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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도 가능”...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넓히는 윤석열 정부

권순원 교수 등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논의해 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 외에 '월 단위 이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2022.12.12. ⓒ뉴시스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안을 논의해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 외에 ‘월 단위 이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장시간 노동’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구회는 12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지난 7월부터 검토해온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혁 최종 권고안’을 공개했다. 연구회는 지난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한 이후 구성된 전문가 논의기구다.

연구회는 우선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 외에 ‘월‧분기‧반기‧연’ 단위로도 관리할 수 있도록 해 노사의 선택 재량을 넓힐 것을 권고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시간을 1주일에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기본 주 40시간에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을 더해 최대 주 52시간까지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수 있었다.

만약 연구회의 권고대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가 길어진다면 주 52시간을 훨씬 초과하는 ‘과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용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주 92시간까지 장시간 노동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장노동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할 경우 월(4.345주) 52시간(=1주 12시간*4.345주)의 연장노동을 1주에 집중되도록 하여 결국 주 92시간(=40시간+52시간)의 노동이 가능해진다는 추산이다.

이 위원장은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가 확대될 경우 특정 주에 지금보다 훨씬 과도한 장시간 노동이 집중되고, 불규칙한 노동이 반복되어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의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월’ 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경우 ‘11시간 연속 휴식’ 등을 모두 고려해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빈번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보장제’에 대해서도 “장시간·집중 노동과 불규칙 노동의 반복을 실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이 보장되더라도 매일 13시간의 근로가 이어지게 된다면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는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보편적 적용이 아니기도 하고 24시간 내 11시간 휴식제가 아니라서 장시간 노동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연구회가 내놓은 또 다른 대책인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비례적으로 감축하라는 방안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회는 관리 단위를 ‘월’로 정할 경우 연장근로시간은 52시간, ‘분기’로 정할 경우 월 단위 대비 90%인 140시간, ‘반기’로 정할 경우엔 80%인 250시간, ‘연’으로 정할 경우엔 70% 수준인 440시간으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조차 결성하기 힘들고 사용자의 재량에 의해서 노동시간이 강제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중소영세사업장·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선택’, ‘자율’이란 말 자체가 허황”이라며 “연장근로총량제도 겉으로는 분기·연 단위로 가면 총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구색을 맞췄지만, 실제 시행 가능성이 가장 많은 월 단위 기준은 총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야말로 ‘그림의 떡’,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개편에 발맞춰 유연근로제도 중 하나인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과 적용대상을 전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는 연구개발 분야에만 한정하고, 한 달 이내의 정산기간을 평균해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3개월 단위의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작년 초 연구개발 업무에 한정되어 신중하게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노동자의 선택권이라는 수사(rhetoric, 레토릭)까지 동원해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사업장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시행은 사용자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선택권은 ‘강요된 선택’일 가능성이 높고, 정산기간을 3개월로 확대할 경우 장시간·집중 노동의 폐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사업장의 다양한 직군만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부분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방식도 제안했는데, 이를 두고는 ‘노조 패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부분 근로자대표’ 도입은 그나마 있는 노조와 근로자대표의 합의권 마저 강탈하고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휴식 기회를 늘리기 위해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는 대안도 내놨다. 이 경우 가산수당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적립하는 방안을 통해 휴가 사용 유인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연구회는 강조했다.

이 밖에 연구회는 원·하청 기업 간 과도한 임금 격차를 줄이고 임금체계에 직무와 숙련도를 반영하기 위한 ‘임금체계 개혁과제’도 권고했다.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 등을 토대로 정해지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현재의 상황에서 연공급 폐지는 임금의 하향평준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직무·성과 평가의 한계로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의 임금체계에서 가장 큰 특징은 연공급이 아니라 기업별 임금체계”라며 “동일 직무에 대한 기업별 임금격차는 연공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원·하청 구조의 노동시장 양극화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구회 활동은 최종 권고안 발표를 끝으로 종료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필요한 입법 조치 등에 나서게 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노동시장을 위한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며 “권고문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임금과 근로시간 제도는 이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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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은 평화가 아닌 폭력 상태…한국서 '영구 전쟁 '유지하려는 건 누구인가"



[인터뷰] 노벨평화 월드서밋상 받는 위민크로스DMZ 크리스틴 안 대표

전홍기혜 기자 기사입력 2022.12.13. 07:57:25

 

올해 18번째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이 강원도 평창에서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함께라서 더 강한"(Stronger Together)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월드서밋에 한국계 미국인이자 평화운동가인 크리스틴 안(Christine Ahn)은 '노벨평화 월드서밋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디엠지 세계 여성 횡단 운동(Women Cross DMZ, 이하 WCD)'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크리스틴 안은 10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주는 이 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5년 전 세계 15개국 30여명 여성평화운동가들이 한반도의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에서 비무장지대를 넘어 남한으로 건너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맥과이어, 리마 보위,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격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이 함께 했고, 안 대표는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시하고 실현하는데 앞장 섰다.

 

비무장지대 양쪽에서 1만여 명의 한국 여성들도 평화를 기원하는 이 걸음에 함께 했다. 영화 <크로싱(Crossing)>은 당시 여성들의 평화 기원 횡단 운동을 기록했다.

WCD는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한반도 평화법' 등 평화 정책에 대한 청원 활동, 2016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한 여성들과 공동 회의 개최와 같은 국제 연대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크리스틴 안 대표. ⓒ크리스틴 안

한국계 '미국인'인 그가 한반도 평화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 대표는 한반도가 아직도 '종전'이 아닌 '정전' 중인 책임이 궁극적으로 미국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종전 협정, 평화 협정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화답하지 않았죠. 한국전쟁은 남한과 북한 사이의 '내전'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중국 뿐 아니라 유엔 연합군에 참여한 21개 나라들의 공동 전쟁이었습니다. 따라서 종전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선 남한과 북한만의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정전 협정에 서명한 미국과 중국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미국인들이 한국전쟁이 한국의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책임감을 갖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미국의 전쟁, 미국의 가장 오랜 전쟁입니다."

하와이에서 살고 있는 안 대표는 한반도 평화의 문제가 자신의 안전 문제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에게 유명 '신혼 여행지' 중 하나로 인식되는 관광지인 하와이는 미국 내에서 주요한 군사요충지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와이 땅의 25%가 군 관련 시설입니다. 해안가를 따라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수백만 갤런의 연료 저장고(레드힐 저장창고)가 있습니다. 항공모함과 제트기에 연료를 대기 위한 이 시설들이 노후해 연료가 누출됐고, 이로 인해 9만3000명의 식수원이 오염됐고 유독 물질에 중독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관광지로 하와이만 부각되지요."

"냉전의 최전선 한국…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동맹 가속화는 위험"

안 대표는 조 바이든 정권에서도 가중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오히려 한반도의 평화가 더 위협 받는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열린 지난 3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5개국(러시아, 북한, 벨라루스, 시리아, 니카라과) 중 하나였고, 이후에도 노골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정당화하는 편에 서고 있다.

반면 남한은 북한과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경쟁 구도를 염두에 두고 압박하는 한미일 동맹 구도에 자석처럼 끌려 들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과 미국은 합동군사훈련의 규모를 더 키웠고, 미국의 핵항모까지 동원되는 군사훈련에 자극을 받은 북한은 그 기간 동안 2-3일에 한번꼴로 미사일을 쐈다.

"저는 한국전쟁이 냉전의 최전선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해결되지 않은 전쟁이 이 지역의 대규모 군사화의 일부라는 사실, 계속되는 긴장감도 이로 인해 기인합니다.

최근 한국 해군이 일본의 관함식에 참석해 일본 군함을 향해 거수 경례를 하는 것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저는 민족주의자는 아니지만, 일본의 식민통치를 경험한 한국이 어떻게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단 군함을 향해 경례를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남북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자 윤석열 정권 내부를 포함해 보수 일각에서 다시 '핵 무장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안보가 군사적 수단을 통해 달성될 것이라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표한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보면 지난해 세계 국방비 지출은 총 2조1130억 달러(약 2270조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이중 1위는 미국(8010억 달러)로 전세계 국방비 지출은 38%를 차지했다. 중국은 2위(2930억 달러)이며 한국은 10위(500억)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 경쟁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각국의 국방비 지출은 결국 민간인들의 목숨을 빼앗고 일상을 파괴하는데 쓰인다. 70년째 '정전' 상태인 한국인들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안 대표는 강조했다.

"인지부조화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정전체제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현재가 평화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폭력적인 상황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미군사훈련에도, 북한이 연일 쏘아대는 미사일에도 익숙해지고 둔감해졌습니다.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중단된 상황이 우리 일상을 규정하는 일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이산가족들의 삶, DMZ 주변의 여성들, 한국인 디아스포라들의 삶, 한국전,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 전쟁에 참전한 뒤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제대 군인들과 가족들 등 전쟁이 우리 삶을 망가뜨린 이야기는 먼 과거의 이야기들만이 아닙니다.

영구적인 전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들은 결국 록히드마틴 등 군산복합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안 대표는 과도한 국방비 지출로 경제, 환경, 교육 등 지출이 줄을 수 밖에 없는 등 기회 비용의 상실에 대해 지적했다.

"한국은 '섬'이 아니지만 분단 때문에 섬나라가 됐습니다. 제가 사는 하와이도 섬이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30% 정도 더 비싸다고 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분단 때문에 유럽으로 가는 육로가 막혔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적인 공존, 서로가 정상적인 국가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의 영세중립국안이 대안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한국도 스위스와 같은 영세중립국으로 가는 것이 그토록 힘든 일일까요?

결국 이를 가로막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같은 큰 나라들의 국익의 문제입니다. 한국인들의 운명은 한국인들이 결정해야 합니다. 한국은 5000년을 하나의 국가로 살았습니다. 한국은 실제로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인 없는 가장 평화로운 나라 중 하나입니다. 21세기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것은 방탄소년탄과 같은 케이-컬쳐뿐만이 아닙니다. 자연과 인간, 다른 나라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온 역사에 기반한 평화의 정신도 있습니다."

▲미국 연방의회를 상대로 브리핑하는 크리스틴 안. 대표 ⓒ위민크로스디엠지 홈페이지 갈무리

노벨평화상 월드서밋, 평창을 평화도시로 선포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은 1990년 냉전 해체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故)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을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자 창설했다.

올해 18회째인 월드서밋은 남북 올림픽 공동팀을 구성하는 등 동계올림픽을 통해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평창을 평화도시로 선포할 예정이다.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월드서밋에는 한반도와 세계평화 증진 등을 위한 국제 포럼, 패널 토론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또 국내외 대학생들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함께 평화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평화 활동에 참여하는 '솔선수범 리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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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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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사실상 해체 권고”에 '역주행' vs '불가피'

[아침신문 솎아보기] 주52시간 사실상 해체 권고…“주69시간 노동 가능”

노동계 반대 넘자는 신문들…조중동, 국민‧서울

대통령,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거부 방침…민주당 탄핵 추진할 듯

고용노동부 의뢰로 노동시장 개편안을 준비해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초과근무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연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권고했다. 현행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까지 노동시간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꿀 것 등을 권고했다. 노동계는 “임금과 노동시간 결정권을 사용자에 맡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권고안에 경향신문은 ‘주 69시간’, 한겨레는 ‘최대 주 80시간’까지 언급하면서 한국의 노사관계 상황을 따져볼 때 노사 합의로 노동시간이나 임금체계가 정해지기 보다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반면 그 외 신문들은 노동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방향의 기사나 사설을 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사실상 거부하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장관 탄핵 소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1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1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노동자 초과근무 ‘주12시간’ 깨진다”

국민일보 “‘당심이 승패 가른다’ 與당권주자 ‘우향우’”

동아일보 “전국 모든 2주택자 종부세 중과 안한다”

서울신문 “52시간제 유연화 호봉제 대폭 축소”

세계일보 “인구절벽 한국경제 印尼에 추월당한다”

조선일보 “파견기간 늘리고 주휴수당 손본다”

중앙일보 “주52시간제 유영화 1년 단위도 허용 추진”

한겨레 “주80시간 노동시간 단축에 역주행”

한국일보 “런던 탄소 39% 감축할 때 서울은 8% 찔끔”

주52시간 사실상 해체 권고…“주 69시간 노동 가능해질 것”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기본 40시간 외 최대 12시간까지 허용되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개편하라고 권고했다. 연구회는 권고문에서 관리단위에 따라 월 52시간, 연간 440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케 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동자가 원할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제안했다.

▲13일 한겨레 1면.

▲13일 한겨레 만평.

한겨레는 이날 1면 기사 제목을 “주80시간 노동시간 단축에 역주행”이라고 뽑고 “현행 1주 최대 52시간인 노동시간이 80.5시간까지 가능해지는 등 노동시간 단축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주80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고 계산했고 경향신문은 69시간까지 늘어날 것이라 계산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사실상 ‘주 52시간제’ 해체를 권고한 것”이라며 “산술적으로 주당 69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고 썼다. 그러면서 “노동자 건강권을 악화시킬 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이 이러한 방향을 비판하는 이유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지 5년째임에도, 노조 있는 사업장에서조차 10곳 중 4곳꼴로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는 실정이고 노조 조직률이 14%에 불과한 데다, 30인 이상 사업체에서 사측과 교섭할 ‘근로자 대표’ 제도도 미비하다”는 것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사측에서 ‘저축’을 명목으로 초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을 주지 않을 경우 무임금 노동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13일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 역시 이날 사설에서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경향신문과 같이 노사관계가 사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을 우려했다.

한겨레 사설은 “노동부와 연구회는 ‘노사 합의’와 ‘자율적 선택’을 강조한다. 연장근로 정산 기간을 확대하려면 과반수 노조 또는 ‘과반수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처럼 노사관계가 사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노사 합의는 허울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4%로 다른 선진국과 견줘 턱없이 낮다. 근로자대표 제도도 대표를 뽑는 절차 등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 사용자 뜻대로 ‘노동시간 선택권’이 오남용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13일 한겨레 사설.

노동계 반대 넘자는 신문들…조중동, 국민‧서울


조선일보는 해당 이슈를 1면에 다루면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하는 형식이지만 이미 정부와 상당한 공감대를 이룬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 이를 바탕으로 개혁이 추진될 전망”이라고 봤다.

중앙일보는 1면과 3면에서 해당 이슈를 다루고 “개혁의 관건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특히 노동계 반발을 넘어야 한다”고 전했다.

▲13일 조선일보 1면.

▲13일 중앙일보 1면.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정부자문硏 노동개혁 권고… 입법 비전 없인 희망고문일 뿐”에서 “미래연의 권고는 설득력이 있다. 청년 세대는 나이, 연차가 아니라 성과에 근거한 공정한 보상을 원하고 있다”며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일하는 ‘긱(Gig) 워커’ 증가 등 노동시장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도 개혁은 피할 수 없다. 권고안이 충분히 다루지 않은 고질적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선에도 정부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개혁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등 다수의 노동관계법을 고쳐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계와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갈등만 키우고, 개혁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개혁안 마련보다 중요한 건 개혁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것이다. 말로는 강한 의지를 보이다가 희망고문으로 끝난 과거의 개혁 실패를 되풀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13일 동아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노동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수십 년간 유지돼 온 경직된 임금체계를 개선하자는 주문인데 노사 당사자들의 이해와 직결된 사안들이다. 노동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관련 제도를 그에 걸맞게 개혁하자는 필요성에는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들이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는 노정 간 충돌과 극심한 사회적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 “근로시간 유연화 마땅하나 부작용도 살피길”에서 주 52시간제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에 일정 부분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나 업종, 근무 형태를 가리지 않는 획일적이고 경직된 규제 탓에 산업 현장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며 “연장 근로를 더 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근로자들은 경제적 손실을 호소했고, 특정 기간에 일감이 몰리는 정보기술(IT) 업체나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고통도 컸다”면서 근로시간 유연화 방향에 동의하는 방향을 밝혔다.

▲13일 국민일보 사설.

▲13일 서울신문 사설.

대통령,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거부…민주당 탄핵 추진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넘어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거부하기로 했다. 야당은 크게 반발하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12일 “오늘 오전 국회에서 정부로 국무위원 이상민 해임건의문이 통지됐다”며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13일 국민일보 4면.

▲13일 경향신문 만평.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장관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사람은 탄핵해야 한다”며 “저희가 충분히 논의해서 그다음 단계(탄핵소추)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국민 158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는 국가의 직무유기로 발생했다. 주무장관임에도 참사 당일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고, 이후 책임회피성 망언으로 국민을 분노케 한 이 장관은 경질돼야 마땅하다”며 “윤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거부한 것은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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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이태원 참사 지역 단위 대책기구 첫 결성

유가족들, 정부와 여당 향해 “2차 가해 말라”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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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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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2.1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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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47개 종교시민사회단체는 12월 12일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를 결성하고, 유가족들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지역 47개 종교시민사회단체는 12월 12일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를 결성하고, 유가족들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지역 47개 종교시민사회단체는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를 결성했다. 지역 단위로는 첫 대책기구 결성이다.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는 12월 12일 오후 2시, 대전시청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과 진상규명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유가족들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여명의 유가족도 참석하면서 취재진들도 몰려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여명의 유가족도 참석하면서 취재진들도 몰려들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10여명의 유가족도 참석하면서 취재진들도 몰려들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성서대전 대표 전남식 목사는 “지난 10월 29일의 이태원 참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라며, “하지만 이 참사에 대응하는 정부 여당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과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가볍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며, “참사가 발생한 지 6주가 지났지만 정부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기는커녕 참사의 기억을 지우려고 발버둥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식 목사는 또한 “이태원 참사를 기점으로 새로운 사회, 보다 안전한 사회, 일상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위험에 맞딱뜨리는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우리 국민들과 교회는 유가족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쉽게 타협하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용태 신부도 발언에 나서 “이 대규모 참사에 대해 우선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국가권력은 도리어 국민들에게 아무 것도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그 이유에 대해 묻고 따짐으로써 드러나게 되는 실체와 진실이 두려워서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국가권력의 방기와 직무유기가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서 묻고 따지고 애도하고 추모하며 고인을 떠나보내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더 이상의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현재의 삶을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지역 희생자 유족이자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송진영 씨(故 송채림 부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지역 희생자 유족이자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송진영 씨(故 송채림 부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유가족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유가족들은 흐느껴 울고, 기자회견 참가자들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전지역 희생자 유족이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족협의회) 송진영 부대표(故 송채림 부친)는 “정부는 유족들에게 ‘2차 가해하지마라’,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부가 유족을 향해서 2차 가해를 하고 있고, 트라우마로 쓰러져 있는 유족들을 또 한 번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 이종철(故 이지안 부친) 대표는 첫 기자회견에 나선 유가족들에게 ‘158명을 대변할 수 없다’던 국민의 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세월호의 길을 따라가지 말라’던 권성동 의원의 망언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이만희 국민의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간사를 향해 “국정조사 특조위로 복귀하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지안의 모친 조미은 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지안의 모친 조미은 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故 이지안의 모친 조미은 씨도 “죽음의 진상이 투명하게 밝혀질 때까지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투사가 될 것을 맹세한다”며 발언에 나섰다. 조 씨는 “그들의 직업은 배우, 선생님, 간호사, 유학생, 디자이너, 미국 공인회계사, 탐험가, 변호사 11월 1일이 생일이었던 아이”라며 희생자들을 언급하며, “왜 못 구했냐고 묻는 게 아니라 지금 저는 왜 안 구했냐고 묻고 있는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158명의 이태원 희생자 중에 뒤늦게 세상을 떠난 156번째 희생자의 고모라고 밝힌 대전에 사는 진창희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58명의 이태원 희생자 중에 뒤늦게 세상을 떠난 156번째 희생자의 고모라고 밝힌 대전에 사는 진창희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58명의 이태원 희생자 중에 뒤늦게 세상을 떠난 156번째 희생자의 고모라고 밝힌 대전에 사는 진창희 씨는 “유가족의 첫 번째 2차 가해자는 이상민 장관”이라며, “경찰 소방 병력을 배치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말할 때 비수에 꽂히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쟁점은 현장 대응을 넘어서서 사전 예방까지 가야 되고, 사법적 책임을 묻고 도덕적 도의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은폐와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씨는 또한 “간신히 숨을 헐떡이고 있는 우리 유가족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며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는 마지막으로 결성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책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은 시급히 참사의 국가책임부터 인정하고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국가는 국가의 책무를 다 하고, 유가족의 요구에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또한 책임적 위치에 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을 통해 성역없는 진상규명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회의는 또한 “지역사회에서 희생자와 피해자, 그 가족들이 고립되지 않고 요구가 흩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과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지고, 성역없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될 수 있도록 대전시민들의 마음과 실천을 모으는 역할을 하겠다”, “유족들의 소통과 치유를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희생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참사를 바라보고 아픔을 나누며, 유가족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해나가겠다”며 희생자와 피해자, 그 가족들과 늘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전시민들께서도 우리 이웃의 아픔을 보듬고 안전한 사회를 위한 대책 마련까지 유가족협의회와 대전대책회의와 함께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최명진 대전장애인차별철페연대 공동대표(첫째 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문성호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첫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 결성 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최명진 대전장애인차별철페연대 공동대표(첫째 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문성호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첫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 결성 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는 이날부터 참사 49일이 되는 12월 16일까지 집중추모주간으로 설정하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촉구 거리현수막 게시운동’을 펼치고, 15일 저녁 7시에는 유가족과 함께하는 대전시민 추모촛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추모촛불은 둔산동 타임월드 맞은편 국민은행 앞에서 진행된다.

추모촛불이 개최되는 15일부터 참사 49일을 맞는 16일 저녁 8시까지는 시민분향소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시민분향소에는 희생자 영정 사진과 위패도 걸 계획이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시민분향소 설치 장소는 아직 협의 중”이라며, “이후 장소가 확정되면 알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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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대한 두 시선, 카뮈와 에코…그리고 대통령실 만찬을 보며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김종구 (언론인)  |  기사입력 2022.12.12. 09:27:31 최종수정 2022.12.12. 10:17:19  

 

195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는 수상 소식이 발표되고 일주일 뒤 프랑스 텔레비전과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인터뷰 장소가 특이했다. 방송사 스튜디오가 아니라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 축구 경기장이었다. 3만5천여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라싱 클뢰브 드 파리' 팀과 모로코 팀의 경기가 열린 날, 카뮈는 관람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경기 도중 파리팀 골키퍼가 실책을 저질러 실점하자 "너무 몰아붙이지 말라"며 골키퍼를 두둔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 장면은 희귀 필름으로 남아 지금도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태어난 카뮈는 어릴 때 이 지역의 '라싱 위니베르시테르 알제'(RUA) 클럽 주니어팀의 골키퍼로 활약했다. 카뮈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다. 골키퍼를 맡은 것도 신발이 가장 잘 닳지 않는 포스트가 골키퍼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카뮈 할머니는 축구 때문에 비싼 신발이 빨리 헤진다고 끊임없이 그를 꾸짖었다. 카뮈는 17살 때 갑작스럽게 폐결핵에 걸려 축구를 중단했으나 축구 사랑은 평생 지속됐다. 파리에 살면서 '라싱 클뢰브 드 파리' 팬이 된 것도 순전히 파란색과 흰색의 유니폼 색상이 자신이 어릴 때 뛰었던 RUA와 같았기 때문이다. 

 

 

 

 
카뮈의 작품 속에는 축구 이야기가 많이 녹아들어 있다. 미완성 자전적 소설 <최초의 인간>에는 주인공 자크 코르므리가 학교 쉬는 시간에 숨을 헐떡이며 축구를 하고 난 뒤 "구두 밑창에 박은 징들이 닳았으리라는 생각에 불안하게 살펴보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축구 때문에 구두가 닳는다고 할머니한테 야단맞던 어린 시절 카뮈의 모습이다. 소설 <전락>에서 주인공 장-바티스트 클라망스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진실로 충실하고 열정적이었던 때는 스포츠를 할 때와 군대에서 재미삼아 상연했던 연극에 출연했을 때뿐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에는 놀이 규칙이 있었는데, 진지하지 않은 것을 진지한 것으로 여기고 즐긴다는 것이었지요. (…) 경기장과 극장은 내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세상에서 유일한 장소들입니다." 실제로 카뮈는 자동차 사고로 숨지기 1년 전인 1959년 한 인터뷰에서 "극장과 축구 경기장이 나의 진정한 두 대학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뮈가 쓴 작품들. 자전적 소설인 <최초의 인간>을 비롯해 <전락> <페스트> 등 많은 작품 속에 축구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도덕과 의무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축구에서 배웠다." 카뮈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1956년 RUA 동문회보에서 선수 시절을 회상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기고한 글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글은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주간지 <프랑스 풋볼>에도 그대로 실렸다. 당시 카뮈는 프랑스 지성계에서 점점 외톨이가 되고 있었다. 나치 반대 운동 때 '한 팀'을 이뤘던 좌파 지식인들과는 소비에트 및 알제리 독립전쟁에 대한 입장 차이로 사이가 점점 멀어졌다. 장 폴 사르트르와도 결별했다. 그래서 축구에 대한 카뮈의 말에는 파리 생활에 대한 환멸이 담겨 있는 듯하다. 카뮈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골키퍼를 하면서) 공은 항상 내가 예상한 방향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은 뒷날 아무도 공정하게 풀레이하지 않는 프랑스 본토에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카뮈는 축구 경기의 단순한 도덕성이 지식인들의 이념적 사상적 논쟁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담배 연기 자욱한 파리의 카페보다 땀투성이 축구 경기장이 더 정직한 윤리적 공간이라고 여겼다. 카뮈가 말한 "도덕과 의무"는 자신이 보기에 프랑스 지성계에는 없는 축구의 미덕, 즉 서로 믿고 의지하는 진한 동료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도덕과 의무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축구에서 배웠다”는 카뮈의 말은 1956년 RUA 동문회보에서 선수 시절을 회상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기고한 글에 나온다. 이 글은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주간지 <프랑스 풋볼>에도 그대로 실렸다.

 

영국의 논픽션 작가 M. M. 오웬은 <카뮈는 축구의 부조리를 통해 어떻게 위안을 얻었는가>라는 글을 통해 '부조리' '반항' 등 카뮈 사상의 핵심 단어를 사용해 그의 축구 사랑을 분석했다. 카뮈의 대표적 저서 <시지프 신화>에서처럼, 축구는 카뮈에게 "신을 부정하고 바위를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면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내던져진 시지프와 같은 존재가 된다. 어찌 보면, 90분간 목숨을 걸고 미친 듯이 공을 쫓아 달리는 것, 공을 네트 안에 넣는 숫자를 그 어떤 가치보다 우위에 두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부조리한) 일일 지도 모른다. 축구는 부조리한 삶의 축소판이다. 경기장은 그 자체로 부조리한 공간이다. 공은 언제나 의도와 달리 원치 않는 방향으로 튀어버린다. 특히 골문을 지키는 파수꾼인 골키퍼는 가장 외로운 존재다. 선수들은 경기 시간 내내 커다란 바위를 가파른 언덕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한번 경기에서 이긴다고 해도 계속 이길 수는 없다. 바위를 다시 언덕 위로 굴려야 한다. "카뮈는 몸으로 하는 이 육신의 드라마에서 삶의 충만함과, 모든 비애와, 모든 구원의 은총을 목격했다. 카뮈는 절망이나 망상에 굴복하지 않고 세상과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원했다. 그는 축구의 그 즐거운 비합리성을 즐겼다"고 오웬은 짚었다. 

 

소설가 김훈은 유명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의 축구 사진들에 글을 붙여 <공치는 아이들>이란 책을 펴냈고, '공차기의 행복' 등 축구에 대한 적지 않은 글을 남겼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문득문득 카뮈가 겹쳐져 다가온다. "공을 차는 아이들은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풀싹처럼 어여쁘다. 공을 쫓는 아이들의 동작에서, 생명으로 태어난 것들의 기쁨의 언어가 터져나오고 있다." "뜬 공을 향해 몸을 날릴 때, 그리고 다시 땅에 내려와 닿을 때, 나는 내 몸의 한계와 속박에서 자유로웠다. 속박과 그 속박을 벗어나려는 꿈이 이 아름다운 동작을 빚어낸다. (…) 공은 억압할 수 없는 생명의 충동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그중에서도 2006년 그리스 크레타 공항 대합실에서 월드컵 경기 텔레비전 중계를 지켜보고 쓴 글은 카뮈, 그리고 시지프의 모습과 선연히 겹쳐진다. "공을 놓친 골키퍼가 홀로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육신이 내뿜는 한 가닥의 맹렬한 적막이 관중의 함성을 뚫고 치솟는 듯했다. 그는 외로워 보였지만, 비참하지는 않았다. 그의 패배와 그의 추락에는 치욕이 스며들어 있지 않았다. 그의 적막은 외로움이라기보다는 순결이었다. (…) 그는 쓰러졌던 두 다리로 쓰러졌던 자리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실패한 골키퍼는 뒤로 돌아섰다. 돌아선 그의 어깨는 정직하고도 단순했다. 혼자서 감당하는 자의 빛나는 어깨였다." 

 

▲소설가 김훈이 세계적 사진작가 그룹인 '매그넘'의 축구 사진들에 글을 붙여 펴낸 <공치는 아이들> ⓒ생각의 나무

 

카뮈는 자신의 고향 알제리를 닮은 남프랑스 루르마랭 지방을 사랑해서 노벨상에서 받은 상금으로 그곳에 집을 한 채 구했다. 일요일마다 들판 가장자리에서 지역 클럽의 아이들이 훈련하거나 이웃 마을 팀과 경기를 하는 것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1960년 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숨진 자동차 안에는 그가 쓰고 있던 자전적 소설 <최초의 인간>의 미완성 원고가 있었다. 카뮈는 사고가 난 뒤 이틀 뒤 루르마랭에 있는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장례 행렬의 선두에는 아내 프랑신, 형 뤼시엥, 오랜 친구인 시인 르네 샤르가 섰다. 그리고 지역 축구 선수들이 그의 관을 운구했다.

 

Ⅱ. 

 

저명한 기호학자이자, 소설가, 문화비평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축구 비판론자'다. '월드컵과 그 화려한 잔치' '스포츠 잡담' 등의 글을 통해 축구에 대한 냉소적인 많은 어록을 남겼다. "내가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축구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익살스러운 말도 했다. 

 

▲움베르토 에코

 

"많은 독자들은 내가 축구라는 고상한 스포츠를 악의를 갖고 논의하는 것을 보고, 축구가 전혀 나를 사랑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통속적 의혹을 품을 것이다. 내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공을 차면 곧바로 자살골로 이어지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상대편에게 패스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경기장 밖 울타리나 담장 너머로 공을 날려 보내 지하실이나 개울에 빠뜨리는 바람에 함께 놀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시합에서 쫓겨나는, 그런 아이에 속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어떤 의혹도 이보다 더 분명하게 사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을 보면 어쨌든 에코는 카뮈와는 달리 어려서부터 축구에 소질이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에코가 남긴 여러 글을 토대로 피터 페리클레스 트리포나스라는, 이름을 외우기도 상당히 어려운 학자가 <움베르토 에코와 축구>라는 책을 썼다. 에코에게 축구라는 기호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문화 속에서 축구가 충족시키는 것은 무엇이며, 축구의 현실적이고 상상적인 폭력의 근원은 무엇인가 등을 에코가 어떻게 기호학적으로 분석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축구에 대한 에코의 말을 접하며 약간 유의해야 할 대목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첫째, 에코는 축구에 대해서도 특유의 풍자와 과장이 넘치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그것은 현실을 패러디하고, 그 불합리성을 폭로하며, 망치로 때리는 듯한 충격 효과로 핵심을 찌르기 때문"이라고 트리포나스는 해석했다. 또다른 하나는, 한국과는 많이 다른 이탈리아 등 유럽 축구의 분위기다. 축구광팬들이 매주 빠짐없이 축구 경기장을 찾아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때때로 축구장 난동사태까지 벌어지는 그곳 분위기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에코는 '축구 이야기를 하지 않는 방법'이란 글에서 "나는 축구를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축구팬들을 싫어할 뿐이다"고 말을 꺼낸 뒤 "내가 축구광들을 좋아하지 않는 까닭은 그들이 이상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지 않는 까닭을 이해하지 못하며,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을 자기네들과 똑같은 축구광으로 간주하고 한사코 축구 얘기를 늘어놓는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축구광 택시기사와 오간 '의사 불통의 대화'를 소개한다. (이 글은 에코의 에세이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 실려 있다.) 

 

▲축구에 대한 움베르토 에코의 글들이 실려 있는 책들.

 

에코는 축구팬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축구만이 아니라 다양성을 부정하는 세력 전반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택시기사)는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거기에 있다. 그는 도대체가 다양성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트리포나스는 에코의 이 글이 "극단적 애국심, 인종 차별, 외국인 혐오증 등"과도 관련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축구에 대한 에코의 말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축구팬을 '관음증 환자'에 비유한 대목이다. '자기 자신은 섹스를 하지 않으면서 대리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섹스를 구경하기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암스테르담(사창가)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정상이라 할 수 있는가.' 그런 사람을 관음증 환자라고 부르는 것처럼, 자기 신체로 직접 놀이(운동)는 하지 않으면서 스포츠 관람에만 정신이 팔린 사람 역시 관음증 환자라는 이야기다. 에코는 프로이트 이론을 이용해 축구를 억압된 욕망의 정신병리 현상으로 파악했다. 에코의 이런 주장에는 많은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다만 관음화된 스포츠는 구경꾼을 '스포츠 잡담가'로 타락시키고 결국 사회적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재무부 장관이 하는 일을 판단하는 대신 당신은 코치가 하는 일에 대해 논의한다. 의회 기록을 검토하는 대신 당신은 운동 선수의 기록을 검토한다." 

 

"어떤 장관이 외국 권력과 수상한 협정을 체결했는지 추궁하는 대신 결승전 등의 중요한 게임이 선수들의 실력에 의해 결정되는지 아니면 다른 외교적 수완에 의해 결정되는지를 더 질문한다." 

 

에코에 따르면 공적인 영역의 정치적 담화는 "지도자가 무엇을 했어야 하는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우리는 그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포츠 잡담이 정치적 말하기의 대용품"이 돼버렸고, 심지어 "그 자체가 정치적 말하기"가 됐다는 것이 에코의 진단이다.

 

에코는 축구를 로마 검투사들이 벌였던 '원형경기장 놀이'에 빗대 축구가 전쟁 뒤 벌어진 축제와 방탕, 강탈에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록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축구 경기는 서기 217년, 지금의 영국 더비 지방에서 로마군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축제의 일환이었다고 트리포나스는 설명한다. 에코는 이런 원형경기장 놀이가 역사적으로 지배자들에 이용돼 왔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원형경기장 놀이의 유용성에 대한 로마 황제들의 날카로운 관찰을 거쳐,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독재정권들이 항상 대규모 시합을 교묘하게 이용한 사실"이다.

 

에코가 '월드컵과 그 화려한 잔치'를 쓴 것은 1978년 월드컵대회가 열렸을 때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붉은 여단'의 테러 공포가 극심하던 때였다. 그해 붉은 여단은 이탈리아 기독교민주당 소속의 전임 총리 알도 모로를 납치해 살해하는 사건을 저질렀다. 에코는 월드컵이 "테러에 대한 공포와 긴장의 고조로부터 하나의 일시적인 위안"이 됐다고 말한다. 월드컵이라는 화려한 잔치가 짧은 기분 전환을 제공하며, 안전에 대한 공포로부터 잠시 벗어나도록 국민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스포츠의 본질적 효능임을 에코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위안은 됐을지언정 현실적인 안전 위협의 제거와는 무관했다. 

▲1978년 월드컵대회가 열릴 무렵에 '붉은 여단'은 이탈리아 기독교민주당 소속의 전임 총리 알도 모로를 납치해 살해하는 사건을 저질렀다.

 

트리포나스는 '스포츠와 현실의 착각'의 문제를 보다 상세히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월드컵이 지니는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은 바로 한 국가가 최소한 4년 동안 자신과 국민을 세계 최강자로 공언하고 과시할 수 있는 기회라는 데 있다. 공을 몇 번이나 골에 넣을 수 있는가 따위의 문제를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로 여긴다. 월드컵 결과를 둘러싼 감정적인 열띤 논쟁, 그리고 대중의 "허풍떨 권리"가 만연하면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만들어낸 착각"이 현실로 보인다. 스포츠 잡담가들은 축구 경기 결과를 '국력'과 연관 짓고, 그런 이야기를 공적인 화제로 여긴다. 그러는 사이 현실의 부조리는 암처럼 커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서구 문화 전반에 스며들어 있으며, 스포츠와 인간·사회 관계를 저지하려는 시도는 서구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윤리적 개념을 무너뜨리려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 에코의 진단이다. 그래서 에코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정치적 토론에는 관심을 덜 기울이고 원형경기장 놀이의 사회학에 더 많이 몰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축구 경기가 벌어지는 일요일에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가능할까?" 

 

Ⅲ. 

 

2022년 월드컵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16강 진출 성공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귀국했다. 8강전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난 것은 손흥민 선수의 말대로 "불운한 일"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카뮈의 생각을 빌어 말하자면 축구 경기 자체가 '부조리' 아닌가. 가나와의 2차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심판의 판정 등 축구 경기는 부조리의 연속이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이 뜻밖에도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에서 패배해 8강전에서 탈락한 것도 브라질 눈에서 보면 부조리일 것이다. 이 부조리가 축구의 본질이고 묘미다. 

 

이제 한국 축구는 또다시 무거운 바위를 끌고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것은 이번 대회에서 우리보다 더 높은 산까지 오른 8강, 4강은 물론이고, 앞으로 산의 최종정상에 오를 우승팀도 똑같다. 바위는 산에서 굴러떨어지고 다시 정상을 향해 바위를 끌고 힘겹게 올라가야 한다. 부조리는 우리가 굴하지 않음으로써 의미를 지닌다. '부조리의 처형'에 순응하지 않고 '자기의 운명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 내면의 힘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인간이고 축구다. 그것은 단순한 고행이 아니라 '행복한 시지프'의 모습이다. 

 

한국 선수들의 월드컵 선전을 두고 많은 이들이 "위로와 희망"을 말한다. 극심한 경기침체, 이태원 참사 등으로 우울증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생의 의지를 불러일으켰다고 칭송한다. 이런 말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스포츠 잡담'과 '정치적 담화'의 그 아득한 거리를 다시 생각한다. 축구 경기 결과를 '국운'과 연관 짓고, 그런 이야기를 정치적 말하기의 '대리담론'으로 삼는 사이 현실의 부조리는 암처럼 커간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해에 열린 2014년 월드컵대회가 끝난 뒤 이 땅에서 벌어진 그 참혹한 상황을 뒤돌아보라. 

 

윤석열 대통령도 선수단 만찬에서 "국민에 대한 위로와 희망"을 이야기했다. 과연 대통령이 생각하는 위로와 희망은 무엇일까. 진정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줘야 할 사람은 축구 선수단이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모르는 것일까. 월드컵 열풍에 편승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로마 황제들로부터 시작해 독재정권 지도자들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끊이지 않은 원형경기장 놀이의 교묘한 활용"이라는 에코의 지적이 새삼 다가온다.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4강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감독으로서의 '도덕과 의무감'의 발로일 것이다. 현실의 세계에서 '감독의 실책'으로 156명이 목숨을 잃는 것은 단순히 축구 경기의 승부차기 실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 땅의 감독과 코치들은 그 누구도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지 않는다. 카뮈는 "도덕과 의무를 축구에서 배웠다"고 말했는데, 그 감독과 코치들은 어려서 축구를 해보지 않은 탓인가.

 

월드컵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캡틴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 전반의 흐름을 꿰뚫는 넓은 시야, 팀을 위한 헌신과 책임, 자신보다도 팀과 동료를 먼저 생각하고 때로는 조연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겸허함, '월드클래스'의 카리스마와 묵직한 중량감 등등. 그런 손 선수가 청와대 영빈관 만찬에서 윤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달라며 '주장 완장'을 채워줬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사람은 '캡틴의 능력과 품격'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생각이나 해보고 있을까.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가 쓴 에세이집 제목이다. 그런데 '웃으면서 화를 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세상에 '권력형 바보들'과 그들의 바보짓이 갑자기 늘어났다. 이탈리아 축구광팬 택시기사의 경우처럼 의사소통 불능의 상황도 이어진다. 개인적 수양 부족 탓인지 몰라도 그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없는 요즘이다.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에서 주장 손흥민 선수가 2022 카타르 월드컵 기간 착용했던 주장 완장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채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에서 주장 손흥민 선수와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에서 볼트래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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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지키느라 국정조사 거부? 노골적인 국민의힘의 참사 정쟁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12/12 10:45
  • 수정일
    2022/12/12 10:4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해임건의안 가결에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위원 전원 사의...권성동 “이태원,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선 안 돼”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처리안 처리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2.11. ⓒ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 국민의힘이 노골적으로 이태원 참사 정쟁화에 나서고 있다.

 

이태원 참사 대응의 총체적 책임자인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11일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국정조사 거부 태세로 돌입했다. 본격적인 진상규명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를 무력화하는 시도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국민의힘 이만희·김형동·박성민·박형수·전주혜·조수진·조은희 의원은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전원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로 ‘국정조사가 무용해졌다’는 게 이들이 주장하는 사퇴 사유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과 연계해 이태원 참사 대응에 대한 화살이 정부로 향하지 않도록, 진상규명보다는 ‘이 장관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당력을 쏟아왔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 및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앞둔 이날 오전에도 의원들이 김진표 국회의장 집무실 앞으로 집결해 항의 시위를 하는가 하면, 의원총회에서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즉각 (해임건의안) 거부권을 행사하시라”고 요청했다. 심지어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살리기 위함”이라는 억지 주장도 동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주장과 달리 “이 장관 파면”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속내는 전날 권성동 의원의 페이스북에서도 드러난다. 권 의원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모인 유가족협의회 출범을 앞둔 전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유가족의 모임이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폄훼했다. 또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엄포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2.12.10. ⓒ뉴스1

 

이러한 권 의원의 발언에 유가족은 “우리가 반정부 세력인가”, “갈라치기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 여당이 할 일이냐”며 한 번 더 주저앉았다. 이미 참사의 핵심 책임자인 윗선은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는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는 유가족의 불신을 자초한 상태다. 유가족은 “정쟁을 배제한 철저한 국정조사”로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이 장관 해임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의 시작”이라고 내세워 온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보이콧과 얽히지 않고 국정조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참사를 정쟁화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에게 선택받은 국회의원으로서 막말로 관심 끌려 하지 말고, 국민이 원하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욱 귀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은 당리당략에 빠져 스스로 제 발목을 잡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시라”며 “참사의 책임과 국민의 요구에 대한 국회의 책무, 여당의 책무를 외면하면 국민의 심판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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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도 누군가 지키려다 떠난 아들아, ‘다녀온다’고 했잖니

등록 :2022-12-12 07:00

수정 :2022-12-12 10:02

방준호 기자 사진

방준호 기자 구독


[미안해, 기억할게] 이태원 희생자 이야기 ④김의현

코로나19 진료소 근무 자원했던 친절하고 품 넓은 방사선사

김의현씨. 일러스트레이션 권민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차례로 싣습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은 우리가 지켰어야 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이 사라진 이후 가족의 삶은 어떠한지, 유가족이 알고 싶은 진실이 무엇인지 기록할 예정입니다.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줄 유가족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전자우편 bonge@hani.co.kr 또는 <한겨레21> 독자 소통 휴대전화(010-7510-2154).

그날 이후, 엄마 김호경(58)씨 꿈에 처음 나타난 의현은 친구와 함께였다. “엄마, 세웅이(친한 친구)한테 내 검은 점퍼 줬어?” 엉뚱했다. 의현다웠다. “꿈에 갑자기 나와서 ‘엄마 보고 싶어’도 아니고, 친구한테 뭘 줬냐니. 의현이가 그런 애이기는 했어요.” 빈소를 내내 가득 채운 동네, 대학, 군대, 직장에서 만난 이들이 저마다 의현에게 받은 것을 엄마에게 털어놨다. “웃기고 편해서 고민 들어주는 친구라고, 그래서 친구가 이렇게나 많다고, 병원 방사선사로 일하면서 환자한테도 그렇게 친절했다고 해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멋있는 녀석이었어.”

의현은 어린 시절부터 사랑스러워서 더 미안한 아이였다. 엄마 혼자 일하며 키웠다. 그런 일로 투정 부린 적은 없다. 기특하고 울컥했던 기억만 있다. “초등학생 때 엄청 추운 날이었어요.” 누나 김혜인(32)씨가 기억했다. “‘엄마 회사에 가서 놀라게 해주자’ 했더니 김의현이 ‘웅, 그래!’ 하더라고요.” 남매는 어른 걸음으로 30분쯤 걸리는 엄마 회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내가 벌써 퇴근해버렸어요. 사무실 직원이 택시 타고 가라고 몇천원을 줬는데, 그 돈으로 붕어빵을 사 먹으면서 둘이 집에 걸어왔다는 거예요. 나는 그 일이 정말 미안했어요. 의현이는 기억도 잘 못했지만.”(엄마 김호경씨)


동네 친구에게도, 친척들에게도 ‘웃음 코드’


청소년이 된 의현은 방황하는 사춘기를 겪었는데 그조차 묘한 따뜻함을 동반했다. 밤늦게까지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일이 잦았다. 엄마는 잔소리하는 대신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의현의 친구를 발견하면 “이리 와, 같이 밥 먹자” 외쳤다. “한 애만 붙잡고 나면 어찌 알고 우르르 와서 밥을 먹고 있어요. 의현이도 저기 끝에 와 있고.” 엄마가 사주는 밥을 나눠 먹던 동네 친구들이 서른이 된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만나서 놀았다. 친구 정용(30)은 “(의현이는) 어릴 때부터 뭘 해도 옆에서 같이 하고 있는 게 당연한 친구, 당연하다는 말밖에 표현할 말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어른이 되고, 대학에 들어가고, 군에 입대하고, 취업하고, 일하는 모든 과정이 “평탄했다”고 엄마는 말했다. 사실 그 이상이었다. 한 동네 사는 친척 14명이 몰려다니며 의현을 예뻐했다. 군대 면회를 갈 때 “따뜻한 밥 먹여야 한다”며 할머니는 밥솥을 짊어졌고, 이모들은 서른이 된 요즘도 “아이구, 내 새끼”를 외치며 의현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의현은 질겁하는 척 애정 표현을 다 받아줬다. 가족은 많이 웃었다.

그렇게 맞은 10월29일 토요일 아침, 의현은 ‘다녀올게’ 하고 집을 나섰다. 2022년 방사선사 6년차인 의현은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업무를 자원했다. 매일 아침 6시30분, 토요일도 출근했다. 힘든 내색은 안 했다. 일하고, 퇴근하고, 그날 이태원에 갔다. 이튿날 새벽 4시, 가족은 친구들에게 참사 소식을 들었다. 엄마는 사고가 났다는 말을 “싸움했다”로 잘못 들었고, 누나는 “무슨 말이지?” 생각했다.


“의현이, 자기가 사람을 막아보겠다고 했대요”


의현을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모든 사람이 그날 새벽 합심했다. 역부족이었다. 동네 친구 다섯이 의현을 찾아 낯선 이태원 거리를 울면서 뛰어다녔는데 현장에서 친구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집에서 기다리던 엄마와 친척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지독한 무력감 속에 ‘세심한 유족 지원’을 발표하는 정부 발표만 텔레비전으로 봤다. 낮 12시가 되어서, 동국대일산병원에 의현이 있다는 사실을 겨우 알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호텔 부주방장이 된 누나는 울면서 비행기를 탔다. 내내 너무 울어서 옆 사람이 휴지를 건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의현 또한 끝까지 누군가를 위해 곁에 있었다. “의현이 옆에서 낯선 사람이 소리 지르는 걸 보고 도와줘야 한다고, 자기가 사람을 막아보겠다고 했대요.” 일상의 모든 관계가 여물었던 김의현은 10월29일 정확히 알 수 없는 시각, 서울 이태원 길가 어딘가에서 서른 삶을 마쳤다.

김의현씨 엄마 김호경씨가 아들이 남긴 은반지를 끼고 누나 김혜인씨와 손을 포개고 있다. 유가족 제공

서로를 더할 수 없이 예뻐했던 사람들이 꾸린 세계는 의현의 공백 앞에 비틀린 채 멈췄다. 새벽 5시55분 울리는 엄마 휴대전화 알람은 40여 일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울린다. 의현의 기상시간에 맞춘 알람을 바꾸지 못했다.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서 멍하니 울어요. 이제 깨울 아들이 없으니까. 그냥 울어요.” 방 화장대에 놓인 달력은 10월에 멈췄다. 사망신고도 못했다. 누나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생활과 일을 포기하고 한국에 남기로 했다.

일생 가장 참혹한 사건의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와 ‘어떻게’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무력감 또한 처음 소식을 들었던 날과 같다. 검안서에 적힌 사망 추정 시각은 밤 10시15분이다. 공식적인 사고 발생 시점(10시15분)과 동시에 목숨을 잃었을까. 엄마는 설명하려 애썼다. “추정이라 정확히 알 수 없어요.” 그날 아들의 몸은 어떻게 이동해 동국대일산병원에 안치됐을까.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찾아다니다 정보 몇 개를 얻었지만 아직 불확실해요.” 엄마는 무엇보다 의현의 마지막 인사가 지켜지지 못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날 아침 의현이가 ‘다녀올게’ 하고 갔어요. 분명히 ‘온다’고 했어요. 한국에서 당연한 인사잖아요. 158명이나 못 ‘왔는데’ 모두가 몰랐다, 우리 일은 아니다, 책임은 없다고 해요.”


누나가 “다시는 이런 일 생기지 않도록 할 거야”


남은 이들은 의현이 만들어준 풍성한 관계에 기대어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의현의 친구들은 밤에도, 새벽에도 봉안함 앞에 의현이 좋아했던 커피를 두고 온다. 엄마 집 문에 조용히 빵봉지를 걸어두고 간다. 조를 나눠 엄마와 누나를 불러 밥을 먹인다. 의현은 다른 참사 유가족과의 관계도 남기고 갔다. “고립감이 너무 컸는데 정부가 유가족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아서 제가 직접 수원에 사는 가족들을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정부가 알려주지 않아도 어떻게든 가족들은 모두 모일 거예요. 다른 가족들과 이야기하면 위로가 돼요.” 엄마가 말했다.

12월13일은 의현의 서른 번째 생일이다. 누나는 의현에게 편지를 썼다. 누군가를 위하는 게 의현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적었다. “자꾸 손이 떨려서 글씨가 못났다”고 걱정했다. “엄마랑 누나는 이제부터 (…)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거야. 누나가 의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 의현이가 곁에서 지켜줘.”

의현이 남긴 유품인 은반지를 손에 낀 엄마와, 엄마의 쌍가락지를 나눠 낀 누나가 문득 손을 포갰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줄 유가족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전자우편(bonge@hani.co.kr) 또는 <한겨레21> 독자 소통 휴대전화(010-7510-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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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장관 해임안 통과에 한겨레 “지금껏 자리 보전한 게 비상식적”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이재명 대표 방탄 위해 참사 정략에 활용 의심사”

법원 “강남 은마 재건축추진위, 정의선 현대차 회장 집앞 시위 안돼”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야당은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겠다며 이상민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추진해왔다.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은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의결됐다. 민주당 전원과 정의당 전원, 기본소득당 등 야 3당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했다.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이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 직후 거세게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다.

다만 해임건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12일 해임안이 대통령실에 공식 통보되면 윤 대통령은 공식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12일자 아침종합신문은 일제히 1면과 사설로 이 소식을 다뤘다. 아직 처리되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보다 이 장관의 해임안을 먼저 가결했다며 민주당을 비판하는 신문과 이 장관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신문들로 나뉘었다.

▲12일자 아침신문들 1면.

▲12일자 경향신문 3면.

보수 언론들은 민주당이 이 장관의 해임안 처리를 위해 공휴일 오전 다급하게 본회의를 개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은 이례적으로 일요일인 11일 국회에서 처리됐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날 단 하나의 안건(이상민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기 위해서 ‘원포인트 공휴일 본회의’를 개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지난 8일 오후 2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보고한 민주당은 사실상 이날을 ‘마지노선’으로 삼았다. 국회법에는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 때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표결 시한인 이날 오후 2시를 넘기면 해임건의안은 폐기된다. 민주당 입장에선 해임안 표결 시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이날 오전 본회의 개최 등과 관련해 “여야 합의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12일자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도 3면 기사에서 “일요일에 본회의가 열린 것은 올 5월29일 추가경정예산안 및 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가 여야 합의로 개최된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앞서 김진표 의장은 전날 저녁 여야 원내대표를 30분 동안 함께 만나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15일로 못 박는 한편으로 11일 본회의를 열고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 보이콧을 시사한 것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 보이콧을 시사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 해임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말 정국이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1면 기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표시하며 반발했으나, 당 지도부는 국정조사에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12일자 경향신문 1면.

▲12일자 한겨레 1면.

 

이상민 장관 해임안 통과에 한겨레 “지금껏 자리 보전한 게 비상식”

조선일보 “이재명 대표 방탄 위해 참사 정략에 활용 의심사”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현행 헌법이 시행된 1987년 이후 35년간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모두 5차례다. 그중 두 번이 윤 정부 들어 최근 석 달 새에 벌어졌다. 일요일 본회의도 이례적이다. 과거 추경 예산 등 시급한 경우 여야 합의로 휴일에 개최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야당 단독으로 안건을 통과시킨 경우는 드물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현장 치안 책임자였던 전 용산 경찰서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마당에 행안부 장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단계는 아니다. 더구나 여야 합의로 열기로 한 국회 국정조사에서 이 장관은 핵심 증인으로 예정돼 있다. 이런 마당에 법적 구속력도 없는 해임건의안을 처리해서 무슨 실효성이 있나.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뿐이고 실제 수용 가능성도 없다”며 “9일 이 대표 최측근 정진상씨가 구속 기소되는 등 대장동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이 대표 방탄을 위해 또다시 참사를 정략에 활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정부 여당도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가 안전 및 재난 정책 책임자인 이 장관은 참사 직후 “경찰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 장관에게 이번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더라도 정무직 공직자로서 국민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한다고 믿는 국민의 적지 않을 것”이라며 “여권이 진즉 그런 여론에 귀를 기울였다면 국회에서 해임안까지 통과되는 사태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12일자 조선일보 사설.

▲12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158명이 숨진 참사에도 재난 안전 주무장관이 지금껏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었다. 이 장관 해임 건의는 국회의 준엄한 요구이자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피 끓는 절규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엄중히 받아들여 이 장관을 신속히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은 ‘선 조사, 후 문책’을 주장하지만,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상황을 보면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면죄부’를 줄 공산이 크다. 경찰은 피의자로 고발된 이 장관을 조사하기는커녕 압수수색 한번 하지 않았다”며 “이 장관 사퇴가 진상규명 작업의 결론이 아닌 출발이 돼야 하는 이유다”고 했다.

한겨레는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이는 결국 윤 대통령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곧바로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윤 대통령은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며 “전날 출범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에 모인 유족들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이상민 파면’을 외쳤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과 측근 감싸기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 윤 대통령은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법원 “강남 은마 재건축추진위, 정의선 현대차회장 집앞 시위 안돼”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전보성)는 현대건설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를 상대로 낸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추진위는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잇는 GTX-C 노선 일부 구간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동아일보는 12면 기사에서 “해당 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 측은 “지하 60m 이상 대심도 공사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으로 추진위는 정 회장 자택 반경 100m 이내에서 마이크와 확성기 등을 사용해 연설 구호 음원재생 등의 방법으로 정 회장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 등을 하지 못하게 됐다. 자택반경 250m 이내에 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등이 담긴 현수막과 유인물을 부착, 게시하는 행위도 금지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추진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자택 100m 밖에서 시위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자 동아일보 12면.

▲12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법원의 이번 결정은 사적 공간인 주택가에서 무분별하게 번지고 있는 시위 문화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집회의 자유가 아무리 헌법상 권리라고 하더라도 다른 헌법상 권리인 주거지에서의 휴식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때 370여명이 모여 구호를 외치거나 동시에 소리를 질러 소음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신청인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법원은 시위 장소가 시위의 목적과 부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며 “추진위는 GTX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아닌 정 회장의 자택 앞을 시위 장소로 정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번 집회 목적과 연관성이 극히 낮고, 자택 부근에서 시위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시위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집회의 자유 중에 하나지만 집회 장소가 시위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엉뚱한 곳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취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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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지 못한 은밀한 남하 비행

[개벽예감 519] 아무도 알지 못한 은밀한 남하 비행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12/1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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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덩샤오핑의 단견과 대만해방의 역사적 필연성

2. 총통 대역을 체포하지 못한 뇌신돌격대

3. 동해에서의 은밀한 남하 비행 590.5km

 

 

1. 덩샤오핑의 단견과 대만해방의 역사적 필연성

 

중화인민공화국 제3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은 사후에 자신을 화장하여 골회를 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언에 따라, 그의 부인 줘린(卓琳, 1916~2009)은 인민해방군 수송기에 덩샤오핑의 골회를 싣고 대만해협 상공으로 날아갔다. 회색빛 골회가 꽃잎과 함께 대만해협의 하늘 높이 흩날렸다. 덩샤오핑의 영토완정 의지는 죽음의 저편까지 이어졌다. 

  

1982년 1월 11일 덩샤오핑은 “예 동지의 제안은 실질적으로 하나의 국가, 두 종의 제도를 의미한다. 국가통일이라는 전제 하에 대륙은 사회주의를, 대만은 자본주의를 각각 실행할 수 있다”라고 언명했다. 그가 말한 ‘예 동지’는 당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예젠잉(葉劍英, 1897~1986)이다. 예젠잉은 1981년 9월에 발표한 대만 문제에 관한 담화에서 “조국통일이 실현되면 대만을 특별행정구로 정하고,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덩샤오핑이 언명한 하나의 국가, 두 종의 제도(一個國家, 兩種制度)는 중국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국가통일원칙으로 공식화되었다.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를 뜻하는 일국량제(一國兩制)의 원칙이다.

 

일국량제의 원칙에서 말하는 두 개의 제도는 대륙의 사회주의제도와 대만의 자본주의제도를 의미한다. 대륙과 대만이 통일되면,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 특별행정구로서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하면서 자본주의제도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는 뜻이다. 

 

일국량제의 원칙에서 말하는 하나의 국가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의미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중화민족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하고, 중국의 국가적 법통을 계승한 유일한 국가이므로, 중국 영토에는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이라는 두 나라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중화인민공화국만 존재한다. 현재 실존하는 것은 ‘중화민국’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 대만성(臺灣省)이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누구나 아는 것처럼, 국가는 영토, 인민, 주권 3대 요소의 결합체로 존립하는데, 중화인민공화국 14억 인민은 자기의 정치적 대표체를 가지고 있다. 그 정치적 대표체가 바로 전국인민대표대회(National People's Congress)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중화인민공화국 14억 인민을 대표하는 대의원 2,980명으로 구성되었다. 대의원 임기는 5년이다. 전체 대의원 2,980명 가운데 2,097명은 중국공산당에 소속된 대의원들이고, 나머지 883명은 중국공산당 이외의 각계각층, 각당, 각파에 소속된 대의원들이다. 

 

이 글의 논제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대만 지역구를 대표하는 대의원 13명이 선출되어 전국인민대표대회에 결합되었다는 사실이다. 대만 지역구 대의원을 어떻게 대륙에서 선출할 수 있었을까? 대륙에는 ‘대만민주자치동맹’이라는 정당이 있다. 중국공산당에 우호적인 여러 야당 가운데 하나다. ‘대만민주자치동맹’은 당원 120명을 선거인단으로 구성하여 대만 지역구 대의원 13명을 선출했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중화인민공화국에 반기를 든 대만 정권이야말로 실존하지 않는 ‘중화민국’을 국가라고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대만 정권은 반국가단체일 뿐 아니라, 미국의 조종과 지원을 받는 종미우익단체이며, 국가분렬 책동에 집착하는 국가분렬 단체다. 

 

중국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그처럼 악질적인 반국가단체를 용인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중국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반국가단체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려고 한다. 반국가단체를 제거하는 행동의 총체를 대만해방이라는 개념으로 정식화할 수 있다.

 

그런데 위에 서술한 것처럼, 덩샤오핑은 40여 년 전에 일국량제의 원칙을 제시하면서 대만해방을 경시하고 양안교류를 중시했다. 그는 대륙과 대만이 100년 동안 상호교류를 계속하면 자연스럽게 국가통일을 실현하게 될 것이므로 대만해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러나 오늘 양안 관계에 조성된 심각한 상황이 말해주는 것처럼, 덩샤오핑이 40여 년 전에 언급한 100년 양안 교류설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단견이었다. 양안 교류가 확대, 발전되어온 지난 40년 동안 국가통일의 기회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왜냐하면 대만을 점령한 반국가단체가 미국의 조종과 지원을 받으면서 국가분렬 책동에 광분해왔기 때문이다. 대만을 점령한 반국가단체는 한술 더 떠서 ‘중화민국’이라는 국호의 정치적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이제는 국호를 ‘대만공화국’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변했다. 대만의 종미우익정당인 민진당에서 주석(당대표)을 지낸 야오자원(姚嘉文)은 2021년 4월 민진당 산하 헌법개정 소위원회 회의에서 ‘중화민국’이라는 국호를 ‘대만공화국’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는 망언을 늘어놓았다. 

 

이런 국가분렬 책동은 반국가단체가 대만을 점령하고 있는 한, 양안 교류가 100년이 아니라 1,000년 동안 계속되어도 중국의 국가통일 위업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므로 중국의 국가통일 문제에서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요인은 양안교류를 얼마나 더 확대,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만을 점령한 반국가단체를 어떻게 하루빨리 제거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대만을 점령한 반국가단체를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중국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국가통일 위업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대만을 점령한 반국가단체를 제거하는 행동은 대만해방이라는 총적 개념으로 수렴, 집약된다. 대만해방은 중국인민해방군과 ‘중화민국 국군’ 사이에서 무력 충돌을 불러오는 것이므로, 대만해방이 대화와 협상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따라서 대만해방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를 완정하는 대만해방전쟁을 의미한다. 대만해방전쟁은 역사적 필연이며, 동시에 역사적 과업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대만해방전쟁이 승리하고 일국량제의 원칙에 의거하여 평화통일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해방전쟁과 평화통일은 결코 모순되지 않으며, 평화통일은 반드시 해방전쟁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2. 총통 대역을 체포하지 못한 뇌신돌격대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동북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네이멍구(內蒙古)의 광활한 초원에 주르허(朱日和) 군사훈련 기지가 있다.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이 훈련기지의 면적은 1,100㎡다.

 

주르허 군사 훈련기지에서는 ‘과구(跨區)훈련’이라고 부르는 대규모 전투 훈련이 매년 진행된다. 홍군과 청군으로 편성된 전투부대들이 실전과 매우 유사한 전투환경에서 벌이는 쌍방교전연습이 과구 훈련의 압권이다. 쌍방교전연습에서 공격에 나선 홍군은 인민해방군 전투부대이고, 방어에 나선 청군은 가상의 적군인 제195기계화보병려단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쌍방교전연습은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이다. 

 

2017년 7월 30일 주르허 군사 훈련기지에서 중국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을 경축하는 성대한 열병식이 진행되었다. 베이징 천안문 광장이 아닌 곳에서 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그 열병식에 전투원 12,000명, 무장 장비 600여 대, 전투기 100여 대가 참가하였다. 시진핑 주석이 초원에 정렬한 장대한 열병대오를 사열하고 경축 연설을 하였다. 

 

그날 중국중앙텔레비전은 열병식을 실황 중계하면서 초원에 정렬한 열병대오를 공중에서 촬영한 화면을 방영했는데, 열병대오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는 5층 벽돌 건물이 화면에 나타났다. 건물 중앙에 첨탑이 우뚝 솟은 특이한 모양의 5층 벽돌 건물이다. 화면을 확대하여 보았더니, 그것은 대만 성도(省都) 타이베이(臺北)에 있는 총통부 건물을 실물 크기로 거의 똑같이 만든 복제건물이었다. 총통부에는 ‘중화민국’을 참칭하는 반국가단체의 우두머리 총통의 집무실이 있다. 총통부 복제건물이 주르허 군사 훈련기지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은, 인민해방군이 총통부를 습격하여 총통을 체포하는 전투 행동을 연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르허 군사 훈련기지에서 총통부 복제건물이 완공된 때는 2014년이다. 2015년 7월 24일 중국 <인민일보> 보도에 의하면, 2014년에 인민해방군은 홍군과 청군으로 나뉘어 쌍방교전연습을 벌였다고 하다. 쌍방교전연습에서 농민으로 감쪽같이 위장한 청군(가상의 적군)은 감자와 배추를 담은 자루를 홍군(인민해방군)에게 지원물자로 주겠다고 하면서 우호적으로 접촉했다. 기만술에 넘어간 홍군 지휘관은 물자지원에 고마움을 표하려고 진지 밖으로 걸어나왔다. 바로 그 순간, 청군은 기습사격을 퍼부어 홍군을 제압하고, 홍군 지휘관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그날 쌍방 교전훈련에서 홍군은 6대1로 패했고, 홍군의 전사율은 무려 70%에 이르렀다. 어이없게도 홍군이 참패를 당한 것이다. 홍군의 참패는 인민해방군 지휘부에 충격을 주었다. 

 

2015년 주르허 군사 훈련기지에서 대만 총통부 복제건물을 점거하는 습격전 연습이 진행되었다. 습격전 연습에서 홍군의 공격임무를 맡은 것은 2011년에 창설된 인민해방군 공군 특수작전부대 뇌신돌격대(雷神突擊隊)였다. 청군의 방어임무를 맡은 것은 ‘중화민국 국군’으로 가장한 인민해방군 제195기계화보병려단 산하 정예부대였다.

 

인민해방군 안에서 명성이 자자한 뇌신돌격대는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진격하여 총통 체포작전을 수행하는 최정예 특수작전부대다. 뇌신돌격대는 평소에 초인간적인 전투훈련으로 단련된 전투원들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대만의 작전환경과 유사한 남미대륙 열대우림 속에서 고강도 실전훈련을 매년 진행한다. 

 

이런 사정을 파악한 ‘중화민국 국군’은 뇌신돌격대의 총통 체포작전에 맞서기 위해 총통 호위대를 내오고 전투행동을 연습했다. 그들의 총통 호위작전은 뇌신돌격대가 총통 체포작전에 돌입한 급박한 상황이 오면, 총통을 헬기에 태워 공항으로 급히 피신시키고, 거기서 다시 총통 전용기에 옮겨 태워 미국 영토인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로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2015년 7월 5일 중국중앙텔레비전은 2015년 7월 초 주르허 군사 훈련기지에서 진행된, 뇌신돌격대의 총통 체포작전 연습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여 방영했다. 편집 영상은 뇌신돌격대와 총통 호위대가 격돌한 쌍방교전연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된 쌍방교전연습은 다음과 같다. 

 

결전의 날, 어둠이 깔린 심야에 뇌신돌격대는 대형 수송기 여러 대에 분승하여 전투기 편대의 엄호를 받으면서 가상의 대만해협을 눈 깜빡할 사이에 건너갔다. 그들은 가상의 대만 상공에서 낙하산을 타고 소리 없이 강하, 착지했다. 산줄기를 타고 신속하게 이동한 뇌신돌격대는 평소에 연마해온 습격전을 벌여 가상의 총통 호위대를 밀어내고 총통부 복제건물을 점거했다. 그런데 뜻밖에 복병이 나타났다. 가상의 총통 호위대가 완강하게 저항하는 사이에 매복해있던 가상의 신속대응부대가 갑자기 맹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가상의 신속대응부대는 총통 대역을 장갑차에 황급히 태워 가상의 대만군 전쟁지휘소로 피신시켰다. 그 바람에 뇌신돌격대는 총통 대역을 체포하지 못했다. 

 

이런 작전 결과를 보고 실망한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와 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는 총통부 복제건물을 점거하였으면서도 총통 대역을 체포하지 못한 뇌신돌격대 장병들의 군사칭호를 강등했고, 감봉처분조치까지 내렸다. 

 

2015년 7월 초 주르허 군사 훈련기지에서 진행된 쌍방 교전연습은 인민해방군의 당시 작전 능력으로는 대만군을 제압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리하여 인민해방군은 자기의 실전 능력을 대폭 강화해야 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인민해방군은 전군을 개편하고, 군종-병종 협동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2016년 7월 15일 <신화통신> 보도에 의하면, 당시 쌍방교전연습에 특수작전부대, 싸이버정찰부대, 항공정찰부대, 전자기파(EMP)부대 등 새로 개편된 전투부대들이 대거 참가했고, 군사 지휘관의 참가 비중이 20%에서 35%로 높아졌다고 한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인민해방군은 군종-병종 협동 작전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자력자강을 향한 그들의 줄기찬 노력은 2022년 8월 4일부터 5일까지 대만 주변 해상과 공중에서 진행된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에서 결실을 맺었다. 당시 인민해방군은 육군, 해군, 공군, 로켓군, 군수지원부대를 총동원한 대규모 군종-병종 협동작전에서 이전과 달라진 놀라운 면모를 과시하였다. 군종-병종 협동작전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목적을 달성하였다. 

 

1) 인민해방군은 사상 처음으로 ‘대만방공식별구역’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대만에서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군종-병종 협동작전을 진행했다.

 

2) 인민해방군은 사상 처음으로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군종-병종 협동작전을 진행했다.

 

3) 인민해방군은 사창 처음으로 대만 상공을 넘어가는 궤도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대만 동쪽 바다에 탄착시켰다.

 

4) 인민해방군은 사상 처음으로 항공모함 전투단과 핵추진 잠수함의 협동작전을 진행했다.

 

5) 인민해방군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 해군 제7함대 항모타격단을 대만에서 동남쪽으로 1,100km 떨어진 필리핀해에 묶어두었다.

 

2022년 8월 초 인민해방군이 사상 처음으로 다섯 가지 작전목적을 달성한 것은 대만해방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작전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의 눈앞에 전개된 이웃 나라의 군사 상황이다.

 

3. 동해에서의 은밀한 남하 비행 590.5km

 

2022년 10월 26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웬디 셔먼(Wendy R. Sherman)은 일본 도꾜(東京)에서 진행된 한미일 3자 외교차관 협의회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3자 외교차관들이 대만의 방어 능력을 지원해주는 문제를 협의했다고 하면서, 미국은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일본, 한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에 개입하기 위해 미국군 사령관이 통제하는 일본자위대와 한국군을 전쟁판에 끌어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대만해협에서 발생한 우발적 무력 충돌이 대만해방전쟁으로 비화되면, 미국군, 일본자위대, 한국군이 동중국해로 출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군이 미국군 사령관의 통제를 받으면서 중국인민해방군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인가?

 

2022년 9월 19일 폴 러캐머라(paul J. LaCamera)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미국에 있는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을 포함하여 모든 전시상황에 대비해 급변사태계획(contingency plan)이 준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서, 미국군 지휘부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에 개입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10월 7일 일본 <NHK> 보도에 의하면, 미국군은 남중국해 연안에서 일본자위대, 한국군, 필리핀군을 이끌고 사상 처음으로 4자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한다. 이것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을 패퇴시키기 위한 전쟁연습이다.  

 

한국군이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에 개입해야 할 명분도 이유도 있을 수 없다. 만일 한국군이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에 개입하면 인민해방군의 치명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므로, 한국군으로서는 중립을 지키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얽매여 있는 한국군은 전시에 한미련합군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미국군 사령관의 명령을 받아야 한다. 미국군사령관이 “미국을 위해 중국인민해방군과 싸우라”라고 명령하면, 한국군은 작전명령을 거역할 수 없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수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얽매여 미국군 사령관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한국군이 이웃 나라 전쟁판에 내몰려 자칫 개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한국군이 미국군 사령관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이웃 나라 전쟁판에 내몰리는 것보다 훨씬 더 가공할 사태가 예상된다. 그것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과 조선의 ‘남조선해방전쟁’이 거의 동시에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가공할 사태에 관한 예상을 논하려면, 조선인민군의 ‘남조선해방전쟁’ 준비태세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8기 3차 확대회의(이하 6월 확대회의로 약칭함)에서 ‘남조선해방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방침이 토의, 결정되었다. 새로운 전략방침과 관련한 남측 언론보도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1) 6월 확대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 지휘관들은 전쟁이 시작되면 단거리 전술미사일을 기습 발사하여 불과 3분 안에 서울 용산에 있는 대통령실을 비롯하여 국방부, 합참본부, 수도방위사령부 등 한국군 핵심 지휘 통제체계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고하였다. (2022년 6월 30일 <데일리 NK> 보도)  

 

2) 6월 확대회의에서 각종 저위력 전술핵탄미사일을 지상과 해상에 배치하기로 결정했고, 새로운 전술핵타격전략에 의거하여 기존 전투조직표를 수정했으며, 그에 따라 전군적 범위에서 인원 조동, 부대 신설, 부대 통폐합이 시행되었다. (2022년 11월 29일 <데일리 NK> 보도)

 

3) 6월 확대회의에서는 조선인민군 육군, 해군, 공군, 전략군이 이제껏 각자 수행해온 작전임무를 60년 만에 변경하여 전략적 협동 작전체계를 정립했고, 화력 사거리 단축 계획도 수립했다. (2022년 7월 1일 <데일리 NK> 보도) 

 

4) 6월 확대회의 결정에 따라 개편된 전투부대들과 기존 전투부대들의 협동 작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훈련판정 요강이 각지 전투부대들에 하달되었다. (2022년 9월 5일 <데일리 NK> 보도)

 

5) 6월 확대회의에서 수정, 변경된 작전계획에 따라 김정은 총비서가 발사 명령을 하달하면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전술핵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투준비태세를 평가하기 위한 실전훈련이 진행되었다. (2022년 10월 7일 <데일리 NK> 보도)  

 

위에 열거한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남조선해방전쟁’이 임박하였다는 것을 누구나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확실하게 ‘남조선해방전쟁’의 임박성을 말해주는 징후는 아마 없을 것이다.

 

위에 열거한 보도내용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지상과 해상에 각각 배치하고 임의의 시각에 발사할 수 있는 실전훈련까지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지상 배치는 5축 10륜 발사대차에 탑재했다는 뜻이고, 해상배치는 전투함선에 탑재했다는 뜻이다. 위의 보도내용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조선인민군 전술핵폭격기와 전략잠수함에도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각각 탑재되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전술핵탄미사일을 탑재한 발사대차들, 전투함선들, 전술핵폭격기들, 전략잠수함들이 ‘남조선해방전쟁’에 대거 동원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 것인가? 이 의문을 풀어줄 중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 <대외사정(Foreign Affairs)> 2009년 11월 12월 합병호에 매우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국제안보연구소의 키어 리버(Keir A. Lieber) 교수와 다트머스 대학의 대릴 프레스(Daryl G. Press) 교수가 공동으로 작성한, ‘우리가 요구하는 핵무기(The Nukes We Need)'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미국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핵무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06년에 미국과학자련맹(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과 자연자원방어협의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는 미국 국방부가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 ‘위험 예측 및 평가능력(Hazard Prediction and Assessment Capability)’을 이용하여 모의핵타격실험을 진행했다. 타격정밀도가 매우 낮은 고위력 전략핵탄두 10발을 발사하여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 상황을 모의한 컴퓨터 실험이었다. 실험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컴퓨터 실험에서 300~400만 명이 사망하는 핵참화가 발생한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9년에 키어 리버 교수와 대릴 프레스 교수는 미국 국방부가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 ‘위험 예측 및 평가능력’을 또다시 사용하여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 동일한 상황을 모의한 제2차 컴퓨터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타격정밀도가 매우 낮은 고위력 전략핵탄두 10발이 아니라,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저위력 전술핵탄두 20발로 타격하는 상황을 모의한 컴퓨터 실험이었다. 제2차 컴퓨터 실험에서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피폭점 주변에서 700명 미만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것은 재래식 폭탄을 사용한 것과 같은 미미한 인명피해였다.

 

핵무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조선인민군이 ‘남조선해방전쟁’에서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사용하면 엄청난 핵참화가 발생하여 우리 민족이 멸망하지 않겠는가 하고 우려하지만, 위에 서술한 컴퓨터 실험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순항미사일에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장착하여 발사하면, 인명피해와 시설파괴는 재래식 폭탄을 사용하였을 때 발생하는 인명피해와 시설파괴보다 더 적게 발생할 것이다. 

 

2022년 11월 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세상을 놀라게 한 보도문을 발표했다. 보도문 내용 중에서 이 글의 논제와 직접 관련되는 것은 전략순항미사일 발사에 관한 내용이다.

 

보도문에 의하면, 2022년 11월 2일 오전 한미련합군이 군사분계선 북쪽 공해상에 대응사격을 가한 것에 대응하여 그날 오후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함경북도 지역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쏘는 보복 타격을 가했다고 한다. 그들이 보복 타격에 사용한 무기는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고, 모의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전략순항미사일이었다. 또한 그것은 위에 서술한 컴퓨터 실험 결과에서 입증된 것처럼, 저위력 전술핵탄두 20발을 동시다발로 발사하는 경우 피폭점 주변에서 700명 미만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전략순항미사일이었다.  

 

그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멀리 남하 비행을 계속하더니 경상남도 울산 앞바다 80km 해상에 떨어졌다. 보도문에 의하면, 사거리는 590.5km였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보도문에서 울산 앞바다의 탄착점 좌표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이 울산 앞바다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한미련합군은 자기들이 고성능 미사일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으므로 미사일 방어는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함경남도에서 발사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이 동해 해수면 위를 초저공으로 약 50분 동안 날아가는 동안 누구도 미사일의 은밀한 남하 비행을 포착하지 못했다. 심지어 한미련합군은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현상마저도 포착하지 못했다. 순항미사일의 두 가지 강점은 은밀한 비행과 고정밀타격이다. 

 

이런 충격적인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미련합군이 순항미사일 방어 능력을 전혀 갖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 것이다. 또한 그것은 조선인민군이 전략순항미사일 20발을 동시다발로 기습 발사하여 한미련합군 핵심 전략거점 20개소를 파괴함으로써 ‘남조선해방전쟁’을 극적으로 끝낼 고도의 전술핵 타격 능력을 입증한 것이다. 위에 서술한 미국 전문가들의 컴퓨터 실험 결과에 의하면,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전략순항미사일 20발로 한미련합군 핵심 전략거점 20개소를 족집게식 고정밀타격으로 파괴하는 경우 700명 미만의 인명피해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사실을 조선인민군 지휘부도 알고 있고, 한미련합군 지휘부도 알고 있다. 그로써 조선인민군 지휘부는 ‘남조선해방전쟁’에서 전술핵탄두를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고, 한미련합군 지휘부는 조선인민군의 전술핵타격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의 눈앞에 전개된 군사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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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 정론] 윤석열이 국민의 적이다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2/12/1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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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을 적으로

 

윤석열의 반북 행보가 거침없습니다. 후보 시절 자신의 SNS 계정에 ‘북한은 주적’이라 올리더니 이제는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한다고 합니다. 국방백서는 정부의 국방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국방부에서 공식 제작하는 책자입니다. 윤석열은 ‘주적은 북한’이라는 자기의 생각을 우리나라의 국방정책으로 공식화하려고 합니다. 선제타격, 원점 타격, 대규모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에 이어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윤석열의 반북대결정책이 가져올 것은 결국 긴장 고조와 군사적 대결뿐입니다. 높아만 가는 전쟁 위기에 국민 불안은 가중되고 한반도 평화는 파괴될 것입니다. 

 

2. 노동자를 적으로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과 같은 위협”이라는 말에서 윤석열의 노동관이 집약적으로 드러납니다. 윤석열의 시각에서 노동자들은 죽지 않을 만큼의 돈을 쥐여주면 그저 감사하며 시키는 일 수걱수걱 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노예, 기계나 다름없는 삶도 달게 받아들여야 하는 노동자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파업을 하는 것을 윤석열은 참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노동자의 파업을 자신이 적이라 인식하는 북한의 핵에 비유한 것은 ‘파업하는 노동자=적’이라는 윤석열의 인식을 드러낸 것입니다. 매일 2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안전하게 귀가하고 싶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라며 파업하는 노동자를 윤석열은 적으로 규정하고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3. 언론을 적으로 

 

‘굥비어천가’를 부르지 않는 언론은 그냥 두지 않는 윤석열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한 ‘바이든, 이XX’를 그대로 내보냈을 뿐인데 공영방송 MBC는 졸지에 동맹관계를 이간질하고 악의적인 뉴스를 퍼트린 방송사가 되었습니다. 공영방송인 MBC가 이 정도인데 비판적인 중소 인터넷 언론들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탄압은 어떻겠습니까. 

 

윤석열 정부 비판에 적극적인 ‘시민언론더탐사(더탐사)’에 대한 도를 넘어서는 탄압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한 고발에 이어 한동훈 장관 자택 앞을 찾아갔다고 주거침입죄로 더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입니다. 권력자의 비리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고 취재를 하는 것은 언론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고발과 압수수색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합니다. 

 

4. 야당을 적으로

 

후보 시절 마치 예고처럼 ‘적폐 수사’를 언급한 윤석열은 유례없는 보복 정치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수사를 빌미로 야당 당사를 압수수색 하더니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을 구속한 데 이어 이재명 대표 조사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자행하는 것으로 모자라 ‘서해 공무원 사건’을 빌미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수사할 기세입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라는 속담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윤석열 ‘검찰 왕국’입니다. 

 

5. 국민을 적으로

 

외교, 안보 참사에 이어 10.29 이태원 참사까지 윤석열 정권 들어 각종 참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은 10.29 이태원 참사에 관해 사과하고 책임지기는커녕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유가족들을 우롱하는 패륜을 저지른 참사정권, 패륜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촛불의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야당 의원에게 ‘헌정질서 흔드는 주장에 동조’한다고 한 대통령실의 이야기는 결국 촛불을 헌정질서를 흔드는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촛불을 든 사람들은 국민들입니다. 헌법 제1조 1항, 2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촛불의 요구를 가리켜 헌정질서를 흔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촛불 국민을 반헌법,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는 처사입니다. 촛불 든 주권자의 외침을 적대시하는 윤석열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습니다. 

 

6. 대한민국 진짜 적은 윤석열

 

헌법에 다음과 같은 조항들이 있습니다. 윤석열과 정부 관계자들이 지켜야 할 내용들입니다.

 

‘헌법 제7조 1항,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헌법 66조 3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헌법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검사 출신이라 그런지 입버릇처럼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윤석열은 헌법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에 대한 봉사,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며 검찰 왕국을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검찰 권력을 기반으로 비판 세력을 겁박하고 탄압하면서 공안통치를 이어갑니다. 

 

윤석열 시대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초강경 대북적대정책으로 남북관계는 파탄 지경을 넘어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헌법을 어기며 헌정질서를 흔드는 범죄자, 반국가행위자가 바로 윤석열 자신입니다. 이런 대한민국의 적, 윤석열은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이유가 단 1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외칩니다. 

“윤석열은 당장 퇴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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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협의회 결성 “윤 대통령 사과하라”

“정부가 유가족 연락처 주지 않아” 난관 헤치고 모인 97명 희생자 유가족들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홀 달개비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2022.12.10. ⓒ뉴시스
눈물이 잠시도 마를 새가 없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어렵게 한 자리에 모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온전한 추모, 철저하고 분명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희생자 유가족들이 협의회를 처음으로 결성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창립을 선포했다. 희생자 97명의 유가족 170명이 협의회에 참여했다. 기자회견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유가족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앞서 2시간 동안 회의를 한 끝에 대표단을 선출하고 활동 목적과 사업 계획을 결정했다. 대표는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가 맡았다.

 “국가는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유가족이 직접 모여 협의회를 만든 이유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0일이 넘은 시점에 유가족들이 협의회를 공식적으로 발족하기에 이른 건,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날 유가족들이 “국가는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울분을 터뜨린 이유다.

유가족 협의회 이정민 부대표는 “저희가 왜 협의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유가족들 모아놓고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자로서 진정 어린 사과 한마디만 했으면 이렇게까진 안 갔을 것이다. 그런데 외면하지 않았나”라며 “이 죽음이 당연한 죽임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에 유가족들이 협의회를 통해 가장 먼저 요구해나갈 것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다. “유가족 협의회 대표를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고 말문을 연 이종철 대표는 첫 번째 사업계획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에 피해자의 참여 보장 ▲성역 없는 엄격한 책임 규명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인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 중 오열하고 있다. 2022.12.10 ⓒ뉴스1

이 대표는 “같은 희생자 유가족들의 연락처를 확보하려고 여기저기 미친듯이 돌아다녔다”며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정부여당에 ‘연락처 좀 달라’고 매일매일 사정하다시피 말씀드렸다. 하지만 지금도 연락처를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서 서로 대화하고, 울고, 껴안고 해야만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라, 약을 먹으라, 상담을 받으라’고만 했다”며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유가족과 협의도 없이 정부가 이태원 참사에 대응하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해체하고 이후에도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께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저희도 당신의 아들딸들이다. 저희 유가족들이 다 죽어야만,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만 당신이 발을 뻗고 잘 수 있겠느냐. 그게 아니라면 저희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여당에 강한 분노 표출한 유가족들

대표단 뿐만 아니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른 유가족들도 모두 울분을 더이상 감추지 않고 터뜨리는 모습이었다. 난생 처음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은 잇따라 마이크를 잡으며 자식의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장내에선 통곡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유가족들의 분노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했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유가족 협의회를 두고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거나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적은 것을 두고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정민 부대표는 “세월호 유가족과 같은 길을 가지 말라고? 왜 벌써부터 이렇게 갈라치기를 하고, 국민들한테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냐. 이게 정부가 할 일이고 책임있는 여당 책임자가 할 일이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참사로 자식을,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정쟁을 하겠냐. 저희들은 이 자리에 있는 것조차도 싫다”며 “처음부터 저희의 요구사항을 들어줬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안 해주고선 정쟁하니 안 하니 그런 얘기를 하느냐.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질타했다.

오히려 유가족들은 이날 “끝까지 유가족의 뜻을 받들어 돕겠다”는 시민대책위원회 측 연대 발언에 감사를 표하며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이태원 참사 전에는 현모양처, 부드러운 말투, 나서지 않던 엄마였다면, 이태원 참사 후엔 물러서지 않고, 거친 말투에 앞에 나서는 엄마가 됐다”며 “유가족들과 함께 이 일이 투명하게 끝날 때까지 투사가 될 것을 맹세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우리들은 오늘 이 순간까지만 참으려고 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중대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떠난 아들을 향해 “부디 제발 안전하게 잘 가렴. 꼭 안전한 나라에서 환생하렴. 이게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란다”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에서 올라왔다는 고 김지연 씨의 어머니도 정부여당을 향해 “다같이 자식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제발 유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해달라. 내 자식들이 길거리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참혹한 고통을 당했다면 과연 가만히 손 놓고 계실 거냐. 아마 자식들이 절대 그렇게 죽어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실 것이다”라며 “제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지 말고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그렇지 않으면 4년 뒤에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심판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인을 향해 “너무나 갑작스럽게 길거리를 지나가다 그 비좁은 길에서 숨조차 못 쉬고 떠나서 얼마나 큰 한이 맺히고 눈도 못 감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너무 힘들다”라며 “158명의 꽃다운 청춘이 헛되지 않게 엄마아빠가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끝까지 노력할게”라고 말했다.

‘경철이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유가족은 “윤석열 대통령님, 애들한테 사과하세요. 진심으로 사과하시라고요. 우리 경철이가 억울하지 않게, 기분 좋게 마음 놓고 천국에 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부탁입니다”라고 울부짖었다.

유가족들 사이에선 “학살의 현장이었다”, “살인자를 처벌하라”, “이상민을 파면하라”는 외침이 중간중간 터져나오기도 했다. “사랑한다 딸아, 보고 싶다 딸아”라고 목놓아 외치는 유가족도 있었다. 한 유가족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했다. “생존자들은 용기를 내어 그날을 증언해달라”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2.10 ⓒ뉴스1


16일 이태원역 앞에서 시민추모제 연다

향후 유가족 협의회가 주관할 첫 공식 일정은 시민추모제다. 희생자가 사망한 지 49일이 되는 오는 16일 오후 6시 이태원역 앞에서 시민대책위원회와 함께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주제로 시민추모제를 연다.

이정민 부대표는 “아직도 이태원 골목 그곳에서 우리 희생자들은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영혼이 거기 계속 맴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길에서 서서 압사당한 것도 억울한데 추모도 받지 못한다면 이를 용납하겠는가”라며 “저희가 조금이라도 그 아이들의 억울함을 덜어주기 위해서 추모제를 진행하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추모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유가족들은 협의회 창립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일상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길을 가다가 예기치 못한 위험을 맞닥뜨리고 허망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유가족들의 소통공간 마련과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기억해 줄 추모공간의 설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촉구하며, 유가족 협의회 구성에 불순한 의도로 그 활동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희생자들에게 덧씌워지는 말도 안 되는 오명에 분노하며, 이후 행해지는 모든 2차 가해에 대해 조금의 선처 없이 적극적으로 대처해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에 책임이 따를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태원 참사의 희생을 기억하며 국가가 국민에게 어떠한 책 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지 깊이 새기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이 땅에 발 생하지 않도록 우리 유가족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뜻을 같이하며 행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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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양식으로 겨레에 헌신하다"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 미수연..『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회고록도 출간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12.10 13:59
  •  
  •  수정 2022.12.11 03:18
  •  
  •  댓글 3
 
위공 정수일 선생의 미수연이 9일 저녁 열렸다. 이날 회고록도 출간돼 의미를 더했다. [사진-조천현]
위공 정수일 선생의 미수연이 9일 저녁 열렸다. 이날 회고록도 출간돼 의미를 더했다. [사진-조천현]

실크로드학를 중심으로 문명교류학을 개창한 대학자로 이름높은 위공 정수일 선생의 미수(米壽, 88세)연이 9일 저녁 많은 후학들의 열렬한 성원으로 열렸다.

2008년 창립 이래 정수일 선생의 학문적 연구를 후원하고 함께 해 온 한국문명교류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마련한 이날 미수연에 맞춰 정수일 선생의 회고록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북이십일 아르떼)가 출간돼 그 의미를 더했다.

김정남 한국문명교류연구소 명예이사장은 "정수일 선생님은 비록 험한 길, 먼길을 걸어오셨지만 나름대로 엄청난 성취가 있었다"며, "그 자랑스러운 성취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인사했다.

'자신의 실력으로 각주를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세계적 석학'이라며,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비롯한 세계 3대 여행기를 한글 역주본으로 출간한 것도 성과이겠지만, 정 선생 스스로 맨발로 세계 문명교류기를 전부 답사한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 최대의 여행기가 아니냐"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정 선생이 낯선 옥중생활에서 좌우명으로 찾아낸 '빈 산에 사람 하나 없어도 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空山無人 水流花開)'라는 황산곡(黃山谷)의 시구를 인용해, "선생의 마지막이 아름답고 그윽하기를 빈다"고 축원했다.

김정남 한국문명교류연구소 명예이사장은 "정 선생 스스로 맨발로 세계 문명교류기를 전부 답사한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 최대의 여행기가 아니냐"고 찬사를 보냈다. [사진-조천현]
김정남 한국문명교류연구소 명예이사장은 "정 선생 스스로 맨발로 세계 문명교류기를 전부 답사한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 최대의 여행기가 아니냐"고 찬사를 보냈다. [사진-조천현]
정수일 선생은 "나는 통일성업의 전선에서 한 몸을 바치겠다고 청춘을 보내고 이때까지 사느라고 살아왔는데 아직도 우리는 이 처참한 분단의 역사를 후대들에게 그대로 넘겨주게 되었다"고 회한의 뜻을 내비쳤다. [사진-조천현]
정수일 선생은 "나는 통일성업의 전선에서 한 몸을 바치겠다고 청춘을 보내고 이때까지 사느라고 살아왔는데 아직도 우리는 이 처참한 분단의 역사를 후대들에게 그대로 넘겨주게 되었다"고 회한의 뜻을 내비쳤다. [사진-조천현]

6개 국적으로 세계를 누빈 다국적자이고 종횡으로 세계를 일주한 코스모폴리턴 여행가이며, 10개 언어에 통달한 인재로 '실크로드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업적을 세웠으나, 그것만으로 '정수일'의 한 생을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스로 회고록에 밝히고 있거니와 "나는 오로지 시대의 소명만을 따라 살아온 한 시대인일 뿐이다"라고 한 것은 수십편의 대하드라마와 같은 인생을 담을 길 없는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중국 옌볜 출생(1934)으로 베이징대학 동방학부를 졸업(1955)한 뒤 중국 외교부 소속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1963년 4월 환국하여 평양국제관계대학 및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 교수(~1974)를 지냈고, 1980년대 들어 튀니지대학, 말레이대학을 거쳐 1984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단국대학교 사학과 교수(1988~1996)로 자리를 잡았으나 1996년 '레바논계 필리핀인 무하마드 깐수'로 체포되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2년을 선고받고 특별사면으로 나온 2000년까지 5년을 복역했다.

그리고 2008년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을 결성한 이후 종횡 세계일주를 수행하며 제3대 세계실크로드학회 회장(2017~2018)을 역임하기도 했다.

정수일 회고록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사진출처-북이십일 아르떼]
정수일 회고록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사진출처-북이십일 아르떼]

정수일 선생은 이날 출간된 회고록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해온 일 일곱가지와 하지 못한 일 여섯가지를 결산해 보았다"고 했다. 

"그 가운데 가장 가슴을 후비는 것은, 결국 나는 통일성업의 전선에서 한 몸을 바치겠다고 청춘을 보내고 이때까지 사느라고 살아왔는데 아직도 우리는 이 처참한 분단의 역사를 후대들에게 그대로 넘겨주게 되었다"고 회한의 뜻을 내비쳤다.

"스스로 생각컨대 겨우 60점이나 맞을 인생"이라고 하면서 "여생을 못다한 일을 하기 위해서 헌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회고록을 살펴보면 정 선생 스스로 해 온 일 중 첫째로 꼽은 것도 '새로운 민족론의 정립과 민족사의 복원을 위한 시도'이다.

[통일뉴스]가 출간한 『민족론과 통일담론』(2020.6)이 그것. 정 선생은 책에서 작금 진보적 학계와 정치인들속에 회자되는 '분족론'의 부당성을 설파하고 민족주의 3대속성(연대의식, 민족수호의지, 발전지향성)을 새로 밝히면서 이를 통일담론의 철학적 기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진일보한 통일론인 '진화통일론'을 새로 제시했다.

"물론 미숙하고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통일에 대한 '확신범'으로서 초지일관 남북을 아우르는 통일성업의 험난한 현장을 숱하게 누비면서 비교적 적중한 정세분석과 평가 및 제의로 한때나마 남북간에 협의와 화해를 도모하는데 소정의 기여를 했다고 자평한다"며, "단언컨대, 나는 평생 '용도폐기'를 당하는 그러한 무지렁이 약골로 살려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살 수도 없었고, 또 결코 그렇게 산 적도 없다"고 기백을 드러냈다.

'나는 지성의 양식으로 오로지 시대의 소명에 따라 먙겨진 사명을 열과 성을 다해 수행했을 뿐'이라는 선생의 좌우명 그대로이다.

아쉬움으로 기록한 일들도 같은 뜻이다. 한스러운 분단의 비극과 불행을 후대에 전가하게 되어 기성세대로서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민족적 통일담론에 과한 학문적 정립의 미숙성과 보급에서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선생이 보람으로 꼽은 일들은 '새로운 인문학 분야인 문명교류학의 학문적 정립의 정초자', '비교적 뚜렷한 족적으로 남겨놓은 것은 '실크로드학'의 학문적 정립', '지식의 사회적 환원(연구소 창립 이래 실크로드 정기답사 총 22회, 격년으로 연간 8~10회 시리즈 교양강좌, 20년간 총 388회의 초청강연)', '28년간 5대양 6대주의 종횡 세계일주 단행' 등이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선생님의 뒤안에 엄숙하고 준엄하게 지키고자 하는, 말하지 못하는, 젊은 시절의 혁명에 대한 열정에 굉장히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조천현]
소설가 황석영씨는 "선생님의 뒤안에 엄숙하고 준엄하게 지키고자 하는, 말하지 못하는, 젊은 시절의 혁명에 대한 열정에 굉장히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조천현]

오랜 세월 함께 교유했던 거시기산악회 회장이자 다산학 연구자인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다산 정약용이 마흔에 국문을 받아 귀양을 간 이래 75세까지 5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겨 '다산학'을 이루었고, 60살에 감옥에 간 위공 정수일 선생은 오늘까지 우리 곁에서 '실크로드학'을 정립하셨으니 이분이 당했던 고통을 생각하면 슬프기도하고, 그 성과가 기쁘기도 하다"고 하면서 오래 사실 것을 축원했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제 인생의 열배는 넘는 선생님의 우여곡절을 듣고는 언젠가 그 인생 내막을 쓰시라고 권유하자 선생님은 아주 정색을 하고 조용하게 '죽을 때까지 안 쓸 것'이라고 말씀한 적이 있다"는 일화를 들려주며, "'열정을 바쳤던 지나온 세월에 대해 의리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선생님의 뒤안에 엄숙하고 준엄하게 지키고자 하는, 말하지 못하는, 젊은 시절의 혁명에 대한 열정에 굉장히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미수연에는 90여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사진-조천현]
이날 미수연에는 90여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사진-조천현]
오랜 실크로드 답사와 학술연구를 후원한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가 자리를 함께 해 정수일 선생의 미수를 축하했다. [사진-조천현]
오랜 실크로드 답사와 학술연구를 후원한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가 자리를 함께 해 정수일 선생의 미수를 축하했다. [사진-조천현]
유재원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사진-조천현]
유재원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사진-조천현]

이날 미수연에는 경상북도지사를 지내면서 바그다드에서 경주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 여정 답사와 그 성과를 실크로드사전 등으로 출간할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은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나와 정 선생을 '위대한 학자이며 문화영토를 확장한 문명의 선구자'로 축하하기도 했다.

서울 중구 퇴계로 한국의집에서 열린 정수일 선생 미수연은 박성하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이사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오랜 기간 우정을 쌓아온 박중기 추모연대 이사장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연대 이사장, 1984년부터 함께 지낸 유재원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90여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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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라는 윤석열 정부의 말장난

전문가들 “만성질환은 관리가 치료이자 예방...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주장은 궤변”

 

들어가면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공약을 분석한 시민사회는 의료민영화를 우려했다. 민중의소리도 이 같은 우려를 보도했다. 대놓고 ‘이 공약은 의료민영화다’라고 홍보하고 있진 않았지만, 의료민영화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공공성 확대라 볼 수 있는 공약은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공공병원 위탁 운영 확대”처럼 공공성 약화를 우려케 하는 공약이 분산돼 있었다. 또 윤 후보는 틈만 나면 “규제 혁파”를 외쳤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6개월,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민영화의 먹구름, 이대로 괜찮을까?

 

“이게 무슨 내용이죠?”
“음”
“별로 중요한 게 아닌가요?”
“이거는 건강관리서비스 대상으로 비의료기관 서비스입니다. 인증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서비스 인증을 부여하는 시범사업입니다.”
“중요한 사업이죠?”
“네”
“근데 왜 (국회에) 보고(도) 안 했어요?”
“공교롭게도...사전에 충분히 보고드리고 협의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눈 질의응답이다. 지난 10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남 의원은 의료민영화 논란의 정부 사업을 우려하며, 왜 국회에 보고조차 안 하고 사업을 추진하느냐고 질책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그제야 “보고하고 협의하겠다”라고 했다.
 

지난 10월 20일 보건복지부 등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2.10.20.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화면 갈무리


 

“사실상 말장난”


조 장관이 이날에서야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한 시범사업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곧바로 추진되기 시작한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0일 제4차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범사업 안건 하나를 슬쩍 의결시켰다. 이어 지난 10월 6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비 절감’을 위하여 만성질환자와 건강한 국민이 일상 속 건강관리를 해나갈 수 있도록 총 12개의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해 시범 인증을 부여하기로 했다”라고 공표했다.

취지만 보자면, ‘의료비 절감’과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사업 같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 않다. 일차의료기관에서 해야 할 진료행위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서도 할 수 있도록 시범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내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이윤을 분배하는 영리병원이 많아지면, 의료비 폭등과 과잉진료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의료법으로 영리병원을 세울 수 없도록 막고 있다. 그런데 우회적으로 영리기업도 병원이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를, 영리기업도 할 수 있도록 시범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만성질환 관리 등을 시범적으로 허용한 12개 기업을 보면, 대기업 보험사(삼성생명 등)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곳도 보인다. 정부는 이를 두고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라며, 영리기업에 넘겨도 상관없는 영역처럼 치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민중의소리


보건의료단체는 이 같은 접근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우려한다.

의사인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은 “사실상 말장난”이라며 “비의료라고 굳이 이름을 붙인 건강관리서비스 내용을 보면, 만성질환 진료에서 의료진이 제공하는 진료행위의 내용과 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성질환은 관리가 치료이자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보건의료단체연합도 지난 10월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야말로 가장 심각한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보며, 이대로 추진할 경우 의료 시장화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는 심각한 의료민영화”라고 경고했다. 서울특별시약사회도 10월 17일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시약사회는 “비의료라는 단어로 공공보건의료와 관련 없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영리기업이 관리할 수 있도록 인증하는 것”이라며 “영리기업에 보건의료를 허용하는 해묵은 의료민영화, 영리화 정책의 변종”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보수적인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이현 의협 홍보이사는 데일리팜과의 인터뷰에서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의약정협의를 했지만, 당시에는 만성질환 관리 내용이 없었다”라며 “의료 경계선의 불명확함을 이용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면 반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민영화 논란이 거세지자 보건복지부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는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비의료 분야에 대한 건강관리서비스이며 의료영리화와는 관계없다”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도, 의료민영화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해명에 대해,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만성질환 건강관리서비스가 비의료”라는 보건복지부조차 해당 서비스 보도자료에 이를 “일차의료”라고 적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6일 자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보건복지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12개 시범 인증’을 보면, 보건복지부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케어코디네이터 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실제 케어코디네이터 역할은 대체로 간호사가 수행하며, 이는 명백한 일차의료 행위라는 게 보건의료단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 의료법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만큼, 법 개정 없이 이를 추진할 경우 의료법 위반 논란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식 의료정책을 규탄하며 미국 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밝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의 관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008년 4월 2일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열렸다. ⓒ민중의소리

 

이명박 때부터 추진된 의료민영화, 윤석열 때 번지나


건강관리서비스 의료민영화 논란의 뿌리는 이명박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기업이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을 설립·운영하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제정하려 했으나, 의료민영화 논란으로 무산됐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도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관련 산업 육성을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서 건강관리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영리기업에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을 만들어서 추진하려 했는데, 가로막히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우회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의료원 ⓒ성남시의료원

 

건강관리, 왜 공공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나


역설적이게도, 만성질환 건강관리서비스 분야는 일부 지방의료원에서 공공의료로 삼는 사업이다. 시민의 요구가 있는데도, 이를 정부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방치하고, 민간병원들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나서지 않아,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위탁 추진 논란에 휩싸인 성남시의료원은 공공의료사업 중 하나로 만성질환 건강관리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의사진료 → 질환관리 교육 → 지역사회 자원연계 → 모니터링 절차를 통해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시 의료원 공공의료본부 관계자는 “보통 당뇨병 교육의 경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하루 한 번 교육할 때마다 5만 원 정도 받는다. 교육별로 과정을 만들어 놓고 돈을 받는데,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무료 형태의 공공서비스”라며 “동일한 정보량으로 내년부터 교육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시의료원 공공의료사업팀 건강관리사업 ⓒ성남시의료원 공공의료사업팀 홈페이지 갈무리


‘공공병원에서 왜 만성질환 건강관리서비스를 공공의료사업으로 추진하려 하느냐’는 질문에, 시 의료원 관계자는 “그동안 민간병원이 역할을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과 관련해 “시민들의 요구는 있는데, 병원이 이를 충족 못 시키다 보니까 영리기업이 그사이를 뚫고 들어온 셈”이라며 “영리기업은 분명히 수익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리기업의 수익창출은 곧 의료비 상승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사실 정부는 뜻만 있다면 만성질환 건강관리서비스 분야를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법 개정에 실패한 뒤로도, 영리기업에 내어주는 작업을 야금야금 추진해 왔던 것이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를테면 주치의 제도 등을 통해서 만성질환을 일차의료기관에서 관리하도록 하여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있다”라며 “그런데 정부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안 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민간보험사가 점점 영역을 넓히는 식으로 가게 되면 종국에는 미국의 의료체계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의료보험 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다큐멘터리. 대한민국에는 2008년 4월 3일 개봉했다. 당시 의료민영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큰 화제가 됐다. ⓒ민중의소리


실제로 정부·여당은 공공기관 의료데이터를 민간보험사에 개방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이 보유한 의료 등의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10월 6일에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은 이미 환자표본자료를 만들어서 민간보험사에 50~30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이서영 팀장은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지금의 건강관리서비스가 일으키는 문제는 기껏해야, 기존 국민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인 만성질환 진료를 받으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굳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받으며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된 일부 국민들에게 국한되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민간영역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영역이 더 확장된다면, 악화된 의료보장을 틈타 민간보험 시장 규모가 커지고, 민간보험의 낮은 보장성과 까다로운 진입장벽으로 인해 국민 전체 수준에서 의료비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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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가입 31년 지났지만, ‘노동 후진국’ 오명 여전 [역사 속 오늘]

31년 전 오늘 1991년 12월9일
한국, 국제노동기구 정식 가입
단결권·남녀고용평등권 등 협약
국제 기준에 맞지 않아 비난 사
국제노동기구 아시아지역 노조담당이 1991년 10월17일 전노협 사무실을 방문해 단병호 의장 등으로부터 당국의 노동운동 탄압사례 등을 청취하는 모습. &lt;한겨레&gt; 자료 사진
국제노동기구 아시아지역 노조담당이 1991년 10월17일 전노협 사무실을 방문해 단병호 의장 등으로부터 당국의 노동운동 탄압사례 등을 청취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중략) 체약 당사국들은 정의 및 인도주의와 세계의 항구적 평화를 확보하고자 하는 염원에서 이 전문에 규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의 국제노동기구헌장에 동의한다.”

 

 

오늘로부터 31년 전, 1991년 12월9일은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ILO)에 정식 가입한 날입니다. 한국은 당시 이상옥 외무부 장관 명의의 헌장 수락 서한을 국제노동기구 사무국장에게 전달함으로써 152번째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이날 가입은 국제노동기구의 규약에 따라 회원국으로써의 책임과 의무를 갖게 된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 보장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국제노동기구 협약은 3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위법성 여부를 두고 당사자인 노사와 정부 사이에 해석이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노동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결정적 장면을 당시 보도를 통해 다시 짚었습니다.

 

 

&lt;한겨레&gt; 1991년 12월10일 자.
<한겨레> 1991년 12월10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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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심조약인 단결권 등 유보

 

한국은 국제노동기구 가입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정부가 당시 172개 조약 가운데 쟁점이 돼온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조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조약(98호) △공익사업의 고용조건 결정절차와 단결권 보호에 관한 조약(151호) 등 핵심조약에 관해서는 비준을 유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단결권 관련 조항은 국제노동기구의 기본정신과 직결된 것으로 당시 국내 노동단체들은 국제적 수준에 맞는 노동법 개정 및 단결권 관련 조약 비준 등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현행 노동법의 범위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1호(근로시간)와 19호(내외국근로자의 평등 대우) 등 30여 개 조약에 대해서만 비준한다는 방침을 고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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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92년 9월23일 자.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국내외 노동계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국제공공부문노조연맹(PSI)의 모니카 마티스 위원장은 한국의 노동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마티스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노총 이외의 독립노조 결정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은 국제노동기구 협약에 규정된 결사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태도는 국제적으로 비판받아야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t;한겨레&gt; 1991년 6월30일 자.
<한겨레> 1991년 6월30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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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 ‘한국 노동자 탄압국’ 지정 움직임

 

국제노동기구에 ‘겉치레로 가입했다’는 여론에 앞서 같은 해 6월, 미국의 정부 기관인 해외민간투자재단(OPIC)은 한국을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노동자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노동자 권리 탄압국으로 지목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를 공식화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인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이 재단은 그동안 연구·조사·청문회 등을 통해 한국 노동자의 인권상황을 검토한 결과 노조결성, 단체교섭, 복수노조, 노조의 자주성, 제3자 개입권 등 다섯 부문의 기본적인 노동자 권리에서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의 적대적 태도, 파업분쇄를 위한 경찰력 동원, 동조파업 불허, 노조 운동가들의 투옥 등 노동자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해 왔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재단은 ‘한국 노동자 권리 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고 한국 투자 보호 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1989년 12월27일 청와대, 총리실, 안기부, 노동부, 외무부 등이 진행한 관계부처 회의 문서. &lt;한겨레&gt; 자료 사진
1989년 12월27일 청와대, 총리실, 안기부, 노동부, 외무부 등이 진행한 관계부처 회의 문서. <한겨레> 자료 사진

 

이후 30여 년이 지난 2020년 3월, 과거 노태우 정부가 노동탄압을 했던 실상이 국제사회에서 쟁점화될 것을 우려해 1990년 국제노동기구 가입을 보류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됐습니다. 외교부가 공개한 1989년 외교 문서를 보면 “전교조, 공무원노조, 전노협을 인정할 수 없는데 국제노동기구가 이를 문제 삼을 경우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최근 정부의 노동운동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에 비춰 국내 노동운동에 대한 국제노동기구 간여는 국내 정치·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제노동기구 가입 보류의 진짜 이유가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대외 설명 요지’를 따로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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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96년 4월14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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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동협약 안 지키는 한국…국제기구들의 압박

 

한국은 1996년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가입하며 세계 경제 질서 체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앞두고 뜻밖의 노동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일부 유럽지역 회원국들이 한국의 복수노조 불인정과 3자 개입 금지 등 일부 노동법 조항에 대해 거세게 개정을 요구해온 것입니다. 이들 국가는 한국 노동법 가운데 노조설립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부분을 들어 한국을 ‘노동 후진국’으로 몰아붙였습니다.

 

 

&lt;한겨레&gt; 2017년 3월18일 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2017년 3월18일 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쪽은 한국이 가입할 당시 87조 단결권과 98조 단체교섭권 비준을 촉구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20여년간 지켜지지 않았고, 국제노동기구는 계속해서 시정 권고와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2017년 3월, 한국은 노동권 관련 국제 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의 압박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노동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며, 양국 간 무역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lt;한겨레&gt; 2017년 6월13일 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2017년 6월13일 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lt;한겨레&gt; 2017년 10월11일 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2017년 10월11일 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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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 법·제도, 남녀고용 평등 기준에 미흡”

 

한국은 2021년 국제노동기준 적용에 따라 협약 위배를 또다시 지적받게 됩니다. 국제노동기구의 ‘협약 및 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 <2021년 국제노동기준 적용> 보고서에는 해당 내용이 상세히 담겼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과 관련 시행령 등이 남녀 동등 보수를 규정한 100호에 충분하게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그 결과 남녀 임금 격차가 지속하고 있으며, 금액의 차이도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위는 또 한국 정부가 초·중·고 교사들의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 참여 같은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이 고용과 직업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111호 협약에 위배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정치활동 제한은 공공부문 전체가 아니라 특정한 공무에 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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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7년 11월2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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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과 한국의 비준 상황

 

국제노동기구는 2022년 기준 총 190개 협약과 206개 권고를 채택했습니다. 이 가운데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차별금지 △아동노동금지 등 4개 분야 8개 협약은 핵심협약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한국은 1991년 국제노동기구 가입 이후 △아동 노동 금지를 다룬 138호·182호 △고용상 차별을 금지한 100호·111호 등 4개의 핵심협약만을 비준해 국제사회로부터 꾸준히 핵심협약을 모두 이행할 것을 압박받았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20여년 가까이 추가 비준을 하지 않다가 2021년 4월이 되어서야 29호(강제노동 금지), 87호(결사의 자유),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장려) 등 3개 협약을 추가해 총 7개 핵심협약을 비준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8개의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중 “정치적 견해표명, 파업 참가 등에 대한 강제노동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105호의 경우, 우리나라 형법 체계나 국가보안법 등 국내 실정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제노동기구 회원인 187개국 중 약 76%가 8개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했습니다. 또한 190개 협약 가운데 평균 47개를 비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회원국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총 32개 협약만을 비준하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 개입절차 개시 서한 영문 원본. 공공운수노조 제공
국제노동기구 개입절차 개시 서한 영문 원본. 공공운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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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국 정부에 보낸 국제노동기구의 공문

 

핵심협약 추가 이후 ‘노동 후진국’으로 다시 분위기가 반전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022년 12월2일 국제노동기구는 한국 정부에 ‘긴급 개입’ 공문을 보냈습니다. 앞선 11월24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으로 대응한 데 따른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는 공문을 통해 한국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국제 노동기준(‘결사의 자유 침해’)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lt;한겨레&gt; 2022년 12월7일 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2022년 12월7일 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공문 내용이 알려지자 정부는 “의견조회 요청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하며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국제노동기구 노동자그룹 쪽에선 “(한국 정부가) 기본협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not well versed)”는 비판을 했습니다.

 

 

12월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7차 국제노동기구 아시아·태평양 총회 본회의에서 박종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한국 정부를 대표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12월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7차 국제노동기구 아시아·태평양 총회 본회의에서 박종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한국 정부를 대표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한국은 1991년 국제노동기구 회원국이 된 이후에도 국제적 수준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못해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시정 권고를 받아왔습니다. 이제는 ‘노동 후진국’이라는 오명과 낙인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31년 전 시작된 약속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참고 자료
<한겨레> 2022년 12월6일, 12월7일 치, 2017년 3월28일, 10월11일, 11월21일 치, 2013년 6월13일 치, 1996년 4월14일 치, 1992년 9월23일 치, 1991년 6월30일, 12월10일 치
<매일노동뉴스> 2021년 2월18일 치
중소기업중앙회·노사발전재단. 「2018.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과 사회통합 토론회」
고용노동부. 2021. 「‘노동권 보호’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절차 완료…내년 4월 발효」

 

 

사진
한겨레, 고용노동부, 공공운수노조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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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인권의 날 기념식서 ‘세계인권선언문 낭독’ 보이콧

“인권이 희화화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참담하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9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인권선언문 낭독을 보이콧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형수 지회장 페이스북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가로·세로·높이 1m의 비좁은 철제 구조물에 자신의 몸을 가두고 삭감된 임금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9일 세계인권선언을 기념하는 날을 맞이해 쓴소리를 했다. 

유 부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인권선언 74주년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인권선언문을 낭독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선언문 낭독을 거부하고 자신의 입장을 대신 밝혔다. 그는 현재 노조법 2, 3조 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국회 앞에서 열흘째 벌이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며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노동자들,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 그렇게,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제일 인권 유린을 많이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의 인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언급된 ‘인권 유린을 많이 하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유 지회장은 “개인적 권리를 넘어 사회적 권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할 인권이 이렇게 희화화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끼고, 74년 동안 인권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오늘도 인간으로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저항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오늘을 기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같은 노조에서 활동하는 김형수 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지회장의 발언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유최안 동지가 낭독문(선언문)을 낭독하기로 했으나 윤석열이 인권상을 준다는 것을 알고 낭독문 낭독을 보이콧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퇴장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1도크 배 안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설치해 스스로를 가두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금속노조 제공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매년 12월 10일 1948년 유엔 세계인권선언 채택일을 기념해 인권의 날 기념식을 열고 있다. 기념식은 주로 세계인권선언 30개 조항 낭독, 국가인권위원장 기념사,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 등으로 진행된다. 인권상에는 국민훈장도 포함돼 있다.

올해 인권의 날 기념식은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선정됐다가 막판에 취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양 할머니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수상 대상자(국민훈장 모란장)로 선정됐음을 통보받았지만,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지 않아 수상이 사실상 취소됐다. 외교부가 관계부처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제동을 걸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양 할머니는 인권의 날 기념식을 하루 앞둔 8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상을 준다고 해서 흐뭇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무엇 때문에 다시 안 준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게 뭔 짓이냐. 여간 기분 나쁜 게 아니다”고 성토했다.

양 할머니는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일본 측이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다시 법적 다툼을 통해 해당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매각 하라는 법원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이 결정에도 불복하고 항고를 거듭해 대법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외교부는 대법원에 판결 연기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굴욕적인 일본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8년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린지 4년되는 날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4세) 할머니가 대법원 미쓰비시 상표권·특허권 매각 명령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2.11.29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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