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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없는’ 전기차의 역습…2030년 생산직 60%는 사라진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1/29 11:23
  • 수정일
    2021/01/29 11: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1-01-29 05:00수정 :2021-01-29 10:10

 

지난 21일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 투입을 저지하는 모습. 독자 제공
지난 21일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 투입을 저지하는 모습. 독자 제공
지난 한 해 전세계는 전기차 시대를 향한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앞다퉈 미래차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미래차의 등장과 함께 사회가 겪게 될 성장통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자동차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해체는 아직 펼쳐보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미래차가 우리 사회에 일으키고 있는 균열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 20일 낮 12시30분,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을 만들던 공정이 갑자기 멈춰섰다. 노동자들이 차체 투입을 가로막은 탓이다. 이들이 나선 이유는 전기차 핵심 부품의 외주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대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전기차 생산 계획을 확정짓고, 그 첫 타자로 아이오닉5를 시범 양산 중이다. 이대로라면 완성차 공장의 절반가량은 내연기관차와 함께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울산공장의 풍경은 전기차 시대에 자동차산업이 맞닥뜨리게 될 구조조정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여준다. 산업 패러다임 급변으로 기업들은 한편으론 신사업에 투자재원을 쏟아부으면서 다른 한편에선 원가절감에 어느 때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노조의 ‘고용 안정’ 요구에 확답을 줄곧 피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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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이미 시작된 현대차

28일 현대차 노사 양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에 해당하는 E-GMP(일렉트릭-글로벌 모듈러 플랫폼) 전기차의 PE(파워 일렉트로닉스) 모듈을 모두 부품 계열사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E-GMP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오는 3월 출시하는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모든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GMP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경우 현대모비스와 (그룹 바깥의) 다른 부품업체들을 경쟁시켜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현대차나 기아는 선택지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현재 현대차 공장의 절반가량은 완성차 조립, 나머지 절반은 주로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 생산을 맡는다. 전기차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후자는 점차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단체교섭 때 전기차 PE 모듈 물량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노조 집행부도 이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집행부 관계자는 “매번 임단협 때마다 성과급이나 챙기면서 이런 상황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이미 늦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는 사이 현대차는 이미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 매년 정년퇴직 인원만큼 공정을 대폭 없애는 작업이다. 회사는 이를 ‘공정개선’이라 부른다. 지난해 ‘개선’ 대상은 1041개 공정으로 모두 1572명분이다. 같은 해 정년퇴직 인원 1436명을 조금 넘는다. 1970명이 정년퇴직하는 올해는 1712명분의 공정이 없어질 전망이다.

인력 충원이 필요한 곳에는 신규 채용 대신 시니어 촉탁제로 대응하고 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한 뒤에도 최장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2019년 노사 합의로 도입됐다. 한 조합원은 “최대한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려는 회사와 정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고 싶은 고령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해 10월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현대차그룹 제공
“노사 모두 대책이 없다” 지적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맞물려 이뤄지는 비가역적 구조조정이란 측면에서 혼란은 더욱 심하다. 향후 노사분쟁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최근 울산1공장에서 빚어진 충돌이 대표적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조합원은 “백번 양보해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줄 수 없다면, PE 모듈과 서스펜션을 통합하는 프런트 섀시 모듈이라도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라며 “아이오닉5 공정을 중단시킨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총고용 보장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언급 자체를 꺼린다. 정년 보장이 아닌 ‘고용 보장’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10월 정의선 회장과 만나 “총고용 보장 합의서에 대한 믿음을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정 회장이 “고용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정규직 생산직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의 생산 물량을 대폭 줄이는 계획은 조만간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신규 채용을 사실상 ‘0’으로 둔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는 생산직의 40%만 회사에 남게 된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5만 조합원’의 현대차 노조도 옛말이 되는 셈이다.

현대차 고용안정위원회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안정위원회는 2019년부터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 생산직 재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 자문위원은 “현실적인 재배치 방안을 찾기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며 “기본적으로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인데 본사에서는 (고용안정위를) 형식적인 절차라고만 여기고 이대로 정리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짙다”고 말했다.

현대차 공장의 위축은 자동차산업 전반에서 변주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차 투자에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만큼 내연기관차 생산 쪽에서 원가를 줄여야 할 유인이 커지고 있어서다. 현대차 원가절감추진위원회는 2018~2025년 총 41조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올해 새로 수립했다. 기존 목표인 2018~2022년 34조5000억원에서 기간과 금액 모두 늘렸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노사 모두 단기 이익에만 골몰하는 데서 벗어나 미래 세대를 위해 자동차산업이 어떤 일자리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80948.html?_fr=mt1#csidx530523c12ebc1c1adb945376e2d6b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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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사법농단 판사’ 2명 중 임성근 탄핵만 추진하는 이유

법리적·정치적 다툼 소지 경계하고, 위헌성 확실한 임성근에 ‘탄핵 집중’ 방침

최지현, 남소연 기자
발행 2021-01-29 09:28:15
수정 2021-01-29 09:28:15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2021.01.28.
28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2021.01.28.ⓒ정의철 기자 /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사법농단 판사'로 지목돼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중 임 판사에 대해서만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에 매듭짓지 못한 '사법농단 판사' 탄핵 추진 여부를 논의했다. 그 결과에 대해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앞장서는 게 아니라 개별 의원들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허용'한다는 수준에 그치면서, 당 지도부가 '사법농단 판사' 탄핵에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당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애초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에서 판사 탄핵 움직임이 일고 있는 데 대해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탄핵을 추진했다가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당의 반발로 정국이 혼란해지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판사 탄핵에 결론을 내지 못했던 전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입장에서는 민생국회 고민이 많은데 (판사 탄핵까지 하려면)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논의 중에) 있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틀 연속으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판사 탄핵에 대한 찬성 의견이 다수 나오고 당 안팎의 지지 여론도 높은 만큼 당 지도부가 이를 완전히 외면하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진지한 검토 끝에 민주당 지도부는 '사법농단 판사' 2명 중 1명에 대해서만 탄핵소추 추진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판사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론이 '일하는 국회법'밖에 없다"며 "(나머지는) 당론이라고 명칭하고 추진하는 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당론으로 정해 의원 의사를 강제적으로 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사법농단 판사' 탄핵을 함께 추진해오던 박주민 의원도 이날 밤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들이 애를 쓰셨고, 지도부가 현명하게 결정해줬다"고 평가하면서 "마무리 과정도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판사 탄핵 여론을 일으킨 문제의 사건은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사법농단을 수사한 검찰 기록에는 이 사건 재판장이던 이동근 부장판사가 선고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던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선고 요지 초안문을 이메일로 보냈고, 임 판사는 '청와대가 싫어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유로 초안의 특정 표현과 문장을 고쳐 답신했다고 나와 있다.

임 판사는 답신에서 "허위사실은 명백하지만, 비방 목적이 없으니 무죄"라는 취지가 드러나는 방향으로 수정을 요구했고, 이 판사는 최종 선고문에 해당 부분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 중 임 판사의 죄가 탄핵에 이를 만큼 중하다고 민주당은 판단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초 이탄희 의원은 판사 2명의 탄핵소추를 준비했으나, 잘못이 현저한 임 판사만 소추하는 것으로 이 의원 스스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임 판사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를 위축시키기 위해 외신기자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해 판결문 수정을 요구하는 등 담당 판사의 재판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법원은 1심에서 임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판사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것은 판결문에서 6차례 언급했다"며 "더불어 2018년 법관대표자 회의는 그에 대한 탄핵소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수호해야 할 판사의 위헌적 행위를 묵과하고, 탄핵소추 요구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국회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며 "법원에서 위헌적 농단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희는 고심 끝에 탄핵소추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소추까지의 과정은 국회법에 따라 진행되고, 소추 이후의 과정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 당내 법률전문가 몇 분으로부터 이 판사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며 "그 제안 이 의원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우선 법관대표자 회의 결정문의 해석상 이 판사가 포함되느냐 여부에 대해선 다툼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일부 법률전문가는 (탄핵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고 의견을 개진했고 이 의원도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다고 받아들였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판사의 경우 임 판사보다) 잘못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것 또한 이 의원이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홍 원내대변인은 "의원들 가운데 여러 찬반 의견이 있는데, 조금 더 확실한 분을 (탄핵소추)하게 되면 좀 더 찬성하는 의원이 많아질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국회법 130조에 따르면 국회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늦어도 이달 안에 탄핵소추안 서명작업이 마무리돼야 다음 달 2일 첫 본회의에서 보고한 뒤 72시간째가 되는 5일에 탄핵소추안이 처리될 수 있다.

앞으로 '사법농단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던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의원 107명을 중심으로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판사 탄핵 요건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와 과반수 찬성이다.

만약 판사 탄핵이 끝내 불발될 경우 정치권 안팎에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탄핵소추가 될 경우에는 이후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하게 된다.

최지현,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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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와 강원도, 그리고 북조선

[단번도약, 북조선] 스위스가 보여주는 북조선의 미래

스위스 하면 알프스다. 알프스가 곧 최고의 자연 보배이자 최상의 자원 보고이다. 스위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6할이 곧장 알프스로 달려간다. 유럽에서도 가장 큰 산맥으로 유럽의 중앙부를 동서로 1200㎞나 가른다. 그 중 20% 남짓이 스위스에 자리하고 있다. 국토의 6할이 온통 알프스산인 것이다. 알프스 평균 고도가 1700m이니 스위스는 전형적인 산악 국가, 뫼의 나라다. 북위 45도에서 49도 사이,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보다도 더 북쪽에 터하고 있다. 위도도 높고 고도도 높은 고고(高高)한 나라이다.

 

쥐라 산맥도 있다. 넓이는 60㎞, 길이는 250㎞. 영토의 1할을 차지한다. 켈트어로 '숲'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레만호에서 라인강까지 굽이굽이 뻗어 있다. 프랑스 동부와 독일의 남부를 잇는 석회암 산맥이다. 평균 해발 700m, 알프스 못지않게 아름다운 아고산지대이다. <쥐라기 공원>으로 널리 알려진 쥐라기라는 개념이 바로 이곳에서 유래하였다. 과거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웅장한 알프스의 조산운동으로 쥐라까지 덤으로 솟아오른 것이다. 그래서 암모나이트 화석이 지금도 종종 발굴된다. 이 암석을 연구한 18세기 후반의 지질학자들이 '쥐라기'라는 명칭을 공식화한 것이다.

 

알프스와 쥐라, 양대 산맥을 겸하면서 스위스는 4000m가 넘는 산을 48좌나 보유하고 있다. 이 작은 나라에 드높은 봉우리가 경쟁적으로 솟아 있는 것이다. 알프스 최고봉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에 걸쳐있는 몽블랑(4810m)이고, 스위스 최고봉은 몬테로자(4634m)이다. 유명세로 치자면 으뜸은 마터호른이다. 하늘과 맞닿는 4478m, 3454m에 자리한 융프라우가 마터호른으로 가는 중간 거점이다.


 

두 산맥 사이로 약 3할의 국토가 고원지대이다. 레만호와 보덴호 사이, 중앙고지에 스위스 국민의 대다수, 7할이 살아간다. 평균 고도 580m, 여름 평균 기온 섭씨 20-25도, 겨울 평균 온도 2-6도의 쾌적한 환경이다. 제네바부터 취리히까지 스위스를 대표하는 주요 글로벌 시티들도 바로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제네바 호수 전경. ⓒ이병한

산이 깊으면 물도 맑다. 깊은 산속 옹달샘을 유럽인이 나눠먹는다. 스위스는 유럽 총면적의 0.4%에 불과하지만 담수의 비축량만 따지면 6%에 이른다. 알프스 전체로는 26%를 저수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유럽의 분수령(分水嶺)인 셈이다. 라인강과 로이스강, 티치노강과 론강 등 유럽의 주요 강들이 알프스에서 발원한다. 알프스 빙하가 녹은 담수가 북으로는 독일과 네덜란드를 지나 북해에 가닿고, 남으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지중해를 만난다. 그리스의 와인이 프랑스로 건너와 보르도와 브루고뉴 명산지에 전파된 것도 이 하천망 덕분이었다. 스위스에 수원을 둔 주요 강들이 사방팔방 흘러가서 문화를 전파하고 물자를 운반하는 사통팔달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산에서 물이 흘러가면 강이 되고, 산 속에 물이 고이면 호수가 된다. 스위스에는 자그마치 1,500개의 호수가 있다. 가람의 나라일 뿐만이 아니라 호반국가이기도 한 것이다. 거개가 산정호수이고 빙하호수이다. 프랑스 국경의 제네바 호와 독일 국경의 보덴 호를 첫손에 꼽는다. 스위스 국내만 따지자면 뇌샤텔호가 가장 크고, 루체른호와 취리히호 등도 제법 크다. 눈 녹은 호수에 비친 알프스의 그 눈 시린 풍경은 하늘이 이 땅에 허여해준 은총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함에도 19세기까지 스위스 여행자는 극히 드물었다. 험준한 알프스 산맥 탓에 이웃나라에서 스위스로 가기가 마땅치 않았다. 스위스 내부에서의 이동조차 여의치 않았던 시절이다. 우뚝 솟은 알프스는 독일과 프랑스의 계몽주의자들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도시를 방문할 때 가급적 빨리 통과해버리면 좋을 장애물이었다. 반전의 계기는 계몽주의에 반감을 품은 낭만주의의 출현이다. 루소와 바이런과 괴테 같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근대성에 물들고 있는 도시문명을 비평하며 알프스의 자태를 칭송해마지 않았다. 근대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알프스의 매력은 더욱 깊어졌다. 야만으로 비하했던 풍광이 어느 순간부터 낭만의 정점으로 뒤바뀌어 간 것이다. 조야한 이미지가 근원적 이미지로 탈바꿈하였다. 수많은 도시인들이 야생을 즐기고자 굳이 구태여 알프스를 오르기 시작했다. 19세기 토마스 쿡이 출범시킨 알프스 단체여행 상품은 대박을 터뜨렸다. 산악인들도 경쟁적으로 알프스 영봉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등산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 어느덧 가장 각광받는 대중적 스포츠가 된 것이다. 알피니즘의 탄생이다.


 

그러나 등산화와 등산복만으로는 알프스에 오르기 힘들었다. 험한 산길과 거센 물길을 잇는 매끄러운 인공 통로, 철도의 건설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알프스 여행의 백미는 역시나 등산 열차이다. 스위스가 품고 있는 가장 웅장하고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창밖으로 지긋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장까지 통유리로 된 파노라마 특실 객차도 있다고 한다. 베르니나 특급, 빌헴름 텔 익스프레스, 골든패스 등 4대 특급열차 가운데 내가 타 본 것은 마터호른을 향해가는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이었다. 평균속도 34㎞. 세계에서 가장 느긋하고 느릿하게 달리는 특급열차이다. 291개의 다리와 91개의 터널을 지나 8시간 동안 울창한 삼림과 호젓한 호수와 시원한 계곡을 통과한다. 산골짜기에서 요들송을 부르며 무해한 삶을 살아가는 스위스 시골사람들의 순박한 생활도 엿볼 수 있다.


 

산악열차는 해발 3454m에 자리한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까지 닿는다. 1912년, 장장 16년의 공사 끝에 전면 개통한 꼭짓점이다. 온통 만년설로 뒤덮인 마터호른이 맞은편에 떡하고 당당히, 꼿꼿이 버티고 서있었다.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탄성이 절로 새어나온다. 사피엔스가 등장하기도 훨씬 이전부터 솟아오르기 시작한 거대한 바위일 것이며, 스위스라는 나라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쌓여왔을 두텁고도 두꺼운 빙하이다. 일순에 일년, 십년, 백년 역사적/인간적 시간감각이 수줍어진다. 만년 억년 지질학적/지구적 시간감각에 압도당한다. 좀처럼 쓸 기회가 드문 우리말, '웅숭깊다'라는 이례적 수사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장소였다. 그래서 지금도 나에게는 알프스의 색감이 푸른 산도 아니요, 파란 물도 아닌 하얗디하얀 빙하로 남아있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이 빛나는 밤. 하얀 달빛을 머금고 하얀 별빛까지도 품었던 마터호른 산도 하얗게 빛이 났다. 그 빛나는 밤을 하얗게 지새우다 빙하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동트는 새벽을 맞이했다. '빛을 보다', '관광'(觀光)이라는 단어가 이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는 지구상에 또 없을 것만 같았다.


 

▲스위스 빙하 특급 열차. ⓒ이병한

2. 관광대국


 

철도대국은 관광대국의 초석이 되었다. 철길이 산길과 물길을 잇는 촉매가 되었다. 스위스의 동서남북으로 유럽인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세계인들의 눈길도 유독 쏠렸다. 유네스코 선정 3개의 자연유산과 8개의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나라가 스위스다. 단숨에 세계 굴지의 관광대국으로 도약하게 된 것이다. 객관적 지표가 관광업의 위상을 말해준다. 국내총생산(GDP)의 3%가 외국인들이 스위스를 방문하고 쓰고 간 돈이다. 2011년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여행 산업 경쟁력 보고서에도 스위스는 당당하게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항로와 육로의 인프라가 워낙 탄탄한데다가 안전과 청결 면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얻었다.


 

아무리 등산열차가 훌륭하다 한들, 창밖으로 바라만 보는 것으로 나는 도저히 족할 수 없었다. 쓱 보고 셀카만 찍고 휙 돌아서는 여행은 애당초 체질에 맞지 않는다. 오죽하면 걸으면서 생각하는 사람, '로샤'(路思)가 부캐가 되었다. 타고난 방랑벽을 한껏 끌어올리는 장소이다. 알프스까지 왔는데, 두 발로 걸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걸어야 제 맛이다. 시각만이 아니라 후각과 촉각 등 오감을 모두 자극한다. 풍경 속으로 내가 빨리어 들어간다. 내가 풍경의 하나로 녹아내리어 간다. 불일불이(不一不二)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지경에 진입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스위스는 하염없이 마구 걷기에 제격인 나라다. 대자연을 만끽하며 하이킹하고 트래킹 할 수 있는 코스도 여럿 정비되어 있다. 전국 전역을 잇는 둘레길이 장장 6만㎞에 달한다. 난이도도 다양하다. 아장아장 아이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평이한 코스부터 전문 장비를 갖추지 않고서는 도전할 수 없는 험준한 코스까지 각양각색이다. 때와 곳이 어울리면 금상첨화인바, 내가 알프스를 걸은 시점은 마침 4월 하순이었다. 눈이 녹아내린 드넓은 초원에 풋풋한 야생화가 폭발적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웅장한 빙하와 짙푸른 숲에다 찬란한 햇빛이 반짝거리는 호수만으로도 충분히 호사였건만, 겨울을 뚫고 흐드러지게 만발한 들꽃까지 곁들이니 바로 여기가 지상천국, 도원경이구나 싶었다.

 

사시사철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막 겨울 스키 시즌이 끝나던 무렵이었다. 한겨울이면 이 일대는 온통 스키부츠를 신은 사람들뿐이라고 한다. 최고의 설질을 자랑하는 리조트에서 신나게 스키를 타고나면 따뜻한 스파로 몸을 녹인다. 스키와 스파로 노곤노곤해진 몸을 누이고 쉬어갈 호텔산업도 스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전국에 6000개에 육박하는 호텔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호텔리어들 사이에서는 레전드로 통하는 호텔왕 세자르 리츠를 배출한 나라가 바로 스위스이다. 굴지의 산업과 최상의 교육은 무관할 수 없는 바, 전국 각지에서 세계적 명성을 확보한 호텔 학교들이 미래의 호텔리어를 양성하고 있다. 역시나 유학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교육기관들이다.

 

물론 최정상급 호텔들만 즐비한 것도 아니다. 유스호스텔과 에어비앤비 등 선택지 폭이 넓다. 에어비앤비에 접속하노라면 대자연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캠핑장부터 장기 체류형 홀리데이 아파트, 주민들 및 동물들과도 함께 생활해 볼 수 있는 팜스테이 등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초콜릿과 치즈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눈에 띈다. 걷고 자고 먹고 마시는 그 어떤 방면으로도 남다르면서도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대국 스위스의 진면모이다.

 

▲알프스 국립공원. ⓒ이병한

3. 환경 선진국


 

<유라시아 견문> 3년 내내 참으로 자주 비행기를 탔다. 어마어마하게 긴 탄소발자국을 남긴 것이다. 천일 유랑에는 한 점 후회가 없건만, 끝내 영 찜찜한 것은 여행이 수반하는 탄소 배출이다. 그나마 알프스 견문이 위안이었다면 마터호른의 발치에 자리한 체르마트가 대표적인 카프리(car-free) 청정 마을인 덕분이다. 오래된 목조 가옥에 내부 인테리어만 새로 한 부티크 호텔에서 이틀을 묵었다. 깜찍한 사이즈의 전기자동차가 부지런히 여기와 저기를 오가며 이곳과 저곳을 분주히 잇고 있었다. 생명을 살리는 생태마을, 21세기형 '새마을'이었던 셈이다.


 

'빙하여 잘 있거라.' 작별 인사는 극지방, 남극과 북극의 극단적 사례가 아니다. 유럽의 한복판, 알프스의 설산도 녹아내리고 있었다. 설경이 갈수록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알프스 빙하의 거개도 스위스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국토 면적의 3%가 얼음일 만큼 빙하대국이다. 그러나 연년세세(年年歲歲) 그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150년 알프스 평균 기온은 1.5도 상승한 것으로 추정한다. 백 년 전에 견주어 빙하의 표면적은 20% 이상 줄었다. 6번째 대멸종을 거부하는 '멸종저항운동'은 자연물의 하나인 빙하에도 해당되는 셈이다.


 

자연에 반하는 자동차부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스위스는 배기가스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유명하다. 디젤 트럭 운송도 대폭 줄여가고 있다. 도로 대신에 철도를 활용하는 딜리버리 모빌리티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미 사방팔방, 사통팔달 깔려있는 철도를 십분 활용하여 사람만이 아니라 물자도 이동시킨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로 스위스 국내 물류의 7할까지 철도가 소화하는 것이 목표란다. 실제로 스위스를 여행하노라면 도로보다 철도가 훨씬 편하게 구축되어 있다. 기차와 트램과 케이블카에 이르기까지 전국 6,300㎞의 철도 노선만 똘똘하게 활용하면 원하는 곳 어디든 쉽사리 도착할 수 있다. 통계상으로도 여타 유럽인들보다 스위스 사람들의 철도 이용률이 2배 높다고 한다. 대부분의 기차역에서는 공용 자전거도 빌려준다. 자가용을 몰면서 별도로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고도 쾌적하고 편리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만사에 음과 양이 함께 있다. 빙하가 녹아내려 더욱 풍부해진 수량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난 세기에도 산악지대에 건설한 수력발전소가 국내 발전의 절반을 도맡았는데, 2012년 9월에 발표한 <에너지 전략 2050>을 보노라면 2050년까지 그 비중을 3분의 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재생 에너지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여 기왕에 3할을 소화했던 원자력의 비중을 대폭 낮춘다는 계획이다. 2011년 3.11 후쿠시마 사태 직후에 마련된 청사진인지라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기로 결정했다. 모자라는 에너지는 전국 30여개에 달하는 쓰레기 처리시설의 소각열을 이용해 벌충할 것이라고 한다.


 

물만큼이나 숲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삼림 자원이 원체 풍요로운 나라이다. 롤렉스를 비롯하여 그 유명한 스위스 시계 산업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 의약품 수출이다. 내가 여행했던 2017년 통계로 의약품은 38%요, 시계는 9%이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이오 생명과학의 선진국이기도 한 바, 그 근간은 역시나 알프스가 품고 있는 그 생물다양성의 풍요로움에 있다 하겠다.


 

패시브하우스 등 에코건축 기술도 발군이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취리히와 베른이 선도하고 있는 '미너지'(미니멈 에너지) 생태건축이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열과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을 활용하여 1년 내내 건물 실온을 20도 안팎으로 유지한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만들고 여름에는 시원하도록 하는 순환 환기 시스템도 빼어나다. 바이오매스를 적극 활용한 에너지 보완책도 구비하고 있기에, 통상보다 높게 책정된 건축 비용일지라도 10년만 살면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 생명살림건축의 전형인 바, 미너지 프로젝트의 장래 또한 밝은 편이라 하겠다. 이만하면 자연을 보존하는 에코(eco)는 물론이요, 미래 산업을 개척하는 바이오(bio)에 스마트(smart) 건축까지, 글로벌 그린뉴딜을 선도하는 환경 선진국이자 생태 모범국으로 스위스를 꼽는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마터호른. ⓒ이병한

4. 강원도의 힘


 

하늘과 땅 사이 사람이 자리한다. 산과 강 사이 인간이 살아간다. 스위스가 매력적인 나라인 것은 역시나 화룡정점, 알프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이다. 생기가 넘치고 활기가 돋아나는 특유의 생생활활한 기운이 솟구친다. 가급적이면 지붕 아래서 머무르기보다는 문을 박차고 나가 하늘 아래서 오랜 시간을 머무르고자 한다. 여가생활도 시청각을 자극하는 미디어 소비가 아니라, 온 몸을 다 쓰고 온 힘을 다 쏟는 야외 활동이 중심이다. 국토를 놀이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든 숲길로 곧장 이어지는 오솔길이 마련되어 있고, 계절에 상관없이 숲속 오두막집은 항상 성황이다. 장작불을 때지 않아도 되는 철이 되면 스키를 거두고 자전거를 꺼낸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산악자전거 대회 또한 일생에 한번쯤은 도전해 볼만한 정신적 쾌락과 육체적 쾌감을 선사한다.


 

강과 호수도 멀리서 바라만 보지 않는다. 곳곳에서 하얀 요트 돛이 나무처럼 뻗어 있고, 카누와 카약을 즐기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협곡을 지나거나 암벽을 타오르는 등 익스트림 스포츠도 활황이다. 팔뚝과 허벅지가 터져나갈 듯 심박수를 최고치로 올린 다음에는 첨벙첨벙 노천탕으로 뛰어든다. 뭍에서도 물에서도 '스웻 라이프'(sweat life)에 흠뻑 젖어들어 사는 것이다. 용병으로 징발되었던 왕년의 알프스 사나이(=산아이)들이 이제 유럽에서도 가장 건강하고 가장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워너비'들이 된 것이다. 2H(Health & Happiness), 행복과 건강이라는 21세기 최고의 가치를 앞장서 솔선수범하고 있는 것이다.


 

자고로 20세기형 부국강병, 강성대국과 선군정치는 이미 후지고 낡은 레토릭이 되었다. 경제성장과의 병진정책 또한 따라잡기(catch up), 따라하기(follow up)의 반복에 그친다. 단숨에 단도직입으로 미래형 행복국가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행복한 마음과 건강한 몸이 곧 국가의 목표이자 국정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 산이 국토의 7할이 넘는 산악국가라는 점도 북조선이 스위스와 은근히 빼다 닮은 구석이다. 추운 겨울이 길다는 계절적 특성도 흡사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각별히 마식령 스키장 일대를 국제적 휴양지로 키우려는 발상 또한 스위스 경험과 아주 무관치는 않을 법하다. 다만 관광대국의 근간에 철도대국이 있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스위스만 해도 불과 일백년 전에야 철도대국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우후죽순 경쟁적으로 노선을 만들어가던 초기의 혼란을 거두고 스위스 연방철도로 통폐합되어갔던 저간의 시행착오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크다. 북조선은 처음부터 국영기업이 총대를 메고 국책사업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쪽이 이로울 것이다. 고속철도와 광역철도망으로 전국 전역을 사통팔달 전변시켜야 한다.

 

미국은 자동차 중심의 개인주의 사회인고로 고속도로가 교통의 중심이었다. 러시아는 집단적 전통이 유장한 고로 시베리아의 동서를 잇는 철도가 교통의 주축이었다. '한강의 기적'이 경부고속도로에 기초하고 있었다면, 북조선의 기약은 스마트 철도일 공산이 크다. 산악국가 북조선을 꼬부랑 고갯길로 꼬부랑꼬부랑 오고갈 것도 없다. 터널을 뚫고 산 아래로 달려가는 직선 거리의 철도가 산을 깎고 나무를 밀어 구불구불 도로를 만드는 일보다 훨씬 더 생태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 갈수록 비행기는 덜 타고, 자동차 운전은 최대한 줄여가야 할 것인바, 도로 중심의 교통체계를 구태여 시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린 모빌리티 생태계로 단번에 도약하는 차원에서도 방점은 스마트 철도에 찍혀야 할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의 모국 스웨덴에서는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비행기 여행의 수치심'이라는 뜻이다. 그 대척점에 있는 단어가 바로 탁쉬크리트(tagskryt)이다. '기차 여행의 자부심'이다. 북조선은 회색국가, 잿빛국가를 통과의례처럼 겪을 것도 없이 적색국가에서 녹색국가로 단숨에 뛰어올라야 할 것이다. 스위스의 북쪽, 옛 동독 지역이 독일 환경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했음도 유력하게 참조해 볼만하다.


 

▲1939년 일제가 발행한 금강산 여행 지도. ⓒ위키 재팬

북조선이 스위스보다 더 유리한 점도 있다. 내륙국가 스위스와 달리 북조선은 바다도 끼고 있다. 서해와 동해, 황해와 청해, 양해를 겸장한다. 아무리 호수가 크고 강이 넓다 한들 망망대해의 그 압도적인 공간감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잔잔한 호반으로는 미처 채워지지 않는 거친 파도의 원초적인 매력도 대단하다. 서해는 남중국해를 지나 동남아에 가닿는다. 구름에서 비가 결빙되어 떨어지는 눈송이를 좀처럼 보기 힘든 더운 나라가 태반이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던 무렵 우연히 한국에서 연수를 한 공직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그 시절 가장 그리운 것이 한겨울 펑펑 내렸던 함박눈의 풍경이라 했다. 북조선의 그 긴긴 겨울, 한철 내내 녹지 않는 눈사람이 돈다발을 안겨다 줄지도 모르는 것이다. 동해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면 남북아메리카와도 연결된다. 한국은 비무장지대(DMZ)에 막혀 대륙과 직접 맞닿을 수 없는 반면에, 북조선은 바다를 통해 아라비아와 아메리카에 가닿을 수 있다. 북조선이야말로 대양과 대륙이, 구대륙과 신대륙이, 아메리카와 유라시아가 만나는 접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일백년 전 가동되었던 크루즈 여행 코스이다. 유럽인들이 알프스로 달려가던 바로 그 무렵에 미국인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출항하는 크루즈를 타고 금강산(Diamond Mountain)에 당도했다. 그 중에서 특히 원산은 샌디에이고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동태평양 연안도시의 핫 트렌드가 곧장 전파되는 서태평양의 대표적인 글로벌 레저 도시였다. 한여름 서핑부터 한겨울 스키는 물론이요, 일 년 내내 스파도 즐길 수 있는 아시아의 관광천국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것이다. 일제가 패망하고 남북이 분단되고 한국전쟁을 통하여 원산폭격으로 기반시설이 죄다 붕괴되면서 원산은 반세기가 넘도록 삼엄한 군사도시로 연명했다. 백 년 전 그 찬란했던 "아시아의 샌프란시스코"의 영화를 영영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완전범죄, 영원한 망각 또한 없는 법이다. 오랫동안 미국과 일본의 관광엽서를 수만 장 수집해온 지인의 컬렉션에서 태평양 횡단 크루즈 여행의 대미가 원산이었음을 수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15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지워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과거사의 자료이자 미래산업의 원료이다.


 

금강산만큼이나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산으로 자강도의 오가산을 꼽고 싶다. 강원도 인제군의 향로봉이 북과 남의 식물이 만나는 남북 생태계의 접경지대라면, 오가산은 유라시아와 북조선의 생태계, 대륙과 반도의 동물과 식물이 교호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산악인들과 아웃도어 브랜드를 오가산으로 초청해서 산림 엑스포를 열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내년에 강원도에서는 '세계 산림 엑스포'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그러고 보면 강원도의 힘 또한 산에서 나온다. 도 면적의 8할이 온통 산이다. 그리고 그 산맥은 남과 북을 가르지 않고 유유하게 흐르고 유려하게 춤춘다. 설악산부터 금강산까지가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세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장만은 아닐 듯하다. 더군다나 강원도는 지자체 가운데 유일무이 남강원도와 북강원도로 나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강원 세계 산림 엑스포"라고 하니, 남강원도만 홀로 진행할 것도 없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13년차, 사람 사이가 아직도 서먹하다면 산부터 이어가는 편이 이로울 것이다. 이 땅 한반도는 애당초 북조선 인민과 남한 국민, 한민족만 살아가는 터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피엔스 이전부터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살아가야 할 보금자리이다. 산길과 강길과 바닷길부터 먼저 잇고, 동물과 식물과 미물을 다시 연결시키고, 끝끝내는 갈라지고 쪼개졌던 사람들의 응어리진 마음도 차근차근 차차 풀어갈 일이다.


 

그렇다면 강원도를 '한반도의 알프스'라고 빗댈 수 있을까? 유럽에서 스위스가 했던 중계와 중재와 중립의 역할을 한반도에서는 강원도가 감당해볼 수 있을까? 강원도 역시도 문자 그대로 '강의 원천'(江原), 산골이 깊어서 물길이 출발한 땅이다. 스위스에서도 산길과 물길을 이은 것은 사람들의 의지로 만들어낸 철길이었던 바, 동해북부선, 남북열차사업의 핵심도 남북강원도와 남북고성을 통과한다. 스위스가 자랑하는 그 특급 산악열차로 강원도의 북과 남을 촘촘히 튼튼히 묶고 엮어서, 찬찬히 음미해 볼 수 있는 관광열차를 만들어 보아도 좋을 것이다. 금강산부터 설악산은 물론이요, 넘실대는 동해의 풍랑까지 통유리로 감상할 수 있다면 세계의 관광객을 (다시) 끌어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백년만의 재개장인고로, 이번에는 태평양 횡단 크루즈에 족할 것도 없을 것이다. 아메리카는 물론이요 인도네시아와 인디아와 아라비아와 유라시아까지 만국의 만인을 두 팔 벌려 환대하고 싶다. 부디 북과 남의 강원도를 한통속으로 접근하여 동북아의 스위스로 가꾸어 나가보자. 스마트뉴딜과 그린뉴딜과 로컬뉴딜에 남북뉴딜까지 장착한 글로벌 K-뉴딜의 생생활활한 실험장이 될 수 있다.


 

하필이면 김정은이 나고 자란 고향 또한 북강원도의 중심, 원산이었음이 예사롭지 않다. 원산부터 춘천을 지나 원주까지, 설악산부터 DMZ를 지나 금강산까지. 북강원과 남강원을 두루 망라하여 치산치수에 정성을 쏟고 치심(治心)까지도 만전을 다하는 큰 정치가로서 실력을 쌓아가길 바란다. 2022년 5월이면 한국에서도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 바로 그 달, 한 해 가운데 가장 찬란하다는 계절의 여왕 5월에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강원 세계 산림 엑스포가 '남북생명공동체'의 비전을 온 누리에 표방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되어줄 것이다. 한번은 금강산에서, 또 한 번은 설악산에서, 마지막으로는 DMZ에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연달아 열어볼 수도 있다. 내년 세계 산림 엑스포의 주제가 "세계-인류의 미래, 산림에서 찾는다"라고 한다. 살짝 비틀어 "북조선의 미래 - 한반도의 알프스, 남북 강원도에서 찾는다"라고 속닥속닥 귀띔해주고 싶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1281735165329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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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수신료인상 KBS에 ‘정권나팔수’ 반발한 조선·중앙

조선일보, 한겨레·KBS 등 비판공세 높여…“어용방송 엄벌” 주장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탄핵소추안 발의 허용…신문별 입장 나뉘어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승인 2021.01.29 08:45
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의원들의 이른바 ‘사법농단’ 판사 탄핵 추진을 허용했다. 다만 당론으로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28일 의원총회에서 결정했다. 탄핵 대상은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보도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의혹을 받는 임동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다. 함께 거론됐던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률적 판단에 따라 제외하기로 했다. 두 판사 모두 오는 2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29일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대부분이 관련 소식을 다뤘다.

경향신문(범여 111명 법관 탄핵 촉구…민주당 “당론은 아니다” 선긋기)은 “법관 탄핵에 소극적이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법관 탄핵 추진을 허용한 것은 당 안팎의 거센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다만 당론 불가 결정을 내린 배경은 “향후 민생 입법 추진의 부담과 정치적 역풍을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경향신문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으로 피로감이 생긴 사법 이슈가 재부상하면 2월 임시국회 주요 과제인 ‘방역·민생·경제’ 입법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최근 여권에 부정적인 판결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법부 때리기’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1월29일자 세계일보 2면 기사
▲1월29일자 세계일보 2면 기사

현재 법관 탄핵 추진 제안서에는 민주당 일부 의원을 비롯해 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무소속 등 111명이 동의해 발의 요건인 100명을 충족했다. 민주당 등에서 40여명이 추가로 합류하면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서울신문(174석 슈퍼여당 파워 첫 법관 탄핵 가시권)은 “174석을 보유한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탄핵에 동의하는 기류여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법관탄핵이 이뤄지면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서울신문은 “역대 국회에서 법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적은 없다. 12대 국회가 1985년 판사들에게 불공정한 인사를 한 유태흥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부결됐고, 2009년 18대 국회에서 광우병 촛불집회 개입 의혹의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으나 자동 폐기됐다”고 전했다.

대부분 신문이 이번 법관탄핵 취지 등을 건조하게 전한 데 반해 일부 신문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는 각각 1면에 “일반 판사 탄핵 與 초유의 시도”, “與, 법관 탄핵 추진…‘사법부 길들이기’ 논란”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임 부장판사 탄핵 추진에 나서자 법조계에서는 ‘착잡하고,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랐다”며 일부 판사들의 의견을 덧붙였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이미 법원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끝내 판사 탄핵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다른 부장판사도 ‘임 부장판사에 대한 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1월29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1월29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KBS 수신료 1340원 인상 추진…조선·중앙 ‘결사반대’

한편 이날 신문들 가운데 조선·중앙일보는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사설을 내어 비판했다. KBS는 27일 정기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안(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을 상정했다. 월 수신료를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고 EBS 수신료 배분율을 현행 3%에서 5%로 늘리는 방안이다. KBS 수신료는 지난 1981년 이후 인상된 적이 없다.

중앙일보 사설(방만경영·공정성 논란 KBS의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은 “KBS는 2019년 759억원, 2018년 5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디지털 다매체 시대라는 급변해 온 방송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며 “KBS는 광고수입 감소를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혁하려는 자구노력이 미흡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KBS의 또 다른 중대한 과제는 공정성 확보다.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권 홍보기관으로 전락한 공영방송이란 비판마저 받았다. KBS의 친여 성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단히 지적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월29일 조선일보-중앙일보 사설 제목
▲1월29일 조선일보-중앙일보 사설 제목

조선일보 사설(정권 나팔수 KBS, 방만 경영하며 국민에 ‘수신료 더 내라’니)은 “공영 방송의 기본도 지키지 않고 정권의 노골적인 응원단 노릇을 해온 편파 방송이 국민을 향해 ‘돈을 더 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수신료는 인상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KBS가 정권 나팔수로 나선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이른바 조국 사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 보도 등을 언급했다. 이어 “직원 4700명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고 2급 이상 고위직 비율도 56%나 된다. 놀면서 월급 받는 직원이 얼마인지 헤아리기도 힘들다는 내부 고발이 있다. 정권 나팔수 역할을 완전히 청산하고 이런 비효율을 모두 걷어낸 다음에 수신료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MBC, 한겨레 등에 대해서도 화살을 쏘았다. 먼저 또 다른 사설(온통 거짓 조작인 ‘채널A 사건’, 정권·사기꾼·어용방송 엄벌해야)에서는 KBS와 MBC를 “어용방송”이라 칭했다. 일부 검사와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다. 4면(한겨레 오보, 秋라인 검사가 준 이용구 자료 보고 썼다)에선 최근 한겨레가 이용구 차관 음주폭행 의혹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두고 ‘법무부 대변인실이 준 자료를 받아썼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모 부장이 해당 자료를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한겨레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일부 언론)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법무부 입장을 전하면서 “해당 부장이 자료를 준 것까진 부인하진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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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남측위, "한미군사훈련 중단 총력 행동전 나서겠다"

공동대표회의 개최, '남북합의 이행으로 신뢰회복해야'...북측위 축전 보내와(결의문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1.28 15:06
  •  
  •  수정 2021.01.28 1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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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남측위는 27일 공동대표회의를 개최해 신임 상임대표 등을 선출하고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사진 왼쪽부터 상임대표로 선출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이창복 상임대표의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수 신임 상임대표
6.15남측위는 27일 공동대표회의를 개최해 신임 상임대표 등을 선출하고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왼쪽부터 상임대표로 선출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이창복 상임대표의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사진-6.15남측위 제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는 27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대강당에서 온라인 회의를 병행한 2021년 총회(공동대표회의)를 개최하여 신임 상임대표 등을 선출하고 한반도 평화와 주권실현을 위한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9기 상임대표단의 상임대표의장으로 재선출된 이창복 상임대표의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지금 한반도는 중대한 기로위에 있으며, 지금이야 말로 멈춰진 한반도 평화를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라며 "문재인 정부는 민족이 부여한 역사적 책무 앞에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남북대화의 물꼬를 3월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선제적 중단으로 만들어 내자"고 호소했다.

6.15남측위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총회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올해)남북관계 개선의 첫걸음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해 총력을 다해 행동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6.15남측위는 이날 총회에서 채택한 결의문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문제는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북미대화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를 가름할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2021년 정세의 향배를 가늠할 중대한 과제라는 점에서, 각계각층 풀뿌리 단체와 개인, 국제 평화애호 세력들과 해외동포들의 의지를 최대한 결집하여 집중적인 촉구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북사이의 정치, 군사적 신뢰를 훼손하면서 보건협력이나 종전선언을 제안한들 신뢰가 회복될 리 만무하다"고 하면서 "남북공동선언을 훼손하는 행동을 멈추고, 모든 합의를 총체적으로 실현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될 때 비로소 신뢰는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각계와 연대하여 정부·여당에 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촉구하는 한편 다가오는 대선에서 모든 정치세력들이 남북공동선언 이행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고 남북해외 각계각층 대표들의 연대와 단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6.15남측위는 "신임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북압박을 우선시하는 한편, 한미동맹을 앞세워 대중국 압박과 일본과의 협력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우려"된다고 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주권 실현의 걸림돌인 미국의 패권정책과 호전적이고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해결하고 정상적인 한미관계를 만들기 위한 실천을 연중 꾸준히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는 6.15북측위에서 축사를 보내 "(6.15남측위는)세계적인 보건위기 속에서도 자주통일운동을 줄기차게 벌여왔으며 그것으로 역사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해내외 각 계층의 투쟁을 고무추동하였다"고 하면서 "올해에 더 큰 성과를 이룩하게 되리라"는 인사를 전해왔다.

6.15북측위가 남측 민간에 축전을 보내온 것은 지난해 남북관계가 격화된 이후 처음이다.

6.15남측위원회 9기 1차년도(2021년) 공동대표회의(총회) 결의문 (전문)

2021년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3년전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협력의 전망을 환하게 밝혔던 북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들이 사라져 버릴 위기이다. 뜻깊은 역사적 합의를 만들고도 한미 정부 모두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그 결과 남북, 북미대화는 모두 중단된 채 아까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세계적인 코로나 대확산과 경제위기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패권정책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켜 온 것이었다는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 세계적인 위기에 직면하여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왔던 나라들이 진가를 드러내고 있으며, 강대국 중심의 횡포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공존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국제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반도 전쟁과 분단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여기에 감염병의 위협마저 더해진 오늘, 자주와 평화, 남북화해협력은 더욱 간절하고 소중한 가치가 되었다.

2021년, 미국에는 신임 정부가 들어섰고, 한국은 대선을 앞둔 정치세력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보건, 경제위기와 한반도 갈등이 지속될 것인가, 다시금 자주와 평화, 통일의 불씨를 지펴 올려 이 위기를 새로운 전환의 기회로 만들어 낼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2021년 이 중대한 기로에서, 이 땅의 자주와 평화, 통일의 새로운 진전과 전환을 일구는 힘이야 말로 각계각층 깨어있는 시민들의 행동에 있음을 확신하면서, 우리는 2021년 정기공동대표회의를 열고 아래와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 정신에 기초하여 평화와 주권을 훼손하는 미국의 한반도 패권정책과 간섭에 반대하여 적극 행동할 것이다.

전임 트럼프 정부는 대중국 압박을 위해 주한미군의 활동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동맹의 이름으로 한국에 각종 부담을 전가하려 하였으며, 북미정상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외면한 채 남북협력마저 사사건건 방해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남북관계 방해, 주권 침해, 평화 파괴 정책에 사실상 순응하여 남북합의 이행에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사드 전면 배치, 막대한 군비증액과 무기 증강에 몰두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신임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북압박을 우선시하는 한편, 한미동맹을 앞세워 대중국 압박과 일본과의 협력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주 정신으로 강대국의 패권정책과 간섭에 맞서 나가자. 미국의 정책을 절대 선으로 포장했던 시대는 이미 끝났으며, 우리 국민들은 현재의 한미동맹이 주권과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님을 엄중히 추궁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주권 실현의 걸림돌인 미국의 패권정책과 호전적이고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해결하고 정상적인 한미관계를 만들기 위한 실천을 연중 꾸준히 강화하여 자주와 평화의 새로운 진전을 이뤄낼 것이다.


2.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단합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다.

지난 2년간 남북공동선언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남북간 불신은 격화되고 갈등도 심화 되고 있다. 자주와 평화, 통일의 당사자인 온 겨레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공동선언의 합의 정신을 충실히 이행하여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시작으로 무기 증강 역시 멈춰 세워 군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남북사이의 정치, 군사적 신뢰를 훼손하면서 보건협력이나 종전선언을 제안한들 신뢰가 회복될 리 만무하다.

남북공동선언을 훼손하는 행동을 멈추고, 모든 합의를 총체적으로 실현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될 때 비로소 신뢰는 회복될 것이다.

우리는 각계와 적극 연대하여 정부,여당에 남북공동선언들의 실현을 촉구, 압박하는 한편, 다가올 대선에서 모든 정치세력들이 남북공동선언들의 이행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견인해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남북해외 각계각층 대표들의 통일대회합 등 연대와 단합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나갈 것이다. 


3. 2021년 전환을 이끌어 낼 첫 단추는 단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이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첫걸음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해 총력을 다해 행동할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듯 2021년 초 국면의 전환을 이룰 첫 단추는 단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 문제이다.

정부는 이 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최대규모의 무기를 동원하고 참수 작전 등 지휘부 제거와 점령을 상정한 훈련이 방어적 훈련일 수는 없다.

그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문제가 북미, 남북관계의 주요 쟁점이었고, 지난 2018년 남북,북미정상회담 역시 한미연합훈련 중단 선언을 배경으로 하였을 정도로 연합훈련의 중단은 관계 개선의 중요한 징표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문제는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북미대화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를 가름할 기준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2021년 정세의 향배를 가늠할 중대한 과제라는 점에서, 각계각층 풀뿌리 단체와 개인, 국제 평화애호 세력들과 해외동포들의 의지를 최대한 결집하여 집중적인 촉구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리하여 전국 방방곡곡, 세계 곳곳에서 전쟁연습 중단, 남북,북미관계 개선의 목소리가 강력하게 울려 퍼지도록 할 것이다. 


2021년 1월 27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9기 1차년도(2021년) 정기공동대표회의 참가자 일동 

6.15남측위 9기 상임대표단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김정길 (6.15광주본부 공동대표)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만규 (흥사단 이사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

이규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의장)

이청산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조헌정 (6.15서울본부 상임대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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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북한에 대한 당신의 모든 생각을 뒤집어 놓는다

  • 기자명 안양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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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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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4 class="subheading" style="box-sizing: inherit; margin: 0px 0px 1.875rem; padding: 0px 0px 0px 0.75rem; font-family: "Malgun Gothic", 돋움, dotum, Helvetica, "Apple SD Gothic Neo", sans-serif; font-weight: bolder; text-rendering: optimizelegibility; line-height: 1.25; font-size: 1.25rem; letter-spacing: -0.075em; border-left: 3px solid rgb(174, 174, 174); word-break: normal; overflow-wrap: break-word;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신간 소개] ‘부동의 목표 : 북한, 미국과 70년 동안 전쟁 중’</h4>

[신간 소개] ‘부동의 목표 : 북한, 미국과 70년 동안 전쟁 중’

 
 
 

미국 내 언론 매체 ICH(Information Clearing House)에서 소개한 아브람스(A.B. Abrams)의 신간(Clarity Press, 2020) ‘부동의 목표 : 북한, 미국과 70년 동안 전쟁 중’(Immovable Object: North Korea’s 70 Years at War with American Power)을 소개한 기사를 번역했다. North Korea는 북한, DPRK는 조선으로 번역했고, 특정인의 영어명은 영어로 표기했으며 직책은 본문에 따랐다. [편집자]

☞영문기사 보기

아브람스의 신간, ‘부동의 목표 : 북한, 미국과 70년 동안 전쟁 중’은 미국 측의 북한에 대한 일반적 생각들이 대부분 잘못된 것임을 보여 준다.

김일성 가문이 전체주의적 방법으로 통치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합리적이고 때로는 현명한 정책을 채택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덕분에 북한은 전례 없이 강한 외부의 적의와 견제를 물리치고 상당한 정도의 군사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2017년 7월과 11월 사이에 북한은 3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한 개의 더욱 정교해지고 소형화된 수소핵탄두를 시험 발사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실험으로 미국의 가장 오랜 적대국 하나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음이 의심할 여지 없이 입증되었으며, 그 후에 미 정보당국도 북한의 핵탄두뿐만 아니라 실험발사 된 2개 유형의 ICBM 모두가 실전에 배치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군사적 약자가 아니며, 미국과의 오랜 전쟁에서 유리한 입지로 올라서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북의 인민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22륜의 수직이동식발사대에 장착된 무명의 북한ICBM이 2020년 10월 북한 조선로동당 75주년 기념식을 축하하는 군사퍼레이드에서 전시중임
▲22륜의 수직이동식발사대에 장착된 무명의 북한ICBM이 2020년 10월 북한 조선로동당 75주년 기념식을 축하하는 군사퍼레이드에서 전시중임

갈등의 뿌리

미국과 북한 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 사이의 갈등은 그 뿌리가 미국주도의 세계질질서를 북한이 거부한다는 사실에 닿아 있다.

조선 건국의 아버지 김일성은 탁월한 조선민족주의자 김형직과 강반석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소련의 극동지역에 배치되어, 일본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만주빨치산들의 지도자였다.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 사이의 식민지배 시기에 산업화를 추진하고 (전 세계에서 후버댐 다음으로 큰) 수풍댐을 건설했으며, 동시에 끔찍한 감시체제를 개발하여 정치적 반발을 억압했다.

미국은 남한에서 좌익민족주의 운동단체들에 대해 적대적이었고, 경찰국가체제를 건설했다는 측면에서 일본을 뒤따르고 있었다. 특히 그러한 국가 기관들은 과거의 일제하수인들에 의존하여 운영되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과 함께 조선을 의도적으로 양분하고, 남한에는 이승만이 이끄는 종속정권을 수립했다. 이승만은 수년의 추방생활 끝에 더글러스 맥아더의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당시 CIA보고서들은 김일성과 이승만이 지도력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에서는 김일성의 지도하에 산업생산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으며, 공장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83%나 증가했다. 성공적인 토지개혁으로 농부들 또한 새로운 기회를 가지게 되었으며, 많은 인민들이 국가보조를 받는 의료체계와 교육으로 혜택을 입었다.

반면에 이승만 정부는 남한경제를 일본경제에 부속시키려는 경제정책으로 사회적 반발을 촉발시켰다. 미국이 일본을 재건하여 냉전체제의 하위동반자로 삼고자 했던 결과였다.

그 밖에도 일제협력자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반대진영에 대한 불관용이 사회적 반발을 더욱 거세게 키웠다.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발발전 이승만 정부는 미국 군사정치고문관들의 지원하에 적어도 10만의 자국민을 살해했다. 남쪽 섬 제주도에서의 좌익폭동이 특히 잔인하게 진압되었다.

1940년대 후반, 김일성 정부는 자유로운 선거를 통한 평화통일을 주창했다. 미국 정부는 김일성의 승리를 예상했기 때문에 선거를 반대했다.

비슷한 사례로 베트남을 들 수 있다. 1956년 당시 미국정부는 호지명이 80% 이상의 득표로 승리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유선거를 무산시켰다.

미국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약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권을 짖밟았다. 당시 미국은 이미 태평양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과정에서 동남아시아를 군사기지들로 포위할 수 있었으며, 이 기지들을 발판삼아 이 지역에서 제국주의적 야망을 관철시킬 생각이었다.

한국전쟁

북이 1950년 6월 25일 남한을 침략함으로써 한국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공식화된 견해이다. 그러나 아브람스의 설명에서는 그 반대임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제시된다.

선거를 통해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기 위하여 이(승만)의 병력은 북으로의 침공을 감행했고, 그 시발점이 6월 25일 국경 도시 해주에 대한 공격이었다. 남한 측은 후일에 반격의 일환으로 해주를 공격했노라고 주장했지만, 이미 성공적으로 해주를 점령했다는 발표는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미국 정부관료들은 한국전쟁의 발발 소식에 고무되었다. 국무장관 Dean Dcheson은 “한국전쟁이 때 맞춰 일어났고, 그래서 우리를 구해주었다”고 말했다.

▲Dean Dcheson(오른쪽)과 Harry S.Truman 미국 대통령(왼쪽)이 한국전을 계획하고 있다.
▲Dean Dcheson(오른쪽)과 Harry S.Truman 미국 대통령(왼쪽)이 한국전을 계획하고 있다.

그밖에도 미국의 군부는 한국을 슈퍼바주카포, 네이팜탄, 젤리화된 개소린 등 새로운 무기체제를 시험하는 장소로 이용했다.

후에는 베트남이 동일한 목적을 위해 이용되었다.

북의 전쟁포로들은 의학용 실험쥐로 이용되었으며,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는 일본 전범들로부터 배운 세균전이 실험되었다.

일본전범들은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메릴랜드의 미육군 생물전 본부에 비밀리에 초청받았고, 그 곳에서 강의했다.

일본제국주의를 상대로 전쟁을 이끈 경험이 있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만큼 유혈 낭자한 참상들을 많이 목격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전쟁만큼 처참한 파괴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다. 내가 그 곳에 있던 마지막 무렵에는 그 처참함에 위장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

후에 맥아더는 그 전쟁에 대해 “인간 역사에 절대로 기록된적 없는 대살상극이었다”고 말했다.

전쟁이 끝난지 수십년 후에 설립된 진실위원회에 의하면 남한군이 북한군(조선인민군 KPA)보다 6배나 더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미군 병사들 또한 마을을 불 지르고 여자들을 강간하고 수십건의 대량학살을 저질렀으며, 그중 일부는 순전히 인종적 편견에 의해 촉발된 것이었다.

▲1950년 여름 대전에서 미군의 감시 하에 저질러진 측결처형
▲1950년 여름 대전에서 미군의 감시 하에 저질러진 측결처형

전투기 조종사, David Tatum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후에 우리를 공격할지 모르는 병사 한명을 죽이기 위해 민간인 10명을 죽여야 했다면, 우리는 후회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북한에서의 미군만행을 소재로 한 신천박물관의 그림
▲북한에서의 미군만행을 소재로 한 신천박물관의 그림

전쟁동안 북한이 격어야 했던 손실은 역사에 그 유례가 없을 정도였다. 적게 잡아도 북한 인구의 20%가 사망했다. 미 공군이 북한에 떨어뜨린 폭탄은 635,000톤 내지 698,000톤인데, 태평양전쟁 전기간 동안 일본 제국에 투하한 폭탄 503,000톤을 크게 넘어서는 많은 양이었다.

1950년 9월, 단 한차례 신의주시에 가해진 폭격만으로 공공건물 3,017채 중에서 2,100채, 주책 11,000채 중에서 6,800채, 초등학교 17개 중에서 16개, 종교시설 17곳 중에서 15곳이 파괴되었다. 폭격에 의한 사망자 중에 80%가 여성과 어린이였고, 생존자들은 지하동굴에서 살아야 했다. 공격은 소이탄(incendiary bomb)으로 시작되었고, 뒤따라 폭탄이 사용되었으며, 마지막으로 구조작업을 방해하는 시한폭탄이 사용되었는데, 그 목적은 순전히 사상자의 수를 극대화하자는 것이었다.

전에 도쿄 폭격을 지휘했던 Emmet O’Donnell 장군은 “전쟁 발발 3개월만에 한반도 거의 전역이 끔찍한 폐허로 바뀌었다. 공습의 결과로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이름값 할 만한 어떤 것도 서있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1953년 미 공군은 압록강 관계댐들을 공격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수많은 마을들이 통째로 그리고 조선의 넓은 곡창지대가 수장되었다. 특히, 이곳의 쌀은 이미 영향실조에 걸려있는 주민들이 목숨을 연명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 한 보고서는 “서양 사람들은 이 주곡의 손실이 그곳 아시아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은 굶주림과 서서히 찾아오는 죽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한국전쟁이 불러온 공포를 압축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한국전쟁은 이 나라에 38선이라는 영구분단선을 남기고 소강상태로 끝이 났다.

▲한국전쟁에 의해 폐허가 된 장면
▲한국전쟁에 의해 폐허가 된 장면

후에 미군의 군지휘관들은 중국과 북한의 전투력을 과소평가했음을 시인했고, 특히 맥아더는 북한 인민들에 대해 “강인한 적이고 통솔력 있는 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오늘날 북한민들은 한국전을 위대한 조국해방전쟁, 승리한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쟁의 결과 김일성 가문은 정통성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이 망각 속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주된 이유는 이 전쟁이 미국의 정의로운 자화상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을 기념하는 평양의 기념비
▲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을 기념하는 평양의 기념비

전쟁은 계속된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의 미국 정보보고서들은 이승만 정부가 북한에 대한 또 한 차례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수소폭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1957년 8월 9일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국가 안전 보장 회의(NSC) s702/2 보고서를 통해, 남한군의 조선에 대한 일방적인 선제공격을 허락했고 미군의 지원을 약속했다.

1958년 1월경 미국은 남한내 네 개의 군사 기지에 대략 150개의 핵탄두를 분산 배치했다. 이에 자극 받은 북측은 소련의 협력 하에 자체의 핵개발 계획을 수립하게 되었다.

▲ 1968년 푸에블로 호 피랍 당시 체포된 미군
▲ 1968년 푸에블로 호 피랍 당시 체포된 미군

1968년 북한군이 미 해군의 감시선 U.S.S. 푸에블로 호를 나포하자 긴장이 끓어 넘쳤다. 북베트남은 이 사건이 있은 지 불과 일주일 후에 미군에 대한 ‘구정 대공세’를 개시했다. 일각에서는 푸에블로 호 나포와 ‘구정 대공세’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그 후의 통신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펜타곤은 이 사건에 관한 미국 측 요구를 평양이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 핵무기의 사용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한국전 휴전협정 당시 유리한 위치에 서기위해 핵무기 사용을 협박했던 사례와 아주 흡사하다.

1969년 미해군 비행기가 북측 영공에 침투했다가 일본영해에서 북측 Mig-21에 의해 격추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에 미 대통령 리차드 닉슨이 격분한 상태에서 핵공격을 승인했고, CIA 요원 Gorge Carver에 의하면 군부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다행히 좀 더 냉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긴장된 군사적 대치가 계속되었고, 그 와중에서 핵전쟁 위협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대리전쟁

핵전쟁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북 간의 갈등은 대리전쟁을 초래했다. 예를 들어 북한은 베트남으로 조종사들을 파견했고, 이들은 베트남 인민군 공군을 위하여 공중 방위임무를 수행했다. 14명의 북한 조종사들이 사망했다.

베트남 전 국방부 차관이자 베트남전쟁 당시조종사였던 Tran Hanh은 “우리는 북한 조종사들이 굉장히 용감한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국가적 자존심이 아주 높았고..., 무엇도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중공격으로부터 베트남을 방어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던 북한 조종사들
▲미국의 공중공격으로부터 베트남을 방어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던 북한 조종사들

보도에 의하면, 김일성은 1965년 중국대표와의 회견에서 베트남 인민들의 투쟁을 돕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미제국주의자들이 베트남에서 굴복하면 아시아에서도 무너질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전쟁이 우리의 전쟁이라는 생각에서 베트남 인민들을 돕고 있다. 베트남의 요청이 있으면, 우리는 우리 일을 내팽개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수의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군 병력은 북베트남군과 함께 지상전에 참여했으며, 북한군 심리전 전문가들이 북베트남군을 도왔다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대화중에 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동굴을 파고 공장들을 그 안에 숨기라고 조언했다.

김일성은 1967년의 6일 전쟁 후에 이집트를 경제적, 군사적으로 지원했으며,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스라엘 측을 지원한 1973년의 욤키푸르 전쟁에서도 원조를 제공했다.

그밖에도 1970년대 후반 김일성 정권은 1500명의 병력을 파견하여 쿠바 지원하의 앙골라 인민해방군을 훈련시켰고, 고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국민회의(ANC)와 나미비아 남서아프리카 인민기구(SWAPO) 해방군, 그리고 미국 제재의 표적이 된 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정부를 지원했다.

1982년 북한은 이스라엘이 미국 후원하에 레바논을 공격했을 때 레바논의 방위에 기여했으며, 헤즈볼라가 지하무기고와 벙커, 그리고 통신망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지하시설은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목적을 무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후 북한은 이란과 (2011년 카다피 붕괴 이전의) 리비아가 핵기술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미국이 바샤르 알아사드(Basharal-Assad)를 축출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자 특수부대를 파견하여 미국 후원하의 Jihadi군과 전투했다.

이상의 정책들은 완화될 줄 모르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정권교체 계획 때문에 취해진 것이었다. 워싱턴 당국은 전세계에서 자신의 적들을 돕고 있는 북한의 현정권을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북 Vs 남

미국은 한국전 동안에 처음으로 북한에 대한 봉쇄조치를 취한 이후 1980년대까지 그 조치를 연장했다. 그 목적은 북한을 세계경제로부터 완전히 고립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의 전시기를 통하여 조선은 사회주의 진영의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견실한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과는 농촌지역까지 포함하는 전 지역에서 높은 기술수준의 교육을 실시했던 덕분에 가능했다.

조선은 놀랍도록 거대한 수력발전 댐들과 전 세계에서 제일 깊은 지하철을 건설했다. 특히 깊은 지하철 건설은 한국전쟁동안에 지하방어시설을 건설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선이 전후에 빠른 속도로 사회의 기반시설을 재건했던 반면에, 남한은 1960년 이승만이 학생 주도의 시위로 권좌에서 축출되기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남아 있었다.

이승만이 집권하는 동안 남한은 GNP의 24%를, 미군병사 상대의 매음에 의존하고 있었다. 58세의 매춘 경험이 있는 김애란 씨는 2009년에 “미군에게는 제일 큰 핌프가 우리정부였다”고 말했다.

남한 경제는 1970년대 박정희 통치 하에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권은 이승만 정권보다 경제의 운영에서 유능했으며 일본자본의 대대적인 투입이라는 혜택을 누렸다.

1977년 전 한국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미국 의회에서 “북한에서는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북한 국민이 남한 국민보다 박탈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북의 경제 생산이 감소하고 있던 시기에도 김일성 가문이 정권을 유지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1990년대의 생존

1990년대는 조선에게 특별한 고난의 시기였다. 1994년에 김일성이 사망했고, 그의 아들 김정일이 뒤를 이었다. 조선은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로 인하여 중요한 교역상대국들을 잃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조선은 연이은 자연재해를 겪어야 했다. 남서부 지역을 홍수가 강타하면서 식량창고가 사라졌다. 이 홍수로 인해 150만톤 규모의 지하 곡물저장고가 파괴되었다. 그 밖에도 전력생산능력의 85%가 사라졌으며, 540만 인민들의 집을 잃었다.

북한에서는 이 위기를 ‘고난의 행군’ 시기라고 부른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국제사회가 고통을 완화시켜주기위해 개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오히려 경제봉쇄조치를 강화했으며, 북한으로 들어오던 유류공급까지 차단했다. 그 의도는 불만을 심어서 정권교체를 용이하게 해보려는 것이었다.

중국국경에 주둔하고 있던 CIA요원들은 절망적인 처지의 농민들에게 소꼬리를 댓가로 쌀을 제공했으며, 이 거래 뒤에는 북한의 농업경제를 더욱 철저하게 몰락시키겠다는 계산이 숨어 있었다. 기름이나 전기가 없어서 트랙터를 가동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는 소가 유일한 경작수단으로 남게 된다. 이때 소를 없애려했다면, 그 의도가 기아를 유도하려 했던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치명적인 지정학적 게임

북한 인민들은 모든 잔인한 수단들이 동원되는 치명적인 지정학적 게임에서 오랫동안 볼모로 잡혀 있었다. 그 유례를 찾아보자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경제봉쇄 조치가 최소 50만명 어린이들을 사망으로 내몰았던 이라크의 경우일 것이다.

북한의 경우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기구가 어린이들에게 비타민A 보충제를 제공하려 했으나 가로막혔고, 그 결과 적어도 2,772명의 어린이들이 죽었다.

2010년대 후반 출산건강에 관련된 의료장비에 대해 내려진 제재조치는 그 충격이 임신여성 72명과 신생아 1,200명의 사망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미국의 경제제재와 정권교체 시도에 당면하여 불가피하게 핵견제력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음을, 오바마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맡았던 James Clapper와 같은 미국의 고위 관료들도 인정했다. Clapper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생존을 위한 출구전략”이라고 말했다.

1994년 6월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때문에 전쟁의 가장자리까지 접근했다. 그 위기는 김일성 정부가 영변핵시설을 조사하겠다는 국제 핵에너지 감시기구(IAEA)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시작되었다. 북측은 그들만이 차별적인 대상이 되었고, 조사팀에 정보요원이 침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거절했다.

미국 측이 선제군사 공격으로 협박하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으로 날라가 김정일을 만났다. 그리고 그의 중재로, 조선은 무기생산이 불가능한 새로운 원자로와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원유를 공급받는 대가로 자신의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를 받아들였다.

국무부 관리로서 그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Selig S. Harrison은 후에 북측이 협상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영변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했지만, 클린턴 행정부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확인해 주었다. 특히 북이 식량부족을 비롯한 경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경제제재의 해제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클린턴 행정부는 북측 요구를 외면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측은 약속했던 원유공급과 경수로 제공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북한은 이 시점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고, 2002년 핵협정(NPT)에서 철수했으며, 핵무기의 독자적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악의 축에서 트럼프까지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이라크, 이란 등 테러리즘의 후원국이라고 추정되는 국가들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함으로써 불에 기름을 부었다.

미 의회조사국의 동아시아 전문가였던 Larry Nikstch는 “북한에서의 정권교체가 부시행정부의 주된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위해서 경제봉쇄 외에도 북의 항해로를 차단하는 등 새로운 경제적 압력이 가해졌고, 이러한 압박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국방장관 Donald Rumsfeld는 “다수의 목표를 향한 대대적인 공격계획을 폭넓게” 고려하고 있었다.

부시의 재임기간 동안에 잠시의 해빙기가 있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경제 압박을 강화하고, 조선의 핵 기반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는 등 강경노선에 따른 접근을 새롭게 시행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자유주의적 기조에도 불구하고 보수주의자들과 함께 앞서 말한 정책들을 선택했던 것은, 그들 스스로가 아시아의 악한 공산주의 정권 하나를 상대로 선한 대결을 벌리고 있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동안, 주류언론들은 북한을 악마화하는 데 열중했고 돈을 대가로 조선에 대한 역정보를 파는 탈북자의 이야기를 방송했다.

2017년 김정은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그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했다고 비난받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김정은이 연루되었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 북한의 공안국이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Otto Wambier)를 고문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이 비난 또한 근거가 없었다.

국무장관 Madeleine Albright는 2000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북한에 대해 역선전과 편견 때문에 무언가 크게 잘못 알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김정일이 얼마나 기이한 인물인가를 보고 받았는데, 그가 회담을 잘 준비했고, 매력적이고, 스마트하며, 군사 분야에 관해 기술적인 문제까지 잘 알고 있었으며,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전형화된 견해는 2014년 소니사가 제작한 헐리우드 영화 『The Interview』에서 잘 드러났다. 한 관람자에 의하면 이 영화는 “인종주의적 이미지와 용어”를 채택했고, “북한의 희화된 지도자가 피투성이로 처형되는 장면”을 즐겁게 전하려 했다는 것이다.

제작자 겸 배우인 Seth Rogen은 그를 비롯한 제작진이 정부에서 일하는 인사들을 만나서 조언을 들었는데 그들이 CIA에 소속되어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그 영화는 오래 지속된 선전활동의 일부였음이 분명했으며, 제작진의 예상을 뛰어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서 도널드 트럼프가 조선지도자 김정은을 만났을 때 그를 향한 조롱이 폭넓게 쏟아졌다. Hillary Clington은 평양과의 협상을 향한 그의 움직임을 “돼지에게 립스틱을 발라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제안을 거두어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북한을 조정하는 지렛대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북-중 관계는 베이징이 평양을 지배하는 신제국주의적 관계가 아니었다.

아브람스의 책은 독자들이 조선이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힘을 이해하는데, 그리고 공격적인 정권교체 정책의 정당화에 도움이 되었던 대중매체의 고정관념을 깨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인들은 북한 인민들이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북한 인민들은 그 반대가 타당하다고 믿는다. 북측의 그런 믿음이 훨씬 더 탄탄한 근거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미국이 시작했고 미국이 끝내야 하는 갈등에서 북측은 도덕적 우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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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법관탄핵" 목소리... 오늘 민주당 결론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1/28 10:59
  • 수정일
    2021/01/28 10:5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오후 4시 의원총회서 토론... 오늘 법관 인사일... 사법농단 4년 만에 '위헌' 책임 물을까

21.01.28 07:11l최종 업데이트 21.01.28 07:11l
'사법농단 법관탄핵' 목청높인 네 정당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류호정 정의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사법농단 법관탄핵'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법농단 법관탄핵" 목청높인 네 정당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류호정 정의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사법농단 법관탄핵"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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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이 이루어질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정의당·열린민주당 등과 국회 밖 시민사회에서도 사법농단 법관 탄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망설이는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법원 스스로 헌법을 위반했다고 탄핵이 필요하다고 말한 두 판사의 퇴직일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국회는 이대로 명예퇴직을 용인할 것인가.

27일 민주당은 온라인 의원총회에서 이탄희 의원(경기 용인정)이 발제한 사법농단 법관 탄핵소추 문제를 다뤘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두고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임성근 판사, 그의 지시대로 판결을 수정한 이동근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며 동료 의원 106명을 모아 공개 제안했다. 그는 의총에서 다시 한 번 제안 내용을 설명하며 두 판사의 탄핵소추 필요성을 거듭 설명했다.

우원식·최기상·이수진·고영인 의총서 지지발언... 우상호도 "국회 역할"

이어진 자유토론 시간에선 우원식 의원이 지지발언을 했다. 우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미 법원에서 (두 판사들의 행위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얘기했고, 전국법관대표회의도 국회가 (사법농단 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해서 이 역할이 국회로 넘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관탄핵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 아닌가. 그게 더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며 "2월 민생국회 기조와 방향을 잘 유지하면서 지도부가 대국민 메시지를 정리해 발표하고 신속하게 추진하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우 의원은 "법원이 국회 보고 하라고 했는데 안 할 방법이 있겠냐"는 말도 남겼다.

판사 출신 최기상·이수진(동작) 의원과 세월호 관련 사안에 앞장서온 고영인 의원 등 의총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한 7~8명도 모두 찬성 뜻을 밝혔다. 시간관계상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의원 10여 명도 실시간 채팅창에서 법관 탄핵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고 의원은 의총 전 페이스북글에서 "일부에서 민생집중국면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탄핵이 부정적 변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데, 2월 초 회기에 단번에 처리하고 헌법재판소 판단에 맡기면 된다"고도 했다.
 

 검찰이 지난 9월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정점' 인물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전직 대법관들의 자택 및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  서울 서초구 대법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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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이동근·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결의를 지지한다"고 썼다. 그는 "법원은 삼권분립을 통해 보호받아야 하지만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구이기도 하다"며 "이는 국회의 몫이자 역할"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제도적 개혁을 통해 검찰개혁을 마무리한 지금, 사법농단 판사 탄핵으로 사법개혁이 본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홍영표·송영길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법농단 법관탄핵 지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당이 판단할 일' 기류... 정의당 "준비 마쳤다, 시작하자"

민주당 밖에서도 사법농단 판사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4.16연대와 사법농단피해자단체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진보연대, 참여연대는 전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즉각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혁성향의 국내외 교수·연구자모임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도 27일 법관탄핵 지지 등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성명을 냈다. 청와대도 '당에서 판단할 일'이라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원내 소수정당들은 당론을 정리했다.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법관이 헌법은 물론 양심을 버리고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입법부의 기능을 하자"며 "정의당은 준비를 마쳤다. 시작하자"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미 탄핵제안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의사를 표시했고, 최강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는 등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망설이는 민주당 지도부... 이낙연·김태년 "정무적 판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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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날 이낙연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법관탄핵이란 단어를 쓰진 않으면서도 "여러 문제들이 있고 그런 문제들의 법리적 정합성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정무적 판단도 결코 경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비공개 전환 후 "법관 탄핵 이후 벌어질 국회 상황에 걱정이 든다", "정무적 고려를 해달라"고 발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전 상임위 간사, 원내부대표단 등에게도 비슷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해진다.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위적으론 100% 찬성인데 코로나로 민생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병행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있다"며 난감해했다. 국민의힘 쪽 의사를 타진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째깍째깍 다가오는 두 판사의 퇴직일

민주당 지도부가 미적대는 사이에 두 판사의 퇴직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동근 판사의 사표를 수리해 28일 인사를 낸다면 이 판사는 2월 9일 법복을 벗은 뒤 아무런 제한 없이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있다. 임기 만료로 2월 28일 법원을 떠나는 임성근 판사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 탄핵 소추안 발의와 의결 등이 급물살을 탄다면, 두 사람의 퇴직 절차는 중단된다. 대법원장 재량으로 이동근 판사의 퇴직명령을 취소할 수도 있다.

법원은 솜방망이 징계와 엄격한 법리 판단에 따른 무죄 판결로 사법농단 판사들의 책임을 물을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렸다. 그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탄핵소추안 발의(100명 이상)부터 의결(150명 이상)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174석의 집권여당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민주당은 오늘(28일) 오후 4시 추가로 의총을 열어 법관탄핵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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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김종철 사건으로 새롭게 떠오른 성범죄 친고죄 폐지 문제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고발 “피해자 보호 취지 무시, 정치문제로 퇴색” 지적… “김봉현 ‘술 접대 검사’ 더 있어”
 
 

 

28일 국민일보는 1면에서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피해자 일상 회복’과 ‘가해자 처벌’ 등의 가치에 대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적었다. 피해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공동체적 해결을 말하며 고소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으나 시민단체가 김 전 대표를 고소하면서다.

서울신문, 한겨레 등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3개 신문은 이번 상황을 두고 “친고죄 폐지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피해자 권리를 보호하고자 성범죄의 친고죄를 폐지했는데, 이번 성추행 사건은 정치적 문제로 변질해 피해자의 권리가 외려 침범받았다”며 “피해자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입법 공백을 보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8일 국민일보 1면
▲28일 국민일보 1면
▲28일 한겨레 2면
▲28일 한겨레 2면

 

지난 27일 시민단체 활빈단이 고발한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사건은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에 이첩됐다. 서울청 여성청소년과 내 여성대상범죄특별수사팀이 수사를 맡을 예정이다. 첫 고발인 조사는 오는 2월1일 열린다고 알려졌다.

장혜영 의원은 이보다 앞서 가해자가 혐의를 시인했고 당내 절차를 통해 성추행이 소명됐으며, 수사과정에서 수반될 2차 가해를 우려해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왔다. 활빈단의 고발을 두고도 그는 “나와 어떤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를 무시한 채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도 “‘모든 성범죄를 형사사법 절차로 끌고 가 수사기관의 공소제기와 법원의 판결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친고죄가 폐지된 것이 아니”라며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하고 △피해자 본인이 사법적 해결이 아닌 다른 사회적 해결을 택했을 때는, 이를 존중하는 것이 친고죄 폐지의 취지에 더 맞다”는 여성학자 권김현영씨 지적을 전했다.

다만 “일반적인 직장 내 성폭력의 경우 이번 정의당 대응처럼 즉각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가해자가 성추행을 시인하고, 피해자 본인의사에 따라 해결방법을 택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다수 사건 경우 피해자는 수사기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지만 “장 의원의 경우 전형적 상황에서 벗어난 만큼, 피해자가 정말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고소를 원치 않는 것이지 개별 사례마다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고소하지 못해 성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성범죄의 친고죄를 폐지했다”며 “친고죄 폐지의 핵심은 피해자 권리 보호인데 오히려 피해자 권리를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친고죄 폐지에 따른 법적 공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8일 전국단위 아침 종합 일간지 9개 1면 모음.
▲28일 전국단위 아침 종합 일간지 9개 1면 모음.

 

김봉현 “술 접대 검사 한 명 더 있어”

서울신문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법무부에 제출한 자필 자술서를 확인한 결과 그가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한 검사가 한 명이 더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주장을 사실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로 사건을 수사를 종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자술서에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제가 선임한 김모 변호사에게 제 누나를 통해 1000만원을 전달했다”며 “김 변호사가 당시 사건 담당 검사인 박모 검사와 막역한 친구사이라며 박 검사와 술 한 잔 하겠다고 해서 (1000만원을) 건네줬다”고 적었다.

▲28일 서울신문 9면
▲28일 서울신문 9면

 

수사를 담당한 서울남부지검은 이에 “김 전 회장 누나는 당시 변호사 선임을 위해 착수금조로 1000만원을 김 변호사에게 지급한 것이지 술접대 비용으로 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김 변호사와 박 검사의 통화내역, 기지국 위치, 구글 타임라인 등을 확인한 결과 수원지검이 김 전 회장을 수사하는 기간에 김 변호사와 박 검사의 동선도 일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상 없이 영업 제한’ 희생 감내한 한국, 직접지원한 미국·영국

한겨레가 미국·영국 등 정부 사이트에 공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두 나라가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영업 제한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한 규모가 한국의 10배에 달했다. 한겨레는 “영미식 자본주의를 모델로 삼아 경제성장을 일궈왔으나 코로나19 사태 대처 방식에선 이들에 견줘 지원이 매우 인색했다”고 비판했다.

▲28일 한겨레 1면
▲28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미국 경우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가동해 “전년동기 대비 25% 이상 줄어든 중소업체(직원 300명 이하)들이 지원받을 수 있으며, 1인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들도 지원 대상”이라며 “업체가 신청할 수 있는 최대한도는 200만달러이며, 1인 자영업자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만833달러(2300만원)다. 실제로 미국 중소기업청 집계자료를 보면, 1차 프로그램을 지난해 8월까지 시행한 결과 521만명이 평균 10만1000달러를 대출했다”고 전했다.

1·2차 자영업자 소득지원제도에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3차 지원을 시행한 영국은 월 소득의 80%를 한도로 3개월 치를 일시 지급한다. 최대 7500파운드(114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영업제한을 당한 대면서비스 업종 점주 등은 ‘지역제한지원보조금’(LRSG) 제도를 통해 소형 업체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2월 기간 동안 3335파운드(500만원)를 지원받는다. 소매·관광·레저업체 60만곳은 ‘추가 보조금’도 별도로 받는다. 소형 업체 경우 보조금은 4000파운드(600만원)다.

▲28일 경향신문 9면
▲28일 경향신문 9면

 

택배노조 파업, ‘사회적 합의’ 맹점 드러나

전국택배노조가 며 “과로사 없는 택배 현장을 만들기 위해 총파업을 선포한다”며 29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21일 택배사와 정부, 국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분류작업 업무를 택배사 책임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합의를 맺었다. 그러나 노조는 현장이 달라지지 않는 등 약속이 파기됐다며 파업 돌입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은 4000명, 롯데와 한진택배는 각각 1000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 계획은 사회적 합의문에 명시된대로 택배 노동자 개인별 택배 분류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택배 노동자에게 분류작업을 전가하는 것이자 과로사의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사회적 합의 기구의 역할과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며 “노사의 이행 강제성이나 관리·감독 체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쪽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파기할 경우 이를 제재할 마땅한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28일 서울신문 1면
▲28일 서울신문 1면

 

“작년 30만명도 안 태어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출생아 수는 25만3787명이다. 사망자 수는 출생아 수를 앞질렀다. 지난해 1~11월 사망자 수는 27만 8186명이다.

서울신문은 “연간 출생아 수가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초로 20만명대로 떨어졌다. 2017년 30만명대로 주저앉은 뒤 불과 3년 만에 20만명대 진입”이라며 “최근 5년간(2015~2019년) 12월 출생아 평균 감소율(-8.22%)을 적용하면 지난달 출생아 수도 1만 9483명으로 추산돼 연간으로 30만명을 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제3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가 내달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울신문에 “고령자가 정년이 지나도 바로 (고용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재고용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외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인정받도록 제도적 기반도 개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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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 누출 문제 ‘멸치·바나나로 덮어버린 교수·언론’에 분노한 전문가들

 

아래로 흐를 수밖에 없는 방사성물질이 지상서 높은 농도로 측정된다는 위험성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1-01-28 07:35:34
수정 2021-01-28 07: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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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원 소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전문가-시민사회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1.27.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원 소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전문가-시민사회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1.27.ⓒ뉴시스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이 삼중수소에 대한 원자력계 인사 발언과 이를 그대로 받아쓴 언론 때문에 경주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누출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가 삼중수소를 멸치·바나나와 비교하며 문제 될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주장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 핵물리학자는 “미친 사람”이라며 크게 분노했다.

27일 에너지전환포럼·탈핵교수모임 등이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물은 아래로 흐를 수밖에”
도대체 얼마나 누출됐으면…

먼저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이미 해외에서는 1980~1990년부터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 누출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안전 대책이 나왔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다가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뒤에서야 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소장 등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에서는 1980~1990년대부터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 누출이 크게 논란이 됐다. 미국에서는 2005년 비계획적 방출에 의한 지하수 오염 조사 등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원전이 오염시킨 부지·지하수 등을 복원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들지 추정할 수 없는 관계로 이를 감시하는 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아무런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누출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자, 2017년에서야 월성원전 2·3·4호기에 CFVS(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를 설치하겠다고 했고, 이 같은 계획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지난 2012년 월성원전 1호기에 CFVS를 설치하던 중 오염수 외부 확산을 막는 최후의 방벽인 차수막이 손상된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런 뒤에야 한수원은 2019년 지하수 감시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월성원전 주변에 관측 우물을 두어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했으며, 2020년 12월경 이를 측정한 한수원 내부 자료를 누군가 경주 환경단체에 전달하면서, 이번 삼중수소 누출 논란이 시작됐다.

 

이렇게 드러난 한수원 문건에는 월성원전 1·2·3·4호기 주변 빗물 중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L)당 133 베크렐(Bq)에서 923 베크렐에 이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1.05 베크렐 수준으로 알려진 전국 평균보다 약 100배에서 1000배에 이르는 농도다. 또한 월성 3호기 터빈건물 배수로에서는 리터당 71만3천 베크렐의 고농도 삼중수소 고인물이 발견된 바 있다는 보고 내용, 월성원전 주변 27개 관측 우물 전체에서 통제 불능 상태의 한수원 내부 기준에는 이르지 않지만 상당한 농도의 삼중수소 농도가 측정됐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문제는 이렇게 측정된 삼중수소 농도로는 실제 사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키 어렵다는 점이다. 한 소장은 보통 물은 중력 때문에 벽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며 시멘트에 스며드는 식으로 통과할 수 있다는 점, 감마핵종은 입자가 커서 균열이 생긴 틈으로 누출이 되더라도 흙에 의해 걸러지지만 물로 이루어진 삼중수소는 더 멀리 퍼진다는 점 등을 짚으며, 땅속 깊은 곳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어느 정도로 누출되고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력 때문에 아래로 흐를 수밖에 없는 삼중수소가 지상에서도 높은 농도로 측정되는 상황의 심각성을 짚은 것이다.

또 당초 월성원전 설계에서도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더라도 아래로 흐른다는 것을 한수원도 알고 원전 하부에 차수막을 설치한 지점’을 지적하며 “이런데도, 유출이 없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수원이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법제도상 유출에 대한 기준이나 근거가 없기에 법률상 무죄라는 걸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원 소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전문가-시민사회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1.27.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원 소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전문가-시민사회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1.27.ⓒ뉴시스

위험성, 바나나·멸치에 비교한 교수
한 핵물리학자의 분노 “미친 사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원자력계 일부 인사의 과장·왜곡된 주장과 이 주장을 수많은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흐린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제기했다.

앞서 삼중수소 누출이 논란이 되자,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바나나 3~6개, 멸치 1g 내외”라며 주민-환경단체 등이 제기하는 월성원전 방사능 물질 누출 문제가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의 월성원전 수사를 물타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많은 언론이 이 주장을 그대로 기사로 옮기면서 삼중수소 누출 문제가 별일 아니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의학자들은 이 주장이 드러나지 않은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가리고 있다고 봤다. 김익중 의학박사 또한 지난 15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대담에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김 박사는 삼중수소는 스스로 핵붕괴를 일으키는 불안정한 방사성물질이며 12년 사이에 50%가 핵붕괴한다는 점, 물로 존재하는 삼중수소의 경우 소변으로 배출되기에 인체에 큰 위협이 되진 않지만 수소 대신 우리 몸의 구성성분이 되었을 경우 1년 단위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 DNA 등으로 구성된 삼중수소가 핵붕괴할 경우 단순히 방사능 에너지를 배출하는 것 말고도 핵종전환을 일으키면서 DNA를 파괴한다는 점 등을 들어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날 긴급 토론회에서도, 발제자로 출연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 들어와서 (몸의 구성성분으로) 결합하여 1년 내지는 훨씬 오래 남는다”라며 “반면, 바나나에 들어있는 (자연 방사성물질인) 칼륨은 결합하는 성질이 아니어서 (우리 몸에) 들어오자마자 배출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양의 원전 삼중수소가 자연으로 배출돼 순환하는 과정에서 식물 광합성 등을 통해 유기물이 되고 인간 또는 동물이 이를 섭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소장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1965년 권고한 방사선 방호 기본 사고방식을 나타내는 개념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최저)을 소개하며 “방사능에 관한 기준이 있더라도, 어떤 잠재적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무조건 최대한 낮춰야 하는 게 원자력공학의 기본 전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기준이 100이니 1은 문제없다? 이건 장사꾼들이나 하는 얘기”라며 1이면 어떻게 0.1로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게 공학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나나·멸치 등의 비교 논란은 “도덕성에 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로 있다가 정년퇴임한 이준택 핵물리학자는 “(바나나에 들어있는) 칼륨이 우리 몸 안에서 반응하는 것과 삼중수소가 우리 몸에서 반응하는 과정, 거동, 영향력은 비교할 수 없다”라며 “(학자임에도 쉽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라고 분노했다.

또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로 일했던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정용훈 교수가 월성원전 주민 피폭량을 멸치 1그램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한 것과 관련해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했는지 궁금해서 1주일 동안 찾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 교수가 주장의 근거로 사용한 자료는) 1974년과 1975년 제주도·남해에서 각각 한 번씩 딱 두 번 멸치 시료를 채취해서 측정한 방사능 수치에다가 피폭량을 계산한 것이었다”라며 “유효선량을 평가하려면 엄밀한 과학적 절차와 방법론을 써야 하는데,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주장을 펼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석 위원은 스페인과 일본에서 과학적 방식으로 측정한 선량을 소개했다. 그는 “스페인의 경우 6년간 한 지역에서 여러 번 조사를 한 결과이고, 일본은 3년 동안 조사한 결과이며, (조사 대상 또한) 최종소비단계에 있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튀김요리와 멸치통조림에서 측정된 선량이 100배 차이를 보이는 등 유통과정 및 조리방법 등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토론회 사회를 맡은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에 반박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다”고 한탄했다.

토론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토론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에너지전환포럼 유튜브 채널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이번 문제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규제는 기술이 중심이 아니라 관료가 중심이 되고 있어서 문제”라면서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시민 감시 조직을 활성화해서 독점 폐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는 독립전문기관이 있고 검사도 독립검사시관에서 진행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환경단체·노조·의료인·학자·전문가·주민 등이 참여하는 지역정보위원회가 있는데 위원회에서 정보를 요구하면 법적으로 7일 이내에 제출하게 돼 있다”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정보공개를 요청하면 ‘영업비밀’이라고 주지 않는다. 국민 목숨과 영업비밀 중 뭐가 우선인지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석 전문위원은 “원안위에 사고 원인 조사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CFVS를 무리하게 설치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CFVS를 애초 누가 설치했느냐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1년 원안위가 독립되고 얼마 없어서 ‘미래와도전’이라는 아주 작은 원자력설계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라며 “몰아준 것 중 하나가 CFVS인데, 결과적으로 무리하게 CFVS를 설치하게 된 배경에는 현 원안위 사무처가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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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슬픈 경우”

‘통일애국열사 박종린 선생 민족통일장 장례위’, 추도식 개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1.28 05:09
  •  
  •  수정 2021.01.28 06:06
  •  
  •  댓글 0
 
‘통일애국열사 박종린 선생 민족통일장’ 추도식이 27일 오후 6시 인천사랑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통일애국열사 박종린 선생 민족통일장’ 추도식이 27일 오후 6시 인천사랑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종린 선생을 생각하면 ‘참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슬픈 경우겠구나’ 생각을 했다.”

‘통일애국열사 박종린 선생 민족통일장’ 추도식장은 조국의 분단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깊은 슬픔을 안겼는지를 새삼 확인하면서 숙연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추도식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정된 인원만 직접 참석했다.

‘통일애국열사 박종린 선생 민족통일장 장례위원회’가 27일 오후 6시 인천사랑병원 장례식장에서 개최한 추도식은 애타게 가족이 있는 북으로 송환을 기다리다 89년의 생을 마감한 통일운동가의 가슴아픈 사연이 펼쳐졌다.

“분명히 ‘신병인수서’였다. 전향서가 아니었다”

2007년 평양에서 개최된 6.15민족통일대축전에 고인과 함께 참가했던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마음속으로만 ‘저 사람이 내 딸이지’ 짐작하면서 손도 못 잡아보고 말 한 마디 못하고 되돌아서서 올 때 그 양반 심장이 과연 어땠을까 하는 것. 아마 그것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슬픔으로 최고의 슬픔의 경지가 아니었겠는가 싶다”며 “우리 민족만이 갖고 있는 이런 참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이러한 상황”을 개탄했다.

2007년 평양에서 개최된 6.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박종린 선생.(맨 오른쪽) 딸을 먼 발치로만 보고 끝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07년 평양에서 개최된 6.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박종린 선생.(맨 오른쪽) 딸을 먼 발치로만 보고 끝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당시 평양 공동행사는 한나라당 의원의 주석단 배치 문제를 두고 행사가 파행을 거듭했고, 박종린 선생은 1959년 북을 떠나올 때 100일도 안 됐던 딸 옥희를 먼 발치에서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안타깝다’거나 ‘슬프다’는 말로 그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34년을 감옥에서 살면서 남쪽에 가족이 없어 ‘일반면회’를 단 한 번도 못 해본 고인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넨 곳은 시골의 작은 교회였다. 전남 무안군 용학교회의 임영창 목사와 배종렬 장로 등이 ‘신병 인수서’를 써주고 1993년 성탄절 전야에 병보석으로 출감한 것.

지금은 화순 만나교회에서 사목하고 있는 임영찬 목사는 “신병 인수서를 써서 제출하고 박종린 선생을 우리가 모시고 왔었다. 그런데 그게 박종린 선생에게 있어서는 돌아가실 때까지 족쇄가 되고 말았다”며 울먹였다. “분명히 ‘신병인수서’였다. 전향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쓴 것은 박종린 선생이 아니라 내가 썼다”고.

임영찬 목사는 고인과의 인연과 2000년 비전향장기수 송환대상에서 제외된 경위 등을 밝히며 울먹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영찬 목사는 고인과의 인연과 2000년 비전향장기수 송환대상에서 제외된 경위 등을 밝히며 울먹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6.15공동선언에 따라 비전향장기수들이 송환됐지만 고인은 전향자로 분류돼 끝내 송환되지 못했다. 마음의 짐을 떠안은 임 목사를 불러 다독인 것은 오히려 박종린 선생이었다. “좋은 뜻으로 사랑으로 나를 감싸줬는데 내가 목사님과 영학교회 교인들 원망을 하겠나. 고마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으니 염려하지 마시고 2차 북송 때는 올라갈 거다”라고.

그러나 비극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그날 서울을 떠난 63분의 선생들이 ‘신념의 강자’를 맞이하는 격정적인 환영 인파에 둘러싸여 평양에 들어설 때 신혼 14개월 만에 헤어져 41년을 기다려온 로인숙 사모님이 그 자리에 계셨다. 선생님을 찾아 헤매다 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모님은 충격으로 쓰러져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참 후에야 이 소식을 알게 된 고인의 비통한 심경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통일애국열사 박종린 선생 걸어오신 길

1933년 3월 14일 중국 길림성 훈춘현 반석촌에서 부친 박승진(1945년 작고), 모친 채성녀(1988년 작고) 사이 5형제 중 넷째로 출생

1945년 3월 중국 훈춘 남신소학교 졸업

1945년 해방을 맞아 함경북도 경원군(현 새별군) 안농면으로 귀국

1945년 11월 조국광복회 항일유격대원 아버지 박승진님 별세

1947년 7월 함북 경원군 안농중학교 졸업

1950년 9월 만경대혁명가유자녀학원 졸업

1950 – 51년 인민군 자원입대, 오백룡사단 배속 전쟁참가, 낙동강전투 부상

1951년 12월 16일 화선입당(19세)

1958년 3월 로인숙님(24세)과 결혼, 59년 득녀(옥희)

1959년 6월 20일 연락책으로 남파(911 통신부대 소좌) 당시 딸 옥희 생후 100일

1959년 12월 29일 체포. 서울형무소 수감(국가보안법)

1960년 10월 28일 ‘모란봉 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 선고

1961년 2월 18일 대법원 무기징역 판결. 대구교도소로 이감

1976년 이른바 “ 붉은별” 조직활동 사건으로 무기징역 추가. 2중 무기수로 복역함. 광주, 전주, 대전, 대구교도소 생활

1993년 12월 24일 병보석으로 출옥후 신병치료함

1994년 7월 – 2000년 9월 전남 무안군 용학교회 등에 거주. 무안 해제중학교 매점 근무

2000년 9월 – 2001년 3월 상경. 경기도 과천시 소재 소환된 비전향장기수들(홍문거, 김은환) 운영하던 고서적방 인수운영함.

2000년 9월 평양 비전향장기수 환영행사(부인 로인숙여사 –쓰러져 별세하심). 딸 옥희(김일성종합대학 교수)

2000년 10월 통일광장 성원

2001년 범민련 경기인천연합 고문

2001년 3월 – 2004년 5월 월간 “민족21” 창간 참여 근무함

2004년 5월 – 2007년 5월 홍익대 부속 중고등부 학생매점에서 근무

2005년 범민련 남측본부 금강산 행사 참가

2007년 5월 이후 신병 등으로 무직

2007년 6월 범민련 성원으로 6.15 7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평양)에 참가

2008년 북경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 참가

2015년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

2017년 8월 오랜 옥고의 후유증으로 대장암 판정, 투병생활

2021년 1월 대장암 증세 악화로 인천 사랑병원 입원치료

2021년 1월 26일 오전1시49분 숙환으로 별세. 향년 89세.

(자료제공 - 장례위원회)

 

“남쪽에서는 환송을, 북쪽에서는 환영을 받으며 북한으로 돌아가겠다”

공동장례위원장인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가 첫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공동장례위원장인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가 첫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영찬 목사는 박종린 선생과 함께 선생의 고향 중국 훈춘을 방문했던 일도 회고했다. 두만강 건너 코앞이 북녘 땅인지라 “박 선생님, 지금 얼른 넘어가 버리세요. 북한으로 가세요. 그리운 부인과 딸이 있는데 그냥 넘어 가세요”라고 권유했다는 것. “그때 박 선생은 눈에 눈물이 가득하고 목이 메서 한동안 말씀을 안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공식적으로 남쪽에서는 환송을, 북쪽에서는 환영을 받으며 북한으로 돌아가겠다. 그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일이다. 내가 지금 사라지는 게 통일을 앞당기는 게 아니라 떳떳하게 북으로 돌아가는 그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일이다.”

임 목사는 “박 선생의 인생은 통일에 대한 열망을 단 한순간도 버리지 않고 사셨던 분”이라며 “그분의 인생은 남북 분단에 가장 고통스럽고 괴로운 십자가를 온몸으로 짊어지고 사셨던 인생이라고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고 추도했다.

김혜순 회장은 박 선생의 병세가 위중해지자 통일부에 북으로의 송환이나 유해 송환을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며 “고령의 비전향장기수들을 가족품에서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인도적인 차원에서 송환문제를 다뤄주기를 학수고대했는데 코로나 핑계로 시간만 축낸 상황이 야속하기만 하다”면서 “환갑을 넘긴 딸 옥희씨에게 부고가 전달되었을까요? 혹여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들었다면 남쪽 당국에 송환을 요청하지 않을까 귀를 쫑긋 열어둬 본다”고 마지막 미련을 붙들었다.

고인이 몸담았던 비전향장기수 모임 통일광장의 권낙기 대표는 “박종린 선생과 같이 관계를 맺었던 사람 치고 박종린 선생에 대한 품성, 인품에 대해서 탓하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사상성이니 당성이니 정치성이니 하고 매도를 하지만 그 모든 것들도 종국에 가서는 그 사람됨됨이고 그 사람의 인품이며 품성이다. 박종린 선생은 그 세 개를 다 갖춘 분”이라고 추도했다.

특히 “박종린 선생은 혁명유자녀학원을 나온 자존심 있는 분”이며, “공화국에서 당이라는 조직적 생활을 해보신 분”이라고 각별히 기렸다. 항일혁명열사 유자녀들의 교육기관인 만경대혁명유자녀학원을 다녔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에 자원입대해 화선입당하고 전쟁 후에는 통신부대 장교로 활동했다.

“혁명유자녀학원을 나온 자존심 있는 분”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카 박건 씨가 유족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카 박건 씨가 유족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고인이 활동했던 범민련남측본부의 이규재 의장은 “불행을 씌워준 놈들이 미국놈들이라고 생각할 때 치솟는 분노가 하늘을 찔러야 한다”며 “2021년부터는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잡고 미국놈 내쫒는 일에 전력을 다하자”고 ‘반미투쟁’을 강조했고, 장례위 호상을 맡은 통일광장 임뱡규 선생도 “우리 민족을 여러모로 괴롭히는 미국놈들을 조국강토로부터 축출하는 그런 통일운동에 죽는 순간 후회 가지 않도록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유족을 대표해 중국에 거주하는 조카 박건 씨는 그간 고인을 돌봐주고 찾아와준 단체와 개인을 일일이 거명하며 고마움을 표하고 “이제 중국에 가게 되면 여러분들의 진심어린 방조와 손길을 북측 우리 동생 옥희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딸 옥희씨는 2000년 비전향장기수 송환 당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출소후 무안 해제중학교 매점에 근무하면서 ‘통일 할아버지’로 불리던 고인은 범민련 경기인천연합이나 <민족21> 등에서 일하면서도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쌓아왔고, 추도식에서도 ‘박종린 선생 청년동지회’ 고정석 씨가 고인의 약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양희철 통일광장 회원이 조시를, 노패패 휘파람이 조가를 헌정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양희철 통일광장 회원이 조시를, 노패패 휘파람이 조가를 헌정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도식에서 양희철 통일광장 회원이 조시를, 노패패 휘파람이 조가를 헌정했고, 추모영상 상영과 합동헌화 등이 진행됐다.

한편, 범민련 공동사무국은 장례위 호상을 맡은 이태형 전 범민련 경인연합 의장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전시기로 되돌아간 남북관계의 현 실태로 선생님의 소원은 실현되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제 자주통일을 위해 한 몸 바치신 선생님의 준절한 삶을 이어 반드시 자주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당겨올 것”이라고 다짐하고 “고 박종린 선생님이시여 조국통일의 품에서 영면하옵소서”라고 기원했다. 

고인의 유해는 28일 오전 6시 빈소에서 발인해 오전 8시 인천시립승화원에서 화장한 뒤 서울 종로구 금선사에 모셔질 예정이다. 

 

[조시] 쉼 없이 끊임 없이
통일광장 성원인 양희철 선행이 조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통일광장 성원인 양희철 선행이 조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종린 선생님의 령전에
                                 1933.3.14-2021.1.26

 

그리는 마음 부풀릴 때마다

와 닿는 얼굴들

아빠! 오! 나의 딸 옥희냐

여보! 당신이구려, 로인숙

그리움은 켜켜이 쌓이고 발길은 막히누나

항상 안기고픈 어머니당 포근한 품

어찌 잊으리 어찌 그립지 않으리

만사 제쳐두고 오늘은 간다, 갈거다

이렇게 매일 거듭하셨을

박종린 선생님

 

남녘의 조국에서

엮은 풍상 얼만데, 당한 수모는

그래도 보람은 남았다며 돌아본 어젯 날

한분한분 자애로운 얼굴들 고마움 솟고

간난의 어려움도 이겨내게 하셨네

원망도 투정도 다 사라지게 했어라

 

낳고 자란 만주벌 길림 훈춘의 거리

배움 주신 평양의 만경대유자녀학원

조국의 부름 제복의 병영생활

배우고 익힌 것이 기술인가 지식인가

펼치고 전수하라 조국통일을 위해

명령 따라 밟은 남녘조국에서

지옥의 34년 아끼고 잃은 청춘

대구감옥 ‘붉은 별’ 가형은 무기징역

쌍무기 안고지고 인고의 서러움 달래다

 

출소, 보증을 목사님이 서셨나

이게 사달일 줄이야

2000년 9월 2일 비전향장기수 떠나든 그때

그 대열 끼지 못하고 낙오자라

평양의 아내 로인숙 사랑을 그리다

병 얻어 먼저 갔다

어이 이다지 목메게 하는가.

 

2차 송환은 21년 째 맴돌 뿐

서울 청와대에서 잠자고, 갔네 평양에

먼 발치 또렷한 옥희의 모습, 옆은 사위?

그냥 딸 따라 사위 손잡고 가면 될 것을

그럴 수는 없다

서울의 동지 친지 핍박을 어이하리

돌아 온 서울바닥 한냉이 깔리고

얻은 병마 남은 생 함께 했어라

 

어떤 우방도 민족보다 우선일 순 없다, 신

김영삼 대통령, 이인모 선생 가족의 품으로

선한 일은 작아도 하늘은 아신다, 던

노무현 대통령, 작고한 정순택 선생도 보내주셨네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대중 대통령 두 분의 위훈이신

6.15통일장전 실천하라신다, 민족의 이름으로

하물며 민족의 한을 풀어주는 조국통일임이랴

외세가 갈라놓은 민족과 조국

모든 것 제쳐두고 통일 먼저 하라신다

 

평화 평등은 통일에 이어 자연스레 오는 것

자유도 행복도 통일 없으면 누릴 수 없는 것

몽매간에 바라시던 통일 보시지 못한 채

가시고 말았습니다. 박종린 동지시여!

기 조카 내외, 조카딸 슬픔을 안고

경향에서 조문 오신 친지분들과 동지들

혈육보다 애통해하는 모습 보이시나요

훨훨 조국산천 날아 금수강산 조망하시고

쉽없이 통일의 씨앗 흩뿌리소서

싹터 통일의 열매 거두는 그 날 다시 만나요


2021년 1월 27일

삼가 양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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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남북-북미대화 지지한다”

문 대통령, “조기 방한 기대..중국 공산당 100주년 축하”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01.27 07:09
  •  
  •  수정 2021.01.27 07:32
  •  
  •  댓글 0
 
문 대통령이 26일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이 26일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 [사진제공-청와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남북-북미 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밤 9시부터 40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관련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하자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정치적 해결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밝힌 대외적 입장은 미국, 한국과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으로 본다”면서 “한반도 정세는 총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께서 지난해 11월 구두 메시지(왕이 국무위원 대통령 예방 시)를 통해 변함없는 방한 의지를 보여준 것을 평가하며,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어 여건이 갖추어지는 대로 조기에 방한이 성사될 수 있도록 양국이 계속 소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따뜻한 국빈 방문 초청에 감사드린다”며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조속히 방문해 만나 뵙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를 위해 양국 외교당국이 상시적 연락을 유지하고, 밀접히 소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민석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두 정상은 2021-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하고, 교류의 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풍성한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했다. 

특히, 한중 수교 30주년(2022년)을 앞두고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향후 30년의 발전 청사진을 함께 구상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작년 11월 26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원칙적 합의에 이른 바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과 한국이 서로에게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빨리 마무리하고,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조속히 발효하며,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가속화하자고 했다. “중국은 한국 측과 국제사무에 대한 협조를 강화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유지를 위해 힘을 모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시 주석의 영도 아래 중국은 전염병 퇴치에 성공했고, 세계 주요 경제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뤘으며,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이 날로 강화되어 두 개 100년 목표 달성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4일 문 대통령의 생일 축하 서한을 보내왔다. 문 대통령과 함께 올해 한중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한중관계의 도약과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는 답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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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엔 진보·보수 없어... 국회서 '미투' 확산 안 된 이유 뭐겠나"

[스팟인터뷰]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21.01.26 19:15l최종 업데이트 21.01.26 19:44l박정훈(twentyrock)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성추행 사건으로 직위해제된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 대표단회의를 마친 관계자들이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성추행 사건으로 직위해제된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 대표단회의를 마친 관계자들이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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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국정치를 쥐고 흔들고 있는 '남성'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여성의 삶도, 한국의 미래도 맡길 수 없다."

지난 26일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자,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은 '남성 정치인의 자격을 묻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남성을 정치의 기본값으로 보는 정치 문화에 문제를 제기했다. 여.세.연은 1999년부터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와 여성 대표성 제고를 통한 '정치개혁'을 위해 연구와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온 단체다.

이들은 성명에서 "상당한 권력을 가진 정치인임에도 여성 정치인이 성폭력 위험을 겪고 실제 경험한다는 사실은 어느 곳에서나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라며 "정치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과 폭력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 전체가 성평등한 사회로 진전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강조했다.

 

 2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한 권수현 여.세.연 대표는 "성폭력은 진보와 보수 한 쪽의 문제가 아닌, 모든 정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다"라며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남성 정치인들이 스스로 성찰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정치권 내에서의 성폭력 문제를 끊어내기 위한 대안으로, 현재 캐나다, EU, 멕시코, 볼리비아에서 법률 혹은 규약 등으로 존재하는 '정치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얼굴 내놓고 '성평등' 말하지 못하는 국회
 
 국회의사당 전경.
▲  국회의사당 전경.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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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정치권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만약 남성 정치인들이 성찰할 능력이 있다면, 긴장감을 갖고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은 정치인을 '시민의 대표'로서 뽑는 것이기 때문에, 더 낫고 더 좋은 사람이길 원한다. 정치인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게 행동을 하려고 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 형식적이지 않은 '성평등 교육'이 강제되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후보자를 공천할 때도 성평등에 관한 검증 기준을 만들어 엄격하게 평가를 해서 후보를 내야 한다. 그리고 시대적인 흐름을 수용하고 젠더 관련 의제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도 충분히 성평등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 왜 정치권에서는 여성을 동료로 보지 못했을까?
"사실 이 질문은 남성들에게 해야 하지 않을까? 왜 남성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남성들이 답했으면 한다."

- 정치권이 다른 집단보다 성차별이 더 심한 편이라고 보나?
"국회에서 일하는 페미니스트 모임 '국회페미'가 미투 이후에 등장했다. 그런데 이분들은 얼굴을 공개하고 활동하지 못한다. 이는 국회에서 성평등을 이야기했을 때 개인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곳에서 미투가 번져나갔지만, 국회에서는 확산됐다고 하기 어렵다. 이 공간이 굉장히 폐쇄적이라서 그렇다. 국회에서 일하는 분들 이야기로는 자잘한 내용의 성희롱, 성추행이 너무나 만연해서, 그게 왜 문제인지조차 인지하는 남성들이 없다고 하더라. 성폭력 문제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농담'처럼 치부되는 것이다.

정치권이 사회의 변화를 빨리 흡수하고 변화를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그 변화에서 국회가 가장 뒤처진 조직처럼 보인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성차별적인 구조에서 불편함을 못 느낀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 지난 25일 '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관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떻게 보나.
"일단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실이 인정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경찰, 검찰모두 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결과를 보면 구체적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고, 권고 조치 역시 명확성이 떨어진다. 많은 분이 100점 만점에 50점이라고 한다. 충분히 권고 내용에 포함할 수 있는 것이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정의당 조치 모범적...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자성해야"
 
국가인권위원회, ‘박원순 성추행 의혹' 전원위 개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권위는 전원위원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한다.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권위는 전원위원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한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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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어난 정치인들의 성폭력 사건이 '진보 정치'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동의하는가?
"진보와 보수는 상관없다. 홍준표 의원의 여성비하 발언, 강용석 전 의원의 성희롱, 윤창중 전 대변인과 최연희 전 의원의 성추행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에서도 문제적인 인물들이 중요한 자리를 맡았고, 여전히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양에서는 진보가 좀 더 성평등한 정책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진보 진영이 수용하는 성평등의 수준은 외국의 진보 정당과 비교하면 상당히 협소하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진보와 보수는 다를 게 없다."

- 김 대표 성추행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무관용 원칙을 취하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정의당을 비판하면서도 '민주당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평이 적절했다고 보나?
"성폭력은 모든 정당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다. 정의당이 이번에 보여준 조치는 다른 정당과는 상당히 구분된다. 여성이 성폭력을 겪고 조직에 문제제기를 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지 모범사례를 제시한 것에 가깝다.

민주당은 인권위 조사 결과부터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박 전 시장 자체에 대한 조사는 어렵더라도, 박 전 시장 지지자와 비서실이 있는 '6층 사람들'을 통해 발생하는 2차 가해는 막아야 한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자들에 대해 엄격히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의당에 뭐라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성폭력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성찰이 필요한 정당 아닌가. 스토킹처벌법이나 성폭력 관련한 대안 입법을 제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이번 사건을 이용해 정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났다. 정책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타당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정치하는 것은, '누가 누가 더 못하나'를 보여주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인다."

- 정치권의 성차별·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여.세.연이 내세우는 대안은 무엇인가?
"정치 영역에서는 남성이 기본값이 되고, 여성은 정치능력이 남성보다 떨어지는 것처럼 전제된다. 여성은 정치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하기 어렵고,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은 폭력이나 공격에 노출되어 불안하게 정치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한국 사회에선 정치권에서의 여성 폭력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정치'를 내세웠다가 온라인상에서 사이버불링을 당하고 수차례 포스터 훼손을 당한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공격, 2020년 총선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가 겪은 유사한 사례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여성 의원의 옷차림만이 문제가 되고, 성희롱적인 발언들이 제지 당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받아들여진 것 역시 여성에 대한 억압적인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여.세.연은 '정치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법' 제정을 통해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러 가지 폭력이나 억압에 노출이 되는 것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차별금지법 혹은 성폭력 관련한 법에 포함시키거나, 따로 입법을 해서 적극적으로 다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꼭 법률이 아니더라도 의원 내규에서라도 이런 내용이 규정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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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112]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분석(2)

이형구 | 기사입력 2021/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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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글(http://jajusibo.com/54203)에 이어

 

 

 


2.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행사의 특징

 

8차 당대회는 한 정당의 정치행사로서는 규모에서나 정치적인 내용으로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행사였다.

 

(1)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정당 행사

 

8차 당대회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만큼 대규모 정치행사였다. 

 

8차 당대회는 1월 5일 개회하고 열병식을 진행한 14일까지, 10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긴 정당 정치행사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회는 북한 말고도 여러 나라에서 가장 큰 정치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매우 큰 정치행사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대선과 함께 4년마다 열리며, 이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결정한다. 대선 후보 출정식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전당대회도 대체로 3일 정도 진행될 뿐이다. 중국은 미국보다 당대회를 크게 한다. 중국 공산당은 ‘전국대표대회’라는 이름으로 당대회를 여는데, 2017년에 열린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는 7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와 비교했을 때 북한의 8차 당대회는 가장 길게 열린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소련이 존재했을 때 소련 공산당은 당대회를 열흘 넘게 진행한 사례도 많긴 했다. 다만, 소련은 사회주의 종주국을 자처했고, 소련 자체가 15개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모여 만든 연방국가였다. 소련은 당내에서도 노선 대립이 빚어져 여러 논쟁 속에서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8차 당대회는 참석 인원으로도 역대급 규모였다. 북한은 8차 당대회 참석자 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당대표자가 5,000명, 방청자는 2,000명으로 총 7,000명 정도가 10일 동안 열린 대회에 참가했다.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참가자 수는 2,287명이었다. 인구나 공산당원 수가 더 많은 중국보다 북한이 당대회를 더 크게 연 것이다. 8차 당대회는 과거 북한의 당대회보다도 규모가 커졌다. 2016년에 열린 7차 당대회에서는 5,054명이 참석했다고 하니, 8차 당대회 참가자는 7차 당대회보다 2,000명 정도 더 많아진 것이다.

 

행사구성도 다양했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8일 동안 회의를 진행하고 경축공연과 열병식까지 열었다. 

 

8차 당대회 경축 대공연 ‘당을 노래하노라’는 1월 13일에 시작하여 24일까지, 12일 동안 진행됐다. 당대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장기간 계속된 것이다. 

 

경축공연은 매우 화려하게 꾸려진 것으로 보인다. 전체 공연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도 영상을 보면 ‘당을 노래하노라’의 무대는 계단식으로 3층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 한 개 층이 매우 넓어서 3개 층에 달하는 전체 무대는 평양체육관 전체를 다 사용하는 규모였다. 무대배경엔 무대 중앙부터 좌우까지 3면에 걸쳐 스크린이 설치되었다. 이런 거대한 무대에서 성악과 기악, 무용과 집단체조 등이 진행되고 무대 배경엔 영상과 조명이 다채롭게 사용되어 전체 공연이 상당히 화려하고 웅장해 보였다. 

 

14일에 열린 당대회 열병식은 매우 특이한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열병식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보통 건국절이나 독립기념일, 건군기념일에 진행하곤 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열병식을 진행한 바 있고 미국은 2019년 독립기념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다. 프랑스가 2018년 프랑스 혁명 229주년 기념일에 열병식을 한 게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열병식을 하지만 정당 행사에서 열병식을 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북한이 유일무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조선노동당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8차 당대회 열병식은 북한 열병식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열병식은 2020년 10월 10일에도 열렸다. 이번 열병식은 이례적으로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안에 재차 진행된 행사였다. 또한 당 창건 기념일에 열병식을 하는 경우는 자주 있었지만, 당대회에서 열병식을 진행하기는 처음이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처음으로 당대회를 기념해 군사페레이드를 실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당대회를 중요하게 여기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8차 당대회는 여러모로 특별하고 성대하게 치러진 행사라는 걸 알 수 있다.

 

 

▲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경축 대공연 ‘당을 노래하노라’

 

(2) ‘일심단결’이 과시된 행사

 

8차 당대회 행사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북한 사회의 ‘일심단결’을 과시하는 행사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 80일 전투

 

먼저, 8차 당대회는 일부 당대회 대표자들만 참가하는 행사로 그치지 않았다. 북한 국민은 2020년 10월 10일 이후 80일 전투를 벌이면서 8차 당대회를 준비했다. 온 국민이 8차 당대회를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신문은 2020년 10월 23일 “80일 전투의 혁혁한 성과로 당 제8차 대회를 보위하자”라고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이런 호소에 북한 국민들은 “80일 전투에 총매진하여 당 제8차 대회를 자랑찬 성과로 맞이하자”라며 80일 전투에 나섰다. 

 

북한에서 80일 전투는 성과적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월 1일 80일 전투의 성과를 종합해서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전력공업에서는 80일 전투 목표를 106.4%, 석탄공업에서는 102%로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보여 공업부문의 52개 주요목표가 달성됐다고 한다. 4.15기술혁신돌격대는 전투기간에만 7,900여 건의 기술혁신안을 창안·도입했다고도 한다. 

 

이런 80일 전투의 성과는 몇몇 사람이 분발해서 이룰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 국민이 80일 전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당대회는 말 그대로 정당의 행사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당대회는 당원이면 관심을 가질 법하지만, 당원이 아닌 사람에게는 하나의 정치 뉴스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국민은 8차 당대회를 ‘보위’하겠다며 80일 전투에 나섰다. 전 북한 국민이 당대회를 자기 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8차 당대회는 단지 조선노동당원만의 행사일 뿐만 아니라 북한 국민의 최고 행사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80일 전투는 북한 국민 속에 조선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열기를 고조시켰다고 할 수 있다.

 

8차 당대회 결정은 당대표자들이 모여서 내린 것이지만, 당대표자들은 8차 당대회의 결정을 실행하는 데 전 국민을 참가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80일 전투는 8차 당대회 결정사항을 이행하는 데서 주춧돌을 놓은 셈이다. 

 

나. 기층의견 수렴

 

총비서는 개회사에서 8차 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4개월 동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 당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만들어 파견했다고 한다.

 

각지에 파견된 검열위원회는 지난 5년 동안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은 건 무엇인지, 실리적으로 한 건 무엇이고 형식적으로 한 것은 무엇인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고, 당적 지도에서의 결함은 무엇인지를 “빠개놓고 투시”했다고 한다. ‘빠개놓다’는 ‘어떤 내용이나 내막 따위를 사실대로 다 드러내 놓다’라는 뜻이다. 북한은 기층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지난 5년의 결함을 적당히 덮거나 숨기지 않고 모두 꺼내놓고 논의한 듯하다. 

 

총비서가 특별 조직까지 만들어 현장에 있는 북한 국민의 목소리를 광범위하게 듣고 반영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 8차 당대회의 특징 중 하나이다. 현장 당원,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활동은 북한 사회의 현황과 과제를 정확히 짚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했겠지만, 북한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데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의 의견을 듣고 마음을 모으는 8차 당대회를 만들려 한 것이다.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1월 25일 스페셜리포트에서 당대회 사전에 기층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을 “‘당의 대중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했다.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대중이 당을 더욱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8차 당대회를 준비 과정부터 ‘일심단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한 것이다. 

 

다. 대표자 구성

 

8차 당대회는 당대회에 참가한 대표자의 수가 늘어났다는 특징이 있다. 앞서 살펴봤듯 8차 당대회 참석자 수는 총 7,000명으로 2016년 7차 당대회보다도 참가자가 확연히 늘어났다. 

 

 

 

구성원 변화를 보면 군인 대표가 대폭 감소하고 당정치 일꾼, 국가행정경제일꾼, 현장 핵심 당원 대표가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당대회에는 현장에서 일하는 기층 당조직에서 참가한 사람의 비율이 21.4%에서 29.1%로 큰 폭으로 늘어났음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

 

북한은 2020년 8월 20일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당대회 대표자 선출 비율을 1,300명당 1명으로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조선노동당원 수는 6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북한 인구는 2,6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북한 국민의 4분의 1이 조선노동당원인 것이다. 

 

통상 1980년에 열린 제6차 당대회를 두고 당시 조선노동당 당원의 수를 약 300만 명으로 추산했는데, 그때보다 2배 이상 당원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조선노동당이 더 많은 북한 국민 속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당대회도 더욱더 현장 중심으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대회가 현장 중심으로 진행될수록 현장에 있는 북한 국민은 조선노동당을 더욱 가깝게 여기게 될 수 있다. 북한이 말하는 ‘일심단결’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라. 김정은 총비서 추대와 그 반향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했다. 

 

총비서는 100% 찬성으로 추대됐다. 노동신문은 “전체 대표자들은 위대한 우리 당을 대표하고 영도하는 수반인 조선노동당 총비서를 선거하는 최대중대사를 앞두고 비상히 격양되어 있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민은 총비서를 추대하면서 이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듯하다. “거대한 정치적 사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정양춘 기사장(기술책임자)이 총비서 추대를 “당과 혁명의 운명과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평안남도당 위원회는 “주체 조선의 양양한 전도와 민족의 만년대계를 담보하는 대경사”라며 “새로운 승리적 전진을 위한 결정적 담보가 마련됐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북한 국민은 최고지도자를 잘 추대하는 것을 국가 발전의 결정적 요인으로 여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번 총비서 추대도 국가 발전의 “결정적 담보”를 마련한 “대경사”이자 “정치적 사변”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 국민은 총비서 추대 소식을 접하고 북한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당 위원회는 총비서를 추대한 데 감격하며 “당 제8차 대회가 가리키는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의 새 승리를 향하여 총매진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철도성 리면식 국장도 “최고령도자의 애민헌신의 자욱자욱에 심장의 박동을 맞추며 철도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수송사업에서 혁명적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총비서가 추대되는 과정을 보며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의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과 위상이 한층 강화되고 공고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북한의) 일심단결 수준이 이전보다 매우 고도화되었다”라고 분석했다. 8차 당대회는 북한 국민이 총비서를 중심으로 일심단결 해나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듯하다.

 

마. 단체사진

 

8차 당대회에서 볼 수 있었던 다른 특징으로는 단체사진을 들 수 있다. 

 

총비서는 8차 당대회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열병식까지 마친 1월 14일엔 8차 당대회 대표자들과 사진을 찍었다. 1월 16일에는 열병식 참가자들, 당대회 방청자들, 호위·안전·보위부문 장병들과 사진을 찍었다. 1월 18일에는 새로 선거된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사진을 찍었고, 최고인민회의 결과 새로 임명된 내각 성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한, 8차 당대회가 성과적으로 열리도록 보장하는 데 기여한 출판인쇄부문 노동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진을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대회 참가자들은 물론 열병식 전체 참가자들까지, 또한 당대회를 위해 노력해준 호위·안전·보위부문 장병은 물론 출판인쇄부문 노동자들까지 기념사진을 찍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출판인쇄부문 노동자라고 하면, 행사 자료집을 찍은 인쇄소 노동자와 기념사진을 찍은 것과 비슷하다. 이런 노동자들은 행사를 할 때 항상 필요한 일을 하면서도 공로를 인정받거나 치하 받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총비서는 “당에서 맡겨준 과업을 최상의 수준에서 수행하기 위해 온갖 지성을 다 바쳐준 근로자들의 남모르는 수고가 있었기에 우리 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자기 사업을 할 수 있었다”라며 출판인쇄부문 노동자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8차 당대회에서 볼 수 있었던 매우 독특한 장면이다. 이 사진의 내막을 알면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놀라지 않을까 싶다.

 

단체사진, 기념사진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식당에 정치인이나 유명한 사람이 방문하면 그 식당엔 어김없이 그 사람이 방문한 사진을 찍고 걸어놓기 마련이다. 이런 사진은 기념도 되고 자랑이 되기도 한다. 

 

북한 국민에게 총비서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이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북한 국민은 총비서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긴다. 아마도 참가자들은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액자에 담아 소장하게 될 것이다. 

 

총비서는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8차 당대회 대표자들에게는 당의 핵심, 시대의 선구자로서의 혁명적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내각 성원들에게는 애국충정과 이민위천 사상을 심장에 새기고 분발하고 또 분발하자고 호소했다. 

 

아마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이들은 자기 집이나 직장에 걸린 기념사진을 볼 때면 8차 당대회에서 한 결정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총비서가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한 당부를 이행하고자 마음을 다잡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고려해보면 이번 기념사진이 총비서를 중심으로 북한 국민의 마음을 모으로 8차 당대회 결정사항을 실현하기 위한 추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 총비서가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 참가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 총비서가 8차 당대회에 기여한 출판인쇄부문 노동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바. 온 국민이 축하한 당대회

 

8차 당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도 북한 국민은 함께 모여 당대회의 성공을 축하했다. 1월 14일에는 군대가 나서 열병식을 열어 북한을 보위할 의지를 북돋았다. 평양시민은 이런 열병대원들을 꽃다발을 들고 환영해주었다. 열병식 후엔 불꽃놀이도 진행됐다. 북한 국민은 김일성 광장에서 춤을 추며 8차 당대회를 축하했다. 8차 당대회 경축공연도 많은 북한 국민이 관람한 듯하다. 노동신문은 10일 동안 진행된 경축공연이 연일 성황을 이뤘다며 “(공연장이) 온 나라 인민들에게 필승의 신심과 낙관을 더 해주는 공연에 대한 관람 열기로 끓어 번지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는 총비서와 북한 국민의 관계가 중심을 이루는 듯하다. 북한 국민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추대한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축하를 보냈다고 한다. 북한 국민은 총비서를 추대한 것을 두고 북한의 경사, 민족의 경사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박용남 평안북도농촌경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가슴이 높뛰고 새 힘이 용솟는다”라며 당대회에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많은 이들이 당대회를 축하하고 지지하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이를 보면, 북한 국민은 8차 당대회를 축하하며 함께 의지를 모아나간 것으로 보인다. 8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 전역에서 함께 축하하고 마음을 모으는 단결의 기운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3) 일하는 행사

 

총비서는 8차 당대회를 열기로 한 2020년 8월 20일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부터 8차 당대회는 “일하는 대회, 투쟁하는 대회, 전진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하는 대회, 투쟁하는 대회, 전진하는 대회란 8차 당대회에서 북한에서 드러난 결함과 원인을 극복하기 위한 방도를 찾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당대회와 같은 대규모 정치행사는 그동안 한 일을 치하하고 과시하는 행사로 치러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참가자들의 기세를 북돋고 외부적으로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8차 당대회는 이런 일반적인 행사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됐다. 8일이나 되는 대회 기간에 참가자들은 집중해서 학습하고 토론했다. 총비서는 4개월 동안 현지 실태조사까지 해가며 분석한 북한 사회 전 분야에 대해서 세세하게 현황을 공유하고 결함을 극복할 방도를 강의했다. 중앙일보는 당대표단이 ‘열공모드’였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사업총화보고 토론이 진행된 후에는 부문별 협의회가 열려 심층토론이 진행됐다. ▲공업 ▲농업 ▲경공업 ▲교육·보건·문화 ▲과학기술 ▲군사·군수공업 등에서 부문별 협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북한 매체들은 “당과 혁명위업에 대한 충실성과 혁명가적 자세가 어떤 높이에 도달해야 하는가를 실감케 하는 토론”이 진행됐다고 전해 매우 진지한 토론이 오갔음을 짐작케 해주었다. 8차 당대회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 결정서를 최종 작성하고 채택했다.

 

이를 보면 8차 당대회는 지난 활동의 성과를 축하하고 자랑만 하는 행사가 아니라 북한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행사였음을 알 수 있다. 8차 당대회는 말 그대로 ‘일하는 대회’로 진행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번 8차 당대회 결과는 북한사회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예고한다며 “북한 사회는 8차 당대회 이전과 이후로 명확하게 구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행사를 하면 낮에 세미나를 잠깐 진행하고 저녁에는 만찬 같은 친교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토론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북한과 북한의 8차 당대회는 참 독특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진행된 8차 당대회의 정신은 대회 이후 북한 국민 속에 퍼져가고 있는 듯 보인다. 8차 당대회 이후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대의원들이 8차 당대회 결정사항을 실행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새로 임명된 박정근 국가계획위원장은 “설정된 목표를 미달한 것은 국가계획위원회가 … 과학적이며 현실성 있는 계획을 세우지 못한 데 주되는 원인 있”다면서 앞으로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 건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내각에서 각 분야를 맡는 당 간부들도 이러한 결의를 밝히는 토론을 진행했다.

 

북한 국민 속에서도 8차 당대회 내용을 학습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8차 당대회의 분위기에 맞게 당대회 내용 학습도 자기 부문 사업에서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방도를 찾는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금속공업성과 화학공업성, 전력공업성을 비롯한 기간공업부문과 교통운수, 건설, 경공업부문 일꾼들은 당의 정책과 의도를 체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구체적인 학습 소감을 보도하기도 했다. 김영호 수성천종합식료공장 기술준비실 실장은 “당대회 문헌들을 깊이 학습하면서 자책이 컸다”라며 “새 제품개발과 생산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기술적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어나갈 결심이 굳어진다”라고 당대회 내용을 학습한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이렇게 결의를 밝히고 구체적인 방도를 수립하는 분위기는 크고 작은 도시에서 군중대회가 일어나는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1월 15일 평양 군민연합대회를 시작으로 19일에는 평안북도, 황해북도, 자강도, 함경남도에서 군중대회가 열리는 등 전국 각지로 확대되고 있다.

 

이 군중대회들은 각 분야에서 해야 할 과제와 자신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밝히고 결의를 모으는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8차 당대회가 아직 끝나지 않고, 북한 국민 속으로 깊숙이 퍼져나가면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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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자 “정치적 이해 따라 법조기사 작성” 집단 성명

현장 기자 41명 성명 “한겨레 법조기사, 정부 편향으로 오보까지… 심각성 인지 못해”
국장단‧데스크에 해명과 대책 요구… 한겨레 사회부장 “조만간 자리 열 것”
 
 

 

한겨레 현장 기자 40여명이 자사 법조 보도가 데스크 주도로 정권 편향적으로 작성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수차례 문제 제기를 했지만 개선된 게 없었다”며 사회부 데스크와 국장단에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했다. 한겨레 데스크는 조만간 토론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기자 41명은 26일 한겨레 편집국 국·부장단에게 이메일로 보낸 성명에서 “‘성역’ 없이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한겨레는 조국 사태 이후 ‘권력’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데 점점 무뎌지고 있다”며 “국장단의 어설픈 감싸기와 모호한 판단으로 ‘좋은 저널리즘’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청와대나 법무부 관련 의혹 취재는 가장 늦게 시작했으며 결국 빈손으로 빠져나오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한발 늦은 취재를 넘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운전 중 폭행을 감싸는 기사를 썼다가 오보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며 “이런 일들이 결국 현장에서 무기력을 넘어서 열패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에 유독 관대했다”고 밝힌 뒤 최근 한겨레의 청와대와 법무부 관련 3건의 기사‧사설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기자들은 먼저 지난해 11월25일자 “윤석열 새 혐의…‘양승태 문건’으로 조국 재판부 성향 뒷조사” 기사를 두고 “추 장관의 틀린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한겨레는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기사는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재판부의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공개된 문건에 관련 내용은 없었다.

▲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기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 인용 당시 현장 반응을 담는 보도도 실제와 정반대 내용을 작성토록 주문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일 오전 한겨레 지면 계획에 “‘법원 초토화시킨 장본인인데…’ 윤석열 살린 법원 결정에 착잡한 판사들” 제목의 기사가 잡혔다고 밝힌 뒤 “애초 현장 기자들은 ‘법원이 추 장관의 행정권 남용을 제한했다’, ‘재판부의 법리와 양심에 따른 판단이었다’는 판사들의 반응을 묶어 발제했지만, 편집회의를 거치더니 취지가 정반대인 기사안으로 정리됐다”고 주장했다. 기사는 결국 지면에서 빠졌다. 성명에 따르면 편집부에서도 같은 날 집배신에 ‘오늘자 1면을 보며’라는 비판 글을 올렸지만 국장단은 답변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지난달 21일 “이용구 차관 관련 검찰 수사지침 ‘목적지 도달 뒤엔 운행 중 아니다’” 보도에 대해서도 “무리한 편들기가 오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건에 경찰이 강화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검찰 수사지침에도 이 건은 ‘운행 중’ 일어난 사건으로 아직 분류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기자들은 이 기사에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어도 어차피 특가법 적용을 하지 못했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 추미애 라인 검사에게 받은 자료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써 준 결과”라며 “사실관계가 틀린 자료라는 현장 보고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일부 내용만 수정해 이를 지면에까지 실은 이유가 무엇인지 국장단에 묻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심지어 지난 15일자 지면에 실린 ‘김학의 출국금지, 절차 흠결과 실체적 정의 함께 봐야’라는 제목의 사설은 ‘실체적 정의’를 위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던 상황을 옹호하는 논리로 쓰였다”고 비판했다. 해당 사설은 “일부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자체의 정당성까지 흔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썼다.

기자들은 “인물을 떠나 기본권 침해는 최소한의 적법 절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건 한겨레가 지난 30년간 지켜온 가치”라며 “조국 사태 때부터 지적된 편들기식 보도가 이런 사설과 보도를 낳은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법조 기사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쓰여지고 있다. 그에 따른 부끄러움과 책임은 온전히 현장 기자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한겨레가 어쩌다가 ‘파시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기사를 쓰게 된 걸까”라고 했다. 이어 “이해관계를 떠나 틀린 건 틀렸다고 비판하고, 의혹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취재해야 한다”며 “데스크에서 구체적인 정황이나 물증 없이 ‘한쪽 편을 드는 기사’를 현장에 요구하며 설명하는 게 소통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자들은 지난해 법조팀도 비슷한 문제 제기를 수차례 전했지만 개선된 게 없었고, 국장의 ‘토론단위 확대’, ‘보도 점검 자리’, ‘현장 기자 비상구’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국장단과 사회부장, 법조팀장이 해당 기사와 사설에 대한 경위를 밝힌 뒤 그에 따른 합당한 책임을 지고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파·좌우 진영 가릴 것 없이 공정한 잣대로 보도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기자들은 성명 내용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이를 전체 구성원에게 보내고 “현장 기자들의 요구를 전체 구성원과 공유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춘재 한겨레 사회부장은 “조만한 기자들이 해당 사안을 논의할 일정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국에서 과거에 해왔던 것을 보면 그런 문제 제기가 있을 때마다 그래왔다(토론 자리가 열렸다)”고 말했다. 성명 내용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임석규 한겨레 편집국장과 김태규 법조팀장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겨레 기자들은 지난 2019년 9월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비판 보도가 삭제된 것에 항의하며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관련기사 : 한겨레, 조국 비판 칼럼 출고 후 삭제 후폭풍]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227

[관련기사 : 한겨레 기자 추가 성명 “어용언론 조롱 받아”]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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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논의’ 오른 판사들은 ‘박근혜’ 위해 세월호 사건을 어떻게 유린했나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21-01-26 18:41:25
수정 2021-01-26 19: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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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4.16가족협의회, 4.16가족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방해한 사법농단 임성근·이동근 법관탄핵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2.23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4.16가족협의회, 4.16가족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방해한 사법농단 임성근·이동근 법관탄핵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2.2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의원 107명이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에 부당 관여한 판사들의 탄핵 논의를 시작한 데 이어 참여연대도 26일 해당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달라고 국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의 판사들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두 판사들은 모두 올해 초 퇴임을 앞두고 있다. 최근 사표를 낸 이동근 부장판사의 사직서 수리 예정일은 오는 28일이며, 수리 후 퇴직일은 2월 중으로 예상된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2월 말 임기 말료로 퇴직 예정이다. 이들은 앞서 법관 징계 절차와 형사사법 절차에서 면죄부를 받았는데, 탄핵 절차에도 회부되지 않는다면 정상적으로 퇴직해 아무 제약 없이 변호사 등 법조인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이들이 퇴임 후에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버젓이 법조인 생활을 해나간다면 사법부, 나아가 헌정사에 어떤 역사로 남게 될까? 이들이 세월호 관련 사건을 두고 어떤 반헌법적 행위를 했는지는 대중에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사법농단 문건들과 검찰 수사자료 등을 토대로 그들이 저지른 것으로 지목되는 반헌법적 행위의 전말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이 둘이 연루된 문제의 사건은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들끓던 그해 8월 3일 신문 인터넷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소재가 7시간 동안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정윤회 씨가 만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법농단을 수사한 검찰 기록에는 이 사건 재판장이던 이동근 부장판사가 선고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던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선고 요지 초안문을 이메일로 보냈고, 임 부장판사는 ‘청와대가 싫어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유로 초안의 특정 표현과 문장을 고쳐 답신했다고 나와 있다.

 

임 부장판사는 답신에서 “허위사실은 명백하지만, 비방 목적이 없으니 무죄”라는 취지가 드러나는 방향으로 수정을 요구했고, 이 부장판사는 최종 선고문에 해당 부분을 그대로 반영했다.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제공: 뉴시스

이러한 과정은 이른바 청와대와 양승태 행정처의 긴밀한 교감에 따른 것이었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했던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임 부장판사를 통해 2015년 3월 하순경 이 사건 재판장이던 이 부장판사에게 전달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재판장이 증거조사를 진행하다가 기사라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판결 선고 전이라도 기사위 허위성을 분명히 밝히도록 해달라. 법원행정처에서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보도가 허위라는 점이 재판 과정에서 이미 밝혀졌다고 홍보하겠다”

실제 임 전 차장은 같은 날 유력 일간지 사회부 차장 등을 접촉해 ‘청와대 출입 여부 등에 관한 진실게임은 종료됐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면서, 보도 분량 및 논조를 강화해 달라는 주문을 넣었다.

임 전 차장은 임 부장검사를 통해 담당 재판부로부터 구체적인 판결 내용을 수차례 보고받으면서, 이를 다시 수정하거나 추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판결에 개입했다.

임 전 차장이 재판부에 전달한 주문은 구체적으로 이렇다.

① 무죄 판결을 선고하더라도 판결 이유에 반드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보도가 허위라는 사실을 설시할 것
② 명예훼손이 인정되지만 비방의 목적을 인정할 수 없어 법리상 부득이하게 무죄 판결을 선고한다는 점을 밝힐 것
③ 판결 선고 말미에 가토 다쓰야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
④ 대통령이 피해자라고 해서 명예훼손죄를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 청와대 측에서 서운해 할 것

당초 이 부장판사는 ‘피해자 박근혜에 대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비방의 목적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 내리지 않았었다. 그러나 임성근 부장판사를 중간다리 삼은 양승태 행정처의 끊임없는 작업 끝에, 이 부장판사는 “피해자 박근혜에 대하여 명예훼손은 성립하지만 비방의 목적이 없어 무죄”라고 판결문에 썼다.

다음은 판결문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지만,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법리상 부득이하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일 뿐이고, 가토 다쓰야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조롱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자체를 희화화하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행동까지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순히 명예훼손 여부만을 판단해 무죄 선고가 내려져야 했을 사건이지만, 유무죄 판단과 별개로 가토 전 지국장 행위에 대한 판사의 판단이 덧붙여진 것이다.

나아가 이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무죄 선고 대상인 가토 다쓰야를 질책하고, 선고문을 읽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착석을 요청하는 가토 다쓰야를 3시간 동안 기립시켜 선고 내용을 듣도록 했다.

박근혜 눈치 봤다면 왜 ‘유죄’ 선고를 유도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궁금증이 제기될 만한 부분은 양승태 행정처가 당시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협조를 구하고자 이 재판에 손을 쓴 것이라면, 왜 가토 전 지국장의 유죄 판단으로까지 유도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일본과의 외교 관계도 중시했다는 점, 이와 관련한 양승태 행정처와 청와대의 또 다른 재판거래 교감 흔적에서 찾을 수 있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본 정부와 졸속으로 위안부 합의를 한 데서 알 수 있듯, 박근혜 정부는 한일 관계 회복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5년 6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관리 대상으로 언급하며 설명한 부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5년 6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관리 대상으로 언급하며 설명한 부분.ⓒ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보고서

이러한 내용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5년 6월 5일 작성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에 자세히 나온다. 이 문건에는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이름과 함께 ‘최대 관심사->한일 우호관계의 복원’이라고 적시돼 있다. 그 아래엔 ‘주일대사 경력의 비둘기파로서 최근 한일관계 악화 안타까워함’, ‘일제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대해 청구 기각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 기대할 것으로 예상’,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의 외교적 해결 노력 중’ 등 이 전 실장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이 부장판사는 가토 전 지국장 사건 판결을 내리면서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가토 다쓰야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고 있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청와대로선 박 전 대통령의 명예도 중요하나, 가토 전 지국장의 명예훼손 사건 판결로 인한 일본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양승태 사법부는 자칫 충돌할 수 있는 두 가치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청와대를 만족시킨 셈이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사법부로부터 철저히 보호받았다. 판결을 내린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으나 작년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임 부장판사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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