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북 원전 공세에 “북핵외교 ABC도 모르나”

판사 탄핵소추안 발의 조중동 “판사들 겁주려는 것” 서울·한국 “사법부 반성해야”
 
 

 

2일 발행하는 신문들은 대통령이 보수 야당의 공세에 빠르게 진화에 나선 것을 강조하고, 북한에 원전을 지으려면 비핵화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보수 야당이 공세 중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이적행위’라는 야당의 주장을 두고 “선을 넘은 정치공세이자 색깔론”이라며 “국민들을 혹세무민하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이 2018년 4·27 판문점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북한 원전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2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2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한겨레의 경우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김영삼 정부 때도 검토돼온 것이라고 썼다. 반면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는 산업부의 관련 문건이 ‘삭제’된 것 등을 다시 문제로 봤다.

한국일보는 1면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하며 “‘원전 공세’에 직접 나선 文 ‘정치 후퇴시키지 말라’ 김종인 직격”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한국일보는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건, 더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야당의 의혹이 잠잠해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침묵할 경우 자칫 ‘가짜뉴스’가 기정사실처럼 굳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어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아이디어’ 차원의 구상을 과도하게 부풀린 것이라 실체가 없으므로 공세적으로 대응해도 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진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을 정부가 극비리에 추진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하고 ‘이적행위’라고 규정하는 것은 선을 넘은 정치공세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이 촘촘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진전 없이 정부가 단독으로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야당도 이를 알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억지 주장을 편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부는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 보고서 원문을 전격 공개했는데 6쪽짜리 문건에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3개 방안 및 장단점이 나열됐다. 경향신문은 “첫머리에는 ‘향후 북한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2일 경향신문 사설.
▲2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에서 보수 야당의 공세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를 두고 문제 삼는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북 원전’ 공세 지속하는 야당, 북핵 외교 ABC도 모르나”에서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북한에 원전을 짓는 것 자체가 국제법상 불가능”하다며 보수 야당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원전 건설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한 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한 뒤에나 이뤄질 수 있다”며 “비핵화와 NPT 가입이 이뤄졌더라도 한국이 미국의 원천기술과 라이선스가 포함된 원전을 북한에 지으려면 북·미 간 원자력협정이 체결돼야 한다”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사실 대북 원전 제공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이래 북한 비핵화와 남북 경협을 촉진하는 방안으로 줄곧 검토돼왔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살펴보는 건 문제 될 게 없다”며 “정부가 경수로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협의 없이 유엔 제재를 어기고 비밀리에 원전을 지어줄 것이라는 가정도 현실성이 없다”고 전했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산업부의 관련 문건이 삭제됐었다는 점을 문제로 봤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기사에서 산업부가 ‘북한 원전 건설 문건’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며 특히 이 문건이 삭제되었다 다시 공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일보 역시 1면 기사에서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를 앞두고 굳이 심야에 사무실에 들어가 내부 검토자료를 무더기로 삭제한 이유도 여전히 의문”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전날인 1일에는 이와 관련된 사설에서 “‘공무원의 검토 아이디어’라면 감사원 조사 직전 일요일 밤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자료를 지울 필요가 뭐가 있나”라면서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썼지만 2일에는 관련 사설을 쓰지 않았다.

▲2일 중앙일보 1면.
▲2일 중앙일보 1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2일 관련 사설을 쓰지 않았지만 동아일보는 사설 “‘개인적’ 단서 붙여 부적절 발언 쏟아낸 통일부 장관”에서 “‘원전 의혹’을 제기한 야당에 대해 ‘선거 때문에 저러나?’라고 본다며 역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 의혹에 대해 해명할 수는 있지만 ‘선거용’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비판했다.

판사 탄핵소추안 발의 조중동 “판사들 겁주려는 것” 서울·한국 “사법부 반성해야”

더불어민주당이 1일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범여권 의원 161명이 탄핵소추안에 이름을 올렸다.

탄핵 대상이 된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문들은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라며 민주당의 공동발의자 숫자만으로도 탄핵안 의결 요건인 재적 과반수를 넘겼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판사 탄핵이 정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겁을 주려는 것이라고 봤다. 반면 서울신문과 한국일보는 탄핵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2일 조선일보 사설.
▲2일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는 데다 2월 말 퇴직예정자에 대한 탄핵의 실효성 및 사법부 길들이기 논란 등도 제기된 상태”라고 썼고 조선일보도 “헌재 탄핵 절차는 2월까지 끝낼 수 없다. 소용도 없는 무리한 탄핵을 하는 이유가 뭐겠나. 판사들에게 겁을 주려는 목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과연 임 부장판사는 탄핵당할 만한 일을 했는가. 관점과 시각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다”면서 “무리라는 쪽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저의를 의심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무효화 결정,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죄 판결, 정경심 교수 법정구속,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징역형(집행유예) 판결이 잇따라 나오자 판사들을 겁박하려는 것으로 본다”라고 썼다.

반면 서울신문은 “오히려 국회가 뒤늦게 움직이는 바람에 ‘사법부 길들이기’로 비판받고 있다”며 “사법부는 이번에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상황을 통렬히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면서 탄핵 절차가 늦었지만 적절한 것으로 봤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은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위헌적 행위’라고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며 “이런 판사를 해임하는 것이 왜 사법부 길들이기인지, 왜 민주당에 유리한 판결을 압박하는 것인지 국민의힘은 설명할 수 있나”라면서 탄핵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선·동아일보, 수신료 인상 과정 KBS 비판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KBS에 대한 비판적 논조가 담긴 기사를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우선 2일 동아일보는 1면에 KBS의 수신료 조정안에 평양지국 설치 등이 들어있다는 소식을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KBS가 수신료 인상 계획안을 만들면서 북한 평양지국 설치와 ‘통일방송 주관방송사’ 지정 등을 위해 28억여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수신료 조정안에 “북한 관련 부정확한 보도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 보도를 위해 평양지국 개설이 필요함”이라고 적시돼있고 평양지국 개설과 방송법에 통일방송 주관방송사 명시 등을 위한 연구용역에 총 28억2000만 원을 추가 책정했다고 전했다.

▲2일 동아일보 칼럼.
▲2일 동아일보 칼럼.

동아일보는 33면에 ‘수신료 인상 국민 동의 얻으려면’이라는 기자 칼럼도 싣고, “공영방송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 문제를 두고 내부 고발이 이어지는가 하면,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방만한 인력 운용을 비판하는 국민을 향해 빈정거리는 글을 온라인에 올려 공분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 말미에는 KBS의 인건비 문제를 지적하고 “수신료와 거의 맞먹는 수준의 인건비 구조와 끊임없는 공정성 시비를 스스로 극복하지 않는다면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은 계속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5면에 “KBS 아나운서의 ‘내맘대로 뉴스’ 정부·북한 비판 기사 수십건 빼”기사를 배치하고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이 제기한 김 모 아나운서의 뉴스 진행 방식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전날인 1일에도 사설 “KBS 직원 30%가 무보직 억대 연봉,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사설에서 KBS의 경영을 비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는 족족 수익으로 연결, '주식 천재인가?' 싶었는데

[투자의 민낯] 정치 테마주, 짜릿한 상승의 맛도 찰나.골로 갈 뻔했습니다

21.02.02 07:51l최종 업데이트 21.02.02 07:51l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주식 투자와 관련한 내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기자말]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띄워져 있다. 이날 코스피는 상승세로 장을 출발하며 3,168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보합권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띄워져 있다. 이날 코스피는 상승세로 장을 출발하며 3,168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보합권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오늘도 정치인의 기사에 속이 쓰리다. 사람에 대한 반감이나 정책에 대한 거부감은 아니다. 오로지 나만 아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다. 그들은 '대선'을 배경으로 한 내 주식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조연으로, 내 인생에서 '쓰라림'을 담당하고 있다. 가볍게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지나치게 가벼웠던 탓인지, 쉽게 돈을 날렸다. 행운을 실력으로 착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물로 보다 골로 간 사연, 바로 정치 테마주 얘기다.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매력이 상당했다. 첫 번째 매력은 1cm 깊이의 지식도 필요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그저 누군가 분석해둔 학연, 지연만 알면 됐다. 회사가 뭘 하는지, 그 일로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는지는 알 바 아니었다. 회사 사장이 동문인지 사촌이나 팔촌이 몸담고 있는지 혹은 '몸담았던' 회사인지만이 중요했다. 그래도 하나 알아야 했던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몰려드는지 여부인데, 그쯤은 주식 차트만 열면 확인할 수 있었다. 빵빵 터져 있는 거래량이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두 번째 매력은 롤러코스터 같은 짜릿함이었다.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 이 천성을 거부하지 못했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오르락내리락. 야호! 신난다! 한 번 맛보니, 덩치 큰 유명 대기업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2%, 3%? 성에 찰 리 없었다. 바로 옆에 10%씩 올라가는 종목이 있는데? 그래서 자연스레 정치 테마주에 몸을 실었다. 이게 체질이라며, 뭐든 재밌어야 하는 법이라며. "즐기는 자는 천재도 이긴다"는 말을 어째 여기다 갖다 붙였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물렸다처음엔 좋았다. 우량주 위주의 매매는 사는 족족 수익으로 연결됐다. 사자마자 오르는 이 기쁨.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거다. 마치 주식의 천재가 된 듯한 기분. 내친김에 막연한 청사진과 허술한 투자 계획을 짰다. 


처음 주식을 시작하는 대다수가 가슴이 웅장해지는 상상을 하곤 한다. 나도 그랬고 내 옆 동료도 그랬고 옆 옆 동료도 그러했다. 우린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눈앞의 수익에 낙관했고 동시에 환장했다. 장담하건대 높은 확률로, 어제 시작한 사람, 오늘 시작한 사람, 내일 시작할 사람이 그러할 테다.  

그러다 A기업 주식을 만났다. 정책 테마주. 한 지자체 정책에 따른 수혜 예상 기업으로, 몇 시간 만에 10%의 수익을 안겨줬다. 이 경험은 내 어설픈 투자 청사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하루에 10%씩 1년이면...', '한 1억 태워서 하루 만에 10%면...' (두근두근)

한 번의 요행을 경험하니, 내가 천재가 된 것 같았다. 두근거림 속에 그린 청사진은, 저무는 테마주의 끝을 잡게 만들었다. 그렇다. 나는 속칭 '물려' 버렸다. 하지만 물렸다고 물러설 순 없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물타기를 시작했다. 손실을 본 적이 없으니 자연스러운 판단이었다. 사면 올라야 하는데 내리다니.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껏 잘 올랐던 녀석이지 않은가. 나의 판단을 뒤집을 수도 없었다. 나는 천재니까.

그렇게 천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었고, 가격이 반토막이 나서야 주식을 대거 정리했다. 2년, 내가 주식 천재가 아님을 깨닫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큰사진보기 정치인 뉴스는 내게 아픈 기억을 되새긴다.
▲  정치인 뉴스는 내게 아픈 기억을 되새긴다.
ⓒ 남희한  
 
해당 종목은 여전히 보유 중이다. 우직했던 '자칭 천재'를 기억하기 위해 일부는 남겨 놓았는데, 글을 쓰는 지금(2021년 1월 25일)도 해당 종목은 테마주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듯하다. 놀라운 것은 손절한 가격에서 50%나 올랐다는 것이고 더 놀라운 것은 평단가까진 아직도 50%나 더 올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그 지자체와 관련한 기사나 해당 회사의 상품을 마주할 때면 여전히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팔고 나서 올랐다는 아쉬움이나 아직도 원금 회복이 되지 않았다는 안타까움 때문이 아니다. 작은 기사 하나에도 온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가벼움을 택했던 내가 자꾸 떠올라서다. 화장실에 앉아서 주가창을 보며 좋아하고 걱정하던 나를 상상하면, 왜 그리 안돼 보이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경험이 사무치는 이유는, 이것이 테마주로의 입성을 알리는 첫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A기업 사건에서의 아픔은 이후에 벌어질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탄핵으로 한 테마주가 –15.70%에서 22.09%의 급등락을 보였다. 대통령 파면에 베팅한 나는 큰 수익을 올렸다. 스릴이 어마무시했다.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떨림과 환희를 선사했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A기업 사건을 아주 하찮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었다. 한 달 만에 10년을 늙게 만든 사건이, 그렇게 나를 2년이라는 긴 테마 투자자의 길로 안내했다.

(* 다음 편에 계속...)
 
큰사진보기
ⓒ 남희한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그림에세이, #투자의민낯, #테마주, #주식투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오민애의 법원삼거리] 遺憾表明(유감표명)-세월호 특수단의 수사결과 발표에 부쳐

오민애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
발행 2021-02-02 08:54:47
수정 2021-02-02 08:54:47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2019년 11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난달 19일 수사결과 발표를 마지막으로 1년 2개월의 활동을 마쳤다. 그동안 특수단에는 세 건의 국민고소․고발과 아홉 차례에 걸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의 수사의뢰가 있었다.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청장을 필두로 한 해경 지휘세력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했던 세력에 대해 기소했고, 그 외의 고소․고발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했다. 특수단의 수사결과 발표, 어떻게 봐야할까.

2019년 11월과 12월, 그리고 2020년 1월에 걸쳐 고소․고발이 이루어졌던 대상은 크게 당시 대통령, 청와대와 정부 책임자, 해경지휘세력 등 현장구조 방기 책임자, 조사방해 책임자, 전원구조 오보 관련 책임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 비방․모욕 활동을 한 보수단체 지원세력, 유가족을 사찰한 국군기무사령부 및 국가정보원 책임자 등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특수단이 설치되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만큼, 강제수사권을 제대로 발휘해서 이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활동기간이 정해진 특수단에서 모든 사안을 세밀히 살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에, 섣부른 처분이나 결과발표로 면죄부를 주지 않기를 바랐다. 특히 당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 책임자들이, 사정기관에 외압을 행사하여 진상규명을 막고자 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한 의지가 필요했다.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1.1.19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1.1.19ⓒ민중의소리

그러나 수사결과를 살펴보면, 세월호 참사 직후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할 해경지휘세력에 대한 수사와 기소,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며 진상규명을 막았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기소에 그쳤다. 우리 사회가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고,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함께 극복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이전 검찰과는 다른 답을 주리라는 기대는, 다시 한 번 어긋나고 말았다. 그 중 수사외압, 감사원 감사 축소, 기무사 및 국정원의 희생자 가족 사찰행위에 대한 결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수사외압 혐의 황교안·우병우, 감사원의 감사 축소 등 제대로 조사 안 해
청와대 최초 보고시각 조작 논란도 다시 진실 묻혀
국정원의 유족 사찰, 보고는 했으나 청와대 지시는 없었다?

우선 수사외압의 경우, 2014년 6월경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서관의 외압으로 해경본청의 ‘상황실 경비전화 통화내용 녹음파일’에 대한 최초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되지 못한 정황이 확인됐다. 그리고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당시 광주지방검찰청 내 수사팀의 의견을 배제하고 대검찰청을 통해 123정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제외하도록 한 정황이 확인됐다. 나아가 세월호 참사 직후 왜 해경지휘부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는지, 특수단이 활동을 시작한 후인 2020년 2월에 이르러서야 기소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 또한 필요했다.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책임을 물어야했다. 그러나 특수단은 위 각 혐의에 대해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고, 수사외압과 관련된 수사에서 대면조사가 아닌 서면조사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를 두고 성역 없는 수사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 축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14년 10월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관련 청와대 감사에 대해 ‘사건불성립’ 결론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자료 제출 의무가 있는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등의 감사 축소 시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수사가 필요했다. 특수단은 당시 감사원이 필요한 자료를 입수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했다는 점, 대통령비서실에서 제출한 1장짜리 답변서가 아닌 감사원 질의에 맞는 추가 답변서를 요구했어야 했다는 점,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당일 중대본에서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왜 못 구했느냐”고 발언한 것에 비추어볼 때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에 위법․부당한 조치가 개입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특수단 수사 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의 책임과 역할 촉구 공동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1.1.22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특수단 수사 결과 규탄 및 문재인 정부의 책임과 역할 촉구 공동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1.1.22ⓒ김철수 기자

2014년 4월 참사 발생 직후부터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된 시간, 대통령의 최초 지시 시간 및 내용은 많은 논란이 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정확한 해명이 없는 상태로 2014년 10월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 감사결과는 참사 당시 청와대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사건불성립’의 결론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길이 난항을 겪게 됐다. 이후 2018년에 이르러 김기춘, 김장수 등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최초로 사고내용을 보고받은 시간, 대통령이 최초로 지시한 시간 등이 허위로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감사원의 감사가 제대로 진행됐더라면 이미 밝혀졌을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감사 과정에 부당한 개입이 없었다는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고, 오히려 또 한 번 면죄부를 준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무사와 국정원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사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이미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불법사찰을 한 후 이를 청와대에 보고한 기무사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행위가 명백한 위법행위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특수단은 김기춘, 김장수, 김관진, 한민구, 박근혜 등이 이러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가족들의 권리를 침해하였거나,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지시한 자가 없이 보고가 있었을 수 없고, 기무사가 국민 개인의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개인의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임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러나 결론은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경우 특수단은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의 동향을 파악한 첩보보고서와 상황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통해 가족들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한계를 언급했다. 수사의 한계가 있었다면 결론을 내리지 않고 향후 과제로 둘 수 있었고, 이후 국정원이 사참위에 제공하겠다는 자료를 살펴볼 필요도 있었다. 그러나 특수단은 기무사와 국정원의 사찰과 관계된 피의자들에 대해 모두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지 우리 모두에게 근본적인 과제를 준 세월호 참사에 대한 특수단의 답은 관련 혐의자 대부분에 대한 불기소처분이었다. 그러나 수사결과에 대해 다시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고, 사참위 활동기간의 연장과 향후 진행될 DVR 조작에 관한 특검은 세월호 참사 관련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그리고 앞으로 밝혀나가야 할 과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오민애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문 대통령 “수많은 마타도어를 받았지만 이건 터무니없다”

박홍두·김상범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21.01.31 20:56 수정 : 2021.01.31 23:47

 

청 “이적행위 표현, 법적 조치 검토”
이례적 강경 대응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 세계경제포럼(WEF) 한국정상 특별연설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 세계경제포럼(WEF) 한국정상 특별연설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31일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세를 더하자 ‘법적 조치 검토’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이적행위’ 비판에 대해 “수많은 마타도어(흑색선전)를 받았지만 터무니없다”며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야당 대표가 이적행위라는 표현까지 쓴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9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북한 원전 건설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표현한 데 대해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주말 동안 법적 조치와 수위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29일 내부 회의에서 “수많은 마타도어를 받아봤지만, 이건 터무니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너무 나갔고 선을 넘었다는 취지로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라며 “근거가 없는 얘기에 기가 막혀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번도 그런 걸(북한 원전 건설) 생각해 보신 적이 없다”며 “비밀리에 남북이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 대표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이 같은 강경 대응을 계속 이어가는 것을 두고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혹이 더 확산되지 않게 하고 흑색선전을 조기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 등 야당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비롯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칫 수사로 확전될 경우 실체 규명과 상관없이 정치적인 논쟁만 계속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읽힌다. 청와대와 여권에서 오히려 강경 대응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건 이 때문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야당의 턱없는 의혹 제기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소설 같은 얘기까지도 수사를 하고 감사를 해야 한다는 거냐”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1312056015&code=910203#csidx0203e497b2bcd299555b24c221209fc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얀마 군부, 비상사태 선포하고 쿠데타…아웅산 수치 구금

등록 :2021-02-01 10:38수정 :2021-02-01 11:44
 
 
수치 및 윈민 대통령 등 구금돼
집권당 대변인, “군부가 쿠데타
군부와 수치의 이중권력 체제 무너져
미얀마에서 실질적인 국가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집권당 인사를 체포한 군부를 이끌고 있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군부는 지난 11월 총선 부정을 주장하며, 수치 정부를 압박해왔다. 지난 2018년 7월11일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21세기팔롱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실질적인 국가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집권당 인사를 체포한 군부를 이끌고 있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군부는 지난 11월 총선 부정을 주장하며, 수치 정부를 압박해왔다. 지난 2018년 7월11일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21세기팔롱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다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미얀마 군부는 1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얀마의 실질적 국가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구금했다. 군부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자신들이 정부를 장악했다며 1년 동안 다시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아에프페>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군부는 또 국가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고 덧붙였다.군부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 부정이 있었다며 비상사태 선포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군부는 총선 부정을 주장해왔고, 이날은 그 총선에 따른 의회가 개회하는 날이다.미얀마에서 수치의 실각 및 군부 재집권이 확인되면, 동남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미얀마 군부 정권은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수치 고문과 윈 민 미얀마 대통령,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고위 인사들이 이미 이날 새벽 군에 의해 구금됐다고 묘 뉜 민주주의민족동맹 대변인이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고 추측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묘 뉜 대변인은 <로이터>와 전화 통화에서 “국민들이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길 바라며, 법에 따라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묘 뉜 대변인은 본인도 구금될 예정이라고 전했다.수치가 가택에서 연금됐는지, 연행됐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집권당 중앙위원인 한 타르 미인트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1일 아침 현재 수도 네피도와의 전화선은 두절된 상태이다. 미얀마 국영텔레비전인 <엠아르티브이>(MRTV)도 기술적 문제를 겪으며 방송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최대 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에는 군인들이 배치됐다.이번 사태는 군부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부정을 주장하며 조사를 요구하면서 쿠데타까지 시사한 가운데 터져나온 것이다. 그 총선에 따라 구성된 의회가 이날 첫 소집될 예정이었다.‘군부 쿠데타’ 부른 11월 총선민주주의민족동맹은 ‘11월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분쟁지역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11월8일 총선에서 83%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했다. 2011년 군부통치가 종식된 이후 두번째 치러진 이 선거는 수치 정부에 대한 신임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군부도 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촉구하는 등 선거 결과에 대한 시비를 이어갔다. 군부는 대법원에 대통령과 선관위원장 자격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했다.최근 들어 압박 강도가 높아졌다. 지난주 군 대변인 자우 민 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쿠데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 이미 선거 때에 “부정직과 불공정”을 지적했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혔다.하루 뒤에는 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지난달 29일 수도 네피도에서 군부의 요구를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이미 유엔 등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17개 미얀마 주재 대사관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내달 1일 평화로운 의회 개회 및 대통령 선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27일 수도 네피도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27일 수도 네피도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왜 군부가 다시 나섰나?미얀마는 지난 2011년 이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과 군부 사이의 이중권력 체제로 이끌어져왔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왔다. 하지만, 군부도 헌법에 따라서 25%의 의석을 할당받고,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치안과 안보 관련 부처를 관할해왔다.특히, 수치는 외국 국적의 배우자를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 때문에 외무장관 및 국가고문의 자격으로 국정을 이끌어왔다. 여전히 막강한 군부의 권력과 이중적 권력 체제 때문에 미얀마에서 정치불안과 쿠데타 우려는 상존해왔다.군부는 지난 60년대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에서 사회, 경제, 정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권력을 유지해왔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항쟁 때 민주화 상징으로 떠오른 아웅산 수치를 1989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구금했었다.군부는 국내외의 압력으로 2010년 총선을 실시했으나,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을 이 총선을 거부해, 군부의 연합연대개발당이 형식적으로 집권했다. 수치와 민주주의민족동맹을 2015년 총선에서 참가해 압도적인 승리를 하고서, 집권하게 됐다. 하지만, 수치는 대통령에 취임할 수도 없었고, 치안 및 안보, 국방 관련 등 실질적인 권력은 여전히 군부가 쥐고 있었다.2017년 이후 로힝야 난민 사태는 수치의 명성과 통치에 큰 흠을 남겼고, 군부와도 본격적인 갈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미얀마의 서부 연안 지역인 라카인주에 주로 사는 방글라데시 계열의 난민이 로힝야 족에 대한 군부 주도의 대대적인 탄압과 축출은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자아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수치는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 난민 축출을 옹호하고 나섰다. 미얀마 여론이 로힝야족 축출에 호의적인데다, 로힝야족에 대한 군부 주도의 조처를 수치도 정면으로 반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군부 역시 로힝야족에 대한 수치의 미온적인 입장에 불만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는 이 사태로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국제적 비난에 시달렸다. 로힝야 사태는 2019년 헤이그국제재판소에도 제소됐다. 수치는 외무장관으로서 이 법정에서 로힝야족을 축출한 미얀마 정부의 조처를 옹호해서, 그의 명성이 바래지는 전환점을 맞았다.최현준 정의길 기자 haojun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981239.html?_fr=mt1#csidx6c58879660cc44dbddc4750901af7a7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불가능’과 ‘거짓말’ 사이 북 원전 제공 진실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2/01 12:54
  • 수정일
    2021/02/01 12: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파일 내용 자세히 보도
조선일보, KBS 억대 연봉자 30% 넘는 점 비판
 
 
 
 

 

지난달 28일 SBS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공소장 내용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2019년 10월과 11월, 감사원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월성1호기 폐쇄 결정과 관련된 자료를 두 차례 요청했다.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로 감사에 나섰다.

하지만 산업부 직원 3명은 감사원이 요구한 자료를 삭제하고 공식적인 최종본 문서 일부만 제출했다. 삭제한 파일 530개 가운데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파일이 다수 포함됐다고 보도하자, 야당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정부·여당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은 주말 사이 점점 크게 정치권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SBS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달 28일 SBS 보도화면 갈무리.
▲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SBS 보도 이후 언론은 1면에 이 소식을 다루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를 제외한 1일자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 1면은 일제히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삭제 문건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도했으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북에 원전을 짓는 건 여러 요건이 충족돼야 해서 매우 요원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원전 폐쇄 관련 여권 주장 1면에 다뤄

우선 한겨레는 1면 “김정은에게 건넨 USB 논란에 여권쪽 ‘원전 아닌 화력 담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저장장치(USB)에는 야당 주장처럼 ‘원전 건설 제안’이 아닌 ‘화력 등 전통적 방식의 발전소 건설 및 지원 방안’이 들어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가 31일 전했다”고 보도했다.

▲1일자 한겨레 1면.
▲1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당시 남북정상회담 과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의 입을 빌려 “문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장 1층에 마련된 환담장에서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신경제구상’이 담긴 유에스비와 책자를 전달했고, 여기엔 ‘신경제구상’엔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대책이 포함돼 있었다. 구체적 방안으로 ‘화력 등 전통적 방식의 발전시설 건설 및 지원’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원전 건설 지원 같은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2018년 4월 30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에게 건넨 피티 영상 속에 ‘발전소’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고 말한 것을 한층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당시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정상회담을 수행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자료에는 ‘원전’의 ‘원’자도 들어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경향신문 “북 원전 건설 매우 요원한 일”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북한 원전 건설 자체가 북핵 문제 해결 등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야당의 의혹 제기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며 “북한에 원전이 지어지려면 매우 요원해 보이는 여러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이 허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이 선결 조건이다. 북한에 원전을 짓는 것도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 남한이 북한에 원전을 제공한다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1일자 경향신문 1면.
▲1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의 “이적행위”라는 발언에 “구태 이념 몰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4면 기사에서 “4·7 재·보궐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야당이 실체 규명보다는 해묵은 정치 공방을 키우면서 시대착오적 이념논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도 “‘이적행위’ ‘반역죄’ ‘원전게이트’라는 극단적 표현도 총동원했다. 실체적·객관적 진상은 어느 것 하나 드러난 것 없이 보수 야당·언론이 이념·안보 공세부터 시작한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한 뒤 “4월 보궐선거 길목에서 자극적인 이념 공방만 벌일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의 힘은 안보 문제에서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재생산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2면 기사에서 “‘북 원전 건설 지원 의혹’은 전형적인 ‘가짜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2면에 “‘북한에 (경수로형) 핵발전소 지어주기’는 첫째,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오랜 ‘북한 비핵화’ 보상 꾸러미의 하나다. 둘째, 남북 당국 차원의 양자 협력 사업으로 공식적으로 제기되거나 논의된 적이 없다. 셋째, 미국·유엔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완화·해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프로젝트’다”라는 세 가지 이유를 보도했다.

한겨레는 3면에 윤건영 전 청와대 상황실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 한겨레는 △원전 건설 지원 내용이 들어있었는지 △당시 김의겸 대변인이 두 정상 간 대화에서 있었다고 언급한 ‘발전소 내용이 뭔지 △왜 야당이 원전 문제를 들고 나왔는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와 무관해 보이는 북한 전력 관련 문건까지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이유가 뭐라고 보는지 등을 질문했다.

▲1일자 한겨레 2면.
▲1일자 한겨레 2면.

 

▲1일자 한겨레 3면.
▲1일자 한겨레 3면.

경향신문과 마찬가지로 한겨레도 사설에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기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이 모든 이슈를 덮어버리는 정쟁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9일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및 공문서 불법파기 사건’의 공소장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비난했다. 그 뒤 국민의힘은 연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1일자 한겨레 사설.
▲1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야당이 정부 정책을 비판·검증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정황과 심증만으로 ‘이적행위’로 규정해 이념 대립을 부추기고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한 뒤 “국익을 생각하는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남북 관계처럼 민감한 사안에선 더욱 냉철하게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합당한 근거를 갖춰 의혹을 제기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1면에 ‘북한 원전 설립 추진 계획 파일’ 내용 보도

조선일보는 1면에 “삭제 문건에는 청와대와 여권의 주장과 달리 북한에 원전 또는 전력을 지원하는 3가지 지원 방안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31일 알려졌다”며 “감사원과 산업부 등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12월1일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북한 원전’ 관련 17개 문건 가운데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건에 대북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1일자 조선일보 1면.
▲1일자 조선일보 1면.
▲1일자 조선일보 사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3가지 지원 방안에 대해 “제1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2안은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3안은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이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을 둘러싼 의문의 핵심은 왜 산업부 공무원이 필사적이고 조직적으로 문건을 삭제했느냐이다. ‘공무원의 검토 아이디어’라면 감사원 조사 직전 일요일 밤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자료를 지울 필요가 뭐가 있나”라며 “문재인 정부는 감사원 감사를 집요하게 방해하고 월성 1호기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했다. 검찰 공소장을 통해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이 드러나자 내놓고 거짓말까지 한다. 야당 대표를 겨냥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한다. 무엇이 크게 제 발이 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억대 연봉 받는 직원이 전체 30% 넘는 회사가 KBS 말고 어딨냐”

KBS 이사회가 지난달 27일 오후 정기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 직원 60%가 연봉 1억원 이상을 받고, 억대 연봉자의 73.8%인 2053명은 무보직이다. 이런 코로나19 시대에도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이 지난달 29일 “부산에 계신 분들은 조중동, TV조선, 채널A를 너무 많이 보셔서 어떻게 우리나라 걱정만 하고 계시는지 한심스럽다”고 말한 것을 비판하며 쓴 글이었다.

이에 KBS는 지난달 30일 오후 공식 입장을 내놨다. KBS는 “직원 중 실제 1억원 이상 연봉자는 2020년도 연간급여 대장 기준으로 46.4%다. 이 비율은 2018년 51.7%에서 꾸준한 감소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KBS에 따르면 2018년 KBS의 1억 원 이상 연봉자는 51.7%였으나 2019년 48.8%, 2020년 46.4%로 줄었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KBS 직원 30%가 무보직 억대 연봉,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사설에서 “KBS가 ‘1억원 이상 연봉자는 2020년 기준으로 46.4%’라고 반박했다. 60%가 아니라 46%라서 떳떳하다는 것인가. 이걸 해명이라고 내놓은 것을 보면 수치심을 잃어버린 듯하다. 어떤 공공 기관 임직원이 절반 가까이 억대 연봉을 받는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상식을 벗어나는 해명은 이뿐만이 아니다. KBS는 ‘억대 연봉자 가운데 73.8%인 2053명은 무보직’이라는 지적에도 ‘2020년 무보직자는 1500여명 수준’이라며 ‘김웅 의원 주장보다 500명 이상 적다’고 했다. KBS가 홈페이지에 밝힌 직원 수가 4701명이다. 이 가운데 억대 연봉을 받는 무보직자가 자신들 설명으로도 1500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맡은 보직도 없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이 전체의 30%가 넘는 회사가 KBS 말고 어디에 있겠는가.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그런데도 KBS는 자구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도 국민에게 수신료를 더 내라고 요구하고 나왔다. 코로나로 허덕이는 국민에게서 수신료를 더 받아내 KBS 무보직 억대 연봉자들에게 주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나”라며 “KBS라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수많은 시청자는 수신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세균 “확실한 안정세 들어섰단 믿음 생기면, 설연휴 전 방역 완화 검토”

장윤서 기자 blackdog@vop.co.kr
발행 2021-02-01 10:32:51
수정 2021-02-01 10:32:51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 (자료사진)
정세균 국무총리.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1일 “이번주 상황을 지켜보고 확실한 안정세에 들어섰다는 믿음이 생기면 설 연휴 전이라도 추가적인 방역 조치 완화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를 믿고 조금만 더 인내하고 방역에 협조해주시기 바란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 등을 2주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설 연휴 대목을 앞두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 총리는 “앞으로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역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안정된 상황에서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지속 가능한 방역이 꼭 필요하다.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고통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라며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은 관련 협회·단체와 적극 소통해 국민 수용성이 크고 이행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방역 전략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정 총리는 “최근 1주간 확진자 접촉에 의한 감염이 33%에 이르고, 경로를 알기 힘든 사례도 21%를 넘는다”라며 “방대본(중앙방역대책본부)은 임시 선별검사소 운영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숨은 전파자를 더 효과적으로 찾을 창의적 대안을 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

 

장윤서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핵잠수함에서 정찰위성까지 모두 세계 일류급으로

[개벽예감 430] 핵잠수함에서 정찰위성까지 모두 세계 일류급으로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2/01 [08:47]
  •  
  •  
  •  
  •  
  •  
  •  
 

<차례>

1. 선제핵타격수단으로 개조된 3,500t급 중형 잠수함

2. 납-비즈머스 원자로 만든 조선, 핵잠수함 건조한다

3. 2016년에 쏘아올린 첫 번째 정찰위성, 올해 쏘아올릴 두 번째 정찰위성 

4. 기존 무인전략정찰기와 신형 무인전략정찰기, 어떻게 다른가?

5. 전민항전준비를 완성하는 것은 통일대전준비를 완성하는 것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국방과학기술을 고도로 발전시키고 첨단무기와 전투기술기재들을 더 많이 연구개발하여 인민군대를 재래식 구조에서 첨단화, 정예화된 군대로 비약발전시키는 것을 현 시기 국방과학부문 앞에 나서는 기본과업으로 규정”하면서 “무장장비의 지능화, 정밀화, 무인화, 고성능화, 경량화 실현을 군수산업의 중핵적인 목표로 정하고 연구개발사업을 여기에 지향시켜야 한다”고 언명하였다. 김정은 총비서의 그런 의도와 구상에 따라 지금 조선의 국방공업은 건국 이래 최전성기에 들어섰다. 조선의 국방공업이 얼마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지난주에 이어 살펴본다.  

 

1. 선제핵타격수단으로 개조된 3,500t급 중형 잠수함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중형 잠수함 무장현대화 목표의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고 시범개조하여 해군의 현존 수중작전능력을 현저히 제고할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았다”고 밝혔다. 시범적으로 개조된 중형 잠수함은 2019년 7월 22일 김정은 총비서가 시찰했던 바로 그 잠수함이다. 조선은 어떤 잠수함을 시범적으로 개조한 것일까? 한국 국방부가 2014년 말 청와대에 보고한 대외비 문건을 인용한 <신동아> 2020년 1월호 기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2014년 7월 정보당국은 조선이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는데, 당시 조선이 건조하고 있었던 잠수함은 로씨야의 G급 잠수함과 유사한 형태의 잠수함이라는 것이다. 로씨야의 G급 잠수함은 소련에서 개발된 골프급(Golf-class) 잠수함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9년 7월 22일 김정은 총비서가 시찰한 잠수함은 조선이 1993년에 로씨야에서 수입한 골프급 잠수함을 시범적으로 개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골프급 잠수함의 외형적 특징은 함수 맨 앞쪽 하단부에 있는 크고 둥근 공처럼 생긴 돌출부다. 그런 돌출부를 구상함수(bulbous bow)라고 하는데, 항해할 때 조파저항을 감소시켜준다. 그런데 2019년 7월 22일 김정은 총비서가 시찰한 중형 잠수함이 나타난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그 잠수함이 구상함수로 설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은 골프급 잠수함을 몇 척 보유했을까? 1994년 1월 19일 로씨야 언론매체 <이즈베스티야> 보도기사에 따르면, 당시 로씨야 해군 태평양함대는 조선에 골프-2급 잠수함 10척을 수출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조선이 보유한 골프-2급 잠수함은 10척이다. 골프-2급 잠수함은 골프-1급 잠수함을 개량한 것이다. 골프-2급 잠수함의 수중배수량은 3,500t이며, 미사일수직발사관 3문이 설치되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과업은 골프-2급 잠수함을 세계 일류급 잠수함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조선은 골프-2급 잠수함을 세계 일류급 잠수함으로 개조하는 사업을 다음과 같이 추진하고 있다.  

 

1) 골프-2급 잠수함 10척에 공기불요추진장치(air-independent propulsion)를 각각 설치한 것이다. 원래 재래식 잠수함은 축전지 전력으로 움직이는데, 축전지를 일정한 시간 동안 사용하면 재충전해야 한다. 공기불요추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잠수함은 하루에 한 차례씩 해수면 가까이 떠올라 통기구(snorkel)를 해수면 위로 내밀고 잠수함 안에 있는 디젤발전기를 오랜 시간 돌려 축전지를 재충전한다. 그런데 통기구를 해수면 위로 내밀고 디젤발전기를 돌리면, 디젤이 연소되면서 발생한 방사열과 배기가스가 통기구를 통해 공중으로 뿜어져 나온다. 적외선탐지기를 탑재한 해상초계기나 대잠헬기는 바로 그 방사열과 배기가스를 포착하여 잠수함의 위치를 알아내고 폭뢰를 투하하거나 항공어뢰를 발사하여 잠수함을 공격한다. 그에 비해, 공기불요추진장치를 설치한 잠수함은 2주간 동안 떠오르지 않고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해상초계기나 대잠헬기가 포착하기 힘들다. 원래 골프-2급 잠수함에는 공기불요추진장치가 없었는데, 조선은 그 잠수함을 개조하면서 공기불요추진장치를 설치했다. 

 

2) 골프-2급 잠수함 10척에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공기불요추진장치만 설치한 잠수함은 디젤엔진을 설치하고 작전해야 하지만, 공기불요추진장치와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모두 설치한 잠수함은 디젤엔진을 없애고 연료전지만으로 작전할 수 있다.   

 

그런데 용량이 얼마나 큰 연료전지를 만드는가 하는 것이 기술공학적 난제다. 소형 잠수정에는 용량이 적은 연료전지를 설치해도 되지만, 3,500t급 잠수함에는 2,000킬로와트급 연료전지를 설치해야 한다. 중형 잠수함에 설치하는 2,000킬로와트급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로씨야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 빠진 사람들은 조선이 공기불요추진장치도 만들지 못했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므로, 조선에서 중형 잠수함에 설치되는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2019년 4월 8일 벨라루씨공화국 언론매체 <툿바이>가 놀라운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선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대만에 수출하려는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대만은 중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므로, <툿바이> 언론보도는 조선이 중형 잠수함에 설치되는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했음을 말해준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2019년 7월 22일 함경남도 신포에있는 신포조선소 잠수함조립시설에서 개조작업이 거의 끝나가는 3,500t급 중형 잠수함을 시찰하는 장면이다. 이 중형 잠수함은 조선이 1993년에 로씨야에서 수입한골프-2급 잠수함을 시범적으로 개조한 것이다. 1993년 당시 조선은 로씨야 해군 태평양함대가 보유한 골프-2급 잠수함 10척을 수입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골프-2급 잠수함 10척을 세계 일류급 잠수함으로 개조하는 과업을 제시했다. 조선이 시범적으로 개조한 3,500t급 중형 잠수함에는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6기가 탑재된다.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은 선제핵타격에 사용되는 것이다. 조선이 골프-2급 잠수함 10척을 모두 세계 일류급 잠수함으로 개조하면,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대의수중작전능력은 상상을 초월하여 비약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지금 한국 해군은 최신형 3,500t급 잠수함 두 척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 해군이 보유한 3,500t급 잠수함의 국산화률은 76%이고, 조선인민군 해군이 보유한 3,500t급 잠수함의 국산화률은 100%다. 한국 해군은 3,500t급 잠수함에 공기불요장치만 설치했고,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는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20일 이상 수중작전을 계속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골프-2급 잠수함을 개조한 조선의 3,500t급 잠수함에는 공기불요장치와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모두 설치되었기 때문에 수중작전을 45일 동안 계속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잠수함은 출항기지에서 작전수역으로 항해하여 작전한 뒤에 출항기지로 복귀하는데, 수중작전시간이 20일로 제한된 한국 해군 3,500t급 잠수함은 약 7일 동안 항해할 수 있다. 7일 동안 항해하여 작전수역에 도착한 뒤, 거기서 6일 동안 작전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7일 동안 항해하여 출항기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국 해군 3,500t급 잠수함의 잠항속도는 시속 5.6km인데, 그런 속도로 20일 동안 잠항하면 작전반경은 940km를 넘지 못한다. 그에 비해,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한 조선인민군 해군 3,500t급 잠수함의 작전반경은 3,000km다. 양측의 수중작전능력은 너무 큰 격차로 벌어졌다.    

 

3) 원래 골프-2급 잠수함에는 R-11 단거리탄도미사일이 들어있는 수직발사관 3문이 설치되었다. 50킬로톤급 핵탄두를 장착한 R-11은 소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잠수함발사미사일인데, 사거리는 150km다. 골프-2급 잠수함에 수직발사관이 3문밖에 설치되지 않은 까닭은, R-11의 탄체가 길고 무겁기 때문이다. 골프-2급 잠수함의 함체지름은 8.2m인데, R-11의 탄체길이는 10.67m다. 그래서 수직발사관 3문을 함체가 아닌 함교 안에 설치했는데, 그렇게 해도 R-11이 들어가지 않아서 함교 아래쪽 함체 밑부분에 돌출한 확장공간을 더 만들었다.  

 

그런데 조선은 골프-2급 잠수함을 개조하면서 그 잠수함에 설치된 수직발사관 3문을 들어내고 독자적으로 설계한 신형 수직발사관을 설치했다. 2019년 7월 22일 김정은 총비서가 시찰한 중형 잠수함이 나타난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에서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보도사진을 보면, 원래 골프-2급 잠수함의 함교 아래쪽 함체 밑부분에 돌출된 확장공간이 없어졌고, 그 대신 함교 바로 뒤 함체등부(dorsal)에 돌출된 확장공간이 새로 생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직발사관은 함체등부에 돌출된 확장공간에 설치되었다.  

 

골프-2급 잠수함을 개조한 조선의 3,500t급 잠수함에 탑재된 것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이다. 그 잠수함에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수직발사관 6문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그 잠수함에 탑재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은 조선의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로 개조한 것이므로, 사거리는 3,000km이며, 절제수술식 정밀타격능력을 가졌다. 조선은 골프-2급 잠수함을 세계 일류급 잠수함으로 개조함으로써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을 사용하는 선제핵타격능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했다.

 

 

2. 납-비즈머스 원자로 만든 조선, 핵잠수함 건조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새로운 핵잠수함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조선에서 핵잠수함 설계작업이 완료되었음을 밝힌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핵잠수함을 “새로운 핵잠수함”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핵잠수함이라는 말은 기존 핵잠수함과 대비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기존 핵잠수함을 보유했지만, 신형 핵잠수함을 더 건조하는 것이다.  

 

조선이 보유한 핵잠수함은 로씨야에서 1994년에 수입한 핵잠수함이다. 2003년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연방의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조선이 로씨야에서 수입한 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이미 설계가 끝난 조선의 신형 핵잠수함은 어떤 핵잠수함일까?   

 

1) 핵잠수함을 건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잠수함에 설치할 소형 원자로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원자로를 설치하느냐에 따라서 핵잠수함의 작전능력이 달라진다. 조선이 로씨야에서 수입하여 운용해온 기존 핵잠수함에 설치된 원자로는 가압경수로(pressurized water reactor)다. 미국을 비롯한 핵강국들은 핵잠수함에 가압경수로를 설치했다. 

 

가압경수로를 설치한 핵잠수함은 7년에 한 번씩 함체를 절반으로 절개하여, 원자로를 열어놓고 고열이 식을 때까지 장기간 기다렸다가 핵연료를 재장전해야 한다. 그것은 너무 많은 비용과 너무 긴 시간이 요구되는 정비작업이다. 

 

그런데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그런 결함을 퇴치한 새로운 종류의 원자로를 만들었다. 그들의 놀라운 연구성과는 2018년 1월 15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평안남도 평성시 은정구역에 있는 국가과학원 방사성물리실험공장에서 2015년부터 금속랭각제를 사용하는 소형 원자로가 시험적으로 가동되었다고 한다. 금속랭각제를 사용하는 원자로는 냉각수를 사용하는 가압경수로와는 전혀 다른 종류다. 금속랭각제를 사용하는 원자로는 납과 비즈머스(Bismuth)를 일정한 비률로 섞은 특수합금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비즈머스는 창연(蒼鉛)이라고 부르는데, 수은 다음으로 열전도성이 낮은 금속물질이다. 납과 비즈머스의 특수합금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원자로를 납-비즈머스 원자로 또는 납고속랭각로(Lead-Cooled Fast Reactor)라고 부른다. 납-비즈머스 원자로를 설치한 핵잠수함은 전 세계에서 로씨야만 보유했는데, 조선이 소형화된 납-비즈머스 원자로를 2015년에 개발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 원자로(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SMART)’라고 부르는 소형 원자로를 개발했다. 그런데 이 원자로는 작동소음이 너무 커서 정숙성을 요구하는 잠수함에 설치할 수 없다. 잠수함에 무리하게 설치해도, 7년 마다 함체를 절반으로 절개하고 원자로의 고열이 식기까지 장기간 기다렸다가 핵연료를 재장전하는 엄청난 불편을 겪어야 한다. 정비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정비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이다. 

 

그에 비해, 조선이 개발한 납-비즈머스 원자로는 핵연료를 재장전하는 것이 아니라, 15~20년에 한 번씩 원자로 안의 핵심부품을 들어내고 새 것으로 간단히 교체하면 된다. 정비비용과 정비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한 신형 핵잠수함은 납-비즈머스 원자로를 설치한 세계 일류급 핵잠수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핵잠수함 설계를 마치면, 3년 만에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험이다. 하지만 “만리마를 타고 혁신의 불길을 일으킨다”는 조선에서는 잠수함건조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미 설계를 끝낸 핵잠수함의 건조작업을 다그쳐 2년 만에 건조할 것으로 보인다. 함경남도에 있는 신포조선소는 앞으로 2년 뒤 납-비즈머스 원자로를 설치한 세계 일류급 핵잠수함을 진수할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이 운용하는 094형 핵잠수함의 수상기동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함교 뒤에 돌출된 확장공간이 눈길을 끈다. 그 확장공간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수직발사관 12문이 설치되었다. 중국이 2010년부터 실전배치한 094형 핵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10,000t급인데, 현재 6척이 운용되고 있다. 이 핵잠수함에는 사거리가 8,000~9,000km인 쥐랑-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12기가 탑재된다. 2021년 1월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제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새로운 핵잠수함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조선이 건조하게 되는 새로운 핵잠수함에는 납-비즈머스 원자로가 설치될 것이며, 사거리가 7,000~8,000km인 북극성-5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12기가 탑재될 것이다.이것은 조선이 건조하게 되는 신형 핵잠수함 1척에서 열핵탄두 96발을 쏠 수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거대한 대륙을 초토화할 수 있는 엄청난 핵타격력이다.  

 

2) 2020년 4월 유엔안보리 산하 대조선제재위원회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길이가 194m이고 폭이 36m인 대규모 잠수함조립시설이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 건설되었고, 대규모 잠수함훈련시설과 대규모 지하잠수함수리시설도 건설되었다고 한다. 2016년 7월 22일 영국의 군사전문매체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se Weekly)> 분석기사에 따르면, 길이가 150m이고 폭이 34m인 잠수함정박시설이 신포조선소에서 건설되고 있었다고 한다. 길이가 194m이고 폭이 36m인 잠수함조립시설에서 조립되고, 길이가 150m이고, 폭이 34m인 잠수함정박시설에 정박하는 잠수함은 수중배수량 10,000t급 핵잠수함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한 신형 핵잠수함의 수중배수량이 10,000t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이 보유한 094형 핵잠수함이 10,000t급인데, 조선도 그와 같은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이다.

 

3) 2021년 1월 14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등장했다. 탄체에 도색된 ‘북극성-5형 ㅅ’이라는 선명한 글씨가 시선을 끌었다. 2020년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북극성-4형이 등장한 때로부터 불과 3개월 만에 북극성-5형이 등장한 것이다. 북극성-4형과 비교해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북극성-5형의 탄체길이와 탄체지름이 각각 더 길어진 것이다. 

 

2020년 10월 15일 미국의 잠수함전문 웹싸이트 <은밀한 바닷가(Covert Shores)>에 실린 분석기사에 따르면, 북극성-4형의 탄체길이는 9.8m이고, 탄체지름은 1.8m다. 그런데 이번 8차 당대회 열병식에 등장한 북극성-5형은 북극성-4형보다 탄체길이가 약 1m 더 길어진 11m이고, 탄체지름도 약 0.2m 더 길어진 2m다. 

 

탄체지름이 2m이고 탄체길이가 13m인 중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쥐랑(巨浪)-2는 사거리가 8,000~9,000km다. 그에 비해, 탄체지름은 같고 탄체길이만 2m 짧은 북극성-5형은 사거리가 7,000~8,000km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북극성-4형에 비해 더 커진 북극성-5형의 전투부 공간에는 여러 개의 각개발사식 재돌입체(MIRVs)가 들어간다.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1개마다 열핵탄두(수소탄두)가 1개씩 장착된다. 탄체지름이 2m인 쥐랑-2의 전투부에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8개가 들어가므로, 탄체지름이 그와 같은 북극성-5형의 전투부에도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8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094형 핵잠수함에 쥐랑-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12기가 탑재된 것처럼, 조선이 건조하고 있는 신형 핵추진 잠수함에도 북극성-5형 12기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북극성-5형 1기마다 열핵탄두가 8개씩 장착되었으므로, 조선에서 건조되고 있는 신형 핵잠수함 1척은 열핵탄두 96발을 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장거리전략폭격기, 핵잠수함은 전 세계에서 미국, 로씨야, 중국만 보유한 3대 핵타격수단이다. 그 중에서도 핵잠수함은 은밀성과 타격력에 있어서 가장 우월한 무기체계다. 조선이 개조하고 있는 3,500t급 중형 잠수함이 선제핵타격수단이라면, 조선이 건조하고 있는 10,000t급 핵잠수함은 보복핵타격수단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수중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미사일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혔고,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북극성-5형보다 더 강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사거리를 12,000km로 늘인 쥐랑-3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인데, 조선도 사거리를 12,000km로 늘인 북극성-6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3. 2016년에 쏘아올린 첫 번째 정찰위성, 올해 쏘아올릴 두 번째 정찰위성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하여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중대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고도화된 핵무력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정찰위성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정찰위성개발사업은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되어 설계가 이미 완성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군사정찰위성설계를 완성하였다”고 밝혔다. 지금 조선의 위성제작기술자들은 완성된 설계도를 가지고 정찰위성을 만들고 있다. 

 

2016년 2월 7일 조선국가우주개발국은 자국 최초의 정찰위성을 쏘아올려 궤도에 진입시켰다. 그 정찰위성이 광명성-4호다. 조선에서는 광명성-4호를 지구관측위성이라고 부르지만, 정찰위성과 지구관측위성은 사실상 동일한 위성이며 명칭만 다를 뿐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은 이미 2016년에 정찰위성을 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2월 22일 로씨야 항공우주군 중앙우주상황감시쎈터는 광명성-4호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도 광명성-4호는 약 500km 고도에서 매일 14~15차례씩 지구를 돌면서 지상을 촬영한 영상자료를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 보내고 있다. 

 

1) 정찰위성의 기능을 좌우하는 것은 전자광학촬영기의 성능이다. 미국의 정찰위성은 지상에 있는 1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초정밀 전자광학촬영기를 탑재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올해 2021년에 쏘아올릴 정찰위성 아리랑 6호에는 지상에 있는 5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전자광학촬영기가 탑재된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전 세계에서 광학기술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도이췰란드였는데, 나치 도이췰란드가 패전한 직후 그 나라의 광학기술은 점령국인 소련과 미국으로 각각 넘어갔다. 조선은 소련의 광학기술을 기초로 하여 자기의 광학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이런 사실을 보면, 조선이 제작하고 있는 정찰위성에는 조선이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전자광학촬영기가 탑재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6년 2월 7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가 들어있는 위성탑재부가 서해위성발사장 조립시설에 놓여있는 장면이다. 이 위성탑재부는 위성운반로켓에 연결되는 것이다.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는 조선이 자국 최초로 쏘아올린 첫정찰위성이다. 지구관측위성과 정찰위성은 사실상 동의어다. 오늘도 광명성-4호는약 500km 고도에서 매일 14~15차례씩 지구를 돌면서 지상을 촬영한 영상자료를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 계속 보내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새로운 정찰위성을 쏘아올리겠다고예고했다. 조선이 쏘아올릴 새로운 정찰위성은 고성능 전자광학촬영기를 탑재하고약 500km 고도에서 지구를 돌다가 정밀한 영상을 촬영해야 하는 경우 위성관제종합지휘소의 원격조종으로 고도를 300km로 낮춰 지상의 물체를 촬영할 수 있는 세계일류급 정찰위성이다. 그 정찰위성이 촬영한 영상자료를 분석하면 3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2) 미국의 정찰위성은 약 600km 고도에서 매일 14~15차례씩 지구를 돌면서 지상을 촬영하는데, 좀 더 정밀한 영상자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원격조종으로 고도를 300km까지 낮춰 촬영한다. 정찰위성의 고도를 300km로 낮춰야 지상에 있는 1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밀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조선의 첫 정찰위성 광명성-4호는 위성의 고도를 변경하는 원격조종기능을 갖지 못했지만, 지금 조선이 제작하고 있는 신형 정찰위성은 원격조종기능을 가진 최첨단 정찰위성이다. 세계 일류급 위성제작기술을 가진 극소수 선진국들만이 그런 최첨단 정찰위성을 보유했는데, 조선이 그런 최첨단 위성제작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하면 아마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2015년 5월 2일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 건설된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현지지도하면서,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 최첨단 설비들을 더 보강해주고, 우주와 꼭같은 환경 속에서 위성시험을 할 수 있는 우주환경시험기지를 건설해주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우주환경시험기지는 우주환경과 꼭같은 환경에서 인공위성의 원격조종시험을 하는 특수시설이다.  

 

둘째, 2017년 2월 19일 조선국가우주개발국에서 근무하는 우주과학자 리문선은 <로동신문>에 장문의 글을 발표했다. 제목은 “인공지구위성의 무선추적”이다. 그는 자기의 글에서 인공위성의 무선추적체계들 가운데 가장 최신 기술로 개발된 “단일화된 반송파체계”에 대해 해설하면서, 조선에는 “위성추적 및 원격측정, 조종을 원만히 실현할 수 있는 현대적인 위성관제종합지휘소”가 있으며 조선의 “위성추적기술은 비상히 발전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이런 서술은 김정은 총비서가 우주환경시험기지를 건설하라고 지시한 때로부터 약 2년 뒤에 인공위성의 원격조종시험에 필요한 우주환경시험기지가 건설되었음을 말해준다. 

 

셋째, 2020년 12월 2일 조선과학기술총련맹 중앙위원회가 주최한 “우주과학기술토론회-2020”이 평양에서 진행되었다. 토론회에서 발표된 연구성과들 가운데는 “인공위성의 동작정확성을 높일 수 있게 하는 성과자료”도 있었다. 이것은 조선이 인공위성을 원격조종하는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였음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고성능 전자광학촬영기를 탑재한 조선의 정찰위성이 원격조종으로 고도를 300km까지 낮추면, 3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밀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지금 조선은 세계 일류급 정찰위성을 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시기 광명성-4호를 제작한 조선의 기술수준을 보면, 정찰위성을 제작하는 데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사정은 조선이 올해 2021년 하반기에 정찰위성을 쏘아올릴 것을 예고한다.  

 

원래 정찰위성은 지상에 있는 고정목표물을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정밀타격하는 데 사용되는 군사장비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15,000km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를 제시했는데, 그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찰위성이 정밀촬영한 영상이 필요한 것이다.

 

 

4. 기존 무인전략정찰기와 신형 무인전략정찰기, 어떻게 다른가?

 

정찰위성은 지구 위의 어떤 특정지역을 하루에 한 번밖에 촬영하지 못한다. 나머지 시간은 고고도정찰기가 메워준다. 정찰위성과 고고도정찰기를 모두 운용해야 상대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500km 전방종심까지 정밀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인정찰기가 500km 전방종심까지 정찰한다는 말은 작전반경이 500km라는 뜻이다. 

 

한국군 당국이 2014년에 청와대에 보고한 대외비 문서를 인용한 <신동아> 2020년 1월호 기사에 따르면, 2014년 당시 조선은 무인타격기 17대를 실전배치했는데, 그 무인타격기의 비행속도는 시속 400km이고, 작전반경은 800km라고 한다. 작전반경이 800km인 무인타격기는 800km를 비행하여 타격대상을 파괴하고 자폭하는 것이므로, 작전반경과 항속거리는 동일하다. 그와 달리, 작전반경이 500km 무인정찰기는 반경 500km의 넓은 지역 상공을 훑어가는 식으로 오랜 시간 동안 비행하면서 정찰사진을 촬영하고 발진기지로 돌아가야 하므로, 항속거리는 2,000km 정도로 늘어난다.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비행 도중에 연료부족으로 추락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발견되었다. 그 무인정찰기의 비행경로는 강원도 금강군에서 경상북도 성주군까지 직선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그 무인정찰기가 성주에 있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촬영하기 위해 발진하였음을 말해준다. 그 무인정찰기가 금강군에서 성주군까지 비행한 편도는 266km였는데, 왕복거리를 계산하면 그 무인정찰기의 항속거리가 500km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무인정찰기는 5시간 30분 동안 490km를 비행하던 중에 연료부족으로 추락했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 '우전'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김정은 총비서가 2021년 1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밝힌 바에따르면, 조선에서도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를 개발하는 연구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조선이 개발하려는 새로운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의 외형은 위의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거대한 가오리처럼 생길 것으로 보인다. 가오리처럼 생긴 기체모양은모든 스텔스 기종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외형적 특징이다. 조선이 개발하려는새로운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의 작전반경은 500km이고, 항속거리는 2,000km인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이 개발하려는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는 지상관제지휘소의 원격조종으로 지상의 이동표적을 정밀촬영한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상관계지휘소에전송하는 최첨단 무인전략정찰기다.  

 

2017년 5월 8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은 성주에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촬영한 항공정찰사진을 방영했는데, 그 항공정찰사진은 지상에 있는 군사장비가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가졌다. 그 항공정찰사진은 강원도 인제에 추락한 무인정찰기와 같은 기종의 무인정찰기가 촬영한 것이다. 

 

그런데 항속거리가 500km밖에 되지 않고, 해상도도 떨어지는 무인전술정찰기의 항공정찰능력은 제한적이다. 그런 무인전술정찰기가 촬영한 영상자료는 해상도가 너무 낮아서 첨단전술유도무기의 절제수술식 정밀타격에 사용될 수 없다. 첨단전술유도무기를 보유한 조선에게는 정밀한 영상을 촬영하는 무인전략정찰기가 필요하다. 

 

2016년 12월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방현-5’라고 부르는 무인정찰기를 개발했다고 한다. 방현-5는 4km의 고도에서 시속 200km의 속도로 10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이 이미 2016년에 작전반경이 500km이고, 항속거리가 2,000km인 무인정찰기를 개발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개발계획을 밝힌 무인정찰기도 작전반경이 500km이고, 항속거리가 2,000km다. 하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한 신형 무인정찰기는 조선이 2016년에 개발한 무인정찰기와 전혀 다른 것이다. 조선이 개발하는 신형 무인정찰기는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서 원격조종으로 작동하는 최첨단 무인전략정찰기다. 위성관제종합지휘소는 원격조종으로 무인정찰기에 탑재된 전자광학촬영기의 촬영각도와 촬영범위를 조절하고, 정밀촬영한 영상자료를 실시간으로 전송받게 된다. 이 무인전략정찰기는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육안으로 보이지 않고, 반항공레이더로 포착할 수 없는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다. 

 

원래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는 지상이나 해상에서 움직이는 이동표적을 정밀타격하는 데 필요한 군사장비다. 특히 항공모함, 강습상륙함, 구축함 등으로 편성된 미국 해군 함대가 동해에 진입할 때, 조선인민군이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하여 그 함대를 정밀타격하려면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가 동해 상공을 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전송해주는 동영상이 필요하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개발계획을 밝힌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는 바로 그런 동영상을 촬영하여 실시간으로 전송하게 된다. 

 

5. 전민항전준비를 완성하는 것은 통일대전준비를 완성하는 것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국가방위력을 튼튼히 다지는 데서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중대한 사업인 전민항전준비를 완성할 데 대한 심도 있는 과업”을 제시하였다. 전민항전준비를 완성한다는 말은 민간무력의 전투준비를 완성한다는 뜻이다. 조선의 민간무력은 조선로동당의 전민무장화 방침에 따라 조직된 로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다. 

 

2020년 7월 24일 미국 육군성이 발표한 ‘북조선의 전술(North Korean Tactics)’이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로농적위군은 572만명이고, 붉은청년근위대는 62만명이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민간무력이 전투준비를 완성한다는 말은 정규군 군사장비에 버금가는 강력한 군사장비로 무장하고, 정기적인 군사훈련으로 단련하며, 전투동원태세를 갖춘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의 기존 무기체계가 신형 무기체계로 전부 교체되는 것과 함께 조선인민군이 사용하던 기존 무기들이 로농적위군으로 이전되었다. 그로써 로농적위군의 무장력은 정규무력에 버금갈 만큼 급속히 증강되었다. 

 

로농적위군은 한미연합군이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할 때마다 비상소집령을 받고 야외실동훈련과 실탄사격연습에 참가했다. 한미연합군이 오는 3월에 또 다시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면, 로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는 조선인민군과 함께 야외실동훈련과 실탄사격연습을 실시할 것이다. 

 

정규무력과 민간무력이 함께 싸우는 전민항전이라는 말은 조선에서 조국통일대전을 뜻하는 개념으로 널리 쓰인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전민항전준비를 완성하는 과업은 통일대전준비를 완성하는 과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군사부문의 과업들은 조선의 군사력을 세계 일류급으로 끌어올리는 엄청난 과업들이다. 조선의 군사력을 세계 일류급으로 끌어올리는 목적은 미국에게 협상압박을 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평화적인 방법으로 조국통일위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조선은 완전히 파산된 대미협상에는 관심이 없으며, 조국통일위업을 실현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미국의 무력개입을 원천봉쇄하고, 전쟁피해를 최소화하는 조국통일대전의 승리에 필수적인 과업을 제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떠나는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정치권 개입 최소화해야”

“가짜뉴스 개념 규정 필요, 심의 공정성과 독립성 위협받은 적 있어”
두 명의 위원과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해, 고 윤정주 위원 명복 빌어
 
 

 

“위원회가 심의의 공정성과 심의 업무의 독립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위원 구성에 있어 정치권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의 모든 내용과 관련된 사회적 기준을 정한다. 그런데 정치권 인사들이 오면 모든 것을 정치적 관점에서 당리당략의 눈으로만 보게 된다.”

지난 29일 제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임식 자리에서 강상현 위원장은 ‘위원회의 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마련되기 위해 위원을 구성하는 데 있어 정치권의 개입이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지난 3년 동안 4기 위원회가 이뤄낸 점과 아쉬운 점을 모두 밝혔다.

▲지난 2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강상현 4기 방통심의위원장이 지난 3년 동안의 소회를 말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난 2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강상현 4기 방통심의위원장이 지난 3년 동안의 소회를 말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강상현 위원장은 “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관한 좀 더 명확한 인식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아시다시피 우리 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의 내용 규제 업무를 전담하는 민간 독립기구다. 법적으로 심의 업무의 독립성도 보장하고 있다. 심의의 공정성과 심의 업무의 독립성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강 위원장은 “그러나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국회나 정부 쪽에서 방심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방심위를 방통위의 산하기관 정도로 아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방심위를 정부 기관으로 아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잘못된 인식에 기초해 심의의 공정성과 심의 업무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고 토로했다.

강 위원장은 5기 위원회에서 방통심의위의 독립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정부의 어떤 부처도 방송과 통신의 심의 업무를 가져가려고 해서도 안 된다. 민간독립기구인 방심위가 있는 한 정부가 내용 심의에 관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심의 업무의 도깁성이 좀 더 보장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예산면에서 보다 독립적일 수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을 5기 위원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했다.

또 방송 통신 기술과 미디어 환경이 날로 새로워지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심의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개인방송이나 OTT, 미디어커머스와 같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영역 혹은 신융합 서비스에 대해 어떤 내용 규제를 가져가야 할지, 좀 더 거시적인 규제 로드맵 설정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가짜뉴스’든 ‘허위조작정보’든 명확한 개념 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짚었다. 그는 “4기 위원회는 특히 통신의 경우 최소규제의 원칙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고 노력했다. ‘가짜뉴스’ 논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법과 규정에 따라 심의를 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가짜뉴스’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하고, 반대로 과잉규제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가짜뉴스’든 ‘허위조작정보’든 그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을 해주거나 법과 규정을 바꿔 줘야 할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그런 불만을 얘기할 때는 참으로 섭섭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4기 방통심의위가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권익보호특별위원회를 신설한 점도 빼먹지 않았다. 디성단은 디지털성범죄로 인한 피해자 보호를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게 마련됐다. 디성단은 24시간 긴급심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사무처 직원들은 2교대 내지 3교대 근무를 해야 했다. 그는 “매일매일 심의하신 위원님들과 밤을 세워 고생하신 직원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민경중 사무총장, 심영섭 위원, 황성욱 상임위원, 허미숙 부위원장, 강상현 위원장, 박상수 위원, 이소영 위원, 강진숙 위원, 김재영 위원. 사진=방송통심신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민경중 사무총장, 심영섭 위원, 황성욱 상임위원, 허미숙 부위원장, 강상현 위원장, 박상수 위원, 이소영 위원, 강진숙 위원, 김재영 위원. 사진=방송통심신심의위원회.

끝으로 9명의 위원 중 두 명과는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그는 “한 분은 갑작스런 우환으로 하늘나라로 가셨고, 다른 한 분은 결격사유가 생겨 중도에 그만두시게 됐다. 이 자리를 빌어 고 윤정주 위원의 명복을 빌며, 양성평등과 언론민주화를 향한 그분의 유지와 열정을 되새기고자 한다”고 했다.

지난 2018년 1월에 출범한 4기 방통심의위는 강상현 위원장, 허미숙 부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 이소영 위원, 김재영 위원, 심영섭 위원, 박상수 위원, 강진숙 위원, 이상로 위원 등 총 9인과 민경중 사무총장 체재로 마무리했다. 임기는 지난 29일 종료됐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없어도 될 것 같은 ‘밑반찬 노동’이 세상을 청소할 거야

등록 :2021-01-31 09:05수정 :2021-01-31 09:09

 

[토요판] 비평
여성과 청소노동

엘지트윈타워 농성 중 청소노동자
보이지 않아야 할 존재 점거농성

2019년 승소한 톨게이트 수납원들
정직원 복귀 뒤 청소하는 자리 배치

모멸적 표현 듣는 ‘아줌마’ 노동자
노동자 지위 얻는 싸움을 먼저 해야

‘노동시장 밑반찬’ 같은 억울한 노동 세상 온갖 더러움 청소하게 될 것
지난해 11월16일부터 농성을 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엘지트윈타워 건물 로비에서 12월24일 한 노동자가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해 11월16일부터 농성을 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엘지트윈타워 건물 로비에서 12월24일 한 노동자가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영하 16도의 아침, 산책을 다녀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청소노동자가 보였다. 막 닦아놓은 깔끔한 엘리베이터 바닥 위로 방금 전까지 얼어붙은 눈을 밟고 다니던 나의 두 발이 어색하게 올라선다. 물기가 있는 바닥 위로 나의 발자국이 찍혀 난감했다. 16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그는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계속 바닥을 닦으며 말했다. “바깥에는 닦으면 바로 얼어버려요. 얼마나 지저분한지, 말도 못 해. 근데 닦으면 바로 얼어버려서 지금은 닦을 수가 없어요.” 처음에는 그저 날씨에 대한 대화로 이해했으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뒤늦게 알아차렸다. 눈 온 뒤에 지저분한 아파트 입구를 재빨리 깔끔하게 회복시키지 못하는 노동자의 사정을 설명했다는 사실을.

1. 여성, 청소하다

청소노동자의 대걸레를 통해 사라진 나의 발자국처럼, 청소는 흔적을 지우는 게 중요한 목적이다. ‘집사람’인 여성들은 집을 청소하고 집 밖으로 나가 건물을 청소한다. 방바닥을 닦던 여성들은 빌딩을 닦고, 버스를 닦고, 기차를 닦고, 비행기를 닦는다. 청소노동자의 80% 이상은 여성이다. 집 안의 부불노동은 집 밖에서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으로 자리한다. 청소노동은 노동 이전의 노동이며, 노동 이후의 노동이다. 새벽 지하철역, 세상이 고요한 시간, 누군가가 쏟아놓은 오물과 아무 곳에나 내던져진 각종 쓰레기가 사라지고 ‘원상복귀’ 된다.

여성은 청결을 담당하는 존재다. 부지런한 할머니들은 여자가 더러운 것을 많이 만질수록 집이 깨끗해진다며 쉬지 않고 손을 움직인다. 청소노동자는 젠더와 공간, 청결 권력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여성 청소노동자는 공간을 청소하지만 공간을 갖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세균까지 닦아내면서 최종적으로는 그들도 사라져야 한다. 청소노동자의 점거 농성은 그런 면에서 다른 어떤 노동자의 점거보다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청소되어야 할 존재,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보이면 안 되는 존재가 장소를 점거했기 때문이다.

 

2018년 세상을 떠난 노회찬의 연설에서 언급된 서울 6411번 버스의 새벽 첫 승객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여성이며 청소노동자이다. 이들은 본격적 노동의 시간이 밝아오기 전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첫 버스에 오른다. 신희주 교수는 2020년 ‘6411 버스 첫 승객 분석을 통한 청소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노동자의 평균 나이는 61.1살이다. 이들은 주로 구로구와 영등포구에서 출발해 서초구나 강남구에 도착한다.

2017년 3월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연 ‘5회 청소노동자 행진 선포 기자회견-청소노동자의 봄’ 행사 참석자들이 거리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7년 3월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연 ‘5회 청소노동자 행진 선포 기자회견-청소노동자의 봄’ 행사 참석자들이 거리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 여성, 청소되다

2019년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투쟁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수납원은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발언을 했다. 실제로 ‘없어지는’ 중이다. 직업은 꾸준히 없어지고 새로 생긴다. 직업이 없어져도 사람은 있다. 그런데 없어지는 노동에서 남성 노동자는 최소한 ‘가장’으로 바라본다면 여성 노동자는 원래 부수적 존재였기에 그들의 ‘사라짐’을 더욱 함부로 대한다. 2019년 대법원의 판결로 승소한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정직원으로 복귀했지만 수납원이 아니라 고속도로 주변과 졸음쉼터 화장실 등을 청소하는 자리에 배치되었다. 여성은 청소되고, 또 다른 곳에서 청소한다.

여성의 노동은 ‘사라지는 것’이 본분처럼 여겨진다. 노동의 생산물도 사라져야 하며 생산의 주체로서 노동자인 여성도 사라져야 한다. 만들어놓은 음식은 먹어치우고, 깨끗해진 공간은 다시 더러워지고, 모든 돌봄은 물리적으로 그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 돌봄 대상자에게 노동의 결과가 흡수될 뿐이다. 이렇게 사라지는 노동은 여성에게 맡겨진 채 여성은 노동하지 않는 존재가 된다. 그들은 노동하지 않는 존재이므로 그들에게 일자리의 사라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여성의 실직은 ‘가장’의 실직이 아니며, 여성은 그저 원래 있어야 할 곳인 가정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다. ‘집사람’이 집사람이 될 뿐이다.

비행기를 청소하던 노동자들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보이지 않는 노동자였기에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도 그들의 사라짐은 보이지 않는다. 하루 20대까지 청소하던 비행기 청소노동자는 지난해 3월부터 일자리를 잃었다.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며 물리적 공간을 청소하던 학교의 청소노동자들도 해고되기 시작했다.

지난 한해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더욱 고용이 줄고 실직이 늘었다. 여성 비경제활동 인구도 늘었는데, ‘비경제활동’이란 실업도 취업도 아닌 상태다. 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왜 ‘비경제활동’ 인구일까. 대부분 가사노동 부담으로 집 밖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해야 할 돌봄과 가사노동이 증가했다. 이들은 노동을 하지만 ‘비경제활동’ 인구이다.

직격탄을 맞는 직종이 있다면 특수를 누리는 직종도 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비대면 교육의 확산으로 텔레비전, 컴퓨터와 카메라 장비 등의 소비가 늘었다. 엘지(LG)디스플레이도 모니터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코로나 특수를 누려 거의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입주한 엘지트윈타워 건물을 청소하던 청소노동자 80명은 집단 해고되었다.

젊지 않은, 남성이 아닌 노동일수록 일자리의 사라짐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나이 많은,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는’ 게 어딘데, 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 그들이 임금 노동을 할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줄 안다. 실제로 이 ‘아줌마’ 노동자들은 “천원짜리 노동”, “하루살이 인생”, “일회용” 등 각종 모멸적 표현을 듣는다.

가사도우미의 노동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가사 사용인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며 가사노동자를 노동관계법의 보호에서 제외했다. 1953년 제정된 조항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식모-파출부-도우미로 이름이 바뀌어왔을 뿐 그들은 여전히 ‘노동자’가 아니다. 용역업체가 만들어져 노동 ‘시장’은 형성되었어도 노동자는 여전히 투명인간이다. 가사노동의 큰 축은 청소와 요리, 육아인데 이 모든 노동은 집 안에서 여성이 마땅히 해야 할 자연현상으로 여긴다. 이 자연현상을 돈을 주고 외부 여성에게 맡겼기에 마치 공기와 바람에 돈을 쓰는 것처럼 아까운 지출이라 생각한다.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24일 서울 영등포구 엘지트윈타워 건물 로비에서 토의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24일 서울 영등포구 엘지트윈타워 건물 로비에서 토의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3. 여성이 청소할 것이다

‘레닌 동지가 세상의 더러움을 청소한다’. 러시아 혁명 임시 정부의 한 포스터 제목이다. 정장을 입은 레닌이 빗자루를 들고 구체제의 상징인 차르와 관료들을 쓸어버린다. 재치 있는 이 그림을 좋아하지만 다른 한편 소외감을 느낀다. 빗자루를 들고 세상을 청소하는 사람도 쓸려 나가는 사람도 모두 남성이다. 부패한 남성에서 혁명적인 남성에게로 권력이 움직이는 동안에도 여전히 여성들은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게 바닥을 쓸고 닦는다. 여성은 노동자인가.

노동과 여성성은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드센, 억척스러운, 악바리는 주로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경제활동을 해나가는 여성에게 향하는 수사다. <회사가 사라졌다>는 폐업과 해고에 맞선 여성 노동자들을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인데 이름이 그 자체로 메신저이며 메시지다. ‘조용함’을 거부한 채 싸우는 여성 노동자로서의 목소리를 또박또박 기록하고 또 기록한다. 레이테크코리아에서 해고당한 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여자가 해고를 당하면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요. 남자가 해고당하면 ‘어쩌나, 그 집 어떡하지’ 그러거든요. 내가 주위 사람들한테 ‘나 해고당했어’ 얘기를 하면 쉬라고, 봉사활동이나 하라고 해요. 이렇게 노동가치를 뜨겁게 생각해주지 않는 거예요.”

여성의 노동가치를 ‘뜨겁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에 그는 분통을 터뜨린다. 기록팀의 희정은 여성의 노동을 “밑반찬처럼 없어도 되는 일”로 여긴다고 지적한다. 냉장고에 처박아두고 까맣게 잊어버리는 밑반찬, 다른 반찬 없을 때 꺼내 먹다가 어느 날 냉장고 청소를 하면서 버리기도 하는 밑반찬, 때로 누가 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으며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돌고 도는 밑반찬, 늘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반찬이지만 있어야 할 게 있다고 해서 결코 알아주지 않는 그런 밑반찬, 똑같은 반찬이 계속 나오면 게을러 보이는 하찮은 밑반찬. 여성의 노동은 바로 노동 시장에서도 밑반찬 같은 노동이다. 부업, 아르바이트, 임시로 하는 노동이다. 그렇게 “반찬 같은 노동이기에, 세상이 함께 억울해하지 않는 노동”이다.

여성은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이전에, 우선 노동자의 지위를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 노동자 정체성을 인정받는 ‘노동자 되기’부터 이루어야 할 과업이다. 청소노동자나 식당노동자 등에게 ‘어머님’ 혹은 ‘이모님’이라 한다. 저임금 직종의 여성 노동자는 가족관계어, 특히 어머니로 부른다. 존중의 언어로 둔갑하고 있지만 실은 여성이 노동자의 지위를 가질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여성의 사회적 신분은 어머니이고, 어머니로서 싸울 때 가장 주목받는다. 그렇기에 여성의 투쟁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 흔히 “그들도 누군가의 어머니입니다”라고 말한다. 해고된 한 노동자는 “일터란 ‘나’라는 존재를 오랜만에 자각한 공간”이라며, 노동조합원으로 “그 관계의 끝을 최선을 다해 지키고 싶다. 그래서 싸운다”라고 한다.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2019년 노조를 만들었다. ‘어머니’들은 노동자로서 싸운다.

여성과 이주민의 노동은 노동의 ‘바닥’을 보여준다. 값싸고, 해고하기 쉽지만,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내기 어려운 노동자들이다. 여성은 해고되면 집으로, 이주민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 그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바닥을 닦는 사람이 조용히 사라지지 않으면 세상이 시끄러워진다.

세상의 더러움을 누가 청소하는가. 한 청소노동자가 “나는 평생 청소해서 세상을 구할 팔자인가 봐!”라고 말했을 때, 또록팀의 기록자 림보는 이 말을 어떻게 옮겨 적어야 할지 고민한다. 이 말은 제 노동에 대한 긍정인가, 청소노동의 여성화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이 목소리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 나는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세상의 더러움을 청소하는 사람은 정장 입은 남성이 아니다. 조용함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청소할 것이다.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

▶ 새해 첫날 계약해지된 엘지(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늘 청소하던 건물 로비에서 벌써 한달도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이 대다수인 청소노동자들의 해고와 복직투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소노동은 주로 ‘여성의 일’이다. 회사는 폐업과 정리를 거듭하며, 여성 청소노동자들은 쉽게 치워지고, 지워진다. 이와 관련해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의 비평을 싣는다. ‘비평’은 4주에 한번 연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1099.html?_fr=mt1#csidx9f2984c8d3f1a98af53561e2cef9823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우나 고우나 보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1/31 09:36
  • 수정일
    2021/01/31 09: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신임 신준영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1.30 22:00
  •  
  •  수정 2021.01.31 09:23
  •  
  •  댓글 0
 
신준영 신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29일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모델을 만들었다는 기대감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무너진 뒤 고민끝에 경기도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며, 마지막 힘을 내 남북관계 진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진-조천현]  
신준영 신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29일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모델을 만들었다는 기대감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무너진 뒤 고민끝에 경기도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며, 마지막 힘을 내 남북관계 진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진-조천현]  

월간 말지(誌) 기자로 북을 취재하다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던 그해 월간 민족21을 창간하고 그 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를 만들어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 조사를 비롯해 남북관계 진전에 매진한지 30년. 

대표적인 남북관계 전문가인 신준영씨가 지난 22일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으로 임명되어 2년 임기를 시작했다.

신준영 국장은 지난해 6월 남북정상의 합의로 세워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순간 자신의 인생도 무너지는 충격을 느꼈다며, 지난 30년간 남북관계 현장에서 목표로 삼아온 '지속적으로 실현가능한 남북 교류협력'를 위해 경기도에서 다시 신발끈을 매어 보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국내문제든, 남북문제든 '해야 할일은 반드시 하는' 이재명 지사의 일관된 자세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결심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같은 결정이 정치적인 선택으로 비춰지는데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했다.

경기도는 북측과 직접 사업을 만들어 합의하고 집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자신은 지속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위해 지방정부의 힘과 그 책임자의 강력한 의지를 바랬던 것이 서로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3년을 보지 않은 연인에게서 사랑을 기대하지 말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벌써 2년이다. 미우나 고우나 보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신 국장은 그래서 제일 중요한 일은 만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 좋게 생각하고 보고 싶어해야 뭐가 되지 않나. 서로 보기도 싫고 안봐도 아무렇지도 않으면 무슨 통일이 되겠나"라는 건 남북교류협력의 현장에서 쌓아올린 하나의 신앙같은 것이었다. 

지난 2019년 이후 남측의 제의에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8차 당대회에서 '남측이 합의이행을 위해 움직이는 만큼 상대하겠다'고 한 언급은 진일보한 상황으로, 새로운 소통의 기회로 읽었다.

어느 시점엔가 북쪽에서도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할 것이고 그에 따라 일이 진행이 될텐데 그 시점을 지켜보고 모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중에서 제일 첫번째 할일은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신준영 평화협력국장을 만나 폐허위에서 무엇을 할 지 고민했다는 그의 구상을 들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마지막 힘을 다해 남북관계 진전위해 노력하겠다

신 국장은 경기도로 자리를 옮기게 된데는 국내 문제든, 남북문제든 해야 할일은 한다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 이재명 지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사진-조천현] 
신 국장은 경기도로 자리를 옮기게 된데는 국내 문제든, 남북문제든 해야 할일은 한다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 이재명 지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사진-조천현] 

□ 통일뉴스 :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으로 자리를 옮긴데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한다. 멀리는 월간 말지 기자로 민족문제를 고민해왔고 가깝게는 남북역사학자협의회(역협) 사무국장으로 오랫동안 민간에서 남북관계 관련 일을 해 오셨는데 경기도로 옮기게 된 계기나 배경을 설명해 달라.

■ 신준영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 사실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작년 12월에 결정했다. 제가 월간 말지(誌)부터 하면 남북 관련된 일을 한 게 30년, 역협은 20년 정도 된다. 구체적으로는 남북교류협력 관련 일을 했고 그동안 목표라고 하면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지속적인 교류협력 사업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2007년부터 만월대 발굴을 시작했는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지지를 얻어서 계속 했으니까 그게 보람이었다. 

2018년에는 진짜 기대가 컸다. 드디어 목표를 이루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2019년 이후 특히 작년 6월에 연락사무소 폭파되는 걸 보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내 인생 20년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공든 탑이 무너졌다는 생각과 함께 개인적으로 이제 물러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년이면 나이가 60이 되는데 그 뒤에도 계속 일할 생각이 있지는 않았다. 젊은 사람들 같으면 다시 시작하면 되겠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었고 그때 경기도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가서 일해보자고 마음속으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 지사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분을 전혀 모른다. 내 편견인진 모르지만 많은 정치인들이 남북문제는 워낙 어렵고 위험하니까 국내문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런데 이 지사님은 국내문제든 남북문제든 일관된 것 같다. 그동안의 활동을 보면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일관된 자세를 갖고 있다고 나는 느꼈다. 그래서 이런 분 밑에서라면 상황은 어렵지만 2년동안, 힘도 없지만 마지막 힘을 내서 해보자라는 생각을 한 거다.


□ 작년 말에 경기도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이 있었던 것인가.

■ 공채를 했으니까 지원해서 논술시험도 보고 면접도 보고 많이 했다.(웃음) 공모절차가 있었고 제가 거기 응시를 해 시험도 봤고 합격을 해서 임용이 된 거다. 


□ 역협 일은 어떻게 되나

■ 김경순 부장이 역협을 맡아서 하게 됐다. 원래 2년 정도 남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서서히 김 부장에게 넘겨주고 2년 후에는 그만둘 생각이었다. 출퇴근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려고 했다.


□ 경기도북부청사가 있는 여기가 의정부인데 출퇴근이 오히려 더 멀어지지 않았나.

■ 집이 서울인데, 너무 머니까 지금은 주말에만 집에 가고 근처 관사에 살고 있다. 가출을 한 셈이다.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낮에는 보고도 받아야 하고 행사가 많아서  저녁에 보고서들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2020년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인생 20년이 무너지는 충격으로 와닿았고 이후 계획에 깊은 고민을 남긴 계기가 되었다. [사진-조천현]
2020년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인생 20년이 무너지는 충격으로 와닿았고 이후 계획에 깊은 고민을 남긴 계기가 되었다. [사진-조천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인생 20년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 조금 전에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을때 인생 20년이 다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어떤 느낌이었나. 2018년에 만월대 발굴 사업이 완료되거나 중단된 것이었는지.

■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을 두번이나 하고 북미회담까지 했으니까 엄청난 일들이 진행된 것 아니겠나. 그해 민간사업은 다 밀리는 중이었지만 만월대 발굴 조사는 통일부가 중요하게 미는 사업이니까 10월 22일 시작해서 12월 10일까지 진행을 했다. 

그때는 하노이 북미회담 전이었으니까 당연히 결과가 잘 나오면 만월대 발굴조사를 1년 내내 계속하는 것으로 합의를 하고 기대도 있었다. 내 목표는 개성공단에 공장이 쉬지 않고 계속 돌아가듯이 사회문화사업에서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휴전선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계속 돌아가는 사업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고 그런 목표에 가까워졌다고 생각을 했던 거다. 

이런 모델을 하나 만들었으니까 내 할일은 거의 다 했다는 그런 생각...그랬는데 회담이 결렬이 되고 2020년에 그런 상황(남북연락사무소 폭파)까지 벌어지니까...

그 폭파에 대해서 평가를 가볍게 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꽤 장기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북에서)이렇게 까지 하는데, 그 행위 자체가 너무나 파괴적이고 충격적이지 않나. 그렇게까지 한 건데 그걸 금방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했겠나. 상당히 장기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앞으로 1년, 2년에 대한 단기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다. 나는 당장 올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현장 활동을 하는데 5년 후, 10년 후가 무슨 필요가 있겠나.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에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순리대로 갈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믿는다.

한두 해 안에 회복될 일이 아니라는 충격과 함께 6.15 이후에 군사적 충돌도 있었지만 남북 정상합의에 의해 만든 건물인데, 그걸 폭파해 버린다는 건 6.15와 함께 저도 그렇고 통일뉴스도 그렇지만 그동안 쌓아온 20년이 다 날아가버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은 거다. 그 폐허 위에서 뭘 어떻게 해야되지 하는 그런 생각이었다.


□ 원래 합의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면 만월대 발굴조사 사업은 언제쯤 마무리되는 것인가. 지속적인 사회문화교류 사업이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된 것인가.

■ 원래 단계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었다. 2006년 합의했는데, 순조롭게 연간 4~5개월씩 차곡차곡했다면 1단계는 5년 정도면 마칠 일이었다. 그런데 2006년에 시작해서 2018년 시점까지 보면 13년인데 그동안 1단계의 60%밖에 못했다. 순리대로라면 5년이면 끝났어야 될 일인데 13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 조금 넘게 된 거다. 13년이라고 하지만 계산해보면 날짜로는 3년이 채 안됐다. 

그런 점에서 만월대 발굴 조사 모델로도 지속적인 남북교류협력 사업이라는 목표를 아직 못이룬 거다. 그러니까  과제는 남아있는 것이고 그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이다. 내게는.


□ 경기도는 그 목표를 달성할 또 다른 활동무대가 되는 셈인가.

■ 경기도 평화협력국의 일로 보면 남북협력은 한 부분이다. 남쪽 내부에서 평화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업도 있고, 디엠지 접경지역을 좀 더 평화의 분위기로 바꾸는 사업, 국제협력 등 다양한 사업이 있다.

그래서 평화협력국 자체의 사업계획들을 충실히 해야 한다. 그 중에 한 파트이기도 한 남북교류협력을 잘 이뤄내는 것은 개인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경기도의 목표이기도 하다.

민간단체에서 할 때보다는 조직도, 예산도 있고 훨씬 힘이 있으니까 최선을 다 해야된다는 생각이다.

 

신 국장은 8차 당대회를 통해 북은 내부문제를 인정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으며, 앞으로 5년간 상당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조천현] 

북, 내부 문제 인정할 수 있는 단계 도달...상당한 성과 나올 것


□ 오랜 세월 남북관계 일선에서 일해 온 대표적인 민간 전문가로서 최근 북의 8차 당대회 이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나.

■ 저야 이론을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을 하니까, 이론을 하는 분들의 평가를 보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늘 그런 느낌이 있는데, 우리(남쪽) 입장에서 북이 이렇게 움직이면 좋겠다는 기대섞인 평가를 하는 것 같다. 

인간 세상의 상식이라는 게 자기 계획은 나를 위해서 세우지 남을 위해 세우진 않지 않나. 그쪽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 최선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에 제일 특징적으로 보였던 것은 단계가 달라졌구나 하는, 자기 내부의 문제를 정확히 인정하고 그걸 개선하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인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단계가 있지 않나. 그것 자체가 또 빌미가 될 수 있으니까. 경제지표가 엄청나게 미달했다는 평가를 해도 괜찮은 단계에 도달했으니까 그런 평가까지 나온 것 같다.

이것도 세상의 상식이지만 자기 자신의 문제를 알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성과는 나오게 된다고 본다. 그래서 5년후에는 상당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보인다.


□ 북은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매진할 수 있는 평화적 환경을 국방력 강화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완강한 입장이고 선 비핵화를 앞세우는 미국과 한국에 적대시정책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외교·안보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기조인데, 남북간 새로운 소통의 기회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 남쪽에 대해서는 합의 이행을 위해서 움직이는만큼 상대할 것이라는 (북측의)언급이 있었는데, 나는 그건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하노이 회담 이후에는 남쪽에서 무얼해도 북측이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에 비하면 비례적으로 움직이겠다고 한 것은 진전인 거다.

결국은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린 것이니까 중앙정부이든, 지방정부이든, 민간단체든 현실 가능한 방향, 방법론을 모색해서 움직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보다는 정세에서 받는 제약이 적으므로 가능한 최대한 움직여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으로 지자체가 교류협력의 주체가 되었지만 여전히 '공유재산법' 등으로 인해 지방정부가 구매한 물품을 북에 인도하는데에는 제약이 따른다.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데 중앙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


□ 생명·안전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과 달리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8차 당대회에서 방역·인도적 협력 등 남측 제안을 비본질적 문제라며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북과 대화, 협력의 길로 되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하는데 실효적인 방법은 눈에 띄지 않는다. 어떤 방안이 있을까.

■ 질문을 받고 드는 생각은 이제 내가 마음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됐구나 하는 것이다. 경기도에 앉아 있는 사람이 통일부나 청와대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설치된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을 찾아 이재강 부지사를 응원하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통일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설치된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을 찾아 이재강 부지사를 응원하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통일뉴스 자료사진]

제일 중요한 건 서로 만나는 일


□ 중앙정부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도가 어떤 협력사업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게 할 것인지 관심이 많다. 경기도 담당 국장으로서 남북 평화협력을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지금은 업무파악중일텐데 기본 방향이라도 말해달라.

■ 경기도가 계획하고 있는 남북협력사업은 이미 다 공개되어 있다. 문서로도 공개되어 있고 또 발표도 됐다. 작년 DMZ 포럼에서 이재명 지사께서 발표한 내용으로 남북공동방역 및 의료협력이라든지, 임진강 수계 관리 협력, 접경지 사업 공동조사, 산림복원, 농촌개발 등 오랫동안 추진해 온 사업도 있고 그 뒤에 추가된 일도 있다.

2018년에는 접촉 기회도 있었으니까. 일부 북측과 협의를 한 사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항상 남북사업이라는 것이 우리가 어떤 계획을 세우더라도 이걸 북측에 설명하고 그쪽 입장도 들어야 하지 않나. 우리는 아주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쪽은 이차적일 수도 있는 것이고, 거꾸로 그쪽에서 일차적으로 시급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만나는 것이다. 만나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되는 건데 불행하게도 전통적으로 민간차원에서 남북사업을 담당하던 북측 단위들이 전혀 연락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아까처럼 비례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 천명되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는 그쪽도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본다. 그에 따라서 일을 해 나갈 텐데, 그 시점을 지켜보고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본다. 제일 첫번째는 만나야 하는 것 같다. 


□ 그럼 만나자고 이야기할 다른 창구가 있나.

■ 아니 지금은 중단되어 있는 거지. 북측 민화협이 2019년 4~5월부터는 창구가 단절된 상태이지 않나. 그 밖에는 공식적인 창구들이 아니니까.


□ 엊그제 일년만에 6.15북측위에서 남측위 총회에 축전을 보냈는데.

■ 좋은 일이다. 단절이었다가 남쪽과 접촉을 하지 않는 방침이 비례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으로 진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서 북측 담당부서에서 사업계획이 세워지면 움직임이 보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 경기도 같은 지방정부의 카운터파트도 북측 민화협이 되나 

■ 그게 아직 안정해 졌을 거다. 왜냐하면 그동안에는 우리쪽에서 남북교류협력법상 지방자치단체가 교류협력의 주체가 아니라  민간단체의 사업을 후원하면서 민간단체의 카운터파트인 민화협을 만났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자체가 독자적인 북측 파트너를 만난 적은 없다. 


□ 경기도가 아태평화위원회를 만났던 것도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전이다.

■ 그렇다. 북측도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교류협력의 주체가 아닌 상황에서 지자체를 누가 담당할 것인지를 그동안 정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문제도 앞으로 북측과 협의해야 할 문제일 것 같다.


□ 누구보다 북측을 많이 만나왔으니 앞으로 사업재개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크던 작던 합의한 것을 지켰는지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어떤 이유로든 합의가 이행되지 않아 계약 상대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다시 사업하기 어렵지 않나.  제가 100% 지켰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최선을 다해서 합의는 지켰다고 생각한다.


□ 경기도에서 북측과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시기적으로 지나 버린 일들도 많이 있다. 개성공단 재개 촉구, 개성관광 재개를 비롯해 도라전망대에 경기도 집무실 설치 현안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이재강 평화부지사께서 굉장한 열의를 갖고 '개성공단 재개 선언이라도 남북이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도라전망대에 평화부지사 집무실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평화부지사 집무실은 지금 수원에도 있고 의정부에도 있다. 도라전망대에도 설치해서 돌아가면서 일을 보겠다는 뜻이다.

군 1사단과는 조건부 승인이 되어서 진행이 되어온 일이었는데, 설치 당일 군이 유엔사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치가 지연되었고 지금까지 이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와 1사단이 DMZ와 관련해서 함께 하는 일이 꽤 있다. 생태로 조성을 위한 부지교환 등 여탸 사업에 대해서는 군 당국과 원만한 협의가 됐었는데, 도라전망대 집무실 설치에서 유엔사 동의라는 문제가 돌출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별안간 유엔사 동의가 없어서 안된다고 하니까, 정전협정을 뒤져보게 된 것이다. 

이것은 오래된 관행일 뿐이지 정전협정 자체가 그런 내용을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개성 육로 방문할 때 유엔사 동의를 받고 들어가는 것도 오랜 관행이 제도화된 것 아닌가. 

물러설 수는 없고 문제제기를 해야되겠다는 마음에서 임진각에 텐트를 치고 임시집무실을 만들어서 11월 10일부터 12월 22일까지 43일간 평화부지사실 직원 6명까지 같이 가서 농성을 한 것이다. 삼보일배까지 하고...


□ 이재강 평화부지사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한다.

■ 부산에서 활동하던 분인데, 저도 여기와서 처음 뵙게 됐다. 개성갈 때 지나야 하는 통일대교가 상당히 긴 거리인데 거기서 삼보일배 할 때 날씨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갔다. 

연세도 올해 60살이니까 적다고 할 수는 없는데 알고 보니 체육중·고등학교를 나왔더라. 꿈이 축구선수였을 정도였으니까. 남북문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분이 체력까지 탄탄하게 갖추었기 때문에 삼보일배가 가능했던 것이다.

고등학교 때 철이들어서 공부를 하기로 하고 부산대학교에 80학번으로 진학해서 학생운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43일 동안 누구도 못할 일을 했다. 지방정부의 부지사가 몸으로 부딪히면서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었으니까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다. 그러면서 부지사의 뜻을 이어 받아 개성공단 재개선언을 밀고 나가는 단체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개성공단재개선언 범국민연대회의'를 결성하고 2월 9일 오후 4시에 임진각 디엠지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출범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코로나 방역상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공동대표들만 모여서 행사를 치를 예정이고 경기도는 지원역할을 할 예정이다.


□ 유엔사와는 구체적인 협의나 진척이 있나.

■ 더 이상의 언급은 없다고 들었는데-, 자기들 권한이니 승인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2018년 9월 말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재개됐다. 사진은 발굴 예정지인 만월대 서편 축대 부분.[통일뉴스 자료사진]
2018년 9월 말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재개됐다. 사진은 발굴 예정지인 만월대 서편 축대 부분.[통일뉴스 자료사진]

만월대 공동사업, 발굴 넘어 정비로 계속 확대될 것 


□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조사 사업은 교류가 끊기면서 북측 단독사업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는 않다. 개성 만월대 사업은 남북간에 공동사업으로 합의되었기 때문에 북측 내부에서도 존중한다. 

좀 독특한 일은, 2006년 역협과 북측 민화협이 만월대 발굴조사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합의한 후 2018년까지 2번 중단된 적이 있다. 남쪽이 가지 않아서 중단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의 문화재청과 같이 북측에서 실제 발굴조사를 하는 기관인 '조선민족유산보호지도국'에서는 문화재 보존차원에서 불만이 없지는 않다. 

진도가 늦어지면 '단독으로 했으면 벌써 다했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발굴조사라는 것이 짧은 시간안에 해야 효율적이고 문화유산의 훼손도 없다. 그건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역협과 북측 민화협 간에 남북공동으로 추진한다는 합의가 있었으니까 오히려 북에서도 단독으로는 못한다고 조선민족유산보호국을 설득하고 있는 거다.


□ 공동사업이 중단됐다는 건 잘 못 알려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 한번 비슷한 일은 있었는데, 그 경우도 단독으로 했다고는 할 수 없다. 2015년 11월 말에 남측이 철수를 할 때였는데, 그때도 박근혜 정부로부터 2016년 1월부터는 일년 내내 해도 좋다는 약속을 받고 북측의 동의도 받아서 만월대 임시사무소를 지어놓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철수직전에 금속활자가 나왔다. 금속활자는 그 조그마한 것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노동강도가 뒤따른다. 먼저 금속활자가 있을 수 있는 지역을 특정한 다음 흙을 다 파서 1cm X 1cm 정육면체의 금속활자를 찾아내기 위해 파낸 흙을 일일이 쳐야 하는 노동을 해야만 한다. 

2015년에는 금속활자 발굴을 위해 채를 치는 조를 별도로 구성해서 하루 종일 했다. 그때도 발굴기간을 6개월이나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남측은 2016년 1월에 오겠다고 했지만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2.10)상황이 발생하면서 개성에 들어가지 못했고, 북측은 작업량이 많은 채치는 조를 남겨서 1, 2, 3월 동안 작업을 벌여 활자 4개를 추가로 수습하고 철수한 것이다. 북측이 단독으로 발굴한 것은 아니다.


□ 공동사업 재개를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조사 재개를 위해서는 코로나 사태 해결과 남북관계 재개가 필요하다.

이 조사가 한번 시작되면 적어도 3~4개월은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숙소문제가 중요한데, 남측조사단의 만월대로 출퇴근하려면 개성공단 숙소가 필요하다. 2018년에는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숙소 신세를 졌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생각같아선 제3국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가서 개성시내에 머물면서 단기간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라도 성사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지금까지는 통일부와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사업이 진행되었는데, 발굴에서 정비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필요예산도 더 커지고 있다. 경기도도 개성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만월대 조사에 참여해서 사업을 보다 확대해서 진행하는 방향으로 협의해 보려고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개성 만월대 열두해의 발굴'이라는 순회전시가 진행될텐데 경기도도 올 하반기에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발굴성과를 도민들에게 보여드리고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지지와 공감을 넓히려고 한다.


□ 암튼 대단한 전문가를 모시고 경기도에서도 기대가 클 것 같다. 이재명 지사의 특별한 당부는 없었는지.

■ 그 이전에 이재명 지사님이나 이재강 부지사님과는 개인적으로는 전혀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경기도에서는 민간에서 남북사업을 오래한 경험이 있는 현장활동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정책 담당자가 아니라 북측과 직접 사업을 만들고 개발하고 합의하고 집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저는 어려운 상황에서 뭔가 작은 구멍이라도 내려면 민간단체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제가 목표로 했던 지속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하는데 경기도와 같은 지방정부의 힘과 지방정부 책임자의 의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로 필요가 맞은 것 같다.

여러 사람들이 원서를 내고 필기와 면접시험을 통과한 사람들 중에 최종적인 결정은 지사가 하도록 되어 있었다. 나를 선택한 것을 보면 남북사업을 현장에서 해 본 사람을 택한 것이다. (경기도가) 남북사업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 남과 북이 만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는데, 왜 그러한지 다시 한번 말해달라.

■ 말지에서 처음 방북취재를 시작할 때 혼자 북에 왔다 갔다했는데 그 때 사람들이 너만 혼자 그러지 말고 다른 사람들도 오갈 수 있도록 하라고 해서 그때 생각한게 사람이 오고가야 관계가 진전이 되는 것이니까 나 혼자 그럴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만든 게 남북역사학자협의회였다.

학자들은 교류라는 게 기능적인 접근이고 한계가 있다고 비판도 하지만 결국 남북의 사람들이 서로 좋게 생각하게 하는게 교류의 목표인 것 같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 좋게 생각하고 보고 싶어해야 뭐가 되지 않나. 서로 보기도 싫고 안봐도 아무렇지도 않으면 무슨 통일이 되겠나. 

'3년을 보지 않은 연인에게서 사랑을 기대하지 말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벌써 2년이다. 미우나 고우나 보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부질없는 기대를 접고 우리를 믿고 간다

[희망뚜벅이 김진숙] 청와대 앞 노상단식 40일 차

김진숙 복직촉구 청와대 앞 노상단식 40일 차다. 내 심경이 어떠냐고 누가 물었다.

 

우리는 다른 곳이 아닌 청와대 광장으로 왔다. 집회 시위 금지구역이라며 농성자에게 천막조차 허용하지 않는 곳.

굶어가면서도 기록적인 한파 속 산바람, 펑펑 쏟아지는 폭설, 사선으로 퍼붓는 겨울비를 온몸으로 맞았다.

 

청와대가 35년 전 국가폭력과 공기업의 합작인 김진숙의 부당해고 정도야 곧 바로잡아 주겠지. 해를 넘기기 전에 나서서 힘 보태주겠지. 대공분실 고문과 폭력으로 얼룩진 삶에 늦었지만 이제라도 당연히 고개 숙여 사과하고 명예회복시켜주겠지. 했던 마음이었다.


 

전두환 군부독재 시대 대의원 대회에 다녀와서 대의원 대회 보고 글 150여 장을 동료들에게 돌린 게, 열악한 노동현장을 언급하고 어용노조의 폐해를 지적한 단 몇 줄이 빨갱이로 몰려 대공분실로 잡혀가 피떡이 되도록 맞으며 해고될 일이었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터라 그랬다.


 

그런 작고 소박한 기대는 아주 순진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이미 뒷간에 갈 적 마음과 달라져 우리를 잊은 이에게, 우리를 저버린 지 오래인 이에게, 새로운 사랑과 새로운 추억을 쌓고 있는 이에게 여태 같은 편인줄 착각하고 예전 기억만으로 매달리기도 구차하다는 생각이다.


 

그럼 옛 동지에게 여전히 동지인지를 물으려고, 지금도 부당해고라고 생각하는지를 확인하려고, 변함없는 눈빛인지를 보려고 걸어오는 김진숙 동지의 발걸음은 의미 없는가. 끝까지 싸워 복직하라던 당사자에게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지 그 끝을 물으려는 것은 부질없는가.


 

대통령과 청와대의 답변이야 무응답으로도 충분히 들었다. 동지가 아니라는 답이었고, 국가폭력 문제를 노사 문제라며 등 돌린 것이었고, 세상을 보는 눈은 이미 질끈 감아 버렸다는 응답이었다. 해고와 복직 문제를 풀지 못하면 저승에 가서도 자리를 찾기 어렵겠다는 암투병 중인 해고 노동자 김진숙 동지에게. 저승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 그 끝이라는 매몰차고 비정한 답을 벌써 준 것이고 일찌감치 받은 것이었다.


 

▲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 시민이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108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숙과 40일 단식자들을 길바닥에 버려둘 겁니까' 연대자들 일천여 명이 함께 하루를 굶으며 신문광고로 공개적으로 물어도 마찬가지다. 답 없음이 그 답이다.


 

뚜렷이 알겠다. 수도 없이 써 보내는 짝사랑의 편지질은 멈춰야 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마시는 김칫국 사발은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아니라면 스토커 신세일뿐이다.


 

오늘 우리는 남대문에서 광화문까지 다시 촛불을 든다. 노동 말살의 위급 세상을 알리는 봉화 같은 촛불을 든다. 부정의한 세상을 비추는 횃불 같은 촛불을 든다.


 

나와 같이 혹한 속 극한의 단식을 이어온 성미선, 송경동, 정홍형 동지. 우리의 40일 단식과 희망뚜벅이의 한 달여 행진은 문재인 정권의 무책임과 무능력함만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으로 그치진 않을 것이다.


 

서로 짝짜꿍인 한진중공업 사측과 어용노조, 노동자를 짓밟는 산업은행장 이동걸, 한때는 인권변호사였던 문재인의 청와대. 저들과는 상관없이 과정이 아름다운 싸움이기 때문이다.


 

알맹이를 빼고 누덕누덕 기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바꾸고,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를 투기자본에 넘기는 걸 저지하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 해고 없는 세상을 꿈꾸는 걸음을 함께 떼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로도 발길로도 잊은 지 너무도 오래인 민주주의를. 타는 목마름의 우리가 같이 써가는 걸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해 성취해 갈 우리를 믿는다. 

[생중계] 김진숙 복직! 해고금지! 광화문 촛불 클릭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1301843243979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코자 반미폭동' 50년을 맞아

  • 기자명 오키모토 유우지(沖本裕司)
  •  
  •  승인 2021.01.29 22:26
  •  
  •  댓글 0
 
 

1970년 오키나와 코자에서 일어난 폭동

이 기사는 한일연대기구 저명활동가가 추천한 기사이다. 

번역 : 한희수(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국제팀)

 

▲ 타운 음 시장 1층 플로어. [1970 년 12 월 코자 반미 폭동의 사진전]
▲ 타운 음 시장 1층 플로어. [1970 년 12 월 코자 반미 폭동의 사진전]

1970년 12월 20일의 코자 반미 폭동으로부터 벌써 50년이 지났다. 오키나와시 전후(戦後)문화 자료전시관 <히스토리트 ヒストリート>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기획전 <‘코자 폭동’을 생각하다-그로부터 50년->을 개최하고 있다(1월 30일까지). 또 12월 20일을 목표로 ‘오키나와 아시아 국제 평화예술제 실행위원회’등이 주최해 류큐신보사와 오키나와시의 <뮤직타운 소리 시장>에서 사진전을 개최했다. 신보 1층 광장에서는 12월 12일, MP1)를 본뜬 폐차를 젊은이들이 뒤집는 퍼포먼스도 벌어졌다. 신보와 타임스의 현지 신문 2지는 연일 지면에 그 내용을 다루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게재하고 폭동인지 소동인지, 왜 일어났는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등을 물었다. 50년이라는 세월, 반세기가 흘러도 바래지 않고 당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는 12월 20일의 사건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배경에서 일어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걸까. 

주1) Military Police의 약칭. 미군기지 내에서의 미군・군속 등의 사건, 사고의 조사, 풍기 위반을 단속하는 것이 임무다.

오키나와 타임즈 <분출한 마그마 - ‘코자소동’ 50년>(中)
콘 이쿠요시(今郁義)씨의 보고에서

현지신문에 게재된 여러가지 논평 중에서 오키나와 타임스 <분출한 마그마 – ‘코자 소동’ 50년>(中)(20.12.17)의 콘 이쿠요시씨 글이, 12월 16일 이토만(糸満)2)의 긴조 토요(金城 トヨ)씨의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을 규탄하는 현민대회, 19일 미사토의 독가스 철거 현민대회, 그리고 그날 밤의 스티커 부착과 당시 경과를 더듬어 20일 새벽부터 동이 틀 때에 이르는 코자 대폭동의 단초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좀 길지만 그 글을 인용하자. 

주2) 오키나와 섬 최남단에 위치한 시.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군과 일본군의 격전지로 알려진 이토만시에는 평화 기념공원이 자리하기도 한다.

근 한 시간이 지나 마을의 코자 우체국 근처에 이르렀을 때, 군도3)(軍道)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 팔레스 호텔 근처 길거리에 2,30명의 인파가 있었다. ‘겟 어웨이, 겟 어웨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있는 무리였다. 뭐지 싶었지만 우리도 머지않아 그 사람들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큼지막한 노란 번호판 차를 지키듯 MP가 몰려드는 사람들을 쫓으려고 위압적으로 외쳐댔다. 그러자 사람들 속에서 한 남성이 “차로 사람을 치어 놓고는 뭔가!”라며 달려들었다. 나는 그 때 노란 번호판 차가 사람을 친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남성이 또 “이토만을 아느냐”며 MP에게 덤벼들었다. 엉터리 영어로 MP에게 마구 소리치는 청년도 있었다. MP가 이 사람들의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군중의 표정으로 보아 미군이 일으킨 교통사고가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는 것만은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3) 일본 복귀 전의 오키나와에 미정부가 설치하고 유지・관리했던 도로로 군용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등 군사적 관점에서 전 노선이 포장되어 있었다. 일부는 미군기의 비상 활주로 역할도 했으며 복귀와 동시에 국도, 현도로 이전되었다.

차 안의 미국인 남성 세 명과 두 명의 우치난추(‘오키나와 사람’이라는 오키나와말) 같은 여성의 표정은 굳어 있다. 차를 둘러싼 사람들은 늘어나고 보닛 쪽에 있는 몇 사람은 차를 위아래로 흔든다. 커다란 외제차는 이상하게 흔들리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코자서의 경찰관이 “경찰이 처리할테니 즉시 해산해달라”고 경고했지만 “당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냐”는 군중의 한 마디에 씁쓸한 웃음만 지을 뿐이다. 

▲ 타운 음 시장 1층 플로어. [1970 년 12 월 코자 반미 폭동의 사진전]
▲ 타운 음 시장 1층 플로어. [1970 년 12 월 코자 반미 폭동의 사진전]

위아래로, 좌우로 흔들리는 노란 번호판 차에서 미국인들이 MP의 도움을 받아 밖으로 나온다. 그들에게 직접 손을 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빈차가 된 노란 번호판 차는 금방이라도 뒹굴 듯이 흔들린다. ‘세-노(하나 둘)!’하는 구호와 함께 넘어간 노란 번호판의 차. 어디선가 “가솔린!”, “성냥!”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곧 차의 앞쪽에서 ‘쾅’하는 소리를 내며 불길이 밤 하늘로 치솟는다. 몇 초 동안일까. 순간 정적이 흐른다. 둘러보니 군중의 수는 100명을 훌쩍 넘어 있었다. 우리가 이 상황을 맞닥뜨린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15분일까, 한 시간일까. 친구들과도 이미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 타운 음 시장 1층 플로어. [1970 년 12 월 코자 반미 폭동의 사진전]
▲ 타운 음 시장 1층 플로어. [1970 년 12 월 코자 반미 폭동의 사진전]

천천히, 천천히 차가 다가온다. “노란 번호판이다!”라고 누군가가 외쳤다. 동시에 군중의 물결이 크게 흔들리며 이동한다. 미군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차에서 달아난다. 남자들이 그 차를 밀고 나아가 앞서 불타고 있는 차에 부딪친다. “와” 하고 함성이 터진다. 함성이 신호인 듯 사람들은 몇 무리로 갈라져 길거리에 주차중인 차량 중 노란 번호판만 골라 끌어낸다. 밀면서 달리기 시작한다. 불꽃이 인다. 엔진이 터진다. 교토 관광호텔, 펠리스 호텔에 주차되어 있는 노란 번호판 차도 군도 24호선의 중앙 부근에서 불타오른다. 기묘할 정도의 고요함과 함성이 교차하며 군중은 매우 자연스럽게 남쪽과 북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 타운 음 시장 1층 플로어. [1970 년 12 월 코자 반미 폭동의 사진전]
▲ 타운 음 시장 1층 플로어. [1970 년 12 월 코자 반미 폭동의 사진전]

미군을 공포에 빠뜨린 노란 번호판 108대의 불길

그 후 남쪽은 미군의 라이캄・하우징 지역에 이르는 시마부쿠로 사거리 방면으로, 북쪽은 고야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여 게이트 통로에서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 제 2 게이트로, 불타는 노란 번호판의 수는 점점 더 늘어갔다. 덧붙여서 복귀 후 ‘노란 번호판’은 ‘Y 번호판’으로 바뀌었지만 당시 미군 군속 관계의 번호판은 노란색으로 아래쪽엔 ‘KEYSTONE OF THE PACCIFIC(태평양의 요새)’라고 써 있었다. 

▲ 카데나 기지의 제 2 게이트. 2021.1.13
▲ 카데나 기지의 제 2 게이트. 2021.1.13

당시 코자 고등학교의 체육 교사였던 아사토 츠구노리(安里嗣則)씨는 “오키나와인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 “오늘이야말로 미군을 물리친다”라며 거리에서 호소하고 MP에 투석했다. 그러나 이후 미군 관계 차량을 불지르며 나아가 언덕 아래를 보니, 미군 주택지구 인근에 무장한 미군들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아사토씨는 “죽으면 안된다”며 더 이상 나아가는 것을 말렸다고 한다(타임스 2020.12.21). 미군 보고서에 따르면 오전 1시 35분 ‘폭동’이 발생, 수백명의 무장 미군병을 출동시켰다고 한다)

▲ 타운 음 시장 1층 플로어. [1970 년 12 월 코자 반미 폭동의 사진전]
▲ 타운 음 시장 1층 플로어. [1970 년 12 월 코자 반미 폭동의 사진전]

당시를 회상하며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해방구 같았다”, “혁명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다. 게이트로 향한 사람들은 제2게이트를 뚫고 기지 안쪽으로 진입해 패스 발권소와 미국인 학교 등에 불을 질렀으나 경찰과 무장미군에게 진압되었다. 헬기를 저공 비행시켜 취루탄가스를 발사한 미군에 봉기한 맨손의 시민들은 콜라나 주스 병으로 만든 즉제 화염병과 투석으로 대항했다. 불에 탄 노란 번호판 차는 미국 정부의 보고서에서는 82대라고 적혀있지만 당시 현장의 2km를 3번 왕복하며 불에 탄 차를 세웠던 아라사키 게이코(新崎敬子)씨에 의하면 108대였다고 한다(류큐신보 <여성들의 코자 소동 50년>(2020.12.18)). 현재 니시하라쵸에 사는 아라사키씨는 그 날, 경찰차가 초스피드로 달려 고야 사거리 방면으로 향하는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해 현장으로 갔고 현장의 분위기에 사로잡혀 끝까지 상황을 지켜보게 되었다고 한다. 

타마키 데니(玉城デニー) 오키나와 지사의 인터뷰가 신보의 <코자 소동 50년>(2020.12.16) 기사에 실려 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지사는 비스지스센터 거리(현재의 중앙파크애비뉴)에서 북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다. 20일 아침 7시경, 친구와 셋이서 고야 사거리 쪽으로 가니 불에 탄 자동차가 새까맣게 변해 있었고 오일과 고무 타는 냄새가 주변에 가득해 전쟁이 일어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복화술사인 잇코쿠도우(いっこく堂)씨는 당시 초등학교 1학년. 모친이 마을에서 <샌드위치 샵 타마키>라는 가게를 하고 있었고 손님의 90%가 미군이었다. 그날 아침 6시경 형과 함께 현장에 가 어른들 틈에 섞여 빈 병과 돌을 던졌다고 한다. 미군은 그 후 외출금지령을 발동. 코자 마을에서 미군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잇코쿠도우 어머니의 가게는 빚을 지고 문을 닫았다(타임스 <코자 소동 50년>(2020.12.17)). 

이날 밤의 사건은 현지 신문 2지의 1면에 전해졌다. 신보와 타임스 모두 제1보는 <코자 폭동>이었다. 당일 새벽 3시쯤 고등판무관과 함께 일등특기관 슈바르츠씨의 차를 타고 현장을 찾은 램퍼트 고등판무관은 베트남 전쟁의 광경이 겹칠 정도의 소동에 놀라 뒷골목으로 철수했다고 한다. 고등판무관은 이날 tv를 통한 성명에서 이날 밤 오키나와 사람들의 행동을 ‘폭동’, ‘완전한 파괴 행위’라며 ‘Law of the Jungle(정글의 법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현지 신문의 표현은 다음날부터 ‘코자 소동’으로 바뀌었다. 류큐 신보는 <코자 반미 소동 정치문제로 발전>(12.21), 오키나와 타임스는 <기지 마을 코자에서 심야 소동>(12.20호 외)이라고 보도했다. 

전국의 신문은 12월 21일의 지면에서 <오키나와 코자시에서 ‘반미 폭동’. 기지에 난입, 방화. 쌓인 분노 폭발.>(마이니치 신문), <오키나와 코자에서 반미 소동. 미군범죄에 분노 폭발. 기지에도 난입, 방화>(요미우리 신문), <오키나와 코자시에서 반미 방화 소요. 교통사고 처리에 군중 분노. 번화가에 5천명, 부상자 다수>(아사히 신문 오사카 본사)라고 보도해 전국민의 주목을 끌었다. 

‘폭동’인가, ‘소동’인가, ‘소요’인가?

‘폭동’인가, ‘소동’인가, ‘소요’인가? 아직까지 정해진 명칭은 없다. ‘소동’으로 보는 사람들의 주장은 “폭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배자 측의 견해”이지, 미군 당국이 말하는 무질서한 폭력행사 ‘폭동’이 아니라 강압 정치에 대한 정당한 분노의 표명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란 번호판 차를 불태우는 행동은 자제되어 있었고 또 쌓일 대로 쌓인 미군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 표출은 미군 개인을 향해 무질서하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가게를 약탈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행동은 ‘반미’라는 점에서 자각적이었다. 특히 흑인 병사를 저격하거나 손 대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노란 번호판 차, MP차량, 가데나 기지 게이트 내 패스 발권소와 미들 스쿨에 대해서는 사정없이 불지르고 파괴했다. 무섭고도 대단한 집단적 폭력행사 아닌가. 미군 당국이 ‘Riot(폭동)’이라고 비난한 것은 두려움의 반영이며 그날 행동이 그만큼의 충격을 상대에게 주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는 ‘코자 반미 폭동’이라고 부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오키나와시의 시사 편집 담당자에 따르면 시민들의 “단순한 소동으로 좋은 것인가”라는 강한 항의의 목소리와 미군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잠정적으로 괄호를 달아 ‘폭동’이라고 표현해왔다고 한다. <히스토리트>도 마찬가지다. 그 날의 행동에 ‘소동’은 확실히 너무 가볍다. 현민이 스스로 행동의 의의를 과소평가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상대가 원하는 일일 것이다.

‘폭동’도 ‘소동’도 아닌 평가가 있다. 소설 <타카라지마(宝島(보물섬))>의 저자 신토(真藤)씨는 신문(2020.12.20)에 실린 인터뷰에서 “모종의 시민혁명 같다”고 말한다. ‘시민 혁명’, 좋은 말이다. 전후 25년에 걸친 미군에 의한 오키나와 점령과 미군정부지배의 무법, 겹겹이 쌓인 범죄의 축적. 류큐 경찰에 따르면 1960년대 10년 간, 미군・군속에 의한 사건・사고・범죄가 매년 천 건 전후로 기록되어 있다. 베트남전의 수렁 속에서 오키나와 주둔 미군들은 거칠어졌다. 택시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치는 것은 기본. 폭행사건, 교통사고도 일상다반사. 미군정은 이들 미군・군속 가해자를 재판하는 데 있어 일관되게 공평하지 못했고 피해자를 구제하는데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현민은 하나하나의 사건・사고・범죄를 잊지 않았다.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미점령군과 미군정에 대한 분노가 마그마가 되어 축적되어 갔다. 

코자 폭동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권력자의 불합리한 압정이 있을 때는 반드시 민중에 의한 다양한 형태의 반격이 일어난다. 오키나와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그마가 폭발한 것일 뿐이다. 만약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면 또 마그마는 폭발할 것이다. <히스토리트>의 전시는 끝맺음으로 ‘’코자 폭동’은 오키나와의 분노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적었다.  

당시 속해 있던 단체의 전단에 코자 폭동을 ‘대미군실력투쟁’이라고 썼다는 콘 이쿠요시씨는 타임스의 인터뷰(2020.12.13)에서 “미군을 향한 하룻밤의 봉기”라고 말한다. 코자 민중의 미군에 대한 자각적 폭력에 공감하는 논자는 ‘봉기’, ‘궐기’라는 의미를 부여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해도 ‘봉기’라고 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탈취가 의식화된 것이므로 과대평가는 금물이다. 자연발생적인 봉기로 코자의 중심가를 지배하고 코자를 해방구로 만들어 낸 민중의 권력은 새벽과 함께 사라졌다. 코자 반미 폭동은 하룻밤만의 ‘오키나와 혁명’이었다. 아침을 맞이하자 미군기지에서는 폭동에 참가한 기지 종업원도 미군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출근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 오키나와시의 게이트 거리에 있는 전후 문화 자료 전시관
▲ 오키나와시의 게이트 거리에 있는 전후 문화 자료 전시관

코자 반미 폭동이 일어난 복귀 직전의 상황

당시 1972년 오키나와 반환은 기정 사실이었다. 12월 20일의 코자 반미 폭동에 앞선 복귀 운동의 축적, 교공 2법 저지 투쟁4), 전군노(全軍労)5)의 거듭되는 파업 등 1960년대 투쟁의 고양을 배경으로, 미군정과 일본 정부에 대해 오키나와의 분단 지배를 깨부술 때까지 쌓아 온 힘의 관계는 현민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 ‘오키나와를 얕보지 말라’고 하는 강한 자각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주4) 교직원의 정치활동에 제한을 가하여 복귀 투쟁을 봉쇄하려는 권력 측의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낀 교직원회가 100% 연가투쟁을 조직하고 입법원을 포위하여 법안을 유보시켜 실질적인 폐안을 쟁취함

주5) 전오키나와군노동조합의 약칭. 전군노 투쟁은 1971년 미군의 오키나와 노동자 대량해고에 맞선 오키나와 미군기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수차에 걸쳐 대항.

▲ 구시멘트 안화(安和) 부두 입구 게이트 앞. 꾸준히 항의의 목소리를 올린다. 2021.1.13.
▲ 구시멘트 안화(安和) 부두 입구 게이트 앞. 꾸준히 항의의 목소리를 올린다. 2021.1.13.

코자 반미 폭동의 다음해인 1971년 11월 10일에는 오키나와의 첫 역사적 총파업에 10만 명이 참가했고 궐기 집회가 열린 요기 공원에는 수 만명의 인파가 결집해 짓챠쿠(勢理客)의 미군기지까지 데모 행진을 이어갔다. 당시 요기 공원은 지금처럼 울타리나 화단의 경계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그저 탁 트인 광장이었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집회에 알맞았던 것이다.

미군정 말기, 복귀 전야의 오키나와 정세는 수온(水温)에 비유한다면 들끓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배자처럼 미군의 음주 운전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무죄로 만드는 미군들. 인권 유린을 거듭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미군들. 심지어 핵무기와 독가스를 현민이 모르는 사이에 대량으로 반입해 독가스 누출 사고를 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미군들. 이러한 미군에 대한 강한 분노가 정치적인 자신감으로 뒷받침되어 현민의 마음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12월 20일 코자 민중에 의한 미군에 대한 철저한 폭력 행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군은 ‘좌익이 군중을 선동해 일으킨 폭동’으로 파악하고 류큐 경찰은 ‘소란죄’를 적용해 주모자 색출에 혈안이 됐다. 그 결과 51명이 ‘주모죄’로 송치되어 10명이 기소됐으나 ‘소란죄’를 입증하지 못해 4명이 ‘방화’, ‘기물파손’으로 집행유예 유죄판결을 받았다(1975.6.17, 나하지법). 네 사람은 그 자리에 있던 수 천 명, 아니 오키나와 현민 100만 명의 대표이자 대신이었다. 복귀협6)은 끝까지 이 재판을 곁에서 지지했다. 

주6) 오키나와 저항운동의 모체가 된 ‘오키나와 현 조국 복귀 협의회’의 약칭.

가데나 경찰서 경장 C・K씨는 ‘소요죄’ 수사를 맡게 되어 법을 공부했다. ‘수괴, ‘주모자’, ‘실행범’, ‘사람의 수’, ‘조직화’, ‘무기 종류’등 소요죄의 키워드가 ‘사람의 수’를 제외하고는 이 사건에 해당되지 않았다. 특별한 지도자가 없고 모두 맨 손으로 무기도 없어서 소요죄는 적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경장은 “진상을 규명해 마땅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수사관의 심리”라면서, 반면에 우치난추로서 마음 속 어딘가에 ‘시타히햐(‘잘했다’는 오키나와 말)’라는 감정도 있었다고 말한다.

NHK의 ETV 특집 <오키나와가 불탄 밤 ~코자 소동 50년 후의 고백~>이 2020년 12월 19일에 방송되었다. 콘 이쿠요시씨는 이 방송에 출현해 그 날 밤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사실대로 고백하며 노란 번호판의 차를 5, 6대 불태웠다고 했다. ‘소란죄’, ‘방화’, ‘흉기준비집합죄’등으로 범죄시되는 마당에 “노란 번호판 차를 뒤집었다, 불태웠다, 투석했다”고 고백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5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그 날 밤의 행동을 증언한 그는 그 이유를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체포・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4명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현재에 이르는 코자 반미 폭동의 충격

코자 반미 폭동의 충격은 현 안팎의 우치난추에게도 큰 힘을 미쳤다. 당시 오사카에 있던 킨죠미노루(金城実)씨는 사건의 소식을 접하고 “시타이햐! 우치나!(‘잘했다! 오키나와!’의 오키나와말)“라고 엉겁결에 외쳤다고 한다. 킨죠씨가 영혼의 조각가가 될 결의를 굳힌 것도 이 사건 때문이었다고 하며 그는 타임스 논단에 ‘오키나와전과 미군 지배에 대한 저항의 역사. 자기결정권을 향한 선구적 역할을 짊어진 것이 코자 사건 아니었던가. 민중의 저항이야말로 비폭력 불복종의 ‘봉기’는 아닐까.(2020.12.16)’라고 적었다. 

▲ 게이트 앞. 안화(安和) 광산에서 덤프가 줄을 잇고있다. 2021.1.13
▲ 게이트 앞. 안화(安和) 광산에서 덤프가 줄을 잇고있다. 2021.1.13

코자 반미 폭동은 일본과 미국, 양 정부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토록 큰 폭동에 미군은 무장 미군을 출동시켰으나 무력 진압은 하지 않았다. 당시 발사된 총은 실탄으로 손등을 스친 남성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군중을 해산시키려고 MP가 허공을 향해 쏜 것이었다. 만약 미군이 진압에 실탄을 사용하겠다는 선택을 했더라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극을 낳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핵 반환, 기지 자유 사용 반환’을 은폐하는 사토 총리와 미국의 기만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미 1년 반 후에 오키나와 반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도 직접 진압을 삼가하고 있던 것일 게다. 만일 이 폭동이 1950년대에 일어났다면 총검과 불도저 폭력 지배의 절정에 있던 미군은 ‘피의 탄압’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 게이트 앞. 안화(安和) 광산에서 덤프가 줄을 잇고있다. 2021.1.13
▲ 게이트 앞. 안화(安和) 광산에서 덤프가 줄을 잇고있다. 2021.1.13

실제로 미군은 오키나와 현민의 반(反)기지 투쟁에 대한 단속을 복귀 후 일본 정부의 역할로 선택했고, 현민 또한 본토 복귀를 통해 오키나와현으로 편입하고 거기에서 기지 철거로 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오키나와의 투쟁 구도는 코자 반미 폭동으로부터 이어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021.1.20) 

 #코자반미폭동 #오키나와 #주일미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일시적 사건? 4차 대유행 시작?... IM선교회 '나비효과'

[방역 전문가 4인에게 물어보니] 곤혹스런 방역당국, 일단 판단 유보... 며칠 더 지켜보기로

21.01.29 18:05l최종 업데이트 21.01.29 18:05l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확진이 발생한 광주 서구 안디옥교회에서 28일 오전 신도와 그 가족이 전수 검사에 참여하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확진이 발생한 광주 서구 안디옥교회에서 28일 오전 신도와 그 가족이 전수 검사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IM선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방역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당초 29일(오늘)로 예정되어있었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도 31일로 미뤄졌다. 기존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하향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IM선교회발 집단감염 사태가 중대한 변수가 됐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1일 확진자가 300명대까지 감소했으나, 최근 500명대까지 다시 상승했다. 핵심은 최근의 상승이 일시적 사건일 뿐인지, 4차 대유행의 전조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IM선교회발 대규모 집단 감염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대유행 전조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현재 정부는 "(일시적 현상인지, 4차 대유행 시작인지) 판단하기에 애매한 상황"(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루 이틀의 환자 유행 상황의 변동도 중요한 분석 자료가 되므로, 시간을 좀 더 벌어놓고 판단하자는 게 정부 입장이다. 만약에 이것이 4차 대유행의 전초일 경우를 고려한다면 거리두기 완화는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전국적인 이동이 예상되는 설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소폭이라도 거리두기에 의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재유행'이라고 단정짓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이재갑 교수] "설 연휴때까지는 지금 기조 유지해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설 연휴 때까지는 지금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방역 이완이 되면 확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며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위험요인이 많아서 재유행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지금 자영업자가 버티기가 힘든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단계를 낮췄다가 확진자가 증가해서 다시 올리는 것과, 지금 거리두기 단계를 연장하는 것 중 무엇이 반발이 더 심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매한 상황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코로나19 유행에서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지금의 기조는 힘들더라도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한국퍼스널트레이너협의회장 김광연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헬스클럽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 시행으로 문을 닫았다.현재는 강사들이 기구를 점검하기 위해 문을 연다.
▲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한국퍼스널트레이너협의회장 김광연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헬스클럽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 시행으로 문을 닫았다.현재는 강사들이 기구를 점검하기 위해 문을 연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김동현 교수] "숨통 트이긴 했지만... 4차 대유행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한국역학회 회장)는 "1차 유행이 끝나고 나서는 확진자 기저 수준이 한 자리, 2차 유행 이후에는 50명~100명, 3차 유행 이후에는 400~500명이다"라며 "이 상황에서 4차 유행이 오면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는데 그 부분은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400~500명이면 지금으로선 방역 대응을 잘 하는 것 같지만, 확진자 수를 더 내려놓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3차 위기를 복기하고, 당시 드러났던 문제점들을 고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하루하루의 확진자를 따질 게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확진자 2000명'이 나오는 상황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방역 강화·유지와 동시에 자영업자의 불만을 줄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영업 제한 조치 역시 기존의 일방통행식이 아니라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이 그동안 정치적인 공방으로 다뤄진 게 문제"라며 "자영업자의 영업 중단이 방역에 기여한 게 분명한 만큼, 일본이나 유럽처럼 대규모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기석 교수] "국민 희생 큰 상황... 가족 모임 10인은 허용해야"

정기석 한림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당분간은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IM선교회는 하나의 집단감염 사건일 뿐"이라며 "지금까지의 방역조치가 대폭발을 막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를 내릴 때는 조심스럽게 내려야 한다. 수도권 2.5단계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완화되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제안이다. 그는 "국민들의 고통과 희생이 큰 상황에서, 외부 모임이나 회식은 자제시키더라도 가족 모임은 10인 미만까지는 허용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그 대신 정부가 2.5단계에서 방역조치를 위반하는 사각지대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큰사진보기 1월 24일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IM선교회 운영 IEM국제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12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25일 확진자들의 아산 생활치료센터 이송과 건물 폐쇄 업무를 하고 있는 경찰과 방역당국 관계자들.
▲  1월 24일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IM선교회 운영 IEM국제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12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25일 확진자들의 아산 생활치료센터 이송과 건물 폐쇄 업무를 하고 있는 경찰과 방역당국 관계자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정재훈 교수] "4차 대유행은 결국 오긴 온다, 시기 늦추는게 목표"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2.5단계를 유지하면서 위기의식을 계속 끌고 가면 좋지만, 국민들이 버티려면 거리두기 단계를 내리는 시점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4차 유행을 늦추기 위해선 단계 완화는 부드럽고 천천히 가져갈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학적 모델링에 따라 정 교수가 예측한 4차 대유행의 정점은 3월 4일부터 4월 23일 사이다. 지금 당장 대유행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이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4차 대유행은 결국 오긴 오겠지만, 최대한 시기를 늦추는 것이 해법"이라며 "최대한 백신 접종을 많이 한 상태에서 유행이 오면 노약자와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고, 중환자실 병상 수급도 여유가 생긴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터넷 실명제’ 탄생부터 종말까지

‘선거 실명제’ 17년 만에 ‘위헌’, 바뀐 재판부 구성에 ‘소수자 억압’ 문제제기 등 결실
양대 실명제 참여정부서 태동, ‘인터넷 실명제’ 기성 정치권 강행에 민주노동당만 ‘반대’
입법 후 시민단체·언론에 다음카카오·유튜브까지 문제제기 
 
 

 

먼 길을 돌아와야 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8일 공직선거법상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선거법 82조의6 조항)에 ‘위헌’을 결정했다. 오픈넷과 미디어오늘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따른 결과다. 2012년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으로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폐지 역시 시간 문제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 폐지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

문제 우려되니 틀어막자? ‘과잉’ 판단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언론사에 선거 기간 동안 본인 확인을 통한 실명 댓글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익명 게시판 형식의 인터넷 언론사 댓글창을 방치하면 경과하는 날 만큼 과태료가 붙는다. 언론사들은 실명 시스템을 적용하거나 댓글창을 임시 폐쇄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적용 대상 언론사에는 포털도 포함된다.

“인터넷이 형성한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다양한 의견 교환을 억제하는 것이고, 이로써 국민의 의사표현 자체가 위축될 수 있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이 방해될 수 있다.”
- 2021년 1월28일 헌법재판소

재판의 최대 쟁점은 필요 이상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는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였다. 헌재는 “모든 익명표현을 사전적,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보다 행정편의와 단속편의를 우선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익명표현의 제한이 구체적 위험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심판대상조항(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으로 인해 위법한 표현행위가 감소할 것이라는 추상적 가능성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실명제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관련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죄 등 사후적인 제재 장치가 있는 점도 ‘과잉 제재’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민중의소리.

6년 전엔 ‘합헌’ 이번엔 ‘위헌’

6년 전인 2015년 헌재는 같은 법 조항에 ‘합헌’을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 등을 통한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언론사의 공신력과 지명도에 기초하여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합헌’과 ‘위헌’, 상반된 결과지만 2015년 당시 헌법재판관 5명이 합헌 의견을, 나머지 4명이 위헌 의견을 내놓아 불과 1명 차이로 엇갈린 판단이 나왔다. 반면 이번에는 6명이 ‘위헌’을, 3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에 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선거 기간 흑색선전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과도하지 않다며 6년 전 합헌 의견과 일맥상통하는 입장을 냈다.

헌법소원을 담당한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결국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비례의 원칙을 판단함에 있어 주관적 가치 기준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재판부 자체의 구성, 재판관 성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수가 사상의 자유 측면에서 ‘규제’를 원칙으로 하는 보수 성향인지, ‘자유’를 원칙으로 하는 진보 성향인지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을 것이고, 단언할 수 없지만 합헌 결정 당시와 재판부의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했다.

▲ '인터넷 실명제' 캠페인 관련 이미지. 사진=진보네트워크센터
▲ '인터넷 실명제' 캠페인 관련 이미지. 사진=진보네트워크센터

28일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합헌’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은 이종석, 이영진, 이선애 등 3명이다. 이들은 각각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바른미래당 추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지명 인사다. 이들 헌법재판관은 같은 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헌법소원 심판에서도 다수와 달리 공수처 합헌 의견을 내지 않았다(이선애 재판관은 각하, 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위헌 의견). 

오픈넷이 과거 ‘합헌’ 결정에 대한 적극적인 반박을 한 점도 차이였다. 손지원 변호사에 따르면 실명확인으로 인한 ‘정치적 보복’ 문제 뿐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의 피해 문제도 지적했다. 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후보에 대한 댓글을 쓸 때 실명확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신원이 드러날까 염려하게 되는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차별과 불이익을 우려해 표현을 자제하게 되는 문제를 집중 제기한 것이다.

또한 ‘선거운동 기간’만 한정하기에 표현의 자유 제한 정도가 크지 않다는 기존의 합헌 논리에는 ‘오히려 선거 기간이기에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식으로 반박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그 결과 결정요지에서 ‘선거운동기간이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긴요한 시기’라는 점이 고려되어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헌재 결정문에 언급된 ‘사후 규제’가 이미 많다는 점 역시 오픈넷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문제였다.

시민단체와 언론, 카카오 유튜브까지 ‘저항’

인터넷 실명제의 역사는 참여정부 때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도입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논란이 시작된다.

먼저 논의된 건 뒤늦게 사라진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였다. 2004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합의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다. 회의록을 보면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도입을 적극 주장했다. 같은 해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 언론사들이 ‘인터넷 검열 반대 공대위’를 구성하고 선거 실명제 불복종을 선언한다. 그러나 2004년 3월9일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해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각하되면서 제대로 된 법리다툼조차 하지 못했다.

이어 2005년 이른바 ‘개똥녀’ 사건과 ‘연예인 X파일’ 이슈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인터넷 익명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귀결됐다. 이 국면에서 진대제 장관은 사이버폭력 대응방안으로 ‘인터넷 실명제’ 카드를 다시 꺼내든다. 같은 해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실명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서는 등 여당의 화답이 이어졌다.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이어 본격적인 ‘인터넷 실명제’ 논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2007년 인터넷 실명제 반대 기자회견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2007년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반대 기자회견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결국 2006년 6월5일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이어 ‘인터넷 실명제’가 국회를 통과한다. 훗날 ‘인터넷 실명제’가 헌재에서 만장일치 위헌 결정을 받은 사실을 감안하면 논쟁이 첨예했을 것 같지만 정작 주류 정치권에선 이견이 없었다. 당시 재적의원 179명 중 10명을 제외한 16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권영길, 노회찬, 단병호, 이영순, 천영세, 최순영, 현애자 의원 등 8인이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기권했다.

한편 2006년 5월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되자 저항이 이어졌다. 참세상, 민중의소리 등 언론사들은 실명제 불복종 운동을 전개했다. 참세상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서까지 실명제에 맞섰다. 2009년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로 지정된 유튜브가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하는 입장을 내고 한국 국가 설정으로 접속한 이용자의 영상 업로드 및 댓글 작성 기능을 제한하는 강수를 던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민중의소리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반대 선언 기사 갈무리.
▲ 민중의소리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반대 선언 기사 갈무리.
▲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불복한 참세상.
▲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불복한 참세상과 진보네트워크센터.
▲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불복한 유튜브.
▲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불복한 유튜브.

2010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두 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오마이뉴스, YTN, 유튜브 네티즌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은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년 만인 2012년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가 익명 표현의 자유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에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가 사라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여전히 강력하게 적용됐다. 2012년 블로터(당시 블로터닷넷)는 SNS 계정 로그인을 연동해 댓글을 쓰는 ‘소셜 댓글’을 도입하며 우회로를 찾는다. 소셜 댓글은 언론사 댓글처럼 보이지만, 실은 실명인증 의무가 없는 SNS 계정을 통한 글이었기에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단속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선관위가 초기에 소셜댓글도 실명제 대상이라고 규정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당시 이희욱 블로터닷넷 편집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매체는 일방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갖고 기사를 작성하고, 정책에 반영한다. 그런데 시스템에 의해서 선택지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헌법소원은 2012년 8월 딴지일보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된다. 2013년 1월 실명확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도 같은 해 10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며 힘을 보탰다. 중앙선관위도 인터넷 실명제 폐지 이후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폐지 의견을 낸다. 하지만 2015년 합헌 결정을 받으면서 다시 제자리 걸음이 됐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회에서 다시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가 화두가 됐다. 2015년 정개특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진태·김도읍 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익명 댓글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며 반발해 관련 조항은 빠졌다.

이후 미디어오늘, 비마이너, 직썰, 뉴스민 등 언론사들이 실명확인 조치 거부 입장을 내고 댓글창을 닫는 등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딴지일보는 20대 총선과 19대 대선 당시 실명확인을 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 받은 뒤 위헌법률심판제정 신청에 나섰고, 2020년 미디어오늘과 오픈넷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지난 28일 ‘위헌’ 결정을 얻어냈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양대 실명제는 폐지됐지만, 또 다른 ‘실명제’는 아직 숨 쉬고 있다. 진보넷은 29일 입장을 내고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터넷상 익명성을 침해하는 제도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문제적 법률이 법률상 ‘본인확인’ 제도, 달리 말해 ‘셧다운제’다. 오병일 진보넷 대표는 “셧다운제를 하려면 청소년 확인을 위해 연령을 확인하는데, 이는 본인 확인 조치이기에 게임 실명제로 작용한다”고 했다.

오병일 대표는 “인터넷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본인확인업체를 통한 본인확인을 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통신망법에 본인확인 기관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를 굳이 둘 필요가 없다”며 “사업자가 필요에 의해 본인확인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를 정부가 규정하고 필요 이상으로 관행적으로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들여다봐야 할 문제적 제도가 남아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