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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부정평가 59.8% 최고치···국민의힘 4주 연속 1위지만 오차범위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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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또다시 취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31일 나왔다. 국민의힘은 4주 연속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8~30일 1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지난주에 비해 0.2%포인트 오른 36.9%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59.8%로 0.1%포인트 올랐다. 모름·무응답은 0.3%포인트 내린 3.3%였다.

긍정평가는 5주 연속 30%대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60%에 육박하며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권역별로는 광주·전라(6.4%포인트↓, 57.5%→51.1%, 부정평가 44.8%), 부산·울산·경남(2.0%포인트↓, 29.6%→27.6%, 부정평가 66.9%), 서울(1.6%포인트↓, 35.6%→34.0%, 부정평가 63.3%)에서 긍정평가가 하락했다. 대구·경북(10.6%포인트↑, 20.4%→31.0%, 부정평가 63.6%)에서는 긍정평가가 올랐다.

연령대별로는 30대에서 긍정평가가가 상승했지만, 70대 이상과 60대에서 하락했다.

정당 지지도는 이번 주에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 4주 연속이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주에 비해 3.4%포인트 내린 30.4%를 기록해, 0.6%포인트 오른 민주당(29.9%)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이 밖에 국민의당은 1.7%포인트 오른 8.1%, 열린민주당은 0.2%포인트 오른 6.7%, 정의당은 1.4%포인트 오른 5.8%, 기본소득당은 0.3%포인트 오른 0.9%, 시대전환은 0.3%포인트 내린 0.5%를 기록했다.

무당층은 지난주 대비 0.3%포인트 감소한 16.2%로 조사됐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을 비롯해 전 지역에서 지지도가 하락했다. 특히 지난주 민주당을 앞섰던 서울에서는 3.4%포인트 내린, 30.7%를 기록하며 민주당(32.1%)에 다시 뒤쳐졌다. 부산·울산·경남에서 2.8%포인트 내린 40.3%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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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310957001&code=910402#csidxb7079d2620641a0a60a3c47deefb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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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 환자들 갇힌 채 죽어가…정부 조처 너무 늦었다”

등록 :2020-12-31 04:59수정 :2020-12-31 07:55

 

공포·무기력에 갇힌 요양병원의 절규

구로 미소들 190명 확진
정부 집단격리한 채 사실상 방치
감염병 치료 능력 없어 발만 동동
정부 “확진자 모두 전원할 것”
동일집단 격리(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 노인전문병원(요양병원)에서 지난 29일 함께 격리된 간호사가 외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동일집단 격리(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 노인전문병원(요양병원)에서 지난 29일 함께 격리된 간호사가 외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는 이틀도 더 버티기 어렵다. 간병인들은 거의 그만뒀고, 간호사들은 기존 인력의 3분의 1 정도가 2교대를 짜서 기저귀 갈기, 환자 체위 변경, 가래 흡입 등을 하고 있다. 동료 간호사들이 감염되는 걸 지켜보면서도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이제야 정부가 확진 환자들을 전부 옮기고, 인력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너무 늦었다.”


서울 구로 미소들 노인전문병원(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15일이다. 불과 보름 사이 관련 확진자는 입원 환자 100명을 포함해 190명(30일 0시 기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확진 환자 37명과, 비확진 환자 92명이 동일집단 격리(코호트 격리)된 병원에 갇혀 공포와 무기력감 속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날 병원에선 8번째 전수검사가 이루어졌다.

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최희찬 신경과장은 30일 오후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자들의 산소포화도가 나날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정부는 요양병원 집단감염은 요양병원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그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7일 ‘코호트 격리되어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이유다.

이 병원에서는 이날까지 확진자 6명과 비확진자 12명이 숨졌다. 최 과장은 “심지어 확진 뒤 사망한 1명은 정부에 보낸 전원 우선순위 명단에 일주일 내내 있었던 환자였다”며 “그러나 감염병 전담병원들은 고령의 와병 환자란 이유로 기피하고, 정부도 사실상 방치하면서 병상 배정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수도권 요양병원 몇군데를 감염병 전담으로 지정한다고 하는데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요양병원은 애초에 경증이든 중증이든 감염병 환자를 치료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당장은 경증으로 보이더라도 고령에 기저질환이 많아 순식간에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고위험군인 요양병원 확진자들이 우선적으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 과장은 집단감염 초기에 정부가 음성이 나온 환자들을 신속하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 1등급 평가를 받을 만큼 시설·인력이 양호한 우리 병원에서도 비확진 환자를 1인실에 격리하기 어려웠다”며 “이 때문에 차츰 음성 환자들이 모인 병실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최근 보건소에서 4번 연속 음성이 나오고 1주일 동안 발열 증상이 없었던 이들만이라도 옮길 요양병원을 알아보겠다 했지만, 이조차도 어렵다는 연락이 전날 왔다고 그는 털어놨다. 뒤늦게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소들 요양병원에 남아 있는 확진자는 모두 전원시키고, 비확진자 92명은 병원에서 계속 관리하되 이를 위한 의료인력 34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너무 늦은 대응”이란 게 최 과장의 생각이다. 그는 “그나마 국민청원을 올린 뒤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나서야 병상 배정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껏 전화로만 지시사항을 알려주다가 전날(29일) 중수본 과장 2명이 찾아와서 대책을 논의하고 갔다”며 “요양병원 집단감염 대응은 더 신속해야 한다. 즉시 방역 전문가와 간병인·간호사가 현장에 파견되고 음성 환자들을 14일간 격리할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76667.html?_fr=mt1#csidxbd9ff1ab48149b4b02994dd7e4dc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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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 것도 추위도 사치...살기위해 엄동설한 길바닥에 선 사람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12/31 10:23
  • 수정일
    2020/12/31 10: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LG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철회, 중대재해법 제정, 김진숙 복직 촉구 농성 이야기

이들은 영하 12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프레시안>은 지난 30일, 코로나19에도 농성을 거두지 못하고 찬 바람을 맞으며 연말을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일하던 곳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 LG트윈타워 농성장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는 50~60대 청소노동자들이 16일째 농성하고 있다. 찬기가 올라오는 바닥에 은박지와 침낭을 깔고 생활한다. 그 위에 누워 침낭 한 장을 덮으면 잠자리가 된다. 유리로 만들어진 벽과 천장은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을 막아주지 못한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 자면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날이 밝으면, 빗자루와 걸레 대신 피켓을 들고 로비를 오가는 LG그룹 임직원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알린다. 농성 자리에서마저 내쫓길까 싶어 식사 때가 되면 조를 짜서 번갈아가며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이 한겨울 건물 로비에서 이런 생활을 이어가는 이유는 31일 사실상의 집단해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이들의 회사인 지수아이앤씨(지수)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스앤아이)과의 청소 용역 계약이 종료됐다'며 이들에게 오는 12월 31일자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하고 사직서 서명을 종용했다.

 

청소노동자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에스앤아이는 LG그룹과 LG트윈타워 건물관리 계약을 맺은 회사다. 지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두 고모인 구미정, 구훤미 씨가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회사다. 두 회사는 근 10년간 LG트윈타워 청소용역 계약을 유지해왔다.


 

청소노동자들은 계약 종료의 배경에 노조 결성이 있다고 본다. 박소영 LG트윈타워분회장은 "노조가 생기기 전 근무시간 꺾기나 관리자 갑질 등을 참고 일 해왔다"며 "노조가 생기고 부당한 일들에 대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그게 보기 싫었던 것 같다"고 했다. LG그룹이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청소노동자들은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 하얀 민복을 입고 LG트윈타워에서 구 회장의 집이 있는 용산 한남더힐까지 3시간여가 걸리는 거리를 걸었다. 당일 우원식, 박홍근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농성장을 찾아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구 회장과 의원들에게 전한 바람은 하나. 노조가 있는 지금의 일터에서 다시 전처럼 일하는 것이다. 박 분회장은 "다른 회사들은 노조를 인정하고 상생하는데 왜 LG는 못 받아들이는지 묻고 싶고 답답하다"며 "이 엄동설한에 여기서 내쫓기면 먹고 살 수가 없다. 우리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농성"이라고 말했다.


 

▲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농성하는 청소노동자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 30일 LG트윈타워 건물 앞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 집까지 걸어가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프레시안(최용락)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의 복직을 위해, 청와대 앞 단식농성장 

 

청와대 앞에서는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부지부장, 성미선 녹색당 운영위원장 등 7명이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요구하며 열흘째 단식 농성하고 있다. 이들의 방한대책은 침낭과 바람막이용으로 세워둔 박스가 전부다. 종로구청이 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을 이유로 청와대 인근 천막 설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1986년 옛 대한조선공사(현재 한진중공업) 노조의 어용성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고문당한 뒤 회사로부터 해고됐다.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 11월과 올해 9월, 한진중공업에 김 위원의 복직을 권고했다. 지난 10월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김 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한진중공업은 김 위원의 복직과 관련해 '복직을 수용할 법적 의무가 없다'며 '재채용'안을 내고 있다. 35년 해고 기간의 임금에 대해서는 배임죄 성립 소지가 있어 지급할 수 없고 8000만 원의 위로금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는 이를 '김진숙 복직의 사회적 의미를 부정하려는 것'으로 보며 거부하고 있다. '복직 및 해고기간 임금 지급'과 달리 '재채용 및 위로금 지급'에는 과거 김 위원의 해고가 부당했다는 뜻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30일 트위터에 "앓는 것도 사치라 다시 길 위에 섰다. 연말까지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청와대까지 가보려한다"는 글을 남기고 부산 호포역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걷기를 시작했다. 암 투병 중인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단식 중인 정 부지부장은 김 위원의 복직에 대해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국가폭력에 의해 부당하게 일어난 해고"라며 "반드시 복직을 통해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 시대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지부장은 "복직이 없으면 정년도 없다"며 "12월 31일 김 위원의 정년이 지나더라도 김 위원의 복직이 이뤄지지 않는 한 단식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30일 복직을 촉구하며 부산 호포역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걷기를 시작하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왼쪽). ⓒ
금속노조
▲ 청와대 앞에서 김진숙 복직을 촉구하며 노숙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이들. ⓒ금속노조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국회 인근 단식농성장


 

국회 본청 앞에는 '사람을 살리는 단식농성장'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천막이 세워져 있다. 안에서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센터 이사장 등 산재 유가족이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21일째 단식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의원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 제정의 필요성을 선전하고 필요한 경우 기자회견 등에 참여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일과다. 국회의 중대재해법안 심사 상황에 대응하기도 한다.


 

국회 정문 앞에 쳐진 천막에서도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의 누나 김도균 씨, 고 이동준 CJ제일제당 현장실습생의 어머니 강석경 씨 등 6명이 단식 중이다.


 

이들은 동조단식자와 함께 국회 정문 앞에 세워진 김용균 노동자 조형물 앞에서 매일 2400배를 한다. 2400배를 참여자 수로 나눠 절하는 횟수를 채운다. 그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에서 동조단식자가 오고갔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회에 제출된 5개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두고 입법 심사를 시작했다. 29일 정부는 △ 2명 이상 사망으로 중대재해 범위 축소 △ 건설·조선업 발주처 등 원청 기업 책임 삭제 △ 중소사업장 법 적용 유예 조항 강화 △ 인과관계 추정 조항 삭제 등 기존 법안에 비해 약화된 법안을 법사위에 냈다.

 

정부안이 나온 날, 김 이사장과 이 이사장은 국회 법사위에서 '말도 안 되는 정부안을 갖고 왔다', '처벌 수위를 너무 낮춰서 사람을 살릴 수 없는 법안을 만들어놨다'고 항의했다. 이에 30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뒤 중대재해의 정의를 '1명 이상 사망한 재해'로 정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단식 중인 이 부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김미숙 이사장이 중대재해를 사망자 2명 이상이 발생한 재해로 정의하면 김용균 노동자나 구의역 김군 같은 경우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게 되기 때문에 화를 많이 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의원들 중에는 중대재해법을 만들 것이니 단식을 멈추라는 이들도 있지만 감시의 눈길을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대재해법은 조문 하나 하나가 김용균 노동자, 김태규 노동자, 이한빛 피디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재계 눈치를 보며 법안을 약화시려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정말로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더 촘촘한 법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 국회 본청 앞에 세워진 '사람을 살리는 단식농성장' ⓒ프레시안(최용락)
▲ 30일 국회 정문 앞 김용균 노동자 조형물 앞에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기원하며 2400배를 하고 있는 사람들. ⓒ프레시안(최용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301723180892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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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에 매주 2천원, '매점 기본소득' 후 이렇게 변했다

동초 '격차 없는 매점' 실험이 불러온 변화

20.12.30 19:38l최종 업데이트 20.12.30 19:38l


[월간 옥이네] 충북 보은 판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역시 학교 가는 재미는 수업보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혹은 '맛있는 급식', '하굣길 떡볶이'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쉬는 시간이나 늦은 오후 매점으로 달려가 호빵이나 아이스크림으로 출출함을 달래던 재미도 빠질 수 없죠.
하지만 이런 소소한 재미를 모든 학생이 누릴 수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용돈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 교문 앞 분식점의 500원짜리 컵떡볶이도 사치였으니까요. 어쩌면 이것은 학교 안에서 시작되는 가장 가볍지만 가장 빈번한 '불평등'의 경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작다면 작고 하찮다면 하찮을지도 모를, 이런 고민에서 의미 있는 실험을 시작한 곳이 있습니다. 충북 옥천군 안내면 오덕리를 지나면 금방인, 보은군 삼승면 판동초등학교(교장 이미애)입니다. 판동초는 10월말부터 전교생 41명에게, 일주일에 2천 원을 매점화폐로 지급하는 '매점 기본소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판동초는 어린이들이 학교 안에서 경험하는 '격차'를 인지하면서 이 같은 매점 기본소득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매점 기본소득 시행 두 달여. 판동초등학교의 학생들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됐을까요? 그리고 판동초등학교는 매점 기본소득을 통해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요? 판동초등학교 매점 기본소득 현장을 찾아봤습니다.

"학교에 오는 것이 즐거워요"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  충북 보은 판동초 학생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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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동초의 매점 기본소득이 실시되는 현장은, 지난해 9월 문을 연 매점 '빛들마루'입니다. 도내 학교 중에서는 네 번째, 도내 초등학교에서는 최초의 학교 협동조합으로 이곳 학부모와 교사로 이루어진 '팔판동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판동초의 '매점 기본소득' 역시 팔판동 사회적 협동조합이 진행하는 것입니다.

"항상 매점에 오는 학생들만 오더라고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일 큰 건 역시 '용돈'이었어요.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용돈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학생들이 이 공간에서조차 '격차'를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런 경험을 하게 하려고 이 공간을 만든 게 아닌데, 어떻게 하면 이 차이를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팔판동 사회적 협동조합 발기인이자 조합원이기도 한 판동초 강환욱 교사의 설명입니다. 조금이라도 '공평한' 소비권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마침 팔판동 사회적 협동조합 쪽으로 기부금 100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친환경 간식만을 판매하고 수익은 모두 학생 환원 사업에 사용했던 매점인 만큼, 기부금 역시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자연스레 100만 원은 이번 매점 기본소득의 종잣돈이 됐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학교 본관 2층 5학년 교실 앞 복도로 어린이들이 모입니다. 1주일에 한 번 지급되는 매점 기본소득을 수령하기 위해서입니다. 매점 기본소득은 기존에 있던 '매점 쿠폰'을 활용했습니다. 쿠폰이 기본소득에 사용되면서 이제는 '매점 화폐'라는 명칭으로 바꿔 부릅니다.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  충북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게시판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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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지급되는 방식 역시 눈여겨 볼만합니다. 누군가 '건네주는' 형태가 아니라 복도 벽면에 붙은 기본소득 수령 게시판을 통해 각자 알아서 찾아갑니다. 이 역시 '누군가의 베풂으로 지급받는 용돈'이 아니라 '이 학교 학생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서의 기본소득'이 되고자 함입니다.

"아무래도 '용돈'은 가진 자가 베푸는 것이고, 언제든지 지급 여부나 규모가 바뀔 수 있는 거잖아요. 학교에서는 경제교육의 일환으로만 접근하게 되기도 하고요. 정기적이고, 무조건적이고, 모두에게 지급되는 점 등을 고려해 '기본소득'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다 싶었습니다. 매점 기본소득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매점에서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어요. 다만 각자 사용 내역을 별도의 기입장에 기록하게 하는데, 이건 최소한의 경제관념을 위해서지 교사나 부모가 침범하는 부분도 아니고요."

이런 매점 기본소득이 처음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감지했던 학교 내 불평등을 조금은 상쇄해주었을까요. 변화는 학생들 사이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매점 매니저로 활동하는 6학년 설미진 학생은 "매점 기본소득 이후 매점에 못 오던 학생들이 확실히 많이 오고 있다"며 시행 전후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용돈이 없거나 부족해 매점을 찾기 어려웠던 학생들 사이에서 '매점 기본소득'은 학교에 가는 재미가 됐습니다. 서우정(판동초 5) 학생은 "용돈을 못 받거나 부족한 친구들이 매점을 많이 이용하게 됐다"며 "저도 용돈을 받지 않는데 매점 기본소득으로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사먹을 수 있게 돼 정말 좋고,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김호준(판동초 5) 학생 역시 "평소엔 용돈이 없어서 매점에 못 갔지만 요즘은 자주 가고 있다"며 "아침을 못 먹고 와서 배고플 때가 많았는데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매점에 가는 것이 쉬워지고 부담스러워지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재미를 붙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판동초가 매점 기본소득 실시 3주차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매점 기본소득에 대한 의견을 묻는 주관식 문항에서 '학교에 오는 이유가 늘었다', '용돈이 부족한 친구들이 거의 매일 매점에 오면서 기분도 더 좋아진 거 같다', '매점이 더 화기애애해지고 그동안 못 보던 친구들도 와서 좋다' 등 긍정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용돈을 어떻게 쓸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등의 답변도 눈에 띄었습니다.

학교 담장을 넘어 연대의 가치를 배우다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  충북 보은 판동초 매점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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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  충북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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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 교사는 학교에 오는 즐거움이 늘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이 공간의 역할은 충분히 다 한 것 아니겠냐고 말합니다. 강 교사는 "심층 인터뷰가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학생들 역시 전보다 골고루 매점을 찾고 있다는 것에서 마음의 불편함이 다소 해소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이 말로 표현하진 못해도 학교의 즐거움, 나아가 학교가 학생들을 지지해준다는 인상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정서적 지지'가 건강한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판동초는 매점 기본소득과 학교 협동조합 매점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매점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 흔적으로 매점과 학교 복도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분리수거 방법과 기후위기 게시물이 빼곡합니다.

이는 '마을 보행권'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야기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되는 도로의 문제, 마을 안 보행권까지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이 좁은 학교만이 아니라 마을, 지역, 나아가 온 나라와 연대하는 것이 이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요. 학교 현장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민주시민교육이자 사회적 경제 영역까지 아우르는 활동이 되기도 하고요. 이번에 옥천 안내중에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한 Too나 이런 활동에 관심이 있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강환욱 교사)

옥천과 보은, 가까운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은 앞으로 지역사회에 어떤 흐름을 만들게 될까요. 섣불리 전망할 순 없으나, 이 이야기는 계속될 듯합니다. 공동체 활성화라는 공통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곳에서 따로 또 같이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니까요.

한편, 판동초는 내년 학교 자체 예산으로 매점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간 옥이네 2020년 12월호(통권 42호)
글·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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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동 몫 최고위원’ 박홍배가 설정한 민주당의 방향키 “현장 속으로”

“중대재해법 단식 농성장 갈 때마다 죄짓는 것 같아, 빨리 처리해야”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2-30 17:22:58
수정 2020-12-30 17: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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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28일 국회 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2.28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28일 국회 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2.28ⓒ정의철 기자  
 
"저는 우리 당이 더 깊이 국민 생활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여당의 정책이 어떻게 국민과 노동자들의 생활에 스며들어 가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못하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노동 몫 지도부로서 첫 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의 첫 일성은 "현장 속으로"였다. 여의도에만 갇혀 있지 말고 국민의 현실이 어떤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직접 다가가 확인해봐야 한다는 당부였다. 이 말은 민주당이 국민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의미로 읽혀졌다.

그로부터 100여일이 흐른 지난 28일, 국회 최고위원실에서 만난 박 최고위원에게 되물었다. '민주당, 현장 속으로 잘 들어가고 있느냐'고. 그는 숨을 고른 뒤 "현장 활동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회의 시간이 바쁘게 흘러가긴 했다. '이낙연 호'가 출범하자마자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일정이 연이어 있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박 최고위원은 "추석 전후로는 대표도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는 활동을 많이 했고, 당내 노동존중 태스크포스(TF)도 당 전국노동위원회와 함께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업장이나 (노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업장 등을 방문하려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후에 국정감사 일정, 코로나19 때문에 마음대로 다니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부분은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의 방향키가 '현장'으로 향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 최고위원은 그 이유에 대해 "국민의 생각과 의회 정치를 하는 분들의 생각은 다른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며 "이를테면 왜 그렇게 정쟁만 하느냐는 문제도 있을 것이고, 또 코로나19로 인해 민생이 굉장히 어려운데 너무 권력기관 개혁 문제만 수개월째 다룬다든지 하는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내 삶은 정치와 무관하다'거나 나아가서 정치에 대한 혐오로 가지 않도록 국민의 눈높이와 입법권자 또는 당의 눈높이를 맞추는 활동을 해야 한다"며 "특히 제 경우에는 현재도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많이 주문하고, 저 역시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고위서 양향자와 공개 충돌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
'중대재해, 예방이 중요하다' 당 일각 주장엔
"계속된 예방 활동에도 중대재해 안 줄어" 반박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지난 27일 금융노조 지도부와 함께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찾은 모습.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지난 27일 금융노조 지도부와 함께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찾은 모습.ⓒ박홍배 최고위원 페이스북

박 최고위원은 정당인이자 노조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취임해, 지난 8월 31일 이낙연 대표의 지명으로 노동 몫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당초 각오는 "당에서 끝까지 노동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데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였고,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이런저런 아쉬운 모습들도 나왔지만 노동계가 바라는 정치의 모습을 위해 당내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깥에서 보던 정치와 직접 겪는 정치는 같지 않았다. 박 최고위원은 이 차이를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점이 가장 다르냐'는 질문에 "국회의원 300명 한 분 한 분이 다 헌법기관이라는 말들을 하지 않나.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법·제도 개선을 위해서 같은 사안을 놓고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모습들이 (밖에서 볼 때와) 참 다른 것 같다"고 에둘러 답했다.

답변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몇 장면들이 있었다. 공개 회의에서 박 최고위원과 양향자 최고위원이 같은 사안을 두고 결이 다른 발언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16일에는 공정경제 3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이른바 '3%룰'을 두고, 최근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두고 부딪혔다. 박 최고위원은 노동자 입장을, 양 최고위원은 기업 입장을 대변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 공개적으로 이견이 표출된 건 매우 드문 경우라 '공개 충돌'이라고 쓴 기사가 쏟아졌다.

박 최고위원은 "각자가 살아 온 배경이 다르다"며 "저는 노동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제가 낼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해야 했다. 양 최고위원이 살아온 삶의 배경은 충분히 다 알고 있지 않나. (삶의 배경을 감안할 때)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임시국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중대재해법만 놓고 보더라도 민주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특히 '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경제가 어려운데 중대재해법까지 처리하면 너무 지나친 게 아니며 노골적으로 재계 편을 드는 의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잉 입법'이라거나 '처벌이 능사는 아니니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빠지지 않는다.

박 최고위원은 자신이 법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 데다가 원외 최고위원으로서 한계도 있지만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반 이상 줄이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아니었느냐"는 것.

그는 "예방활동이나 기존 법안을 강화하는 법 개정은 그동안에도 계속해왔다. 그러면 중대재해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기업 활동보다는 사람 목숨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가급적 연내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터뷰 이후 공개된 중대재해법 정부안은 당초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보다 대폭 후퇴해 껍데기만 남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더욱이 정부안을 중심으로 한 상임위 논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사실상 연내 입법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 최고위원은 3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안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언급한 뒤 "상임위는 정부안에 얽매이지 말고 기 제출된 법안을 중심으로 법 시행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교하게 법안을 다듬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래서일까. 박 최고위원은 국회 앞에 설치된 중대재해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할 때마다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심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성장에 갈 때마다 두 가지 마음이 든다. 하나는 이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여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의 마음과 다른 하나는 노조 활동하는 사람의 입장, 이 두 입장에서 방문을 드린다"며 "빨리 중대재해법을 처리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제가 죄를 지은 것 같이 죄송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노동계가 민주당에 바라는 점은…
"제발 노동자를 적으로 만들지 말아달라"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28일 국회 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2.28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28일 국회 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2.28ⓒ정의철 기자

박 최고위원은 노동 몫 최고위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당과 노동계의 소통, 접점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노동계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촛불정신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박 최고위원은 "이 정부를 탄생시켰던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제발 노동자를 적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 민주당이 어떤 과제에 집중해야 할지도 물었다. 민주당이 당력을 끌어모았던 검찰개혁의 첫 단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며 일단락된 상황이니 이제는 다양한 개혁 과제들에 대한 집중도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박 최고위원은 당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 현안들을 꼽았다. 그는 "ILO 3법이라고 얘기되는 노동 관계법들을 개정했는데, 협약 비준안은 아직"이라며 "이 협약 비준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 대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21일 발표한 대책은 노동법으로 보호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해주겠다는 것인데, 사실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노동 기본권을 보장해주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며 "섣불리 진행하기보다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 결과를 국회가 반영하는 식으로 내년 상반기에 중점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과제 역시 플랫폼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 강화였다. 그는 "노동 시장이 계속 변하고 있기에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안전 보장에 대한 내용이 현안이 될 것"이라며 "그 부분들은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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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불법사찰정보공개 특별법 요구한다

 
사람일보  | 등록:2020-12-30 13:54:55 | 최종:2020-12-30 14:13:4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국정원 불법사찰정보공개 특별법 요구한다
박해전 공동대표, “국가정보원 사찰기록 피해당사자에게 공개하고 폐기해야
(사람일보 / 박해전 / 2020-12-30)

 

▲박재동 화백이 2020년 12월 18일 서초동 법무법인 도담 김남주 변호사 사무실에서 김 변호사와 박해전 5공 아람회사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 공동대표의 대화를 듣고 형상한 ‘손바닥 그림’ ©사람일보

박해전 5공 아람회사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 공동대표가 30일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정보공개 특별법’을 국회에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문을 싣는다. <사람일보 편집자>

성명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정보공개 특별법을 요구한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실현된 것을 환영하며, 권력기관의 실질적인 혁신을 위하여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정보공개 특별법의 제정을 국회에 요구한다.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탄압을 받은 박해전 5공 아람회사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 공동대표의 사찰자료 정보공개 청구건에 대해 최근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을 달아 ‘정보 부존재’ 통지를 한 것은 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을 명백히 보여준다.
 
박해전 공동대표가 2020년 12월 18일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제출한 정보공개 청구서(접수번호 2020-192)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2020년 12월 29일 전자우편으로 청구인에게 보내온 통지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보공개 청구 내용
 
청구인은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에 동참하여 청구인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사찰자료 정보공개를 청구합니다.
 
청구인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후보 시민사회특보로 임명돼 재야지지선언을 조직하는 등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하였으며, 2012년 문재인 대통령후보 정책특보로 임명돼 해내외 유권자들의 지지선언을 조직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분류기준으로 하여 각 분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치보복을 한 사실이 문재인 정부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청구인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하여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 청구인에 대한 국가정보원 사찰기록과 정보자료 일체의 정보공개를 청구하오니 박지원 국정원장께서 적극 협력해주기 바랍니다.
 
2020년 12월 10일 접수한 위 청구 내용에 대하여 국가정보원은 2020년 12월 16일 청구대상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특정 보완하여 2020.12.28.까지 정보공개청구서를 다시 제출해달라는 통지서를 전자우편으로 청구인에게 보내왔습니다.
 
청구인은 이에 위 청구 내용에 더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사건 또는 사안을 특정 보완하여 정보공개서를 제출합니다.
 
1. 청구인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후보 시민사회특보로 임명돼 재야지지선언을 조직하는 등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하였으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 인터넷신문 <사람일보> 대표로서 이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 활동을 하였습니다. 청구인의 이러한 언론활동에 관한 사찰기록 정보 공개를 청구합니다.
 
2. 청구인은 2009년 7월 <노무현 추모시집>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노무현 전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09년 7월 9일 봉하마을에서 성대히 개최하였습니다. 또 2009년 9월에는 저서 <노무현 대통령>을 출간하였습니다. 이에 관한 사찰기록 정보 공개를 청구합니다.
 
3. 청구인은 6.15 10.4 국민연대 상임대표로서 2011년 9월 30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10.4선언 4돌기념 6.15 10.4 평화통일번영결의대회’를, 2012년 6월 5일 백범기념관에서 ‘6.15공동선언 12돌기념 6.15 10.4 자주통일평화번영결의대회’를 공동 주최하였습니다. 또 6.15공동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공동대표로서 통일운동을 하였습니다. 이에 관한 사찰기록 정보 공개를 청구합니다.
 
4. 청구인은 2012년 <안철수의 생각>을 비판하는 <박해전의 생각>을 출간하였으며, 그해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후보 정책특보로 임명되어 해내외 유권자들의 지지선언을 조직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청구인은 2012년 대선 활동 사안에 관한 사찰정보 공개를 청구합니다.
 
5. 청구인은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후보 통일정책특보로 임명되어 각계 지지선언을 조직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청구인의 2017년 대선 활동 사안에 관한 사찰정보 공개를 청구합니다.
 
6. 청구인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아람회사건 진실규명 결정과 서울고등법원의 무죄판결에 근거하여 이명박 정권 시기 5공 아람회사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위한 국가배상(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청구인의 아람회사건 위자료 국가배상 소송건에 관한 사찰정보 공개를 청구합니다.
 
7. 청구인은 박근혜 정권 시기 아람회사건 국가배상(일실수입) 청구 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청구인의 아람회사건 일실수입 국가배상 소송건에 관한 사찰정보 공개를 청구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마침내 완성되었습니다. 권력기관의 혁신을 위하여 헌신하시는 박지원 원장께 경의를 표하며, 적폐를 청산하고 역사정의와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청구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적극 협력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합니다.
 
정보 부존재, 진정·질의 등 청구인의 요구에 대한 설명
 
귀하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법령, 관련 판례 및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행정안전부刊)> 등을 기준으로 검토한 결과를 아래와 같이 답변 드립니다.
 
국정원은 귀하의 정보공개청구(12.10, 2020-177)에 대하여 대상정보의 내용과 범위를 알기 어려워 그 청구에 응하기 곤란한바 청구대상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보완하여 주실 것을 귀하께 요청(12.16) 드린 바 있습니다.
 
참고로 대상정보 특정의 정도와 관련하여, 판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제2호는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자는 정보공개청구서에 ‘공개를 청구하는 정보의 내용’ 등을 기재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바, 청구대상정보를 기재함에 있어서는 사회일반인의 관점에서 청구대상정보의 내용과 범위를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함을 요한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7두2555 판결)”, “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의 전문직원이 합리적인 노력으로 그 정보가 기록되어 있는 문서 등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청구인이 얻고자 하는 정보의 내용을 명확히 특정하여야 할 것(서울고등법원 2007. 12. 11. 선고 2007누14789 판결)”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행정심판 재결례에서는 “청구인으로서는 공공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구체적인 정보에 대하여만 공개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이어서, 당해 정보를 특정할 수 있는 정도로 문서제목, 작성일자, 문서번호나 관련 내용 등을 제시하여 당해 정보의 실체가 존재하며 공공기관이 이를 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정황을 보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국민권익위원회 2009-03673, 2009. 9. 22. 재결).
 
그러나 귀하께서 보완(12.18, 2020-192)하신 청구정보 기재는 너무 포괄적이고 막연하여 ‘내용과 범위를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당해 정보의 실체가 존재하며 국정원이 이를 관리하고 있다는 정황에 대한 제시도 없습니다.
 
이에 귀하의 청구에 대한 확인 및 공개 여부 검토가 곤란하여, 이미 알려드린 바와 같이 귀하의 청구(2020-177ㆍ192)에 대해서는 부득이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행정안전부刊)>에 따라 '정보 부존재' 통지를 하오니 이 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추후 귀하께서 청구대상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다시 청구해 주시면 대상 정보의 존부 확인 및 공개 여부 검토가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귀하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하여 검토한 결과 위와 같은 사유로 우리 기관은 귀하의 정보공개 청구에 따를 수 없음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제4항에 따라 통지합니다.
 
2020년 12월 29일
 
국가정보원장”

 
국가정보원이 통지서에서 거론한 바와 같이 피해자들이 국가정보원의 사찰정보의 실체와 관리 정황을 제시하라는 요구는 사실상 국가정보원의 사찰정보를 열람할 수 없는 민간인들의 정보공개 청구를 일괄적으로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정보원은 불법사찰 피해자들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국가안전보장 목적과 상관없이 수집ㆍ보관중인 모든 사찰기록을 스스로 가려내 피해당사자에게 공개하고 전면 폐기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정보원이 이를 통해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권력기관으로 거듭나도록 국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정보공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20년 12월 30일
 
5공 아람회사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
공동대표 박해전

출처: http://www.saramilbo.com/sub_read.html?uid=20220&section=sc2&sect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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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시동기' 박범계, 검찰개혁 적임일까

문 대통령의 의중이 깔린 인사... 2013년 "석열이형"-2020년 "선택적 정의"

20.12.30 16:12l최종 업데이트 20.12.30 16:21l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추미애 법무장관의 후임에 윤석열 검찰총장 사법시험 동기(33기, 사법연수원 23기)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탁됐다. 사진은 지난10월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 발언중인 박 의원.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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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개각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추미애 법무장관의 후임에 윤석열 검찰총장 사법시험 동기(33회, 사법연수원 23기)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후 추미애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추 장관의 후임에 박범계 의원을 지명했다(관련기사: 3개 부처 개각... 추미애 법무장관 후임에 박범계 의원).

추 장관의 후임에는 '검사 출신'인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됐지만, 결국 '비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을 낙점한 것이다. 앞서 임명된 법무부 장관도 모두 교수 출신(박상기·조국)이거나 판사 출신(추미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3개 부처에 대한 장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는 박범계 국회의원(왼쪽부터),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는 한정애 국회의원, 국가보훈처장에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내정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3개 부처에 대한 장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는 박범계 국회의원(왼쪽부터),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는 한정애 국회의원, 국가보훈처장에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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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법무부나 검찰쪽 사정을 잘 이해하는 분"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법원, 정부, 국회 등에서 활동하며 쌓은 식견과 법률적 전문성, 강한 의지력과 개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검찰·법무개혁을 완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무를 "검찰·법무개혁"이라고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후보자의 발탁은 검찰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깊게 배인 인사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에 검찰 출신이 더 적합하다는 견해들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출신이나 사적 관계보다는 그동안 활동한 내역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법무비서관을 지냈고, 국회 법사위·사법개혁특위 간사 등으로 활동해 누구보다 법무부나 검찰쪽 사정을 잘 이해하는 분이다"라며 "그런 점에서 적임자로 낙점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총장 평가' 크게 바뀐 점 청문회 쟁점 될 듯

박범계 후보자는 지난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전주·대전지방법원 판사로 근무해왔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위원을 거쳐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등에서 활동하며 국회 법사위와 사개특위 간사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과 생활적폐청산위원장, 최고위원, 수석대변인, 당무감사원장 등을 맡았다. 법무부 장관 지명 전까지만 해도 차기 대권에도 뜻을 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 이후 윤석열 총장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진 점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3년 11월 윤석열 총장이 박근혜 정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중 징계를 받자 "형(윤 총장)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라고 평가하며 윤 총장과 가까운 사이임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박 후보자는 윤 총장을 향해 "자세 똑바로 하라"라고 호통을 쳤고, "(윤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다, 안타깝게도 윤 총장이 가진 정의감에 의심을 갖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윤 총장이 "과거에는 저에 대해서 안 그러셨잖습니까?"라고 반문하는 극적 상황이 연출됐다(관련 기사: 윤석열의 울분 "인사도 배제됐는데 내가 식물 아니냐").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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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누적확진자 40%, 한 달 새 발생...주말 이후 방역대책 심사숙고 할 것”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발행 2020-12-30 10:17:57
수정 2020-12-30 10: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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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울안전통합상황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12.30
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울안전통합상황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12.30ⓒ사진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누적 확진자의 40% 가량이 지난 한 달 새 발생해 이번 유행이 최대의 고비가 되고 있다"면서 다음주부터 시행할 새해 방역대책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주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요양병원, 종교시설 등에서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연말연시 이동과 모임까지 증가하면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연말연시 방역) 특별대책기간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종료되는 이번 주말 이후의 방역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확진자 추세, 검사 역량, 의료 대응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역대책을 심사숙고하겠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중수본에 각 부처, 지자체, 전문가 등과 상의해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정 총리는 전날 발표된 소상공인, 자영업자, 고용 취약계층 등을 위한 '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을 언급하며, 여기에 민간병원과 의료인 지원을 위한 8천억 규모 예산이 배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중증환자와 집단감염 지역 등 긴급 대응이 필요한 시설 등에 방역·의료인력 투입을 강화하기 위해, 중증환자 간호인력 3,300명에 대한 위험수당과 의료인력 1천여명에 대한 집단감염지역 파견 비용이 마련됐다. 또 자발적으로 병상 제공 등에 참여한 민간 의료기관을 위해 총 4천억원 규모의 손실보상액도 책정됐다.

 

정 총리는 "국난이 닥쳤을 때 손해를 감수하면서 의로운 일에 발벗고 나서준 분들을 정부가 외면할 수는 없다"라며, "예산집행이 늦어져 서운함을 느끼게 해서도 안 되겠다. 재정당국과 관계부처는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대책을 실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끝으로 정 총리는 혹한속에서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과 공무원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몰려온다는 예보가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방역 현장에서는 의료진, 군인, 경찰관, 소방관, 공직자 등 수많은 분들이 헌신하고 계신다.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는 현장근무자가 방역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에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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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 선정 ‘2020년 한반도 10대뉴스’

올스톱, 코로나19 팬데믹/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북 ‘정면돌파전’ 선언

  • 기자명 데스크 
  •  
  •  입력 2020.12.2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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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한마디로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를 지배하고 한반도 정세도 여기에서 비켜가지 못한 어두운 한해였습니다. 동시에 남북과 북미 정상 간에는 각각 우호적인 친서가 부지런히 오갔으나 정상회담은커녕 실무협상조차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기이한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북측은 국경을 봉쇄했고, 남측은 간헐적으로 북측에 대화의 문을 두드렸으나 외면 받았고, 미국은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부산히 움직였으나 북측으로부터 대화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받았습니다. 설사 북측이 대화의 기미를 보이고 싶었다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여지없이 발목을 붙잡는 상황이었습니다. 올해 남북관계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상징되었고, 북미관계는 ‘김정은-트럼프’ 간 27통 이상의 친서교환에도 불구하고 미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퇴장’으로 상징됩니다. 내년은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남측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막바지인 가운데, 북측이 1월 초 8차 당대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하면서, 통일뉴스가 ‘2020년 한반도 10대뉴스’를 선정 발표합니다. / 편집자 주

1. 한반도 정세 올스톱, 코로나19 팬데믹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국제관계 만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어두운 한해였다. 북측은 연초부터 국경봉쇄에 나서야 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국제관계 만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어두운 한해였다. 북측은 연초부터 국경봉쇄에 나서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국제관계 만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어느 순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대화 재개의 기미도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북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연초부터 국경 봉쇄에 나서야 했다. 1월 30일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으며, 7월 하순부터는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바꿔야 했다. 북측에서 국경이 봉쇄되자 외부와의 인적·물적 교류가 사실상 중단됐고 이는 남측 및 미국과의 관계 단절로 현실화됐다. 대화하고 싶어도 코로나19로 인해 ‘전술상’ 미뤄야 했다. 북측은 올해 내내 코로나19에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수해 피해까지 더해 ‘3중고’에 시달렸다. 이 같은 난관 속에서도 북측은 ‘코로나19 확진자 없음’에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을 입증했다고 과시했다.

2.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6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북측이 6.15선언 발표 20주년 다음날인 6월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이 폭파는 20년 남북관계가 한순간에 무너졌음을 상징했다. 당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나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대남 공세의 선봉에 섰다. 북측은 연락사무소 폭파 후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부대 배치 등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발표해 긴장 분위기를 높였으나, 6월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 보류하면서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사임했고 후임으로 이인영 의원이 임명됐다.

3. 북, ‘정면돌파전’ 선언한 2019년 연말 당 전원회의 (2019년 12월 28일-31일)

‘정면돌파전’ 선언한 2019년 연말 당 전원회의.
‘정면돌파전’ 선언한 2019년 연말 당 전원회의.

북측은 2019년 12월 28일-31일 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 개최하고 그 결정문을 2020년 신년사를 대신해 발표했다. 당시 상황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연말 시한’으로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고 했으나 미국이 따르지 않자 전원회의를 개최해 ‘새로운 길’을 밝힌 것. 전원회의 결정문은 현 정세를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규정하고, 현 정세 타파를 위해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전’을 벌일 것을 천명했다. 아울러 전략무기도 중단 없이 개발해 나갈 것을 선언했다. 이 ‘정면돌파전’은 그대로 강령적 지침이 되었고 2020년 내내 북측의 대외 입장을 상징했다.

4. 미국 46대 대통령에 바이든 당선 (11월 3일)

미국 46대 대통령에 바이든 당선.
미국 46대 대통령에 바이든 당선.

미 대선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부정을 이유로 불복하고 있지만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다. 미국 새 대통령의 출현으로 남과 북은 새로운 대미 관계를 준비해야 하고, 특히 북측은 역사상 처음으로 세 차례 진행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잠시 거둬야 할 순간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과 ‘미국 우선주의’와 달리 ‘보텀업’ 방식과 ‘동맹 복원’을 표방했다. 특히 바이든은 후보 시절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한다는 조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북측으로서는 세 번이나 만난 트럼프와 결별해야 하지만, 남측은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바이든이기에 향후 역할에 여지가 생겼다.

5. 북측 당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당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북측이 10월 10일 심야에 치른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대내외에 발신한 메시지가 한동안 화제를 모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28분 연설에서 ‘인민’이란 단어를 약 60회 사용할 정도로 ‘애민주의’를 표출했다. 남측에 대해서는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을 기원했으며, 특히 미국 측에 대해서는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핵보유’ 대신 ‘군사력’으로 표현해 수위조절을 하면서도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재천명했다. 그리고 열병식에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 탄도미사일 등을 공개해 변함없는 자위적 억제력 개발을 과시했다. 당창건 행사 후 북측은 내년 1월 초 8차 당대회를 예상하며 80일전투로 들어갔다.

6.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국회 통과 (12월 14일)

‘대북전단 살포 금지 입법 촉구’ 기자회견.
‘대북전단 살포 금지 입법 촉구’ 기자회견.

연례행사처럼 탈북단체들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고 이때마다 남북관계는 급격히 냉각됐으며 특히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생계는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였다.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직접적 원인도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서 비롯됐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가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가 된 상태에서 12월 14일 국회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통과된 것. 그런데 미국 일각에서 이 법안을 두고 ‘표현의 자유 침해’, ‘자유민주주의 가치 훼손’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국내 야당에서는 북측의 눈치를 본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혹평에 나섰다. 이에 집권 여당에서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는 형국이 진행 중에 있다.

7. 친서 교환은 무성, 대화는 전무

2019년 1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김영철 부위원장.
2019년 1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김영철 부위원장.

남북 정상과 북미 정상 간에 친서 교환은 활발히 이뤄졌지만 정상회담은커녕 실무급 대화조차 한 번도 제대로 열리지 못한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남북 간에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3월 5일(보도 날짜) 코로나19와 관련 친서를 보냈으며, 9월에도 남북 정상 간의 친서 교환이 확인됐다. 북미 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생일(1.8) 축하 친서를 보냈으며, 3월 22일(보도 날짜)에도 특별한 친분관계와 ‘코로나 방역 협력 의사’를 표시한 친서를 보냈다. 밥 우드워드가 《격노》(Rage)에서 자신이 확보한 ‘김정은-트럼프’ 두 정상 간에 오간 친서만도 27통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 북미 정상들 간의 친서 교환은 실무회담조차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상황 악화를 막은 긍정적 역할도 있었다.

8. 4.15총선 민주당 압승 (4월 15일)

4.15총선 정당별 의석수 현황. 
4.15총선 정당별 의석수 현황. 

4.15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석이 3/5을 넘는 190석에 달해 ‘공룡 여권’이 출현했다. 여당의 ‘역대급 대승’이자 야당(통합당)의 ‘궤멸적 참패’라는 평가가 나왔다. 코로나19가 모든 선거 이슈를 빨아드리는 블랙홀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정부 심판론’보다 ‘보수야당 심판론’이 판세를 좌우했다. 여론은 대승한 여당에 남북관계와 관련 남북공동선언의 국회 비준 등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을 내다보는 입법을 요구했다. 12월 정기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찰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관련 3법에 이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통과되어 거대 여당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9. 문재인 대통령의 연이은 ‘종전선언’ 호소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호소하는 문재인 대통령.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호소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9월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운을 띄운 뒤 보름 후인 10월 8일 코리아소사이어티 기조연설에서도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한미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 측에 종전선언에 나서라고 주문한 것. 당시 방미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미국과 논의 주제에 종전선언을 포함시킨 터였다. 그즈음 ‘문재인-김정은’ 친서 교환이 있었기에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남북관계 회복의 단초로 삼고자 한 듯싶었으나 동시에 서해 어업지도원 피격사건이 일어나 종전선언 사안은 급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10. 동해북부선 사업추진 기념식(4월 27일) 및 사업고시(12월 23일)

동해북부선 복구사업 구간.
동해북부선 복구사업 구간.

정부는 판문점선언 발표 2주년을 맞는 4월 27일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강릉∼제진) 사업추진 기념식을 개최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축사에서 “우선 남북이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역에서부터 평화경제의 꽃을 활짝 피우고자 한다”며 “그 첫 걸음이 바로 동해북부선의 건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로써 1967년 노선이 폐지된 동해북부선은 53년 만에 다시 복원될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이어 정부는 12월 23일 동해북부선 철도 건설사업의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했다. 동해북부선은 내년 말 착공하며, 2027년 개통 목표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0년부터 남북 간 합의를 통해 추진해 온 남북철도 연결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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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일도 살아서 퇴근 못할 7명 “그게 나일 수도 있기에…”

등록 :2020-12-29 04:59수정 :2020-12-29 07:31

온·온프라인서 끓어오르는 “중대재해법 제정” 목소리
김용균 유족 등 단식농성 보며
산재 사고 사회적 공감대 커져
“중대재해법은 나를 위한 법이자
훗날 노동자 될 내 아이 위한 법”
SNS선 ‘무사히 퇴근’ 사진 물결
중대재해법 제정 목소리
중대재해법 제정 목소리
“지난 7월 직장일로 정신없이 바쁠 때였어요. 어느 날 퇴근 무렵 붉은 노을로 물든 저녁 하늘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때 ‘이런 하늘을 보기 위해 열심히 사는 거지’라고 생각했죠.” 직장인 이누리(26)씨는 지난 19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온라인 인증샷 캠페인에 동참하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날 찍은 사진을 올렸다. ‘#매일7명이퇴근하지못하는나라’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그는 2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 사진을 올린 이유에 대해 “그때 내가 본 아름다운 퇴근길 풍경을 (산재 사망으로) 못 보는 사람이 매일 7명이나 있다는 것이 새삼 슬퍼서였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누리(26)씨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온라인 퇴근길 인증샷 캠페인에 참여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직장인 이누리(26)씨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온라인 퇴근길 인증샷 캠페인에 참여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이날 국회에선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 산재 유족들이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18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여야가 이들에게 답을 주지 않고 법 제정에 머뭇거리는 사이 임시국회 회기(2021년 1월8일) 내 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온·오프라인에서 들끓는다. 산재 사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시민들은 산재로 사망한 이들과 그 가족들을 보며 산재가 내 주변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데 공감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뉴스에서 본 산재 유족들의 얼굴에 제 가족의 얼굴이 겹쳐졌다”며 “제 주변 사람들의 삶이 좀 더 편안하길 바란다는 평범한 마음으로 온라인 캠페인에 참여했다. 다들 용기를 내서 중대재해법에 대한 요구를 표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최범준(30)씨는 “이전까지는 산재를 가끔 뉴스에 나오는 사건 정도로 생각만 했지 입법 논의 등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잘 몰랐다. 뉴스에서 김미숙·이용관씨의 단식을 접한 뒤 관심을 갖게 됐다”며 “산재로 숨진 이한빛, 김용균씨가 내 형·동생뻘이다. 내 친구들이 죽어서 그 부모님께서 단식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마치 우리 부모님께서 단식하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4살 아이 엄마 성지은(34)씨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온라인 퇴근길 인증샷 캠페인에 참여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4살 아이 엄마 성지은(34)씨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온라인 퇴근길 인증샷 캠페인에 참여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4살 아이 엄마 성지은(34)씨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온라인 퇴근길 인증샷 캠페인에 참여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4살 아이 엄마 성지은(34)씨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온라인 퇴근길 인증샷 캠페인에 참여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중대재해법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데 밑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에스엔에스에 ‘중대재해법은 성지은법입니다’라고 올린 4살 아이 엄마 성지은(34)씨는 “지금 같아선 아이에게 자라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기가 무섭다. 중대재해법은 (산재 사망자의) 유족을 위한 법이 아니라, 노동자인 나를 위한 법이자, 앞으로 자라 노동자가 될 우리 아이를 위한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부터 온라인 캠페인을 주도한 고 이한빛 피디(PD)의 동생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는 <한겨레>에 “단식에 참여하는 분들 외에도 다양한 일반 시민들이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하루에 7명이나 있다는 현실을 바꾸고자 중대재해법 제정을 지지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세웅 신부 등 73명의 시민사회 원로들은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법’은 산재 현장을 넘어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되는 새로운 사회 윤리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시대의 시금석이자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해고자의 복직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이주빈 박윤경 장필수 기자 yes@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6300.html?_fr=mt1#csidxa88c9ecf315ac058dc813b2ccabbf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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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역풍은 오지 않는다

[주장] 윤 총장 탄핵이 반드시 필요한 네 가지 이유

20.12.28 13:29l최종 업데이트 20.12.28 21:39l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 결정 이후 여권에는 윤 총장을 국회에서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광산구을)이 적극 찬성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글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하는 글도 적극 게재하겠습니다.[편집자말]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2개월 정직 처분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12.16
▲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2개월 정직 처분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12.1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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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겠다. 권력구조 개혁과 관련하여 민주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수사권과 기소권 완전 분리,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이다.

김용민‧오기형‧황운하 의원, 김태년 원내대표의 법안이 준비되어 있다. 필자도 마련했다. 김두관 의원은 탄핵 추진을 선언했다. 열린민주당은 검찰총장이 경거망동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공수처 가동은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므로 이 기고문에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결론의 근거를 요약하자면, 네 가지이다.

 

첫째, 권력이 작동하는 지금의 양태가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와 윤 총장 탄핵을 재촉하고 있다.

정치의 주체인 국회는 그간 법률과 제도를 충분히 존중해 왔다. 반대로 법률과 제도 운용의 주체인 법조세력(검찰, 법원)은 정치를 유린했고,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검찰은 '재계-언론-국민의힘-태극기 카르텔'(아래 수구카르텔)의 대표 격으로 '검찰당화'한 상태다. 예전에는 국민의힘이 검찰에 정치적 행동을 외주했는데 지금은 반대다. 검찰이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법원은 이 카르텔에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보조를 맞추며 동조‧협력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주권자를 서슴없이 유린하는 이 행위들을 '사법쿠데타'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담아낼 말이 없다. (임혁백, 한겨레 2020. 12. 24일자 칼럼 참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5792.html )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는 수구카르텔의 제도적 인프라를 해체하는 방법이다. 윤 총장 탄핵(②)은 그런 인프라를 딛고 서 있는 인적 동력과 역량을 무력화하는 길이다.

혹자는 ⓛ이 더 중요하고, ⓛ을 통해 나머지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②는 필요치 않다고 한다. ⓛ이 더 중요하다는 건 알겠다. 그러나 ⓛ이 준비됐다고 해서 나머지가 저절로, 혹은 부드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이나 구조 혁신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인적 청산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윤 총장 탄핵까지를 동시에 추진해야 수사권/기소권 완전분리가 제대로, 신속하게, 민주진영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다.

②없이 ①만 갈 경우 윤 총장이 '최후의 책동'에 나설지도 모른다. 그에 따른 피해가 민주진영이 감당할 만한 정도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예컨대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윤 총장 체제 검찰의 '선택적 정의'가 어떻게 작동할지 우리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제도개혁(ⓛ)과 인적 청산(②)의 동시 추진 필요성을 증명하는 역사적 사례는 무수히 많다. ⓛ과 ②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둘을 동시 추진함으로써 수구카르텔의 화력과 동력을 분산시키고, 민주진영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권력구조 외 다른 개혁과제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민주진영의 피해까지를 관리해야 한다.

둘째, 민주진영 지지층이 수사권/기소권 완전분리와 윤 총장 탄핵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밖에서 압박해야 비로소 움직이는 여의도 민주당에 대해 지지층의 짜증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미 임계치를 넘어 이탈 또는 화살을 거꾸로 날리는 분노의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와 달리 수구카르텔은 행동을 한 뒤 명분을 확보하는, 사활을 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조국 일가를 난도질하고 대통령의 결재를 무력화시켰다. 수구카르텔의 선봉장 윤석열은 직무정지 틈새의 시간에 결재를 하고, 크리스마스에 출근했다. 이들의 움직임에서 국민들은 치열함, 간절함을 본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행동이 늦다. 역풍을 우려하고 안전장치를 찾느라 그러는 것 같다. 이 모습은 치열하지도, 간절해 보이지도 않는다. 지금 맞고 있는 바람이 초대형 태풍인데 이보다 더한 역풍을 걱정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지층은 답답하다. 국민들은 치열하고 간절한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지율이 출렁이는 이유다.

소셜미디어를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은 최소한 ⓛ을 선취하지 않으면 지지까지 철회할 기세이다. 이 경우 내년 4월 보선 패배는 물론, 대선에서 까지 밀리는 부정적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 ②를 동시에 선취해야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개혁동력을 보존할 수 있다.

승리는 오지 않는다, 만드는 것이다

윤석열 탄핵은 "헌재에서 뒤집어질 수 있으므로 무리수다"는 의견이 있다. 이 같은 '서생의 계산법' 때문에 근래 '윤석열 전투'에서 계속 실패하는 것이다. 안전한 길을 걸어가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없는 길을 개척하는 담대하고 창조적인 시도가 정치이고, 그것이 승리를 만든다. 그렇다. 승리는 오지 않는다. 만드는 것이다.

정치를 정치답게 하라고 지지층은 민주진영에 '180석'을 만들어 주었다. 민주진영 지지층은 '180석'을 가지고서도 안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민주당을 더 이상 봐주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만약 법무부 징계위가 윤석열 징계수위를 '해임'으로 가져갔다면 법원이 '쉽게' 인용할 수 있었을까? 징계위가 법원의 판단까지 미리 고려해 '2개월 정직'을 결정함으로써 법원의 짐을 덜어주었다. 법원의 판단도 문제이지만, 그 이전에 짐을 덜어준 '우리의 문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지금처럼 비상한 시기에는 먼저 최대치를 추구하고, 이후 그것의 관철을 압박하는 치열함이 필요하다. 그 치열함에서 지지층은 간절함과 진정성을 확인하고 신뢰의 힘을 보태준다. 민주진영 지지층의 특성이 그렇다.

이른바 '중도층' 호소 전략과 관련해서도 시각을 재정립해야 한다. 중도층을 합리적 선택자로 전제할 근거는 없다. 그렇다면 민주진영의 지지자들이 비합리적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중도층은 힘 있는 쪽, 치열하고 간절한 쪽으로 쏠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힘'을 발휘할 때 지지세가 회복되곤 했다. 이른바 '역풍론'은 민주정권의 발목을 잡기 위한 저들의 논리일 뿐이다. 역풍을 우려하다가 대형 태풍을 맞고 쓰러지는 험한 꼴 당할 수 있다. SNS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가 민주당에 대한 지지층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셋째, 경험칙의 관성을 막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반작용을 일으켜야 한다.

수구카르텔은 자신들이 가진 힘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 그 크기의 최대치를 경험하는 중이다. 당장 제어하지 않으면 갈수록 더 큰 최대치를 탐색하면서 지금까지 확보한 '허용 가능한 힘'을 마음껏 활용할 것이다.

언론은 주권자 시민의 눈을 가리고, 검찰은 민주진영을 난도질할 것이며, 법원은 최후의 합법 도장을 마구 찍어댈 것이다. 이미 구축된 사법쿠데타의 알고리즘이 더 크게 확대 재생산되면서 수구카르텔의 힘은 더 커진다.

현재의 상황을 보면 수구카르텔은 탱크로 쳐들어오고 있는데 민주당은 빨간 신호등으로 멈출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나마 빨간 신호등마저 법원이 파란색으로 바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앞으로도 법원이 파란신호등을 계속 켤 것이니 그 싸움은 피하자는 것인가?

탱크보다 큰 힘으로 맞서야 한다. 민주진영은 그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의 소유자가 국회인데 그걸 쓰지 않고 있다. 더 큰 힘을 쓰면, 법원도 '편하게' 합법 도장을 찍지 못한다. 법원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법원의 판단은 언제나 '합리적 예측'을 벗어났다. 다시 말해 법원의 행위를 전제하고 우리의 행동을 설계할 필요성을 필자는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직면한 눈앞의 싸움을 회피하면서, 더 큰 그림을 그린다는 정신승리나 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냉정하게 성찰해야 한다. 청산의 대상과 타협의 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여의도 우물 안'에 갇혀 있지 않은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현 정국을 타개하는 '신의 한 수'는 없다. 더 큰 힘으로 수구카르텔을 제어하느냐, 못하느냐만 남았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내일의 경기를 위해 오늘의 게임을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일전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수구카르텔 대 민주진영의 쟁투가 이와 같다. 오늘 지면, 그냥 지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모든 싸움에서 성실하고 치열하게 임하는 정치적 정공법만이 승리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전투에서 지고 전쟁에서 이기는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 앞으로 있을 모든 전투에서 이겨야 전쟁의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넷째, 민주진영 지지층의 열정뿐 아니라 지혜로움까지를 신뢰한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전혀 없다.

현재 추진 중인 개혁과제들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 더 깊이 논의하고 말 것이 없다. 지지기반도, 개혁 열망도 튼튼하다. 자잘한 계산 없이 밀어붙여도 이른바 '역풍' 따위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 지지층의 기반과 열망이 허약할 때 역풍이 부는 법이다.

생각해보자. 20대 국회에서 유치원3법을 통과시키면 엄청난 역풍이 불 것 같았다. 지금, 바람 한 점 없다. 엊그제 21대 국회 검경수사권 조정 개정법안, 국정원법 개정안 처리 등에서도 역풍 같은 건 없었다. 사회적 합의의 바탕, 지지층의 기반과 열망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의 징계 추진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러나 지지층 가운데 "잘못했다"고 나무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후확증편향의 평론가들이나 "내 이럴 줄 알았다"고 하나마나 한 소리를 떠들 뿐이다.

지지층은 오히려 적폐세력이 커밍아웃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석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원칙 있는 실패'에 대해 민주진영 지지층은 추 장관을 격려해주면서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있다.

전 세계 최고의 촛불시민들이 이 나라 민주진영의 지지층이다. 이들이 수사권/기소권 완전분리 및 윤 총장 탄핵을 요청하고 있다. 여의도의 계산법이 민주진영 지지층보다 지혜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열망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그 열망의 근원이 촛불시민이라면, 이미 지혜로운 검토까지 끝낸 것으로 여기는 게 자연스럽다. 민주진영 지지층의 열망과 지혜로움을 신뢰한다면 '원칙 있는 성공'은 충분히 가능하다.

'자연인 윤 총장'을 단죄하자는 게 아니다
 
대검 앞 윤석열 총장 응원 화환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이날부터 검찰총장 직무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수행하게 된다.
▲ 대검 앞 윤석열 총장 응원 화환 지난 1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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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수사권/기소권 완전분리와 윤 총장 탄핵 두 가지를 주장했다. 탄핵 부분에서 이견이 적지 않다. 윤 총장 한 명이 수구카르텔의 전부는 아닌데 굳이 그를 '키워줄' 필요가 있느냐고들 한다. 

탄핵은 자연인 윤 총장에 대한 단죄가 아니다. 수구카르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검찰조직의 예봉을 꺾어야 나머지 과제들의 합리적, 효율적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탄핵은 꼭 필요하다.

우리정치의 역사에서 검찰총장 탄핵이 낯선 것도 아니다. 국민의정부 시절, 지금 국민의힘 전신인 야당은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검찰총장 탄핵안을 발의했다.

법원이 탄핵을 무력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무용하다는 우려도 있다. 국회는 탄핵 요건이 적법한지만 따져본 다음 할 일을 하면 된다. 나머지는 사법부 몫이고, 그것이 삼권분립의 정신이다.

한편으로는, 그간 우리들의 무기력이 법원으로 하여금 '엉뚱한 판단을 해도 괜찮겠구나'라는 마음이 들도록 방조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민주당 정권이 '약해' 보이니까 최근의 '판결들'이 나왔다고 추론하는 입장이다. 그런 '판결들'에서는 누가 더 강한가, 누가 이기는가에 따라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

관련하여 법원의 윤 총장 징계 집행정지 인용 판결문을 보면, 판사사찰은 잘못이라고 하면서도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모순된 논리가 버젓이 쓰여 있다. 나는 이 모순을 '법원의 퇴로 마련'이라고 해석한다. 민주진영의 힘이 커지면 '다른 판결'을 할 수 있는 알리바이를 미리 심어 놓은 것으로 짐작한다.

지금까지 논지에 따라 결론을 다시 주장한다. 국회는, 민주당 정권은 촛불시민의 명령을 잘 받아 적어야 한다. 거기에 길이 있다.

"... 촛불을 든 시민이 전위라면 정치는 반걸음 뒤에 선 후위가 되어야 한다. 이 순간 촛불보다 앞서 계산하고 촛불 몰래 타협하는 정치는 주권자를 유린하는 범죄다. 혁명의 아침, 정치인과 지식인의 유일한 의무는 시민들의 말을 받아쓰는 것이다."

촛불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던 4년 전 이맘때 박구용 교수(전남대 철학과)가 한겨레에 쓴 칼럼( http://naver.me/FgiUuUIZ)의 일부이다. 그때처럼 오늘도 우리 정치는 시민들의 말을 받아써야 한다.

송구한 말씀 드린다. 나를 포함해 민주진영의 국회의원들은 지지자들보다 한 걸음 앞선 수준의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진보적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그 엘리트주의가 "촛불보다 앞서 계산하고 촛불 몰래 타협하는 정치"라는 의심을, 다름 아닌 지지층으로부터 받고 있다.

우리를 뽑아준 지지층에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면, 지금 곧바로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지지층이 가리키는 방향이 행동의 준거틀이다. 주권자 시민들, 지지자들의 명령을 잘 해석하고 그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기획, 입법행동의 디테일을 설계하는 데 진보적 엘리트주의의 유용성이 있다. 방향 결정은 주권자 지지층의 몫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따라서 옳으면서도, 상당량의 제도적 힘을 갖고 있는 강한 민주진영이 질 이유는 없다. 민주당 정권의 악습이라 할 수 있는 '햄릿의 고뇌'에서 벗어나 결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민주진영이, 그리고 (대통령을 포함한)민주당 정권이,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명분은 충분히 쌓았다. 이제 쓸 수 있는 입법권력의 최대치를 행사해야 한다. 여기서 머뭇거리면 다시 암흑이 덮칠 수 있다. 길고 어두운 터널로 빠져들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지지자들의 지시, 우리를 탄생시킨 촛불시민의 명령에 잘 따르면 된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폴란드‧영국, 1925~2017)은 "정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나아가 "정치는 일이 되게 하는 능력이다. 우리에게 힘이 있다면 욕망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만약 힘이 있다면…"이라고 부연했다.

1980년 5월에, 1987년 6월에, 2016년 겨울에, 그토록 갈망했던 힘이 민주진영에 있다. 공적 욕망도 충만하다. 더는 머뭇거릴 수 없다. 다시 촛불시민들을 거리로 불러내지 말아야 한다. 온라인에서 이미 촛불은 타오르고 있다.

촛불시민이 다시 거리로 나설 수박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촛불이 민주진영의 대표들, 곧 민주당 정권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지층의 분노야말로 민주진영의 정치적 대표자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역풍'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구을 국회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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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빠져 음식 못 먹네"...사실 말했다고 벌금형

['진실유포죄'를 고발합니다] 피해 사실 알렸다고 벌금 50만 원

"피고인은 피해자가 운영하는 병원 앞에서 사실을 적시하는 방법으로 시위를 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 업무를 방해한 죄책이 가볍지 않다."

 

기자는 피고인 이OO 씨(56년생)를 직접 만나러 지난 11월 20일 울산행 비행기를 탔다.

 

이 씨는 남편, 딸과 함께 울산 동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산다.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입 안부터 보여줬다.

 

"기자님, 제 이 좀 보세요."


 

부작용의 흔적은 그의 입 곳곳에 자리했다. 왼쪽 아래 어금니 세 개가 몽땅 없었다. 치아를 대체하는 보철물이 빠진 탓이다. 잇몸에는 임플란트 기둥만 남은 부분도 있다. 위, 아래 치열도 부정교합으로 제대로 맞닿지 않았다.

 

그는 안방에서 진료내역과 치아 X-레이 사진을 꺼내왔다. 수기로 작성한 진료내역지는 전문 의료 용어로 뒤덮여 있어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 기자는 사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리 준비해온 이 씨의 1심 판결문을 꺼내들었다.

 

"어머니, 제가 비실명 1심 판결문을 살펴보았는데요. 항소는 왜 안 하셨...?"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이 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처분(약식기소 의미)에 '항소'(항소가 아닌, 정식재판 청구 의미)해서 벌금 15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줄었잖아요! 그리고 나는 판결문을 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제 판결문을 갖고 있으세요?"

 

그는 기자에게 본인의 1심 판결문을 받아갔다. 그러곤 판결문을 정독하다 말고 소리쳤다.

 

"나는 정말 억울해요. 내가 임플란트 치료받다가 피해 입은 걸 정당하게 1인 시위로 알렸는데, 왜 벌금을 내야하는 거예요? 그나마 벌금 50만 원에서 끝나서 다행이지 참.."


 

그가 겪은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 빠져버린 이OO 씨의 임플란트 ‘브릿지'(치아 대체 보철물)와 임플란트 기둥. ⓒ셜록

이 씨가 임플란트 치료를 고민하던 2016년 3월경.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울산 동구에 위치한 A 치과를 찾아갔다. 이 씨의 집에서 A 치과까지는 차로 약 15분.


 

A치과 B 원장은 총 12개의 임플란트 시술을 이 씨에게 추천했다.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인공치아를 심는 치료법이다. 치아 뿌리는 나사로 대체하고, 그 위에 보철물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발치부터 진행했다. 양쪽 윗어금니를 시작으로 아래 앞니-어금니를 순차적으로 뽑았다. 뽑은 이만 총 11개다. 이 씨는 한동안 임시 틀니로 생활했다.


 

발치 이후 첫 임플란트 기둥을 잇몸에 박았을 때였다. 오른쪽 윗어금니 시술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이 씨는 치통을 앓았다. 마치 사랑니를 뽑은 사람처럼 얼굴과 잇몸이 심하게 부었다.


 

밤잠을 못 이룬 이 씨는 늦은 오후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원인은 임플란트 기둥을 심은 잇몸에 생긴 염증 탓이었다.

 

"내가 잇몸 염증이 심해져서 응급실을 두 번이나 갔어요. 응급실에서 '치과 의사가 환자를 너무 방치하는 거 아니냐'고 저보다 더 화를 냈다니까요. 우리 같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치과라고 하면, '알아서 다 잘해주겠거니' 생각한 거죠."


 

발치까지 한 상황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엎을 수 없었다. 이 씨는 A치과 원장을 믿었다. 그는 2017년 5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애초 계획보다 하나 적은 총 11개의 임플란트 치료를 진행했다.


 

치료를 마치고 확인한 치아 상태는 심각했다. 위, 아래 치아가 정교하게 맞물리지 않았다. 임플란트 치료 후, 오히려 부정교합이 생겼다.


 

"임플란트 치료 과정 중에는 치열이 이상하다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요. 치료가 끝나면 당연히 위아랫니가 맞물릴 거라고 생각했죠. (치료가) 다 끝나고 보니까 부정교합이 된 거예요. 치과 의사는 되레 저보고 '환자 턱이 원래 돌아갔었다'고 말했다니까요!"


 

▲ 임플란트 부작용 피해자 이OO 씨의 치아 상태. 이 씨의 임플란트 ‘브릿지'(치아 대체 보철물)는 현재 빠진 상황이다. 이 씨의 잇몸에는 임플란트 기둥만 남아있다. ⓒ셜록

화가 난 이 씨는 임플란트 11개 비용 총 2000만 원 중 1800만 원만 지불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잇몸 염증부터 시작해 부정교합까지 생기자, 더 이상 치료비를 납부할 마음이 사라졌다.


 

납부한 치료비 중 수백 만 원도 지인과 자녀에게 겨우 빌려 지불한 돈이었다.


 

부작용은 상당했다. 이 씨는 평소 즐겨 먹던 오징어, 고기 등은 아예 입도 대지 못했다. 부정교합으로 면발도 끊을 수 없었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급체나 소화불량에 걸리기 일쑤였다. 잦은 구토와 응급실 방문은 거의 일상이 됐다.

 

직업 종교인 생활을 하는 이 씨에게 한 동료가 이런 말을 했다.


 

"언니, 말할 때마다 입에서 왜 이렇게 '딱딱' 소리가 나는 거야? 입에서 '바람 새는 소리'도 들려."

부작용으로 속앓이를 하던 이 씨는 충격을 받았다.


 

"어차피 수천 만 원 주고 임플란트한 거니까 고통 정도는 견뎌보자 다짐했죠. 그런데 주변에서 한마디씩 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무너졌어요. 저는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정확히 말해야 하거든요. 말할 때마다 발음도 새고, 치아가 부딪혀서 '딱딱' 소리가 나니.... 불편함을 넘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이 씨는 2019년 1월경 A치과를 찾아갔다. 임플란트 치료가 끝난 지 1년 8개월 만이었다. 그동안 이 씨는 "임플란트 괜찮냐"는 A치과의 연락 한 번 받지 못했다.


 

그는 사과와 임플란트 치료비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A치과는 사과 대신 미납 진료비 200만 원 결제를 요구했다. 임플란트 부작용으로 2년 가까이 고생한 상황에서 이 씨는 진료비를 지불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치료비 1,800만 원도 이미 냈는데, 고작 200만 원을 왜 안주겠어요. 임플란트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줄 수가 없는 거죠. 부작용에 대해 사과 한마디도 없고, 치료 이후 안부 연락도 안 하고, 이 의사는 환자를 버린거나 다름없어요."


 

이후에는 밥을 먹다가 임플란트 '브릿지'(치아 대체 보철물)도 빠져버렸다.


 

치료차 다른 치과를 찾아갔지만, 소용없었다. 의사들은 에둘러 진료를 거부했다. 의료분쟁에 휘말리는 걸 꺼려하는 눈치였다. 이 씨는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 씨는 '1인 시위'에 나섰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정당한 방법을 통해 권리를 되찾고자 했다. 그는 A치과 건물 1층 앞 출입구에서 이런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잘못된 임플란트 시술 보상하라. 이젠 임플란트가 빠져서 음식도 못 먹고 다른 병원으로도 못 가네."

 

▲ 임플란트 부작용 피해자 이OO 씨가 울산 동구에 위치한 A치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셜록

시위 시간은 평일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씩. 이 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한겨울 내내 1인 시위를 했다.

 

A치과는 이 씨가 치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 거의 매번 경찰에 신고했다. 나중에는 자체 입장문을 만들어 병원 출입구 앞에 내걸었다.


 

"사건 경위. (환자 이 씨는) 치료 완료 후 200만 원의 미납액을 지불하지 않음. 불편사항 조정해드린다는 의견 전달했지만, 환자 측에서 진료거부.(중략)"


 

동시에 명예훼손, 업무방해, 사기, 협박 혐의로 이 씨를 고소했다. 울산지방검찰청은 지난 4월 28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이 씨를 벌금 15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사기, 협박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공판 대신 서면심리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 7월 16일 피고인 이 씨에게 검찰 청구대로 벌금 150만 원에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 씨는 억울했다. 사실을 말했는데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았다.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경험도 괴로웠다. 이 씨는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진실을 알린 1인 시위에 벌금 150만 원은 과하다고 생각했다.


 

재판의 쟁점은 '임플란트가 빠졌는지'였다. 검찰은 임플란트가 아닌, 그 위에 씌우는 크라운(치아 대체 보철물)이 빠졌기에 이 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공소사실에 기재했다.


 

덧붙여, 검찰은 치아 교합 조정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인데도 이 씨가 1인 시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검찰의 기소가 이해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이 임플란트 기둥과 크라운을 어떻게 구분합니까. 당연히 임플란트 치료를 받았는데, 보철물이 빠졌으니 임플란트라고 지칭한 거죠. 전문 용어를 몰랐다고 (검찰이) 허위 사실로 기소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재판을 통해 다툰 끝에, 울산지법은 이 씨가 크라운을 임플란트라고 지칭한 행위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는 유죄로 보고 피고인 이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올해 9월 23일에 선고했다. 이 씨와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은 확정됐다.


 

이 씨와 인터뷰를 끝낸 같은 날 오후, 기자는 A치과로 직접 찾았다. 기자는 간호사를 통해 인터뷰 의사를 전달했다. 고소인 B 원장은 "이 씨 사건에 대해 할 말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B 원장의 소식을 들은 이 씨는 "사과와 반성하지 않는 그의 태도가 가장 화가 난다"면서 병원 앞 1인 시위를 예고했다.

 

임플란트 부작용에 더불어 별금형까지 받은 이 씨 입장에선,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위헌 결정이 절실하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현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주용성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2011년에 권고했다.

 

실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다. 아프리카, 가나, 스리랑카, 뉴질랜드 등 다수의 국가들은 2013년 이전에 이미 명예훼손죄를 폐지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주에서 민사 손해배상으로 명예훼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지만,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개인의 명예훼손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닌 공론장에서의 토론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전 세계의 이런 흐름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근간과 고스란히 겹친다. 한국 역시 위헌 결정을 통해 세계 흐름에 발맞춰갈 수 있다.


 

이 씨는 요즘 선식 위주로 식사를 한다. 씹어 먹어야 하는 음식은 이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크라운이 깨져 군데군데 구멍도 생겼다. 이 씨는 치간 칫솔로 구멍난 크라운 안쪽 부분을 일일이 양치질하고 있다. 그의 수고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지금도 그를 괴롭게 하는 건 사법부의 유죄 판결이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281004552703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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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국가보안법 폐지] 진천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12/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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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의 공동 주최로 지난 12월 9일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 ‘현재 진행형 국가보안법, 이대로 좋은가’가 열렸다. 

 

진천규 통일TV 대표는 두 번째 토론 ‘국가보안법 굴레 묶인 언론과 온라인’이란 주제로 발언했다. 

 

진 대표는 국가보안법 때문에 북에 대한 사실 보도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남북의 국호를 정확하게 부르는 운동을 제안했다.

 

진 대표는 "국가보안법을 전 세계 200여 개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진 대표는 <통일TV>를 3년째 준비하고 있는데, 정부가 <통일TV>를 허가하지 않는 이유를 말하며 국가보안법의 심각성을 짚었다. 

 

진 대표는 “<통일TV>가 국가보안법 7조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 남남갈등이 심히 우려된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고 있다”라며 “언론은 사실을 보도해야 한다. 그런데 북의 ‘려명거리 살림집이 멋있다’, ‘대동강맥주가 맛있다’고 하는 것이 국가보안법 7조에 걸린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할 수 없고, 맛있는 것을 맛있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에서 무슨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하며, 표현의 자유를 논할 수 있는가”라고 격앙되게 말했다.

 

진 대표는 “북한, 남한 용어부터 명확하게 정리하자”라며 “1991년 남북은 유엔에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가입했다. 그리고 1995년 8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세 단체가 합의 발표한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 제작 준칙’ 총장 제1장에서 국호 등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런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사용을 못 하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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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최종 후보 김진욱·이건리 선정 “정치적 중립성 고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2/29 07:15
  • 수정일
    2020/12/29 07:1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민의힘 “효력 집행정지 구할 것”...민주당 “1월 중 반드시 공수처 출범”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0-12-28 19:43:35
수정 2020-12-28 19: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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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조재연 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제6차 회의를 마친 뒤 공수처장 후보를 발표하고 있다. 2020.12.28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조재연 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제6차 회의를 마친 뒤 공수처장 후보를 발표하고 있다. 2020.12.28ⓒ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28일 최종 압축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에서 6차 회의를 열고 약 2시간가량의 논의 끝에 이같이 의결했다. 지난 10월 30일 추천위가 공식 활동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끌어낸 결과다. 두 후보 모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에서 의결권을 가진 대한변호사협회 측이 추천했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수사능력, 리더십과 공수처를 이끌 책임감 등이 골고루 고려됐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 출신은 안 된다’는 획일적 논의보다는 공수처를 잘 이끌 수 있느냐가 더 고려돼 검찰·비검찰 모두가 최종 추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욱 후보는 판사를 지낸 비검찰 출신, 이건리 후보는 검사장을 지낸 검찰 출신이다.

김진욱 후보는 사법연수원 21기로 1995년 3월부터 1998년 2월까지 서울지방법원 본원과 북부지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이후 1998년 3월부터 2010년 1월까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1999년엔 우리나라 최초 특별검사 도입 사건인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의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는 헌재에서 헌법연구관을 거쳐 선임연구관으로 장기간 근무 중이다.

 

이건리 후보는 사법연수원 16기로 1990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로 임관해 2013년 12월까지 각급 검찰청의 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 등으로 근무했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을 거쳐 2014년 2월 변호사로 개업한 이 후보는 2017년엔 국방부 5·18 민주화운동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018년 4월부터 현재까지 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와 이헌 변호사(왼쪽)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6차 회의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2020.12.28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와 이헌 변호사(왼쪽)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6차 회의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2020.12.28ⓒ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측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와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회의에 참석했지만 표결을 앞두고 퇴장했다. 앞서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으로 활동한 임정혁 변호사의 후임으로 임명된 한 교수가 자신에게도 새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기회와 기존 후보자에 대한 자료 요구 권한을 행사하게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미 지난 회의에서 위원 전원 동의로 후보자 추가 추천은 23일 오후 6시까지 허용하며 제출된 자료에 근거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 변호사는 회의장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여러 가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다른 추천위원들이 의결을 강행하겠다고 해서 야당은 참여하지 않기로 하고 퇴장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추천위원들이 퇴장했지만 개정 공수처법상 의결 정족수는 무리 없이 채워졌다. 추천위원 7명 중 5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1차 투표에서는 김진욱 후보자가 5표, 2차 투표에서는 이건리 후보자가 5표를 받아 재적 위원 전원의 찬성을 얻었다.

추천위는 이제 남은 절차에 따라 국회의장 보고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서면 추천서 송부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문 대통령이 추천위 선정 후보 2명 중 1명을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수처장이 마침내 임명된다. 공수처장 임명 뒤에는 공수처 차장 제청, 수사검사처 임명, 인사위원회 구성 등 후속 작업을 거쳐 공수처가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결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2.28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결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2.28ⓒ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민주당 “1월 중 반드시 공수처 출범”
국민의힘, 효력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 엄포

추천위의 후보자 선정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지난해 12월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1년이 지난 오늘에야 후보자 추천이 완료됐다. 국민의힘의 끊임없는 방해와 지연전술로 공수처 출범 법정시한이 167일이나 지난 오늘에야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이 이루어졌다”며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공수처는 조속히 출범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인사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대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인사청문회가 차질 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공수처를 1월 중 반드시 출범 시켜 권력기관 개혁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 위촉된 한석훈 위원의 (위원) 추천권과 후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권한들이 박탈된 채 민주당 추천위원과 이에 동조하는 단체들의 결정으로 (절차가) 이뤄졌다”며 “국민의힘은 (추천 결과를) 전혀 인정할 수가 없다”고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헌·한석훈 추천위원의 추천권 침해로 인한 이 결정의 효력 집행정지를 구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독립적, 중립적이지 않은 공수처장 임명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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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 2021년 1월에 제시된다

[개벽예감 425] 새로운 길, 2021년 1월에 제시된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12/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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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직설적인 질문과 솔직한 답변

2. 선평화, 후통일론의 실체

3. 선통일, 선평화론의 실체

4. 평화협정 체결하기까지 두 단계 거쳐야

5. 새로운 길, 2021년 1월에 제시된다

 

 

1. 직설적인 질문과 솔직한 답변

 

“통일을 해야 합니까? (Do you have to reunify?)"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질문이다. 2017년 11월 7일 서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담화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와 같은 엉뚱한 질문을 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서 우리나라의 통일문제에 대해 그처럼 직설적인 질문을 제기한 대통령은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좀 특이한 사람이다. 그는 기존 관례와 격식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행동을 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듣기에 민망한 왜곡발언이나 허위발언도 꺼내놓지만, 그런 역겨운 언행 뒤에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면도 있다. 

 

통일을 해야 하느냐는 엉뚱하고 직설적인 질문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답변했을까? 자세한 답변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워싱턴포스트>의 정치분석가 조쉬 로긴(Josh Rogin)이 2017년 11월 15일 그 신문에 실은, ‘트럼프는 남한 대통령에게 ’통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략적인 사연을 찾아볼 수 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을 방문 중이던 조쉬 로긴과 대담하면서 그녀가 한미정상회담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문재인-트럼프 상춘재 담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쉬 로긴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그날 상춘재 담화 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질문에 답변할 때, “김정은 정권 아래서 비인간적인 대우(inhumane treatment)를 받으며 고통을 겪는 북조선 인민들에게 자신이 큰 책임감(great sense of responsibility)을 느낀다”고 하면서, “민주주의의 빛(light of democracy)을 북조선 인민들에게 비춰주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마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상춘재 담화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므로, 위에 서술한 답변은 문재인 대통령의 속마음이 드러난 솔직한 발언이었다. 답변에서 드러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독재정권의 어둠 속에 있는 북측 인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의 빛을 비춰주는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여 북을 자유민주주의체제로 흡수해야 한다’는 극우반북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극우반북적인 견해를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그가 ‘독재자’로 생각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직후 이런 말을 남겼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해 수시로 논의할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극우반북적인 견해를 은폐한 외교적인 발언이었다. 

 

위선적인 발언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을 방문하는 중에 5.1경기장에 모인 평양시민 15만 명 앞에서, 그가 독재정권의 암흑 속에서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북측 인민들에게 연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이것도 역시 자신의 극우반북적인 견해를 은폐한 외교적인 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발언 뒤에 극우반북적인 견해가 은폐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사람들은 그가 남북정상회담에서 쏟아낸 외교적인 발언에 찬사를 보내며, 그의 방북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발언 뒤에 극우반북적인 견해가 은폐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헤쳐보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 왜 전혀 이행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있고, 2020년 6월 16일 북이 왜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어 8천만 민족의 통일열망이 뜨거워졌던 2018년 9월 26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뉴스(Fox News)>가 문재인 대통령과 대담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대담진행자가 “대통령님 생애 안에 통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십니까?”라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통일은 정말 예상할 수 없습니다. 통일은 계획대로 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평화가 완전해지면 어느 순간 정말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시기가 제 생애 안에 오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날이 언제인지 예언할 수는 없지만, 통일의지를 가는 대통령이라면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방안과 경로를 담은 통일정책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위의 대담에서 나온 답변을 들어보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통일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문 대통령이 평화가 먼저 실현되고 통일이 나중에 실현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선평화, 후통일론을 믿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2017년 11월 7일 서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날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청와대상춘재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차담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일을 해야 합니까?"라는 직설적이고 엉뚱한질문을 했다. 그런 질문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속마음을 드러내면서 솔직하게답변했다.  


 

2. 선평화, 후통일론의 실체

 

문재인 대통령이 믿고 있는 선평화, 후통일론은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30년 정도 서로 왕래하고 협력하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통일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선평화, 후통일론은 통일국가건설을 사실상 반대하는 반통일론의 변종이 아닐 수 없다. 통일학의 견지에서 이 문제를 분석,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1) 선평화, 후통일론은 7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조국통일이 앞으로 30여 년이 더 지나 100년 뒤에야 실현될 것처럼 상상하면서, 조국통일위업을 다음 세대에게 미루려는 허황된 주장이다. 75년 동안이나 지속되는 민족의 분렬을 어떻게 해서든지 하루빨리 극복하고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중대하고 절실한 조국통일위업을 기약 없는 먼 훗날로 미루는 것은 통일국가건설을 무한정 지연시키고 회피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평화, 후통일론은 1960년대 박정희의 선건설 후통일론, 그리고 1970년대 김대중의 선민주, 후통일론을 모방한 통일무한연기론이며 통일위업회피론이다. 지난 시기 선건설, 후통일론이나 선민주, 후통일론이 그러했던 것처럼, 현 시기 선평화, 후통일론도 통일국가건설을 무한정 연기하고 조국통일위업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반통일론의 변종이라고 할 수 있다. 

 

2) 선평화, 후통일론은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30년 정도 서로 왕래하고 협력하면, 어느 날 동부도이췰란드가 갑자기 무너지고 서부도이췰란드에 흡수되었던 것처럼 북의 사회주의체제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고 남의 자본주의체제에 흡수될 것이라는 전형적인 흡수통일론이다. 이런 내막을 알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남북평화공존과 남북상호협력은 남측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시장경제가 30년 동안 북측에 점차적으로 침투, 확대되어 점진적인 개혁과 개방을 불러일으키고 북측의 자주적 사회주의와 사회주의계획경제가 변질, 소멸되는 점진적 붕괴과정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남북평화공존과 남북상호협력은 흡수통일론의 정체를 은폐한 현란한 수식어에 불과한 것이다. 명백하게도, 선평화, 후통일론은 점진적인 흡수통일론의 변종이다. 

 

3) 선평화, 후통일론은 남과 북이 평화공존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평화를 실현하는 데서 가장 중요하고 선결적인 평화협정문제는 외면한다. 어느 날 누구의 머리 위에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태로운 정전체제를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려면 반드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평화공존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강조해야 할 평화협정체결문제는 한 마디도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평화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선평화, 후통일론은 평화를 강조하면서도 평화협정을 외면하는 비과학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를 강조하면서도 평화협정을 외면하는 까닭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당연히 점령군이 철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한미국군철수를 반대한다. 반대할 뿐 아니라, 철군이라는 말만 나와도 조건반사적인 거부반응을 보인다. 만일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면, 한미동맹이 해체될 것이므로, 한미동맹을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는 문재인 대통령은 철군문제에 직결되는 평화협정체결문제를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다.  

 

주한미국군이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정전체제 아래서 점령군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대북전쟁연습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런 참담한 현실 속에서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다. 불행하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믿는 선평화, 후통일론은 그런 궤변과 결부되어 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고서도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대안이 종전선언을 채택, 발표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 북, 미 3자가 종전선언을 채택, 발표하면, 전쟁이 끝나는 것이므로,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처럼, 종전선언이 발표되더라도 정전상태는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종전선언을 발표하더라도 정전체제는 여전히 유지될 것이고, 따라서 미국이 지휘하는 한미연합군은 여전히 북침전쟁연습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침전쟁연습은 종전선언문을 한낱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종전선언을 발표하려는 구상은 문재인 대통령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전략적 추진방향은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과 매우 다르지만, 지난 시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선언을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발표하려고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하려고 했던 종전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한 종전선언과 다른 것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은 종전선언⟶잠정협정⟶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점진적 과정이고, 그것은 곧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중단⟶남과 북의 단계적 군비감축⟶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수로 이어지는 단계적, 점진적 과정이다. 다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하려고 했던 종전선언은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중단⟶주한미국군감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부합되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설명한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군사분계선 남쪽에 설치된 철책과 철조망을 촬영한 사진이다. 반만년 동안 이어져온 민족의 혈맥이 저 철책과 철조망으로 끊긴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원통하고 분하다.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서는 한국군과 미국군이 합동으로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그 북측 지역에는 조선인민군이 단독으로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만일 조선인민군과 미국군이 우리 영토 안에서 무력충돌을 벌이면, 그것은 남과 북의 내전이 아니라, 미국의 무력침공으로된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군이 장악하고 있으므로, 우리 영토에서전쟁이 재발하면 한국군은 미국군의 작전통제를 받으며 미국군의 대북무력침공에 참가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을 분렬시키고 전쟁위험을 불러오는 군사분계선을철폐하고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려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한다.  


 

3. 선통일, 선평화론의 실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5월 6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하면서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진 우리 당 앞에 나선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지적하고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우리는 전체 조선민족의 한결같은 지향과 요구에 맞게 하루빨리 분렬의 장벽을 허물고 조국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중략) 나라와 민족들이 저마다 자기 리익을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발전을 지향해나가고 있는 때에 우리 민족이 북과 남으로 갈라져 아직까지도 서로 반목하며 대결하는 것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스스로 가로막고 외세에 어부지리를 주는 자멸행위입니다. 민족의 분렬을 더 이상 지속시켜서는 안 되며 우리 대에 반드시 조국을 통일하여야 합니다.” 8천만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위업을 이른 시일 안에, 반드시 실현하려는 강렬한 통일의지를 표명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선통일론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통일론은 자주적 평화통일론으로 집약된다. 자주적 평화통일론은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우리 민족끼리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주장이다. 역사적 견지에서 보면, 자주적 평화통일론은 1948년 4월 19일부터 4월 30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와 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의에서 이루어진 전민족적 합의를 계승발전시킨 조국통일론이다. 연석회의와 지도자협의회는 미국의 조선분할점령정책을 추종한 친미우익세력을 제외한 남과 북의 좌우익세력이 모두 참가한 그야말로 전민족적 회의였다.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우리 민족끼리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자주적 평화통일이 실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평화협정체결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남북평화공존론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김정일 국무위원장이 말하는 자주적 평화통일의 전제조건이며,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포기시키는 조치로 된다.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포기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선평화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통일우선주의와 평화우선주의를 통합한 선통일, 선평화론을 제시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처럼 중대하고 절박한 평화협정은 어떻게 체결될 수 있을까?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려면 협정체결당사자들이 평화회담을 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까지만 해도, 북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평화회담을 조미양자회담 또는 남북미 3자회담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북은 1990년 5월 31일 발표한 ‘조선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국통일을 위한 평화적 환경을 마련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조선반도에서 완전하고도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시켜야 한다. 미국은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주되는 당사자인 것만큼 평화협정체결을 위한 조미회담이나 3자회담에 반드시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조미양자회담, 4자회담, 6자회담이 진행되었으나 평화협정체결문제는 미국이 거부하는 바람에 의제에 오르지 못했다. 더욱이 그런 회담들에 참석한 외교관들에게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중대사안을 다룰 권한이 없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중대사안을 다룰 권한은 조선의 최고령도자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조미정상회담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조미고위급회담에도 소극적이었던 그들에게 조미정상회담은 언제나 관심 밖에 밀려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조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자신의 전략구상을 실현해야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여 조선의 핵무력을 완성하면, 미국은 조선의 핵문제를 협상하기 위해 그 동안 외면해온 조미정상회담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런 예상은 적중했다. 2017년 11월 29일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2018년 1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청와대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했고, 마침내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던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1999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4자회담에 참가한 남,북, 미, 중 회담대표들이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평화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 4자회담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제네바에서 네 차례 개최되었으나,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평화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6자회담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10차례나진행된 6자회담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4자회담과 6자회담의실패경험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중대사안이 오직 조미정상회담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그로써 평화협정체결문제를 조미정상회담에서 해결하려는 조선의 견해와 입장이 정당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4. 평화협정 체결하기까지 두 단계 거쳐야

 

사상 처음 성사된 것으로 하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8천만 민족에게 커다란 기대와 희망을 안겨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 제2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선차적인 방도는,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구상하고 있었던 종전선언을 채택, 발표하는 것이었다. 2018년 6월 14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말과 영어로 각각 작성된 종전선언문 초안을 가지고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참석했다고 한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채택, 발표하려던 계획은 그가 주한미국군을 감군하려던 계획과 맞물린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 주둔하는 미국군을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국가재정을 지출하지 않으려고 감군정책을 추진했고, 종전선언을 발표하려는 계획을 감군정책과 연동시키려고 했다. 다시 말해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종전선언을 채택, 발표한 뒤에, 주한미국군을 부분적으로 철수하는 감군조치를 실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준비해간 종전선언문 초안을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꺼내놓지 않았다. 그는 왜 꺼내놓지 않았을까? 2020년 9월 15일 미국에서 출판된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의 책 ‘격노(Rage)’에서 공개되지 않은 사연을 엿볼 수 있다. 그 책에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고담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 “비핵화라는 말을 사용하는 데서 정말로 힘들어했고, 주춤거렸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 비핵화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주춤거린 까닭은, 조선이 “강도적인 비핵화요구”라고 비난할 만큼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비핵화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2018년 6월 19일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은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비핵화를 실행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전협정을 확실하게 교체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전협정을 확실하게 교체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지만,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비핵화를 제의한 것은 합의를 가로막은 걸림돌로 되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우선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평화실현과정에 부합되는 쌍무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를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비핵화를 제의했던 것이다. 

 

만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의한 쌍무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를 받아들이면서 종전선언문 초안을 꺼내놓았다면, 회담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전협정을 대신할 잠정협정(modus vivendi)을 체결하는 문제를 제의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잠정협정이란 적대관계에 있는 쌍방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까지 적대관계를 평화적으로 해소하는 정치적 합의를 말한다. 1996년 2월 22일 조선은 미국에게 다음과 같이 제의했었다. 

 

“정전협정의 거의 모든 조항들이 파괴되고 남아있는 조항들마저 현실을 반영할 수 없는 조건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현 정전협정을 대신할 수 있는 잠정협정을 체결하고 그를 리행하기 위한 잠정기구를 내올 데 대한 제안을 내놓고 그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할 것을 미국측에 또다시 제의하였다. 이 제안은 미국이 평화협정의 체결을 반대하고 있는 조건에서 조선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무력충돌을 방지하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의 과도적인 기간에 필요한 잠정적인 조치로서 쌍방에 다같이 접수될 수 있는 현실적인 제안이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잠정협정과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방안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018년 조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의하면 그것을 받아들여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이 되는 2018년 7월 27일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그에 기초하여 잠정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차기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2018년 7월 7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가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은 2018년 7월 6일과 7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몇 가지 방도를 제기했는데, 그 가운데는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체제구축을 위하여 우선 조선정전협정체결 65돐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할 데 대한 문제”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위에 인용한 조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따르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요구만 들고 나왔”으며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립장을 취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8년 7월 6일과 7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음을 알 수 있다. 만일 그 회담에서 쌍방이 2018년 7월 27일 종전선언을 발표하기로 합의했다면,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은 결렬되지 않았을 것이며, 조미협상은 계속 진척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렵사리 성사된 조미정상회담을 조선의 핵무장을 일방적으로 해제하려는 기회로만 생각하는 전략적 오판에 빠지는 바람에 자기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렸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서 공동성명 서명식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공동성명문에 서명했고,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은 공동성명문을 교환했다. 공동성명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노력할 것이다"라는 조항이 들어있다. 두 정상은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종전선언을 발표하려고 하였지만, 2018년 7월 6일 평양에서 진행된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여러 가지 조건과 구실을 꺼내놓으면서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문제를 무한정 지연시키고,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비핵화를주장했다. 그로써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미정치협상은 더 이상 진척될 수없었다.  

 

 

5. 새로운 길, 2021년 1월에 제시된다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이 대통령에 취임해도, 그는 조미정상회담을 외면하면서 조선의 핵무장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생각만 할 것이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생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예상하는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주둔미국군을 유지하는 비용을 너무 많이 지출하지 않기 위해 동맹관계를 약간 훼손하더라도 감군정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동맹관계를 우선시하는 바이든에게서는 그런 감군정책마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유세 중에 감군문제를 언급했었지만, 바이든은 대선유세 중에 감군문제에 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가 평양을 방문하면 제3차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의사를 담은 마지막 친서를 보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고 평양을 방문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는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아마도 아니다. 우리는 그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런 답변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7통의 친서를 교환했던 친서외교는 중단되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2019년 11월 18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담화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무익한 그러한 회담에 더 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고, 2019년 12월 12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이 입만 벌리면 대화타령을 늘어놓고 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위에 열거한 상황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불러온다. 협상의 문은 모두 닫혔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비관적인 전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2019년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지막 친서를 보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초청거부의사를 접하고 친서외교를 중단한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10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의 첫눈을 맞으시며 몸소 백마를 타시고 백두산정에 오르시였다”고 한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백두산 등정이었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동행한 일군들 모두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동지께서 백두령봉에서 보내신 위대한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며 또 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 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안으며 끓어오르는 감격과 환희를 누르지 못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눈 내리는 백두산에서 모색한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언급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미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사라져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없게 되었지만,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서 조국통일위업을 실현하는 새로운 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색한 새로운 길은 장기간 협상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기존 방도가 아니라, 협상을 배제하고 급진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방도이다.  

 

2020년 8월 19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를 2021년 1월에 소집할 것을 결정하였다. 2021년 1월에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서 조국통일위업을 실현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으로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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