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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무죄에...전문가들 “과학적 방법론 이해하지 못한 판결”

김민주 기자 kmj@vop.co.kr
발행 2021-01-19 17:30:34
수정 2021-01-19 17: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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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웍크 소속 회원들과 피해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의 1심 선고공판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1.12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웍크 소속 회원들과 피해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의 1심 선고공판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1.12ⓒnews1  
 
최근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임직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가운데, 19일 학계 전문가들이 “과학적 방법론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관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가습기살균제, 무죄라는 법원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은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동물실험에서 피해의 근거를 찾았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동물실험은 인체에 실험할 수 없는 상황에 대안적으로 활용된다”며 “물질의 유해성 여부는 인체 영향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상 어떤 과학자도 결정론적으로 ‘A가 B로 말미암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연구진의 진술을 문제 삼은 재판부에 반박했다.

 

양원호 학회 회장은 “이번 판결은 독성실험에 대해 이해부족 등 과학적 방법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판결이라 판단된다. 그럼으로써 기업에 면죄부 준 판결이 됐다”고 비판했다.

재판에서 증인을 했던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CMIT·MIT 건강피해를 두고 법원은 형사책임을 물을 정도의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형사판결하고, 전문가는 피해를 입증하는 데 손색이 없는 과학적 사실이라며 반박하고 있다”며 “법원의 가치판단과 과학 판단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사법화를 우려한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진행된 ‘SK, 애경, 이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무죄라는 법원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9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진행된 ‘SK, 애경, 이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무죄라는 법원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9ⓒnews1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이규홍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정성평가연구소 박사는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가 자신의 증언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지난 12일 판결에서 “연구책임자인 이규홍 박사도 이 법정에서 ‘CMIT·MIT는 폐섬유화와 관련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과학자들은 통상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심문은 ‘해당 연구결과로 한정해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가’하는 것이었고 ‘해당 연구결과로만은 관련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연구 결과는 한 가지 한 가지를 모아 과연 인과성이 있겠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그것이 과학적인 것이다. 조각조각 분해해 완결성을 부정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과학적인 사실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은 과학에 의지해 인과관계를 확인해나갔고 그 결과 기소와 재판이 이뤄진 전례 없는 사법과정이었다”며 “인체실험을 허용하지 않는 한 과학의 진실추구 방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결점만 진실로 인정한다면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판부는 과학적 연구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는지, 연구자가 연구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 재판부는 과학적 연구 결과 해석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는 인체 피해 사례와 이에 기반한 연구 중요성과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보완적이고 제한적인 동물실험 결과에 지나친 비중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전문가의 증언이 단정적이지 않다고 계속 지적하고 있다. 이것도 과학자의 일반적인 태도에 무지한 것”이라며 “과학자들은 100% 진실 확정성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언제나 이론적으로 반론 가능성이 있음을 의식하기 때문에 단정적인 표현은 진실한 과학자라면 피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격한 증명을 다른 일반 형사재판에서와 같이 요구함으로써 피고인의 변호인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 과학적 연구에 있을 수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면 이는 곧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는 증명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돼서 무죄가 선고될 수밖에 없다”며 “엄격한 확실성을 요구하다보면 커다란 위험을 창출한 자에게 부당하게 면책을 준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2심 재판부는 물질과 피해 간의 인과성을 엄격히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해 일반 형사재판에서와 달리 증명 정도를 낮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과학자로 구성된 자문 패널을 구성해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해 종합적 판단을 하게 하고, 재판부는 이 자문패널의 종합적 의견에 기초해서 판단할 필요성도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지난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 등 13명에 대해 무죄 선고를 했다. 법원은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관련 폐질환 및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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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삼성위기론 설파 보수언론에 “호들갑”

오늘의 1면 키워드 : 코로나19 1년, 미 대통령 취임, 세월호
이재용 구속에 ‘경제 타격’ 이어 ‘백신 확보 노력’ 조명한 보수언론
한겨레 “법치 운운하던 보수언론 상식 잊어” 서울신문 “삼성 주가 회복”

 

 

 

 

 

20일 아침신문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이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소식과 코로나19 1년이다. 다수 신문이 미 워싱턴 연방 의사당 앞 취임식 준비 모습을 1면 사진기사로 다뤘다. 취임식장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시민들이 참석하지 않고, 성조기 19만개를 꽂았다. 중앙일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 인파가 몰린 모습과 비대면 취임식으로 깃발이 꽂힌 모습을 대조하는 사진을 썼다. 

▲ 2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은 코로나19 1년을 조명한 기사를 1면에 부각했다. 특히 한겨레는 “코로나19습격 1년... ‘봄’은 기어이 오리라” 제목의 사진기사를 1면에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추위에 떨며 핫팩을 들고 있는 의료진, 마스크를 쓴채 일상을 보내는 시민들의 삶을 사진으로 담았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의 수사외압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황교안에 면죄부”라는 비판적인 제목을 쓴 반면 조선일보는 “8번째 세월호 조사, 외압 사찰 무혐의” 기사를 1면 톱에 배치하며 숱한 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 타격’ 이어 ‘백신 확보 노력’ 조명한 보수언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판결 이후 다수의 신문은 연일 ‘뇌물죄’라는 본질이 아닌 ‘경제적 피해’를 강조하는 기사를 썼다. “이재용 구속은 한국만의 독특한 사례”(조선일보) “한국만 CEO에 과도한 형사책임... 이재용 구속 유감”(한국경제) “글로벌 협력 급제동 걸린 삼성... 반도체 비전 2030 좌초위기”(국민일보) 등 기사가 이어졌다.

▲ 20일 동아일보 기사
▲ 20일 동아일보 기사

이날 삼성과 특수관계인 중앙일보는 사설까지 내고 ‘경제 타격’을 부각했다. 중앙일보의 사설 제목은 “반도체와 한국경제 위기 부른 삼성 사령탑 구속”이다. 중앙일보는 “이 결정적 순간에 리더십 공백은 삼성의 기술 경쟁은 물론이고 자칫 한국경제의 핵심 기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됐다”며 “정부와 여권은 교각살우의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가운데 동아일보와 한국경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백신 확보를 위해 출장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기사를 썼다. 특히 동아일보는 1면에 “이재용 백신 확보 위해 UAE 갈 예정이었다” 기사를 내는 등 이 소식을 부각했다.

동아일보 기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신 도입을 논의하려 이달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으로 시작하는 등 취재원을 불분명하게 표현했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출장 준비는 ‘뇌물’ 문제와는 관련이 없음에도 ‘백신 확보’라는 여론전에 유리한 이슈를 강조한 모양새다. 과거 이건희 회장 재판 국면 때는 ‘올림픽 등 국제행사 유치를 위한 삼성의 역할’이 강조되기도 했다.

한겨레 “보수언론 낯 부끄럽다” 서울신문 “주가 회복”

이날 아침신문에선 보수언론의 ‘경제 타격’ ‘기업 때리기’ 프레임에 반발하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겨레는 “뇌물 단죄가 기업 때리기라는 보수언론의 억지” 사설을 내고 보수 언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언론이 또다시 삼성 위기론을 들고나왔다. 삼성의 경영과 국가경제에 큰 사달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조선일보 19일 사설 등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마치 정치권력의 희생양으로 이 부회장이 처벌을 받았다는 식이다. 뇌물 공여자가 아닌 강요 피해자라는 이 부회장쪽 논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판박이요, 대법원이 확정한 법적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입만 열면 법치 운운하는 언론들이 재벌 총수 앞에서는 법 앞의 평등이란 상식조차 잊게 되는 모양이다. 낯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 20일 한겨레 사설.
▲ 20일 한겨레 사설.

서울신문은 “삼성 관련주 시총 17조 회복” 기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법정구속 다음날 삼성그룹 관련 주가가 오른 소식을 조명했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인한 타격만을 부각한 신문에선 찾아볼 수 없는 소식이다.

서울신문은 “증권가에서는 그룹 총수의 부재가 그룹 경영의 위험 요소인 것은 맞지만 주가에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며 “실제로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기사는 “기업 총수의 구속 등이 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주거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 일은 없었다”는 이창민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의 발언을 전했다.

코로나19 1년 ‘공공’ 화두 던진 한겨레 경향

지난해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1년이 지났다. 확진자는 7만3115명, 사망자는 1283명에 달한다. 

경향신문은 “참혹한 숫자지만 이것도 코로나19가 공동체와 개인의 삶에 끼친 심대한 영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한 뒤 “위기가 일상화될 시대를 감당하기에는 공공의 역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은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 등 ‘공공의 역량 강화’를 주문하며 공공 부문이 적극 개입한 방역, 자영업자 등 타격을 입은 이들을 향한 적극적 개입 필요성, 코로나19 이익공유제 등 공공부문의 적극적 자원 재분배 등을 조명했다.

▲ 20일 경향신문 1면.
▲ 20일 경향신문 1면.

한겨레는 K방역의 명암을 진단하며 취약한 공공의료 개선을 주문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2019년 12월말 기준 국내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기관의 5.5%, 전체 병상의 9.6%에 그친다. 일본은 27.2%, 미국은 21.5%다. 한겨레는 “민간이 의료 공급을 주도하다보니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 집중돼 지역 간 의료격차도 크다”며 “포스트코로나시대, 공공의료 체계를 다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상권별 가방 판매점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오히려 명품 소비가 급증한 현상을 조명했다. 서울신문은 “코로나19가 주요 상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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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를 하다](19)“악법 폐지돼야 세상이 변해”…불평등에 반기 들며 민주주의 부르짖다

장영은

입력 : 2021.01.19 06:00 수정 : 2021.01.19 08:07

 

로자 파크스 

1950년대 ‘버스 보이콧’ 운동을 주도한 정치인 로자 파크스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는 “원대하고 획기적인” 법이 정착되는 과정이 민주주의임을 증명해냈다.

1950년대 ‘버스 보이콧’ 운동을 주도한 정치인 로자 파크스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는 “원대하고 획기적인” 법이 정착되는 과정이 민주주의임을 증명해냈다.

 

공공장소 흑인·백인 분리 법 두고
어릴 때부터 ‘부당하다’ 생각 가져
 

“나의 반평생 동안 미국 남부에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흑인들을 백인들과 엄격하게 분리하는 법과 관습이 지배했다. 그 법은 백인들로 하여금 흑인들을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괜찮도록 허용했다. (…) 몽고메리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부한 나의 행동이 남부의 분리주의 법률을 폐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로자 파크스는 1913년 미국 앨라배마주의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여섯 살 정도가 되었을 때”부터 “우리가 자유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남부에서는 “KKK가 흑인 거주 지역을 휩쓸고 다니며 교회를 불태우고, 사람들을 폭행하거나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몽고메리에서 백인과 흑인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리되어야 했다. 전차를 함께 탈 수도, 공공 급수대를 같이 사용할 수도 없었다.

로자 파크스는 공부에 재능이 있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11학년 때 학교를 중퇴해야 했다. 로자는 1932년 12월 미국 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에서 활동 중이던 레이먼드 파크스와 결혼한다. 레이먼드는 이발사로 생업을 유지하면서 인권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었다. 결혼 후 로자는 학교에 다시 들어가 193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몽고메리에서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흑인은 “백 명 중 일곱 명에 불과”한 시절이었다. 로자는 세인트 마거릿 병원에서 조무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1941년에 로자는 공군기지인 맥스웰 필드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그 기지는 당시로서는 매우 특별한 직장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군사기지 내 공공장소와 버스에서의 흑백 분리주의를 금지하는 명령을 발표했기 때문”에 로자는 백인 동료들과 함께 버스에 앉을 수 있었다. 로자는 악법 폐지야말로 세상을 가장 빨리 또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자는 “어릴 때부터 백인들로 하여금 흑인들을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괜찮도록 허용한 법과 관습”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로자는 1943년 12월 NAACP에 가입하고, 몽고메리지부의 간사가 되었다. 흑인에 대한 차별 및 부당 행위를 접수받아 기록하는 업무를 맡았다. 현실은 참혹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싸워야 할 때가 되었다고 믿었다. 투표권부터 도전하기로 한다. 로자는 1943년부터 유권자 등록을 시도했다. “무사히 사무소 안에 들어가는 데 성공해도 등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전에는 재산을 소유한 흑인만 등록을 해주었다. 내가 등록할 무렵에는 재산을 소유하거나 문해(文解) 시험에 통과한 사람만 등록이 허락되었다.” 시험 결과는 사무소 직원들에게 달려 있었다. “내가 문해 시험에 떨어졌을 리가 없다고 믿었지만 확인할 도리는 없었다.” 1945년에 세 번째 시험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사무소를 상대로 소송을 걸 생각”으로 답안을 따로 적어 보관했다. 며칠 후, 로자에게 선거등록증이 도착했다. 로자는 절차가 복잡하고 실패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해버리는 ‘습관’을 가장 경계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점차 폐쇄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40년대 말에는 흑인에 대한 백인의 폭력이 훨씬 더 횡행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흑인 병사들은 나라를 위해 싸웠으니 자신들도 백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흑백 분리 체제를 옹호했던 백인들은 “흑인 참전 군인들이 너무 건방져 간다”고 받아들였다. 로자는 사회 분위기가 퇴행적일수록 법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1954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최종판결’을 발표하며, 흑백 분리교육은 평등 이념에 배치되는 위헌임을 밝혔다. 1925년부터 흑백 분리교육 폐지를 위해 싸워온 NAACP는 “대법원 판결이 다른 흑백 분리 관행들, 예컨대 흑백 분리 버스 탑승 제도 등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로자는 분리주의 법 철폐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심했다. 1955년 여름에 테네시주에서 ‘인종통합: 대법원 판결의 적용 방안’을 주제로 열흘 동안 워크숍이 개최되자, 로자도 사비를 털어 참가했다. 로자는 분리주의 관련 법 폐지와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대법원의 판결이 흑인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1956년 2월22일 몽고메리에서의 ‘버스 보이콧’ 운동으로 체포된 후 보안관으로부터 지문 채취를 하고 있는 로자 파크스.

1956년 2월22일 몽고메리에서의 ‘버스 보이콧’ 운동으로 체포된 후 보안관으로부터 지문 채취를 하고 있는 로자 파크스.

1954년 ‘분리교육 위헌’ 판결 계기
‘흑백 분리 버스 탑승’도 개선 결심
 

버스회사·시장 등은 무관심 일관
흑인들과 ‘승차 거부 운동’ 실행
 

무엇보다 버스 분리 탑승 제도를 하루빨리 폐지시켜야 했다. “버스 승객의 66% 이상이 흑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 승객은 백인들에게 좌석을 무조건 양보해야 했고, 분리된 채로 이동해야 했다. 로자를 비롯한 NAACP 활동가들은 버스회사와 몽고메리 시장, 시의원들에게 절규하듯 호소했지만, 기득권 세력들은 악법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었다. 로자는 시를 기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소인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다음으로 로자가 제안한 방법은 승차 거부였다. 약 70%에 육박하는 흑인 승객들이 승차를 거부하면, 버스회사가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승복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출퇴근용으로 버스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승차 거부는 곧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였다. 로자는 사회적 약자들이 불평등한 세상과 싸우는 동안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내하는지 잊지 않고자 했다.

로자의 승차 거부 운동은 조금씩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었다. 1955년 봄에 10대 소녀인 클로데트는 백인에게 자리를 비켜주기를 거부했다. 이내 경찰이 달려와서 그녀를 체포했다. 그러나 “일군의 활동가들”은 법정 투쟁 대신 “버스회사와 시 관리들에게 청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로자는 청원서 제출에 완강하게 반대했다. “손에 종이 한 장 들고 가서 백인들에게 이것저것 좀 해주십사 부탁하는 행위는 결코 내키지 않았다.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나는 내 자신과 약속했다.” 로자가 예상한 것처럼, 시 당국과 버스회사는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어떤 요구도 들어줄 수 없다”는 답변을 귀찮다는 듯이 했다. “흑백분리와 인종차별을 없애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 싸움인지 깨달을수록 평등한 사회를 향한 로자의 열망은 더욱 커졌다.

1955년의 로자 파크스. 뒤에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보인다.

1955년의 로자 파크스. 뒤에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보인다.

연방법원 ‘위헌’ 선포로 종지부
1956년 흑백 통합버스 제도 시행
 

“백인에 자리 양보 거부한 내 행동
법률 폐지 기폭제…상상 못했다”
 

1955년 12월1일, 로자는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내주라는 버스 운전사의 지시를 끝까지 거부했다. 경찰이 출동해 로자를 체포했다. 로자는 1997년에 출간한 자서전 <나의 이야기>에서 당시 버스 운전사의 폭력적인 명령이 너무나 “지긋지긋해서” 도저히 자리를 비켜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로자는 구치소로 끌려갔고, 출소하자마자 승차 거부 운동을 주도해 나갔다. “언론이 그녀의 뒤를 캐고 흠집을 찾으려 애썼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로자는 “정직하고 청렴하게” 살아왔다는 평가를 얻게 된다. 1955년 12월5일부터 승차 거부 운동이 시작되었다. “흑인들에게도 권리가 있습니다. 흑인들이 버스를 타지 않으면 버스회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버스 승객의 4분의 3이 흑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체포됩니다.” 시민들은 승차 거부 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버스는 텅 빈 채로 운행되었다. 로자는 흑백 분리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과 집행유예 및 벌금을 선고받았다. 진보적인 종교인들이 주축이 되어 몽고메리의 흑인 인권 운동을 대중화시킬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MIA(Montgomery Improvement Association, 몽고메리 개선협회)의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킹 목사는 위대한 연설가였다. “때가 왔습니다.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쳐 버렸습니다. (… ) 차별당하는 것에, 모욕당하는 것에 지쳤습니다. 억압이라는 잔혹한 발에 밟히고 또 밟히는 것에 지쳤습니다.”

승차 거부 운동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로자는 1956년 1월 근무지였던 몽고메리 페어백화점에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해고된다. 로자는 MIA 활동에 매진했다. 승차 거부 운동이 지속되면서 실직자들이 늘어났고 그들의 생활고도 심각해졌다. 걸어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켤레의 신발이 필요했다. 로자는 미국 전역에서 생필품을 모아 나누어주는 일을 맡았다.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1956년 2월 몽고메리 경찰은 승차 거부 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로자를 비롯해 89명의 활동가들을 체포한다. 이 시기에 프레드 그레이 변호사가 연방지방법원에 버스 분리 탑승 제도에 대한 위헌 심판 소송을 제기하자, 얼마 후 몇몇 백인 변호사들이 승차 거부 운동은 ‘불법’이라고 법원에 제소했다. 1956년 6월, 특별 연방지방법원 재판부는 2 대 1로 버스 분리 탑승이 ‘위헌’임을 선포했다. 6개월 후인 1956년 12월21일에 흑백 통합버스 제도가 시행되었다. 1년 이상 계속되었던 승차 거부 운동을 승리로 이끌어낸 로자는 버스 앞좌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로자는 분명 새로운 풍경을 보았을 것이다.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메달을 수여받은 로자 파크스.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메달을 수여받은 로자 파크스.

로자는 1963년 연방 시민권법의 통과를 요구하는 워싱턴 대행진에 참석했다. 로자는 “시민권 투쟁에 참여해 온 여성”으로 조세핀 베이커와 더불어 대중 앞에 소개되었다. 1964년 린든 베인스 존슨 대통령은 시민권법을 “밀어붙였다”. “그 법은 흑인들에게 투표권과 공공시설 사용권을 보장했으며, 그 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을 연방정부가 기소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로자는 법에 언제나 관심이 많았다. 1965년 3월1일부터 로자는 변호사 출신의 하원의원 존 코니어스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그곳에서 23년을 근속한 로자는 1988년 퇴직한 후, 저술과 강연 활동을 이어나갔다.

로자 파크스는 2005년 10월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로자의 장례식에 참석해 묵직한 추도사를 남겼다. “그녀가 없었다면 저는 국무장관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아홉 살 되던 해인 1963년 앨라배마주 버밍햄에서 KKK단이 일으킨 폭발사고로 친구를 잃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로자 파크스의 사회적 존재감은 건재하다. 2013년 2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로자 파크스 동상 제막식에서 “그분의 동상을 이곳에 모신 것은 잘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옳은 말이다. 로자는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악법을 폐지시키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는 “원대하고 획기적인” 법이 정착되는 과정이 민주주의임을 여실하게 증명한 정치인이었다. 로자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은
 
[여성, 정치를 하다](19)“악법 폐지돼야 세상이 변해”…불평등에 반기 들며 민주주의 부르짖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논문 ‘근대 여성 지식인의 자기서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계전공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을 엮고,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를 함께 쓰고,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를 썼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여성들에게 관심이 많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투해온 여성들의 생애를 복원하고, 그들의 말과 글을 차근차근 모아 널리 전하고자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1190600005&code=910100#csidx438da8eea8e0108b8016ddc295324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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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에 뿌리 둔 백인무장운동의 역사… 국가에 ‘총구’ 를 겨누다

등록 :2021-01-19 04:59수정 :2021-01-19 09:07

 

[정의길의 세계만사]
‘반국가주의화’ 미 백인무장운동

남북전쟁 패배 뒤 남부서 KKK 결성
베트남전 기점으로 ‘국가를 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에 반발하며 양적 확대
‘주변부 극우화’ 경시 속 트럼프 때 급부상

공권력, ‘개인적 비행’ 판단 미온 대처
결국 전국에 계엄 방불 비상상황 불러
1992년 미국 아이다호 네이플스의 루비리지에서 연방 당국과 랜디 위버 가족 사이에서 대치 사건이 일어나자,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백인 무장 단체 구성원들이 위버 가족에게 무기를 전달하려다 연방 요원들에게 체포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1992년 미국 아이다호 네이플스의 루비리지에서 연방 당국과 랜디 위버 가족 사이에서 대치 사건이 일어나자,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백인 무장 단체 구성원들이 위버 가족에게 무기를 전달하려다 연방 요원들에게 체포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은 백인 무장 운동을 별종들의 주변부 운동으로만 취급했다.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계엄령을 방불케하는 워싱턴과 전국의 비상 경계 상황은, 그 대가다.

 

루비리지 대치 사건, 백인 무장운동의 새 기원
 

1992년 8월21일 미국 아이다호 네이플스의 벽촌 산간지대인 루비리지의 외딴 산채에 연방보안관 6명이 찾아왔다. 이 산채에는 극우 인종주의 테러단체인 ‘아리안 네이션스’와 결탁한 불법 무기거래 혐의로 기소된 뒤 도주한 랜디 위버(현재 73살)가 가족들과 은거하고 있었다. 보안관들이 접근하던 도중 총격전이 벌어졌다. 보안관 1명과 랜디의 14살 아들 새미가 숨졌다.

양쪽 사이에 대치전이 시작됐고, 미국 전역의 주목을 받았다. 대치 과정에서 랜디의 부인 비키 위버가 연방수사국(FBI) 저격수들에 의해 숨졌다. 미 전역에서 백인 무장단체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위버의 가족에게는 죄가 없고, 연방정부가 조용히 살려는 이들을 부당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대치는 극우 단체 인사들의 중재로 위버가 투항하면서 11일 만에 종식됐다.

탄압하는 연방정부와 이에 맞서는 백인 가정의 외로운 투쟁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이 사건은 인종주의와 극우에 바탕한 미국 백인 무장 운동의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

루비리지 사건 때 대치 중에 포착된 랜드 위버의 부인 비키 위버. 그는 연방수사국(FBI) 저격수에 의해 숨졌다. 미국 연방보안관 제공
루비리지 사건 때 대치 중에 포착된 랜드 위버의 부인 비키 위버. 그는 연방수사국(FBI) 저격수에 의해 숨졌다. 미국 연방보안관 제공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테러로 드러난 백인 무장 운동의 위험성

다음 해인 1993년 2월28일 텍사스 웨이코에 있는 ‘다윗지파’라는 유사 종교집단 구성원들이 압수수색하려던 수사당국과 총격전을 벌였다. 4월19일까지 무려 두 달 가까이 대치가 이어지던 끝에 연방수사국이 진압 작전을 벌이자, 이들은 불을 내고 자폭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76명이 숨졌다. 성착취 및 불법무기 소지 혐의를 받던 교주 데이비드 코리시는 물론이고, 어린이 25명과 임산부 2명이 포함됐다. 대량학살이 일어난 화재를 놓고 연방수사국의 소행이라는 음모론이 일었고, 백인 무장 세력들은 다시 궐기했다.

웨이코 대치가 끝난지 정확히 2년 뒤인 1995년 4월19일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 청사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연방청사는 물론이고 주변 324개 빌딩이 완파되거나 피해를 입으며, 모두 168명이 숨졌다. 부상자는 680명이 넘었다. 퇴역 군인 출신의 백인 극우 무장 운동 단체원인 티모시 맥베이와 테리 니콜스가 벌인 차량 폭탄 테러로 밝혀졌다. 이들은 사건 당일 도주하다가 체포됐다. 주범 맥베이는 루비릿지 및 웨이코 사건이 범행동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웨이코 사건 당시 방화가 일어난 시간에 맞춰 폭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01년 9·11 테러 전까지, 미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기록됐다.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탄 테러가 부른 여론 악화와 당국의 대대적인 대처로 백인 무장 운동은 퇴조하는 듯 했다. 하지만, 수면 밑으로 내려갔을 뿐이었다. 16년 뒤인 지금 미국 수도 워싱턴은 백인 무장 운동 때문에 9·11 테러 직후를 연상케하는 사실상의 계엄령 상태다. 지난 6일 연방 의사당이 수천명의 폭도들에게 점령당한 사건은 루비릿지 사건으로 드러나, 오클라호마시티 테러로 절정에 올랐던 백인 무장 운동이 그 이후 16년 동안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9.11테러 전까지 미국 내에서 일어난 최악의 테러 사건인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차량폭탄테러 사건으로 부서진 연방청사. AP 연합뉴스
9.11테러 전까지 미국 내에서 일어난 최악의 테러 사건인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차량폭탄테러 사건으로 부서진 연방청사. AP 연합뉴스

 

백인 무장운동, 인종주의에서 반국가주의로…베트남전이 계기

미국 백인 무장 운동에 대한 기념비적 저서인 <그 전쟁을 국내로 가져와라: 백인 세력 운동과 민병대 미국>의 저자인 캐슬린 벨루 시카고대 교수에 따르면, 의사당에 난입한 중추인 현재의 백인 무장 운동은 ‘큐 클럭스 클랜’(KKK)으로 상징되는 백인우월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그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다. 종래의 백인우월주의는 미국과 그 정부를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인종주의를 주창했다. 반면에 현재의 백인 무장 운동은 미국이라는 국체를 부정하는 반국가주의적인 혁명주의다.

벨루 교수가 ‘백인 세력’(White Power) 운동으로 지칭하는 미국의 극우 인종주의적 백인 운동은 크게 베트남전을 기점으로 나뉜다. 베트남전까지는 KKK로 대표되는 백인우월주의 세력이 미국 사회 내에서 백인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운동이었다.

19세기 후반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부에서 KKK가 결성된 것을 1단계로 볼 수 있다. 흑인 사회에 테러를 가하고, 공화당이 주도하던 대부흥 시대의 주 정부에 저항했다. 2단계는 제1차 세계대전 뒤 KKK가 다시 부활해, 남부뿐 아니라 미 전역의 비도시 지역에서 활동하며 백인의 인종적·종교적·민족주의적 권력을 폭력적으로 주장했다. KKK 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뒤 3기로 접어들어, 민권 운동에 대한 폭력적 반대를 주도했다.

베트남 전쟁을 전후로 민권 운동과 반전 운동이 미국을 휩쓸면서, 백인 무장 운동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대외적으로 ‘작은 황인종의 나라’ 베트남에 패배하고, 국내적으로 민권 운동에 밀려 백인의 지위가 상실되고 있었다. 미국의 이런 상황은 우파 성향의 백인들에게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 정부는 이제 백인들의 권익을 실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타도해야 할 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전후 부흥과 복지 확대에 바탕한 자본주의의 황금시대가 1960년대말 끝나면서, 불경기로 저학력 백인들의 경제사회적인 지위가 하락한 것도 배경이 됐다. 베트남전 와중인 1960년대 말부터 백인 무장 운동은 단순한 백인 우월주의에서 벗어나, 국가를 적으로 보는 4단계로 접어들었다. 1974년부터 백인우월주의 세력이 내전을 일으킨다는 공상소설 <터너 일기>가 연재되기 시작했는데, 백인 무장운동의 교과서로 자리잡았다.

 

5단계로 들어간 백인 무장운동…국가를 상대로 전쟁 선포

1980년대 전반부부터는 5단계로 발전했다. 미 연방정부를 적으로 규정하고, 직접 타도를 꾀하는 백인 무장 단체들을 결성하고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1983년 다양한 백인 세력의 모임인 아리안스 ‘네이션스 세계 총회’에서 처음으로 국가를 적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선포했다. 1984년 백인 테러단체 ‘디 오더’가 실제로 진보적인 유대인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를 암살하고는 미 연방정부에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들은 1980년대 전반 개발된 인터넷을 선진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1983년 만들어진 ‘리버티 넷’ 같은 컴퓨터 메시지 판은 백인 무장 운동 세력들이 교류하는 장으로 기능했다.

전쟁이 끝날 때마다 귀국한 퇴역 군인들이 백인 무장 운동을 한 단계 격상시킨 것처럼,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군인들의 역할이 컸다. 베트남전 퇴역 군인들은 동네에서 흑인들에게 린치나 가하던 KKK식 운동에서 벗어나, 전쟁용 무기로 무장하고 본격적인 군사훈련을 받는 민병대 조직 운동으로 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때부터 서로 소와 닭처럼 소원하거나 공통점이 없던 KKK, 신나치, 스킨헤드 등 극우 인종주의 백인 단체들이 반연방정부를 공통적인 이데올로기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전 퇴역 군인인 루이스 빔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전역 뒤 루이지애나 KKK에서 활동하던 그는 1980년대 들어 ‘텍사스 비상 예비군’을 조직해 군사훈련 캠프를 차렸다. 청소년에게도 게릴라전 훈련을 시키는 등 극우 인종주의 백인 운동 단체를 무장화시키고 이론화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새로 생겨난 민병대 형식의 무장 단체들은 연방정부가 주민들의 총기와 재산을 압류할 것이라는 음모론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조세 저항 운동 및 시민 주권 운동도 영향을 줬고, 총기 소유 활동가들이 합류하면서 저변이 넓어졌다. 좌파의 착취수탈 담론도 차용해, 유대인이 주축이 된 글로벌 엘리트들이 미국 연방정부뿐 아니라 세계를 장악해 주민들을 착취한다는 ‘시오니스트 점령 정부’(ZOG), 혹은 ‘신세계 질서’ 음모론으로 커졌다.

백인 무장 운동은 지도부가 없이 개별적으로 산재된 방식으로 미국 전역에서 단체가 결성되며 퍼져나갔다. 이는 백인 무장 단체 운동을 ‘외로운 늑대’ 형으로 보이게 했다. 문제는 그 외로운 늑대들이 몇마리 정도가 아니라 무척 많은 수였다는 점이다.

‘남부 빈곤 법률 센터’(SPLC) 등 극단주의 세력 감시단체들의 평가를 보면, 백인 무장 운동이 5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한 1980년대 전반부에 그 핵심 구성원들은 약 2만5천명 수준이었다. 또 15만~17만5천명 정도의 적극적 동조자들, 그리고 약 45만명의 소극적 지지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990년대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테러로 그 위험성을 드러낸 백인 무장 운동은 약 500만명의 구성원과 동조자를 규합한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KKK 한 단체가 1924년 회원 400만명으로 절정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백인 무장 운동을 규합한 500만명이라는 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놀랄 만큼 많은 수는 아니다.

1980년대초 백인 무장운동을 민병대 형태로 조직하는데 큰 역할을 한 베트남전 퇴역 군인 루이스 빔(왼쪽에서 세번째). 1981년 2월14일 텍사스에서 베트남 이민자 어부들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 전에 자신의 민병대 조직들을 점검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1980년대초 백인 무장운동을 민병대 형태로 조직하는데 큰 역할을 한 베트남전 퇴역 군인 루이스 빔(왼쪽에서 세번째). 1981년 2월14일 텍사스에서 베트남 이민자 어부들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 전에 자신의 민병대 조직들을 점검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오바마와 트럼프 때 질적·양적으로 성장한 백인 무장운동

당국의 강력한 대처로 백인 무장 운동은 곧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사회 주류와는 동떨어진 ‘주변부 운동’으로 다시 치부됐다. 이 시기는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때다. 이미 ‘지도부 없는 저항’ 운동 방식으로 진화한 백인 무장 운동은 인터넷을 통해서 대중화와 네트워크화됐다.

2008년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당선은 수면 아래 있던 백인 무장 운동 세력의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오바마 당선이 확정된 2008년 11월5일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의 흑인 교회 방화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의 대통령직 초기 몇 달은 증오 범죄 및 인종주의 사건이 크게 증가했다. 남부 빈곤 법률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1999년 활동중이던 백인 증오 단체는 457개였는데, 오바마 임기가 끝난 2016년에는 917개로 늘었다. 대부분 오바마 임기 때 만들어졌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백인 무장 운동에 다시 기회의 창을 활짝 열어줬다. 2020년 백인 극우·인종주의 단체들의 각종 행사는 3566건으로 2019년 2704건에 비해 30% 가량 증가했다. 트럼프 취임 첫 해인 2017년 이 수치는 500여건으로 시작해, 2019년까지 매년 2배로 증가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질적인 도약을 한다. 주변부 운동에서 주류로의 진입을 시도한 것이다. 백인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음모론 뉴스사이트 <브레이브 바트>의 설립자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의 요직인 수석전략고문에 임명된 것에서 잘 드러난다. ‘대안 우익’으로 새롭게 포장된 백인 극우 이데올로기와 세력이 등장해, 기존의 사회 보수 세력들을 흡수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딥스테이트(정부 내 깊숙히 자리잡은 그림자 통치 세력) 담론을 고리로 하여, 기존 정부와 질서를 부정하는 조류가 백인들 사이에서 광범위 하게 퍼져나갔다. 선거부정 주장은 그 연장선상이다. 이것이 결국 의사당 난입이라는, 선거결과를 부정하는 쿠데타적 사태로까지 진행된 것이다.

벨루 교수는 “집단폭력과 민병대 활동 물결은 미국에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은 이런 것들을 대담하게 만드는 고위 공직자들이고, 공직에 있는 그런 지지자들이 우리의 정치 지형의 일부라는 것”이라고 트럼프 시대의 백인 무장 운동의 도약을 지적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날인 2008년 11월5일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의 흑인교회에 발생한 방화 사건. 이를 시작으로 오바마 재임 초기에 백인 극우인조주의 세력들의 폭력 행위가 크게 늘었다. 미 연방검찰청 제공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날인 2008년 11월5일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의 흑인교회에 발생한 방화 사건. 이를 시작으로 오바마 재임 초기에 백인 극우인조주의 세력들의 폭력 행위가 크게 늘었다. 미 연방검찰청 제공

 

당국의 비호와 미온 대처가 큰 원인

백인 무장 운동이 만연하는 한 이유로는, 사법당국과 치안당국 등 공권력의 미온적 대처도 있다.

유대인 토크쇼 진행자를 살해했던 백인 테러단체 ‘디 오더’의 잔당 14명이 1988년 반란선동 혐의 등로 재판받았으나, 모두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다. 그 이후 연방수사국(FBI) 등은 백인 무장 운동 단체와 그 구성원들을 오직 개인적인 비행으로만 기소하는 대처를 해왔다.

경찰 등도 대부분의 백인 무장운동 구성원들을 모른 척 한다. 그들 대부분이 지역 자경단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 등 치안당국으로부터 공식, 비공식적으로 치안을 위임받는 자경단은 백인 극우·인종주의 세력의 원천이다. 지난해 8월 위스콘신 커노샤에서 경찰의 인종주의 폭력에 항의하던 흑인 시위대를 총으로 사살한 백인 소년도 이웃 도시의 자경단원이었다.

백인 무장 운동에 대처해야 할 정보기관이나 경찰 자체가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 때도 비번이던 경찰관들이 합세하고, 난입을 방조한 의사당 경찰관들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미국은 지금, 사회 안정은 물론이고 국체까지 위협하는 세력을 애써 모른 척 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979345.html?_fr=mt1#csidx2dca4112d60fbbeaa369c54f0c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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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남북 정상회담은 5년 동안 성과에서 빼버렸다

[정욱식 칼럼] 북한 8차 당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북미정상회담을 포함해 여러 나라와 정상회담을 했던 김정은 총비서가 유일하게 뺀 것이 바로 남북정상회담이었다. 한마디로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는 뜻이다. 김정은이 "북남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김여정 부부장에 대한 평가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를 바라보는 남한의 시선은 "강등"과 "건재"라는 두 가지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강등"과 관련해선 정치국 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기존 직책이었던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거명되지 않았으며 '제1'이 빠진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라는 직책으로 담화를 내보낸 것이 눈에 띈다. 김여정의 지위가 상승될 것이라는 국정원과 상당수 언론 및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그러나 김여정의 대남 비난 담화가 나오자 "건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를 근거로 북한이 여전히 남북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아전인수로 보인다. "강등"된 김여정의 대남 담화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이전보다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2018년에 문재인 정부에게 '역대급 환대'를 했던 김정은 정권이 왜 2019년 하반기부터는 '역대급 냉대'로 돌아서고 이번 당대회에서도 이를 거듭 확인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18년 판문점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했던 북한군 수뇌부가 그 이후 벌어진 일에 대해 김정은에게 어떤 보고를 했을까?'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8차 당 대회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로동신문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담긴 합의가 바로 "단계적 군축"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 직후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증강에 나서고 말았다. 2019년 7월에는 김정은이 "권언"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남한의 군비증강 자제를 촉구했지만, 그 이후 상황은 권언이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 결과 2017년 세계 12위로 평가받았던 한국의 군사력은 2020년과 올해엔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미연합훈련도 계속되었다. 김정은이 당대회에서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했다"는 말한 것은 바로 이를 의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꺼내든 카드는 "전술핵무기화"를 비롯한 핵능력을 양적·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노림수가 있겠지만 한미연합전략에 비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비핵' 군사력을 '핵무력'으로 상쇄하겠다는 것이 핵심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이어파워'는 북한의 군사력을 2017년 세계 18위에서 작년에는 25위로, 올해에는 28위로 평가했다. 한국의 급상승과 북한의 지속적인 하락이 눈에 띈다.

 

우려되는 점은 북한이 당대회에서 "국가 방위력" 강화를 천명하고 나서자 한국도 군사력 강화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도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그러나 이는 실패한 정책의 되풀이나 다름없다.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민생을 조금이나마 구제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의 낭비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정책 재검토 대상은 바로 국방정책이 되어야 한다.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와의 정책 협의 우선순위를 한미연합훈련 취소로 삼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국방비도 줄여야 한다. 이는 2018년의 초심을 되살리는 데에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최악의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 격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11812504770254#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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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미대화, 싱가포르 선언에서 시작해야”

온·오프라인 회견, “김정은 위원장과 언제 어디서든 만날 것”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01.18 12:30
  •  
  •  수정 2021.01.18 18:38
  •  
  •  댓글 0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북미가)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북미대화, 남북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그 경우 그 대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뤄왔던 성과를 계승해서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18년 6월 북·미 정상이 채택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에서 “매우 중요한 선언”이나 “원론적 선언에 그치고 이후 보다 구체적 합의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 북미대화에서는 ‘단계적 합의-이행’을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는 20일 등장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가치 기조나 다자주의, 동맹중시 등 우리 정부와 코드가 맞는 부분이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북미대화를 뒷순위로 미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게 우리 정부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랫동안 상원 외교위원회에 몸담은 외교전문가이고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했으며, 외교안보라인도 대체로 한반도 문제에 정통하고 대화에 의한 해결에 찬성하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회견은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실시됐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날 회견은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실시됐다. [사진제공-청와대]

북한이 지난 12일 끝난 노동당 8차대회에서 대남.국제 비서를 두지 않고 핵·재래식 전력 증강을 천명한 데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면서 “북한이 핵을 증강한다든가 무기체계를 더 하겠다는 부분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회담이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정은 위원장과는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거듭 밝혔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이 ‘코로나19’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화상회담을 비롯한 비대면 방식의 회담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3월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올해 북미-남북관계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연례적·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며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할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과거사-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별도로 다뤄나가자는 원칙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수출규제-강제징용 해결 위한 대화 와중에 “‘위안부’ 판결이 있어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강제집행 전에”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을 찾자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연초에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인적으로 어렵다는 게 아니다. 그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대통령 2명이 국정농단 등의 이유로 수감된 것은 “국가적 불행”이고 두 사람이 나이가 많은데다 건강상태도 좋지 않다는 말이 있어 걱정이지만, 사면의 대전제는 “국민들에게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회견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123분간 진행됐다. 출입 기자 100명이 참여한 비대면 화상 회견이 처음으로 실시됐다. SNS를 통한 질문도 받았다. 춘추관 2층 현장에는 기자 20명이 들어가 앉았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 회견(외교 분야)>

-올해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계신가. 코로나 상황과 관련해서 한중 간에 더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에 관련해서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시면 함께 말씀 부탁드린다. 

=문 대통령 : 네. (웃음) 나중에 외교·안보 분야 질문 순서가 따로 있는데 먼저 질문을 이렇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로서는 한미관계, 그다음에 한중관계 모두 중요합니다. 한미관계는 우리 외교·안보에 있어서 특별한 동맹 관계입니다. 그리고 또 외교·안보에 국한되지 않고 요즘 경제, 또 문화, 또 보건 협력, 그리고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협력 이런 다양한 분야의 협력까지 나아가는 포괄동맹으로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한미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한중관계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로서는 최대의 교역 국가이고, 또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서 협력해 나가야 할 그런 관계입니다. 또 근래에는 환경 분야 협력도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작년에 한 번 추진이 되었었는데 코로나 상황이 나빠져서 이렇게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올해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고 여건이 갖추는 대로 조기 방한이 실현될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을 해 나가겠습니다. 
   
이런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중국뿐만 아니라 또 이웃나라 일본, 그리고 또 위에 북한, 그리고 또 필요하다면 동북아 전체가 이런 사람 감염병뿐만 아니라 조류독감이라든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든지 구제역이라든지 이런 가축 감염병 부분에 있어서도 서로 이어져 있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그런 관계에 있기 때문에 함께 공동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의 협력에도 더더욱 관심을 가지고 더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이 이번 당 대회를 통해서 핵.재래식 군사력을 더욱 확장하겠다 의사를 분명히 했고, 어핵을 완전하게 포기할 의사는 없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는데, 앞으로 비핵화와 관련된 논의는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맞춰서 우리 정부도 방향 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으로 북미 대화, 그리고 남북 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전기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경우에 그 대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루었던 성과를 계승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있었던 싱가포르 선언은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선언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원론적인 선언에 그치고 그 이후에 보다 구체적인 합의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만 그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그런 대화 협상을 해 나간다면 조금 더 속도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여러 가지 핵을 증강한다든지 여러 가지 무기체계를 더 하겠다라는 부분도 결국은 이런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회담이 아직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렇게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비핵화를 비롯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그런 대화가 성공적으로 타결된다면 그런 부분도 다 함께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언제 될지 모르는 성공을 막연히 바라보면서 그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북한의 무기체계가 증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늘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우리 한국은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그런 핵이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끊임없이 보완해 나갈 것입니다.

-바이든 신행정부의 경우에는 코로나 대응을 포함해서 다양한 국내 현안에 직면해 있다. 또한 외교·안보 사안에 있어서도 이란이라든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어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우선은 가능하면 조기에 한미 정상 간의 교류를 보다 조기에 그렇게 성사시켜서 양 정상 간의 신뢰나 유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한반도 문제 또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아가서는 그 문제 말고도 한미 간에 협력할 수 있는 현안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협력도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저는 바이든 신정부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가치 기조나 또 다자주의 원칙이라든지 동맹 중시 원칙 이런 면에서 우리 정부와 기조가 유사한 점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어떤 면에서는 코드가 맞는 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정부가 다른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또 코로나 상황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본격적인 외교 행보에 나서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그런 점들 외에는 북미대화를 또는 북미문제 해결을 말하자면 뒷순위로 미룰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트럼프 정부 때 이루어진 성과가 일정하게 있기 때문에 그 성과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저는 바이든 정부가 같은 인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정책의 방향을 잡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염려를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우선은 바이든 대통령 자신이 과거에 상원에서 외교위원장도 했고 또 부통령으로서 외교를 담당해서 아주 외교에 대해서 아주 전문가이십니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했을 정도로 남북문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의 안보라인을 형성하는 그런 분들도 대체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정통하신 분들이고, 또 대화에 의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서 찬성하는 분들입니다. 저는 북한 문제가 충분히 외교, 미국의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에 있어서 여전히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미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면서 미국과 함께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1월 8일에 위안부 관련해 일본 정부에 대한 배상명령을 하는 판결이 있었다. 대통령께서 한국 국내 피해자의 컨센서스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한일 간에 풀어야 될 현안들이 있습니다. 우선 수출 규제 문제가 있고 강제징용 판결 문제가 있습니다. 그 문제들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양국이 여러 차원의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중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또 더해져서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늘 좀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과거사는 과거사이고, 또 한일 간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되는 것은 그것대로 또 해 나가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사 문제들도 사안별로 분리해서 서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를 서로 연계시켜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말하자면 다른 분야의 협력도 멈춘다든지 이런 태도는 결코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위안부 판결의 경우에는 2015년도에 양국 정부 간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가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적인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런 토대 위에서 이번 판결을 받은 피해자 할머니들도 동의할 수 있는 그런 해법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한일 간에 협의를 해 나가겠습니다. 강제징용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부분들이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그것이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한일 양국 간의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단계가 되기 전에 양국 간에 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인데, 다만 그 외교적 해법은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을 양국 정부가 협의하고 또 한국 정부가 그 방안을 가지고 원고들을 최대한 설득해내고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갈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여전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굳건하다고 평가하시는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복원을 위해 임기 내에 4차 남북 정상회담 내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어떤 평화에 대한 의지, 그리고 또 대화에 대한 의지, 그리고 또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그 대신에 미국으로부터 확실하게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큰 원칙에 대해서는 이미 북미 간의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 공동선언으로 이미 다 합의가 돼 있습니다. 문제는 그 합의된 원칙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그렇게 이행해 나갈 것인가라는 점에 대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하노이 정상회담이 불발로 그친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바이든 신행정부는 톱다운 방식의 회담보다는 보텀업 방식의 회담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싱가포르 선언에서 합의된 그 원칙을 구체화시키는 그런 방안에 대해서 북미 간에 보다 좀 더 속도감 있게 긴밀하게 대화를 해 나간다면 그것은 충분히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그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도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남쪽 답방은 남북 간에 합의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꼭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고, 그렇게 남북 정상 간에 만남이 지속되다 보면 그렇게 해서 더 신뢰가 쌓이게 되면 언젠가 김정은 위원장이 남쪽으로 방문하는 답방도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믿습니다.

-당장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남북·한미 관계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와 종전선언을 조기에 논의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아까 마지막에 말씀하신 종전선언? 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 매번 아주 신경을 쓰면서 예민하게 그렇게 반응을 합니다. 이 한미 연합훈련도 크게는 한반도, 그러니까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틀 속에서 논의가 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남북 간에는 이런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논의를 하게끔 그렇게 합의가 되어 있습니다.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쨌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은 말하자면 해마다 연례적으로 이루어지는 그런 훈련이고, 말하자면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는 점들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종전선언은 우리가 이루어야 되는 진정한 목표가 한편으로 비핵화이고, 그다음에 또 비핵화가 완전히 실현된다면 그때는 북미 간에 또 남북 간에 또는 3자 간에 평화협정체계를 통해서 평화가 완전히 구축이 되면서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는 이런 과정인데, 이런 비핵화라는 대화과정에 있어서나 그다음에 또 평화협정으로 가는 평화구축의 대화의 과정에 있어서나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바이든 정부 취임하게 되면 다양한 소통을 통해서 우리의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또 설득해 나갈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임기 말 한 번 더 화상으로라도 남북정상회담을 목표로 하고 계신지.

=문 대통령 : 우선 저로서는 처음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2017년도 한반도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 상황을 가득 덮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정말 평화가 위협받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서 지금까지 평화를 잘 이렇게 유지해 온 것은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 간에 있어서도 판문점선언이나 평양선언 등을 통해서 크게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 단계에서 멈춘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북미 간에 있어서도 사상 처음으로 북미 양 정상이 직접 회담을 하는 그런 발전이 있었고, 그리고 또 그 북미 간의 대화에 있어서도 우리 한국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북미 대화 역시 싱가포르선언이라는 아주 훌륭한 합의를 보고서도 그 이후에 더 나간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저는 지금 올해 집권 5년차이기 때문에 저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서두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또 서두르지 않으면서 그러나 저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꼭 해 보고 싶은 일입니다. 

정상회담은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런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그냥 만나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뭔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언제든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대면 방식을 말씀드린 것은 북한도 코로나 상황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해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그런 상황이 대면으로 만나는 것에 장애가 된다면 여러 가지 비대면의 방식으로, 뭐 비대면 방식이라고 해서 꼭 화상회담의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화상회담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그런 의지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런 비핵화, 남북협력, 북미대화 중에 최우선적인 당부사항 그 부분은 일단 싱가포르 선언까지 합의를 이루었는데 그 이후에 왜 하노이 회담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느냐라는 점을 뒤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선언에서 북한과 미국은 서로 간에 이렇게 필요한 약속들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약속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한데, 그 이행들이 하루아침에 한꺼번에 일시에 짠하고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부득이 단계별로 이렇게 진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단계별 진행은 서로 간에 서로 속도를 맞추어서 서로 주고받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난날의 트럼프 정부의 성공 경험과 또 실패에 대한 부분을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바이든 정부가 새로운 자세로 북미대화에 나선다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습니다. 

한편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우리가 유엔 제재라는 이런 제재의 틀 속에 있기 때문에 남북 간에 여러 가지 협력을 마음껏 할 수 없는 그런 장애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또 제재에 저촉되지 않거나 또 제재에 대한 예외승인을 받으면서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협력 사업들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인도적인 사업들이 그러합니다. 어쨌든 인도적인 협력 사업을 비롯해서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사업들은 남북이 서로 대화를 통해서 최대한 함께 이렇게 실천해 나간다면 그것은 남북관계의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 남북관계의 발전은 곧바로 또 북미대화를 진전시키는 추동력이 될 것이다, 그렇게 서로 선순환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과 북한 관련해 어떤 소통을 해왔는지. 

=우선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전화 통화를 가졌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 말하자면 한미관계를 더더욱 돈독하게 발전시켜나가자는 데에 그 의사에 일치를 이루었습니다. 과거에 김대중 정부 시절에 미국 민주당 정부와 잘 협력해 나갔고, 그때 이른바 남북관계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었던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하고 우리 한국 정부는 여러모로 가치지향이나 정책 기조에서 유사한 점들이 있고, 이른바 코드가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한미관계에 있어서 더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 관련해서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과 사이에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각급의 소통을 통해서 우리 한국 정부의 한반도 프로세스를 미국 바이든 새 정부의 안보라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다음에 북미 그러니까 북한 문제가 미국의 외교 문제에서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우선순위가 되도록 하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자료제공-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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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재판부가 '이재용 히든카드' 수용하지 않은 이유

[분석] 양형 참작사유에 '삼성 준법감시제도' 고려 안돼... 판결문에 실효성 의문 제기

21.01.18 22:13l최종 업데이트 21.01.18 22:13l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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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었다.

'이재용 봐준다'는 지적을 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곧장 법정 구속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마지막까지 예상못한 결과였다. (관련 기사 : '징역 2년 6개월' 이재용, 3년 만에 재수감... 형량은 반으로 깎였다 http://omn.kr/1rqsb).

준법감시제도 양형으로 고려하지 않은 재판부, 이유는?

이날 판결의 관건은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였다. 정준영 재판장이 이 제도를 두고 "기업 범죄 양형기준의 핵심 내용이다"라고 언급했던 만큼, 이 부회장을 위한 면죄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검 또한 이러한 정 재판장을 정면 비판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주는 결론을 미리 내린 채 재판을 진행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정 재판장은 이날 법정에서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그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하며 되레 현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마지막까지 이 부회장 재판 변수로 작용했던 삼성의 준법감시제도. 해당 제도의 설립까지 지시했던 재판부는 왜 끝내 양형 참작 사유로 고려하지 않았을까? <오마이뉴스>는 이날 공개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판결문과, 특검 측 준법감시제도 전문심리위원이었던 홍순탁 회계사와의 통화를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살펴봤다. 

"삼성 준법감시제도, 기업 내 위험 선제적으로 예방하지 못해"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하거나 강화하였다는 사정을 양형에 긍정적인 요소로 반영하는 데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야 준법감시제도를 강화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데, 이는 기업들에게 사실관계와 법리적인 쟁점을 모두 다투어 본 이후에 유죄가 인정되면 그제서야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하거나 강화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기재된 재판부의 판단 일부다. 재판부는 위 설명을 시작으로 판결문 전반에서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언급했다. ▲현 제도로 향후 기업 내부에서 발생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지 ▲삼성 계열사 전반의 감시가 가능한지 ▲나아가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의 통제도 가능한지 등이 실효성 판단 요건이었다.

재판부의 답변은 "부족하다"는 부정적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현재 마련한 준법감시제도만으로는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인 위험 예방 및 감시활동을 할 수 없다"면서 "해당 제도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비한 선제적 위험 예방 및 감시활동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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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제도로는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에 대한 실효적인 준법감시가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다. 현재 준법감시위원회에는 총 7개의 삼성 계열사가 포함돼 있는데, 다른 삼성 자회사들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이상,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남는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삼성그룹에서 발생한 위법행위들은 미래전략실·구조조정본부와 같은 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서 일어난 바 있는데, 현행 제도에는 관련 문제의 대응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 방안도 충분하게 마련돼 있지 않은 점, 임직원을 동원한 차명주식 보유 문제 또한 준법감시위원회의 감시 대상에 넣어야 하는 점 등도 현행 제도의 미흡함으로 설명했다.

홍순탁 "예상 가능했던 선고 결과"

특검 측 삼성 준법감시제도 심리위원이었던 홍순탁 회계사는 "그간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삼성 측 변호인의 답변에 미흡한 점이 많았다"면서 "앞서 재판부는 삼성 측 변호인들에게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미흡함을 인정한 것뿐만 아니라, 1월 선고 전까지 보완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추후 보완하겠다는 삼성 측 답변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판부는 앞서 삼성 측에 '그동안 삼성 최고 경영진이 한 불법행위를 뽑아내어 유형화 해놓은 게 있느냐'고 직접 질문하기도 했는데, 당시 삼성 측은 이 또한 마련돼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홍 회계사는 앞서 재판부가 언급한 문제뿐만 아니라, 해당 제도에서 나온 재발방지대책들이 실제 최고 경영진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 측은 이 준법감시제도로 삼성그룹 내 최고 경영진들의 불법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최고 경영진에 대한 의심이 포착됐을 때 마련된 절차가 실제로 시행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면서 "하지만 조사 결과, 이 부분에 충족되는 게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홍 회계사는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이같은 흐름을 살펴보면, 재판부의 결론은 사실상 예상 가능했다"면서 "형량에 대한 판단을 떠나,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양형기준에 포함하지 않은 점은 이 제도의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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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文대통령...셀럽 움직임에 널뛰는 '코로나 시대' 주식 시장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한국판 뉴딜과 주식시장 ① 한국판 뉴딜과 주가 변동은 무슨 관계?

▲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시그널을 사용하세요" 트윗. 트위터 갈무리.

셀럽 한마디에 널을 뛰는 주식시장


 

요즘 테슬라만큼이나 핫한 곳은 주식시장인데, 갑자기 '시그널 어드밴스(Signal Advance)'라는 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0.5달러 주위를 맴돌던 이 기업 주가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이 있었던 1월 7일 이후 나흘만인 1월 11일까지 무려 80배 가까이 치솟아 38.7달러에 이르렀다.


 

▲ '시그널 어드밴스(Signal Advance)'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하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시그널'은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곳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되었을 리가 없는 곳이다. 즉 '시그널 어드밴스'는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메신저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기업이다. 그런데 미국의 개미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곳이라면 무조건 기회를 잡아야 해"라는 생각으로 너도 나도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한 거다.

 

이건 단순히 일론 머스크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알파벳 10글자도 안 되는 한 줄의 트윗으로 주식시장을 흔들다니 말이다. 영혼까지 끌어다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개미 주주들의 존재가 결정적이다. 셀럽의 말 한 마디에도 엄청난 등락 폭을 보여주는 주식시장, 코로나19 시대가 낳은 또 다른 세계적 현상이다.

 

머스크 현상이 아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규 투자에 나선 국민들을 '동학 개미'라며 추켜세우지 않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을 오해해서 벌어진 해프닝인 반면, 한국에서는 대통령과 정부의 진두지휘 하에 일이 아주 스펙타클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지금부터 주가 변동과 대통령 일정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일부터 떠올려보자. 지난 1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원주역을 방문해 저탄소 친환경 고속열차 KTX-이음 시승식 행사에 참석했다.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현대로템과 중소기업의 연구자, 기술자들이 힘을 합쳐 우리의 핵심 기술로 'KTX-이음'을 만들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대통령과 청와대 및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만 있었던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도 있었다. 자, 그럼 여기서 현대로템의 지난 1년간 주가 변동표를 살펴보기로 하자. 문재인 대통령 일정이 있었던 1월 4일, 현대로템 주가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 현대로템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일론 머스크 트윗처럼 갑자기 80배 가까이 치솟지는 않았지만, 기존 1만 6000원 전후를 드나들던 곡선은 1월 4일 하루 뒤인 5일에 50% 치솟아 2만 4000원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3월 중순에 8730원까지 떨어졌던 최저치와 비교해보면 3배 가까이 되는 가격대다.


 

대통령 일정과 주가는 무슨 관계?


 

이번에는 두산중공업의 지난 1년간 주가변동표를 뽑아보았다. 상반기 내내 2~3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7월 중순에 2배 이상 뛰어오르며 상승세를 타더니 11월 말에는 무려 1만 7700원까지 올랐다. 코로나19로 3월 중순 2200원의 최저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8배가 뛴 것이다.


 

▲ 두산중공업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지금부터는 현대로템 사례를 분석하던 것과 반대 방향으로 시도해보기로 한다.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뛰던 시점과 문재인 대통령 일정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건 단순한 포털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다.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인 7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북 부안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의 풍력시험동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두산중공업 개발자로부터 3MW급 풍력 블레이드에 대한 설명을 차례로 듣고 블레이드의 시험을 직접 참관했다. 

 

"두산중공업에는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 … 한국이 해상풍력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한 게 10년도 더 된 일인데 그간 여러 대기업이 사업단을 꾸렸다가 포기하고 철수했는데 두산중공업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 발전해 오늘 이 수준에 이르게 된 것"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도 함께 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특별한 감사' 인사까지 했다. 바로 그 직후부터 두산중공업 주가는 상종가를 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2달 뒤인 9월 17일에는 아예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주가가 최대치를 찍은 11월 30일은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가스터빈산업 글로벌 4강 도약'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 날이며, 다음날인 12월 1일에는 창원시가 '창원형 뉴딜'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두산중공업 사례를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 받는 기업들


 

지금부터 꼭 두 달 전, 그러니까 지난해 11월 18일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도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이오산업' 전략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2개의 특정 기업에 또다시 직접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늘 삼성바이오는 1조 7000억원을 투자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기공식을 갖고 셀트리온은 5000억 원을 투자하는 다품종 생산공장과 연구센터 기공식을 갖는다. … 두 회사의 통 큰 결정에 인천시민과 함께 감사드린다."

 

▲셀트리온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자, 그럼 이제 익숙한 패턴이다.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받은 두 기업의 주가 변동표를 살펴보자. 먼저 셀트리온부터 살펴보면 10월 말에 20만 원 중반대로 떨어진 주식 가격이 11월 초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대통령 언급이 있었던 11월 18일부터는 가속이 붙더니 12월 7일에는 40만 원 근처까지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에도 10월 말에 60만 원대로 떨어졌으나 11월 초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마찬가지로 대통령 언급이 있었던 11월 18일부터 가속이 붙더니 12월 8일에 88만 3000원까지 상승하게 된다. 흐름이 셀트리온과 거의 비슷하다.


 

합리적 의심들


 

"대통령이 갔다고 무조건 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닌데 이건 음모론 아니야?" "실적이 괜찮고 견실하니까 언급한 거겠지. 그래서 주가도 오른 건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 없어." "셀트리온과 삼바의 경우엔 평상시 주가보다 많이 오른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언급하거나 방문했다고 해서 특정 기업의 주가가 무조건 올라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공통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표적인 '바이오헬스' 기업들로 이미 오래 전부터 4차 산업혁명이니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니 하며 부각이 되던 부문임에 틀림없다.

 

▲ SK바이오팜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하지만 같은 부문에 있는 SK바이오팜의 주가(위)는 셀트리온·삼바 주가가 상승하던 11~12월에 매우 잠잠하다는 사실도 함께 봐야 한다. 새로운 먹거리로 부각되어온 산업이니 당연히 주가가 오른 게 아니라, 대통령이 방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한 바로 그 시기에 오른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또 어떤가? 원전과 석탄화력 등 탈원전 기조와는 어울리지 않아 현 정부 출범 후 주가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던 기업이다. 그런데 지난해 3월에 1조 원 긴급 지원과 외화 채권 상환용 6000억 원, 운영자금 등 8000억 원에 이어 지난해 6월에는 1조 2000억 원 추가 지원 등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부터 무려 3조 6000억 원의 지원을 받았다. 그런 기업에 대통령이 감사 인사와 방문까지 하며 독려를 해대니 주가가 안 뛰고 배기겠나.


 

'한국판 뉴딜'의 실체를 찾아서


 

연초부터 문재인 정부는 온 힘을 쏟아부으며 '한국판 뉴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과 산업은행장 기자회견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뉴딜 펀드'로 갈아탄다는 얘기까지 청와대가 홍보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모두 한국판 뉴딜과 연관된 기업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가 설계한 한국판 뉴딜'에 이름을 올린 업체들이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판 뉴딜은 '그린(Green)'과도, '디지털(Digital)'과도, 심지어 '뉴딜(New Deal)'과도 관계가 없다는 지적을 해왔는데 그 실체가 베일을 벗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 일정은 통상 2주일 전에 확정되며 공개 전까지 철통 보안에 붙여진다. 보안이 뚫릴 경우 경호 등에 비상등이 켜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문 일정을 기획하는 이들, 그리고 방문을 받거나 초대를 받는 기업들과 관계자는 당연히 그 일정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어떤 기업의 주가가 갑자기 뛸 것인지를 미리 아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대가리가 깨져도 음모론이라 들고 나올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판을 설계하는 분들은 그저 대통령 일정 하나만 붙들고 있는 게 아니다. 대통령 방문과 감사 인사는 그저 양념 수준이다. 다음 글에서 문 정부가 설계한 한국판 뉴딜과 주가 변동이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1180947156215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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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불복종 영업’”…광주 유흥업소 집단행동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입력 : 2021.01.18 13:44 수정 : 2021.01.18 13:50
 

광주지역 유흥업소들이 방역당국의 ‘집합금지’ 연장조치에 반발하며 문을 열고 ‘불복종 영업’을 하기로 했다. 전국 유흥업소 업주들은 오는 21일 전국적으로 항의시위도 갖는다.
 

지난해 8월 50여개 유흥업소가 밀집한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거리의 유흥업소 간판이 모두 꺼져 있다. 광주시는 유흥업소와 관련해 1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강현석 기자.

지난해 8월 50여개 유흥업소가 밀집한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거리의 유흥업소 간판이 모두 꺼져 있다. 광주시는 유흥업소와 관련해 1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강현석 기자.

 

18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지부는 “방역당국에 집합금지 해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예정대로 영업재개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흥음식업중앙회는 업주들에게 이날 저녁부터 문을 열도록 공지하기로 했다. 다만 영업재개 여부는 각 업주들의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유흥업소 업주들은 이날 오전 광주시를 찾아 “집합금지를 해제하거나 현실적인 보상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광주시는 자치구와 함께 유흥업소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집합금지를 위반하고 문을 열 경우에는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고발되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유흥업소들은 처벌을 받더라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후 유흥업소는 집합금지로 문을 닫은 기간이 3개월이 넘고 영업시간이 제한된 경우도 2개월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최근까지 3차례 지원받은 지원금은 620만원으로 한 달 치 임대료도 안 된다는 게 업주들의 이야기다.

문을 닫은 곳도 속출해 지난해 7월 710곳 이었던 유흥음식중앙회 광주지부 회원 업소는 현재 650곳으로 줄었다고 한다. 전국의 유흥업소들은 오는 21일 전국적으로 ‘집합금지 해제’을 요구하는 집회도 갖는다.

고남준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지부 사무국장은 “광주지역 유흥업소는 지난 7개월 간 정상영업 한 기간이 2개월 밖에 안 된다”면서 “최소한 자정까지라도 영업을 허용해 다른 업종과 형평성을 맞춰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1181344001&code=620100#csidx6a27bb60f68c4ada26c7ddc4896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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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재용과 사법부 모두 운명의 날... 뇌물액은 86억8081만원

[이재용 파기환송심 선고공판] 결국 준법감시위는 집행유예로 가는 다리가 될 것인가

21.01.18 07:20l최종 업데이트 21.01.18 07:23l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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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이 제시한 삼성 준법감시위가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 이를 양형 조건으로 고려할지 여부, 만일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고려할 지는 모두 재판부의 판단 대상이다."

지난 12월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서울고법 형사1부). 결심 직전 공판에서 정준영 재판장이 꺼낸 이 말은 지난 2019년 10월 25일 첫 공판을 시작해 오는 18일 최종 선고를 앞둔 파기환송심 재판을 요약한 한 문장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공판 시작과 동시에 내건 준법감시위(감시위)는 줄곧 '봐주기 논란'을 떨쳐낼 수 없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횡령 금액을 2심과 정반대로 '재판장 재량 없인 집행유예 불가' 수준으로 판단한 까닭에,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감시위를 집행유예로 가는 다리로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이어진 정 판사의 발언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다만 (감시위를) 양형조건으로 고려해도 여러 양형 조건 중 하나이고, 유일한 양형조건이라거나,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양형조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이어 말했다.

"이 사건은 피고인도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위법행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다투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밝혀진 위법 행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이렇듯 이 부회장의 유죄는 대법원 뿐 아니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이미 확정했다.

관건은 다시 파기환송심의 유일한 변수인 감시위다. 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양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는 재판부가 최종 선고에서 읽어 내려갈 판결문에서 짚어야 할 핵심 질문이다.

10시간

문제는 평가 기준이다. 재판부가 받아든 삼성 측, 특검 측, 재판부 측 세 파트의 전문심리위원의 공통 의견은 무엇보다 '평가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특검 측 심리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특히 지난 7일 공판에서 감시위 평가에 소요된 시간과 경과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점검 일정 상 한계가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2020년 11월 9일에 (심리위원단이) 확정됐고 처음 회의를 했다. 일반적인 내부 통제 점검은 회사 제출 자료 뿐 아니라 외부 입수 자료도 면밀히 검토하고 점검 항목을 설정한 후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해 실제 현장에서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11월 10일에 한 첫 회의에서 재판부가 제시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요청 자료를 만들기도 전에 현장 일정부터 잡아야 했다. (중략) 일수로는 3일, 시간으로는 10시간 이내 현장 점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짧은 기간임에도 세 위원이 내놓은 저마다의 분석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여부와도 직접 연관된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과정을 감시위가 얼마나 조사했느냐 여부였다. 재판부 측과 특검 측은 공통적으로 '부족'을 말했다. 

재판부 측 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회사 합병 형사 사건은 사실 관계 보고만 받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삼성 측 위원인 김경수 변호사는 "유무죄 논의가 많은 사건이라 감시위가 평가하고 사전 조치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3·5법칙   
 
박근혜 대통령 2014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취임 1주년 즈음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각종 연설이나 모두발언 등을 통해 ‘우리’와 ‘국민’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고 발표했다.
▲  박근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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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과 변호인 측이 마지막까지 다툰 의제도 감시위를 이 부회장의 양형요소 어디에, 어떻게 끼워 맞출 수 있는지 여부였다.

특검은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이 인정되더라도 양형 기준 상 일개 인자인 '진지한 반성'은 하위 사실 하나에 불과할 뿐, 양형 구간 산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변호인 측은 "감시위가 결코 이 사건에서 간과될 요소가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특히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하며 '집행유예'라는 단어를 총 5번이나 언급했다. 감시위를 통한 '죄 깎기'로는 집행유예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법원이 법치주의 구현과 정의의 최종실현자로 직무에 충실했다고 평가받을 것인지, 퇴행하여 법치주의 암흑기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인지 기로에 섰다"라며 법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감시위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들은 파기환송심 재판의 정의부터 다시 규정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이 재판은 이 부회장 자신의 승계를 위한 개인의 범죄일 뿐, 재판부가 제시한 준법감시제도는 기업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감경 사유로 적용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동시에 3·5법칙(판사 재량으로 횡령죄를 지은 재벌 총수들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내리는 현상)을 우려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14일 논평에서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 하에 소위 3·5 법칙으로 집행유예를 받아왔다"면서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쇄신 약속에도) 삼성은 변하지 않았고 총수의 처벌만 면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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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위와 달리 다툼의 여지가 없는 것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과정에서 전달했다는 뇌물공여 액수다. 변호인들은 마지막까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겁박을 거절 못해" 벌어진 사건이라면서 "전형적인 정경 유착과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의 36억 3483만 원의 판단을 파기하고, 86억 8081만 원을 최종 횡령·뇌물 액수로 인정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징역형 여부를 판가름 하는 마지노선인 50억 원 이상의 횡령액을 가뿐히 넘어서는 숫자다. 최서원(최순실씨 개명 후 이름)씨에 대한 지난 6월 11일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는 이 부회장의 뇌물 제공 여부가 더 구체적으로 판시돼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는 뇌물 요구에 해당하고 이재용이 그 요구에 따른 것은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하여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직무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다."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7년 12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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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2일

이 부회장의 죄에 대한 벌의 크기는 오늘(18일), 국정농단 사태 이후 2017년 2월 17일 처음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꼬박 1432일 만에 판가름 난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부탁인지는 몰라도 하나 말씀드린다. 다 제 책임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1일 결심공판 최후진술 자리에서 아버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름을 꺼내며 "최근 아버지를 여읜 아들"임을 강조했다. "국격에 맞는 새 삼성을 만들어 아버지께 효도하고 싶다"고 읍소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말했다.

"죄를 물을 게 있으면 내게 물어 달라."

죄가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말이다. 이제 재판부의 답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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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지금은 이명박·박근혜 사면 말할 때 아냐”, 국민 ‘공감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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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1/18 13:31
  • 수정일
    2021/01/18 13:3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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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사면 고려 여부에 “정치인 사면 검토한 적 없다”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1-01-18 10:45:50
수정 2021-01-18 10: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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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1.18.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1.18.ⓒ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첫 번째 질문으로 받았다.

문 대통령은 “오늘 그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냥 솔직하게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지금 수감돼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이다. 또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이라며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그리고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그 국정농단이나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 그래서 법원도 그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그런 형벌을 선고했다”며 “그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기 전에는 사면을 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섣부른 사면은 오히려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도 많이 있고 그분들 가운데서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한다. 그런 국민들의 아픔까지도 다 아우르는 그런 사면을 통해서 국민 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에 대해서도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이 통합에 그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사면을 둘러싸고 또다시 극심한 국론에 분열이 있다면 그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 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사면을 고려한 적은 있느냐’는 추가 질의에서는 “아직까지 정치인 사면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한 전 총리나 두 분 전임 대통령에 대해 모두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과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사면권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금으로선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의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그런 대통령의 일방적인 사면권 행사는 지금 어렵다고 생각한다. 제 개인적인 것(생각)일 뿐만 아니라 그런 것이 시대적 요청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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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8차 당대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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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1/18 13:18
  • 수정일
    2021/01/18 13:1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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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428]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8차 당대회 결정

 

한호석(통일학연구소) | 기사입력 2021/01/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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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8차 당대회, 8개의 중요한 문건들

2. 남북관계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3. 선대선은 없고 강대강만 있다

4. 당규약에 명시된 새로운 조국통일강령 

5. 미국에게 전황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1. 8차 당대회, 8개의 중요한 문건들

 

8천만 우리 민족과 전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킨 가운데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2021년 1월 5일부터 1월 12일까지 8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되었다. 당대회는 8일 동안 진행되었지만, 2020년 12월 30일 당대회 대표증수여식이 진행되었고, 폐막 직후인 2021년 1월 12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1월 13일 당대회 참가자 강습회와 당대회 경축 대공연, 1월 14일 당대회 기념 열병식, 그리고 1월 14일부터 16일까지 네 차례의 기념사진촬영에 이르는 부대행사일정까지 합하면 당대회 일정은 17일로 늘어난다.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일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정은 무엇인가?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당대회일정은 2021년 1월 10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총비서 선거였다. <로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총비서 선거를 가장 중시하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당의 조직적 의사를 체현한 혁명의 최고수뇌부이며 령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인 조선로동당 총비서를 “정확히 선거하는 것은 혁명위업의 계승기와 새로운 발전기에 더욱 중요하고 사활적인 요구로 나선다.” 

 

위의 인용구에서 주목되는 것은, 시대구분법이다. 조선에서는 “혁명위업의 계승기”와 “새로운 발전기”로 시대를 구분한 것이다. 그런 시대구분법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김정은 당위원장이 총비서로 선거된 2021년 1월까지 10년은 “혁명위업의 계승기”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선거됨으로써 조선은 “혁명위업의 계승기” 1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발전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의 역사적 의의가 있다는 것이 조선의 견해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전당의 조직적 의사를 체현한 혁명의 최고수뇌부이며 령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인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여러 후보들이 출마하여 투표하는 식으로 선거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8차 당대회에서는 투표절차가 아닌 추대절차가 진행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선거당일 리일환 당대표가 김정은 당위원장을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추대할 것을 당대표들에게 제의하였고, 전체 당대표들은 그 제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전원일치로 찬동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총비서로 추대하였고, 곧이어 김재룡 당대표가 제의한, 김정은 위원장을 총비서로 추대할 데 대한 결정을 전원일치로 채택했다고 한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8개의 중요한 문건이 발표 또는 채택되었다. 개회사,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 당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보고, 결론, 폐회사가 각각 발표되었고, 당규약 개정에 대한 결정서, 총비서 선거에 대한 결정서, 제8차 당대회 결정서가 각각 채택되었다. 그 중요한 문건들에는 조선로동당이 지난 5년 동안 이룩한 성과와 경험, 아직 극복하지 못한 한계와 결함들이 서술되었고, 조선로동당이 앞으로 5년 동안 달성해야 할 목표와 실현하려는 계획이 담겨있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이 추구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와 당령도전략과 경제건설구상을 12자 구호로 축약하여 조선로동당과 조선인민에게 제시하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12자 구호는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결론에서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바로 여기에 우리 당의 향도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비결이 있고, 우리 당이 군중 속에 더 깊이 뿌리박기 위한 근본방도가 있으며, 우리가 유일하게 살아나가고 앞길을 개척할 수 있는 근본담보가 있다”고 언명하였다.  

 

이 글에서 매우 방대한 그 8개의 문건을 전부 고찰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발표한 사업총화보고, 그리고 당대회에서 채택된 당규약 개정에 대한 결정서에 각각 서술된 남북관계문제, 조미관계문제, 조국통일문제를 선별적으로 고찰하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2021년 1월 5일부터 1월 12일까지 8일 간의 일정으로 평양에 있는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되었다. 8차 당대회 일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정은 2021년 1월 10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총비서 선거다. 조선의 시대구분법에 따르면, 지난 10년은 "혁명위업의 계승기"이고,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조선로동당 총비서로 추대됨으로써 조선은 "새로운 발전기"에 들어섰다고 한다.  


 

2. 남북관계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남조선에서는 의연히 조선반도 정세를 격화시키는 군사적 적대행위와 반공화국 모략소동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북남관계개선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과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다. 

 

1) 첨단군사장비를 반입하는 적대행위 

2)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는 적대행위

3)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남북합의이행에 역행하는 반통일적인 행위 

4)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과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만 북에 제안하는 비정상적인 행위 

 

계속하여 김정은 총비서는 “이 엄중한 상황을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하며 파국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제기한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김정은 총비서는 문재인 정부가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하며”,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해버릴 때 비로소 공고한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북남관계개선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이런 언명은 남북관계개선의 새로운 길을 열어놓으려면 문재인 정부가 첨단군사장비를 반입하지 않고,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고, 남북합의를 이행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첨단군사장비를 반입하지 않고,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고, 남북합의를 이행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발표한 세계 각국 군사비 지출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 10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올해 2021년에 문재인 정부가 지출할 군사비는 52조8,401억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첫해인 2017년에는 연간군사비가 사상 처음 40조원을 넘었고, 그로부터 4년 만에 12조원이 더 증액되었는데, 이것은 연평균 7% 이상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2021년부터 5년 동안 국방중기계획예산이라는 명목 아래 연평균 6.1%의 증액률을 유지하면서 총 300조7,000억원을 군사비로 쓰겠다고 결정했다. 그런 천문학적인 군사비 가운데서 33.3%인 100조1,000억원은 첨단군사장비반입에 사용될 것이고, 66.7%인 200조6,000억원은 전투력증강에 사용될 것이다. 첨단군사장비반입에는 경항공모함 건조, 핵추진잠수함 건조, 각종 미사일 증강배치, 초소형 정찰위성 발사, 무인전투체계 도입 등이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군사장비반입은 북을 자극하여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된다.

 

2) 2020년 11월 11일 서욱 국방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서 “한미연합훈련은 대한민국의 안전을 확보하고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요소”라고 지적하면서 “한미가 긴밀히 공조해서 연습에 대한 것을 가속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2021년 3월 초에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한국군이 미국군의 지휘를 받으며 실시하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은 북을 자극하여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된다. 

 

3)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021년 1월 4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보건의료, 기후변화, 재해재난 등에 대처하는 대북지원사업, 식량과 비료를 보내주는 대북지원사업, 그리고 북의 철도와 도로를 현대화하는 대북협력사업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를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최우선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군사적 긴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의 근본문제를 외면하고 비본질적인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은 북에게 불신을 안겨주고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20년 12월 28일 서욱 국방장관이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대회의실에서 고위군사지휘관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이다. 그는 2020년 11월 11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서 2021년에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강행하는 대북전쟁연습은북을 자극하고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된다.  


 

3. 선대선은 없고 강대강만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적한 미국의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조선에 대한 적대의식을 뜻한다. 이런 지적은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가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또한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미국을 “조선혁명의 기본장애물”이며, “최대의 주적”이며, “전쟁괴수”라고 규정하였다. 이런 규정은 미국을 협상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조미정상회담이나 조미고위급회담에 대한 기대를 접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말했지만, 미국의 대조선정책의 본심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을 보면,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조미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조미협상이 재개되지 않으면, 조미대결이 재개될 가능성만 남게 된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언명했는데, 이것은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면 조선도 강경하게 대응하고, 미국이 선의로 대하면 조선도 선의로 대할 것이라는 뜻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불법무도하게 날뛰는 적대세력들과 강권을 휘두르는 대국들에 대하여서는 강대강으로 맞서는 전략을 일관하게 견지하여야 한다”고 단언한 것을 보면, 앞으로 조선은 선대선으로 대하는 대미전략이 아니라 강대강으로 맞서는 대미전략을 추진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강대강으로 맞서는 대미전략을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킨다”는 뜻으로 설명했다. 이것은 미국을 대미협상으로 끌어내 외교력으로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라, 반미대결전으로 끌어내 군사력으로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는 뜻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분별없는 군비증강으로 국제적인 힘의 균형이 파괴되고 있는 실정에서 이 땅에서 전쟁접경과 완화, 대화와 긴장의 악순환을 영원히 해소하고 적대세력들의 위협과 공갈이라는 말 자체가 종식될 때까지 나라의 군사적 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요즈음 미국은 로씨야와 체결한 군사협정에서 탈퇴하고, 군비증강에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덩달아 일본도 군사예산을 전례 없이 대폭 증액했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한국의 군사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중국과 로씨야도 각각 군사예산을 증액했다. 조선이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2021년 1월 20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앞마당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취임식이 진행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우익세력이 대선결과를 부정하면서 의회난입사건을 일으켰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취임식은 주방위군과 경찰병력의 삼엄한 경비 속에 비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우익세력이 무장폭동이나 테러를 감행할 위험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에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세력의 지속적인 도전을 받으며정치적 불안정을 느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바이든은 조미정상회담에 무관심하고, 대북혐오감을 가지고 있으며, 조선의 핵무력을 일방적으로 제거하려는 비현실적인 생각에 빠져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대결과 충돌을 불러올 것으로예상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4. 당규약에 명시된 새로운 조국통일강령 

 

2021년 1월 10일 <로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조선로동당의 당면과업을 다음과 같이 수정, 보충했다고 한다.

 

1) “사회주의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 사회주의제도적 우월성을 더욱 공고발양시키면서 사회주의완전승리를 앞당기며 공화국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할 데 대한 내용을 보충하였다”는 것이다.

2) “해외동포들의 민주주의적 민족권리와 리익을 옹호보장하고 그들을 애국애족의 기치 아래 굳게 묶어세우며 민족적 자존심과 애국적 열의를 불러일으킬 데 대한 내용을 새로 명기하였다”는 것이다.

3)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하여 명백히 밝히였다”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내용 중에서 조국통일강령과 관련된 것은 세 번째로 서술된 내용이다. 2021년 1월 10일 <로동신문>은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을 개정한 것은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하여 조선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하고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립장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 원문이 북측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개정된 조국통일강령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2012년 4차 당대표자회에서 개정된 당규약 서문과 비교, 고찰하면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다.

 

2012년 4차 당대표자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것이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은 1972년 평양에서 채택된 7.4남북공동성명에 명시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이다. 7.4남북공동성명에 명시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자주통일의 원칙 -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평화통일의 원칙 -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해야 한다.”

민족대단결의 원칙 - “사상과 리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에는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한다는 새로운 내용이 들어갔다.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한다는 말은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로동당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에서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정책적 의사를 천명한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총비서가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연단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에는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한다는 새로운 내용이 들어갔다. 이것은 통일전쟁을 의미하는 말이다. 조선로동당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에서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정책적 의사를 천명했다.  

 

돌이켜보면, 김정은 총비서는 2016년 5월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는 데는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였는데, 이것은 북이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할 것인가 아니면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왔음을 말해준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북은 반북대결과 흡수통합을 주장하던 박근혜 정부가 촛불투쟁으로 물러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새로 들어선 정부에 한때 기대를 걸었었다. 그런 기대가 무르익던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이 연속 세 차례나 성사되자, 북은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할 새로운 국면이 혹시 열릴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가느다란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2019년이 지나도록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합의사항에 역행하는 일만 골라서 했다. 북이 2018년에 가졌던 가느다란 희망은 2019년에 실망으로 바뀌었고, 2020년의 남북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밀려갔다. 2020년에 일어난 파국은 다음과 같다.   

 

2020년 6월 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대북전단살포를 감행하는 탈북자들의 반북모략행위를 묵인해주는 문재인 정부에게 강한 경고를 보냈고, 2020년 6월 16일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또한 2020년 6월 1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대남군사행동계획을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고, 6월 19일에는 “평양 시안의 청년학생들과 근로자들이 천추에 용납 못할 쓰레기들의 망동짓(탈북자들의 대북전단살포를 뜻함-옮긴이)과 그를 묵인하고도 구차한 변명만을 일삼는 남조선 당국(문재인 정부를 뜻함-옮긴이)에 준엄한 심판을 내리기 위한 보복성전에 떨쳐나설 결의를 다지고 있다”는 북측 보도기사가 나왔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20년 6월 23일에 진행된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제출한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한 이유는 당시 외부에서 알 수 없었지만,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대남군사행동계획은 한국군에 대한 선제타격계획인데, 조선인민군이 대남군사행동계획에 따라 한국군을 선제타격하면, 무력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그 전쟁은 곧 통일전쟁이다. 그런데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중대한 정치문제(통일전쟁문제)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정치문제를 결정하는 최고지도기관이 아니라 군사문제를 결정하는 최고지도기관이다. 통일전쟁에 관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최고지도기관은 조선로동당 정치국이다. 조선로동당 정치국이 그런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려면, 당규약을 개정해야 한다.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기존 조국통일강령을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새로운 조국통일강령으로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당규약은 당대회에서 개정해야 하므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20년 6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제출한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고,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을 개정할 8차 당대회가 2021년 1월에 소집될 까지 6개월 동안 기다렸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6년 5월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만일 남조선당국이 천만부당한 <제도통일>을 고집하면서 끝끝내 전쟁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는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반통일세력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며 겨레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성취할 것”이라고 언명하였는데, 이번 8차 당대회에서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새로운 조국통일강령이 당규약 서문에 들어갔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지금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흡수통합야망을 버리지 않고 한미합동전쟁연습과 군비증강에 전력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적 방법으로는 통일을 실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새로운 조국통일강령이 당규약에 명시된 이유다.

 

 

5. 미국에게 전황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조선로동당 당규약에는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군국주의의 재침책동을 짓부신다”고 명시되었는데, 이것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경로가 아니라 반미자주화를 실현하는 경로를 제시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화국남반부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는” 군사행동은 통일전쟁이 아니라 대미전쟁인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대미전쟁과 통일전쟁은 전쟁의 대상, 전쟁의 성격, 전쟁의 전략에서 서로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미전쟁의 대상은 미국이고, 통일전쟁의 대상은 남측의 반통일정권이다. 또한 대미전쟁의 성격은 국제전이고, 통일전쟁의 성격은 내전이다. 대미전쟁의 전략은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으로 미국을 제압하여 전쟁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지만, 통일전쟁의 전략은 우리나라 영토에서 동족끼리 파괴, 살상하는 것을 극력 피하면서 전쟁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6.25전쟁은 전황을 오판한 미국이 무력개입을 감행하는 바람에 내전이 국제전으로 비화, 확전되어 남과 북에서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이 일어났는데, 지금 북이 말하는 통일전쟁은 그런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이 또 다시 되풀이되는 참혹한 전쟁이 아니다. 만일 통일전쟁에서 6.25전쟁처럼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이 되풀이된다면, 그런 참혹한 전쟁은 다시 해서도 안 될 것이고, 다시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미동맹체제와 주한미국군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조선인민군이 통일전쟁을 수행하면, 미국이 무력개입을 감행하여 내전이 국제전으로 비화되고, 통일전쟁이 대미전쟁으로 확전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조선이 절대로 원치 않는 일이다. 그래서 조선은 미국이 통일전쟁에 무력개입을 감행하지 못하게 만들 강력한 억지력을 반드시 가져야 했다. 그것이 바로 핵무력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의 핵무력은 통일전쟁에 대한 미국의 무력개입을 원천봉쇄하는 강력한 억지력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 국가의 핵무력은 (중략)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됩니다”라고 언명했던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2021년 1월 14일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이 진행되었다. 위의 사진은 그날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두 발씩 탑재한 발사대차들이 맨마지막 순서로 행진하는 장면이다. 가장 중요한 군사장비를 열병식의맨마지막 순서에 등장시키는 법이다.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그날 처음 공개되었는데, 전술핵탄두가 장착되는 매우 위력적인 전술핵무기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8차당대회에서 핵무력을 고도로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 조선의 군수공업부문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의 핵무력고도화계획에 따라 다종다양한 신형 핵무기들을 계속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조선에게 비핵화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이 6.25전쟁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또 다시 전황을 오판하여 통일전쟁에 대한 무력개입을 감행할 위험성은 매우 높다. 조선은 그런 위험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조선은 통일전쟁에 대한 미국의 무력개입을 완전히, 철저하게 봉쇄하여 그런 우려를 해소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려면 조선은 미국에게 전황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을 만큼 핵무력을 고도로 강화해야 한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핵무력을 고도로 강화하는 계획을 밝힌 것은 미국에게 전황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을 만큼 핵무력을 고도로 강화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이번 8차 당대회 기념열병식에는 미국에게 전황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을 만큼 고도로 강화된 두 종류의 신형 핵무기가 등장하여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그 두 종류의 신형 핵무기에 대해서, 그리고 이번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된 핵무력을 고도로 강화하는 계획에 대해서는 다음 주 월요일에 발표할 글에서 논할 것이다.) 

 

조선이 우리나라 영토에서 동족끼리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을 가하는 것을 피하면서 통일전쟁을 수행하려면, 결정적인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통일전쟁을 수행할 결정적인 시기는 군사분계선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시기 또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에 돌입하여 미국군이 페르시아만으로 몰려들거나 중국이 대만통일전쟁에 돌입하여 미국군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로 몰려드는 시기 등이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은 그런 결정적인 시기가 오면 지체 없이 개전하여 기발한 전법과 우세한 화력으로 조국통일대전을 72시간 만에 신속히 결속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하려면 조선인민군의 정밀타격전, 고속기동전, 후방침투전, 산악전, 전자교란전 등 작전능력을 더욱 고도화하여야 하고,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전쟁결정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지난번 당창건 75주년 열병식과 이번 8차 당대회 기념열병식에서 거듭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조선인민군의 부대편제와 무기체계는 그들의 작전능력이 고도로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서는 개전문제를 1시간 안에 결정할 신속한 의사결정구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당중앙군사위원회는 토의문제의 성격에 따라 회의성립비률에 관계없이 필요한 성원들만 참가시키고 소집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새로 보충함으로써 긴박하게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토의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실천적 담보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우리 민족 8천만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가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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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들’ 위한 정치적 결단 해야 할 때다

등록 :2021-01-17 09:02수정 :2021-01-17 09:58
 

[토요판] 기획
예견된 비극, 아동학대

‘사랑의 매’라고 포장한 폭력
63년 만에 ‘친권자 징계권’ 삭제
처벌·분리·가해자 신상공개 답일까

생존자 삶의 질 고려 없는 대책 급조
살아남은 정인이들은 ‘문제아’ 취급
문제의 해법은 아무도 모르는 상태

영국 2년간 ‘클림비 보고서’ 작성
4년9개월 만에 아동보호체계 개혁
아동돌봄 국가책임 분명히 해야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 놓인 추모 화환. 검찰은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 장아무개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 놓인 추모 화환. 검찰은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 장아무개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정인이를 잃고 한국 사회는 깊은 죄책감과 분노에 빠졌다. 정부와 정치권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제도를 손질했다. 그러나 분노가 부족해서, 내놓은 대책이 없어서 수많은 ‘정인이들’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또 그렇게 넘어간다면 우리는 또다시 정인이를 잃을 것이고, 학대당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계속 비참할 것이다. 아동학대 문제를 고민하고 개입해온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장하나 전 의원의 글을 싣는다.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이름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지난 2일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양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을 보도한 이후, 세상이 정인이를 부르짖고 있지만 그것은 한 아이의 이름이 아니다. 그렇게 죽어선 안 될 이름들, 살릴 수 있었던 이름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모든 이름들을 우리는 목놓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임시국회 마지막날이던 지난 8일, 국회는 친권자의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제915조를 1958년 민법 제정 후 63년 만에 삭제했다. 우리는 자신의 이름과 생전 모습까지 다 내어주고 떠난 16개월 정인이에게 큰 빚을 지고 말았다. 그러나 방송 일주일 만에 아동학대 관련 법안 23건을 쏟아내는 국회, 종합대책을 더 빨리 내놓으려 경쟁하는 여야의 모습에서 참을 수 없는 정치의 가벼움을 재확인한다.처벌을 강화하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면,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하면, 법원에 쇄도한 진정서대로 살인죄를 적용하면, 우리는 정인이를 살릴 수 있을까? 정인이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을까?
급조된 대책…우리는 ‘정인이들’을 지켜낼 수 있나
2020년 6월 천안, 초등학교 3학년 정인이는 가로 44㎝, 세로 60㎝, 너비 23㎝ 크기의 여행가방 안에서 13시간 이상 감금·구타당한 끝에 사망했다. 그 아이도 살릴 수 있었다. 그해 5월5일 정인이는 머리에 약 2.5㎝ 열상을 입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온몸의 멍 자국을 의심한 병원 측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친부와 계모로부터 지속적인 학대 사실에 대해 자백받았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가해자들의 말만 믿고 아이를 구조하지 않았다. 검찰은 계모에게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9월16일 1심 법원은 징역 22년을 선고했다.그리고 10월13일 양천 사건이 벌어졌다. 법원이 22년 대신 종신형을 선고했다면, 계모의 신상을 공개했다면, 양천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까? 법으로 정한 신상공개는 아니었지만 에스엔에스(SNS)상에서 계모와 그 친자녀 두 명의 신상이 공공연히 유포되었다. 하지만 ‘대중에 의한 단죄’ 그 이상의 의미나 범죄 예방 효과는 없었다.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가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4일 오후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와 꽃, 인형 등이 놓여 있다. 양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가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4일 오후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와 꽃, 인형 등이 놓여 있다. 양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9년 9월 인천, 5살 정인이는 손발이 뒤로 묶여 몸이 활처럼 휜 상태로 계부의 목검으로 100여차례 구타당하고 24시간가량 방치된 끝에 사망했다. 작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은 계부에게 살인 등 죄목으로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인천의 정인이도 살 수 있었다. 계부는 이미 2017년 1월 아동학대로 기소되어 2018년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정인이는 보육원에서 2년 이상 생활했지만 원가정 복귀 후 한 달도 안 돼서 집행유예 중인 계부에게 살해된 것이다. 인천의 정인이는 ‘분리’를 통해 2년 더 살았지만 정인이의 삶은 6년을 넘기지는 못했다.양천 사건 직후,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적극적인 분리 보호’ 대책을 발표했고 12월2일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12조에 따른 응급조치(72시간 이내) 제도가 있지만 현장의 소극적인 대처가 문제시되자 ‘2회 신고 시 응급조치 실시’ 규정을 신설하고, 또한 1년 이내 2회 신고 시 아동복지법 제15조에 따른 보호조치(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아동복지시설 입소 등)를 적극 시행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법을 개정하면 마치 이전에는 법 제도가 미비해서 분리 보호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현장 인력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인력을 교체하거나 교육하는 대신 ‘2회 신고 시 분리’라는 엉뚱한 대책이 나왔다. 분리조치는 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다. 이 문제를 이렇게 기계적으로, 전문성이 의심되는 현장 인력에게 맡기는 것 자체가 정부의 무관심, 무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그리고 2년 넘는 보육원 생활 끝에 원가정 복귀 후 사망한 인천의 5살 정인이에게 정부 대책은 아무런 답이 되지 못한다. 실로 무책임하다.2020년 1월 여주, 계모는 언어장애가 있는 9살 정인이를 베란다 찬물 욕조에 장시간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 여주의 정인이는 2016년 두 차례의 아동학대 신고에 의해 무려 33개월 동안 원가정에서 분리 보호됐지만, 친부 요청으로 가정 복귀 후 사망했다.2019년 1월 의정부, 4살 정인이는 바지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친모에게 구타당하고 화장실에 장시간 감금되어 사망했다. 정인이는 언니, 오빠와 함께 2018년 5월까지 1년간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했지만 가정 복귀 후 1년도 안 돼 죽음에 이르렀다.‘분리’를 대책으로 내세우려면 분리 이후의 전 과정을 살펴야 했다. 쉼터 이후의 삶에 대해서 과연 누가 고민을 했나?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양천의 16개월 정인이는 세 차례의 신고에도 가해자와 분리되지 않았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어떤가? 만약 분리조치를 했다면 정인이는 살 수 있었을까?‘2019년 아동보호전문기관 업무수행지침’에는 피해 아동에 대한 분리보호 시 ‘조속한 시일 내 아동이 안전한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가정 복귀 시 업무 절차는 ‘아동의 가정 복귀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데 16개월 정인이의 의사 확인은 어렵고, 다음이 가정환경 조사인데 △보호자가 피해 아동의 양육을 원하는지 여부 △문제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 및 해소 여부 등 현장 인력의 판단이 절대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가정환경조사 서식에는 보호자의 거주 상태, 소득, 국민기초생활수급권 여부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어서, 정인이의 양부모가 ‘반성한다, 양육을 원한다’고 말하면 가정으로 복귀됐을 확률이 매우 높다.그래도 만약에 양천의 정인이가 살 수 있었다면, 잘 살 수 있었을까? 생존 자체도 중요하지만, 아동학대 생존자들의 삶의 질은 온전히 ‘살아남은 자의 몫’으로 떠넘기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다. 작년 5월 경남 창녕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정인이는 친모와 계부의 잔혹한 학대, 목에 채워진 쇠사슬과 불에 달군 젓가락으로부터 탈출했다. 창녕의 정인이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거리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움직이는청소년센터 엑시트’는 아동학대 생존자들과 일상적으로 조우한다. 엑시트의 윤경 활동가에게 ‘분리조치를 통해 양천의 정인이가 살 수 있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의견을 물었다. “잘 살아남았을 것이라 장담하기가 어렵습니다. 엑시트에서 만나는 학대 피해 생존자들은 학대 가해자로부터 탈출한 지 수년이 지나도 그리 잘 살고 있지 않습니다. 학대 판정을 받고 시설로 옮겨졌지만 그곳에서도 폭력적인 경험을 했거나, 시설이 아닌 거리로 나섰지만 거리 역시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존중받는 경험과 신뢰에 기반한 돌봄의 부재 그리고 신체적·심리적 폭력의 경험은 아주 오래도록 생존자들을 괴롭힙니다. 학대 초기에 학대를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대응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학대가 발생한다면 피해자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사회적 지원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남은 피해 아동이 정말 살아남을 수 있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정작 살아남은 정인이들을 문제아·범죄자·낙오자 취급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정인이를 보아야 한다.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의 첫 재판을 이틀 앞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정문 인근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화환의 리본을 고정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의 첫 재판을 이틀 앞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정문 인근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화환의 리본을 고정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클림비를 잃은 영국의 교훈
대중의 이목이 가해자 처벌에 집중될수록, 고장난 아동보호 체계의 문제는 은폐된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작년 8월 천안시장, 천안서북경찰서장,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 등 관계기관장들을 아동복지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책임자 처벌도 근본 대책은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엑시트, 민변 아동위원회, 국제아동인권센터 등 아동학대 문제를 천착해온 공익활동가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아무도 모른다.’ 아동학대 사건은 수없이 다룬 전문가들도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2000년 2월 영국에서 9살 빅토리아 클림비가 친척의 지속된 학대로 사망했다. 그의 작은 주검에 밧줄로 묶고 담뱃불로 지져 생긴 128개의 상흔이 남아 있었고 영국 사회는 분노했다. 이에 영국 정부와 의회는 독립적인 법정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2년간 380만파운드(약 56억원)를 투입해 400쪽 분량의 ‘클림비 보고서’를 작성한다. 2003년 1월 발간된 보고서는 약 27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클림비의 삶과 죽음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108개의 정책 제언을 담았다. 같은 해 9월 재무장관은 클림비 보고서의 제언을 충실히 반영한 100쪽짜리 녹서(그린 페이퍼) <모든 아동은 중요하다>(Every Child Matters)를 의회에 제출했고, 2004년 11월 영국 의회는 녹서를 실현하기 위해 ‘2004년 아동법’(Children Act 2004)을 통과시켰다. 클림비의 죽음으로부터 4년9개월 만에 영국은 아동보호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혁한다.영국은 왜 클림비 보고서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였을까? 2000년의 영국도 답을 몰랐던 것이다. 대증적인 조치로는 아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진실을 영국 정부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클림비 보고서는 학술적 목적이 아니라, 마치 코로나19 백신처럼 철저히 실용적인 목적으로 ‘피해 아동을 살리기 위해’ 쓰였다. 지름길은 없다.한국에서도 두 번의 진상조사가 있었다. 2013년 10월 발생한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2016년 7월과 9월에 각각 발생한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다.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학자, 변호사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간조사위원회 형식이었다. 이 두 보고서는 한국판 클림비 보고서로 불렸지만 클림비 보고서처럼 현실 세계를 바꾸진 못했다. 대구·포천 사건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소라미 교수는 말한다. “양천 사건과 유사한 사건으로, 2016년 만 4살의 입양 아동이 입양된 지 7개월 만에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입양 제도와 학대 대응 체계 곳곳에서 발생한 누수가 누적된 결과였다. 민간의 힘으로 입양 절차와 학대 대응 시스템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약 1년에 걸쳐 준비한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했으나, 국회와 정부는 소극적으로 응대했다. 결국 법안은 20대 국회가 폐회되며 함께 자동 폐기되었다. 진상조사를 민간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한계이다.” 2016년 7월 예비 양부의 학대로 이미 뇌사 상태에 빠진, 대구의 4살 정인이의 친권을 서울가정법원이 가해자에게 넘긴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지만, 입양특례법은 바뀌지 않았다.지난 2일 양천 사건이 방송을 타고 정치권이 분주하다. 늘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 특별법’을 제안한다. 일주일 만에 만드는 말장난 같은 대책 말고, 전문가들에게 욕먹는 대책 말고, ‘정인이’들 앞에 떳떳한 대책을 만들자. 처벌, 분리, 시설보호…. 이런 것들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조치일 뿐, 생존자에겐 돌봄이 필요하다. 정인이를 구조한 다음엔 어쩔 셈인가? 정인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공적 돌봄 체계를 만들려면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돌봄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돌봄에는 돈, 시간, 신뢰가 필요하다. 이 문제의 본질은 ‘국가가 개입(분리)해서 살릴 수 있었다’가 아니라 ‘국가가 방임했다. 돌봄의 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것이다.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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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사회주의 경제, '자력갱생'으로 성공할까?

  • 기자명 김장호 기자
  •  
  •  승인 2021.01.16 10:07
  •  
  •  댓글 0
 
 
 

[연재]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2) 사회주의 경제건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구호로 든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가 8일(5~12)만에 폐회를 선언했다. 김정은 총비서의 개회사, 사업총화, 결론, 폐회사 등을 통해 당8차대회를 분석해 연재한다. [편집자]

(1) 7차와 8차사이 - ‘선군 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로 바꿨나?
(2) 사회주의 경제 전략
(3) 남북관계와 통일 전략
(4) 북미관계와 대외 노선
(5) 당규약 개정과 인선
(6) 김정은 총비서의 ‘결론’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조선노동당은 지난 7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총화하고 새로운 5개년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했다. 과연 지난 5개년 계획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새로운 5개년계획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미진했으나 자신하는 이유

지난 5개년 계획에 대한 북의 평가는 간단하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은 “엄청나게 미달했다”이다. 그러나 평가를 조직하는 과정은 더 엄청나다. 8차 당대회를 준비할 때, 비상설 검열위원회를 조직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전당적으로 “빠개놓고 투시”보았다고 한다. 남측언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실패를 자인”했다고 요란을 떨고 있을 때, 북은 남을 탓하거나 조건을 탓하고 정치공방을 벌인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주체”에서 찾고 “주체의 힘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전당적, 전국가적 평가를 조직해서 7천 명이 집결한 당대회에서 공유했다.

경제건설에 대한 평가의 핵심은 <자강>으로 일관되어 있다. 
원래 목표에는 미달했지만, 지난 5년동안 “자체의 힘으로 경제발전을 지속시켜나갈수 있는 소중한 밑천이 마련”되었고, “우리 식 사회주의의 존립의 물질적기초이고 생명선인 자립적민족경제, 사회주의경제의 기틀을 견지하고 그 명맥을 고수”했다고 평가한다.
자립적 민족경제, 사회주의 경제의 기틀을 유지한 정도가 뭐 그리 대단한 성과라는 것일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만약 남측 경제가 아무 것도 수입할 수도, 수출할 수도 없는 조건에서 장기간 제재와 봉쇄에 시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사고실험을 해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사실 이쯤되면 북은 무슨 개혁개방이니, 외자유치니, 시장경제니 하면서 경제문제를 풀기 위하여 다른 경제전략으로 전향을 해도 몇 번은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지난 총결기간(7차 당대회 이후 5년 기간) 경제건설 평가를 보면 오히려 자력갱생 입장이 더욱 투철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지난 시기 경제성과들은 “자체의 힘을 부단히 증대시키기 위한 지난 5년간의 투쟁에서 이룩한 성과들”이고, “장기간의 극악한 제재봉쇄와 혹심한 재난속에서 자력으로 이루어낸 것”이며, “평온한 시기의 경제건설수자에 비할수 없는 몇십배의 강력한 분발력, 발전력의 결실”로서, “난관을 뚫고 축적한 자강의 억센 힘”이 가져온 성과라고 자평하고 있다.

▲ 평양의 야경
▲ 평양의 야경

실제로 북은 제재와 봉쇄속에서도 5년 총결기간 동안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지난 2018년 방북했던 인사들은 “평양이 천지개혁”하였다고 전했다. 사업총화보고서도 건설부문에서 큰 성과들이 나오고 “나라의 면모가 일신”되었다고 평가한다. 남측에서도 이미 보도로 많이 알려진 여명거리, 마식령 스키장, 삼지연시, 증평남새농장 등 엄청난 성과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농업부문에서 “알곡생산령아 전례없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휴대폰을 들고 대형마트를 찾는 평양시민을 보는 것은 이제 낯익은 풍경에 속한다.

그럼에도 북은 이번 당대회에서 지난 5개년 경제건설을 매우 엄정하게 평가했는데 그 지점은 3가지이다.
첫째는 지난 5개년 계획을 과학적 타산없이 주관적으로 너무 높게 잡았다고 비판했다. 목표달성 미진에는 원래 달성할 수 있었던 것보다 너무 과하게 높게잡은 잡은 계획에도 원인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북미협상이 노딜로 끝나고 제재가 지속되는 조건, 연이은 수해, 코로나 상황 등을 감안하면, 수치적 목표달성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세계경제도 장기저성장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편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과학기술이 실제로 경제건설을 견인하는 기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정보지식경제가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선행 과학기술연구가 중요하고, 이를 생산에 도입하는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군수공업의 과학기술적 성과를 민수로 돌리는 과정도 단순하지는 않다. 또한 부족한데 수입할 수도 없는 장비와 시설, 원재료 등을 모두 자체 과학기술력로 자립화, 국산화해서 경제성장으로 연결하는 공정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8차 당대회는 바로 이 지점에 대한 시행착오와 부족점을 포착하고 평가지점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불합리한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를 정비보강하는 사업에서 진척이 더디다는 비판이다. 그리고 이러한 낡은 관점과 무책임, 무능을 그대로 두고서는 전진할 수 없다는 강력한 질타가 나오고 있다. 결국 경제도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전체 경제사상사업, 경제지도사업, 경제사업체계, 방식, 작풍 등에서 발생한 결함들로 인하여 무궁무진한 내부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이렇게 조선노동당은 지난 5개년 목표에는 수치적으로 미진했다고 평가하고는 있지만 자신들이 처한 조건, 내부의 결함 등에 대해서는 매우 확신성 있게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문제를 잘 던지면 문제 속에 이미 해답있다는 것처럼 이번 경제건설평가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조선노동당이 경제문제설정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가짜뉴스를 양산하게 된다.

▲ 순천비날론 공장
▲ 순천비날론 공장

금속과 화학에 집중

8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경제전선의 주타격방향을 바로 정하고 여기에 힘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중심과업은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경제발전의 관건적고리로 틀어쥐고 기간공업부문들사이의 유기적련계를 강화하여 실제적인 경제활성화를 추동하며 농업부문의 물질기술적토대를 향상시키고 경공업부문에서 원료의 국산화비중을 높여 인민생활을 한계단 올려세우는것입니다“

이 한 문장에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무엇보다 금속과 화학에 집중한다. 
그 이유는 이른 바 주체철, 주체비료, 주체섬유 비날론, 즉 주체경제의 중핵이 바로 금속과 화학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전력, 석탄, 철도운수 등 선행부문이 경제발전의 전초선으로 정비되어야 경제의 쌍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금속과 화학이 힘을 쓸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경제 선행부문의 정비가 일정하게 된 조건에서도 경제발전의 잠재력이 극대화되지 못하는 것은 금속과 화학이 약한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속분야에서는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된 주체철의 양산체제를 더욱 확대정비하는 문제이고, 화학공업의 국산촉매개발과 화학제품생산의 양질적 확대가 경공업 원자재 국산화의 성패로 연결되는 문제이다.

다음으로 기간공업부문들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한다.
사회주의 경제법칙에는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높은 경제발전속도의 법칙과 더불어 경제부문사이의 통일적 균형의 법칙이 있다. 이것은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의 통일적 지도를 통해 달성된다. 그래서 전체 경제에서 기계장비는 원만한데 철강재가 부족하다거나 하는 양적 불균형이나 통신기계부문은 강한데 통신설비는 약하다거나 하는 식의 질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경제의 균형과 연관을 잡아가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기간공업부문의 유기적 연계문제는 자립적 민족경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활성화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농업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강화하고 경공업 원료자재의 국산화, 재자원화하여 인민생활을 향상한다.
새로운 5개년 계획은 향후 5년 안에 알곡생산목표를 무조건 수행하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식량문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끔 하겠다는 결심으로 보인다. 국가의무수매계획도 2019년도수준을 보장하겠다고 하였다. 국가차원에서 식량공급을 정상적으로 하겠다는 자신감의 반영이다.
경공업에서는 원료, 자재의 국산화, 재자원화가 중심고리이다. 재자원화가 국산화와 동급으로 취급된다. 코로나19이후 곡물파동징후나 비대면배달산업으로 인한 생필품 쓰레기가 중요한 환경문제로 등장하는 조건이다. 향후 5년 안에 식량자급과 생필품원료의 국산화와 재자원화가 상당수준에서 달성된다면 북의 인민생활에서는 다시 한 번 커다란 전환이 올 것이고 그 파장도 클 것이다.

▲ 2020년 북 수해복구 마을
▲ 2020년 북 수해복구 마을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주요 특징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의 <성격>은 정비전략, 보강전략이다. 이러한 성격은 ”어떤 외부적영향에도 흔들림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정상궤도에 올려세우는 것“이라는 5개년 계획의 <목적>과 연결된다.
다시 말해 금속, 화학을 중심으로 기간산업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과정을 정비, 보강전략이라고 한 것이고, 이러한 토대가 갖추어지면 어떤 외부적 영향하에서도 흔들림없이 경제가 돌아가며, 새로운 고도성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타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새로운 5개년 계획의 <목표>가 <지속적인 경제상승>과 <인민생활의 뚜렷한 개선향상>에 두고 있다는 점과도 부합된다.

이번 새로운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시,군,농촌 균형발전계획이다. 특히 지난번 수해복구과정에서 검덕지구 광산도시 건설과정이 크게 영향을 주고 최도지도자의 미룰 수 없는 중대결심으로 확정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건설, 시군 농촌건설에서 중요한 것은 자체발전에 국가적 지원을 결합시키고, 특색있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5개년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5개년계획은 현실적 달성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고려하고, 국가경제의 자립적구조를 완비하고 수입의존도를 낮추며 인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요구를 반영하여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계획자체만 놓고 보아도 실현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더 깊이 따져볼 것은 어떤 힘으로 밀고 나가려고 하는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는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다. 그리고 그 자력갱생은 ‘국가적인 자력갱생’, ‘계획적인 자력갱생’, ‘과학적인 자력갱생’이라고 주창하였다. 

흔히 자력갱생하면 생산력이 매우 취약한 고립적인 농촌경제를 상상하며, 현대경제에는 적용하기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자력갱생하면 내핍경제, 버티기경제에 불과하지 흥하는 경제, 부국번영의 경제전략으로는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몇 가지 점에서 자력갱생 문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우선 그 의미 면에서 보면 표현이 좀 낯설어서 그렇지 사실 거품을 제거하고 내실이 튼튼한 경제를 하자는 것이고, 일부 가정경제나 지방경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계획을 가지고 현대지식경제수준에서 자립경제를 실현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적인 부국번영전략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력갱생을 국가적, 계획적, 과학적으로 진행한다면, 그리고 일방적으로 강요된 경제와 달리 자체의 주동적인 전략으로 밀고나간다면 그 실현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고 할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에는 오히려 자립경제노선이 재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고난의 길을 걸어왔던 자력갱생 경제노선이 이제는 빛을 보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8차 당대회는 새로운 경제계획 성공의 전제로 내각이 나라의 경제사령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경제관리를 결정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과학기술의 힘으로 생산정상화와 개건현대화, 원료, 자재의 국산화를 적극 추동하면서 대외경제활동을 자립경제의 토대와 잠재력을 보완, 보강하는데로 지향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8차 당대회 마지막날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3대 정신을 강조했다. 
결국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제1국력이라고 말하는 일심단결의 힘으로 자력갱생전략에 입각하여 인민생활 향상을 지향하며 완강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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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 2021-01-16 13:07:00
수정 2021-01-16 1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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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음 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1.01.16.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음 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1.01.16.ⓒ사진 = 보건복지부/뉴시스  
 
정부가 설 연휴기간 철도 좌석을 50%로 제한하는 등 특별방역대책을 실시한다. 지역 간 이동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18일부터 수도권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은 일부 업종에 한해 완화되고, 전국 카페의 경우 식당과 마찬가지로 매장 내 취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6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설 연휴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다음달 2일부터 14일까지 2주간을 설 특별방역대책 기간으로 지정했다.

연휴기간 이동량을 줄이기 위해 철도는 창가 측 좌석만 판매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유료화를 검토한다. 휴게소는 밀집방지를 위해 혼잡안내시스템을 운영하는 한편, 실내 취식을 금지할 예정이다.

 

온라인 성묘 서비스는 18일부터 제공한다. 봉안시설의 경우, 명절 전후 5주간 시간대별로 사전예약제를 운영하고, 제례실과 유가족 휴게실은 폐쇄한다.

고궁과 박물관 등도 사전예약제를 실시하고 수용 가능 인원의 30% 수준으로 이용인원이 제한된다.

정부는 연휴기간 방역 체계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비상대응체계를 운영한다.

1339콜센터는 24시간 대국민 상담과 안내를 유지한다. 선별진료소와 감염병 전담 병원 등의 진단검사와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응급실 등 비상진료체계도 차질 없이 운영할 방침이다. 해외 유입 차단을 위한 특별입국절차와 해외입국자 별도 운송을 지속하고, 자가격리자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과 긴급대응체계도 유지한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설 연휴까지 3차 유행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 잘못하면 부모님과 가족, 친지, 이웃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지금은 만남보다는 마음으로 함께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설에는 고향과 친지 방문, 여행을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방역을 우선하는 명절이 될 수 있도록 영상통화 등을 통해 안전하게 차례를 지내실 것을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서울역 경부선 승강장에 정차한 KTX 열차 내에 승객들이 창측 좌석에 앉아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철도(코레일)와 SR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모든 여객열차의 방역조치를 강화한다.  2020.12.08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서울역 경부선 승강장에 정차한 KTX 열차 내에 승객들이 창측 좌석에 앉아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철도(코레일)와 SR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모든 여객열차의 방역조치를 강화한다. 2020.12.08ⓒ김철수 기자

일부 수도권 다중이용시설 운영제한 완화…전국 카페는 매장 내 취식 허용

다중이용시설 운영제한은 일부 완화한다. 집단감염이 감소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의 생계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수도권 집합금지 업종은 유흥시설을 제외하고 모두 집합금지를 해제한다. 실내체육시설·학원·노래연습장·스탠딩공연장·방문판매업 등이 해당된다. 클럽과 단란주점 등 유흥시설 5종과 홀덤펍은 2단계부터 집합금지 조치가 적용되는 시설이기에 이번 수도권 집합금지 완화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이들 업종은 신고면적 8㎡당 1명으로 이용인원을 제한해 밀집도를 낮춘다. 각 시설별로 이용 가능한 인원은 출입문 등에 게시해야 한다. 위험도가 높은 방문판매업은 16㎡당 1명으로 이용인원을 제한한다.

정부는 사람 간 2m 간격 유지를 권고하고 있는데, 이를 면적으로 치환하면 4㎡가 된다. 통상 다중이용시설 면적 40%는 사람 간 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신발장 등 공용 면적인 점을 고려해, 인원제한 기준을 8㎡로 설정했다.

집합금지가 해제되더라도 상시 마스크 착용과 음식 섭취 금지 등을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5인 이상 동반 입장과 모임도 금지된다.

세부 시설별 특성을 반영한 방역수칙도 마련했다. 가령, 노래연습장은 이용 후 소독을 실시하고 30분이 지나야 이용할 수 있다. 실내체육시설 중 격렬한 그룹 운동은 집합금지가 유지된다.

형평선 논란이 일었던 카페는 전국적으로 식당과 동일하게 매장 내 취식을 허용한다. 다만, 테이블과 좌석을 한 칸 띄어 좌석의 50%만 활용해야 하며,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와 칸막이 설치가 의무화된다.

전국 스키장의 부대시설도 집합금지가 해제된다. 스키장 내 식당과 카페에 대해서는 방역수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스키장에 대한 오후 9시 이후 운영중단과 셔틀버스 운행 중단 등은 유지한다.

다중이용시설 운영시간 제한을 현행 21시에서 22시로 늘리자는 요구가 있었으나,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거리두기 단계 수칙에 따라 수도권은 14종, 비수도권은 6종의 시설이 21시 이후 운영이 제한되고 있다.

중대본 관계자는 “밤 9 이후에는 2차 문화 등으로 추가적인 활동이 더 빈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대해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관리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거리두기 단계는 2주간 연장한다.

지난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516명으로, 아직 감소폭이 충분하지 않고 2단계 기준에도 미달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단계 하향은 주간 하루 평균 환자 수가 400명대로 진입하면 위험도를 평가해 검토할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도 2주간 연장한다.

권 1차장은 “지금의 고비만 잘 넘긴다면 예방접종과 치료제를 활용해 보다 효과적인 방역대응에 나설 수 있다”며 “설 특별방역대책이 종료되는 2월 중순까지 지금의 노력을 유지한다면 확실하게 3차 유행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대응 국면에 들어설 수 있으니 조금 더 함께 힘을 내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스타벅스 광화문우체국점에서 테이블과 의자들이 한곳에 쌓여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매장 내에서 음식과 음료 섭취를 할 수 없고, 포장과 배달 주문만 가능하다. 2020.08.31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스타벅스 광화문우체국점에서 테이블과 의자들이 한곳에 쌓여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매장 내에서 음식과 음료 섭취를 할 수 없고, 포장과 배달 주문만 가능하다. 2020.08.31ⓒ김철수 기자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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