고, 어떤 이는 속 터진다 했습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L 이야기입니다. L은 15년을 자기 사업체인 것처럼 일했습니다. 축사 관리, 사료 주기, 청소, 방역을 위한 예방 백신 접종 등 농장 전반 업무를 혼자 다 했습니다.

그러다가 농장 사정 때문에 인근 업체로 옮길 때도 사장은 퇴직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다음에, 다음에, 오늘은 바빠서'를 반복하며 L을 우롱했습니다. 사장은 L이 퇴직금을 요구하러 농장에 간다고 할 때마다 단속에 걸릴 수 있으니 일하고 있는 곳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미등록자인 L은 그 말에 따랐습니다.

L은 퇴직금 소멸 시효를 얼마 안 남기고 어쩔 수 없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사장은 "왜 그런 데 가느냐, 나랑 먼저 이야기해야지" 하며 마치 퇴직금을 곧 줄 것처럼 L을 다시 회유했습니다. 노동청 조사를 받던 사장은 15년을 묵묵히 일한 사람 앞에서 '외국인들을 쓰면 하루아침에 도망가 버리고 손해가 얼마나 큰지 아느냐'며 마치 아량을 베풀어서 L을 고용했던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습니다. '합의 하에 그만둔 것을 두고 계속 도망이라는 말을 쓰는데, 당신이 무슨 노예주냐'고 따져도 사장은 부끄러운 줄 몰랐습니다. 그에게 이주노동자는 묶어놓고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존재여야 했습니다.

사람을 노예처럼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장은 돈을 위해 인권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에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그런 사장과 대면하여 노동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던 L은 "나는 15년을 일했고, 그만둔 뒤로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를 믿었어요. 이제 모든 신뢰를 잃었어요"라고 했습니다.

무던한 L의 성격을 잘 아는 사장은 처음부터 퇴직금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L의 심리를 통제하는 동시에 퇴직금 요구가 있을 때를 대비해 증빙 서류가 될 만한 것들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임금 지급 일자는 일정하지 않았고, 늘 현금으로 지급하며 급여 봉투를 한 번도 준 적이 없습니다.

L을 고용한 사장은 근로기준법 43조(임금 지급)에 나와있는 '직접', '전액', '통화(通貨)', '정기 지급'이라는 임금 지급 4원칙 중에서 전액과 정기 지급 원칙을 어겼습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연차 수당 미지급 등 따지고 들면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한둘이 아님에도 사장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근로감독관은 직무를 유기했습니다. 

20년 전보다 더 교묘해진 가스라이팅

한두 달도 아니고 몇 년씩 임금체불을 당하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따져 보면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용주의 기질적 특성에 기인하겠지만, 외국인력 제도가 가진 사업장 이동 제한과 같은 독소조항, 이주노동자의 신분적 약점, 고용주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근로감독관 조사 관행 등이 장기간 임금체불을 가능하게 합니다.

고용주 중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그들에 대한 통제와 지배를 강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스라이팅 혹은 심리(적) 지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L의 고용주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IMF 외환위기 때 이주노동자들은 손쉽게 해고됐습니다. 그중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업체 부도로 갑자기 귀국하게 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M과 S는 귀국 대신 다른 선택을 합니다. 빚만 안고 귀국하느니 고향에서 손에 익은 농사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했던 것입니다. 단, 급여는 인삼 재배가 끝나고 판매 대금이 입금되면 한꺼번에 지급받는 거로 했습니다.

산업연수생 제도 시절에 사업체들은 강제로 3년씩 적금을 들게 해서 귀국할 때 한꺼번에 지급하는 경우가 왕왕 있던 터라 둘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2년 계약을 맺고 일했습니다. 사장은 인삼을 팔고 난 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

밭주인이라고 알고 있던 사람은 임차농이었고, M과 S는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둘의 사연을 지역 경찰에도 이야기해보고, 농협에도 문의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누구도 M과 S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는 "한국 사람도 그렇게 당하는 수가 있다"라며 "조심했어야지" 하고 혀를 끌끌 찼습니다.

20년 전 이야기이고, 미등록자들이라 그런 피해를 봤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놀랍게도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런 일은 일어나고 있고,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들이 피해 당사자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고용노동부가 알선해 준 업체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납니다.

경기도 이천에서 3년 동안 임금 3400만 원을 받지 못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A 이야기입니다. A는 2015년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채소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사장은 근로계약 기간에 임금을 제대로 지급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A는 농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한꺼번에 주겠다는 사장 말이 있었던 것도 있지만, 고용주 동의 없이는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때문이었습니다.

A는 언젠가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근무 시간과 임금을 계산해서 공책에 적어뒀습니다. 하지만 사장은 밀린 월급 달라는 말에 그 공책을 불태워 버릴 정도로 막무가내였습니다. 이 사건 피해자를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 중인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부가 알선한 5인 미만 농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장기간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사례를 아주 예외적이라고 말하지만, 체불임금 액수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 이주노동자에게는 아주 보편적인 일입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장기간 임금체불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주노동자를 마치 가족을 대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위장하여 통제하는 고용주의 기질적 특성에 기인합니다. 농업주들은 대체로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을 "아빠, 엄마"로 부르도록 합니다. 그러다가 이주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면 배은망덕하다면서 화를 냅니다.

3년 계약 후 1년 10개월 연장과 재입국 특례로 최장 4년 10개월을 더 일할 기회를 얻기 원하는 이들에게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입니다. 결국 고용허가제의 제도적 한계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앉아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노동자와 두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정부가 지정한 사업장에서만 일하는 등 사업장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점과 영주 자격이 없기에 사업주 재산에 대한 집행 기회가 충분히 주어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시민단체가 나서서 농장주를 고소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국가배상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최정규 변호사는 정부 알선 사업장에서 일하다 임금체불을 당한 이주노동자에게 ▲ 체불임금을 전액 체당금으로 지급하고 귀국시키거나 ▲ 임금 전액을 사업주로부터 집행해서 받아 낼 때까지 노동이 가능한 체류자격을 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대응과 국제규범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대응에 나서고 있는 '지구인의 정거장'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소액체당금 제도는 5인 미만 농어업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외국인고용법에 따른 체불보증보험 보험한도는 200만 원인 부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사업주를 상대로 소송해도, 임차농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집행할 재산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대한민국은 피해자에게 그냥 떠나라고 합니다. 몇백, 몇천만 원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야 할까요?

1990년 12월 18일 유엔이 채택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제61조 2항은 이주노동자의 근로계약 조건이 고용주에 의하여 위반됐을 경우, 그 사건을 권한 있는 당국에 제기할 권리를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피해 이주노동자가 노동청 진정이나 법원, 국가인권위 등에 도움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한편, 세계인권선언문 제23조는 '모든' 사람에게 일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 실업 상태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어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고, 보수가 부족할 경우 여타 사회 보호 수단으로 부족한 보수를 메울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모든'이라는 단어는 '이주노동자는 빼고'라는 뜻이 아닙니다.

세계인권선언문 제23조 '여타 사회 보호 수단으로 부족한 보수를 메울 수 있는 권리'를 이주노동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최소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에라도 합법적으로 체류하여 노동하게 하는 것이 정당한 처우가 아닐까요?
 
 MFA 소속 말레이시아 시민단체에서 진행 중인 임금 도둑질 철폐 캠페인 포스터
▲  MFA 소속 말레이시아 시민단체에서 진행 중인 임금 도둑질 철폐 캠페인 포스터
ⓒ Muhammad Haizreel Bin M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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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각국에서 임금 체불을 '정의'의 문제로 부각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인 아시아이주노동자회의(MFA)는 임금 체불을 임금 도둑질(wage theft)이라고 말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앞서 사례를 든 임금체불은 인신매매와 사기에 준해서 처벌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검찰 역시 캄보디아 A씨 사건을 사기죄로 보고 수사하고, 국가 인권위원회는 피해자를 속이거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착취한 인신매매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반면 관할부서인 고용노동부만 가해자들에게는 관대하고 피해자 구제에 소극적입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 상황이 정상인지 물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임금체불은 범죄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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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 세겹에 바지 2개 껴입어도…” 한파 속 ‘거리의 의료진’

등록 :2020-12-18 05:00수정 :2020-12-18 07:04

 

한겨울 임시 선별검사소 가보니

“롱패딩에 방호복 입어도 추워
라텍스장갑 아래 목장갑 끼고
감기 안 걸리려 영양제 챙기고”
“검사하러 오는 사람 계속 늘어
인력 지원 시급” 한목소리
지난 15일 오전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의 안면보호대에 성에가 끼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5일 오전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의 안면보호대에 성에가 끼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낮의 햇빛도 시린 손끝을 녹이진 못했다. 17일 오후 2시께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을 안내하는 공무원들은 틈날 때마다 양손을 마주 잡거나 주먹을 꽉 쥐었다. 이들과 의료진의 안면보호대 안쪽에는 김과 물방울이 서려 있었다.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역에는 지난 13일부터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코로나19 유행이 1년 내내 이어지면서, 2차 유행이 벌어진 한여름에 무더위로 고생했던 의료진이 이번 3차 유행 때는 한파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진단검사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 의료진은 길거리에서 추위에 떠는 경우가 많다. 야외에 임시로 세웠기 때문에 사방이 트인 천막에서 관련 업무를 해 고스란히 칼바람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60대 퇴직 간호사 박아무개씨는 지난 15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내복을 세겹으로 껴입고 바지도 두개나 입은 뒤 롱패딩을 입었는데도 춥다”고 말했다. 두께가 얇은 음압텐트가 바람과 추위를 막지 못하는데다, 감염 예방을 위해 수시로 환기하니 아무리 세게 난방을 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어제 오전에는 난방기기 온도를 35도까지 올렸는데도 텐트 안 온도가 영하 5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보건소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로 지원을 나간 ㄱ씨도 “너무 추워서 손가락과 발가락이 끊어질 것 같다. 볼펜도 잉크가 얼어서 핫팩으로 데운다”고 전했다. ㄱ씨는 원래 방사선사로 일해왔는데 코로나19 유행이 커지면서 지원에 나섰다.

 

추위에 맞서기 위해, 의료진과 검사 지원 인력들은 각양각색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체 채취가 끝난 뒤 검사자들이 앉았던 의자를 소독하는 등 뒷정리를 하는 유아무개(22)씨는 “손이 시릴까 봐 라텍스장갑 아래 목장갑을 껴서 (지금은) 오히려 손에 땀이 찬 상태”라고 말했다. 박씨도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홍삼·배도라지즙, 영양제 등을 먹고 나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선제적 진단검사를 위해 수도권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다음날인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이 난로에 손을 녹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 선제적 진단검사를 위해 수도권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다음날인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이 난로에 손을 녹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의료진의 높은 피로도를 고려해 인력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구로구보건소의 박정자 민원서비스팀장은 “임시 선별검사소가 계속 홍보가 돼서 검사하러 오시는 분이 늘어나고 있어서 주말에는 더 많아질 것 같다. 운영 기간이 3주이기 때문에 이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인력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도림역 선별검사소의 경우, 15~16일에 각각 439건과 456건의 검사를 했는데 17일에는 더 많은 인원이 찾아와 긴 줄을 섰다는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의료인력 지원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가 애초 550여명의 개원의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모집한다고 했는데 1천명 정도가 모였고, 대한간호사협회도 17일 오전 9시까지 2214명이 모집에 응했다”고 이날 밝혔다.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1차 유행 때 대구·경북 지역으로 의료진이 자원봉사를 갔던 때와 지금은 대응이 달라야 한다”며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유휴 간호인력이 나올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갖추고 교육해 ‘상비군’을 만드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74845.html?_fr=mt1#csidx9660f35d5507f8ba83ea6b7eb3648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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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중대재해법 처리한다…쟁점 사항은 상임위에 일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2/18 08:39
  • 수정일
    2020/12/18 08: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낙연 "조정이 필요하면 지도부 역할 하겠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법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입법적인 의지를 보일 때는 됐다고 생각한다"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의지를 당부했다. 이어 "중대한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지도부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워낙 중대한 법이고 내용 또한 관련 분야가 많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서 만들어야 하지만 또 동시에 늦어져서는 안 되는 절박함도 우리가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당론으로 지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법 하나하나에 대해 당론을 정하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다"며 "오늘은 문제가 무엇이고 또 그에 대한 의원들의 생각과 스펙트럼이 어디까지인지 서로 파악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정책의총에 참석하던 중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배진교 의원으로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호소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의총을 마친 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와 당위성에 대해 모든 의원들이 공감했다"면서도 "법령상 구체적 내용과 관련해선 앞으로 정책위와 상임위 논의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쟁점 사안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기 보다 의원들 전반의 의견을 청취한 데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백 의원은 '쟁점이 좁혀졌냐'는 질문에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최종 논의는 상임위에 맡기겠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답했다.

 

백 의원은 중대재해법 논의의 핵심쟁점인 '50인 미만 사업장 4년 유예'에 대해 "그다지 많은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중인 정의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중대재해 발생률이 8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에서 제외하면 법이 실효성을 상실한다고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 의원은 "인과관계 추정 조항 등에 대해선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고, 절충적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견도 있었다"며 "공무원 처벌 조항과 관련해서도 (법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행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인과관계 추정, 공무원 처벌 조항과 관련해 박주민 의원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대신 박범계 의원이 관련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개혁안이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재 사망사고가 났을 때 사업주나 원청 업체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해도 과거 전례 등을 근거로 '추정'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는데, 수정안은 명확성의 원칙을 강조하며 이 조항을 삭제했다.


 

관련 공무원 처벌 수위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상 3억 원 이하의 벌금(박주민 의원 법안)'이 '7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박범계 의원 법안)'으로 완화됐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 상임위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은 재확인했다. 백 의원은 "일단 회기 중 (법안을) 처리하자는 데 공감대는 이뤘다"면서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야당과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1717534073934#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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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통령 방문한 ‘논란의 행복주택’ 퇴근길 입주민은 빙긋 웃었다

주거비 부담 줄고, 집 내부도 좋아 ‘만족’…‘눈속임’ 없었던 44㎡ 세대, 인테리어 수정 없이 가구만 추가

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 2020-12-17 18:44:01
수정 2020-12-17 19: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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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방문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 2신도시 행복주택(A4-1블록) 단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방문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 2신도시 행복주택(A4-1블록) 단지.ⓒ민중의소리  
 
체감온도 영하 13도. 화성 81번 마을버스에서 내린 주민들은 옷깃을 여미며 서둘러 ‘행복주택’으로 향했다. 16일 저녁, 경기도 화성시 동탄 2신도시 행복주택 단지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논란 아닌 논란이 된 단지다.

전용면적 5평에서 13평까지 총 10여개 면적, 1,640세대가 12개 동에 모여 산다. 입주가 시작된 지 3달밖에 지나지 않은 새 아파트는 쾌적해 보였다. 대학생, 청년, 한부모가족, 신혼부부, 주거취약 고령자, 주거급여수급자 등이 입주 대상이다. 신축 아파트를 살 수도, 임대할 수도 없는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고 생활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주거복지다.

최근 언론 보도만 보고 이곳을 찾은 기자는 주민들의 ‘행복주택’이 흡사 ‘불행주택’처럼 느껴졌지만, 단지 초입에서 만난 입주민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독립·신혼 새 출발 입주민들 “가성비 만족”

주민들은 “가성비가 좋다”고 입을 모았다. 행복주택은 시세 대비 최대 80% 가까이 저렴한 보증금으로 제공되는 임대아파트다. 보증금 4천, 월세 6만원이면 10평대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새집에서 첫날을 보내게 됐다는 20대 중반 직장인 A(여) 씨는 “집을 본 첫인상이 좋았다. 혼자 살기 넓고 편하다”고 말했다. 생에 처음으로 독립하는 A 씨는 직장이 가까워졌다. 본가에선 차를 타고 30분을 가야 했지만 이곳에선 대중교통으로도 1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는 “출퇴근 거리도 줄이고 독립도 하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월세·보증금이 싸서 여기로 오게 됐다. 보증금을 4,700만원 정도 내니까 월세가 6만원밖에 안 한다”며 웃었다. A 씨는 독립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친구 세 명과 함께 음식이 든 비닐봉지들을 들고 새집으로 향했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모(26) 씨는 ‘예비신혼부부’ 자격으로 행복주택에 입주했다. 신혼집을 알아보다 ‘행복주택’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13평 복층형과 같은 구조에서 산다. 그는 “저 같은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에겐 (행복주택이) 좋은 정책”이라며 “월세 부담도 덜고 돈을 더 모을 수 있다. 열심히 해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 소재 직장에 다니는 강모(28·남) 씨도 가성비를 으뜸으로 꼽았다.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35만원, 8평짜리 오피스텔에 살던 그는 대출을 조금 더 받아 보증금 4,400만원에 월세 6만원 행복주택에 최근 입주했다. 대출 이자를 생각해도 월세만 한 달 20만원 이상 절약됐다. 강 씨는 “오피스텔은 해도 잘 안 들고 베란다도 없어 답답했는데 여긴 훨씬 쾌적하다. 게다가 월세 부담이 확 줄어드니 살 것 같다”고 말했다.

행복주택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이 컸다. 입주민들은 서울이나 서울에서 더 가까운 곳에 행복주택이 많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대료는 싸지만 직장이 너무 멀어 입주를 꺼렸던 사람이 많았다. 단지 1,640세대 중 407세대는 현재 공실이다. 작년 말 기준, 행복주택은 총 3만1,107가구가 공급됐지만, 이중 서울은 715세대에 불과하다.

입주 자격에 대한 미세조정도 필요해 보인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계층에 따라 법에서 정한 소득·지역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입주 신청이 가능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총 3차례 기준을 완화해 모집공고를 내고 있지만 공실은 여전하다.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방문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 2신도시 행복주택(A4-1블록) 단지 내 44㎡ 세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방문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 2신도시 행복주택(A4-1블록) 단지 내 44㎡ 세대.ⓒ민중의소리

인테리어 ‘눈속임’ 없었다…비용 2천만원에는 ‘갸웃’

문재인 대통령 일행이 방문했다는 곳에 가봤다. 13평(41㎡) 복층 타입과 단층(44㎡) 타입은 모델하우스 형식으로 공개돼 있었다.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의 대화가 오갔던 44㎡ 단층 타입 세대에 들어가 보니, 표준인 3인 가구에게 아늑한 거주지가 될 법했다. 거실에 방 두 개, 화장실이 한 개다. 거실은 양쪽 벽에 널찍한 소파와 TV를 놓고 쓰기에 충분한 크기다. 큰 방은 침대와 책상을 놓아도 공간이 넉넉하다. 작은 방은 침대와 책상을 나란히 놔도 공간이 남았다.

다만, 본보기용으로 꾸며진 세대는 옷장이 배치돼있지 않았다. 2~3인 가구 옷장을 배치하면, 좁아 보였다. 베란다에는 세탁기와 작은 탁자, 캣타워가 배치돼 있었다. 좁은 배란다에 가전제품과 가구까지 있으니, 공간이 없었다. 세간의 지적대로 4인 가구가 살기에는 좁았지만, ‘가성비’를 생각하면 훌륭한 주거복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날은 LH가 문 대통령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세대의 인테리어 비용으로 약 4천만원을 지출했다는 자료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급히 꾸몄다는 지적이 나왔다.

LH는 “구조변경이나 인테리어 시공은 없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세대 내부 모습은 일반 입주민이 사는 곳에 가전기기와 가구, 집기 등 소품만 추가한 상태였다. LH 측 해명대로 구조와 인테리어는 동일했다.

해당 단지에서 보일러실과 전기실 등 시설을 위탁 관리하는 업체 관계자는 “가구만 들여놓은 거고, 인테리어 뜯어서 고친 건 없다”며 “다른 곳이랑 샤시·장판·도배 모두 똑같다”고 말했다.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41㎡ 복층 타입 내부를 들여다보니 마감재와 구조가 방문 세대와 동일했다. 돈이 어디에 들어갔는지 의문이었다. 구조변경 없이 13평 아파트 인테리어에 2천만원을 넘게 썼다는 말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입주민들은 “보여주기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규정에 따라 입주민들은 못 하나 박는데도 주저하는데 대통령이 온다고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는 사실에 대한 반발이었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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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하루 1000명 이상 코로나 확진자 발생

22명 코로나19로 사망...일일 사망자 수도 역대 최다

이날 1014명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로 확인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이틀 연속 1000명이 넘었다. 서울시의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커지는 양상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가 993명, 해외 유입 확진자는 21명이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사망자가 하루 사이 22명 급증해 누적 사망자 수는 634명이 됐다. 사흘 연속 두 자릿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는 16명 증가해 242명으로 늘어났다. 위중증 환자 역시 지난 15일 이후 사흘 연속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였다. 주요 치명률 지표가 최근 들어 가속화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에 임시선별진료소가 설치된 후 검사량은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5만71건의 검사가 이뤄졌으며, 검사를 받은 이들 중 4474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에서 794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에서 423명(해외 유입 3명), 경기에서 291명(해외 유입 7명)의 새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인천에서 80명의 새 확진자가 나와 발생 급증 양상이 나타났다.


 

서울의 신규 확진자 수는 역대 최다다.


 

부울경 지역의 확진자 증가 추세도 아직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44명, 울산에서 10명, 경남에서 30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됐다.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21명(해외 유입 1명), 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광주에서 10명, 전북에서 19명(해외 유입 1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됐다. 전날 김제 요양원을 중심으로 75명의 지역 발생 확진자가 나와 추가 확산이 우려된 전북의 감염 양상은 하루 만에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전남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대전에서 11명, 충북에서 19명, 충남에서 19명(해외 유입 2명)의 새 확진자가 나왔고 강원에서 9명, 제주에서 12명의 신규 확진자가 각각 보고됐다.


 

감염 확산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대유행이 좀처럼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우영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상황이 더 지속된다면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더 망설일 수 없는" 시점이라며 3단계 격상을 "빨리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시장은 현재 서울시는 3단계 격상을 위한 "시나리오를 다 갖춰놓았다"고도 언급했다. 3단계 격상으로 인해 사업장이 폐쇄되는 점주 등을 위한 재정 지원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내년도 코로나 재난 지원에 3조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재난관리기금 등의 지방채를 발행할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3단계 격상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관련 준비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밝힌 상황이다.

 

▲17일 서울시의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423명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171000240811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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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수 뒀지만 ‘용두사미’ 부메랑…‘책임론’ 추미애 사의

등록 :2020-12-17 04:59수정 :2020-12-17 08:01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징계, 법무부 덮친 후폭풍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하기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하기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것은 자신이 주도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용두사미로 끝난 것에 대해 책임을 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추 장관의 거친 일처리로 윤 총장과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윤 총장은 되레 야권 대선후보로 부상했고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빠지는 등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가 의결된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에서 “앞으로는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이 원하는 정의를 구현하는 국민의 검찰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며 ‘미래’를 말했다. 그러나 윤 총장 징계 문제는 지난 한달 동안 법조계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처럼 작용했다. 지난달 17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검사들이 윤 총장 대면 감찰조사 일정 조율을 시도하면서 징계 문제가 처음 불거졌고, 1주일 뒤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함께 발령된 직무정지는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을 불렀다. 윤 총장 징계 청구 20여일 전 중요 징계 건에 대해서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임의 조항으로 개정한 것도 문제였다. 지난 1일 긴급 소집된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는 부적정하다”고 의견을 모았고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의 직무 복귀를 결정했다. 추 장관의 밀어붙이기식 윤 총장 징계에 제동이 걸린 것이었다. 추 장관은 자신이 지명·위촉한 인사들로 구성된 징계위에서도 윤 총장 징계 혐의를 온전히 입증하지 못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고 해결된 것도 없다. 어차피 윤 총장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데 다리도 다 부숴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소수의 참모에게 의존하면서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라는 거사를 그르쳤다는 분석도 많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중지를 모으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하는데 윤 총장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소수와 상의했고 이들에게 권한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결국 “추 장관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참모들은 장관이 듣고 싶은 것에만 맞춰서 보고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법무부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를 추진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상당 부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먼지털기 수사 등 이른바 특수 라인의 문제점을 절감하던 일반 검사들도 등을 돌렸다. 검찰의 한 간부 검사는 “정부에 대한 태도와 상관없이 검찰을 위해서도 윤 총장이 그만두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검사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징계가 무리하게 추진되다 보니 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지 못했고 결국 장관도 뒷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후폭풍이 감지되는 건 검찰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징계 청구의 절차적·내용적 문제가 강조되면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아닌 검찰의 독립성이 검찰개혁의 본질로 부각된 것이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견 변호사는 “추 장관의 무리한 징계 청구로 절제되지 못한 수사의 가해자인 윤 총장이 피해자가 됐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고 이것이 검찰개혁이지만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추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 커다란 부담을 안긴 책임을 지고 떠나게 됐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4607.html?_fr=mt1#csidxafd8e9da641238d87de1d77e71a2f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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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힐 듯한 '코스피 3000', 개미들은 공매도에 떤다

[증시 전망] 수출 호조 전망에 장미빛 랠리 기대... 내년 공매도 재개는 변수

20.12.17 08:08l최종 업데이트 20.12.17 08:08l
코스피 사흘 만에 사상 최고치 경신  코스피가 16일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97포인트(0.54%) 오른 2,771.79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 코스피 사흘 만에 사상 최고치 경신  코스피가 16일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97포인트(0.54%) 오른 2,771.79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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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KOSPI: 종합주가지수)가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2602포인트(p)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16일 현재까지 2700포인트대를 무난하게 유지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코스피가 3000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주가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죠. 

실제로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내년 코스피의 최상단을 3200p로 예상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증시의 상승 여력이 가장 높다는 전망이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흥국증권은 3000p, 하나금융투자와 SK증권은 2900p로 전망했습니다. 삼성증권은 2850p, NH투자·메리츠·유안타증권은 2800p,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은 2750p로 예상했죠. 

가시권에 들어온 코스피 3000포인트 전문가들의 전망도 비슷합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수출 흐름이 증시를 기본적으로 뒷받침해줄 것으로 본다"며 "내년 2분기(4~6월)까지는 증가율이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코로나19 등으로) 많이 망가진 기업이익이나 수출 물량의 경우 내년에는 연 기준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이런 부분이 주가에 먼저 반영된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년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이 1805조원대로 예상되는데 전년 대비 35% 증가한 것"이라며 "여기에 반도체·자동차·화학 쪽 영업익 추정치가 조금 더 상향된다면 3000p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장기 흐름 측면에서 따져보더라도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 4일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03년 초 이후 코스피의 12개월 이격도 120% 돌파는 4번 나타났다"며 "이 경우 공통적으로 2~4개월 뒤 중장기 고점이 나타났는데, 내년 1분기(1~3월) 중 고점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격도는 주가와 이동평균선 사이의 괴리 정도를 보여주는 기술적 지표입니다. 투자자들이 매매 시점을 고려할 때 참고로 보는 것인데, 주가를 이동평균치로 나눈 백분율 값을 말합니다. 100% 이상이면 주가가 이동평균선보다 위에 있다는 의미죠. 이격도가 120% 이상일 경우 이후 주가가 고점까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내년에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정 연구원의 의견입니다. 

백신 개발·경제 정상화, 증시엔 악재 될 수도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 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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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 더 좋아지리라는 기대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재난지원금 등) 정책 효과로 증권시장이 버블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상용화로 실물경제가 안정될 경우 반대로 증권시장은 다소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김 센터장은 경고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나쁘기 때문에 정부가 돈을 더 풀 것이라는 기대가 자산시장에 투영돼 있다"며 "오히려 백신이 개발되고 경제가 정상화됐을 때 (정부의 돈 풀기가 중단되면) 더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코스피 흐름에 대해 여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변수도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한시적으로 도입된 공매도 금지 정책이 2021년 3월 중순부터는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빌려서 주식을 판 뒤 이후 이보다 싸게 사들여 이익을 남기는 투자 방법을 말합니다. 국내의 경우 개인보다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거래가 수월한데, 이에 따른 주가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불경기 때는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금융당국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내년 3월 공매도가 재개되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고 밝혔습니다.

공매도 재개 되나... "코스피 급락할 수도"

공매도 재개 움직임에 대해서는 '개미'들의 우려가 높습니다. 560만 개인투자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비영리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최근 코스피 급상승에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겠지만, 공매도 금지 효과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추세를 지속하려면 공매도 금지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의 통계를 활용해 우리나라 증시에 공매도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등 변수가 많았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내년 말까지는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 2008년 코스피가 2000p 돌파 이후 13년 동안 지긋지긋한 박스피 장세였다"며 "그동안 주요국의 경우 2~6배 정도 올랐는데 코스피만 제자리 걸음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다 동학개미운동과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코스피가 많이 오른 것인데, 내년 3월 공매도가 재개되면 지수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코스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재선 연구원은 "외국인 공매도가 많은 부분은 주로 헬스케어 관련 종목인데, 코스피의 경우 헬스케어 종목의 비중이 높지 않아 공매도 재개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학균 센터장도 "한 업권 안에서 종목에 따라 공매도와 매수가 각각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공매도 자체가 주가지수를 떨어뜨리는 쪽으로만 작용하진 않는다고 본다"며 "공매도 재개가 바이오 등 특정 종목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시장 전체에는 중립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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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처리’ 목표 향해 속도 내는 중대재해법 논의, 남은 쟁점 3가지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12/17 09:42
  • 수정일
    2020/12/17 09:4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2-16 18:58:44
수정 2020-12-16 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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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국회의사당 지붕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국회의사당 지붕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연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처리를 위한 목표 시한이다.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와 고 이한빛 아버지 이용관 씨,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지난 11일부터 '최후의 수단'으로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입법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중대재해법의 '압축 심사'를 예고했으며 그동안 명확한 처리 시점을 얘기하지 않았던 김태년 원내대표도 '연내' 처리 목표라는 구체적 시간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정책 의원총회를 시작으로 중대재해법의 주요 쟁점을 논의한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식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16일 기준,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중대재해법은 ▲강은미안(정의당) ▲박주민안(민주당) ▲이탄희안(민주당) ▲임이자안(국민의힘) ▲박범계안(민주당) 등이다. 이 중 '이탄희안'은 '박주민안'에 양형 절차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박범계안'은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들의 큰 골자는 유지하되 일부 논란이 됐던 조항들을 정비해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원청에도 하청 작업장에 대한 안전 의무를 부여하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조치를 다 하지 않아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강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세부적인 쟁점들은 약간씩 차이가 있어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격적인 국회 심사를 앞두고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쟁점 세 가지를 살펴봤다.

 

■쟁점 1.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어떻게 정해질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하여 고(故)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12.14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하여 고(故)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12.14ⓒ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이행해야 할 안전·보건 관련 의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다. 이는 '강은미안', '박주민안', '임이자안', '박범계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중대재해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했던 시민사회계에서는 이 의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중대재해의 원인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서 규정한 몇 개의 안전조치들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안전불감증 등 전반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강은미안과 박주민안에서는 '사업주와 경영책임는 유해·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들에게 사업장 안전에 대해 전반적인 책임을 지게 했다.

일부 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규정할 경우 '범죄 구성 요건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나온다. 또한 해당 의무 조항은 처벌 여부와 직결되는 부분이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수용한 일종의 절충안이 박범계안이다.

'박범계안'에서는 안전·보건 조치 의무에 대한 정의를 각 개별 법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 또는 보건을 위한 관리·조치·감독·검사·대응 등의 의무를 말하되, 구체적인 의무의 종류와 법위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의무를 너무 구체적으로 열거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임이자안'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부여하는 의무를 △안전·보건 조치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 예산을 편성하고 그 운영을 정기적으로 점검 △근로감독관의 지적 사항 △자신이 관리하는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 및 제조물에 대한 점검 △그 밖의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 밖의 원인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부여하는 의무를 포괄적으로 할 것이냐, 구체적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리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도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포괄적 책임의무 규정에 대한 위헌 소지 여부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책임의 의무에 대해 '일터 괴롭힘' 등을 포함한 양당의 두 제정법이 놓치고 있는 곳은 없는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심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쟁점 2. '하한형' 명시한 처벌 가능할까?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2020.12.14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2020.12.14ⓒ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두 번째 쟁점은 처벌 수위다.

각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처벌 수위가 조금씩 다르다. '사망'을 기준으로 본다면, '강은미안'은 3년 이상 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 이하의 벌금을, '박주민안'과 '박범계안'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이상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단순히 처벌 수준만 놓고 본다면 '임이자안'이 가장 세기는 하다. '임이자안'의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억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다른 법안에 비해 징역형 수위를 대폭 높인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어떤 법안이 가장 높은 처벌을 규정했느냐보다도 중요한 건 '하한형'의 도입 여부라는 주장이 나온다. 다행히 모든 법안에서 '몇 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식의 하한형을 보장하고 있지만, 정작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이 하한형이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당초 정부안에서는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조항이 담겨 있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하한형이 빠진 채로 통과됐다. 이로인해 여전히 산업재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박범계 의원도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법에 포함돼야 할 '핵심내용'으로 하한형 도입을 꼽았다.

박 의원은 "사실 중대재해법을 제정하는 것만으로도 법 집행을 하는 수사기관, 재판기관, 법원 등에 엄청난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전처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라며 "(최종안에 담길 처벌 수위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처벌 규정을) '~이상'으로 하면 그 경고의 힘은 엄청날 것이라고 본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쟁점 3. 적용 시기는 언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6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6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마지막 쟁점은 적용 시기다.

'강은미안'과 '임이자안'은 모두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박주민안'에는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고, 개인사업자 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무 이행을 위한 제도 마련을 전제로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뒤이어 발의된 '박범계안'에서도 이 내용을 삭제하지는 않았다. 중대재해법이 실제 제정될 경우, 산업 현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일선 사업장에도 이를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박주민 의원은 유예 조항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함께 법안을 논의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의견을 듣고 마련한 내용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 대부분은 하청 기업들이라 중대재해법이 제정된다면 결과적으로 원청이 책임지는 구조가 마련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빈틈이 메꿔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중대재해법을 발의한 의원들 대부분이 '4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너무 길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는 이 시기를 앞당기는 식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14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논의에 따라서는 유예기간을 줄인다든지 또는 유예되는 작업장의 규모를 조정해서 많은 사업장이 지금 당장 법의 적용을 받게 한다든지 다양한 방향이 다 열려있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도 "유예할 필요성은 있겠지만 4년은 너무 길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하되 유예기간을 어떻게 단축하느냐의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시행 시기 유예는 대다수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면서도 "시행 시기 자체를 1년 이후로 조정할 수 있겠다. 다만 2년, 3년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나아가 강 의원은 "'임이자안'에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는 안전 조치를 하기 위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1년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영세자영업자가 안전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면 가능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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