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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국민들은 정말 나라가 불안하다

[取중眞담] '비속어' 대통령, IRA법 등 현안 못 풀고 빈손외교... 경제는 먹구름

22.09.23 18:12l최종 업데이트 22.09.23 18:12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윤석열 '검사'는 말이 짧았다.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비속어도 종종 썼다. 그래서 윤석열 '후보'의 대선캠프 수석대변인을 지냈던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9일 MBN '판도라'에서 "윤 대통령이 나를 '이XX, 저XX'라고 불렀다더라"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주장을 "(대통령은) 이런 말을 안 한다"고 했을 때, 좀 의아했다. 내가 따로 만나지 못한 윤석열 '후보'나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때와는 좀 달라졌나 했다.

의아함은 금세 풀렸다. 윤 대통령의 언행은 검사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후 직접 온 국민에게 보여줬으니까.

국민 대다수의 청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해명을 내놓은 김은혜 홍보수석조차 "이XX들이"란 표현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다만 그 대상이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라는, 또 '바이든'이란 이름은 애초에 거론하지 않았고 '날리면'이라고 말했을 뿐이라는 신박한 논리를 펼쳤을 뿐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국 언론을 모두 도배한 것으로 모자라 23일 오후 2시 기준 미국 CNN 홈페이지 첫 화면도 장식했다. 같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홈페이지에선 '가장 많이 읽은 기사' 3위가 "한국 대통령의 미국 의회 모욕이 우연히 포착되다(South Korean president overheard insulting U.S. Congress as "idiots")"이다. 정말 낯뜨거운 상황이다.
 

23일 오후 2시 기준, 미국 CNN 홈페이지 첫 화면.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을 다룬 기사가 상단에 노출되어 있다.
▲  23일 오후 2시 기준, 미국 CNN 홈페이지 첫 화면.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을 다룬 기사가 상단에 노출되어 있다.
ⓒ CNN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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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 기준, 미국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화면.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을 다룬 기사가 '가장 많이 읽은 기사' 3위다.
▲  23일 오후 2시 기준, 미국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화면.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을 다룬 기사가 "가장 많이 읽은 기사" 3위다.
ⓒ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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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도배한 대통령의 '비속어', 더 큰 문제는...

하지만 '낯뜨겁다'로 그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A의원은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실언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민들 보기에 성과가 있으면 해프닝으로 끝난다"며 "성과는 없는데 망언까지 해버리니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계속 문제 제기한 게 (한국 자동차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아니냐"며 "이게 단순한 보조금 문제만이 아니다. 그냥 놔두면 대한민국 산업이 공동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에서 (IRA법이 정한 전기차) 생산지 요건을 충족 못하면 미국 현지로 자동차부품업체,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업체들 다 이전해야 한다. 거기다가 중국산(핵심광물이 들어간 배터리)도 (세제혜택에서) 배제한다는데, 우리나라 제조업이 중국과 연결된 게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바이든을 만났을 때) IRA를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48초 회동으로 그치는 등) 실책한 거고. 

'아무튼 우리가 최대한 대안을 찾아보려고 했다'는 메시지라도 나와야 그 다음 단계로 가는데... 오히려 미국 쪽에서 기분 상하는 얘기만 해버린 것 아닌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미국에 갔다는데 대통령이나 외교부가 저러면 힘을 받겠나. 나라도 '당신 대통령이 우리나라 와서 망언이나 하는데 그럴 마음(한국에 협조할)이 있겠냐'라고 할 것 같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일한 B의원은 '48초 회동'을 다룬 미국 백악관 보도자료에 주목하라고 짚었다. 그는 "거기 보면 그날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 '리드아웃(Readout)'이라고 자료를 냈다. 일본 수상부터 시작해서 여러 나라 정상을 만난 얘기가 다 나온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그냥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다. 형식적으로, 의례적으로 만난 것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만남에) 전혀 의미 부여를 안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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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 발표자료는 내용, 표현 등 곳곳에서 온도 차가 크다. 다음은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양국 발표자료 원문이다. 

■ 미국 백악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간 회동 결과"


조셉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총회를 계기로 오늘 뉴욕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을 계속해 나간다는 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또 양 대통령은 공급망 회복 탄력성, 핵심기술, 경제 및 에너지 안보, 글로벌 보건과 기후변화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우선 현안에 대해 양국간 진행 중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 한국 대통령실

"한미 정상 간 환담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9.18(일) 런던에서 개최된 찰스 3세 영국 국왕 주최 리셉션과 9.21(수)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및 바이든 대통령 내외 주최 리셉션 참석 계기에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美 인플레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억제에 관해 협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인플레감축법과 관련한 우리 업계의 우려를 설명한 뒤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감축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한미 간 계속해서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밝혔습니다.


또한 양 정상은 필요 시 양국이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liquidity facilities)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한편 양 정상은 확장억제 관련 한미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평가하였으며,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공동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양국 간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B의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했지만 현 정부는 어떻게 보면 미국을 선택하고 있지 않냐"며 "그러면 반대급부로 얻어내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실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실리적 외교'는 못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또 "윤 대통령 SNS를 보면 (바이든이 주도하는)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는데, 기존의 몇 배"라며 "예산을 투입해서 행사까지 갔는데, 아무 것도 얻은 게 없는 48초 면담을 했다"고 비판했다.

현안 산적한데... 국민들은 대통령이 불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77차 총회토론회에서 연설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77차 총회토론회에서 연설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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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좋지 않다. 23일 한국갤럽 9월 4주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5%p 하락한 28%로 나타났다. 순방 역효과다. 부정평가 사유에서도 '경험·자질 부족/무능함'이 1순위였고 '외교'를 부정평가 사유로 답한 응답비중도 늘었다(9.20~9.22 전국 18세 이상 1000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조사. 응답률 10.4%.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국 윤 대통령은 짊어지고 갔던 각종 숙제들을 해결하기는커녕, '대통령의 설화(舌禍)'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을 하나 더 얹고 귀국하게 됐다.

최근 만난 C의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넘어져도 대통령 탓을 한다"고 한 적 있다. 그만큼 대통령직이 어렵고 책임이 막중한 자리란 얘기였다.

현 상황만 보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통령 탓'은 더 이어질 것 같다. 윤 대통령의 '이XX', '쪽팔리게' 발언은 '빈손 외교'란 비판을 넘어 국민을 불안케 했다. 참고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강타한 22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무려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넘겼다. 코스피는 23일 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해 2개월여 만에 2300선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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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전쟁 훈련, 전쟁 기지, 전쟁 군대, 전쟁 무기 필요 없다”

전국민중행동 핵항모 입항 반대 기자회견 열어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9/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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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민중행동은 미국의 핵항모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22일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건너편에서 개최했다.  © 김영란 기자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아래 핵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오는 23일 부산에 들어와 동해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할 계획이다. 미국의 핵항모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5년 만이다. 

 

전국민중행동은 22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맞은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핵항모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순간 정세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한미 양국에 핵항모 입항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핵항모를 동원한 핵전쟁 훈련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반도 좁은 땅에서 핵전쟁이 나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는데, 누구를 위해 핵전쟁 훈련을 우리나라 동해에서 5년 만에 한다는 것인가”라면서 “전략자산 운용을 강화하겠다는 한미 합의에 따라 앞으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더욱 빈번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김은형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요구에 맹종맹동해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 모두를 공멸로 몰고 갈 핵항모 입항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전쟁 훈련, 전쟁 기지, 전쟁 군대, 전쟁 무기는 이 땅에 필요 없다”라고 일갈했다.

 

▲ “미국의 핵항공모함 한반도 입항 반대한다”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이경민 진보당 공동대표는 “이번 한미연합훈련에는 미군의 핵잠수함인 아나폴리스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핵항모 강습단과 핵잠수함이 입항하고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와 전략 정찰기가 한반도 주변에 전개되는 상황은 조치와 훈련이 아닌 평화를 파괴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적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중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한미 당국은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고 한반도 전쟁 위험을 높이는 모든 것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김영란 기자

 

▲ 핵항모 입항 반대 상징의식을 하는 기자회견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왼쪽)과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오른쪽)  © 김영란 기자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전쟁 위기 고조시킬 미국의 핵 항공모함 한반도 입항을 반대한다!

 

오는 23일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 항모강습단이 부산에 입항해 이달 말에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한다. 또한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SSN-760)까지 이번 훈련에 동참한다고 보도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단호히 거부한다.

 

지난 16일 진행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는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 약속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강조했고, 미국은 연이은 전략폭격기, 정찰기 등 출격시키며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2018년 6월, ‘평화번영의 새로운 북미관계’에 합의했던 ‘북미 싱가포르선언’이 이듬해 미국의 일방적인 파탄 책동으로 무산된 직후부터 미국은 대북 적대 정책을 더욱 골몰해 왔다. ‘조건 없는 대화’를 입에 올리면서도 핵 선제타격 전쟁계획에 따른 한미연합군사연습 강도를 높여왔고, 북 수뇌부 참수 작전에 따른 훈련도 수시로 강행해 왔다.

 

윤석열 정부 등장 직후부터는 일본까지 끌어들여 한·미·일 군사동맹에 박차를 가했고, 이를 위해 한국 정부에 무조건적인 한일관계 개선을 강요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고자세에도 불구하고 굴욕적인 한일협의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미군 세균실험실을 전국의 주한미군 기지에 확대하고 있고, 반북단체들은 대북전단 살포에 혈안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이러다 또 국지전이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는데, 성주 사드 기지에서는 임시 배치된 사드를 ‘정상화’한다는 미명 하에 사실상 ‘기지 영구화’에 나서면서 마을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를 전쟁 같은 상황에 내몰고 있다.

 

세계가 미국의 신냉전 강요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위기 등으로 격동하는 속에 윤석열 정권 등장과 함께 한반도 전쟁 위기도 비할 바 없이 높아졌다.

 

전쟁 위기 한복판에 들어선 지금, 미국의 핵 항공모함 ‘레이건’호가 곧 부산에 입항,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벌이겠다는 것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매우 위험한 처사다. 2017년, 혹심했던 한반도 전쟁 위기 이후 5년여 만이다. 미국의 핵전력이 한반도로 재진입하는 순간, 정세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한미 당국은 지금이라도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고 한반도 전쟁 위험을 높이는 모든 것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당면해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핵전력을 한반도로 끌어들이는 핵항모 입항계획을 철회하라.

 

또한 일본을 한반도로 끌어들이는 한미일 군사협력과 굴욕적인 한일관계 개선 시도 역시 즉각 중단하라.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에 따라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열어가야 한다. 전국민중행동은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갈 것이다.

 

- 전쟁 위기 고조시킬 미국의 핵항공모함 한반도 입항 반대한다!

-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반대한다!

- 전쟁 위기 높이는 대북 적대 정책 철회하라!

- 맹목적으로 미국 쫓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2022년 9월 22일

전국민중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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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에서 러시아를 퇴출할 수 있을까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2.09.23 07:52
  •  
  •  댓글 0
 
 
 

독일, 일본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러시아의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일본은 러시아를 몰아내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하고, 우크라이나는 전쟁 상대국인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 한다. 과연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는 것은 가능할까.

미의회, 러시아 안보리 퇴출 방법 모색하다 포기

러시아를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 77차 유엔총회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이라 부른다) 직후 미의회에서 이 문제가 검토된 바 있다. 미 하원 소속 몇몇 의원들은 러시아의 유엔안보리 제명을 촉구하는 미의회 결의안 채택을 모색한 것이다.

유엔헌장 23조를 개정하여 러시아를 제명하자는 방안이었다. 유엔헌장 23조는 안보리 구성을 적시하고 있다. 안보리는 15개국으로 구성되며, 이들 중 “중화민국, 불란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영국 및 미합중국”은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미국 의원들은 유엔헌장 23조를 개정하여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을 상임이사국에서 삭제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미의회에서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설령 미의회에서 그런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러시아의 안보리 퇴출은 산넘어 산이기 때문이다. 미의회 결의안에 따라 미국이 그같은 절차에 착수한다고 하더라도 유엔총회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어야 한다. 유엔헌장의 수정은 회원국 2/3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유엔 총회에서 가결되더라도 두 번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유엔총회는 안보리의 승인을 얻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유엔안보리의 의결은 15개국 중 2/3 즉 10개국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 10개국 안에는 5개 상임이사국 전원의 동의가 포함된다. 즉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단 한 개의 국가라도 반대하면 안보리 의결은 이뤄지지 않는다.

안보리의 권한은 상상 이상이다, 하물며 상임이사국이야······

현재 뉴욕에서 77차 유엔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총회는 국제평화와 안전에 관해 그리고 군비축소 및 군비규제에 관해 회원국이나 안보리에 권고할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권고는 권고일 뿐이다. 아무런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 그마저도 안보리가 다루고 있는 사안의 경우 안보리의 요청이 있지 않는 한 권고조차도 하지 못한다.

유엔 회원국의 가입과 제명도 마찬가지다. 유엔회원국 가입은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유엔총회가 결정한다. 안보리의 권고가 없으면 총회는 결정할 수 없다. 회원국의 권리를 정지하는 것도 안보리 권고가 있어야만 총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 정지된 권리 회복은 유엔총회와 무관하게 안보리가 결정한다. 제명 역시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총회에서 결정된다.

이렇듯 안보리의 권한은 상상 이상이다. 2년 임기인 비상임이사국은 연임이 불가능하며, 해마다 5개 국가씩 교체된다. 이들 비상임이사국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5개국, 동구유럽에서 1개국, 남미에서 2개국, 서구 및 기타에서 2개국으로 구성된다. 이에 반해 상임이사국은 영구적으로 지위를 유지한다. 이들 상임이사국은 소위 ‘거부권’도 갖는다. 14개국이 찬성하더라도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가 거부하면 그 안건은 통과되지 못한다.

이번 총회에서 러시아 제명 이야기가 나오자 중국과 러시아의 대표들이 뉴욕에서 회동을 가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누구도 러시아의 이러한 권리를 박탈해선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거부권’을 갖고있는 또 하나의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분명한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유엔총회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안보리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킬 수도, 유엔에서 제명할 수도 없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교체 사례: 대만에서 중국으로, 소련에서 러시아로

물론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교체된 사례는 두 번 있었다. 대만에서 중국으로 교체되었고, 소련에서 러시아로 교체되었다. 관찰력이 있는 독자라면 유엔헌장 23조에 중화민국과 소련이 명기되어 있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가졌을 것이다. 오타가 아니다. 지금도 유엔헌장 23조엔 중국과 러시아는 없고 중화민국과 소련이 있다. 유엔 헌장이 단 한번도 개정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 유엔헌장엔 지금도 중화민국(대만), 소비에트연방(소련)으로 표기하고 있다.
▲ 유엔헌장엔 지금도 중화민국(대만), 소비에트연방(소련)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교체 절차는 어땠을까. 러시아의 경우 소련의 외교적 지위를 계승했다. 따라서 별다른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래서 러시아의 유엔 가입일은 소련의 가입일로 명기되어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다시 복잡한 절차를 밟았다. 유엔 창립 당시 중화민국(장개석 국민당 정부, 이하 대만)은 유엔회원국이었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1971년 10월 25일 “유엔에서 갖는 중화인민공화국이 가지는 합법적 권리의 회복”이라는 제목의 결의안(유엔총회 결의 제2758호)이 통과된다.

이 결의는 “중화인민공화국정부 대표가 유엔에서 중국을 대표하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임을 승인”하고 “유엔에서 합법적인 중국의 대표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임을 인정하며 유엔 및 관련 조직을 불법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장제스 정권 대표를 즉시 추방하기로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미국은 이같은 결의안에 반대했다. 그러나 당시 유엔에는 미국을 지지하지 않는 국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미국과 입장을 같이 하지 않았다. 이 결의안은 “찬성:76, 기권:17, 반대:35”로 통과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유엔총회의 결정은 안보리가 거부할 수 있지 않던가.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렇다.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기회조차도 갖지 못했다. 왜냐하면 유엔총회 결정에 반발해 대만이 스스로 유엔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대만이 자진 탈퇴함으로써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거부권을 ‘뚫고’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었다. 중국은 대만에게 빼앗겼던 권리를 되찾았다. 그래서 중국 역시 유엔 가입일은 대만의 유엔 가입일로 표기되어 있다.

▲ 유엔홈페이지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1945년 10월 24일 가입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 유엔홈페이지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1945년 10월 24일 가입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유엔이 기능은 사실상 무력화

이번 유엔 총회에서 많은 국가 정상들이 유엔 개혁, 유엔 가능 강화를 외쳤다. 그러나 유엔의 기능은 오히려 무력화되고 있다. 유엔은 러시아 제재를 결정할수도, 제명을 단행할 수도 없다. 사실상 유엔을 좌지우지하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더 이상 어떤 합의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유엔 헌장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우크라이나와 계속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과) 냉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의 수위는 낮췄으나 이미 미국 의회에서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는 대만정책법 제정 절차를 밟고 있다.

신냉전을 상징하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중러 3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핵심 멤버들이다. 이들의 대결은 안보리의 무력화로 귀결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엔 구조 상 신냉전이 진행되는 동안 안보리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한반도 유일합법정부설’은 유엔 결의가 아닌 한일기본조약의 산물

기왕 유엔 총회 이야기를 하는 김에 이번 총회 연설에서 보인 윤석열의 무지 혹은 의도적 왜곡을 지적해야겠다. 윤석열은 총회 연설에서 “UN이 창립된 직후 세계 평화를 위한 첫 번째 의미 있는 미션은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했다고 언급했다.

▲ 유엔총회 결의 제195호는 대한민국을 38선 이남의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 유엔총회 결의 제195호는 대한민국을 38선 이남의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1948년 12월 12일 제3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결의 제195호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결의는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인정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유엔한국임시위원회가 감시하고 협의할 수 있는 한반도 지역에서 수립된 합법 정부”라고 명시했을 뿐이다.

유엔한국임시위원회(이하 임시위원회)는 1947년 11월 14일 한국의 독립국가 건설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 만들어진 유엔의 임시기구였다. 임시위원회가 미국의 주도 아래 만들어졌기 때문에 북측과 소련은 이 위원회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임시위원회는 38선 이북에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1948년 1월 임시위원회는 38선 이북에서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유엔총회에 보고하고,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당시 유엔총회에서는 선거가능한 38선 이남에서만이라도 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5.10 단독선거였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38선 이남에서의 단독선거 결과로 수립된, 38선 남쪽을 대표하는 정부로 출범하게 되었다. 유엔총회 결의 제195호는 이같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결의안의 “this is 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라는 대목을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번역하지만, ‘such Government’는 “임시위원회의 감시 아래 실시된 선거에 의해 수립된 정부”라는 뜻일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합법정부’라는 표현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명기된다. 박정희 정권은 일본에게 식민지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일본은 한국에게 ‘한반도 유일합법정부’라는 타이틀을 주는 것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유일합법정부’라는 표현은 유엔의 결의가 아니라 굴욕적 한일기본조약의 산물이다.

만약 윤석열 혹은 그의 보좌진들이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면 한국에서 정부를 운영할 자격이 없음을 의미한다. 한반도 문제에 초보적인 지식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외교를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윤석열 혹은 그의 보좌진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왜곡한 것이라면 일본에게 잘보이기 위한 발언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윤석열은 이번 총회 기간에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기시다는 애써 ‘간담’이라고 격하했다)을 성사하기 위해 온갖 굴욕적 외교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일기본조약의 산물을 의도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일본의 환심을 사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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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패싱’, ‘굴욕 한·일 간담’, ‘이XX’ 논란만 남은 윤 대통령 순방

“국제 망신 외교 참사” “정말 X팔린 건 국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지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고 있다. 2022.09.19.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 순방이 별다른 소득 없이 ‘조문 패싱’, ‘48초 스탠딩 대화’, ‘30분 환담 아닌 간담’, ‘이XX 막말’ 등의 논란만 낳고 끝날 위기에 처했다.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조문하기 위해 방문한 영국 런던에서 제일 중요한 일정인 조문을 건너뛰고, 미국·일본과 각각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당초 발표와는 달리 ‘48초 스탠딩 대화’(한·미)와 ‘30분 만남’(한·일)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화와 간담의 결과 발표에서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웨스트민스터 홀, 24시간 운영
리셉션 뒤 조문 가능한데
영국 여왕 조문 패싱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런던 순방의 핵심은 영국 여왕의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조문하는 것이었다. 영미문화권 장례문화에서 고인을 직접 마주하고 애도하는 행위를 ‘뷰잉’(Viewing, 고인과의 대면), ‘라잉인스테이트’(Lying in state, 사망한 국가 통치자의 유해 일반 공개) 등으로 부르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는 이 중요한 일정을 당일 갑자기 취소했다.
 
오스트리아 대통령 영국여왕 조문 ⓒ24hoursworlds 온라인 기사 화면 갈무리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 대통령처럼 오후 2시 이후 도착한 다른 나라 정상들도 모두 조문 일정을 취소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한 총리가 언급한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EU 집행위원장, 그리스 대통령 모두 여왕의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고개 숙여 조문하는 모습이 해외언론에 보도됐다.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교통 여건이 좋지 않자, 운동화로 갈아 신고 30분을 걸어가 조문했다.

조현동 외교부 차관은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영국 국왕 주체의 리셉션 때문에 조문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으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일왕과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 다른 정상들은 리셉션이 끝난 오후 7시 이후, 리셉션 장소에서 16분 거리의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조문했다.

밤늦게라도 누구든 원한다면 조문이 가능했다.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은 14일부터 19일 오전 6시 30분까지 24시간 개방돼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의지만 있었으면 밤늦게라도 조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조문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9월 21일 낮 12시 23분부터 30분 동안 UN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두 정상 간 '약식 회담'이 이루어졌다면서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 ⓒ대통령실 홈페이지
일본 “30분 회담 아니고 간담” 굴욕
한국 취재진 패싱...사진 한 장 받아
‘한·미 스타트업 서밋’ 등 행사 뒤로하고
바이든 만나러 갔으나 ‘48초 스탠딩 대화’
양국 기업인들 일정 미루며 기다려


미국 뉴욕 순방의 핵심은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이었다. 국가안보실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초 기대한 형태의 정상회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48초 스탠딩 환담’에 그쳤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일본 정부 측 표현대로라면 ‘30분 간담’에 그쳤다. 환담과 간담의 별다른 성과도 없었다.

기시다 총리와의 만남은 윤 대통령이 직접 기시다 총리가 있는 빌딩까지 찾아가 이루어졌다. 이조차 일본 정부는 ‘회담’이 아니고 ‘간담’이라고 표현했다. NHK 등 대다수 일본 언론도 이를 ‘간담’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30분 동안 ‘약식 회담’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조차 사전에 공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한국 취재진은 취재하지도 못했다. 이 만남은 현장에 있던 일본 취재진에게만 노출됐으며, 한국 취재진에게는 사후 사진 한 장만 제공됐다.

우리 정부에 따르면 ‘약식 회담’이라는데, 사진 속 회담 장소에는 국기조차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2.09.22. ⓒ뉴시스


기대했던 한·미 정상회담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은 계획에 없던 바이든 대통령 주최의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한·미 스타트업 서밋’ 등의 행사를 주최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뒤로하고 계획에 없던 행사로 간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기업인들은 윤 대통령의 참석을 기다리며 행사 일정까지 미뤄야만 했다. 현장에는 카란 바티아 구글 부회장, 공여운 현대자동차 사장,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이 2시간가량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주최 행사로 대체됐다.

‘한·미 스타트업 서밋’ 등의 행사를 뒤로한 만큼, 바이든 대통령 주최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의미 있는 대화를 기대했지만, 이 또한 ‘48초 스탠딩 대화’로 끝났다. 대통령실 측은 이 대화를 ‘한미 정상 간 환담’이라고 표현하며,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등에 관한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 브리핑에서 IRA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MBC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 XX들” “바이든 X팔려 어떡하냐”
방송 카메라에 잡힌 비속어, 막말


‘48초 스탠딩 환담’이 이루어진 바이든 대통령 주최 회의가 끝나고 행사장에서 나오는 길에, 윤석열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냐?”

이는 현장에 있던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발언 맥락상 윤 대통령이 지칭한 ‘국회’는 미국 의회로 추정되고, 발언 내용은 바이든 대통령 주최의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자며 자신 있게 재정을 약속했지만, 미국 의회가 승인해주지 않을 경우 “X팔려서 어떡하냐”라고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9.22. ⓒ뉴시스

“국제 망신 외교 참사”
“정말 X팔린 건 국민”


이번 해외 순방 논란으로, 야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조문외교라더니 정작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관 조문은 못 하고, 일본 수장은 손수 찾아가서 간신히 사진 한 장 찍고, 바이든 대통령과는 회의장에서 스치듯 48초 나눈 대화가 전부였다”라며 “정상 외교의 목적도 전략도 성과도 전무한 국제 망신 외교 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속어·막말 논란 관련해서도 “국격이 크게 실추되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나토 방문은 온갖 구설만 남기고, 한국까지 온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은 패싱하고, 영국 여왕 조문하러 가서 조문도 못 하고, 유엔 연설은 핵심은 다 빼먹고, 예고된 한미 정상회담은 하지도 못하고, 한일 정상회담은 그렇게 할 거 왜 했는지 모르겠고, 마침내 카메라 앞에서 ‘이 XX들...X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님, 정신 차리십시오. 정말 X 팔린 건 국민들입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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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면죄부를 주는 대일외교 강력 규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아베 국장 대표단 파견반대! 평화촛불집회’ 개최

  •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  
  •  입력 2022.09.22 10:05
  •  
  •  수정 2022.09.22 10:10
  •  
  •  댓글 1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면서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면서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일본에 면죄부 주는 한일정상회담 추진 규탄! 아베국장 한덕수총리 대표단 파견반대! 평화촛불집회’가 21일 오후 7시 청계광장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열려 굴욕적 대일외교를 보여주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윤석열 정부가 오는 9월 27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이 열리는 날, 한국정부를 대표하여 한덕수 국무총리 등 조문사절단을 보낸다고 발표하였다.

참가자들은 “아베 전 총리는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 하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가 최종 확정되자 그에 대한 보복차원으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강행하였다.”고 하면서 “이것은 우리 민족 앞에 저지른 일제의 과거죄악을 절대 인정도 배상도 하지 않겠다는 파렴치한 반역사적, 반인륜적 행위”라고 지적하였다.

뿐만 아니라 “태평양 전쟁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면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부인하고, 침략전쟁을 미화하면서 역사를 왜곡하는 행태를 부렸다.”고 주장하였다.

왼쪽부터 이영헌 대학생 역사동아리연합소속 인천대 사다리 회원, 허수경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 전지예 청년겨레하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왼쪽부터 이영헌 대학생 역사동아리연합소속 인천대 사다리 회원, 허수경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 전지예 청년겨레하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지예 청년겨레하나 대표는 “일본 정부가 침략전쟁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베를 계승하겠다는데 거기 가서 윤석열 정부가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우리가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행위이고 우리 국민들을 모욕하는 행위”라면서 신랄히 비판하였다.

허수경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는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기시다가 지금은 일본총리가 되었고 그리고 그 당시 일본 총리였던 아베는 사망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굉장히 존경받는 정치인이라고 이야기했다.”면서 그 “합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하고 있다”고 규탄하였다.

이영헌 대학생 역사동아리연합소속 인천대 사다리 회원은 “일본과의 굴욕적인 외교와 아베 국장 대표단 파견을 지금 당장 멈추고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이 나라 국민들의 목소리들을 듣고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이번 아베 전 총리의 국장 조문사절단을 통해 아베 전 총리의 유지를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일괄타결방안(Grand Bargain)의 형식으로 풀겠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강제징용, 일본군 성노예 문제 등 대일 과거사 문제가 졸속 합의로 처리될 우려가 굉장히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정의기억연대의 피스로드우먼파이터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의기억연대의 피스로드우먼파이터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평화촛불집회는 정은주 겨레하나 국제평화부장의 사회로 진행되어,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회협력실장,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졸속합의 반대를 뜻하는 ‘NO’문구를 만들어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졸속합의 반대를 뜻하는 ‘NO’문구를 만들어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끝으로, 참가자들은 상징의식으로 붉은색 종이를 들고 ‘NO’문구를 만들어 일본 과거사 문제 졸속합의를 반대하는 의지를 펼쳐 보였다.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면서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면서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면서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면서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회협력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회협력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면서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면서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은주 겨레하나 국제평화부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정은주 겨레하나 국제평화부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족통일애국청년회도 한편에서 펼침막을 들고 참여하였다.[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민족통일애국청년회도 한편에서 펼침막을 들고 참여하였다.[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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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윤석열 대통령 외교에 “능력부족” “참사” “저자세” 혹평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09.23 07:47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미, 한일 정상간 만남 마무리한 윤 대통령에 비판
일정 변동되고 짧아진 회담에 성과도 회의적…보수신문 사설도 “반성해야”
미국 자이언트스텝으로 환율 1400원 돌파, 러시아 ‘동원령’에 대규모 시위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 외교 가운데 한미, 한일 정상간 만남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많은 언론은 당초 계획보다 짧고 성과를 내지 못한 회담을 비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비속어만 남긴 외교’라는 비판도 나왔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겨레는 성과가 적었던 윤 대통령의 외교를 이날 1면 머릿기사로 배치했다. 반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으로 인한 환율 변동을 1면 머릿기사로 뽑았다.

이 외 이날 주요 뉴스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동원령’을 선포해 시민 저항이 겉잡을 수 없이 커졌고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소식도 있다.

다음은 2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 ‘초라한 30분 48초’”
국민일보 “한미 48초, 한일 30분, 뉴욕 ‘빈손 외교’ 논란”
동아일보 “美 ‘4번째 자이언트스텝’ 예고에 환율 1409원”
서울신문 “美 또 자이언트스텝, 환율 1400원 돌파”
세계일보 “美 브레이크없는 긴축 환율 1400원도 뚫렸다”
조선일보 “환율 1400원, 美자이언트 스텝에 뚫렸다”
중앙일보 “파월, 푸틴 쇼크…원화값 1400원 깨졌다”
한겨레 “회담 불발에 성과도 못낸 ‘외교 참사’”
한국일보 “환율 1409원…‘3고’에 짓눌린 경제”

▲23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23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성과보다 비속어 논란만 낳은 윤 대통령 외교

이날 1면 머릿기사로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비판한 곳은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겨레였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한미정상회담은 불발됐고 짧은 환담이 이뤄졌으며 48초로 대화시간이 짧았다고 전했다. 한일정상회담 역시 약식 회담 형태로 치러졌고 30분간의 만남이 이뤄졌다. 일본은 이를 회담이 아닌 ‘감담’으로 표현했다.

논란의 중심은 ‘비속어 논란’이었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22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프레스룸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야당(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23일 한겨레 만평.
▲23일 한겨레 만평.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 제목을 “‘비속어’ 화제만 낳은 윤 대통령의 뉴욕 정상외교”라고 지었다. 그 이유는 한미정상회담이나 한일정상회담의 성과가 없이 비속어 논란만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사설은 “순방 기간 중 두 정상이 여러 차례 만나는 동안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한 설명은 한·미 간에 달랐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억제 등에 관해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며 “한·일 정상 간 만남도 논란이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행사장까지 찾아가 30분간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양국의 어떤 언론도 현장을 취재하지 못했다. 일본 기자들이 건물로 들어가는 윤 대통령을 우연히 지켜봤을 뿐 기자회견도 공동선언문도 없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사설은 “이번 정상외교는 실망스럽다. 사전에 합의된 회담이 상대의 고의나 실수로 결렬된 것이라면 한국 대통령이 외교적 결례를 당한 것”이라며 “일정이 조율되지 않은 회담을 성사된 것처럼 발표한 것이라면 외교 성과를 부풀리기 위한 과욕이 부른 참사”라고 전했다.

▲23일 국민일보 사설.
▲23일 국민일보 사설.

조선 사설 “외교 능력 부족, 재정비 가장 먼저 할 사람은 대통령”
중앙 사설 “윤 대통령과 참모진, 깊이 성찰해야”
동아 사설 “‘인증샷 찍기 외교’, 실수 만회하려고 무리수 둬”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1면 머릿기사를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에 대한 기사로 배치하진 않고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에 의한 환율 변화 기사를 배치했다. 그러나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외교를 비판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미, 한일 정상 외교가 남긴 개운치 않은 문제들”에서 “보통 정상회담은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대통령실은 일본이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했다. 일본 측이 확정된 게 아니라고 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도 흔쾌히 하기로 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반발을 불렀다”며 “결국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의 행사장을 찾아가 회담을 시작한 후에야 회담 사실이 공개됐다. 우리는 ‘약식 회담’이라고 했지만 일본은 ‘간담’이라고 했다. 야당은 ‘굴욕 외교’라고 비판했다. 일본과 정상회담으로 성과를 내야겠다는 조급증이 이런 상황을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 의회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은 불발되고, 한일 정상회담도 개운치 않게 이뤄진 뒤에 알려진 이 뉴스는 정상 외교에 흠을 내고 있다. 새 정부 외교는 방향은 옳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재정비가 필요하고 가장 먼저 그래야 할 사람은 물론 윤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23일 조선일보 사설. 
▲23일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의 이날 사설 제목은 “48초 만남에 저자세 논란까지 부른 외교 실책”이었다. 이 사설은 “한·미 정상의 만남이 48초 회동으로 끝난 건 참사”라며 “런던에서의 조문 논란에 이어 어제는 뉴욕에서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나오며 입 밖에 낸 막말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야당의 공격 재료가 되고 있다”고 썼다.

이어 “캐나다를 거쳐 귀국길에 오를 윤 대통령과 참모진들이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23일 중앙일보 사설.
▲23일 중앙일보 사설.

동아일보 역시 이날 사설 “쫓아가 30분, 기다려 48초, 막말 사고… 국격 돌아보게 한 외교”에서 “저자세 감수, 인증샷 찍기 외교가 된 것은 참모들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실수를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또 다른 무리수를 두면서 빚어진 일”이라며 “대통령실이 확정되지도 않은 양자회담을 섣불리 발표하고, 그 때문에 일이 꼬이게 되자 모양새를 구기더라도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을 부린 탓이다. 이번에 나타난 스턴트식 즉석 외교는 사전준비 부실과 대처능력 부족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아일보 사설은 “더 큰 사고는 윤 대통령에게서 나왔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비속어를 써가며 의회주의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노출돼 외신에까지 보도됐다”며 “그 점잖지 못한 언사는 외교 현장에 나선 윤 대통령의 느슨한 마음 자세까지 고스란히 드러낸 부끄러운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정도면 국민이 나라의 격(格)을 걱정하며 자존심 상해하는 지경이 됐다. 무거운 반성과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23일 동아일보 사설.
▲23일 동아일보 사설.

미국 자이언트스텝으로 환율 1400원 돌파,
러시아 ‘동원령’에 대규모 시위

이날 윤 대통령 외교에 대한 소식 외에는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 인상)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내준 것이 주요 소식으로 다뤄졌다. 많은 신문들은 고환율에 고금리, 고물가 등 3고(高)현상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불러올 것이라 예상했다.

▲23일 국민일보 1면.
▲23일 국민일보 1면.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환율이 치솟으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무역적자가 확대된다. 달러가 초가세를 보이면 높은 금리를 좇아 외국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기에 환투기 세력까지 끼어들면 환율 상승을 가속화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고환율 말고도 고금리, 고물가 등 3고로 한국경제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있다. 3고로 인한 피해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면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내년 상반기엔 가장 극심해질 것이라는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23일 한국일보 2면.
▲23일 한국일보 2면.

이 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제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동원령’을 발동한 것도 이슈다. 러시아 전역에서는 반전시위와 함께 국회 탈출도 속출하고 있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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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94] 북한의 핵무력법 채택과 우리의 대책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9/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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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 핵무력 정책 법령을 채택

 

북한이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아래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아래 핵무력법)라는 법령을 채택했다. 

 

핵무력법은 서문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력은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 근본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전쟁을 방지하며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보장하는 위력한 수단”이라고 규정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자기의 핵무력 정책을 공개하고 핵무기 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핵무기 보유국들 사이의 오판과 핵무기의 남용을 막음으로써 핵전쟁 위험을 최대한 줄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 북한의 화성포-17형 발사 장면.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핵무력법의 취지와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국가 핵무력 정책을 법화한 것은 공화국 정부의 자주적 결단과 견결한 국권 수호, 국익 사수 의지에 대한 더욱 뚜렷한 과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날, 천 날, 십 년, 백 년을 제재를 가해보라 합시다. 지금 겪고 있는 곤란을 잠시라도 면해보자고, 에돌아가자고 나라의 생존권과 국가와 인민의 미래의 안전이 달린 자위권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며 그 어떤 극난한 환경에 처한다 해도 미국이 조성해놓은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형세 하에서, 더욱이 핵적수국인 미국을 전망적으로 견제해야 할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라며 대북 제재에 굴복해 핵 폐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또한 “핵무력 정책을 법화해 놓음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되었습니다”라며 핵무력법의 의의를 소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의 비핵화 조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면서 “지구상에 핵무기가 존재하고 제국주의가 남아있으며 미국과 그 추종 무리들의 반공화국 책동이 끝장나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력 강화 노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전 세계가 비핵화되고, 제국주의가 사라지고, 미국과 친미 국가들의 대북 적대 정책이 사라질 때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비핵화’를 한다는 것도 아니고 ‘핵정책이 바뀐다’, ‘핵무력 강화를 하지 않는다’는 정도다. 

 

이에 따라 비핵화를 위한 협상도 완전히 끝난 듯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절대로 먼저 핵 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습니다”라고 하여 앞으로 관련 협상을 다시는 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2. 북한의 비핵화 정책 변화

 

비핵화와 관련하여 북한의 정책은 크게 세 번의 변화가 있었다. 

 

주한미군 전술핵 철거

 

1980년대까지 북한의 비핵화 정책은 한국에 배치된 미군 핵무기를 철거하라는 주장이 중심이었다. 

 

1957년 12월 24일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은 한국에 핵탄두 운반용 어네스트 존 미사일과 280밀리미터 포를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1958년부터 한국에 핵무기가 들어오기 시작해 최대 900기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었다. 군산 공군기지에는 핵폭탄을 장착한 F-4 팬텀이 언제든 출격할 수 있도록 대기하였다. 

 

당시는 북한에 핵무기는 물론 핵개발 의혹도 없던 시기였다. 따라서 한미 당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또 북한은 1985년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했는데 이는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NPT 가입국은 기존 5개 핵보유국을 제외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처음부터 핵무기 개발 의도가 있었다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NPT에 가입하지 않고 자유롭게 핵무기를 개발했을 것이다. 

 

핵개발 중단 대 안전보장

 

1990년대 들어 상황이 바뀐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개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북한의 비핵화 정책은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는 대신 미국이 안전보장을 하라는 것이었다. 안전보장이란 미국이 북한의 주권을 인정하고 북한을 겨냥한 핵무기를 철거하며 위협을 중단하는 것이다. 

 

1994년 10월 21일 체결한 북미 제네바 합의에는 이런 북한의 요구가 일정하게 반영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제네바 합의를 지키지 않았고 다시 북한에 핵위협을 가했다. 이에 북한은 2003년 1월 10일 NPT를 탈퇴하였다. NPT를 탈퇴하였으므로 북한은 자유롭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2003년 6자 회담을 시작했는데 여기서도 북한의 입장은 ‘미국이 안전보장을 해야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6자 회담에서도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주장하는 등 억지를 부렸고 북한에 대한 핵위협을 계속했다. 

 

이에 북한은 2005년 2월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보유 선언을 하였다. 당시 성명은 “우리(북한)는 미국에 ‘제도전복’을 노리는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조미(북미)평화공존에로 정책전환을 할 데 대한 정당한 요구를 제기하고 그렇게만 된다면 핵문제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랬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하고 계속 북한을 위협했기 때문에 “6자 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하고 “핵무기를 만들었”으며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핵화 대 안전보장

 

결국 미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6자 회담이 재개됐고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을 맞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미국은 합의를 지키지 않았고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첫 핵시험을 단행해 핵보유가 사실임을 보여주었다. 

 

이후 2017년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까지 북한의 요구는 시종일관 비핵화와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것이었다.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후 1년 반 정도 한반도에는 비핵화 최전성기가 펼쳐졌다. 북한은 핵시험장 폐기와 핵시험 중단,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등 비핵화 선제조치를 아무런 조건 없이 이행했다. 2018년 4월 2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이었던 고유환 교수는 TBS방송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선제조치에 관해 “진정성 있는 행동” 측면에서 “앞으로 북미대화의 어떤 전도가 비교적 밝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은 대북 제재 해제,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북한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 주장에 일정한 설득력을 더해 주었다. 

 

북한은 비핵화 선제조치 이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북한은 4.27판문점선언 3조 4항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비핵화 선제조치를 의미-필자 주)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합의하였다. 

 

또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3조에서 “2018년 4월 27일 발표된 판문점선언의 의의를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라고 합의하였다. 

 

9월 평양공동선언 5조에서는 아래와 같이 더욱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합의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였다.

① 북측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②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③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

 

특히 9월 19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한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의 최고봉이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남북 정상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라고 하여 청중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남북 정상은 물론 북한 국민도 모두 비핵화에 동의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이처럼 비핵화 분위기가 꽃을 피우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는 합의에 실패했고 비핵화 과정도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비핵화 목표를 폐기한다거나 비핵화 회담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회담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난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도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라면서도 “우리가 했던 요구사항들이 해결된다면야 상황이 달라지겠죠”라고 하여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면 얼마든지 회담이 재개될 것임을 밝혔다. 이후에도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면 비핵화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고 거듭 천명했다. 

 

사실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협상안은 북핵 대결 30년의 역사를 놓고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었다. 주한미군 전술핵 철거 → 핵개발 중단 대 안전보장 → 비핵화 대 안전보장 등 지난 시기 북한의 요구는 시종일관 안전보장, 즉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었다. 북한은 한 번도 비핵화와 경제문제를 맞바꾸자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에서는 ‘비핵화 대 제재 해제’를 주장했다. 매우 특이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매우 파격적이고 특이한 협상안을 거부했고 북한은 다시 ‘비핵화 대 안전보장’으로 입장을 바꿨다. 2019년 4월 25일 북러정상회담 후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한반도 비핵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하였다. 다시 ‘비핵화 대 안전보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불가역적 핵보유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은 없다,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안전보장조차 ‘맞바꿀 흥정물’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북한 창건 74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처음으로 ‘비핵화는 없다’라고 공식 선언을 한 것이다. 북한이 기존의 비핵주의 노선에서 벗어났다. 이제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게 되었다. 

 

북한이 비핵화를 다시 고려하겠다는 전제조건은 전 세계 비핵화, 제국주의 소멸, 미국과 친미 국가들의 대북 적대 정책 폐기 등이 모두 실현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다시 비핵화를 고려할 일은 없는 셈이다. 위의 전제조건이 실현된다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의 대사변이 아닐까 싶다. 

 

 

3. 한미 북핵 정책의 실패

 

30년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1990년대부터 30여 년 동안 총력전을 펼쳤다. 

 

미국이 북한에 가한 군사적 압박은 전면전을 수십 번 치르고도 남을 정도였다. 단 한 척으로도 웬만한 나라와 전쟁을 할 수 있다는 핵항공모함을 3척이나 동시에 한반도에 투입해 북한을 위협하고, 시시때때로 전략폭격기를 북한 코앞까지 비행시키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훈련을 매년 반복하는 등 미국의 전쟁 위협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 2017년 11월 12일 핵항공모함 3척을 동원한 사상 초유의 한미연합훈련이 동해에서 진행됐다.     

 

미국은 사상 최대의 경제제재와 봉쇄를 통해 북한 경제를 무너뜨리고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항복하도록 압박했다. 또, 유엔에서는 각종 결의안과 규탄 성명을 쏟아내 외교적으로 국제 고립을 시켰다. 북한과 친하다는 중국, 러시아도 한때 북한에 등을 돌릴 정도였다. 

 

그러나 북한은 2006년 핵시험을 통해 핵개발에 성공했다. 그래도 한미는 포기하지 않고 ‘북핵 폐기’를 주장하며 군사, 경제, 외교적 압박을 더욱 강화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반도에는 비핵화 의제가 3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북한도 비핵화 회담에 나섰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도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으며 6자 회담 등 다양한 국제회의도 계속됐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비핵화는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됐다. 한미의 북핵 정책은 총파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조경환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지난 19일 시사저널 기고문에서 “근 30년간 계속돼온 북핵 저지 노력은 기어이 실패했다”, “다 무위(아무것도 이루지 못 함)다”라며 개탄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지난 14일 TBS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중국, 러시아를 끌어들여 6자 회담을 다시 열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는데 이제는 그런 식의 6자 회담도 영원히 끝났다. 

 

중국, 러시아의 태도도 과거와 다르다. 최근 미국이 유엔에서 추진한 대북 결의문이나 성명 따위는 모두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제 중국, 러시아는 한미가 추진한 북한 비핵화에 더 이상 호응하지 않는다. 심지어 콘스탄틴 코사쵸프 러시아 상원 부의장은 SBS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유엔 헌장과 안보리 의무에 맞게 행동하기를 기대한다면, 우선 유엔의 다른 회원국들과 안보리 국가들이 같은 행동을 하기를 기대해야 한다”라며 안보리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 석유를 수출하겠다고 발언했다. 다른 나라들은 유엔 정신을 어기며 러시아를 제재하는데 왜 러시아만 유엔 안보리 결정을 따라야 하느냐는 것이다. (「“퇴각 아니라 계획된 군 재편성”..패배 없는 푸틴의 딜레마」, SBS, 2022.9.19.)

 

이제 한미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남았을까? 

 

이번에 북한이 핵무력법을 통과시키고 비핵화는 없다고 선언했지만 한미의 반응은 의외로 조용하다. 원래대로라면 북한의 ‘도발’을 어떻게 ‘응징’할지 전 세계에 선포하고 즉각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9일 “우리는 북한에 적대 의도가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외교를 추구하고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미국은 몇 년째 북한과 ‘조건 없는 만남’을 추구하는데 이제는 그것 말고 할 줄 아는 말이 없는 듯하다. 윤석열 정부의 한 당국자도 12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입장이 달라질 것은 없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일관되게 대북, 통일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이런 한미의 반응을 보면 정말 김이 빠진다. 이들에게서 북한을 비핵화할 수 있다는 확신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 반응을 안 할 수 없으니 그냥 앵무새처럼 맥 빠진 소리만 되풀이하는 듯하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9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이 ‘비핵화’에서 ‘핵 위기관리’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14일 열린 17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남·북·미가 비핵화를 하나의 목표로 삼되 그 과정이 점진적이거나 부분적인 핵위협 감소를 상당 기간 경유하는 긴 호흡과 시간을 요”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북한 핵무기와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책임 규명과 책임자 처벌

 

한미가 대책을 찾기에 앞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30년 총력전의 실패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책임 규명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핵심 사건은 하노이 회담이다. 만약 여기서 북한의 제안대로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하고 대신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했다면 북한 비핵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회담에서 북미가 합의에 실패하는 바람에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 

 

앞에서도 살펴봤듯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제안한 내용은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었다. 북한은 지난 30년 동안 한미가 주장해 온 영변 핵시설 폐기를 수용하는 대신 민간 영역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처지에서는 대북 제재 부분 해제가 안전보장보다 훨씬 부담 없고 쉬운 요구다.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북한을 겨냥한 전략무기의 접근 금지 등인데 모두 미국의 패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이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반면 대북 제재 부분 해제는 언제든 다른 명분으로 제재를 복귀시킬 수 있으므로 큰 부담이 없다. 

 

그런데 미국은 영변 핵시설에 더해서 ‘다른 핵시설’까지 폐기하라고 했다. ‘다른 핵시설’은 북한이 인정한 적도 없고 그동안 비핵화 회담에서도 다룬 적이 없는 실체 불명의 시설이다. 이걸 하나하나 사찰해서 핵시설 여부를 확인하고 폐기 방식을 따지자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미국의 추정만으로 북한이 자기들 시설을 공개한다는 것은 주권 침해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또 미국이 지목한 시설을 모두 확인한다고 해도 나중에 가서 미국이 추가 핵시설이 또 있다고 주장하면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요구는 북한이 절대 받을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추가 핵시설’ 폐기라는 합의가 불가능한 주장을 하는 바람에 영변 핵시설 폐기조차 따내지 못한 셈이다. 만약 ‘추가 핵시설’이 있다는 미국의 첩보가 사실이었다고 해도 당장 하노이 회담에서 처리하는 건 불가능했다. 따라서 ‘추가 핵시설’이 있냐 없느냐를 따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영변 핵시설이라도 폐기하는 게 가치가 있냐 없느냐를 따지는 게 중요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줄기차게 영변 핵시설 폐기를 주장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미국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실제로 2021년 7월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보고서를 통해 당시 영변 핵시설이 폐기됐다면 북한의 핵무기 생산능력이 80%나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핵문제에 정통한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의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북한의 핵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은 확실하다”라고 하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영변이 북한 내 핵무기 생산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하였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019년 5월 22일 VOA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핵시설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첩보’와 ‘정보’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하며 “북한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에게는 어떤 세부 정보도 주려고 하지 않았으며 오직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이를 건네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걸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통해 ‘다른 핵시설’에 관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힐 전 차관보의 말처럼 ‘첩보’와 ‘정보’는 엄연히 다르다. ‘첩보’를 교차 검증하여 사실로 확인했을 때 비로소 ‘정보’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흘린 역정보에 속을 수도 있다. 어쩌면 트럼프는 북한의 역정보에 속아서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애초에 영변 핵시설 폐기는 북한이 제안한 것인데 북한이 역정보를 흘려서 자기 제안을 무산시킬 이유가 있을까?

 

당시 북한에 필요한 게 무엇이었는지 돌아보자. 2017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후 북한에 남은 과제는 중국, 러시아마저도 반대하는 불리한 국제 환경 구도를 뒤집는 것이었다. 즉, 북한은 중러가 북한의 핵개발을 지지하고 세계 여론도 북한의 핵개발에 우호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하노이 회담을 거치며 북한은 자기가 필요한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세계는 ‘북한은 비핵화를 하겠다는데 미국이 억지를 부려서 무산됐다’는 여론으로 정리됐다. 중러도 더 이상 미국의 억지 요구에 동의해줄 수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제로 중러는 유엔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나 규탄 성명 채택을 모두 반대해버렸다. 이번에 북한이 핵무력법을 채택했을 때도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변화 없다”라며 북한을 비난하지 않았다. 러시아 제1야당인 러시아 연방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 위원장은 핵무력법 채택을 지지하는 축전을 북한에 보냈다. 

 

이처럼 하노이 회담을 거치면서 비핵화의 정치적 주도권이 북한에 완전히 넘어갔다. 

 

앞서 30년 총력전의 실패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책임 규명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보면 하노이 회담에 대한 평가와 책임 규명이 가장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당시 하노이 회담에서 결정적 오판을 부른 책임자들을 모조리 색출해서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 그렇게 교훈을 찾지 않으면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북한에 농락당하기를 반복할 것이다. 

 

 

4. 우리의 대책

 

이제 북한의 비핵화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비핵화를 다시 추동할 방법이 없다. 

 

우선 북한이 내건 비핵화의 전제조건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노이 회담 때는 제재 일부 해제가 전제조건이었지만 이번 시정연설에서는 전 세계 비핵화, 제국주의 소멸, 미국과 친미 국가의 대북 적대 정책 폐기가 비핵화의 전제조건이다.

 

혹시라도 북한이 일단 강하게 주장은 했지만 협상을 통해 적당한 선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북한은 한번 내세운 자기주장을 그대로 관철하기로 정평이 났다. 예를 들어 2020년 6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보자. 이틀 전인 14일 김여정 부부장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경고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설마, 설마 하면서 믿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말한 그대로 이행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국민을 향해 시정연설에서 공약한 것인데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발표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17일 VOA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전략적 제안”이라고 해석했는데 북한의 주장을 왜곡한 것일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없는 얘기다. 

 

핵군축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을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그렇다. 1991년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전략무기감축조약(스타트)은 미소 양국이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등의 수를 일정 비율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는 각각 1만 563개, 1만 271개에서 5,916개, 3,897개로 줄었다. 

 

그렇다면 북한과 미국이 핵군축을 하면 서로 뭘 얼마나 줄이자고 합의할 수 있을까? 아마 양국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다. 

 

남은 현실적인 대책은 미국의 일각에서 나오는 말처럼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조건에서 핵확산을 막고 미국에 핵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도록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다. 

 

지난 16일 한미가 진행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 나눈 내용을 보면 전략무기로 북한을 위협해서 북한이 한미에 핵위협을 못 하도록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실효성 있을까? 

 

노컷뉴스 김형준 기자는 18일 기사 「핵 문턱 확 낮춘 '北 핵 독트린'..우린 어떻게 하나?」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한미 외교·국방 당국은 16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열어 북한 핵 위협에 대해 “전례 없이 압도적이고 결정적으로 대응”한다고 천명했지만 과연 북핵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의문이 남는다. 

 

같은 기사에서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핵무력정책 법령에 대해 한미의 대응은 전혀 구체적이지 않으며,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이 무엇인지 전혀 밝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현실적으로 지킬 수도 없으며 지킨다면 남북과 북미 간의 전면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공약(空約)한 것은 유감이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북한이 올해 들어 미사일을 여러 차례 발사했지만 한미는 ‘대화하자’는 반응 외에 제대로 된 ‘응징’을 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전에는 ‘선제타격’이니 ‘버르장머리’니 하는 자극적인 발언을 했지만 정작 별다른 행동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8월 한미연합훈련도 엄청난 기동훈련을 한다고 떠들썩했지만 정작 언론에 그럴듯한 사진 한 장 내보내지 않고 이른바 ‘로키(low-key)’로 조용히 진행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미국은 말로는 뭐든 다 할 것처럼 하지만 정작 행동에서는 한 발 빼고 있다. 대만의 경우도 중국이 포위사격을 하는 동안 미국은 멀리서 지켜만 봤지 대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확장억제니 하는 그럴듯한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북한이 핵무력법을 채택해도 대화 타령 외에는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위협하는 시절은 예전에 끝났고 지금은 북한이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는 시기다. 그러니 북핵 위기관리라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다. 

 

미국은 답이 없을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방법이 하나 있다. 북한을 와락 끌어안아서 핵무기를 든 손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바로 통일이다. 

 

 

남북이 통일하면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을 쏠 일이 없다. 쏠 수도 없다. 

 

핵을 손에 든 북한을 끌어안아 통일하면 좋은 게 또 하나 있다. 

 

한반도는 예나 지금이나 강대국이 눈독을 들이는 전략적 요충지다. 남북이 통일하면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자국에 유리하게 요리하려고 할 것이다. 70여 년 전 해방 직후 유행한 말이 있다.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에 속지 마라, 일본 놈 일어나고 되놈(중국) 되(다시) 나온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지금 국제정세를 보자. 중러와 미일이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통일하면 북한의 핵무기가 주변 강국을 억제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을 위협하던 북한 핵무기가 주변 강국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무기로 역이용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는 최선의 방법이다. 

 

머니투데이 20일 자 기사 「“北, 핵탄두 300개 보유 목표” 관측..성공하면 英·佛보다 많아진다」에 달린 댓글 중 가장 많은 찬성을 받은 댓글이 “핵폭탄 500개 만들고 나서 통일하자. 어디에서도 못 건들 것 같은데?”이다.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재미교포 정형외과 의사인 오인동 박사는 오래전부터 북한의 핵을 한국이 ‘겨레의 핵’으로 품어 안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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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공영방송 정치독립 법안 처리될 때까지”…100일 집중행동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입력 2022.09.21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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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당사 찾아 항의서한 전달

공영방송 경영진에 대한 감사, 해임안 등이 추진되면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입법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연말까지 남은 100일간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집중행동을 시작했다.

언론노조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공영방송 정치독립 입법 쟁취 언론노조 100일 집중행동 돌입 결의대회’를 갖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 앞을 찾았다. 이날 결의대회엔 사장·경영진 임명에 정치권 영향력을 받아온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공기업의 지분 보유 등으로 공영적 성격을 띈 YTN, 연합뉴스TV를 비롯해 SBS, CBS, 국민일보 등 여러 언론사 구성원들이 참석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결의문에서 “해마다 과방위 국정감사장은 KBS, MBC, EBS, TBS 등 공영미디어의 보도 및 방송 내용을 도마에 올려 경영진의 사퇴를 종용한다. 국민감사청구에 따른 감사 실시도 단골메뉴 중 하나”라며 “국회 과방위가 여당 간사를 선임하는 등 정상화에 나섰다고 한다. 보수성향으로 알려진 합리적 언론학자들도 이사회 구성을 다변화하고 사장 선임에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이 해볼만한 안이라고 한다.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공영방송 정치독립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딛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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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공영방송 정치독립 입법 쟁취 언론노조 100일 집중행동 돌입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공영방송 정치독립 입법 쟁취 언론노조 100일 집중행동 돌입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원 KBS본부장, 이종풍 EBS지부장, 최성혁 MBC본부장. 사진=노지민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공영방송 정치독립 입법 쟁취 언론노조 100일 집중행동 돌입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원 KBS본부장, 이종풍 EBS지부장, 최성혁 MBC본부장. 사진=노지민 기자

정치권을 향한 질타는 집권기에 관련 공약을 지키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모두를 향하고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거대 정치세력이 집권할 때마다 반찬 투정하듯 공영방송을 주무르려 하고 있다”며 “누구도 장악하지 못하고 손대지 못하게 오롯이 국민의 것으로 공영방송을 되돌려놓으면 될 뿐”이라며 법안 처리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종풍 EBS지부장은  “전 정권은 대통령, 국회의장, 법사위장, 과방위장을 다 꿰차고 있었으면서도 공약이고 국민과의 약속(방송법 개정)을 내팽개쳤다”며 “EBS 사장 임명은 방송통신위원장 한마디로 바뀔 수 있다. 기형적 재원 구조는 미래를 위해 교육에 투자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언론 독립성을 흔들었던 이명박 정부 시절로 회귀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언론계에선 방송통신위원회와 KBS에 대한 감사, 여권 인사의 MBC 사장 해임안 제출 논란, 서울시의 TBS 지원근거 폐지 추진, YTN 민영화설 등 일련의 사태가 언론 길들이기 양상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이들 방송사의 소수 노조와 보수성향 단체, 여당은 방통위원장과 공영방송 사장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MBC(박성제)·TBS(이강택) 사장은 내년 2월, KBS(김의철)·YTN(우장균)·연합뉴스(성기홍) 사장은 2024년, EBS(김유열) 사장은 2025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최성혁 MBC본부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MBC에 김재철을 정권 하수인으로 내리꽂았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은 권력 지시에 따라 언론장악 시나리오를 철저히 실행했다”며 “언론장악 시나리오를 보고받은 이동관 전 홍보수석,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언론(대응)을 총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행동대장들이 피해자인 척 급조한 단체 이름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연일 생산하고 국민의힘 인사들은 앵무새처럼 그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강성원 KBS본부장은 “국회에는 공영방송 독립을 보장하겠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많은 법안이 상정돼 계류돼있다”며 “법안을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든 주역들이 누구인가. (언론의) 자유를 가장 앞서 실천하고 보장해야할 국회와 정치권이 그 자유를 오히려 속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의 지배구조가 지역 언론의 역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동식 MBC경남지부장은 “정치권에 줄을 댄 서울 출신 사장이 내려오면 지역에서도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다”며 “쫓겨난 사장은 소송을 통해 남은 기간 임금과 위로금까지 챙겨가고, 낙하산 사장은 지역MBC의 공공성에 관심이 없다. 16개 지역MBC가 공정한 보도로 지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국회 맞은편에서 한시간가량 집회를 이어간 이들은 인근에 위치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각각 찾아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전했다. 각 당을 상징하는 빨강, 파랑색 풍선을 당사 앞에서 터트리며 항의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해당 풍선엔 ‘공영방송 정치독립 이번에는 완결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언론노조는 향후 100일간 국회 앞 1인 시위, 전국 각 지역에서의 동시다발적 시위, 과방위 소속 의원들 대상의 법안 처리 촉구, 관련 토론회 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현재 국회에선 과방위원장 자리를 선점한 민주당이 9월 국회에서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처리를 약속한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여권·야권 몫으로 양분된 공영방송 이사회 대신 25명의 ‘공영방송운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국민의힘에선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자로 여야 정당을 명시하고, 사장 선임 때 이사진 60%가 동의해야 하는 ‘특별다수제’를 주장하고 있다. 여권의 불참으로 파행이 거듭됐던 과방위는 20일 공석이었던 여당 간사를 선임했지만 당분간 여야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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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주환 ‘피해자 정보’ 빼낸 서울교통공사 내부전산망, 다른 기관도 관리 허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9/22 08:18
  • 수정일
    2022/09/22 08: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직위해제에도 ‘무제한’ 접근...일부 기관 “2차 피해 우려 범죄, 가해자 접속 차단 검토”

  • 수정 2022-09-21 17:26:21
  •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는 모습. 2022.09.21. ⓒ뉴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이 직위해제 상태에서도 서울교통공사 내부전산망(인트라넷)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피해자의 업무 동선을 파악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다른 공공기관 역시 내부망 운영을 허술하게 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21일 민중의소리가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비위 행위로 직위해제된 자에 대해 내부전산망 접속을 제한하지 않고 있는 공공기관은 서울교통공사뿐만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 직위해제됐음에도 공공기관의 중요 정보를 알아내는 데 어려움이 없는 모순된 상태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직위해제가 되더라도 내부전산망 접근이 가능한가’라는 질의에 “문체부 본부 및 소속기관에서는 직위해제 된 경우 인트라넷 PC 단말기 사용을 위해 접속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과 그 산하 기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직위해제가 되더라도 교육훈련, 연구과제 수행 등을 할 수 있고, 재직증명서 발급신청 등 업무 외 사유로 내부 전산망에 접속할 필요가 있으므로 접속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및 살인 사건 등 일부 2차적 가해 또는 피해가 우려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직위해제 기간이더라도 해당자의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는 ‘행정기관 정보시스템 접근권한 관리 규정’에 따라 등록된 이용자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지만, 마찬가지로 직위해제된 직원의 내부전산망 접근을 선제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았다. 관련 조항이 없는 탓이다. 다만 행안부는 “각 행정기관은 직위해제된 자가 부적절한 이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정보시스템 접속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는 모습. 2022.09.19. ⓒ뉴스1

직위해제에도 ‘무제한’ 접속...피해자 근무 일정 파악해 범행 이용

서울교통공사의 내부전산망은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인을 사측이 제대로 보호조치 하지 않은 단면 중 하나다. 공사는 2018년 피해자와 전 씨가 입사한 직장이다. 전 씨는 지난해 10월 피해자의 고소(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가 개시된 뒤 직위해제됐지만, 직원 신분을 유지해 공사 전산망 접속이 가능했다.

전 씨가 직위해제로 직무에는 종사하지 않아도 직원 신분은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부전산망 접근이 허용됐다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공사는 직원 신분을 유지하는 한 내부전산망 접근에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공사는 “현재 내부전산망 접속 대상에 관한 규정은 별도로 없다. 채용 등에 의한 신규 임용 시 해당 직원에게 자동으로 접속 권한이 부여되고, 이후 변동 사항 발생 시 변경 또는 말소된다”고 전했다. 여기서 변동 사항에는 ‘퇴직’ 등이 해당한다.

피해자는 가해자 전 씨와 내내 온라인 사무 공간에서 연결돼 있었다. 결국 사내 정보가 집결된 내부전산망에서 가해자 범행에 이용된 피해자 관련 정보들이 줄줄 새어 나갔고, 제도 미비로 인한 허점은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전 씨를 수사한 서울 중부경찰서의 브리핑에 따르면 그는 지난 8월 18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받고, 당일 서울교통공사 내부전산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주소지와 근무지를 확인했다. 그 뒤로도 이달 3일 한 번, 범행 당일인 14일 두 번 총 네 차례 내부전산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 일정을 조회했다.

유족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피해자의 큰아버지는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중범죄 형량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사원 신분 변동 없이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랑 패스워드를 박탈하지 않았다”며 “이 사람이 아무 제재 없이 내부전산망을 통해서 피해자 정보나 동선을 파악해서 범죄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는 게 정말 뼈아픈 대목이다. 정보 접근을 제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뒤늦게 사후 대책으로 ‘직위해제자 내부전산망 등 접속 차단’을 약속했다. 공사는 전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현안 보고하며 ▲징계 의결 요구 중인 직원과 ▲형사사건으로 계류 중인 직원에 대해 공사 내부전산망 및 휴대전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는 성범죄 사건에 대해 최종 확정판결이 날 때만 내부 징계 조치를 시행하지만, 1심 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될 시 징계 조치를 하도록 개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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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와 아파트 시멘트의 충격적 진실... 모두 속았다

[최병성 리포트] 놀이터·토양 중금속 함유량과 시멘트 중금속 함유량 비교해 보니

22.09.22 05:10최종 업데이트 22.09.22 05:10

▲ 시멘트 공장에 쌓여 있는 폐타이어. ⓒ 최병성

     
폐타이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이곳, 타이어 공장일까? 아니다. 집을 짓는 건축재인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이다. 시멘트 만들 때 넣으려고 전국에서 모아온 폐타이어들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공장 밖 야적장에도 엄청난 양의 폐타이어와 폐고무가 가득 쌓여 있다.   

오늘 우리 집을 짓는 시멘트는 석회석뿐만 아니라 온갖 쓰레기로 만들어진다. 석탄재, 소각재, 분진, 하수슬러지, 각종 공장의 오니와 슬러지 등 비가연성 쓰레기들과 폐타이어, 폐고무,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 등 가연성 쓰레기들을 함께 모아 불에 태워 시멘트를 만든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석회석과 엄청난 양의 가연성·비가연성 쓰레기를 함께 섞어 태우고 난 재 덩어리를 분쇄한 것이 바로 시멘트다. 쓰레기 소각재가 곧 시멘트인 셈이다.

각종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 결과 우리나라 시멘트에는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많다. 쓰레기의 유해물질은 불에 태운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시멘트 공장 굴뚝으로 배출되든지, 시멘트에 잔류하든지 둘 중 하나다.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을 지적할 때마다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내의 중금속이 어린이 놀이터의 모래 기준과 일반 토양의 중금속보다 낮다'며 쓰레기 시멘트가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 그동안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내의 중금속이 어린이 놀이터의 모래 기준과 일반 토양의 중금속보다 낮다'며 쓰레기 시멘트가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시멘트협회 홈페이지에 나온 '토양과 시멘트 중금속 함량 비교' 표에는 중금속 함유랑 차이가 비슷하거나 적다고 나와있다. ⓒ 시멘트협회

 
지난 1월 26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국회에서 시멘트 등급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 의원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주거용 건축물에는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안전한 시멘트를 사용하고, 쓰레기 시멘트는 도로와 항만 등에 사용하는 '시멘트 등급제'를 제안했고 현재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시멘트 등급제 국회 토론회 직후 <아시아경제>는 2월 8일 자에 <놀이터 모래보다 중금속 적은데... 계속되는 '쓰레기 시멘트'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쓰레기시멘트의 중금속이 어린이 놀이터 모래보다 적어 안전하다는 시멘트업계의 주장을 전했다.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가 어린이 놀이터 모래보다 중금속이 적고 안전하다는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 

놀이터 모래보다 시멘트 중금속 함유량이 적다?
 

▲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 모래의 중금속이 쓰레기 시멘트의 중금속과 양이 비슷할까. ⓒ 최병성

  
그동안 정부와 많은 연구기관에서 어린이 놀이터의 중금속 오염을 조사해왔다.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의 발암물질과 중금속 함유량은 어린이 놀이터 모래의 수십~수백배에 이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얻은 국내 모든 시멘트 내 중금속을 분석한 결과표다. 시멘트에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가득하다. 쓰레기를 넣지 않은 유니온 시멘트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 노웅래

 
먼저 쓰레기 시멘트 내의 중금속부터 확인해보자.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지난 2021년 가을 국립환경과학원에 국내 8개 시멘트 공장의 시멘트를 분석 의뢰했다. 쓰레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유니온시멘트를 제외하고 국내 모든 시멘트에는 발암물질 6가크롬(Cr Ⅵ)부터 인체 유해물질인 비소(As), 구리(Cu), 납(Pb), 크롬(Cr), 니켈(Ni), 아연(Zn)에 이르기까지 중금속이 가득했다.

이제 어린이 놀이터와 토양 속 중금속 오염 실태를 알아보자. 2016년 <서울도시연구> 제17권 '서울시 용도지역에 따른 어린이 놀이터와 주변지역 토양의 중금속 오염 평가'에는 총 18곳의 놀이터 모래와 주변지역 토양의 납, 카드뮴, 6가크롬, 구리를 조사한 결과가 공개돼 있다.

이 보고서는 주거지역(S1,S2,S3)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오염도가 높은 공업지역(K1,K2,K3), 상업지역(G1,G2,G3)의 놀이터 '모래'와 '토양' 각 3곳씩 총 18곳의 놀이터와 토양을 비교 조사하였다. 특별한 오염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몇 년의 시간이 흐른다고 어린이 놀이터와 토양의 중금속 함량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 서울시내 18곳의 어린이 놀이터와 주변지역 토양의 중금속 오염을 조사한 결과 ⓒ 서울도시연구

 
노웅래 의원이 국내 8개 시멘트 제품을 분석한 결과와 '서울시 용도지역에 따른 어린이 놀이터와 주변지역 토양의 중금속 오염 평가'를 비교해 보았다.

시멘트 제품 안의 발암물질 6가크롬은 최저 4.72ppm에서 최대 18.79ppm인데 반해 서울시 18곳의 어린이 놀이터와 주변 토양의 6가크롬은 최저 0.048ppm에서 최대 0.082ppm다. 최대 391배의 차이가 났다.

납(Pb)의 경우 쓰레기시멘트는 최대 67.947ppm인데 반해 놀이터 모래는 상업지역G1 0.729ppm(93.2배), 토양은 상업지역 G2의 1.425ppm(47.67배)이 최대치다.

쓰레기시멘트의 구리(Cu)는 최저 38.022ppm에서 최대 232.141ppm이 검출되었다. 반면 놀이터 모래 중 구리의 최대값은 0.738ppm(상업지역G1)으로 무려 314.5배의 차이다. 주변 토양 중 구리의 최대값은 1.544ppm(상업지역G2)로 150.3배의 차이가 났다.

노웅래 의원의 시멘트 분석값 중 쓰레기를 넣지 않은 유니온시멘트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시멘트의 유해물질 평균값과 서울시 놀이터와 토양의 중금속 평균을 비교해봤다.
 

▲ 노웅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얻은 시멘트 내 중금속 함유량과 서울시 놀이터의 중금속 함유량을 비교해 보았다. 수백 배의 차이가 확실하게 보인다. 시멘트 내 중금속 함유량과 놀이터 모래의 중금속 함유량은 결코 비슷하지 않다. ⓒ 최병성

 
비교 결과는 놀라웠다. 시멘트의 중금속이 놀이터 모래보다 낮다는 언론보도는 심각한 사실 왜곡이었다. 발암물질 6가크롬은 최소 160.5배에서 최대 200배나 차이가 났다. 납은 최대 109배, 구리는 최대 610배까지 차이가 날만큼 시멘트의 유해성이 심각했다.

다른 조사를 봐도 쓰레기 시멘트는 유해

다른 조사 보고서도 찾아보았다. 2001년 한국환경위생학회지 제27권에 실린 'I시 어린이 놀이터의 토양 중 중금속 오염에 관한 연구'는 주거지역 12곳, 공장지역 4곳을 선정하여 각 지점마다 놀이터 모래와 토양 등 총 32곳의 중금속을 조사하였다.

오래전 조사지만 주거지역과 공장지역의 놀이터 모래와 토양을 비교 조사하였고, 조사 지점이 총 32곳으로 조사 결과에 신뢰성이 높다. 우리가 집을 짓고 살아가는 쓰레기시멘트는 그날 어떤 쓰레기를 넣었느냐에 따라 시멘트의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매일매일 다르다. 그러나 이 자료에 따르면 주택과 공장 지역 모래와 토양의 중금속 차이가 크지 않다. 토양의 중금속이 증가하려면 고농도의 중금속이 그 토양을 오염시키는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주변 공장 굴뚝에서 지속적으로 다량의 중금속을 뿜어내야 토양의 중금속 농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시간이 몇 년 흐른다고 놀이터 모래와 토양의 중금속이 달라지지 않는다. 
 

▲ 'I시 어린이 놀이터의 토양 중 중금속 오염에 관한 연구' 주거지역 12곳, 공장지역 4곳 등 총 16곳을 선정하여 어린이 놀이터 모래와 주변 토양의 중금속을 조사하였다. ⓒ 한국환경위생학회

 
I시 놀이터와 주변 토양의 중금속 평균값과 노웅래 의원실이 분석한 시멘트의 중금속 평균값을 비교해 표를 만들어보았다. 시멘트 업계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납의 경우 주택가 놀이터 모래와 토양은 평균 4.492ppm과 6.394ppm인 반면 시멘트는 34.59ppm이다구리의 경우, 주택가 놀이터 모래는 평균 2.423ppm, 토양 10.567ppm인데 시멘트는 139.693ppm이다. 비소는 놀이터 모래 0.038ppm, 토양 0.052인 반면 쓰레기시멘트의 비소는 7.449ppm으로 143~196배나 더 높다.

시멘트가 놀이터 모래와 토양의 중금속보다 더 낮거나 안전하지 않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노웅래 의원의 시멘트 분석 결과와 I시 16곳 놀이터의 모래 중금속 분석 결과를 비교표로 정리해보았다. 쓰레기 시멘트와의 차이가 명백하다. ⓒ 최병성

 
이는 쓰레기 시멘트가 얼마나 인체에 유해한지 보여준다. 우리가 저 인체 유해 물질 가득한 시멘트에 갇혀 살고 있다는 슬픈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국민을 속일 것인가

시멘트 업계는 그동안 시멘트에 대해 토양의 중금속 함량 정도이거나 더 낮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다양한 토양의 중금속을 분석한 자료를 찾아냈다.
 

▲ 많은 차량이 오가는 도로변 가로수 주변 토양의 중금속을 시멘트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 ⓒ 최병성

 
<도시녹지의 이산화탄소 및 중금속 저감>(2010)에 따르면 청주시와 충주시의 공업지역, 상업지역, 주거지역, 녹지지역 가로수 식재지 주변의 토양 총 21곳의 아연, 구리, 크롬, 니켈 등의 중금속 조사 결과가 상세히 나와 있다. 이 보고서 역시 차량이 많이 오가는 가로수 주변의 토양임에도 불구하고 시멘트처럼 유해 중금속이 많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다.
 

▲ 청주시와 충주시의 공업지역, 상업지역, 주거지역, 녹지지역 가로수 식재지 주변의 토양 총 21곳의 아연, 구리, 크롬, 니켈 등의 중금속 조사 결과 ⓒ 박주영 주진희

 
노웅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 분석한 시멘트 중금속과 가로수 주변 토양의 중금속의 평균값을 계산해 비교표로 정리해 보았다. 아연(Zn)은 가로수 토양에 비해 시멘트가 최대 59.7배, 구리(Gu)는 최대 139배, 납(Pb)은 최대 17.6배 더 높았다. 크롬(Cr)은 시멘트가 가로수 토양보다 무려 최대 439배 높았으며, 니켈(Ni)은 최대 92배, 비소(As)는 최대 74.5배나 더 많은 인체 유해중금속이 검출되었다.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의 유해 성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 청주시와 충주시 가로수 주변 토양의 중금속과 국내 쓰레기 시멘트의 중금속을 비교한 결과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이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 최병성

   
환경부가 주범

환경부는 중금속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시멘트공장들이 쓰레기를 치워준다는 이유로 시멘트공장에 각종 특혜를 주며 유해 중금속 가득한 쓰레기시멘트를 만들게 해왔다.

어린이 놀이터 모래는 중금속 함량이 미량임에도 사회적 논란이 되어 왔다. 그만큼 중금속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농도의 노출이라 할지라도 유아나 어린아이들에겐 특히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시멘트에는 놀이터 모래보다 수십~수백 배에 이르는 다량의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이 그 유해한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24시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제대로 된 시멘트 중금속 기준 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쓰레기시멘트를 자원 재활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유해물질을 재생산해서 국민들이 사는 안방으로 되돌린 것에 불과하다. 중금속의 인체 유해성을 가장 잘 알면서도 시멘트공장의 이익을 위해 시멘트에 유해물질을 증가시키고 있는 게 환경부다. 이는 결국 국민들에겐 고통이요, 후손들에겐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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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윤석열 대통령의 거짓말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9.21 12:58
  •  
  •  댓글 0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군을 파견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한 것”이 유엔의 ‘평화 미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은 6.25전쟁에 유엔군 파견은커녕 유엔군을 창설하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유엔군’은 단지 미국이 유엔을 참칭해 만든 연합군일 뿐이다. 이마저도 지난 1975년 유엔총회에서 가짜 ‘유엔군’으로 판명돼 해체를 명 받았다.

가짜 ‘유엔사’의 탄생

6.25전쟁 발발 직후 소집된 유엔안보리 결의(1950.07.07.)를 근거로 ‘유엔군사령부’ 창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안보리 결의는 유엔 깃발 사용권에 지나지 않았다. 이마저도 군사작전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실제 안보리는 유엔군을 창설할 권한이 없고, 유엔총회에 그 권한이 있다. 하지만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에 파견할 유엔군 창설은 결정된 바 없다. 오히려 유엔을 참칭한 주한 ‘유엔사’의 해체를 의결했다.

미국도 이 사실을 인정한다.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에서 주한 ‘유엔사’ 해체가 가결되자,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1976년 1월 1일부로 유엔사 해체를 공언했다.

유엔의 해체 결의에 불복한 미국

주한 ‘유엔사’ 해체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금까지 유엔총회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 유엔 차원의 해체 압박도 계속되었다.

1994년 부트로스 갈리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는 유엔 산하조직으로서 통합군사령부를 설립한 적이 없으며, 단지 미국 주권 하에 배치되어 있다”라고 지적했고, 1998년 당시 코피 아난 사무총장 역시 유엔군 창설에 대해 “나의 전임자들 누구도 유엔 이름을 사용하도록 어떤 국가에 어떤 권한도 위임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2004년과 2006년, 반기문 사무총장의 대변인 역시 “유엔사령부는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유엔이 아닌 미국이 주도하는 군대이다”라고 확인했다.

 

특히 로즈마리 디카를로 유엔 사무차장(미국 유엔대표부 부대사)은 안보리 회의(2018.09.27.) 공식 석상에서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주한 ‘유엔사령부’는 유엔 활동이나 조직이 아니고, 유엔의 명령과 통제 아래 있는 것도 아니다. 안전보장이사회의 하부 조직으로 설치된 것도 아니며 유엔 예산을 통해 자금을 받지도 않는다. 따라서 ‘유엔사령부’와 유엔 사무국 사이에는 아무런 보고선이 없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거짓말한 이유

6.25전쟁 당시 유엔은 유엔군을 창설하지도 파견하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거짓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혼자 연설문을 쓰지 않았을 터.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을 외교부 관계자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왜 뻔한 거짓말을 했을까. 그것도 유엔과 관련한 사항을 굳이 유엔 총회에서 말이다.

윤 대통령의 ‘유엔군’ 언급에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체결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에 ‘유엔군’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주한 ‘유엔사’가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 주도의 연합군 정도로 위상이 전락하면, 일본 자위대와 한국군을 ‘유엔사’로 편입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더구나 이번 유엔총회에선 대만을 분쟁지역으로 만든 미국의 군사전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된다.

결국, 대만 위기를 계기로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에게 ‘유엔사’를 유지할 명분을 제공한 것이 바로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거짓말을 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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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판결 뒤 징계’ 관행…그새 스토킹 피해자는 죽었다

수정 :2022-09-21 09:23

공사 “가해자 불복시 곤란, 확정판결 뒤 사내 징계”
여성단체 “법원 결정 마냥 기다리는 건 책임 회피”
명순필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둘째)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들머리에서 열린 신당역 사고 피해자 추모와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신당역 스토킹 범죄 피해자 추모주간 활동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명순필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둘째)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들머리에서 열린 신당역 사고 피해자 추모와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신당역 스토킹 범죄 피해자 추모주간 활동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확정 판결 뒤 사내 징계’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가해자 사내 징계를 확정 판결 뒤로 미뤘는데, 이러한 ‘지연’이 피해자를 각종 2차 피해에 노출시키고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내 징계를 미루는 관행은 기업이 ‘책임 회피’를 위해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교통공사(공사)는 지난해 10월13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을 직위해제했다. 전주환이 불법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 받은 지(10월8일) 5일 뒤다. 그뒤 사건 발생 당일인 9월14일까지 11개월 동안 전주환은 쭉 ‘직위해제’ 상태였다. 직위해제는 ‘징계’가 아니다. 징계 수위 확정 전까지 기존 직위에서 물러나게 하는 조처일뿐이다. 직위해제 상태에서 전씨는 월급과 성과급을 받았고, 사내 인트라넷에도 수차례 접속해 피해자 주소지와 근무지 정보를 빼내 범행에 이용했다.
 
그러는동안 전씨에 대한 사내 징계 절차는 개시조차 되지 않았다. 공사는 내부적으로 ‘확정 판결 뒤 사내 징계’ 방침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보통 1심 판결까지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이 걸리고, 피의자가 항소·상고라도 하면 확정 판결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동안 피해자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자신의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가해자와도 완전히 차단·분리되지 않은 상황에 놓인다.
 
‘직장 내 스토킹’ 피해자에게 사내 징계 지연은 특히 더 위험하다. 징계는 미룬 채 가해자를 직위해제 상태에 둔다면 피해자와의 원천적 ‘차단’이 애초에 불가능해진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 전주환은 직위해제 중 피해자 정보에 손쉽게 접근했다. 2차 피해가 발생할 여지도 커진다. 최수영 서울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장은 “징계가 미뤄진다는 것은 회사가 피해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다”며 “그렇기에 가해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여러 소문을 만들어낼 것이고, 피해자는 가해자 또는 가해자 지인의 합의 종용이나 협박 등에 노출되기 쉽다. (징계 지연은)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신당역 사건 피해자 유족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피해자가) 우리 언니인 줄 모르고 ‘그 사람(가해자) 좋은 사람인데 누가 신고했을까’ 이런 얘기를 했고, 이에 (언니가) 상처 받아 말할 곳이 없었다”고 했다.
 
공사, 개선 대책 내놓고 “반드시 하겠다는 뜻 아냐”

 

전문가들은 ‘확정 판결 뒤 징계’ 관행은 기업이 분쟁에서 부담을 덜기 위해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행태라고 지적한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사내 절차는 피해자와 조직 구성권의 안전한 노동권 보장을 위한 것으로, 처벌이 주 목적인 사법 절차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기업이 사내 조치를 사법 판단 이후로 미루는 이유는 반발하는 가해자와의 분쟁 등에서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적인 태도”라고 했다.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도 “기업이 (가해자) 징계 판단에 대한 부담을 재판부에 떠넘기면서, 정작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한 논의, 대응 방식이 성숙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관행의 문제가 드러났지만 공사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공사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제출한 ‘안전강화 대책’에서 ‘확정 판결 뒤 징계’ 방침을 ‘1심 판결 뒤 선 징계’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해당 방침은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가해자가) 징계 불복해 각종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정확한 수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사내 징계는 확정 판결 뒤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국회에 상황 모면용으로 대책을 제출한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공사의 ‘확정 판결 뒤 징계’는 관행일 뿐 내부 규정에 명시된 것도 아니다. 서울교통공사 인사규정을 보면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수사 개시의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징계 의결의 요구 그 밖의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징계 절차 유보를 ‘허용’ 한 것이지, 반드시 확정 판결 뒤로 미루라는 규정이 아니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해 발간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피해자를 몰라도 가해 행위를 인지하면 기관이 적극적으로 사내 조사 등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사는 줄곧 ‘피해자가 회사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아 자체 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인데, 이런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의 산하기관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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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총리·외교부 설명과 달리…EU집행위원장 등은 '빈소 조문' 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9/21 10:46
  • 수정일
    2022/09/21 10:4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해당 정상 트위터 등에 버젓이 사진까지…韓총리, 국회 '거짓 답변' 논란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2.09.21. 09:33:14 최종수정 2022.09.21. 09:58:07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여왕 '조문 외교' 당시, 윤 대통령이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지 않고 장례식 참석과 조문록 작성만 한 것이 논란이 되자 정부 측은 'EU 집행위원장 등 다른 나라 정상들도 마찬가지였다. 결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외교안보 분야대정부질문 답변자로 나선 자리에서 "윤 대통령뿐만 아니고 늦게 런던에 도착하신 EU 집행위원장, 파키스탄 총리, 모나코 국왕,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등도) 다같이 장례식 후에 조문록을 작성함으로써 조문의 행사를 마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뉴욕 현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의 해명을 했다. 이 부대변인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 다수 정상급 인사가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언급했다. 

외교부도 같은날 임수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함께 EU 집행위원장, 파키스탄 총리 등 다수 정상급 인사가 조문록을 작성했고, 이후에 확인한 바로는 모나코 국왕,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 다수의 정상급 인사들이 영국 왕실의 안내에 따라서 장례식을 마친 뒤에 조문록에 서명했다"며 "이 분들도 모두 영국 왕실로부터 홀대를 당한 것은 아니다. 참배가 불발됐거나 조문이 취소된 것 또한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총리의 대정부질문 답변에 대해, 이후 질의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총리의 앞선 답변) 이 말을 듣고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며 "명백히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등 한 총리가 언급한 인사들은 실제로는 웨스트민스터홀 조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당황한 듯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이에 <프레시안>이 해당 국가 정상들의 트위터나 홈페이지 등을 확인해본 결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조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오른쪽 단상 위 3인 중 가운데)이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오른쪽 단상 위 3인 중 가운데)이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그리스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전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새 국왕을 만났고 국장에 참석하셨다. 그걸 조문이라고 생각한다", "장례식이 핵심 행사라고 할 수 있다"고 한 만큼, 정부 측 설명대로 웨스트민스터홀 '빈소' 방문 여부 자체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논란의 해명 과정에서 대통령실·외교부가 사실관계 파악을 제대로 못한 일은 도마에 오를 일로 보인다. 일국의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그것도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것 역시 그 자체로 충분한 논란거리다. 

곽재훈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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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 화요행동,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자”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2/09/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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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이하 민족위)가 20일 오후 2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자’라는 주제로 화요행동을 진행했다.

 

▲ 민족위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화요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 좌우에는 경찰이 설치한 접이식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신은섭 통신원

 

구산하 민족위 실천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화요행동에는 김성일 민족위 집행위원장과 신은섭 민족위 정책위원장이 출연해, 윤석열의 대일 구걸 외교, 극우 유튜버 김상진의 난동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자는 “극우 유튜버들이 소녀상 앞을 포함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윤석열의 의중을 반영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윤석열은 대일 구걸 외교로 국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런 현황을 반영해 오늘 화요행동은 그런 친일 매국노를 당장 몰아내자는 마음을 안고 평화의 소녀상 앞으로 찾아왔다”라는 말로 화요행동을 열었다.

 

먼저, 신 정책위원장은 한일관계에서 윤석열은 구걸하고 일본은 거절하는 모양새가 계속 보이는 데 관해 이야기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본이 제발 관계를 개선해 달라고 사정해도 모자란 판국에 일이 거꾸로 됐다. 많은 국민이 이를 보면서 분노한다. 하지만 윤석열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걸 외교를 이어갈 것이다. 일본은 지구상에서 가장 끔찍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는데 여태껏 제대로 사죄·배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은 한국 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한국을 경제 공격했고, 이 때문에 한일관계는 한 번 더 틀어졌다. 윤석열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에 따지는 게 아니라 제발 만나달라는 저자세로 나오니까 국민은 자존심이 상한다.”

 

신 정책위원장은 윤석열의 소위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지금 상황에서 일괄타결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본 요구를 무조건 다 들어준다는 이야기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한국이 정상회담을 구걸하고 일본이 받아주지 않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만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는데 일본 요구를 그대로 다 받아주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참사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일본이 한국을 하위 동맹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절대로 한국을 동등한 동맹 관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윤석열도 이것을 인정하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뼛속까지 친미·친일인 윤석열은 바람직한 한일관계 수립으로 갈 수 없다. 퇴진만이 답이다.”

 

화요행동 참가자들은 이어서 최근 극우 유튜버들의 난동이 심해지는 데 관해 이야기 나눴다. 

 

김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밤 극우 유튜버 김상진 일당이 소녀상 앞에 와서 난동을 부렸다.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가로막고 적폐세력의 이익을 옹호하는 행위를 벌인 거다. 역사 인식, 민주 의식 자체가 없는 자들이다. 거기에 더해서 돈이 따라오기 때문에 그러는 거다. 이런 자극적인 행동을 유튜브에 내보내면 많은 후원이 들어온다. 일본에서도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일본인들은 이러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행위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사회자는 “극우보수세력이 어디를 공격하고 테러의 대상으로 삼는가를 보면, 극우보수 정권이 가려는 방향과 맞물려 있다. 박근혜가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하던 즈음에 소녀상을 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김상진의 최근 만행도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성하려는 윤석열의 행보와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극우 유튜버들은, 윤석열이 어떻게든 한일관계 개선, 삼각동맹 강화로 나가려고 하는 데서 방해가 되는 것을 치우는 돌격대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예전의 정치깡패 같다. 지금 시대에는 정치깡패들이 하던 것과 같이 납치, 폭행, 살인 같은 행위를 할 수는 없으니까 유튜버가 앞장서서 정치테러 행위를 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의 뒤에는 윤석열이 있다. 취임식에도 초청했고, 추석에 선물도 보냈다. 뿌리가 정권에 닿아있다.

 

정권이 통째로 친일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지소미아를 밀실에서 추진하다 들통나 물러났던 김태효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되어 돌아왔다. 정권에 이런 인물들 일색이다. 당장 갈아엎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연자들은 마지막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가지는 의미, 소녀상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신 정책위원장은 “극우세력의 준동이 지금 시기에 소녀상이 가지는 의미를 반증한다.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사실만을 상징하는 게 아니라 오늘 우리 사회의 정치 현실을 담고 있는 상징물이다. 극우세력의 도발에 맞서 소녀상을 지켜야 한다. 단순히 지키는 것을 넘어,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재침 야욕을 꺾고 동북아에 온전한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는 “요즘 주말마다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일은 결국 그와 맥락을 같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국노 윤석열을 하루빨리 끌어내리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안아오고, 전쟁 없는 나라·전쟁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분들의 고통을 씻어드리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친일 매국노 윤석열은 퇴진하라!”, “전쟁 범죄 사죄하지 않는 일본을 규탄한다!”라고 구호를 외치며 화요행동을 마쳤다.

 

▲ 참가자들은 화요행동을 마치고 소녀상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소녀상 뒤로 반일행동 회원들이 농성 중인 천막이 보인다.  ©신은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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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김건희 스토킹 당’이라는 조선일보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2.09.21 07:40
  •  
  •  수정 2022.09.21 09:23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민주당은 ‘김건희 스토킹 당’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
명백한 ‘스토킹범죄’인 신당역 살인사건, 현행 제도 허점 지적한 언론들
원자력발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는 환경부 초안에 의견 나뉜 언론
동아일보 칼럼 “차라리 청와대로 돌아가라”

조선일보가 21일 아침신문에서 ‘‘매일 내분 여당’ 對 ‘김건희 스토킹 야당’, 지금 한국 정치’’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제기에 집중하는 것을 두고 ‘김건희 스토킹 당’이라며 이름붙인 것이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사설은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20일이 지났지만 여야는 볼썽사나운 정치 싸움만 벌이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몇 달째 이준석 대표 징계와 비상대책위 구성을 둘러싼 분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김건희 스토킹 당’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라며 “모든 일을 김 여사에 걸어 비난한다. 김 여사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인 것을 이용해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물타기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제는 김 여사 특검까지 한다고 한다. 특검 대상 의혹은 문재인 정권 검찰이 1년 반 넘게 수사하고도 혐의를 찾지 못한 내용이다. 일반인이었던 김 여사의 허위 경력이 특검까지 할 일인가”라고 했다. 

‘스토킹범죄’ 신당역 살인사건, 대안 마련 촉구 보도 이어져

서울지하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이 남성 직장 동료에 의해 살해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8일이 지났다. 아침신문에서는 신당역 살인사건이 ‘스토킹범죄’라는 점에 주목하며 스토킹범죄를 처벌하는 현행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촉구하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 경향신문 1면 사진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사진 갈무리.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스토킹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있다. 스토킹을 개인의 일상과 생명을 파괴하는 중범죄로 사회 전체가 인식하는 것”이라며 “언론의 왜곡 보도와 악성 댓글도 문제다. 차마 옮길 수 없는 글들이 온라인상에서 유통되고 있다. 명백한 ‘2차 가해’이자 스토킹 범죄를 막기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유족을 대리한 민고은 변호사는 20일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2년 동안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결국 살인에 이르렀다는 것”이라며 “더 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겨레 오피니언면 ‘세상읽기’ 칼럼에서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협박에 시달리다 피의자를 고소했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피해자는 결국 살해됐다”며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 각료와 정치인들이 현상을 보는 눈과 이들이 사회를 향해 발신하는 메시지”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심층문화와 욕망의 구조에 깔린 여성에 대한 성적 지배 의지가 이런 살인의 근저에 있음을 직시하고 대응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치지도자들은 그 본질을 회피하고 은폐하는 데 급급할 뿐 아니라, 그 본질을 말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칼럼 세상읽기 갈무리.
▲ 한겨레 칼럼 세상읽기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동아일보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 받은 판결 156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사법당국으로부터 접근 및 연락금지 명령을 받은 가해자 57명 중 3명만 범행을 멈춘 것으로 밝혀졌다”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가해자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히는 것이 스토킹 범죄의 특징이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가해자는 그대로 두고, 신변보호 요청을 한 일부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위급 상황 시 경찰을 호출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2년 논의 끝에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를 엄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이 시행됐는데도 피해자는 가해자가 어떤 경로로 개인정보를 입수해 피해자의 근무지나 거주지로 찾아올지 모르는 공포에 시달리는 현실”이라며 “사후 처벌도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예방책이 없으면 피해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해자들이 설령 나쁜 마음을 먹더라도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촘촘한 대책을 짜야 한다”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서울 신당역 여성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성혐오 범죄 논쟁이 일고 있다”며 “야당 일부와 여성단체들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 방침을 철회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여성혐오를 바탕으로 한 여성폭력에 대한 구조적 해결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스토킹 살인을 정쟁의 이슈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흉악한 범죄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은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발생할지 모르는 여성 대상 범죄를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혐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원자력발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는 환경부 초안에 의견 나뉜 언론

환경부가 20일 원자력발전을 환경부가 원자력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공개했다. 대다수 아침신문들은 1면에서 해당 소식을 다뤘지만 의견은 반대로 나뉘었다. 

▲ 2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1면 기사 ‘녹색문턱 낮춰 원전 끼워넣기’에서 “이번 수정안은 환경과 안전을 고려해 비교적 엄격한 조건을 내세운 유럽연합(EU) 기준보다 대폭 완화된 것이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하는 ‘원전 확대’ 시간표를 맞추기 위한 요식적인 절차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기사는 환경부의 초안이 후퇴한 안전기준인 이유에 대해 상세히 지적했다. 기사는 “우선, 정부는 신규 건설하는 원전에 원자력안전법 등에 규정된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는 지금도 적용되고 있는 내용이다. 반면, 유럽은 최신기술기준보다 더 적극적인 개념인, 가능한 최적의 기술인 ‘최적가용기술’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녹색분류체계가 유럽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원전에 중대사고가 났을 때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2031년부터 사용하도록 했다”며 “유럽연합이 사고 저항성 핵연료 적용 시기로 못박은 2025년보다 6년이나 늦다”고 했다. 

이어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부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건설을 위한 세부계획과 이 계획의 실행을 담보하는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고준위 방폐장은 주민 반대와 지역 갈등으로 수십년째 부지 선정조차 못한 환경 난제다. 환경부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을 가동하도록 한 유럽연합과 달리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고준위 방폐장 세부계획이 이미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2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2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유럽연합과 견줘 지나치게 ‘원전 친화적’”이라며 “원전 확대의 걸림돌을 없애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녹색분류체계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가 ‘그린워싱’을 막는 것인데, 되레 원전에 녹색 분칠을 하는 데 활용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1면 기사 ‘정부, 방폐장 확보 않고 “원전은 친환경”’는 “환경부는 이날 고준위방폐장 처분 부지 및 건설의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은 고준위방폐물 관기기본계획에도 시한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부지 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막연한 내용이 들어있을 뿐이란 것”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1면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원전, 5년만에 친환경 ‘명예회복’’에서 “문재인 정부가 작년 말 발표한 K택소노미에서 제외했던 원전을 넣으면서 국내 중·장기 탄소 중립 달성과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고 했다. 

사설에서는 “지난 5년의 탈원전으로 헝클어진 에너지 수급을 바로잡기 위해서 또 필요한 것이 원전 이용률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원전은 작년 경우 신재생 전기의 3분의 1이 안 되는 발전 단가로 신재생의 5.8배 전력을 생산했다. 원전 이용률을 미국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면 지금 전국 태양광·풍력에서 생산해내는 것보다 많은 전기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 원전 이용률 제고를 에너지 정책의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 칼럼 “차라리 청와대로 돌아가라”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차라리 청와대로 돌아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냈다. 칼럼은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면밀한 검토를 거친 줄 알았으나 그런 건 없었다”며 “어느 신문 국방전문기자가 칼럼에서 한번 던져 본 제안을 받아 하루아침에 광화문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바꿨다”고 했다.

▲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관저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사용하겠다고 하다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꿨다. 대통령이 최상급자이긴 하지만 너무 멋대로라는 느낌을 줬다”며 “공관 수리비 25억 원은 이전비에 포함돼 있다. 그보다 더 큰 비용은 새 외교부 장관 공관을 마련하는 비용일 것이다. 게다가 집무실을 이전한 이상 영빈관처럼 언젠가는 집무실 근처에 관저를 지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 대통령실 이전이 필요하면 이전할 수도 있다는 것과 청와대를 돌려달라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국민이 원해서 청와대를 돌려주는 것처럼 말했다. 청와대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억지로 돌려주지 않았으면 한다. 청와대가 터가 좋지 않다고 여겨 살기 싫으면 그렇다고 말할 것이지 국민 핑계대지 말라”고 했다. 

칼럼은 “집무실 이전의 정당성 기반이 실은 허약한 것”이라며 “여야는 대통령이 아니라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관저와 영빈관까지 지어주든가, 아니면 용산은 임시 거처라 치고 청와대를 개조해 다시 돌아가는 건설적 협의를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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